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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하면 전기료 폭탄 떨어진다는 가짜뉴스에 대하여 7.8 경향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가진 고리1호기 핵발전소 영구정지 기념사에서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핵발전에서 탈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며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
한전의 시나리오1, 2는 배제하고 계산
문 대통령의 선언 이후 야당을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는 탈핵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뉴스 댓글란에도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경험담을 들며 탈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추가 원전 건설 등을 하지 않고 (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때 전기요금이 79% 상승할 것”이라는 언론 인터뷰를 했고, 국책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 발전비용이 약 21% 증가할 것이며.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GDP는 감소할 것”이라는 취지의 자료를 발표했다.
‘전기요금 폭탄’ 논리에 가장 앞장선 것은 6월 21일 발표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자원부와 한전에 문의한 결과 문 대통령이 공약대로 탈핵·탈석탄을 실시할 경우 2030년에 가구당 31만4000원의 전기료(연간)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원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기존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참고해 발전 설비용량 기준으로 2030년 석탄 19.5%, 핵발전 10.6%, LNG 20.2%, 신재생 39.9% 순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석탄 35.5%, 핵발전 18.4%, LNG 17.3%, 신재생 20.0% 순이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정 의원은 이 시나리오를 근거로 2030년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102.72원/㎾h로, 2016년의 82.76원/㎾h보다 17.9% 인상된다고 밝혔다. 인상된 금액을 가구별로 나눠 계산하면 가구당 31만3803원이 인상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의 시나리오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월 수립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유사하다. 당시 산자부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2029년 석탄 26.5%, 핵발전 23.4%, LNG 20.6%, 신재생 20.1%의 비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탈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처럼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게 될까. 민간단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권승문 상임연구원은 “전기요금 폭탄 주장은 가짜뉴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국전력에서한국전력에서 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전은 박재호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정유섭 의원의 요청에 따라 시나리오별 전력구입비 변동 단가를 3개 시나리오로 나눠 제출했으며, 정 의원실에서 시나리오 3을 기준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애초에 정 의원실에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시나리오 1과 2의 전력구입비 단가는 ㎾h당 각각 80.23원과 86.09원으로,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정 의원실에서 무슨 이유인지 시나리오 1·2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한전은 2030년 전기요금이 ‘가구당’ 인상되는 게 아니라 ‘계약 호당’ 인상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용 따로 나눠 계산하면 훨씬 낮아
정 의원의 자료만 봐도 ‘연간 전기요금 31만원 인상’이라는 말은 과장이다. ‘31만원’은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용도별로 나눠보면 산업용 전기료는 1320만7000원가량 인상된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료의 인상폭은 연간 6만2000원, 월간 5200원에 불과하다.
권승문 연구원은 정 의원과는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정 의원의 시나리오는 탈핵·탈석탄 발전으로 인한 전기 부족분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권 연구원은 LNG가 기존의 기저발전에 해당하는 핵발전과 화력발전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그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전력 발전량도 부족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의 목표치와 근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
권 연구원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2030년 전력 발전량 비중 추정치는 석탄 23.9%, 핵발전 13.8%, LNG 44%, 신재생 17%다. 권 연구원은 “이 시나리오에서도 발전단가는 96.2원/㎾h로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외부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거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비해 1028만3000톤(CO2eq)이 낮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 쪽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전에 LNG 발전 비중을 먼저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월 20일 한국투자증권 강승균 연구원은 ‘탈원전의 반사이익은 LNG 발전이 누릴 전망’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강 연구원은 “신재생 발전은 아직 현실적이지 못해 LNG 발전이 중단기적인 대안”이라며 “LNG 수요가 (매년 줄어들던 것에서) 2031년까지 연평균 2.6% 늘어나는 것으로 정부 전망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 정유미 기자
강 연구원은 이에 앞선 4월에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서 LNG 발전이 석탄발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그는 석탄발전소 공급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올해 신규 도입될 발전설비 용량 중 절반이 석탄발전소였고, 석탄발전의 비중이 내려가지 않음에 따라 민간 LNG 발전사들의 발전 가동률은 2013년보다 절반 이하로 낮아진 상태다. 즉, 화력발전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는 반면, LNG 발전은 최저점에서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강 연구원은 석탄발전이 LNG발전보다 싸다는 통념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환경비용, 사후처리비용, 탄소배출권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LNG 발전단가가 그리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국제 석탄가격이 6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해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며, 올해 발전용 석탄 단가는 전년 대비 30%가량 오른 12만5000원이 될 것으로 봤다. 강 연구원은 LNG 발전소인 광양복합발전소의 사례를 들었다. LNG를 직수입해 생산단가가 낮은 광양복합발전소의 발전단가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석탄발전소 중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호남석탄발전소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봤다. LNG 발전이 석탄발전보다 가격이 낮아진 드문 사례인 셈이다. 강 연구원은 “2017년부터는 석탄발전이 LNG발전보다 항상 싸다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해체 비용은 1기당 최소 6000억
권승문 연구원이 언급한 ‘외부비용’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핵발전,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경제적일 수도 있다.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3년과 2014년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원의 환경, 경제성 평가’라는 제목으로 여러 에너지원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다.
사회적 비용은 크게 사적 비용과 외부비용으로 나뉜다. 사적 비용은 해당 에너지원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전력 거래가격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반면 외부비용은 전력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비용이다. 정부보조금이나 원자로 해체비용,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비용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핵발전의 외부비용에서 ㎾h당 적게는 54원, 많게는 205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원자력 발전의 외부비용을 반영할 경우 경제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됐던 원자력의 장점이 희석되며, 타 에너지원의 발전단가에 근접해간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7월 3일 발표된 ‘녹색당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작성)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의 연구를 토대로 각 에너지원별 외부비용을 추정했다. 녹색당은 핵발전의 외부비용을 102원/㎾h, 석탄발전은 88원/㎾h, LNG는 35원/㎾h로 분석했다. 2016년 한국전력통계 발전원별 구입단가에 따르면 핵발전은 68원/㎾h, 석탄은 74원/㎾h, LNG는 121원/㎾h였다. 외부비용을 감안한다면 핵발전과 석탄발전은 통념과 반대로 가장 비싼 에너지원인 셈이다.
설사 전기요금이 오른다 할지라도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에는 ‘폭탄’이라고 할 만한 추가 인상 요인은 없다. 화력발전의 경우, 이미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석탄발전 미세먼지 대책’에서 10기의 노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다. 당시 산자부는 발전소 10기를 폐기함과 동시에 건설 중인 발전소 외에는 신규 화력발전소는 원칙적으로 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서천 1·2호기 발전소를 시작으로 2025년 12월 보령 1·2호기 화력발전소까지 10기가 순차적으로 없어질 예정이다.
핵발전소의 경우 이번에 가동이 중단된 고리1호기와 내년에 중단될 예정인 월성2호기를 제외하면 모두 사용연한이 남은 핵발전소다. 2023년 4월 8일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부터 매년 1·2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핵발전소의 해체 비용은 1기당 최소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동 중단된 핵발전소에 5년의 냉각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핵발전소 해체작업은 빠르면 2022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에너지 민주화다
원자력 마피아’의 파상 반격,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문재인 정부와 ‘원자력 마피아’의 힘겨루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이다. 지난 두 달, 새로 출범한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납작 엎드려 있던 ‘원자력 마피아’가 들고 일어났다. 범위를 더 넓혀 ‘전력 마피아’라고 해도 좋다. ‘봉기’에 앞장선 것은 원자력 관련 대학교수들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기득권세력들이 원색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승자는 누구일까. 국민들에겐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의 대상에 불과한 일일까.
7월 3일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과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이라는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다. 행사가 열린 제2소회의실은 토론회 시작 30분 전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이들 중 수십여명은 자리가 없어 선 채로 구경해야 했다.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전 총리가 개회사를 했다. 산업부 통상관료 출신인 한 의장은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한·미 FTA 지원대책위원장을 거쳐 MB정권 시절에는 주미대사를 맡았다. 장병완 의원과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 그리고 산업부 2차관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어 기념촬영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내빈 여러분,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세 줄로 나란히 선 ‘내빈’들 가운데 누군가가 외쳤다. “장병완 위원장님, 파이팅! 한 번 더 파이팅! 한국전력 파이팅!”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는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토론회 사회자는 정치권 이외의 내빈들을 소개하면서 ‘150만 전기인들을 대표하여…’라는 표현을 썼다. 나열된 내빈의 목록은 이런 식이었다. 전기공사협회 회장, 전기산업진흥회 회장, 원전수출협회 회장, 전선공업협동조합 조합장, 전기신문사 사장….
국회에서 울려퍼진 ‘한전 파이팅!’
언론 보도를 보면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이 출범한 것은 지난해 10월 26일이다.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신생단체다. ‘~정책연합’이라는 이름에서 전형적인 시민단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시민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사회를 본 이 단체 관계자가 건넨 명함은 ‘대한전기협회’의 간부 명함이었다. 청중들도 대부분 전력 관련 회사에서 ‘공적인 업무’로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자료집에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날 주목을 받은 사람이 기조발제자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다. 자료집에서 그의 직책은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수석부의장’이었다. 그는 7월 3일 당일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위원인 산자·복지부 장관 중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사였다. 조환익 수석부의장이 발표할 예정이었던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의 미래’는 한전 부사장이 발표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던 시간, 5시 엠바고로 산자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었다. 백운규 한양대 교수였다. 조환익 사장은 낙마했다.
<주간경향>을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 ‘친원전 인사’는 일찍부터 검토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친원전 인사가 조 사장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래대로 했으면 조 사장이 발표해야 할 기조연설 프리젠테이션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기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날 토론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은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부터 나온다. “대통령께선 고리1호기 퇴역행사에서 1년 동안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짜는 데서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전면 재검토라는 말이 기존에 결론이 정해진 전면 재검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국민 여론 때문에 탈원전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내놓고 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상업원전이 가동된 지난 50년간 전 세계 580여기의 원전들이 운영된 누적 가동연수 1만7100여년 동안 현재까지 지진으로 원전 사상자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일본의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의 원전 안전에 대한 위험성 인식이 과장되어 있으며, 원전이 탈원전을 정당화할 만큼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전만큼 싼 전력원(源)이 없는데, 지금 탈원전으로 가게 되면 수요를 감당하려면 결국 LNG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전력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게 돼 국민들이나 산업용 전기를 쓰는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전 대신 LNG의 가격비용은 약 10조원 증가로 이어지는데, 수출이 보통 5%의 이윤을 낸다고 가정하면 약 200조원을 더 수출해야 해서 무역수지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는 “요새 극단적 환경주의가 유행하는데 환경만이 전부가 아니며 국민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야말로 청정에너지이면서 동시에 저렴한 에너지로 보편적인 전력복지를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핵 주장’에 대한 반박논리를 집약한 의견이다. 정말 그럴까.
“지진으로 원전에서 사상자가 난 적이 없다”는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한 연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최근 ‘경주지진’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며 “특히 지진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전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거론했다.
집요한 공격받는 문 대통령 탈핵 연설
문재인 정부의 이날 ‘기념사’에 대한 공격은 주 교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매체들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비판이 집중된 것은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 숫자다.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다”는 수치의 근거는 일본 도쿄신문의 르포에서 거론된 것인데, 사고 후 총 9만9000여명의 객지생활자 중 건강이나 질병 악화로 사망한 숫자로 언급한 것을 피폭사망자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잘못된’ 연설문을 스크리닝한 원전전문가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청와대 의사결정구조 내에 없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신고리5·6호기 공사의 일시중단과 공론화위원회 설치 역시 이들 비전문가인 탈핵시민운동가들의 ‘입김’이 작용해 성급하게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기념사는 연설비서관이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련된 여러 보좌진의 검토와 윤독(소리내어 읽기) 과정을 거쳐 공동으로 완성한다. 6월 17일 문 대통령의 고리1호기 폐쇄 기념사는 연설비서관과 함께 사회수석실의 기후환경비서관, 경제수석실의 산업정책비서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의사결정과정의 혼돈과 책임에서 빈 구멍’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탈핵정책 추진 관련 업무총괄은 김수현 사회수석이 맡고 있는데, 공론화위원회는 다시 하승창 사회수석이 맡는 등 ‘수석 간 맡은 업무의 경계가 애매한 빈틈’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수매체 등에서는 피폭사망자가 1368명이라고 해석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워딩을 보면 피폭사망자라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다. ‘침소봉대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논란에 대해 당일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후쿠시마 ‘관련’이라는 단어를 넣었어야 하는데 안 써서 오해가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올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실행하면 2016년 대비 발전비용이 11.6조원이 더 들어가며 전기요금이 20% 상승할 것.” 대통령 연설에 이어 보수·경제지들이 내놓은 문재인 정부 탈핵 추진 공격 제2파(波)다. 불쏘시개는 경제인문연구회 소속의 학술기관이지만 사실상 산자부 산하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이 제공했다. 에경연이 6월 20일 내놓은 ‘신정부 전원 구성안 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나온 보도다. 매체들은 “정부 출연기관이 공약의 비현실성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는 맥락으로 보고서를 인용했다. 에경연이 발표했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렸다가 다시 공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파문이 커졌다. 일부 수치가 틀렸다는 산자부의 지적에 따라 에경연이 스스로 내렸다가 다시 공개한 것으로 정리됐지만, “탈핵기조를 내세운 신정부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확산시켰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관계자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연구 내용 외의 의사소통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세금을 받아서 하는 출연기관으로 부적절한 것이 사실이다.”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국 처장의 말이다. “결국 석탄과 원전을 옹호하기 위해 쓴 보고서인데 데이터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시기도 맞춰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 양이원영 처장의 주장이다. 환경연합 등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7월 중순께 할 예정이다.
“발전비용이 21%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현재처럼 석탄이나 원자력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바뀌고 가스(LNG)와 똑같은 세금이 부과되면 비용계산이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석탄과 가스가 다 나오고 있지만 가스가 석탄보다 더 싸다. 석탄의 경우 배기가스 배출 오염기준이 강화돼 있어 그 기준을 지켜 발전을 운영하려면 석탄의 경제성이 떨어져 비쌀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국가가 커버해주니 벌어지는 문제가 아닌가.” 이성호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의 말이다. 원전이나 석탄이 가스나 신재생보다 싸다는 것은 한국의 기형적인 지원제도가 만들어놓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의 경우 지난해 1년 만에 생산비용이 30% 하락했다.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다. (그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고리5·6호기가 준공되려면 5년은 걸린다. 아마 그때쯤 되면 태양광이 지금보다 훨씬 더 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의 생산비용이 제일 싸서 그렇게 가고 있는데, 과거만 보고 잘못된 경제성 평가에 기초해 내놓는 이런 엉터리 연구가 어디 있나.”
논쟁 불쏘시개 제공한 ‘에경연 보고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생산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원료비는 0원에 수렴하는 한편, 태양광 패널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는 그의 책 <에너지혁명 2030>에서 “1970년 이래 2014년까지 원유가격이 35배 오른 반면, 태양광 패널 가격은 154분의 1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에 비해서는 약 1540배 원가를 개선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태양광 원가는 더 ‘드라마틱’하게 떨어진다. 2020년에는 원자력에 비해 6000배 이상 원가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박년배 박사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저널들의 논문을 보면 태양광이 석탄보다 싸지게 되는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보는데 대부분의 전문가의 시각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 끌어올리려면 서울시 면적보다 더 넓은 면적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 현재 기술수준이나 효율로만 보더라도 국토면적의 약 2에서 5~6%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의 건물이나 주차장, 휴경지만 활용해서 필요한 수급량의 상당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민주주의가 밥먹여 준다’는 것은 에너지의 경우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무슨 말일까. 독일에서 미디어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강 소장은 독일에 있을 당시부터 녹색당 참여연구 등을 통해 독일의 탈핵 이행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봐 왔다고 말했다. “독일 재생에너지 초기 단계에는 물론 우리나라처럼 사기꾼도 나왔다. 정부 기금만 체리피커처럼 빼먹는 장사꾼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력 관련 사회적 기업이 1000여개에 달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강 소장에 따르면 독일과 한국의 결정적인 차이는 재생에너지 생산기업이 아니라 ‘판매의 민주화’를 가져온 신재생에너지 제도 덕분이다. 전력 원천과 관련,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회적 기업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1998년이었다. “내가 쓰는 전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이념적 소비, 다시 말해 ‘나는 가난하게 살아도 에너지만큼은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고 하는 제도가 시행된 후 몇 년 뒤에는 그린피스와 같은 시민단체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민단체들도 그 단체의 후원비를 단체가 판매하는 전기를 쓰는 것으로 받게 되니 후원하는 교수도 생기고, 사회적 힘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녹색당에서만 탈핵을 주장했지만, 기민당이나 다른 보수정당 내에서도 녹색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게 된 것이다.”
친환경 전기를 판매하고 쓴다고 하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따로 친환경발전시설로부터 배선을 받는 것은 아니다. 즉 전기는 기존 배선을 통해 받아 쓰지만, 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내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강 소장은 덧붙였다. 강 소장에 따르면 독일의 경험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들은 전기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곳은 한전, 더 정확히 말해서 전력거래소다. 전기판매 독점을 해체하는 것이 ‘에너지 민주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소위 ‘값싼 전기신화’로 국민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전력판매의 민주화를 제도로 보장하면, 기존의 원전/석탄 발전 위주의 ‘에너지 마피아’의 동맹은 의외로 쉽게 붕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지금의 대립구도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양이원영 처장의 말이다. “독일이 탈핵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어떤 전기를 쓸지에 대한 권한을 일반시민에게 줬기 때문이다. 독일도 과거에는 마찬가지였다. 그 권한을 정부가 행사했고, 소위 전문가들이 ‘에너지 독재’를 했었다.” 그는 더 근본적으로 이른바 ‘전문가라는 권위에 기댄 적폐’는 없는지 되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묻고 싶은 것은 정책결정가가 왜 전문가냐는 것이다. 한국의 여러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자기가 정책결정을 하고 그 이익을 자기가 취한다는 것이다. 고리원전5·6호기 공사의 계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일반시민에게 돌린다고 하니, ‘의사 진료가 밉다고 환자 진료를 일반시민에게 맡긴다는 포퓰리즘적 정책결정’이라고 하는데 자신들이 왜 의사인가. 원자력 관련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원자력 공학자가 왜 전력수급을 이야기하나. 원자력 전문가이면 전기요금 전문가이고 에너지 수급 전문인가.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면 시민운동단체와 마찬가지로 제너럴리스트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가 자기 역할을 해왔으면 믿는 게 당연하지만 그동안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정책 결과와 이익에 맞춰 의도적으로 조작할 뿐 아니라 정책결정의 수혜자도 자신들이지 않았는가.”
독일의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전력선택 옵션. 웹페이지에 접속해 자기가 거주하는 주소를 찍으면 전력공급을 받을 수 있는 회사들 리스트를 보여준다. 이 사이트에서는 각 회사별 전력 포트폴리오 정보를 제시하는데, 각각 신재생에너지가 몇 % 구성되어 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제공
독일의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전력선택 옵션. 웹페이지에 접속해 자기가 거주하는 주소를 찍으면 전력공급을 받을 수 있는 회사들 리스트를 보여준다. 이 사이트에서는 각 회사별 전력 포트폴리오 정보를 제시하는데, 각각 신재생에너지가 몇 % 구성되어 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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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전력 마피아에 포획될 것인가
7월 3일 문재인 정부가 내정한 백운규 산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대선 당시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한 뒤, 다시 국정기획위 에너지팀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핵시민운동단체 진영 핵심 관계자는 “백 후보자는 재료공학과 출신으로 에너지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탈핵에 관한 입장은 확실히 모르겠다”며 “신정부 사람들도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게 적립된 것은 아니며 탈원전·탈석탄 의지가 뚜렷한 것은 오히려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했다. 현 대통령은 ‘문재인 의원’ 시절부터 국회에서 열리는 에너지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에 꼭 직접 참석해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집권여당 내에서는 여러 입장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7월 5일, 국회 정론관.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 전임교수 417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심인물은 다시 주한규 교수다. 교수 일동은 성명에서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산업을 말살시킬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이라는 경제학 이론이 있다. 스티글리츠가 규제기관이 거꾸로 규제대상에 포섭되는 현상을 이론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내려온 관료·전문가·전력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혔던 ‘협치’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협치 대상은 정치권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이 어떤 성격의 에너지를 사용할까를 결정할 권한을 둘러싼 전쟁의 성패는 여기서 판가름난다. 촛불혁명을 가능케 했던 민주주의 원리가 관철될지, 아니면 일반 시민의 공포심에 기댄 포퓰리즘적 선동정치라는 비난이 통하게 될지의 싸움이다. 문제를 풀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 민주화다
[민심 르포] '보수텃밭' 대구는 이제 옛말?…지지율 곤두박질치고 '한국당 장례식'까지 열려
"인자 가만히 보니까예. 최순실 사건 보이소. 그기 다 보수 쪽에서 잘못한 거 아닙니꺼.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예 바른정당도 같은 보수니 그기 그거같고…."
요동치는 보수 텃밭 TK민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거치며 보수 전체에 대한 실망 커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장례식 퍼포먼스 열리기도
자유한국당, 최근 여론조사서 바른정당에 밀리기도
"합리주의 표방 젊은층 늘면서 지역주의 사라져가"
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ㆍ경북도당 당사 앞에서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시민들이 '행복한 장례식'을 열고 있다. 이들은 주말에도 도심 집회와 장례식을 계속 열 예정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TV조선으로 간 전원책 변호사, 왜곡보도 하고 있다 7.9 미디어오늘
민언련 7일 방송 모니터 결과, 문재인 정부 베를린 구상 왜곡에 전쟁 부추기는 보도 내용 지적
전원책 변호사가 진행하는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구상 내용을 왜곡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등을 상대로 모니터한 결과 전 변호사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내용을 왜곡한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압박 제재를 벗어난 진전된 입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이틀 만에 나온 대통령의 입장이었기에 주목되는 상황이었는데 TV조선은 애써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실패됐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무리한 보도를 내놨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7일 TV조선 전원책 변호사는 “통미봉남, 남쪽과는 얘기하지 않고 미국과 얘기하겠다. 북한의 이 전략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걷어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만을 협상 대상으로 한 통미봉남 전략을 쓰고 있고, 근거로 우리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공식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베를린 구상은 실패했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우선 TV조선은 “북한 외무성은 오늘(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심장부를 마음먹은 대로 타격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면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4일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한 보도 화면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북한 외무성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면서도 입장이 나온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TV조선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신 베를린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구상에 북한이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TV조선이 보도한 내용은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하기도 전인 지난 5일 때 나온 내용이다. 당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관영매체를 통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언련은 “TV조선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보기도 전에 그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것”이라며 “TV조선이 북한을 인터뷰해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날짜를 속여 왜곡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TV조선 캡쳐화면.
또한 전원책 변호사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며 소개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리포트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TV조선 기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면, 최악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도 ‘끝장내기 전쟁’임을 알기 때문에 일단 발발하면 멈추기 어렵다”고 한 뉴욕타임즈 기사를 소개했다.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군사적 대응'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협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전쟁 노력은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제시했다.
민언련은 하지만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라며 소개한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도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나면 참혹한 결과가 따른다’는 정도의 내용일 뿐이고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 역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6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쟁을 촉발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경제적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TV조선이 전쟁 시나리오의 한 근거로 "북한의 전쟁 노력은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한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뒤 나온 경고 수준의 말이었다.
