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 저자 르 바지크|역자 김진환, 한수정|따비 |2017.09
이토록 많은 소비자가 매일 초콜릿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제3세계의 카카오 농민과 커피 농민은 왜 여전히 가난한가. 농식품 공급사슬에서 권력을 가진 이는 누구이며, 그들의 권력을 빼앗아 농민과 식품 노동자, 소비자에게 돌려줄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 르 바지크LE BASIC는 2013년에 설립된 르 바지크(시민을 위한 사회영향 연구소BUREAU D’NALYSE SOCI?TALE POUR UNE INFORMATION CITOYENNE)는 프랑스의 연구기관으로, 생산과 소비에 따른 진정한 사회적 비용의 평가가 핵심 연구 주제다.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에서 공정무역 운동을 해온 크리스토프 앨리엇CHRISTOPHE ALLIOT이 공정무역과 연결된 보다 광범위한 사회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기 위해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이 단체를 설립했다.
르 바지크는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시민사회 조직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 세계의 생산과 소비가 사회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시민에게 알리며, 여러 경제 주체, 정부, 시민사회로 구성된 다자간 플랫폼을 조직해 구체적인 변화를 실행하는 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역자 김진환은 아름다운커피에서 생산자파트너십 팀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 HEC 비즈니스 스쿨에서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협동조합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2017) 가 있다 / 역자 한수정은 아름다운커피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과학과 경영(MBA)을 공부했으며, ‘국제개발과 사회적 경제’, ‘공정무역과 식량운동’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지구촌 아름다운 거래 탐구생활》 (2016) 이 있다.
서문 12
핵심 요약 19
1. 오늘날 경제 시스템의 경제 이론, 권력 집중, 불공정한 경쟁
1) 이상적인 시장의 이론적 작동 메커니즘 29
2) 완전 경쟁 모델의 실패: 공급 과점과 수요 과점 33
3) 가치사슬에서 권력 집중의 형태들 37
2. 농업 가치사슬의 권력 집중
글로벌 관점에서 본 농업 가치사슬의 거버넌스 46
1) 역사적 관점 47
2) 오늘의 현황 54
3) 최근 농업 공급사슬 역학관계의 진화 67
권력 집중의 주요 패턴 68
1) 수직 통합 71
2) 종속 거래 방식 75
3) 종속된 농민에게서 농산물을 조달하는 관계형 네트워크 80
4) 일괄 공급업체와 종속된 농민에 기반을 둔 모듈형 사슬 86
권력 집중은 어떻게 불공정 거래 관행을 야기하는가 96
1) 소매업에서의 불공정 거래 관행 97
2) 생산국 내의 불공정 거래 관행 99
3. 농업 공급사슬 내 권력 집중의 사회적?환경적 영향
1) 농민 생계의 지속 가능성 파괴 110
2) 아동 노동 115
3) 불안정한 고용과 노동자의 열악한 생활 여건 118
4) 환경 악화 126
5) 농업계의 양극화 심화 129
4. 구매자 권력 및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처하는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이니셔티브
1) 경쟁 정책의 역사와 원칙 137
2) 경쟁법에 대한 주류적 접근 방식의 구조적 단점 142
3)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대처 방식: 최근의 파편적 접근 148
4) 구매자 권력과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규제하려는 민간 이니셔티브 152
5. 구매자 권력 통제를 위한 제안
우리의 비전: 소비자, 농민, 노동자의 장기적 이익 보장 158
제안 1: 농업사슬에서 권력 균형 조성 160
제안 2: 농업사슬의 투명성 제고 163
제안 3: 유럽연합 경쟁 정책 틀거리 쇄신 167
제안 4: 불공정 거래 관행의 근절을 위한 더 엄격한 법 집행 메커니즘 형성 171
제안 5: 공정무역 원칙의 실행 175
감사의 글 178
미주 179
출판사서평
농업과 식품 제조업, 그리고 유통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관계가 동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때로는 독점적인 공급자가 자신의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매업체와 소비자에게 권력을 행사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점점 농식품 공급사슬에서의 권력은 공급 쪽에서 구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민보다는 식품 가공업체가, 식품 제조ㆍ가공업체보다는 유통ㆍ소매업체가 더 큰 힘을 갖는다.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수직 통합, 인수 합병으로 인한 덩치 불리기, 소매 체인의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 같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소수의 기업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초점은 ‘공급자가 제공하는 것’에서 ‘구매자가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농민은 더 이상 먼저 생산하고 나서 시장을 찾아나서지 않는다. 대신, 공급사슬을 통제하는 이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결정하고, 이런 제품을 수급하는 데 필요한 공급사슬을 설계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권력 집중이 가능한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와 같은 권력 집중 때문에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각 부문의 실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전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 올리비에 드 슈터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가격 후려치기 경쟁’을 부추깁니다. 농장 노동자의 임금은 더 낮아지고 농산물을 공급하는 개별 생산자가 받아야 하는 납품가도 낮아집니다. 대규모 농산물 구매업체는 압도적인 구매자 권력(buyer power)을 토대로 농민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 물량의 증가로 생기는 농민의 비용 절감액을 고려해 시장가 대비 할인을 받아내거나, 가축 등급 분류와 상품의 진열장 진열, 홍보 등 보통은 구매업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생산자에게 떠넘기는 식입니다. 이런 대규모 구매업체들이 우월한 구매자 권력으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소매업체는 이런 구매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그 혜택을 함께 누리기를 원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의 전방(downstream)에서 상대적인 특권을 갖고 있는 우세한 구매업체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보다 큰 규모의 농산업체가 구매 시장과 판매 시장 모두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격 후려치기’는 그저 거래 당사자 간의 불평등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다양한 업종과 지역의 소농과 노동자의 생계 불안과 아동 노동, 불안정 고용, 환경 파괴까지 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권력 관행과 불공정 거래 관행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공정무역 운동은 농민과 노동자 조직을 지원해 권력의 균형을 촉진하는 좋은 대안이다. 이 책은 공정무역의 원칙이 모든 농산물, 모든 교역의 영역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농업사슬의 비용 투명성 제고, 선진국 경쟁 정책 쇄신, 불공정 거래 관행 저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법 집행 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이토록 많은 커피를 마시는데, 왜 커피 농민은 가난한가
