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BNK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전제할 것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는 배제되어야 한다. 지역의 정서 또한 예전같지 않다.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지역 언론은 누가 회장이 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참에 제안한다. 예컨대 차기 회장은 ‘누가’ 되는가 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BNK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이든 아니든 지역 경제에 영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더욱이 부산처럼 개발과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도시는 더욱 그렇다. 은행은 그 자금의 수요와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범일동 옛날 부산은행 본점 앞 중앙대로에 서면 은행이 내건 대형 옥외광고판이 보인다. 거기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뜻하는 약자 ESG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져 있고 각 단어의 앞글자 뒤에 ‘E 이로운’, ‘S 세상을’, ‘G 그리다’ 라는 작은 글자가 해석처럼 붙어 있다. 알 듯 말 듯한 이 카피를 BNK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그 집행은 어떤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로운 세상을 그리다’ 얼핏 그럴듯하다는 느낌은 주지만 정작 BNK의 ESG는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천명하고 실천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쉽게 말하면 튀지도 않고 뒤처진 상황도 아니지만 BNK의 ESG는 기후위기의 메시지로부터 실천하는 기업으로 자기변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정도면 자족한다는 수준이다(한국ESG기준원 2022 통합등급평가S,A+,A,B+,B,C,D 중 'A').
과연 그러한가. BNK는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작동되는가를 예의주시하고 전략의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 전세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형편은 더 이상 낡은 틀에 안주해서는 되지도 않을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선언적 ESG는 그야말로 그린워싱이다. BNK 금융지주는 그런 길을 원하는가.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제에 BNK가 이름을 걸고 동참하라는 주문이다.
세계시민들의 매서운 눈초리에 글로벌 투자사들은 물론이고 국내 주요 금융사들 역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21년 시행한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ility Finance Discloure Regulation, SFDR) 6·8·9조 라든지, ‘넷 제로(Net Zero),’RE 100(Renewable Energy) 등 기후변화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고 이에 발맞춘 투자기관의 흐름은 다소 익숙해졌지만, 최근 눈여겨 볼 것은 생물다양성 부문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기업활동으로 인한 자연파괴 자체를 재무정보로 만들고 공개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체계는 기업의 생물다양성 관련 기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자연의 손실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활동에 위험과 기회를 모두 안겨준다. 현재 세계 경제 생산량의 절반 이상 (경제적 가치 창출의 US $ 44tn)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대한민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의 손실 위에서는 세계의 경제 생산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이지 않은 기업들은 향후 투자를 받기도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기업이익 도모현장은 여전히 파괴적이고 생물서식지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여당, 지자체가 앞장서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관련하여 얼마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CBD COP15)에서 2030년까지의 새로운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가 채택되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금융그룹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기 위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채택을 지지하고 협약 이행을 약속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성명 발표에는 우리금융그룹을 비롯해 BNP Paribas, UBS, AXA Group 등 글로벌 150개 금융회사(총자산 24조 달러)가 참여했다. 이런 세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익추구 기업이지 환경단체가 아니다.
나는 차기 BNK 금융지주 회장이 세상 변화를 읽는 통찰력과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후보군에 공개적 질문을 던지고 비젼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BNK 금융지주는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과 기업이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시장이나 지역의 대표 금융기업이 어떤 관점과 시대 철학을 견지하는가에 따라 지역 또한 명암을 달리한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 2022년12월27일 기고문을 부산일보에 보냈으나 1월 29일 현재까지 실리지않고 있다. 기고문이 밀려서 라고 했지만 그 사이 차기 BNK 금융지주 회장은 결정이 났다. 이런 글은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가 퇴색된다. 늦어도 1월 2주 정도에는 나왔어야 했다. 세월의 흐름을 확실히 느낀다. 더 이상 신문 쪼가리에 기대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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