민언련은 “TV조선은 전체 발언 중 군사적 충돌을 배제한 핵심 내용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그나마 북한을 경고한 발언만 갖다 붙여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근거로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의 이런 왜곡 보도는 우리 안보와 남북문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시청자들의 혼란과 공포를 부추길 뿐”이라며 “‘한반도 전쟁’까지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이런 보도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름만에…부동산, 6·19 이전으로 6.9 조선
조선DB
"6·19 대책 이후 2주일 잠잠하다가 요즘 다시 아파트 매물이 나오는데, 그 사이 더 올랐네요."
서울 강남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강철수공인중개사무소 측은 9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68㎡는 지난달 초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는 1000만원 내린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시장에 나온 매물은 호가(呼價)가 '13억원'까지 올랐다. 강철수 대표는 "집주인 중 돈이 급한 사람은 5월부터 6월 초 가격 급등기에 대부분 팔았고, 아직 아파트를 쥐고 있는 이들은 배짱 편한 사람들"이라며 "솔직히 값이 더 내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 올랐다"고 9일 밝혔다. 지난주 상승률은 0.16%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전주(前週)보다 커진 것은 5월 마지막 주(6월 2일 발표) 이후 5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정부 규제(6·19 대책)가 예상되기 시작한 6월 첫째 주부터 0.45%→0.32%→0.17%→0.16%로 계속 줄어들다가 이번에 처음 커졌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원위치'
특히 지난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격 상승률(0.28%)은 전주(0.11%)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대책 발표를 전후해 최대 5000만원가량 떨어졌던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도 지난달 초 고점(高點)을 회복했다. 서울 개포동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의 투기 단속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아 거래가 없었고, 일부 호가(呼價)가 내렸던 상황"이라며 "중개업소 영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가격이 대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6·19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를 새롭게 제한한 강북 인기 지역도 여전한 호황이다. 종로 경희궁자이는 일주일 새 2500만~5000만원 올랐다. 종로 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만 0.73% 뛰어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노원구 소형 아파트값도 뛴다. 5월에만 해도 2억2000만~2억4000만원대에 거래되던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33㎡는 6·19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2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지 않고, 잠재 수요가 꾸준해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 늘리고, 시세 차익 과세에 집중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참여정부 시기에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한 사례를 거울삼아 수요·공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노 정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집권 기간 중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부동산 과열 억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 가격의 불안정이 장기화됐다"고 적었다. '지역별 가격 차별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 등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한 만큼, '투기 억제 정책' 일변도의 대책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 강남권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개발해 강남 등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해야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은 저(低)금리와 최근 경기 회복 조짐에 따른 글로벌 현상이다. 영국 런던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올 초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전 세계 150개 도시 중 91위였다. 전 세계 집값은 2015년 4.1%, 작년에는 6% 뛰었다. 작년 한국 집값은 1.4%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지만 이듬해 수도권 집값이 20.3% 올랐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고 해당 지역에만 규제를 가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을 비춰볼 때 정부가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기보단 시세 차익에 따른 과세를 철저히 해 서민 주거 복지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남자들7.9 경향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나의 주된 일상이 분노였다면,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니, 두려움이 오히려 정상일지도 모른다. 박근혜씨가 물러났다고 해서, 사회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이유미씨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지, 잠시 그녀와 ‘동일시’되었다. 대통령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라는, 조작하기조차 무서운 거짓을 단독행동이라고 믿을 국민이 있을까. 만일, 그 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후안무치도 지나치면 무서운 법이다. 지난 4일 자유한국당 소속 윤종필 의원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탁현민씨 문제를 장시간 맹렬히 거론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여성주의 의식 검증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누가 검증하느냐다. 그 방식이 ‘탁씨 문제’라면 난센스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인권의식 검증은 여가부 장관의 업무가 아니다. 여성인 윤종필 의원은 청문회에 나오기 전에, 자기 당 홍준표씨나 동료 의원들을 생각해야 한다. 윤 의원처럼 뻔뻔스럽고 주제 파악이 안된 정치인들 때문에, 정당한 탁씨 비판도 “정치 공세”라는 프레임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우리는 지도자 복이 없었다. 국민을 살해하고 집권한 대통령이거나 자기가 투표하고서 곧바로 ‘속았다.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민초들. 이것이 우리의 현대사였다. 대한민국이 언제 다시 ‘문재인’만 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을까. 행운을 넘어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적폐’ 대신 ‘리버럴 마초’들이 돌아온 것일까. 현 정부 출범 이후 몇몇 인사(人事)가 젠더 문제로 실패했다(그들의 언어로는 ‘여자 문제’). 안경환(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김기정(전 청와대 안보실 2차장 내정자) 교수를 비롯, 탁현민씨는 하루도 화제가 안된 날이 없다. 이들 외에도, 보도는 안되었지만 “언젠가는 터질” 혹은 “과거가 있는” 고위 인사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젠더는 계속 새 정부의 곤란이 될 것이다. 남성의 성차별·성폭력은 구조적 문제인 데다 국민(여성)들의 수준이 ‘장관이나 행정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성매매방지법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그의 소신은 형법학자로서 전문성을 의심케 한다. 도박, 마약 중독,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라는 이론이 있다. 당사자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는 동의-강제의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별과 계급이 교차하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다. 야당의 ‘정치 공세’ 이전에, 여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전체 성산업의 5%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인권 침해 규제이지, 개인의 권리 침해와 무관하다.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군산 대명동·개복동, 부산 완월동, 서울 하월곡동·미아리, 그리고 ‘해방’ 후 주한미군에게 살해된 기지촌 성산업 종사 여성까지. ‘윤락행위방지법’ 이후, 인신매매나 채무로 잡혀와 감금된 채 화재로 사망한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40여년간 여성운동가들의 헌신으로 겨우 제정된 법이다. 오히려 성매매방지법은 더욱 정교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탁현민씨 관련 글을 세 번 썼지만 한 번도 그의 사퇴나 경질을 주장한 적이 없다. 다른 비판자들은 “그런 사람은 청와대에 있으면 안된다”며 해임을 요구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탁씨를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대로 그의 책은 과거사다(하긴, 과거사라면 청문회는 왜 하는가). 내 글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비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 문재인 정부와 무관하다. 그가 우연히 대통령 부부와 친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탁씨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위험한 인물이어서만은 아니다. 진짜 심각한 질문은 왜 한국 사회는 언제나 남성의 여성에 대한 비행을 성별 권력 관계가 아니라 여당과 야당의 갈등으로 만드는가이다. 이 논란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지, 남성과 남성의 갈등이 아니다. 이런 인식이 여성 억압을 삭제시키고 젠더를 독자적 정치가 아니라 남성 정치의 부산물로 사소화시킨다. 이 때문에 내가 남성 강간 문화를 비판하면, “자유한국당 프락치” “일개 행정관 문제로 새 정부에 재를 뿌린다”는 비난을 듣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이들은 진정 누구인가? 상식 이하의 인권 의식을 가진 남성들인가. 이를 비판하는 국민인가. 탁씨의 글은 성차별을 넘어서, 여성을 너무나 함부로 다루고 있어서 읽는 동안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청와대와 탁씨를 비판하는 글이 ‘주요 매체’에만 30개가 넘게 실렸다.
지난 7일에는 여러 여성단체가 “탁현민 아웃”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였고, 7542명의 시민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여론이 이와 같은데도 꿈쩍하지 않는 청와대. 시간이 지날수록 젠더 문제를 떠나 여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왕의 남자’라는 소설(팬픽)을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니 팬덤’도 좋지만 다른 지지자들의 우려와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개인의 인간적 매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MB와 박 정권에 질린 국민들의 ‘정상국가’에 대한 열망의 ‘부작용’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네이션 빌딩’과 민주주의를 혼돈하지 말라./정희진 여성학 강사
저소득층 수입·소비 전망 악화···체감경기 꽁꽁 7.9 경향
새 정부 출범 효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개선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6월 가계수입전망 지수를 소득수준별로 파악한 결과 월수입 100만원 미만은 91로, 지난해 6월(94)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월수입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도 95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크면 소비자들의 인식이 낙관적임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반면 월수입 500만원 이상의 가계수입전망 지수는 108로 지난해 6월에 비해 6포인트 올랐다.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103→107),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98→106),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93→99)도 상승했다. 1년 사이 고소득층에서는 가계 수입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저소득층은 그 반대인 셈이다.
소비지출전망 지수도 마찬가지다. 월수입 100만원 미만은 92로, 1년 전보다 6포인트 떨어졌고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은 98로 같은 기간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500만원 이상(110→115),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109→111),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108→113),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103→107)은 소비지출전망 지수가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소득 양극화와 불균형은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키우고 민간소비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도 모르는 내 세금] ① 월급봉투 홀쭉하게 만드는 소득세…근로자 절반이 안내는 건 문제 7.10 중앙
그렇지만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내내 ‘뜨거운 감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증세에 대한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금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라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의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본지는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71개의 국세통계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 등을 토대로 주요 세목들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ㆍ증여세 등의 기본 정보와 중요 쟁점들을 정리한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쥐꼬리만 한 봉급 중에 떼어가는 것도 참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월급을 가져가는 항목이 소득세다.
소득세는 말 그대로 여러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에 대해 걷는 세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구호를 생각해보라. 직장에서 일해 월급을 받거나 부모로부터 부동산을 물려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얻는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서 떼어 가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소득세는 개인과 법인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 세법을 비롯해 대체로 소득세라고 하면 개인의 소득에 대해 징수하는 걸 의미한다. 현대적인 의미의 소득세를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다. 1799년에 나폴레옹 전쟁의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처음 걷었다. 한국에서는 49년 7월에 소득세법이 처음 제정됐다. 현재의 소득세 체계는 74년에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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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세청
소득세는 여러 세목 중 가장 많이 걷히는 세금이다. 지난해 소득세수는 70조1000억원이다. 전체 세수(233조3000억원)의 30%가 소득세에서 나왔다. 지난 2013년부터 소득세수가 법인세수를 넘었고, 2015년에는 부가가치세보다도 더 걷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걸까? 한국 세법은 8가지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자ㆍ배당ㆍ사업ㆍ근로ㆍ연금ㆍ기타ㆍ퇴직ㆍ양도 소득이다. 이중 퇴직ㆍ양도 소득을 제외한 6가지 소득을 모두 합산한 걸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은 올라가는 구조다.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다)에 따라 6구간으로 나뉜다. 과세표준이 가장 적은 구간(1200만원 이하)에는 6%의 소득세율이 매겨진다. 반면 5억원을 초과하면 세율이 4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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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세청
복잡하지만 소득세는 크게 세 항목에서 대부분 걷힌다. 월급쟁이에게 매기는 ‘근로소득세’와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 그리고 대 자산가들이 주로 내는 ‘양도소득세’다.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32조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45.7%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종합소득세(15조원), 양도소득세(13조7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 세 항목에서 걷히는 세금의 비중은 전체 소득세의 86.6%에 이른다.
근로소득세는 월급명세서에서 보듯 근로자가 손쓸 틈도 없이 저절로 떼가는 세금이다. 이를 ‘원천징수’ 라고 하는데 월급쟁이를 ‘유리지갑’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매월 '간이 세액표'에 따라 종업원의 세금을 일단 뗀다. 이후 연말에 더 낸 세금은 돌려받고, 덜 낸 세금은 추가로 내는 정산을 하게 된다. 이게 연말정산이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 간다. 예컨대 종업원은 출퇴근 교통비, 교육비 등을 쓴다. 세금을 매길 때는 소득에서 이런 비용을 빼 줘야 한다. 이 작업이 연말 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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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세청
근로자와 달리 원천징수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사업소득 등을 모두 합산한 종합 소득을 매년 5월 국세청에 신고ㆍ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 ‘근로소득세 = 직장인, 종합소득세 = 자영업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종합소득세는 15조원이 걷혔다. 소득세 중 근로소득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걷혔다. 세원이 낱낱이 드러나는 직장인과 달리 종합소득세의 경우 고의적 탈세의 여지가 있어 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세부담 형평성 논란은 지속돼 왔다.
월급쟁이이면서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월급 이외에 금융상품을 잘 굴린 경우 등이다. 예컨대 한 직장인의 금융소득(이자+ 배당금)이 연간 2000만원을 넘었다면 근로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돼 금융소득에 한해서만 별도의 세금(대체로 15.4%)을 물면 되지만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2000만원 초과분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과 합쳐져 소득세 누진세율(6~40%)을 적용받게 된다. 강연료나 일회성 원고료와 같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항목의 소득이 연간 300만원을 넘을 경우 역시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비율과 근로소득세 과세자 비율 추이.[자료 국회예산정책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0/d5c4d5ec-a177-4941-aac0-1eeac35dad54.jpg)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비율과 근로소득세 과세자 비율 추이.[자료 국회예산정책처]
부자들을 겨냥한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른 소득과 따로 분류돼 세금이 매겨진다. 양도소득세는 토지, 건물과 같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얻은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부동산 투기나 주식 시세차익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는 목적이 있다.
보유기간 1년 미만 집을 팔때 양도세율은 40%다. 1년 이상인 경우 건물 종류 등에 따라 6~40%가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이면서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양도하는 등의 경우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사를 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집을 두 채 보유한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는 투기의 목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대상도 대자산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종목별로 지분 1% 이상 또는 25억원 이상을 보유했거나, 코스닥 시장에서 지분 2% 또는 20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들이 과세 대상으로, 10~30%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일반 소액주주들의 거래에는 양도소득세 없이 0.3~0.5%의 증권 거래세(농특세 포함)만 부과된다.
![총 급여 구간별 면세자[자료 국회예산정책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0/dafb981b-038e-40c4-a562-e731573df93b.jpg)
총 급여 구간별 면세자[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최근 한국의 소득세 체계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규모다. 2015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납세 대상은 모두 1733만명이다. 그런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명(46.8%)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에서 2014년 48.1%까지 급증했다. 2015년엔 다소 낮아졌지만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일본의 면세자 비율은 15.4%에 불과하다.
이는‘소득있으면 세금있다’는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있다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원칙에도 맞고 근로자들에게 ‘납세의 의무’를 다한다는 자긍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자를 줄인다는 건 결국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세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귀결된다. 반발이 일 수 있다. 이를 우려해 정부도 근로소득세 면세자 조정 문제를 장기 과제로 돌렸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정부는 근로소득세 면세 축소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중점을 두겠다”라며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당장 소득세 명목세율은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률 높은 미·일 저소득률도 높아 ‘일자리 창출=빈곤 탈출’ 정답 아니다 710 경향
고용률이 높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저소득자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나쁘면 소득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의 일자리정책도 양이 아니라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연구원의 금융브리프 최근호에 실린 ‘OECD의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분석시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공개한 ‘2017 고용전망’에 담긴 고용의 양, 고용의 질, 고용의 포용성 등과 관련된 9개의 노동시장 성과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미국의 고용률은 68.7%로 OECD 평균(66.4%)보다 2.3%포인트 높아 일자리 상황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소득률은 OECD 평균인 10.6%보다 5.1%포인트 높은 15.7%에 달해 빈곤한 노동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도 고용률은 73.3%로 OECD 평균보다 6.9%포인트 높지만 저소득률도 14.5%로 OECD평균 보다 3.9%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률이란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절반보다 낮은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라고 OECD는 정의했다.
핀란드, 그리스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고용률이 높을수록 저소득률은 낮았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빈곤탈출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정책으로 종종 간주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처럼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나라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결과는 고용률이 의미하는 일자리 창출 확대가 반드시 빈곤탈출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를 밝혔다.
고용의 양은 반드시 고용의 질과 비례하지 않았다. 영국(73.2%)과 일본(73.3%)의 경우 둘 다 고용률이 상당히 높았지만, 고용의 질은 영국이 좋았다. 직무긴장도를 체험한 노동자의 고용인구 대비 비율은 일본이 50.1%로 영국(36.6%)보다 크게 높았다.
이같은 분석 결과에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면 노동자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정부는 고용률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지만 체감한 국민은 별로 없었다. 저소득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부족한 소득을 노동시간을 늘려서 메꿔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연구위원은 “OECD의 보고서는 고용의 양·질·포용성 등 9개 지표들간의 상관 관계가 국가별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높은 고용률을 노동시장이 반드시 양호한 상태에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 잃어버린 10년 ① MB 안보수석 “박근혜 정부 전작권 전환 연기는 최대 실책”
[인터뷰]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7.10 한겨레
“한미 혼성사단 구성 등 보완책 마련해 놨는데…
판단 바꾼 김관진 이해 못해 지금이라도 빨리 환수 나서야
미국에 맨날 운전대 맡겨놓고 조수 느릇만 하면 안보 망친다”
“박근혜 정부가 안보·국방 전략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이 전시작전권 전환을 또 연기한 것이다. 새 정부가 전작권을 전환받도록 일정을 짜고 아무 지장 없게 모든 체제를 마련했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대표적 보수인사다. 천 전 수석은 “당시 왜 연기하는지, 대통령이 누구 말을 잘못 듣고 완전히 엉뚱한 결정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며 “우리의 경제력, 군 능력을 보면 전작권을 아직도 미군에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2015년 12월 전작권 환수’ 약속 이행을 위해 “주한미군사령관이 작전회의에 부사령관처럼 참석”하는 한미연합사 대행 지휘협동체계를 마련하고 “한·미 혼성사단도 만들기로 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로 대선 공약뿐 아니라 국회 비준을 받은 이전 정부의 기지이전협정(YRP·LPP)도 사실상 파기한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댔다. 천 전 수석은 “나 수석 할 땐 환수해도 된다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같은 사람들이 그사이 (판단을) 바꿀 상황이 없었다. (전작권 환수론자 중) 북한이 핵실험 안 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걸 전제로 전작권 전환을 준비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0년 전작권 환수를 연기한 바 있다. 후보 때부터 입장으로, 환수 시점을 노무현 정부의 2012년 4월에서 3년8개월 미뤘다. “북한 핵개발과 천안함 사태”가 주요 배경(이 전 대통령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이었다.
과거 1차 북핵위기가 시작되고 “서울 불바다” 발언 등이 이어졌으나 김영삼 정부는 1994년 평시작전권을 환수했고, 이후 북 핵실험은 상수로서 전시작전권 반환이 논의되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과 2006년 처음 전작권 환수를 합의했다.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이었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군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 2009년이면 전환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국방부 의견을 받아 최대치로 2012년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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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전 수석은 ‘전작권 전환이 당장도 괜찮은가’란 질문에 “빨리 환수하면 할수록 좋다고 본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군사대비태세 능력은 언제든 원하는 수준보다 모자라다. 그때 전작권을 이양해 발생하는 문제보다 그러지 않아 약화되는 군의 주인의식, 책임의식, 도덕적 해이가 더 큰 문제다. 미국이 운전 잘한다고 만날 운전대 맡겨놓고 조수 노릇만 하는 자세가 국가 안보를 망친다.”
"고속도로도 돈 있는 사람만 다니라는거냐?" 710 노컷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반발 확산…인하 촉구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위치도. (사진=국토부 제공)
최근 개통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협약 때 보다 더 비싸게 책정되면서 동서고속도로까지 인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통행료 인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추다르크의 뚝심 정치와 돌출 발언 710 노컷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별명은 '추다르크'다. 단단한 뚝심과 곧은 소신이 연상된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20년 전인 1997년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反) 호남 정서가 강했던 대구로 내려가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끈 데서 연유한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정치인 추미애는 '추다르크'로 불리게 됐다. 20년이 흘렀다. 헌정 사상 여성 최초의 지역구 5선인 추미애 의원은 지금 집권여당의 대표다.
집권당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는 남다른 정치적 무게가 실린다. 소신과 원칙 못지 않은 안목과 포용이 필요한 이유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생산적 협치(協治)를 위한 여당 대표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의 말 한마디에 국민의당이 발끈하면서 정국이 꼬여버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사건과 관련한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사달이 난 것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죽이기', '패자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추 대표의 사퇴와 청와대 배후론을 꺼내 들면서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장 한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인 추가경정 예산안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달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않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 심사가 영향을 받게 됐다. 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정세균 국회의장이 7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가진 뒤 추경안을 국회 예결위에 회부했지만 오는 18일에 종료되는 7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추경 처리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이 추경안 심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 정당은 부적격 후보자들의 임명 강행 여부에 따라 예결위 참여를 결정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인데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의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추 대표의 개인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추 대표는 비난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추 대표는 7일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국민의당 대선 조작 게이트는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되며,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은 "사과는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또 쏟아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때나마 같이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치고는 주고받는 언사에 강한 적대감이 묻어난다. 물론 국민의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이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당의 명운이 달린 만큼 극도로 민감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미애 대표의 돌출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당은 정당지지율 1위로 고공 행진 중이고, 국민의당은 내부 동요를 단속해야할 판이지만 지금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소수 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추다르크라고 해도 잔다르크처럼 앞장서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다수 야당과의 원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 발 물러나 있을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을 비롯한 다자외교 행보로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고 있는데, 국내 정치권은 말싸움·감정싸움으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CBS노컷뉴스 박종률 논설실장
‘부부 참변’ 경부고속도로 사고 블랙박스 영상 공개…“처참”
지난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교통 사고에서 50대 부부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2명과 부상자 16명을 낸 이번 대형사고의 블랙박스 영상이 10일 공개되면서 당시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1차로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경기도~서울을 운행하는 광역버스(M버스)는 1차로가 아닌 2차로로 돌진했다. 당시 2차로는 차량 정체로 서행중이었다.
결국 M버스는 바로 앞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버스는 K5 승용차를 덮친 채 2차로와 1차로를 넘나들며 질주했다. 당시 충돌에 피해를 본 다른 승용차들이 또 다른 차량들과 연달아 추돌하면서 대형사고로 비화됐다.
이언주와 <조선>이 꼬드기는 '밥공기 쟁탈전' 710 프레시안
학교 비정규직 파업이 불편한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촛불로 가득 찼던 광화문 광장이 지난 주말(6월 30일) 초록색과 분홍색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전국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한 조리원과 영양사 등은 전국 4087개교, 1만765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6월 29일 2005개교, 30일 2171개교나 됐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빵과 우유,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체했고, 단축수업을 한 학교도 163개였습니다. 민주노총은 학교 비정규직을 주축으로 5만 명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생님은 이날 학생들과 어떤 얘기를 나누셨나요? 동료들과 빵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으셨나요? 7월 3일 학교에 출근해 점심을 준비하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파업하느라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건네신 선생님이 계실까요?
학교 교사들이 비정규직 파업 날 나눈 대화
학생들에게 "이렇게 노동하는 사람들이 일손을 놓으면 우리 학교와 사회가 돌아가지 않게 된다"고 알려주며 노동의 소중함을 나누셨나요? 1110만에 달하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 규모와 정규직 월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이 계실까요?
"노동자들이 흩어져있으면 힘이 약하지만 이번처럼 뭉치면 힘이 강해진다"며 헌법 제33조(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에 나온 노동 3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신 선생님도 계시겠지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들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시험도 안 보고 공무원 되려고 하느냐? 공무원 하려면 전부 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람만 공무원으로 임명해야 공정한 것 아니냐?"
"투쟁해서 정규직 되면 임용고사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되느냐?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
"학교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이 안정되니까 이제 월급을 공무원처럼 올려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호봉제를 도입하면 예산을 어떻게 감당 하느냐?"
언론들은 “배고파요”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학교 비정규직 파업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했고, 사람들은 “첫 술에 배 부르려고 하느냐, 대통령이 기다리라고 했으면 기다려야지”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은 댓글로 분노를 쏟아냈더라고요.
