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30~7.7 한.북.미 역사적 판문점 만남 그리고 일본의 지랄

by 이성근 2019. 6. 30.


               내일 6.26-27

역사적인 판문점 만남에 유독 튀는 한국당 논평

뉴질랜드는 행복이 목표다

자사고 폐지하면 고교 교육이 하향평준화 된다고요?

서울 고교 교사 71% “자사고, 교육에 부정적 영향

 

G20 성과 빈수레, 빛바랜 '아베 외교'

주요 산업분야 기술발전 70년 사 도포

트럼프 트윗과 침몰하는 언론의 자화상

사대주의 말아야” “트럼프 의존 말자” ‘멘붕빠진 태극기

한국에 경제 주도권 뺏길라투키디데스의 함정빠진 일본

 

대학을 기업으로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최저임금 깎으면 자영업자가 살아난다는 거짓말

자사고의 속내 “1등급은 1등급처럼 살고, 7등급은 7등급처럼 산다

실패작이 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자사고 졸업생 절반 이상이 재수학원 간다

"일본이 왜 이렇게 서운해 하는지..." TV조선은 왜 이럴까

7월 말~8월 초 여름휴가 2년 새 79%71% 감소

2030 ‘내 걱정할 때 5060자식 걱정


                   7.1 한국-중앙

                   국제-국민

기호-오마이뉴스




                      7.2 한겨레-기호

                   매일-중앙

                    국민-한국


                   인천-경인

                          한국농정-중부

                      경기-경향


                       7.2 내일-7.3 경향

                        경인-기호

                         한겨레-국민

                        한국-대구

                         중앙-국제

                      7.3 내일-7.4 중앙

                       한겨레-국민

                       한국-경인

                        경향-기호

                      인천-국민

                     한국-대구

                    내일-국제

                  기호-경향

                   한겨레-중앙

                   경인-내일


        7.1~7.5 경향 장도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적인 판문점 만남에 유독 튀는 한국당 논평

66년만의 판문점 북미상봉, 북한 땅 밟은 첫 미국 대통령정치권 환영 분위기, 한국당 목표는 완전한 핵폐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남북미 정상이 30일 최초로 DMZ(비무장지대)에서 만나면서 정치권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회동을 한 뒤 북한 땅을 밟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비핵화에 방점을 두며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북미 정상이 만나기 전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의 목표도, 미북간 만남의 목표도 오로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에 있어야 한다지난 2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평화를 위한 대화, 중재자로움 등을 얘기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무력도발이 보여주듯 핵폐기로의 진전보다 오히려 악화일로라는 평가에 직면해있다고 구두논평을 냈다.

 

전 대변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북핵폐기에 대한 공고한 의지와 핵폐기 범위 수순 등에 대한 합일을 이루고 미북간 만남 역시 이벤트성 만남이 아닌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만남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지난 29일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만 모든 것을 맡겨두기에는 너무 불안하다현 시점에서 제1야당 한국당이 직접 동맹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청과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선의만으로 안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며 본질조차 놓쳐버린 문재인 정권의 안보의식 상실과 거짓말에 국민은 속고 나라는 휘청대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반면 다른 야당들은 이날 역사적 순간의 의미를 짚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판문점 만남은 대립과 반목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라며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은 비핵화의 어떠한 어려움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음을 전세계에 알린 사건이자 한반도 평화의 굳건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전협정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남북미가 한자리에 모여 북미 관계 정상화의 큰 걸음을 내딛는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획기적인 진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국회와 여야 정치인, 전문가들이 모두 역량을 발휘하고, 야당들 또한 한반도 평화라는 국익 앞에서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남을 갖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여정에 굉장한 이정표가 만들어졌다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시키는데 있어 굉장한 분기점이 마련됐고 3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SNS에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적과 같이 찾아온 천재일우의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서러운 분단의 벽을 허물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썼고,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인 원혜영 의원도 트위터에 이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역사적이고 중대한 진전임에 분명하다오늘 한반도는 세계의 중심이 됐다고 썼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뉴질랜드는 행복이 목표다

아던 정부 가보지 않은 길로 대전환, 4년간 198600억원 투입

 

3만달러 시대, 우리의 삶은 나아졌는가. 질문을 더 줄이자. 오늘 우리는 행복한가?

적도 반대쪽의 뉴질랜드가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는 세기의 도전을 시작했다. 국가 정책과 예산의 목표를 (GDP·국내총생산)의 성장에서 행복 증진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실험이다. 뉴질랜드의 야심 찬 행복 정책을 이끄는 사령탑은 30대 젊은 여성 총리 저신다 아던. 그는 총예산의 3.4에 해당하는 38억뉴질랜드달러(29400억원, 순증액) 규모의 행복 예산’(웰빙 예산)530일 발표했다. 아던 정부는 4년 동안 256억뉴질랜드달러(198600억원)의 행복 예산을 투입한다.

 

한겨레21

 

록스타 혼자 어떻게 잘나갈 수 있겠는가

아던이 가보지 않은 길로 대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하다. 국가정책 목표로서 GDP의 한계 인식이 출발점이다. 2019년 국가예산안에서 아던 총리는 “GDP 증가가 경제활동의 질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뒤처진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통렬하게 짚었다.

 

그는 뉴질랜드 경제가 지난 몇 년 동안 뚜렷이 성장했지만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최악의 자살률, 감당할 수 없는 홈리스 증가, 수치스러운 가정폭력과 아동 빈곤 수준등 성장의 숲에 가린 뉴질랜드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냈다. 그는 “GDP 성장만으론 삶의 질을 높일 수 없고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단언하면서, “이제 국가 성공의 정의를 재무 건전성뿐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 자원을 지키는 것으로 확대한다고 구체적인 행복 예산안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영국처럼 국가행복지수를 측정한 나라들이 있지만, 행복(웰빙)을 중심으로 전체 예산을 편성하고 행복 증진에 맞춰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나라는 뉴질랜드가 서양 국가 중 첫 사례라고 뉴질랜드 행복 예산 대전환의 의미를 평가했다. <가디언>주변에 홈리스가 많아지고 아동 빈곤과 불평등이 커지는데, 록스타 혼자 어떻게 잘나갈 수 있겠는가라는 뉴질랜드 그랜트 로버트슨 재무장관의 발언도 인용했다. 로버트슨 장관은 뉴질랜드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록스타성장률을 구가하지만 사람들 삶의 질이 나아지거나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고 행복 예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GDP를 잊어라, 뉴질랜드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Well-being) 도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부제 또한 새로운 국가 행복 예산, 돈보다 시민 행복 우선이란 선명한 메시지를 담았다. <복스>는 기사 첫머리에서 뉴질랜드 행복 예산으로의 대전환 의미를 잘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성공을 GDP라는 잣대로 평가해왔다. 그런 고정관념을 뉴질랜드가 흔들었다. 처음으로 행복 예산을 도입하면서 국가의 성공을 전혀 다른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도전장을 던졌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가 처음 도입한 행복 예산은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고, 국가의 성공을 다른 방식으로 측정하려는 것이라면서 “GDP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함양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자는 것이라고 <한겨레21>에 설명했다.

 

정신건강 증진, 아동 빈곤 개선에 중점

구체적으로 뉴질랜드의 첫 행복 예산은 다섯 가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정신건강, 아동 빈곤, 가정폭력과 같이 뉴질랜드가 직면한 장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마오리 원주민과 남태평양계 뉴질랜드인들의 삶을 지원하고, 경제구조를 전환하면서 생산적인 국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이 말을 뒤집으면, 뉴질랜드에서 불행한 사람들을 덜 불행하게(또는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하는 데 예산을 가장 먼저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경제구조 전환이나 경제의 활력 증진에 당연히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뉴질랜드 행복 예산에서는 정신건강 증진이 최대 역점 분야로 제시됐다. 그만큼 정신질환으로 불행에 빠진 뉴질랜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 행복 예산 총액 38억뉴질랜드달러 중 무려 135800만뉴질랜드달러가 투입된다. 뉴질랜드의 집권 노동당은 행복 예산을 설명하는 누리집에서 우리는 정신건강과 중독 문제를 너무나 오랫동안 개인 일로 치부해왔다면서 행복 예산을 도입하면서 뉴질랜드 사람의 정신건강 증진에 사상 최대 투자를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정신질환 예방부터 집중 치료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즉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나 대학, 지역 커뮤니티센터 등에 훈련된 전문 인력을 두루 배치하기로 했다. ·고등학생 5600명이 추가로 학교에서 자살 예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홈리스 2700명이 안락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도 있다.

