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법을 무력화시켰던 가덕도 특별법, 마지막 견제장치 환경영향평가도 농락한 환경부 자문단 운영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여 운영중에 있다고 한다. 자문단 구성은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검토기관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자문위원을 추천한 기관은 한국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간, 국립환경과학원, 해양수산개발원, 국립생태원 등의 국가출연연구기관들이다. 그런데 전문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 해야할 이들 기관들이 먼저 답안지를 검토한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라는 말이 있지만 딱 그짝이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업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환경부나 지방청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관장은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을 제공한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지만 무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가덕신공항 환경영향평가’는 환경평가 자문단’에 들어간 5곳 기관 전체가 배제되기 때문에, 진행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이번처럼 업무협의나 의견제시 등에 대해서는 ‘규장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 수월하다. 자문기관이 사업자로부터 자문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헐 뭐 이따위 해명이 다 있나.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개탄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환경부의 이러한 말도 안되는 해석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국토부 이중대‘라는 오명을 달고 살까마는 가덕도 신공항 관련 환경부의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1년 2월26일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이낙연 대표 등 소속 의원 137명 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특별법은 이후 무소불위의 ’불도저법‘이 되고 말았다. 당시 대표 발의자 한영애 의원은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신분이기도 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의 문제를 언급하며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소환한 이유는 당시 장관 후보자가 천명했던 발언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자신이 발의한 특별법이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하는 등 절차와 환경영향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법안이라는 지적에 대해 개인 한정애와 환경부는 분리되어야 하고, ’환경부는 법적 절차.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된다‘며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고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 선정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곳이기에 가덕도를 특정해서 추진한 특별법은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정부내 거의 모든 부처가 경제성, 안전성, 형평성, 환경성을 근거로 반대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제기된 문제를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 붙였다. 법안은 2021년 3월16일 제정되었고 9월17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 섰다.
인천공항과 비교하자면 입지 선정에만 21년이 소요되었고 그로부터 개항까지는 11년이 걸렸다. 그런데 가덕신공항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 등장 이후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관련 법안들이 우후죽순 여.야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발의 되었다. 그 모양세는 숫제 커넥션이 작동되는 것처럼 일사불란했다. 급기야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가덕 신공항을 “부산 액스포 전 개항을 지시”했다.
관련하여 국토부는 2022년 11월7일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등의 결정내용을 공고한 뒤 지난 4월 8일부터 20일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실시하였다. 결정내용의 공고기간과 초안서 작성의 일정을 감안한다면 조사기간은 불과 3개월이다. 투입 예산 국민혈세 13조 7천억 원 이상에다 생태자연도 1등급 산지, 해양생태도 1등급의 바다를 매립하여 건설되는 대규모 토목사업임에도 이토록 빨리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대충 했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뿐아니라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등의 결정내용’의 ‘계획지구 위치도’는 지난해 4월 국토부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발표한 100% 인공섬 공항을 바탕으로 한 항목 지정이었는데 초안이 마무리될 시점인 3월 말‘ 국토부는 돌연 기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기존 계획지구가 변경되어 육지-해양을 잇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것이다. 실제 2000쪽에 달하는 초안서 내용을 세밀히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나 공공연히 영향을 축소하거나 누락된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어떻게 보완이 될지 감 잡을 수 없지만 가덕신공항 전략환경향평가서 초안은 견지해야 할 과학성, 객관성, 진정성이 결여된 급조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또 부산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안에는 2029년 개항을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유치 실패에 따른 대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만 제시했다는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안 결정 관련 법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오로지 절차의 간소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판국에 4월4일 국토부는 “환경 이슈 해소와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겠다며 환경부에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환경부는 자문위원 명단을 작성하여 회신하고, 4월 19일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의 주요 결과는 검토기관들이 평가서에 대해 진행하는 검토의견과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 모든 정황을 연결하면 환경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답안지 작성에 본분을 저버리고 국토부의 들러리를 자청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다. 끝으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특별법 통과 당시 이런 저런 비판에 한영애 장관이 서면으로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했던 약속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환경영향평가는 거대개발에 대한 최후의 보루지만 문재인 정부나 윤삭열정부의 환경부는 공히 이를 외면했다.
이성근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선정위원/ 월간 함께사는 길 2023년.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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