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by 이성근 2021. 6. 27.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 김여정 지음/그린비·

2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김여정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1996년부터 3년간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영국 지부에서 인턴을 하고, 1999년 동티모르 독립 투표 선거감시단원으로 동티모르에서 일했다. 2002년부터는 5년간 국내 정당의 국제협력 담당자로 일하면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했다. 이때 필리핀 빈민들을 돕기 위해 한일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생계를 위협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무작정 히말라야로 떠났다.

 

히말라야에서 기운을 얻은 필자는 영국에서 국제개발대학원을 다닌 뒤, 아시아 지역의 원조에 대한 컨설팅을 했다. 2009년부터 NGO활동가로 일하면서 캄보디아의 미용학교, 미얀마의 병원과 보육시설, 스리랑카의 직업훈련센터 등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시민단체의 해외사업에 대한 컨설팅도 해왔으며,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과 영국 서섹스 대학의 국제개발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인천의 다원이주민센터를 운영하며 다문화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돕는 한편, 서울 보광동 마을 주민으로서 다문화 이웃과 소통하고 있다. 용산구 보광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한국전쟁을 경험한 할머니들을 손님으로 만나게 되어 채록한 증언을 다룬 작품인 그해 여름으로 2020년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아시아 지역의 학살 사건과 그 유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고자 기록한 다크 투어2020년 제28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 나의 특별한 여행기 · 7

 

목포의 눈물 · 11

한국 - 전라남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12<목포형무소 학살 사건> 정보에서 "수형자 14백 명""수형자 14백 명"으로 정정

 

신들의 섬, 죽음의 섬 · 49

인도네시아 - 발리: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정글의 구눙 티쿠스’ · 75

말레이시아 - 바탕칼리: 1948년 바탕칼리 학살

 

임을 위한 행진곡, 메이리다오 · 103

타이완 - 타이베이: 19472 · 28사건

 

붉은 동백꽃 · 131

한국 - 제주도: 제주 4 · 3사건

 

못다 한 이야기 · 163

하늘과 우주를 넘어

 

나가며: 나와 이 여행을 같이한 이들에게 · 181

 

출판사 서평

전 세계가 공모한 기억 상실 속에서

기억의 목격자가 되기 위해 떠난 여행, 다크 투어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2018, 인터넷은 김정은 위원장의 밈으로 넘쳐났다. 과거를 모른 채 자라난 젊은 세대에게 한국전쟁은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으며 김정은이라는 인물도 그저 밈으로 소비될 뿐이었다. 베트남 전쟁이나 걸프 전쟁도, 노근리 사건도, 5월의 광주도, 제주 4·3사건도 모두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만 존재하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제주도는 신혼여행이나 여름철 휴가지 외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 모래가 피로 물들었던 바닷가는 관광지가 되었고, 그곳은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곳일 뿐이니 말이다. 조지 스타이너가 한탄한 것처럼 우린 모두 계획된 기억 상실에 걸렸다.

 

하지만 이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붙들고 아시아 학살지를 돌아다니면서 기억의 목격자를 자청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의 저자 김여정이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NGO에서 활동해 온 그는 학살 피해자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원을 담아 이 책을 썼다.

 

너무 많은 죽음, 너무 적은 기록과 이야기

어떤 장면을 상상해 보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채 굴비처럼 밧줄로 묶여 있다. 1947년 타이완 지룽항의 모습이다(2·28 사건).

굴비처럼 밧줄로 엮인 사람들이 항구로 끌려오면 군인은 앞줄에 있는 한 사람만 총으로 사살했다. 앞사람이 사살되면 시체의 무게에 이끌려 뒷사람들이 줄줄이 바다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총알을 아낀다는 이유로 사람을 굴비처럼 엮어서 죽였다.”(본문 126)

 

말레이시아 바탕칼리 마을을 불태운 영국군은 공산당 게릴라는 영혼이 없어서, 그들을 죽였어도 하나님 앞에 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추추칸 해변은 검은 모래밭이 하얀 백골로 덮일 정도로 시체가 쌓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학살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웃을, 혹은 생면부지의 사람의 목을 칼로 내리쳐야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살에 가담한 이들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을 얻어 죽었다. 이 모든 것은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에 알고 있는 이도 없었다. 이 묻혀 있는 진실을 들추어내며 돌아다닌 저자에게 경찰이 다가와 협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일일수록 기록해야만 했다.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말레이시아의 탄 삼촌이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려 달라고, 기록해 달라고 부탁한 이후 더더욱 다크 투어와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처럼 느껴진 탓이다.

 

끝나지 않은 제노사이드

인간이란 무엇인가

19472, 타이완에서는 전매국 단속원이 담배 파는 노인을 검거하며 구타하는 것에 시민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청년이 경찰 총에 맞았다. 이를 계기로 2·28사건이 시작되었고, 중국 본토에서 파병된 군인들이 약 3만여 명의 사람을 학살했다. 2021년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민주화운동에서는, 시위 두 달 만에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제노사이드는 옛날 일이라고, 문명화·세계화된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리는 또 눈과 귀를 닫은 채 스마트폰 속 세상으로 도망가버리면 되는 걸까? 아직도 학살은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학살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일이다. 저자 김여정은 풍경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외면하는 진실을, 학살의 잔인함을, 남은 이들의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발로 전한다. 학살 피해자들이 사형당하기 전 걸었던 그 길을, 옥바라지하던 할머니가 걷던 길을 따라 걸으며 물집 잡힌 발을 계속해서 옮긴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도 한국전쟁 당시 목포형무소에서 실종된 오빠를 애타게 찾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할머니가 살아생전 내내 그리워하던 오빠의 존재를 찾아 무작정 떠난 목포에서 깔끔한 아파트 단지로 변한 목포형무소 자리를 본다. 묘지는 시민공원이 되었고 학살을 기억하는 이는 동네에 하릴없이 앉아 부채질을 하는 노인들뿐이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과거를 소거한 채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인간으로서 최소한 우리는 자신의 현재뿐 아니라 자신을 만든 과거를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저자 김여정은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에서 학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일과 더불어 우리에게 인간의 의무를 묻는다.

 

이 여행에도 끝은 있을까?

여행이 즐거운 건 끝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사 온 기념품을 선물하면 여행이 일단락된다. 하지만 학살지,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는 여행인 이 다크 투어에도 끝은 있을까? 수백수천만 명의 죽음의 무게가 담긴 걸음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떼어지지 않을 테다.

 

1990년대, 조지 스타이너는 리멤브런서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한 바 있다. 저마다 전쟁 기념탑에 적힌 이름을 열 명씩 외워서 혼자서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들려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땅의 누군가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셈이니 말이다. 토벌대가 죽창으로 마을을 들쑤시고 불로 태우는 것을 직접 본 그날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외양간에서 소와 말이 내지르던 소리를 듣던 제주도의 김평담 할아버지는 밤마다 낡은 공책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소리 내 읽어 내려갔다. 제주 4·3사건 피해자들의 이름이었다. 그 어떤 개념을 떠나 김평담 할아버지는 본능적으로 학살을, 과거를 기억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세상에 남긴 위령비에 새겨진 성산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소리 내어 읽었다. 비명처럼 울어대는 눈 폭풍 소리에 호명되는 이름들이 묻히지 않도록 소리 지르듯 크게 이름을 불렀다. 바다 깊은 곳에 던져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바다는 대답이라도 하듯이 웅웅거리며 울었다.” (본문 162)

 

우리는 김평담 할아버지가 학살 피해자를 기록한 것을 또 기록으로 남긴 이 다크 투어, 슬픔의 지도를 따라 걷다를 읽을 뿐이지만, 이 슬픈 여행기를 읽고 기억하며 이 여행과 기록에 동참하게 된다. 어떤 여행은 끝이 있어 즐겁지만, 끝나지 않아야 하는 여행도 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생때같은 가족을 잃은 이들이 남아 있는 한, 이 여행에 끝이란 것은 있을 수 없을 테니.

