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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by 이성근 2021. 6. 16.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저자 토마 피케티|역자 이민주|은행나무 |2021.0

Vivement le socialisme! / Time for Socialism: Dispatches from a World on Fire, 2016-2021

 

저자 :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교 및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부의 재분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을 지냈다. 지난 250년간 부의 집중과 재분배,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해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 경제학계의 찬사를 받으며 ‘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렸다. 2013년에는 유럽 경제 연구에 탁월한 기여를 한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이리외 얀손 상을 받았다. 대표저서로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 피케티의 자본론, 불평등 경제,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공저) 등이 있다.

 

 

사회주의, 시급하다!_ 20209

1장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하여 2016~2017

힐러리, 애플 그리고 우리들_ 2016913

IMF와 불평등 그리고 경제연구_ 2016920

프랑스 우파와 유럽 예산편성 기준_ 20161018

남녀간 임금 격차는 19퍼센트인가, 64퍼센트인가?_ 2016117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하여_ 20161115

기본소득인가, 정당한 임금지급인가?_ 20161213

앤서니 B. 앳킨슨교수를 추모하며_ 201713

프랑스와 독일의 생산성에 대하여_ 201715

포퓰리즘 만세!_ 2017117

민주적인 유로존 정부 구성을 위해_ 201721

중국 내 불평등에 대해_ 2017214

유로존 의회는 어떤 형태를 갖출 것인가?_ 201739

공공자본, 민간자본_ 2017314

2장 어떠한 개혁이 필요한가? 2017~2018

프랑스의 불평등에 대하여_ 2017418

프랑스에는 어떠한 개혁이 필요한가?_ 2017516

레이건의 10제곱_ 2017613

LRM 의원들이여, 결단력을 보여라!_ 2017620

CICE라는 코미디_ 2017711

자본의 법칙 다시 생각하기_ 2017912

부유세 폐지는 역사에 남을 실수_ 20171010

2018년 예산, 청년을 희생시키다_ 20171012

카탈루냐 신드롬_ 20171114

같은 편에 선 트럼프와 마크롱_ 20171212

유럽의 해, 2018_ 2018116

파르쿠르쉽,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_ 2018213

유럽 연합 내의 연합을 위해_ 2018313

러시아에서의 자본이란?_ 2018410

685월과 불평등_ 201858

사회이전을 위한 연합이라는 착각_ 2018612

유럽, 이민자들 그리고 무역_ 2018710

이탈리아의 악몽, 사회 토착주의_ 2018911

브라질, 위협받는 제1공화국_ 20181016

르몽드와 억만장자들_ 20181113

3장 사랑한다면 이제 바꿔야 할 때다_ 2018~2021

유럽 민주화를 위한 선언문_ 20181210

노란조끼와 조세정의_ 20181211

1789, 부채의 귀환_ 2019115

미국의 부유세_ 2019212

유럽을 사랑한다면 바꿀 때다_ 2019312

인도의 기본소득 공약_ 2019416

유럽의 계급 분열_ 2019514

중도파 환경주의라는 착각_ 2019611

통화공급이 우리를 구할 것인가?_ 201979

공정한 퇴직 연금이란 무엇인가?_ 2019910

순환 경제를 옹호하며_ 20191015

경제정의를 통해 정체성 갈등에서 벗어나자_ 20191112

다양한 방식의 보편연금제가 가능하다_ 20191210

환경문제에 이어 불평등에 대한 현실부정_ 2020114

국가자유주의에 맞서는 사회적 연방주의_ 2020211

유럽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둘도 없는 기회_ 2020221

미국 민주주의의 구원타자 샌더스_ 2020310

최악의 사태 피하기_ 2020414

녹색화폐의 시대_ 2020512

인종주의에 맞서다, 역사를 바로 세우다_ 2020616

국제주의의 재건_ 2020714

코로나 시대 부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_ 20201013

전 세계 불평등 현황 - 우리는 어디에 와있나?_ 20201117

미국의 우상이 몰락하다_ 2021112

차별에 맞서 싸우기, 인종주의 측정하기_ 2021321

 

출판사 서평

극한으로 치닫는 소득분배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세계 곳곳의 정체성 갈등과 코로나 시대의 대규모 공공부채에 이르기까지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를 구원할 피케티의 혁신적 대안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는 반드시 몰락한다!”

