본문 바로가기
시(詩)/괜찮은 詩

그 얼굴 생각 나 달 보고 읽는 시

by 이성근 2020. 9. 26.

 

 

지독한 因緣에 울다 -김정한

세상에서 가장 기쁜시- 장시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도종환

얼마나 좋을까 -박만엽

슬픔 안의 기쁨-이정하

그저 그렇게- 이정하

바닷가에서-정소슬

바람 편에 보낸 안부 윤보영

설레임 -도종환

정말 보고싶었어 -원태연

아픈말 -최인숙

우체통에게-조수옥

널 만나고부터 -이생진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정호승

돌지 않는 풍차-송찬호

서시-나희덕

슬픈 대답 -원태현

슬픈 대답

비 내리는 날엔-윤원규

오늘도-김용택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지독한 그리움 -도종환

인연-홍수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사랑의 침묵-도종환

너를 위하여-김남조

설일-김사랑

바람이 오면 -도종환

가을에 -오세영

단풍의 이유-이원규

열대야-정연복

애인-장석주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윤수천

아는지요, 그대-이정하

별 뜻 있겠습니까-원태연

있었던 일- 이생진

황홀한 거짓말-유안진

아름다운 사람이 떠나고 오랜-박남준

그때-김용택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종환

사랑은 끝이 없다네- 박 노해

연 인-정호승

삶이란- 민병도

홀로 걸어가는 사람- 최동호

배회- 나태주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양희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박형준

첫사랑 -시마자키 토손

 

 

 

 

지독한 因緣에 울다 -김정한

 

널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 멀구나

날 만나러 오는 길도 너무 험하구나

 

오늘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가는 길위에 있구나

 

모진 그리움으로

아득한 안타까움으로

사랑도 때로는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기쁜시- 장시하

 

오늘 나는 그대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쓴다

 

그대를 사랑하는 내 영혼의 붓으로

내 생명의 수액 고이 적셔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슴으로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쓴다

 

한 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쓰던 나를

 

한 때 잿빛 하늘만을 바라보며 아파하던 나를

한 때 삶의 끈을 스스로 끊으려던 나를

 

당신의 순결한 사랑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쓰게 하였다

 

가장 힘겹고 눈물겨울 때 당신은 나를 안아주었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생명을나 보다 더 아껴주고

내 영혼을 나 보다 더 사랑해 준 사람

 

이제 흔들리지도

아파하지도 않으리라

 

그대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쓰며 함께 걸어가리라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

사랑이란 이름을 지어주며...

 

당신께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며

고운 추억을 함께 빚으며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그대 가슴에 새기리라

 

오늘 나는 그대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기쁜 시를 쓴다 ..

 

 

 

얼마나 좋을까 -박만엽

모른 체하면 멀어질까

눈을 감으면 잊혀질까

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질까

 

그 무엇이든 뜻대로 안 된다면

그저 흐르는 세월에 맡길 뿐

 

또 다른 행성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행히 서로 사랑하면서

은하수처럼 함께 흘러갈 수 있다면

 

별빛처럼 반짝여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서로를 알아만 볼 수 있다면

 

 

 

슬픔 안의 기쁨-이정하

 

떠났음으로...

당신이 내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보내야 했음으로..

슬픔이 오기 전

 

기쁨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네.

 

훗 날...

나는 다시 깨닫기를 바라네.

 

이 세상 태어나 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 한사람 때문에 못내 가슴 아팠을지라도

 

내가 간직한 그 사랑으로 인해

내 삶은 아름다웠고..

 

, 충분히

행복했노라고...

 

 

 

그저 그렇게- 이정하

 

살아 있는 동안

또 만나게 되겠지요

 

못 만나는 동안

더러 그립기도 하겠지요

 

그러다가 또,

무덤덤해지기도 하겠지요

 

살아가는 동안 어찌,

갖고 싶은 것만 갖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나요

그저 그렇게...

