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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8.31~9.7 다음주가 되면 알겠지 ? 조국 정국

by 이성근 2019. 9. 1.


               9.2 경향-한겨레

일본과는 다른 독일유대인 후손에게 독일 국적 쉽게 준다

한겨레사설] ‘이재용 판결에 또 삼성 위기론’, 가당치 않다

'조국 저격' 나경원·황교안의 과거, 놀라울 따름

일본 빼고 한국 정부만 비판하는 미국, 무책임하다

분단 기득권 세력의 세대갈등 노림수

세계 해외관광객 연간 14억명 돌파/우리나라 해외 관광 큰 손

구의역 김군 동료 조국 딸 논란은 있는 사람들의 딴 세상 이야기

21세기 세계 인구 지형을 바꾸는 블랙 아프리카

"나이 들었다고 연애 안하고싶나?" 입장료 천원 '콜라텍' 풍속도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구독하는 언론사는

열기 식은 '조국 규탄' 고려대 촛불··엉성한 운영에 80명만

한국사회에서 성공은"40대 개인역량·20대 집안배경 중시"

초유의 조국 기자간담회...여당이 의회주의 훼손하나?

근로·자녀장려금 추석 전 6일까지 지급

젊음 강요하는 사회, 당신은 괜찮습니까아무튼, 젊음’ ‘에이징 월드

'언론의 조국 보도, 대체 왜 그럴까'에 대한 명쾌한 답

조국 기자간담회, 신문들 싸늘한 반응

11시간 100여개의 질문, 조국은 무엇을 밝혔나

내일신문 9월 여론조사] 조국 논란에도 한국당 지지도 '제자리'

윤석열의 위험천만 정치 도박...조국 다음은 한국당 차례?

후쿠시마에서 야구경기는 미친 짓인데, 왜 일본은 조용할까?

문제가 뭔지 이해한 조국, 문제가 뭔지 모르는 기자

추악하게 오염된 한국 언론, 왜 망하는 언론사가 없나

"주택 투기꾼님, 세금 혜택 드릴게요"

만신창이 됐는데여권은 왜 '조국 사수'에 목맬까

보수 유튜버들은 어쩌다 만인의 불청객이 됐나

이주자 판자촌과 빌라촌, 바하마의 허리케인이 보여준 '재난 불평등'

수의는 중국산, 화장로는 일본산?” 장례문화 일제시대 만들어진 전통

86세대의 자녀인 90년대생은 누굴 찍을까

정면돌파? 검찰 쿠데타? 조국 관련 압수수색을 보는 몇 가지 시선

역대 5위급강풍 동반한 링링서울서 제주까지 피해 속출

정의당이 드디어 밝힌 조국에 대한 최종 입장 (전문)


              인천-기호

              경인-한국

               대구매일-중앙

                  국제-내일

8.3 중부-국민

한국-대구

중앙-국제

기호-경인

                  한겨레-내일

인천-경향

9.4 국민-한겨레

한국-대구







9.5 중앙-인천





제주일보-내일

딴지-주간경향

9.6 한겨레-중부

경기-국민

한국-대구

중앙-내일

경향-국제

경인-기호



일본과는 다른 독일유대인 후손에게 독일 국적 쉽게 준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유대인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

 

독일이 나치 박해를 피해 독일을 떠났던 유대인과 그 후손에게 독일 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29(현지시간) 나치의 탄압을 받았거니 다른 국적자와 결혼해 독일 국적을 잃은 유대인들의 후손들이 독일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유대인 뿐 아니라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아 이주한 집시와 사회주의자 후손도 해당한다. 제호퍼 장관은 과거 유대인들이 독일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독일은 역사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나치 피해자 후손은 현지 대사관에 신청해 기존 국가의 국적을 유지한 채 독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들은 1933년부터 1945년 사이에 나치에 의해 박해를 받은 사람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최소한의 독일어 실력을 입증하면 된다. 범죄자나 테러가 우려되는 인물은 배제될 수 있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움직임이 일면서 과거 독일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던 유대인들의 후손들이 독일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201543건에 불과하던 유대인 후손의 독일 국적 신청은 지난해 1506건으로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법 절차가 까다로워 이들의 국적 취득이 어렵자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

 

조제프 슈스터 독일중앙유대인협의회장은 이날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다고 환영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한겨레사설] 이재용 판결에 또 삼성 위기론’, 가당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뒤 이른바 보수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예의 삼성 위기론이 쏟아졌다. 재벌 총수의 사법 처리 때마다 불거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만에 하나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누가 그 뒤를 감당할 수 있나. 그런 일은 정말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까라며 위기감을 키웠다. 삼성의 사령탑이 비상 경영이 아니라 법정 싸움에 온 정력을 소비해야 하게 됐다고도 했다. 마치 이 부회장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 사법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 탓에 재판을 받는 실상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큰 사달이 날 것처럼 분위기를 묘사하는 주장도 쏟아졌다. <중앙일보>는 경제단체의 우려를 전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악재가 더해졌는데 삼성 시계 제로상황이 한국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논평에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부회장 개인에게 닥친 법적 위기를 삼성이란 기업의 경영활동,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연결짓고 있다. 억지이자 억측이다. 아니라면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던 2017년 삼성전자 매출이 대폭 늘어난 사실에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법원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할 뿐이다. 판결의 잘잘못은 법리로 따질 일이지, 기업 경영이나 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의 대소를 거론할 계제가 아니다. 더욱이 불법 행위에 대한 단죄가 이뤄져 윤리·준법 경영의 틀이 잡혀야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유익하다. 이 부회장이 횡령·뇌물 공여로 기업에 끼친 유무형의 손실을 고려해보라.

 

삼성 위기론은 이 부회장의 구속 시점과 1·2심 판결 때도 자주 등장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진작에 드러났다. 기업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근거 없는 위기감을 퍼뜨리기보다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삼성의 약속을 감시하고 격려하는 데 더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

 

 

'조국 저격' 나경원·황교안의 과거, 놀라울 따름

'조국 맹공' 한국당의 자격을 묻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176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유성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6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 신고 판결문 입수 경위와 공개에 대해 현행 실정법과 절차법을 100% 준수했다윤리적이나 피해보호 여성에 대해서도 안 후보자보다 신원 및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고 말했다. 유성호

 

"안경환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 달여 지난 2017620,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보낸 문자 내용 중 일부다. 당시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김 원내대변인은 이와 함께 "문정인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라는 문자도 보내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정부 출범 불과 한 달된 시점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뒤 정부 인사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 수위는 높아져만 갔고, 임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세 역시 강도 높게 펼쳐졌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626, 전 후보자 신분인 된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청문회 정국 당시 아들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던 주광덕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들 10인의 자유한국당 의원 명단은 주광덕 의원을 포함 김진태·이은재·전희경·정갑윤·곽상도·김석기·여상규·윤상직·이종배 의원이다.

 

같은 해 7월 안 교수의 아들은 "허위 사실에 기반해 '남녀 교제''남학생의 성폭력'으로 허위 중상해 돌이킬 수 없는 명예훼손을 초래했다"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7,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부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3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안씨가 성폭행을 했다고 단정했다"고 한 1심을 판결을 인정하는 동시에 주 의원 등의 국회의원 면책 특권 주장에 "당시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발표는 직무상 발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광덕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 소속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극우 매체 <뉴데일리>는 조국 후보자 부친의 묘비까지 찾아갔던 김진태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자녀 의혹을 제기해왔던 곽상도 의원과 함께 주광덕·김도읍 의원을 '조국 저격 4인방'으로 꼽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안경환 후보자 아들을 성폭행범으로 몰았지만 허위로 판명 난 사안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사과''유감'을 표명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안경환 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민정수석 조국 조지기'에 나섰던 이들은 이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맹폭 중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내놓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자료를 연일 보수언론이 '단독'으로 내놓는 식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조국 게이트', '비리 종합선물세트'라 부르고 '조로남불'이라 부를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다시 회자되는 '나경원 딸 입시 의혹'

 

2016317<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다뉴스타파


'입시비리의혹, 나경원 의원 딸 입시비리 특검 해주세요'.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제목이다. 비공개 상태임에도 27일까지 청원자 11만 명을 돌파한 이 청원은 지난 20163<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연속 보도를 바탕으로 나 원내대표의 자녀 관련 의혹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당시 <뉴스타파>는 지난 2011년과 2012, 나 원내대표의 딸이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통과한 뒤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입학하면서 부정 입학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심도 있게 다뤘다. 특히 성신여대 입학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묵인하고 특혜를 주면서 결국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나경원 의원 측근들이 성신 학원 분쟁에서 비리 의혹을 받는 심화진 총장을 위해 일정 역할을 했고, 심 총장은 정치적 뒷배를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해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201712월부터 4개월 간 이뤄졌다는 성신여대의 내부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나경원 의원의 딸 김모씨가 합격한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장애인) 전형의 신설 과정이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고, 면접시험 역시 불공정했다는 성신여대 내부 감사보고서가 나왔다. 또 장애인 전형이 급조된 배경에는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 전형과 같은 입시가 없는가'라는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이 대학 자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187<뉴스타파>"성신여대, 나경원 딸 입학시킨 전형 '명백한 규정 위반'"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이 "지적장애인들에게 대학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초지일관 주장해왔다"면서도 "성신여대에서 장애인 전형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신여대 자체 감사 결과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 역시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나경원 딸 부정입학' 보도의 신빙성을 더하는 판결이었다. 법원은 나경원 원내대표 측이 <뉴스타파>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형사재판에서 1심과 2심 모두 <뉴스타파> 측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행정법원 역시 해당 보도와 관련해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에 내린 경고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21<프레시안>에 기고한 <조국 지적하는 나경원, 그의 '내로남불'?>이란 글에서 이러한 의혹 보도와 법원 판결을 자세히 소개하며 "다른 사람의 '내로남불'을 얘기하려면, 나경원 원내대표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적-정치적 책임도 져야한다""자유한국당,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라고 주장했다.

 

"특히 2018719일 내려진 2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2012학년도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장애인 전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 사이의 경쟁으로 유독 한 명에게만 베풀어진 편의와 관대함이 다른 장애인 학생의 탈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신분에 힘입어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당시에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에 내린 경고 처분에 대해 <뉴스타파>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해당 보도는 진실에 가까웠던 것이다."

 

황교안의 자유한국당, '조국 맹공' 자격 있나

 

미리 보는 228일 인사청문회-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고정미

어디 그 뿐일까. 조국 후보자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이 의혹의 중심에 떠오르자, 나 원내대표의 부친이 운영하는 홍신학원이 24억 원의 법정부담금을 미납했다는 과거 기사도 화제(?)로 떠올랐다. 최근 '나경원 원내대표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추천한다''반어법'에 해당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된 것도, 이러한 일련의 의혹을 조국 후보자 검증 수준으로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나 원내대표 뿐만이 아니다. 지난 24KBS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 "펀드를 딸에게 5000만 원 넣어주는 그런 집안입니다, 양심이 있어야죠"라며 조 후보자 일가족을 겨냥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방송 직후 일각에선 장 의원의 집안이 대표적인 족벌사학 집안이라는 사실이 회자됐다. 또 지난 2017년 장 의원의 아들이 성매수 의혹 등으로 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하차할 당시 사과와 함께 바른미래당 대변인 직을 내려놨던 과거도 도마에 올랐다.

 

또 한국당 장외 집회에 'KT 취업 청탁' 사건의 당사자인 김성태 의원이 참석했다는 뉴스가 '화제의 뉴스'였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리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소셜미디어 상에선 지난 20132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보도된 <오마이뉴스>'미리 보는 228일 인사청문회'란 제목의 그래픽 뉴스가 화제로 급부상했다. 당시 제기된 의혹만 이 정도다.

 

복수 매체가 지적했던, 확률상 100만 분의 1이라던 황 대표의 '담마진 병역 면제'를 필두로, 과연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범보수의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황교안 대표도 이미 제기되어 온 의혹들에 대해 조 후보자와 같은 잣대로 '검증'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높아지는 전수조사 요구, 검찰 수사라는 부메랑



입장하는 황교안-나경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남소연

 

"고위 공직자의 자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라. 이러한 사태가 과연 이번 후보자만의 문제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그들의 카르텔에 대한 전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위정자들에 대한 교육과 입시 비리를 포괄적으로 조사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26일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의혹에 대해 경북대 총학생회가 내놓은 성명서 중 일부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달라는 요구와 더불어 교육과 입시 비리 관련 '전수조사'를 요구한 것이 눈에 띈다.

 

경북대뿐만이 아니다. 교육과 입시 관련 전수조사와 함께 장관,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가 관여된 사학비리와 관련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립학교 재단 법인의 부정 및 비리를 감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 '유치원 3'으로 유명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이미 대표발의 했으나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이 역시 한국당의 반대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중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부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제발 부탁이다. 한국당은 당당하게까진 필요 없더라도 법을 지키고 수사 받는 모습 좀 보이라."

 

29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고발 사건의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의 일갈이다. 또 이날 박 최고위원과 함께 출석한 같은 당 홍익표 의원 역시 "한국당은 다른 사람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지 말고 본인들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한다""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 판사 출신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법을 우습게 보는지 경찰을 우습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출석을 거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을 향해 조 후보자에 대한 조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 중인 한국당.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경찰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은 40명의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과연 어떤 '칼날'을 들이댈지 지켜볼 일이다. 오마이뉴스 하성태

 

일본 빼고 한국 정부만 비판하는 미국, 무책임하다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3년전 우리 국민 강한 반대에도

미국 압력으로 지소미아 체결

작동 중단 원인 제공한 일본엔

미국, 비겁하게 책임 묻지 않아

 

최종 종료까진 3개월 여유

그동안 양국 협상으로 풀어야

재단 설립, 우리 기업 출연 등

우리 쪽 징용 해법 열려있어

강창일(67·제주갑) 의원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일본통이다. 일본 우익의 뿌리에 대한 연구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7년부터 한일의원연맹 한국 쪽 회장을 맡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부 쪽과 함께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일본 쪽과도 대화해왔다. 강 의원은 한-일 간 외교 협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관건인데, 일본 경제나 정치적 역학관계 등으로 볼 때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지금 미국이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일본 고도의 정치전략 사용 중

-일 관계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에 이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배제 실행, 지소미아(GSOMIA·-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종료 결정 등 경제와 안보 분야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그렇다. 지금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그동안 한-일 간에 독도나 역사 교과서, 군위안부 문제 등등으로 조용한 적은 한번도 없긴 했지만, 그때는 한 테마로 싸움하고 옥신각신했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투트랙이니 스리트랙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 문제에서 시작해 경제 영역과 안보 문제 등 모든 분야로 전선이 확대됐다. 국교 단절 이외에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일부터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예정대로 실행했다.

수순대로 움직이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해놓고, 당분간은 지금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행 자체가 가장 센 것이니까 더 구체적으로 자극하는 조처를 취해서 일본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는 빌미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이 고도의 정치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이 나온 뒤부터 일본 기업의 자산을 강제 매각할 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부터 그런 말을 했다.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기 위해 애썼고, 저 역시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사들과 만나서 (강제 매각을) 미루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매각 결정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조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이것은 자신들이 한 말과도 맞지 않는 그야말로 기습 도발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국내 정치용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심하게 말하면,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을 정당화, 합리화하면서 군국주의적인 일본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것 아닌가 싶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아시아주의-우익 낭인의 행동과 사상을 중심으로’, 2003)에서 일본의 조선 강점은 군부와 함께 일본 낭인집단이 앞장을 섰으며, 이 민간단체들이 후일 일본 우익세력의 뿌리가 됐다는 점을 사료를 통해 증명한 바 있다.


일본이 그렇게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도 장단기 목표를 정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쪽 대응은 어떤가?

일본의 속내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한데 우리의 대외관계에서 큰 전략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하는 좌표가 잘 안 보인다. 물론 일단 우리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것 아니냐. 아베 총리가 일체 응하지 않으니까 지소미아 종료 등의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는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 같은 분위기가 다소 있었다. 8·15 대통령 경축사에서도 일본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그랬다. 청와대 등 정부 분위기도 당일 낮까지 그런 게 있었다. 아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토론 과정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 같긴 한데 지소미아 종료는 다른 나라들엔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꺼내든 것처럼 비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저도 지소미아 결정 전에는 일본이 지소미아와 관련해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한국을 안보 비우호국 내지는 적대국 취급을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보의 최고 가치인 정보 특히 군사정보를 줄 수 있겠느냐, 그러한 자기모순을 일본이 해소해줘야만 한국도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런데 일본은 일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런 일본의 태도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영향을 준 건가?

그동안 우리는 나름 성의를 다했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의 정보를 다 제공해주고, 8·15 경축사도 일본에 사전에 알려줬다. 문 대통령께서 그렇게 엄청 자제하면서 손을 내밀었지 않았나. 8·15 경축사에 대해 일본에서는 우리가 마치 형님이나 대인처럼 군다면서 기분 나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우리의 본심은 아베 정권과 손잡고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 주변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고, 우리의 호의를 무시했다. 우리가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종 종료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협상카드의 하나라는 건가?

저는 그렇게 본다. 일본통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뒤에 한일의원연맹 일본 쪽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한테 전화를 해서 이 조처에 대해 설명하는 등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겠다는 이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제안이 아니겠느냐. 거기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이 이 총리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썼던데 그것은 아니다. 일본은 한국이 먼저 안을 내놔 봐라, 그리고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까지 남은 3개월 동안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의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두 사안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강한 유감과 실망이라는 등 우리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아주 무책임하다. 지소미아를 누가 만들었나. 미국이 앞장서서 만들었다. 3년 전 당시 야당인 우리가 매국적이고 망국적인 협정이라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낼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미국이 정권에 압력을 넣어서 시작했던 것 아니냐. 그래놓고, 그것이 작동되지 못하도록 한 일본에 대해서는 비겁하게 책임을 묻지 않고 한국 정부만 비난하고 있다. ··일 안보공조체제를 중시한다면 미국이 지금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 지금 동북아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가면 가장 좋은 게 누구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아니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미국은 빨리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한 지소미아는 애초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부터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6월에는 최종 서명 직전까지 갔으나,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에 대한 국내 여론의 강한 반발에 밀려 막판에 취소됐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촛불집회가 일어나던 201610월 말 박근혜 정부는 느닷없이 지소미아 논의 재개를 선언한 뒤 한달도 채 안 된 1123일 일본과 지소미아에 서명했다. 당시에도 여론은 60%가 반대(리얼미터 조사)였다. 일본이 외교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일본이 외교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한국도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일본 경제도 그렇게 단단하지 않다. 이대로는 상처만 남는 치킨게임이 되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결국 협상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더구나 앞으로 도쿄 올림픽과 북핵 문제 등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일본이 다시 추가 규제에 나서지 않을까. 그러면 더 나빠질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있더라도 큰 틀은 아니고 자그마한 자극을 더 주는 정도일 거다. 그렇게 되기 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배상·보상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오픈돼 있다. 그런 것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지난 5월에 낸 ‘1+1 해법’(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출연)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얘기했다. 일본이 딱 잘라서 이것이라고 하면 우리는 해결책을 줄 수가 있는데 지금은 일본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다.”

