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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8.24~8.28 이 와중에 파업이라

by 이성근 2020. 8. 24.

 

 

광화문집회 광고 해놓고... 정부만 때리는 조중동?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추미애 "정권 타박 보수언론, 투기시장도 '시장'이라 옹호하니"

코로나19 불평등미 플로리다 해안가 부촌과 그 이웃의 차이

의사, ‘어떻게늘릴 것인가

전통인가 왜색인가 트로트 뿌리 논쟁 가열

[big story]나를 위한 행복 투자 그린 라이프

‘43’, 자연 품은 도시민들

수천명 모이는 행사 개최해야 했나질문에 민주노총의 답

'통합당표 기본소득', 뜯어보니 기본소득이 아니네 행

외국인 부동산 투자, 퇴로도 막는다.."양도세 감면 폐지"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짓을 모르나이다

한국 의사 증가율 높다? OECD보다 의대 졸업생 40% 적어

외국인 관광객 80% 격감한숨만 쉬는 부산 관광업계

코로나19로 발 묶인 세계, 관광업계 12000만명 실직 위기

정당성 잃은 의사 파업 부추기는 언론

과기정통부가 보여준 25년뒤 한국의 모습은?

엉덩이 한 번"..6위 뉴질랜드와 108위 한국의 속사정

한국 의사 수는 충분하고, 의료 접근성도 높다? 사실은...

나이 합치면 무려 214기네스북 오른 세계 최고령 부부

민법이 정의한 가족밖의 세 가족을 만났다

정치단체 아니라더니내부선 "서울시장 꼭 탈환"

 

광화문집회 광고 해놓고... 정부만 때리는 조중동?

민언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14일부터 21일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연일 정부 책임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교회 소규모 모임 금지 해제가 일렀고, 외식·숙박 지원쿠폰 지원 등 방역체계를 느슨하게 했다는 지적인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전광훈 목사가 설립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820일 기준 700명을 넘어섰고, 해당 교회 신도가 다수 참여한 걸로 보이는 광복절 광화문집회가 전국적 집단감염 확산 고리가 되는 데 보수언론의 '광고'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집회홍보' 책임 피할 수 없다

▲ △ 6개 종합일간지 및 2개 경제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건수(7/15~8/15)

민주언론시민연합

 

광복절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인 715일부터 집회 당일인 8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5(721~815), 동아일보는 11(728~815), 중앙일보는 10(728~814)의 광고를 각각 실었습니다.

 

'조중동' 3개 신문이 한 달간 모두 36회 광고를 실었으며 경향신문과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국일보, 한겨레에는 이 같은 광고가 없었습니다.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83일에도 '조중동'은 집회 광고를 실었고, 사랑제일교회 교인 2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날과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 시설폐쇄 명령을 내린 날에도 '조중동'은 광고 게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36개 광고 중 전면광고 3개는 조선일보에만 실렸고, 나머지는 주로 오피니언면 하단에 실렸습니다.

종합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4), 동아일보(1), 중앙일보(1) 민주언론시민연합

 

집회 당일 전국 60개 지역별 담당자 연락처까지 게재

특히 이번 광고에는 '코로나19 방역'이란 공공의 목표에 힘을 보태야 할 신문에 실려서는 안될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나오라', '12백만 기독교인은 다 나오라', '주민번호 있는, 군번 있는 국민은 모두 모이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헌법을 지키기 원하는 자들은 다 나오라' 등이 담겼습니다. 집회 당일에는 지역 참가자를 위해 60개 지역별 출발 담당자 연락처를 전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또한 광복절집회 예비모임 격으로 보이는 '8·15총동원을 위한 전국 253개 지역위원장 대회', '8.15대회를 위한 시민단체장 모임회', '8·15예비대회' '8.15준비집회'를 포함해 홍보하기도 했으며, 행사 장소를 사랑제일교회로 안내하였습니다.

 

광고를 실은 주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우리공화당, 4.15선거부정국민투쟁본부와 국민대연합, 건국회를 비롯한 141개 단체 등 4곳이었습니다. 건국회를 비롯한 141개 단체가 실은 광고는 '815일 국민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까지 넣어 대대적인 홍보를 했습니다.

 

한 달간 총 36개 광복절집회 광고를 실은 '조중동' 3개 신문이 사실상 이번 집회의 주요 홍보수단이 된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에 결코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행정조치를 취하고, 경제 상황을 감안한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할 때도 '조중동'은 꾸준히 광고를 실었습니다.

 

기사가 아닌 광고라고 하더라도 신문의 사회적 책임이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광고도 지면의 일부이고, 독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언론자율감시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신문광고윤리강령을 만들어 신문광고는 독자에게 이익을 주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문광고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신문의 품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 등의 조항을 통해 규제를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제정한 광고자율심의규정에서도 광고윤리의 사회적 책임을 제1조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1등 신문'을 자처하면서도 대대적인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가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은 외면한 것입니다.

 

코로나 대규모로 재확산되자 '정부 책임론'만 부각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정부 책임을 부각한 조중동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광복절 광화문집회 관련한 기사에서 정부 책임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경제보다 방역이 우선...더 강력한 조치 필요하다>(818)에서 "이번 환자 급증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사설/ 교회 소모임까지 다 풀었던 정부 조치 적절했나>(819)에서 "최근 수도권 환자 급증은 교회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그런 분위기에 일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조선일보 <전국서 사랑제일교회발 확진 "신천지보다 큰 위기">(819), 중앙일보 <사랑제일교회 200016개 시도 거주 확산 고리 우려>(817, 최은경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신천지 사태보다 사랑제일교회 감염 확산 사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 교인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광복절집회 광고를 한 달간 지속적으로 실어온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사실상 이번 감염 확산은 광복절집회와 무관할 수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의료계 "코로나 잠복기 고려하면, 광화문집회는 확산 주범 아냐">(820, 양지호 기자)에서 감염내과 의료인들의 의견을 내세워 광화문집회와 코로나 확산이 관련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잠복기를 고려하면 15일 광복절집회와는 연관이 없다. 그런데 방역당국은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부터 찾고 있다"고 말합니다. ,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실외는 실내보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라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광화문집회를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코로나19 잠복기는 최소 1일에서 최대 14일이며, 평균 4~7일입니다.

 

조선일보의 문제적 전광훈 보도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엄벌' 발언 3시간 만에정부, 전광훈 고발>(817, 박상기 기자)에서 "개인 자격으로 집회에 참여했을 뿐", "전 목사는 집회 연사로 초청돼 연설했을 뿐"이라는 전광훈 목사 측 입장을 비판 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한 달간 실은 15회 광고만 봐도 전광훈 목사가 주최 단체의 고문으로 표시돼 있고, 광화문집회 준비모임 성격으로 보이는 '8.15대회를 위한 시민단체장 모임회' 장소가 사랑제일교회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민언련의 2019년 모니터보고서 <전광훈 목사 막말에 침묵한 조선일보, 두둔한 일부 기독교 언론>(2019614)에 따르면, 전 목사의 막말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 때도 조선일보는 전 목사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단체 성명을 광고로 실은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경고와 대규모 집회 자제를 촉구한 방역 당국의 지침에도 '조중동' 3개 신문사는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참석하는 보수단체의 광복절 광화문집회 개최 광고를 한 달간 36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사회적 해악이 분명한 광고를 무분별하게 게재해, 공공안전을 위험에 빠트린 것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자성 없이 정부와 방역 당국에게만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전가하거나 전광훈 목사 측의 입장을 주요하게 실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광복절 광화문 집회 광고: 2020/7/15~8/15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코로나19 관련 언론 보도 행태: 2020/8/17~8/20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ccdm1984)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41. 작가 미상, ‘영국의 아내 경매

18세기 영국의 아내 판매

빈곤층 남성의 이혼 방식

공식 기록만 300명 이상

 

재산세 매길 만큼 소유물 간주

트로피 와이프, 결혼식 풍경

21세기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작가 미상, <영국의 아내 경매>, 187611월 발행된 잡지 <하퍼스 위클리> 20호에 실린 삽화, 미시간대학교 소장.

 

우리 역사를 배우며 섬뜩했던 적이 많았다. 계백이 황산벌 전투에 나서며 아내의 목을 벤 장면은 비장함으로 소비되었지만 나는 소름이 끼쳤고,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조선 여인을 뜻하는 환향녀’(還鄕女)가 비속어 화냥년의 유래가 됐다는 글을 보고 탄식했다. 남성 중심으로 기술돼온 역사(his story=history) 속에서 여성들은 독립 인격체가 아니었다. 그저 가부장의 소유물일 뿐이었다. 계백이 아내를 살해한 것은 자신의 재산을 없애며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는 행위였고, 환향녀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은 적에 의해 손상된 재산이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만 아내를 물건 취급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영국은 무려 아내를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17세기 말부터 시작되어 무려 20세기 초까지 지속된, 영국의 아내 판매가 그것이다.

 

소녀 구매해 아내 만들려던 노예해방운동가

한 남성이 단상에 올라가 아내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남성이 쥔 고삐 끝에는 아내가 소나 양처럼 목에 밧줄을 걸고 서 있다. 구경꾼에 둘러싸인 아내는 이 상황이 굴욕적이어서 화가 나는지 팔짱을 끼고 얼굴을 찌푸린 채 남편의 시선을 무시하는 중이다. 1876년 미국의 잡지 <하퍼스 위클리> 20호에 실린 그림 이야기다. 잡지는 영국의 아내 경매를 신기한 관행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관행이라 할 만큼, 아내 판매는 흔한 일이었다. 1780년부터 1850년까지 팔려나간 부인들의 수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만 해도 300명이 넘는다. 보통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니 실제 아내 판매가 이뤄진 경우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판매가 이뤄졌을까. 1832년 아내를 팔았다고 알려진 조지프 톰슨이라는 남자는 아내를 태생 독사라고 부르며 아내의 나쁜 자질을 시장에서 나열했다고 한다. “미친개, 으르렁거리는 사자, 장전된 권총, 콜레라를 피하는 것처럼 이 쾌활한 여자를 조심하라그런 다음 그는 하지만 이 여자는 소젖을 잘 짜고, 노래를 잘하고, 술동무 하는 역할을 잘한다고 장점을 늘어놓은 뒤 모든 장점과 결점을 합해 총 50실링에 판다고 광고했다. 유의할 점은 조지프 톰슨이 아내의 값을 정한 방법은 사실 아내 판매관행에서 벗어난 경우였다는 것. 보통은 소나 양 또는 돼지와 똑같이 몸무게 몇 그램당 얼마하는 더 모멸적인 방식으로 아내의 단가가 매겨졌다고 한다.

 

그들은 왜 아내를 시장에 내다 팔았을까. 당시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성의 소유물이 되었다. , 돼지, 집 등에 대한 재산세를 내듯 아내에 대해서도 재산세가 매겨졌다니, 이는 국가에서 아내를 남편의 재산으로 공인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싫증난 소유물(아내)’을 시장에서 처분하는 것은 당시 남성들에게 그다지 이상할 게 없었다. 사실 아내 판매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이혼 소송 대신 18~19세기 영국의 빈곤 계층 남성이 택하는 일종의 이혼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혼을 위한 편법임을 고려하더라도 영국 상류층은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를 하층민의 미개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내 판매가 급증했던 1780~1850년에 상류층 남성들은 이를 반드시 없애야 할 풍습으로 지정했다는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동시대 영국 상류층도 아내를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특히 영국의 시인이자 노예제에 반대한 진보 운동가 토머스 데이(1748~1789)가 벌인 미개한 짓은 역대급이었다. 그는 아예 고아 소녀를 구매해 억지로 자신의 여성관에 맞춰 기른 뒤 아내로 삼으려고 했고, 주변 상류층 남성들도 이를 방조했다. 그가 이런 기이한 일을 벌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규모 영지를 소유한 집안의 외아들 데이는 돈도 많은데다 명석한 남성이었다. 그러나 그는 희한하게도 여성에게 인기가 없었다. 왜였을까? 데이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관, 그리고 겉치레와 과시적 소비를 지양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설파한 장자크 루소의 사상을 깊이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그 영향으로 그는 머리를 빗지도 깎지도 않았고 모든 예절을 경멸해 기본적인 식사 에티켓조차 지키지 않았다.

조지프 라이트, <토머스 데이 초상화>, 1770, 캔버스에 유채,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

 

조지프 라이트(1734~1797)1770년에 그린 데이의 초상화는 그의 고대 취향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리스 신전 스타일의 기둥에 기댄 채 예스러운 망토를 두른 데이는, 왼손엔 루소의 책 <에밀>을 쥐고 세속의 경박함과 멀리 떨어진 곳을 응시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런 삶의 방식을 자신만 지키면 되는데 아내가 될 여성에게까지 강요했단 점이다. 데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완벽한 아내 만들기>는 데이의 여성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녀는 그리스나 로마의 여신처럼 젊고 아름다울 것이었다. 또한 시골 아가씨처럼 순수하고 처녀여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강하고 두려움이 없는 스파르타의 신체적 조건을 가지되 꾸밈이 없고 때 묻지 않아서 옷이나 음식과 생활 습관에서도 허름한 농가의 아이처럼 수수한 취향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데이를 주인이자 선생으로, 감독자로 여겨야 했다.”

 

그런 여성이 현실에 있을 리 만무할 터. 청혼을 네 번이나 거절당한 데이는 마침내 고아 소녀를 양육해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여성으로 키워내기로 결심한다. 현실 여성들에게 혐오감을 느낀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이상적인 여인 조각상을 만들어 결혼하는 그리스 신화처럼 말이다. 선택된 소녀는 12살의 고아 사브리나 시드니(1757~1843). 데이는 한 인간을 자신의 욕망의 틀에 맞추기 위한 세뇌 계획을 차근차근 시행한다. 고통을 참아야 한다며 사브리나의 피부에 뜨거운 왁스를 떨어뜨리고, 사치와 방탕에 대한 인내를 시험한다며 예쁜 옷이 담긴 상자를 준 뒤 갑자기 불에 집어 던지고 타오르는 장면을 보게 하는 식의 교육이 이뤄졌다. 사브리나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리처드 제임스 레인, <사브리나 초상화>, 1832, 동판화,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

 

결혼식 신부 인계, 상징적 아닌가?

