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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3.30~4.4 유권자 자존심 뭉개는 4.15 총선

by 이성근 2020. 3. 30.


                 3.30 인천-경인


예배 강행은 신의 뜻? 신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을 겁니다

n번방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조동(朝東)100] "언론은 공기나 물과 같다"...유신법정 최후진술

10대 미국 소년의 비극보험 없어 문전박대 코로나19 사망

의료보험 없어 긴급치료 거부당한 한인 고교생 숨져

월소득 238만원 미만 땐 최대 297만원 혜택

유럽판 기생충그들만의 강남코로나 민심의 분노

의사 10명 중 7명 코로나19 정부 대응 '잘 못했다'

코로나19 확진 4시간만에 사망1·2차는 음성

좌파들이 100만원씩 돈 푸고 있다구요?[ 이주의 나쁜 유튜브 ]

비례 시장열리자 난장판이 되었다

'2달에 2, 2년에 17'...검찰 전관 변호사와 재벌의 거래

국민 세금 물쓰듯의원 꿔주고 수십억, 여성 내세워 8

선거보조금 농단

세월호 참사재벌 스캔들사회적 이슈엔 어김없이 벌떼 악플러

허위 비방>욕설>성적 모욕우리사회 악플 감염중증 단계

스페인, 매일 저녁 8시 수백만이 박수를 친다

동아일보 100년 돌아본 50가지 사건

김재중 코로나 감염 만우절 거짓말에 줄줄이 오보하고 삭제

채널A 협박 취재 논란 검사 녹취가 정국 가른다

정부 재난지원금에 혼란’ ‘퍼주기비판 쏟아낸 언론

질본 최우수, 한국 언론 낙제점코로나19 성적표

안타깝다는 말

[사투리 뉴스] 해방 이듬해 부산 쑥대밭 만든 전염병, '호열자'를 아시나예?

감염병 유행이 드러내는 밑바닥-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지금, 국회에 중졸인 저를 대변할 사람이 있나요?"

[조동(朝東)100] 조선·동아의 100년은 대한민국에 무엇인가?

부자들 부동산 자산, 6년 만에 줄었다



               기호-민중

               중부-한겨레

                

                한국-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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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내일

331 중앙-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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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내일- 중앙

새전북-4.2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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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내일 중앙4.3

기호-인천

중부-민중

국민-한겨레

한국-대구

오마이뉴스-경향

국제-새전뷱

3.29~4.3 경향 장도리


예배 강행은 신의 뜻? 신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을 겁니다

종교적 배타성이 만드는 반감

 

코로나19는 평화로운 일요일의 교회에 긴장감을 끼얹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절실한 시점에서 일시적 예배금지는 과연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일까. 사진은 스페인 톨레도대성당에 있는 백색의 성모상.

 

종교 행사는 정말 어떤 상황서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일까

이웃을 불안과 위험으로 몰아넣으며 예배를 강행하는 현재 상황

종교단체의 집단적 이익에 기인하는 건 아닐지 자문해 봐야

일시적 예배 금지는 종교의 자유 억압도, 탄압도 아니다

모든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면 종교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근래 일요일이 가까워지면 긴장감이 높아지는 곳이 있다. 교회다. 정확히 말하면 예배를 하려고 많은 사람이 모인 교회와 그 주변이다. 코로나19로 방역 당국은 사람 간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주일예배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부 교회가 예배를 강행하면서 관과 교회, 교회와 지역주민이 갈등을 빚고 더 나아가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보인다. 이들 교회는 더 나아가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견해를 내놓고도 있는데, 경제활동의 어려움과 물리적 거리 두기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예민해진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주일예배는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인가. 일시적 예배 금지는 정말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더 나아가 종교를 탄압하는 일일까.

 

종교로부터 법이 독립한 세속주의

종교의 자유라는 주제는 인류 역사 내내 심각한 다툼과 갈등의 원천이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한 나라의 문화 및 전통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법과 종교의 분리 또는 종교로부터 법이 독립하는 역사적 여정은 그리스도교로 표방되는 서구 유럽의 세속주의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오늘날 우리가 천부적 권리로 향유하는 세속주의 헌법으로 열매 맺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세속화, 세속주의라고 하면 종교가 세상의 질서와 가치체계에 무분별하게 속화(俗化)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속주의는 기나긴 역사적 투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개념으로, 유럽사에서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의 유구한 긴장과 갈등관계 속에서 생겨난 하나의 사조라고 할 수 있다. 국교주의, 성직주의, 근본주의 개념과 더불어 그리스에서 유래한 유럽의 비판정신 가운데 하나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시의 문장. ‘주여, 나라(도시)를 지켜주소서(Custodi Civitatem Domin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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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는 영어로 ‘secularism’, 이탈리아어로 세콜라리차치오네(secolarizzazione)’인데, 때로는 같은 현상을 프랑스어 라이시테(laicite)’, 이탈리아어 라이치타(laicita)’로 부르기도 한다. 이 차이는 세속주의를 바라보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한 데서 온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속세의 시민권력으로 넘어가는 현상으로 이해하여 세속주의라고 부른 반면, 일반 민중은 원래 민중에게 속한 것을 다시 가지고 온 것이라 여겨 라이치스모(laicismo)’, 평민주의, 인민주의라는 용어를 썼다.

 

세속주의 사상은 시민생활, 사회생활 및 정치의식에서 종교적인 이상과 윤리적인 가치를 부정하다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정교분리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교회가 관장했던 교육이나 빈민 구제 같은 방대한 사회정책을 포함해 많은 권리를 정치권력에 이양하면서 교회는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는 구체적으로 로마가톨릭교회였지만 이것은 곧 그리스도교 전체로 확대된다.

 

종교행사 제한에 관한 법적 근거

종교의 자유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본권으로 여기에서 헌법상의 다른 기본권이 파생하였다. 세속주의 헌법을 채택한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도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더 나아가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신앙실현의 자유로 나누는데,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인 자유로 신앙을 선택하거나 바꾸거나 포기하는 자유를 말하고, 이에 더해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까지 포함된다. 반면 신앙실현의 자유는 상대적인 자유로 종교의식, 종교선전, 종교교육 및 종교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말한다. , 종교의 상대적인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이나 사회공동체 질서와 조화로운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헌법 제346항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7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일반적으로 국제인권법상 종교적 신념을 표명할 권리는 세계 인권선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모두 거의 비슷한 문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정은 종교적 신념을 표명할 권리와 그러한 권리가 국가에 의해 어떻게 제한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상세 지침은 19811125일 유엔총회의 종교차별철폐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종교차별철폐선언 제6조는 제1조의 규정에 따라 종교적 신념의 다양한 표명형태를 주제별로 분석할 수 있는 규정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맥락을 따라 종교의 자유는 절대적이지만 종교행사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세속적인 기준에 따라 제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도 있다. 칸트웰 대 코네티컷(Cantwell v. Connecticut) 판결에서 판사는 수정헌법 개정 제1조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 조항은 믿는 자유와 행동의 자유(freedom to believe and freedom to act)’라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전자는 절대적이지만 후자는 본질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모름지기 행동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예배의 자유, 즉 종교행사의 권리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룬 유럽의 헌법학 서적에서도 감염병의 상황에서는 국가권력에 의해 종교행사를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행정당국이 일시적으로 예배를 금지하여도 별다른 소동이 없다.

 

레바논 베이루트. 레바논 마로니타 교회와 이슬람 모스크의 첨탑이 경쟁이라도 하듯 높이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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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자유에 관한 교회의 선언

서양사에서 교회와 국가 사이에 오랜 갈등이 교회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옴에 따라 로마가톨릭교회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을 발표한다. “종교 자유의 원칙이 단지 입으로 선언되거나 법으로 정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의 있게 실천에 옮겨질 때, 비로소 교회는 신적 사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독립을 위한 법률적, 실질적 조건을 안정적으로 얻게 된다. 이런 독립이야말로 교회가 사회에 강력히 요구했던 바이다라고 천명하면서 여러 국가와 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선언에서 교회의 독립이란 국가로부터의 배타적이고 절대적인 독립이 아니라 단지 비합리적인 규제나 제한으로부터 상대적독립을 하겠단 의미로, 말을 바꾸면 공공질서를 위한 합당한 명분이 있는 국가권력의 규제는 따르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교회법 제1284조 제2항 제2, 3호는 국가 법률과 조화를 이루고, 교회법 제1268조와 제1290조는 교회도 재산을 취득하고 유지, 관리, 양도할 때 일반 시민법을 교회법으로 준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 예방을 위해 국가는 종교단체에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행정명령을 집행하여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권고로써 해결하지 못해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일시적인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교회 측에서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아울러 종교인들의 신앙을 건드리는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국가도 늘 최대한의 감수성을 갖고 자신의 조치를 돌아봐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상대적 자유인 종교행사를 일시적으로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것은 본질적이고 절대적 자유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모의 종교적 신념이 수혈에 반대하는 입장일지라도, 미성년자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수혈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종교백화점과 배타주의

오늘날 우리는 다문화사회의 한 요소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종교백화점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각 종교가 이웃을 배려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기보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는 종교적 배타주의를 더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극단적인 종교 배타주의는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죄악시하거나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폄하한다. 더 나아가 다른 종교적 신념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조각물들을 파괴하거나 모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종교적으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이나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극도의 종교적 피로감과 함께 모멸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욱이 개인 차원을 넘어서 요즘과 같이 감염병이 위중한 상황에서 교회에 모여 예배하기를 고집하면서 드러나는 종교적 반감은 생각보다 종교가 사회에서 역기능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종교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문화, 다인종, 다종교 사회에서 사회통합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코로나19가 우리 지역사회에 폭증했던 지난 3월은 그리스도교 전례력으로 사순시기 혹은 고난시기였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까지 수난의 시기를 보내야 했던 시간을 기리며, 교회는 예수의 죽음에 담긴 뜻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사랑해야 할 이웃과 거리를 두는 것이 최상급의 이웃사랑이 되어버린 이 역설 속에서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더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나에게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마태 12, 7)”라는 말의 의미를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른 척하지 않기 바란다. 이제 실천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웃을 불안과 위험으로 몰아넣으며 예배를 강행하는 현재 상황이 종교적 가르침을 따른다기보다 종교단체의 집단적 이익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면 종교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스페인 코르도바. 과거 이슬람 사원이 현재는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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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종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일상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다가 일요일 하루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만 기호식품처럼 취하며 익숙한 전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하루라도 우리 종교’ ‘우리 교회에 속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을 버리고, 이웃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실천하려 한다면 한발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예배드리지 않고 기도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런 감염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동의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나는 그런 신을 믿고 싶지 않다. 신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신을 옹졸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Deus non indiget nostri, sed nos indigemus Dei.

(데우스 논 인디제트 노스트리, 세드 노스 인디제무스 데이)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신을 옹졸하고 쪼잔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필자 한동일 한국인 최초·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경향

 



 

n번방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짐승’·‘늑대’·‘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이런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他者化)하여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지난 3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긴급지침을 발표했다.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인 조주빈씨의 행적을 조명하며 두 얼굴의 악마로 묘사하는 보도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경계한 것이다. 조씨는 스스로 악마 같은 삶이라며 서사를 만들어냈지만, 텔레그램 ‘n번방성착취 사건은 그 안에 있던 수십만 명이 만들어낸 결과다. 여성계는 조씨의 평범함은 곧 성폭력의 평범성이라고 말한다.

 

악마도, 예외적 사건도 아냐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일이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창구만 달리하며 반복돼왔다. ‘소라넷폐쇄, 웹하드 카르텔, 유명 연예인의 단체채팅방 공개, ‘웰컴투비디오운영자 검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까지. 디지털 성범죄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불법 촬영물은 자리만 옮기며 기승을 부려왔다. 지금도 누군가는 텔레그램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불법촬영물을 만들어 공유하고, 시청한 이들은 여성을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보며 강간문화를 유지해온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양산됐다.

 

n번방은 과거 음란사이트와 운영 수법과도 닮았다.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은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맛보기방과 3단계 유료방으로 나뉘었다. 유료 대화방은 영상 수위에 따라 입장료가 2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점점 높아졌다. 거래는 가상화폐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스폰 알바 모집같은 글을 올려 피해자를 유인했다. 피해자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은 뒤 이들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찍게 했다. 성범죄는 놀이마냥 이뤄졌다.

 

강간문화에 뿌리를 둔 성폭력은 대학생·기자·연예인 등의 단체채팅방에서도 되풀이됐다. 피해자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시선 때문에 피해를 쉽게 드러내지 못했다. “내 딸이 n번방 같은 곳에는 못 가도록 가르칠 것이라는 한 중년 남성의 인식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낸다.

 

민우회는 성명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동료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을 일삼는 학교·회사·기자 등등의 남성 단톡방이 n번방과 무관한가.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모의를 청년기의 일화쯤으로 치부하고, 교사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버젓이 출판한 저자들을 옹호하는 태도는 과연 n번방과 얼마나 다른가라고 말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단톡방 사건이 터질 때마다 (디지털 성범죄가) 특정 집단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돼왔는데, 사실 광범위한 사회문제라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조주빈이라는 운영자의 개인적 서사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왜 그동안 이러한 성폭력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는지, 어떻게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사는 것이 성욕과 호기심 때문이라고 여기는 성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326일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를 끝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그는 악마가 아니라 숱한 성착취 범죄자 가운데 하나이며 시민이 되기에 실패한 남성이라고 했다. “조주빈의 외모도, 가족도, 친구도 그가 입은 옷도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궁금한 건 오로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그를 어떻게 벌할지입니다.”

 

더 이상 뒷북은 없어야

n번방 이용자들에겐 잡힐 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배경엔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고 취급한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가담자 대부분은 수사망에서 빠져나갔다. 사법기관은 붙잡힌 운영자들에게도 쉽게 면죄부를 줬다.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범죄형태가 등장하는 데 법률과 처벌 수위는 따라가지 못했다. 피해자와 피해에 노출된 여성들은 두려웠고 답답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폭력의 문제가 아닌 음란물의 문제로 인식됐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물 처벌을 두고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들 사이에선 자기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는 말이 오갔다.

 

불법촬영물 제작·유포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대화방 관전자(회원)까지 공범으로 처벌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아름 활동가는 “n번방 사건을 두고 빗발치는 각종 청원과 요구는 그간 쌓인 분노와 불신의 결과다. 많은 이들의 공분은 n번방이 범죄임을 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처벌을 강화하고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지속되지 않으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당국과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성착취물 생산자·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자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법무부도 관전자 등 가담자 전원을 엄정 조사하고 책임에 따라 강력히 처벌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 국회에선 여야 없이 ‘n번방 방지법제정에 나섰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은 소지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 대상 성착취물은 제작·유포에 관여하지 않고 소지만 했을 경우 처벌이 어렵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처벌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가벌성을 확장해야 한다. 그 범위와 수위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벌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하지만, 많은 시민의 요구를 무시할 순 없다. 분명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조동(朝東)100] "언론은 공기나 물과 같다"...유신법정 최후진술

경기도 의왕시 민주화기념사업회 자료실에는 아주 오래된 카세트테이프가 소장돼 있습니다. 이 테이프에는 41년 전 19797, 박정희 유신독재 치하의 법정에 선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반독재 인권활동가였고, 바로 그 법정에 섰던 박종만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아내가 몰래 녹음한 것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소장돼 있는 카세트테이프. 이른바 민권일지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의 항소심(1979725) 최후진술이 담겨 있다.

 

1978년 동아일보 해직기자 10명은 이른바 민권일지사건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죄명은 긴급조치 9호 위반. 박정희 독재와 사주에 맞서 자유언론를 지켜려다 쫓겨난 젊은 기자들이 감옥에 갇힌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제도언론이 외면했던 노동자와 농민의 비참한 실태와 시민학생의 민주화 요구를 기록해 알렸기 때문입니다. 이게 죄 아닌 죄가 됐고 1979년 서슬퍼런 유신 법정에 섰습니다.

 

1971,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아일보 별관 출판국(지금의 동아일보 신사옥 자리)에서 촬영한 2년차 기자 정연주의 젊은 모습

 

19791214일 성동구치소 출소 직후 김종철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모습.(한복입은 이) 이에 앞서 출소한 안종필(김종철 뒷편에서 왼쪽 안경쓴 이), 정연주(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안경쓴 이), 박종만(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해직기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동아일보 해직 기자들의 법정 육성은 오랫동안 공개되지 못했습니다. 민권일지 사건으로 구속돼 옥고를 치른 안종필, 박종민, 성유보, 안성열 등 해직 기자들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은 이들도 이제 반백의 노인이 됐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자유언론, 그리고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된 언론을 꿈꾸고 있습니다./박중석/ 뉴스타파

 

10대 미국 소년의 비극보험 없어 문전박대 코로나19 사망

 

로스엔젤레스 (LA) 카운티 보건당국, 10대 첫 사망자 사례 브리핑.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미국의 10대 환자가 의료 보험이 없어 긴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뉴욕포스트는 지난 28(현지시간) “코로나19에 양성반응을 보인 로스엔젤레스(LA) 랭커스터 지역의 10대 환자가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긴급 진료시설에서 쫓겨난 뒤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렉스 패리스 랭커스터 시장은 데일리메일에 이 소년은 건강보험에 들지 않아 응급 치료 시설에서 쫓겨났다공공병원으로 향하던 중 심장 발작 증세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년이 병원에서 6시간 동안 생존했지만 이미 치료를 받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대 환자에 대해 건강했고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말했다.

 

LA카운티는 10대 환자 사망 후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번째 10대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NBC 방송은 “LA 보건당국이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번째 10대 환자 사례라고 발표했지만 CDC는 이 환자를 코로나19 사망자로 공식 분류하지 않고 사망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말을 바꾸고 있다CDC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사망한 10대 환자의 가족과 이웃들도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의 아버지는 우버 운전사로 밝혀져 지역 사회 감염 우려도 제기됐다.

김유진 인턴기자 국민일보

        

의료보험 없어 긴급치료 거부당한 한인 고교생 숨져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긴급 치료를 거부당한 10대 한인 고교생이 결국 숨진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영국 일간 더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숨진 17살 윌리엄 황의 사망 기록에 '한국계'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당시 황군은 한 응급치료시설에 갔으나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한 뒤 공공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황군은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최초의 미성년자로 추정됩니다.

 

이같은 사실은 렉스 패리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시장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폭로해 드러났습니다.   

연합뉴스

 

월소득 238만원 미만 땐 최대 297만원 혜택

정부 재난지원금 320만원까지 받아5월 중 지급, 지자체 지원은 별개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부 초유의 실험이 닻을 올렸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소득 하위 70%1400만 가구에 40~10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앞선 추경에서 지급을 결정한 소비쿠폰이나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까지 더하면 4인 가구의 현금성 지원액은 최대 320만원까지 늘어난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정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3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9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을 의결했다. 저소득층부터 중산층까지 1400만 가구에 보편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원 규모는 1인 가구의 경우 40만원, 2인 가구와 3인 가구는 각각 60만원, 80만원으로 책정했다. 4인 가구 이상은 100만원으로 상한선을 뒀다. 정부가 80%를 부담하고 지자체가 20%를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상품권 등의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특성상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1차 추경 지원책 등을 더하면 월 소득 수준이 190만원(중위 소득의 40%) 미만인 생계·의료급여 수급 가구의 혜택이 가장 크다. 앞서 발표한 140만원 상당의 소비쿠폰, 2명의 아이(7세 미만)에게 지급되는 80만원 상당의 특별돌봄쿠폰에 더해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월 소득 수준이 190만원 이상 238만원 미만(중위소득의 40~50%)인 차상위계층도 2974000원 정도 지원받을 수 있다.

