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5.25~5.29 이용수와 윤미향 그리고 ...

by 이성근 2020. 5. 25.

1인당 국민부담액 사상 첫 1000만 원 돌파

총선승리=무죄?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정도가 좋다

헤아릴 수 없는 손실” 1천명 부고로 채운 NYT 1

세월호는 이미 많이 기울어 구조가 어려웠다?···해경 간부들 주장 따져보니

고령부부와 1인 가구 소비성향이 높게 나온 이유는통계청 벌이 넉넉해서가 아닌 저축 못하고 다 써서

'반공 국시' 운운한 이승만 정권이 진짜 두려워한 것

종부세에 쏟아지는 모함들을 논박한다

신문의 자사 종편 프로그램 홍보, 도 넘었다

지난해 조국키워드 네이버 댓글 평정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에 쏠린 눈

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한국경제 리마인드 20]대내외 악재 딛고 주택시장 봄날기대

문재인 구속" 백악관에 또 나라망신 청원10만명 동의

'관중석 리얼돌'이 다시 불지핀 논쟁체험방 단속 법령이 없다

자식의 빈곤이 부모에게 '대올림'된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장서 보수 유튜버 "가짜 위안부...앵벌이..."

최민희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 국회의원 거부감 이해 안돼"

해외활동가, 정의연 모금 의혹 반박 할머니 체류비 드린 적 없다

죄수와 검사(한명숙)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온다는 얘기에 피신가려 했다

윤미향과 정의연의 언론플레이는 실패했다

정의연 안성 쉼터 가격 논란, 그 오해와 현실

내 보따리 내놔" 이용수 할머니 조롱 만평에진중권 "사악

이제 '밤의 대통령'은 없다[정연주의 한국언론묵시록 20] 조중동 쇠락사 (1)

빚더미에도 기업 `연봉 잔치`

빚 늘어도 기관장 연봉.업무추진비는 펑펑

이용수 할머니 조롱부터 배후설까지 상처 헤집는 정의연 논란

윤미향 의혹 놓고 여성단체 입장차 '뚜렷'

녹취공개]이용수 막아선 윤미향"국회의원 안해도 되잖아"

영화 주전장으로 보는 정의연 사태

한국 GDP 순위 810위로 2계단 하락...캐나다·러시아 8·9위 올라서

야동 볼 권리주장한 문화일보 논설고문

청와대 악의적 보도”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조선일보 맹비난

한겨레사설] 전체를 코로나 위험에 빠트리는 일부의 무책임

거짓신고 백인, 목눌려 죽은 흑인···분노케한 두 영상

 

 

1인당 국민부담액 사상 첫 1000만 원 돌파

1인당 국민부담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부담액은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과 각종 강제성 연금·보험료를 합한 것이다.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24일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부담액은 10141000원으로 파악됐다.

 

세금과 강제성 연금·보험료 등

해마다 증가, 1014만 원 기록

코로나로 부담액 빠른 증가 전망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조세수입은 국세(2935000억 원)와 지방세(913000억 원)를 합해 3848000억 원이었다. 4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료 등으로 구성된 사회보장기여금1396000억 원이었다. 이를 지난해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국민부담액이 10141000원으로 나온다.

 

1인당 국민부담액은 해마다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3689만 원 2014720만 원 2015772만 원 2016841만 원 2017906만 원 2018982만 원 등이다. 국민부담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국민부담률 역시 지난해 2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국민부담액이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특히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기여금이 부담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정부는 1월부터 건강보험료율을 3.2% 올리고 장기요양보험료율도 10.25% 인상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기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때문에 결국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지출이 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부담해야 하는데, 결국 이도 국민부담액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총선승리=무죄?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정도가 좋다

한명숙(76)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 사건은 20101심 선고를 시작으로 2017년에 대법원 확정으로 종결된 사건이다.

 

그런데, 뒤늦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넨 한만호(2018년 사망)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한만호 전 대표는 비망록에서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이에 추미애 법무장관 마저 "구체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비망록이 이미 1,2,3심에서 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만호 비망록은 당시 재판에도 제출됐지만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을 받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거가 위조됐거나 위증 등이 증명된 때로 재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판결을 뒤집을만한 명백하고도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만 재심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증거가 없다. 한만호 대표의 비망록만 있을 뿐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의 주장이라 신빙성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권여당에서 재심 주장이 나오는 것은 총선승리에 따른 한풀이라는 역공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선승리에 취한 현 정부 일부 핵심세력이 '친노대모 살리기'에 나섰다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유죄가 무죄가 되고 법법자가 양심수로 둔갑될 수는 없다.

 

정치가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20"활정된 재판이 잘못됐다고 (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정치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법불신의 큰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여권 일각에서 '공수처 대상 1'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현 정부의 염치까지 의심케하는 어불성설이다. 다만, 법무부나 검찰의 자체 진상조사 여지는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법원 소수 의견에도 검찰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검사가 한만호 대표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라는게 일부 대법관들의 의견이었다. 검찰이 비망록에서 유리한 부분만 발췌했을 것이고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검찰도 오랜 세월 여러 사건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강압과 회유, 협박 등의 행태가 가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부나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또 다시 현재권력과 검찰이 대립하는 모양새이다.

 

한명숙 재심을 주장하려거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상조사 정도로 이번 논란을 마무리 짓는 게 명분있는 집권여당의 품격이 될 것이다.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2020-05-22

 

댓글 -반짝반짝합이한짝: 1.1심의 무죄판결을 뒤엎고 2심에서 유죄남.

----그 유명한 판사...국민 노후자금 사천억을 쌈싸먹은 죄를 집행유예로 풀어준...

2.대법 판결당시 양승태쪽은 본 건을 상고법원 신설의 딜 소재로 사용.

3.2심에서는 진술을 번복한 한만호(유일한 증인,증거X)를 부르지도 않음.

4.언론이 문제를 지적했어야 했으나, 기레기들이라 그런놈 없음.

5.이제와서 유시민 이사장 건등으로 조작 정황이 구체화 되고있음.

6."잘못된거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끝내지?"라는 기레기쉐이의 씨부림.

이게 칼럼이란다....반성이란걸 몰라 개새끼

 

-카덴차: https://ccnews.lawissue.co.kr/view.php?ud=23096 -- 그런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특히 한명숙 의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를 지적하고 나아가 원심 판단이 옳다며, 다수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들까지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판 수위도 상당했다... (이하 중략)사법농단이 딴 나라 딴 시대의 얘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만큼이나 양승태의 사법거래는 위중합니다. 한명숙의 유죄가 한만호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이고, 그가 1심에서 그 증언을 번복하여 무죄가 나왔는데, 2심에서는 오직 최초의 증언만을 받아들이고, 후속 검증없이 유죄를 내렸고, 대법원은 법률심이고, 양승태씨가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검찰의 국가권력을 동원한 불법이 난무하고, 사법부도 일부는 그에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 이는 반드시 조사해서 시비를 가려야 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손실” 1천명 부고로 채운 NYT 1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10만명 육박]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신혼 즐길 시간 없던 아내

숨진 1천명 이름 함께 짧은 사연 소개

이들이 우리숫자 아닌 개인 비극 표현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

미국 <뉴욕 타임스>241면 전체를 코로나19로 숨진 이들 1천명의 이름으로 채웠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자, 이 수치의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궂긴 소식으로 채운 것이다.

 

미국 사망자 10만명,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기사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살던 57살 패트리샤 다우드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미국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로 알려진 그의 이름 앞엔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이었다는 짧은 설명이 붙었다.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사망자 매리언 크루거(85)는 기사 속에서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플로리다주 리카운티의 저메인 페로(77)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로 기사 속에서 기억됐다. <뉴욕 타임스>이들은 단지 명단 속의 이름이 아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라는 부제를 통해 1면 전체를 궂긴 소식으로 채운 이유를 설명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자는 취지다. 시몬 랜던 그래픽 담당 부국장은 사망자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독자와 내부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사망자들의 이름을 실음으로써 개인의 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9708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정점을 찍었다며 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날엔 백악관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골프장에 가서 약 3시간 반 동안 골프를 치기도 했다. 38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골프장에 간 뒤 76일 만에 골프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일행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자택대피령을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날에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를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확인한다며 주지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문을 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세월호는 이미 많이 기울어 구조가 어려웠다?···해경 간부들 주장 따져보니

해경 간부들 면피성 발언통할까?

세월호 이미 많이 기울어 구조 어려웠다·현직 책임자 첫 공판서 주장

 

해경청, OO조선사에 자력 탈출 가능 횡경사기술검토 요청(52).”

 

20145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작성한 문건 내용 중 일부다. 당시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동향을 살피던 중이었다. 문건에는 해양경찰청이 20145월 선박 탑승객들이 자력 탈출할 수 있는 선박 경사각을 대형 조선사에 문의한 내용이 담겼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해경은 선박 손상으로 선체 기울기 45도일 때 탑승자 이동 및 탈출 가능 여부 및 선내 인원이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선체 횡경사 각도 검토 요청이라고 썼다. 문건에 나온 조선사의 검토 결과를 보면 정상 보행자세는 아니겠으나 경사각 35도 이전까지는 느리게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 다만 선체 내 장애물, 연기, 침수 상태, 사람들의 심리 등 각종 변수들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력 탈출 가능 각도는 신중히 검토돼야 함이라고 나와 있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의 모습. 권도현 기자

 

해경이 검토를 요청한 이유는 기무사 문건에 담기지 않았다. 류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해경의 면피성 검토라고 봤다. 류 변호사는 해경은 당시 세월호 참사 수습에 여념이 없어야 할 때였다. 구조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자력 탈출 가능성을 따져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해경이 배가 기울어 퇴선 명령을 내리고 구조에 나섰어도 탑승객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논리를 만들어 구조 실패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취지라는 얘기다. 해경 측은 재판 중인 사항과 관련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구조 책임이 발생했을 때는 세월호가 이미 많이 기울어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논리가 최근 다시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 구조 책임으로 기소된 해경 전·현직 간부들의 첫 번째 공판에서다.

 

명백한 구조 책임

지난 420일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 책임자인 전·현직 간부들의 첫 재판.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어떤 쟁점을 다툴 것인지 밝혔다. 도덕적 비난은 감수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담긴 주장이 여럿 나왔다.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측 변호인은 설령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에 이미 세월호가 많이 기운 상황에서 퇴선 명령이 있었다면 구조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도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국장은 참사 2년 뒤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었다.

 

이 전 국장 측 주장은 적어도 나에게 구조 책임이 발생한 시점에는 퇴선 명령을 내렸어도 구조가 어려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경 간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주의의무(구조 책임)’를 다했는지 재판에서 다툰다. 주의의무 소홀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해경 간부들의 재판에선 구조 책임 발생 시점과 구조 책임의 범위는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구조 골든타임에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사실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의 핵심 근거 중 하나다.

 

해상사고가 일어나면 해경은 매뉴얼에 근거해 중앙구조본부와 광역구조본부, 지역구조본부를 가동한다. 중앙구조본부장은 해양경찰청장이 맡는다. 해경 본청 간부들도 중앙구조본부의 주요 보직을 맡는다. 역할에 따라 주의의무도 조금씩 달라진다.

 

참사 당시 해경 매뉴얼상 이 전 국장의 역할은 중앙구조본부장(해경청장)과 부본부장(해경 차장) 밑의 중앙조정관이었다. 중앙조정관은 구조대응 상황 분석·판단과 조정·통제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해상사고 구조의 실무를 총괄하는 업무나 마찬가지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당시 매뉴얼에 나온 직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해경이 참사 당일 작성한 중앙구조본부 운영계획을 보면 중앙조정관은 직제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해경은 해경청장 산하에 총괄반·상황반 등 5개 대응반을 꾸렸다. 이 전 국장은 상황반을 맡았다. 산하에는 상황담당관·경비항공과장·수색구조과장·정보통신과장·국제협력담당관이 배치됐다. 국제협력담당관을 제외하면 해상 구조와 관련한 주요 보직자들이다. 직제만 보더라도 이 전 국장이 핵심 구조 책임자인 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해경 간부들에게 구조 책임이 발생한 시점도 참사 직후다. 해경 측은 참사 당일 오전 910분 중앙구조본부가 가동됐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오전 910분부터 해경 주요 간부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구조 책임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 전 국장도 예외는 아니다. 참사 당일 최초 신고는 오전 852분쯤 이뤄졌다. 중앙구조본부 가동 시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중앙구조본부에서 구조를 지휘한 해경 간부들에게 세월호 참사 전반의 구조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16일의 약속 국민연대회원들이 지난 55일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세월호 전면 재조사와 성역 없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

17분간 퇴선 명령 지시 공백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을 시간대별로 보면 이 전 국장의 구조 책임은 크게 해경 123정 도착 전후로 나뉜다. 123정은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의 소형함정이다.

 

해경 주요 간부들이 모여 있던 본청 상황실은 오전 940분쯤 123정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다. 해경 본청 상황실에선 참사 당일 오전 944분에야 구체적인 구조 지시를 시도했다. 당시 해경 본청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을 보면 현장 상황 판단, 선장과 통화, 라이프래프트(구명뗏목) 등 이용 탈출 권고 바람’(오전 944), ‘라이프재킷(구명조끼) 입고 갑판상으로 집결 조치’(오전 955)라고 나와 있다. 현장에 있던 해경 123정에 전달한 조치다. 이 전 국장은 본인 지휘 아래 123정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123정에는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이 없어 이 전 국장의 지시를 확인할 수 없었다.

 

법원은 김경일 전 해경 123정 정장 재판에서 현장 상황을 보고받은 해경 상황실에서 오전 957분까지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 전 국장을 비롯한 해경 본청 간부들은 940분부터 최소 17분간 실질적인 퇴선 명령 지시를 내리지 않은 셈이다. 앞서 법원은 김 전 정장이 현장 상황을 파악한 오전 944분 이후 적극적인 퇴선 유도를 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이 전 국장 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중앙구조본부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해경 간부들은 참사 직후부터 해상사고는 중앙보다 현장의 중요성이 크다는 주장도 이어오고 있다.

 

법원에 제출된 시뮬레이션 자료도 이 전 국장의 구조 책임을 뒷받침한다. 김 전 정장 재판에 제출된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의 가상대피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전 94537초쯤 퇴선 방송이 실시됐다면 617초 만에 선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탈출할 수 있었다. 세월호가 59.1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법원은 김 전 정장 재판에서 시뮬레이션처럼 전원 구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일부 승객의 탈출 가능성은 인정했다.

 

이 전 국장에겐 123정의 참사 현장 도착 전까지 구조 책임도 있다. 해경 본청 상황실 교신 등을 보면 123정 도착 전까지 세월호 교신 시도 지시, 항공 구조대 지휘 시도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류 변호사는 해경 본청 책임자들은 구조 세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세월호와 교신을 하라고 일선에 지시하는 시도, 헬기와 교신하며 구조하려는 시도, 적어도 갑판 위로 올라오라고 해서 구조선이 도착하면 바로 구조될 수 있게 하는 사전적 조치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현장과 가까운 지역구조본부가 실질적 책임자라는 주장도 핑계다. 지역구조본부가 제대로 구조를 못 하면 이를 바로 잡는 게 중앙구조본부에 있는 간부들의 역할이라고도 말했다.

 

퇴선 명령이 인명피해 부른다?

첫 공판에서는 섣부른 퇴선 명령이 오히려 인명피해를 더 키울 수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조형곤 전 목포해양경철찰서 상황담당관 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구조) 선박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퇴선을 지시했다면 사람이 익사하거나 뛰어내리는 도중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상황담당관 측 주장 또한 법원이 내린 결론과 배치된다. 법원은 이미 김 전 정장 재판에서 퇴선 명령이 승객 생존과 직결된다고 봤다. 법원이 든 근거는 해경이 숙지해야 할 매뉴얼이다.

 

법원은 김 전 정장의 재판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수온(12.6)과 국제 항공 및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의한 생존 예상 시간을 고려하면 퇴선 유도 조치에 따라 세월호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매뉴얼상 생존 예상 시간은 10~15도 사이 수온에서 6시간 미만이다.

 

법원은 세월호 참사 해역에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선박이 있었던 점을 들어 퇴선 명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사고 이후 둘라에이스호, 어업지도선인 전남 201호 등 선박들이 세월호 근처에 도달한 시간, 승선 가능 인원과 해경 소속 CN-235 초계기가 참사 당일 오전 930분쯤부터 상공에 뜬 상태로 세월호 주변을 관찰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승객 443명이 모두 사고해역에 표류했다고 하더라도 전남 201호가 도착한 오전 106분쯤까지 바다에 표류한 모든 사람의 구조가 가능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법정 증언들도 퇴선 명령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유조선 둘라에이스호 선장은 20148월 세월호 선원 재판에서 사고 당시 승객들이 맨몸으로 수영을 했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었으면 구조할 수 있는 상태였다구조만 됐다면 476명 승객 모두 둘라에이스호에 임시로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고 증언했다. 둘라에이스호는 참사 당일 오전 918분쯤 배를 세월호에서 200~300인근까지 이동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고령부부와 1인 가구 소비성향이 높게 나온 이유는통계청 벌이 넉넉해서가 아닌 저축 못하고 다 써서

1분기 가계동향 분석소비를 가장 적게 하는 가구는 ‘3인 가구

1인 가구와 고령 부부가구의 소비성향이 다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원 수별로 소비를 가장 적게 하고 저축을 많이 하는 가구는 3인 가구였다.

 

22일 통계청이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공개한 ‘20201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를 보면 2인 가구 가운데 가구주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부부가구의 올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2.9%2인 가구 평균(67.6%)보다 높았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구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료, 은행이자 등을 내고 남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고령 부부가구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3만원을 소비지출에 썼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100에서 평균소비성향을 뺀 나머지 수치를 저축률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소비성향 항목은 통계청이 소득 부문과 지출 부문을 통합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번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하면서 새로 조사항목에 편입됐다. 이들의 소비성향이 높은 이유는 벌이가 넉넉해서라기보다 저축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동기가 부족해서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고령 부부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051000원이며, 한 달 소비지출액은 1496000원이다. 지출 가운데 비중이 큰 항목은 24.5%를 차지한 식음료품으로 2인 가구 평균(17.9%)보다 6.6%포인트 더 높다. 보건(14.1%), 주거비(14.1%) 지출이 뒤를 이었고 오락·문화비 지출은 3.0%였다. 이들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73.3세이며 전체 가구의 12%가량을 차지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90만원이며 71.5%를 소비지출에 썼다. 지출의 21.8%는 주거비가 차지했다. 이들은 음식·숙박비(외식 등) 지출(16.2%)이 식음료품(식자재) 지출(11.9%)보다 컸다. 집밥보다 외식을 선호하는 생활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1인 가구의 경우 음식·숙박비 지출(18.1%)은 식음료품(10.4%)보다 1.7배 더 높았다.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9.7%로 가구 형태 가운데 가장 높다.

 

소비성향이 가장 낮은 가구는 3인 가구였다. 이들의 평균소비성향은 전체 가구원 수별로 가장 낮은 62.3%였다. 2인 가구는 67.6%, 4인 가구는 68.3%, 5인 이상 가구는 75.4%였다. 절대적 소비지출액은 가구원 수에 비례해 1인 가구 1359000, 2인 가구 2003000, 3인 가구 3018000, 4인 가구 3803000, 5인 이상 4276000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1·2인 가구는 주거비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게 나타난다처분가능소득 절대액이 적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반공 국시' 운운한 이승만 정권이 진짜 두려워한 것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국회 프락치 사건과 반민특위 해체

대한민국 국시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대구 중구·서구에서 당선된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은 19861014일 대정부 질문을 시작하자마자 "총리, 우리나라의 국시가 반공입니까?"라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러자 누군가가 "무슨 소리야?"라고 외쳤다. 유성환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합니다"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국시가 반공입니까?'라고 물으면, 이성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고 '무슨 소리야?'라는 고함이 나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이승만 정권이다. 그들은 반공을 국시로 천명했다. 또 반공 국시를 명분으로 국제적인 영향력 팽창까지 도모했다.

 

세계전략에까지 영향 미친 이승만의 반공 국시

1948년 재일대한청년단을 예방한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민간 단체인 대한청년단의 총재를 맡았다. 이후 대한청년단은 민간인 살해와 불법구금을 진두지휘하다 국민방위군 사건에까지 연루된다.

이승만 대통령. (자료사진) 대한뉴스

 

1954615일 이승만은 경남 진해에서 한국·타이완(대만필리핀·태국·베트남·오키나와·홍콩·마카오를 참여시키는 아시아반공연맹을 창립했다. 그는 이를 발판으로 태평양동맹까지 만들려 했다. 그의 태평양동맹 구상은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인 동북아시아조약기구(NEATO) 및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를 추진하던 미국의 세계전략과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태평양 구상도 무산되고 동북아시아조약기구도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이승만 정권의 반공 국시는 미국의 세계전략에까지 생채기를 낼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승만의 반공 국시가 실제로는 친일청산 저지용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38선 이북의 적대세력이 아닌 그 이남의 친일청산 지지세력을 겨냥한 논리였던 것이다. 이 점은 19495월의 대형 사건에서도 표출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정부가 1948815일 수립된 이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친일청산이었다. 반민특위는 보수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친일파들을 향해 역사청산 작업을 전개했다.