이낙연 총리는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1022)을 계기로 삼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일왕 즉위식에 대통령은 못 가더라도 총리는 가서 축하를 해야 한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8·15 때도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한 분이다. 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적 존재니까 축하해야 한다. 대화는 그 전에라도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어느 쪽이 먼저 하면 다른 쪽이 뒤따라 조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양쪽이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징용 피해 배·보상에 우리 정부도 나서야

강 의원은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청와대 및 정부 쪽 고위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왔다. 그가 줄곧 제시한 안은 일본 기업이 책임질 부분과 우리 정부가 해결할 부분을 나누는 것이다. 즉 명백한 기록이 남아 있어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은 판결대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되, 현실적으로 재판을 걸기 힘든 피해자들은 국민 보호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재단을 만들어서 해결하자는 거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서 일본 쪽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본다. 그마저 일본이 반발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같이 부담하게 하는 방안(1+1 해법)도 가능하다는 견해다. 소송이 불가능한 대다수의 피해자는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득을 본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강 의원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얼마든지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 수가 있는데 일본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 답답하다. 일본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도 사태 해결을 위해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분단 기득권 세력의 세대갈등 노림수

조국 사태로 보수 세력 ‘386프레임확산

조국 문제와 386 세대 분리해서 살펴야

갈등의 본질은 세대가 아니라 이념-계급

자유한국당 나경원 김진태도 ‘386 세대

 

‘386 세대가 미움받는 이유

주도권 빼앗긴 고연령층의 상실감

1960년대생 70%는 대학 안 다녀

장년층에 저항하는 청년층의 반발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장외집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조국 사태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의 관심사는 2일과 3일 국회 인사청문회 여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그 뒤로도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잇단 호재에 잔치 분위기입니다. 82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집회에 이어, 30일 부산 송상현 광장 집회, 31일 서울 사직공원 집회의 주인공도 조국이었습니다. 부산 집회의 손팻말은 조로남불 위선정권’, ‘공정당당 대한민국’, ‘문재인 STOP’이었습니다. 31일 사직공원 집회의 손팻말은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서 미안해’, ‘조로남불 위선정권’, ‘조국은 사퇴하라 문재인 사죄하라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위기에 처했던 자유한국당을 조국 후보자가 살려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조국 후보자를 이른바 ‘386’의 대표자로 설정해 놓고, ‘386’을 통째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31일 논평 중에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국으로 상징되는 무리들은 누구인지 똑바로 보자. 자유대한민국의 온갖 수혜는 다 찾아 누리면서, 심지어 뺏어서까지 누리면서 입으로는 정의를 독점했던 사람들이다. 남의 자식에게는 개천의 용이 되지 말아라’, ‘붕어로 가재로 살라하며 너희가 세상을 바꾸라고 외치고, 자기 자식에게는 자자손손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위해 모든 편법과 인맥을 동원해 스펙 만들어 명문대학 입학시키고 의사, 변호사 만들고 축배 들던 사람들이다. 이 껍데기가 조국으로 인해 벗겨지자 586 수구 위선 좌파들이 마지막 결집을 시작했다. 대학, 법조, 예술, 언론계 최고의 기득권이 된 이들이 아직도 그들의 허무한 말에 속아 가재, 개구리, 붕어가 될 위기에 처한 이들을 또다시 이용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자로 나선 청년단체 대표는 도덕과 정의를 부르짖던 386 운동권들은 조국을 비호하고 있다. 너무나 역겹다. 평소 그렇게 도덕과 정의를 부르짖어 놓고 조국을 비호하고 있다. 그들에게 도덕과 정의는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비겁한 무기에 불과하다고 외쳤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금 들고나온 무기는 이른바 보수 정당과 이른바 보수 언론이 매우 오랫동안 집요하게 제기했던 ‘386프레임이라는 무기입니다. ‘386프레임이 뭘까요? 이른바 보수는 ‘386’ 앞에 대개 종북이나 좌파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승만 박정희 시대의 반공 프레임’ ‘빨갱이 프레임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권력과 부를 장악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습니다. ‘386 프레임을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게 됩니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싸우며 자유와 민주, 정의를 외쳤던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정체는 종북이다. 그들이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한 뒤 국정을 운동권식으로 운용하며 대한민국을 좌파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그들을 하루빨리 권력에서 쫓아내야 한다.

 

‘386’은 한때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들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말했지만, 뒤로는 권력과 부를 챙겨 이제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됐다. 위선자들이다. ‘386’ 이후 세대인 엑스 세대밀레니얼 세대‘386’을 따를 이유가 없다.

어떻습니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두 가지를 따져 보겠습니다. 첫째, 이른바 보수가 이처럼 ‘386프레임을 짜서 확산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정당성을 둘러싼 일종의 역사 논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의 뿌리는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에 정치권력 및 독점자본과 결탁해서 권력과 부를 장악한 분단 기득권 세력입니다. 이에 비해 ‘386’은 전두환 독재 및 분단 기득권 세력과 맞서 싸웠던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분단 기득권 세력으로서는 ‘386’의 정당성을 어떻게든 훼손하고 축소해야 자신들의 정당성이 커지게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386프레임의 내용은 사실일까요?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지금 한국 사회를 장악해서 좌파 공화국을 만들고 있을까요? ‘386 세대는 위선자들일까요? 이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386’을 둘러싼 최근 한국 사회의 세대 논쟁을 조금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386’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입니다.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의미합니다. 1990년대에 출시된 386급 컴퓨터에서 따온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386486이 됐고 다시 586이 됐습니다. 이제는 그냥 ‘86’이라고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조국 교수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부터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386 책임론이 이미 제기되어 있었습니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문학과 지성사)가 발매된 것은 89일이었습니다. 앞서 7월에는 <386 세대유감-386 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 고의를 묻다>(웅진지식하우스)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해 ‘386 세대에게 책임을 묻고,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386 세대가 이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50대 장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분석과 주장입니다. 이철승 교수와 <386 세대유감> 저자 중 한 사람인 우석훈 박사가 ‘386 세대이기 때문에 일종의 386 자성론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세대 논쟁에는 조금 조심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사실은 ‘386 세대라는 단어 자체가 크게 잘못된 용어입니다. 386880년대 학번을 의미하는데, 1980년대의 대학 진학률은 30%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대에 출생한 사람 가운데 70%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1960년대 출생자들을 통틀어 ‘386 세대라고 지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386 세대를 다룬 언론의 기사나 저술 가운데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한 30%나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자, 또는 정치에 진출한 극히 일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둘째, 1980년대 대학생 가운데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했던 운동권이 얼마나 됐을까요?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보수가 ‘386’ 앞에 자꾸 종북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이유는 당시 전대협 등 민족민주(엔엘) 계열이 학생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나 태극기 원조를 자처하는 김진태 의원도 1980년대에 서울대학교를 다닌 ‘386 세대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을 ‘386’이라고는 잘 부르지는 않습니다. 386이라는 말 속에 종북이나 친북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셋째, ‘386 세대가 기득권층이 된 것은 연령 효과에 따른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사회든 50대는 가진 것이 가장 많은 기득권층입니다. 1960년생이 내년이면 60세입니다. 1969년생은 51세입니다. 386 세대가 곧 50대인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지금 40대가 기득권층이 될 것입니다. 20년 뒤에는 지금 30대가 기득권층이 될 것입니다.

 

출생연도별 인구도 고려해야 합니다. 인구가 많은 세대의 목소리가 큰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386 세대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와 절반쯤 겹치는 세대입니다.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그래프를 보면 1971년에는 피라미드 모양이었지만, 지금은 다이아몬드 모양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운데 와 있기 때문입니다. 2050년이 되면 위쪽이 뚱뚱하고 아래쪽이 가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386은 종북이라는 이른바 보수 세력의 ‘386프레임이나, “386이 부당하게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다386 비판 논객들의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386’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유난히 미움을 많이 받는 이유가 뭘까요?

 

첫째, 여러 분야에서 386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상실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둘째, 19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1960년대생 70%의 억울함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세대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자신의 세대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셋째, 386 세대의 다음 세대인 엑스 세대’(1970년대생)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생)386 세대를 꼰대 세대로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년층에 대해 청년층이 적개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386 세대가 20년 전에 그랬고,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30년 전에 그랬듯이 말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보수 세력의 청장년층 세대갈등 부추기기 선동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연령대별로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확연히 갈리는 세대 투표현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2002년 대선이었습니다. 20대와 30대는 노무현 후보를 많이 찍었고, 40대는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비슷하게 찍었습니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를 더 많이 찍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시의 30대는 50대가 됐습니다. 이른바 보수 세력으로서는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지지만으로 정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50대인 ‘386 세대40대인 엑스 세대’,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든 분리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조중동이 386 세대에 맹폭을 퍼부으며 세대갈등을 자꾸 부추기는 배경입니다.

 

한겨레신문 829일 치 여론 면에 양의모 씨의 다시 고개 드는 세대갈등론에 관하여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몇 가지 고민해 볼 지점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세대갈등론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로 인해 촉발된 세대갈등론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겨레>도 최근 저자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한국 실정에 밝다고 할 수 없는 한 교수의 주장에 이토록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세대갈등론은 그 기만성이 입증된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세대갈등으로 바꿔치기하여 희석시키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자식의 일자리를 아버지가 빼앗는다는 단순한 논리는 언뜻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회경제적 문제를 노노 갈등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자본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논리다. 보수언론은 그렇다고 쳐도 진보언론마저 이런 철 지난 주장을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386 세대가 기득권이라는 생각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 물론 386 세대 중에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연령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의 기득권적 지위를 누릴 시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 논리로 치면 10년 전에는 475세대가 그러한 비난의 대상일 것이고 10년이 지나면 297세대로 바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기득권층을 단지 세대라는 잣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더구나 386 세대의 대다수는 기득권층이 아니다. 38, 45, 56도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386 세대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인 사람들의 비율은 10%도 안 될 것이다. 대다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비기득권층이고 대기업에서 일한 사람들도 대부분은 명예퇴직 등으로 일터를 나왔다. 3868은 대학의 학번을 의미하는데 당시 대학 진학률이 30%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86 세대의 기득권이란 애초부터 한정된 사람들의 것이었다. 오히려 386 세대 내에 존재하는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의 차이가 더 크게 부각돼야 하고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하나의 세대를 모두 기득권으로 치부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그렇다고 젊은층이 모두 희생자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엄청나서 같은 세대 내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모든 젊은 세대가 희생자라는 식의 판단도 오류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그들이 쌓은 스펙이 누구의 지원으로 가능했는지 생각하면 젊은 세대가 희생자라는 논리는 더욱더 어불성설이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전선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386 세대를 그저 기득권에 안주하는 괴물로 만든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사회적 갈등이 해소될 거라는 이철승 교수의 순진함에 언론이 동조하고 나서는 이유를, 386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이런 낡고 기만적인 세대갈등론에 휘둘리지 않기를 386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8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메디치 미디어> 창간 11주년, <피렌체의 식탁> 창간 1주년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엑스 세대에서 낀낀 세대로-40,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주제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86세대의 권력 독점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설명하려는 시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86세대의 기득권은 절대다수 인구 규모에서 기인한 것이다. 86 세대 중심의 중후장대형 산업이 몰락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의 본질이 변화함에 따라 86세대는 이제 급속히 퇴장할 것이다. 현재 세대 논쟁은 지나치게 엘리트 그룹과 정치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40대의 미래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계급 갈등에 달렸다.”

세대갈등 논쟁은 참 어려운 논쟁입니다. 세대갈등은 엄연히 실존하는 것이지만, 세대갈등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달려들어서도 안 됩니다. 조국 후보자 논란을 자꾸 386 세대의 문제로 환치시키려는 이른바 보수 세력의 시도는 그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이는 정치 공작입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은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씩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조국 후보자의 의혹 가운데 몇 가지가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그건 조국 후보자의 문제일 뿐입니다. 386 세대의 문제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조국 후보자를 386의 대표자로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386 학생운동권 출신 중에는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보안법이나 집시법 전과 때문에 제때 취업을 못 해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들이 들어갈 수 있었던 직장은 언론사나 국회의원 보좌진, 그리고 전과를 문제 삼지 않았던 극히 일부 기업체 정도였습니다. 자식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념과 가치, 계급의 문제를 세대갈등으로 물타기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분단 기득권 세력의 갈라치기 음모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세계 해외관광객 연간 14억명 돌파

세계관광기구 2018년 통계...예측보다 2년 앞서

관광국 1위는 프랑스...관광수입은 미국이 1

지출은 중국인 335조원 1...한국인, 39조원 9

 

전세계 해외관광객수가 한 해 14억명을 넘어섰다. 픽사베이

 

지난해 전세계 해외관광객이 14억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프랑스였으며, 관광지의 최대 큰손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29일 발표한 `2018년 국제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5% 늘어난 14억명(도착 기준)에 이르렀다. 이는 이 기구의 예측보다 2년 앞선 것이다.

 

세계관광기구 보고서에서.

 

유럽을 찾은 사람이 48%로 두 사람 중 하나꼴이었다. 최고의 관광지 국가는 8900만명이 찾은 프랑스였다. 이어 스페인(8300만명), 미국(8000만명), 중국(6300만명) 차례였다. 전체 해외관광객의 40%가 상위 10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관광 수입에서는 미국이 2140억달러(259조원)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인 스페인의 740억달러보다 3배나 더 많은 금액이다. 관광수입 상위 10개국 중 일본과 중국은 각각 410억달러, 400억달러로 9, 10위를 차지했으나, 증가율에서는 19%, 21%로 가장 높았다. 특히 일본은 7년 연속 두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상위 10개국의 관광수입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세계 각국의 전체 관광 수입은 17천억달러로 4.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률 3.6%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관광수입으로 하루에 50억달러(6조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관광객들이 관광지에서 지출한 금액이 15천억달러, 여객기 운임이 2560억달러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쓴 돈이 2770억달러(335조원)로 전체의 51이나 됐다. 보고서는 14억 중국인 중 10%가 지난해 해외관광에 나섰다고 밝혔다. 신흥 부유층 급증과 여행 제한 완화, 비자 간소화, 항공편 증가 등이 중국인들을 해외로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여권 보유자 수가 2027년엔 전체 중국인의 20%3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국인 1440억달러, 독일인 940억달러, 영국인 760억달러, 프랑스인 48억달러, 호주인 370억달러, 러시아인 350억달러 차례였다. 한국인도 320억달러(387천억원)9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프랑스, 러시아, 호주 사람들의 지출 규모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2018년 국제관광 산업은 9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지난 7년 동안 상품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 세계 총수출액의 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2017년 기준으로 국제관광은 15860억달러로 자동차(14700억달러)와 식품(14660억달러)을 제치고 화학제품, 연료(석유, 석탄, 가스 등)에 이어 세계 세번째 수출 품목에 올라섰다.

 

주랍 폴로리카스빌리(Zurab Pololikashvili) 사무총장은 "신흥국의 중산층 증가, 기술 발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늘어난 항공 수송 능력, 저렴해진 여행비용, 비자 간소화 등이 관광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지로 가는 교통수단으로는 항공기가 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동차 37%, 선박 4%, 열차 2% 순이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우리나라 해외 관광 큰 손

해외 관광 씀씀이만 보면 우리나라도 세계 관광 업계의 큰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관광지출은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높은 국가들이어서 소득에 대비 해외 관광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관광 입국자 수는 1,500만 명이었지만 해외관광에 나선 사람은 2,800만 명으로 거의 배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지난해 관광 수지도 13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19년 연속 적자이다.

이 같은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나라의 관광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2년마다 세계 136개 국가의 관광 경쟁력을 비교 분석해 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의 관광경쟁력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세계 19위로 중국과 일본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국제화, 개방성, 교통, 가격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자연경관 부분에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포럼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연유산이 1개뿐이고 한국의 자연경관에 대한 국제적인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bs


  

구의역 김군 동료 조국 딸 논란은 있는 사람들의 딴 세상 이야기

노동자단체 청년 전태일’, ‘출발선은 같은가?’ 공개 대담회

등기우편·법무부 통해 참석 요청했지만 조 후보자 끝내 불참

부모 자산 대물림 불공정청년 분노에 답변하라

사실 저는 이번 조국 후보의 딸과 관련한 논란이 불편합니다. 이마저도 있는 사람들끼리의 논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입시 제도가 공정한가’ ‘고등학생의 논문 제 1저자 등재는 가능한가와 같은 논란은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19살 때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던 저희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3년 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목숨을 잃은 구의역 김군의 동료 정주영(23)씨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자신이 느낀 박탈감을 이야기하다 목소리가 떨렸다.

 

동대문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부모님을 둔 정씨는 중학교 시절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공고에 진학했다. 인문계고나 자사고·특목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열아홉살 때, 돈을 벌기 위해 당시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은성 피에스디(PSD)에 취업했다. ‘김군의 사고를 계기로 정규직 전환이 될 때까지 정규직보다 많게는 4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정씨는 공고에 입학해 채 졸업도 하기 전에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고로 죽는 동료를 지켜봐야 했던 우리와 부모의 전적인 지원을 받아 엘리트의 삶을 살게 되는 청년들의 출발선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31일 청년노동자 권리 증진 단체 청년 전태일은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를 주제로 조 후보자와 2030 청년들의 공개 대담회를 열어 흙수저’ 2030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29일 기자회견과 등기우편에 이어 30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조 후보자에게 대담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조 후보자는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이날 행사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대담회는 최근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 학벌을 가진 1%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지방대생·고졸자 등 99%의 청년들의 목소리도 대변돼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 전태일주최로 열린 공개 대담회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에 참가한 청년들이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담에 참석한 청년 패널들은 조 후보자와 딸에 대한 논란을 보며 흙수저청년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박탈감을 하소연했다. 실업계고 졸업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는 곽찬호(24)씨는 “5년 전 아버지가 위암으로 쓰러지시고, 어머니 역시 건강이 악화해 내가 편의점에서 일해 받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4인 가족이 생활해왔다. 대학은 사치이고, 거의 매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나는 이번 생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이 가난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오늘 조 후보자를 만나면, ‘흙수저로 태어난 청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노골적인 고졸 차별을 겪고 퇴사,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19)씨는 사회 생활을 빨리 하고 싶어 상고에 진학해 3년간 내신 관리와 자격증 취득에 힘썼지만,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유치원생 수준으로 가르쳐야 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고, 친구들은 ○○상고등의 별명으로 불렸다학교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세금·식비를 떼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여와 사회적 편견·무시를 겪으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조 후보자가 청년들의 문제를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조 후보자를 향해 공정한 사회를 외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5)씨는 처음엔 조 후보자의 딸이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 대학생으로서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최근 나 자신도 부모님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부잣집 아들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정보력으로 자사고에 입학했고 월 40만원의 학원비를 낼 수 있었다. 서울에 집이 있는 부모님 덕분에 주거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특권을 누렸던 것이라며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계급문제에 대한 뒤늦은 인식과 반성을 고백했다.

 

이날 대담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출발선에 청년들은 분노한다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조국 후보 사퇴 진영논리에 2030 청년 분노를 재단 말라”, “부자만의 특권 부추기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하라”, “불공정 입시전형 특권 입시 제도 전면 폐지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선경(35) 민중당 공동대표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하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법무부 장관 후보를 데려온다고 해도 그 역시 기득권인 검찰 출신이거나 강남 특권층일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 후보자는 딸로 인해 촉발된 청년들의 분노를 제대로 직시하고,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에게 대물림돼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청년들에게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21세기 세계 인구 지형을 바꾸는 블랙 아프리카

합계출산율 4.6인구의 화수분

2060년 최대 인구 지역으로 부상

2100년엔 세계 인구 3분의 1까지

젊은 아프리카는 어디로 분출할까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중위연령은 대부분 20세가 안 된다. 픽사베이

 

20세기 지구촌은 유례없는 인구 폭발을 경험했다. 100년 동안 세계 인구는 4배가 늘었다. 21세기 들어서도 한 해 8천만명이 늘어 2019년 지구촌 인구는 77억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해 발표한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는 2100109억명에서 세계 인구가 정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확률은 27%로 비교적 낮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정점 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2100년 인구 예상 규모가 2년 새 3% 줄어든 점은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20세기 초반 6명이던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한 여자의 평생 출생아 수)은 현재 2.5명으로 떨어졌다. 2070년엔 인구 유지선인 대체출산율(2.1)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대체출산율을 밑도는 나라가 90개국이 넘는다. 그런데 지역마다 출산율이 1명에서 7명까지 편차가 무척 크다. 이런 격차가 이어지면 21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 인구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바뀔까?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 청소년들이 살아서 맞을 가까운 미래다.