 

그저 그렇게 사는 거지요

 

마차가 지나간 자국에

빗물이 고이듯

 

내 삶이 지나온 자국마다

슬픔이 가득 고였네..

 

 

 

바닷가에서-정소슬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서로 가슴 부비며 속살대는 자갈 소리

 

귀 대어 들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아픔을 말할 수 있으랴

 

모두 머리 풀어헤치고 온몸으로 일렁이는

해초들의 서러운 몸부림을

 

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어찌 바다의 속사정을 안다 할 수 있으랴

 

낮 내 해수에 젖어있던 바닷모래가

밤이 되면 별빛에 은빛 속사정을 늘어놓고

 

알알이 엎어져 우는 모습을 보았는가

그도 한 때는 바위만큼 큰 꿈으로 살았지만

 

깨어지고 부서지고 자갈로 닳아

이제 가는 바람에도 흩날리는 몸이 되었으니

 

어찌 속절없이 흐르는 게

바닷물 만이라 할까나?

 

 

 

 

바람 편에 보낸 안부 윤보영

 

그대를 그리워 할 수 있는

마음이라도

남겨 둔 게 고마워

 

아파도 이렇게

내색 않고 살고 있답니다

바람 편에 안부를 보내며.

 

 

 

설레임 -도종환

 

생에 있어서 그렇게 설레는 때가

많이 오는 게 아닙니다

 

설레임을 잊은 지

오래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문 여는 소리 발자국 소리

전화벨 소리 낮은 숨소리 하나까지...

 

온몸의 솜털이 모조리 일어서곤 하던

그 기대와 기쁨과 환희와 좌절과 실망을..

 

사랑의 기쁨이 왜 고통이고

사랑의 아픔이 왜 행복인지를

 

문 여는 소리 발자국 소리.. ...

전화벨 소리 낮은 숨소리 하나까지

 

 

 

 

정말 보고싶었어 -원태연

 

정말 보고싶었어

그래서 다 너로 보였어.

 

커피잔도 가로수도

하늘도 바람도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는 사람들도

다 너로보였어.

 

그래서 순간 순간 마음이 뛰고

가슴이 울리고 그랬어

 

가슴이 울릴때마다

너를 진짜 만나서 "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고 싶었어

 

 

 

아픈말 -최인숙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

 

불쑥 튀어나와

일상을 헤집어 놓는 말

 

자꾸 기다려지는

그리움이 눈물 흘리게 하는 말

 

 

 

우체통에게-조수옥

 

기다림의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대 몸속에 아직 차오르지 않는

꽃대의 빈 속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바람의 쓸쓸한

안부를 빈 가슴으로 적셔보는 일입니다

 

무수한 날이 별똥별처럼 떨어질 때

아직 봉인되지 않는 입술은 부르터

바람인 듯 쉬 닫히지 않습니다

 

직립의 사무침이 한 곳에서

기다림으로 붉게 꽃피울 수 있는 것은

깜깜함이 온통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나요

마음의 모퉁이를 서성이던 날들이

발신음으로 떨고 있지는 않나요

 

기다림은 비어있는 자리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비워놓은 그대 손길입니다

 

 

 

 

널 만나고부터 -이생진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

가지고 싶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정호승

 

사막에서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지 말고

 

어딘가에 고여 있는

작은 우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겨야

사막을 움직일 수 있다고

 

사랑하면 더 많은 별이 보인다고

살아가노라면 그래도 착한 끝은 있다고

 

러시아제 낡은 지프차를 타고

고비사막의 길 없는 길을 달릴 때

 

먼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등에 지고

 

홀로 걸어가던

어린 낙타 한마리

 

 

 

 

돌지 않는 풍차-송찬호

 

그는 일생을 노래의 풍차를 돌리는

바람의 건달로 살았네

 

그는 때때로 이렇게 말했네

풍차가 돌면 노래가 되고

 

풍차가 멈추면

괴물이 되는 거라고

 

그는 젊어서도 사랑과 혁명의 노래로

풍차를 돌리지는 못했네

 

