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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배회하는 식량위기라는 유령

by 이성근 2015. 11. 27.

한국을 배회하는 식량위기라는 유령 1126 시사인

현재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지구에서 생산되고 있는 먹을거리의 양은 그 어느 시대보다 많고, 1인당 소비량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먹을거리로 인한 고민이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한데도 먹을거리가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은 10억명에 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많은 농민들이 몰락하고 있는데 이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할까? 또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먹을거리에 목말라하는데도 왜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지는 걸까?

 

인류가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는 생존 방식에서 벗어난 이후 농업 생산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2000~3000년 전에는 아시아의 계곡과 삼각주에서 물을 이용한 쌀의 재배가 발전했고, 11세기 이후 유럽에서 축력에 기반을 둔 농경이 출현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이루어진 농업생산력의 발전을 바탕으로 농산물을 원료로 이용해서 가공하는 공업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자본주의 경제가 인류 최초로 영국에서 성립될 수 있었던 물적 토대인 산업혁명도 농업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인 농업혁명이 선행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농업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농업 생산에 필요한 농기계나 비료, 농약 등을 시장에서 구입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수확 품종의 개발과 확산을 통틀어 일컫는 녹색혁명에 따라 심화되었다.

 

 

연합뉴스 몬산토는 세계 종자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2013524GMO 반대 생명운동연대 회원들이 전 세계 몬산토 반대의 날을 맞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녹색혁명에 기반을 둔 영농체계는 농업을 시장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 많은 농자재를 시장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은 자급적 성격에서 벗어나 상업적 생산이 강화되었다. 농업 생산은 자급에 기반을 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시장에 의존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변화되었다. 농자재의 외부 의존 심화는 농업경영비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로 인한 농업경제의 악화는 더 많은 생산을 강요했다. 그리하여 시장에서의 격심한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자재에 대한 외부 의존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농기계·비료·농약을 생산하거나 농산물의 유통을 담당하는 농기업들의 활동 영역은 넓어지고 농민들에 대한 지배력도 확대되었다.

 

카길 등에서 수입하는 곡물 비중 60%에 달해

이들 농기업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더불어 경제적 국경을 넘어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과거에는 공산품의 자유무역이 꾸준히 증가되는 속에서도 농산물 교역은 보호 영역에 묶여 있었다. 그 이유는 농업의 다기능성(농업 생산이 단지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생태적으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함), 비교역적 성격(농업 생산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은 매우 크지만, 농업 생산자에게 몫으로 지불되는 것은 농산물의 직접적인 소비에 대한 대가에 불과. , 농업이 수행하는 기능은 매우 광범하지만 이에 대한 화폐적 평가는 미흡하므로 이를 시장에 맡길 경우 농업 생산이 사회적으로 바람직스러운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져 사회적·생태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함)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워낙 강고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농산물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나 1986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서 농산물의 국경 보호 조치는 크게 약화되었다.

 

 

카길홈페이지 우루과이라운드는 카길 협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카길은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곡물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곡물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량 중에서 다른 나라와 무역하는 교역량의 비중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1980년 이후 33년 동안 곡물 소비량은 14t 수준에서 23t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에 곡물 교역량은 2t 수준에서 3t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생산량 또는 소비량에 비해서 교역량이 낮은 이유는 곡물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소비된 다음 여유분이 수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료 작물로 많이 이용되는 콩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교역량이 많아서 무역률(생산량 대비 교역량)38%로 가장 높고, 밀은 21%, 옥수수 11%, 쌀은 8%이다. 생산량 가운데 교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보니 미세한 수급 변동으로도 급격한 가격 변동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세계 곡물시장에서 주요 수출국은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소수 국가에 한정돼 있다. 이는 곡물시장을 취약하게 만든다. 수출 상위 3국이 전체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콩·옥수수 모두 90%에 이르고, 밀은 50%에 달한다. 더욱이 소수의 곡물 수출국 중에서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콩은 40%, 옥수수는 70%). 이처럼 미국은 국제 곡물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카길(Cargill), ADM, 벙기(Bunge),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 4개 업체가 수출 물량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도 이들 4개 초국적 농기업에서 수입하는 곡물의 비중이 60%에 이른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한 반면 미국 경제 전체에서 농업 부문의 비중은 미약하다. 미국 내 금융자산과 대비해 생산액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투기자본이 발호하기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낮은 상황에서 투기자금이 유입되면 곡물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8년의 식량위기는 악화된 시장 여건(이상기후에 따른 곡물 생산의 감소와 중국 등 신흥국가 곡물 수요의 증가)이 기본 원인이었지만, 투기자본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원유시장에서 시작한 투기자본의 상품 투자가 곡물시장으로 그 중심을 옮겨오면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곡물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투기를 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곡물 생산이나 재고 등 시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집단은 바로 이들 농기업이다.

