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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29~7.5 "종부세 양도세는 종이 호랑이"…다주택자들 '콧방귀'끼는 나라

by 이성근 2020. 6. 28.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는 검찰·법원 결정 뒤집는 상식밖 결론’”

경제개혁연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건 논평

복잡한 지배권 승계 사건을 반나절 토론결정 황당

경제민주주의21 "검찰, 좌고우면없이 이 부회장 기소해야"

참여연대·경실련도 한목소리로 비난 성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1층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제개혁연대는 28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사건에 대해 내린 결정을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검찰 수사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어 삼성 지배권 승계 사건의 경우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 반나절 동안의 토론만으로 판단내리기 어렵다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검찰이 기속된다면 향후 아무리 복잡하고 전문적인 경제범죄 사건도 반나절 토론으로 국민정서에 기대어 결정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의 위법성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 외에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과 갈수록 교묘해지는 자본시장 교란 범죄를 포괄적으로 막기 위해 도입된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행위는 자본거래의 전체적인 흐름을 세밀히 이해해야만 범행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점과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검찰과 영장전담판사가 법정에서 결정하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는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상식밖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재벌이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더라도 검찰의 기소 전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여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사건 자체를 비범죄화하는 전략에 나설 것이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취지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경제민주주의21, "검찰 견제위한 도구가 최대재벌 재판 장애물 전락"

경제민주주의2128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비판하고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촉구했다.

 

경제민주주의21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불기소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가 대통령도 매수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재벌의 총수를 법정에 세우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했다며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설치된 심의기구가 헌법에 따라 설치된 법원의 재판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수사심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는 분식회계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내부문건 이재용 관련 문자열 삭제 및 증거 은폐 삼성바이오 회계조작으로 이미 기소돼 재판중인 사실 등을 모두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검찰 수사 기록이 20만쪽에 달하고, 공소장만 150여쪽에 달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사안을 50쪽 짜리 문건 2개에 의존해 하루 만에 올바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26일 각각 논평과 성명을 통해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 소명과 검찰수사를 통한 증거확보를 통해 범죄 혐의가 사실상 된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한 사실을 비판한 바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김두관 '소신발언' 계속..."3땀흘린 비정규노동자내쫓는게 '공정'?"

"취준생과 비정규노동자 이해 충돌 '제로'...팩트부터 확인하고 오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해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기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는 것도 아닌데도, 일각에서 이른바 '을들의 분노'에 기대 사실을 비틀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자체를 때리는 것에 대해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공항 보안검색 같은 상시·안전 업무를 직접 고용하는 것은 상식이고,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보안검색요원을 공무원 신분인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보안청 소속으로 전환했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 있는 안전 종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로또'가 아니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공사 1900명 정규직 전환은 공사 취준생 일자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들의 인건비를 새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비로 집행되던 돈을 인건비로 집행하는 것 뿐"이라며 "공기업 취준생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는 하나도 충돌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실시한 뒤, 공공기관 청년 채용은 오히려 9752명이 늘었다. 팩트부터 체크하라"고 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향후 '정규직 일자리' 자체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1900개의 비정규직 일자리 대신 1900명의 정규직 자리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다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에 대해서는 김 의원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것이 정당한지는 우리사회가 답을 내려야 할 숙제"라며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반사회적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을들의 전쟁에 기생할 생각 마시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혁파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나서 달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3년동안 땀흘려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 내보내란 게 공정인가?”

김 의원은 자신에 대해 비판의 발언을 쏟아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의원은 "'로또취업'이니 '불공정'이니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두고 생트집이 계속되고 있다""3년 동안 땀 흘려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일반 취준생과 똑같이 경쟁해서 정규직을 새로 뽑아야 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얼마나 좋은 대학을 나와야 터득할 수 있는 건지 매우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인국공 정규직은 토익 만점, 컴퓨터 활용 능력 1급 받고, 고시 수준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공부해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되는 자리"라고 한 데 대해 "자기가 갈 자리도 아니면서 험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요"라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규직 정원 채용과 별개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취업준비생이 자리를 비정규직이 빼앗고 있다는 식으로 인식이 잘못 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생계 걱정 없이 5, 10년 취업 준비만 해도 되는 서울 명문대 출신들이나 들어갈 '신의 직장', '감히 어디서 비정규직들이 공짜로 들어오려 하느냐'는 잘못된 특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 기존 인력과 외부 취업준비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라"고 주장하고, 하태경 의원이 "공정채용의 대원칙 하에 협력업체 이외에 청년·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보안검색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새로 뽑자는 말과 같은 말"이라고 비판하며 "정확히 말해 이게 '정규직 신규채용'이지, 어떻게 '정규직 전환'인가. 세 분 모두 정규직 전환은 찬성하는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알았나 보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이 '얼치기 좌파'라고 바판한 데 대해서도 "보수정권이 만든 '비정규직의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가만히 계셨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그걸 고쳐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계속 나서면 '애들 밥그릇 뺏자고 주민투표까지 했던 사람이 이제 노동자 밥그릇까지 손대려고 한다'는 비판이 따라다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참여연대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하라"

참여연대 "땜질식 처방 안돼...불로소득주도 성장인가"

시민단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보유세 강화' 등 투기 규제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2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21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 추진에는 미온적"이라며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유세의 획기적인 강화 및 양도소득세 강화 등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한국은 상위 50%가 거의 모든 자산을, 상위 5%가 전체 자산의 50%를 그리고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5%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추가 구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2주택 이상 소유한 가구가 소유한 주택 수의 합계가 총 주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59.23%에서 201860.84%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은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율이 0.16%0.44%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교를 달리해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율을 계산하더라도 0.8%OECD 평균 1.1%에 미치지 못한다.

 

참여연대는 "현행 종합부동산세율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못한다 반증"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29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보유세 실효세율의 획기적인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등 투기 규제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7대 요구안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취임사에서 '취임 이전으로 집값을 낮출 것'이라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불로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과 전월세 보증금이 청년 세대의 결혼을 어렵게 하는 장벽에 된지 오래"라며 "주택 문제가 혼인과 출생아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여전히 효과없는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용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2018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04.2%인데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의 43.77%에 이르는 875만 가구"라면서 "전체 가구 중 15%가 우리나라 주택의 61%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투기 규제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보유세 실효세율 강화 및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DSR(채무상환비율) 등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규제 강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 폐지 계약갱신 청구권 보장,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전월세 신고제 도입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전국투기과열지구 전역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다주택자의 고위 공직 임명 제한 인사 가이드라인을 확립할 것과 최소한 부동산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게 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재난 자본주의'가 밀고 들어온다

[서리풀 논평] "정부 관심은 'K-방역' 성과가 사라질까 그 한 가지뿐"

"현행 의료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가 전국 4개 대형병원에서 재외국민에 한해 2년간 허용된다....산업통상자원부는 25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의 협력기관(분당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이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임시허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경향비즈> 626일 자 '의료법상 금지된 '비대면 진료' 재외국민에 한해 2년간 허용')

 

'재외국민'이라면 한국의 의료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닌데 무엇을 '허용'한다는 뜻인지? 게다가 임시허가라니, 왜 이렇게 황당한 정책을 내놓는지 모르겠다. 법률적으로 재외국민은 외국인과 같고, 재외국민 진료란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허가고 뭐고 병원이 그냥 해온 것인데, 일부러 판을 키울 기세다.

 

논리도 품위도 없는 이런 정책을 무슨 위원회를 열고 심의하고, 그걸 허용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그 정책이 (역설적으로) '국내용'이기 때문이리라. 해당 부처의 실적 때문이든 앞으로 '큰일'을 도모하려는 것이든, 초점은 재외국민이 아니라 국내에 있다는 것. 정책이라기보다 이 또한 정치다.

 

우리는 두 가지 목적이 다 있다고 해석한다. '윗선'(또는 대중)에 우리 부처가 뭐라도 열심히 한다고 알리는 목적, 그리고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를 격려(?)하는 차원. 후자도 꽤 중요한 목적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번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국내 환자에 대한 비대면(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원격의료와 의료수출 등 의료산업 '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경제 부처의 숙원 사업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무슨 명확한 산업과 경제 논리는 들어본 적 없지만, 그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의 20년 동안 모든 기회를 활용해 노력했으니, 서비스 산업 육성, 의료관광, 영리병원, 경제특구, 원격의료, 규제혁신, 4차 산업혁명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번에는 원격의료. 코로나19 유행에서 잠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이번 기회에 '주류화'하려고 하더니, 논리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뜬금없이 재외국민을 들고나왔다. 의료 산업화를 밀어붙일 기회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예정을 바꿔 귀국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취약한 방역 체계 때문에 재외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언론 기사가 넘쳐났다. 열심히 홍보한 'K-방역'이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원리는 익숙하다. 코로나 대응을 핑계 삼아(여당의 해당 위원회 이름에는 '국난극복'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모든 시도가 '---코로나'이다. 따로 무슨 설명이나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분위기에 편승해 숙원 과제를 밀어붙이려는 선정적 정책에 정치다. 전형적인 '재난 자본주의'.

 

한경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해 장기화되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체근로 허용을 주장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특정 업무에 한해 특별 연장근로를 자동으로 허용해서 추가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연합뉴스> 625일 자 '한경연, 대체근로 허용·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등 입법제안')

 

재난 자본주의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영역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정치경제'라는 개념이 이 이상 잘 어울릴 수 없다. 다음은 코로나를 동원한 노골적이고 뻔뻔한 정치경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삼성을 옥죄었다. 특히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을 기점으로 햇수로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관련 기사 : <서울경제> 627일 자 '이재용 '뉴삼성' 힘 받았지만검찰, 끝내 무리수 던질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최악의 경영 환경에 내몰려 있다...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기업이 가장 민감하고 곤혹스럽게 느끼고 있고, 노사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관련 기사 : <중앙일보> 623일 자 '정부 '해고자도 노조 가입' 재추진"기업 떠나라는 얘기냐"')

 

사정이 이런데도 저절로 '뉴노멀'이 온다고? 턱도 없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활용해 '올드 노멀', 아니 올드 노멀보다 더한 뉴노멀을 의도하는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또 그게 그렇게 노멀이 되면 코로나는 그야말로 이중의 재난이다.

 

재난 자본주의는 이러한데, 막상 코로나 대책 그 본질과 핵심은 점점 더 개인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개인화와 개별화, 그리고 윤리화와 규범화. 점점 더 위험하다는 '경고'만 무성하고 대책이란 각 개인이 잘하라는 요구뿐이다. 준수, 주의, 자제, 협조 등 벌써 몇 달째 이번 주말이 고비이고 분수령이라며 시민의식과 윤리를 요구하는 것인가.

 

이미 모두 알고 있는바, 개인 차원의 예방 수칙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 자영업, 기업, 민간 조직에 요구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개인과 조직은 사회에 긴밀하게 결합해 있고 그 틀에 구속되어 있다. 최선을 다해도 구조가 허용하는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구조를 돌파하려면 새로운 조건과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테면 상병 수당이나 임금 보전 없이 노동으로부터 거리 두기는 불가능하다. 국가와 정부는 이런 조건을 바꾸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대로는 대규모 유행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설마 운에 맡기는 것은 아닐 텐데, 각 개인이 각자도생으로 한계를 뛰어넘자고 요구하는 꼴이다.

 

의료 준비는 더 답답하다. 지금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한 데도 질병관리청 한 가지로 모든 일을 다 했다는 분위기다. 단기 대책도 장기 계획도 아무 논의가 없고 정부 안에서는 말을 꺼내는 사람도 없다. 'K-방역'의 성과(?)가 사라질까 그 한 가지 관심뿐인 듯하다.

 

당장 상황은 대책이나 계획이란 말조차 한가하게 들릴 만큼 급하고 아슬아슬하다. 무슨 성과를 내세우기 바쁜 사람들은 수도권의 의료가 겨우 견디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확진자가 더 늘고 중환자가 넘칠 때 어떤 비상 대책이 있는가? 바로 작동할 임시 체계는 있는가?

 

"현재 빈 병실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미 일반 중환자들도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병상을 비울 수 있는 여력이 없다""코로나19 환자를 받으려면 기존 인력에 2~3배를 투입해야 하고 기존 일반 환자용 병상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병원 입장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 <메디게이트> 627일 자 '"방역당국 중환자 입원 가능 117병상 발표부터 오류가용 병상 없다"')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 '참여''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국가와 공공의 책임을 나누자고 할 것인가? 이 재난이야말로 공공의 역할과 책임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중이 아닌가, '코로나 자본주의' 대신 '코로나 공공보건'부터 챙겨야 한다.

시민건강연구소/ 프레시안

 

회장님들

2000년대 초·중반 불법행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재벌 총수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취재했습니다. 가장 대조적인 모습을 꼽으라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법원에 나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떠들썩합니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30대 남성 100여 명이 법원 건물을 에워싸니까요. 이들은 정 회장이 법정으로 들어가는 길을 내어주는 인간 방패역할을 합니다. 한 명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남긴 채 두 열로 촘촘히 서서 그 누구도 정 회장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몸으로 막아냅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수행비서만을 대동하고 단출하게 법원에 나옵니다. 법정으로 향하는 이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해도 이를 가로막는 부산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재판장(판사)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이를 알지 못해 변호인 도움을 받을 만큼 의전에 익숙한 이 회장이지만 그래도 법원에 나오는 모습은 평범했습니다.

 

두 회장의 법정 출석 모습이 확연히 달랐던 이유는, 사용자(회장)를 견제하는 세력인 노동조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재판 때마다 방청석을 꽉 채우는 노조원들과 정 회장이 혹시 충돌할까봐 회사 쪽에서 인간 방패라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니까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안 된다는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무노조 경영을 밀어붙인 이건희 회장은 재판받을 때조차 그 덕을 누린 것이지요.

 

1319호 표지이야기는 무노조 경영을 위해 삼성이 이끌었던 전방위적인 정·관계 로비 전략과 실행을 좇아갑니다. 2005~2013년 복수노조와 정년 연장, 고용형태공시제 등 삼성에 불리한 법규제 시행을 늦추기 위해 삼성은 청와대와 국회, 노동부, 국가정보원, 법제처 등을 들쑤시고 다녔습니다. 법규제는 정부와 국회의 권한이지만, 삼성은 네트워크와 섭외 능력이 있는 인사담당 임원을 투입해 국가 경영을 시도했고 그 일부는 실현됐습니다.

 

총괄 지휘는 총수 일가를 보좌하는 삼성의 참모조직이 맡았습니다. 삼성의 참모조직은 비서실(1959~1998)’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1998~2006)-전략기획실(2006~2008)-미래전략실(2010~2017)-삼성전자 사업지원TF(2017~현재)로 이름만 바뀔 뿐 그 역할은 같았고, 때로는 불법·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18년 검찰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을 수사하자,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조직적 증거 인멸·은닉을 주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전신인 미래전략실이 삼성의 지역별 대관 조직인 지역협의회를 활용해 공무원 등을 접대하고 현금을 제공해왔음이 검찰이 수원 삼성전자 본사에서 압수수색한 미래전략실 문건에서 확인됐습니다. ‘무노조 경영을 지켜내기 위해 주요 인사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치부가 드러날라치면 자료를 은폐하거나 돈으로 막기를 반복해온 삼성. 그 삼성의 민낯을 보여주는 법 위의 삼성 미전실<한겨레21>이 연속 보도합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숨겨진 하드디스크서 쏟아진 삼성 미전실 문건

법 위의 삼성 미전실연속보도 모아보기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인사지원팀 소속인 강경훈 부사장은 2011년부터 매주 25개 계열사 인사팀장들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열었다. 삼성 미전실은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전실로 이름을 바꿔온 삼성의 컨트롤타워이다. 특히 강 부사장이 속한 인사지원팀은 삼성 무노조 경영사령탑 역할을 맡아 각 계열사의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화상회의에서 강 부사장이 공지가 담긴 자료를 쭉 읽으면, 각 사 인사팀장이 그의 말을 수첩에 빼곡히 받아적었다. 201888, 삼성 노조 와해 사건 참고인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미전실 인사지원팀 신아무개 부장에게 검사가 물었다.

 

“21세기 삼성에서 임원급이 화상회의에 들어와 강 부사장이 그저 말하는 내용을 받아적기 바빴다는 게 말이 되는가요?”(검사)

믿기 어려우실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랬습니다.”(신 부장)

자료의 양이 꽤 되는데, 받아적기가 어려워 진술인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요?”

그런 요청은 간간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미전실 간부로서 자료를 단 한 번도 넘겨준 적이 없었습니다. 원래 보안을 위해서 미전실에서 만든 자료는 잘 뿌리지 않습니다. 그런 요청이 있을 때면 김○○ 상무(신 부장의 미전실 상급자)에게 요청하라고 넘겼습니다. 그래 봤자 그 사람들이 김 상무에게 연락을 못합니다.”

왜 각 계열사 임원조차도 미전실에 연락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가요?”

예전에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시절에 굉장히 파워풀한 조직이었고, 미전실은 그 후신이었으며 특히 임원급 정도면 옛날 구조본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제가 단 한 번이라도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 검찰 조사를 통해 삼성 미전실 작성 문건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미전실은 "공식적인 회사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결재를 할 이유가 없었던"(최지성 미전실장 피의자 신문조서) 조직이었지만, 삼성그룹의 대부분 의사결정은 이곳을 통해 이뤄졌다.

 

<한겨레21>은 삼성 노조 와해 재판기록 33천여 쪽을 추가로 입수했다. 여기엔 삼성 미전실 문건과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이 담겨 있다. 미전실 문건 대부분은 2018710일 검찰이 수원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전실 해체 이후 인사지원팀 일부가 갈라져 나온 조직문화개선TF’ 사무실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찾았을 때 떴다방처럼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관이 이아무개 부장의 컴퓨터를 디지털포렌식 장비로 연결하자 일반적 방식으로 접속하면 인식되지 않는, 숨겨진 하드디스크가 드러났다. 여기서 2005~2013년 작성된 인사·노사 문건이 쏟아져나왔다.

 

미전실 문건이 뭉텅이로 언론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비록 미전실 인사지원팀의 인사·노사 관련 문건에 한정됐지만, 문건이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힘 있는 삼성, 그 위의 미전실은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삼성을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불법을 저질렀다. 정확히는 총수 일가를 향한 충성이었다.

 

다시 구속 위기에 몰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사과반성을 말했다. 잘못이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사과의 진정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21>10년 전 삼성의 행적을 다시 기록하는 까닭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법 위의 삼성 미전실연속보도 모아보기]

[단독] 삼성 미전실 무노조 위해 박근혜를 설득하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852.html

[단독] 삼성 미전실 인사팀 선물리스트 보니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853.html

[단독] 공무원에 현금 지원한 삼성현금 장부숨겨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854.html

삼성 미전실은 죽지 않았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855.html

 

삼성 미전실 인사팀 선물리스트 보니

2012년 설, 2013년 추석 선물정부·경영계·노동계·학계 총망라

<한겨레21>이 확보한 삼성 미래전략실 문건에는 2012년 설(88)2013년 추석(65)에 미전실 인사지원팀 임직원이 보낸 선물 명단이 있다. 삼성은 식음료사업을 했던 호텔신라와 삼성 에버랜드를 통해 22~65만원짜리 한우선물세트 등을 보냈다. 선물 명단에는 미전실 직원과 삼성 퇴직 임원도 있지만, 당시 한국의 노···학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물이 포함돼 있다.

선물을 보낸 이들은 연제훈 당시 부사장(이하 당시 직책), 강경훈 전무(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에서 1심에서 징역 210개월 실형), 목장균 상무(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으로 징역 1년 실형), 김사필 상무(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으로 집행유예) 등이다.

대상을 살펴보면, 삼성이 2009년 복수노조 시행이 16개월 유예될 때 적극 활동했다고 평가한 한나라당 강○○ 의원에게 연제훈 부사장이 55만원짜리 한우특선프레시세트를, 2011년 시행 유예를 재차 추진할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노동 관련 자문을 했다고 언급한 이○○ 교수에게는 강경훈 전무가 28만원짜리 한우혼합세트를 보냈다.([단독] 삼성 미전실 무노조 위해 박근혜를 설득하라참조) 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에서 삼성에 노조 와해 자문을 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송아무개 전 고용노동부 장관 보좌관도 한우를 받았다.

 

이 밖에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을 포함한 고용노동부 공무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현대차그룹 임원, 노동계 인사, 노동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 노동 사건에서 주로 기업을 대리했던 변호사, 경찰 간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노동비서관(이들은 퇴임 뒤 삼성경제연구소 고문과 삼성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활동했다)도 선물 대상이라 명시돼 있다. 2012년 설 강경훈 전무의 선물 명단 29명 가운데 19명은 고문단이라 분류돼 있었다. 삼성이 이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 2012년 발의돼, 2016928일부터 시행)이 시행되기 전인 까닭에 단순한 선물 수수 자체는 위법이 아니었다. 선물을 받은 것으로 적힌 대학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HR(인사관리) 포럼이 있어서 종종 갔던 것뿐이지, 삼성에서 청탁을 받거나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 고용부 공무원은 선물을 보낸 삼성 임원을 업무상으로 마주쳐 모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의례적으로 선물을 보낸 것으로 여겼을 뿐 삼성에서 청탁받은 사실은 없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싸이월드야

526일 싸이월드가 세금 체납으로 강제 폐업됐다. 자발적 파산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백업을 열어달라고 강제하지 못한다. 데이터 소유권 문제 등 싸이월드 사태가 남긴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시사IN 신선영 61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싸이월드 본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이런 사진이 남아 있네 ㅋㅋㅋ.” 대학 동기가 메신저로 사진을 하나 보냈다. 신입생이던 2005년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나권호씨(34)는 피식 웃으며 동기에게 답했다. “이거 어떻게 찾았어?” “싸이, 문 닫는다길래 급히 뒤져봤지.” “내 싸이에도 사진 많은데. 근데 난 로그인이 안 되더라.”

 

헛말이 아니었다. 지난 526일 싸이월드가 폐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나씨도 다급히 싸이월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러나 옛 계정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비밀번호 찾기 버튼을 눌렀지만 인증 절차를 밟는 것조차 어려웠다. 휴대전화 문자 인증이나 아이핀 인증 창에는 서비스가 중단된 업체입니다. 업체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메일 인증으로 겨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로그인이 안 됐다. 로그인 버튼을 눌러도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는 꿈쩍하지 않았다.

 

나씨는 친구가 보낸 사진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곰곰이 따져봤다. 나씨가 싸이월드에 남긴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미니홈피 사진이나 게시물은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흑역사(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뒤늦게라도 기록을 보관하고 싶었다. 개인 자료만이 아니었다. 대학 동아리 클럽에 남겨둔 십수 년 전 사진, 학회 발제 자료, 고등학교 동문회 주소록이 모두 싸이월드에 있었다. 개중에는 가치를 금전으로 따지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다급해진 나씨는 사진을 보내준 친구 도움으로 우회 접속방법을 알아냈다. 메인 페이지가 아닌 클럽홈 주소(club.cyworld.com)로 우회하면 로그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서버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어떨 때에는 에러 페이지가 반복되다가도 또 어떨 때에는 수월하게 접속되었다. 지금도 나씨는 틈날 때마다 싸이월드 접속을 시도하며 자신이 가입하거나 운영하던 클럽의 데이터를 일일이 내려받고 있다. 주말 동안 PC 앞에서 끙끙댄 나씨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용한 덕분에 싸이월드도 돈을 번 게 아닌가? 도토리도 많이 샀는데, 왜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돈 벌게 해준 이용자가 이렇게 수고를 감내해야 할까?”

