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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7.11~.7.18 안타까운 한주가 지나가고

by 이성근 2020. 7. 14.

박원순 사망자살방법·시신상태 묻는 기자들이러니 기레기

사망장소 찾아간 강용석대선 버금가는 선거로김종인

시민단체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서울시 5일장 반대한다"

박원순을 보내며[박원순 추도사]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되 반드시 그어야 할 ''

모두가 우울한 부동산 공화국

집값은 수억 상승, 세금 폭탄은 몇백7·10 종부세의 빈틈 [이슈&탐사]

A, 당당하셔요

'조문하지 않겠다'는 말에 대하여

"서지현·임은정 왜 입장표명 안하냐" 윽박...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받는다

7억원 빚만 남기고 떠난 박원순본인·배우자 명의 집 한 채도 없었다

현직 검사 "박원순과 팔짱, 성추행 자수한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속옷차림은 평상복

박원순 사건에서 여성정치인을 향한 이중시선

"박원순 죽음, 음모론 말하는 아빠와 싸웠다"

“‘한국판 뉴딜사실상 친기업·반서민 계획

한겨레 사설] 조중동의 도 넘은 백선엽 신격화’, 위험하다

경향사설]4일 만에 말바꾼 정부, 그린벨트 해제 논의 중단하라

그린벨트 해제론후폭풍반값 아파트다시 부상

박원순 이후쩔쩔매는 서울시사태수습 역부족·부동산 대응 속수무책

[민교협 시사 칼럼] 페미니스트로 () 박원순 기리기:남성특권에 관하여

심기 경호에 사생활도 없이비서들이 말하는 비서

종부세 6% 대상자가 20명도 안 된다고?

인천공항 정규직은 어떻게 평균 연봉 9100만원 일자리가 되었나

박원순 사망자살방법·시신상태 묻는 기자들이러니 기레기

최경영 인터넷상 떠도는 고소장 기사화, 망자 명예훼손중단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관련 경찰 브리핑생중계에서 기자들이 자살 방법과 시신훼손 상태 등을 질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0일 새벽 2시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앞에서 박 시장 사망사건과 관련해 현장 브리핑을 했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7시간여의 수색 끝에 발견한 상황에서 해당 브리핑은 여러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 됐다.

 

당시 기자들은 사안을 좀 더 조사하셔야 되겠지만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휴대폰하고 소지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랬는데 외모가 심하게 손상됐나요, 그러면?”, “그러니까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나요? 소지품 말고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최익수 과장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사망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경찰이 브리핑을 시작할 때 시신발견 장소를 밝혔지만 기자들은 발견 장소는 어디냐고 계속 되물었다. “성곽높이는 어떻게 되느냐”, “대략적으로 3m 이상이냐등 불필요한 질문을 반복하자 최익수 과장은 성곽 높이와 이것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논평에서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고인이 사망에 이른 방법과 시신훼손 상태가 전국으로 생중계될 뻔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취재윤리를 배운 기자들이 맞는지 의심하게 하는 잔인한질문과 상식 이하 취재태도는 한국 언론의 현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월간조선은 경찰 수색이 한창인 9일 저녁 박원순 시장 사망오보를 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월간조선은 인터넷판에서 오후 645분경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고 보도했다가 삭제했다.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민언련은 사망 오보는 로톡뉴스, 투데이코리아, 충청리뷰, 서울일보, 뉴스에듀신문, 브레이크뉴스, YBS뉴스통신, 동양뉴스 등에서 계속 나왔다고 되짚었다.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는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속보] 박원순 시신 성대 후문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이라는 자막을 띄우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무분별한 사망 의혹 보도는 사실보도 원칙에 위배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보건복지부 등과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는 자살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묘사하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에 관한 정보나 암시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범죄사건을 다루듯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권고하고 있다.

 

고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고인과 유가족의 법적 권익을 해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민언련은 박원순 시장 사망 사건 보도를 보며 왜 한국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지, 언론 신뢰도 세계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취재윤리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저급한 취재행위가 되풀이된다면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복구될 수 없다최소한의 품격이라도 남아 있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최경영 KBS 기자는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고소장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최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이미 고인이 됐다고소장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고소장이나 관련 내용을 가지고 뉘앙스를 풍기면서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최 기자는 망자로부터는 영원히 반론을 받을 수 없다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려가면서까지 망자의 명예를 더럽히려는 언론행위는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간의 상식대로 삽시다라고 일갈했다./ 고발뉴스닷컴 민일성 기자

 

사망장소 찾아간 강용석대선 버금가는 선거로김종인

언론들, 신간 <박원순 죽이기> 입맛 맞게 따옴표보도친문운운한 세계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은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입니다. 서울시장을 맡으신 후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었습니다. 황망한 심정입니다.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큰 책임이었던 서울시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급작스런 선택이 국민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0일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위와 같은 논평을 내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 역시 논평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 역시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반면 통합당은 별다른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전날(9) 당 소속 의원들에게 엄중한 시국에 언행에 유념해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서두에 박 시장의 비극적인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언급한 게 전부였다.

 

다만 통합당은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당 일정을 취소했다. 아울러 홍준표 전 대표 등 개별 의원들은 소셜 미디어나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날 오전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에 참석, 향후 당의 정강정책 변화가 집권으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던 김 위원장. 이어 그는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준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을 자처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랬다.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기를.

 

논란 자처한 김종인의 입

어제 갑작스러운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내년 4월이 되면 큰 선거를 두 세군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를 맞이해서 우리가 무엇을 제시했을 적에 일반 국민들이 저 미래통합당이 이제는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변화는 모습을 보여서 국민에 확신을 줄 때 우리가 선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내년 47일에 우리가 겪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던가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준비해야한다. 그때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강정책에 대한 토론으로 좋은 결실 가져오길 기대한다. 시대에 적응할 수 있고 국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기치아래서 새로운 정강정책 만드시는데 많이 노력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 '전혀 다른 정치, 성비 좋은 정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시각, 박 시장의 유언이 공개됐다. 서울시는 장례절차에 돌입했다. 그런 와중에 김 위원장은 보란 듯이 그 어떤 애도의 말 한 마디 없이 갑작스런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내년 47일에 우리가 겪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일부러 엄중한 시국에 언행에 유념해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각종 설화를 의식한듯한 문자 메시지를 자당 의원들에게 돌린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부와는 배치되는 언행이라 할 만했다. 일각에선 원 밖에서 활동 중인 김 위원장의 마이 웨이를 방증하는 언행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외에 박 시장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런 상식 밖 언행은 또 있었다.

 

와룡공원 찾아간 강용석, 친문 운운한 <세계일보>

박 시장의 실종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9, 잇따른 충격단독을 내건 유튜브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이어간 <가로세로연구소>였다.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은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란 영상에서 박 시장이 시신으로 발견된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방송을 진행해 비난을 자처했다.

 

특히 출연자들은 검은 옷을 맞춰 입긴 했지만, 50분 여의 방송 중간 중간 웃음을 터트리고 박 시장을 조롱하는 듯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한 세월호 유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희들은 제발 나보다 오래 살아라. . 안그러면 너희들 죽음 앞에서 너희들과 똑같은 짓을 할 것 같으니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아울러 강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는 이날 오후 서울시 부시장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이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피소 사건을 수사 종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강 변호사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수년 동안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를 문제삼으며 박 시장을 송사에 휘말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박 시장의 실종 직후 연이은 오보와 낚시성기사를 대량 쏟아낸 언론들의 선정적이고 과한 보도경쟁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일부 언론은 10일까지 그런 논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10일 출간 연기를 알린 <박원순 죽이기>의 저자 황세연 중원문화 대표의 인터뷰나 책 소개에 나선 일부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딱 그랬다. 일부 언론은 제목과 달리 반어법을 사용, 대권주자 중 하나였던 박 시장의 능력과 비전 등을 소개한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제 입맛에 맞게 따옴표로 이용했다.

 

이를 테면, “친문 세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구상하는 후보가 있다면 박원순 죽이기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호남이 원하는 진보적인 대통령 후보가 박원순이기에 더민주당은 호남의 움직임에 따라서 또다시 분열될 것이란 내용을 <‘박원순 죽이기저자 박 시장, 생전 친문 때문에 힘들어했다”>로 바꾼 <세계일보>가 대표적이었다.

<이미지 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캡처>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공식화될 즈음부터 소셜 미디어 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 속 문구다.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이후 실종됐고, 이후 실종 신고 7시간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애도와 비판의 목소리가 맞붙는 형국이다. 특히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멈춰달라는 의견 역시 서울특별시장 반대청원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힘을 얻고 있다.

 

이렇듯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은 공직자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문제점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동시에 김종인 위원장과 같이 박 시장이 떠난 빈자리를, 그의 공과를 이용하려는 이들의 잇속 차리기를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드러내주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박 시장의 공과를 향한 양 극단의 비난 의견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일종의 자정이 작동되고 있고. 이렇게,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후폭풍은 아주 오래, 만만치 않은 파고로 계속될 듯 싶다. / 고발뉴스닷컴 하성태 기자

 

시민단체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서울시 5일장 반대한다"

"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이 또다시 가해자를 비호하고 진상규명을 막고있다"

전직 서울시 직원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유명을 달리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기관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에서 10일 반대 입장을 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이날 각각의 SNS 계정을 통해 '#박원순시장의서울시5일장을반대합니다' 해시태그를 게시하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앞서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이날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을 통해 "박 시장의 장례절차는 5일장으로, '서울특별시기관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이라며 "조문을 원하는 직원을 위해 청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분향소는 이날 중으로 서울도서관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시민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을 통해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인권변호사 시절 박 시장의 어록을 인용하며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박 전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여,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다""그러나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며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피해자의 용기에 도리어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는 정치권, 언론, 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한국여성민우회는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하며 그가 바꿔내고자 하였던 사회를 향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박원순 성추행 피소 이후, 또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이 또다시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막는 것에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박원순을 보내며[박원순 추도사]

소소한 일상을 사랑한 사람, 미래를 위한 역사에 헌신한 사람, 박원순

다녀왔습니다. 빈소의 영정사진으로 그를 마주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새벽, 그의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통곡이 쏟아지는데 머리가 깨지고 심장이 피를 쏟는 줄 알았습니다. 무수한 이들과 함께 애도하면서 이제 조금이나마 진정이 됩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들여다 봅니다.

 

박원순,그의 빈 자리가 이리도 큽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곳곳에 일상으로 담겨졌는지 돌아볼수록 놀라울 따름입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에게 조언합니다. 큰 거 하나 해, 그래야 정치적으로 딱 각인이 되지.

 

그런데 그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바꾸는 일에 진력합니다.버스와 전철의 손잡이가 키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것이나 비오는 날 우산 빗물 털개가 설치되는 것이나 공공자전거 서비스 서울 자전거 따릉이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나 모두, 일상을 사랑하는 그의 철학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어디 그뿐이었습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운동의 거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적폐정권 하에서 경찰들의 물대포 작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촛불시민혁명의 현장 광화문, 그곳을 그는 지켜주었습니다.

 

그는 청년의 때에 살았던 모습을 시장이 된 뒤로도 그대로 실현해나갔습니다. 아니 더욱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시민의식, 그 권리를 위해 <서울자유시민대학>을 출발시킨 것은 박원순 시장의 모든 업적 가운데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정신의 힘을 기르는 긴 안목의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운영위원장을 맡아 그와 함께 시민대학의 고비 고비를 넘어온 과정이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시장의 뜻을 받들어 정성을 다한 서울시 공무원들과 운영위원을 맡아 시민대학의 뼈대를 세워온 교수진들 모두 이 일이 얼마나 귀중한지 절감해왔습니다.

 

평생교육의 거점을 세워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기쁘게 새로운 평생학습권을 누리고 있는지 모릅니다.<서울 도서관> 설립은 책 읽는 도시 서울을 위한 박원순의 기여입니다. 서울 시내 여러 유형의 도서관 정책, 그 골간을 짜는 본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있는 당시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과 함께서울 도서관의 정책기능을 설계했던 날들은 두고두고 자랑스러운 추억입니다. 지금은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이 더욱 담대한 계획을 맡아 현실에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잘 해나가리라 믿고 성원을 보냅니다.

 

서울의 브랜드 “I-Seoul-U”, 누구나 다 압니다. 젊은 세대의 작품이었습니다.

시청의 김동경 도시브랜드 책임자와 이 브랜드에 도달하기까지의 논의, 행사, 홍보정책 등에 대한 일을 했던 것도 언제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후보 가운데 시장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선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의 출현에 사방에서 비판이 일었습니다. 자신도 그 후보작에 표를 던지지 않았던 그는 시민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관해서 자신의 입장을 지켰습니다. 현장 투표에서 시장의 표도 당연히 한표였을 따름이었습니다.

 

이 도시 브랜드는 이제 세계적으로도 명물이 되었습니다. 그는 시대의 내면을 본능으로 읽고 있는 세대의 힘을 아꼈던 것입니다. 그와 함께 손을 잡고 일한 것 가운데 중랑구 망우동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의 변두리, 낙후한 지역에서 마을 운동을 일으켜 혁신교육과 공동체 성장에 힘을 쏟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주민들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쏟고 지원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시장실에 초대하여 소탈한 할아버지가 되어주었습니다. 현장에 직접 찾아와 숲이 있는 마을로 가꾸어 나가고 녹색벨트와 사회적 경제, 그리고 인문학적 사유가 하나가 된 서울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헌신을 다하는 마을 운동가를 끊임없이 격려하면서 난제를 푸는 일에 조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성장한그 마을 활동가는

지금 국회로 가서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숱한 일을 매일 감당하는 그가 그 작고 이름없는 마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보인 애정은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 이인지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실종소식을 듣고 마을 아이들이 우리도 찾아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는 그런 따뜻한 추억을 아이들에게 남기고 떠났습니다.

 

서울시장, 하면 박원순. 이제 다른 이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명명한 영원한 서울시장”, 이라는 직함이 그의 일생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가 치열하게 펼쳐졌던 때, TV 방송 토론의 마무리에서 진행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서울시장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어떤 후보여야 하는가를 물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질문은 토론자들에게 서울시장으로 적합한 인격과 능력을 압축해달라는 요지였습니다.저는 또박 또박, 세 개의 발음을 답으로 대신했습니다.“. . .”

그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있지만 지금은 온전히 추모의 예를 다해야 할 때라고 여깁니다. 도리라는 것은 그토록 중요합니다.

