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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by 이성근 2021. 7. 10.

리사 앳킨스·멀린다 쿠퍼·마르티즌 코닝스 지음, 김현정 옮김/사이·

 

Melinda Cooper-파리 8대학에서 들뢰즈와 가따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호주 시드니 대학 사회학 및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호주연구위원회(ARC) 미래연구원(Future Fellow)으로 활동 중이다. 첫 저서 잉여로서의 생명(갈무리, 2016)에서 미국 생명공학의 발전과 신자유주의의 발흥을 연결시키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캐서린 월비(Catherine Waldby)와 함께 임상 노동 : 지구적 생명경제에서의 인간 연구 피험자와 신체조직 기증자(Clinical Labour : Human Research Subjects and Tissue Donors in The Global Bioeconomy, Duke University Press, 2014)를 출간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생명경제에서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위험을 체화하는 노동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자산은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1: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산을 갖고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을 지배하는 질적으로 다른 논리가 등장했다

주택, <자산 중심 불평등>의 핵심 요인

불평등의 패턴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등장했다

이 책의 구성

 

2: 자산은 어떻게 인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는가

자산의 소유가 계급을 나누는 핵심 기준이 되기까지

최상위 계층의 자산에만 집중하다

자산을 기준으로 새롭게 계급을 나누다

자산 경제가 세대 간 분열을 초래했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소유한 부의 양이 아니라, <부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이제 <자산 중심의 생애>가 펼쳐지고 있다

과거의 채무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게임에 <강제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모 살아생전의 <증여와 양도>, 자녀의 위치를 결정짓는 전략적 결정이다

 

3: 자산 중심의 세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1970년대, 임금은 상승하고 자산 가치는 하락하다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자본이득에 적용되는 세율을 낮추는 각국 정부

자산 가격은 폭등하고 임금은 정체되는 1990년대, 본격적인 <자산 중심 시대>로 진입하다

자산 시장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정부

인적 자본도 자산이 될 수 있다?

값싼 신용을 제공해 모두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

주택,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산

 

4: 자산의 논리는 우리 삶 자체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상품 논리에서 자산 논리로

자산은 특별한 <시간 구조>를 갖고 있다

모든 경제적 삶은 투기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안겨주는 것이 유동성이다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 현대의 가계는 투기적인 논리에 편입되었다

점점 빨라지는 자산 축적 속도, 점점 확대되는 불평등

21세기 주택의 역할

주택 시장은 투명한 방식으로 투기적이다

 

결론: 자산 경제의 문제는 결국 사회 문제이다

참고문헌

 

책소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산>을 갖고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논리가 세상을 장악하게 되면서

자산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생의 기회와 미래가 결정>되는

새로운 종류의 불평등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자산 불평등 시대,

자산의 보유 여부가 우리 <삶 자체의 방향>을 바꿔놓고 있다

<자산 양극화>, <자산 불평등> 현상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 책은 <자산의 소유 여부>가 고용과 직업적 지위, 임금소득을 대신해 현재 <계급>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룬 <새로운 불평등의 원천>으로 자산이 부상하게 된 과정과 함께, <자산 중심의 세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자산은 어떻게 개개인의 <인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는지, 또한 <자산의 격차>는 어떤 방식으로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자산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각종 사회적 및 경제적 문제는 <우리 삶 자체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등을 다루고 있다. 또 저자들이 직접 개발한, 자산의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을 5부류로 나누는 <새로운 계급 모델>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자산의 격차는 경제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 문제라고 지적하며 사회학적 측면에서 자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이상 예전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

자산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명확하게 찾아내려면 <자산이 사회적 구조를 새롭게 재편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의 역할 변화가 새로운 불평등 논리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자산의 보유 여부는 실제로 우리 삶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산의 가격 상승이 자산 시장 <>에 있는 사람과 <>에 있는 사람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현재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이상 예전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투기적인< 자산 가치 상승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자산 중심의 삶>을 살아가고, 관리하고, 계획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강제로라도 <자산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산의 보유는

개인의 <미래의 예상 소득><직업 지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불평등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치 상승 속도가 그 무엇보다 빠른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산의 보유 여부는 개인의 교육 기회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개개인의 미래 예상 소득과 직업 지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개인의 삶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자산의 가치 상승과 하락이라는 이중 역학이 현대인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자산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vs. <자산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이제 세상은 본격적인 자산 중심 시대가 되었다. 자산 가치가 상승했다는 논리에는 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자산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간의격차또한 더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1980년대 이후부터 가장 부유한 가구가 소유한 자산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반면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정체돼 있거나 가치가 하락하는 임금 때문에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자산의 소유가 생계를 위한 노동보다 더 돈이 될 때가 많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모두들 자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지만 특정 계급 이외에는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자산, <새로운 불평등의 원천>이자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다