 

1세대 토종 소셜미디어(SNS) 싸이월드는 2000년대 한국 인터넷의 한 축이었다.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닷컴)는 한때 포털 업계 1위를 넘볼 만큼 급성장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시가총액이 13000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싸이월드는 2014년 사원주주 벤처회사로 분리 독립했다. 기세등등하던 모기업 SK커뮤니케이션즈도 결국 2017년 상장폐지되어 현재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폐업 의사 없다지만 사무실은 텅 비어

싸이월드는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에 왕좌를 내주고도 한동안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월 접속자도 꾸준히 수백만 명을 넘겼다. 2017년에는 삼성벤처투자가 5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91014일 갑자기 접속장애사태가 발생하면서 곪아 있던 내부 사정이 드러났다. 도메인(인터넷 주소) 연장 처리를 하지 않아 사이트가 폐쇄된 것이다. 닷컴(.com) 도메인을 연장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고작 2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기업이라면 저지르지 않을 일이었다.

 

한 차례 깜짝 폐쇄이후 사이트 운영은 더욱 부실해졌다. 접속이 불안정해졌고, 사진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잦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싸이월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해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백업받는 창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도 돈이 들었다. 웹 서비스는 사진이나 데이터를 열람할 때마다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발생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수십·수백만 이용자가 내려받는다고 가정하면 결국 대규모 서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를 내려받는 기능을 새로 추가하는 것조차 개발비용이 소요될 터였다. 이후 7개월 동안 싸이월드는 방치되었다.

 

불안한 운영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졌다. 526일 국세청은 세금 체납을 이유로 싸이월드의 사업자등록을 직권말소했다. 사실상 강제 폐업이다. 현재 싸이월드 서버는 KT 데이터센터에 위치해 있는데, KT 측에 따르면 서버 계약기간이 지난해 이미 만료되었고 서버 비용도 밀려 있는 상태다. 도메인은 올 10월까지 1년 연장했지만 언제 사이트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 싸이월드 접속이 가능하다는 게 기적으로 보일 정도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폐업 의사가 없다고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617일에 찾은 싸이월드 본사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싸이월드의 위기는 수년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014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독립한 이후 2016년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서비스 개편은 지지부진했다. 2019년에는 직원들이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는 뉴스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전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클링(CKCT)’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상 실패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암호화폐로 밀린 임금을 대신하려 했다는 의혹도 뒤따랐다. 클링에 조기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사실상 손해를 입었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인터넷 서비스의 파산은 어느 정도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싸이월드 사태에서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은 따로 있다. 자발적 파산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백업을 열어달라고 강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6조에 따르면 싸이월드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폐업 한 달 이전에 이용자들에게 사전 통보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통상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서비스 종료 전에 짧은 기간이나마 백업 기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당장 대표이사가 폐업 의사 없음을 표명했기 때문에 백업 기간을 강제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관계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최대 1000만원 규모에 불과하다.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서버 비용이나 개발 비용보다 과태료를 내는 편이 훨씬 싸다.

 

현 싸이월드 사태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2006네띠앙 폐업2015싸이월드 일촌평·쪽지·방명록 서비스 중단사태와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1998년에 문을 연 네띠앙은 1세대 포털사이트 중 하나로 이메일, 호스팅, 동호회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다음·네이버·네이트 등에 밀린 네띠앙은 2006818일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했고, 아무 조치 없이 개인 데이터를 없앴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았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 것이 당시 협력사였던 서버 업체였다. 네띠앙의 서버를 운영하던 서버업체 측이 이후 나흘간 기존 사이트를 열어준 덕분에 제한된 기간이나마 이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백업받을 수가 있었다. 싸이월드도 네띠앙 때처럼 KT가 서버 유예기간을 주고 있는 셈이지만 사이트 로그인 기능이 망가지는 바람에 수동 백업조차 용이하지 못한 상황이다.

 

20159, 싸이월드는 기존 서비스 가운데 일촌평·쪽지·방명록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 일부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싸이월드는 2015105일부터 엿새간 html 파일 형태로 해당 데이터를 다운받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듬해 전제완 대표에게 인수된 후로는 데이터 백업에 대한 정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다음이 아고라 게시판을 없앴을 때에도, 드림위즈가 메일 서비스를 중단했을 때에도, KTHPC통신 하이텔의 후속 서비스인 파란닷컴을 없앨 때에도 최소한의 안내와 백업 기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이미 지붕이 무너진 집의 현관문을 잠근 채 아직 문 닫은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이 취할 만한 방법들

당장 이용자들이 취할 만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현관문이 잠긴 건물에서 창문을 뛰어넘어 들어가 자신의 물건(데이터)을 찾아오는 것 외에는 대응책이 마땅찮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데이터를 이용자들이 내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기업이 데이터 백업을 제공하도록 정부가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전 중인 상황에서 개인은 당분간 우회접속외부 백업 툴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 메인 페이지 대신 클럽홈 페이지에서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오길호 개발자가 제작한 오픈소스 백업 툴(kilho.net)을 이용하면 아직까지는 개인 자료를 되살릴 수 있다.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책이나 e(PDF 파일) 형태로 만들어주는 볼록북(bollogbook.com)’싸이북(cyworld.com/42book)’ 서비스도 현재까지는 활용 가능하다. 그러나 백업 툴은 미니홈피 사진만 백업받을 수 있으며, 싸이북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미니홈피가 아닌 클럽은 별도 백업 장치가 없기 때문에 나권호씨처럼 접속이 될 때마다 손으로 일일이 백업받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싸이월드가 끝내 사라지더라도, 싸이월드 사태가 남긴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개인 사용자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버에 쌓이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 보관용 사진조차 이제는 하드디스크 대신 구글 포토 등에 무료로 올려두는 게 익숙한 시대다.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플랫폼이 흥망성쇠를 거듭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업체의 협조에 의존해 데이터를 백업해야 한다.

 

개인의 미시사() 사료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도 새로운 질문을 남긴다. 싸이월드뿐 아니라 2000년대 우후죽순 늘어난 각종 블로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올린 글이나 사진 등이 지적재산 또는 미시사·일상사 사료가 될 수 있지만, 폐쇄적인 플랫폼에 올린 자료는 말 그대로 버튼 하나면 모두 허공에 사라지게 된다. ‘인터넷 아카이브(archive.org)’ 같은 비영리 웹 아카이빙 단체가 웹에 흩뿌려진 각종 사이트 기록을 저장하고 있지만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폐쇄형 사이트에는 접근이 불가능해 기록 보존이 어렵다. 흔히 파손 위험이 있다고 여기는 종이 문서나 사진 현상보다 디지털 데이터로 보관된 자료가 손실 위험이 더 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백업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제기된다. 인터넷 서비스가 폐업하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충분히 손쉬운 방식으로 백업하고 내려받는 통로를 의무적으로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이미 인스타그램 등 일부 해외 소셜미디어는 데이터 한꺼번에 내려받기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압축파일이나 문서·데이터 파일(pdf· xml·json )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데이터 백업이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옮겨 가기도 용이하기 때문에 업체 처지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결국 데이터는 사용자를 붙잡는 인질이 되어가고 있다. 2000년대 사람들의 관계망을 장악했던 싸이월드는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여러 질문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시사인 김동인 기자

 

보수단체 전대협, 420개 대학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

[서울=뉴시스] 보수성향 단체 전대협이 고려대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재했다. 2020.06.29. (사진=전대협 제공)

 

과거 대학생 운동권 단체 이름을 표방한 보수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전국 400개가 넘는 대학에 수천 장의 문재인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밝혔다.

 

전대협 공동의장인 김수현씨는 2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 28일부터 전국에 있는 대학교에 문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면서 "목표했던 420개 대학에 5000장의 대자보를 모두 붙였다"고 밝혔다.

 

전대협은 지난 23일 이 단체 회원 김모(25)씨가 단국대 천안캠퍼스 내에 문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계획됐다고 전했다. 당시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김씨에게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당시 단국대에 붙인 대자보는 '시진핑 주석의 서신 "홍콩 다음은 한국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됐다.

 

"남조선 식민지 백성들은 들으라"로 시작되는 이 대자보에는, 중국이 한국을 식민지화 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대자보에 문 대통령을 '(중국의) 충견'이나 '재앙'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전대협은 김씨가 건조물칩임죄가 적용돼 벌금형을 선고 받자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탄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는 이런 주장을 담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지난 28일부터 붙여 왔다. 대자보 부제는 '전두환 정권 때도 없었던 대자보 유죄판결'이다.

 

대자보에는 "정부비판 대자보를 붙인 24세 청년이 전과자가 되었다"면서 "죄목은 '건조물 침입죄'인데,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일반인도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대자보 내용에서 꼬투리를 잡을 수 없으니 해괴한 죄목으로 무리하게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자보에는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한 문 대통령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라고 답하는 프로그램 캡처 화면도 담겼다.

 

김 공동의장은 "서울대·연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 붙였다"면서 "최대한 많이 붙이겠다는 의미로 5000장을 붙이겠다고 선언했었다"고 밝혔다. 김 공동의장에 따르면 대자보는 전대협 본부에서 만들어진 후 지역에 있는 단체 회원이 신청하면 KTX 등을 활용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대협은 최근 결성된 단체로, 1987년 결성됐다 해체한 학생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전대협의 이름을 풍자해 만들어진 보수 성향 청년단체다./ 파이낸셜뉴스 이기상 기자 

김두관, 조선일보 보도에 발췌전문일보와 같은 언론

조선 더 배웠다고발언에 자녀 내로남불, 학력컴플렉스김두관 조선일보, 가족털기말고 뭘할줄아나언론개혁 나서겠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공항국제공사 보안검색요원 1900명의 정규직 전환 논쟁에 뛰어들었다가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자녀 유학 내로남불’, ‘학력컴플렉스등의 공격을 받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전문대에 이장 출신이라는 점까지 들먹이며 학력비하하는 무분별한 주장을 그대로 옮겨적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불과 두 달 전 고아에 방직근로자 출신 변호사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엔 공감을 자아낸다며 극찬을 해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이에 김 의원은 가족털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느냐며 조선일보가 곁가지 문제로 사실을 비틀어 가정을 파탄낸 것이 어디 한 두 번이냐고 비판했다.

 

이른바 인국공 논란에 김두관 의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6일 페이스북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세력이 있습니다였다. 김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2019년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인 반면, 이번에 정규직 전환 연봉은 3850만원이며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고 이들이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므로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넘게 동의한 이유를 두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 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보도라고 규정했다.

 

이에 인국공 정규직은 토익 만점, 컴퓨터 활용 능력 1급 받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자리라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반론에 김 의원은 27그렇게 대단하다 생각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검색이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기가 갈 자리도 아니면서 험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생계 걱정 없이 5, 10년 취업 준비만 해도 되는 서울 명문대 출신들이나 들어갈 신의 직장, ‘감히 어디서 비정규직들이 공짜로 들어오려 하느냐'는 잘못된 특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두관 페이스북

 

이에 조선일보는 지난 30일자 사설에서도 누리꾼들은 자기 자식은 금수저로 키워놓고 흙수저 생각하는 척한다는 반응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9일자 기사 ‘2030 분노 김두관 아들은 유학·딸은 유학, 이런게 금수저”’에서도 김 의원 주장에 누리꾼들이 영국 유학을 다녀온 김 의원 아들의 신상을 추적했다며 한 청년은 물가 비싼 영국에 아들을 기본 5년간 유학 보내놓고 그 아들은 생계 걱정 없이 몇 십만원씩 하는 축구 경기를 보러 다녔다진정한 특권 취준(취업 준비)은 이런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두관 의원의 내로남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며 김 의원의 아들이 과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크) 경기를 직접 보러 간 일, 좌석값이 10~20만원대라는 주장까지 썼다. 조선일보는 김 의원 딸이 중국 인민대에서 유학 생활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면서 “2030세대들은 이게 금수저’, ‘김 의원의 내로남불 끝은 어디냐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학력을 조롱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조금 더 배웠다고 정규직이 월급 2배가량 더 받는 건 불공정등의 김 의원 지적에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고 썼다. 고시 준비생인 한 20대가 김 의원을 두고 경북전문대에서 동아대로 편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공부해서 대학 편입은 왜 한 거냐. 이장 하다가 군수, 장관, 국회의원까지 하려고 한 것 아니냐서울 대학과 정규직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 때문에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비하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총선 직후인 지난 427일자 사설 김미애 당선인의 평범한 포부에 보수 정치의 길이 있다에서 김 당선인의 얘기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 의원의 인생역정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김 당선인은 어려서 고아가 됐고, 방직공장 근로자를 거쳐 초밥집을 운영하다 세상의 부조리를 느껴 늦깎이 공부로 야간 대학에 들어갔다야간 대학 공부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후 아동·여성을 도우려 700여건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고 썼다. 이 신문은 미혼이면서도 아이 셋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그야말로 흙수저같은 배경에서 스스로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일군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약자를 위해 살아온 두 인생을 두고 미래통합당 인사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반면, 자신들과 견해가 다른 주장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인사에는 흙수저 생각해주는 척하느냐’,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여과없이 옮겨적었다. 이런 보도 역시 내로남불이 아닌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2020629일자 1

 

이에 김두관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털기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나요?’라는 글에서 제가 주장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와 제 아들 유학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들이 영국에 가서 축구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했고 5년 전 귀국한 이후 평창 올림픽 때 잠깐 비정규직 일을 한 것 빼고는 아직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제 자식을 가족털기의 명수들에게 먹잇감으로 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지금까지 조선이 본질이 아닌 곁가지 문제를 가지고 사실을 비틀고 과장해 수많은 가정을 파탄낸 것이 어디 한두번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가짜 뉴스와 견강부회로 청년들의 분노를 이용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정치인들을 몰락시키기 위해 본질과 벗어난 가족사를 들먹이며 사실을 왜곡하는 조선의 행태를 규탄한다조선일보는 청년과 노동자의 편일리 없는 기득권 수호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앞뒤 싹둑 자르고 필요한 말만 골라 사실을 왜곡하는 '발췌전문일보'와 같은 언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언론개혁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조선일보 2020427일자 사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옥류관 주방장발언 대서특필, ‘막말확성기 자처한 언론

[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북측 인사가 있습니다. 북한 유명 음식점 옥류관주방장으로 알려진 오수봉 씨인데요.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613남조선 당국자들을 험한 말로 맹비난한 그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한국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는 북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수단입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북측 인사의 언행을 전하는 한국 언론은 일부 막말에 집중하여 북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오늘> , 제목으로 가져다 쓸 만큼 가치 있나

629일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많은 언론이 옥류관 주방장발언을 제목으로 달았다.

 

오수봉 씨의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500자 글에서 한국 언론이 주목한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 국수 처먹을 땐 요사 떨더니라는 내용인데요. 여기서 국수는 평양냉면을 뜻하고, 오 씨 글의 대상은 남조선 당국자들입니다. 6개 일간지와 경제지 2개 중 해당 발언을 싣지 않은 곳은 한겨레가 유일할 정도로 인기문장이었습니다.

 

언론이 앞다퉈 해당 발언을 대서특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최고지도부나 북한 당국자가 아닌 민간인이 남측 대통령 등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남북화해 상징인 평양냉면이 지금은 비난의 도구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을 제목으로 쓰고, 도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도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데요.

 

<조선의 오늘>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입니다. 조선일보 <북한 새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관광 적극 홍보>(20141202), 연합뉴스 <“북한 관광 오세요북한, 관광 특화 웹사이트 개설>(20141201일 이영재 기자)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 관광정보 제공을 위해 개설된 사이트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북한 3대 중앙지인 <로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와 비교했을 때 대외용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그 중요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이밖에도 북한의 대외용 선전매체는 <메아리>,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메아리> 등 남측에 알려진 것만 꼽아도 여러 개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이 <조선의 오늘>에 실린 한 문장을 무분별하게 제목으로 가져다 쓴 이유는 발언의 자극성 때문입니다. 과격하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은 한국 언론의 고질병이지만, 북한 관련 뉴스에서도 낚시질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활용한 것입니다.

 

아시아경제 <“더러운 X개무리들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 떨더니옥류관 주방장 대남비난>(613일 한승곤 기자), 중앙일보 <하태경 옥류관 주방장까지 조롱, 노예국가 전락”>(614일 김기정 기자), UPI뉴스 <‘냉면 처묵막말 옥류관 주방장 오수봉은 자라요리 전문>(615일 김당 기자) 등을 보면 북측 발언을 인용하고 있지만, 욕설과 비속어를 제목으로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이 북한의 노예 국가로 전락했다는 과도한 비난까지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이런 제목은 언론으로서 최소한 품위는 고사하고, ‘낚시질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한국 언론이 북측 인사의 막말을 퍼뜨리는 확성기 역할을 자처한 꼴이 되었습니다.

 

북한 막말’, 남남갈등 조장과 정치적 공격에 악용

북한 막말보도하며 특정 지지층과 엮어 보도한 세계일보(617)과 조선일보(616)

 

일부 언론은 북한 막말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 공격을 위해 이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조선일보 <‘처먹는다에 폭발한 친문들인간 아닌 것들 대우해줬더니”>(616일 원선우 기자)는 친문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간 아닌 것들을 인간대우 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미친×, 벌레가 사람 흉내를 내느냐등의 격앙된 반응이 오고갔다고 전했는데요. 특정 진영의 분노를 강조한 기사입니다. 반면 서울경제 <하태경 주방장까지 대통령 조롱하는데 친문·조국부대 뭐하나”>(613일 윤경환 기자)는 앞선 조선일보 기사와는 다르게 특정 진영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며, 은근히 특정 진영의 이중성을 비난하는 프레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 이슈를 진영 논리와 엮는 방식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도 반복됐습니다. 세계일보 <친문 지지자들 에 등 돌리자강경해진 당·>(617일 김태훈 기자)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이른바 친문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무례한 태도를 들어 북한에 등을 돌린 것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하면서 친문커뮤니티에 오고간 발언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언론이 쏟아낼정도로 북한 막말을 보도하면서도 본질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왜 수십 년간 비상식적 막말을 반복하는지, 이같은 수준 이하의 발언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막말은 김일성종합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최고 엘리트들이 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요사를 떨더니’,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말을 퍼뜨린다는 건데요. 북한 처지에서 이들의 막말은 그저 비상식인 돌출행위로만 볼 수 없습니다. 체제불안에 시달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놓쳐서는 안 되는 약소국의 외교전략이라는 해석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런 발언을 막말’, 눈길 끌기용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맥락을 고려한 보도를 해야 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2017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은 통일문제에 관한 민주적인 여론형성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제작실천요강 4항에 따르면, ’상업주의와 선정주의를 경계하라며, 언론행위가 미래의 통일민족문화와 직결된다고 적시했습니다. 북한의 막말을 대대적으로 부각하여 전하는데 급급하여 분노와 갈등을 키우기보다 미래 통일민족문화의 무게를 느끼며 차분하게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616~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와 네이버에서 옥류관을 검색하여 나온 온라인 기사.

 

극우단체의 섬뜩한 한마디, 언론은 왜 이 모양인가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던 결의가 다시 필요하다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 중단""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 2020.05.20 주옥순TV 화면 캡처

 

지난 17일과 24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해체를 요구하는 '자유연대'의 집회를 보면서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정의연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고, 소녀상 철거를 위해 시위를 할 수도 있다. 28년간 수요일마다 한 자리에서 집회를 해왔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반대 집회를 못할 이유는 없다. 일부 언론은 '28년 만에 자리 뺏긴 수요 집회'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피해 할머니의 온기가 스민 자리를 빼앗겨 안타깝다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난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17일 정의연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주최 측은 욱일기가 들어간 펼침막을 내걸었고, 참가자가 든 알림판에는 욱일기와 '일본군 < 더나쁜 윤미향'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수탈과 성 착취를 일삼은 군인들보다 윤미향 의원이 더 나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전범기로 인식되는 욱일기 아래서 부끄러움도 없이 정의연 해체를 요구하는 극우 단체. 그들은 일본군보다 윤미향 의원이 더 나쁘다고 하지만, 정작 더 나쁜 건 그들이다. 아픈 역사에 대한 공감이나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망나니짓이나 다름없다. 독일에서는 전범기를 걸면 당장 처벌받는다.

 

이용수-정의연 틈새 파고드는 친일·극우

눈 뜨고 못 볼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극우 단체 때문에 연합뉴스 앞으로 밀려났던 수요 집회가 729일 이후 또다시 자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게 생겼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729일 연합뉴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며 집회신고서를 제출했고 관할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가 이를 수리했다.

 

이 단체는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와 한 인터뷰에서 729일 연합뉴스 앞에서 여성가족부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전시관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에 진실과 동떨어진 자료들을 게재해 역사 왜곡을 하고 있어 여성가족부 해체를 요구한다"는 게 공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유연대와 공대위가 집회 자리를 선점해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는 1449차를 끝으로 더는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이 단체의 호언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의 의혹에 친일·극우 단체들이 옛 일본대사관으로 집결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눈엣가시 같았던 수요 집회를 끝내는 건 물론 소녀상까지 철거할 기세다. 더 가관인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을 열어 역사를 왜곡한다고 여성가족부 해체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회 선점이 합법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이는 수요 집회 무산을 목적에 둔 폭력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20147EBS 지식채널e는 조선총독부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발언으로 추정되는 말을 소개했다. 학계에서는 실제 그의 발언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지만, 그것을 떠나 위의 말이 현실이 될 것 같아 섬뜩하고 기분 나쁘다. 윤미향 의혹으로 정의연을 해체하고 소녀상 철거에 이어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운동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친일 극우 단체들은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의 잔재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이 하는 말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윤미향 의원이 일본군보다 나쁜 것이 아니라 싫은 것이고, 윤 의원보다는 정의연이, 정의연보다는 정의연이 28년간 해왔던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운동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상반된 두 집회는 윤미향 의원 의혹 규명과 윤미향 의원 구하기의 대치가 아니라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와 다를 바 없는 '친일''친일 청산'의 대립이다.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수요시위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를 막으려고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끈으로 묶은 뒤 3일째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시각은 단편적이다. '수요집회, 28년 만에 소녀상 앞자리 뺏겼다'(조선일보). '28년 만에 자리 옮긴 수요집회'(중앙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은 극우 단체의 집회를 스포츠 경기 보도하듯 한다. 정의연 해체를 요구하는 친일 극우 단체 집회와 한쪽으로 밀려난 정의연의 수요 집회를 승자와 패자의 엇갈린 희비의 장면처럼 사진으로 내걸었을 뿐, 욱일기를 내건 행위나 그들의 악의적 음모에 시시비비를 가려보려는 노력은 없다.