맛집 앞엔 줄이 늘어서고, 유명하다는 요리나 디저트를 먹으러 먼 지방이나 해외까지 가는 먹방의 시대. 그런데 정작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은 왜 이토록 힘겨울까. 살충제 달걀, 조류인플루엔자(AI), 광우병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장식 사육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치솟지만, 생산체계는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
<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가는가>는 그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프랑스의 연구기관 ‘르 바지크’(시민을 위한 사회영향 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인 이 책은 초대형 구매·유통업체가 지배하는 전세계 농업의 현실을 생생하고 간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마시는 스타벅스 한잔과 남미 커피 노동자의 삶은 의외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약 2500만명의 생산자가 재배하고, 5억명이 소비한다. 생산자는 대개 10헥타르 미만의 경작지를 가진 소농이다. 불과 5개 업체(네슬레, 크래프트/몬델리즈, 새러리, 프록터앤갬블, 치보)가 전체 커피 로스팅의 45%를 장악하고 3개 업체(노이만그룹, 이콤, 볼카페)가 커피콩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세계 공급사슬을 좌우하는 이들 업체는 자신에게 돌아갈 이익은 늘리고 농민에겐 점점 더 낮은 커피콩 가격을 강요한다. 공급 사슬의 다른 한쪽에 있는 소비자가 사는 커피 관련 제품 가격도 점점 올라간다. 카카오, 면화, 사탕수수, 바나나 등 전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많은 농산품 생산·유통에서도 거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급속한 도시화와 대규모 상업 영농의 증가에도, 여전히 전세계 농업의 대부분은 소농의 손에서 이뤄진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농촌에 거주하고 전세계 25억명이 생계를 위해 농업에 의존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농업사슬의 밑바닥에 이들 소농이 있다면, 꼭대기에는 소수의 농화학·종자 회사, 무역·가공·제조업체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있다. 이들은 농민이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좁은 길을 장악하고 농산물 생산과 가격에 엄청난 힘을 행사한다. 신젠타, 아벤티스, 몬샌토, 바스프, 다우, 바이엘, 듀폰 등 7대 기업이 종자와 농화학 분야를 지배하고,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벙기, 카길, 루이드레퓌스가 전세계 곡물 무역의 90%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마저 제치고 유통을 장악한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 슈퍼마켓 체인이 최대 포식자로 올라섰다.
설탕을 만들기 위해 기르는 사탕수수는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수확해야 해서 주로 값싼 노동력이 있는 최빈국에서 재배된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서 노동자들이 마체테라는 날이 넓은 칼로 사탕수수를 베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노동자들은 수확 직전에 사탕수수의 마른 잎을 태우는 불과 연기, 살충제, 독이 있는 동물에 노출되기도 한다. 2009년 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셔터스톡, 따비 제공
식품 분야에서 대형 슈퍼마켓의 권력이 커지면서, 농민에게 불공정한 거래 관행도 늘어간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수직통합, 인수 합병으로 덩치 불리기,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소수 유통기업으로 권력이 집중된다. 가격 쥐어짜기, 우수 공급업체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협박, 할인가격 소급적용, 공급업체에 대한 장기거래 할인 요구, 단기계약 또는 무계약, 각종 비용을 공급업체에 떠넘기기 등의 각종 무기가 이들 손에 있다.
이들의 요구를 받는 제조업체는 결국 생산국의 농민·납품업체에게 지불하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고, 농민과 노동자의 소득은 점점 낮아져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소농과 농업노동자의 생계불안, 아동노동, 불안정 고용, 환경 파괴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 납품하기 위한 기업형 농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세계 물 소비의 70% 이상이 농업과 식품 가공 분야에서 일어난다.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이 급속도로 는다. 예를 들어, 습한 열대 기후에서 대규모 토지 위에 단일작물로 바나나를 재배하려면 병충해 방제를 위해 살진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 다량의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토양 오염, 물 부족,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가 모두 이런 시스템과 얽혀 있다
농지가 황폐화되면 살리지 않고 버려둔 채, 새로 숲을 불태워 농지를 만드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농장이 대형화할수록 국경을 넘는 이주 노동이 가속화되고 농업과 식품 가공업 부문의 임시 노동자가 급증한다. 소농은 비효율적으로 간주돼 대형 유통업체의 계약을 따내지 못한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의 대안으로 국가, 농민, 소비자가 각각 실행할 수 있는 공정무역 운동, 농민의 조직화, 불공정 거래 관행 저지, 독점 규제, 농업 정책 변화 등의 영역에서 매우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현대 농업사슬을 통틀어 권력 집중은 구조적인 모습을 띠며, 농화학 회사와 종자 회사, 무역업체, 가공업체와 제조업체, 소매업체 같은 경제 주체에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좁은 길”을 소유했다. 따비 제공
그런데 여기까지 읽고 나면 농업이 대중의 관심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버린 현재 한국에서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게다가 이 책 한 권도 아니고 ‘따비 스터디’란 이름으로 앞으로 농업 관련 책을 줄지어 펴내겠다니…. 박성경 따비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음식을 주제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음식인문학’ 분야를 개척하고 꾸준히 관련 책을 내온 출판사로선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대표는 “다들 음식 이야기에 열광하지만, 먹는 것의 근원인 농업과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논의도 하지 않고 책도 쓰지 않는다. ‘음식 포르노’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에 열광하는 시대에 그 근원인 농산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출사표는 이렇다. “한국에서도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이 농업과 농산물 가격을 결정한다. 정부의 농업 정책은 ‘소농들은 더이상 농사짓지 말고 대기업에 맡기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농업, 농민은 다 포기하고 농민들에 대한 정책도 거의 없다. 지난 대선에서도 농업 관련 공약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농업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학, 경제학 연구자나 전문 필자도 거의 없다.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국내 젊은 연구자들이 우리 농업 현실에 대해 쓰는 책들을 적극 발굴하고 펴내겠다.”