 

두 번째 정책 목표가 아동 빈곤 개선이다. 뉴질랜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많다고 파악했다. 고질적 가정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예산을 많이 쓰기로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강화하고, 피해 어린이의 피난처 제공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학교 지원 예산을 늘려, 저소득층 부모가 학교 기부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행복 예산은 마오리 원주민과 남태평양 섬 주민의 공동체 강화에도 집중 투입된다. 이들은 백인 뉴질랜드인보다 소득도 낮고 교육 수준도 낮고 행복지수도 낮게 측정된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덜어주는 것이 행복 예산의 궁극적 목표다. 마오리와 남태평양 주민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이를 위해 전통적인 공동체 건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범죄를 저지른 주민이 재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고유 언어의 사용과 확산도 지원한다.

 

한겨레21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경제구조 전환

행복 예산이 GDP의 한계를 비판한다고 해서 성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부의 성장만으로 국가의 성공을 재단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행복 예산에서는 부의 성장중에서도, 국가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전환과 국가 생산성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국가 생산성을 강화하려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미래의 일자리 감축을 가져오는 자동화에 대비하고 가계의 실질소득을 확충하는 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경제구조 전환은 기후변화와 수질, 토양 침식, 쓰레기 등 주로 환경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질랜드 경제를 능동적으로 또 선제적으로 친환경 구조로 바꾸는 길을 열어가자는 것이다. 그 길목에 행복 예산이 있다.

 

아던 총리는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세계의 이목을 끈다. 최연소 여성 총리로 임신 뒤 출산휴가를 떠나는가 하면 지난 5월 연인과 뒤늦은 약혼 소식을 세계로 전파했다.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때는 히잡을 쓰고 피해자 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모습으로 세계인의 감동을 일으켰다.

 

아던은 그동안 자신만의 감성적 행보로 성공적인 총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아던이 행복 예산이란 정책 도전에서도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뉴질랜드 제1야당인 국민당은 행복 예산은 사회간접자본과 공공서비스 확대를 바라는 뉴질랜드인들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당은 정부의 행복 예산을 보면,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이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두 배나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빠져 있다면서 난센스라고 질타했다.

 

뉴질랜드에 앞서 행복 정책의 길로 들어선 나라들도 있다.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이 대표적이다. 부탄은 행복을 국가정책 목표로 헌법에 명시했으며, GDP를 대체하는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 개념을 구체적으로 도입했다. 33개 지표로 나눠 국민총행복 지수를 조사하며, 주요 정책에 행복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총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행복영향평가에서 탈락한다. 국민총행복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위원회 조직도 운영한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2016년 행복부를 설립했다. 정부 차원에서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행복성과지표도 개발했다. , 정부 부처마다 행복사무관을 두고, 공공기관에는 행복위원회를 설치했다. 직장 내 행복 문화 증진을 도모하는 장치다.

 

서울시 1월 시민행복증진 조례 공포

양극화의 불행이 만연한 우리 사회도, 성장 중심에서 행복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첫걸음을 뗐다. 지난해 박진도 당시 지역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을 설립했다. 35개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입한 행복정책실현지방정부협의회도 정책 공조의 틀도 갖췄다. 지난 619일 행복정책실현지방정부협의회는 서울시, 서울시의회와 공동으로 행복한 지역공동체 구축을 위한 행복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서울시는 올 1월 시민행복증진 조례를 공포했으며, 연말까지 행복위원회 구성과 행복지표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자사고 폐지하면 고교 교육이 하향평준화 된다고요?

재지정 평가 둘러싼 오해와 진실

 

전북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지난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나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입니다. 한쪽에서는 고고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을 일으킨 자사고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고교 체제 개편 속도를 더 내야한다고 촉구합니다. 반면 평가를 빌미로 자사고 죽이기를 한다거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자사고 학생·학부모 등의 반발도 있지요.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오해는 없는지, 자사고 관련 궁금증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하향 평준화되고, 다양한 교육이 안 되나요?

자사고가 애초 설립 취지처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10여년 동안 자사고가 대폭 늘었지만, 자사고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펴왔습니다.

 

교육부는 국어·영어·수학 편중 교육을 막기 위해 ··수가 교과 총 이수단위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일반고는 이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부여받은 자사고한테는 권고사항이지요. 자사고들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자율성이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뒤 사실상 일반고보다 국··수 교과 시간을 더 많이 배치해왔습니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은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육을 원합니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반영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이 교육과정은 교과별 이수단위를 최소 수준으로 설정해 일반고도 선택 중심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오히려 일반고가 자사고보다 더 국··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생 선발권만 사라질 뿐, 교육과정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상산고 같은 곳에서 오히려 다양한 아이들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해준다면, 일반고는 더 다양해질 수 있고 상향 평준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지난 4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권혁선 전주고 교사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북 자사고인 상산고와 일반고를 비교해보니 상산고는 80, 일반고는 103개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주당 수업 시간을 비교해보면 상산고는 일반고보다 하루 1~2시간 이상 수업을 더 편성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지요. 결국 자사고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해 교과 시수를 최대한 확보해,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습권을 오히려 박탈하고 입시 중심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수월성 교육이란 현실에서는 소수의 뛰어난 학생들만 구분지어 교육을 시킨다는 엘리트주의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교육학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구현하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소수만을 특정 학교에 모아 더 뛰어나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수월성개념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높은 학비를 지불할 수 있는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들만의 학교가 과연 우리 교육을 다양화했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 아닌가요?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그동안 전국의 학생들을 뽑아온 선발권이 사라지게 됩니다. 일반고로 전주 지역 학생들이 추첨을 통해 학교에 입학하게 되지요. 만약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내년에 1학년은 일반고, 2·3학년은 자사고 체제로 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혼란이 있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는데요. 이범 교육평론가는 자사고였다가 재정난 등으로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 사례들을 보면, 과도기 중에 큰 혼란이나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또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안산동산고의 경우, 일반고로 전환되면 채플이나 종교 관련 교육을 할 수 없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과정 안으로 편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채플은 선택과목이 되겠지만,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학교 재량으로 종교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일반고의 자율성도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습니다.

 

상산고 같은 자사고가 일반고가 되면 지역 교육이 위기에 처하나요?