 

무엇보다 인구의 중심축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간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빈국이 몰려 있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가 새로운 인구 동력의 핵심이다. 아랍권의 북아프리카와 구별해 `블랙 아프리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유엔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늘어나는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사람들이다. 인구 증가율 최상위 20개 나라 가운데 19개 나라가 이곳에 있다. 현재 10억명인 이 지역 인구는 205020억을 넘어선다. 2060년대 초반엔 중국이 속한 동·동남아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지역으로 올라선다. 2100년엔 38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역별 인구 순위 1~3위가 21세기 후반에 완전히 뒤바뀐다. 출처 :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2019)

 

가장 큰 힘은 역시 높은 출산율이다. 현재 이 지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4.6명이다. 출산율 7명인 니제르는 30년 후 인구가 3배로 불어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인 나이지리아 인구는 20504억명으로 2배가 된다. 그때쯤 미국을 제치고 인구 3위로 올라선다. 콩고,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를 합쳐 이 지역 4개국이 2100년 인구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덕분에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 됐다.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62%나 된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중위연령이 20세가 되지 않는다. 출산율 1위 니제르는 15.3세다. 세계 평균의 절반이다. 주력 노동인구인 25~64세 비중도 현재 35%에서 210050%로 높아진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부분의 지역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문제는 만연한 빈곤이다. 이 지역 빈곤층 인구는 6억명에 이르는 세계 빈곤층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다른 지역과 달리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 빈곤층이 늘고 있는 전 세계 18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이곳에 있다. 인구 7위인 나이지리아는 빈곤층 인구에선 세계 1위다. 세계은행은 2030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빈곤층이 전 세계 빈곤층의 8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층의 중심에 젊은이가 있다. 대다수가 농촌 출신인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려 한다. 국내에선 찾기가 어려워 많은 이가 해외로 눈을 돌린다.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해외이주자가 늘어난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사하라 이남 국가다. 이 지역 출신 해외 이주민 수는 2010~201750% 이상 늘었다. 전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인류가 아프리카를 집단으로 떠난 사건은 두 차례 있었다. 첫번째는 자연환경의 급변이 촉발했다. 7만년 전 화산 대폭발로 기온이 장기간 뚝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노예무역이었다. 16~19세기에 1200만명이 대서양을 건넜다. 이들은 서구 열강의 자본축적 밑거름이 됐다. 작금의 인구 급증은 세번째 집단 이동을 부를까?

 

유엔은 2020년대 안에 전 세계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보 격차 해소가 미래의 삶의 질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서다. 그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곳이 블랙 아프리카.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들은 이 지역 젊은이들을 일깨우고 미래 도전을 자극할 것이다. 희망의 동력이자 갈등의 불씨다.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이들의 욕구는 노동력 감소에 고민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수출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경제는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대비해야 할 흐름이다. 인구 변동은 사회 변화의 근원이다. 인구 구성과 규모의 변화는 처음엔 시장을 바꾸고, 이어 산업을 바꾸고 나아가 정치와 문화를 바꾼다. 모든 변화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블랙 아프리카'에 휘몰아칠 인구 소용돌이는 어디를 향해 움직일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나이 들었다고 연애 안하고싶나?" 입장료 천원 '콜라텍' 풍속도

종로 A콜라텍 하루 방문객 1000명 이상"마음만은 청춘"



서울 종로구 한 콜라텍. 노인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빌딩. 9층으로 향하는 콜라텍 전용 엘리베이터 앞엔 상기된 표정의 노인들이 줄을 지었다. 선글라스와 중절모는 기본, 꽃무늬 셔츠에 백구두를 신은 한 노인은 9층에서부터 희미하게 들리는 트로트 가락을 흥얼거렸다.

 

"빠바밤빠 빠바바바밤빠"

 

엘리베이터는 만원으로 붐볐다. 6, 7, 89층에 가까워질수록 구성진 음악은 선명해졌다. 띵동. 문이 열리자 화려한 조명이 노인들의 얼굴을 밝혔다. 의자에 앉아 '클럽용' 구두로 신을 갈아 신는 여성도 보였다.

 

입장료 1000원에 짐 보관료는 500. 여느 클럽 못지않게 뜨거운 노인들의 메카. 성인 콜라텍의 오후 2시 풍경이다.



콜라텍 벽면에는 라커룸 신청 안내문과 댄스강습소 포스터 등이 붙어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하루 1000명 모여들어 '리듬짝'부킹 도우미에 댄스강습까지

700평 규모의 A콜라텍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손님이 모여든다. 평균 연령대는 70~80대로, 오후 2시가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개인 옷장 필요하신 분 문의하세요. 2만원입니다'. 라커룸에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짐 보관료는 하루 500원이지만 월정액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단골이 많다는 것이다.무대에선 DJ가 쉴 새 없이 곡을 고른다. 흥이 오른 노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스텝을 밟는다. "같이 춤을 추자"고 구애하는 남성과 "일없다"며 거절하는 여성, 홍대 클럽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스캔'하는 노인과 커플경쟁에 탈락한 노인은 홀 가장자리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있다. "왜 춤추지 않고 앉아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노인은 "오늘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탁 쏴붙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없어서든, 거절당해서든 커플경쟁을 망설이는 노인들을 위해 홀에는 '부킹 도우미'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A콜라텍에 부킹 도우미는 4. 이들은 하루 수십 명의 만남을 주선한다.

 

외모와 옷스타일, 연령대가 부킹의 기준이 된다. 춤을 잘 추면 금상첨화다. 언뜻 보면 다 같은 춤 같이 보이지만 실은 '잔발', '일자', '난스텝', '리듬짝' 등 다양한 춤사위가 존재한다.   춤을 잘 추면 인기가 많기 때문에 콜라텍 벽면에는 '사교댄스 강습' 포스터가 붙어있다. 강습소에서 약 20~3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춤 연습에 몰두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콜라텍 관계자는 "만나고 다투고 이별하고 이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난다""외로운 노인들이 단 돈 천원으로 춤을 추고 친구를 만나며 인생을 즐긴다. 집에 홀로 앉아 TV만 보는 것보다 사람 사는 것 같고 좋지 않나"라고 웃었다.



콜라텍 한 편에 마련된 식당에서 노인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마음만은 청춘" 막걸리 한 사발 쿨하게

콜라텍 한 편에는 식당이 마련돼있다. 춤을 추며 친밀감을 높인 노인들은 이곳에서 값싼 안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을 확인한다. 오붓하게 손을 잡은 커플이 있는가 하면, 22로 왁자지껄 잔을 비우는 무리도 있다. 분위기는 대부분 화기애애하다.

 

A콜라텍의 마감시간은 6시지만 일찌감치 짝을 찾은 노인들은 3시가 되기 전에 콜라텍을 나선다. 2차 목적지는 인근 카페나 노래방, 영화관, 모텔 등 다양하다.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강모(74)씨는 이곳에서 두 달 전에 만났다는 여성과 팔짱을 낀 채 콜라텍을 나왔다. 그는 "일주일에 두 세번씩 콜라텍에 와서 춤을 추고 데이트를 한다""우리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나이 들었다고 연애 안 하고 싶겠나"라고 되물었다.

 

젊은 세대 못지 않게 ''한 만남도 이어진다. 골뱅이소면을 두고 두 남성과 막걸리를 마시던 송모(70)씨는 이곳에서 이성을 만나도 연락처는 주고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씨가 "굳이 여러번 만날 이유 있나. 춤추고 커피나 마시다 헤어지면 딱 좋다"고 말하자, 동석하던 박모(73)씨는 머쓱한 듯 "아이고 춥네. 추워"라며 농을 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구독하는 언론사는

구독매체 JTBC > 매일경제 > 한겨레 > 조선일보 > 중앙일보 순 응답 많아

알고리즘 배열 더 신뢰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선 우려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배열하는 뉴스 편집의 신뢰도가 사람 편집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접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컸다. 네이버 모바일 구독 서비스인 채널을 통해 구독하는 언론사는 JTBC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가 발표한 포털 등의 알고리즘 배열 전환 이후 모바일 뉴스 이용행태에 따르면 알고리즘의 기사배열을 전문적인 사람의 배열보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 등에서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뉴스 및 시사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배열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인공지능 뉴스배열의 장점으로 내가 필요한 정보를 담은 뉴스만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는 데 75.8%가 동의했다. 이 같은 특성은 단점이 되기도 했다. “내가 선호하는 뉴스만 보게 돼 중요한 뉴스를 놓칠까 걱정된다는 데 72.9%가 동의했고 나와는 입장이나 관점이 다른 뉴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는 데도 71%가 동의했다.

보고서는 맞춤형 뉴스가 내가 필요한 정보만 골라 제공해 좋은 것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뉴스만 보다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뉴스를 보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양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뉴스, 시사정보를 배열할 경우 전문적인 사람이 배열할 때보다 공정성, 다양성, 정확성, 투명성 등의 가치를 더욱 잘 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반면 심층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네이버 모바일 구독 서비스인 채널도입은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채널을 통해 언론사를 구독해본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9%에 그쳤다.

 

채널 제휴 44개 언론사 가운데 어느 언론사를 구독하는지 물은 결과 JTBC라는 응답이 5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매일경제(48%), 한겨레(35.4%), 조선일보(34.1%), 중앙일보(31.4%), 경향신문(27.9%), KBS(27.1%), 동아일보(25.3%) 연합뉴스(24.9%) 오마이뉴스(24.5%) 순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모바일 채널 서비스를 통해 구독하는 언론 순위.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다른 화면을 통해 채널 구독, 알고리즘 추천 뉴스 서비스를 선보인 네이버 개편 이후 모바일에서 전보다 네이버 뉴스를 더 이용한다는 비율은 4.8%에 그친 반면 덜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로 더 많았다. 전과 비슷하게 이용한다는 비율은 67.1%였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네이버 개편 이후 불편함을 느끼는 비율과, 포털 등 타 플랫폼으로 옮긴 비율은 60대 이상이 높았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에서 네이버 개편의 핵심 중 하나였던 언론사 편집 채널의 구독 경험 및 향후 구독 의사가 상당히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언론사들의 구독자 수 늘리기 경쟁과 달리 실제 이용자들의 호응은 크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개편 후 지역 언론 기사를 포털에서 본 적 있다는 응답은 26.1%에 그쳐 본 적 있다는 응답(42.2%)보다 낮았다. 포털에서 제공되는 지역 언론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과반인 57.4%가 찬성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16일부터 20일까지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20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열기 식은 '조국 규탄' 고려대 촛불··엉성한 운영에 80명만

"이렇게 열기가 식으면 안 되는데···".

 

30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앞 중앙광장에서 '입시비리 의혹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고대인의 함성'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2차 규탄 집회에 참석한 고려대생 안모(23) 씨는 500여명이 참석한 1차 집회와 달리 일주일 만에 턱없이 줄어든 2차 집회 참석자 수를 보며 허탈해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시너지'(Synerge)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애초 오후 6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호우와 부족한 참석자 수로 오후 647분쯤 시작됐다. 집회 참석자는 80여명 수준이었다. 대부분은 20대 고려대 재학생이었고, 고려대 졸업생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들도 10명가량 참석했다.

 

집회 주최 측은 저조한 참석자 수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학우분들이 어느정도 입장 하시면 집회를 시작하겠다""현장에 계신 학우분들은 서둘러 입장해달라"고 거듭 권유했으나, 집회 참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집회에서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한 철저한 신분증 검사가 이뤄졌다. 주최 측은 8개의 현수막으로 집회 장소를 통제했고, 입구에서는 학생증 및 재학/졸업 증명서 검사를 했다. 아울러 집회용 촛불과 마스크, 손팻말 등을 제공했다.

 

이날 집회의 진행은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우가 주도했다. 총학 관계자는 "집회 순수성을 위해 집회 진행을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우에게 맡겼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30일 오후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규탄집회. 2019.08.30 sunjay@newspim.com

 

주최 측 관계자는 저조한 참여율에 대해 "아마도 집회 직전 갑자기 비가 내려서 궂은 날씨 때문에 학생분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고려대 동문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귀가하던 고려대 재학생 유모(22) 씨는 "어차피 국회 청문회를 통해 다 밝혀질 사안이고, 조국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굳이 집회를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다. 고려대 총학 페이스북에 올라온 집회 홍보 게시글에 한 학생은 "새벽 두시에 당일에 있을 집회의 자유발언자를 모집하고 홍보는 포스터 하나로 끝. 하다 못해 카드뉴스도 없다""집회를 처음 주도했던 1차 집회 집행부에 비하면 아쉬운 점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했다.

 

집회가 지연됐을 때부터 서서히 불만을 느끼던 참석자들은 집회 과정에서 마이크 앰프가 고장나 자유발언자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자 끝내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집회 끝무렵에는 "총학생회장은 어디 있느냐", "총학생회는 총사퇴하라", "총학생회 실망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참석자도 있었다.

 

고려대 졸업생이지만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박모(62) 씨는 "총학생회가 엉성하게 집회 준비를 한 것 같다""서울대는 논리정연하게 절차에 맞춰서 진행하던데 고려대는 중학생들처럼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진상규명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하라', '함성소리 왜곡하는 진영논리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고, 성명문을 낭독한 후 교내를 행진했다. 이후 자유발언 시간을 갖고 집회를 마무리했다.sunjay@newspim.com

 

한국사회에서 성공은"40대 개인역량·20대 집안배경 중시"

'X세대에서 낀낀세대로; 40,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엄

 

한국사회 성공요인(2009) [메디치미디어 제공]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현재 40대는 한국사회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개인의 노력과 역량을 다른 세대에 비해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1990년대 태어난 20대는 상대적으로 집안 등 사회적 배경을 중시하며, 사회에 대한 공정성 평가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메디치미디어가 운영하는 온라인미디어 '피렌체의 식탁''X세대에서 낀낀 세대로; 40대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창간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위해 조사한 결과다.

 

피렌체의 식탁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통해 전국 40~4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다른 세대와의 차이점을 알기 위해 윤호영 서울시립대 객원교수에 의뢰해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도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 40대 응답자 43.1%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현대사 사건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꼽았다.

 

1970년대생은 경제 위기로 학창 시절 가정이 붕괴하거나 사회진출 시기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봐 충격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사회에서의 성공요인'에 관한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전 세대가 '정치적 연고''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고 꼽았지만, 항목별로는 상대적인 차이가 있었다. 100점으로 환산한 한국사회 성공요인에서 70년대생이 '부유한 집안'을 꼽은 수치는 49.7이다. 60년대생(51.6), 80년대생(52.1), 90년대생(55.6)보다 낮다.

 

반면에 '노력'70년대생이 37.3으로 60년대생(35.3), 90년대생(36.9)에 비해 높았다. '학력'을 중시하는 수치도 70년대생이 가장 높고, 90년대생이 가장 낮았다. 70년대생은 집안의 배경보다 개인의 노력과 학력 등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평가의 세대 간 격차로 이어졌다. 70년대생은 기술, 노력, 학력, 경력과 관련해 '개인이 받는 공정대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59.1로 높았다. 이 수치는 80년대생은 57.3, 90년대생은 55.9로 떨어진다.

 

혈연, 지연, 학연 등과 관련된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평가도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부정적이다. 윤호영 교수는 "70년대생은 대체로 본인의 학력과 노력과 같은 항목을 다른 세대보다 더 중요시한다""반면 90년대생은 부유한 집안이 성공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정도가 매우 높고, 사회적 구조에 의한 제약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의 공정성 평가(2011, 2102, 2014년 평균) [메디치미디어 제공]

 

여론조사에서도 70년대생은 한국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할 문제로 빈부격차 해소, 산업경쟁력 위기 등을 꼽으며 경제적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60년대생의 '권력 장기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63%로 높았지만, '민주주의를 정착한 세대'라는 긍정적 인식도 강했다.

 

70년대생은 90년대 초중반 X세대, 신세대로 불리며 문화, 소비 측면에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586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70년대생 71%는 다른 세대 대비 40대에 대한 주목도에 대해 '주목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윤 교수는 70년대생이 우리나라에서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의 중간지대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70년대생이 겪은 사회적 경험은 그들이 '생존을 위한 전략'에 민감하게 만들었으며, 이들은 사회 성향에 적응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가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초유의 조국 기자간담회...여당이 의회주의 훼손하나?

'국민청문회' 자체도 문제야당 일제히 "이건 아니다" 비판

여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건너 뛴 채 장관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청문회를 순연하자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2일 오후 330분부터 국회에서 조 후보자에게 무제한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기자간담회 구상은 조 후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발표 직전 조 후보자도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장관 후보자의 도리"라며 "오늘 중에라도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예정 시간을 불과 3시간 여 앞두고 나온 사실상의 통보에 기자들도 술렁였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것을 '국민청문회'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했으나, 무산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체할 복안으로 마련된 자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30분 경 국회에 도착한 조 후보자는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오늘 불가피하게 언론이 묻고 제가 답하는 것을 통해 국민께 판단을 구하게 되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갑작스런 기자간담회 개최에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오늘과 내일이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 날짜여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국회 청문회를 우회한 기자간담회는 법적 효력이 없어 의회주의 훼손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할 1차 법적 시한은 2일로 종료되지만, 청와대가 3일 열흘 내로 말미를 잡아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예정이어서 여야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청문 일정을 다시 잡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같은 타협의 여지를 여당이 "법정 시한 종료"라는 이유를 들어 봉쇄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고 국회를 모멸한 행위"라고 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싶으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곳에서 하면 된다""조 후보자의 오만함에 다시 한 번 개탄을 금할 수 없고, 그 오만함에 들러리를 서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참으로 한탄스럽다"고도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법률적 근거도 없는 국회를 무시하는 불법 청문회"라며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열면) 관련 법령을 검토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권한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청문회, 국민청문회 강행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끝내 국민 청문회를 강행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갑작스런 기자간담회 개최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는 없다""이대로 청문회는 무산되고 국회는 정쟁만 남긴 채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그대로 임명 절차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한국당이 가족 증인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청문회 날짜 문제로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오늘 청문회가 무산되더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여전히 청문회는 열 수 있다"고 합의를 촉구했다   심상정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청문회 없이 후보자 임명이 강행된다면 국회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도 실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예측 가능한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 국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청문안 재송부 기한 안에 해당하더라도 국회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근로·자녀장려금 추석 전 6일까지 지급

국세청, 473만 가구에 5조원 지급가구당 평균 122만원

 

올해부터 달라진 근로장려금 제도.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일하는 저소득 가구의 생활안정을 위해 올해 근로·자녀장려금 5300억원을 추석 전인 6일까지 473만 가구에 지급한다고 2일 밝혔다   근로장려금은 388만 가구에 43천억원, 자녀장려금은 85만 가구에 7천억원이 돌아간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모두 받는 가구를 1가구로 따진 순 가구 기준으로는 410만 가구가 혜택을 본다. 가구당 평균 수급액은 12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3만원 늘어났다. 맞벌이 가구는 평균 173만원, 홑벌이 가구는 172만원, 단독가구는 87만원이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신청자가 신고한 예금계좌를 통해 6일까지 입금된다. 국세청은 추석 생활자금에 도움이 되도록 이달 30일인 지급기한보다 대폭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신청자가 예금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우편으로 받은 국세환급금통지서와 신분증을 갖고 우체국에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올해는 기존 홈택스(hometax.go.kr)와 함께 자동응답 전화(1544-9944), 지방국세청별 전용 콜센터 등을 통해 심사결과와 지급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장려금 수급 자격이 되지만 지난 5월 신청을 못 한 경우 122일까지 추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젊음 강요하는 사회, 당신은 괜찮습니까아무튼, 젊음’ ‘에이징 월드

젊음 향한 강박에 던지는 질문

젊음=아름다움도식에 갇힌 채 늙음 수용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

사회적·집단적 편견 살핀 작품들, 청년·노년층 간 세대갈등도 짚어

 

안네 올로프손의 작품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안네)’, 2004(위 사진). 산야 이베코비치의 동영상 작품 인스트럭션(Instruction) #2, 2015’(아래). 코리아나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젊음을 권하는, 아니 강요하는 사회다. 늙음은 단맛이 빠져버린 껌으로 여겨진다. 대자본의 광고, 전문가들마저 극복·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주름과 눈두덩을 수술하고 화장과 염색을 한다. 살아 있다면 늙게 마련인데 갖은 애를 써 나이 듦의 흔적을 없앤다. 무엇이 늙음을 두렵게 만들까. 아니 젊음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자극하는가.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며 젊음과 늙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개인적·사회적 양상들을 살펴보는 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무튼, 젊음’(코리아나미술관)에이징 월드-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서울시립미술관). 국내외 작가 10여명()이 참여, 다양한 작품이 나온 기획전이다. 출품작들은 젊어지려는 현대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통해 젊음을 강권하고 늙음을 죄악시하는 구조적 문제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뒀다. 늙어가면서도 늙음에의 부정적 인식과 젊음에의 욕망이 서로를 부추기며 가속화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젊음과 늙음에의 차별·강조는 세대갈등으로도 비화한다.

 

젊음을 향한 강박적인 욕구는 몸을 통해 선명하게 나타난다. ‘아무튼, 젊음에서 70대의 페미니스트 작가인 산야 이베코비치(크로아티아)와 마사 윌슨(미국)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젊음=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을 자신의 몸을 통해 보여준다. 1976년 이베코비치는 얼굴에 마사지 방향을 화살표로 그리고 그 방향대로 문질러 없앤다. 젊어지고자 마사지하지만 얼굴엔 오히려 얼룩이 남는다. 2015, 나이 든 얼굴에 그는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그의 영상은 40년이 지났지만 사회적 편견이 여전함을 은유한다. 이는 윌슨의 사진이나 몸짱에 집착하는 남성들을 그린 곽남신의 작품에서도 보인다.