 

박원순,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우리 역사의 힘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박원순. 이 한도 많고 말도 많은 사바세계의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다시 초연히 산행(山行)을 떠나소서. 때로 별이 바람에 스치는 날이 있거든, 우리에게도 기별 전해주소서. 사랑하는 벗이여! 정다운 임이시여! 보내는 일이 이리도 힘이 드는군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프레시안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되 반드시 그어야 할 ''

[주장] 박원순 시장이 말한 '인격의 중함' 생각한다면 피해 호소인 2차 가해 막아야

11일 오전 11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청광장 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조선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났다. 인권변호사를 거쳐,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하면서 시민운동에 투신했고, 2000년대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2011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로부터 시장 후보직을 양보받기 전까지, 대중들 사이에서 박원순이라는 인물의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그러나 그는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의 삶은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지점에서 끝났다.

 

전 비서 A씨의 성추행 혐의 고소가 접수된 다음 날인 79,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부고가 전해진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극과 극의 반응이 교차했다. 그의 10년 시정에 감사했다며 조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성폭력 가해자를 애도할 수 없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시장의 장례식을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은 단숨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710,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박원순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5일장 반대와 피해자 연대를 주장했다.

 

고인은 누군가에게는 지지와 애정의 대상이었을 것이며, 자신의 영역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했다. 황망함은 그에 비례한다. 영전에서 명복을 비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무책임한 죽음'이라며 분노하고 실망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죽음을 대할 자격이 있다.

 

국민들은 다시 한번 거물급 정치인의 극단적 선택을 마주하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정권이 가했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당시 유시민 작가는 '죽음의 원인 자체는 정치적인 죽음이나 죽음 그 자체는 지극히 인간적인 죽음'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자금법으로 수사받다가 20187월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유서에서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내는 한편, 청탁과 대가는 없었다며 마지막 항변을 했다. 그리고 정의당 당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자신이 삶에서 높이 추켜들었던 가치, 도덕주의와 '정의'가 주는 무게감. 그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들과 박원순 시장의 죽음에는 차이가 있다. 바로 '피해호소인'이라는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호소인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세상을 등졌다. 항변을 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수사권은 종결되었고, 피해 사실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회복할 기회는 사라졌다. 고인은 유서에서 '내 삶에서 함께 한 사람들''가족'을 언급했으나 피해호소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 2년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이전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폭로에 휩싸여 몰락했다. 201838, 안희정은 김지은씨의 피해 사실 폭로가 전해진 당일까지 '성평등', '인권도정'을 논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희정이 보여준 성 인지 감수성은 참담했고, 충격은 컸다.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박원순 시장의 경우 충격은 더욱 크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여성 이슈에 관련하여 실질적 행보를 보여주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6년 군사 정권 당시,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부천경찰서에서 벌어진 성고문의 피해자를 변론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권인숙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고인은 90년대 한국 최초의 성희롱 소송 사건이었던 '서울대 우조교 사건'을 변론하면서 성희롱도 범죄라는 인식을 정립하기도 했다. 그는 그의 저서 <악법은 법이 아니다>에서 그의 변론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문장을 덧붙였던 바 있다.

 

"인간의 가치, 인격의 중함, 그것이 손상될 때의 아픔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자 하는 곳일 수 없다."(282)

 

직장 내 성적 괴롭힘(sexual sexual harassment)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고, 1998'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던 인권 변호사 박원순. 그리고 가해지목인이 된 박원순 시장. 이 둘은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이 사건이 다시 한 번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길 바라고, 한편으로 정치 혐오를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충격의 한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형 성범죄'를 고발한 피해호소인에게 위로를 보내는 한편, 그를 지키는 일이다. , 오프라인 공간을 막론하고 펼쳐지는 모든 종류의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 함부로 '정치적 공작'을 운운하고 신상을 유출하거나, 피해자를 추측하는 일도 단호히 막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발본색원을 해서 고소인을 찾아내자'는 게시물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가해지목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수사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피해호소인은 고소장을 제출한 날 이후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고인이 말했던 '인격의 중함'을 아는 길이다./이현파(hyunpa2) / 오마이뉴스

 

모두가 우울한 부동산 공화국

김상민 기자

 

주사위를 굴려 땅을 사고파는 모노폴리의 원조는 1904년 미국의 엘리자베스 매기가 개발한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매기는 지주 게임을 통해 자본주의의 토지 수탈 시스템과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를 보여주고자 했다. 게임 플레이어는 부동산 투기의 폐해를 보드판에서 겪는다. 지주 게임에서는 먼저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이 특권을 갖는다. 문명사회의 중심지에서 이익을 독점한다. 후발 주자는 문명사회의 주변부로 내몰린다. 우연히 던져진 주사위의 결과가 빈부를 결정한다.

 

게임의 법칙은 지금도 통용된다. 서울에 먼저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한 이들은 한국의 주변부, 지역으로 밀려나 있다. 일단 밀려나면 서울로 진입하기 어렵다. 최근 30대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것도 지금이 아니면 평생 주변부로 밀려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들의 두려움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이미 지방을 통해 밀려남의 결과를 확인했다. 부동산 양극화 심화로 서울과 지역의 자산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충북과 강원, 전남 등도 단위 지자체 평균 공시지가는 130만원대(2018년 기준)로 서울(273만원)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지역 부동산값은 떨어진다.

 

하위권으로 추락한 자산 서열은 평생 제자리를 맴돈다. 부동산은 신분을 만들었고 부동산 양극화는 신분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냈다. 다시 서울로 진입을 할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진다. 서울에서 태어나 충청권 국립대를 졸업하고 중소도시에서 취업해 거주하는 박원민씨(41·가명)수도권 진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아예 선택권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 격차는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일까. 집값은 토지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토지 가격은 해당 지역의 발전 정도로 가늠하는데 지역 발전은 일자리 창출에 달렸다. 일자리가 많은 곳의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적은 곳은 떨어진다.

 

표류하는 균형발전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균형발전이다. 정부는 부동산 안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균형발전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균형발전이 멈췄다. 지역에 일자리가 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필요한 20대를 중심으로 수도권 회귀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002%에 달한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 대비 1737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과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왜 표류할까. 균형발전은 제조업 성장기에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하지만 제조업은 몰락했고, 제조업의 생산거점 역할을 하던 지역의 입지도 축소됐다. 과거 제조업 시대처럼 분업을 통해 성장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균형발전 카드를 버리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된 가치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다.

 

정부는 대외적으로 균형발전을 공표하되 실제 정책은 수도권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동산 정책도 수도권 과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수도권 신도시 추가 지정,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을 가속화하는 수도권 집중 정책이다. 강원연구원은 정책보고서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과 강원도에서 수도권 택지공급은 수도권 1~2기 신도시 정책처럼 주택수요와 공급을 수도권에 더욱 집중시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집값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도 같은 맥락이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77일 국회 균형발전 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수도권 과밀 때문에 발생한다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의 압력을 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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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되는 동안 지역은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핀셋 규제를 피해 지역을 정해 놓고 치고 빠지는방식으로 차익을 챙긴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이들 투기세력을 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외지 투기세력은 나쁘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두고도 지역 내 여론이 엇갈린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시기는 역설적으로 외지 투기세력의 타깃이 됐을 때다.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가득한 지역의 아파트 시장은 외지 투기세력의 눈도장을 받아야 미분양을 털어낼 수 있다.

 

충북 청주시는 201610월 정부 미분양관리지역 선정제도가 생긴 이래 한 번도 관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수도권 규제를 피해 내려온 외지인이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이어졌다. 지난해 12503가구였던 미분양 가구는 지난 628가구로 줄었다. 집계된 미분양 28가구 역시 회사 보유분 전세 아파트로 사실상 청주의 미분양 아파트는 ‘0’이 됐다.

 

지난 5월 청주가 방사광 가속기 유치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아파트 시장은 더욱 요동쳤다. 청주 흥덕구 오송읍의 경우 5월 한 달 거래량이 2019년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외지인이 공격적으로 아파트 줍줍에 나선 결과다. 20205월 누적기준 총 7932건의 매매거래 중 34.6%2744건이 청주·충북 외 지역 거주자들의 매입 건이었다. 특히 청주시 흥덕구의 경우 지난 5월 월간 거래량의 절반(53.3%)이 외지인 거래였다.

 

아파트 가격도 올랐다. 올해 4월까지 28000만원에 거래되던 오창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7월 현재 4억원선에 거래가가 형성됐다. 올해 42억 초반에 거래되던 오송의 한 아파트(전용 84)3억원으로 올랐다.

 

정부 규제에 대한 지역 찬·반 여론 팽팽

투기세력은 가격을 올려놓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정부의 6·17 대책으로 청주시 전체 동과 오창·오송읍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부동산 거래는 거짓말처럼 끊겼다. 오송읍 부동산 대표는 어쩌다 나오는 급매물 한두 개가 있을 뿐이지 사실상 거래가 멈췄다이번에 오른 아파트 가격은 앞으로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도 시장을 교란하는 외지인 투기의 폐해를 알고 있다. 투기세력이 올려놓은 집값은 실수요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역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규제에 반발한다. 거래량이 늘면서 모처럼 찾아온 업계 호재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여론이 절대적이다. 지난 6월 청주의 한 부동산 대표는 외지인들의 투기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했다가 지역 부동산 업계로부터 비난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동산 업계만 규제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역에서는 정부 규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선다. 반대 측은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투기세력이 벌인 난리통에 가격이 오른 아파트는 청주 오창읍과 오송읍, 흥덕구 일대 일부 신축 아파트다. 서원구와 상당구 등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지역 아파트는 지난 6년간 떨어진 매매가가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량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상당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대표는 청주 부동산이 난리라고 했는데, 여기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이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오히려 규제 때문에 거래가 위축돼 시장만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반짝 특수를 본 주민들도 할 말은 있다. 청주 오창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진석씨(41·가명)계속 오르는 지역은 그냥 두고 몇 개월 올랐다고 조정 지역으로 묶는 게 말이 되느냐서울처럼 몇억이 오른 것도 아니고 이제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는데 규제를 한다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6·17 부동산 대책에 따른 규제를 풀어달라는 민원이 잇따른다. 여론을 의식한 듯 지역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낸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상당)은 지난 6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주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에서 조정대상지역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조정 지역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시점까지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를 비교해 놓은 분석 글이 공유된다. 게시글의 요지는 상승폭이 큰 지역은 놔두고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지역을 규제했다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 비판일까.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은 주택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이뤄진다.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정 요건을 갖춘 지역 모두가 규제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규제 시기와 강도를 정한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인원은 총 25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정부 측 인사다. 사실상 정부가 규제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회의 내용과 안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정부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자의적으로 규제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대전 유성구와 중구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11.49%, 11.52%였지만 규제 대상에서 배제됐다가 21대 총선 이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기본 원칙을 정해 놓지 않고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생긴 부작용이라며 폭등하고 난 뒤에 특정 지역과 세력을 지목해 주먹구구식으로 규제를 하다 보니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 제기

지역 주민들의 반발 심리에는 박탈감도 자리 잡고 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 기준 소멸위험 지역은 20204월 기준 105(46.1%)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폭등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지역 주민들에게 열패감을 던져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상황과 지역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정부 규제가 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정부 규제에 반대하는 주민 모두를 투기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는 모두가 우울하다. 지역 주민들은 부동산 문제에서 배제당한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서울 서민들은 이번에 밀려나면 끝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서울 주택 보유자들은 강남 3, ··, ··강 등 지역별로 끊임없이 부동산 시세를 확인하며 눈치싸움을 벌인다.

 

정부는 되레 부동산 불패신화를 확산시켰다.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던 이들은 모두 강남에 살고 있었다. 지역에서 기반을 닦은 정치인은 정치적 입지를 버리고 부동산 입지를 택했다. 국토위·기재위 소속 국회의원의 30%,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 45%가 다주택자라는 사실도 재차 확인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강남·서초·송파 등 지역 유권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약속했던 국회의원들은 종부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주택임대사업자가 부동산 안정화를 이끌 효자라던 정부는 1년 만에 임대사업자가 부동산값 폭등을 야기한 원흉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지난 7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조치 효과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49.1%효과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2018년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 강화된 토지공개념을 명시했다. 하지만 시장은 헌법 개정안에서 쓰고 버려진 레토릭이 아니라 현상을 믿는다. 전강수 교수는 이번 정부만큼은 부동산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큰 것이라며 신뢰를 되찾으려면 보유세 강화와 같은 강력한 정책을 장기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집값은 수억 상승, 세금 폭탄은 몇백7·10 종부세의 빈틈 [이슈&탐사]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나 단타 매매족을 겨냥한 세금 폭격이 핵심이다. 살 때(취득세), 보유할 때(종합부동산세, 재산세), 팔 때(양도소득세) 모두 세금을 중과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재 수준의 두 배로 올리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곧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의 매물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정부의 21·22번째 부동산 대책이 현금부자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한 기사(국민일보 713일자 1·8·10면 참조)에는 보유세를 높였으니 다주택자 현금부자도 못 버틸 지경이 되면 집을 내놓을 것” “절대 팔지 말고 세금 폭탄 맞으시라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결이 다른 반응이 나왔다.

 

“7·10 대책이 나오고 2000만원이 또 올랐어요. 주말에 계약 하나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사이 올라서 못했어요. 아직은 사려는 사람이 많은 시장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

 

이는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 규모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민일보는 14일 김병한 천정 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와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의 저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지방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서울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해봤다. 이번 인상안의 세율을 적용한 결과 고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억대의 종부세 부담이 지워졌지만, 저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저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생각보다 종부세가 높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저가 아파트 매물들이 시장에 풀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지역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핀셋 규제 영향이 닿지 않는 무풍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절반의 실패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에 따르면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96)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51) 2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보유세는 올해 7548만원에서 내년 16969만원으로 2배 이상 뛴다. 두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 합계는 474700만원이다. 보유세를 12개월로 쪼개서 계산 해봐도 월 14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아무리 집값 상승세가 빠르다고 해도 당장 이 돈을 내기 어렵다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10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가 30억원, 시가 50억원 다주택자를 예로 들며 이들의 종부세가 각각 3800만원, 1억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 넘게 인상된다는 설명과 비슷하다. 초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이들에게는 확실한 부담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저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어떨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률이 122%에 이르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소유 다주택자를 기준으로 계산해 봤다.