이러한 발언은 주로 전국에서 학생을 뽑는 상산고 등 10개의 자사고를 두고 하는 말인데요. 예컨대 상산고는 한 학년 350여명 가운데 전라북도 학생은 70여명(전체의 20%)뿐입니다. 권혁선 교사는 전북에는 130여개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중 상산고 70여명 때문에 전북 교육이 망한다는 말에 화가 났다상산고가 자사고로 전환된 뒤 오히려 전북 지역 교육 환경은 더 나빠졌다고 전합니다. 전북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자사고가 많은 편인데, 상위권 학생이 특목고 외에도 자사고 등으로 빠지면서 일반고의 학생 분포 구조가 무너졌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런 자사고가 지역 학생에게 더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에 따라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등에서 지역 인재를 30%까지 선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역에서 다녀야만 입학 자격이 주어졌는데, 올해 입시부터는 법 개정으로 고등학교만 지역에서 졸업하면 지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사회교육과)얼마 전 전북대 의대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런 제도 때문에 타 지역 학생들이 입학을 많이 하게 되고, 그 학생들이 대학 졸업하면 자기 고향이나 큰 도시로 떠나버려 의료 공백 현상이 걱정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천 교수는 지역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전북의 경우 지역 위기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지역에서 살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콘텐츠와 가치를 재생산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사고 폐지로 고교 서열화, 입시 위주 교육 같은 공교육의 문제가 해결되나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고교 서열화 문제가 당장 해결되거나 입시 위주 교육이라는 공교육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폐지는 교육 개혁의 시발점이자 고교 체제 개편의 첫 단계라고 말합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우리 교육은 학생 선발권에 몰입하고 경쟁해왔는데, 단위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전에 해결돼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전 소장은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고교 체제 개편, 내신과 수능평가 시스템 전환, 교사 개인별 평가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교육부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고교 체제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전 소장은 자사고 설립 당시에 아이들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한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부분을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 소장은 학교 안에서 나와 다른 환경, 가정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야 서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동료 효과를 낼 수 있다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성해서 아이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사립학교는 어디까지나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이며, 국공립 학교에 우선해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없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취소소송에서 행정법원 판결문 내용을 살펴보면, “자사고가 국·공립학교에 우선해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자사고로 전환하는데 우선 선발권이 주된 요소로 고려되긴 했지만,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인 만큼, 자사고 측은 학생 우선 선발권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음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사법부도 밝힌 바 있습니다. 자사고 부모들이 주장하는 학교 선택권이나 자사고가 주장하는 학생 선발권이 무한정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양선아 최원형 기자 anmadang@hani.co.kr

 

서울 고교 교사 71% “자사고, 교육에 부정적 영향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 1418명 설문

고교서열화로 일반고 황폐화등 우려

73% ‘일반고 중심 평준화 체제로찬성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 71% 가량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을 밝혔다.각 시도교육청별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그에 따른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 지역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6~28일 교육청 업무메일 시스템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교사 1418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근무지는 각각 일반고 1017, 특성화고 191, 자사고 160, 기타 50명 등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사고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 39.7%(563)매우 부정적’, 32.1%(455)부정적이라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71.8%가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부정적이라 답한 교사들은, 그 이유로 고교서열화로 일반고 황폐화’(83.8%), ‘차별교육과 특권교육 강화’(59.7%), ‘설립 취지를 위반한 자사고 운영’(34.7%), ‘자사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만연’(33.9%) 등을 꼽았다. 반면 자사고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매우 긍정적이라 응답한 교사는 전체의 8.8%(125), ‘긍정적이라 응답한 교사는 162(11.4%) 수준이었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촉진’(56.9%), ‘수월성 교육 실현’(48.2%), ‘건전한 경쟁으로 교육력 제고’(47%)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자사고에 근무하는 교사(160)들 응답은 긍정적’ 71, ‘부정적’ 72명으로 의견이 절반씩 갈렸다.

 

한편 향후 고교체제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하는가질문에는 73%(1035)일반고 중심의 평준화 체제로 개편이라고 응답해, 현재 진행 중인 고교체제개편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고교체제 유지13%(184), ‘특목고·자사고 등 운영 확대8.1%(115), ‘기타5.9%(84) 등으로 나타났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자료 제공 전교조 서울지부

 

G20 성과 빈수레, 빛바랜 '아베 외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디지털 경제 관련 특별 이벤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앉아 있다. 오사카|AF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맞았다. G20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을 부각시켜 7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의 아베를 어필한다는 구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무역전쟁을 둘러싼 미·중 정상회담이었던 데다 아베 총리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막 다음날인 30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이목을 독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9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구체적인 진전을 보인 것이 없다는 평가다.

 

폐막과 함께 채택된 공동성명에선 지난해에 이어 ()보호무역주의표현이 빠졌다. 대신 자유, 공정, 무차별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도록 노력한다고 명기됐다.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과 중국이 요구하는 무차별을 나란히 넣어 양국을 배려한 형태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성명 초안에서부터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뺐다. 공동성명에선 또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파리기후협정에 대해서도 협정 탈퇴를 공언한 미국과 그외 19개국의 입장을 각각 담았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이를 구체적 문제 해결에서 살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어려운 테마로부터 도망친 것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게다가 친밀한 사이임을 과시해오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일 안보조약에 대해 불평등한 합의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아베 총리에게 지난 6개월간 (조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을 파기할 의향은 없다고 했지만, ·일 동맹의 근간인 안보조약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미·일 무역협상에서의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안보조약 문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9일 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러·일 평화교섭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목표 기간을 제시하지 못해 교섭의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아베 총리로선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이나 러·일 평화교섭 등 주요 외교방침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란 간 중재역 시도도 이란 방문 기간 일본 유조선 피격 등으로 물거품으로 끝났다.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적 성과로 포장할 재료가 좀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오사카|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트럼프 트윗과 침몰하는 언론의 자화상

SNS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29일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것(트윗)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당일 오전 떠올린 아이디어를 문장화했다.

 

세계가 갑자기 들썩였다. 여론의 관심이 한반도로 향했다. 둘은 다음 날(630)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발화자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수신자는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굳이 해당 트윗의 송수신자를 하나씩만 정리하라면 그렇다. 이 메시지는 온 세계 트위터리안이 수신했다. 트럼프의 몇 줄짜리 단문은 곧바로 전 세계에 퍼졌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에 언론은 한 발 늦었다. 전 세계 언론은, 이미 트위터리안이라면 모두가 아는 내용을 뒤늦게 기사화했다. "트럼프가 29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트윗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의 역사적 트윗...이자 보도. 트위터 화면 캡처

 

유독 한국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칭한다. 영미권에서는 소셜미디어라 칭한다. 일견 엇비슷해보이는 단어이지만, 이용자를 규정하는 양상이 다르다. SNS란 곧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관계망(네트워크)을 강화하는 '서비스'일뿐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이 단어에서 이용자는 여전히 파편화한 개인이다. 가치 있는 정보의 발화자로 규정되지 않는다.

 

단어 '소셜미디어'의 맥락은 다르다. 이용자 개개인이 곧 미디어다. 가치 있는 발화자다.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메시지가 곧 뉴스며, 페이스북 이용자가 정리한 문장이 논평이고, 유튜버의 먹방이 가치 있는 방송 콘텐츠가 된다.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 단어인가. 후자다. 트럼프의 트윗이 이를 생생히 입증한다. 과거였다면 트럼프의 발화와 김정은의 수신 사이에 언론이 끼어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대중이 둘 사이를 오간 메시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대통령이 미디어가 됐다. 언론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해당 트윗을 재정리한 기사보다 빠를 방법이 없다.

 

트럼프는 오래 전부터 트위터로 정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트위터로 정치만 하지 않았다. 스스로 미디어가 됐다. 그가 미국 언론을 공격하는 장면은, 옳고 그름을 떠나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미 우리는 숱한 소셜미디어가 언론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재미있는 홍보로 주목을 받은 충주시청, 부산경찰청이 직접 생산하는 정보를 대중은 곧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고 있다. 삼성, 넷플릭스, 노동조합이 직접 생산한 정보가 곧바로 페이스북, 트위터를 타고 수신자에게 가닿는다. 방송사의 드라마를 유튜버들이 대체하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유튜버는 물론 우리 자신이다.

 

가치 편향, 정보 편향이 끼어드는 건 물론 맞다. 재벌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골라 팔로어에게 전달할 것이며, 경찰청이 자신의 부조리함을 직접 고발하는 트윗을 올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 편향성은 미디어가 지배하던 시절에도 있었다. 언론을 향한 대중의 신뢰도는 원래 그리 높지 않았다. 지금 대중은 지극히 자신의 가치관에 맞다 여겨지는 송신자를 골라 팔로우하며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 수신한다. 이 상황에 언론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언론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끼어들 자리는 넓지 않다.

