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한겨레-중앙
세계 최초 1km 높이 빌딩..마천루 역사가 바뀐다! 2.4 sbs
사우디의 '야심작'..제다타워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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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이재용 풀어준 법원, 애써 현실 부정하며 삼성에 굴복했다 2.5 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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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서 날개 단 ‘전대협 세대’
나트륨 함량 최고 음식 ‘육개장’…동태찌개·돼지갈비찜 順
지난해 전국 땅값 3.88% 상승…10년 만에 최대폭 2.5 농민신문
사설]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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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에 들끓는 여론… 청와대 청원게시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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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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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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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중앙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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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민중
대구매일-국민
한국-주간경향
경향2.5~2.9
세계 최초 1km 높이 빌딩..마천루 역사가 바뀐다! 2.4 sbs
사우디의 '야심작'..제다타워 건설현장
● 세계 최고층 빌딩의 꿈…사우디 '제다 타워(Jeddah Tower)'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은 중동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Burj Khalifa)' 입니다. 높이가 무려 828미터로 2위인 '상하이 타워(Shanghai Tower)' 632미터보다 거의 200미터나 높습니다. 그런데 세계 마천루(skyscraper) 경쟁에서 괴물과 같은 건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해안 도시 제다에 지어지고 있는 '제다 타워'입니다.
최근 CNN 방송이 '제다 타워' 공사현장을 찾아서 현재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제다타워
제다타워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계획된 높이는 무려 1,007미터입니다. 세계 최초로 높이 1km대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처음 계획은 1마일, 약 1,600미터 높이로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마일타워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지반과 건축 안정성 등의 문제 때문에 1,000미터 수준으로 낮췄다고 합니다. 굳이 1,007미터로 한 걸 보면 그래도 세계 최초의 1,000미터 이상 건축물을 짓겠다는 야심이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다타워는 지난 2013년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최고 후원자였던 사우디 왕자와 건설사 회장 등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 공사 책임자는 2020년까지 완공 목표에 차질없이 다가가고 있고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사막 위의 마천루…'제2의 두바이' 꿈
제다는 홍해와 접한 사우디 서부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상업도시입니다. 반도 동쪽 두바이가 '버즈 칼리파'를 랜드마크로 중동의 관문이 됐고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반도 서쪽 도시 제다가 '제2의 두바이'로 비상하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현재 제다타워 건설현장은 주변이 온통 사막같은 느낌입니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송도 국제도시 개발 초기때 매립지 허허벌판에 고층빌딩들이 세워지던 초기 모습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제다 타워가 완성되면 제다 경제도시 발전의 중심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허허벌판인 제다 타워 주변을 복합 경제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각종 쇼핑몰과 특급호텔, 비지니스 센터, 그리고 외국인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두바이 못지 않은 중동의 허브도시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제다타워를 이른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표현했습니다. 지역의 게임체인저, 즉 지역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도시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허허벌판인 제다타워 주변
● 사우디 '비전 2030'…경제개혁의 '아이콘'
제다타워 건설은 사우디 발전계획인 '비전 2030'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이 비전은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해 국가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 현대화된 국가로 재도약한다는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 GDP에서 민간기업의 비중을 높이고 방위산업 등 신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변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권력을 잡으면서 속도를 더 내고 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정상적이고 강한 나라로 변하는 걸 원한다"고 강조하며, 모두가 '비전 2030'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창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각종 여성 활동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파격적인 개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이미 올해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했고, 상업영화관 재개와 여성의 운동경기장 입장 등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지만 사우디에서만큼은 금지돼 왔던 규제들을 혁파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1km 짜리 건축물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바꾸고 고지식한 왕정 국가에서 현대화된 중동의 맹주로 발돋움하려는 사우디의 야심찬 계획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행성여행-없는 넘들이나 초고층빌딩경쟁하지 미래는 디자인임 덴마크,스웨덴 가봐라. 빌딩이 안높아도 멋있슴
넥스트-바벨탑
지용-돈이 좋긴 좋아.
임승기-곧 석유가 필요없는 세상이오면 중동도시는 폐허가 될것이다
코끼리-모래 위에 쌓은 탐욕의 상징
무소유-프랑스 가장 맘에 드는건 스카이 라인이다 높은 건물이 없으니 어디서나 하늘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고층빌딩은 위압감을 준다 그리고 하늘을 막아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고층 빌딩은 그렇게 좋은게 아니다
김성재-좀 웬만해야지 멋있지, 주변과의 조화도 중요하고 그냥 미친 듯이 높게만 짓는 건 촌스러운 허세로만 보임
검은불-기름 팔아서 이상한짓 많이 하네..원래 높은빌딩이란 공간이 없어 효용을 높이려고 위로 솟는 것인데...근처 아무것도 없는데 대지로 토목공사하믄 될일을 헛짓하는 꼴임
돌소년-마천루의 저주,
" 만약 어떤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며 첫 삽을 뜨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 시장에서 빠져 나와라."- 존 캐스티 <대중의 직관>
만들어진신-두바이나 제다나... 멀지 않은 미래에 유령도시 됩니다. 지금은 잘 돌아가는 듯 보여도.. 애초부터 문제가 큰 도시입니다.. 도시를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막대하게 들어가기에
kim1988-높은 빌딩이 인구 줄이는데 결정적 역활을 하고 있다. 혼술 혼밥의 시대를 만들고 가속화 시키고 인간을 고립화 시킴으로 사회와 인간이 단절되고 이웃과 주변과 단절되고 개인의 사고를 불균형적으로 키워서 갈등과 불안을 키우고 사람의 심리적 소외와 불만을 눈에 보이게 조성하는 아주 악한 환경을 조성하는 건축이다. 이건 홍콩이나 좁은 땅에 궁여지책으로 사용해야 할 건축 방식이고 단절시켜야 할 건축문화다. 5층이상은 높이지 말고 대도록 토지와 접하는 집구조를 가져야 사람과 사회와 나라가 건정하고 강항한 생활을 영위할수 있다.
강물처럼-아무리 최고의 고층빌딩을 짓는다고 무슨 소용있겠는가 건물에 입주할 회사가 있는가 건물의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인적자원도 수입해야할 지경인데 수익성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나태하기 이를데 없는 국민성과 무더운 날씨로 인간이 살아가기엔 결코 알맞는 환경은 아닌 나라다
Cap-5층을 넘지 않는 저층이 즐비해야 살기 좋은 거다. 저란 고층빌딩은 후진국에서 흔한 빈부격차의 상징이지.
eksvnd-뉴욕이나 홍콩 흉내도 못냄 초고층이라고 해봐야 거의 아파트 사람이 많아야 무슨 뉴욕 홍콩처럼 고층건물이 빽빽하기를 하나......돈으로 발라도 두바이도 처음에 시작할때 반짝거렸지 거기도 볼것없음 전부 인공적이고 사막위에 건물뿐 사방이 분쟁지역이라 전쟁터지면 금방사라질건물들이고...어디던 자연스럽게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져야하는데 중동사막에 짓는다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도 아니고...그리고 두바이도 사실상 실패한곳이고..
[리서치뷰] 문 대통령 지지율, 59%.. 20대서 27%p 폭락 이데일리 2.4
리서치뷰 조사서 취임 이후 최저치
"최저임금-암호화폐 논란 등 정책혼선 영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9/20대의 지지율 폭락이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지율 하락은 젊은층과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댓글 7464개
깨비-애쓴다/답글 328/찬성20726/ 비추천1972
loveletter-얘네는 왜 뒷북이지 다시 지지율 회복세로 돌아선지가 언제인데/답글 188/찬성20776/ 비추천3158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63.5%..2.7%p 올라 상승 반전[리얼미터] 2.5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반등해서 한 주간 기준으로 60%대 초중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전국 성인 2천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한 주 전보다 2.7%포인트(p) 오른 63.5%로 집계됐다.
'반갑다 명태야' 독도 인근서 30㎝짜리 한 마리 잡혀 2.5 매일경제
사진설명독도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울릉군 제공=연합뉴스]
2000년 이후 동해서 씨 말라…현상금 50만원 걸 만큼 귀한 어종
5일 울릉군에 따르면 최근 독도 인근 바다에서 어선 D 호가 조업을 위해 쳐둔 그물에 30㎝ 길이 명태 1마리가 잡혔다. 명태는 동해와 북태평양 수온 2∼10℃ 해역에 서식하는 생선이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혀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지만, 2000년 이후 남획, 수온 상승 등 영향으로 자취를 감췄다.
현재 자연산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원을 걸 만큼 귀한 몸이 됐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추진한 정부 차원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로 2016년 6월 등 지느러미에 이름표를 단 어린 명태 1천마리를 강원 속초 앞바다에 방류했다. 지난해 4월 경북 울진군 기성면 앞바다에서 어선 D 호가 수심 100m 지점에 쳐 둔 그물에 55㎝ 크기 명태 한 마리가 잡힌 적이 있다. 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잡힌 명태가 자연산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판결은 사법부 자신에 대한 판결이다” 2.2 미디어오늘
[기고] 이재용 2심 재판부, 1심 변호인과 ‘특별한 관계’… “삼성 앞에 작아지던 사법부 오욕의 역사 이제 끝낼 때 됐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뜨겁다. 박근혜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개개인들의 성향과 활동을 사찰하여 인사에까지 반영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약한 건 이 명단에 오른 판사들을 형사부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가 활용되었다는 소식이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 재판부들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해할 수 없던 재판결과가 이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책임자들은 이 때문에 고발을 당했다.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 신설한 재판부가 있다. 이재용 1심 재판이 막바지이던 지난해 8월 9일에 만들어진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이다. 공교롭게도 이 형사 13부가 지금 이재용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재판부의 판사들이 이재용 변호인과 특별한 관계였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용의 1심 변호를 이끌었던 대표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였다. 재판에서 이재용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귀속말을 주고 받던 변호사이다. 그런데 형사 13부 정형식 부장판사가 하필 송우철 변호사의 대학동기이다. 형사 13부의 배석 판사인 강문경 판사와는 고등학교 동문이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사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빠르게 대표변호사가 교체된다.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침묵하거나 ‘삼성이 변호인단의 진용을 정비하는’ 조치라는 식의 보도를 할 뿐이었다.
이재용 1심 때를 떠올려보면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재용 1심의 첫 번째 판사는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해서 ‘재벌영장 기각전문판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조의연 판사였다. 비난여론이 일자 재판부가 바뀌었고, 바뀐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바뀐 판사의 장인이 최순실의 오랜 지인임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재판부가 바뀌게 된다. 이재용 1심은 이렇게 재판부가 두 번 교체된 후 세 번째 재판부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때의 교훈 때문인지 항소심에서는 삼성이 대표변호사를 재빠르게 교체한 것이다. 언론의 협조적인 분위기 속에 형사 13부는 이재용 재판부로 살아남았고, 이제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목표로 했던 일은 이재용 재판에서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월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는 가운데 대기하던 직원들이 뒤따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사실 사법부는 처음부터 이재용 처벌에 일관되게 미온적이었다.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지 않았어도, 법률가들이 한겨울에 법원 앞에 노숙농성을 차리고 수십 일을 버티지 않았어도 과연 이재용이 구속되었을까? 거리의 분노로 이재용만 구속되었을 뿐 그와 함께 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삼성의 핵심 공범들은 구속되지 않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범죄증명에 꼭 필요했던 통신영장들도 대부분 기각되었다.
삼성 앞에 한 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는 사법부의 모습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2008년 4조 5천억의 불법 비자금이 드러났지만, 이건희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했던 조준웅 특검과 법원이 함께 만든 결과이다. 얼마나 법이 우스웠던지, 당시 면죄부의 논거로 쓰였던 비자금 사회환원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당연히 집행되었어야 할 세금도 정부의 협조 혹은 방관 속에 내지 않았으니 사법부만 탓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다.
삼성 X파일, 노태우 비자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병철의 사카린 밀수사건까지 삼성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였다. 세간에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들은 결코 일회성 범죄가 아니었다.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삼성의 관례이고 재벌총수가 직접 책임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재용이 실형을 받기 전까지 삼성은 단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삼성의 80년 범죄의 역사에는 사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사법부에 주어졌던 몇 번의 기회는 매번 참혹한 결과로 끝났고, 범죄자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법을 농락했던 건 바로 사법부 자신이었다. 다행히 사법부 안팎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법을 무력화하려 했던 이들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분노가 법을 무력화하려했던 시도를 막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월 5일 이재용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다. 국민들이 만들어 준 이 기회조차 걷어찬다면, 사법부는 법을 집행할 자격이 없다. 이 날의 선고는 이재용에 대한 선고이자, 사법부 자신에 대한 선고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상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
이재용,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이유는? 2.5 한겨레
항소심서 ‘경영권 승계작업’ 인정한 원심 뒤집어
“경영권 승계 위해 개별현안 추진됐다는 증거 없어”
결국 제3자 뇌물죄 성립안해 범죄 혐의 대폭 줄어
원심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최대한 진행 계획”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5일 2심 재판에서 기존 5년 실형 선고를 뒤집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핵심 부분은 ‘경영권 승계작업’의 인정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란 목표 위해 개별현안이 추진돼 왔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원심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며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승계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중략)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승계작업을 최대한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며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했다.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항소심은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도 존재할 수 없고, 제3자 뇌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정한 청탁이라는 뼈대 자체를 무너뜨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를 대폭 줄었고, 1심서 유죄로 판결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 등이 무죄로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처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이 성공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현안이 결과적으로 그런(지배력 확보) 효과가 확인되는 것이고, 위 개별 현안들을 통해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한 개별 작업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종합한 ‘승계작업’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항소심까지 유죄가 나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판결과도 배치된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합병 후 법인에 대한 주식 소유비율이 높아지게 됨과 동시에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경영권 승계작업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어 “1990년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부터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라며 “삼성물산 합볍 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문형표 전 장관 등이 항소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황에서, 승계작업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사상 최악의 ‘재벌 봐주기’ 판결로 기록될 것이며, 이는 ‘정치권력 위에 재벌’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2.5 한겨레 사설] 이재용 ‘솜방망이 판결’, 유전무죄 부활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핵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본 1심과 달리,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게 아니라며, 경영권 승계를 청탁했다는 1심 판단을 대부분 뒤집었다.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의 증거능력도 일체 부인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일지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증거법 원칙’이 왜 유독 삼성 사주들에게만 대를 이어 적용되는지, 36억원 횡령·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이 과연 적정한 형량인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국민들에게는 희대의 ‘유전무죄’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최고 정치권력자가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 쪽이 애초부터 주장해온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게 판결 요지다.
그러나 아무 현안이 없는데 대통령이 ‘겁박’한다고 수십억원을 그냥 퍼줬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 민정·정책기획 수석실과 공정거래위,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기관이 총동원돼 합병 성사에 나서고 이 부회장이 이를 위해 직접 공단 간부까지 만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건희 회장 때의 에버랜드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사건 이래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했고 이번 합병도 그 일환이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를 부인한 것은 일반 상식과 한참이나 동떨어진 판단이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는데도 “국민혈세가 동원된 공적자금 투입 등 전형적 정경유착 모습은 보기 어렵다”고 한 표현은 눈을 의심케 한다. “승마 지원에 사용한 돈은 사회공헌 활동 비용의 일환”이라고 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중죄인 36억원 횡령을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실과 겹쳐 보면, 봐주기 위해 작정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상고심에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재용 집유 석방… 되살아난 ‘재벌 3·5 법칙’? 2.5 국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이 대부분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지 5개월여 만이다.
1심 선고 후 ‘재벌 3·5 법칙’(재벌 총수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뒤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풀어주는 것)이 2심에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비슷한 결과가 나온 셈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피고인에게 징역 2년6개월, 박상진 최지성 장충기 피고인에게 징역 2년, 황성수 피고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하면서 모두 집행을 유예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4년, 박상진 최지성 장충기 3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이 정해졌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사실심(事實審)은 마무리됐다. 법률심인 대법원 상고 절차만 남아 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였다. 삼성이 최씨에게 제공한 승마 지원, 영재센터 후원금과 재단 출연금이 뇌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또 이런 뇌물이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한 잣대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은 ‘제3자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단 출연금이 경영권 승계 특혜를 얻고자 건넨 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재단에 출연하라”는 명시적인 요구를 했을 수 있지만,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관심 갖는 대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 정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거였다. 이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형량이 특검 구형인 12년보다 현저히 낮은 5년으로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항소심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인정된다”며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영재센터 후원금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은 뇌물 공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 대상으로의 승계 작업은 그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1심 판결에는 없었던 2014년 9월 12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안가’ 독대 정황을 공소사실에 추가한 바 있다. 1심에서 인정된 두 사람의 독대는 2014년 9월 15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세 차례다. 이 부회장 측은 특히 2014년 9월 15일 독대는 약 5분간 이뤄져 지원 요구 등의 대화가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특검은 안봉근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등을 토대로 같은 달 12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안가’ 독대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2014년 9월 12일 독대 여부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없다. 그걸 기억 못하면 내가 치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후 일각에선 ‘재벌 3·5 법칙’의 재연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서 숫자 3은 ‘징역 3년’ 5는 ‘집행유예 5년’을 뜻한다. 한국 재벌총수들이 법정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실형을 면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이런 말이 나왔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할 때만 가능한데,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2심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3·5 법칙’보다도 약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3·5 법칙’과 비슷한 상황이 됐다.