 

미취학 아동 2명이 포함된 중산층 4인 가구에 돌아가는 금액도 최소 180만원을 넘는다. 기존에 발표된 특별돌봄쿠폰 80만원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당초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712만원(중위 소득의 150%) 이하까지 지급하는 방향으로 논의됐지만 기준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소득 하위 70%가 속하는 범위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추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앞서 전북 전주시나 경기도 등은 정부 대책과 별개로 지자체 구성원들에게 현금성 지원을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자체에 따라서는) 정부 지원에 지자체가 재원을 더 보태 보다 큰 규모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지급 시기는 5월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차 회의에서 결정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정부는 앞으로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2차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후에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회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세종=신준섭 기자, 임성수 기자 sman321@kmib.co.kr

 

유럽판 기생충그들만의 강남코로나 민심의 분노

 

사진=AFP연합뉴스

 

우리 마을에 마치 휴가라도 온 것 같았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누아르무티에(Noirmoutier)섬 주민 프레데릭 보우카드(47)는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을 집어삼킨 뒤 수도 파리에서 피난 온 이들을 향한 이곳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거세다.

 

주민 연령 높고 소득 낮아 전염병 취약한데분노 들끓어

파리지앵들을 비롯해 유럽의 부유층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은 도심에서 휴양지에 마련해 둔 별장으로 대거 피신을 와 마을 사람들의 분노와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29(현지시간) 지적했다.

 

별장이 있는 시골 지역은 대개 병원과 의료진이 부족한 데다 주민들의 소득이 많지 않고 연령대도 높다. 면역력과 재난 대비 능력이 취약한 이들이 모인 곳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온 외부인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더해졌다.

 

지난 28(현지시간) 독일 의료진들이 에센 공항에서 프랑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에센=EPA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이날 누아르무티에섬 인구는 하루 만에 두 배 수준인 2만명에 이르렀다. 프랑스 전역에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지 2주가 흘렀지만 이곳에서는 약 70건의 코로나19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부호들이 제2의 집으로 소유한 별장만 약 340만채,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주제도 불평등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시국에 별장을 찾아 들어온 부유층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배경이다. 현지 주민들은 파리지앵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해변가로 달려가 소풍과 연 날리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이 섬에 있는 절반가량의 자동차 바퀴가 훼손됐다. 번호판에 파리가 적힌 자동차들이었다.

 

의사들은 최근 섬에 넘어온 사람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노엘 포셰 시장은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를 아예 차단하려다가 불법 행위라는 정부의 제지를 받자 자신의 주요 주거지에 격리하지 않고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우린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주민 클라우드 고라우드(55)다리를 몇주 전에 막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 감염 확산에도 별장 격리영향설

부유층 별장 격리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된다. 이탈리아는 북부 지방에서 감염이 시작됐는데, 이를 피해 남쪽의 별장으로 간 부호들이 상당수 코로나19를 타 지역에 전파했으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9(현지시간) 스페인 왕실 경비병들이 마드리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을 소독하고 있다. 마드리드=AP연합뉴스

 

정확한 수치 예측은 힘들지만 당국은 이러한 유입이 남부 이탈리아의 감염에 영향을 주었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의 관광지인 시칠리아의 한 보건위원은 타지역민 4만명이 유입된 직후 확진자가 쏟아졌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는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전 총리가 지난 11일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마르벨라에 있는 별장으로 떠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독일, 그리스, 벨기에, 노르웨이 등 일부 나라들은 휴양지 별장으로의 이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그리스의 경우 도심 거주자 수천명이 집에 머루르라는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섬 지역의 빌라 등으로 이동하자 지난 주 전국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국내도 예외 아니다? ‘그들만의 강남보는 시선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한 미국 유학생 모녀 확진자와 관련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선의의 피해자라고 발언했다가 여론 악화에 결국 사과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 28일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체 동 주민에게 무료 검체 검사를 실시하고, 가구당 4매씩 마스크도 직접 지원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공지문도 화제가 됐다.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동에 방역을 하는 정도가 아닌 모든 입주민에게 검사 및 마스크를 지원하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남구청이 돈이 많아 대응을 잘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른 지역구들과 달리 확진자들의 동선 공개에 강남구는 소극적이기도 하다. 주소와 상호명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타 지역과 달리 지하철 역명이나 상점의 종류 등만 언급하는 식이다. 온라인에서는 세부 동선 공개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의사 10명 중 7명 코로나19 정부 대응 '잘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 10명 중 7명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부 대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협회 의사회원 1589명이 참여했으며, '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부의 대응 전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1%(621)'올바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응이 다소 부족했다'고 답한 비율도 29.8%(473)에 달해 전체 응답자의 68.9%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컸던 대구 지역 의사들의 부정 평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80%를 넘긴 83.2%로 집계됐다.

 

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16.6%(264), '매우 잘 대응했다'는 의견은 6.1%(97)로 집계됐다.

 

'중국 경유자 입국 전면 제한'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84.1%(1337)'사태 초기에 중국 경유자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중국 전역으로 경유 입국자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견은 12.6%(200),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3%(52)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의협의 대응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했다' 44.6%(706), '매우 적절하게 대응했다' 17.9%(284)62.5%(990)가 적절했다고 응답했다. '대응이 다소 부족했다'는 의견은 14.0%(221), '잘못 대응했다'는 의견은 7.6%(120)였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에 있어 회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원들의 연령대는 20-3013.9%(221), 4036.2%(575), 5033.3%(529), 60대 이상 16.6%(264)이다. 전문과별로는 내과 23.2%(369), 소아청소년과 10.8%(172), 가정의학과 10.2%(162), 이비인후과 6.0%(96) 등이 참여했다. 정성직 기자



코로나19 확진 4시간만에 사망1·2차는 음성

 

코로나19 확진환자 현황. ()는 전일 대비 증감수치. 330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제공

 

요양원에서 지내던 7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직후 사망했다. 경기 의정부시는 29일 오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5·)30일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지내던 씨는 지난 28일 발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튿날인 지난 29일 오전 8시쯤 요양원에서 사설구급차를 이용해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폐렴구역)로 옮겨진 씨는 같은날 오후 930분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직후 씨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씨의 상태가 악화돼 이송이 불가능해졌고, 확진 약 4시간 만인 30일 오전 119분쯤 사망했다.

 

씨는 앞서 지난 16일 폐렴 증세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지만 지난 17·18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씨는 폐렴 증세가 호전돼 지난 25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요양원으로 다시 옮겨졌었다. 의정부시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관련 동선 오염지역과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와 방역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씨가 입원했던 병동의 환자와 의료진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시행하고 동선 관련 심층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좌파들이 100만원씩 돈 푸고 있다구요?[ 이주의 나쁜 유튜브 ]

34주차, 이주의 나쁜 유튜브 채널’ (319~25)

 

1. 정부가 소상공인은 뒷전, 포퓰리즘 정책만 얘기하고 있다는 고성국TV

고성국TV <20200319일 목요일 생방송>(319)에서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소상공인 지원은 뒷전이고, 포퓰리즘 정책들만 얘기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고성국 정치평론가 : 이거 이제 사실 뭐, 1인당 100만 원씩 돈을 퍼붓자고 좌파들이 지금 하고 있는 판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게 51조면, 그냥 적자국채 발행하자 뭐 이런 얘기를 함부로 막 하는 자들인데, 실제로 필요한 거는 지금 우한폐렴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분들, 특히 영세소상공인들이 지금 폐업 위기에 몰려 있으니까, 이 부분에 대한 긴급지원 뭐 이런 것들이어야 될 텐데, 지금 그런 것은 지금 손을 안 보고, 자꾸 표가 되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돈 나눠주자뭐 이런 얘기만 하고 있어서 참 답답하네요.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는 만큼,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는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좌파 혹은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은 손을 안 보고 표가 되는 돈 나눠주는 정책만 얘기한다는 고성국 씨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정부여당이 적자국채 발행하자는 얘기를 함부로 하고 있다?

무엇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좌파딱지를 붙이는 것이 보수 유튜브의 습관인데요. 이른바 재난기본소득논의를 비판한 고성국 씨 역시 “1인당 100만원씩 돈을 퍼붓자고 좌파들이 지금 하고 있는 판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일종의 재난수당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논의가 여권 지자체장 중심으로 제안된 걸 겨냥한 건데요.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을 두고 이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실도 아닙니다. 이미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달러를, 홍콩에서는 18세 이상의 모든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만 홍콩달러를, 싱가포르에서는 21세 이상의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싱가포르달러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정책의 효과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홍콩, 싱가포르를 모두 좌파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난수당 논의의 중요한 쟁점은 역시 재원입니다. 국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김경수 지사의 건의를 실현하려면, 고성국 씨 말대로 약 51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요. 그런데 고성국 씨 주장처럼 적자국채 발행하자 뭐 이런 얘기를 함부로 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근 적자국채가 거론된 건 이제 막 논의가 본격화된 재난기본소득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17일 국회에서 통과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117000억원 규모의 추경 중 103000억 원이 적자국채로 조달됐는데요. 이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이 과도한 것 아니냐’, ‘국가부채가 더 증가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재난기본소득을 논의하거나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몇 개 지자체일 뿐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결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김경수 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제안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319그 문제는 향후 국내외 경제상황,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 국민들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 지급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겁니다.

 

지난 319일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에만 신경 쓰고 있다 주장한 고성국TV’

 

코로나19 경기부양책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 고성국TV 발언과 정반대  

한편, 정부는 재난기본소득 대신 고성국 씨가 손을 안 본다고 지적한 소상공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321, 정부는 17개 시도가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 재난 기금 최대 38000억원을 활용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서울, 경기, 충남, 세종, 강원, 경남, 대구, 경북, 포항, 부산 기장에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재난기본소득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추가로 324일에 경기도는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3개월 기한의 지역화폐 10만원을, 부산 기장군은 전 군민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현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17000억원 규모의 추경도 소상공인과 피해 업종, 그리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 경북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큽니다. 3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이 나왔는데요. 이 대책에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지원 12조원, 중소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55000억원, 영세 소상공인 대출프로그램 신설 3조원, 대출원금 만기 연장, 중소소상공인 대출금 이자 납부 유예 등이 포함됐습니다. 324일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1차 회의에서 결정된 50조원 규모의 비상 금융조치를 100조원 규모로 확대해 기업구호긴급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현실은 고성국 씨의 발언과 정반대인 겁니다.

 

2. 코로나19 관련 음모론 끊임없이 제기하는 가세연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의 코로나19 관련 음모론 제기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318일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17세 청소년의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것을 두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선교 빤스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원점 재검토!!>(319)에서 출연자 김용호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김용호 기자 : 중앙일보 단독 기사가 이게 의미심장해요. 사망진단서에는 코로나라고 적혀 있었대요. 그런데 결과 나올 때까지 폐렴으로 바꾸자.

 

(중략)

김용호 기자 :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 호흡 부전. 그런데, 이렇게 사망진단서에 분명히 정확히 적혀 있었는데, 이것을 음성이라고 바꾼 거예요.

(중략)

김용호 기자 : 사실 이 17세 청소년 사례가 좀 의미심장한 게, 기존에 이제 대깨문들이 이전의 사망자들에 대해서 원래 기저질환이 있었다’, ‘노령이다’, 이런 식으로 좀 약간 뭔가 물 타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돌도 씹어 먹을 나이인 17살 청소년이 우한폐렴으로 죽었다, 그럼 이거는 의미하는 바가 크거든요.

(중략)

김용호 기자 : 음성 당했다. 음성으로 시켰다! 근데 더 웃긴 게 이쯤 되면은 부검을 한 번 해봐야 되거든요? 근데 또 부검 안 한대.

 

지난 319일 코로나19 관련 음모론 끊임없이 제기하는 가로세로연구소

 

가세연 음모론에는 기성 언론 책임도 커

가세연이 음성 당했다”, “부검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숨진 17세 청소년을 모독하는 데 동원한 근거는 사망진단서입니다. 실제로 중앙일보 <단독-17세 사망진단서엔 코로나병원 결과 나올 때까진 폐렴으로”>(319)에서는 영남대병원에서 사망진단서가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는데요. 그러나 사망진단서 논란은 영남대병원 김성호 원장의 해명은 물론, 많은 매체들의 보도로 이미 일단락됐습니다. 꺼진 음모론에 가세연이 불을 붙이려 애쓴 겁니다.

 

이러한 보수 유튜브발 음모론에는 기성 언론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17세 청소년이 폐렴으로 숨진 318일 오전 11시경부터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발표한 319일 오후 2시경까지,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매체들이 ‘17세 청소년 사망 코로나19 양성이라고 속보를 내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12번의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나 13번째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영남대병원이 미결정으로 질본에 정밀 검사를 요청했는데, 많은 언론이 미결정일부 양성이라고 섣불리 보도한 겁니다. ‘사망진단서 음모론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13번째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자 영남대병원 전공의는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을 코로나 폐렴이라고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확정 판정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병원장이 2시간 뒤 일반폐렴으로 수정을 권유했고 사망원인이 수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이에 대해 <단독-17세 사망진단서엔 코로나병원 결과 나올 때까진 폐렴으로”>(319)와 같이 보도한 겁니다. 가세연은 이 보도를 근거로 음모론을 부풀린 거고요. 그러나 영남대병원 김성호 원장은 사인 조작설을 단호하게 일축했습니다. 한국일보 <영남대병원장, 사망진단서 조작설 부정코로나19 검사 믿어야”>(322)에 따르면, 김 원장은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을 수정한 것에 대해 “(사망원인을 폐렴으로 수정한 것이) 더 정확하게 쓴 것”, “유족에게 나중에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실해지면 그렇게 써주겠다고 설명했고 유족도 수긍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 연예인 죽음까지 음모론에 이용한 신의한수

신의한수 <일일뉴스-황교안이 해냈다!!! 역대 최고치 지지율 상승!!!>(319)에서는 배우 문지윤 씨의 죽음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 (배우 문지윤 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지금 우한폐렴이라는 얘기가 지금 돌고 있어요. 멀쩡한 사람인데.

 

(중략)

 

홍철기 기자 : 목이 아픈 건요, 우한폐렴의 아주 일반적인 증상 중에 하나예요.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 그래서 인후염으로 그냥, 지금 의혹이 있다, 이게 우한폐렴이라. 그래서 지금 조문객도 지금 안 받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멀쩡했던 사람이, 연예인이 급성 패혈증으로. 지금 기사가 떴는데 지금 알게 모르게 이렇게 연예인까지도 이렇게 멀쩡한데 그냥 한 방에 가는 거예요. 또 이제 조사가 안 되는 거지.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겠냐고 지금. 이게 심각한 겁니다. 지금 보도가 여러분들 지금 굉장히 중요한 보도예요. 지금 축소하고 있다는 거예요.

 

연합뉴스 <배우 문지윤,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코로나19 아냐”>(319)에 따르면, 고 문지윤 씨의 소속사는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아니다라며 문지윤 씨가 코로나19로 인해 숨진 것이 아니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신의한수는 문지윤 씨의 죽음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음모론을 아예 규명된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문지윤 씨 소속사는 유족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조문객 안전에 대한 걱정의 말씀을 했고 고인을 위한 애도를 부탁드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신의한수는 우한폐렴이라는 얘기가 지금 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조문객도 안 받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렇게 연예인까지도 이렇게 멀쩡한데 그냥 한 방에 가는 거다와 같은 주장을 내놨습니다. 고인과 유족에 상처가 될 수 있는 허위정보입니다. 사실관계는 무시하고 무조건 코로나19 공포를 퍼뜨리겠다는 신의한수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신의한수가 연예인의 죽음을 이용해 코로나19 음모론을 편 이유는 진행자 신혜식 씨의 마지막 발언 지금 축소하고 있는 거예요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신의한수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낭설을 유포하기 위해 고인을 이용한 겁니다.

 

4. 대형집회 금지 목적이 민주당 선거운동이라는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 변호사 <새가 날아든다>(325)에서는 정부가 교회의 예배 중지를 권고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반대 여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무엇이든 정부를 비난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무리수로 보입니다.

 

배승희 변호사 : 왜 이렇게 교회를 집중적으로 거리두기, 집회 금지를 내리고 있느냐? 여기에는 선거가 껴있다는 겁니다. 교회에서 모여 가지고 뭘 할 것인가. 사람들이 모여서 말을 하지 않습니까. 말을 하면서 모였다 하면 문통을 까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지금. (중략) 여론 형성에 더 중요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곳, 바로 교회죠. (중략) 그러니까 이런 대형 집회를 금지하면서 사실상 여론 형성을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통합당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크게 보면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해가는 것이죠.

 

정부는 322일부터 45일까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종교시설, 헬스장, 유흥시설 등의 운영을 중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모임·외식·행사·여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생필품 구매나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 목적 외에는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방역 당국에서 전국의 단체 시설에 대해 한시적으로 운영 중단을 요청하고 국민들에게도 외출 자제를 권고한 것은 46일로 예정된 초··고 개학 시점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에 해당합니다. 교회만 특정하여 모임을 제한한 것도 아닙니다.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보수 유튜브들은 모든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방역에 방해가 되는 행태입니다.

 

5. 2008년 촛불집회도, 탄핵 촛불집회도 다 거짓선동이라는 정규재TV

펜앤드마이크TV <31910시 정규재의 텐텐뉴스>(319)에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를 언급하며 더불어시민당을 광우병당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규재 씨는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광우병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319)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 우희종이... (중략) 이번에 지금 민주당 비례정당 만든 거는 전부 얘들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광우병 선동.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변, 우리법연구회. 이런 애들이 법을 망치고 과학을 망치고. 이런 애들이. ‘광우병당이다’. 우리 그렇게 한번 불러 보십시다. 광우병당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은 광우병당이다. 이명박 정권이 저렇게 무너졌죠. 그 거짓말로. 근데 박근혜 때는 저렇게 해서 성공했습니다. 박근혜 때는 최순실 가지고 저렇게 만들어서 성공했습니다. 이명박 때에는 이명박을 거의 반쯤 죽여놓고, 실패했습니다마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저런 캠페인을 해서 무너뜨렸습니다.

 

정규재 씨가 인용한 중앙일보 칼럼도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정치에 오염된 과학자(전문가)’ 그룹의 선동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정규재 씨는 이를 바탕으로 당시 촛불집회가 거짓말로 선동한 정권 죽이기 캠페인이었다고 정의한 것이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촛불집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192008년 촛불집회가 거짓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펜앤드마이크TV’

 

실제로 존재하는 광우병 위험성도 묵살하고 국민 검역주권을 내팽개친 주장들

2008년 촛불집회가 이명박 정권을 죽이기 위한 캠페인이었으며 거짓 선동이었다는 정규재 씨의 주장은 2008년 광우병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입니다. 당시 광우병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200859일 발표한 <‘사람광우병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에서 사람광우병(vCJD)과 소광우병(BSE), 그리고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에 대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주장들이 인터넷과 여러 매체들에 떠돌면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인 광우병에 대한 예방, 조기발견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정부와 사육농가 및 학계의 지속적인 감시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꼭 지켜야 할 일”, “내장, 뼈 등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을 고려하면 향후 사람광우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규재 씨가 거짓 선동을 했다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역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지속적인 감시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한 겁니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 여러 과장된 소문이 퍼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이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는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도 인정하지 않는 억지

이명박 때에는 (2008년 촛불집회로) 이명박을 거의 반쯤 죽여놓고, 실패했습니다마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저런 캠페인을 해서 무너뜨렸다라는 정규재 씨 발언은 왜곡의 수준이 더욱 심각한데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의 직접적 원인이 된 국정농단 사건이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정규재 씨 주장이 틀렸다는 건 이미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문,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각종 뇌물 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 인사 개입 등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는 이미 수도 없이 증명되었죠. 정규재 씨는 더불어시민당을 깎아내리기 위해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폄훼하고, 사법부도 사실로 인정한 국정농단까지 거짓이라고 매도한 겁니다.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319~25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순위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 및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

민주언론시민연합

 

 

비례 시장열리자 난장판이 되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 정의당은 정당에서 선거 기획사로 쪼그라드는 경로를, 민주당은 선거 기획사에서 떴다방으로 가는 경로를 보여줬다. 미래통합당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제도 해킹을 했다.

