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대구-한국
누가 일본 불매운동 불씨를 꺼뜨리나
'누에가 뽕잎 갉아 먹듯' 일본차 국내 시장 빠르게 잠식
대한민국 정부의 어이없는 오보
늘어나는 병원 감염 이유가 있었다
“백범 김구 지지한 ‘죄’로 처형당했다”
외신기자 카메라에 담긴 32년 전 그날…국내 최초 ‘이한열 장례식’ 공개
서울 강남·강북 재산세 차이 더 벌어졌다
인공지능이 배치하는 포털뉴스의 위험성
뉴욕 대정전…암흑에 빠진 맨해튼
시설 노후? 설계 오류? 사이버 해킹?…아르헨·우루과이 마비시킨 정전 원인은?
일본의 경제보복, 100년 전과 닮았다
'한일관계의 교훈-회한-새 모델', 진보언론의 쓴소리
보수언론이 얘기하면 무조건 '친일'일까
이 판국에 '불매운동'만 흉해 보이시나?
눈앞에 닥친 동북아판 ‘슬로벌라이제이션’
'성인용품 리얼돌 판결'과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좋은 일 알선해줄게"… '성매매 합법화' 독일에선
"원조교제 어때?"… '검은 손'에 빠진 '슈가베이비'
‘국회 불출석 통보’ KBS “정치적 독립 훼손 우려”
정치 이야기가 더럽다고?
망해봐야 日 고마움 안다?…SNS 퍼진 '식민사관'
PK 한국당 현역 대거 퇴출 위기 “떨고 있니”
일본계 대부업체들, 어려운 서민에 고금리 폭리"
논란의 <조선일보> 일본어판 기사가 별안간 삭제됐다
이래서 토왜, 토왜 하는구나
'사법농단' 현장 본 변호사 "세상이 이랬구나…무너지는 경험"
전범기업 니콘·닛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중앙-인천
경인-한겨레
국제-한국농정
서울-천지
국민-내일
716 한겨레-한국
7.17 한겨레-경인
717 내일-718중앙
한국-대구
대구-한국경제
통일-내일
719 경인-인천
한겨레-국민
딴지-한국
내일-국제
중앙-시사뉴스
7.15~19 경향 장도리
누가 일본 불매운동 불씨를 꺼뜨리나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7월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나친 강요는 반감 불러 동력 상실 우려… 기업들 애국 마케팅도 본질 흐려
아베 정권의 ‘아무 말 대잔치’가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의 잇따른 ‘도발’로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에 머물던 불매운동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참여와 1인 시위를 통해 오프라인까지 진출했다.
이와 동시에 한편에서는 불매운동 ‘무용론’도 쏟아지고 있다. 7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일본 경제제재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한경연 측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취소는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불매운동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불매운동의 성공이 ‘지속성’에 달려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불매운동은 일단 오래 가야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여행 자제가 계속돼 누적 방문객이 줄면 아베 정권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지역 항공과 숙박, 요식업이 맞물려 있는 관광산업군 종사자들이 현 집권당의 주요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한 불매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불매운동의 동력을 꺼뜨릴 위험요소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누가 성숙한 불매운동을 방해하는 걸까.
일본여행 인증사진으로 비난 받기도
서울 은평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ㄱ씨(39)는 최근 주류 거래처에 일본 아사히·기린 맥주에 대한 발주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다. 매장 내 일본 맥주에 대한 고정 수요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친 김에 7월 말 3박4일 일정으로 잡아둔 일본여행을 취소하려고 알아봤더니 예상 해약금만 100만원이 나왔다. 당초 취소 불가를 전제로 숙소 예약을 해놓은 탓이었다. 고민 끝에 ㄱ씨는 계획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ㄱ씨가 일본여행 계획을 알리자 주변에서 쓴소리가 들렸다. 일본여행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개중에는 여행객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일본여행 가면 매국노’라고 적힌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 ㄱ씨는 “딴에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했는데 여행간다는 이유로 비난받은 것 같아 불쾌하다”며 “지금 같아선 다시 일본 맥주를 팔고 싶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에 대한 강요는 반발을 부른다. 일본 불매운동이 ‘나 스스로 일본 제품 쓰지 않고 가지 않겠다’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소비해선 안 된다’로 확대되면 불매운동의 힘은 되레 약화될 수 있다. 불매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잠재적인 참여층을 이탈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여행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비난에 시달린 배우 이시언씨가 겪은 일 역시 불매운동의 진정성을 훼손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일부 단체에서는 운동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유소를 상대로 일본차 주유 거부 운동마저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주유 거부 운동에 불참하는 주유소 역시 불매하겠다는 경고문이 나돈다. ‘일본차를 타면 매국노’라는 구호를 내세워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 방식이 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일본 제품을 이용하면 이완용 똘마니’처럼 더 강한 표현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점잖게 나가기보다 세게 나가야 캠페인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역임한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대표는 “불매운동은 강요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지나친 강요는 오히려 불매운동에 대한 반감을 불러 내부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배드림
.
민간 교류 중단은 신중히 판단해야
불매운동 시기에 맞춘 기업들의 애국 마케팅도 불매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랜드월드의 SPA브랜드 ‘스파오’는 최근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랜드 측은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던 국내 시장에서 ‘토종’ 콘텐츠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 대표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 제트의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품이다. 지난해 법원(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이 태권브이가 마징가 제트를 표절한 게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태권브이의 여러 부분을 마징가 제트에서 차용한 것은 원작자도 인정한 사실이다.
스파오는 그동안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 브랜드와 협업을 해왔다. 지금도 ‘드래곤볼 Z’와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토종’을 강조하는 스파오의 행보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불매운동과 기업 애국 마케팅이 함께 맞물려 진행될 경우 불매운동의 취지가 훼손된다”며 “불매운동이 마치 기업 상술의 일부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민간교류 영역까지 미친다. 당장 일본 지자체와 교류를 하고 있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에 나서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이달 일본 자매도시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방문 일정을 취소했고, 수원시는 아사히카와시와의 자매교류 기념행사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취소한 행사는 없지만 현재 국민 여론을 감안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교류와 일본여행 중단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매운동보다 민간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은 “민간교류 단절은 백해무익하다”며 “한국 편이 돼줄 양심적인 일본 시민과의 교류를 막아봐야 돌아오는 건 ‘반한’감정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추가 규제가 시작되면 불매운동은 지금보다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만약 일본의 2차 보복과 화이트리스트 삭제가 이뤄져 추가 타격을 입게 되면 불매운동 수위와 반일감정이 심해질 것”이라며 “양국 국민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누에가 뽕잎 갉아 먹듯' 일본차 국내 시장 빠르게 잠식
도요타 렉서스 RX. 한국토요타 제공
독일차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운 일본차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도요타의 지난해 한국시장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반면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산 차의 일본내 판매는 연간 수십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지난해 (2018년 3월∼2019년 3월) 매출액은 1조1976억원으로 전년의 1조490억원보다 14.2% 증가했다. 한국토요타는 렉서스와 도요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5년 매출액이 5969억원이었으나 3년 만에 2배로 급증했다.
매출 순위도 수입차 업계 3위다. 3년 전인 2015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3조1415억원), BMW(2조8757억원), 아우디폭스바겐(2조8185억원), 재규어랜드로버(7476억원)에 이은 5위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벤츠(4조4742억원), BMW(3조284억원) 다음인 3위로 올라섰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3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5.7%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아 수입차시장 1위인 벤츠(3.4%)를 앞질렀다.
한국토요타는 감사보고서에서 2018 회계연도에 사회기여 활동으로 8억1100만원을 기부했고 전년에는 6억5200만원을 냈다고 밝혔다. 최근 2년의 사회공헌 기여금 14억6300만원은 같은 기간 매출액 2조2467억원의 0.06% 수준이다. 혼다코리아는 2015년 213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3년 만에 119% 급증했다. 매출 순위는 2015년 10위에서 지난해 7위로 상승했다.
일본차의 성장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져 상반기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티피니 등 일본 브랜드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21.5%로 2010년 25.3%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일본 5개 브랜드의 상반기 판매 대수는 2만34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285대보다 10.3% 증가했다.
일본차의 급성장은 독일산 차량이 배출가스 조작과 차량 화재로 인기를 잃으면서 소비자들이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차들이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한국산 완성차는 일본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서 신규 등록된 한국 브랜드 차량은 현대차 25대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별로는 승용차 8대, 상용차는 17대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현대차는 2000년 일본 시장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2009년 승용차 사업 부문은 철수하고 현재는 상용차 부문만 남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대한민국 정부의 어이없는 오보
1950년 6월26일 오전 11시 국방부 정훈국 보도과는 “국군 17연대 해주 점령”이라고 발표했다. 이 ‘치명적 오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전파되었고, 수십 년 동안 ‘국군이 북침했다’는 주장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2010년, KBS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는 시청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주 짤막하고 요점이 확실한 질문이었지. “6·25가 남침인가요, 북침인가요?” 대답은 영 미지근했다. “그 문제는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을 드리는 것으로 하겠다.” 명색이 ‘진보 정당’ 대표가 저런 대답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단다. 남침이냐 북침이냐의 문제는 이미 논쟁의 반열에 들지 않는, 판가름 난 지 오래된 ‘팩트’였기 때문이야.
1950년 당시 남한 산간지대에는 빨치산들이 준동하고 있었으며 38선 곳곳에서 무장 충돌이 벌어진 건 사실이야. 한국전쟁은 이런 내전이 확대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 ‘옛날에는’ 꽤 통용됐고 심지어 남한이 먼저 침공을 개시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러시아 옐친 대통령이 건넨 6·25 관련 비밀문서에는 더 이상 의심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자료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지.
1950년 6월27일 <동아일보>는 ‘국군이 해주를 점령했다’는 오보를 냈다.
1949년 3월5일 소련의 영향 아래 있던 신생 독립국의 지도자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을 찾아왔다. “지금은 우리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입니다. 우리 군이 남조선보다 강합니다. …남조선의 인민 대중들은 친미 정권을 증오하고 우리를 도울 것이 확실합니다.” 둘은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우겼으나 스탈린은 거부했어. 1년 뒤 북한 지도자들은 비슷한 용건으로 다시 소련을 찾는데, 그때는 정세가 크게 달라져 있었어. 중국이 공산화됐고 미군은 남한에서 철수했으며 소련은 핵 개발에 성공했거든. 마침내 스탈린이 동의했어. 이리 보면 한국전쟁은 북한이 주도하고 소련이 동의하고 중국도 고개를 끄덕인 가운데 감행된 전면 남침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
수십 년간 많은 이들이 북침설 또는 남침 유도설을 주장해왔고 북한은 심지어 지금도 자신들이 먼저 공격받았다고 우기고 있으니 참이든 거짓이든 그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존재하겠지? 그 근거 가운데 하나는 치명적인 오보에 기인하고 있단다. 전쟁 발발 직후 우리 방송에서 흘러나온 ‘국군 17연대 해주 점령’이라는 오보였어.
지도를 한번 들여다보렴. 오늘날 북한의 황해도 남부 옹진반도는 전쟁 전 우리 땅이었어. 38선 이남이었으니까 북한 땅에 포위된 일종의 섬 같은 지형이었지. 전쟁이 터지자마자 옹진반도에서는 북한군이 거센 공격을 퍼부었단다. 이에 맞선 건 한국군 17연대였다. 17연대는 치열하게 싸웠지만 워낙 장비와 화력이 앞선 인민군의 공세 앞에는 역부족이었고, 전쟁 다음 날인 6월26일 오후 연대장 백인엽 대령을 비롯한 잔여 병력이 철수하면서 옹진반도는 인민군 손에 넘어간다.
그런데 맹랑한 일이 벌어졌어. 17연대가 악전고투하면서 철수를 서두르던 즈음, 6월26일 오전 11시 국방부 정훈국 보도과가 이런 발표를 한 거야. “국군 17연대 해주 점령.” 사실과는 전혀 딴판이었던 이 뉴스는 곧 세계에 전파됐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신문도 한국군 해주 점령을 보도했고 6월27일 <동아일보>는 이 뉴스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지. 기사 제목은 이랬다. “국군 정예 북상 총반격전 전개.” 그 아래에 ‘해주시를 완전 점령’. 전선은 무너지는데 한국 국방부와 당시 최고 공신력을 지녔다 할 <동아일보>가 ‘국군 해주 점령’ 소식을 전파한 거야. 대관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현수 대령, 권총 한 자루로 싸우다 전사
ⓒ연합뉴스 1950년 6월28일 폭파된 한강 인도교. 이 폭파로 인해 수백명이 사망했다.
전쟁 발발 당시 17연대에는 <태양신문>의 최기덕 기자가 와 있었어. 자주 전투가 벌어진 옹진반도인 만큼 종군기자 성격이었겠지. 전쟁이 터지고 상황이 위급해지자 백인엽 연대장은 최기덕 기자에게 서울로 돌아가라고 권유했어. 최 기자는 옹진반도를 떠나 서울로 들어와서 전황을 알렸는데 그는 이렇게 얘기했단다. “서울에 와서 25일 저녁 국방부 정훈국에 들렀는데, 보도과장 김현수 대령이 옹진 쪽 전황이 어떠냐고 물어요. ‘육본에서는 후퇴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백인엽 연대장의 사기는 해주로 진격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대답했습니다(<한국언론자료간행회> 1987).”
백인엽 연대장은 이후 툭하면 ‘즉결처분’으로 부하들을 죽여 악명을 높였던 사람으로 성미가 급하고 불같은 측면이 있었지. 그는 자신이 해주 운운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서울 가는 종군기자에게 “걱정 마시오! 17연대는 해주로 갑니다!” 정도의 호언장담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 어쨌든 최 기자는 “해주를 점령했다”가 아니라 “해주로 가겠다고 할 만큼 사기가 높았다”라고 말했다는 건데 이게 무슨 조화였는지 엉뚱한 뉴스로 비화돼버린 거야. 진실은 국방부 보도과장이었던 김현수 대령이 알고 있겠지만 그가 6월28일 방송국에서 전사하며 오보의 책임은 영원히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어.
추정컨대 해주 점령을 뉴스화한 것은 보도과장 김현수 대령일 듯해. 당시 국방부는 국군이 인민군의 기습을 막아내고 무찌르고 있다는 거짓 전황을 계속 내고 있었거든. 군인의 사기 진작과 시민의 동요를 막는다는 ‘좋은’ 의도에서 말이야. 김현수 대령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직장을 사수하려 했던 훌륭한 군인이었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유에서였다고 해도 ‘17연대 해주 점령’ 오보는 최악의 오보 중 하나로 남게 돼. 선의의 거짓말은 그 선의가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악의의 거짓말보다 더한 실망과 불신을 낳는단다. 적에게 속은 것보다 우리 편에게 속는 것이 백배는 더 뼈아픈 법이니까. 하나 더, 이 오보는 이후 국민에게 ‘정부는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불신을 남긴 시발이 되었단다. 일단 ‘선의의 거짓말’이 용납되기 시작하면 극악한 거짓말까지 선의로 포장하게 마련이지. 6월27일 오후 4시에도 김현수 대령은 “미군이 참전할 것이고, 국군은 현 전선을 고수할 것이다”라는 특별 발표를 했고, 그날 밤 9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줄행랑을 친 상황에서 서울 시민들에게 “정부는 서울을 사수한다”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육성을 방송하게 돼. 그때 김현수 대령의 심경은 어땠을까.
방송국에 파견돼 있던 군인들 역시 전황을 알지 못했고 상부의 지시대로만 방송했을 뿐이지만 자신들의 오보가 낳은 엄청난 결과에 그들 역시 아연실색했을 거야. 머뭇거리다가 허둥지둥 피난길을 떠난 사람들이 한강 인도교 폭파로 산산조각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그 시각, 그는 방송국으로 향한다. 서울 시민들에게 피난을 호소하는 마지막 방송을 하기 위해서였지. 모르긴 해도 그는 “서울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부르짖고 싶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오보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마지막 방송을 하지 못했어. 방송국을 점령한 인민군 선발대에 맞서 권총 한 자루로 총격전을 벌이다가 피살되고 말았으니까. 김현수 대령의 명복을 빌자꾸나. 또 김현수 대령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어이없는 허위 방송, 대한민국 정부와 군대가 벌였던 오보 퍼레이드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분명히 기억해두자. 이 오보가 수십 년 동안 ‘국군이 북침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는 사실까지도. / 김형민 (SBS CNBC PD) 시사인
늘어나는 병원 감염 이유가 있었다
- 청소, 조리, 환자 이송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환자 안전에 이런 ‘그림자 노동’이 중요하다는 점이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6월4일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서울대병원 앞마당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도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자격으로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의 모태인 ‘대한의원’ 개원 행사에 이토 히로부미도 참석했다는데 그 대한의원 본관의 유서 깊은 시계탑 건물, 그리고 올해 3월 문을 연 최첨단의 ‘대한외래’ 입구 사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 역사적 현장에서 110년째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해온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의 청소와 조리, 환자 이송, 설비 유지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오던 이들이 땡볕 아래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은 외부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7월20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5000여 명 중에서 정규직이 된 이들은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의 240명밖에 없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1단계 전환 대상자인 병원 노동자들은 2018년 상반기까지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국립대병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왜 병원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어야 하며, 병원들은 왜 애써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을까?
ⓒ시사IN 조남진 서울대병원에서 청소 노동자가 쓰레기를 옮기고 있다. 병원 청소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물질과 도구를 활용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변동 폭이 큰 노동 수요, 자체 충족할 수 없는 전문적 기술 수요 대응이라는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다. 상시 필수 업무를 좀 더 싼 임금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노동 권익이나 안전보건 같은 각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쓴다. 병원이라고 다를 리 없고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국립보건서비스(NHS)라는 유례없는 공공 의료보장체계를 만들어냈지만, 1980년대 보수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작은 정부, 시장 원칙, 개인 책임을 강조했던 보수당 정부는 NHS 비용을 줄이고자 했다. 국민적 지지 때문에 전면 민영화를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먼저 1983년 세탁·조리·청소 같은 지원 서비스에 대해 경쟁입찰을 통해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보수당은 공공서비스에서 ‘핵심’과 ‘비핵심’ 기능을 분리하고, 정부는 핵심 영역에 집중하되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계약 조건을 통해 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계약 갱신이 더 나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주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유연성 향상과 더불어 혁신 역량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초기 연구를 보면 병원 지원 서비스의 외주화는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었다. 2010~2014년 잉글랜드 지역 병원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청소 서비스를 외주한 경우 직영에 비해 병상당 연간 약 236파운드(약 35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과연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시장원리의 마법이란 말인가!