 

기득권을 가진 보수세력은 가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반민특위보다 더 열성적으로 싸웠다. 일례로, 그해 827일에는 "반민족자를 처단한다는 자는 공산당 주구다"라는 삐라를 서울 시내에 살포하고, 923일에는 친일청산을 반대하는 반공국민대회를 서울운동장에서 열었다. 이 날 경찰은 '불참하면 빨갱이로 만들겠다'는 식의 협박을 해가며 시민들을 서울운동장으로 동원했다. '친일청산반대 국민대회'라고 하지 않고 '반공국민대회'라고 한 것은 차마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반민특위는 19491월부터 친일파들을 하나둘 체포해나갔다. 125일에는 친일 경찰 노덕술을 체포했다. 그러자 보수세력의 위기감 또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 독립투사들에 대한 악명 높은 고문으로 유명했던 그가 덜컥 체포되자, 대통령 이승만까지도 예민해졌다. 반민특위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된 것이다.

 

이승만은 반민특위가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은 다음달인 226일 발표한 특별담화에서 증명된다. 담화문에서 그는 반민특위의 활동 근거인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반민특위의 축소를 제안했다. 그는 "이미 법무부와 법제처에 지시해서 법안의 일부를 고쳐 국회에 제출케 하는 중이니, 우선 조사위원의 과도한 행동을 금지하기로 작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민특위는 과도했다는 게 그의 인식이었다.

 

담화에서 그는 반민특위 특경대의 해체도 제안했다. 반민특위에 부여된 공권력으로 인해 친일청산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반민특위가 범법자를 조용히 조사해야 하는데도 그럴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표했다. "근자에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런 의도는 하나도 참고치 않고 특별조사위원 2, 3인이 경찰을 데리고 다니며 사람을 잡아다가 구금·고문한다는 보도가 들리게 되니, 이는 국회에서 조사위원회를 조직한 본의도 아니요, 정부에서 이를 포용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민특위를 방해했으니, 보수세력과 친일세력은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매우 대담한 방법으로 방해 활동을 전개했다. 그들이 생각해낸 작전 중 하나는 반민특위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남조선노동당(남로당) 프락치로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국회 소장파로 불리며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의원 그룹을 남로당 끄나풀로 몰아 감옥에 가뒀다.

 

이들에 대한 체포는 3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5월에는 이문원·최태규·이구수 의원, 6월에는 황윤호·김옥주·강옥중·김병희·박윤원·노일환·김약수 의원, 8월에는 서용길·신성균·배중혁 의원이 구속됐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구속된 국회의원들. 사진은 19491118일자 <경향신문>.

경향신문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국회의원이 체포됐음을 알리는 보도가 나온 것은 1949520일부터다. 이날 언론들은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현역 의원 구속을 보도했다. 이미 구속됐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이날부터 뒤늦게 보도했다. 이 날짜 <동아일보> 기사 '모종 사건에 관련?'은 이렇게 보도했다.

 

"전북 익산군 출신 국회의원 이문원(동성회 의원) 국회의원은 18일 하오 3시 돌연 중부경찰서 사찰과에 검거되어 취조를 받고 있는데, 국회에 대한 신체구속은 금번이 처음인 만큼 주목되는 바 있으며, 특히 전기(前記) 이씨가 소위 소장파의 거두로 국회의 중간파적 색채를 띤 그룹을 리드하고 있던 점이 주목된다."

 

이문원이란 이름 옆에 표기된 동성회(同成會)는 무소속 그룹인 동인회(同仁會)와 성인회(成人會)가 통합된 모임이다. 동성회에 속한 이문원은 소장파 그룹을 이끌며 친일청산과 반민특위를 지원했다. 그런 이문원에 대한 체포가 대한민국정부 헌정사상 최초의 현역 국회의원 체포였다. 친일청산이 보수세력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승만 정권은 국회 소장파가 국제연합 한국위원단에 외국군 철수와 군사고문단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지적했다. 의견서 제출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의견서 제출의 배후를 문제 삼았다.

 

이승만 정권은 소장파가 남로당 지시를 받고 그렇게 했다고 몰아세웠다. 194973일자 <경향신문> 기사 '국회 내에 남로 푸락취부 설치코'에 따르면, 72일 국방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에 대한 남로당 지령 제1호가 단기 4282(1949) 226일 내려졌다면서 그 지령을 소개했다.

 

"국회 프락취부 제1회 지령: 단기 4282226일 노일환·이문원 양인(兩人)은 남로당 국회푸락취부 오루구로부터 ()외군(外軍) 철거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통과시킬 것 ()유엔 한국위원단에게 외군 철퇴 진언서 연판운동을 전개하되 국회위원 명을 획득할 것 ······ 등 사항의 지령을 수()하였음."

 

위 발표를 입증할 물증은 없었다. 재판도 그런 것 없이 진행됐다. 검찰의 주장이 곧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의원들은 남로당 끄나풀로 확정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회 프락치 사건은 국회 소장파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이것은 반민특위 친일청산에 일대 타격이 됐다. 국회 프락치 사건은 의회에서 친일청산을 지지하고 변호해줄 세력의 몰락을 의미했다. 194966일 반민특위가 경찰의 공격을 받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반민특위를 보호해줄 버팀목이 5월부터 국회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민특위는 그해 10월 해체됐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청산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남로당 빨갱이로 몰아 숙청했지만, 당시의 대한민국 제도권에 소위 '빨갱이'라 할 만한 세력은 없었다. 남북분단을 거부하는 세력은 1948510일 제1대 총선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총선에 출마해 국회로 진출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북분단을 인정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문원을 비롯한 국회 소장파들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보면 보수파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보수파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은 친일청산을 지지했다는 점뿐이다.

 

공산주의와 관계없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이를 정당화하고자 반공 국시를 운운한 이승만 정권의 행태는 그들이 말한 반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들이 진짜로 두려워한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친일청산론을 일으켜 정권의 지지 기반인 친일파를 약화시키려는 세력이 그들은 더 두려웠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를 보호하기 위해 반공 국시를 운운했다. 반공 국시의 저변에 친일청산 거부론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 정권 앞에서 "우리나라의 국시가 반공입니까?"라고 물었다면, 그들은 "무슨 소리야"라고 인상을 쓰면서 속으로는 '국시는 친일청산 반대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김종성(qqqkim2000)

 

종부세에 쏟아지는 모함들을 논박한다

[ 민언련 시시비비 ]

종부세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이 올라가고 다주택자들의 세율과 세부담상한이 상향됨에 따라 종부세 부담도 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된 미디어들의 세금 폭탄 프레임도 다시 재연될 것이다. 차제에 미디어들이 종부세를 공격하며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리들을 사전적으로 점검하고 논파할 필요가 있다.

 

1주택자는 실수요자인데 종부세를 부과하는 건 징벌적 과세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소득세처럼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나 법인이 사회와 공공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혜택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사용요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1주택자라 하더라도 토지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1주택자이건, 다주택자이건, 투기 목적이건, 실수요 목적이건 구분할 필요 없이 종합부동산세에서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에 불과한데(예컨대 실거래가 10억짜리 아파트의 보유세가 년간 150만 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보유세가 이렇게 낮다 보니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 수 없다)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서비스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보유세 강화는 이를 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1주택자들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 다주택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뿐만 아니라, 대형 주택의 증가라는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킨다. 많은 사람이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1주택자 종부세 면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1주택자들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투기목적(예컨대 근래 부는 똘똘한 집 한 채열풍을 생각해 보라!)이 있을 수 있다. 만일 1주택자들에게만 종합부동산세 면세 조치를 취한다면, 공시가격 30억 원짜리 주택 1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시가격 4억 원짜리 주택 2채를 소유한 경우는 포함되는데,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렇게 되면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이는 다시 부동산투기를 불붙일 도화선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요컨대, 1주택자에도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보유 기간 및 연령에 따라 세액을 크게 공제해준다. 5, 10, 15년 등 보유 기간에 따라 산출세액의 20%, 40%, 50%를 각각 공제해 주며, 세대주 연령이 60, 65, 70세 이상일 경우에는 각각 산출세액의 10%, 20%, 30%를 공제해준다.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고령자공제는 총 공제율 80%까지 중복공제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1주택을 소유한 종부세 대상자 중 주택을 장기로 보유한 사람이나 고령자는 차 떼고 포 떼고 정말 소액의 종부세를 내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가혹하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은퇴자 중에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점이다. 대체로 자산이 많은 사람이 소득도 많다. 백 보를 양보해 소득이 없어 종부세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하는 고령자의 경우에는 보유세를 낼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소득이 없다고 하더라도 종부세를 부담할 수 있는 고령자가 있고, 그렇지 않을 수가 있는데, 만약 후자라면 납기를 유예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일종의 과세이연제도인데 상속, 증여, 매매 등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층이라고 해서 종부세 면세나 감세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가 노령층이라고 해서 빗겨가지 않은 것처럼, 공평과세의 원칙에서 노령층도 예외일 수는 없다. 게다가 종부세는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세다. 고가의 고급차를 소득 없는 고령자가 몬다고 해서 자동차세를 감면해 주지 않는 이치를 생각해 보라.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논리는 종부세를 부당하게 공격하기 위해 미디어들이 만든 곡학아세에 불과하다.

 

보유세를 높이면 매수인 혹은 임차인에게 전가되어 오히려 서민들만 피해를 입는다?

이 주장은 보유세 전가론인데 대부분의 미디어가 보유세를 음해할 때 흔히 사용하는 논리다.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 주장의 허구성을 살펴보자.

 

매매시장에서 보유세는 전가되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들어가는 주거비용을 올리지 못한다. 세금 전가는 공급자가 공급량을 가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재화에서나 가능하다. 일반 재화의 경우 가격 변화에 따른 공급량과 수요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쪽이 세금을 상대편에 전가한다. 그러나 토지는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공급자가 가격에 따라서 그 양을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보유세는 소유자가 모두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매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보유세가 강화되면 투기적 목적으로 가지고 있던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하향 안정화됨으로써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 당시 이른바 종부세 회피 매물이 강남권에서 봇물을 이루고, 그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는데 종부세의 효과를 생생히 보여 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임대차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각에서는 보유세가 인상되면 소유자가 인상분을 바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주택 소유자가 전능한 존재라고 전제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가 인상되기 전이라도 전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주택 시장의 임대료는 보유세의 전가를 통해서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서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차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다.

 

물론 보유세가 강화되면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전세물량을 월세 물량으로 빠르게 전환(전세제도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에 의존한다)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와 박근혜 정부 초반기에 벌어진 전세대란을 복기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장차 발생할 수도 있는 전세대란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패키지로 도입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금. 사진=gettyimagesbank

 

보유세를 높이면 양도세는 낮춰줘야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

보유세가 재산을 보유하는 데 대한사회적 책무라고 한다면, 양도세는 소득이 발생한 데 대한 세금이다. 부동산을 양도했을 때 이익이 없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있다 하더라도, 주택은 가장 기본적인 자산일 뿐 아니라 팔고 다른 주택을 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득세와는 차이를 둔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따라서 보유세가 강화될 때 문제는 되는 건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과세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보유세가 현저히 낮다는 점, 부동산 양도차익은 악성의 양도차익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건 불가하다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오히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 로드맵 발표 + 유예기간을 준 후 양도세 중과패키지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디어오늘

 

신문의 자사 종편 프로그램 홍보, 도 넘었다

[비평] 조선일보 미스터트롯’, 중앙일보 부부의세계홍보 치중자회사 콘텐츠라도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다뤄야

지난 16JTBC ‘부부의 세계28.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최고시청률 31.7%)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했다. 비지상파 드라마 부문 신기록이었다.

 

18일 중앙일보 18면 문화면 톱기사 “‘부부의 세계최종회 28.4% ‘SKY캐슬도 넘었다는 해당 드라마가 JTBC ‘스카이캐슬의 신기록을 넘어섰고 화제성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아역부터 신인까지 연기 구멍 없이 탄탄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배우들의 열연과 아역배우 전진서 등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감정 묘사 일품이라는 주제에선 드라마 8회에서 지선우(김희애)가 괴한에게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가해자 시점에서 연출됐다는 문제를 짚기도 한다. 기사는 22~23JTBC의 부부의 세계 스페셜 방송 편성을 홍보하며 끝난다.

 

물론 중앙일보만 부부의 세계 종영 소식을 다룬 건 아니었다. 서울신문도 1826면에 부부의 세계 주인공인 배우 김희애의 소감을 전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도 22면에 “‘부부의 세계신드롬 남기고 종영원작 제작진도 축전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자회사인 JTBC에서 방영한 부부의 세계 관련 기사를 꾸준히 홍보해왔다. 부부의 세계가 방영하기 시작한 327일부터 518일까지 9번의 기사가 나왔다.

중앙일보가 부부의세계를 다룬 기사 혹은 기사 제목.

 

중앙일보는 지난 2일 토요판 2면에 기획기사로 아내도 불륜녀도 둘 다 사랑한다고? 이태오, 너는 누구냐라는 기사를 실었다. 427일 중앙일보는 20면에 부부의 세계 원작자 마이크 바틀렛의 이메일 인터뷰를 실었다. 414B6김희애vs김혜수 50대 배우들의 완전 다른 스타일이라는 패션 기사로 부부의 세계를 언급했다. 413B6면 문화면에선 스릴러냐 판타지냐 이혼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이라는 기사를 통해 부부의 세계와 KBS ‘한번 다녀왔습니다를 비교했다.

 

7일 중앙일보 B6면 문화면 바람 피운 남편, 몸만 나가? 그건 드라마 속 얘기지에선 변호사가 본 부부의 세계 이혼 현실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실었다. 41B6김희애 그녀의 불륜엔 뭔가 있다, 2회 만에 시청률 10%”라는 기사로 초창기 부부의 세계 시청률이 높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부부의 세계를 중심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칼럼(427메데이아, 포스터, 지선우’)이나 문화면 기사 제목(명화로 보는 부부의 세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화제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주 다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타사 보도와 비교해 논란 등은 다루지 않는 점에서 자사 홍보에 지면을 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예를들어 12일 조선일보는 잘나가던 부부의 세계, 아역들 연이어 논란이라는 짧은 기사를 게재했다. 18면 상단에 3줄짜리 기사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 중인 아역배우들이 과거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구설에 올랐다라며 차해강 역의 배우 정준원은 음주흡연 관련 사진이, 이준영 역의 배우 전진서는 욕설 게시물이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부부의 세계 아역 논란을 짧게 언급한 기사.

 

중앙일보는 부부의 세계를 다룰 때 홍보 위주로 다루고, 논란은 기사 내에 잠깐 언급하는 정도로 그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중앙일보의 일만은 아니다. 신문이 자회사로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고 있을 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TV조선 인기프로그램 미스터 트롯방영기간(12~312) 동안 수십건의 미스터트롯 홍보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 지면을 통해 TV조선 미스터 트롯광고를 직접 실은 것만 14건이다. 그 외에도 방영 기간 당시 방송면의 TV프로그램 소개 지면은 대부분이 미스터트롯 홍보였다. 기획기사에서 미스터트롯출연자 인터뷰, 관계자 인터뷰, 시청률 관련 기사까지 쏟아냈다. 조선일보 편집국 데스크들도 미스터 트롯 관련 칼럼을 쓰곤 했다.

조선일보의 미스터트롯 관련 기사.

 

미스터 트롯 첫 방영날부터 태권트롯, 마슬트롯, 정통트롯, 트롯맨들이 홀린 밤’(14), ‘실력파들의 승부, 그들의 인생스토리, 아이돌 뽑는 오디션이 따라올 수 없는 매력’(14) 기사가 등록됐고 ‘TV는 물론 포털유튜브도 점령 콘텐츠 영향력 1위 찍은 미스터 트롯’(19), ‘소름 돋는 향연 미스터트롯 단 2회만에 시청률 17.9%’(111) 등 영향력 홍보 기사도 줄이었다.

 

한국의 파바로티, 복면 삼식이, 리틀 남진 트로트BTS해도 되겠네요’(111), ‘김호중이냐 임영웅이냐 달아오른 트롯맨레이스’(118), ‘나만의 트롯맨을 뽑아라 투표 닷새만에 110만표 돌파’(123), ‘트로트 신동들 올해도 도전은 계속’(124), ‘열세 살 색소폰, 에어로빅 트롯 요즘 답답했던 속이 뻥 뚫렸어요’(21), ‘PD가 점찍은 트롯맨은 없다, 우린 마스터들을 믿는다’(25), ‘최고 시청률 또 깬 젊은 트롯 2030도 열광시켰다’(28), ‘열세 살 소년의 이 풍진 세상 전국을 울렸다’(215)광고와 TV프로그램 소개 기사를 빼고도 방영기간 중 30여편의 기사가 쏟아졌다.

 

자회사의 콘텐츠라도 홍보 일변도가 아니라 저널리즘적 기준으로 콘텐츠를 다뤄야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 화제성있는 콘텐츠라면 찬양 일변도로 리뷰기사가 쏟아지는 반면 콘텐츠에 대한 따끔한 비평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지면의 경우 자회사 콘텐츠를 홍보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의 경우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필수로 설치해 비평해야 하는데, 일간지의 이러한 자회사 콘텐츠 홍보에 대해서는 독자위원회 등도 지적하지 않는다자회사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다뤄야하는 것인지 따져보고 따끔한 비평 등도 실어야 한다고 전했다./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지난해 조국키워드 네이버 댓글 평정

조국 국면 네이버 정치기사 랭킹203분의 2 조국 기사, 랭킹 오른 단독’ 82% 조중동

지난해 네이버에서 뉴스 댓글이 가장 많이 작성된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한 날이었다. 조국 전 장관 국면에 조중동보도가 랭킹에 오른 비율이 높아 큰 영향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조국 전 장관 국면 보도와 관련한 네이버 데이터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한 지난해 99일 작성된 네이버 댓글이 89만개에 달했다. 네이버 댓글은 평균적으로 매일 30~40만개 가량 작성되는데 이날은 평균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를 보이면서 찬반 논쟁이 극에 달했다.

 

두번째로 댓글이 많이 작성된 날은 임명 재가 다음 날인 910(82만개)로 이언주 의원이 삭발을 한 소식, 청문회 위증 논란, 나경원 의원 자녀 의혹제기 등 조국 전 장관 이슈의 여파가 이어졌다.

 

세 번째로 댓글이 많았던 날은 조국 전 장관 청문회가 끝난 97일로 댓글 716387개가 작성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2019년 댓글이 가장 많이 작성된 날 1~7위가 조국 전 장관 내정부터 임명 직후까지의 기간에 몰렸다. 지난해 1년 동안 60만개 이상 댓글이 작성된 날은 9일인데, 조국 전 장관 임명 국면을 제외한 기간은 이틀에 그쳤다. 이 이틀도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압박한 930(61만개)과 광화문 태극기 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린 개천절 다음날 신문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104(61만개)로 조국 전 장관과 관련이 있는 이슈가 네이버 랭킹 상위권을 차지했던 날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제기가 시작된 지난해 816일부터 조국 전 장관 사퇴일인 1014일까지 60일 동안 포털 네이버 정치 기사랭킹 1~201200개 기사 가운데 793개가 조국 전 장관 관련 내용이었다. 이는 랭킹 뉴스 가운데 66%에 달하는 점유율로 3건 가운데 2건에 달한다.

네이버 댓글 수. 조국 장관 임명 재가 당일 지난해 일별 댓글 1위를 기록했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조국 전 장관 의혹 제기에서 사퇴까지 60일 동안 네이버 일별 정치랭킹 기사 20위 가운데 관련 기사 비중. 자료=네이버 뉴스랭킹 분석.

 

랭킹에 오른 793개 기사를 쓴 매체 중에서 조중동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앙일보가 17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선일보(119), 동아일보(65) 순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4위는 세계일보(62)로 나타났다. 포털 점유율이 조중동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경우 랭킹에 오른 기사가 50건에 불과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25건과 27건으로 랭킹에 오른 기사양이 많지 않았다.

 

793건의 기사 가운데 단독 기사는 72건으로 10건 중 1건 꼴로 나타났다. 매체별로 나눠보면 동아일보가 30, 조선일보가 18, 중앙일보가 11건으로 정치기사 랭킹에 오른 단독 기사 가운데 82%가 조중동의 기사였다.

 

조국 전 장관 지명일인 89일부터 사퇴일인 1014일까지 빅카인즈에서 조국으로 검색된 기사 건수는 29291건이었다. 당시 지명된 다른 장관 후보자 관련 보도는 1000여건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였다. 빅카인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신문·방송 등 국내 54개 주요 언론사의 뉴스 아카이브 플랫폼이다.