 

옳고 그름의 비판에 눈 감고, 단지 두 개의 집회에 같은 지면을 할애해 중립성을 지켰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편파보도이고 정론직필을 망각하는 행위다. 언론이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좀더 적극적인 비판·감시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

 

26<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과 이용수 활동가가 만나 수요 집회 지속, 역사교육관 설립, 지역 방문 등을 논의하고 합의했다고 한다. 당장 모든 앙금이 사라지고 그간의 갈등이 없는 것처럼 될 수야 없겠지만 많은 국민의 우려를 생각하면 잘된 일이다.

 

정의연과 이용수 활동가가 만났다고 해서 그간 제기된 의혹이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의혹은 의혹대로 규명해야 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녀상 철거 주장을 넘어 28년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부정하려는 친일 극우단체에 수요 집회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71일 수요일 1446차 수요 집회가 열릴 것이다. 극우 단체들도 장소를 선점해 장기간 집회 신청을 해 놓았으니 다시 두 목소리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건 이념의 대립도, 자리다툼도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에, 역사 교과서 왜곡에 모인 분노가 다시 모여야 할 때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던 결의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위안부의 고통을 자발적 매춘이라고 억지 주장을 해온 친일 극우 세력들은 소녀상 철거, 정의연 해체가 할머니 뜻이라고 한다. 할머니 뜻의 왜곡이자 역사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어떤 국민도 정의연을 해체하고 소녀상을 철거하고 수요 집회를 끝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소녀상 앞을 점령한 친일 극우 단체들의 소녀상 철거, 정의연 해체의 야망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바라는 국민들은 없다. 식민 교육에 찌든 세력은 그들뿐이다.

안호덕(minju815)/오마이뉴스

 

[‘인국공논란]()공정과 불공정 사이 부정당한 삶의 노력

정규직화를 바라보는 시선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이 지난 25일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정의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준생들 불공정한 취업

비정규직 매일매일 시험

누구는 민간은 왜 안하나

이것은 청년의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 속 계급의 문제다

 

청년들의 분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거센 반발을 미디어는 이렇게 규정한다. 취업준비생들은 공정한 입직경로를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멀게는 정유라 부정입학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문제부터 최근의 조국 사태를 관통했던 공정논란의 재부상에 정치권과 정규직 노조가 호응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노력하는 청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로또취업방지법발의를 거론했다. 인천공항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언급했다.

 

그러나 청년은 단일하지 않다. ‘인서울’(In Seoul) 4년제 대학 졸업생은 그 나이대 청년의 10%를 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2030 실업자의 수를 보면 전문대 이하 학력자 325000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실업자(20만명)보다 1.6배 많았다.

 

3년제 전문대를 나와 프리랜서 음향 엔지니어 일을 하는 임모씨(27)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찬성한다. 비정규직이 얼마나 불안한 처지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청년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지 않는 공공기관만의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청년들은 주류 청년들의 분노를 관조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서원도씨(32)인국공 정규직 전환 기사는 내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이천화재 같은 산재 사고가 더 내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공동체와 유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인천공항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열심히 살아온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일터에서의 노력에 익숙한 이들은 취업준비생의 노력만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실제 고용불안정은 이들에게 매일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도록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상담사 이모씨(33)정규직들은 입사를 하기 위해 한 번의 시험을 보지만 저희는 일을 하기 위한 시험을 매일매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시족의 분노는 이해하면서도 공정이란 말 자체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32)는 오랜 취업준비기간을 거쳐 현재는 한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 씨는 지금 논의되는 공정은 채용과정에서의 기회 평등에만 한정돼 있지만 시험 한 방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과도하게 임금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 기존 정규직의 임금을 줄여서 새로 정규직화되는 사람들한테 돌아간다면 오히려 그게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어쩌면 청년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다. 주류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갈구가 이 같은 방식으로 지속되는 한, 한국의 불안정 노동시장과 정상 노동시장의 간극은 끝도 없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비정규직·프리랜서·용역노동자우리에게 공정이란 무엇인가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기사를 봐도 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이천 물류창고 화재나 23세 성악도의 죽음, 이런 산재 기사가 더 내 일처럼 느껴지지.”

 

일용직 형틀 목수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서원도씨(32)는 건조하게 말했다. 그는 어려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 시절 한 학교에 한 명쯤은 보이던 머리 떡지고 옷에 뭐 묻은 거 그대로 입고 다니는 애가 서씨였다.

 

전문대 진학을 희망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스무 살 남짓,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락시장과 동대문시장, 카페와 카카오택시 콜센터를 거쳐 27세의 서씨는 건설현장을 찾았다. 그는 한 달에 400~500만원은 거뜬히 벌고 매달 300만원씩 적금을 붓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택한 업에 자부심은 없다. 가끔 대학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서씨의 동창 중 한 명은 한부모가정에서 자라 박사학위까지 땄다. 언젠가 그 친구가 나는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넌 왜 노력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서씨는 나도 너 같은 엄마 있었으면 오늘 뭐 먹을지 걱정 안 하고, 다음달 고시원비 어떻게 내나 걱정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럼 달랐을 거라고, 너 정도는 아니라도 대학은 가지 않았겠느냐고 수세적 항변을 했다. 서씨는 남들은 왜 하찮게 볼까. 나는 내가 가진 조건에 대해 선방하며 살았는데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늘 당장이 급했던 서씨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했다. 그는 저는 한국 사회에 살고 있지만 이 공동체와는 유리돼 있다는 느낌이 커서 그냥 관조하는 게 딱 제게 맞는 포지션 같다고 했다.

 

주류 청년들이 불을 지핀 인천공항 불공정 논란을 지켜보는 청년 아닌 청년들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채에 합격한 정규직도 아니고, 장기간 NCS(국가직무능력표준·공공기관 채용에 활용되는 시험)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도 아니다. 이들 상당수는 침묵 또는 무관심 속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도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는 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부터 생업에 뛰어든 성모씨(27)는 간호조무사다. 벌써 7번째 병원인 지금의 개인병원에서는 주 6일 일하고 월 190만원 남짓을 번다. 성씨는 “(병원에선) 이 돈만 줘도 불법적인 일을 군말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했다.

 

5년 전쯤 한 종합병원에서 일할 때는 아웃소싱업체가 매달 30만원 이상을 떼먹었다’. 간호조무사는 파견이 금지된 직종이지만 인력파견업체와 계약하고 병원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이라 고용이 불안정해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을 거니까 타협하고 살아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격을 믿는다. 성씨는 교육기간(준비기간)의 차이를 들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그런 그가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에 대해 정규직 전환 자체는 상관없지만 급여가 크게 오르거나 승진 기회를 기존 정규직과 동등하게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병원에서 수없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도 개선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그에게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어딘가 불공정하다. 성씨는 정규직 기회를 줄 거면 모든 회사, 모든 직종에 기회를 줘야지 한 곳에서만 대량으로 하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단초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 스크린도어 수리는 위험업무여서 직접고용하는 게 맞지만 공항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그럴 거면 공사현장 일용직 노동자부터 (정규직화)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용접공으로 일해왔다.

 

32세 일용직 내 일처럼 와닿지 않아27세 간호조무사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야

34세 공공기관 정규직 가점 부여, 공채서 실력 입증해야

그러나 현장서 매일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뉴얼만 1060, 건보공단 콜센터 용역 37세 박씨는 매달 등급·수당이 걸린 시험을 치렀다

고된 업무외주화 13년 만에 노조가 지난해 직접고용 추진했지만 기존 정규직의 반발

무엇이 이 시대 노동자들을 이렇게 갈라놨는가

 

정규직이 될 자격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채에 합격한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이 될 자격을 묻는다. 한 공공기관의 정규직 김모씨(34)정규직들은 300 1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는데 전환된 비정규직들은 경쟁률이 2 1이거나 미달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교환학생을 다녀왔으며, 토익은 만점에 가까웠다. 졸업 후 한 해가 지나기 전에 그는 첫 직장인 지금의 공공기관에 취업했다. 김씨는 이들에게 공채를 보게 하는 대신 가점을 주고, 공채에 떨어져도 남은 계약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했다면 문제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전환 자격을 비정규직이 입증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잔 밑에서 매일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모씨(37)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콜센터)에서 3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는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꽤 오래도록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용역업체 소속으로 상담원 일을 시작했다. 일은 얕더라도 방대한 지식을 요했다. 보험징수·자격·부과·급여 등의 민원에 대응하는 업무매뉴얼만 1060개에 달했다. 지난해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원은 1인당 평균 116.4건의 전화를 하루 6시간18분 동안 받았다. 3분 안에 상담 전화를 끊고 새로 온 전화를 받도록 한 내부규정은 갓 입사한 신입에게 잠시의 머뭇거림도 허락하지 않았다. 박씨를 제외한 7명의 동기 전원이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했다. 박씨는 업무 자체가 신입들에게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용역업체는 한 달에 한 번 업무매뉴얼을 바탕으로 퀴즈시험을 본다. 시험을 못 치면 상담원의 등급이 내려가 수당이 깎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단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12개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자체 시험을 봤다. 공단의 시험날짜가 정해지면 15일 전부터 매일 모의고사를 치르는 업체도 있었다. 업체의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추진하던 고객센터 상담원 직접고용은 올 들어 잠정 중단됐다. 박씨는 정부에서 너희가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시험 친다고 하면 그건 인정하겠지만, 일반직군처럼 업무에 도움 안 되는 NCS를 우리에게 치라고 하면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용직 형틀 목수 서씨도 “1등부터 100등까지 줄 세우는 건 학교의 룰이지 사회의 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당신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궁금한 게 아니라, 누가 잘 빨리 만드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4년제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이모씨(35)는 최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그는 고시원 총무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80만원과 몸 하나 누일 방 한 칸을 얻는 대가로 주인이 오지 않는 고시원을 종일 관리했다. 길었던 공시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그는 최근 전기기사 자격증을 땄다. 학창 시절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이제는 학교 시설관리를 하고, 보험영업을 하던 어머니는 재가 요양보호사 일을 한다. 이씨는 마트와 중소기업, 물류센터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중소기업 직원들도 밤 9시까지 추가근무하면서, 다 노력하면서 산다“(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 직전, 학창 시절에 한 일만 노력이고 열심히 직장생활하는 건 노력이 아닌가라고 했다.

 

독식의 시대

그러나 관망하는 청년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분절화는 오히려 속도를 높일 모양새다. 노동자 간의 연대가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4년제 대학 출신인 오모씨(35)는 한 공공연구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기관에 들어오기 전 복수의 업체에서 3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공부를 병행했고 기관 취업에 성공했다. 오씨는 전환 대상 비정규직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진작에 나라에서 그런 자리를 없앴어야 하는데, 젊은 후배들은 이해를 못하더라고 했다.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고객센터의 직접고용을 추진했다. 고객센터는 1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규직 직원들이 하던 대민 업무였다. 2006년 외주화됐다가 13년 만에 직접고용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정규직화 반대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노조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담긴 조합원 교육 자료를 만들어 전국 30곳을 돌며 조합원 설득에 나섰지만, 가는 곳마다 위원장은 건보 노조위원장이 맞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좌중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결국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직접고용을 설문에 부친 결과 75.6%의 반대로 직접고용 추진은 잠정 중단됐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자 빼고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묶어야 큰일을 할 수 있는데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싸우게 만들었다우리의 이익만을 위해 노조가 있어야 한다면 노조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한 공공기관의 사무직 정규직인 (33) 역시 “‘절차의 공정이란 말이 불평등한 출발선을 인정하는 차별의 언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능력주의가 청년들에게 최고의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효상·정대연·심윤지·김희진 기자 hslee@kyunghyang.com

 

한국 합계출산율 세계 최하위 수준, 0~14세 인구 비율도 최하위권보고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표지.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1.1명으로 조사돼 한국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0~14세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높아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30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한국어판에 담겼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세계 총인구수는 7795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8000만명 증가했다. 국가별 인구수는 중국이 14393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138000만명), 미국(33100만명) 등이었다. 한국의 총인구는 5130만명으로 작년과 동일하게 세계 28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인구 성장률은 세계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20152020년 연평균 인구 성장률’(증가율)0.2%로 세계 인구 성장률 1.1%보다 낮았다.

 

세부 통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1.1명으로 세계 꼴찌(198)였다. 세계 평균은 2.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없었다.

 

한국 전체 인구 중에 01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2.5%, 세계 평균(25.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보다 014세 비율이 낮은 국가는 일본(12.4%), 싱가포르(12.3%) 2곳 뿐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의 경우 15.8%로 세계 평균(9.3%)보다 훨씬 높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28.4%)으로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출생 시 기대수명은 83세로 프랑스, 스웨덴, 캐나다 등과 함께 세계 9위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 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과 홍콩(85)이었고, 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 등이 84세로 추정됐다.

 

임신 중 혹은 출산 직후 임신과 관련된 병으로 사망하는 여성을 나타내는 모성 사망 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태어난 아이 10만 명당 11명이었지만 세계 평균은 211명에 달했다. 1549세 여성의 피임 실천율은 전 세계 평균값이 63%였다. 한국은 81%로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피임 실천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86%)였고, 차드·남수단(7%)이 가장 낮았다.

 

이번 보고서에 나온 인구 동향 및 인구 관련 수치는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세계인구 전망 등의 자료에 근거한 추정치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 자료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고, 아이가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6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7만 명,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0.98명으로 처음 1명대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0.92(잠정치)를 보이며 가파른 하락세에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도시국가에서 전쟁 등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때 잠깐 0명대로 떨어진 경우를 빼곤 0명대로 떨어진 것은 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에 있는 솔빛숲유치원에서 624일 아이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간격을 벌린 채 대기하고 있다. 이 유치원은 국내 최초의 공립 숲유치원으로 아이들은 교실이 아니라 온종일 숲에서 논다. / 주영재 기자

 

경제적 요인과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저출산을 고착화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생명을 기르는 전반에 대해서 사람들이 낙관적 전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0~30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삶의 장애 요소로 느끼게 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단기적인 해결책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은 2.1명이 되어야 현시점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진 지 거의 20년이 지났다. 이런 추세라면 2017~2067년 생산연령 인구(15~64)의 비율은 73.2%에서 45.4%30%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3.8%에서 46.5%30%포인트가량 증가한다.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복지국가의 물적인 토대를 제공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노후를 보장할 연금의 고갈도 예상된다. 실제 생산연령 인구 100명당 부양하는 인구는 201737명에서 206712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의 원리>에서 매년 약 3.5%씩 쉬지 않고 성장해 경제 규모가 5.5배 커지면 지금 수준에서 고령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이미 1%대 저성장 국면을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 20년 동안 지속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연착륙은 시켜야 향후 인구수 감소로 받게 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종 모델을 주목할 만하다. 세종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도(1.57)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1.47(잠정치)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면 서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잠정치)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세종에서 아이 셋은 다자녀로 치지 않아요.”

지난 624일 세종시 어진동 연양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 최숙희씨(36)어쩌다 셋을 낳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셋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열 명 한 반이 모두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였는데 그중 한 명은 형제가 여섯이었다고 전했다.

 

세종시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잘 갖춰진 보육 환경을 출산을 이끄는 일순위 요인으로 꼽았다. 최씨는 서울과 경남 진주, 경기 분당 등 남편의 발령지를 따라 여러 도시에서 살았지만, 세종시만큼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의 비율이 100%에 가까워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교육의 질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세종시의 공립유치원은 단설 39곳과 병설 18곳을 합해 57. 사립유치원은 한 곳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에서 경쟁이 있지만, 서울에 비하면 공립유치원에 보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산마루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는 서대문구 구립 산마루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아이 셋은 명함도 못 내밀어

처음부터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을 고려해 설계된 계획도시로서의 장점도 크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은 공원과 놀이터가 많고, 대부분 새 아파트이다 보니 차가 지상으로 다니지 않아 안심하고 뛰놀 수 있다. 최씨는 속도제한 단속이 정말 많아 초행길인 분들은 많이 걸린다. 여기 사는 저희도 가끔 단속카메라에 찍힐 정도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건 통계에도 잘 나와 있다. 세종시에서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구 중 3자녀 이상 가구의 수는 2018년 기준 2209가구로 전체의 11.2%를 차지한다. 서울의 7.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셋 이상 다자녀 가구의 수가 많아 세종시는 올해 초등학교 우유 무상 급식 대상을 원래 계획했던 3자녀 이상에서 4자녀 이상으로 줄여야 했다.

 

이날 등원 길에 무작위로 만났던 여섯 명의 학부모들을 보면 세 자녀를 둔 학부모가 셋, 두 자녀인 학부모가 둘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출근길에 나선 아빠도 많이 보였다. 행정도시로서 세종시에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등 직업이 안정된 사람이 많다는 점이 높은 출산율의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수는 2만 명 정도로 세종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다.

풍족한 교육 인프라와 낮은 주거비용, 녹지가 많고 안전한 도시 환경이 주변 도시의 젊은 인구를 끌어모으고 있다. 세종에서 살며 차로 20분 거리인 충남 천안의 회사로 출근하는 이상훈씨(41)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이씨는 아이를 둔 입장에선 아무래도 국공립 유치원이 많다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천안이나 대전, 청주 살던 분들도 이쪽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수미 세종시교육청 장학관(유초등교육과)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유아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 부모들이 이사를 많이 온다고 말했다.

 

육아에 우호적인 도시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는 사람도 많았다. 학부모 이선순씨(42)아이들이 혼자 밖에 나가서 놀아도 같이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면서 다른 데선 유모차를 끌면 힘들 때가 많지만 여긴 전혀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양경애씨도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노키즈존이 없다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식당·카페 나들이를 하기 좋고, 젊은 엄마들의 모임이나 아이들의 또래 문화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반곡동 솔빛숲유치원에서 624일 아이들이 숲에 쓰러진 나무 위를 일렬로 걸어가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양씨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여자들은 아이를 낳은 후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혼자가 아니라 언제든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다는 공동체 분위기가 있다면 좀 더 용기 있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공립 숲유치원 솔빛숲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 권은경씨(32)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가 행복하고, 그 아이가 또 옆의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충분히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보육 환경, 공동육아가 도움

세종시 학부모들의 조언은 사실 서울에 더 절실하다. 맞벌이를 해야 주거비와 사립유치원, 학원 등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서울이 유독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6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에 손녀를 등원시키고 돌아가던 유모 할머니(62)대학교에 다시 입학한 딸이 부탁해서 2년 반째 돌봐주고 있다면서 딸이 고생하는 걸 보니 굳이 애를 많이 낳아서 고생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도울 수 있는 보육 프로그램의 확충과 함께 육아휴직·유연 근무제 등의 제도 확대를 원했다. 직장인 최제민씨(34)예전보다 여건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맞벌이 부부에겐 어려운 상황이라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벌이가 부족하고, 맞벌이를 하면 대부분 부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성 지원도 좋지만 물리적인 여건, 특히 시간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맞벌이 부부 입장에선 아이가 갑작스레 아플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마루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구립 산마루어린이집 학부모들은 공동육아에 적극적이다. 부모들은 육아공동체를 꾸려 함께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교사의 요청이 있으면 아이들 놀잇감을 만들거나 아이들 일과시간에 책을 읽어주거나 손이 필요할 경우 부모들의 자원을 받아 교사를 지원한다. 학부모 모임과 교사회, 원장 셋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평등하게 운영에 참여한다. 학부모 김민선씨(38)아이들도 교사를 자두야’, ‘바람아이러면서 친구처럼 애칭으로 부른다교사들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겠다며 먼저 깨울 정도로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민국씨(36)공동육아로 같이 키우다 보니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서 둘째 소식이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정규직 화이트칼라 중심의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변화가 없으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단적으로 육아휴직급여는 여전히 고용보험가입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낳는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경쟁사회도 지양해야 한다.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면서 한편으로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에 속하는 민다빈씨(29)아이를 위해서 우리 부부의 개인적인 생활이나 즐거움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코로나19나 점점 나빠지는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도 좋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민씨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만 되어도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더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이트칼라 중심의 지원 제도 개선을

한 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는 출퇴근 시간도 줄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시차 출퇴근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SK텔레콤처럼 근무지를 분산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지난 4월부터 종로, 서대문, 경기 판교와 분당 등 네 곳에 열었다. 연내에 선릉·교대역·공덕 등 6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회사 한 직원은 집에서 약 15분 거리인 판교에 거점 오피스가 생겨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 2시간 정도 줄었다면서 일하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맞벌이라 둘째를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둘째를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마련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중간에 바꿔 기존 출산장려정책을 청년과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국가가 출산율이라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국가나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요하면서 청년과 여성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이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대신 단기적인 수단과 비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강화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 인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 발표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4년 시행)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주거와 일자리, 소득 등 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혼 관계 등 가족을 다양하게 구성할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가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양재진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결혼 자체를 안 하거나 늦춰서 하는 데서 기인한다면서 청년들이 결혼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사람들은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결합을 원하지만 우린 분양이나 공보육 혜택을 받으려고 해도 모든 것이 법정혼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동거 등 다양한 결합 형태에 법적으로 결혼한 사람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한겨레 사설] “부동산 정책 다 작동하고 있다는 발언, 실망스럽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주무부처 장관의 인식이 이런 상황에서 추가 대책이 나온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정책 중 어떤 것들은 시행된 게 있고 어떤 것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모든 정책은 종합적으로 작동되는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흐름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줄곧 이어졌고, 가장 최근에 나온 6·17 대책 뒤에도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팽배해진 이유다. 실상과 너무나 다른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청와대 역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 “6개월 안에 팔았으면 좋겠다는 권고였다법적인 시한을 제시하고 반드시 그 안에 팔고 신고하라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2채 이상 집을 가진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고한 지 반년 넘도록 진척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 쪽의 해명처럼 다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의 발언이 권고였을 뿐 의무는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다주택 처분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한다.

경실련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대로 집값을 취임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주택 관료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죽하면 이런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기 전에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가 왜 바닥까지 추락했는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냉철히 돌아보기 바란다

 

 

살아남은 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김흥구 지난 1월 취임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

 

아이를 위한 나라 모두를 위한 나라

달력을 되넘겨 보자. 속절없이 지나간 봄날 사이에 어린이날(55)이 있었다. 입양의 날(511), 가정위탁의 날(522), 실종아동의 날(525)도 있었다. 실종아동의 날은 장기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첫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1년 중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몇 안 되는 기념일이 5월에 모여 있었다. 이 귀한 날들에 오프라인 기념식 한번 못 치르고 2020년 봄은 허무하게 떠나버렸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고난이지만 따지고 보면 어린이들이 가장 억울하다. 태어나 보니 인류 역사의 한 장을 넘기는 감염병이 창궐해 있었고, 학교 갈 나이에 학교가 문을 닫아 배움을 잃었다. 공원도 금지, 놀이터도 금지, 마스크 벗은 채 친구 손잡고 한껏 달려보는 일조차 눈치를 살피며 자라나야 하는 시절이다. 그 나이에 해보아야 하고 그때 해야 재미있을 것들을 누릴 기회를 상당 부분 빼앗겼고, 어린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때 태어난 세대처럼 지금 아이들은 악조건 하나를 유년기에 짊어지고 인생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새로운 악조건이 생겼다고 오래된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낼 책임은 가정이라는 작은 공동체에 전가된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주어져 있던 그 울타리가 애초 따스하고 안전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일어날 것이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건들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날 때에야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비로소 기자도 기사를 쓰고 독자도 그 기사를 선택해 읽는 수고를 한다.