지속가능성·조세정의·노동가치를 위한 피케티의 긴급 제안

 

· 양극화된 자산과 권력이 순환할 수 있게 하는 부유세 확대

· 성별·계층·인종 등 차별과 혐오를 넘어 공정한 사회 만드는 경제정의

· 코로나가 재촉한 대규모 공공부채 해결법과 사회보장제도 실현

2021, 피케티는 왜 사회주의를 말하는가?

피케티는 사회주의 시급하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을 통해 동명의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그저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데 그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체제에 찬성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할 경제체계를 일컫는 말로

사회주의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왜 변화가 충분히,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속도로 일어나지 않는가? 피케티는 그 이유를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신은 90년대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도하고 사회주의의 유혹을 받지 않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불평등과 부의 분배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로서 사회주의라는 용어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충분히 포괄하는 표현이 없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흥망,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탄생, 브렉시트의 배경과 영향, 성별·사회계층·인종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는 정체성 갈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파고드는 피케티의 펜촉은 생동하는 실천가로서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준다.

 

권력과 자산의 순환을 현실화하는 최소자산제도

자산불평등을 개선할 조세정의의 실현 촉구

최고 소득층의 자본은 그 증식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에 피케티는 조세정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사회정치와 위정자들의 세태를 소리 높여 비판한다. 특히 누진세를 축소하는 반면 교육 예산은 물가상승률 정도 확대하는 것에 그친 프랑스 교육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역사적으로 국가의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결국 교육에 대한 투자 덕분이었음을 누차 강조한다.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곧 사회계층 간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유세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자산의 순환을 가속화하는 제도가 특히 적극 시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피케티는 전 세계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 및 최상위 소득층이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부를 일구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단지 애초에 소유권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운 좋게 선점한 행운을 가졌던 것일 뿐, 일정 수준을 넘는 거대 자산은 일시적이고 순환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산세와 상속세 등 누진세 제도를 강화해 8090% 정도의 최고 층위 부유세를 통해 전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피케티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세제개혁이 주요 기업의 자국 이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반박하면서 실제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결코 일어난 적 없으며 도리어 그들의 자산이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별·사회계층·인종문제의 차별과 혐오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집어삼킨 정체성 갈등 해소법은?

피케티는 자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란 교육·보건·주거·환경 등의 기본재화에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하면서, 물론 이것이 단지 금전적인 보조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곳곳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기본자산제가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세계는 차별과 혐오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녀 간 차별의 문제에 있어 임금의 차이는 단순히 수치적 비교만으로는 그 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남녀 간 임금 차이를 단순 비교한 수치에는 여성들이 애초에 남성들과 동등한 직업의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는 것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이는 은퇴 후 연금의 차이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민족·출신배경·종교·문화 등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종류의 차별과 혐오가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 피케티는 이처럼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화된 정체성 갈등의 근본 원인은 바로 경제 문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가 이러한 차별 행위에 제재를 가하고 사회가 구조적으로 경제정의를 실현해야 비로소 정체성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독립성,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 코로나 이후의 경제

21세기 한국과 세계에 던지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화두

이외에도 피케티는 자본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코로나 이후 산더미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 인종갈등과 난민문제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과거 각종 관세 철폐를 통해 자유무역만을 지향하는 경제협약의 구시대적 관점에도 일침을 가하며, 파리기후협정만 체결해놓은 채 정작 이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세계 각국의 행태에 대해서도 매섭게 비난한다. 또한 사회 양극화의 근본 원인인 조세불평등이나 거대 기업의 조세회피와 같은 세태에는 쉽게 체념하면서 이민자들과 난민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행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결국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제 현안들에 관한 피케티의 논점들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결코 한국에만 해당되는 고질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음은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또한 해결 방법에 대한 영감도 찾을 수 있다. 피케티는 결국 자신이 이 책에 담고 싶은 것은 우리 정치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과 결론이 아닌, 문제 제기와 논의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충분한 사회적 토의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세계 사회는 한걸음 더 진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피케티가 주장한 시급한 요구는 다름 아닌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정치사회, 경제적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다.

