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동산 특혜3법’이 “재건축 원활케 한 법”이라고?
기사가 한 줄도 없다” ‘#주호영23억’ 해시태그 운동
MBC 스트레이트 정책흔들고 부동산으로 돈벌고
부동산 정책 비판 집회 맞나..."'대깨문'들 애국시민에 사과하라"
'출세주의' 그대로 두고서는 '서울공화국' 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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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 잘못이 1도 없다
상준만 청ㅇ하대 의전.부동산약탈. 어용지식인. 검찰개혁. 대선을 말한다
그들은 92만원으로 한달을 산다
‘강남부동산 특혜3법’이 “재건축 원활케 한 법”이라고?[ 민언련 종편 일일모니터 ]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7월29일 종편에서는 출연자가 사실을 왜곡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한 부동산 3법 개정안을 옹호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위촉한 것이라 주장하며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어요. 출연자 본인이 언론인이면서 ‘언론’에 팩트체크를 요청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죠.
1. ‘강남 부동산 특혜 3법’이 “강남 지역의 재건축을 원활하게 한 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7월26일)에 따르면,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된 부동산 3법 개정안은 ‘강남 재건축 특혜법’ 수준이었어요. 해당 법안은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폐지, 초과 이익 환수제 유예기간 3년 연장, 재건축 조합원 3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데요. 조합원들이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허용하고,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도 면제해주고, 조합원이면 3채까지도 소유할 수 있게 특혜를 준 법이었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29일)에 출연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강남 특혜 3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이 “강남 지역의 재건축을 원활하게 한 법”이라고 주장했어요.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재건축을 여러 가지 규제로) 막고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니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고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진단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시장의 수요 공급 논리를 좀 아셔야 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어요.
그러나 YTN <뉴스가 있는 저녁>(7월27일)이 사실을 확인한 결과, 2014년 부동산 3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127명”, “이 가운데 49명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으며 재건축 대상인 30년 이상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의원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21명”이었어요. 법안 통과로 의원 상당수가 소유한 강남 3구 아파트 값이 폭등하기도 했죠. 즉,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개발로 인한 투기, 개발 폭리와 부동산 급등을 우려해 재건축을 막았던 거예요. 한마디로 김근식 씨 진단은 틀린 거죠.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29일) https://muz.so/ac4g.
▲ 7월29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2. 수사심의위, 윤석열 총장이 개입할 여지 없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검찰의 수사․기소과정 등을 심의하는 제도예요. 최근 이 제도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여부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계속 및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기도 했어요. 수사심의위원 명단과 구체적 운영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편파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을) 일방적으로 위촉하고 사실은 깜깜이라는 게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고 말했어요.
TV조선 <신통방통>(7월29일)은 추 장관 발언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어요. 추 장관 발언 중 ‘일방적 위촉’이라는 표현에 언짢았던 걸까요? 출연자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이거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검찰총장의 이름을 딱 빼고 ‘검찰총장 입김론’ 얘기를 하니까 마치 윤석열 검찰총장이 뭔가 여기에 개입한 것처럼 지금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그게 아니고 (수사심의위원을) 위촉한 사람은 문무일 검찰총장”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촉한 수사심의위원이 문제’라고 콕 집어 말한 적이 없어요. 수사심의위원 명단과 운영방식이 공개되지 않는 데서 오는 수사심의위의 맹점을 지적한 것뿐이죠.
최병묵 씨가 수사심의위원을 위촉한 사람은 문무일 검찰총장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위촉한 수사심의위원이 문제’라고 콕 집어 말한 적이 없어요. 수사심의위원 명단과 운영방식이 공개되지 않는 데서 오는 수사심의위의 맹점을 지적한 것뿐이죠.
최병묵 씨가 수사심의위원을 위촉한 사람은 문무일 검찰총장이라고 콕 집어 말하자, 진행자 윤태윤 씨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명한 풀단(수사심의위원), 바뀐 적은 아직 없는 것이냐?”며 사실 확인에 나섰어요. 최 씨는 “그 부분은 제가 확인을 못했는데 저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죠. 결국 최병묵 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언을 윤석열 검찰총장 비판으로 오인한 후, 윤 총장 취임 후 수사심의위원 구성이 바뀌었는지 여부도 모른 채 윤 총장을 감싸는 발언만 내놓은 거예요.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발언만 한 거죠. 누가 수사심의위원을 위촉했느냐와 상관없이, 수사심의위는 ‘비공개’라는 구조 자체로 비판받고 있어요. 마구잡이식 비판이 아니라 최소한의 근거를 갖춘 발언을 할 순 없나요?
→ TV조선 <신통방통>(7월29일) https://muz.so/ac3Z
▲ 7월29일 TV조선 ‘신통방통’
3. 최병묵 “‘추미애 펑펑 울었다’ 언론이 확인해달라”
7월27일 신평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어요. “들은 이야기”라는 단서를 달며 추미애 장관이 1985년 초임지를 춘천지법으로 발령받자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찾아가 펑펑 울며 “여성 판사에게 지방 발령은 부당하다”며 항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28일 법무부는 “허위사실에 의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29일 신 씨는 페이스북에서 “추미애 장관의 마음에 불가피하게 일으킬 상처를 좀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사과하면서도 “추 장관이 젊은 시절에 한 인사항의는 당시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어서 제 기억에 깊이 각인됐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요. 추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가서 울고불고 임지 부당성을 따진 게 아니라 오히려 그날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재차 반박했어요.
TV조선 <신통방통>(7월29일)은 신 씨 글을 주제로 대담했어요. 신 씨 스스로도 ‘들은 이야기’라고 밝혀 진위 여부도 알 수 없는 내용을 꽤 자세히 다뤘는데요. 최병묵 씨는 “신평 변호사가 설명한 걸 그대로 인용하자면 그 당시까지는 여성 판사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임지를 배정하는 특혜를 줬다고 한다”며 신 씨 주장을 그대로 옮겼어요. 그러더니 “그런 부분은, 제가 보건대 충분히 확인 가능한, 1985년이면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당시 근무했던 분들도 지금 다 있을 것이고, 충분히 확인이 되는 얘기라고 저는 본다”고 말했어요. 압권은 최 씨가 “언론에서 좀 그런 사실들을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거예요.
TV조선은 언론이에요. 최병묵 씨도 ‘TV조선 해설위원’이라는 직함을 단 언론인이죠. 언론이라면 사실 확인도 안 된 한쪽 주장만 그대로 전해선 안 되겠죠. 다른 언론에 사실 확인을 맡길 게 아니라, 해당 주제로 대담하는 TV조선과 발언자 최병묵 씨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어야 해요. TV조선을 언론으로, 최병묵 씨를 언론인으로 알고 있던 시청자 상당수는 최 씨 발언에 적잖게 당황했을 거예요.
→ TV조선 <신통방통>(7월29일) https://muz.so/ac4a
▲ 7월29일 TV조선 ‘신통방통’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29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출처 : 미디어오늘
“기사가 한 줄도 없다” ‘#주호영23억’ 해시태그 운동
2014년 ‘부동산 3법’ 찬성 의원들, 시세차익 막대하게 누려
MBC스트레이트 방영 이후 ‘#주호영23억’ 해시태그 캠페인
민주 김두관 페이스북 계기로 언론에도 ‘주호영 23억’ 등장
온라인에 ‘#주호영23억’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언론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시세차익에 주목하지 않는다며 이를 직접 알리겠다는 취지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민들이 부동산값 폭등으로 절규한다’며 정부를 질타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시세차익이) 자그마치 23억”이라고 저격하며 공론화에 힘을 보탰다.
주 원내대표 시세차익 문제는 지난 26일 MBC ‘스트레이트’ “집값 폭등 주범…2014년 ‘분양가상한제’ 폐지 내막 추적” 편을 계기로 불거졌다. 2014년 12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3년 유예 △재건축 조합원 3개 주택 허용 등 ‘부동산 3법’에 찬성한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의원들을 지적한 내용이다. 대부분 미래통합당 의원으로 3법에 모두 찬성한 재건축 수혜자들은 윤영석(9억1000만원→28억원), 이현승(10억8000만원→27억원, 5억8000만원→16억5000만원), 윤재옥(8억3000만원→15억원), 주호영(22억원→45억원, 새 아파트 2채 분양) 의원이 지목됐다. 그 외 김도읍·박대출·박덕흠 의원은 재건축 지역은 아니지만 강남3구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보도됐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맹비난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무려 22번이나 쏟아냈음에도 집값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며 “우리 서민들은 열심히 벌어서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 꿈인데 집값은 급등하고 대출은 막아 놓으니 ‘이생집망’이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어렵사리 내 집 한 채 마련하지 종부세와 재산세 폭탄을 퍼부을 뿐 아니라 양도세마저도 인상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집 가진 것이 죄인가”라고 주장했다. “정작 고위직 인사들은 노른자위 땅 아파트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려 국민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안겼다”고도 했다.
▲ 트위터에 공유되고 있는 '#주호영23억' 해시태그 관련 게시글들.
▲ 커뮤니티 게시물로 확산 중인 ‘#주호영23억’ 해시태그
MBC 보도 이후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눈에 띄지 않자 일부 누리꾼은 ‘#주호영23억’ 해시태그 운동에 나섰다.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류 매체 등 언론이 통합당 문제를 적극 보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시태그를 붙이기 시작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일각에서도 ‘#주호영23억’을 붙인 게시글들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언론에 ‘주호영 23억’을 대대적으로 등장시켰다. 김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MBC ‘스트레이트’ 보도가 충격이다. 결국 밝혀진 것은 집값폭등의 주범은 미래통합당, 시세차익의 수혜자는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라는 것”이라며 “반추해보자면 수도권 집값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그 원인은 2014년 말 새누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부동산 3법, 이른바 ‘강남특혜 3법’”이라고 주장했다. “강남 부자 돈벼락 안기가”라는 표현도 썼다.
▲ 7월26일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김 의원은 “‘강남특혜 3법’에 모두 찬성한 국회의원은 127명, 법이 통과되면 집값이 치솟을 강남 3구에 아파트가 있는 국회의원은 새누리 44명, 새정치민주연합 5명이었다. 30년 이상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가진 국회의원은 21명으로 전원 새누리당이었다”며 “통합당 의원 3명은 각각 19억, 11억, 7억을 벌었다. 국회 연설에서 ‘서민들이 부동산값 폭등으로 절규한다’며 정부를 질타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자그마치 23억이다. 뒤로는 집값으로 떼돈을 벌었지만 입으로는 서민을 팔았다. 6년 동안 73억원을 벌어들인 의원도 있다. 박덕흠 의원 사례는 국토교통위가 왜 젖과 꿀이 흐른다고 표현하는지 몸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런 체증 뚫리는 기사가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는 언론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했다. 김 의원은 “스트레이트가 다음주 2일 방송에서 부동산 폭등에 기여한 언론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보고 불로소득자에 빌붙은 언론의 실상을 똑똑히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부동산 정책 비판 집회 맞나..."'대깨문'들 애국시민에 사과하라"
[현장] 여의도에서 2차 조세저항 집회... "공산화·빨갱이·사회주의" 이념 발언 등 쏟아져
전직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은어) 여러분, 우파 국민과 애국 시민한테 맘속으로 크게 외치시고 행진하겠다. (이 자리에 온) 전직 대깨문들 손들어 봐라. 죄송하다고 크게 외쳐라. 진보 좌파에게 더 이상 속지 않겠다!"
1일 오후 4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모인 제 2차 전 국민 조세저항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을 마치고 집회 현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대로에서 더불어민주당사로 행진을 시작하기 직전, 단상에 오른 참가자가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을 행사 주최인 6.17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 대표로 소개했다.
"시진핑을 너무 사랑하셔서..." 김문수 등 보수 유튜버도 참여
▲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부동산 폭군 문제인을 끌어내자"는 팻말이 보인다. ⓒ 조혜지
▲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문재인 탄핵 8.15국민대회 팸플릿을 들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날 현장에선 정부의 6.17, 7.10 부동산 대책과 임대차3법에 반발한 다주택자와 임대업자들이 주로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을 강하게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40·50 세대들이 대부분이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부부나 부모와 함께 나온 20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 추산 2천여 명의 인원이었다.
각각 '임차인만 국민이냐 임대인도 국민이다' '목적은 세금뜯기 주특기는 소급입법'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섰다. 단상의 펼침막도 '중도금 및 잔금대출 원래대로' '등록주택 임대사업자 원안대로' '7.10폭탄 취득세 소급적용 위헌' 등 부동산 정책을 겨냥한 문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단상의 일부 발언들은 부동산 정책 비판에서 나아가 현 정부를 향한 이념적 비판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시민모임 대표는 코로나19사태와 안보 불안도 연설 주제로 언급했다.
"시진핑을 너무 사랑하셔서 코로나 달고온 중국인 수 만 명 들어오게 대문 열고 치료, 생활비에 수백억 씩 펑펑 썼다. 북한도 너무 사랑해서 우리 세금 김정은, 김여정에 못줘서 안 달이다. (중국) 중국과 북한에 바람난 이 대통령 어떻게 해야겠나."
"전국민 세입자 만들어 제 집 못가지게 하고, 배급받는 사회 만들려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밑그림은 공산화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파면하고 끌어내려야 한다. 무거운 종합부동산세, 장사하는 자영업자 목조르고 죽이는 악법이다."
▲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도 참석했다.
대표의 말 끝에 일부 시민들은 "중국인 오지마!" "문재인 빨갱이!" 등을 연호했다. 또 다른 발언자는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놓아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주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면서 "임대차3법을 계속 한다면, 헌법 소원을 할 것이고 헌법 소원도 안 된다면 문재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보수 유튜버들도 대거 참여했다. 김문수 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도 '김문수tv' 촬영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 시민모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민모임 대표와는) 광화문집회 때 봤다"면서 "내가 현장 발언을 오히려 하지 않는 게 좋다.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민 모임 대표는 "예전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김 전 지사는) 이날 집회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튜버는 자신의 차량에서 행진 구호를 이끌며 "문재인은 하야하라" "징벌세금 위헌이다"등을 외쳤다. 단상에 오른 한 유튜버는 "공산당은 원래 법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공산화 된 것 같다. 공산당들한테 뭘 요구할 게 아니라, 끌어내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폭군 문재인을 끌어내자'라고 적힌 스티커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차에 붙이라"며 나눠주기도 했다.
단상에 오른 또 다른 발언자는 부동산 정책의 배후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시 천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도 서울'을 사수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는 "8.15 광복절 집회 때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진격해 대한민국을 지켜야한다"고 외쳤다.
"공급 대신 수요규제 반복으로 아파트 값 올라"... 울분 토한 '명퇴' 참가자도
▲ 정부 규제 반대하는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책 비판에 초점을 맞춘 발언은 행사 마무리께 집중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 투표했다는 한 40대 남성은 명예퇴직 후 자영업자로 살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공급을 축소하고 수요 규제를 3년간 반복해 아파트값이 올랐다"며 현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이어 "살고 싶은 집은 가격이 10억 원씩 한다. 그런데 정부는 책임은 회피하고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2017년엔 임대사업자를 장려하더니, 하루아침에 제도를 철폐하고 자동말소 갑질 정책으로 세금을 수탈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외쳤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자신이 40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죄송하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절을 했다. 참가자들 틈에선 "회개하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경매를 통해 빌라를 구매했다는 한 임대업자는 임대료보다 종부세를 더 많이 내게 된 자신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나이 먹어 자영업 하는 게 힘들어 좀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이게 저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저한테 빌라를 팔아먹은 법원과 법인을 내준 국세청은 죄인이 아니냐"면서 "정부가 부자로 살면 안 된다고 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지난 7월 10일 조사에 따르면, 다주택자 종부세를 강화한 7.10 대책에 대해 찬성 36.0%, 반대 32.2%, 잘 모름 11.8%의 응답이 나왔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다(휴대전화 RDD 1,008명, 유선전화 RDD 255명,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2.76%P 최대허용 표집오차).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최대 문제점을 꼽는 질문에 일관성 없는 정책 방향(25.0%)이 제일 높았고, 주택공급 부족(18.2%)가 그 다음이었다. 부동산 세금 강화 정책에 대한 거부감(17%), 세금 부담(16.8%), 대출규제(11.3%)가 그 뒤를 이었다. 여의도 연구원은 여론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향후 추진해야할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감세를 통한 거래 활성화보다는 투기성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가 더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이따금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다. 마지막 퍼포먼스는 '국민 파면식'으로 마무리 됐다. 시민모임 대표는 헌법 조항들을 열거하며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자"고 외쳤다. 집회참가자들은 민주당사까지 행진을 마무리 한 뒤 당사에 주차된 차벽에 '민주당에 민주 없고 더불어에 더불어 없다'는 문구의 종이를 붙이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 정부 규제 반대하는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사까지 가두 행진을 벌인 후 항의 스티커를 붙였다. ⓒ 조혜지
조혜지(hyezi1208) / 오마이뉴스
'출세주의' 그대로 두고서는 '서울공화국' 깰 수 없다
[똑경제-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사람들이 서울로만 몰리는 진짜 이유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청와대·정부부처 모두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했다. 사진 왼쪽부터 국회의사장,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 오마이뉴스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잘난 사람은 다 서울로 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대체 뭐예요?"
지난해 경남 지역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를 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경남에 사는 청소년들은 성장하는 동안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로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꼭 서울로 가라"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한다. 지역에 남고 싶다고 하면 "네가 남들보다 뭐가 부족해서?"라는 말이 돌아온다. 심지어 지역 대학에 다니는 청년은 부모님으로부터 "네가 여기 남아 있으니 꼭 실패한 사람인 것 같아서 민망하다"는 말도 들어봤다고 했다.
한 청년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찾아내서 뭐라고 좀 해 주고 싶어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이후로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에게는 '어서 떠나라'는 압력이 일상이 돼 있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의문을 표한 것 중 하나는 왜 지자체마다 예산을 투입해서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밀어내는 장학제도를 운영하느냐는 것이다.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서 서울의 소위 '명문대'에 들어간 순서로 장학금을 주고, 서울에 지어놓은 장학관 기숙사에 들어갈 특전을 주는 식이다.
심지어 지역을 떠났다가 한참만에 귀농 등의 이유로 돌아오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주는데, 지역 안에서 진학하고,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거의 없다.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수도 있다. "아니, 잘난 사람일수록 서울로 보내는 것이 지역에도 더욱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그게 왜 지역에 도움이 되는 건지를 알 수가 없다.
그 차이는 바로 '출세'(出世)라는 개념에서 나온다. 이 개념에 대한 이해 차이, 즉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출세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데에 이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있다.
출세
▲ 서울대학교 정문 ⓒ 연합뉴스
최근에 일부러 여러 세대의 사람들에게 이 '출세'라는 말을 어떤 어감으로 이해하는지를 물어봤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 말을 긍정적인 것으로 쓰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출세해야지", "그래, 너도 이제 출세할 때가 됐지", "나중에 출세하면 잊지 말고 후배들도 챙겨주고 그래", 이런 식이다.
40대 전후 사람들은 대체로 약간의 조롱하는 투를 담아서 쓴다. "너 이제 출세했다 이거냐?", "그 선배 아직도 그렇게 출세하려고 애쓰냐?" 이런 식이다. 30대 이하의 세대는 어떨까? 출세가 긍정적인 말이었다는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출세주의자'라는 식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만 쓰이는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왜 이런 간극이 생겼을까? 본래 출세라는 개념 자체가 전근대적인 사회 작동 원리인 '정실자본주의'(情實資本主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살아오는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출세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명제가 모두 인정됐다. 첫째, 출세한 사람은 부와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 둘째, 출세하는 데는 집안과 친지와 학교 및 지역 사람들의 조력이 어느 정도 있었으니, 출세를 통해서 얻은 권한으로 얻게 된 것을 이들과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사업 기회, 투자 기회 등이 생기면 이를 적극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출세해서 그런 기회가 눈에 보이는데도 나누지 않고 원칙대로만 처리한다면 지극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다.
따라서 공부를 잘 해서 어떤 직위에 올라서 특정한 권한이 생긴 엘리트는 이를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친지, 학연과 지연 네트워크를 위해서 쓴다. 이를테면 고향 부모님이 "네 사촌 그 아이가 참 성실한데 취업을 못 해서 삼촌이 걱정이 많으시니 어떡하냐"고 하소연하시는 것도 들어 드려야 하고, 대학 동창이 "우리 같이 활동했던 OOO가 고생 많이 하다가 겨우 사업 하나 차렸는데 어떻게든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하는 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말을 소홀히 했다가는 일가친척과 동문들 사이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래서 사촌 취직자리도 소개해 주고, 동창의 사업체가 납품할 만한 데도 알아봐 준다. 이것이 바로 정실자본주의지만, 이 사람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질 리 없다. '나 정도면 충분히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도와주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자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는 동안 같은 조직 내에서 성실하게 일 하는 비정규직 또는 별도 직군의 직원이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임금을 받다가, 낙하산으로 밀고 들어오는 인사에 밀려서 이유도 모르고 해고된다는 사실까지는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 실력보다는 학연·지연으로 경쟁해야 살아남는 경제 구조 속에서 기업과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침식당하게 된다는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속한 진짜 공동체는 조직이나 국가가 아니라 '출세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해하고 보면, 지역에서 왜 청소년과 청년들을 공부 잘 하는 순서대로 서울로 보내며, 그들에게 각종 지원까지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면 지역 사람들을 취직시켜 주고, 사업 및 투자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지역으로 밀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울에서 오는 자원을 나눠서 먹고 사는 편이 지역 안에 있는 자원만 가지고 잘 살려고 애쓰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균열
<불평등의 세대>라는 책을 통해서 86세대의 사회 자원 독점을 화두에 올린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비판 지점도 같은 맥락이다. 한때 나라를 위해서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한 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퇴학과 수배, 고문까지 감수했던 86세대였지만, 그들에게도 출세주의 그리고 정실자본주의의 문화는 내재돼 있었다.
어느덧 민주화가 이뤄지고 언론과 대학, 정치권과 기업들의 권력 중심부에 그들의 '동년배', 그리고 '친구의 친구'가 즐비하게 됐다. 이 네트워크를 통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된 이상 일자리와 사업, 투자 기회들이 보이면 이 네트워크 안에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서 인턴·실습 기회들을 나누는 것도 포함된다.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왜 도덕성을 중요시한 86세대 안에서도 '미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까 의문도 이 지점에서 조금 풀린다. 출세한 '남자'가 누릴 수 있는 것 중에는 성적(性的)인 욕망을 풀 권한도 있다는 것이 암묵적인 상식이었던 것이다. "남자가 그러려고 출세하지, 뭐 하러 출세하겠나?"라는 농담이 한 때 별 거부감 없이 사용되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 욕망은 혼자 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출세로 획득한 '권한'을 이용해서 쉽게 풀면 성폭력이 되고 마는데, 그 사실을 어떤 사람들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출세주의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역할만을, 불편부당하게 수행해야 할 뿐이다. 일자리와 사업과 투자 기회 같은 것들을 공정한 절차 없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오히려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돌아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의 상식이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 취업 청탁으로 인해 국회의원, 금융지주 회장까지 재판을 받는 사례들을 보면 출세주의가 깨졌다는 신호가 선명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를 감지 못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방 도시의 기성세대들이 특히 그럴 것이고, 때문에 지역 청소년들을 성적 순으로 서울로 밀어 올려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허상
▲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우원식 총괄단장과 박범계 부단장,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와중에 서울의 부동산 값을 잡으려면 주요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지금까지 시도된 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삶의 질을 높였는지 아니면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교통편만 발달시켰는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이런 주장을 또 하는 것은 그야말로 포퓰리즘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그동안 나름대로 자구적인 재생 노력을 하던 지역들도차도 서울의 주요 시설 중 하나라도 '하사'받기 위해 서울만 바라봐야 하고, 출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먼저 정보를 얻은 사람들, 주로 출세 네트워크의 핵심에 닿으려고 노력해 왔던 사람들은 개인적인 이득도 볼 것이다. 이렇게 다시 출세주의는 강화될 뿐이다. 본연의 목표였던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서울'에 어떻게든 인맥을 대야 한다는 열망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주요 국가 시설과 대학, 기업을 싹 다 몰아서 어느 지역(예를 들어 세종시)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면 혹시 모른다. 서울의 위상이 지금보다 낮아질지도.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일까? 그 지역에 또다른 서울이 생겨나는 것이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 양태는 그대로 유지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사람은 서울이나 세종시로 보내라'는 식으로 변주가 약간 이뤄질 뿐이다.