<누가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는 그 시리즈의 용감한 첫발이다. 이어서 <농업변동의 계급 동학> <농민과 농업> <식량체제와 농업 문제> 등 ‘비판적 농업연구이니셔티브’(ICAS) 소속 유럽 지역 학자들이 쓴 3권의 책도 번역을 마친 상태다. 이니셔티브에선 농업 현실을 바꾸기 위한 취지로 책을 낸 자신들과 같은 뜻을 가진 한국의 작은 출판사와 연대하는 의미로 인세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921 한겨레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 장 지글러|역자 유영미|갈라파고스 |2016.03
원제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
부족한 것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 음식점에서는 손만 조금 댄 반찬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음식을 낭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밥 한끼,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비참한 현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은 모순된 현실
저자 장 지글러는 1934년 스위스 툰 출생. 제네바 대학 교수로, 같은 대학 부속 제3세계연구소 소장.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했고, 1999년까지 스위스 연방의회의원(사회당)을 지냈다. 실증적인 사회학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인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저명한 기아문제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불쾌한 진실을 주저 없이 도마 위에 올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며, 2000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2016년판 서문 기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해지지 않기를
2011년판 서문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1. 일상풍경이 된 굶주림
2. 8억 5,000만의 굶주리는 사람들
3. 기아는 자연도태?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4. 문제가 집중되는 나라, 소말리아
5. 생명을 선별하다
6. 긴급구호로 문제해결?
7. 부자들의 쓰레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먹을거리
8.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
9. 자금부족으로 고민하는 국제기구
10.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
11. 시장가격의 이면
12. 세계에서 식량을 가장 쓸모없게 만드는 남자
13.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14. 설상가상의 전쟁
15. 무기로 변한 기아
16.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
17. 국가 테러의 도구가 된 기아
18. 사막화로 인한 환경난민
19. 삼림 파괴
20. 사막화 대처에 430억 달러?
21. 르 라이으를 찾아서
22. 계속 늘어나는 도시 인구
23. 치유되지 않는 식민지 정책의 상흔
24. 토마스 상카라와의 만남
25. 메말라가는 대지, 사헬
26. 용기 있는 개혁자, 상카라
27. 상카라의 최후
28. 진정한 활로를 찾아서
에필로그
후기
해제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부록 신자유주의를 말한다
출판사 서평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데 왜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가?
이런 불합리하고 살인적인 세계질서는 어떠한 사정에서 등장하는 것일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학교에서도 언론에서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기아의 진실!
이 시대의 실천적 지식인 장 지글러는 빈곤과 사회구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엄밀하지만 결코 인도적 관점을 잃지 않는 글로 주목을 받아왔다. 세계 곳곳에서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 장 지글러는 불평등한 구조를 뛰어넘어 인류가 연대하고 서로 돕는 구조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런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한국의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추천하고 소개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혹독한 기아의 참상을 알게 되었고, 저자의 따뜻한 인류애에 공감하였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비참하게 살아가는 세계의 이웃들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세계시민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7년 출간된 이후 9년간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세계의 정치 상황과 통계 자료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장 지글러의 최신 글과 가장 최근의 자료를 추가 보완하여 시의성을 높였다.
■ 책 내용
2007년 출간된 이후 30만 부 이상 판매된 장기 베스트셀러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저명한 기아문제전문가 장 지글러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굶주리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 온 힘을 쏟아온 실천적 지식인이다. 지글러는 이 책에서 120억 명을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있는데도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지를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국제구호기구 활동의 딜레마,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는 현실, 사막화와 삼림파괴로 인한 환경난민,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의 영향, 특히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금융과두지배 같은 정치, 경제적 관계가 ‘먹고 사는 문제’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학자이자 활동가로서 실제 기아 현장에 깊이 관여해온 지글러의 이 책은 기아 문제에 관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한 책이면서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기에 문제없을 만큼 쉽게 쓰인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아의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있고, 그런 이득들이 어떻게 재생산되며 더욱더 많은 어린이들을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는가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2007년 출간된 이후 사회과학 분야 스테디셀러이자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빈곤과 기아 문제를 다루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 간행물윤리위원회, 책따세, 국립중앙도서관 등 다수 기관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유시민, 이동진, 한비야 등 저명인사들이 추천하였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혹독한 기아의 참상을 알게 되었고, 저자의 따뜻한 인류애에 공감하였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비참하게 살아가는 세계의 이웃들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가지게 해줄 것이다. 2007년 출간된 이후 9년간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세계의 정치 상황과 통계 자료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장 지글러의 최신 글과 가장 최근의 통계자료가 추가 보완되었다.