 

 

책속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의 순환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세금체계와 상속체계의 변화도 동원되어야만 한다. 권력배분의 개선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소유권 자체가 더욱 잘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위 50% 인구는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자산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세기 이후로 거의 나아진 바가 없다. 전 세계 부의 총량이 충분히 확대되기를 기다리면 알아서 소유권이 잘 분배될 거라 믿는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이미 오래전 실현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훨씬 자발적인 해결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현재 프랑스의 평균 자산규모의 60% 정도인 12만 유로 수준의 액수를 25세가 되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산이 모두에게 지급되기 위해서는 국가소득의 5%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여러 세수를 합쳐서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연간 누진자산세(말하자면 부동산, 금융자산, 영업재산의 합에 부채를 제한 금액이 과세대상이다)라든지 누진상속세를 활용할 수 있다.---사회주의 시급하다중에서

 

국제주의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려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를 주도한 절대적인 자유무역 추구의 이데올로기를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다른 모습의 경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조세 정의 및 환경정의 분야에서 분명히 규정되고 또 검증될 수 있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발전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발전 모델은 궁극적인 목적에 있어 국제주의적인 성격을 띠어야 하고, 실제적인 실행 방식에 있어 국가별 주권 존중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사회주의 시급하다중에서

 

오늘 프랑스에서는 남녀 간 임금격차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가 열린다. 오늘의 키워드는 ‘19%’. 동일 업무를 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균 임금격차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치 여성들은 매해 1171634분부터는 남성들을 위해서 일하는 셈이다(프랑스의 임금격차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여성들의 임금은 1년 중 1171634분까지 일하는 데서 끝나고 남성 임금에 비교해 그 이후에는 무상으로 일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_옮긴이 주). 상징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애초에 여성들에게는 남성들과 동일업무를 수행할 기회 자체가 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남녀 간 임금 격차는 19%인가, 64%인가중에서

 

2018년 정부 예산을 둘러싼 논의는 지금까지 최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혜택 문제에 집중되었다. 사실, 부유세 폐지와 배당금 및 이자 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국가 예산은 50억 유로를 훨씬 넘는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동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2018년 예산을 통해 진짜 피해를 본 건 누구냐는 문제다. 특히 청년층의 희생이 눈에 띄는데, 고등교육 부문에서 대학생 1인당 정부의 지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분명히 말해두자. 이러한 교육 예산 감소는 완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대단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다가 이건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담론에도 대놓고 반하는 일이다. 유럽연합의 우선적인 목표는 교육과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유럽연합은 그렇게 구호만 정해놓았을 뿐 실제로 회원국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이런 요란한 침묵의 자세는 온갖 개혁에 있어서 이래라저래라 훈계를 놓고 잘잘못을 가리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유럽연합의 기관들의 평소 모습과 유난히 대조된다.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학생 1인당 투자액이 10%나 줄어들은 상황에서, 지금부터 2020년까지 유럽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식경제”(이는 2000년에 리스본 조약 체결 당시 유럽의 각 지도자들이 선언한 목표로, 처음에는 2010년에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를 이룰 수 있겠는가. ---2018년 예산, 청년을 희생시키다중에서

 

 

글로벌 자본주의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불평등과 양극화, 부의 편중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물질적 욕망과 일차원적 이윤에만 봉사했던 위험한 체제는 이제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자본주의가 다원적 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 위험 관리 체제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 주병기(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하위 50%가 전체 자산의 5%만을 소유한 현실, 21세기의 자산 불평등을 환기시켰던 토마 피케티가 이제 50:50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하위 50%의 불안감이 극대치에 달한 가운데 중위 50%를 올라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살벌한 자산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사회를 뒤덮은 영끌’, ‘주린이’, 암호화폐 열풍을 만든 벼락거지의 경제적 실체 아니겠는가? 한국 자본주의, 대대적 수선이 필요하다. 피케티의 상상력이절실하다.

- 우석훈(성결대학교 교수, 88만원세대저자)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and Ideology 저자 토마 피케티|역자 안준범|문학동네 |2020.05

 

목차

시작하기에 앞서: 일러두기와 감사의 말

서론

1부 역사에서의 불평등주의체제들

 

1장 삼원사회: 삼기능적인 불평등

2장 유럽 신분사회: 권력과 소유

3장 소유자사회의 창안

4장 소유자사회: 프랑스의 사례

5장 소유자사회: 유럽의 궤적

 

2부 노예제사회와 식민사회

 

6장 노예제사회: 극단적 불평등

7장 식민사회: 다양성과 지배

8장 삼원사회와 식민주의: 인도의 사례

9장 삼원사회와 식민주의: 유라시아의 궤도

 

320세기의 거대한 전환

 

10장 소유자사회의 위기

11장 사민주의사회들: 미완의 평등

12장 공산주의사회와 포스트공산주의사회

13장 하이퍼자본주의: 현대성과 의고주의 사이에서

 

4부 정치적 갈등의 차원들을 다시 사유하기

 

14장 경계와 소유: 평등의 건설

15장 브라만 좌파: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균열

16장 사회토착주의: 포스트식민적인 정체성주의의 덫

1721세기 참여사회주의를 위한 요소들

 

결론

도표 및 표

세부 목차

 

출판사 서평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타전하는

세계 경제위기와 심화된 불평등을 돌파할 긴급하고 대담한 제안!