슈퍼 박테리아 급증과 청소 인력 외주화
역시나, 그럴 리는 없었다. 영국 NHS는 1984년 10만여 명이던 청소 노동자 수가 2004년 무렵 5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영국 작가 폴리 토인비의 <거세된 희망>에는 2000년 즈음 용역업체를 통해 NHS 병원에서 환자 이송, 보조 업무를 했던 체험이 그려져 있다. 2000년에 이런 일을 통해서 저자가 받은 임금은 놀랍게도 30년 전 비슷한 일을 했을 때보다 더 낮았다.
캐나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으로 유명한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정부 재정 절감 차원에서 2003년에 청소·세탁·급식 같은 병원 지원 서비스 외주화를 결정했다. 사실 캐나다의 공공부문은 여성 노동자의 4분의 3이 조합원일 만큼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지난 30년 동안 단체교섭과 제도 개선 노력을 통해 상당히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외주화는 이러한 성과를 무위로 만들었다. 실제로 2003년 외주화 직후 대규모 입찰을 통해 계약을 따낸 한 다국적기업은 노동자 시급을 시간당 18달러에서 9달러로 깎고, 단체협약으로 정했던 건강보험 추가 급여나 연금도 삭감했다. ‘유연한 노동’이라는 명목으로 풀타임 노동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단순한 셈법에서 나온 결과였다.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은 똑같고, 하청업체나 파견업체의 관리수수료와 영업이익까지 챙겨야 하는데, 무슨 빼어난 혁신이 있어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겠나.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물론 이런 직접비용 절감만이 외주화의 목표는 아니다. 원-하청 관계가 합리적 경제 행위자들 사이의 대등한 시장계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구조는 이른바 ‘갑질’의 토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2001~ 2008년 산재 보상 자료를 이용해, 외주화 이후 근로 환경이 악화되어 혹시 노동자의 재해율이 높아진 것은 아닌지 분석한 연구가 있다. 예상과 달리 외주화 이후 노동자의 재해율, 재해로 인한 업무 손실 일수는 미미하게 줄어들었고, 재해로 인한 평균비용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외주화를 실행한 곳과 직영을 유지한 병원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시행했다. 노동자들은 외주든 직영이든 막론하고 병원 규모 확충에 비례해 인력이 늘어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직 후에도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업무량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산재 발생 시 적극적으로 보고하라고 장려하지만,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일자리 불안정성과 관리자의 압박 때문에 그러기 어렵다고 했다. 외주화 이후 산재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재해당 평균 요양 일수가 늘어난 것은 비교적 경미한 산재는 아예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파트타임이 늘어나고 저임금 때문에 부업을 하는 노동자, 이직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사업장에서 산재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서울대병원이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간접고용을 해야 파업이 일어나도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정권이 바뀌면 노동정책도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 직접고용을 해버리면 그때 가서 다시 외주화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외주화와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본질적 이유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민중의 소리/ 6월4일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서울대병원의 이러한 태도는 역설적으로 ‘그림자 노동’인 병원의 지원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의사·간호사 같은 의료 인력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인정하지만, 이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그림자 노동의 몫이다. 이를테면 수술실의 청소와 소독을 담당하고, 환자들의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을 예방하며, 주사기와 위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당뇨나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 씹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 그리고 병원 의료진과 방문객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노동자들 말이다.
청소 노동자, 조리 노동자, 전기와 설비를 담당하는 노동자, 환자를 이송하는 노동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두 병원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난장판이 된 수술방, 복도와 병실마다 수북이 쌓인 빈 수액병과 주사기, 피 묻은 거즈와 환자복, 더러워진 시트, 꼼짝없이 배를 곯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역시 끼니를 거르고 미친 듯이 뛰어다닐 간호사와 의사들의 모습. 어쩐지 전쟁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렇게 극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병원의 그림자 노동, 특히 청소와 청결이 환자 안전에 중요하다는 점이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병원 감염이 중요한 보건의료 이슈였다. 이는 병원 환경 청소, 손 위생, 항생제 사용 수준, 환자 특성, 병상 점유율, 병원 내 환자 이동성 등 여러 요인과 관계있는데, 언론은 특히 ‘더러운’ 병원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테면 BBC는 1980~1990년대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로 알려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급증한 시기와 많은 병원에서 청소 서비스를 외주화해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시기가 일치했음을 지적했다. 2007년 발표된 영국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열악한 환경위생이 병원체 전파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우려가 일자 2008년 영국왕립간호협회는 병원 청소 업무를 다시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NHS는 병원 감염을 줄이기 위해 청소 업무 직영화를 실행에 옮겼고,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에서도 외주화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청소 업무 외주화가 정말 병원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해서는 학술적 논쟁이 벌어졌는데, 2017년에 발표된 논문은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2010~2014년 청소를 외주화한 51개 병원과 직영을 유지한 75개 병원의 병원 감염 MRSA 발생률, 환자가 인식한 병원의 청결도, 손 씻기 시설의 가용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청소를 외주화한 병원의 평균 발생률은 10만 병상일(병상×일수)당 2.28건으로 직영을 유지한 병원 1.46건에 비해 약 50% 높았다. 환자들이 인식하는 병실과 화장실의 청결도 또한 비록 차이가 작기는 하지만 직영 병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손 씻기 설비도 직영 병원에서 더 많았다. 병원 감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3의 요인들을 고려한 뒤에도 병원 감염 MRSA 발생률은 청소 업무를 외주화한 병원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병원 청소에는 상당한 팀워크와 지식 필요
병원 감염 위험성을 보여주는 삽화적 사례도 있다. 2008년 8월,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병원에서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장내세균에 의한 병원 감염으로 환자 64명이 감염되고 이 중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손 씻기 설비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청소업체가 계약표준을 준수할 만큼 충분한 청소 인력을 제공하지 않았고, 병원 청소의 특수성에 대한 인력 훈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청소 노동자들이 청소 준비 과정에서 병원 감염을 막기 위해 1대 10으로 희석해야 할 살균제를 1대 1000으로 희석해서 사용한 것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시사IN 신선영 2015년 메르스 사태는 평소 보이지 않던 비정규 노동자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청소를 외주화했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외주화나 파견 노동의 경우 현장에서 고용관계와 업무 지시 관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효율적 작업이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특정 구역에서 MRSA 유행이 확인되면 즉각적인 추가 청소와 소독 업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외주화된 경우에는 이러한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병동 간호사가 외주업체 청소 노동자를 임의로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인력이 빠듯해서 근무시간 내에 정해진 일을 마치지 못하거나, 마감을 맞추기 위해 대강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일을 서두르다 보니 정해진 규정을 지켜서 꼼꼼히 청소하거나 본인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도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외주 청소업체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인력 부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므로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 집안 청소나 숙박시설 청소와 달리, 병원 청소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화학물질과 특별한 도구, 독특한 청소 방법을 활용해야 하며, 때로는 상당한 정도의 청소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MRSA가 발견된 병실을 물걸레로 이리저리 닦아서는 안 되고, 메르스 환자가 있던 방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해서도 안 된다. 병원 청소를 하는 데에는 상당한 팀워크와 지식이 필요하고, 현장에서 동료로부터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직률이 높고 팀워크가 깨지면 이런 것들이 모두 불가능해진다.
결국 청소 서비스의 외주화는 청소 노동자 자신의 고용 안정성이나 안전·보건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이라는 병원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을 침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접비용’의 절감이 가져온 대가인 셈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의 진앙이었던 삼성서울병원 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응급실을 통해 유행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병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증상 조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락되고, ‘137번 감염자’가 뒤늦게 확인되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질 높은 병원 서비스라고 하면 흔히 더 높은 건물, 뛰어난 명의, 최첨단 검사와 수술 장비를 떠올린다. 그러나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병원 구석구석을 반짝이게 만들고,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병원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몫이다.
좀 더 청결하고 안전한 병원, 양질의 식사와 쾌적한 환경이 보장되는 병원을 기대한다면,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환자의 이해와 노동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곳, 병원이야말로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sisain
“백범 김구 지지한 ‘죄’로 처형당했다”
- 전호극 소령은 대한민국 해군 창설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억울하게 체포돼 수감 중이던 그는 6·25가 발발한 직후 학살되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적법 절차 없이 희생’된 것이다.
해마다 6월이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전술손씨(73)는 마산 앞바다로 향한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에 희생된 아버지 전호극 소령을 기리기 위해서다.
전호극은 1946년 2월 입대해 1948년 진해 해군통신학교 교장이 되었다. 하지만 전호극은 여순사건 직후인 1948년 11월께 진해 해군통신학교장 관사에서 가족이 보는 가운데 특무대에 붙잡혀 갔다. 이른바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그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마산형무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1950년 7월 그는 군 헌병대에 끌려가 학살당했다. 군 특무대(CIC)에 체포돼 저마다 이런저런 군내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과 함께 처형되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이 수감된 이들을 집단 학살한 것이다. 학살당하기 두 달 전 면회를 온 아내에게 “곧 풀려날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 돌려보낸 것이 가족과 마지막 만남이었다.
전술손씨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배경에 대해 자주 들었다. 전호극은 광복 전부터 김구 선생을 존경하고 따랐다고 한다. 1946년 가을에는 김구 선생이 진해 해군기지에 내려와 이상규 소령(‘해상인민군 사건’에 연루되어 희생당함) 등 전호극의 동료 해군 장교단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 초기 이른바 ‘숙군’ 과정에서 전호극, 이상규 소령처럼 희생된 군 장교들은 백범 김구 선생을 따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사IN 조남진아버지 전호극 소령을 ‘빨갱이’로 알고 살아온 전술손씨는 아버지의 억울한 삶을 확인한 뒤 사진을 다시 붙여 고이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김구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네 아버지가 억울하게 당했다. 암살 전에 먼저 군내에서 백범을 따르던 장교들을 찾아내 숙군이라는 말로 체포했다’라며 원통해했다. 아버지가 끌려간 뒤 김구 선생이 석 달 동안 우리 모녀의 생활비를 보내줬다. 그러다 1949년 6월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하신 뒤 지원이 끊겼다.”
전호극은 1913년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태어났다. 해군 병적기록에 따르면, 1934년 소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1943년 도쿄 통신전문학교 무선과를 졸업했다. 일본에서 경남 창녕 출신인 조소순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전호극은 도쿄 중앙전신국 외체과에 근무하며 지하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고 한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자 전호극·조소순 부부는 귀국선을 탔다.
전호극은 영어와 일어에 능통했다. 고향에 도착한 전호극은 영어책 여러 권과 사전을 소지했다. 이로 인해 ‘미제 간첩’으로 의심받아 북한 당국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풀려난 전호극은 아내를 남겨둔 채 단신으로 월남했다. 서울에 도착한 전호극은 경성중앙통신 무선과에 취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조선해양경비대 입대를 결심했다. “나중에 내려온 어머니가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왜 해군에 입대했느냐’고 아버지께 물었더니 ‘김구 선생이 권유해서’라고 하셨다더라.” 전호극은 해군 창설 작업을 위해 손원일(초대 해군참모총장) 등 해군 창설 멤버 70여 명에 포함돼 진해로 내려갔다.
전호극 소령의 반란행위 입증된 바 없어
전호극은 1946년 2월 조선해양경비대에 입대했다. 이어 진해 통신분대 분대사와 해군병학교 교관을 거쳐 진해 통신분대장과 고등갑판교육사관을 역임했다. 1948년 8월15일 소령으로 진급한 전호극은 해군통신학교 설립의 중추적 인물이었다.
전호극이 월남한 뒤 함경남도 북청에 남은 부인은 딸을 낳았다. 갈수록 정세가 엄혹해지자 전호극의 부친은 1946년 말 둘째 아들 전호철을 시켜 며느리와 손녀를 형에게 데려다주도록 했다. 1947년 1월 가족과 진해에서 상봉한 전호극은 이후 2년 정도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
1948년 11월 전호극은 소령 진급 3개월여 만에 체포됐다. 병조장 이항표가 주도한 ‘해상의용군이라는 반란 단체에 동조했다’는 혐의였다. “여순 사건(1948년 10월)이 일어난 직후였다. 어머니는 그날부터 아버지를 찾으러 다녔지만 소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1년 반이 지나서야 마산형무소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겨우 면회를 했다.” 전 소령은 1949년 5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강제 예편되었다. 민간인 신분으로 마산형무소에 수감된 것이다.
곧 돌아오리라던 아버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수소문 끝에 ‘아버지가 마산 인근 괭이바다에서 집단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체를 못 찾았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전쟁 통에 숨어 살거나 고향인 이북으로 넘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60년을 살았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정부 때까지는 정보 경찰이 내 일터인 병원(간호조무사)에 찾아오는 등 연좌제가 이어졌다.”
아버지가 사라진 뒤 모녀의 삶은 피폐해졌다. 아버지가 실종된 뒤 숙부 전호철의 양녀로 입적한 전술손은 회갑 때까지는 아버지에 대해 숨기고 살았다. 연좌제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2005년경 큰이모가 찾아와 ‘네 아버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이제 나만 남았다’라고 하셨다. 진해 해군통신학교 관사에서 함께 지냈던 큰이모는 ‘아버지가 한국 해군 창설의 주역이고 김구 선생 지지자였다’며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공적을 조사하라고 타일렀다. 귀가 번쩍 뜨였다.”
ⓒ시사IN 조남진전술손씨(위)는 이승만 정권이 백범 암살 전에 전호극 소령 등 백범 지지파를 ‘숙군’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어릴 적 어머니의 넋두리로만 듣고 넘겼던 아버지의 행적을 찾기 위해 해군본부를 찾았다. 병적 기록부터 조회했다. “해군본부 관계자가 첫마디로 ‘전호극 소령님인데, 참 억울하게 당하셨네요’라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전 소령님이 당시에 통신학교 교장이었는데 학생 몇 명이 여순반란 사건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책임자로서 옷을 벗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밖에 말 못합니다’라고 했다.”
전술손씨의 채근에 해군본부 관계자는 전화번호를 하나 주었다. 해군사관학교 역사자료실이었다. 그곳에서 확인한 전호극 소령의 군번은 80058번이었다. “해군사관학교 역사자료실에 문의했더니 아버지가 해군통신학교 설립을 주도한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인데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며 ‘후손이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안타깝다고 했다.” 전술손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아버지 사건 관련 판결문을 입수했다. 50여 년 만에 확보한 판결문 등 관련 자료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로 넘어갔다.
진화위 조사 결과, 당시 전호극 소령과 함께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체포된 해군 장교는 37명이었다. 37명의 혐의는 ‘조선경비법 제21조 위반’이었다. 탈옥 등에 대한 규정이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이 육하원칙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두 문장만 반복됐다. “1946년 11월 중순경부터 1948년 8월 중순경에 걸쳐 정당한 군권을 파괴할 목적으로 부정단체인 해상의용군을 계획, 조직해 폭동 반란을 기행하였음” “해안경비대 내에서 정당한 군권을 파괴할 목적으로 결당 및 폭동의 정세를 사전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상관에게 신속히 보고하지 않았음.”
판결문에는 언제 어디서 반란단체를 조직했는지, 폭동과 반란을 언제 어디서 모의했는지가 나와 있지 않았다. 과정은 생략된 채 폭동과 반란을 계획했다는 결론만 나와 있었다. 판결문에는 이들이 저지른 반란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주장이나 입증 자료가 하나도 적시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범죄 사실이 적혀 있지 않은 판결문이었다. 당시 해군 장교 37명은 자신들은 무죄라고 항변했다. 2명을 제외하고 전원 2~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무죄를 받은 이들까지 포함해 37명 전원이 헌병대에 학살당했다.
전국적으로 자행된 ‘재소자 불법 학살’
진화위 조사 결과, 마산형무소에서는 진해해군헌병대와 마산육군헌병대에 의해 1950년 7월5일과 21~24일, 8월24일, 9월21일 네 차례에 걸쳐 재소자 296명이 학살당했다. 1차 학살인 7월5일 마산 괭이바다에서 희생된 이들은 모두 해군 장교나 문관 출신이었다. 이들은 모두 마산형무소 재소자 인명부에서도 확인됐다. 전호극 소령은 이날 학살된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진화위는 또 다른 조작 의혹이 있는 ‘해상인민군’ 사건으로 구속된 동료 이상규 소령과 같은 시기에 전호극 소령이 총살당했다고 결론지었다. 김구 선생이 이끄는 한국독립당을 지지했던 전호극과 이상규는 나란히 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뒤 한국전쟁 개전과 함께 처형당했다.
형무소 재소자에 대한 불법 학살은 전국적으로 자행됐다. 6·25 전쟁 발발 사흘 만인 6월28일부터 7월16일까지 무차별 학살이 벌어졌다. 충남 육군 특무대와 제2사단 헌병대는 대전형무소에 수용된 4·3 사건 관련자와 보도연맹원 등 미결수 6000여 명을 야산 구덩이에 몰아넣고 죽였다. 같은 날 전주형무소에서도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과 여순 사건 관련자 등 수천명이 집단 학살당했다. 국방부의 <한국전쟁사>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숙청당한 국군은 장교 242명, 사병 4133명으로 모두 4375명이다. 실제는 8000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국방부 통계는 신원이 확인되는 최소치일 가능성이 높다.
사건 당시 다섯 살이었던 전술손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한동안 연좌제가 두려워 아버지를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전씨는 망각과 통곡의 세월을 딛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녔다. 2006년부터 해군본부와 해군사관학교·국가인권위·진화위 등을 찾아다녔고, 결국 ‘국가권력에 의해 적법 절차 없이 살해된 억울한 사건’이라는 진화위의 진상 규명 결론을 끌어냈다.