 

책속으로

다른 어부들은 그물을 털면서 떨어진 하얀 조각 같은 잔해를 모아서 코코넛 껍질에 넣었다. 나는 코코넛 껍질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얀 조각은 파도에 의해 조약돌처럼 둥글게 깎여 있어서 사람 뼈인지, 동물 뼈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어부는 그물을 다 털고, 코코넛 껍질을 하얀 수건에 싸서 어디론가 가져갔다.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피했다.--- p.53

 

타멕은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에게 산간 마을 청년들을 살해하라고 명령했다. 거부한다면 청년들의 숫자만큼 마을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타멕의 감시하에 마을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날카로운 칼로 죽인 다음, 시체를 바다에 버렸다. 닭도 죽이지 못했던 와얀의 아버지는 살아남기 위해 칼로 사람의 목을 내려쳤다. 그는 죽는 날까지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p.66

 

이 구덩이 속에서 수천의 유골이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나는 구덩이 속으로 내려가 검은 모래 한 줌을 들어 올렸다. 총상에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검은 모래 속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을 것이다. 밀물 때가 되자,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모래 구덩이에 스며든 바닷물은 학살의 흔적을 하나둘 지워냈다. 보석처럼 햇빛에 반짝이는 검은색 모래사장에 높은 파도가 몰아쳤다.--- p.68

 

타이베이와 광주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이곳에 온 것은 타이베이에서 독재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하다가 고문받고 총살되거나 수용소에 보내졌던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나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서 타이베이에서 일어난 어두운 과거를 들췄다. 어두운 시대에 고통받은 타이베이 사람들의 아픔이 가슴속에 한가득 담겼다.--- p.130

 

우붓 계곡을 뒤지며 뼛조각을 찾던 페툴루 마을 할머니도, 바탕칼리의 탄 삼촌도, 남편의 무덤을 찾아 류장리 산자락을 헤매던 할머니도, 김평담 할아버지도 이제는 모두 하늘의 별이 되었다. 나는 그들이 생각날 때마다 별을 본다. 별똥별이 내리는 날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발리에서는 별똥별을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여겼다. 별똥별이 내릴 때마다 아시아 곳곳에서 학살당해 별이 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잊지 말아 달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 p.183

 

다크투어용서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목포·제주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대만까지

아시아 학살 현장 다니며 슬픔과 고통을 기록하다

인도네시아 페툴루 마을 바니안나무 제단. 그린비 제공

 

전남 장흥 외딴 마을에 살던 증조할머니는 해가 질 때쯤이면 대문 앞 배롱나무 아래 앉아 신작로를 바라봤다.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할머니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저녁이 되면 쌀밥을 지어서 놋쇠 밥그릇에 가득 담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었다.” 그들이 기다린 이는 할머니의 오빠였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오빠를 불렀다. 할머니의 오빠는 농민운동을 주도하다 구속됐고, 목포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다 한국전쟁 때 실종됐다. 할머니는 오빠의 시신이라도 찾으려 목포를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다크 투어>는 지은이가 하늘나라에서 애타게 오빠를 찾을 할머니에게 적어도 오빠의 마지막 행적을 알리고 싶어목포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목포형무소는 이미 아파트 단지로 변해 있었다. 할머니의 오빠는 목포형무소 학살 사건때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었다. 한국전쟁 발발 뒤 철수하던 경찰이 수형자들을 전남 신안군 인근 해상에 수장한 사건이다.

목포형무소 전경(1930). 그린비 제공

 

지은이는 목포를 시작으로 영암 구림마을 학살 사건, 영암 연보리마을 학살 사건의 현장을 걷는다. 장흥에 도착한 지은이는 결심한다. 할머니의 오빠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겠다고. “가족을 잃고 평생토록 가슴에 한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을 기록하겠다고. 이후 지은이의 다크 투어(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는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 바탕칼리,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확대된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낙원처럼 아름다운 관광지다. 하지만 발리 바닷속 산호초에는 지금도 유골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바다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유골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1965~1966인도네시아 대학살의 희생자들이다. 수하르토 군부 정권이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켜야 한다며 대학살을 자행했다. 공산당원뿐 아니라 당원으로 의심된 사람들까지 모두 죽였다. 당시 공산당 본부가 있었던 발리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은이가 페툴루 마을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힌두교 크리슈나신이 머문다는 바니안나무 앞 제단에 음식을 올리고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할머니의 아들도 타멕(민병대)에 끌려갔고 시신을 못 찾았다. 할머니는 하루 세번씩 음식을 마련한다.

말레이시아 바탕칼리 마을 공동묘지. 그린비 제공

 

용서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평화공원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돈을 모아 땅을 샀다는 말레이시아 바탕칼리 마을 사람들이 위령비에 새길 글귀다. 1948년 영국군은 공산 게릴라를 색출한다며 바탕칼리 고무나무 농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을 사살했다. 바탕칼리 공동묘지에 있는 작은 묘비의 주인은 일곱살 아이였다. 방학 동안 아버지를 돕다가 목숨을 잃었다. ‘바탕칼리 학살 사건2012년 영국 법원에 제소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됐다.

 

타이베이는 또 다른 광주였다. 1947228일 국민당은 실정에 분노해 시위를 벌이는 비무장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살육을 자행한다. 공식발표된 희생자 수만 28000명이다. 타이베이 라디오 방송국을 점령했던 시민들은 정의를 위해 싸워달라고 방송한다. 마치 5·18 시민군이 광주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오고 있으니 도청으로 와주십시오하고 외쳤던 것처럼.

제주도 너븐숭이의 애기무덤. 그린비 제공

 

여정은 제주에서 마무리된다. “다크 투어라는 여행 목표에 맞는 장소를 구태여 찾지 않더라도, 제주도는 온통 학살지였다. 눈 안에 들어오는 오름, 바다, 들판, 한라산 등허리까지 학살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제주4·3이지만, 지은이가 표선 가시리 마을, 성산 난산리 마을, 다랑쉬굴 등 학살 현장을 걸으며 주민들에게 전해 듣는 기억들은 여전히 처참하다.

 

긴 여행을 마친 지은이는 말한다. “다시는 지구상에서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학살은 기록되고 진상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잊히지 않고, 반복되지 않는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이지만, 지은이의 진정성과 솔직함이 어우러진 문체로 전달되면서 따뜻함이 더해진다. 유족, 생존자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생생한 증언들도 장점이다. 28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분야 수상작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다크 투어김여정 작가 인터뷰

<다크 투어>의 김여정(47) 작가는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영국지부, 동티모르 독립투표 선거감시단원 등 엔지오 활동가로 일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다리 폭파를 기록한 <그해 여름>으로 2020년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다크 투어>2020년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을 수상했다. 다음은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책에도 썼듯이 할머니 오빠의 마지막을 찾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나를 키워주신 분이다.

 

한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발리, 대만의 학살을 기록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정도 걸렸다. 사전 취재 등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아시아 학살에 대해서는 자료가 많지 않다. 현지 뉴스, 유족회, 외국 도서관 검색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현지어도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게 공부했고, 한 나라를 최소 두번 이상씩 방문했다.”