▲ 6월 30일 총파업 대회 모습. ⓒ연합뉴스
"시험도 안 보고 공무원 되려고 하느냐?"
선생님들이 나눈 대화를 하나씩 생각해봅니다. 취업이 힘든 시기, 어렵게 공부해서 임용고사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에 임용됐는데, 투쟁으로 법을 바꿔서 공무원 또는 공무직이 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전부 시험을 치러 합격한 사람만 공무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사립학교 교사가 되신 분들은 괜찮나요? 임용고사가 없었던 1991년 이전에 채용된 교사들도 시험을 치르게 해 기준점 이상을 받아야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시험이라는 경쟁을 뚫은 교사들은 월급을 더 줘야 하나요?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못된 정권이 들어와서 늙고 실력 없는 교사들이 너무 많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줘야 한다며 교사들을 모두 시험 보게 하고, 그 중 점수가 낮은 선생들을 해고한다면? 학생들의 교사 평가를 점수화해 인기 없는 교사들을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청년들로 채운다면? 정부가 나이 많은 교사들을 퇴출시킨 적이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 초대 교육부장관이었던 이해찬 의원은 1998년 2월부터 1999년 6월까지 장관 재임 시절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을 한다며 교원의 정년을 62세로 낮춰 당시 2만 여명의 교사가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교원이 부족해지자 학교는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했습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상시·지속적인 학교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했고, 학교에 비정규직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38만 명
2017년 교육부 통계를 보면 정규교원 48만 명, 교육행정직공무원 6만 명 등 학교 정규직이 54만 명입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38만 명으로 학교 회계직 14만1173명, 비정규직 강사 16만4870명, 파견·용역 2만7266명, 기간제 교사 4만6666명 등입니다. 이들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회계직원은 급식실 영양사와 조리직, 교무실과 행정실의 교무 및 행정지원, 과학실과 전산실 전문인력, 도서관 사서, 초등돌봄전담사, 전문상담사, 교육복지사 등입니다. 이들 모두 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이며, 상시·지속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는 공약대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고용은 여전히 불안하고,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처우가 열악한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봉제를 도입해 처우를 개선하라며 일손을 놓은 것입니다. 학교의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한 것은 사용자인 정부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무기계약직 2400여명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며, 무기계약직이 비정규직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자리에 비정규직을 사용한 것은 정부의 잘못입니다. 결자해지. 잘못을 저지른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와 무관하게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공무원 시험을 보고 임용된 공무원이 아니니까 똑같은 권리를 인정해주면 안 된다는 주장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논리였습니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공무원연금법이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한 공무원에게만 순직을 인정하는데,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간제 선생님이었던 김초원 교사는 단원고 2학년 3반, 이지혜 교사는 2학년 7반 담임이었습니다. 이들은 빠져나오기 쉬운 5층에 있다가 학생들이 있던 4층으로 내려가 구조를 돕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두 교사의 부모와 시민사회단체는 두 딸의 순직 인정을 위해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면담, 오체투지 행진, 서명운동 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에도 귀를 막았고, 끝내 순직 인정을 거부했습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스승의 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지시했고, 인사처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순직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같은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면 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데 3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촛불혁명 교훈은 잃어버린 권리 회복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정권이 촛불혁명의 힘으로 무너졌고, 박근혜 최순실 일당과 일부 부역자들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잃어버린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 촛불혁명의 교훈이었습니다.
촛불은 한국사회를 지옥으로 만든 사회양극화,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재벌과 부자, 권력자들은 대를 이어 부를 세습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녀는 실업자,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인생을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불평등의 꼭대기에는 재벌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대해 치킨집, 편의점, 커피숍 등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정부에 책임을 묻는 대신, '흙수저'끼리 밥 한 그릇 놓고 싸우고, 을들끼리 빵 조각 더 가지려고 다투는 형국입니다.
지난해 11월28일 유은혜 의원 등 국회의원 75명이 낸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자 공시생, 기간제 교사 등 사회적 약자들의 반대와 항의가 잇따랐고, 당시 새누리당의 뜻대로 법안이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주요 게시판은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신 교원, 공무원을 증원해야 한다", "법 통과 시 향후 5년간 4조~8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기간제 교사가 더 열악한 비정규직이다"라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선발시험도 없이 불공정한 절차로 학교별로 채용되었다", "노조로 뭉쳐서 파업을 하면서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 "육체노동이나 단순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혐오하는, 반교육·반인권적인 글들로 넘쳐났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재벌만 돈방석
금육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1위 교촌치킨의 매출은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해 업계 최초로 매출 3천억 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BHC치킨은 225개의 가맹점을 추가로 열며 매출이 26% 급증했습니다. 굽네치킨은 매출 50%, 영업이익 150%가 늘었습니다. 멕시카나, 페리카나, 처갓집양념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의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한해 문을 닫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2793개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를 핑계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경쟁 심화에 따른 광고비와 임대료 때문에 가맹점 수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치킨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2015년 말 프랜차이즈 사업체 수는 387만4000개로 2010년보다 52만개(15.5%)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같은 기간 22.6% 늘었습니다. 그런데 가맹점당 매출액은 2억7840만 원, 영업이익은 2740만 원으로 임금노동자 평균 연봉(3948만 원)의 69%에 불과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떼돈을 버는데 가맹점 점주들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힘겨운 생존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30대 그룹 소속 178개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기준 사내유보금은 3월 말 현재 691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로 집계됐습니다. 2012년 말 515조 원에서 지난해 말 681조 원으로 매년 늘어나더니 3월 말 현재 최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최근 5년간 늘어난 유보금은 176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삼성그룹이 219조5000억 원으로 2012년보다 42.0%, 현대차그룹이 121조7000억 원으로 55.5%, SK그룹이 70조6000억 원으로 66.2%, LG그룹이 48조8000억 원으로 25.5% 늘었습니다. 재벌들이 돈을 벌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금고에 쌓아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벌과 부자들은 3~4세 세습에 골몰하며 금은보화를 쌓아두고 있는데, 밥 한 공기 가지고 우리끼리 갑론을박하고 있는 꼴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가난한 동네 주민이 아니라, 재벌과 권력임을 잊지 않는 것이, 촛불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아닐까요?
아참, 편지를 마무리하려는데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언주 의원이 파업에 참가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나쁜 사람들', '미친 놈들'이라며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고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0일 신문 1면에 '전교조, 비정규직 문제로 내분'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채용 과정이 다른 사람들까지 왜 우리가 정규직화 도와야하나, 일부 조합원들 반발 움직임'이라는 중간제목을 달았습니다. 평소엔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정규직노조를 비난하더니, 이번엔 비정규직과 연대하는 전교조를 공격해 분열을 꾀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노동은 필요한 노동과 불필요한 노동으로 구분되지, 귀한 노동과 하찮은 노동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조리노동은 교육노동만큼 반드시 필요한 노동입니다. 이언주 의원의 노동이야말로 불필요한 노동 아닐까요?
이언주 의원과 <조선일보>, 지난 세월 권력을 쥐고 흔들던 이들이 우리에게 '밥공기 쟁탈전'을 하라고 꼬드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분명해 보입니다. /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삼성LCD공장 백혈병, 첫 산업재해 인정의 의미는? 7.8 프레시안
형식적인 역학조사의 한계 인정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가 걸린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아닌 LCD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건 처음이다. 아울러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난소암에 걸려 사망한 고(故) 이은주(당시 36살) 씨가 2심 재판에서 이겼다. 난소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첫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된 것.
고교 3학년 때 삼성 공장 취업, 그리고 백혈병 진단
올해 33살인 김모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2년 7월 삼성전자 LCD 공장에 취업했다. 현장실습 도중 채용된 것이다. 이후 그는 5년7개월 동안 일하다 심한 피로감·생리불순 등의 이유로 2008년 2월 퇴사했다. 그리고 2년 뒤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014년 10월 요양급여 신청을 냈다. 이 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김 씨의 질병에 대해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가 산업재해 승인 신청을 한 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에 대해 역학조사를 했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김 씨의 백혈병이 그가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성이 낮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를 뒤집는 결정을 했다. 일회성 측정을 바탕으로 진행한 역학조사가 지닌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회성 조사가 지닌 한계
판정문은 "일회성 측정 결과가 김 씨가 근무했던 일상적이고 계속된 작업과정 중 발생하는 실제 유해물질의 노출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김 씨가 충분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고, 근무 기간이 긴 점을 보면 작업환경측정 결과나 역학조사 결과보다 더 많은 양의 발암물질 또는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요컨대 김 씨가 공장 안에서 다양한 유해물질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씨의 백혈병 발병 당시 나이가 25세에 불과했다는 점, 김 씨는 유전 및 지병 등 직업과 무관한 백혈병 발병 요인이 없다는 점, 삼성전자가 첫 번째 직장이었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결정적으로 김 씨가 삼성전자에서 일할 당시 충분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이번 판정에 대해 '일회성 측정에 바탕한 역학조사가 지닌 한계'를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간 형식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산업재해 인정을 거부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올림은 산업재해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여전히 재해자(일하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있는 데 대해선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난소암으로 사망…1, 2심 모두 '업무 관련성' 인정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난소암에 걸린 다른 노동자도 이날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재판장 김흥준)는 7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온양사업장에서 6년 넘게 일하다 퇴사한 뒤 2012년 난소암으로 숨진 이은주(당시 36살) 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 2부(재판장 박연욱)의 난소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첫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이 씨는 1993년 4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건강이 악화되자 1999년 퇴사했다. 그 뒤 난소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2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이 씨의 가족은 이 씨의 난소암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소송이 진행됐고, 1심과 2심 모두 이 씨의 가족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씨의 난소암이 업무상 재해라고 본 것이다.
일몰제 위기 '이기대·청사포공원' 난개발 제동 7.11 부산
속보=부산의 대표적 수변공원으로 시민들의 사랑 받는 이기대와 청사포공원에 대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제안(본보 5월 30일 자 10면 등 보도)이 반려됐다.
부산시는 10일 오후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남구 이기대공원과 해운대구 청사포공원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제안은 반려, 북구 덕천공원에 대한 제안은 조건부 수용됐다고 밝혔다. 청사포공원과 이기대공원에 각 3건의 민간사업 제안서가 접수됐지만, 시민의 공공자산인 이곳 공원들을 개발하게 될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기대공원에 대한 4870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설 제안의 경우 일반 주거시설의 자제를 권고한 부산시의 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아 이미 권고사항 위배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제안
부산시 "부작용 크다" 반려
덕천공원은 조건부 수용
라운드테이블에 참여 중인 한 위원은 "이기대와 청사포의 경우 주민은 물론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입을 모아 공원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반려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었다"며 "부산시가 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는 2020년 이전에 예산을 확보해 주요 부지부터 차례로 매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사업 찬성 여론이 높았던 덕천공원의 경우 문화재인 구포왜성을 보전하기 위해 이보다 층고가 높지 않은 선에서 개발하는 쪽으로 민간사업자의 제안이 조건부 수용됐다. 또 이보다 일주일 앞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는 1차 공고 대상 공원 중 부산진구 화지공원과 기장군 봉대산공원에 대한 사업 제안이 반려됐다. 동래구 온천공원은 조건부 수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부산의 한 공원녹지 전문가는 "동래 정씨 시조 선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이자 천연기념물 168호 '부산진 배롱나무'가 있는 화지공원의 경우 정씨 문중의 동의만 있다면 보전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보전녹지나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방법, 공원으로 재지정 하는 방법, 녹화계약제도 등의 대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간공원조성 특례는 오는 2020년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해제 위기에 놓인 공원 면적의 70%라도 보존하기 위해 30%의 개발을 허용하는 취지의 제도다. 올 4월 마감된 1차 공고 대상 공원 8곳 중 6곳에 대해 총 15건의 제안서가 접수된 바 있다. 공원별로 △온천공원 5건 △이기대공원 3건 △청사포공원 3건 △화지공원 2건 △봉대산공원 1건 △덕천공원 1건이 접수됐지만, 이기대와 청사포 등 4개 공원의 경우 개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청사포공원은 12~35층 규모의 관광·생활숙박 시설과 리조트 건설이 제안됐고, 이기대공원은 6~12층 규모의 호텔·콘도와 관광호텔·생활숙박 시설 등이 제안돼 논란을 빚었다. 이자영·김준용 기자 2young@
국제사설] 도심 재생에 몰리는 투기 세력 막을 방도 찾아야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 세력이 대이동 중이라고 한다. 부동산 업계는 투기 세력들이 자리를 옮겨 가며 소위 '풍선 효과'를 즐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들이 몰리는 곳이 바로 도심재생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구도심을 살리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든다는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도심재생에 연간 10조 원씩 5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원도심의 주인들은 주로 고연령층이다. 땅값이 들썩거리고 마을공동체가 흔들거리는데 대규모 사업 후에도 빈집이 남아돌거나 역으로 노인들을 그들의 터전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빚을까 걱정이다.
주요수법은 도심재생 예정지구에 미리 땅을 사 두는 '알박기'이다. 알박기가 가능한 것은 전면 철거 대신 동네마다 아파트단지 수준의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택배센터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업자들은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이들 시설이 들어설 집터를 사 놓으면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며 거래를 부추기는 실정이다. 고령자에 대한 대책으로 매입이나 임차 시, 고령층 소유자에게는 생활비에 상응하는 수준의 임대료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업자들의 농간은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 재생 후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피해를 입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도부터 시급해 보인다.
사업 대상지 중 하나인 영도구 남항동 '깡깡이 예술마을'이나 서구 아미동 일원에는 건물 매입 문의가 크게 늘었다. 도심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지역의 경우 땅값이 배나 오른 곳도 있어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부지 선점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이 시작되면 과열현상마저 우려된다.
대형 부동산 개발은 어김없이 개발 이익을 차지하는 측과 삶터를 떠나야 하는 측으로 나누었다. 이번에는 공동화된 도심지가 대상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고 도심 재생은 여느 개발사업과 다를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금물이다. 5년 동안 50조 원이 풀린다는데 투기 세력의 '도심재생' 공략이 심하면 심했지 덜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거래를 제한해서라도 서민들을 울리는 투기부터 잡을 일이다.
경향사설]국민의당, 반성하고 있다면 억지 부리기 그만하라
국민의당이 ‘문준용씨 취업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점점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어제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을 규탄하고, 특별검사를 통해 준용씨 취업비리 의혹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검찰에 수사 지침을 내렸다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검찰이 과잉충성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증거조작으로 선거질서를 무너뜨린 정당,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던 당 지도부의 자세라고 믿기 어려운 대응이다.
국민의당이 이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를 보면 공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유미씨가 범행을 고백한 직후에는 반성한다며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이내 열혈당원인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여당과 검찰이 짜고 벌이는 수사라며 반발했다. 검찰 수뇌부가 이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말했다가 갑자기 수사방향을 바꿨다는 게 음모론의 유일한 근거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방향은 처음부터 예상된 바다. 녹음테이프를 조작한 이씨가 이 전 최고위원 등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검찰이 당의 윗선 개입 여부를 조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상대 후보에 대한 중대한 제보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당 지도부가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곧바로 공표한 것이야말로 반드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런 지극히 당연한 조사를 음모라고 주장하는 국민의당은 그 저의를 의심받아 마땅하다. 추 대표가 ‘미필적 고의’라는 표현을 썼다고 수사에 무슨 대단한 배경이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행태야말로 구태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국민의당 죽이기에 나섰다. 여당 대표의 발언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어제 자유한국당 등 다른 야당들이 요구했다며 다시 특검을 통한 수사를 요구했다. 특히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준용씨의) 취업 특혜가 문제의 본질이고, 증거조작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사소한 곁가지”라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에 기대하는 눈치다. 혹여 야당들이 한데 뭉쳐 범죄를 묻고 가려는 의도라면 접기 바란다. 선거에 이기려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것이야말로 곁가지가 아닌 본질 중의 본질이다. 드러난 범죄를 그냥 덮고 갈 수는 없다. 국민의당이 진정 이번 사건을 반성하고 있다면 정치 공세 운운하지 말고 침묵하기 비란다.
2023년 영동대로에 서울광장 2.5배 대형광장 조성” 711한겨레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기본계획 발표
코엑스~현대차 신사옥 지상은 차없는거리
지하6층은 지하철·5개철도 있는 환승센터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기본계획에서 그린 상부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2023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건물과 현대자동차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2021년 완공 예정) 사이 영동대로가 서울광장 2.5배 크기의 대형광장으로 바뀐다. 이 구역 차로는 지하화되고 지하도로 아랫쪽에는 5개 광역철도를 위한 통합역사와 상업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29일 서울시와 국토부가 발표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이다.
영동대로 지하공간은 지하6층 16만㎡ 규모로 버스와 고속철도(K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위례~신사선 등 5개 철도를 타기 위한 복합환승센터가 만들어진다. 철도이용객 75%가 이용하는 고속철도와 수도권광역 급행철도는 지하4층에, 위례~신사선은 지하6층에 배치해 승객들은 대형 엘리베이터로 오가며 환승하게 된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계획은 코엑스, 현대차 사옥 등 주변 건물이 지상·지하를 통해 연결되면서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를 하나의 공간으로 개발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지상은 길이 240m, 폭 70m 대형 광장에서 건물들이 서로 이어지는 동시에 지하로는 2호선 삼성역, 9호선 봉은사역 및 주변 건물들과 14곳 출입구로 연결된다. 지하 공간은 코엑스 16만5천㎡, 현대차 사옥 10만㎡까지 합하면 잠실야구장의 30배 크기에 달하는 대규모 지하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복합환승센터 건설계획 단면도 서울시 제공
이번에 발표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기본계획은 지난해 5월 밝혔던 ‘기본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것을 2023년 완공으로 기간을 늘리면서 사업비도 1조 1691억원에서 1조 3067억원으로 늘어났다. 도심공항터미널을 이전하는 대신 지하철역과 연계하기로 하면서 공사구간이 370m 정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철도건설비 7751억 원은 민간투자 2315억을 받고 정부가 4065억 원, 서울시가 1371억 원을 부담하며 지하공간 개발사업비 5,316억 원 현대차 공공기여금과 교통개선대책분담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은 오는 10월 국제설계공모를 완료하고 2019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복 D-1, 전통보양식(?) 개 보신탕집 얼마나 되나? 711한국경제
12일 초복을 앞두고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식용을 반대하며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슈지만 동물단체들은 지난해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와 반려견이 나란히 있는 사진을 공항버스 광고로 게재하면서 개식용 문제를 이슈화했다.
올해는 `이제 그만 잡수시개`를 슬로건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후세대가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개고기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벌어지는 불법요소들과 비윤리적인 실태가 알려져 개고기 소비가 감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물반려인 1000만명 시대를 맞이 개 식용문화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개에 대한 인식이 과거 음식이 아닌 `가족`으로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인데,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서 2014년에는 329곳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개농장 운영자들로 구성된 육견협회는 개식용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는 각종 문제는 개식용이 합법화되면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식용이라는 이유로 연간 100만 마리, 하루 2,740마리의 개들이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동물단체 카라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의 자료를 요구해 최소 2,862개 농장에서 78만1,740 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개 식용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느 한 부처가 이를 주도하기 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 관계 부처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이재용 독대한 날 최순실과 8번 ‘대포폰 통화’
이 부회장 3차 독대때 짜맞춘 듯 오전·저녁 20여분 통화
특검 “독대 시간엔 전화 연결 없어” 최씨 시간대 파악 정황
하루 차이로 독대한 ‘이재용-최태원’도 앞뒤로 문자·전화
박 전 대통령 공판 증인으로 나온 이재용도 “증언 거부”
왼발 부상 박 전 대통령 “심한 통증” 호소…재판 불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차 독대’를 한 지난해 2월15일, 이 부회장을 만나기 전과 만난 직후에 최순실씨와 이른바 ‘대포폰’으로 총 8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런 통화 내역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약속받기 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긴밀하게 협의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주요 정황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이 독대 다음날인 2월16일에, 당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가 예정돼 있던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여러 차례 연락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 ‘3차 독대’ 전후 ‘박-최 통화기록’
<한겨레>가 입수한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을 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이재용 부회장과의 3차 독대 당일 8차례에 걸쳐 약 23분 동안 긴밀히 통화했다. 최씨가 이날 오전 9시15분과 낮 12시43분에 두 차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 전 대통령도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두 차례 최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오후 5시18분부터 또 4차례에 걸쳐 4분여 동안 통화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씨가 이 부회장의 독대 시간대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둘 사이 통화가 한 번도 연결이 안 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 독대 시간을 피해 서로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법정에서 “2015년 7월24~25일 있었던 대기업 총수 면담 일정이 적힌 종이를 최씨 안방에서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장씨가 지목한 시기는 아니지만, 이날 통화 내역에 비춰보면 3차 면담 때도 최씨가 총수 독대 일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3차 면담 때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계획안을 이 부회장에게 전달했고, 삼성은 이 자리에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독대 후 박 전 대통령 지시를 기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라고 적힌 메모가 있다. 특검은 3차 독대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 입증에 핵심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달리 삼성이 이 부회장 일가의 금융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긴밀하게 진행되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독대 자리에서 언급된 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이재용-최태원도 긴밀히 연락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쪽이 바삐 움직인 만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쪽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독대한 다음날인 2월16일에 당일 독대를 앞둔 최태원 회장과 통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2015년 12월19일부터 2016년 11월18일까지 약 1년 동안 두 사람의 통화내역을 보면, 약 100차례 정도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모두 문자메시지였다. 통화한 것은 이날이 유일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2월15일엔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이 3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최 회장의 독대가 있던 이튿날에는 새벽 5시에 이 부회장이 먼저 문자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10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특검 관계자는 “뇌물을 받는 쪽은 물론 주는 쪽에서도 긴박하게 움직인 것이다. 먼저 독대를 마친 이 부회장이 독대를 앞둔 최 회장과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재판에 나온 이 부회장은 ‘당시 전화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앞서 삼성의 다른 임원들처럼 이 부회장은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고, 증인신문은 12분 만에 끝났다. 앞서 지난달 같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에스케이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액수를 확인했고, 케이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사업에 대한 도움도 요청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근혜-이재용’ 법정 만남은 불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이 부회장과 조우하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주에 왼발을 심하게 찧어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더 심해져 거동 자체가 불편한 상황이 됐다”며 “주 4회 재판으로 심신이 지쳐 수면도 제대로 못 하는데 상처가 악화될까봐 치료한 뒤에 출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이 발가락 상처 치료로 내일부터 출석할 예정이라, 변론을 분리해서 공판기일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금수저 유학통로' 미인가 국제학교 10곳 퇴출 위기 7.11 매일경제
年학비만 수천만원 달해 사교육 위화감 조성
외국인 강사 줄줄이 추방에 매년 열던 영어캠프도 취소…한남동 `이튼 프렙` 등 파행
■ 칼빼든 법무부, 무자격 외국인강사 비자 단속 고삐
연간 학비가 3000만원에 육박해 '귀족 학교'로 불리던 서울 도심 내 미인가 국제학교들이 줄줄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해당 학교 강사들의 비자 자격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당국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쩍 강화된 '평등교육' 기조에 발맞춰 비인가 고가 사교육시장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의 '고가 사교육 철퇴' 전선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매일경제가 강남지역 복수의 미인가 대안학교와 학부모를 취재한 결과 외국인 강사들이 추방 위기에 놓이면서 사실상 학교 운영이 어려워진 미인가 국제학교는 서울지역만 줄잡아 10곳 이상에 이른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당초 학교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개인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학교가 아닌 학원 등록 형태로 설립됐지만 다수 학교는 외국인 강사를 고용해 국제학교처럼 운영돼 조기 유학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강남지역 학부모들에 따르면 서초구 소재 A학교는 중등과정을 폐지하고 매년 여름에 하던 영어캠프를 취소하는 등 운영에 위기를 맞고 있고, 강남 B학교는 강사 추방 조치 이후 교장과 교사 1명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감당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0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미인가 국제학교 '이튼하우스 프렙'을 방문해 원어민 강사들 비자 상태를 조사했다. 이 학교 재학생은 150명 수준으로 모 대기업 회장 자녀들을 비롯해 연예인 자녀 다수가 다니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외국인이 취득하는 한국 E2비자(영어 회화 교사 자격)다. E2비자로는 정식 교과 수업을 할 수 없는데도 이곳 강사들이 사실상 '교과 수업'을 해왔던 것. 법무부 조사 이후 이곳 원어민 강사들이 줄줄이 짐을 싸 한국을 떠나게 됐고 한 달여간 정상 수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인 A씨는 "연극 연습을 핑계로 한 달 동안 공연 준비와 야외 수업에만 몰두했다"며 "선생이 없는데도 학교 측은 '정상화 방안'이라며 다른 곳으로 옮겨서 계속 불법 영업을 하겠다는 식이 전부"라고 한탄했다.