 

미디어 플랫폼 혁명이 언론에 묻고 있다.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태 제기된 답안은 모두 설자리가 없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에 한국 언론이 관심을 기울인 게 2014년의 일이다. 그 사이 언론 기업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성공 사례'는 제프 베조스가 돈을 투입해 기자를 대거 잘라내고 경영 관리자를 충원한 <워싱턴포스트> 사례 정도가 유일했다.

 

한국 언론이 따르기 쉬운 길은 아니다. 한국의 어떤 미디어 전문가도 한국 언론이 나가야 할 길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한다. 자본력이 취약하고 취재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으며 직원 재교육 능력도 취약한 한국 언론은 대중이 스스로 언론이 된 현실에서 여전히 출입처 문화 등 예스러움에만 기대며 천천히 가라앉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답이 없다면, 일단은 대중을 미디어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사대주의 말아야” “트럼프 의존 말자” ‘멘붕빠진 태극기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미국 의존 않는 노선 정립해야조갑제 트럼프 기준으로 생각하면 사대주의한국당도 트럼프 비판

30일 남북미 3자 정상회동과 3차 북미회담에 보수·친박 진영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목소리가 커진 이들 진영이 이번 판문점 3자 회동과 정상회담으로 정신 승리만 되뇌고 있는 형국이다.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또 판문점으로 가서 김정은을 만나는 평화의 쇼쇼쇼를 연출하는 과정을 아주 불쾌한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정 주필은 내년 총선까지 대한민국은 평화쇼로 넘어가는 국면이라며 트럼프와 김정은이 문재인의 총선 운동을 정말 세게 해주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겨우 하노이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가했더니 또 뒤로 돌아나가는 결과라고 탄식했다.

 

정 주필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민국 보수 내에 여러 견해가 있다대한민국 보수가 트럼프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올바른 노선을 하루빨리 정립하고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 형님이 해결해줄 것, 이런 식의 안이한 태도로는 또 당한다. 무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왼쪽)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사진=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유튜브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가진 뒤 김정은의 미사일 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것은 소형 미사일이다. 나는 이것을 미사일 발사라고 보지 않는다. 단순한 테스트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두고 트럼프가 세계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그는 한미동맹 존재 이유에 근본 의문을 갖고 있는 사나이다. 신형 미사일에 핵폭탄이 달려 서울 상공에서 터지면 주한미군은 안전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향후 북한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될) 장거리 미사일은 발전시키지 않는 선에서 (미국은) 대북 제재를 해제해줄 것이라며 영변 핵, 우라늄 농축 시설 외에 나머지 하나를 없애는 걸로 (북미가)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 인질이 된다고 우려했다.

 

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방부가 북의 탄도 미사일발사체라고 허위 보고했다며 군형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허위 보고 책임자는 경우에 따라 총살될 수 있다. 엄청난 장기(징역)형이 필요한 허위 보고를 대놓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이익과 국민 안전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펴야 할 한국의 공무원 집단이 트럼프 기준으로 판단하면 사대주의자라며 김정은 기준으로 행동하면 반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1일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보면 미국은 철저히 자국 안보에 집중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안전에 형식적 의지 표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북한 미사일은) 우리 국민과 국토를 사정권 안에 두는 무기라며 미국 본토에 위협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별일 아닌 듯 하는 현실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기라고 주장했다. 표현 수위만 낮았을 뿐 조 대표 인식과 대동소이하다. /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한국에 경제 주도권 뺏길라투키디데스의 함정빠진 일본

일본, 징용 배상 판결에 왜 무리한 경제 보복 꺼냈나

자유무역 강조했는데반도체 규제 이어 화이트국가제외

MB 독도 방문에 통화스와프 종료 등 수년간 경제 제재 계속

경제 격차 좁혀지고 일본 쏠림 줄어들어 실질적 타격 작을 듯

 

일본이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응한 무역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수출로 먹고살아온 일본이 특정 국가에 선제적으로 수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란 제재처럼 국제적 제재에 동참한 적은 있어도 자신들의 현안 해결을 위해 수출 제재를 꺼내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 이 같은 극단 처방을 들고나온 데는 한국 경제의 약진에 대한 위기의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00년대 중국에 동북아 패권을 뺏긴 일본이 한국에마저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일판 미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두 국가가 충돌하는 상황을 말한다. 최근 벌어지는 미·중 무역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심사·허가를 받도록 하고, 81일부터는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화이트국가란 군사 분야에 전용될 수 있는 첨단재료를 수출할 때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조치로 일본의 주요 교역 대상국들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본이 지정한 화이트국가 27개국 중 중도에 제외된 경우는 한 번도 없다“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자유무역을 강조해왔던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보복에) 매우 강한 의지를 내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은 한국에 지속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된 이후 사실상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거부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일 통화스와프다. 일본은 2012년 이후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줄이더니 2015년 계약 만료와 함께 완전 종료했다. 2016년 한국이 일본 정부에 통화스와프 협정 재체결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2017년 부산 주한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빌미로 삼아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중단된 지 오래다. 당초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했던 한·FTA는 협상이 계속 지연됐고, 2011년 이후에는 양측의 접촉이 끊겼다. 일본은 자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한국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전 세계 51개국 중 일본이 WTO에 제소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의 잇단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이 받은 충격은 거의 없다. 한국은 중국을 비롯해 스위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으며 통화스와프 규모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중남미 4개국(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연합인 태평양동맹과의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의 혈로를 추가적으로 뚫고 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에서는 최종 승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자신들이 경제협력을 끊으면 한국이 일방적으로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라며 ·일 간 경제력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일본도 다급한 구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세대(30) 만에 한·일 간 경제격차는 크게 축소됐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1988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3720억달러로 한국(1960억달러)보다 15.6배나 컸다. 그러나 2008년 일본 5380억달러, 한국 120억달러로 양국 GDP 격차가 5.0배로 축소되더니, 지난해에는 3.1(일본 49710억달러, 한국 1619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GDP31362달러(27)로 일본(39286달러·24)을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 경제의 일본 쏠림 현상도 크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30년 전 19.8%에 달했던 대일본 수출 비중은 올 상반기에 5.3%까지 축소됐다. 30년 전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수출 대상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일본은 베트남, 홍콩에도 뒤진 5위 수출 대상국으로 밀린 상태다.

 

