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경인 -기호
확증편향 시대 ‘증오와 배제’ 파는 언론
“통행금지는 최후 수단” 코로나 위기 속 독일 민주주의 논쟁
우리가 박사다” 대놓고 공권력 비웃는 n번방 공범자들
프랑스 의사들 “아프리카서 백신 테스트하자”···더 노골화하는 인종차별
고위공직자 주택이 많은 지역은 역시?...서초구, 강남구, 그리고 세종
한강과 대동강의 스카이라인, ‘자본’과 ‘통치’의 경관화
국가부채 1700조 훌쩍, 연금충당부채 줄었지만 나랏빚은 급증
국회의원 재선거로 세금낭비 극심...원인제공자에 책임 물어야
전 국민 재난지원금 돌아서자 ‘현금살포’, ‘돈잔치’라는 언론
주목할 만한 정치권 선거 백태 비판 보도[ 6차 신문 양적분석 보고서 ]
비통한 스페인 마드리드…슬픈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
"국민 10명 중 2명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우울 증상"
유튜브는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인가요? ⑤ 유튜브 선거운동 편
'정조의 침해'에서 'n번방 성착취'까지, '보통 여성'의 연대기
보통사람 염장 지르는 세계 1% 부자들의 코로나 탈출..."위기는 또다른 기회라 생각도"
성당은 직영점, 절은 프랜차이즈, 교회는 자영업”
군민들 눈시울 붉혀” 민망한 총선 보도들
선을 넘은 기자들·방관하는 언론…‘윤리 불감증’의 역사
아침 신문이 전한 4. 15 총선 미래 성적표
총선 후보 5명 중 1명 꼴 종부세 납부자, 일반 주택보유자의 5배
[총선후보 검증]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 : 부의 대물림
정의당 작심 비판 "민주당, 결국 집부자·투기세력 편인가"
100일간 여론은, 여권 정당 일체감 ‘쑥’…야당 정권심판론 ‘뚝’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 관계 틀렸다
경실련, 통합 19명·민주 12명 등 ‘낙선 후보’ 44명 선정
최대 8채까지···'집 부자' 출마자들 부동산 공약 '역시나'였다
총선 후보자 546명 "현충원 친일파 묘 이장해야"
9년째 마이너스, '박원순 재산'은 왜 늘어나지 않을까
위대한 수령 문재인" 고민정 '로동신문' 합성 무차별 유포
민중-한국
대구-중앙
인천-국민
한겨레-경향
국제-내일
4.6 인천 4.7 중앙
기호-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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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경향-4.8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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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중앙-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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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중앙-경인
기호-민중
한국-대구
오마이뉴스-국제
새전북-한겨레
경향 -인천
4.6~10 경향 장도리
확증편향 시대 ‘증오와 배제’ 파는 언론
중앙선관위 유권자 의식 조사 추가 분석
인물·능력·도덕성보다 정당 고려해 투표
정보 취득은 전통 매체 대신 디지털 매체
언론기관의 불공정한 보도에 불만 증가
“선거가 삶의 질 영향 미친다” 과반 동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의식 조사를 합니다. 이번에도 한국갤럽에 의뢰해서 3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기관이 달라도 조사 방식과 질문 내용은 항상 동일하다고 합니다. 4월 2일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내용이 놀라웠습니다. ‘이번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가 4년 전 70.8%에 비해 10.4%포인트 높아진 81.2%로 나타났습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도 4년 전 63.9%보다 8.8%포인트 높아진 72.7%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19와 비례 위성정당 소동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상식적 수준의 예측과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은 4월 3일 치 1면에 “‘반드시 투표 73%’···진영대결 더 거세졌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유권자 의식 조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4년 전보다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도대체 왜 많이 늘어났는지 그 이유였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취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읽어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코로나 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세대에 걸쳐 적극 투표 의지가 높다는 건 각 진영의 적극 지지층에 더해 중도층까지 투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결과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벌어진 세 대결이 투표장의 표 대결로 옮겨갈 것 같다. 결국엔 세대별 투표율에서 이번 총선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신진욱 중앙대 교수)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중도진보를, 미래통합당이 중도보수를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판날 것이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연령대별 투표의향 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30~50대는 격차가 상당했다. 투표의향 수치보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연령대는 30대였다,”(박종희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
매우 설득력이 높은 분석과 전망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 의식 조사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인물보다 정당’입니다. 지역구 투표 후보를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객관식 답변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인물·능력·도덕성’, ‘정책·공약’, ‘소속 정당’, ‘정치 경력’, ‘주위의 평가’, ‘출신 지역’, ‘학연 지연 등 개인적 연고’입니다.
놀라운 것은 ‘인물·능력·도덕성’ 항목은 4년 전 35.1%에서 이번에는 29.8%로 줄었고, ‘소속 정당’ 항목은 16.0%에서 29.0%로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인물은 필요 없고 정당만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정책·공약’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4년 전 27.3%에서 이번에도 29.7%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둘째, ‘전통 미디어의 퇴조’입니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느냐는 질문에 대해 ‘포털 홈페이지 등 인터넷’, ‘텔레비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변 사람들’, ‘신문’, ‘라디오’ 등의 답변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포털 홈페이지 등 인터넷’이라는 답변이 4년 전 34.6%에서 이번에도 4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도 7.5%에서 9.3%로 증가했습니다. 텔레비전은 30.5%에서 30.9%로 별 변화가 없었고, 신문은 8.5%에서 3.9%로 크게 줄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라는 대답도 8.7%에서 6.5%로 줄었습니다. 풀이하자면 유권자가 후보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는 통로는 디지털 매체가 급속히 늘어나고 전통 매체는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언론 불신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답변은 49.8%, 깨끗하지 못하다는 답변은 32.3%였습니다. 문제는 깨끗하지 못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에 있었습니다.
‘언론 기관의 불공정한 보도’라는 답변이 4년 전 19.9%에서 이번에는 29.0%로 크게 늘었습니다.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에 대해 유권자들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정당·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이라는 답변은 34.4%에서 27.2%로 줄었습니다.
넷째, 투표 효능감 상승입니다. ‘선거에서 내 한 표가 중요하다’, ‘선거가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가 일상생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세 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 부분은 4년 전 총선이 아니라,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했습니다. ‘선거에서 내 한 표가 중요하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대선 75.8%에서 2018년 지방선거 69.6%로 줄었다가 이번에는 74.7%로 다시 늘었습니다. ‘선거가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대선 64.9%에서 2018년 61.6%로 약간 줄었다가 이번에는 65.8%로 다시 늘었습니다.
‘선거가 일상생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2017년 44.6%에서 2018년 48.2%로 늘었고 이번에는 51.7%로 더 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 효능감이 대통령 선거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더구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나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이 ‘전통 매체’가 아니라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면서도 언론 기관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에 선거가 깨끗하지 못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치 불신의 시대인 줄 알았는데 투표의 효능감이 오히려 더 커지는 이유는 뭘까요?
<한겨레신문> 기사에 등장한 전문가 이외에 몇 사람에게 추가로 의견을 구했습니다. 투표 적극 의향 층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해서 인물이나 정책보다 정당을 기준으로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늘었다. 정당별 지지자 결집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다른 데이터를 보면 정의당 투표 의향자도 늘고 있다. 기타 정당 투표 의향자도 합하면 5~6%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생각과 달리 열린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다. 의외의 선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코로나 19로 인해 국가와 정치의 중요성이 평상시에 비해 크게 유권자들에게 다가왔을 것 같다. 어느 쪽을 찍든 일단 선거라는 것에 참여해야겠다는 의무감, 권리 의식이 높아졌을 것이다.
탄핵과 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국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보수 심판)와 보수를 지켜야겠다는 의지(문재인 심판)가 각각 결집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준 연동형이라는 한계가 있고 위성정당 논란도 있지만 어쨌든 비례대표에서 다당제가 형성되면서 양당 체제에서 부동층이 될 유권자가 틈새에 있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좀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두 사람 모두 양대 정당 지지층 결집 이외에 정의당을 비롯해 ‘제3의 다른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점을 언급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조금 다른 차원의 이유를 하나 추가하고 싶습니다. 확증편향 심화로 인한 증오와 배제의 확산입니다.
정보화 혁명 이후 사람들의 확증편향이 강해지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세력을 섬멸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 의향이 늘어난다는 가설입니다. 분노와 증오, 공포와 배제를 선동하며 조직화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과 황교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좌파 독재가 장기 집권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과 이해찬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1당을 내주면 야당이 사사건건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포 마케팅’의 장점은 확실한 ‘우리 편’뿐만 아니라 온건 성향의 지지층과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과 거리가 먼 가정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과장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분노, 증오, 불안 등 원초적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폐해가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투표율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편 가르기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진영대결 양상에 언론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증오와 배제의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재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인물보다 정당’, 그리고 ‘투표 효능감 상승’ 현상과 함께 유권자가 전통 매체를 점점 더 외면하고 언론 보도를 불신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별로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코로나 19’ 초기에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하며 ‘문재인 정권 심판’을 주장하던 이른바 보수 신문들이 ‘코로나 19’가 전 세계에 창궐하며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가 오히려 상승하자 최근 신경질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코로나는 언젠가 잦아들지만 선거로 뽑힌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계속 머물 것이다. 시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차례다.”(4월 4일 치 <조선일보> 칼럼)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이 이긴다면’
“코로나 착시 덕 본다는데 이 정권이 운 좋으면 나라 운도 좋은가, 반대인가. 경제 실정, 정치 비리가 선거로 정당화되면 잘못 고칠 기회 잃는 것. 누구보다 정권의 불행.”(4월 2일 치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4·15 총선은 문재인 정부 국정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19에 묻혀 인물도, 정책 공약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이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4월 4일 치 <동아일보> 사설)
이른바 보수 신문들의 이런 칼럼과 사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문재인 정부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글에 혐오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극우 성향의 독자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극우 확증편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믿음에 좀 더 확실히 부합하는 ‘뉴스’를 제공해 주는 ‘사이다 언론’ ‘해장국 언론’을 선호할 것입니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등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가짜뉴스가 넘쳐납니다. 결국 보수 신문들의 정파적 칼럼이나 사설은 어느 쪽 독자들도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언론의 신뢰만 추락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물론 전통 매체의 난감한 처지는 이른바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겨레>를 포함해서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여러 매체가 언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정성’을 갈수록 의심받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언론 종사자들의 역량과 노력 부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수용자들의 확증편향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른바 조중동의 최근 ‘반문재인’ 정치 편향성은 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현안을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기-승-전-반문재인’입니다.
<한겨레>는 4월 4일 치 신문에 ‘검-언 유착 규명이 윤석열 때리기라는 조선·중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습니다. <채널에이>와 검찰의 유착 의혹 사건을 다루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정파적 태도를 지적한 것입니다. 신문이 다른 신문의 기사를 사설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두 신문의 보도가 얼마나 편파적이면 이런 사설까지 썼겠습니까.
마무리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적극적 투표의향을 밝히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정치, 선거, 투표에 대한 효능감이 높을수록 정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 투표 의향 층이 늘어나는 이유가 확증편향이나 증오와 배제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면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총선에서 여당이 이긴다고 야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이긴다고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여당과 야당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국정의 동반자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일어나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정치의 목적이 결국은 국민 통합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통행금지는 최후 수단” 코로나 위기 속 독일 민주주의 논쟁
유럽에 연대의 손길 내민 독일
확진자 늘자 이동금지령 만지작
2인 초과 접촉 금지령만 실시
코로나로 민주주의 후퇴 논란
베를린 승객 75%·운송수입 90%↓
‘사회적 거리’ 성공엔 안전망 필수
임대료 지원·임금보전 등 조처
이탈리아·프랑스 환자 수용한 독일
“1·2차 세계대전 부채감 되갚는 것”
윤리적 열등감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이동제한령이 실시되고 있는 독일 베를린 중앙역 모습. 사람의 발길이 끊겨 텅 빈 상태다.
▶ 독일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 중인 접촉제한 조치를 이달 5일에서 19일까지 연장했다. 현재 독일은 공공시설은 물론 음식점 등 일반 가게들의 운영을 제한하고 집 밖에서 두 명을 초과해 만날 수 없는 접촉금지령이 내린 상태다. 유럽 대부분에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것에 대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논쟁도 치열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남은주 전 <한겨레> 기자가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지난달 30일 아침 9시.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있는 포츠담 광장(포츠다머 플라츠)은 고요했다. 글로벌 기업의 사무실들과 복합상영관이 들어서 있어 언제나 붐비던 소니센터는 건물 전체에 불이 꺼져 있었고 광장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8차선 넓은 도로에도 손님 없이 달리는 버스들만 있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독일 전역에 접촉금지령을 내린 지 8일째 되는 날, 베를린 도심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순식간에 거리에서 사라진 사람들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영화제가 열리던 3월1일까지만 해도 1600석이 넘는 대형극장에 사람이 가득 차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도, 그것에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베를린에서 마스크 쓰는 사람은 레드카펫에서 마스크 퍼포먼스를 했던 필리핀 가수 카븐 데 라 크루스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달 2일 베를린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7일 브레멘과 베를린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는 5만5천 관중이 모였다. 클럽은 여전히 붐볐다. 코로나19 확산 첫 2주 동안 감염자 263명 중 42명이 클럽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16일 독일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급하게 바뀌었다. 18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국민연설을 앞두고 에스엔에스(SNS)에서는 “오늘 독일도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이동금지령을 실시한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전날부터 프랑스에서 외출이 제한되면서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슈퍼마켓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이 독일에도 중계됐다. 이날 아침부터 독일에서도 사재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18일 메르켈 총리는 결국 통행금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독일 연방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무화하는 접촉금지령으로 가닥을 잡았다. 4월1일 기준 독일에선 확진자가 가장 많은 바이에른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만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의 이동금지령을 시행하고 있다. 이동금지령은 꼭 필요하지 않은 곳이면 가지 않도록 외출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고, 접촉금지령은 외출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가족이나 동거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1.5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독일 베를린 시내 중심부에 있는 포츠담 광장 앞 텅 빈 거리.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는 공연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공연 포스터가 떼어지고 그 자리에 ‘집에 머무세요, 그리고 딜도를 사용하세요’라는 포스터가 붙었다.
클럽과 술집 등이 모두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독일 베를린의 클럽 베른하인 앞의 텅 빈 모습. 평소 대기줄로 꽉 차 있던 모습과 대조된다.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베를린의 한 클럽에 붙은 휴업안내문. 접촉금지령이 내려진 4월19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내용.
베를린에선 외출을 제한하되 외출 목적은 폭넓게 인정하는 이동제한령이 실시되고 있다. 베를린교통공사(BVG) 집계를 보면 3월 한달 승객 수는 전달보다 75%가량 줄어들었으며 운송수입은 90%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베를린 시민들이 주로 집에 머문다는 뜻이다. 4월부턴 이동제한령을 어기면 꽤 많은 벌금을 내도록 규칙이 정비됐다. 새 규칙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최소 1.5m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50~500유로(6만5천~65만원), 노인시설에 있는 할머니를 1시간 이상 방문하면 100~1천유로(13만~130만원), 다른 사람 집에서 머물면 500유로(65만원)까지도 벌금을 내게 됐다.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도심은 텅 비었고 동네에선 어린이들이 사라졌다. 놀이터가 폐쇄되고 공원엔 혼자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슈퍼마켓 앞에는 사람들이 1.5m 간격으로 긴 줄을 섰다. 동네에서 경찰들이 사람들을 지켜보는 모습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경찰이 개인의 행동을 단속하는 상황은 독일에선 영 낯설다. 코로나19를 막겠다며 기본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높다. 많은 독일 언론들은 지난달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동금지령을 발표할 때 했던 연설을 비판적으로 소개했다. 주간지 <슈피겔>은 “그는 20분 동안 ‘이것은 전쟁이다’라는 말을 여섯번 했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믿을 만한 대통령을 보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통행금지를 실시하자 ‘강한 정부’에 대한 기대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에도 우려가 높다.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헝가리 총리가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킨데다 폴란드에선 코로나 위기를 틈타 여당이 대선운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었고 영국에선 경찰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2일 기준 8만4415명으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독일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통행금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우선 이런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독일은 프랑스나 이스라엘처럼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탈리아처럼 군인들이 민간인을 통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독일의 접촉금지령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장소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정한 연방감염보호법 제28조에 근거한 것인데, 바이에른주의 통행금지는 이 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고 변호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중앙정부가 독일 전역에 통행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자치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도 컸다. 독일도시·지방자치단체협회 사무총장 게르트 란츠베르크는 “통행금지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침해 중 하나이며 아직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자치와 기본권 침해 논쟁 끝에 독일 정부는 접촉제한을 실시하고, 지역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만 벌금이나 이동제한으로 추가 규제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접촉금지령 2주가 된 지금 논란은 줄어들었다. 베를린자유대의 하네스 모슬러 교수는 “지금 독일의 조치들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했지만 침해하지는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 조치는 한시적이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들어 접촉금지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접촉금지령은 2주 동안 시행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다시 2주를 더 연장할 수 있는 한시적 정책이다.
평상시 관광객들로 가득 찼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가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대여 자전거만 놓여 있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로 접촉금지령이 내려진 독일 베를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의 모습.
“사회안전망이 최고의 방역”
유럽의 이동금지령의 목표는 건강보건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자를 유지하는 것이다. 길게 보아 전체적인 환자 수는 같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 위중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처럼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슈피겔>에 따르면, 애초 영국과 네덜란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바이러스를 견뎌낼 수 있는 건강한 사람 50%가 감염되도록 해서 전체 집단이 면역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건강보건 시스템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이들 국가도 무조건 초기 환자를 줄이는 것으로 방역 목표를 바꾸고 국경폐쇄와 이동제한 등에 나선 것이다.
싱가포르, 대만처럼 선제적 방역에 성공해서 이를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속도를 줄이고 집단면역의 길로 가게 될지는 독일에서 논쟁 중이다. 감염학자인 베를린종합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최근 <엔디아르>(NDR) 방송과 함께 하는 팟캐스트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격리해야 한다. 독일식 접촉금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 말고도 셧다운 조치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정부엔 큰 압박이다. 휴업 조치로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사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하기로 하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바피아노가 파산 신청을 했다. 대형 백화점 카르슈타트는 임대료 국가보호를 신청했다.
베를린자유대 김상국 연구교수는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자금지원, 단축근무를 위한 정부 지원금, 실업급여 및 생계수당 등 독일은 위기 상황에 있는 시민들을 위한 방어기제로 활용할 제도가 많다.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이 이렇듯 중요하다. 독일이 셧다운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시내 놀이터가 폐쇄된 모습.
베를린 시내 한 마트 앞의 풍경
연대와 폐쇄, 유럽 각국 다른 해법들
최근 독일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병상이 부족해 다 수용하지 못한 중환자들을 잇따라 받아들이고 있다. 73개 병원에서 이탈리아 환자들을 받아들이고, 프랑스 환자 50명도 독일 남부 지역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로 고르게 발달한 보건시스템 덕분이다. 독일 전역에는 1942개 병원이 있는데 의료시설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위기 때 긍정적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들은 아직까지는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외국에서 온 코로나 중환자들을 수용한다. 독일연방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독일에는 주민 10만명당 33.9개의 집중치료실이 있다. 환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의료시스템 붕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각각 9.7개, 8.6개의 집중치료실이 있다. 병상이 얼마나 남는지에는 확진자 자가격리 비율이 영향을 끼친다. 베를린의 경우 4월2일 기준 299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입원은 476명, 중환자실 104명으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아도 입원보다 자가격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마련한 병상을 이웃 나라 중환자들에게 내주는 것이다.