기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해지지 않기를
우리가 기아에 맞서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장 지글러는 새로 덧붙인 글에서 여전히 참담한 기아 상황에 대해 말하며 부가 넘쳐나는 지구상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이 기아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는 현실은 우리 시대가 낳은 수치스러운 스캔들이라 규정한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기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남반구 농경지 약탈, 식량투기꾼들의 주식을 대상으로 한 투기,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태워 만드는 농업연료, 유럽 연합이 세계 식량 시장에서 자행하는 농업 덤핑 정책 등 이 세계를 지배하는 살인적 체제와 구조적 폭력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로 인한 희생자들만 증가했다. 지글러는 온 인류를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있는 지금, 기아로 인한 죽음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없으며 기아로 죽는 어린아이는 살해당하는 것이라 말한다. 기아 희생자들과 우리의 차이는 출생의 우연뿐이다. 지글러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민주 시민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서기를 촉구한다. 우리들이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서 농업 덤핑이나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발 투기, 농업연료 제조업자들로 인한 식량 파괴, 금융자본 포식자들에 의한 빈곤국가에서의 경작지 남획 금지 조치를 얻어낸다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이렇듯 다국적 기업과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냉엄한 시장질서와 그로 인한 파괴적 상황을 극복하고 기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지글러는 기아의 고통 앞에서 무심해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며, 이 책을 통해 인류가 불평등한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 서로 돕고 연대하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만이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현재로서는 문제의 핵심이 사회 구조에 있단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 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 죽고 있는 거야.--- p.51
이렇게 선별작업을 해야 하는 간호사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볼 수 있겠니? 간호사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해야만 해. “댁의 아이는 너무 약하고, 우리의 배급량은 너무 빠듯해요. 그래서 아이에게 손목팔찌를 채워줄 수가 없어요.” 그럴 때 엄마의 마음은 어떻겠니?--- p.69~70
카림, 그런데 더욱 비참한 것은 배고픔의 저주가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거야.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수백만의 엄마들이 매년 지구 곳곳에서 수백만의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을 낳고 있어.--- p.77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 p.107
나만 다 차지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의지해있다. 아무리 자기 것이라 하더라도 그 근원을 추적해보면 다른 누군가가 가져야 할 것을 도중에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다. 날마다 지구촌에서 하루에 3만 5,000명의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또 세계 전역에서 10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우리 돈 천 원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이것이 이 지구별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갖고자 할 때 갖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를 배려해야 한다.- 법정스님 (『내가 사랑한 책들』, 문학의 숲)
당장 굶주리고 있는 목숨보다 강대국의 이익이 앞서는, 빈민국을 도와주는 일조차 강대국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돼야 하는, 정의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지, 평온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귀중한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잠깐 만났다가 헤어진 몽골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같은 지구에서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해서 견딜 수 없다.- 이보영 (배우,『사랑의 시간들』, 예담)
저는 긴급구호 현장 식량 담당인데, 올해 전세계적 금융위기, 식량위기로 150만 명에 대한 지원을 접어야 했어요. 그 150만 명은 하루 한 끼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이에요. 이미 벼랑 끝에 와 있는 사람을 밀쳐버린다는 느낌에 너무 가슴 아프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식량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죠. …… 세상에는 68억 인구를 모두 뚱뚱하게 만들 수 있는 식량이 있다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현장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식량담당관이 어린 아들과 ‘식량은 많다면서 왜 굶주려?’와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 이야기거든요. 단숨에 읽을 수 있으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책이에요.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식량 문제에 대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한비야 (국제구호 전문가,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2009년 인터뷰)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 하는가/ 저자 브루스터 닌|역자 안진환|시대의창 |2008.05.23
원제 Invisible giant
밥상을 내주는 것은 목숨을 내주는 것이다!
ADM과 함께 전 세계 곡물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계 곡물 기업 카길의 사업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담은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 하는가』. 이 책은 카길이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의 농업을 파괴하면서 배를 불리고 있는지, 카길이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저자: BREWSTER KNEEN 캐나다의 농업 기업에 관한 주요 분석가이자 비평가이다. 닌은 음식과 그 생산물을 다른 관점에서 다룬 책을 몇 권 썼고, 월간지인 『양의 뿔 THE RAM'S HORN』을 발행하고 있다.
목차
한국판 서문
서문
추천의 글
1.보이지 않는 거인들의 교묘한 변신
2.수치로 보는 카길의 모습
3.카길의 역사 그리고 조직과 소유 구조
4.정부 정책을 농단하는 고단수 로비
5.육고기 사육·가공 시장의 공룡이 되다
6.면화·땅콩·맥아사업에도 이름을 새기다
7.온갖 농산물 가공·거래 사업의 끝없는 확장
8.일용품으로서의 금융거래
9.‘전통’의 변화를 요구하는 전자상거래
10.경쟁력을 배가한 저장 및 운송 시스템
11.카길의 세계 시장 점령 방식
12.화학비료 시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13.서부 해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다
14.‘콩의 강’ 남미를 정복하다
15.주스 한 잔이 당신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16.‘구호’라는 미명 아래 길들여진 동아시아
17.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농업을 지배한다
18.‘소금’ 제국주의 건설에 열을 올리다
19.카길의 미래는 마냥 장밋빛일 것인가?
한국판 보론 우리의 밥상을 그들이 지배하도록 놔둘 것인가
발간에 부쳐
“밥상을 내주는 것은 목숨을 내주는 것이다!”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어 쌀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들이 개발되고 소비가 장려되고 있다. 우리 쌀이 남아도는데도 개방 압력을 타고 더 많은 쌀이 수입되고 있다. 이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우리 쌀은 이대로 가면 오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쌀농사를 포기하고 싶다는 농민들의 상실감이 그런 불행한 사태를 말해 주고 있다. 카길을 비롯한 다국적 곡물상들이 추구하는 시나리오대로 되어 가는 것이다. 자칭 시장주의자들은, 우리에게는 수출할 수 있는 훌륭한 ‘핸드폰’이 있으니 농업쯤이야 어찌 되든 수입해 먹으면 그만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일까? 생산성 없는 농업에 매달리기보다 핸드폰을 팔아서 식량을 사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이러한 시장 논리는 어디서부터 유포된 것일까? 카길 같은 다국적 곡물상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그럴듯한’ 논리다. 그러나 생각 있는 사람들은 농업을 포기한 뒤에 닥쳐올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식량은 21세기 최고의 전략 무기가 될 것이다. 그 가공할 무기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우리에게 그것을 감당할 힘이 있을까?