 

또한 우루과이라운드를 계기로 농화학기업들은 농업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인류 공동의 유산, 즉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공적 재화로서 남아 있어야 할 유전자원인 종자가 업체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종자업체 간의 인수·합병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이로 인해 종자시장의 집중도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종자에서 농자재, 유통에서 가공까지 뭐든 한다

199537%에 불과하던 상위 10대 기업 점유율이 2010년에는 70%를 넘어섰다. 특히 몬산토(Monsanto)와 듀퐁(Dupont), 신젠타(Syngenta) 3대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50%를 초월했고, 세계 최대의 종자회사인 몬산토는 세계 종자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거대 종자회사를 바이오 메이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서 농기업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관철하고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카길협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경을 초월해 활동하는 이들 초국적 농기업은 종자·비료·농약 등의 농자재부터 먹을거리의 유통·가공에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며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라고 불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말이 금융 서비스이지 실제로는 곡물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금융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2007~2008년의 식량위기 때에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식료품비를 지불해야 했다. 반면 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본 것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이었다. 당시 국제 농산물 가격이 24% 인상될 때, 카길·ADM·벙기 등의 이윤은 103%나 증가했다. 농자재 값이 크게 오른 탓에 정작 농민들은 곡물 가격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그다지 얻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사료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축산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먹을거리 위기가 빈발하는 가운데, 한국의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곡물자급률은 2011년에 25% 이하로 떨어진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쌀의 자급률도 90% 이하로 추락했다. 2007~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 때 큰 혼란을 겪지 않고 지나온 것은 그나마 쌀의 자급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빈 곳간을 보여주면서 거래하게 되면 싼값으로 곡물을 살 수 없는 구조를 지닌 것이 국제 곡물시장이다. 우리의 자급력을 확보해내지 못하면 우리 주변에는 식량위기라는 유령이 항상 배회할 수밖에 없다. ‘값싼 먹을거리의 종언(the end of cheap food)’이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 1·3위 종자 회사도 결국 몬산토가 인수 14.12.8 시사인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해 주목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몬산토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결국 이 나라의 농업 개방으로 이어져 GMO를 개발하는 농업기술 회사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 구제금융 덕분에 그동안 막혀 있었던 우크라이나 내의 GMO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 민간 싱크탱크 오클랜드 인스티튜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쪽으로 가는 길(Walking on The West Side)>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IMF와 세계은행의 구제금융 여파가 농업 개방으로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유라시아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땅을 다국적 농업기업의 재배지로 내놓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 공저자이자 연구소 이사인 프레데릭 무소는 <알자지라> 등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적 위기가 궁극적으로 유전자변형작물(GMO)을 개발하는 농업기술 기업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몬산토(Monsanto)’. 몬산토는 전 세계 GMO 특허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종자 회사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GMO 생산이 금지된 나라다. 인접한 유럽연합(EU) 역시 스페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GMO를 재배할 수 없다. 유럽과 인접한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GMO를 생산할 수 있다면, 몬산토에게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연합뉴스 524몬산토에 반대하는 행진이 전 세계에서 펼쳐졌다. 이날 한국에서도 ‘GMO반대생명운동연대등이 몬산토 코리아 앞에서 공동 행동에 나섰다().

 

몬산토는 원래 고엽제, 아스파탐, 폴리염화 바이페닐(PCB) 등을 생산하던 화학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세계 각국의 종자 회사를 인수하며 비약적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농업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로 변신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연 매출액이 약 149억 달러(1635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5억 달러(38000억원)에 이른다(오른쪽 <> 참조). 2013년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80%, 대두()93%가 몬산토에서 만든 GMO. 세계 2위의 GMO 수입국인 한국도 몬산토의 GMO를 다량 수입하고 있다.