 

시사IN 조남진 지난해 1227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법개정 저지를 위해 의장석을 점거하자 문희상 의장은 국회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의장석에 진입했다.

황교안이 기댈 언덕 태극기와 개신교

우물에 독 타는 어떤 정당

비례정당인가 비례(非禮)정당인가

화려하다 화려해 미래한국 비례후보들

 

비례대표제가 주요 정당들을 줄줄이 시험대에 올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 선거의 셈법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 직후의 호언장담을 접고 비례 위성정당 노선으로 사실상 회귀했다. 미래통합당은 일찌감치 띄운 비례 위성정당과 공천 문제로 파열음을 냈다. 정의당은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천명했으나, 비례 명단을 둘러싼 파열음이 간단치 않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비례대표를 통해 간판급 정치가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대표 사례다. 노동조합(심상정)이나 사회운동단체(노회찬) 등 사회세력 단위에서 성장한 지도자가 비례대표가 된다. 그는 개인기와 함께 조직의 역량을 들고 국회에 들어간다. 실력을 발휘한 그가 다시 지역구에서 살아 돌아와 체급을 올린다. 이게 노회찬·심상정 모델이었다. 이 구조는 사회세력과 정당의 긴밀한 연계, 정치 지도자 육성과 세력 확장의 선순환 고리, 조직의 역량에 기대는 팀플레이, 그럼으로써 정치가를 조직의 노선에 묶어두는 구속력 등을 바탕으로 돌아갔다. 사회세력과 결합된 정당, 정당의 노선에 충성하는 정치가. 교과서적 원칙에 가까운 정당의 작동원리였다.

 

이 모델은 빠르게 효력이 다했다. 노회찬·심상정 모델이 등장한 17대 국회 이후, 진보정당은 비례 의석을 통한 차세대 발굴에 연달아 실패하고 있다. 18·19대의 진보 정당 비례대표 10명 중 지역구 생존자는 없다. 사회세력과 정당의 결합이 헐거워졌다. 사회세력의 역량도 떨어졌다. 그 결과로 정당의 역량이 떨어졌다. 이에 대응하여 진보정당은 대중 인지도가 있는 저명인사를 영입하는 시도도 했다. 19대 국회의 비례대표 중 한 명인 서기호 의원은 보수 정권을 비판하여 이름을 날린 판사 출신으로, 어떤 사회세력도 대표하지 않는 명사형 비례대표였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불문율을 지키지 않은 소수의 예외가 되었고, 사실상 당에 자산을 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코로나19 방역으로 국회가 일시 폐쇄된 지난 22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문 입구.

 

정의당의 질서 없는 비례 레이스

사회세력과 결합하는 정당 모델이 갈수록 삐걱거리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정치가를 공급할 능력이 갈수록 낮아지던 그 순간에, 정작 수요가 폭증했다. 그 결과, 어떤 사회세력도 대표하지 않는 명사형 후보들과, 신선한 이미지가 있으나 리더십을 검증받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했다. 정의당 내에서는 비례 시장이 열렸다라는 말이 냉소적으로 돌았다.

 

신장식·김종철·강상구 등 당내의 핵심 활동가들이 줄줄이 비례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당내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며 성장해왔고, 각각 서울 관악을(신장식), 동작을(김종철), 구로갑(강상구)에서 오래 활동한 이력이 있다. 지역구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오히려 쟁점은, 핵심 활동가들을 줄줄이 비례로 돌도록 만드는 당의 구조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의당의 21대 비례대표 공천은 정당이 선거 기획사로 쪼그라드는 원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선거 기획사의 목표는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의 득표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득표력이 좋을 후보를 발굴하고, 먹히는 콘셉트와 이미지를 맞춰주고, 선거 쟁점으로 무엇을 내세워야 표가 될지를 기획한다. 이른바 프레임 싸움도 한다. 정당도 물론 이런 일을 한다. 하지만 정당은 그 이상의 어떤 것이다. 정당이란 사회적 지형을 대변하는 힘, 그 지형에서 의제를 발굴하여 정치 무대에 던지는 능력, 거기서 지도자를 성장시키는 체제가 두루 갖춰진 정치 결사체다. 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세우는 일은 정당의 역량에 폭넓게 기대는 과업이다. 특히 비례대표제는 잘 작동하는 정당, 정치학의 표현으로 강한 정당을 필요로 한다. 정당의 역량이 약해지면, 정당은 점점 더 선거 기획사로 쪼그라든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당은 득표력을 높일 수 있는 유명인사나 참신한 이미지를 기획해 입힐 수 있는 후보에게 갈수록 더 기댄다. 점점 더 유명한 사람들이 후보가 되면서, 정당은 점점 더 취약해진다.

 

원리적으로, 비례성 강화는 다당제를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정당이 생기는 게 더 쉬워진다. , 사회세력과 결합된 정당을 더 기대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편론의 바탕에는 이런 논리도 있었다.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는 다당제를 만들 것이고, 다당제는 더 좋은 정당을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제도를 바꿔서 정당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경로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제도 변화가 약한 정당과 결합하자 반대 결과가 튀어나왔다. 약한 정당에서, 비례성 강화는 질서 없는 비례 레이스를 촉발시켰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보고 이 정당이 무슨 노선을 갖고 어떤 사회세력을 대변하는지 판단하기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꽤 어렵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주권자들과 일상적으로 만나야 하는 조직이므로 지역 활동 없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 질서 없는 비례 레이스는 정당 활동가들의 장기적 미래 전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이 레이스는 정의당에서 흔치 않은 지역구 후보군을 빨아들여 정당을 더 약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다.

 

정의당이 정당에서 선거 기획사로 쪼그라드는 경로를 보여준다면, 민주당은 더 나아가 선거 기획사에서 떴다방으로 가는 경로를 보여준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전략을 치열하게 비판해왔다. 이는 개정 선거법의 원리를 우회하는 제도 해킹시도다. 이런 해킹이 유권자에게 비판받는다면 보수는 민망한 퇴각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수 지지층은 과거보다 쪼그라든 대신 결집력은 높아졌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투표로 옮겨갈 준비를 갖췄다. 이 준비 태세가 철저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무렵부터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명분이었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합 프로젝트가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이것은 일종의 연합정치 플랫폼이었다. 정의당 등 우호 세력이 함께 들어와서 정치협상을 통해 공동 노선을 채택하고, 그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공동으로 공천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석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비례 위성정당이 없을 때의 기대치인 7석만 가져간다. , 이 모델은 협치 모델 가동’ ‘보수의 제도 해킹 방지’ ‘민주당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음이라는 명분을 얼추 내세울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정의당 내에서도 비례 연합정당에 결합하자는 기류가 없지 않았다. 구상은 연정 협상 수준의 정치협상을 전제로 한 연합정당이었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핵심 정책 몇 개를 여당인 민주당이 국정 과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이를 수행할 정부 부처에 정의당 정치가가 장관으로 간다. 단순히 자리 몇 개를 나누는 게 아니라 정책연합 수준의 정치협상이다. 이 구상은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했고, 정의당은 비례 연합정당 불참으로 당 방침을 못 박았다.

 

EPA ‘연동형 비례제의 고향인 독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베를린 시민들이 햇볕을 쬐고 있다.

비례 위성정당 창당으로 양당제 더 강화돼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에 참가할 뜻을 내비쳤다가, 마지막 순간에 플랫폼을 시민을 위하여로 바꾸었다. ‘조국수호 검찰개혁서초동 촛불집회를 주도한 그룹이 만든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녹색당 등 연합 후보 정당들이 다시 한번 이탈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사실상 민주당 버전의 비례 위성정당에다가 검증되지 않은 군소정당이 연합한, 더 기묘한 형태가 되었다. ‘협치 모델 가동이라는 명분은 사라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을 이용해 명분을 축적한 뒤 비례 위성정당으로 건너간 모양새다. 비례대표제의 전도사인 최태욱 교수(한림대 국제대학원)다당제는커녕 더 강화된 양당제가 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은 공식적으로는 민주당과 별개 정당이다. 20석까지 예상되는 의석 중 민주당이 가져가는 7석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를 누가 책임지느냐는 문제가 당장 등장한다. 공직 후보자를 발굴하고 성장시켜 유권자들에게 추천하는 정당의 기능이 극적으로 증발했다. 비례성을 높인 제도 변화가 정당의 책임성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정의당과 민주당이 현재의 역설을 보여준다면, 미래통합당은 미래의 역설을 보여준다. 미래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자기 뜻대로 비례 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 바람에 발칵 뒤집혔다.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319,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정치는 약속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것입니다.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치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이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한선교 대표는 이날 사퇴했다.

 

황 대표의 글은 보기보다 더 의미심장한데, 정치는 성문화된 제도와 규칙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원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하버드 대학 정치학 교수다. 둘이 함께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생존에 중요한 규범은 우리가 제도적 자제라 부르는 개념이다.” 제도적 자제란, 제도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행동이라 해도, 제도의 취지를 살펴 절제하는 태도다.

 

민주주의는 자기편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게임 자체가 흔들리지 않고 무한히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자제가 사라지면, 상대도 극단적인 전술을 쓸 것이다. 이 악순환은 민주주의라는 게임 자체를 훼손한다. 그래서 정치세력은 성문법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무를 진다. 정치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규범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미래한국당은 성문법상 독립된 정당이므로 비례대표 명단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정치는 약속이라는 규범을 훼손하는 행위다. 황교안 대표는 이 중요한 원리를 지적한다.

 

사태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보수가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정치행위 자체가 성문법상으로는 가능해도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제도 해킹이었다. 규범이라는 공동의 자원이 부족하면, 심지어 제도 해킹조차 해킹당한다. 그게 미래한국당 공천 파동의 의미였다. 제도를 해킹하는 비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해킹의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다.

 

한국의 의회 운영 원리를 보면, 100석을 가진 정당은 80석 정당과 20석 위성정당으로 위장이혼을 하는 게 더 유리한 점이 있다. 교섭단체는 상임위원회 간사를 맡을 수 있는데, 이 위장이혼으로 상임위 간사 둘을 확보하면 더 이득이다. 지금까지 이런 노골적인 제도 해킹을 시도한 당은 없었다. 규범이 이를 제약한다. ‘의원 꿔주기를 통해 우호적인 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는 정도가 비슷한 전례인데, 이 역시 혹독한 비판에 시달렸다.

 

강한 정당 탄생이 연동형 비례제의 핵심

비례 위성정당 모델은 이런 식의 위장이혼이 규범의 제약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높였다. 총선 후에도 합당으로 비례 위성정당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위성정당을 별동대로 활용하는 구상이 물밑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실질적으로는 하나인 정치세력이 교섭단체 두 개의 지분을 깔고 앉고, 반대 진영에서도 이에 맞서 별동대를 계속 유지하는 혼란스러운 그림이 등장할 수 있다. ‘더 강화된 양당제보다도 더 기묘한 결과로, ‘다당제의 외양을 띤 양당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연동형 비례제의 고향인 독일은 강한 정당과 정치 규범이 이런 이상 반응을 제어해 왔다. 양대 정당인 기독교민주당(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사회세력과의 결합이 탄탄하고 정당 규율과 가치 지향이 분명한, 강한 정당들이었다. 한국형 모델은 이런 강한 정당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로 자극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당제를 유도하고, 그를 통해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 충실히 결합한 정당들의 경쟁을 유도하여, 결국 강한 정당을 만들어내는 기획이다. 출발은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의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단기간에 결판이 나지도 않는다. 제도와 현실은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정치학자인 캐슬린 실렌은 책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에서 기막힌 역설을 보여준다. 책은 독일이 왜 숙련노동자의 천국이 되었는지, 왜 숙련노동에 기반한 사민주의 정당이 강력해졌는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19세기 말, 독일의 보수파는 성장하는 사민당의 기세를 꺾고 싶었다. 이들은 사민당의 지지기반인 공장 노동자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전통적인 수공업 분야의 권한을 강화했다. 미숙련공을 훈련시키고 자격증을 발급할 권한을 수공업 부문에 주는 법이 1897년에 제정됐다.

 

장기적인 결과는 보수파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이 시스템에서 자격증을 딴 숙련공들이 사민당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격증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이제 사민당은 사업장들이 직원을 훈련시키는 시스템을 강력히 옹호했고, 이에 따라 독일은 기업들이 직원 훈련에 집중 투자하는 제도를 갖춰나갔다. 이러려면 기업들이 다른 기업도 자기들처럼 직원 교육에 투자한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 기업들 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것이 독일식 조정시장체제의 등뼈가 되었다. 제도 변화는 최초에 보수파들의 의도와 정반대로 독일을 사민당이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제도와 현실의 상호작용은 보기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며, 예상하기 어렵게 흘러간다. 바뀐 제도에 현실정치가 처음으로 내놓은 반응은 매우 혼란스럽고 역설적이다. 대체로 다당제화보다는 양당제화에 가깝고, 정치 규범을 강화하기보다는 해체하는 전략들이 선택됐다. 21대 국회의 원내 상황도 지금껏 보지 못한 복잡성을 띨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제도와 현실의 엇갈림이 하도 심해서, 21대 국회는 선거법 재개정 논의가 분출하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 해킹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방향과, 기존 제도로 되돌아가는 방향 모두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다. 선거제도는 권력을 배분하는 규칙이어서 사실상 헌법에 준하는 의미를 갖는다. 선거법 개정은, 그게 더 밀어붙이는 방향이든 원상복귀든 간에, 실질적으로 개헌이나 다름없다. 한국 정치는 장기 개헌 국면의 입구를 겨우 지나는 중일 수도 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2달에 2, 2년에 17'...검찰 전관 변호사와 재벌의 거래

사법절차가 법과 원칙이 아닌, 전관변호사와 공직자의 연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공직자의 부패행위와 결합될 수 있고, 결국 국민의 사법불신과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 17일 법무부가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적한 이른바 전관예우의 폐단이다.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을 지내고 변호사가 된 이들에게 현직 후배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것을 의미하는 전관예우, 특히 검찰의 전관예우는 수사권-기소권의 자의적 행사, 정치적 판단에 따른 업무 처리, 제식구 감싸기 등과 함께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검찰을 불신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최근 뉴스타파는 전관예우 최대 수혜자로 지목돼 온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국내 주요 대기업이 체결한 일부 법률 계약서를 입수했다. 효성그룹과 건설회사인 삼부토건이 2011~2017년 각각 체결한 것들이다.

 

대부분 법률 자문의 형태로 된 이들 계약서에는 받을 액수만 명시돼 있을 뿐, 전관 변호사들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2달에 2억 원, 2년에 17억 원 같은 상식을 벗어나는 계약기간이나 금액은, 이 계약이 정상적인 변호 활동이 아닌 전화변론이나 몰래변론같은 비정상적인 로비 약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는다. 거액의 자문·변호계약이 맺어진 이후 효성그룹 총수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삼부토건의 주요 인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은 의혹을 더 키운다.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

 

효성 탈세 사건 때 ‘17억 계약’...‘강골 검사남기춘의 변신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본사를 둔 효성그룹은 지난 2013년 검찰 특수부의 수사를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수천억 원대 탈세를 저질렀다는 단서가 나오면서 시작된 수사였다. 뉴스타파는 이 시기 효성그룹이 검찰 수사 등을 대비해 체결한 14건의 법률 계약서를 입수했다. 법률자문 형태로 맺어진 계약의 상대방은 대부분 검사 출신 변호사로,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만 5명이었다.

 

효성과 최고액을 계약한 사람은 2011년 서울서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남기춘 변호사다. 대검중수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내며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효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한 달 후인 201311, 효성그룹과 2년짜리 법률 자문 계약을 맺었다. 자문료는 무려 17억원. 계약서에는 효성이 17억 원 전액을 계약 1주일 이내에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반면 그가 맡을 역할은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형사소송 및 법률분쟁과 관련된 일체의 법률자문을 맡긴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남기춘 변호사의 자문 계약이 눈길을 끄는 건 금액 때문만이 아니었다.

강골 검사로 불렸던 남기춘 변호사는 재벌과 권력에 굽히지 않는 인상을 남기고 검찰을 떠난 사람이다. 서울서부지검장으로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그는, 검찰을 떠난 직후인 20112월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살아있는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재벌은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법무부도 우리를 지치게 했다.”

-조선일보 2011219

 

검찰을 떠나고 1년쯤 뒤, 변호사 남기춘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들어가면서 또 다시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앤장은 검사 남기춘이 사표를 던지게 만든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당시 한화 측의 변호를 맡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 남기춘 변호사는 자신이 검사장을 지냈던 서울서부지검 길 건너편에 위치한 재벌, 효성그룹의 변호사가 됐다.

뉴스타파는 재벌권력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뒤 재벌의 방패로 변신한 그에게 연락해, 효성그룹과 맺은 17억 원짜리 법률계약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201311월에 17억에 법률자문 계약을 맺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거에 대해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아요. 왜 나한테 물어보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기자에게 그런 걸 대답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내가 공무원이었을 때는 국민을 상대로 해서 대답할 의무라고 생각해서 했지만, 나는 지금은 공무원도 아니고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자들과 접촉하고 대응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서부지검을 끝으로 검찰을 나올 때 한화그룹 수사를 했는데, 재벌의 교묘한 수사 방해 비판을 하셨잖습니까. 이후 지검장님 행보도 비슷한 흐름으로 볼 여지가 있다 보니)

그건 알아서 하시고요, 그건 기자님 생각이고. 나는 하여튼 기자하고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17억원 계약 부분만 확인해 주시죠?)

 

나는 기자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그랬죠? 지금 말하는 기자하고 아는 사이도 아니고 생면부지의 분인데...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남기춘 변호사 전화인터뷰 (2020.3.)

 

부정부패 척결과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검사 경력이, 비리 혐의를 받는 기업을 보호해 주고 거액을 받는 변호사 개인의 자산으로 둔갑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법조계에 나타나는 잘못된 모습 중 하나가 현직에 있을 때는 거악을 척결하겠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공언하다가 변호사를 개업한 후에는 자기들이 비난했던 거악을 위해 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법의 엄정성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만표 변호사는 2013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의 법률 자문 대가로 효성그룹으로부터 2억원을 받기로 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남기춘 변호사보다 총액은 적지만, 효성으로부터 수임 기간 대비 최고 수임료를 계약한 변호사는 따로 있었다. 2011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홍만표 변호사다. 대검 중수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내며 역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린 홍만표는 남기춘과 비슷한 시기에 효성그룹과 2억 원의 법률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기간은 고작 2개월, 한 달에 1억 원씩 자문료를 받은 것이다. 홍만표와 효성그룹이 맺은 계약서에는 자문료 2억 원에 대한 세금도 효성이 모두 부담한다고 돼 있다.