따라서 공고한 '서울 공화국'을 깨트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기대 살아온 가치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지역 출신의 잘난 사람 하나를 높이 밀어올리려 하기보다는, 여기서 계속 살아갈 사람들이 내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희망
유일한 희망은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상당한 위기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와 달리, 적당하게 배분할 만한 여분의 일자리나 자원 따위는 거의 없다.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위로 올라갈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보편적 사회안전망 논의가 시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든 똑같이 누릴 수 있는 안전망이 생긴다면, 앞으로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 때 삶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의 경고를 분명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서울보다는 지방에서의 삶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가능한 삶,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삶, 공동체에 기여하는 소박한 삶을 지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마다 그런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만났다는 지역 청년들 중 상당수가 이미 '로컬 크리에이터' 등 이름으로 각자의 고유한 삶의 방식과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을 '멋지다', '힙하다'고 여기고 모여드는 청년·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서울 공화국'을 깨트리는 틈은 여기서부터 생겨나지 않을까.
그런데도 기성세대가 이들을 "서울의 대기업·공기업에 못 들어갔으니까 지방에서 저러고 있겠지"라는 식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려 한다면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에 필요한 정책, 제도, 자원 등을 책임지는 사람들일수록 출세주의에 젖은 채로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요 공직자들에게 있어서 서울에 아파트를 가졌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여받은 권한과 자원의 작은 부분이라도 출세주의에 따라서 쓰고 있지 않은지 제대로 감시하는 일이다. 한동안 그런 자정 과정을 거친 뒤에, 어느 세대의 사람이건 '출세'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낡은 세계와 작별할 수 있다.
황세원(joonchi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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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원가량의 빚을 재산 총액으로 남기고 떠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족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퇴직금만 받는다.12일 서울시에 따르면 3선 시장이었던 박 시장이 8년8개월여간 재직함에 따라 퇴직금은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개인정보사항이라 퇴직금 액수는 비공개지만, 시장 연봉이 1억2800만원으로 월 1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퇴직금은 한달치 월급에 재임기간을 곱해 약 900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은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8년 8개월간 서울시장에 재직하면서 오히려 빚이 늘었다. 지난 2011년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이듬해인 2012년 3월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 관보를 통해 순재산을 마이너스 3억1056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후 해마다 공개된 재산신고 명세에서 박 시장의 재산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재산을 마이너스 6억9091만원으로 신고했다. 8년 8개월 재임 동안 빚만 3억8000여만이 늘어난 것이다.
박 시장은 고향 경남 창녕에 본인 명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가액은 7596만원으로 신고했다. 배우자인 강난희 여사 명의로 2014년식 제네시스(2878만원)를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기존 2005년식 체어맨은 폐차했다. 자신의 차량은 없었다.
예금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로 1년 전보다 228만원 늘어난 총 4746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은 37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3만원 늘었다. 채무는 배우자 몫을 합쳐 8억4311만원을 신고했다. 박 시장은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의 집 한 채도 없이 종로구 가회동 공관에 거주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황망한 죽음
황망했습니다. 기자 역시 ‘박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연이라면 인연이 꽤 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어느 여름날 일요일, 서울 안국동 종로경찰서 맞은편 건물 2층에 있던 참여연대에서 ‘메리야스’ 차림으로 사무실을 지키던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있습니다. 소위 ‘지라시’로 돌던 ‘공소장 전문’이라는 출처 불명의 문건에 묘사된 그의 행위나 그가 보냈다는 텔레그램 문자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사이에 그는 ‘일중독’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사람 중 지독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여연대 문화사업 부문 간사였던 탁현민 대통령 의전비서관은 그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직후 정동에서 열린 북콘서트의 사회를 보며 농담치곤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강하게 디스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날, 광화문에서 기자와 자리를 함께한 전직 참여연대 간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박 시장의 가족”이라며 박 시장의 선택에 화를 내던 이 인사는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절대 장례식장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이 인사와 한밤중에 서울대병원 빈소를 방문했습니다.
실종과 자살 유력이라는 전언을 듣던 날 이후 일어날 후폭풍. 가늠이 안 됐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마무리를 박원순이 남긴 ‘유산’이 아니라 ‘숙제’라고 했지만 ‘공적 삶에 대한 끝없는 헌신’으로만 기록되던 이의 마지막에 드러난 다른 얼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는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난망한 일로 남을 것 같습니다.
7월 22일 열린 피해자 지원단체의 2차 기자회견은 유튜브를 통해 봤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실시간으로 달린 댓글은 대부분 피해자 지원단체와 피해자를 비난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다움’의 자격에 합당한 인물인가 의구심을 던지는 주장들입니다. 사실 그건 그동안 이런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되풀이돼온 공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비난입니다. 가치에 앞서 사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이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박지희 아나운서가 '뉴스공장 외전 더룸'에서 하차한다.
TBS는 28일 "8월 편성 개편을 앞두고 열린 TBS TV 편성위원회에서 박지희 아나운서 건도 함께 논의돼 최종적으로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공장 외전-더 룸'에 보조 진행을 맡은 박지희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공개된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과 관련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지희 아나운서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와 관련해 "4년 동안 그러면 대체 뭐를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너무 궁금하다"며 "본인이 처음에 (박 전 시장의)서울시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왜 그러면 그 당시에 신고를 하지 못했나, 저는 그것도 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2차 가해 논란이 일었고, 대중 간 설전이 오갔다. 이후 16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한 박지희 아나운서는 "피해 호소 여성을 비난할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찾아가서 말했으면 고통의 시간이 줄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1988년생으로 올해 나이 31세인 박지희 아나운서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름을 '박누리'에서 현재 '박지희'로 바꿨다. 2012년 수료 중이던 아나운서 아카데미 추천 전형으로 '문재인TV' 아나운서로 합격해 '문재인 TV'에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TBS에서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자격으로 일했다./ iMBC 이호영 | 사진 SNS 캡처
'박원순 의혹' 검찰 접촉→경찰 고소→사망…긴박했던 3일
김재련, 7일까지 검찰 고소 고려해
면담 거절되면서, 8일 경찰에 연락
종로구 서울경찰청 찾아 소장 제출
9일 새벽 1시30분까지 고소인 조사
수사기관 변경·시간 지연으로 공백
이 사이 유출 가능성 등 논란 커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전 비서 A씨와 변호인이 애초 이 고소장을 검찰에 전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의문이 생기고 있다. 피해자 측은 검찰의 면담 거절에 경찰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전달할 예정이었던 이 고소장이, 8일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전달돼 고소인 조사를 마친 9일 새벽에 이르는 2박3일간의 긴박했던 순간을 재구성해 봤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당시 고소장을 완성한 이후 검찰에 직접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었다. 이때가 지난 7일이었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을 완성한 후 서울중앙지검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에게 전화한다. A씨 사건에 서울시장이 연루될 정도로 중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을 챙겨 유 부장검사와 면담한 후 그 자리에서 고소장을 전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장검사는 김 변호사가 면담을 요청하자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면담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자리에서 피고소인을 밝힐 예정이었던 김 변호사는, 이때 유 부장검사에게 박 전 시장이 피고소인임을 밝혔다.
유 부장검사와 김 변호사는 이튿날인 8일 오후 3시로 면담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연루된 고소 사건임을 파악한 유 부장검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 저녁 약속을 취소한다. "일정 떄문에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유 부장검사가 김 변호사에 밝힌 약속 취소 이유다.
검찰과의 면담은 취소됐지만, 김 변호사는 예정대로 8일 오후 2시께 A씨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는 유 부장검사와의 면담이 거절됐음을 A씨에게 전한다.
그로부터 불과 30분가량 지난 2시28분께 이들은 서울경찰청 수사팀장에게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 무엇인가"라고 문의 전화를 걸었다. 검찰에 고소장을 전달하려던 기존의 계획을 수정해 경찰에 제출하기로 결정한 시점이 이 때로 보인다.
경찰과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와 A씨는 피고소인이 박 전 시장이라는 사실은 숨겼다. "서울시 고위 공직자를 고소할 것이니 서울청에서 직접 조사해달라"라는 게 김 변호사가 밝힌 당시 통화내용이다. 이후 이들은 직접 종로구에 있는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인 조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이뤄졌다. 김 변호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시각은 9일 새벽 1시30분께다.
이후 김 변호사는 9일 새벽에 마치고 나온 고소인 조사와 관련해 추가 의견서 등을 준비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다 박 전 시장의 실종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 접수처가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고, 중간중간 진행 상황이 서울시청과 수사기관에 흘러 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 유출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8일 오후 3시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것 있느냐"고 물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그보다 하루 전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한 사실을 인지한 유 부장검사 등이 모두 유출과 관련돼 있을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속한 서울시청과 검찰의 주요 관계자 등도 해당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피해자 측 대리인단이 수사 유출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사건 유출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서울시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대검찰청이 나서 서울중앙지검에 면담을 거부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시스]추상철 기자
서울시청 6층 사람들 "성추행 방조? 난 들은 적 없다"
시장실 등 20명 접촉... '침묵 모드'에서 입 열기 시작... 모두 방조 혐의 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조사 또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방조 의혹에 대해 고소인의 호소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고 유족 측의 요청으로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포렌식도 중단된 상태에서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고소인이 시장실에 근무하기 시작한 2015년 7월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근무한 공무원 20명과 접촉했다. 6층은 박 전 시장의 업무를 돕는 시장실,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 소통전략실, 정책보좌관실, 젠더특보실, 공보특보실 등이 모여있다.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3일 기자회견 이후 고소인이 박 전 시장의 성적 괴롭힘, 인사 고충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6층 사람들'의 추행 방조 혐의를 주장해왔다. 성폭력상담소는 16일 보도자료에서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함. 번번이 좌절된 끝에 2019년 7월 근무지 이동 후, 2020년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다"고 전했고,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기억하는 내용만 해도 부서 이동 전에 17명, 이동 후에 3명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6층에서 근무하는 시장 보좌진들은 40~50명에 이른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했던 20명이 고소인 측이 지목한 20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고소인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거나 시장 결재 때문에 수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관계로, 최소한 참고인 조사가 유력한 인물들이다. 일부는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시장이 기용한 별정직과 공채 출신의 일반직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사건 초기에는 취재에 잘 응하지 않던 이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고소인이 박 전 시장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그로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하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 또는 수사 국면에서는 엇갈리는 진술을 넘어서는 증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이 진행중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가 중단됐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이 최근 분석 중단을 요구하는 준항고와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고, 30일 서울북부지법은 "준항고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휴대전화를 다시 봉인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의 핵심 발언을 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김주명(2017년 3월~2018년 7월 비서실장)
"고소인이 불편해하는 낌새를 못 느꼈고, 심지어 (2019년 7월 시장실을)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몰랐다."
-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아느냐?
"고소인과는 올해 3월까지도 통화를 하는 사이였다. 그(고소인)는 시장실 최장기 근무자였고, 내가 아는 '최고의 비서'였다. 이 정도만 얘기하겠다."
△ 오성규(2018년 7월~2020년 4월 비서실장)
"비서에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비서실의 최고책임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 직접 얘기를 했겠냐. 2019년 11월 14일 안부를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후 내가 고소인에게 연락을 한 적도, 고소인이 내게 연락을 한 적도 없다. 지난 2월 시장실 데스크 여비서 2명을 순차적으로 바꿔야 할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때도 내가 고소인을 찾을 일은 없었다."
△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 A씨(남)
"하루 한두 번은 시장실에 들어갔는데, 지금 같은 얘기가 나올 줄은 까맣게 몰랐다. 고소인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 고소인의 직속상관 B씨(남)
"고소인이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 고소인이 근무하는 동안 데스크에서 함께 일했던 여비서 2명은 계속 바뀌었다. 당사자가 요청하면 바꿔주는데 고소인은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 혹시 상사가 남자라서, 어려워서 얘기를 못한 건 아닌가.
"다른 직원들은 나가겠다고 해서 바꿔줬는데, 왜 그 직원(고소인)만 얘기를 안 했을까? 그 친구로부터 (부서 이동을) 요청받은 게 없었다."
△ 별정직 공무원 C씨(시장실 떠난 후에도 고소인과 가끔 연락하고 만남)
"고소인이 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없다. 반대로 내 앞에서 자랑한 기억은 난다."
△ 일반직 공무원 D씨
"워낙 오랫동안 근무하다보니 박 전 시장이 고소인을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고소인도 근무기간 동안 서울시장의 비서로 일한다는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데스크는 9급이나 8급이 주로 맡아왔는데 7급으로 승진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 서울시 관계자(6급 이하 공무원 인사 담당)
"2월에 시장실로부터 (비서를 고소인으로 충원해달라는)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2018~2019년 서울시 행정1부시장)
"본부장 시절 박 시장의 결재를 기다리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소인이 시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밖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센스가 있었다.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고소인으로부터도 불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에서 28일 오전 서울시청을 출발해 국가인권윈회를 향해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신상 안 밝히면 미투 아니다? 이것도 ‘2차 가해’ [미투 그 이후의 삶]
16개 예시 항목 만들어보니
명예훼손·무고죄로 역고소 등 해당
가해 정의·징계절차 규정 필요성 대두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2차 피해(또는 가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차 피해의 패턴은 대체로 비슷하다. 성폭력 폭로가 끝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피해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피해자는 한 명인데 2차 가해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행해진다. 피해자들이 무력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2차 가해 행위에 일조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성희롱 구제조치 효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가 2차 피해 중 가장 흔한 유형인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나 소문 유포’에 대해 “2차 가해라는 인식은 하지만 징계 대상 행위까지는 아니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러한 행위에 대한 징계 규범이나 규율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직 구성원들은 대체로 스스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기보다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최근 2차 가해의 정의 및 징계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 자문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16개 예시 항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구성했다. ‘미투는 신상을 밝히고 하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 ‘사소한 성폭력 피해로 미투하는 건 과하다’, ‘가해자가 조직을 떠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된다’ 등이 항목에 포함됐다. 조소연 사무국장은 “이 같은 2차 가해 양상을 사회가 인지하고 주의함으로써,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의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피해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가중하기도 한다. 역고소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이 역시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무고죄 관련 검찰 통계를 분석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성폭력 무고 고소라는 2차 가해’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 고소 사건은 불기소(84.1%)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 사례도 5.9%로 극히 소수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성폭력 무고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인식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성폭력피해상담 분석 및 피해자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는 성폭력 역고소에 대해 “한국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이에 따라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2018년 한국 정부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형사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정지혜·박지원·배민영 기자
경향 사설]통합당 윤희숙 5분 발언에 시민들이 호응하는 이유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5분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혼자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자유발언을 했다. 경제전문가인 그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제가 지난 5월에 이사했는데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또 “4년 있다가 저는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며 “저라면 임대료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수십억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이라고 조곤조곤 여당을 비판했다. 윤 의원의 연설 동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서 널리 퍼졌다. 이에 자극받은 통합당 초선의원들이 4일 본회의를 위해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정쟁 과잉, 토론 부재’ 국회에서 모처럼 다른 모습을 보아 반갑다.
사실 윤 의원 발언 내용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건 통합당이 줄곧 주장해온 바이다. 여당이 상임위 축조심의를 생략했다고 하지만 20대 국회 때부터 논의돼 온 법안이라는 점에서 졸속이라고만 볼 건 아니다. 임차인을 자임한 윤 의원이 실은 최근까지 2주택 소유자였고 지금도 1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이라는 점 등 꼬투리 잡힐 소지도 있다. 국민 38%가 사는 전·월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을 속 시원히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 발언이 호평을 받은 것은 그가 접근한 방식과 태도 덕분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 원구성부터 7월 임시국회까지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부동산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두고 대안 없이 반대만 했다. 통합당의 이런 미필적고의를 타고 여당은 일방 독주했고, 국회 입법은 토론이 생략된 앙상한 거수절차로 전락했다. 결국, 윤 의원의 특별할 것 없는 정책토론에 반향이 인 배경에는 통합당의 비상식적인 대여 투쟁이 있는 것이다. 색깔론도 감정적 비난도 섞지 않으면서 정책문제 자체로 공감대를 찾고 유권자를 설득하려 한 윤 의원 연설에서 통합당은 길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 관련 법안의 경우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당의 강행 처리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당이 정기국회 주요 의제로 꼽는 권력기관 개혁, 행정수도 이전 등은 다르다.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작업이다. 여당은 야당과 대화해야 하고, 야당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윤 의원 사례가 생산적 국회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실련 "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만 509조 올라"
국토부 "아파트값 14% 올랐다" 주장에 경실련 "아파트값 상승률 52%" 재차 반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국토부 간 서울 집값 상승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1% 올랐다"는 지난 달 23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 후 경실련이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금 해당 통계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635조 원(34%) 올랐으며, 아파트값만 보면 509조 원(52%)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4%"라는 국토부 주장과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주장과 크게 차이가 난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제시한 통계의 근거가 없어 국토부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을 다시금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3년 서울 아파트값 52% 상승...상승액 509조 원"
경실련은 KB 중위매매가격을 기초자료로 서울 소재 아파트값과 서울 집값 변동률을 주택 유형별로 조사한 결과, 위 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경실련 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전체 주택 가격은 1863조 원에서 2498조 원으로 635조 원(34%)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은 982조 원에서 1491조 원으로 509조 원(52%), 단독 주택 가격은 682조 원에서 790조 원으로 108조 원(16%), 연립주택은 199조 원에서 217조 원으로 18조 원(9%)씩 각각 올랐다.
전체 주택 가격 인상을 아파트가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의 대상 주택 수는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 수는 350만 채다. 아파트가 162만 채, 단독주택이 107만 채, 연립주택이 81만 채다.
이들 주택의 매매 중위가격을 지표로 상승액을 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5억3100만 원에서 7억1300만 원으로 1억8100만 원 올랐다. 아파트 매매 중위값은 6억6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으로 3억1400만 원 상승했다.
단독주택은 1억100만 원, 연립주택은 2300만 원 올랐다. 전체 주택 가격 상승액 통계는 이들 각각 중위 매매가격에 유형별 주택수를 곱하여 산출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아파트값 상승률, 이명박-박근혜 8년의 2.1배"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전체 주택 가격 상승률(34%)과 아파트값 상승률(52%)은 과거 정부 8년간 상승률보다 크게 높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 3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의 주택 유형별 중위가격 차이를 비교한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년 12월~2017년 3월) 기간 서울 서울 전체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4억2600만 원에서 5억2700만 원으로 1억100만 원 올랐다. 상승률은 24%다.
집권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 34%보다 크게 적다.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률 격차가 두 정부(문재인/이명박-박근혜) 시기 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4억8100만 원에서 5억9900만 원으로 1억1800만 원(25%) 올랐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은 52%로 이전의 2.1배에 달했다.
서울 전체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4억2600만 원에서 5억2700만 원으로 1억100만 원 올랐다. 상승률은 24%다.
집권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 34%보다 크게 적다.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률 격차가 두 정부(문재인/이명박-박근혜) 시기 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4억8100만 원에서 5억9900만 원으로 1억1800만 원(25%) 올랐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은 52%로 이전의 2.1배에 달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09 조 원 올랐으며 상승률은 52%였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대희)
"국토부 근거 감정원 지수로 보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실정 더 도드라져"
한편 경실련은 국토부가 주택 가격 통계의 기준이라고 밝힌 한국감정원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경실련 자체 조사 결과(KB 중위가격)보다 문재인 정부와 과거 정부 간 상승률 격차가 더 크다고도 밝혔다.
국토부는 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자료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4%”의 근거로 제시해 왔으나, 통계법을 이유로 해당 통계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KB 중위값을 기준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5%였고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은 52%로 격차가 2.1배에 불과하지만, 감정원 지수로 상승률을 비교하면 각각 3%와 14%로 나타나 그 격차가 4.7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상승률 통계로 보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 집권기 아파트값 상승률 수준이 더 두드러진다는 소리다. 연간 상승률로 나눠 봐도 KB 중위값 지수로 두 집권기 상승률 차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3.1%와 문재인 정부 17.3%로 5.6배인 반면, 감정원 지수로는 각각 0.4%와 4.7%로 나타나 11.8배에 달한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감정원 지수로 문재인 정부 주택가격 상승률을 떼놓고 보면 그 수치가 높지 않게(14%) 나타나지만, 과거 정부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감정원 지수가 KB 중위가격보다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해명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더 강조한 꼴이라는 얘기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이 과거 정부보다 12배나 빠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라며 "정부가 시급히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아파트값 상황은 수습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기본적인 통계가 '조작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 없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국토부 통계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속적으로 국토부 통계 신뢰성이 낮다며 해당 통계의 근거 자료를 모두 공개해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취지에서 국토부 통계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상장기업, 조세피난처 장기거래로 ‘조세회피’
“매출 · 매입 거래 조정에 용이”
매출 · 수익거래에서 세금 낮춰
5천여개 표본, 12년 거래 분석
국내 상장기업들이 조세피난처 소재 특수관계자(종속· 관계회사 등)와의 장기거래를 통해 조세를 회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하는 ‘회계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소득이전과 조세회피’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이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와 매출·수익거래가 장기간(3년·5년 분석) 이뤄지면 조세부담이 낮아지는 등 조세회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도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단기거래에서는 조세회피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논문저자인 고종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를 이용한 매출·수익거래가 장기간 발생하는 경우 거래액 증가가 조세회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세피난처 거래가 갖는 경제적 실질을 추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세피난처의 조세회피와 관련된 선행 연구는 조세피난처 자회사 보유여부만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자회사 존재여부가 아니라 조세피난처 소재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이 포함됐다.
고 교수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과세소득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매출 감소나 매입 증가를 통해 가능하다”며 “일반거래 상대방과의 매출·매입거래를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용하면 관련 정보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고 매출·매입이 더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및 국외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전세계과세제도(worldwide tax system)를 채택하고 있다. 해외지점의 국외소득은 국내에서 즉시 과세되지만 해외자회사의 국외소득은 배당형태로 국내에 송금되는 시점에 과세된다.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의 외국납부 법인세는 크지 않기 때문에 모기업이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 소득을 해외에 유보하거나 재투자하는 방법을 통해 국내에 송금하지 않으면 국내의 법인세과세는 이연된다.
이번 연구에서 기업의 조세부담 은 매연도 당기 법인세납부액을 세전순이익으로 나눈 ‘현금유효세율’ 과 법인세비용을 세전순이익으로 나눈 ‘유효세율’로 측정했다. 장기분석의 경우 분석기간의 법인세납부액(법인세비용) 합계를 세전순이익 합계로 나눠 계산했다.
고 교수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박희진 경기대 교수와 윤성수 고려대 교수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서 현금 법인세납부액과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을 수작업으로 수집했다.
표본은 현금유효세율을 사용하는 경우 5087개, 유효세율을 사용하는 경우 5112개 규모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뒤 다주택자 급증, 입증됐다"
2009년 MB정부 조치 뒤 10년간 종부세 납부 분석
1주택자 89% 증가할 동안 5주택자 이상은 306% ↑
양경숙 의원 국세 분석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이후 다주택자들이 급증할 것이란 가설이 통계로 입증됐다.
2008년 종합부동산세 완화 조치 이후 10년간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가 89% 증가했지만 그에 비해 5주택 이상 소유자는 300% 이상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투기성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해 최근 10년간(2009∼2018년) 종부세(주택분) 보유주택수별 납세 인원·세액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정책이 투기수요 부채질 = 분석 결과를 보면 2008년 종부세 완화 조치 이후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종부세 주택분 납세 대상 인원(개인+법인)은 16만1901명에서 39만3243명으로 142.9%(23만1342명) 증가했다. 특히 종부세 납세자 중 3주택 이상 보유자 증가세가 가팔랐다.
주택 5채 이상 보유 인원은 2009년 1만9431명에서 2018년 7만8828명으로 305.7%(5만9397명) 늘었다. 주택 3채 보유 인원은 280.1%(2만9366명), 주택 4채 보유자는 247.0%(1만5848명)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주택 1채 보유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6만7391명에서 12만7369명으로 89.0%(5만9978명), 주택 2채 보유자는 5만8178명에서 12만4931명으로 114.7%(6만6753명) 각각 늘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종부세 약화되자 다주택자 급증 =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액도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주택분에 대한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은 2009년 1946억원에서 2019년 4432억원으로 127.8%(2486억원) 증가한 가운데 주택 5채 이상 보유분에 대한 세액이 161.4%(1106억6000만원) 늘었다.
주택 4채 보유분에 대한 세액은 207.5%(169억2000만원), 주택 3채 보유분에 대한 세액은 196.5%(309억2000만원) 각각 늘어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주택 1채 보유자에 대한 세액은 95.9%(351억5000만원), 주택 2채 보유자에 대한 세액은 83.9%(549억60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1주택자와 2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5주택자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했다. 전체 종부세 과세 대상 중 1주택자는 2009년 41.6%에서 2018년 32.4%로 줄었고, 이들의 세액 비중도 18.8%에서 16.2%로 줄었다.