 

해당 기간 조국 전 장관 관련 기사를 많이 쓴 매체별로 순위를 낸 결과 세계일보(2167), 중앙일보(1914), 조선일보(1664), 국민일보(1248), 한국일보(1069), 서울신문(1053), 동아일보(1038), 경향신문(902), 한겨레(559) 순으로 나타났다./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에 쏠린 눈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후 피해자 중심주의운동 강조하며 윤미향 당선인 답변 요구

국가재정전략회의 재정건전성 놓고 진보-보수 신문 갈려

526일 주요 종합 일간지들은 1면과 사설을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비판 2차 기자회견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재정 확대 논의 기사로 채웠다. 두 이슈는 1면 외에도 사회면과 정치·경제면에서 해설 기사 등으로 쏟아졌다. 주요 일간지들의 이용수 할머니 회견 보도는 할머니 목소리를 중심으로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과 관련한 비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번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을 놓고 많은 신문들은 위안부 운동은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운동의 방향은 피해자 중심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위안부 운동 문제·개선점 확인한 이용수 할머니 2차 회견사설에서 분명한 것은 정의연 활동 방식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불만이 크며,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운동이 30년간 지속돼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대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사죄를 목적으로 전개된 운동이 피해자들의 불만을 이토록 키워왔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의연이 표방해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부실한 회계처리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위안부 운동 30년의 점검과 성찰, 그에 기반한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1

 

동아일보도 할머니의 절규윤미향 사퇴하고 피해자 중심운동 거듭나야사설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용수 할머니가 강조한 것처럼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합당한 배상을 받기 위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은 마땅히 지속돼야 한다. 일본에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한일 학생들의 교류와 역사교육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먼저 기존 위안부 운동의 썩은 부위를 모두 도려내야 한다. 윤 당선자의 횡령, 배임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는 또 윤미향 당선자를 두고는 국내 위안부 인권 운동의 대표 격으로 활동해 온 공로로 당선권 순번을 받았는데, 그 활동을 둘러싸고 온갖 회계 문제점과 비리 의혹이 나온 만큼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은 잘못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사설

 

윤미향 당선인의 책임을 놓고는 진솔한 답변부터 의원직 사퇴의견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한겨레는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 윤미향 당선자가 답해야사설에서 이 할머니의 윤 당선자 비판을 거론하고, “검찰 수사와 별개로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할머니가 던진 질문에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 침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특히 윤 당선자는 할머니의 주장에 직접 책임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은 윤미향, 결자해지해야 위안부 인권운동 지속된다사설에서 윤 당선자와 정대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검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당분간 도덕성을 회복할 길이 없어 보인다. 1차 기자회견으로 불거진 기부금 회계부정은 정의연과 윤 당선자가 수차례 해명했지만,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전히 사실 규명이 우선이라지만, 21대 국회 개원 전에 윤미향 사태를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당선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한다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명하는 방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일 시민단체와 학자들의 30년 위안부 인권운동의 성과를 훼손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의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관련 1면 기사와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

윤미향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했다”(1)

위안부 운동 문제·개선점 확인한 이용수 할머니 2차 회견(사설)

 

국민일보

정대협, 위안부 할머니들 팔아윤미향, 30년 같이 한 날 팽개쳐”(1)

위안부 팔아먹었다는 이용수 할머니 외침 새겨들어야(사설)

 

동아일보

이용수 할머니 “30년간 이용당해꼭 죄 물어야”(1)

할머니의 절규윤미향 사퇴하고 피해자 중심운동 거듭나야(사설)

 

서울신문

정대협, 30년간 위안부 이용해사리사욕 윤미향 죗값 치러야”(1)

윤미향, 결자해지해야 위안부 인권운동 지속된다(사설)

 

세계일보

정대협, 모금에 할머니들 이용윤미향, 사리사욕 채우고 출마이용수 할머니 대구서 2차 기자회견(1)

이용수 할머니 추가 폭로윤미향 사퇴 없인 수습 어렵다(사설)

 

조선일보

할머니들 왜 팔아먹나” 30년 한맺힌 절규(1)

30년 재주넘고 돈은 그들이 받아먹어할머니의 눈물(사설)

 

중앙일보

정대협, 위안부 할머니 30년 팔아먹었다”(1)

잘못 밝히고, 운동 바꿔라이용수 할머니의 말 옳다(사설)

 

한겨레

이용수 할머니 정대협,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 이용하나”(1)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 윤미향 당선자가 답해야(사설)

한국일보

이용수 할머니“30년간 이용 당해정대협 용서 못 한다”(1)

위안부 운동근본적 변화 촉구한 이용수 할머니의 절규(사설)

 

이날 주요 종합 일간지 1면과 사설을 도배한 또 다른 핵심이슈인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을 강조하며 대규모 3차 추경안을 예고했다. 이 회의로 인해 일간지들은 재정건전성과 증세 논란을 다뤘다. 문 대통령은 25일 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절박한 시점이라며 우리 국가재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고 말해 정부 지출 확대 필요성과 재정건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재정 지출 확대 필요성에도 증세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내년 세입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을 감안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 강조했다.

한겨레 1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두고는 보수 성향 신문과 진보성향 신문의 입장은 확실히 갈렸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전시 재정 편성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사설에서 1~3월 국세 수입이 8조여원이나 줄었다. 이대로면 연간 3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올해 46% 수준에 이를 것이 확실시된다이 정부 첫해 36%에서 3년 만에 46%라니 대한민국 역사에 없던 부채 급증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지난 총선 때는 취약층 아닌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렸다. 선거에서 큰 득을 봤을 것이라며 이 때문인지 여권은 국가 채무 비율 60%도 괜찮다고 한다.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빚은 얼마든지 짊어져도 괜찮은 것이 아니다. 반드시 국민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건전성 회복 방안은 없었다사설에서 지난해 전략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비슷한 발언을 했다. ‘국제기구는 채무비율 60% 정도를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했다대통령의 말은 사상 유례없는 수퍼 예산으로 이어졌다. 올해 발언을 놓고 내년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확장 재정 기조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 급증은 자칫 원화가치 하락과 경제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나라 곳간은 화수분이 아니다. 급할 때 퍼쓴 뒤에는 다시 채워놓아야 마땅하다. 재정 건전성 회복 로드맵과 재정운용 준칙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1

 

반면 경향신문은 4골든타임 여론에도 또 비켜간 증세기사에서 “‘재정확장깃발을 높이 든 문재인 정부의 네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증세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전문가들은 당장은 재정건전성이 큰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증세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당장의 재정건전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확장 재정 기조에 힘을 싣고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은 증세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사회개혁은 재정건전성을 앞세운 관료들의 벽에 부딪힌다기재부는 중장기적 증세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지속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예산을 과감히 늘릴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전시 재정뒷받힘할 세수 확대공론화 필요하다사설에서 우리 재정 여건은 다른 주요국에 견줘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코로나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이 뒷받침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역시 당장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한겨레도 중장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이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단기적인 예산 구조조정만으로 코로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는 관료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늘리기 위한 노력 또한 불가피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국민이 느끼는 재정의 효능감이 매우 높아진 터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고 증세를 포함한 신중하고 적극적인 세수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욱 기자 yuk@mediatoday.co.kr

 

 

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불교계가 설립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거주 시설인 나눔의집이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시사IN이 나눔의집 법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원금 운용과 시설 운영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확인했다. 사무국장의 개인 비위 의혹 등도 불거졌다.

시사IN 이명익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 돌아가신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나눔의집 문제 공론화한 내부 고발자들의 헌신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물리적 거점이다. 나눔의집 공간은 크게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생활관과 이들이 경험한 전쟁 성범죄 역사를 아카이빙한 역사관(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다. 생활관 정면에는 이곳에 머물다가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흉상이, 생활관 뒤쪽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20205월 기준 위안부피해 생존자는 18, 이 가운데 6명이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다. 정치인들을 비롯해 피해 할머니들이 겪었을 폭력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평범한 시민들도 줄지어 방문한다. 방문객 중에는 자국의 역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반성 없는 역사를 대신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난 25년간 나눔의집에 십시일반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나눔의집의 진짜 주인은 할머니들이 아니었다.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시사IN2001년부터 2020년까지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 자료 등 약 60GB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를 둘러싼 잡음과 나눔의집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집은 운영 주체 및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른 별개 조직이다.

 

나눔의집 직원 7명은 20193월부터 내부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나눔의집 문제 공론화한 내부 고발자들의 헌신기사 참조). 후원금 문제 외에도 내부 비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법인 내부감사도 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문제없음이었다. 시설 감사를 담당하는 광주시, 법인 감사를 담당하는 경기도청이 최근 특별감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신뢰할 수 없어서 언론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자체가 나눔의집 운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사실상 방관해왔다고 판단한다.

 

나눔의집은 1992년 불교계가 설립한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거주·요양 시설이다. 겉보기에는 단일 시설 같지만 법적으로 이곳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하 법인)’과 피해 할머니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거주·요양 시설(이하 시설)’, 그리고 부속 박물관이다. 사람들은 나눔의집이라고 하면 시설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가장 상위 조직은 법인이다. 시설과 박물관 운영을 법인이 총괄하는 형태다. 이 법인 이사진 3분의 2 이상은 조계종 승려이고,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홈페이지에서도 불교사회복지사업의 일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후원금이나 후원물품 등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아닌 법인으로 들어갔다. 회계상으로도 법인의 세입(수익)으로 잡힌다. 이 돈을 할머니들이 직접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인이 시설에 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후원금 대부분은 법인 계좌에 묶여 있다. 피해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인 시설 예산으로는 일부 금액만 전출되었을 뿐이다. 이를테면 2019년 한 해 동안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총 261526539원이었다. 이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 넘어간 돈은 겨우 6400만원이었다.

 

법인에 쌓인 후원금 가운데 얼마를 시설로 보낼지는 조계종 관계자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가 결정한다. 운영진이 예산안을 짜면 매년 2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시설로 넘기지 않고 남은 후원금은 재산적립금(부동산 등)으로 쓰이거나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된다. 이렇게 남긴 돈은 2019년까지 약 60억원(이월금, 2020년 예산안 기준) 규모다. 이미 구입해둔 토지, 건물 등을 제외한 액수다.

후원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반면 시설로 보내는 전출금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회계 기록이 남아 있는 2004~ 201916년간 후원금과 시설 전출금 규모를 따져보았다(그림참조). 나눔의집에 들어오는 후원금은 2011년까지 1~2억원대를 유지했다. 2004~2011년엔 적게는 4100만여 원(2007)에서 많게는 8500만여 원(2010)이 시설로 향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을 추진한 2015년에는 한 해 후원금이 96300억원대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17억원대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로 2019년 한 해 후원금이 26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사과나 반성도 없이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는 가해자를 대신해 시민사회가 보낸 응원이었다. 그러나 막상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로 들어간 돈은 2020년이 될 때까지 한 해 1억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2018228일 나눔의집 이사회에서 요양원 설립 계획이 논의되었다.

할머니들에게 돈 안 쓴 것, 참 잘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후원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사진과 운영진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17223일 법인 이사회 기록을 살펴보면 최광식 이사(화평 스님)가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들한테 드리기로 한 돈을 안 썼다는 건 참 잘한 것 같다. 대외적으로 봤을 때 지원하기로 한 돈을 (할머니들에게) 안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보았나?” 안 소장은 이렇게 답한다. “시설 평가자들이 대부분 후원자들은 솔직히 할머니 보고 하는데 왜 법인으로 (후원금을) 다 주느냐고 물어서 지금 관례상 이렇게 하고 있고 시청과도 얘기가 됐다고 답했다.” 이사가 후원금을 안 썼다고 칭찬하는 것도, 소장이 시설 평가에서 나온 지적에 문제없다고 답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렇게 쌓인 적립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이사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사회가 그리는 큰 그림2018228일 이사회 영상기록에 남아 있다. 이사회 사회를 맡은 이규정 상임이사(원행 스님, 현 조계종 총무원장)이사님들께 보고드렸습니다만, 좀 더 후원금을 받아서 2~3년 계획을 세워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었으면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뜻을 기려서 미군 기지촌 여성이나 현대 미혼모까지 모시도록 생각하고 있다. (2017년까지 쌓인) 37억원 정도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는 잡아야 100여 명을 수용할 만한 요양원을 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나눔의집 전경. 테두리 표시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후원금을 사용했지만, 소유자는 안신권 소장으로 돼 있다.

 

현재 나눔의집에 남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떠날 경우, 현 시설과 법인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을 밝힌 대목이다. 그해 8, 이규정 상임이사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조계종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의 마스터플랜이 나눔의집 운영 방향이 된 셈이다.

 

피해 할머니들의 사후를 의식한 흔적은 법인 정관에도 나타난다. 1997년 설립 초기, 나눔의집 법인 정관에는 이 법인의 사업 종류(4)’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 설치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23년 동안 법인 정관은 점차 초심에서 멀어진다. 201611월 개정 정관에는 사업 종류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양로시설 설치 운영’ ‘무료 요양시설 설치 운영’ ‘미혼모 생활시설 설치 운영등이 명시된다.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사업은 역사관 운영이라는 기념 및 추모사업뿐이다. 이마저 올해 개정된 정관에서는 무료라는 글자를 삭제해 향후 수익형 요양시설을 운영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집행에는 인색했지만, 운영진과 이사진들을 위한 일에는 예외가 허용되곤 했다. 20167월에는 송현섭 대표이사(월주 스님)의 책을 대량 구입하기 위해 법인 후원금 계좌에서 100만원을 납입했다. 안 소장은 나눔의집 건설 자재인 보도블록을 트럭에 실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이때 동원된 인력은 나눔의집 시설에 파견 중이던 사회복무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20197월 내부공사를 이유로 피해 할머니의 기록물 등을 야외에 방치했다가 폭우에 훼손됐다.

 

시설 운영비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

이사회가 후원금을 적립하는 동안 정작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한 해 약 6500만원으로 충분했을까? 나눔의집 시설 운영 기반은 사실 후원금이 아니다. 대부분 국고지원금이 충당하고 있다. 다시 2019년 결산 자료를 살펴보자. 피해 할머니들 실생활 시설 운영에 쓰인 돈은 한 해 약 42600만원 선이다. 시설 직원들의 급여,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나눔의집 시설은 경기도 광주시에 노인주거복지 시설로 등록되어 보조금을 받고 있다. 2019년에도 보조금 3743만원이 지급되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에 쓰이는 돈 대부분은 국고보조금으로 집행됐다.

 

법인 이사진과 운영진이 ‘100억원대 요양원을 꿈꾸는 동안 피해 할머니들은 자신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자부담해왔다. 나눔의집 직원들의 문제 제기도 여기서 출발했다. 이들이 보기에 법인의 왜곡된 후원금 집행 구조 때문에 할머니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운영진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의료, 식비, 유지·보수 등에 인색하게 굴었다고 주장했다. “요양 중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의복비,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병원비조차 직접 부담해야 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먼저 떠난 분들에 대한 장례비용마저 예외는 없었다. 조의금보다 장례비용이 더 많이 들 경우, 운영진이 유족들에게 부담을 요구했다. 한 할머니가 침대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당장 병원 진료가 필요하며 오래된 침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직원들이 요구했지만 운영진은 이를 거절했다.”

 

운영진은 피해 할머니 6명을 위한 간병비도 나랏돈외에는 집행을 거부했다. 현재 할머니들을 돌보는 간병인은 총 4명이다. 이들의 급여는 후원금에서 나가지 않는다. 할머니 6명 각자에게 지급되는 정부 요양비를 한데 모아 간병인 4명을 고용했다. 2명씩 조를 나누어 한 명당 피해 할머니 3명을 동시에 돌보는 식이다.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도 일대일 돌봄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자 직원들은 간병인 증원에 후원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한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져 다른 할머니를 폭행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직원들이 이 문제의 대책을 요구하며 간병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운영진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 할머니들을 20년 동안 돌본 원종선 간호사는 할머니들 건강이 점차 나빠져 운동치료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되기 일쑤였다. 나라에서 주는 것 외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돈을 내야 했다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은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다. 그동안 나눔의집을 거쳐간 피해 할머니들의 기록과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다. 피해 할머니들이 지냈던 방과 사용했던 물건은 모두 일종의 기록물로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때문에 나눔의집은 단순 거주시설이 아니라 유품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적극적인 연구·보호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눔의집 시설 운영진은 이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무시했다. 이는 직원들이 공익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7, 나눔의집 운영진은 내부공사를 이유로 할머니들 방에 있는 짐을 야외로 옮겼다. 직원들과 할머니들이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장마철 야외에 내놓은 짐은 폭우에 젖어버렸다.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씌운 비닐로는 거센 장맛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피해 할머니들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과 후원·방문객들이 남긴 물품 등이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다. 김대월 학예실장은 할머니들의 방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흔적이지만, 운영진은 컨테이너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폭우 속에 방치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을 대상화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20158월 안신권 소장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장관의 딸 박 아무개씨(당시 18)를 직접 응대했다. 시사IN이 확보한 영상에서 박씨는 와병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와 자신이 쓴 그림책을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안 소장이 직접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딸이 찾은 병상은 외부 방문객이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고, 사진이 찍힌 할머니 역시 외부에 신원을 노출하지 않아 얼굴 등이 알려지면 안 되는 분이었다.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의 자녀를 챙기는 모습에 직원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법인의 자산 취득 과정도 석연찮다. 나눔의집이 경기도 광주시에 터전을 잡게 된 건 1995년 한 자산가가 대지를 기부한 덕분이었다. 1992년 개소 이래 서울 곳곳에서 전셋집을 옮겨 다녔던 나눔의집은 이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후 주변 터를 매입해 규모를 넓혀갔다. 하지만 정착한 곳은 제약이 많았다. 팔당호 인근이라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여서 제반 시설 확장이 쉽지 않았다. 확장을 하려면 주변 농지를 매입해야 했는데, 사회복지법인 명의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때 등장한 방안이 개인이 취득하고 나중에 법인에 증여한다는 비정상적인 차명 매입이다.

 

현재 나눔의집이 소유한 대지와 임야, 도로, 전답 등은 총 12170규모다. 이 중에는 증여자 이름이 송현섭 대표이사(월주 스님)로 되어 있는 땅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표이사 명의로 땅을 구입해서 나중에 법인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산을 늘려온 흔적이다. 승려인 대표이사 개인 명의를 사용하되 매입 금액은 금융기관에서 대출하고, 이자와 원금은 추후 후원금 계좌에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주변 땅을 사들였다.

 

이 같은 확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광주시 퇴촌면 68번지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안신권 소장의 명의를 이용하자는 대목이 나온다. 관련법상 농지는 6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사람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광주시에 주소지가 등록되어 있는 안 소장이 차명 거래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토지 매매에 쓰인 돈은 후원금 계좌에서 나갔지만, 막상 해당 토지의 등기는 아직도 안 소장 개인 소유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후원금이 쓰였지만, 정작 후원자들은 안 소장 명의로 땅을 사는 데 자신들의 돈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 2, 2019년까지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회계를 집행한 김정숙 사무국장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주요 혐의는 횡령 및 배임이다. 나눔의집은 2019년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기획 전시 사업에 선정되었다. 피해 할머니들의 역사적인 기록물을 전국 주요 전시 공간에서 순회 전시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김 사무국장은 전시를 총괄하는 학예팀과 상의도 없이 관련 용역 업무를 업체에 몰아주었고, 비용을 과다 청구·집행했다.

20158월 조윤선 전 장관의 딸이 할머니들을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무국장 개인 계좌로 후원금 받기도

 

당시 직원들은 이를 문제 삼았고, 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에서도 업체 선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직원들은 김 사무국장이 그동안 나눔의집 주요 용역업무를 업체에 몰아준 데에 의문을 품고 관련 내용을 조사하던 중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김 사무국장이 자신의 개인 계좌로 후원금 일부를 받아왔던 것이다.

 

과거 한 직원이 자신의 급여 중 일부를 나눔의집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 돈을 김 사무국장이 자신의 개인 계좌로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해당 금액을 그대로 나눔의집 계좌로 입금했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그만한 금액이 입금된 기록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개인 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김 사무국장은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201995일 서면으로 조만간 제가 받은 금액을 다시 확인해보고 혹시 차이가 있으면 정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가 지자체와 가까운사이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 20172월 이사회 기록에서 송현섭 당시 대표이사는 오래전에 시에서 감사를 하고 난 다음에 후원금을 산만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존폐 위기까지 있었다. 내가 시장님도 만나고 해서 수습을 했다라고 말한다. 이사회 기록만으로는 오래전의 시점이 언제인지 확실치 않으나, 적어도 지자체가 나눔의집 파행 운영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521일 종단 입장문을 통해 나눔의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조계종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다. 종단은 해당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나눔의집 법인 역시 같은 날 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위를 확인하겠다라고 밝혔다. 나눔의집 운영 파행의 핵심 인물인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에게 시사IN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시사인 김동인 기자

 

 

한국경제 리마인드 20]대내외 악재 딛고 주택시장 봄날기대

지난 20년간 국내 건설부동산 분야는 대내외적 여건과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승과 하락, 혹은 조정되는 모습을 반복했다. 승승장구하던 건설업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침체기를 겪는 듯했으나,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확대되면서 건설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부터는 주택건설의 비율이 공공주택에서 점차 민간주택으로 넘어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건설 비중에서 토목공사 보다는 주택 비율이 높아졌고, 건설사들은 주택 건설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시기에 인력 공급 또한 증가, 플랜트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해외건설 수주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분야 역시 지난 20년 동안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일을 겪었다. 외환위기와 규제 완화의 시기를 거쳐 저금리 시대,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 시기, 현재에 와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주변 여건따라 변하는 부동산 정책핵심은 주택경기 활성화

부동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 기조가 변경되는 특징을 보여 왔다. , 주택시장의 여건에 따라서 규제를 강화하는 가격 안정 대책또는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활성화 대책을 지속 반복해 온 것이다.