 

에이징 월드에서 안네 올로프손(스웨덴)은 전문직 여성들 얼굴에 균열을 표현, 노화의 두려움을 드러낸다.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란 작품제목이 사진 속 간절한 눈빛과 닮았다. 윤지영과 커먼 어카운츠 작품들에선 두려움·불안감을 성형 같은 몸 개량으로 소비하는 세태가 읽혀진다. ‘아줌마연작으로 유명한 오형근의 사진은 중년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아줌마퉁치는사회적 인식을 소환한다.

 

출품작들 속 주인공은 어쩌면 샹그릴라 신드롬을 낳은 우리들 자신이다. 늙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소설(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 속 늙지 않고 젊음을 누리는 가상의 지상낙원 샹그릴라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작가들은 젊은층과 노년층의 삶에서 나타나는 차이, 세대갈등을 짚기도 한다. 코리아나미술관의 그래픽영상스튜디오 입자필드(박태경·엄정현·이지수)의 작품 ‘201974주 연령별 앱설치 분포현황 조사는 내용의 시각화가 신선하다. 20~60대 연령층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교통·여행·건강·쇼핑·부동산 등 101개 앱의 분포현황이 벽면에 펼쳐진다. 디지털사회 속 연령층에 따른 앱의 차이, 특히 노년층의 소외가 엿보인다.

 

작가·영화감독인 존 바이런의 틈을 조심하세요는 세대 간 단절·갈등이 얼마나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지를 말한다. ‘각 세대는 스스로를 앞선 세대보다 똑똑하고, 다음 세대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로 시작되는 영상에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말을 걸고 싶지만 쭈뼛쭈뼛 망설이던 늙은 남자는 용기를 내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건네지만 젊은 남자는 이어폰으로, 젊은 남자의 말걸기는 늙은 남자의 보청기로 무산된다. 한쪽에만 바퀴가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시대별 음악을 듣는 김가람의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는 연령에 따른 개인적 감정과 더불어 젊은이든 늙은이든 불편함의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스페인·미국 작가의 그룹 커먼 어카운츠의 설치작품 유동체가 되어: 아늑한 성전(聖戰)’. 서울시립미술관 커미션 제공

 

작품들에서 궁극적으로 읽어낼 것은 현상 이면의 구조, 즉 젊음을 강권하고 늙음을 죄악시하는 사회적·집단적 편견을 살피는 일이지 싶다. 어쩌면 연령차별주의(연령주의·Ageism)’가 신자유주의 속 거대 자본과 맞물리면서 심화하지는 않았을까. 연령차별주의는 인종·성차별주의처럼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사상·태도로 1960년대 말 미국의 정신의학자 로버트 버틀러가 만든 용어다.

 

아무튼, 젊음전의 전시장을 가로질러 설치된 작품이 있다. 거울 같은 은경아크릴 위에 젊음을 강요하는 각국 속담을 써놓은 전지인의 ‘<Folder:직박구리>#젊음이다. ‘젊고 아름다우면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같은 글을 읽다보면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한 번쯤 자문해보자. 나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연령차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시와 연계한 강연·관객 참여프로그램도 마련한 두 전시회를 작품·작가·기획취지의 구현 등 여러모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이징 월드1020(02-2124-8928), ‘아무튼, 젊음119일까지(02-547-9177)./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언론의 조국 보도, 대체 왜 그럴까'에 대한 명쾌한 답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 다룬 <저널리즘 토크쇼 J>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무엇이고 내가 모르는 사실이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것들을 토대로 추론할 때 어떤 주장을 내가 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조국을 꼬꾸라뜨려야 한다는 그 욕망, 그것이 언론 보도를 지배하고 있죠."

 

"진실까진 안 바란다"고 했다. "가족 인질극", "거의 미쳤구나", "저질 스릴러"라는 거센 표현이 난무했다. 지난달 29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후보자 검증에 나선 언론에 전체를 향해 "언론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언론의 불신과 '기레기'란 비판이 난무했다. 지난달 8일 후보자 지명 이후 지난 3주간 펼쳐진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역대 최고의 보도량을 자랑했고, 개별 언론별로 수많은 '단독' 보도를 쏟아냈다.

 

실제로 그랬다. 소셜 미디어 상에선 조 후보자 관련 기사가 네이버 포털에서만 같은 기간 수십만 건 쏟아졌다는 '증거 수집'이 횡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 후보자 관련 보도 모니터링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언론은 왜 그럴까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KBS

 

지난 89일부터 25~265대 일간지는 568, 비슷한 기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는 360건의 검증 보도를 토해냈다. 후보 자질이나 전문성, 정책 관련 기사가 아닌 후보자 가족 의혹이나 도덕성 검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자, 도대체 언론은 왜 그럴까하는 의문들도 잇따랐다. 2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로 출연한 KBS 최경영 기자도 그런 의문을 가진 이 중 하나였다. 최 기자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기자들이 알고도 그런다고 말한다. 오해다. 기자들은 잘 모른다. 사람들은 기자들이 고의로 그런다고 말한다. 정파적 이유 때문에. 그것도 절반쯤은 오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이것이다. 기자들이 대체 왜 이러지?

 

대부분의 원인은 경쟁적 문화, 상명하복의 구조, 질문하지 않는 습성, 부족한 시간, 넓은 지면, 엄청난 방송 뉴스 시간, 재계발이 되지 않는 시스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주입식 교육 등에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적, 구조적 요인들 중 단 한 가지만 뽑으라면... 장사다. 논란이 돼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 한국 언론의 본질은 공론이라는 공공적 행위가 아니다. 자사의 클릭 수, 시청률, 이익이다. 신뢰나 품위 또는 객관이라는 제스처도 이를 가리기 위한 변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은 장사다. 그냥 무작정 더 많이 팔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조국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도덕성 검증의 폐해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KBS

 

본질은 장사일 수 있다. 일선 기자들이 탐사나 검증보다 '어뷰징'에 매달려야 하는 군소 매체의 '받아쓰기'가 절대 보도량을 늘린 탓도 없지 않다. 소위 '진영 논리'도 작용했을 터다. 더불어 '정치 플레이어'임을 감추고 '객관적'인 척 중립성을 가장하는 것 역시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다. 일부 국민들이 피로감을, 불쾌감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했을까. 조국 후보자 언론 보도를 다룬 <저널리즘 토크쇼 J> 1일 방송은 이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납득 가능한 해설서와도 같았다. 그간 언론이, 방송이 직접 말해주지 않은. 특히 패널 중 한 명인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전 방송과 비교할 때 확연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그러니까 의혹을 다른 언론사가 던지면 그 의혹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왜 언론사들은 행동할까라는 합당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거든요. 그게 쉬워서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건 두 가지 부담이 생깁니다. 하나는 사실 검증에 책임이 생기고요. 사실이 검증됐을 때 어? 의혹이 해소되는 답이 나왔다? 그럼 뭐예요?

 

정치적으로 '쟤는 편드네'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낙인을 회피하는 방법은 다른 의혹을 자기들이 새로 던지거나 의혹을 키우거나 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예요. 이게 마침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거든요.

 

,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비판성이라는 알리바이도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 하에 남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나오는 거죠."

 

그렇다. 양수겸장이 따로 없다. 너도나도 '조국 검증'이란 미명 하에 검증은커녕 미완의 '단독' 기사를 쏟아내는 이 장사의 향연에서, 언론이 잃을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 점에서, 정 교수의 '알리바이'론은 꽤나 유효해 보였다.

 

이어 정 교수는 '도덕성 검증'이란 미명 아래 자행된 신상털이 혹은 조 후보자 일가족에 쏠린 관심도 혹독하게 비판했다. 특히 공동체의 관점에서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 정도로 과도한 도덕성 검증이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견해였다.

 

"말씀하신 것처럼 (도덕성 검증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가 만들어낸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대단히 세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것을 건드려서 까면 부정적인 정서가 일어날 걸 뻔히 알아요.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공직자이거나 정치인이거나 언론이라면,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사실 이 부분을 공개해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감당 못 할 논란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태가 벌어져요. 이 박탈감과 좌절감 어떻게 할 거예요? 이거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고 '정서를 가지고 한번 싸워 보세요'라고 하면 결과적으로 당장은 정치적, 자파(自派)의 이익이 생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또는 우리 공동체의 개선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는 제 살 깎아먹기밖에 안 됩니다."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KBS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방송과 언론의 주요 보도 중 자극적인 의혹 보도는 물론 팩트 체크가 부족했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기사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달 19~20<동아일보><한국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쏟아진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입시 전반에 관련된 의혹 보도의 허점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전방위'란 표현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 중 백미는 이른바 '공주대 논문 특혜 의혹'의 당사자인 공주대 교수의 토로였다.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을 주관했던 해당 교수는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과도한 취재에 실망감을 넘어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조 후보자 검증과 관련해 일부 언론의 '하이에나'식 취재와 보도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랄까.

 

"(새벽) 2시 반에 잠이 깨서요. '며칠째 왜 이러시냐고, 여기까지 와서 지금 내일 중요한 발표도 있는데 이제 그만 좀 해주세요', 그리고 끊은 것 같아요. 근데 아침에 이제 올 때 보니까 그렇게 나와 있더라고요. 이제 정말 겁이 나요. 제대로 변명을 해 볼 통로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왜 이렇게 없는 걸까요."

 

대부분의 언론 검증이 후보자의 일가족, '조국 가족'에 집중되고,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이 나왔다. 그건 조 후보자를 향한 과도한 보도가 결국 고위 공직 후보자나 정치인에 대한 어떤 '기준'과 관련된 문제라는 시각이었다. 이 역시 충분히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언론의 역할'과 이 언론 검증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과 맞닿아 있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 한 장면KBS

"한 공직자 개인과 책임져야 하는 범위까지를 이야기해야지 마치 무슨 일가라고 해서 모든 걸 털어버리는 건 절대로 맞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게 정말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필요하다고 한다면 옛날에 사학법 개정 막았던 수많은 정치인들, 집안이 다 사학재단인 분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학재단을 활용했는지 이번 기회에 다 같이 한번 까보는 거, 저는 굉장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회개혁을 위해서." (정준희 교수)

 

"언론의 역할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이렇게 청문회가 늦춰지고 있느냐에 대한 또 문제의식을 가진 어떤 기사나 보도도 저는 전혀 보지 못했다는 거죠.

 

그런데 이건 사실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검증 장치인데 왜 이것을 활용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 이런 의혹을 양산하고 그리고 이 의혹에 또 기대서 또 다른 도덕성이라는 의혹을 더 양산하는 과정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은 거예요. 왜 청문회를 이렇게 늦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왜 안 던지십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강유정 교수)

2일 조 후보자 국회 청문회는 결국 무산됐다. 조 후보자는 여야 의원 대신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과 해명에 나서게 됐다. 그간 의혹을 제기한 언론들을 직접 마주하게 된 형국이다. 언론이 사회 공기로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만하다.

 

"당신들이 쓴 기사에 책임지십시오. 함부로 펜대를 굴리지 마십시오. 언론의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당신들은 부디, 부끄러워하십시오."

 

조국 후보자 언론 보도가 정점에 다다른 지난달 29,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를 모은 '한국 언론 사망' 성명서의 말미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이번 조 후보자 청문회 정국을 둘러싼 한국 언론의 과열된 보도 행태에 대해 더 많은 분석이 이뤄져야 마땅해 보인다. 정파적 이익이나 이슈 파이팅, 어뷰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양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일각에서 제기한 언론을 향한 강력한 비판과 실제 언론들이 쏟아냈던 과도한, 전무후무한 보도의 기록들이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란 사실은. 이번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은 공영방송이 남긴 그 첫 번째 자성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하성태/오마이뉴스



조국 기자간담회, 신문들 싸늘한 반응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조국펀드 투자사에 민주당 출신들 연루

한국일보, 디지털 자료 삭제 등 조국 측 연이은 증거인멸 정황

2일 오후 330분부터 3일 새벽 2시를 넘겨 끝난 조국 기자간담회에 3일자 아침신문들 반응은 싸늘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물론이고 경향·한겨레 등도 조국 후보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3일자 1면에 없었다, 몰랐다조국의 해명회’”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기자간담회가 조국 후보의 일방적 해명장에 그쳤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조 후보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해명했지만 모르겠다수사로 밝혀질 일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간담회가 법무부장관의 정책·자질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청와대와 여당이 간담회 직후 내놓은 호평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3일자 1면에 조국 개혁 주창했지만 불철저·펀드 등 의혹은 부인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9개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가운데 조국 후보에게 가장 유리한 내용이었지만, 이 역시 조국 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았다.

 

3일자 경향신문 1.

 

3일자 경향신문 2.

 

경향신문은 이날 1면과 2면에 조국 후보가 투자한 사모펀드 주변에 민주당 인사들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후보자가 가족 자금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가 투자한 업체 웰스씨앤티에 민주당 인사 (79)가 고문으로 일하고, 그가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국회에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 사업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내용을 단독 취재해 1면 하단에 조국펀드의 투자사, 공공 와이파이 입찰, 국회 민원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은데 이어 2면에도 민주당 인사, 사업 최종 탈락 후 여당에 입찰 불공정 지적 요청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웰스씨앤티와 협력사 피앤피플러스 자회사에 민주당 현역 중진의원 보좌관을 지낸 서모씨(49)와 또 다른 전직 의원 보좌관 출신 송모씨(59)가 주요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들이 관급공사를 놓고 로비를 벌인 정황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권 게이트로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이 기사는 조국 -> 사모펀드 -> 관급공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고 전직 민주당 인사들이 관급공사 수주에 영향력 행사 등을 담고 있어도 이것과 조국 후보를 곧바로 연결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역시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자 한국일보 1.

 

한국일보는 3일자 1면에 초유의 기자 청문회그래도 의혹은 남았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어 검증 없는 일방통행 해명에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1면 하단에 조국 의혹 디지털 자료 삭제 등 광범위한 증거인멸 정황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이 조국 후보자 측의 연이은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검찰은 지난달 271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 시도가 이어지자 비공개 압수수색을 추가로 실시하며 조 후보자 측에 경고 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조 후보자는 2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미 발생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별도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5촌 조카 조모씨와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관련 증거들을 폐기했고, 기습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황급히 관련 자료들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조 후보의 5촌 조카 등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이미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의 이 보도는 검찰 수사 내용을 취재 보도한 것이라 또다시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경향신문은 3일자 4면에 “‘장학금 등 관여한 적 없어특혜는 인정, 도덕성 논란 여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딸 입시와 장학금 관련 의혹이 10시간 가까운 기자간담회에서도 말끔하게 해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3일자 3면에 언론 내세워 검증 없는 해명의 자리인사청문회 제도 무력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자간담회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비판이 거세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날 간담회를 조 후보자와 민주당은 기습 작전 하듯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간담회를 법무부 관계자가 아니라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진행한 것도 부적절했다홍 대변인은 기자들 질문 형식을 문제 삼는 등 조 후보자의 을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3일자 한국일보 3.

 

3일자 경향신문 4.

 

3일자 서울신문 3.

 

서울신문도 3일자 3면에 “‘그땐 그랬다’ ‘부탁 안 했다박탈감만 키운 논문·장학금 해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 후보가) ‘몰랐다는 답변으로 각종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새로운 자료를 내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11시간 100여개의 질문, 조국은 무엇을 밝혔나

사모펀드·딸 입시의혹 내가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

범죄 대응 정책 논란 오해표현의 자유 한계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처한 무제한기자간담회가 2일 오후 330분부터 3일 오전 215분쯤까지 대략 100개 질문을 거쳐 끝났다. 조 후보자는 11시간 동안(휴식시간 포함) 홀로 기자들 질문에 즉답해야 했으나 통상 인사청문회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해명에 할애했다. 여야 합의 실패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질문이 집중된 사안은 예상대로 후보자 일가 사모펀드 투자와 딸 입시 관련 의혹이었다. 조 후보자는 본인은 사안을 잘 알지 못했다며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사모펀드 의혹은 투자기업이 관급공사를 수주한 데 조 후보자가 관여하거나 후보자 이름값이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부터 조 후보자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사 실 소유주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10억여원의 투자를 1년에 1~2번 보는 5촌조카 말만 듣고 결정하면서 출자 약정금액을 745000만원으로 설정한 데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경제 문제는 제 처가 관리해 상세 문제는 모른다면서도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총 3번 정도 했고 재산기록을 모두 국회에 제출했다. 불법이라 생각했다면 신고 아예 안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5촌조카 해외 출국이 도피성이란 의혹엔 왜 도망갔는지 저도 모르겠다”, 관급공사 수주는 개입한 적 없다”,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검증 절차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드릴 수 없다. 민정수석실 또는 청와대 검증에 대해선 예스 노 자체를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딸이 고등학생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수사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은 2007년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 인턴 뒤 2009년 병리학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우선 인턴십은 딸이 재학 중이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가 참여했다고 선을 그었다. 논문 제1저자 등재는 당시 1,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 재량에 달려있었던 거 같다. 우리 사회 연구윤리가 황우석 사태계기로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논문이 딸의 고려대 입학에 도움됐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후보자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시절,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 관련 논란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명이 아니라 아이나 집안 문제에 소홀한 남편이자 아빠였다고 고백한 것이다.

 

앞서 (딸 관련) 법적 문제는 없었다는 해명을 듣고 더 무력해진 국민이 있다. ‘대물림 세계가 법적 문제 없이도 견고하게 쌓여있다는 것이라는 질문에는 부정입학 의혹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법·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비하면 저나 제 아이가 혜택을 누렸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맞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좌파라 부르는 것도 맞다아무리 고민했고 공부했더라도 실제 흙수저 청년들의 마음과 고통은 10분의1도 모를 것이다. 제 한계라며 “‘가진 자이지만 무언가 해보려 한다.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저희 아이와 비슷한 나이 김용균씨는 산업재해로 비극을 맞이했다. 저희 아이가 얼마나 혜택받은 사람이겠는가 모를리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가 본인 소명이라 여러 번 강조한 사법 개혁과 관련해서는 법안이 어떻게 타협되고 절충될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 3권분립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최초로 이뤄졌던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두 분의 합의안 정신에 따라 법률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수사관계 협력을 만들어내는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검찰 개혁이 많이 얘기됐지만 한 번도 제도화된 적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룰 수 있는 게 지금 밖에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다법안 통과 과정에서 법무부의 각종 전문지식을 동원해 미비점을 보완해 보조하겠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알면서 고의로 보도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셀 수 없는 보도자료를 냈다. 딱 하나만 꼽는다면 제가 어느 여배우의 스폰서라는 것이다. 또 저희 딸아이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는 것. 특히 10시에 혼자 사는 딸아이 집 앞에서 남성(기자)들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다더라. 그럴 필요가 어디있나라며 제 집앞은 괜찮다.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달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후 조 후보자는 감정을 다잡으며 감정적으로 욱해서 미안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신질환자 인권·표현의 자유·미성년자 의제강간 입장 등 논란에 오해

 

지난달 발표한 일부 정책이 인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본의와 다르게 왜곡되거나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사안은 즉답을 피하거나, 현행법보다 발전한 법 제도가 필요한 이유나 대안 등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다.

 

먼저 정신질환자 범죄 대책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차별 조장 정책이라는 지적에 조 후보자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거 같다정신질환자는 치료의 대상이다,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반복했다. 정신질환자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 분들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분들을 감옥에 넣어서 꽁꽁 묶어두자고 한 게 아니다. 본의와 관계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고 있다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 예방 조치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 해명했다.

 

폭력을 동반한 표현의 자유엄단과 관련해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목소리 들릴 정도로 시위를 해도 억압하거나 진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여러 군데에서 폭력적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밖에 없다집회·시위를 억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주말에 광화문, 세종로, 청와대 앞에서 항상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 문재인 정부가 불허하거나 진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고의를 갖고 명백한 허위정보를 조작해 퍼뜨리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걸 불처벌하라는 건 이상하지 않겠나라며 최근에 어떤 사건 고발해서 유죄판결 받은 사건 있다. 그분이 조국이 여제자와 불륜관계 맺고 있다고 계속 썼다. 또 제가 어떤 여배우의 스폰서라고 한다. 제가 감내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한 데 왜 추가적인 대응을 언급했는지, 허위조작정보의 고의성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추가 질문에는 질문에 답이 있다. 현행법상 불법을 집행하면 된다고 답했다.