해당 학교는 정식으로 인가받은 국제학교와 비교해도 학비가 '톱10' 안에 드는 수준이다. 1년 학비만 2500만원 이상이며 셔틀버스비와 방과 후 활동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연간 3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은 "E2비자 강사들을 대신해 F비자(배우자 자격)를 받은 강사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학교 측에서 F비자 자격 강사를 모집하는 것은 F비자 소지자 남편이 외교관 또는 교수, 한국 주재 기업 종사자들의 배우자인 만큼 강사 비자가 문제가 되더라도 당장 추방 조치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매일경제는 수차례 학교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육당국과 법무부가 '칼'을 꺼내 든 것은 단순히 비자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학교는 법인을 여러 개 신설해 교육청에 신고 가능한 강습료 최고액을 넘겨 수강료를 징수하는 등 편법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카페테리아로 사업자 등록을 한 학교 측 자회사에 강습료 외 비용을 별도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또 일부 학교는 학원법에 규정된 수강료 규정을 어기고 하루만 늦게 강의료를 납부해도 1.5%에 달하는 연체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인가 학교 관계자는 "이미 시교육청이나 관계당국이 운영 실태를 다 알고 있었는데 새 정부 들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외교·자사고 퇴출은 당장 힘드니 만만한 우리한테 먼저 칼을 꺼내 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학부모 측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부모는 인가받은 학교만 초·중등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준비 중이다. 40대 학부모 배 모씨는 "내 자식에게 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당연한 바람"이라며 "똑같은 교육을 받으라는 건 학부모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라이트' 학자가 보수의 '희망'이라는 퇴행적 상황 711프레시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정말 '노선 차이'라는 게 있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이 이미 '운동'으로서 퇴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뉴라이트' 성향 학자에게 혁신의 칼자루를 쥐여주었다. 이승만, 박정희 재평가 운동에 힘을 쓰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것.
류 교수의 성향은 다분히 과거지향적이다. 그는 촛불집회에 맞불 성격인 태극기집회에 대해 '의병활동'이라고 추켜세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지난 1월 한 언론사 기명 칼럼에서 "태극기 집회는 이제 광화문 촛불집회를 압도한다"며 "태극기 집회는 언론과 국회 그리고 검찰과 특검이 유린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수호하는 의병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건의 발단이 된 태블릿PC의 기록이 조작일 가능성"을 거론하며 언론과 국회, 검찰을 향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라고 비난했다. 류 교수는 또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우파 학자다.
그는 지난 6월 전희경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승만은 독립운동 내내 무국적자로 활동했는데 김구는 중국 국적, 안창호는 미국 국적, 김일성을 중국과 소련 국적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며 "(1919년) 4월 10일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일로 삼으면 중국과 소련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 북한 정통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일부 이상한 사람들이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한다"며 "부모가 눈이 맞아 연애를 하고 사귀다가 거사를 치르고 자궁에 정자가 자리를 잡고 일정 기간이 지나 태어나야 그날이 생일인데 1919년은 임신한 날일 수도 있고 연애를 한 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0월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결' 논의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의 안보가 위기라고 가정하며, "50년 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유신'이라는 비상수단이 동원됐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은 다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이 상황에도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주자'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 응징"을 얘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고 한탄했다.
현재 류 교수는 이승만연구원 원장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자유당' 연구자가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맡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뒤죽박죽' 보수 정당들…친박-친이의 퇴행적 형태일 뿐
류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은, 대선 패배 이후 보수 진영이 패닉에 빠져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현재 보수를 자처하는 두 정당의 모습이나 정체성은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보수 혁신을 언급하며 '뉴라이트' 학자를 끌어들이고, 무능이 확인된 친박계 인사가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가 하면, 바른정당의 경우는 '친이명박'계로 'NLL 정상회담 대화록 폭로전'의 주역이기도 한 정문헌 전 의원이 당 사무총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막말'과 구태의 대명사로 떠오른 홍준표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이끄는 것은 매우 낯설다.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동거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모습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두 보수 정당이 '친박계'와 '친이계'의 퇴행을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보수'와 '신보수'의 노선 차이가 양당의 정체성을 결정하지 못하고, 낡은 계파와 '친소 관계'로 인해 정당이 나뉘어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보고서 뜯어보니, 이명박 사설 흥신소 수준 711프레시안
정치 및 선거 개입 노골화, 야당 정치인 사찰 정황까지도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오른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동원해 국내 정치 및 선거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크게 번질 전망이다.
11일 <세계일보>가 추가로 공개한 국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이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비, 정치인 사찰 및 대통령 국정 지지율 분석 등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게 빼앗긴 후 벌어진 일이다.
2011년 11월경 작성된 문건은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 조직이 마치 집권여당의 전략 수립 기관처럼 운영된 정황이다. 이는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야당 · 좌파의 '표적 수사' 등 여론 왜곡이 우려되므로 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
국정원은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0.26 재보선시 野圈(야권)·左派(좌파)에 의해 선거법 위반 행위가 집중 자행"되었다며 "철저한 수사·엄단을 통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재보선 과정에서 단속·접수된 선거법 위반 및 고소·고발 건은 전국적으로 검찰 56건, 경찰 87건, 선관위 162건 등으로 파악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나꼼수'를 통해 유포한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이용 의혹을 경찰이 집중 수사 중이라고 적었다.
이는 관련 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이 다른 정부 기관 운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국정원은 이어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 등 不法(불법)행위를 一罰百戒(일벌백계), 野黨·左派의 法治(법치)·공권력 경시 풍조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野黨·左派의 '표적 수사' 등 여론 왜곡이 우려되므로 搜査(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이라고 명시했다.
수사권까지 가진 국정원의 명백한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사 독려 사실은 보안'이라고 한 것은 국정원 스스로 이같은 일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좌익진영, SNS 파워 유저를 통한 '사회변혁' 메시지 전달 파괴력 확인"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이라는 보고서에서 국정원은 당시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이 "주변에 '박원순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해 보니 左翼(좌익)진영이 오래 전부터 차기 執權(집권) 전략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언급"하며 10.26 재보선 전후 '좌익진영'의 선거전략을 분석했다.
국정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등장·박원순 당선 등 정치권 지각변동"에 대해 "결코 우연이나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춘 콘서트'와 '나꼼수' 등이 기성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하는' 토대를 조성"했다고 내다봤다. 부수적으로는 "'청춘 콘서트'와 '나꼼수' 등은 선거 프레임 자체를 '與野(여야)·지역 대결'에서 '상식 vs. 비상식' · '世代 (세대)·계급 대결' 등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후보 선출 시기에는 野圈 연대를 내세워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폭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左성향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어"냈다며 야권에서는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비(非) 정치인인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의 재선과 안철수 원장을 대선에 내세우면 "승산이 클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SNS 파워 유저인 소설가 이외수와 방송인 김제동을 별도로 언급하며, "(파워 유저들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인 만큼, 기성 政黨(정당)들은 내년 大選(대선)까지 1년 동안 열세를 만회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左翼진영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러한 선거전략의 파괴력을 확인"했다며 "大選까지 남은 기간 동안 無堂派를 主(주) 타깃으로 설정하여 선동을 지속, 총성도·결집력을 강화해나가는 데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 국정원은 '2040세대의 對(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20·30·40대가 주요 선거마다 野(야) 후보로 급격한 쏠림을 보이는 등 지지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세대별 민심이반의 원인 진단과 함께 지지회복을 위한 대응방향"을 전달했다. 국정원은 "2040세대의 野圈지지 동조화 경향"이 뚜렷하다며 '지난 10년간 주요 선거에서 나타난 세대별 표심'을 표로 정리해 보고했다.
심지어 여론조사를 동원해 민심 동향을 체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2040세대의 국정지지도가 국민 평균치보다 크게 하회한다며, "이들은 대체로 자신을 '中道(중도)'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野圈과 높은 적합성을 보이는 반면, 大統領님 및 與黨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 한미 FTA 등 국정 핵심 현안에도 야당 등 반대세력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國政(에)부담 요인"이라고 했다.
흡사 국정원이 정부 여당의 '전략 기획 흥신소'로 전락한 듯한 모습이다.
‘계층 사다리’는 끊어졌다… 서울 7개 의대 소득분위 최초 분석 711 국민
서울권 주요 의과대학에 고소득층 자녀가 압도적으로 많이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소득층 자녀 8명이 ‘인(in)서울’ 의대에 진학할 때 저소득층 자녀는 1명 정도만 경쟁을 뚫고 의대생이 되고 있었다. 중간 소득층은 의대 진입로가 더 좁았는데 최상위 소득층 10명 당 1명꼴이었다.
이는 국가장학금 신청으로 소득 수준이 파악된 경우로 한정된 수치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가 신청자보다 더 많기 때문에 경제적 격차가 교육 시스템을 매개로 대물림되는 현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입 레이스의 정점에 있는 의대 입시가 부모의 지갑 두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11일 한국장학재단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2016학년도 의대 국가장학금 소득 분위별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권 7개 주요 의대 재학생 중 소득 최상위층인 10분위 재학생은 469명이었다. 7개 의대는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가나다순) 등이다. 의대 재학생 집안의 소득 수준이 정부 통계로 드러난 건 처음이다.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생 집안의 소득인정액을 계산한 뒤 1∼10분위로 구분해 국가장학금을 차등 지급한다. 9분위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보고 지원하지 않는다. 2016학년도 1학기 당시 10분위 소득인정액은 월 1170만원 초과였다.
10분위 469명은 다른 모든 계층을 압도하는 수치다. 2016학년도 1학기에 7개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인원은 1060명이었는데, 서류 미비 등으로 탈락한 55명을 제외한 1005명의 소득이 파악됐다(표 참조). 기초생활수급권자∼2분위는 184명이었다. 분위별 평균 61명으로 10분위의 8분의 1 수준이었다. 중간 소득층인 3∼8분위 평균은 44.6명으로 10분의 1이었다.
고려대는 10분위가 168명으로 국가장학금 신청자의 66.7%에 달했다. 기초수급자∼9분위를 모두 합쳐도 한참 못 미친다. 반면 연세대는 10분위 37.1%(49명), 중앙대 39.8%(49명)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고려대에 부유층이 집중됐다고 보긴 어렵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가 있기 때문이다. 7개 의대 재학생은 3471명이었는데 2411명(69.4%)이 신청하지 않았다. 연세대는 83.5%(955명)가 미신청자였는데 고려대는 46.8%(233명)였다.
6년을 다녀야 하는 의대는 등록금만 연간 1000만∼1200만원 수준이다. 학습량도 많아 아르바이트가 힘들다. 정부가 학비를 내준다는데 거부하는 인원은 소득 공개를 꺼리는 부유층, 과거 9분위 이상으로 판명된 인원이 대다수일 것으로 교육 당국은 추정한다. 국가장학금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B학점 미만) 교내외 장학금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일부 포함됐지만 다수는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김병욱 의원은 “교육이 예전엔 계층 격차를 극복하는 수단이었지만 이제 격차를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됐다”며 “고교 체제나 입시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고 영·유아부터 체계적으로 정책을 설계해 교육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언론과 허남식 시장의 연결고리, 골프와 소갈비 711미디어오늘
2010년 부산시장선거 당시 언론 접대 정황 문건 등장… 허남식 측근 “소갈비 선물, 우호적 여론 확산 위해”
지난 7일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특정 범죄 가중처벌법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허 전 시장 측과 부산 지역 언론과의 유착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판결문을 통해 공개됐다.
당초 검찰은 허 전 시장의 비선 참모이자 고교 동기인 이아무개씨(67)를 통해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7)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허 전 시장을 재판에 넘기며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 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이씨에게는 징역 2년 6월과 벌금 3000만 원,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허 전 시장과 지역 언론의 매개 역할을 주도적으로 했다. 이씨는 부산 지역 일간지인 국제신문, 부산일보, 부산매일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원로 언론인으로 2010년 6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허 전 시장의 선거캠프 참모로서 기획 및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권력과 지역 언론의 유착을 보여주는 단서는 이씨가 작성한 문건들이었다.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허 전 시장과 관련해 4개의 문서를 작성했다. 그 가운데서도 ‘부산 언론인 접촉 중간결과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눈에 띈다. 이 문건은 이씨가 2009년 12월경 허 전 시장의 2010년 부산시장 선거를 대비해 언론인들을 만나 언론사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허 전 시장의 이미지메이킹을 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것을 허 전 시장에게 전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9월 63명에게 추석선물로 최상급 소갈비 한 상자씩 전달”, “일선 기자들에 대해서도 새해부턴 크로스 스킨십 절대 필요. 곧 간부, 기자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있을 부산일보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 필요” 등이었다.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소갈비 부분에 대해서 “소갈비 선물을 보낸 63명은 언론사 부장 이상 간부들도 기억하고, 추석 명절 겸 허남식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확산을 위해 선물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7일 오전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허남식(68) 전 부산시장이 부산법원종합청사를 나서고 있다. 허 전 시장은 측근을 통해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에게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 연합뉴스
보고서에는 “언론인, 부산시의원, 부산시 공무원 등과 접촉해 허남식에 대한 호의적 여론을 생산, 확산시켜 부산시장 3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크게 퇴조했다”는 대목이 있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소회’라는 문건(이하 ‘소회 문건’)은 이씨가 2010년 6월 그해 부산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감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 향후 시정 운영 방향 제시 등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로비 정황 등이 담겨 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한 문건의 주요 내용을 보면 “부산 MBC에서 지지율 조사 결과 허남식 후보의 지지율이 39%로 터무니없게 적게 나오자 폐기처분을 지시. 조사 담당 동의대 측은 부랴부랴 다시 조사한 결과 57%를 내놓아 부산일보와 공동 보도했고 이 과정에서 (상대 진영인 민주당) 김정길 (후보) 측이 강하게 반발”, “국제신문도 허후보 측의 지지율 37%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발표 전 사전에 이를 간파한 캠프와 이씨의 심한 항의를 받았음. 그래서 1면 톱 제목 부제의 하나로 ‘당선가능성 허후보 67%, 김후보 6%’라고 표제” 등이다.
부산일보는 2010년 5월27일 “허남식 57.2% 김정길 31.5%”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부산일보-부산MBC 2차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가 김정길 야권단일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국제신문도 “허남식 37.6% 김정길 24.9%… 당선 가능성 許 62%· 金 6%”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달 2일 실시되는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민주당 김정길 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가고 있지만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소회 문건에는 “MBC와 KNN 프로듀서들은 토론회 전에 미리 질문사항을 우리 팀에 귀띔해줘 도움”이 됐다는 내용과 “언론의 이와 같은 태도는 그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결과” 등의 구절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언론의 우호적인 태도가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언론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골프 초청을 추진했다는 대목도 있다. “OO그룹 조아무개 회장이 부산 언론사 사장단들을 7월17일과 18일 중국에 골프 초청”을 했으며 이씨는 “6월12일 조선일보 등 중앙지, 13일 부산일보, 19일 KNN, 7월3일 국제신문 기자들과 골프회동을 갖는 등 순차적으로 ‘보은 행사’를 준비”했다.
재판부는 개인별 출입국현황을 통해 조 회장 및 당시 부산 MBC 사장, 부산일보 사장, 국제신문 사장, KNN 사장, 연합뉴스 상무이사는 모두 2010년 7월17일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같은 달 18일 귀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이씨가 OOO컨트리클럽에서 2010년 6월12일 99만7300원, 2010년 6월13일 112만8000원, 2010년 6월19일 167만9800원 등을 결제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허 전 시장 측은 재판에서 2010년 부산시장선거 당시 김정길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20~30% 앞서고 있었고 당선이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씨의 언론인에 대한 불법적인 접대를 용인할 이유나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0년 부산시장선거는 이전 선거와는 다르게 2010년 5월 야권 단일화로 상대 후보가 김정길 1명 밖에 없었고 선거 결과도 이전 선거에 비해 허남식의 득표율이 10% 정도 하락한 것에 비춰보면 이전 선거에 비해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부산 지역 언론이 향응 접대를 받고 여론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사태에서 진정으로 놀라운 대목 711시사인
국민의당은 문준용씨에 대한 제보 조작 사건이 이유미씨 개인 일탈이며 당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제보에 대해 정상적인 검증을 하지 않은 책임은 회피한다.
문준용씨에 대한 국민의당의 제보 조작 사건은 어느 모로 보나 구태 정치다. 역설적으로 그 터무니없는 시대착오가, 오늘날의 한국 정치에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진다. 제보 조작 사건의 궤적을 되짚으면 이 역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선 나흘 전인 지난 5월5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인원 부단장이 중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아들 문준용씨가, 아버지인 문 후보의 권유를 받고 2006년 고용정보원에 원서를 냈다는 제보자 증언을 공개한 것이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과정은 대선 내내 ‘특혜성 취업’ 여부로 공방이 오가던 쟁점이었다.
5월5일 의혹 제기가 중대했던 이유는, 준용씨의 취업 과정에 문 후보가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기자회견 이전까지 ‘특혜성 취업’ 주장은 물증보다는 여러 불확실한 정황에 기대고 있었다. 문 후보가 고용정보원을 지목해 원서를 쓰라고 했다는 증언은, 이전까지 나온 정황들을 하나로 꿰어 ‘권력형 취업 알선 사건’을 만들어주는 정보였다.
ⓒ연합뉴스 6월29일 이유미 전 국민의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 제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보자의 음성 녹음이라며 안철수 캠프에 건네진 파일은, 사실 국민의당 관계자가 자신의 가족과 짜고 녹음한 역할극이었다. 이 조작 파일을 만든 이유미씨는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66일, 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이라는 책을 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국민의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그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6월29일 구속됐다.
대선 막바지로 갈수록 지지율이 빠지던 안철수 캠프는 준용씨의 특혜성 취업 의혹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유미씨는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메신저 등으로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선 선거운동을 했다. 두 사람은 사석에서, 이유미씨의 지인 중에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준용씨도 이 학교를 다녔다) 출신이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4월 말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씨에게 그 지인을 제보자로 확보하자고 요청한다. 이유미씨는 그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요약해서 메신저로 보냈다. 문재인 후보가 준용씨를 고용정보원에 ‘꽂아넣었고’, 그 사실을 준용씨가 파슨스 디자인스쿨 재학 시절 자랑 삼아 말하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녹취 등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5월1일 이유미씨는 지인들과의 대화 캡처라면서 메신저 창 이미지를 보내며 ‘제보’의 수위를 높인다.
5월3일, 이유미씨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한 남성과 통화하는 녹음 파일을 보낸다. 내용은 앞서 보낸 메모와 유사하다. 훗날 이유미씨가 기획한 역할극으로 확인된 그 녹음 파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씨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대선 캠프 공명선거추진단으로 넘긴다. 공명선거추진단 김인원 부단장이 이틀 뒤인 5월5일 이 내용을 발표한다. 문재인 캠프는 해당 사안이 허위 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한다.
안철수 후보·박지원 위원장, 어디까지 알았나?
5월7일, 김인원 부단장이 다시 반박 기자회견을 연다. 김 부단장은 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국민의당이 한 사람의 증언자를 조작해 가짜 인터뷰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조차 틀렸다. 민주당은 평소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있지도 않은 가공인물을 내세워 가짜 인터뷰를 조작하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그런 기술이 없다. 국민의당은 한 사람만의 제보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다.” 이날 김 부단장이 정확히 표현한 대로, 5월5일 이후의 공방전은 ‘있지도 않은 가공인물을 내세워 가짜 인터뷰를 조작’한 사건으로 결론 났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김 부단장의 브리핑과 다르다.
검찰은 제보 조작 과정에 국민의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 대목이 지금 여론의 핵심 관심사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말하면, 안철수 대선 후보와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언제부터, 어느 수준까지 사실을 알고 있었나에 관심이 쏠린다. 언론도 당·캠프 지도부의 개입 여부에 취재를 집중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당은 검찰과 언론에 조직적 개입 여부를 추궁당하는 이 구도에서 당의 활로를 발견하려 한다.
ⓒ안철수 전 의원 트위터 갈무리 2016년 1월15일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던 안철수 의원은 벤처사업가인 이준서씨(오른쪽)를 1호로 영입하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이 당은 해체해야 한다.” 6월28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한 말이다. 당 해체까지 각오하는 단호한 결의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맥락이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개인 일탈이냐, 조직 차원의 조작이냐’ 구도로 재구성한다. 후자라면 당이 해체해야 한다는 말을 뒤집어보면, 전자로 결론 날 경우 당과 안철수 대선 후보의 책임은 도의적 차원으로 그친다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이 경로, 핵심 전선을 조직적 개입 여부로 재구성한 후에 이유미씨의 개인 일탈로 마무리하는 경로가, 국민의당으로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가장 버틸 만한 전장까지 최대한 후퇴해 최후 방어선을 친 것이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지도부의 조직적 개입 사실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당의 이런 기대가 터무니없지도 않다. 이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여론이 사태를 침소봉대했다며 반전을 꾀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 직후 터진 ‘리베이트 사건’으로 휘청했지만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기사회생했던 선례도 있다. 조직적 개입 여부에 최후 방어선을 치는 전략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최후 방어선은 정치인이 감당할 기본적인 직업윤리를 무시해야만 성립한다. 반드시 던져져야 하지만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를 검증도 하지 않고 대선 한복판에 던져놓을 수 있었을까. 정당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선거 수행 능력으로, 정당이 띄우는 대선 캠프는 일종의 ‘선거 머신’이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제보를 걸러내는 작업은 선거 머신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에 속한다. 이번 제보 조작 사태만큼 선거 머신이 고장 난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여러 대선 캠프가 ‘공명선거추진단’ 등으로 불리는 조직을 둔다. 정치권에서 더 익숙하게 부르는 비공식 명칭은 ‘네거티브팀’이다. 상대 후보의 개인 이력을 공격하고, 상대 캠프가 우리 후보에게 펴는 네거티브 공세를 대응·방어하는 팀이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는, 네거티브팀의 과속을 제어할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시스템 사고였다.
