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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나이 듦-유한성의 발견

by 이성근 2021. 7. 4.

나이 듦-유한성의 발견(배반 인문학 2) 저자 최은주|은행나무 |2021.05

 

저자 : 최은주-건국대학교에서 영미문학비평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난민을 둘러싼 언어·이동·공간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관련 논문으로 경계 횡단의 언어와 환대 ()가능한 장소,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이주·국경에 대한 고찰등이 있다. 그동안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이를 바탕으로 책들의 그림자, 런던 유령?-?버지니아 울프의 거리 산책과 픽션들을 펴냈다. 또한 질병과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죽음, 지속의 사라짐, 질병, 영원한 추상성을 썼다. 이외에도 내 몸을 찾습니다, 인류세와 에코바디?-?지구는 어떻게 내 몸이 되는가?등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저자 : 최은주-건국대학교에서 영미문학비평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난민을 둘러싼 언어·이동·공간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관련 논문으로 경계 횡단의 언어와 환대 ()가능한 장소,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이주·국경에 대한 고찰등이 있다. 그동안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이를 바탕으로 책들의 그림자, 런던 유령?-?버지니아 울프의 거리 산책과 픽션들을 펴냈다. 또한 질병과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죽음, 지속의 사라짐, 질병, 영원한 추상성을 썼다. 이외에도 내 몸을 찾습니다, 인류세와 에코바디?-?지구는 어떻게 내 몸이 되는가?등 몇 권의 공저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나이 듦과 늙어감

결정적 순간

시간의 유한성

 

1장우리와 그들

30

끝나지 않는 시작

어른 아이

 

2장존재론적이거나 생물학적이거나

얼굴

젊음-늙음의 사이

사물의 나이

악어 뱃속의 시계

 

3장선택과 결정

햄릿과 오이디푸스

놀이와 삶

가지 않은 길

기다림

 

4장앎을 앎

타자화되는 나이

늙음의 이름

앎을 안다는 것

 

5장현재의 그리고

아무 일 없음에 대한 칭송

삶을 잇기

 

인명 설명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나이 든 존재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나이 듦의 가능성을 사유하다

2017, 처음으로 15~64세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했다. 출생률은 1에 근접하고 있으니 부양인구라고 말해지는 노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동시에 젊은 것들을 무시하며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꼰대 노인이나 나라를 팔아도 보수당을 찍는 노인등 노인 혐오와 이에 따른 혐오 범죄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것과 연관된다. 노인과 접촉하는 일이 증가했지만, 노인이라는 나이 든 존재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법은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름진 얼굴과 굽은 등, 느리고 굼뜬 행동, 가난과 외로움. 노인의 외양ㆍ행동ㆍ삶은 모두 기피해야 할 것으로 분류되고, 사회는 자기 관리를 통해 끊임없이 젊어질 것, 즉 나이 들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낙인찍고 피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차차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나이 듦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이 듦, 유한성의 발견은 나이 드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삶의 장면들과 나이 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판적으로 사유한다. ‘나이 듦이라는 필연적 과정을 두려워하며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나이 듦의 풍경을 새롭게 조망하려 한다. 저자는 시, 소설, 영화, 그림 등 우리 삶을 묘사하는 예술 작품에 나타난 나이 듦과 나이 든 존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분석하여 나이 듦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비판한다. 나아가 나이 듦에 관한 사유를 개인의 실존에 대한 철학이자 사회를 위한 인문학으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나이 듦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듦의 과정 속을 살아가고 있다.

-성장과 성숙, 쇠락과 죽음, ‘나이 듦의 풍경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사유

갓난아이도 죽음을 앞둔 노인도 공평하게 한 살씩 나이 들어가지만, 그들이 놓인 나이 듦의 과정은 다르다. ‘나이 듦은 성장과 성숙으로 시작해 점차 쇠락과 죽음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배움의 시간을 지나 사회에 자리를 잡고 경력과 성취를 쌓아 삶에 자신감을 얻는다. 삶의 경험이 무르익어 성숙과 안정을 찾을 즈음, 문득 몸과 정신이 둔해졌음을 느낀다. 피부, , 관절, 몸 구석구석이 시간의 대가를 치르듯 쇠퇴하며 삶의 유한성을 체감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나이 듦성장이 아닌 늙어감노화에 가까워진다. 이루었던 성취들로부터 멀어지고 쇠약해진 육체를 돌이켜보려 애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경제적 능력을 잃으면서 고독과 가난을 경험한다. 죽음이 다가옴을 서서히 느낀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발달로 나이 듦에서 늙어감노화의 시기는 길어졌다. 나이 든 몸과 정신을 안고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그만큼 나이 듦의 과정이 중요해졌고, 나이 든 존재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나이 듦을 마주하고 나이 든 존재와 관계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올바르게나이 들 수 있는가

-‘나이 듦과 나이 든 존재를 향한 혐오와 낙인

나이는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므로 나이 드는 과정은 복습할 수 없다. 나이 든 육체를 갖고 살아가는 방법도, 나이 든 나와 타인의 육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배울 기회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흘러간 시간은 나이가 되어 우리에게 나잇값을 요구한다. 올바른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들이밀어지는 것이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나이 들어야 하고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아래 세대에게 쓸데없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이상적인 나이 듦의 덕목은 아직 쇠락의 과정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 세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노인 세대로부터도 공감을 얻는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소수를 제외하고는 올바른 나이 듦의 방식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때 개인은 꼰대라는 언어로 포착되거나 연령주의적 혐오에 노출된다.

 

노인의 몸은 늙고 추한것으로 타자화되며, 그들의 느린 행동과 어눌한 모습은 나이 듦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나이 듦을 드러내는 신체적 변화는 모두 관리 대상이 되어, 필연적인 쇠퇴에 저항할 것을 요구받는다. 운동으로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며, 주름을 감추기 위해 화장품과 의학 기술을 동원하고, 머리를 염색하고 풍성하게 유지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는 강요 속에 놓인다. 경제력과 대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개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이 들 수 없음에도, 그렇지 못한 노년의 삶과 나이 듦의 방식은 지워진다.

 

현명하게, 또는 편협하게 나이 들기

-‘나이 듦에서 얻는 앎이 주는 가능성

 

나이 듦이 모든 부분에서 쇠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듦은 앎의 과정이며, 개인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의 법칙, 삶의 즐거움, 진리 등을 깨닫는다. 노련함과 현명함을 가져다주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게 한다. 어설픔, 혼란, 실패, 불쾌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삶에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한편 자신이 삶의 진리라고 여기는 무언가를 깨닫기도 하는데, 그 내용이나 깨달음에 대처하는 자세는 모두 다르다. ‘햄릿은 숙부의 배신을 깨닫고 삶의 목표를 얻은 듯 단호히 복수를 결심하며, ‘오이디푸스는 무지에서 나온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자 자신의 눈을 찔러 참회한다.

 

깨달음에 대한 모습은 이처럼 각성과 실천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꼰대의 방식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속 소년은 사랑에 좌절하며 환멸을 느끼는데, 이 고통스러운 깨달음은 소년에게 사랑을 고정적인 것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사랑에 대한 나의 환멸을 모든 사랑에 적용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깨달음을 고정시키며 나이 들어갈 때, 우리는 차츰 완결되어 변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잃어버린다.

 

올바른 나이 듦을 제시하기보다 나이 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고독, 가난, 추함, 느림 등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부정적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올바른 나이 듦의 방식을 시간이 가져오는 육체적 쇠퇴와 경제적 몰락에 저항하는 것으로만 한정 짓는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현실에 맞는 나이 듦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 닥쳐올 불행에 공포감을 느끼며 나이 든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되새길 뿐이다. 그러나 반드시 찾아오는 쇠락과 고통을 이겨내며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뚜렷하게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이 듦의 과정이 오로지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나이 든 존재 역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욕망을 지녔음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나이 듦의 풍경을 나누고 존중할 때,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나이 듦의 방식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저자 마르타 자라스카|역자 김영선|어크로스 |2020.12.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MARTA ZARASKA

 

건강, 심리, 환경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전방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사이언티스트, 디스커버등 유수의 언론에 기고한다. 마르타 자라스카의 과학 기사는 미국, 스페인, 러시아, 독일, 폴란드 등 많은 국가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영되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여러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하고 TEDX 강연 연사로도 초청받는 등 과학 대중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한다. 다수의 과학 다큐멘터리 영화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2016년 출간한 첫 저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MEATHOOKED은 그해 네이처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되었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마이클 셔머, 피터 싱어 등 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과 육식을 줄이는 해법THE REDUCETARIAN SOLUTION을 공동 집필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1.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122세 할머니의 장수 비결 / 텔로미어를 둘러싼 소동 / 남녀의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 / 유전자를 젊게 되돌릴 수 있을까

 

2.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때 / 왜 우울한 사람이 더 아플까 / 죽음을 부르는 신경 / 걱정과 불안이 장에 미치는 영향 / 가짜약의 효능 / 스트레스가 오작동하면 내 몸에 생기는 일

 

3.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길들인 몸과 사회화한 마음 / 옥시토신 회로가 연결되는 방식 / 사랑할수록 건강해진다 / 좋은 호르몬을 많이 갖고 싶다면 / 흰자위와 분홍색 입술

 

2부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게

 

4.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영양제와 슈퍼푸드의 오류 / 유기농 식품은 얼마나 몸에 좋을까 / 로제토 마을에서 생긴 일 /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5. 외로우면 아프다

잠 못 드는 고독한 사람들 / 소외된 사람들의 유전자 / 따뜻한 차 한 잔의 중요성 / 외로움이 보내는 신호 / 주관적 고립, 객관적 고립

 

6. 단짝 효과

결혼반지가 심장마비를 막는다 / 부부싸움과 허리둘레 / 우정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 / 오래 살게 해줄 친구를 만나는 법 / 운동과 우정 사이