 

포항에 사는 A(47)2016년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전용 31.98) 4채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가격은 모두 2억원 중반대였다. 두 채는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취득하고 두 채는 자신의 명의로 샀다. 그는 2016년 말 4채 중 한 채를 팔고, 2017년 다시 한 채를 사들였다. 20176월 기준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는 포항의 아파트를 포함해 총 5채였던 셈이다.

 

김병한 세무사가 당시 세율과 공시가를 적용해 A씨 종부세를 계산했더니 2017년의 경우 60만원 이하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도 100만원대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방식으로 2020년 재산세와 종부세를 따져보면 315만원이 나온다. 지난해 말 발표된 12·16 대책의 종부세 인상안을 적용해도 4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차익은 차익은 컸다. A씨는 보유한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 5채를 4년에 걸쳐 나눠 팔아 45000만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그 동안 오른 공시지가를 반영한 보유세보다도 집값 상승분으로 인한 차익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A씨가 현재까지 해당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계주공5단지 4채와 포항 아파트 1채에 7·10 대책 종부세 인상안을 적용해도 올해 종부세와 재산세는 586만원 수준이다. 2017년에 비해 세액은 5배 넘게 늘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에 비춰보면 팔아야 할 유인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 평가다. 2017년 여름 3억원 초반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 6억원을 찍었다. 현재 공시지가는 2억원 중반 수준이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가격대가 낮은 소형 아파트의 경우 이번 종부세 인상 영향이 거의 없다게다가 세금보다 집값 상승이 더 빠르면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효과가 적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과 강북에 한 채씩 갖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보유한 집이 모두 고가인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이 역시 실질적인 세금 인상 부담이 크지 않다고 봤다.

 

B(51)는 서초구 아파트(전용 84.53) 한 채와 상계 주공5단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두 아파트의 공시가 합계는 올해 기준 114100만원이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20억원에 가깝다. 서초구 아파트를 아내와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B씨의 경우 올해 공시가에 7·10 대책의 세율을 적용했을 때 300만원 이하(재산세+종부세)의 세금이 나온다. 두 아파트의 집값은 모두 샀을 때 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 다주택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위축될 수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주택자 매물 얼마나 나올 수 있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종부세에 중과세율 인상 적용을 받는 인원은 전체 인구의 0.4%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초고가 아파트를 쥐고 있거나 수십채의 아파트를 들고 있는 다주택자 0.4%의 매물 정도만 시장에 풀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집을 내놓을 만큼의 타격을 입는 다주택자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이번에 최고세율 6%하면 세부담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강남의 20억짜리 아파트 3채를 예시로 들고 그런 사례와 비교하면 안 된다이런 형태의 종부세로는 저가 아파트까지 풀릴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 초년생이나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서울의 저가 아파트는 이미 매물 자체가 희박한 수준이다. 직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2016년 전체 매매의 53.7%(5918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34.4%(25791)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712일까지 15582(38.3%) 거래됐다. 3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는 201620.0%(22063)에서 20199.42%(7062)로 줄었다. 올해는 3747(9.22%)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에서 저가 아파트 실질 거래된 매물이 10%가 채 안 된다. 저금리에서 이런 매물에 기대심리를 가진다고 해도 거래 가능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매물은 적지만 수요가 많은 경우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부는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마련, 오는 10월 예정된 국토부 공시가격 로드맵 발표 때 포함하기로 했다. 중저가 아파트로의 자금 유인을 키우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풍선효과 쏠림 현상이 집중되고 있는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율 인하를 언급한 것은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공급 방안 등 다른 방향의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소유자들에게 세금을 과다하게 내게 하면 자칫 임차인에게 전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세부적인 공급 계획을 수립해 시그널을 주고 직접 공급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A, 당당하셔요[플랫]

플랫팀여성 서사 아카이브twitter.com/flatflat38

 

A. 힘내세요. 그 누구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런 뻔뻔한 자들이 있다면 저부터 우리 모두 당신과 함께 서서 막아내겠습니다.

 

법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길은 막혔습니다. 자초지종이 제대로 드러날지도,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영원히 A씨로 남게 될 듯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우리이니 앞으로도 서로 알게 될 일은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어제 밤새도록 당신이 생각나서 못 잤습니다. 독자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지면을 훔쳐서라도, 당신께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1993년에 제가 다니던 학교의 화학과에서 교수에 의한 조교 성희롱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대학원 신문 편집장이었던지라 그 여성 조교와 함께 싸우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사회적 장벽은 높고 두꺼웠습니다. 사연을 충분히 설명하고 지지와 협조를 부탁할 때마다 돌아오는 이야기는 무관심과 묵살, 혹은 강간을 한 것도 아닌데 웬 미친 인간 하나가 난리를 피우냐는 조롱이었습니다. 절망 끝에 반쯤 미친 상태가 된 제가 자연대 행정실로 쳐들어가서 1시간 넘게 난동을 부렸고, 그 덕인지 학교 측이 반응했습니다.

 

윤리담당이자 종교계와 시민사회에서 높게 존경받던 교수 한 분이 조용히 만나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분은 사람이 최고의 목적이라는 칸트의 윤리학을 일생 공부하셨고 향기로운 말씀으로 보수 진보를 통틀어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분이니, 뭔가 돌파구를 만들어 주시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30분 남짓한 회견 시간에 반복한 이야기는 딱 하나였습니다.

그런 따위의 일로 우리 대학교의 초대 민선 총장을 이렇게 힘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자네 때문에 우리 학교가 뒤숭숭하지 않은가.’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토악질을 한 게 그때 처음입니다. 당신들 중장년 남자들이 만든 학교가 뭐고 학문이 뭐고 도덕과 권위가 무엇이길래, 그래 그게 도대체 뭐길래, 한 사람의 내장을 휘젓고 찢어놓는 피울음 소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냐. 권력의 네트워크 속에서는 진실이고 고통이고 나발이고 다 한통속이구나. 결국 이 싸움은 학교 밖으로, 즉 법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법적 싸움은 쉽지 않았습니다. ‘sexual harassment(성희롱)’라는 미국 판례 용어의 한국말 번역어조차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몇 분 변호사들이 나섰습니다. 세 분의 고마운 인권 변호사였습니다. 그분들 덕분으로 이 싸움이 법정으로 갔으며 결국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A. 사람은 변합니다. 세상도 변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으며, 절대로 침몰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별의별 일과 말들이 당신을 덮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절대로 당신 혼자의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우리 모두 어제 한잠도 못 잤습니다.

 

그래도 차마 친구에게도 형제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말 못할 일들 때문에 힘드시겠죠. 일생 내내 한밤중에 일어나 오래오래 울며 지새우는 밤들이 앞으로도 많으시겠죠.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듣지 않게 흐느끼시겠죠. 죄송합니다.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함께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함께 방패가 되고 거북이 껍질이 되어 당신을 막아내겠습니다.

1993년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강간이 아니더라도 성희롱·성폭력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지난 30년간 비록 아주 더디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를 박아 왔습니다. 심지어 그때 제게 훈계를 늘어놓던 그 윤리학교수조차 지금은 자기가 당시에 뱉어냈던 말을 창피하게 부인하는 판이니까요.

 

이러한 진보가 벌어지는 과정에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그 혼란의 책임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정한 명입니다.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하는 것은 사회의 몫입니다. 개개인이 뒤집어쓸 몫이 아닙니다. 문제는 진실입니다. 진실이 진실대로 살아나가는 것이 진보입니다. 그리고 진실의 진보가 앞으로 나가면 풀 죽었던 희망을 잃었던 모든 사람들이 힘을 얻고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 서울시민들이 꿈꾸는 진보의 희망이 그런 겁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고 어쩌면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르는 A. 고맙습니다. 마땅히 할 일을 하셨습니다. 당당하세요. 김남주 시인의 말씀대로, ‘달리 말하는 놈들이 있으면 그놈 주둥이부터 호미로 찍어버리겠습니다.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이사/경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피해자는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거나 공론화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가해지목인이 숨진 뒤 남겨진 피해자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말한다.https://t.co/EsOm0CNopr플랫 (@flatflat38) July 10, 2020

 

'조문하지 않겠다'는 말에 대하여

죽음을 슬퍼만 하는 사회는 정체된 사회다

'조문하면 박원순 편, 조문 안 하면 피해자 편' 같은 이분법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이분법은 옳지도 않고 위계를 이용한 성범죄 해결과 예방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몇 사람들이 이런 이분법을 자꾸 만들어 간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710,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문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비슷한 글을 올렸다. 2차 가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댓글창은 반말과 여성혐오적 욕설로 도배가 됐다. 그런가 하면 영향력 있는 남성 인사들이 두 의원의 입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조문은 강제가 아닙니다. 안 가겠다고 상주에게 통보하거나 선언할 일이 아닙니다. 똥오줌은 가립시다"라고 말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조문 안 하겠다고 떠들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것 이해합니다"면서 "하지만 '하고 싶은 것''해도 되는 것'조차 분간 못 하는 건 좀 한심하다"고 했다.

 

조문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황교익씨, 전우용씨를 포함해 많은 이가 사적인 메시지로 이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워서 조문하기 싫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조문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연대하며 2차 가해에 반대한다는 말은 사적인 입장이 아니라 정치적 입장이다.

 

죽음에 대한 애도, 그 다음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인간 박원순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슬픔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가 살아돌아오길 바랐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속보가 떴을 때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어떤 순간에도 생명은 소중하다.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서울시장의 위력을 이용한 성추행 의혹과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반드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해석돼야 한다. 법조계, 정치계, 시민사회 등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어 이 죽음의 의미를 읽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력을 가진 이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 남성을 상사로 둔 여성의 노동 문제, 피고소인 사망 등으로 수사 기관이 수사를 더 할 수 없어졌을 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유명인 관련 사건에 쏟아지는 보도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 등을 반드시 논의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죽음을 슬퍼만 하는 사회는 정체된 사회다.

 

죽음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해석한다는 말은 나쁜 말이 아니다. 많은 죽음이 반드시 이렇게 해석돼야 한다. 부모에게 학대 당한 어린이의 죽음, 적폐와 비리 때문에 희생된 고등학생들의 죽음, 해고 노동자와 철거민의 죽음 등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죽음의 의미를 읽어왔다. 그 의미를 읽어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와 비슷한 죽음이 없지 않았다. N번방에 가입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했고, 비공개 스튜디오 촬영회의 핵심 피의자였던 실장 또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이런 죽음의 의미를 읽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이런 죽음을 만들지 않을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위력을 증명한 사람들

반면 어떤 정치인은 애도와 추모 이상의 '정치적 행동'으로 가해자의 건재한 위력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어머니 장례식에 조문하면서 "우리 아버지도 내가 징역살이할 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수감된 적이 있다. 이 말은 안 전 지사가 마치 민주 투사로 억울하게 옥에 갇혔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안 전 지사에게 감옥 다음이 있을 거란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옥에 갇혔다가 풀려나 국회의원이 됐고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자신처럼 안 전 지사도 그럴 수 있다는 뜻이 전제돼 있다. 이 후보자는 안 전 지사가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박 시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에게 질문을 받았다.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에 관한 질문이었다. 이 대표는 "예의 없는 후레 자식"이라 막말을 했다. '후레 자식'이라는 말은 어른이 버릇없는 젊은이들한테 쓰는 말이다. 이 대표가 이 말을 쓴 맥락은 "어디 어른한테"라기보다는 "어디 서울시장한테"에 더 가깝다. 이유는 이 대표가 앞에 했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 기자들 앞에 서자마자 박원순 시장의 업적을 읊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뜻과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3선 서울시장으로서 영원히 영향력이 있을 거란 걸 보여줬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이 가진 위력을 동원해 성범죄를 저질렀다. 박 시장도 자신의 전 비서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동료 정치인은 장례식장에 가서 그들이 가진 위력을 도리어 증명해 보였다.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가해의 도구였던 위력을 꺼내서 보여준 것이다.

 

박 시장의 죽음, 남성 정치인이 조문 정치로 보여준 남성 연대. 이를 바라보면서,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을 포함해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 서울시 5일장에 반대하는 수십만 명이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을 사람이 죽었는데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죽음을 조롱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는 조문 정치가 행해지는 남성 연대에 동참하지 않겠단 뜻이고, 민주당이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동안 피해자 옆에 있겠다는 선언이며, 다시는 동료 그리고 상사에게 성범죄 당하는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나도 시민 분향소에 가지 않았다. 서울의 상징과도 같았던 최장수 시장이 명을 달리해서 슬프다. 하지만 이렇게 명을 달리했기에, 또한 장례식장에서 공고한 남성 연대가 위력을 떨치고 있기에 조문할 수 없었다.

 

벌써 2차 가해가 넘쳐나고 있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알 길이 없는 진술서가 돌아다니고, 피해자의 신상을 캐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자신도 좋아서 엉겨붙은 거 아니냐", "관노와 잠자리한 이순신도 잘못한 거냐"는 악성 댓글도 부지기수다. 진상 파악과 피해 회복, 예방, 2차 가해 방지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하민지(hmj9431)/오마마이뉴스

 

"서지현·임은정 왜 입장표명 안하냐" 윽박...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받는다

'박 시장 성폭력 피고소'에 발언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 "진영논리에 기반한 문제제기"

조선일보와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 캡처 네이버 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 관해, "왜 가만히 있느냐"며 서지현·임은정 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20181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입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하며 한국판 '미투 운동'의 시작을 알렸고, 임은정 검사도 2003, 2005년 두 차례 상관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고발한 바 있다. 두 검사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법무부 양성평등자문관실 특별자문관으로 있는 서 검사나, 울산지검 부장검사로 있는 임 검사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폭력을 고발하고, 평소 성폭력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과 누리꾼 등으로부터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 검사님께 나가는 봉급 아깝게 느껴질지도... " <조선일보> 등 언론도 가세

공개적으로 두 검사를 비판한 장부승 간사이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법무부에서 고위공직을 맡고 계시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까방권' 주시는 건가? 제발 뭐라고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있는 발언 고대하겠다"라며 서 검사를 사실상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설마 이 문제는 내가 피해자 아니니 잘 모르겠다고 그냥 계속 침묵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만약 그러신다면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 검사님께 나가는 봉급이 매우 아깝게 느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그래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장 교수는 13일에는 임은정 검사를 향해 "검찰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이토록 고강도 대응을 하셨던 분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끝내 침묵하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정파성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됩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13<'성범죄 엄벌' 추미애와 '미투 촉발' 서지현, 박원순엔 침묵>이라는 기사를 통해 추미애 장관과, 서지현·임은정 검사가 '박 시장 성추행 피고소'에 관해 발언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머니투데이 또한 13일 낸 <성폭력 고발 앞장섰던 공지영·서지현박원순 의혹엔 왜 침묵하나>라는 기사에서 장부승 교수의 글을 언급하며 서 검사가 "평소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사건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 자체를 비판적인 논조로 서술했다.