 

군부정치가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의 첫 발을 디딘 김영삼 정권 막바지에는 IMF라는 외환위기가 시작됐고 이후 김대중 정권(1998~2002)에서는 현실적인 후폭풍에 시달렸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경기 부양을 위한 목적으로 양도세의 한시적 면제, 분양가 자율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나왔고 무려 35차례나 주택경기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노무현 정권(2003~2007)에 와서는 규제완화와 주택공급 급감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이 시기에 대규모 재건축 사업 등 지역별 개발 호재로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금융시장의 발달로 부동산이 투자 상품화되는 추세로 인해 주택시장으로 자금의 유입이 가속화 됐다. 이에 정부는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당시 가장 큰 주요 정책을 꼽자면, 공공부문 및 민간부분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DTI(총부채상환비율)의 도입이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은 이명박 정부(2008~2012)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부동산 경기의 하락세가 보이자, IMF 위기 직후와 유사한 주택경기 부양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하우스 푸어와 전월세가격 상승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2013~2016) 들어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및 내수침체라는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됐다. 이에 박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고 LTV·DTI 등 대출규제 완화, 취득세 영구 인하, 부동산시장 활성화 목적의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담은 부동산 3법 통과 등 주택 수요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신규 분양시장과 정비시장을 중심의 주택경기 회복세가 확대되는 긍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한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했던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2017~ )는 분양가격과 정비사업 규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 등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매매가가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방향인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형성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건설] 격동의 세월,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건설산업은 1997년 말을 기점으로 외환위기(IMF)가 도래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전까지는 정부의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당시 정부는 건설경기 뿐 만 아니라 전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맞았다. 때문에 경기 부양이 가장 큰 핵심 정책이었고 건설 및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면서 주택건설 등 민간건설 부문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결국 2002년에서야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시련은 또 다시 불어왔다. 바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다. 이로 인해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건설산업은 침체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건설경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업의 부채비율과 가지자본비율이 대폭 개선되기 시작했고, 매출액과 자기자본 경상이익률도 상당부문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효과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고, 금융산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구조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산업도 건설업체를 평가하는 각종 지표들, 예를 들면 PQ심사제도(사업능력평가제도), 시공능력평가제도 등에 대한 비중을 강화하면서 혁신적 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해방 및 전후 복구기를 거친 건설산업은 경제개발과 건설산업의 도약기에 들어섰다. 이후 건설산업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쳐 최대 위기였던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 재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

 

문재인 구속" 백악관에 또 나라망신 청원10만명 동의

 

26일 오전 10시 기준 115120명 동의

"미국에 코로나19 퍼트려 대학살 주도"

"북한·중국과 결탁하고 국가 안보 붕괴"

나라 망신 자초 논란"자기 얼굴에 X"

미국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 '위 더 피플'"문재인을 구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지난달 23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26일 오전 10시 기준 115120명이 동의했다. '한 달 내 10만명 동의'라는 답변 기준을 충족시킨 만큼, 60일 이내에 백악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2020.05.26. (사진 = 위 더 피플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최근 미국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청원이 올라간 이후,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백악관 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이 청원에는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26일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 사이트에는 "미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퍼트리고 한·미 동맹을 위협하는 문재인을 구속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115120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 이후 한 달 이내에 10만명 이상 참여라는 백악관 청원의 답변 기준을 충족시킨 만큼, 60일 이내에 백악관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 청원글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태평TV'를 운영하는 김일선 전 한양대 경영대학 겸임교수가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10만명 달성 축하 영상을 통해 "30일 안에 10만명이 서명해야 하는데 '(청원 게시) 20일이 됐을 때도 2만명 밖에 서명하지 않았으니 포기하라'는 말이 많았지만 드디어 해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백악관 청원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들며 문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이 미국에 중국바이러스를 퍼트리며 미국 내 대학살을 주도했고, 불법적으로 한국의 첫 번째 혈맹인 미국과 한국의 국가 주권을 찬탈하면서 동북아지역에서 한·미 동맹을 위협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은 북한 및 중국과 결탁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국가 안보를 붕괴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청원 참여를 인증하는 글들도 눈에 띄었지만, '나라 망신'을 우려하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에 "이건 진짜 속국도 아니고 자주 능력도 없는 것들이 남의 나라에 청원을 하느냐. 미국 가서 살면 안 되겠느냐"는 댓글을 적었고, 다른 네티즌은 "자기 얼굴에 X칠하고 있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18일에는 "한국선거가 여당과 문재인에 의해 조작됐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 역시 게시 약 20일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백악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관중석 리얼돌'이 다시 불지핀 논쟁체험방 단속 법령이 없다

작년 6월 대법 수입 허용판결 후

유통 양성화돼 체험방 우후죽순

유사성행위 지적에 "단속 어려워"

교복 입혀도 "아청법 대상 아냐"

딥페이크 밀거래 가능성도 우려

지난해 리얼돌 합법화를 외치며 일인 시위를 진행한 성인용품 판매사이트 대표 박찬우씨 모습. fnDB

프로축구팀 FC서울이 성인용 전신인형 일명 '리얼돌'을 경기장 내에 비치해 물의를 빚으면서 잠잠했던 성인인형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허용 결정을 내리며 찬반갈등이 반짝 달아올랐다가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알게 모르게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단속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경찰은 현행법령 미비로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리얼돌에 교복 또는 청소년을 연상케 하는 의복을 장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업소처럼 운영해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

 

잠잠하던 '리얼돌' 논쟁 재부상

24일 성인용품 업계에 따르면 리얼돌은 최근 1년 간 가장 주목받는 '섹스토이'. 일부 마니아 사이에만 찾던 제품이었으나, 지난해 대법 판결 이후 화제가 되며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어비스 크리에이션즈가 최초로 대량 제작해 판매한 리얼돌은 최근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최첨단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데다 재질이나 외형도 사람처럼 정교해 고가에 판매된다. 한국에 수입되는 리얼돌만 해도 판매가 기준 수백만원부터 1500만원에 달할 정도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리얼돌 시장 성장이 늦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완성도 높은 리얼돌 제작업체들이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을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란 이유로 막아왔다. 그런데 지난 2017년 한 업체가 세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장 변화를 예고한 것.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을 해칠 정도로 몹시 닮았다'며 관세법 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해 수입금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의학수업을 위한 인형, 인체의 신비를 주제로 한 박물관 전시 인형'과 달리 봐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취지로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확정했다.

 

'양성화냐 단속 대상이냐' 찬반 지속

대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 유통은 사실상 양성화됐다. 법원이 판단한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 일부 사업가 및 자영업자들에 의해 집 안이 아닌 번화가 한 귀퉁이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일명 '리얼돌 체험방'이라 불리는 업소로, 고객들이 돈을 내면 일정시간 동안 리얼돌과 '은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리얼돌 체험방 브랜드는 올 1분기까지 전국에 70개 점포를 여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일부 자영업자들도 가세해 연말이면 전국 리얼돌 체험방이 수백곳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리얼돌이) 비싼 모델이 많아서 구입보다는 체험방을 선호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제품마다 감이 다르다보니 핸드폰 사기 전에 이것저것 비교하는 그런 심리로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리얼돌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여성의 성기를 재현한 것이란 점에서 사실상 유사 성행위 업소가 아니냐는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단속하긴 어렵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는 사람이 해야 처벌할 수 있는 건데 성기구를 돈을 내고 빌려주는 걸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법규가 있어야 단속이고 처벌이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이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보니 (단속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업소에서 리얼돌에게 청소년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입혀 영업한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으나 이 역시 처벌이 어렵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게 매체나 출판물과 관련돼 있어 리얼돌 영업 규제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정인화 의원이 아동형상 인형 수입·판매·처벌 규정을 발의했는데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발전하며 리얼돌이 실제 사람의 외모를 그대로 본 따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과 같이 연예인이나 주변인을 본 딴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할 경우 현행법에 저촉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소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원)"외모를 도용당해 피해를 본 사람은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해서 리얼돌 제작 및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 벌금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자식의 빈곤이 부모에게 '대올림'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 부양의무자가 본 부양의무자 기준

나는 부양의무자다

잊고 살다가 문득 떠오른다. 나는 아버지의 부양의무자다.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이므로 나의 소득과 재산은 감시의 대상이다. 나의 소득이 월 250만 원 이하일 때만 아버지의 수급권이 유지된다. 주민센터에서 전화라도 오는 날이면 종일 마음이 어수선하다. 며칠 전에도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저소득층 한시 생활지원금을 받아 가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요양병원에 계시고 쓸 일 없을 거 같아요. 안 받을게요." 전화를 끊고 아차 싶었다. 배부른 사람처럼 행동했나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배부르기보다 점점 더 배고파지는 와중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잡혀있던 일들이 모두 뒤로 밀렸고, 아버지가 입원해있는 요양병원은 출입을 최대한 자제했다. 바깥바람이라도 쐬지 못하는 아버지는 병실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나눌 것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요양병원은 감옥과 다름없었다. 내 수입은 끊겼는데 아버지에게 지출은 수급자 생계급여를 훌쩍 넘는다. 그 언제보다 저소득층 한시 생활지원금이 필요한 때다.

 

주민센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집까지라도 가서 전달하라는 지침이 떨어졌으니 꼭 받아 가라고 했다. 결국 주민센터로 갔다. '부정 수급 신고' 복지 상담 창구 앞에 붙어있는 문구에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버지가 수급자가 된 후 최대한 주민센터에 가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였다. 혹시라도 내가 맛있는 거라도 먹고 있으면 누구 신고할 거 같고, 고가의 장비로 영상 편집이라고 하는 모습이 보이면 부정 수급 아니냐는 추궁할 것 같은 기분 탓이었다. 여태껏 신고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마음속에서 검열하는 내 모습에 기운이 빠진다. 그런 모습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아서 주민센터에 안 갈 수 있으면 최대한 안 가고 또 안 간다.

 

나의 의무와 아버지의 권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누구나 경제적으로 힘들면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 모두 기초적인 생활 보장이 안 되면 신청할 수 있다. 수급자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수급권자다. 국가에 의해 현금을 지급받을 권리인 수급권. 국가의 시혜적 측면을 부각하는 '피보호자'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서 '수급권자'. 시민운동의 결과로 얻어진 이름이었다.

 

누구나 수급권이 있지만, 아무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급자가 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지만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수급 빈곤층이라고 한다.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수급 빈곤층은 93만 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수급 빈곤층의 67.3%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권을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생활실태조사에서 저소득층의 40.8%'정보 부족'으로 신청조차 해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도 20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받았고, 응급실로 달려갔고,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대학병원에서 큰일을 치르고 나서야 '의료비'가 무서운 거라는 걸 깨달았다. 집 안에 누가 아프면 가계가 휘청거린다는 말이 실감 났다. 아버지가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면 보증금이, 내 적금이, 다음 달, 다음다음 달 월급이 사라졌다. 치료와 돌봄은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쓰러진 이후 아버지의 건강도, 사회적 재기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내가 치료와 돌봄에 얽매여있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수급자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건 오로지 내 소득 때문이었다. 돈을 모았다 싶으면 다시 아프고 다치는 아버지를 부양하느라 내 통장은 바닥을 모면한 적이 없었다. 나도 살아야 했다. 남들처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며 진로를 정해야 했고, 쌓이는 경력에 따라 생애의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싶었다.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아버지가 서둘러 죽음을 맞거나,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영화 연출을 배우고자 일을 관두었을 때, 나의 의무와 아버지의 권리는 충돌했다. 그때 아버지의 건강을 지독히도 신경 썼다. 또다시 아파서 막대한 병원비를 쓸 일을 만들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육체 건강만큼이나 정신 건강도 중요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아버지의 치매가 시작되고 나서야 뉘우쳤다. 생계도, 진로도 모든 게 마비되었고 아버지가 수급자라도 안 되면 정말 할 수 있는 거 없었다. 아버지는 치매 진단을 얻었다. 부양의무자로서 나의 소득은 적었고 재산도 없었다. 아버지가 수급자로 등극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앞에서 존중은 부정당한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이매진 펴냄) 출간 이후 많은 이들이 위에 언급한 내 생활을 알게 되었다. 몇몇은 임금을 줄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 "소득 괜찮아요?"

 

그럼 나는 '아직' 괜찮다고 답한다. 그러나 임금 외에도 예술작품지원사업으로 시상금을 받을 때면 한 번씩 내 소득을 따져본다. 생계비나 주거비도 아니고 저축도 못 하는 예술작품 제작비가 소득으로 잡혀서 월 250만 원을 초과해버릴까 싶어서다. 무엇보다 월 250만 원으로도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계비를 충당하며 미래의 안정을 도모하기엔 빠듯하다. 이 모든 걱정이 '가족관계해체 사유서'를 쓰면 다 끝날 일이다.

 

"가족관계 해체 상태로 정상적인 가족기능을 상실하여 경제적·정서적 부양을 기피하고 있는 부양의무자나 수급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구체적 사유서를 작성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족관계해체 사유서의 안내문은 '정상'이 아닌 가족관계를 증명하면 권리를 주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너 스스로 부양의 도덕을 수행하지 않는 부도덕함을 시인하라는 모멸 테스트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한 장으로 아버지의 삶과 나의 삶이 양립할 수 있다면 써야 할 것이다.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까지 망해간다고, 아버지의 무능 사례를 한 번 쫙 읊어보겠노라고, 정상 가족에 얼마나 멀리 떨어진 가정이었는지 세세히 보여주겠노라고.

 

부양의무자 기준 앞에서 내가 10년간 아버지의 곁을 지켰던 이유는 부정당한다. 이혼 후에 어찌어찌 살아보려고 했던 한 가장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아프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신체적이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윤리가, 10년간 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돌보지 않았다면 성숙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성찰이, 기초생활보장제도 밖 현실의 파도 앞에서 한없이 작은 방파제임을 알게 된다.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아버지의 존엄보다 수급권 탈락의 불안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광화문 농성장에서 1842일간 이어졌고,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다.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될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올해 하반기 '완전' 폐지의 마지막 단계를 볼 수 있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이 발표된다. 당장 자기 일인 사람은 물론이고,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도 지켜볼 만하다. 거주지명이 덜렁 붙었다가 사그라지는 일가족의 죽음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느낀다면 꼭 주목해야 한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가 2차 종합계획을 두고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언급하지 않고 '생계급여 등'으로 표현한 것을 지적했다. 이미 교육급여와 주거급여가 폐지된 것처럼 생계급여도 폐지될 듯하지만 의료급여는 미지수다. 의료급여는 가장 많은 재원이 든다. 하지만 의료비와 간병은 빈곤의 지름길이다. 재원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꼴이다. 1차 종합계획에도 쓰여있듯, 보건복지부는 가족 간 부양의식의 약화됐고 노인 빈곤이 심화됐으며 청년에게 빈곤이 대물려지는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자의 적정 개체 수를 관리하는 장치였을 뿐이다. 이제껏 정말 좋은 효과를 내왔던 셈이다.

 

현 복지부 장관은 연구자 시절인 2000년 발표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복지정책'에서 기존의 생활보호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여전히 수급자가 전 인구의 3%밖에 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수급자를 이 정도의 규모만 용인하려는 사회적 갈등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했다. 불평등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불안정 노동이 더 늘어났고 일가족 죽음이 여기저기 벌어져도 2018년 인구 대비 수급자 수는 3.4%에 불과하다. 어쩌면 사회적 갈등구조의 중심은 경제적인 연대조차 불가능한 가난한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강제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닐까?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재 자체가 반성과 비판의 대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복지의 수요와 공급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는 것 이상이다. 이제까지 한국을 만들어온 근대화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지난날 한국은 가족 내 분배, 투자, 부양의 책임에 기대어 산업화에 성공했다. 민주화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의 결실을 분배할 시기가 되었지만, 복지의 확충보다 가족 부양의 재편이 이뤄지고 말았다. 사회학자 장경섭은 책 <가족·생애·정치경제>(창비 펴냄)에서 1980~90년 대중교육, 상업 매체, 정부 발표를 통해 핵가족화된 자식이 노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비판이 강조된 흐름을 지적한다. 한국의 공공부조제도 역사에서 부양의무자는 일제강점기 말기에 도입된 조선구호령 때부터 존재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된 기저에는 가족에게 부양의 책임을 전가해온 근대화를 무시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설명하기 쉽지 않다. 경제학자 조귀동은 한국의 불평등을 '세습 중산층 사회'라고 명명한다. 그는 책 <세습 중산층 사회>(생각의힘 펴냄)에서 86세대 부모의 학력, 자산, 사회적 지위 등이 90년대생 자식에게 세습되고 있음을 규명한다. 저성장 시기 청년 실업과 가족 부양이 만나면 부모의 빈곤이 자식에게 대물림될 뿐 아니라 자식의 빈곤이 부모에게 대올려지는 상황도 초래된다. 비혼, 만혼, 저출생은 가족에게 부과된 과도한 의무의 결과이며, 고령화는 가족 부양을 더 가중시킬 조건이다.

 

이 정부가 진정 혁신적 포용국가라면 이러한 맥락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존재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위키 홈페이지에서 설명해놓았듯, 포용국가는 "소득, 의료, 돌봄 등 삶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경제 성장의 과실이 사회 구성원에게 고루 분배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 국가의 모습을 하반기에 발표되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속에서 만나고 싶다. 2차 종합계획이 끝나는 2024년에는 문득 떠올려보련다. 가난한 자들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허무맹랑한 역사를. 그리고 이 세상이 더 포용적으로 진전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하반기 발표가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조기현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프레시안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장서 보수 유튜버 "가짜 위안부...앵벌이..."

향후 '위안부' 운동에 대해서는 "한일 학생들이 친하게 지내며 함께 역사공부해야"

25일 오후 2시 예정된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룬 기자회견장으로 인해 여러 차례 순연됐다.

 

다섯 대 남짓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은 일찍이 취재 차량으로 꽉 들어찼다. 취재차량은 인근 골목까지 빼곡이 이어졌다. 찻집 앞에는 순번표까지 등장했다. 12시가 되자 순번은 100명을 훌쩍 넘겼다. 당초 기자회견이 예정된 대구 남구 봉덕동의 찻집은 20여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규모다.

 

앞서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25) 기자회견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함께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2층의 찻집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밖 주차장까지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 없어지자 이 할머니를 돕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은 급하게 다른 장소를 섭외했다. 장소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급하게 섭외한 인근 호텔의 홀은 100여 명 정도 수용이 가능했다. 다시 20분 거리의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인터불고 호텔로 장소가 변경됐다.

 

2시 반이 넘어서야 가까스로 회견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회견장에 들어섰다. 기자회견은 취재진 2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도 대거 참석한 듯 보였다. 종종 채널 시청자들에게 '가짜 위안부', '윤미향 앵벌이' 등의 설명을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이 할머니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지 않고 즉석으로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준비되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이 할머니의 분노와 서운함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할머니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정의연 관련 의혹 철저한 진상 규명 촉구 향후 위안부 피해 운동 전개 방향 등으로 나뉘었다. 92세 고령의 할머니 상태를 고려해 취재진의 질문은 5개로 한정했다.

25일 대구 수성구 호텔 인터불고 즐거운홀에서 열린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찻집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취재진이 200여 명가량 몰리자 급하게 장소를 바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지난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정의기억연대(전 정신대대책협의회) 운영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고 위안부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윤미향 용서한 적 없다. 검찰이 알아서 할 것"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격앙된 목소리로 "1차 기자회견 후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회계 의혹과 안성 쉼터 관련 보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지난 19일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찾아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화해했다고 전해졌지만 이 할머니는 "용서한 것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쾌했다는 듯 "윤미향이가 갑자기 찾아와서 무릎 꿇고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면서 "용서할 것이 뭐 있겠나. 검찰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뭣을 원수진 것도 아니고 30년을 지내왔다. 한번 안아달라기에 '이게 마지막이다' 그런 생각으로 안아주니 눈물이 왈칵 났다""그걸 가지고 용서했다고 말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대협 활동 이해 못한 것 많아...후원금 받을 때 부끄러워"

이 할머니는 처음 정대협의 위안부 모임에 나갔을 때를 회상했다. "일본의 어느 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돈을 1000엔인가 줬다면서 100만 원 씩 나눠줬다""그게 무슨 돈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정대협을) 따라다니면서 모금을 했다. 한번은 농구장에서 선수들에게 모금을 받아왔다. 왜 그런 줄 몰랐다. 당연한 건가 싶다가도 부끄러웠다""그런 줄 모르고 (모금활동을) 30년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의 전신) 운영에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보였다. 연신 "정신대는 공장에 끌려간 할머니들"이라며 일본군 '위안부'와 다른 점을 강조했다.

"정신대랑 위안부는 다른데 다 섞어놓고 사죄해라 배상하라 그러면 일본사람들이 뭔 줄 알고 사죄를 하고 배상을 해야겠다 생각하겠느냐""이건 사죄도 배상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에 팔렸다'는 거친 표현도 사용했다.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고초는 지금도 생각난다. (정대협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걸 밝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증언 받은 걸로 책을 만들어 파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위안부' 운동에 정작 피해 당사자가 소외되어 있었다는 점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30여 년이 지난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기가 먼저 30년을 (위안부 운동을) 하고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배신당한 게 너무 분했다. 국회의원도 자기 사리사욕 챙기는 거 아닌가"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의 출마가 갈등 폭발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운동 멈추자는 뜻 아니야...한일 학생들 친하게 지내야"

이 할머니는 끝으로 '위안부'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감정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연신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며 올바른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문제를) 해결해줄 사람들은 우리 학생들"이라며 "두 나라가 서로 왕래하고 친하게 지내서 역사를 바로 알고 억울하게 희생된 위안부 문제를 사죄받고 배상받아야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윤 당선인이 사퇴하길 바라느냐',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할머니는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이 알아서 할 일",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는 "과열된 취재경쟁으로 할머니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령의 할머니가 빠른시일 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취재진에게 당부했다.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25일 기자회견에서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단

 

[기자회견문 전문]

저는 위안부였습니다.

그냥 위안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습니다. 해방 이후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제 삶의 상처를 대중에게 공개했던 것이 1992625일입니다. 차마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 제 자신이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당시 정대협에 거짓으로 피해를 접수했었습니다.

 

이후 19926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당시의 참상과 피해, 그리고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우리 인류에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문제 해결과 인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간 존재도 몰랐던 우리 피해 할머니들은 각자 겪은 참상과 인권유린을 이야기하며 부둥켜안고 눈물로 아픔을 함께 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손가락질과 거짓 속에 부끄러웠던 이용수에서 오롯한 내 자신 이용수를 찾았습니다. 먼저 가신 피해자 언니들과 함께 이 문제를 저 이용수가 꼭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말씀을 감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제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제가 기대하거나 예상했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후, 참 힘든 세월을 지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이 길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부단히 다잡아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부탁 아닌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드러난 문제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뤄온 시민의식에 기반하여 교정되고 수정되어 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길에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 향후 제가 생각하는 활동 방향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많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성을 갖고 조속히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지난번 입장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들 간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 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들이 전쟁으로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나갔으면 합니다.