 

7. 공감의 마법

테스토스테른이 공감 능력을 위협한다 / 감정 문해력을 기르는 일 / 동시성의 과학 /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

 

8. 이타적 행동이 유전자를 바꾼다

양육과 흡연의 공통점 / 나눔과 스트레스에 관한 실험 / 건강을 가져다주는 공동체의 조건 / 헬스장보다 자원봉사

 

9.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감정이 뇌를 바꾼다 / 수명을 갉아먹는 위험한 성격 / 경계해야 할 것

 

10.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명상가들의 DNA / 마음챙김과 치유에 관한 연구 / 텔로미어를 변화시키는 심신 훈련 / 명상의 가장 큰 효능

 

11.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채소가 답이 아니다 / 일본 노인들의 남다른 생활방식 /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

 

맺음말

감사의 말

 

출판사 서평

600여 건의 논문 분석과 50여 명의 전문가 인터뷰,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낸 건강한 나이 듦의 조건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건강법은 홈트도 건강식품도 아닌 사회적 관계이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건강한 노년을 보장해줄까? 2016[사이언스] ‘올해의 과학책에 선정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자라스카는, 우리가 불문율처럼 여겼던 운동과 식습관은 장수의 핵심 비결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지금껏 믿어왔던 장수에 대한 신화를 깨고, 진정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탐사하는 책이다. 마르타 자라스카는 우리가 간과했던 장수의 비밀을 찾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노화를 관찰하고, 지중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주최하는 장수 캠프에 참가했으며, 일본 나가노현 장수 마을 노인들의 생활습관을 체험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노화와 건강, 수명에 얽힌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수행했다. 또한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신경과학, 동물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 600여 건을 분석하고 로빈 던바 등 50여 명의 과학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라스카는 그동안 건강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이 무의미할 수 있으며, ‘건강한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2500억 달러 규모 노화방지 시장의 두 얼굴

: 우리가 믿었던 건강 습관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예방하며 장수하게 해준다는 온갖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의 유행을 따라가느라 바쁠 것이다. 과연 이런 것들은 우리가 건강하게 나이 드는 데 도움을 줄까?

 

세계 노화 방지 시장의 규모는 2500억 달러를 웃돈다.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절반가량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만 이런 건강보조제의 수가 55000개 이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제품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건강보조제 섭취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갈수록 늘어, 미국에서만도 매년 5만 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무조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여겨지는 각종 보조제들은 우리 몸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되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자연식품인 슈퍼푸드는 어떨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슈퍼푸드인 모링가 잎은 단백질과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계를 보호하며 염증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링가 잎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밝힌 어떤 신뢰할 만한 연구도 찾을 수가 없다. 또한 히말라야의 장수 열매로 알려진 구기자(고지베리)는 당뇨병을 치료하고 암을 예방하며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실험은 구기자 주스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의뢰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마르타 자라스카는 기적의 만병통치약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 유기농 식품에 대한 맹신과 집착은 우리가 진정 건강한 삶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놓치게 만들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제토 마을에는 왜 심장마비 환자가 없었을까: 로제토 효과

1960년 펜실베이니아 중부에 있는 마을 로제토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65세 미만의 로제토 주민 가운데 심장병을 앓는 사람이 없었다. 연구자들이 수돗물과 의료 시설까지 공유하는 주변 지역사회와 로제토를 비교해보니, 로제토 주민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35퍼센트 낮았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 원인은 유전자 때문도, 식단 때문도 아닌 남다른 사회성 덕분이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로제토 발포르토레 출신 이민자들이 정착한 로제토 마을의 주민들은 이탈리아 전통에 따라 서로 보살피며 여러 세대가 함께 살고, 함께 마을을 돌보고 가꾸는 일에 참여했으며, 이웃과 사이좋게 어울렸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로제토 효과로 불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1963년 로제토 효과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스튜어트 울프라는 의사는 로제토 주민들이 이러한 가치관과 사회성을 포기하게 되면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로제토 마을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개방되면서 점차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고,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면서 서로가 이웃을 앞지르려 애쓰기 시작했다. 197155세 미만의 로제토 주민 중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사람이 처음 발생했다.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고 사망률도 높아지면서 1970년대 말 로제토는 미국 다른 지역과 비슷해졌다.

 

로제토 마을의 사례는 건강과 장수를 위해 우리 삶에서 딱 한 가지만 변화시키고 싶다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최우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20세기와 21세기에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된 많은 연구들은 마음가짐과 사회성이 수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마르타 자라스카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심리적·생리적 연구를 인용해, 사회성과 마음가짐이 실제로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남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행복한 결혼 관계는 어떻게 사망 위험도를 49퍼센트나 낮출 수 있는지, 애착 관계가 불안정한 사람의 면역 체계는 어떠한지, 자원봉사와 친절이 우리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갈수록 인류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 어려워지는 이유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마르카 자라스카는 난색을 표한다. 오히려 오늘날 청장년층의 상황이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연구들은 사고방식과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속 강조하지만, 설문과 조사는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다.

 

2017년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 실제의 친구 관계는 건강이 더 좋아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셜 미디어의 친구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오프라인 친구에 비해 페이스북 친구의 비율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고립감과 고독감의 정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우정을 깨뜨리고, 고독감이 만연케 하며, 공감 수준을 떨어뜨린다.

 

자라스카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낳은. 관계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인 퍼빙또한 이런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 우려한다. ‘무시하기(snubing)’전화기(phone)’의 합성어인 퍼빙은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 사람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동체로부터 배척된다는 느낌은 심리적으로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고통을 느끼게 한다. 가상의 참가자와 공을 던지고 받는 사이버볼게임에서, 자신이 게임에 끼지 못하고 소외된다고 느끼는 참가자의 뇌에서는 신체적 고통에 반응하는 신경망이 활성화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은 채소와 과일을 몇 그램 먹었는지, 비타민 함유량이 얼마인지,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뛰었는지 등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는 덜 걱정하고, 가족 또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는 일처럼 측정되지 않는 것들의 효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자라스카는 식단과 신체 단련에 쏟는 시간만큼 더 나은 애정 관계를 위해, 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을 쓰라고 단언한다. 결국 건강하게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 저자 김양식|수류책방 |2020.07

저자 : 김양식

역사학자이자 명상가. 문학박사. 퇴직을 앞두고 100세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역사학의 관점에서 노년 문제를 접근하는 동시에 역사인물의 노년기 삶과 사상을 통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여 년 요가 명상을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 수행법을 익혀 왔기에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의 지혜를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현재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 명상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리산에 가련다, 한국 근대 사회변동과 농민 전쟁, 근대 권력과 토지, 새야 새야 파랑새야, 근현대 충북의 역사와 기억,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등이 있으며,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로는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위한 명상모델 활용방안, 100세시대 바람직한 노년상과 정책적 시사점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나이듦의 위기와 기회

 

1. 나이듦의 위기

2. 인생 3막을 위한 삶의 재구성

 

2부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이해

 

1. 젊은 노년층의 탄생

: 생애주기와 노년기

: 백세시대 젊은 노년층의 탄생

 

2. 노년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노년을 바라보는 지독한 오해와 진실

: 20세기가 낳은 부정적 노년상

: 생애 발달 단계설로 본 노년기의 가치와 의미

 

3. 행복하게 나이 들기

: 성숙하게 나이 들기

: 영적으로 나이 들기

: 생의 마지막 불꽃 자아 초월

 

3부 인생 3막 설계는 이렇게

 

1. 나이듦의 가치와 지향점

: 바람직한 나이 들기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 바람직하게 나이 들어가는 실천 전략

 

2. 인생 3막을 열어 갈 삶의 태도 12

: 오늘이 내생애 가장 빛나는 하루, 나이듦을 즐긴다

: 모든 것을 수용한다

: 언제 어디서나 미소 짓는다

: 단순한 삶을 산다

: 배우는 것을 즐긴다

: 도전한다

: 세상과 소통한다

: 규칙적인 운동을 습관화한다

: 나이 들어가는 미덕을 실천한다

: 내면의 고요함을 즐긴다

: 자연과 대화를 나눈다

: 죽음을 초월한다

 

4부 자기 돌봄

 

1. 자기 돌봄이란?

2. 자기 돌봄의 지혜와 기술

: 자기 주도적 건강 관리

: 몸에 대한 새로운 각성

: 근력 키우기

: 굳어진 오감 일깨우기

: 건강한 뇌 만들기

: 영적인 성숙

: 명상을 통한 알아차림

 

5부 습관이 답이다

 

1. 좋은 습관 길들이기

: 습관의 힘

: 좋은 습관 만드는 법

: 나이 들어 해야 할 좋은 습관들

 

2.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습관 12

: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른다

: 1분 명상을 생활화한다

: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 감사 일기를 쓴다

: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한다

: 많이 웃는다

: 외우는 습관을 기른다

: 어른다운 마음 활용법을 익힌다

: 하루 1만 보 이상 걷는다

: 몸의 신호를 수신하는 습관을 가진다

: 나만의 식사습관을 키운다

: 패션에 신경을 쓴다

 

 

책속으로

백세시대를 생각하면 가슴 뛰는 울림과 동시에 과연 어떤 삶이 기다릴지 불안하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다가올 나의 노년을 위해서, 그리고 함께 노년의 길을 걷고 있는 동시대의 벗들을 위해서, 건강하면서도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의 지혜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p.6

 

인생 3막 새틀짜기는 기본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 뒤,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정립하고 삶의 틀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새틀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이듦을 대하는 마음의 창이다. 그것은 새로운 인생 후반기를 살아갈 몸 만들기요,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자, 새롭게 걸어갈 인생길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나잇값을 할 수 있다. 나이듦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누에가 더 큰 성장을 위해 잠을 자고 허물을 벗듯이, 행복한 인생 3막을 위해서는 바쁘게 살아왔던 중년기 2막의 장막을 걷어내고 이전과는 다른 몸과 마음이 되어야 한다.--- p.26

 

나이 든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성숙함이다. 죽음으로 성숙함이 끝나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요 진정한 삶의 가치이다. 그런 인생길은 축복이요 즐거운 삶이다. 그를 위해서는 나이 들어가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즐거운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 p.128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 그것은 삶의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며 달리던 중년을 지나면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먼저 혹사한 몸을 돌보고, 이런저런 외부의 감정에 휘말려 피로해진 마음을 챙기고, 삶에 지친 정신에 고요와 평안을 선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만 보고 달리던 인생길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사랑으로 감싸주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 p.165

 

나이듦의 품격 저자 프랭크 커닝햄|역자 김영선|생활성서사 |2019.10

원제Vesper Time

저자 : 프랭크 커닝햄-미국의 저명한 종교 서적 출판인. 인디애나주 노트르담에 있는 아베마리아 출판사에서 단행본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신문과 잡지에 많은 글을 기고했으며 대학에서 논술을 가르쳤다. 은퇴 후에는 다양한 대중 강연과 워크숍 등을 통해 노년의 영적 성숙에 대한 글들을 전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1. 기억

2. 친밀

3. 쇠약

4. 감사

5. 수용

 

출판사 서평

나이듦이 낯선 이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혜로운 조언!