“대책 없이 당한 캠프의 무능이 진정 놀라워”
네거티브팀 업무는 보통 이렇게 작동한다. 대선 캠프에는 상대 후보에 대한 숱한 제보가 들어온다. 소위 ‘깜이 안 되는’ 제보는 접수 단계에서 버려진다. 가능성이 보이는 제보를 중심으로 실체를 맞춰가다보면,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만한 ‘물건’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 관건이다.
ⓒ연합뉴스 6월26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문준용씨 취업 관련 제보가 조작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네거티브팀 책임자는 ‘물건’을 캠프 내부의 다른 팀 책임자들 앞에 놓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전략·공보·법률 등 여러 단위가 모여앉아 각자의 관점에서 판단을 내놓는다.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고 해도, 법률지원단이 보기에 사실 검증이 부실해 뒷감당이 안 될 수 있다. 공보 라인이 보기에 언론사들이 기사로 쓰기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전략 단위에서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네거티브팀이 만든 ‘물건’을 실제로 사용할지는 이처럼 여러 단위의 교차 검증을 거친다.
네거티브팀은 상대 후보 공격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지만 법률지원단은 캠프 방어를, 공보는 확산을, 전략은 유리한 선거 구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과 관심사를 가진 단위들의 교차 검증을 거치면 아이템의 생존율은 뚝 떨어진다. 대선이라는 ‘이기고 보는 싸움’에서도 가혹한 내부 검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유는, 대선이야말로 한 발만 잘못 디뎠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위태로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네거티브팀은 상대의 도덕성에 치명적 공세를 펼치는 단위인 만큼, 네거티브가 되치기 당했을 때의 피해 역시 치명적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일종의 별동대로 검증 업무를 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공명심에 취했든 판단력이 흐려졌든, 부실하고 위험한 폭로거리를 들고 오는 ‘또라이’의 등장은 전혀 놀랍지 않다. 그건 대선에서 흔한 일이다. 오히려 또라이에 대책 없이 당한 캠프의 무능이야말로 이번 사태에서 진정 놀라운 대목이다.”
이번 제보 조작은 고도의 속임수를 부린 것도 아니었으며, 본인 확인을 요구하는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검증이 가능했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가져온 제보를 공식 발표하는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검증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네거티브팀이 과속을 할 때 캠프 차원의 제어도 작동하지 않았다.
조직적 개입을 부인하려면 제보 조작 사건을 온전히 네거티브팀 안에서 일어난 일로, 거기서 다시 이유미씨 개인이 저지른 일로 끊임없이 고립시켜야 한다. 사태 발생 이후 국민의당 주요 정치인들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고립이야말로 시스템 설계 실패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국민의당이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라는 최후 방어선을 지켜내려 하면 할수록, ‘선거 머신’으로서 터무니없는 무능을 고백해야만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모든 선거는 결국 후보의 선거다. 국민의당 대선 캠프의 최종 결정권자는 안철수 전 후보다. 제보 조작이 확인되고 5일째인 6월30일까지 안 전 후보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쟁점이 ‘조직적 개입이냐 개인 일탈이냐’로 형성될 경우, 안 전 후보는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구도에서는, 검찰 수사로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침묵을 지키는 태도도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에러를 조장하는 캠프의 무능이 문제가 될 때, 안 전 후보는 지금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입장 표명을 피할 수 없는 최종 책임자다.
‘구태 정치’는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고 한국 사회가 믿던 시절이 있었다. 2012년 안철수 현상은 그 결과물이었다. 안 전 후보는 2012년 정치에 뛰어들 때부터 ‘비생산적이고 전문성 없는 여의도 정치’와 ‘생산적·합리적인 민간 전문가’를 대립시키는 화법을 즐겨 구사했다. 하지만 정치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특유의 전문성은 분명 존재한다. 대선을 수행하는 초대형 선거 머신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는 그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과제다. 이렇게 해서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는 흥미로운 역설을 드러낸다.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는 지도자야말로, 본의와 무관하게 결국 터무니없는 구태 정치에 최적의 그늘을 제공한다.
삼성 출입기자들의 김칫국 7.10 시사인
보통 법정 취재는 검찰과 법원을 담당하는 ‘법조 기자’들 몫이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에는 유독 보수 언론뿐 아니라 경제 전문지 소속 산업부 기자들이 취재한다. 바로 삼성 출입기자들이다. 취재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하지만 법조 기자가 아닌, 삼성 출입기자가 법정 관련 기사를 쓴다면?
요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해, 경제 전문지들의 이 부회장 법정 기사를 보면, ‘무죄판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사의 추가 삼성 쪽에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재판부가 ‘안종범 업무수첩’에 대해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하자, 한 보수 일간지는 ‘예고편만 요란했던 맹탕 안종범 수첩’이라는 칼럼을 내보내기도 했다. “얼굴 걸고 쓸 만한 기사인지 모르겠네요”라는 누리꾼의 댓글이 달렸다. 정작 법조 기자들은 “뇌물죄 재판에서 정황증거로 유죄 인정한 사례가 많은데,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만 특별한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 게 의아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기적인 커플 송중기·송혜교 결혼 소식에 누리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호명했다. 지난해 4월11일 박근혜 ‘대통령님’은 송중기·송혜교 커플이 출연한 <태양의 후예>에 대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모범사례”라고 직접 호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달 뒤 안종범 전 수석에게 ‘팬심’을 드러낸다.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송중기씨의 발자취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태양의 후예> 홍보자료를 보완하고, 송중기씨 입간판을 만들라’는 VIP의 지시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이 송·송 커플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면? 누리꾼들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염려된다고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코 베인다는 속담은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여성가족부 수장인 강은희 전 장관(사진)이 퇴임을 하루 앞둔 7월6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강 전 장관은 김복동 할머니에게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사과했다”라고 말했고, 듣다 못한 김 할머니는 “그런 거짓말 하지 말라”고 버럭 역정을 냈다. 이 내용은 강 전 장관이 다녀간 뒤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이 할머니를 무시하고 우롱했다는 분노의 글이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다. 파문이 일자 강 전 장관은 “퇴임 인사차 정대협을 찾았다가 가벼운 담소를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보톡스, 1000억원에서 4조원 시장으로 ‘골드러시’ 7.9 시사저널
국내 보톡스 업체들, 세계시장 진출
‘알톡스(종아리 보톡스)’ ‘스마일 보톡스(입꼬리 보톡스)’ 등 부위에 따른 보톡스를 일컫는 별칭들이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보톡스가 치료보다 미용 목적으로 인기다. 이성완 메디톡스 홍보과장은 “종아리나 사각턱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이 나지 않은 부위라도 의사의 권한으로 보톡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치료 목적으로 보톡스가 국내로 들어왔다. 세계 최대 보톡스 업체인 엘러간이 2002년 주름살 개선용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 국내에서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의 사용이 급증했다. 그러자 국내 제약사들도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선보였고, 2010년 휴젤이 ‘보툴렉스’, 2014년 대웅제약이 ‘나보타’라는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국산 보톡스가 쏟아지자 50만원대의 보톡스 시술 가격이 최근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부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특정 시술을 받으면 보톡스 주사의 경우 무료로 해 줄 정도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보톡스 가격이 계속 내려갔다. 현재 사각턱 시술 기준 외국산은 13만원인데 국산은 5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대 보톡스 시장 ‘미국 진출’ 봇물
식약처가 허가한 보톡스는 7개 회사(제조사 3개, 수입사 4개)의 16개 품목이다. 국내 보톡스 시장은 1000억원에 육박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메디톡스가 40%를 차지하고, 휴젤이 30%, 엘러간이 10%, 대웅제약이 2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사 휴온스가 제품명 ‘휴톡스’에 대한 최종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보톡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보톡스 3사는 미국 시장 진출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은 중국과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베트남, 남미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이미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 승인을 받으면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보톡스로 미국에 진출한 첫 기업이 된다. 일본, 태국 등 26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휴젤은 올해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 승인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본, 태국, 브라질 등 60개국에 수출하는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차세대 보톡스 제품의 최종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약 4조원 규모의 세계 보톡스 시장은 2020년 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이 2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자체 제조기술을 갖춘 곳은 8개 업체다. 브랜드명 ‘보톡스’로 잘 알려진 제약사 엘러간이 세계시장 점유율 75%로 압도적 1위다. 프랑스 입센(16%)과 독일 멀츠(6%)가 그 뒤를 잇는다.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아직 낮다.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메디톡스의 점유율은 2.5%로 세계시장 4위다. 한편, 엘러간은 1970년대 강력한 신경 독소인 보툴리눔 톡신을 1000분의 1 정도로 희석한 의약품을 만들어 보톡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한 의약품의 대명사가 됐다.
"생계" vs "잔인"... 반복되는 복날 '개고기' 갈등 712 오마이뉴스
동물보호단체 부산 최대 개시장인 '구포가축시장'에서 집회
▲ 초복인 12일 오후 부산 최대 규모의 '개고기 시장'인 구포가축시장에서 철창 안에 든 개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정민규
▲ 12일 오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 지역 동물보호단체가 복날을 맞아 지역 최대 규모의 '개고기 시장'인 구포가축시장을 찾아 개 식용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민규
복날이면 반복되는 '개시장' 상인들과 동물보호단체와의 갈등은 올해라고 다르지 않았다. 개고기를 파는 것이 생계라는 상인과 잔인한 도살은 멈추어야 한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의견 줄다리기는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팽팽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12일 낮 1시 부산에서 가장 큰 '개시장'인 구포가축시장 앞은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동물을 사랑하는 비활동가모임 등 지역 내 동물보호단체는 초복을 맞아 이곳에서 개고기 반대 집회를 예고해놓았다.
경찰이 사방에 배치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했다.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30여 명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내걸었다. 목이 조인 채 죽어가는 개의 모습을 지나가는 시민이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개식용. 이제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펴고는 "구포 개시장을 폐쇄하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개식용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개식용을 단지 식습관이라고 부르고 기호의 문제라고 취급하여 개식용을 정당화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배치되는 것이므로 절대적으로 근절을 하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구포시장에서 잔인한 피의 도살이 넘쳐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많은 소중한 생명이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은 우리 부산의 수치"라며 "지자체와 정부, 정치권은 전면에 나서서 개식용 금지, 반려동물 식용금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계 대책 호소하는 상인들... 동물보호단체 "상생 방안 찾아보자"
▲ 12일 오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 지역 동물보호단체가 복날을 맞아 지역 최대 규모의 '개고기 시장'인 구포가축시장을 찾아 개 식용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민규
시장 입구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시장 안을 행진하자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일부 상인은 "개시장을 폐쇄하라"는 구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개고기 먹는 게 뭐가 잘못이냐"며 동물보호단체 측과 언쟁을 벌였고 경찰이 이를 막아서는 모습도 보였다.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 22개 업체의 연합체인 구포시장 가축지회의 박용순 회장은 기자를 만나 "우리라고 이 일을 가업으로 물려주고야 싶겠나"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길게는 50년 동안 이 일에 종사한 상인들에게 하루아침에 다른 일을 알아보라면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전업교육과 충분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개고기 판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회장은 "몇 년 사이 여론이 나빠지면서 매출도 거의 반 토막이 났다"고 토로했다. 1970~80년대 전성기에 70개까지 달했던 업체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해마다 갈등이 반복되면서 담당 구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구청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구포가축시장을 폐쇄하라는 민원이 659건 접수됐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뾰족한 해결책은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상인들과 동물보호단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T/F(태크스포스) 구성을 북구청에 제안한 상태"라면서 "가축시장이 없어지면 구포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줄어들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설득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초복 개고기 논란 "동물학대다" VS "불법도 아니잖아" 712 CBS 김현정의 뉴스쇼
오늘 라디오 재판정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오늘 주제, 오늘 초복입니다. 초복에 어울리는 주제로 하나 잡아봤습니다. ‘개 전기도살 과연 정당한 도축이냐, 동물학대냐.’ 더 나아가서 ‘개 식용 이거 합법화해야 한다, 안 된다.’ 이 주제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오늘 초복이라고 해서 저희가 어제 이 주제 가지고 짧은 토론했어요. 육견업 하시는 관련자가 150만이라는데, 전국에. 이분들이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바쁘답니다. 전국의 보신탕집 굉장히 바쁜 이런 상황, 지금도 많은 분들이 드시고 계신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오늘 주제는 바로 이 개 식용 문제예요. 노 변호사님, 어떤 사건이죠?
◆ 노영희> 개 농장을 운영하던 A라고 하는 분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의 농장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 부위에 대서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여 마리 정도를 도살한 혐의로 기소가 됐습니다. 그래서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면 안 된다, 이런 조항이 있는데 그런 조항에 위배되었다는 혐의로 기소가 된 건데요. 1심 법원에서는 ‘A씨의 행위가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검찰은 이에 대해서 항소를 한 상황이거든요. 지금 동물단체들이 법원 앞에서 지금 집회를 갖는 등 거세게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 손수호> 네, 이 문제는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학대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를 먼저 봐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두 변호사 입장부터 좀 확인을 하고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보도록 하죠. 노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영희> 일단 저는 이런 식으로 전기도살하는 것은 역시 동물학대에 해당되는 거다라고 생각하고요, 개식용 합법화도 역시 반대를 합니다.
◇ 김현정> 손 변호사님?
◆ 손수호> 엄밀히 얘기하자면 개 식용은 지금도 합법입니다. 다만 제도화하자. 제도권 내로 들어오게 하자라는 입장에서 찬성이고요. 그리고 조금 전에 노 변호사님 말씀하신 그런 방법으로 개를 살해했다, 개를 죽였다라고 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개 전기도살 무죄다. 그리고 개식용도 합법화, 제도화하자’ 라는 게 손수호 변호사, 손변. ‘개 전기도살, 이거 굉장히 잔인한 방법, 유죄다. 그리고 개식용 합법화도 문제 있다, 반대한다’ 의견이 노변입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보내주십시오. 50원의 단문, 100원의 장문 유료 문자, 카톡 레인보우까지 열려 있습니다. 먼저 노 변호사님. 제가 지금 조금 헷갈리는 게 뭐냐 하면 전기로 도살하는 그 방법은 그 자체는 합법이에요, 불법이에요?
◆ 노영희> 전기로 도살하는 방법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려면 동물보호법을 조금 보시면 되는데 ‘동물보호법 6조’에 보면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면 안된다’라고 써 있어요. 그런데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보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해야 된다. 뭐냐. 가스, 약물투여, 전살법, 타격법, 총격법, 자격법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 김현정> 전살법이 전기도살입니까?
◆ 노영희> 그렇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전기를 이용해서 동물을 죽이는 방법 자체가 아주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전기도살은 개 식용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는 건가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개가 가축인지와 관계없이 지금 문제된 것은 동물보호법이에요. 즉 동물의 경우에 가축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런 동물학대에 해당하면 처벌받는 겁니다. 따라서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동물학대인지 여부를 간단하게 그것만 봐야 되는 것이고요. 조금 전에 이야기 나온 대로 법에서 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법에서 할 수 있다고 한 걸 했는데 왜 유죄라고 논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노 변호사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 노영희>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동물보호법 6조 1항에 보면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면 안 된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전기로 죽이는 것도 그러니까 전기로 죽인다 무조건 다 허용되는 것 같다고 아니에요. 전기로 죽이되 잔인하지 않게 죽이거나 고통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으로 죽여야 된다는 게 기본이고 또 하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면 안 된다는 건데. 지금 이 개 농장을 운영하던 A씨와 관련해가지고는 아마도 합리적인 이유 부문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하, 그러니까 전기도살이라는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약간 법상 잔인하냐 아니냐,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 문제가 하나 있는 거고요. 이것과 이제 별개로, 개를 식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죽일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아까 얘기하려고 했던 부분 개 식용. 그런데, 개라는 것이 지금 가축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안 들어가 있는 거예요. 이것도 막 혼재돼 있다면서요? 어떤 법에는 들어가고 어떤 법에는 안 들어가고.
◆ 손수호> 축산법이 있습니다.
◇ 김현정> 축산법.
◆ 손수호> 이 축산법에서는 가축에 개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축산법에서는 가축에 개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소, 돼지랑 개랑 같이 본다는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소, 말, 돼지, 양, 오리, 닭까지. 그런데 축산법이 아니라 축산물위생관리법이라는 게 있어요. 이건 바로 축산물, 쉽게 말씀드리면 주로 고기가 되겠죠.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가축의 고기의 위생에 관련해가지고 규정하는 법인데. 여기에서는 개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축산법에는 들어가는데, 가축에는 들어가는데 가축을 잡아서 먹는 것에는 안 들어가 있는 거예요?
◆ 손수호> 그렇죠. 축산법에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거든요.
◇ 김현정> 복잡하네요. 개를 키울 수는 있는데 잡아먹지 못하는 거네요, 지금 법으로 따지자면.
◆ 손수호> 가축은 가축인데 개의 고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련되는 법령이 미비된 상태죠. 일부러 제외해 놓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바로 이것 때문에 계속해서 복날마다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육견업체 쪽에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도 넣어서 개 식용을 합법화해 달라는 주장을 하는 거죠.
◆ 노영희> 그래서 ‘개를 먹기 위해서 그냥 죽이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인 거다’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거죠. ‘개를 먹기 위해서 죽이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는 거다, 즉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개를 아예 식용으로 합법화를 해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넣어서 관리하자는 거 노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영희> 만약에 정말로 개를 먹어야 될 필요성이 있고 또 그것이 우리 국민들 정서에도 다 맞고 제도적으로 다 타당하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어차피 먹을 거니까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는다라고 보고요. 그러니까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도 이 개를 포함시켜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는 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이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하는 게 전제가 되어서 지금 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해서 포함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지금 현재로서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영희> 기본적으로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축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먹어야 되는 동물을 우리가 말하는 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개를 반드시 먹는 식용의 범주에 꼭 넣어야 되느냐?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개는 기존에 과거에 우리가 먹었던 이유는 먹을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 김현정> 먹을 거 없을 때 먹었던 거야 이해하지만 지금처럼 먹을 게 이렇게 차고 넘치는데 굳이 개까지 잡아먹어야 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느냐.
◆ 노영희> 그리고 개는 특히 다른 기타동물들과 달리 반려견으로서 여러 가지 우리의 정서적으로 많이 기능을 하고 가족과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많이 키우고 있거든요.
◇ 김현정> 집 안에서 키우는.
◆ 노영희> 그런데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식용의 범주에서는 벗어나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거죠.
◇ 김현정> 손 변호사님?
◆ 손수호> 반려견은 안 먹습니다.
◇ 김현정> 반려견은 안 먹죠.
◆ 손수호> 식용으로 키우는 그런 개가 따로 있죠. 식용견과 애완견은 별도이기 때문에요. 키우던 개를 어떻게 먹느냐라고 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개를 사육해서 고기로 유통시키는 시장이 존재하죠. 많이 규모가 축소되서 그렇지만.
◇ 김현정> 모란시장 이런 곳들 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강아지를, 개를 ‘키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애완견이 아니라 실제로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개는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애초부터 식용견과 반려견은 태어나서부터가 다르다? 이 말씀이세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반려견 말씀을 이제 하셨는데요. 반려동물이 개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혹시 애완돼지 들어보셨습니까?
◇ 김현정> 애완돼지도 있어요? (웃음)
◆ 손수호> 그럼요. 애완돼지를 키우시는 분들 많고요.
◇ 김현정> 집안에서 키우세요, 돼지를?
◆ 손수호> 그리고 또 개의 특수성, 인간과의 가까운 친밀성 등등을 논거로 드시는데요. 돼지 아이큐 아세요?
◇ 김현정> 돼지 아이큐 모르겠습니다.
◆ 손수호> 75에서 80이고요.
◇ 김현정> 개는요?
◆ 손수호> 개는 그거보다 약간 높은데요, 평균적으로. 그런데 평균치기 때문에 개보다 아이큐가 높은 돼지도 존재할 수 있어요.
◆ 노영희> 아이큐 얘기가 왜 나오는 거예요, 이게?
◆ 손수호> 아니요, 이게 과학전문기사에 나온 거라서 인용을 했어요.
◆ 노영희> 그러니까 아이큐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 김현정> 동물보호 단체에서도 사실 아이큐 얘기를 하긴 합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따질 수는 없다는 게 손 변호사님. 이 입장에 동의하시면 손변, 합법화, 개식용 찬성, 이렇게 보내주시면 되고요.
◆ 노영희> 그런데 제가 궁금해서 질문 하나하려고 하는데, 어떤 개는 반려견으로 태어나고 어떤 개는 식용으로 태어난다는 말씀이신가요?
◆ 손수호> 견종도 다르고요.
◆ 노영희> 뭐가 차이가 있습니까? 어떤 견이 식용견입니까?
◆ 손수호> 제가 개 종류를 정확하게 잘 모르니까. 아니, 딱 봐도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개들이 있잖아요.
◆ 노영희> 뭡니까, 그게 뭡니까?
◆ 손수호> 애초에 이걸 키울 때 그리고 상업적으로 이제 식용견으로 기르는 그런 업자들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고. 애초 처음부터 다른 목적으로 개를 키운 것인데 그걸 나눠서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지금 청취자 문자도 굉장히 팽팽하게 들어오는데요. 어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람도 황인종, 백인종 나눠서 황인종은 이렇고 백인종은 이렇다라고 얘기할 수 없듯이 개도 반려견, 식용견. 이건 잡아먹어도 되고 이건 애완으로 키워야만 한다라고 나눌 수 있느냐 이런 질문 던지시던데 손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손수호> 나눠서 현재 키우고 있는 게 현실이죠.
◇ 김현정> 현실이다.
◆ 손수호> 현실이고요. 그리고 또 지금 이게 법령으로 된다 안 된다를 지금 정하는 게 아니고요. 이미 지금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입니다. 불법으로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개고기를 유통하면 안 된다하는 게 아니거든요.
◇ 김현정> 일종에 지금 사각지대에 있는 거예요, 관리가 안 되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합법이다 불법이다 얘기할 수조차 없는, 법의 뭐랄까요. 치외법권에 있는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런 현실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면 제도화시켜서 유통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를 해서 문제를 없이 하는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 합법화해서, 관리를 잘하게 위생적으로 학대 안 하게 하자.
◆ 손수호> 문제되는 도축 문제도 더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 김현정>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변님?
◆ 노영희> 그러니까 동물 복지라고 하는 개념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모든 동물의 동물복지라고 하는 건 일반적으로, 일률적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없겠지만 각 동물의 특성에 맞는 복지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 김현정> 특성에 맞는.
◆ 노영희> 오랫동안 가족으로 받아지고 있는 개와 같은 경우에는 정말 식용을 목적으로 원래부터 그렇게 키워졌던 그런 동물들하고는 좀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지금 손 변호사님 얘기는 식용으로 키우는 개와 반려견이 구분된다 말씀하시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까지 썩 구분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 김현정> 사실은 돌아다니는 동네의 반려견을 데려다가 잡아먹기도 하잖아요.
◆ 노영희> 나는 얘를 반려견이라고 키웠는데 얘가 길을 잃어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그 개를 식용견으로 생각해서 잡아 먹는다니까요. 그게 현실이거든요. 그러니까 여러 가지 관점에서 봤을 때에 반드시 꼭 개를 잡아먹어야 하는가, 그런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를. 이런 문제가 있는 거죠.