과거 재벌총수들의 유사한 사례를 보면 2014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배임)이 파기환송심에서, 2009년 이건희 삼성 회장(탈세)이 1심에서, 2008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심 파기환송심에서, 2007년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횡령)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도 다수 회장들이 비슷한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재용 석방이 박근혜 재판에 미칠 영향은? 2.5 프레시안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아니어도 공동정범"
"특검이 기소한 뇌물 298억 원과 비교하면, 공소사실 상당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이 사건은 특검이 규정한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 정치권력과 뒷거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전형적 정경유착 등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 (…)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 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 (…)
피고인으로서는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풀어준 2심 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 1심 법원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봤었다. 반면, 2심 재판을 진행한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선고 공판에서 정반대 판단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했으므로, 삼성은 수동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게다.
2심 법원의 논리라면, 확실히 이 부회장의 죄는 가벼워진다. 요컨대 피해자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구속돼 있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모두 석방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2심 법원의 논리는 지금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심 판결의 "부도덕한 밀착 거래"와 2심의 "겁박". 어느 쪽이 죄가 더 큰가? 전자가 더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겐 2심 판결이 1심보다는 낫다는 말이다. 아울러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돈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큰 변수는 아니라는 설명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라는 사실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일단 2심 법원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했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가 적용된다는 점은 분명히 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공동정범"이라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공동체가 아니어도 공동정범"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교사범, 방조범 등으로 형이 줄어들 여지가 차단됐다.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판결을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여겨진다.
2심 법원은 "대통령이라는 직위의 광범위한 권한에 의하면 삼성그룹의 기업 활동과 대통령 직무는 직·간접적 관계를 맺는다"라고도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역시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에 영향을 준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 측이 주거나 주기로 한 뇌물 액수가 213억 원이라고 봤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 측이 실제로 준 돈은 77억8735만 원이라고 봤다. 이어 1심 법원은 실제로 지급된 돈 가운데 차량 구입대금 명목의 돈을 제외한 72억9427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그리고 2심 법원은 뇌물 액수가 36억3484만 원이라고 봤다. 액수는 꾸준히 줄었지만, '뇌물' 꼬리표는 여전하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죄와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인정된 뇌물액수만으로도 박 전 대통령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이날 일부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다른 측근 사건 재판부에 이런 탄원서를 낸 적은 없다. 유독 이 부회장에 대해서만 선처를 호소한 셈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지만,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까지 벗기기엔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는 정치권력에 비해 경제권력에게 관대했던 사법부의 관행이 여전하다는 설명과도 통한다.
국회 여론조사 "토지공개념 도입해야" 61.8% 2.6 프레시안
국민 3명 중 두명 개헌 찬성...동일임금 동일노동 헌법 명시 67%
국회와 SBS가 공동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개헌 관련 공동여론조사에서 개헌을 할 경우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무려 61.8%를 기록했다. 이는 불로소득 일부 환수, 지대 수익 구조 개혁 등 여당의 양극화 개선 방안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토지 공개념 도입은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주장한 바 있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토지 공개념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다. 토지 공개념은 양극화의 주범으로 토지 소유 및 지대 추구 구조의 불평등을 전제하는 것이다.
토지 공개념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률은 31.0%에 불과했다. 헌법의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인 제 119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52%로 나타났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데에는 응답자의 67.7%가 찬성했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분산해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도를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71.8%를 기록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이 67.9%로 응답자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반대는 14.8%였다. 대통령제는 국민 다수가 선호하는 제도였다.
현행 대통령제 선호도는 37.3%,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 책임지는 혼합형 정부 형태는 49%를 기록했고, 의원내각제는 11.5%를 기록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미국식 4년 중임제가 69.3%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프랑스가 시행 중인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도입에는 67.5%가 찬성했다.
“이재용 2심 판사, 삼성 변호사와 같다” 2.6 프레시안
[현장] ‘삼성 뇌물 사건’ 전원 집행유예 판결, 법원 앞 분노의 기자회견 “정형식 판사, 법 우습게 만들지 말고 물러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의 집행유예 항소심 선고 직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법부는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떤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임을 오늘의 판결로 보여줬다”며 재판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면죄부, 삼성 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직후였다.
반올림 피해자 가족 황상기씨는 “2심 재판부는 판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로 행동을 해 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씨는 “이재용 2심 판사인 정형식 판사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은 처벌을 해야만이 다시 재발하지 않기에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판사란 명칭을 달아줬다”며 “2심 판사는 판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로 행동해왔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오기호 정책국장은 “이것은 모독이다. 정경유착을 막으려 했던 촛불에 대한 모독”이라며 “2심 재판부는 나라를 돈으로 매수하지 못하게 하려고 쏟아져 나온 국민 염원을 모독했다”고 발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판례를 인용하며 “포괄적 뇌물죄는 범죄 구성요건이 간단하다. 이런 판결이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거액을 준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이 없었다?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라며 “대법원에 올라가 전원합의체 판결 심리가 열리게 되면 고등법원 판사는 크게 혼이 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이 범죄금액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류 변호사는 “그럼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재단은 실체도 없는 법인이고, 돈이 최순실 포켓에 들어가는 그런 재단에 수십 수백억원을 준게 대체 무슨 죄로 의율돼야 하냐”라고 반박했다.
204억 원 횡령 무죄에 대해서도 “삼성 계열사 돈이 재단으로 흘러간 것이 분명한 데 이재용 결단으로 횡령이 아니라고 한다”며 “사법부가 삼성 곳간은 이재용 곳간이라고 인정한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정형식 재판부는 더 이상 법을 우습게 만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회견 논평을 읽으며 “박근혜는 탄핵됐지만,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걸러진 판사들이 지금 국정농단 재판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어진 정형식 재판부가 오늘 이재용을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이 노무사는 “특검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은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도 함께 단죄될 것이다. 이재용 처벌 없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발언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유죄여도 감옥은 안 간다"…'재벌불패 공식' 부활? mbc 2.5
앵커 ▶ 이번에는 오늘(5일) 판결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과거를 포함한 맥락 속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재벌들에게 유죄를 판결하면서도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일종의 공식 같은 게 그간 관찰이 돼왔었는데요. 오늘 판결도 그런 의심이 든다는 관점입니다. 박영회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조 5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벌였던 SK그룹 최태원 회장.
286억 원 횡령과 2천8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였던 두산 일가.
1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
466억 원 탈세와 1천500억 원대 배임이 유죄로 인정됐던 삼성 이건희 회장.
범죄 종류도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이상하게도 법원의 판결은 똑같았습니다.
"유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즉 3년의 징역형을 5년간 미룬다.
재벌들은 이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지 않거나, 감옥에 갔다가도 풀려났습니다.
[정몽구/현대차 회장(2007년 집행유예 선고 당시)]
"앞으로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이 넘으면 내릴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유독 대기업 관련 재판에서는 억지로 3년 이하의 형량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최근 들어 수백억대 횡령으로 다시 기소된 SK 최태원 회장이 2년 반 넘게 감옥에 갇혔고, CJ 이재현 회장도 징역형이 확정되는 등 이제 이 공식이 깨졌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십억 원대 뇌물이 인정된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김남근/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기 위해서 경영권 승계 자체의 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든가, 사실관계에서 (법원의) 무리한 판단이 있지 않았나…"
특검은 즉각 상고입장을 밝혀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습니다.
작심하고 이재용 풀어준 법원, 애써 현실 부정하며 삼성에 굴복했다 2.5 민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이 부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도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역시 이날 석방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대폭 감형이 가능했던 건 상식적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승계작업'의 존재를 부정해버린 재판부의 독특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이 부회장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이에 따라 승계작업과 관련한 어떤 이익도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 등에 건넨 뇌물의 대가로 볼 수 있는 이 부회장의 현실적 이익이 있음에도 이를 형식적인 법리로 무시해버린 셈이다.
예컨대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여기서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벌였던 일들을 두고 ‘회사의 이익이지 이 부회장의 이익이 아니’라고 본 셈이다. 결과적으로 ‘지배구조가 명확한 사기업의 이익은 곧 그 총수의 이익이 아니냐’는 당연한 논리가 배척된다.
자연스럽게 ‘승계작업이 매우 포괄적이고 여러 작업이 복합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애써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과 관련한 부분도 무죄로 보고 뇌물 총액을 줄여줬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금을 용역비 명목으로 건넨 36억원에 대한 부분 뿐이다. 다만 마필 구매 대금 등에 대해서는 ‘삼성 소유이므로 뇌물로 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승마지원금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봤다.뇌물로 인정된 승마지원금에 대해서조차 원심이 내세웠던 ‘수동적 뇌물’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여 감형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두 사람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며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처럼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엔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농단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치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별 현안에 대한 삼성의 명시적·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각 혐의에 대한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검이 규정한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 부회장 사건이 정경유착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1심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정경유착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다”며 “정치권력과 뒷거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전형적 정경유착 등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액을 전부 변제한 것도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재용에 징역 2년6개월-집유 4년’ 선고 정형식 부장판사 누구?2.5 동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면서 353일 만에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정형식 부장판사(56, 사법연수원 17기)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심리를 맡은 정 부장판사는 서울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친 정 부장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 원을 선고해 주목받은 바 있다.
특검, '이재용 집유' 맹비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2.5 오마이뉴스
판결 직후 짧은 입장 밝힌 후 저녁 7시경 다시 장문의 입장문 발표
'삼성뇌물죄' 항소심 결과를 두고 박영수특별검사팀(특검)이 재차 반박 입장을 내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특히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사건의 '피해자'로 보고 집행유예로 풀어준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은 5일 오후 7시께 A4용지 3쪽에 달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라는 짧은 상고 의사를 밝힌 지 2시간여 만이다. 특검은 좀 더 상세한 입장에서 재판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논리"
우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특검은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성공에 이를 경우 삼성전자 등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전후 모순되는 판단을 하면서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부정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개별 현안에 대해 원심의 결론만 언급하고 특검의 항소이유서에서 언급한 개별 현안이 인정된다는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라며 "그 외 특검이 항소심에 제출한 증거 및 33회에 걸쳐 제출한 의견서 주장 내용을 철저히 외면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특검은 또 "부정한 청탁의 개별 현안 중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 항소심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의 존재를 부정했다"라며 "이는 안종범이 법정에 나와 수첩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국민연금, 복지부, 공정위, 금융위 압수물 및 관련자 진술 등 수많은 증거를 무시한 채 판단한 채증법칙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죄가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혹평했다. 특검은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재산국외도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특히, 피고인들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의사로 해외로 재산을 보냈다고 판단 근거로 삼은 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평했다.
또한 "법정형이 높은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선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가 사건 본질 왜곡... 상고하겠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안종범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그대로 수첩에 기재했다고 증언했음에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라며 "이런 판단은 대법원 판례(2013도2511)와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국정농단 사건(이화여대 입시 비리, 차은택·안종범 뇌물, 김종·장시호 사건)의 결론과도 상반된다"라고 부연했다.
항소심의 새로운 쟁점이었던 '0차 독대' 존재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라고 결론 낸 것을 두고도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2014년 9월 12일 (이재용-박근혜) 단독면담에 대해 안종범과 안봉근의 증언 외에도 안종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다운로드 기록, 한글 뷰어 등 객관적인 물증이 존재함에도 김건훈 일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단독면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이 끝난 직후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고등법원 앞에서 "삼성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끝으로 특검은 "이재용이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합병 성사, 순환출자 처분 주식 수 경감(1000만 주→500만 주) 등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홍완선 판결에서도 이재용이 배임죄의 수익자임을 명백히 인정했음에도, 이재용이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항소심 판단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라며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낮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경영권 승계에 도움받을 걸 기대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승마지원'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과 이 부회장은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이재용, 정경유착에서 풀려났다”…‘삼성대변지’로 나선 언론 2.6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중동·경제지 등 상당수 언론 “삼성은 피해자” “권력 앞 기업은 약자” 강조…경향 한겨레는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났다. 2심 재판부는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권을 챙긴 게 아니라 권력의 압박에 마지못해 돈을 건넨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삼성이 뇌물의 대가로 경영권 승계 등 이권을 챙긴 정황이 있고, 이 정황을 뒷받침할 관계자들의 기록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중동과 경제신문은 이번 판결이 ‘법리적’으로 옳다고 강조하고 재벌을 피해자로 부각하면서 판결에 힘을 실었다.
다음은 6일 아침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제목이다.
“이재용 풀려났다”(경향신문)
“삼성, 정경유착 모습 없다”(국민일보)
“353일만에...이재용 석방”(동아일보)
“2심의 반전... ‘최고 권력자가 이재용 겁박’”(서울신문)
“이재용 353일 만에 집으로”(세계일보)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서 풀려났다”(조선일보)
“법원 ‘정경유착 없었다’ 이재용 석방”(중앙일보)
“이재용 면죄부... ‘삼성이 겁박당한 뇌물 사건’ 변질”(한겨레)
“‘승계청탁 없었다’ 이재용 353일 만에 자유의 몸”(한국일보)
2심 판결, 무엇이 달랐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바로 석방됐다.
▲ 6일 경향신문 1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역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1심에서 실형을 면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스포츠기획팀장도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모두 1심보다 형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1심 판결과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재판부는 삼성과 최순실 간 정경유착이 있다고 보지 않았고, 삼성의 청탁과 뇌물죄를 거의 인정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차이였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부정청탁이 있다고 봤고 양자간 독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세부 쟁점별로 보면 1심에서는 삼성이 최순실측에 승마지원 명목으로 지원한 돈 중 73억 원이 뇌물로 인정됐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급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승마지원은 36억 원만 유죄로 인정됐으며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사안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순실측에 대한 뇌물공여를 위해 삼성이 그룹사의 자금 298억 원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1심 재판부는 81억 원의 횡령을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절반에 못 미치는 36억 원만 인정했다. 또한 삼성이 최씨가 있는 독일 계좌로 79억 원의 외화를 이동한 데 대해 1심 재판부는 37억 원만 재산국외도피로 인정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일절 인정하지 않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 않고, 이 부회장이 도와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이 부회장 등은 개별 현안 관련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 쪽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직접적으로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겁박’을 당했다고 본 것이다.
조중동·매경·한경 판결 ‘환영’
이날 아침신문의 논조는 크게 갈렸다. 조중동과 양대 경제신문 등 보수신문들은 2심 판결 내용을 나열하며 대부분이 법리에 맞는 판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에서 2심 판결에 대해 “그래도 우리 사회를 받치는 기둥이 아직은 건재하다고 느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이것이 엄격한 법리에 합치하는 판단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최근 삼성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특수한 관계였던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 6일 조선일보 사설.
이들 신문들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포괄적 현안’과 청탁의 대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추론이 가능한 ‘묵시적 청탁’ 등의 표현이 명확하지 않고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죄로 보기 어렵다는 2심 재판부 견해에 동의했다.
동아일보는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묵시적 포괄적 청탁이 있었다고 추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한 데 대해 형사재판의 증거주의를 벗어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고 다른 신문 역시 대동소이한 내용을 언급했다. 한국경제는 1심 재판을 원님재판에 빗대며 2심 재판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법리적 판단이 이뤄진 것처럼 강조했다.
이들 신문은 재벌을 피해자로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애초부터 강요 내지 공갈에 가깝다는 견해가 많았다”면서 “한국 기업인은 대통령 요구를 거절해도 감옥 가고 거절하지 않아도 감옥에 가야 하나”라며 재벌의 뇌물을 불가피한 것으로 묘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경제 역시 “정치권력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수난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들 신문에서는 재벌 기업이 정치권에 돈을 댄 대가로 받아온 특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6일 조선일보 1면.
이번 판결을 내린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보수 진보 상관없이 법리만을 따지는 법조계 원칙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한국경제는 “법리 판단 세밀”을 판사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으로 부각했다.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중앙일보는 “법치주의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사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내린 판결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건강한 사회의 증표”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부각하며 이 부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매일경제는 “삼성 경영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게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 전 부회장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최소한 대면 보고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회사 경영에는 크게 숨통일 트일 것”이라는 삼성 고위관계자의 입장을 부각해 보도했다.
한겨레, 경향 “희대의 유전무죄 판결”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고 비판했고, 한겨레는 “아마도 국민들에게 희대의 유전무죄 판결로 기억될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 6일 한겨레 기사.
이들 신문이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삼성의 뇌물이 대가성이 없이 겁박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대목을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아무 현안이 없는데 대통령이 겁박한다고 수십억원을 그냥 퍼줬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당시 현안이 삼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증거가 없다고 보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청와대 민정, 정책기획수석실과 공정거래위,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기관이 총동원돼 합병성사에 나서고 이 부회장이 이를 위해 직접 공단 간부까지 만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청탁을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정황을 보면 삼성의 이익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수 많은 자료와 증인들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과 메모는 사초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방대하다”고 밝혔다.
두 신문 모두 시민의 상식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경향신문은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그런 증거법 원칙이 왜 유독 삼성 사주들에게만 대를 이어 적용되는지”반문했다.