 

아시아 학살에 공통점이 있나.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대부분 반공정권이 들어서면서 조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 고위직에서 평생을 잘 살았다. 유족과 학살자가 이웃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들도 말을 하지 않고 피해자들도 증언을 꺼린다.

 

책이 얇고, 문체도 대중적이다.

일부러 원고의 많은 양을 줄였다. 학살은 솔직히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주제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가 읽었으면 했다. 서점에서도 학살 관련 쪽이 아닌 여행서 쪽에 꽂혔으면 한다.”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한강다리 폭파 뒤 용산폭격에 대한 증언들을 수집 중이다. 지금까지 120명 정도 인터뷰를 했다. 증인들이 대부분 80대 중반 이상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학살 기록 작업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록으로 남겨야 잊히지 않는다. 특별히 교훈같은 것을 덧붙이지 않아도 된다. 순수한 기록이 기억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저자 이다빈|아트로드 |2020.09.

 

이다빈 -1996[현대경영] ‘한국현대시 30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 동화집 모자선생님으로 문예진흥기금을 받았으며, 시집 문 하나 열면(2016)을 출간했다. [한국문예신문] 발행인으로서 전 세계로 문학기행을 다녀와 작가, 여행(2018)을 써냈다.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냈고, 소소여행:성남테마여행기, 소소여행:고양테마여행기(2019) 소소여행시리즈를 펴내며 일상 여행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25년간 한국문예교육원장으로서 글쓰기 교육에 힘써 왔으며, 청소년들이 글쓰기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을 쓴 말하지 않는 아이들의 속마음(2019)을 출간했다.

 

들어가며 6

 

1장 개항의 물결따라 인천

 

1. 가난에 맺힌 땀방울

현덕남생이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강경애 인간문제

 

허기진 삶의 골목 화평동15

희망의 불씨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20

낙조의 시간 북성포구24

여성노동운동의 뿌리 동일방직30

괭이부리말 만석동35

 

2. 항구에 드리운 낯선 그림자

오정희 중국인거리

 

이방인의 삶 차이나타운43

자유를 잃은 거리 일본 조계지47

 

2장 고립된 섬의 운명 제주

 

1. 여성의 바다

현기영 바람 타는 섬

 

제주의 여신들 영등할망신화공원59

바다의 합창 해녀박물관66

유토피아의 섬 마라도71

 

2. 미군정의 비극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지상에 숟가락 하나

순이 삼촌

해룡이야기

 

피로 물든 관덕정79

끝나지 않은 세월 제주4·3유적지84

역사의 동굴 제주4·3평화공원108

 

3장 거친 삶의 파도 부산

 

1. 눈물 젖은 낙동강

김정한 사하촌

추산당과 곁사람들

모래톱 이야기

 

사찰의 수탈 범어사115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 김정한 생가124

갈대밭의 울음 을숙도127

 

2. 피란수도에 솟아난 생명력

김정한 지옥변

 

1023일간의 소용돌이 임시수도기념거리137

공동묘지 위의 판잣집 아미동 비석문화마을144

피란의 장터 부산의 시장들146

 

4장 격변의 도시 서울

 

1. 도심 속 사람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지식인의 고독 종로 사거리157

서민들의 삶터 청계천167

 

2. 빌딩의 그늘

박태순 무너진 극장

이호철 서울은 만원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무너진 주먹 옛 평화극장177

종삼의 흔적 종로3185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다리191

 

5장 어둠 속의 빛 광주

 

1. 유랑민의 애환

조정래 아리랑

 

독립운동가의 후손 광주 고려인마을203

 

2. 민초들의 저항정신

문순태 낮은 땅의 어머니

임철우 봄날

 

광주의 어머니 소심당 조아라기념관217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 광주제일고223

열흘간의 항쟁 광주5·18유적지226

 

출판사 서평

70년 전에는 6.25전쟁이 일어났고, 60년 전에는 4.19혁명이 일어났다. 50년 전에는 노동운동에 획을 그었던 전태일 분신 항거가 일어났고, 40년 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10년 주기로 일어났다. 2020년 코로나로 또 한 번 대한민국이 크게 흔들렸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변혁기 모습을 잘 담아낸 소설 21편과 함께 5개 대도시의 어두운 역사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1개항의 물결 따라 인천에서는 개항장 주변의 동구 화평동, 만석동과 중구의 개항누리길을 걷는다.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고 인천항을 개항했다. 불평등조약으로 치외법권을 누렸던 외국인들과 대조적으로 조선인들은 일제의 수탈과 핍박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이어나갔다. 새로운 삶을 찾아 인천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화평동과 선상파시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북성포구에서 현덕의 남생이를 만나본다. 만석동에서는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지가 어떻게 변모되었고, 아직 쪽방촌에서 살 수밖에 없는 가난의 대물림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또한 강경애의 인간문제의 현장인 동일방직에서 인간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오정희의 중국인거리속 풍경이 남아 있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양공주로 살아야만 했던 여성의 삶을 마주한다.

 

2고립된 섬의 운명 제주에서는 ‘4.3작가로 알려진 현기영 작가의 소설 속 현장을 찾아간다. 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 일제는 일본 본토 주변의 섬들을 요새화하기 시작했고, 경제 수탈을 본격화했다. 해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던 제주 해녀들은 목숨을 걸고 항일투쟁을 했다. 바람 타는 섬에 등장하는 해녀들이 물질했던 곳을 찾아 제주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또한 순이 삼촌을 비롯한 3편의 소설과 함께 해방 후 미군정기에 일어난 제주4.3사건 유적지를 찾아서 고립된 섬의 운명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3거친 삶의 파도 부산에서는 김정한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간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횡포를 부리는 자들이 많았다. 승려 중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다. ‘낙동강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김정한 작가는 사하촌을 통해 친일 승려들을 고발했다. 사하촌의 배경지인 범어사와 부산의 젖줄 낙동강에서 삶의 터전을 이뤘던 사람들의 수난을 담은 모래톱 이야기의 배경지인 을숙도를 찾아가 변화된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더불어 지옥변에 나오는 1950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모습과 치열했던 피란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아미동을 찾아 부산의 속살을 만나본다.

 

4격변의 도시, 서울에서는 시대별 서울의 변화를 보여주며 도심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통해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고뇌를, 천변풍경에서는 서울 서민층의 생활상을 그려냈다. 박태원의 작품을 따라 종로와 청계천을 거닐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본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군정과 군사정권이 뒤를 이어 암울한 시대는 계속되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19604.19혁명을 일으켰다. 박태순의 무너진 극장에서는 4.19 당시 대학생의 고뇌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의 실제 배경지인 옛 평화극장과 고대생 피습사건의 현장을 찾아 4.19가 우리 역사에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 되새겨본다. 한편 이호철의서울은 만원이다에서는 1960년대 급성장한 사회의 폐해를 보여준다. 소설의 중심무대인 사창가 종삼의 흔적이 있는 서울 중심가의 뒷골목으로 들어가 화려한 빌딩 뒤에 가려진 그늘을 마주하고, 1970년 분신을 통해 열악한 노동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전태일의 흔적까지 따라가 본다.전태일 평전을 써서 전태일을 세상에 알린 조영래 변호사의 이야기와 전태일이 분신까지 하며 지켜내려고 했던 노동자의 삶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동대문 평화시장 속에서 찾아본다.