사실상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으로서는 이 같은 한국의 부상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아베 신조 내각의 장기집권이 이어지면서 정치·외교적 여유가 없어진 것도 일본의 과민한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규판 대외경제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2000년대 중국의 부상, 한국의 빠른 성장은 잃어버린 20년에 빠져 있던 일본에는 경제적으로도 굉장한 위기의식으로 다가왔다·일 간 경제력 격차가 컸던 1970~1980년대라면 일본이 지금과 같은 대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대학을 기업으로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한국에서 학문공동체는 가능한가?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사보수이건만, 이것마저도 줄이려는 대학들 때문에 강사들에 대한 대규모 해고가 자행되었다. 우리는 대학을 학문의 전당, 학문공동체의 주체라고 생각해왔다. 강사해고를 둘러싼 대학들의 태도를 보면 한국에는 학문도, 학문공동체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 학문학문공동체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임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대학 강사의 대량해고는 한국이 얼마나 부박한 사회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은 대학에서도 거셌다. 한국 대학의 기업화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한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5·31 교육개혁안)이 출발점이었다. 대학 설립 준칙주의, 대학 정원 자율화, 국립대학 민영화, 총장 직선제 폐지, 교수 계약제, 등록금 자율화, 교육 시장 개방, 대학 평가 등이 도입되거나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 개혁안의 최종목표는 한국 교육을 철저하게 시장자본주의에 맞추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경쟁력을 대학들에게 지상과제로 부여한다. 또한 모든 지식은 계량화, 수치화, 서열화의 압박을 받았다. 시사지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가 대학들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 같은 언론사들이 대학을 서열화하고 점수를 매긴다. 평가를 하는 자는 권력을 가지게 되고 평가받는 자는 권력이 씌운 매트릭스 안에서 허둥댄다. 매트릭스를 넘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대학들은 각자 매트릭스 안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찾으려 한다. 개별 대학이 점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 매트릭스는 더욱 강화된다. 각자도생은 각자의 생존으로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쇠락으로 연결된다. 매트릭스를 만든 권력은 경쟁력 있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고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거짓말한다. 경쟁력을 위해 인문사회 분야의 많은 학과는 통폐합되고 구조조정대상이 된다. 경쟁력을 증명하는 논문 게재 수, 학술대회 개최 수까지 점수로 계량화되어 평가받는다. 그런데 학문공동체에 신자유주의를 강박하는 권력자들이 말하는 경쟁력이 진짜 경쟁력인지 어느 누구도 논박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경쟁을 했을 때 좋은 사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다. 전 세계적 '경쟁의 물신화'는 결과적으로 극단적 불평등으로 귀결되었다. 수치화되는 경쟁력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대학교수가 아니라 대학생으로부터 나왔다. 2010년 당시 고려대 학생이었던 김예슬은 대학을 그만둔다는 '대학 거부 선언'을 했다. 김예슬은 "대학은 글로벌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라고 자퇴의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김예슬의 선언을 젊은이의 치기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지만, 이후 악화된 대학의 황폐화를 생각한다면 학문공동체에 대한 섬세한 윤리적 감각을 가졌던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대학을 기업으로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대학은 사회의 한 기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실용학문의 경우 현재의 흐름이 아주 부정적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실용학문은 매트릭스의 효율적 작동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초점을 매트릭스의 기능이 아니라 매트릭스 존재 자체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일이다. 인문학적 성찰, 인문학적 반성을 경유하지 않은 유용성의 추구는 미국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를 만든다. 개별 부문에서는 세계의 첨단을 달리지만 공동체는 사라진다. 수백만이 노숙자로, 수천만이 의료보험이 없는 의료 빈곤층으로 살아간다. 유용성에 대한 극단적 추구는 유용성이 제공하는 삶의 편의를 누려야 할 인간을 망가뜨린다. 대학은 학문공동체의 핵심이고 학문은 매트릭스에 질문할 수 있는 지성적 능력이다.

 

현재 우리 대학의 모습은 어떠할까? <한국학논집> 74호에 실린 이재성 계명대 교수의 논문 '대학의 기업화와 인문학-대학의 파국과 인문학의 몰락'이 설명하는 한국 대학의 모습이다.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대학과 대학교육은 어떤가. 대학서열화와 사학 중심의 대학체제라는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한 채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현상을 대학의 재구조화, 즉 대학구조조정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대학인은 자율의 능력과 목소리를 상실했고 국가권력의 눈에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은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구조조정은 시장주의를 동력으로 삼는다. 시장주의는 대학을 학문공동체가 아니라 기업으로 생각한다. 돈 되는 것만 한다는 생각은 일면 ''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떤 것이 돈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나친 시장주의로 몰락하는 미국 대학에 대한 심층보고서인 <대학주식회사>의 저자 제니퍼 워시번은 이렇게 말한다. "대학생에게 편협한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읽기, 쓰기, 수학, 과학 등에 걸친 폭넓은 기반, 즉 학생들의 지적능력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연마시키는 교육을 제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상기 논문에서 재인용) 시장의 수요는 항상적으로 변하기에 폭 좁은 직업교육만 받은 경우 시장의 수요가 사라지면 그대로 끝나기 때문이다. 인재란 현재의 시장에 최적화된 사람이 아니라 시장의 유동성에 스스로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학의 기업화, 학문공동체의 해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심각한 문제를 촉발할 것이라 단언하는 전문가가 있다. 고부응 중앙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바탕으로 낸 <대학의 기업화>(한울 펴냄)에서 이렇게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화됨으로써 학문공동체가 소멸하고 있다는 것은 학문 자체가 소멸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족국가가 쇠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근현대 대학의 모델이 되고 있는 독일의 베를린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바람직한 민족국가의 구성원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이기도 했다. 대학의 기업화는 이러한 베를린대학의 모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민족국가의 쇠퇴와 연결되는 것이다." 민족국가의 쇠퇴란, 공동체로서의 민족과 제도로서의 국가가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부응은 "한국에서 대학의 기업화, 민족국가의 쇠퇴, 초국적 기업 자본주의의 득세가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맞물리면서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 세 현상이 결국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민족국가의 쇠퇴는 국가, 국적이라는 형식적 틀은 같이 걸치고 있지만 상호 간에 느끼는 연대의 감정이 바래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폭력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정서적 연결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더욱 냉담해져 가고 더욱 가혹해져 간다. 국적은 같을지라도 민족공동체의 구성원은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의 사상가 패트릭 J. 드닌은 자신의 책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공동체 복구를 위한 대안으로써 "리버럴아츠(교양 교육. 필자 주)의 강화"를 제안한다. 공동체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정제되지 않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런 힘을 완벽히 제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체해체를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길러낼 수는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사람들이 다시금 새로운 방식으로 공동체를 복원할 것이다. 대학은 학문공동체의 주역으로서 여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프레시안


최저임금 깎으면 자영업자가 살아난다는 거짓말

최임위,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고용효과 증거 없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영세업체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올해 최저임금 8350원을 8000원으로 4.2% 깎자고 요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저임금을 8000원이 아니라 7000, 아니 6000원으로 깎아도 경쟁력과 생산성을 상실한 업체와 자영업자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자위원들은 8000원으로 깎아야 할 이유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 및 높은 수준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 실물경제 부진 심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가중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 등을 거론했다.

 

최저임금 못 주는 '좀비' 업체 사라져야   

인상 속도가 가파른 이유는 그동안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에 비해 최저임금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 중간 수준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현실은 경제적인 요소보다는 사용자들의 부족한 준법정신과 정부의 형편없는 법 집행 때문이다. 대외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부진이 심화되는 실물경제를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을 깎을 게 아니라 오히려 대폭 인상해야 한다.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유도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사실 1인당 국민소득에 크게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지불하기 어렵다는 것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자력으로는 버틸 수 없는 '좀비' 업체들이다.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기보다, 국민경제에 기생하면서 경제적 활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좀먹는 암적 존재인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진행된 73,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는 '국민 무시! 최저임금노동자 멸시! 경총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부진을 초래한다는 거짓말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고용이 부진해졌다는 주장도 현실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무능력한 기업가들의 자기변명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국내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개선하고 국내 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은 20년 전인 1999년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당시 3.6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은 2018년 두 배가 올라 7.2파운드가 되었다. 그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도 28384달러에서 42558달러로 1.5배 커졌다.     같은 기간 한국은 최저임금이 19991525원에서 20188350원으로 무려 5.5배나 올랐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파탄 났을까? 오히려 나라 경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9991745만 원에서 20183493만 원으로 두 배 높아졌다.

 

영국, 최저임금 6.9% 인상    

영국 정부에 최저임금을 자문하는 저임금위원회(Low Wage Commission)는 지난 4월 최저임금 20년을 돌아보는 보고서를 냈다.(바로 가기 : 20 years of the National Minimum Wage)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위원회가 시행한 30개가 넘는 연구조사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는 국제적인 사례에도 일치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부 특정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있었으나 반복하여 지속되지는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 발생한 고용 감소는 다른 부분의 고용 증가로 상쇄되었다. 따라서 보고서는 최저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영국은 20194~20203월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7.7파운드로 6.94% 인상했다.