리처드 제임스 레인(1800~1872)75살의 사브리나를 그린 초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사브리나는 할 말이 있다는 듯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으며, 빛나는 눈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길들여진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데, 그 이유가 있다. 바로 데이의 아내 시험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하녀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고 데이의 지시를 잘 따르던 사브리나는 진짜 의도를 뒤늦게 알고 경악했으며, 그 뒤 석연치 않게 데이의 지시를 어기는 등 예비 아내답지 않게행동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브리나는 실험실 속 동물의 운명을 자기 힘으로 박찬 것 아니었을까. 사브리나는 신화 속 조각상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21세기라고 데이의 후예들이 없을까. ‘트로피 와이프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소녀를 키워 아내로 삼는 일은 차마 못하지만, 부와 명성을 거머쥔 중장년 남성들은 이혼과 재혼을 통해 피그말리온의 조각상 같은 젊고 예쁜 아내를 트로피처럼 차지한다. 이때 아내는 남편의 성공의 표상이자,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유물로 전락한다.

 

계백의 후예들은 어떤가. 그들은 차마 아내의 목을 치진 못하지만, 아내의 자존심을 후려친다. 남들에게 마누라 얼굴 보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 “아내 음식은 겨우 먹을 만한 수준이다라고 우스개 삼아 폄하하는 남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겸손의 미덕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이 아니라 아내를 깎아내리는 것은 결국 아내가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하긴 요즘에도 결혼식 때 신부는 옛 가부장(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해 새 가부장(신랑)에게 옮겨져 단상에 선다. 굉장히 상징적인 의식 아닌가?

 

추미애 "정권 타박 보수언론, 투기시장도 '시장'이라 옹호하니"

 

추미애 법무부장관 News1 황기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가 아직 잡히지 않은 이유는 진단과 처방이 따로이기 때문이라며, 연이틀 부동산 대책에 관련한 발언을 내놓았다. 추 장관은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투기전염병 백신' 개발이 아직 안 되고 있는데, 이는 진단과 처방이 따로이기 때문"이라며 "보수 언론도 '집권 3년 뭐했나' 식으로 정권타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투기 시장도 시장이라는 시장만능주의를 옹호하는 양면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언론은 한때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현상을 보았고 기사를 썼다""그런데 이에 대한 처방이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신규공급확대 등 단기대책만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이는 메뚜기식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어왔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이참에 자본과 이데올로기' 피케티의 책을 보고 사회적 통찰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안에 안 찾아졌다고 타박해 단기대책을 쏟아 놓고 땜질 처방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지금 못 풀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사회적 이슈에 진지한 토론과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글을 마쳤다.

 

전날(22)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투기세력이 돈 많은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 대열에 뛰어들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로 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기 세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있었고 그동안 수차례의 투기과열지구지정 등으로도 진정되지 않았다""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작전 세력이 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일반화돼 있기에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걸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뉴스1) 김규빈 기자

 

코로나19 불평등미 플로리다 해안가 부촌과 그 이웃의 차이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엔 해안가를 끼고 고급 저택과 호텔이 들어선 부촌이 형성돼 있다. 플로리다주는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가 큰 곳이지만, 해안가 부촌은 코로나19 피해가 적어 방역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유색 인종 거주 이웃 도시들에선 코로나19 감염 규모가 이들 도시의 몇 배에 달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코로나19 발병 분포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불평등을 드러낸 사례라고 22(현지시간) 소개했다.

 

대표적 부촌인 발 하버에선 지난 3월 초 뉴욕에서 온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첫 환자가 나왔다. 일주일 후 랍비(유대교 율법교사)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들과 밀접 접촉한 가브리엘 그로이스만 시장도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청과 교회당은 폐쇄됐으며, 밀접 접촉자들은 재택근무를 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아 이달 8일까지 주민 3039명 중 49(1.6%)의 환자가 나왔다.

 

인근 서프사이드에선 주민 5802명 중 코로나19 환자가 49, 베이 하버 아일랜드는 5553명 중 45, 서니 아일즈 비치는 2832명 중 22명으로 집계됐다. 해안가 부촌에서 코로나19가 덜 퍼진 것은 넓은 공간에 머물며 사람을 덜 만나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발 하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하이얼리어에선 인구 238942명의 약 8.5%2만명 가량이 감염됐다. 하이얼리어는 지난달 플로리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핫 스폿이었다. 지역 장례식장에선 시신 보관소가 부족해 선적 컨테이너에 임시로 시신을 보관하기도 했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한 의사는 76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중 지난 1일 숨을 거뒀다. 발 하버와 하이얼리어 사이에 있는 저소득 도시이면서 흑인 거주지들도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다. 알라파타, 브라운즈빌, 리버티시티, 리틀리버 등 4개 지역에선 약 96000명 중 7313(7.5%)이 감염됐다.

 

플로리다주 메디케어보호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버나드 애쉬비 박사는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선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들의 차이를 보고 있다이 바이러스의 여러 지표는 인종 및 사회·경제적 지위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얼리어에선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데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 노동자들이 많다. 생계를 위해선 집에 머물 수 없다. 플로리다 메디케어보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인 모나 만갓은 하이얼리어 지역 사람들은 일관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그들은 일자리와 건강 보호 중 선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전체로 보면 코로나19 피해가 크지만, ‘격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해안가 부촌들은 안전 지대로 떠올랐다. 마이애미의 부동산 시장 분석가인 애나 보조빅은 뉴욕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다른 지역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투자자 계층의 사람들 중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의 코로나19 확산 과정은 코로나19 대유행 중 사회·경제적 격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첨예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의사, ‘어떻게늘릴 것인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지역 간 격차다. 정부가 지역의사제를 들고나왔지만, 일정 기간 후 수도권으로 올라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기 위해 지방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학생들이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사가 파업을 한다. 의사 수 증가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정부·여당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연 400명씩 늘릴 계획이다.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수의 부족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우선 절대 수를 보자.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명으로 OECD 평균(3.5)65.7%에 불과하다. 이는 한의사 0.4명이 포함된 수치로, 의사만 보면 1.89명밖에 안 된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한국은 의사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인구는 줄어들기 때문에 이 추세로 의사가 증가한다면 2038년에는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OECD (현재) 평균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전체 의사 수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상황에서 증가율이 유지되리라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OECD 평균이 2038년까지 현재 수준으로 고정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의대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지 않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은 7.6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13.1)58%에 그친다.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29년으로 예상되는데,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의료 수요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사협회는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고도 주장한다. 의료를 시장에 맡겨두면 정보를 더 많이 가진 공급자(의사)가 주도권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공급자 유발 수요(의사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비싼 시술을 권유해서 수요를 유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어차피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는 늘어난다. 따라서 의료비 지출도 증가한다.

의사협회는 시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한국이 OECD 1(16.6, OECD 평균은 7.1)라며 이미 의료 접근성이 월등하다고도 주장한다. 이는 민간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며 의료행위를 늘릴수록 수가도 많이 받는 한국 의료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이 시스템에서 의사들은 ‘3분 진료물량 공세와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유지해왔다. 의사 수를 그대로 두자는 것은 이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사를 충분히 공급해서 적절한 빈도로 충실한 진료를 받게 하는 다른 길도 있다.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물론 OECD 평균이 반드시 해당 국가에 적정한 의사 수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의사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 의사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 이하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건 굉장히 정파적인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 곳도 있다. 서울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3.1명인데 경북은 1.4명이다. 단순히 병원이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다. 생사가 갈린다. 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사망한 비율을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라고 하는데, 경북 영양군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서울 강남구의 3.6배 수준이다. 즉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한 이유로 죽는 사람의 수가 서울 강남구는 29.6명에 불과한 반면, 경북 영양군에서는 107.8명에 달한다(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

 

특히 중증 응급의료에서 지역 간 격차가 크다. 심근경색증, 뇌경색증, 중증외상 등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 중에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수대비 실제로 사망한 환자 수의 비율을 보자. 서울 동남·성남·대전 동부권은 0.85에 불과한 반면 경기도 포천권은 1.49에 달한다. 강원도 속초권은 1.68, 강원도 영월권은 2.09. 이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사망 예상 환자중 일부가 생존했다는 것이지만, 1보다 크다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은환자까지 사망한 경우다.

 

“2017년 응급센터는 중증외상 환자 5명 중 1명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고, 이들 가운데 4분의 1은 다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이유의 약 절반은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건강격차 해소를 위해: 의사는 더 필요하다’, 한겨레).”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3.4%(99)가 응급의료 취약지다. 소아청소년과, 분만 취약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의대 정원 확대의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의사를 늘려도 이들이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생각한 방법은 지역의사제. 의대 정원 증가분 연 400명 중 300명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는다. 이들에겐 국가와 지방정부가 50%씩 분담해서 장학금을 준다. 해당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하고 의사 면허도 취소한다.

 

지역의사제의 치명적 맹점

작동 가능한 방법일까? “지역의사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하던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안을 보면 수련 과정이 포함된 10년 동안만 지역에서 의무복무시키겠다는 것이다. 인턴 1, 레지던트 4년에 2~3년 펠로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로 지역에서 전문의로 일하는 기간은 2~3년이다. 최소한 전문의가 되고 나서 10년간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안 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이 말했다. 의무복무 기간 중 전문의로 일하는 기간이 짧을뿐더러, 10년이 지나면 수도권으로 올라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의대 졸업생들은 학부 6년을 거쳐 의사 면허를 딴 뒤 1년간 인턴으로 여러 전문과목을 경험한다. 인턴이 끝나면 자신이 전문으로 하고 싶은 과목에 지원한다. 합격하면 4년을 레지던트로 일하고 이후 2~3년 펠로로 일한 뒤 해당 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이때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전공의라 부른다. 말하자면 대학병원에서 일하며 수련을 쌓는 의사들이다. 그런데 전문과목에 지원할 때 소위 인기 전공기피 전공이 존재한다.

 

예컨대 2018년의 외과 레지던트 정원은 179명이었다. 정원에 미달하는 152명이 지원해 149명이 합격했다(충원율 83.2%). 응급의학과는 164명을 뽑는데 160명이 지원해 157명이 합격했다(95.7%). 산부인과는 142명을 뽑는데 123명이 지원해 118명이 합격했다(83.1%). 반면 최근 몸이 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인기과로 꼽히는 ··은 달랐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124명을 뽑는데 164명이, 재활의학과에는 102명을 뽑는데 161명이, 영상의학과에는 138명을 뽑는데 160명이 몰렸다. ‘돈을 잘 번다고 인식되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도 정원보다 많은 인원이 지원했다.

 

지역의사제로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 전문의보다는 외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역의사들의 선택과목을 지역에 필요한 필수 전문과목으로 한정하고,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과목이 무엇인지는 의료계 협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작동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10년 복무까지는 장학금 지원 명분도 있고 기간 제한도 있으니 일종의 사관학교개념으로 의무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로서 평생을 좌우할 전문과목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지금도 예비 전문의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문과목에 합격하지 않으면 1년을 흘려보내고 다시 시험을 친다.

시사IN 이명익 지역의사제가 실시되더라도 의무복무 후 피부과·성형외과를 개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병원들은 수련 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들에게 주 80시간까지 싼값에 일을 시킬 수 있다(한국의 최장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임을 상기하자). 그래서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전문의를 최소로 뽑는 대신 전공의로 병원을 유지한다. 한국은 전문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지만, 병원에는 소수만 고용되고 많은 수가 개원의를 택한다(피부과·성형외과 의원은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의사 면허만 있으면 경영할 수 있다). 지역의사들에게 전문과목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령 강제하더라도 인구밀도도 낮고 병원도 적은 지방에서 대학병원 교수가 되지 않는 이상 해당 과목 전문의로 병원 생활을 계속하거나 개원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란 어렵다. 의무복무 10년 뒤 서울·수도권으로 올라와 피부과 개원을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의사 파업(정확히는 집단 휴진)에서는 의사협회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먼저 나섰다. 이들이 주 8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전공의법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한 대학병원 전공의가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숨지게 한 사고를 계기로 2015년 제정(시행은 201712)되었다. 지난해 2월에는 한 종합병원에서 주 115시간 이상 근무한 전공의가 숨진 일도 있었다.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은 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까? 기피 전공으로 꼽히는 외과 레지던트 4년 차인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국가가 이만큼의 인원은 외과 의사로 기르라고 대학에 정원을 줬는데 아무도 지원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의사를 늘려도 기피 과에 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선택해도 버틸까 말까 하는 게 이 일이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의를 더 뽑는다고 처우가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노예처럼 부려먹는 전공의가 아니라, 병원에 오래 남아 환자를 돌보고 후학을 가르칠 전문의가 더 필요하다. 전문의 자격을 따고 밖으로 나가 있는 많은 개원의들이 병원으로 들어와야 한다.”

 

의사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와 달리 전공의협의회는 정확한 추계를 바탕으로 한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의사 수의 문제보다는 배치의 문제라는 데는 양측의 시각이 같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기자님은 왜 서울에 사나? 변호사에겐 왜 지방에 가라고 하지 않나? 의사들이 지방에 가지 않는 것은 지방에 있는 공공이나 민간 의료기관의 근무 여건이 나아지도록 지원해서 해결할 일이다. 기피 전문과목의 문제는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거나 의료과실의 책임을 의사에게 모두 지우는 법률 체계를 개선해서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전문과목을 전공한 의사를 지방에 머물게 하거나 병원에 더 많이 근무하게 하려면, 그에 맞는 유인책을 쓰라는 주장이다.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취약한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수가를 더 주는 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행위에 수가를 얼마나 더 주면 의사들이 지방에 가거나 필요한 전문과목에 종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나아가 수가를 올린다고 병원들이 그 돈으로 의사를 더 뽑을지도 미지수다. 근무 여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인건비라면, “페이로 지방 근무를 유인하는 건 이미 시장(market)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왔다.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다라고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말했다. “이미 지방은 수도권보다 페이가 높다. 대도시로 갈수록 페이가 떨어지는데 많은 의사들이 그걸 감수한다. 지역 간 의료격차를 바로잡는 일은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도립 의과대학이 방법일 수도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를 단기간에 메우긴 어렵다. 전문과목을 강제 배분하는 데도 현실적인 난관이 있다. 그런데 의사에게 공적 책임을 전혀 요구하지 않기는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가 의사는 공공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격분했지만, 의사는 분명 한 사회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적인 가치를 성취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치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국가가 면허로 진입을 통제한다. ‘의사 공부하는 데 보태준 것 있느냐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태계가 핵심이라면 방법은 무엇인가. 하나는 코로나19를 거친 만큼 지역에 제대로 공공병원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은 필요한 전문의를 양성해도 그들이 일할 병원이 없으면 서울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외국처럼 애초에 그 지역에서 쭉 일할 의사를 뽑고, 그 의사가 일할 공공병원을 적절히 짓는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학)지방정부, 정확히는 도가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한국에서 의사 인력이 문제가 되는 건 늘 사고의 형태로 드러난다. 어디 지역에서 응급환자가 죽었는데 알고 보니 의사가 없더라. 자기 지역에 어떤 과목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도지사, 시장, 군수가 잘 모른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의료 현실과 정책, 정치가 분리되어 있다. 대책이 느슨하고 행정적으로만 작동한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한국 사회에, 또는 어떤 지역에 어느 과목 전문의가 얼마나 부족한지가 아니라 각 학회들이 주도권을 쥐고 대학병원 경영에 필요한 레지던트 정원을 통제해왔다. 지방정부에 의해 의사 수급이 제대로 조율되고 관리된 적이 사실상 없다.