 

네 번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하여 조속히 피해 구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사업의 선정부터 운영 규정, 시민의 참여 방안, 과정의 공유와 결과의 검증까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그동안 이 운동이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활동가,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당혹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투쟁 과정의 문제들이 공론화되길 기대했던 것인데,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 과정이 복잡해질 듯합니다. 제겐 운동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여러분들이 계십니다. 먼저 한 발을 내디뎌 새로운 길을 열어오신 분들께서 밝은 지혜로 시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93세입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그 길을 닦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길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은 함께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한 모두의 한 걸음을 이제 국민들이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드림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최민희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 국회의원 거부감 이해 안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갖고 있는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MBN 방송 캡처

 

최 전 의원은 26일 오전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 되는 사람은 전부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윤미향이라는 개인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인가. 이 문제(위안부) 해결을 위해 할 일이 많이 있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당선인이) 할머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국회의원 출마) 결정한 건 아닌 것 같다. 사전에 의논했는데 뭐 흔쾌히 동의를 안 하신 것까지는 맞는 것 같다""국회의원에 대한 거부감 부분은 우리가 모두 조금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밥을 못 먹었다. 난방비가 없었다는 얘기가 돌아다니는데, 그건 사실일 수 없다는 말씀부터 하고 싶다. 팩트는 팩트이기 때문이다"면서 "시민단체에서 모금된 돈으로 누구 개인에게 누가 밥을 먹자 그러면 지출할 수 없다. 그 기부금을 쓰면 안 된다. 그래서 그럴 때는 윤 당선인이 사실은 사비로 사드리는 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전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인은 공인이다. 적어

도 공인에게 사퇴를 요구할 때는 의혹이 아니라 그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국회의원들은 선거법 위반이 명백해도 정치자금법 위반이 명백해도 그만두지 않고 3심까지 가면서 사실 20대 임기를 마친 분들이 있다. 왜 유독 윤 당선인에 대해서만 이렇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MBN온라인뉴스팀

 

해외활동가, 정의연 모금 의혹 반박 할머니 체류비 드린 적 없다

LA 시민활동가 린다 리 항공료 등 현지서 제공한 것 전혀 없어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한 수요집회 기부금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뉴시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 온 미국 시민활동가 린다 리씨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언론 보도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며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리씨는 26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의 정의연 관련 보도에 대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활동가들은 그 동안 눈물로 이루어 놓은 역사를 하루 아침에 다 폄훼하는 이 상황에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리씨는 정의연의 해외 모금액이 불투명하게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정의연 이사장 시절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후원 모금행사를 진행하며, 체류비를 교민에게 내게 했다는 취지의 보도에 체류비라든지 항공료, 호텔비 등 현지에서 드린 것은 전혀 없다할머니들이 오시니까 집밥 정도의 식사를 한끼 대접한 것밖에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 저희는 해드리고 싶었지만 정의연 측에서 다 거절했다밥 한끼도 제대로 대접해 드리기 힘들었던 게 길원옥 할머니 같은 경우 당뇨가 있어서 음식을 아무거나 못 드신다. 그래서 집밥을 해드렸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관련해서도 소녀상을 제공한 것도 정의연이었다현지에서 비용을 준 게 없다고 말했다.

 

리씨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을 어떤 심정으로 봤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 중에 저 말씀은 왜 하실까 이해 안 되는 것도 사실 있긴 하지만, 저희가 뭐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저는 겨우 7년 활동했지만 해외에서 많게는 30년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해온 분들이 많다고국에 계신 언론인들께서 팩트만 체크해서 공정하게 보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25일 해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운동을 펼쳐온 단체들이 최근 국내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뉴질랜드 5개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입장문에서 무분별한 보도로 세계적 위상의 여성인권평화운동으로서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죄수와 검사(한명숙)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자, 위기에 몰린 검찰은 한만호의 동료 죄수 2명을 반격의 카드로 내세웠다. 이들은 법정에 나와 한만호의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며 검찰의 기소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증언을 했고 언론은 이들의 증언을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증인은 법정에서 또 다른 인물, ‘죄수H’를 반복적으로 거명했다. 자신들보다 한만호와 더 가깝게 지냈고 더 자주 얘기를 나눈 인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죄수H였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H를 어렵게 찾아내 그의 증언을 들었다.

 

죄수H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검찰 측 증인이었던 최OO 씨와 김OO 씨를 포함해 자신까지 3명을 검찰이 불러 한만호의 법정 증언을 탄핵하기 위한 진술 연습을 시켰다는 것이다. 최초에 협조를 거부하자 아들과 조카를 별건으로 수사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도 했다.

 

죄수H는 어떻게 한만호와 알게 됐으며, 왜 검찰의 진술 조작에 협조했을까, 그러면서 정작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죄수H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면회를 하면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그의 증언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검증했다.

죄수H가 뉴스타파에 보낸 자필 편지. 뉴스타파는 죄수H와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실관계 검증했고, 올해 초 면회를 가서 인터뷰를 했다.

 

한만호, 검찰에서 거짓말 했다며 도움 요청

한 때 상장사 대표였으나 2006년 경제범죄로 구속된 죄수H20103월 서울 구치소의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 330일 죄수H가 있던 서울 구치소로 한만호가 이감돼 왔다. 한만호는 자신이 구속됐던 사건, 즉 한신 에리어타워 사기 분양 사건과 관련한 형이 확정돼 기결수의 신분으로 통영 교도소로 이감을 갔다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의 요구로 다시 서울구치소로 옮겨 온 것이다.

 

저는 서울 구치소 A 관구 42방 독거 수용실에 수용중이었고 통영 교도소에서 서울 구치소로 온 한만호는 52방으로 이동 배정되었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한만호와는 운동 시간 때 처음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독거실 수용자들은 운동을 오전 또는 오후 중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었는데, 그 때 한만호 씨는 왜인지 모르게 저에게 오후에 운동하러 나오라고 했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독거실 수감자들의 운동장은 한 명의 교도관이 모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피자판 모양으로 생겼는데, 각 운동실 사이에는 약 2미터 높이의 담장이 있었다. 한만호와 죄수H는 이 담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죄수H가 편지에 직접 그린 독거실 수용자용 운동장 구조

 

운동 시간 때 대화를 시작으로, 한만호와 죄수H는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장에서 뿐 아니라 죄수들이 검찰에 출정을 갔을 때 대기하는 장소인 구치감에서도 대화는 이어졌다. 당시 한만호가 죄수H에게 털어놓은 얘기는 몇 달 뒤 법정에 나와 증언한 얘기와 똑같았다. , 자신이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만호는 도움을 요청했다. 검사들에게 자신의 고백을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죄수H가 다른 사건으로 검사실에 자주 출정을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위의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있으니, 제가 아는 검사에게 위의 사실을 이야기 후 (한명숙)수사팀에게 전달해 달라고, 자기는 검찰이 무섭다고, 추가 건으로 압박당하고 있다고..”- 죄수H의 편지 중

 

검사들에게 한만호 주장 전달했지만...”

죄수H는 처음에 한만호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차례 만나 얘기를 들으며 의문이 나는 점은 질문도 하면서 한만호의 주장을 자체적으로 검증해봤다고 했다. 결국 한만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 죄수H20108월 말 자신이 출정을 나가던 검사실의 검사에게 한만호의 얘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저는 한만호의 모든 진위를 파악하려다보니 선거가 이미 끝난 뒤에야 최초로 한만호의 이야기를 전00 검사께 이야기했습니다. (검사다운 정의로운 검사임) 00 검사는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그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면서 그럼 우리 부부장 검사인 홍00 검사께 사실대로 이야기하라 하여 홍00 검사 방에서 위의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죄수H는 전 모 검사와 홍 모 검사의 주선으로 당시 한명숙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부 소속 검사까지 만나 한만호의 얘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당시 죄수H가 한만호의 얘기를 전달했다고 하는 전 모 검사와 홍 모 전 검사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현직인 전 모 검사는 뉴스타파 질의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홍 전 검사는 죄수H를 알고는 있지만 피의자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피의자로 조사한 적은 없는데 죄수H를 알고 있다면, 뭔가 다른 건으로 죄수H를 만난 적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전 검사는 그러나 죄수H를 불러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퇴직한 검사로서 과거의 일을 불분명한 기억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실제 뉴스타파가 죄수H의 출정 기록을 확인한 결과 홍 전 검사 방으로 출정을 간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죄수H가 한만호의 주장을 검찰에게 전달한 시점은 20108월 말, 이미 서울시장 선거도 끝났고 검찰이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을 기소한 시점이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한만호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든 일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온 시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검찰의 설득과 회유

죄수H가 한만호의 주장을 검찰에 전달한 이후, 검찰은 죄수H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 죄수였던 김 씨가 검찰에 협조하라며 죄수H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죄수 김 씨는 몇 달 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게 될 바로 그 죄수였다. 동시에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는 H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죄수H와 증인 김 씨의 출정 기록을 확인한 결과 2010831일 죄수H와 증인 김 씨가 같은 검사실에 소환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죄수H와 증인 김 씨는 같은 사건에 연루된 바가 없었다. 그날 검찰은 죄수H에게 별다른 얘기도 하지 않고 외부 통화 등의 편의만을 제공했다는 게 H의 주장이다. 죄수H의 동향을 파악하고 회유를 하기 위한 사전 정지 단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증인 김 씨는 검찰과 어떤 관계였기에 죄수H를 설득하고 함께 검사실에 출정을 나가기도 한 것일까. 김 씨의 출정 기록에서 수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김 씨는 2010315일부터 서울 중앙지검 1020호 검사실에 출정을 가기 시작한다. 4월 말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마치 직장에 출근하듯 같은 검사실에 불려 나갔다. 1020호 검사실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 즉 한만호 사건을 수사하던 중앙지검 특수1부였다.

빨간 동그라미가 증인 김 씨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1020호에 출정을 간 날이다. 공교롭게도 41일 한만호가 같은 10층 특수부에 불려간다.

 

한만호는 41일부터 같은 10, 특수 1부의 다른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 검찰이 한명숙 사건으로 한만호를 처음 소환한 41일을 전후해 김 씨 역시 특수 1부에 집중적으로 소환됐다는 말이다. 단순 사기범이었던 김 씨가 특수부 사무실에 반복적으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죄수H는 김 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미 그해 서울시장 선거 전부터, (김 씨는) 검찰에 협조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검찰하고 한 몸이었고...”- 죄수H 인터뷰 중

 

검찰 증인으로 나선 또 다른 죄수 최 씨의 출정 기록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최 씨의 출정 기록을 확인한 결과 20106월부터 8월 사이, 김 씨와 같은 날 같은 검사실에 출정을 다닌 횟수가 12번이나 됐다. 둘이 같이 출정을 다닌 검사실은 1104, 강력부 검사실이다. 최 씨는 마약, 김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인물인데 전혀 다른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이 출정을 다닌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당시 김 씨와 최 씨가 함께 출정을 다닌 검사실은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특수부 검사실이 아니어서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아들 수사하겠다 협박어쩔 수 없이 검찰에 협조

그러던 중, 앞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20101220일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검찰은 죄수H를 계속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죄수H는 출정을 거부했다. 자신이 전해준 한만호의 얘기를 듣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검찰을 불신했기 때문이다. 죄수H의 출정 기록에는, 당시 그가 검찰의 출정을 거부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죄수H의 출정기록.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뒤 검찰에서 출정을 요구하지만 H가 거부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28일은 H가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날인데, 이날 특수부 수사관이 법원으로 찾아와 검사실에 나와달라고 요청했다고 H는 주장했다.

 

죄수H가 출정을 계속 거부하자 검찰은 몸이 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가 다른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날 검찰 수사관이 법원으로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특수 11128호 신00 계장이 위의 재판부 재판대기실까지 찾아와서 저보고 반강제적으로 왜 출정을 거부하느냐 하여, 이후로도 출정 요청시 역시 거부할 것이니 더는 요청치 마라 했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어쩔 수 없이 검사실에 출정을 나가도 H는 증언 협조를 거부했다.

외적으로는 계장들이나 검사들이 00이 그러는데, (한만호로부터) 들은 내용이 있다고 그러는데 그 내용에 대해 말해줄 수 있냐?” “나 그런 거 말해줄 내용도 없고 협조할 내용도 없다하고서 몇 번 제가 거부를 하고 부르면 또 나가서 거부하고- 죄수H 인터뷰 중

 

그러자 검찰은 H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죄수H의 아들과 조카를 별건으로 조사하겠다며 검사실로 소환했다는 것이다. H가 주식매매에 아들과 조카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는데, 그 차익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며 H의 아들과 조카를 검사실로 불렀다. 그러면서 죄수H에게는 아들이 미성년자이므로 금융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부모의 기명 날인이 필요하다이번에는 반드시 출정에 응하라고 구치소 직원을 통해 전달했다. 죄수H의 아들은 1991년 생, 20살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결국 어린 아들을 볼모로 잡고서 이런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부정의한, 양아치 짓을 하는 것을 보고서 출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검찰이 재소자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아들까지 불러 별건 조사를 시도했다는 H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사실일까. 그대로 믿기 어려운 주장이어서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H의 아들과 조카가 검찰청에 출입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H의 아들에게 동의를 얻어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확인 결과, 2011214H의 아들과 조카가 서울 중앙지검 1128호에 출입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H의 출정기록에도 같은 날, 같은 검사실에 출정을 간 사실이 남아있었다.

죄수H의 조카()와 아들(아래)의 서울중앙지검 출입내역. 2011214H의 아들과 조카는 함께 서울지검을 방문했다. 이들이 방문한 1128호는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특수1부였다.

 

H의 아들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당시 검찰에 가서 아버지를 만났다고 말했다. “갑자기 검사실로 가게 돼서 좀 당황했는데 아버지가 걱정말라고 얘기해줬다. 어떤 일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거기에 있는 검사분을 도와주는 거라고 들었다라고도 말했다.

 

아들 주식 산 부분으로 인해서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더라고, (협박)하면서 저를 (증언하라고) 종용하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일단은 그러면 너네가 갑이지만, 차후에는 내가 갑이 돼야겠다, 해서 그 부분 때문에 제가 이 악물고 또 얘네들이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를 (보자) 했었죠. 하고서 걔네들(검사들) 조작하는 그런 모든 부분에 제가 협조를 했었던 것이거든요.”- 죄수H 인터뷰 중

 

H의 아들과 조카를 왜 소환했는지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당시 H가 한만호에게 출소 뒤 한명숙에게 돈을 받으면 건설회사를 인수해 동업을 하자고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돼, 실제 아들과 조카를 통해 건설 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H의 아들은 이에 대해 당시 검찰에서 받은 구체적 질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H의 아들은 1991년생으로 당시 만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여서 H가 아들을 통해 건설사를 인수하려고 했다는 것은 일반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한만호 죽이기 위한 삼인성호’.. 검찰에 집체교육 받았다

20112, 아들과 조카를 겨냥한 검찰의 압박에 죄수H는 결국 당분간 검찰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상습 사기범 김 씨, 마약 사범 최 씨, 그리고 검찰에 한만호의 진실을 전달한 죄수H가 검찰의 지휘 아래 한 팀이 된 것이다. 이 팀의 목적은 한만호의 법정 진술을 탄핵하는 것, 즉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한만호의 진실을 알고 있던 죄수H를 가담시켜 입을 막을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팀을 이룬 뒤 이들은 검찰청 특수부 검사실에서 무엇을 했을까.

 

죄수H는 검찰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H와 김 씨, 최 씨는 때로는 2명씩 짝을 지어, 때로는 3명이 모두 함께 검찰청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죄수H는 당시 검찰 조사를 집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00, 00을 지속적으로 집체교육하고 있던 검찰은, 이때부터는 모든 진실을 이야기했던 저의 입을 막기 위해 아들을 볼모로 잡고서 저를 합류시켰습니다.”- 죄수H의 편지 중

 

집체 교육의 순서는 이랬다고 한다. 검찰이 PC로 작성한 진술서를 이 3인에게 손으로 베끼게 해 자필 진술서를 만든다. 그리고 이 진술서를 가지고 반복 연습을 한다. 연습을 하다가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진술서를 수정한다. 심지어 영상녹화실에서도 이들의 진술을 녹화했다고 한다. 죄수H는 영상녹화실에서의 녹화를 헐리우드급 연기라고 표현했다.

 

“(기자: 진술연습을 할 때 (검찰이) 딱 써놓은대로 이렇게 연습을 시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딱 걔네들(검찰)이 작성해놓은 대로 연습을 했고 중요한 건 1048호에서 3자가 같이 모였어요. 00하고 김00하고 저. (연습할 때 서로) 말이 틀리니까. 그래서 말을 거기다 같이 맞춰요. 검찰이 PC에다 써주는 대로 베꼈고 그걸 확대하고 재생산해서 만든 것들입니다. 걔네들도 그렇고 저도 그랬어요.”- 죄수H 인터뷰 중

 

죄수H의 출정 기록에는 20111월 말부터 약 두 달 동안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특수 1부에 스무 차례 출정한 기록이 남아있다. 거의 대부분 증인 최 씨의 출정 기록과 겹친다. 다만 증인 김 씨는 당시에 이미 출소한 상태여서 출정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했다.

 

죄수H는 이 모든 과정을 검찰이 한만호를 죽이기 위한 삼인성호의 계획이라고 표현했다. 즉 세 명의 죄수에게 증언을 연습시킨 뒤 한 사람씩 법정에 내보내 한만호의 진술을 탄핵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김 씨가 나가 증언을 하고, 변호인 측의 반박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두 번째로 최 씨가 나가 증언을 하고, 그래도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죄수H 자신이 나가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얘네들이 증인으로 나가서 한 전 총리 측 증인들이 말하는 것하고 잘 안 맞을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 어긋나는 부분은 그 다음 사람이 증인 나가서 복구하고 그러고서 또 복구하고 그런 거예요. 한만호를 죽이기 위한.. (한만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얘 진술에 대한 번복을 하기 위한 몰이꾼 3명일 뿐이었으니까..”- 죄수H 인터뷰 중

 

이런 관점에서 보면, 증인 김 씨와 최 씨가 법정에서 반복적으로 죄수H를 지목하며 한만호의 진술 번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라고 주장한 이유도 짐작이 된다. 죄수H에게 마무리를 맡기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대로 먼저 나선 두 증인이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보인다.

 

한만호의 변호인이었던 최강욱 변호사에 따르면, 증인 김 씨와 최 씨가 법정에 나와 증언을 했을 때 한만호도 검찰이 이들에게 모종의 교육을 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었다고 한다. 김 씨와 최 씨가 관련 증언을 하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이들에게 사건 얘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죄수H의 증언은 한만호의 의심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죄수가 검사실에 출정 조사받으며 검사에게 식사 접대

죄수H의 증언은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죄수H에게 아주 사소한 기억이라도 검증 가능한 것이 있으면 기억해내줄 것을 요청했다. 죄수H는 자신이 집체 교육을 받으면서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이른바 한턱을 낸 적이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밖에 있는 직원이나 친지를 시켜서 고급 음식을 배달시켜 줬다는 것이다. 유명한 식당과 고가의 호텔 식당에서도 음식을 배달시켰다고 했다. 뭔가 객관적인 기록과 근거를 남기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했다. 검사들은 죄수H가 시킨 음식을 잘 먹었다고 한다.

 

조카가 (한 번) 사오고 윤00이라는 직원이 한 7-8번 사오고.. 간식이 수육, 족발, 그리고 담배 이런 것들. 이게 뭐냐 하면요, 제가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 검사들, 부장들, 그리고 우리들.. 00 00까지 같이 먹는 용으로 한 10인분 씩 그렇게 사오라고 해서 계속 먹였어요.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서.”- 죄수H 인터뷰 중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뉴스타파에 H로부터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일까.

 

당시 음식 심부름을 했다는 직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H의 조카에게 검찰 출입기록이 있는 날 카드 사용내역을 발급 받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131일 오후 510, H의 조카가 검찰청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1시간 전인 45, H의 조카는 한 초밥집에서 525천 원을 결제했다. 해당 초밥집을 찾아가 보니 검찰청으로부터 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이 식당은 2011년에도 영업 중이었으며 당시 초밥 도시락 1인분에 3-4만 원 정도 였다고 했다. 최소한 10인 분 이상을 사갔다는 얘기다.

죄수H의 조카 검찰 출입 내역()과 카드 사용 내역(아래). 검찰청에 들어간 31일 오후 510분으로부터 한 시간 전 초밥집에서 525천 원을 결제했다.

 

H의 조카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청이 무턱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나. 삼촌(죄수H)이 검사실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서 초밥을 사오라고 제게 전화를 걸어 초밥을 사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50만 원어치 초밥을 누가 먹겠는가라고도 덧붙였다.

 

죄수H가 말한 집체 교육은 사실일까? 당시 세 사람이 출정을 다녔던 서울 중앙지검 1128호의 엄희준 검사는 뉴스타파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수 1부의 부부장이었던 임관혁 검사는 한명숙 사건의 공판에 관여했을 뿐 수사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수 1부장이었던 김기동 전 검사는 당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자세한 내용은 대검찰청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죄수 H는 한만호에게 위증, 즉 진술 번복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한 인물이어서 다른 2명의 증인과 교차 확인을 하기 위해 함께 소환했을 뿐 진술연습 등 집체 교육을 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한만호와 관련된 한명숙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들. 왼쪽부터 엄희준, 임관혁(주임), 김기동(부장) 검사.