 

성폭력 관련 법체계에 대한 입장 질문도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법률신문’ 6월 기고에서 현재 13세 미만과의 성관계 등을 처벌하는 의제강간 연령 상향에 반대했다(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 연령개정론)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해 8지속적 성희롱의 경범죄화 제안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는 국가형벌권의 과잉과 형벌만능주의 등을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의 경범죄화를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반대질문에 오해가 있는 거 같다. 나이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이 있고 유지하는 방안이 있는데 저는 나이 구획을 더 세밀하게 쪼개자는 것이라며 미성년자 성을 탐하는 사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관계가 무엇인가를 따지자는 것이지, 미성년자의 성을 보호하지 말자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 경범죄화 관련해선 여러 학문적 논쟁이 있는데 당시 글을 쓸 때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경범죄에 넣는 것이라고 본 것이고, 성희롱 관련 처벌하는 별도 법률 두 가지 방안을 다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경범죄 처벌 조문을 넣자고 제안한 글이라며 성희롱 범위가 매우 넓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노동법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중한 경우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소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강제 단속·추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불법체류문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노동자가 없으면 특히 지역의 3D업종이 돌아가지 않는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과 경제부처가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일률적 단속이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력 수급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무리 외국인, 난민,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있다.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 수준은 됐다고 본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의 경우 오랫동안 논쟁이 많은 사안이다. 인권단체나 법무부 차원에서 여러 논쟁 있지만 한마디로 찬성한다 반대한다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법조문 내용을 하나하나 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내일신문 9월 여론조사] 조국 논란에도 한국당 지지도 '제자리'

 

탄핵이 걸림돌? '탄핵평가 유보 안돼' 60%

민주당 지지도 하락 불구 한국당은 '정체'

내년 총선 투표정당서도 한국당 상승 '감감'

문재인정부의 얼굴로 꼽히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갖가지 의혹에 휩싸이면서 임명 반대를 주장하는 여론이 다수인 모습이다. 문재인정부로선 고약한 악재인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은 조국 정국의 반사이익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에 대한 여론의 지표가 정체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 박근혜 탄핵이 여전히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국 논란은 여권에겐 악재로 꼽힌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9월 정례여론조사를 보면 조 후보 임명에 대한 찬성(32.8%)보다 반대(55.6%)가 크게 앞선다. 여파는 민주당 지지율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329.9%에 달하던 지지율은 627.8%를 거쳐 923.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317.5%619.2%918.1%로 정체상태다. 민주당 지지에서 빠져나간 여론은 한국당 지지 대신 무당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정당 없음이란 답변은 332.9%637.5%944.1%로 상승세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민심에서도 한국당은 별다른 점수를 따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답은 336.5%639.0%938.3%로 큰 변화가 없었다. '개혁의 발목을 잡는 보수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답도 338.3%640.0%938.6%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도 한국당은 별다른 희소식이 없다. 민주당을 택한 응답은 321.6%621.1%920.3%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당을 선택한 답도 314.5%615.2%915.7%로 뚜렷한 상승세가 보이지 않았다. 여권의 악재로 꼽히는 조국 사태가 한국당에게 희소식이 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왜일까.

 

박근혜 탄핵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보수야권통합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자는 주장이 보수야권인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동의한다'는 답은 25.3%에 그쳤다. '동의하지 않는다'60.7%로 압도적이었다.

 

"보수야권통합을 해야하니 탄핵 얘기는 뒤로 미루자"는 응답보다 "탄핵에 대한 평가는 미룰 수 없다"는 시각이 훨씬 많은 것이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탄핵 평가를 유보하면 안된다는 답이 60%에 달하는 건 한국당이 탄핵에 대한 반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1. 조사의뢰자 : 내일신문

2. 조사기관·단체명 : 디오피니언

3. 조사지역 : 전국 17개 시도

4. 조사일시 : 201983191

5. 조사대상 : 19세 이상 남녀

6. 조사방법 : RDD 방식의 유선번호(35.0%)와 휴대전화(65.0%) 전화면접조사

7. 표본의 크기 : 1005

8. 피조사자 선정 방법 : 유선전화면접조사(전국 5490, 국번별 00019999까지 총 102000개 랜덤생성하여 무작위 추출) 휴대전화번호(7906, 국번별 00019999까지 총 51000개 랜덤 생성하여 무작위 추출)

9. 응답률 : 18.5%

10.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 :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2019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적용방법은 림가중

11. 표본오차 : ±3.1%p(95% 신뢰수준)

12. 질문내용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의 위험천만 정치 도박...조국 다음은 한국당 차례?

조국 보란듯...기자간담회 끝나자마자 가족 주변 전방위 압수수색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다음 날,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후보자 가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진검'을 꺼내 들고 절체절명의 승부에 뛰어든 걸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여당과 조 후보자, 나아가 청와대의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1시간에 걸친 '해명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 후보자 엄호를 위해 직접 '여론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반나절 만에 검찰은 보란 듯 조국 후보자의 딸과 연루된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참고인으로 부른 데 이어 조 후보자 부인이 재직 중인 동양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3일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한편,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실 및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도 압수수색했다. 또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PE의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의 이 모 상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달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조 후보자 부인의 동양대 연구실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앞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들을 더 찾아냈고, 법원도 추가 압수수색 필요성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적으로 조국 후보자 주변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상황을 잘 아는 한 야권 인사는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물러설 곳을 두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다만, 조 후보자의 집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연루된 직접적인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집권 여당과 청와대의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주로 검찰 수사가 향후 여론과 정국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이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 수사에 마냥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조국 수석에 대한 수사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다음 타깃은 야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정치권의 이슈를 사정 기관과 사법 기관에 갖다 바친 '업보'이며, 자승자박이다. 검찰 입장에서는선 '꽃놀이패'. '여야 균형 맞춘 수사'라는 검찰 수사의 '전통적 명분'에도 들어맞는다. 여러모로 검찰이 정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다.

 

조 후보자의 낙마와 검찰 수사의 성과가, 자유한국당엔 시련의 시작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물론 검찰 입장에선 '아이러니'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검찰 개혁 주도권도 검찰이 가져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 개혁 무산'을 뜻한다. 주로 노무현 정부의 전례를 참고한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 개혁에 착수했을 무렵, 검찰은 2002년 대선 자금 수사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의 팬카페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검찰이 정치권에 칼날을 휘두르며 인기를 얻고 '여론'의 중심에 서면서 '중수부 폐지''검찰 개혁'과 같은 구호는 사라졌다.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뽑아 든 형국과 비교하는 인사들이 많다. 윤 총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검찰 개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치의 한복판에 검찰이 뛰어든 형국이다. 이는 정치권의 자승자박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사안을 사정 기관과 사법 기관에 스스로 넘긴 데 대한 '대가'는 곧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후쿠시마에서 야구경기는 미친 짓인데, 왜 일본은 조용할까?

[인터뷰··] 홍기빈 칼폴라니연구소 소장

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시민 사회에도 국가주의의 힘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아베 정부 지지율이 '한국 때리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문재인 정부 또한 한때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얻었다.

 

일본이 이처럼 강경하게 한국을 공격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프레시안>은 홍기빈 칼폴라니연구소 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앞선 두 차례의 인터뷰에서 홍 소장은 일본의 현 움직임을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의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과 일본 지배계층의 독특함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인터뷰: 지구적 관점에서 본 일본은, 끝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인터뷰: 일본보수 방류, '아베류'70년 야욕의 정체)

마지막 인터뷰에서 홍 소장은 앞선 인터뷰에서 다루지 않은 두 가지 주제를 거론한다. 앞선 두 인터뷰가 현 상황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번 인터뷰 주제는 보다 근본적 차원의 일본을 대상으로 한다.

 

홍 소장은 일본 지배계급이 에도시대 이후 교체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이 같은 특징을 면밀히 짚는 '일본학의 부재'가 문제라고 전했다. 일본을 무작정 악마화하는 여론, 일본을 무작정 좋게 보는 여론이 한국에 있지만, 일본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일본학'의 계보가 매우 취약해, 한국이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홍 소장은 지적했다. 이를 위해 홍 소장은 일본을 바라볼 틀의 하나로 대략적인 일본학사를 정리했다.

 

아울러 홍 소장은 현 상황에서 일반 시민 사회가 일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일본산 상품 불매 운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며 무작정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 시민 여론보다 더 강경하게 '반일' 목소리를 내는 계층도 있다. 홍 소장은 두 입장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의 주장을 잘 전달하기 위해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기사 형식 대신, 강의 형식으로 풀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칼폴라니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됐으며, 이후 전화 인터뷰와 이메일 인터뷰로 내용을 보강했다.

 

홍기빈 칼폴라니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관점: 한국에는 비판적 일본학 토양이 부족하다

앞서 한일 갈등의 주요 두 가지 쟁점을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 차원에서, 그리고 일본 역내 문제인 개헌 문제를 바라보며 아베 정권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이야기했다. 일본의 영원한 이웃인 한국에는 이 같은 사건 못잖게 '일본' 자체를 제대로 조명하는 노력도 필요한 듯하다.

 

일본은 이웃 한국인 입장에서도 조금 독특한 나라다. 다른 나라 연구자들도 그렇게 보는 듯하다. 버텔 올만(Bertell Ollman)이란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본을 '야쿠자 국가'로 설명한 논문을 내기도 했다. 국가가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더러운 일을 야쿠자에게 사실상 외주하는, 국가와 야쿠자가 한 집단인 독특한 국가라는 뜻이다. 그는 야쿠자도 일본 정치 시스템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참사 이후 일본 사회를 보면 나도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많다. 저 지경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쿄전력이 여러 은폐를 하는 걸 보라. 한국 전력 회사도 은폐에 능하다지만, 일단 한국에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참사가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저런 참사가 발생했다면 도쿄전력은 최순실 이상으로 여론상 능지처참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X 놈들'하고 넘어가는 건 학술이 아니다. 다각적으로 그 사회에 접근하고 연구해야 한다.

 

일본 말 중에 '스바라시이(すばらしい)'란 단어가 있다. 근사하다, 멋지다는 뜻이다. 제비가 날렵하게 물을 박차고 오르는 것처럼 '예쁜 모습'을 설명하는 말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전 세계의 많은 일본학자들이 일본의 '스바라시이한 모습'만 보려는 것 같다. 일본의 병리적 모습을 무시해버린다. 재팬 파운데이션이나 문부성 프로그램들도 그렇고.

 

최근 일본을 '도금 민주주의'로 묘사한 서경식 교수와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의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가 나왔는데,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도 일본을 학문적으로 뜯어보는 분위기가 약한 듯하다. 과학적 연구 대신, 대담 수준에서만 이야기가 된다고 할까. 지식인이 격정만 토로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누가 봐도 후쿠시마 인근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건 미친 짓인데, 왜 대대적인 비판이 일어나지 않나. 미스터리다.

 

일본 비판이 부족하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겠다. '비판적 일본학 연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학문은 비판적 접근을 통해 발전한다. 그런데 일본학 연구에는 이 같은 접근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는 일본을 올바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본다.

 

2011, 참사 직후부터 일본에서는 '먹고 힘내자'는 식으로 후쿠시마를 응원하자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방사능 우려가 지금도 큰 상황임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후지TV 화면 캡처

 

"에도시대 이후 일본 지배계급은 불멸"

일제는 파시즘 국가였나. 극우파를 제외한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미국의, 나아가 영미 세계 전체 일본사학계에 있어서 이 같은 시각은 마이너리티다. "일본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길을 모범적으로 걸어온 나라이다. 1930년대 들어 잠시 군국주의(파시즘)가 대두해 일본이 추축국이 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민주화/근대화 경향에서의 '일탈'이었다"는 게 서구 일본학계의 주류 역사 인식이다. 태평양전쟁 이전까지도 일본은 유럽 대부분 국가와 다르지 않은 근대 입헌 국가였으며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일본학자의 비극적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학사의 거두로 E. 허버트 노먼(E. Herbert Norman)이란 학자가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어린 시절 다이쇼 시대(1912730~19261225)에 일본에서 잠시 생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했고, 1930년대 말 일본 근대국가 연구로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논문을 바탕으로 나온 중요한 책이 <일본 근대국가의 출현(Japan’s Emergence as a Modern State>(1940)이다. 당시 일본 연구의 이정표가 된 책이다. 이 시기 일본과 전쟁하던 미국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때 일본어 문헌을 소화할 수 있었던 드문 연구자의 한 사람이었던 노먼은 일본 좌파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그들이 바라보는 근대국가 일본의 역사적 형성과 성격을 분석하였다. , <일본 근대국가의 출현>은 당대 일본 좌파들의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하여 그 스스로의 날카로운 역사적 혜안이 결합된 걸작이었다.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에도 시대 이후 일본의 지배계급 교체는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근대화의 이정표로 묘사되는 메이지 유신은 오히려 천황제를 강화하는 봉건적 성격이었지, 민주개혁이 아니었다. 이 같은 지배 체제에서 파시즘이 대두하는 건 필연적이었다는 것이다.

 

, 노먼은 당대 일본이 비록 겉으로는 근대국가의 틀을 갖췄지만, 지배 체제상 옛 에도 시대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1차 세계대전 이전 황제정(2제국) 시기 독일과 당시 일본이 같다고 그는 보았다.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두고 비록 자본주의가 발달했지만, 국가권력은 철저한 황제정을 유지한 만큼 애초 민주주의와 양립 불가능한 체제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노먼이 바라본 일본도 이와 같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들어갈 당시 미 국무부는 일본 파시즘을 해체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당시 미 국무부가 노먼의 연구 자료를 참고했다. 적어도 1945~1946년 사이 미 국무부의 입장은 괴뢰천황제 설립 후 일본에 완전한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를 이식한다는 것이었다.

 

비판적 일본학의 거두로 평가받는 허버트 노먼. 그는 매카시즘 광풍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극우주의자들은 노먼을 동성애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canadianmysteries.ca

 

잘못 꿴 '전후 민주주의'

1947년 들어 냉전이 심화하면서 일본을 바라보는 미국의 관점이 바뀐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역코스'.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일본을 미국의 병참 기지로 만들자는 맥아더 등 국방부 강경파의 입김이 강해지고, 채택된다. 이와 더불어 1950년대가 되자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일어난다. 노먼은 공산주의자로 지목된다. 미국의 압력이 어마어마했다. 노먼을 감옥에 넣으라고 미국이 캐나다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 이에 반대한 캐나다 총리까지 공산주의자로 몰 정도로 미국의 공격이 거셌다. 결국 1957년 당시 이집트 주재 캐나다 대사였던 노먼은 투신자살한다. 이 사건 이후로 노먼의 저작물은 미국 일본학계에서 터부시된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의 일본학계를 이끌던 존 W. 홀의 경우 노먼의 연구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라고 폄하할 정도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기시 노부스케를 비롯한 A급 전범들이 속속 복귀한다. 전쟁 범죄자들을 향한 징벌이 끝난다. 일본은 과거의 모순을 고스란히 안은 채 무늬만의 '전후 민주주의' 국가로의 변신을 꾀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 과거사 청산에 실패한 것이다.

 

이 시기 미국 학계에서 일본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본학 이론이 등장한다. 바로 근대화 이론이다. 일본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근대화를 이룬 나라라는 판단이 미국 일본학계의 주류로 떠오른다. 다만 1940년대 일본은 잠시 그 흐름에서 일탈한 예외적 상황이었다고 정리된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와 전쟁한 일본의 군국주의는 천황의 뜻도 아니었고, 오직 일부 군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천황제 유지와 전범 처벌 포기를 결정한 미국의 판단에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새로운 일본 인식이 생겨난다. 전후 민주주의 담론이다. 마루야마 마사오와 오츠카 히사오 등 이른바 '전후 일본 정신의 지주'로 불린 학자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전전 일본 민주주의는 서구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다만 그 원인은 천황제 등 지배 체제가 아니라, 다름 아닌 '성숙한 시민의 부재'. 막스 베버가 말하는 시민, 즉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주체적 개인이 일제 때는 형성되지 않아 근대적 시민이 출현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전쟁으로 폭주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따라서 전후 일본의 과제는 근대적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얼핏 맞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맹점이 있다. 전후 민주주의 담론은 노먼이 지적하던 일본의 근본 문제, 즉 일본의 권력 구조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를 은폐하고 온전히 일본의 일탈 원인을 시민 개인의 미발달 상태로 돌린다. 이 같은 바탕에서 일본의 문제는 결국 시민 개개인 양심의 차원으로 넘어가고 민주 시민 양성이라는 과제만 남을 뿐, 일본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집단적·조직적 저항과 운동은 뒷전이 되어 버린다. 불행히도 일본 진보 담론이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소련 멸망 이후 이 폐단을 되풀이한다.

 

'스바라시이한' 일본 너머로

그러다가 미국에서 반성의 움직임이 일어난다. 68혁명 이후인 1970년대 들어 미국에서 비판적 일본학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지금도 미국 일본학의 대표자로 거론되는 존 다우어, 허버트 빅스와 같은 이들이다. 이들의 대표적 서적 중 하나가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히로히토 평전>(허버트 빅스 지음, 오현숙 옮김, 삼인 펴냄)이다. 히로히토 천황을 최고 전범으로 규정한 책이다. 매카시즘 시대 이후 일본을 긍정한 미국 주류학계와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이들이 사실상 기존 미국 일본사학계에 전쟁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 이들 젊은 학자들이 다시 들고 나온 이가 매카시즘으로 인해 사망한 노먼이었다.

 

이들 이후 미국의 일본 사학계에는 노먼으로부터 시작된 비판적 일본학 연구의 전통이 분명히 존재한다. 웹사이트 '재팬 포커스(Japan Focus)' 같은 오픈 액세스 저널이 이러한 경향을 담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 혹은 주류의 세계 일본학이 자꾸 내거는 '스바라시한' 일본의 외양을 파헤쳐서 그 아래에 존재하는 모순적이고 고통스럽고 갖은 억압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일본 사회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논외로, 서구 학계의 파시즘 연구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류적 입장은 간단히 말해 '일본에 파시즘이 등장하긴 했으나, 일본의 파시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이 같은 평가가 나온 이유가 있다. 연구가 부족해서다. 파시즘 연구자 대부분이 독일과 이탈리아 사례에 집중할 뿐, 일본 연구 시 언어 장벽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일본을 진지하게 연구한 파시즘 전공자가 매우 부족하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전후 전범국인 추축국에서 원폭을 맞은 피해국으로 바뀌어버린다.

 

히로히토 천황. 지금은 사실상 일본 제국의 전쟁을 총지휘한 인물, A급 전범으로 평가되지만 냉전 상황에서 책임을 면제받았다. wikipedia.org

 

지리멸렬한 일본 리버럴

물론 일본 내 프로파간다가 강했다. 우리도 알다시피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 내에서 역사 수정 바람이 거세게 인다. 일본은 역사 앞에 침묵하는 길을 택했다. 국제 일본학계의 돈줄이 일본 문부성과 각종 민간 재단이라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일본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연구비를 끌어오기 힘든 구조다.

 

일본의 리버럴이 변절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일본 좌파는 크게 천황제를 부정하는 공산당 계열과 천황제를 인정하는 리버럴 주류로 나눌 수 있다.