풍차의 엉덩이나 허리를 만지고 가는

바람의 건달로나 살면서

 

바람 부는 언덕에서 덜컹거리는

노래의 풍차는 쉼 없이 돌았네

 

그는 병들고 지쳐 망가져가는 풍차에게

이렇게도 말했네

 

멈추지 말게,여기서 멈추면

삶은 곧 괴물이 된느 거라네

 

그러나 생은 때로 휴식이 있어

아름다운 것

 

돌지 않는 풍차,

그의 노래는 끝났네

 

바람은 벌써

그의 심장을 꺼내 가고

 

그의 지갑에는

피 한 방울 남아있지 않네

 

 

 

서시-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슬픈 대답 -원태현

 

언제고 찾아와서

어떻게 지내냐 물으면

 

그냥 하는 일 없이

바쁘게 지낸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어려운 일은 없냐 물으면

 

그냥 그렇게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요즘도 그리움에 힘들어 하냐 물으면

 

그냥 기다려 보기는

했었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잘 살고 있으니 마음 편하다며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보이면

그 옛날 그 기억이 스쳐가

 

이제껏 참아왔던 눈물

기어이 터트리며

 

지금이라도

돌아올 수는 없는 거냐고...

 

 

 

슬픈 대답

 

혹 누군가

너무 심한 감정의 낭비가 아니냐

 

물어 오면

이만큼도 절재하고 있는 중이라고

 

혹 누군가

이제 그만할 때도 됐지 않냐

 

물어 오면

정해놓고 그리워하고

 

정해놓고 기다리는 거냐고

혹 누군가

 

보고 있기 안타깝다는 소리 들려오지 않냐

물어 오면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황한 미소로 대신하고 있다고

 

혹 누군가

그 사람이 다른 사랑에 빠져 있으면 어쩔거냐

 

물어 오면

아무 말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없을 거라고

 

 

 

 

비 내리는 날엔-윤원규

 

비 내리는 날은 유난히 선술집에 사람이 많다

길을 가다보면 비 내리는 날

선술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아마도 가슴에 있는 말들을

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때가 많다

비 내리는 날엔 유독 칼국수가 먹고싶다든지

곱창을 안주삼아 술 한 잔 하고싶은

 

유혹에 빠질때가 많이 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비내리는 날은 유독

더 많이 드는 지도 모를 일이다

 

술 한 잔 나누고 싶다는 말은 아마도

본능에 가까운 느낌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더 서러운 일은 비 내리는 날

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하자 말했을 때

그 친구를 얻을 수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느날엔가는 그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날

 

아마도 술 한 잔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리도 모를 일이다.

 

아마 사연없이 살아나가는

사랑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될까만

 

술 한 잔 하며 같이 얼굴 마주보고

나의 속내를 털어 보이는 풍경은 얼마나 살가운 표정들인가

 

아마도 우리의 삶 가운데 그런 시간들을 빼면

우리는 인간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아닌

 

생존을 위해 내가 그냥 의무감으로 보내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 질 것이다

 

비 내리는 날 술 한 잔 해 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해

길에 쓰러질지라도

 

난 그 풍경이

내 눈에 그리 추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풍경이야 말로 참 사람다운 정겨움이

전해져오는 풍경이란 생각이든다

 

비내리는 날 당신이 그 누군가에게

술한잔 하자고 제의를 해 온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래도 세상을 헛 산 것은 아니다

 

비 내리는 날은 내 마음에 묻어둔 그 사람을 만나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비 내리는 날은 내가

그 누군가에게 솔직해 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

술 한 잔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 내리는 날은 그래서 누구나

센티멘탈한 감정이 더 가득해지는 지도 모른다

 

비 내리는 날엔

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진다

당신은 어떤지 묻고 싶다

 

 

 

오늘도-김용택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

문득문득 목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어요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더 빨라서 나는 잡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다홍꽃 향기를 열게 해 주신 당신

 

내 마음의 문을 다 여닫을 수 있어도

당신에게 열린 환한 문을 나는 닫지 못합니다

 

해 저문 들길에서 돌아오는 이 길

당신은 내 눈 가득 어른거리고

 

회색 블럭담 앞에

붉은 접시꽃이 행렬을 섰습니다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여기에 홀로 놓고 가 버리네

 

나는 어디로 가지

참 많은 사람들이 있네

 

근데

모두가 자기 길만 총총히 가네

 

그럼 난 어디로 가지

그냥 서 있잖아요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 해

 

즐거운 편지처럼

당신이 서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것 처럼..