20세기 중후반과 달리 21세기에는 계급을 분류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노동에서 잉여가치를 생산해 내는 능력, 고용 여부, 직업적 지위, 임금소득 등에 따라 노동자 계급, 중산층, 상류층 혹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핑크칼라 등으로 계급을 나누었지만,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자산 가치는 상승하고 임금은 정체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자산의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을 나누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예전에는 같은 부류의 일을 하면 같은 계급으로 분류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자산의 소유 여부에 서로 각기 다른 계급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자산의 보유>에 따라 다음과 같이 5계급으로 나눈다. (본문 63)

 

I 투자자

II 주택 담보 대출이 없는 주택 소유주

III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IV 임차인

V 홈리스(노숙자)

 

이 분류표는 자산 소유, 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 소유 현황을 기준으로 다각화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투자자에서부터 임차인, 홈리스(노숙자) 등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계급에 이르기까지 총 5개 계급으로 구분한다.

 

결국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불평등의 패턴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자산 경제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계층화와 관련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데에 자산 가치 상승임금 가치 하락이라는 두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또한 저자들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택>,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산이자, <가장 큰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

이 책에서 저자들은 특히 현재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주택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주택을 <자산 불평등>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저금리,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 혜택, 임금 정체 등으로 인해 <자산화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일부 계급에게만 집중되면서 주택 자체가 자산의 불평등은 물론 <개인의 삶 자체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평생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증가하는 반면, <평생 주택 소유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대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사회적 이동이 정지되고 <임차인에서 주택 소유주로 넘어가는 사다리>가 끊긴 폐쇄적인 <이동 불가 시대>로 옮겨왔다. 결국 계약금을 낼 형편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성해낸 금융 흐름과 소득 흐름을 다른 사람의 자산 축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주택 소유주가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 빌린 대출금을 장기 임차인이 갚아나가는 것이 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부모 살아생전 <증여와 양도>

자녀의 위치를 결정짓는 전략적 결정이 되었다

상속은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사후에 일어나는 수동적인 양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녀가 자산 시장에 진입할 <자금>을 전략적으로 적당한 시기에 <양도>하는 방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금융화>라는 초자본주의적 논리와 <상속>이라는 봉건적 논리를 뒤섞어 사회 계급 구조 전체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결국 세대 문제에 현대 금융 제도의 투기적 논리가 더해지면서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삶의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부모 살아생전 <증여와 양도>는 자녀의 위치를 결정짓는 전략적 결정이 되어버렸다. <생전 증여>는 자녀의 자산 소유의 기반이 되며, 자녀는 그저 일회성으로 일시불의 돈을 양도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자산의 소유를 통해 지속되는 부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엄마 아빠라는 은행>, 경제적 안정성과 자산 시장 진입을 제공하는 핵심 주체

사회적 재정 지원이 줄어들고, 임금은 정체되고, 집값은 폭등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제 <가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엄마 아빠 은행(Bank of Mum and Dad)>의 규모가 <중간 규모 정도의 주택 대출 기관>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들이 부를 직접 양도할 뿐 아니라 자녀들이 부동산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도록 빚을 내고,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고, 기존의 자산을 이용해 역모기지를 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족의 부>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가가 자산 경제 내에서의 번성과 쇠퇴를 결정한다.

 

<임금은 상승>하고 <자산 가격은 하락>했던 1970년대,

이후 어떤 이유로 <임금은 정체>되고 <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역전이 일어나게 된 걸까 (3)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은 교육 기회의 확대로 소득과 직업적 지위 등을 근간으로 한 계층 이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1970년대를 살펴본다. 이때는 소비자 물가 상승 때문에 자산 수익률이 감소한 탓에 자산 가격이 역사적인 하락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급여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노동운동으로 인해 임금소득이 상승했다. 따라서 당시는 근로소득만으로도 주택 담보 대출을 갚아나가며 중산층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1970년대는 <가격 인플레이션><자산 디플레이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0-90년대 시대에 <신자유주의 이념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후 수십 년 동안 높은 임금 상승률자산 가격 하락이라는 조합은 역전을 맞았다. 금융 정책과 조세 정책, 공공 지출 제한 정책이 자산 인플레이션임금 정체라는 새로운 조합을 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들은 값싼 신용을 활용해 자산에 투자하면 정체되고 있는 임금소득을 상쇄할 수 있다면서 자산 시장에 뛰어들라고 사람들을 부추겼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다양한 금융 및 통화 정책, 그 중에서도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조세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자본과 자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에 세율을 낮게 책정하는 등 자산가들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자산 우위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자산을 소유한 핵심 유권자들에게 영합하는 정책들은 점차 새로운 사람들이 이 유권자층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그 결과 <자산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을 뛰어넘는 현상이 지속되게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