 

홍만표는 검찰을 떠난 뒤,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 수수 사건, 동양그룹 총수 비리 사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사건 등을 잇달아 수임하며 법조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20119월부터 16개월 동안 국세청에 신고한 수임료만 11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홍만표는 2015년 세금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13년 탈세 논란에 이어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알려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장기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던 효성그룹은 남기춘, 홍만표 외에도 여러 고위직 검찰 출신 변호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인 최재경 변호사와 8억 원, 역시 중수부장을 거쳐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와 5천만 원,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조근호 변호사는 3억 원, 대검 중수부 출신 이 모 변호사 1억 원, 서울지검 특수부장 출신인 김 모 변호사 6억 원 등이었다. 효성이 검찰 고위직 또는 특수통 출신 변호사 7명과 맺은 변호사비는 총 375천만 원에 달했다.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린 탓인지,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그리 날카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조석래 당시 효성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조석래 회장은 2003~2012년에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8억 원과 임직원 명의 차명주식을 통해 개인적으로 획득한 양도 소득 및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 110억원을 포탈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3년이 선고되는데 그쳤다. 20203월 현재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2012년 벌어진 효성그룹 형제의 난당시 조현문 전 사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변호를 맡겼다.

 

우병우 영입한 조현문 전 효성 사장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 등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다툰 동생 조현문 전 효성 사장도 일명 형제의 난당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1월 뉴스타파가 입수, 공개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는 조현문 전 사장 변호인들이 로비스트 박수환 씨와 주고 받은 문자가 나오는데, 대검 중수과장과 수사기획관 등을 거치고 박근혜 청와대 핵심 실세 자리까지 올랐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었다.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조현문 측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법률자문 등의 명목으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중 일부.

 

사장님, 한가지 확실한 건 우 대표가 김 총장보다 더 똑똑하네요. 그리고 고객의 베스트 인터레스트에 서서 서비스하구요...”

-박수환이 조현문에게 보낸 문자, 2014. 4. 16

 

대표님 축하 올립니다 근데 조현문 사장님을 버리셨네요

-박수환이 우병우에게 보낸 문자, 2014. 5.12

 

한번 뵈야겠네요조현문 사장 일 진행 관련조사장과도 통화했습니다23일정도

-김준규가 박수환에게 보낸 문자. 2014. 10. 21

 

정상명 제35대 검찰총장. 정 전 총장은 2011년 삼부토건과 법률계약을 맺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건설회사 삼부토건 역시, 201110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부터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은 해 12월 삼부토건 회장 등 최고위 경영진이 사인한 대금지급 결재 문서에는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제35대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변호사다. 그는 삼부토건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한 자문 계약을 맺고 착수금 5천만 원에 성공보수 1억 원을 약속 받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삼부토건 문서에는 애초 2011년 연말까지던 삼부토건과 정상명 변호사 간의 계약이 검찰 수사가 끝날때까지로 수정된 흔적도 들어 있다. 정상명 변호사의 역할이 검찰 수사 대응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참여정부 시절(2005~2007) 당시로서는 드물게 검찰총장 임기 2년을 모두 채운 정상명 변호사는 과거 여러 공개석상에서 거악 척결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정의로운 검찰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들은 거악에는 추상같이 엄정하고 약자에는 한없이 따뜻한 검찰을 원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에 결코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정상명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2005.11.7.)

 

하지만 그도 퇴직 이후에는 대다수 검사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정 전 총장이 변호를 맡은 이후 삼부토건 사건은 관련 임직원 전원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흐지부지됐다.

 

뉴스타파는 삼부토건 사건 수임과정을 비롯해, 정식 사건 수임 계약 때나 주고받는 성공보수를 자문계약 형식으로 받아간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정상명 변호사 사무소를 찾아갔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변호사가 영향력을 미쳐서 성공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 수사를 덮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수사가 더 진행되지 않거나, 검찰에 송치되지 않거나, 또는 기소를 하지 않는 측면으로 넘어가는 수도 있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돼야 하는 사건인데도 구속이 되지 않는다든지, 또는 중범죄로 기소돼야 되는 사건을 경범죄로 기소한다든지, 증거 상당 부분을 덮어버린다든지. 여러 가지 그 봐주기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봐야 되겠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삼부토건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 외에도 검찰 요직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최순실 국정농단특검을 맡은 박영수 전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유 모 변호사 등이다. 이들 역시 수천만 원대의 착수금, 수억 원대의 성공보수를 변호사비로 약속 받았다.

 

2011~2015년 사이 삼부토건과 법률 계약을 맺은 검찰출신 변호사들.

 

지난 317, 법무부는 법조계의 오랜 악습 고리를 끊기 위해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방안을 내놨다. 검사장 등 고위공직을 지낸 법조인의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선임계 없이 변호를 하는 이른바 몰래변론처벌 규정 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렇다면 이제 전관예우근절을 기대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특히 현직 검사나 판사들에 대한 현실적 규제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방안으로는) 전혀 규제하지 못하죠.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있는데요, 이것들을 피해가기 위한 방법이 자문계약 같은 드러나지 않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든요. 사실 전관예우는 특혜를 누리는 변호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변호사의 영향권 안에 움직이는 현관의 문제입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들이 어떤 연줄에 의해서, 또는 내가 모시던 분이기 때문에, 또는 같이 근무했다는 이유 때문에 자기의 판단을 바꾸는 관행이 더 문제인 것이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원일/ 뉴스타파

 

국민 세금 물쓰듯의원 꿔주고 수십억, 여성 내세워 8

선거법의 사각지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선거 보조금입니다. 각 정당이 의원들을 꿔 주면서 위성정당들이 수십억 원을 받았습니다. 허경영 씨가 이끄는 정당은 여성 후보 공천을 내세워 8억여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들,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jtbc 정종문 기자입니다. [기자]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에서 의원 3명을 더 데려와서 의원 스무 명의 원내교섭단체가 된 건 지난 29일입니다. 그 이튿날 선거보조금이 나왔는데, 61200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원내교섭단체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정치자금법 덕분에 더 받을 수 있었던 건 33억 원. '꼼수'란 비판을 감수하고 의원 1명에 11억 원씩을 더 챙긴 겁니다. 액수는 이보다 작지만 더불어시민당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의원 8명을 데리고 와 245000여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신생정당이지만 국민의당은 의원이 1명이라 300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을 썼던 임미리 교수 등은 위성정당의 보조금 수령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습니다.

 

선거보조금의 또 다른 사각지대를 공략한 당도 있었습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입니다. 253개 지역구 중 30%에 해당하는 76곳에 여성 후보를 공천하면 주는 보조금을 독식했습니다. 이 당이 공천한 여성 후보는 77, 받은 보조금은 84000여만 원입니다.

 

하지만 배당금당 후보들 중엔 성범죄 전과자가 2명이나 있어, 양성평등을 위한 보조금을 받는 게 적절하냔 의문도 제기됩니다.

 

선거보조금 농단

어떤 제도든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그 틈을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도 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선거제도의 허점을 노린 편법과 꼼수 경연이 펼쳐지고 있다. 양당제 한계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한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등장으로 빛이 바랜 것은 시작일 뿐이다. 의원 꿔주기에 이어 선거공영제를 위한 선거보조금 제도의 존재 이유를 회의하게 만드는 선거보조금 농단(壟斷)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를 낸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직전 선거 유권자 총수에 물가상승을 반영한 계상단가(올해 1047)를 곱해 총액을 산정하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 배분한다. 올 총선에선 12개 정당에 4407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지금까지 선거보조금 논란은 주로 먹튀가 문제였다. 2012년 대선에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27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은 후 선거 3일 전에 사퇴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20146·4 지방선거 때도 32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통진당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광역단체장 후보 3명을 사퇴시키자 비난이 쏟아졌다. 먹튀방지법 제안도 나왔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의원 꿔주기로 선거보조금 논란에 또다시 불을 댕겼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선거보조금 지급 전날인 지난 29일 모정당에서 3명의 의원을 더 꿔와 원내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채웠다. 오직 선거보조금 55억원을 더 받기 위한 꼼수였다. 시민사회에선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위성정당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위헌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막상 위성정당들은 귀를 막은 채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축지법공중부양능력을 자랑하는 허경영 대표의 국가혁명배당금당도 동참했다. 배당금당은 지역구의 30%(76) 이상에 여성후보를 공천한 유일한 당이 되면서 여성추천보조금 84200여만원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이내 청소년 성폭행과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전과자들을 지역구 후보로 공천한 게 확인되면서 비판이 쏟아진다. 정치권이 꼼수에 집착한다면 결국 시민들이 투표권 행사라는 채찍을 드는 수밖에 없다. 박영환 논설위원/경향

 

세월호 참사재벌 스캔들사회적 이슈엔 어김없이 벌떼 악플러

백신 없는 악플 바이러스] <1>혐오와 욕설 판치는 난장판

홍어들비슷한 악플에도 재판부마다 들쭉날쭉 형량 논란

 

온라인 악성 댓글(악플)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 때로는 생명을 빼앗기도 하는 인터넷 흉기나 다름없다. 류효진 기자

 

범행 대상이 대중의 시선을 일정 범위 내에서 감내해야 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고,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아 죽은 친구들의 삶의 몫까지 감당하고 살아 나가는 어린 학생들이다.”

 

20155월 말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선고한 악성 댓글(악플) 사건 1심 판결문 가운데 양형 이유항목에 기재된 첫 문구다. 그보다 1년여 전인 20144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살아 남은 안산 단원고 학생 21명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 2명을 재판부가 엄히 꾸짖은 것이다. 모욕 사건은 벌금형 선고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에겐 이례적으로 징역 4월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다.

 

두 사람의 구체적 범죄 사실을 보면 조롱으로 가득했다. “20151월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한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한 명이 어묵을 먹으며 일베 회원 인증 손짓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이를 촬영해 친구 먹었다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을 일베 사이트에 게시했다.” 당시 일베에선 어묵은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해서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결국 이들은 숨진 학생과 생존 학생 모두를 한꺼번에 조롱한 셈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마치 사망한 학생들의 희생으로 살아간다는 취지의 글과 사진이라며 아직 어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들은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악성 게시글의 소재가 무엇이었는지, 해당 사안의 사회적 중요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은 어땠는지 등의 전후 맥락을 두루 고려했다는 얘기다. 수학 여행을 떠난 고교생 250명을 비롯, 무려 304명의 희생자를 낳아 온 나라를 슬픔에 젖게 만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판결이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은 이슈엔 악성 댓글 게시자, 이른바 악플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마치 공격 대상으로 삼을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는 듯이 하이에나 무리처럼 몰려든다. 그들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허위 사실을 끄적거리거나, 혐오와 비방으로 점철된 막말을 쏟아낸다. 피해자 측은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 무방비로 악플 공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가 분석한 최근 5년간의 악플 사건 판결문 1,401건 가운데 단일 이슈로 가장 많았던 사건도 다름아닌 세월호 사고였다. 26건의 판결문이 발견됐는데, 이 중 19건은 세월호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 훼손 또는 모욕 사건이었다. 하지만 부실 구조비판을 받았던 해경 대원들을 635회에 걸쳐 허위 사실로 비방한 사건(징역 16), ‘세월호 음모론을 제기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사례(벌금 150만원) 등도 있었다. 악플은 결코 좌우 이념적 시각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5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혼외자가 있다는 발표도 엄청난 악플을 불러모은 경우다. 최 회장은 물론, 그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은 내연녀 생활비를 왜 회사에서 지급하나” “학력을 위장해 재벌 회장을 속여 유혹한 꽃뱀등의 허위 비난 댓글에 시달렸는데, 이 사건 관련 판결문도 12건이나 됐다. 공소기각으로 마무리된 사건을 제외하면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은 벌금 70~3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두 사람을 소개한 인물로 지목된 외신 기자가 피해자였던 사건에선 가해자로 드러난 60대 주부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특이한 대목은 대형 이슈 관련 사건에선 비슷한 취지의 악성 게시글 또는 댓글이 여기저기에 달리는 법인데, 재판부마다 형량이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구지법은 세월호 유족에 대해 대단한 벼슬인지 알고 개소리 지껄이는 쓰레기” “홍어(호남 출신을 비하하는 일베식 표현) XX” 등의 문구로 게시글을 올린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수원지법에선 네이버에 홍어들 또 ○○하네()라도는 정말 싫다라는 댓글을 올린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비교적 긴 분량을 올렸던 악플러의 형량이 오히려 짤막한 댓글 한마디를 올린 사람보다 낮았던 것이다. 같은 시기,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가족들은 평생 만져보기 힘든 거액을 챙기고(중략) 결국은 돈이다라는 댓글로 세월호 유족을 모욕한 C씨에게 두 사례보다 훨씬 액수가 큰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관심 사안에 악플이 쏟아지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잘못된 방식으로 배설하고 전가하려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신문방송학 전공) 교수는 혐오의 표현은 사회의 인식 수준이 미성숙 상태일 때, 분쟁의 원인을 특정 집단에 돌려버리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위 비방>욕설>성적 모욕우리사회 악플 감염중증 단계

5년간 판결문 1401건 전수조사, 실형 44명 중 40명이 허위 비방

유죄 10건 중 8건 벌금형 솜방망이허위 성적 모욕 거의 실형

 

사이버 공간에 넘쳐나고 있는 악성 댓글(악플)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나 마찬가지다. 그 폐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류효진 기자

 

악성 댓글(악플)은 바이러스다. 악플의 전염력은 매우 강해서 사이버 공간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까지 감염시킨다. 여론을 왜곡하고, 피해자에겐 치유 불가능한 상흔을 남기며, 심지어는 소중한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고통을 주고 있다는 악플 피해자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게 악플이라는 전염병이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악플의 폐해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이를 퇴치할 백신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악플 차단을 위해 인공지능(AI)의 힘까지 빌려야 하는 처지다. 국내 포털업계 1, 2위인 네이버와 다음은 현재 자사 뉴스 서비스에 달린 욕설 댓글을 가리거나, ‘차별혐오댓글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악플을 사이트 운영진 인력만으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방증이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는 포털 차원에서 악플과의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적 이슈의 경우, 진영 논리에 기대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나 막말을 퍼붓는 사례가 워낙 많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한국일보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범람하는 악플의 실태와 법적 책임 문제를 되짚어 보고자 최근 5년간 확정 판결이 난 악플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 1,401건을 한 달간 정밀 분석해 봤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서비스에서 정보통신망’ ‘명예 훼손’ ‘모욕등의 키워드로 검색된 20151~201912월 선고 사건 가운데, 사이버 악성 게시글 또는 악성 댓글 관련 12심 판결문을 전수 조사했다. 명예훼손 사건 중에선 허위사실 적시로 문제가 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봤으며, ‘법률심’(사실관계나 양형을 다투지 않고 법리 오류만을 따져 하급심 판결을 확정 또는 파기하는 재판)인 대법원 판결문은 제외했다. 아울러 악플을 몰아내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고, 악플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의 증언도 직접 들어 봤다.

 

1심과 2심 재판 받은 피고인의 선고 결과. 그래픽 김대훈 기자

 

허위비방, 성적모욕 결합 땐 대부분 실형

분석 대상 판결문에 드러난 악성 게시글 및 악플을 유형별(중복 집계)로 살펴보면, ‘허위 비방800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인격 모욕496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욕설 277성적 모욕 219조롱 80기타(공포심 유발, 악플 유도 등) 4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이 선고된 44명 중에서도 40명은 허위 비방글을 올렸다. 법적 처벌 가능성 및 처벌 수위가 가장 높은 악플은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올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눈에 띄는 건 성적 모욕악플로 실형이 선고된 25명 가운데 23명의 글이 허위 비방유형과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허위 사실로 성적 모욕을 가한 악플 게시자는 거의 예외 없이 감옥살이를 했다는 얘기다. 결별한 옛 연인(여성)과 그 쌍둥이 자매를 성매매 여성처럼 묘사한 글을 9차례에 걸쳐 세월호 희생자 사이버 추모관에 올린 남성이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서울중앙지법, 20152월 선고).

 

201811월 수원지법이 판결했던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피고인 A(남성)씨는 대중 가수를 꿈꾸던 한 여성의 사진을 음란한 이미지와 합성한 뒤, 이를 성적 비하 표현 및 욕설이 가득한 글과 함께 무려 81회나 SNS에 게시했다. 재판부는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A씨에게 징역 2이라는 철퇴를 가했다. 판결문은 악플의 폐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비뚤어진 욕망을 추구하고자 이런 범행을 하는 건 사이버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유희의 도구로 사용하는, 지극히 왜곡된 성문화를 퍼뜨리는 행위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보는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흔을 남겼다.”

 

문구상 표현이 점잖았더라도 악성 게시글로 사회적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 행위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던 20156, B씨는 특정 병원장을 비방하려는 의도로 인터넷에 지금 병원에 (메르스 환자) 한 분이 있어요라는 내용의 허위 글을 썼다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피해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불안감 등 피해를 줄 수 있는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징역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악플 주요 유형. 그래픽 김대훈 기자

 

유죄 판결 10건 중 8건은 벌금형

온라인 악성 게시글 및 댓글 게시자에겐 십중팔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됐다. 이번 분석 대상 사건 10건 중 7건은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심 판결문(150)을 뺀 1심 사건 1,251건 가운데 923(73.8%)은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했지만, 이에 불복한 피고인의 신청 또는 사안이 중대하다거나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본 법원의 직권 판단으로 정식 재판이 이뤄졌다. 약식명령이란 검찰의 벌금형 청구에 대해 법원이 피고인 출석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선고하는 절차로, 통상 피의자의 범죄가 중하지 않을 때 행해진다. 다시 말하면, 검찰은 악플 사건을 신체형(징역형)보다는 재산형(벌금형)으로 가볍게 처벌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경우가 대다수라는 뜻이다. 게다가 약식명령으로 종결된 사건의 판결문은 검색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검찰의 약식기소 처리 비율은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식재판을 거쳤더라도 벌금형 비율은 높았다. 판결문 1,401건에 등장하는 피고인 1,450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845(58.3%)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공소기각 판결이 215(14.8%)으로 뒤를 이었는데, 피해자가 가해자(피고인)와 합의를 통해 재판 도중 고소를 취하하거나(모욕죄 사건), 처벌 불원 의사(명예훼손 사건)를 내비친 경우다. 10명 중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벌금형보다 무거운 처벌로 인식되는 징역형(집행유예 포함)148(10.2%)에 그쳤다. 이 중에서도 실형은 3분의 1 미만인 44명뿐이었다. 법적으론 유죄지만 범행이 매우 경미한 수준 초범 자백 및 반성, 피해자에 사과 범행 동기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유 존재 등의 조건을 두루 충족할 때 내려지는 선고유예도 89명이었다. 유죄 판결(벌금형, 징역형, 선고유예)을 받은 피고인(1,082)만 기준으로 할 때, 벌금형 비율은 78.1%로 껑충 뛴다. 인터넷 악성 게시글 및 댓글의 적정 처벌 수위에 대한 법원의 인식도 검찰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처벌이 약할 뿐 아니라,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벌금 액수를 기준으로 보면 ‘1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의 벌금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299,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벌금393명이었다. 벌금형 전체 인원(845)81.9%300만원에 못 미치는 벌금을 납부하는 것만으로 악플의 대가를 치른 셈이다.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500만원 이상은 각각 93명과 60명에 머물렀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땐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규정돼 있지만, 최대 벌금 액수는 고작 800만원이었다. “범죄 예방 및 근절 효과를 거두기엔 처벌 강도가 턱없이 낮다” “검찰도 법원도 악플 피해에 둔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심 법원의 정식재판 개시 경위. 그래픽 김대훈 기자

 

처벌 강화가 해법?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물론 벌금형이 많다고 해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처벌 강화를 내세우면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는 데다, 결국엔 공론장 기능을 수행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죄질이 나쁜 악플러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만은 않다. 예컨대 서울서부지법은 201510월 경쟁업체의 뷔페 식당에 대해 지인 돌잔치라 갔는데 음식 너무 별로다” “정말 비추”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하다등의 허위 비방 글을 58차례나 인터넷에 게시한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처벌수위가 낮아 보이는 이면엔 현행법의 한계도 있다. 명예훼손죄와는 달리, 모욕죄의 법정 형량은 고작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1995년 법이 개정된 탓에, 공연성과 전파 가능성이 무한대나 마찬가지인 온라인 게시물의 특성이 법 조항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 적시만 없다면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표현을 가득 담은 모욕적 악플을 게시해도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20181월 서울동부지법 판결이 그런 사례다. D씨는 헤어진 연인에 앙심을 품고 저 진짜 저격 너무 하기 싫은데 한번만 할게요라면서 피해자의 실명과 학교, 학번 등을 담은 인격모욕 게시글을 3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올렸다. 재판부는 인터넷 게시판 모욕 행위는 전파력이 매우 커 피해가 심각하고, 때로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피고인도 이런 효과를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D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더 중한 죄로 고소할 수 있었는데도 모욕죄로만 고소한 점을 참작해 불법에 상응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법정 최고금액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법이 허락만 했다면 벌금 200만원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 마땅한 범죄였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성 파괴라는 결과를 낳는 악플의 가장 무서운 속성 중 하나는 바로 확대재생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선플(착한 댓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윤상용 푸른시대교육연구소 대표는 보통 악플은 혼자 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시작하면 아무런 검증도 없이 수천건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피해자는 이를 지켜 보면서 인격 자체가 소멸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성과 군중 심리가 악플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이다./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스페인, 매일 저녁 8시 수백만이 박수를 친다

매일 저녁 8시 정각. 스페인 시민들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박수를 친다. 하지만 의료진은 한계에 부딪쳤고,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음식점 25만 곳도 휴업했다.