 

정부는 이번에 연 400명 의대 정원 확대와 별도로 국립 공공의대를 설립해 감염내과 전문의, 역학조사관 등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공공의대의 구체적 형태는 아직 희미한 상태다. 김창엽 교수는 도립 의과대학이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도가 자신의 예산을 써서 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 뭐가 달라지느냐. 섬세한 경력 관리가 가능해진다. 의사들이 왜 지방에 안 가나?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람들도 다 자기 미래가 있고 발전하고 싶어 한다. 정기적으로 해외 연수를 갈 수 있게 해주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훈련할 기회를 주고, 필요하면 교수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공 선택 문제도 경력 관리에 달려 있다. 의무복무 기간 뒤 서울로 가서 피부과를 개업하는 것보다 매력 있는 옵션을 만들어줘야 한다. 응급의학과를 전공하면 여기서 교수도 할 수 있고, 역학을 전공하면 지방정부에서 보건국장도 할 수 있다는 미래 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 ‘B급 인생이 아니라, 내가 이 길로 가도 성취할 수 있구나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

 

최근 서남의대가 폐교되자 여러 지방정부가 의대를 유치하려고 각축전을 벌였다. 이런 분위기가 의대 정원 증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무게를 실은 감이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싫어하는 학부모와 지방정부는 없다. 코로나19는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대두시켰지만, 이번 계획에서 정부가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 방안까지 내놓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겪었고, 의료의 공공성을 어떻게 내실화해갈지 모색 중인 한국에서 이번 의사 수 논쟁은 의미 있는 공론화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김창엽 교수는 이번 공공의대 설립 발표는 국가의 책무성에 대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안이 설령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키워낸 인력이 서울에 가서 피부과 의원을 열더라도, 이 정책의 결과에는 의료인력의 공공성이라는 게 뭐냐’, ‘어떤 의료인력을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내내 따라다닐 거다. 그 질문이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그런 정치적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시사인 전혜원 기자

 

전통인가 왜색인가 트로트 뿌리 논쟁 가열

TV조선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무대에 오른 출연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민호, 영탁, 임영웅, 김호중, 김희재, 정동원, 이찬원. TV조선 제공

 

1990824일 전통인가 왜색인가 트로트 뿌리 논쟁 가열

최근 트로트열풍이 TV을 넘어 유튜브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댄스, 발라드, 힙합 등의 음악이 지배하고 K팝에는 끼지도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TV 프로그램에는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고 광고에서도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지난해 미스트롯으로 트로트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TV조선의 올해 새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은 지난 1월 방송을 시작해 비지상파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인 35.7%(닐슨 집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는 시청률이 23.1%까지 올랐습니다.

 

임영웅, 영탁, 장민호, 김호중 등 스타 탄생과 함께 트로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하지만 트로트를 따라다니는 것이 일본의 엔카(演歌)’입니다. 트로트의 뿌리가 엔카라는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포크, 록 등 청년문화가 퍼지면서 트로트는 여러 차례 왜색 논란에 휩싸이며 대중문화의 변방으로 내몰렸습니다.

 

경향신문은 30년 전 전통인가 왜색인가 트로트 뿌리 논쟁 가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1990824일자 경향신문 캡쳐.

 

트로트 가요는 과연 왜색 가요인가’, ‘트로트 가요의 뿌리는 어디이며 한국 전통가요의 본래 모습을 갖고 있는가’. 트로트 가요의 왜색·정통성 시비는 한국 대중가요 60년사에 있어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어찌 보면 트로트 가요의 왜색 시비는 한국의 대중가요가 일제의 문화 강점하에서 태동됐다는 악연으로 인해 민족적 불운의 논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요계에서는 1930년 가수 채규엽이 부른 유행가 봄노래부르자를 대중가요의 시발로 꼽고 있는데요. 30년대는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논쟁의 시점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로트 가요의 왜색 시비는 가요사적 측면에서 볼 때 50년대 말 가요정화 운동에서부터 수면 위에 떠올라 40년간 금지와 해금의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당시에는 공연윤리위원회의 백서에서 이 논쟁이 재연됐고 방송협회 제17회 방송대상 남녀가 수상 수상자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트로트 가요 옹호론자인 작곡가 박춘석씨와 비판론자인 작곡가 최창권씨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작곡가 박춘석

트로트 가요는 한국의 전통가요입니다.

트로트 가요는 한민족의 무속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불교음악, 인도음악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동양의 음악은 인도를 발상지로 해 중국·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경로와 인도에서 동남아 국가를 거쳐 한국과 일본에 전래된 두 가지 경로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양 음악은 ····5음계로 곡을 구성하는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요나누키 음계 등이 우리의 음계와 비슷하다고 해 왜색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부당합니다. 동양 음악의 전파경로를 살펴보더라도 트로트 가요는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로트 가요의 왜색 시비는 한··일의 의식주 등 생활풍습이 비슷한 데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특히 단조의 노래는 반도와 섬나라에서 발달돼 트로트 가요의 정통성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가요의 인기는 자생적 측면이 강해 정책이나 강압에 의해 유행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트로트 가요는 일제하가 아니더라도 탄생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엔카의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고가마사오(古賀政男)엔카의 사상은 한국적인 것이라고 고백한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요와 엔카는 내용면에서도 크게 다릅니다.

엔카는 남녀 간 애정, 불륜의 사랑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으나 트로트 가요는 토속적이고 애향심·부모 은공을 노래해 정서적으로 구별되고 있습니다. 또 엔카는 4분의2박자의 경박해 보이는 리듬이 주류이나 트로트 가요는 신명나는 굿거리장단과 비슷한 4분의 3박자가 골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엔카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 ‘사나이 순정’, 3박자는 오히려 한국의 박자를 이용해 일본에서 히트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트로트 가요는 창가·민요에서 발달됐고 아리랑’, ‘창부타령’, ‘노랫가락등 창가·민요는 무속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노들강변’, ‘대한팔경’, ‘능수버들등 신민요가 일제식민지하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곧 한국의 전통가요가 왜색 조의 엔카와 다른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일본 엔카 가수 나가야마 요코 유튜브 캡쳐.

 

작곡가 최창권

트로트 가요로 불리는 뽕짝 가요가 우리 전통가요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전통가요는 아리랑등 민요와 창가 이후 정통성을 가진 대중가요로 발전되지 못했습니다.

 

국내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트로트 가요를 왜색 가요라고 해서 굳이 거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수긍이 가지만 트로트 가요는 왜색이 아니다라는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왜색 가요. 즉 엔카에는 몇몇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선 가수들의 창법에서 나타납니다. 엔카는 비음을 이용한 콧노래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전통가요 창법은 판소리처럼 열창하는 목소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계가 트로트 가요와 엔카는 똑같습니다. 엔카는 장조곡에서 이나카부시(田舍) 음계, 단조곡에서 미야코부시(都節) 음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제하에 탄생한 뽕짝 가요는 엔카의 음계와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편곡에서도 엔카는 기타 반주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통탕거리는 듯한 리듬으로 들리는 이기타반주는 일본 전통악기인 샤미센(三味線고토() 등의 음색을 살리기 위해 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제하의 트로트 가요가 대부분 현란한 애드리브을 가미한 기타 반주로 노래된 것도 바로 엔카의 영향이기 때문입니다. 박자에 있어서도 엔카는 2, 4, 16박자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나 우리의 전통적 박자는 3, 9박자의 형태로 세분화합니다.

 

일제하의 이른바 뽕짝 가요는 으로 하는 선()박자와 하는 후()박자, 2박자의 계열로 구성돼 있는 것도 엔카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엔카의 이론인 고가마사오는 한국의 가요가 엔카의 영향을 받은 후인 20년대에 한국 선린상업에서 공부한 인물로 엔카가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합니다.

 

엔카는 이미 명치(明治) 시대부터 유행했던 일본 가요이기 때문입니다. 뽕짝 가요는 시대적 산물로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트로트 가요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대중정서를 달래고 있다는 것을 반박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엔카의 영향을 받은 트로트 가요를 우리의 전통가요로 부를 수 없거니와 엔카적인 발전 또한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서양 음악을 받아들인 일본의 유행가가 한국으로 건너와 우리 음악과 결합해 트로트가 틀을 갖추게 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트로트가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현재까지 이어왔고, 지금까지도 의미가 있다는 것 또한 우리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Harry -트롯은 엔카의 곡조를 가졌다. 구한말에 우리 가요라는것은 없다. 어거지는 그만..

랩이 우리것이 아닌것과 같다 좋게 말하면 승화 시켰다고 하자.

 

[big story]나를 위한 행복 투자 그린 라이프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예나 지금이나 현실을 떠나 자연 속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여기에 메르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공포가 우리의 일상을 휩쓸며 그린 또는 에코 라이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도 커지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린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참고 문헌 <자연 몰입

 

현명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거창할 것도 없다. 건강, 가족, 행복 추구 등 누구나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들을 이들은 선제적으로 실천할 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통감하곤 한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듯 보였던 것들이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 돼야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깨닫는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연 없이 결코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산업계 지도자들과 비정부기구(NGO), 학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0년대에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협은 기상이변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 재난이 2~5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현재 인류가 당면한 지상 과제는 세계 위험 요인인 환경문제라는 셈이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박물관장은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고민할 것도 없이 기후 위기라며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부분을 지적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끊임없이 얘기했지만 제대로 되질 않았다. 지금부터 10년간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급격한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에 인류가 정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볼라, 메르스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원인도 환경 파괴와 연계성이 깊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축산연구소(ILRI)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삼림 파괴, 야생동물 착취, 자원 고갈, 기후변화 때문에 동물과 인간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 변하고, 이 때문에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옮기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회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자연에서 멀어졌고, 기술적 탐색과 인공적인 것을 훨씬 더 중시해 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환경 위기에 무관심해졌고, 자연과 접촉할 기회를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환경오염에 대한 위험이 나날이 부각되고, 갑갑한 도심생활에 지친 현대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자연친화적그린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 강화에서 10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67세 박 모 씨는 “30년간 정신없이 회사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다처음엔 그저 내 안위를 위해서 선택한 이유가 컸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말마다 서울에 사는 손주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껏 뛰어노는 걸 보면 뿌듯하다. 주변에서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9세 직장인 김 모 씨는 도시생활을 좋아한다. 다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한다점심시간에는 회사 주변 그린공원을 걷기도 하고, 집 안에 나만의 화단을 가꾸기도 한다. 주말에도 근교 산이나 강으로 떠나 쉬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연친화적인 그린 라이프는 그 자체로도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바 M. 셀허브와 앨런 C. 로건의 저서 <자연 몰입>에 따르면 11000명 이상의 덴마크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녹지(, 공원, 해변, 호수 등)에서 1km 이상 떨어져 사는 이들은 스트레스가 높고 전반적으로 건강, 활기, 정신건강, 신체적 고통 관련 검사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42%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km 반경 안에 녹지가 10%도 안 되는 이들은 집 주변에 녹지율이 아주 높은 이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5%나 더 높았고, 불안장애에 걸릴 가능성은 30%나 더 높았다. 동식물 연구가 J. 아서 톰슨 교수도 1914년 영국의학협회 연차대회의 기조연설인 자연치유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자연의 치유력은 혼잡하고 요란한 문명 때문에 시름시름 앓는 우리 인간에게 대자연이 부여해 준 선물로, 삶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 나의 첫 번째 요점은 인류와 대자연은 오랫동안 뿌리 깊고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자연과 친밀함을 유지하면 일상생활의 정신병리가 줄어들 것이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의 장엄함, 산의 신비로움, 영원히 새로운 바다, 공중을 나는 독수리, 피어나는 야생화, 개의 눈에 담긴 표정에서 경이를 느끼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아주 강력한 치유력을 포기하는 셈이다.”

 

‘43’, 자연 품은 도시민들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기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현대인의 라이프 환경에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향할 수도 없는 법. 도심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은 지속 가능한 안전을 강구하고 있다. 현대인의 백 투 그린 라이프, 그중 하나는 자연에 얻은 19.8짜리 휴식처 농막 라이프.

 

농막(農幕)’이 다시금 핫하다.

직업 농민들에게만 허용된 농막은 주로 창고와 새참 장소로 쓰여 왔지만 2012년부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만 있으면 전기, 수도, 가스를 쓸 수 있게 되면서 도시민들의 주말 별장이자 미니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주5일 근무제로 52, 43촌 문화가 자리하면서 농막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로 나만의 휴식처를 갖고자 하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5060대 은퇴자는 물론 3040대까지 농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막 라이프의 연령대가 확 낮아진 것이다.

(사진) 친환경목조건축 에코캐빈의 농막 내부.

 

나만의 에코 스폿, 3040대 수요 증가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시골에서 지낸다는 의미의 43촌 현상은 주로 5060대 이후 은퇴 세대의 고민이었지만, 일상에 들이닥친 전염의 위협에 나(우리)만의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세대를 막론하고 이뤄지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주요 축은 3040대다. 이들은 개인의 힐링 스폿을 찾기 위해서 또는 아이에게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43촌을 선택하고 있다.

 

43촌을 위한 세컨드하우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원주택, 협소주택, 컨테이너 농막 등의 이동식 건축물이 있다. 이 중에서도 농막이 핫한 이유는 전원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설치가 쉽다는 점에 있다. 도시에 살면서 시골에 농지를 마련해 두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막을 설치한 후 주말주택처럼 쓰기도 한다.

 

그러나 농막은 주거용 공간이 아닌 말 그대로 농사에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이동식 소형 건축물이다. 숙박을 할 수 없을뿐더러 농지에 설치하는 일종의 창고설비이기 때문에 도심 주거 지역에도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에 도시인들은 완전한 귀농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미니 별장으로 또는 농촌을 경험하는 전원주택 연습용으로 농막을 짓는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각자의 에코 스폿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농막에 대한 수요도 보다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부유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원생활에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농막 라이프를 실현한 마흔넷 김차우(가명) 씨와 늘어난 농막 수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김재현 에코캐빈 대표를 만났다.

(사진) 김차우 씨의 농막

 

김차우 씨의 농막 라이프 선물 같은 일상, 농막의 하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마흔넷 아빠 김차우(가명)입니다.”