 

 

 

지독한 그리움 -도종환

 

며칠째 비가 뿌리고

깨꽃이 무수히 졌습니다

 

간간이 트이는 구름 새로 낮달이 뜨고

탱자나무 울 너머 간혹 맑은 노을이 걸리는 저녁

 

옥수수밭에 나가 소리없이 불러보는

당신은 더욱 멀리 있습니다

 

수런대며 발 밑에 모이는

풀잎에 귀기울여도 보고

 

몇 개의 나무 그림자를 안고

저무는 강물로 흐르기도 하였으나

 

당신이 물러서는 발짝만큼

나는 당신을 쫓아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늘진 곳에서 반딧불만한 등불은 이울고

뻐꾹새 소리만 잠든 마을을 씁니다

 

강 건너 별빛처럼 살아서 가물대는 불을 켜고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를

 

홀로 비추고 다니리란 생각을 하며

메밀꽃 같은 별이 뜨는 밤을 그려봅니다

 

언젠가 떠나간 것들을 다시 만나는 때가 있겠지요

우리가 장마비에 젖고

 

칠흑같은 어둠 끝없이 밀려와도

흐르고 흘려 한군데로 모이는 그런 저녁은 있겠지요

 

흐름의 끝에서 다시 처음이 되는

말없는 강물 곁으로

 

모두들 하나씩 등불을 들고 모여드는

그런 밤은 정녕 있을 겁니다

 

 

 

인연-홍수희

 

아무렴

잘 있겠지 하면서도

자꾸 맘이 켕긴다

 

한마디

소식 없이 지내면서도

행여 외롭지는 않을까

 

시선은 자꾸

너의 마음 밭을 서성거린다

 

물론 네게는

나보다 가까운 사람

 

곁에 있지만 이래도 저래도

생각 키우는 건

 

네가 너무 여린 가슴을

지녔기 때문 부디 행복하여라

 

언제나

봄날처럼 환히 웃기를

 

나는 이 쪽

반대편 별 끝에 서서

 

너를 위해

촛불 하나 태운다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는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사랑의 침묵-도종환

 

꽃들에게 내 아픔 숨기고 싶네

내 슬픔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은 찾아와

강물이 내게 부드럽게 말 걸어올 때도

 

내 슬픔 강물에게 말하지 않겠네

강물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아파하며

눈물로 온 들을 적시며 갈 테니까

 

겨울이 끝나고 북서풍 물러갈 무렵엔

우리 사랑 끝나야 하는 이유를

 

나는 바람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이제 막 눈을 뜨는 햇살에게도

삶이 왜 괴로움인지 말하지 않겠네

 

새 떼들 돌아오고 들꽃 잠에서 깨어나도

아직은 아직은 말하지 않겠네

 

떠나는 사랑 붙잡을 수 없는 진짜 이유를

꽃들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슬퍼하며

아름다운 꽃잎 일찍 떨구고 말 테니까

 

 

 

 

너를 위하여-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 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설일-김사랑

 

적막속에 눈은 내린다

흩날리는 눈송이는 그리움처럼 쌓여만 간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눈더미에 묻혀 지워지고

하늘과 땅의 경게도 사라졌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삶이 기다림이라면

사랑은 그리움이다

 

세월의 강을 건너갈때

자꾸만 뒤돌아보는 까닭은

당신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잊혀진 추억속에

아직 버리지 못 한 미련이 있어

자꾸만 여기에 머물고 싶을까

 

눈아, 내려라

세상에 거짓은 사라지고

 

진실만 남아있게

아픔을 딛고 일어나

 

하얀 눈위에

사랑한다 다시 쓸 수 있게

 

 

 

바람이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엇다가

가게 하세요

 

아품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보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

 

,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단풍의 이유-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만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따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열대야-정연복

 

지금 내 가슴은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

 

그 무엇으로도

이 불을 끌 수 없다.