 

늘 그랬지만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관심은 잠시 반짝이다가 아동의 삶 전체에 관한 관심과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이가 어떻게 학대를 당했고 그 끔찍한 일을 행한 가해자가 어떻게 처벌받는지를 알고 분노하는 일은 사회가 한 아이의 삶을 구해내는 과정 중 초반부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영화관 속 관객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더 중요한 중반부와 후반부가 남았다. 살아남은 아이가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우리 사회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이야기다.

 

아동보호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고 발전시켜나갈 책무를 안고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출범했다. 위기 아동의 삶을 연속적이고 거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아동보호 체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설립위원회를 꾸리고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는 반년여 과정을 거쳤다. 출범 이후 중앙입양원, 아동자립지원단, 드림스타트사업지원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지역아동센터중앙지원단,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디딤씨앗지원사업단 등 분절되고 동떨어져 있던 8개 위기아동 지원기관들이 차례차례 하나의 체계 아래 통합됐다.

 

학대, 실종, 입양 같은 위기 아동 지원을 넘어,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의 삶을 아동권리라는 가치 아래 재구성하기 위한 긴 여정 앞에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도 던져졌다. 그 험난하고 난해한 길에 임하는 각오를 지난 1월 취임한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61)에게 들어봤다. 인터뷰는 616일 서울 수송동 아동권리보장원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연합뉴스 51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광동 새마을협의회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출범 이후 어떤 일에 주력해왔나?

기존 8개 기관에서 나뉘어 제공되던 아동권리 정책들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한 아동이 커가는 동안 필요한 서비스들로 연결해나가는 일을 해오고 있다. 가장 큰 일은 서비스의 누락과 중복을 방지하기 위한 클리닝작업이다. 아동 관련 여러 분야에서 제각각 흩어져 있던 데이터베이스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 종사자들 재교육도 중요한 부분이다. 취합할 것과 심화할 것을 나눠서 다양한 수준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 서비스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사명이 주어졌다. 대면 서비스, 가정방문 서비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 가장 조명받는 돌봄’, 그리고 요즘 많은 아이들이 물리적·시간적·정서적으로 기회를 빼앗긴 놀이문제에도 집중해나갈 계획이다.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두고 아동권리 100년사편찬 작업도 시작했다.

 

아동의 놀이 환경은 원래도 열악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 제약이 많아졌다.

유아기부터 놀이는 사설 놀이학교에 가서 예약된 시간 동안 선생님을 통해 하는 걸로 배운 아이들은 바닷가에 풀어놓아도 조금 있다가 할 일 없으니 빨리 집에 가자라고 한다. 비극적인 일이다.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의 놀이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게 먼저 필요하다. 창의력 계발, 지능 발달 등의 과업을 위해 놀이를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밖에 못 나가는 상황에서는 온라인으로 혹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일이 시급하다.

 

놀이뿐 아니라 아동 삶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코로나19는 아동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동기는 사회관계를 발달시키는 중요한 시기다. 친구를 만들고 타협, 협동, 양보도 배워야 할 때다. 코로나19 이후 석 달 반 동안 이런 기회가 차단됐다. 학교에 가더라도 띄엄띄엄 앉고 가림막으로 가리고 점심시간엔 벽 보고 밥을 먹어야 한다. 팀 스포츠도 어렵다. 한창 친구들과 몸으로 부대끼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시기에 그것이 어렵게 됐다.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삶의 한 뭉텅이를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협동, 양보, 리더십 이런 것들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격차 문제도 걱정된다. 공공도서관, 박물관, 복지관 등 방과후 아동이 이용하던 많은 공공기관이 문을 닫았다. 문화적·사회적 자본이 더 벌어질 것이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습 격차가 발생한다. 급식 지원이 되지 않아 건강 격차도 우려된다. 공평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보육 등 여러 장치를 간신히 갖춰놓았는데 사회가 변하는 걸 제도가 따라가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시사IN 이명익 서울 용산구 용산 꿈나무종합타운내 장난감 대여소가 사전예약제로 재개장했다. 발생할 여러 문제 가운데 특히 우리 사회가 집중해서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일단 아동의 안전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감염병으로부터의 안전과 폭력으로부터의 안전. 방임되지 않도록 살피기도 해야 한다. 정서적 안전도 중요하다. 사실 우리 사회가 정신보건 리터러시(literacy)가 좀 낮았다. 코로나19가 많은 사람들에게 경미한 형태의 정신보건 위기 상황들을 많이 가져왔다. 지금 어른들도 지쳐가지 않나. 아이들도 장기간의 고립 상태로 정서가 위협받고 있다. 앞으로 아동의 심리정서적 안전 문제가 굉장히 큰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 정서나 심리 안정 관련 프로그램이 물질적 지원 못지않게 점점 비중이 커질 것이다.

 

아이들의 학습, 문화, 사회관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찾아나가야 한다. 그간 비대면 방식으로만 활동할 수 있던 여러 아동 지원 기관들이 차츰 조심스럽게 대면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다. 이런 곳들은 대개 인구밀도가 높아서 감염병 예방에 어려움이 많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을 좀 더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기관들을 정비하고 인프라 투자도 해야 한다.

 

집에서 머무르기가 권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은 위기 아동들에게 특히 더 가혹한 시간일 것 같다.

 

5월 초 아동복지시설 현장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어떤 서비스를 해왔고 어려움은 무엇인지 들어봤는데, 우리가 모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다. 시설이 커서 마당도 있고 놀이터도 있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 그야말로 아이들이 온종일 시설에 갇혀 지내야 했다. 한 보육원 종사자는 학교도 못 보내고 외부 활동도 못 나간 채 25명 정도의 아이들을 갇힌 공간에서 장기간 데리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러 아동보호시설 중 공동생활 가정 형태도 있다. 7명까지 보호할 수 있는데 사실 가장 지원이 열악한 곳이다. 여기 센터장은 아이들의 급식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래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해결돼오던 아이들 식사를 몇 달 동안 온전히 이 시설에서 감당해내야 했다는 것이다. 기존 지원금이 늘어난 건 아닌데 아이들 끼니 수는 늘어나고, 후원이나 기부 들어온 것으로 어떻게 때우기는 했으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애가 탔다고 한다.

 

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도시락을 싸서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배달해줬다. 문 앞에 두고 나오면서 톡으로 도시락 놓고 왔다하면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얘기 좀 하다 가시면 안 돼요?” 이런 답장들이 온다고 했다. 그만큼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에 목말라 있었던 거다. 종사자의 안전은 아동 안전과도 이어지는데 방역물품 지원도 잘 안 됐다. 최근에는 마스크 기부 등이 꽤 들어오는데 정말 마스크가 귀했던 시절에는 그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런 네트워크에서조차 제외된 아이들도 있다. 다문화·이주민 가정 아동, 미등록 아동 등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조차 불가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이들에겐 긴급아동수당조차 지급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서 모든 아동에 대한 비차별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차별하게 됐다.

연합뉴스 한 장애 아동 공동생활 가정. 코로나19 방역물품이 비치되어 있다.

 

최근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또다시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예전의 사건들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무엇에 집중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까?

 

무슨 대책을 낸들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항상 사후 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길을 찾자면, 천안 아동 사건에서는 연계 체계의 문제를 좀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서현이 사건 이후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을 도입하면서 경찰·검찰·법원이 들어와 좀 더 엄격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고, 협조 체계와 관련해 세부적 개선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이것들이 연계돼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정작 아동에 대한 연결은 실종되었던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다.

 

병원은 병원 나름대로,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아보전대로 자기들 프로토콜을 지켰다. 병원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관할 경찰서도 출동을 결정하려고 전화했다. 경찰은 출동 조건이 현장성과 긴급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아이는 현장에 없었고 병원을 떠났다. 그래서 출동하지 않았고 지역 아보전은 경찰로부터 그런 정보를 받고 응급할 것이라 생각을 덜했던 것 같다. 아보전이 경찰에 동행 조사 신청을 했지만 똑같은 이유인 현장성, 지금 아이를 때리고 있다고 하면 나가겠는데 이미 신고가 들어온 지 며칠이 지난 상태에서 나가는 건 규칙에 어긋난다며 거절당했다. 결국 아보전 단독으로 나갔는데 상담원들이 민간인이다 보니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없는 형편에서 집에 영아가 있고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어렵다. 다음에 와라라는 부모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4~ 5일이 흘러 아이를 만났을 땐 이미 부모와 말을 맞추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처는 다 아물었다.

 

이때 집에 있을래? 딴 곳으로 갈래?” 물어봤다고 비난을 많이 받는데, 사실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다. 아이를 억지로 떼놓을 순 없는 일이다. 물론 아이 뜻대로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 여러 가지 심리적 트라우마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가 잘못했다, 잘하겠다, 상담받겠다라고 하고 아이도 엄마 아빠 좋다, 딴 데 안 가겠다하는 정황을 그때 당시 종합적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게 현장성이다. 아이가 병원에 있을 때 만약 보게 되었더라면, 경찰이 아보전에 연락했을 때 바로 아이를 볼 수 있었더라면 다른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한 시간 혹은 하루를 지체하는 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관련 기관들이 긴밀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연합뉴스65일 충남 천안 시민들이 추모 공간에서 여행용 가방에 감금되었다가 숨진 아이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10월부터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맡으면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민간인 신분인 아보전 상담원 대신 공무원이 조사를 나가게 되면 공공성이 회복될 것이다’ ‘공권력이 생길 것이다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사실 부모들이 문을 안 열어주면 도리가 없다. 사회와 부모들의 근본적 태도 변화 없이는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공권력도 남이 인정해줘야 공권력이 된다. 밑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아동학대를 보는 전문가와 경찰의 시각도 아직 많이 다르다. 경찰은 늘 범죄를 다루다 보니 피해자와 범죄자가 분명히 있고 피해 사실이 분명해야 한다. 아버지한테 뺨 한두 대를 맞아 자국이 났을 때 이걸 범죄로 볼 것인가 경찰은 늘 고민한다. 아보전 상담원에게는 아동학대가 분명하다. 이런 부분에 동의와 협조가 안 되면 매우 어렵다.

 

또한 현장에 오는 경찰은 주로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3교대 근무를 많이 한다. 연락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경찰과의 협업체계 구축 등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제 변하겠네기대했지만 실제 현장에 가서 보면 “3교대라 근무시간 지났다, 8시간 뒤에 전화해라이런 답답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식 수사가 시작되면 또 현장 출동한 분이 아니라 수사계가 맡는다. 거기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아보전이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불협화음인데, 이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쌓여서 문제를 일으킨다.

 

아동학대 발생 이후의 사후 관리, 지원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저조하다.

대중의 관심은 비극적 사건의 세세한 부분, 그리고 가해자가 얼마나 정의롭게 제대로 처벌을 받느냐여기까지다. 그 이후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가정 내 학대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면 대개 보낼 수 있는 곳이 7명씩 보호하는 피해아동쉼터이다. 최대 6개월, 한 번 연장하면 1년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 뒤에 또 신규 발생하는 피해 아동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이후에도 원가정 복귀가 어려우면 결국 보육원 같은 아동 생활시설로 가게 된다.

 

피해 아동이 2~3세 미만의 영아일 경우는 가정형 보호가 필요하다. 학대 피해 탓에 행동, 심리적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교육을 받은 전문 위탁가정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문 위탁가정이 정말 별로 없다. 자기 아이도 기르기 힘든 시절에 사회적 선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 훈련받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대가를 받으면서 좋은 서비스를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대 피해 아동이 쉼터를 거쳐 보육원 같은 아동보호시설로 가는 순간 규정상 아보전은 사례를 종결하게 된다. “감옥에 들어간 가해 부모가 갑자기 모범수로 일찍 나오거나 해서 아이를 데리러 오면 꼭 연락해달라정도 부탁을 해놓지만 아이의 전반적 생활에 대해 관여할 권한은 없다. 결국 아이의 이력을 추적하면서 도와주는 일은 지자체의 몫이다. 지역의 사회복지 자원을 활용해 추적하고 서비스들을 연결해야 한다.

 

학대 피해 아동의 원가정 복귀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정 내 학대 피해 아동을 왜 부모와 즉각 분리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 물론 위험하면 다 분리해야 한다. 그런데 판단이 어려운 경우 또 한편 드는 생각은 이거다. ‘이 아이를 어디로 보내야 하지?’ 많은 전문가들이 부모와의 분리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사건 발생 당시 분리 보호된 아이들의 원가정 복귀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10명 중 7명이 결국 집에 못 돌아간다. 사회적 보호라고 말은 좋게 하지만, 18세까지 여러 시설과 위탁가정을 떠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마음을 많이 다친다.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아이들 삶이 어떤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 가정을 치유하고 다시 데려다 잘 키울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언론의 보도 태도에는 문제가 없나?

요즘 며칠 뉴스들을 보며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다. 프라이팬, 쇠꼬챙이를 어떻게 했다, 어떻게 묶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는 장면은 왜 자꾸 내보내는가. 시청률 혹은 구독률 때문에 선정적이고 흥미를 자아내는 보도 방식을 택하는 것 같다. 대신 어디에서 잘될 수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못 되었을까이런 것들은 보도하지 않는다. 같이 개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아니라 비난만 한다. 비난만 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면, 누군가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처벌받는 사람은 꼬리, 가장 약한 사람이다. 그러면 시스템은 안 변한다. 냉정한 보도, 분석 보도로 시스템이 변할 수 있게 제안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대학에서 쓴 박사논문을 심사할 기회가 있었다. 5년간 오스트레일리아와 한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및 그것을 보도하는 각 나라의 보도 태도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사건 중심이었다. 사건의 상세 묘사, 숫자 이런 것들을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사건은 간략하게 보도하고 시스템 어디에서 이게 걸렸을지 분석하고 개선책을 자꾸 내놓았다.

 

언론이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듯 조망하며 비판만 하면 결국 아이에게 해롭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너무 조명받다 보니 아보전 업무가 마비됐다. 사방에서 내가 입양해주마연락이 온다고 한다는데, 아이가 아홉 살이라 스스로 의견이 있을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조용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시사IN 신선영 6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아동의 삶:도전과 대응토론회가 열렸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맡고 있는 다른 아동권리 사업들, 특히 실종·입양 아동에 관한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 이후 어떤 어려움에 부닥쳤나?

 

입양의 경우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줄었을 가능성은 있다. 현장에서 당장 어려움에 부닥친 건 입양 부모의 예비교육이다. 이제껏 미뤄오다가 결국은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하나고심 중이다. 대면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고 서로 물어볼 것도 많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또 친부모를 찾으러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성인 입양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분들의 입국이 모두 막혔다. 이미 들어와 있던 입양인 가운데 그래도 두 분은 이런 가운데에서도 친부모를 찾았다. 해외에서 입양인 부모 찾기 지원 사업을 알리는 홍보도 계속하고 있고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해외 입양인 단체에 마스크를 보내기도 했다.

 

실종 아동을 찾는 활동도 주춤했다. 특히 아이를 잃어버린 지 20, 30년이 된 가정이 다 아프다. 정신적·신체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현수막 제작 등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가족들 심리상담을 진행해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참여가 제한됐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장기 실종 아동의 현재 모습을 재현해내는 작업은 카이스트와 계속 해나가고 있다. 현수막으로도 걸고 버스 배너에도 붙였다. 실제 한 홈쇼핑 간행물에 실린 홍보물을 보고 ? 이거 내 얼굴인데?’ 하며 부모를 찾은 경우도 있었다.

 

드디어 민법에서 자녀 징계권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이번 두 아동학대 사건도 가해 부모가 자녀를 훈육 목적으로 체벌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고, 실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민법상 징계권 때문에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훈육할 수 있다는 말을 훈육=체벌로 오해한다. 체벌은 훈육이 아니라 학대다. 몸에 고통을 가해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군대와 학교에서도 없애자고 하는 문화를 가정에서 어린아이에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게 도움이 될 거야라며 매를 들지만, 사실은 손쉬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아동을 보호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권리를 온전히 지닌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대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동을 존중해야 한다. 한 사람의 개인으로. 의견을 물어보고, 항복을 받아내는 대신 설득하고, 복종을 요구하지 말고 설명하고, 그래서 이해를 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늘 자기 경험에 비춰 이야기하지만 세상은 광속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돼 강요하는 것이 실제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아이가 어리고 연약하고 미성숙하기 때문에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들이 주체로서 존중받으며 자기 가능성을 더 생각해보고, 제한이 없는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 작게는 소풍 장소를 투표하거나 교복 디자인을 학생 스스로 결정하는 일처럼,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그게 일으키는 변화와 영향을 배워야 성인이 되어서도 주도적인 사회 구성원이 된다. 어릴 때부터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는 경험이 결국 책임 있는 시민을 만들 것이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여론악화에 문 대통령 다주택자들에 부담 강화하라

김현미 장관 긴급보고 후 주택정책 주문 신도시 물량 확대등 공급 늘려라리얼미터 지지율 49%로 하락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부동산 정책 긴급보고를 받고 다주택자들에 부담을 강화하고, 실수요자 청년 신혼부부 세입자 등 서민에겐 부담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신도시 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등 공급확대 방안도 재촉했다.

 

최근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는등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수도권 집값 급등 양상이 해소되지 않는 문제를 지목,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저녁 내놓은 김현미 국토부 자오간 긴급보고 관련 서면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 김 장관에게 주택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보고 받은 후 네가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첫째로 실수요자, 생애최초 구입자, 전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한다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에 세금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또한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도 확대하라며 생애최초 구입자들이 조금 더 쉽게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829일 산업부·환경부·국토부 핵심정책 토의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둘째로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강 대변인에 의하면 대통령은 투기성 매입에 대해선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은 셋째로 공급 물량 확대도 당부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아파트 물량은 총 77만호에 달하는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말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이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장려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 긴급보고 및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구체적 정책 방안은 국토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긴급보고 일정은 사전에 기자들에게 공지한 주간일정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전에도 일체 예고하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7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일주일 전 보다 3.9%포인트 떨어진 49.4%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33주차 조사(47.9%) 이후 15주 만이다. 그 배경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과 수도권 부동산 정책 실패 비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리얼미터의 이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38370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507명이 응답을 완료, 3.9%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의뢰처는 TBS.

 

리얼미터가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매주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추이. 이미지=리얼미터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을들의 전쟁부추기는 인천공항 정규직화 반대소동[ 민언련 언론포커스 ]

5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가 보안 검색요원 1902명 등 비정규직 2143명에 대한 직접고용을 발표한 후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5만 명을 넘어서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는 등 이른바 인국공 정규직화 반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동일노동 차별임금불공정은 왜 묻지 않는가

이번에도 보수언론은 비정규직 고용이 일상화된 한국사회 고용구조를 분석하거나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조선일보는 6241면 머리기사로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을 싣고 양질의 일자리를 별다른 노력 없이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공정이냐는 청년들의 반대 여론을 소개하며 인국공 사태라고 명명하고, “K직고용은 K방역에 빗대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을 비꼬는 말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2면에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는 기사를 통해 취준생의 불만과 함께 인천공항 정규직노조의 반발까지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익명으로 등장한 취재원의 공통점은 유학생 또는 명문대 출신으로 인천공항공사 입사를 지원한다는 점인데, 조선일보에서 소개한 27A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5월 인천공항공사 인턴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우이고, 중앙일보에서 소개한 A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30대 초반 재원이다. 현재 금융권 회사에 다니는데 입사 후에도 꾸준히 인천공항 취업 문을 두드려 왔다고 소개했다. 그들이 쏟아낸 불만의 핵심은 두 신문의 기사 제목과 동일하다.

 

624일 조선일보 1

 

624일 중앙일보 2

 

그러나 두 신문 모두 취재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했지만 묻지 않았다. “만약 A씨께서는 공항에서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하면서 연봉은 3천만 원대 후반이며, 승객 소지품을 검사하다가 때로는 갑질 승객에게도 미소로 응대해야 하고, 코로나에도 노출될 수 있는 보안검색업무를 위해 현재 다니는 금융권 회사를 퇴사하실 의향이 있나요? 물론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더 바쁩니다만...” 실제로 인천공항은 일반 교대제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32교대제나 42교대제보다 훨씬 불규칙한 128교대제를 운영하고 있다.(“인천공항 128교대 시행 이후, 새벽 출근 늘어나고 노동강도 강화됐다매일노동뉴스 2020. 6.18. 기사 참조)

 

사실 알고도 정규직화 반대보도한다면 가짜뉴스

이번에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직종이 기존 공항 정규직과 다른 노동조건과 임금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런 기사를 썼다면 가짜뉴스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한발 나아가 월간조선은 625일 인터넷판 <인국공 사태, 청년들에게 염장 지르는 일자리 수석> 기사를 통해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방송에 출연하여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해명을 소개했지만 정작 이러한 발언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수천 명을 정규직화하는데 어떻게 공사가 앞으로 신규채용을 예전처럼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는 커뮤니티의 글을 소개했다.

 

월간조선이 인용한 청년들의 주장은 인천공항공사가 정부 예산 통제를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2천여 명을 새롭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초과하여 기존 정규직 임금이나 복지도 축소될 수 있고, 인건비 여력이 없어 신규채용을 못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인천공항을 위해 일하는 1만여 명의 비정규직 임금은 인천공항공사의 용역사업비로 지급되어 왔다. 그 규모가 연간 4천억 원에 이르니 대략 잡아도 1인당 비정규직 노동자 연봉은 4천만 원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고용할 경우 불필요한 자회사 임원 연봉과 운영비, 중간관리비 등을 제하면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반 토막에 불과하다. 이번에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면 그동안 용역업체에 지급되던 사업비가 인건비로 전환될 뿐 인천공항공사 총예산은 변동이 없다.

 

취업난에 고통 받는 청년들의 분노는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적어도 공정을 이유로 불공정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달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달지만, 임금은 반 토막인 동일노동 차별임금의 불공정, 누군가에게는 취업 선호도 1꿈의 직장이 누군가의 고용불안과 중간착취의 결과라는 거대한 불공정에 함께 싸워야 할 때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mediatoday.

 

역대 부동산 대책 분석집값 못 잡은 이유

부동산 때문에 청와대가 이렇게 분주해진 건, 그동안의 대책들이 아직 제대로 효과를 못내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규제 지역을 대폭 늘리고 갭투자를 차단하는 내용의 6·17 대책이 나온 지 2주째, 한국감정원의 조사를 보니까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주일 전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만 보면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고, 규제 지역에서 빠진 김포와 파주로의 '풍선효과'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전셋값은 53주 연속 오름세, 이번 주엔 상승 폭이 더 커졌습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포함해 집값 잡겠다며 그동안 크고 작은 대책을 많이 내놨는데요.

먼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황정호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4년 전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한 이 직장인은 그때 집을 안 산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계속된 대책에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전세 세입 직장인/음성변조 : "재계약할 때 그런 타이밍에 자주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그러면 그때는 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집을 사지 않고 조금 더 관망을 하고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 나온 부동산 대책은 크고 작은 것을 합쳐 20여 차례.