 

나이듦의 품격은 우리의 노년을 품격 있는 삶으로 이끌어 주고자 하는 영성 도서이다. 노년의 행복을 오로지 경제적인 것과 육신의 건강에서 찾는 요즘 세태에서, 저자는 품격 있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먼저 나이가 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영성적이면서도 전인적 자세로 그 시기를 받아들이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원제 저녁 기도 시간Vesper Time’은 저자가 노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설명한다. 어둠이 내리기 직전 등불을 켜고 저녁 기도를 바치는 이의 모습은 상상해 보라. 해 질 녘, 바쁘게 살았던 하루 일과를 내려놓은 이라면 자신이 그날 하루를 제대로 살았는지, 어떤 의미가 있었지 찬찬히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났던 이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일들을 성찰하고 감사해하면서 다시 새로운 하루를 꿈꿀 것이다.

 

다섯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이듦의 미학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다섯 가지의 측면, 즉 기억memory, 친밀intimacy, 쇠약diminishment, 감사gratitude, 수용acceptance이라는 시선으로 돌아보며 나이듦이라는 주제를 향해 서둘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간다.

 

첫 번째, 기억 편에서는 살아온 삶을 기억하며 부정적인 기억은 거둬 내고 성숙에 도움을 준 기억에 머물게 함으로써 삶에 더욱 귀 기울이도록 이끈다.

 

두 번째, 친밀 편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 공동체와 같은 인간관계와 자연 안에서 느끼게 되는 일상적인 친밀함을 통해 하느님께 더욱 다가갈 수 있음을 역설한다.

 

세 번째, 쇠약 편은 기억, 건강, 오랫동안 해왔던 일과 업적 등 자신의 모든 것이 쇠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지녔던 완고함을 넘어 공감의 시야를 더 넓히도록 이끈다.

 

네 번째, 감사야말로 노년기에 점점 커지는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해독제임을 강조하며 삶에 감사하는 습관은 풍성해진 인생의 마지막 장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임을 설명한다.

 

다섯 번째, 수용에서는 쇠락과 쇠퇴의 과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관상의 원천이 되고 노년기의 핵심적인 영성 훈련이 된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100세 시대의 재앙?

‘100세 시대라는 유례없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년에 관련된 책과 강의가 넘쳐나지만, 경제적인 안정이나 건강 제일주의가 전부인 양 강조하는 실용서나 강의가 대부분이다. 과연 몇 억 원의 노후 자금이 우리의 노년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과연 육체적 건강만이 그러한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나이듦과 죽음이건만,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있는 한 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너무도 낯선 나이듦과 그에 따라오는 죽음이라는 실체가 코앞에 다가와 있는 현실 앞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이 낯설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 나이듦은 과연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이듦의 우리 인생의 후반부를 동행하는 품위 있는 친구가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은 불행히도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라는 오명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일과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 매달려 왔고, 성공을 향해 바삐 달려오느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던 듯하다. 심지어 받아들이기조차 어려운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요즘과 같은 ‘100세 시대의 장수야말로 미덕이 아닌 재앙이 되는 건 아닐까.

책속으로

이제는 시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덟 시간이 더 이상 여덟 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짧게 여겨집니다. 시간은 더 이상 어린 시절에 뛰어놀았던 수영장과 같은 정체된 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정해지지 않은 방향으로 날쌔게 흘러가 버리는 강물과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보기 위해 남은 시간입니다.--- pp.42-43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살아온 기억들을 되돌아보고, 그것의 의미를 찾는 것이요, 그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에 예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이듦 그 자체가 영성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왔던 역사를 통해 영성 훈련을 합니다. 지나온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형성하였는지를 살펴보게 되면 우리 자신이 그동안 체험한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pp.46-47

 

우리는 일의 세계를 떠났고, 분주함의 저주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이제 더 많은 자유와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해 왔던 일이나 관계 맺음을 통하여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로 자신의 가치를 생산성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아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중요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pp.48-49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어떠하든 사랑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친밀함을 추구하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친밀함에 대한 감탄과 경이감은 나이가 들수록 커집니다.

 

우리는 인간관계의 궁극적인 체험이라 할 수 있는 친밀함을 원하고 그것을 추구합니다. 우리가 동료 인간들과의 친밀함을 바라고 추구하는 만큼 그리스도교 신자인 우리는 하느님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기를 바라고 추구합니다.--- p.101

 

당신 앞에 언제나 길이 펼쳐지기를,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해가 당신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추어 주기를,

당신의 들판에는 비가 촉촉이 내리기를 빕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하느님의 손길이 당신을 감싸 주시기를 빕니다. 바람은 제 등 뒤에서 알맞게 불고 있고, 사방은 푸르고, 제 앞에는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길이 저를 감싸고 있습니다. 저를 안고 계십니까, 주님? 그렇습니다. 비 내리는 쌀쌀한 봄날 오후에 참으로 평범한 것들이 얼마나 큰 친밀감을 안겨 주는지를 깨닫고, 오랜 친구이며 연인인 저희 두 사람이 이런 은은한 친밀함으로 결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드릴 때 정말 그런 느낌이 듭니다.--- p.143

 

걷기는 일종의 순차적인 관상 체험입니다. 그래서 걷다 보면 인생에서 경험하였던 우울한 실패들이 떠오르고, 또 마음을 기쁘게 하는 성공들도 차례로 떠오릅니다. 또 사랑하는 이들과 친구들, 지인들과의 관계도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이 제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를 돌아보면서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걷기는 또한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걷기는 여러 종류의 가면과 가림막들에 둘러싸여 가려져 있는 참자아를 엿보는 기회를 줍니다. 참자아를 발견하려면 그것을 가리고 있는 가면과 가림막들을 벗겨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pp.177-178

 

노년에 이르면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완고함은 삶의 전환기 체험을 통해 부드럽게 된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넓어진다. 마지막을 향해 갈 때 비로소 전체가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나뭇잎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시야는 확장되고 넓은 공간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우리의 시야가 제대로 확장될 때 본향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p.199

 

당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시오. 그 이야기를 실패의 관점이 아니라 성공의 관점에서 하십시오. 우리는 아주 쉽게 실패 속에 파묻히고, 갈등을 곱씹으며, 상실을 슬퍼합니다. 차라리 성공을 돌이켜 보고, 삶에 목적을 불어넣어 준 결정들과 사건들을 회상하며, 당신이 꿈꾸었던 것들과 그것을 성취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들을 돌아보십시오. 그것들을 경축하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감사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될 것이고, 당신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p.220

 

넓은 관점에서 보면 세 가지 종류의 받아들임을 성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자기 삶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셋째는 죽음을 적절하게 다루는 것입니다.--- pp.269-270

 

사랑과 연민, 희망과 기쁨, 진리에 대한 경험이 어떻게 우리의 역사를 형성하였는지를 성찰하는 것도 심오한 진리들을 탐색하는 것에 포함됩니다. 만일 이 진리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이른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것에 대해 성찰해 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를 들면, 당신의 삶에서 연민은 어떤 역할을 하였고, 앞으로 다가올 삶에서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라는 선물이 누군가의 행복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할까요? 혹은 사랑에 대한 경험을 돌아볼 때 다른 이의 필요를 먼저 채우기 위하여 진심으로 자신의 이익을 초월한 적이 있었습니까? 사랑이 행복의 원천임을 인정합니까? 기쁨의 순간을 충분히 취할 수 있었습니까? 그것을 알아차리기는 하였습니까? --- p.272

 

나이 듦의 심리학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저자 가야마 리카|역자 조찬희|수카 |2019.06

가야마 리카-정신과 의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 1960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으며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했다. 30년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살려 여러 매체에 현대인의 마음 문제와 관련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평론가, 사회활동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아 2016년에는 [한일위안부합의]를 규탄하는 행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저서로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마음이 보여?』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논마마로 살아가기』 『오늘부터 휘둘리지 않기』 『남자는 언제나 이유를 모른다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며여자의 정년, 그 의미를 생각하다

 

1.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고 싶지만

 

1. 계속 일할까? 아니면 그만둘까?

일하는 여성에게 가혹한 세상

여성 정년이 30세인 회사?!

 

2.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까지 일하고 싶은가?