 

4어둠 속의 빛 광주에서는 고려인마을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현장, 5.18광주민주화운동 유적지를 찾아가 민초들의 저항정신을 기려본다. 1905년에는 을사조약으로 조선이 일본의 손아귀에 놓이자 이에 반발한 의병은 연해주로 넘어가서 항일운동을 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통해 고려인의 삶을 반추해보며 광주에 자리잡고 있는 고려인마을을 찾아간다.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에서는 문순태의 낮은 땅의 어머니의 주인공 조아라의 삶을 알아보면서 1929년에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흔적도 함께 찾아본다. 세월을 건너 뛰어 임철우의 봄날과 함께 19805.18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그날의 흔적은 광주 곳곳에 남아 있다. 생생하게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을 따라 오월길에 있는 유적지를 돌아보며 광주의 참상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파도를 쳤는지 되새겨본다.

어둠 속 역사를 담아낸 21편의 소설과 함께 떠나는 이 여행기를 읽는 동안 독자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밀려가고 무너지고 연대해 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성냥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이 보여서 올라가 보았다. 인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야트막한 산은 소나무가 많아서 송림산 혹은 만수산이라 불렀다. 인천은 우물이 적고 수질이 나빠서 개항 이후 증가한 인구와 선박으로 물 확보가 절실했다. 일제는 수도국을 신설하고 이 산의 꼭대기에 노량진에서 끌어온 물을 저장하는 배수지를 만들었다. ‘수도국산이라는 이름도 이곳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수지를 설치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조선인들은 이곳까지 찾아들었다.--- p.21

 

다랑쉬굴 근처에서 무정세월을 떠도는 혼들의 흐느낌이 들리는 듯했다. 3월인데도 바람이 이렇게 매서운데 한겨울 동굴에 있던 사람들은 그 추위를 어찌 견뎌냈을지 상상하니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토벌대의 총부리에서는 벗어났겠지만 피란생활은 너무나 처절했을 것이다. 겨울철 한라산에는 살을 에는 추위만 있을 뿐 먹을 것이 어디 있었으랴. 종달새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도 동굴 속 사람들은 한라산 아래 대숲의 울음소리만 들었을 것이다.--- p.100

 

산이 많고 평지가 별로 없는 부산은 산비탈을 따라 판잣집을 짓고 피란민촌을 형성했다. 일제강점기 때 불과 28만 명이었던 부산의 인구는 6·25전쟁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피란민들이 몰려들었다. 피란민들이 넘치자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묘지의 비석을 가져다 주춧돌로 삼고 그 위에 미군들의 보급품 상자를 떼어서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p.144

 

시위대에 합류한 소설의 주인공 역시 내재된 인간의 파괴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극장을 부수다가 곧 의식의 혼란을 겪는다. 계엄군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자 발각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긴 밤을 극장에서 웅크린 채 지낸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혁명은 성공한 것이 아닐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이다.--- p.184

 

동상을 만든 임옥상 화가는 전태일을 시장 사람들 속에 섞이게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태일 동상을 지나간다. 동상 주변 바닥에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동판 4천여 장이 깔려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글씨를 밟고 지나갔다. 임옥상 화가의 의도는 전태일을 일상에서 만나게 하고, 발길로 갈고 닦아서 빛나게 하는 것이었는데 전태일의 정신은 계승되고 있는 걸까.--- p.194

 

5·18 최후의 항쟁지 전남도청으로 올라가보았다. 2층 창가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이곳에서 민주주의 불꽃을 애타게 기다렸을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붉은 오월은 떠나갔고 하늘은 푸르렀다. 벌써 40년이 흘렀다. 5·18 영령들은 광주를 떠나갔을까. --- p.233

 

청춘, 아픈 과거를 걷다 한국의 다크 투어리즘 저자 최정규|학고방 |2021.0

 

추천사 한신 청춘들의 역사 탐구에 박수를!5

머리말 모든 역사에는 아픔의 순간들이 존재한다6

 

1부 서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오르다(송유림_한중문화콘텐츠학과)

4.19혁명에서 6.29 민주화선언까지17

경찰의 폭력에 맞서 싸우다 서울역 광장18

조작된 사건, 억울한 죽음 국가안전기획부 옛터20

자욱한 최루가스 속에 지켜낸 민주주의 충무로역23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 향린교회24

시민들이 모여 민주화를 외치다 명동성당25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 서울광장26

미국에게 사과를 요구하다 옛 미국문화원27

6월 민주항쟁의 첫걸음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27

가깝지만 몰랐던 끔찍한 고문의 역사 민주인권기념관28

민주열사들의 쉼터 모란공원묘지30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받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32

한열이를 살려내라, 6월 민주항쟁의 기록 이한열기념관35

진정한 인권운동가 함석헌기념관36

민주주의는 민중의 부활이다 문익환 가옥(통일의 집)38

비참하고 끔찍한 노동환경과 맞서다 전태일 기념관40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품고 있는 서울(장혜민_한중문화콘텐츠학과)

일제강점기 국권 피탈의 흔적 남산 45

이름에 담긴 슬픈 역사 덕수궁 49

을사늑약 강제체결의 아픔이 남다 덕수궁 중명전51

명성황후의 마지막을 함께하다 경복궁 건청궁53

일제강점기 고통의 한이 서리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54

가슴 아픈 위안부 이야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57

또 다른 서울 여행_추가 탐방지 돈의문박물관마을59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 4.19혁명(이선우_중국어문화학부)

이승만 독재정권의 시작63

부정선거에 맞선 영웅들 마산 국립3.15민주묘지66

이승만의 업적만이 기록된 곳 이화장68

학생들의 평화 시위, 독재세력의 무력 진압 서울시의회70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국립4.19민주묘지73

또 다른 종로구 여행_추가 탐방지 이화벽화마을76

 

2부 전라도

 

일제강점기 군산의 다른 이름은 수탈이었다(양은미_문예창작학과)

군산에 남은 일제 자취를 따라가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81

군산 수탈의 서막을 열다 군산근대미술관 83

조선과 일본의 동화를 꾀하다 동국사(옛 금강사)88

일본 제과 문화가 스며들다 이성당(옛 이즈모야 제과점) 91

수탈의 구렁텅이로 빠지다 부잔교, 해망굴93

연이은 수탈로 희생을 낳다 군산근대건축관96

군산은 수탈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99

 

오월의 광주를 되새기며(이수현_중국학과)

박정희 독재정권부터 민주정부 수립까지101

항쟁의 시작지 전남대107

그날의 기록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111

245개의 총탄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전일빌딩245113

붉게 물든 최후의 항쟁지 전남도청116

한 많은 영혼을 달래며 국립5.18민주묘지, 망월동 구묘지119

광주의 오월을 위로하며123

 

각자의 세상이 우리의 세상이 되다_동학농민운동(정읍?전주)(김홍주_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동학농민운동의 시작 만석보125

같은 마음, 같은 곳으로 향하는 농민들 고부관아?향교128

동학농민운동 속 인물 전봉준 고택과 단소130

정읍에서의 마지막 발걸음 백정기의사기념관, 동학농민운동기념관, 황토현전적지132

전주한옥마을에서 동학농민운동을 찾다 동학혁명기념관137

동학농민군 전주로의 진군 완산칠봉138

호남의 심장 전주성을 향하다 풍남문140

또 다른 전주 여행_추가 탐방지 1 전주 남부시장141

또 다른 전주 여행_추가 탐방지 2 한국 도로공사 전주 수목원143

또 다른 전주 여행_추가 탐방지 3 오성한옥마을: BTS 썸머패키지 촬영지144

정읍과 전주 여행을 서울에서 마무리하다146

 