“대한민국 주류로 진입하다!” 문재인 정부 新권력 ‘전대협’ 시사저널 2.5 1477호
한때 ‘급진 과격 좌경세력’으로 평가받았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정치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대협 세대는 주류가 됐다. 지금은 되레 한국 정치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을 외쳤던 전대협 세대에게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대협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전대협 세대를 만났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핵심 권력으로 부상한 전대협 출신 정치인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영화 《1987》이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민주화 열망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화 물길을 만들었다. 87학번인 문대흥씨(전 강릉대 총학생회장·전대협 5기)는 최근 영화 《1987》을 보며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마지막 부분에서 여자주인공 연희(김태리 분)가 서울시청 앞 광장 버스 위에 올라 거대한 군중을 목도하는 장면에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씨는 “엔딩 곡으로 《그날이 오면》이 잔잔하게 흐르는 순간 ‘우리가 외쳤던 정의를 공감하고 진실과 가치를 공유하는 세상이 드디어 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며 당시 감정을 덤덤히 털어놨다.
1987년 6월 항쟁은 한국 사회는 물론 대학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전대협이 우리 현대사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전대협 이전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은 학내 동아리가 주도하던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전대협이 결성되면서 대학 총학생회라는 합법적 기구를 통해 대중적으로 발전했다. 또 유신헌법 철폐, 노동생존권 보장 등에 국한됐던 의제를 민주정권 수립과 독재정권 타도와 같은 정치·사회 시스템의 전면 교체로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전대협은 학생운동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대학 총학생회 중심의 학생운동은 1983년 전두환 정권의 학원자율화 조치에서 출발한다. 1984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어용조직인 학도호국단이 없어지고 난 뒤, 등장한 것이 총학생회다. 학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대학가는 1985년 4월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과 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련)을 거치면서 조직화를 이뤘다. 이는 전대협을 만든 촉매제 역할을 했다. 1987년 7월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전국 단위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해 8월 대전 충남대에서 전국 95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전대협이 결성됐다.
(왼쪽사진)1989년 6월10일 전대협의 평양축전 참가를 위한 가두 진출을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오른쪽사진)2016년 11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학생운동 대중화 이끈 민주화 세대
‘구국의 강철대오’라는 기치 아래 전대협이 강조한 것은 자주, 민주, 통일이다. 이후 임수경 방북 사건과 같은 굵직한 시국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노선을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갈등을 벌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결과, 전대협은 출범 6년 만에 바통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으로 넘겨주게 된다. 전대협의 퇴장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로 급진적 통일운동 세력의 설 자리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내적으론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군부’라는 타도 대상이 사라져 일반 시민과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전대협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 때다. 당시 김대중 새천년민주당 총재의 추천으로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대협 출신들이 제도권으로 대거 입성한 것은 17대 총선 때다. 이인영·오영식·임종석 등 1·2·3기 의장을 비롯해 12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전대협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전대협 세대에게 전대협 정치인은 양날의 칼이다. 보수언론이 정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는 전대협 정치인에게 늘 커다란 부담거리다.
전대협 정치인을 바라보는 전대협 세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양대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최상명 우석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대협 1기)는 “전대협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할 때는 나름 선명성 때문에 ‘블루오션’과 같았는데 그 이후, 국가보안법 철폐와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도전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의 도전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대협 5기로 활동한 한 전대협 동우회 회원은 “전대협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한민국 사회 개혁을 위한 자기희생인데 그건 사라지고 ‘선민의식’만 남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대협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이 문제가 전대협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전대협 세대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에선 현실이라는 높은 벽 속에 전대협 세대가 흡수됐다는 데 일정부분 공감한다.
그렇다면 30년이 지난 지금, 전대협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해 7월 전대협 동우회 및 전국대학 민주동문회 소속 회원 4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화라는 결실을 만들어낸 집단답게 외교·안보나 경제, 복지 영역에서 전대협 세대는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 설문에 응답한 모든 이가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국가 단위 선거 투표에 100% 참여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응답도 94.1%에 달했다.
1988년 8월14일 연세대 교내에서 열린 8·15 남북학생회담 촉구 전대협 출정식 © 사진=연합뉴스
진보적 정치 색채 여전히 뚜렷
30년이 지난 지금 전대협 세대는 대한민국 주류로 성장했다. 정치권으로 흘러간 사람들은 지도부 일부다. 2004년 9월 시사저널이 전대협 동우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대협 동우회 회원 가운데 40%가 넥타이 부대가 됐다. 15%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계(15%)로 진출한 이들도 상당하다. 2007년 월간 《말》이 전대협 1~3기 출신들의 직업을 분류한 결과, 정치권에 입문한 인사가 33.3%로 가장 많았지만 사업가(20.8%), 일반 직장인(14.6%), 전문직(22.9%)도 꽤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이들은 ‘애국적 사회진출’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 각층으로 흩어져 나갔다. 사회 곳곳에서 시민사회운동이 빠른 시간 내 뿌리내리는 데 자양분 역할을 한 것도 전대협 세대다. 최근 들어선 지방 시민사회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앞서 예로 든 문대흥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문씨는 서울에서의 광고기획사 PD 생활을 정리하고 강원도 동해로 내려가 묵호항 마을 만들기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묵호항과 인근 묵호시장을 생태적 도시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한국 포크음악과 대학 노래패의 정서를 조화시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만 해도 1984년 1집 음반을 냈지만, 1989년에 발매된 2집부터 대중성이 가미되면서 폭발력이 더해졌다.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사계》 《그날이 오면》 등은 모두 2집 앨범에 수록돼 있다. 아울러 한국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은 가수 김광석, 안치환의 음악적 뿌리도 전대협 세대와 연결돼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한 것도 전대협 세대의 특징이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40~50대 중년들의 반란이라고 불렸던 것도 그 중심에 전대협의 시대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전대협 동우회 회원은 “내가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되며 더군다나 그것이 내 자식 세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수많은 생각들이 모여 촛불을 들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송갑석 광주학교 교장(전대협 4기 의장)은 “전대협 세대가 1970년대, 80년대 초반 세대와 다른 점은 군부독재와 싸워 승리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며 이 경험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거대한 에너지로 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숙제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일각에선 사회 양극화에 있어 전대협 세대가 좀 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화려했던 과거는 자신만의 훈장으로 삼고, 전대협의 대중운동 정신을 오늘날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서 날개 단 ‘전대협 세대’
靑 참모·與 의원 등 정치권 요직 다수 차지
집권 후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가 1987년 ‘6월 항쟁’ 정신 위에 서 있음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정부를 탄생시킨 지난해 촛불혁명 역시 6월 항쟁이 30년 만에 피워낸 ‘꽃’으로 표현했다. 그해 6월, 광장에 나가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젊은 주역들은 30년이 흐른 지금 중년이 돼 정치권 요직을 다수 차지하고 있다. 보수정권 10년, 과거 영광에만 머물러 있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현재 청와대와 여권엔 1980~90년대 각 대학 총학생회장이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인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대거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전대협 운동권이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 정권의 ‘전대협 대세론’은 지난해 5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임 실장은 198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자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80년대 말 학생운동을 상징하는 대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내외를 각각 보좌할 제1·2부속비서관을 포함해 민정비서관·춘추관장 등에 전대협 출신들을 잇따라 발탁했다. 지난해 11월엔 공석이던 정무수석 자리에 임 실장과 같은 시기 전대협 핵심 일원으로 활동한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 한병도 전 정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이로써 청와대 구성원 가운데 전대협 간부 출신은 현재 비서관 이상 급에서만 10명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집계된다.
국회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초대 부의장을 맡아 서울 지역 학생집회를 주도했다. 그해 6월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어 원내 사령탑을 지키고 있는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운동권 그룹의 맏형 격으로 불린다.
“정치권은 학생운동 판이 아님을 명심해야”
보수진영에도 한때 전대협에 몸담았던 인물이 간간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1986년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맡아 활동했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1987년 대전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2016년 한 방송에 출연해 “살아오면서 국가관이나 철학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난 민주화운동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 전면에 나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전대협 출신들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다. 전대협 지도부로 활동했던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지금 당내 중진, 청와대 핵심 참모가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전대협 출신’ 혹은 ‘386그룹’으로 한데 묶여 판단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과거 그대들이 무조건적으로 떠받들어지던 학생운동 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과거 문학진 전 의원의 말을 각자가 새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항쟁 3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6월 항쟁의 역사 속에서만 살 수는 없었다. 정말 졸업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트륨 함량 최고 음식 ‘육개장’…동태찌개·돼지갈비찜 順
480개 한식 나트륨 조사 결과…100g당으로는 멸치볶음 최고
한식 메뉴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음식은 육개장(1인분 기준)이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전국 가정․단체급식소․외식 식단 중 한식 메뉴 16종, 총 480개 음식의 나트륨 함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육개장 한 그릇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약 3273mg으로 측정됐다. 다음으로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동태찌개(2930mg), 돼지갈비찜·찜닭(1429mg) 등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량이 2000mg이므로, 육개장 한 그릇을 먹으면 WHO 권장량을 1.6배 이상 초과하는 셈이다.
© 사진=연합뉴스
음식 100g당 나트륨 함량을 측정했을 때는 멸치볶음(1896mg)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우엉․연근조림(820mg)과 양파장아찌(809mg)가 높았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100g당 나트륨 함량은 김치류와 조림류에서 가장 높았고, 1인분 기준 나트륨 함량은 비빔밥, 국․찌개․탕류와 찜류 등 장류를 이용한 음식에서 높았다”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장류․김치류의 저염화가 우선시 돼야 하며, 외식의 국물류 염도를 낮추고, 1인분의 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트륨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ㆍ뇌졸중ㆍ심혈관질환ㆍ신장질환ㆍ위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골다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나트륨을 하루 2400mg 이상(소금 6g) 섭취하는 사람이 2400mg 미만 먹는 사람에 비해 수축기(최고) 혈압이 1.8배, 이완기(최저) 혈압이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전국 땅값 3.88% 상승…10년 만에 최대폭 2.5 농민신문
지방 상승률, 수도권보다 높아
세종 7.02%로 시·도 중 ‘최고’ 충남은 2.98%로 가장 낮아
2017년 전국 땅값이 평균 3.88% 올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세종·부산·제주 등이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지방이 수도권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1월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국 땅값은 평균 3.88% 상승해 2016년 2.7%보다 1.18%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7년 3.89%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도권의 상승률은 3.82%로 평균 아래인 데 비해 지방의 상승률은 3.97%로 수도권보다 높았다. 시·도 가운데서는 세종(7.02%)·부산(6.51%)·제주(5.46%)·대구(4.58%)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대로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충남(2.98%)이었다. 시·군·구 중에서는 부산 해운대구가 9.05%로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부산 수영구(7.76%), 경기 평택시(7.55%), 부산 기장군(7%)이 그 뒤를 이었다.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울산 동구(-1.86%)이며, 이어서 경남 거제시(0.33%), 전북 군산시(1.17%), 경기 연천군(1.5%)·동두천시(1.66%) 순이었다.
땅값이 오른 이유로는 세종의 경우 공공기관 추가 이전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구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등의 개발호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 상황별로는 주거용(4.22%)과 상업용(3.88%)의 상승률이 높았다. 밭(3.63%)과 논(3.49%)도 2016년에 비해 각각 0.94%포인트, 1.15%포인트씩 올랐다.
2017년 토지거래량은 서울 면적의 3.6배에 달하는 331만5000필지(2206.1㎢)로, 2016년에 비해 10.7% 늘었다.
사설]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되살아나는 농산어촌 만들려면 고향세 등 실행방안 마련해야
정부가 1일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목표로 한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선포식에서 정부는 사람·공간·산업 중심의 3대 전략과 9개 과제를 제시했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문재인정부가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비전에는 ‘방방곡곡 생기 도는 공간’이란 전략 아래 ‘매력 있게 되살아나는 농산어촌’이란 과제가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산어촌의 교육·의료·복지·문화 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이 국가균형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 농촌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비전에서 농촌 어디서나 보건·보육 서비스는 30분, 문화·교육 서비스는 60분만에 받고 5분 안에 도달하는 긴급연락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농촌 특화자원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활력 거점을 조성하고, 맞춤형 귀농·귀촌 정책지원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농어촌인구를 2015년보다 1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비전은 본지가 올해 화두로 제기한 지방소멸 경고에 정부가 대응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임이 분명하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의 지역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 3482개 읍·면·동 중 1383개가 앞으로 30년 후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농촌지역이어서 지방소멸은 곧 농촌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이를 시행할 예산을 뒷받침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과 같이 중앙에 쏠린 권한과 현 지방재정 수준으로는 반쪽짜리 비전이 될 공산이 크다.
본지의 제안으로 정부가 2019년 도입을 약속한 고향세는 비전 현실화를 앞당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비전 실행력 제고방안으로 지역발전특별회계 개편, 균형발전총괄지표 개발 등 법령·조직·예산 대책이 나온 만큼 정부는 신속히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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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18.2.1 발표 국가균형발전 비전은 분권·포용·혁신이라는 3대 가치를 담고 있으며, 사람·공간·산업을 중심으로 한 3대 전략과 9대 과제로 이뤄져 있다. ▲안정되고 품격 있는 삶 ▲방방곡곡 생기도는 공간 ▲일자리가 생겨나는 지역 혁신이라는 3대 전략을 통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이어받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을 언급하면서 “분권·포용·혁신의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이 주체가 돼 균형발전을 이끌도록 하겠다”면서 “중앙정부가 주도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산어촌의 교육·의료·복지·문화 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이 국가균형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낙후된 지역에 더 많은 재원 배분을 위해 균형발전 총괄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100원 택시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역교통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귀농·귀촌 1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창업농 맞춤형 정착지원사업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15년 기준 50.5%인 지역(비수도권) 인구 비중이 2022년에도 5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또 농어촌인구 순유입을 2015년(939만명) 대비 10% 이상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회와 협력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이 2월 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안에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등 세부 추진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국가균형발전에 매진하기로 한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방소멸이 더이상 엄살이 아닌 엄중한 현실이 됐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전 국토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인구의 49.5%(2015년 기준), 1000대 기업 본사의 73.6%가 밀집돼 있을 정도로 수도권은 갈수록 과밀화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텅 비어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향후 30년 내 전국 226개 시·군·구 중 37%(85개)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농민신문>은 올해 신년호 특집기사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실상을 낱낱이 보도하고 ‘고향세(고향사랑기부제도)’ 도입 등과 같은 해법까지 제시한 바 있다.
정부도 이러한 위기에 공감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만큼 향후 사람이 돌아오고 활기가 넘치는 지방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앞만 보고 뛰어라” 언론의 낯뜨거운 JY찬사 2.6 미디어오늘
‘이재용=국가경제’ ‘증거없는 특검’ 프레임 반복, 경향·한겨레 ‘유전무죄’ 소수의견… “정경유착 없다” 2심 판결 받아쓰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둘러싼 ‘유전무죄’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언론계는 이와 선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주요경제지 16개 중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를 비판한 언론사는 단 2곳이다. 대다수 언론은 특검이 증거없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고 2심 재판부가 법리와 상식을 바로 세웠다고 평가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0곳과 경제지 6곳의 6일자 사설을 보면 경향신문과 한겨레 2곳만 2심 선고가 삼성 측 변론에 치우친 ‘재벌 봐주기’ 판결이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 6일 경향신문 및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이재용 집행유예는 재벌 봐주기, 납득 못한다’에서 “세계 굴지의 재벌이라도 법과 상식에 통하지 않는 경영을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그에 응당한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솜방망이 판결’, 유전무죄 부활인가’라는 사설을 실은 한겨레는 “이미 언론을 통해 일지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증거법 원칙’이 왜 유독 삼성 사주들에게만 대를 이어 적용되는지, 36억원 횡령·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이 과연 적정한 형량인지도 의문”이라며 “아마도 국민들에게는 희대의 ‘유전무죄’ 판결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미소, 국가 웃음으로” 낯뜨거운 문구
나머지 14개 사설을 종합하면 요지는 크게 △특검 기소에 대한 비판 △여론 재판 규정 △이 부회장 경영 복귀에 대한 기대감 등 3가지로 정리된다.
▲ 6일 매일경제·서울경제·전자신문 사설 제목
경영 복귀 기대감과 관련된 사설로는 ‘이재용 이제는 앞만 보고 뛰어라’(서울경제), ‘삼성의 미소, 국가경제 웃음으로 이어져야’(전자신문), ‘삼성은 심기일전해서 글로벌 정도 경영에 매진하길’(매일경제)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매일경제는 삼성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해 “이 부회장 부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삼성은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서 구경꾼에 머물렀다”면서 “이 부회장 앞에는 이런 비정상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심기일전을 기대한다”고 썼다.
서울경제는 삼성전자에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맞서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되살리고 신수종사업 발굴과 글로벌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며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삼성의 사회적 역할이자 국민이 보내준 성원과 격려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언론사는 같은 날 다른 지면 기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고용·투자 등을 늘려 한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부회장의 석방을 한국경제 활성화에 직접 연결시키는 프레임이다. 구속 중에 지펴진 ‘삼성그룹 위기론’이나 ‘국가경제 위기론’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재벌 총수 1인에 대한 선고 결과와 한국 경제 활성화 사이엔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 대기업 경영은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고 투자·고용 증대는 재판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의사결정이다. 증명된 선례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3년 구속됐고, 이재현 CJ회장이 2014년 징역 4년 선고를 받았으나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체감하기 어려웠다.