 

검찰이 쏘지 못한 세 번째 화살

증인 김 씨와 최 씨, 죄수H는 검찰이 법정에서 한만호의 진술 번복을 탄핵하기 위해 준비한 세 개의 화살이었다. 세 개의 화살 가운데 두 개는 검찰의 뜻대로 쏘아졌고, 과녁을 명중시켰다. 2011221일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7차 공판에 증인 김 씨가 출석해 증언을 했고, 378차 공판에는 증인 최 씨가 출석했다. 언론은 이들의 증언을 대서특필하며 한만호가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한 내용이 허위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검찰이 준비한 세 번째 화살은 끝내 쏘지 못했다. 자신의 법정 증언이 다가오자, 죄수H가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제가 최00, 00을 통해서 말했어요. 제가 이번에 증인 나갈 건데, 나 이번에 법원 나가면 양심선언 할 거다. 저 검사 저 새끼가 다 조작했고 저 놈이 조작해서 이렇게 다 만들어낸 사건이다. 그리고 이 검사 뿐이 아닌 그 지휘 라인 전체가 이렇게 주목했다는 거를 내가 양심선언할 거다, 하고서 제가 (검찰청) 출석 거부를 내버려요.”- 죄수H 인터뷰 중

 

실제로 3월 말 부터 4월 사이 죄수H의 출정 기록에는, 그가 특수 1부의 출정 요구를 4차례 거부한 사실이 남아있다. 그가 검찰에 협조하기 시작할 당시 결심한 것처럼 이번에는 그가 이 된 것이다. 검찰이 아들을 이용해 협박했을 때는 검찰이 이었지만, 이제 검찰의 기획을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본인이 이 됐다는 뜻이다. 이렇게 결국 죄수H의 법정 증언은 무산됐다. 죄수H가 법정에 나가서 하려고 했던 양심선언은 그로부터 9년 뒤, 뉴스타파가 그를 찾아낸 이후에야 마침내 성사된 셈이다.

 

검찰은 죄수 H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수사팀이 H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짧게 답변했다.

죄수H의 출정기록. 특수부 1128호에 계속 출정을 다니다 2011328일부터 출정을 4차례 거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증인 김 씨, 위증은 부인했지만 횡설수설

뉴스타파는 죄수H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그와 함께 집체 교육을 받았다는 증인 최 씨와 김 씨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약 사범 최 씨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과거 전화 번호는 이미 바뀐 상태였고, 과거 주소지에도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의미있는 행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명숙 1심 재판 2년 뒤인 2013, 최 씨가 검찰에 영향력을 발휘해 동료 죄수의 구형량을 깎아주겠다는 명목으로 1,700만 원을 받아 챙겨 기소가 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최 씨가 구치소에서 검사와 죄수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상습 사기범이었던 김 씨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그를 잘 안다는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지인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 씨의 아버지로부터 김 씨와 그 형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아 소개를 받았다면서 김 씨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공연 기획사로 업종 전환을 할테니 투자를 하라는 김 씨의 말에 속아 3-4억 원을 투자했지만 어느 날 김 씨 형제가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바람에 돈을 모두 날렸다고도 했다. 김 씨의 지인은 김 씨가 법정에서 증언한 것처럼 건설업에 종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니예요. 건축업 했던 놈이 아니에요. (전혀?) 전혀 아니지. 지가 무슨 건축업을 해. 그래서 한만호를 알았다? 그래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갔다? 이거 거짓말이에요. 내가 알고 있기로는.”- 검찰 측 증인 김 모 씨 지인 인터뷰 중

 

이와는 별도로, 김 씨가 출소 이후 또 다른 사기 혐의로 다시 기소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씨와는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한명숙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라고 밝히자 전화를 바로 끊던 김 씨는 이후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본인이 보도 내용에 포함된다는 문자를 보내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지시를 받고 위증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해명은 출정 기록과도, 그 자신의 법정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우선 김 씨는 법정에 나와서는 한만호를 구치감에서 처음 만난 201041일 한명숙 총리한테 돈을 줬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는 “(한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일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얘기여서 감옥에서 한만호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법정에서는 출소한 뒤에는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는 한명숙 사건 때문에 출소한 이후에도 검찰에 다녀서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죄수H와 함께 특수부 출정을 다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죄수H와 함께 특수부 사무실에 가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죄수H와 김 씨의 출정 기록을 보면 같은 날 같은 특수부 사무실에 출정을 간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검사들 위증교사 및 직권남용.. 재심도 가능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한 인하대 법률전문대학원의 김인회 교수는, 죄수H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사와 수사관들의 불법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사실 관계는 더 정확하게 따져봐야겠지만 일단 증인의 증언이 위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위증교사 또는 모해위증교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검사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사람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시킨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에도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인회 인하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중

 

또 위증이 확인될 경우 원칙적으로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다만 위증에 대한 확정 판결이나 그에 준하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증인 김 씨와 최 씨의 위증 그리고 이를 지시한 검사들의 (모해)위증교사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증인의 증언이 위증이라고 한다면 그 재판은 잘못된 증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재심을 통해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경우이기 때문이죠. 잘못된 증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 재판을 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 재판주의에 의하더라도 다시 재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위증을 했다는 확정판결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서는 당시 위증을 한 것으로 지금 의심을 받고 있는 분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고 기소도 필요하고 재판을 거쳐야 하겠죠.”

- 김인회 인하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중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두 번째 시즌을 통해 우리 사법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을 다시 취재해 보도했다. 그 결과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을 발굴해 공개했고,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검찰의 중대한 범죄 행위 의혹을 폭로했다. 취재 내용이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을 다시 재판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심인보/ 뉴스타파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온다는 얘기에 피신가려 했다

이 할머니 수양 딸 “1, 2차 기자회견문 내가 썼다

미리 양해 구했는데 6시간 기다렸다고 소문내다니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2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수양딸이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구=왕태석 선임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1차 기자회견 후 경남 밀양의 삼랑진으로 자신을 찾아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인을 피해 택시타고 대구로 가려 했다는 수양딸의 진술이 나왔다. 윤 당선인에 대한 분노가 워낙 크다 보니 이 할머니가 일종의 피신을 도모했다는 얘기다.

 

40대 초반의 수양딸 A씨는 26일 본보와 통화에서 지난 7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삼랑진에 내려가 있었는데 윤 당선인 측에서 내려와 있으니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A씨는 엄마(이 할머니)가 자신도 모르는 윤미향 의혹을 알게 되면서 상처도 받고 화도 많이 나 있던 터라 일부러 밖에서 전화하면서 가라 앉으면 하자고 양해를 구했다그런데도 ‘6시간 기다렸다고 소문내는 것은 뭐 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만나러 온 것을) 눈치채고 택시를 타고 대구의 집으로 간다고 크게 역정을 냈다. A씨는 절에 가면 TV도 못볼 것 같아 진관 스님(불교인권위 공동대표)에게 연락해서 지리산 일대를 다녔다고 회상했다.

 

A씨는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면서 윤 당선인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초 대구의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측에서 25일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는데, 서문에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엄마가 평소 (윤미향 문제는) 검찰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얘기한 터라 굳이 국민을 갈라치기할 수 있는 윤미향 관련 글은 뺐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 전 경기 수원에서 동생을 만난 후 서울에서 잠시 생업을 하고 있는 A씨에게도 기자회견문을 작성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시민모임의 기자회견문이 더 좋다며 대구로 내려간 후 정작 수양딸이 작성한 글을 배포했다.

 

A씨는 엄마가 시민모임 글이 더 좋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뜻밖에 내 글을 배포했다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썼기 때문에 기자회견문은 같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7일 기자회견 때도 이 할머니 회견이 너무 장황해 회견 직후에 요점을 정리해 기자회견문을 작성, 배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기자회견문 배후작성설을 주장한 김어준 tbs 라디오 뉴스공장진행자에 대해 영향력있는 방송인이 가만있는 시민을 상대로 배후니 뭐니 얘기해서 너무 화난다할머니의 생각이 아닌 것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조용히 있었는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원인 A씨는 2015년 이 할머니와 수양딸 인연을 맺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윤미향과 정의연의 언론플레이는 실패했다

[기자수첩] 언론 탓 이전에 위기대응·메시지 관리 실패해 의혹 증폭해명과정에서 존재근거까지 부정, 당내에선 늦었다는 지적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전신 정대협)은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접하는 통로였다. 이 사안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돌아보면 언론은 이들을 성역으로 만들었고, 이들은 사실관계나 운동노선에 대한 논리적 우위가 아닌 피해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쉽게 언론플레이에 성과를 낸 측면이 있다.

 

지난 20145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순덕씨 부고를 전하며 언론에선 관부재판의 마지막 원고라고 썼다. 4년 뒤인 2018년 개봉한 관부재판 관련 영화 허스토리에는 해당 보도들을 그대로 인용했다. 오보였다. 관부재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함께 일본 정부에 사죄 등을 요구한 재판이다. 이씨가 사망했지만 원고 중 생존한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있었다.

 

오보의 시작은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당시 미디어오늘에 “(근로정신대가 아닌) 위안부 중 마지막 원고였다고 바로잡았다. 이는 정신대를 내건 단체 대표가 위안부문제를 부각하며 근로정신대를 지운 사건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무책임한 행동이고, 그만큼 미디어가 윤 당선인과 정대협이란 취재원에 조건없이 의존한 현실을 보여준다.

윤미향 당선인. 사진=민중의소리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최근 쏟아지는 비판에 우왕좌왕했다. 수사기관의 판단도 남았으니 사실관계는 논외로 하고, 이들의 위기대처법이 어떻게 논란을 증폭하는데 일조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 관련 언론의 왜곡보도는 이미 미디어오늘이 지적했고 이번엔 언론대응 방식에만 초점을 두려고 한다. 지난 7일부터 피해자 이용수씨가 정의연 회계문제와 수요집회로 상징하는 운동방식, 윤 당선인의 국회 진출 등을 비판한 이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메시지 관리는 한마디로 실패했다.

 

지난 11일 정의연 첫 기자회견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발언으로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사가 정의연 회계 유용 여부였는데 25분 가까이 정의연의 역사 등을 설명하며 기자들을 향해 한국 분들이죠? 어떤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참담하다”, “책은 한 줄 읽었을까등의 말로 훈계했다. 정의연은 기부금 사용내역 공개나 외부회계감사에 대해선 가혹하다며 거부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윤 당선인의 월급 출처 등을 묻자 사회자까지 화를 내며 제지했다.

 

조직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대중의 망각에 기대거나 빠르게 사과하는 방법이다. 점점 투명해지고 정보유통이 빨라지는 사회에서 후자의 중요성이 커진다. 사과 방식은 매뉴얼처럼 정해져있다.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주체를 명시한 뒤 이에 공감해야 한다. 이어 재발방지 대안을 발표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조직의 새 비전을 제시하면서 우호집단(구성원, 연대단체 등)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도 덧붙인다. 비전은 사익이 아닌 공익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는 진정성 있는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5일 이씨의 기자회견을 보면 대본이 없었지만 메시지가 명확·구체적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정대협의 위안부운동이 왜 한계를 지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비판했고, 피해자인 고 김복동씨가 어떻게 이용당했는지를 말하면서 비판 목적이 다음 세대의 운동방식을 고민하는 맥락임을 밝혔다. 끝으로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에게도 사과했다. 실체적 진실은 윤 당선인과 이씨 주장 사이 어디쯤 있겠지만 이는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는 쪽으로 수렴하는 게 현실이다.

 

이용수씨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MBC 화면 갈무리

 

정의연 첫 회견 다음날인 12일 이 이사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인터뷰에서 “(이씨가) 나이가 들어 생각이 안 날 수 있다위안부피해자의 기억을 거론했다.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문제를 비난할 때 쓰던 무기였고, ‘기억을 통해 정의를 세워야 하는 단체로선 스스로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 발언이다.

 

피해자를 먼저 부정한 건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이씨 문제제기 다음날인 8YTN지난 총선 때 시민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를 만난 뒤 이씨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우익들이 정대협이 피해자들 주장을 왜곡한다고 말하는 것과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이 주장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어받았다. 26일 김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 대표 배후설을 주장하며 회견문이 할머니의 문장이 아니라고 했다. 이씨와 글공부라도 해본 걸까. 일각에서 피해자인 이씨를 친일파나 치매환자처럼 비난하는 가운데 최 대표 배후설은 그에 비하면 역풍이 덜한 주장이라고 판단해 택한 음모론일까.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윤 당선인은 속 보이는 언론플레이 중이다. 12일 페이스북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자신을 빗대며 친일 공세라고 했고, 같은날 경향신문 단독인터뷰에서 위안부 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이 기자회견때 강조하던 내용이다.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작은 실수를 부풀리냐는 식의 주장이다.

 

같은날 MBC ‘단독인터뷰에서도 위안부 운동의 어려움을 말하며 제가 국회를 간다고 했을 때 할머니 반응은 잘했네, 함께 우리 문제 해결하면 되겠네였다고 했다. 이씨는 잘했네한마디를 했을 뿐 국회 진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9일 이씨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해 용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씨는 안아 달래서 안아줬지만 용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언론에 했던 배경은 하나로 수렴된다. 자신들이 주장하고 연출하는 대로 언론과 대중이 판단해줄 것이란 잘못된 믿음 탓이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물었다. ‘정의연 관계자들이 의혹에는 동문서답하고 자신들 성과만 자랑하면서, 설득을 해야할 기자나 국민들과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진단에 공감했다. 그는 “(비판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활동가는 자신의 단체 위기대응 방식을 전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주요 구성원들이 모여 인정할 것과 부인할 것, 메시지의 톤 등을 결정한 뒤 창구를 단일화한다고 했다. 친한 기자라고 개별 활동가들이 한마디씩 하면 의혹이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비언어 표현도 설득과 사과의 주요한 요소다. 명쾌한 주장과 단호한 용어로 메시지를 전하되 표정이나 어조는 냉철하고 신중해야 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1대 초선 국회의원 의정연찬회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 회견 중에 발언을 서로 자제시키며 보인 혼란, 피해자를 향한 공격, 이어지는 각종 의혹 끝에 이 이사장은 인터뷰나 SNS 활동을 접었고, 윤 당선인도 침묵 중이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4선인 강창일 의원은 26상식적인 선에서 (윤 당선인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당이 먼저 (사실확인을) 했으면 좋았는데 검찰수사가 시작해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SNS와 인터넷 언론이 발달한 시대에 쏟아지는 비판이 억울할 순 있다. 다만 언론은 단기간에 사안을 증폭시킬 순 있지만 새 팩트가 없는 한 같은 문제를 반복보도할 수 없다. 문제를 장기화하는 책임이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게도 있다는 뜻이다. 정의연이 정대협 원로들의 입장이라고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글을 내놨는데 곧바로 윤정옥 이대 명예교수 등이 입장문에 동의한 적 없다는 반박이 나오는 것도 보수언론과 친일세력의 공격이라고 봐야 할까.

 

기자회견에서 기자는 국민의 대리인이자, 회견 내용과 분위기를 펜과 카메라에 담아 전달하는 매개체다. 적대적으로 보이는 기자를 제압하려는 방식으로 논란을 진화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장면을 본 이들에게 반감을 더하게 된다. 25일 이씨의 회견 직후에도 정의연은 기자들의 이해를 돕겠다며 자신들의 운동성과 관련 설명자료로 입장을 갈음했다.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는 이슈에선 미디어의 왜곡이 있더라도 이는 일시적이고, 상당수 바로 잡힌다. 본질은 자신들이 내놓는 메시지다. 검찰이 불기소처분 하더라도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최근 20여일간 내뱉은 언어와 표정을 주워 담을 수 없다. 정의연을 멀리서 지지하고 강제동원 문제에 가슴 아파했던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논란 이후가 진짜 위기일지 모른다.

 

어익후 -미디어 감시한다더니 같은 짓을 하고 있네.

한심 -니 기사가 실패다. 한심아. 문재인대통령, 후보시절. 문재인한테 세월호 참사 책임있다고 쓴 넘이구나?

서정우 -회게부정이 있으면 그건 법적으로 처리하면되고 30년을 함께해온 사람들을 한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몰면 되겠습니까 할머니가 주장하는 정신대나 위안부가 뭐가 다른가요 다들 일본놈들에게 고통받던 분들이라 생각하는데 정신대는 일본놈들에게 고통을 안받아았나요

꼭 육체적인 수난으로 말할께요 고통을 수반해야만 되는 겁니까 함께 싸우면 더 좋죠

그리고 할머니 주변 사람들이 순수하지 못해요 특히 수양딸 그리고 최 머시기 등 등 왜 이런자들과 함께하지요 정치화해서 무엇을 얻을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본놈들이 지금 방송신문에 떠드는것 모르나요 벌써 위안부 정의연 욕하고 난리났어요 할머니 그 고통 일본놈들이 정의연을 씹고 있어요 할머니도 민주당 공천 신청했었다면서요 정치하시려면 정치하시고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일본에게 사좌받고 용서받으시려면 계속해서 운동해야죠 일본놈들에게 강제로 할수없잖아요 그리고 일본에게 고통받으시던 분들 분리하려고 하지마세요 그건 일본놈들이 원하는 겁니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정의연 안성 쉼터 가격 논란, 그 오해와 현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농촌 주택 가격 형성 원리는 도시와 다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인권운동가가 지난 7일과 25,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하여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대표(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의혹과 비판을 제기했다. 이후 정의연의 활동 전반에 대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져 연일 뉴스를 도배하더니, 급기야 검찰의 압수수색에까지 이르렀다.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이용하여 기부금을 받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였는지 여부는 추후 검찰 수사, 회계 장부 감사 등을 통하여 밝혀질 것이다. 다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불거진 일들이 안타깝다.

 

이번에 흘러나온 의혹 중 하나가 바로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이다. 정의연은 201375000만 원에 매입한 후 7년만인 지난달 42000만 원에 매각하여 330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구입 가격이 당시 인근 단독주택 시세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비싸다는 의혹, 윤미향 당선인과 친분이 있던 같은 당 이규민 당선인의 소개로 구입한 것을 두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을 허위로 비싸게 구입한 것인지,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는 검찰수사를 통하여 밝혀질 일이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아온 지난 7년간 이렇게 이상한 거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농촌지역에 소재하는 단독주택의 특성을 통한 가격형성원리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정의연에서 구입한 단독주택이 소재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은 서울에서 약 90정도 거리에 위치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하나 충청북도와 접경한 농촌지역이다. 토지가격이 서울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서울은 아무리 변두리 지역이라도 3.3당 최소한 1000만 원 이상의 시세가 나간다. 안성시 금광면과 같은 농촌지역의 경우 토지의 지세, 위치, 취락이나 교통시설과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건축을 위해서 필요한 토목공사의 난이도 등에 따라서 토지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서울 대지가격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은 저렴하지만, 건축비는 도시와 농촌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농촌지역 주택의 가격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이 바로 투입된 건축비용이다.

 

정의연이 구입한 안성 주택의 경우 평당 600만 원의 건축비가 투입되어 총 건축비가 48000만 원가량이라고 한다. 농촌주택 치고는 많은 건축비를 들인 편이지만, 비현실적 가격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수요가 없는 농촌지역에 환가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입한 건축비가 적절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이런 주택의 가치는 매도 가능한 시장가격보다 사용가치가 더 중심이 된다.

 

서울의 경우 워낙 토지가격이 비싸다보니, 감정평가 시 굳이 토지와 건물가격을 나누면 토지가격이 전체 부동산가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반대로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오히려 토지가격보다 건물 가격 비율이 훨씬 커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을 건설하는데 투입된 비용을 모두 더하여(적산하여) 산정하는 감정평가방법을 바로 원가법이라고 한다. 투입된 건설비용을 적산하여 산출하므로 여러 평가방법들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감정평가방법이다. 그러나 이 원가방법이 항상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시장가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큰 비용을 투입하여 부동산을 건설하였더라도, 구매하는 사람이 없다면 원가보다 더 낮은 금액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고, 오히려 원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더라도 계속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면 더 높은 시세가 형성될 수도 있다.

 

부동산 하위 시장의 특성에 따라서 원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은 서로 불일치한다. 따라서 감정평가사는 원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을 모두 산정한 후에 가격이 불일치하는 원인을 검토하고 시산가격 조정을 통해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즉 모든 부동산은 동일한 평가방법에 따른 감정평가가격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평가조건, 평가 목적, 시장 상황 또는 제도의 취지, 평가자가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모두 다른 가격을 갖게 될 수 있다.

 

단적으로 안성 주택의 경우 정의연에서 7년 전 구입한 금액은 토지매입비, 토목 건축비를 모두 적산하여 원가법을 반영한 75000만 원이었다. 이후 건축물의 물리적 감가상각과 디자인 구식화 등으로 인한 기능적 감가상각, 인근지역에 수목장터 등이 생기면서 발생한 경제적 감가상각 등이 주택 가격에 반영되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농촌지역에서 이러한 유형의 주택 수요가 없어 시장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게 형성되어 42000만 원에 매도하게 되었다면, 이 부동산의 시장가치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실제로 투입된 원가와 시장가격간의 괴리로 인한 임대료 분쟁 시 감정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층고가 11m에 전기설비 300정도의 용량이면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하기에 충분한 건물이었는데, 건물주 측에서는 층고 13.5m, 전기설비 1000를 설치하느라 훨씬 더 많은 건축비가 투입되었으므로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본래의 용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설비로 인한 건축비 지출은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임대료를 평가하였다.