3부 제주도

 

제주도, 아픔을 딛고 빛으로 나아가다(양지우_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차수민_국제관계학부)

독립을 향해 뜨거웠던 제주도 제주항일기념관151

힘겨웠던 강제 노역의 흔적 알뜨르 비행장155

제주4.3사건을 넘어 평화를 기약하다 제주4.3평화공원158

제주4.3사건의 시작 그리고 미래 제주4.3평화기념관161

동족 학살의 아픔을 기억하다(1) 너븐숭이4.3기념관164

동족 학살의 아픔을 기억하다(2) 섯알오름 168

평생 무명천과 함께였던 그녀의 삶 진아영 할머니 삶터170

삶과 죽음이 공존했던 동굴 목시물굴173

평화결렬의 발단 연미마을175

붉은 피로 물들었던 한모살 표선해수욕장176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아픈 역사 다랑쉬 오름178

살아남은 자들의 터전 낙선동 4.3179

 

4부 경상도

 

지워야 할 잔재인가, 지켜야 할 유산인가(박기정_중국어문화학부)

스스로 부숴야 했던 선조의 땀 경주읍성 185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비극 서경사187

또 다른 경주 여행_추가 탐방지 1 황리단길190

또 다른 경주 여행_추가 탐방지 2 동궁과 월지191

일제의 흔적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193

 

5부 인천

 

교동도와 개항장(박민지_한중문화콘텐츠학과)

실향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들다 대룡시장201

갈 수 없는 고향 땅을 바라보다 망향대205

조선인 수탈의 아픔이 담기다 개항장거리206

또 다른 인천 여행_추가 탐방지 1 강화 파머스 마켓211

또 다른 인천 여행_추가 탐방지 2 카페 팟알212

 

아물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상처, 강화도(김민기_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평탄치 않은 역사를 간직한 섬, 강화도215

아는 만큼 보인다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전쟁박물관216

강화도의 중요한 진과 보 광성보와 덕진진219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알리는 강화도조약 초지진224

침략과 약탈의 역사 외규장각 서적과 고려궁지225

또 다른 강화여행_추가 탐방지 1 강화성당, 용흥궁, 강화향교227

또 다른 강화여행_추가 탐방지 2 강화도 풍물시장과 인삼 농협229

또 다른 강화여행_추가 탐방지 3 조양방직230

강화도 여행을 깊이 있게 하려면231

다크투어와 힐링이 함께하는 여행233

 

6부 경기도

 

파주, 비극에서 평화로 바뀌는 시대를 걸어가다(홍지율_한중문화콘텐츠학과)

울려 퍼지는 상념의 노래 망배단과 망향의 노래비238

철조망 너머의 풍경 자유의다리239

철마는 달리고 싶다 장단역 증기기관차242

평화로 이어지는 다리 독개다리244

DMZ, 평화가 닿는 곳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246

평화의 바람이 부는 곳 임진각 평화누리공원249

잃어버린 우리네를 찾아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250

전쟁의 희생자들 북한군?중국군 묘지254

작지만 옹골찬 집 평화를 품은 집255

또 다른 파주 여행_추가 탐방지 효순?미선 추모공원259

 

7부 충청도

 

당연하지 않은 희생으로 얻어낸 당연한 자유(이은정_중국어문화학과)

열두 제자의 시선 황새바위순교성지263

하늘에 닿은 기도 순교성지갈매못265

조선의 카타콤바 신리성지267

따뜻한 어머니의 성지 당고개순교성지270

현재를 살아가는 기억 서소문역사공원272

 

노근리의 억울한 비명이 세상에 알려지다(나현아_한중문화콘텐츠학과)

죽은 자는 있어도 죽인 자는 없는 비극277

인권과 평화의 메카 노근리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279

민간인 학살의 현장 쌍굴다리280

또 다른 영동 여행_추가 탐방지 1 와인터널285

또 다른 영동 여행_추가 탐방지 2 송호국민관광지285

또 다른 영동 여행_추가 탐방지 3 월류봉286

 

저자후기

 

다크 투어 / 저자 김민주|영인미디어 |2017.04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다

 

저자 김민주는 마케팅 컨설팅사인 리드앤리더의 대표로, 지자체와 정부, 기업, NGO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강의를 많이 해왔다. 실수이든, 의도적이든 인간이 저지른 어두운 역사의 흔적을 환한 햇빛과 따뜻한 햇볕에 노출시켜 보다 많은 사람이 알고, 공감하고, 교훈을 얻게 하려고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을 쓴다는 핑계로 많은 곳을 여행했고, 많은 자료를 조사했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은행과 SK그룹에서 근무했다. 다른 저서로 <시티노믹스>, <하인리히 법칙>, <북유럽 이야기>, <자본주의 이야기>가 있다.

 

프롤로그

I. 왜 이제 다크 투어인가?

1. 다크 투어란 무엇인가?

2. 다크 투어의 여러 유형

3. 다크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

II. 다크 투어의 유형

1. 대학살 투어

2. 암살 투어

3. 전쟁 투어

4. 감옥 투어

5. 묘지 투어

6. 슬럼 투어

7. 유배 투어

8. 표류 투어

III. 아시아의 다크 투어

1. 다크 투어 크루즈, 피스앤그린보트와 일본

2. 한국인의 애환이 서린 극동러시아

3. 식민지와 격전지였던 베트남

4. 험난한 산악지대에서 투쟁으로 조국을 지켜낸 네팔

IV. 서울의 다크 투어

1. 한양 종묘사직의 길

2. 대한 제국의 길

3. 서울 남촌의 길

4. 서울 서대문의 길

5. 서울 용산의 길

V. 한국의 다크 투어

1. 청일전쟁의 시발점인 풍도

2. 한국전쟁의 진행형, DMZ

3. 군산시의 원도심

4. 대한민국 대통령의 길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다크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

역사에 접근하는 재미 때문이다

 

다크(dark)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다크 초콜릿? 그러면 다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브라이트(bright)이다. 빛이 많아지면 브라이트이고, 빛이 줄어들면 다크다. 어떤 색상이든 빛을 완전히 제거하면 모두 블랙이 된다. 빛과 그림자처럼 모든 현상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인간의 화려한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그랜드 투어라면, 인간의 어두운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다크 투어다.