“특검이 증거없이 기소했다”는 지적은 14곳 신문 사설에서 동일하게 나왔다. 증거없는 기소는 특검이 법리가 아닌 여론에 의존했다는 논리로 귀결됐다. ‘이재용 집유… 특검 여론수사에 法理로 퇴짜놓은 법원’(동아일보), ‘무리한 起訴와 '1심 여론裁判' 바로잡은 이재용 2審’(문화일보), ‘특검의 ‘누더기 기소’에 제동 건 이재용 2심’(한국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는 특검 수사에 대해 “권력자의 요구에 마지못해 돈을 준 기업을 전형적인 뇌물사건의 부패 기업처럼 취급했다”며 “그렇게 여론몰이를 하면서 한편으로 여론에 끌려다녔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더 나아가 “처음 기소 때부터 가정과 추정, 정황 논리가 공소장을 지배했고, ‘걸리기만 해라’는 식의 무리한 법 적용이 적지 않았다”며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 기소’도, 전(前)근대적 ‘원님 재판’ 논란도 더는 없기 바란다”고 했다.
특검은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관들 업무수첩, 독대 당시 대통령 말씀자료, 청와대와 삼성그룹 관계자 간 통화기록, 피고인 장충기·박상진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 2만 쪽이 넘는 증거를 제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의 경우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대화 기록,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들의 외압 사실 증언 등은 국민연금의 합병 동의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증거가 없다’는 이들 언론의 근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 6일 동아일보·문화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 사설 제목
“정경유착 없다” 판결 ‘복사·붙여넣기’
“정경유착이 아니”라는 항소심 판결 내용은 언론에 그대로 실렸다. 한국경제는 2심 판결이 “‘뇌물공여사건’의 실체를 확인시켜준다”며 “정치권력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수난이 이 사건의 본질이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에서 “이 부회장이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의 겁박을 거부하지 못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2심 판결 요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재계 서열 1위 총수가 최씨와 관련된 기관 4곳에 1년 동안 298억원 상당을 지급한 사실을 대통령 강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법원에는 아직 법과 양식을 우선하는 꼿꼿한 판사들이 있었다. 2심 판사들도 온갖 공격을 당할 것이다”며 “그래도 우리 사회를 받치는 기둥이 아직은 건재하다고 느낀다”고 평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무죄처럼 보도하는 게 우선 왜곡됐고, 국민 감정이 사법부를 개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며 “환희에 찬 일부 표현을 보면 언론이 또 하나의 가족인 것만 같다. 삼성이 모종의 방식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국민들이 결코 모르지 않을 것이란 걸 삼성과 언론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첫 방송에서 ‘장충기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조준희 전 YTN 사장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이재용 판결에 들끓는 여론… 청와대 청원게시판 봇물
판결 결과 놓고 사법부 불신, 국민적 비난으로 확산…청와대 고민, 입장 내놓을 경우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정형식 판사에 대한 파면 및 감사(감찰)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봇물을 이뤘다. 정형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5일과 6일 사이 올라온 건수만 156건(6일 오전 10시 기준)이다.
5일자로 올라온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게시물엔 5만8천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게시물 내용은 “국민의 돈인 국민 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준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의 의지나 확신과 달리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재판관 신상털기를 하여 법으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판결한 양심적 판사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내용도 올라왔지만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판결이 사법부 개혁의 바람으로 불고 있는 형국인데 향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당장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치달으면서 조롱 대상이 되고 있다. 청원 게시물을 보면 “누구는 8000억 국민연금 손해 끼치고 상속받아도 무죄판결 나오는데 저도 아버지 돈 1억 가량 상속 받을거 같은데 상속세 안내도 무죄로 되는 거 맞는 거겠죠?”라며 이재용 부회장 판결을 비꼬는 내용이 올라왔다.
정형식 판사에 대한 특별감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관은 재판 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 등과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면담·접촉할 수 없으며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거나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법관윤리강령을 어겼다고 판단할 경우 사법부 스스로 감찰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의 접촉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특정 재판의 판결 결과를 놓고 감찰을 벌일 수 없다.
청와대의 고민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법부 개혁 문제를 손 놓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법부 개혁은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는 가운데 법원 내부로부터 개혁 방안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
지난달 2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와 관련해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준수하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법원의 재판과 관련하여 일절 연락, 관여,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사법권 독립과 개혁 사이 딜레마에 놓인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문서로 만든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정권과 조율 없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강조한 원론적인 말이지만 사법부 개혁에 대한 정권의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에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지금 국민들은 우리 정치도 또 사법부도 크게 달라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정치를 개혁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담당해야 될 몫인데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면서 개혁에 착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청와대가 적극 나선다면 사법부 독립을 헤친다는 공세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은 이번 이재용 판결을 단순히 비상식적 판결이 아니라 반부패 인사에 대해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수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 혁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언제까지 너희는 불공평한 재판을 하려는가? 언제까지 악인에게 편들려는가?(시편 82:2)”라는 문구를 인용하고 “재판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철저히 유린했다.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밝힌 것이다. 유독 삼성에 대한 법적용에만 봐주기로 일관하는 사법부를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안점검 회의에서 그런 판결이 있었다는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신기루’ 걷히나 2.6경향
ㆍ지난달 2500만원에서 600만원대까지 떨어져
ㆍ신규 자금유입 없어…“질서있는 퇴장” 분석도
비트코인이 6일 한때 60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으로 가상통화 시장으로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없어 금융당국이 의도한 ‘질서 있는 퇴장’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2시 66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검은 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오후 768만원까지 떨어진 후 다시 반등했으나 이날 오전 700만원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이 지난달 초 2500만원까지 올랐음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73% 급락한 것이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가상통화인 리플의 가격 추이는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리플은 280원대였다. 지난 1월4일 4700원을 찍었으나 이날 680원대까지 떨어졌다. 한 달 사이 85% 급락하며 그야말로 수직 낙하했다. 지난 10일 230만원대를 기록했던 이더리움도 이날 6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른 가상통화들도 전날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가상통화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는 연일 발표되는 해외 규제 소식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가상통화는 규제받지 않고 있는 매우 위험한 자산”이라며 “유럽 은행들이 조치를 취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가상통화 가격조작설이 제기됐고 주요 신용카드로 가상통화를 살 수 없게 됐다. 중국은 가상통화와 관련된 모든 웹사이트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가상통화 실명제는 6일(은행 영업일 기준) 동안 실명전환율이 10%를 밑돌고 있다. 실명 전환을 해주고 있는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에서 지난 5일까지 실명 전환이 이뤄진 계좌는 15만5800개였다. 실명 전환을 해야 하는 가상계좌(174만5000개)의 8.9%에 불과하다. 실명 확인을 해야 신규 자금 투입이 가능한데 실명 계좌가 적다는 뜻은 그만큼 신규 자금 유입이 없었다는 뜻이다. 세금 포탈이나 자금세탁 등 범죄에 연루된 계좌가 있어서 실명전환율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 가상통화 거래소 중에는 은행들이 실명 확인 시스템 도입을 주저해 결국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거래소 코인피아는 6일 자정부터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코인피아 측은 “정부 규제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명확하나 은행에서 시스템 안정화 등을 사유로 당분간 (실명제 시스템) 연동 가능성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며 “회원 탈퇴 및 출금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코인플러그는 현재 원화 입금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야랩스도 가상계좌 사용을 중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600만원대는 가상통화 투자 ‘광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해 10월 말 가격”이라며 “거래대금이 줄고 영세한 거래소가 문을 닫는 상황을 보면,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의도한 가상통화의 ‘질서 있는 퇴장’이 시작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성 영화인 10명 중 1명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받았다”2.6 한겨레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조사-
잇단 성폭력 사건에 작년 영진위·여성영화인모임 나서
연출·배우·스태프 등 749명…영화계 최초 실태조사
직접 경험 20% “원치않는 성접촉”, 26% “데이트 강요”
“영화계 성폭력 만연” 피해자들 주장 수치로 첫 입증
프리-프러덕션 단계서 많이 당해…‘갑을 관계 성폭력’
이미지 훼손이나 캐스팅 배제 우려에 문제제기 못해
자료: 영진위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1명이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 당했다는 비율도 20%에 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손잡고 지난해 6~10월까지 영화계 종사자 각 직군 총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영진위는 지난해 영화계 성폭력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자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다. 영화계에서 국비를 들여 공식적인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미투 지겹다” “미쓰리”…성폭력 피해 도 넘은 조롱
성폭력 피해자들이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지만 사이버 공간 일부에선 #미투를 조롱하며 그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대신 얄팍한 조롱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셈이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주로 이용하는 ‘블라인드 앱’에는 지난 1일 #미투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직장인들의 #미투 동참 글이 많았지만, #미투에 대한 조롱 또한 잇따랐다. ‘여자도 국방의무 이행하는 양성평등 사회 만들자, 동의하면 미투’, ‘미투 이딴 거 좀 만들지마, 극페미’ 등 글이 올라오거나, ‘회식 끝나고 호텔 가자고 졸랐던 상사’에 대한 피해자의 고백에 지어낸 이야기라는 의미로 ‘자작나무 활활’, ‘팩트도 없이 그저 쓰는 게 미투냐’ 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예비 법조인도 #미투 조롱에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과 로스쿨 재학·수험생들이 가입하는 커뮤니티 ‘로이너스’엔 ‘모든 남자화장실에 들어오는 청소 아줌마들이 강제추행으로 처벌받길 원한다. 미투’, ‘지겹다 #미투, 지친다 #미쓰리’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서지현 검사의 방송 인터뷰 장면을 눈 부분만 모자이크해 올리고 ‘범죄 신고는 112, 8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경찰은 3분 거리에 있습니다’라는 글귀를 올려놓기도 했다. 서 검사가 8년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략한 채 ‘왜 빨리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피해자를 탓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트위터 사용자 ‘Seol―##’은 트위터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한 남자 손님이 ‘저는 이걸로 주세요’라고 말하자 다른 일행이 ‘미투’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행인이 낄낄대며 ‘요즘 미투는 그런 뜻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Seol―##’은 “여성들에겐 너무 간절하고 절실한 안전이 일부 남성들에겐 그저 농담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조롱’ 문화가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희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선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피해자들에 공감 아닌 조롱을 보내며 자신의 강자성을 드러내는 글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그동안 어떻게 대해왔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을 대하는 ‘두 개의 눈’
조선일보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
한국경제는 “특검의 ‘누더기 기소’에 제동 건 이재용 2심 재판”
진보언론은 “유전무죄 부활”, “재벌 봐주기” 재판부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형식 판사의 눈길 끄는 혼맥 2.6 국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공판을 맡은 정형식(57·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과 혼맥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정 판사의 아내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종사촌이다. 김 의원은 5일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이 끝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축! 삼성 이재용 석방. 2심에서 대부분 무죄, 나머지는 집행유예 선고.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동안 정말 죄도 없이 고생했는데 오늘은 모처럼 집밥 먹게 됐군요”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또한 자유선진당 박선영 전 국회의원은 정 판사의 처형이기도 하다. 박 의원의 남편인 민일영 전 대법관과는 동서지간사이가 된다. 정 판사의 혼맥 관계가 알려지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논란에 둘러쌓여있는 정 판사를 형사 13부에 임명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법원행정처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임관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행정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평소 온화하고 점잖은 성격으로 알려진 정 판사는 재판에서는 법리 판단 등이 세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판사는 앞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회지도층의 뇌물 재판을 맡기도 했다.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여만원을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4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총 4000만원을 수수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석현 민주당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원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정 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항소심 형사사건이 늘자 지난해 8월 새로 신설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의 재판장에 부임했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4개월 동안 재판을 이끌었다.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공판에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부분을 대거 파기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최영미 시인이 고발한 ‘괴물’ En선생은…한국문학계 대표 고은 선생 2.7 헤럴드경제
시인 최영미가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밝힌 가해자 ‘En선생’의 정체를 놓고 온라인 공간이 시끄럽다. 바로 그가 성추행의 당사자로 지목한 이가 바로 한국 시인의 대표적인 거목이기 때문이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의 겨울 특집호에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해 더욱 화제가 된바 있다.
이 시에서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이라며 침묵하는 문학계를 비판했다. 이어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라는 구절이 등장하는 데 여기서 등장하는 ‘노털상’은 노벨상을 뜻하는 은어다.
최영미 (오른쪽)시인이 문학계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가해자 지목된 시인 고은 선생. [사진=연합뉴스]
국내 문학계에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고은과 황석영 두 사람이 있다. 이중 시은으로는 고은 시인이 유일하다. 최영미 시인의 30년 선배이기도 한 고은 시인은 1933년 생으로 영문 이름 표기가 ‘Ko Un’이다. 하지만 명예훼손죄를 피하기 위해 ‘En선생’으로 지칭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고은 시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해명했다.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은 “그 문인이 제가 처음 시를 쓸 때 떠올린 분이 맞다면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법이다.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것을 목격했고, 저도 피해를 봤다”며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들리는 바 나의 귀를 의심하느리 어리석은 백성 거짓과 참을 묻소 그런 추행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저 강아지조차 고은(高恩) 선생 비웃소”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구나! 그 은이라니! 몸집이 너무 커져버린 가짜 영웅이라니! 참 난감하구나! 여러분야에서!” 등 질책과 함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일팀 반대했던 2030 목소리, 새겨야 하는 이유 2.7 프레시안
[한반도 브리핑] 변화된 현실에 맞는 유연한 대북정책 펼쳐야
평창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참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의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평창발 한반도 평화를 마련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정세 관리를 통해 장차 북핵 문제와 관련한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의 첫 단추를 만들어보자는 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프로젝트다.
단순히 북한 선수단의 참가로 머물지 않고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 마식령스키장에서의 남북 합동 훈련 및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의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바로 평창을 입구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진전이라는 출구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 분위기를 모태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지렛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한다면 향후 북미 간 핵 협상을 견인할 수 있다는 구상인 셈이다.
결국 평창 프로젝트의 시작은 북한의 평창 참가이지만 이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되어야 향후 북미협상이라는 기회의 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평창발 남북관계 개선 시도가 일단 초반이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난항을 겪고 있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남북이 합동 공연하고 단일팀을 구성하고 북한 예술단이 오면 쉽사리 남북교류와 화해협력에 대한 국민적 분위기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자책했고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잘못으로 단일팀 구성 논란이 거론되고 있다. 예상보다 냉랭한 분위기는 비단 남쪽만 놀란 게 아닌 듯하다. 북한이 예정되었던 금강산에서의 남북합동공연을 갑자기 취소한 배경에도 아마 한국의 차분한 분위기가 고려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올림픽이 본격 진행되고 남북의 접촉과 교류가 활발해지면 과거와 같은 활발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북의 각종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의 국민여론이 남북화해에 열광하는 분위기로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저자세와 지나친 환대 논란 등 과거와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문화공연 및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해 싸늘한 시선이 부각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창 프로젝트가 남북의 교류와 이벤트만으로 2030을 비롯한 국민들의 대북인식이 순식간에 바뀌고 과거의 화해협력에 열광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된 현실을 모르고 과거의 기대만으로 남북관계를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2030이 들뜬 기대보다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2030이 남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는 공정과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접근이 옳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당당히 공부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좌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들에게 가장 혐오스런 것은 바로 금수저와 갑질 부류다. 실력도 없이 부모 잘 만난 이유로 정규직을 꿰차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면서 갑질만 일삼는 특정 일부 계층에 대한 반감이 우리 젊은이들의 분노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김정은은 화해의 대상이거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부모 잘 만나서 떵떵거리고 사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다. 그것도 핵무기까지 손에 쥐고서 남쪽에 큰소리치는 핵 수저이자 슈퍼 갑질의 대명사다.
핵 실험하고 미사일 쏘아올리고 남쪽을 상대로 막말이나 일삼던 김정은이 어느날 갑자기 평창에 참가한다고 해서 예술단장을 칙사 대접하고 비용을 대주고 특별 배려로 올림픽 출전권을 주고 단일팀을 만들어 수년 간 고생해온 한국 선수의 출전 기회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은 도저히 수긍하기 힘들다.
2030 젊은이들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추억보다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과 연이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부정적 기억이 훨씬 강렬하다. 갑질과 금수저도 모자라 핵수저 김정은의 남쪽에 대한 슈퍼 갑질을 남북 화해와 관계 개선이라는 당위성으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2030 젊은이들은 민족 담론이라는 거대 담론에 익숙치도 않고 친화적이지도 않다.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2030에게 민족화해와 같은 담론과 당위성은 오히려 꼰대와 아재의 고지식한 잔소리로 들린다.
보수진영의 이른바 종북 프레임과 빨갱이 낙인찍기에 대해서도 가장 강력하게 거부하고 그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에게 화해협력의 당위성과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주의 담론은 종북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탐탁지 않은 기득권 기성세대의 강요로 들린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적 지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핵 현실의 변화와 이에 따른 국민 여론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평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이를 통해 북미협상을 견인한다는 로드맵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하나도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화해 진전으로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없다.
이미 김정은은 당규약과 헌법과 법률에 핵 보유를 명시하고 있고 국가 핵 무력의 완성을 공언했다. 김정은의 협상은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한 협상일 뿐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6자회담이 진행되던 시기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의 유훈이라 인정하고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협상에 나섰다.