◇ 김현정> 여러분의 의견 한번 보겠습니다. 김소령님, “개는 사람의 가족입니다. 식용 결사반대합니다”, 이런 분 계시고요. 0995님은 “무슨 말입니까? 개식용은 합법화해서 정상적이고 깨끗한 방법으로 사육하고 도축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반면에 6253님, “전기도살이 오히려 개에게 고통을 덜 주는 도살방법이 아니에요?” 이분도 전기도살에 찬성하는 이런 의견도 들어오고 있고요. 팽팽합니다. 두 분 최후변론으로 20초씩만 드릴게요. 노 변호사님.
◆ 노영희> 전기도살법이라고 하는 게 전기로 기절시켜서 고통을 최소화, 그러니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해서 죽이는 거다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도살할 때 전기로 기절시킨 다음에 사실은 덜 죽었을 수 있는데 그 죽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털을 뽑거나 삶아버리는 식으로 개를 죽여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소, 돼지에 적용되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 결과론적으로는 동물학대에 해당될 수 있다.
◇ 김현정> 손 변호사님.
◆ 손수호> 전살법이 원래 그런 것이고요. 특히나 해당 사안의 경우에 특별히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것이고 개가 한자로 뭐죠?
◇ 김현정> 개, 견(犬).
◆ 손수호> 그렇죠. 또 개 구(狗)자도 있습니다. 애완견, 반려견. 하지만 고기를 뜻하는 개에는요. 구자를 붙입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든지요. 백구, 황구 등등. 예전부터 애완견과 식용으로 하는 개는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게 그 동안의 우리나라의 문화이고 지금 현실이기도 하죠.
◇ 김현정> 현실을 생각해라. 오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건 두 분의 신념과는 상관없이 오늘 두 분 역할 나눈 겁니다. 여러분, 항의전화 이런 거 하지 마시고요. 청취자 문자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41% 대 59%. 41 대 59로 개 전기도살 문제없다. 개 식용 합법화하자. 손 변호사 쪽에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더 많이 들어주셨습니다. 이렇게 나왔네요, 여러분.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노 변호사님?
◆ 노영희> 요즘 시류와는 조금 안 맞는 결과가 나온 것 같은데 어떻든 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를 먹든 돼지를 먹든간에 인격적으로 잘 생각해서 해야 된다고 말을 해야겠죠.
※ 두 변호사의 입장은 방송 편의를 위해 임의로 정한 것이며 개인적 신념과는 관계 없음
음식물 쓰레기 먹고 키운 개를 식용으로까지...712 sbs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 전화로 연결해서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김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초복이고요. 이런 봄날에는 식용 개 농장의 성수기라고 하는데 하루에 몇 마리나 거래가 됩니까?
[인터뷰]
개 식용에 희생되는 개들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1일 희생되는 수로 단순 환산하면 일 평균 2740마리가 식용으로 도살되는 셈입니다. 특히나 복날은 보신탕으로 인해서 연중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전체 희생양의 반수 이상이 여름 복날에 희생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연간 8만 마리가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는 모란시장의 경우에 환경 정비가 들어가게 됐는데요. 성수기일 때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200마리가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앵커: 저희가 앞선 보도에서 식용 개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나 축산물 폐기물을 먹이로 사용한다는 보도를 전해드렸는데 실제 보신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요?
[인터뷰] :이른바 식용 개농장에서는 너나 없이 사료 대신 음식 쓰레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방역과도 무관하지 않은 축산폐기물을 갖다 먹이기도 하고요. 음식 쓰레기는 폐기물 관리법상 음식물류 폐기물에 속하는 것입니다. 남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침이라든지 오물, 여러 알 수 없는 이물질들이 뒤섞인 폐기처분되어야 할 쓰레기일 뿐인 것인데요.
만약에 동물에게 먹일 사료로써 이것들이 재활용된다고 했을 때도 그대로 갖다 먹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료관리법에서 정해 놓은 바에 따라서 멸균처리라든지 일정 정도의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데 게다가 그 결과로 나온 것에 이상은 없는지 성분 검사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개 농장에서는 어떻게 하냐면 음식쓰레기를 가져다가 그대로 갖다가 개들에게 폐기물인 상태 그대로 먹입니다. 게다가 또 공짜로 먹이고 있고요. 심지어 폐기물 수거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합니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고요. 지자체에서는 개농장의 폐기물 처리 신고를 기준 없이 받아주곤 해 왔는데 이는 명백한 사료관리법 위반으로 다 취소되어야 합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2400마리의 개들이 사육이 되고 있는데 거래가 되고 있고 또 사육되는 환경도 상당히 열악한데요. 그런데 보면 개 도살을 상당히 잔인한 방법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법원의 판단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인터뷰] 사실 개는 그 방법이 잔인하든 잔인하지 않든 간에 도살을 해서는 안 되는 동물입니다. 왜냐하면 도살을 해서 축산물로 유통을 시키기 위해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에 가축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리고 동물보호법상으로도 명백히 보호를 받는 동물인데요.
설사 전기로 도살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기로 개가 바로 죽지 않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 방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잔인하지 않다는 근거가 없는 것이고요. 동물보호법에서는 도구나 약물을 사용하는 상해 행위조차도 동물학대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죽이는 건 안 되는 거죠, 절대로.
앵커: 그러니까 법에서는 지금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잔인한 방법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규정하기가 어려운 거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인터뷰]사실 동물보호법에서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행위로 죽이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동종의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면 안 되는 것 등등의 어떤 방법들을 열거하고 있지만 제1항에 따르면 상해 행위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법의 취지로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개를 혹은 동물들을 함부로 도살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분을 명시를 하고 있는 건데 지금 이번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전기로 도살하는 것은 잔인한 도살이 아니다라는 굉장히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거고요.
사실 판결문에서 인용된 전기로 도살하는 것에 대한 도살 방법이 동물보호법상 있는 방법이다라고 잘못 명시가 된 것이 있는데 그 방법도 사실 축산물 위생관리법이라든지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른 해당사항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살법이라고 해서 잔인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닌 것이죠.
앵커: 그러면 이런 식용 개 농장이 전국에 얼마나 있고 또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실태파악도 하셨습니까?
[인터뷰] 카라는 지난 6월 22일에 이정미 의원실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바 있는데요. 전국에 산재한 개 농장의 분포를 파악해 봤습니다. 일단 가축분뇨처리시설 유무에 따른 최소 수치로 파악을 한 수치라고 봐주시면 되고요. 그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개 농장은 2862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러한 개 농장들에서 지금 사육되고 있는 개 사육 마리 수는 28만여 마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곳당 평균 273마리를 키운다라는 얘기인 것이고요.
무엇보다도 대형화되는 추세가 심각했습니다. 한 곳에서 1000마리 이상 혹은 2000마리 이상이나 되는 개들을 키운다고, 식용으로 키운다고 신고를 한 곳들이 있는데요. 이런 대형 개 농장의 존재는 사실 대형이 아니라 개 농장의 존재 자체가 세계에서 한국이 정말 유일무이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은 빨리 시급히 시정돼야 하는 부분들이고요. 아까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해서 물으셨는데요. 정부의 관리감독이 식용 개 농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관리감독은 현재 없습니다. 일단 동물보호법에서도 개라는 동물 전체가 다 보호 받아야 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반려 목적과 식용 목적을 구분해서 동물등록제 같은 반려 목적의 개들에게만 적용을 하고 있는 실상인데요.
아까 가축분뇨처리시설 유무에 따라서 개 농장 수를 파악을 했다라고 했는데 사실 이건 식의 개 농장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파악이었다라기보다는 환경부가 가축분뇨처리시설이 의무화되어 있는 그런 축사들에 대해서 파악을 한 결과라고 보시게 되는 게 옳습니다. 그러니까 식용 개 농장을 초점으로 해서 그 현황과 실태 파악 얼마나 심각한 동물학대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앵커: 앞서서 우리나라가 개 농장이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렇게 복날만 반복되는 개 농장 논란, 어떤 현명한 방법이 있을지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씨였습니다
일본에 학살돼 군용모피로 이용된 우리 개
독도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는 토종개 삽살개, 우리 민족의 수난과 함께 했다.
우리와 함께 살아온 귀신 쫓는 개 7.12 조선
한국의 토종개인 삽살개는 천연기념물 제368호다. 푹신해 보이는 커다란 몸, 온몸에 길게 늘어져 두 눈을 가리고 있는 털은 산중의 신선이나 도사의 풍모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신선개 또는 선방(仙尨)이라도 불렸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삽살개를 신령스런 동물로 여겼고, 귀신을 쫓는 영물(靈物)이라고도 했다. '삽살개'라는 이름 자체가 '귀신, 액운(살·煞)을 내쫓는다(삽 ·揷)는 뜻이다. 삽살개는 '삽사리' '삽살'로도 불렸고, 머리가 크고 털이 길어 사자를 연상시킨다 해서 '사자개'라고도 불렸다.
삽살개 /조선 DB, 한국삽살개재단
조상들은 땅 기운이 세서 그 기운을 누를 필요가 있을 때 삽살개를 마당에 풀어놓고 길렀다. 삽살개의 기운이 땅의 기운을 눌러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가 세다는 삽살개지만 주인 앞에서는 반드시 꼬리를 내리며, 집 지키는 개로 타고났다. 온순한 성격에 특별한 교육 없이도 사람 말도 잘 알아듣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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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살개 이야기-황희 정승과 눈싸움했던 개
조선 초기 정승이었던 황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람이나 동물이나 기가 꺾일 정도로 눈빛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하루는 개와 눈을 맞추고 한참을 보다가 '나도 이제 늙어서 죽을 날이 다 되었구나'라며 한탄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때 황희 정승과 눈싸움을 벌였다는 그 개가 삽살개다.
김유신 장군 등 신라 왕실에서 길렀던 개
영특한 동물인 삽살개는 신라 때부터 왕실과 귀족들이 길렀다고 전해지는데, 신라의 김유신 장군은 삽살개를 군견(軍犬)으로 싸움터에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신라 제33대 성덕왕의 큰 아들인 김교각 스님도 삽살개를 사랑하여 당나라로 고행하러 떠날 때 함께 데리고 갔다. 왕가의 손만 타던 이 개가 민가로 흘러나온 것은 신라가 망한 후였다. 이후 삽살개는 서민의 개로 우리 민족의 애환을 함께 했다..
김두량의 <견도(犬圖)> (왼쪽), 장승업의 <삽살개> /경북대, 한국삽살개재단
민화(民畵), 민담(民譚)의 단골 소재가 된 개
신라 이후 고려와 조선에 걸쳐 민가에 흘러든 삽살개는 민화의 모델로 사랑받았다. 삽살개는 악귀가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에 붙여놓는 '문배도(門排圖)'의 단골 모델이었다. 조선 시대 화가 장승업, 김두량이 그린 작품 가운데도 삽살개가 보인다.
전국 곳곳에 삽살개에 얽힌 전설 또한 많다. 한 번 주인을 영원한 주인으로 섬기고,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주인을 구한다는 충절과 의리에 대한 민담이 주로 전해진다. 특히 술에 취한 주인이 산에서 잠이 들었는데, 산불이 나자 자신의 털에 물을 묻혀와 불을 꺼서 주인을 살리고 자신은 결국 죽었다는 '의구총(義狗塚)'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삽살개다.
일본의 대학살 '삽살개 수난시대'
우리 민족과 공동운명체였던 삽살개가 수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킨 이후였다. 북방으로 진군하는 군인들의 추위를 막아줄 방한용 군수품이 필요해지면서 일본은 개의 가죽에 눈독을 들였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삽살개는 긴 털과 방습·방한에 탁월한 가죽을 가져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됐다.
1939년, 일본은 견피(犬皮)의 배급 통제에 관한 법령을 발표한다. 이듬해에는 원피 수급을 독점하는 조선원피판매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통해서만 견피를 유통하도록 했다. 견피 수집이 국책이 되었으니 함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토종개 박멸 작전은 세계사에도 그 유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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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종개를 죽이는 일본군(연간 10만~50만 두의 토종개 도살) (왼쪽), 일본의 토종개 견피수탈자료(임업시험연구소) -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원피주식회사에 의해 모피자원으로 이용 /한국삽살개재단
'조선 토종개 홀로코스트'
또한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군용 식량과 털가죽을 얻기 위해 삽살개를 대량 도살했다. 백정들에게 개를 잡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대신, 개가죽을 공출하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전국의 개들이 사라졌다. 개들은 군수품 공장에서 일본군이 입고 신을 외투와 장화로 바뀌어갔다.
삽살개뿐만 아니라 한국 토종개인 경주개 '동경이'도 핍박의 대상이었다. 민족말살정책이 행해지던 1932년, 일본은 자신들이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기는 고마이누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동경이를 모조리 잡아들여 씨를 말렸다. 신라시대 때부터 사육된 이 경주개의 가장 큰 특징은 꼬리가 없거나 짧은 것이다. 민간에서는 꼬리가 없다는 것 때문에 '병신'이라 천대 받아 많은 수가 줄어들었던 동경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서히 사라졌다. (현재 동경이는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됐으며, 이는 토종개로서 진돗개(제53호)와 삽살개(제368호)에 이어 세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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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이. 꼬리가 짧아 예부터 '꼬리가 없다'며 핍박을 받아왔던 동경이는 일제강점기에 더 줄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 DB
조선총독부 산하 임업시험장이 1942년 총독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당시 한국 개들의 분포와 수량, 견피의 품질과 공출량, 향후 수급 전망 등이 지역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고로쿠 다케키라는 일본의 농학박사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견피 추가 공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지시하고, 이 분야의 전문가인 고로쿠 박사가 실상을 파악해 만든 것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약 10~15만 마리의 한국 토종개들이 도살된 것으로 기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학살된 토종개의 수는 이를 훨씬 웃돈다. 삽살개만 해도 약 50~100만 마리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 11월, 로이터통신이 '한국의 삽살개가 벼랑 끝에서 다시 회복했다'(Korean Sapsaree dogs bounce back from the brink) 기사에서 삽살개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사연을 조명했다. /로이터통신 웹사이트 캡처
진돗개 천연기념물 지정은 일본이 했다
1930년대에 들어 일본 내부에서는 일본 토착견에 대한 연구와 보존 열기가 고조됐다. 아키타견, 기주견, 홋카이도견 등을 보호하는 모임이 조직됐고, 일본 정부에서도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국가적인 보호 운동을 폈다.
1938년, 조선총독부는 한국의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진돗개를 보존하려는 순수한 뜻이 아니었다.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 사상을 앞세우면서 조선의 토종개를 보존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한 꼼수였다. 이로써 아키타견, 기주견, 홋카이도견 등 일본의 토종개들과 유사한 외모를 갖고 있던 진돗개는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진돗개 외의 다른 토종개들을 모조리 족보 없는 들개로 취급하면서 마음놓고 잡아들일 수 있게 하여 일본 개들과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삽살개를 비롯한 우리 토종개들은 무참히 죽어갔다.
삽살개를 멸종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경북대 생명과학부 하지홍 교수였다. 하 교수의 아버지는 1960년대부터 삽살개 보호를 위해 30여 마리를 키워왔는데, 1980년대에는 고작 8마리만 남은 상태였다. 미국에서 유전학을 전공한 하 교수는 1985년 귀국 직후 사재(私財)를 털어 삽살개 복원에 나섰다.
"교수 월급으로 하기 힘든 일"이라는 아버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하 교수는 논밭을 다 처분하면서까지 삽살개 복원에 매달렸다. 그는 모든 삽살개로부터 DNA를 뽑아내 번식에 방해되는 형질을 없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1992년 삽살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자금을 대기 시작했다. 하지홍 교수가 독도에 기증한 이후, 우리 개 삽살개는 현재 '독도 지킴이'로 활약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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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한국삽살개재단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역사채널e
MBC 앞에 모인 극우단체 “특별근로감독? 여기가 북한인가” 7.12 미디어오늘
문재인 정부에 저주·혐오 발언 쏟아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만든 위대한 대한민국이 북조선화”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MBC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친박·극우단체 회원 40여명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모여 ‘언론장악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탄핵 국면이던 지난 2월 100여명이 넘는 친박·극우단체 회원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장, 김장겸 당시 MBC 사장 후보(현 MBC 사장) 등을 지지했던 때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세가 준 모습이다. 이날 집회에서 서경석 목사(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는 “지난해 12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는데 좌파들의 항의 전화로 MBC가 곤욕을 치렀다”며 “그나마 MBC였으니까 나 같은 사람도 출연한 것이다. 공영방송 중에서 MBC가 공정한 방송을 하려고 애쓴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지난해 100분토론에 나와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보는 절단이 나고 법치주의, 민주주의도 절단이 난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 목사는 “MBC가 문재인 정권 앞에서 설설 기지 않았다고 MBC 경영진을 교체시키고 MBC를 정권의 앞잡이로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MBC 경영진을 사법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또 “대한민국 언론은 엉망진창이다”며 “애국 세력의 행동은 일체 보도되지 않고 있다. 기가 막힌 일”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날 집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은 큰 지지를 받았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MBC 사장 선거에서 언론노조가 우파 쪽으로 분류되는 김장겸 사장을 막으려고 했을 때 우리는 김 사장을 지키기 위해 MBC 앞에서 김 사장이 사장에 임명돼야 한다고 외쳤다”며 “최근 들어서 MBC 내 올바른 말을 하는 노조가 생겼다. 김세의 MBC 기자 같은 젊고 올바른 인력들이 목소리를 내서 MBC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제3노조 ‘MBC노동조합’ 위원장인 김세의 기자는 지난 2월 친박단체 연사로 나와 “우리 노조가 굳건히 버티면서 특정 정치 세력이 MBC 뉴스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며 제1노조인 언론노조 MBC본부를 비난했고 또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쓰인 팻말을 든 친박단체 참가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우리가 똘똘 뭉쳐서 우파 정권을 (세워) 문재인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고속으로 달리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게 확실하다”고 저주의 발언을 퍼부었다.
집회에선 허위 사실과 혐오 발언이 거리낌없이 유포됐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서 46개 언론사 사장단을 북한에 데려가 북한 언론에 충성 맹세를 한 뒤부터 방송들이 좌경화됐다”고 말했고,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MBC 노조는 좌익 사상에 물들어 위대한 한국 사람을 추악한 북조선 사람들처럼 추락시키려는 민족 반역자”라고 노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조 대표는 “지금 MBC 언론노조(언론노조 MBC본부 지칭)가 민노총의 지령을 받고 정치 중립이니 개소리를 하면서 MBC 경영진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촛불 난동 세력이 좌익 혁명을 일으킨 데 대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정치 행위”라고 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만든 위대한 대한민국이 북조선화되는 게 안타깝다”며 독재 정권을 찬양했다.
▲ 극우 인사인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극우단체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우리 우파 정부 때는 한 번도 언론을 탄압한 적이 없었다”면서 “특별근로감독행위는 말이 안 된다. 대한민국이 북한인가. (특별근로감독은) 언론사들에 똑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MBC가 과거와 달리 많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사실은 시청률이 증명한다”며 “MBC뉴스 시청률이 가장 높지 않나. MBC가 공정성을 담보한 방송을 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언론을 보고 있자면 평양 방송을 보는 듯하다”며 “평양방송의 서울 주재원들이 대한민국에서 기자를 하고 방송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씁쓸하고 참혹하다”며 한국 언론을 비난했다. 언론에 대한 친박단체의 혐오는 박근혜 탄핵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인해 발발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독] 다주택자 월세소득 연 20조원…18조는 세금 한푼 안내 712한겨레
다주택 보유자가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연간 20조6125억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처음 나왔다. 이 가운데 세금이 부과된 임대소득은 1조6천억원대에 불과해, 92% 이상의 임대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주택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2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확보한 참여연대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과세 개편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394만 월세 가구가 집주인에게 매달 내는 월세는 2조614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보면 24조7371억원(보증금 제외 추정치)에 이르며, 이 가운데 집을 두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규모는 20조61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의약품산업(21조7256억원)이나 편의점 시장(20조4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3.2%(2016년 기준)가 월세나 전세를 주고 집을 빌려 사는 임차 가구지만, 그동안 정부는 임대소득에 대한 전체 현황조차 파악한 적이 없었다. 참여연대는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와 통계청 인구총조사, 국토교통부 주택실거래가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임대시장(월세) 규모를 추정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래픽_김승미
최근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선 임대소득 과세 대상인 다주택 보유자 187만명 중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4만8000명으로 전체의 2.5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들이 2015년 신고한 임대소득 총액은 1조6209억원으로, 참여연대가 추산한 다주택자 임대소득의 7.9% 수준이다.
이처럼 임대소득 과세 대상인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임대소득 신고자가 미미한 수준일뿐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대로 투명하게 과세가 이루어지더라도 세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보고서는 2019년부터 시행될 개정 소득세법 기준에 따라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과세가 이뤄질 경우, 부과되는 세액은 총 5268억원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개별 임대소득자의 소득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부 14% 단일세율(필요경비 60% 인정, 400만원 기본공제)로 분리과세하는 것을 가정해서 분석했다. 원래 연간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종합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불로소득인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더 엄정하게 과세해야 함에도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왔다”며 “국세청에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하지 않아, 다주택 고액자산가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제공해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15% 인상, 영세업체 부담이 3배 더 커 713 한국
노동연구원 인상 영향 보고서
4인 이하 사업체 인건비 증가분 전체 평균보다 높아 지원책 필요
음식ㆍ숙박업이 4.35%P 올라가 모든 업종 가운데 부담 가장 커
“사회보험료 등 경감해 상쇄해야”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해 최저임금을 연 15% 인상(실제 3년간 15.7% 인상 필요)할 경우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체의 인건비 부담 증가가 전체 평균보다 3배 가량 크다는 조사가 나왔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음식ㆍ숙박업에서 가장 부담이 커 이들을 위한 정부의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및 보완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15% 인상되는 경우 4인 이하 사업체의 인건비 추가 증가분은 2.25%포인트로 전체 평균(0.80%포인트)보다 3배 가까이 높고 300인 이상 사업체(0.14%포인트)보다는 무려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추가 증가분은 5~9인(1.10%포인트), 50~99인(0.66%포인트), 100~299인(0.55%포인트) 등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2%)만큼 인상했을 때보다 전년도 인건비 총액 대비 이 비율만큼씩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15% 인상 시 올해 총 인건비가 1억원인 4인 이하 사업체는 7.42% 인상 때보다 내년에 225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총 인건비가 10억원이라고 해도 부담이 140만원만 늘어난다.
업종별로는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음식ㆍ숙박업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4인 이하 음식ㆍ숙박업체의 경우 인건비 추가 증가분은 4.35%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예술ㆍ스포츠ㆍ여가 관련 사업체가 3.68%포인트, 보건ㆍ복지가 3.63%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제조와 건설은 각각 1.51%포인트와 1.31%포인트였다. 이는 저임금 근로자(최저임금의 1.2배 미만 적용 받는 근로자)의 63.4%가 음식점업과 청소 노동자를 공급하는 고용알선업,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등 20개 업종에 몰려 있는데, 특히 음식점업에 70만명이 넘을 만큼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음식업ㆍ소매업ㆍ개인서비스업 등 소상공인이 밀접한 사업에 사회보험료, 임차료, 신용카드 수수료율 등을 경감해줘 부담을 상쇄해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외주화를 억제하고 청소ㆍ경비ㆍ급식ㆍ시설관리 등 용역업체 변경 시 원청에 의한 근로조건 승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단독]은행 ‘1000만원 이하ㆍ고령 장기연체자’ 빚 탕감 추진 713 한국
최종 가이드라인 9월 발표
새 정부 정책에 호응해 TF 구성 은행마다 제각각인 기준 손질
연체 5년 지나면 탕감 자격 부여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우려 상환자와 형평성 논란도 일듯
시중은행들이 5년 넘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장기 연체자 가운데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추려 빚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오는 9월 발표한다.