 

몬산토가 GMO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권을 갖게 된 것은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과 유전자 변형 종자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 덕분이다. 1974년 개발한 라운드업은 몬산토를 초국적 기업으로 도약시킨 효자 상품이다. 1994년에 나온 라운드업 레디는, 라운드업의 제초 효력에 내성을 가진(견딜 수 있는) 농산물 종자다. 라운드업만 2~3차례 뿌리면, 라운드업 레디 종자 이외의 식물은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상품들을 통해 몬산토는 제초제와 종자 시장 점유율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자신들이 개발한 제초제로 돈 벌고, 이에 견디는 종자로 다시 큰 수익을 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였다.

 

그런데 몬산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이 많아서가 아니다. 식량 시장의 지배권을 확대하면서 각종 말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미에서는 몬산토가 특허권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 농민들은 몬산토 종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술 사용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동의서에는 수확한 콩 일부를 이듬해 파종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농민들은 몬산토로부터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메디슨 대학 피터 카스텐슨 교수는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에서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종자를 렌터카에 비유한다. (농민들이 종자를 빌려) 사용하고 난 뒤에는 주인(몬산토)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몬산토는 종자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기간 임대할 뿐, 종자 안에 주입된 유전정보의 영원한 소유주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곳의 몬산토 GMO 종자가 우연히 자신의 밭으로 날아들어 자랐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린 농민도 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캐나다에서 진행된 몬산토 캐나다와 퍼시 슈마이저 간의 재판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농부였던 슈마이저는 자연적으로 옮겨온 유전자 조작 카놀라(유채) 때문에 몬산토 캐나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캐나다 대법원은 몬산토의 손을 들어주면서 슈마이저에게 손해배상 비용은 낼 필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1·3위 종자 회사도 결국 몬산토가 인수

몬산토가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 농산물 종자 가격을 크게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GMO 수입을 허가한 인도·아르헨티나 등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면화 생산으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유전자 변형 면화 종자를 몬산토가 비싼 가격으로 독점 판매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원래 면화는 해충이 많이 발생하는 작물이다. 그런데 몬산토의 ‘Bt 면화는 유전자 변형으로 자체적인 해충 박멸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 역시 이 면화에 내성을 띠게 되었고, 농민들은 비싼 Bt 면화를 구입한 뒤 다시 제초제를 사야 하면서 이중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몬산토는 다른 나라의 종자 회사를 인수해 시장을 확보하기도 한다. 한국도 이미 몬산토의 먹잇감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 국내 1위 종자 회사인 흥농종묘와 3위 업체인 중앙종묘가 멕시코 종자 회사 세미니스에 인수됐는데, 2005년 몬산토가 세미니스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몬산토 코리아가 종자 시장을 석권했다. 파프리카·청양고추·시금치·토마토 등 70여 개 품목은 몬산토 코리아가 종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으로 인한 반발 말고도, 몬산토 종자로 생산한 GMO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라운드업 레디의 유전적 변이가 인간에게도 질병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몬산토 반대론자들은 20129월에 발표한 프랑스 칸 대학 세랄리니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몬산토 농산물을 섭취한 쥐에게 종양 발생)를 강조한다. 그러나 몬산토 측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세계무역기구 같은 중립적인 국제기구로부터 이미 안전성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않아 반발이 거세다. 국제적인 몬산토 반대 운동도 이어지고 있는데, 524일에는 몬산토에 반대하는 행진(March Against MONSANTO!)’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시민단체가 몬산토 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S타워 앞에서 몬산토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한국은 몬산토 GMO를 대량으로 수입한다. 아직 GMO 종자를 들여와 재배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GMO 재배가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은 불투명하다. GMO 종자 수입 및 재배가 가능해질 경우, 해외 각국에서 터진 다양한 논란이 한국으로 옮아올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몬산토 코리아 측에 문의하니 담당자 부재로 답변하기 어렵다라는 답변이었다. 한편 몬산토 코리아는 지난 8월 서울대 농생명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기금을 전달했다.