 

불평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탐구한 세계 정치-경제-사회-이데올로기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불평등을 넘어설 방안에 관한 집요하고 방대한 저술

 

21세기 자본(2013)으로 세계적 스타 경제학자로 부상한 토마 피케티의 화제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한국어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어 원전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전체 분량은 21세기 자본보다 약 500쪽 늘어난 1300쪽이다. 자본과 이데올로기21세기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심화된 불평등의 근원을 무수한 정치·사회·경제적 역사 자료와 통계 데이터를 통해 추적하며, 더 정의로운 미래 사회를 향한 대안을 그 결론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또한 현시대 세계 정치경제의 도저한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탁월한 사회과학 분석서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이정우는 해제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문사철의 위력이다. 보통 경제학자들의 전문적 기술적 저서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역사적 통찰력을 이 책은 독자에게 선사한다고 평했다.

 

한 사회 내부 혹은 국가 간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이것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으로 경제가 사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구조에 작용하는 힘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묘파해나가는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속한 체제와 역사가 보다 평등한 쪽으로 진화할 수 있는 다양한 궤적과 그 분기들의 가능성을 각 장에서 타진해보고 있다. 유럽(연합)의 정치경제적 위기, 트럼프로 상징되는 미국식 토착주의, 러시아와 중국의 초중앙집중적 과두지배와 이들이 자본주의와 결탁한 모종의 방식, 인도와 브라질의 더 나은 민주사회로의 진화가능성, 공산주의 몰락 이후 혼탁해진 동유럽 국가들의 정치경제 등에 대한 방대한 서술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역동적으로 오가는 최대치의 사회과학적 역량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역사 속 존재하는 모든 사회는 저마다의 불평등을 정당화해왔다:

역사적 불평등과 20세기의 뉴딜과 누진세, 그리고 21세기의 신소유주의

 

21세기 자본이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경제적 동역학을 분석한 책이라면,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사회의 불평등을 정당화 혹은 자연화하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동역학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피케티는 불평등주의체제소유주의 이데올로기라는 두 개의 핵심 개념을 축으로 역사 속 다양한 사회들을 역사 자료와 통계 데이터로써 종횡하는데, 이로써 그가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현대의 극단적인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고정불변일 수 없다는 점이다.

 

피케티는 1980년대 이후 증대된 21세기의 불평등이 1차대전 발발 직전 최고조에 달했던 벨에포크시기(1880~1914)의 불평등에 비견될 만큼 심화되어가고 있으며, 공동선을 명분으로 정당화되기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즉 뉴딜정책과 소득과 자산에 대한 강력한 누진세가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던 20세기 중반 이후, 레이건과 대처로 상징되는 보수혁명을 거쳐 사적소유에 대한 절대적 신성화를 기반으로 한 소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강력하게 부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선형적이지 않을지언정 인류의 진보를 향해 진전되어왔다. 피케티는 한 사회의 불평등은 그 사회의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당화되고 고착되기도 하지만, 사회를 다른 형태로 전환시키는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역사학적이고도 경제학적인 연구를 동원해 매우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불평등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이다: 사적소유의 신성화와 불평등의 자연화

피케티는 서문에서 불평등은 경제적인 것도 기술공학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이것이 분명 이 책에 제시된 역사 연구의 뚜렷한 결론이다”(19)라고 밝히고 있다. 21세기 자본이 불평등과 재분배를 둘러싼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진화를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다룬 한계를 지녔다고 자평하는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이를 정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불평등이 경제 논리에 의한 필연이 아니며,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세력균형에 따라 형태를 달리해 진화해왔다는 점이다.