2030을 비롯해서 적잖은 국민들이 단일팀 구성과 예술단 교류뿐 아니라 한반도기 공동입장마저도 마뜩잖게 생각하는 배경도 바로 변화된 북핵 현실과 변하지 않는 김정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평창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려면 엄연히 달라진 이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방식대로 교류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를 견인한다는 구상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도 햇볕정책의 지지자이지만, 지금의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고 엄중한 한반도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본다면 '남북관계를 통한 북핵 해결 견인'이라는 과거 햇볕의 기대와 공식은 지금 상황에서 여의치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이 변화했음에도 과거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변화된 현실에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jiuxiang -김교수 생각이 변한 건지 세월이 변한 건지..."김정은이 하나도 변화하지 않는 상테에서..."라고 조건절을 붙이는 김교수 논리가 상대의 굴복, 아니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면 행동대행동 이라는 단순한 문제해결의 원리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착착합니다.
별콩 -비공감
나무로만 -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너무 낮게 평가하시는 교수님일 세.. ㅋ
류근 “고은 시인 성추행,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 국민일보 2.7
문단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류근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고 말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을 직접 언급했다.
류 시인은 6일 오후 11시31분 페이스북에 “몰랐다고?”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영미 시인이 지난 가을 모 문예지의 페미니즘 특집에 청탁받아 쓴 시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류 시인은 “놀랍고 지겹다”면서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뜨리듯 물타기에 이용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고 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고 시인의 성추행이 있었지만 문단이 이를 쉬쉬했다고 비판했다. 류 시인은 “솔직히 말해보자”며 “소위 ‘문단’ 근처에라도 기웃거린 내 또래 이상의 문인 가운데 고은 시인의 기행과 비행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이어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그의 손길을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하다고 키득거린 이들은 또 얼마나 되나”라고 꼬집었다.
류 시인은 ‘문학 권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암울했던 시대에 그(고은 시인)가 발휘했던 문학적 성취와 투쟁의 업적은 여기서 내려놓고 이야기해야겠지”라면서도 “그의 온갖 비도덕적 스캔들을 다 감싸 안으며 오늘날 그를 우리나라 문학의 대표로, 한국문학의 상징으로 옹립하고 우상화한 사람들은 지금 무엇 하고 있냐”고 지적했다.
“그들이 때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고은 시인을 떠밀어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옹립’해 놓고 뒤에서 도대체 어떤 더럽고 알량한 ‘문학 권력’을 구가해 왔나”라고 덧붙였다. 또 “위선과 비겁은 문학의 언어가 아니다. 최영미 시인의 새삼스럽지도 않은 고발에 편승해 다시 이빨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인·언론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모른 척한 이들은 다 공범이고 주범”이라고도 했다.
최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한국판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 시인이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도 재조명됐다.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꽃뱀에게 넘어갔다는 남자들 2.7 한국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여검사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민들이 하나같이 이 사건에 공분하는데도, 분뇨에 절은 검사들은 똥통에서 헤어 나올 낌새가 전혀 아니다.
“문제 제기 방식이 잘못됐다”느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느니, “이제 와서 왜 그러냐”’느니 하는 정도는 약과고, 피해자의 업무 능력과 성격을 거론하면서 폭로 동기를 불순하게 보는 검사들이 있다. 그나마 서 검사는 검찰청 동료로부터 ‘꽃뱀’이라는 누명만은 덮어 쓰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검사와 같은 특별한 신분을 획득하지 못한 ‘빽’ 없고 힘없는 여성들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신고를 하고 나서 거의 반드시 ‘꽃뱀’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성 관련 피해를 고소하거나 폭로한 여성에게 붙여지는 이 주홍글씨는 딱히 한국에서만 이루어지는 악행이 아니다. 조디 래피얼의 ‘강간은 강간이다’(글항아리, 2017)에 나오는 한 사건을 보자.
2011년 5월 14일 낮 12시, 맨해튼에 있는 최고급 호텔 특실에 투숙했던 쉰네 살의 프랑스 남자가 객실 청소를 하러 들어온 서른두 살의 여청소원 나피사투 디알로를 강제로 덮쳤다. 7~9분 동안의 성폭행이 끝나자 디알로는 호텔 경비원에게 이 일을 알렸고, 뉴욕 경찰은 이튿날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막 유럽으로 이륙하려는 에어 프랑스 기내에서 이 남자를 체포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 총재이자 프랑스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었다. 이 극적인 사건은 열흘 동안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은 명백히 강간임을 증명했지만, 칸은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칸을 옹호하는 프랑스의 유명 인사들은 언론을 통해 ‘청소원을 믿느냐? 경제학자를 믿느냐?’를 양자택일하라면서, 디알로를 꽃뱀으로 몰아 붙였다. 실제로 기니에서 미국으로 망명을 한 디알로는 망명 신청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기니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 데다가, 마약거래와 돈세탁 등의 범죄에 연루된 남자들을 알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신고를 하기 전에 갖추고 있어야 할 엄격한 자격을 암시해 준다. 피해 여성은 어린 시절 궁핍하게 자랐거나 불우한 추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기ㆍ절도ㆍ거짓말 하는 버릇이 있어서도 안 되고, 전과를 가진 남자 친구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피해 여성 자신은 물론 가족 가운데 누구라도 신용카드가 정지되었거나 빚이 있어도 안 되며, 현재 우울증 약을 먹고 있어도 안 된다. 이 가혹한 자격을 모두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란다.
남성들은 유사 이래 어떤 강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강간 부정 논리’를 꾸준히 개발해 왔고, 칸 사건은 강간 부정 논리의 온갖 요소를 집대성해 보여주었다. 칸처럼 유명 인물은 강간범이 될 수 없다는 희극적 변호는,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스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면 강간범이 아니라는 강간 부정론자의 억견(臆見)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긍정적 역설을 낳았다. “최근 전례 없이 쏟아진 유명인 관련 사건은 결과적으로 강간 신고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이제 대중은 매우 능력 있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알려진 공무원도 여성에게 추근거리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꽃뱀 프레임’은 ‘유혹 하는 사람=악’ ‘유혹 당하는 사람=피해자’라는 등식 위에서 작동한다. 저 프레임을 낙후시키려면 유혹에 대한 선입견을 새로 정의하고 전복해야 한다. 이슬람권에서는 강간을 저지른 남자를 방면하고, 도리어 강간당한 여자를 남자를 유혹한 죄로 엄벌한다. 이처럼 전통(전근대) 사회가 유혹을 악으로 간주하는 반면, 현대 사회는 유혹을 나쁘거나 더럽게 보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는 일찌감치 징치되고 금지되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유혹하는 능력을 선으로 보는 동시에, 그것에 대응하는 것을 지혜이자 자기 책임으로 본다. 유혹에 넘어간 주제에 꽃뱀을 정죄하는 남자들은 어리석고 무책임한 아이나 같다. /장정일 소설가
법원, 정형식 후폭풍에 휘말리다 27 미디어오늘
정 판사 <조선>과 이례적 언론 인터뷰...현직 부장판사 "판결 동의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1심 판결의 핵심인 '정경유착'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정형식 판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이례적으로 정 판사 본인이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으나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정 판사는 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법리(法理)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었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맡은 정 판사는 1심이 인정한 '묵시적 청탁'을 뒤집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었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론에 대해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 생각이 정리되면 판결에 대해 담담히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친인척 관계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판사의 아내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종사촌이다. 또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정형식 판사 아내의 언니다. 박선영 전 의원의 남편이 민일영 전 대법관이므로 정형식 판사와 민일영 전 대법관은 동서지간이 된다.
정 판사는 그러나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친인척 관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 이것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는 건 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원장 출신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정형식 판사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정치 성향 문제로 인한 제척 사유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라는 곳이 왜 있느냐. 법원행정처에서 이런 사실들(정 판사 친인척 관계 등)을 걸러서, 이것이 어떤 구설수에 오르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정 판사를 형사13부에 임명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제척 사유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의 논란, 또 이해충돌과 관련이 있느냐의, 이런 논란이 있는 사람을 여기 판사에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예를 들면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을 주도하려고 했던 변호사가 정형식 재판관과 대학교 동기라고 해서 사임하지 않았느냐.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해서"라고 지적하며 "그런데 (친인척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원행정처는 뭐 했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형사 13부가 이재용 재판 1심이 주어질 그 무렵에 신설된 부서"라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새로 만든 거다. 그리고 형사 13부를 만들고 이 부회장 재판을 이 부서에 배당하고 여기에 정형식 판사를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뿐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6일 오후 자신의 SNS에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김 판사의 소신 있는 발언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특검 외에도 검찰 역시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재판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으로나 상식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반드시 시정될 것이라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선 모두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인정해 판결에 중요하게 반영해왔다"며 "예를 들어 김종·장시호 판결이나 문형표·홍완선 판결이 있는데, (이재용)항소심 판결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합리적 근거 없이 그냥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번 양보해 (뇌물공여)36억 원만으로도 절대 집행유예가 나올 사건이 아니"라며 "장시호가 2년 실형, 차은택이 21억 원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장시호·차은택 보다 이재용·장충기가 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책임이 적은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라온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게시 이틀 만인 7일 오후 4시 현재 18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외에도 정 판사를 파면하거나 특별 감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1000여 건 올라왔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에 반발하며 서울고법 정문에 개 사료를 뿌린 이도 있었다. 환경운동가 박성수씨는 6일 오후 자신의 SNS에 '이재용 풀어준 판사 개 사료형 집행'이라는 글과 함께 법원에 개 사료를 뿌리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재용을 풀어준 재판부는 살인 강도보다 더 악질적"이라며 "이재용이 제공한 것이 뇌물이 아니고, 청탁이 아니면 도대체 이 세상에 처벌받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유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정형식 판사에 쏟아지는 비판, 조선은 “법원을 향한 저주” 2.8
검찰도 비판한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 조선일보는 “법리 지킨 것”
검찰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판단에 대해 “법리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며, 반드시 시정될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본안 판결에 대한 검찰의 공개적 반발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며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비판했다. 한 차장은 “항소심 판결은 김종이나 장시호, 문형표 등 다른 ‘국정농단’ 판결에서는 모두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인정해서 판결에 중요하게 반영해온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다른 재판부와 달리 합리적 근거 없이 무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종범 수첩에는 이재용-박근혜 독대에서 승계와 관련된 청탁 내용, 최순실을 통한 승마 관련 전달 사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수첩의 정확도는 다른 사건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고 밝혔다
▲ 8일 한겨레 1면.
한 차장은 “판결문을 보면, (이 부회장이) 20억원짜리 (말) 비타나나 7억원짜리 라오싱을 (최순실씨에게) 사준 건 판단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이재용 승계작업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도 수감되어 있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는 판결문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재용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것들은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날 검찰이 비판한 이재용 판결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오히려 2심 재판부 판결을 비판하는 이들을 저주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고 나섰다.
▲ 8일 조선일보 11면.
조선일보는 11면 ‘갈 데까지 갔다, 법원 향한 저주’ 기사와 사설에서 이재용 재판을 비판하는 이들이 법원을 향해 “저주를 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과 법원 공무원이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비판적으로 인용한 뒤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3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전삼현 숭실대 교수 말을 전했다.
▲ 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은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죄를 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희생양으로 이용한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며 “법률과 양심이라면 이 무리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판사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미 독립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사법 제도 자체의 위기”라고 글을 끝마쳤다. 이재용 재판 결과가 ‘유전무죄’라는 여론과 함께 검찰까지 이례적으로 비판에 나섰음에도 조선일보는 오히려 이런 여론을 비판하고 있다.
3백만원 뇌물공여도 실형… 정형식 판사 ‘재벌 봐주기’ 논란
[삼성 재판 2심 선고 논란 ①] 요구형 뇌물 사건, 실형 선고 수두룩… 2심 재판부 ‘대통령 겁박’ 논리 흔들
‘삼성 뇌물 사건’ 2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제공을 강요받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법원은 요구형 뇌물공여 사범들에게 꾸준히 실형을 선고해왔다. 2심 재판부가 ‘재벌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부산고등법원은 고 오근섭 전 양산시장의 요구로 재단법인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 후원금 등 5억7500만원에 상당하는 뇌물을 공여한 공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골프장 대표이사였던 공씨는 골프장 건립 인·허가와 관련된 각종 편의를 청탁했다.
울산지방법원은 2013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 과장 등에게 91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납품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수원 직원들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하면서도 뇌물공여 사범에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2월 청주시 기업지원과장의 요구로 6억 여 원을 뇌물로 공여한 최아무개 전 KT&G 부동산사업단 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최 전 단장은 뇌물 지급과 함께 청주시 공무원에게 청주시 KT&G 소유의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해 달라고 청탁했다.
지난 2017년엔 함안군수 비서실장에게 2억 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한 장례식장 운영자 오아무개씨가 창원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 사건 또한 뇌물수수자가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건으로, 오씨는 비서실장 측에 자신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함안군 장학재단이 매입할 수 있게 힘써달라고 청탁했다.
위 뇌물공여 사범들은 이 부회장의 범죄에 비해 뇌물 규모도 작고 사회적 지위 및 영향력 수준도 이 부회장보다 상당히 낮다. 재판부는 이들이 뇌물수수자로부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뇌물을 제공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공무원에게 ‘3백만원’을 지급한 밀수업자가 징역 6월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부산고법은 2011년 관세청 7급 공무원에게 통관편의를 청탁하며 3백만원을 지급한 밀수업자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뇌물 수수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는 뇌물은 아니지만, 뇌물 규모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뇌물 수수자 또한 대통령과 현격한 지위 차이가 나는 7급 공무원이다.
지난해 12월엔 회사 자금 10억 여 원을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이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직원은 2016~2017년 동안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삼성물산 직원 출자금 중 10억4천만원 가량을 임의로 빼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범행수단과 방법이 계획적이고 △횡령 금액이 약 10억 원으로 거액이며 △단기간 내에 거액을 횡령한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2심 재판부(정형식 부장판사)가 확정한 이 부회장 뇌물 공여액 및 횡령금액은 36억 여 원이다. 모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지급됐다. 2심은 뇌물 공여를 합법적 계약으로 가장한 범죄수익은닉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 총수 후계자이고 뇌물수수 혐의자는 대통령이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일 입장자료를 내 “집행유예 사유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집행유예로 석방하고 다른 뇌물공여 사건 양형과도 맞지 않는 부당하게 가벼운 양형”이라며 대법원 상고 의지를 밝혔다.
‘미투’가 명예훼손?… 여성들의 ‘말하기’ 막지 말라 2.8 여성
미투’ 운동 확산되며 피해 밝히는 여성 느는데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죄로 고소 당할 수 있어
법 조항 폐지 요구 봇물
“나도 당했다”며 성폭력 피해 경험을 드러내는 ‘미투’(Metoo)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지만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 조항이 여성들의 ‘말하기’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해자의 언행이 사실이라도 해도 피해자가 이를 공개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오히려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어렵사리 입을 열어도 오히려 피의자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달 간 국제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 캠페인이 일파만파 확산됐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투 운동보다 앞서 2016년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를 주도한 여성문화예술연합 소속 이성미씨는 한국에서 피해자의 말하기 확산의 걸림돌로 고소 남발을 꼽는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를 즉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며 대응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말할 권리 자체를 박탈하고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 추세처럼 국내에서도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씨는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말하기 운동이 2016년 10월부터 시작됐으나 2017년 1월 보복성 고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피해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크게 겁을 먹고 숨거나 잠적한 상태”라며 “용감하게 고발하고 폭로를 한 후 재판 의지를 갖기 전에 고소가 들어오니 방어에 급급하다. 불기소처분이 나더라도 위축돼서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란, 형법상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진실을 말한 피해자 역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서지현 검사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해서 다퉈볼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외 상황은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내용이고 사실을 확인하려고 충분히 노력을 했다, 이런 점들을 입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소부터 당하고, 공익 여부가 재판으로 가려지기 때문에 피해자는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세계 많은 나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폐지 논의가 진행중이다. 미국의 경우 1964년 명예훼손 처벌법을 위헌처분한 ‘개리슨 대 루이지애나’(Garrison v. Louisiana) 사건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많은 주들의 명예훼손 처벌조항이 위헌 처분되거나 주 의회에 의해 자발적으로 폐기되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월드뱅크, 유럽의회의 사무총장 등의 여러 국제기구도 세계 각국의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촉구한바 있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에선 명예훼손죄는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폐기했다.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해 정부는 2019년까지 해당 조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관계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은 역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돼왔다. 20대 국회에서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9월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금 의원은 법 개정안 제안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인해 정부의 정책, 공직 비리 등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제시·비판·여론형성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면서 “실제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면 보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하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오해를 받기도 한다”면서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지만, 변호사들 역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해 상당수가 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영미 ‘괴물’ 게재 ‘황해문화’ 전성원 “만장일치로 결정…2.8 경향
한국 사회 가장 필요한 이슈는 페미니즘”
원로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의 ‘괴물’을 게재한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이 원고 청탁 과정과 ‘괴물’ 파문, ‘페미니즘과 젠더’ 특집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성원 편집장은 “최영미 선생님께 청탁한 것은 9월 10일의 일이었고, 원고 청탁서를 보낼 때 (필자 전원에게) 특집이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최영미 시인은 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낼 때 게재 여부를 반신반의했다고 했다. 전 편징장은 “최영미 선생의 작품을 받았을 때, 이것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의 게재 여부를 전체 편집위원이 참여한 편집회의에 안건으로 올렸고, 작품을 읽은 편집위원들은 이번호에서 ‘황해문화’가 지향하는 바는 물론, 그간 ‘황해문화’가 걸어온 길에 비추어 이 작품을 우리가 게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만장일치로 게재를 결정했다”고 썼다.