거기에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한몫했다. 문화인류학자인 정진헌 베를린자유대 겸임교수는 “1·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은 유럽 주변국에 도덕적 부채가 쌓여 있었다. 2015년 메르켈이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치면서 윤리적 열등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 때 주변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유럽연합 공동체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축은 연대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한 상황에서 포르투갈은 자국에 있는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별도의 체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7월까지는 모두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를린/글·사진 남은주 자유기고가
“우리가 박사다” 대놓고 공권력 비웃는 n번방 공범자들
여전히 성착취물 공유하는 등 과시적인 주목 경쟁
배상훈 프로파일러 “디지털 성범죄 사건 용두사미에 따른 학습효과…
반드시 잡는다는 것 확실히 해야”
군검찰, ‘이기야’ ㄱ일병 구속영장 청구
텔레그램 성착취방 화면 갈무리.
경찰이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씨와 공범들을 차례로 잡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붙잡히지 않은 박사방 가담자들은 ‘우리가 박사다(박사 힘내세요)’라는 이름의 방까지 개설해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공권력을 조롱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텔레그램 성착취방 가담자 전원을 잡아들이진 못할 것이라는 그릇된 확신 속에 범죄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우리가 박사다’라고 이름붙은 텔레그램 비밀방에는 167명이 입장해 있었다. 이들은 “사법기관이 국민의 혈세로 무용지물 티에프(TF)팀을 만들어 국민의 메신저 텔레그램을 사찰하고 불법 감시하며 텔레그램 이용자는 성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성착취물) 유통 및 제작의 처벌은 강화하더라도 구매 및 단순 관람의 자유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사가 미성년자 등을 협박, 강요해 제작한 불법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응원메시지 #후원 #artistsbaksa #후원시비밀혜택’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엔(n)번방 자료를 재유포하는 방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178명이 입장해 있는 한 성착취물 공유방에서는 ‘박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가 ‘엔(n)번방’에서 공유된 성착취물을 투표에 붙이고 1위를 차지한 영상을 특정 시간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학교 동창 등의 얼굴에 노출 사진 등을 합성하는 ‘지인능욕방’에서는 텔레그램 성착취범죄 보도 뒤 오히려 새롭게 등장한 회원들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354명이 입장해 있는 한 합성방에는 “연예인 몸 합성은 1장당 1000원, 일반인(지인) 몸 합성은 1장당 1500원”을 받고 제작한다는 공지가 떠 있었다. 이런 방들의 거래는 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서 ‘검은 화폐’로 쓰이고 있는 게임머니나 문화상품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범죄 수사가 시작되면 공범이나 모방범들이 자취를 감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박사방 사건’ 가담자들은 되레 과시적인 ‘주목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분석관을 지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소라넷, 양진호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이 떠들썩해도 결국 몇 명밖에 처벌되지 않고 용두사미 되던 것을 본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잡히면 중형을 받는다는 ‘엄중성’과 형량은 낮더라도 반드시 잡힌다는 ‘확실성’ 모두에 실패했다”며 “다른 범죄를 예방하려면 이번에는 ‘반드시 다 잡는다’는 수사의 확실성을 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검찰은 이날 조씨의 공범 ‘이기야’(닉네임)로 알려진 ㄱ일병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ㄱ일병은 주로 성착취 영상 등을 유포하고 박사방을 홍보하는 구실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완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funnybone@hani.co.kr
프랑스 의사들 “아프리카서 백신 테스트하자”···더 노골화하는 인종차별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 집중치료실장(오른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뉴스방송채널 LCI의 토론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연구를 한 사례가 있다”며 “마스크, 의약품, 집중치료실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카밀 로히트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장도 맞장구를 쳤고, 이들의 제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LCI방송화면 갈무리
전염병은 바이러스와 함께 혐오를 퍼뜨린다. 사회적 취약계층은 전염병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이 때문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면 약자와 이방인들은 혐오의 ‘타깃’이 된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0만명을 넘어서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노골적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아프리카에서 실험하자고 제안한 프랑스 의료전문가부터 해외유입 확진 사례가 늘자 외국인을 향한 혐오 시선을 보내는 중국까지 인종차별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프랑스에서는 의료기관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테스트해보자”고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 집중치료실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스방송채널인 LCI 토론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연구를 한 사례가 있다”면서 “마스크, 의약품, 집중치료실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해보자.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의 말에 카밀 로히트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장도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발언은 아프리카계 유럽인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등 논란을 불렀다. 인체 임상실험을 하려면 피실험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개발부터 임상시험까지 수년이 걸린다. 지난해 나온 에볼라 백신은 개발하는데 42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선뜻 아프리카를 위험한 실험의 무대로 쓰자고 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뛰었던 코트디브아르 출신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브아르출신)는 3일 트위터에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기니피그로 보지 말라”고 썼고, 이스탄불 바샥셰히르에 뛰는 세네갈계 프랑스인 뎀바 바는 “백인들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에 온 걸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미라 실장은 허핑턴포스트에 “인종차별의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환자가 많은 아프리카는 전염병 위험이 더 크지만 의료적 시도는 다른 곳보다 적게 시도되고 있지 않느냐”고 변명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신규 확진자 상당수가 해외입국자로 바뀌면서 외국인에 대한 일상의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 중인 아일랜드인 앤드류 호반(33)은 가디언에 “내 파란 눈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나를 재빠르게 피해갔다”고 했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커플은 식당에서 2시간을 기다렸지만 자리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미국인 역사학자 제레미아 젠느는 “중국 언론에서 코로나19를 외국 바이러스로 보도하기 시작한 효과”라며 “비난의 잣대는 나라밖에서 온 사람들에게로 향했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아시아 포비아’도 만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코로나 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했는데, 이 역시 아시아 포피아를 부추키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기업 라이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상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 발언은 코로나19 이전보다 900% 증가했다.
사실 인종차별의 역사는 전염병의 유행과 그 궤적을 같이 한다. 실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대유행 땐 중국·아시아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질 때는 아프리카가 표적이 됐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전염병이 키운 공포는 결국 차별과 혐오로 번져간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3억 투자해 50억..윤석열 장모 도촌동 투자의 전말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 씨가 지난달 27일 사문서 위조와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땅을 공매로 낙찰받는 과정에서 약 348억 원 가량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위조된 잔고 증명서를 계약금 반환 소송에 제출해 행사한 혐의다. 최 씨는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자신의 명의 대신 차명 법인의 명의를 사용해 땅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불법이 동원된 장모 최 씨의 도촌동 땅 투자 과정 전체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윤 총장 장모 최 씨는 3억 원을 투자해 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1단계 : 3억 원을 투자해 지분의 절반을 확보하다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 씨는 동업자 안 모 씨와 함께 2013년 10월 21일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땅 6필지를 매입했다. 면적의 합은 약 55만 3천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에 가깝다. 감정가가 174억 원에 달하는 이 토지를, 이들은 40억 200만 원에 매입했다.
▲ 윤 총장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가 2013년에 사들인 성남시 도촌동 땅이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향후 개발가능성이 높은 위치다. (출처 : 감정평가서)
이들은 3차례의 시도 끝에, 즉 2차례의 실패 끝에 땅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2013년 1월에 시도한 첫 번째 계약은, 장모 최 씨가 데리고 온 차명 소유주(최 씨 아들의 지인)가 토지거래 허가절차에 협조를 거부하면서 무산됐고, 그 결과 계약금 4억 5천만 원을 몰취당했다. 2013년 6월에 시도한 두 번째 계약은 동업자 안 씨의 과실 때문에 무산됐다. 안 씨가 사채업자로부터 잔금을 빌려오기로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때 역시 계약금 4억 5천만 원을 몰취당했다. 마지막 세 번째 계약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2013년 10월에 이루어졌고,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가 도촌동 땅을 사들이는 데 들어간 돈은 1차 계약금 4억 5천만 원, 2차 계약금 4억 5천만 원, 그리고 3차 계약의 계약금과 잔금을 합쳐 40억 원 등 모두 합쳐 49억 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장모 최 씨가 투자한 돈은 3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장모 최 씨는 1차 계약 시도 당시의 계약금 4억 5천만 원 가운데 3억 원을 냈고 이후에는 도촌동 땅과 관련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았다. 1차 계약금의 나머지 부분과 2,3차 계약금, 즉 10억 5천만 원은 장모 최 씨가 데리고 온 또다른 동업자 강 모 씨가 냈다.
사업의 전체 구도를 보면 동업자 안 씨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고, 장모 최 씨는 돈을 대기로 한 사업이었는데 정작 장모 최 씨가 낸 것은 초기 투자금의 극히 일부였다는 얘기다.
2단계 : 최 씨, 전매를 무산시키다
3차례 시도 끝에 도촌동 땅을 사들인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는 이 땅을 담보로 신안저축은행에서 48억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그리고 이 마이너스 통장에서 36억 원을 인출해 잔금을 납부했다. (계약금이 4억 원이었으므로 잔금은 36억 원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채무는 장모 최 씨 측과 동업자 안 씨 측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오래지 않아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한 건설사가 이 땅을 75억 원에 사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 만약 이 때 전매 계약이 성사됐더라면 최 씨와 안 씨는 대출금을 갚고도 각각 17억 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을 것이고,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매매는 무산됐다. 장모 최 씨가 일방적으로 매매 계약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고인(동업자 안 씨)은 3차 매매계약 체결 이후 000건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위 부동산을 전매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피고인이 위 부동산을 전매하여 차익을 얻지 못한 것은 최00(윤석열 총장의 장모)이 000건설과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불이행하였기 때문으로, 피고인에게 특별히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동업자 안 씨의 사기 사건에 대한 2심 판결문 중
동업자 안 씨에 따르면, 이 건설사 외에도 땅을 사겠다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장모 최 씨는 계속해서 계약에 협조하지 않았다. 양측이 지분을 2분의 1씩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 씨 혼자서는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업자 안 씨가 대출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안저축은행에서 개설한 48억 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에는 잔금을 내고도 12억 원 가량의 잔액이 남아있었고, 동업자 안 씨는 이 돈으로 대출 이자를 납부하기 원했으나 마이너스 통장을 관리하던 최 씨 측이 통장을 내주지 않아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는 게 안 씨의 주장이다.
안 씨 측이 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자 결국 채권이 부실화됐다. 그러자 최 씨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수를 쓴다.
3단계 : 가족 회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채권을 사들이다
회사 이름은 <이에스아이엔디>, 2005년부터 2014년 11월까지는 장모 최 씨가 대표 이사를 맡았고, 그 이후에는 최 씨의 큰 아들이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2015-2016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은 장모 최 씨가 20%, 대표 이사인 장남이 30%, 차남이 30%, 그리고 장녀가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 씨와 자녀 4남매 가운데 윤 총장 아내인 김건희 씨를 뺀 나머지 4명이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 회사다. (김건희 씨 역시 2008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년 동안 등기 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 윤석열 총장 장모 최 씨의 가족 회사 <이에스아이엔디>의 지분 구조. 최 씨와 세 자녀가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30%를 갖고 있는 두 김 모 씨가 아들, 20%를 갖고 있는 다른 김 모 씨가 딸이다.
최 씨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앤디>는 2015년 7월 16일,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도촌동 땅에 대한 부실 채권을 48억 5천만 원에 사들였다. (최초 대출 48억 원에 연체 이자가 5천만 원 가량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채권의 실질적인 공동 채무자는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최 씨는 자신이 절반의 채무를 지고 있던 채권을 다시 스스로가 사들인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최 씨가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본인의 명의가 아니라 차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도촌동 땅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6개 필지 가운데 농지인 2개 필지는 동업자 안 씨의 사위인 김 모 씨의 명의로 되어 있었고, 임야인 나머지 4개 필지는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라는 법인과 김 씨가 지분을 1/2씩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물론 부동산 실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검찰은 지난달 27일 사문서 위조 혐의와 함께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도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를 기소했다.
▲ 도촌동 땅의 등기부 등본. 윤 총장의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가 절반씩 지분을 매입했는데, 명의는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와 안 씨의 사위 김 모 씨 명의로 되어있다.
참고로, 이 차명 법인을 최 씨에게 소개해 준 인물은 윤석열 총장 부인이 운영하는 <코바나 콘텐츠>의 감사 김 모 씨였다. 장모 최 씨의 지시를 받아 신안저축은행의 잔고 증명서를 직접 위조한 바로 그 인물이다. (관련기사 : 윤석열 장모 사건 김건희 씨도 깊숙이 개입, 자세한 내용은 하단 박스 기사 참조)
자신이 절반의 채무를 지고 있던 채권을 스스로 사들인 최 씨는, 다시 이 채권을 담보로 신안저축은행에서 38억 5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48억 원 5천만 원 짜리 채권을 사들인 뒤 다시 38억 5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으므로 채권을 사들이는 데 실질적으로 최 씨 측이 들인 돈은 10억 원인 셈인데, 애초에 도촌동 땅을 매입할 때 개설했던 마이너스 통장에서 10억 원을 인출했다면 사실상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채권을 인수했을 수도 있다.
4단계 : 마침내 동업자 지분을 손에 넣다
자신에 대한 채권을 스스로 사들인 이유는 있었다. 채권을 손에 넣은 최 씨는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과 한 달 뒤인 2015년 8월 28일 동업자 안 씨의 사위 명의로 되어있는 절반의 지분에 대해 임의 경매를 신청했다.
법원이 제시한 최초의 감정가는 90억 원이 넘었지만 경매는 계속 유찰됐다. 한 덩어리로 되어있는 땅의 지분 가운데 절반만 경매에 나와있으므로 제 3자가 응찰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차례 유찰 끝에 가격이 떨어졌고, 마침내 2016년 7월 최 씨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33억 원 7천만 원에 낙찰을 받았다.
주채무가 48억 원 가량인데 절반의 지분에 대해서만 경매를 신청했으므로 33억 7천만 원 가운데 24억 원은 주채권자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도로 가져오게 되고 나머지 9억 7천만 원은 다른 채무자가 나누어 배당을 받게 된다. 그런데 장모 최 씨는 채권을 사들이기 한참 전인 2015년 1월, 동업자 안 씨 사위의 지분에 대해 21억 2천만 원의 가압류를 미리 걸어두었다. 주채권을 제외하고는 1순위 채권자였다. 이에 따라 나머지 9억 7천만 원은 최 씨가 배당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 씨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 감정가 90억 원짜리인 안 씨의 지분을 사들인 셈이 된다. (단, 최 씨의 입장에서 문제의 21억 2천만 원이 애초에 자신이 안 씨에게 도촌동 땅 투자와 무관한 다른 투자 건으로 빌려준 돈이었으며 따라서 원래 자신의 돈이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이는 최 씨와 안 씨의 관계가 ‘동업’ 관계였는지 ‘금전 대여’ 관계였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부분이다. 2심 법원은 최 씨와 안 씨의 관계가 일부는 ‘동업’, 일부는 ‘금전 대여’ 관계라고 봤다.)
만약 최 씨가 동업자 안 씨와 함께 처음 땅을 사들인 뒤 고의로 매각에 협조하지 않고 안 씨에게 이자 비용을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채권 부실화를 유도한 것이라면, 최 씨가 처음부터 ‘채권 부실화 유도 → 가압류 → 채권 매입 → 경매 신청 → 유찰 끝 낙찰’ 이라는 정교한 계획을 통해 동업자 안 씨의 지분을 헐값에 가져가기 위한 ‘설계’를 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
‘설계’였든 ‘임기응변’이었든 결과적으로 장모 최 씨는 동업자 안 씨의 지분을 헐값에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차명 법인을 통해 사들인 나머지 절반, 자신의 지분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경매가 한참 진행 중이던 2016년 4월 1일, 최 씨는 자신이 차명법인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절반의 지분을 다른 동업자 강 씨에게 팔았다. (외관상으로는 강 씨의 아들이 대표인 법인에 팔았다.) 강 씨는 앞서 도촌동 땅을 사기 위한 3차례의 계약 시도를 할 때 계약금 10억 5천만 원을 댄 인물이다. 매매 대금은 26억 원이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최 씨가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 전 동업자 안 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2016년 1월 안 씨를 구속했다. 안 씨는 구속된 상태였으므로 최 씨가 자신의 지분을 헐값에 가져가는 과정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사업에 성공한 뒤 이익을 나누기로 한 동업자와 분쟁을 만들고, 고소를 통해 동업자를 무력화시키는 패턴은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했던 이른바 ‘정대택’ 사건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5단계 : 이익 실현, 3억 원 투자로 50억 원 차익
동업자 안 씨의 지분을 최 씨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낙찰받은 지 석 달만인 2016년 11월, 최 씨와 또 다른 동업자 강 씨는 도촌동 땅 6개 필지를 모두 부산에 소재한 건설사 <삼정기업>의 자회사인 <정상플래닛>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30억 원이었다. 최 씨 측과 강 씨 측이 절반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최 씨 측이 벌어들인 돈은 65억 원이다.
실제로 최 씨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의 2016년 감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62억 6천만 원의 ‘용지 매출’이 계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2억 4천만 원의 매각 차익은 <이에스아이엔디>의 대표이자 최 씨의 큰 아들인 김 모 씨가 개인적으로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6개 필지 가운데 2개 필지는 농지이므로 법인소유가 불가능해 최 씨의 아들과 동업자 강 씨의 아들이 2분의 1씩 보유하고 있다가 매각했다.)
장모 최 씨의 손익을 정리해 보자. 최 씨가 들인 자기 자본은 최초 투자금 3억 원 뿐이다. (1차 계약에서 몰취된 계약금) 여기에 결과적으로 자신이 떠안게 된 신안저축은행 대출금 38억 원을 더하면 41억 원이다. 최 씨의 수익은, 1) 차명법인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신의 지분을 동업자 강 씨에게 판 판매대금 26억 원 2) 경매를 통해 가져온 동업자 안 씨 지분의 판매대금 65억 원을 합쳐 91억 원이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은행 대출금 38억 원을 빼면 3억 원을 투자해 50억 원을 번 것이다. 2013년 1월부터 투자를 시작해 2016년 11월에 투자가 종료됐으니 3년 10개월 만에 자기 자본 대비 무려 1,667%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장모 최 씨가 사문서 위조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등의 불법과 동업자와의 법적 분쟁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강행한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자와 거래 비용은 계산에서 제외했다. 동업자 안 씨가 구속되는 과정에서 최 씨가 동원한 변호사 비용도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 씨 가족 회사, 아파트 분양 사업으로 720억 매출
윤 총장 장모 최 씨의 가족 회사 <이에스아이엔디>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일대에서 아파트 시행 사업을 벌였다. 22,411 제곱미터의 토지에 350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이 시행 사업을 통해 <이에스아이엔디>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약 727억 원의 분양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차후 도촌동 땅의 아파트 개발 사업 등에 <이에스아이엔디>가 참여할 경우 <이에스아이엔디>와 최 씨는 기존에 벌어들인 50억 원 이외에도 천문학적 추가 수익을 올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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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법인 소개한 것도 김건희 회사 감사 김 모 씨
윤 총장 장모 최 씨는 부동산 실명법 위반으로도 기소됐다. 최 씨는 어떤 경위로 본인 이름이 아닌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일까?
● 변호인 : 지금 피고인 (동업자 안 씨)은 사위 김00 이름으로 ½ 지분을 취득했고, 나머지는 증인의 ½ 몫으로 한다고 해서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라는 회사를 증인이 데리고 와서 1/2을 그 회사 이름으로 지분을 취득했는데, 이 회사는 누구 회사인가요?
● 장모 최 모씨 : 김00의….
● 변호인 : 그렇다면 증인은 지인인 김00을 통해서 소개받은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 이름으로 해서 ½ 지분 받은 것은 맞지요?