 

최근 계속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의 경우, 택지비를 포함한 건설원가가 2~3억 원에 불과한데, 현재 시점의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비준가격은 8~9억 원에 이른다. 이 경우 어떤 가격으로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해야 할지는 오롯이 제도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판단의 영역이다. 당시 서민 주거안정 등을 목표로 하여 임대주택부지는 건설원가의 80% 수준에서 공급되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어디에 귀속할 것인지의 문제가 본질이고, 감정평가방법을 원가 또는 시가로 할지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에 투입되는 비용은 해당 부동산의 본래 용도와 기능에 맞게, 제도의 취지에 따라, 부동산이 소재한 지역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어야 시장가치에 수렴한다.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회 정의, 분배, 개별적 특성 등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한다. 지금으로서는 안성 주택 고가 매입 의혹에 관해 쉽사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폭등세를 보여 온 서울 아파트의 경우에는 불안 심리, 투기심리에 따른 가수요에 의하여 건설원가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시세가 부풀려졌고, 정부는 건설 원가를 한도로 하여 분양가격을 결정하겠다는 분양가상한제라는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저금리와 맞물려 투기적 가수요가 폭발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건설사 등은 불안, 투기 심리와 욕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였다. 아파트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수영장, 게스트하우스, 사우나, 독서실은 물론이고 아이스링크장까지 커뮤니티시설로 제공하겠다며 조합원들을 유혹하는 재건축단지까지 나타났다.

 

아파트 건축비를 포함한 커뮤니티시설의 건축비(원가)가 아무리 많이 투입되더라도 분양가(시장가격)가 이를 훨씬 상회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욕망에 물든 사람들은 거주하면서 계속적으로 부담하게 될 커뮤니티시설의 유지, 관리 비용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시설이 부동산의 가치를 올려주고, 투기 수요를 유입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끝없이 올려 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반면 농촌지역에는 투기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적고, 구매수요가 희박하고, 아무리 좋은 자재로 큰 건축비용을 투입하여 집을 지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감가상각만이 발생할 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농촌지역에서 개인 취향을 한껏 반영하여 지어진 고급 주택들은 투자 상품이 아니라 사치품에 가깝다. 개인의 취향과 개별적 입지조건은 표준화되기 어렵고 다양성과 개별성이 크다.

 

윤미향 당선인이 7년 전에 안성이 아니라 서울에서 7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였더라면, 아마 15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후원금을 가지고 부동산투기를 했다고 비난받았을지 모르겠다. 75000만 원에 구입한 주택이 43000만 원으로 하락한 상황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이미 투기판으로 변질되어버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프레시안

 

내 보따리 내놔" 이용수 할머니 조롱 만평에진중권 "사악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이용수 할머니를 다룬 언론사 만평이 논란에 휩싸였다.

 

중부일보는 26일자 신문 2면에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가 등장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 상단에는 윤미향도 싫지만이라는 글이 있고, 아래에는 윤 당선인이 배에 탄 채 물에 빠진 이용수 할머니의 팔을 붙잡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 이 할머니 머리 위에는 내 보따리 내놔그리고 국회의원 되는 꼴 눈 뒤집혀 못 보겠다는 내용의 말풍선과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이라는 설명도 붙어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용수 할머니)을 구해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보챈다는 의미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아주 사악한 만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여기에 운동을 바라보는 윤미향 부류의 시선이 잘 나타나 있다위안부 운동은 자기들이 물에 빠진 할머니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활동이라는 얘기, 한마디로 할머니들을 자기들이 거두어준 불쌍한 곰 정도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키는 대로 재주 부리고, 주는 대로 사료나 받아먹을 일이지 감히 인간의 식탁에 기어올라 의원까지 먹으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권 성향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25일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부터 이 할머니를 조롱하거나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할머니를 할망구’, ‘노망난 늙은이로 지칭하며 인신공격하거나, “자기가 국회의원 되고 싶었는데 윤미향이 되니 배가 아파 그런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친여 방송인인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하다""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어준씨는 아니면 말고식의 지긋지긋한 음모론을 늘어놓았고, 일부에서는 여권의 강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용어들을 써가며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댓글도 쇄도하고 있다""이 할머니의 진심을 왜곡하려는 자나 할머니의 아픔을 폄훼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는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낸 할머니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 윤 당선인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이제 '밤의 대통령'은 없다

[정연주의 한국언론묵시록 20] 조중동 쇠락사 (1)

한때 그들은 막강한 언론권력을 행사했다. 그들이라 함은 '밤의 대통령'이라 칭했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세습 족벌신문 체제인 '조중동'을 의미한다. 그들의 권력이 워낙 막강하여 '제왕적 언론권력' '거대 족벌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아세(조선일보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라는 단체도 있고, "조중동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이야기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해온 시민들 편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 끼친 조중동의 '악행''사회적 흉기' 역할이 그만큼 극심했다는 것을 뜻하며,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영향력이 미미했다면, 그냥 무시하면 될 터였다.

 

디지털 혁명에 바탕을 둔 여러 뉴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그리고 방송의 의제설정 능력이 신문에 미치지 못하던 때, 신문은 여론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누렸으며, 조중동은 그 신문시장의 70% 가까이를 점령한 독과점 세력이었다.

 

199212,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바로 다음날 서울 흑석동에 있는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의 집을 방문하여 만찬을 함께 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김대중, 정주영 후보를 물리치는 데 조선일보가 엄청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조선일보는 '밤의 대통령'이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중앙·동아는 부통령 쯤?"

20021117일 조선일보 반대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안티조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언론권력에 대해 글과 행동으로 적극 비판해온 언론학자 김동민 교수는 20016월에 발간한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조선일보를 거부하는가'의 서문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족벌신문의 우두머리요 리더로서 사실상 최고의 권력이다. '밤의 대통령'일 뿐 아니라 이제는 낮에도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부통령 쯤 된다고 해둘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서로 상대를 '제왕적 대통령'이니 '제왕적 총재'니 하며 다투지만 정작 제왕은 조선일보다. 당연히 민주화 운동의 타깃은 조선일보로 모아진다...

 

독재 권력에는 가장 열렬히 빌붙었으며, 민족의 비극인 분단을 가장 적극적으로 악용하여 상업적 이득과 정치적 목적을 취득·축적해 온 신문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어느새 수구 기득권세력의 핵심이요, 가장 중추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언론이 아닌 정치세력이 되어 기득권 수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밤과 낮'의 대통령이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부통령 쯤 된다고 했으니, 그 셋을 합친 '조중동'의 힘은 가히 '제왕적 권력집단'이라 부를 만했다. 그렇게 막강했던 조중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되었을까.

 

조중동의 쇠락을 확인해주는 여러 사건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입장을 담지않은 신문은 공교롭게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었다. 권우성

 

4년 전 41320대 총선이 있었다. 선거 전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분위기였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저지선 100'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수구 기득권세력의 DNA를 공유한 조중동은 늘 그래왔듯이 반 민주개혁의 편에서 전력투구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석 등 여소야대 결과로 나타났다. 그때 나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싶은 대목은 수구신문과 종편 영향력의 한계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편들고, 왜곡하고, 막말하고, 북풍 잔치를 해도 그렇게 떠든 만큼 먹히지 않았다.

 

일방적 편들기와 왜곡, 막말의 과잉 공급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효과가 크게 준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만방자가 심판을 받았듯이 수구신문과 종편의 안하무인식 편들기, 왜곡, 막말의 오만도 쓰레기 더미처럼 되었다. 정상적 시장이라면 이런 쓰레기들은 당연히 퇴출되기 마련이다."

 

20164월 총선 이후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일들이 있어 왔다. 촛불 혁명, 대통령 선거, 지자체 선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지난해 여름 이후 계속되어 온 이른바 '조국 사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정의연 사건 등이다.

 

이 크나 큰 사건들의 굽이굽이마다 조중동은 전력으로 개입해왔다. 그들이 겨누는 대상은 거의 예외없이 민주개혁 인사와 진영, 특히 지금의 정부다. 이들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증오와 저주로 이어졌다. 과거 같았으면 이렇게 집중적으로, 지속적으로 화력을 퍼부었으면 성하게 견딜 정권도, 민주개혁 인사도, 조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단으로 치달은 언어와 아스팔트 우파의 사고에 머문 판별력은 그들 스스로의 영향력을 바로 그 극단의 언어, 그 아스팔트 우파의 울타리 속으로 가두는 결과를 보여 왔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그 조중동과 DNA를 공유하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해오던 새누리당(지금은 미래통합당)도 그 극단의 언어, 아스팔트 우파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왔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조중동의 쇠락을 확인시켜준 하나의 중요한 사례였다.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

20081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2016년 작고)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방 회장 부인 이선영씨, 방우영 명예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권우성

 

19년 전 조선일보를 '밤과 낮의 대통령'이라 칭했던 김동민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면 그도 조중동의 쇠락을 기정사실로 본다. 많은 국민들에게 이제는 조중동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 - 조중동이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의 사소한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흠집을 내는 데 발광을 하고 있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 버러지만도 못한 조중동 바이러스에 하도 당해놔서 항체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여 초반에는 당황해서 병증이 나타나는가 싶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이게 최근 나타난 패턴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듯이 이 바이러스의 공세가 통하지 않았고, 조국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조중동 바이러스 퇴치법은 간단하다. 뭔가 엄청나게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때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며 팩트체크를 하다보면 제 풀에 꺾여 소멸하고 말 것이다. "

 

'조중동' '조폭언론'에 대한 추억

'조중동'의 쇠락을 보면서 개인적인 소회도 적지 않다. 20년 전인 2000년 말, 나는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 조선·중앙·동아일보 세 신문을 엮어서 '조중동'이라고 부르고, 그 신문들의 품성이 마치 조직폭력배의 그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서 '조폭언론'이라고 칭했다. 그들의 영향력도 막강하였고, 그 영향력에 휘둘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후 '조중동''조폭언론'이라 칭하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글들을 잇따라 썼다. <한겨레> 20001025일자 '정연주 칼럼'에 실린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 (1)가 그 첫 글이었다.

<계속>/오마이뉴스

 

빚더미에도 기업 `연봉 잔치`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 추이. 자료 : 알리오

 

지난해 공기업·공공기관 부채가 525조원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국가부채 1743조원의 3분의 1, 국가채무 728조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공기업·공공기관 부채비율은 156%를 넘는다. 2015년만 해도 31만명 수준이던 공기업·공공기관 정원 수는 지난해 41만명으로 사상 첫 40만명을 돌파하면서, 4년 만에 10만명 증가했다. 인건비만 2015206000억원에서 284000억원으로 8조원 가량 늘었다.

 

실적 악화에 경영부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도 공기업·공공기관 직원 수는 계속 늘고, 공공기관장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연봉(22600만원)보다 많이 받는 공공기관장이 41명이나 됐다. '천당 아래 공기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허튼 소리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 고용쇼크' 단기 처방전으로 공공 일자리 156만개 창출을 내밀었다. '확찐자' 공기업·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정부가 부추기는 셈이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국내 전체 공공기관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525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000억원, 4.2%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부채 규모는 20155047000억원, 2016, 5004000억원, 20174952000억원으로 줄어들다가 201850370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기업·공공기관 정원은 지난해 말 기준 416000명으로, 전년 383000명에서 33000명 늘었다. 2015~2017년에는 한해 늘어난 평균 정원 수가 32000명이었다가 2018년부터 배 수준인 64460명으로 늘린 결과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고용정책에 공공기관이 최전선에서 동원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2014~2019년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인건비는 28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경영부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 공공기관장(공기업 사장 포함)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되레 더 늘었다. 2015년 평균 16000만원 수준이었던 공공기관장 연봉은 지난해 17500만원으로 늘었다. 공공기관장의 식사비나 경조사비로 쓰이는 업무추진비는 2017135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1460만원으로 늘었다.한국투자공사(41400만원), 한국예탁결제원(41133만원), 중소기업은행(4883만원), 한국산업은행(38420만원), 한국수출입은행(384208만원) 41개 공공관 수장은 대통령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았다.

디지털타임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빚 늘어도 기관장 연봉.업무추진비는 펑펑

 

대부분 공공기관·공기업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17년에만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잠깐 줄였다가 점차 예전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대한석탄공사·국립공원공단 등 경영 악화가 심각한 곳들도 기관장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늘리고 있어 방만 경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공기업 수장들의 평균 연봉은 최근 5년간 지속 상승했다. 2015년 평균 16019만원이었던 공공기관장 연봉은 201616519만원, 201716620만원, 201816937만원, 201917466만원으로 늘었다.

 

공공기관장에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는 김영란법 시행 첫 해인 2017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 업무추진비는 식사비나 경조사비 등으로 쓰인다. 과거 일부 공공기관장이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가 나오면서 김영란법 제정의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5년 업무추진비 상위 10개 기관이 평균적으로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4814만원이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7년에는 평균 3922만원으로 약 20% 줄었다.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업무추진비를 봐도 김영란법 시행 전인 20161564만원에서 20171356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엔 1362만원, 20191458만원으로 점차 과거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데도 공공기관장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늘린 곳도 있었다.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5453%, 2016528%, 2017718%였다가 20182287%, 20193020%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석유공사 사장 연봉은 20179623만원, 201812857만원, 201912977만원으로 계속 늘었다. 업무추진비도 2017410만원, 2018615만원, 20191230만원으로 3년 연속 늘었다.

 

대한석탄공사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줄이지 않았다. 2017243만원, 2018508만원, 20191149만원으로 매년 늘었다. 기관장 연봉 역시 20161660만원, 201711232만원, 201811298만원, 201911501만원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국립공원공단도 최근 5년 내내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하지만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계속 늘었다. 20171492만원, 20181941만원, 20192070만원으로 올랐다.

디지털타임스 은진기자 jineun@dt.co.kr

 

 

이용수 할머니 조롱부터 배후설까지 상처 헤집는 정의연 논란

[아침신문솎아보기] ‘언론, 이용수 진의 헤아릴 능력 없어자성도운동 성과와 한계 짚는 경향·한겨레, ‘정의연 사유화짚는 세계·동아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중심의 위안부 운동을 공개비판하고 나선 지 20일 째가 되자, 언론은 지난 30년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 할머니의 진의를 언론 입맛대로 해석하며 왜곡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서울신문과 한겨레는 27일 이 할머니의 진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사회와 언론계를 지적했다.

27일 한겨레 2

 

서울신문은 1면에 이용수의 진심, 우리는 제대로 보았을까요”(이근아 기자)란 기자 칼럼을 싣고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나. 지난 7일과 25일 격정으로 가득 찬 두 차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머릿속을 맴돈 질문이라며 그의 분노가 가리키는 곳은 윤미향 개인이 아니었다. 이 할머니는 진영 구분 없이 모두가 이 역사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을 함께 찾자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고 적었다 . “위안부 문제 해결의 책임을 시민사회에 미뤄 두고 방관한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이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도 2면에 “70년이 지난들 고통 사라질까여성 인권운동가 이용수의 슬픔”(박윤경 기자) 제목의 기자 칼럼을 싣고 사회가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에 점차 익숙해지는 동안, 할머니의 기억은 돌부리처럼 비집고 나와 무뎌지지 않는 마음을 괴롭혔던 걸까. 생중계되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우리가 시차를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7일 서울신문 1

 

이 할머니의 이용당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오늘날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피해자의 기억을 넘어, 지구상 또다른 폭력들을 막는 데 집중하자고 말한다. 그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할머니는 수십년의 시차 속에서 홀로 남은 듯한 외로움을 느껴왔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수없이 많은 진술과 강연을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거듭 증언하도록 요구받았으나, 이제는 과거를 말하는 이가 없다. ‘동무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고, 30동지는 더 큰 발판이 필요하다며 자리를 비웠다그 속에서 이 할머니의 외로움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돼왔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세상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녀또는 할머니로 납작하게 그려내는 동안, ‘여성인권운동가로서 김복동·길원옥·이용수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통을 견디고 불의를 꾸짖어왔다그의 고백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섣불리 배후를 제기하기보다는, 그가 더 이상 이용됐다고 느끼지 않도록 그의 운동에 든든한 배후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27일 경향 5

 

언론·정치권 진영논리 선동 “‘배후음모론 그만

실제 이 할머니의 발언은 진영논리에 선 언론 보도, 정치권 발언 등을 통해 곡해돼왔다. 지난 252차 기자회견 후엔 여권의 배후설·기획설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버 등에선 이 할머니를 향한 혐오 공격도 거세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CBS 라디오에 출연해 모금한 돈으로 개인이 밥을 먹자고 해도 시민단체는 지출할 수 없다며 이 할머니의 발언을 직접 반박했다. ‘모금 뒤 배가 고파 윤 당선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지만 돈이 없다며 거절당했다는 발언이다. 김어준씨는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누군가가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께 드린 것이라며 “(기자회견문은)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를 보면 극우 성향의 채널에선 위안부=거짓말쟁이란 극단적인 주장을 쏟아내고 진보 성향의 채널도 노욕’, ‘치매등을 언급하며 이 할머니를 폄훼하고 조롱한다. 국민일보는 구독자가 42만명에 이르는 한 극우 성향 운영자는 지난 11일 영상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내부고발자인 동시에 위안부 국제 사기단의 일원이라고 본다거나 이 할머니는 가짜 피해자인데 정의연에서 용도폐기되니 폭로한 것이라 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27일 국민일보 1

 

보수진영에선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증거없는 의혹을 무차별 제기한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25일 당내 위안부 할머니 진상규명 TF’ 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1995년 수원시 송죽동 빌라를 매수했는데 정신대할머니돕기국민운동본부가 모금을 시작한 시점이 1992이라고 의혹 제기했다. 윤 당선인이 부정하게 재산을 축적했다는 취지로 연관성 없는 두 사건을 엮었다.

 

경향신문은 여야 대립에 양측 지지층까지 가세해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편 가르기식 싸움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이 할머니가 제기한 위안부 운동 방식과 한·일 과거사 해결방안 등 사태의 본질이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용수 할머니의 외침 곡해하는 이, 누구냐기사)

 

김어준씨가 배후론을 제기해 이 할머니와 그의 가족은 직접 해명까지 나서야했다. 이 할머니의 수양딸 A씨는 26일 페이스북에 “25일 기자회견문은 어머니 말씀을 먼저 듣고 정리하고 확인해 어머니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리한 것이라 밝혔다. “부당한 추측과 억측, 자신만의 기준에 따른 판단으로 어머니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27일 중앙 6

 

언론 뒤늦게 지엽적 논쟁말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봐야

 

경향과 한겨레는 이 할머니의 회견에서 시작된 정의연 논란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지난 30년의 위안부 운동을 평가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향은 30년이 흘렀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시민운동위주라며 “‘시민운동·역사자료 발굴·외교전략 모색등이 삼박자를 맞춰야 했지만,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위안부 역사 연구만 하는 학자가 손 꼽을 정도인데다, ··일 역학관계를 먼저 고려하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위안부 운동에 끌려왔다고 평가했다. 피해자 증언은 피해자 상당수가 80대 고령에 접어들면서 2010년대 이후 급감했지만 운동 방식은 계속 피해자에 의존했다고도 비판했다.

27일 경향 4

 

한겨레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관계와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피해자 중심주의와 어긋났던 운동의 문제라고 비판하지만, 여성·역사·외교 등 다양한 층위에서 민족주의, -일 관계 등 다양한 팩터들이 교차했던 30년 역사를 무 자르듯 쉽게 평가할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고 평가했다. “국가가 풀어야 할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미뤄져온 것이 오로지 정대협 탓이라는 식의 일부 전직 외교 관계자들의 주장은 과도하고 사실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거세다고 덧붙였다.(“30위안부 인권운동’, 기로에 서다기사)

 

한겨레는 이와 관련 다양한 위안부 문제 연구가와 활동가의 평가를 전했다. 먼저 피해자 중심주의를 둘러싼 논란에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는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일 중요하고, 시민단체는 이를 비롯해 교육이나 제도화 등도 포괄해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이 책임을 지지 않은 것과 함께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과도하게 민간에 역할이 맡겨지며 노노갈등처럼 갈등이 민간으로 전이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27일 한겨레 1

 

이은선 세종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에 정의와 진실을 위한 시민단체와 운동이 너무 많은 과제와 일들로 세밀함과 따뜻함을 잃어갔으며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한두 사람의 어깨에 짐과 과제를 얹어두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도 경직되고 관료화되면서 할머니들의 존재와 과거는 한 곁으로 치워지기도 했을 것이라고 쓴소리 했다.

 

정의연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반일감정에 의존했다는 지적도 있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소녀상 운동 등의 방식에 대해 한국 사회가 과거 비극들을 기억하는 관습에 대해서 역사가들이 제대로 논쟁해 만들어지거나 축적된 게 없고 지나치게 친일-반일 프레임화됐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비판은 정의연의 단체 운영방식에 집중됐다. 정의연이 입장이 다른 피해자들을 배제해왔다는 것이다. 1995년 고()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7명이 1993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을 수령할 때와 2004년 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33명이 세계평화무궁화회명의로 낸 성명이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27일 동아일보 1

27일 세계일보 4

 

세계일보는 당시 정대협(정의연 전신)은 이 기금이 일본 정부의 공식 배상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했고, 심 할머니 등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세계평화무궁화회 성명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 정대협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정대협 초기 활동가들 인터뷰를 중심으로 소수 활동가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다거나 위안부 문제를 정부가 방관하면서 정의연이 과잉 대표성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 익명의 정대협 초기 멤버는 동아일보에 소수 활동가가 이 운동의 주체가 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가 소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은 여러 곁가지를 뻗으면서 무리가 왔다거나 정대협이 매입한 경기 안성시 피해자 쉼터에 대해 과연 필요했을까. (정대협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 지금 (사업에서) 곁가지를 쳐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윤미향 의혹 놓고 여성단체 입장차 '뚜렷'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정 및 보조금·기부금 유용 의혹을 놓고 여성단체 사이에서도 반응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오늘(27) 성명을 내고 "윤미향은 이용수 할머니와 국민 앞에 속히 사죄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습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해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할머니의 발언을 진정성이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은 연일 제기되고 있으나 (정의연의 이사장이었던) 윤미향은 왜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침묵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보더라도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전면적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정확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면 21대 국회 개원 전에 거취를 분명히 하고 양심에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반면 한국여성민우회는 정의연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의혹 제기가 정의연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명의로 입장을 발표하고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과 논란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크게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은) 결과적으로 수치스러운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분투해온 시민단체와 활동가에게 도리어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 운동의 목표와 성과를 폄훼하고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의연을 악의적인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보다 성숙한 동반자로 바로 세워 진실과 정의의 길로 흔들림없이 함께 나아가자"고 촉구했습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 등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이면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전환됩니다.[MBN 온라인뉴스팀]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뒤 첫 수요시위..."끔찍한 광풍의 칼날 끝에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달라"

정의기억연대의 이나영 이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1차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를 위한 수요시위도중 발언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441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27일 열렸다.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정의연 사태와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92)2차 기자회견 이후 이뤄진 행사다.

