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햇살 – 오영호
화산섬 돌담 밑에
60년 여문 한 恨을
쪼아 문 산비둘기 푸드득 날아 올라
구천의 대문을 열고
신원 伸寃의 깃발
흔들 때
와르르
쏟아지는
4월의 노란햇살
반짝이는 나뭇잎에
새겨진 눈물 자국을
허기진 바람을 타고
쉼없이 딱고 있네
어덕구 산전-정군칠
수무엿새 4월의 햇살, 살을 만지네
살이 튼 소니무를 어루만지며
가죽나무 이파리 사시나무 잎 떠는 숲
가죽 얇은 내 사지 떨려 오네
울담 쓰러진 서너평 산밭이
스물 아홉 피 맑은 그의 집이었다 하네
아랫동네를 떠나 산중턱까지 올라온
아랫동네 사기사발과 무쇠솥이 깨진 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네
그 숲에나 잡목으로 서
살 부비고 싶었네
그대 한시절에 무릎 꿇은 것, 아니라
한 시절이 그대에게 무릎 꿇은 것, 이라
손전화기 문자 꾹꾹 눌렀네
산벚나무 꽃잎 떨어지네
음복하는 술잔속 그 꽃잎 반가웠네
그대 발자국 무수한 산밭길의 실비듬
어깨 서서히 데워 주었네
나 며칠 북받쳐 앓고 싶었네
선홀곶 답답한 굴속 - 김석교
선홀곶 묵시물굴 캄캄한 죽음의 냄새
눈을 감아도 보인다 귀를 막아도 들린다
안개처럼 흐릿한 세월 시간도 이곳은 비켜 간다
굴밖ㅇ로 끌려 나온 사람들 무릎 꿇린 채 총살당하고
굴속에 몸 숨겼던 사람들 수류탄 터져 목숨 끊기고
여자들과 아이들 북촌리 억수동까지 끌려가
따르르륵 기관총 맞아 몰살 당하고
노인들 또 잡혀가 고문 당히고
봄꽃들 앞 다투어 피는 이 4월에
죽음의 그림자 서성거리는 선흘곶에 오면
새들의 지저귐도 피 토하는 울부짖음이지
가지마다 움트는 생명의 붓순도 총일로 보이지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죽인자들 미쳐 날 뛰는
이 4월, 선흘곶에 오면 목시물골에만 오면
그날이 생지옥이 나를 휘감아 나는 그만 미쳐 버리겠다.
박성내에서 –김경훈
- 제주시 구양동 양 할머니
저기 보라
한라산 자락 아래 시커먼 연기 나는 거 보이지
느네 아방 토벌 다니는 모양이여
기여기여 울지마라
자랑자랑 윙이자랑
그날
한라산 자락 아래 제주시 박성내에서는
토벌군인들이 주민들을 총살한 후 휘발유로 태웠다
와랑와랑 시커먼
연기가 솟았다. 와랑와랑
너븐숭이-정희성
흙은 살이요 바위는 뼈로다
두 살배기 어린 생명도 죽였구나
신발도 벗어놓고 울며 갔구나
모진 바람에 순이 삼촌도
억장이 무너져 뼈만 널부러져 있네
그림. 강요배 작 `젖먹이’.
모슬포 칠월칠석 –이애자
비 오네
절뚝절뚝
짝 그른
팔다리 끌고
홀아비 바느질 같은 낮은 밭담 넘어와
솔째기
문 두드리며
젖은 발로
오는 혼백
콩 볶듯
멜젖 담듯
섯알오름의 직유
죽기실기 살다보면 몽글기도 하겠건만
아직 비린 이 언어를
삭히지 못한 섬
모슬포 바람살이
기죽을 틈이나 줍디가
마디 곱은 어멍 손
별떡 달떡 빚어 놓고
배롱이 초저녁부터
마당 한뼘 밝힙디다
오십서
칠월칠석
까마귀 다 아는 제사
직녀표 수의 입고
견우씨 소등을 빌려
산발한
늙은 팽나무
기다리는
큰 질로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 1914년 생 49년 1월12일 한경면 판토리에서 토벌대의 총격으로 아래턱을 맞고 턱을 잃었다 2004년 9월 8일 90세로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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