● 장모 최 씨 : 예
-2016.4.14 장모 최 씨의 법정 진술조서 중
이 문답에서 최 씨가 한국에버그린로지스틱스를 소개해 줬다고 지목한 김 모 씨는, 가짜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바로 그 인물, 즉 김건희 씨의 지인이자 김건희 씨가 운영하던 회사 <코바나콘텐츠>의 감사였던 인물이다. 김 씨는 최 씨를 위해 허위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줬을 뿐 아니라, 최 씨가 자신의 명의를 숨기고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바지’ 법인까지 소개해준 셈이다.
김 씨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장모 최 씨의 지시를 받아 도촌동 땅 6개 필지를 합필하려고 대행업체에 합필 절차를 의뢰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취등록세, 근저당 설정 비용, 등기비용, 감정평가비 등 도촌동 땅과 관련해 집행한 자금 내역을 정리해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에게 ‘보고’했다. 장모 최 씨와 동업자 안 씨가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도촌동 땅의 잔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을 때 대출을 주선한 것도 김 씨였다. 김 씨 본인이 운영하던 투자 자문사 사무실은 신안저축은행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
한편 지난 13일 뉴스타파 보도 이후 <한국일보>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김건희 씨의 지인이 아니라 장모 최 씨의 친척이라고 보도했는데, 김 씨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김 씨는 2016년 12월 21일 법정에 나와 이렇게 진술했다.
● 변호인 : 증인은 최00 씨(윤석열 총장의 장모)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됐나요
● 김 씨 : 2010-2011년경 정도 될 것 같습니다.
● 변호인 :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 김 씨 : 대학원 동창의 어머니여서,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알게 됐습니다.
● 변호인 : 대학원 동창인 최00 씨의 딸 (김건희)을 알게 됐고, 그래서 전시회에 갔다가 거기서 최00 씨를 알게 됐다는 것인가요.
● 김 씨 : 네
변호인 : 피고인(동업자 안 씨)이 증인을 최00의 조카라고 오해할 만한 무슨 특별한 사건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 김 씨 :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 나이 많으신 분들은 ‘조카뻘이야. 조카야’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2016.12.21 잔고증명서 위조한 김 모 씨 진술 조서 중
의정부지검은 지난달 27일 김 씨를 장모 최 씨, 동업자 안 씨와 함께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고위공직자 주택이 많은 지역은 역시?...서초구, 강남구, 그리고 세종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뉴스타파가 지난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다. 다만 세종특별시가 3위로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뉴스타파는 3월 26일 공개된 입법, 사법, 행정부처 등의 고위공직자 2,390명의 재산 내역을 분석해 이들이 보유한 주택 소재지를 확인했다.
고위공무원 보유 주택… 강남3구, 세종, 분당, 용산 등에 집중돼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은 서울 서초구다. 198명(전체의 8%)의 고위공직자가 서초구에 있는 주택 225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초구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무소속 이용주 국회의원(여수시갑)이다. 이 의원은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1채, 서초구 방배동 다세대주택 11채 등 모두 12채의 주택을 신고했다. 이 의원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방배동 다세대주택을 임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호 감사원 감사위원도 서초구에 아파트를 3채 보유한 다주택자다. 이 감사위원은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1채(33평형), 서초동 삼풍아파트 2채(50평형대 1채, 40평형대 1채) 등을 신고했다. 이 아파트 3채 가격은 공시가격으로 36억 6천만 원, 시가로는 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많이 보유한 지역 2위는 서울 강남구로 서초구에 13명 모자라는 185명이 197채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위는 세종특별자치시로 127채, 그리고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가 각각 87채로 공동 4위다. 이른바 ‘마용성’으로 분류되는 용산구가 70채로 6위였다.
고위공직자들의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지역이기도 하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공직자들이 보유한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이 10억 원을 넘었다. 보유 주택의 평균가격은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12억 6천만 원), 서초구(11억 2천만 원), 용산구(9억 4천만 원), 송파구(9억 1천만 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7억 6천만 원)와 ‘분당’이 있는 성남시(6억 8천만 원)도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이었다. 아래 표는 고위공직자 주택 보유 상위 10개 지역별 보유 주택 수와 평균 가격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세종시 주택 보유 매년 꾸준히 늘어
고위공직자들이 세종특별자치시 보유한 주택 수는 2018년에 87채, 2019년에 116채였고, 이번 재산공개 때는 11채 증가한 127채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 강남에 이어 3위권에 들었다.
2012년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면서 근무지가 바뀐 공무원들의 이주를 권장하는 정책과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하고, 분양가도 억제하는 등의 혜택 때문에 고위공직자들의 세종시 주택 보유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종시에 근무하지 않거나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일부 고위공직자도 세종시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송광운 전 광주광역시 북구청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광주 북구에서 구청장을 지냈다. 송 전 구청장은 2017년 배우자가 세종시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도담동에 있는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18년 기준 2억 3천만 원이다. 국회 대변인 등을 거치며 주로 서울에서 근무한 이계성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도 배우자 명의의 세종시 아파트를 신고했다. 이밖에 세종시 지역 근무하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은수미 성남시장, 김재종 충북 옥천군수, 홍종원 대전시의원 등도 세종시에 아파트를 보유했다. 박종보 헌법재판연구원장은 복합건물(주택+상가)을, 유광혁 경기도의원은 다세대주택 2채를 신고했다.
세종시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고위공직자 118명 중 74명은 다른 지역에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특히 58명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작년에는 없던 세종자이e편한세상 아파트 분양권을 새로 취득했다. 윤 차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파트가 완공되면 다주택자가 된다.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 꼴로 다주택자...서울, 경기, 인천에 2채 이상 보유자 287명
고위공직자 세 명 중 한 명은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87명으로 나타났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인사들이 나서서 수도권에 주택이 여러 채인 공직자들에게 주택 처분을 권유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서울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도 132명으로 나타났다.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 중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은 사람은 강대호 서울시의원이었다. 강대호 의원은 서울 중랑구 다세대주택 13채, 경기 가평군 다세대주택 17채 등 모두 30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이 보유한 중랑구 다세대주택은 한 채 크기가 약 30㎡ 내외로 공시가격은 2억 원 수준이다. 가평군에 보유한 다세대주택은 60㎡짜리 13채, 40㎡짜리 4채다. 한 채당 공시가격은 크기에 따라 4000만 원부터 6600만 원이다. 강 의원이 보유한 다세대주책 30채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치면 약 36억 9천만 원이다.
▲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순위
보유 주택이 두번째로 많은 고위공직자는 이정인 서울시의원. 모두 24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이정인 의원은 서울 송파구에 아파트 1채, 다세대주택 4채 등 모두 5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의 주택 중에서는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면적 170.32㎡)의 공시가격이 10억 8800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 의원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아파트 3채,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아파트 11채, 인천 서구 검암동에 아파트 4채, 전라북도 고창군 아파트 1채를 신고했다. 이정인 의원이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은 47억 6600만 원이었다.
강대호, 이정인 의원 외에도 다주택자 순위 10위 안에는 서울시의원이 두 명 더 있다. 성흠제 서울시의원은 서울 은평구에 다세대주택 11채(총 9억 6300만 원), 이석주 서울시의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1채와 강동구 다세대주택 9채 등 모두 10채(21억 46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2년 전인 2018년 다주택자 1위였던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보유하고 있던 다세대주택들을 모두 팔아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성 의원은 2018년 서울 강남 아파트 2채와 다세대주택 19채 등 모두 21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성중기 의원은 2018년 아파트 1채, 2019년에는 다세대주택을 전부 팔아 올해는 아파트 1채만 보유한 1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재산공개자료에 일부 공직자들 재산 이중 게재 오류 나타나
한편 올해 관보 등에 공개된 재산 자료에는 일부 공직자들의 재산이 두 번씩 게재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진연 경기도의원이 신고한 올해 재산 자료를 보면, 이 의원은 경기 김포시에 있는 당곡마을월드메르디앙아파트를 두 채 보유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이 보유한 아파트는 한 채다. 이 의원은 “아파트 면적을 수정하려고 이전에 신고한 항목을 시스템에서 삭제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의원이 보유한 아파트 한 채의 세부내역을 보면 “건물 0.00㎡(건물 79.90㎡ 감소)”라고 표시돼 있다. 이런 경우 재산 평가액은 0원으로 표시돼야 하는데, 이 아파트 가격은 1억 5300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진연 도의원의 실제 재산은 2억 3200만원 수준이지만, 관보에 공개된 재산총액은 아파트 이중 게재로 인해 3억 8500만 원으로 나와 있다.
▲ 이진연 경기도의원 재산 내역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이런 오류가 20여 건 나왔다.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 관계자는 “시스템이 문제인지, 신고할 때 (신고자) 실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원인을 알기 어렵다. 재산심사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택 수 계산 방법
이 기사가 산정한 주택 수에는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농어가주택과 분양권 등이 포함돼 있다. 부모, 자녀가 보유한 주택과 각종 주택의 전세권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주택은 1건으로 계산했다. 김강민/ 뉴스타파
비례투표 여론조사, 미래한국당 1위, 열린민주당 상승세 계속
한강과 대동강의 스카이라인, ‘자본’과 ‘통치’의 경관화
홍민의 서울-평양 마주 보기 ② 사회 작동 방식 차이가 만든 한강과 대동강변 풍경의 상이함
한강
‘워커힐 위한 도로’ 건설 뒤 일상과 괴리
자본 상징 아파트들 즐비하게 건설돼
대동강
‘공원 속 평양’ 통치 이념 아래 적극 관리
부벽루·옥류관 등 기념 건물들 줄 이어
서울시 한강변
1년 중 한강변을 거니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근처에 살지 않는 이상 한 번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먹고 나서도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막혀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옆으론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다. 잘 갖춰진 한강 공원시설이 있지만, 이들 장벽 때문에 일상으로부터의 거리감, 단절감이 크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한강은 서울 시민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자연 휴식공간이었다. 여름이면 강변 백사장에서 일광욕, 물놀이, 뱃놀이, 겨울이면 얼음낚시, 썰매·스케이트 타기로 계절을 만끽하던 장소였다. 그런데 1966년 도로가 강변을 따라 건설되기 시작했다. 강변제방도로를 따라 아파트들도 우후죽순 들어섰고 한강은 일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한강변
한강변 스카이라인은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높이와 색깔, 일련번호를 단 아파트들이 늘어선 경관 일색이다. 그 밑으로 횡단보도 없는 8~10차선 자동차 전용도로가 강변을 포위하고 있다. 강변 공원들은 도로와 아파트 장벽을 뒤로하고 닫힌 풍경 안에 놓여 ‘개방감’을 느끼기 힘들다. 도심에서 강변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보행 흐름도 부족하다. 한강 연접 지역의 85%가 주거지역이고 그중 아파트단지가 40%를 차지한다. 한강 풍경은 고가의 강변 아파트 거주자들의 특권처럼 보인다. 한강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강변 프리미엄’에 묻힌 경관이다.
강변도로 건설의 시작은 ‘워커힐호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호텔은 미군 장병을 위한 위락시설로 광진구 아차산 기슭에 카지노·바·나이트클럽·쇼무대·풀장의 시설을 갖추고 1963년 개관했다. 미군들의 달러를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됐다. 접근이 어려운 게 원인의 하나였다. 강변도로는 워커힐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획됐다. 1968년 ‘한강개발계획’은 한강 양안을 제방 고속도로화했다. 워커힐이 미친 파급효과는 컸다. 강변도로는 계속 확장됐고 다리가 늘어나며 서울 시내 전역까지 건설이 파급됐다.
평양시 대동강변
평양의 대동강은 어떨까. 일단 강 접근을 막는 거대한 도로나 아파트 건물 장벽은 없다. 물론 최근 창전거리, 미래과학자거리처럼 일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긴 했으나, 도심에서 강변까지의 보행 흐름을 막지 않는다. 강변 뒤편 도로는 대체로 4차선 정도에 곳곳에 횡단보도가 강변을 연결한다. 접근성이 좋아 강변에는 산책, 데이트, 낚시를 하는 사람이 늘 가득하다. 최근엔 강변 호프집에서 대동강맥주를 마시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기다. 강 접근권 측면에서는 주민 친화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대동강변의 녹화와 공원화를 전개했다. 물론 기념비적 건축물 건설도 있지만, ‘공원 속의 도시, 평양’이란 슬로건 아래 대동강변을 적극 관리했다. 그 흔적은 강변 스카이라인에서 나타난다. 대동강 서안 라인만 보면, 부벽루, 해방탑, 청년공원, 모란봉공원, 옥류관, 연광정, 대동문, 대동문공원, 김일성광장, 경림아동공원, 평양호텔, 평양대극장, 김책공대, 중구시장, 은하수아파트, 진달래식당, 미래과학자거리 등이 있다. 그 뒤 블록 라인 역시 백화점, 학교, 영화관, 기념관, 과학원, 서점, 박물관, 인민대학습당, 촬영소, 식당, 호텔 등 높지 않은 건축물이 차지하고 있다.
‘자본’을 중시하는 남한과 ‘통치’를 중시하는 북한의 차이는 한강변과 대동강변 모습도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 고층아파트가 빼곡한 한강변은 강변북로 등으로 막혀 시민의 일상과 괴리돼 있지만, 대동강변은 옥류관·부벽루 등 기념 건물들을 우선 배치해 시민의 접근성을 높였다. <한겨레> 자료사진, 연합뉴스, 노동신문, LH 제공
동안 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문수놀이장, 청류롤러스케이트장, 능라시장, 김일성·김정일화전시장, 길게 이어지는 강변공원, 선교강안거리, 대동강유원지 등이다. 뒤편 블록은 동평양대극장, 주체사상탑, 청년중앙회관, 볼링장, 운동관, 김일성고급당학교, 식당, 영화연구소, 평양상점, 선교각, 대학, 병원 등 공공성이 강한 낮은 저층 건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강 양안 맨 앞의 공원 녹지, 저층 건물들, 기념비적 건물, 멀리 고층 건물이 나름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시야 차단 없는 개방감이 느껴진다.
3월18일 북한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삽을 뜨고 착공 연설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계획된 많은 건설사업을 뒤로 미루고 이 병원을 당 창건 75돌을 맞는 10월10일까지 우선 완공시킬 것을 강조했다. 근위영웅여단과 8건설국 등 최정예 공병대 투입도 언급했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겪는 상황에 대규모 착공식을 거행하는 것이 의아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병원이 들어설 위치다. 당창건기념탑에서 대동강변까지 550여m의 부지다. 당창건기념탑은 1995년 당 창건 50돌을 맞아 제막됐고 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상징하는 망치, 낫, 붓을 형상화한 높이 50m의 평양의 정치적 도시 랜드마크다. 그 상징성 때문에 탑 정면에서 강변까지 일부러 시야를 트여놓았다. 병원이 들어서면 탑의 시야를 가릴 것이 분명한데 건설 터로 내놓은 것이다.
김 위원장도 연설에서 이곳이 “평양시 안에서도 명당자리”임을 강조했다. 다른 건설을 뒤로 미루며 명당자리를 병원 터로 내놓는 배경은 코로나 국면에서 인민 중심의 통치 코드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당 창건 50주년과 75주년을 각각 기념하는 건설물을 나란히 놓는 것, 당창건기념탑 뒤로 본래 류경안과종합병원, 류경치과병원, 고려의학과학원, 남산병원, 평양산원, 옥류아동병원, 김만유병원 등 일종의 병원단지가 조성돼 있다는 것도 이곳이 낙점된 배경일 수 있다.
그 의도가 어떻든 대동강은 ‘도시정치’의 중심에 있다. 도시 건설과 경관의 조형을 둘러싼 정치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대동강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강 주변으로 고층 살림집, 테마파크, 스포츠센터, 호텔,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다. 표면적으론 인민을 위한 것이지만, 통치 차원의 전시적 위락시설 성격이 짙다. 북한의 대동강이 ‘통치의 경관화’라면 한강은 ‘자본의 경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은 공공재다. 쉽게 접근하고 다채로운 일상 경험이 가능한 모두의 ‘강’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모두 진정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국가부채 1700조 훌쩍, 연금충당부채 줄었지만 나랏빚은 급증
정부,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 의결
작년 국가부채 1744조…1년새 60조 늘어나
100조 가까이 늘던 연금충당부채 소폭 증가
D1채무 729조…국민 1인당 1410만원 수준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환, 관리재정수지 최고치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훌쩍 넘어 1744조원에 달했다. 급격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으로 지출이 늘어난 반면, 세수는 크게 줄면서 재정수지가 악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통합재정수지는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조원 가까이 불어나 국민 1인당 1400만원(141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출과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에 입각한 정부 재무제표상 지난해 국가자산은 2299조7000억원,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원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0.04.07. ppkjm@newsis.com
국가부채는 전년도 1683억4000억원에 비해 3.6%(60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전년도(8.2%) 보다는 증가폭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부채는 2015년 659조9000억원, 2016년 752조6000억원, 2017년 845조8000억원, 2018년 939조9000억원 규모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매년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던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에는 4조3000억원의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전체적인 국가부채 증가 규모도 크게 줄었다.
연금충당부채 산정할 때 향후 예상되는 물가·임금상승률을 반영해 미래연금액을 추정하고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데 올해부터 새로 마련한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적용하면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산정시 적용하는 향후 물가상승률을 기존 평균 2.1%에서 2.0%로 변경하고, 임금상승률도 평균 5.3%에서 3.9%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김선길 기획재정부 회계결산과장은 "기존 전망치는 2030년까지 물가상승률을 2.4~2.7%, 임금상승률도 5% 이상으로 높게 전망하고 있어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회계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기존 장기재정전망이 현재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2020년 장기재정전망상 전망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벌경제와 코로나19 대유행 대응방안을 논의하고자 열린 '제2차 G20 특별 화상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4.01. photo@newsis.com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56조1000억원으로 1년 전(443조2000억원)보다 112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1년 새 자산이 173조1000억원 늘었고, 부채는 60조2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D1)는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600조원을 돌파한 뒤 3년 만이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인 5171만명으로 나눠 계산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대략 1410만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1%로 전년 대비 2.1%포인트(p)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국내 경제 하방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펼쳤지만 국가 살림살이와 실질적인 재정 상태는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총수입은 473조1000억원으로 당초 계획(476조4000억원)에 못 미쳤고, 총지출은 483억1000억원으로 예상(475조4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31조원 흑자에서 12조원(GDP 대비 –0.6%)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 대비 43조2000억원이나 악화됐다.
[서울=뉴시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부진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54조원을 넘어서면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도 700조원을 넘겼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적자폭을 기록했고, 2015년 국세 수입이 줄면서 적자를 나타낸 이후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GDP의 -2.8% 수준인 54조4000억원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43조8000억원이 늘었고, 지난해 예산안 대비 12조1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와 개별소비세·증권거래세 인사, 유류세 한시인하에 의해 국세가 1조3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가장 컸던 것은 2018년도 초과세수에 따른 세계잉여금 처리 과정에서 지방교부세 정산이 10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규모라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한 총세입은 402조원, 총세출은 397조3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4조7000억원, 다음 해 이월액은 2조6000억원이었다. 결산상 잉여금에서 차년도 이월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이다. 특별회계는 2조1000억원 수준이지만 일반회계의 경우 619억원에 그쳤다. 세계잉여금은 2014년 이후 최소 수준이며, 일반회계 기준으로는 1980년 이후 가장 적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619억원은 전액 지방교부세 정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세계잉여금은 국무회의 의결 이후 사용 가능하며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개별법령에 따라 2020년 자체세입으로 처리한다. 정부는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결산 결과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정책적으로 사용된다. ohjt@newsis.com
국회의원 재선거로 세금낭비 극심...원인제공자에 책임 물어야
의원직을 상실한 14명의 국회의원과 8곳의 재선거.
유권자들이 4년 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뽑은 현 20대 국회의 또다른 단면이다. 20대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300명의 의원 가운데 14명(자진사퇴 1명 포함)이 법정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잃었다.