2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9년 35.9%에서 2018년 31.8%로 줄었고, 이들의 세액 비중도 33.7%에서 27.2%로 작아졌다.
반면 5주택자 이상이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0%에서 20.1%로 급증했고, 이들의 세액비중도 35.2%에서 40.4%로 커졌다.
양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주택 투기 수요가 증가해 다주택자를 양산한 것이 확인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세제 강화는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부동산시장 ‘혼란 과장’…임대차법 때리기 나선 보수언론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세입자 면접 보고 자기소개서 받고 세입자 들이겠다.’ ‘실거주라고 속이고 내보낸 다음에 손해배상 하는 게 전셋값 못 올리는 거보다 낫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7월31일 전격 시행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큰 변화가 생기는 것과 함께 여러 논란도 일고 있다. 임대인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이번 개정이 임대인과 세입자의 ‘분열’을 촉발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격 급등과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규정하면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세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주임법 제정 41년 만에 처음으로 계약 갱신 관련 세입자 권리가 보장되는 ‘뉴노멀’을 임대인들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세시장 불안에 따른 세입자 피해를 과장해 이를 ‘악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임대인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악의적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계약 때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데 대한 세입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발표가 임박한 정부의 공급 대책이 일종의 보완대책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년으로 늘린 효과 크지 않은데 임대인 피해 과장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횟수를 1회로 제한한 이번 주임법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 효과를 낸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주임법 개정안 가운데 6년 보장안(2년+2년+2년), 9년 보장안(3년+3년+3년) 등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가장 소극적인 개정이다. 세입자의 중대 의무 위반이 없는 한 횟수를 정하지 않고 계약 갱신을 보장하자는 박주민 의원 발의안에 찬성해온 ‘주임법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이번 주임법 개정안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한다. 실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3.2년으로 이미 1회 계약갱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뒤에 이후 신규계약을 할 때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전세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입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과)는 “4년은 기존 계약 관행에 따라 세입자들이 평균 거주하던 3.2년에서 0.8년 정도 연장되는 수준이고, 임대료 인상도 영원히 못하는 게 아니라 4년마다 한번씩 시장가격을 회복할 수 있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도 많아서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에게 과도한 손해가 발생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세 전환 가속화된다지만 임대인들의 전환 여력은 간과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임법 개정안 표결 이후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싶다”고 발언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월세 부담 없이 전세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세입자들의 가장 큰 우려도 ‘월세 전환, 전세 실종’에서 나온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아파트 전세를 주고 있는 ㄱ(41)씨는 “5% 증액을 해야 한다면,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것보다 월세를 올리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다”며 “다음번에 갱신할 때 월세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갭투자가 성행해온 서울 전세시장 특성상 월세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상당 기간 서울의 주택 구매는 주택가격 100%가 아니라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였고, 갭투자를 할 때도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수억원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면 그만큼의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그럴 여력이 있는 임대인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서울의 주택 구매 절반(52.4%)이 갭투자(전세보증금 승계 거래)였다. 강남4구의 경우 갭투자 비중이 72.7%에 달했다.
전세가격 폭등과 전세 매물 잠김은 지난해 12월부터 예고
일부 언론에서 최근 전세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임대차 3법을 겨냥하고 이는 임대차 3법의 영향이 아니라 집값 급등에 따라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세 씨가 마른다’는 제목으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집중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강남권의 전세물량 소진과 전세가격 폭등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지난해 12월 송파구의 헬리오시티와 관련해 보도한 한 기사를 보면 “2018년 초 한달 200가구~300가구에 이르던 전세계약 건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달 평균 20건 안팎으로 줄었고, 11월과 12월에는 12건, 6건에 불과하며 12월에는 1만여가구 중 10가구 미만”이라고 적었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임대차 3법 시행 이전부터 경제지 등에서 “매매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금도 평균 전세가율에 맞춰 급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ㄴ씨는 “매물이 없는 건 연초부터 그랬고 임대차 3법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사실…공적 전세 등 필요
다만 보유세 강화,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 다른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있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킨 부분이 있는 만큼 보완책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보유세 강화 등으로 다주택자 등 임대인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고, 이걸 자기 소득에서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상이나 실거주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급격한 제도 변화로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기 신도시에 공공임대를 확대하고, 공공임대 입주 자격을 기존 소득 6분위에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교수는 “전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선호가 있는 만큼 공공주택에서 전세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공적 전세’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 전세’로는 기존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형태가 거론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택 구매자는 지분이 적은 만큼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주택을 구매하되, 이를 시장에 팔 때는 시세차익을 엘에이치와 지분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비 오는 날 당기는 막걸리 …19도, 11만원짜리까지
천상병 시인이 1991년 서울 인사동 한 주점에서 막걸리를 들이키고 있다. 막걸리 한 사발로 끼니를 대신하고 했던 그에겐 밥이 따로 없었다. [중앙포토]
.“이제 막 걸러서 떠납니다.”
긴 장마 속 편의점 판매 24% 늘어
밀주·밀가루·카바이드 흑역사도
보통 알코올 도수 6도, 센 건 19도
한 병 1만원 넘어도 2030에 인기
수출 최대 걸림돌, 15일 유통기한
지난달 27일 충남 태안 소원면의 소원양조장. 이곳의 이상협(56) 대표는 ‘막 거른’ 막걸리 2000여 통(개당 1200㎖)을 냉장 탑차 3대에 실었다. 그는 1940년부터 계속된 가업을 3대째 잇고 있다. 소원양조장은 태안군 유일의 양조장이다. 이 대표는 “8개 읍면에 양조장이 하나씩 있었는데, 1990년대부터 서서히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7곳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큰마음 먹고 2011년에 최신식 설비를 구축했고 그게 막걸리 붐과 맞아 떨어졌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프리미엄·칵테일 막걸리가 인기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기본 막걸리’가 단단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막걸리의 흥망성쇠·환골탈태를 말해준 것이다.
지난달 27일 충남 태안의 소원양조장에서 이상협 대표가 막걸리 발효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 대표는 1940년부터 계속된 가업을 3대째 잇고 있다. 그는 2011년 최신식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환기가 잘 되도록 높은 양조장을 지었다. 맨 아래 작은 사진은 70여 년간 양조장 역할을 한 한옥. 김홍준 기자
.# 흥망성쇠
지난달 29일 서울 시청 근처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확실히 막걸리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은 서울에만 50㎜의 비가 내렸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가 지난달 발표한 ‘비 오는 날 연관 음식’은 막걸리가 1위다. 2년간 1위로 군림하던 커피를 제쳤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중부지방의 경우 8월 둘째 주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40일이 넘는다. 평년 장마 기간은 32일이다. 비도 많이 왔다. 전국 월 평균 강수량은 6월 184.6㎜, 7월(28일 기준) 325.8㎜. 작년 6월 141㎜, 7월 215.8㎜보다 확 늘었다.
막걸리 판매는 어땠을까. 편의점 이마트24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24일~7월 23일)간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4.0%)·맥주(3.6%)·와인(2.8%)을 앞지른다. CU에서도 막걸리 매출은 23.6% 늘었다.
장마 때는 햇볕을 덜 쬐게 되면서 행복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일시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이때 당분과 탄수화물·알코올이 당기게 된다. 막걸리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마침 음식점에 막걸리가 배달됐다. 50대인 손님 A씨는 "막 거른 막걸리가 제맛"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구인 B씨는 "며칠 지나야 감칠맛이 돈다"며 맞받아쳤다. 이상협 대표는 "막걸리는 출하 2~3일 정도 지나야 최고의 맛을 내는데, 그 기간 미세하게 발효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남 태안의 소원양조장에서 지난달 27일 막걸리가 익어가고 있다. 막걸리는 같은 양조주인 와인·맥주와 달리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병행복합발효 과정을 거친다. 김홍준 기자
.막걸리는 쪄놓은 쌀 또는 밀의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동시에 이뤄지는 ‘병행복합발효’ 방식을 거쳐 만들어진다. 같은 양조주인 맥주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따로따로(단행복합발효)다. 와인은 아예 효모가 직접 과실을 발효시켜 제조 방법이 다르다. 때문에 일각에서 ‘라이스 와인’이라고 부르는 건 틀리다고 반박한다.
막걸리의 어원은 두 가지로 갈린다. 박정배 맛 칼럼니스트는 “『청구영언(靑丘永言·1728년)』에 '달괸 술 막걸러'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마구 거른 술’이란 뜻의 막걸리 초기 어형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지은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막걸리는 ‘이제 막(금방)’ 걸러진 술이란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일제 강점기에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는 술)를 금했다. 『막걸리를 탐하다』를 쓴 이종호 작가는 “가양주 600여 종 중 몇 개만 남고 맥이 뚝 끊겼다”고 했다. 그래도 막걸리를 만들었다. 밀주였다. 1995년에야 집에서도 막걸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게 부족했다. 박정희 정부는 쌀을 밥 지어 먹는 데 쓰자며 1963년에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만들게 했다. 조선 시대에도 흉작이 들면 금주령이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1977년에야 쌀 막걸리가 돌아왔다. 카바이드 파동으로 막걸리 이미지는 ‘마시고 나면 골 때리는 술’로 추락하기도 했다.
탁주 얼마나 만들었나.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냉장 유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2000년에 지역 판매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막걸리는 소주와 맥주에 밀리며 1980년대 초까지 70% 달했던 주류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반전이 일어났다. 일본에서 막걸리(마코리·マッコリ)가 건강에 좋다며 많이 찾았다. 국내에 막걸리 광풍이 불었다. ‘욘사마 막걸리’가 나왔다. 막걸리 CF가 방송을 탔다. 뮤직비디오(윤종신의 ‘막걸리나’)도 나왔다. 2008년 막걸리 내수는 13만㎘ 선이었지만 2011년 41만㎘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막걸리 열기가 식으며 계속 30만㎘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도 줄었다. 2008년 막걸리 수출액은 약 400만 달러. 2011년에는 5280만 달러를 찍었다. 최근 4년간은 1200만 달러 수준이다.
# 환골탈태
막걸리는 보통 알코올 도수 6도다. 끓여서 알코올을 날려 1도까지 낮출 수 있다. 모주(母酒)가 그렇다. 1도는 주류로 인정받는 도수의 하한선이다. 이상협 대표는 “적정 과정을 거쳐 거른 막걸리는 16도, 17도까지 나오는데, 그 이상은 균(효모)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가장 센' 막걸리는 ‘이상헌 탁주’로, 19도에 이른다.
값도 천차만별이다. 1000원대부터 11만 원(해창 롤스로이스)대까지 있다. 백화미인·봇뜰·삼양춘·이상헌 등 5000원~3만원 대도 포진해 있다.
전통주 전문 소개 플랫폼 ‘대동여주도’는 전통주 전문점 40여 곳의 판매 순위를 취합했다. 2019년 한해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는 지평 막걸리였다. 해창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복순도가 손막걸리(왼쪽부터)가 뒤를 이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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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점 백곰은 지난해 주점 내 판매량 1위가 이화백주라고 밝혔다. 복순도가가 2위, 해창막걸리가 3위에 올랐다. 이런 막걸리를 소비하는 계층은 주로 2030. 이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산의 한 주점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막걸리를 만취할 정도로 마실 것도 아닌데, 비싸지만 나만의 맛을 찾아 와인처럼 딱 한 잔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은 "전반적인 탁주·약주 시장은 부진해도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탁주 면허를 가진 양조장 800여 곳에서 만드는 막걸리의 종류는 1500개에 이른다”며 “탁주 면허는 증가 추세에 있는데,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이후 막걸리 출고량은 줄었지만, 출고액은 증가한 점을 들며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의 활성화 증거라고 덧붙였다.
기존 녹색병 대신 재활용하기 쉬운 투명 병으로 교체한 서울 장수 막걸리. 2020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을 받은 국순당 1000억 유산균 막걸리. 2019년 백곰 주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화백주. 알코올 도수 19도로 가장 센 이상헌 탁주(왼쪽부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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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긴 장마 속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알코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북카라반]
.그래도 대중주로 부르는 1000원대 제품이 막걸리 시장의 바닥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서울 장수막걸리와 국순당은 기존의 녹색병 대신 재활용이 쉬운 투명 병으로 전면 교체했다. 지평막걸리는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춘 뒤 2030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부활하는 ‘국민주’ 막걸리는 여러 약점도 있다. 길어 봤자 15일에 달하는 유통기한은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다. 세계무대에서 통할 마땅한 이름도 없다. 때문에 ‘코리안 사케’로 불리기도 한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감미료인 아스파탐과 일본 누룩인 입국 사용도 문제삼기도 한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 전통 지키기와 과학화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MZ세대는 워라벨 보장, 개인중시 등 이전세대와 달라"
기업 10곳 중 9곳은 MZ세대가 회사에 원하는 것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느꼈다. ‘MZ세대’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부르는 신조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최근 기업 451개사를 대상으로 ‘MZ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회사에 원하는 것이 다른지 여부’를 알아본 결과 88.2%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조사결과 MZ세대가 회사에 원하는 것 중 이전 세대와 달라진 것은 ‘워라밸 중시 및 보장 요구’(62.1%,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 우선(59%), 개인의 개성 존중 받기 원함(36.4%),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24.4%), 공평한 기회 중시(21.1%), 명확한 업무 디렉션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19.6%), 개인성장을 위한 교육지원 적극 요구(12.1%) 등이었다.
이에 따라 응답 기업 10곳 중 6곳(56.5%)은 MZ세대 인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이전 세대 직원과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서(79.2%, 복수응답)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존의 인사 제도로는 관리가 어려워서(23.9%), MZ세대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서(17.6%), MZ세대를 관리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12.2%) 등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주의가 강하고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함(67.8%,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불이익에 민감함(37.3%), 개성이 강하고 조직에 융화되지 않음(32.9%), 퇴사·이직을 과감하게 실행함(32.5%), 거침없는 언행(20.8%), 이전 세대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큼(15.7%) 등이었다.
반면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젊어서(37.8%, 복수응답), MZ세대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31.1%), 업직종 특성상 MZ 세대가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없어서(18.4%), MZ 세대에 적용 가능한 인사 제도, 문화가 있어서(17.3%) 등을 들었다.
한편 전체 응답 기업의 82%는 MZ세대 인재 관리를 위해 인사 정책이나 조직 문화상 변화시킨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추가 근무 지양 등 워라밸 보장(51.4%, 복수응답), 회식·워크샵 간소화 또는 철폐(33%), 복장 자율화(23.8%), 성과 평가 투명화(21.4%), 직급 체계 파괴(16.2%), 적극적인 교육 지원(15.9%) 등을 꼽았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
바다에 가서 하고 싶은 것 5위는 해수욕...1위는?
전북 고창군 구시포해수욕장. 고창군 홈페이지 캡처
우리 국민이 바닷가에 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실시한 2020 해양수산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바닷가(해안가)에 가서 즐기고 싶은 여가활동 중 1위는 ‘해산물 먹거리 관광’(3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해양경관 감상(28.1%), 유람선·크루즈 탑승(20.5%), 해안리조트호텔 체류(20.5%), 해수욕(19.5%), 레저 스포츠 활동(15.9%), 낚시(15.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바다’ 하면 떠오르는 해수욕이나 낚시 등의 활동보다는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연간 바닷가를 방문하는 횟수는 2~3차례(36.9%)와 1차례(26.8%)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5차례 방문한다는 사람은 12.6%, 6차례 이상 방문한다는 사람은 2.1%였다. 연간 1차례도 바닷가를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21.6%였다.
바닷가에 가서 머무르는 기간은 2~3일이 36.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1박(33.0%)과 당일(25.4%)이 이었다. 4~6박 머무른다는 응답은 3.2%였고, 1주일 이상 머무른다는 응답은 0.9% 였다.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수산물 1위는 오징어(15.0%)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고등어(12.4%), 김(11.4%), 갈치(7.7%), 새우(7.4%) 등이 이었다.
수산물을 주로 먹는 장소는 가정(56.9%)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뒤를 횟집(19.6%), 일반음식점(13.2%), 일식집(5.9%), 배달을 통해(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산물을 주로 구입하는 장소는 대형마트가 53.0%로 가장 많았고, 전통시장(21.8%), 도매시장(8.9%), 온라인쇼핑몰(8.9%), 동네 소형마트(5.1%)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3000명(응답률 39.4%)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김부겸 아내 눈물의 편지…“오빠 이영훈 교수 탓 남편 곤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 대표 후보가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의 부인 이유미 씨가 “큰오빠로 인해 남편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떠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큰오빠는 일본군 위안부의 성 노예화는 없었다는 취지가 담긴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로 논란을 빚은 이영훈 서울대 전 교수다.
4일 오전 김 전 의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김부겸 전 의원의 아내인 이유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김부겸 전 의원의 아내인 이유미입니다>
큰오빠인 이영훈 교수로 인해 김부겸 의원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떠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소연을 드릴까 합니다.
큰오빠가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제적이 되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형사들이 우리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오빠는 학생운동으로 투옥되어 재판을 받고 3년여간 옥살이를 했습니다. 남동생은 대학 졸업 후 美 문화원 폭파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2년여 옥살이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남편도 79년 가을에 친구였던 셋째 오빠의 소개로 만나, 82년 초에 결혼하였습니다.
저 역시 80년, 86년, 92년, 세 차례에 걸쳐 경찰과 안기부에 끌려갔습니다. 80년에는 연애할 당시입니다. 광주항쟁이 나자 서울대 복학생이던 남편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전국에 지명수배했습니다. 한은 대구지점에 다니던 저를, 애인이라며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나와 잡아갔습니다.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수건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두 명이 밤새 취조 했습니다. 한 명은 달래고, 한 명은 때렸습니다. 그중 한 명은 훗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경찰관입니다. 남편의 소재를 캐물었지만, 실제로 어디 있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그러자 서울로 압송해갔습니다. 저를 큰오빠의 신혼집 근처 여관에 가둬두고 도청 장치를 붙였습니다. 큰오빠 집으로 연락하겠다고 했던 남편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덫을 놓은 것입니다. 남편은 잡힐 뻔했지만, 큰오빠의 기지로 간발의 차로 도주했습니다. 다시 대구로 데려가 절 풀어주고는 한 달 동안 감시를 붙여 미행했습니다.
결혼을 한 후 86년 남편이 복학해 서울대 앞에서 백두서점을 운영할 때였습니다. 관악경찰서에서 나와 수시로 책을 압수해 갔고, 둘째를 가져 만삭인 저는 두 차례 연행되었습니다. 좌경용공서적을 소지, 판매했다는 죄였습니다. 당시 근처에서 광장서적을 하던 남편의 선배인 이해찬 대표님도 함께 연행되었는데, 대표님이 거세게 항의해주신 덕분에 며칠 만에 풀려나곤 했습니다.
마지막은 92년입니다. 남편은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 대변인실 부대변인이었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선실’이라는 할머니 간첩을 내세워 남편과 저희 가족을 간첩단으로 몰았습니다.
남산 안기부로 저와 저의 어머니, 남편을 잡아갔습니다. 이선실이 간첩임을 알고 있지 않았냐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몰랐다고 버티자, 사흘 만에 어머니와 저를 풀어주었습니다. 그때는 민주화 이후라 매질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앉은 의자를 발로 차는 등 폭력적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가끔씩 찾아오던 그 할머니를 만났던 제 친정어머니를 가혹하게 몰아붙였습니다. 남편은 재판 끝에 대부분은 무죄를 받고, 불고지죄만 유죄를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오직 남편이 하는 정치가 올바르다 믿고 뒷바라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저의 친정 오빠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를 당하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옛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릅니다.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 ‘부동산 정책 때문일까?’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매주 조사해 발표한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5개월 동안 약 45% 수준에서 대체로 안정되어 있었다(‘조국 대란’ 시기인 2019년 9월과 10월은 약 5%포인트 더 낮았으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후 원상회복됐다). 이 15개월 대안정기가 올해 3월에 끝났다. 3월 첫째 주에서 7월 셋째 주까지 20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결과는 좀처럼 보기 드문 궤적을 보여줬다(아래 〈그림 1〉 참조). 3월 첫째 주 국정수행 지지 응답은 44%, 반대 응답은 48%였다. 이후로 급격한 상승세가 10주 동안 찾아온다. 4월 셋째 주에 총선을 치러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5월 첫째 주에는 71%로 정점을 찍는다.
하락세도 상승세만큼 급격했다. 급하강기가 10주째 이어지고 있다. 7월 셋째 주 국정수행 지지도는 46%다. 정점이던 5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25%포인트가 빠졌다. 국민 넷 중 한 명꼴로 지지를 철회했다. 10주의 급상승기와 10주의 급하강기를 연달아 겪으며 롤러코스터를 탄 후에, 국정수행 지지도는 15개월 대안정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제기되는 설명 중에 가장 간명한 것은 ‘코로나19 효과 소진’이다. 이것은 10주 급하강기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이다. 진정으로 설명이 필요한 현상은 그 전 단계, 10주 급상승기였다. 이 급상승을 이끈 힘이 코로나19 대응 성공과 국제사회의 찬사였으니, 파티가 끝나면 제자리로 되돌아갈 숫자다. 그리고 파티가 끝났다. 이 관점은 〈그림 1〉의 좌우대칭 산봉우리 그래프를 꽤 잘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정부·여당이 만난 위기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여당 내에서는 이 상황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찮게 존재하는데, 지지율 하락의 속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 평가자들이 제시한 이유를 보면, ‘부동산 정책’을 꼽은 사람이 23%로 가장 많다. 부동산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지지 기반 붕괴를 부른 핵심 뇌관이었다. 부동산 폭등에 불만을 품고 노무현 정부 지지 블록을 이탈한 수도권 30·40대는 이명박 대통령 탄생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문제는 정권의 통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동시에 정권의 가치와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힌다. 집을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해놓고 다주택자가 줄줄이 포진한 정권, 윗세대는 빚으로 집을 사놓고 젊은 세대에는 대출을 막아서 자산 축적 기회를 박탈하는 정권이라는 비판이 간단치 않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누가 좀 더 손해를 보고 이득을 보는 문제를 넘어 자산 축적이라는 거대한 경쟁의 핵심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을 불공정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참가자들에게 줄 때, 이것은 민생 문제를 넘어 정권이 내거는 가치가 흔들리는 문제다.
민주당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가치와 도덕성에 손상을 입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 문제가 터진 후 일종의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른바 86 세대로 불리는 선배들과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이번에 박 시장 문제에서 처음으로 어떤 집단적 장벽이랄까 저항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다. 당내에서도 성추행 피해자의 관점에서 나오는 논의가 꽤 있었는데 그게 번번이 막혔다. 여기서 밀리면 젊은 시절의 가치가 통째로 부정된다는 느낌을 선배들이 받는 것 같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 당에서 젠더 문제가 세대를 가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여기에 더해 흥미로운 패턴 하나를 지목했다. “원래 전국선거를 크게 이기고 나면 승자 쪽으로 지지세가 한동안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 100일 정도 이런 효과가 지속되곤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아니다. 전국선거를 크게 이기고 거의 곧바로 지지율 추락이 시작된다. 이건 대단히 독특한 결과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래 〈그림 2〉는 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다. 역시 한국갤럽 정례조사 결과다. 지방선거는 6월 둘째 주에 있었고,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 주에 국정수행 지지도는 79%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략 이 정도 지지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선거 다음 주부터 바로 지지도 하락이 시작되어, 9월 첫째 주에는 49%까지 떨어진다.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지지도를 잠시 회복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연말에 45% 선으로 내려앉은 지지도는 이후 15개월 대안정기에 들어간다.
이 그래프는 〈그림 1〉의 10주 급하강기와 놀랄 만큼 닮았다. 첫째, 거의 매주 지지도가 떨어지는 강력한 하강세를 보여줬고, 낙폭도 비슷하다. 2018년 1차 급하강기에는 30%포인트가 떨어졌고, 2020년 2차 급하강기에는 25%포인트가 떨어진 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둘째, 2018년에는 선거 대승 1주 후부터, 2020년에는 선거 대승 4주 후부터 하락세가 바로 시작됐다. 100일 정도는 누린다던 선거 승리 보너스가 사라졌다. 2018년 1차 급하강기에는 최저임금 정책이 원인으로, 2020년 2차 급하강기에는 부동산 정책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정한울 전문위원은 이게 그렇게 중요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 정책에 대한 불만은 하락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는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는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유권자가 선거 결과로 보내는 메시지를 집권 여당이 두 번 다 잘못 수신한 게 아닐까?”