 

새벽 찬이슬과

해저물녘 산들바람에도

 

전혀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이 가슴.

 

오늘밤도 어제같이

잠 못 이루는 열대야인 걸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운 사람아.

 

 

 

 

애인-장석주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윤수천

 

한 목숨 다 바쳐도 좋을 사랑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의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적극적인 사랑 오, 적극적인

사랑 사랑 사랑

 

지옥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 이에게 -오세영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하나 둘 밟는데

문득 당신이 보고 싶어집니다

 

아니, 문득이 아니예요

어느 때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당신이 보고싶으니까요

 

오늘은 유난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 계단을 다 올라가면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얼른 뛰어 올라갔죠

빈 하늘만 있네요

 

당신 너무 멀리 있어요

왜 당신만 생각하면 눈앞에 물결이

일렁이는지요.

 

두 눈에 마음의 물이 고여서

세상이 찰랑거려요

 

그래서 얼른 다시 빈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당신은 거기 나는 여기

이렇게 떨어져 있네요

 

..당신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햇살 가득한 눈부신 날에도

 

검은 구름 가득한 비오는 날에도

사람들속에 섞어셔 웃고 있을때도

당신은 늘 그 안에 있었어요

 

차을 타면 당신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구요

 

신호를 기다리면 당신은 건너편 저쪽에서

어서오라고 나에게 손짓을 했구요

 

계절이 바뀌면 당신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 알고 있어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당신을 내 맘속에서 지울 수 없으니까요

 

당신 알고 있나요..

당신의 사소한 습관하나

 

당신이 내게 남겨준 작은 기억 하나에도

내가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당신은 내 안에 집을 짓고 살아요

나는 기꺼이 내 드리고요

 

보고 싶은 사람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당신이

이토록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아는지요, 그대-이정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그 어떤 장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듯,

우리의 이별 장면도

사랑하며 지내왔던

그 어떤 기억들보다

더 내 가슴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지요, 그대

차마 그 장면을 지울 수 없어

남몰래 꺼내 보는 내 마음을...

 

 

 

별 뜻 있겠습니까-원태연

 

별 뜻 있겠습니까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는데

 

별 뜻 있겠습니까...

그저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데

 

별 뜻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는데

 

그런데

그러고 말려 했는데

 

참으로 간사한 게

인간의 마음인지라

 

목소리 듣고

얼굴 한번 보고

 

술 한잔 들어가니

별 뜻이 생기더군요

 

그 뜻이 커지더군요

별 뜻 있겠습니까...

 

못 잊겠으니

안 잊겠다는데

 

별 뜻 있겠습니까...

안 잊겠으니 돌아 오라는데

 

그만 속상하게 하고

돌아오라는데...

 

 

 

있었던 일-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황홀한 거짓말-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 묻은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갈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아름다운 사람이 떠나고 오랜-박남준

 

변한것은 없었지

사랑이 가버린 날에도 밤은 오고

 

새들은 은밀한 숲속에 또 그렇듯

저문 날개를 풀어놓겠지

 

늪을 찾아 떠나야겠어

망각의 늪이라는

 

그 늪에 빠지고 싶어

잊혀진 채 이미 잊혀진 채

 

나는 남았는데 나만 남았는데

산 위에 산 아래

 

길가에 도회의 낯모를 지나는

뒷모습에서 옆모습에서

 

강에 나가면 흔들리는

흔들리지 않는 수면의 파문에서

 

아 독약처럼 달고 쓴

절망 같은 소줏잔 속에서

 

너는 떠나지 않고

너는 보이지 않고

 

 

 

 

그때-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종환

 

내 목소리를 듣기만 하여도

내 가슴속에 비가 내리고 있는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지

금방 알아채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 노랫소리를 듣고는

내가 아파하고 있는지

 

흥겨워하고 있는지

금방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마음의 음색과 빛깔과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사랑은 끝이 없다네- 박 노해

 

사랑은 끝이 없다네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르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새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이렇게 사랑엔 끝이 없다는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연 인-----정호승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 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사랑도 그와 같은 거야.