이 가운데는 회계보고를 누락하거나 공천 헌금을 받은 사람도 있고 불법 후원금을 받거나 뇌물을 받은 사람도 있다. 작게는 벌금 200만원에 의원직을 잃은 의원(최명길/국민의당)에서부터 크게는 징역 7년의 중형(이우현/자유한국당)을 선고받고 감방으로 간 의원까지 형의 무게도 다양하다. 특히 14명 가운데 12명은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처벌을 받았다. 21대 총선을 1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금 후보자 검증과 불법 선거운동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국회 의원직 상실...자유한국당 10명, 국민의당 3명 순
20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의당 의원 3명, 민중당 의원 1명 순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은 의원직을 잃은 사람이 없다.
현 정권이 더불어민주당 정권이라서 한 쪽으로 편중돼 있는 것일까? 지금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대표가 된 원유철 의원이 이런 주장을 했다. 원 의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로 징역10월을 받은 뒤 “민주당은 1명도 의원직을 잃은 사람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 야당에 대한 표적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소시점을 살펴보면 의원직을 잃은 14명 가운데 10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기소가 이뤄졌다.
17대 국회 땐 열린우리당 그 후론 현 미래통합당 전신정당이 많아
의원직 상실 건수를 단순 그래프로 그리면 위와 같다. 17대 때는 18명이 의원직을 잃었는데 열린우리당 의원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4명 새천년민주당 3명 순이었다. 18대 국회에선 의원직 상실이 22번 있었는데 한나라당 8명 민주당 6명, 친박연대 3명 순이었다.
19대 국회에선 23명이 의원직을 잃었고 새누리당 12명, 통합민주당 6명, 새정치민주연합 4명 순이었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을 통해 정당 해산이 결정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의석수가 많을수록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총선 직후 확보한 의석수와 비교해 상실 의석수 비율을 따져보면 그래프는 조금 달라진다.
재선거에 막대한 혈세...원인제공자와 정당은 책임 지지 않아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시점부터 다음 총선까지 1년이 넘게 남았을 경우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17대 국회부터 20대까지 1년 평균 12.5회의 재선거를 치렀다.
재선거를 치르는데는 당연히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선거관리 비용과 선거운동 보전 비용을 포함해 재선거 1곳을 치르는데 보통 10억여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하지만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의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의원을 공천한 정당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당선무효형을 받을 경우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선거운동비용은 후보자가 반환하도록 돼 있지만 재선거를 치르는 비용에 대해선 아무런 부담 의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선거과정에서의 불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선거 원인제공자에게 비용부담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충남 천안갑의 경우 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박찬우 후보가 당선됐지만 총선 전에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2018년 2월 대법에서 벌금 3백만 원 형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그 해 6월 실시된 재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규희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 의원도 2017년 지방선거출마 예정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4백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대법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천안아산 경실련은 당시 성명을 통해 “재선거 비용은 공천을 강행한 정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재선거를 치르는데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일반 공무원과 동등하게 직위해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도록 법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물론 재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표로써 정치적 심판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16년 동안 치러진 50번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의원의 소속 정당 후보자가 다시 당선된 경우가 17번이나 돼 정치적 심판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재선거 원인제공자나 소속 정당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8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돼 왔다. 의원들조차 잦은 재보궐선거로 인한 정치 공백과 비용 발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이완영 전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자신이 발의했던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자신이 그 적용 대상자가 될 뻔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 위반과 무고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다. 21대 총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아 재선거는 치러지지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당의 책임 구현을 위해선 일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에서는 재선거 때 해당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켜 발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내용의 법안들은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계류하다 폐기되기를 반복해 왔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홍철호 의원과 최재성 의원 안의 경우도 정치개혁 특위에 회부됐지만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밀려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1대 총선 후보자 31명 재판 진행 중
열흘 뒤 치러지는 21대 총선의 후보자 가운데에도 31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성동(무소속/강원 강릉) 후보나 조응천(더불어민주/경기남양주갑) 후보처럼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고 이현재(무소속/경기하남) 후보처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정당별로 보면 미래통합당이 18명, 민주당이 6명, 무소속 3명, 열린민주당과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이 각각 1명 씩이다. 이 가운데 황교안 대표 등 미래통합당 의원 18명은 국회 패스트트랙 통과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재판 중이고 박범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의 폭행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 중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관련 의혹으로 한병도, 황운하 후보(더불어민주당)가, 조원진(우리공화당) 후보는 집시법 위반으로 홍문종(친박신당) 후보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최강욱(열린민주당) 후보는 ‘조국 사건’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은재(한국경제당) 후보도 패스트트랙 관련 재판에 걸려 있다. 지난 17대 국회 기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77명이 재판을 통해 의원직을 잃었고 50번의 재선거가 치러졌다. 매 국회 대수 마다 평균 19명이 의원직을 상실하고 12번 꼴로 재선거를 치른 셈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까지 감안할 경우 21대 국회에서도 십 수명이 의원직을 잃고 10여 곳에서 재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후보자와 그런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 대해 재선거 관련 책임을 묻지 않는 현 제도가 유지되는 한 지금까지 그랬듯 후보자의 불법 행위에 따른 국민 부담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최기훈 /뉴스타파
전 국민 재난지원금 돌아서자 ‘현금살포’, ‘돈잔치’라는 언론
[아침신문 솎아보기] 신문 논조따라 ‘전국민 지원’ 찬반 갈려…국민‧한겨레 “고소득층 차후 거둬야”
양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일괄 지급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을 국가가 마지막까지 보호한다는 모습을 한 번쯤 꼭 보여주겠다는 것이 당의 의지”라고 밝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지난 30일 당정협의를 통해 소득 하위 70%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바꿨다. 통합당은 그간 정부의 재난지원금 방침을 두고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데서 돌아섰다. 민주당은 가구 구성원에 따라 차등지급이라는 정부 틀을 유지하면서 지급 대상은 전 가구의 10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통합당은 1인당 50만원 일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대다수 신문사가 이 소식을 1면에 실었다. 논조에 따라 전국민 지급 방침에 찬반이 갈렸지만, 대부분 신문이 방침 변경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수신문은 양당의 급작스런 선회를 ‘돈잔치’ ‘돈선거’ 등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도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방침을 바꾼 배경을 놓고 “지급대상과 기준을 두고 논란이 커진 데다 통합당 황 대표가 맞장구를 친 이후 ‘포퓰리즘 정책’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조선일보는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서로 ‘현금을 더 주겠다’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코로나 사태 속에 치러지는 총선이 전례없는 ‘돈 선거’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7일 동아일보 1면
▲7일 조선일보 1면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여야가 갑자기 한목소리를 내게 된 과정을 주요 쟁점 삼았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공약도 표를 위한 카멜레온 공약으로 손색없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대해 그동안 ‘총선용 퍼붓기’, ‘포퓰리즘’ 등으로 원색적 비난을 퍼붓던 통합당의 소신과는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혼란을 초래한다며 내놓은 제안이지만, 급작스런 ‘당론 변경’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서울신문은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늦어도 4월’에는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단지 선거용으로 유권자 표만을 염두에 둔 선심성 공약으로 전락한다면 곤란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코로나 사태의 효과적 해결이라는 당초 취지는 실종된 채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7일 서울신문 1면
▲7일 한국일보 1면
한겨레와 경향은 모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검토할 만하다’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잣대로 삼은 건강보험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를 2018년 자료로 판단하고, 소득·재산·부양가족·맞벌이 여부를 복합적으로 따지며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며 “이런 고민이 중첩되면서 여야 공히 전 국민에게 주자고 ‘합창’을 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도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 방안이 형평성 논란을 부르고 재난지원금의 긴급성에 비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한겨레는 재정 부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는 까닭에, 고소득층에 지급된 지원금을 세제·세정 정비를 통해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는 “대상을 무작정 확장하는 건 재정을 악화시킨다”면서도 “긴급지원금은 적기에 지원되는 게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기준을 과감히 넓히는 차선을 택함 직하다. 사후 옥석을 가려 정산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7일 한겨레 1면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주목할 만한 정치권 선거 백태 비판 보도[ 6차 신문 양적분석 보고서 ]
▲ 표2) 지난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보도건수와 비중.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표5) 지난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보도에서 보도 주제(각 주제별로 중복 집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2월17일부터 3월28일까지 선거보도 주제별 비중 변화 추이.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표6)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등장정당(기사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된 정당은 모두 집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표7) 지난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사진에서 등장정당(기사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된 정당은 모두 집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표8) 지난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유익보도(각 항목별로 중복 집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취재원 한 말 그대로 받아쓴 “따옴표 큰제목” 가장 많아
▲ 표9) 지난 3월23일부터 28일까지 매체별 4·15 총선 관련 유해보도(각 항목별로 중복 집계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의 유해성 여부는 △우열에만 초점을 맞춘 경마성 보도 △지엽적인 가십성·이벤트 중심 보도 △폭로성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보도 △폭로나 인신공격으로 갈등을 빚는 양측의 주장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단순 보도 △양대 정당 중심 보도 △정치혐오성 보도 △전쟁이나 군사용어로 선거 판세를 표현하는 전투형 보도 △지역/연고주의 보도 △익명 취재원 보도 △따옴표 보도 △오보 등 총 11개 기준으로 구분해 집계했다.
유해보도는 241건(54.6%)으로 ‘익명 취재원 인용’ 보도가 115건(47.7%)으로 가장 많고, ‘정치혐오’ 조장 보도가 76건(31.5%), ‘따옴표 큰제목’이 58건(24.1%), ‘양대정당 중심’ 보도가 34건(14.1%) 순이었다. 지난주에 비해 익명 취재원 인용 보도와 정치혐오 조장 보도는 소폭 증가했지만(지난주 익명 취재원 인용 보도 109건, 정치혐오 조장 보도 63건), 따옴표 큰제목과 양대정당 중심보도는 줄었다(지난주 따옴표 큰제목 64건, 양대정당중심보도 43건). 전투경기 표현도 지난주 23건에서 이번주 15건으로 줄어들었다. 신문별로 보면 조선일보가 익명 취재원 등장이 31건, 정치혐오 조장 보도가 26건, 따옴표 큰제목이 19건 등 전반적으로 유해보도가 많았다.
따옴표 큰제목 보도는 지난주에 비해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유해보도 중 24.1%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보도는 정치인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비방성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 정치 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조선일보 <“文정권, 총선 이기면 또 무슨 일 벌일지 몰라”>(3월27일)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 통합당의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다가 다시 받아들이며 “집권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고 했던 발언을 큰제목에 썼다. 같은 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8번 황희석 후보와의 인터뷰를 요약한 조선일보 <“조국 前장관 무죄라는 것 확신”>(3월27일)에서도 “조국 전 법무장관의 무죄를 확신한다”는 특정 입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았으며 <‘패트’로 감금 당했던 채이배 “기형 선거법 만든 민주당 못막은게 안타까워”>(3월27일)에선 채이배 민생당 의원을 만나 선거판이 혼란해진 것에 대해 “막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제목에 썼다. 이런 보도는 매우 공격적, 도발적인 발언을 제목으로 써 독자의 이목을 끌고, 그 특정한 입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3월23일 조선일보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공개 기자회견 소석을 전하면서 <“검찰‧언론‧쓰레기 의원이 정권 흔들어… 국회 가면 文 호위무사 되겠다”>(3월23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조대진 변호사가 “촛불 시민이 만든 문재인 정부를 검찰, 언론, 몇몇 쓰레기 의원이 흔들고 있어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출사표를 냈다”며 “조대진을 문재인의 호위무사로 국회에 보내달라고”고 한 말을 그대로 제목에 옮긴 것이다. 조선일보는 <최재성 “배후보에겐 정책 콘텐츠가 없다”>(3월24일), <배현진 “최후보 겉치레 공약에 속지마세요”>(3월24일) 등 서울 송파을 후보로 나선 최재성, 배현진 후보 관련 보도에서도 따옴표 큰제목을 썼다. 이 두 건의 보도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유해하다. 후보자가 한 말을 직접 인용으로 강조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말했다는 정보가 유권자에게 정말 유익한가에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비통한 스페인 마드리드…슬픈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
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스페인 마드리드의 거대한 공동묘지 라알무데나 화장터에선 15분마다 장의차량이 들어온다. 가톨릭 사제는 건물 밖에 나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 운전자가 트렁크를 열고, 관을 꺼내면 사제가 고인을 위해 기도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5분이면 끝난다. 고인이 떠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건 유가족이라도 5명을 넘길 수 없다. 그들 모두 장갑과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작별을 위한 포옹과 키스는 물론 울음도 흔치 않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고 미 CNN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서유럽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중 하나인 라알무데나엔 기근과 내전, 대유행 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묻혀 있다. 공동묘지엔 스페인의 고통스런 죽음의 기록이 더해졌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스페인의 장례 문화에선 사제의 축복 기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교회들도 문을 닫으면서 사제를 만나기도 어렵다. 장례식을 주관하는 에두아르 신부는 “때로 화가나고, 때로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중요한 순간에 그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했다.
77살의 어머니를 잃은 펠릭스 포베다는 전화로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했다고 했다. 의사는 어머니에게 산소호흡기가 부족해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포베다는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형제도 아내도 만날 수 없다. 손주들도 어머니의 떠나는 길을 지켜볼 수 없다. 나 혼자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어머니의 장례를 다시 치를 계획이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스페인은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6일(현지시간) 감염자는 13만6675명, 사망자도 1만3341명에 달한다. 특히 마드리드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40%가 나왔다. 마드리드에선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아이스링크 2곳을 임시 시신 보관소로 쓰고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국민 10명 중 2명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우울 증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10명 중 2명은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정도(중등도)의 불안·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현상은 초기에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지역에서 더 높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회장 현진희,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7∼30일 전국 1천1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코로나19로 중등도 이상의 불안·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방역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 코로나19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사진=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제공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이 코로나19에 대해 가지는 걱정과 두려움은 '가족의 감염', '자신의 감염에 의한 가족이나 타인에 대한 전염', '감염으로 인한 직장과 타인의 손해' 등의 순으로 컸습니다.
불안 점수는 평균 5.53점으로 정상 범위였지만, 중간 수준(10점 이상)과 심한 수준(15점 이상)이 각각 12.2%, 6.8%에 달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2명꼴로 주변의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불안 증상을 보인 셈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은 여성에서, 30대·60대 연령대에서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 인천 순이었습니다.
우울 점수도 전체 평균은 5.1점으로 정상 범위였지만, 중간 수준(10점 이상)과 심한 수준(20점 이상)이 각각 15.3%, 2.2%로 적지 않았습니다. 지역별로는 강원, 인천, 대구 순으로 우울 증상이 심했습니다.
대구지역의 경우 2018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우울 증상의 심화 폭이 가장 컸다고 학회는 설명했습니다. 음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난 후 빈도와 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코로나19가 가지는 감염병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증가세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증상 /사진=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제공
불안·우울 증상이 생겼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국민정신건강상담(1577-0199)의 인지도는 17%였고, 이용 경험은 9%로 조사됐습니다.학회 현진희 회장은 "국민 20% 가까이가 불안과 우울 증상을 갖고 있어 적극적인 심리방역과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중에서도 30대 연령의 경우 아이와 부모에 대한 걱정, 직업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다른 연령층보다 높아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정신건강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된 다학제 전문학회로 간호, 사회복지, 심리, 정신의학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 지역별 불안 점수 /사진=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제공
[MBN 온라인뉴스팀]
유튜브는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인가요?
총선 2020, 데이터로 팩트체크 ⑤ 유튜브 선거운동 편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 모양새가 달라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위해서는 유세가 어렵습니다. 예전과 같은 선거운동이 실종된 대신 유튜브는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말 그런지, 어느 정도로 기울어졌는지 알아봐달라는 팩트체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분석했습니다.
STEP 1. 어떻게 분석했나
먼저, 시사 분야 유튜브 채널 가운데 구독자가 '10만'이 넘는 172개를 추렸습니다. 여기서 'SBS뉴스' 같은 레거시 미디어나, 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와 같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파생된 별도 유튜브 채널은 제외했습니다. 같은 시사 분야라도 국제, 부동산, 법률, 경제 분야 유튜브 채널도 뺐습니다. 정치 성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 유튜브는 논의 주제가 확고해서 정치적 공격은 덜했습니다. 이른바 '국내 정치'로 한정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와 같은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도 뺐습니다. 다만, 정당 유튜브와 정치인 개인 유튜브는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시사 분야, 구독자 10만 이상 유튜브 채널 172개 가운데, 96개 채널로 추려졌습니다. 구독자 순서에 따라 나열합니다.
CG : 안준석 디자이너STEP 2. 왼쪽과 오른쪽
이들 96개 유튜브 채널의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을 분류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 지형에서 진보와 보수는 어떤 철학적, 사상적 좌표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안티테제'에 그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진보와 보수 레떼르를 붙이는 건 과해보여서 보류하겠습니다. '좌파 성향' 혹은 '우파 성향'라고 하기는 너무 투박하고, 단정적이라 거부감이 듭니다. 정확히 말하면, '반야권 성향'이나 '반여권 성향', 더 정확히는 '반통합당 성향'이나 '반민주당 성향'이 적절할 것 같은데, 이건 너무 외연이 좁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자칭 타칭 '진보'라고 불렀던 범주를 '왼쪽 성향', 자칭 타칭 '보수'라고 불렀던 범주를 '오른쪽 성향'으로 부르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96개 유튜브 채널을 왼쪽 성향과 오른쪽 성향으로 나눴습니다.
각 채널의 정치적 지향이 명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왼쪽 성향 29개, 오른쪽 성향 67개였습니다. 오른쪽이 2배 넘게 많습니다. 유튜브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 '양적'으로만 보면 틀렸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STEP 3. 왜 모여들었나
왼쪽과 오른쪽 채널의 구독자수를 모두 합쳐 비교하겠습니다. 최근 1년간 구독자수 추이입니다. 기준점은 각 월별 1일입니다.
모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딱 1년 전인 2019년 5월 1일, 왼쪽 채널은 378.3만 명, 오른쪽 채널은 696.9만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 왼쪽 채널은 861.4만 명, 오른쪽 채널은 1647.5만 명입니다. 1년 새 왼쪽 채널은 2.3배 오른쪽 채널은 2.4배 증가했습니다. 양적 증가세는 비슷했습니다. 물론 상당수가 중복 구독자일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채널이 성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월 단위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표시했습니다.
왼쪽 채널들은 지난해 8월 9.6% 증가세를 보이며 탄력을 받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제한 조치 이후 반일 감정이 고조됐는데, 왼쪽 사람들이 왼쪽 채널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구독자는 폭증합니다. 9월 22.0%로 정점을 찍었고, 10월에도 15.6%나 성장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저항은 극렬했습니다. 그해 9월과 10월은 '서초동 집회'로 상징되면 '검찰개혁 집회' 혹은 '조국 수호 집회'가 열렸습니다. 왼쪽 사람들의 결집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른쪽 채널들은 지난해 4월 국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파동 이후, 5월 성장률이 13.5%를 기록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보수 야권에 불리하다는 위기감이 읽힙니다. 한일 무역 분쟁 당시에도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아무래도 반일 감정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을 겁니다. 당시 친일과 반일 프레임은 진영 논리와 맞물려 돌아갔습니다. '조국 사태'의 영향력도 컸습니다. 9월에는 12.6%, 10월에는 10.8%의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서초동 집회'에 대항하는 '태극기 집회' 혹은 '조국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역시 오른쪽 사람들의 결집력도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올해 초에는 왼쪽, 오른쪽 채널 모두 구독자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보통 선거를 앞두고 진영 갈등이 격화되기 마련인데, 유튜브 구독자만 보면 지난해 '평시' 보다 증가율이 작습니다. 이는 왼쪽, 오른쪽 채널 모두 성장할 만큼 성장해, 잠재적 구독자가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고, 혹은 코로나19 여파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비례정당이라는 기형적 정치 상황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짐작해봅니다.