임금소득만으로는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의 삶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첫 번째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 임금 정체, 임시 고용 방식 때문에 자산을 기반으로 한 부의 핵심적인 원천, 주택 소유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산 구축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 등 과거에 생겨난 돌이킬 수 없는 부채와 매몰 투자에 발목이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도움이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20세기 중반 이후 임금소득만으로는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의 삶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하나의 세대로서 좀 더 비슷한 점이 많아서가 아니라, 40년 동안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재정 정책 및 금융 정책이 만들어낸 <경제적 단층선>이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특히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온전히 세대 간의 차이로 바라보는 경향에는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소유한 부의 양이 아니라 <부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도 <부모의 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특히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부모로부터 부동산을 물려받거나 현금을 증여받을 가능성이 큰 밀레니얼 세대는 집을 임차해서 살아가는 베이비붐 세대나 부모의 부에 접근할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가난한 사람이 있듯이,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도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밀레니얼 세대의 문제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해도 그 세대만의 특별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계급 문제>와 결부시켜 보아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오늘날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각 세대가 보유한 절대적인 부가 아니라 부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도 없이 그저 상처를 핥아대는새로운 만성질환자들> (본문 82-83)

많은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애통해한다. 또한 영구적이고 피하기 힘든 위기감이 사람들 사이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런 탓에, <더디게 무효화되는 미래(slow cancellation of the future)>, <미래의 불발(the abortion of the future)>, <시간 개념 없이 살아가는 삶에 관한 낯선 감각(the strange sensation of livingwithout time)> 같은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인생이 일련의 처절한 생존의 순간이 되어버렸으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채무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게임에 강제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도 없이 그저 상처를 핥아대는 <새로운 만성질환자(the new chronic)><더딘 죽음(slow death)같은 표현도 등장했다.

 

사회주의에 대한 호의적인 친밀감

이에 대해 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회주의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밀레니얼 사회주의>가 등장하는 현상에 주목하며, <사회주의에 대한 친밀감>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점차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들에게 미래를 대체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린다.

 

자산의 논리가 현시대를 장악하게 되면서 세상은 본격적인 자산 중심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자산의 보유가 인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또한 더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현대의 가계는 모두 투기적인 논리에 편입되었다. 우리는 특히 그 중에서도 주택이 현재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자산화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점차 일부 계급에게만 집중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자체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부터 가장 부유한 가구가 소유한 자산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반면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정체돼 있거나 가치가 하락하는 임금을 통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자산 가치 상승과 임금 정체가 더해지자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자산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간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책속으로

자산의 논리가 현시대를 장악하게 되면서 세상은 본격적인 자산 중심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자산의 보유가 인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또한 더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P.8

 

이제 현대의 가계는 모두 투기적인 논리에 편입되었다. 우리는 특히 그 중에서도 주택이 현재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자산화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점차 일부 계급에게만 집중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자체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P. 9

 

1980년대 이후부터 가장 부유한 가구가 소유한 자산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반면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정체돼 있거나 가치가 하락하는 임금을 통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자산 가치 상승과 임금 정체가 더해지자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자산을 통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간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P. 10

 

주택 자산은 또 다른 주택 자산을 낳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계속 줄어들게 될 뿐 아니라 주택 자산이 개인의 교육 기회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개개인의 미래 예상 소득과 직업 지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삶 또한 자산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산 중심 생애가 펼쳐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나타나는 주택 가격 상승은 급여 수준은 같지만 주택을 소유한 부류와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깊은 불평등의 골을 만들어 냈다.-P. 18

 

20세기 후반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새로운 불평등 논리가 생겨났으며, 계급 지위를 결정하는 데도 자산의 소유가 고용보다 훨씬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좀 더 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생애를 살아가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산 구축 및 투기적인 자산에 전 생애를 쏟아붓게 되었다. -P. 26

 

이 책에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의 중심에는 주택이 있다. 왜냐하면 대규모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불평등 논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자산의 한 종류인 주택은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버렸다.-P. 31

 

부동산 가격 논리가 시장 안에 있는 사람과 시장 밖에 있는 사람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P. 31