 

다크 투어는 인간이 저지른 과거의 어두운 현장을 찾아가서 오늘에 되살려보는 시공간 여행이다. 다크 투어(dark tour)라는 용어는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대학의 말콤 폴리(Malcolm Foley)와 존 레넌(John Lennon)1996년 논문 ‘JFK and Dark Tourism’에 처음 등장한 이후 다크 투어가 점차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다크 투어는 전쟁이나 테러, 인종말살, 인적 재난, 자연 재해처럼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관광객들이 목격하고 자기반성을 통해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사실, 비극적인 현장을 관광지로 만드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상업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되새김하여 역사 현장을 체험함으로써 역사의 감추어진 진실을 알고, 널리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지자체, 여행자 모두에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이 책은 다크 투어의 중요성을 과거를 되새김하여 역사에 접근하는 재미에서 찾는다. 무엇보다 TV와 인터넷 등 미디어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잊혀진 현장 발굴, 보존 재생도 늘어나 역사 콘텐츠의 접근성이 좋아져 사람들은 역사 현장에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인간의 이기심과 증오로 인한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더 이상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과 자식을 교육하려는 욕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다크 투어의 이런 자아교육, 사회교육 역할에 주목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다크 투어사례들을 유형별로 모아 시공간에 걸쳐 깊이 있게 통찰한다.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저자 아즈마 히로키 외 |역자 양지연|마티 |2015.03

원제思想地圖BETA VOL.4-1

 

한국어판 서문

서문: 여행을 시작하며

체르노빌 기초정보

 

[1부 관광]

체르노빌에 가다

존을 걷다

기억을 남기다

비극을 전시하다

단어 속의 체르노빌

체르노빌에서 세계로

사고 이전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을 찍다

 

[2부 취재]

체르노빌에서 생각하다

우크라이나인에게 묻다

계몽을 위한 관광1

계몽을 위한 관광2

정보 오염에 저항하기 위해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진실을 전하다

때를 놓치고 말았다

존에서 살다

존을 측정하다

일상 속 체르노빌

체르노빌이 후쿠시마에게

 

[더불어 읽기]

가상 세계 속 체르노빌

체르노빌을 즐기다

체르노빌을 들여다보다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20113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독일은 탈핵을 선언했고 일본도 원전을 멈췄지만, 무역적자가 계속되자 재가동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탈핵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전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지난 2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의 수명이 끝나지만, 폐로 경험이 없어 해외 기술인력 수입이 불가피하다.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과 폐기물 처리 문제까지 헤아리면, 가동 중인 23기의 원자로 외에 5기를 더 짓는다는 계획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다룬 책은 이미 많이 출간돼 있다. 원전사고의 원인이나 진상을 밝히는 책, 핵 발전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 주를 이룬다.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는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본다는 취지에서 구성된, 지금껏 유례가 없는 원자력 발전 관련서이다. 생생한 현장 보고서이자 친절한 여행 가이드로 구성된 이 책과 함께 후쿠시마와 한국, 나아가 전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여정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의 구성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관광편으로 취재진이 실제로 체험한 12일의 출입금지구역 투어 내용을 실었다(‘존을 걷다’). 키예프에 있는 체르노빌박물관과 쑥의 별 공원도 함께 소개한다(‘기억을 남기다’ ‘비극을 전시하다’). 2부는 취재편이다. 출입금지구역청 부장관, 체르노빌박물관 부관장, 작가, 비영리단체 대표, 여행사 대표, 박물관 디자이너, 자발적 귀향자 등 다양한 입장의 현지인들을 만나 관광지로 바뀌는 체르노빌의 현황과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우크라이나인에게 묻다’).

취재를 맡은 쓰다 다이스케는 유명한 저널리스트이고 가이누마 히로시는 포스트 3?11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현장에서 조사해왔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심도 있는 고찰도 함께 실었다(‘체르노빌에서 생각하다’ ‘체르노빌이 후쿠시마에게’). 주목받는 사진작가 신쓰보 겐슈도 취재에 동행했다. 이 책의 중간 지점에는 신쓰보 겐슈가 찍은 곳곳의 사진이 화보로 구성되어 있는데, 취재 때 측정한 방사선량 데이터를 함께 게재했다(‘체르노빌을 찍다’ ‘존을 측정하다’).

이밖에도 관광학자, 러시아 문학연구가, 러시아?구소련 연구자, 영상작가, 작가가 쓴 다양한 칼럼을 실어 다크 투어리즘과 체르노빌의 현실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체르노빌에서 세계로’ ‘사고 이전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의 우크라이나’ ‘존을 측정하다’ ‘가상 세계 속 체르노빌’). 책의 말미에는 체르노빌을 소재로 한 게임, 영화, , 연극, 논문, 웹사이트의 소개를 덧붙였다(‘체르노빌을 즐기다’ ‘체르노빌을 들여다보다’).

 

체르노빌은 유령도시가 아니다

1986426일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3개국에 방사성물질을 뿌렸다. 원전사고는 소련 붕괴를 앞당겼고 독립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원전이라는 큰 짐을 지는 동시에, 에너지 자립을 위해 체르노빌 원전 3호기를 2000년까지 가동했다. 이때까지도 신석관 건설 기금은 채워지지 않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지원금이 쏟아져 나왔고 20124월 건설에 착공했다. 건설비는 약 154,000만 유로(2900억 원)로 추정된다.

체르노빌 원전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전력 시설이다. 2000년에 원자력 발전은 멈췄지만, 우크라이나 서쪽 지역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동쪽과 키예프로 보내는 송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 2,800명의 노동자가 버스로 출퇴근하며 사고 처리(폐로 작업)와 송전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원전 사고 유적지

체르노빌 존(출입금지구역) 투어는 언론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형태가 NGO와 비영리단체가 주최하는 비공식투어로 확대되었다가, 정부가 문호를 개방한 2011년 본격화됐다. 현재 정부에 출입신청을 한 여행사는 약 20곳이며 그중 5곳이 전체 방문객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당일 투어 표준 요금은 1인당 150달러 정도다.

지정된 여행사에 신청만 하면 누구라도 버려진 도시를 걷고 사고가 일어난 4호기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집필과 편집을 맡은 아즈마 히로키는 이 책의 기획의도로 관광지가 되어가는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 지역의 미래를 구상하고, 사고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광의 형태라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현장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달걀 편에 서는 여행

직역하면 어두운 관광이 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비극의 역사 현장을 찾는 여행이다. 전쟁·재해와 같은 인류의 아픈 족적을 더듬어 죽은 자를 추모하고 지역의 슬픔을 공유하는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캄보디아 프놈펜 학살박물관,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제주 4?3평화기념관 등 전 세계 곳곳에 있다.

이 책에서 관광학자 이데 아키라는 자신이 방문했던 다크 투어리즘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그는 2009년 예루살렘상을 받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을 비판하며,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항상 달걀 편에 서고 싶다고 말한 소감을 인용하며, 다크 투어리즘이 바로 달걀 편에 서서 참담함을 공감하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통해 지역 사람들이 치유의 힘을 얻고 슬픔이 전파되며, 이로써 시대와 지역을 넘는 구조적인 연결고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99)

 

비극을 전시하는 이유

1954년 원폭 돔을 상징으로 설계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 완공되자, ‘원폭 투하의 참사가 떠오르니 없애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존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유지해오다가 1960년대 들어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었다. 이때 한 살 때 피폭당해 열다섯 살에 백혈병으로 죽은 한 소녀의 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 보기만 해도 괴롭고 아픈 산업장려관(투하 당시의 원폭 돔 시설 명칭)만이 오래오래 남아 무시무시한 원폭의 고통을 후세에게 전해주겠지.” 평화운동가 가와모토 이치로가 중심이 되어 보존 운동이 시작되었고 1966년 히로시마의회는 원폭 돔을 영구보존하기로 결의했다.(160)

박물관과 같은 아카이브로 비극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쓰다 다이스케는 유형의 형태로 남기지 않으면 비극의 기억이 옅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체르노빌박물관의 시초는 사고 다음 해인 1987년 사고처리작업을 하다 사망한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상설 사진전시 공간이었다. 사고 다음 해부터 자료를 수집해서 빠른 시간 내에 박물관을 개관했기 때문에 다양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2011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류의 비극을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바꾸자고 했지만 곧바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백지화 됐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몇 년 늦게 일어났더라면 체르노빌박물관은 우크라이나 비극박물관으로 바뀌고 귀중한 자료가 흩어지거나 사라졌을지 모른다.(160, 196, 202)