어쨌든 유튜브 정치 채널은 진영 논리가 거세질 때마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파생 상품에 가깝다는 것, 따라서 왼쪽 성향과 오른쪽 성향의 사람들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STEP 4. 과연, '운동장'인가?
저는 '소통'이 '상호 이해'에 도달되기 위해서는 토론과 연계돼야 한다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하버마스는 그의 명저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소통의 적절성을 위해서는 세 조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진술이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진리성', 공동체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규범적 맥락 속에 정당해야 한다는 행위의 '정당성', 그리고 주관적 경험의 표현에 거짓이 없느냐는 표현의 '진실성'… 그렇게 토론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론장'이란, 세 조건을 전제한 '토론' 속에 조형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되묻습니다. 유튜브 공간은 과연 공론장일까요. 저는 유튜브의 가능성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타성에 물든 레거시 미디어의 대안으로도 기능했습니다. 기자인 저도 유튜브를 통해 영감을 받고 반성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재확인해주는 공간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그 믿음이 편견과 왜곡, 혐오로 가득 차 있다면, 토론은 원활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분석했던 상당수 유튜브 채널들은 왼쪽과 오른쪽 양 극단에 치우쳐 진리성과 정당성, 진실성을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토론할 수 없다면, 그건 공론장이 아니라 반향실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는 양날의 칼입니다.
물론 기술은 죄가 없습니다.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 조국 사태를 거쳐 선거법 파동까지, 그간의 숱한 진영 논란은 '토론'이 아니라 '결집'으로 상징됐습니다. 유튜브는 그 결집의 공간을 마련해줬을 뿐입니다. 왼쪽 채널은 서초동과 오른쪽 채널은 광화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의 한강처럼 서로의 간극은 커졌고, 그렇게 우리의 사유는 양 극단으로 내몰렸습니다. 모두 광장의 목소리라고 했지만, 사실은 두 우물 안의 외침에 가까웠습니다.
유튜브는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기울어진'이라는 수식어보다 '운동장'이라는 말이 눈에 밟히는 요즘입니다. 질문을 달리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는, 과연, 운동장인가.
'정조의 침해'에서 'n번방 성착취'까지, '보통 여성'의 연대기
'성폭력' 개념 확장해 온 여성운동...n번방 처벌은 어떤 역사 만들까
성범죄 처벌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법은 보호해야 하는 가치를 '여성의 정조'로 규정했다. 법이 보호해야 할 정조와 그렇지 않은 정조를 구분했다. 달리 말하면 '정조가 없다고 판단되는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았다.
여성계는 오랜 기간 '정조의 문제'로 여겨져온 성폭력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라는 관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여성 또한 성적행위의 주체로 인정하라는 주장이었다. 정조에 관한 죄는 1995년, 법이 만들어진 지 42년 만에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됐다. 관련 조항에서 '부녀'로 한정된 피해자는 '사람'으로 확대됐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018년부터 본격화한 #미투운동을 계기로 여성계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기존의 '저항'에서 '동의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로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그럼에도 과거는 끈질기게 살아 있다. 당장 '정조' 관념부터 아직 살아 있다. 온 사회를 뒤흔든 n번 방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를 두고도 '그럴 만 해서 당했다'라는 시각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성폭력은 디지털 세계로 자리를 옮겨 아직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7일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진 여성들의 반 성폭력 투쟁사를 간략히 정리했다.
▲지난해 9월 18일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조성은)
공권력의 성폭력으로부터 대항하기 위해 시작된 연대
흔히 여성단체들의 본격적인 연대활동 시작 시점은 1984년으로 본다. 1984년 9월, 전두환의 방일 저지 집회에 참가했다 연행된 경희대 여대생 3명이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서 알몸 상태로 전경들에게 심한 성추행을 당했다.
여성평우회와 민청련 여성부의 대책활동을 시작으로 여신학자협의회, 교회여성 연합회, 또 하나의 문화, 여성의 전화, 민불련 여성위원회 등이 그해 11월 '여대생 추행사건 대책위원회(회장 박영숙)'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 대책위 활동은 산발적으로 움직이던 여성운동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 피해 여대생들은 경찰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공권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연대활동은 계속됐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1987년 전남 김봉환 순경 사건, 1989년 대구 경찰의 다방 여종업원 윤간사건 등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를 은폐하려는 공권력의 움직임도 계속됐다. 이 같은 사건이 이어질 때마다 지역 여성단체는 힘을 모아 피해자 지원과 사건 공론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부조리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김봉환 순경 사건의 피해자는 '불륜'으로 낙인찍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구 경찰 윤간사건의 피해자는 '다방 종업원'이었다는 이유로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피해자는 무고와 간통죄로 구속됐다.
여성단체들은 '경찰에 의한 여성인권유린 규탄대회' 등의 노력으로 피해자의 무고죄에 대해 무죄를 이끌어냈으나, 피해자를 윤간한 두 경찰은 무혐의 처리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피해자는 다방 종업원이니, 피해자의 정조는 보호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였다.
▲지난해 11월 안희정 성폭력 공동대책위가 '안희정 위력 성폭력 사건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조성은)
'피해자 보호' 명시한 '성폭력특별법'의 제정
1990년대 들어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법 개정에 나섰다.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운동이 시작됐다. 전국 각지의 개별 성폭력 상담소들이 오랜 기간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체감한 법과 제도의 문제가 연대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폭력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1991년 서른 살 김모 씨가 21년 전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남성 송모 씨를 살해한 사건, 1992년 대학생 김모 씨가 남자친구와 함께 13년간 자신을 강간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오랜 기간 이어진 여성의 투쟁은 199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특별법) 제정으로 부분 결실을 맺었다.
각 사건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살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당시 관련 법은 피해자가 사건 발생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 직계존속은 고소할 수도 없었다. 두 사건은 과거 법으로는 가해자 단죄가 불가능했다. 오랫동안 고통받은 피해자들은 그동안 어떠한 법적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주변의 지원을 받을만한 제도적 장치도 없었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법 조문에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부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 상담소 등 피해자 보호방안을 규정했다. 또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조항이 만들어지며 '친족 성폭력'이 법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당시 성폭력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성폭력'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매우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할 것인지, 성적인 것으로 한정할 것인지를 놓고 이어진 논쟁 끝에 후자로 뜻이 모아졌다. 그러나 성폭력 개념을 가정폭력·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폭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규탄 시위. 가면을 쓴 시민들이 여성 혐오적 범죄를 규탄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연합뉴스
성폭력 : '성'을 매개로 한 신체적·정신적 폭력
1993년 '국내 최초의 성희롱 소송'으로 성폭력은 물리적 폭력 밖으로 그 정의를 확장한다. 서울대 화학과 신모 교수가 조교를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피해자 조교가 교수의 성희롱을 항의하자 앙심을 품은 교수는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했고, 재임용까지 막았다. 사건이 알려진 뒤 12개 여성·시민단체,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피해자를 도와 소송을 지원했다.
6년의 기나긴 법정공방 끝에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계기로 성희롱 개념이 구체화됐다. 이어 성희롱 개념은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시 명확히 확립됐다. 이 법(성희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와 회사 등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폭력의 의미와 보호 범위는 점차 확장됐다. 과거 성폭력 범죄는 피해 당사자만 신고 가능했다. 성폭력범을 단죄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후 여성계의 노력으로 당사자가 아니라도 신고가 가능한(비친고죄) 성폭력 범죄 피해자 범위는 1997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시작으로 2011년 장애인, 2013년 모든 사람으로 확대됐다. 성폭력이 비친고죄가 된 건 '성폭력은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을 반영했음을 뜻한다.
이제 처벌 강화가 논쟁의 무대에 올랐다. 2008년 사건에서 조두순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 받았다. 잔혹한 성폭력 범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킴에 따라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성폭력 특례법은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성범죄에는 감경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개정됐다.
이후 범죄의 가혹함을 현실화하는 변화는 지속됐다. 2009년 중학생을 성폭행하고 시신을 물탱크에 유기한 김길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 전과자에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법안이 소급적용됐다. 두 사람 모두 성폭행 전과가 있었지만 위치추적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2010년 강호순 사건으로 강력범 신상정보 공개가 시행됐다.
2010년대에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제정되면서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더욱 가중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이와 더불어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등록·공개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또 유사강간죄 처벌 등의 제도가 만들어져 '성폭력'의 보호범위는 한층 더 확장됐다.
▲낙태죄 폐지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일상의 성폭력, 가장 보통의 연대를 만들다
여성단체 중심의 연대활동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을 계기로 여성시민 전체로 퍼지게 된다. 특히 2018년 서지현 검사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집단적 고백과 공감이라는 형태로 확장돼 그 자체로 연대운동이 됐다.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가 직접 드러나면서, 성폭력이 몇몇 운 나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모두가 직면하는 정치적·문화적·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 '보통 사람들의 연대'는 지난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 내면서 성폭력의 범위를 눈에 보이지 않는 위력에까지 확장하는 데 공헌했다.
보통 사람들의 연대는 불법촬영·디지털성폭력 문제를 계기로 더욱 활발해졌다. 불법촬영과 디지털성폭력을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에 수만 명이 모이면서 공론화가 꾸준히 이어졌다. 최근의 n번 방 사건도 일반 대학생들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과 일반 시민이 모인 '프로젝스 리셋' 등이 공론화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성폭력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성폭력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 같은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나왔다. 바꿔 말한다면, 과거 여성들의 연대가 지금의 성범죄 처벌 법적 규정으로 이어졌듯 지금도 세상을 바꾸려는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성폭력은 강간,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한 남성 성기의 여성 질 내 삽입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성차별과 시선, 폭력적인 말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장을 거듭해왔다.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피해자와 연대하고 공감하며 이들을 돕고자 노력한 결과다. n번 방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폭력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지, 어떻게 변화할 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보통사람 염장 지르는 세계 1% 부자들의 코로나 탈출..."위기는 또다른 기회라 생각도"
세계 1%의 부자들은 ‘코로나 비상 사태’에도 다르게 산다."
돈과 권력, 문화의 정점에 있는 세계 최상류층 사람들은 이번 전례 없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남들과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감염자 확산으로 극도로 불안해진 주거지를 떠나 가족들과 함께 교외와 시골로 떠나 있으면서 ‘두려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현재의 위기를 즐기고 있고 정부의 정책 대응을 또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 드림웍스SKG 공동 설립자인 미디어업계 거물 데이비드 게펜이 최근 소셜네트워크(SNS) 인스타그램에 “그레너딘즈(서인도 제도의 섬)에서 바이러스를 피했다. 모두가 안전하길 바라고 있어”라고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이 일었다. 현재 관련 게시물은 삭제됐다. /포브스
6일(현지 시각) 미 CNN과 포브스 등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의 사람들은 이번 사태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남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이 같이 전했다. CNN의 선임 기자 비키 워드는 베니티 페어의 편집자 출신이자 지난 20년간 세계 최상류층의 부패와 탐욕, 무자비함에 관한 ‘쿠슈너 주식회사’, ‘악마의 카지노’ 등의 책을 쓰기도 했다.
그는 "지난 몇주 동안 나는 나처럼 뉴욕시의 한 아파트에 갇혀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과 전화를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 있었고 그들이 ‘잘못된 보안의 거품’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뉴욕은 현재 우한 코로나 확진자로 뒤덮이며 고강도 자택대기령에 돌입한 상황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극도로 부유한 사람들은 제2의 집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지역들을 포함한 교외와 시골 롱아일랜드 등으로 퍼져 나갔다. 한 헤지펀드 억만장자는 텍사스에 있는 그의 목장에 있었고 또 다른 한 커플은 바하마 하버 섬의 한 빌라에 있었다. 한 명은 롱아일랜드사운드에서 요트를 빌렸다.
이중 한 억만장자는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할 뿐"이라면서 "그런 일로 우리를 탓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 주급 없이는 생활 할 수 없는 미국의 필수 노동자와 가정부, 보모 등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더 빨리 자택 격리 조치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 소득 상위 1%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골프를 치고 다른 사람들은 정원 가꾸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민간 전세기 회사의 소유주인 제로드 데이비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알기로는 미국에 1800명의 민간 제트기 운영자가 있는데, 현재 수요가 너무 많아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서 긴급히 경제 폐쇄와 경기부양책 등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조차도 억만장자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소식도 포함돼 있다. CNN은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식시장과 같은 다른 투자로부터의 이익에 대한 세금에 대해 건물의 감가상각으로 인한 서류상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한 지난 10년간의 변화 추정 비용은 1700억달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거물은 "미 의회에서 경기부양책이 통과되던 날 수영장 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더 큰 부자가 될 것이고, 의료용품 사업을 하고 있는 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애쉬윈 바산 박사는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공호흡기를 조달하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우한 코로나로 크게 타격을 입는 주(州)의 주지사들조차 그들 자신의 필수 물자가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아직 우한 코로나 치료약으로 임상 실험 중인 말라리아약인 히드록시클로로퀸을 예방 차원에서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사학자인 아만다 포먼 박사는 "부유한 사람들의 ‘자기보호주의 사고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2차 세계 대전 동안, 영국 전역의 (물자) 배급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리츠 호텔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물학자이자 전 하버드 의대 교수인 윌리엄 하셀틴 박사는 "이 시기에 엘리트주의적인 접근의 아이러니는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도시를 떠난 사람들은 ‘최고의 병원’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더 큰 위험에 처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 넓은 곳에 있고 많은 사람 중 한명이 아닌 내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심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사회적 분열은 ‘메이커와 테이커(maker and taker)’로 요약할 수 있다" 고도 설명했다. 그는 "당신이 ‘만드는 사람(maker)’라면 이번 사태에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을 구하는 간병인 등 지역 사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지만, 만약 당신이 ‘받는 사람(taker)’이라면 오직 여러분 자신, 생존에만 집착하며 이번 사태가 나의 수익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에만 집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우고운 기자
“성당은 직영점, 절은 프랜차이즈, 교회는 자영업”
▲ 2019년 4월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개신교 주요 교단 신도가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리고 있다. 올해 부활절(4월 12일) 연합예배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약식으로 치르고 교계 TV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에도 왜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 고집할까?
‘예수’와 ‘그리스도’ 싸우는 개신교단 난립도 원인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집중됐던 비난의 화살이 개신교 기성 교단으로도 옮겨가는 듯한 모양새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19일까지 연장했는데도 일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계속해 주민들 눈총을 사는가 하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을 아예 보란듯 2주째 어기며 일요 예배를 강행해 단속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불교와 천주교가 정부 방침에 따라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것과 달리 개신교 일부가 예배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신도들의 헌금이 아쉽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불교나 천주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교단 수장의 권한과 조직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 불교·천주교·개신교의 조직 운영방식 차이
천주교는 교황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조직이다. 교황은 주교들의 임면권을 갖고 있고 신부들은 주교에게 순명(順命)을 맹세한다. 교구장의 방침을 모든 성당이 일제히 따를 수밖에 없다.
불교의 장자 종단인 조계종은 총무원이 전국 소속 사찰을 관할하지만 교구와 개별 사찰의 독립성은 천주교보다 강하다. 전통사찰이 아닌 경우에는 총무원장이나 교구본사 주지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다. 태고종은 개인 사찰의 연합체 성격을 띠는 반면 천태종은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체제를 택한다.
개신교는 불교로 따지면 태고종과 유사하다. 거의 모든 교회가 교단에 소속되고 중앙 조직인 총회와 지방 조직인 노회(감리교는 연회) 등을 두나 총회나 노회가 교회에 간섭하기 어렵고 교단 가입과 탈퇴가 비교적 자유롭다.
더욱이 전국 교단이 수백 개를 헤아릴 만큼 많다 보니 모든 교단이 통일된 운동방침이나 공동보조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교단 연합체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기총 등으로 갈려 있다.
한국의 3대 종교 시설을 기업이나 상점에 비교하면 천주교 성당은 다국적 대기업의 직영점이고, 불교 절은 프랜차이즈 기업 매장이며, 개신교 교회는 상인조합이나 시장 번영회에 속한 자영업 매장에 가깝다. 자영업 규모를 뛰어넘어 국내외에 지교회를 둔 중견기업급 교회도 있다.
◇ 만인사제론·개교회주의가 개신교단 분열 낳아
종교에 분파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교도 수많은 종파를 낳았고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 종단만 해도 29개에 이른다. 기독교(그리스도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개신교는 16세기 종교개혁으로 탄생했기에 처음부터 루터파, 칼뱅파, 츠빙글리파 등으로 나눠 출발했다. 모든 신자는 사제의 중재 없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사제론(萬人司祭論)과 교회마다 독자성을 지니는 개교회주의 전통도 분열을 부추겼다.
루터교는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에 많이 전파됐고 칼뱅 신학을 토대로 성립한 장로교는 영국을 거쳐 미국·캐나다·호주 등지로 건너가 교세를 넓혔다. 성공회는 영국 왕이 주도한 개신교이며 침례교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침례교는 천주교나 대부분 개신교회에서 보편화한 머리에 물을 붓는 세례(洗禮)가 아니라 동방교회 전통인 온몸을 물에 담그는 침례(浸禮) 의식을 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아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자각적인 신앙 고백에 따라 입교할 수 있다.
감리교는 18세기 존 웨슬리의 개혁으로 탄생했다. 감리교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사회봉사를 중시해 대체로 장로교보다 진보적 성향을 띤다고 평가된다. 미국 감리교에서 파생한 성결교와 오순절교회는 성경이 하나님 뜻에 따라 저술돼 오류가 없다는 뜻의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을 믿고 있어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지닌다. 구세군은 영국 감리교 선교단체로 시작했다가 분리됐다.
◇ 한국 개신교 분열의 역사는 장로교 분열의 역사
개신교 각 종파는 개항과 함께 한국에 상륙했다. 서양 선교사들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복음을 전파했다. 초기에 미국 남장로교(전라도·충청도)와 북장로교(평안도·황해도·경상북도), 호주장로교(경상남도), 캐나다선교회(함경도) 등이 지역을 나눠 전도 활동을 벌인 것도 훗날 분열에 영향을 미쳤다. 교세가 가장 큰 장로교가 분열도 많았다. 한국 개신교 분열의 역사는 장로교 분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7년 예수교장로회대한로회에 이어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결성된 이래 처음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은 일제였다. 1930년대 들어 일본 천황을 신격화해 숭배하게 하는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강요하자 감리교는 1936년, 장로교는 1938년에 각각 굴복했다. 일부는 신앙의 절개를 지키다가 투옥됐고 순교자도 나왔다.
1945년 광복을 맞아 석방된 이른바 장로교 출옥성도(出獄聖徒)들은 순수한 개혁주의 보수신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이듬해 경남 진해에 고려신학교를 개교했다. 이들이 신사참배 요구에 순응한 신도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자 장로교 주류는 오히려 출옥자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공격했다.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1952년 경남노회를 중심으로 창립한 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다. 고려신학교는 부산으로 캠퍼스를 옮기고 고신대로 개명했다.
장로교 두 번째 분열은 1953년 불거졌으나 1940년부터 쌓인 진보·보수 갈등의 산물이었다. 함경도 출신의 김재준 목사는 194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조선신학교를 세우고 성서의 자유로운 해석을 추구했다. 이에 대해 박형룡 목사는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의 권위를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한편 같은 평안도 출신 목사들과 함께 1901년 문을 연 평양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의 후신 장로회신학교(현 장신대)를 1948년 서울 남산에 설립했다.