우리나라 곡물의 자급 비율은 현재 26.9%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쌀을 빼면 2.7%에 불과하다. 특히 가축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99.9%를 수입한다. 신토불이의 대명사인 ‘한우’도 옛날 말이다. 수입산 옥수수를 먹여 키우므로 사실은 수입 소나 마찬가지다. 곡물뿐 아니라 육류, 야채류부터 양념류, 간식거리 등도 예외는 아니다. 거의 모든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정된 토지에 인구가 많으니 낮은 식량 자급률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바닥으로 떨어진 식량 자급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누구’는 이 책을 보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카길이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의 농업을 파괴하면서 배를 불리고 있는지, 카길이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자연스럽고 현명한 농업방식에서 억지로 이탈시키고 산업화시켜 불구로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생산할 수 없도록 만든 뒤에 모든 것을 그들에게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자급자족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고 모두를 그들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이 어찌나 교묘한지 우리는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쌀 개방 압력으로 농민들이 자살해도 그저 안됐다는 느낌만 가질 뿐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생산 능력을 상실한 대가를 머잖아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먹거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한다면 우리는 목숨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구의 밥상 세계화는 전 세계의 식탁들을 어떻게 점령했는가/ 저자 구정은, 김세훈, 손제민, 남지원, 정대연|글항아리 |2016.01
『지구의 밥상』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10개국을 탐사 취재하며 그 나라의 밥상을 들여다봄으로써, 현재 세계에서 결핍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고 과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에는 남태평양의 낯선 섬 나우루와 라틴아메리카의 쿠바에서부터 미국, 프랑스, 영국뿐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의 밥상이 모두 담겨 있다.
인구의 94.5퍼센트가 비만이며 성인 대부분이 당뇨를 앓는 나우루, 로컬 푸드가 없는 두바이, 통조림 음식만 먹는 미국의 식품사막 지역들, 원전 사고 지역 돕기 위해 후쿠시마산 채소를 구입하는 주부들의 이야기 등. 지구의 밥상에 대해 가장 총체적이며 본격적인 취재물인 이 책에는 전 세계의 ‘먹는 문제’를 돌아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공들여 들으면서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 모두 담겨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태평양의 ‘콜라식민지’-남태평양의 섬 나우루
작은 섬이 보여주는 지구의 ‘우울한 미래’/ 마트엔 냉동식품, 백사장엔 캔 조각 / ‘바다의 감옥’에 갇힌 난민들만 채소를 키운다
·코카콜라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노예무역, 식민지, 전쟁…… 우울한 역사가 담긴 콘비프 ·항암물질이 들어 있는 식물 노니
2 석유로 키운 채소-아랍에미리트 두바이·아와사·훌라
7개국에서 온 토마토, 5개국에서 온 양파 / 이주노동자의 밥상엔 세 대륙에서 온 식재료 / 걸프 부국의 ‘온실’이 된 에티오피아
·아랍의 대표적인 음식들 ·치킨 코르마 요리법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
3 ‘식품사막’ 미국-미국 볼티모어·페어팩스·비엔나
자동차가 없어 마트에 못 가는 사람들 / 방학이면 굶는 아이들, 스트링치즈 하나에 주먹다짐 / “더 낫게 먹고 싶은” 후마 질리의 텃밭
·식품사막이란? ·미국 아이들이 많이 먹는 스트링치즈 ·미국의 과일 마차, 애러버
4 ‘가뭄’이라는 아이-케냐 나이로비·칼라와
우갈리, 케냐의 ‘솔 푸드’/ 기후변화에 내몰려 슬럼으로 가는 사람들 / 안데스 사람들에게서 감자가 사라진다면
·우갈리 만드는 법 ·아프리카의 요리들 ·세계의 주식 작물
5 슬럼가의 생존법-인도 쿠숨푸르·파하르간지
이른 아침 시작되는 슬럼의 하루 / “과일은 돈 있는 사람만 먹어요” / 싼 음식의 천국, 네슬레 ‘납 라면’ 파동도
·난, 차파티, 푸리 ·설탕의 역사 ·인도식 만두, 카초리와 사모사
6 푸드 뱅크, ‘풍요 속의 빈곤’-영국 이스트그린스테드·이스트서식스
굶는 사람 백만 명, 영국의 가려진 현실 / 슈퍼마켓도 ‘계급화’ / 유기농이라는 ‘브랜드’
·세계 최초의 푸드 뱅크 ·‘영국 국민 요리’가 된 치킨 티카 마살라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무슬림 난민에게는 ‘할랄’ 급식
7 육식의 종말?-인도 구르가온
“베지, 논베지?” 인도에서 채식은 흔한 선택 / 인도 중산층 ‘자이나교’ 가정의 채식 밥상 / 지역마다 다른 인도의 음식, 나라 크기만큼 다양
·아열대식물 오크라, 한국에서도 재배된다 ·인도식 소스 처트니 ·소가 사람을 먹었다? 쇠고기 때문에 벌어진 살인
8 도쿄 주부와 베이징 주부의 고민-일본 도쿄와 히로시마 그리고 중국 베이징
원전 사고 뒤 “아직은 불안” / 피자 굽는 할아버지 / 리리의 냉장고엔 일본산 소스와 알래스카 연어가
·술안주로 인기 많은 에다마메 ·중국인들의 아침식사 여우티아오 ·중국 요리의 떼어놓을 수 없는 벗, 차茶
9 기찻길 옆 텃밭-프랑스 일드프랑스와 영국 도먼슬랜드
“텃밭 빌리기 위해 5~6년 기다렸어요” / 유기농-소비자 직접 연결해주는 ‘아맙’ / 텃밭과 유기농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게릴라 가드닝 ·프랑스 가정의 저녁식사 ·찰스의 유기농, 제이미의 급식
10 아바나에서 본 미래-쿠바 아바나·산티아고데쿠바 알라마르
“쿠바의 식재료는 유기농밖에 없다” / 국영 기업에서 만들어 파는 아이스크림 / 유기농에서 해법을 찾다
·남미에서 북미로 간 과카몰리 ·헤밍웨이가 마셨다는 다이키리 ·스페인과 아프리카가 만나 탄생한 쿠바 요리
에릭 밀스턴과의 인터뷰-GMO, 어떤 게 안전하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발로 뛰며 취재한 10개국의 음식문화