 

이제 불평등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용 관계가 아니라 임금과 인플레이션보다 가치 상승 속도가 빠른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고용은 이제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요한 사실은 임금 그 자체만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모습에 걸맞은 삶의 방식을 갖추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것이다. -P32

 

더이상 단순히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산 경제의 투기적 논리 속에 투입되어야 할 자금을 전략적으로 적당한 시기에 양도하는 방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P. 33

 

주요 도시에서 점차 부모의 도움이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임금 노동만으로는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의 삶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첫 번째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 부모의 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특히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P. 36

 

탈출구 보이지 않는 부동산 계급 시대

집값 급등하고 임금 정체되면서 자산 소유로 삶 결정돼

밀레니얼 세대도 부모 지원 받을 수 있느냐에 미래 달려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자산의 격차는 어떻게 개인의 삶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었는가

 

코로나19 대유행도 부동산 광풍을 막지 못했다. 아니,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푼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일찌감치 또는 뒤늦게나마 주택 매수 행렬에 뛰어든 사람들과 한발 떨어져 있던 사람들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패였다. 무섭게 오른 집값은 앞으로 착실히 월급을 모은다고 이 골을 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같은 직장을 다녀도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겼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엔 부모 지원을 받아 집을 척 사들이는 동년배들이 존재한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본 잠실의 아파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런 풍경이 한국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회학·정치경제학 학자인 지은이들은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 상승이 어떻게 삶의 양태를 변화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는지 분석한다.

 

멀리는 1980년대 이래, 가깝게는 지난 10년간 서구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택 임차료가 높아졌다. 반면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근로소득이 정체되면서,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임대료 등 자산을 통해 얻는 소득의 중요성이 커졌다.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제 임금 그 자체만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모습에 걸맞은 삶의 방식을 갖추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지은이들은 “‘자산의 소유 여부가 새로운 계급 지위를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자산 경제 시대라고 이름 붙인다. 개인의 삶은 자산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산 중심 생애가 된다. 자산 중에서도 주택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산 경제 시대 이전에는 인생은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갔다. 교육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면서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대출 상환이 끝날 때쯤 은퇴를 했다. 자산 경제 시대에는 이런 인생의 주요 단계가 전반적으로 지연되거나 끝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집값은 오르고 임금은 불안정한 탓에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다. 집을 떠났다가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부메랑현상도 나타난다. 주택 소유율은 하락하고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연령은 올라가고 있다. 이런 지연은 청년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은퇴 때까지 대출을 다 갚지 못해 더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당면한 냉엄한 현실은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임금은 정체되고, 인적 자본의 가치는 하락하는 상황에서 파산만은 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급여 수준이 같은 사람들 안에서도 집을 가진 사람과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같은 부류의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같은 계급으로 분류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들이 각기 다른 사회 계급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까지 계급 구분은 노동자, 중산층, 상류층 등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거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핑크칼라 등 직업적인 지위를 근거로 이뤄졌다. 지은이들은 자산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새로운 계급 구분을 제시한다. 투자자(자산을 통해 생긴 소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주택 소유주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임차인 홈리스(노숙자) 등으로, 점점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 역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눈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현실, 즉 임금 노동만으로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없게 된 현실을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첫번째 세대다. 하지만 이것이 밀레니얼 세대나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동질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로부터 부동산이나 현금을 물려받을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집을 임차해 살아가는 베이비붐 세대나 부모의 부에 접근할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유리한 삶을 살아간다. 특히 젊은 층이 집을 사기 위해 점점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부의 이전이 이뤄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제공한 재정적 도움의 총합을 고려해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엄마 아빠 은행의 규모가 중간 규모 정도의 주택 대출 기관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가족이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이런 대물림은 계급 지위를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계층 이동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지은이들은 자산 경제 시대가 도래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1980년대 이후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이전까지는 높은 임금 상승률+자산 가격 하락이라는 조합이 지배적이었다면, 신자유주의 이후에는 임금 정체+자산 인플레이션의 조합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낮추고, 부채를 통한 주택 매입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회적 이동이 정지되고 임차인에서 주택 소유주로 넘어가는 사다리가 끊긴 폐쇄적인 이동 불가 시대’”가 되었다.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있을까? 지은이들은 손쉬운 탈출구는 없다며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다시 자산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고 주택 소유가 평범한 사람들이 그 논리에 동참할 수 있는 유일하지만 현실성은 점점 떨어지는 수단이 되어버리면, 지난 10년의 세월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징인 사회적 및 정치적 양극화가 향후 10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