두 진영은 날카롭게 대립하다가 조선신학교 측이 1952년 한국신학대(현 한신대)를 세운 데 이어 이듬해 갈라져 나와 자신들이 한국 장로교 법통의 총회라고 선언했다. 1954년에는 대한기독교장로회(기장)로 명명했다. 기장과 예장은 신학과 교리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각각 진보·보수로 나뉘어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 용공 시비로 예장 통합·합동 갈라서
세 번째 분열은 이념 논쟁이 빚어냈다. 교회 일치(Ecumenical)운동을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는 동유럽의 정교회도 소속돼 있는데, 여기에 가입할 것인지를 두고 갈라선 것이다. 일치운동은 교회의 사명이라며 가입에 찬성한 세력은 통합, WCC가 용공집단이라며 가입에 반대한 세력은 합동이란 이름으로 딴 살림을 차렸다.
이번에도 박형룡 목사는 합동 측을 대표하며 분열을 주도했다. 합동은 196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신학교(현 총신대)를 설립했다. 두 교단은 상징 마크는 다르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란 이름은 똑같이 쓰고 있어 일반인은 물론 신도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WCC 가입 논쟁은 다른 교단에도 파장을 미쳐 1960년대 초 감리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예수교대한감리회(예감), 성결교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로 나뉘었다. 침례교에도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와 대한예수교침례회(예침)가 있다.
이때의 분열을 두고 ‘칼’(Ecumenical)과 ‘칼’(Evangelical·복음주의)의 대립이라고도 하고, ‘기독’과 ‘예수’가 싸운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기독(基督)이 ‘그리스도(메시아)’를 한자로 음역(音譯)한 말이고, 기독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신앙인데, 기독과 예수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찢긴 교단이 통합, 합동, 연합 등의 이름을 쓰는 것도 역설적이다.
WCC 가입 문제는 보수 교단들의 KNCC 탈퇴를 불러와 1989년 한기총 탄생으로 이어졌다. 개신교 연합단체가 양분하다 보니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로 나뉘어 개신교 대표만 다르고 나머지 불교·천주교·유교·천도교·원불교·민족종교 대표는 똑같은 인물이 참여하는 희극을 연출했다. 한기총은 2012년부터 예장 통합과 합동 등 주요 교단이 잇따라 탈퇴함으로써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의 대표 자격을 사실상 잃었다.
◇ 이권 다툼이나 이단 시비로 분열 가속화
그래도 3차 분열 때까지는 신학 논쟁과 이념 대립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후의 분열은 교단 권력이나 재산권 다툼과 관련이 깊다. 이단으로 지목돼 새로운 교단을 차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예장에는 호헌, 대신, 개혁, 합신, 백석, 합동정통, 합동보수, 합동개혁, 고려, 법통, 동신, 총합, 개혁정통, 피어선 등 비슷한 이름의 교단이 많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기장이나 예장 통합에 비해 근본주의적 경향이 짙은 예장 합동에서 분열이 훨씬 활발했다. 장로교보다는 덜하지만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도 분열을 거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오순절교회 계통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도 여러 개로 쪼개졌다. 그동안 교단마다 통합이나 연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단 분열의 역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남장로회와 북장로회의 전통과 교리 해석 차이는 예장 통합과 합동의 분열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항과 개혁이라는 개신교의 특성상 분열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분열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신학과 신앙을 풍부하게 하고 경쟁을 통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목사의 권력욕, 명예욕, 물욕 등이 오늘날 한국 교회 분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을 떠올리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단의 분열상은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대한 대처도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목사는 1991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로부터 제명 처분되자 예수교대한연합성결교회(예성 연합)란 교단을 차렸다. 유병언이 이끌던 구원파, 정명석의 JMS는 각각 기독교복음침례회와 기독교복음선교회가 정식 명칭이다.
교회나 교단 이름만 봐서는 개신교 신도도 쉽게 분간할 수 없고, 설혹 기성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비슷한 이름의 새 교단을 차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연합체마저도 사분오열돼 있으니 이단 판정을 할 기관도 없는 셈이다. 개신교가 하루아침에 분열상을 극복하고 몇 개의 교단으로 통합을 이루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연합체 대표든 교단 총회장이든 방역 대책에 협조하라고 지시할 권한도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인류가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인 이때 교회가 이웃 사랑과 생명 존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기성 교회가 신천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란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연합뉴스>
군민들 눈시울 붉혀” 민망한 총선 보도들
[비평] 지역보도 중심으로 특정 후보 편향 의심 보도 나와
4·15 총선이 다가오며 낯 뜨거운 선거 보도들이 눈에 띈다. 후보자 자질이나 정책·공약을 검증해야 하거늘 특정 후보 편에 선 듯한 보도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시스는 지난 6일 오후 “김태호 후보 ‘무릎꿇고 살려달라’며 읍소… 군민들 눈시울 공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호 후보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 뉴시스는 지난 6일 오후 “김태호 후보 ‘무릎꿇고 살려달라’며 읍소… 군민들 눈시울 공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화면 갈무리.
‘김태호의 눈물’은 여러 언론이 주목한 키워드다. 이 가운데 뉴시스는 “거창군민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환호와 박수로 응원했다”고 살을 덧붙였다. 포털 사이트 댓글 중심으로 비난이 거셌다. 현재 기사의 해당 대목은 “일부 거창군민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환호와 박수로 응원했다”로 수정됐다. 제목도 “김태호 후보, 무릎 꿇고 ‘살려 달라’ 눈물의 유세”로 교체됐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보도도 있다. 뉴시스는 지난 2일 인천 서구을 이행숙 무소속 후보의 이색 선거 운동을 소개했다. “잔다르크 복장”의 이행숙 후보가 말을 타고 인천 서구청역 사거리를 누비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의 상당 부분은 전직 서구청장 이훈국씨가 왜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이 후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래도 전직 구청장의 캠프 합류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이 더 필요하다. 인천뉴스, 경인매일 등 지역언론 보도도 형식과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 뉴시스는 지난 2일 인천 서구을 이행숙 무소속 후보의 이색 선거 운동을 소개했다. “잔다르크 복장”의 이행숙 후보가 말을 타고 인천 서구청역 사거리를 누비는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보도 갈무리.
프레시안은 2일 “전북 군산의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후보의 부인이 쓴 편지가 시선을 끌고 있다”며 신 후보 부인의 편지를 보도했다. 프레시안은 “신 후보 아내는 편지 서두에서 30년 전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긴 길을 따라 전주시 평화동에 있는 전주 교도소로 10분간의 만남을 위해 아이 아빠를 만나러 가던 스물셋의 제 마음은 늘 회색빛이었다고 회상했다”고 보도했다. 홍보물에 가까운 내용이다.
경남일보는 5일 “박대출, ‘좋은 후보’ 선정”이라는 제목으로 “미래통합당 박대출 후보(진주갑)가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유권자운동본부가 선정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좋은 후보’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경남일보에 따르면 범사련은 좋은 후보 선정 기준으로 △국민과 나라 이익을 계파 이익보다 소중히 하는 후보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종복이 되고자 하는 후보 △살아온 과정을 통해 전문성과 헌신성을 입증할 수 있는 후보 △시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와 기여도 △헌법적 가치와 철학에 투철한 후보 등을 꼽았다. 기준이 추상적이고 자의적이다.
경남일보에 따르면 범사련은 “대표적 중도 보수성향의 시민운동 단체”라고 한다. 경남 지역 인터넷 언론들도 “미래통합당 진주갑 박대출, ‘좋은 후보’ 선정”, “진주갑 박대출 시민단체 선정 ‘좋은 후보’” 등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 프레시안은 2일 “전북 군산의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후보의 부인이 쓴 편지가 시선을 끌고 있다”며 신 후보 부인의 편지를 보도했다. 사진=프레시안 보도 갈무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선을 넘은 기자들·방관하는 언론…‘윤리 불감증’의 역사
채널A 사태로 되짚어본 취재윤리] 검-언 유착·협박 의혹 제기되자
보수언론선 침묵 일관하거나
‘윤석열 때리기’로 정치 쟁점화
피디수첩 황우석 보도 ‘협박 논란’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과 대조적
강압 취재·익명 인터뷰 조작 등
‘제살 깎는’ 언론 신뢰도 추락에도
‘제식구 감싸기’ 묵인 분위기 여전
<문화방송>이 보도한 ‘채널에이’ 의 검언유착 의혹.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최근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에이(A)> 기자가 유력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취재원을 겁박한 사건을 계기로 취재윤리 논란이 언론계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기레기’라는 지탄 속에 갈수록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언론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검-언 유착’ 의혹과 협박 취재 등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조속히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널에이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의 언론윤리 논쟁을 되짚어본다.
■ “강압 취재 철저 조사” 청와대 청원
문화방송>(MBC)은 지난달 31일 채널에이 기자가 취재원에게 “가족을 지키려면 여권 인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녹취파일과 편지 등을 공개하며 ‘검-언 유착과 취재윤리 위반’ 의혹 등을 제기했다. 언론시민단체에선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키려한 족벌언론의 민낯을 드러낸 것으로, 그동안의 왜곡·편파 등 불공정 보도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채널에이는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 메인뉴스를 통해 “자체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보도한 뒤 최근 발표문을 내어 “사내 6인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에서 취재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단체들은 “사쪽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있는데 기자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며 꼬리자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일 채널에이 기자와 해당 검사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날 청와대엔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 방기하고 언론이기를 포기한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막장 방송을 보고 싶지 않다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이를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라는 요구다.
한편에선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은 “검찰과 언론이 담합해 여권 실세를 결딴내겠다는 내용인데,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면 총선에 큰 영향을 끼칠 사건이었기에 특검 대상”이라며 “녹음의 실제 내용, 목소리의 주인공 등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보도에 대해 채널에이는 메인 뉴스를 통해 “진상조사위 구성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에이 화면 갈무리
■ 보수언론의 이중 잣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취재윤리와 관련해 사회적 파장이 가장 컸던 사건으로는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의 협박 논란을 들 수 있다. 당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됐던 제작진이 검찰 조사에서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받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윤리 측면에서 던진 시사점은 컸다.
사건은 <와이티엔>(YTN)이 그해 12월3일 미국에 파견 중인 황 교수팀의 김선종 연구원과 한 인터뷰에서 “피디수첩팀이 취재윤리를 위반하며 황 교수를 음해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 머리기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다음날 모든 신문이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특히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피디수첩 협박·함정 취재’(조선), “다 털어놓으면 신분 보장 하겠다 말해”(중앙), “황 교수 죽이러 여기 왔다”(동아) 등 몰카와 불법 녹취가 넘친다며 피디 저널리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와이티엔이 황 교수팀과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청부 취재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취재윤리 논쟁은 더욱 확산했다.
하지만 피디수첩의 보도에 “협박 취재”라며 대대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던 보수언론들은 이번 채널에이의 취재 방식에는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을 지키거나 양쪽의 공방으로 몰아가는 등 논점을 왜곡하는 식이다. 여권과 친조국 세력의 ‘윤석열 때리기’라는 프레임을 들이대며 총선을 겨냥한 정파적 보도로 정치쟁점화에 나선 것이다.
피디수첩의 황우석 보도 논란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
■ 기자 목소리 변조한 인터뷰 조작 사례도
방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취재윤리 위반은 익명 인터뷰 조작 논란이다. <청주방송>(CJB)은 2018년 익명의 소비자 2명을 인터뷰하며 전·현직 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다. 심지어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한 사례도 있다. 부산민방 <케이엔엔>(KNN)은 2018년 11월 부산신항 리포트에서 이런 허위방송을 내보내 방심위에서 가장 높은 징계인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폭등하는 집값을 둘러싼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를 다룬 ‘2020 집값에 대하여’ 편에서 계약금을 지불한 주택 소유 예정자를 무주택자로 인터뷰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방송의 ‘채널에이’ 관련 보도에 대해 ‘윤석열 때리기’ 프레임을 씌운 조선일보.
학계에선 취재윤리 위반이 여전한 것은 잘못된 보도 관행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증표라며 실추된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 성찰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기자들이 불법행위를 목도하면 동료라도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묵인하고 감싸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직 내에서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짚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도 “윤리의식 제고와 내부적 담론체계 활성화 등을 통해 언론사의 통제 기제가 제대로 작동돼야 하고, 그에 따른 징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어제(7일) 오후 2시부터 비례대표 후보자를 낸 소수정당들의 토론회가 2시간 동안 열렸습니다. 29개의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나와 대표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며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아침 신문이 전한 4. 15 총선 미래 성적표
[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일보, 유무선 비율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 요동쳐…한겨레, 지역구 여성 후보 ‘험지’서 악전고투에 당선권 23명 수준
4·15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일부터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이에 8일자 아침신문들은 주요 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지면에 실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자체 조사를 분석해 민주당은 130~139석, 통합당은 123~12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양당은 각각 지역구에서 130석씩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사이 여야가 각각 5석 안팎의 득점과 실점을 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CBS·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 수성갑 등 5곳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면에 실었고, 서울신문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종로 여론조사 결과를 싣는 등 내일부터 시작될 소위 ‘깜깜이 선거’기간을 앞두고 판세 분석에 힘을 쏟았다. 이는 수없이 지적했던 경마 중계식 보도(정책대결이 아닌 어떤 후보 지지율이 앞서는지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행태)다. 이왕이면 될 사람을 뽑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으면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유권자의 심리를 부추기는 보도행태다. 정책선거가 이뤄지지 않는 걸 정치권의 문제만으로 볼 순 없는 이유다.
▲ 8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실제 여론조사가 제대로 판세를 예측하는지 신뢰성에 금이 간지 오래됐다. 조선일보는 4면(정치면) “집전화 비율따라 결과 다 달라…한국 여론조사엔 과학이 없다”란 기사에서 집전화와 휴대전화 비율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걸 지적했다. 물론 조선일보는 “언론사들이 발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 상당수는 표본 구성에서 무선전화 비율이 90%를 웃돌았다”며 통합당 등 보수지지층에게 ‘민주당이 반드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측면이 없지 않다. 보수층 집결을 유도하는 기사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의 지적은 왜 관행처럼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로 지면을 채우는 행위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신문은 “국민일보가 지난 4~5일 실시한 서울 구로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윤건영 후보 42.5%, 통합당 김용태 후보 37.5%로 5%p 차였다. KBS 지난 2~4일 조사에선 두 후보간 격차가 22.4%p나 됐다. 국민일보의 동작을 조사에선 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44.1%,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40.9%였지만 문화일보 5~6일 조사에선 이 후보(47.2%)가 나 후보(34.3%)를 12.9%p 앞섰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이런 결과엔 유무선 전화 비율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국민일보는 이번 조사에서 유선전화 비율을 각 30% 정도 반영했지만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선 다른 조사는 일부를 제외하곤 표본 대부분을 휴대전화 조사로 채웠고 유선 비율은 10%에 못미쳤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통합당 여의도연구원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유선전화 비율을 20~30% 반영한 추적조사를 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비율이 높은 여론조사에서 ‘숨은 보수표’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3 경남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휴대전화 100%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통합당 강기윤 후보를 24.1%p 차로 앞섰지만 실제 선거에선 득표율 0.54%p차로 신승했다.
이 신문은 “휴대전화만으로 조사한 것이 부정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휴대전화를 아는 사람과 통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모르는 번호를 잘 받지 않는 경향이 있고 설령 여론조사 전화를 받더라도 야당 지지의사를 선뜻 밝히기 꺼리는 경우가 있어 휴대전화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여당지지 표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면 다른기사에서 내일(9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인데 과거 총선 결과를 보면 1주일새 표심이 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대 총선인 지난 2016년 투표 일주일을 앞둔 4월4~6일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39%)이 더불어민주당(21%)과 국민의당(14%)를 앞섰지만 실제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민주당(123석)에 한석을 놓쳐 1당을 빼앗겼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여당 지지자들이 공천 파동 등 실망감으로 지지를 철회한 사이,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이 지난 7일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30, 40대는 논리가 없다”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제명하기로 했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와 대상을 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현금을 더 줘야 한다고 하는 분위기 등을 거론하며 막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예측을 함께 전했다. 현재 민주당 후보 지지가 높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메시지가 깔려있는 보도로 해석된다.
한편 한겨레는 1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자체분석 결과를 이용해 여성후보들이 얼마나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지 살폈다.
▲ 8일자 한겨레 1면
역대 총선을 보면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15대(1996년) 2명, 16대(2000년) 5명, 17대(2004년) 10명, 18대(2008년) 14명, 19대(2012년) 19명, 20대(2016년) 26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한겨레 분석 결과 이번 총선에서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후보는 20명대 초반에 그쳤다. 20대 총선보다 적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당 별로 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32곳에 여성 후보를 공천했는데 이 중 10곳을 우세, 1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분류했고, 26명의 후보를 낸 통합당은 7곳 우세, 4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봤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나선 경기 고양갑 1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판단했다.
한겨레는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구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는 4년 전(100명)보다 2배 이상(213명) 늘었지만 이 중 거대 양당이 공천한 후보는 민주당 32명, 통합당 26명에 머물렀다”며 “총선 전 ‘여성 후보 30%를 공천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여성 공천 지역구의 ‘질’도 떨어진다고 봤다. 자신의 지역구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다수 여성 후보자들은 경쟁 정당이 독점해온 ‘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한겨레에 “2017년 ‘미투’운동부터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까지 가장 첨예한 여성 이슈를 제도권 정치는 다루지 못했다”며 “기성 정치가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여성계에선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 30%를 선거법에 강제조항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정부는 선거가 일주일 남은 가운데 코로나19로 자가격리된 유권자들의 자가격리를 ‘일시 해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경향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서 전했는데 총선 당일 자가격리자를 7만5000여명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시도 단위별로 사전투표소를 일정 장소에 설치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자가격리용 특별사전투표소’ 설치 방안과 일정시간 자가격리를 해제하고 전국 각 투표소에서 마련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게 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대상으로 부재자 투표 방식인 거소투표를 허용했지만 신고 기간이 지난달 28일 마감됐다. 이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기간인 10~11일 코로나19 확진자 생활치료센터에서 특별사전투표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은 확진자와 의료지원인력 900여명이 있는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지역 내 생활치료센터 8곳에 설치한다. /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총선 후보 5명 중 1명 꼴 종부세 납부자, 일반 주택보유자의 5배
뉴스타파가 21대 총선 후보자들의 지난 5년간 납세 내역을 확인한 결과,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경력이 있는 후보자는 모두 261명(지역구 207명, 비례대표 54명)으로 전체 출마자 1420명(지역구 천113명, 비례대표 307명)의 18.4%에 달했다.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종부세 납부자 비율 3.6%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종부세 납부 경력이 있는 후보자 261명 중 92명이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자의 부동산 가액을 과세유형별로 전국 합산한 뒤 일정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초과누진세율로 세액을 산출해 매년 과세하는 국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 의무자는 59만5천 명, 이 가운데 개인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50만4천 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통계청 2018년 기준 1천401만 명)의 3.6%에 해당한다.
▲ 정당별 종합부동산세 납부자 비율·누적 납부총액
종부세 납부 비례대표 후보는 17.6%...종부세 납부 집단 과잉 대표
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는 국민 다양성을 대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비례대표 후보 역시 전체 주택 보유자의 3.6%에 불과한 종부세 납부자 집단을 과잉 대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5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는 총 307명(4월 5일 기준)인데 이 가운데 지난 5년간 한 번이라도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이력이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는 54명, 17.6%다.
미래한국당의 경우 39명의 후보 중 14명(35.9%), 국민의당은 26명 중 9명(34.6%), 우리공화당은 15명 중 5명(33.3%), 국가혁명배당금당은 22명의 후보 중 5명(22.7%)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적이 있는데 이는 전체 지역구 후보자의 종부세 납부자 비율(18.6%)보다도 높다.
소유 건물의 57.84%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뉴스타파는 2019년 종합부동산세 납부 이력이 있는 후보자 144명의 재산 중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 또는 1인 보유 부동산이 6억을 넘는 사람들이 소유한 부동산의 위치를 모두 분석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부동산은 모두 341건이었고 이 가운데 건물은 204건이다. 해당 조건의 건물 88.7%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76.4%는 서울에 쏠렸다.