이를 토대로 전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대법원은 전호극 소령이 국가의 불법행위로 학살당했다며 1억2800만원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로 전호극을 비롯한 수많은 백범 지지 군 장교를 불법 처형한 이승만 정부의 실상이 일부 드러났다. 하지만 당초 전호극 소령에게 씌워졌던 해상의용군 사건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기자와 만난 전술손씨는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내가 죽으면 자손들에게 유언을 남겨서라도 조작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9년이 지났다. 전호극 소령 등이 억울하게 숨진 지도 69년이 되었다. 전씨는 이제라도 해군이나 정부가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외신기자 카메라에 담긴 32년 전 그날…국내 최초 ‘이한열 장례식’ 공개
1987년 7월 8일 시위에 참가한 우상호 의원 등 당시 학생들의 모습. 사진 속 우상호 의원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주리시 교수 촬영·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1987년 6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전후 상황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서울 특파원이었던 외신기자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14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 주리시(朱立熙) 대만정치대 한국어과 교수는 지난 5일 약 300장의 사진을 CD에 담아 보냈다. CD에는 이 열사가 숨진 1987년 7월 5일부터 장례식이 열린 9일까지의 사진들이 담겨있다. 사진들은 주 교수가 1987년 서울에서 외신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촬영한 컬러본이다.
연세대 정문 앞을 지나는 운구행렬. [주리시 교수 촬영·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서울시청, 노제를 지내는 서울시청광장 모습. [주리시 교수 촬영·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서울 강남·강북 재산세 차이 더 벌어졌다
올해 서울 강남·강북구에 부과된 재산세 격차가 1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13배)보다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는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치구별 7월 재산세 부과 현황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7월 서울 시내 주택 반과 건물 선박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를, 9월 나머지 주택 반과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거둬들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부과된 재산세가 총 6770억원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재산세의 3분의 1 이상(37.6%)을 차지했다. 강남구가 2962억 원(16.5%)으로 가장 많고, 서초구 1944억원(10.8%)와 송파구 1864억원(10.4%)이 뒤이었다. 재산세를 가장 적게 내는 강북에 몰려있었다. 강북구가 213억원(1.2%) 도봉구가 244억원(1.4%) 중랑구가 279억원(1.6%)을 차지했다. 강남구와 강북구의 격차는 14배다.
지난해 대비 자치구별 재산세 증가율은 대한항공 본사가 있는 강서구가 177억 원(22.8%)로 가장 컸다. 올해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 감면 배제 규정이 신설된 데 영향을 받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9510세대) 입주가 마무리된 송파구가 290억원(18.4%) 증가로 뒤를 이었다. 강동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재산세가 1억원(0.2%) 감소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둔촌주공이 재건축 효과가 반영됐다.
올해 7월 서울시가 부과한 재산세 총액은 1조7986억원이다. 지난해(1조6138억원)보다 약 11%(1848억원) 증가한 수치다. 과세대상이 양적으로 많아진 데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 및 시가표준액이 공동주택 14.0%, 단독주택 13.9%, 비주거용 건물 2.9%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택과 건물에 대한 재산세 건수는 지난해보다 21만3000 건(5.1%)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공동주택이 17만5000건(6.2%), 단독주택이 1만3000건(2.6%), 비주거용 건물이 2만5000건(2.8%) 증가했다. 주택 재개발·재건축과 오피스텔 신축 등의 결과다.
서울시는 자치구 간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징수하는 재산세 중 1조3636억원을 ‘공동재산세’로 간주해 25개 자치구에 545억원씩 균등하게 배분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7월 재산세에 대한 고지서 440만건을 지난 10일 우편 발송했다. 납부기한은 오는 31일까지이며 납부기한을 넘기면 3%의 가산금이 붙는다. 재산세는 서울시 ETAX 시스템, 서울시 STAX(스마트폰 납부) 등을 통해 납부할 수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인공지능이 배치하는 포털뉴스의 위험성
[민언련 시시비비] 문제는 포털뉴스 편집의 신뢰성… 인공지능이 해결할까?
포털뉴스, 이제 인공지능이 편집한다
한국에서 인공지능(AI)은 충격처럼 다가왔다. 세기의 대결이었던 구글(Google)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결과는 한국 IT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이세돌 9단의 1승이 이후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인간이란 타이틀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 열풍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며 드디어 미디어영역에까지 진출했다. 학계에서는 ‘로봇 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스포츠와 경제, 날씨 등의 속보성 뉴스를 작성하게 된 것은 이미 2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포털에서도 뉴스서비스를 인공지능 기사배열로 전환했다. 업계 1위 네이버는 2017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스(AiRS)’를 일부 사용했고, 2019년 4월부터 뉴스를 인간이 편집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따라 노출되는 클러스터링 주제와 순서에 따라 각각 대표 기사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로그인을 안 한 경우에는 전체 이용자의 관심사가 반영된 기사가 서비스 된다. 2위인 카카오의 다음포털도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이 편집하지 않고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포털뉴스에 인공지능이 도입된 것은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편집 편파성(또는 정파성) 문제에서 벗어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뉴스를 서비스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그리고 포털뉴스가 정치적인 논란이 없고 진보와 보수 성향의 언론사들에 일부 편중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기계적 중립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은 과연 인공지능은 문제가 없을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
첫째, 무엇보다 포털뉴스가 가지고 있는 공론장 기능은 위축될 것이다. 사실 다수의 이용자들이 포털뉴스를 보는 이유는 여러 시각의 기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인공지능이 이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의심이 있다. 진보와 보수 시각이 대립하고 있는 한국 언론환경에서 다양한 시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포털뉴스인데 그런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둘째, 인공지능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작동하는데, 과연 개입하지 않을지 그리고 알고리즘은 누가 만드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물론 다수 이용자들이 보고, 추천하고, 반응하는 것을 집계하는 방식이지만 결국 로직(logic)을 세우는 것도 인간의 결정이 필요하다. 로직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고, 결국 인공지능은 이것을 안 보이게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셋째, 앞서와 연계된 것으로 몇몇 학자들과 언론계에서는 오보가 발생하면, 과거에는 편집담당자가 책임을 지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책임지는 기관이나 인간은 뒤로 빠지고 인공지능에게 죄를 물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문제가 생기면 인공지능의 책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그렇다면, 인공지능 포털뉴스가 도입되면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편파성 문제는 해결이 될까? 개인적으로 편파성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각 포털 이용자들의 정체성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학보』 62권 6호 “누가 2위 포털인 다음 뉴스를 이용하는가?”(김경희・송경재)라는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네이버와 다음뉴스 이용자 간의 이념적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하였다. 그 결과, 다음뉴스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네이버뉴스보다 진보적인데, 이 사용패턴이 인공지능으로 입력된다면 진보 이용자가 많은 다음뉴스는 당연히 진보적 기사가 배치될 수도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러한 필터버블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과연 이것이 편파성을 해결한 것일까?
신뢰의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포털뉴스 편집과 개편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용자(시민)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털뉴스 개편과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업논리는 있지만 그 뉴스를 소비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없다. 하루에도 전 국민의 3/4이 이용하는 포털뉴스가 인공지능 편집으로 바뀌는데, 시민들의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단지 기업적인 논리에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본질적 문제는 포털뉴스의 편집에 대한 신뢰도가 핵심인데 디자인을 바꾸고, 서비스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이용자 신뢰가 돌아올지, 그리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이 편집을 한다고 포털뉴스의 신뢰가 회복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으로 인해 불안감과 불신은 더욱 가중될 위험성도 있다.
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 mediatoday
뉴욕 대정전…암흑에 빠진 맨해튼
13일(현지시각)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엠57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동부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즈는 “주말인 13일 밤(현지시각) 맨해튼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사태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시간 동안 갇혔고,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들도 스스로 몸을 피했으며, 타임스퀘어조차 어두워졌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 주민에게 가스와 전기를 공급하는 업체인 콘 에디슨이 “이날 오후 7시께 정전이 발생해 주로 웨스트 사이드 지역이 피해를 입었고 약 6만 2천명의 고객들이 암흑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으며, 소방당국도 “72번가에서 시작된 정전이 웨스트40번가로, 또 5번가에서 허드슨 강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3일(현지시각) 대규모 정전으로 불꺼진 50번가 인근 도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 긴급대응차량과 앰뷸런스의 붉은 등만 켜져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50번가 지하철역에서 C와 E 열차로 향하는 입구에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 뉴욕 로우 호텔 들머리에 대피한 사람들이 모여 불꺼진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이 어둠에 잠겨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정리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시설 노후? 설계 오류? 사이버 해킹?…아르헨·우루과이 마비시킨 정전 원인은?
16일 아르헨·우루과이 공동 전력망 고장
기차 멈추고 물 공급 중단…두 나라 마비
마크리 대통령 “전례없는 정전 진상 조사”
아르헨티나 산타페주 로사리오시에 설치된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16일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휴대폰 불빛으로 투표자 명부를 비쳐보고 있다. 로사리오/로이터 연합뉴스
남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 16일 대규모 정전으로 하루 동안 두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력 상호 접속 시스템 고장이 주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킹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나섰다.
구스타보 로페테기 아르헨티나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전 7시7분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함께 사용하는 전력망이 붕괴하며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전역은 물론 파라과이와 칠레 일부 지역도 정전돼 모두 4800만명이 피해를 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날 밤 10시30분께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대규모 정전 사태로 하루 동안 두 나라의 일상은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했다. 출근길 신호등이 꺼져 지하철과 기차 운행이 멈추고 물 공급도 중단됐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아르헨티나 일부 지역에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에 투표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어 남미에서 두번째로 전력 소비가 많다. 경제 활황기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정전이 빈번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이웃 나라로까지 번지는 대규모 정전은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전력 공급 업체는 “정전은 아르헨티나 동북부 야시레타댐과 북동부 살토그란데 사이의 송전 시설이 고장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국영 전력공사 쪽에선 아르헨티나에 지난주 많은 비가 내려 일부 시스템이 손상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후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이라는 주장과 함께, 국지적 오류가 차단되지 않고 연쇄 정전으로 이어진 것을 두고 시스템 작동 및 설계 오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로페테기 에너지장관은 “사이버 공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0~15일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일본의 경제보복, 100년 전과 닮았다
일본의 철 지난 이데올로기 공세와 첨단 소재 수출 규제,
한반도를 희생양 삼아 자국의 식민지적 지위에서 벗어나려는 용틀임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공 배상 판결을 빌미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결국 한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 소재 수출 규제라는 강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징용공 판결에 대한 보복 조처가 아니라며 내세우는 제재 이유부터 모호하기 짝이 없었지만, 뜬금없이 ‘안보’니 북으로 밀반출, 거기에다 사린 독가스 제조 가능성까지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을 던진 일본 집권당 수뇌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친북’ ‘북핵’ 등에 조건반사적 적대감을 표출해온 일본에서 ‘안보’나 북으로 밀반출 의혹을 떠벌리는 것은, 자유민주당(자민당) 내에서도 비어져나오는 ‘제재 이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이의 제기를 한 방에 날려버릴 회심의 일격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까. 그것은 문재인 정부를 친북·종북 좌파 정권으로 매도해온 한국 내 일부 세력과 손잡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베 정권 공세의 내셔널리즘(‘일본회의’의 우파 국수주의)적 본색을 흐리고 감추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의 서막?
문재인 정부 등장 자체를 ‘친북 좌파’라는 철 지난 이데올로기 공세로 매도하며 극도로 경계하던 아베 정권은 12·28 ‘위안부’ 합의 파기,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 그리고 해상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시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세계무역기구(WTO) 심의 패소 등을 거치며 한국을 무례·무도한 나라로 몰아 때리기 강도를 높여왔다. 이번 제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1965년 한-일 협정 규정을 근거로 양국 간 또는 3국 간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만 해도 실제 그것을 빼어들긴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중재위나 국제사법재판소는 당사국이 응하지 않으면 그뿐, 강제력이나 다른 제재 장치도 없다. 설사 한국이 일본 쪽 요구를 수용해 거기서 논의하더라도 애초에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게다가 그런 논의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덮어버린 과거 전쟁범죄를 들춰내 세상에 까발리는 꼴이 돼, 일본에는 득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빼든 제재 카드는 어쩌면 그런 계산까지 하고 오랫동안 준비해온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의 서막일 수 있다. 아베식 선전포고로 포문을 연 21세기 한-일 ‘무역전쟁’은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이 일단 타격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일본에 반사이익이나 밝은 앞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도 위험부담이 크고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평적 국제 분업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반도체 공급 체제에서 일본의 제재는 메모리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닌 한국의 생산 차질을 야기하고, 그것은 연쇄반응을 불러 국제적 공급망을 경색시키면서 한국산 반도체를 쓰는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정치적 의도로 언제든 경제적 급소를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탈일본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그것은 근대 이후 1세기 넘게 누려온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우월적 지위 상실을 가속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베 정권이 큰소리친 것처럼 과연 한국 제재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어쨌든 일본이 늘 몇 수 아래로 간주해온 이웃 분단국에 이처럼 정색하고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적어도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잘나가던 시절엔 없었던 일이다. 이는 단적으로 말해, 여전히 깔보고 있긴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등한 싸움 상대가 된 한국을 ‘대적’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힘이 커졌거나 일본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일본 지배세력이 스스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위기의식 내지 자기진단의 결과일 수도 있다.
7월10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듣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경제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민당 지지가 압도적인데 무리하는 이유
아베 정부는 왜 이 위험한 싸움을 저토록 모양 사납게 도발했을까? 먼저 겨냥하는 것은 아무래도 7월21일로 예정된 참의원선거 압승일 것이다. 상정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6년여의 ‘아베노믹스’에도 깨어나지 못하는 ‘잃어버린 30년’의 일본 경제에 대한 위기감. 세 번째는, 추측이지만 일본 보수우파 세력이 혐오하고 멸시하면서 한편으론 두려워한 한국 내 ‘좌파(진보) 세력’의 집권을 막고 교체하는 ‘레짐 체인지’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와 연동됐지만, 미-중 무역전쟁,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등으로 표출되는 동아시아의 정세 급변 속 일본 소외와 새로운 대응 전략 모색이다.
지금 자민당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참의원선거에 한국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중의원에 비해 총리 지명과 예산심의 등에서 상대적으로 권한이 약하지만 참의원이 여소야대가 될 경우 일본 정치는 여야 충돌로 뒤틀리거나 혼란에 빠져 무기력해진다. 집권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 성격이 강한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대체로 총리가 퇴진하며 때로 정권 교체까지 일어난다.
지금 자민당 지지율이 높다지만, 총 유권자 대비 자민당 지지율은 20~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민당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소선거구제와 야당의 분열, 대안 부재와 높은 비율의 무당파층(지지 정당 없음) 등의 요소 때문이다.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자민당이 언제든 패배할 수도 있다.
1989년 다케시타 노보루를 계승한 우노 소스케 총리(자민당)가 기생 스캔들 등으로 도이 다카코 사회당 당수의 ‘마돈나 열풍’이 분 그해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한 뒤 퇴진했고, 이후 자민당 정권은 지지부진 명맥을 유지하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연립정부에 정권을 내줬다. 9년 뒤인 1998년에도 소비세를 올렸다가 경기침체를 부른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그해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한 뒤 물러났다. 또 9년 뒤인 2007년 7월 참의원선거에서 공적연금 납부자 기록이 전산처리 과정에서 대거 누락된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신조 제1차 집권 내각이 무너졌고, 결국 2년 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7월 참의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개헌은 물 건너가고 탄탄해 보이는 아베 제2차 집권도 흔들릴 수 있다. 1년 만에 물러나야 했던 1차 집권 때처럼 악재가 많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공적연금 문제가 걸려 있다. 아베 정부는 공적연금에만 들면 노후는 걱정할 것 없다고 큰소리쳤으나, 공적연금에 가입하더라도 1인당 노후자금이 30년간 기준 2천만엔(약 2억1천만원)이 부족하다는 정부기관 조사 결과가 나와 불안과 분노를 불렀다. 게다가 그 자료를 숨기다 들통나자 오히려 화내고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면서 정부 공식 문서 채택을 거부하는 오기까지 부렸다. 모리토모·가케 등 아베 총리와 관련 있는 사설학원 토지 불하 등의 비리가 발각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재무성이 관련 정부 문서를 마음대로 개작한 사실이 들통나 그 때문에 관련 공무원이 자살까지 했다. 관리들이 아베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재무상)에게 잘 보이려고 알아서 지역사업 업체에 특혜를 주는 ‘손타쿠’, 여성 비하 발언 등도 불거졌다.
헌법 개정 의석 확보와 오래된 디플레
아베의 핵심 정치 의제 가운데 하나인 헌법 개정을 발의하려면 중·참의원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전체 245석 중 절반을 바꾸는 참의원선거에서 집권 연립이 과반을 차지하려면 이번 선거로 교체되는 ‘개선의석’(123석) 중 최소 53석을 얻어야 하고, 3분의 2 선을 확보하려면 85석을 얻어야 한다. 자민당 지지율이 높다고 하나 여러 악재로 뜻밖의 반전 가능성도 있다. 3분의 2 점유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이 압승에 실패할 경우 아베의 정치 의제가 힘을 잃고 집권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과거사 문제 처리와 관련해 60% 이상 지지를 얻은 아베 정권이 한국을 때릴수록 참의원선거전 승산이 높다고 계산했을 공산이 크다. 결과는 물론 두고 봐야겠지만.
경제 사정도 사상 최장의 호황 국면이라 떠벌려온 선전이 무색하게 알맹이가 부실하다. 7월8일 <아사히신문> 사설에서 조목조목 지적했듯이, 물가를 2%로 올리고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3%로 견인함으로써 잃어버린 30년의 ‘디플레 상태’(저물가 저성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며 다량의 국채 발행 등으로 수백조원을 쏟아부은(양적완화)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민망할 정도다. 인구 동태 변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실업률 하락 정도를 빼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가깝다는 <아사히신문>의 진단대로, 요란한 성과 자랑과 달리 일본 경제 현실은 좋지 않고 전망은 더 그렇다. 6년여의 실적을 보면, 엔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수출은 늘었으나 실질성장률은 1.2% 정도 성장, 가계소득은 0.6% 정도 성장인데, 소비세 인상과 물가 상승 등을 빼면 거의 변화가 없단다. 결국 소비는 늘지 않고 성장은 정체되며 디플레 위기는 계속된다.