그중 정부가 공식 인정한 4개 대책의 효과를 살펴봤습니다.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을 부활한 20178·2대책.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기준으로 한 달 정도 오름세가 꺾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고가·다주택 보유자를 겨냥해 보유세를 높인 20189·13 대책은 일정 기간 시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8개월 정도 이어진 하락세, 하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역대 최강으로 평가됐던 12·16대책이 지난해 나왔지만, 6개월 만에 다시 6·17대책을 내놔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울 집값이 빠르게 안정될 조짐은 안 보입니다.

 

[박원갑/KB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집값이)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파트값은 안 떨어지는구나 하는 집단적 믿음으로 나타났고..."]

 

대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도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16대책만 봐도 종부세율 인상안을 포함해 소득세법, 주택법 등 5개 관련 법률안이 국회의 문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잦은 대책에 따른 피로감과 학습효과, 여기에 입법까지 제대로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부동산 대책은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광고 중독 끊어야 저널리즘이 산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익숙한 기시감이지만 위기와 재난이 닥칠 때마다 우리는 언론의 바닥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바야흐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한 번 무너진 언론의 신뢰도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다. 한국 언론은 지금 불가항력적인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누가 나에게 언론 개혁 방안을 한 줄로 요약해 보라고 하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뉴스 산업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재용을 감싸고 도는 건 삼성을 비롯해 거대 광고주들이 언론의 논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검색 어뷰징을 하는 건 실제로 그게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이고 기득권과 자본의 재생산 구조를 옹호하는 건 역시 그게 아니라면 거대 언론사의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치 권력을 비판하지만 자본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자본에 넘어갔고 언론은 먹고 사는 문제로 펜을 꺾는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광고 효과가 전혀 없는데도 광고주들이 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욱 적나라하게 말해 볼까. 쓰레기 같은 기사를 쏟아내지만 그래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써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모양인 것이다. 이걸 바로 잡지 않고서는 한국에 언론 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한국 신문은 광고 의존도가 60.7%에 달한다. 여기에 사실상 광고의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부가사업 등을 더하면 의존도는 80.2%나 된다. (단위:100만원, 192개 일간신문 기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년 신문산업실태조사.사진 = 필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년 신문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92개 일간 신문의 광고 수익이 1798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부가 사업과 기타 사업 수익이 5784억 원이고, 종이신문 판매 수익은 연간 3228억 원 밖에 안 된다. 전체 매출 가운데 신문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10.9%이다. 그리고 인터넷 콘텐츠 판매 수익이 8.9%. 실제로 콘텐츠를 팔아 버는 비율이 20%가 채 안 된다는 이야기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공짜로 뿌려도 외면 받는 상품에 광고를 붙여서 판다.

 

이것은 매우 한국적인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신문 광고가 70.9%나 줄어들었는데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22.1%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건 신문 광고라는 항목으로 잡히는 금액이고 실제로 협찬과 후원 등 유사 광고를 더하면 한국의 신문 광고는 여전히 현상 유지 정도는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광고 시장 추이. 미국이 70.9%로 줄어드는 동안 한국은 22.1% 줄어 드는데 그쳤고 게다가 이것은 협찬과 후원을 반영하지 않은 규모다. 제일기획 자료, 이정환이 취합.사진 = 필자

 

17개 일간 신문 매출을 집계한 결과 2003년부터 거의 변동이 없었다. 광고 시장은 줄어드는데 유사 광고 매출이 언론사 수익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정환이 취합.사진 = 필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집계한 결과, 주요 신문사들 매출은 거의 2003년부터 거의 변동이 없다. 드러나는 지면 광고에서 음성적인 협찬과 후원으로 옮겨갔을 뿐 한국 언론은 여전히 먹고 살 만하고 동시에 광고주 의존이 더욱 심화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페니 페이퍼(100원짜리 신문)가 처음 등장했던 게 1832년이다. 값싼 신문의 등장이 정보의 평등을 만들었고 공짜 뉴스에 광고 끼워 팔기 모델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가 됐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견인했던 때가 있었다. 권력에 맞서고 진실을 파헤치고 불편한 진실을 폭로했던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200년 가까이 지속됐던 페니 페이퍼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뉴스의 패키지가 해체됐고 맥락이 붕괴됐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2019년 기준으로 12.3%, 열독 시간은 하루 평균 5분으로 줄었는데 설문조사인 데다 그나마 평균이라 거의 의미가 없다.

 

신문의 열독률은 12.3%로 줄었고 열독 시간은 하루 5분 밖에 안된다. 한국언론재단 언론수용자조사.사진 = 필자

 

조중동 326만부, 믿을 수 있나?

ABC부수공사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각각 131만 부와 98만 부, 97만 부를 찍는다고 하지만 부수공사라는 게 전혀 믿을 게 못 된다. 찍자마자 계란판 폐지로 가는 경우도 많고 공사(公査)라는 게 공동의 조사라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가깝다.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부수 공사에 동행 취재를 하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실제로는 조사 며칠 전에 사전 통보를 하고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조사를 나간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도대체 조선일보가 미국의 뉴욕타임스보다 발행부수가 많다는 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평일 판이 110만 부, 주말 판은 190만 부가 발행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 르몽드는 한창 잘 나갔던 때도 30만 부 수준이었다. 애초에 발행부수가 신문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문(종이신문)이 더 이상 광고 매체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제 신문을 많이 찍는다고 영향력 있는 언론사가 아니고, 신문 1면에 기사가 뜬다고 해서 세상이 뒤흔들리는 그런 세상도 아니다.

 

기레기 퇴출을 외친다고 해서 저널리즘의 복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언론 권력과 자본 권력의 오래된 유착을 끊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믿는다. 진보나 보수나 모든 언론이 한꺼번에 기레기로 비난 받는 시대지만, 우리가 여전히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한 사회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

 

2019년 기준으로 뉴욕타임스는 전체 매출 가운데 구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2.9%에 이른다. 이 신문은 이미 2012년부터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남의 나라 이야기 아니냐고? 나는 거꾸로 묻고 싶다. 뉴스 유료화 이외의 대안이 있는가? 나는 뉴스 산업이 B2B 모델에서 B2C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믿는다. 독자 없는 언론의 시대가 된 지 오래 됐지만, 다시 독자를 확보하고 독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언론사가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2019년 뉴욕타임스 매출 구조. 뉴욕타임스는 이미 전체 매출의 62.9%가 구독 매출이다.사진 = 필자

 

공짜 뉴스의 시대는 끝났다

뉴욕타임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돈 안 내면 뉴스를 볼 수 없다고 선언해 돈을 긁어들인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20059, 타임셀렉트(Times select)라는 이름으로 월 7.95달러(49.95달러)에 부분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 있다. 2년 동안 유료 구독자가 227000명으로 늘고 매출이 연 1000만 달러가 되었다. 업계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엄청나다고 평가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뉴욕타임스가 타임셀렉트를 접었던 20079월 기준, 뉴욕타임스 방문자 수는 월 1300만 명이었다. 2%도 안 되는 돈 내는 독자가 더 이상 크게 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광고가 전체 매출의 5% 정도를 차지했는데 일단은 방문자 수를 늘리면서 영향력과 광고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전략을 펼쳤다.

 

실제로 유료화를 포기한 뒤 뉴욕타임스는 방문자가 크게 늘었다. 20071300만 명에서 20111월에는 4648만 명까지 늘었다. 뉴욕타임스가 두 번째 유료화를 시도한 것은 2011년이다. 무료 기사를 월 20건으로 제한하고 기사를 더 읽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이른바 미터드(metered, 계량형) 페이월을 도입한 것이다.

 

나중에 뉴욕타임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톰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방문자 가운데 1%20건 이상의 기사를 읽고(페이월에 부딪히고) 이 가운데 20% 정도가 유료 구독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가 뉴욕타임스의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뉴욕타임스니까 가능한 일이다. 둘째, 페이월을 치려면 그 전에 충분히 많은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신문도 유료화가 마지막 선택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013년부터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추월했다.사진 = 필자

 

20% 충성 독자를 겨냥한 한 달에 2건만 무료

뉴욕타임스는 20113, 20건이었던 페이월을 20124, 10건으로 줄였고 2017125건으로 줄였다가 20197월부터는 2건으로 줄였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뉴욕타임스 밖에 없다,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미터드 페이월은 뜨내기 독자들을 허용하면서 충성 독자들에게 과금하는 타협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료 독자가 525만 명에 이른다. 구독이 늘어나 봐야 광고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시니컬한 관측도 있었지만,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구독이 광고를 방어하는 정도를 넘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마크 톰슨은 공공연하게 1000만 독자를 달성하겠다고 외치고 있고 실제로도 불가능한 목표 같지 않다. 하버드대학교 부설 니만연구소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최근 3~4년 사이에 400명 정도 기자를 추가 채용했다. 편집국 소속 직원만 1700명에 이른다. 니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with all the digital efficiency, a great economy of scale)를 둘 다 확보하는 모델로 가고 있다.

 

마크 톰슨은 우리가 500만 명의 가입자를 만들기 위해 X만큼 비용을 썼다면 1000만 명까지 독자를 늘리기 위해 2X만큼 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는데 만약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세계적으로 뉴스 비즈니스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미국 뉴욕의 뉴욕타임스 본사AP/뉴시스

 

코로나 범프가 불러온 깨달음

뉴욕타임스라서 가능한 실험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국제뉴스미디어협회와 빅데이터 분석 업체 딥비아이(Deep.BI)가 실시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유럽의 중견(mid-sized) 언론사들 뉴스 트래픽을 분석했더니 올해 1, 방문자가 233만 명에서 3월에는 50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른바 코로나 범프(bump)’.

 

위기 상황에서 뉴스 소비가 급증하는 것은 언론이 여전히 정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뉴스를 읽고 진짜 뉴스를 알아차린다. 이럴 때 잘 하는 언론은 충성 독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에서 더밀크라는 독립 언론을 창간한 손재권 기자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브랜드 뉴스가 컴백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닉 뉴먼 연구원은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은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로 복귀한다고 분석했다.

 

구독 솔루션 업체 피아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유료 구독자가 55%, 유럽에서는 6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 유입보다 직접 방문자들의 유료 전환율이 높았다는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딥비아이는 독자를 뜨내기(Fly-bys)와 일반 독자(Light user), 열성 독자(Engaged), 충성 독자(Addicted)의 네 단계로 구분했다. 이중 뜨내기 독자 118만 명과 일반 독자 8만 명 가운데 일부를 포함해 123만 명은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열성 독자는 27만 명에서 46만 명으로, 충성 독자는 12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늘어났다.

 

중요한 것은 뜨내기 독자들이 갑자기 충성 독자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체 파이가 늘어나긴 했지만 두 달 동안의 새로운 독자 229만 명을 추적했더니 172만 명이 뜨내기 독자였고 20만 명이 일반 독자였다.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37만 명이 늘어났다.

 

37만 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이 월 1만 원씩 돈을 내면 월 37억 원, 연간으로는 444억 원이 된다. 만약 달마다 37만 명이 늘어난다면 연간으로는 5000억 원 이상이 된다.

 

미국 신문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페이지뷰의 50~70%가 실제 방문자수고 이 가운데 실제로 기사를 읽는 독자는 25~65%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페이월을 맞닥뜨리는 비율은 1.3~6.5% 정도 되고 이 가운데 구독자로 전환하는 비율은 0.01~2% 정도다. 이른바 구독 깔대기(subscription funnel) 모델이다. 방문자가 많을수록 구독자도 늘어나지만 이것도 전략에 따라 최대 20배의 차이가 난다.

 

만약 1만 명의 새로운 독자를 확보한다면 이 가운데 최대 200명을 충성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무려 16.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유럽에서의 조사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는 최대 1620명이 뉴스에 지불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와 빅데이터 분석업체 딥비아이가 분석한 유럽 신문사들의 트래픽 추이. 코로나 범프 이후 뜨내기 방문자들 가운데 일부가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 필자

 

구독 깔대기, 진짜 뉴스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뜨내기 독자들 가운데 좋은 뉴스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은 16% 밖에 안 되지만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이 비율이 각각 41%54%나 된다. 단순히 의향일 뿐만 아니라 이 조사에서 실제로 뉴스에 돈을 내고 있는 비율이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각각 5.0%13.8%나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험을 종합하면 어차피 평생 돈을 안 낼 사람은 안 낸다. 그러나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의 집단이 있고, 이들만 잡고 가도 줄어든 광고 이상의 매출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뷰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뜨내기 독자를 함부로 소홀히 취급해도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게 아니라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핵심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여전히 대부분의 독자는 뜨내기고 왔다가 스쳐 지나가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짜 뉴스에 대한 갈망이 크다. 언론 산업 종사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좀 더 정직해야 하고 투명하고 솔직해야 한다. 뉴스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팔릴 만한 뉴스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고 낡은 관행에 뉴스의 영혼을 팔아 먹고 있는 게 진짜 문제다.

 

안타깝게도 딥비아이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범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조사 대상 언론사들 트래픽 추이를 집계한 결과 3월에는 방문자가 509만 명이었는데 4월에는 481만 명으로 줄었다. 뉴스의 열독률이 떨어지면서 뜨내기 독자들 비율이 더 늘었고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 비율은 줄었다. 범프를 계속 끌고 가면서 일반 독자들을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유도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눈여겨 볼 대목은 한 번 범프가 지나가면 뜨내기 독자 가운데 일부가 남는다는 사실이다. 딥비아이 조사에서도 충성 독자가 112만 명에서 3월에는 25만 명으로 늘었다가 4월에 19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1월과 비교하면 그래도 7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80%가 빠져 나가도 20%의 독자를 건질 수 있고 이 가운데 2%의 충성 독자들이 후원자가 된다면 장기적인 전망을 모색할 수 있다. 테이블 위에 1만 원이 있으면 1만 원일 뿐이지만, 달마다 들어오는 1만 원은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깔대기 입구에 독자를 끌어 담는 데 집중했을 뿐, 뜨내기 독자들을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전환하는 데는 관심이 없거나 별다른 전략을 만들지 못했다. 좋은 기사를 많이 보여주면 충성 독자가 되지 않을까 정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부분 독자들은 왔다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딥비아이는 마법의 공식 같은 건 없다(There’s no magic formula)”고 조언한다. 결국 핵심은 뜨내기 독자와 열성+충성 독자에게 다르게 접근하라는 것이다. 뜨내기 독자들을 한 번 더 찾게 만들고 하나라도 기사를 더 읽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뉴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이다.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강조하는 건 구독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건 결코 쉽지 않지만 한 번 바꾸면 오래 간다. 세상에는 돈 안 되는 뉴스도 필요하고 시장에 영합하지 않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언론도 필요하다. 이제 뉴스를 잘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잘 팔아야 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잘 팔아야 한다.

 

구독 우선(subscription first) 전략으로 조직의 우선 순위를 설정한다면 기사의 작성과 콘텐츠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뜨내기 독자들을 쓸어 담고 트래픽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는 구독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동안 썼던 기사의 대부분을 버리고 좀 더 본질적이고 좀 더 구조적인 해법에 접근하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사 때문에 구독을 하게 됐다는 게 최고의 칭찬과 명예가 돼야 한다.

 

구독은 습관, 우리는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우리는 냉소적이고 불만에 가득 찬 수많은 뜨내기 독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 줌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충성 독자들에게 매달려야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우리의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뜨내기 독자들을 간과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뜨내기 취급했기 때문에 떠나갔던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친절해야 하고 좀 더 겸허해야 한다. 좀 더 원칙적이고 끝까지 정의로워야 한다.

 

과거에는 논조와 별개로 신문을 많이 찍으면 영향력이 생기고 광고 효과를 확보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낼만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입증할 만한 기사를 만들어야 하고 독자들이 뉴스의 가치를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독은 뉴스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뉴스의 가치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반문할 것이다. 네이버에 공짜 뉴스가 널려 있는데 누가 뉴스에 돈을 낼까? 나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의 포털 종속이 생태계 다양성을 무너뜨리고 공론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네이버에 한 발을 걸치고 있지만 이제는 타고 온 뗏목을 불사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디뎌야 할 때다. 가까운 미래에 네이버와 결별할 수 없다면 당분간 공존하면서도 뉴스의 맥락과 패키지를 복원하고 과금 모델을 만드는 대안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공짜 뉴스가 넘쳐나지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뉴스에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민중의소리 창간 20주년을 축하한다. 미디어오늘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지 않고 저널리즘 원칙과 언론인으로서 열정과 신념을 지키면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더 많은 독자들이 민중의소리를 후원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같은 대안 언론이 독자의 힘으로 살아남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상품은 뉴스다. 최고의 뉴스를 만들고 뉴스를 팔아 뉴스를 만들 재원을 마련하고 선순환 투자를 해야 한다. 뉴스를 제대로 평가하고 뉴스에 제 값을 치르는 시스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진짜 언론 개혁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미디어를 신뢰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코비드19 재난 사태로 한국 사회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K 방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와 정은경 본부장을 칭찬하는 소리가 드높다. 그 점에 동의하지만 코비드19 상황을 극복하는데 불편함을 참으며 수칙을 지키려 노력한 시민의 공을 간과할 수 없다. 시민들이 재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극복에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정보의 덕이다. 역으로 한 교회가 코비드19에 좋다는 잘못된 정보에 따라 신도의 손과 입에 소금물을 뿌려 지역 감염의 계기가 된 사건도 있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언론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는 이유로 소금물을 담은 분무기를 신도들의 입에 대고 일일이 뿌리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 영상으로 확인됐다.경기도

 

언론의 재난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비드19 관련하여 시민들은 공공성이 강한 미디어를 더 접촉했다고 한다. 사실 이 현상은 코비드와 관련된 한정된 현상일 수도 있다. 지금 미디어 소비는 전통적인 미디어로부터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신문과 지상파는 위기 상태다. 상대적으로 유료방송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SNS,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산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그런데 재난과 관련한 정보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서 얻었다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다른 삶은 중요하지 않은가? 사실 우리들의 모든 판단은 정확한 정보에 의지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민주주의 주권자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사회적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이미 경험했다. 새로운 소통 미디어들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서 새로운 플랫폼들이 전통적 매체에 기대했던 정확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 일부 콘텐츠 생산자들이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만들고 확증편향을 강화시킨다는 세간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기존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디어들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구축할 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개혁 과제다.

 

지난 1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산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 격리 수용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여놓고 있다. 당시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뉴스1

 

재난 상황에 시민들은

공공성 강한 언론을 더 많이 찾았다

그러나 미디어의 공공성 강화,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아

규제 완화가 공공성 약화를 부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존 언론과 관련한 정책은 사실 공백 상태다. 좋게 이해하면 언론 정책은 매우 예민한 사항이라서 자칫 벌집을 건드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미디어의 공공 영역은 약화 일로다. 반면 비언론 영역은 사업자들의 강한 압박을 받아 상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 중이다. 지난 622일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합동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차별 받는 미디어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공개한 정책의 대부분은 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미디어시장 최소규제 원칙을 천명하고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규제 폐지, OTT 시장 활성화, 지역방송 상호 겸영 규제 완화, SO·위성·IPTV의 이용요금 승인제신고제 전환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밝혔다. 여기에 공공적 미디어 사업자와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종합적 미디어 체계를 고민하지 않고 산업의 요구를 고려한 파편적 대응을 한 결과이다.

 

작년부터 언론운동·시민사회단체들은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공공적 가치를 중심으로 미디어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할 사회적 논의 기구를 결성할 것을 주장해왔다. 미디어 정책을 사업자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여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모든 미디어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사업자의 이해관계보다는 건강한 사회를 구성할 신뢰할 수 있는 유용한 미디어 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단발적 정책만을 반복하여 미디어 정책 전반을 누더기로 만드는 우를 피하자는 것이다. 공공 영역과 산업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작용적이다. 산업진흥을 내세워 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곧 공공성의 약화를 야기할 수 있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민중의소리

 

2018년 말부터였는데법인 아파트 투기 ‘6·17 뒷북 규제

2년 전 9·13대책 때도 규제 비켜나

201811월 이후 법인 투자 급증

매수 비중 2%8%로 크게 늘어나

고점 찍고 1년 반 만에야 과세 강화

 

연합뉴스

 

6·17 대책으로 다주택자가 주택 투기에 악용하는 법인에 대한 규제가 처음 실시됐지만, 실제 법인이 주요한 투기세력으로 등장한 시점은 201811월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투기과열지구 자금조달계획서 매수 주체 분석자료를 공개했다. 20181월부터 20205월까지 29개월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다. 2017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매매 주체 및 대금 출처 등을 기록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자료를 보면 201810월 이전 2~3% 수준이던 법인 매수 비중은 2018118%, 129%로 크게 늘었다. 당시는 20189·13 대책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서울 등 규제 지역 내 주택을 신규로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을 때다.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는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2년 내 전입하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될 정도로 개인의 주택 투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대출 규제로 개인의 주택 거래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법인은 규제를 피했다. 201811월 개인 매수 신고량은 8월 대비 급감(216484890)했지만 법인의 신고량(404421)은 오히려 늘었고, 전체 신고량에서 법인 매수 비중(2%8%)도 급등했다. 이후 20193~6%대를 오가던 법인 매수 비중은 지난 2월 다시 8%(13675건 중 1145)로 뛰었고, 이후 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야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막론하고 법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2018년 연말에 본격화된 법인의 주택 투기는 2019년을 거친 뒤 올해 초 전국화됐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주체 자료를 보면, 201811월과 20204월을 비교했을 때 인천(0.92%7.09%)은 법인 매수 비중이 10배 가까이 늘었고, 청주(0.38%9.6%)25배 폭증했다. 법인 매수 비중이 늘어난 곳들 다수가 6·17 대책 때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법인이 일종의 작전세력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게 포착된 것이 올해 초라며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는 순발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삼성 옹호논란 양향자 의원, 거짓 해명 전력도

반올림은 전문시위꾼사과 3달 만에 팟캐스트에서 언론 비난

매체 항의 후 방송 삭제됐지만 실질적 정정·해명 이뤄지지 않아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옹호 발언으로 비판받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본인의 삼성옹호 발언을 부인하려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수년 동안 대기업 중심 시각을 지적받은 가운데 그간 해명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앞서 양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201736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유족 단체인 반올림전문 시위꾼” “귀족 노조로 표현했다.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반올림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한다. 삼성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농성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유가족도 아니다. 그런 건 용서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올림은 당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500일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201510월 삼성이 가족대책위와 사측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거부하고 자체 보상 절차를 강행하면서 시작된 농성이다. 심지어 양 의원이 반올림 폄하발언을 한 36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숨진 고 황유미씨의 10주기였다.

 

언론 보도로 이 발언이 알려지자 양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반올림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유족이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이 찾아질 때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다황유미씨 사망 10주기에 유가족의 아픔에 더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아 가슴 아플 따름이다. 유가족 여러분과 오랜 기간 유가족의 곁에서 함께해주신 반올림 구성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 올린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겨레 통화에서는 귀족노조발언 취지를 재확인했다. 37일자 한겨레(양향자 반올림, 전문 시위꾼폄하 논란)나도 바닥 노동자부터 시작한 사람으로 유가족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인정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귀족노조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양 의원 발언(6일 통화 내용)을 전했다.