 

책의 1부는 사회적 불평등과 그 정당화의 기원을 다룬다. 특히 근대 이전의 전사(귀족)-사제(지식인)-3신분(노동자와 농민)으로 이루어진 삼기능적 신분사회가 프랑스혁명이라는 단절을 경유해 19세기 서유럽에서 만개한 소유자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2부는 유럽 열강의 제국적 식민주의를 통해 한 사회의 불평등이 그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며 전개되는 모습을 기술하는데, 특히 식민지배의 종언에서 유럽 국가들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이 식민지 피지배 노예들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유럽인 노예소유자들에 대한 배상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적소유가 불가침의 신성한 권리로 완성되는 데는 정치체제와 소유체제가 불가분의 관계로 부단히 연결되어온 역사적 과정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 부의 대물림과 교육 불평등의 심화가 불러온 정당정치 형태

자본과 이데올로기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볼셰비키혁명과 양차대전, 유럽 사민주의사회의 출현을 거치며 세계의 불평등은 역사적으로 가장 완화된 형태를 띠게 되었으나, 냉전과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서유럽의 보수 우경화 및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거치며 21세기에 불평등이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책의 3부와 4부는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초집중, 조세피난처로 상징되는 불투명성으로 인해 한 국가 안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재분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시대를 다룬다.

 

이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부의 불평등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며 더욱 집중되는 현상, 유럽 사민주의 정치가 재분배를 향한 야망을 포기한 대가, 공산국가 지배자들의 과두지배와 재정 불투명성, 엘리트 중심의 교육 불평등으로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 등 모든 것이 20세기 중반에 상대적 평등을 실현했던 계급정치의 실종으로 귀결되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노동자들의 정당이었던 좌파 정당이 고학력자들(고소득자들)의 정당으로 바뀌어가고, 전통적인 상위 자산 보유자들의 정당인 보수 정당들이 사회토착주의를 통해 가난한 50%를 유인하게 되는 현재의 정당정치가 전 세계적 현상임을 증명하는 장들은 이 책의 백미다.

 

브라만 좌파는 학력·지식·인적자본의 축적을 지향한다. ‘상인 우파는 무엇보다도 화폐·금융자본의 축적에 의거한다. 이들이 특정 지점에서 분쟁을 겪을 수도 있다. ‘브라만 좌파는 예컨대 고등학교, 그랑제콜, 그들이 애착을 갖는 문예제도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상인 우파보다는 좀더 높은 세금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진영 모두 현행 경제체계와, 경제·금융 엘리트에게만큼이나 지식인 엘리트에게도 사실상 매우 큰 이득이 되는 현재의 세계화 양상에 대한 강한 애착심을 공유한다. () ‘브라만 좌파상인 우파는 사실상 통치 정당성의 두 형태를 구현한다. 이 다중엘리트체계는, 지식인 엘리트와 전사 엘리트의 역할 분할에 근거한 오래된 삼기능사회의 심층적인 논리로의 일종의 회귀를 나타낸다. 다만 차이는 전사 엘리트가 (재화와 안전이 이제는 중앙집권국가에 의해 보장된다는 사실로 인해) 상인 엘리트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브라만 좌파상인 우파가 교대로 집권하거나 또는 차라리 상이한 엘리트들을 결집시키는 연합의 틀로 함께 통치할 수도 있다. _본문 831~832

 

정의로운 소유와 영구적인 부의 재분배를 위하여: 사회연방주의와 보편적 자본지원

부의 대물림과 초집중을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이 책 4부의 마지막 17장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피케티의 답과 그가 제창하는 참여사회주의의 실현에 관한 일종의 사고실험을 담고 있다. 열린 토론을 전제하며 피케티가 제시하는 몇 가지 중 핵심적인 안은 사회적 일시소유와 사회연방주의다. 사회적 일시소유는 재산세나 토지세 같은 사적소유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누진소유세로 통합하여 개별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적 상속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로서의 사적소유개념을 전면화하자는 방안이다. 누진소유세는 유럽 성인 평균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 유로(16000만 원)25세가 되는 청년에게 지급될 자본의 재원으로 예시된다.

