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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다대포는 다대포다워야 한다.

by 이성근 2013. 6. 16.

 

[발언대]'市 다대포 매립 계획 황당'

한 지역에서 여덟가지의 뛰어난 경치가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다.일찍이 부산에는 사상팔경을 비롯, 해운팔경 다대팔경이 기록에 전해지고 있다.


팔경이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랑이자 영원한 유산인 동시에 미래의 자원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에 이르러 온전하게 보전되고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실로 큰 손실이자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부산시는 다대포에 해수욕장을 매립해 대규모 해양레저위락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서부산개발의 한 축으로 회자되던 이 프로젝트가 과연 타당한 사업인지 의문이다.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한결같거나 유사한 성격과 내용의 지역개발이 다대포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한 지역의 환경과 미래에 대해 정책입안자나 개발론자들은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스럽다.


비유컨대 온전하게 자연적 해안이 남아 있는 곳이 부산에서는 얼마나 될까.


태종대, 이기대, 송정, 기장, 그리고 몰운대와 연해있는 다대포해수욕장 정도이나 정말로 살아 있다는 가치를 부여받는 곳은 다대포 일원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개발과 발전이란 허울로 해안이 콘크리트 직선화되고 자연미가 사라진 곳에 시민이 찾거나 느낄 매력이란 없다는 것이다.


레저단지란 그럴듯한 간판을 붙이고 사업성을 말하지만 이는 일종의 기만에 다름아니다.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올해 "살아 있는 갯벌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어떤 사진작가는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의 경관을 "다녀본 갯가 중" 제일 흉한 모습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세상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던가 하는 원망과 함께 참담한 심정이다. 이런 판에 다대포해수욕장의 개발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지역은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개발"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흔치 않은 곳이다.


그런 조건을 더욱 풍부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아무런 시민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입안하고 재단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개발을 강행한다면 새천년의 웃음거리이며 전근대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다대포는 다대포다워야 한다.   1999.12.18 부산일보

 

You Are So Beautiful / Joe Co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