 

일자리 늘리려면 최저임금 올려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전쟁의 여파로 나날이 위축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7년과 2018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한국의 저소득 노동자층의 소비력이 그나마 유지되었고, 이것이 다시 내수 경제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불경기에 노동자를 보호하면서도 다양한 산업과 업종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는 유력한 장치다.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소득 노동자층 보호는 내수 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됨으로써 일자리를 지키며 고용률을 유지하는 유효한 방안이 되고 있다.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자사고의 속내 “1등급은 1등급처럼 살고, 7등급은 7등급처럼 산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가 난 지난 620일 학부모들이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다양성 교육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각자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일률적인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2008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기숙형 공립고 150, 마이스터고 50,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화된 고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고교를 활성화하며, 전문계 고교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돼 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온전히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의원(이후 교육부 장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각종 논문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인한 고등학교 체제의 획일성과 학교 선택권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자율형 학교 확대를 핵심으로 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이는 곧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져오던 고교 평준화 정책을 전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한 입시전문가는 이주호 () 교육부 장관의 머릿속에는 전 정권에서 추진한 모든 것을 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등장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기대와 달리 실패작이 돼버렸다. 11년이 흐르는 동안 자사고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당초 목표와 달리 변질됐다.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 설립의 목표로 내세운 다양성 교육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 더 잘 진학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락했고, ‘수월성 교육은 말 그대로 수월하게 지식을 잘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우선 선발되는 교육으로 변했다.

       

자녀가 자사고에 다니고 있는 부모들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다니고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서울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는 지난 7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사고의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자기 스스로 자사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교육열과 꿈을 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이야 내 자식이 가고 싶다고 하고, 실력도 되고, 나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데 내 돈 주고 내가 보낸다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다만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욕망을 감추고, 자사고를 다양성 교육이 보장되는 양질의 교육기관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입 성공에 대한 적나라한 욕망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서울 자율형 사립고 연합회가 매년 개최하는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 다양성 교육을 표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사고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에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의 장면이다.

       

자사고는 우리 아이 같은 친구들이 많은 학교”, “1등급은 1등급처럼 살고, 7등급은 7등급처럼 산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하는 편에서는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등급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반면 자사고 존치론자들은 다양성 교육을 놓고 서열화·등급화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자사고 연합이 설명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그들의 주장과 배치된다. 자사고 스스로 학생을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와 같은 친구들이 많은 학교란 곧 우리 아이와 비슷한 학업·경제수준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 학교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사고 연합은 또 대한민국 입시의 특징으로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 입시 탓에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 99%를 패배자로 남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사고 교육은 과정에 승복한다 입시 덕분에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99%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고 말한다. 이 프레젠테이션이 학부모와 학생을 자사고로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노골적이다. 대한민국 일반고교 교육은 실패라는 것을 전제로 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실패작이 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뭐 새로운 정보라고, 고등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입시전략을 짜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건 뉴스가 아니다.”(강남 재수학원 관계자)

 

전북 상산고가 의대 사관학교라는 프레임을 언론에 만들어 준 것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지만, 상산고가 의대 많이 보내는 자사고라는 사실은 자사고를 목표로 해온 중학교 1학년 이상 부모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이미 자사고는 소위 명문대와 의대를 가기 위한 입시기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각종 자사고 입시 가이드북을 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이드북을 쓴 저자들은 대부분이 대학입시 컨설턴트들이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명문고에 진학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과정 속에 자사고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한 자사고 입시 가이드북 내용이다.

의대는 수많은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꼽는 곳이다. 하지만 자연계열 중에서도 최상위권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 의대로의 진학은 결코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학업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면 특별히 의대 진학에 유리한 고교가 있을까. ‘특정 학교에 진학하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와 같은 공식은 물론 없다.(중략)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입시를 치르기 직전 3년간 몸담는 고교의 교육환경이 학생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능 성적 의대 합격선 충족한 학생수, 자사고가 최다라는 제목의 단락을 살펴보면 자사고가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모인 과학고, 영재학교에 비해 의대 합격선 충족비율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로 과학고, 영재학교는 일반적인 고교 교육과정보다 다소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재학생들이 수능체제에 대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의대 지원 가능 학생수(수능 자연계열에서 고득점을 하는 학생수)’ 1위에 선정된 학교는 바로 상산고다(2015년도 기준). 2위가 경신고, 3위가 휘문고다. 전부 자사고다. 일반고인 수지고, 한일고가 뒤를 잇지만 이 두 학교 모두 지역 명문학교로 이미 알려져 있는 곳이다. 6위부터 8위까지는 중동고, 용인한국외대부고, 세화고다. 모두 자사고다.

 

의대 지원 가능 학생수’ 1위 상산고

상산고는 수능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데에 특화된 전국단위 자사고다. 이 책은 의대에 진학하려면 자사고를 가라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의대에 진학할 만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꾸준히 포진된 고교는 그러한 성과를 뒷받침하는 교육 및 진학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북은 시중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자사고를 키워드로 검색되는 각종 서적은 30(품절 포함)에 달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상산고는 수능형 자사고라고 말했고,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90년대 수학의 정석을 풀던 교육에서의 잘함을 특화시킨 것이 상산고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학생을 성적으로 나누고, 사회통합전형(학업성적은 우수하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 선발전형)으로 20%를 선발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 학교가 자사고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조사하고 발표한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학부모 부담금을 살펴보면(2017년 회계결산 기준), 민족사관고 학생 한 명당 연간 납부해야 하는 학부모 부담금은 2589만여원에 달한다. 고교 3년이면 7768만여원에 달하는 돈을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위인 하나고는 연간 1280여만원을, 용인한국외대부설고는 1177만여원, 인천 하늘고는 1122만여원, 상산고는 1088여만원을 매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자사고 가운데 가장 저렴한 납부액을 기록한 광양제철고의 1년 학부모 부담금은 645만여원이었다. 이들 10개 전국단위 자사고의 연간 평균학비는 1133만원이다. 일반고 학비(279만원)4배다. 심지어 전국 31개 외국어고 평균 연 학비 764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광역 자사고의 연간 평균학비도 720만원으로 일반고보다 2.5배 높다. 돈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학교라는 표현이 과장된 말이 아닌 셈이다.

 

일선고교 입시담당자(교사)자사고는 1학년 때부터 교과서 외에 각종 서적과 원서를 구입해 읽고, 다양한 학교 밖 참여활동이 많은데 그게 전부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통합전형으로 입학해서 장학금 받으며 다니더라도 권당 몇만~10여만 원에 달하는 원서구입비, 체험활동비 등으로 나가는 돈은 학생이 부담해야 하다보니 그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반고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한다고 했다.

 

문제점이 많다면 자사고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전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정부의 입장 또한 애매하다. 정부 역시 자사고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620일 이뤄진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처분에 대해 보름이 지나도록 어떠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무리 교육감이 재지정 취소를 해도 교육부의 승인이 없으면 취소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조건부 재승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재심사를 하고, 그 전에 교육감이 요구하는 요건을 만족시키는 식이다. 여당에서조차 상산고 편들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사고 폐지 논란의 정치적 셈법   

교육부는 201711, 1단계 조치로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를 일원화하고, 2단계로 자사고 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2단계까지 완성되면 3단계는 고교체제의 전반적 개편작업에 들어간다. 교육부는 지난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를 합쳤다. 자사고 우선선발을 없앤 것이다.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도 금지했다. 이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중복지원 금지는 유예하고, 동시선발만 이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 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1단계 조치는 절반의 성과만 이뤄낸 셈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2단계 조치다. 74일 기준으로 평가대상인 8개 전국단위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는 하나고를 제외하고 모두 마무리됐다. 전북 상산고가 현재까지 유일하게 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진 학교다. 하나고는 이미 12점 감점을 받은 상태에서 평가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16개 광역 자사고는 안산 동산고(경기)와 계성고(대구), 해운대고(부산)만 평가가 마무리됐다. 안산 동산고와 해운대고는 기준점(70)에 현저히 모자라는 점수로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인천 포스코고는 79, 서울 13개 자사고는 710일 평가결과가 나온다. 전국 자사고 8개교 중 1개교만이 재지정 취소처분을 받았고, 서울 13개 자사고 역시 전부 재지정 취소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는 교육관계자들은 없다. , 대부분의 학교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는 계속 자사고 형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자사고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이다. 실제 2019학년도 자사고 42곳 가운데 18곳에 신입생 미달사태가 벌어졌고, 28곳은 경쟁률이 하락했다. 학부모 부담금 의존도가 높은 자사고로서는 미달사태가 지속될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우리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느냐 여부다.