국세청의 ‘2019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국 주택분 종부세 중 서울 주택 소유자가 낸 세액이 62.2%였다. 특히 서울 구별로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등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이 납부액 1~4위를 차지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주택분 종부세 합계는 전국의 42.4%를 차지했다.
21대 총선 후보자들의 건물 역시 57.8%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에 몰려있었다. 강남 3구로 한정해도 51.5%로 절반 이상이다. 서울 소재 건물을 소유한 후보자는 모두 11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서울 외 지역에서 지역구 후보자로 출마한 경우가 72명이나 됐다. 이들이 서울에 보유한 88건의 건물 중 68건 77.3%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에 위치해 강남 3구 선호는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에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총선 후보자는 충청북도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의 박덕흠 현 20대 의원이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와 강남구에 아파트 1채, 송파구에 아파트 1채와 대지 8건(1528.1㎡), 영등포구에 상가 1채를 소유하고 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이들 박 후보자 부부의 토지 자산은 213억 원, 건물 자산은 68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년간 박 후보자는 6060만 8천 원, 배우자는 7443만 7천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했다. 부부의 종합부동산세 납부세액은 2015년 1815만 4000원에서 2019년 4842만 9000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공직자재산 정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박덕흠 후보자의 2015년 자산 총액은 540억 9428만 원이다. 이번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 당시 공개한 총 자산은 590억 7677만 원으로 5년간 5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박 후보자의 토지 자산은 2015년 총 209억 4154만 원에서 2020년 213억 8731만 원으로 증가했고, 건물 자산 역시 50억 5469만 원에서 77억 3687만 원으로 늘었다.
▲ 박덕흠 후보자의 2015년, 2020년 재산 내역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02만 원 종합부동산세 체납하고도 1500만 원 기탁하고 선거 출마해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한 후보자도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 선거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이근열 후보는 102만 4000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했다. 해당 체납액은 2017년 고지됐다. 이 후보자는 2017년 2018년 고지된 소득세 총 875만 6000원도 체납한 상태다. 한편 이번 21대 총선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선거 기탁금은 1500만 원, 이 후보자의 현재 자산은 7억 5900만 원이다.
▲ 이근열 후보자의 소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납부·체납사항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부동산세 납세자이면서 종합부동산세법을 완화하자는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던 후보자도 있다. 현 20대 의원이기도 한 한국경제당 비례대표 이은재 후보자는 2018년, 60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공제율을 30~70%로 높이고,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율도 30~50%로 높이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외에도 20대 국회 임기동안 1가구 1주택자의 과세율을 낮추자는 다른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도 공동발의했다. 이은재 후보자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했으며 4년 납부 총액은 223만 9000원이다.
온 가족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후보자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갑선거구에 출마한 우리공화당 문대탄 후보자는 본인, 배우자, 장남, 차남, 삼남이 모두 종합부동산세 납부대상자이다. 이들 가족이 지난 5년간 납부한 종합부동산세는 1억 2275만 8000원이다. 문 후보자는 제주도에 임야 262327.75㎡(79354.14평), 전 30976㎡(9370.24평), 목장용지 24654㎡(7457.84평), 잡종지 4403㎡(1331.91평)와 주택 2채(3억 8794만 원)를 소유하고 있다.
전체 후보 중 종합부동산세 납부액 1위는 김본수 우리공화당 비례대표 후보자로, 지난 5년간 1억 5752만 4000원을 납부했다. 김 후보자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빌딩 2건, 서울 서초구 아파트 1건, 서울 종로구 주택 1건, 부산 해운대구 오피스텔 1건 등을 소유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건물 자산은 모두 293억 2884만 원이다.
김 후보자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 용인시을 선거구에 한나라당 후보자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로 출마해 낙선한 이력이 있다. 김본수 후보자는 우리공화당 비례대표 6순위를 배정받았다.
▲ 21대 총선 후보자 1420명중 지난 5년 누적 종합부동산세 상위 10명의 후보자
뉴스타파의 총선 후보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및 체납 내역 분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 선거권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직선거법의 규정(제49조 제12항)에 따라 선거일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한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를 활용했다. / 연다혜/ 뉴스타파
[총선후보 검증]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 : 부의 대물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생애최초 주택마련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다. 소득 하위 가구의 경우 44.8세까지 높아진다.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치솟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차 요원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고위공직자 부동산 문제에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한다.
“서민들은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도 못한(산)다. 이런 거거든요.
‘지금까지 이런 장관 후보 없었다.’ ‘국토부 장관처럼 증여하면 될까요?’
후보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현재 /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거기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
- 최정호/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019.3.24.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난해 3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국회의원과 후보자 간 질의응답이다. 최정호 후보자는 자녀에게 아파트를 편법증여한 문제로 질타를 받고 결국 낙마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자녀 ‘증여’ 문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할 수 있을까.
20대 국회의원 자녀 부동산 총 203억 원,
1인 평균 3억 원에 달해
지난 20대 국회의원 재산내역 중 자녀가 신고한 부동산 액수는 203억 원(20,384,340,000원). 인원으로 따지면 총 67명으로, 1인 평균 3억 원에 달한다(304,243,881원).
59.46%가 수도권 내 부동산 소유
아파트가 12건으로 가장 많아
67명 중 임차권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 자녀는 37명으로 그 가운데 수도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는 22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59.46%가 수도권 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재산유형 중 아파트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다세대주택 4건 ▲상가 3건 ▲임야·연립주택·단독주택·오피스텔·대지·전·기타 각 2건 ▲복합건물·도로 각 1건이었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자 자녀들의 재산 형성과정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부가 어떻게 대물림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윤상일(미래통합당/중랑구 을) 후보
18대 비례의원(친박연대)을 거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윤상일(미래통합당/중랑구 을) 후보. 윤 후보가 도전장을 낸 중랑구 을은 윤 후보의 장남 윤 씨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역이기도 하다.
윤 후보가 올해 신고한 재산은 91억 원. 윤 후보의 장남 윤 씨의 재산은 15억 원(2016년 당시 신고 기준)이다. 올해 재산신고에 윤상일 후보의 장남 윤 씨는 빠져있다. 독립생계유지로 인해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장남 윤 씨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당시 신고했던 재산내역을 확인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지역 후보자 중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가장 젊은 후보였다. 당시 서른여섯의 나이에 15억 원의 자산가로 성장한 방법은 바로 ‘증여’였다.
6살에 대지 2필지를, 12살에 상가건물 ‘증여’ 받아
13살 당시 증여받은 재산만 5억 2천만 원에 달해
장남 윤 씨는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 받았는데 그 시기는 주로 성인이 되기 전인 미성년자 때이다.
1986년 당시 6살로 유치원생이었던 윤 씨는 중랑구 상봉동의 대지 2필지를 증여받았다. 윤 후보자의 아버지이자 윤 씨의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1살에 추가로 대지 2필지를, 12살에 상가건물을, 13살에 임야 1필지를 증여받았다. 불과 13살 어린이의 재산이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5억 2천만 원에 달한다. 상가건물은 제외한 액수다.
친인척 부동산 매입해
6억 8천만 원의 시세차익 올려
윤상일 후보는 성인이 된 장남 윤 씨에게 상봉동 내 상가건물을 증여했다. 또한 장남 윤 씨와 함께 상봉동 일대의 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장남 윤 씨는 상봉동 내 주택과 대지를 되팔아 각각 시세차익 4억 5천만 원, 2억 3천 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 2건의 매매 모두 친인척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재산은 자식을 위해 지역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윤상일 후보는 장남의 ‘증여’ 문제에 대해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재산을 저한테 주시는 과정에서 손자한테도 일부 증여한 부분이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거의 대부분 아버님께 받은 부동산 재산”이라며 “아버님이 주신 재산은 그대로 자식을 위해 주거나 지역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언제라도 쓰려는 게 제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 문제에 대해 윤 후보는 “도덕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재산에 대해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하는 것에 달렸다”고 답했다.
#김삼화(미래통합당/중랑구 갑) 후보
20대 비례대표(국민의당)를 거쳐 21대 국회의원 중랑구 갑에 출마한 김삼화 후보(미래통합당/중랑구 갑). 김 후보는 재산 100억 원을 신고했다. 김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이 94억 원, 장남과 차남이 각각 4억 원, 2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17살 장남에게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매입해줘
김 후보의 장남 권 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다. 매입 시기는 2009년, 장남 권 씨가 17살 고등학생 신분일 때다.
권 씨가 매입한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아파트 매입가격은 2억 8천만 원, 소유자 권 씨의 주소지는 강원도 횡성군의 한 기숙사로 기재돼있다. 거주 목적으로 구매한 아파트도 아니었고, 17살 고등학생이 구매하기엔 큰 금액이다.
“합법적인 범위 내서 취득”했지만
“공인으로서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었다”
김삼화 후보는 자신이 장남의 아파트를 대신 구매해준 사실을 시인하며 “당시 해당 아파트에 살던 지인이 구매를 권유해 매입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 과정에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세금을 다 납부해 취득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에게 아파트를 사실상 ‘증여’한 부분에 대해 김 후보는 “공인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김삼화 후보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소득재분배 위해 설정한 증여세 대신 납부?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아”
특히 김 후보는 장남에게 아파트를 구매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도 본인이 납부했다고 밝혔다. 증여세 마저 '증여'한 셈이다.
김영환 회계사는 수증자가 감당해야 할 증여세를 증여자가 대신 내주는 행위에 대해 “세금 부과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확보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회피해나가는 방식은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성중(미래통합당/서초구 을) 후보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서초구 을 재선에 도전한 미래통합당 박성중 후보(미래통합당/서초구 을). 올해 64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박 후보자의 장녀가 신고한 재산은 11억이다.
목동 6단지 내 유치원 건물 ‘증여’ 받아
현재 공시지가 54억 원에 달해
박성중 후보의 재산 64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는 부동산은 바로 목동 6단지 상가 건물이다. 2층짜리 유치원 건물로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 박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장녀와 차녀가 소유하고 있다. 현재 공시지가 합산액만 54억 원에 이른다. 해당 부동산은 박 후보의 장인어른이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박 후보의 장인은 목동 6단지 내 유치원 건물 1층을 박 후보와 박 후보의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당시 공시지가 20억 원 상당이었다. 남은 2층의 소유권은 박 후보의 두 딸에게 증여했다. 당시 2층 건물의 공시지가는 약 20억 원이었다. 이후 금액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1층, 2층 건물의 공시지가 합산액은 54억 원에 이른다.
목동 6단지, 재건축 적정성 검토 들어가
“14개 단지 중 6단지 속도가 가장 빨라”
목동 6단지는 지난해 말,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의미하는 D등급을 받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양천구청 주택과 재건축팀 관계자는 “목동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라며 “6단지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 법안 대표발의
부담금의 부과율 낮추는 개정안 추가 발의해
공교롭게도 박성중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3년 유예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폐기되자 이듬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개시시점을 늦추고, 부과율을 낮추는 개정안을 추가 발의하기도 했다.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성중 후보, “재건축 규제 철폐는 평소 철학이 있기 때문”
박성중 후보는 공식 답변서를 통해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할 경우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며 자신이 증여받은 상가건물이 재건축 대상에 포함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2건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관한 개정안 대표발의에 대해서는 “재건축 규제 철폐는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가 최적 대안이라는 평소 철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김새봄 / 프레시안
정의당 작심 비판 "민주당, 결국 집부자·투기세력 편인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세금폭탄론' 비판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완화' 등 감세 및 부동산 개발 공약 움직임에 대해 정의당이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의당은 7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말하는데 되레 여당이 나서서 이를 훼손하는 모습이 한심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완화 및 재건축 규제 해제' 정책을 비판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서초을 후보는 서울 강남권 유세에서 "과도하게 종부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한다"며 1가구 1주택 종부세 공약을 밝히고, 유세에 참여한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최대한 피해나 억울함이 없도록 저희가 잘 살펴보겠다"며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 및 재건축 규제 해제 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사적 토지 소유권에 제한을 가하고 공공적 의미를 부여하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이 공동선대위원장이 정작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벨트'를 돌며 토지공개념과는 반대되는 부동산 개발 관련 정책을 언급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선대위 위원장도 지난 2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그리고 그분들이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종합부동산세 관련해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 지도부에서 협의했다. 그렇게 조정이 됐다"고 답해 종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관련 자료부터 확인하라"며 "부담이 늘었다고 걱정하는 소득 없는 1세대 1가구 고령층의 종부세 부담은 지난해 12.16대책으로 공제폭이 확대돼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10억 원(시가 14.3억)은 7만원에서 6만원으로, 15억 원(시가 20억)은 57만 원에서 48만 원으로 세 부담이 축소됐다. 20억 원(시가 26.7억)은 154만 원에서 130만 원, 30억 원(시가 37.5억)은 442만 원에서 358만 원으로 줄어든다.
정의당은 "이마저도 당장 소득이 없어 세금 납부가 어렵다면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해서 나중에 주택을 처분할 때 세금을 내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무주택 가구, 청년가구의 주거현실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며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청년 월세가구의 평균 월세는 50만원에 달한다.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취업도 어려운 청년들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한 달에 꼬박꼬박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고 30억 원이 훌쩍 넘는 주택 소유자들의 내야 될 세금 월 30만 원만이 보이느냐"며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여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도곡시장에서 21대 총선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조성은 기자
100일간 여론은, 여권 정당 일체감 ‘쑥’…야당 정권심판론 ‘뚝’
100일간 총선 여론조사 변화 들여다보니
민주당 지지층 75.5% 인물보다 “소속 정당 보고 후보 선택”
서울 지역 ‘정권심판론’ 호응도 7%P 낮아져 영향력에 한계
지역주의 부활 기류…‘반드시 투표’ 유권자 79.1%로 늘어
100일간 여론은, 여권 정당 일체감 ‘쑥’…야당 정권심판론 ‘뚝’
4·15 총선에서 여권 유권자들의 ‘정당 일체감’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인물 선거전인 총선에서 당을 보고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커진 것이다. 정치 신인들이 4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지만 뒷심을 잃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시민들의 정치 의식을 강화한 측면과 연관된다. 지난 총선에서 균열 징후가 뚜렷했던 지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더불어민주당=호남, 미래통합당=영남’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7일 지난 100일간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번 총선에서는 여권 지지층의 ‘정당 일체감’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총선에선 인물 경쟁력이 작용했고, 정당 일체감이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주로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세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당 일체감에 적극 반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층은 균열했지만 여권은 촛불정국 이후 정당과 지지층의 일체감이 높아졌다. 보수세력 확장을 막기 위한 조건부 지지에서 절대적 지지로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정치 신인 후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산단원에 출마한 김남국 후보는 총선 직전 등판했으나 최근 4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후보 선택 요인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75.5%는 “소속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 동작을 민주당 이수진 후보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4~15일 이 지역 유권자들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46%는 정당을 보고 이 후보를 선택했다. 윤 센터장은 “통합당은 서울에서 황교안·나경원·오세훈 삼자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려 했지만, 민주당 신인들이 높은 지지율을 보여 전략 완수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총선 당일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도 늘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은 지난 1월 기준으로 74.7%였으나 4월에는 79.1%로 늘었다. 당초 코로나19 사태로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가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양쪽에 힘을 실어 투표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진영 프레임이 작동하면 투표율이 높아진다. 막판 양쪽의 투표 의지가 더욱 왕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중반기에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정권심판론’은 힘을 잃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2주차 조사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의원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였지만 4월에도 37%로 동일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권심판론이 작동하려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아야 하고 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지역의 정권심판론 호응도는 41%에서 34%로 감소해 영향력에 한계를 보였다.
지난 여론 추이에선 ‘지역주의 부활’ 기류도 찾아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3개월간 광주·전라 지역에서 많게는 13.8%포인트까지 지지율이 늘어나며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어섰다. 반면 대구·경북에선 하향세를 기록해 많게는 8%포인트까지 하락했다. 통합당은 이와 상반된 양상이다. 대구·경북에서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올랐지만 광주·전라에선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도층 표심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100일 전과 동일하게 나타나 정체된 표심을 보였다.
박용하·조형국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 관계 틀렸다
뉴스타파가 지난 2월에 보도한 ‘윤석열 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9일자 기사를 통해 “뉴스타파가 (경찰)보고서 내용을 오독해 오보를 낸 것으로 본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내세워 뉴스타파 보도 흠집내기에 나섰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다룬 경찰보고서를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오독’이라는 건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보고서 원문의 해당 부분 내용을 다시 공개하고 설명을 덧붙인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경찰 내사보고서에는 김건희 씨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조선일보가 ‘경찰 관계자’라는 익명을 동원해 ‘오독’을 주장한 부분은 김건희 씨가 첫 번째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번째 등장하는 부분을 보면 전혀 오독의 여지가 없다.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적으로 적혀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독’을 주장한 첫 번째 부분 역시 앞 문장과 함께 읽어보면 오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뉴스타파가 경찰 보고서를 ‘오독’했다”는 주장은 사실 최소 한 달 전부터 검찰이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왔던 해명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경찰 내사보고서, “김건희 10억 원” 적시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유출된 해당 보고서에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중략)... 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 사거리 근처에서 이 모 씨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했음’이라고 쓰여있다. 문장이 복잡하긴 하지만, 경찰은 이 문장이 ‘주식과 계좌를 이 씨에게 맡긴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란 의미로 작성됐다고 파악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이 김건희 씨가 경찰 보고서에 첫 번째로 등장한 부분이다.
▲ 조선일보 4월 9일자 A12면
이 ‘첫 번째 부분’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우선 경찰 보고서에서 김건희 씨가 두 번째로 등장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조선일보가 위 기사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 두 번째 부분은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와 거래량 변동을 정리해 놓은 부분이다.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 시기에 맞춰 당시에 발생한 사건들을 끼워놓은 형식이다. 여기에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씨를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에게 소개해 준 2010년 2월 초순경, 김건희 씨의 신한증권 계좌에 들어있던 자금을 조달했다는 명시적인 문장이 적혀있다. 김건희 씨가 등장한 첫 번째 부분과 시기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맞아 떨어지며, 김건희 씨의 역할이 단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로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짧은 문구다. 여기엔 오독의 여지가 없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작성하면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첫 번째 부분만을 거론했고,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두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알고서 그랬다면 악의적인 것이고, 모르고서 그랬다면 보고서 전체를 한 번도 살펴보지 않고 기사를 썼다는 얘기가 된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보고서 중,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두 번째 부분이다.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는 표현은 전혀 오독의 여지가 없다.
경찰 보고서 ‘첫 번째 부분’도 계좌 소유주는 김건희
이제 조선일보가 익명을 내세워 뉴스타파가 ‘오독’했다고 주장한 김건희 씨의 첫 번째 등장 부분을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문장이 복잡하긴 하지만, 경찰은 이 문장이 ‘주식과 계좌를 이 씨에게 맡긴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란 의미로 작성됐다고 파악했다.”라고 썼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 보고서 중, 윤석열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첫 번째 부분이다. 문장의 주술관계가 모호하긴 하나 전체 내용을 읽어보면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에게 주식과 계좌를 맡긴 주체는 김건희 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번째 단락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으로 시작한다.
“권오수 회장은 도이치모터스의 유상증자대금이 보호예수에서 풀리면서 100만주 정도를 이00에게 맡겼고 그에게 매수를 받아달라고 지시하여”
여기까지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다. 이후 주어는 주가조작 선수 이00으로 바뀐다.
“이00은 2009년 11월말 경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며 그 당시 (12월말 경) 도이치모터스의 가격은 천팔백 원인데 2010.1월 말경 이00이 매수한 이후 주가는 이천 오백 원까지 올렸음”
두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다시 주어가 권오수 회장이다. 그런데 문장이 좀 이상하다. 처음 시작할 때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지만 마지막 부분의 주어는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다.