 

EPA 스페인 마드리드 한 병원 앞에서 324일 시민들이 보내는 박수에 의료진이 화답하고 있다.

 

326일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6188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유럽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호세 마리아 이루호 탐사보도팀장이 특별 기고를 보내왔다. 1976년 창간한 엘파이스는 스페인 국내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까지 취재 대상과 독자층을 넓힌 스페인어권 대표 언론사다. 이루호 팀장은 스페인 국제저널리즘상 대상을 받는 등 유럽 언론계에서 명망 높은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201712월 서울에서 열린 ‘2017 시사IN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 독자들에게 엘파이스의 탐사보도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저녁 8시 정각, 시민 수백만 명이 창문을 열거나 발코니로 나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박수를 친다. 스페인 인구 4700만명의 삶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마비되었다. 텅 빈 도시와 마을이 생기를 잃었지만, 시민들은 매일 정시에 애타는 마음으로 몇 분간 창가로 나와 자신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국 병원 344곳에서 일하는 의료진 35만여 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마르타 데 코데스 씨(60)와 그녀의 두 딸 마리아(26)·크리스티나(24) 씨는 매일 밤 마드리드 살라망카에 위치한 자택의 발코니에 모인다. 600만 인구가 거주하는 마드리드의 중심지 살라망카에서는 800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집계된 지역이다. 이들은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스페인 전역에 외출금지령을 내린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박수 의식에 참여했다. 몇몇 가정에서 32년간 잊혔던 두오 디나미코의 히트곡 레시스티레(나는 견딜 것이다)’가 들려온다.

두 젊은이의 컴퓨터는 꺼질 줄 모른다. 그들은 2주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 채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잃진 않았다. 마리아 씨는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크리스티나 씨는 유명 국제 컨설팅 회사인 KPMG에서 근무한다. 주변에는 해고 통지를 받은 친구들 소식이 들려온다. 어머니 마르타 씨가 운영하는 13(4)짜리 육아용품점은 2주간 휴업에 들어갔다. 매장에는 납품업체의 고지서가 쌓이고 있다.

 

Reuter집에서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 모습.

 

뛰어난 공중보건 시스템도 위기

하지만 두 딸이 계속 월급을 받고 있는 그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스페인 회사들은 이미 직원 수만명에게 임시 해고를 통지했다. 스페인 중앙은행(방코 데 에스파냐)은 얼마 전 스페인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암담한 입장을 표했다. 유럽연합(EU)은 국경을 봉쇄하고, 회원국들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하로 제한하는 안정성장협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팬데믹의 진원지가 되었다. 326일 현재 전국 사망자 4089명 중 2090명이 스페인에서 가장 풍요롭고 국제적인 도시인 마드리드에서 나왔다. 마드리드 내 확진자 규모만 따져도 15000명이 넘는다. 장례식장이 마비되어 시청의 지시로 아이스링크 팔라시오 델 이엘로(Palacio del Hielo)’를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맹공격을 당한 이탈리아의 경우 가장 아름답고 발달한 도시 롬바르디아에서 세계 최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325일 기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망자 수는 중국을 넘어섰다.

 

AFP PHOTO 324일 영안실로 변한 마드리드의 아이스링크 시설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스페인은 마드리드 노령인구 사이에서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되었다. 매일 환자 수백 명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립병원에서 사립병원으로 이송된다. 코로나19의 비극으로 인해 현재 스페인 의료계는 완전히 통합된 상태로 운영된다. 스페인 사립병원회장 카를로스 루스는 전적인 협조를 약속한다라고 단언했다.

 

보건 분야는 314일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국가 통제하에 들어갔다. 최근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태에 따라 모든 병원은 임시로 국가가 관할한다. 국립 의료계 8, 사립 의료계 2인으로 구성된 위기관리위원회가 단독 지휘권을 가지고 환자들의 이송을 결정한다.

 

스페인 사립병원 460곳에는 의료진 267000, 침상 51377(공급 가능한 전체 침상의 32%)가 있다. 사립 집중치료실은 1172개에 달하며, 국립병원은 집중치료실 4627개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마드리드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중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할 집중치료실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했다. 현재 확진자 1만여 명이 집중치료실로 이송될 예정이다.

 

마드리드의 한 사립병원장은 집중치료실로 사용될 공간을 마련했다. 수술과 일반 진료를 축소하고 병석을 확보해 국립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이송될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완료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료비 감당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위기관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은 지금은 생명을 구할 때이지 돈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뛰어난 제도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스페인의 공중보건 시스템은 최근 몇 주간 사상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아무도 이 전투의 결과를 낙관하지 못한다. 2012년 우익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726000만 유로를 절약한다는 명분 아래 예산을 삭감했다. 의약품 부담금이 늘어나고, 불법 이민자들이 의료 시스템에서 배제됐으며, 2만명이 해고됐지만 스페인에서는 여전히 의료 서비스가 무료다.

 

10만 개 이상 병상을 갖춘 이 거대한 공룡을 먹이려면 국내총생산(GDP)7%800억 유로가 필요하다. 보건 시스템은 스페인의 자랑이자 국민 70%가 긍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거인의 걸음은 간혹 느리다. 몇몇 진료 과목의 대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탓에 약 1100만명이 사립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매일 밤 스페인 시민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는 35만 의료인들은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은퇴한 의사 5만명과 새로 발령받은 인력이 당국의 부름에 응했지만, 수용능력이 부족해 사립병원의 협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국립병원 근처에 위치한 호텔 두 곳의 침실을 치료시설로 사용 중이다. 군 또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컨벤션센터에 침상 5500개 규모 임시 병동을 설치해두었다. 이곳에서는 추후 경증 환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백의의 영웅들에게도 바이러스가 손을 뻗치고 있다. 스페인 북부의 파이스바스코에서 간호사 한 명이 숨졌으며, 마드리드의 대형병원 라파스 병원(Hospital de La Paz)’에서 128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52%가 양성으로 판정됐다. 현재 6000명이 넘는 의사·간호사·직원이 감염된 상태다.

 

사망자 중 다수가 80세 이상인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또한 노년층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코로나19는 조용한 유령처럼 양로원에 숨어들어 그들의 침실과 지하실을 임시 영안실로 바꿔놓았다. 가족들은 추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나긴 관의 행렬을 지켜보고만 있다. 양로원 방역을 담당하는 군부대가 침상에서 사망한 노인들의 시신을 다수 발견하는 사례도 있었다.

 

노인 100여 명이 양로원에서 숨졌는데, 그중 절반은 마드리드에서 사망했다. 몇몇은 구급차와 병원 이송을 간절하게 요청했는데도 병원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욜란다 씨는 “80세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헤수스 씨는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으니 집으로 모셔가라고 들었지만, 양로원이 가장 안전한 곳일 것 같아 그곳에서 지내시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둘은 결국 부모를 잃었다. 현재 마드리드에는 노인 약 27만명이 살고 있으며 그중 30%는 홀로 사는 가구이다.

 

가장 비극적인 사례는 130명 중 25명이 숨진 몬테 에르모소(Monte Hermoso)’ 양로원이다. 직원과 거주 노인 중 7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노인 중 그 누구도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했다. 검찰은 부주의로 인한 과실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환자변호인협회(Asociaciónde Defensa al Paciente)’의 회장 카르멘 플로레스 씨는 안전·청결·직원·자원이 부족한 극단적인 사례다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는 마드리드 중심부에도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발표에 따르면 상당수의 양로원에 진단 키트가 없으며 직원들은 마스크 없이 근무하고 있다.

 

양로원에서 노인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뉴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노인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일부 지방 당국이 가장 취약하고 질병에 노출된 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스페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코로나19 대처 방식을 참고 대상으로 삼았다. 양국의 인구, 평균연령, 기대수명(82~83)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사투 결과는 사뭇 다르다. 스페인 정부의 강력대응 방침은 한국 정부에 비해 11일 늦게 선포되었다. 수십만 명을 진단한 한국의 방식은 위중한 환자에 한해 검사를 실시한 스페인 보건부의 대책과 상반된다. 스페인은 검사 키트가 부족했다. 현재 보건부가 실수를 인정하고 검사 키트 65만 개를 수입했지만 이마저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 결국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인구 100만명당 약 5000회 검진했다. 같은 기준 스페인은 겨우 600회 검진했을 뿐이다.

 

2주간 외출 금지, 호텔에 휴업령

시민들은 비슷한 확진자 수치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사망자 수가 현저히 낮은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다만 유럽 국가 간 공동대책을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영국의 경우 공동대응에 합하는 데 몇 주가 걸렸다.

 

한국에서 대구시장은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어서자 전례 없는 위기라며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호소했다. 반면 스페인 정부는 지난 3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각지에서 12만명이 모이는 시위를 허가한 바 있다. 유럽 질병관리센터(ECDC)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여러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같은 주말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또한 마드리드 투우장에서 지지자 6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다. 당 대표와 사무총장은 양성 판정을 받은 후 공식 사과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긴급 국회에서 오늘 알고 있는 것을 어제 알았더라면 다르게 대처했을 것이다라고 시인했다. 이날 2주간 외출을 금지하는 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의석이 거의 빈 상태로 진행됐으며, 의회를 이루는 16개 정당에서 당 대표 한 사람씩만 참석했다. 의회에서 근무하는 발렌티나 세페다 씨가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의원들의 모니터를 소독하는 동안, 사회당 사무총장이 위기를 극복하자며 단결을 촉구했다.

 

EPA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314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페인 전역에 있는 음식점 25만여 곳 역시 휴업에 들어갔다. 스페인은 인구 대비 주점 수가 1751일 정도로 외출을 즐기는 나라지만 길거리는 여전히 한산하다. 정부는 호텔에 휴업령을 내렸고 시민들 역시 질서 있게 이를 따르고 있다. 외출금지령은 성주간(Semana Santa, 부활절 직전 일주일)’ 이후까지 15일 추가 연장되었다. 스페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다. 관광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리라 보인다.

 

326일 기준 확진자 수가 56000여 명으로 매일 증가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해 우리 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매일 밤 발코니에 나가 박수를 치며 이 전투가 언제 종결될지 묻고 있다. 국영방송에서 참모총장인 미겔 앙헬 비야로야 중장이 전시 상황 같은 지금 우리 모두 군인과 같은 자세로 바이러스에 대항해야 한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사인 마드리드·호세 마리아 이루호 기자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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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 돌아본 50가지 사건

192041일 창간과 일장기 말소사건

자유언론실천선언과 해직 기자들

01. 동아일보는 192041일 창간했다. 서울신문, 조선일보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일간지다. 동아일보 창간호 사시는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자임’, ‘민주주의 지지’, ‘문화주의 제창이었다.

 

02. 초대 사장은 박영효. 사실상 경영자는 호남 지주 인촌 김성수. 김성수는 전라북도 출생으로 1951~1952년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지만 항일과 친일, 양면적 인물이다.

 

03. 192056회에 걸쳐 조선 부모에게 고함이란 논설을 실었다. 유교사상 인습에 사로잡힌 계층을 비판했다. 전국 유림들은 동아일보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박영효가 사장 취임 2개월 만에 물러나고 김성수가 제2대 사장이 됐다.

 

04. 1921년 민간 신문 최초로 윤전기 1대를 도입했다. 윤전기에 의한 대량 인쇄가 시작됐다.

 

05. ‘무정소설가 이광수는 19235월 동아일보에 입사한다. 이광수는 192415회에 걸쳐 민족적 경륜이라는 논설을 쓴다. 이 논설은 무장 항일 노선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일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자치 운동을 주장했다.

 

06. 동아일보 구사옥은 1926년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마코토가 설계했다. 구사옥은 현재 일민미술관과 신문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사옥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다. 현재 본사는 광화문 구사옥 옆 동아미디어센터.

 

일민미술관. 사진=서울건축가이드 홈페이지

 

07. 192134일자 사설에서 재래의 한국 정치는 암흑 정치요, 총독부 정치는 문화 정치라고 치켜세웠다. 총독부는 우리에게 훌륭한 도로”, “훌륭한 재판”, “훌륭한 행정관”, “훌륭한 교육 진흥을 선물로 줬다고도 했다.

 

08. 첫 여성 기자는 1924년 입사한 허정숙 기자다. 같은 해 조선일보 여성 기자 최은희가 입사한 후 2개월이 지나 채용된 여성 기자였다. 이광수 부인 허영숙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09. 동아일보가 친일 사설만 실은 건 아니었다. 1926년 이완용 사망 다음날인 213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라는 사설을 실었다. “살아서 누린 것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제부터 받을 일 이것이 진실로 기막히지 아니하랴. 부둥켰던 그 재물은 그만하면 내놓지.”

 

10. 19279월부터 도쿄와 오사카 지국을 설치해 일본 광고를 직접 유치했다. 이 같은 광고 수주는 다른 신문들에도 확산됐다.

 

11. 192841글 장님 없애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1931년부터 1934년까지 문맹 타파와 한글 보급 운동인 브나로드 운동을 벌였다.

 

12. 월간지 신동아193111월 창간됐다. 창간호 발매부수는 2만부였다.

 

13. 1932년 이봉창 의사가 일왕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110일 동아일보는 1대불경 사건 돌발제목으로 이봉창의 의거를 비방했다. “폐하께옵서는 무사하다며 범인은 리봉창이라고 보도했다.

 

14. 1936824일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의 가슴에 붙어있던 일장기를 지웠다. 조선총독부는 분노했다. 송진우 사장은 사임했다. 829일자로 무기한 정간 조치됐다.

 

15. 19377월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동아일보는 중국을 비방하면서 일제 승리를 위해 조선민족도 임무와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16. 1938111면 일왕 사진을 실었다. 이런 보도가 1940년까지 지속됐다. 일왕 생일인 천장절(429)마다 일왕 부부 사진을 실었다. “천황폐하를 찬양하고 황은의 광대심후함을 보도했다.

 

동아일보 193811. 천황 부처의 사진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사진=동아일보 디지털 아카이브

 

17. 19384월 일제는 징병제 전 단계로 지원병제를 실시했다. 43양 제도 실시 축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양 제도란 육군 지원병 제도와 조선 교육령을 말한다. “지원병 제도의 실시는 조선 민중에게는 병역 의무를 부담시키는 제1라며 특혜인 것처럼 보도했다.

 

18.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일제는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19408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폐간됐다. 당시 동아일보 직원은 902명이었다.

 

19. 19377월 중일 전쟁 후 김성수의 친일 행각이 시작됐다. 1943년부터는 노골적이었다. 보성전문학교 교장 자격으로 194385일 징병제를 찬양하는 논설을 매일신보에 기고했다. 징병제와 학병제를 독려했다.

 

20. 19451228일 열린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 오보를 냈다. 동아일보는 소련은 신탁통치를 주장하고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오보였다. 좌우대립 시초가 됐다.

 

 

동아일보 19451228일자 1면기사.

 

21. 제주 4·3항쟁을 폭동으로 보도했다. 194846제주도서 총선거 반대 폭동이라고 보도했고, 417제주도에 무장한 폭도, 게릴라전 전개, 경찰은 교통 차단하고 만전의 포진이라고 썼다.

 

22. 1948년 김구를 비난하며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 남한 단독 총선거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고 촉구한 언론이다. 194823일자 사설 제목은 총선거를 단행하라였다. 선거일인 510일까지 유사한 사설을 열 차례 게재했다.

 

23. 동아일보 사사는 “19485·10선거를 이틀 앞둔 58일 동아일보 사옥은 좌익의 방화로 편집국과 공장이 몽땅 불에 타버리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24. 1950628일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다. 동아일보는 하루 전 27, 서울 근교에 접근, 우리 국군 고전 혈투 중이라는 호외를 300부 가량 내고 종간했다. 그해 104일 복간했다.

 

25. 김성수는 1951년 제2대 부통령에 선출됐으나 부산정치파동을 계기로 이승만 대통령과 틀어졌다. 1년 만에 사임한다. 1950년대 대표 야당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왼쪽)와 이승만 전 대통령.

 

26. 조봉암 사법 살인에 방관했다. 동아일보는 19581월 진보당 사건에 진보당 간부급 여러 명이 북의 괴뢰들과 연결돼 있다. 조봉암의 집에서 김일성의 편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조봉암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27. 1961516일 동아일보는 호외를 통해 군사 쿠데타를 반공혁명이라고 지지했다. 다음날 당면 중대 국면을 수습하는 길이라는 사설에서 쿠데타 원인이 장면 정권 무능에 있다고 했다.

 

28. 1963425일 민영 동아방송 DBS가 개국했다. 모기업은 동아일보다.

 

29. 1964730일 신문과 방송을 규제하는 언론윤리위원회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그해 817일 한국기자협회가 탄생했고 동아일보도 정권 반대편에 섰다. 정권은 부처와 산하 금융기관의 신문 구독을 중지토록 압력을 가했다.

 

30. 196838일자 한은, 정부에 통화량 억제 긴축 정책 건의기사에서 비관적 경제 전망을 보도한 기자들이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같은 해 신동아’ 12월호에 경제 전망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자도 역시 구속 기소됐다. 동아일보는 압력에 굴복해 127일 사고를 게재했고 동아일보 주필과 신동아 주간과 부장 사표를 수리했다.