총선 압승, ‘이념 이슈’ 전면 승인 아닐 수 있다
이런 얘기다. 유권자 차원에서 ‘야당 심판 투표’는 존재한다. 선택 가능한 대안 둘 중에 야당 쪽이 명백히 더 나쁘면, 유권자는 정부에 불만이 있더라도 여당을 찍는다.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 두 차례 선거는 ‘야당 심판 선거’ 속성이 강했다. 그런데 이 결과를 정부·여당이 ‘압도적 지지와 전면적 승인’으로 해석해버리면, 즉 중도층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거나 ‘이념 이슈’로 간주하는 의제들까지 전면 승인을 받은 것처럼 행동하면, 이들 유권자는 국정 지지 철회로 경고신호를 보낸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이후 이런 상황이 되풀이해 일어나고 있고, 마침 당대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최저임금과 부동산이 이런 경고신호를 내기 위해 불려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율이 빠졌다”와 “경고신호를 주고 싶어서 부동산 정책이 불려 나왔다”는 서로 배타적인 해석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면서 하강의 폭을 더 깊게 만들었을 수 있다. 부동산 때문에 빠지고, 빠지고 싶어서 부동산을 불러낸다. 위기가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전형적인 경로인데, 이럴수록 대책을 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때문에 빠지는 사람’만 보다 보면, ‘빠지고 싶어서 부동산을 불러내는 사람’을 놓친다.
21대 총선이 치러진 4월15일 저녁 국회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상황실에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이해찬 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야당이 여전히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이유로든 정부·여당에 보내는 경고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와 가장 닮은 정치 구도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인 2011년에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은 높아지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여야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축적된 불만의 에너지는 9월 이후 ‘안철수 현상’으로 폭발했다. 계기는 10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제 8개월 남았다.
구도가 유사하다고 상황까지 닮은 건 아니다. 지금은 2011년이 아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은 당시 이명박 정부보다 넓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4년 차 2분기부터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아래로 떨어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현재 집권 4년 차 1분기를 지나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레임덕 징후도 아직 없다. 2011년 한나라당보다는 2020년 민주당의 상태가 단연 안정적이다. 2011년의 민주당보다 2020년 미래통합당의 상태가 더 취약하기도 하다. 2011년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선전으로 기사회생한 상태였지만, 2020년 미래통합당은 전국선거만 4연패 중이다. 그럼에도 전국선거와 이어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정부·여당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민주당의 우위 구도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하지만 ‘180석 승리’가 보여준 압도적 인상만큼은 아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경실련 "윤희숙 레전드 연설? 말도 안되는 얘기에 박수라니"
임대차 3법 방향은 맞지만 허점 있어
세입자 보증금 의무 보증제도 필요
전세가 월세 된다? 얼토당토 않은 주장
전세 임대인, 큰 돈 없어 월세 못 놓는다
정부 추가 공급대책, 집값만 올릴 뿐?
가격 낮은 아파트 꾸준히 공급돼야
김헌동(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계획본부장
◇ 김현정> 그런데 윤희숙 통합당 의원, 이분도 전문가, 부동산 경제 전문가신데 이분의 5분 연설 들으면.
◆ 김헌동> 저는 그분이 부동산 전문가고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는데, 그걸 또 박수를 친다는 것 자체가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 부동산과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이 우리 대한민국에 정말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전세 놓는 분들이 월세로 돌리려면 그 목돈을 빼줘야 되는데, 그럴 여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는 걸 근거로 제시하는 거군요.
◆ 김헌동> 그러면 이미 월세를 놨지 왜 손해 보는 전세를 놨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빠진 건 뭐냐 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는 월세를 다 놓지 왜 전세를 놨냐 하면 돈이 부족해서고.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 입장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전세 보증금을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고 집주인이 집값이 떨어져서 깡통 전세가 되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의무 보증제도를 도입해서 집주인은 남의 돈을 무이자로 공짜로 사용하는 대신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야 되는데 그건 또 빠져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문제라고 보시는 거군요.
◆ 김헌동> 그렇죠. 지금 세를 사는 사람은 전세금 1억 더 올려주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자기가 맡겨놓은 5, 6억을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고 집주인이 무슨 일이 생겨도 보험회사나 보증회사로부터 100%,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그 장치가 가장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 소중한 장치인데.
◇ 김현정> 그게 빠졌다. 그건 왜 빠졌을까요?
◆ 김헌동> 검토도 잘 안 하고 지금 임대사업자 집을 100채, 200채 가진 분들이 그런 분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지금 200~300세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200세대~300세대에서 전세 살고 있는 분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고.
◇ 김현정> 다 그런 경우에는 소송 걸거나 그냥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 김헌동> 기다려야 되거나 손해를 보거나 .
◇ 김현정>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소위 튀는 경우가 많아요?
◆ 김헌동> 있습니다. 지금 집값이 계속 오를 때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집값이 하락하거나 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수백 채 가진 사람이 어디로 사라지면 지방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고 최근 몇 년간 그런 일이 많이 발생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장치가.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면 2+2. 4년을 세를 주고 나서 집주인들이 신규 세입자를 구할 때 전세를 혹은 월세를 대폭 올릴 가능성,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김헌동> 그거는 지금 지난 4년 동안 집값이 10억짜리가 16억이 되고 20억이 되고 이렇게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10억일 때는 5억에 빌려줬지만 20억짜리가 되니까 더 받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 김현정> 그렇겠죠.
◆ 김헌동> 그럴 때는 그런 가능성이 있지만, 집값이 안정적으로 가거나 하락할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집값이 10억 가던 게 6억 떨어지니까 전세금 5억 받았던 게 더 받기는커녕 되돌려줘야 될 형편이 생겨서.
◇ 김현정> 그때는 공급이 넘쳤으니까 전세 사는 사람이 적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하락했죠.
◆ 김헌동> 그럴 때는 그런 가능성이 있지만, 집값이 안정적으로 가거나 하락할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집값이 10억 가던 게 6억 떨어지니까 전세금 5억 받았던 게 더 받기는커녕 되돌려줘야 될 형편이 생겨서.
◇ 김현정> 그때는 공급이 넘쳤으니까 전세 사는 사람이 적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하락했죠.
◆ 김헌동> 그러니까 전세금이라는 것은 가수요가 없습니다. 집은 100채, 200채 사재기를 하지만 전세는 자기가 10채를 빌려다가 한 채 쓰고 나머지를 빌려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수요가 전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서 함부로 자기가 올리고 싶다고 해도 주변에 있는 가격이 높지 않은데 어떻게 올립니까?
◇ 김현정> 자, 그러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늘 아마 오전 중으로 발표될 그 공급대책, 과연 잘 작동을 해서 4년 후에 괜찮을 것인가 안 괜찮을 것인가를 내다보는 것으로 이어지네요.
◆ 김헌동> 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오늘 발표되는 공급대책은 과연 누가 원해서 나오는 대책인지, 왜 발표를 하는지. 저는 발표해도 집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만 더 크다.
◇ 김현정> 네? 무슨 말씀...
◆ 김헌동> 왜 그러냐면 지금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더 늘려준답니다
◇ 김현정> 재건축, 재개발.
◆ 김헌동> 그러면 재개발, 재건축 단지 아파트 값이 더 뜁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은 곳에다 집 아무리 지어봤자 공급대책이 안 된다 해서 이번에 대책 나오는 거잖아요.
◆ 김헌동> 그게 잘못된 것이죠.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서 신도시나 어떤 아파트가 지어지면 누구나 다 분양을 받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하지. 수요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지금 서울시내 아무 데나 지어도 서울시내 강·남북 전체 아파트 값이 평균적으로 50%가 올랐습니다. 너도 나도 매물이 나오면 사려고 하는 판인데. 이유가 뭐냐면 집을 사두기만 하면 다 이익을 봤다고 하니까. 집을 안 사는 사람은 계속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아니, 내가 투기를 하려고 집 사는 게 아니라 난 무주택자인데 어떻게든지 3년 전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산 내 동료는 집도 마련하고 심지어 그 집값이 오르기까지 하는데 나는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있고 나는 계속 전셋집 떠돌고 있고 이 생각하면 속들이 터지니까 다시 영끌 해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 사자. 지금 이런 분위기예요.
◆ 김헌동> 지금 그런 분위기를 이 정부가 만들어 놨습니다. 그래서 공급을 하되,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헌 아파트 값의 50% 가격에 계속 공급이 꾸준히 된다면 헌 아파트 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 김현정> 공급을 하되 가격에 제한선이 있어야 된다.
◆ 김헌동> 가격이 낮은 게 나와야 되죠.
◇ 김현정> 낮은 게 충분히 공급이 돼야 된다.
◆ 김헌동> 그렇죠. 그런데 논밭에다 아파트를 짓게 허가해 준 이유는 새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기존 주택 가격의 한 30~40%에 계속 공급하라, 하고 논밭에다가도 집을 지을 수 있게 하고 국공유지에다가도 집을 짓고 태릉골프장에도 집을 짓는 것이, 주변 시세와 갖게 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분양을 하면 공급효과가 하나도 없습니다.
◇ 김현정> 핵심은 공급이 있되, 그 공급되는 아파트 가격이 주변보다 낮아야 한다.
◆ 김헌동> 낮고 좋아야 돼요.
◇ 김현정> 그런데 낮게 줘도 금세 또 오르지 않아요?
◆ 김헌동> 안 그렇습니다.
◆ 김헌동> 낮게 주는 것이 계속 꾸준히 나오면, 새 아파트가 계속 헌 아파트 값의 50%에 나온다면 헌 아파트 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죠.
◇ 김현정> 그런데 보면 말입니다. 사실 LH에서 그런 아파트들 많이 지었어요. 그런데 한 번 손갈이 될 때마다 주변 시세하고 똑같이 올라요. 그거 어떻게 막습니까?
◆ 김헌동> LH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논밭 300만 원짜리에다가 600만 원짜리를 지으면서 1000만원에 분양을 했습니다. 강남에, 그러니까 강남 30평짜리를 3억에 분양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LH가 얼마에 분양하냐면 7억에 분양합니다. 그래서 폭리를 취하고 분양 원가 자료를 좀 공개하라 했더니 공개를 안 하고 소송을 하랍니다.
그래서 경실련에서 지금 소송 중입니다. 그러니까 공기업이 시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고. 그다음에 민간 건설업자들은 아예 분양가를 제멋대로 책정해서 강남에서 30평짜리 아파트를 이명박 때 3억에 분양한 옆에다가 20억에 분양하고 있습니다, 7배씩. 그런 아파트가 아무리 많이 공급된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3억에 분양받았던 아파트까지 다시 끌어올려서.
◇ 김현정> 그렇게 되고 있거든요.
◆ 김헌동> 지금 그렇게 되게 만든 게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말로는 집값을 안정시킨다, 잡는다고 해 놓고 뒤로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서 임대사업자가 집을 200채, 300채, 500채를 사게 했고 그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받았고 대출은 80%까지 늘려줘서 투기 세력을 양성시킨 정책을 썼기 때문에.
◇ 김현정> 자, 그러면 대안을 좀 찾아봐야 될 텐데요. 공급을 하되 싸게 공급을 하고 유지가 돼야 된다, 그런 시그널이 확실히 나와야 된다는 말씀이신데. 그러려면 장치가 필요하겠네요. 손갈이할 때마다 값이 뛰는 이런 걸 막을 수 있는.
◆ 김헌동> 그러니까 분양가 상한제를 법에다 넣어야 됩니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를 김현미 장관이 지정하는 핀셋으로 찍는 데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한 군데도 지금 이 정부 들어와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안 됐습니다. 이제 다음 달부터 됩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내리려면 입법을 해서 법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집값을 안정시킨 분양가 상한제 전국 확대, 전면 실시. 그다음에 이제 분양 원가 공개입니다. 공기업부터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손해 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폭리는 못 취하게 막아야 한다, 말씀하시는 거예요.
◆ 김헌동> 그렇죠. 적정한 이윤만 남겨라. 그다음 우리가 주장하는 게 건물만 분양해라, 불필요하게 토지까지. 아파트는 자기 땅이 어딘지도 잘 모르는데 건물만 분양하면 된다. 그리고 역세권 개발이나 지금 경기도에 이재명 지사가 얘기하는 기본주택. 30년, 50년 아예 들어가서 장기 전세를 살아라. 이런 주택들이 공급된다면 그런 것들이 어울려서 공급 시스템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으면 집값 못 잡습니다.
◇ 김현정> 지금 제일 많이 들어오는 청취자 질문이, ‘그런 데가 로또 될 겁니다.’ 이러시는데. 로또가 되게 많으면 되겠네요. 그럼 주변이 떨어지겠네요?
◆ 김헌동> 그렇죠. 로또가 너무 많아서 다 로또를 맞았습니다. 이미 강남에 분양을 받았거나 70년대, 80년대, 90년대까지 과거에 분양받은 사람들은, 지금 이낙연 전 총리는 99년에 2억에 샀던 아파트가 작년에 22억 돼서 20억을 벌었습니다. 지금 국회의장께서는 2000년에 8억 하던 아파트가 58억이 됐고.
◇ 김현정> 그냥 가지고 있는데 올라가는 거예요. 사고팔아서가 아니라.
◆ 김헌동> 여당 원내대표는... 아니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정부와 관료가 자기들 집값 올리는 것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우리가 원인이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까 이 사람들이 다주택자가 40%. 집을 자기들은 여러 채 가지고 있으니까 집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를 계속 썼기 때문에 그걸 로또라고 합니다. 지금 만약에 한 채 받는 사람이 몇 억 버는 걸 로또라고 해서 건설업자가 1000가구, 공기업이 1만가구 분양하는 걸 다 그쪽으로 돈이 가게 하면 그 사람들은 대박을 터뜨리겠죠.
◇ 김현정> 제 질문의 요지는 뭐였냐면 평당 3억 하는 아파트를 서울에다 공급을 했어요. 그러면 거기만 그냥 로또가 될 뿐이지 주변 시세가 안 움직이면 소용없잖아요.
◆ 김헌동> 그렇죠.
◇ 김현정> 같이 내려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 김헌동> 같이 내리는 것은 주변 시세를 내리게 하는 건 세제. 그다음에 새 아파트가 계속 싸게 꾸준히 나오면 헌 아파트를 쳐다도 안 봅니다.
◇ 김현정> 꾸준히 계속 지을 데가 있어요?
◆ 김헌동> 있었죠. 70년대부터 2000년까지 30년간 집값이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000년에는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평당 900인데도 미분양이 70%였습니다.
◇ 김현정> 그때 미분양이었어요.
◆ 김헌동> 2억도 안 됐어요. 그게 바로 20년 전이고 이명박 정부 때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강남의 3억짜리 아파트가 자꾸 나오니까 경기도에 5억에 분양하는 아파트가 한 채도 팔리지 않습니다. 강남에 3억에 분양하니까 강북에 4억에 분양해도 잘 안 삽니다. 그다음에 집을 산 사람 집값이 다 절반으로 떨어져버립니다. 이명박 때는 미분양이 200만 채가 됐어요.
◇ 김현정> 그때는 IMF 터지고 이런 사태들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제2, 제3의 IMF... 경기침체?
◆ 김헌동> 아닙니다.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고, 집값이 떨어져서 무슨 경기침체가 오는 게 아니고. 그다음에 그럼 지금은 그때보다 뭐 행복해졌습니까? 코로나 등으로 여러 가지 지금 일자리도 없고 소득도 줄고 하는데 집값만 오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결국 정리를 하자면 꾸준히 싼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는 거. 그래서 주변을 같이 끌어내리는 이게 동반이 돼야 우리가 걱정하는 4년 후 전세대란이든지 월세로 바뀌고 이런 것들이 동시에 해결이 될 거다, 같이 작동해야 된다.
◆ 김헌동> 그렇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31년 만에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남은 과제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집, 빌려 쓰더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7월 29일 새벽부터 장대비가 무섭게 내렸다.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기자회견 참석하려고 준비하며 우비를 챙겨 들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기자회견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하지만, 30년하고 1년이 더 지나는 동안 한 뼘의 진전도 없었던 세입자들의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날이었기에 국회 앞으로 모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아마 수십 년간, 세입자가 사람답게, 쫓겨나지 않는 삶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던 것일까. 기자회견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그리고 그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했다. 다음 날인 7월 30일 본회의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31년 만에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새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의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세입자에게 2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여 기존에 최장 2년만 1회 갱신 가능하던 것이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변하였다. 또한 5% 이내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두었다. 개정안을 통해 기존 2년마다 쫓겨나듯 이사를 했던 세입자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게 되었다. 어쩌면 매우 작은 변화이지만 이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에 이루어낸 결과였다. 그렇기에 소중하고 귀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여전히 인천에서 하루 3~4시간 이상을 대중교통 속에서 시달리며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독립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각종 '집 구하기 어플'을 탐방하며 최저의 보증금과 월세를 찾다 세입자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이내 좌절하는 사람으로서 나누고 싶은 생각이 많다. 여전히 안정적으로 빌려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생각에 독립을 포기하는 '세입자 지망생'이 꿈꾸는, 함께 만들어나갈 변화와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아쉬운 점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말하기 전에, 그래서 새로운 임대차법은 어떻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먼저 가장 중요한 '계약 갱신 요구 기한'의 경우 계약 만기 1개월 전에 갱신을 요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임대인이 계약 만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면 자동 갱신이 되지 않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묵시적 갱신'이 작용하는 경우는 임대인이 계약 만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을 때다.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임대인에게 문자, 메일, 내용 증명을 남기는 방식이 될 수 있으며 '계약 갱신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은 당사자 간 합의가 꼭 필요하다.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이러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된 임대차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과제들도 가지고 있다.
먼저 개정된 임대차법의 핵심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조례'다. 5%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지만 조례를 통해 그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일자리를 잃고 정기적인 수입이 중단되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들, 불가능해진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회적 위기는 새로운 얼굴들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적어도 살고 있던 집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각 지방정부는 5%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 임대료 상한율 상한 조례 제정을 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될 수 있는 방법 또한 필요하다. 물론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하여 해결될 수 없는 일들도 많겠지만 현행제도는 한계점이 명백하다. 국토교통부에서 분쟁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현재 전국 6곳에만 있는 위원회를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에 1곳 이상 설치할 방침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외국에선 이미 하고 있는 세입자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거나, 실질적으로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러한 내용뿐만 아니라 피신청인이 조정을 거부했을 시,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것 또한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표준임대료도입이 이번 임대차법 개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도 매우 아쉽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엔 '지역상례적 비교임대료'를 정하여 면적, 건축 연도 등을 기준으로 월세를 책정하도록 한다. 영국은 공정임대료 개념을 통해 주택 연한, 집의 상태, 옵션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청에 소속된 임대료 사정관이 산정한다. 집을 재산으로 인식하고, 치솟는 임대료를 제어할 수 없는 주거불평등이 심각한 한국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빌려 쓰지만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려면…
임대차법이 본회의에서 개정된 다음 날 세입자인 친구 A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관리비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이었다. 답변하기 어려워 주거운동을 오랜 기간동안 하고 계신 분께 물어봤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정산 등을 공개로 진행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원룸이나 소규모 빌라의 경우 그것조차 없다고 한다. 결국 어떤 집에 살고 있느냐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3.2년의 거주기간을 가진 세입자들, 월 소득 2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세입자들, 주거 문제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삶을 포기하는 많은 세입자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빌려 쓰는 집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적정주거 기준을 지킨 안정된 공공임대주택이다. 세입자들의 권리에 대한 말하기는 더욱 커지고, 많아져야 한다.
이제 단호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권에서 예외가 발생해선 안 된다. 대책 없이 쫓겨나는 시민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사회는 바뀔 필요가 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자.
김혜미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 프레시안
김재련은 왜 “무고 고발은 2차 가해”라 했나
적폐연대 고발장 따져 보니
“계획적 피해 진술서 유출…
보잘것없는 혐의 증거” 등
사실과 다른 주장들 담아
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엔
“무고 위협은 곧 침묵 강요
피해자에 부정적 영향 커”
성추행 혐의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사진)가 시민단체 적폐청산연대로부터 무고 혐의 등으로 고발된 것을 두고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의 2차 가해를 다룬 과거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여성가족부 매뉴얼 등을 보면 이번 고발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연대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 변호사 고발 이유에서 피해자의 진술서로 지칭된 문건을 두고 “피해 여성의 모친을 통해 교회 목사와 지인으로부터 계획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유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이 문건이 원치 않게 유출돼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관련자들을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자가 의도를 가지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로 행해진 2차 가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인권위의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 강화를 위한 연구 용역보고서(2015)’를 보면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2차 피해는 사건 내용과 신원에 대한 소문” “사건 내용과 당사자 신원 노출은 그 자체로 가해 행위이자 또 다른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돼 있다.
고발 이유에서 신 대표는 피해자 측이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입증할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며 “밝힌 증거는 상상을 뛰어넘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2018)’은 ‘2차 가해 양상’에 “사건에 대한 관용적 태도나 사건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지난달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관련 증거는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와 함께 증거 자료 30개를 제출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작성한 내용이라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서울시장 비서실 인수인계서와 함께 전·현직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 8명의 발언도 고발 이유로 제시됐다. 대부분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 사실을 몰랐으며, 피해자가 부서 이동을 요청한 적 없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은 인사담당자 등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박 전 시장이) 뭘 몰라서 그런다” “(네가) 예뻐서 그렇다” 등 답변만 들었을 뿐 서울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 측이 서울시 관계자 등을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해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 20명을 조사 중이다.
고발 내용뿐만 아니라 고발 행위 자체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번 건은 제3자에 의한 피해자 법률대리인 고발이지만,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무고 역고소는 피의자 측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무고죄 관련 검찰 통계를 분석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7~2018년 기준 성폭력 무고 고소 사건의 84.1%가 불기소됐고 5.9%만 유죄 선고를 받았다. 보고서는 “성폭력 무고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작용현실-경향신문 기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피해자 모친이 진술서를 유포한 것은 팩트인데 그러면 모친이 2차가해자가 되는 건가? 2차가해란 개념으로 무언가를 깔끔하게 잘라낼 수가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인 것으로 보이는데 기자와 변호사에겐 이것이 아주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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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우파-김희진? 너 이런 글 자주 쓴다? 취재할 필요없이 앉아서 거져 먹는 콩고물이지? 다른 범죄엔 다 무고죄가 있어. 왜 성폭력에는 적용하면 안 되냐? 여자니까? 약자니까? ㅋㅋㅋ 야! 니 생각에 요즘 여자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냐? 왜? 그럼 장애인은? 아동은? 외국인은? 박재동 화백 무고는? 펜대가지고 장난치는...너 같은 매갈기레기들은 소각이 답이야!
안영환-추행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는데 좀 시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여 알려주면 안 됩니까?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습니다. 탈북자 단체 지원하던 여자 변호사가 도움을 주던 한 탈북자한테 화장실에서 성폭행당했다고 하던데 왜 언론과 미투단체에서는 아무 말도 없습니까?
Gene-증거도 없이 모함하는 니들이 무고죄 가해자들이다.
kbs****-걸핏하면 초헌법적 메뉴얼을 들이대고는 2차 가해란다. 의심을 하면 안되고 의문을 가져도 안되고 고소인이나 김재련의 말은 무조건 맹신해야 한단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위한 검증은 물론이고 법의 잣대를 들이 대고자 하는 시도조차도 2차 가해란다.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한낱 매뉴얼 따위가 어찌 헌법으로 보장된 인간의 권리 위에 굴림할수 잇단 말인가? 누가 그것을 인정햇단 말인가?
sam-김변과 성추행피해자는 무고 고발한 시민단체를 명예훼손 무고 고발 기대합니다!
오입마루-무고 고발이 2차 가해면 무고 방치 및 조장은 정의사회구현이냐? ㅋㅋ
아크-2차 가해는 니가 하잖아. 10억엔 이사 새끼야.
박원순 사건 피해자가 "논점 흐리지 않고 진실에 집중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문)
피해자는 직접 작성한 글을 지원단체를 통해 공개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가 쓴 글이 공개됐다.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와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글에서 ”증거로 제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려받은 휴대폰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가 많았다. 수치스러워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합니다”고 입을 열었다.
A씨는 이어 ”문제의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라면서 ”피해자로서 보호받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저는 기다리겠다.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 글 전문
증거로 제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려받은 휴대폰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수치스러워서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합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나의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에게 솔직한 감정을 실어 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관계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기는 이 과정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문제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래 걸린 사건입니다.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은 끝난 것일까요.
헌법 제27조
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⑤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헌법 제32조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④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4조
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③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By 이인혜 허브포스트 20.7.22
Sang Sun Shin=뭐야 암것두 없자나 글쓰는 작가의 감성 말고 뭐있냐
Joseph Suh-논점을 흐리지 말고 무엇이 어떻게 수치스러웠느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밝혀라. 검찰에 상담차 먼저갔는데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는지 않고 양파까듯이 2,3,4,5.. 차 기자회견에서 공개할 것인가?