·인구의 94.5퍼센트가 비만이며 성인 대부분이 당뇨를 앓는 나우루
·로컬 푸드가 없는 두바이 vs 부국의 온실이 된 에티오피아
·통조림 음식만 먹는 미국의 식품사막 지역들
·굶는 사람 백만 명, 영국의 가려진 현실
·원전 사고 지역 돕기 위해 후쿠시마산 채소를 구입하는 주부들
·세계에서 쿠바가 유기농 식재료 비율이 가장 높은 이유
밥은 우리의 몸과 정신에 그대로 스며든다. 밥은 칼로리이되, 사상이 된다. 밥은 우리의 피와 뼈를 만들되, 정신도 지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그런 밥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소수의 이익을 대변한다. 밥이 소수의 것이라니! 불행히도 우리는 먹음으로써 더 ‘성스럽고 기여하는 삶’ 대신 특정한 계급의 이익을 돕고 있다는 자각이 아직 멀었다. 석유로 요리해서 자본이 차리는 지구의 밥상에 대해 가장 총체적이며 본격적인 취재물이 바로 이 책이다. 밥이 정치이자 삶의 지표라는 애매한 암호 해독에 대한 가이드북이기도 하다._박찬일 셰프, 『백년식당』 저자
오늘 우리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오늘은 먹을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어린이와 이웃들이 있다. 전 세계의 ‘먹는 문제’를 돌아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공들여 들으면서 함께 짊어져야 짐을 이 한 권의 책이 담고 있다._한국월드비전 양호승 회장
점점 더 넓어지는 식탁을 마주하며
인간의 기본 3대 욕구는 수면욕과 식욕·성욕이고, 최소 생존 조건은 의衣·식食·주住다. 이 여섯 가지 조건 가운데 중복되는 항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식, 먹는 행위다.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기본 욕구는 식욕인 셈이다. 먹는 행위는 생명이 있었던 무언가를 즉각적으로 섭취해 자신의 신체를 보전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 원초적 행동은 거대 자본의 물결에 휩쓸린 지 오래다. 이제 먹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우리는 살면서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를 접한다. 먹거리는 정치·경제·사회 구조의 반영물이자 집합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해당 사회에서 무엇이 결핍되어 있으며 또 무엇이 과도하게 넘쳐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먹거리가 지표로 작용하는 것으로는 ‘엥겔 계수’가 있다. 한 가계의 총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고소득 가계일수록 낮고 저소득 가계일수록 높다. 그렇다면 ‘지구의 밥상’은 어떨까? 엥겔 계수의 기준 단위를 한 가정에서 한 국가로 확대한다면 어떤 의미가 드러날 것인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식사 방식을 살펴보면 현재 세계에서 결핍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고 과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지구의 밥상』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10개국을 탐사 취재하며 그 나라의 밥상을 들여다본 것이다. 이 책에는 남태평양의 낯선 섬 나우루와 라틴아메리카의 쿠바에서부터 미국, 프랑스, 영국뿐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의 밥상이 모두 담겨 있다.
70억 인구의 식탁은 점점 비슷해지는 듯하지만, 계급 간의 격차와 국가 간 격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먹거리는 점점 더 상업화(자본주의화)될 것이다. 이에 맞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움직임도 점차 세를 불려갈 것이다. 먼 미래의 인류는 어떤 식탁에 앉게 될까? 자본의 결과물인 인스턴트식품으로 뒤덮인 식탁일까, 아니면 직접 기른 농산물로 이루어진 건강한 식탁일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지금부터 만들어 나갈 수는 있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에게 남겨진 목표이자 과제다.
정크푸드의 섬-나우루의 경우
나우루는 총면적이 21제곱킬로미터이며 총인구는 95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작은 섬나라다. 19세기에서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이곳은 독일과 호주, 일본의 통치를 받았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현대사를 거치게 된 이유는 이곳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인산염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산염은 100년 가까이 계속된 채굴 끝에 고갈되었다. 이로 인해 나우루의 국가 경제는 붕괴되었고, 지금은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나우루가 정크푸드의 섬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산 인스턴트식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전통 먹거리 시장은 몰락했다. 사방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으나 어업은 무너졌다. 이곳 사람들은 더 이상 고기를 잡지도, 채소를 키우지도 않는다. 국민 중 90퍼센트는 비만과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으며, 성인의 대부분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나우루의 현재 상황이 지구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초콜릿과 사탕으로 끼니를 때우며, 어른들은 눈을 뜨자마자 비스킷과 햄으로 식사를 한다. 나우루의 슈퍼마켓에는 통조림만 즐비하다. 가공하지 않은 야채와 과일도 팔고 있지만, 전부 외국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주민인 라나는 “예전엔 다들 고기를 잡았는데 지금은 고기를 잡을 줄도 몰라. 외국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마 우린 먹을 게 아무것도 없을 거야”라며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현실을 털어놓는다.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삶을 지속하고 있다.