 

31. 1971326일 서울대 학생회장단 30여명이 동아일보에서 언론화형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는 동아야 너도 보는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만 가는 조선의 저 추잡한 껍데기를. 너마저 저처럼 전락하려는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32. 197410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오늘날 우리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하고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라 밝혔다.

 

33. 19741225일 동아일보 광고 지면은 백지로 나갔다. 박정희 정권이 동아일보 광고주를 회유, 협박했다. 1230일 광고국장 김인호는 격려 광고를 요청하고 국민들이 백지를 격려 광고로 채우기 시작했다. 197511일 동아일보에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한 시민의 격려 광고가 실리는데 후일 이 광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게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34. 1975년 동아일보 기자들 대량 해직됐다. 317일 경영진은 150여 명의 폭력배를 동원해 회사에서 농성 중이던 기자 150여 명을 내쫓는다. 113명이 강제 해고됐다. 해직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35. 1980519일부터 닷새간 사설을 싣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저항의 표시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531일에는 신군부가 발표한 광주사태의 전모를 그대로 받아썼다. 광주시민을 폭도, 항쟁을 난동혹은 폭동으로 표기했다.

 

36. 1980811한국 새 세대의 지도자 필요’, 823‘40대 이하 자주적 민주세대의 등장, 새 시대가 바라는 새 지도자 상’, 829새 시대의 전두환 대통령전두환 옹호 기사가 연속 보도됐다.

 

1980823일 동아일보 1. 정든 군을 떠나 새시대 새역군으로 라며 전두환 대장 관련 보도. 사진=동아일보 디지털 아카이브

 

37. 19866부천 성고문 사건에 검찰수사 발표 전까지 1~2단으로 축소 보도했다. 717일에는 검찰 성적 모욕 없었다발표, ‘폭언과 폭행 없었다’”고 보도했다. 사회 2면에 혁명을 위해 성도 도구화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

 

38. 19871월 박종철 사건 후 고문근절 추방 캠페인특집 기사를 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은 중앙일보가 115일 처음으로 보도했지만,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는 박종철을 죽음으로 몬 고문의 수법이 물고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정권에 타격을 가했다.

 

39. 1989316일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파업 하루 전 권리란 무한추구가 가능한 가치가 아니라 칼집 속에 들어있는 칼처럼 지닌 사람의 무게를 지켜주는 장식이라며 꼭 쓸 때가 아닌 경우 빼어드는 칼(권리)은 자칫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썼다.

 

40. 19918월 동아일보 사장 김병관은 편집국장 김중배를 경질했다. 김중배는 언론은 권력과의 싸움에서 보다 원천적인 제약 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김중배 선언이다.

 

41. 199341일부터 석간에서 조간으로 전환했다. 석간신문 조간화는 세계적 추세였다. 동아일보는 조간으로 돌아서기 전 다른 신문처럼 매주 4면 분량에 이르는 대입 학습지 서비스를 실시했다.

 

42.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3815일 동아일보 광복 48주년 특별기고에서 김성수를 옹호했다. “인촌은 비록 감옥에 가고 독립투쟁은 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독립투쟁 못지않게 우리 민족에 공헌을 했다고 나는 믿는다. 인촌은 동아일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을 계몽해 갈 방향을 제시해 줬고 큰 힘을 줬다.”

 

43. 2000년 삼성과 사돈을 맺었다. 당시 동아일보 회장 김병관의 차남 김재열과 삼성 회장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이 결혼했다.

 

44. 200099대구, 부산에는 추석이 없다기사. 지역 감정을 조장했다. 부산과 대구 지역이 엉망이라는 기사였는데, 실제 통계는 광주지역 부도율이 가장 높았다. 허위 기사를 이용한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45. 2001년 언론사 세무 조사가 시작됐다. 629일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김병관 등이 구속됐다. 그해 7월 김병관 부인인 안경희씨가 투신 사망했다.

 

46. 200882“14년 무파업 선물’ 7년 파업의 눈물’”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노조 파업 때문에 콜트악기 공장이 폐업했다는 보도였다. 허위 보도였다. 대법원 판결로 정정 보도가 이뤄졌다.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부분 파업이어서 회사 전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47. 신동아는 20092월호에서 정부 비판 누리꾼으로 유명했던 미네르바 단독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나 실제 미네르바가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사과문을 냈고, 신동아는 그해 4월호에서 미네르바 오보 진상 조사 보고서를 내야 했다.

 

48. 동아일보 20131221면에 간첩 정체는 탈북자 행세한 화교였다기사는 오보였다.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이다. 보수정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유씨는 국정원 간첩 조작 피해자였다.

 

49. 삼성 장충기 문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동아일보 고문이었던 배인준씨는 장충기에게 만남과 통화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다. “제 거취에 관해 말씀드리고 한선재단에 관해 지도 받고 싶다.”

 

뉴스타파 “[장충기문자 대공개] 기사 보고, 합병 축하장충기문자속 언론인들보도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50. 2017년 광고 영업담당 직원이 영업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11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다. 동아일보 간부의 과도한 실적 압박과 욕설, 인격 모독 발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벌어진 일이다. 이 간부는 정직 3개월을 받고 원직 복귀했다.

 

 

참고 : 동아일보사, 동아일보 디지털아카이브, 강준만 한국 언론사’, 최준 ‘1987’, 자유언론실천재단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최악 보도 100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김재중 코로나 감염 만우절 거짓말에 줄줄이 오보하고 삭제

모든 처벌 달게 받겠다조금이라도 걱정했던 시간이 아깝다비판 댓글

과거 동방신기 멤버인 가수 김재중씨가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만우절을 이용한 거짓말로 밝혀졌다. 많은 언론이 오보를 낸 가운데 사회적 논란을 자초한 김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씨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다이 글 절대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아프고 죽어간다.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를 지키는 일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적었다.

 

앞서 김씨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정부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주의받은 모든 것들을 무시한 채 생활한 저의 부주의였다고 적었다. 사실이라면 국내 연예인 가운데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였다. 이에 많은 언론이 연예인 중 코로나19 첫 확진이라며 보도에 나섰다. 소속사는 언론에 확인 중이라고 밝혔고, 결국 김씨가 다시 입장을 올리며 만우절 거짓말이 드러났다.

 

김재중, 코로나19 확진 첫 연예인 현재 서 홛동”’(조선일보), ‘김재중 부주의한 제 잘못코로나19 확진 직접 고백’(스타뉴스), ‘가수 김재중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연예계 비상’(조세일보), ‘“모든 것이 저의 부주의김재중, 코로나19 감염 직접 알려’(스포츠경향), ‘김재중, 코로나19 확진판정 부주의했다미안한 마음뿐”’(일간스포츠) 등 수많은 기사가 양산됐다가 현재 대부분의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이번 일을 두고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의 만우절 장난으로는 소재가 매우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김씨 관련 기사에는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야 한다”, “농담할 게 따로 있다”, “철이 없다”, “조금이라도 걱정했던 시간이 아깝다는 등 비판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씨 인스타그램에는 오후 430분 현재 23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나라 망신이라며 김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김씨는 201741일 대만 콘서트 도중 실신했으나 알고 보니 만우절 이벤트여서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만우절 거짓말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1지금은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장난 전화나 잘못된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채널A 협박 취재 논란 검사 녹취가 정국 가른다

윤석열 측근 검사장녹취록 실존 여부에 관심MBC 보도로 밸류 사기 본질 가릴까 우려도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취재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MBC 보도가 정치권과 언론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1일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채널A 법조팀 이아무개 기자는 지난달 22일 현재 불법 투자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의 지인 A씨를 채널A 본사에서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을 언급하며 녹취록을 보여줬다.

 

MBC에 따르면, 해당 녹취록은 이 기자와 검사장 B씨가 나눈 통화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경우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을 수 있다거나 검찰 수사팀에 이 전 대표 입장을 전달해주겠다는 대화 내용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채널A 기자가 돈이야 어차피 추적하면 드러나니까 가족이나 와이프 처벌하는 부분 정도는 긍정적으로 될 수 있다고 하면 검사장 B씨가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는 있다고 말하는 등 검사와 기자의 유착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A씨는 MBC유시민이나 아니면 현재 문재인 정부에 있는 청와대 사람들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한 번 세우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현직 검사장 B씨는 MBC 취재진에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있다.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수사 상황을 전달하거나 녹취록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보도 이후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와 검언 유착 문제가 불거졌다.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은 명확해 보인다. 이철 전 대표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가족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하거나 검사와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회유하는 행위는 용납되기 어려운 취재 윤리 위반이다.

 

다만 검언 유착 실체와 관련 이목이 집중되는 건 녹취록이다.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 B씨가 실제 채널A 기자와 통화했고 그 통화 내용이 녹취록으로 실존한다면, 검찰에 유리한 수사를 위한 검언 유착의 명확한 증거이거니와 검사장 B씨는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채널A 기자가 대화한 검사가 윤 총장 최측근 검사장 B씨가 아니래도 수사와 관련한 검사가 실제 기자와 통화했고 그 녹취 내용을 A씨에게 공개한 것이라면 검언 유착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검찰을 상대로 한 정부·여당의 공세는 계속될 수 있다.

 

녹취록이 존재하지 않거나 가짜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채널A 기자가 취재원을 상대로 회유·협박을 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자가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체 존재와 존립 이유를 되묻게 하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 채널A가 자체적으로 문제가 된 기자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MBC도 지난 31일 보도에서 만약 현직 검사장(B)이 녹취록과 같은 통화를 했다면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으로 볼 수 있다검사장 해명처럼 이런 통화가 전혀 없었다면 기자가 허위 녹취록을 제시한 셈이 돼 심각한 취재윤리 위반 해당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법조 출입 기자는 1“MBC와 채널A의 진실 공방은 결국 검찰과 대화를 나눴다고 이철 전 대표 대리인(A) 측에 보여줬다는 녹취록에서 결판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이 실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누구와 대화 내용인지에 따라 검언 유착 의혹과 저널리즘 도덕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BC 뉴스데스크 331일자 보도.

            

다만 일각에서는 MBC 보도로 인해 33000여명을 상대로 7000억원의 사기 행각을 벌인 투자 사기업체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범죄와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700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바 있고,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 1심에서도 징역 26월을 선고 받은 범죄자다.

 

수년 동안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범죄 행각을 추적한 전혁수 서울경제TV 기자는 1일 미디어오늘에 “MBC 보도에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읽히는 맥락이 숨어있다고 본다MBC가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검사장 이름을 익명 처리하면서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비위 사실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유시민 이사장 이름은 공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서 촉발한 여권과 검찰 간 갈등 상황에서 여권 지지자들을 결집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파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기도 하다. 실제 친여 성향의 열린민주당이 MBC 보도 후 정치 검찰과 종편 방송사의 충격적인 정치 공작 음모라며 검찰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 기자는 유 이사장은 20148월 밸류 명사 특강뿐 아니라 20151월 이 전 대표 소개로 밸류가 최대주주였던 바이오업체 신라젠 연구센터 개소식에 축사로 나선 후 밸류 홍보 영상 인터뷰까지 진행했다이철 대표가 구속되기 직전인 20158월 밸류 대강당에서 지지자 모임도 열었다고 밝혔다.

 

전 기자는 ·현직 밸류 관계자들과 밸류 피투자사 관계자들은 유 이사장과 이 전 대표가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다정치인이 서민들의 지갑 사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자회사에 경각심 없이 친분을 이유로 연사로 수차례 나선 것은 언론으로부터 의혹을 살 만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정치인이나 시민단체가 아닌 일반 제보자, 그것도 특정 정파와 깊은 관계가 있는 범죄 관련 인물의 정치적 의견을 뉴스에 그대로 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 기자는 MBC 보도가 밸류 후속 사기 의혹 취재와 피해자 구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기자는 밸류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 구속 후 다수의 밸류 파생 사기 의혹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해 취재하고 있다자칫 정파적 이해관계로 밸류 사건 피해자들이나 파생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추가 피해를 입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채널A 기자의 취재원 협박 사실을 보도한 장인수 MBC 기자는 전 기자 등이 제기하고 있는 여권 인사 연루 의혹에 관해 자사 라디오 방송에서 최근 보수 언론은 신라젠이 주가 조작 등 범죄에 연루됐는데 유 작가 강연이 부적절하다고 보도해왔다. 보수 언론은 신라젠과 친노 쪽 여권 인사와 관계가 있으니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보도를 계속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MBC 보도국장 입장도 듣고자 했지만 1일 밤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정부 재난지원금에 혼란’ ‘퍼주기비판 쏟아낸 언론

[아침신문 솎아보기] 재난지원금에 보수언론 혼란’ ‘이견’ ‘선거용 퍼주기프레임, 이 와중에 최저임금 동결꺼낸 한국경제

보수언론 혼란’ ‘이견’ ‘선거용 퍼주기강조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하위 소득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소득하위 70%가구다. 전체 가구 중 상위 30%를 제외한 70%에 혜택이 간다. 지급 액수는 1인 가구 40만원, 260만원, 3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이다. 소비 촉진을 위해 전자화폐나 상품권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생계를 지원하고, 국민이 위기극복에 함께 나선 데 대한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며 지급 배경을 밝혔다.

 

31일 보수 신문들은 재난지원금에 비판적인 기사를 냈다.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의 의의보다는 기준이 불분명해 빚어지는 혼란에 주목했다. 정부 발표에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소득을 추정하는 방법이 여러가지인데 정부는 그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재난지원금 준다면서 지급기준도 못 정했다를 통해 정부는 지급 대상자의 구체적인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4소득하위 70% 준다면서... 구체 기준 안밝혀 당장 수혜여부 몰라기사를 내고 발표 당일에도 정부와 청와대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키웠다고 했다.


31일 중앙일보 1.

 

31일 조선일보 기사.

 

또한 보수신문들은 정부 내 이견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대상 확대 여 논리 꺾지 못한 홍남기 반대 의견, 기록으로라도 남기겠다’” 기사를 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견을 부대의견으로 남긴 점을 기사화했다. 홍남기 장관은 70%보다 적은 대상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는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한 재정 여력은 있는가사설을 통해 예산 지출 규모가 과도한 점을 지적하고 생계가 어렵지 않은 이들도 수혜범위에 있다며 선거용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여야의 재난 대응 예산 경쟁 자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총선 앞두고 퍼주기 경쟁이라고 했으며 사설을 통해 실제 지급은 빨라야 5월로 예상되는데 덜컥 발표한 것은 총선용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반면 진보언론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를 강조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 기사로 정부, 사상 첫 긴급재난지원금... 사실상 기본소득 첫발을 냈다. 경향신문은 사실상 기본소득 성격의 실험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경기부양을 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 경향신문 1.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한국은 감염증 대처를 잘해 전세계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 국민이 한뜻이 되어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생계마저 어려운 취약계층의 삶에 구명조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도 복돋워주기를 바란다. 또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와중에 최저임금 동결꺼낸 한국경제

고용노동부가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경제는 이 와중에 논의 시작된 내년도 최저임금, 최소한 동결해야사설을 냈다. 한국경제는 사업주의 지급능력을 뛰어넘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가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준다는 게 지금까지 보아 온 현실이라며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31일 한국경제 사설.

 

최저임금 인상에 두 얼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일리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건 기업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경제신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52시간제 반대’ ‘최저임금 인상 반대등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역시 하나의 명분이 됐다.

 

미디어오늘 분석 결과 한국경제는 20177~20186월 동안 최저임금을 언급한 기사만1098건 냈다. 5개 경제지·9개 종합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18824일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대전경찰청은 기사와 같은 내용의 변사 사건은 파악한 적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한국경제는 전경련 회원사들이 지분을 가진 신문사다.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같은 견제성사설이 나왔다. 본격 심의 국면이 시작되면 최저임금 인상을 하면 안 된다는 답을 정해놓은 보도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질본 최우수, 한국 언론 낙제점코로나19 성적표

코로나19’ 206개국 영향 팬데믹 날마다 정보공개

미국, 1일 기준 확진자 최다사망자 수는 이탈리아 1

중국·한국, 확진·사망자 순위 떨어지고 미·유럽 상승세

 

86% “질본 믿는다청와대 신뢰도 상승폭 가장 커

언론 신뢰도 30% 그쳐코로나19 사태 거치며 급락

 

한국 종합적으로 우수, 질본 최고, 언론 낙제점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 전염병(팬데믹)으로 모든 국가에 영향을 끼치면서 코로나 대응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때는 영향을 받은 나라가 각각 26, 27개국에 불과하고 감염자도 8000, 2000명대였으나 코로나19는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고 있다. 41일 현재 국내 코로나 실시간상황판(www.coronaboard.kr : 개발자 둔딘, 소저씨)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206개국이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를 비롯해 각국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 감염 상황은 날마다 정보가 추가되면서 코로나19 지구촌 상황판을 새로고침하고 있다.

 

41일 낮 현재 코로나 확진자 국가별 순위, 코로나실시간상황판(www.coronaboard.kr) 제공.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과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한국의 신천지 집단감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감염자 대다수를 차지하던 초기 상황에서 현재는 유럽과 미국 위주의 집단감염 사태로 달라졌다.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늦게 전파된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확진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끼치면서 각국의 보건의료 대응실력도 드러나며 비교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각국별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다. 날마다 정보가 업데이트되면서 국가별 확진자 수가 달라지고 있다. 1일 현재 미국의 확진자는 188578명으로 1위다. 이미 이탈리아(105792), 스페인(95923)도 중국의 확진자(81540)을 추월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가 공개하는 그래프에서 사망자 기준 정렬.

 

확진자보다 중요한 숫자는 사망자 숫자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12000명으로 1위이고, 스페인, 미국, 프랑스, 중국, 이란 순이다. 그런데 사망자 숫자는 국가별 인구를 감안해야 한다. 100만명당 사망자 숫자가 국가별 보건의료를 보여주는 정확한 숫자다. 인구 100만명 대비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탈리아(206) 스페인(181) 네덜란드(61) 벨기에(61) 프랑스(54) 등 유럽 선진국가들이다. 빠르게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은 각각 26, 12명이다. 한국은 100만명당 사망자가 3명으로, 확진자 숫자에 비해 낮은 편이다.

 

날마다 갱신되는 확진자, 사망자 숫자를 누적그래프와 증가율을 보여주는 로그그래프로 보면 각국별 확산 추이를 볼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증가세가 꺾였으나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증가세는 가파르다. 코로나19에서 한국은 초기에 신천지 집단감염과 적극적 검사로 확진건수가 급증했지만, 이후 확산과 대응에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됐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국외 주요 언론들과 보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 보건당국을 높게 평가했다.

 

국내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평가는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에 대한 전국 1000명 상대 설문과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1,31~2.4), 2(2.25~28), 3(3.25~3.28)에 걸쳐 전국 18살 이상 성인 1000명을 인구비례방식으로 표본추출해 설문한 결과다.(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

 

3차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면서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기관, 보건복지부)과 정부(청와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초기보다 계속 높아졌다. 가장 신뢰도 높은 기관은 질병관리본부로, 86.0%의 높은 신뢰도(“다소 신뢰” 50.1%, “매우 신뢰” 35.9%)를 보였다. 2차조사 때와 비교해 신뢰도 상승폭이 가장 큰 주체는 청와대였다. 11.5%포인트가 상승해 61.0%였다.

 

주요 국가의 확진자 발생 추이. 코로나실시간상황판(www.coronaboard.kr) 제공.

 

주요 국가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추이(로그그래프). 한국의 증가추이가 낮아진 것과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증가추이는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코로나실시간상황판(www.coronaboard.kr) 제공.