 

상산고가 의대 입시 사관학교로 전락할 동안 교육당국의 누구도 이를 지적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평가과정에서 다양성 교육은커녕 입시를 위한 국··수 위주의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이과 통합도 하지 않은(문과가 2, 이과 10) 상산고에 대해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항목에 5점 만점을 줬다. ‘기초교과 편성비율항목 역시 5점 만점이다. 79.61점이라는 점수는 어쩌면 후하게 내린 평가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태근 이투스 평가이사는 지금부터라도 교육청이 정확한 자사고 평가기준을 마련해 설립 취지와 존재 이유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 근거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평가 근거와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때 문재인 정부의 교육방향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사고 졸업생 절반  이상이 재수학원 간다



대성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19학년도 재수생 진학 현황을 바로 볼 수 있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대 206. 연세대·고려대 839, ···수의예 1301, ·······2478, 경찰·KAIST·사관·교대 281.’

 

대성학원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3개월 이상 재수 정규반 강의를 들은 원생(전국 종합)2019학년도 대입 실적이다. 대성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재수학원에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한의대를 많이 보내면 그건 재수학원의 성과이지, 출신학교의 성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재수학원으로서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재수생의 출신학교를 밝힐 이유가 없다. 종로학원에서 발표하는 재수 성공사례 역시 출신학교가 아닌 학원에서의 커리큘럼 및 각 학생별 취약점 보완전략 위주로 제시된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진실이 있다. 원래 잘하던 학생이 재수를 통해 조금 더 좋은대학으로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현행 대입제도에서 재수생이 정시로 갈 경우 기존 내신등급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학생을 재수로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 내신등급은 낮은데 수능은 잘 보는 학생들이 누굴까. 자사고 혹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다.

 

재수를 다짐하고 1년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등급을 올려 가는 일반고 출신이 몇이나 될 것 같습니까. 재수한다고 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이 원래 잘하던 애들이 단기간(1)에 집중력을 발휘해 명문대를 가는 겁니다. 자사고나 특목고의 재수생 비율을 한 번 보세요. 어마어마합니다. 자사고 재학 3년간 적게는 1000여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들여 공부시켜놨는데 또 수천만 원의 돈을 재수비용에 쓰는 애들이 바로 자사고 학생들입니다.”(20년 경력 입시전문가 )

 

내신 낮아도 수능 잘 보는 학생은 누구

지난 626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상산고에서는 재수생을 포함해 한 해 275명의 학생이 의대에 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상산고는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김 교육감이 밝힌 해당 수치는 상산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돼 있던 내용이었다. 이 수치는 통상 해당 학교 출신이 ‘SKY+의학계열대학으로 진학한 숫자를 취합할 때 중복 합격자 수 포함 및 재수생(심지어 삼수생)까지 포함시키는 관행대로 산출한 것이다. ‘인 서울 명문대 및 의대만 보내면 된다는 학교의 그릇된 인식이 만들어낸 과장된 숫자인 셈이다.

 

이는 비단 상산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자율형 사립고가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이전부터 철학을 갖고 교육을 해온 자립형 사립고마저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서 변질된 결과다. 부작용은 현재 나타나는 그대로다. ‘좋은 학교는 곧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라는 이미지에 모든 자사고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재수를 시켜서라도 학생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고, 이를 수치로 광고하는 것이 자사고의 노골적인 홍보전략이 된 것이다. 이는 각 자사고의 재수생 비율을 봐도 알 수 있다.

 

서울 중동고와 휘문고, 세화고, 현대고, 세화여고는 대표적인 강남 5대 자사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학교 졸업자의 절반은 대학이 아닌 재수학원으로 간다. 한 입시전문가는 자사고는 다양성 교육을 목표로 삼지만 정작 아이들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진로를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3년 내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보다 명문대를 많이 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명문대를 간 그 학생들이 어느 과를 갔는지에 대한 결과 발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명하다. 일단 SKY 간판만 따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어떤 과에 진학하는 게 학생을 위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SKY에 진학하지 못하면 그 학생은 입시에 실패한 게 된다. 그러면 어디로 가느냐. 대성이나 종로(학원)로 간다.”

 

이는 과장된 사례가 아니다. 현재 재수학원 종합반에 등록해 2020학년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상당수가 자사고 출신이다. 강남의 한 재수학원 입시상담가는 “(재수학원 등록) 원서를 쓸 때 출신학교를 기재하니까 우리는 누가 강남 출신인지, 자사고 출신인지, 일반고 출신인지 당연히 다 안다면서 아무래도 자사고 출신들이 상위권 반에 들어가고, (학원이 조금만 잡아주면) 그 친구들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알리미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중동고의 2019년도 졸업생 진로현황을 살펴보면 이 학교 졸업자 412명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152(36.9%)에 불과하다. 전문대에 간 5(1%)을 포함해도 38%가 되지 않는다. 반면 기타에 해당하는 학생은 255(62%)에 달한다. ‘기타는 진학 또는 취업에 속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사실상 기타=재수생이라는 말이다. 중동고는 2019년 졸업자 10명 중 6명이 재수를 택했거나 적어도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 자율형사립고학교장 연합회 김철경 회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3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강남 전체 학교 대학 진학률 40% 미달

지난해 이사장·교장 등이 55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하는 등 사학비리로 논란을 빚었던 휘문고(해당 이사장은 지난 6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전체 졸업생 465명 가운데 단 36%(168·전문대 1명 및 국외 진학 3명 포함)만이 대학에 들어갔다. 나머지 64%(297)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세화고는 전체 졸업생 392명 가운데 193(49%)이 대학 또는 전문대, 국외 진학을 했고, 나머지 199(51%)은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현대고 역시 졸업생 447명 가운데 222(50%)이 대학 진학 또는 취업(1)을 했고, 나머지 225(51%)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강남 5대 자사고 중 유일한 여고인 세화여고는 그나마 전체 졸업생 387명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17명이 대입에 성공했다(국외 진학 1명 포함). 그러나 170(44%)은 재수를 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강남 5대 자사고로 꼽히는 학교들마저도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 후 재수를 택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강남구 전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39.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 평균 대학 진학률 55%보다 15.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를 두고 강남지역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 재수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강남지역 학생일수록 재수를 해서라도 더 좋은대학에 진학하려는 비율이 높다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지난 72일 인터뷰를 한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SNS에도 언급했지만 항간에는 그런 말들이 들린다. 강남지역 학생들은 재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성학원 재수종합반 한 달 비용이 200~300만원 언저리인데 1년 하면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강남 학부모들은 그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된다. 그러니 재수를 시켜서라도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것이다.”

 

이쯤되면 명문 자사고에 대한 기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재수학원으로 옮겨가 대입 준비를 하는 자사고가 과연 대한민국 교육에 필요한 걸까. 과연 다양성 교육 및 수월성 교육에 성공한 학교라고 볼 수 있을까.