 

언제부터 농막 라이프를 시작했나요.

“2018년 하반기에 토지를 매입했고, 농막 라이프는 올해 6월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도시에 거주하지만 가족들과 주말농장이나 트레킹, 과수 재배 등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특히 아이들이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같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 농막 라이프가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았습니다.”

 

농막은 어떤 경로로 짓게 되셨나요.

올해 어린이날, 아이 손잡고 장난감 가게 가는 대신에 농막을 보러 이천으로 온 가족이 떠났습니다. 인터넷으로 틈틈이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날 느낌이 좋아 바로 계약서를 썼습니다.

 

저희는 계단과 수납장을 주문 제작하고, 출입문 1개를 더 만드는 등 원래 내부 구조를 거의 다 뜯어고치는 바람에 정가보다 가격이 좀 올라갔습니다. 부가가치세, 운반비, 설치비 모두 포함해서 약 30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소유 농막을 자랑하신다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하고 있고,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입니다. 인근에는 전원주택단지가 있고, 바로 옆 땅의 소유주는 저보다 1년 정도 먼저 농막을 놓으신 분이라 그분에게 조언도 많이 받았습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기준인 19.8농막이고 내부에는 작은 다락도 있습니다.

 

출입구를 뒤쪽에 추가해 개방감과 편의성을 높였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수납이 가능한 계단을 주문 제작했습니다. 전자레인지와 밥솥을 동시에 수납할 수 있고, 하부에는 전기온수기(50리터)를 놓을 수 있는 키 큰 장도 설치했습니다. 내부 전체의 마감을 자작나무 합판으로 해 디자인과 색상 모두 만족합니다. 전부 주문 제작으로 진행해 기간은 약 한 달 정도 걸렸네요. 농막 좌측에 화장실, 우측에 주방을 위치시켰더니 외부로 연결되는 배관 개수가 좀 많아지긴 했지만, 공간 활용도 면에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세컨드하우스로 농막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시골에 완전히 정착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주 들러서 일하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하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아 짓는 집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농막은 가설구조물 축조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사용 및 유지관리가 편합니다.

 

사후관리(AS)를 받기도 좋고, 흔히 전원주택 건축 시에 생기는 건축업체와의 여러 가지 갈등도 거의 없습니다. 축조 비용도 건축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최근 농막 등 세컨드하우스에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놀러 가기도 겁이 나는데 농막이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은 갑니다. 부부가 모두 직장인이다 보니 주로 주말에 갑니다. 나중에 노후에도 언제든지 들러서 가꿀 수 있고, 쉴 수 있으니 너무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도 주말농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농막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짓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보니 대부분 집을 짓는 것보다는 농막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농막 라이프 만족도가 궁금해요.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처음 토지를 매입하고 성토하고, 펜스 치고, 나무 심고, 텃밭 일구고 대부분의 일들을 거의 혼자 진행했습니다. 땅에 아무것도 없다 보니 가족들이 와도 화장실을 못 가서 불편해 오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좀 무리해서 기반시설(상하수도, 전기 등)을 다 인입하고 농막을 놓았더니 이제는 아내가 농막 꾸미기에 더 빠져 있습니다. 일구어 놓은 텃밭에서 바로 채소를 뜯어다 씻어서 고기랑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히게 맛납니다.”

 

어려운 점도 있지요.

가장 어려운 점은 처음 해 보다 보니 모르거나 애매한 일이 있으면 이걸 물어 볼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려 봐도 대답이 너무 천차만별이고 누굴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결국 토지와 기본적인 토목공사, 그리고 농막 설치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하고 천천히 하나씩 진행했습니다.

 

아직까지 농막에 대한 규제(조례)가 지자체별로도 다르고 담당 공무원이 잘 모르는 경우, 확답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농막을 설치하고 나서는 유지관리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장마가 지나면 지반이 침하될 수 있어서 농막의 수평 조절은 필수입니다.”

 

농막 라이프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필수적으로 우선 토지를 구매해야겠지요. 토지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땅값은 시작일 뿐이고 절토 또는 성토, 각종 부대시설(펜스 등), 지하수 관정, 상수도·전기 인입, 하수관거 설치 등 꽤 큰 비용을 투자해야 농막 놓을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땅에서는 장비 한 번 부르면 한나절에 50만 원, 100만 원은 우습게 들어가거든요. 처음에는 돈 조금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 봤는데, 결국은 제값 주고 빨리 하는 게 돈 아끼는 길이라는 것을 2년쯤 지나고 나니 깨닫게 됐습니다.

 

위치도 매우 중요한데, 자가용으로 1시간 미만이 돼야 자주 가게 됩니다. 이왕이면 국도, 고속도로 모두 가능한 지역이 좋고, 주말에 나들이객들로 엄청나게 막히는 길이 아니면 금상첨화겠지요. 차일피일 미뤄 온 농막 라이프, 지금은 만족감이 더 큽니다. 만일 농막 라이프를 꿈꾸신다면 준비는 천천히 그러나 철저히, 집행은 준비되는 순간 바로 일사천리로 진행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재현 에코캐빈 대표

언택트로 나만의 공간 찾기 수요 증가

에코캐빈은 어떤 제품을 판매하나요.

충북 청주시에서 에스토니아의 친환경 목조건축 제품을 수입 및 판매하는 이동식 목조주택 업체입니다.”

 

코로나19로 문의가 많아졌다고요.

지난번 대구 집단 발발과 이태원클럽 집단 발발 사건 이후로 농막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주말에라도 도심에서의 답답한 공기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도 쐬고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거죠. 코로나19가 주거환경에도 변화를 일으키며 43촌의 대중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어떤 분들이 주요 고객인가요.

기존에는 도심에서 가까운 근교에 세컨드하우스를 갖고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5060대 은퇴자들이 주요 고객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농막 수요자가 젊어졌어요. 지금은 40대 문의가 가장 많아요.

 

특히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이들은 품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전원주택보다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쉴 수 있는 미니 하우스 개념의 농막을 희망합니다. 에코캐빈 역시 수요에 맞춰 작게는 3.5평에서 4~6평짜리 농막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원생활은 비용 부담이 높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농막은 거주를 위한 집이 아니에요. 그래서 전원주택과 달리 부담이 적습니다. 수천 평씩 구매해야 했던 시골 토지매물 또한 이제는 330, 660규모로 작게 나오니 충북 청주를 예로 들면 1억 원 이내로 토지 구매가 가능합니다. 그 위에 농막을 짓는데 저희 제품으로 따지면 최저 1500만 원, 풀 옵션을 다해도 2500만 원 안팎이 소요되지요. 1억여 원으로 나만의 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은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일이 됐습니다.”

 

젊은 세대의 농막행이 독특해 보이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힐링을 위한 소비에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농막을 설치하는 이들을 보면 캠핑과 글램핑이 취미인 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가 오고 주거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주말에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 아예 정착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죠. 특히 1990년대 이후 세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동식 주택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농막 불편함도 많지요.

기본적으로 농막은 가설건축물입니다. 아파트나 일반주택과 달리 모든 시설이 미비합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지요. 전기와 수도도 직접 신고필증을 받은 후에 요청해야 합니다. 전봇대가 농막에서 멀리에 있으면 한전에 요청해 전봇대도 심어야 해요. 대당 50만 원 정도 합니다. 물이 없으면 농업용 용수를 위한 샘도 파야 해요.

 

이 같은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유지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작을 해야 하는데 만약 농막에 자주 오지 못하는 경우 무성한 풀과 관리되지 않은 시설물에 한숨을 지어야 하지요.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농막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필승! 농막 신고법

농막은 가설건축물축조 신고만 하면 지을 수 있지만 이 신고 절차가 만만치 않다. 농막을 적법하게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 지식!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의 도움을 받아 농막 설치를 위한 신고 절차를 알아봤다.

 

허생원(필명)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사진 한국경제DB·국토교통부 제공

 

농막을 설치하려면 해당 농지를 관할 지방자치단체 농지과 혹은 건축과,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에서 필요서류를 확인한다. 지자체마다 구비서류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가설건축물축조신고서, 배치도(지도에 농막 위치 표시), 평면도(컨테이너 치수가 표시된 평면도), 부동산등기부등본, 본인확인증(신분증), 접수비 및 필증수수료를 제출한다. 기간은 일주일 내외가 소요되며, 3년마다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컨테이너 치수가 20를 넘으면 안 된다. 보통 컨테이너는 18이나, 조립식 주택은 20를 넘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락방, 발코니를 만드는 것은 유효하나, 내부 계단 확장 시 바닥 면적은 20를 넘지 않는다. 높이는 4m 이내, 데크는 지붕과 벽이 설치돼 있지 않아야 한다. 다음은 농막 신고 시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

 

용도를 의심받는 불필요한 표현

농업 편리성을 위해 201211월부로 전기, 수도, 가스, 제한적인 정화조 설치가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주거시설 이용을 막기 위해 전기, 수도, 가스 등 새로운 간선 공급설비의 설치를 요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항목이 있었으나 삭제됐다. 그러나 전원주택 연습용, 주말별장용, 세컨드하우스용, 펜션용, 임대용 등 오해를 유발하는 설명은 불필요하다. 정확한 용도는 농막용이다.

 

정화조 신고

설치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해당 군청 환경과에 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화조 설치에 제한은 없지만 가설건축물이 주거시설 전용으로 판단되면 거부될 수 있다. ‘대형 사이즈 정화조는 영구적 정화조로 판단될 수 있고, 농막이 주거 전용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단독정화조는 연 1회 이상 내부 청소와 슬러지 탈수를 전문 업체에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차량 진입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영구정화조가 아니므로 파쇄석과 자갈 설치는 가능하나, 콘크리트 밀봉은 안 된다. 주거 용도는 지자체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임대용 농막 불가

농막은 농업생산자가 본인 농지에 설치하는 가설건축물이다. 주거, 임대가 불가하다. 농지를 주말농장으로 임대하고, 농막을 서비스 품목으로 지원하는 행위는 민박주택에서나 가능하다. 농지가 넓으면 농막이 많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실제 농업용이어야 한다.

 

수천명 모이는 행사 개최해야 했나질문에 민주노총의 답

광화문 수구진영 집회 여파 가혹화민주노총은 적극 조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장 밝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25“8·15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 조합원에게 검진지침을 시행하고 24일까지 대상자의 60%가 넘는 조합원이 검진에 응했으며 이중 양성판정으로 역학조사 중인 1명의 조합원 외에 현재까지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언론에 ‘8·15 기자회견 참가자 코로나 검진 결과 중간 브리핑형식으로 입장을 냈다.

 

앞서 민주노총은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들의 이른바 광복절 집회당일 멀지 않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815일 안국역 사거리에서 진행하려 했던 노동자 대회를 장소와 형식을 바꿔 보신각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으로 진행한 바 있다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수구 진영의 집회 여파로 코로나 19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국민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이러한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정부당국의 권고와 행정명령에 앞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유증상자와 동선중복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진을 안내·시작했고, 20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참가자 전원에게 검진 및 결과보고 지침을 내렸다.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취합된 대상자 60% 검진 결과에 따르면 기존 확진자 1명을 제외하고는 추가 확진자가 파악되지 않았다.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A조합원이 21일 경기 평택시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았으며 그와 함께 검진을 받은 조합원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민주노총이 밝힌 바 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 기자회견에서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100만 조합원 가운데 코로나19 극복의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보건의료노동자, 공무원노동자, 교사노동자, 요양노동자, 보육노동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그 어느 조직보다 이 상황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극복을 위해 정부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우리에게 부여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적극적인 변론에 나섰다.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들에게만 편파적으로 검사를 강요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과도하다. 질병관리본부 입장도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광화문 집회와는 무관하고, 집회의 진행양식이나 대응방식이 달라서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공식발표가 나온 걸 보면 그걸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YTN라디오(출발새아침)에서 A조합원 감염 경로를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그분의 감염 경로하고 동선에 대해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감염 경로가 지역사회인지, 생활공간인지, 8.15 기자회견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25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2000명 가까이 모이는 행사를 꼭 해야만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얼굴 가리개까지 배포해서 전체적으로 착용을 하고, 철저히 방역을 했다상대적으로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는 뉴스를 통해서도 보셨듯이 수만 명이 무질서하게 엉켰고 행진까지 감행했고 결국 어제까지 감염자가 176명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우리 민주노총 기자회견하고는 천지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에선 광화문 집회 책임을 통합당에 전가했던 여당이 민주노총 집회는 비판 안 하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양 위원장은 통합당이 민주노총을 거론하는 건 자신들 잘못을 은폐하려고 하는 꼼수라고 생각한다. 광화문 보수 집회에는 이미 감염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대거 참석해 176명까지 감염됐고 n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통합당은 전·현직 의원들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것부터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발열체크를 해서 열이 있는 사람은 다 돌려보냈고,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운 가운데 기자회견을 행했다고 선을 그었다./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통합당표 기본소득', 뜯어보니 기본소득이 아니네 행

신지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지난 13,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가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 1호에 기본소득이 담겨 화제를 모았다.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로서 제1야당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환영입장을 밝히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형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으로 누가 더 어려운지를 경쟁시키고 선별하는 것은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가 주최한 혁신아젠다포럼에서 빈곤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미래통합당표 기본소득 초안이 발표됐다.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생활수급제,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현금지원복지를 통폐합해서 중위소득 50% 이하 국민들에게 소득 부족액만큼 채워주겠다는 안이다.