그래도 일하고 싶은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

 

3. 정년까지 일하고 싶지만

경력만 긴 나, 회사에 필요한가요? : IT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쓰바키 씨 이야기

일하는 남성과 일하는 여성의 차이

댄스 수업이 엄청난 고역이다 : 베테랑 여성 체육교사 이야기

너무 무리해서 일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주는 씁쓸함

 

4. 남편의 정년과 아내의 사정

가계 수입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정년 후 남편에게 생긴 마음의 변화

갑자기 시골 생활을 하자는 남편

갑자기 인터넷에 눈뜬 남편

 

2. 나이 듦으로부터 도망치다

: 그래도 나는 아직 젊으니까

 

1. 이 나이의 패션, 무엇을 입을 것인가

핑크색 머플러를 사면 안 된다고?

폐경 시기는 변하지 않는다

저 사람 안쓰럽다라는 말은 심하다

젊어 보이는 옷과 좋아하는 옷 사이에서

 

2. ‘미마녀는 싫지만 아줌마도 싫어

나이 듦에 대한 불안을 돈으로 해소하다

속까지 젊어지고 싶다는 마음의 그늘

반복해서 얼굴에 칼을 대는 심리

젊을수록 가치가 있다는 생각

나이 듦과 잘 사귀는 법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3. 성희롱에 정년은 없다

당신한테는 성희롱 안 해라는 성희롱

치한을 만났다는데 비웃음을 당하다

아줌마라고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3. 그녀들의 연애 사정

: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1. 몇 살이 되어도 여자이고 싶다

예순일곱 남성과 10대 소녀

중년의 연애 현실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 55I 씨 이야기

내 몸의 알 수 없는 위화감, 체감환각 : 67F 씨 이야기

그럴 나이는 아니죠는 과연 진심일까?

중년의 우울감과 행복지수

과도하게 젊음을 좇다가 소모되다

 

2. 연하남과 연애하다

연하남과 연애하는 여자들

이루어질 수 없는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다

 

3. 연애는 몇 살까지 가능한가

여자들의 두 번째 연애

연애와 나이의 상관 관계

 

4. 정년의 부부생활을 이야기하다

여자로서의 가치 126

진지한 만남 찾기사이트에 등록하다

우리는 왜 섹스를 하는가

 

4. 혼자서 살아간다

: 막연한 불안에 대처한다는 것

 

1. 독신은 상태지, 불행이 아니다

내 병수발과 장례식은 누가 해주지?

이상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불안감

아이는요?”라는 질문이 무서워

아이 없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 책

현실적인 준비는 해둘 필요가 있다

 

2. 이성 친구는 필요한가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두 사람

내 남자친구, 아쓰시

연인이 아니기에 룰이 필요하다

시니어의 연애는 어려워

 

3. 마음 편한 50대가 시작된 이유

내 소중한 두 남자친구 이야기

50세 너머의 새로운 도전

 

5. 주거가 고민입니다만

: 혼자 사는 여자들의 이상적 삶의 방식

 

1. 주거 문제와 흔들리는 나의 계획

도쿄에서 맨션을 구입하다

노년에도 영화를 보러 가고, 쇼핑도 하고, 밖에서 술도 마시고 싶다

언젠가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간다면

 

2. 물건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

캠핑카 한 대 분량의 물건으로만 생활하기

정말 필요한 것이 뭔지 깨닫다

정년 후 물건들과 잘 사귀는 방법 네 가지

 

6.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정년 후 건강법

: 몸에 집중된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1.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당연하다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사람

암에 걸린 게 분명하다고 믿는 아쓰코 씨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건강에 가장 안 좋다

 

2. 부모 돌보는 데에 너무 몰두하지 마라

오래 살아서 곤란해졌다?

100세 부모를 간호하는 70세 아들

홋카이도에 사는 어머니 돌보기

상중이라서 해외여행을 취소했어요

 

7. 그래도 우리들은 나이 들기에

: 내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다

 

1. 팔팔한 정년 후에 집착하지 않는다

지금의 당신은 진정한 당신입니까?

엄마는 나를 정말 사랑했을까?

몇 살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 자아 찾기

내가 태어난 이유

딴사람이 된 아내와 당황하는 남편

자기계발이나 스피리추얼에 빠진 아내들

 

2. ‘어째서 나만?’이라고 자책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나만 목숨을 건졌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떠나간 내 친구에 관하여

 

마치며앞으로의 인생은 내 뜻대로

출판사 서평

나이 들수록 설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30년간 마음을 공부한 일본 최고 정신과 전문의의

마흔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삶에 관하여

 

많은 사람이 늙는 것과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지나칠 정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노력하면 예뻐지고 젊어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터무니없는 돈과 시간을 들이며 젊음을 손에 넣으려고 애쓴다.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늙는 건 나쁘다는 생각과 젊을수록 내 가치가 높아진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심지어 젊고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자신은 여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질책하고 스스로 괴로운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현재 생동하는 삶의 아름다운 면면들을 미처 놓치며, 우리는 점차 많은 것에 무뎌지고 건조한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가야마 리카 역시 마흔이 될 무렵부터 늙는 것 때문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주름, 기미, 흰머리, 오십견, 체중 증가, 노안까지…… 이 증상들이 한꺼번에 시작돼 갈팡질팡하던 중 갱년기 증상까지 생기고 말았다. 그러나 저자는 특별히 놀라거나 슬퍼하지는 않았다. 노안이 심해지면 안경을 썼고, 흰머리가 눈에 띄며 새치 염색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대처하며 몸 전체에 시작된 변화를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자가 자신의 나이 듦에 무관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진료실에서 늙으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사로잡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을 많이 봐왔기 때문. 젊어지고 예뻐지겠다며 무리를 하고, 일상의 여유를 잃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을 지켜보며 저자는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듦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두루 성찰해본다.

 

저자는 쉰여섯 살이 될 무렵,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크게 마음먹고 종합진료과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익히면서, 정년을 앞두고 있던 자신이 이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는 생경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인생에 새로운 날개를 단 기분과 같았다며 벅차게 고백한다.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건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각별한 기쁨이 있다. 어쩐지 새로운 날개를 얻은 기분이다. (……) 체력과 기력이 뒷받침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설레가 만든다. 내가 몇 살이 되었든 가슴이 설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_본문 237

나이 듦의 심리학30년간 진료실에서 수많은 사람의 마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던 일본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 가야마 리카의 나이 듦에 관한 사유와 통찰을 담았다. ‘나이 듦 앞에서와르르 무너져버린 이들과 나누었던 진솔한 대화, 정신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정작 자신도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깨달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견해를 찬찬히 풀어놓으며, 독자들에게 나이 들수록 가슴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인생은 하릴없이 계속되고 때때로 반복되지만, 시간의 단순한 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슴 설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 그리하여 나이 들수록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음을 가슴 벅차게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깊고 진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의 정년 후,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전작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로 상처를 주고받는 모녀 관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예리하게 통찰해 여성 독자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은 가야마 리카의 신작 나이 듦의 심리학여자의 정년이라는 키워드로 서두를 연다.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자연스레 회사의 정년을 떠올릴 것이고, 결혼해서 남편이 있는 여성이라면 가계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편의 정년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한편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은 여자임을 내려놓다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도 있어, 듣는 순간 멈칫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폐경과 여자라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이 사회에는 폐경한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는 차별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과거와 달리, 많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도 직장에 다니고 있고, 결혼이 아닌 독신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나 여자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외모와 젊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여성들이 정년 후 어떤 인생을 살지가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책 나이 듦의 심리학은 여성들이 앞으로 어떤 정년을 맞이하고 어떤 시간을 맞이하게 될지, 정년과 더불어 나이 듦을 직면하게 될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다양한 범주에서 살펴본다. ‘여성의 정년이라는 새로운 키워드와 정년 후 여성의 삶이라는 주요한 주제를 우리 사회에 최초로 제기한 책이다.

 

잘 늙는 법이 뭔진 모르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내 뜻대로 살아보겠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불필요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듦을 맞이하는 법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불편한가라는 구체적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을 느끼는 본인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특히 여성에게 이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_본문 142

 

저자 가야마 리카는 결혼도, 아이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40대까지 아이는요?”라는 질문에 수없이 시달렸다. 그러다가 쉰 살이 된 순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내 인생에 아이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50대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안심했다.)

제 나이가 어떤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항상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마흔이 되고 쉰 살이 되어도 나이 문제로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그것은 타각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나이 듦의 심리학은 나이 듦을 맞이하는 단단한 마음자세와 삶의 태도를 소개하고 저자의 전문가적 조언을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일, 연애, 친구, , 건강, 부모 간병, , 경제 문제 등 마흔 이후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일러준다.

 

1장은 나이가 들어도 정년까지 여전히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와 관련 상담 사례를 담았다. 오랜 세월 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해온 쉰다섯 살의 아오바 씨는 최근, ‘정년까지 직장을 다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댄스 수업이 의무화되어 학생들에게 힙합 춤을 가르치게 되었기 때문. 다른 교과 담당의 젊은 여선생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남편이 돈을 잘 버니 무리해서 일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오바 씨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정년까지 일하면 돈 때문이라는 사고방식이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젊은 사원이 본인의 능력을 뛰어넘는다 해도, 새로운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 해도, 혹은 경제 사정이 절박하지 않더라도 여성 또한 정년까지 일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여성이 일을 하는 것,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안해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훌륭한 일도 아니다. 이는 그저 당연한 일이다. _본문 44

 

한편, 남편의 정년이 여성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정년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느낀 남편들의 카운슬링을 떠맡게 되면서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갑자기 시골에 내려가 밭이라도 일구고 살자며 남편이 아내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려 하기도 한다. 저자는 정년 후 어떤 일이 생겨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 나만의 아이템을 찾을 것을 권한다.

 

2장은, “나이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남의 눈이 신경 쓰이고 안쓰러운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는 싫은 여성의 미묘한 감정 상태를 다룬다. 하고 싶은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에서 무엇에 신경을 쓰고 무엇을 무시하며 사는 게 좋을지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에 대한 처방이 담겼다.