 

누진소유세가 구현하는 일시소유 개념은, 이미 20세기에 실험된 누진상속세와 누진소득세에 내포된 일시소유 형태와 연장선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제도적 조치들은 소유가 사회적 관계이며 따라서 규제되어야 한다는 관점에 기초해 있다. () 재화의 축적은 언제나 사회적 과정의 결실이며, 이는 공적기간체계(특히 법·조세·교육 제도), 사회적 분업, 수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에 의존한다. 이러한 조건들에서 철저히 그 논리대로라면, 막대한 자산을 쌓아온 사람들은 그 일부를 공동체에 매년 되돌려줘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유는 더이상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이 된다. _본문 1043

 

이러한 소유의 확산에 더해 국경·이민·민족·종교 등(경계)을 둘러싼 균열과 이로 인한 비극들을 평등주의적 연대로 묶어내는 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사회연방주의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사회연방주의는 자본에 대한 초민족적인 규제 및 개입

 

책속으로

본 연구에서 정의될 불평등주의체제의 특징은 일군의 담론과 제도적 장치로, 이것들을 통해 해당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사회적 불평등·정치적 불평등이 정당화되고 구조화된다. 어느 체제든 나름의 약점들이 있고, 영속적으로때로는 갈등과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스스로를 재정의함으로써만, 또한 공유 경험과 인식에 입각함으로써만, 비로소 존속될 수 있다. 이 책의 연구대상은 불평등주의체제의 역사와 미래다. 서로 매우 소원하며 대개는 서로에 대해 무지하고 상호비교를 거부하는 사회들에 관한 역사 자료들을 수합함으로써, 원컨대 진행중인 전환들을 글로벌하고 초민족적인 전망하에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면 싶다.--- p.13~14

 

우리는 정치체제 문제와 소유체제 문제가 불가분의 관계로 실제로 부단히 연결되어왔음을 볼 것이다. 구래의 삼원사회와 노예제사회에서 현대 포스트식민사회와 하이퍼자본주의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는 소유자사회와, 소유자사회가 야기한 불평등 및 정체성 위기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공산주의사회 및 사회민주주의사회가 있다. 내가 불평등주의체제개념을 통해 이러한 역사적 전환들을 분석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 개념은 정치체제 개념과 소유체제 개념을 (또는 교육제도와 조세재정제도 개념도) 포괄하며, 이 체제들의 일관성을 더 잘 지각할 수 있게 해준다.--- p.18

 

나는 이번 연구에서 소유주의를 (원칙적으로 구래의 신분적 불평등과는 별개의 것으로 간주되는 보편적 권리인) 사적소유권의 절대적 보호 자체가 그 기획의 핵심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한다.--- p.188

 

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사적소유 극복을 위한 이 세 가지 형태는 상호보완적이다. 달리 말해 공적소유, 사회적소유, 일시소유의 혼합에 의거해야 자본주의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 p.551

 

비례탄소세제의 문제는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중하위 소득 가구들은, 특히 대중교통 수단이 없거나 너무 고립된 지역에 주거하는 경우, 부유한 가구들에 비해 소득의 많은 부분을 교통비와 난방비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최상의 해법은 탄소배출 상위에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p.729

 

21세기 초 신소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거대서사들과 견고한 제도들에 의거하며, 여기에는 규제·정보 공유·공동 조세 없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체제, 소유 재분배라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거부, 공산주의 실패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체제의 여러 가지 약점에 관해서도 특히 강조해야 한다. 이 약점들은 변화와 극복을 향한 추진력이기도 하다. 금융 불투명성과 불평등 증대는 기후 문제 해결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고,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진다. 점점 더 강해지는 정체성주의적 긴장들의 고조를 방치하려는 것이 아닌 한, 저 사회적 불만의 해법은 더 큰 투명성과 더 많은 재분배다. 모든 불평등주의체제와 마찬가지로 이 체제는 불안정하며 계속 진화중이다.--- p.766~767

 

전후에 노동자 정당을 형성했던 정치세력이 20세기 말 21세기 초에는 점차 고학력자 정당이 된 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은 저학력 유권자가점점 더 교육제도상의 승자에게로 어느 정도는 세계화의 승자에게로 관심과 우선순위를 돌린이 정당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전환은 우리의 연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p.1059

 

20세기 중반 이후로 서양사회의 정치제도는 의회제 선거민주주의라는 형태하에 일종의 뛰어넘기 힘든 완벽함에 도달했다고 여겨지곤 한다. 실제로 이 모델이 뛰어나게 완벽해질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점점 더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그 한계들 중 가장 분명한 것은, 현재의 불평등 증대에 대처하지 못한 무능력이다.--- p.1067

 

이 책에서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나는 확신하건대, 자본주의와 사적소유를 넘어서서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에 기반한 정의로운 사회를 수립하는 것은 가능하다. --- p.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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