 

결국 양 의원을 영입했던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튿날인 8일엔 반올림이 성명을 내고 “10년 전 삼성은 고 황유미님 아버지 황상기님에게 당신이 이 큰 회사와 싸워 이길 수 있느냐며 조롱했다양씨의 말은 친재벌 언론이나 삼성의 언론플레이 가짜뉴스들과 얼마나 다른가물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사과 논평과 함께 양 의원에게 구두 경고조치했고, 양 의원도 국회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추미애 당시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제대로 사과하라 질타한 결과로 알려져 등 떠밀린 사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 양 의원은 팟캐스트(정치신세계)에 출연해 한겨레 보도를 왜곡 보도로 규정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귀족 노조 등은) 평소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고 유가족한테 그렇게 피해 갈 얘기를 제가 할 리 없다. 그런데 기사가 그렇게 나왔다“(반올림 폄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더니 (기자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본인과 통화한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판적으로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이 공개된 뒤 비난 화살은 언론에 돌아갔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왜곡은 양 의원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문제의 식사 자리에 참석한 취재진 및 관련 자료에 따르면 양 의원의 반올림 폄하 발언은 실제 있었고, 기자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인 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직후 한겨레 측은 관련 녹취 등을 제시하며 양 의원에게 공개적인 사실관계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해당 방송분은 삭제됐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3일 통화에서 그는 이미 지난 일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다. 여전히 온라인에는 양 의원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전후 사정 따져보니 보도에 문제가 있었더라는 반응들이 남아 있다.

 

한편 양 의원은 과거의 일을 다시 꺼내드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상처가 될 거라 우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직업병으로 스러져 간 이들 역시 자신의 후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양 의원의 궤적은 그가 대변해 온 진짜 동료들이 누구인지 의구심을 불러왔다.

 

가까운 예로 양 의원은 지난달 29YTN라디오(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년간이나 재판을 받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며 가깝게 일했던 분들 이야기도 들어보면 의사결정이 바로바로 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 했다. 다음날 국회에서의 의원 연구모임에서는 토론 발제자로 초청된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양 의원은 관련해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예외 없다제가 두둔한 건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들고 기술 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기술자들이라 해명했지만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 노웅래·박용진 의원 등은 민주당 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고, 정의당은 양향자 의원은 아직도 삼성전자 상무인가라며 비판 논평을 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경우 삼성 전직 임원 경력을 가진 분이 전직장 회장님을 옹호하는 것에 공중파를 낭비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 이해상충 관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 의원 행위를 로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양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이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이 교수는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자신이 피해자인 척 둔갑술 부린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간 양 의원은 대기업에 판단 준거를 둔 시각을 꾸준히 보여줬다. 최고위원 시절 기업의 불공정 관행이나 도덕적 일탈을 엄벌해야 하지만 기업에 지나치게 적대적 시각을 갖고 있지 않은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거나 대기업이 하청 기업이나 노동 임금을 착취한 결과로 보는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발언 등이 그 예다. 지난 4월 뉴스핌 인터뷰에서는 광주지역 발전 전략으로 중요한 것은 기업이다. 특히 마중물 역할을 할 대기업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 등 경제 구조가 다양해지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국내 제일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고졸 신화를 쓴 양 의원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직업병 피해자·유가족 목소리가 전문 시위꾼떼쓰기로 치부됐고, 비판 기사를 왜곡 보도로 규정하기 위해 잘못된 주장까지 펼쳤다. 재벌 총수일가의 탈법·불법적 행위를 끊고 오너 리스크고리를 해소하자는 목소리는 경제위기를 방관하는 한가한 소리로 취급됐고, 비판 여론은 제 진짜 뜻을 이해하지 못한 보도라 칭했다.

 

정의당은 삼성의 대국회업무 담당자로 스스로를 위치 지을 것인지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인지 양향자 의원 본인이 판단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삼성 임원 출신 정치인을 정체성으로 유지할지, 떼어야 할 꼬리표로 여길지 스스로 선택할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지 않는다./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케이팝 팬들 왜 이러는 거지?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20(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19천석 규모의 유세장에는 관중이 3분의 2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0, 3개월여 만에 대선 유세를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유세장에 오겠다고 예약한 지지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자랑하던 대통령 선거캠프는 소방당국 추산 고작 6200명의 참석자를 보면서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외곽은 고사하고 행사장 내부도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 것. 충격이 크면 원인을 회피하는 걸까? 대통령과 가족의 분노는 선거본부장에게 향했고, 백악관과 선거캠프는 이번 해프닝에 대한 보도의 확대 재생산을 막는 데 급급했다.

 

미국 언론들은 사건의 배후로 케이팝(K-pop)팬들을 지목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갑자기 등장한 케이팝 팬들을 주목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난데없는 사태를 맞아 덩달아 바빠졌다. 미국 정치를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수많은 정치학자, 평론가들의 정치 문법에 케이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 대선판에 뜬금없이 등장한 케이팝이라는 키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치명적 약점을 땡볕 아래 고스란히 까발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

 

대선을 만 4개월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물론 그가 겪는 시련의 단초 대부분은 스스로 제공한 것들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재난의 책임이 반드시 지도자로 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합을 호소하고 국론을 모으면 지지도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련의 미국을 분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증오의 상징'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화가 많이 나 있는데,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홍콩보안법'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트럼프의 독특한 상황인식은 미국 내부의 분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을 점점 고립시키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전략'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의 대선 전략을 기존의 외연 확장에서 내구성 다지기로 수정한 것으로 보였다. 공화당 본류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믿고 따르는 '묻지마 지지층'에게 정체성에 대한 동질감을 보여주면서 충성을 서약하게 하자는 전략이 그것이다. 어찌 보면 '눈에 안 띄는 게 득이 되는' 바이든의 전략보다 '어쨌든 뭔가 보여주려는' 트럼프식의 전략이 정치 문법에 더 맞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한 트럼프 전략에 치명적 독이 있음을 폭로한 이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이 바로 케이팝 팬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의 강력한 팬덤 문화를 소개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케이팝 팬들, 그들은 누구인가

 

시더보우 세지(CedarBough Saeji)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 캠퍼스 동아시아문화학 객원교수는 케이팝 문화 전문가다. 그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유세장 '노쇼'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케이팝 팬들에 대해 여러 매체를 통해 "시사에 밝고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젊고, 사회적으로는 진보 성향을 보이며, 문화적으로 개방된 사고를 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매우 능숙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인 케이팝 팬 니콜 산테로는 622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케이팝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아주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며 "(이런 특징은) 사회 문제로도 잘 옮겨진다"라고 밝혔다.

 

케이팝 저널리스트인 홀리 스미스 기자는 영국 <텔레그래프>에서 "케이팝 팬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면서 "이제는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싶은 일에 열정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증언한다.

 

케이팝 전문가들이 증언하는 이들의 정체는 한마디로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젊은 진보층이며, 개방적이고 사회문제에 적극적 관심과 행동을 보이는 미국인들로, 이제는 무엇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할 준비가 된 집단'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는 오래 전부터 유럽 등 서구의 많은 외신들이 내놓은 케이팝 문화에 대한 평가와는 다소 어긋난다. 그간의 평가는 주로 케이팝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문화에 집중됐다. 일부 서구 언론에 비친 케이팝이란 대형 공장과 같은 기획사들의 맞춤형 상품으로, 아이돌 가수나 그들의 음악도 개성 없는 공산품과 같다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상품인 아이돌은 자신들의 사고를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기획사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말할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하고 있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의 불행한 일들과 비리들은 인간 아티스트들을 상품으로 전락시킨 케이팝 산업의 폐해라는 진단 역시 빠지지 않았다.

 

케이팝의 정체성

 

같은 맥락에서 지난 626일자 독일의 <쥐트도이치차이퉁>(Süddeutsch Zeitung)은 미국 대선 정국을 휘저은 이번 사건이 케이팝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한국의 제작사들은 보증된 공식에 따라 스타와 히트송을 만들어낸다며 그렇게 나온 예술이 나쁘지는 않다고 이 신문은 평가한다. "안무 연출은 결함 없이 완벽하고, 노래에도 정말 재능이" 있으며 특히 "BTS와 같은 유명한 그룹은 자신들의 메시지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매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과 창조적 깊이는 케이팝의 강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음악적 재능과 멋진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에는 다양성과 창의적 깊이가 없다면서, 오히려 케이팝 문화에는 일정한 표준이 정해져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한다.

 

몇 달 전까지 한국의 수도 서울의 거리에서 펼쳐졌던 역동적이고 때로는 시끄러운 사회적 분쟁에 케이팝 스타들은 어느 쪽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의 외신들도 한국의 케이팝 스타들은 모두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해 특정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623일자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케이팝 팬들은 외국의 당파적 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있는 이번 미국 대선 해프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젊은 연예인들은 팬카페에서도 정치적 논의를 금기시 하고, 그들의 팬들 역시 스타들의 인권 운동과 같은 영역은 지지하고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 사안에 대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내지만 자신들의 우상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케이팝 문화가 어떻게 미국의 가장 민감한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파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게 됐을까?

 

다수의 외신들이 분석하는 이러한 극적 전환은 국제적 케이팝 팬들의 활동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629일자 벨기에의 일간지 <레코>(L'Echo)는 케이팝 커뮤니티가 과거에는 정치적 색채를 띠거나 정치적 흐름에 관여한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매체에 따라 수천만이라 추정하기도 한다)에 이르는 이들에게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 전환기는 지난 5월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한 조지 프로이드의 죽음이다.

 

 

1(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도 덴버에서 폴 파젠 덴버 경찰서장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팔짱을 끼고 있다. 2020.6.1 AFP=연합뉴스

 

케이팝 팬덤의 극적인 전환

 

<레코>에 따르면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케이팝의 아이콘 BTS가 공개적으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적극 지지를 표명했고, 이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들을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22일자 <뉴욕타임스>BTS 등 케이팝 그룹들이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Speak Yourself)는 말에 고무된 팬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감에 대한 메시지에 자극 받은 이들 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바로 정치적 소수자들이었던 '여성과 유색인종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CNN 역시 622일 인터넷 보도에서 "많은 케이팝 팬들은 유색인종들 또는 소수자 공동체(LGBTQ community)의 일원"이라고 케이팝 팬들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강력한 무기는 바로 조직력과 행동주의다. 호주의 일간지 <에이비시>(ABC)627일자 보도에서 <보이밴드의 역사>의 저자 마리아 셔먼의 말을 인용해 케이팝 팬들의 동원력은 전문가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 점은 앞서 언급한 케이팝 전문가 세지 교수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영국 <텔레그래프>622일자 보도에서 케이팝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더라도 하나로 뭉쳐서 목표를 달성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놀라운 조직력에 더해 케이팝 문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보편적 선(Virtue)'이다. 624<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아이돌 팬들에게는 아이돌을 '키우는' 역할까지 부여된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팬들의 지원 여부에 따라 아이돌의 인기와 성패가 갈리고, 이러한 팬덤 문화는 아이돌에게 일정한 압력으로 행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압력은 그들 스타들이 깨끗하고 올바르며 책임감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한다.

 

정치적 실험 결과는?

 

누구에게나 칭찬받을 수밖에 없는 보편적 선행, 보편적 건전함, 보편적 인권 의식을 가진 케이팝 스타들(의 이미지), 그리고 그들에 대해 기동성과 조직력, 집단적 행동으로 지지를 보내는 팬들의 응답, 이 둘의 결합은 자선 사업을 위한 모금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호주의 경우 초대형 산불을 진압하는데 동원이 되기도 하며,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등 전 지구적 차원의 보편적 선을 향한 적극적 메시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20일 미국의 오클라호마 주 털사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부재를 통한 존재감'을 보여준 케이팝 팬덤의 집단행동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돌발 상황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에서 케이팝 팬들의 행동양상은 앞서 말한 대로 보편적 가치를 향해 움직여온 것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반경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쪽으로 낙인 찍힌다. 케이팝 팬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이 믿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후보이고,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는 후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실험은 앞으로도 주시해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미 이들이 미국 대중문화 속 서브컬처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둔 미국 정치의 한 복판에 갑자기 등장한 케이팝 팬덤 그룹을 <뉴욕타임스>'디지털 전사들의 느슨한 연합'이라고 부르고 <워싱턴 포스트>'케이팝 혁명'이라고 부른다. 호주의 <에스비에스>(SBS)는 이들을 '사회운동가'라고 부르고 프랑스의 <르 피가로>'21세기 펑크운동'이라고 칭한다.

 

과연 이들은 20세기 히피 문화와 같은 역할을 21세기 미국사회에서 해 보일 것인가? 혹은 그 이상이 될까?/ 임상훈(anarsh) / 오마이뉴스

 

협치의 실종? 누가 잘못한 것일까

원 구성 결렬 파장핵심지지층 설득해 외연 확장이 관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29일 원구성 협상을 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들어서고 있다./김영민 기자

 

상황인식의 양극화. 입장차는 더 벌어졌다.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원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야 모두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불신의 골은 깊어졌다. ·야 각 당에서 책사로 불리는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각의 논리는 있었다.

뉴노멀로 가는 게 아니겠나. 우리나, 미래통합당이나 서로 적응하는 과정이다.”

 

지난 630일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측 인사 씨의 말이다. 과거 민주당, 그러니까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자 소수당일 때 국회의장은 다수당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관례였다.

 

단순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19대 국회 이전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없었다.”

이 인사의 주장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이 없었던 19대 이전엔 법 문제로 여·야 관계가 시끄러워지면 의장이 직권상정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법사위 양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19대 때부터는 조건이 달라졌다.

국가재난 시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닌 경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직권상정 대신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식으로 여·야의 극한대립을 막았다. 법사위는 여타 상임위에서 결정된 법을 심사한다. 상임위를 통과해도 법사위에서 막히면 아예 본회의 의결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식물국회라는 말이 나왔다. 19대 이후 입법에 관한 한 법사위원장의 권한이 본회의를 주도하는 국회의장보다 일부에선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노멀이냐, ‘운동권 독재

당 핵심지도부에 있는 또 다른 민주당 인사 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한 석이라도 더 얻으면 위원장은 한쪽이 다 갖는다. 그리고 거기서 의견이 다르면 다수결로 그냥 통과시킨다. 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1988년 이후, 한국의 국회는 상임위나 법안 소위 단계에서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되어왔다. 이건 뒤집어 말하자면 한 사람이라도 몽니를 부리면 그 법은 통과되지 않는 걸 의미했다. 그게 미국식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위원장을 다 갖고, 다수결을 도입하는 식으로.”

 

앞서 씨가 언급한 뉴노멀의 내용이다.

신철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상임위원장을 가져온다는 뜻은 결국은 책임을 다 지겠다는 뜻이라며 코로나 정국이 아니었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강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통합당 측은 어떻게 말할까.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게 그 사람들(민주당)의 수준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들의 눈엔 우리가 적폐고,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가 아닌 선과 악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저들에게는 협치는 없다. 힘이 있을 때는 밀어붙이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책임정치라고 주장한다.”

 

총선 이후, 적어도 여의도 국회에서 협치는 실종됐다. 정치가 말로 하는 싸움이라면 양보와 타협은 필수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민주당 인사 씨는 지난 총선 이래 이해찬 대표의 워딩에서 협치란 단어가 등장한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미국선거제도를 전공한 김장수 소장은 미국 의회의 사례를 드는 것은 엉터리라고 덧붙였다.

 

하원에서 다수당이 상임위 위원장을 다 가져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일면만 본 거다. 미국은 상·하원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건국 이래 미국 헌법이 거의 수정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그것은 미국의 헌법이나 정치원리가 근본적으로 다수파의 횡포, 다수결 독재를 막기 위한 정치적 제도로 발전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통합당에 강경파는 없다.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우리가 뭐를 더 요구해서가 아니다. 이상한 논리를 대면서 주던 것(법사위원장)을 엎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정권은 실패할 것이다. 박근혜도 똑같았다. 강경파 이야기만 들은 것이다. 그래서 국정교과서나 세월호 사건을 거치며 중도층이 떨어져 나갔다.”

 

반면 지방정부에서는 또 다른 협치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홍의락 전 민주당 의원의 대구시 경제부시장 취임이다. 박근혜 정부 때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민주당과 했던 경기연정과 유사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연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전격 제안을 두고 홍 전 의원은 한 달 가까이 장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독배를 마시는 자리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분위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홍 부시장의 업무가 시작되는 71, 권 시장은 대구형 협치의 시작이라고 평했다. 국회의원은 장관급이다. 반면 부시장자리는 1급이다.

 

71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열린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구시 경제부시장 취임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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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실종, 시작은 참여정부 말기부터

타협의 정치, 협의정치가 언제부터 어려워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신 교수에 따르면 그 시점은 참여정부 후반기, 이명박 정부 초반2000년대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총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이 천막정당이 되고 열린우리당이 예기치 않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그 시점에 뉴라이트가 나왔다. 정당정치와 시민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이전까지 전직 대통령의 처우와 관련한 암묵적인 룰을 깨뜨렸다.

전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려 한 것이다.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이 광주시민 학살이라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핵심지지층을 설득하면서까지 두 사람을 용서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임기까지 계속된 정치문화다. 이 정부도 집권하자마자 1년 이상 적폐청산의 정치를 했다.”

 

협치가 정치적 적대자에 대한 상호인정과 존중이라면, 그것이 밑바탕에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가 세팅되더라도 협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의 경고는 결국 여권으로 향한다.

총선 승리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총선에서 찍어준 사람들이 계속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밑으로는 좀처럼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대선은 51%의 정치다. 40%로는 집권하지 못한다. 좀 더 선명한 승리를 원하는 핵심지지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만한 행보를 한다는 것을 여론이 인지하는 순간 지지는 귀신같이 빠진다.”

 

협치의 실종이 길어질수록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집권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김두관 "재벌 기업은 쌓아둔 돈 주체 못하는데 비정규직은..."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자산 양극화에 분노 치밀어"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 양산)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에 21대 국회가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얼마나 많이 줄일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분노해야 한다"고 하면서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자산의 양극화에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분노의 방향이 중요하다""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즐기는 세력들, 그곳으로 분노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은 IMF 외환위기 때 기업을 살려보려고 임시방편으로 도입됐다"면서 "23년이 흘러 기업은 살아났으며, 대기업과 재벌은 사내에 쌓아둔 돈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은 임금차별과 고용위협과 생계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김 의원은 "머슴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비정규직의 눈물과 희생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이,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은커녕 보수야당, 보수언론과 손잡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정규직의 반값 밖에 안 되는 값싼 노동력을 계속해서 맘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기존 정규직 직원의 일자리는 줄지 않는다"고 강조한 김 의원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기업의 신규채용은 오히려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가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제가 먼저 앞장서겠다"고 했다./조민규 기자(=경남 프레시안

 

미국의 '부동산 약탈자'...노동자 돈 투자받아 노동자 집 뺏기-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20

양의 탈을 쓴 늑대, 슈워츠만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회장 스티브 슈워츠(Steve Schwarzman)만은 자선자본주의자(philanthrocapitalist)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미국 뉴욕시 도서관에 1억 달러 기증 후 도서관 이사로 등극했고, 맨해튼 소재 미술관인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의 이사, 워싱턴의 케네디예술센터(J.F.K.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명예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MIT대학에 35000만 달러(4211억 원)를 기부해 소위 AI대학인 '스티븐 A. 슈워츠만 컴퓨터대학'(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AI대학)을 세우는데 일조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포브스> 20181015일 자 'Stephen Schwarzman Makes Anchor Gift For New $1 Billion School Of Artificial Intelligence At MIT') 자신을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체는?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회장 스티브 슈워츠만의 <포브스>지 표지. 그를 '주인(the master)'으로, 그리고 '너무 똑똑해서 승승장구한다(too smart to fail)'라고 표현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그의 승승장구의 비결은 편법과 탈법, 그리고 돈으로 구워삶은 정치권의 비호다. 출처 : <포브스>

 

연재 글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67에서 임대차 보호법안인 '법률개정안10'의 좌절되자 캘리포니아의 블랙스톤 사무실에 몰려간 항의 시위대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이 삽화가 슈워츠만의 실체를 들여다보는데 도움을 준다.(관련 기사 : '미국 집값 폭등의 주범, 사모펀드', '악덕 집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블랙스톤은 캘리포니아의 임차인들이 간절히 원했던 '법률개정안10' 통과가 좌절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블랙스톤은 개인 주택임대자 등과 협력하여 임차인들의 요구를 격퇴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물론 많은 돈을 들여서. 백 보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리고 시위에 참여한 이들도 여기까지는 알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의 사실까지는 아마도 모를 확률이 높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어떻게? 그들이 연금으로 들어놓은 돈이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투자되었고, 블랙스톤은 자기들 호주머니가 아닌 바로 그 공적 연기금에서 스스럼없이 '법률개정안10'의 무력화를 위해 애쓰는 조직에 기부했다. 얼마나 파렴치한가.(관련 기사 : <가디언> 20181023일 자 'How California Public Employees Fund Anti-Rent Control Fight Unwittingly', <아메리칸 프로스펙트(The American Prospect)> 20181023일 자 'Blackstone Spends Huge to Kill California Rent Control',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18118일 자 'California’s rent control initiative was crushed in the election. Don’t expect the issue to go away')

 

캘리포니아 시민연대(The Alliance of Californians for Community Empowerment) 소장 에이미 슈어(Amy Schur)"'법률개정안10'의 반대를 이끈 이들 중 큰 손들은 주택시장 위기에서 수익을 챙긴 월가의 임대사업자들이다. 노동자 계급에게 숨통을 열어 줄 중요한 정책을 좌초시키는데 바로 그 노동자계급의 연금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상처는 물론 모욕감까지 안기는 것으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블랙스톤의 블라인드 투자?

'법률개정안10'을 반대하는 조직에 블랙스톤과 그 자회사들은 모두 680만 달러(82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그중 약 130만 달러(156000만 원)는 자회사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에서, 그리고 약 560만 달러(674000만 원)는 블랙스톤 지주회사와 4개의 펀드에서 출연되었다. 그 펀드의 투자자가 바로 캘리포니아주 연기금, 지자체 연기금, 그리고 공립대학교이다. 그런데 문제는 블랙스톤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알게 되면 말 그대로 환장할 일이다. 한국에서도 이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어느 정도 귀에 익숙해진 소위 '블라인드 투자'(blind pools)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데, 아무리 블라인드 투자라 해도 투자한 돈이 정치적 행위, 그것도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는 정치적 행위에 자금이 조달되었다면 이건 큰 문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런 줄은 까맣게 몰랐다.