매일 1천 명꼴(연간 40만 명)로 인구가 줄어가는 고령·소자화 문제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2017년 564.5조엔=약 5645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253%) 세계 최악의 재정 적자(부채)를 안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돈 뿌리기는 재정 적자가 연간 정부 예산의 30% 이상, 누적 적자가 GDP의 두 배 이상인 상황에서 더 늘어날 복지비 등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돈을 계속 뿌릴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전략적 투자 여력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10월에 지금 8%인 소비세를 10%로 올리기로 한 상황에서 양적완화의 출구를 찾는 서구 국가들처럼 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도 쓸 수 없다. 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국채 이자 추가 부담금이 10조엔(약 100조원)이 넘는데다 돈줄이 막히면 디플레 상태가 더 심화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기대하던 중국 경기가 하락하면서 일본의 대중 수출도 크게 줄고 있다. 막대한 해외투자 수익 등으로 유지되는 경상수지 흑자(한국인들이 크게 기여하는 관광 흑자도 포함해서) 덕에 파국을 막고 있으나, 양적완화 정책을 멈추는 순간 주가는 급락하고 일본 경제는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일본은행이 언제까지고 돈을 찍어낼 수도 없다.
이 때문인지 지난 중의원선거 때만 해도 아베노믹스 가속 추진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자민당은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공약 목록에서 아예 ‘아베노믹스’란 말을 빼버렸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서울반도체 공장의 발광다이오드(LED) 생산라인 직원이 현미경으로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
미-중 갈등과 매우 유사한 구조
아베 정권의 도발로 본격화한 한국과 일본의 최근 갈등도 미-중 갈등과 동일한 또는 매우 유사한 기본 구조를 갖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세다고 생각하는 쪽은 힘을 쓸 수 있을 때 경쟁 상대를 때려야 한다는 유혹과 초조와 위기감에 끊임없이 시달리다가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치고 나올 것이다. 그런 판단은 내부 사정으로 촉발될 수도, 외부 요인으로 촉발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아베 정권이 한국 때리기에 나선 데는 일본 내부의 절박한 정치적·경제적 사정이 있고, 외부 요인도 있다. 일시 중단되거나 때로 역전 양태까지 보이지만 남북관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고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6월 말 판문점에서의 전례없는 남·북·미 정상회동이 상징하듯 그 흐름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거기에 미국과 장기적인 헤게모니 쟁투에 들어간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에서 보듯, 새 흐름 위에 펼쳐지는 게임의 주요 플레이어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소외당하는 건 일본뿐이다.
남북의 접근과 재통합을 일본에 마이너스 내지 위기 요소로 받아들이는 일본 우파 지배세력은 남북이 손잡고 중국·러시아와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소외가 고착화하는 것을 가장 겁내고 있지 않을까. 아베가 제재에 나선 것은 남북이 접근할 경우 결국 한반도는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최근 일본 내 주류의 정세 분석 시각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걸 막으려면 경쟁자로 떠오른 한국의 힘이 더 커지기 전에 그 기세를 꺾어 자국의 대륙 접근에 방해 요소가 아니라 종속적 지원 요소로 계속 붙잡아두고 싶을 것이다. 1세기도 더 전에 친일파 ‘일진회’를 동원하고 한국 내 ‘반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명성황후 시해’라는 최악의 야만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 여전히 그 ‘메이지유신’이나 요시다 쇼인의 침략적 세계관을 탈피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다시 한국 내 동조 세력을 유사한 방식으로 선동하고 규합하려 할 것이다. 한·일의 그 동조 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좌빨’ ‘친북’ 따위의 적색 이념 공세를 상투적으로 동원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이 힘을 잃을 경우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핵심 파트너를 언제든 교체하려 할 것이다. 일본 역시 2차 대전 패전 뒤 미국의 식민지적 종속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제재라는 도발은 어쩌면 1세기 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국의 식민지적 지위에서 벗어나려는 용틀임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를 지탱해온 미-일 동맹의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본의 최근 중국 접근 시도나 북과의 무조건적 대화 추구라는 정책 선회도 그런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 플레이어로서 취약한 상황
이런 구도는 동학과 청일·러일 전쟁을 거쳐 국권 상실로 줄달음쳤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동아시아 정세 구도를 방불케 한다. 한국은 분명 그때와는 다른 위상을 얻었지만 분단된 남북의 처지는 게임 플레이어로서는 그때보다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훨씬 더 취약할 수 있다. 남북이 이른 시일 안에 대적 관계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그것은 남북 모두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장기 20세기가 끝나가고 진짜 21세기가 열리는 지금, 우리도 한반도를 옥죄었던 냉전과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20세기 유산에 대한 집착과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한승동 언론인·전 <한겨레> 기자 /한겨레21
'한일관계의 교훈-회한-새 모델', 진보언론의 쓴소리
[한일갈등 언론비평①] 사실에 집중해야 진영논리 넘어선다, 새겨들어야 할 <경향> 칼럼들
최근 며칠간 <경향신문>이 작심이라도 한듯 한일관계와 관련한 고참 기자들의 칼럼 및 분석기사를 줄줄이 내놨다.
7월 10일 이대근 칼럼 <아베로부터의 교훈>에 이어 바로 다음날 서의동 논설위원의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그리고 유신모 기자의 <한일, '1965년 체제' 한계 도달, 장기적 새 '협력 모델' 찾아야>가 나왔다. 다들 오랜 언론 경력을 가진 기자들이다. 특히, 유신모 기자는 외교 분야 한 우물을 판 전문기자로서 외교가에서도 그 내공을 알아주는 언론인이다.
<경향신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계열 언론사다. 소유 구조도 우리 사주 형식이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자가주식과 임직원 보유 주식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3명의 고참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왠지 <경향신문> 같지가 않다. 누가 썼는지 가리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실으면 그냥 그 신문들의 기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3인의 기자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바는 '이제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성찰적 자세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 이대근 논설고문: 우리는 애국주의 과잉 없나?
▲ 2019년 7월 10일 <경향신문> 지면에 실린 "아베로부터의 교훈". ⓒ 경향신문PDF
이대근 논설고문의 칼럼은 이번 한일갈등 사태 관련 우리 안의 종족주의를 용감하게 지적하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 관련 2012년도 대법원 소부의 판결이, 1965년 한일협정으로 징용문제가 종결됐다는 한일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결정이었다고 하면서, 당연히 정부는 이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와 관련해서도 당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대선후보들이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약하긴 했지만 일단 집권 후에는 합의 파기에 신중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국가간 합의를 깰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징용 문제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후 계속 일본 정부와의 협의에 소극적이기만 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8개월이 그냥 지나갔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대근 고문은 욱일기 문제도 거론했다. 지난 1998년, 2008년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도 아무 시비없이 한국 측 국제관함식에 참석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이대근 논설고문은 우리에게 반일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과잉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묻고 있다.
<경향> 서의동 논설위원: 일본 진보세력이 내민 손 잡았어야
▲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 경향신문PDF
서의동 논설위원의 칼럼은 역사적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비판적으로 회고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도 자주 찾아오고 일본의 과거 식민 제국주의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입장을 수 차례 표명했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사실 일본의 야당이 최초로 자민당을 밀어내고 단독집권했던 2009년에서 2012년의 3년간 시기에 최초로 수상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당시 일본 민주당 정권은 과거에 대한 반성적 회고와 대미 일변도의 기존 자민당식 외교노선에 반기를 들고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이 구상에 기반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 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서의동 위원은 일본이 "한국의 소매를 부여 잡았지만 한국은 뿌리쳤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보였다. 이어서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달성하면서 일본에 기를 펴게 됐지만, 그에 걸맞게 관계를 재구축하고 대일외교의 원칙과 관행을 가다듬는 노력에는 소홀했다"고 일갈했다.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일본에 협력적인 태도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타산이 건전한 관계 설정 노력을 방해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어정쩡하게 방치토록 했다"는 것이다.
<경향> 유신모 기자: 이것은 구조적 문제, 한일 양측 진지한 노력 필요
▲ 2019년 7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한일, 1965년 체제 한계 도달, 장기적 새 협력 모델 찾아야". ⓒ 경향신문PDF
유신모 기자의 기사는 마치 이대근 고문과 서의동 위원의 고민을 종합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지향하는 듯하다. 유신모 기자는 이번 갈등이 비단 징용 문제 하나, 반도체 부품 하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식민지가 합법이었냐, 불법이었냐에 대한 한일간의 이견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모순에 대한 해법으로서 유 기자는 국제사법재판소에 분쟁 해결을 의뢰하는 방법 혹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동으로 징용 문제 위자료를 부담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일단 양국이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외교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한일간 해석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양측 모두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유신모 기자 글의 핵심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단지 무역 분쟁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1965년 체제'라고 하는 한일관계의 근본적 구조가 역사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고, 자칫하면 1960년대 이후 우리가 만들어온 경제성장과 안보 틀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하고 근본적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안경은 안경일 뿐... 현실은 그 너머에 있어
진보 계열의 언론사 고참 기자들이 연일 이런 기사를 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람들은 흔히들 세상을 진영 논리로 보곤 한다.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정해놓고 적과 동지를 구분한다. 윤석열 검사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것을 멋있다고 하면서 사실 자기는 '문빠' '박빠'이고 누구 사진만 보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진영과 이데올로기는 세상을 보는 안경으로서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경이다. 그 엄연한 사실을 잊게 되면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객관성을 잃게 된다. 안경은 안경일 뿐 이 안경 너머에 사실은 현실이 있다. 그것을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분석하겠다는 다짐을 놓치면 안된다.
<경향신문>의 기사들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결국 진영논리를 넘어서게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놓고 자기 머리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진영 논리는 안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박찬수 논설실장: 진영논리에 빠져 객관성 상실
▲ 2019년 7월 11일 <한겨레>에 실린 ‘친미 보수에서 친일 보수로". ⓒ 한겨레PDF
이 점에서 같은 진보 계열 언론사인 <한겨레>의 박찬수 칼럼 <'친미 보수'에서 '친일 보수'로>(7월 11일)는 매우 아쉽다.
박찬수 논설위원실장은 과거 친미였던 한국 보수가 이제 트럼프에게 물병을 던지고 있고, 과거 한일수교는 절대 불가라고 외치던 이승만, 1970년대 김대중 납치사건,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 관제 반일데모를 일으켜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박정희, 독도를 방문해 한일관계를 냉각시켰던 이명박 등으로 대변되는 보수 진영이 이제는 아베 정권 비판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짚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기이한 논리다.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한 자루에 담길 수 있는지도 의문일 뿐더러 보수라는 사람들은 현실이 어떻게 변하든 말든 계속 친미여야 하고 계속 반일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언제부터 우리가 박정희를 '반일'로 간주해 왔나? 그리고 이승만이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가? 이승만은 그냥 뼛속 깊이 반일이었던 인물이다. 이승만이 사실은 친일파였는데, 정치적 계산 속 때문에 짐짓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했다는 말인가?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다. 박찬수 실장의 칼럼은 전형적으로 사실이 아니라 '안경'에 집중하는 글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복잡한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박 실장은 "보수 진영이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막으려 삼권분립까지 훼손했던 박근혜 정권의 행동이 옳았다고 강변하는 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등 대부분의 근대 국가에서 외교 사안이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재판부가 외교부의 의견을 묻거나 외교부가 의견을 개진하고 재판부는 거의 대부분 외교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팩트체크가 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난 200여 년간 외교 사안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의견을 거의 100% 존중해온 미국연방대법원은 삼권분립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져 온 것일까. 어느 국가든 내부적으로 권력분립이 있고 정치적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유가 대외적으로 정상간의 합의를 파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의 상식이다.
박 실장은 보수 진영이 아베 정권 비판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책을 짚는 데 훨씬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 놓고는 바로 다음 문단에서 "물론 강경화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이 지난 수개월간 한일 현안에 재대로 대응해 왔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는 말하지 않고 바로 이어서 "하지만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10배는 더 무모한 아베 총리의 행동을 이해할만한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맥락에서 갑자기 이명박이 나오는 게 의아하다. 아베 총리의 수출 규제가 이명박의 독도 방문 때문에 나온 것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다.
솔직히 이 칼럼은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 진영의 정통 일간지 간판 칼럼으로 나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는 아베 총리 본인이 밝히고 있듯이 한국 측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해 한국의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이를 실제로 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반발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수 칼럼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다른 진영 사람들의 진정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그들은 반공 광신론자에 불과하다'는 진영논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영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면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사실적 문제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사라져 버린다. 박찬수 논설실장은 정말로 대한민국 모든 보수 인사들이 국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뼛속 깊이 일본이 좋아서 혹은 북한이 미워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제는 우리도 현실을 직시하면서 상대방이 뭐라고 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국제관계의 구도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큰 그림에도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고민은 사실 일찌감치 시작됐어야 했다
보수언론이 얘기하면 무조건 '친일'일까
[한일갈등 언론비평②] '국제정세의 변화'를 염두에 둬야
현재의 한일갈등을 역사적·구조적·국제관계적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사실 예전에도 있었다. 6년 전 도쿄특파원이었던 <한겨레> 정남구 기자는 그런 고민을 칼럼으로 보여줬었다. 2013년 9월 27일 치 그의 칼럼 <보통국가 일본과는 어떻게 마주할까?>를 읽어보면 그런 고민이 절절히 담겨 있다. 최근 연일 게재된 <경향신문> 고참 기자 3인방(이대근-서의동-유신모)의 고민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한겨레> 정남구 기자: 과거 집착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 고민해야
▲ 2013년 9월 27일 <한겨레>의 "보통국가 일본과는 어떻게 마주할까". ⓒ 한겨레PDF
세상이 다 변하듯이 일본도 변한다. 그리고 일본은 인구로나 경제 규모로나 매우 큰 나라다. 우리한테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경제적, 외교·안보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의 변화에 맞춰 이제 일본도 변하려 하는데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것이 정남구 기자의 고민이다.
'그들은 반성을 안 했어, 역사가 청산이 안 됐어, 청산되지 못한 역사 문제 빨리 마무리지어야지'라고 우리 입장에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고 역사는 굴러가고, 일본도 이에 맞춰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정남구 기자는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남구 기자가 6년 전 예견했던 문제의 한 자락이 이미 현실 속에 짙게 깔려 들어오는 것을 우리는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아무도 오늘의 이런 문제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짜증만 낼 일이 아니다. 예견은 있었다. 우리가 보지 않은 것이다.
진보진영도 '토착왜구'라고 할 것인가
보수언론이 뭐라고 하기만 하면 구체적인 내용은 보지도 않고 '왜구'니 '친일파'니 비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반대로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이 모두 진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유형의 발화자의 입에서 나오는 주장은 무조건 진리이거나 혹은 거짓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진영의 사람들은 특정 유형의 주장을 전개한다고 미리 전제해 두고 그런 유형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이 나오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은 올바른 소통의 자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이 과거에 했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을 하기만 하면 무조건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고 비난해야 하는가? 앞선 기사 그리고 바로 위에서 들었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기사들을 보면 냉철한 인식하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고 한일관계 관련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들 진보진영의 고참 기자들도 단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거나 조금이라도 일본 측을 두둔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고 '토착왜구' 운운하며 몰아부칠 일인가?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이자 한국 진보진영의 거두였던 고 김대중 대통령은 1960년대 당시 야당과 민간의 분위기에 거슬러가며 박정희의 한일회담에 찬성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조선> 정권현 논설위원: 이 모든 것이 일본 국내 선거용이라고?
▲ 2019년 7월 10일 <조선일보>의 "일본의 경제 보복이 선거용?". ⓒ 조선일보PDF
<조선일보> 정권현 논설위원의 7월 10일 치 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이 선거용?>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정신 좀 차리라는 일갈이다.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선거용이라고? 일본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한국인 국제정치 전문가나 한국인 일본정치 전문가들 중에서도 그렇게 보는 사람 별로 없다. 극소수의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보고 있다면 사실이 잘못인가, 아니면 당신이 잘못된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인가?
물론 정권현 칼럼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 역사 재인식의 촉구에는 한일관계를 좀 더 대등한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싶다는 염원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재정립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 역시 현실의 일부분이다.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측으로서도 진지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문화> 이미숙 논설위원: 국제관계의 큰 틀의 변화에 맞춰 정책 펼쳐야
▲ 2019년 7월 10일 <문화일보>에 실린 "과거로는 미래 이길 수 없다". ⓒ 문화일보PDF
7월 10일 치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의 칼럼 <'과거'로는 '미래'를 이길 수 없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다. 이미경 위원은 '미래'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이 칼럼이 지적하는 바의 핵심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고종의 최대 실책은 바로 국제정세의 변화를 못 보고 계속해서 중국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미 중국은 쓰러져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막상 중국이 일본에게 패배하니 그때는 이미 손쓸 시간이 없었다. 변화에 눈감은 대가는 결국 조선왕조의 멸망과 자기 가족의 몰락이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패전 후 지난 74년간 미국의 날개 밑에서 커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동아시아, 아니 세계 무대에서 떠나 자기네 영역으로 철수하고 자기네 이익만 생각하겠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것을 보고 당장 통일이라도 올 것처럼 환호할 줄만 알지, 트럼프가 지금 국제관계에 얼마나 큰 혁명적 변화를 불러 오고 있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지도.
예전 같았으면 한일관계는 이렇게까지 악화되기 어려웠고, 일본 정부가 저런 식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반드시 미국이 개입해 교통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사이 긴밀한 협력과 연계는 미국의 핵심적 국가 이익에 속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한일갈등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대해 무심하고 무지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이제 중국에 대해 상대적 국력이 쇠퇴하면서 서태평양에서의 세력권을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신 제한된 국력을 극대화해 활용하기 위해 과거 미국의 외교 전략가 조지 케난이 냉전 초기 소련의 국력이 번성할 때 제시했던 것처럼 대형 거점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호주, 인도 등 주요 거점 중심으로 대중국 방어망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이 전략 아래서 한일갈등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만 미국 편에 단단히 묶어 두면 되지, 한일 갈등까지 일일이 나서서 중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설파하겠다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설명은 뭔가?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국제관계에 깜깜이가 된 것인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10일 갑자기 워싱턴D.C.에 나타나서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을 비롯해서 여러 미국 측 고위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아직은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이니 먼 길을 날아온 한국 측 고위 인사에게 당연히 덕담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주선해서 한미일 3자 협의가 열리면, 미국이 한국의 말만 들어주고 일본 손모가지를 비틀어서 일본이 징용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은 같은 무게였던 적이 없었다
미국은 항상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미국에게 한국의 무게와 일본의 무게가 같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역대 주일 미국대사들은 전직 하원의장, 전직 상원 최장수 원내대표 등 정계 거물급 인사들이거나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케네디 대통령의 딸 등 워싱턴D.C.의 '핵심 인사이더' 혹은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유명 인사들이 가는 것이 상례였다.