 

우크라이나인에게 묻다

취재진은 우크라이나인 8명의 인터뷰와 담화를 통해 후쿠시마 관광지화 계획을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돌아본다.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관광객의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닌가’, ‘구경거리가 될 원전 노동자의 기분을 생각해라’, ‘아직 사고 수습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이르다는 비판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출입금지구역청 부장관인 드미트리 보블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방사선량과 핫 스팟을 철저히 파악해서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면 문제가 없다’ ‘체르노빌에서는 그런 반발이 없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을 누군가 봐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170, 229)

체르노빌박물관 부관장인 안나 콜로레브스카는 누가 이 버튼을 눌렀는가가 아니라 왜 그 사람이 이 버튼을 눌렀는지, 원전 노동자가 테스트를 하면서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출력을 올리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202) 비영리단체 프리피야트 닷컴의 대표이자 유소년 시절을 프리피야트에서 보낸 알렉산더 시로타는 보존 운동을 10년 전에 시작했더라면 프리피야트를 남길 수 있었겠지만 때를 놓치고 말았다. 후쿠시마는 보존 운동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217)

 

불과 4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지만,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원전 신화는 유효해 보인다. 원자력의 경제 효과는 막대하지만 재해 규모는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도 추측에 머물러 있고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하다. 피해지역과 사고당사자들이 겪는 차별과 고통은 잠재적이고 개별적이다. 보상과 복원에는 비용뿐 아니라 환산할 수 없는 시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정치가 개입되고 각자의 이데올로기까지 얽힌다. 현재 공사 중인 체르노빌 원전을 감싸는 신석관의 사용 가능 햇수는 100년 정도이다. 신석관 안에서 폐로 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남아 있는 2,000톤의 핵연료를 추려내는 기술은 현재 없다. 2013년 일본은 도카이발전소의 원자로 해체를 2009년에 이어 또다시 5년 늦추기로 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현재 38만 드럼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공존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을 추진해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는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 아니다. 원전사고 지역은 어떻게 변했으며, 사고의 기억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사고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취재한 리포트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기억을 어떻게 미래에 계승할까. ‘잊지 말자고 당부하는 것 외에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 질문들에 있다.

 

사르트르와 폭력 : 저자 변광배|그린비 |2020.11.20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에 나타난 폭력의 얼굴들

 

변광배-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III 대학에서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대우교수를 역임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프랑스연구모임 시지프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읽기, 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카페 사르트르(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르트르 평전,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 어린 왕자, 카르멘,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 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 레비나스 평전(공역) 등과 오토픽션의 이론: 기원과 변천 및 글쓰기 전략, 앙가주망에서 소수문학으로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목차

서론 11

1. 문제의 제기 11 | 2. 라 로셸에서의 체류 14 | 3. 의사소통적 윤리모델 22 | 4. 방법론과 구성 38

 

1부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본 폭력의 기원과 정의 43

 

1_폭력의 기원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 46

 

이 되고자 하는 욕망 46

백지 상태로서의 인간 46 | ‘이 되고자 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 47

 

타자, 존재의 제3영역 54

시선 54 | 타자의 상반된 지위 57

 

타자와의 구체적 관계들 66

1태도와 사랑, 언어, 마조히즘 66 | 2태도와 무관심, 성적 욕망, 사디즘, 증오 79

 

2_폭력의 기원에 대한 인간학적 관점 100

 

욕구에서 폭력으로 100

욕구에서 실천으로 100 | 다수의 인간들과 희소성 108

 

실천적-타성태: 가공된 물질의 ()실천적특징 114

가공된 물질과 물질적 인간의 사회성 114 | 물질적 인간과 가공된 물질과의 관계 118 | ‘계급-존재의 물질성 127

 

집렬체: 실천적-타성태의 일상성 133

버스 승객들의 예 133 | 직접적 군집과 간접적 군집 140 | 계급의 이중 지위 153

 

집렬체에서 융화집단으로 162

묵시록적 순간 162 | 이중의 매개 173 | 공포, 희망, 자유 및 폭력 179

 

융화집단에서 서약집단으로 185

서약 185 | 공포와 형제애 193

 

조직화된 집단과 제도화된 집단 200

서약집단에서 조직화된 집단으로 200 | 조직화된 집단에서 제도화된 집단으로 204

 

3_폭력에 대한 사르트르의 정의 226

 

폭력에 대한 정의의 일반 문제 226

난점들 226

 

폭력의 기본 구성요소들 233

폭력의 일차적 의미 233 | 폭력의 네 가지 구성요소 234

 

폭력에 대한 다양한 정의 251

정의들 251 | 사르트르의 정의 258

 

2부 팡데모니움 또는 악의 소굴: 폭력이 난무하는 사르트르의 문학 세계 263

 

1_타자에 대한 폭력 266

 

낙태 또는 생명 선택의 권리 266

낙태방지법 266 | 불발로 끝난 낙태 271 | 기존폭력에 대한 폭력 311

 

억압적인 아버지들 317

아버지의 상반된 지위 317 | 그 아버지의 그 자식() 322 | 2의 아버지 421

 

시선에 의한 객체화와 절도 439

시선에 의한 객체화 439 | 절도 465

 

사디즘 476

빗나간 사디즘 476 | 성적 사디즘 483 | 불발로 끝난 사디즘 490

 

살인 517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살인 517 | 오레스테스의 살인 521

 

2_자기에 대한 폭력 542

 

마조히즘 542

존재론적 힘의 불균형 542 | 마조히즘의 사례들 544

 

자살적 타살 567

공포와 동지애 567 | 소르비에의 강요된 자살 568 | 프랑수아의 죽음 573 | 자살적 타살의 또 다른 경우 588

 

3부 폭력에 대한 대안: 의사소통적 윤리모델로서의작가-독자관계 599

 

쓰기 행위 또는 대항폭력 602

순수폭력에 대한 두 가지 대안 602 | 상호보완적 경쟁관계 606

 

작가와 독자의 공동 행진을 향하여 609

쓰기 행위의 동기 609 | 이중의 환원: ‘-가짐가짐-있음’ 618

 

작가와 독자의 공동 행진 632

작가의 불가능한 구원 632 | 쓰기 행위와 읽기 행위의 결합 640 | 독자의 자유에 대한 호소로서의 쓰기 행위 651

 

결론 677

저자 후기 693

참고문헌 699

 

출판사 서평

 

자유의 철학자는 왜 폭력의 철학자가 되었는가?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든 철학자 사르트르, 자유의 철학자라 불리는 그에게 폭력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사르트르와 폭력은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르트르의 철학 사상과 문학세계 전반을 탐사한다. 사르트르가 낯선 독자들에게는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사르트르의 사유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사르트르와 젊은 시절을 함께한 독자들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폭력의 철학자 사르트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르트르가 정의하는 폭력의 기원,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에 담긴 폭력에 대한 분석, 사르트르의 글쓰기 이론에서 찾는 대안 모색 등이 그것이다. 폭력의 기원 문제는 사르트르의 전기와 후기 사상을 대표하는 존재와 무변증법적 이성비판을 통해 조망된다. 두 권의 저서를 통해 각각 폭력의 기원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과 인간학적 관점이 검토된다. 다음으로 사르트르의 소설과 극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폭력 현상이 분석된다. 여기서 폭력은 그것이 행사되는 방향에 따라 타자에 대한 폭력과 자기에 대한 폭력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폭력에 대한 대안으로 언어적 대항폭력, 글쓰기-문학이 제시된다. 사르트르는 이따금 폭력에 대한 대안으로 폭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인간들의 완벽한 상호주체성에 입각한 비폭력적 대안을 목표로 하며, 이는 작가-독자의 관계가 바탕이 되고 미학과 윤리가 결합한 의사소통적 윤리 모델로 이어진다.