 

,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50%인 약 88만 원보다 부족한 소득을 번다면 부족분만큼 지원하는 식이다. 50만 원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 38만 원 소득지원하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안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희숙 의원은 미래통합당 안을 설명하며, 21조 원의 재원으로 328.5만 가구, 610만 명이 소득지원 받을 수 있다고 밝히며,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곤 제로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안은 오히려 현재 복지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을 줄여 국민들의 소득을 줄일 뿐이며, 빈곤 제로가 아니라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첫째, 중위소득 50% 이하 국민 현금지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정의에서부터 국민을 기만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노동의무나 자산심사 없이 정기적으로 주는 현금이다. 소득과 자산을 심사하겠다는 미래통합당 안은 아예 기본소득이라 볼 수 없다.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기본소득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지 보여준다. 소득 및 자산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면, 소득과 재산에 과제를 매겨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탄소세를 걷어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빅데이터에 대한 공유부를 모두에게 나누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빅데이터 활용 기업 수익에 과세해서 기본소득으로 나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안은 기존 현금지원 복지제도를 통폐합할 뿐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사회복지 지출이 최하위에 속한다.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복지예산 확대 없이 기존 복지재원을 통폐합하는 것만으로는 사각지대와 빈곤이 없어지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이 예상하는 328.5만 가구, 610만 명은 대한민국 국민 중 11%에 해당할 뿐이다. 20206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203만 명, 2019년 소득 기준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 586만 가구, 20204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549만 명이다. 미래통합당이 통폐합해서 1인 기준 88만원 소득보장 하겠다는 안은 기존 복지혜택을 박탈당하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국민이 19.5%. 미래통합당이 예상하는 11%보다 많다. 제도 시작도 전에 사각지대와 빈곤 심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둘째, 기초생활수급자의 삶도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53만 원이 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 안과 같이 53만 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53만 원보다 부족한 금액을 생계급여로 보장하는 식이다. 53만 원 삶에 머물게 하는 것,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빈곤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럼 이 빈곤선을 88만 원으로 맞추면 2%의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재원마련을 위한 복지 통폐합 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급여뿐 아니라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서울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주거급여 최대 26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금 제도로 79만 원에 의료급여 등을 포함해 현물과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무엇을 어떻게 통폐합 하는지에 따라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의 복지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생계급여 뿐만 아니라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보장하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더라도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보장받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주거급여 대상 기준은 중위소득 45%,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이하다. 78만 원 소득 벌어서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지만 서울 거주 1인 가구 기준 주거급여 받는 사람은 최대 104만 원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88만원 빈곤선 맞추는 통합당 안이 실행되면 오히려 소득이 준다. 덮어놓고 통폐합하는 안은 복지혜택이 가장 절실한 기초생활수급자를 더 열악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더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말 그대로 재산도 적고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2008년에 시행됐다. 2019년부터는 만 30세 이상 연령제한이 없어져 근로장려금을 받는 청년들이 늘어 568만 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연말소득공제가 소득높은 직장인들의 13월의 월급이었다면, 청년들에겐 근로장려금이 보너스였던 셈이다. 월급은 팍팍하고, 일자리는 더 열악해지고 있는데 청년들을 비롯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최대 150만 원의 보너스. 미래통합당은 아무 대안 대책 없이 이를 통폐합해서 선별한 국민들에게만 딱 88만 원 상한선에 맞춰 빈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제도를 통폐합한다고 할 때, 기존의 제도로 혜택을 보던 사람들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 제도는 좋은 제도가 아니다. 미래통합당의 안이 빈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좋은 안이 아닌 이유다.

 

미래통합당, ‘한국형 기본소득집착 말고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중 선택해야

국민 중 누구를 가장 불쌍하게 여길지 경쟁하게 하고 선별하는 제도만으로 모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수익은 일부만 독점하게 될 미래에서 기본소득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단지 소득보장만의 이유는 아니다. 독점되고 있는 부를 국민의 권리로서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K-방역이후 수많은 계획에 한국형을 붙이는 게 유행이 됐다. 한국형 그린뉴딜, 데이터뉴딜에 이어 기본소득에도 선별하는 조건을 부과해 한국형이름붙이겠다 나선 것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다.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기본소득 자격을 선별하겠다는 것은 결코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선별하는 복지를 기본소득이라 주장하며 국민들 기만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들 속인 것을 사과하며 선별복지로 가겠다고 선언하던가, 선별이나 조건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방향으로 기본소득 본질을 향해 가는 것이다. OECD 평균으로 따져도 부족한 사회복지를 더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사회로 나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대안을 제1야당이 채택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프레시안

 

외국인 부동산 투자, 퇴로도 막는다.."양도세 감면 폐지"

미래통합당이 외국인의 모든 국내 부동산 양도세 감면 혜택 폐지를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높여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의 규제라면 통합당은 양도세 특례제한을 통해 '뒷문'을 잠그는 방식이다.

통합당 "외국인 부동산 양도세 감면혜택 없앤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안병길 통합당 의원은 조만간 장기보유특별공제, 장기임대주택 특별공제 등 양도세 특별공제를 외국인은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현행법에서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또는 6개월 이상 거주한 개인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비거주자'도 요건만 충족하면 과세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는 국적을 구분하는 개념은 아니다.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머무는 개인을 거주자라고 하고 거주자가 아닌 자를 비거주자라 칭한다. 외국인은 물론 재외국민, 해외유학생 등도 국내에 183일 이상 머물지 않으면 '비거주자'로 분류된다.

 

현행법상 장기보유특별공제는 3년 이상 장기 보유한 토지 또는 건물을 양도하려고 할 때 비거주자도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30%의 양도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장기임대주택 특별공제는 비거주자도 공공임대주택을 6년이상 임대 후 양도하는 경우에도 기간에 따라 최대 10%의 양도세를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현재 미분양주택 취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신축주택 취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총 20여개의 조세특례가 요건만 갖추면 거주자/비거주자 구분없이 적용된다.

 

통합당은 비거주자 가운데 '국적법상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외국인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외국인만 양도세 혜택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다. 재외국민, 해외유학생 등 한국 국적의 비거주자는 원래대로 양도세 감면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고된 양도세는 18227억원, 양도세 감면 규모는 17816억원이다. 내국인·외국인을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 국세청은 외국인 양도세 감면규모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실제 외국인이 받는 양도세 감면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안 의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과세특례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다""순수 거주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내국민들이 (외국인들의) 투기로 인상된 가격에 주택을 매수하게 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특히 이 법안은 법 시행후 이뤄지는 거래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과세특례를 염두에 두고 매입했던 외국인 투자자라도 법 시행후 매각하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민주당 "외국인 취득세에 중과세"

여당인 민주당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 차단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내국인의 부동산 구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에서 자금조달이 쉬운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쇼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에서 외국인의 건축물(단독·다세대·아파트·상업용 오피스텔 포함) 거래는 2273(한국감정원 자료)으로, 20061월 통계 작성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정부와 함께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취득세율'을 높여 진입장벽을 높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외국인이라 해도 투기성 부동산 구매에 대해선 취득세에 중과세를 매기는 법안을 비롯해 근절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미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산 뒤 6개월 동안 실거주하지 않으면 취득세를 20% 더 내도록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취득세율을 높여 '진입장벽'을 높이고 야당은 '퇴로'를 좁히는 방식의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외국인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을 없애는데서 더 나아가 양도세를 5% 중과하는 법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국회 상임위에서 취득세율 인상, 양도세 감면혜택 폐지, 양도세 중과 등이 모두 논의될 전망이다.

 

캐나다, 외국인에 높은 취득세호주는 외국인 부동산 양도세 감면 폐지

외국인 부동산 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도 입법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별도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 등이 국제조약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는 외국인의 자국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는 각종 장치를 두고 있다. 캐나다는 외국인이 밴쿠버시 등 일부지역에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가액의 20%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싱가포르도 외국인이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가액의 20%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내국인 취득세는 0~5%수준이다.

 

호주에서는 외국인이 5000만달러 이상 부동산을 매입·임대하려면 승인을 얻어야한다. 신고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호주는 또 2017년부터 외국인이 거주 목적으로 호주에 보유하는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짓을 모르나이다

시사IN 이명익 8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일대에서 해당 교회 교인들이 방역 작업에 나선 성북구청 관계자와 방역 협조를 요구하는 인근 주민을 둘러싸고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방역 요원과 취재기자들을 폭행했다. 교인들은 특히 방역 요원과 기자들을 겨냥해 마시던 생수를 뿌리고 침을 뱉는 등 위협적인 행위를 했다.

 

서울 성북구청과 보건소 공무원들은 818일 오후 3시쯤부터 장위2동 주민센터(사랑제일교회 주변) 앞에 모여 사랑제일교회 일대에 대한 방역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교회 교인들은 방역 작업을 준비할 때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모여 방역 차량 치워라” “성북구청장 나와라” “문재인 퇴진등을 외치며 방역 작업을 방해했다.

 

오후 330분쯤 시작된 방역 작업은 교인들의 저지로 처음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부 교인들은 방역 요원의 멱살을 잡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물리력을 행사했다. 일부 교인은 취재하던 시사IN사진기자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마스크를 벗고 침을 뱉기도 했다. 다른 교인은 마시던 생수병을 열더니 물을 기자들에게 뿌렸다. 사랑제일교회에서 수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교인이 마시던 물과 침에 타인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은 치명적인 위협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경찰은 방역 차량이 장위2동 주민센터 앞에서 준비 작업을 할 때부터 주변에 주차한 자동차 내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방역 차량을 저지하고 방역 요원들을 위협할 때도 개입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침과 물을 뿌릴 때도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했다.

 

방역 차량은 장위2동 주민센터 앞을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사랑제일교회 주변 방역을 마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교인들이 차량을 따라다니며 방역 작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820일 정오 현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모두 676명을 기록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사랑제일교회는 2006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장위 10구역에 위치해 있다.

시사인 이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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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 증가율 높다? OECD보다 의대 졸업생 40% 적어

의협 집단휴진 쟁점 정리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의협이 26~282차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21일 전공의에 이어 24일에는 전임의(펠로)도 휴진에 가세해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전공의 집단휴진 참가율은 69.4%로 집계됐다. 의협이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핵심 논리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협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주요국보다 의사 수 증가율이 높다?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3(2017년 기준, 한의사 0.4명 포함)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명의 70%에도 못 미친다. 이 점은 의협도 인정한다. 그러나 의협은 한국의 연평균 의사 수 증가율이 3.1%, 오이시디 평균(1.1%)보다 높다고 강조한다. 또 이 추세대로라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2038년에는 오이시디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계한다.

 

의협이 간과하는 건 의사가 늘어나는 속도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의학계열 졸업자 수는 20118.2명에서 20167.9명으로 줄었다. 반면 오이시디 평균은 10.5명에서 12.6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되면 2038년 오이시디 평균 의사 수는 현재 의협의 기준선20173.4명보다 많아진다. 더구나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2038년이 되면 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가 늘어나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성명을 내어 의협 주장과 달리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오이시디 평균의 65.7%,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58%(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지역에서 일할 여건을 만들어라?

의협은 무작정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현재의 불균등한 의사 인력 분포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많은 대도시, 피부과·성형외과 의사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현재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서울(3.1)이 경북(1.4)의 갑절 이상 많다. 이에 정부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할 의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런 인력 확대가 아니라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비,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문 분야에 대한 가산 수가 등을 통해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로 스스로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지금도 인구가 적은 도시일수록 의사 급여는 훨씬 더 높다. 2017년 기준 서울의 평균 의사 급여는 연 11천만원인 반면, 의사 수가 적은 전남은 16800만원, 경북은 16300만원이었다. 같은 해 노동자 평균 연봉은 3475만원이다.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지역 쏠림 현상이 없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건의료단체 등은 지역에서 필수·중증 의료를 담당할 의사를 대규모로 양성할 권역별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이들이 일할 공공병원을 짓자고 요구한다. 정부가 계획한 지역의사제만으로는 수련의·전공의 5년을 빼면 지역 의무복무기간이 5년에 불과해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어서다.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비도 증가한다?

의협의 또 다른 주장은 의사가 과잉 배출되면 전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의료계가 비급여 진료를 늘리거나 과잉 진료를 해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에선 이것이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행위를 늘릴수록 수가를 많이 받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잉 진료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수가 지급 제도를 손봐야 풀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취약지는 의사가 부족해 과소 진료를 하고, 대도시는 경쟁이 심해 과다 진료를 하는 상황이라며 과소 지역에 보낼 의사를 늘리는 정책이 불필요한 의료비 인상으로 연결될 거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외국인 관광객 80% 격감한숨만 쉬는 부산 관광업계

하반기 회생 기대도 물거품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80% 가까이 줄었다. 하반기에 희망을 걸었던 지역 관광업계는 최근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깊은 한숨만 내쉰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6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130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328031명에 비해 78.1% 감소했다. 부산 관광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6월은 절망적 수준이다. 4625명으로, 전년 대비 98.1% 줄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전인 2월까지만 해도 부산의 월별 외국인 관광객은 10만 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3월부터 수치가 바닥으로 내리닫더니, 4월부터는 수천 명에 머물렀다.

 

국적별로 보면 부산 관광시장의 큰손인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이 단연 눈에 띄었다. 4월부터 부산을 찾은 일본인은 3개월을 모두 합해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만과 홍콩에서 온 중화권 관광객도 자취를 감췄다. 대만은 현재 해외여행 모객 금지조치가 내려지고, 홍콩은 대다수 항공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다. 하늘길이 막힌 중국인 관광객도 숫자가 크게 줄었다. 그나마 부산을 찾는 이들은 동남아 관광객으로, 주요 6개국이 월 1000명 선을 유지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코로나19로 발 묶인 세계, 관광업계 12000만명 실직 위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지난 21(현지시간)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보고타 |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인 여행업계의 손실이 올들어 5개월 동안 3200억달러(380조원)에 이르며 12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유엔이 25일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관광은 에너지와 화학에 이어 세계 경제에서 3번째로 해외 매출이 많은 산업이고 지난해의 경우 세계무역의 7%를 차지했는데 올들어 관광업계의 매출과 순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이렇게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세계 사람 10명 중 한 명은 관광과 관련된 부문에 고용돼 있다면서 특히 일자리 문제를 걱정했다. 부유하고 개발된 나라들에게도 코로나19심대한 타격을 입혔지만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20%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 섬나라들이나 아프리카 개도국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산드라 카르바오 유엔 세계여행기구(WTO) 사무총장은 올 1월부터 5월까지 다섯 달 동안 관광산업에서 기록된 3200억달러의 손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했던 2009년 손실과 비교해도 3배나 된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여행업계 매출은 12000억달러에서 9100억달러로 줄어들 것이고, 세계 GDP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정당성 잃은 의사 파업 부추기는 언론

조선일보 기획, 의협쪽 논리 전했지만되레 공공의료 확대할 근거들

대부분 매체 거듭 사설내 파업 비판, 평균 3건 이상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파업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 파업 정당성을 설득하지 못하는데도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혀 비판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은 의협 논리를 측면 지원하는 보도를 했다.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21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고 26일부터는 전임의(펠로)와 개업의까지 가세해 전면화했다.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과 14일 의협 1차 총파업에 이어 3번째다. 의협은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보건복지부와 각각 만났지만 정책 전면 철회 요구를 고수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 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부족 문제와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한국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OECD 평균 대비 65.7%, 의대생 수는 58%에 그쳐, OECD 평균에 닿으려면 현재로선 5만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의협은 이에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 확충할 필요가 없고, 확충해도 비수도권 지역 의무복무가 끝나면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져 소용 없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의협이 전국의사파업을 한 141면에 수술대 오른 의료체계문패로 기획보도를 했다. 이틀에 걸쳐 1면 일부와 사회면 한 면을 털었다. 요약하면 의사를 증원한다고 해서 필수 의료분야나 비수도권 지역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1410면 갈무리

 

정원확대 능사 아니라며 의협 의료수가 인상요구 전달

조선일보는 110소 기피 심각한데의료수가 조정 3년째 스톱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분야에 기피가 지속된 현상을 지적한 뒤 의사가 늘어도 필수 의료 인력은 안 늘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필수 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한 배경엔 위험하고 힘든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지 않는 의료수가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의료수가가 정상화돼야 인력 불균형이 개선된다고 했다.