 

유전자 변형’ GMO, 이미 한국 밥상 점령했다

1994년 미국에서 GMO 토마토가 개발된 이래 위해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어왔다. ‘불완전한 안전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GMO가 우리 식탁에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령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용어부터 정리하자. GMO를 일컫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다. 글자 그대로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체라는 뜻이다. 유엔 등 국제협약에서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살아 있는 변형 유기체)라는 용어도 널리 쓴다. 유전자라는 대목을 빼버리고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GMO에 반대하는 이들은 Modified(변형된) 대신 ‘Manipulated’(조작된)를 사용한다. 지금도 언론은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각이다. 변형과 조작, 이 현격한 차이가 지금 GMO가 놓인 현주소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GMO의 위해성 여부다. 한쪽에서는 GMO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Non-GMO 운동을 펼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식량 부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추앙한다. 1994년 미국에서 최초로 무르지 않는 GMO 토마토가 개발된 이래 위해성 여부를 놓고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명쾌한 결론은 없었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20129월 프랑스의 세랄리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몬산토 사의 제초제 내성 GM 옥수수(NK603)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200마리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실험했다. 통상 90일을 넘지 않는 이전의 GMO 동물실험에 비해 긴 기간이었다. 그 결과 GMO 옥수수를 먹은 쥐에게 유선 종양을 비롯해 간과 신장 손상이 크게 두드러졌다.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GMO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과학자들은 즉각 반박에 들어갔다. 프랑스 연구진이 사용한 옥수수가 곰팡이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제시되지 않았고, 실험군에서 건강하게 생존한 쥐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은 증폭됐고,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해 말에는 세랄리니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된 미국의 학술지가 논문 철회 압박에 시달린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그동안 GMO 연구는 이처럼 위해성 주장반박미궁에 빠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안전하지 않다고도,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의 저자 김훈기씨(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의 지적처럼 지금보다 더 장기적이고 엄격한 생체실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

문제는 불완전한 안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GMO가 우리 식탁에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GMO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식용·농업용 GMO 888t이 국내에 수입됐다. 286000만 달러 규모다. 관련 법령이 시행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201410월 현재 수입량은 897t으로 이미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GMO 수요가 늘면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이 되었다. FTA·TPP 등에 따라 미국 등 농업 수출국의 GMO 수입 확대 요구도 날로 커가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작물별로는 옥수수가 전체 수입량의 89.7%를 차지했고, 대두(8.2%)와 면실유(1.7%), 카놀라(유채·0.4%)가 뒤를 이었다. 그중 가축 사료 등 농업용은 81%, 식용은 19%였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GMO 160t을 먹어치웠다는 이야기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옥수수는 0.8%, 대두는 6.4%에 지나지 않음을 감안하면 우리 밥상은 이미 ‘GMO의 잔칫상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지난해 우리 국민 한 사람당 GMO 옥수수 18, GMO 15을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처구니없이 잘못된 정보도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GMO 작물 재배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중에 떠도는 온갖 기사와 문서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한국이 법적으로 GMO 청정지대라는 이야기다. 사실이 아니다. 어떤 법령에도 이런 대목은 없다.

 

정부는 심지어 GMO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10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농촌진흥청이 17개 작물 180종에 대해 GMO 연구·개발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94, 유채 20, 국화 14, 사과 8, 배추 7, 감자 5, 고추 1종 등이다. 이 중 벼·고추·배추는 유전자 검정 단계와 기능 검정 단계 등을 거쳐 안전성 평가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63가지 기준으로 이뤄진 안전성 평가는 2~3년이 걸린다. 유전자 검정에서 안전성 평가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GMO 연구·개발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위 GMO 작물에 대한 상업적 재배를 승인하면 ‘made in Korea’ GMO가 등장하게 된다. 법적 금지는커녕 법의 테두리 안에서 GMO 개발이 진행 중인 것이다. 박민수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에서 GMO 개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적은 없다.