3장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사랑과 성 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이러한 솔직한 속마음과 체면 사이에 커다란 갭이 생겨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여성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4장은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마음 문제를 다룬다.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불편한가라는 구체적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을 느끼는 본인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저자는 독신 혹은 아이 없는 인생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이 지금의 자유를 즐기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것을 권한다.

5장에서는 나이 들어서 살고 싶은 집, 그리고 혼자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며, 이상적인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인지, 저자가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했다.

 

나이가 들어도 지금 같은 호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 외롭지 않은 곳에 살면서 아주 가끔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그저 그게 원하는 전부다. _본문 177

 

6장은 약간의 신체증상만 나타나도 큰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되어 병원을 찾는 중년의 흔한 건강염려증에 대해 다룬다. 그러면서 몸에 집중된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을 제안한다. 한편 오랜 기간 부모 간병으로 지친 내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인생은 여전히 계속되기에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삶을 우선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 7장에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하며 스스로 과거의 괴로운 기억 속으로 파고드는 중년들의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여전히 자아 찾기에 집착하며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중년들에게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한다.

노년의 풍경 저자 김미영, 이숙인, 고연희, 김경미, 황금희, 조규현, 박경환, 임헌규|글항아리 |2014.10.14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4,나이듦에 직면한 동양의 사유와 풍속

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책머리에

1장 조선 노인들의 장수, 그 오래된 염원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2장 노년의 거장들, 어떻게 달랐나

이숙인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

3장 흰머리와 잔주름의 붓끝에서 피어난 노년의 기상

고연희 연세대 강사

4장 우러름과 능멸의 삶, 늙음을 받아들이는 법

김경미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교수

5장 중국, 늙음의 문자와 음식을 통해 드러낸 삶의 염원

황금희 목포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6장 일본, 액년을 경계하고 나이듦을 축하하다

조규헌 상명대 일어교육과 교수

7장 늙음이 내뱉는 장탄식, 노경에 접어든 자의 심득心得

박경환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

8장 좋은 죽음을 향하여 인을 임무로 삼고 천하의 골짜기가 되다

임헌규 강남대 철학과 교수

-강세황 瓜翁十趣圖

 

출판사 서평

늙음과 백발을 막고 내치려 했지만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동양의 인물·그림·풍속·고전 등을 통해 노년의 풍경을 살피다

 

노년은 과연 현자에 도달하는 길인가

아니면 그 존재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인가

흰머리와 잔주름을 우러르는 속에 감춰진 능멸

노년에 관해 역사가 그려놓은 이중적이고도 모순에 찬 풍경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

 

마치 연기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앉아 있는 것과 같아서 마주 대한 사람의 안면을 살피지 못하고 담장과 벽이 막혀 있는 것과 같아서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은 이목의 변화이며, 과 뜰을 오르내림에 숨이 가쁘고 응접하여 절하고 읍함에 넘어지는 것은 기력의 변화다. 옛날 들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여 새로 알기를 바랄 수가 없으며 지구知舊의 성명姓名을 모두 잊고 옛날 외우던 문자를 모르니, 이는 정신과 혼백의 변화다. 비록 천만 명이 있더라도 내가 가서 대적하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단단한 뿌리와 마디를 만나도 무뎌지지 않는 재기로 우리 도를 짊어지고 당세를 경륜하며 우주를 담당하고 천지를 잡겠다는 마음과 담력을 떨치고 뽐낼 수가 없으니, 이는 지기과 역량의 변화다._여헌 장현광, 노년의 사업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다._성호 이익, 노인의 좌절 열 가지

 

선생이 처음에는 자신의 재주와 덕을 깊이 감추어, 비록 학문에 정밀했지만 말에나 문자에 나타내지 않았으므로, 그 친구까지도 그가 도학의 선비인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수록 덕이 더욱 높아져서 덕을 기른 지 이미 오래되자 그 정화는 저절로 빛나고 실상은 절로 가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학자들이 많이 모여들어 그를 스승으로 높여 섬겼다. 바른 학문을 밝게 드러내고 후학들을 이끌어 공···주의 도가 불꽃처럼 우리 동방을 밝히게 한 사람으로 오직 선생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_퇴계집

 

죽는 것이 서럽지 않고 늙는 것이 슬프다

시간의 흐름은 파멸과 쇠퇴를 가져오며, 모든 신체적 변화에는 소름끼치는 무언가가 있다. 노년에 접어든 자들은 매일같이 쇠하는 기력과 맞닥뜨린다. 시력은 떨어지고 귀는 들리지 않는다. 지적인 능력의 감퇴로 어제 일을 오늘 기억 못 하며, 거꾸로 먼 과거의 일은 또렷이 다가온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이 거울을 보며 자탄하는 말은 노년의 삶과 풍경이 얼마나 어두운 것인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네가 보여준 얼굴이 그 옛날 가을 물처럼 가볍고 밝던 것이 어이하여 마른 나무처럼 축 처져 있으며 () 그 옛날 다림질한 비단 같고 볕에 말린 능라 같던 것이 어이하여 늙은 귤의 씨방처럼 되었으며, 그 옛날 부드럽고 풍만하던 것은 어이하여 죽어서 쓰러진 누에의 죽은 것과 같이 되었으며, 그 옛날 칼처럼 꼿꼿하며 갠 하늘에 구름처럼 무성하던 것이 어이하여 부들숲처럼 황량하게 되었으며, 그 옛날 단사丹砂를 마신 듯 앵두를 머금은 듯하던 것이 어이하여 바랜 붉은 빛 해진 주머니와 같이 되었으며, 그 옛날 조개를 둘러 쌓은 성곽 같던 것이 어이하여 들쑥날쑥 누렇게 때가 끼었으며, 그 옛날 봄풀이 파릇파릇 돋아난 것과 같던 것이 어이하여 흰 실이 고치에서 길게 뽑혀나와 늘어져 있는 것과 같이 되었는가?”

 

이렇듯 비탄을 불러일으키는 노년은 다른 한편으로 누구나 갖는 장수의 바람으로 인해 행복의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행복지표로 오복五福을 들었는데, 이는 서경書經에 그 기원을 둔다. 즉 오래 사는 복인 수, 부유함을 누리고 사는 부, 큰 우환 없이 건강하게 사는 강녕康寧, 덕을 쌓으면서 즐기며 사는 유호덕攸好德, 주어진 명을 다하고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고종명考終命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으뜸은 단연코 였다.

 

‘100세 시대라는 말은 요즘 떠들썩한 수사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각 전공 분야의 연구자가 나이듦노년에 대한 연구를 함께했다. 이 책은 늙음을 둘러싼 오래된 고민과 경험을 통해 노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고자 필자들의 개인적인 목소리는 최대한 낮추고 선인들의 삶과 생각을 주 내용으로 한다.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마다 다양한 인물, 그림, 풍속, 고전작품 등을 통해 늙음의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의 노년 모습까지 동양의 노년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 선인들이 어떤 노년을 보냈으며 그들로부터 배울 지혜와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풍경을 흥미롭게 음미할 수 있다.

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예부터 사람의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는 인명재천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기원 가운데에는 장수와 관련된 것들이 비교적 많은데, 특히 장수의 염원을 담은 예술품이 많다. 물건에 자를 새겨 넣거나 십장생(열 가지의 불사장수 상징물) 그림을 그려 넣은 필통, 자수, 도자기 등도 있었다. 또한 조선 왕들의 노년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왕들 가운데 장수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를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장수의 비법을 제시한다. 83세까지 생을 누린 조선 최장수 임금 영조(1694~1776)는 수라상 대신 간소한 밥상으로 소식을 했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며 비단 대신 명주로 만든 이불을 사용하는 등 소박한 생활을 했다. 70세까지 장수한 퇴계 이황(1501~1570) 역시 두서너 가지의 음식과 잡곡밥으로 식사를 했다. 이렇듯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거친 것을 가까이하고, ‘여유로움을 가지며 선천적으로 장수할 운명을 타고나지 못했어도 이를 잘 다스리는 양생법이 필수다.

 

더불어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명성을 얻은 거장들이 노년을 사는 방식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관직에 머물며 왕을 보좌한 노장 정치가로 황희와 신개를, 일찍이 은퇴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즐기며 노년을 보낸 김상헌과 이현보의 삶을 제시하며 이 거장들이 각자의 뜻에 따라 어떤 노년을 선택했는지를 제시한다. 동시에 스스로의 늙음에 대해 자신이 아직 젊고 팔팔하다고 여기며 자신감에 넘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젊음을 그리워하고 노년이 된 현재를 안타까워하는 다양한 인물의 사례를 통해 노년을 지내는 방식에 여러 가지 태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과 문학을 통해 보는 노년

3장은 그림으로 본 노년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그림에는 많은 경우 노인 남성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산수화, 아집도, 기로회도, 풍속도, 행실도, 초상화, 고사인물도, 신선도 등 다양한 그림 속 등장하는 노년의 모습에는 각각 특색이 있다. 문사들이 모여 시서화를 즐기는 그림인 아집도(아회도)는 그 명칭에 걸맞게 품위 있는 노년의 남성들이 모여 문화 행위를 하는 그림이다. 중국의 상산사호’ ‘죽림칠현이 대표적이다. 노인들의 모임을 기록한 그림을 기로회도라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제작한 것이다. ‘기로회70세 넘는 정2품 문관들의 모임으로 이들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이 바로 기로회도다. 이외에 한 남성이 태어나 돌을 맞이하는 장면부터 늘그막에 회혼식을 올리는 장면까지 탄생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생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평생도’, 중국 역사 속 성현들의 행적을 소개하는 고사인물도,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 수노인의 모습을 담은 신선도 등이 있다. 이러한 그림들의 등장인물이 주로 노인이었던 까닭은 노인의 나이가 되어야만 갖출 수 있는 미덕과 학식, 경험, 지혜 등을 드러내고,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자 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노인 자신이 바라보는 노년에 대해 살펴본다. 여헌 장현광은 노인의 사업노령의 인사라는 두 편의 글을 남겼다. 그의 생각에 사람이 노쇠하고 나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따라서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현광은 노년을 탄식하거나 희화화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노년을 비록 몸은 쇠하지만 가 완숙될 수 있는 시기로 보았다. 이옥 또한 거울에게 묻는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그가 49세 되던 해에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스스로를 객관화시키고 늙음을 받아들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노년 풍경