‘식품사막’의 한가운데서-미국의 경우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식품사막은 “도시의 주거지역과 농촌 마을 중 신선하며 건강에 좋고 호감 가는 음식을 구하기 힘든 지역”을 일컫는다. 미국 볼티모어 시 식품정책국과 존스홉킨스대의 ‘살 만한 미래 연구소’는 볼티모어 인구 62만 명 가운데 4분의 1이 식품사막에 살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식품사막은 주로 흑인 거주지역과 겹친다. 아만다 부진스키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식품사막은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인종적으로는 흑인들이, 세대별로는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 계층이 식품사막에 더 많이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 특히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식품사막의 영향은 치명적이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티모어 시는 방학 동안 여름 급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반경 3~4킬로미터 안에 스무 곳 가까이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굶주리는 아이의 수를 알려주는 일종의 지표다. 이 아이들은 무료 점심 배급에 나오는 스트링치즈 하나를 두고 주먹다짐을 벌인다.
이런 식품사막에 미국은 텃밭으로 대항하고 있다. 대통령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앞마당에서 6년간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 『미국에서 기른American Grown』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4년 전국가드닝협회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작물을 직접 길러 먹는다. 지금 미국은 식품사막에 종자를 심어 텃밭으로 변화시키는 중이다.
백만 명이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나라-영국의 경우
영국 웨스트서식스의 이스트그린스테드는 백인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료 급식소인 푸드 뱅크에서 2년 반 동안 2000명의 주민이 도움을 받을 정도로 빈곤 문제가 곪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원래 작은 창고에 자리를 잡았던 급식소는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주민센터로 옮겨갔다. 푸드 뱅크는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문을 열고 바우처를 가져온 주민들에게 사흘 치 긴급구호식품을 조달해준다. 여기에 들어가는 식품들은 교회나 학교, 슈퍼마켓이나 주민들이 기부한 것들이다. 쉽게 부패하지 않으며 오븐이 없는 이들도 조리할 수 있는 통조림 식품이 대부분이다.
푸드 뱅크를 설립한 트루셀 트러스트에 따르면, 2014년 사흘 이상 푸드 뱅크를 이용했던 이들은 모두 110만 명이다. 이는 곧 푸드 뱅크가 없으면 당장 배를 곯는 사람이 100만 명이라는 소리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어린이다. 영국의 빈부 격차는 마거릿 대처가 총리로 재임했던 1979년부터 심해졌으며,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점에 다다랐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0년 사이 런던의 중산층은 43퍼센트가 줄어든 대신 빈곤층과 부유층은 각각 80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이런 양극화 현상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 슈퍼마켓이다. 몇 년 전부터 영국에서는 저가형 슈퍼마켓과 고급형 슈퍼마켓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종류의 슈퍼마켓에서 구비해놓는 상품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저가형 슈퍼마켓은 싸고 양 많은 ‘벌크 상품’을 대량으로 갖춘 대신 신선식품은 거의 없다. 반면 고급형 슈퍼마켓은 고가의 신선식품을 다양한 종류로 구비해두고 있었다. 고급형 슈퍼마켓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유기농 열풍은 음식의 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지만, 사실상 유기농은 계급과 계층을 가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말았다.
유기농의 유토피아-쿠바의 경우
산업화된 유기농 시장의 돌파구는 의외로 쿠바에서 찾을 수 있다. 쿠바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농민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대부분 유기농 작물이다. 쿠바에서 전체적으로 소비되는 식재료 가운데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퍼센트다. 나머지 70~80퍼센트는 자체 생산되는 유기농 제품이다. 쿠바는 모든 식재료를 수입하는 나우루의 반대편에 서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유기농 열풍이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과 달리, 쿠바의 유기농 정책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겨났다. 쿠바는 1959년부터 30여 년간 소련의 원조를 받았다. 쿠바 경제에서 소련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85퍼센트나 되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농업 시장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때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유기농과 협동농장이었다.
탈냉전의 끝에서 시작된 쿠바의 유기농업은 ‘쿠바 모델’이라는, 먹거리 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쿠바 사람들은 “우리는 풍족하진 않지만 굶어 죽는 사람도 없다”며 자신 있게 말한다. 현재 쿠바에서는 배급제와 협동조합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지방분권화와 탈산업화가 완벽하게 이뤄져 있는 농업 구조가 결합하여, 결론적으로 먹거리의 완벽한 자급을 이뤄낸 것이다.
2015년 7월 1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 끝에 미국과 쿠바는 국교를 정상화했다. 자본주의 식품의 대표 국가인 미국, 그리고 유기농의 미래를 쥐고 있는 쿠바. 이 두 국가의 만남은 세계의 밥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지금 세계는 쿠바의 행보를, 그리고 자급적 유기농업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 곡물 메이저는 지금?] 100년 전통의 ‘빅4’가 세계 시장 80% 장악 이코노미스트 15.6.29
사업 확장, M&A로 경쟁력 강화 … 아시아 중심으로 신흥 메이저 약진
우리 식탁에 오르는 밀과 옥수수의 99%는 해외 곡물 메이저의 ‘작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해외 곡물 시장정보에 따르면 연간 1300만t에 이르는 국내 곡물 수요 중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0.35%와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뿐 아니라 식용 곡물과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곡물을 비롯해 세계 곡물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소수의 해외 메이저다. 이른바 ‘ABCD’로 불리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벙기(Bunge)·카길(Cargill)·루이드레퓌스(LDC) 등 4대 메이저사가 대표적이다. 업계는 4개사가 세계 곡물 시장의 약 80%를 장악한다고 보고 있다.