 

와다 하루키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주류 리버럴의 원조는 1930년대 의회 내 혁신정당이다. 지금의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連合)와 공산당 이외의 야당으로까지 연결된 이들이다. 이들은 전후 일본의 주요 문제가 미국 종속 체제로부터 비롯한다고 봤다. 오키나와 문제, 미일안보조약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군사 동맹 체제에 일본이 들어감으로서 일본의 평화가 항시적으로 위협받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면서 이들의 이념적 좌표가 사라졌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일본 리버럴은 노선 변경을 택하게 된다. 리버럴은 1986년 도이 다카코를 사회당 당수로 앉히는데 성공해 일본 의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당수를 탄생시킨다. 뒤이은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사회당은 사상 최초로 제1당으로 등극한다. 이른바 '마돈나 선풍'이다. 당시 사회당이 대중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가장 먼저 취한 선택이 반미 입장을 버리고 한미일 동맹 체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체제 아래에서 리버럴 주류가 1995년 낸 대안이 아시아여성기금(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 기금) 설립이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위안부문제 등 일본의 과거 만행 폭로가 잇따른다. 거칠게 말해 아시아여성기금은 이 문제를 현 일본 체제(한미일 동조 체제) 안에서 해결하고자 낸 타협안이다. 이처럼 일본 리버럴은 현실과 타협함에 따라 여태껏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일본 리버럴이 일본의 과거를 파헤칠 힘을 잃은 원인이다. 현실적 정치 세력을 지향하는 가운데 일본 리버럴은 서서히 일본 권력 구조에 대한 체계적·조직적 반대의 입장을 하나씩 상실해 가고 있다. 와다 하루키와 같이 계속 입장이 흔들린 인물을 무슨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처럼 조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정부 규탄 집회. 홍 소장은 일본을 향한 시민 사회의 반발을 위험한 민족주의로 규정하는 것 또한 프로파간다라고 일축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관점: 갈 길은 현실주의이다. 탈민족주의와 민족주의 선동을 모두 경계하자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은 전 지구적으로 지정학적 구조의 변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다. 일본 지배층과 그들의 대외 전략이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북한 또한 이전과는 다른 전략과 계획을 추구하고 있는 격변의 시기다. 그야말로 정세는 엄혹하며 출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4000만 혹은 7000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이때 우리가 움켜쥐어야 하는 정신은 국제정치학의 기초라고 할 현실주의(realism)의 정신이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볼 때 지금 한국 사회, 특히 진보 진영에 나타나고 있는 해로운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첫 번째는 탈민족주의라는 이름을 내건 사실상의 민족 허무주의다. 특히 좌파 진보 지식인 사이에서 널리 유포되어 있는 관점이다. 물론 민족주의는 프로파간다다. 그런데 탈민족주의도 프로파간다라는 사실은 우리가 계속 잊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를 마치 성경처럼 모시는데, 그 책이 뛰어나긴 하지만 민족주의 연구에서 그 정도 위치는 아니다. 우선, 앤더슨의 주장은 '민족이 허구'라는 식의 단순무식한 것이 아니다. 앤더슨은 이 책에서 민족이 어떠한 의미에서 담론 구성체이며 그 구성 과정의 내적 논리가 무엇인지를 사려 깊게 분석해 나갔다. 둘째, 이 책은 분량에 있어서나 논리적 구조에 있어서나 민족주의라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하는 책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의 복잡성에 비추어 너무 짧으며, 일관된 논리나 개념을 제시하고 있지도 못하다. 셋째, 그가 제시하는 이론 -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서술- 17세기 이후 서양의 경험에 국한된 것으로서, 많은 혜안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당장 훨씬 중요한 권위자라고 할 앤서니 스미스처럼 앤더슨의 입장에 대단히 비판적인 이들이 무척 많다.

 

한국 지식인 사이에 '민족은 허구' 담론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일종의 '쿨병'이라고 해야 하나. '민족'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지식인이 많다. 나는 민족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을 말하고자 한다. 민족은 좋든 싫든, 국민국가로 이루어진 근대 국제 체제에서는 엄연히 작동하는 중심적인 현실이다. 지금 한일 갈등은 국민국가와 국민국가의 충돌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민족의 현실과 집단적인 안녕과 미래를 중심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쿨병', '힙뽕'을 넘어서서 사실상 은폐된 프로파간다에 놀아나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탈민족주의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과정에서 비서구 사회의 담론을 무장해제하는 데에 혁혁한 공헌을 했고, 한국의 경우 90년대 이후 성장한 시민사회가 일본과의 과거 문제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박유하 교수나 이영훈 교수가 주장하는 데에서 이러한 프로파간다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반일 바람이 불 때마다 일본 식자들이 한 얘기가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부족해 민족주의가 발호한다'는 거였다. 위안부 문제 규탄, 난징대학살 규탄이 무슨 민족주의인가. 이것은 역사의 현실이며, 우리는 이를 풀어야 한다는 민족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나아가 남북한이라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족'의 집단적 안녕과 행복을 보장해 나간다는 대단히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이는 보다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에 종속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뭔가 '언쿨'한 것으로 보는 태도는 그야말로 '언쿨'이며 프로파간다에 조종당한 결과일 뿐이다.

 

두 번째로 반대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감정에 편승하여 비분강개와 고담준론으로 "이순신의 뒤를 따르자"라고 사람들을 몰아가는 바람이다. 나는 모두가 지식인이거나 분석가일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부당함을 본 사람이 당연히 그런 주장과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분노는 우리가 소중하게 활용해야 할 자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방향을 잡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지식인과 정치 지도자들이 여기에 편승해서 똑같은 소리를 늘어놓을 때 발생한다. 나는 최근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이순신 장군의 일기 등에서 어마어마한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비장미를 떨치고 자신을 반일 전선의 투사로 치장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에서 누누이 말했지만, 한국은 주변 나라 어디와도 척지고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의 나라가 아니다. 사람들 전체가 마음과 뜻과 힘을 합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 방향과 전략을 준비하고 이끄는 이들은 냉철하고 또 냉철한, 철저한 현실주의의 정신에 입각하여 말과 행동과 전략을 내걸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이순신 코스프레인가. 어디서 독립운동가 흉내질인가.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하여 본인의 정치적·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겠다는 짓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현실주의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거기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선택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과 희생과 결단을 요구하는지를 냉철하게 알리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다. 지배 엘리트들이 휘둘러대는 고담준론 비분강개에 맞서서 특히 진보 진영이 이러한 현실주의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에 입각한 집단적 행동에 따르는 희생과 비용은 거의 전부 하층 계급이 뒤집어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칸트는 평화를 안착시키는 방법으로, 전쟁 결정은 전쟁터에 죽으러 나가는 병사들이 하도록 만들자는 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미국·중국에 대해서 이순신 흉내를 내는 정치가들의 말에 넘어가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 경우, 그것 때문에 박살나고 손해보고 심할 경우 목숨과 신체를 잃게 될 이들은 어디까지나 못 배우고 못사는 평민들이다. 진보 세력이 정말로 지배 계급이 아니라 힘없고 어렵게 사는 피지배층을 수호하고 함께 하는 세력이라면 이러한 현실주의에 더더욱 철저해야 한다. 내가 볼 때에는 이것이 진정한 '민족적' 관점이다. 민족의 핵심이 민중이라고 했을 때, 그들의 안녕을 우선으로 삼으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결합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 데에 진력하는 것이 진정 민족을 생각하는 지식인과 지도층이 해야할 일이다. 이런 임무를 뒤로 돌린 채 이순신 코스프레를 앞세우는 이들은 아베 만큼이나 위험한 이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문제가 뭔지 이해한 조국, 문제가 뭔지 모르는 기자

20대가 주관으로 쓴 조국 기자간담회 관전평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2일 국회에서 열렸다. 원래 3일부터 이틀간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언론을 통해 직접 제기된 문제에 소명한다는 취지로 오후 3시부터 시작되었다.

 

이 글은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관전평이다.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20대 중 한 명의 입장에서 꽤 주관적으로 쓰였다. 물론 나의 입장이 모든 20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제기된 비판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

우선 조 후보에 대한 주요한 문제 제기는 '특권' '특혜'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법적인 문제가 밝혀지는 것과 별개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사회경제적 자본을 통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것을 성찰할 수 있느냐'가 일반 대중이 조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이었을 테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던 조 후보자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발언을 보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주변에 대해 엄격하지 못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자신이 전반적으로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법적인 논란과 별개로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7월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달 1일자로 복직해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한 기자는 '장관직 수행 이후 서울대 교수로 남아 있을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조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아시겠습니다만 현행 법률과 서울대학교의 학칙에 따르게 되면 선출직 아닌 임명직 공무원은 휴직 제한에 연한이 없습니다. 법적인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가 장기간 휴직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주게 됩니다. 그 점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 임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종료된 뒤 정부·학교와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에 과도한 침해가 있지 않도록 상의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2004년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교내 신문인 <대학신문> 기고 글에서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며 교수의 정치참여로 인한 공백 상태를 비판한 바 있다. 물론 해당 기고 글에서 조 교수는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대학교수를 특정하여 지적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무원이 되는 순간 해당 기간 동안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고자 하는 대학교수도 폴리페서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발언은 '학교로 돌아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는 '열린 답변'에 가깝다. 학칙과 현행법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입시 과정에서 조 후보자와 그의 딸이 행할 수 있었던 일들이 아무나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그 점에서 제가 또는 제 아이가 혜택받은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를 비난해 주십시오. '제도를 바꾸지 못했다' '왜 어른으로서 그런 제도를 방치했냐'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10대 고등학생 아이가 당시 입시제도 하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인턴을 구해서 뛴 것, 그 자체를 두고 제 아이를 비난하는 건 아비로서 과도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생각합니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던 수험생이 아니라 그 구조를 만들었던 어른들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다. 사실 많은 논란이 조 후보자와 그 가족들'' 혜택을 받았다기보다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인' 혜택이었기 때문에 제기되어 온 것이다.

 

그들이 누려왔던 하나의 공고한 시스템 전반을 비판하지 않고 조 후보자나 후보자의 딸 개인만 비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후보자는 혜택을 인정함과 동시에 거시적인 시스템 문제임을 지적했다.

 

다만 "흙수저 청년 세대들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흙수저 청년이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린이를 위한 장학금이건 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조 후보자의 시혜적 태도가 느껴져서 아쉽다. 단순히 '흙수저''명백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만 조국 사태에 분노하고 절망한 것이 아니다. '못난 어른이 미안하다'는 식의 연민 어린 자기성찰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눈살 찌푸리게 했던 기자들의 행동들

그에 반해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 방'이 없었다. 물론 여러 비판에 해명하고 수용하는 것이 후보자의 역할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저기서는 저런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의 질문이 반복됐다.



2일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 여덟 시간을 넘긴 오후 1130. 당초 꽉 찼던 기자석에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인다. 남소연

 

특히 검찰 수사와 관련된 질문이 많이 나왔다. 기자간담회 초반 조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것이므로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미 후보자가 답변했음에도 내용상 다를 바 없는 질문들을 반복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의 경우 조 후보자가 "입학 당시 총동창회로부터 두 차례 장학금을 받은 건 딸이 신청한 적도 제가 청탁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딸이 받아서 다른 학생이 못 받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을 했음에도, 기자들은 '장학금에 특혜가 없었는지' '본인이 직접 청탁하지 않았는지'를 반복적으로 물었다.

 

내가 기자들의 질문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의식은 '정책적 역량 검증의 실종'이다.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조 후보자의 입장을 물어보는 질문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반복적인 소명 요구에 불과했다. 고위공무원의 펀드 직접투자 문제를 예로 들면, 오전에 답변한 내용을 오후에 다른 기자가 다시 질문했고 결국 간담회를 진행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반복된 질문임을 지적했다.

 

특히 820일 조 후보자가 발표한 정책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부족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해 국민이 범죄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부분이나 표현의 자유를 집회 및 시위를 통해 폭력으로 행사하면 불가피하게 법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보도자료 상의 내용이 그것이다. 당시 많은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진보적인 법학자에게서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물론 해당 부분을 질문한 기자가 있긴 했지만 <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 기자 외 해당 문제에 관해 물은 언론은 없었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한 차례 해명보다는 좀 더 깊숙한 질문과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아쉽다.

 

전체적으로 조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 및 반박을 하고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혹에 대한 소명과 해명을 위한 자리로만 그친 게 아닌가 한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청문회 대신 열린 기자간담회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에 준하는 성의를 보였을까. 조 후보자의 답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후 10시에 혼자 사는 후보자 딸의 집 앞에 남성 기자 두 명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조 후보자는 울먹였다. 사실 공직 후보자의 가족에 대해 얼마큼 파헤칠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과연 이들이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보도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이 언론에 바라는 것은 딸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는 게 아니라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오마이뉴스 김민준(coolboy95)


추악하게 오염된 한국 언론, 왜 망하는 언론사가 없나

[정연주의 한국언론묵시록 프롤로그] 한국 언론 이야기를 시작하며

"다시 태어나도 기자를 할까?"

 

요즘 스스로에게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다. 1970년 동아일보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때로는 제도언론 안에서, 때로는 제도언론 밖에 있으면서 늘 '언론'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이 나이에 이르니 평생의 화두였던 '언론'에 근본 물음을 던지게 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저마다 선택한 자기 직업에 긍지를 갖기 마련이고, 그것을 하늘의 부름, 소명, 천직이라 여긴다. 나도 꽤 오랜 세월 동안 기자라는 업을 그리 여겼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가 기승을 부리면서 모든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1970년대 그 암흑시대에도, 1975년 봄에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다 유신 정권과 야합한 동아일보사 경영진에 의해 동료·선배들 113명과 함께 무더기로 축출되었을 때에도, 그리고 펜을 빼앗기고 허허벌판에서 민주주의, 그 민주주의의 바탕이라 믿어온 언론자유를 근원적으로 압살하는 거대 권력과 싸우다 감옥 가고, 수배되어 도망 다니던 그 고통의 시간에도 기자라는 걸 천직으로 여기며 언젠가 내 손에 다시 펜이 쥐어지는 날을 기다렸다.

 

마침내 6월 항쟁의 승리로 한겨레신문이 탄생하여 꿈에도 그리던 펜이 내 손에 다시 주어졌다. 11년 동안의 워싱턴 특파원 시절, 2000년 귀국하여 20033월 한겨레를 떠날 때까지 재임했던 논설주간 시절, 돌아온 그 언론 현장에서 나는 참 행복했다.   2003년 봄, 한겨레신문을 떠났다. 한겨레 창간의 한 주축이던 동아투위(19753월 동아일보사 해직 언론인 모임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위원회 약칭) 세대가 젊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를 떠나고 얼마 뒤 '개혁적 KBS 사장 선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 공동추천위'에 의해 사장 후보 3인 중 한 명으로 추천되었고, 이들 3인을 포함, 자천 타천의 사장 후보 30여 명을 두고 진행된 KBS 이사회 사장 선임 최종투표에서 5 4, 1표 차이로 선임되었다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임·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후 20088월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나를 해임할 때까지 54개월 동안 재임했다. 그 기간 동안 KBS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엇갈리겠지만, KBS가 신뢰도 1, 영향력 1위의 자리에 오른 성취는 객관적 사실이다.   당시 직접 기사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는 않았으나, 후배들이 보도와 제작 현장에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온 힘을 기울였다. 보람된 세월이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겼던 시절이다.

 

그 뒤 서초동 법원을 드나들면서 사법 고문이라 느껴졌던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방송의 독립 등 언론 문제를 늘 가슴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조사한 2018년도 언론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37개국 중 꼴지였다.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

 

'다시 태어나도 기자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나는 짙은 회의에 빠지면서 천직이라 여겼던 자긍심도, 열정도 크게 식어버렸음을 느낀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 비극적 죽음,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치검찰과 언론이 저질렀던 죄악을 보면서 언론이 집단적으로 포악해진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 언론은 국민적 슬픔 앞에 잠시 참회하는 듯했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믿음, 신뢰가 이렇게 사라진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심하게 오염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부끄러움 모르는, 심지어 난폭하기까지 한 오만한 '권력 집단'이 되어 본 적이 있었던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2018년도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37개국 중 꼴찌였다. 2017년 조사에서도 꼴찌였다. 이 조사에서 뉴스를 신뢰한다는 비율이 한국의 경우 201723%, 201825%에 지나지 않았다.

 

혹자는 사실보도 자체를 할 수 없었던 유신 독재, 군부 독재 시절의 한국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 아니었겠는가는 질문을 할지 모르겠다.

 

당시 언론의 암흑 상황은 독재 권력의 폭압이라는 외부요인이 결정적이었고, 언론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었다. 폭압의 권력이 무너지면 암흑의 세상은 햇볕 가득한 밝은 세상으로 바뀌고, 언론은 제 기능을 하리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었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상황은 다르다. 언론 내부의 적극적인 행위가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악취가 풍기는 오염된 언론 상황으로 만들었다.

 

생명과 영혼이 증발한 한국 언론

언론의 생명과 영혼이 증발해버린 황폐한 언론 토양. 그게 지금 한국 언론의 모습이다. 그 황폐해진 언론 토양에서 기자를 칭하는 '기레기'라는 치욕스러운 호칭은 이제 보통명사가 되었다.

 

증오와 저주의 마음이 없고서야 어찌 이런 기사와 칼럼, 사설이 가능할까 싶은 글들이 지면을 채운다. 때로 집단의 비이성적 분위기에 휘말리는 상황이 되면 팩트, 진실, 공정성, 정직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라지고, 의혹만의 기사, 센세이셔널리즘의 어뷰징 기사들이 난무한다.

 

눈길 끌려고 '속보', '단독'의 이름을 마구 갖다 붙이는 행태는 오염된 황색 저널리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족벌언론 등 회사 단위의 언론 '조직''회사 이익, 내부 방침'의 이름 아래 왜곡·편향을 강제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은 그의 칼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에서 "기자들은 알권리·사실 보도 같은 가치와 회사 이익·내부 방침 같은 조직논리 중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55?' '64?' '37?' , 비중으로 이야기하지 말자. 그러는 순간, 기자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죽는다"고 했다. 회사의 이익, 내부 방침 같은 '조직' 논리의 현실을 토로한 셈이다.

 

저질과 오염의 악취가 풍기는 종편, 케이블 채널의 생태계에서 그나마 상대적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어야 할 공영방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너무 망가져 버렸고, 무섭게 바뀌어버린 방송환경, 언론환경에서 공룡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그래서 아주 손쉽게 무제한의 '일방적 얘기'를 쏟아내는 디지털 시대의 SNS, 유튜브 등 '새 매체'에는 가짜뉴스, 왜곡, 혐오, 증오가 넘쳐난다.



712,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관련 왜곡, 은폐, 축소 수사를 규탄하고 실체적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1차 페미시국광장 - 시위는 당겨졌다. 시작은 조선일보다'에 등장한 빔프로젝트 구호. 권우성

 

신뢰는 바닥, 상황은 종말적인데 망하는 언론사가 없다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토양은 추악하게 오염된 이 한국 언론을 보면 분명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운 위기이며, 상황은 종말적이다. 그런데도 망하는 언론사가 없다. 광고와 협찬이 반 시장, 반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괴이하게 할당되고, 포털에 기생하여 어뷰징 기사로 클릭 장사를 하는 등의 비정상이 빚어낸 한국 언론의 불가사의다.

 

만약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래서 그런 언론사가 독자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실제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한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막무가내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종편이 시작될 무렵, '종편은 곧 망한다'는 필망론을 여러차례 글로 쓰고, 강연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망한 종편이 하나도 없으니, 독자와 청중을 오도한 셈이다. 나의 '예측 능력'이 모자랐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종편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종편에 주어진 온갖 특혜들, 그 특혜 구조가 여전히 온존하는 지금의 방송법 비대칭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 언론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이게 어디 정상인가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경험해 온 한국 언론 이야기를 이제 기록하고자 한다.

정연주(jung46) /오마이뉴스


"주택 투기꾼님, 세금 혜택 드릴게요"

서울집값 폭등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다

때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진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비판적일 때는 더 그렇다. 이런 진실은 어떤가?

 

장관 여러 명이 합동으로 정책발표를 했다. 그 핵심을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주택을 여러 채 사서 오랫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면 시세차익이 몇 억이 생기던 몇 십억 혹은 몇 백억이 발생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주겠다. 재산세와 종부세도 전액 면제해주겠다."

 

그뿐 아니다. 대출 특혜도 줬다. 일반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엄격하게 적용하는 DTI, LTV 규제도 이들에게는 풀어줬다. 이 모든 혜택에 대한 대가는 "장기간 매도 금지"였다.

 

주택 여러 채를 10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이 정책이 발표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투기꾼들이 얼씨구나 하면서 즉각 주택을 매집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진 돈을 끌어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서 공격적으로 주택을 매집했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 2년간 서울 집값이 34%나 폭등했는데, 이 정책이 기여한 바가 지대했다.이런 세금 혜택 때문에 매입한 주택이 얼마나 될까? 몇 천 채를 매입했는데, 이것 때문에 서울 집값이 폭등했다고 말하면 과장일 것이다. 2017년과 20182년간 서울에서만 무려 21만 채 주택을 매집했다. 경기도를 더하면 37만 채다. 매입이 아니라 '매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납득이 갈 것이다.