장기 연체자의 빚 탕감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정책에 호응해 은행권 공통의 빚 탕감 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칫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까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세부적인 빚 탕감 기준 마련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은행연합회는 8월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9월쯤 최종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장기 연체자의 빚 부담 완화에 적극적인 만큼 은행권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정책 취지에 맞게 은행마다 제각각인 기준을 손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은행들은 자체 내규로 빚 탕감 규정(대출채권 소멸시효 완성)을 두고 있지만 기준이 애매해 사실상 빚을 받아낼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길게는 15년씩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연체 후 1년만 지나도 은행 스스로 받기 어려운 돈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고, 5년이 지나면 대출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걸로 본다. 하지만 혹시라도 빚을 탕감해줬다가 추후 배임 행위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은행들은 법원 소송 등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관행적으로 더 연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최초 소멸시효(5년)가 지나기 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시효를 다시 5년 연장한 연체채권 규모는 9,469억원(채무자 수 약 3만9,000명)에 달했다. 은행이 5년마다 2번 더 시효를 연장하면 최장 15년까지 빚을 독촉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은행이 빚을 못 받을 걸로 판단해 탕감(소멸시효 연장 포기)해 준 규모는 지난해 1,891억원에 그쳤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규정엔 은행 실익을 따져 빚 탕감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 기준이 애매하다 보니 담당자로선 일단 시효 연장 신청을 한다”며 “연체기간이 10년을 넘어야 일단 빚 탕감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일단 모호한 지금의 빚 탕감 기준을 구체화해 연체 5년이 지나면 곧바로 빚 탕감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빚 탕감 후보로 우선 고려될 대상은 대출원금이 1,000만원 이하인 소액대출,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유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큰 틀이 정해지면 앞으로 은행들이 연체 후 5~10년 사이의 연체자도 자체 평가를 거쳐 지금보다 조기에 빚을 탕감해주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약자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빌린 돈은 반드시 갚는다’는 금융거래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어렵게 돈을 갚고 있는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혜성 빚 탕감 공약이 반복되면서 자칫 ‘버티면 다음 대선 때 또 탕감해 줄 것’이란 그릇된 기대를 심을 수도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 탕감 기준을 낮출 게 아니라 은행이 이자상환 기한을 연장시켜주는 등의 방식으로 빚 상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빚 탕감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내달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장기 연체자 빚 탕감 공약 실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자력 산업 말살? 자신들 밥그릇 지키기 아닌가” 712 미디어오늘
“문재인 탈핵선언 제왕적” 417명 교수 주장에 시민사회 강력 비판… 해당교수 “왜곡된 반원전 여론 조성, 국민 현혹”
탈핵‧탈원전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임시중단 및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자 조중동을 비롯해 원자력 관련 업계 유관 학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학 공과대 교수 417명은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을 제왕적이라 원색 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과거 원전업계에서 벌어진 비리와 부조리가 벌어졌을 땐 침묵하다 원전정책의 방향전환이 추진되니 반발하고 있다며 업계와 이해관계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교수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1호 영구정지 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히면서부터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같은 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임시중단하고, 중단을 확정할지 여부를 논의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전국의 50여 개 대학 417명의 공과‧이과 교수들이 지난 5일 이른바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 명의로 정부의 탈원전 선언 자체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을 낸 교수 417명 가운데 대부분은 공과대 교수이며 절반 가까이는 원전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전공 교수들이다. 성명을 주도한 것은 전국의 원자력 공학과 교수들이라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설명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공사 공정률이 29%에 달해 매몰비용이 2조5000억 원을 넘길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 성급하며 △2008년에 수립돼 5년마다 보완되는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과 2년마다 수정되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숙의를 통해 수정하지 않고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중단에 앞서 탈원전 정책 당위성을 먼저 논의해야 하는데 이런 논의를 비전문가이면서 책임도 질 수 없는 소수의 배심원단 앞에서 3개월의 단기간 동안만 진행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속전속결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향후 민생부담 증가,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유출,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 산업을 말살시킬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이어 지속적으로 탈원전 반대 입장을 펴온 조중동도 비판에 가세했다. 중앙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탈원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막대한 돈을 낭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해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을 두고 “공사 중단이란 극단적 조치를 ‘협력’ 차원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게 민주주의냐”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에서 “정부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상식에 어긋났으면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교수 417명이 ‘제왕적 조치’라고 공개 비판했겠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일방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라고 포장한 원전업계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주장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방침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환경 안전문제는 세계적인 추세일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탈핵‧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전기료 인상이나 에너지 수급 문제는 검토하고 있으며,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통해 충분히 찬반을 통해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신고리원전 중단된다 안된다를 성급하게 예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반대 목소리에 대해 우린 이런 생각이라는 것을 (논의과정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없는 비전문가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박 대변인은 “당연히 전문가도 포함돼 있고, 다양하게 구성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그렇게 예단해서 하는 것은 너무 빠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돈이 낭비될 지 안될 지 그런 주장을 공론화위원회에서 하라는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박 대변인은 “매몰 비용 2조6000억 원이 들어갈 지 얼마가 들어갈 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났을 때 훨씬 더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현 정부 입장은 새로운 원전 건설은 안하고, 노후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방향을 정해놓고 여론몰이식으로 밀어붙인다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라고 박 대변인은 강조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탈원전 계획이 제왕적 조치라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결국 원전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민주적 토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소장은 “전문가들은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일 뿐 지금까지 자신들이 대신해서 민주적 토론과정을 왜곡하고 묵살해온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으려는 것을 어떻게 제왕적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의 전문가 결정론에 대해 한 부소장은 “자신들이 해야만 좋은 결정이고, 자신들이 안하면 나쁜 결정이고 속전속결이라는 건가”라며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부소장은 “자신들이 원자력 발전 전문가일지 몰라도 폐기물처리 분야나 자연환경적 측면, 보건의료적 측면, 경제적 사회적 측면까지는 다 알 수도 없다”며 “그러면서 전문가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주장에 대해 한 부소장은 “탈원전을 하게 되면 에너지 비용증가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일종의 위험부담을 반영하지 않아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에게 오염의 비용을 일방적으로 떠넘긴 점과 미래세대에 대한 비용부담을 전가한 사실은 빼놓고, 값싼 전기료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전력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 산업 말살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 부소장은 “자신들이 언제 전력 복지 얘기를 해왔는지 의문”이라며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을 비판해야 전문가로 인정할 수 있는데도, 올초 원자력연구원에서 핵폐기물을 몰래 하수구에 버린 일들이 벌어졌을 때 침묵하다 이제와서 밥그릇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복지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전문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부소장은 “더구나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토론을 하자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기본적 소양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희 녹색당 정책기획팀장은 11일 “우리 나라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주민의견을 처음으로 듣겠다는 정부의 입장에조차 교수 417명과 조중동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면 가는 것이지 너희가 뭘안다는 것이냐’며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게 민주주의냐는 조선의 주장에 대해 이 팀장은 “과거 밀양 어르신들의 지역공동체가 붕괴됐을 때, 월성 1호기 지역주민의 소변에서 발암물질인 삼중수소가 발견됐을 때 계속 무시하고 한 번도 듣지 않다가 이제와서 민주주의 운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제왕적이라는 교수들의 주장에 대해 “수십년간 자신들이 참여했을 때는 제왕적이 아니었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하자고 한 것은 제왕적인 것이냐”고 따졌다.
공정률 28.8%(29%)라는 교수와 이들 신문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한수원이 밝힌 종합공정률은 28.8%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설계가 79%이고, 시공은 10.4% 수준에 불과하다”며 “부품 생산을 해놓은 것은 신고리 1‧2호기 등에서 교체해서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매몰비용으로 잡아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번 공대 교수 417인의 성명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잘못된 사실이 퍼져 국민이 현혹돼 탈원전 여론이 형성됐다며 아예 탈원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 공과대 중심 전임교수 417명이 참여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 주한규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사진 가운데) 등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원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한규 교수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탈원전 하겠다는 것을 정해놓고 그 수순으로 신고리 5,6호기 추진하면서, 비합리적이며 받아들이기 힘든 방법을 제시했다”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람들이나 탈원전에 찬성하는 적극적인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위원을 구성해 중대사항을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성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우리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 중단 결정을 저지하고 더 큰 공론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주 교수는 새 정부가 탈핵‧탈원전을 결정한 과정 자체에 대해 “사실의 왜곡 전달로 국민이 불안감이 조성돼 대선에서 반핵, 반원전 여론이 비등해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에 이르게 됐다”며 “그것을 제대로 알렸다면 덜 불안해하고 반핵여론이 덜 형성됐을텐데,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 우리가 얘기하려 해도 언론이 안실어줬다. 결과적으로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탈핵 또는 반핵 세력이 사실 아닌 것을 퍼뜨려서 국민들을 현혹시켜 탈원전 여론을 형성해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그 사례로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이며, 사고가 났다해도 방사능 피해로 인명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한 수는 없거나 적은데도 탈핵론자들이 위험을 과장하고 부풀려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핵론자들도 그에 대한 근거와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과장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주 교수는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공대 교수들이 집단 성명에 동참한 것이 업종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원자력 공학과와 같은 원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공 교수는 150여 명 정도로 채 절반이 안된다”며 “더구나 성명을 발표하면 불이익이 많다. 미운털 박히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양심과 충정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성명에 포함된 다수의 교수들이 원자력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왔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주 교수는 “원자력업계에서 돈만 받아 쓰고 낭비만 하고 국가에 기여를 못했다면 몰라도 국가 산업이 경제발전한 것이 분명히 있다”며 “항공쪽이나 다른 어떤 분야도 그 산업을 진흥시키려는 것이 다 있다.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으로 이익을 취하거나 대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脫원전은 에너지안보 외면한 정책 712 동아
지난달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탈(脫)원전 정책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혁명적 전환을 의미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대폭 확대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지당하고 오히려 만시지탄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목표를 탈원전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단편적이고 왜곡된 지식과 편견을 바탕으로 내린 성급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원전 찬반 논란은 안전성 경제성과 함께 환경 차원의 득실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으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공히 놓치는 이보다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바로 에너지안보에 미칠 영향이다.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의 가장 큰 문제도 에너지안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데 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 에너지안보는 바로 국가 안보다.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은 걸프만의 호르무즈해협,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놓인 믈라카해협, 남중국해를 통해 들여오는데 그중 한 군데만 막혀도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 위태로워진다.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과 항해의 자유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무력충돌로 비화할 개연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반면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나 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강도의 지진은 공포영화의 소재로 삼을 순 있어도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분쟁으로 해상수송로가 봉쇄될 경우 원전은 전력대란에서 우리 경제를 지켜줄 최후의 버팀목이다. 원자력이 발전원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경제논리를 떠나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이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
프랑스가 전력 공급에서 원전 비중을 75% 이상으로 늘린 것도 값싼 전력 공급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국가의 경제적 사활을 중동 산유국의 횡포에 맡길 수 없다는 전략적 결단에서 출발한 것이다. 프랑스보다 부존자원이 더 빈약하고 에너지안보가 취약한 대한민국이 무엇을 믿고 원전을 포기한단 말인가?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원전이 위협한다는 근거로 제시한 지진의 위험성과 후쿠시마 사고 사망자 수 등은 대부분 괴담 수준의 왜곡되고 과장된 것들로 반(反)원전 시민·환경단체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원자력을 ‘핵’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원자력의 공포감과 혐오감을 확산하기 위한 반원전 단체들의 의도다.
근거 없는 원전 공포심을 앞장서서 조성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환경운동의 발상지이고 그린피스의 본부가 있는 영국도 13기의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고,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도 원전 재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우리보다 부유하고 안전을 더 중시하는 선진국에서도 고리 1호기와 같은 원전을 60년까지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고 있다.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성장에 원자력보다 신재생에너지와 LNG가 유리하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전력 생산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비중을 20%로 늘리려면 엄청난 면적의 농지나 산지를 훼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바람이나 햇빛이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는 간헐(間歇)전력이 원전이나 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도 없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발전할 수 없을 때 가동할 설비를 이중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55%에 달한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줄이고 LNG를 확대하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제적 의무 이행에도 역행한다.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춰 그나마 잘나가는 원자력산업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일자리 수만 개를 빼앗을 결정은 시간에 쫓기듯 서두를 필요가 없다.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를 중단해 2조6000억 원의 투자비와 보상금을 날리는 것도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의 수립은 에너지안보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국민 안전, 환경보호,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저부하(base load)를 담당할 원자력과 석탄 발전, 첨두부하(peak load)를 담당할 LNG 발전, 신재생에너지의 몫을 조합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 결정의 법적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나 그 과정에서 놓친 고려 사안이나 판단 근거에 오류가 없는지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우선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은 행정지도 위장한 강제 명령" 712한국경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현장.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3개월간의 공론화 기간 중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식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탈(脫)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작년 6월 착공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 손에 최종 중단 여부에 대한 결정을 맡기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한수원과 시공업체가 맺은 사적(私的) 계약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부터 법치행정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이사들의 법적 책임 여부와 함께 최종 중단 결정을 시민배심원단에 맡기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종 중단 땐 피해액이 12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도 말이 많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둘러싼 4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1) 정부의 중단 요청 위법 논란 "공무원 직권남용죄 소지 있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한수원에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법 4조에는 에너지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수원은 산업부 요청에 대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으나 권고적 효력은 있다”고 해석했다. 이를 근거로 공사 일시 중단 안건을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행정지도의 탈을 쓴 강제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사 중단을 명령할 근거가 없으니 행정지도라는 꼼수를 쓴 것”이라며 “전형적인 독직(瀆職)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독직죄는 옛 형법에서 쓰던 용어로 현행 형법에서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다.
(2) 손해배상은 어디까지 "최종 중단 땐 피해액 12조6000억"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3개월 중단에만 1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재개 때까지 자재 보관 비용, 인력 유지 비용 등이다. 한수원은 “공사 일시 중단에 따른 협력사 손실 비용은 상호 협의를 통해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종 중단 때다. 한수원이 총사업비 8조6253억원 중 이미 집행한 1조5693억원은 날리게 된다.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시공업체에 손해배상으로 991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공사가 최종 중단되면 울산시와 울주군, 기장군이 2029년까지 받기로 한 7777억원의 지원금도 백지화된다. 지역 주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을 경우 추가 비용은 9조25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집단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있다. 이를 더한 총피해액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3) 한수원 이사 법적 책임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가능성"
한수원 이사진과 한수원의 1인 주주인 한국전력의 법적 책임도 쟁점이다. 정부가 권고적 성격의 ‘행정지도’로 발을 뺐기 때문에 공사 중단 시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한수원 이사진에 돌아간다. 한수원 노조는 중단 의결 시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 결정을 하더라도 이사들이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상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불똥이 한국전력으로 튈 수도 있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수원이 손실을 보면 한전 지분법평가손으로 잡힌다. 따라서 한전 주주는 한전을 상대로 배임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전 지분 31%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야당 "대통령 한마디에 공사 중단"…여당 "합법적 절차 거쳐"
(4) 최종 중단, 시민배심원 손에? "전력수급 문제 땐 누가 책임지나"
정부가 공사 최종 중단 결정을 3개월 뒤 시민배심원이 하도록 한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해 나중에 전력수급이나 전력요금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일반 시민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30년 가까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1년 탈원전을 선언했다. 정승윤 교수는 “원전은 법치행정에 따라 도입되고 발전했다”며 “원전을 중단하는 것도 국회 논의와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논쟁 이어온 원전, 한국도 공론화 3개월이면 충분”712경향
ㆍ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 방한
ㆍ독일 윤리위 ‘탈핵’ 사례 들며 “시민들의 공론화가 가장 중요”
“원전은 기술적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건강과 아이들, 그리고 가치에 대한 논의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원전 공론장’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의 뜻을 묻는 공론화위원회를 3개월간 운영키로 하면서다. 그러나 원자력 학계에선 “시민은 비전문가”라며 “결정을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전문가’는 친원전 계열 일색인데도 ‘시민 대 전문가’라는 전선을 자의적으로 그어버린 후 탈핵을 숙고하는 시민들을 압박 중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후정의를 바로 세운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라, ‘고민하는 시민’이었다.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공동 사무총장 제니퍼 리 모건이 12일 기자들과 만나 강조한 단어 역시 ‘시민(People)’이었다.
모건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끌어낸 주역 중 한 명으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협상 관련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한국 시민들에게 전문가 의견을 ‘선별’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모건은 “누가 그들에게 연구비를 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제 경험에 의하면 (누가 연구비를 주는지는) 연구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해선 “시민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공론화된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수천 명의 시민이 의견을 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 주 대표와 윤리·종교 전문가 그리고 ‘사회 원로’인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참여한 독일 윤리위원회의 경우 후쿠시마 참사 이후 3개월간 논의해 탈핵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원전은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한국의 공론화위 운영 기간인) 3개월은 결코 짧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을 재고해달라’는 서한을 보낸 미국의 환경운동가 마이클 쉘렌버거에 대해서는 “원전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결정은 한국 시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은 문 대통령의 탈핵·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에 대해 “그의 결정이 옳다”고 지지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는 좋은 시기에 한국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전은 미래의 로또” 김무성과 원전 전문가들의 ‘아무말 대잔치’ 2시간 713 민중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원전 거짓과 진실:성급한 脫원전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원전 전도사'로 나타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원전의 진실과 거짓을 알려주겠다며 12일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는 '원전의, 원전에 의한, 원전을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 김 의원과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 등 자칭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이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이 위험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토론이 벌어진 자리에는 원전지역 주민도, 환경단체 활동가도 없었다. 그들의 위험한(?)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영화 '판도라'는 상상을 넘어선 망상 수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은 판도라 때문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위험"이라는 정부의 에너지 방정식에 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용훈 교수는 위험한 원전사고의 내용을 담은 영화 판도라에 대해선 "상상을 넘어선 망상 수준"이라며 흥행공식에 따른 허구적인 영화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이 영화가 정책을 결정하는 하나의 근간으로 사용되거나, 설계기준으로 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 영화를 만든 박정우 감독과 함께 관람하고 대화하는 행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의 위험성과 탈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도 이를 겨냥해 "영화 한 편을 보고 국정 책임자까지 왜곡 과장된 영화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서 국정에 반영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영화를 본 국민들이 다른 공식과 사고를 하면서 원전에 대해 오해를 하고 급기야 국론분열까지 일어나는 것에 대해 정말 기가막힌 심정"이라고 말했다. 마치 문 대통령의 탈원전이 판도라 때문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원전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왔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에너지 문제는 이제 효율성의 문제에서 안전성 더 나아가 국민 생명 문제로 인식하는 일대 시각 조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점은 후쿠시마 사고 그리고 지난 경주 지진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탈핵 정책을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역대 최대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후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약 457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는 원전의 부실한 관리를 지적했고, 원전사고의 대책이 있는가라고 묻는 영화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허구와 진실을 혼동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현실에 있는 위험을 날카롭게 드러낸 것에 공감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국민들이 영화의 허구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것으로 폄하했다.
#후쿠시마는 살 수 없는 땅? "후쿠시마 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피할 필요 없었다"
정용훈 교수는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지역에 대해 "사람이 못 살 땅이 되는 것은 방사선 영향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생계를 이어갈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며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후쿠시마와 핀란드의 자연방사량을 비교하며 "후쿠시마 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피할 필요가 없었다"며 "앞으로 쭉 받게 될, 일년 동안 받을 것을 보더라도, 사람들이 핀란드로 옮겨갔을 때보다 훨씬 적은 양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후쿠시마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북유럽, 핀란드 등은 사람들이 살 수가 없다"고도 발언했다.
2011년 후쿠시마 참사는 당시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지금도 여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방사능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이들이 후쿠시마의 참상을 '괴담'과 '가짜뉴스'로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다.
황 교수는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원전과 도호쿠 전력이 운영하는 오나가와 원전을 대조하며 "오나가와 원전의 경우 쓰나미 이후에 주변이 황폐화됐는데, 발전소는 안전하니까 주민 300여명 정도가 안에 들어와서 3개월 정도 피난생활을 했다"며 "발전소를 지진이나 쓰나미가 올 때 대피해야 할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들으면서 그럴거면 원전을 짓지 말고 차라리 대피시설을 지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30년부터 전기요금 20% 오른다? "세 배는 오를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말씀 드린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이 전기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의 급변성때문에 LNG의 초과 발전과 저장 등의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현재 전기요금으로 예측해보면 2030년 전기료는 3.3배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언론보도를 통해 예상된 전기요금의 인상률은 제 각각이다. 또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고서라도 탈원전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전 찬성론자들은 마치 탈원전을 정책을 추진하는 바로 다음날부터 모든 원전이 가동이 중단되는 것처럼 지나치게 단순하게 계산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든 전기료 상승을 키워 국민들의 거부감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재생에너지가 대체가능하도록 개발하면서 그 시기동안 LNG 가스로 보완하자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전기료가 3.3배가 오를 정도로 무지하게 탈원전 속도전을 하겠다는 정부가 있을까.
오히려 토론회에서는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대기업에 전기요금 특혜를 주는 문제는 쏙 빼놓고, 서민들의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것만을 부각시켰다. 환경운동연합은 "대기업들은 원전 비중이 높은 덕분에 싼 전기요금의 특혜를 향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015년 산업용 전기요금을 쓰는 전기다소비 상위 10개 기업이 쓰는 전기량이 2천만 가구가 쓰는 총 가정용 전기소비량과 맞먹었다"면서 "10개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은 6170억원인 반면, 전체 가정용 전기요금은 7780억원 가량으로 1500억원 이상 더 납부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2011년 대정전 사태? "원전 짓지 않은 노무현 정부의 부메랑"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거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걸고 넘어졌다. 황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원전 착공이 지연되고 가스 발전 우선 정책이 수립되면서 가스 발전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건설을 포기해 결과적으로 2011년 9월 15일 대정전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은 것을 노무현 정부의 '실책'이라 주장하면서 10년 후에 정전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후 신재생 사업자와 가스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면 대체 에너지 발전 사업을 지연할 가능성이 높아져 '전력대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탈원전의 중요한 축이 재생에너지 등 공급 다변화 못지 않게 전력과소비 구조를 개선해 수요를 적절하게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토론회에서 간과됐다. 결국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계속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만 반복됐다.
#한국만 원전 문 닫는다고 안심? "중국 원전 안심할 수 없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이 문을 닫을 경우에도 "중국 원전 때문에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의 원전밀집국가이자 가장 빠른 속도로 원전을 늘리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중국 때문에 위험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중국 원전은 위험하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은 위험하지 않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그는 체르노빌의 주변국 원전사고 통제 능력 상실의 예로 '벨라루스의 저주'를 꼽았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하자 방사선의 3분의 2가 바람을 타고 300킬로미 가량 날아서 벨라루스라는 나라에 떨어져 초토화 됐다고 설명했다. 이 나라는 원전도 없고 예측기술과 대피 기술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원전사고 피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원전을 문 닫는 것이 아니라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중국이 스스로 우리나라에 찾아와 어떻게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 해야하는지 배운다는 황당한 이유도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김무성 의원은 "지금 일부 세력이 원전은 악이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광우병사태나 한미 FTA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그처럼 무지몽매한 일이 대한민국에 또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색깔론까지 펼쳤다.