 

서지현 검사 "한 마디도 하기 힘들어... 페이스북 중단"

20193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강연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쓴 <플라이백> 출판기념 낭송회에서 참석한 서지현 검사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훈

 

이에 서지현 검사는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간 겪은 고통을 토로했다.

서 검사는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가 쏟아졌다"라며 "한 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 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했다. 한 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냈으니 책임지라 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한 마디도 (입을) 떼기 어려웠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라며 "어떤 분들은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보지 않았을까봐"라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 있겠다"라며 잠시 동안 SNS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 검사는 "민주당 운운하시는데 저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고, 그곳에도 여전히 저를 '정신병자'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아실 리 없겠죠"라며 진영논리에도 선을 그었다.

 

이 글이 올라오자 장부승 교수는 자신의 SNS"서 검사님께서 잘못하신 것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디 절대로 자책하지 않으시길 기원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기사의 제목에서 '서지현 검사'의 이름을 뺐다.

 

"과도한 요구... 사건의 본질 벗어난 '선택적 지적'"

서 검사가 글을 올린 이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여성인권을 위해 싸워온 두 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 일종의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서 검사의 글을 공유하며 "왜 그녀를 가만두지 못하는가, 대체 왜"라며 "아직도 서 검사가 왜 동네북마냥 여기저기에 소환돼야 하는지, 법무부 파견 검사가 자신의 권한도 아닌 서울시장의 장례절차에 관한 의견을 밝혀야 하는지, 꼴랑 법무부 파견된 것 하나로 세상 강자인 양 취급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지금까지 목소리 낸 주제들은 최소한 법무부 소관 업무에 속한 그녀가 맡은 주 업무였다"라며 "그가 언제까지 자신의 미투가 정파적이거나 권력쟁취용이 아니었음을 입증받기 위해 오만 노력을 다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연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고발 사건이 '왜 터졌는가' 질문을 해보면, 이는 남성들이 만든 정치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몇몇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냐"라며 "일부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서 '선택적 지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진영논리 속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피해자인 여성에게까지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성폭력 피해자(고소인)을 생각한다면 민주당, 서울시 등 실질적으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박정훈(twentyrock) /오마이뉴스

 

7억원 빚만 남기고 떠난 박원순본인·배우자 명의 집 한 채도 없었다

7억원가량 빚 재산 총액으로 남기고 떠난 박원순 서울시장 가족들 /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퇴직금만 받을 듯

 

7억원가량의 빚을 재산 총액으로 남기고 떠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족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퇴직금만 받는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3선 시장이었던 박 시장이 88개월여간 재직함에 따라 퇴직금은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개인정보사항이라 퇴직금 액수는 비공개지만, 시장 연봉이 12800만원으로 월 1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퇴직금은 한달치 월급에 재임기간을 곱해 약 900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은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88개월간 서울시장에 재직하면서 오히려 빚이 늘었다.

지난 2011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이듬해인 20123월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 관보를 통해 순재산을 마이너스 31056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후 해마다 공개된 재산신고 명세에서 박 시장의 재산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재산을 마이너스 69091만원으로 신고했다. 88개월 재임 동안 빚만 38000여만이 늘어난 것이다.

 

박 시장은 고향 경남 창녕에 본인 명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가액은 7596만원으로 신고했다. 배우자인 강난희 여사 명의로 2014년식 제네시스(2878만원)를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기존 2005년식 체어맨은 폐차했다. 자신의 차량은 없었다.

 

예금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로 1년 전보다 228만원 늘어난 총 4746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은 37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3만원 늘었다. 채무는 배우자 몫을 합쳐 84311만원을 신고했다. 박 시장은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의 집 한 채도 없이 종로구 가회동 공관에 거주했다./김현주 기자 hjk@segye.com

 

 

박원순 성추행 논란 파문

현직 검사 "박원순과 팔짱, 성추행 자수한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발인때 기자회견, 선정적 증거 암시"

"실체적으로 내용 확인받으려면 여론 재판 말고 민사 소송 해야" 주장

(사진=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페이스북 캡처)

 

현직 여성 검사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성추행을 자수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4)13일 페이스북에 박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첨부하고 "자수한다.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두고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 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며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을 확인받는 것이 중요한지, 존경받는 공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여론재판이 중요한지 본인의 선택은 행동으로 나타난다"면서 "시민들은 그것을 비언어적 신호로 삼아 스스로 진실을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진 검사는 아울러 "현 상태에서 (고소인)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실체적 진술을 확인받는 방법은 여론재판이 아니라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판결문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민사재판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면 2차 가해니 3차 가해니 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 올린 다른 글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언급하며 "여성이 남성 상사와 진정으로 사랑해도 성폭력 피해자일 뿐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는 성적 자기 무능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자신의 비서였던 멜린다와 결혼했다면서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빌 게이츠를 성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고도 주장했다.

 

진 검사의 글은 박 전 시장과 A씨 사이에 발생한 일이 피해자의 자기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여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steel@cbs.co.kr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속옷차림은 평상복

네티즌, 평소 박 시장이 속옷차림 사진 셀카 공개 많았다고 주장

2018년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옥탑방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시 더운 날씨 때문에 속옷 차림이 자주 언론에 보도됐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3일 고 박원순 시장의 영결식 이후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 내용이 일부 알려진 가운데 네티즌들의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대리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음란 문자와 속옷 차림 사진 등을 전 비서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박 전 시장의 임기 초기 트위터로 소통했던 기억을 공개하며 평소에도 그가 속옷 차림 사진을 트위터 등 개인 SNS를 통해 많이 올렸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서울시장이란 사람과 트위터로 서로 팔로우 한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밤 11시를 한참 넘긴 즈음이면 아이고, 저런,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등 낮 동안 서울시장 계정에 달렸던 트위터 댓글 하나하나에 답을 달아대는 통에 알림소리를 죽여야 했다난생 태어나 처음 보는 베개 위 런닝셔츠 차림으로 웃고 있는 현직시장 셀카에 ! 더러워요. 시장님하니 세수했다는 답글이 달렸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던 박 전 시장은 결국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의 호감까지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트위터에 올린 속옷차림 사진. 출처:박원순 트위터 캡처

 

또 다른 네티즌은 박 전 시장의 속옷차림 사진에 대해 박 시장의 이 사진들을 보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람은 성적 감수성에 터보엔진을 단 사람이 아닐까란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하얀색 런닝셔츠 차림으로 부채를 든 사진과 함께 여름휴가를 잘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었다. 겨울에는 흰색 내복 차림의 셀카와 함께 추위를 이겨내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20187월 서울 강북의 한 옥탑방에서 무더위 체험을 할 때는 속옷 차림으로 길거리 청소를 하는 장면 등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SNS에 속옷 차림 사진을 올리는 것과 직장 상사가 부하 여직원에게 비밀 대화가 이뤄지는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속옷 사진을 보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김 변호사는 범행의 상세한 방법을 말하기 어렵다며 셀카를 촬영할 때 신체적 밀착이 있었다는 내용 등만 공개해 앞으로 더 증거공개와 기자회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박원순 사건에서 여성정치인을 향한 이중시선

조문불참 야당정치인 많지만 유독 여성정치인 비난, 여당 여성의원엔 침묵한다고 비판

정치인을 성별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저 특정 유권자들을 대리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을 굳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건 가부장제 사고방식이다. 구분의 목적은 단순 차이를 드러내는 것보다 우열을 가려 차별하는 쪽에 가깝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SNS에 올린 글을 보면 박 전 시장이나 여당,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없다.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고 시작하는 글에는 피해자(당신)가 느낄 외로움, 충격 등에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논의하던 성범죄 처벌강화입법을 약속했다. 중요한 건 글의 내용이 아니라 가장 어리면서 제일 먼저 조문하지 않겠다고 한 괘씸죄였다. 같은당 장혜영 의원이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도 진상규명과 2차가해 방지 등을 강조하며 차마 조문을 갈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보호·연대를 우선한 정치인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사에 그들의 조문여부를 더 부각하는 것까진 넘어가더라도, 다수 기사에서 조문거부라고 쓴 것은 마땅히 조문을 해야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관점을 담아 편향적이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온통 나이 어린 여성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다. 정치인들이 성인임에도 어린아이를 비난하는 표현이 많았다.

 

류 의원이 거울을 보는 모습 등 그의 여성성을 부각하는 사진을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로 보도한 곳도 있었다. SNS에도 류 의원을 비판하는 게시물에 해당 사진이 함께 퍼졌다. 그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성차별 등)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진이 쓰였고 (매체가) 의도를 가지고 (반복) 선택한 건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이런 요청은 쉽게 외면당했다.

여성정치인이 거울보는 사진을 썸네일로 쓴 언론보도()와 해당 기사 댓글.

 

조문하지 않은 야당 정치인은 더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조문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11일 조문을 취소했다. 이후 통합당은 피해자 편에서 진상규명을 외쳤고 적극적으로 여당을 비판했다. ‘말을 바꿨다거나, ‘죽음 앞에서 정략적으로 판단했다는 등 문제를 삼으려면 충분히 삼을 수 있지만 앞의 두 의원과 반응이 달랐다. 두 의원의 발언 수위가 높아 논란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동의할 수 없다이 나라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고위공직자들을 직접 비판했다. 안 대표도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처음 시장선거 나가기 전 아름다운 단일화로 주목을 받았던 정치적 동지였으니 역시 이를 문제 삼는다면 안 대표를 강하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큰 논란 없이 흘러갔다. 작은 야당의 초선 비례의원이 당 대표인 김종인·안철수 등보다 체급이나 영향력이 더 커서 논란이 더 컸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차이는 성별차로 설명할 수 있다. 보통 남성과 남성은 일반적인 인간관계로 이해한다. 공적관계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쉽게 사적관계로 이해한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안철수 대표의 조문불참은 정치적 판단 영역으로 전제하고 보도하지만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불참은 그들 개인의 예의와 태도의 문제로 보는 차이다. 강제추행 등으로 복역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공적관계로 만난 비서를 사적관계(애정관계)로 이해한 점, 안 전 지사를 옹호했던 논리인 어떻게 불륜으로 그만큼 처벌하느냐는 것 등은 모두 남녀관계를 사적관계로 이해하는데 익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과 여성간에는 사적관계인 동시에 잘 지내야 함에도 갈등하는 관계로 이해된다.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와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남성은 독립된 개인으로 보지만 여성은 집단으로 묶으면서 나온 편견이다. 남성 정치인이 잘못하면 그 개인의 잘못이지만 어떤 여성 정치인이 잘못하면 여성 전체의 잘못이 된다. 여성은 하나의 집단이 아닌데, 하나라고 가정하면 그 안에 이견과 갈등이 필연적이다. 다음은 13일자 기사들이다.

 

“‘성누리당성토했던 민주 여성의원들, 내편 미투엔 묻지말라’”(중앙일보)

“‘미투앞에 선택적 분노박원순에 침묵하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뉴스1)

남인순 젠더폭력위원장은 박원순 장지에입 닫은 민주당 여성 의원들”(한국경제)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진중권, 민주당 의원 침묵 비판”(아시아경제)

 

기사 취지는 문제가 아니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 의혹에 대해 여당 의원에게 침묵하지 말라는 요구는 언론의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여기서 언론이 선택한 건 여성이다. 보도 의도는 제각각이다. 페이스북에 글 하나만 써도 죄다 기사화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이라서 기사로 전했든, 여당의 위선을 비판하려 했든 중요치 않다. 여성만 특정했고 여성에게 더 높은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성차별 보도로 분류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질문하는 기자에게 ‘XX자식이라고 욕설을 내뱉는다고 이 대표를 비판하지 않았다며 남성의원을 한데 묶는 비판기사는 없다. 심지어 포털에 민주당 남성의원을 검색하면 남성의원기사는 없고 도리어 민주당 여성의원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온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번 사태에 사과한 것과 같은당 윤준병 의원이 정치권 논란과 피해자 2차가해를 막기 위해 (박 전 시장이) 죽음으로 답했다고 해 논란된 것을 두고 남적남이라고 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민주당 남성의원'을 검색한 결과. '민주당 여성의원' 비판 기사가 뜬다.

 

자신의 SNS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 측 기자회견을 흥행몰이라고 비판한 이는 현직 여성검사이고, 박 전 시장 의혹 관련 정보가 없다면서도 보도되진 않지만 (고소인 주장과)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며 근거도 없이 성추행 의혹을 부인한 민주당 대변인 역시 여성이다. 성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각각 진화에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같은당 두 의원의 메시지에 대해 유족과 시민들 추모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여론에 떠밀리듯 내놓는 이런 맞대응이 해결책일 수 없다. 이 국면에서 여성의원·남성의원이 아닌 그냥 국회의원, 남성 서울시장·여성 비서가 아니라 그냥 시장과 비서로 보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박원순 죽음, 음모론 말하는 아빠와 싸웠다"

[진단]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으로 갈라진 세대... 가정, 정당, 학교, 시민단체 전방위적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김서진(가명·24)씨는 아버지와 며칠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에 대해 아버지가 고소인이나 야당 정치인들을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며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고, 김씨가 이를 반박하면서 둘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피해자의 삶 역시 박 시장의 삶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라며 "정치공작을 언급한 것 자체가, 성폭력 피해를 노동권 침해나 폭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성혐오적 시선"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신혜(가명 27)씨도 우연히 만난 어머니 친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고 박원순 시장 사망에 대해 "누가 사주한 것 같아" "남자들은 순진해서 그냥 넘어간다"라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옆에서 어머니가 바로 제지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지는 일은 없었지만, 이씨는 '50대들의 평균적인 인식이 저런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과 동시에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관해 곳곳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애도를 중시하며 박원순 시장의 공을 먼저 이야기하는 쪽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고소인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특히 20~30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인 50대의 의견차가 두드러져 보인다. 온라인 상에는 부모님과의 의견 차로 고민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4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20대 여성은 '조사 필요' 응답이 79.9%로 모든 성별·연령별 계층 중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50대 여성은 '조사 필요' 응답이 53.2%로 모든 성별·연령별 계층 중에서 가장 낮았다. (관련기사 :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 필요하다" 64.4% http://omn.kr/1ob5z )

 

진보진영 내에서 도드라지는 인식 차이

심상정 "유족·시민 추모감정에 상처줬다면 진심으로 사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장례기간 동안 추모의 뜻 표하는 것과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 의사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의 추모감정에 상처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크다. 정의당은 늘 사회 변화에 앞장서 온 당인 만큼 당 내부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유족·시민 추모감정에 상처줬다면 진심으로 사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장례기간 동안 추모의 뜻 표하는 것과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 의사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라고 밝혔다. 남소연

 

특히 진보진영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인식 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장혜영-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박 전 시장 조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입장을 내자, 정의당의 젊은 당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홍명교 정의당 혁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심상정 의원의 갈팡질팡 메시지로 인해 피해자와 그에 연대하는 시민들께 상처드려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혼란을 가중시키고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며 심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홍 위원은 "이제 진실과 연대의 시간이다.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이 당사자의 절규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우리 사회와 진보정당이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도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상정 대표의 의원총회 모두발언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면서도 "(면담 이후) 심상정 대표가 이번 사안에 관한 저의 관점과 행보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 사안을 둘러싸고 당내에 큰 이견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그러나 우리가 누구라도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안간힘을 쓰며 존엄 회복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한 여성의 목소리에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원들은 온라인 상에서 '류호정, 장혜영을 지지하는 정의당원 연서명'을 이어가는 등 우선적으로 '피해자(고소인) 연대'를 외친 두 의원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다.