전 편집장은 지난 겨울호의 ‘페미니즘과 젠더’를 특집 주제를 두고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아픈 곳에 거처하는 이들의 삶이 개선되어야만 우리 사회의 일상이 민주화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그런 생각과 마음으로 이번 기획을 했다”고 했다.
전 편집장은 “(2017년 촛불 이후) 비어있는 미처 채우지 못한 ‘일상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목소리가 곧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분단모순과 계급모순이란 거대한 이슈에 묻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비민주주의, 권위주의 행태와 싸우는 투쟁이 페미니즘”이라고 했다.
전 편집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약한 자들이 누구인지 한 번 살펴보라. 어째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여성의 목소리로 발화하는지 한 번 살펴보라”고도 썼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으로 “황해문화”의 ‘용기’와 ‘기획력’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용기? 기획력?’
우리에게 그런 것이 있었을 것이다.
보통의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을...
이 일을 통해(시인 최영미 선생님의 용기있는 작품 덕분에) “황해문화”가 대중에게 좀 더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야말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지만, 고백하건대 이것은 좋든 나쁘든 하나의 ‘운’에 불과한 일이다.
언젠가 길게 이야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으나,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나는 이것이 돌출된 사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왔고, 만들고 있는 잡지의 특성에 기인하는 지점이 사람들에게 보였으면 좋겠다. 2017년 겨울호 특집 “젠더전쟁”은 지난 2016년 봄부터 기획했다. 김명인 편집주간님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와 같은 특집 기획을 이끌었고, 여러 차례 기획에 나섰으나 번번이 틀어졌다.
솔직히 말하건대, 페미니즘과 젠더라는 예민한 이슈를 준비하기에 우리 모두 역량의 한계, 다시 말해 공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결국, 우리는 편집위원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한 백원담 선생님 덕분에 편집진 외부에 있는 연세대 김현미 교수님에게 전체적인 기획방향과 청탁과 관련하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아직 우리 사회에 매우 낯선 이슈다. 오늘도 몇몇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것이 방송이 될지 아닐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말한, 내가 중요하게 여겨서 말한 부분이 다뤄질지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고작 절차적 민주화에 만족했다.
정치권력과 시민권력은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는 일에 등한했고,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의 요구,
1989년 전교조, 중고교생의 교육민주화 요구 등을 무시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김대중, 노무현 신자유주의 정부를 거쳐,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의 퇴보를 경험했다.
2017년 촛불이 있었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비어있는 미처 채우지 못한 ‘일상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목소리가 곧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분단모순과 계급모순이란 거대한 이슈에 묻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비민주주의, 권위주의 행태와 싸우는 투쟁이 페미니즘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약한 자들이 누구인지 한 번 살펴보라. 어째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여성의 목소리로 발화하는지 한 번 살펴보라.
그들의 어투가 어째서 여성적인가?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 만나는 동료노동자들이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아픈 곳에 거처하는 이들의 삶이 개선되어야만 우리 사회의 일상이 민주화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그런 생각과 마음으로 이번 기획을 했다.
그 공부를 하느라 2016년부터 준비하고 토론하고, 변화지점과 이슈들을 살피며 2017년 겨울호 기획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봄부터 준비했고, 2017년 겨울호 기획으로 나왔으니 실제로는 준비기간만 거의 1년 반을 들인 셈이다. 내가 말한 저 부분이 ‘페미니즘’의 전체상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말할 수도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황해문화”의 특출한 용기나 기획력 같은 것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봐야, 고작해야 우리는 책상에 앉아서 기획하고, 책상에 앉아서 타이핑하고, 책상에 앉아서 목소리를 담고, 잡지를 만든다. 기획은 우리가 하지만, 청탁은 우리 편집부가 하지만, 실제의 많은 몫이 저자들의 옥고 덕분에 이루어진다. 강단 지식인의 의미있는 담론도 있지만, 황해문화는 현장활동가들, 실무자들의 원고를 발굴해서 게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고 유통시킬 수 있는 잡지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용기나 기획력을 묻는 것은 어쩌면 의미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 곧 통권 100호를 맞이하는 잡지에게 그런 것을 묻는 일 자체가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덜 알려져있었고,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마 아시리라.
우리는 아무도 게재하지 않겠다고 해서 기사화되기도 했던 작가 김성동 선생의 소설을 누구보다 먼저 게재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의 상처와 희망 - 황해문화50호가 이땅의 50인에게 묻는다”와 같이 계간지로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기획을 두 차례나 했다. 또한 편집과정상 발생한 원고누락 사고에 대해서도 정기구독자들에게 전량을 재인쇄하여 우송하는 잡지이기도 하다.
최영미 선생님께 청탁한 것은 9월 10일의 일이었고, 우리는 매우 이례적으로 이번 2017년 겨울호(통권97호)의 경우, 특집 필자와 창작 코너의 시, 소설, 포토에세이(사진)의 필자 전원을 여성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이들 필자 전원은 물론, “황해문화”의 고정필자들인 ‘문화비평’ 필자들에게도 원고청탁서를 보낼 때, 이번호 우리 특집이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라는 사실을 알렸다. 창작의 경우, 편집진이 주제를 지정하거나 알렸던 경우는 통권97호 발간에 이르기까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이번 “황해문화”의 특집 지향이 잡지 전체에 반영되길 희망한 셈이다.
어제 JTBC인터뷰에 이어 오늘 SBS와의 인터뷰에 응한 최영미 선생은 이 작품 ‘괴물’을 우리에게 보낼 때, 게재 여부를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잡지들의 경우 작품 게재를 반려당한 경험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편집자는 필자의 모든 글에 대한 첫 번째 독자이다. 최영미 선생의 작품을 받았을 때, 이것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작품의 게재 여부를 편집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편집주간님에게 먼저 내보이고 상의하는 절차를 걷게 된다.
우리는 이 작품의 게재 여부를 전체 편집위원이 참여한 편집회의에 안건으로 올렸고, 작품을 읽은 편집위원들은 이번호에서 “황해문화”가 지향하는 바는 물론, 그간 “황해문화”가 걸어온 길에 비추어 이 작품을 우리가 게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만장일치로 게재를 결정했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편집자로서 최영미 선생에게 시를 청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황해문화”에 작품을 게재한 적이 있었다. 편집자라면 누구나 필자, 예비 필자군에 대한 탐색을 멈추지 않으며, 새로운 필자를 찾기 위해 여러 매체를 살피기 마련인데, 근자에 최영미 선생의 문학적 근황을 접할 수 없었다. 소식을 접할 수 없기에 잊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신이 인터뷰에서 나름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어쨌든 잡지가 나왔고, 우리가 희망하거나 의도한 지점에서의 주목은 아니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새삼스럽게 “황해문화”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외부의 다양한 시선들도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사람은 결국 그의 삶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시인이 시로 말하듯, 잡지는 잡지로 말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잡지의 미래, 미디어의 미래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길을 간다. 소처럼 느리지만, 호랑이처럼 매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권력이나 자본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이 험난한 세상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끝으로 “황해문화” 97호는 2017년 11월 하순에 발간되었다. 이것이 논란으로 재점화된 것은 2018년 2월 초순의 일이다. 우리들 역시 다른 잡지나 출판사처럼 책이 나오면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보낸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오랫동안 공들인 기획과 잡지 내용이 기사화되어 더욱 널리 퍼지길 희망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계간지가 언론에서 기삿거리가 되지 못하고, 취급되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어느새 2018년 봄호를 준비하고 마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발간한지 3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난호가 이슈가 되고, 공론화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독자들의 힘이었다. 잡지는 결국 독자가 만든다.
영하 20도 평창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나선 여성 사연 2.8 국민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회원이 6일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메인프레스센터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모피반대 퍼포먼스를 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평창의 날씨가 영하 18도, 체감온도는 21도에 이를 정도로 혹한의 추위였는데 토끼 귀마개와 장갑만을 의지한 채로 ‘CHAMPIONS DON'T WEAR FUR(챔피언은 모피를 입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하는 여성은 페타 아시안 지부의 회원인 애쉴리 프루노(Ashley Fruno)인데, 그는 올림픽 경기장 앞에서 모피와 다른 쟁점에 대한 PETA의 입장에 대해 약 15분간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올림픽에선 모든 모피가 사라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 = 유투브 영상 화면 캡처
프루노는 “희생되는 동물들을 위해 오늘의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밝히며 “아울러 한국에 이어 2022년 동계 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모피 수출국 중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림픽에선 반드시 모피가 사라져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인이든, 해외 관광객이든,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든 관계없이 어떤 모피도 입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도록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프루노의 시위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많은 관광객들과 자원 봉사자들, 경찰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개고기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을 하며 “우리는 개고기 거래에 반대하고 있지만 오늘은 모피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이든, 토끼든, 밍크이든, 너구리이든 그것들은 모두 동물학대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지역은 동물보호 캠페인에 대해 처음에는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매우 호의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동물보호협회인 페타는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선정적이고 과격한 동물보호 이벤트를 벌여왔다. 과거 한국에선 보신탕 식당과 산낙지 식당 등을 고발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비트코인과 초과이익환수제 2.8 프레시안
[민교협의 정치시평] 대학현장 황폐화의 폐해
최근 큰 화제로 등장하고 있는 가상화폐와 초과이득환수제 등 경제현상에 대하여 주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그 중 일부는 가상화폐의 폐해와 불로소득의 가장 큰 진원지인 부동산 투기에 대한 차단책이 필요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반면에 인위적 시장개입이라고 하여 이를 강력히 반박하는 분들도 있었다. 후자의 의견들은 가상화폐 직간접으로 투자하고 있는 경우이거나 특정 지역에 아파트 등 부동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민감한 이해에 대하여는 기득보호라는 명목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적극 방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해상반의 입장에서는 그 의견은 존중될 수는 있지만 사회 전체의 형평을 놓고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야한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의 기대에 현 상황은 마뜩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역할을 대학 등에 몸담고 있는 교수, 연구자들이 담당하여야 함에도 한국에서 전혀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툭히 거주개념으로서 주택이 주식 등 투자 내지 투기화 되어 상품화로서 취급되는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에 대한 폐해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경북대 김윤상 교수 등 극히 소수의 연구자들이 그나마 토지 공개념으로서 조세체계는 지대를 기본으로 하고 노동 등 정당한 소득에 대한 조세경감을 꾸준히 학술적으로 주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문의 주류라는 이유로 특정 분야로의 치중은 극히 경계해야 한다. 사회를 지속적으로 역동적이게 만들고 긴장관계를 부분적으로나마 조성하여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과제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이건 대학이라는 형태의 공간이나 양심 세력에 의하여 그 역할은 충실히 이행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는 대학의 제 제할 방기로 이러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투자인지 투기인지 그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주장들도 각자의 처한 이해에 따라 격렬하게 논의되기도 한다. 허나 이러한 내용에 앞서 가상화폐의 본질로서 경제정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것이 대학 등 학계에서 당연 수행되어야 할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연구자들의 제대로 된 평가 등은 현재까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가상화폐에 의해 향후 초래할 위험성을 총재 등 일부 인사들이 일부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에 불가하였다. 게다가, 이들의 지적은 최소한의 직위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가하다.
오히려 한국은행 노동조합에서 서민경제를 홀리는 가짜화폐라고 더 큰 피해방지를 위하여 선제 대응토록 강력히 주문을 하였다. 한은 노조의 주장이 제대로 된 객관성을 띤 것으로 정책당국은 이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확신을 갖고 평가해야한다.
가상화폐는 화폐의 본질에 역행된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그 폐해를 적확하게 지적하였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 서기 이전 8년 정도 한국은행에 근무하였다. 대표적인 보수적인 한국은행에서 노동조합의 자기 목소리로서 입장 표명에 암담한 대학현장과 비교하여 친정인 한은조직의 건강성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다.
이미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상화폐에 대하여 부정적인 주장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폐는 인간의 노동, 자연으로서 토지와 마찬가지로 시장거래를 통한 상품화로 취급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이미 화폐의 상품화가 초래되었던 혹독한 상황들을 사람들의 살림살이로서 경제제도 현장에서 겪어왔다. 2008년도 미국발 금융위기는 넓은 의미의 화폐형태의 상품화가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대안적인 사회체제로 시장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사회의 완벽성을 의심없이 수용한 당시의 사람들에게 큰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이미 1944년 ‘거대한 전환’이라는 책자를 통하여 경제인류학의 효시로 평가받은 칼 폴라니는 화폐의 상품화에 대하여 이는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경고를 하였다. 단순히 학자로서 근거없이 주장만 한 것이 아니라 경제사적인 고증을 통하여 이를 제시하였다.