 

2년간 서울에서 21만채 주택 매집

서울에서 2년간 21만 채 주택 매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19 주택업무편람>에 의하면 서울에서 건설된 주택수가 2017113131, 2018년에는 65751채로 2년간 약 18만 채였다.

 

여기에는 낡은 집을 헐고 새로 지은 경우와 재개발·재건축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신규로 건축한 주택은 10만 채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부자들과 주택 투기꾼들에게 어마어마한 세금 특혜를 줘서 매집하도록 한 주택이 21만 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세금 특혜를 주는 대가로 제시한 조건이 "10년간 팔지 말아야 한다"였다. 10년 이전에 팔면 세금 혜택이 축소된다. '엄청난 세금 혜택''10년간 매도 금지'는 집값 폭등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형성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은 전부 팩트다. 이 팩트를 근거로 이렇게 주장하려 한다.

 

"서울집값을 폭등시킨 것은 문재인정부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 있을까? 청와대 혹은 집권 여당이 이의를 제기하려나?

 

서울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다

그래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을 위해서 근거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첫 번째 근거 자료는 20171213일 발표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국토부, 기재부와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발표했다.

 

그 자료의 6양도세 감면 확대의 내용 중에 "8년 이상 임대시에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둘째 근거자료는 '조세특례제한법'이다. 그 법 제97조의5 항을 보면,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고 나와 있다.

 

100분의 100을 감면하는 것이니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려면 "전용면적 84이하 주택"이어야 하는데, 그 면적의 강남 아파트 시가는 20억 원이 넘는다. 주택 수에는 아예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강남 아파트를 10채든 100채든 매집하여 거기서 시세차익이 수십 억 혹은 수백 억이 발생해도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낸다.

 

'전용면적 84이하'면 주택수 무제한

세 번째 근거 자료는 세금 특혜를 받기 위해 매집한 주택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2019 주택업무편람> 244쪽에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에 힘입어 201812월 현재 40.7만명, 136.2만채로 확대"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 아래 '등록임대사업자 현황' 도표에는 등록 임대주택이 2016년말 79만 채에서 2018년말 136.2만 채로 2년간 57.2만 채가 증가했다고 나와 있다.

 

2년간 신규로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들은 거의 대부분 세금 혜택을 준다는 정부의 약속 때문에 매집한 주택일 것이다.

 

57.2만 채 중 서울 주택이 얼마나 되는지는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국토부 보도자료를 통해서 추정해야 한다. 2018713일자 국토부의 '2018년 상반기 임대사업자 7.4만 명이 17.7만 채 신규등록'을 보면, "상반기 중 등록된 17.7만채 중 서울이 6.6만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경기도 4.9만채"라고 되어 있다. 서울이 전체 임대주택등록의 37.3%이고 경기도는 27.7%를 차지한다. 이 비율을 2017년과 2018년의 2년간 임대주택등록에 적용하면 서울주택수는 21.3만채가 된다.

 

'8.2부동산대책'의 양도세 중과 조치 무력화

언론기사를 읽다 보면 서울집값 폭등이 시장의 힘 때문이라거나 투기꾼 탓이라고 보도하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이다. 서울 집값 폭등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인 것이다.

 

만약 엄청난 세금 혜택이 없었다면,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40% 혹은 '8.2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60%를 부과했다면, 주택투기는 애당초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과 20182년간 서울에서만 21만 채의 주택 매집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서울 집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압도적 다수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장 먼저 말도 안 되는 세금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오래지 않아 서울 집값이 4년 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그대로 두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프레시안

 

만신창이 됐는데여권은 왜 '조국 사수'에 목맬까

'진영 대결'로 변질된 조국 검증 문제

"민주당이 조국 포기하면 정부가 흔들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숱한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끝까지 조 후보자를 지키는 데 총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가 빠르게 조 후보자 가족을 옥죄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 강행에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로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판단하며 일부 의혹 제기를 하는 보도를 왜곡 보도.오보라고 규정하고 조 후보자를 감싸고 있다.

 

조 후보자는 기자긴담회 다음날 현재 딸의 동양대 총장상 수상과 관련한 의혹,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활동과 관련한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에 응시할 때 자기소개서에 동양대 총장상 표창 사실을 기재했는데, 동양대 측에서는 딸에 총장상을 표창한 자료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KIST 인턴 경력도 조 후보자의 아내가 KIST 소속 A 박사에 연락해 딸이 인턴을 하게 됐고, 인턴 증명서도 KIST가 발급하는 공식 증명서가 아닌 A 박사가 개인적으로 발급했다는 의혹이 있다.

 

조 후보자는 동양대 총장상 표창과 관련해 "표창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고, KIST 인턴 증명서 허위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형사절차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는가"라고만 말한 상태다.

 

이밖에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의혹이 커지는데도 민주당이 조 후보자를 계속해서 두둔하는 이유는 일단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조 후보자와 직접적으로 뚜렷하게 연관된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양대 총장 표창 관련 의혹과 KIST 허위 인턴 증명서 의혹 외에 사모펀드를 둘러싼 논란이나 딸 장학금 관련 논란 등이 조 후보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언론에서 계속 오보를 냈다는 것만 드러났지 실제로 조 후보자와 여러 의혹이 직접적으로 연관됐다는 게 밝혀진 부분이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조국 지키기'에 적극 나서는 또다른 배경에는 조 후보자 검증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진영 싸움 문제로 변해버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를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면대결을 벌이면서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후보자 검증 문제가 아닌 진영 간 승패 문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처럼 상황이 커져버리면, 우리당이나 한국당 모두 질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되는 셈"이라며 "조 후보자를 포기하면, 문재인 정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 친문 계파의 대권후보로 낙점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끝까지 사수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렇게까지 당에서 조 후보자를 비호하는 것을 보면 조 후보자를 친문의 대권주자로 보고 지키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지금은 모르지만 후보자 지명 전까지는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적지 않은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왜 조국 후보자를 이렇게 지키려 하는 지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초선 의원은 "검찰 개혁은 이미 끝났다"면서 "검찰 수사도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 조 후보자를 지키면서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모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보수 유튜버들은 어쩌다 만인의 불청객이 됐나

대학가 집회는 '눈총'조국 기자간담회는 '퇴장'

환영받지 못하는 보수 유튜버들대학가는 집회 취지 왜곡 우려

"종편 스타들, 유튜브 대거 진출해 사실 왜곡된 콘텐츠 전파"

"20대는 오염된 기성 정치에 이용당하는 것 두려워 해"

 

서울대학교 집회 생방송을 진행하는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운영자들. (사진=유튜브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현장마다 등장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내 최대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관계자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주당 측이 '신의한수' 측에 퇴장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나갈 수 없다고 거부했다. '신의한수' 측이 "유선 상으로 어느 언론이든 매체이든 와서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고 따지자 민주당 측은 "당초 등록한 언론사에 한해 이 자리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신의한수' 관계자들은 방호처 직원에 의해 퇴장당하면서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가 없나.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쳤다.

 

민주당 측은 이후 언론사들에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신의한수'가 문제를 일으켜 국회 차원에서 6개월 출입정지 조치를 받았다"며 퇴장 이유를 보충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가 역시 조 후보자 관련 집회마다 등장하는 이들 유튜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 '까치방송' '김상진TV' 등은 이들 집회의 환영받지 못하는 단골 손님들이다. 벌써 두 차례 진행된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촛불집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학생증, 졸업증명서 등을 검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튜버들은 집회 장소 주변에서 방송을 이어나갔고, 서울대학교 집회에서는 자유 발언까지 가져 논란을 불렀다. 대학가가 외부 정치세력의 개입을 경계하는 이유는 하나다. 정치색으로 집회 진정성이 훼손되면 '선동세력'으로 취급돼 조 후보자 의혹을 규명하라는 요구까지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각 대학들은 집회 집행부들 구성부터 정치색 배제에 힘썼다.

 

그렇다면 보수 유튜버들이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정부 시절 종편 스타였던 이들이 유튜브로 진출한 경우가 대다수인데 편향·왜곡된 '가짜 뉴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와 유튜브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보수 유튜버들이 대거 생겨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과 달리 자유롭게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니 유튜브가 보수 진영의 대안 미디어로 떠오른거다. 과거 종편 스타들뿐만 아니라 정규 방송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인물들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과장과 사실 왜곡이 많고, 언론보다는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편향에 빠질 위험이 높다. 구독자들은 보고 나면 통쾌하다고 하지만, 그 콘텐츠들에서 균형적인 시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20대인 대학생들은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기성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보수 유튜버들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평론가는 "외부인에 대한 적대감, 즉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다. 기성 정치를 오염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이용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매체가 많아 정보가 금방 확산되니 이전 세대들에 비해 그런 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대학집단에 소속감이 강해 외부세력의 개입을 싫어하기도 한다"라고 분석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이주자 판자촌과 빌라촌, 바하마의 허리케인이 보여준 '재난 불평등'

 

허리케인 도리안이 휩쓸고 간 바하마의 아바코섬의 마시하버에서 집을 잃은 아이티 이주민들이 4일 나뭇가지에 젖은 옷가지들을 걸어 말리고 있다. 마시하버 | 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도리언40시간 동안 휩쓸고 지나간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폭격을 맞은 듯 곳곳이 폐허가 됐다. 지붕이 날아가고 집들이 무너지고 비행기와 자동차들이 두 동강 나거나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바하마 정부는 4(현지시간)까지 사망자가 최소 2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피해가 큰 곳은 아바코섬이다. 나소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바코 공항은 침수됐고 활주로는 호수로 변했다. 섬의 중심지이자 바하마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마시하버는 주택 60%가 손상됐다. 특히 마시하버 외곽의 머드지역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아바코는 산호초와 망그로브와 거북이들로 유명한 섬이다. 크리스토퍼 콜롬부스가 아메리카에서 처음 마주친 원주민 부족 루카얀족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바닷가 저지대에 판잣집들이 늘어선 머드 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 그곳 거주민은 대부분 낮은 임금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는 아이티 이주노동자들이다. 현지언론 아이위트니스뉴스가 지난해말 보도한 조사 결과를 보면 판자촌 주민 30%는 집에 수도시설이 없고 20%는 전기조차 쓰지 못한다. 정부는 올 7월말까지 주민들을 퇴거시키고 판자촌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허리케인이 닥친 순간에도 수천 명이 살고 있었다.

 

바하마는 루카얀 군도라 불리는 700여개의 섬들로 이뤄진 나라로, 쿠바와 아이티 북쪽에 있다. 총 면적 14000에 인구(2016년 기준)40만명에 조금 못 미친다. 인구 3분의227만명이 뉴프로비던스 섬에 있는 수도 나소에 산다. 주민 92%는 아프리카계 후손이고, 5%가 채 안 되는 유럽계 백인 주민들이 부유층을 형성하고 있다. 원주민 인구는 1.9%에 불과하다.

 

바하마에서 아이티인들은 최하층 노동자의 대명사다. 8만명 정도의 아이티 출신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미등록이주자가 워낙 많다. 많게는 5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하마는 작은 나라이지만 관광산업 덕에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3500달러 정도였다. 반면 아이티의 경우 인구는 1000만명이 넘는데 1인당 GDP2000달러도 안 되는 세계 최빈국이다.

그래서 배를 타고 아이티에서 바하마로 건너오는 이주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고도 잦다. 2월엔 길이 12m짜리 요트에 87명이 타고 가다가 배가 뒤집혀 27명이 숨졌다. 지난해 바하마 당국에 체포된 미등록이주자는 1200명에 육박했고, 중미 15개국 연합체 카리브공동체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바하마와 아이티의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월에는 이주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주민이 머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허리케인 한 방에 물 속으로 가라앉은 판자촌의 모습은 위기 때 극명히 드러나는 재난의 불평등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내에도 번역된 <붕괴>의 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자 애덤 투즈 교수는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바하마 허리케인 피해는 위험의 위계구조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도리언의 위력이 셌다 해도, 부촌인 베이커스베이 등의 빌라촌 주민들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자체 보안시설을 두고 담장을 둘러쳐 게이티드 커뮤니티라 불리는 이런 주택단지 주민들은 위성통신을 이용한 경보시스템으로 허리케인 경고가 뜨자, 살림을 넣은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피신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만든 고급 빌라촌들은 골프코스에 헬기 착륙장은 물론이고 자체 관세사무소까지 갖춘 곳들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항구에 4일 허리케인 도리안 피해를 입은 바하마 주민들에게 전달한 구호품들이 쌓여 있다. 포트로더데일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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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바코와 그랜드바하마섬 일대의 서민층과 빈곤층 주민 7만여명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 중 17명이 아바코 섬 주민이었고, 3명은 그랜드바하마에 살고 있었다. 당국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지만 이들에게는 갈 곳이 없었다. 바하마에 머물고 있는 투즈 교수는 허리케인은 세계화를 거치며 형성된 이 섬나라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노출시켰다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조라고 적었다.

 

바하마 정부는 피해복구에 81억달러가 들 것으로 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프란치스코 교황 등은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 유엔과 구호기구들은 음식과 약품들을 전달하고 있다. 도리언은 4일 현재 초당 풍속 70m 이상인 ‘5등급카테고리에서 초당 50~58m‘3등급으로 다소간 약화됐으나, 여전히 강력한 상태로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조지아주 해안을 지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5일 오전에는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을 거쳐갈 것이며 강풍과 홍수·폭풍해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개 주에서는 200만명 이상에게 대피 경고가 내려졌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수의는 중국산, 화장로는 일본산?” 장례문화 일제시대 만들어진 전통

 

오늘날 한국의 장례및 장묘문화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이후에 발명된 전통이다. 사진은 한 사회명사의 장례식장에서 추모객이 조문하는 모습 | 경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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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이 제일 판을 치는 것이 수의나 관(), 목재입니다. 오동나무관은 거의 중국산입니다. 심지어 무덤에 들어가는 돌도 95% 중국산이에요. 중국 칭다오에 가면 한국으로 실어가기 위한 석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석재로 가족 납골묘를 만들어 일본에 많이 수출했어요. 그랬던 우리나라가 국내 인건비가 비싸니까 중국산을 갖다가 깎아 설치하는 세태가 됐습니다. 무덤도 메이드인 차이나가 된 거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박태호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겸임교수의 말이다. 그는 한국 장례문화 변천사의 산증인이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그것도 최근 10~20년 사이에.

가장 극적인 변화는 토장(土葬)이 급격히 쇠락하고 화장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봉분을 만들어 매장하더라도 화장한 뒤 유골단지를 묻는 식으로 바뀌었다. 2017년 공식통계에 따르면 화장비율은 84.2%였다. 지난해에는 85%, 올해엔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장묘담당 공무원을 10여년간 했던 박태호 교수는 말한다.  

“199161일자로 제가 장례 관련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화장비율은 10%대였어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화장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습니다. 불자(佛者)라든지, 부모보다 먼저 죽는 악상(惡喪), 아니면 익사 같은 사고사, 전염성 질환자 시신 소각 등 비정상적인 경우에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죠.”

 

일제시대 급격히 달라진 장례문화

납골당 문화도 최근에서야 생겨났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화장하면 90%는 뼛가루를 산이나 강에 뿌렸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뀐 것은 생활양식 변화 때문이다. 전통 농경문화에서는 한 곳에 정주하면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조상묘를 돌보는 문화였다 토분 관리는 쉽지 않다. 비바람에 잘 씻기고 자주 벌초를 해줘야 한다. 관리하지 않으면 유실된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화장에 대한 금기가 급속도로 무너진 전환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1998년 여름 2~3개월 동안 벌어진 몇몇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해 8월과 9월에 서울에 폭우가 내렸습니다. 서울 북쪽 공원묘지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버린 겁니다. 인천 앞바다까지 관이 흘러내려가 둥둥 떠 있기도 했고.”

 

두 번째는 비슷한 시기 “SK 최종현 회장이 자신이 죽으면 화장으로 해달라고 한 유언이 있었다. 그 뒤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묘문화 개선운동이 일어났다. 박 교수도 이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화장-납골묘가 대세가 된 데엔 농경문화를 급격히 대체한 도시산업문화의 탓도 있지만 산아제한정책 이후 핵가족화가 원인이기도 합니다. 대가족이 아니라 단세대 가족이니 묘를 관리할 후손이 없잖아요. 결국 찾아뵙기 쉬운 납골묘가 자연스럽게 대안이 될 수밖에 없죠.”

 

전통을 강조하지만 사실 한국의 전통장례문화 자체가 중국에서 넘어와 변용된 것이다. 고려말 사대부들이 도입한 <주자가례>를 한국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사례편람>이다. 1900년대 들어와 <사례편람>의 한자에 토를 달아 인쇄한 책이 널리 퍼지는데, 오늘날 한국 장례문화의 큰 골격은 이때 만들어졌다.

 

김시덕 역사박물관 연구기획과장(학예연구관)은 오늘날 전통처럼 인식하고 있는 삼베 수의역시 일제시대 일제에 의해 강요돼 발명된 전통이라고 말한다.

 

“<사례편람> 이후 편찬된 <가례집람> 같은 책들에는 수의의 종류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들엔 바지저고리, 도포, 버선 같은 갖은 수의의 재질은 비단이거나 적어도 명주로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잠업은 조선시대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일제시대에 크게 성행했다. 일제는 개량 뽕나무를 보급했고, 거기에서 생산된 누에나 실을 다시 조선총독부가 매입했다. 미국 등 외국에 수출하고 전쟁물자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뼈빠지게 잠업농사를 지어도 다 가져가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남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있는 집에서는 몰래 고치를 감춰놨다가 윤년·윤달에 맞춰 부모님 수의를 명주로 짜서 보관했습니다. 지금도 일반가정에서는 할머니 장롱 위의 허름한 박스 같은 것을 꺼내보면 당시 몰래 만들어 보관하던 명주 수의가 나오기도 합니다.”

 

일제는 1912년부터 의례나 죽음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그해 제정된 묘지화장장취채규칙이라는 법령이다. 화장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개인묘지를 못쓰고 공동묘지를 조성하게 하는 것이다. 김 과장은 말한다.

 

위생문제 같은 것 때문으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실은 일본 거류민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일본도 당시는 화장이 많지 않았는데 조선에 나와 죽으면 매장해서 묘지를 쓰지 않으려 했거든요. 그 일본사람들을 위해서 조선에서 화장을 합법화시킨 것인데, 조선이 갖고 있던 매장 전통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키는 것이 내적인 목표였죠. 여기에 1934년이 되면서 의례준칙을 만들어 명주나 비단으로 만든 비싼 수의를 쓰지 못하게 아예 못을 박아버린 겁니다.”

 

일제가 대신 강제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있는 삼베 수의다. 비단이나 명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대체재로 인식되었던 삼베 수의는 한국에서 대마 재배 등이 제한되면서 1990년대 초부터 급격히 비싸진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중국산 저가 삼베 수의다. 오늘날 장례식장에서 판매되는 삼베 수의의 99%는 중국산이다

 

일제 화장로 급격한 확산 까닭은

박 교수는 화장장의 확산과 함께 다시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화장로 문제도 제기했다.

 

화장문화가 일제시대에 도입된 것이긴 하지만 그 이후 수십 년간 정립된 국내 기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고급화 이미지를 가지고 2000년대 들어 새로 건립된 화장장에 일제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실제 2000년대 초반 충남 홍성군 이전 화장장 화장로 8기를 시작으로 일제 화장로가 잠식해왔다. 2001년 이래 현재까지 건립된 화장장의 화장로 설치현황을 보면 전체 26163개 화장로 가운데 75개가 한국에 진출한 2~3개의 일본 기업이 설치한 것이다. 단시일 내에 전체 46%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화장로의 수명은 보통 5~10년이다. 예를 들어 2009년 신설된 세종시 화장로는 10개가 모두 일제 화장로였는데 곧 교체주기가 다가온다. 굳이 기술 차이가 없다면 일본 회사 제품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임종을 집에서 맞는 것이 관례였다. 예전부터 고종명(考終命)’, 즉 집에서 편안히 죽는 것을 다섯 가지 복중 하나로 봤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서 보편화된 것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심지어 어깨에 차는 삼베 완장 등이 나온 것은 2000년대 초엽이다. 20년도 안 된 새로운 장례문화인 셈이다. 김시덕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대학에 장례학과들이 생기면서 장례업자들, 행정학·경제학·법학을 가르치던 사람들이 와서 깊은 연구나 고민 없이 일제가 강요한 습속을 고래의 전통이라고 가르치게 된 겁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수의는 생전에 입었던 제일 좋은 옷, 예를 들어 남자는 관복, 여자는 시집올 때 입었던 혼례복을 입혀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특히 2003~2004년부터 수의가 썩지 않은 조선시대 회곽분 묘지가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삼베 수의가 우리 조상의 전통이라는 주장이 깨졌죠. 장례업자가 삼베 수의 전통을 이야기하면 정신없는 상황에서 초상을 치르는 유족들은 그런가 보다하면서 무심코 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전통장례문화는 상술을 위해 발명된 전통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86세대의 자녀인 90년대생은 누굴 찍을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정국을 계기로 내년 총선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반일 및 북한 이슈, 경제 이슈 등이 한꺼번에 조국 대전으로 빨려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3년차까지 줄곧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던 여권은 청문회 정국에서 방어국면에 몰렸다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조국 대전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세대는 1990년대생인 20대다. 조국 후보자의 딸 입시 의혹에 대해 관련 대학에서 촛불을 들고 나선 일부 대학생들이 20대인 데다, 이 의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20대일 것이라는 여론 때문이다.