 

"교수님 부끄럽습니다"... 박 전 시장 추모 글에 항의하는 학생들

 

진보적 사회학자로 이름이 알려진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지난 14일 박원순 시장 추모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자, 성공회대 재학생/졸업생들이 댓글이나 공유를 통해 김 교수를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김 교수는 "박원순 같은 사람은 당장 100조 원이 있어도 복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이 사람이 죽음으로써 우리 국가와 사회가 입은 피해, 사회적 약자들이 앞으로 입을 피해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라며 그의 공을 기렸다. 이어 그는 "성적인 농담도 할 줄 모르던 그가 성폭력 가해자가 된 사실을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가해와 피해의 논쟁은 이제 멈추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다립시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동의한다는 의견도 많이 달렸다. 하지만 김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일부 누리꾼들은 "교수님 부끄럽다"며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고, 역시 다수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성공회대 졸업생인 장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동춘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주변의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박 시장 추모글'에 반발하고 있다. 교수님에게 실망했다는 말들이 많다"라며 "남성 교수들의 젠더 인식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교수님들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이들이고, 사회적 발언권도 강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미투 운동이나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그들이 활동하던 1980년대가 아니라 이제는 2020년이라는 것을 깨달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NGO 활동가는 "박 시장이 시민사회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 아닌가. 시민운동을 그와 함께 키워온 리더들이나 연령대가 높은 활동가 사이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강하다. 하루종일 울거나 조문을 같이 가자는 분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젊은 활동가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며 "믿고 있던 남자 리더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것을 보면서 다들 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NGO단체에서도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한 평가 때문에 활동가들끼리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대 저무는 것... 구조적 성찰 필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명인(62) 인하대 교수는 기성세대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4일 오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고소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뜻을 표하며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고소인에게는) 어떤 위로도 어떤 속죄의 행위도 아니다(...) 증거인멸 행위이며, 동시에 2차가해다"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감성으로는 애통하고 참담한 기분을 좀처럼 누르지 못하겠다. 하지만 박 시장에 대한 이런 나의 애도는 어쩔 수 없이 '낡았다'는 것 또한 느낀다. 확실히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라며 "'화급한 과제'를 앞세운 가부장적 위세와 그것을 보장하는 모든 시스템들은 이제 전면적으로 성찰되고 폐기되는 수순이 밟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애도와 추모는) 박 전 시장의 모순된 삶에 의해, 앞 세대의 가부장들이 누렸던 부당한 권력에 의해 전존재가 형언할 수 없는 위기에 빠져버린 바로 '그 사람'(고소인)의 평범한 삶을 되돌려놓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국정홍보 비서관을 지낸 시인 노혜경(61)씨는 "박 시장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구조적'이고 '전형적'이다"라며 "지금의 50~60대는 권력이 있으면 누구나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씨는 "민주화 세력이 '성폭력'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특수하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다보니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의 문제로 여기게 되는 것"이라며 "이제 민주화세력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젊은 정치인들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정훈(twentyrock) / 오마이뉴스

 

“‘한국판 뉴딜사실상 친기업·반서민 계획

의료 시민단체들 공공의료 사업 친기업 의료상업화 위험

보건보건의료 시민사회가 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에 대해 공공의료 강화가 아닌 의료산업화를 지원하는 방안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논평을 내고 정부가 보건의료 영역에서 발표한 정책은 하나같이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 또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인력 감축과 관련이 있다재벌기업과 대형병원에 퍼주는 비대면 의료 정책 중단하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가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구상을 담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디지털 스마트병원 구축 원격의료 AI진단 디지털 돌봄 등이 담겼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들 정책에 인력충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디지털 감시로 해결하겠다는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단체는 스마트병원 구축 방안을 두고 지금 필요한 것은 디지털 감시로 입원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간호 인력이 환자 곁을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협진을 돕는 장비를 설치하기 앞서 주요 거점병원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취약계층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나 말벗용 AI스피커,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주는 사업을 두고도 임상적 유용성이 의문이라며 어르신과 만성질환자들에게는 방문 진료 등 제대로 된 의료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 제도화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난 상황을 틈타 원격의료 법제화를 노리는 것은 의료 상업화에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부족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인력을 늘리는 공공의료 뉴딜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병상 당 간호사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20%에 그치고, 공공병상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 뒤 이것이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이지만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가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구상을 담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디지털 스마트병원 구축 원격의료 AI진단 디지털 돌봄 등이 담겼다. 사진=KTV 유튜브 갈무리

 

단체는 정부에 공공병상과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상병수당을 즉시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200개의 중환자실을 지방의료원 중심으로 확보하고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을 지금부터 훈련시켜야 한다. 공공병상은 현재 10%에서 최소한 20%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프면 쉬라는 정부 제1 방역지침을 당장 지킬 수 없는 시민들이 대다수라며 상병수당을 지금 바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김예리 기자·신하은 대학생 기자 ykim@mediatoday.co.kr

 

한겨레 사설] 조중동의 도 넘은 백선엽 신격화’, 위험하다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이 된 백선엽에 대해 민족반역자라는 비판과 전쟁영웅이라는 찬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전에는 진보 쪽에서 백선엽이 독립운동을 탄압했다고 비판하면, 보수 쪽은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이 잘못을 덮고도 남는다고 반론했다. 이번에 보수 쪽은 백선엽의 친일 행적자체를 아예 부인하거나 무시했다.

 

<조선일보>는 백선엽의 친일 행적을 두고 팩트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의 만주군 경력에 친일 굴레를 씌운다면 일본 통치하 수도·전기·토목 등에서 일본의 역량을 배워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룬 대다수 한국인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간도특설대 장교로 근무했던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이명박 정부도 인정한 팩트.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백선엽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심지어 백선엽은 이순신의 대한민국 버전이라고까지 했다. 어이가 없다.

 

<중앙일보>백선엽에 대한 광복회장의 해괴망측한 발언,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을 학살했다를 망언이라고 문제 삼았지만, 김원웅 광복회장의 전체 발언 취지와 거리가 있다. 발언 요지는 민감한 국내 이슈인 친일잔재 청산에 외국군 사령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을 영웅이자 보물이라고 했으니,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가 할 법한 항의였다.

조중동은 백선엽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선엽의 대전현충원 안장에 대해서조차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빈소에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했으니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른 국군 원로에게 예우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조문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백선엽에 대한 도를 넘은 신격화시도야말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일이다. 보수세력이 친일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반대하며, -미 동맹을 절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백선엽 신격화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도한 미화는 도리어 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 그럴수록 친일 행적, 한국전쟁 전공 독식, 부정부패 의혹 등 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다. 그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

 

경향사설]4일 만에 말바꾼 정부, 그린벨트 해제 논의 중단하라

정부와 여당이 지난 15일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 방안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각종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공급확충 방안의 하나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공식화되기 시작했다. 불과 나흘 전 ‘7·10 부동산대책발표 당시 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없다고 단언해놓고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정부 부처 간 혼선이다. 15일 오전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지 않았다며 홍 부총리의 말을 번복하더니 이날 오후 당정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사이 그린벨트 해제 검토 예상 지역에선 투기세력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번복하는 정부 입장도, 부처 간 혼선도 모두 당혹스럽다. 이래서는 시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을 수 없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는 사정은 짐작할 수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확대가 절대 필요한데 주택을 지을 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여러 차례 실패했다. 판교신도시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서울 집값만 올렸다. 게다가 지금 해제가 거론되는 서울 강남 등지의 주택 공급은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라 효과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집중된 상황에서 수도권 밀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에 어긋난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로,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다. 모든 택지 공급 방안을 다 찾아 쓴 뒤 마지막으로 이곳의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하기 앞서 3기 신도시 계획을 앞당겨 추진하고, 유휴부지 활용, 상업지역 비율 재조정, 수도권 군 골프장 활용 등 다른 주택 공급확대 방안부터 상세히 검토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되살리기 어렵다. 당장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놓아야 할 보물 같은 곳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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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론후폭풍반값 아파트다시 부상

시민사회·서울시 반발 속 여당선 군 소유 부지 등 대안

업계 토지는 공공 소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 유력

정부와 여당이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공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자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럴 바엔 차라리 재건축 규제를 풀어달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여당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대신 군이 소유한 서울시내 부지나 수도권 골프장 부지 등 다른 택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신규택지 개발 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방식이 재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사회 강력 반발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검토 입장을 밝히자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그린벨트 해제는 국토의 허파를 파괴하고, 무분별한 난개발과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환경연합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시민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피부로 실감하면서 공원과 녹지를 찾으려는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오히려 그린벨트를 더욱 보호하고 훼손된 곳은 복원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침묵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학자 시절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 당사자라고 말했다.

 

격앙된 서울시 재건축 풀어라

전날 그린벨트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서울시는 내부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그린벨트의 경우 30이하 규모의 면적은 서울시장에게 해제 권한이 있지만 공공의 이익 등 필요에 따라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권으로 해제에 나설 수 있다. 서울시 내부에는 당정이 결국은 직권해제에 나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하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고 박원순 시장이 온몸으로막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당정의 압박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붙일 경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요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한 이후 온갖 민원과 비판은 서울시가 받아왔다공급이 진짜 문제라면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보다 재건축을 푸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완화하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등의 규제를 줄줄이 풀어야 한다. 정부는 강남권 재건축이 집값 상승의 원인임을 들어 재건축은 절대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문재인표 반값 아파트나올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정부나 군이 소유한 골프장 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공급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가 보유한 성남 골프장 등을 활용해 부동산을 공급하는 방안을 최근 정책 의원총회에서 제안하고 청와대와 총리실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도 태릉에 있는 군 골프장 부지를 쓰면 2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위례나 남태령 등지의 군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어떤 방식으로 주택공급에 나설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주택을 추가공급할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일명 반값 아파트로 알려졌던 토지임대부주택 공급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는 공공(기관)이 소유하되 건물만 개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이다. 분양받은 개인은 매월 토지임대료를 공공에 지급해야 한다. 일정 기한의 전매제한이 끝나면 건물 소유권에 한해 매매도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서초구에 공급된 전용 85토지임대부아파트는 분양가 2억원, 토지임대료 월 23만원이었다. 다만 이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10~11억원에 달해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토지임대부주택을 재도입하려면 분양 시 30년 이상 전매제한, 매매 시 공공에 환매의무 등을 전제로 달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택 관련 기관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 공급에 나설 경우 분양가가 너무 높아져 서민 실수요층과는 괴리가 크고 로또 아파트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부동산을 통해 절대 이익을 낼 수 없는 형태의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속옷 심부름, 낮잠깨우기"박원순의 기쁨조 강요당했다"

'박원순 추행' 피해자 추가사례 보도자료 폭로 '속옷 심부름·낮잠 깨우기' 등 성차별업무 주장 주말 새벽에 마라톤 참석 등 갑질피해도 공개 "서울시에선 일상적 성희롱·성추행 발생" 주장

"시장님 기분 어때요?"

 

()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여성 A씨의 증언이다. 서울시 직원들이 박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올 때 비서인 자신에게 시장의 기분 상황을 미리 확인했다는 것이다. 소위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는 취지다. 박 시장의 비서실은 시장의 '심기보좌'를 강요하며 일상다반사로 성차별적 업무를 요구했다고 A씨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16일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A씨를 상대로 한 박 시장의 성폭력 행위는 전형적인 직장내 성희롱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 사례가 속옷 심부름이다. 박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샤워를 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줬다고 한다. 또 박 시장이 샤워후 운동복과 속옷을 벗어두면 비서가 그걸 집어 봉투에 담아 박 시장 집에 보냈다고 주장한다.

 

속옷 심부름, 낮잠깨우기"박원순의 기쁨조 강요당했다"[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 2020.07.16. mspark@newsis.com

 

또 박 시장은 집무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는데, 시장의 낮잠을 깨우는 것 역시 여성 비서가 해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나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해당 일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박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비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은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등 성희롱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이 '직장갑질'을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박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했던 피해자 A씨는 20161월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특히 20197월 근무지를 옮겼는데 이후 다시 비서업무 요청을 받자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을 암시하며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담당자는 문제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A씨가 부서를 옮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시장은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2020.07.13. photo@newsis.com

 

이런 상황은 박 시장 비서실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라고 두 단체는 설명하고 있다.

회식 때마다 노래방 가서 허리감기, 어깨동무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 안에서 일방적으로 뽀뽀하고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 하며 다리 만지기등 성폭력 예방 교육에 등장할 법한 사례가 서울시 여성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박 시장) 비서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해왔을 것이다""그러나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 발생과 성역할 수행에 대한 조장, 방조, 묵인, 요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jkim@newsis.com

 

박원순 이후쩔쩔매는 서울시사태수습 역부족·부동산 대응 속수무책

성추행 의혹 민관 셀프조사곤혹

비서진 퇴직 강제 조사도 불가능

정부·여당은 그린벨트 해제압박

 

서울시가 박원순 이후남겨진 과제를 두고 혼란에 빠져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에 부딪힌 상태다. 박 시장 측근 조사는 강제성을 띨 수 없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서울시의 박원순 시정철학 유지는 당면 과제인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정부·여당이 앞장서 흔드는 형국이다.