허나, 당자의 한국의 현실은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고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폐지하여야 한다든지 그럴 필요성이 없이 오히려 이를 제도권으로 적극 수용해야 하다는 주장들이 백가쟁명식으로 펼쳐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명쾌한 입장들이 아직 정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들을 펼쳐야 할 대학의 연구자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여 오히려 일반인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사회제도는 항상 그 본질에 충실해야 함에도 대학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는 그 기반이 정상적이지 못하여 최근에 들어와 그 시대에 요구되는 역할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의 사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 효력이 없자 이전에 도입되어 유보되었던 ‘초과이득환수제’의 실행이 동시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장경제의 질서를 흔드는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명분으로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불로소득의 원천적인 차단을 통하여 공정한 시장경제의 완전회복이 가능하다는 논지로 이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두 주장의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자연으로서 토지 등을 통한 이득창출은 정상적인 경제질서를 훼치는 것으로 초과이익환수제는 당연하다는 걸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로서 어느 입장을 지지할 것인지의 문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흔들림 없이 선택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혼선을 부추기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였기 때문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들이 대학의 신뢰성 실추에 따라 그 진실성에서 일반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사학의 비정상적인 운영 등은 단순히 그 사학과 관계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그 사회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서 있는 바늘로서의 역할을 소수의 양심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행하였다. 그 결과 인류는 더 나은 삶을 향하여 끊임없이 더디지만 진보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불량정치가들에 의해 자신들의 비도덕성을 감추고 합리화하고자 이를 견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제도들을 철저히 훼손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불량 사학에 대하여 통제력 상실이다. 오히려 불량사학으로의 유도를 비정상적인 정치가들이 적극 유도를 하였다. 학문소양과 학자적인 양심을 갖고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연구자들은 철저히 대학현장에서 배격되고 사학의 이익논리와 권력의 시녀로서 어용학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를 견제하고 정상화로 견인해야 할 교육부는 그 역할을 아예 방기하고 있다. 대학 황폐화를 초래한 일부 사학들과 결탁한 불량 정치가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권력놀음에 이들을 악용 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가상화폐, 초과이득환수제의 논쟁에서 새삼 대학 기능의 조기 회복과 교수연구자들의 사회의 소금으로서 그 역할의 정상화를 기대 해 본다. /이무성 전 광주대학교 교수
청소년들 “우리의 참정권 반대하는 한국당 평생 안 찍겠다” 2.1 한겨레
청년·청소년단체, 자유한국당 당사 앞 기자회견
“OECD 국가 중 만 19살 이상 선거권은 한국뿐”
청소년 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1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권 나이 인하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자유한국당이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청소년·청년단체에서 활동하는 660명이 ‘투표 나이 인하’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정당)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든 끝까지 표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행동단,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연대추진단, 청년 두레 등 청소년·청년 단체들은 1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우리의 참정권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평생 찍지 않겠다-너희가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든’이란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자유한국당만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모든 정당들이 (만 19살 이상에서) 만 18살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추는데 찬성한다”며 “자유한국당이 계속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면 우리는 평생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 반대 이유로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없어 전교조 교사를 따라 투표할 것이며,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고 흑색선전한다”며 “그러나 사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새로 추가되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예측, 청소년들은 어차피 유권자가 아니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도 선거에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표 계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우리를 위해 일해야 할 정당과 정치인들이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한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만 19살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소년·청년들이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에 결코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기취학은 18세 유권자가 ‘교복입고 투표’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를 일찍 입학하도록 개편하면 그만큼 고등학교 졸업 나이가 빨라지기 때문에, 18살로 선거권을 낮춰도 학생이 투표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구상에는 학생 신분으로 투표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이 투표 나이 인하 조건으로 전면적인 학제 개편이 이뤄져야 가능한 조기취학을 내건 것은 결국 선거권 나이 인하에 적극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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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투표’는 안된다는 김성태 “조기취학으로 선거연령 낮추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전국 상임대표인 이은선(17·울산 지역 고등학교 3)양은 “자유한국당의 말은 결국 학생 신분으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인데, 투표는 교복을 입든 입지 않든 본인 의사와 신념으로 하는 기본 권리”라며 “참정권은 청소년들에게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조중동의 미묘한 태클걸기 2.9 미디어오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오늘 오후 8시다. 한국과 핀란드의 컬링 경기를 시작으로 17일간 경쟁이 시작된다. 올림픽과 더불어 남북교류, 한미 간 대화, 북미 간 신경전 등 외교전도 이어진다. 조간들은 일제히 관련 소식들로 1면을 채웠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조선일보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한 과정을 조명했다. 1면 “두번의 눈물, 20년 기다림…축제가 시작됐다”는 기사에서 “평창은 겨울 드라마를 위해 20년을 기다렸다. 평창이 올림픽을 꿈꾸기 시작한 건 1999년”이라며 “2010년 개최권을 캐나다 벤쿠버에 내줬고, 2014년 대회 개최 경쟁에선 러시아 소치에 뒤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고, 2011년 뭔헨(독일)과 안시(프랑스)를 제쳐 개최권을 따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은 평창올림픽 개최로 전 세계에서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 등 스포츠 이벤트 ‘빅4’를 모두 치른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며 “황태를 말리던 황량한 덕장이 세계의 젊음이 끓어오르는 동계 스포츠의 성지로 변신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서우 선수가 8일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 예선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포착해 1면 사진으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평창올림픽 성공’이 최우선이고 대한민국이 그 주인공이다”에서 “아무것도 없던 강원도 깊은 산골이 선진 부국들 겨울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이제 평창은 세계 역사에 남을 대한민국 부흥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3수의 천신만고 끝에 유치했다”며 “어렵게 성사시켜 놓고 운영 미숙 등으로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올림픽 준비 요원 등 120여명에게서 노로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며 “조금이라도 대회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도록 관계 기관과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올림픽은 대통령 탄핵 사태와 국론 분열, 북한의 도발 가능성으로 인해 마땅히 일어났어야 할 열기가 잠식되고 말았다. 2년이나 남은 일본 도쿄올림픽 열기만도 못하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이 평창올림픽을 살리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경계해야
조선일보는 “북한이 참가를 결정한 이후 세간의 이목이 온통 정치적인 문제로 쏠리면서 정작 올림픽의 주인공들인 선수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이제 올림픽과 평창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또 다른 사설 “文, 김여정 통해 ‘핵 있는 평화 불가능’ 김정은에 전해야”를 통해 지난 8일 진행한 북한 열병식 관련 이야기를 했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지난해 김일성 105회 생일 열병식보다 규모와 시간이 줄었고, 북한은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을 감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9일자 동아일보 1면
조선일보는 “그러나 녹화 방송에서 미국 타격용 ICBM 화성-14·15형을 공개했다”며 “올림픽으로 세계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틈을 이용해 한반도 주인은 핵을 보유한 김정은이라고 선전하겠다는 의도는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은 올림픽 개막 날까지 대북 제재에 흠집과 균열을 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여정, 김영남과 만나는데 김여정은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올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남남갈등과 한미 이견을 촉발시킬 제안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러나 그 내용이 무엇이든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비핵화 외에 대북 제재를 풀 방법이 없으며 대북 제재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란 사실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북핵 앞의 성화…‘뜨거운 평창’ 막 올랐다”로 뽑아 북한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동아는 해당 기사에서 “북-미간 신경전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미국은 북한이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무기뿐만 아니라 미사일을 폐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비핵화를 촉구하고 김정은의 ‘평창 공세’로 인한 대북제재 균열을 막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3면 “시간-규모 줄였지만…美사정권 ‘화성 14, 15형’으로 무력시위” 기사에서 대륙간단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전력이 동원된 것을 두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포’에 대한 내부 과시와 ‘올림픽 참가와 비핵화는 별개’라는 대외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기사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고려해 열병식의 규모를 축소했지만 “북한이 평창 참가를 계기로 여러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낸 상황에서 더 큰 양보들을 얻어내기 위해 로키 카드를 유지하겠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신형 무기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가장 최신형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열병식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열병식의 의미를 마냥 축소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조선과 동아일보에 비해 북한 문제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연함을 보여왔던 중앙일보는 오늘자(9일)에선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3면 ‘북한이 부각되는 올림픽 … 평창 이후 ‘청구서’ 날아오나’라는 전문가들 긴급진단을 실었다. 다양한 전문가들 견해를 소개했지만 중앙은 “한·미 간 신뢰가 훼손된다면 평창 이후 ‘동맹 비용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중앙일보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면배치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올림픽은 평화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상대적으로 남북 긴장 등의 갈등양상보다는 ‘평화’를 강조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한겨레 “불 밝힌 평창…평화가 달려온다”로 뽑으면서 “기원전 776년 시작된 고대올림픽, 서로 으르렁대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올림픽 정전’을 선언하고 전쟁을 잠시 멈췄다. 그로부터 2800년가량 세월이 흐른 2018년, 그 정신은 ‘평화올림픽’으로 승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 9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이어 “‘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구촌 최대의 눈과 얼음의 축제’에 92개 나라에서 선수(2925명)·임원 등 역대 최다인 6500여명의 손님이 찾아왔다”며 “갈라진 한반도의 반쪽인 북쪽에서도 선수 22명 등 46명의 선수단과 예술단·응원단, 고위급 지도자까지 방남해 남북 간에 봄바람이 일렁이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메시지도 같은 기사에서 언급했다. 교황은 지난 7일 바티칸에서 “두 개의 한국대표단이 개막식에서 한반도기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을 결성한 것은 전통적인 올림픽 휴전”이라며 “이는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해 전세계에 평화와 희망을 안겨준다”고 했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는 ‘평화의 여전사’가 되는 큰 기쁨일 것”이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평창올림픽 기간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관련 세력이 올림픽 휴전 정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 “‘손에 손잡고’ 북한 선수단 입촌”이란 제목의 사진기사를 배치해 평화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 신문은 사진 설명을 통해 “8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이 진행된 가운데 북한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가운데 두고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평창을 즐겨라, 평화를 살려라”로 뽑아 평화분위기를 강조했다.
WP 기자, 북한 응원단 화장실 사진에 “이래서 기레기”
워싱턴포스트 기자 애나 파이필드, 연합뉴스 북한 응원단 화장실 사진에 “이건 정말 역겹다”
지난 7일 연합뉴스 기자가 방한한 북한 응원단의 휴게소 화장실 이용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논란이 된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Anna Fifield) 기자가 “정말 역겹다”고 비판한 트위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논란이 된 사진들은 방한한 북한 응원단이 가평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의 사진 기사는 “[올림픽] 북한 응원단이 궁금한 시민” “[올림픽] ‘미녀응원단은 대화중’”등의 제목으로 유통됐다.
▲ 애나 파이필드 미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도 지난 8일 연합뉴스의 북한 응원단 화장실 이용 관련 사진들에 대해 “정말 역겹다. 이래서 ‘기레기’라고 하는 구나(This is really disgusting. This is where ‘기레기’ comes from)”라고 비판했다. 사진=트위터 화면
▲ 연합뉴스 기자가 7일 방한한 북한 응원단들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 사진들이 유통돼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후 관련 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 캡처
SNS 상에선 “휴게소 화장실에서 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연합뉴스. 정말 수치를 알았으면 한다”, “뭐가 그리 궁금해서 화장실 사진을 찍은 건가”, “북한 응원단이 여성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는 사진은 분명 문제 있다” 등의 비난이 나왔다.
애나 파이필드 미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도 지난 8일 연합뉴스의 북한 응원단 화장실 이용 관련 사진들에 대해 “정말 역겹다. 이래서 ‘기레기’라고 하는 것(This is really disgusting. This is where ‘기레기’ comes from)”이라고 비판했다. 외신 기자 눈에도 화장실 내부 사진을 찍는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던 것.
연합뉴스 사진부 관계자는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진에 문제가 있어 오후 4시50분경 화장실이나 내부 모습이 보이는 사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진에 대해 “여성 기자가 찍은 것인데 (설명을 들어보니) 화장실 안에서 응원단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고, 그렇다보니 ‘시민 스케치’를 한다는 생각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 같다. 문제가 있는 사진이라 내부에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연합뉴스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다. 북한 응원단 사진 논란 외에도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발언 오역 등 연합뉴스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적절하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아 왔다.
연합뉴스는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국가기간통신사 지원’ 명목으로 2016년엔 384억 원, 지난해엔 339억 원을 받았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332억 원이다. 연합뉴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연합뉴스는 빠르고 정확한 북한뉴스로 한반도 평화공존에 기여하고 통일시대를 선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용 판결문 공개한 오마이뉴스, 법조출입 1년 정지 위기
공개 취지 “판결문 논란,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달라”… ‘알 권리 보장 vs 기자단 내규 위반’ 의견 갈려
법원·검찰청 등을 취재목적으로 출입하는 법조기자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문을 공개한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대해 최소 1년 동안 출입을 제한하는 중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대법원 출입기자단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늘 오후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단이 의결한 오마이뉴스 징계 안건을 전달받았다”며 “징계 내용은 1년 이상 법조 출입 정지로, 대법원 기자단은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 출입기자단은 서울중앙지법 등의 기자단으로부터 올라온 안건을 최종 의결한다.
▲ 오마이뉴스가 제작해 9일 공개한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 – 엇갈린 1·2심 판결문 전문공개’ 웹페이지.
징계사유는 판결문 전문 공개 제한과 관련된 기자단 내규 위반이다. 오마이뉴스는 이재용 부회장의 1·2심 판결 핵심 쟁점을 비교·분석한 후, 9일 오전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 – 엇갈린 1·2심 판결문 전문공개’라는 제목의 웹페이지에 분석 기사와 함께 판결문 전문을 실었다.
오마이뉴스는 “판결문은 법리(法理)의 정수다. 사건의 본질과 판단의 논리가 담겨야 한다. 이재용은 왜 석방됐는가? 모든 것은 판결문에 있다”면서 “전문을 꼼꼼히 읽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여러분의 몫”이라며 공개 취지를 밝혔다.
징계 논의는 웹페이지가 공개된 9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기자단 소속 기자는 “판결문 전문을 올리는 것 자체가 기자단 내부 제재 대상이 된다”면서 “취재 편의를 위해 제한적으로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징계 취지”라고 밝혔다.
대법 기자단 관계자는 “형사재판 판결문은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공개 가능하다”며 “이를 위반했을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기자단 내부에선 ‘알 권리 충족’과 ‘기자단 내규 위반’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법을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이번 건은 시국사건이고 1·2심 관련 쟁점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이다. 기자들의 전달능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판결문을 공개함으로써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본다”며 “나는 기자로서 공개에 찬성입장이었는데, 법조기자들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법조를 출입하는 또 다른 기자는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재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출입처와의 신뢰나 기자단 내부의 신뢰를 해치는 게 우려가 될 수 있다”며 “기자단이 예상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긴 하지만 난처한 상황은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판결문 공개가 내규 및 형사소송법을 위반하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조기자단 규약은 사법작용을 방해할 우려를 고려해 △압수수색영장 △선고 이전의 법원·헌법재판소의 판단 △선고일에서 14일이 지나지 않은 대법원 판결 등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례에 적용 가능한 규정은 없다.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판결문 공개 위법 사유와 관련해 “형사소송법상 판결문이 공개돼 자신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등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고인은 판결문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언론·법조 등 각계 전문가들이 판결문 분석을 내놓고 있는 점을 보면 판결문을 다 구해서 봤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선 사문화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심 판결문은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게시되는 등 법조기자단이 공개여부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국회 산하 사단법인 '의회정책아카데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지난 6일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이 공유 목적으로 게시됐다.
형사소송법 59조는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및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이 현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소송관계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을 허용한다.
이와 관련해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위법 여부는 징계건과 별개의 문제고, 기자단 룰을 어긴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단이 시민 알 권리보다 출입처와의 관계나 내부 룰을 더 우선시하는 관행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중요한 건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니 (기자단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4년 9월25일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을 공개한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졌고, 오마이뉴스는 “판결을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해설하고 비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며 판결문 전문 및 해설 자료를 웹페이지에 공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 당시엔 오마이뉴스에 대한 징계 논의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 관계자는 징계 논의에 대해 “징계 당사자고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최종 결과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법 기자단은 2월 구정 연휴가 끝난 후 오마이뉴스 징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측은 사회적 논란이 된 판결문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직접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 기획의도와 해당 판결문을 법원으로부터 직접 제공받지 않았다는 소명을 기자단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는? 2.9 프레시안
2017년은 중국에 특별하고 중요했던, 그러나 한편으로 험난했던 한 해였다. 다양한 내부적 문제와 경제적 성장 정체에 한반도와 북핵 문제, 남중국해 문제에 더해서 한국의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과 인도와 국경 분쟁이 연이어 터졌다. 2017년 중국 외교는 더욱 큰 도전에 직면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27일, 한해가 거의 끝나가던 즈음 중국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재밌는 사실이 보도됐다. 신문은 굴곡졌던 한해를 정리하며 중국의 네티즌에 지난 한 해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이었던 국가가 어디였는지를 조사한 설문 결과를 소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호주가 1위를 차지했다.
신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호주를 꼽았다. 뒤를 이어 인도(14%), 미국(11%), 일본(9%)이 순위권에 올랐으며, 한국은 전체 14441표 중 566표를 받아 4%에 그쳤다.
2016년 7월 한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래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고, 한국은 일 년이 넘도록 중국의 유무형 보복에 시달려왔다. 이러한 과정에 양국 국민들의 여론 또한 악화되어 서로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었기때문에 이는 의외의 결과로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대중의 기억은 단기적인 것으로 단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근래 호주 정객들이 잇달아 중국에 비우호적 발언을 쏟아냈고, 말콤 턴불 총리는 중국어로 "호주의 인민들이 결연히 일어났다(澳大利亚人民站起来了)"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과 호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지난 11월 23일, 호주 정부는 14년 만에 외교 백서를 발간했다. 그런데 그 백서에는 근래 미일이 강조한, 중국이 자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것이라 단정한 '인도-태평양' 개념이 120여 차례나 등장하고 또한 반복하여 강조되고 있다.
이에 중국은 호주가 기본적으로 중-호 양자 관계에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국가 중의 하나이면서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과한 불안과 견제 의도가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 호주 관료는 '도대체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 모르겠다'거나 '쓸데없는 시설이다'라는 등으로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폄훼하며 중국인의 심기를 건드렸고, 심지어 중국 외교부가 그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일 뿐이라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남미, 아프리카, 남태평양 국가들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이들 국가들을 자신만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몇몇 패권 국가들이 중국에게 불만을 표하는 것이라 분석한다.
그리고 최근 호주의 야당 의원이 중국 기업가와 유착 스캔들로 사퇴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이 호주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턴불 총리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호주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호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 대학, 학계 등의 사회 곳곳에서 널리 퍼진 중국의 영향력과 그리고 그들이 호주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보기에 호주는 배은망덕한 국가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강하게 반대를 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호주 정부의 외국인 기부 금지와 로비활동 등록 의무화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고, '반(反)스파이법' 추진과 관련해서는 베이징 주재 호주 대사를 초치하였다.
그리고 호주의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 및 일대일로 추진에 관련한 호주 각료의 발언에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무책임한 발언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언론과 전문가 그룹의 반응은 더 솔직하고 노골적이다. 그들은 호주 총리와 여당이 국내적 정치 다툼에 승기를 잡기 위해서 중국을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즉 호주에서 주요 야당의 차기 지도자로 꼽혀왔던 샘 대스티아리 의원을 중국과 유착 관계라며 공격했고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호주가 중국의 부상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서방 국가 중에 하나라고 주장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뒷마당을 지킨다는 냉전적 사고에 때늦은 매카시즘 열풍까지 불면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주장한다.
한 사설의 필자는 이러한 정책에 일정한 효과는 있지만, 그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의 국력은 한계가 있는데 섣불리 미일에 붙어서 중국을 견제할 경우 그 한정된 국력을 낭비할 것이고, 결국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경제 보복, 만능의 보검인가?
호주와의갈등이 길어지자 중국 언론은 호주에게 현실로 돌아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들은 호주의 수출품 절반이 중국이 사들이는 광산품과 관련되어 있으며, 총 무역액의 3분이 1은 중국과 무역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지금 호주 경제를 지탱하는 광업, 여행, 교육 분야의 빠른 성장에는 중국의 공헌이 있으며, 그 의존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주장한다. 때문에 향후에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호주가 반드시 생존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베이징에는 호주가 향후에 미국, 일본, 인도와의 협력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주시하라 주문한다. 그리고 일단 호주가 그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중국은 반드시 경제적 수단을 통해서 호주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호주가 중국과 무역 관계를 유지해 이득을 보는 동시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해를 가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언론은 경제 보복과 그 성공에 금세 익숙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의 경제적 성장이 호혜적 교류와 무역에 기초한 것임을, 경제적 보복이 한두 차례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그 또한 영원한 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이 이를 잊어버린다면 적잖은 문제가 나올 것임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서울 민간인 학살 암매장 첫 확인 213 주간경향 1264호
서울지역에서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 집단매장지가 최초로 확인됐다. 그동안 한강 이남 지역에서 보도연맹 등 민간인 학살이 확인되고 집단매장지 발굴이 이뤄졌지만 서울지역 존재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희생자로 유력한 일가족의 신상에 관련한 증언도 나왔다. 행정안전부 등은 조사가 마무리되고 유해 안치작업이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확인된 민간인 학살 매장지는 서울 우이동 우이동신설선 북한산우이역 인근 등산로 입구다. 이 지역의 집단매장 소문은 간간이 있었다.(박스 참조) 확인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지난해 11월 16일, 하천 노후옹벽 정비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옹벽 패널을 빼니 옆 흙에 묻혀 있던 사람 뼈가 우연히 발견됐다. 공사인부들이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이창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조직발전특별위원장의 말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시신상태 등을 검토해보니 ‘최근 사건이 아니라 한국전쟁 때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조사 나왔다.”