 

의사 쏠림 현상은 해당 과목 의료수가가 낮아서일까. 기피 분야 의사들도 수익은 높고 병원은 흑자다. 지난 4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 외과의사의 평균 연봉은 12307만원으로 진료과목 중 가장 높다. 내과의 경우 11007만원이고 산부인과가 9370만원, 소아청소년과 8080만원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필수 의료 분야 기피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비급여상업적 의료행위를 통제하지 않는 시스템 탓에 의사들이 이들 과에 몰리며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의사 쏠림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할 근거로 맞지 않다는 얘기다.

 

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5일 보도에선 비수도권 의사부족 실태를 전하며 의사 증원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신문은 인천 강화군의 한 종합병원이 1년에 아기가 1명밖에 태어나지 않아 산부인과센터를 신경외과로 바꾼 사진을 배치했다. “지역 병원에 의료진이 왜 부족한지 고민해보지 않고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의사 수를 늘려놓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1차원적이라는 반발을 전했다.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의 유명 교수에게 진료받으려 하는 욕망은 강남의 값비싸고 쾌적한 집에 살고싶은 욕망과 다를게 없는데 정부가 억누르려고만 한다고도 했다. 둘다 특정인이 아닌 의료계의 주장으로 직접인용했다.

 

의사 늘려도 지역격차 해결 못한다?” 시장실패 반증

비수도권 지역에 의사 씨가 마르는 현상은 거꾸로 의료체계의 시장실패가 드러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역 불균형을 누그러뜨리려면 오히려 국가가 적극 의사 증원과 더불어 공공병원을 짓고 공공의사제도를 확대해 의무복무율을 높여야 한단 지적이다. 의사단체들은 이번 파업에서 공공병원공공의대 설립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정부 쪽 정원 확대 정책도 빛 좋은 개살구라 평한다. 정부안은 사립의대와 민간병원 중심으로 의사를 늘리는 데다 해마다 증원될 400명엔 산업체 종사자(의과학자)도 포함하는 등 공공의사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인의협은 대도시 의사집중 현상을 막으려면 정부가 공공의료국공립대학 증원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나 의협 요구를 중심에 놓는 보도가 주를 이루면서, 정부안을 의료공공성 관점에서 공론화할 계기는 뒷전인 모양새다.

 

조선일보 보도는 의사단체가 밝힌 논리와도 겹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파업 홍보물을 통해 우리나라는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지방 의료기관에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의 수도권 선호도는 줄지 않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조선일보 8면 갈무리

 

중앙일보도 14일 사설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중앙일보는 한시적으로나마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의사로 양성하고, 공공병원이나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 등 특수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해보인다면서도 힘들고 외져서 꺼리는 분야와 지역에 대한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사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가 악화하고 여론이 갈수록 싸늘해지자 조선일보도 24정부는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의사단체는 파업을 중단하라고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가장 필요한 것이 의료계 협조다. 복지부는 도리어 의료계 반발을 부를 것이 너무 뻔한 정책을 들고 나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고 했다. 한편 해당 기획기사를 쓴 한 기자는 10일 기자수첩 칼럼에선 의사들의 지역필수과목 기피 경향을 두고 해군이 배를 안 타겠다고 하고 공군이 비행기를 몰지 않겠다고 하는 격이이라며 국내 의사들의 이번 파업이 불가피한 극약 처방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수차례 사설내 파업 비판한 일간지들

다수 언론은 의협이 7일 첫 파업에 들어간 이래 수차례 사설을 내 거듭 집단휴진 중단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이 5, 한겨레가 4, 국민일보와 한국일보가 3, 서울신문과 중앙일보가 2건의 사설을 내고 의협의 파업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의협이 14일 총파업한 당일 의료계의 총파업 강행이 부당한 3가지 이유란 제목의 사설을 내 의협의 집단행동은 명분에도 맞지 않고,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며 의도마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의사 확충을 통해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지역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이해 관철을 위해 코로나 위기를 볼모로 삼는 게 아니냐고 했다.

7~24일에 걸쳐 경향신문이 5, 한겨레가 4, 국민일보와 한국일보가 3, 서울신문과 중앙일보가 2건의 사설을 내고 의협의 파업을 비판했다.

 

의료 정책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의협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 보도도 상당수였다. 동아일보는 보건 의료 위기 상황에 집단행동을 하려는 의료계도 실망스럽지만 정부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반발을 부른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의사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세계일보는 두 차례 낸 사설에서 파업 중단을 요구하기 앞서 정부와 의료계가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대화에 나선다면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공익적 관점에서의 상호 양보를 주문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과기정통부가 보여준 25년뒤 한국의 모습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발표

뇌의 비밀이 밝혀져 뇌질환이 극복되고, 뼈나 장기도 얼마든지 교체 사용한다."

 

"인공지능과 인체 삽입형 기기가 몸을 건강하게 관리해 주며, 사람과 동물이 생각만으로 소통하는 뇌파통신이 실현된다."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며, 지구-우주를 넘나드는 비행기와 하이퍼루프가 실현돼 유럽까지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6일 발표한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에 등장하는 2045년 미래 한국의 모습 일부다.

과학기술로 실현될 2045년 미래 모습 [과기정통부]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에는 2045년 우리가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서 과학기술적 '도전과제''정책방향'이 담겨 있다.

 

25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모습을 실현해나가기 위한 과학기술의 중장기 정책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지난 1999년에 수립한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2010년에 수립한 '2040년을 향한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 과학기술 미래비전'을 잇는 국가 과학기술 장기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2045년 미래모습(예시)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먼저, ‘2045년 미래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 공정하고 차별 없는 소통·신뢰 사회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실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과거에 수립된 미래비전에서는 주로 경제성장률. 세계 몇 위 등 양적 가치를 목표로 삼았으나 이번에는 안전, 건강, 풍요, 인류사회 기여 등 질적 가치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과기정통부]

 

이같은 미래상 실현을 위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재난재해·감염병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오염 대처등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할 8대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비전과 미래상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학기술 도전과제 [과기정통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실현을 위해 기후변화, 재난재해, 감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외부요인들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개발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과 방사능 오염 등 환경오염에 대처해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한 발전 추구 인간의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건강한 삶을 연장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난치병과 뇌질환 극복 등을 도전과제로 제시했다.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여 장애와 노화 없는 삶을 꿈꾸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으로 인류의 지적역량을 확장 식량·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고갈 우려가 있고 해외 의존도 높은 자원을 확보하고 제조업의 지능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 빠르고 편리한 친환경 이동수단을 통해 생활권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삶의 편의성을 높여나간다.

 

공정하고 차별 없는 소통신뢰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미래에 새로운 소통공간(가상현실), 소통수단(뇌파통신) 등을 확보하고 해킹 등에 대비해 온라인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보안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우주·심해·극지 등 미지의 공간을 개척하여 희귀자원을 채취하고 탐사·연구를 수행하며 장기적으로 생활영역으로까지 확장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같은 8대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토대로 생명··우주·신물질·수학 등 기초과학의 주요 난제에 도전해 세계적 성과를 창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학기술 도전과제 해결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 정책방향 [과기정통부]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는 이러한 기술적 관점의 도전과제들과 함께 미래 대비를 위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장기적 정책방향을 담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미래전략에서는 과거처럼 인력·투자·인프라 등 국내 과학기술 생태계 요소의 양적 확충에 집중하기보다 각 요소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지역, 글로벌까지 전선을 넓혀 요소 간 연계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하고 인재 양성에서 개인역량 발휘 지원으로 인재정책을 전환 추격을 위한 연구에서 도전과 창의적 연구로 정부와 기업이 팀이 되어 미래 시장을 창출하는 체계를 강화 모두가 혜택을 받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강화 혁신의 허브로서 선진국 수준의 지역경쟁력을 확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기본원리로 설정 미래를 탐색하고 선제대응하는 대한민국 등을 8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26일 열린 제12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미래전략 2045'를 과학기술기본계획, 국가R&D 중장기 투자전략 등 5년 단위의 중단기 전략·계획 수립시 기본 지침서로 활용함으로써, 전략의 실효성과 실행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엉덩이 한 번"..6위 뉴질랜드와 108위 한국의 속사정

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2018.12.04. photo1006@newsis.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향해 "송구하다"고 했지만, 현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다. 해당 외교관에게 어쨌든 징계(감봉 1개월)까지 내린 사안임에도 피해자의 주장을 아직 다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뉴질랜드 피해자 측에서는 강 장관을 겨냥해 "역겹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과 소통을 강화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건이 여전히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남은 것이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강 장관이 국내에만 사과 의사를 밝힌 점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대응했다.

 

뉴질랜드는 왜?

이번 건이 외교문제로 본격 비화된 것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정상통화가 결정적이었다. 뉴질랜드의 요청으로 진행된 이 정상통화에서 아던 총리는 사전 의제 조율이 되지 않은 '외교관 성추행'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하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던 총리가 외교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뉴질랜드가 그만큼 젠더 이슈에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젠더 이슈에 진보적인 나라고, 페미니즘이 강한 나라다. 외교관의 성추행 이슈를 2년 이상 끌어오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19.11.28. since1999@newsis.com

 

일단 아던 총리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17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임신과 딸 출산을 모두 하며 '당당한 여성'의 정체성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아예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남성 간 성추행'이라는 이번 사건의 특징을 짚으며 "엉덩이를 한 번 친 것"이라고 평가하는 수준인 한국과는 성인지 감수성의 정도 자체가 다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성평등지수에서 뉴질랜드는 6, 한국은 108위였다.

 

25일 국회 외통위에서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외교관이 해당국에 부임할 때 정치와 외교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그런 의미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도?

뉴질랜드 정부의 목적이 마냥 순수하지는 않다는 시선도 여권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뉴질랜드의 국내 정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아니겠나"라며 "(아던 총리의) 연정 구성, 총선 시기, 이런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정치적 의제로 나왔다는 추론이 있다"고 언급했다.

뉴질랜드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노동당의 아던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보수성향 국민당의 여성 정치인 주디스 콜린스 의원이 대항마로 등극한 상황이다. 집권당인 아던 총리 입장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COVID-19)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이후 이슈가 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를 두고,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단호한 모습을 연출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FP=뉴스1

 

아던 총리는 '쇼맨십'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2019년 뉴질랜드에서는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49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였다. 무종교인 아던 총리는 검은색 히잡을 쓴 채 무슬림 공동체를 찾았고, 테러 피해자 가족을 껴안고 위로를 전했다. 아던 총리에게 전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불편한 외교부,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건과 관련해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 충분히 외교라인을 통해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양국 외교문제로 비화시켰다는 불만이다. 강 장관의 25일 국회 외통위 발언에는 이런 시각이 녹아있다. 이례적으로 강 장관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정상 간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됐다. 그건 뉴질랜드의 책임이다. 상대국에 대한 사과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격에 대한 문제다."

 

내면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비슷한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협조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대한 외교부의 불만이 크다. 뉴질랜드 외교장관 등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번 건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의 사법 공조 요청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에 대한 사과는 신중해야 한다는 강 장관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위로의 말까지 거부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런 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징계(감봉 1개월)를 했다고 하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게 아닌가"라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 2년 동안 뭐하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0.08.07.

최경민 기자

 

한국 의사 수는 충분하고, 의료 접근성도 높다? 사실은...

인의협, '팩트체크' 보도자료 통해 의협 주장 조목조목 반박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지난 26일부터 2차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의과대학 재학생과 전공의들은 국가고시와 수업거부, 무기한 진료거부에 나섰고, 정부는 파업철회와 진료개시 행정명령 및 면허정지라는 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 핵심 이유는 정부의 의료 인원 확충안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인 부족,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의료격차 등을 이유로 의대정원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의사들은 정반대로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접근성도 높다며 정원 확대를 반대하고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이런 가운데 일선 의사들로 구성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팩트체크 : 의사협회 진료거부 사태에서 제기된 주장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의료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한국 의사수 부족하다?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4, OECD 국가 평균은 3.42명이었다. ,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58%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한국의 의사수가 OECD 평균에 비해 적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의협은 "한국의 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의 3배이기 때문에 2038년이면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한국의 의사 증가율은 2.4%OECD 국가 중 1"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의협은 "의사단체 집행부는 과거의 의사 증가율을 제시하고 있다""한국의 의사 증가율은 점점 감소해 최근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반박했다.

 

OECD 통계를 보면, 2005~20094.2%이던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증가율은 2013~20172%까지 떨어졌다. OECD 국가 평균은 2005~20090.4%에서 2013~20171.6%로 올랐다. 의협의 주장과는 크게 동떨어진 수치다.

 

인의협은 또 "2000년 이래 호주 2.7, 아일랜드 2.2, 네덜란드 1.9배 등 OECD 국가들이 의대 졸업자 수를 늘린 반면, 한국은 2006년 의대 정원 10%를 감축한 뒤 이를 동결하고 있다""한국과 OECD 국가 간 의대 졸업자 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OECD 통계를 보면, 2007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과대학 졸업자수는 9, OECD 평균은 9.9명이었다. 2017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과대학 졸업자수는 7.6, OECD 평균은 13.1명이다.

 

인의협은 "단순화하면 2017년 기준 OECD 국가들은 10만 명 당 350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연간 13.1명씩 의사를 배출하고 있고 한국은 10만 명 당 230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매년 7.6명의 의사가 배출된다""의협의 주장대로 2038년에 한국의 인구 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OECD 국가 평균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 추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국의 의료접근성 떨어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어떨까. 의협은 한국 환자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가 많고, 건당 평균 입원일수가 길다는 것을 토대로 한국의 의료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OECD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환자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는 16.6회로 OECD 평균 6.8회를 크게 웃돈다. 같은 해 한국의 평균 입원일수도 18.5일로 OECD 평균 7.7일의 2배 이상이다.

