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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개발로 신음하는 낙동강하구

by 이성근 2013. 6. 16.

[나의생각]개발로 신음하는 낙동강하구


지난달 말께 명지에서 였다. 기러기며 오리떼가 날아오르는 저물녘 실로 반갑기 그지없는 소리를 들었다.

"두룩두룩" 울음소리도 선명한 두루미 마흔 다섯 마리였다.


지난 11월 중순에는 황새 한 마리가 을숙도 맹금머리를 찾았다 하루 만에 떠나기도 했다. 그 황새는 지금 창녕 우포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한다.


새 천년의 도래를 축제처럼 준비하던 그 기다림 속에 정작 소중한 것들이 우리들 곁에서 떠나고 있는 것에는 무심하지 않았는지. 새 한 마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21세기의 토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 한세기 동안 낙동강하구에 가해진 폭력과 욕심은 이 일대의 생명고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개발과 성장의 이름으로 가해진 이 혼란은 멀쩡한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가장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하던 하구 특유의 기능은 교란되거나 무시되고 단절돼 기형화 된 채 고착화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2000년대에도 낙동강하구는 여전히 개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과연 각종의 하구개발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 개발지표들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제 그 명암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컨대 실제 득보다는 문제가 더 많은 하구둑과  팔리지 않아 시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신호. 녹산공단이며 명지주거단지의 경우 꼭 공장이나 주택을 지어야만 하는가.


차라리 그 땅에는 자연사박물관이나 조류박물관 등이 들어서고, 더하여 하구일원이 생태적 체험과 경관을 즐기는 전국, 아니 세계적 명소로 거듭나게 할 수는 없을까.


지구상 어디에도 낙동강 하구와 같이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공간은 없다. 이 보물창고를  편협된 욕심으로, 또 섣부른 판단으로 망쳐서는 안된다.  

 2000.1.4 부산일보

 

노럐: 그날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