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심 공원이 위기에 처했다. 부산에서만 국·공유지를 포함한 사유지 약 5610만㎡(1700만 평), 영도구 크기의 4배나 되는 면적이 2020년 7월 공원일몰제로 해제된다. 해제에 직면한 도심 공원이나 유원지, 녹지들은 그동안 각종 개발로부터 비켜서 있던 마지막 남은 녹지 축이다. 또 도시민에게 자연 체험을 제공하는 장소와 도시 경관의 주요 축으로서 정서 함양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탄소 저감, 기후 조절, 미세먼지 저감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원일몰제는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던 도심 공원 녹지가 아파트 등 각종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될 경우 도시공원이 수행하던 유무형의 자산과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유지나 매입비의 많게는 수십 배가 든다는 사실은 직시해야 한다.
두려운 것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었을 때이다. 눈길 주고 마음을 둘, 심신의 안식처가 사라지는 것에 더해 무상으로 제공해 주던 각종 공공서비스가 뚝 끊겨 버릴 때의 그 막막함을 이 도시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도시 경쟁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부산의 주요 관광자원이자 시민 휴식 통로인 갈맷길을 생각해 보자. 시민들이 갈맷길을 즐겨 찾는 것은 갈맷길이 제공하는 서비스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갈맷길이라고 온전할 것인가. 해안 700리는 중간중간 토막 나게 될 것이며, 곳곳에 숲을 대신한 아파트들이 들어선다면 갈맷길도 사망 신고서를 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정부 당국의 무책임과 책임 전가에 더한 지자체들의 방기다. 정부는 부지 지정 후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지자체 고유사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국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일몰제를 이유로 완전히 손을 떼 버렸고, 공을 넘겨받은 지자체는 조성 재원이 없으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국가에 사업비 지원을 요구하고 국가 도시공원 지정을 건의하는 등 공원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 오긴 했지만, 이 또한 중앙정부가 재원을 동결하다 보니 먼 산만 쳐다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이 변명할 여지는 없다. 일몰제가 고시된 때가 벌써 17년 전이다. 부산시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개발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함으로써 자구책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부산시는 엉뚱한 개발에 낭비하는 혈세를 동결하고 재원 마련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공원은 공공재다. 당연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2020년 7월 이후 목도할 처참한 광경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9대 대선에 출마하는 각 당의 후보들은 '공원일몰제 해소를 위한 도심 공원 국책사업화'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 현재 시민사회단체가 공원일몰제 해소를 차기 정권의 주요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전국 공동 공약채택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를 비롯한 16개 구·군 기초단체, 나아가 부산시의회도 동참해야 한다.
암담한 사실은 대선 후보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식 부족이거나 1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부담스러워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회피할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공원일몰제가 야기할 도시공원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90%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도시에서의 공원은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가치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공원은 국토의 실핏줄이고 도시민은 그 피를 수혈받아 생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몰제, 내일이면 늦다. 17.4.13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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