반면 주한 미국대사는 보통 시험 봐서 국무성에 들어간 공무원 출신 중 우리로 치면 부국장급들이 임명돼 왔다.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허상을 볼 수밖에 없고, 허상에 근거한 외교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송백후조(松柏後凋)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든다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더 길게 인용해 보면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고 돼 있다. 한자로 돼 있어서 그렇지 별 어려운 말이 아니다.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전후 우리의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형성해온 한일관계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내게 "한일관계가 안 좋아지면 도대체 뭐가 안 좋아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고 있다. 바로 눈앞에서. 한일관계가 안 좋아지면 당장 삼성, SK, LG에 무슨 영향이 가는지를 연일 언론 지상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출입이니, 투자니, 금융의 흐름이니 하는 경제적 구조, 우리가 공기처럼 생각하는 안보, 이런 것들이 모두 사실은 한일간의 신뢰를 주요 부분으로 하는 거대한 국제적 구조의 뒷받침 속에 존재해온 것들이다.
다시금 생각하는 한일관계의 중요성
그러한 구조가 흔들리면 그때부터는 우리 스스로 자구책에 나서야 한다. 듣기 좋은 미사여구의 껍데기들을 벗겨내 보면 국제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영어로 말하면 셀프 헬프(Self-Help, 자조). 자기 이익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우리는 이제 비로소 누가 소나무·잣나무인지를 가려볼 수 있다.
우리의 이익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한쪽에서는 '왜구'니 뭐니 하면서 진영논리로 편가르기에 나선다. 조롱과 함께 말이다. 불매운동을 하자는 사람도 있다. 그 심정이야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수출품은 부품·소재다. 완제품을 뜯어내서 일제 부품 소재만 걷어낼 수 있을까? 일제 부품·소재가 잔뜩 들어간 제품을 쓰고 있으면서 말로는 "일제 불매"를 외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감성을 강조해 불매운동에 나서면 상대국 국민들은 그저 쳐다보기만 할까? 우리의 대일 수출품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농수산물과 완제품이다. 일본 측이 우리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면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식별하기 좋고, 다른 나라 물건으로 대체하기도 쉽다.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듯이 이번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여론은 찬성이 다수다. 일본 언론의 경우에도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자체는 비판한다. 하지만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눈을 부릅뜨고 소나무, 잣나무를 골라내야
불매운동이 올바른 해법이라면 나라도 총대를 메고 나서고 싶다. '토착왜구' 등 증오의 감정을 유도하는 혐오표현을 쓰면서 정치적 싸움박질에 골몰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우리를 위기에서 건져주는 것은 '말장난'이나 '감성자극'이 아니다. 위기일수록 우리에겐 진정한 용기와 냉철한 계산이 필요하다. 광대뼈 끝에 총알이 스치고 귀가 찢어질 듯한 포성이 길 건너편에서 들리기 시작해야 비로소 누가 진정으로 용기있는 지휘관,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향을 알려줄 지휘관인지 안다.
송백후조(松柏後凋)라고 했다. 거대한 전환의 물결이 몰려오는 이때에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려내야 한다. 쭉정이와 덤불들은 어차피 역사의 불쏘시개와 땔감으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오마이뉴스/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
이 판국에 '불매운동'만 흉해 보이시나?
'한국인은 추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세계가 격찬한 시민의식을 못 보는 사람들
간혹 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뭔가 심사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 얘기의 행간에는 자신의 지적자부심이 담겨있다.
이유를 살펴보면, '효과가 없다'와 '보기 흉하다'로 요약된다.
'효과가 없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효과가 없으니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다. '효과가 없다'면 '나는 동참안한다'고 하면 그만일 일이다.
효과가 있든 없든 왜 남이 하는 일까지 못하게 하나.
불매운동을 하면서 엔화환율을 200엔으로 폭등시키고 니케이225 지수를 반토막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효과가 없어서 하지 말아야 한다면,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 즉 'IMF위기'가 왔을 때 '금 모으기 운동'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금 모으기는 국제상품시장에 금 공급을 늘려 오히려 금값을 떨어뜨린 것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국제금융자본은 금 모으기를 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이곳의 시장은 곧 살아날 곳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단순히 금 몇 톤 팔아 벌어들이는 외화로 설명할 수 없는 신용의 신속한 회복을 가져왔다.
효과가 없어서 하지 말아야 했다면,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운동 역시 실제 결과에서는 본래 취지와 다른 점이 지적되고는 있다. 그러나 수 십 년째 이 땅을 점령한 외세에 대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도 '절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 오늘날 교과서에도 당시의 민족정신을 전하고 있다.
이해타산만으로 불필요했던 운동 가운데 하나라면, 조선시대 효종의 '북벌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명분자체로는 병자호란 때 굴욕을 씻기 위해 강한 군사력을 회복하는 운동으로, 망해버린 명나라 천자를 복위시키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상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양성한 군대가 오히려 청나라를 도와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일에 동원됐다.
하지만 실제 결과에 있어서 북벌이 이 나라를 다시 일으킨 효과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참혹한 패전으로 바닥에 떨어진 국가적, 국민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이면, 위정자들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정치와 처신에 임하게 된다. 재정이 탄탄해지면서 영조와 정조의 실학이 번창하는 중흥기를 맞는 토대가 됐다.
일본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국인들이 벌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제국주의 침략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들이 유전자에 인코딩한 역사의식에 따라 당연히 벌이는 자연스런 반응이다.한국인들은 두 가지를 절대 잊지 않는다. '함께 싸워 외적을 물리친 혈맹'과 '우리를 침략한 외적'에 대한 기억이다.
그다음 '불매운동이 보기 흉하다'는 일부 '깬 사람들'의 불만이다. 보기 흉하다는 것은 특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때 그렇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후 중국인들이 한국기업에 보여준 것과 같은 행태다.
만약 한국 사람들도 중국인들이 2012년 일본 기업에 했던 것처럼 회사건물을 부수고 제품을 부순다면 이는 대단히 추악한 범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일제차에 누가 김치 국물을 부었다는 사진이 떠돈다고 했으나 알고 보니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토사물이었다. 차주인이 오히려 쓸데없는 오해가 안 생기게 사진을 삭제했는데, 말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퍼 나르며 '토착왜구'같은 짓을 하고 있다. 일제차에 빨간 스프레이가 칠해진 사진은 2008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얘기에 휩쓸리는 이유는 '한국인은 추하다'는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탄생 이후에도 수많은 격변을 치른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시민운동 방법을 탄생시켰다. 2016년 100만 명이 탄핵요구 시위를 하고도 거리의 쓰레기를 싹 치우고 간 모습은 이후 모든 나라의 저항운동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홍콩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고 있다.
누군가가 밉다고 해서 이판사판으로 그 사람의 사돈팔촌까지 다 들먹거리던 예전 한국인들이 아니다. 학살도 자행했던 군사독재자들과 싸웠던 경험에서 한국인들은 진정한 승리방법을 깨우쳐왔다.
차제에 우리가 2016년에 했던 것처럼,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지나가는 일본인 친구들도 흥미롭게 지켜볼 정도로 유쾌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행여 누가 매장에 들어간다 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국에 유독 '불매운동'만 꼬투리 잡으려는 일부 '깨시민'들에게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이 도발했는데 일본 제품의 매출이 잠시라도 아무 변동이 없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세워진 정신적 기반의 실종을 의미한다./장경순 기자 초이스경제
눈앞에 닥친 동북아판 ‘슬로벌라이제이션’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일 분업구조 위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일 분업 구조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전략과 미·중 무역갈등으로 균열이 가던 3국 분업 구조는 이번 사태로 일정 부분 신뢰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한·중·일의 역사·외교적 갈등이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한·일 간 갈등이 봉합된다고 하더라도 ‘각자도생’하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동북아판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세계화의 쇠퇴)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동북아 무역구조는 일본서 수입한 소재·부품으로 한국이 중간재 만들어
중국이 조립·가공하는 방식이었지만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동북아 무역은 소재·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한 한국이 중간재를 생산하고 중국이 이를 조립·가공하는 방식이었다.
중국, 10년 전부터 ‘한국 중간재 의존 구조 탈피’ 경제목표 세우고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국가 간 무역·투자 부진, ‘각자도생’하는 보호무역 기조 강화 전망 힘 받아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변경하면서 2006년 국내총생산(GDP)에서 64%까지 차지했던 중국의 수출입 비중은 2017년에는 33.6%까지 축소됐다. 2009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20%를 웃돌았던 수출입 상승률도 2010년대 들어서면서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가공무역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억제하면서 가공무역 비중도 50%대에서 30%대로 줄어들었다. 수출품목은 가구, 방직 등 노동집약형 제품에서 통신기기, 반도체 등 기술집약형 제품으로 전환됐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현재 1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5%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상태다. 한국에 중간재를 의존하던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중·하부에 위치했던 중국의 역할이 상위 단계로 발전되면서 세계 교역시장의 경쟁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LG경제연구원이 2015년부터 중국의 중간재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산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입액이 늘어나는 품목이 없지만, 로봇센서 등 일본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품의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자급능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산 중간재의 부가가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으면서 한국도 중간재를 공급하던 역할을 더는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서도 국가 간 무역과 투자 등이 부진해지는 ‘슬로벌라이제이션’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으로 인해 주요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미국 이전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가치사슬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실제 2017년 3%대 후반을 기록했던 세계 교역증가율이 올해는 3%대 초반까지 낮아지는 등 슬로벌라이제이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수출 위주 한국 경제의 수입 의존도’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수입 의존·수출 확대’의 성장전략을 계속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는 국내 제조업 안정화를 위해 정부 재정정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성인용품 리얼돌 판결'과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성매매합법화 ①] 독일, 문제해결의 주체를 국가 아닌 사회로 봐… 국가가 개인의 삶 간섭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성매매 합법화
2012년 10월 10일, 독일 배우들(Mareike Wenzel, Jenny Steenken)이 몸에 랩을 감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서있다. 이들은 '여성을 위한 인권운동' 캠페인의 일환으로 행위예술을 택했다. /사진=AFP
지난달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성인용품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을 보고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과정이 떠올랐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대법 판결이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과정 드러난 독일의 국가관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서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인 엠에스제이엘이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엠에스제이엘은 2017년 여성의 신체를 실리콘 재질로 형상화한 '리얼돌'에 대한 수입 신고를 했지만, 세관으로부터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의 수입 금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 1월 2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원심을 뒤집었고 이어 대법원도 2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시각은 독일인들의 국가관과 맞닿아있다. 독일은 나치시대 히틀러의 기억 때문에 국가가 지도자 원칙에 따라 개인생활을 모든 차원에서 간섭하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 따라 독일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한 중앙국가 보다 주정부 자치를 중심으로 한 연방국가 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은 국가가 개인에게 '행동을 이렇게 하라'거나 '저렇게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문제 해결의 주체도 국가가 아닌 사회라고 본다.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구성할 수 있어야한다고 믿으며,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라면 그 형태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어야한다고 여긴다.
작은 삶의 단위(개인과 사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국가는 나서지 않아야하며, 국가는 작은 삶의 단위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도움만 줄 뿐이다. 독일은 이 같은 시각에서 평등한 계약관계에 토대를 둔 취업활동과 사회보장, 권리보장을 국가가 해주면 성매매여성 대부분이 탈성매매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성매매 합법화를 추진했다.
독일의 국가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타국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었던 관계로, 합법화 논의 과정도 다른 국가들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인 스웨덴(성매매 구매 금지)과 한국(성매매 구매 및 판매 금지)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착취'를 반대하는 맥락에서 법안이 만들어진 반면 독일은 성을 판매하고자하는 여성들의 자유를 보호해야한다는 맥락에서 법안이 만들어졌다.
성매매 합법화 진행 과정에서 성매매가 논쟁의 이슈로 부흥하기 전, 세 국가에선 모두 다 도덕 프레임이 대두했다. 신체는 인간의 존엄과 직결됐기에 이를 매매하는 행위는 비도덕적이라는 시각이다. 이 같은 시각에 따라 한국과 스웨덴에서는 여성시민단체들이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성매매는 비도덕적이고, 여성 젠더에 대한 사회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전체 여성의 문제라면서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스웨덴과 한국에선 반대 여론이 사회 전체의 여론으로 부상했다.
독일에서도 이 같은 프레임이 지속됐다.1901년 제국법원이 성매매를 민법 138조의 부도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일관되게 성매매는 부도덕한 행위로 취급됐다. 하지만 2000년대 본격적 성매매 합법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개인에 대한 차별' 부분이 크게 부각됐다. 국가에 대한 관념 때문이기도 했지만, 성판매 기업인 '하이드라'(Hydra)가 이 논의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그러했다.
하이드라는 "성매매자가 받는 사회적 차별을 제거해야한다" "성매매는 다른 직업과 같다" "국가는 성매매자가 받는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나서야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견해는 스웨덴이나 한국이 그러했듯, 성매매를 전체여성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아니라, 단순히 '성매매자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효과가 있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담론이 부각되면서, 차별을 없애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2006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성매매 업소에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의자에 걸터 앉아있다. /사진=AFP
이 같은 여론이 조성됨에 따라 2000년11월 독일 최대민간보험회사인 독일의료보험조합(DKV)은 차별을 없애는 맥락에서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성매매 여성들도 특별계약조건이나 더 많은 보험료 등 차별 없이 의료보험 가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성매매여성임을 고지하지 않고 의료보험에 가입했다가, 성매매 행위가 드러난 경우 불이익(보험료 폭등, 지급 거절, 가입 해지 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후 2001년 '성매매자의 법률관계의 규율에 관한 법'이 통과되면서 2002년 본격적으로 성매매가 합법화됐다.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를 한 자 △그를 알선한 자 △성매매 여성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며 성매매 여성을 감시하는 자 △성매매 시간이나 장소 등 환경을 결정하는 자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알선하는 자 등은 여전히 처벌대상으로 남았지만 이외에는 대부분 합법인 행위가 됐다.
성매매 합법화에 따라 성매매 여성은 인신매매 상황에 놓였을 때 국가에 이를 고발할 수 있게 됐고, 누군가 자신을 강요할 경우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국가에 호소할 수 있게 됐다. 성매매는 연금, 의료,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이 가능한 직업이 됐다. 재취업훈련 등 사회보험에서 제공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에 대한 권리 확보도 가능해졌다. 또 장해연금 수급권도 확보돼 취업활동을 못하게 됐을 때 연금수급도 가능하게 됐다. 독일은 이 같은 법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성매매 여성이 자활에 성공, 성매매 여성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그럼 독일이 처음 합법화를 했을 당시의 취지처럼, 성매매 여성 수는 감소했을까. 또 성매매 여성들은 합법이라는 법망 아래,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을까?
독일 베를린시에 위치한 한 성매매 업소의 광고가 베를린 버스에 붙어있다. /사진=flickr
일단 성매매 합법화에 따라 성매매 산업은 확장됐고, 성산업 종사자 수도 두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곳곳에서 백화점형 성매매 업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됐고, 일정 가격에 무제한으로 음식을 먹고, 사우나를 하고,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뷔페식 성매매 업소까지 등장했다. 거리 곳곳과 대중교통에 "성매매 하러 오라"며 유혹하는 광고판이 붙은 것도 물론이다. 다음 편에서는 독일에서 성매매 합법화에 따라 어떤 현상들이 나타났는지, 이게 어떤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추가적으로 짚어본다.
참고문헌
절망 너머 희망으로, 에이지21,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셰릴 우던
EU에서의 성매매와 한국의 성매매 규제에 관한 연구, EU연구 제23호, 김학태
독일 성매매 합법화 이후 실태와 정책 효과, 이화젠더법학, 정재훈
한국, 스웨덴, 독일의 성매매 정책 결정과정 비교분석, 한국여성학 제23권 4호, 유숙란·오재림·안재희
"좋은 일 알선해줄게"… '성매매 합법화' 독일에선
[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성매매합법화 ②] 성매매 합법 국가 독일, 신매매, 미성년자 성매매 등 관련 문제 지적 끊이지 않아… 최근 관련 규제 강화 추세
2002년 11월, 두명의 체코 여성이 독일과 체코 국경선 근처에서 길거리 성매매 중 손님을 찾고 있다. /사진=AFP
선선했던 날,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비어가르텐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베를리너들과 대화를 하게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온갖 얘기를 나누었는데, 대화는 수영장, 사우나, 클럽 등 다양한 주제를 거쳐 성매매로 뻗어나갔다.
내가 "나는 내일 사우나를 갈 예정"이라고 말하자 한 50대 아저씨는 내게 "사우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나 역시 예전엔 자주 가던 사우나가 있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내가 "대체 그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아르테미스(Artemis)"라며 "그곳은 몇 년 전 불법적인 일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그가 즐겨 찾았다던 아르테미스는 독일 수도 베를린의 최대 성매매업소다. 2005년 9월, 650만유로(약 76억원)를 들여 지어진 아르테미스는 4층 건물에 70개의 침실, 그리고 건물 내 3개의 사우나와 대형 풀장, 헬스장, 2개의 영화관, 일광욕 시설 등까지 갖춰 하나의 리조트 같이 지어졌다.
2016년 4월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최대 성매매업소에 경찰과 세무당국 인력 등 900명이 급습해 매니저 2명과 마당 4명을 인신매매와 조세포탈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AFP
아르테미스는 개장과 함께 2006년 독일월드컵을 맞이하며 전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대중교통과 길거리 광고로 명성을 차곡차곡 쌓았다. 75유로(한화 약 9만6000원)만 내면 술, 음식, 영화, 사우나, 성매매까지 무제한으로 할 수 있었으니 독일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아르테미스의 아성에 금이 간 건 2016년 4월13일 아르테미스의 매니저 2명과 마담 4명이 인신매매와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다. 이날 아르테미스에는 경찰과 세무당국 인력 등 900명이 들이닥쳐 이들을 체포했다. 당국은 수개월간 사전 조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이 급습했다.