류인하·반기웅 기자 acha@kyunghyang.com

 

"일본이 왜 이렇게 서운해 하는지..." TV조선은 왜 이럴까


[민언련 방송 모니터 보고서] '우호적 한일관계'만 강조한 TV조선 대담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4일부터 반도체,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강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이외에도 수출 시 허가 취득절차를 면제해주던 27'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만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8월부터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된다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품목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경제보복 파장 심각성 강조한 언론들, 온도차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1일부터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4일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JTBC가 총 22.5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채널A도 총 21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모든 방송사가 하루에 4건이 넘는 보도를 하는 등 대부분 이번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뤄 보도량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보도내용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TV조선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파장을 매우 강조하는 모양새였습니다. TV조선 <"장기화되면 치명타"업계 초긴장>(7/1 오현주 기자)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업계 등이 입게 될 손해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신동욱 앵커는 "기업의 입장에선 당장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오현주 기자도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도체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반도체) D램 가격이 6개월 새 반토막 난 반도체 업체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타사의 보도에는 온도 차가 있습니다. KBS <앵커의 눈/정부, 경제보복 규정'WTO 제소' 강력 대응>(7/1 서재희 기자)에서는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론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공급 과잉 상태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이 줄고 재고 소진이 빨라지면, 가격 경쟁력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의) 이번 규제로 오히려 해당 품목의 일본 독점이 완화돼 우리 부품 소재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경쟁력 강화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기업들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며, 사태가 장기화하진 않을 거란 분석을 내놓은 방송사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SBS <의존도 높은 필수 재료정부 "유감, WTO 제소">(7/1 노동규 기자)에서 "한국 반도체 회사에 수출하는 일본 소재업체들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카드를 장기간 휘두르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한국 반도체를 수입해 쓰는 전 세계 글로벌 IT업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갈 경우 일본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JTBC<일본판 '희토류 보복' 위력한국경제 파장은?>(7/1 박영우 기자)에서 "(사태가 극단적으로 흐를 경우) 우리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했습니다.

 

한편, 연합뉴스 <언론, 수출규제로 '한국의 일본 가속화' 전망>(7/5)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언론들이 일본 조치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한 이후 일본 기업들이 중국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성공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 정부가 향후 반도체 소재를 포함한 첨단 소재 등의 개발에 약 6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기술 개발과 조달처의 다양화가 진행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국 생산을 통한 '탈일본화'에 주력해 일본의 기술적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은 한국 측의 위기만을 크게 부각한 셈입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와 신세돈 교수와의 대담, 답답함만 키워

그러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일본 경제보복 관련 보도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TV조선 <한일 관계 악화 일로>(7/1 신동욱 앵커)였습니다. 신동욱 앵커와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와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 보도에서, 앵커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묻자, 신세돈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세돈 교수 : (일본 정부가 규제 강화의 이유라고 말한) 양국의 신뢰 관계에 현저한 손상이 뭐냐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 대법원 판결을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데, 조금 저는 섣부르다고 봐요.(일본)대사를 불러서 뭐 꾸짖는다든지 또는 뭐 WTO에 제소를 한다든지 저는 한국의 조치가 매우 경솔하고 섣불렀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일본이 양국 신뢰 관계에 손상이 왔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급한 것 같습니다.

 

신동욱 앵커 : 우방국 사이에 경제적 보복조치가 발표될 때까지 왜 이렇게 (일본이) 서운해 하고 있는지 (우리가) 파악이 안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언론마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분석하는 마당에, 신세돈 교수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데, 조금 저는 섣부르다고 봐요"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보다 정교한 일본의 속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발언이면 모를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섣부르다' 진단은 사실 많은 언론의 보도와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앵커가 "그래도 속내는 대법원 판결 때문 아니겠냐"고 되묻는 것이 통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신동욱 앵커는 일본의 과도한 조치를 지적하기보다는, 우방인 일본이 뭐가 서운한지 우리가 파악을 못했던 것이냐고 매우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신세돈 교수의 대답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세돈 교수: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할 때부터 한일관계가 계속 한 10여 년 이상 나빠져 왔었죠. 그래서 누가 힘이 더 있고 누가 덜 있고를 떠나서 양국의 우호관계를 봐서는 이런 관계의 증폭이 바람직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계속해서 민간부문이나 학자 쪽에서는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그렇게 보는 거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황당한 분석 내놓은 TV조선(7/1) 민주언론시민연합

 

신세돈 교수는 일본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까지 지적하면서 한일관계 갈등의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은 우호적 한일관계라는 것이 우리의 지상 최대의 가치냐고 되묻고 싶게 합니다. 발언 내용이 우호적 한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강제징용 및 성노예 문제에 대해 사죄조차 않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마저 따지지 않고 덮어주자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꼭 일본뿐 아니라 어느 나라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우호적 한일관계가 필요관계가 왜 필요한지, 그 안에 대한민국의 주체성과 우리 국민의 인권이 배제된다면, 최소한의 국가적 자존감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그런 한일관계는 우호적인 것이 아니라 종속이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71~4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박진솔 기자(ccdm1984@hanmail.net) 오마이뉴스

 

7월 말~8월 초 여름휴가 2년 새 79%71% 감소

경총, 5인 이상 기업 700여곳 조사

기업들 연중휴가제도 도입 증가 영향

여름휴가 일수는 0.2일 늘어난 4



직장인들이 여름 휴가를 7월 말~8월 초에 집중해서 가는 현상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여름휴가 일수는 복지 확대·생산량 감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0.2일 많은 4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7일 종업원 5명 이상 75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여름휴가 기간은 8월 초가 38.5%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7월 말 32.9%, 7월 중순 4.8%, 8월 중순 4.2%의 순서였다. 7월 말~8월 초는 71.4%로였다.

여름휴가를 최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가겠다는 응답은 201779%, 201876.3%에 이어 매년 줄어들고 있다. 7월 말~8월 초에 여름휴가를 가는 직장인이 2년 새 열 명 중 여덟명에서 일곱 명꼴로 감소한 셈이다. 경총은 기업들이 단기간 혹은 2주가량 휴가 집중기간을 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활용 등 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휴가를 실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여름 휴가를 7월 말~8월 초에 집중해서 가는 현상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여름휴가 일수는 복지 확대·생산량 감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0.2일 많은 4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7일 종업원 5명 이상 75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여름휴가 기간은 8월 초가 38.5%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7월 말 32.9%, 7월 중순 4.8%, 8월 중순 4.2%의 순서였다. 7월 말~8월 초는 71.4%로였다.

여름휴가를 최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가겠다는 응답은 201779%, 201876.3%에 이어 매년 줄어들고 있다. 7월 말~8월 초에 여름휴가를 가는 직장인이 2년 새 열 명 중 여덟명에서 일곱 명꼴로 감소한 셈이다. 경총은 기업들이 단기간 혹은 2주가량 휴가 집중기간을 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활용 등 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휴가를 실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계휴가 일수는 평균 4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의 3.8일보다 0.2일 많은 것이다. 올해 하계휴가 일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근로자 복지 확대가 38.3%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경기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축(34%), 연차수당 등 비용절감(19.2%) 순으로 많았다.

또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응답이 73.7%로 가장 많았다. 이는 경총이 관련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23.2%,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3.1%였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030 ‘내 걱정할 때 5060자식 걱정

 

자료: 한화생명

2030세대가 직장생활·사랑·친구·야근처럼 자기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걱정할 때, 5060세대는 가족·자식·미래·노후 등 주로 가족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화생명은 연령별 주요 인터넷 카페 게시글 약 20만건을 분석했더니, “가족에 대해 언급한 게시물은 5060세대가 18.6%2030세대(3.2%)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걱정과 관련된 글을 열쇳말로 상세 분석한 결과도 대조적이었다. 5060세대는 가족·자식·미래·노후 등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나왔으나, 2030세대는 직장생활·사랑·친구·야근 등 본인과 관련된 낱말이 많았다.

 

한화생명은 시니어 세대가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 약 8만건을 분석한 결과, “5060세대는 간병, 요양원과 같은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자녀 결혼이나 학비, 손자녀 육아까지 위·아래로 감당해야 할 몫이 컸다“‘를 위한 걱정까지 할 겨를이 없다고 해석했다. 가족 관련 세부 열쇳말을 보면, 간병(18.4%), 용돈(14.2%), 희생(13.8%), 자녀결혼(13.1%), 요양원(11.2%), 자녀학비(4.6%), 손자녀육아(3.6%) 등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 공소민 빅데이터팀장은 국내 인구의 약 14%65살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초고령사회에 접어 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 연령층인 5060세대의 생활과 고민을 이해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BeboValdesyElCigala-lagrimasnegras.mp3 (4720kb)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