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원일몰제 해법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있었다. 사안의 중차대함에도 중앙 미디어 어느 곳에도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부산에서 시간과 품을 들여 일을 진행하고, 국회까지 간 것 치고는 허탈했다.
오는 2020년 7월 전국의 공원, 유원지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해제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공원일몰제를 너무 만만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무심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질 정도다. 무더기 공원 해제로 앞으로 전국의 미집행 공원들이 마구 개발되면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처참한 광경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공원일몰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미집행도시계획관리시설에 대해 토지 소유주들의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다. 2020년까지 각 지자체가 공원 부지를 매입하거나 공원 조성을 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가 지정한 법적 굴레를 벗고 마구잡이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부산에서 남아 있는 산지형 도시공원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예산이 없어 중앙정부만 목 빠지게 쳐다보던 지자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공원특례제에 매달려 있다. 이 때문에 공원 부지를 개발하려는 자와 공원을 지키려는 시민 간 갈등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다. 정녕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후보 공약채택운동을 벌이며 '2020 공원일몰제 해결 전국시민행동'(이하 전국시민행동)을 출범시켰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안 소공원을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산책하는 장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이어진 일련의 감동적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공약의 이행 또한 확실히 앞 정권들과는 비교가 되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뒤 한 달여가 흘렀지만, 공원일몰제 해법에 대한 응답은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다. 당초 이 시기쯤 전국시민행동은 '문재인대통령 공약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다 앞선 국회 토론회와의 시간 차를 두기 위해 보류했다. 그런데 그 사이 전국시민행동이 원치 않는 법안이 상정되었다.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무쟁점 법안으로 국토위 간사실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민간공원특례제도보다 더 못 한 민영공원 개발안을 담고 있다. 민영공원은 민간이 소유한 5만㎡ 이하의 공원에 대해 수익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법안이다. 민간공원특례제가 5만㎡ 이상 규모의 공원에만 적용되자 그보다 작은 규모의 공원들까지 개발할 수 있게 제안한 것이다. 규모만 다를 뿐 둘 다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단기적이고 행적편의적 방안일 뿐이다.
전국시민행동은 물꼬를 트기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나 국토부 등 정부 부처를 통해 공원일몰제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가다가는 전국의 공원이 대책 없이 난개발에 희생될 처지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요청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 채택한 공약의 이행을 실천해야 한다. 공원일몰제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시간이 없다. 해제에 따른 행정 절차를 고려할 때 많아 봐야 1년 남짓이다. 역대 정권은 이 불행한 사태의 원인 제공자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오명의 바통을 이어받지 않기를 바란다. 도시공원은 우리 당대와 후손이 누려야 할 도시민들의 마지막 공공자산이 아닌가. 17.6.23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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