 

이것은 투자회사가 정치적 기부를 위해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과 동일하다. 아니 슈워츠만 개인 돈도 아니고 어떻게 투자로 모은 돈으로 정치적 기부행위를 하는가? 그것도 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에 투자자들의 돈을 쓰는가? 투자자의 돈은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공무원에게서 나온 돈이다. 그들은 대개 미국 제1의 부동산 재벌 블랙스톤의 임차인들이다.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67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미국은 주택가격과 임대료의 터무니없는 상승으로, 집 구입은 엄두도 못 내고 월세로도 살기 어려워 쫓겨날 지경에 이른 중산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으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코로나로 모기지 및 임대료의 연체 일시 허용 및 퇴거가 중지되었지만, 2~3달 유예기간이 지난 후 퇴거 위협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관련 기사 :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2020628일 자 'A ‘tsunami of eviction’s threatens to strike Boston', <살롱(Salon)> 2020424'Renters remain left out in the cold despite coronavirus eviction protection', <포브스> 2020423'Renters In Crisis: Housing Experts Say Canceling Rent Isn’t The Best Answer', <가디언> 2020331일 자 ''This is about survival': California tenants plan rent strikes as Covid-19 relief falls short', <뉴욕타임스> 202048일 자 '31% Can’t Pay the Rent: ‘It’s Only Going to Get Worse') 어쨌든, 코로나 이전에도 블랙스톤과 같은 사모펀드의 횡포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고, 따라서 최악의 경우 이들은 노숙자로 길바닥으로 나앉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노숙자는 계속 증가일로였다(전년 대비 로스앤젤레스시, 14% 증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3% 증가). 여기엔 코로나 19의 여파는 전혀 포함이 안 되었다. 노숙자의 증가 수치를 두고 로스앤젤레스 시 노숙인 관리 당국의 소장 마스튼(Heidi Marston)"그 숫자조차 차마 볼 수가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관련 기사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20612'Homelessness jumped 13% in L.A. County, 14% in the city before pandemic')

 

콜롬비아대학 경제학자 오플레어티(Brendan O’Flaherty)는 올해 안에 전년도 대비 노숙자가 45%가 증가할 것이며, 여름까지 80만 명의 노숙자가 양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작금의 상황이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관련 기사 : <커뮤니티 솔루션(Community Solutions)> 2020511일 자 'Analysis on unemployment projects 40-45% increase in homelessness this year', 20201월호 'The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하는데 코로나라는 재앙을 제외하면 일등 공신(?)이 바로 월가의 블랙스톤을 위시한 사모펀드이다.(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2034일 자 'A $60 Billion Housing Grab by Wall Street', 515일 자 'Mortgage Relief That Comes With a $4,000 Bill', 524일 자 'Goldman Sachs Forecloses On 10,000 Homes for 'Consumer Relief'', <포츈> 2020514일 자 'The Government’s Mortgage Forbearance Policies Exclude 61% of Americans',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20430일 자 'You can skip mortgage payments for up to a year. Many fear what comes after that') 이들은 헐값에 나온 주택들을 대량으로 매집해 주택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렸을 뿐만 아니라 악덕 임대업자로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들의 피해자가 바로 큰돈 가지지 않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돈이 없어 가격이 크게 오른 주택을 구입하지도 못하고 미국 최대 임대사업자로 등극한 월가의 사모펀드에게 주거지를 임차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달픈 임차인을 보호해 달라며 요구한 법안을 저지하는데(, 그들을 계속해서 더욱 옥죄는데) 들어간 돈이 임차인들의 장래를 위해 모으고 있는 연금에서 나와서 임차인 자신들을 압살하는데 사용되었다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그것도 자신들을 압살하는데 사용된다는 그 무도한 일을 블라인드 펀드라는 맹점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분통 터지는 일인가. 서민들은 자신들이 낸 돈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렇게 등신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제국이 바로 이런 자들이다. 악질들이다. 사악한 자들 중의 괴수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사모펀드! 그런데 무도한 자들의 수괴인 자가 자선자본주의자의 탈을 쓰고 온갖 칭송을 받고 있으니.

 

트럼프 동맹: "너를 위해 모든 규제 없애줄게"

그렇다면 어떻게 월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미국 주택시장과 임대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는가? 약화될 대로 약화된 임대차보호법까지 완전히 깔아뭉갤 정도로 안하무인의 제국으로 등극해 천하를 호령할 수 있게 되었는가? 여태까지의 나의 글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감을 잡았으리라. 답은 정치권의 옹호, 즉 절대적 지지와 후원 때문이다. 이것은 여야 가릴 것 없는 공히 보편화된 문제다. 현재는 트럼프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 트럼프에게 알랑거려야 자신의 탐욕을 마음껏 채울 수 있다.

 

슈워츠만은 트럼프의 오랜 동맹이다. 여기서 동맹이라 함은 돈으로 뭉친 관계란 뜻이다. 슈워츠만은 트럼프에게 정치후원금을 듬뿍 냈다.(관련 기사 :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International Business Times)> 2017419일 자 'How Billionaire Trump Adviser Evades Ethics Law While Shaping Policies That Make Money For His Wall Street Firm', CNN 20191022일 자 'Major Trump donor plans private fundraiser with Romney') 그 덕에 억만장자 민간 기업인이 백악관의 비즈니스 자문위원장(Chair of the White House’s Business Advisory Council)으로 임명되어 트럼프에게 온갖 훈수를 두고 있다. 첫 자문회의 뒤 슈워츠만은 자신의 생일파티를 플로리다의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리조트 근처에서 2000만 달러(241억 원)를 들여 성대하게 열었다. 트럼프는 그때까지만 해도 취임 후 얼마 안 된 터라 주위의 눈치를 봐서 그랬는지 행사장 근처의 자기 소유 리조트에 머물며 파티에는 직접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바타인 딸 이방카와 사위 큐슈너를 비롯해 트럼프 초기 내각 요인 다수가 수행원으로 따라와 트럼프 대신 참석했으니 트럼프가 참석한 것과 진배 없다.(관련 기사 : <블룸버그> 2017213일 자 'Schwarzman Parties at 70 With Camels, Cake and Trump’s Entourage', <뉴욕타임스> 2017213일 자 'A Billionaire’s Party Is a Lens on Wealth in the Trump Era') 참으로 억만장자 비선실세의 호가호위다. 일개 기업인의 70세 생일에 대통령과 그 수하의 고관대작들을 불러 하룻밤에 241억 원이라는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다니. 낙타까지 등장했다는 제국들의 돈 잔치를 눈 뜨고 못 보겠다. 그런데도 미국은 참 조용하다. 한 달 임대료를 못 내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는 임차인들이 부지기수인데, 그들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원성은 못 본체하고 악덕 임대업자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고관대작들, 그리고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재세(在世)하는 악덕 임대업자의 작태!

 

트럼프의 자문위원장에 있으면서 슈워츠만이 한 일은 자신의 회사가 트럼프를 통해 이득을 잔뜩 얻는 것이었다. 그중 그가 가장 주력한 것은 사모펀드에 가해진 파생금융상품 거래 규제 및 고객(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었다. 앞엣것은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의 무력화를 노린 것인데, 이미 그 법은 트럼프 이전, 오바마 정권 때 무늬만 남은 법으로 누더기가 된 상태였다. 슈워츠만은 이것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자신의 사모펀드에 일말의 걸림돌이 될 조항마저 완전히 사문화시킬 것을 원했고 트럼프는 이 요구를 흔쾌히 들어줬다. 뒤엣것도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나서서 중지시켜줬다.(관련 기사 : CNBC 2018524일 자 'Trump signs the biggest rollback of bank rules since the financial crisis') 사모펀드가 원하지 않는(, 자신들에게 목줄을 죄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숙원사업인 것이 분명한데 이런 일의 당사자가 트럼프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면서 정부의 모든 정책을 자신이 유리한 대로 요리하는 것이 대낮에 벌어지는 게 현재의 미국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동맹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단다.

 

"너를 위해 모든 규제를 다 없애줄게(없애는 중이야)(We’re getting rid of your regulations)."(관련 기사 :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2017419일 자)

 

다음은 시민단체 '공공시민'(Public Citizen)의 홀만(Craig Holman)의 말이다.

"여태껏 이러한 (공직자)윤리법의 남용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는 비공식적 자문위원 자리를 뜬금없이 만들어 윤리강령 준수를 원치도 않고 자신들의 금전적 이해를 고수하고 싶어 하는 억만장자를 데려와서 거기에 턱 하니 앉히고는 모든 윤리규정들을 면제해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간간이 어쩌다 한번 조언을 주는 사람들이 아닌 늘 트럼프 곁에서 자문가 역을 하는 이들이지만 공식적인 연방 자문위원회 소속도 아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이들의 하는 말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먹히는 그런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특별 정부' 공무원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관련 기사 :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2017419일 자)

 

보다시피 지금 미국은 비선 실세들이 열 일을 하는 중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사람만 더 소개하기로 한다. 물론 이 자도 트럼프의 동맹 중 하나였다. 톰 버락(Tom Barrack)이라는 자인데,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부동산 투자사 사모펀드 '콜로니 캐피털'(Colony Capital)의 대표다. 이 자도 트럼프를 끼고 이익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나타나 숟가락을 얹었다. 그렇게 트럼프와의 사적 친분을 이용해 그의 사업을 키웠다고 비난을 받는 자이다. 1980년부터 트럼프와 알고 지낸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준비를 위해 1억 달러(1203억 원)를 모금한 그야말로 트럼프의 동맹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파이낸셜 타임스> 201982일 자 'Tom Barrack, a Trump ally with fingers in many pies') 그러나 아무리 속된 말로 '절친'이라고 하더라도 만일 그것이 돈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돈으로 깨지는 게 당연한 일. 취임 준비에 모금한 돈이 자신에게 한 푼도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된 트럼프가 대노해 결별했다는 후문이다.(관련 기사 : <폴리티코(Politico)> 2019819일 자 'Trump cuts off one of his closest friends') 어쨌든, 버락의 주택 임대 회사는 곰팡이 등을 포함하지 않자 있는 집을 임대하고서는 임차인들의 민원이 제기될 때는 나 몰라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그런 악덕 임대업주이다.(관련 기사 : ABC7 20171118일 자 'Billion-dollar landlords: Rental-home giant under fire for unsavory conditions') 이런 이들이 이렇게 불법적인 작태를 벌이며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인 것은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을 터.

 

부동산 투자회사 사모펀드 '콜로니 캐피털'(Colony Capital) 회장 톰 버락의 캐리커처. 트럼프를 등에 업고 이권이 있는 곳엔 어디든 달려가 숟가락을 대는 것이 버락의 사업 수완이라고 묘사한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갈무리.

 

양적완화와 초저금리가 이끈 부동산거품: 위기의 주범 월가, 헐값 부동산 싹쓸이해 돈방석에 앉다

 

이러한 정치권의 비호 아래 월가의 사모펀드는 주택시장의 거품을 일게 했다. 물론 여기엔 연준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 일조했다. 원래 미국은 주택을 우리와 같이 불로소득을 올리기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국민들의 정신이 올발라서가 아니라 제도가 밑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살펴볼 것이다. 그러기 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초저금리가 어떻게 월가의 사모펀드를 돈방석을 앉게 했는지, 그럼으로써 미국의 불평등이 어떻게 더욱 극에 달하게 되었는지를 저간의 사정에 대해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경제를 살리겠다면 벌인 정부의 정책이 국민을 살리지 못하고 제국의 배만 더욱 불리게 했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집을 살 수 있는 요건은 더욱 강화되어 조금 형편이 나아진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쉽사리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가 요원해졌다. 이른바 주택 구매 시 최초 지불액(다운 페이)의 한도가 높아졌고 대출 자격도 한층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이 갈 곳은 임대(월세)뿐이다.

 

이 틈새를 치고 들어온 것이 월가의 '제국 사모펀드'.

'그래 돈 벌 곳이 나타났어. 바로 이거야!' 그것은 바로 임대시장이다. 얼마나 사악한 자들인가. 자기들 때문에 고통당하는 이들을 또다시 자기들의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 서민들은 월가 때문에 이렇게 2008년 이후 두 번 죽게 되었다.(관련 기사 : <포브스> 20204월 호 'The Recession Hits An Already Hollowed-Out Middle Class') 월가의 사모펀드는 임대시장에서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까지 손을 뻗쳤다. 압류된 단독주택 집들을 싸게 사서 약간 손을 본 뒤 높은 임대료로 열매를 따 먹었다. 사모펀드가 주택을 대량매집 하니 겉으론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아진 듯 보여, 결국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주택을 사고, 팔고, 임대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이 와중에 피를 보는 이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서민들이다. 주택 공급은 사모펀드에 의해 줄고 이들의 분탕질에 가격이 올라 '내 집 마련'으로 임대 신세(월세) 탈출은 요원하게 되었다. 이마저도 힘들면 길거리의 노숙자로 막장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2008년 직후의 길거리 노숙자와 경제 회복되었다고 선언한 이후의 길거리 노숙자와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전자는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 꼈다가 그것이 터지며 압류로 노숙자로 전락한 것이고, 후자는 월세 임대료 급증으로 양산된 노숙자다. 후자는 동시에 또다시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는 와중에 생성된 노숙자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월가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자는 월가의 대형금융회사에 의한 간접적 희생양이 된 것이고, 최근의 노숙자는 월가의 사모펀드에 의한 직접적인 희생양들이다. 악덕 임대업자 사모펀드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이 대다수이니까 그렇다. 극소수 제국들에 의해 미국의 중산층 이하 국민들은 철저하게 분쇄되고 있다. 제국들은 현금 동원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들이며, 막대한 유동성을 가지고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지금도 미국 전역의 집들을 모두 사재기하고 있다.

 

불로소득 원천 차단하는 특효약, 재산세(보유세) 강화

지금의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고 사모펀드에 의한 인위적인 조작의 결과다. 물론 직장과 소득, 인구밀집도 등에 의한 지역적인 편차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절대로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로 엄청나게 풀린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자는 극소수다. 다 그들의 장난이며 그 주체는 사모펀드다.(2008년 이전에 일었던 부동산 거품은 월가의 대형금융회사와 그 장난에 부화뇌동해 일확천금을 노린 소수의 일반 국민들도 책임이 있다.)

 

어쨌든, 200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부동산 거품 이전엔 미국에선 부동산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부동산에 붙는 재산세(혹은 보유세, property tax) 때문이다. 재산세율이 높을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곧 주택을 가진 자에게 손해를 의미한다(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갑작스러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달가워한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이 대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했던 이유다.

 

미국의 재산세율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 재산세율에 맞추어 주택 가격이 높고 낮음이 결정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3월 현재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최고의 재산세율을 부과하는 곳은 뉴저지 주로 2.40%. 제일 낮은 곳은 하와이 주로 0.27%. 중간 값(모든 주택을 가격으로 순위를 매겨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가격)은 뉴저지가 약 30만 달러(36000만 원), 하와이가 53만 달러(64000만 원). 재산세(보유세)가 낮은 하와이 주의 주택가격이 약 2배가량 높다. 그럼 세금은 얼마를 내나 보자. 30만 달러 집에 대한 세금을 뉴저지 주에서는 7200 달러(866만 원), 하와이에서는 810달러(97만 원)낸다. 보유세가 적다 보니 대신 집값이 높은 것이다. 하와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택이 거주가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하와이 부동산은 일본 자본이 대거 몰려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2018년도 미국 50개 주 중 재산(보유)세율이 가장 높은 곳 5개 주와 가장 낮은 곳 5개 주의 비교. 가장 높은 곳은 뉴저지로 2.40%이고 가장 낮은 곳은 하와이로 0.27이다. 출처 : <뉴욕타임스>

 

주택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호환마마는 바로 보유세다. 그것 이외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투기세력을 잡을 방법은 없다. 보유세가 가장 낮은 하와이의 집값이 미국 전체와 비교해 봤을 때 얼마나 높은지는 미국 전체의 주택 중간값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2016년 하와이주의 중간값은 538400달러(64000만 원), 미국 전체의 중간값은 184700달러(22000만 원)로 하와이의 주택 가격이 약 3배가량 높다.(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315일 자 'States With Highest and Lowest Property Taxes') 2019년도 자료는 뉴저지가 재산세 2.13%에 중간값은 344000달러(41000만 원), 하와이가 0.3%631700달러(76000만 원)로 약간의 변동이 있으나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관련 기사 : <유에스에이 투데이> 2020117일 자 'Property taxes: Which states have the highest and which have the lowest?')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하와이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천국 아닌가. 물 좋고 공기 좋은 그런 곳의 주택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생각해 보라. 그런 천국도 일 년에 재산세를 10배 정도 더 내게 한다면 하와이로 몰려와 집을 살 사람이 지금처럼 많겠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또 어떤 이들은 하와이는 섬이라 재미없다며 뉴저지와 같은 동부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집값은 뉴저지주가 훨씬 저렴하다. 그 이유는 바로 재산세율 때문이다. 집 가격과 재산세율은 확실히 역의 관계다. 따라서 주택 가격을 잡는 방법은 재산세율을 올리는 것밖에 답이 없다. 주택가격의 안정과 투기세력의 차단의 방법은 재산세 상향밖에는 없다.

 

왜 다른 것은 다 미국을 따라 하면서 재산(보유)세는 따라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미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민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관련 기사 : <한국일보> 2020629일 자 '6·17 대책 열흘만에 곳곳서 집값 최고기록정부, 규제확대 공식화', <조선일보> 2020623일 자 '정부서 서울 아파트 값 53% 올라...MB-박 정부의 2.5') 문재인 정부 들어 21차례 이상 부동산 정책을 시행(김현미 장관은 4차례였다고 강변한다)했으나, 내놓는 대책마다 헛발질이다. 내가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긁어 부스럼 내기다. 여기 조금 만져서 긁어 부스럼, 저기 조금 만져 긁어 부스럼. 일각에서는 이를 '핀셋 정책'이라고 하던데, 대한민국을 괴사시키는 중증 암 덩어리를 메스를 들고 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아닌 핀셋 정도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추어임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정말로 아마추어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에 골병이든 사람들은 집값을 잡겠노라고 공언한 정부를 믿었던 사람들이다.(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20530일 자 '180석 집권세력은 진정 서울 집값 하락을 바랄까?')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사람들은 '그걸 믿은 네가 바보 등신'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한국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 보다 재산의 불평등에서 비롯된다. 재산의 불평등 그게 바로 부동산이다. 그것으로 계급과 계층이 나뉘어 이제나저제나 집값 내리면 집 사겠다고 생각하는 서민들은 졸지에 불가촉천민 신세로 전락했다. 무주택자가 가구의 절반이라니 대한민국은 불가촉천민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집들은 다 누구의 것인가?(관련 기사 : <동아일보> 2020629일 자 '집값 상승이 한국의 불평등 심화부동산 세금 강화해야')

 

그럼 주택가격을 어떻게 잡을까? 어떻게 안정시킬까? 답은 딱 하나다. 위에서 본 미국의 보유세와 집값의 역관계가 힌트다. 다주택자를 잡는 종부세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올려야 잡을 수 있다. 집은 거주의 공간,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며 쉼을 갖는 공간이지 그것으로 재산을 불리는 공간이 절대 아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방법은 딱 하나, 1가구 1주택의 보유세 강화다.그러나 현재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0.16%. 지금 장난하는가? 이걸 유지하고 그 어떤 정책을 내세워도 백약이 무효다. 이것도 손보지 않고 무슨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고 설레발인가. 보유세가 강화되어 세금을 현금으로 생돈 수천만 원씩 내게 하는 데(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1주택당) 누가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싶어 하며, 누가 감히 단 한 채의 집이라도 값이 오르기를 바랄 자 있겠는가? 똘똘한 한 채? '똘똘한 한 채' 갖고 있다가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것을 알게 하라. 그렇게 하는데 과연 '똘똘한'이란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두고 보라.

 

보유세 강화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강남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소득 없는 노인네는 어쩌란 말이냐.' 나는 묻고 싶다. '왜 꼭 늙어서도 강남 살아야 하나?' 팔면 된다. 팔고 더 싼 곳으로 가면 된다. 그게 싫다면, 죽은 뒤 자식에게 물려줄 궁리 대신 당장 청와대 앞이든 국회 앞에 가서 집값 내리는 정책 시행하라고 시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서울 대 지방', '서울시 대 경기도', '강북 대 강남'으로 찢어발겨서 꼭 분열된 삶을 살아야 하겠는가? 남북이 갈려서 사는 것도 불편하고 억울하고 신경질이 나는 판에 남쪽에서조차 집값으로 분열되어 누구는 귀족으로 누구는 사람 취급 못 받는 불가촉천민으로 살아야 하나?

 

다른 것은 다 미국 따라 하지 못해 안달복달하면서 왜 보유세율은 미국을 따라 하지 않는가? 미국서 제일 낮은 하와이의 보유세율보다도 턱없이 낮으니 한국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 안 되고 배기는가 말이다. 관련 공무원들이 이것을 모를까? 천만의 말씀. 그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에 대해선 누구보다 더 잘 꿰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절대로 미국의 보유세율 수준을 한국에 가져오려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부동산으로 재미를 계속해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묻고 싶다. 당신들은 복부인으로 나서지 왜 '늘공'(정식 공무원)이 되었느냐고? 정권을 잡아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들조차 이때가 기회다 싶어 자신들의 부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 잡는다! 잡는다!'는 흰소리만 해대면서 결국은 부동산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국민들의 복장만 뒤집는가.(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20629일 자 '참여연대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하라"', <서울신문> 202071일 자 '[단독] 집 팔라던 노영민도, 먼저 판다던 은성수도 다주택고위직의 역행', JTBC<뉴스룸> 2020629'1채만 남기고 팔라 그 후 반년. 재산 공개 내역 보니', <서울신문> 2020621일 자 '"다주택 고위 공무원이 누굴 규제하나" 무주택 젊은 층의 분노')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임대사업자와 법인, 그리고 사모리츠(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회사)들의 부동산 구입에 갖은 특혜(세제 및 대출)를 주면서 부동산 가격을 이렇게 미친 듯이 발작을 하게 만들었는가.(관련 기사 : <한국일보> 202071일 자 '경실련이 본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오르는 이유는"', <한국경제> 2020629일 자 '"직접 투자보다 낫다"국내 운용 리츠 지난해 평균 수익률 8.19%') 이 울화통 터지는 꼴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또 일반 국민들에게도 묻고 싶다. 다른 것은 다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보유세 올리자는 말엔 그토록 냉담한가.

 

가진 자들이 탐욕과 공무원들의 농단, 그리고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안고 있는 국민들이 장단에 우리나라는 지금 망조가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싸질러 놓은 똥을 말끔히 치워달라는 국민들의 순진한 마음에 문재인 정부는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불을 질렀다.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금 안 사면 끝난다'라는 심리를 조장하는 정책이 아닌, '지금 사면 끝난다'라는 심리를 불러올 충격과 공포의 정책을 시행하라. 선무당 식 어설픈 규제 아무리 하면 뭐하나. 복부인(투기세력)들은 당신들(만일 정말로 순진하게 자신들이 펴는 정책이 먹히리라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면 말이다. 나는 이런 순진한 공무원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데 그들이 백기 투항을 하고 당신들의 머리 꼭대기서 내려오게 하는 정책을 시행하라.