또 김 의원은 "전 세계가 (원전을) 60여개 짓는데 왜 우리가 탈원전 하냐"면서 "전세계 최고의 원전 설계·건설·운영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우리 미래세대들의 로또가 원전에 있는데, (탈원전)이거 꼭 막아야 되지 않겠냐"고 목소리 높였고, 참석자들은 '옳소'라고 외쳤다. 토론회보다는 '탈원전 반대 웅변대회'에 가까웠다.
민중의소리 사설] 원전 마피아로 다시 돌아온 ‘노룩패스’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노룩패스 논란 이후 언론에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무식한 것이거나 혹은 왜곡된 것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그러한 시각 자체가 원자력은 무조건 악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선이라는 허위에 입각한 장밋빛 환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탈원전 정책의 본질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에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할 우리로서는 효율성이 좋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전폭적으로 선택해 온 것을,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맞게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추구는 이미 서구 선진사회의 보편적 추세다. 2022년까지 원전의 완전한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독일, 또 스위스는 최근 국민투표로써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현재 77%에 달하는 원전 의존도를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며 약속하고 있다. 벨기에 역시 2025년까지 원전 7기를 모두 폐쇄할 방침이다. 이처럼 탈원전 벨트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중서부 유럽과 아울러 덴마크,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등 OECD 중 11개국은 원전이 아예 없는 나라다.
체르노빌 참사 이후 꾸준히 확산되어온 탈원전의 기류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다 확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최고선으로 떠올랐다. 특히 작년에 빈발한 경주 지진은 그 일대에 줄지어 들어선 원전의 위험성을 한층 부각했으며 국민의 불안감도 덩달아 솟구쳤다. 삼척과 울진의 주민투표에서 확인된 원전 반대의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은 문명사적 전환의 당연한 흐름이자 국민적 여망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김무성 고문은 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두고 과거 광우병 사태나 한미FTA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며 무지몽매하다는 비하까지 했다. 아직도 세상이 바뀐 줄 모르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그 버릇은 그대로인 것 같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노룩패스로 못된 권위주의의 망신을 샀으면 자중하고 또 자중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다시 원전 마피아의 입으로 고개를 드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나라마다 주력 에너지원이 다르다 7.7 내일
프랑스 원전 78%, 노르웨이 수력 96%, 중국 석탄 73%
에너지 해외의존도 높은 한국은 '에너지믹스 균형' 필요
친환경과 안전이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국 사정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믹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뱅크(World Bank, 2014년)의 '국가별 전력생산 에너지원별 비중'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수력 96%, 덴마크는 풍력 55.8%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웨덴은 신재생 55.8%(수력 41.5%, 태양광 및 풍력 14.3%) 비중이 크지만 원자력발전 점유율도 42.3%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신재생 38.6%(수력 19.7%, 태양광 및 풍력 18.9%)과 원자력 34.6%가 비슷하며, 석탄 17.4%, 가스 8.1% 등 비교적 다양한 구조를 갖췄다.
프랑스는 원자력이 78.4%를 차지하는 등 수십년간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임 올랑드 정권이 수립한 에너지전환법 기조를 계승,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50%로 축소할 방침이다. 다만 원자력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프랑스가 발전시켜 나가야 할 소중한 자원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배출 에너지원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시켜 가스와 석유비중이 각각 40.6%, 11.2%로 뛰었다. 그러다 2015년부터 원전 재가동에 나서 현재 5기가 발전 중이며, 7기는 재가동 심사를 마쳤다.
미국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지만 비교적 고른 에너지믹스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석탄 39.7%, 가스 26.9%, 석유 0.9%로 화석연료가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5%에 달한다. 이어 원자력 19.2%, 신재생 13%(태양광 및 풍력 6.9%, 수력 6.1%)로 조사됐다.
중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72.6%를 차지한다. 이 외에 수력 18.6%, 태양광 및 풍력 4.1%, 원자력 2.3% 순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높다. 원전은 현재 35기에서 2020년까지 90기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석탄이 42.4%로 가장 많고, 원자력 28.7%, 가스 23.9%이며, 태양광 및 풍력 1.1%, 수력 0.5%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현격히 낮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녹색 성장 지표 2017'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전체 에너지 공급 중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이 2015년 기준 1.5%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46개국 중 45위로, 한국보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이 적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0%) 뿐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치는 9.6%, 비회원국까지 포함된 세계 46개국 평균은 13.8%로 조사됐다.
국제기준에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5%로, 국내에서 발표한 6.6%(2015년 기준)보다 크게 낮은 것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조력 바이오가스 등으로 정의한 반면 우리나라는 폐기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에서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6%로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정부부처 전직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에너지믹스 역시 환경과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면서 "다만 자연환경 특성상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에 달하는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윤종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발달한 유럽의 에너지 믹스는 안보(security), 원가(cost), 환경(environment) 및 안전(safety)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자국의 자원과 기술 측면의 비교우위를 적극 활용하여 결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어떻게 활용했나 713 프레시안
['전쟁 국가' 미국] 대외 군사 개입을 위한 최후 보루
미국의 평화운동가 조셉 거슨은 저서 <제국과 폭탄 :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핵무기를 이용했나>에서 핵무기는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거슨에 따르면 1945년 이래 미국의 핵무기는 다음 다섯 가지 용도로 사용됐다.
첫째, 실제 전투용.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핵공격이 그것이다.
둘째, 미국의 적들과 동맹국들을 암묵적으로 위협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만일 미국이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고 소련군의 참전으로 일본이 항복했다면, 한반도의 분단 대신 패전국 일본이 미‧소의 공동 관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핵공격을 가함으로써, 즉 소련에 대한 무력 과시를 통해 미국은 일본을 단독 점령했고 동북아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했다.
셋째, 선제 핵공격 위협을 통해 상대를 위협함으로써 미국에 유리한 조건의 협상을 받아들이도록 강요(1946년 3월 북부 이란 주둔 소련군 철수 강요. 베를린 위기,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넷째, (1949년 소련의 핵무기 확보 이후) 미국의 재래식 병력을 '의미 있는 군사 및 정치적 도구'로 만드는 최후 보루. 예컨대 미국이 공격하려는 제3세계의 적을 소련이 돕는 것을 핵 위협을 통해 저지(1973년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를 돕기 위해 소련이 개입하려 하자 미국은 핵위협으로 이를 저지했다). 또한 미국의 핵공격에 화학무기 등으로 대항하려는 제3세계 국가를 억제(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핵무기 700~1000기를 배치해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을 저지했다. 당시 이라크는 미군이 공격해 온다면 이스라엘에 화학무기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었다.)
다섯째, (1970년대 소련의 핵전력이 미국과 대등해진 이후) 비로소 '억제'가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군사지도자들이 생각하는 '억제'란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억제와 그 의미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억제란 미국에 대한 타국의 선제 핵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펜타곤 지도자들에 따르면 억제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5년 채택된 미국의 합동핵작전교리(doctrine for joint nuclear operation)에 따르면 "억제의 핵심은 (핵 위협으로) 잠재적 적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쳐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되는 행위를 스스로 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이 문서는 "분명히 말하건대 핵무기는 앞으로 50년간 미 군사력의 초석으로 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무기는 미 제국의 유지를 위한 핵심 도구
한마디로 말해 미국은 지난 70여 년간 핵무기의 위력을 앞세워 세계에 미국의 요구를 강요해 왔고 타국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해 온 것이다.
거슨은 "핵무기의 역할에 관한 미국의 대부분의 문헌들은, 핵무기의 본질적 기능이 선제공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억제 역할을 지나치게 과장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과 연구자들은 미국의 핵무기가 제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핵심적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아이젠하워의 '대량 보복'에서 케네디의 '유연 대응', 그리고 클린턴의 '풀 스펙트럼 도미넌스(full spectrum dominance: 모든 군사력 부문에서의 압도적 우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선제 핵공격은 제국의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거슨의 이러한 지적, 즉 '미 대외정책에서 핵무기의 중심성'은 역대 미 정치지도자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닉슨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 레이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헤이그는 1979년 7월 24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일부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징병제를 부활하거나 병력 규모를 3배로 늘리거나 또는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그런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핵 선제 불사용'을 서약할 경우, 서방은 재래식 전력과 지정학적 위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련의 군사력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핵무기 믿고 재래식 군사개입, 비밀공작 자행
한편 미국의 비판적 지성 노엄 촘스키는 미 대외정책에서 핵무기의 쓸모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의 전략핵무기 시스템은 미국의 재래식 군사행동에 대해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한다. 즉 침략과 정부 전복 활동을 벌일 때 어떤 형태로든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준다(미국의 핵무기 보복이 두려워 소련 등 제3자가 미국의 재래식 군사행동을 방해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
카터행정부에서 국방 장관을 역임한 해롤드 브라운은 이것이야말로 미국 안보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핵무기가 있음으로써 미국의 재래식 병력이 '군사력 및 정치력의 의미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략핵무기라는 우산이 있기 때문에 (중략) 미국은 우리의 공격 대상 국가를 도우려는 국가를 마음 놓고 충분히 협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만일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시키고 싶다면 (중략) 또는 중동지역에 신속기동군을 파견하려 할 때 (중략) 또는 인도네시아의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고 싶을 경우 (중략) 또는 베트남을 침공하려 할 때 우리의 군사행동이 저지될지도 모른다는 아무런 걱정 없이 이를 실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를 방해하려는 그 어떤 세력도 겁을 주어 쫓아낼 수 있는 충분한 힘(전략핵무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핵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에 타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 개입, 중앙정보국(CIA) 등에 의한 비밀공작을 마음 놓고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핵무기에 의존해왔다. 다른 대량살상무기와는 달리 핵무기의 효과는 즉각적이며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중략)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겁을 주는 효과가 있다. (중략)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의 국민들에게 제대로 겁을 주기 위해 제멋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친놈이라는 국민적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운데)가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핵무기는 세계를 향한 국가테러의 핵심 수단이다. 1971년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해 베트남전 종식에 기여한 다니엘 엘스버그는 "피해자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금품을 요구하는 무장강도처럼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국제적 위기나 갈등, 또는 전쟁이 있을 때면 언제나 핵무기라는 총을 꺼내 들었다. 2차 대전 이후 제럴드 포드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들이 (다른 나라들에) 핵전쟁의 위협을 가해 왔다"고 말한다.
나아가 노르웨이의 저명한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기관총을 들고 학교 교실로 들어와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채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학생 모두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면, 우리는 그를 위험하고 미친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가 지도자가 수백만의 민간인들을 핵무기의 인질로 잡아두고 있는 상황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이중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무기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야 한다. 핵무기는 테러를 위한 도구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가질 권리가 있고 미국의 핵무기는 세계 평화를 위한 좋은 무기인 반면,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며 타국의 핵무기는 세계 평화를 해치는 나쁜 것이라는 이중기준이 지난 70여 년간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해 오면서 핵무기는 이제 미국인의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미국 소설가 E. L. 독토로프는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1945년 이후 우리 마음속에는 누구나 폭탄을 품게 됐다. 그것은 처음에는 폭탄이었다가 다음에는 외교가 됐고 이제는 우리의 경제가 됐다. 어쩌다가 그토록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그 무엇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게 되었을까? 당초 적을 무찌르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거대한 골렘(자동기계, 로봇)이 이제는 우리의 문화, 우리의 폭탄의 문화가 됐다. 우리의 논리, 우리의 신념, 우리의 비전이 됐다"
미국 핵무기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
필리핀 출신의 사회학자 월든 벨로는 미국의 핵무기야말로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이며 핵무기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핵무기를 앞세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려 하는 한, 이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핵무기 확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핵무기는 지배의 수단인 반면, 소련에서 북한에 이르는 후발 핵보유국의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저항, 또는 억제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없애지 않는 한 세계적인 핵무기 철폐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핵무기 철폐를 위한 캔버라 위원회'는 1996년 '핵확산의 공리(axiom of proliferation)'라는 원칙을 발표했다. '어느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다른 모든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의 일원인 리차드 버틀러 호주 핵무기철폐 특임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원칙을 내놓은 근본적 이유는 정의, 즉 공정함이야말로 전 세계 모든 시민들에게 가장 심원한 중요성을 갖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핵확산 공리와 연결시켜 본다면, 핵보유 국가들이 자신들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핵 국가들에 대해서는 핵 없이도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며 핵 포기를 설득하는 것은 완전한 실패로 드러났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UNSCOM(유엔 이라크핵감시위원회)의 마지막 의장을 역임한 버틀러 대사는 2002년 시드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일생 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해 일해 왔다. (중략) 핵 보유국과 비핵 국가들 간의 문제는 핵심적이며 영구적인 것이다. (중략) 바그다드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이라크인들이, 2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놔둔 채 왜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만을 추궁하는지 그 이유를 대라고 했을 때였다.
나는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대량의 핵무기를 자랑스럽게 보유하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핵무기는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앞으로도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으로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저 놀랄 수밖에 없다고"
"이런 경험들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명백한 불공정함과 이중기준 등이 일시적으로는 거대한 권력의 압력에 의해 용납되겠지만 결국에는 본질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코 그러한 불공정함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만큼이나 자명한 것이다"
"나는 미국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중기준을 설득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높은 교육 수준에 사회의식이 투철한 미국 인들도 자국의 이중기준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비핵 국가들의 원망과 불만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지독한 불감증 때문에 때때로 나는 화성인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있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핵무기가 이라크(가 보유하려 했던, 또는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와 똑같이 문제라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의 핵무장과 북한의 핵개발
버틀러 대사가 이라크 관리의 항변에 대해 직면했던 곤혹스러움을 중국 측도 느꼈다. 지난 4월 26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미중 관계와 중국의 북핵 대응'이라는 강연에서 중국 인민대 청샤오허 교수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줬다.
"2003년 미국의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해 왔다. 당시는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문제 삼으면서 제네바 기본합의가 파기된 이후였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핵 개발을 재개했다(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이후 8년간 북한은 핵연료 생산 및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 등과 함께 6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의 고위관리 다이빙궈와 푸잉이 평양을 방문해 강석주 외교부 부상에게 핵 개발 중단을 설득했다. 이에 대한 강석주의 대응은 '당신들도 (미국과 소련의 핵 위협에 맞서) 1964년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다이빙궈 등은 '밥이나 먹자'며 대화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R.갈루치(왼쪽) 대사와 북한측 수석대표였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 ⓒ연합뉴스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북한을 설득할 마땅한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 자신이 걸었던 길을 북한도 가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말릴 수 있겠는가. 중국은 한국전쟁과 대만해협 위기 등에서 미국의 무수한 핵 위협을 받아온 데다 1958년 소련과 결별한 이후에는 소련으로부터도 핵 위협을 받고 있던 터였다. 결국 중국은 1960년부터 핵 개발을 본격화해 결국 1964년 10월 16일 첫 번째 핵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중국의 핵 개발은 미국에게 최대의 골칫거리였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중국은 미국에게 세계 최대의 깡패국가였다. 요즘의 이란이나 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자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최초의 전쟁, 즉 한국전쟁의 적대국이었던 중국이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을 미국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케네디 행정부는 중국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미소 합동으로 중국의 핵 개발 현장 로프노르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하자고 소련에 제안했으나 소련의 거부로 무산됐다. 또 중국이 최초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존슨 행정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단독 공습이 논의됐고, 핵 무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숙적인 인도에게 미국의 핵무기를 제공하자는 기발한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의 대응은 핵클럽의 문을 닫는 것이었다. 1968년 체결되고 1970년부터 효력을 발휘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그것이다. NPT 체제가 성립하면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핵보유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으로 한정됐다.
NPT 체제 성립 이후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인도와 파키스탄뿐이다. 인도는 1974년 5월 첫 번째 핵실험을(스스로 '평화적'이라고 주장한) 했으며 1998년 5월 11일과 13일 파키스탄 국경에 가까운 포크란에서 다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에 대항하여 파키스탄도 뒤이어 같은 달 28일, 단 하루에 발루치스탄 주(州)에서 여섯 차례에 걸친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 중반부터 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백인 인종차별 정권 당시 6, 7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었으나 1994년 만델라의 흑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국의 압력에 의해 핵무기를 해체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얼떨결에 핵보유국이 됐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은 미국이 주도하는 넌-루가 프로그램(Nunn-Lugar program)에 의해 보유 핵무기를 모두 해체했다.
현재 세계에는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의 공인된 핵 보유국과 함께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3개의 비공식 핵보유국이 있다. 뒤의 세 나라는 핵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인도는 라이벌 중국에 대한 대항마로, 파키스탄은 서아시아 최대의 미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국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후세인과 리비아 가다피의 운명을 보면 알 수 있다. 1970년대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후세인은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죄로 13년간 미국 주도의 가혹한 경제제재에 시달리다 2003년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이유로 미국에 의해 제거됐다.
가다피는 영국의 중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과 국교를 회복했으나 내부 반란을 틈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개입에 의해 권력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핵 개발을 확고하게 결정한 것은 2003년 4월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2003년 3월 20일) 직후다. 후세인의 운명을 보면서 핵 개발을 결심했다는 얘기다.
군사력으로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군사력으로 타국의 핵 개발을 저지한 사례는 딱 한 차례 있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 공습이 그것이다. 이라크 후세인은 1970년대 초부터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바그다드 남부에 오시라크 핵시설을 운용했는데, 이를 단 2분 만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한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 영국 등 서방측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어쨌든 공습 작전은 대성공이었다(한국의 경우, 1970년대 중반 프랑스의 도움으로 핵 개발을 시도했으나 미국의 압력에 의해 중도 포기했다).
1940년대 후반 미국이 핵무기를 독점하고 있을 때, 미 군사지도자들은 소련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중국의 경우는 앞에 얘기했다. 북한의 경우 1994년 6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을 계획하고 실행 준비까지 들어갔으나 당시 북한을 방문 중이던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무산된 바 있다. 군사력을 동원한 핵 개발 저지가 시도되지 못한 것은 그 파장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핵능력은 1994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화됐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전쟁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시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얘기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 등 미국의 전‧현직 고위관리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인도, 파키스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드러난다. 인도, 파키스탄은 하루 또는 사흘 만에 5, 6차례의 핵실험을 해치운 반면,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2016년까지 만 10년에 걸쳐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순식간에 핵실험을 해치운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와 제재가 현실화되기 전에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자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10년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 국제사회에 대해 보란 듯이, '누가 나 좀 말려줘' 하는 식으로. 북핵 개발 초기, 미국과 북한은 핵 포기와 북미 적대관계 청산을 골자로 하는 합의를 맺기까지 했다. 2007년의 2.13 합의가 대표적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핵 포기와 북한의 체제 보장을 맞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1991년 미국을 방문한 김용순 당시 북한 외상이 아놀드 캔터 국무 차관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용인하면서까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열망했다. 이후에도 줄곧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 왔다.
과거 미국과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 베트남은 미국과의 화해 이후(중국은 1979년, 베트남은 1995년 국교 수립) 경제 개발에 나서면서 국제 사회에 완전히 복귀했다. 북한도 바로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10월의 제네바 기본합의와 2005년의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두 번의 기회가 무산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미국은 북한에, 북한은 미국에 돌리고 있다. 그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단 필자는 미국 쪽에 더 책임이 크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거 실패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 5대 정책 방향의 첫 번째로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선언했다. 올바른 출발이라고 본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은 쉽지 않은 과제다. 분단에 따른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 극우세력의 반발과 저항, 북한에 대한 남한 국민의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 남북한 관계 개선을 원치 않는 미국의 견제와 반대, 미국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북한의 외면과 무시, 여기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등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 혁명이 보여주듯이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뜻과 지혜를 모을 수만 있다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아니다. 민주화란 결국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완성이란 결국 19세기 말 이래 외세에 의해 휘둘려온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의지와 힘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비상한 용기와,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단합이 필요한 때다.
경향사설]신고리 5·6호기 중단하면 큰일난다는 과장된 목소리들 7 13
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여부를 의결할 예정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가 공사강행을 주장하는 노조의 반발로 일단 무산됐다. 이는 지난달 국무회의의 공사중단 의결 이후 공사강행은 물론이고, 정부의 탈원전 원칙마저 무산시키려는 원자력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의 집요한 ‘흔들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요금폭탄의 공포를 조장하고, 공론화위원회를 백안시해왔다.
그러나 이날 민간 자문 그룹인 ‘전력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의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가 7차 계획 대비 11.3GW 정도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력수요 전망치가 감소하게 되면 전력설비를 확충할 필요가 적어진다. 신고리 5호기 용량이 1.4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8기 용량의 예상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때 원가상승요인이 9조원에 달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과장된 것임이 드러났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 다수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심지어 보수후보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재검토(유승민) 혹은 지질조사 결과의 반영 후 결정(홍준표)을 공약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탈원전의 흐름엔 사회적인 합의가 녹아있다. 경제논리로 결정됐던 정책이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당장 지금은 값싼 에너지를 써서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명이 다된 원전을 폐기하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이들은 우리의 후손이다. 그건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는 격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은 탈원전을 향한 첫걸음일 뿐이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그 토대 위에서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절차가 남아있다. 공론화위원회를 비전문가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최근 탈원전 반대성명에 나선 전문가 가운데 정부의 원자력연구 개발비를 받은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에게 중립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최종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전기를 쓰고, 세금을 내야 하는 시민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더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북위 33도 위라…” 갈치 대풍이 속 쓰린 부산어민들 714한국
해수부, 7월 갈치 금어기 마라도 이북에만 적용 추진
“20년 만에 대풍이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13일부터 일주일간 제주은갈치 생물 1마리를 6,200원에 판매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비쌀 때는 1만원이 훌쩍 넘는 대(大)자 갈치를 절반 가까운 가격에 판다는 희소식이었다. 갈치가 예년보다 많이 잡혀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제주 지역 4개 수협의 지난달 어획량(2,951톤)은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 11일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은 전혀 딴판의 보도자료를 냈다. “갈치 자원이 남획과 기후변화로 점점 줄고 있어, 7월 한 달 간 금어기(자원 보호를 위해 특정 어류의 포획을 한시 금지하는 기간)를 맞아 불법포획ㆍ판매ㆍ유통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주는 ‘풍어’라는데, 해수부는 갈치 어획량(2016년 기준 3만2,000톤)이 3년 간 30% 가까이 줄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이유는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어업협정에 있다. 국내 갈치잡이 어선들은 그간 상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어획량을 정하는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일본 EEZ에서 갈치를 잡아왔다. 그러나 갈치 어획 할당량을 두고 양국 입장이 갈리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주로 일본 EEZ에서 갈치를 잡아온 제주 어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지난 4월 갈치 금어기를 북위 33도(마라도) 이북 해역에만 적용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쉽게 말해 제주 어민에겐 7월에도 비교적 가까운 마라도 아래 해역에서 갈치를 잡도록 예외를 허용해준 셈이다. 최근 제주갈치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처럼 마라도와 먼 지역의 어민들은 잔뜩 뿔이 난 상태다. 부산 인근에서도 다 자란 갈치들이 잡히고 있지만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갈치들은 놓아주거나 폐기해야 한다. 게다가 해수부는 북위 33도 이북에만 금어기를 적용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 의결되지도 않았는데 제주 어민들에게만 임의로 조업을 허용하고 있다. 부산 지역 대형선망어업계 관계자는 “갈치 보호를 위해 모든 어민이 고통분담을 하자는 것인데 제주만 조업을 허용해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의 금어기 잣대가 지역감정마저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북위 33도 이남에 갈치잡이를 허용하는 건 한일 중간수역에서 어민들이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어장을 확대해 주기 위해서다. 특정 지역 어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California Dreamin' -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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