 

서울시가 지난 15일 발표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계획은 하루 만에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조사 주체가 아닌 조사 대상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서울시는 스스로 조사 대상임을 망각한 듯하다면서 피해자는 이미 서울시 내부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바 있지만 묵살되고 방조됐다. 조사단은 외부인사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했다.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는 특검이나 외부진상조사위원회 등을 통해서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핵심 조사 대상인 박 시장의 비서진인 ‘6층 사람들이 퇴직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렵다는 한계는 이미 노출된 바다. 강제성이 없어 자진 조사를 회유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이들과 접촉점도 딱히 못찾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어공’(어쩌다 공무원·별정직)늘공’(임용직) 사이 반목이 존재했던 데다 고한석 전 비서실장 등 마지막 비서진은 지난 4월에야 임명돼 그간 상황을 알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6층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건 실체가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정철학은 정작 여당과 정부가 흔들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생전 박 시장은 지난 13일 그린벨트 유지를 전제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려고 했다. 서울시가 전날 그린벨트 해제 불가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정치인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마냥 버티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한 관계자는 박 시장 사후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그들의 바람을 서울시에 투영하려고 하고, 시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이 분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허남설·김희진 기자 nsheo@kyunghyang.com

 

[민교협 시사 칼럼] 페미니스트로 () 박원순 기리기:남성특권에 관하여 / 이소훈

박원순 시장이 갑작스럽고 비극적으로 사망했다. 그가 정말 성추행을 했는지사건의 진위에 대한 갑론을박은 감정적이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고인을 피고인으로 조사를 할 수 없기에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그가 왜 자살을 했는지, 왜 피해 여성에게 사과를 남기지 않았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없다.

 

이같이 미심쩍은 죽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그를 애도하는 이유는 그의 공로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50만여 명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에 반대한다는 청원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기차역에서 사회적 경제 마켓이란 표시 아래 작은 공예시장이 선 사소한 풍경에 문득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아마도 앞으로 서울광장을 지날 때면 언제나 그에게 빚진 마음이 들 것이고, 서울시 구석구석 있는 그의 흔적을 보며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모든 페미니스트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나와 같이 황망하고 무거운 마음을 가진 이가 많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은 그를 신뢰했던 여성주의자들에게 비탄과 배신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페미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업적을 기릴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성추행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는 것이 망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프레임이 잘못된 이유는 피해 여성을 지움으로 실추된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추모 방식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경험한 우리 사회 수많은 여성의 경험을 주변화시킨다. 나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성추행은 소수의 경험인가?

 

2018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여성 7명 중 1명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태조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성희롱과 권력의 관계를 숫자로 나타냈다. 성희롱 피해자는 나이가 어릴수록, 또 비정규직일수록 더 많았다. 성희롱 경험을 한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가 가장 많았고, 성별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절대다수(81.6%)가 피해 사건에 대해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27.8%는 피해 경험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2차 피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자료=여성가족부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놀라운 사실은 공공기관 중 유독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공식적으로 신고를 한 사람 모두가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공공기관,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성희롱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전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장에서 성희롱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많은 피해자들이 공식적인 신고를 하지 않으며, 신고를 하더라도 2차 피해를 경험한다. 이는 실태조사를 비롯한 여러 연구를 통하여 이미 입증되었다. 성폭력 무고죄 기소율이 0%에 가깝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이러한 실증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시장에게 당한 피해를 고소한 여성은 꽃뱀이라고 불리며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이들 단체장들은 (논란이 된 본인들의 사건 외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들에게 유독 적대적인 직장문화를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2, 성추행은 오해에서 비롯될 수 있는가?

가정을 해 보겠다. 고소인이 성추행이라고 주장한 박원순 시장의 언행과 행동이 그에게는 로맨스였을까. 폭력과 로맨스의 온도차를 살펴보려면 먼저 남성 특권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특권을 뜻하는 영어단어 ‘privilege’의 라틴어 어원은 사법(private law)’이다. 서민에게는 공적인 법을 적용하면서도 왕족과 귀족 등 특정 집단에게는 사적이고 특별한 법을 적용하여 벌을 피하거나 혜택을 독점하던 데서 비롯되었다.

 

현대사회에서 특권이란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인구학적인 특성, 출신 배경에 따라 주어지는 비교우위적 특혜를 말한다. 젠더, 계급, 민족/인종, 성 지향성, 시민권 등 여러 권력 관계에서 특권이 형성된다. 젠더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뜻하는 남성특권도 그중 하나이다. 남성 특권의 증거는 다음과 같은 사소한 상황이다.

 

직장에서 성별 때문에 조롱이나 불편한 농담을 들을 걱정을 하지 않는 것. 내 업적이 아닌 성별 때문에 직장에서 받을 대우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는 것. 소속 단체의 대표나 임원이 같은 성별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만원 지하철에서 불편한 신체접촉이 있을까 염려하지 않는 것.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밤길을 혼자 다니는 것 등.

 

대다수의 여성이 누리지 못하는 이 특권은 개인의 업적으로 이룬 것이 아니고, 단지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주어졌으며, 아무리 양심 있는 남성이라도 누리지 않을 방도가 없다. 특권의 경험은 한 집단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상시적이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그 문이 굳게 닫혀있다.

 

철학자 샌드라 하딩은 헤겔의 노예와 주인 관계 비유를 들어 여성주의 인식론적 입장론(standpoint feminist epistemology)을 설명한다. 헤겔은 노예와 주인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려면 노예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주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보다 정확하다고 말한다. 주인은 노예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노예는 자신의 사정도 알고 주인의 사정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딩은 억압받는 사람의 입장이 오히려 강한 객관성(strong objectivity)’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마주하는 한계를 연구할 때 사회위계구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권은 배타적일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폭력적이며 압제적이다. 특권층이라면 개인의 결정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에게서라도 그 폭력성이 언제든지 발현될 수 있다. 이를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누리는 특권만큼 동일한 양을 성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사실, 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단순 명료한 문제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힘이 더 약한 사람이 폭력을 경험하였다고 한다면 그 관계가 어떻게 미화될 수 있겠는가? 내가 남성 특권을 설명한 이유는 성추행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왜 그랬는가, 앞으로 무엇을 고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함이다.

 

성추행은 빈번히 일어나며,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행위이다. 성추행의 문제는 펜스룰을 핑계 삼아 여성을 공적인 자리에서 몰아낸다고 절대 고칠 수 없다. 여성주의적 관점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비판하고 회피하면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 특권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고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인 죽음의 아픔을 넘어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모두가 그를 추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심기 경호에 사생활도 없이비서들이 말하는 비서

대리운전·주말행사·개인심부름업무와 사생활 분리 어려워

눈치보며 심기경호상사와 본인 동일시해 폭로힘들어

비서를 하찮은 일로 보는 사회 시선미디어 속 인식도 문제

 

1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비서들은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호소한다. 때로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비서들의 이미지가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는 권력형 성범죄라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 비서들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보좌하는 비서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17일 전·현직 비서 7명을 전화·e메일로 인터뷰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로펌, 외국계, 금융기업, 일반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비서 일을 경험한 이들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비서들은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안 전 지사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는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비서로서 자신에게 요구됐던 일들을 적었다. 24시간 지사의 전화를 자신의 전화로 착신되게 하거나, 주말에도 지사와 그의 아내가 술을 마셨다며 불러내면 대리운전을 하러 나갔다. 경향신문이 만난 비서들 중에도 주말에 상사가 참석하는 행사에 가거나, 개인적인 일정에 불려가는 경우가 있다는 이들이 많았다. 구두 닦기나 화장품 사오기 등 업무 외 각종 심부름도 일상이었다.

 

개인적인 심부름이 업무 상당수를 차지하는 탓에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으로 일했다는 이도 있었다. 로펌 비서로 2년간 일한 30대 여성 씨는 당시 자신을 수발드는 종 같았다고 표현했다. 가장 싫은 기억으로 여름을 꼽은 씨는 변호사마다 원하는 냉방 온도가 달라 6개 방을 각기 다른 온도로 맞추는 게 일이었다한 변호사는 아침에 출근해 충분히 시원하지 않다. 왜 내가 원하는 온도에 미리 맞춰놓지 않았냐며 화를 냈다고 했다. 변호사와 비서 모두 출근시간은 오전 9시로 같았지만, 비서는 최소 1시간 먼저 나와 냉방을 켜야 했다.

 

보스의 심기를 경호하는 것도 비서에게 요구되는 역할 중 하나다. 이는 박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드러났다. 이들은 비서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비서의 평가와 교체 여부 역시 이를 중심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이런 역할은 보스가 아닌 중간관리자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계 회사에서 비서로 3년반 동안 일했던 (39)임원들이 보고할 타이밍을 정하기 위해 비서에게 사장님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자연히 비서가 눈치를 보는 환경이라고 했다. 실제 인터뷰한 비서 대부분이 비서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눈치를 꼽았다.

 

이 과정에서 왜곡된 성역할이 강요되기도 한다. 한 중소기업에서 4개월째 비서로 일하고 있는 (25)업무 첫날 격식 있는 옷, 즉 딱 붙는 원피스에 굽 높은 구두를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직원들 대부분 편한 차림이지만 비서라는 이유로 불편한 옷차림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사실상 현모양처를 원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비서들은 성폭력에도 취약하다. 씨는 중간관리자가 회식 때 식탁 밑으로 발을 만지고, 어깨동무를 하고 허리에 손을 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말했다. 면접 당시 임원이 엉덩이를 만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이도 있었다.

 

김재련(오른쪽 두번째)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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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나선 전·현직 비서들은 보스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 “이분이 있기에 나도 존재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비서들 대부분은 상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사의 일이 잘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인 만큼 그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업무를 통해 알게 되는 상사의 각종 정보는 함구하는 것이 비서의 제1원칙이기도 했다. 김지은씨도 책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 일은 내가 모시는 상사를 철저하게 포장하는 것이었다. 안희정을 과하게 칭송하기도 했다. 그저 그때는 그것이 나의 일이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조직이 큰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동료 없이 혼자 일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씨는 많은 비서들이 자신을 외딴섬과 같다고 말한다.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없어 외롭고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씨는 다른 직원들과 친하게 지낼 경우 보스에 대한 정보를 발설할 가능성이 커 일부러 밥도 혼자 먹었다고 했다.

 

상사가 영향력 있는 정치인 등인 경우 고발은 더욱 어려워진다. 김지은씨는 책에서 정보기관 수장과 통화를 하고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는 안 전 지사의 모습을 보며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과거 국회에서 비서로 일했던 (30대 후반)정치권에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국회 안에서 개인적인 피해는 모두 묵살된다고 했다.

 

비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도 따갑기는 마찬가지다. 씨는 비서를 하찮은 일로 보는 경향이 있다지인에게 비서로 취업했다고 했더니 그럼 너 넥타이 매주는 일 하는 거냐는 말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만난 비서들은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기업에서 1년째 임원의 비서로 일하는 씨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가 겪었던 일들을 기사로 보니 업계에서 흔히 블랙기업이라며 구직자들이 피하는 기업의 패턴과 비슷해 놀랐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차이도 크다. 외국계 회사의 경우 비교적 비서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노동환경이 갖춰진다. 지방의회에서 근무하는 (29)기업처럼 이익을 내야 하는 곳은 아무래도 비서도 힘들다. 하지만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도 있어 존경심을 갖고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미디어가 비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씨는 비서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드라마에서 비서들이 보스와 연애를 하거나, 보스를 위해 다른 비서와 경쟁하고 서로 질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비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부세 6% 대상자가 20명도 안 된다고?

22번의 집값대책 한줄 요약 "투기심리 잡을 대책만 빼고 다 발표했다"

 

71022번째 집값대책이 발표되었다. 집값 부양을 위해 5년간 무려 20번의 집값부양책을 발표했던 이명박정부의 기록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러나 22번이라는 숫자가 문재인정부의 집값안정 의지를 말해주는 지표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집값대책의 목적은 집값을 하락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21번의 대책이 나왔는데도 집값은 더 치솟기만 했다. ‘7.10대책이후에도 집값은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22번의 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2번의 집값대책이 실패한 이유

22번의 대책이 실패한 이유는 주택에 대한 투기심리를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의별 대책을 다 쏟아냈지만, 투기심리를 꺾을 대책은 빼고 나머지 대책들만 쏟아냈던 것이다. 정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대책 발표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대책으로도 효과가 없으면 추가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투기심리를 꺾을 대책을 알고는 있는데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7.10대책에 대한 기사들에서 자주 언급하는 것이 초강력 종부세와 양도세.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인상한 것을 두고 징벌적 과세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 정도면 투기심리가 한풀 꺾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율 6% 인상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두관의원은 대상이 200명도 안 된다며, 종부세율 6% 인상이 시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YTN20명도 안 된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130억 집부자가 20명도 안 된다고?

종부세율 6% 대상이 되려면 공시가로 94억원 시가로는 130억원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130억 이상 집부자가 200명 혹은 20명도 안 된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는데 국민 중 절반은 무주택자다. 그러므로 주택을 20채 혹은 40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부지기수일 것 아닌가?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서울에서만 주택을 5채 이상 소유한 사람이 38000명이다. 20채 이상 소유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5채 이상 소유자의 10분의 1만 잡아도 3800명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주택평균매매가격이 지난 669천만원이므로 20채 이상 소유자의 주택가액은 13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왜 6% 이상 세율로 종부세를 납부하는 다주택자가 20명도 안 된단 말인가?

 

그 이유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준다. 이런 터무니없는 세금특혜 때문에 수백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부지기수인데도 종부세율 6% 대상자가 20명도 안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20채 이상 등록한 임대사업자 7718

언론 기사에 나온 통계를 종합해보면 100채 이상 임대주택을 등록한 임대사업자가 259명이고 20채 이상은 무려 7,718명이다. 40채 이상 소유한 임대사업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20채 이상 소유자의 3분의 1로 추정해도 2,500명이 넘는다.

전국 주택평균매매가격이 33천만원이므로 40채 소유자의 주택가액은 13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들은 임대사업자에게 베푸는 특혜로 인해 종부세를 1원도 안 낸다.

 

7.10대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다주택자로서 시가 30억원인 경우 종부세는 약 3800만원, 시가 50억원이면 종부세는 1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약 두 배를 약간 넘는 수준의 인상이 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를 두배 이상 인상했으므로 그 부담을 못 견디는 다주택자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을 거라고 넌지시 암시하는 발언 아닌가?