붙잡힌 이들은 2006년부터 고용 인력을 자영업자로 위장하는 수법 등으로 1750만 유로의 사회보장세를 탈루했고, 인신매매 등으로 여성을 강제 성매매 산업에 종사케 한 혐의를 받았다. 2002년 성매매를 법으로 보장한 독일에서 성매매가 법망 아래 온전히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봤던 이들의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성인용품 리얼돌 판결'과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성매매합법화 ①] 참고)
성매매의 합법화는 성인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불법이 아니지만, '불법 성매매'는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돼있다. 이런 불법 성매매는 강제성매매, 미성년자 성매매 및 불법이주자의 성매매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이미 성매매는 합법화됐기에, 경찰이 성매매 관련 인신매매, 성매매 강요, 혹은 착취문제를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성매매 자체가 합법적인 경제활동이자 사업으로 간주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정적 증거 없이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사건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베를린 지방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인신매매·조직 범죄 연루 등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1월 아르테미스 측은 "우리는 부당하게 박해받았다"며 "경찰과 검찰에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아르테미스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일부 독일 대중 사이에선 "정말 아르테미스가 억울한 게 맞냐"는 얘기가 나왔다. 아르테미스 사건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뒤 그동안 아르테미스가 여성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다른 사례들도 여러 개 공개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동안 아르테미스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매매 중 프렌치 키스 등 타액을 나누는 일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시킨 것, 콘돔 사용을 금지해온 것, 오럴 섹스를 강요해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여성이 성병에 걸릴 경우엔 가차 없이 퇴출시켜온 것 등이 말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결과는 관계없이 아르테미스에서 뭔가 옳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위축된 수사권 및 기소권, 그리고 성매매의 정상화로 인한 산업급성장이 만나면서 독일이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도착지가 됐다는 비판은 지속됐다.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었다. 성매매가 합법화되고 성산업이 양지로 올라오면서 성산업도 매우 팽창했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 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이 150억유로(약 2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성매매 산업의 팽창의 속도를 성매매 종사자 증가 추세가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법화 시행 이후 성을 사려는 남성은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뷔페식으로 성매매를 운영하는 업소들은 대부분 '최대규모' '최저가'를 기치로 홍보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여성을 수급해야했다. 이들을 싼값에 여러 번 성매매시켜야하니 말이다. BBC 등은 지난 20년간 합법화 정책의 영향으로 독일 내 성 산업 종사자 숫자가 두 배 증가해 40만명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성 수급이 힘드니 많은 경우 인신매매를 통한 여성 조달로 이어졌다.
여기에 20세기 후반 이후 빈국의 가난한 여성이 산업화된 선진국으로 이주해 노동하는 '이주의 여성화'(femigration)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이주자나 저소득층, 난민 등 취약계층 여성이 인신매매 형식으로 성매매 산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인신매매는 물리력을 행사해 의사에 반해 시간·장소 등을 지정한 뒤 성매매를 시키거나, 가족을 인질로 해 협박을 하거나, 마약 중독을 유도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며 취업 사기를 치거나, 빚과 이자 등 경제력 압박을 통해 여성들을 압박하는 등 온갖 방식으로 이뤄진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1년 1만9740명이었던 독일 내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성매매 전면 합법화가 시행된 2002년 2만2160명, 2003년에는 2만4700명으로 늘었다. 내국인 피해자는 10%에 불과했다.
2006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AFP
UNHCR(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독일은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의 주요 도착지였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는 EU시민권자로 불가리아인, 루마니아인이었고 이외에도 러시아, 아랍 국가, 중국, 나이지리아, 기타 아프리카 출신 등도 적지 않았다. 집시나 난민 등도 인신매매의 주요 피해자였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약 4 분의1은 어린이들이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대부분은 술집, 매춘 업소 및 아파트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결국 애초에 성매매를 합법화하면서 독일 당국이 의도했던 목표, 즉 성매매자의 노동권과 인권보호 향상, 강제 성매매 감소와 탈성매매 증가라는 기대가 거의 충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정부는 2014년 유럽의회에서 제기된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비판, △독일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되면서 성산업 규모가 폭증하고 인신매매가 증가했다는 비판 △합법화 이후 성구매자나 포주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는 성판매 여성의 숫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는 비판 △성매매가 정상적인 직업 활동으로 정의되면서 성판매자를 위한 탈성매매 지원 서비스가 축소됐다는 비판 등에 대해 평가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체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나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독일 정부는 처음 성매매 합법화가 목표로 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으며, △성판매자의 고용계약서 작성률과 사회서비스 이용률이 여전히 낮고 △여성 전체인구에 비해 폭력경험 비율이 훨씬 높고 △성판매 여성의 정신건강문제 역시 심각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이제 독일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성매매 관련 인신매매 보도가 나온다. 2년 전에는 독일의 서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성매매업소인 '파라다이스'(지상 5층 규모로, 사우나·수영장·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췄다)를 운영하던 위르겐 루들로프가 인신매매 교사 및 방조 혐의로 체포됐다.
슈투트가르트 검찰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에서 일하는 150여명의 노동자 중 대다수가 동유럽 출신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갱단(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폭력 조직의 무리)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해 강제로 파라다이스에서 일하게 된 이들이었다. 루들로프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고, 더 많은 여성들을 갱단에서 수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여성들에게 하루 벌이 목표치 500유로(약 66만원)을 정해준 뒤 이 만큼의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했으며, 성형수술이나 문신도 강요했다.
2018년 4월, 프랑크푸르트 근처 마인탈(Maintal)의 성매매 업소에 독일 경찰이 급습했다. 독일 경찰 당국은 태국 여성 200명을 인신매매 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5명을 체포했다. /사진=AFP
루들로프는 TV쇼에 '재벌'로 출연할 만큼 유명인이었기에, 루들로프의 체포는 독일인들에게 '성매매 합법화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키웠다. 그리고 얼마 전, 지난 5월에는 태국 여성 200명을 인신매매 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지난해 체포됐던 5명의 재판이 시작됐다. 피해자들 대다수는 트랜스젠더였는데, 이들은 5명 업주들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했고 월급은 원천 징수당해 돈을 받지 못했다.
많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싶어하며 원활히 잘 이뤄질 것이라는 성매매 합법화주의자들의 환상과 달리, 실제 현실은 성매매 산업화의 확장과 박리다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신매매와 미성년자 강제 성매매 등으로 얼룩져있다.
2016년 베를린 아르테미스를 단속했던 경찰이 한 언론에 "업소에 있던 여성들의 상황을 '목화농장의 노예' 같았다"라고 말한 것이나 루들로프 사건을 다룬 슈투트가르트 지방 법원의 판사가 지난 2월 "이 크기의 깨끗한 성매매 사업장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한 것 등은 얼마나 성매매 여성들의 존엄이 얼마나 잘 지켜지지 않는지, 또 이런 현상이 얼마나 필연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성매매를 합법화했던 국가들은 최근 성매매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앞서 독일 정부는특정 기간을 설정한 정액제 성매수를 금지했고,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 성매매에 동원된 이들의 성을 매수하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도 '성매매 불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성 구매자를 처벌하라'는 청원 서명자가 4만명을 넘겨 하원이 이를 다루게 됐다. 네덜란드에선 청원자가 4만명이 넘으면 하원이 해당 안을 논의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로이터=뉴스1
이 청원을 주도한 기독교 청년단체 엑시스포스(Exxpose)는 '나는 값을 매길 수 없다'(I am priceless)라는 캠페인을 통해 "성매매를 통한 착취나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라 라우스 엑시스포스 설립자는 "값싼 성매매와 높은 성매매 수요로 암스테르담이 인신매매에 취약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첫 여성 시장 펨케 할세마 역시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겠다며 △도심 홍등가 일부를 폐쇄하고 축소하며 △호객용 유리 진열시설을 전면 폐쇄하고 △성매매 노동자 면허 발급기준을 강화한다는 등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성매매 합법화는 단순히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성매매 옹호론자 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갈리는 주제다.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합법화해서는 안되고, 또 다른 여성주의자들은 보호를 위해 오히려 합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긍정적 변화를 모색했던 독일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참고문헌
성매매합법화와 비범죄화 논의 재고, 한국여성학, 안창혜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화의 효과, 다문화사회연구, 유숙란
성매매행위의 비범죄화, 원광법학, 박기석
독일 성매매 합법화 이후 실태와 정책 효과, 이화젠더법학, 정재훈
한국, 스웨덴, 독일의 성매매 정책 결정과정 비교분석, 한국여성학 제23권 4호, 유숙란·오재림·안재희
"원조교제 어때?"… '검은 손'에 빠진 '슈가베이비'
[이재은의 그 나라, 미국 그리고 슈가베이비 ①] 美 연간 5000만원 대학생 학비 부담, 슈가베이비 양산… 성매매 비판 /사진=시킹어레인지먼트
"미국인 4명중 1명이 학자금 부채에 허덕이며 40대까지 대출금 상환 인생을 삽니다. 반면 슈가베이비 학생들은 월평균 3000달러(약 350만원)를 슈가대디에게 지원받기에 3개월이면 수업료 납부 고통(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4년제 공립대 연평균 학비는 2001년 보다 2배 뛴 9510달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슈가베이비 관련 웹사이트의 홍보 문구)
무한 경쟁 사회, 아르바이트는 잘 구해지지 않고 시급도 그리 넉넉지 않다.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에서 하루 종일 진이 빠지게 일해봐야 등록금은커녕 월세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런 때 누군가 자신과 데이트만 해준다면, 월세와 등록금은 물론이고 여윳돈까지 준다고 속삭인다. 미국 대학생들이 '슈가대디'를 만나는 '슈가베이비'가 된 이유다.
슈가대디는 여대생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아버지뻘 되는 남성들을 일컫는다. 미국 최대 슈가대디-베이비 매칭 사이트 시킹어레인지먼트(Seeking Arrangement)에 따르면 미국에 등록한 슈가대디들은 평균 38세이며 연평균 25만달러(약 3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슈가베이비들은 슈가베이비로 활동하며 매달 2800달러(약 335만원)를 벌어들인다.
'슈가베이비'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함께 라떼를 한잔 마시는 것부터, 공식적인 모임에 동행하는 역할, 같은 침대에서 잠만 자는 것, 성관계를 하는 것까지 역할도 다행하다. 슈가베이비들은 보통 한 슈가대디 당 한 달 1만∼2만 달러(약 1200~2400만원)를 받거나, 슈가대디와 한 번 만날 때 마다 100∼500달러(약 10~50만원)씩을 받는다.
/사진=시킹어레인지먼트 유튜브
경제적 이유로 인해 미국 곳곳의 여자 대학생들이 '슈가대디'를 소개해주는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킹어레인지먼트' 뿐만 아니라 '마이슈가대디' '슈가데이터스' '슈가데이트' '슈가대디' '슈가대디포미' '뮤츄얼어레인지먼츠' 등의 슈가대디-슈가베이비 중개 사이트가 성업중이다. 이 중 2006년 시작돼 가장 규모가 큰 사이트인 시킹어레인지먼트에 따르면 이곳 회원 중 42%인 140만명은 대학생이다. 슈가베이비 중 36%는 슈가대디로부터 등록금을 받고 있고, 23%는 집세를 지불하기 위해 슈가베이비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과거 슈가베이비였던 쥴리씨가 슈가베이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슈가베이비들:미니 다큐멘터리'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생들도 포함돼 있다. 시킹어레인지먼트 대학별 회원 명부에 따르면 각 대학별로 1000명을 넘는 학생들이 슈가베이비로 활동 중이다. 가장 많은 회원 수의 대학교는 뉴욕대로 1676명의 슈가베이비가 등록됐다. 뒤를 이어 조지아주립대(1304명), 센트럴플로리다대(1068명), 컬럼비아대(1008명), 앨라바마대(968명) 등이 순서대로 올랐다. 킴벌리 델라크루즈 시킹어레인지먼트 대변인은 "우리 사이트에 등록한 회원은 135개국 총 2000만명이다"라면서 "특히 재정적 도움을 얻고자하는 대학생들이 슈가베이비로 등록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시킹어레인지먼트 역시 대학생들의 슈가베이비 등록을 장려한다. 그는 "학생들이 .edu 이메일을 사용해 등록할 경우 프리미엄 회원 자격을 준다"면서 "프리미엄 회원은 대시보드에 본인을 노출할 수 있고, 사진이나 승인된 프로필 없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학생들은 슈가베이비 활동을 통해 (인생에서 성공한 이들로부터) 학비 및 생활비 뿐만 아니라, 멘토링까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을 끌어모은 건 시킹어레인지먼트의 성공 비결이었다. 대학생은 어리고 젊은 데다가, 신분이 확실해 슈가 대디들도 선호했다. 시킹어레인지먼트는 대학생들에게 '슈가베이비'가 되는 길이 합리적이라고 유혹한다.
시킹어레인지먼트 홈페이지에는 "대학생 슈가베이비는 월 평균 3000달러를 받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파트타임 직종에서 귀중한 학습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대신 시킹어레인지먼트의 후원자들과 연락하세요. 학비를 대출하는 것 만큼 간편하지만, 이 돈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이 같은 슈가베이비 등록은 친구 추천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안젤라 버무도 시킹어레인지먼트 대변인은 "대학 별로 회원 수가 급증하는 건, 친구 추천이나 입소문을 통해서다"라면서 "한 학생이 슈가베이비로 지내면서 얼마나 좋았는지를 친구에게 얘기하면, 그 친구가 슈가베이비로 가입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슈가베이비들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특히 재정적 측면에서 말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경영학 MBA를 공부중인 애나씨(33·가명)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나는 낮에는 MBA 학생으로, 밤에는 안마사로 일했다. 그럼에도 슈가베이비 활동이 없었으면 나는 내 월세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음대생 크리스틴 모리스씨(24)는 미국 ABC방송에 "한번에 세 가지 일을 해도 학기당 1만 달러(약 12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불어나는 학자금 대출을 감당할 수 없어 학업을 중단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학생들이 슈가베이비에 들어서는 이유는 학비, 월세 등 재정적 이유와 함께 인턴십 등 직업적 기회다.
/사진=시킹어레인지먼트
미국 언론들도 이처럼 대학생들이 슈가베이비가 되는 현상에 대해 과도한 학비 부담을 이유로 지적한다. SAT와 AP 시험을 주관하는 비영리 단체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13~2014년 사립 비영리 4년제 대학의 학비, 방세 등 평균 비용은 연간 4만917달러(약 4900만원)였다. 공립 4년제 대학의 학비, 방세 등 평균 비용은 연간 1만8391달러(약 2200만원)였다.
학비 부담이 심한 영국, 호주 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2012년 9월 최대 3배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학비부담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영국의 대학 등록금은 연간 9250파운드(1400만원)다. 런던 킹스턴대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친구 중 섹스 산업에 관련된 일을 하는 학생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4명 중 1명은 "그렇다"고 답했다. 슈가대디-슈가베이비 중개 사이트인 시킹닷컴에 따르면 영국에만 47만5000여명의 슈가베이비가 있으며, 이들 슈가베이비들은 평균적으로 월 2900파운드(약 44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22일 호주 ABC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호주에는 17만7000여명의 슈가베이비가 있으며, 호주 슈가베이비들은 평균 월간 2900호주달러(약 240만원)를 벌어들인다. 호주 멜버른 모나시대학교에서 유학중인 뉴질랜드인 사만다씨(26)는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해서 연간 6만 호주달러(약 5000만원)를 벌어들였지만, 한달에 1800호주달러(약 150만원)로 월세가 나가고 학기당 8500~1만 호주달러(약 700~820만원)를 등록금으로 내야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 이유가 본인을 슈가베이비가 되게했다고 답했다.
사만다씨는 해외 유학생으로 부담이 더 크긴 했지만, 호주인 대학생들도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슈가베이비에 등록하고 있다. 디킨대, 그리피스대, 맥쿼리대, 모나쉬대 등 호주 명문대학생들의 슈가베이비 등록 증가추세가 매섭다.
시킹어레인지먼트에 등록해, 슈가대디로서 여러명의 슈가베이비들 상대하는 타미씨. 그는 '슈가베이비는 결국 성매매 아니냐'는 질문에 "슈가베이비와 성적 관계를 맺긴 하지만, 단순히 그 뿐만은 아니다. 슈가베이비와는 친구가 되고, 대화를 하기 때문에 그냥 성매매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사진=미국 abc뉴스
하지만 슈가베이비 활동에 대해서는 늘 '성매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은 부유한 남성에게 여성성을 판매하는 것이며, 실제 성관계로 나아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가 "슈가대디 웹사이트가 여대생들의 성매매를 정당화한다"는 기사를 냈던 이유다. 시킹어레인지먼트 역시 "슈가베이비-슈가대디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은 오롯이 당사자들에게만 책임이 있으며, 성관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사이트에 언급해뒀다.
'성매매 전문가' 멜리사 페리(Melissa Farley) 임상심리학자는 "슈가베이비-슈가대디는 또 다른 형태의 성매매이자, 전형적인 성매매다"라면서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에 나선다"고 분석했다.