 

젠더 문제, 북한 변수 등에 민감

20대는 86세대의 자녀세대다. 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녀 대학 때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세대가 50대를 넘어가면서 보수화됐지만 이들 세대는 50대가 되어서도 진보적인 색채가 남아있는 첫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세대의 아들과 딸은 대부분 1990년대에 태어나 2010년대에 대학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20대다.

 

청문회 정국에서 논란이 된 조국 후보자는 86세대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다. 조국 후보자의 딸은 1991년생이며, 그의 아들 역시 1990년대생이다. 청문회 정국 이후 20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부모와 자녀세대인 86세대와 1990년대생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86세대와 1990년대생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세대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20대 이외의 세대는 같은 연령대에서 남녀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크게 없었다. 반면 20대는 남성과 여성이 같은 연령대로 묶을 수 없을 만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의 평균값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제공한 올해 1~6월 매월 정기조사 구간통합 테이블(6개월 합계,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을 보면 대통령 직무평가’ ‘정당 지지도’ ‘총선 후보 지지도’ ‘정치적 성향등에서 20대 남성은 보수적 성향, 20대 여성은 진보적 성향을 나타냈다. 리서치뷰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19·20대 남성(6개월 합계 514) 보수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46.8%, ‘진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30.7%였다. 20대 남성의 성향과 가장 비슷한 연령대는 60대였다. 60대는 이 조사에서 보수성향이 53.6%, 진보성향이 28.1%였다. 홍형식 소장은 몇 년 전에 20대 보수화 논쟁이 있었지만 20대와 60대가 의식이 같다고 보면 안 된다면서 “20대 남성은 젠더 문제뿐만 아니라 군복무와 관련이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자기 이해와 관련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0대 여성은 페미니즘 네트워크가 이전부터 형성돼 있으나, 20대 남성은 온·오프라인에서 체계화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아닌 동일 세대 남성의 집단적인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가 보수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정 평가, 정당 지지도 남녀 엇갈려

19·20대 여성은 20대 남성과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달랐다. 19·20대 여성(6개월 합계 315)은 보수성향이 23.9%, 진보성향이 54.9%였다.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진보 성향이 많았다. 20대의 부모 세대인 50(6개월 합계 1354)에서는 보수가 44.0%, 진보가 38.2%였다. 안 대표는 지난해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이 일 때부터 20대 남성의 생각이 20대 여성과 다른 결을 보이면서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경우 남성과 여성을 세분화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평가에서 19·20대 남성 중 34.8%잘함이라고, 62.0%잘못함이라고 응답했다. 전 연령대를 포함한 전체 평균 잘함’ 48.6%, ‘잘못함’ 47.3%과 비교하면 20대 남성은 직무평가에 아주 부정적이었다. 60대의 잘함’ 37.7%, ‘잘못함’ 57.0%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부모 세대인 50대에서는 잘함43.2%, ‘잘못함53.0%였다. 홍형식 소장은 “60대는 보수적 정치관 때문에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20대 남성은 여성권익 향상 정책을 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20대는 젠더 문제에 민감해 남성 역차별에 대한 반발기류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86세대의 자녀인 90년대생은 누굴 찍을까.

19·20대 여성은 문 대통령 직무평가에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과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20대 여성 중 잘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64.7%, ‘잘못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30.8%였다. 각 연령대 중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19·20대의 남성과 여성은 선택이 엇갈렸다. 20대 남성은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28.5%, 자유한국당 지지가 20.4%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 지지가 51.1%로 절반을 넘어섰고, 한국당 지지가 11.1%에 불과했다. 홍 소장은 “20대 남성들이 군복무 2년 이후 여성과 취업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연령대에서 남녀 간 대립적 구도가 형성돼 있다면서 때문에 젠더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 20대는 남녀 간 동질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도에 대한 전 연령대 평균은 민주당 지지 39.6%, 한국당 지지 25.2%였고, 부모세대인 50대는 민주당 지지 35.0%, 한국당 지지 27.8%였다. 정당 지지도에서 특이한 점은 19·20대 남성에 있어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지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대 남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21.0%에 이르렀다. 민주당 지지(28.5%)보다는 낮지만, 한국당(20.4%)보다는 높았다. 반면 20대 여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86세대의 자녀인 90년대생은 누굴 찍을까.

안일원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도 20대 남성은 유승민·안철수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면서 “20대 남성은 한국당과 민주당 같은 거대 기득권 정당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어서 제3정당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정의당 지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12.4%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당 지지 11.1%보다 높은 수치다.

 

20대 남녀가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공통적 특징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20대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데다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시대에서 매스(대중) 대신 철저한 개인의 시대를 누리는 세대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들은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3040과 다르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반일이나 정치적 민감 사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고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는 1990년대생 20대가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내년 총선에서는 40대와 50대 중반까지가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고, 60대 이상이 한국당을 많이 지지해, 양쪽 세대가 맞붙는 구도가 된다면서 때문에 승리의 조건은 2030대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양대 정당 대결 시 4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 민주당이 60%를 득표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20대 남성이라는 축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2030대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층이 얇다면서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가느냐 나가지 않느냐가 관건인데, 투표장에 나가면 민주당이 유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대의 정치적 선택은 투표장으로 나가지 않는 것과 투표장에 나가 민주당을 찍는 것, 아니면 제3당을 찍는 것 등 세 가지가 있다면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내년 총선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 무당층으로

정치권에서는 조국 대전20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갤럽의 85주 정기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조국 장관 후보자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서 1929세는 적절이라는 응답자가 23%, ‘부적절이라는 응답자가 51%였다. 전체 연령대의 적절 27%, 부적절 57%와 비교하면 적절부적절모두 더 낮았다. 뜨거운 찬성과 반대가 아닌, 냉정함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숫자로 또렷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대 남성들에게 조국 장관 임명 찬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보다 높은 것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오히려 조국 대전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더 중립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갤럽의 85, 4, 2주 여론조사를 비교해보면 민주당에서 20대가 일부 빠져나갔지만 한국당으로 가지는 않고 무당층·유보 등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2040세대가 한국당 비토 정서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기권성향이 나타날 수 있으나 보수가 재편되지 않으면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국 대전이 총선에서 20대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총선에서 부모세대인 86세대와 자녀세대인 1990년대생은 똑같은 선택을 할까,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까. 홍 소장은 조사를 해보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입시문제로 자녀들이 바쁘지만, 대학 이후 부모들과 정치적 의식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된다면서 때문에 86세대와 1990년대생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성향에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86세대가 1970년대생 후배에게 선배로서 영향을 미치는 커플링(coupling) 효과를 끼치고 있다면, 앞으로 86세대가 1990년대생에게 부모로서 영향을 미치는 커플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추론했다.

 

엄 소장은 “86세대가 민족주의-매스(대중) 중심-소셜미디어(SNS)라면, 90년대생은 자유주의-개인-온라인동영상으로 차별화된다면서 “1990년대생은 전면적인 ()꼰대세대로서의 세대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꼰대세대에 속하는 86세대와 반꼰대세대인 90년대생이 똑같은 선택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대는 어릴 때부터 50대 부모에게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50대가 자식들에게 계몽적인 훈계를 한다고 20대가 그대로 받아들여 똑같은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부모 86세대와 자식 20대의 연관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앞으로 (여론조사에서도) 세대 연구의 분석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정면돌파? 검찰 쿠데타? 조국 관련 압수수색을 보는 몇 가지 시선

 

함께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새삼 이채롭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달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을 받기에 앞서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의 ‘1호 사건수사 대상이 조국 후보자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만큼 검찰의 27일 압수수색(압색)은 신속하게, 전격적으로, 수사 상식을 깨고서 이뤄졌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압색을 한 전례는 찾을 수가 없다. 처음 보는 일이다. 압색 대상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곳이 거의 망라됐다. 속도와 강도, 폭 모두에서 이번 압색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치권이 난항 끝에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바로 다음날이라 파급력은 배가됐다. 누군가는 과장을 좀 보태 검찰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썼다.

 

기자단 공지)문의가 많아 답변드립니다. 오늘, 입시, 사모펀드, 부동산, 학원재단 등 관련 사건 수사를 위하여, A의전원, B대학교, C사모펀드, D학원재단 관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였음. 본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임. (특수2)

 

이례적으로 집에 머물던 조 후보자는 오후가 돼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명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에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했었다. 당혹한 청와대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고, 여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법조계에선 크게 두 가지에 주목했다. 우선 검찰 공지의 맨 끝에 있는 특수2. 그동안 명예훼손 사건을 주로 다루는 형사1부가 조 후보자 관련 사건을 맡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수사 주체를 인지부서로 바꾼 것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고발 사건을 인지부서로 재배당하는 일은 매우 드문 데 10여 개 고발 사건 전부를, 부패 범죄를 전담하는 특수2부로 재배당했다. 물론 윤석열 총장의 재가를 받아서다. 단순한 고발 내용을 넘어 ‘+알파를 밝히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드러난 대목으로 일단 해석된다.

 

게다가 8월 인사로 새로 부임한 고형곤(사법연수원 31) 특수2부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혐의를 전담 수사했다. 말하자면 대입 부정사건 전문가인 셈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고 부장이 특검 때 그쪽 수사를 아주 집요하고 깔끔하게 잘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4부를 제외한 특수1~3부 가운데 유독 특수2부를 콕 집어 이 사건을 재배당한 데는 이런 고 부장의 능력과 경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은 시점, 즉 수사의 속도다. 통상 압색이나 출국금지는 수사 액션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 안팎에선 적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검찰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빗나갔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래서 검찰의 의도가 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수사) 상식을 깨는 압색이라서 아침에 소식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일찍 발을 담근 것 아닌가 싶다”(검찰 관계자)는 반응이 나온 것은 검찰의 이번 압색이 기존 수사 문법을 완전히 파괴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농반진반,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당부대로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집권 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고, 그래야 권력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아주 공정하게-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청와대든 정부든 여당이든 그쪽에 대해서도 정말 공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라고. 그렇게 해야만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말씀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대로 따른 것인지, 다른 심모원려가 있어서인지는 당장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시점의 궁금증은 왜 하필 지금 압색에 나섰느냐로 모인다.

 

그에 대한 공식 답변은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 이유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공적 사안이라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서다. ()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료 확보가 늦어지면 사실관계 규명이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외 다른 사정은 없다.” 한마디로 수사 초기, 자료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검찰에는 때늦은 늑장 압색혹은 제한 압색으로 두고두고 두들겨 맞은 쓰라린 과거가 많다. 대충만 헤아려도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사건, 박근혜 정부 들어 정윤회 문건 사건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땅 특혜 매각 의혹, 특히 최순실 게이트수사 때 그랬다. 이를 모르지 않을 검찰 지휘부로서는 이왕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니 발 빠르게, 관련 자료가 인멸되기 전에 확보하자고 했을 수 있다. 순전히 수사 실무적인 판단에서라면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압색의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은 증거 확보 차원의 초기 액션에 불과하지만, 국민정서법상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의 낙인을 수반한다. 게다가 그 대상이 곧 자신들을 지휘할지 모를 법무부의 예비 수장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운 일종의 아이콘이다. 며칠 새 누더기가 되긴 했지만, 대통령의 신뢰도, 지지자들의 팬덤도 여전하다. 정치권이 인사청문회 일정에 거의 합의해가고 있었으니 검찰로서는 더 지켜봐도 무방했다.

 

이건, 당연히 총장(윤석열)의 결심이다. 윤 총장이 후배들 얘기에 약하긴 하다. ‘총장님, 이거 지금 확보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틀림없이 문제 됩니다라고 건의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결심은 총장이 한 거다. 그 생각이 뭘까. 윤 총장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검찰이 세게 나가면 문 정부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과 문 정부의 관계가 몹시 불편해질 거다. 나중 수사 성과에 따라 검찰에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조국 일가에서 구속자가 나오지 않고는 박수 못 받을 수사다. 탈탈 털어봤는데 아무 것도 없더라고 하면 면죄부줬다고 하지 않겠나. 게다가 조 후보자가 기어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해진다. 지휘권자를 수사한 검찰의 결론을 누가 믿겠나. 그러니 청문회 등 상황 지켜보고, 진술 내용 봐가며 해도 늦지 않은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들어간 것은 이쯤에서 그만 물러나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윤 총장을 잘 아는 선배 검사 출신 변호사)

 

총장을 하다 보면 자신을 임명해준 청와대(대통령)와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검찰총장의 숙명이다. 그런데 윤 총장한테는 그 시점이 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정면돌파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아닐까.” (전직 검찰총장)

 

물론 법조계 일부에선 약속대련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장면을 연출해 의욕은 과시하되 압색의 실질적 효과는 의도적으로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의 집과 사무실이 압색 대상에서 빠진 것을 주요 근거로 든다. “조 후보자를 살리는 길은 검찰이 끊어주는 법적 면죄부밖에 없다. 그런데 가장 많은 증거가 남아 있을 후보자 집과 사무실 등을 압색 대상에 넣지 않은 것은 겉으로 드러난 외양만큼 수사 의지가 있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검찰 출신 변호사)

 

어렵게 잡힌 인사청문회가 뜻밖에 맹탕이 될 개연성도 커졌다. 청문회에서, 특히 조 후보자는 물론 여당 의원들이 각종 의혹들에 대해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며 방어막을 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문회가 열리고, 재송부 요청 한 번이면 문 대통령으로선 합법적으로임명 절차에 들어갈 길이 열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쇼라고 하기엔 이날 압색으로 입은 조 후보자와 문 정부의 타격이 상당하다. “검찰 수사받는 주제에 무슨 법무부 장관을 하느냐는 야당의 공격에 한층 힘이 실렸다. “조 후보자의 집과 사무실을 압색 대상에서 뺀 것은, 수사의 에이비시(ABC)를 몰라서가 아니라 이 정도 할 때 나가라는 의미로 최소한의 예우와 강력한 경고를 한 것 아니겠냐”(검찰 관계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압색 계획을 사전에 보고한 것 같지도 않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만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사실이 어느 쪽이든, 문제는 압색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압색은 수사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일찍, 크고 장대하게 서곡을 연주한 모양새가 됐다. 수사 결과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높여놨다. 그만한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검찰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의 전격 압색이 정면돌파였는지, 약속대련이었는지도 수사 결과에서 드러날 일이다.

 

검찰은 당분간 압수물 분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압수물 들고 앉아 노려만 볼지, 사람을 부를지, 부른다면 누구부터, 언제 부를지 이 모든 게 주목받는 상황”(특수통 출신 변호사)이 됐다. 검찰은 청문회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증인이나 참고인의 진술도 수사팀의 모니터링 대상이다. 검찰이 갖고 있는 증거물과 맞지 않은 진술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증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청문회가 정치 과정을 넘어 수사 과정의 일부로 편입된 셈이다.

 

이처럼 예상 밖 압색으로 조국 정국에서 차지하는 검찰의 역할과 비중은 엄청나게 커졌다. 검찰이 심판자로 부상했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조국의 역설이다.

 

조 후보자는 오랜 기간 자신을 검찰 개혁의 유일한 적임자로 포지셔닝해 왔다.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검찰 개혁을 못 할 것처럼 말해왔다. 계속해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학생 1천여 명이 조국, 스톱을 요구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출근길에도 그는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무슨 신앙인처럼 보인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하시면서도 검찰 개혁을 완수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검찰 개혁이나 법무행정의 개혁은 우리 국민 전체의 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에 대한 따가운 질책 받아 안으면서 이 문제는 제가 계속 고민하고 추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826일 출근길, 기자들과 문답)

 

그런데 그가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정치 과정에 검찰이 깊숙이, 과잉 개입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물론 고발이 검찰 개입의 빌미가 됐지만, 조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국민의 60% 이상이 법무부 장관 부적격자(KBS·중앙일보 등 조사)라는 데도 그 자리에 연연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치 검찰을 개혁하겠다던 조국이 검찰의 과잉 개입을 불렀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1980서울의 봄당시 광화문 풍경을 떠올렸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초유의 일이라는 뜻에서다. 윤 총장과 가깝고 조 후보자와도 잘 아는 사이지만, 비판이 매서웠다.

 

이 정도면 광화문 네거리에 탱크가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군인이 아니다뿐이지 (압색이라는) 병장기를 들고나온 것 아닌가. 늘 유례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게 우리나라라지만, 이건 상상초월 그 자체다. 누가 이 시점에 검찰이 저렇게 나오리라고 예상이나 했나. 어쩌면, 누군가는 초임 검사 때부터 꿈에 그리던 상황이 온 건지도 모르지만.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권력(검찰)이 수권 권력을 타고 앉는 상황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저런 게 극단적으로 가면 검찰 파쇼가 되는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적극 개입한 마당에 국회 청문 절차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모든 시선이 다 서초동으로 쏠리고 있는데. 수사가 과했다든지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이건 조국 후보자가 낙마하든 살아남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검찰 개혁을 말하면서 직접 수사권을 존치하고,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전면·전진 배치할 때부터 제기된 우려가 금방 현실이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드리운 조국의 그늘이 예상보다 크고 길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역대 5위급강풍 동반한 링링서울서 제주까지 피해 속출

초속 52.5의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한 7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 보령에서 창고 외벽이 강풍에 날아가면서 70대 노인 1명이 숨졌고, 인천 공항철도 일부 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며, 강풍에 인천대교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전북 남원에서는 아파트 지붕 덮개가 강풍에 날아가 주차된 차량 10대를 덮쳤고, 전남 목포에서는 3t급 해상크레인선이 파도에 떠내려갔으며, 신안 가거도에서는방파제가 유실됐다.


제주 15708가구, 광주·전남 13947가구, 전북 240가구 등이 정전 피해를 봤다. 제주 13576가구, 광주·전남 1935가구는 다시 전기가 들어왔으나 나머지는 복구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13호 태풍 '링링'이 서해를 따라 북상 중인 7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500년 넘은 느티나무의 한쪽 가지가 강풍으로 부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이 드디어 밝힌 조국에 대한 최종 입장 (전문)

정의당은 조국후보자에 대해 국회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일관되게 말씀드려왔습니다. 그리고 거듭된 파행 끝에 열린 어제 하루 청문회는 참담하게 끝이 났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로 청문회장 밖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정의당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인사청문제도의 권능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무능에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정의당은 조국후보자 검증과정에서 국회의 시간과 국민의 시선을 세차게 흔들어 온 검찰 수사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청문회에 앞서 진행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검증 과정 내내 검찰 유출로 의심되는 정보와 자료가 자유한국당과 언론을 통해 노출되어 온 상황은, 후보의 적격성 여부를 넘어 사법개혁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검찰의 정치적 행위의 진의를 엄중히 따질 것이며, 사법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이번 검증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국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적나라한 특권사회의 모습은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주었습니다. 조국 후보자가 거듭 성찰하고 사과한 이유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조국후보자가 확고한 사법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스스로 초래한 신뢰의 위기를 딛고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입니다. 문재인대통령께서 꿋꿋이 개혁의 길로 나가신다면, 정의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개혁의 선두에서 험준고령을 함께 넘을 것입니다.

 

다만 조국후보자와 대통령께서는 최종 결정 이전에 후보자 부인이 기소까지 된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 어떤 선택이 진정 사법개혁을 위한 길인가 깊이 숙고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머나먼 고향(나훈아)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