그렇다면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는 노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자는 중국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늙음이라는 뜻의 의 의미와 그 단어의 활용이 특히 흥미롭다. 는 부수 ?(늙을로엄)에 이미 늙음의 의미가 있다. ‘생각할 고’ ‘효도할 효자 모두 이에 대한 활용인데, ‘자는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에서 조상을 생각하다생각하다의 뜻으로, ‘자는 아들이 늙은 부모를 업고 있는 모양으로 효도의 뜻으로 정착된 것이다. 또한 중국은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신인 수성이 있다고 믿는데 민간에서 수성은 노인의 형상, 남극노인으로 그려진다. 이 노인은 백발에 등이 굽었으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손에는 선도仙桃를 들었고 정수리 부분이 불룩하게 솟은 점이 독특하다. 왕모랑랑은 중국 여신의 대모 서왕모를 일컫는 것으로, 그녀는 불사의 약과 장수의 과일을 지닌 여성 수신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장수를 돕는 음식이라 하여 생일이면 국수를 먹고, 서왕모 전설에 등장하는 복숭아가 불사의 과일이라고 하여 복숭아를 장수의 상징으로 본다. 또한 부모가 66세 생일을 맞으면 육육대수라고 하여 자식들이 모두 모여 돼지고기를 66조각으로 자르고 생일을 맞은 부모에게 선물로 주며 고기로 함께 식사하는 풍습도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장수와 노년을 무언가로 상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에서는 액년을 상당히 중시한다. 액년은 살아가면서 재액을 만나기 쉬운 나이로, 이때 특별히 몸을 사려야 한다. 반대로 노령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연령인 도시이와이도 있다. 이렇듯 일본은 액년은 경계하고 나이듦을 축하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재앙을 복으로 역전시키는 민속 의례가 있는데 일본어로는 야쿠하라이(액막이)라고 한다. 이는 액년을 맞이한 사람이 버린 떡을 다른 사람이 주워가면 액년을 맞은 사람은 그 액운을 떨치게 되고 주운 사람에게는 으로 바뀌어 온다는 의미를 갖는다. 같은 맥락으로 동전 뿌리기장수전과 같은 풍습도 있다. 이처럼 일본은 주로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나이에 따라 잘 살기 위한 여러 가지 의례를 거치면서 장수를 염원하며 장수했을 때는 이를 축하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참살이에서 잘 늙기, 그리고 좋은 죽음까지

오늘날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웰빙(잘 있음, 참살이)이다. 그런데 요즘 웰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늙어감well-aging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 걸까? 고대 동양의 사유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아의 완성인 군자와 진인을 향한 여정으로 보았다. 동양의 옛사람들은 청춘이 지나가며 맞이하는 생물학적인 늙음으로 인한 심신의 쇠잔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했다. 늙어감은 결코 쓸모없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장재는 살아서는 천지에 순응하고, 죽어서는 편안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체력이 쇠잔해지는 것에 대한 장탄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고려 말의 시조시인 역동 우탁은 탄로가에서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늙음과 백발을 막고 내치려 했지만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며 청춘이 자신을 속이고 꽃밭을 지날 때면 죄지은 듯한 늙은이의 안타까운 심경을 읊었다.

 

도가 역시 죽음과 삶을 단절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장자는 부인상을 당했을 때 돗자리에 앉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 혜시가 이를 나무라자 장자는 내가 왜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는 애당초 생명도 형제도 기도 없었다. ()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이는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일 뿐이라며 전일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는 죽음과 삶이 결코 나뉜 것이 아니며 가지런히 같다는 인식이다. 더불어 전통 사상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삶의 덕목을 찾아볼 수 있다. 통합과 초월의 삶 다시 말해 도로 복귀된 삶, 소박하고 유약한 삶, 자애와 검약 그리고 앞서나가지 않는 덕목이 있는 삶, 안빈낙도의 삶 등이다. 노년의 마지막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죽음이다. 늙음을 슬퍼만 하지 말고 스스로가 늙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제대로 늙어간다면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훌륭한 죽음인 고종명考終命’(하늘이 부여한 천명을 다 살고 죽음을 맞이함)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나이듦의 즐거움 저자 김경집|알에이치코리아 |2014.03.

저자 김경집은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교수를 지냈다. 서른 살 무렵에 25년은 배우고 25년은 가르치며 25년은 마음껏 책 읽고 글 쓰며 문화운동에 뜻을 두고 살겠다고 마음먹었고, 두 번째 25년을 마친 뒤 미련없이 학교를 떠나 지금은 충청남도 해미에 있는 작업실 수연재(樹然齋)에서 나무처럼 사는바람을 품고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인문학은 밥이다》《마흔 이후, 이제야 알게 된 것들(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 생각의 인프라에 투자하라(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 책탐(2010년 한국출판평론상 수상) 생각의 프레임》《완보완심》 《위로가 필요한 시간》《지금은 행복을 복습하는 시간》《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공저)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교과서, (공저) 등을 집필했고 어린왕자, 그 두 번째 이야기등을 번역했다. 이 밖에도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세상과 교감하는 글을 쓰고 있다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장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 아내의 흰 머리를 염색하며 미술품이 내게 주는 행복

잊었던 꿈의 조각들을 찾아 아버지는 부재중 쉰의 문턱에서 닮고 싶은 삶 젊음에 대한 정의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일 자유로운 질주의 꿈 혼자 떠나는 여행 진정한 권위에 대하여

음력과 양력의 조화로 살아가기 재즈처럼 산다는 것 달콤소박한 달관 이제 겨우 한 가지 공부가 끝났을 뿐

찻잎의 부활 안과 밖이 어긋나지 않는 나이 닷새장의 추억 결혼식에 대한 소고 설날에 쓰는 유서

직선의 속도와 곡선의 넉넉함 만년필에 어린 추억 뭉툭한 칼의 지혜

2장 제 나이에 맞춰 사는 행복

잊고 지냈던 본능을 찾아 우표 수집 예찬 제 나이에 맞춰 사는 행복

성을 쌓는 사람은 이동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 휴대전화와 공중전화

퇴근길의 음악회 날것으로서의 야성을 위해 천렵의 풍경 세월의 결을 따라 산다는 것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와의 동거 필연의 만남 간판쟁이와 구본웅, 그리고 이상 함께 갈 수 있다면

반가운 희망의 전화 겨울을 맞는 나무의 지혜 편지가 주는 행복 북한산이 좋은 이유 나무가 되고 싶다

내 영혼의 나비가 깨어나기를 진정한 르네상스맨 수도꼭지만 탐내는 병 작은 기쁨

3장 내 삶의 북극성을 찾아

내 삶의 북극성을 찾아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 이상과 현실의 지혜로운 해후 영혼의 벗, 책과 함께하기

눈 내린 종묘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난 키우기와 무소유 숲이 그리울 때면 반갑다, 친구야

건강한 쾌락주의자 번뇌를 극복하는 길 겨울밤 책 읽는 행복 뜻밖에 찾아온 일탈의 행복

아일랜드 부엌을 꿈꾸는 남자 과거와 화해하기 결대로 살 작은 용기와 지혜 어머니가 그리운 명절

떠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것 애절함을 담은 꽃 상사화 손돌바람의 매서운 한기 속에서

익숙해지는 건 자신을 잊는 것이다 스스로를 새롭게 엮는 일 마흔의 끝자락에 길을 나서다

 

목차 닫기

 

출판사 서평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중년,

어설퍼 보여도 인생 안팎의 아귀가 맞아가기 시작하는 그런 나이

우리 시대 대표 인문학자 김경집의 첫 인생 에세이

 

대중인문학 확산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인문학자 김경집의 첫 인생 에세이 나이듦의 즐거움(2007)이 새로운 디자인의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상에서 제 나이에 맞춰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이 책은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과 화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는 깨달음이자, 제 나이를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나이듦의 즐거움에서 저자는 깊고 너른 사색이 깃들어 더욱 농밀해진 인생을 담아내며 인문학과 일상의 바람직한 만남을 보여준다. 이러한 면모는 인문학은 밥이다(2013)를 통해 어떻게 인문학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진 바 있다.

 

제 나이를 누리며 산다는 것은 온전한 나를 만나는 일이다

50대 중반인 김경집 저자에게 오늘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 내가 가장 젊은 날이다. 살아오면서 배우고 겪은 많은 것들이 자산이고 자랑이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는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는 40~50대가 되면 적당한 속도와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청춘만을 예찬하는 세상이지만, 제 나이를 긍정하며 사는 일은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 속에 나를 밀어넣지 않고 온전한 나를 만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경집 저자가 해마다 유서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해마다 설날이 되면 책상 앞에 앉아 유서를 쓴다. 아들들에게는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당부하고 아내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해왔는지 표현하면서 지금 이 순간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점검해나간다.