 

이날 낮 12시 정의기역연대와 전국여성연대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열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나영 이사장은 이날 지난 한 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는 말로 경과보고를 시작했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공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한 뒤 쉼터 자료도 이미 제출하기로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마포 쉼터까지 들이닥쳤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편함 심경도 드러냈다. 발언 도중 울먹거리기도 했다.

 

지난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과 관련해 이 이사장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다.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지난 30년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들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해결이 지연된 근본 원인을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자제해달라이것이야말로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스스로 존엄과 명예훼복을 위해 노력한 30년 세월이 딱 그만큼 후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더 이상 억측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달라면서 이 끔찍한 광풍의 칼날 끝에 무엇이 남을지 제발 깊이 생각해달라.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길 간곡히 빈다고 말했다.

 

기지촌 활동가 김연자씨,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양징자 공동대표와 더좋은세상 뉴질랜드 한인모임 등 해외에서 보내온 지지 영상도 상영됐다.

 

이날 시위에서는 언론을 향한 성토도 쏟아졌다. 이날 참가자들이 든 손팻말 상당수는 언론을 겨냥했다. 이들은 언론은 가십성 보도를 멈춰라’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폐간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언론 개혁” “친일 청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TV조선 등 일부 매체 촬영 카메라를 향해 나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연 사태의 영향인 듯 이날 시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과 취재진이 몰렸다. 수요시위 참가가 처음이라는 청소년인권단체 날다 소속인 정예진양(16)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번 사태는 정의연의 30년 활동을 왜곡하고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일라고 말했다.

 

소녀상 인근에서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위원회 등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의기역연대 해체하라’ ‘소녀상 철거하라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 등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로 인해 고성이 오갔지만 경찰이 제지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보수단체 자유연대가 다음달 24일부터 수요시위 장소인 수송동 일대에 1순위로 집회 신고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집회 신고에서 자유연대 측이 정의연보다 앞선 것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자유연대가 먼저 신고 했지만 정의연의 수요시위가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 장소가 일시 중첩될 경우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면서 집회 대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녹취공개]이용수 막아선 윤미향"국회의원 안해도 되잖아"

지난 2012년 이용수-윤미향 통화 녹취 일부 공개

윤 당선인, 이 할머니 출마 만류할머니 "걱정할 것 없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2012년에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제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수 할머니를 강하게 막아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국회의원 출마를 만류했던 윤 당선인은 정작 8년 뒤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앞세워 직접 국회에 진출했다.

 

27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의 201238일 통화 녹취를 들어보면 윤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한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출마를 만류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저히 죽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일본 국왕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반드시 받아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의 통화는 이 출마선언 기자회견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또한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뭐하는 데 기분 나빠 하느냐. 나는 그런 것 때미로(때문에) 할 것 안 하고(하지 않는다)""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할 것"이라며 "(네가) 걱정되면 '할머니 건강이 걱정된다'고만 하면 된다"고 국회의원 출마를 만류하는 윤 당선인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이 할머니는 통화 엿새 뒤인 그해 3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국회에 진출해 직접 정부와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올해 4월 총선에 뛰어든 윤 당선인이 밝힌 출마의 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 할머니의 정치권 진출을 막아섰던 윤 당선인은 8년이 흐른 이번 21대 총선에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앞세워 출마,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윤 당선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CBS노컷뉴스 김태헌·송영훈 기자

 

영화 주전장으로 보는 정의연 사태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지금의 과도한 몰아가기는 군국주의, 성폭력, 가부장제에 맞서서 역사적 성과를 이뤄온 운동에 대한 중요한 백래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특히 이것은 국제적 차원의 백래시(반동)라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지금 몰이꾼들은 일본군 전시 성폭력 피해자와 그 조력자들, 심지어 해외의 연대자들뿐 아니라 콩고, 우간다, 베트남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까지 계속 연락을 해서 잘못된 정보를 전하면서 원하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 짜깁기하고 취사선택해 윤미향 사냥에 이용하고 있다. ‘위안부운동만이 아니라 각국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자들의 국제 네트워크까지 파괴중인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시달림을 겪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90이 넘어서 온갖 지병을 앓고 있는 위안부피해자분들을 괴롭히고 상처를 들쑤시고 이간질하면서 생의 마지막을 최악으로 만들려는 것을 보면 참담하기만 하다. 40년이 넘게 침묵을 강요해 왔고, 나중에는 외교의 걸림돌취급해 온 우리 사회가 이 분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이것이라니

 

갑갑함과 참담함을 추스르며 이번 주말에 영화 <주전장>을 다시 봤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가 만든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정의연 운동의 의미와 지금 벌어지는 백래시의 맥락을 짚어보기에 아주 적절한 영화다. 이 영화의 앞부분에 윤미향 당선인의 인터뷰가 나온다. 지금 파렴치한 취급당하며, ‘민족주의적 편향으로 이 운동을 망쳤다고 비난받는 윤미향은 여기서 이렇게 말한다.

영화 주전장포스터.

 

수요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오는 분이 있으면, 내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이 투쟁은 반일이 아니고,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다. 우리 중에 누구도 한국 국가의 책임과 가부장제의 문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거대한 강간제도를 만든 일본정부의 책임을 비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감독은 한국군의 베트남전 책임 문제를 제기하고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연대를 시작한 것도 정의연이었음을 지적한다. 더구나 이 영화를 보면 위안부운동이 일본과 한국의 활동가들이 국제연대를 통해 건설한 운동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정부의 범죄를 고발하며 사과를 주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바로 일본인 학자와 활동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정부는 이미 여러번 사과했다는 주장이 왜 허구인지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일본에서 백래시가 본격화한 것은 1997년이라고 지목한다. 그 패턴은 지금과도 매우 비슷하다. 피해자와 연대자들을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으로 모는 것이 극우세력의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 피해자들을 돕던 사람뿐 아니라 그 딸까지 공격당한다.

 

극우세력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영화이기에 그들의 반여성적, 반인권적인 본색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페미니스트들은 얼굴도 마음도 못 생겼다. 그런 여성은 머리에 봉투를 씌우고 섹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소녀상에도 봉투를 씌우는 것이다.’

 

전시 성범죄도 난징대학살과 부정하는 이 일본우익들(‘일본회의’)의 논리는 한국우익들의 논리와 유사하면서 더 위험하다.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포르노에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머지않아 중국이 붕괴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이제 자연스럽게 가장 친일적인 훌륭한 나라가 될 것이다.’

 

결국 이 영화를 보면 진짜 민족주의적이고 종족주의적인 것은 바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부정론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정의연 등의 투쟁이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에 맞서는 투쟁이었다는 감독의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영화 주전장스틸컷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평화비(소녀상)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일부 사람들은 피해자를 순결하고 힘없는 어린 소녀로 대상화했다고 부정적으로만 본다. 그것은 평화비에 담긴 다양한 예술적 장치(어깨의 새, 들린 발꿈치, 그림자 등)를 삭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지나친 단순화다. 영화는 피해자의 증언과 총독부 기관지 광고를 통해서 소녀들까지 동원의 대상이 됐는가가 중요한 역사적 쟁점이었음을 보여 준다.

 

더구나 영화의 막바지에는 함께 손잡고 달려나가려는 듯한 3명의 성인여성과 그들을 바라보는 김학순 선생님의 모습을 그린 센프란시스코 평화비가 나온다. 감독은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진 평화비가 이제 일본에 세워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칼바람 속에서 앞 길은 어두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미 일본 밖에 세워진 평화비도 위협받고 수난받고 있다. 수요집회의 지속도 흔들리고 있다. 이제 피해자가 사망해도 누가 섣불리 나서서 통장을 만들고 조의금을 모으겠다고 나설 것인가. 누가 이 운동을 이어가며 수십 년을 헌신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김학순, 김복동 선생님들이 지금 이 처참한 광경을 보지 않고 먼저 가신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주전장>과 함께 다시 볼만한 영화는 김복동 선생님과 정의연 활동가들이 어떻게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기록한 <김복동>이다. 그 영화에서 길원옥 선생님이 잊어버리는 약을 먹었나. 기억이 안 나하시면서 김복동 선생님을 기억 못하던 그 아픈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 김복동 선생님은 일본정부를 향해 우리는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은 반성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성은커녕 반격(백래시)이다. 그것도 가장 지독한 형태의. 그래서 <김복동>은 차마 다시 볼 용기가 안 난다.

영화 주전장스틸컷

 

영화 <주전장>의 마지막에 일본회의핵심리더인 카세 히데야기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정말 귀여운 나라다. 버릇없는 꼬마가 시끄럽게 구는 것은 정말 귀엽지 않나. 참 정감이 간다.’ 지금, 이용수 선생님과 피해자들의 고통과 증언에 별 관심도 없던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이 주동하고 검찰이 잽싸게 거들고 나서면서 나라 전체가 휘말리는 이 굿판을 보면서 저것봐라. 얼마나 시끄럽고 귀엽냐는 저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미디어오늘

 

한국 GDP 순위 810위로 2계단 하락...캐나다·러시아 8·9위 올라서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10위로 나타났다. 20088위에 오른 이후 11년 만에 순위가 하락했다.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명목 GDP16421억달러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을 포함한 38개 국가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캐나다(17363억달러)와 러시아(16998억달러)가 각각 8, 9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지난해 명목 성장률은 1.4%OECD가 조사한 47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았다. GDP 순위가 하락한 이유다.

 

명목 GDP는 한 나라의 노동, 자본, 생산요소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최종생산물의 합으로 나라 경제 크기를 나타낸다. 국가 간 경제 규모 비교에 활용된다.

 

미국은 1위로 214277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143429억달러로 7조달러 격차로 2위에 머물렀다. 이어 일본이 5818억달러, 독일 38462억달러, 영국 28271억달러, 프랑스 2780억달러, 이탈리아 212억달러 순서로 GDP가 많았다.

 

한국의 1인당 GDP31682억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658달러가 줄었으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도 하락세를 기록해 22위 순위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편, OECD 가입국들의 국내총생산은 지난 1분기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OECD는 코로나19 격리 조치로 인해 가입국들의 GDP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OECD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5.8 %, -4.7%에 달하는 국내총생산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봉쇄 조치가 덜 엄격한 일본은 -0.9, 미국은 -1.2% 수준의 국내총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

 

야동 볼 권리주장한 문화일보 논설고문

“n번방은 성구매야동시청 권리 막아 일어난 폐해주장가해자 중심 시각 재유포 비판

문화일보가 지난 20정부가 남성의 야동볼 권리를 박탈한 결과 ‘n번방사건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논설고문 칼럼을 실었다. 성구매나 야동시청을 남성의 권리로 보는 한편 불법촬영유포되거나 성착취를 담은 영상을 야동으로 치부해 가해자 중심 관점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화일보 이신우 논설고문은 오후여담코너에 “‘야동볼 권리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신우 논설고문은 이 칼럼에서 정부 당국의 성폭력불법촬영물 유통 차단이 야동을 볼 권리를 박탈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그 풍선효과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일어났다고 썼다. 오후여담은 문화일보 논설위원들이 돌아가며 쓰는 일일 칼럼 코너 이름이다.

 

해당 칼럼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법 시행에도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았고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며 고급업소를 갈 만한 여력도 없거나 디지털에도 문맹인 사회적 약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차별까지 감수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야동이 이때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썼다.

문화일보 520일자.

 

이 논설고문은 정부 내의 성인군자들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9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갑자기 불법도박이나 불법음란물을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밝혔다.” 이 고문은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 아닌가라며 아마도 가장 큰 폐해는 ‘n번방류의 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설고문은 칼럼 끝 무렵 최근 국회 통과를 앞둔 텔레그램 성착취 방지법을 겨냥해 개인의 사적 자유와 기업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 법은 인터넷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색출하거나 접속 차단의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실효화하기 위해 해당 사업자는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끼리 야동을 주고받거나 비공개 블로그에서 혼자 감상하는 등의 행위가 모조리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정부 당국이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하거나 불법음란물을 차단 조치해 남성의 성욕을 풀 자유를 침해했고, ‘n번방 방지법도 유사한 결과를 낳으리라 우려하는 내용이다.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이 칼럼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낳은 가해자 중심의 시각을 재유포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칼럼은 성구매나 야동시청을 남성의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라 전제해 비판을 받는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칼럼이 말하는 모든 권리의 주체가 남성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남성의 성욕을 당연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여성은 착취돼도 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미지. 그래픽=안혜나 기자.

 

야동이란 단어 사용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도 나왔다. 그간 온라인에 유포된 비동의성착취 영상물을 야동으로 치부해온 인식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낳은 배경이란 점을 간과했다는 면에서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김여진 활동가는 그간 우리가 야동이라 부른 대상은 단순히 섹시한 영상이 아니라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범죄물이었다. 피해자가 동의했더라도 온라인그루밍에 의한 행위라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제정을 논의하고, 여성이 어떻게 취약한 상황에 놓였는지를 포괄하려 성착취란 용어를 쓰는 상황에 야동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칼럼이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잘못 이해했다는 지적도 있다. 칼럼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11 대화방 내용이 감시와 규제 대상에 놓이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설명은 다르다. 방통위 최성호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나 유통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할 대상에 문자, 비공개 톡방 대화, 이메일은 관리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결국 촬영물을 보는 관점이 잘못된 나머지 성착취를 방지하려는 규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혹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글은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여성의 성욕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해소되려면 무엇보다 안전한 사회여야 한다칼럼이 말하는 성적 자유가 어떤 집단만의 성인지 따져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청와대 악의적 보도”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조선일보 맹비난

청와대는 조선일보가 28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대해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 ‘악의적 보도’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분노도 아깝다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조간에서 정 비서관은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의 남편이며, 정 비서관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오늘 조선일보는 일부러 악의적 보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도 했다.

 

윤 수석은 정 비서관은 지난해 제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면서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 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비서관은 윤미향 당선인 건을 비롯한 정의연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이미 사의를 밝혔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에도 그야말로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를 했다. 군 장성 진급 신고식을 연기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군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행사를 취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버젓이 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에는 4·15 총선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면서 시중 정보지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 종합일간지에 보도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의 이러한 허위보도는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라며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정 비서관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분노도 아깝다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면서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다라고 했다.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4월에 5월에 일어날 일을 예견해야 한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도 했다.

 

정 비서관은 정의연 사무총장이 아내인 것은 맞다. 숨겼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세운 적도 없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자 열심히 살았다면서 아내가 정의연 일을 한 지 2년이 가까워 오는데, 남편이면서 후원회원이 아닌 걸 이제서야 알았다. 그게 미안하다고 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한겨레사설] 전체를 코로나 위험에 빠트리는 일부의 무책임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발 코로나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8일 확진자가 79명으로 급증했다.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8일 오전 10시까지 82명으로 늘었고 고양 쿠팡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부천 물류센터에서 감염된 노동자 2명은 각각 부평구와 부천 콜센터에서도 근무했으며, 부평구 콜센터에서는 이 확진자한테서 감염된 3차 감염자도 발생했다. 콜센터 집단감염은 지난 3166명이 감염된 구로 콜센터의 전례가 있어 이를 반복하게 될까 우려스럽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쿠팡물류센터 직원들의 증언을 보면, 이번 집단감염은 예견된 사태에 가깝다. 직원들은 일하다 보면 땀범벅이어서 마스크가 벗겨지거나 찢어지는 일이 다반사라거나 식사도 수백명이 같은 공간에서 하는데, 별도의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쿠팡물류센터 냉동창고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작업용 모자와 신발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허술한 관리를 하면서 확진자 통보를 받은 뒤 초기 대처까지 미흡해 사태를 키운 것이다. 다른 직원들에게 감염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출근을 시킨 쿠팡과 달리 마켓컬리는 27일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뒤 해당 물류창고를 즉각 폐쇄하고 소비자에게까지 이런 사실과 방역 방침을 알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부천 쿠팡물류센터에 28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쿠팡 쪽이 이 밖에도 방역수칙을 어긴 사실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8수도권 집단감염 발생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원, 미술관, 박물관, 국공립극장, 연수원 등 수도권 내 모든 공공부문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14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유흥시설과 학원, 피시방 등의 운영 자제 권고도 내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더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등교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역당국과 국민이 함께 노력해온 방역 관리가 흔들리고 있다. 인천 학원강사의 거짓말이나 부천 쿠팡물류센터의 안이한 대처 같은 문제가 없었다면 적절한 방역 대처로 집단감염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동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큰 위험에 빠뜨리는 일부의 무책임한 행동에는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거짓신고 백인, 목눌려 죽은 흑인···분노케한 두 영상

 

사진 트위터 캡처

.미국 뉴욕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논란을 재점화했다. 영상으로 생생히 기록된 두 사건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만천하에 알리면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다.

 

반려견 목줄 채우랬더니"흑인이 위협" 거짓신고

하나의 사건은 지난 25(현지시간) 오전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발생했다. CNN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매체가 전한 전말은 이렇다.

 

이날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왔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성()을 가진 흑인 남성 크리스찬 쿠퍼가 이를 목격하고 목줄을 채우라고 요구했다. 에이미는 묵살했고, 크리스찬이 규정 위반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에이미는 크리스찬의 촬영이 계속되자 911에 거짓 신고를 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 나와 개를 위협한다. 경찰을 보내달라"면서 위기에 처한 듯 울부짖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크리스찬의 인종을 강조했다. 정작 크리스찬은 에이미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건은 에이미가 마침내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고, 크리스찬이 촬영을 멈추면서 일단락됐다. 뉴욕 경찰국 대변인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백인 여성만 있어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고 체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흑인이라 범죄자 단정" 비난 쇄도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크리스찬의 가족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엄청난 파문으로 이어졌다. 영상 조회 수는 27일 오전까지 3800만 건을 넘어섰다. 크리스찬이 단지 새를 보기 위해 공원에 나선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미의 인종차별적 행동은 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자산운용사 프랜클린 템플턴의 고위직으로 근무 중인 에이미는 직장도 잃었다. 프랜클린 템플턴은 사건 이튿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인종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해고 사실을 알렸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산책시키던 에이미의 반려견도 보호소로 보내졌다.

프랜클린 템블턴 공식 트위터.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종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여성을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트위터 캡처

 

.결국 에이미는 크리스찬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CNN을 통해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그런 곳에 혼자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도 했다. 에이미의 발언은 더 큰 역풍을 불러왔다. 허핑턴포스트는 "에이미는 직장과 반려견을 잃었지만, 경찰에 신고당한 크리스찬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에이미를 비판했다.

 

그리고 실제 거의 동시에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 행위 탓에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비무장 흑인은 경찰 과잉 제압으로 사망

같은 날 오후 8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제압으로 흑인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행인이 촬영한 영상엔 끔찍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 따르면 백인 경찰은 약 5분간 무릎을 떼지 않고 흑인 남성의 목을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흑인 남성은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며 애원했다. 행인들도 경찰을 향해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고통을 호소하던 흑인 남성이 코피를 쏟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동이 없어진 흑인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 당국은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 관련 경찰관 4명은 파면됐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론은 두 사건을 묶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뉴욕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일은 연결된 하나의 사건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가 무고한 흑인을 거짓 신고하고,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수많은 흑인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여론은 두 사건을 연관지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

"흑인이란 이유로 사형선고 받아선 안돼"

현지 언론들은 두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며 각계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튿날 조디 데이비드 아머 USC 법대 교수는 LA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에이미 쿠퍼 사건을 조명했다. 그는 "에밋 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에밋 틸 사건은 1955년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살던 흑인 소년 틸이 동네 가게에서 백인 소녀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누명을 써 백인 남성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뒤늦게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흑인 소년은 숨진 뒤였다. 아머 교수는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5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개탄한 셈이다.

 

26CNN"흑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녹화된 영상에 의존해야 한다""영상이 없었다면 정의의 바퀴는 결코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CBS 뉴스프로그램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진행자 게일 킹은 두 사건을 다루면서 "흑인 남성의 딸로써, 흑인 남성의 엄마로서 너무 힘들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이 나라는 흑인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LA타임즈도 이번 사건은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에이미 쿠퍼는 흑인들이 백인 여성들에 의해 기소된 더러운 역사를 악용해 곤경에 처한 백인 여성으로 가장했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정치인도 목소리를 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까지 트위터를 통해 "에이미는 크리스찬이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했다. 법은 자신이 어겨놓고 크리스찬을 범죄자로 단정했다""이런 증오가 뉴욕에 설 자리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페이스북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아선 안된다""경찰은 5분이나 흑인의 목을 짓눌렀다. 경찰은 기본적인 인간성에서 실패했다"고 적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