“2010.2월 초순경 권오수 회장이 이00에게 김00, 양00 등을 소개시켜 주었고, 증권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하여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 삼성증권 계좌를 위탁하였음”
중간에 주어가 바뀌긴 하지만, 이 문장의 앞 부분,즉 주가조작 선수 이00에게 김00, 양00 을 소개시켜준 주체는 권오수 회장이고 뒷 부분, 즉 삼성증권 계좌를 위탁한 주체는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양00이라는 게 분명하다.
이제 김건희 씨가 등장하는 마지막 문장을 보자.
“그 후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처 동인이 경영하는 미니자동차매장 2층에서 이00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계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
바로 앞 문장과 마찬가지로 이 문장 앞 부분의 주어는 권오수 회장이 맞다. 그러나 앞 문장에 비추어보면, 이 문장 뒷 뒷 부분, 즉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의 주체는 김건희 씨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이 모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을 잇따라 소개하고 주주들이 이 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맡기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 그 주체가 권오수 회장이라고 해도 일임한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은 문맥상 권오수 회장 자신의 것이 아니라 ‘또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 김건희 씨의 것임이 분명하다.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이00에게 일임한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가 자신의 소유였다면 권 회장과 선수 이 씨가 둘이서 별도로 만나 논의하면 될 일인데, 굳이 ‘또 다른 주주’인 김건희 씨를 소개한 자리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주가조작 선수 이 씨에게 맡긴 주식과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의 소유주는 김건희 씨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앞에서 소개한 두 번째 부분을 함께 감안하면 위 문장의 해석은 이론의 여지없이 더욱 분명해진다.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경찰 내사보고서 상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전주로 참여했다”는 것이므로, 조선일보가 익명을 빌려서 쓴 ‘오독’이라는 흠집내기는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을 한참 비껴가고 있다.
조선일보, 검찰의 해명논리 그대로 받아썼나?
조선일보는 뉴스타파가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오독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관계자’라는 익명의 취재원이 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보고서를 오독했다”는 주장은 이미 최소한 한 달 전부터 검찰이 유포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다.
대검 관계자, “뉴스타파는 이00한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 매수하게 일임한 사람이 사모(김건희)라고 보도했는데, 돈 맡긴 사람은 권00이다. 주어가 잘못됐다”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 정보 보고 내용 중
뉴스타파가 문장의 주어를 잘못 해석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대검찰청 관계자가 최소한 한달 전부터 출입기자들을 통해 유포해 온 주장과 똑같다. 우연인지,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작성한 두 명의 기자 중 한 명은 검찰 출입기자다.
대검찰청은 윤석열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검찰총장 가족의 사적인 문제를 대검 차원에서 다뤄온 것이다.
조선일보, 6일 전에는 “제보자X가 김건희 의혹 제보” 오보
조선일보는 지난 4월 3일, MBC가 보도한 채널A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이른바 ‘제보자X’라고 보도했다. 제보자X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뉴스타파가 12부작으로 보도한 <죄수와 검사>의 주요 제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죄수의 신분으로 검찰 수사에 조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목격한 검찰의 선택적 기소와 불법적 수사 관행을 폭로한 인물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제보자X가 <죄수와 검사> 시리즈 뿐 아니라 윤석열 검찰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제보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 2020년 4월 3일자 조선일보 12면 상단 제목. 윤석열 부인 주가조작 의혹을 제보자X가 제보했다고 썼다.
일단 제보자X가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 조작 의혹의 제보자라고 4월 3일 보도한 조선일보가 불과 6일 뒤인 4월 9일에는 해당 의혹의 제보자가 경찰 직원이라고 쓴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제보자X는 뉴스타파의 김건희 씨 관련 보도를 제보한 인물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뉴스타파에 대해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뉴스타파에 제보자X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그런 추정을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자의적인 추정에 근거한 오보이지만 조선일보는 지면에 정정보도를 실어달라는 뉴스타파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 보도 이후 문화일보 역시 뉴스타파가 내보낸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제보자X의 제보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윤석열 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뿐 아니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과 상상인 유준원 회장의 여러 비위 의혹 역시 제보자X의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제보자X가 제보한 것은 자신이 연루됐던 스포츠 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준원 회장이 전주 역할을 하고서도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에 한정된다. 다른 내용은 전부 다른 제보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문화일보 보도 이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동창 스폰서 김 모 씨는 변호인을 통해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면서 “저는 제보자X와 개인적인 인연도 없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으며 남부 구치소 접견실에서 우연히 한 번 만났던 게 전부”라고 밝혀왔다. 뉴스타파는 문화일보에도 정정보도를 요청한 상태다. /뉴스타파 심인보
경실련, 통합 19명·민주 12명 등 ‘낙선 후보’ 44명 선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4·15 총선에 출마한 20대 국회의원 204명 중 뽑지 말아야 할 ‘낙선 후보’ 44명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선정 결과에 따르면 정당별로 미래통합당에서 19명, 더불어민주당에서 12명이 명단에 올랐다. 이어 민생당 5명, 우리공화당 2명, 친박신당 1명이었고 무소속 후보 5명도 낙선 후보로 꼽혔다.
경실련은 자체 선정한 15개 ‘반개혁 법안’에 대한 개별 후보자의 찬반과 후보자 부동산 재산, 전과 및 막말 논란, 국회 본회의 출석률 및 법안 발의 건수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기본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 무능한 정치인들을 심판하기 위해 낙선 명단을 공개한다”며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후보자 및 정책검증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단체 홈페이지에 ‘낙선 후보’ 선정 기준과 후보별 사유 등 자세한 내용을 게시하고, 자체 개설한 ‘후보선택도우미’(vote2020.ccej.or.kr) 사이트에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 조재연 기자
최대 8채까지···'집 부자' 출마자들 부동산 공약 '역시나'였다
4·15 총선 후보자 주택 등 보유 상위 명단. 2020 총선주거권연대 제공
박재순 미래통합당 후보(경기 수원시무)가 주택 6채·오피스텔 2채를 소유해 4·15 총선에 나서는 3개 정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출마자 중 가장 많은 집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개호 후보(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가 5채의 주택을 소유해 최다 집부자로 집계됐다.
9일 ‘2020 총선주거권연대’는 3개 정당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신고한 복합건물(상가+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수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주택 오피스텔 등을 3건 이상 신고한 후보자는 미래통합당이 24명(234명 중 10.2%)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더불어민주당이 12명(251명 중 4.7%), 정의당 1명(74명 중 1.3%) 순이었다.
주택 신고가액 ‘1위 후보’는 박덕흠 미래통합당 후보(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군)로 주택수는 4채였지만 61억원을 웃돌았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성남시 분당구갑) 후보는 주택을 1채만 보유했지만 신고가액이 58억원을 넘어 박 후의 뒤를 이었다.
주거권연대는 “주택 3건 이상 보유한 후보자가 가장 많은 정당은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강화 반대 공약을 내건 미래통합당”으로 “미래통합당이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주택 3건 이상 보유한 후보자가 미래통합당보다는 적었지만 그 수가 12명에 달했다”며 “최근 민주당 지역구 후보자 중 공시가격 현실화를 반대하거나 1주택자의 종부세 감면을 주장하며 정책 변경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거권연대 관계자는 “다주택자 후보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보유세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금융규제 강화 등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에 찬성할지 의문”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고 주거권에 한표를 행사할 수 있게 계속 정보제공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총선 후보자 546명 "현충원 친일파 묘 이장해야"
[광복회 설문조사] 민주당 84.1%, 통합당 46.6% 찬성... 황교안·나경원·홍준표는 무응답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1109명 중 절반 가량의 후보자가 현충원 내 친일파 묘의 이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가 이번 4.15총선을 맞아 전국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 1109명 모두를 대상으로 '친일 행위의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및 이장, 단죄비 설치를 위한 법률(국립묘지법, 상훈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 답한 후보자는 절반이 조금 넘는 568명(총 응답률 51.2%)으로, 이중 546명이 친일파 묘의 이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9명, 모름은 13명이었다. 후보자 중 541명은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찬성률은 전체 후보자수 기준으로는 49.2%이지만, 응답 후보자수 기준으로는 96.1%에 달한다. 거대 양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84.1%,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46.6%가 찬성했다(전체 후보자수 기준).
광복회는 설문조사에서 "현행 '국립묘지법'은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국가가 국립묘지를 설치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 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11인(김백일·김석범·김홍준·백낙준·백홍석·송석하·신응균·신태영·신현준·이응준·이종찬)은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이미 국립묘지에 안장된 경우라도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둠으로써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라고 설문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역 출마자 253명 중 214명이 응답(84.5%), 이중 213명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모른다는 응답은 1명이었다. 설문에 답하지 않은 후보는 39명이다.
미래통합당은 전체 후보자 236명 중 118명만 설문에 답했다. 설문에 응한 118명 중 찬성 의견을 밝힌 후보자는 110명이다.(반대 3명, 모른다 5명). 그외 118명은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민생당과 정의당, 민중당 후보들도 '국민묘지법 및 상훈법' 개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이중 민중당은 58명 지역출마자 전원이 설문에 참여해 100% 찬성 의견을 내놨다. 민생당은 58명 중 37명(63.7%), 정의당은 76명 중 53명(69.7%)만 설문에 응했으나, 참여한 후보들은 민생당 1명(모름 응답)을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한다고 답했다.
우리공화당의 경우, 전체 후보자 42명 중 7명만 설문에 답해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우리공화당 후보들은 모두 찬성의견을 내놨다.
이밖에 무소속 38명과 원외정당인 국가혁명배당금당 21명, 노동당 3명, 친박신당 2명, 가자!평화인권당, 미래당, 충청의미래당, 공화당, 기본소득당, 한나라당에서 각각 1명씩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황교안, 나경원, 홍준표 후보는 무응답
현역 의원 중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 설훈, 우원식, 허소, 전상헌 의원과 통합당 강민국, 이인선 의원, 민생당 박지원 의원, 무소속 김현기 의원이다.
대선급 후보들의 출마로 관심을 모은 서울 종로구의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찬성 의견을 냈으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는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친일논란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서울동작을 나경원 통합당 후보도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응답자 중 유일하게 안산시 단원구갑 고영인 후보가 '모름'이라고 답했다. 통합당에선 서울 중랑구을에 출마한 윤상일 후보와 강승규(마포구갑), 이중재(인천 계양구갑) 후보 3인이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 구로구을에 출마한 김용태 후보와 김척(부산 사하구갑), 권명호(울산광역시 동구), 임명배(경기도 화성시을), 한기호(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후보 등 5인은 질문에 '모름'이라고 답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 김성식, 윤상현, 권성동, 정태옥, 홍준표, 곽대훈, 정용기, 이용호, 이용주, 김성환 후보 등은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
김원웅 광복회장 "친일청산 없이 국민통합 못한다"
▲ 국가공인 친일파 김백일,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김홍준, 백낙준 등 7인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 이은영
▲ 국가공인 친일파 신현준, 김석범, 송석하, 백홍석 등 4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 이은영
김원웅 광복회장은 8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다수가 친일청산에 찬성 의견을 피력한 것은 친일청산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한 것과 같은 의미"라면서 "모든 후보자들이 약속한 만큼 여야가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해 친일청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청산 없이 국민통합을 말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내선일체'와 다르지 않다. 친일파를 상전에 두고 어떻게 통합을 이루나. 한국사회 모순의 본질은 친일미청산과 분단 상황이다. 친일청산 없이는 국민화합과 통합이 불가능하다. 첫걸음을 뗀 것이다."
친일청산의 첫번째 시도로 평가받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협력한 친일파를 반민족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률이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101조에 의하여 국회에 반민족행위처벌법 기초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뒤 같은 해 9월 법률 제3호로 제정됐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 정권과 미국의 견제 속에 국회프락치사건과 경찰의 6·6 반민특위 습격사건 등을 겪고 반민특위는 와해됐다. 친일 인사 상당수는 민관 요직에 재등용됐다.
김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위해 평균연령 79세에 이른 광복회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답변을 받기 위해 현장에도 수없이 가고 전화도 수차례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정당에서 '무응답'이 매우 높게 나온 것은 답변 거부와 다르지 않다. 답변을 하지 않은 후보들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의 역사의식을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복회는 이번 설문에서 '독립유공자 및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등 모욕 행위 처벌 위한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및 관련활동 동참에 대한 찬반 의견'도 함께 조사했다. 조사결과 1109명 중 568명이 설문에 응했으며, 이중 546명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6명, '모른다'는 16명에 불과했다. 글김종훈(moviekjh) 오마이뉴스
9년째 마이너스, '박원순 재산'은 왜 늘어나지 않을까
[초점] 빚 갚을만한 거액의 상금을 받으면 기부... 2020년 재산은 -6억9091만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 15분께부터 28일 오전 0시 25분께까지 집무실에서 31개국 45개 주요 도시 시장들의 "코로나19" 공동대응 화상회의에 참여해 서울시의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위공직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타이틀 하나를 9년째 갖고 있다. '재산 신고액 최하위' 기록이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을 관보에 게재한다. 박 시장의 재산이 처음 등재된 2012년 3월 23일에는 –3억1057만 원을 신고했다. 당시 서울시장 연봉(1억627만 원)을 3년 동안 모아야 갚을 수 있는 액수였다. 재산신고 대상 고위공직자 1844명을 재산 액수 순으로 줄 세우면 박 시장은 어김없이 '꼴찌'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재산신고액은 -6억9091만 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7억3650만 원까지 치솟았을 때와 비교해 4000만 원 가량 빚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최근 5년 동안 박 시장의 재산은 –6억 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인이 되기 전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다. 사람들의 통념과는 달리 변호사 전업 시절에는 이른바 '돈이 되는' 사건 변론도 많이 맡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동교동 사거리의 2층 집(456㎡)과 이태원동 청화아파트(184㎡)를 사들였지만, 그 자신이 산파 역할을 한 역사문제연구소 건물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1995년에 이 집들을 처분했다. 지금 내놓으면 20억~30억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노른자위 부동산이지만 그의 나이 마흔에 이 집들을 아낌없이 기부했다.
부동산 처분 이후에도 그는 재산보다는 일이 우선이었다. 1996년 1월에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일에 전념하기 위해 변호사 일까지 접었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했다. 그 해 10월 7일 박 시장은 배우자 소유를 포함해 재산이 –3억7200만 원이라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27일 새벽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 남소연
박 시장의 재산내역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그는 고향인 경남 창녕군 장가리 일대에 3530㎡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2012년 3904만 원이었던 게 올해 7594만 원으로 올랐지만, 이 정도면 투기로 이익을 챙겼다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
박 시장은 관용차를 주로 이용하고, 부인 강난희씨는 2005년형 체어맨(배기량 2799cc)을 2012년 1480만 원에 구입했다. 강씨는 7년 동안 453만 원으로 가치가 떨어진 이 차를 지난해 폐차했다. 그리고 2014년형 제네시스(배기량 2800cc, 실거래가 2300만 원)로 바꿨다. 박 시장 부부와 자녀가 따로 살지만, 가족의 예금 총액도 2012년 1억7180만 원에서 올해는 4745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박 시장의 재정 문제는 그가 서울시장 출마 전부터 안고 있던 빚이 뿌리다. 2012년 부인 강씨는 4억6967만 원의 채무를 신고했다.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면서 올해에는 3억9830만 원으로 오랜만에 4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박 시장 본인의 채무 상태는 훨씬 심각하다. 2012년 1억9450만 원이었던 빚이 2013년 2억5797만 원, 2014년 3억681만 원, 2018년 3억4481만 원, 2019년 4억4481만 원으로 7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박 시장 부부의 재정 악화는 부인의 폐업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1999년 'P&P 디자인'이라는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같은 해 박 시장은 '유산 1% 나누기 운동'을 제안하고, 이듬해 총선을 겨냥해 낙천·낙선 캠페인을 준비하는 등 바깥 일로 경황이 없었다. 아들·딸의 양육 등 생계문제 해결이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자 강씨가 궁여지책으로 맞벌이에 나선 것이다.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부인의 사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풀려나갔다. 사업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채무를 지게 됐지만, 서울시장 출마 당시 박 시장 부부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50만 원을 내고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164㎡)에 살았다.
그러나 남편이 1억 원의 연봉을 받는 고위공직자가 되자 강씨는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장의 아내가 시내에 사무실을 두고 이러저러한 사업을 지속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강씨는 사업을 접는 데만 6872만 원의 빚을 졌다고 신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서 강북 '한 달 살이'를시작하며 책을 펼쳐보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강난희씨. 박 시장은 조립식 건축물 2층 옥탑방(방 2개, 9평(30.24㎡))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기거하면서 지역 문제의 해법을 찾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방안을 모색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부인 강난희씨는 2020년 -6억 9091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사진은 2018년 7월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할 때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시장 월급 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부부가 빚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운동가 시절 박 시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척결하는 방안으로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이 된 뒤에는 불가피한 경비 지출을 실감하게 됐다.
박 시장은 2018년 우리은행에 1억9600만 원의 빚이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2억9200만 원으로 1억 원 가까이 늘었다. 박 시장은 채무 증가의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에 내야 하는 '특별당비'를 들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된 뒤 두 차례의 선거에서 도전자를 물리쳤다. 15% 이상 득표하면 본 선거에 드는 비용은 선관위로부터 보전을 받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드는 돈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단수 공천을 받아 경선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같은 당의 중진 박영선·우상호 의원의 도전을 받아 3파전을 치렀다.
당내 경선은 사흘 동안 안심번호 여론조사 50%, 권리당원 조사 50% 비율의 여론조사로 치러졌다. 여론조사를 비롯해 각종 토론회 주최 등의 제반 비용은 후보들이 분담했다. 박 시장의 핵심 참모는 "당에서 경선 비용으로 5000만 원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여기에 캠프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합치면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선 고지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때 쓴 돈은 고스란히 박 시장의 빚으로 남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은 2006년 8월 31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공공 봉사 부문)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받았다. 박 시장은 이때 받은 상금 5만 달러를 필리핀의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은 2006년 8월 31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공공 봉사 부문)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받았다. 박 시장은 이때 받은 상금 5만 달러를 필리핀의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 연합뉴스
박 시장은 2016년 11월 공유도시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받았다.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은 2017년 재산신고에서 '과외 소득'으로 잡혔다. 2018년 재산신고에서는 이 돈이 기부, 채무 변제, 특별당비 납부에 쓰였다고 돼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부'다. 박 시장은 이 가운데 5000만 원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에 후원금으로 냈다. 사실 박 시장에게 이같은 기부는 어쩌다 하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1998년 '우 조교 성희롱사건' 변호인 자격으로 받은 '올해의 여성운동상' 상금을 한국여성단체연합에 기부했고, 2006년에 받은 막사이사이상 상금 5만 달러는 필리핀의 비영리단체에 전달했다.
시민운동가 시절에는 박 시장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억대의 빚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부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그의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시장을 보좌했던 한 참모는 "서울시청에 들어와서 박 시장의 재정 상태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채무 관리를 해서 '균형재정'을 달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오성규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박 시장은)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어서 '내야 할 돈은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재정 문제는 꽤 오래됐지만,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사석에서 "시장 업무 때문에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시민운동 시절에 외부 강연 요청이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나중에 정치를 그만둔다고 해도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빚 청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보건소에서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집단감염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보건소에서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집단감염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병관(patrick21) 오마이뉴스
▲ 여론조사로 본 4.15 국회의원 총선 판세 4.15총선 부산 여론조사 데이터를 집계한 전국 지도. 오른쪽은 부산으로 여론조사 지도를 확대한 모습이다. ⓒ 오마이뉴스
위대한 수령 문재인" 고민정 '로동신문' 합성 무차별 유포
21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얼굴이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합성된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민정 후보 선거 캠프 측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너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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