 

보건당국의 대응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한 질문에서는 높다” (7~10)80.5%였고 낮다5.5%였다. 비교대상 국가 질문에는 중국,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의 순으로 거론됐다.

 

유명순 교수 연구진의 조사에서 국내 조사대상자들의 80%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수준이 다른나라에 비해 뛰어나다고 응답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공.

 

정부 대응의 긍정평가 요소로는 진단검사의 속도와 혁신성이 가장 높았고(54.5%), “방역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17.9%), “의심증상자, 확진자의 병원(치료) 접근성”(8.5%), “국가가 부담하는 감염증 관련 비용” (7.1%), “시민사회의 예방지침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6.0%) 순이었다.

 

서울대 유명순 교수가 3차에 걸쳐 조사한 코로나19 대응관련 주체별 신뢰도. 질본의 신뢰도가 86%로 최고이고, 언론의 신뢰도는 2달에 걸쳐 2, 3차 조사가 진행될 수록 갈수록 하락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공.

   



유명순 교수 연구진의 조사에서 시민사회의 과제로는 시민교육 강화와 언론의 보도윤리가 1,2위로 지목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정부와 보건당국의 대응수준, 병원 서비스 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지속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신뢰가 지속 하락한 주체가 있다. 언론이다. 조사대상들이 응답한 언론 신뢰도는 146.4%에서 239.9%, 330.7%로 지속하락하며 총 15.7% 포인트의 급락을 기록했다. 언론은 1차 때부터 다른 주체에 비해 신뢰성이 낮았지만 2, 3차를 거치며 더욱 하락한 것이다. 조사에서는 사회적 신뢰 고갈을 막기 위해 넘어서야 할 문제로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와 무책임’(34.6%)1위로 꼽고, ‘미디어의 과장·허위·과잉 정보’(19.2%), ‘감염병 사안의 정치적 해석과 쟁점화’(14.9%)를 각각 2위와 3위로 꼽았다.

 

<시사인>은 지난달 17일 기사(“정확한 정보 전달 대신 소모적 논쟁을 택한 언론 보도)를 통해 언론의 왜곡보도를 비판했으며, 언론운동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는 코로나19 왜곡보도를 기록(아카이빙)하는 기레기 박제 프로젝트’(cafe.daum.net/stopcjd)를 진행중이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안타깝다는 말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날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었다.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사무실 안에 있는 서류가 날릴 만큼 제법 찬 바람이 들었다. 얇은 셔츠 차림의 남자는 어린아이 둘을 앞세우고 여자와 함께 들어왔다. 누가 봐도 가족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구겨진 종이 한가운데는 계류유산이, 하단에는 산부인과 상호가 찍혀 있었다. 손바닥만 한 영수증도 건넸다. 우리는 짧은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는 유독 노 잡, 노 머니, 노 휴먼을 강조했다.

 

노 잡, 노 머니, 노 휴먼

방문자가 말 뚜껑을 열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나는 노 잡, 노 머니, 노 휴먼을 서두로 알아들었고 본론으로 접어들길 기다렸지만 대화는 1시간 가까이 공전했다. 요약하자면 일거리가 없고, 돈이 없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니 일자리를 좀 알아봐달라는 것이었다.

 

인권 사안을 다루는 내 일터에는 다양한 인권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라는 사람들의 방문이 잦다. 난민 인정이 되도록 도와달라든가, 이렇게 일자리를 요구하는 분도 더러 있다. 나는 안타깝지만, 우리 기관은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나 차별을 조사하고 예방하는 교육을 해서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고 천천히 말씀드렸다. 그는 재차 호소했다. 나 역시 같은 말이 저장된 기계처럼 돕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혹시 몰라 이번엔 내가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기관명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그는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보지 않고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화내며 당신의 시니어’(책임자)를 불러오라고 했다. 재차 요구하지 않았으니 그저 홧김에 해본 말이었을 것이다. 좁은 상담실에서 우리는 서로 눈 둘 곳을 몰랐다.

 

늘 이런 순간이 곤혹스럽다. 안타까운 마음은 진심이어도 안타깝다는 말처럼 천하에 쓸모없는 게 없다. 그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그냥 와본 것일 수도 있다. 서로 사정을 잘 알아서 침묵이 흘렀다. 그의 아내는 아이들이 옆에서 보채도 미동도 없었다. 나는 그때,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했다. 두 사람은 합의하에 아이를 가진 걸까.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또 아이를 가졌더란 말인가. 이 아내의 삶은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주제넘은 생각을 멈추려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자는 내 행동을 이제 그만 가달라는 신호로 읽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나는 서 있고 그들은 앉아 있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아내가 남편의 등을 쓰다듬으며 뭐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사람이라니, 저 말은 파키스탄 말이겠구나. 짐작하는 사이 일행이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냥, 어서, 여기를 나가자는 말이었나보다.

 

남자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나서는 나를 그는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러더니 내게 노 휴먼!”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번엔 노 잡, 노 머니는 없었다. 나는 외마디 그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쓰다 남은 문서를 작성했다. 마지막 몇 줄만 쓰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돕지 못한다고 말할 때 나는 아이(I)가 아니라 위(We)라고 했다. 어느 기관에 상담을 갔는데 그리 말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어찌했을까. 아마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나처럼 안타깝지만 도울 수 없다고 말하는 우리라는 관계자들을 이 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우리라는 관계자들

퇴근길, 신호 대기에 걸려 차를 세웠다. 오른편에 약국이 보였다. 약국 유리문에는 마스크 구매 신분증 필참공적 마스크 오늘 분 소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비자가 있는 외국인들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마스크를 사려면 필요할 텐데 그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은 있을까. 나는 내 안타까움에 메스꺼움을 느꼈다. 김민아 <아픈 몸 더 아픈 차별> 저자 /한겨레21

 

[사투리 뉴스] 해방 이듬해 부산 쑥대밭 만든 전염병, '호열자'를 아시나예?

 

1945815일 해방 뒤에 선박으로 부산항에 들어온 해외 동포들이 방역 소독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예.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21세기에 전염병이 우짠 일이고. 옛날에 '호열자(虎列刺)' 돌던 시절도 아이고, 참말로"

"호열자예? 호열자가 뭔가예?"

"니는 기자면서도 호열자가 뭔지도 모르나?"

 

요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니까, 어르신들 기억에 있던 전염병들이 한목에 다 튀나오는가 봅니더. 저희 어머니 기억 속에 있는 가장 쎈 전염병이 이 호열자, 바로 '콜레라'였다 카데예.

 

호열자는 호랑이가 몸을 찢는 것처럼 통증이 어마어마해가 붙인 이름인데, 그래서 '호역(虎疫)'이라고도 합니더. 이 콜레라는예, 한 번 걸리면 구토도 나오고예, 설사가 좔좔 나와서 탈수 현상까지 나타나고 결국엔 삐짝 곯아가 죽을 수도 있답니더. 다른 전염병도 그렇겠지만예, 이 콜레라는 정말로 인간의 '존엄성 1'도 지켜주지 않는 더러운 질병이기도 합니더.

 

그런데 해방 이듬해 1946년부터 부산이 바로 이 콜레라의 온상이 됐다는 거 알고 계십니꺼?

 

동포 귀환선, 부산항 앞바다서 둥둥

 



1945년 해방 직후 부산항 부산세관 앞에서 귀환 동포들이 모여 있는 모습입니더. 부산시 제공

 

항구 도시 부산은예, 해방 뒤부터 해외에서 동포들이 배를 타고 돌아오던 귀환 통로였심더. 일본에 있던 동포들이예, 시모노세키, 센자키, 하카타, 사세보, 마이즈루에서 연락선 타고 처음으로 밟은 고국 땅이 바로 부산항 1부두인 거라예. 그 모진 고통 다 견디고 집에 오니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심꺼.

 

일본 정부 자료에는 1944년 말에 일본에 있던 동포 수가 1936843명입니더. 19479월 일본 내무성의 조사에는 재일 동포 수가 총 529907명이거든예. 대략 140만 동포가 해방 직후 일본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을낍니더.

 

그런데 이 귀환 동포들을 따라 콜레라까지 같이 온 거지예. 당시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19465월에 중국 남부에서 귀환한 수송선에 동포 3150명이 타고 있었는데, 배 안에서 고마 콜레라가 돌아뿠어예. 이미 사망자 두 명이 발생해서 시신을 바다에 그냥 버리는 처참한 일도 발생했고예. 배가 입항도 못하고 일주일 동안 부산항 앞바다서 둥둥 떠다녔다고 합니더.

 

일본의 패전 뒤 귀환한 동포들이 타고 온 귀국선이 뒤에 보입니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이 신문 표현대로 '자나 깨나 해방된 조국 산천을 그리며 멀리 해남도 남지나에 가 있든 3150명의 동포들'이 손 내밀면 잡힐 것 같은 고국 땅을 눈 앞에 두고 얼마나 비통해 했을까예.

 

안타깝게도 부산에는 이 때부터 콜레라 환자가 억수로 쏟아집니더. 그해 528일 자 신문에는예, 부산에 콜레라 확진자 87명이 발생하고 25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더. 특히 초량동 일대 피해가 심각했다네예. 같은 해 917일 자 기사를 보면예, 부산 콜레라 환자가 564명이고 그 중 172명이 유명을 달리했심더. 전국적으로는 38선 이남 지역에서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14909명이 콜레라에 걸렸고, 그중 9632명이 목숨을 잃었지예.

 

당시 미군정청 시절이라서 우리는 방역도 주체적으로 할 수 없었던 속터지는 시절이였지예. 미군들이 자국민 대하듯 우리 국민들을 콜레라로부터 살뜰하게 보살폈을까예? 그라고 당시 치료약도 제대로 구비돼 있었겠습니꺼.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콜레라 걸리면 100% 죽는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었을낍니더.

 

콜레라 격리병사에 사망자 해골이

 

<부산일보> 1949910일 자 2면에는 "콜레라 예방주사를 맞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기사가 실렸슴더. 부산일보DB

 

1946년에 910일에 창간된 <부산일보>도 그때 부산의 콜레라 전파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심더. 1946910일 자 2면에는 '호역예방주사 미실시자는 처벌'이라는 기사가 실렸네예.

 

"부립병원 격리실에 입원된 호열자 환자 중 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에 비춰 도 방역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의를 환기하는 동시에 도민의 협력을 요망하고 있다. 금후 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처벌할 것이니 도민 여러분은 항상 주의와 협력을 요망하야 마지 않는다." 그런데 예방주사를 맞고 싶어도 충분하지 않았고예, 시골에선 구경도 못했다니 서민들도 답답했을 낍니더.

 

<부산일보> 194942일 자 2면에 실린 기사임더. 격리병사에 콜레라 사망자 해골이 방치돼 있는 비참한 상황을 전달하고 있네예. 부산일보DB

 

콜레라의 참상을 보여주는 기사도 하나 소개해드리께예. <부산일보> 194942일 자 2'500주의 해골, 격리병사에 방치' 기사는 제목부터 충격적입니더.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니까네, 격리시설에서 4년 전에 콜레라로 사망한 환자들의 해골 수백 기가 방치돼 골치라고 합니더. 19465월부터 콜레라 사망자가 속출했는데예, 이 때 숨진 사람 1만 명이 부립(府立) 화장장에서 화장된 다음에 연고자가 유해를 찾아갔심더. 그런데 일부 주민들은 콜레라에 감염될까봐 유해를 찾아가지도 못했다 아입니꺼. 그래서 우짤 수 없어가지고 부산부가 남은 유해를 부립병원 격리병사에 안치했다네예. 당시 부산 부립병원은 지금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자리에 있었답니더.

 

그런데 마 환절기 지나서 콜레라 환자가 나날이 불어나니까, 병원에 있는 해골 때매 산 사람을 수용하는데 지장을 줬다 안캅니까. 그동안 부산부가 유족들 독촉해서 해골 500기는 찾아가도록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일부가 여전히 남아서 난감한 처지였다고 기사는 전합니더. 죽은 다음에도 가족과 상봉조차 못하게 만든 콜레라는 그때 우리 할배, 할매들을 이리 비참하게 만들었심더.

 

70년 전 콜레라와 오늘의 코로나19, 그 묘한 기시감

근데 와 이렇게 70년도 더 된 케케묵은 일을 끄집어내냐고예? 보이소. 그때 상황하고 요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된 코로나19하고 묘하게 닮은 점이 있심더.

 

일단은 그때 콜레라가예, 외국에서 들어온 우리 동포들부터 시작된 거 아이겠슴꺼. 지금 함 보이소. 국내에서 신천지 신도들 중심으로 퍼진 코로나19의 큰 불줄기는 일단 잡았심더. 그런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국민들 중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게 그때와 비슷하지예?

 

그라고 또 함 보이소. 1946년에 동포들이 귀국할 때 타고 왔던 배가 전염병 때매 들어오도 못하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지 않았습니꺼. 2월에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유람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자 한동안 해상에서 격리됐던 거도 비슷하지예?

 

지난달 25<부산일보> 4면에 난 광고라예. 6·25 전쟁 때 부산 시민들이 피란민에게 베풀어 준 호의에 대해 감사해 피란민의 후손이 올린 광고인데, 국난극복의 정신이 바로 이런 부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 아이겠심꺼. 부산일보DB

 

외국에서 계속 살지 만다고 들어와서 전염병을 퍼뜨리노?”

1946년 당시 원래 부산에 살던 시민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법도 합니더. 그런데예, 부산 사람들이 팻말 들고 1부두로 몰리가가 "귀환 동포 입국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다는 기록은 찾아보지 못했심더.

 

한 번 걸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전염병인데, 와 안 불안했겠습니꺼. 그래도 부산 사람들은 외국에서 모진 고생 다 하고 집에 온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습니더. 이런 부산 사람들의 따신 맘 씀씀이는예, 6.25 전쟁 때도 발현돼 전국의 피란민들을 거둬들인다 아입니꺼.

 

누구는 그러더라고예. 우리 국민들의 취미는 국난 극복이라고예. 어마무시한 전염병이 돌아 내가 죽을 수 있다케도, 이웃과 역경을 이겨내려는 부산 사람들이 국난 극복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입니꺼./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감염병 유행이 드러내는 밑바닥

[서리풀 연구]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한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환자가 많지 않던 1월 말과 2월 초에는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고, 지금도 이러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들이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중국인의 입국을 구분하지 않은 인종주의적 주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76만 명의 호응을 얻었다.(바로 가기 : 청와대 국민청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4593 ) 다른 나라를 둘러봐도 감염병의 원인을 우리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 돌리는 것은 한국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비국민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글에서 소개할 논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환경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지리학 포럼>(Geoforum)에 발표한 것으로, 그리스에서 일어난 말라리아 유행에서 이민자들이 어떤 존재로 이해되고, 취급받았는지를 보여준다.(바로 가기 : '위기의 시간에 공중보건과 이민의 생명정치 그리스에서 말라리아 유행(2009-2014)')

 

연구진은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주() 에브로타스(Evrotas) 지역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유행을 통해, 세계금융위기로 어려웠던 시기에 공중보건과 이주민이 말라리아를 매개로 어떤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탐색한다.

 

그리스에서 이주노동자는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큰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들은 오렌지 같은 상품작물을 대량으로 경작하는 지역에서 일을 했기에 관개수로나 물웅덩이처럼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 근처에 머물렀고, 모기를 피할 수 있는 별도의 장비를 지급받지도 못했다. 이주노동자를 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는 경제 위기를 타고 이주자에 대한 적대감을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포함된 풍토병 지역에서 (말라리아가) 수입되었다라는 문구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혐오, 그리고 경제 위기에 맞서는 긴축 정책이야말로 그리스에서 말라리아가 확산하기에 더 좋은 토양이 되었다.

 

우선 지역 정부는 말라리아 유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모기 개체 수를 관리하지 않았다. 2010년에 마지못해 모기 퇴치사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철 지난 방식을 채택했고, 그나마도 매해 위탁 업체가 바뀌면서 모기퇴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1~12년이 지나 중앙정부가 나선 후에야 제대로 된 모기퇴치가 가능해졌고, 그에 따라 말라리아 유행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왜 유행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갑자기 개입하게 되었을까? 이는 중앙정부의 관심이 사람들의 건강이 아니라 경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말라리아 감염이 늘어나자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에 에브로타스 지역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했다. 관광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중앙정부는 급히 공중보건 대응에 나섰다. 또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유권자인 그리스 국민에게 말라리아가 퍼질까 봐 걱정했던 것도 중앙정부가 급히 움직이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 동안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는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삶이 팍팍한 그리스 시민들은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탓할 수 있는 '타자 Others'를 만들어내고 비난했다. 말라리아 유행의 원천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주노동자들은 국가 경제를 위한 '예비군'에서 '잉여 인구'로 전락했다. 공중보건 당국은 2012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 전원에게 강제로 항말라리아 약을 복용하게 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면서도 중간 숙주에 철새가 끼어있어 감염경로가 비교적 명확했던 웨스트나일 열과 비교했을 때 감염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특성은 이주노동자에게 낙인을 찍을 여지를 더 크게 만들면서 인종주의적 정책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201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말라리아를 그리스로 수입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스 공중보건 당국도 2016년 전까지는 이주민들을 '질병 수입자'라고 비난하더니, 이들이 그리스에 머무르는 동안 감염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인정했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유행 사례는 공중보건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았던 정부가 경제 불황을 소수자, 외국인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양분으로 삼아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순수성에 대한 추구는 깨끗하고 질병이 없는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종적·민족적·국가적 순수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유행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유행이 시작되고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가 점증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도 커졌다. 예컨대 중국인 동포가 많이 사는 동네 주민들은 오히려 스스로 조심하며 엄격하게 예방수칙을 지키고 있었지만, 언론은 다양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외국인 혐오를 부추겼다.(관련 기사 : <한국기자협회> 25일 자 '혐오를 파는 신종 코로나 보도') 마찬가지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의 한 병원에서도 중국인 동포 간병인이 병원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관련 기사 : <한국일보> 38일 자 '청도 대남병원 동포 간병인이 슈퍼 전파자?')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 정부가 이런 혐오를 부추기고 동원하는 데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를 엄습한 감염병 때문에 가려져 있던 사회의 어두운 곳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규범적 차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실용적 차원에서도 혐오와 불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이 브리핑 때마다 반복하던 말이 있다. 그 말을 따라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되새길 때다.

 

"특히 신종 감염병은 지역, 출신, 종교, 인종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과 지역으로 확산되는 전 지구적인 문제입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도 차별과 배제 없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며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 서지정보

- Kotsila, P., & Kallis, G. (2019). Biopolitics of public health and immigration in times of crisis: The malaria epidemic in Greece (20092014). Geoforum, 106, 223-233.

연두 시민건강연구소 회원/pressian

 

"지금, 국회에 중졸인 저를 대변할 사람이 있나요?"

[청년정치 와글와글 - 인터뷰] 18세 유권자 양말의 눈에 비친 한국 정치

낭랑(娘娘)의 사전적 의미는 "제왕이나 귀족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18세 유권자를 가리켜 '낭랑 18'에 비유하는 신문 칼럼들이 적지 않다. 약속이나 한 듯, 여기서 낭랑은 '맑고 또랑또랑한 소리가 난다'는 뜻의 낭랑(朗朗)이라고 풀이하면서 18세가 '청량하고 명랑한 젊음'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명백한 오역(誤譯)이다.