이경호=이것들이 국민들에게 장난질 하나!!!
류호정 댓글 ‘성희롱’이라며 제목 뽑는 언론 왜 문제인가
[비평] ‘성희롱’ ‘막말’ ‘도넘은 비난’이라며 비판하는 척하며 장사하나…정의당 “정치인다운 복장 강요, 여성 성적대상화”
국회의원 복장에 대해 악성댓글이 뜨거운 가운데 일부 매체가 이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쓰면서 교묘하게 어뷰징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원피스를 입은 사진을 연합뉴스가 보도하자 해당 기사,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페이스북 그룹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등에서 여성혐오, 청년비하 성격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5일 류 의원이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일부 매체에서 댓글을 비판하면서 그 댓글 내용을 제목으로 뽑는 행태를 보였다. 다음은 5일자 류 의원 관련 기사 제목이다.
매일경제 “류호정 원피스 차림에 ‘옵빠 한번 외쳐라’…진중권 ‘미친XX들’”
조선비즈 “‘빨간 원피스’ 등원 류호정에 與지지자 ‘다방’ ‘도우미’ 성희롱 쏟아내”
조선일보 “류호정 분홍원피스 입고 등원에..‘티켓다방이냐’ 도넘은 비난”
중앙일보 “류호정 분홍원피스 등원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
한국경제 “‘별풍선 줄까?’ ‘분홍 원피스’류호정에 성희롱 쏟아낸 與지지자들”
한국면세뉴스 “‘술집 여성, BJ같다’ 류호정 국회서 짧은 원피스”
금융소비자뉴스 “류호정 ‘분홍 원피스’ 복장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
악성댓글을 향해 “도 넘은 비난”, “성희롱” “막말” 이라면서 그 댓글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기사 제목이 주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혐오성격이 있는 댓글을 그대로 제목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류 의원이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일부 매체에 입장을 밝혔고, 이날 오후 정의당 차원에서도 입장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악성댓글을 비판하거나 류 의원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충분히 이를 제목에 반영해 혐오표현을 지적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여당 지지자를 여당 지지자를 공격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로 이 사안을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매체 스스로 밝혔듯 성희롱, 막말 댓글이기 때문에 이를 류 의원 복장에 대한 찬성vs반대의 구도로 제목을 뽑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비난이나 혐오표현을 하나의 의견처럼 다루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에 “일터에서 양복을 입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일부일 정도로 소수다. 과거 IT업계에 있을 때도 정장을 입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노동자로서 일하러 가는 것이니 정장이 아닌 옷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하는 모습이 다양한데 국회에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일베·민주당원 복장 비난에 류호정 “천편일률 국회 요구하나”]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서울신문 ‘가짜 미투’ 칼럼에 기자들 비판 성명 잇따라
6일 곽병찬 논설고문 칼럼에 기자들 “하나의 신문에서 정반대 목소리, 독자가 신뢰할 수 있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의 발언을 박정희 독재정권의 긴급조치에 빗댄 서울신문 칼럼과 관련해 내부에서 비판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반면 서울신문 논설실장 등이 “칼럼에 동의하진 않지만 칼럼 삭제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논설위원과 편집인을 지낸 곽병찬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고문은 지난 6일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에서 “피해자를 의심하는 건 책임 전가이자 2차 가해”라고 한 김재련 변호사 발언을 두고 “의심해서도 안 되고, 문제 제기해서도 안 되며, 그저 믿고 따르라니, 어처구니없었다. 1970년대 긴급조치가 부활했나”라고 썼다. 이어 ‘미투’에 대해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걸고 고발하는 일이라며 ‘가짜 미투’사례를 들고 “미투에 대한 특별한 예우는 바뀌지 않았다”고 썼다. 이 칼럼에선 “고소인의 핸드폰을 수사기관에서 포렌식해 증거를 찾도록 하면 된다”라며 현재 ‘미투’가 “광기에 의지한다”고 썼다.
칼럼이 실린 후 서울신문 사회부 한 기자는 해당 칼럼이 긴급조치 비유 등 논리적 비약으로 채워졌고, 미투 사건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포함돼있으며 피해자에게 기획 가능성이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을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피해자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김재련 변호사 비판, 서울신문 칼럼 온라인 미게재 왜?)
▲서울신문 6일 곽병찬 칼럼.
7일 서울신문 50기, 51기 기자들도 해당 칼럼을 비판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서울신문 50기 기자들은 “곽 고문의 칼럼은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피해자를 향했던 2차 가해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며 “지극히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임에도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를 끌어오고 이미 포렌식을 진행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포렌식 해 증거를 수집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의 잘못을 희석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50기 기자들은 “고광헌 사장, 박홍기 이사, 문소영 논설실장, 안미현 편집국장을 비롯해 책임 있는 분들의 진지한 답변과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칼럼이 지면에 실리게 된 과정 △내부 문제제기에도 칼럼을 내리지 않은 경위 △최종적으로 이 칼럼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주체 △최종 판단의 배경과 이유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51기 기자들도 같은 날 “‘그 지면’보다, 뒤처리가 더 부끄럽습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우리 회사의 위상과 신문의 상품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일”이라면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보도 사례와 비교해 비판했다. 51기 기자들은 “서울신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발생 이후 바로 다음 지면 기사로 1면에 ‘설 자리 없는 피해 호소인’에 대해 다뤘고, 줄곧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대해 다뤘다”며 “편집국 회의를 거쳐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 역시 피해자로 바꿨다”고 전했다. 앞서 7월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 중심 보도 스탠스로 선명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51기 기자들은 “하나의 조직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버젓이 내는 서울신문을, 어떤 독자가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사장과 논설실장 등에게 경위를 밝히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7일 오후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사내 게시판에 곽병찬 칼럼의 논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칼럼 삭제에는 반대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논설실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김재련 변호사 비판, 서울신문 칼럼 온라인 미게재 왜?
곽병찬 논설고문 칼럼에 ‘2차 가해’ 등 내부 우려… 편집국 반박한 논설실장 “칼럼 몰고, 검열 문제 생길 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를 비판한 서울신문 칼럼이 지면과 달리 온라인에는 실리지 않았다.
한겨레 논설위원과 편집인을 지낸 곽병찬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고문의 지난 6일자 칼럼(“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이 온라인에 게재되지 않은 것이다. 칼럼의 사실관계가 틀렸을 뿐더러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 문제 제기에 따른 조치다.
곽 고문은 이 칼럼에서 “피해자를 의심하는 건 책임 전가이자 2차 가해”라고 주장한 김재련 변호사를 겨냥해 “의심해서도 안 되고, 문제 제기해서도 안 되며, 그저 믿고 따르라니, 어처구니없었다. 1970년대 긴급조치가 부활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곽 고문은 김 변호사가 지난달 16일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긴급조치와 함께 ‘남한판 수령체제’를 옹위하던 국가보안법에도 그런 조항이 있었다. 부모나 자식, 배우자나 형제에 대해서까지 고발하도록 한 불고지죄”라며 “광기다. 불고지나 침묵의 죄처럼 양심의 자유를 유린하는 것은 없다. 정파적 광기, 증오의 광기는 지금 수십 년 동안 거대한 희생을 통해 쌓아올린 민주적 제도와 헌법적 가치, 이성적 판단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변호사를 겨냥해 “이른바 ‘박원순 전 시장 위력 성범죄’ 사건에는 대리인만 있다. 그는 성폭력 범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의 원칙을 저버렸던 인물”이라며 “대리인은 박 전 시장 핸드폰의 포렌식을 중단하도록 한 법원의 결정에 격렬히 항의했다. 상대의 핸드폰에 있는 성추행 증거라면 고소인의 핸드폰에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속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고소인의 핸드폰을 수사기관에서 포렌식해 증거를 찾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칼럼은 피해자 입장을 주요하게 전달하며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을 지속적 요구했던 사설 등 기존 서울신문 보도 논조와 큰 차이가 있다. 지면 보도 전날인 지난 5일 이 내용을 초판에서 확인한 서울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이 칼럼을 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소영 논설실장과 고광헌 편집인(서울신문 사장)이 이를 거절했고, 칼럼은 소폭 수정돼 지면에 보도됐다. 하지만 온라인 기사 출고 권한이 있는 서울신문 편집국은 홈페이지와 포털 등 온라인에 칼럼을 싣지 않았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서울신문 사회부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기자는 6일 사내 글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곽 고문의 이번 칼럼은 매우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드러내놓고 공격하는 글이며 논리적인 결함이 다수 있고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도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곽 고문 칼럼이 김 변호사 발언 등을 박정희 독재정권의 긴급조치에 빗대는 등 논리적 비약으로 채워졌고, 미투 사건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점철됐으며, 김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화해치유재단 이사였다는 사실과 성폭력 피해자 대리인이라는 사실 사이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곽 고문이 칼럼을 통해 피해자에게 기획 가능성이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을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곽 고문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수사기관이 피해자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증거를 찾으라고 주문한 대목에 대해 “피해자는 이미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었다. 앞서 지난달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민간업체에 휴대전화 포렌식을 의뢰해 박 전 시장이 보낸 텔레그램 초대메시지 등 증거물을 복원했고, 이 자료도 경찰에 낸 상태”라고 반박했다. 곽 고문 칼럼은 기초적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것.
이 기자는 “독자들이 곽 고문의 글을 서울신문이 박원순 사건을 보는 스탠스로 오해할까 두렵다”며 “아직 사실관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증거를 근거로 피해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곽 고문 칼럼은 사실에 기초한 정론 형성이라는 서울신문의 존재 의미를 훼손하고 가해자 편에 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기명칼럼이라고 해서 게재를 무조건 보장해서는 안 된다”며 “논리적 결함이 있는지, 신문의 편집 방향과 배치되는 글인지 꼼꼼히 따져 실어야 한다. 가판에 나갔는데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다면 해당 글을 검증하고 최종판에 실을지 논의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고 사장과 문소영 논설실장에게 글을 싣게 된 경위와 편집국의 삭제 및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편집국에서 5일 초판 나온 뒤 칼럼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5일 오전 (휴가 중인) 편집국장을 대신해 들어온 편집국 수석부국장 등이 참석한 제작회의에서 우리 사설 및 기사 논조가 맞지 않는 (곽병찬 고문의) 글이 들어왔다고 알렸고, 싣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원고가 실린 뒤 편집국 사회부 차장이 내게 전화가 와서 칼럼을 내려야 한다는 후배 기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내 입장은 문제가 있다면 수정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원고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자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외부) 원고가 다르다고 해서 그 원고를 편의에 따라 내릴 수 없다.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는 것이고, 잘못하면 검열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문 실장은 “(편집국 구성원들 요구는) 내 판단에 따라 원고를 몰고할 수 있는 권한을 내게 쥐여주고 흔들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내가 생각하는 저널리즘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같은 권한을 집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칼럼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칼럼을 싣지 않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나도 곽병찬 고문 글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 글을 몰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해당 칼럼을 포털사이트에 싣지 않는 것까지는 동의하더라도 서울신문 홈페이지 온라인 면에는 이 칼럼이 게재돼야 한다고 했지만 (온라인팀이 소속된) 편집국은 내 의견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경영진이나 편집인이 앞으로 자기 생각에 따라 칼럼 기고 여부를 결정한다면, 그때는 무엇이라 말한 건가. 원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라며 “선전이나 선동으로 폭력을 유발하거나, 어마무지한 가해가 진행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미국과 우리 판례에 비춰봐도 칼럼 기고는 넓게 허용하는 게 맞다. 문제가 되면 김 변호사 반론을 받거나 언론중재위원회 판단을 받았으면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조만간 자신의 공식 입장을 사내 게시판 등에도 밝히기로 했다./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인간적인-대한민국에는 지금 인권 파시즘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미투와 동성애에 대한 비판이나 이의 제기나 문제점 지적이 2차 가해 혹은 혐오라는 낙인 프레임에 의해 정죄되고 강제 입막음을 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깃발 아래 비판을 입막음한 채 무조건적인 수긍을 요구하고, 어떤 반대 논증이나 이의 제기도 인권 침해이라며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파쇼 논리가 인권 운동이라는 탈을 쓰고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찾기 위한 논의나 비판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소수 약자를 자처하는 무리의 독단적 주장에 대해 입 다무는 게 인권 보호라 한다. 인권이라는 명분을 앞장 세워서,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짓밟고 있는 것이다. 자칭 약자라는 편의 주장은 절대선이고 사실 검증이 필요도 없다고 전제해도 되는 것인가? 반대 견해라는 이유만으로 정죄 당하고 비판이나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로 내세우는 명분이 반공이 되었든 인권이 되었든 똑같이 파
미디어페미 -그니까 기자의 요지는 나와 다른 의견은 무조건 적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거지? 페미는 언제나 무슨짓을 해도 진리이고 정의인가? 니들이 말하면 그게 모두 다 옳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지
페미니즘 오늘 -미디어 오늘은 적폐언론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언론이다 싶다가도, 페미니즘 이슈만 나오면 밑도끝도 없이 두둔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다지 공정하지 않은 느낌
자꾸 피해자라고 하지 마라 -이미 무고인게 다 드러났는데 누가 피해자냐
4년간 당했다더니 알고보니 근무기간 2년. 침실 운운하더니 침실 없고.
마라톤도 사실이 아닌걸로 드러났고. 전보요청했다더니 사실이 아닌걸로 드러났고.
이젠 핑계대며 진상조사 거부하고 있고. 박원순 폰은 본인 죽고 나서야 누군가 텔레그램 가입하고. 다음주에 증거내놓는다더니 (무고라서 증거가 없으니깐) 증거 못내놓겠다고 하고.
고소자가 작성한 인수인계 문서는 자부심 운운하며 오히려 박원순을 좋게 말하고.
무고라는 증거가 무한대로 쏟아지는중/답글쓰기 좋아요 107 싫어요1
옌빙하네-미디어오늘은 페미니즘 돌격대.
바람 -누가 보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신문인 줄 알겠네. 언론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신뢰도는 세계에서 거의 꼴찌인 한국신문이 유별나게 물타기 하네. 그대들은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반대할 자격이 없다.
청와대 참모들 사의, ‘부동산 불패 신화’ 방증인가
8일에 토요판을 발행하는 주요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거의 동일했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총 6명이 사표를 냈다는 것. 다음은 이날 신문들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민심 이반에…청 비서실장·수석 ‘사의”
국민일보 “부동산 민심 악화에…靑비서실장·수석 5명 전격 사표”
동아일보 “부동산 성난 민심에…靑노영민-수석5명 사의”
세계일보 “민심 이반에…노영민·靑수석 5명 일괄 사의”
조선일보 “집값 분노 수습하려다 더 불지른 ‘靑창모 사표’”
중앙SUNDAY “청년들을 ‘월세 소작농’만들텐가”
한겨레 “성난 부동산 민심에 결국…노영민·청 수석 5명 일괄 사의”
한국일보 “6장의 사표…민심 불끄기 ‘靑개편카드’
샘 오취리는 잘못이 1도 없다
[기자의 눈] 한국은 교육에 더 힘써야 하고, 무지를 방치하면 안된다
샘 오취리 씨의 사과문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오취리 씨의 행동에 잘못된 부분이 전혀 없었는데도 그는 결국 사과해야 했다. 연예인의 숙명이지 싶다.
본질은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아프리카 가나의 이른바 '관짝소년단' 패러디를 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한 것(블랙 페이스)으로 인종차별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명백히 인종차별적 행위로 여겨지며, 해당 학생들(어린 학생이라고 표현하는데, 성년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다)에게 오취리 는 그 행위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아고 말해줬다. (한국어와 별도로 영어로 쓴 글을 통해) 인종차별이 여전히 한국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으다는 것, 그에 따른 무지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차별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발언이다. (아직도 학생인권조례 같은 건 '동성애 조장'이라는 비합리적 이유로 적대시되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꼬리 잡기'로 대응했다
오취리 씨를 비난한 사람들이 비난의 근거로 든 것은 대강 이러하다. '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것,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교육'을 비하했다는 것, 'teakpop'이라는 '케이팝 가십'을 의미하는 태그를 달아 외국인들에게 한류문화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블랙 페이스'가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도 은근히 섞여 있다. 정곡을 찔리니 곁가지를 붙들고 말꼬리를 잡아 비난하는 식이다.
오취리 씨의 문장을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 교육을 비하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는'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무슨 '비하'에 해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교육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어디 감히 외국 출신 연예인이 한국에'라는 반격엔 속수무책이었나 싶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블랙페이스' 분장 역시 이것이 인종차별적 행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건 학교에서, 사회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줘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사회와 세계에 대해 알아간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소수자'로써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해 해야 할 말을 정당하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한류 문화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건가.
오취리 씨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적 상황들에 익숙치 않다. 인종이 다양하지도 않거니와 외국인 거주자가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그들을 온전히 우리 사회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 문화는 '인종적 한국인'에 오랫동안 조율돼 있었다. 그 '인종적 한국인'의 특성을 칭찬하는 외국인 출연 토크쇼는 TV에서 넘쳐날 정도로 방송되고 있다. 익숙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선 상당히 너그럽게 넘어간다.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도 달라져야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외국에서 한국인 분장을 한답시고 투명 테이프로 양 눈을 찢어 고정시키는 행위를 했다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겠는가. '부지불식간에 행했더라도 그것은 인종차별적인 잘못된 행위니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동양인의 눈이 작은 건 팩트인데 어디 우리나라의 교육을 지적질 하느냐'라고 비난이 쏟아진다면?
오취리 씨를 향해 쏟아지는 반응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 장면이 오버랩된다. 예전에 미국의 인종차별을 풍자할 때 곧잘 쓰이던 말이 있다. "나는 흑인의 인권을 존중한다. 단, 그들이 집 밖에만 나오지 않는다면." 인종차별에만 국한된 농담은 아니다. 이를테면 패미니즘을 대입해 볼 수도 있다. "패미니즘을 지지한다. 단 그들이 집 밖에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심리의 밑바닥에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작용한다. 동질성이 잘 확립된 사회에서 평생 좋은 교육을 받고 나쁜 짓 안하고 잘 살아온 나에게 '무지에 의한 실수' 하나로 인종차별주의자 딱지를 붙이는 건 용납되지 못한다. 일종의 방어 기제인데, 미국을 덮친 인종주의 '백래시'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겨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해야 하는 크리스천은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낀다. 회사의 남성 중역은 예전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이, 지금은 성차별적 행위로 규정돼 자신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느낀다. 학교의 소수 인종 쿼터는 백인에게 역차별이고, 여성 전용 휴게실은 남성에게 역차별적이라고 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PC 묻었다'는 말로 조롱거리 삼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사례는 꽤 많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규직에 역차별적이라도 느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지 말라'고 외친다
이제 소수자들은 그들의 '소수자성'마저 다수자에 빼앗길 지경이 됐다. 한국 사회의 소수자 오취리 씨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겼고, 또다른 인종차별적 폭력에 난도질 당했다. 그리고 대중은 그에게 기어코 사과를 받아냈다. 연예인의 숙명이라 치기에도 너무 가혹하다.
이런 일들은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백래시'들이 모인 결과가 미국에서 구현됐다. 트럼프의 등장이다.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교양 있고 점잖은 백인 중산층들은 집안 쇼파에 앉아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가 앞으로 뭘 할 것인지 조금 지켜보자고." 나는 트럼프같은 인간과 다르지만, 세상이 너무 불편해 진 것은 사실 아니냐는 의미다. 그렇게 미국에서 '방관자'들은 늘어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글도 어쩜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 세이비어(백인이 비백인을 구원하는 것. 일종의 '위선적 인종차별'로 읽힐 수 있는 행위다.)'랄지, '한국인의 짐'이랄지, 혹은 (보잘것 있는 교양은 아니지만) '교양'을 쌓은 평균적 한국인의 위선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기 위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나도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무지를 방치해선 결코 안 된다. 오취리 씨, 당신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
박세열 기자 프레시안
강준만, ‘청와대 의전·부동산약탈·어용지식인·검찰개혁·대선’을 말하다
■한국은 성공한 대중문화 공화국…돈벌이 기획이라 가능했다
-<한류의 역사>를 낸 계기는요.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여러 권 내곤, 늘 찜찜했어요. 한류를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문화제국주의 관점에서 다루기도 했고요. 과거 내 잘못을 시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 오래전 이 주제로 칼럼을 한 편 쓴 게 기억납니다.
“사실 찔리는 건 있죠. 한류를 예견할 자신도, 능력도 안 된 거죠. 지금 공부하면서 왜 못 내다봤나 하고 생각하죠. 이번 책은 일어난 결과에 관해 나온 해석을 정리하면서 내 생각을 보탰을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강한 주장은 안 했어요. 일단 다양한 의견들 소개하고, 정리만 해놓자고 했어요. 한류를 내다봤다면 권위가 있을 텐데….”
- 핵심 메시지는요.
“딱 이거예요. 한국이란 나라가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거죠. 다른 나라는 대중문화 공화국 아닌가, 어느 나라건 대중문화 힘쓰고 있지 않나, 그렇게 볼 만한 게 있죠. 그런데 한국 대중문화 역사나 한국인의 열광 대상을 보면 다른 나라와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예를 들어, 독특한 팬덤 문화, 떼창 문화가 그렇죠. 관광버스 춤도 생각해보세요. 노래방도 한번 보시고요. 팬덤 문화도 세계로 수출되고 있잖아요. 영화도 ‘천만 신드롬’이 있죠.”
- 구별의 근거는요.
“압축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살벌한 생존 경쟁이죠. 도시로 올라온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뭔가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대중문화 공급이 필요했던 거예요. 살벌한 경쟁에서 대중문화가 그나마 노동자들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거죠. 1960~1970년대 남진, 나훈아 노래는 그 시대상을 반영해요. 대중예술 평론가인 이영미씨가 책에다 기가 막히게 잘 짚었더라고요. ‘섬마을 선생님’이나 ‘흑산도 아가씨’ 같은 노래가, 도시의 언더독, 아웃사이더들, 소외된 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해준 거 아닙니까.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광주 사람들, 전라도 사람들이 해태 야구로 풀지 않았으면, 정말 못 살았을 거 같아요. 해태 야구로 (한과 분노, 억압을) 발산하면서 삶을 유지했던 거죠.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의 스트레스와 고통 등을 해소, 완화하는 데 대중문화가 엄청난 기여를 해온 거죠. 비판적 시각에서 대중 마취나 3S(스크린, 스포츠, 섹스)의 관점으로 보는 것만으론 부족해요. 그러니까 한국은 대중문화로 생존경쟁 문제를 해소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대중문화공화국이라는 거죠.”
- 한류 성공의 핵심 원동력은 뭘까요.
“송승환 감독 말이 제일 와닿았어요. 난타 성공 비결을 두고 인터뷰할 때 ‘상업적 기획이라서 성공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핵심을 찔렀죠.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시크하게 상업적 기획 이야기를 한 거죠. 가끔 국가기관에서 돈을 받아 문화교류 차원으로 가는 공연도 있어요. 문화부에서 돈 받아서 어떤 나라로 가 공연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냥 공연한 걸로 끝이에요. 상업적 마인드를 갖고 성공시켜야겠다고 가면 공연 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공연 파급력이 어떨지 고민하죠.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또 초청할지 시장조사하죠. 해외 나가서 돈을 벌어야 식구들 먹여 살리며 계속할 수 있지 않나요. 해외에서 인맥을 맺고, 공연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고민과 노력에서 창의적 역량이 나와요. 국가가 돈 주며 어디 가서 공연해라, 이런 사회주의적 시스템으론 안 돼요. 국가에서 돈 받으면 창의적 마인드가 생기겠어요. 시장논리가 어쩌고, 자본주의가 어쩌고 하지만 좋은 점도 있잖아요. 한류의 성공엔 기획자, CEO들의 기가 막힌 상업적 기획 마인드가 있는 거죠. 하나 더 말하면, 인터넷 초창기 한국이 강국이라 했는데, 다 오락 코드 중심이에요. 그게 한류와 맞아떨어졌죠.”
-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전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역할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는데요.