 

유서는 괄호 속에 남겨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살아 있는 현재를 위한 일종의 자기계약서와 같은 겁니다._84

 

물론 나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막상 나이 드는 것을 체감하면 서글퍼지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자꾸만 옹색해지거나 작은 일에도 서운해지곤 한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서글픈 게 아니고 그렇게 작아지고 옹색해지는 것을 서글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고의 전환이 들면 다시 한 번 지금의 제 나이를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우리 시대의 중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나이듦의 즐거움은 저자가 지인들에게 보내온 편지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일상의 궤적 속에서 저자가 깨닫게 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와 동년배들이 함께 걸었던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독재에 대한 항거와 좌절로 젊은 시절을 지났지만 그 후로도 젊은 시절의 꿈은 꺼내볼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내처 달음질쳐야만 하는 삶, 그러다가 아날로그의 끝자락과 디지털의 첫 단추를 동시에 쥐며 변화의 한복판에 살아야 했던 우리 시대 중년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흥분시켰던 많은 것들이 미처 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는 것을 목도해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아날로그의 따뜻함과 디지털의 빠르기를 함께 누리고 살 수 있는 독특한 자산을 가진 자랑스러운 세대라고 말하며 동년배들을 다독인다. 그들에게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자부와 멋지게 살아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지금의 내 나이가 제일 좋은 것이라고 긍정하며 인생을 살아가자고 독려한다.

 

불혹의 단단함을 마련하지 못하고 여전히 미욱하게 헤매는 제가 부끄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갈 길이 제법 멀기 때문입니다._245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제 나이를 누리며 사는 즐거움은 김경집 저자의 인생에 올곳이 스며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일 때 꼭 소장하고 싶은 미술작품을 발견하고는 포기하는 대신 미술가에게 부탁해 할부로 구입했던 일, 남들이 미래와 노후를 위해 주식과 채권을 살 때 우표를 수집하며 소소한 행복에 빠져들었던 일, 눈 내린 날 종묘를 찾아 새하얀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기뻐했던 일, 겨울밤에 만끽하는 책 읽는 즐거움…… 《나이듦의 즐거움에 저자의 인생 한 올 한 올이 새겨져 있다.

김경집 저자는 지금 서산시 해미면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서른 살 무렵에 생의 첫 25년은 배우고, 다음 25년은 가르치고, 마지막 25년은 글 쓰며 살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2012년에 실행에 옮겼다.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미련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해미면에 작업실을 꾸렸다. 나이듦의 즐거움을 마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또 다른 출발점이 왔다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던 그 마음 그대로 그는 지금 이 시간을 누리기 위해 호기롭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기에 중년의 문턱에서 찬란한 비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나이듦의 즐거움은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편지가 된다.

 

책속으로

40대 후반, 참으로 어설픈 나이입니다. 뭐 딱히 근사하게 이뤄놓은 것은 없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책무와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고스란히 어깨를 누르는 압박감은 여전하면서도, 미래의 삶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대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삶입니다. 앞으로도 더 가열차게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위로도 받고 보상도 받아야 할 나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그저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지금까지 타고 온 차에서 내려야 한다며 등 떠미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노동할 수 있는 삶의 막바지에서 겨우 남은 모든 정력을 쏟아야 하는 비정한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봐도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_29

 

한참 동안 사진을 들추며 옛 추억에 잠겨 있는데, 제가 나온 사진은 거의 없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늘 사진을 찍는 일만 했지 렌즈 앞에 서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 앞에서 어색한 표정과 자세를 잡아야 하는 게 꺼려져서, 그리고 어차피 내 사진이 아니라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거라서 그리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족사진을 내야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함께 찍은 사진 말고는 예외 없이 저는 부재중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진을 찍을 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그 녀석들이이 사진첩을 들춰볼 일이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_31~32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유유하게 달리는 꿈은 여전히 제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꿈을 간지럽혔습니다. 체 게바라처럼 자유롭게 바람이 되어 달리고 싶습니다. 몽골 초원에서 그 목부들과 함께 칭기즈 칸이 달렸던 그 언덕을 달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자식놈들이 따라할까 걱정이 앞서는 건 아비로서의 노파심인지 소심함인지 모르겠습니다._47

 

권위라는 건 요구하거나 거친 힘을 내세워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람됨에 감동한 이들이 저절로 머리 숙여 모여들게 하는 힘입니다. 그것은 딱딱한 권세나 막강한 재력이 아니라 부드럽지만 어긋나지 않는 인격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스승의 권의가 짓뭉개졌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품고 따랐던 권위란 것이 사실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른 것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생깁니다.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다고, 나이가 많다고 윽박지르고 어떤 경우에는 경험과 지식이 많다고 얕보는 것을 권위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_53

 

설날 유서를 쓰면서 그 시간이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긋난 시간의 상사병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서는 괄호 속에 남겨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살아 있는 현재를 위한 일종의 자기계약서와 같은 겁니다.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고 채근하며 가족에 대한 의무와 사랑을 다짐하는 소중한 문서입니다. 내년에도 또다시 유서를 쓰는 한 올해의 유서는 아무도 읽어보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폐기문서가 되겠지요. 또 한 해의 유서를 당당하게 쓰기 위해서라도 이 한 해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한 30, 40년 유서를 계속해서 쓸 생각입니다. 작은 부활을 꿈꾸며. ---p.84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저자 박혜란|웅진지식하우스 |2010.10.

 

목차

들어가는 말-시간, 참 빠르다

 

1장 그 연세에 참 대단하시다고?

내 남편 맞아?

낭만이고 뭐고

갈까 말까 망설이는 여행은 무조건 가라

나는 못 말리는 영화광

남자들, 착해졌다.

85세에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나의 홈쇼핑 탐구생활

그 연세가 어때서?

미국 수사 드라마 폐인

혼자 놀기

식탁은 가구가 아닙니다

젊은 엄마들에게 고함

 

2장 에구구, 늙기도 설워라커늘

"나이 드니까, 글쎄"

회갑이 가져다준 선물

그럼 내 삶은 계란은 어디로 간 거야?

술꾼의 후예

할머니를 구해 줘

병원은 너무 싫어

지금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진짜 이유

고독사

버스는 인생이다

동경 유람단

요즘 시어머니로 사는 법

 

3장 버리자, 비우자, 줄이자!

60 넘어, 자유!

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

나도 패셔니스타

명랑 투병

난 이런 프로그램이 싫다고

참 다행이다

개띠클럽

할머니로 사는 재미

우리 서로 손뼉을!

뽀글파마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내가 만약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출판사 서평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젊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나이 들었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는 똑똑한 엘리트 여성으로서 맹렬하게 사회 생활을 하다가, 우직한 전업주부로서 아들 셋을 훌륭하게 키우고, 다시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하여 여성학자로서 사회 약자들을 대변해온 박혜란 선생이, 60대에 들어서면서 준비 없이 맞은 100세 시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모색해본 책이다.

 

1그 연세에 참 대단하시다고?’에서는 영화관에 홀로 앉아 좋아하는 배우들과 교감하고, 홈쇼핑으로 물건을 사면서 주책스런 가벼움을 탓하기도 하고, 미국 수사 드라마 폐인으로서 하루 종일 일곱 편의 드라마를 눈이 뻑뻑해지도록 내리 보기도 하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대학 동창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옛 추억을 곱씹으며 여전히 마음은 청춘임을 과시한다.

 

2에구구, 늙기도 설워라커늘에서는 하나둘 주위 사람들과 형제의 죽음으로 상처를 받고, 독거노인과 고독사 같은 동세대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그 렇게 좋아하던 커피와 술이 더 이상 친구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슬퍼하고,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약해지는 건강과 나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야 하는 노인으로서의 아픔을 절절하게 받아들인다.

 

3버리자, 비우자, 줄이자!’에서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쪼그라들어 초라하게 늙어갈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도 건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집안의 어른으로서 의젓하게 대처하는 법을 습득하고, 징징대며 살 게 아니라 매사 긍정적으로 참 다행이라 여기며 살고, 할머니로 여성으로 더 나아가 강한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재미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자는 다짐을 한다.

 

맹렬하게 나이듦을 부정했던 10년 전, 이제는 열렬하게 나이듦을 껴안는다.”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는 유머스럽고 긍정적이며 희망에 찬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웃음과 자신감과 다양성과 실용적인 팁을 제시하는 책이다. 나이든 부부가 각자의 관심사를 따라 공간적으로 떨어져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혼자 놀기나 명랑한 투병처럼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제시하고, 개띠 클럽처럼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로서 같이 즐기고 어려움에 대처하는 대안을 전해주기도 한다.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는 젊은 엄마들에게 고함’ ‘요즘 시어머니로 사는 법’ ‘내가 만약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등의 주제로 강의하듯 조목조목 정리해 놓아서, 실용적인 생활의 지침으로 널리 활용할 만하다.

 

책속으로

얼마 전 한 80대 여성은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참 젊어 좋다"고 덕담을 하면서 "인생 80, 한순간이야"라고 자신의 인생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그 분은 나이 일흔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서 여든에 조그만 전시회를 열어 나를 감동시켰다.

인간, 참 자기 중심적이다. 10년 전, 50대 초반에 나이듦에 대하여란 좀 건방진 제목으로 책을 냈을 때만 해도 난 내가 꽤 나이가 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 나이의 사람들을 보니, 새파랗다. 무얼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다. 하긴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어디 있으랴. 무얼 해도 10년쯤 죽자 하고 파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흉내 낼 수 있잖은가. 스스로 흡족하면 된 거지, 꼭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는 걸 나이 든 사람들은 다 안다. --- p.8.들어가는 말중에서

 

몇 살 덜 먹은 거, 몇 살 더 먹은 거 너무 의식하지 말고 살자는 말이다. 나이 든 사람 대접한답시고 함부로 '그 연세에 대단하십니다'라는 말을 남발하지 말 일이다. 연세 따위는 애써 잊고 사는 사람에게 새삼 나이를 의식하게 만드는 건 칭찬도 예의도 아니다.