 

'낭랑 18'를 노래한 가수 백난아의 다른 히트곡들이 '아리랑 낭랑(娘娘)' '봄바람 낭랑(娘娘)'인 걸로 보아, '낭랑''왕비나 귀족의 아내'를 일컫는 말에서 '미혼의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바뀌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누구를 기다리나 낭랑 18"로 시작하는 노래의 2절이 "팔짱을 끼고 돌부리 차며 무엇을 기다리나 총각 20"인 걸 봐도 낭랑은 그저 젊은 '아가씨'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신문에 글줄깨나 쓰는, 배운 분들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오독을 했을까? 이들 눈에는 18세란 나이가 그저 '밝고 명랑하고 풋풋한' 시기로 채색되어 보이는 걸까? 나이 든 세대가 지나간 자신의 젊음에 대해 애틋한 향수를 품는 걸 탓할 수야 없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18세의 현실을 자신들의 낭만적 추억으로 치환하는 것은 부당하고 기만적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최근 11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삶의 만족도 최하위, 행복지수 최하위를 기록하는 나라에서, 입시경쟁과 취업난,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에 떠밀려 전망 없는 '노오력'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은 2020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올해 만18세로 유권자가 되셨죠?

". 20022월생이에요. 청소년참정권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지난번(2016) 지방선거 때는 농성까지 해도 안 됐어요. 이번엔 될까, 안 될까 반신반의했는데 진짜로 통과되었다고 하니까 얼떨떨하면서도 기뻤어요. 이번 18살 생일파티도 친구들이랑 성대하게 했어요. (웃음)"

 

- 탈학교 청소년활동가라고 알고 있어요. 언제 학교를 그만두셨어요?

"2018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4월에 자퇴했고요, 1년 있다가 복학했는데 다시 자퇴했어요. 1학년 1학기를 다 마치지 못했죠."

 

- 그럼 공식 학력이 중졸?

"중졸이죠. 이번 5월에 검정고시를 보려고요. 중졸로도 먹고 살 수만 있으면 그냥 살아도 상관 없겠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편의점 알바도 '연령 불문, 학력 불문, 고졸 이상' 구한다고 나와요. 그게 무슨 학력 불문이에요?"

 

- 그러게요. (웃음) 탈학교 청소년에 대해서 일반인이 가지는 선입관이 있어요. 탈학교 청소년을 비행청소년과 비슷한 범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한테 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학교를 왜 그만뒀냐는 질문을 수백 번은 들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제 사생활을 너무 궁금해 해요. 솔직히 학교생활이 별 의미 없고 재미 없었단 것 말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자꾸 물으니까 저도 뭔가 이유를 갖다 대야 할 것 같잖아요.

 

설명하기 귀찮아서 '학교생활이 잘 맞지 않아서요'라고 얘길 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구나' 하고, '대인관계가 좀 피곤해서요' 하면 ', 친구 없었구나' 해요. '학업이 힘들어서요' 하면 ', 쟤 공부 못했구나' 하고, ', 정시 준비하려고요' 하면 '쟤 진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려고 나왔구나' 하죠.

 

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자꾸 뭔가를 덧붙여서 생각해요.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진실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진실이에요. 뭘 자꾸 덧붙여서 생각하지만 않으면 돼요."

- 대학은 갈 거예요?

"올해 경험 삼아 한번 보고 내년에 다시 수능 보려고요."

 

- 고등학교 자퇴한 사람이 대학엔 왜 가요?

"?"

 

양말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나를 바라봤다.

 

- 제 질문이 이상한가요?

"고등학교 자퇴한 거랑 대학 안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죠? 고등학교는 재미 없어서 자퇴했고, 대학교는 재미 있을 것 같아서요. 재미 없어도 학사 따놓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예전에 열심히 공부한 게 아깝기도 하고요."

 

그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성적과 학력에 목을 매진 않지만, '필요하면 갈 수도 있지, 학교 들어가고 말고가 뭐 그리 대수냐?'는 투였다. 중학교 때까지 그는 "두꺼운 안경 쓰고 립스틱 한번 발라보지 않은"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소위 강남 8학군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성적도 좋은 편이어서 주변에선 특목고를 가라고 권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고등학교는 대안학교를 선택했지만, 그마저도 그가 기대하던 학교는 아니었다.

 

비청소년들의 착각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진순 와글 이사장(왼쪽)과 양말씨(오른쪽). 재단법인 와글

 

50대의 나이 든 '비청소년'18세 청소년을 인터뷰하는 것은 각별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섣불리 이견을 드러내서 꼰대로 찍히고 싶지 않다는 조심스러움 때문일까. 질문만 던지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답변을 하는 양말과 달리, 내 질문은 허공을 맴돌다가 드문드문 소심하게 이어졌다. 모든 걸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이해하는 척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건 아닐까. 차라리 솔직하게 비청소년의 무지와 완고함을 드러내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 촛불집회에 양말님도 참가했다고 하셨죠? 촛불집회 이후는 어때요?

"(깊은 한숨) 청소년의 삶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청소년의 삶은 입시랑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무슨 얘길 해도 수능 점수 잘 받는 게 장땡이거든요. 문재인 정부 안에서 수능 7등급 받는 것보다 박근혜 정부 안에서 수능 1등급 받는 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거란 생각이 깨지지 않았어요."

 

- 유권자가 되는 것과 힘 있는 주권자가 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지요.

"유권자가 아닌 사람도 힘 있는 주권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시민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 유권자가 힘 있는 주권자가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우리가 제대로 된 주권자가 되려면 국회가 우리와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국회에 중졸인 저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중졸 국회의원도 없을 걸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 '별 거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여기저기서 인재영입하는 거 보면서 뜨악! (웃음)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한데, 그러게 비례대표를 좀 '똑띠' 운영했으면 좋았잖아요."



지난 323일 오전 11,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아래 제정연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윤근혁

 

-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공정성이 매우 민감한 화두로 등장했어요. 그런데 공정성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양말님이 생각하는 공정성이란 뭐죠?

"저는 능력에 따라 잘 사는 건 공정성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쟤보다 더 노력했으니 쟤보다 잘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비등비등하게 다 같이 잘 사는 게 공정한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정시 확대라는 납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안 돼요.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는 사실 복불복인데, 환경에 따라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달라지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너무 '노오력' 하는 데 미쳐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노오력하지 않아도 잘 사는 세상이 진짜 평등한 세상이라고 믿어요."

 

- 이제 18세 생일이 지났는데 앞으로 20년 후쯤에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전 이기적인 사람이라서요. (웃음) 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근데 내가 잘 산다는 말에는 내 주변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한다는 게 포함되어 있을 거예요. 친구 없이 나만 잘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데요?

"... (곰곰 생각) 우선, 첫째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 둘째, 나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는 거요. 예를 들면, 성소수자가 당당히 커밍아웃할 수 있는 사회, 사이버상에서 내가 어리다고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내가 노인이어도, 나이가 어려도 할 말 할 수 있고 그걸 색안경 끼고 보지 않는 사회,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사회, 내가 나로서 행복한 사회면 좋겠어요."

 

양말이 말하는 행복한 미래를 공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가 꿈꾸는 20년 후의 세상이 될 때까지, '비청'들은 젊은 도반들의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다./이진순(wagl0901) 오마이뉴스

 

 

[조동(朝東)100] 조선·동아의 100년은 대한민국에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41일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다음과 같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축하합니다. 동아일보 100년은 기자정신이 아로새겨진 100년입니다. (중략) 동아일보 100년은 또한, 국민들과 함께해온 100년입니다. 동아일보는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 설립운동, 조선체육회 설립과 같이 민심이 요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함께했으며 손기정, 남승룡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일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독립 의지를 전해준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문재인 대통령 축사, 41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일장기 말소 사건은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결행된, 일제에 대한 항거의 상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자랑스런 역사가 현재의 동아일보에 귀속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은 말한다.

 

동아일보는 일장기 말소 사건을 동아일보의 항일운동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정확히 밝히자면 1936년에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대회에 가서 마라톤 우승을 했을 때, 신문 사진에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제일 먼저 지워버린 데는 여운형 선생이 발간하던 조선중앙일보였어요. 동아일보는 중앙지에서는 못하고 지방판에 그날 저녁에 지운 거예요. 이게 진실인데, 조선중앙일보는 그 뒤에 폐간돼 버렸고. 그래서 동아일보가 독점을 해 버린 거예요, 일장기 말소 사건을. 그리고 그것을 자기들이 항일운동을 한 증거라고 조작을 했고. 당시에 일장기를 지운 사람은 사회부장, 그 유명한 작가 현진건 선생입니다. 그리고 사회 체육 담당 이길용 기자였어요. 그리고 사진부 기자들까지 해서 경영진과 무관하게 자기들 선에서 일장기를 그냥 없애버린 겁니다.”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위원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지면 1936.8.25

 

일장기를 지우고 인쇄된 손기정 선수 사진이 신문에 나가자마자 당시 동아일보 송진우 사장, 그리고 김성수 사주는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송진우 사장은 아이들 성냥불 장난에 고루거각(높고 큰 누각)이 불 탄다’, 이렇게 탄식을 하면서 기자들의 행위에 대해 아주 울분을 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그 기자들 다 해고됐거든요, 바로. 13명이 그 당시에 해고가 됐어요. 그랬는데 그 후에 동아일보가 그 사건을 어떻게 이용을 하고 있습니까? 동아일보가 마치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서 일장기 말소 사건을 일으킨 것처럼 그렇게 내내 선전해오고 있습니다. -박종만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위원

 

동아일보가 일제에 저항한 증거라고 지금까지 줄곧 주장하고 있는 일장기 말소 사건은 동아일보 사주나 경영진과는 무관한 젊은 기자들의 항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일보에 보낸 축사는, 그것이 축사라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기록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역사 왜곡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축사 전문을 동아일보 100년은 국민과 함께 한 100이라는 제목으로 41일자 창간특집호에 게재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도 했다.

국민들도 동아일보를 응원했습니다. 6·10 만세운동과 광주학생운동, 윤봉길 의사의 의거 등 독립 운동을 알리면서 판매 금지와 정간, 폐간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숱한 탄압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국민들은 함께 울분을 토했고 독재와 검열의 시대, 기사 삭제, 광고 철회로 인한 동아일보의 백지(白紙)’까지 국민들은 사랑했습니다. 197511, ‘언론의 자유를 지키자는 제목의 익명 유료 광고를 시작으로 학생들과 시장의 상인, 종교인들, 젊은 부부와 고국의 민주주의를 염원한 해외 동포들까지 돼지저금통을 깨며 동아일보에 힘을 주었습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문재인 대통령 축사, 41

 

동아일보 웹사이트에는 동아일보 역사10년 단위로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1970년대 코너엔 동아일보가 그 10년을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한 8대 사건이 올라와 있다.

 

여기엔 한국 언론 역사에 중요하게 기록돼야 할 사건이 하나 빠져 있다. 19741220일 백지광고 사태와 1975년 김상만 사장의 언론자유황금펜상 수상결정 사이에 들어가야 할 1975317일 동아일보 기자, 동아방송 PD 및 아나운서 100여 명 강제 해고 사건이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동아일보 사주의 야합으로 동아일보에서 쫓겨난 이 100여 명의 젊은 언론인들은 그 이후 다시는 청춘을 바쳤던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동아일보 측이 동원한 폭력배들에게 농성 중 쫓겨난 동아일보 기자들 1975.3.17

 

문재인 대통령의 위 축사에서도 바로 이 부분이 빠져 있다. “동아일보의 백지까지 국민들이 사랑한 건 맞지만, 그 대상은 동아일보 사주나 경영진이 아니라 독재와 사주에 저항해 자유언론을 실천하려 했던 동아일보의 젊은 언론인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5일 조선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역시 영상 축사를 보낸 바 있다.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축하합니다. 지난 100, 조선일보의 지면에는 대한민국 영욕의 역사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우리의 영광과 치욕, 애환과 분노가 매일 아침 조선일보와 함께했습니다. 3·1 독립운동으로 상승한 민족의 기운에 힘입어 1920년 조선일보가 신문명 진보주의를 표방하며 창간되었습니다. 창간된 해부터 모두 네 차례 정간을 겪을 정도로 조선일보는 반일 민족주의에 앞장섰고, ‘조선 민중의 신문이라는 기치를 세웠습니다. (중략) 해방 후에도 조선일보는 국민의 곁에 있었습니다. 1995년에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캠페인으로 정보통신 강국의 미래를 준비했고, 외환위기를 맞은 1998다시 뛰자캠페인으로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2007북한 결핵어린이돕기2014년 시작한 통일 캠페인은 높은 분단극복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 여러분, 임직원 여러분, 조선일보의 영향은 매우 크고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통합을 위한 역할입니다. 국민 통합에 앞장설 때 조선일보는 가장 빛났습니다.”

 

조선일보가 반일 민족주의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도 국민의 곁에 있었다’, ‘높은 분단극복 의지를 보여줬다는 대통령의 축사 내용은 조선일보가 걸어 온 100년 역사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뉴스타파가 앞서 [조동(朝東)100] 시리즈에서 보도했듯이 조선일보는 수시로 일왕 부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1면에 실었고, 제호 위에 일장기를 붉은 색 컬러로 인쇄해 올렸으며, 조선의 청년들을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 총알받이로 내몰았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과 유착해 사세를 확장했다. 또한 수많은 북한 관련 오보와 왜곡 보도로 남북 간 갈등과 대립을 부추겼다.

 

축사는 그 성격상 ()’보다는 ()’을 부각시키기 마련이다. 두 신문을 향한 문 대통령의 상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일 때는 그 상찬의 배경에 역설적으로 두 신문의 여전한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조선일보 하루 발행부수는 백 30만 부(2018년 기준)가 넘는다. 동아일보도 하루 96만 부에 이른다. 한국 신문 시장에서 발행부수, 유료부수 기준으로 1, 2위다. 한겨레나 경향신문보다 4-5배 많다. 매출액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조선일보가 3,062억 원, TV조선이 1,531억 원 규모다. 동아일보는 2,945억 원, 채널A1,561억 원이다. 발행부수, 매출 규모 등의 외형뿐만 아니라 보수기득권층을 대상으로 한 아젠다세팅과 여론주도 능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동아일보 해직기자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동아일보하고 조선일보가 스스로 권력 집단이 됩니다. 특히 전두환 체제를 거치면서 당시에 엄청나게 언론에 대한 여러 가지 특혜를 많이 베풀었습니다. 그때부터 언론 자본이 굉장히 강력하게 형성이 돼요. 그러면서 조선과 동아일보 스스로 권력 집단이 되고, 기득권 세력의 핵심이 됩니다. 강자의 권력을 대변하고 기득권자의 논리에, 이념에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기지가 된 거예요.” -정연주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위원

 

그리고 스스로 권력이 된 조선과 동아일보가 민주화 이후 마련된 언론자유의 공간을 마음껏 누리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했다.

 

“6월 항쟁 이후에는 우리 사회에 일정한 언론 자유의 공간이 생기잖아요. 그러니까 그 언론 자유라는 것이 시민들의 저항에 의해서 사실은 마련된 거잖아요. 6월 항쟁의 결과물이니까. 그런데 그 넓어진 언론 공간이 그런 언론 권력화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거예요. 마음껏 쓸 수 있으니까, 얼마든지 자기들이. 정말 엄청난 역사의 아이러니인데 온갖 희생과 국민들의 저항으로 얻어진 그 넓은 언론 자유의 공간에서 기득권 세력의 핵심인 조선, 동아가 언론 자유의 넓어진 공간에서 날개를 다는 겁니다.” -정연주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위원

 

역시 동아일보 해직기자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국민의 위임을 받지 않은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사사로운 권력 행사를 막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대통령이나 국회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바꾸잖아요. 근데 이 사유권력은 개인 집안, 방 씨 가문, 김 씨 가문, 국민들의 위임을 받지 않은 부당한 권력이거든요. 조선, 동아일보 이걸 어떻게 바꾸어 내느냐가 우리들에게 맡겨진 짐이라고 봐요. 그래서 동아일보를 바꾸기 위해서, 조선일보를 바꾸기 위해서 지난 45년 동안 저희가 이렇게 싸워오고 있고 이런 노력은 그렇게 사사로운 권력이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운명을 저희들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것을 막으려는 투쟁입니다.”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 동아투위 위원

 

사실 조선과 동아, 두 신문의 과거사 청산 문제는 해방 후 복간 과정에서 제대로 정리됐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2차대전 전후 나치 부역 언론 숙청 작업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뉴스타파는 이번 [조동(朝東)100] 프로젝트 취재 과정에서 프랑스 언론역사 전문가인 파리1대학 파트릭 에브노 교수와 파리2대학 파브리스 달메라 교수를 만나 프랑스의 전후 언론 청산 과정과 목적 등을 들었다. 이들의 인터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강점기 부역 신문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이들은 창간 100년에 이르도록 한국에서 발행부수 1,2, 매출 1,2위를 달리고 있다. 한 신문은 일등신문임을 자칭한다. 그리고 202035, 41일 창간 100년 특집호를 내면서 진실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새로운 100년을 내다본다고 선언했다.

 

동아와 조선, 두 신문의 사과와 반성없는 또 다른 100년을 본다는 것은 한국 사회, 한국 언론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김용진/ 뉴스타파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경북지역 후보자 60명의 선거벽보 36441매를 총 811곳에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경주시 황남동 오릉 담장에 부착한 선거벽보의 모습. /경북도선관위 제공

 


부자들 부동산 자산, 6년 만에 줄었다

금융자산 10억 이상 보유 400명 대상 ‘2020 한국 부자 보고서

 

전년보다 2.2%P 감소한 50.9%

절세 위한 증여·규제 강화 등 영향

종부세 전년 대비 평균 48% 증가

그럼에도 51% “처분 않고 유지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은 평균 41세에 사업소득 등을 통해 종잣돈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2020 한국의 부자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하나은행 프라이빗 뱅크(PB) 고객 약 400(평균 나이 68)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지난해 이들 부자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0.9%, 1년 전(53.1%)보다 2.2%포인트 줄었다. 이들의 부동산 비중은 201344%였으나 이듬해부터 2018년까지(2015년은 조사 미실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부동산 가격 상승폭 둔화와 절세를 위한 증여,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중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거주목적 주택(30%), 투자목적 주택(14%), 토지(8%) 순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별로는 100억원 이상 부자들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비중은 55%로 가장 높은 반면 투자목적 주택은 13%에 그쳤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형태는 투자목적 주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를 축적한 후 노후준비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종합부동산세는 전년 대비 평균 48% 정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자가 51.3%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평균 41세에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다. 종잣돈을 확보한 1순위 수단은 사업소득이 3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상속 및 증여(25.4%), 근로소득(18.7%), 부동산투자(18.2%) 순이었다. 부자가 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부를 축적한 1순위 수단도 사업소득(31.5%)이 가장 높았다.

부자들이 자산 축적 수단으로 가장 선호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 등 지수연계 금융상품에 대한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연계 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대한 투자계획에 대해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45.0%를 기록했다.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44.2%,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0.8%에 그쳤다. 안 연구위원은 작년은 주식시장이 부진한 데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는 등 금융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자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상품으로는 여전히 지수연계 상품이라는 응답이 52.1%로 가장 많았다. 은행 정기예금은 10.6%에 그쳤다. 국내 부자들의 은퇴 후 선호하는 거주지는 현재의 거주지62.7%1위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2007년부터 매년 부자의 자산관리 방식, 라이프스타일 등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출처 :바람에 띄운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