 

인의협은 이에 대해 "OECD는 통계를 발표하며, 한국과 일본의 진료 건수가 많은 이유는 행위별 수가제(의료인이 제공한 의료행위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 때문에 의료 공급자들이 과잉의료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긴 입원기간에 대해서도 OECD는 민간의료중심 체계의 경쟁적 의료공급시장과 지불제도가 일으키는 과잉 의료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외려 인의협은 "한국은 의료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과 지리적 접근성이 낮은 나라"라고 주장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공공 의료비 보장 수준은 59%OECD 평균 73%에 미치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크고, 서울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3.1명인데 반해 경북은 1.4명에 그치는 등 지역별 의료 불균형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의사 증원 반대가 아닌 올바른 의사증원안"

 

인의협은 의협과 대전협을 향해 "의사 증원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사 증원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의협이 '올바른 의사 증원안'을 이야기한 것은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의협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은 있지만 공공의료기관 확충 계획은 없는 점 공공의대 정원이 49명으로 적은 점 '지역의사'의 지역 복무 기간이 10년에 불과해 대부분이 수련의 7년 과정만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 등을 정부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요컨대, '의사 증원을 전제로 더 강력하고 내실 있는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인의협의 입장인 셈이다.

 

인의협의 주장은 진료 거부 참여 의사 일부의 주장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전공의협의회는 '파업의 변'이라는 글에서 "공공의대 설립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공공의료에 관한 재정 지원이나 공공의료기관 설립 확충 계획 없는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이들도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데서는 의협이나 대전협과 의견을 같이 한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집단 진료거부 개원의 참여율 높지 않아...정부는 강온 양면 대응

한편, 2차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개원의들의 참여율은 높지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2782개 중 262097(6.4%), 271905(5.8%), 281508(4.6%)가 휴진신고를 했다. 반면, 중앙대병원에서 전공의 174명 전원이 사직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전공의 일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 강온 양면책을 쓰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하며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정부는 계속 의협, 대전협과 대화를 시도 중"이라며 "이 문제를 (의료계) 집단 휴진이나 (정부의) 처벌로 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하기도 했다./최용락 기자 프레시안

 

나이 합치면 무려 214기네스북 오른 세계 최고령 부부

부부 합산 나이 214세의 세계 최고령 에콰도르 부부. EPA=연합뉴스

 

.에콰도르의 한 노부부가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무려 214세다. 27(현지시간) 기네스 세계기록과 EFE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키토에 사는 훌리오 세사르 모라 타피아(110)와 왈드라미나 마클로비아 킨테로스 레예스(104)는 합산 나이 기준 214358일로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록됐다.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노부부의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19103월생인 남편 훌리오 세사르와 191510월생 아내 왈드라미나는 은퇴한 부부 교사로 80여 년 전 처음 만났다. 이 부부는 왈드라미나가 방학 때 여동생 집에 갔다가 같은 건물에 사는 훌리오 세사르를 소개받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왈드라미나는 EFE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나를 처음 봤을 때 속으로 '저 사람을 아내로 만들어야지' 다짐했다더라"고 전했다.

 

둘은 친구에서 연인이 돼 7년을 교제한 후 19412월 결혼했다. 이 부부는 79년을 함께 살며 5명의 자녀와 11명의 손주, 21명의 증손주, 9명의 고손주까지 둔 대가족을 꾸렸다.

 

이 부부는 사랑과 성숙함, 상호 존중이 오랜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지금도 함께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작물을 가꿔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민법이 정의한 가족밖의 세 가족을 만났다

정상 가족밖의 세 가족을 만났다. 부부와 후배가 집 짓고 살고, ‘무혼남성이 늙고 병든 유기묘의 끼니를 걱정해주며 살며, 세 명으로 구성된 폴리아모리커플이 개 네 마리와 산다.

시사IN 조남진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출간한 돌김씨, 우엉씨, 부추씨(왼쪽부터). 돌김씨와 부추씨는 부부이고 우엉씨는 부추씨의 후배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일부일처중심의, 가장 기본적인 혈연 단위 공동체다. 사회 일반을 지배하는 원칙은 등가교환이지만, 가족 내부에서는 혈육과 사랑의 원칙이 작동한다. 가족이 별도의 원칙으로 운영되는 덕분에 사회 전체가 유지·발전될 수 있었다. 만약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등가교환을 고집한다면, 다음 세대는 성장하지 못할 터이다. 국가가 다양한 법률 제정으로 가족의 가치를 보호하는 이유다.

 

이 같은 정상 가족으로 유지되어온 시스템이 변화되고 있다. 남녀 간의 전통적 성역할이 흔들리고 혼인율과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사회가 가족 단위를 기반으로 지탱되어왔다면, 가족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 징후를 보여주는 책들이 최근 서점가에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저자들은 지금의 사회적 기준에서는 비정상인 가족 형태를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태로 수용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구성하려 시도한다. 어떤 시도는 매우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 같은 비정상 가족의 출현이, ‘정상 가족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온 현대적 삶의 위기를 상징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스템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그 균열 지점인 비정상 가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변화에도 전체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려면 앞으로 어떤 제도를 설계해나가야 할지 탐색해야 한다. 시사IN이 저자들을 만난 이유다.

 

부부+1, 느슨한 가족

강화도에 있는 책방시점주인들의 소개가 간단치 않다. 이들은 서로 우엉, 부추, 돌김이라고 부른다. 나이 차에서 오는 위계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별명을 붙였다. 부추와 돌김은 부부이고, 우엉은 부추의 후배다. 후배가 부부에게 일시적으로 얹혀사는 건 아니다.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짓고 1층에는 책방을 꾸렸다. 문자 그대로 같이 산다. 하지만 세 사람은 같이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가족이라고 부른다.

 

부추씨는 가족이란 말을 쓰고 싶어서 쓰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이 말은 불순하게 오남용되는 단어였다. “가족은 속박하는 단어다. 헌신을 요구하고, 묶여 있어야 할 것 같은 말이다.” 그런데 너희는 왜 같이 살아?’ ‘너희가 가족이야?’라는 힐난 섞인 질문을 받으면서 오히려 굳이 가족이라고 스스로 칭하게 됐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서로 가족이라고 하는 게 뭐가 어때서?’라는 반발심 때문이었다. 정상 가족 밖의 다른 가족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말을 쓰기 전이나 후나 세 사람의 관계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일종의 전우애가 형성됐다. 이들은 일부러라도 가족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최근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이라는 책을 펴냈다. 예상 외로 세 사람에게 부부와 다른 한 사람이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부추와 우엉은 대학 동아리 선후배로 유독 친했다. 돌김도 금세 친해졌다. 결정은 신속하게 내렸다. 부추·돌김 부부의 신혼집에서 세 사람이 같이 살면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한 게 투박한 밑그림이었다. 당시에는 그리 실험적인 시도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우엉씨는 왜 셋이 살아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혼자 살기 힘들어서같이 살면 재밌을 것 같아서라는 두 가지 간단한 이유를 들었다. 부추씨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늘리는 방식으로 결혼 후 아이를 갖는 반면, 우리는 이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아파트가 싫어 주택을 지으려고 보니 도시 땅값이 너무 비쌌다. 이 가족이 같이 사는 것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다. 사실 초기에는 더 많은 사람과 같이 사는 형태의 가족도 배제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정도 공간을 확보하려면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한데 이 계획에 흥미를 가진 분들은 대부분 가난했다는 사실. 결국 대한민국 부동산을 너무 얕봤다라고 결론 내린 세 사람은 2년간 돈을 더 벌어서 모이자며 휴지기를 가졌다. 천신만고 끝에 강화도를 택했다. 부추씨는 실제로 같이 살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현실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돈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같이 산 뒤에야 생겼다. 6개월간 특히 갈등이 많았다. 몇 주 이상 서로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돌김씨는 세 명이 같이 살면 갈등구도가 되게 복잡하다. 내가 고립될 때도 있고, ‘박쥐가 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21로 싸움이 붙는다는 것. 책에는 집안일 배분이나 사소한 언행에서 비롯된 다툼이 여럿 실렸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어느 집에나 흔한 가정사에 가깝다. 돌김씨는 셋 중 둘이 부부라는 점은 갈등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부부가 후배와 싸우는 구도는 많지 않았다. 우엉씨가 강아지 산책 시킬 때 부부 둘이서만 나간다라고 말하자 부추씨는 웃으며 네가 피곤해할까 봐라고 대꾸했다.

 

세 사람은 느슨한 가족을 지향한다. 반대말은 끈끈한 가족. 부추씨는 끈끈한 가족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 좀 더 자유로운 공동체가 좋다라고 말했다. 돌김씨는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상이 따로 없다라고 했다. “혼자에서 둘, 셋으로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재밌는 것을 많이 할 수 있다라는 생각만 한다. 우엉씨는 “‘어떻게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에서 출발해 이 사람들이랑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까지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느슨한 가족은 평생 가족을 확언하지 않는다. 세 사람 모두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유지하고 싶지만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이 더 느는 데에도 전향적이다. 이 가족의 가장 큰 고민은 수십 년 뒤의 결말이 아니라 요 며칠간 부쩍 돋아나는 텃밭의 잡초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 이들은 웃음을 섞어 풀 좀 뽑고 가겠느냐라고 권했다.

 

반려묘와 함께하는 무혼생활

김용운 제공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를 출간한 김용운씨는 노령묘 송이와 함께 산다.

 

김용운씨는 44, 기자 16년 차다. 대학을 졸업한 뒤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미혼이나 비혼이 아니라 무혼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태라는 미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비혼은, 방향은 정반대지만 결혼에 대한 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것. 김용운씨는 열려 있다”.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몹시 해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지난해 그가 쓴 수필집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화려한 싱글 라이프와 거리가 멀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측은해한다. 결혼하는 후배들은 자꾸 먼저 가서 죄송하다라며 청첩장을 건네고, 정육점 주인은 혼자 산다는 그에게 채소를 얹어준다. 짧은 글마다 그는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한 자조적 시를 곁들였는데, 마지막 행은 늘 이라는 외마디 흐느낌으로 끝난다. 농담 반 진담 반이라고 한다. 김용운씨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품은 아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특히 남자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은 도대체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사느냐?’이다. 이 질문의 포인트 중 하나가 살림이란 게 놀라웠다고 했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자잘한 서비스를 내 손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떤 관계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그는 가사의 외주화를 결혼의 큰 구실로 여기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삶을 특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쌉쌀한 일상을 중심으로 책을 쓴 것 역시 생활을 무시하는 풍조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좀 봤는데 대개 생활은 거세되어 있고 정서만 있더라. 아니 다들 우아하게만 사시나? 빨래 안 하고? 혼자 사는 건 일이고 생활이다.”

 

기혼자 중에는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펴낸 책에 가장 관심을 보인 층은 기혼 여성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김씨에게 결혼 생활의 고달픔을 하소연한다. 그는 결혼이나 가족이 아니라 가족제도 안에 들어가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의 문제보다는 자식 양육에 대한 시댁의 간섭, 명절마다 친척이 주는 부담감처럼, ‘파생된 관계가 고민거리인 경우가 많다. 한국이 가족 간에 대단히 고관여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얽히고설킨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언젠가 너무 자유롭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자니까 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떠들게 되는데, 어찌됐든 저들은 나보다 무언가에 대해 더 책임을 지고 사는 존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말이 얄팍해진다고 느끼기에 이르자, 3년 전 대리 체험을 위해 유기묘 송이를 들였다. 일부러 피부병이 있는 나이 든 고양이를 골랐다. 노령묘는 새끼 고양이보다 입양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손 많이 가는 새끼 고양이를 잘 기를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는 송이가 가족이라고 했다. 김씨 생각에 가족은 끼니를 걱정해주는 관계인데, 챙겨주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송이가 적잖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송이와 둘이 사는 그는 최근 들어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공고화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곡절 있는 집안을 찾기 어려워졌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6·25전쟁 같은 특수한 배경 탓에 집집마다 서사가 있었다.” 누구 집은 할머니가 두 분이라든가, 촌수가 불명확한 친척이 같이 산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돌았다. ‘배다른 형제는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였다. 사회가 안정되고 점점 가족 구성원의 양태가 엇비슷해지면서, 김씨처럼 경계 밖에 있는 잔여 가족은 낯선 존재처럼 여겨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용운씨는 무혼상태의 젊은 사람들에게 나처럼 살아보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혼자 사는 사람은 소수이고 피해를 본다. 어쩔 수 없는 정서적 열패감도 있다라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의 화려한 삶은 돈 있는 사람 이야기니 믿으면 안 된다. 혼자 살면 오히려 돈 모으기 힘들다. 32평 아파트 꿈꾸지 마라고도 덧붙였다(그는 부동산 담당 기자다). 다만 인생의 다른 모든 선택처럼, 결혼도 개별적인 맥락이 있으니 많이 생각하고 각자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의무감 때문에 결혼했다가 고해를 건너는 분도 분명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사IN 조남진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출간한 홍승은씨, 그의 두 애인 우주씨·지민씨는 함께 산다. 이들이 사용하는 칫솔.

 

합의하에 결합한 공동체

홍승은씨 가족은 모두 일곱이다. 홍씨와 우주씨, 지민씨, 그리고 반려견 네 마리. 홍씨는 우주씨와 연인 사이인데, 지민씨와도 같은 관계다. 이런 관계를 폴리아모리(polyamory)라고 부른다. ‘비독점적 다자 연애이다.

 

비독점 다자 연애는 형용모순처럼 보인다. 연애는 독점적·배타적인 일대일 관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틀에서 벗어나면 불륜이라 부른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스스로 다자 관계에 합의했다면?

 

홍승은씨와 우주씨는 2014년 교제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일상을 통제하려는 일반적 연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었다. 홍승은씨가 지민씨를 만난 것은 2016년 말이다. 교제 전 홍씨는 그에게 저는 애인이 있고 비혼, 비출산, 폴리아모리를 지향해요라는 메시지를 미리 보냈다. 지민씨가 동의하고 우주씨도 긍정적 의사를 밝히며 세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다.

 

이 관계가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질투가 문제였다. 우주씨는 더 잘난 애인의 모습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민씨는 질투를 느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두 사람이 무너질 때마다 홍승은씨 역시 평범하게살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갈등을 거듭하던 세 사람이 관계를 이어가게 한 질문은 이 관계 이전의 평범한 관계들은 늘 안전하고 편안했나?”였다.

 

주변의 반응은 갈렸다. 지민씨는 남은 친구가 별로 없다라고 했다. 학교 후배 하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닌 관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라는 손편지를 보내왔다. ‘폴리아모리가 죄인 이유에 대해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긴 이도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 사실이 없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씨는 예상 외로 개방적인 반응이 많았다라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들은 나쁜 선택은 아니겠구나라며 믿어줬다.