 

그게 바로 1가구 1주택의 보유세 강화다. 1가구 1주택에서부터 형편없이 낮은 현행 세율을 단계적으로 올려라. 목표는 공무원들과 국민 대다수가 따라가고 싶어 안달하는 미국의 보유세율이다. 또한 공시지가도 시세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라. 이렇게 할진대 어디서 감히 집값 담합과 가격 상승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은 안 하고 웬 엉뚱한 짓들만 골라 해서 이 사달을 내는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잡는 정책에서 본류는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려서 지금 이 상황이 됐다. 거기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버린 사모펀드에 대한 정책을 흉내 내 임대사업자와 법인에게 특혜까지 주었으니 부동산이 잡힐 턱이 있겠는가. 이게 과연 진보 정권 맞는가? 오히려 있는 자들에게는 규제 다 풀어주고 현금 가진 자가 주택을 싹쓸이하게 하는데 말이다. 미국을 흉내 낼 것은 내지 않고 내지 말아야 할 것은 흉내 내는 이 청개구리 관료들과 문재인 정부를 어찌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대단했다. 나부터도 그랬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 높은 지지율에도 문재인 정부가 과연 한 게 뭐 있는가? 혹시 문재인 정부의 특기는 문전 처리 미숙? 골대 앞에서 헛발질? 그대들의 헛발질에 집값만 올랐을 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다 논외로 치고, 미래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과 그것도 강남의 집 가진 부모를 둔 청년들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 세습사회를 달성할 것인가. '제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갈망하고 간청을 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이렇게 배신하고야 말 것인가.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월가의 사모펀드에 의해 그렇게 끼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도 이미 코로나가 오기 훨씬 전인 2018년부터 경고음이 울렸고 집값 하락이 시작되었다.(관련 기사 : <월스트리트저널> 2018820일 자 'Luxury Apartment Sales Plummet in New York City', <뉴욕타임스> 2018127일 자 'The Housing Boom Is Already Gigantic. How Long Can It Last?', <월스트리트저널> 2018919일 자 'Tough Times Ahead for Housing') 뉴욕의 맨해튼의 집값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물론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서울과 강남 등지에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며 '! 공무원들의 저런 것 보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떨어질 리 없어. 뉴욕의 맨해튼처럼 더 올라야 해!'하는 투기세력에게 놀아나 대한민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제 코로나다. 아무리 돈이 많이 풀린다 해도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실물경제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 비동조적 주택가격 상승은 그것 자체가 위험이다. 거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라는 재앙까지 덮쳤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다. 그러나 태풍의 눈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해 태풍이 일고 있는 것을 모르듯 지금 우리는 그런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인 양 행동한다. 그야말로 태평성대다. 투기판에 돈들이 흘러넘친다. 불로소득을 향한 탐욕의 눈들이 시뻘겋게 이글거린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태풍의 눈이었던 장소는 바로 무시무시한 태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위기는 그렇게 삽시간에 들이닥친다. 마치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강도처럼. 하여, 이렇게 하루아침에 거품이 꺼져서 모두가 쪽박을 차기 전에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 보유세 강화다. 그것이 이 나라를, 그리고 청년들을 살리는 길이다.

 

다음의 사진을 보라.

 

지난 4월 중순 피츠버그시의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친 수천 대의 차량 행렬. 출처 :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Pittsburgh Post-Gazette)>

 

불평등의 심화는 극소수의 몇 명(제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을 빈곤의 나락으로, 비참한 처지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위기의 순간엔 그것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조그만 위기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저 장사진을 치게 만드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자유시장경제가 심대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살리는 길은 극소수가 모든 것을 편취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규칙을 엄정히 지키는 것이다. 극소수의 제국만을 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저런 비참한 미국의 모습이 정녕 내 나라에서 펼쳐지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다. 아니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러려면, 우선 부동산부터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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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집 팔라던 노영민도, 먼저 판다던 은성수도 다주택고위직의 역행,” 서울신문, 2020. 7. 1.

- “경실련이 본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오르는 이유는한국일보, 2020. 7. 1.

- 송기균, “180석 집권세력은 진정 서울 집값 하락을 바랄까?”, 프레시안, 2020. 5. 30.

- “"직접 투자보다 낫다"국내 운용 리츠 지난해 평균 수익률 8.19%,” 한국경제, 2020. 6. 29.

- “집값 상승이 한국의 불평등 심화부동산 세금 강화해야”, 동아일보, 2020. 6. 29.

- “참여연대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하라", 프레시안, 2020. 6. 29.

- “1채만 남기고 팔라 그후 반년. 재산 공개 내역 보니,” JTBC, 2020. 06. 29

- “집값 못 잡는 대책에 집단 반발만. 땜질 처방 그만,” SBS, 2020. 6. 29.

- “6. 17 대책 열흘만에 곳곳서 집값 최고 기록. 정부, 규제확대 공식화,” 한국일보, 2020. 6. 29.

- “정부서 서울 아파트 값 53% 올라...MB-박 정부의 2.5,” 조선일보. 2020. 6. 23.

- ““다주택 고위 공무원이 누굴 규제하나무주택 젊은층의 분노,“ 서울신문, 2020. 6. 21.

- “Luxury Apartment Sales Plummet in New York City,” Wall Street Journal, Aug.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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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Billionaire Trump Adviser Evades Ethics Law While Shaping Policies That Make Money For His Wall Street Firm,”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April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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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프레시안

 

"종부세 양도세는 종이 호랑이"다주택자들 '콧방귀'

주택보급율 100% 넘지만 "왜 내 집은 없을까"다주택자 비중 15.9%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 등 다주택자로 포진수도권 다주택자 비중 46%

수억원 집값 뛰어도 보유세는 수십만원 올라구멍뚫린 양도세도 차익 환수에 미흡

1주택 실수요도 실거주 기간 세금 감면, 단기 매각땐 양도세 비과세 없애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내집마련을 못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푸념섞인 하소연은 "저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왜 내집은 없냐"는 것이다. 또 여기에는 신규 분양 등 집이 많아지는데도 왜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느냐는 불만도 깔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수치)104%이고, 수도권인 경기·인천도 100%가 넘었다. 이는 모든 가구가 한채씩 집을 가질 정도의 물량은 된다는 뜻이다.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는 서울도 주택보급률이 96%에 달한다. 웬만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됐지만, 지난해 기준 자가 보유율은 61.2%에 그친다. 수도권만 따지면 54.1%로 더 낮다.

 

반면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다주택자는 20121631천명에서 2016198만명으로, 2018년에는 2192천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주택 소유자 중 다주택자 비중도 13.5%14.9%15.9%로 높아졌다.

 

서울은 201230만명이던 다주택자가 2018389천명으로 늘었고, 경기·인천은 617천명이 늘었다. 다주택자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했다. 여기에는 고위공직자들히 크게 한몫하고 있다. 2주택자였던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른 다주택 비서관들에게 매각을 강력 권고하면서 청주 아파트를 내놨다. 지난해 말 같은 권고가 내려졌지만, 여전히 청와대 참모 가운데 28%가 다주택자다.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김애경 해외언론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7명이 수도권에 집을 2채씩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다주택자이고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고위 공직자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다주택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일 서울시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인사를 포함해 시의원 31%가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기준 10채 이상인 '집 부자'42823명으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강해진 것이다.

 

집을 가진 사람이 또다른 집을 사들이면 주택 공급을 늘려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까지 내려가지 못하는 정체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금 동원력을 가진 부자들이 투기성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인데, 이런 수요가 가격을 떠받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이렇게 늘어나는 건 '부동산 불패'가 하나의 신화처럼 자리 잡은 게 크다. 정부에서 정책을 쏟아부어도 되레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 투기(투자)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잠실 아파트.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부동산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폭탄"이라며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해 말 내놓은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같은 해 1~9월 거래된 9억원 초과 서울 아파트는 전년 대비 평균적14305만원이 올랐지만 종부세 증가분은 67만원에 불과했다. 시세증가액 대비 세금 증가액은 0.8%에 그친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부동산이 한해에 수억~수십억원 올라도 가격 상승에 비하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시세차익을 실현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조정지역 등에서 세율을 가산해 최고세율이 42%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다주택자들은 과도하게 혜택이 몰린 임대사업을 통해 세금을 피해갈 수도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을 감면 받는다. 결국 투기를 해서 많은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부담이 적고, 가격이 오르면 큰 수익이 가능하다보니 다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정부 정책에는 투기 차단을 위한 근본 방안인 불로소득 환수가 빠져 있다"면서 "게다가 민간 임대사업자를 정책 파트너로 끌이겠다는 생각에 과도한 당근을 제시해 정책에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1주택자들이 실거주 기간에 대해서는 재산세, 보유세를 낮추되 단기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조정대상 지역도 2년 거주만 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영국은 실거주 목적 1주택자이면서 계속 거주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프랑스는 6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추가 공제혜택이 주어지고, 실질적인 양도세 비과세는 22년 이상 보유해야 가능하다.

steel@cbs.co.kr

 

 

오래된 새 현상, 여성 재테크 미디어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금융·경제 콘텐츠가 인기다. ‘돈 많은 남편 만나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며, 경제 주체로서 여성이 돈과 자립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김흥구 경제 미디어 어피티’. 사회 초년생이 꼭 알아야 할 경제 기사와 재테크 정보를 뉴스레터 형태로 제공한다.

 

 

주식 해보면 이 온다

가격표에 적힌 5만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삼성(주식) 한 주 값인데하는 생각이 스쳤다. 1년 차 직장인 황지은씨(27·가명)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지 6개월 된 개미. 매월 20만원씩 적금 붓는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은행 예금만으로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시대잖아요.” 이공계열 출신인 그에게 주식은 먼 얘기였다. 처음 경제 기사를 읽기 시작했을 때 조사 외엔 이해한 문장이 거의 없었다. 그랬던 황씨가 이제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투자할 기업의 재무제표를 확인한다. 통장도 CMA 계좌와 적금 계좌 등 7개나 열었다. “세상 돌아가는 게 보여요. 이렇게 중요한 걸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요.” 돈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된 황씨의 말이다.

 

강가람씨(30)도 최근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2013년부터 돈을 벌었지만 금융 경제는 늘 내 일같지 않았다. 월급은 그저 고고하게 버는 것이었고 돈에 매달리는 것은 속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강씨가 푼돈에 집착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내가 나를 부양하기 위해서요. 내 문제인데도 너무 방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안 쓰는 기프티콘을 모바일 거래장터 앱으로 팔아 용돈을 챙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설문조사나 퀴즈 풀기로 포인트를 적립하기도 한다.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습관화한 것이다. 2금융권 은행에 3.8% 고금리 적금 상품이 떴을 땐 반차를 내고 다녀왔다. 지난해에 선납이연(적금 상품을 예금처럼 굴려 더 높은 이자를 얻는 기법)으로 쏠쏠한 부수입을 얻었다며 강씨는 기뻐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소비가 아니라 저축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의 일상을 바꾼 건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금융·경제 콘텐츠들이었다. 황씨와 강씨는 유튜브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와 경제 미디어 어피티’(Uppity:거만한, 건방진. 자산관리에서 여성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자는 취지로 작명)를 알게 되고 돈 얘기를 시작하게 됐다. 중앙일보기자 네 명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듣똑라는 최근 경제 콘텐츠 워니(WONEY, Woman+Money)’를 기획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월급 관리, 목돈, 내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 정보를 낯설지 않은 용어로 설명한다. “청약통장은 아파트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다” “1억원이라는 시드머니가 있으면 13번째 월급을 만들 수 있다” “첫 월급을 받으면 먼저 통장 4개를 만들어야 한다같은 출연자의 말이 명언으로 남았다. 댓글 사이로 ‘20대 때 이걸 알았더라면하는 후회와 가뭄에 단비 같은 채널이라는 응원이 교차하는 까닭이다. 개설 4개월 만에 구독자 18만명이 모였다. 돈 많은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의 15분짜리 첫 영상은 611일 기준 조회 수 70만 회를 기록했다.

 

듣똑라 유튜브 갈무리 중앙일보기자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듣똑라’. 사회 초년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제 미디어 어피티도 성장의 궤를 같이한다. 20184월 시작된 어피티는 사회 초년생이 꼭 알아야 할 경제 기사와 재테크 정보를 뉴스레터(‘머니레터’) 형태로 제공한다. 적금 만기까지 모았는데 막상 통장을 열어보니 이자가 생각보다 적을 때, 살던 집 주인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연봉 협상을 앞두었을 때 등 사회 초년생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돈 문제앞에 당황하거나 주눅 들지 말자고 머니레터는 말한다. 615, 어피티는 창업 2년 만에 구독자 7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초 60~70%이던 여성 구독자 비율도 현재 87%로 늘었다. 그중 25~34세가 85%를 차지한다. 어피티 박진영 대표는 최근 들어 대학생과 프리랜서들이 유입되면서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피티는 황씨와 강씨가 정기적으로 보는 유일한 뉴스 채널이기도 하다.

 

왜 금융 경제나 주식을 언급할 때 상상되는 주체는 드라마 미생에 나올 법한 하늘색 셔츠를 입은 남성들일까요?” 박진영 대표가 처음부터 여성을 타깃으로 한 경제 미디어를 구상하게 된 질문이었다. 돈 얘기를 할 공간이 여성들에게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동학개미운동40대 여성이 대규모 유입되었다는 기사에 남편이 하라고 해서 계좌 만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엄마들이 주식 이야기를 하던데 이제 슬슬 팔 타이밍같은 댓글이 달린다. ‘복부인이라는 오래된 표현에서처럼 여성의 투자 활동이 폄하돼온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10년 뒤에도 잘 버는모습을 꿈꾸는 동료 여성을 찾기가 어려운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잘 몰라서, 어려워서, 투자는 위험한 것이라 들어서.’ 경제활동을 하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재테크가 멀어지게 된 이유들이었다. 황지은씨는 최근에야 비로소 사회가 여성들에게 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직장에서도 주식이나 내 집 마련에 관한 대화가 단골 소재이지만 대부분 남자 상사 위주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1인 여성 가구로 살며 드는 현실적인 고민을 나눌 동료가 부재하다고 느끼던 차였다. 박진영 대표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여성들이 돈과 관련된 고민이 있다 해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들이 존재한다. 당장 버는 것보다 돈을 컨트롤하려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데 감을 익힐 기회가 그만큼 부족해진다.” 2017년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2922건 중 74%2030대 여성이었다. “돈을 불리는 것만큼, 돈을 잃지 않는 법도 중요하다라고 박 대표가 말하는 이유다.

 

일사에프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아이돈케어시리즈는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소확행은 가고 재테크가 왔다

이제 어피티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욜로 가면 골로 간다’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등의 근검절약이 생활 지침처럼 공유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소확행이나 욜로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수명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조예진씨(21)가 산증인이다. 스무 살에 뷰티 계열 회사에 취업하자마자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것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월급만 믿고 쓰다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늘었더라고요.” 한때 불었던 욜로바람에 그의 통장은 너덜너덜해졌다. 어피티의 재테크 조언에 따라 고정 지출을 처음 계산해본 날, 충격이 컸다. 작년 한 해 동안 산 화장품 비용만 80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조씨는 그 이후 꾸밈 노동을 그만두었다.

 

그는 올해 초 비혼을 결심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차 있는 남자친구를 선택하라거나 돈 많은 남편을 만나라는 이야기는 흔했어도 차를 사고, 돈을 벌라는 얘기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한때 다이어트·화장품·연애가 주였던 대화 주제가 요즘 뜨는 테마주, 고금리 저축 상품, 청년 전세대출 등으로 대체되었다고 조씨는 말했다.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돈에 대한 감각은 필수였다.

 

여성들이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팔린다. 유튜브 일사에프(14f)’에서는 여성 자산관리사가 경제 꿀팁을 전수하는 아이돈케어시리즈가 100만 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 초년생 여성의 가계부를 분석해 재테크 상담을 하거나(‘하말넘많당신의 가계부 시리즈), 비혼 여성들이 내 집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동산 팁을 전수한다(‘혼삶비결자기만의 방 시리즈). “누구는 연봉 8000만원, 누구는 3억원 모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떻게 돈을 벌고 모으는지 맥락이 나오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극을 받는다(강가람).” 황지은씨도 ‘1억원 모으기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왜 우리는 지금껏 돈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한탄 섞인 후회가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여성들이 주식과 재테크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여성의 재테크를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하게 될 경우 기존 역사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경제 확장에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해왔음에도 여성은 경제관념이 없다거나 복부인으로 불려왔다. 아파트값이 안 잡히는 것이 부녀회 담합 때문이라는 식의 사회적 프레임 탓에 경제적 주체로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배제되어왔다.” 자립을 원해도 활로를 찾지 못했던 2030 여성들에게 너도 1억원을 모을 수 있다” “돈 많은 여성이 많아지면 좋겠다라는 경제 콘텐츠들의 목소리는 페미니즘이 연 새로운 장이 되었다.

 

사회생활 1년 차 황지은씨는 마음의 평화가 통장 잔고에서 나온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어요.” 남녀 누구나 불안정한 현실 아래서 돈의 힘을 믿게 되었다. 다만 여성들이 돈과 자립을 말할 공간은 이제 막 넓어지기 시작했다.

 

주식 해보면 이 온다

어피티박진영 대표(29·사진)가 열어둔 노트북 화면에 오빠, 나 사실은 빨갱이야라는 제목이 보였다. 시사IN과의 인터뷰는 처음이 아니다. 6년 전인 2014, 온라인 매체 미스핏츠(Misfits·부적응자)’를 운영할 당시 인터뷰한 기사였다(시사IN363). 시위에 참여하는 학과 후배를 두고 한 남자 선배가 빨갱이라고 불렀다던 일화를 풀어낸 기사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기존 언론 형식을 탈피해, 톡톡 튀는 스타일과 문체로 독자를 만난다.’ 이제 기사를 찾으려면 구글에 시사인·박진영·빨갱이라고 검색해야 한다며 박 대표가 웃었다.

 

지난 6년 동안 언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정치 사회 콘텐츠를 다뤄왔지만 이를 접하는 개개인의 생활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제 미디어 어피티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길이다. 국문학과 전공이라는 이력이 약점인 줄 알았는데 강점이었다. “재테크가 잘 차려진 한상 차림이라면, 주식은 가장 원재료에 해당한다라며 재테크와 주식의 관계를 비유하기도 하고, 언어의 문법처럼 금융에 내재된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적금과 예금의 차이는 무엇인지, 금리라는 건 어떤 원리인지 얼핏 봐선 상식이지만 막상 누구에게 알려주자니 난처해지는 개념을 박진영 대표는 풀어쓰고, 비유하고, 구체화한다. 문과생 처지에서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을 붙잡을 수 있었던 방법이다. 이제는 금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까닭이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언제부터였나?

 

2017년 이전까지 온라인 매체 미스핏츠’ ‘청춘 씨:발아등에서 정치 사회적 어젠다를 가볍게 환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탄핵 정국을 거치고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콘텐츠 주제에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정치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겪는 생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은 늘 가지고 있었다. 취업준비생 때는 삼포세대로만 불리다가 정작 돈을 벌고 나니 능력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금융업계에서는 욜로소확행트렌드로 밀레니얼에게 소비 조장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사회 초년생의 지갑을 노리는 금융범죄도 심각하다. 잘 배운 사람들인데도 몰라서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더라. 주변에 금융 콘텐츠가 널려 있는데도 왜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않을까. 이 불편함을 다 같이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주식회사 이름이 포브미디어.

 

처음 시도한 분야는 금융 쪽이 아니었다. 여성 직장인들이 여가 시간에 가볼 만한 공간을 큐레이션해주는 영상 콘텐츠 미디어로 포브미디어를 시작했다. 가처분 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돈과 시간을 실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25~34세 여성 직장인들의 욕구와 맞지 않았다. 이들은 나에게 맞는 공간을 직접 탐험하길 즐겼다. 공간 큐레이션 콘텐츠가 타깃 감성과 맞지 않았다. 스타트업 미디어인 만큼 없어서는 안 될 정보이거나 생활문제를 해결해주는 콘텐츠를 좀 더 모색하게 되었다.

 

재테크로 주제를 좁히게 된 계기가 있었나?

 

20184월 즈음 타깃 리서치를 진행한 것이 중요한 계기였다. 사회 초년생 서른 명을 직접 만나서 우리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었다. 출근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점심시간에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퇴근하고는 뭘 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소비 부문에서는 각자만의 취향과 기준이 있는데, 돈 관리에서는 아직도 부모에게 맡기거나 입사하느라 너무 고생했으니 2년 차까지는 아끼지 말고 쓰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더라. 사실 사회 초년생들이 돈을 모아야 할 동기가 잘 부여되지 않는다. 독립이나 결혼처럼 큰 문제가 앞에 떨어지면 대출 정보를 부랴부랴 찾아보게 되지만 그 전까지는 재테크에 대해 해야 하는데하는 막연한 부채감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식, 재테크 등 금융 경제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된 점이 있다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여태껏 이렇게 중요한 걸 몰랐다니하고 깨달을 때가 많다. 독자들이 건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식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는 편인데, 100만원씩 넣으라는 게 아니라 찾아보면 7000원짜리도 있다. 한 주만 사보면 기업이 뭘 하느냐에 따라 내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이 생긴다.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이 말단 근로자일 텐데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처와 시장을 보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나중에 큰돈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소액으로 망해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익히자는 것이다. 소비만큼 재테크도 나에게 맞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는데, 그동안 자신만의 기준을 발굴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사회 경제적으로 처한 상황이나 집안 형편이 저마다 다른데 콘텐츠를 공급하는 처지에서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 연봉 이야기를 다룬 머니로그코너에 대한 응답 중에 박탈감, 위화감이 나오기도 하더라(독자들이 직장, 세전·세후 연봉 등 재무 현황을 공유하고 경제 전문가로부터 일대일 재테크 솔루션을 제공받는 코너다). 좋은 회사 다니니까, 부모님 집에 사니까 1억원 모았겠지 하는 반응들이다. 그런 의견들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연봉과 집안 환경의 차이가 만드는 (재테크) 격차도 분명히 클 것이다. 다만, 돈 문제를 얘기할 때 나의 가능성을 빠르게 차단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 속도를 좁히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게 되면 시드머니를 더 이상 모으기가 힘든 것처럼, 경제적인 독립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성하기가 어렵다. 사회 초년생 시기는 돈을 모으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시사인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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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보자황희석, 윤석열 부인 주가조작 연루 의혹 압박

윤석열 가족 머지않아 드러날 현란한 행각검사들 남은 자존감마저 털어버릴 것

가족 조사 석달 넘기지 않았으면

총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 촉구

조국 전 장관과 법무부서 검찰개혁 추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 소집을 똘마니 규합이라고 평가절하한 데 이어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4일 검찰을 향해 끝까지 가보자며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수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장을 지낸 황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한 인터넷매체 보도를 공유하며 머지않아 드러날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의 현란한 행각이 여러분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마저 탈탈 털어버릴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황 최고위원은 “2년이라는 임기의 절반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니고 검사 장군들 여러분도 같을 것이라면서 검사 장군들, 긴 호흡으로 길게 끝까지 가보자. 그러면 끝이 더 찬란하지 않겠는가라고 조소했다. 황 최고위원은 나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한 사람 중 하나다라면서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석달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김씨가 보유했던 주식을 언제 얼마에 팔았고, 매도 주문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하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인지 웬만한 것은 다 결정된다고 했다.

 

황 최고위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법률특별보좌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나는 꼼수다 변호인단 변호사,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거쳤다.

 

최강욱, 윤석열 검사장 소집에똘마니 규합해 장관 성토하나

 

앞서 최강욱 대표는 윤 총장의 전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똘마니들을 규합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성토하고 서울중앙지검이 총장에 대한 항명을 했다고 규정한 후 측근이나 심복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 대표는 장관 지시를 수용할 것인지 논의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라고 반문한 뒤 언론에 검찰 관계자가 검사장들 의견을 폭넓게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못된 버릇 고치기가 쉽진 않겠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께서 잘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