벨기에는 슈가베이비를 아예 성매매로 규정, 광고한 광고주를 처벌했다. 리치밋뷰티풀 투자자 시거드 베달(Sigurd Vedal)은 벨기에 브뤼셀 내 대학 근처에서 슈가베이비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벨기에 법원에서 2만4000유로(약 3200만원)의 개인적 벌금과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그의 회사 역시 24만 유로(약 3억 2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슈가베이비들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은 성매매가 아니라고 믿고 싶어한다. '슈가베이비' 라일씨(26)는 "나는 매춘부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오히려 가정에 평안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생활 후 아내가 살이 찌고, 화장을 더 이상 하지 않고, 항상 트레이닝복만 입고 있다면 남편은 이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은 슈가베이비가 남편을 다시 행복하게 만들면, 남편은 그 행복한 감정을 통해 아내와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기자
문자메시지로 국회 불참 통보한 KBS 사장
KBS ‘편성 개입 소지 있다’ 일요일 오후 불참 통보, 한국당 “불참 말도 안 돼, KBS 청문회 열겠다”
‘국회 불출석 통보’ KBS “정치적 독립 훼손 우려”
국회 업무보고 사장 불참에 공식 입장 “특정 사실확인 명목의 출석, 방송 자유 훼손할 수 있어”
KBS가 15일 국회 업무보고 불참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KBS는 이날 오후 “KBS는 국정감사 대상 기관으로, 사장이 해마다 기관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피감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참석의 경우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KBS는 방송 편성 자유와 독립 등을 명시한 방송법을 근거로 “특정 사안의 사실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수시 출석 요구가 정당화된다면 이 역시 프로그램 제작 개입으로 작용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KBS 업무보고를 통해 최근 청와대 편성 개입 논란이 불거진 KBS ‘시사기획 창- 복마전 태양광 사업’ 편(6월18일 방송) 관련 질의를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승동 KBS 사장 측은 14일 여·야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불참 통보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15일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사장이 국회 능멸한 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KBS 사장이 불출석하면 오늘 오후 예정된 방통위 업무보고를 연기하고 KBS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 지난해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양승동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KBS는 ‘시사기획 창-복마전 태양광 사업’ 편에 대해 “자체 규정과 기준에 따라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KBS는 해당 프로그램 방송 이후 외압이 없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방송통신위원회에도 같은 내용으로 설명을 마쳤다”고 밝혔다. 양 사장이 직접 국회 과방위에 출석해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
양 사장은 지난달 26일 KBS 이사회에서 “지난 금요일(6월21일) 청와대 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사과·정정 방송을 요구한 뒤 KBS에 공식 접수된 것은 없다”며 청와대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KBS는 “국회 과방위의 사장 출석 요구가 결정된 이후 과방위원들의 사전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한편,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을 국회 과방위 3당 간사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해왔다”며 “특히 자유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실에는 지난 11일과 12일 면담 요청을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14일에도 직접 통화해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해 문자를 남긴 것”이라고 했다.
KBS는 “자유한국당 과방위원 성명서 등에서 ‘윗선의 지시’, ‘청와대 압력’ 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정치 이야기가 더럽다고?
[정치혐오의 천국, 대한민국] 광장정치는 의회정치를 대체할 수 없다
"정치얘기는 더러우니까 하지마."
작년 연말 대학 동기들과 송년회에서 불쑥 나온 말이다. 정당에서 4년을 일해온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저런 무분별한 정치혐오는 점점 시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만 할 뿐이라 생각했다. “정치가 더럽다는 편견을 가지고 피하게 되니까 정치가 제기능을 못할 뿐이야.” 나는 당황해서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몇 번의 언쟁 끝에 나온 한 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정치가 나서서 정치가 더럽다는 인식을 갖게 하잖아!” 딱히 받아칠 말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화의 악순환을 이어갈 뿐이기에 정치와 관련한 언쟁은 거기서 끝났다.
정말로 정치가 문제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시민들이 정치인에게 반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비키니 사진을 본 권성동 의원처럼 '딴짓'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애교다.(권 의원은 현재 강원랜드 부정청탁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성폭행, 뇌물수수로 지역을 살고 있는 심학봉 의원, 10억원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이우현 의원, 5.18이 북한군의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종명 의원 등. 최근 사례만 해도 일일이 거론하기 벅차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정치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언론이 어떻게 정치를 말하느냐에 달려있다. 여기 좋은 예시가 있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 시민들은 정치를 단순한 싸움 혹은 게임으로 인식할 것이다. 물론 당시 국회 상황이 난장판이긴 했지만 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하다가 패스트트랙 정국이 몸싸움으로 번졌는지, 누가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이를 막으려 하는지 설명은 없다. 앞뒤 자르고 정치의 부정적이고 갈등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기사들은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유발한다.
언론이 정치인을 보도하는 태도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정치인이 시민의 대표로 제 역할을 하도록 언론이 감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의 인간적 실수를 문제 삼아 대표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언론이 가진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여론 형성이다. 시민들의 막연한 정치혐오는 이와 같은 언론 보도에 기인한다. 기사를 통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언론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그보다는 정치인을 합리적으로 비판해 그들이 시민의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
교육은 또 어떤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적인 지식들을 얻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다른 건 다 가르쳐도 정치만은 가르치지 않는다. 마치 정치를 만져선 안 되는 것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정치에 대한 교육은 ‘선거일에 투표해야 한다’ 정도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있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만 19세 이상만 투표할 수 있는 한국의 19금 정치는 학생들을 정치와 무관한 시민으로 키우고 있다. 그 결과 교육은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정치와 격리된 깨끗한 공간에서 자라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의 시민들은 다방면에서 유발하는 정치혐오로 인해 정치와 많이 멀어져 있다. 앞서 말한 원인들(정치, 언론, 교육)을 살펴보다보면 사람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맨날 싸움질만 한다"는 말부터 "(거짓말 많이 하는 친구에게)정치하면 잘하겠네" 같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는 걸 보면 한국 사회에서 정치혐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시민들은 "그 놈이 그 놈"이라며 투표를 하지 않든가, 선거일은 놀러가는 날 정도로 생각하고 선거기간만 되면 "평소에 하는 일도 없으면서 표 구걸할 때만 되면 시끄럽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치가 떠난 자리엔 反정치만 남았다. 악순환은 악순환을 부른다. 시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면 자연스레 정치와 멀어지게 된다. 시민들과 멀어진 정치인들은 제멋대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다시금 정치와 시민들을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그 결과 남은 것은 반정치다. 시민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을 미워하고 국회의원들을 외면한 채 직접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
"촛불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최대한 배제하고 국민들의 참여만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촛불집회가 한창 뜨거울 당시 어느 토론회에서 집회를 주도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정치와 정치인들을 철저히 배제해야만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소극적인 국회에 분노했고 정치권과 자신들을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 열망을 받아 방송인 김제동 씨는 '너희가 안하면 우리가 한다'는 슬로건으로 만민공동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국민과 정치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 확실히 정치권은 촛불 이전 몇 년 간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된 이후 정치권은 이에 등 돌렸고 정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언론에 외압을 넣는 여당 당 대표(이정현), 정치권 내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같이 단식하는 제1야당 당 대표(문재인), 정권차원에서 진행된 유가족들에 대한 외면 등. 2015년엔 정부의 '쉬운 해고'와 '임금피크제'를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이 진행됐고 전설로 남은 심상정 의원의 사자후 영상 외엔 정치권의 어떠한 저항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시민들의 정치혐오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권력은 견제 받아야 했으나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의 소위 권력은 견제를 받아야 마땅하고 그러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화와 타협과 숙고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행정부를 견제할 입법부가, 사법부가, 언론이 모두 한 조직처럼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 당시의 현실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들은 "너희들의 권력은 단순히 위임받은 권력일 뿐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단히 엘리트주의적인 일상의 정치를 넘어선 초일상의 정치영역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정치권이 오랫동안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했고 시민들은 이에 집회로 맞섰다. 2016년 10월 29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은 촛불을 들었고 2017년 4월 29일 23차 집회를 마감으로 해산했다. 결국 정치권이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촛불은 지지부진했던, 실망만 안겨주던 정치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비록 정치권의 힘을 빌려 정치적인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린 건 시민들이 들었던 촛불 덕분이었다. 유재원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돌 하나 안 던지고 권력자의 항복을 받은 것은 역사상 최초이고, 세계에서도 처음”이라며 촛불을 높이 평가했다. 나 역시 매주 광장에 나가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돌이켜보면 4.19혁명, 5.18 광주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2016 촛불 등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것은 정치권 밖에 있는 의식 있는 시민들의 참여 덕분이었다.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광장정치가 한국 사회가 엇나가지 않도록 관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촛불이 정치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의회정치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광장정치는 의회정치를 대체할 수 없다. 의회정치 역시 빈틈이 있고 그것을 매우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회와 정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부정한다고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정치를 멀리한다고 정치가 자연스레 정화되는 것도 아니다. 정당활동과 정치에 뜻을 가진 청년들이 이 지점을 꼭 알았으면 한다./ 장경환 정의당 기획홍보팀 부장 /프레시안
망해봐야 日 고마움 안다?…SNS 퍼진 '식민사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잘못해서'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입니다. 대체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 MBC 취재팀이 추적해봤더니 유튜브에서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때문이었고 이런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데 일부 교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 리포트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태극기 집회.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든 건 우리나라가 공산화 되어 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 그런데 이들이 내놓는 공산화의 증거는 황당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세월호 마크가 뭐냐, 북한을 상징하는 북한 주체사상을 가진 그런 마크예요"
세월호 리본에까지 북한의 사상이 침투했다는 주장.
[태극기 집회 참가자] "북한 마크가 이렇게 생겼어요. (세월호 리본이) 그걸 거꾸로 그려 놨어. 여기를 뭐를 다느냐면 농민을 상징하는 낫이 있어, 낫. 여기는 망치가 붙었어, 망치가. 그 다음에는 촛불. 여기 그려 있어"
어디서 이런 정보를 들은 걸까.
[태극기 집회 참가자] "유튜브, 유튜브. 유튜브 들어가면 다 나와"
'노란 리본 상징성'이라는 유튜브 영상입니다.
[에스더 흑여제/유튜브] "왜 이런 매듭의 모양으로 정착이 되었는가. 원인을 북한에서 찾았습니다. 자, 이것은 북한 노동당기입니다"
세월호 리본과 북한 노동당기를 조합하는 황당한 발상.
[에스더 흑여제/유튜브] "망치죠. 그 다음에 낫입니다. 붓이라기보다 춧불에 더 가깝고요. 이 촛불 더하기 이 리본의 매듭 모양을 하면 이런 모양이 나오고. 저는 정말 이거 보고 너무 소름이 끼쳤습니다"
한일 갈등을 틈타 왜곡된 역사관을 퍼뜨리는 제작물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윤서인/유튜브 윤튜브] "그 동안 한일관계는 어른(일본)과 아이(한국)의 관계였어. 아이는 온갖 난리를 쳐왔지. 그래도 저 어른이 설마 우리를 진짜로 혼내지는 않겠지, 이런 믿음이 깔려 있었던 거야"
일본은 대국이란 주장, 나아가 일제시대를 미화하는 식민사관까지 거침없이 내뱉습니다.
[팩맨/유튜브 팩맨TV] "일제시대의 삶의 질이 조선시대의 삶의 질보다 월등하게 나았죠. 일제시대가 없었다고 생각을 해봐. 이게 (조선이) 지금 얼마나 끔찍한 사회였냐고"
이런 논리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입을 통해 그대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일본이라고 엄청 싫어했다고. 근데 지금은 일본이 예뻐. (현 정권이) 반일감정 앞세워 가지고 정치를 한단 말이야"(유튜브 보세요?) "지금 요 방송하는 거"
[태극기 집회 참가자] "반도체로 저걸로 그치면 안 돼. 망해야지 문재인이 내려오지. 일본이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망해야 됩니다. 숨이 깔딱깔딱할 때까지 죽어야 돼. 경제가 죽어야 돼. 일본 식민지 돼봐야 돼"
취재진은 뉴스라는 이름의 이런 거짓말이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경로가 교회 교인들의 단체 카톡방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오늘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시청자들을 세뇌하는지, 일부 목사와 교인들은 배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도합니다.
MBC뉴스 양윤경입니다.
PK 한국당 현역 대거 퇴출 위기 “떨고 있니”
자유한국당 부산·울산·경남(PK) 현역 의원들이 더욱 코너로 몰리고 있다.
21대 총선을 불과 9개월 앞두고 상당수 PK 정치인들이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데다 혁신적인 ‘신인 가산제’ 도입으로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출마자들의 경쟁력이 대폭 향상돼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26명의 한국당 PK 현역들 중 30% 이내만 내년 총선에서 살아 남을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공천서 신인 파격 가산점 예
“PK 현역 30% 이내 살아남을 듯”
박맹우 기용, 불출마 유도 포석설
일부 의원은 무소속 출마 가능성
한국당 현역 의원을 교체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상향식 공천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현역들에게 극히 불리한 경선룰을 도입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는 한 번도 출마 경험이 없는 정치신인에겐 50%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청년(40%)과 여성·장애인(30%)도 적극 배려하는 경선원칙을 마련해 놓고 있다. 민주당 방식(10~25%)이면 신인이 현역을 이기기 쉽지 않지만 한국당처럼 40~50%의 가산점을 부여할 경우 이변이 속출할 확률이 높다. 현역 평가제를 도입해 ‘하위권’에 속한 의원들을 우선 배제한 뒤 신인들끼리 경선을 붙이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당헌당규 규정대로 단수추천제나 우선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2가지 제도는 경선을 실시하지 않는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다. 한국당의 핵심 관계자는 “경선을 실시하면 후유증이 심각하고 외부인사 영입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전략공천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PK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총선 불출마’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현역 교체의 효과를 제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황교안 대표가 추진력이 뛰어난 박맹우(재선) 의원을 사무총장에 파격 기용한 것이 전략공천제 도입과 총선 불출마 유도를 위한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당 공천 관문을 넘지 못한 일부 PK 의원들이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하거나 무소속 출마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제외한 10명(조경태 김정훈 유기준 이진복 유재중 김세연 김도읍 장제원 이헌승 윤상직)의 한국당 부산 의원들 중 공천과 본선을 모두 통과해 내년 5월 국회의사당에 재입성할 정치인은 많아야 3~4명의 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돌고 있다./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일본계 대부업체들, 어려운 서민에 고금리 폭리"
김종훈 의원실 "전체 등록 대부업자 대출잔액에 39% 차지하는 금액"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대부업자들의 대출잔액이 총 7조원에 육박하고 이들 대부업자의 평균 대출금리도 2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받아 1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대주주 국적이 일본인인 대부업자의 수는 19개이며 이들 업체의 2018년 말 대출 잔액은 6조6755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등록 대부업자의 대출잔액(17조3487억 원)의 39%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또한, 일본계 대부업체는 국내 등록 대부업 전체 대출금의 평균 대출금리(19.6%)보다 약 4% 비싼 23.3%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김종훈 의원실은 이들 대출금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 대부분이 영세서민들이라고 판단한다. 영세서민들이 의료비, 학자금, 긴급한 생활비 등을 이유로 대부업체를 찾는다는 것.
김 의원은 이처럼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폭리를 누리는 현상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부실한 복지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앞으로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서 아예 대부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다른 수단 곧 정책금융을 확대하여 대부업이 서민을 수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언제까지 대부업 번성을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대부업 대출 금리를 한자리수로 제한해야 한다. 아니면 대부업법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의원은 "특징적인 것은 일본 대부업체들이 일본에서 신규로 돈을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라며 "일본 대부업체들은 국내에서 번 돈을 밑천으로 대출금액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훨씬 넘는 국가에서 대부업이, 그것도 일본계 대부업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부업 이용자들을 정책금융의 대상으로 이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환주 기자 /프레시안
논란의 <조선일보> 일본어판 기사가 별안간 삭제됐다
검색하니 'NOT FOUND'
'제목 왜곡' 논란을 일으킨 <조선일보> 일본어판 기사가 일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YTN>, <MBC> 등은 17일 "논란이 일자 조선일보 일본어판에서는 문제로 지적된 일부 기사가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조선일보>는 7월 4일자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마이너스 40%' 기사를 (일본어판에)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7월 5일자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해' 기사를 '도덕성과 선악의 이분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로, 7월 15일자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를 '해결책 제시 않고 국민 반일감정에 불붙인 청와대'로 원제목을 바꿔 일어판 기사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MBC> 시사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지적한 <조선일보> 일본어판 등 보수 언론의 기사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일본어판 홈페이지에서 논란이 일어난 기사인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韓国はどの面下げて日本からの投資を期待してるの?)'를 일본어로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당 제목을 구글 등 검색 사이트에 입력하면 검색은 되지만,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이미 일부 '혐한' 성향의 일본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블로그 등에 퍼날라져 있어 기사의 내용과 제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일본어판 홈페이지, 기사가 검색되지 않는다.
▲<조선일보> 일본어판 홈페이지. 구글 검색으로 찾아 들어가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아폴로 11호 발사 50주년인 1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의 미 우주 로켓센터에서 모형 로켓들이 발사되고 있다. 행사 주최 측은 모형 로켓 5000 대를 동시 발사해 기네스북 기록 깨기에 도전했다. [AP=연합뉴스]
이래서 토왜, 토왜 하는구나
[기자의 눈] '반인권 범죄'도 국제법 논리로 소멸되는가?
<중앙일보> 칼럼 '전영기의 시시각각'을 읽었다. '대법관들이 잘못 끼운 첫 단추'라는 제목이다. 이 칼럼은 "요즘 상황은 한국의 대법관들이 첫 단추(2012년 강재 징용 배상 판결)를 이상하게 끼우는 바람에 비롯된 측면이 있다"라며 "대법관들의 판단력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70년 역사의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빈틈없어 보이는 '논리'를 펴느라, 어디에서부터 이 엉터리 글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게끔 돼 있다. 과거 민자당의 명 대변인 박희태의 말을 빌리자면 글 자체가 '총체적 난국(Total Crisis)'이다.