 

가장 거친 반응은 온라인상의 익명 댓글이다. 홍승은씨의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소개하는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댓글 5000여 개가 달렸다. “짐승이나 할 짓이다” “정신병자다” “더럽다따위 악플이 다수였다. 특히 성애(性愛)와 관련한 비하가 많다. 세 사람은 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섹스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들의 일상에도 성애적 순간과 일상적 생활이 병존하고, 연애 이외의 수많은 상호작용 역시 삶의 일부라는 것. 하지만 유독 소수적 관계나 성소수자는 성애화를 통해서만 상상된다라고 지민씨는 말했다. 특수한 성향이 문제일까? 우주씨는 폴리아모리가 만약 다자와 관계 맺으려는 성향이라는 의미라면 대한민국 남성 가운데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홍승은씨는 즉각 여성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폴리아모리가 다른 혼외 관계나 룸살롱 출입보다 비윤리적인 일인지 묻는다.

 

알겠으니까 너희끼리 조용히 살아라는 반응도 종종 접한다. 하지만 이들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고 했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서로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고, 상속도 온전히 하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변이 생겼을 때에 직장에서 휴가를 주지 않는다. 전세자금 대출, 주택 구조, 휴대전화 요금제 등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품도 이들에게는 장벽이다. 세 사람은 가족이 무엇인지 정의한 민법 조항을 고치자고 주장한다. 이성애 남녀의 혼인을 전제로 한 일족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한 사람들 모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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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 선 긋기 나선 통합당정치판 영향 미지수

이달 4일 대한민국장로연합회가 보수 일간지에 실은 광복절집회 독려 광고.

 

지난 광복절 집회에 조직적으로 결합한 대한민국장로연합회(대장연)를 두고 정치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교회 소속 장로들로 구성된 대장연이 종교가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서다 대장연 측은 자신들은 정치 단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 모임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승리 등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 총회서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이어 대선까지 승리하자" 발언

28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연은 이달 5일 임시총회를 열고 8·15 서울 광화문 광장 집회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회원들은 광복절 집회에 각 교회 교인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논의하고, 집회 당일 복장과 구호, 행동 수칙까지 공유했다.

 

특히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까지 언급됐다. 단상에 나선 대장연 핵심 임원 A장로는 우선 "20개월 후 대선이 있다. 여기서 탈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소멸될 수 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전초전은 이미 열렸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며 "대한민국 제1도시 서울과 제2도시 부산을 우리 애국장로들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특정)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하면 선거법에 걸린다""서울과 부산에 있는 사돈의 팔촌, 유치원 동기생까지 다 찾아야 한다. 투표가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선거 대비 지침까지 짚었다.

 

지난 4·15 총선 결과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대장연 회원은 "4·15 부정선거가 굉장히 큰 문제다. 교인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사람을 불러서 강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임원단이 함께 현충원 참배를 하고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설립문·발기인선서 '정치적 표현' 덕지덕지"자유한국 수호"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에서 참서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대장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내걸고 지난달 중순 만들어졌다. 회원 수는 현재 최소 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장연 공동회장단에는 김승규 장로 등 전직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차관 등 군 장성 출신 장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법률고문은 전직 고등법원 판사 출신으로 헌변(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장도 맡았던 이종순 변호사가 맡았다.

 

 

대장연 설립취지문에는 이 단체의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문장이 여러번 나온다."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주사파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이 나라의 모든 영역을 파괴하고 4·15 총선의 불법적인 승리로 헌법 개정과 각종 법령등을 개정", "사유재산 국유화와 종교·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사회·공산주의 체제로의 변화" 같은 문구다.

 

그러면서 "자유대한민국의 체제수호와 국가 정체성 회복을 위해 싸우기 위해 대한민국장로연합회를 설립한다"고도 덧붙였다. 단체 발기인 선서를 보면, "하나님은 정치의 하나님이자 정의의 하나님"이라며 "진정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정의가 세워지도록 노력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대장연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정치 단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단체 핵심 관계자 B장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장연은 장로들이 개인적으로 모여서 교제하고 정보도 공유하려고 만든 임의단체"라면서 "개별 교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정치적인 성향이나 목적도 없다"고 말했다.

 

4·15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지칭하고 주요 사업에도 포함한 이유를 묻자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제기되는 의혹을 정부가 조사해줬으면 한다는 취지로 반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극우세력과 선긋기정치판 영향은 미지수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다만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최근 '태극기 부대', '아스팔트 우파'로 통칭되는 극우 보수집단과 선을 긋기 시작한 터라 이들 단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향후 실제 정치판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상 목소리가 큰 극우 보수는 적게는 3%에서 많게는 5%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총선 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기독자유통일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1.8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수만명이 전국에서 집결한 지난 광복절 집회만 봐도 그들의 '전투력'은 단순 지지율 같은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간 통합당이 '목소리가 큰' 이들과 제대로 결별하지 못했던 배경이다.

 

이번만큼은 극우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아무런 빚이 없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대할 필요 없이 무시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더 강력하게 당 내부에서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의대 정원 확대" 칼럼 썼던 서울대병원장, 이젠 "정부 정책 중단"?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의대 정원 확대" 신문 칼럼...입장 뒤집었나?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과거 언론 기고를 통해 의사 증원 및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 정책의 핵심은 의대 정원 확대다.

 

김 병원장은 27일 서울대병원 교직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 행동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고 있다""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전공의와 학생 드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에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병원장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와 의사단체가 강대강으로 치닫는 와중에 의사단체의 정책 완전 철회요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 22일 의사단체의 집단 반발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유보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5일 재차 협의안을 내놨으나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김 병원장은 과거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김 병원장은 지난해 1221<매일경제>의 오피니언면 매경춘추코너에 "의대정원 확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현재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20191221일자 매일경제신문 '매경춘추' 칼럼

 

해당 칼럼에서 김 병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인구 1인당 17회로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다""고령화에 따라 진료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병원장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의사 76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당장 내년에만 18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은 2007년부터 12년째 3058명으로 동결이다"라며 "최근에는 수도권 대형병원마저도 의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에 있는 중소병원 인력난은 단지 중소병원장만의 호소가 아니다. 적정 의료를 제공해야 할 의료협력체계 붕괴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간 대학병원에서 무리하며 진료를 해왔던 전공의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바랄 수 없다. 대체인력에 일부 의료 행위를 맡기는 것도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적정 진료를 위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부족한 분야에 먼저 배정해 의사를 더 양성해야 한다. 최근 열린 국립대병원장 회의에서는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를 교육부에 건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오른쪽)이 전임의들의 피켓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면담 자리에서도 의사 증원 필요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병원장은 또 서울대병원 노동자와 면담에서도 줄곧 의사 증원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김 병원장은 지난 5월까지도 노사 대표자 면담이나 노사협의회 등 노사가 진행한 공식 회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태엽 서울대병원분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 병원장은 노사 대표자 면담 등 많은 공식 석상에서 의대 정원 확충을 이야기해왔다""전날의 서신은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근무 이탈을 독려해 공공의료 체계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병원장의 입장은 공공의료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의미"라며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상징인데 김 병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병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전했다/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극우 유튜버 퇴출, 그 후

GZSS 안정권·‘왕자배인규 등 극우 유튜버의 몰락채널·영상 삭제 후 잇단 폭로전

 

극우 유튜버 퇴출, 그 후

825일 새벽 극우유튜버 안정권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튜브에는 안씨를 제목으로 내건 영상 백여건이 등록되었다. /강수산TV, 유튜브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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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에서는 그 사람들을 우파로 보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돈파.”

825일 기자와 통화한 송영훈씨의 말이다. 송씨는 개소리타파TV’라는 우파성향 유튜브채널 운영자다. 그가 말하는 그 사람들이란 국내 최초의 반공회사라고 주장하는 GZSS의 실질적인 소유자 안정권씨와 왕자라는 이름의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배인규씨 등을 말한다. 송씨는 앞서 이들을 극우 유튜버로 규정한 것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극우나 보수와 같은 이념이 아니라 이라는 주장이다. 8월 하순 시사 유튜버들 사이에 떠오른 핫 키워드는 안정권이었다.

 

유튜브상에서 그의 사생활 등에 관한 잇단 폭로전 끝에 825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안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키워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안씨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영상들이 100여건 등록되었다.

 

지난 6월 기자는 안씨와 안씨 회사 GZSS에 대한 보도를 했다. 앞서 언급한 송영훈씨 폭행 사건이 계기였다. 설전 끝에 안씨 지지자들이 송씨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에 몰려가 송씨를 폭행했다. 폭행 장면은 당시 실시간으로 방송 중이던 송씨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안씨는 아스팔트 우파에서 떠오르는 신예였다. 아스팔트 우파의 이른바 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집회도 그와 그가 이끄는 GZSS가 앞장섰다. 회사라고 하지만 이들이 유튜브 슈퍼챗, 해피나눔 등을 통해 거둬들이는 후원금은 한때 한 달에 수억을 찍기도 했다.

 

8월 하순, 유튜브 핫 키워드 안정권

그리고 몰락. 625일 안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GZSS의 채널(GZSS TV·GZSS 엔터) 등이 삭제됐다. 사실상 퇴출이다.

 

임시방편으로 다른 극우성향 유튜브채널에 찬조 출연하거나 삭제에 대비해 개설해둔 임시계정 등을 통해 활동하기는 했지만, 수익은 예전 같지 않았다. 안씨는 카페 공지 등을 통해 유튜브가 아닌 비메오로 활동터전을 옮긴다고 밝혔다.

 

수익이 줄어들면서 내부분란이 불거졌다.

GZSS 회사는 우연단이라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봉사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연단간부들이 그의 사생활과 자금 유용 등을 폭로하고 나서며 갈라서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반환소송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한때 안씨와 5·18 유공자 명단 공개운동을 주도했던 우파 유튜버 s’가 안씨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면서 몰락은 가속화됐다.

 

앞서 송씨가 안씨는 우파가 아니라 돈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안씨의 아스팔트 우파활동의 진정성을 문제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기자는 안씨에 대한 기사를 두 차례 쓴 후 과거 그와 가까웠던 지인들의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제보자들은 안씨가 유튜브방송에서 밝힌 자신의 과거 행적은 대부분 과장이거나 미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적인 것이 세월호 설계에 관여해 감옥에 갔다는 주장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안다는 이 지인은 감옥에 간 것은 세월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며, 개인 비리가 드러나 회사가 배임 횡령으로 고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권씨는 극단적 선택 직전인 823일 올린 죄송합니다 안정권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자신이 감옥에 간 것은 세월호와 무관한 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지인은 아스팔트 우파판을 선택한 것은 그가 게임을 통해 습득한 전략적 사고덕분일 것이라는 추론을 내놓았다.

언젠가 방송을 보니 자기의 게임 실력을 자랑하기도 하던데 사실이다. 안씨의 게임 실력은 국내 탑급을 찍었다. 유튜브에 보면 안씨와 같이 보수집회 판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모두 게임하다 만난 사람들이 아닌가 의심한다.”

 

안씨와 안씨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념으로 묶인 사람이 아니라 이른바 우파코인을 털기 위해 이쪽 세계에 들어온 작전세력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돈벌이다. 배씨가 유튜브로 돈을 벌 생각은 이게(왕자채널) 처음이 아니다.”

 

왕자배인규씨에 대한 제보다. ‘왕자채널 개설일은 지난 225일이지만 배씨는 지난해 518일 개설된 유튜브 시둥이채널의 제작자였다. 제보자가 배씨의 관심은 우파이념이나 정치가 아닌 돈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 두 극우·반페미니즘 성향 채널 이전에 배씨가 개설했던 채널이다.

 

채널명은 잠재적 범죄자였다. 다루는 내용도 남자 헤어스타일 만지는 법, 직장상사에게 예쁘게 말하는 방법 등 정치와는 거리와 멀었다.

원래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배씨도 정치엔 관심 없다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그러다 배씨가 하루종일 매달려 있던 일간베스트저장소와 DC인사이드 등 인터넷 게시판에 우파코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급하게 관심을 갖고 만들어낸 것이 시둥이 채널이었다.”

 

제보자는 유튜브 시둥이채널도 사실상 배씨가 아이디어에서부터 내용까지 다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가 말은 진짜 잘한다. 광주에서 휴대폰 판매는 진짜 잘했고 퍼포먼스도 뛰어났다. 배씨가 없을 때 배씨로부터 휴대폰을 산 사람이 매장으로 와서 뭐가 홀린 것 같다.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왜 샀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환불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기자의 보도 후 배씨는 시둥이(송시인씨)와 자신이 부부라는 의혹 제기와 관련,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이전부터 끈질기게 돌았다. 안정권씨와 마찬가지로 배씨 부부 사생활에 대한 제보도 많았지만, 기사에서 거론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 후 기사가 문제 삼았던 5.18 영상이나 논쟁하던 유튜버 거주지를 돌며 공개협박방송을 한 영상 등은 유튜브 측에 의해 삭제되었다. 배씨 부부는 최근 거주지를 안정권씨 사무실이 있는 인천 송도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념 아닌 돈이 목적?

안씨와 배씨가 만나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무렵이다. 우연단간부였던 인사는 두 사람이 돈으로 묶인 이권 공유 관계로 추론한다. “돈이 되니까 모임을 하고 서로 돈을 나누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슈퍼챗으로 쏠 수 있는 액수의 한도가 50만원이다. 그런데 매번 꼬박꼬박 액수를 채워 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대접해준다. 안정권이 잘 나갈 때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아주머니인데 그 사람들이 안정권이 오프라인 집회에 나갈 때 입은 명품옷, 머리 이런 것까지 다 해준다. 배씨와 송씨가 집회용 차량 모금한다고 했을 때 큰돈을 쏴준 사람들이 누군지 체크해 보라. 안씨나 GZSS 주변에서 회장님으로 모시던 사람들이다.” 실제 지금은 삭제된 배씨의 모금영상에서 거론된 이들을 보면 최근 GZSS 내부분란에서 이탈한 것으로 거론되는 회장님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안씨 등과 대립하고 있는 유스(이유진씨)827일 계속된 폭로방송에서 지난 총선 전 자신과 배씨 부부 앞에서 안정권씨는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이길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 바닥(우파유튜버)에서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 그게 걱정이다라고 발언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표방하는 것은 이념 같지만 실제로는 돈벌이라는 주장은 진보·보수를 떠나 대체적으로는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소위 우파코인을 둘러싸고 노출되는 잡음처럼 보이지만 진영을 떠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기존의 공론장이 극좌나 극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지 못하다 보니 정치성향을 떠나 욕설이나 극단적인 주장이 득세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유튜브라는 공간의 한계라며 극단화로 치닫는 공론장을 정리하고 다양한 여론을 포괄해야 하는 것은 다시금 언론의 역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