“이미경 부회장? 잘한 게 있을 거예요. 저만 해도 CJ 하면 독과점 이런 게 먼저 떠오르는데, 평가를 하려면, 깊이 들어가려면 뭘 알아야 하잖아요. 저는 역량이 안 돼서…. 그런데 우리나라 저널리즘 그렇게 가면 좋겠어요. 똑같은 이야기를 붕어빵처럼 찍어내지 말고요. 한류 주요 인물에 관해서 알고 싶어요. 이수만은 어떻고, 이미경은 어떻고…. 공과가 있을 거 아녜요. 한쪽 편을 들어도 좋으니, 사실은 사실대로 전해주라는 거죠. 판단은 독자들이 하라 하고요. 제가 얼마나 많은 기사를 보겠어요. 인물 평가로 들어가면 저널리즘이 피해버리고, 깊이 안 들어가더라고요. 의외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문화 부문의 변형된 진영논리예요. 진영이나 이념, 도덕적 접근법이 강해요. 이런 접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너무 기울지 않았나 하는 말이에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비전도 있고, 잘한 일도 있죠. 그런데 이수만 하면 동방신기의 장기계약 같은 게 먼저 떠오른단 말이죠. 도덕으로 가버리는 거예요. 도덕 논쟁에 휘말리면 무조건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둘 중 하나죠. 중간에 뭐 그런 게 없어요. 한류에 관한 논문을 보면, 교수님들은 한류가 산업 중심으로 흐른다고 평하는데, 개별 평가가 없어요. 위축되죠. 괜한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하고요.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시대로 간다’ 같은 이수만 말은 이후 다 맞아떨어졌죠. 기자들이 이수만 좋게 본 결정적인 계기가 뭐냐면, 이수만이 ‘세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듣고 처음 ‘정신 나간 놈이구나’ 했다는 거예요. 나중 다 맞아서,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고요. 비즈니스가 도덕만은 아니라는 거죠. 상도덕이 문제 된 사안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요. 분석이 없어요. 그게 아쉽더라고요. 안윤태·공희준씨의 <이수만 평전>의 가치는 잘 정리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는데, 더 들어가진 않아요. 이수만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죠.”
- 대중문화 노동자들 착취 문제가 계속 나옵니다.
“이 대중문화 공화국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죠. 아름답지 않은 게 많죠. 맺는말 제목이 ‘연꽃은 수렁에서 핀다’예요. 지상파가 죽어가니까 예전 같지 않지만, 지상파의 독립프로덕션에 대한 갑질은 치사하죠. 과거 기획사와 연예인 관계도 그렇고요. 민주 진영이나 진보쪽에서 비난했던 게 SBS나 종편입니다. 저도 SBS 개국할 때 엄청 비판한 사람이에요. 그런 정서까지 감안해도 한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모든 요인을 고려하면 SBS도, 종편도 기여했어요. 갑질을 일삼았던 지상파 전성시대 때 방송국의 수직적 통합 구조도 기여한 거잖아요.”
- 아이돌 장기계약을 두고 노예계약 비판도 나왔는데요.
“이수만 회장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어떻게 볼 거냐는 문제와 이어져요. 제가 이수만을 평가할 정도로 아는 건 아니지만, 이수만 하면 노예계약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장기계약 없이는 아이돌을 만들 수가 없어요. 말하려는 건 이거죠. 장기계약을 싸잡아 비난만 하지 말고, 장기계약이 한국 아이돌의 경쟁력 만든 점도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BTS도 그거에요. 그걸 인정하되 수익 배분과 관리를 할 때 상업주의와 상도덕을 구분하자는 거예요. 애초 한류는 상업주의 산물이에요. 돈벌이하려고 나온 기획이죠. 아이돌 지망생이 부모 집 사주고 차 사주겠다는 열망 없이 어떻게 6~7년에 이르는 스파르타 식 훈련을 견뎌요. 이게 바깥에 팔려나가서 뜨니까 자랑스러워하는데, ‘어 몰랐네’ 하고 뒤늦게 정부도 숟가락 들이밀려고 하는 거죠. 한류 문화라는 게 돈벌이용 문화인데요. 거기서 약간 혼란이 있어요. 우리는 보면 말이에요. 정당한 돈벌이도 상업주의라고 해서 싸잡아 비난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자본주의 정서인데, 그 정서 연장선에서 보면 이윤 추구에 매몰되는 행위는 비판 대상이에요. 제가 상업주의와 상도덕을 구분해 보자는 거는, 저쪽(한류 종사자들)은 돈벌이를 한다는 걸 알아요. 다만, 그 돈벌이가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가, 방식인가를 봐야죠. 상업주의와 상도덕을 구분해 따져주면 비판이 정교해져요. 상업주의 비판과 상도덕 비판이 섞이다 보니까, 정교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비판이 약한 거 아닌가 하는 거죠.”
■높은 서열에 굴종, 낮은 서열 짓밟는 풍토 학교에서 가르쳐
- 2013년 <갑과 을의 나라>를 냈을 때 인터뷰하러 연구실에 찾아온 게 기억납니다. 갑질하고도 이어지는 문제 같은데요.
“거시적 관점에 안 좋은 점이 있다는 것도 여기서 나타나는 거 같아요. 갑질은 증상이죠. 한국사회의 구조가 갑질 구조죠. 모든 게 갑질 구조에요. 자 보세요. 지방에서 서울로 가야 해요. 개천에서 용 나는 거죠. 용이 뭡니까. 갑질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거예요. 우리나라 전국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상 주는 걸 보세요. 이기심까지는 버릴 필요 없이, 이기심과 이타주의 공존을 통해, 남들을 위해, 공익을 위해 기여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우리는 고교든 대학이든 얼마나 출세했는가를 따져요. 언제인가 미국 대학 총장이 연세대에서 만나 각 학교 자랑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미국 대학 총장은 사회를 위해 봉사한 사람이 많은 걸 자랑으로 여기는데 연세대는 출세한 사람을 열거하는 거예요. 우리가 서울 가서 살아야 하고, 서울에서도 강남에서 살아야 해요. 대학입시가 뭐예요. 고등학교 때 뭐 배워요. 좋은 대학 갈 이유가 뭐예요. 대학을 서열화해놓고 10대 아이들이 자기보다 높은 서열에 굴종하고, 낮은 서열을 짓밟는 풍토를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거죠. 대학 입시 시즌 어느 고교든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요. ‘서울대 몇 명 합격’부터 시작해요. 이 지역에서도 전북대는 안 넣어줘요. 전북대 의대만 넣죠. 그게 한국의 교육이에요. 안 고쳐지죠. 깊게 보자면, 개발독재 하면 박정희와 연계해 독재에 방점을 찍는데, 한국이 허리띠 졸라고 미친 듯이 일하게 만든 원동력은, 갑질할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거예요. 갑질은 문제 안 삼았잖아요. 성공한 사람의 특권이었고요. ‘네가 못났으니까, 억울하면 출세해’, 그게 노래뿐이겠어요. 진보적인 사람들도 술 취하면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러잖아요. ‘내가 갑질 할 위치에 있는데 네가 감히 어디’ 이건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생활문법으로 태어나 지금까지 각인되어 온 겁니다. 한국의 놀라운 압축성장의 역사는 이런 생활문법을 이용한 거죠. 그러니 미친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공부한 거예요. 어디 가서건 떵떵거리며 큰소리칠 수 있는….”
-책에선 ‘국뽕’을 긍정적으로 보신 듯한데요. 한류의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흐름도 있는데요.
“그런 비판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심하고, 경계하는 선에선 동의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가만히 보니까, 경계하자는 게 지나친 거 같아요. 그걸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어느 선진 자본주의 국가이건 간에 자기네 자랑 할 일 있으면 하고, 다 열광한단 말이에요. 우리가 좀 열광의 정도가 세겠죠. 소위 선진국 중 어떤 국가와 한국이 사정이 같은가 이 말이에요. 국뽕을 요구하는 우리의 역사가 있다는 거죠. 그 필요나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에요. 우리가 미국하고 중국하고 붙기만 하면 걱정하잖아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봐요. 현재 당면한 거 아닙니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같은 촌스러운 질문하죠. 남의 나라 인정(認定)에 굶주린 듯도 하고요. 서양인들 쓴 책 보면, 꼭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요. ‘왜 그렇게 남의 시선과 이목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지만 한국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만 놓고 봐도 그게 이해가 간다는 거죠. 제 입장은, 좋은 뜻으로 한류를 두고 민족주의, 국수주의를 경계하자는 목소리는 수용하되, ‘조금 신난다’는 그거까지 국뽕이라 비난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거죠. 조심스럽고, 온건한 문제 제기죠. 전체 맥락을 총체적으로 보자는 시각에서 쓴 거죠.”
- 예전 문화제국주의 관점에 치중했다고 했는데요.
“한류 연구하시는 분들 꽤 돼요. 다양한 색깔 있어요. 한류의 상업성을 맹공하는 진보파가 있고요.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경우는 한류의 이상이 김민기씨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에요. 그분이 강조하는 건 쌍방향성, 진정한 문화 교류죠. 그런데 한류는 그냥 돈벌이에요. 과거에 맹위를 떨쳤는데, 할리우드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는데, 그냥 재밌고, 상품성도 있는 거예요. 한류도 그렇게 가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미국 대학 신방과 교수인데 ‘할리우드가 문화교류도 하고 쌍방소통도 해야지, 영화만 팔아먹어서야 쓰나’, 물론 그런 말은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관점의 비중이 높아요.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은데, 애초 한류는 돈벌이로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거든요. 그걸 우리가 누리는 겁니다. 거기다 대고, ‘작은 문화제국주의’라고 하는 건 안 맞는 거 같아요. 저는 문화제국주의 부르짖던 입장에서 이탈한 거죠. 백원담 교수 같은 경우, 창비에 실린 이욱연 교수의 글이 지적했듯이, 지금 한류에 비판적이면서도 기대를 걸어요. 한류가 문화교류 중심의 바람직한 모델로 가고, 한국이 중심이 돼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요. 그건 좋은 문화제국주의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죠. 어찌 됐건, 전 한류를 두고 일단 상업주의와 상도덕을 구별하자는 입장인 거죠. 정당한 평가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이수만 나오면 도덕으로 가버리니까, 이야기하기 위축되고 꺼려지는 것이고요.”
- 대중문화 중 즐기는 게 있다면요.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야구 중계 틀어 놓고, 책 읽는 거예요. 책 읽다가 아나운서나 캐스터 목소리가 높아지면 그때 보면 돼요. 서너 시간을 어떻게 줄곧 다 봐요.(웃음) 중요한 장면만 보죠. 대중문화는 마니아급은 못 미치지만, 좋아하는 편이죠, 드라마도 다 보는 건 아니지만, 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열심히 봐요.”
■의전은 현실과 반대로… 현실감각 못 갖게 만들어
- 조선일보가 지난 4월 8일자 종합 1, 2면 <강준만, : 문 대통령, 최소한 상도덕도 안 지켰다”>는 제목을 달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서평을 [단독]을 붙여 내보냈습니다. 화제와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켰는데요. <인물과 사상사>. 편집장이 조선일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편협하게 침소봉대했다고 반론도 내놨고요.
“편집장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웃음). 이건 이야기해야겠다고 했죠. 문 대통령 자기가 한 취임사를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거죠. ‘취임사는 원래 그렇게 쓰는 것’이라고요? 듣기 좋은 말만 하고, 하나도 안 맞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언어 문제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안 하고 살아요. 아무리 의전이고 의례라고 해도, 그냥 듣기 좋아지라고 하는 게 취임사라지만, 취임사에서 화해와 소통을 이야기해놓고 어떻게 그래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21개 국회 개원 연설에서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죠, 그래 놓고 29일 여당이 ‘임대차 3법’ 단독 처리하는데, 협치가 되나요.”
- 취임사와 의전 문제를 더 설명하신다면요.
“문 대통령 발언을 의전 연장에서 봐요. 우석훈씨가 지난 4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내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상도덕이 없다고 비판한 부분을 두고 ‘취임사야 그냥 좋은 얘기를 한 것 뿐’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봐 버리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모든 발언이 의전이에요. 최근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 좀 보세요. 현실과 동떨어졌어요.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2019년 11월19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2020년 1월7일),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집값이 원상 복귀돼야 한다”(2020년 1월14일) 등 결연한 의지를 공언했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으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할 텐데, 오직 의지의 표현만 있을 뿐이에요. 알맹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현실과 반대로 가버렸어요. 의전이 현실감각을 못 갖게 만들어요. 의전은 이미지 메이킹이 목적이죠. 국가에 필요한 겁니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죠. 다만, 어느 정도로 의전을 중시하느냐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죠. 대통령이 연설에서 현실 감각 없는 발언을 했는데도, ‘다 의전이다, 의례다’ 그러면 이게 뭐예요. 알맹이가 없어지죠. 의전만 잘하잖아요. 세월호나 가습기 문제도 그래요. 피해자들 불러서 사진만 찍고…. 그거 빼고 뭐가 있어요. 가습기와 세월호 차이는 이런 거예요. 세월호는 적이 있어요. 박근혜 정권이에요. 가습기는 애매한 거예요. 정부라는 거, 각 부처에 다 있는 거 아네요. 정치적 적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가 싶어요. 가습기 희생자 수가 엄청나잖아요. (몇번을) 뒤집히고 해야 했는데…. 피해자들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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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탁현민씨 재기용을 두고도 의전 강화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죠. 어느 나라, 어느 정권이든 이미지 메이킹은 필요하죠. 그런데 필요한 정도로 하느냐, 목숨 거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지금 청와대는 너무 심하죠. 제가 <박근혜의 권력중독: ‘의전대통령’의 재앙>(2016)이란 책도 쓰고 해서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국민을 감동시키겠다는 선의가 뒷감당이 안 될 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 의전 문제는 여러 부문에, 또 일상에 퍼져 있는 듯한데요.
“의전은 갑질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냅니다. 한국의 의전문화, 이게 대단해요. LG전자 프랑스 법인장을 지낸 에리크 쉬르데주가 쓴 책(<한국인은 미쳤다!>, 2015)이 있어요. ‘의전에 미친 한국인’에 대한 고발서예요. 책엔 서울에서 사장급이 파리로 오는데 교통통제 해줄 수 없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같은 사례가 들어 있어요. 한국은 의전으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나요. 재밌는 건, 보수와 진보 차이가 없어요.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씨가 ‘보수적인 부모는 자녀가 단지 일류대생이 되길 원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자녀가 의식 있는 일류대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죠. 진보와 보수 간 의전 차이는 이 정도일 뿐이지 똑같아요.”
-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가 시끌시끌했는데, 책이 좀 팔렸나요.
“많이 나갈 책은 아니잖아요. 조금 더 나가긴 했을 거예요(웃음). 재밌어요. 저는 권당 수천부급 작가예요. 책이 잘 안 나가요. 지식인들조차 책을 안 읽어요. 유튜브 중심으로 달라지는 거죠. 서평이 조선일보에 1면에 나가고 나서, 어디 박사급 연구원인 듯한 분이 제게 항의 메일을 보냈어요. ‘보수 독자들 노려서 책 팔아먹으려고 이러느냐’고요. ‘‘나한테 어떤 게 이익인지 계산도 못 하냐,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어필하는 게 더 잘 팔리지’라고 답할까 말까 했어요. 이분은 이해관계로 보는 거잖아요. 좋아요. 그렇다면 공정하게 다 같이 이해관계로 보자는 거지요. 순수를 강조하는 그런 사람들은 안 그러냐 이거죠. 사실 이해관계가 본(本)이라는 걸 깨달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풀려요.”
- 이해관계가 본이라는 뜻은요.
“열화 같은 지지, 신앙 같은 지지는 한 방에 훅 날아가요. 별 거 없어요. (신앙보다) 더 무서운 건 이해관계예요. 그게 100은 아니지만 본(本)입니다. 현재 문재인 정권하에서 얻을 게 참 많아요. 연예인에서 지식인들까지요. 이명박, 박근혜 때도 그랬죠. 더 거칠고 덜 거칠고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다못해 무슨 방송언론 세미나 하나 열려도 인적 구성이 달라져요. 프로젝트 거리도, 이사나 위원 자리도 있는데, 철저하게 편 가르기 한단 말이에요. 이명박, 박근혜 때 편 가르는 기준 중엔 과거에 무슨 민주 시국 선언 한 적이 있느냐까지 있었어요.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선 그런 구분이 없나요? 네 편 내 편 안 가리냐 이거죠. 그러니까 이해관계가 본이라는 거예요. 절대적 잣대로 잴 순 없지만, 누군가가 어떤 발언을 하면, 그걸로 이득을 보는지, 손해를 보는지 따져야 해요.”
■대선 주자 책, 이제 안 낸다…무한책임 뒤따라
-<김대중 죽이기>와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출간하고 킹메이커로 불렸습니다. <안철수의 힘>도 냈고요. 대선 주자에 관한 책을 다시 낼 계획이 있나요.
“이제 안 하죠. 칭찬은 후과가 있어요. 누굴 칭찬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해요. <안철수의 힘>은 말도 못 하죠. 내가 그 사람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할 뜻도 없고요. 그때 그 작업을 한 건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으론 안 된다고 봤거든요. 지금 국정농단 응징이 오래가듯이 노무현 정권 응징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본 거죠. 내 말이 맞은 건데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요(웃음). 국정농단이 아니었으면 2017년에 됐을까요? 난 그것도 조금…. (안철수는) 어찌 됐건 이후 실망스러운 행태가 나왔는데, 나랑 연계돼 버리니까…. 김대중도, 노무현도 그래요. 김대중 말년에 비판 많이 했거든요. 노무현 때도요. 이제 그 짓은 안 하려고요(웃음). 대신 우회적으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같은 정치적 소비자운동 같은 걸로 말하죠. 그 말도 안 하고 어떻게 살아요. (대선 앞두고 특정 주자에 관한) 글이나 책은 안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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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 가거나 인정하는 정치인이 있나요.
“더 이상 사람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요만큼 모자라고, 저만큼 낫고 한 사람들은 있겠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 배울 만큼 배우고, 사회적 책임과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생각을 안 하고, 못할까요? 이건 정치 문제예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는 많은 사람이 있을 거란 말이죠.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사람들도요. 이런 식으로 정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사람들도 많다면, 그건 지도자 개인 문제가 아니잖아요. 역사적 업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속 편하게 집단적으로 저럴 수도 있구나 하고요. 그런데 사적으로, 개인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전체 사회를 놓고 그렇게 볼 순 없잖아요. 시대가 흐르며 묵은, 해결해야 할 업보는 세월이 해결해주는 거라고 봐요. 답이 없는 거 같아요. ‘일부 권력자나 권력의 특정한 부분이 문제고, 나머지 사람들은 문제가 아니어야 하는데, 저 사람들 믿었는데, 너마저 그러네’, 이렇게 매번 펑펑펑 깨져 나가니…. 개인적으로 많이 보셨을 거 아녜요. 다른 사람도, 주체가 없어져 버리는 거죠. 집단의 문제고, 시대의 문제고, 피치 못할 역사의 한계가 있겠구나 하고 봐요.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골고루 보는 시각을 가지는 게 좋겠다 싶어요. 그러면 맘이 평온해지죠.”
■한국의 정권 교체는 자해를 안 하느냐의 경쟁
- 거시적, 미시적으로 볼 때 정치쪽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50년 집권 이야기마저 나오는데 87년 6월 항쟁 이후로 놓고 보더라도, 정권 교체 주기가 길어야 10년이에요. 2004년 탄핵 때 열린우리당이 대박 쳤죠. 그런데 어떻게 몰락했나요. 2008년 총선 땐 진보 대 보수의 비율이 이전의 ‘162 대 125’에서 ‘92 대 200’으로 바뀌었어요. 지난 4·15 총선 결과와 비슷했어요. 2008년 이후 한동안 ‘진보의 죽음’이 거론됐잖았아요. 그런데 지금 진보가 살아난 게 진보가 잘해서인가요? 보수가 자해(自害)를 한 덕분이잖아요. 지금 진보는 자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한국의 정권교체는 누가 더 잘하냐의 경쟁이 아니고, 누가 더 자해를 안 하느냐의 경쟁이 되고 말았어요. 문 정권의 고충은 이해하죠. 권력 잡았지만, 국정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박정희나 전두환 비판하기 쉽죠. 그런데 경제 기본 골격과 경로는 박정희, 전두환한테 물려받은 거잖아요. 바꾸기 정말 어렵죠. 그러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뻥치지 말고, ‘진짜 어렵다’ 그런 맛도 있어야죠. 개발독재 30년을 극복해야 하지만, 그 문법이 이어 내려왔잖아요. 국민들이 거기 체질화되었으니 얼마나 바꾸기 힘들어요. 지도자가 확 바꿀 수 없죠. 그러면 부작용도 터져 나오고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죠. 인내해야죠. ‘50년 넘게 형성된 하나의 시스템을 바꾸겠다. 기다려 달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겠다. 내 임기 시절에 뭐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라고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말하는 게 민주주의 시스템이죠. 그런데 어떤 대통령이 임기 중에 또 그렇게 이야기하겠어요. 그런 말 못 하죠. 그런 어려움은 알 거 같다 이거예요. 천천히 가더라도 이런 게 낫죠. 그런데 검찰개혁 그 난리를 피워놓고, 엊그제 법무부 법무 검찰 개혁위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지휘권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들 수사지휘하는 걸 방안이라고 내놨던데, 정권의 청사진이 겨우 그거에요. 세상에 이게 개혁이냐고요. 이거 윤석열 우상화에요. 이 정권이 우상화에 사로잡힌 거예요. 윤석열 하나 찍어 내려고, 국민적 신뢰 받고, 장기적으로 가야 할 형사 사법 제도를 그따위로 바꾸는 게 말이 되는 짓이냐고요. 생각은 그런 거겠죠. ‘우리가 50년, 100년 집권한다. 우리는 선한 권력이잖아. 우리가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 맘대로 하는 게 그게 개혁인 거야.’ 말이 웬만큼은 통해야죠.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저러면 다 웃어야 하는데, 또 (여러 사람이) 텔레비전 나와서 옹호하더구만요. 어느 정도 수준이 되고 해야 이야기가 나오지. 누가 악역을 맡아줄까 했는데 떡 하니 나온 게 추미애죠. 지금이 2020년인데, 보수가 휩쓴 게 앞서 말씀드린 2008년이에요. 그때 신문 기사 보면 지금과 똑같아요. 그때 ‘진보는 끝났다’는 거였죠. 지금은 ‘보수는 죽었다’고 봐야죠. 그런데 한국처럼 역동적 나라가 어딨어요. 12년 만에 뒤집어진 거 아니에요. 이대로 안 간다니까요. 우리나라 정치가 누가 누가 잘하나 시합하기보단, 누가 더 나쁜가를 경쟁하죠. 그러면 저쪽을 나쁘게 보이게 해야 하죠. 머리 싸맬 필요 없어요. 공부를 뭐 하러 해요. 동기 부여가 모든 역량을 저쪽을 공격하는 데서 나와요. 유권자한테 선택 사항이 없어요. 선택지가 2개뿐이에요. 제3의 선택지 나와서 기울기도 하지만, 이쪽에서 잘해야 할 필요가 뭐냐 있냐는 거죠. 상대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면 되는데요. 원래 머리들이 좋았을 거 아니에요. 시민 정치 참여도 그런 에너지에 바쳐지고, 그런 흐름에 휩쓸리고 빠져들게 돼요. 그렇게 하는 걸 진보라고 생각하나요. 거리 두고 보면, ‘이 나라 어디 가는 거야’, ‘왜 이분법으로 계산해’, 늘 드는 의문이 이거예요. ‘문제 있다’ ‘잘못했다’ 하면 ‘누구 좋은 일 시키려 하느냐’ 그래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그런 말(‘무공천으로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적폐세력에게 넘겨줄 수 없다’)을 꺼내요. 상도덕이 있고, 상도리가 있는 건데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거 아닙니까. ‘적폐세력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이거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모든 판단 준거가 반대편에 유리하게 가면 안 된다는 거죠. 그냥 이분법에 함몰돼서 반대쪽 득 될 일 해선 안 된다는 게 민주당 주류파 논리예요. 왜 그 둘을 놓고 이야기하느냐, 이 말이에요. 언제까지 저쪽 때려잡는 데 힘을 다 가져다받칠 것인가요. 그러니 ‘저 자식들 반대하면 안 되니까’ 하고 정책도 졸속으로, 속전속결로 달려가는 게 아닙니까. 막 밀어붙이고, 그리고 박수치고…. ‘제로섬 게임이야, 저쪽에 득이 되면 안 돼’. 어떻게 정치를 그렇게 볼 수 있냐는 거죠. 보수 야당을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 세대교체 이야기를 했는데. 젊은 정치인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 의미가 아니고요. 저 자신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크게, 넓게 보게 되더라고요. 반드시 어떤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그런 행태 자체와 거리를 두게 되더라는 거죠. 그럴 필요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내가 확실히 나이 먹어간다고 느낀다는 거죠.”
- 그런 성찰에 이른 동력은요.