 

그러나 임대사업자에게 베푸는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종부세를 두배 더 내기는커녕 1원도 안 낸다. 곧이어 답변에 나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임대기간이 종료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애초 약속한 대로 4년과 8년의 기간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에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159만채에 대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는 특혜를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주택투기심리 꺾으려면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해야

7.10대책에서 양도소득세를 3주택 이상에 대해 72%까지 인상한 것도 임대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0년간 임대한 주택을 10채든 혹은 100채를 매도해서 양도소득이 몇 십억 혹은 몇 백억이 발생해도 양도세를 100% 감면해준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가 마치 초강력 종부세와 양도세로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압박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22번째 집값대책인 ‘7.10대책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홍남기부총리가 발언한 대로 추가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추가대책에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가 포함되지 않으면, 주택투기심리는 꺾이지 않을 것이고 23번째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잔인한 한 주, <김지은입니다>를 읽다.

한국 사법부의 손정우 미국 송환 거부, 고 최숙현 선수의 감독의 가혹행위 없었다는 발뺌, ‘거물들의 안희정 조문 등, 7월 둘째 주는 우리가 얼마나 공고한 폭력의 구조 안에 살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뉴스들로 시작되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대통령과 서울시장까지 공식적으로 안희정의 모친상에 조문했는데, 이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가시기도 전에 서울시장 본인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슬픔과 분노, 환멸과 참담함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김지은입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조문 정치로 건재를 과시하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해자에게 경고하고 피해자에게 연대한다는 의미로 이 책을 주문해 두었던 터. <김지은입니다>는 두 달간 팔렸던 것보다 더 많은 부수가 이틀간 팔렸고 일시 품절인 상태였다.

 

독자로서 읽어나가기 힘들지 않을까 두려웠던 이 책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비서 노동에 대한 충격적인 르포르타주면서, 타락한 386 운동권의 권위주의와 의장 옹립 문화에 대한 차분한 탐사보도였고, 그리고 여러 국면에서 제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거대한 서사시이기도 했다. 피해자가 마녀사냥을 이겨내고 정제된 언어로 고발하고 전달한다는 그 자체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박원순이 던져두고 떠난 현재의 혼란을 설명할 수 있는 지침서처럼 보였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안희정이라고 했을 때 기표는 하나지만 기의는 최소 세 가지인데 서로 다른 의미의 안희정을 가리킴으로써 의사소통에 혼란이 생김을 알게 되었다. 우선 자연인, 한 개인으로서의 안희정이 있다. <안희정 개인>이라 하자. 또 안희정이 말해오던 민주주의와 인권과 소통 등, 가치와 비전으로서의 안희정이 있다. 이를 <안희정 정신>이라 하자. 마지막으로 안희정계, 안희정라인, 안희정사단, 안희정패거리, 안희정측 등으로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 무리가 있다. 안희정과 이익 또는 가치를 함께 하는 안희정 사람들이다. 이를 편의상 <안희정측>이라고 부르겠다.

 

1. 비서 노동의 특수한 후진성

<안희정 정신>에 동의하여 안희정과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 중에 저자 김지은도 있었다. 그런데 안희정 수행비서의 노동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노동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업무 매뉴얼 중 민주주의 지도자 보필이라는 만다라트가 나온다. ‘민주주의 지도자 보필을 이루는 세부 항목이 다음과 같다. ‘내 몸의 방패화’, ‘악역 맡기’, ‘시키기 쉬운 부하 되기’, ‘좋은 것은 리더 먼저’, ‘항상 리더 편’, ‘철저히 리더만을 위한 판단’, ‘영광은 리더, 칭찬은 동료, 책임은 내가’, ‘아프지 않기’, ‘개인 약속 지양’, ‘겸손, 인내, 희생’, ‘비밀 엄수(, , )’ 등등. 이게 어딜 봐서 민주주의 지도자 보필인가? 전제 군주 보필이지.

 

안희정이 말하던 가치 중 인권도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주당 130시간은 늘 넘겨서 일했고 140시간 넘겨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당 40시간이 아니라 140시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퇴근 시간이 아예 없었다. 안희정은 자신이 직접 받고 싶은 전화를 제외한 모든 전화를 수행비서에게 착신전환해두었고, 수행비서는 이를 한밤중이든 휴가 중이든 샤워 중이든 늘 받아야 했다. 샤워 중에도 늘 투명 밀봉 봉지에 핸드폰을 갖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매뉴얼에 있었다. 그리고 퇴근 뒤에도 담배를 사와라, 간식을 사와라 하는 심부름이나 대리운전 등을 수시로 시켰고, 안희정의 아들의 요트 예약, 안희정 부인의 보험 처리 같은 것까지 맡겼다. 아침에는 안희정이 나오기 전에 그가 신을 신발 두 짝 사이의 거리와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놓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고, 밤에는 안희정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퇴근(그것도 퇴근이라면!)을 한 뒤 내일 일정을 점검했다. 길을 걸어갈 때는 대각선 일보 거리에 있어서 길을 안내해야 하고 안희정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쉽게 보이는 자리에만 있어야 했다. 안희정은 비서를 찾기 위해 고개를 한 번 두리번거리는 것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다. 안희정은 전화를 걸 때도 비서를 방으로 불렀다. 비서는 전화번호를 대신 누르고 신호음을 듣고 있다가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 그 정확한 순간에 딱 맞추어 안희정에게 전화를 건네야 했다. 안희정은 슈트발이 안 산다고 절대 양복에 물건을 넣지 않아, 휴대폰, 담배, 라이터, 명함, 신분증, 휴지, , 안경닦이 등을 모두 수행비서가 갖고 다니다가 손으로 부르면 달려가 원하는 걸 전달해야 했다. 이런 갑질이 공적 조직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 기관장 비서의 경우 노동조건이 좀 더 나았을 수는 있으나, 업무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분신처럼 살아야 하는 비서들이 대체로 성폭력 피해를 입기 쉬운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본인의 피해를 증언하는 것이 곧 불충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털어놓기도 어렵다. 젊고 '예쁜' 여성을 비서로 발탁하는 전 사회의 관행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

 

2. 위계에 의한 성폭력

안희정은 너는 직언하지 말고 모두가 NO할 때 YES해야 한다. 너는 나의 보조 기억장치로 작동하면 된다.” “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고, 내 그림자다. 내 눈을 봐라. 나는 눈으로 얘기한다. 너는 나를 지켜야 한다.”같은 억압적인 말을 비서에게 반복했다. 안희정 측근들은 지사님 정도 되는 사람을 모시는 너희들은 영광으로 알아라라며 희생을 강요했다. 인간의 표현의 자유, 평등권, 프라이버시, 노동권, 자기결정권 등 여러 기본권을 짓밟는 행위들이었고 이는 인권과 소통을 말하던 <안희정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었다.

 

누구나 시험공부하기 싫을 때 내 분신을 만들어서 분신에게 공부를 대신 시키고 나는 그동안 놀다가 좋은 시험성적 받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분신이 실존했다. 궂은 일, 악역, 힘든 일, 귀찮은 일 등을 모두 떠맡는 수행비서가 그런 존재. 실제로도 김지은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한 어떤 익명의 비서는 비서노동이 분인(分人)과 같다고 표현했다. 저자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하우스엘프(꼬마집요정)와 같은 노예 신세였다. 그리고 신체와 정신이 모두 저당잡힌 노예처럼 일하다가 성폭력을 당하게 되었다.

 

김지은은 <순장조>라고 불렸다고 한다. 왕이 죽으면 왕과 함께 그대로 무덤에 묻히는 왕의 물건처럼 수행비서는 왕과 운명을 함께하는 것이라 했다. `누구도 모르는 왕의 비밀을 알고 죽을 때까지 함구하다 죽음으로 그 입을 끝까지 막아야 하는 뜻이었다고 한다.

 

김지은은 안희정을 24시간 수행하며 그의 거대한 권력을 실감한다. 충남경찰청장과 지역 검사장들의 전화를 안희정에게 연결하고,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만나고 있는 안희정을 수행하고,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있는 안희정이 나올 때까지 청와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반면 충남도청의 성 고충 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대체 누구에게 피해를 신고할 수 있었을까? 전임 수행비서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네가 조심하라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울시청의 피해호소인도 4년간 주변에 알리려 노력했지만 은폐만 당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위력은 조직 단위로 행사된다.

 

3. 미투 운동에도 지속되는 성폭력

안희정은 미투운동이 공론화된 후 마지막으로 김지은을 불러서 미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뒤, 다시 성폭행한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안희정은 미투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한다. 안희정이 미투을 의식하여 입막음하자마자 성폭행한 날, 김지은은 이제 더 이상은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미투운동을 지켜보며 미투가 두려웠다면, 자신의 피해자에게 최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 아닐까?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성폭력을 반복한 지자체장의 사례에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019년에 불거진 미투 의혹을 무마하고 지나간 뒤 2020년에 성추행을 저지른다. 2020년의 성추행이 미투 고발로 이어졌다. 2019년에라도 경각심을 가졌다면 2020년에 성추행을 저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02년 성추행을 저지른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도 성추행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면담 자리에서 다시 성추행을 저질렀다. 사과를 제대로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직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놀랍게도 그 시점에서 범죄를 반복했다.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맡았던 박원순 역시 2018년에 안희정이 성폭력으로 사퇴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나, 전직 비서의 고발에 따르면 이후에도 최근까지 성폭력이 이어졌다고 했다.

 

많은 피해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가 없다고 느낄 때 고발에 나서게 된다. 도저히 내부적인 해결이 불가능할뿐더러 외부의 미투운동으로도 자신의 가해자가 끄떡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자신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이어지는 피해를 받을 것처럼 보이는데 가해자는 더 승승장구할 때 비로소 결심하게 된다.

 

피해자들을 절망시키는 가해는 왜 멈추라는 신호에도 멈추지 않을까. 가진 것도 잃을 것도 많은 지자체장들은 다른 권력자가 성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져 낙마하는 모습에 경각심을 가질 만 한데도, 그 모습을 목격한 이후에도 성폭력을 지속했다. ‘나만은 다를 것이다라는 권력이 주는 도취감 때문일지, 또는 높은 도덕성과 능력으로 고위직에 오른 뒤 특권의식으로 방만해지는 현상(밧세바 증후군) 때문일지, 알아서 기기와 상명하복이 미덕이라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 때문인지, 아직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진상 조사와 권력구조 연구로 원인을 알아내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4. 이차가해와 자살, 그 두 극단을 넘어

<안희정 개인><안희정 정신>을 버렸을 때 <안희정측>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책 속에서 세 가지 안희정의 움직임이 서로 어긋나는 순간이 관찰된다. 예를 들면 가족, 측근 등 <안희정측>이 죄다 모여 앉아 대책을 세우고 피해자에 대한 음해를 수집하고 있던 그 순간에 <안희정 개인>은 다른 장소에서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있었다. <안희정 개인><안희정 정신>에 따른 죄책감을 느끼고 <안희정측>과 다른 독자행동을 잠깐이나마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안희정측><안희정 개인>의 독자행동을 곧바로 무마하고 다시 <안희정 개인><안희정측>으로 재흡수했다. 안희정이라는 거대한 상징자본은 이미 그 자체의 관성 때문에 <안희정 개인>과는 무관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거돈의 경우, <오거돈 개인> 또는 <오거돈측>이 사과하고 사퇴하는 정석 해결책을 택했다. 사과문에서 경중을 떠나같은 사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은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가해를 전면 부정하고 피해자에게 이차가해하는 가해자, 가해의 후과를 감당하지 못해 죽음을 택하여 다시 피해자에게 크나큰 죄책감을 안기고 진실을 묻어버리는 가해자, 이러한 두 가지 극단 말고 다른 공간이 가능하면 좋겠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지은 만큼 다시 벌을 받고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 때 다시 할 수 있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이차가해까지 제대로 처벌받아야 피해자를 음해하면 나만 손해구나.’라는 교훈이 각인될 수 있다. 죽음으로 도피해도 여전히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남은 가족은 고통스러워하며 측근들은 해고될 때, ‘죽음이 답이 아니구나. 차라리 살아남아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변호할 것은 변호하자.’라는 메시지가 정치권에 남을 수 있다.

 

5. 이차가해의 구조

안희정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이차가해가 매우 방대하고 집요하여 특별히 학술 연구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안희정측>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는데, <안희정측>에 서서 김지은에게 이차가해하고 거짓증언하고 악플을 달고 지라시를 나르던 이들은 벼락승진하여 안희정계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되었다. 이들에 대한 이차가해 재판은 진행이 지지부진하며, 이들은 국회 안에서 세를 넓히고 승승장구하고 있어 여전히 안희정계의 위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희정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며 피해자에 대한 위력 행사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지은은 보안을 지켜줄 것을 신신당부하며 신고 과정에 들어갔는데, 곧바로 안희정 측에서 알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청 모두 발뺌하고 있지만 박원순에게 실시간으로 고소 사실이 전달되었다. 진상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대목이다.) 재판과정도 공정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 때 안희정이 자신의 핸드폰을 파기했다고 진술했는데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영장이 기각되었다. 안희정 무죄가 나왔던 1심에서, 피해자 동의도 구하지 않고 안희정을 얇은 가림막으로만 가린 채 바로 피해자 옆에 앉혔다. 검찰은 재판의 전면 비공개를 신청했는데, 안희정 편에 선 거짓 증언들은 모두 언론에 공개되었고, 오직 판결문만 비공개되어 피해자 보호는 눈 가리고 아웅 꼴이 되어버렸다. 16시간 동안 검사, 판사, 안희정의 다섯 변호인이 고소인인 김지은에게 질문, 또 질문, 같은 질문을 또 교묘하게 바꾼 유도신문을 반복했지만 피고인인 안희정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심지어 정조보다 무엇이 더 중요했습니까?’라는 모욕적인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 김지은은 2심 재판에서 심문 시간을 지켜주세요. 이미 했던 질문은 다시 하지 마세요.’라는 재판장의 한마디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증인들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사실을 말해준 사람들과, 없던 일을 거짓으로 말하는 사람들로 양분되었다. 특기할 점은, 일부 증인들은 처음에는 사실관계를 모른 채 안희정의 편을 들며 자기도 모르게 2차가해와 은폐를 하기도 했다가, 나중에 비로소 성폭력에 대해 알게 되고 김지은의 편에 섰다는 대목이다. 김지은이 힘들다고 할 때 그 행간을 읽지 못하고 누나가 그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지사님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느냐. 정신 똑바로 차려라. 눈물이 나면 눈물 흘리면서 일해라.’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동료도 있었다. 또다른 동료도 피해자가 그 일을 겪는 동안 아무것도 몰랐다는 죄책감 때문에 피해자의 곁을 꼭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처음에 김지은이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네가 알아서 피해 다니라고만 하고 회피했던 동료도 미투 이후 실명으로 진실을 증언해 주었다.