사랑도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 게 생기는 거야

 

 

삶이란 / 민병도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홀로 걸어가는 사람- 최동호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조금 비껴가는 화살처럼

 

마음 한가운데를 맞추지 못하고

변두리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먼 곳을 향해 여린 씨를 날리는

작은 풀꽃의 바람 같은 마음이여

 

자갈이 날면 백 리를 간다지만

모래가 날리면 만 리를 간다고

 

그리움의 눈물 마음속으로 흘리며

느릿느릿 뒷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사람

 

 

배회- 나태주

 

1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변방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외곽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산을 한채 비쳐보고

겨울 흰구름 몇 송이 띄워보고

볼우물 곱게 웃음 웃는 너의 얼굴 또한

그 물낯에 비쳐보기도 하다가

이내 싱거워 돌맹이 하나 던져 깨뜨리고 마는

슬픈 나의 장난을.

 

2

솔바람 소리는 그늘조차 푸른빛이다

솔바람 소리의 그늘에 들면 옷깃에도

 

푸른 옥빛 물감이 들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조차 그만

포로소롬 옥빛 물감이 들고 만다면

어쩌겠느냐 어쩌겠느냐

 

솔바람 소리 속에는

자수정빛 네 눈물 비린내 스며 있다

솔바람 소리 속에는

비릿한 네 속살 내음새 묻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 마음조차 그만

눈물 비린내에 스미고 만다면

어쩌겠느냐? 어쩌겠느냐?

 

3

나는 지금도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내음 한아름 가슴에 안고

살얼음에 버려진 골목길 저만큼

네모난 창문의 방안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는

빨강치마 흰버선 속의 따스한 너의 맨발을 찾아서

네 열개 발가락의 잘 다듬어진 발톱들 속으로

 

지금도 나는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송이 꺾어 한아름 가슴에 안고

처마 밑에 정갈히 내건 한 초롱

네 처녀의 등불을 찾아서

네 이쁜 배꼽의 한 접시 목마름 속으로

기뻐서 지줄대는 네 실핏줄의 노래들 속으로.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양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이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 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 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박형준

 

 

언제나 밤이 오고, 잎들의 지문이

선명해지는 밤길을 걸어간다.

지난날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열매의 맛이

아려 온다. 꽃은 찢긴 살처럼 빛난다.

새벽 두 시에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머리위에 얹혀진 찬 달.

 

 

 

첫사랑 -시마자키 토손

 

갓 따올린 앞머리카락

사과나무 아래에 보였을 때

앞머리에 찔러놓은 꽃무늬 빗은

한 송이 꽃이 그러하듯 아름다웠다

 

하얀 손 정답게 내밀며

빨갛게 익은 사과를 건네주던 그대

연분홍 빛깔의 가을 열매로

난생 처음 난 그리움을 배웠다

 

하염없이 내쉬는 나의 한숨이

그대 머리카락에 가닿을 적에

한없이 행복에 겨운 사랑의 잔을

그대의 의미로 채워 마셨네

 

과수원 사과나무밭 아래로

언제부턴가 생겨난 이 오솔길은

누가 처음 밟아놓은 자리일까

짐짓 물어보면 한결 더 그리워진다

'시(詩) > 괜찮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라인 4.3 시화전  (0) 2020.11.09
이 가을에 시 안 읽고 뭐하랴  (0) 2020.09.26
비오는 밤에 읽는 시-사랑하는 사람  (0) 2020.09.18
늦은 밤에 읽는 시  (0) 2020.09.13
시 읽는 밤  (0)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