칼럼은 "2012년 5월 24일 당시 김능환 대법관이 주심이었던 대법원 소부의 '일제 강제징용 사건' 파기 환송 판결문과 2018년 10월 30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합의체의 판결문"을 문제삼고 있으면서, 국가가 성립되지 않은 이전의 일에 대해 국제법상으로 한국이 일본에게 '배상'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하고 있다. "1919년 한국이 건립되었으니 1919~45년까지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는 국제법적으로는 전제 불성립의 오류로서 국제사회에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렬한 주장도 내놓았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전영기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전영기의 시시각각] 대법관들이 잘못 끼운 첫 단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922207
▲중앙일보에 실린 '전영기의 시시각각' 네이버 화면 갈무리
강제 징용 판결 맥락 거세하고, '기계적 논리' 들이대
문제의 칼럼은 '일제 강제 징용 판결'의 맥락을 완전히 제거해 논리만 남김으로서 역사를 논리학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한다. 이번 일제 강제 징용 판결과 논란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 그 배경을 전혀 모른채 썼거나, 일부러 모른체 하는 것 같다.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등 이 사건의 원고는 1923년부터 1929년 사이에 한반도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이다. 1934년 1월경 설립된 일본제철이 1943년 9월경에 낸 광고를 보고 훈련공으로 일본의 제철소에 가서 노역에 종사했다. 노동 환경은 끔찍했다. 1일 8시간 3교대 노동에 외출은 한달에 1~2회, 용돈은 한달에 2~3엔을 받았다. 임금 통장은 만져보지도 못했고, 기숙사 사감이 관리했다. 돈을 받을 기약도 없고, 노역은 끔찍했다. 일부 조선인 노동자는 도망치고 싶다고 말했다가 잡혀서 가혹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1944년 2월경부터 훈련공들을 강제로 징용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사카제철소의 공장은 1945년 3월경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되는데, 이때 피해자들 중 일부는 사망하기도 했다. 살아남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함경도 청진공장으로 옮겨왔다. 임금을 달라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강제 징용을 통해 무임금 노역으로 착취당했고, 그 과정에서 임금 지급은커녕, 구타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 범죄를 당했다.
그리고 1997년, 여 씨 등 피해자들은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과 일본국을 상대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금(위자료), 강제노동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법원은 2003년 이를 최종 거부한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며, 그에 따른 징용 역시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걸 전제로 한 판단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강제 징용 피해자를 '징용공', 즉 자발적으로 징용에 응한 노동자라 부르는 근거가 된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정유섭 의원이 국회 회의장에서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징용공'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 씨 등은 한국 재판소에 판단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2005년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된다. 그리고 한국 법원은 일본 법원이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는 합법'이라고 판단한 게 국내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한국의 헌법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불법으로 본다고 했다.
<중앙일보> 칼럼은 여기에 도전한다. 이 판결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라는 게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론'이다. 이 칼럼은 "1919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선포"했다는 말이 국제법상 국가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948년 국가 성립 이전에 발생한 모든 일에 지금의 한국 정부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세상이 논리로 돌아간다면, 프랑스의 비시정부도 국가이고, 프랑스 망명정부 자유프랑스는 공화국 '국가'의 역사에서 지워야 할 판이다.
나아가 이 칼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2018년의 대법원 판결문은 1965년 발효된 한일 청구권 협정 중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2조에 대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 안 된 범주’를 신설해 거기에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시켰다. 신규 범주는 한국이 일본한테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따른 법적 배상 청구권’을 당연히 갖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설정됐다.
정말로 그런가? 한일 청구권 협정 2조는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런시스코우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아무리 뜯어봐도 일본의 반인권적 범죄(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 문제)로 인해 발생한 피해, 마땅히 받아야할 임금을 갈취한 범죄 피해 문제까지도 해결됐다는 이야기는 없다.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 안 된 범주를 신설한 게 아니라, 원래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 안 된 범주가 존재해 왔다.
'반인권 범죄'도 소멸시킬 수 있는 문제인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다룬 조선대학교 정구태 법학과 교수, 임어진 법학과 박사 과정의 논문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와 소멸시효'에 따르면 정 교수 등은 "2005년 12월 16일 유엔 총회가 채택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의 피해자를 위한 구제조치와 손해배상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은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고(serious) 체계적이며(systematic) 대규모로(large-scale) 자행되는 ‘중대한 인권침해’로서,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와 전쟁범죄(war crimes)는 국내법상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엔 기본원칙의 이러한 취지는 강제징용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이나 적법한 징용을 전제로 한 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강제 징용 문제의 핵심은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불법 행위를 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전쟁 범죄 등에서 파생된 무수한 반인도적 범죄(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문제 등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훼손한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국가(일본이든, 한국이든)를 상대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백번 양보해, 일본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게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는 칼럼의 '논리'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일본 국가가 아닌 일본의 기업과 일본 기업 책임자들이 한국의 강제 징용 피해자 개개인의 '청구 권한'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우리 정부나 사법 기관이 일본의 사법 기관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처럼, 일본 역시 우리 사법 기관의 판결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고노 외무상도 2018년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구타케 일본 공산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노 외무상도 아는 문제를 왜 한국의 칼럼니스트는 모르고 있을까.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정부에게 일본 정부를 상대하라는 것도 아닌 문제에 무슨 '국제법의 논리'를 들이대는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이라는 주장이 국제법상으로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칼럼의 주장에서는 정신이 혼미해진다. 개인의 청구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 밖에 없다"고 짚는다. 인간 여운택 씨가 국제법상 패전국가인가?
칼럼은 이처럼 강재징용 배상 판결문의 다양한 맥락을 자르더니 갑자기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 이론을 들어 '그 이전엔 국가가 아니었다'는 논리로 인권 유린 사실을 덮어버린다. 왼쪽 다리가 아프다는데 오른쪽 다리가 멀쩡하다며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보수의 가치 아니던가. 국제법의 기계적 논리를 들어 한국의 사법 기관의 논리와 명백하게 입증된 피해자의 인권 유린을 뭉개자는 게 보수 언론이 주장할만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인공노할 범죄까지도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국가간 협약의 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한국의 대법원이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70년 대법원의 권한을 일개 칼럼니스트가 꾸짖고 나무란다. 마치 철없는 짓을 벌인 어린 아이를 나무라듯.
이런 칼럼이 소위 '보수 언론'에 실린다는 게 부끄럽다. 언론에 의해 '토왜(土倭)'라는 말이 100년도 더 전에 사용된 이래로, 아직까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박세열 기자 /프레시안
'사법농단' 현장 본 변호사 "세상이 이랬구나…무너지는 경험"
외교부-사법부 면담 참석했던 변호사 증언
"어른들 말처럼 '세상이 이랬구나' 하고 무너지는 경험이었습니다."
2016년 9월 29일. 외교부와 사법부의 부적절한 면담 자리에 우연찮게 끼게 된 김모 사무관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가 법과 법조계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 사무관은 사법연수원 36기로 법무관을 거치고 대형 로펌에서 약 2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외교부에서 경력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공판에 김 사무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김 사무관은 외교부와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해 논의한 면담 자리에 참석한 인물이다. 해당 면담은 양 기관에서 각각 3명씩 참석했다. 외교부에서는 조태열 제2차관과 박모 국제법률국장, 김 사무관이, 법원행정처에서는 임종헌 차장과 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 2명이 나왔다. 임 전 차장 등이 직접 외교부를 방문했고 면담은 조 차관 사무실 옆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김 사무관은 "재판에서 의견을 낼게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제출을 한다든지 하는 과정이 있고 이는 대부분 법정안에서 이뤄진다"며 "법정이 아닌 곳에서 협의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매우 놀랍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판사와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제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며 "법원은 공정성을 위한 노력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담 자리의 주제였던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등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재판 중 하나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12년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엎고 피해자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받은 서울고법은 2013년 피해자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일본 기업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외교부는 이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해관계자였다. 박근혜 정부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일본 기업에 패소 판결을 내릴 경우 일본과의 외교 문제 등을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법원행정처는 제3자인 외교부가 재판에 정식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 사무관은 "의견서는 제출하고 싶은 사람이 제출하면 되는 것인데 법원에서 먼저 (의견서를 내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생소했다"며 "법정 외에서 이런 대화가 이뤄지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후 김 사무관이 해당 면담을 정리한 보고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하기 전에 대법원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선고할 수 있도록 협조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제안을 먼저 한 것은 외교부가 아니라 법원행정처 쪽이었다. 아래는 김 사무관이 면담 당시 임 전 차장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판결 관련 대법원의 새로운 논의 전개를 위해 계기가 필요한 바, 여러 전후 배상 문제 처리 관련 외국 사례를 제출해주면 결과를 장담할 순 없으나 이를 기초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려고 함."
"외교부로부터 의견서 제출 절차 개시 시그널을 받으면 대법원은 피고(일본 기업) 측 변호사로부터 정부 의견 요청서를 접수받아 이를 외교부에 그대로 전달할 예정."
"4년 전 내려진 판결을 바로 뒤집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현임 대법원장 임기중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외교부가 의견서를 늦어도 11월 초까지 보내주면 가급적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함."
면담 이후 김 사무관은 기존에 강제징용 사건 업무를 전담해오던 정모 사무관에게 보고서를 넘겨주면서 "난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무관은 "더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고 그 날 면담에서 느낀 위법성을 고백했다. 재판에서 양 전 대법관 변호인 측은 사법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의 역할은 재판업무를 하는 법원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증인도 변호사이니 물어보는 것인데, 판사와 (사건 관계자가) 직접 통화하긴 힘들지만, 재판 행정업무를 담당하시는 분과는 통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사무관은 "행정실무 직원과 통화하는 것은 그냥 문의이지 (당시 면담과 같은) '절차적 협의'가 아닐 것"이라며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jdu@cbs.co.kr
전범기업 니콘·닛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이것도 전범기업 제품?"…日전범기업 긴장감
니콘·기린맥주…'우익성향' 미쓰비시 계열 기업
'강제동원 전력' 파나소닉, 작년 매출 898억원
닛산, 일본불매운동에도 '신형 알티마' 조용히 출시
파나소닉·닛산·기린 등 일본 전범기업과 불매운동 대상이 된 일본기업 명단. (그래픽=김성기 PD)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일본 제품불매 운동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중 국내 사진 애호가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니콘을 비롯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린·닛산·파나소닉 등도 전범기업 명단에 올라 이용자들이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니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정부에 항공기와 전투기 등 군수물자와 무기를 납품하고 한국인들을 강제동원한 전력도 있는 전형적 우익기업이다. 특히 '니콘'은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위자료 지급을 거부한 미쓰비시중공업이 속해 있는 미쓰비시그룹의 자회사로 아사히맥주만큼 인기가 높은 '기린맥주'도 미쓰비시의 계열사다.
일본 재계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현재 '파나소닉'으로 이름을 바꾼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인 그는 과거 일본 내에 기업 작업장을 두고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한 전력이 있다. 그가 세운 마쓰시타 전기(파나소닉)는 일본의 사설 정치지도자 양성학교이자 일본 우파 정치인 육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나소닉코리아는 지난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89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 752억에서 19.3% 증가한 수치로, 파나소닉코리아가 파나소닉의 100%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파나소닉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전범기업의 경제적 이익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미쓰비시그룹과 마찬가지로 일본군에 군수물자를 지원한 전범기업은 또 있다. 바로 '닛산'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에 군용차량을 납품하면서 일본정부의 불법적 행위를 도왔던 '닛산'은 최근 일본불매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이같은 국민적 반감이 일본차 구매 소비심리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성장세였던 일본차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현재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한국닛산은 지난 16일 출시행사 없이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기도 했다.
일본 강제동원 전범기업(299개)
△고쟈크교통(주) △(주)교산제작소 △(주)구리모토철공소 △(주)나무라조선소 △(주)단노구미 △(주)도쿄시바우라 △(주)미라주건설 △(주)미야지셀비지 △(주)사가미구미 △(주)오바야시구미 △(주)오카베철공소 △(주)요도시 △(주)후지코시 △JFE미네랄(주) △JFE스틸(주) △JFE엔지니어링(주) △NS유나이티드해운(주) △가네마쓰닛산농림(주) △가스가광산(주) △가와사미기선(주) △가와사키운송(주) △가와사키중공업(주) △가지마건설(주) △가타야마빈라공업(주) △가타쿠라공업(주) △간사이 기선(주) △간토전화공업(주) △고기(주) △고도제철(주) △고마쓰 △고마쓰NTC △고쿠산전기(주) △교와핫코기린(주) △구라바야시상선(주) △구라시에 홀딩스(주) △구로사키 하리마(주) △구로사키 하리마(주) △구사카베건설(주) △군제(주) △나나오해륙운송(주) △나오쓰해륙운송(주) △나이가이(주) △나프테스코(주) △노무라흥산(주) △니가타조선(주) △니시마스건설(주) △니혼가단(주) △니혼건철(주) △니혼경금속(주) △니혼고주파강업(주) △니혼무선(주) △니혼수산(주) △니혼야마무라유리(주) △니혼우편선(주) △니혼유리(주) △니혼제지(주) △니혼조달(주) △니혼주조(주) △니혼중화학공업(주) △니혼차량제조(주) △니혼철판(주) △니혼카바이트공업(주) △니혼카본(주) △니혼통운(주) △니혼화학(주) △니혼흄(주) △니혼흄(주) △닛산화학공업(주) △닛신제강(주) △닛테쓰광업(주) △다마이상선(주) △다부치전기(주) △다쓰타방적(주) △다오카화학공업(주) △다이도특수강(주) △다이도화학공업(주) △다이세이건설(주) △다이와홀딩스(주) △다이요니혼기선(주) △다이이치주오기선(주) △다이킨공업(주) △다이헤이요 시멘트(주) △다이헤이요흥발(주)(주) △다치히기업(주) △데이카(주) △데이코쿠섬유(주) △데이코쿠요업(주) △뎃켄건설(주) △도나미홀딩스(주) △도다건설(주) △도비시마건설(주) △도시바기계(주) △도아건설공업(주) △도와홀딩스(주) △도요강판(주) △도요방적(주) △도이마린관공(주) △도치기기선(주) △도카이고무공업(주) △도카이기선(주) △도카이카본(주) △도쿄가스(주) △도쿄아사이토방적(주) △도쿄제강(주) △도쿄제철(주) △도큐차량제조(주) △도피공업(주) △도호가스(주) △도호아연(주) △라사공업(주) △리코엘레멕스(주) △린카이닛산건설(주) △린화학공업(주) △마부치건설(주) △마쓰다(주) △메이지해운(주) △모리나가제과(주) △모지항운(주) △묘죠시멘트(주) △무카이시마독(주) △미네페아(주)오모리공장 △미쓰비시금속(주) △미쓰비시상사(주) △미쓰비시신동(주) △미쓰비시전기(주) △미쓰비시제강(주) △미쓰비시중공겁(주) △미쓰비시창고(주) △미쓰비시화학(주) △미쓰이금속공업(주) △미쓰이농림(주) △미쓰이마쓰시마산업(주) △미쓰이스미토모건설(주) △미쓰이조선(주) △미쓰이화학(주) △빈고통운(주) △사노야건설(주) △사와라이즈 △사토공업 △산덴교통(주) △산요특수제강(주) △산코기선(주) △산큐(주) △산키공업(주) △상선미쓰이오션익스퍼트(주) △상선미쓰이조선관리(주) △쇼와KDE(주) △쇼와비행기공업(주) △쇼와산업(주) △쇼와전공(주) △쇼와철공(주) △스가와라검설(주) △스미세키 홀딩스(주) △스미토모강관(주) △스미토모고무공업(주) △스미토모금속공업(주) △스미토모금속광산(주) △스미토모오사카시멘트(주) △스미토모전기공업(주) △스미토모화학(주) △스즈요(주) △시나가와 리플랙토리즈(주) △시미즈건설(주) △시미즈해운(주) △신니혼제철(주) △신니혼카이중공업(주) △신메이공업(주) △신에쓰화학공업(주) △쓰루가해륙운송(주) △쓰루미(주) △아라이건설(주) △아사히유리(주) △아사히카세(주) △아소시멘트(주) △아이사와공업(주) △아이치기계공업(주) △아이치시계전기(주) △아이치제강(주) △아즈마해운(주) △아지노모토(주) △아키타해륙운송(주) △야마분유화(주) △야바시공업(주) △양마(주) △오사카가스(주) △오사카기선(주) △오사카제강(주) △오지제지(주) △와코도(주) △요시자와석회공업(주) △요코하마고무(주) △우베금속(주) △우베미쓰비시시멘트(주) △우베흥산(주) △이노항운(주) △이노해운(주) △이비덴(주) △이스즈자동차 △이시다(주) △이시하라산업(주) △이와타지자키건설(주) △일본건류공업(주) △전기화학공업(주) △제이와이텍스(주) △조반흥산(주) △(주)가나자키구미 △(주)가미쓰제작소 △주가이광업(주) △(주)고노이케구미 △(주)고베제강소 △(주)고이케구미 △주고쿠도료(주) △주고쿠전력(주) △(주)구라레 △(주)구마가이구미 △(주)나카야마제작소 △(주)노가미 △(주)니치로 △(주)니치린 △(주)니혼제강소 △(주)닛치스 △(주)다이세루 △(주)다이조 △(주)다이헤이제작소 △(주)다케나카공무점 △(주)도쿠야마 △(주)리갈코포레이션 △(주)링코코포레이션 △(주)마루하니치로수산 △(주)마쓰무라구미 △(주)미쿠니 △(주)사쿠션가스 △(주)상선미쓰이 △(주)세이사 △(주)세이탄 △(주)스미토모금속소창 △(주)신가사독 △(주)아시텍이리에 △(주)야노철공소 △주에쓰전기공업(주) △(주)오에무방기제작소 △(주)오에무제작소 △주오전기공업(주) △(주)요도가와제강소 △(주)요타이 △(주)이케가이 △(주)쟈판에너지 △(주)제니타카구미 △(주)후지타 △(주)히타치제작소 △카미오카광업(주) △카본(주) △패나소닉(주) △풀추 △하기모리흥산(주) △하자마구미(주) △하카타항운(주) △하코다테 독(주) △한신내연기공업(주) △호도가야화학공업(주) △호쿠에쓰메탈(주) △홋카이도탄광기선(주) △후루가와기계금속(주) △후루가와전기공업(주) △후시키해륙운송(주) △후지보홀딩(주) △후지전기(주) △후지중공업(주) △히노데우편선(주) △히라니시키건설(주) △히로시마가스(주) △히메지합동화물자동차(주) △히타치조선(주) △히타치조선(주) △히타치항공기(주) (출처=이명수 의원[2012]) yeswalk@cbs.co.kr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28~8.3 저러면 일본 망한다. (0) | 2019.07.28 |
---|---|
7.22~7.28 조중동은 일본이다 (0) | 2019.07.21 |
7.8~7.13 이기와 탐욕은 모두를 상하게 한다. (0) | 2019.07.08 |
6.30~7.7 한.북.미 역사적 판문점 만남 그리고 일본의 지랄 (0) | 2019.06.30 |
6.24~629 조건없이 복귀한다던 그 당 (0) | 201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