 

성폭력 발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며, ‘우리 기관장이 설마 그럴 리 없다라고 놀라는 사람들의 존재가 무죄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꿈에도 몰랐다는 주변인들의 존재는 가해자의 이중성을 보여줄 뿐이다. 성폭력을 범해도 되는 만만한 대상과 성폭력을 숨겨야 하는 대상을 교묘하게 나누어, 숨기고 싶은 대상들에게는 점잖은 양반의 모습만 보여주는 이중성. 성폭력을 광범위하게 저지르고, 여성 대부분을 만만하게 보는 가해자의 경우, 공론화 이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세지만, 가장 취약한 소수의 여성에게만 은밀하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 대부분의 주변 여성들조차 상상도 못했다.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렇다 한들, 가해자의 도덕성을 굳게 믿었던 주변인들의 존재가 알리바이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설마 그럴 리가'라는 반응이 악의에서 나오지 않는다 해도 이차가해가 될 수 있다.

 

6. 거대한 남성연대와 그 균열

<박원순 개인>은 혼란과 충격을 던져주고 책임을 회피한 채 떠났지만 피해호소자 편에 서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박원순 정신>일 것이라 믿는다. 박원순도 피해갈 수 없었던 성폭력 문제의 구조를 파악해야 <박원순 개인>도 비로소 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고인이 남긴 마지막 유산일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측>은 장례를 서울특별시장 5일장으로 성대하게 치르고 진상조사 계획이 없다고 못박는가 하면 피해호소인의 기자회견을 미루라고 요청하는 등, 파장을 덮는데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편의상 <박원순 개인>, <박원순 정신>, <박원순측>으로 나눴지만 박원순이 3선 시장이 되고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이 셋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박원순 정신>만 기리고 <박원순 개인>만 애도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원순 개인에게서 그의 혼란스러운 최후만 도려낼 수는 없다. 그리고 그가 권력을 점해갈 때 권력 역시 그를 점해갔으며, 따라서 그가 이루어낸 많은 들도 안희정과 마찬가지로 남성연대 속으로 서서히 편입해가면서 이루어낸 것이다. 순수한 초심을 유지한 채로 오직 시민의 힘으로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는 그 공고한 질서에 균열을 낼 수도 있었지만 멈춰버렸다. 그가 원치 않게 드러낸 그 균열을 파고드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7. 피해자에게

열심히 일했던 것이 오히려 피해자답지 않음이라는 화살로 돌아오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면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고 당당하고 조리있게 말하면 피해자가 저렇게 멀쩡할 리 없으니 지어낸 피해일 거라고 의심하는 적대적 환경 속에서 <김지은입니다>라는 소중한 책이 나왔다. 책의 존재 자체가 거대권력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증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작은 영웅들, 힘은 없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있는 보통 사람들. ‘김지은의 편임을 선언한 그들이 이 사회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느껴졌다.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피해자에게 이 책이 주는 위로가 가닿기를 바란다.

 

지은이가라고 쓰다가, 행여나 우리 ()지은이가~’라고 편하게 호칭한 것처럼 오해받을까봐 저자가라고 고쳐 썼습니다. 혹시 김지은씨가 이 서평을 읽는다면 위 문장을 읽다가 한 번 피식 웃으시길 빕니다. https://www.facebook.com/

 

송현주 저도 글러 먹은 놈 입니다..ㅜㅜ

-Jin Koog Park 누구나 편식하듯 편견을 가집니다. 저도 안희정사건의 편견을 반성합니다

-김창현-긴 글 읽어보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전 김지은씨가 출판한 책에 큰 무게를 두지는 않습니다. 권력이라는 무게에 버텨내었다는 점, 사회다수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 언론의 프레임에 때로는 진정성이 왜곡되고 얼마나 포장되어 재가공되어 그들이 원하는 진실로 쉽게 끌어갈수있는지를 이미 보았습니다. 386세력이 주축인 현재의 절대권력의 관심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대의가 아닌 오로지 민주화시절의 낭만적인 선전선동으로 여론몰이하는 것에만 관심이 클뿐.. 사실 김지은씨도 처음에는 좀더 가혹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아칠 요량이였지만 여의치않았고.. 여권의 이런 사건들은 그들에게 경종을 울리지는 못하고 더더욱 지하로 숨어들겠지요. 추미애의 경우는 어떠했나요? 그들은 실체적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던겁니다. 그들은 점점 타락하고 법의 사각지대로 운전대를 가져가고 있어도 그들이 중심이어야만 돌아가는 세상을 원하며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은 적폐로 보는 것입니다. 지금의 386세력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축이 민주화운동시절 꿈꾸던 그런 세상은 모든 국민에게 자유가 주어지고 기회의 평등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그들이 중심이 없는 세상에서 그들이 중심이 되어 세상을 움직이는 세상이였음을 느낍니다.

 

-이만흥-돌이켜보면 대학다니던 시절 총학회장들이 보디가드딸린 승용차를 타고 흡사 재벌회장처럼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죠. 사복경찰 체포조로부터 총학회장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분으로...이때부터 386의 추락은 예견됐었다고 봅니다

-Jaetae Lee -처절하네요.. 권력을 비판하다가 권력 자체가 된 추잡한 인간들이 벌이는 향연이 어디나 다르지 않습니다. 남은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방어하는 모습이 역겹습니다.

-차용범 참 처절한 묘사다, 그저, 가슴이 무겁고 답답하다, 눈시울이 뜨겁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정말 처연하다

-김효영 나도 여비서(수행비서는 아님) 있는 생활을 해 보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짓거리들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안희정,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백성들도 저런 취급 받을 가능성? 99%. 소름이 끼친다.

-김영준 한줌도 못되는 권력으로 X보다 못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자들... 지들 편이라고 그것조차 비호하며 피해자를 모욕하는 자들...

인천공항 정규직은 어떻게 평균 연봉 9100만원 일자리가 되었나

2019년 기준 공기업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9417000원이다.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과 유사하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지난 3월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18개사의 2019년 직원 연봉 평균 7920만원이었다.

공기업마다 연봉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평균 연봉은 9159만원인데 한국공항공사는 7113만원이다. 가장 많은 평균 연봉을 받는 한국중부발전(9285만원)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5937만원)의 차이는 3348만원이다.

 

왜 공기업 간 평균 연봉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일까.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임금체계는 기준이 필요한데 현재 공기업 임금체계는 이렇다 할 합리적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대체로 수익이 많이 나는 공기업의 임금이 높은 편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적자가 많은 공기업이라도 이미 공고화된 호봉체계가 작동해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2019년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130만원이다.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4589만원으로 공기업 중 가장 초임이 높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고임금 구조를 단순히 공사에서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임금도 높다고 설명하긴 어렵다. 인천공항공사 임금구조를 들여다보면 공사 설립 과정, 정부의 정책 기조, 연공서열이 반영된 호봉제 등이 고임금 구조에 모두 녹아 있다.

 

높은 초봉이 고임금 구조로 안착

인천공항공사의 모태는 신공항건설기획단(1990·교통부 산하)이다. 이후 수도권신공항건설본부(1992·한국공항공단 산하)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1994)으로 이어진다. 한국공항공단(현 한국공항공사) 산하에 있다 분리된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은 1999년 인천공항공사가 됐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고임금의 토대는 공단시절 만들어졌다.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는 1990년대만 해도 오지였다. 1994년 이후 인천공항공사 입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매일 오전 8시 인천 서구 율도에서 화물선을 타고 출근했다. 근무는 컨테이너에서 했다.

 

1996년 대기업의 평균 대졸 초임은 1860만원이었다. 1996년 공기업 정규직 연봉은 1400~1600만원에서 형성됐다. 고임금은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당시 신공항건설공단은 평균 연봉이 1900만원을 넘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교통비 명목으로 매달 40~45만원이 수당으로 붙었다.

 

과거 정부기관 보고서에도 초창기 인천공항공사 임금 수준이 높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0212월 발간한 <우수 정책사례집>을 보면 타 조직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책정하는 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유인체계도 마련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했다고 나와 있다.

 

인천공항공사 임금체계는 고임금이 초기 인재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초기 급여 인센티브에 신생 공기업이라 인사 적체가 없어 승진도 빠른 구조였다. 승진과 더불어 호봉제가 적용되니 임금 인상 속도도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입사 초기 받는 고임금이 정률제 임금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공기업과의 평균 임금 격차도 벌어진다. 현재 공기업 임금은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정률제 임금 가이드라인 틀에서 움직인다.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준해 임금이 오르는 구조다. 물가상승률·경제상승률이 반영된다. 2015~2017년 공무원 보수인상률(3.8%3%3.5%)과 공기업 총인건비 인상률은 동일했다.

 

인천공항 정규직은 어떻게 평균 연봉 9100만원 일자리가 되었나.

신입사원 초임이 2000만원인 공기업 사와 1500만원인 공기업 사가 동일하게 10%5년간 임금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사는 5년 뒤 기본급은 3221만원이고, 사 기본급은 2416만원이다. 인상률은 같지만 총액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정규직 고임금에 보탬이 된 아웃소싱

인천공항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 목표도 정규직 고임금과 무관하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애초에 민영화를 전제로 출범한 조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19991월 공기업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영화 대상에 포함됐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민영화를 한 뒤 경쟁력 있는 공항운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목표는 2002년 민영화 완료였다.

 

정부는 민영화 추진을 위해 인천공항공사를 가벼운 조직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가벼운 조직이어야 민영화 추진에 직원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고, 기업 입장에서 비용인 인건비를 최소화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비핵심업무를 아웃소싱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규모는 필요인력의 85%3044명이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직원은 2001675, 2002714, 2003735명이었다. 관리직군을 제외하곤 대부분 아웃소싱한 결과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출범 이후 2007년까지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지 않았다. 대신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 대신 자체적으로 실적수당과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때 평균 연봉은 20045386만원에서 200765491000원으로 올랐다.

 

2008년부터 경영평가를 받으면서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이 임금에 반영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기재부 경영평가 지침은 인건비를 줄이면 점수를 높게 줬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노동생산성이나 계량인건비 등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얼마나 고용했는지 평가해 아웃소싱을 유도했다. 이때 아웃소싱을 확대하면 성과급 확보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람을 줄일수록 노동생산성은 올라가고, 정규직 1명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은 늘어나게 된다. 아웃소싱의 대가로 성과급을 한 푼이라도 더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자연스레 늘어났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상대 임금은 200465%에서 201653.5%로 임금 차이가 벌어졌다.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한 아웃소싱 흔적도 곳곳에 나타난다. 기재부가 작성한 <2008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도에 2단계 사업의 오픈으로 인한 증원 소요 인력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대목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 작성한 <경영효율화 추진계획에 의한 아웃소싱용역비 절감계획()>에서 2009년부터 4년간 1675억원에 달하는 아웃소싱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힌다. 세부 방안으로는 용역업체에게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 ‘교육훈련비 등 경비 최소화’, ‘소규모 공사의 수선유지 자체 시행등을 제시했다.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면 투입해야 할 간접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다소 불평등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아웃소싱 비용을 낮추는 것은 곧 비정규직의 임금을 낮추는 과정이었다. 아웃소싱 비용을 낮추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인천공항이 각종 공항평가에서 1등을 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같이 모여 이룬 성과였다. 현재는 과실이 상당수 정규직에게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 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는 평가항목이 34개가 있다. 주요 평가요소 중 하나인 친절과 청결 항목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빠른 출입국 시간도 평가요소인데, 공항 설계 당시 갖춰진 정교한 시스템에 더해 보안검색 비정규직 직원들의 역할도 크게 작용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은 지난 79일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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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임금체계는 어디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안정적인 고임금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독점덕분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국내 공항 인프라를 독점한 공기업이다. 독점적 지위에서 나오는 안정적 수입은 성과급을 포함한 고임금으로 이어진다.

 

인천공항공사의 독점적 지위에서 나온 수익의 대표 사례는 비항공수익이다. 비항공수익에는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상반기 인천공항공사 수익 13674억원 중 비항공수익은 9056억원(66.2%)이었다. 비항공수익에서 면세점 등 상업시설 임대수익은 8309억원이었다. 반면 착륙료·공항이용료 등 항공수익은 4618억원(33.8%)이었다. 인천공항이 문을 연 2001년에는 항공수익과 비항공수익이 각각 1867억원(49.6%), 1900억원(50.4%)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비항공수익이 높은 구조도 경영 방식의 일환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비항공수익 비중을 높이는 대신 항공이용료 등을 낮춰 여객과 화물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수익의 3분의 2가량이 임대료에서 나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독점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 일종의 지대(Rent)’를 소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맞는지 이제는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기업 임금체계를 둘러싼 고민은 인천공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년 기준으로 36개 공기업의 평균 임금은 5년 전에 비해 624만원 오른 78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32개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공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고임금이 고착화된 연차 높은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 상승까지 맞물려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초 쓴 논문 <기업 내 베이비부머·386 세대의 높은 점유율은 비정규직 확대, 청년고용 축소를 초래하는가?>에서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연공제로 인한 기업의 비용위기와 비용위기로 인한 비정규직의 증대 및 청년고용 감소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공기업 임금체계 개혁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단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황선웅 교수는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기존 정규직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는 어렵다오래 걸리더라도 같은 기업 내에서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 공항노동자들이나 운수교통노동자들처럼 산업별 연대의 움직임으로 해결해나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공기업 임금체계의 투명화를 진행해야 공기업 임금체계 개선도 이뤄진다고 봤다. 노 소장은 지금은 공공부문 전체의 임금체계를 조금 더 객관화해서 임금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를 받고, 어떤 시스템에서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지만, 개편하면서 기존에 받고 있는 정규직의 임금은 수정하기 쉽지 않다결국 기존 임금은 보장하면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초봉은 다소 올리고 호봉 상승에 따른 기울기를 조금 낮추는 방식을 1차적으로 선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