예순 살 즈음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 거다. 여든을 넘어도, 아흔을 넘어도 똑같을 거다. 정 칭찬을 하고 싶다면 연세 얘기는 빼고 그저 '대단하십니다'라고만 하라. --- p.73.그 연세가 어때서?중에서

 

혼자 노는 법을 못 배우면 항상 남에게 의존하게 되고, 남에게 함께 놀자고 손을 내밀었다가 거부당하기라도 하면 스스로 위축되거나 남을 원망하게 된다. 혼자 놀 줄 안다는 건 외로움을 즐길 줄 안다는 뜻이다.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남에게 섭섭함 따위는 느낄 여가가 없다. 섭섭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늘 여유로워 보여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든다. 그러니 혼자 잘 노는 사람이 곧 여럿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혼자 놀 줄 모르면 공연히 주위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잦다 보면 젊은이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노인은 점점 더 야속해 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 놀 줄 알아야 인생이 그나마 덜 외롭다. 덜 삭막해진다. --- p.88.혼자 놀기중에서

 

일리 있는 말이다. 젊었을 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길게 앓지 않는 거야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죽어가는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의 눈길을 받으면서 죽는 게 훨씬 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생전에 짧은 여행을 떠날 때도 누군가로부터 '잘 다녀와'라는 인사를 들으면 기분이 더 좋은 것처럼.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에서처럼 온 피붙이를 침대 곁으로 불러 모아 마지막 인사를 한 마디 한 마디씩 주고받은 다음 미소를 띤 채 고요히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런 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록 자신을 잘 모르는 이웃이라도, 같은 하늘 아래서 산 인연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돌봄'이 일상화되었으면 좋겠다. --- p.160.고독사중에서

 

한 번 올라탄 버스, 그냥 목적지까지 숨죽이고 가는 게 상수다 싶으니 이것 또한 인생이다. 물론 과감하게 내려 갈아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용기가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버스가 인생이다'라는 말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버스는 나의 인생'일 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싶다.

길이 좀 뚫렸다 싶으면 총알처럼 달리다가 때로는 하염없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뚫림과 막힘과 멈춤이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것, 터널 속에 꼼짝없이 잡혀 있을 때면 영원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암담함,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늘이 보일 때의 그 안도감, 그 모든 것이 나의 인생과 닮았다.

하기야 아무런 문제도 없이 탄탄대로인 인생이 흔하겠는가.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가다 막히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제일 나중에는 영원히 서버리는 것, 그게 인생이지. --- p.166.버스는 인생이다중에서

 

떡고물을 챙기거나 뭉칫돈을 받을만한 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는 것도 다행이다. 청문회에 나가 앉아 나도 다 잊어버렸던 과거사가 낱낱이 파헤쳐지는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기억력이 부실해서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꼴을 안 보여 주어도 되니 다행이다.

그리고 참으로 고맙게도 남에게 구차한 소리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다행이다. 재산이 너무 많아서 나 죽은 다음에 자식들이 유산 때문에 다투는 일 따위는 생기지도 않을 테니 참 다행이다. 자식들한테 용돈을 기대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그뿐이랴, 마음만 먹으면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형편은 되니 다행이다. 작은 액수지만 다달이 몇 곳에 후원금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 p.234.참 다행이다중에서

 

그 해 초 어떤 공식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세 개띠가 잡담을 나누다가 우리가 올해 회갑인데 남이 축하해 주는 건 쑥스러우니 우리 스스로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데 뜻이 모였다. 세 명으로는 부족하고 열 명 이내가 좋을 테니 그날 만난 세 명이 각각 개띠 두 명씩을 끌어오기로 했던 거다. 멤버의 자격에 대해선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론 이미 합의가 된 상태였던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여성운동이나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사람들로 하자는.

개띠는 추진력 하나는 끝내 준다는데 말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돼 첫 모임이 이루어졌다. 아홉 명의 개띠가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아마 모든 멤버들이 다 속으로 조금 놀랐을지 모르겠다. , 저이도 개띠였구나 하고. --- p.239.개띠 클럽중에서

 

1.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2.스무 살이 되도록 별 탈 없이 살아 있는 것을 고마워하겠습니다.

3.스무 살이 되도록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들에게 고마워하겠습니다.

4.나와 함께 놀아 준 친구들을 고마워하겠습니다.

5.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6.잘난 친구를 시샘하지 않겠습니다.

7.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의미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8.불안을 젊음의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9.하루에 단 몇 페이지라도 좋은 책을 찾아 읽겠습니다.

10.하루에 한 번 씩은 꼭 하늘을 쳐다보겠습니다.

11.내 몸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12.모든 생물체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습니다.

13.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찾아내겠습니다.

14.내가 먹을 밥은 내가 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겠습니다.

15.일이 안될 때 남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16.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겠습니다.

17.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18.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하겠습니다.

19.악기 하나를 꾸준히 익히겠습니다.

20.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마음을 열어 두겠습니다.

--- p.278.스무 살을 맞는 그대들에게 예순네살 먹은 혜라니 할머니가중에서 --- p.278.스무 살을 맞는 그대들에게 예순네살 먹은 혜라니 할머니가중에서

 

나이듦에 대하여 여자,그리고 나이 저자 박혜란|웅진지식하우스 |2006.11

박혜란

1946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68동아일보에 입사해 74년 둘째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맹렬하게 기자생활을 했다.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84년 막내 목에 아파트 열쇠를 걸어 주고 서른아홉의 나이에 이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여성학자 박혜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아들 셋이 모두 서울대에 들어가기까지, 그가 지킨 교육 원칙은 돈봉투를 주지 않겠다, 비밀과외는 절대로 시키지 않겠다, 아이를 잡지 않겠다, 이 세 가지였다. 이 원칙대로 아이들을 키운 결과 그는 자식 셋을 키우는 내내 엉터리 엄마’, ‘자식 앞길 망치는 독한 엄마로 주위사람들의 지탄을 받다가 95년 막내까지 서울대에 들어가면서 속된 말로 자식농사 잘 한성공한 엄마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맏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의 시행착오 대상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첫째는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MIT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보스턴에서 일하고 있으며,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둘째는 <달팽이>를 시작으로 뮤지션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대중문화의 위력을 가족 모두에게 실감케 한 장본인이 되었다. 저자는 이제 여성학자 박혜란 대신 패닉 이적 엄마로 더 많이 불린다. 저자가 연변대학 초빙교수로 나가는 바람에 고3 내내 도시락을 스스로 싸갖고 다녀야 했던 셋째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MBC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초빙연구원, 여성신문논설위원,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공동대표, ‘또 하나의 문화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손주를 본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삶의 여성학, 남성을 위한 여성학(공저), 변경에서의 1, 나이듦에 대하여,여자와 남자, 소파전쟁등이 있다.

 

목차

1장 여자의 시간은 잘도 흐르네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나는 564 아줌마

60대 그 고단한 초상

()에 갇힌 삶

해 놓은 것도 없이...

2장 세상이 달리 보인다

지하철 풍경

사소한 것에 대한 분노

텅 빈 집

3장 돌아오는 남편들

남편들, 집으로 향하다

겨울 바닷가에서

별걸 다 행복해하는 여자

참 미련들 하네

4장 아직도 어머니를 모른다

"내가 와 이리 오래 사노?"

아직도 어머니를 모른다

고향 만들기

어떤 이산

5장 여자들은 아픈 데가 많다

몸의 반란

세상이 달리 보이네

여자들은 아픈 데가 많다

6장 자식을 손님처럼

시어머니 프리미엄

떠나보내기

며느리가 어떠세요

시집과 친정

자식은 손님

7장 노전생활? 노후생활?

돈이 효자?

친구 이야기

누구하고 살까

휴대폰과 인터넷

도심을 못 떠나는 이유

버리자, 또 버리자

8장 길 위에서

다시 연변에 가다

도요나가에서의 닷새

아카디아로 가는 길

에필로그-삶은 지속된다

 

책속으로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나보다 한참 젊은 여성들로부터 날씬하다든가 젊다든가 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그게 아무리 입에 발린 치레라고 해도 기분이 꽤 괜찮은 노릇이다. "아유, 그 거짓말 참 듣기 좋네."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입이 헤벌쭉해지고 축 늘어졌던 사지에 파르르 생기가 오른다. (이 쯤 되면 나도 갈 데 없는 공주병 환자?)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얼마 전 일반버스에서의 경험은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팍 전 파김치 상태로 의자에 늘어져 있는데 뒷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몸을 내 쪽으로 숙여 오며 속삭였다.

 

"이 적씨 어머니시죠?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이 적(나의 둘째 아들로 본명은 이 동준. 대학 4학년 때 가수로 데뷔했다)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기 소개를 한 그 여성은 스물 여덟 살이며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그 또래답게 환한 표정에 당당한 태도가 돋보이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5분 남짓 동안 내 귓속에서는 계속 '곱게 늙었다.'는 말이 맴돌았다. 아니, 그냥 "어쩌면 그렇게 고우세요?"라고 끝내면 어때서 굳이 '늙었다.'는 말을 보태는 거지? 괘씸하고 서운했다. 하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중략>

 

아무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늙음은 추함이고 악함이고 약함이고 심지어는 죄라고 배워왔다. 더구나 여성의 경우는 훨씬 더 심했다. 그 많고 많은 이야기책들은 한결같이 젊고 예쁘고 착한 소녀를 괴롭히는 늙고 못생기고 못된 여자들을 그려왔으니까. 백설공주도 늙으면 마녀가 된다! 여자들이여, 늙지 말지어다.

 

때론 자신은 나이에 초연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이 늙어감은 인정하지 않는다. '나이는 들었지만 나는 젊다.' 도대체 늙음이 뭐길래.

 

결국 늙음을 맹렬히 부정하느라고 정작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하나도 못하면서 우린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통고받는 순간의 그 느낌이라니. 그 충격적이고도 착잡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