 

당장 우리 식탁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 문제는 어떨까. 현재 GMO 수입 업무 전반을 관할하는 것은 식약처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하면서, 종전에 여러 부처와 나눠왔던 GMO 수입 업무를 식약처로 통합했다. 식약처 산하 유전자변형식품 안전성 심사위원회’(심사위원회)GMO 식품의 수입 승인 여부를 관장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합뉴스-2013612일 아이쿱생협 회원들이 ‘GMO에 오염된 미국산 밀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GMO 식품 심사위원회의 신뢰성에도 의구심이 있다. 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2010<맛있는 식품법 혁명>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 심사위원회는 20여 명의 GMO 연구·개발 관련 학자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 김해영·김형진 교수는 10년간 계속 위원을 맡았다. 김해영 교수는 경희대 생명공학연구원 교수이며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사업단 GMO 단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는 김형진 교수는 GMO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GMO 사업과 무관한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송기호 변호사는 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GMO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직을 장기간 맡는 것이 정의로운가라고 지적했다.

 

2014년 현재는 어떨까. <시사IN>은 식약처에 심사위원회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관련 업계의 로비에 의해 심사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명단 비공개로 의구심이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공정한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앞서 지적한 김해영·김형진 두 교수가 지금도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은 확인해주었다.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사IN 윤무영-옥수수 기름 등 식용유는 현행 법령상 원료가 무엇이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 이익단체부설 기관이 수입 GMO 검사

식약처의 공정성 문제는 또 있다. 식약처의 GMO 홈페이지에는 검사 기관 목록이 있다. 식약처가 지정한, 수입 GMO 검사 기관이다. 국내외 모두 8곳이다. 그런데 이 중 한국식품산업협회부설 기관이 두 곳이나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의 식품 대기업이 모여 있는 이익단체.

 

이 협회 회장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과학적으로 (GMO)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나 일부 이해관계자의 부정적인 여론 조성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GMO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는 인물이 협회장으로 있는 단체가 GMO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식약처 관계자는 매년 감사에 나서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식품산업협회는 국내 식품 대기업의 GMO 표시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도 등장했다. 지난 9GMO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는 국내 식품 기업에 GMO 사용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등 14개 업체는 GMO 사용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며 식품산업협회를 동원했다. 이들 업체는 식품산업협회 명의로 공동 답변을 보내면서 GMO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무를 맡았던 경실련의 박지호 간사는 최근 들어 식품 대기업이 식품산업협회를 통해 GMO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식품산업협회가 식품 기업의 컨트롤타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공개를 거부하는 데에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법이다. 식품위생법 제12조의 2항은 이렇다.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은 표시가 없으면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진열·운반하거나 영업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에 따르면 국내 GMO를 원료로 쓰는 식품 기업은 관련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단서가 있다. 식약처의 고시. 현행 GMO 식품 표시를 위한 식약처 고시 제3조는 또 이렇다. “표시 대상 수입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수입 또는 생산이 승인된 품목을 주요 원재료로 1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이다.”

 

쉽게 말해 GMO를 원료로 했더라도 가공 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식용유다. 옥수수든, 콩이든, 유채(카놀라)든 기름으로 바뀌면 세포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는 원료가 무엇이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원료를 수입산이라고만 표시하면 그만이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은 완전히 합법이다.

 

이뿐 아니다. 식약처 고시는 구멍을 또 하나 만들어주었다. 어떤 식품이나 첨가물에 사용된 재료 중 5순위 안에 드는 재료가 아니면, GMO 표시를 면제해준 것이다. 결국 각종 소스, 수프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복합된 식품의 경우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치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취한 것이다.

 

‘GMO 공포가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때는 어림잡아 2008년부터다. 당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GMO 식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 광우병 촛불시위로 인해 먹을거리 불안감이 커졌다. 시민단체들은 GMO 표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에 밀린 당시 식약청이 표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리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갈무리-식약처()GMO 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5월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품의 주요 원재료 함량 순위와 잔류 여부에 상관없이 GMO가 첨가됐으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식용유나 소스 등 그동안 GMO 표시로부터 자유로웠던 식품도 표시를 강제하는 법안이다. 법안 발의 이후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10만명 서명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쟁점 법안에 밀려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GMO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

지난해 11월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2%가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81.8%가 엄격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김미희 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의 최근 5년간 GMO 표시 위반 점검 실적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5328건이었던 GMO 표시 위반 점검 실적은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813건으로 추락했다. 이를 업계의 자정 노력덕분이라며 자위할 수 있을까.

 

공포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하는 공포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관련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GMO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만만한 불량식품 따위만 단속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Living A Lie / Babe Ruth(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