“동전의 양면을 실제 생활에선 적용 안 해요. 우리가 아름답게 생각하는 이면을 보면 그런 게 있는 거예요. ‘우리가 왜 운동권 했나’ 이것도 보면요, 지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지금 생업에 종사하면 되잖아요. 이타적으로 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내가 이렇게 나섰으면, 지도자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해 보겠다’, 지금 그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대학도 좋아야 하고, 운동권에서 간부급을 해야지 정치하는 거죠. 이걸 비판하는 분들은 극소수예요. 대체로 당연하게들 여기죠. 그래서 한국 사회나 그 바탕이 갑질의 구조라는 거죠. 제 생각이 옳다 같은,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확신의 강도는 확 줄어들어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무슨 일 해야 하겠다는 확신을 갖고 반독재 투쟁할 때 ‘내가 잘못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독립 운동하던 선배 운동가에서, 반독재 투쟁하던 586 운동권까지, 그 시절엔 그런 이분법이 필요했죠. 지금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그런데 한번 몸에 밴 건 안 없어진다니까요. 지금도 독재 대 반독재 구도로 가는 거 아니예요. 그 구도가 이기기 유리하게끔 돼 있어요. 보수가 지리멸렬하니까요. 잘 도와주잖아요. 한쪽에선 쾌재 부르며 반길 일이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보수와 진보 수준은 연동해요. 보수 수준이 낮아지면 진보도 낮아지고, 진보가 낮아지면, 보수 수준도 낮아져요. 잘 해야 할 필요가 없어져요. ‘저 새끼들, 형편없다’고 폭로만 하면 되고요. 또 실제로 형편없게끔 놀아주면 되고요.”
■이기주의 때문에 박원순 보호하려는 심정 생겨…지도자 추종은 권력 감정
-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광역단체장들 성폭력 문제가 이어졌는데요.
“정말 난 놀랐어요. 박원순 그분이 의전에 집착할 줄은요. 사건이 일어난 배경이 의전이에요. 의전이 세면 어떤 일이 생기는 줄 알잖아요. 군대에서 ‘누가 뜬다’ 하면, 그게 의전이에요. 왜 이렇게 비서진이 비대해요? 의전은 지도자급 인사들을 범접할 수 없는 위치로 올리는 거거든요. 무뎌져요. 권력 중독이 되어버린다고요. 의전이 그렇게 만들어요. 애초 그분이 왜 그랬을까요.”
-박원순 시장 추모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요.
“사람이 두 가지 종류일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을 옹호해야 자신도 정당화되는 느낌 이 드는 사람들 있죠. 박원순을 보호해야 한다는 심정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기주의 때문에 그런다고 봐요. 다 자기들하고 관련된 거 아녜요. 인간관계에 의해 알게 모르게 작동하는 개인 이기주의죠. 전 인간의 한계나 취약성 때문에 존경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쓰지만, 박원순은 글을 보고, 말을 들으면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했죠. 어떤 사람이 갖고 있던 사상을 높게 평가했는데, 내 기준으로 무너진 걸 볼 때 ‘어 이래?’, 세상에 믿을 사람 얼마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고, 착잡해져요. 정부와 정권만 비판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반적 시민사회 문제죠. 시민사회가 허약해요. 숱한 명망가들이 다 무너졌어요. 조국 사태에서 박원순 사건에 이르기까지요. ‘아니, 너마저,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심정이죠. 그분들은 자기들은 진실을 이야기했다고 하겠지만…. 힘이 좀 빠지더라고요. 스스로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아 이건, 시대사적으로 한 세대가, 한 시대가 저물고, 다른 세대로, 다음 시대로 건너가는 과도기’라고 여기죠.”
- 대부분이 대선 주자들이었는데요.
“‘박원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박원순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문재인도 그냥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일 하면 지지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을 그어요. 저 같은 사람들은 예외죠. 다수는 안 그래요. 한국인들은 지도자 추종주의가 강해요. 슬기롭고, 현명하며 비전 있는 지도자를 추종하고, 그 중심으로 모이는 게 큰 힘이 될 수도 있죠.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모든 생각이 나랑 같은데 어디서 다르지 보면, 지도자를 보는 시각이 다른 거 같아요, 난 정치인들, 힘쓰는 사람들 보면 국민 입장에서 이용할 사람이라고 봐요. 떠받들어야 할 사람이라 안 보죠. 거기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갈려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 대부분에 저랑 생각이 같은데, 그 점에서 달라요.”
- 정치인과 권력자에 대한 추종과 팬덤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너무 비슷하죠. 과거 H.O.T 팬들 일각에 ‘우리 오빠가 그랬는데, 뭐 어때’라는 문화가 있었죠. 팬덤 문화를 정치에 적용할 때 ‘빠’들은 절대 인정 안 해요. 막스 베버의 권력 감정을 대입할 수 있어요. 전 순수라는 걸 안 믿어요. 극렬 지지자들은 순수하게 지도자를 지지한다고 해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당신은 순수하지 않다. 행동경제학을 봐라, 매몰 비용 있지 않나. 지금까지 감정과 에너지를 그 사람 지지하는 데 바치지 않았나. 당신이 감정을 투자한 것이다. 그 투자한 감정이 일관성을 잃고 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 매몰되는 걸 원치 않지 않느냐. 거기서부터 이기주의다. 뭐가 순수하냐’고요. 권력의 한 줄이라도 자신이 동참하고 있다는 역사의식을 갖는 거예요. ‘나는 평범하고, 무력한 소시민이지만, 내가 지지하는 지도자가 큰일을 하고, 좋은 일 한다.’ 내가 권력의 가닥에 참여하는 거죠. 즉 내가 문재인이 되고, 지도자가 되는 거예요.”
- 국정농단 때 광장에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외치던 이들이 왜 권력자나 정치인을 추종하게 되는 걸까요.
“저는 SNS 탓이 크다고 봐요. 완전히 만개한 세상이에요. 필터 버블이 괜한 말이 아니예요. 끼리끼리 이야기만 들어요. 놀라울 정도예요. 저 사람이 명색이 대학교수인데도 자기 페이스북 추천 오른 거 말고는 다른 걸 안 봐요. (정보니 의견이니 기사니) 하나만 보면 그걸 중심으로 판단하죠. 다른 의견을 읽으면 이렇게만 볼 건 아니네 하고 약간 의심이 생긴다 말이에요, 반대쪽을 믿는다는 게 아니라요. 예전 안티조선운동할 때도 학생들한테 (양쪽 정보, 의견을) 다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한 학생이 ‘주관이 없어진다’고 진지하게 항의하는 거예요. 그걸 넘어 서서 당신만의 주관을 가져야지 했는데…. 지금 정보 이용 방식이 그래요. 한쪽만 보면 넘어가게 돼요. 여기서 호남이니까 극렬 지지자들을 만나기 쉽잖아요. 물어보면 다른 의견에 접촉을 안 해요. 도전받아본 적이 없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는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정치 이야기 나오면 화제를 돌려버려요. 극우라고 100%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극좌도 마찬가지고요. 뻥튀기와 왜곡이 덧붙여지더라도, ‘재들은 왜 저래? 한번 보자’ 그러면 분별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 ‘저걸 문제 삼네.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면서도 한번 더 보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SNS뿐만 아니라 TV 뉴스도 딱 하나만 시청해요. 그러면 안 돌아와요. 신문은 팩트 자체는 실어주는데, 신문을 잘 보지들 않으니까. 요즘 한겨레는 내키지 않으면, ‘뉴스 가치가 없네’ 하고 실을 만한 것도 아예 안 쓰더라고요. 한겨레 옴부즈만 보니까 좀 알겠더라고요. 한겨레에 항의 전화하는 사람들이 한겨레 보도 정도도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 항의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게 최종 사법적 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죄 추정해야 한다는 건데, 국정농단 때 대규모 촛불 집회하고, 탄핵하자고 한 게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서 그런 건가요?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니 위축 효과 정도가 아니라 공포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기막힌 연구 주제예요. ‘버블 속에 갇힌 바깥 세계’란 잘 만든 말 같아요.”
- 페이스북 같은 SNS를 하나요.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평온의 적이죠. 애초 안 했어요. 뭐 하려 해요. 전화도 없이 한동안 살았는데요. 소위 다 죽어간다는 레거시(전통) 미디어 정보만 섭취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라요. SNS 저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뭔 이야기를 해요. 농담이고요(웃음). SNS를 안하면 거리두기에 좋아요.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요. SNS 영향은 크죠. 강남순 교수(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글 한번 보세요. 박원순 시장이 죽고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랑 그 뒤에 쓴 중앙일보 칼럼(박원순 이후, 5가지 책임적 과제)이 달라요. 신문 칼럼 쓸 때는 피해자를 배려하는 글을 썼어요. 칼럼은 아주 좋아요. 이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 고발뉴스에 올랐더라고요. 꼼꼼히 읽었더니, 자기 우울을 호소해요. 몰입한 거예요. ‘박원순을 좋아했는데, 이 사람이 도대체 뭘 잘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라고 몰입하죠. SNS가 몰입하기 좋아요. 한 단면만 보고 쓴 거예요. 단어도 과격해져요. 강 교수가 페이스북에서 말한 ‘순결주의 테러리즘’은 어떤 인물에 몰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안과 분리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순결의 테러가 있고, 순결주의는 위험하거든요. 강 교수 페이스북 글은 이 맥락하고는 안 맞아요. 신문 칼럼은 여러 정보를 비교하며 숙고의 과정을 거쳐요. 몇번 다시 들여다보고, 고치고…. SNS는 그런 게 없어요. 그 차이가 큰 거 같아요. 경어체로 쓰면 또 이런 점이 있어요. 읽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인가를 떠나서 쓸 때부터 내용이 걸러져요. 경어체가 워딩을 바꿔줘요. 경어체 힘인 거 같아요. 그래도 좀 갑갑하죠. 독한 말 해야겠다고 하면 독해질 수 있는데, 경어체로 쓰면 순화되죠.”
-지난해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내셨죠. 페미니즘은 최근 2~3년간 계속 이슈인데요.
“이런 생각 가진 분들 대개 많아요. ‘너희들, 페미니즘이 뭐냐. 계급 문제 신경 써야 의미 있지. 잘 살고, 많이 배운 것들이 권리 주장하는 거 아냐’라고 비하하고 폄훼하는 거죠. 진보적 남성의 다수가 이래요. 그거 말 안 된다고 봐요. 거기 계급이 왜 들어가요. 계급 문제까지 다뤄주면 더 좋죠. (페미니스트들이) 계급보다 더 본질적인 성별 문제로 이의 제기하겠다는 건데, 뭐가 문젠가요.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문화주의랑 겹쳐져요. 다문화주의 비판하는 사람들도 ‘계급 중심으로 대동단결해 싸워야 하는데, 다문화주의가 중심을 흩트린다’고 하는 거죠. 전 난센스라고 봐요. 미국과 유럽 다문화주의는 득세했지만, 한국은 다문화주의 시동도 못 걸린 상태거든요. 계급 중심주의라는 게 노동 일변도 아니냐는 거죠. 페미니즘도 그렇게 보는 거죠. 계급을 편협하게 해석한 겁니다. 페미니즘 들여다보면, 복잡하잖아요. 재벌들 자식들 사이에서 왕따 있을 거예요. 재벌 랭킹에 따라서요. 그 물에서 ‘너가 나한테 갑질하냐’ 하고 싸울 수 있잖아요. 있는 놈끼리 싸워도, 갑질 갖고 싸우면 좋은 거예요. 페미니즘 두고도 ‘저 많이 가진 것들이…’ 이러는 건 진보적 시각의 편협함이죠. 다 득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인데요.”
- 20대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20대들 안 좋은 점 많죠. 그런데 20대가 다른 세대와 차이가 뭐냐? 개인주의 같아요. 진보적인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안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평소 여러 주제를 두고 시시비비를 냉정하게 가리던 사람들이 자기 패거리나 진영에서 무너져버린다 말예요. 정파주의에 휩쓸리고요. 개인이 없는 거예요. 개인주의 의미가 복잡한데, 이기주의 비슷한 의미로도 쓰죠.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 개인이 없어요. 20대에게서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 의식도 강해요. 박원익씨하고 조윤호씨가 쓴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란 책에 나온 내용이 와닿더라고요. ‘내가 살지 않았던 시대에 대한 책임을 나한테 묻지 말라’, 이거에요. 우리 세대만 해도 페미니즘 하면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 이런 게 있었는데, 요즘 20대 친구들은 그런 게 없죠. 이걸 보통 안 좋게들 봤죠. 그런데 20대들이 가부장제나 가사분담 문제에 관한 생각이 남녀 차이가 없어요. 20대 남성들은 20대 여성들이랑 경쟁해온 거예요. 우리 세대는 공정을 따져도 자꾸 역사와 과거를 떠올리고, 구조 문제를 따진단 말이에요. 20대 친구들은 ‘내가 책임지지 못할 역사와 구조를 묻지 마라, 당장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만 보자’는 거죠. 20대의 이런 의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어떤 사안을 두고 정파·부족·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건 막아주는 거죠.”
■진보, 보수 공통의 약탈 핵심이 부동산
- 한겨레 칼럼 ‘합법적 약탈’이란 제목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를 비판했는데요
“다 좋다 이거예요. 세상 일이라는 게 반드시 이리저리 엮이는 게 있어요. 다 살펴봐야 하잖아요. 부작용 리스트도 만들며 주도면밀하게 진행하는 게 통치고, 행정이고 정치인데, 지금은 일단 내지르고 보잖아요. 내지르는 게 진보인가요. 진보의 정의가 그런 거라면 세상에 진보만큼 쉬운 게 어디 있어요. 역기능도 최소화하는 고민도 해야 하니까 진보가 어려운 거예요. 진보하려면 머리가 더 좋아야 해요.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고 봐요. 위에서 오더가 떨어지면, 오더대로 가버리는 거예요. 당도 그렇고요. 아닌 건 따져봐야 하는데, (문제 제기하면) 집중공격 대상이 되잖아요. 문재인 지지파 중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독재 대 반독재 프레임을 끌고 가는 겁니다. 놀랍게도 보수파가 그 프레임에 호응해주면서 (진보파는) 거저먹고 가는 거죠. 조국이 말마따나 이념진보, 생활우파로 나눴는데, 생활로 가면 같단 말이에요. 현 상황에서 이념이 중요해요? 부동산이 중요해요? 진보니 보수니 공통의 수탈, 착취의 핵심이 부동산 아닙니까. 다른 문제가 없잖아요.”
- 부동산 문제를 쓸 때 톤이 강해진 듯한데요. ‘전사 강준만’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요.
“약하게 쓴 건데요(웃음). 저는 전주에 딱 집 한 채 있어요. 10년 전 샀는데, 가격이 떨어졌을 거예요. 생각해보자고요. 서울에서 전세 사는데 갑자기 주인이 올려달라고 한다거나, 친구들이 은행 빚 내 산 아파트가 20억이 됐는데, 자신은 여전히 무주택자이거나…. 누굴 때려서 강제로 무엇을 취하면, 처벌받죠. 사람들이 피해자 억울한 것도 알아요. 그런데 부동산 약탈은 피해자가 오히려 무능하다고 욕먹는 약탈이에요. 사람들이 부동산 문제 분노한다고 하지만, 약탈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렇게는 안 돼요. 부동산 약탈이라는 데 분노해야 해요. 자기 삶이랑 아무 관계없는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엄청나게 몰리는데, 부동산 촛불집회는 왜 안 열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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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임차인 집회가 열리긴 했습니다.
“그 집회는 제가 말하는 집 없는 이들, 약탈당한 이들의 집회와 성격이 다르고요. 집주인들 분노는 진보쪽 언론들이 안 좋게 쓰던데, 또 꼭 그렇게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봐요. 정책이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평소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던져놓으니 집주인들이 나온 거죠. 이게 ‘홍수정치’예요. 준비 안 하다가 홍수가 나면 밑도 끝도 없이 크게 빵 터뜨려요. 최근 여권에서 서울대 이전 방안을 냈죠. 서울대를 옮겨요?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왜 하냐는 거예요. 서울대 문제는 이전이 아니에요. 국가 재정을 서울대에 몰아주는 게 문제예요. 그런데 ‘지방 대학들에 재정 지원해 잘 키우자’는 문제 제기가 없어요. 대학평가라는 것도 가진 놈이 더 가지게 하는 지표로 계산하니 몰아주게 되는 거 아닙니까. 인서울 가치는 더 올라가고 비인서울은 더 내려가고…. 이걸 수십년 방치했다가 부동산 방안으로 내니 그냥 짜증이 나요.”
- 한겨레 칼럼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소속 언론사 단비뉴스가 보도한 통계를 인용하셨던데요.
“지난 12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대학에 지원한 재정지원사업비 총 49조6749억원 가운데 서울대에 지원된 금액은 4조6175억원으로 전체 9.3%예요. 연세대 2조4479억원, 4.9%, 고려대는 1조8258억원 3.7%입니다. 이 세 학교가 17.9%에요. 서울대는 전국 대학 평균의 20배, 연세대·고려대는 7~10배를 지원받았어요. 나머지 대학은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는 거잖아요.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권도 국가균형발전 비전이 전무해요. 갑자기 뭐 터지면 행정수도 이전 어어 하고…. 화가 치밀죠. 평소 개판 치다가 시험 다가오니…. 그런 식으로 시험 잘 볼 수 없어요.”
- 부동산 약탈의 주체는요.
“이 시스템인데, 그 관리자가 누구예요? 정부죠. 작년 통계를 보면 유주택자가 56.2%, 무주택자가 43.8%에요. 자가 소유자들도 불만 있고, 평수 늘려 가려 했던 분들도 화가 치밀겠지만, 자기 집 가진 사람이 여론 주도하며 반향 불러일으킬 수 있죠. 정권 차원에서 표 계산하죠. 어떤 게 타격 있을까. 무주택자는 소수인 데다…. 그린벨트 정책도 역대 정권 중 가장 기가 막히죠. 역대 정권이 정권 안보 차원에서 잘한 게 판자촌 따 뜯어버리면서 분산시켜버렸잖아요. 성남 대단지 이후 집결할 수가 없어요. 지금 집결할 수 있게끔 돼 있다면, 큰 사고가 터졌죠. 게다가 이 사람들(무주택자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 많아요.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아이고, 서울의 집 없는 사람들은 호구지책 때문에 지방으로 딴 데로 갈 수도 없으니 계속 당하는 거 아닙니까. 세상은 평화로운 듯하니, 약탈의 심각성이 안 드러나죠. 우리처럼 학교에서 편안하게, 공부로 밥 먹고 학생들 가르치는데, 이게(문제 제기나 비판) 최소한의 의무 아닌가 싶어요. 완전히 약탈이고 날강도 짓인데, 실수 정도로 넘어가요. 이 정권은 그간 왜 약탈을 방치했느냐는 거죠.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집권 초부터 있었다면 이렇게 됐을까요.”
■검찰개혁은 적을 만드는 데 가장 유리한 이슈
- 집권 이후 검찰개혁 같은 열성지지자들이 원하는 이슈 중심으로 간 듯 한데요.
“사람들 피를 가장 끓게 하는 이슈고, 적을 만드는 데 가장 유리한 이슈죠. 부동산 같은 삶의 문제는 피를 끓게 하는 데, 약하다고 생각한 거죠. 약탈이라는 문제 의식을 가져줘야 해요. 분노하고 문제제기 해야죠. 강남에 살지 않는 서울 시민들은 강남에 계속 특혜 가는데도 왜 내버려두나요? 강남이 한국 부동산 폭동의 진원지인데요. 거기서 모든 역사가 비롯되잖아요. 강남, 서초에 그린벨트 많다면서요. 거기 집 지으면 되죠. 문 대통령이 뭐라고 했어요? 후세 위해 (강남, 서초 그린벨트를) 지켜야 한다고 해놓고 태릉을 지목했어요. 태릉은 그린벨트 아닌가요. 8월3일자 한겨레 칼럼에 이 문제를 실었어요. ‘절대 다수가 그린벨트 수호에 동의하는데, 그린벨트에도 위계가 있다. 강남은 절대 지켜야 하고, 강북은 조금 훼손해도 되고, 수도권은 그냥 훼손해도 되고, 지방은 훼손 논란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썼어요. 전철역 수도 보세요. 도봉·서대문·양천·관악·금천·강북구의 지하철 역을 다 합하면 28개인데, 강남구 혼자 27개에요. 인구 수가 거의 엇비슷한 강남구는 노원구에 비해 지하철역이 2배 이상 많아요. 하다못해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마저 노인 인구가 많은 강북은 강남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고요. 수서고속철(SRT)은 강남의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서울 아파트 값을 잡을 카드라며 착공에 들어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중심도 강남구 삼성동이에요. 물론 수요가 많으니까 그런다고 하겠죠.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에요. 전철역 많아지고 편해지면 인구가 느는 거죠. 쌍방향이잖아요. 그래도 서울 시민들 가만 있어요. 강남 그린벨트 지켜야 하는 거죠. 언젠가 거기 들어가서 살 날을 고대해서 그런 건가요?”
- <약탈 정치: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의 기록>에서도 약탈을 다뤘는데요.
“이명박, 박근혜 때도 약탈 정치를 했는데, 부동산 약탈은 진보 보수에 아무 차이가 없다는 거죠. 이명박이가 집 가진 사람 중심의 못된 정책을 많이 하긴 했죠. 김헌동씨가 이명박의 반값 아파트 발상을 한 건,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라 돌아가는 걸 너무 잘 알고, 시장 맥을 짚어서 파고 들어간 건 낫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어요. 진보는 당위로만 접근하죠.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신경 안 써요. 신경 쓸 수 있는 능력은 있긴 하죠. 그런데 그냥 오더가 급하게 떨어져 ‘야 큰일 났다’ 하고 속도전으로 가니, 부작용이 나오는 거죠. ‘나중에 고쳐가며 하면 되지’, 이런 멘탈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가서 해결되겠어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지식인과 언론인들 다 집 한 채씩 있잖아요.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부동산 약탈 체제의 수혜자 아닙니까. 다만 ‘이건 아니다’ 하는 사회의식은 작동하겠죠. 수혜자와 피해자의 큰 차이는 분노의 강도 아닙니까. 피해자들이 분노를 느껴야 하는데, 약하죠. 다음 책 원고를 막 넘겼는데, ‘부동산 약탈’을 주제로 썼습니다. 부동산 약탈이란 걸 확실하게 하고, 약탈하는 게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런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주변 지인 중 세입자들은 꽤 분노하는데, 결집은 왜 안 될까요.
“분노 표출하는 사람 많은 건 알아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내 탓을 해요. 내가 못난 탓이라고요. 왜냐면 나와 같은 조건의, 권력도 뭐도 없는 다른 사람이 (빚은 내 아파트를 사는 등) 어떤 선택을 해서 (부동산 약탈의) 수혜자가 되잖아요. (피해자가 된) 사람들이 분노하면서도 자기 탓하면서 살 길을 찾으려고 해요. 집단 항의하면 어느 세월에 나한테 돌아오는 게 있나 하고요. 그러니 안 움직이는 거죠. 부동산 문제는 심리학자들도 같이 봐야겠더라고요. 상당 부분 심리도 작동하는 거 아니에요.”
- 정당 정치 문제도 이어지는 듯한데요.
“<부동산 계급사회>를 쓴 손낙구씨가 조심스럽긴 했지만, 내내 한 말이 진보정당이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는 거죠. 경실련도 알아요.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도 부동산 관심 없어요. 전 손낙구 같은 사람이 진보쪽 가서 대표가 되면 좋겠어요. 한국의 진보정당 대표급들은 밑에서 빡빡 기어 올라온 사람이라기보단, 다들 고생들은 하셨지만, 학벌 엘리트들이에요. 이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데, 그렇게 (토지 공동 소유를 강조한 ) 헨리 조지 이야기 오래 해놓고, 왜 진보적인 사람들이 부동산 외면했는가가 의문이에요. 가장 많이 약탈당하는 게 부동산 아닙니까. 그게 지금 빠져버린 거죠. 부동산이 바로 계급 문제예요. 계급 문제를 노동 중심으로 편협하게 봐온 거죠. 노동쪽에서 회원이 오고, 조직화되죠. 거저 먹는 겁니다. 부동산 약탈의 피해자들은 조직화 안 돼 있어요. 관심도 없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부동산 피해자를 배제하고 노동 중심으로 계속 가는 건) 운동 편의주의죠. 그러니 부동산 약탈당하는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중앙권력에 줄 대야 산다’는 의식 깨야 지방 문제 해결
- 예전 서울 학사 지원을 예로 들며 지자체를 비판하신 게 떠오릅니다.
“(지자체 학사 지원) 해봐야 욕만 바가지로 먹고…. 서울 책임 아니고 지방 책임이에요. 피해자가 말 안 하는데, 어떻게 가해자한테 이야기해요. 호남의 문 정부 지지도 보세요. (지지도에) 지방 문제는 아주 적게 들어갔어요. ‘호남 출신이 권력 여기저기 있다더라’ 그러면 ‘어이 좋아’, 그걸로 끝이에요. 지방 사람들도 보면 서울 대학 재정지원 집중에 화 안내요. 왜? ‘내 새끼 저 대학 보내면 되잖아’예요. 그게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내 새끼 아이돌 만들고, 프로야구 선수 시키려는 부모들은 수만, 수십만 분의 1 같은 확률 그냥 안 따져요.”