국방부 감식단의 육안감식 결과 수습된 유해는 최소 6명이고, 아직 현장에서 발굴·수습되지 않은 유해도 최소 2구 이상으로 판단됐다. 총 8구 이상의 존재가 최초 확인된 것이다. 유해의 주인공은 군인이 아니었다. 6세에서 60세까지 연령도 다양했고, 여성으로 추정되는 유해도 나왔다. 유류품에서도 은비녀, 틀니 등 군인과 무관한 물건들이 나왔다.
2월 1일 <주간경향> 취재팀을 만난 원용범 할아버지가 우이동 계곡에서 자신의 국민학교 선생님이었던 주 선생 가족의 학살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비녀, 틀니… 학살 민간인 유해로 결론
<주간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감식보고서에 따르면 시신들 중 일부는 철사로 손목부위를 결박한 상태로 누워 있었고, 매장 방향과 자세가 비정형적이며, 허리부분에 고무줄을 착용한 유해가 다수 확인됐다. 고무신 착용 유해가 다수였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현장에서는 틀니나 은비녀 같은 ‘특이 유품’ 이외에 탄피와 탄두도 발견됐는데, M1·칼빈·45구경 권총 등이었다. 감식보고서에는 “아군 탄약류만 출토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혀 있다. 즉 이번에 발견된 유해들은 종전 민간인 희생자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해와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더 특이한 부분은 이 유해들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유력한 증언도 나왔다는 점이다. 당시 숭인국민학교 우이분교에 금무하던 음악교사 가족이라는 증언이다. 이 증언을 내놓은 이는 우이동 토박이로, 현재도 별장관리인으로 우이동에 거주하는 원용범씨(83)다. 2월 1일 <주간경향>을 만난 원씨는 학살사건이 벌어질 당시의 ‘목격담’을 증언했다. “9·28 서울 수복이 된 뒤 10월 어느 날이었다. 한옥에 숨어서 먼발치에서 봤다. 지금은 경전철을 지으면서 축대를 쌓아 개울이 깊어졌는데, 당시는 얕은 개울이었고 개울 옆에 고운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군인 복장의 사람들이 트럭에서 일가족을 끌고 내려와 총으로 쐈다. 어른이 죽어 푹 꺼꾸러지니 아이들이 방방 뛰었는데 그 아이들까지 죽여버렸다.”
원씨는 학살된 가족이 한국전쟁 전 자신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교사 가족이라고 했다. 당초 국방부 등의 증언 청취과정에서는 교사의 성씨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1월 말 <주간경향>의 탐문과정에서는 “붉은 주(朱)인지 두루 주(周)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주씨 성을 가진 교사였으며, 함경도 함흥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해 우이분교 교사로 있던 분”이라며 “바이올린을 잘 켰으며 학교 다닐 때 ‘나의 살던 고향은’ ‘반달’ 등의 노래를 가르쳐주던 것이 기억난다”며 더 구체적인 기억을 내놨다. 주 교사는 골짜기 위쪽 일본 적산가옥에 장모와 처, 그리고 6∼7살가량의 남자아이들 둘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처형당하는 걸 먼발치에서 봐서 처음에는 주씨 가족인 줄 몰랐다. 트럭 뒤칸에 실려 가족들이 끌려왔으니 다른 데 있다가 잡혀온 것은 틀림없었다. 처형 뒤 시신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당시는 몰랐다.” 2월 1일 <주간경향>을 만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인민군 점령 기간 동안 그 교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르나, 일단 북이 싫어서 내려온 사람인데 자의적으로 좌익활동을 했겠는가. 설령 아버지가 좌익활동을 했더라도 어린아이들, 그리고 장모는 무슨 죄가 있어 그렇게 죽였던 건지….”
“월남 음악교사 가족이다” 증언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주 교사 가족일까. 실제 <주간경향> 취재팀과 동행한 원씨가 지목한 장소는 하천과 작은 개울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번에 시신이 발굴된 장소에서 약 25m 떨어진 장소다. “원씨가 증언한 주 교사 가족과 별도로 또 다른 학살자 가족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수 위원장의 말이다. 학살자 매몰의 일반적인 패턴은 보통 10여명의 ‘부역자’들을 한 구덩이에 묻고, 바로 인근에 또 구덩이를 파서 그렇게 매몰하는 식인데, 실제 이번 매몰지가 공사 중 우연히 발굴됐으므로 바로 인근에 또 다른 매장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원씨와 동네 노인들은 또 다른 학살 매몰 장소도 증언했다. 발굴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장소다. “당시 계곡을 중심으로 웃골과 아랫골로 나뉘었는데, 아랫골 쪽에 구덩이를 파고 사람들을 죽여 묻었다. 한참 지나고 번동에 살던 유가족들이 수소문해서 유해를 찾으러 왔었는데, 총 여섯 구의 시신을 파낼 때까지 가족 시신이 안 나오다가 맨밑의 일곱 번째에서 가족을 찾아 수습해 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제일 먼저 처형당한 것이다. 끄집어낸 여섯 구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구덩이에 다시 묻었을 것이다.” 원씨는 시신 매장 장소를 정확히 지적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1950∼70년대에 공사용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축대를 쌓고 성토한 구간이었다. 앞의 유해발굴지와 다르게 이곳은 현재는 작고한 두 사람 소유의 땅이었고, 원씨네 가족은 그 자리 인근에서 소작해 감자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굴된 시신들을 학살한 이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원씨는 주씨 가족을 죽인 사람들은 “계급장 없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와 탄두를 보면 통상적으로 M1은 군인이, 칼빈은 경찰이, 45구경 권총은 장교가 사용하던 것이다.
“6·25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당시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비상사태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이라는 것이 소위 부역자 처벌의 근거였다. 1952년 위헌 판결을 받을 때까지 대통령령에 근거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검거와 체포·학살이 벌어졌다.” 진실화해조사위원회 조사관을 역임한 김상숙 단국대 강사의 말이다. 김 전 조사관에 따르면 ‘부역자’나 ‘보도연맹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는 우익청년단체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치안대가 주도했다. 그는 “당시 치안대 사무실이 보통 경찰서나 국민학교 교실, 양곡창고에 있었는데 여기에 연행해 구금·조사하다가 경찰이 인솔해 국군이 사살하는 것이 통상적인 패턴”이라며 “이번 우이동 사건의 경우 유해에 골절이 다수 발굴되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방부 감식보고서를 보면 유골들은 대퇴골(다리뼈), 두개골, 상완골(어깨뼈)이 골절되어 있었다. 감식보고서에는 “사망 무렵 골절이 관찰”이라고 적혀 있다. 척추부위에 탄두가 박힌 유해도 식별되었다. 김 전 조사관은 “다른 부역혐의자 학살지의 경우를 보면 총알을 아끼기 위해 때려 죽이거나, 부역자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해놓고 굴비처럼 묶어 앞의 사람에게 총을 쏴 줄줄이 꼬꾸라지면 생매장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해감식을 맡고 있는 박선주 전 충북대 명예교수는 “골절이 살아있을 때 맞아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사후에 위에 흙 등이 쌓이면서 압력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약품처리가 끝나면 법의학적으로 엄밀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이동 민간인 학살자 집단매장지에서 지난 1월 5일 희생자 원혼을 기리는 복토 추모제가 약식으로 열렸다. 발견 현장에는 아직도 미수습 유골(사진)이 남아있다. / 법인권사회연구소 남인우 연구위원 제공
누가 이들을 학살했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민간인 학살자 발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한국전 개전 직후 벌어진 보도연맹 학살사건의 경우 대부분 한강 남쪽에서 보고·발굴된다.(표 참조) 서울시의 경우 북의 기습남침으로 점령돼 그대로 북한 치하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9·28 수복 후에 벌어진 부역자 처벌 및 처형은 다르다. 상당수가 퇴각하는 인민군을 따라 북으로 넘어갔지만 점령기간 중 피난을 못가고 남아 어쩔 수 없이 부역에 동원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얼마나 연행조사를 받았고, 그들 중 얼마나 처형되었는지에 대한 공식기록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도시화 개발로 원형보존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민간사유지에서 건물을 올리려고 땅을 파면 유골이 발굴되는 경우가 있는데,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리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말한다. 시신을 발굴하고 수습하려면 땅주인과 협상해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인 점도 일조한다. 발굴지 대부분이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도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은 오지이거나, 개발이 안된 계곡들이었다. 여기에 농촌의 경우 보통 집성촌으로 그 지역 토박이 노인들이 생존해 증언할 사람이 있는 데 비해,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익명의 공간인 것도 일조한다. 김 전 조사관은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보접수를 받을 때도 신고된 건수도 많지 않았고 서울지역 확인은 엄두도 못냈다”며 “서대문형무소 뒤쪽 일대, 한강변이나 서울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 강나루터 등이 학살매장지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확인된 것은 이번 우이동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이동 매장지의 경우, 감식보고서에 따르면 유골들과 유해는 ‘황갈색 가는 모래층’에서 출토되었고, 그 위에는 1차와 2차에 걸쳐 생활쓰레기로 성토돼 있었다. 사살된 시신을 따로 묻은 것이 아니라 위로 흙을 덮어둔 채로 방치돼, 이후 유입된 계곡산장 등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굴된 6구와 유해개체 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국방부 유해감식단이 청취한 구술증언과 많이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주 교사 가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전부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보존조치를 취한 것은 관련해 법적 권한이나 발굴예산 같은 것이 따로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제에 지난 2005년 한시적 기구로 만들어 2010년 활동이 종료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법을 개정해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을 국가가 책임을 지고 계속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 행안위에 여러 진실화해위원회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법이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창수 특별위원장은 “이념을 놓고 말하게 되면 학살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국가가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며 “이제는 이념이 아닌 인권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는 국가가 과거의 불행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살당한 주 교사 가족, 신원 확인할 수 있을까
‘우이동 그린파크 계곡 학살’에 대한 증언이 없지 않다. 지난 2012년, KBS는 6·25전쟁을 다룬 특별기획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다큐 7부 ‘전쟁의 그늘(상)’편에 출연한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 거주하던’ 차승현씨는 이렇게 말한다. “국군이 진주해가지고 그 다음엔 경찰들이… 부역자라고 그랬지. 빨갱이 하던 사람들을 불러다가 때리고… 지금의 우이동 그린파크 옆에 가면 골짜기가 있어요. 거기다가 트럭으로 실어다가 죽이고… 그런 비극이 있었죠.” 차씨는 이번에 <주간경향>이 접촉한 우이동 거주자들과 함께 유력한 증언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당시 서울 거주’ 이외에 다른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차씨는 우이동 학살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의문은 의외의 방향에서 풀렸다.
‘혹시 6년 전 증언한 차승현씨를 아느냐’는 <주간경향>의 질문에 원용범씨는 “우이동 계곡에 올라가면 ‘○○집’이라는 음식점이 나오는데 거기 주인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에 출연해 증언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원씨에 따르면 차씨는 암으로 오래 투병하다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사망했다.
주 교사 가족 학살사건을 증언해줄 다른 사람은 없을까. 6·25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원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일단 원씨와 같이 초등학교를 다녔던 동창들을 문의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몇 사람 안 된다. 현재의 153번 종점 자리에 직사각형 기와집이 있었는데 당시 숭인국민학교 우이분교였다. 거기서 4학년 과정까지 운영되고 5학년부터는 좀 더 떨어져 있는 숭인국민학교를 다녔다. 주 교사는 분교 교사였다. 원씨는 말한다. “장인 어른은 안 계시고, 장모를 모시고 살던 것이 기억난다. 부인은 키가 자그마한데 참 예뻤던 것이 기억난다. 아이들도 귀여웠고…. 세상에, 그 아들들까지 죽일 수 있느냐. 그 어린 아이들이 뭐를 안다고.”
주 교사의 인적사항을 학교 근무 교사명단을 통해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주간경향>의 확인 요청에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은 “일단 우이초등학교 교사 근무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1954년부터인데, 그 이전 기록은 멸실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아있는 기록에도 주씨 성을 가진 교사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원씨를 만나 주 교사에 대한 자그마한 단서라도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원씨는 주 교사 가족이 살던 일본 적산가옥 위치를 알고 있었다. 현재 이 가옥은 헐려 터만 남아있다. 원씨의 기억에 따르면 1950년대에 집은 헐렸고, 그 뒤 절이 자리하다가 1962년께에 역시 헐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폐쇄등기부등본이나 호적 등에서 확인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앞으로 추가취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동산 다단계 영업사원' 양산하는 현장을 가다2.9 ㅜ시사저널
“이모는 몇 분이나 계시니?”…지인에게 우선적 투자금 유치 요구 논란
여성사원 특채. 근무: 오전 10시~오후 4시, 급여: 130만+a(인센티브), 월 500만원 가능, 연락처: OOO-OOOO-OOOO’.
서울 사당역에 붙어 있는 한 전단지 내용이다. 회사명도, 위치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런 전단지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구직 문의 문자를 보내자 ‘모집은 이미 끝났지만, 오늘 오후 3시에 면접을 보겠느냐’는 답장이 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회사를 ‘종합부동산업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교육을 받아보면 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면접에 응하겠다고 하자, 회사 위치를 보내줬다. 찾아간 사무실에는 부동산업체가 아닌, 다른 상호가 쓰여 있었다. 업체는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면접도 회사 임원들과의 가벼운 대화만으로 끝났다. 다음 날부터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했다.
“연봉 6억원 벌 수 있다”며 영업활동 부추겨
교육은 부동산업체 상무의 ‘성공신화’로 시작됐다.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선 거야. 나도 모르는 새 빚이 4억이 돼 있었어. (부동산업체) 입사 후 2개월 만에 괜찮은 땅이 있어서 내 돈 1250만원에 1000만원 빚을 내서 투자했지. 15개월 만에 4억 빚을 다 갚았어.” 입사 첫해 2250만원을 투자한 부동산의 시세 차익과 연봉만으로 불과 1년3개월 만에 4억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연봉과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직위쯤 되면 연봉 5억~6억원은 벌어.”
둘째 날에는 회사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업체 대표는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 회사만이 확보하고 있는 정보력이 있지. 국토부에 친구가 있고, 경기도 ××시장이 내 친구 형이에요. 현지 지주들과도 네트워크가 다 만들어져 있어요.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력이 있는 거야.” 이 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 업계에서 이 일을 오래 해 온 우리 회사만이 가능한 거예요. (교육생) 세 분은 회사 잘 만난 겁니다. 무술년의 행운아들입니다.”
그러나 업체는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출근을 하면 차차 알려주겠다’고만 했다. 그 다음 날,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출근표에 적힌 각자의 이름 옆에 출근시간을 기록하고 사원들의 일터인 ‘객장’을 안내받았다. 조그만 독서실 책상 8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책상마다 전화기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회사명도, 위치도 명시돼 있지 않은 수상한 구인 광고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붙어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업체는 앞서 주요 업무에 대해 ‘부동산 경매 대행’이라고 에둘러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경매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여느 경매업체와 달리, 이 회사는 고수익을 미끼로 부동산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리고 유치한 투자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투자금 일부는 윗선에 수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직위가 올라가면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 사실상 무허가 금융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위반 시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식으로 영업을 하고 수당을 지급한 게 맞다면 의무적으로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며 “문제의 업체는 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만큼 불법 피라미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영업은 사실상 다단계식으로 이뤄졌다. 조회시간 이후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직원들은 이곳저곳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대부분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편하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서로 간에 친분이 형성되면 대화는 이내 부동산 투자로 흘렀다. 블로그나 밴드, 카페에 팀장이 공유한 정보를 모아 게시물을 올리는 사원도 있었다. 업체는 먼저 지인들을 중심으로 공략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업체 직원에게 ‘가족 중 한 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슬쩍 말을 건넸다. 그러자 대화를 들은 상무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투자를 해 봤냐고 물어봐. 어떤 부동산에 관심이 있고, 어느 지역을 산 적 있는지. 그러면 막 자랑을 할 거야. 그 얘길 잘 듣고 우리한테 전해 줘. 또 어떤 땅을 추천하는지를 물을 거 아냐. 그러면 딱 이렇게 말해. ‘이모, 나는 잘 몰라’라고.” 옆에 있던 팀장이 자신의 번호가 새겨진 명함을 건넸다. “여기로 전화하시라고 해. 내가 설명해 드릴게.” 그리고 덧붙였다. “이모가 몇 분 계시지?”
‘객장’ 내부에는 대부분 50~60대 주부로 이뤄진 사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 사진=박소정 제공
직원들 전화로 다단계식 투자금 모집 주의
상무는 대화를 하는 내내 ‘우리 회사가 17년 된 회사라고 이야기를 해서 신뢰를 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설립일은 2014년 4월이었고, 무엇보다 대표이사 나이가 24세에 불과했다. 등기부상 주소지와 실제 사무실 역시 달랐다. 사실상 유령회사가 아닌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동일한 사명으로 2001년 설립된 업체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청산종결로 간주된 회사였다. 그마저도 수개월 사이 사명과 주소가 6차례 이상 변경되는 등 수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투자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업체는 ‘먹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실상 선제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다단계 사기는 실제 피해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사에 들어가기 쉽지 않아서다. 혐의 입증도 어렵다. 피해자가 수천 명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피해자가 수사 도중 피의자로 바뀌는 등 사안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수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자금이 이미 빼돌려진 이후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 책임이 기본적으로 투자를 결정한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기범들은 자신들이 교묘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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