 

나를 사물로 만드는 누군가의 시선,

타인이라는 지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단편 의 주인공 파블로는 감옥 안에서 시선의 폭력을 경험한다. 동료인 톰, 후안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감옥을 방문한 의사에 의해 철저히 객체화된다. 의사는 그들을 응시하고, 그들의 신체를 검사하고, 그들의 상태를 수첩에 기록하면서 파블로와 동료들을 하나의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 파블로는 자신을 향한 시선에 저항하려 하지만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그의 몸은 이미 의사의 공격에 노출된 상태다.

 

이처럼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에는 시선에 대한 언급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타인은 나를 바라보는 자이고, 타인이 지옥인 이유도 시선을 통해 나를 객체화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도자의 유년 시절의 뤼시앵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베르제르를 증오하고, 무덤 없는 주검의 대독협력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알고 있는 마키단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이처럼 타인을 제거하려는 인물들조차도 타인이 갖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타인이 죽음 속으로 사라질지언정 나를 바라본 타인의 시선은 영원히 비밀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존재실현을 위해 타인의 시선을 갈망하기도 한다. 사물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반면에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인식하는 존재이다. ‘나에 대한 인식나라는 존재 자체가 불일치할 때 인간은 실존의 불안을 겪는다. 여기서 나의 존재를 보증해 줄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 알토나의 유폐자들의 요한나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시절이 끝나자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다. 철들 무렵의 다니엘은 자신을 악인으로 여기며,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타인의 평가를 일치시키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타자는 나를 사물로 만드는 지옥인 동시에 나의 존재근거를 담보해 줄 수 있는 보증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우리의 인간관계가 이러한 타자의 상반된 지위로부터 출발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서로를 객체화시키는 시선이 아닌 서로의 자유가 인정받는 방식으로 각자의 존재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집단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맹세,

여러분이 나를 살해하는 걸 허락합니다

 

무덤 없는 주검에서 감옥에 갇힌 마키단원들은 리더인 장이 숨은 곳을 발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대독협력자들이 가하는 온갖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원 중 한 사람이 장의 위치를 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그들은 혼란에 빠진다. 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일원 중 한 명을 제거해야 하는가?

 

사르트르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서약이라고 말한다. 내가 집단을 배신한다면 나를 살해해도 좋다는 서약, 그러나 반대로 당신이 집단을 배신한다면 우리가 당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서약은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공포와 폭력에 해당한다. 이렇듯 사르트르는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결국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에 주목한다. 앞서 살펴본 무덤 없는 주검에서 마키단원들은 대독협력자들이라는 적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용인한다. 더러운 손의 위고는 당의 미래를 위해 당의 서기인 외드레르를 암살하려 한다. 그리고 당에게 버림받은 이후에는 당의 존속을 위해 자신의 범죄동기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집단 내의 공포와 폭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다. 공동의 목표와 신뢰가 없는 개인들은 경쟁에 지배당하는 집렬체에 불과하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유대감도 없으며, 외부의 압제와 공격에도 무기력하다. 결국 그들은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 파리 떼의 아르고스 주민들은 죄책감을 잊기 위해 죽은 자들의 축제를 벌인다. 이 축제는 르네 지라르가 이야기한 희생제의의 성격을 띠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거대한 공포를 안겨 준다. 사르트르는 이런 폭력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완벽한 의사소통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성원은 자유의지를 통해 서약을 함으로써, 집단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를 일치시킨다. 나를 살해하는 타자의 행동은 곧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려 했던 나의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독자의 관계에서 찾아낸 소통의 윤리

그렇다면 폭력이 없는 상호인정과 의사소통은 불가능한가? 폭력은 오로지 대항폭력으로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사르트르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서 폭력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 작가에게 쓰기 행위란 자신과 세계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즉 작가의 쓰기 행위는 그의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한편 독자는 독서 행위를 통해 작가의 작품에 객체성을 부여한다. 이는 작가의 존재근거를 마련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독자의 역할은 작가의 의도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작가의 쓰기 행위가 독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는 작가의 작품에서 그 자신의 이미지와 그가 속한 집단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하며, 작품의 탄생이라는 공동 과업에 참여한다. 사르트르가 의도했던 완벽한 상호주체성이 출현하는 순간이다.

 

사르트르에게 있어 폭력의 문제는 서로의 존재근거를 확보하는 문제이자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는 문제였다. 개인의 자유가 사라진 상태, 혹은 의사소통이 차단된 상태가 곧 폭력이 지배하는 상태라는 걸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론이다. ‘폭력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들었던 철학자, 소설가, 극작가 사르트르의 저서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내가 타자를 살해하면서 그의 자유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가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게다가 내가 타자에 의해 응시당하면서 나의 존재에서 소외를 경험했다면, 설사 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그에게 한번 존재했던 모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나의 대타존재는 만회 불가능한 차원에 속하게 된다. 타자는 자신의 죽음과 더불어 나의 존재에 관련된 비밀의 열쇠를 무덤 속으로 가져가고, 따라서 현재와 미래에서 나를 수정 불가능한 객체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내가 타자에게 존재했던 모습은, 타자의 완전한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그의 자유에 의해 감염되어있으며, 나는 결코 이것을 떨쳐 버릴 수 없다.--- p.96

 

프란츠의 미래는 이처럼 출생 이전부터 결정되어 있다. 아버지는 그에게 벌써 이름, 임무, 성격, 운명을 마련해 준 것이다. 한마디로 프란츠는 아버지에 의해 지도자가 되게끔 선택되었다. 프란츠는 아버지의 삶을 반복해야 할 위임장을 받은 것이다. 프란츠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한다면,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주 끔찍한 명령을 내리는 기계가 될 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프란츠를 그 자신의 대의명분, 운명으로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만다. 곧 보겠지만 그들의 최종 선택은 동반 자살이다. 두 사람은 함께 레니의 포르셰를 타고 함부르크로 가는 길에 위치한 토이펠스브뤼케강으로 뛰어들고 만다.--- p.363~364

 

사르트르에게서 출생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우연적 사실에 속한다. 하지만 인간의 출생이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가능성의 출현이라면, 죽음은 자기비판과 자기변신 능력의 완전한 사라짐이다. 인간이 살아 있다면 그의 삶은 유예 상태에 있게 된다. 항상 미결정이고, 따라서 오랜 기다림이다. 하지만 죽음과 더불어 그는 외부를 가지면서 객체로 굳어지게 된다. 그의 삶은 완전히 닫히게 된다. 죽으면서 그는 자기 뒤에 그 자신이었던 모든 것을 남기게 된다.

--- p.516

 

샤를은 서서 지내는 자들의 부주의로 인해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큰 고초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리적 현상 때문이었다. 샤를은 다른 환자들, 특히 여성 환자들과 같은 칸에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그는 자기 주위에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들 앞에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변기를 달라고 하지 않고 끝까지 참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끝까지 견딜 수 있을까? --- p.564

'세상과 어울리기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 듦-유한성의 발견  (0) 2021.07.04
구멍가계 이야기  (0) 2021.07.02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0) 2021.06.16
돌봄 선언  (0) 2021.06.10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0)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