- 영남패권주의 주장도 나오는데요.
“일부를 거들었는데, 생각이 달라요. 김욱 교수 주장은 어떤 점에 동의하고, 어떤 점에 동의하지 않죠. 지금은 영남 패권 문제가 바닥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는데, 관심이 떠났어요. 영남패권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은, 이제 호남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이 시점에선, 호남이 영원한 피해자인 것 같지는 않다고 봐요. 거슬러 올라가면 호남이 피해자이죠. 그런데 지금은 호남을 이야기해야죠.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하는 거예요. 서울과 지방의 구도 문제예요. ‘중앙권력에 줄을 대야 우리가 산다’ 원초적인 의식을 깨면 해결되는 문제예요.”
- 중앙권력 의존은 영남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렇죠. 그런데 호남이 왜 문재인 정권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악착같이 지지하는가를 보면, 우리 정권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 아니지만, ‘우리가 빌려온 거고, 우리 정권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거예요. 지역이 지역민의 삶이나 발전을 두고 중앙권력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은 못해요. 중앙권력 맘대로 휘두르고, 여기저기 떡(예산)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는 한 절대 안 사라져요. 그걸 깨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그게 개혁이에요. 지역은 각자 살려고 노력해야죠. 중앙권력이 한 지역을 키울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을 죽일 수도 있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 이의제기를 안 해요. 여기 대고 영남패권주의 하는 건 번지수가 안 맞다는 거예요. (자의적 중앙권력이 작동하는) 그 시스템을 더 공격해야 하는 거죠.”
- 지방자치 실시한 게 30년 정도 되었는데요.
“김대중은 1990년 13일간 단식하면서 지방자치를 출범시켰어요. 제가 비판한 것 중 하나가 그게 정권 잡는 데 유리해서 한 건가요. 결과적으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방 자치를 했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임기 내 제대로 못 하면 이렇게 가야 한다, 이런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지방자치 문제를 비판하기가 갑갑해요. 시스템이 그리 됐어요. 지난 총선 끝나고 전북일보가 당선된 44명 국회의원 사진을 1면에 실었어요. 어? 전북은 의원이 10명인데, 뭐지? 봤더니, 이 사람은 처가가 전북이고, 저 사람은 시댁이 전북이고…. 이게 단지 전북일보 1면의 문제, 지역 신문의 문제가 아니예요. 지역 사람들 마인드가 그래요. 엊그제인가 ‘전북 의원들 힘 빌어 잘 되어야 한다’, 이런 게 사설로 나와요. 모든 마인드가 이거에요. 이게 지역에선 먹혀요. 모든 지역이 그렇지만 호남이 심해요. 서울에서 지역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있어요. 호남이 반세기 넘게 고통스럽게 살아왔죠. 그런데 언제까지 그걸 다 이해하고, 받아들여 줘야 하나요. 나이 먹고 이상한 일 하는 사람을 두고 어렸을 때 순탄치 못한 삶과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언제까지 이해해줘야 하나요. 물론 지방정부 사정은 이해할 수 있어요. (지역 문제는) 정권 책임이고, 시스템 문제인 거죠. 하지만 언제까지 그래야 하나요. 그러니까 영남패권주의 번지수가 안 맞는 거예요.”
전북과 연고가 있는 국회의원 당선자 44명 사진을 실은 전북일보 4월17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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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강연도 다니는 걸로 아는데요.
“책임은 서울에 더 있다고 보지만, 지방이 길들여졌어요. 지방 사람 마인드가 ‘서울 권력을 통해 더 받아야 한다’예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걸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닌데, 신경을 덜 써요. 그러니 뭐가 나오겠어요. 강연은 코로나로 인해 거의 중단됐죠. 강연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이 크겠어요. 진중권씨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먹고 사나.”
- 진중권 전 교수와는 예전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는데요.
“사안별로 동의할 건 동의하고, 다툴 건 다투고. 요즘은 동의하는 게 많죠. (페이스북 글을 전한 뉴스를 보니) 잘 싸우더라고요. 그런데 진씨도 참 재밌어. 예전엔 현 여권 돌격대 노릇을 치열하게 했는데…. 긍정적으로 해석하죠.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듯해요.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하고요.”
■지금 지식인은 치어리더…해 봐서 안다
- 지식인 문제가 전공인데, 요즘 지식인 정의나 지위가 달라진 듯합니다.
“과거 지식인은 매체에 대해 접근의 특권을 누리던 사람이란 말이죠. 방송이든, 신문이든 발언하고, 글 쓸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누렸어요. 그 지위가 지금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사라졌죠. 전통적 의미의 지식인이 끝난 거죠. 어떻게 변했는지도 봐야죠. 치어리더로 바뀌었어요. 전사가 된 거죠. 제가 해봐서 알잖아요(웃음). 제가 치어리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걸 여러 번 썼어요. 노무현과 노사모를 지지할 때 제가 말하면 박수들 쳤죠. 말하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건가? 그게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죠. 어떤 사안을 두고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했을 때 다시 생각해봐야지 하는 그게 아니었던 거죠. ‘치어리더가 선동이나 하면 되는 거지, 감히 어디 선수 기용 같은 데 개입하려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그때 논객과 저술 활동 등) 제 역할이 치어리더였다는 거죠. 이게 자기를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 거예요.”
- 최근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문 정부 부동산 문제를 비판했다가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당했는데요.
“내가 볼 땐 조 교수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문재인 정권을 위해서 한 말이거든요. 그런데 조 교수를 공격하는 거 봐요. 진중권씨도 지금까지 민주당을 비호하고 투쟁한 게 많아요. 그런데 (문 정권을 비판하니까) 안 되잖아요. 치어리더와 관중의 관계가 주종인지, 갑을인지 따져봐야겠지만, 관중이 치어리더를 고용한 건 맞아요. ‘네가 내 심정을 잘 대변해주네,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네, 독설도 잘 내뱉네’, 이래서 택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나도 착각했고, 지금 치어리더들도 착각해요. 그게 뭐냐면 ‘사람들이 날 믿어주기 때문에 내가 결을 달리하는 말을 하면, 환영은 안 해도, 한번 내 말을 생각해보겠지’ 하는 거죠. 그냥, 그 순간 끝나는 거예요. 조 교수 건은 너무 웃기지 않나요. 아마, 비난 글 쓴 이들이 조 교수의 과거 공로를 모를 수도 있어요. 알고도 능히 그럴 수 있지만…. 한겨레 성한용 기자를 안빠라고 씹는 이들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말이죠. 예전에 비해, 확실히 학습능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 치어리더를 거부한 이후로 변화가 있다면요.
“청중이 없어요(웃음). 찾지도 못하겠어요. 가끔 책을 쓰는데, 그냥 몇 천명 단위 사람들 대상으로…. (웃음) 그거 없는 거죠. 굳이 내 야심을 이야기하자면, 그래도 혹시 내 책을 사보는 몇천 명 중에 누군가가 (내 글의) 영향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정도죠. 정치권 팬덤 문화도 오락코드가 강해요. 야구장 가서 치어리더 즐기고, 저쪽에서 야유하고 그런 거죠.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진짜 좋아했던 사람들이 당해요. 언제 느꼈나 하면, 노무현이 처음 대선 후보 하겠다고 나섰을 때를 또렷하게 기억해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노무현 좋게 안 봤거든요. 다 좋은데,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거였죠. <노무현과 국민사기극>(2001)을 쓰기 전인데, 제가 노무현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면, 노무현을 폄하해요. 2003년까지도 <노무현 정권의 딜레마>, <노무현 죽이기>, <노무현은 배신자인가>를 썼어요.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진지 아세요. 저는 노무현을 앞장 서서 지지하고, ‘이 사람 괜찮다, 뭐가 있다’, 했는데 과거에 했던 약속들을 번복하길래 돌아섰단 말이에요. 그런데 ‘노무현이 깜냥이 되냐’고 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열성 신도가 되어 있더라고요. 제가 과거 (노무현이 인기 없을 때) 지지했고, 이런 건 상관없어요.”
■공영방송 경영진 뇌리를 지배하는 최우선 관심사는 정권안보
-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에서 어용 저널리즘과 어용 시민 문제도 지적했는데요.
“전부는 아닐망정,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대체로 같이 (정권, 정부의 방향으로) 가버리잖아요. 그런데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죠. 우리가 책상 앞에 앉아서 소탐대실을 말하긴 쉬운데, 경로의존이 된 상황에서 경로를 바꾸려면 엄청난 고통이 일어나잖아요. 한겨레 같은 경우도 주요 열성 독자 대부분이 어용을 해주길 바라잖아요. 그런 열성 독자들 화나게 하면 당장 타격이 오는 거예요. 발목이 잡히는 거죠. 신문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멀리 내다보고 달라져야겠다고 못하는 거예요. 악순환이죠. 당장 살고 보자고 하는 거죠. 경영진이나 지도자가 비전을 갖고, 대화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그게 되겠나 이겁니다.. 수신료를 올리건, 수신료를 범공용방송에 나눠주건, 무슨 (시민들) 신뢰를 받아야 할 거 아닙니까. 정파적으로 어용하면, 반대쪽 사람들이 오케이하고 되겠어요. 안 되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언론학자들이 비겁한 거예요. 아니 제가 비겁하지요. 한두 마디 하고 끝내는 걸로 면책하려는 보신주의죠.”
- 최근 공영방송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KBS 저널리즘 J 팀이 인터뷰 왔는데, 제가 이야기했거든요.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이 프로그램이) 계속 가면 좋겠다. 그런데 이 방식은 아니다. 시청률은 떨어지겠지만, 반대편 패널도 넣어라’고 했죠. 확답은 안 했는데, 당시 받은 느낌으로는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더라고요. 보수쪽에서 아무리 공영방송 어용됐다고 해봐야, 이들이 말하면 안 들어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방식에 관계없이 방송언론인들 스스로 알아서 할 순 없나요?”
- 사장을 어떻게 뽑자고 하신 거죠.
“정권만 바뀌면 난리잖아요. 노무현 정부 때 정연주 사장 일이 있고, 이명박 때도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야비하게 (사장 선임을) 했잖아요. 정치권이 사장 선임에 끼지 말라는 거죠. 한국 시민사회 믿어보자고 한 거고요. 사장을 선임하는 용도만 가진 방송의회를 만들자고 했어요. 돈 드는 거 아니니까. 추천 방식으로 하면, 정파적으로 나눠 먹고, 오염되니까요. 후보들이 포섭 못하게 각계 수천명으로 의회를 만드는 거죠. 후보들이 정견 발표회도 하고, 투표도 하자고요. 공공기관장 복수후보 놓고 하는데, 부분적으로 약식으로 도입되기도 했죠. 돌아가신, MBC 이용마 기자도 그런 아이디어였어요. 구체적인 방식은 나랑 좀 다르지만….”
- 방송의회도 정권이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지 않나요.
“한국 사람들이 이런 게 있죠. ‘방송의회가 나를 사장 뽑아줬다’, 방송의회는 정권에 대한 보은 의식을 차단할 수 있어요. 이것만 해도 대단한 거죠. 수천명이 사장 뽑아서 ‘역량껏 해봐라’며 임기 지켜주면 되잖아요. 보수니 진보니 할 게 뭐가 있어요. 그 안에서 타협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런 역량이나 마인드, 비전이 있는가 싶어요. 권력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공영방송 내부자들이 온몸으로 온갖 문제를 구현하잖아요. 권력의 압박 받아서 저러는 게 아니죠.”
-JTBC 시청률은 떨어지고 MBC는 올랐는데요.
“MBC는 재미 봤죠. JTBC는 타격이 크고요. 지금 MBC니 공영방송 주요 기능이 쉽게 말해 정권안보밖에 더 되냐 이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 이야기해야 하는데, 욕먹고 싶지 않아 말들을 안 해요. 사람들이 다 피해요. 공영방송 구조조정 이야기 나오고 하는데, 빠뜨린 게 있어요. 임금 책정 문제에요. 지금 임금이 전성기 때 기준이잖아요. 죽어가는데, 그대로 끌고 가요?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냐 이거에요.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을 텐데, 누가 그 가장 민감한 돈 문제를 이야기하려 하겠어요. 지금은 지역방송 줄여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거 아녜요. KBS, MBC가 그 줄이는 작업을 20년간 해왔죠. 그러면, 이런 문제를 걱정해야 할 사람이 누구겠어요. ‘기술 혁명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 문제를 두고요. 경영진 아니겠어요. 지금 경영진 뇌리를 지배하는 최우선 관심사가 뭘까요? 정권안보죠. 아까 한 지방 이야기와 비슷해요.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보단 어떻게 중앙권력에 줄을 대 이익을 볼 것인가에만 가 있어요. 공영방송도 지방처럼 중앙권력 그쪽으로만 가 있는 거예요. 어떻게 권력 힘에 기대서 뭘 더 노려볼까, 그것만 있는 거예요. 이런 문제가 화두에 오르지도 않아요.”
■세상 살다보니 거시적, 미시적으로 보는 게 다 필요
- 학생들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다는 악명도 나왔다고 얼핏 들었는데요.
“악명을 얻어야 진짜 교수인데, 나름 성실하게 한 걸 두고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웃음).”
- 여러 책으로, 유명 논객으로 활동해 주변에서 서울로 곧 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전북대 있다가 몇년 만에 결심을 굳혔죠. 처음엔 서울로 가아지 했는데…. 아시잖아요. 지방에 있다가 서울 가는 분들이 참 부지런해요. 객관적으로 인정해요. 서울에 자주 가야 해. 그건 못하겠더라고요(웃음)”
- 정치쪽 권유 많이 받으셨죠..
“맞고, 안 맞고가 있잖아요. 전 정치와 전혀 안 맞거든요. 정치 하려면 사람들 많이 만나고, 즐겨야 하는데, 그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치명적인 거죠. 의도적으로 하려고 하면 행복하겠어요.”
- 30년 소회는요. 파란만장하게 사셨는데요. 교수도 거의 같은 세월 해오셨고요.
“이렇게 세월이 빨리 갔나 싶죠. 선배들한테 물어보면 답들이 거의 다 똑같아요. ‘이렇게 갔나’(웃음). 내년 2월이 정년이에요. 1989년 전북대에 왔으니 32년째네요. 이미 정년 퇴직한 분들하고 이야기하곤 해요. 변화를 심각하게 느끼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학교 바깥에 따로 사무실 두고 있으니, 거기서 책 읽고, 글 쓰고…. 달라질 게 없지 않을까 싶어요. 담담해요.”
- 이 세월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요.
“제 책 달라지는 것 못 느끼세요. 젊었을 때는 그런가보다 무심히 넘어갔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세월 관련해 쓴 글들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똑같아요.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이 왜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고들 생각할까. 인간이니까. 이념과 지향성을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그 이념과 지향을 초월해 살아가는 게 비슷해요. 세월 가면서 비슷한 게 많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안 되니까.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느끼죠. 또 세상 살아가면서 보니까 거시적으로 보는 거, 미시적으로 보는 게 다 필요하더라고요. 미시적으로 보면 현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죠.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같아요. 그렇지 않겠어요? 민주화 시작된 게 1987년 이후라고 보면 가야할 길이 먼 거죠.”
강준만 교수는 전북대 부임 첫해인 1989년 찍은 자신 사진을 연구실 벽에 걸어뒀다. 지인이 촬영해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사연을 전하며 “세월이 이렇게 가네”라며 웃었다. 내년 2월 정년 뒤에도 책 읽고, 글 쓰며, 걸어다니는 30여년 일상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그들은 월 92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이 지속되던 지난 6월 16일 오전.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활동가들은 올해 하반기 노숙인 공공일자리를 축소하기로 한 서울시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2020년 하반기 노숙인 공공일자리 개편안’을 보면 노숙인이 공공일자리에서 받는 평균임금은 기존 월 64만∼81만원에서 월 48만∼62만원으로 줄어든다. 경제위기가 오면 늘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저소득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소득 상위 10%의 소득증가율은 1.9%였던 반면 소득 하위 10%의 소득증가율은 1.3%에 그쳤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월 공개된 1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전국 2인 가구 이상)에서 올해 1분기 벌어들인 돈이 눈에 띄게 준 건 소득 하위 10%뿐이었다. 소득 수준을 하위 10%에서 상위 10%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95만9019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6% 줄어든 액수로, 전 구간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전체 가구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늘었다.
흔히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표면에 드러난 숫자에 덜 주목할 때도 있다. 상위 1%의 소득, 세계 10대 부자의 재산은 늘 관심을 끈다. 반면 소득 하위 10% 또는 20%의 사람들이 한 달에 얼마를 벌고, 어디에 쓰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소득 하위 10% 또는 20%에 속한 사람들의 한 달 소득과 소비·지출은 대략 얼마나 될까.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발표한 각종 통계에 나온 숫자를 종합해 정리해봤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9년 10월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우철훈 기자
■월 92만원만큼의 삶
정부의 소득통계에서는 현재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꼽힌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연 단위로 이뤄지고 면접조사 방식을 택한다.
2018년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 하위 20%의 가구소득은 1104만원이다. 전년(1057만원) 대비 4.4% 증가한 액수다. 한 달로 나누면 92만원 꼴이다. 저소득층 중에는 매달 버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사례가 많지만, 소득 하위 20%에서는 한 가구가 한 달 평균 92만원으로 생활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세부 소득 내역을 보면 정부 지원이 전체 소득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아동수당처럼 정부가 지급하는 공적이전소득이 438만원이었다. 개인 간 주고받는 사적이전소득은 180만원이다. 일을 해서 번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은 각각 100만원, 302만원이다.
월 92만원에도 못 미치는 삶은 냉장고에 반찬을 채울 수 없을 만큼 팍팍하다. 형성철씨(58)는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에 혼자 산다. 형씨의 냉장고에는 지원받은 김치와 마트에서 가장 싸게 파는 보리차 티백을 우린 물이 전부다. 1000원어치 콩나물을 사 국을 끓여 김치, 밥과 이틀씩 먹는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IMF 사태 이후 일자리와 가족을 모두 잃었다. 한 달 소득은 공적이전소득인 기초생활수급비로 들어오는 50만원과 주거급여 15만원이 전부다. 몸에 장애가 있고, 허리디스크 등 수술만 수차례 했다. 저혈당 쇼크도 종종 온다. 꾸준히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달에 봉사활동을 다니며 식비로 15만~20만원을 쓴다. 술, 담배 지출은 없다. 교통비는 5만원이 나가고, 병원비도 10만원 안팎으로 쓴다. 매달 공공임대 월세가 15만원가량 나간다. 모이는 돈은 없다.
정부 통계도 형씨의 소비·지출 패턴과 유사하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21.8%), 주거·수도·광열(18.3%), 보건(13.8), 음식·숙박(9.1%), 교통(7.4%)순이었다. 올 1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하위 20%의 가계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점도 특징이었다. 형씨는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정부는 ‘이 정도 수준으로만 살라’고 수급비를 책정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짧게라도 일을 해서 수급비에 보태 쓰면 좋은데,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 자격을 잃는다. 계산을 해보니 수급자격을 포기하고 먹고살려면 월 200만원은 필요하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는 돈이 없다”
정교한 통계는 아니지만 노조나 금융기관에서 자체 집계한 통계와 비교해보면, 소득 하위 20% 삶의 열악함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노총이 2019년 1월 발표한 노동자 표준 생계비를 보면, 1인 남성 가구와 1인 여성 가구의 월평균 생계비는 각각 229만5557원, 221만8865원이었다. 2018년 한국노총 조합원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산출한 액수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5월 발간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보고서를 보면 퇴직자들은 월평균 252만원의 생활비를 썼다. 조사는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50세 이상 남녀 퇴직자 1000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회 국정감사 시즌 때면 쏟아져 나오는 국세청 소득자료도 저소득층 통계로 자주 언급된다. 주로 과세기반이 되는 근로소득 등을 기준으로 소득 구간을 나눠 분석해 사용한다. 다만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계층의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 한계도 뚜렷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국세청 소득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10%의 연평균 근로소득 243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근로소득자 1인당 평균 소득은 3519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세청 ‘귀속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은 면세자는 414만1273만명으로, 소득 하위 22%선이었다. 소득 하위 22%의 연평균 근로소득은 628만원이었다. 월 단위로 쪼개면 52만3000원 수준이다.
정부 통계나 국세청 행정자료 이외에 시민사회에서 대면 조사를 통해 만든 통계자료도 있다. 시민사회단체 연합인 ‘기초법공동행동’이 2018년 진행한 기초생활수급자 가계부 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사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30가구를 대상으로 두 달간 이뤄졌다. 조사에 참여했던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소득 하위 3%에 드는 분들의 수입·지출을 파악한 자료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30가구의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30가구의 월평균 가계수지는 5만830원 적자였다. 이는 예·적금을 지출에서 제외한 뒤 산출한 수치다. 적자폭은 월 1만2600원~70만7350원 수준이었다. 총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가 17가구였다. 채무 변제 중인 가구는 13가구였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들의 손에는 소득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대구에 사는 A씨는 2년 전 빈곤사회연대가 진행한 가계부 조사에 참여했다. 그는 남편, 중학생 자녀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한 다가구주택에 산다. A씨와 남편 모두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하다. 남편은 뇌전증도 앓고 있다. A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비로 한 달에 110만원을 받는다. 주거급여는 20만원이 나오는데, 임대료와 전세 이자를 합쳐 30만원이 넘는다.
식비는 한 달에 20만~30만원 정도 쓴다. 공과금과 휴대전화 비용은 한 달에 10만원씩 고정비용으로 나간다. 여기에 병원비, 자녀 영어학원 비용까지 지출하면 매달 남는 돈이 없다. 자녀 영어학원도 매달 보내지 못한다. 지출이 많은 달에는 돈을 아끼려 한두 달씩 쉬기도 한다. A씨는 “아이에게 단백질 섭취도 제대로 못 시켜 그게 너무 미안하다. 부족한 돈이 신경 쓰여 친구도 덜 만나면서 외부와 단절도 커지고, 무기력함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조사에서도 A씨처럼 적은 소득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사 내용을 보면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죽었다 생각하고’ 두세 달 동안 돈을 모아 병원 진료를 받음” “식비, 통신비, 교통비가 대부분이고 다른 곳에 쓰는 비용 거의 없음” “자녀에게 맞는 의류를 사주지 못함” “(고정) 생활비가 빠져나갈 때 압박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음” 등이 나와 있다.
■저소득층 소득↓ 불평등은↑
소득 하위 10% 또는 20%의 소득 정체는 불평등 고착화의 주요 요인이다. 불평등 연구자들은 최근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득만이 아니라 소득을 기반으로 한 ‘지수’도 저소득층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불평등을 지수화한 팔마비율을 보면 소득 하위 10% 중심의 불평등 확대를 파악할 수 있다. 팔마비율은 소득과 소득 사이 경계값으로 각 분위의 불평등을 수치화한다.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시장소득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P90)와 하위 10%(P10) 경계값의 비율(P90/10)은 2011년 8.51에서 2018년 9.51까지 올랐다. 소득 상위 50%(P50)와 하위 10%의 경계값 비율도 2011년 3.64에서 4.1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50%와 상위 10%의 경계값 비율이 2.34에서 2.31로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상층과 하층, 중층과 하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반면, 중층은 상층의 소득증가 속도를 쫓아갔다는 의미다. 불평등 연구를 하는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 10% 또는 20%에는 1인 가구 노인과 정규직이 아닌 불안정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소득 상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불평등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오는 연구들은 소득 하위 10% 또는 20% 문제가 곧 1인 가구, 노인이나 중·장년층의 빈곤 심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복지제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노동시장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6월 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리포트 ‘1인 취약가구 증가에 따른 정책대상 선정기준 조정 및 정책지원 방향’을 보면 2018년 기준 1인 가구 상대빈곤율(51.3%)은 전년(51.4%) 대비 0.1%포인트만 감소했다. 2인 이상 가구의 상대빈곤율(14.5%)이 2017년 13.4%에 비해 1.1%포인트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직장 퇴직자들이 몰린 50대 후반(55~59세)의 상대빈곤율이 2017년 44.5%에서 2018년 45.5%로 오른 경향도 나타났다. 50대 후반 남성의 상대빈곤율은 같은 기간 39.4%에서 44%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최 연구위원은 “소득 하위 10% 또는 20% 문제는 단순히 노동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노동정책 외에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선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 확대 등으로 1인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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