‘곡물금융(곡물·식품금융)’으로 이익 극대화
곡물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ADM과 카길은 미국, 벙기와 LDC는 각각 브라질과 프랑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기업은 세계 각 지역에서 곡물의 생산·저장·유통·수송 등을 전방위로 담당하며 세계 곡물 시장을 주무른다. 곡물 메이저들의 경쟁력은 막강한 곡물 저장과 선적 능력에서 비롯된다. 특히 생산한 곡물을 건조·저장·분류·유통하는 시설인 곡물 엘리베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는 엘리베이터는 주로 철도 등 운송시설이 가까운 산지나 강에 자리한다. 소형 엘리베이터에서 모은 곡물은 선박을 이용해 초대형 엘리베이터인 수출 엘리베이터로 전달된다.
ABCD 메이저사는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58개 수출 엘리베이터 중 21개(2012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곡물 저장과 선적량은 전체의 각각 41.2%, 43.1%에 달한다. 특히 카길의 저장능력은 138만t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며 뒤이어 ADM(99만t)·LDC(65만t)·벙기(38만t)가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의 젠노가 북미지역에 약 10만t의 저장과 3200t의 선적이 가능한 수출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마루베니 역시 2013년 미국 곡물회사 가비론을 인수하며 24만t의 저장과 2000t의 선적능력을 확보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곡물 메이저사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부 역량을 강화하거나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종자·비료·가공·운송·금융·컨설팅·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카길과 ADM은 농업생명공학 관련 기업들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종자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카길은 몬산토와, ADM은 노바티스와 합작관계를 맺어 유전자변형농산물(GMO)로도 확대하고 있다.
ADM은 옥수수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연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010년 미국 내에서 18억 갤런(gal)의 에탄올을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사업 분야로 키우고 있다. 벙기 역시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한 바이오연료 생산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카길은 식재료와 제약 부문에까지 진출해 성과를 올린다. 이들의 행보는 곡물을 넘어 금융으로까지 이어진다. 곡물 메이저들이 금융 자회사를 설립해 곡물·식품사업과 금융을 결합한 ‘금융상품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곡물 메이저들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의 생산부터 상품화까지 거의 모든 단계를 장악하고 있다. 문진영 KIEP 협력정책팀장은 “곡물 메이저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나 농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자사의 사업에 유리하도록 특정 국제협상이나 국내 제도 도입에 압력을 행사하는 점은 이미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 간 인수·합병(M&A)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두 차례 곡물가격이 폭등한 직후 곡물 업계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KIEP측은 “곡물회사 간 M&A는 신규 시장 진출은 물론 신흥시장의 수요를 충당하기에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카길은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적인 곡물 수요 증가 추세에 발맞춰 2010년 호주 밀 수출업체 AWB를 인수했다. 전 세계 밀 생산량 점유율을 미국과 호주가 양분하고 있고, 호주산 밀이 미국산 밀과 품질이 비슷하면서도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길은 주요 곡물인 밀 생산에서 튼튼한 새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ADM 역시 2012년 호주 곡물업체 그레인코프 인수를 추진했지만 자국의 핵심 산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 호주 정부의 방침에 따라 무산됐다. 스위스 곡물기업 글렌코어는 2012년 캐나다 비테라를 인수해 캐나다와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마루베니 역시 미국 곡물 업계 3위였던 가빌론을 36억 달러에 인수해 중국 시장 진출을 꾀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와 같은 직접 투자 수요가 곡물 업계로 유입되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투자청(GIC)은 벙기의 지분 5%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중국투자공사(CIC) 역시 홍콩 기반의 곡물업체 노블 지분 14.5%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다.
곡물가 급등 후 中·日 신흥 메이저 발걸음 빨라져
4대 곡물 메이저의 벽이 높은 가운데 신흥 곡물 메이저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기존 상위권을 점령한 곡물 메이저가 주로 미국이나 유럽을 기반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업체라면 신흥 강자는 곡물 소비량이 급증하는 아시아 지역을 주무대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네덜란드 곡물업체 니데라를 인수한 중국 국영식품무역업체 코프코(COFCO)다. 니데라는 1920년 네덜란드·인도·독일·영국·러시아·아르헨티나 등 6개국에 거점을 둔 유럽계 주요 곡물상이 합작해 만든 거대 곡물 업체다. 코프코는 니데라 인수에 이어 홍콩의 노블 그룹과도 설탕·대두·소맥 등의 생산·처리·유통을 위한 합작투자 노블AGRI를 설립하고 지분 51%를 매입했다.
코프코는 일찍이 중국 내 생산만으로는 역부족인 곡물 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관련 업체와의 M&A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을 2011년 밝힌 바 있다. 코프코의 지난해 매출은 317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이는 매출 137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메이저 카길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곡물 메이저와 맞대결하기엔 이르지만 그러나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되는 상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팀장은 “코프코의 국제 곡물시장 진출은 곡물 자급국이던 중국이 이젠 수입국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후 중국은 농산물 수입에 의존하던 자국 내 공급망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전 세계적인 유통망 구축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전문성을 보유한 일본 종합상사 역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빌론 인수에 성공하며 곡물 취급량에 있어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하는 마루베니를 비롯해 브라질 세아그로의 지분 80%를 확보한 미쓰비시, 브라질 멀티그레인을 인수한 미쓰이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곡물가격 급등을 겪으며 곡물 공급의 취약점을 파악한 것이 신흥 메이저의 성장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ABCD 메이저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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