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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9~24

by 이성근 2018. 2. 18.


                 2.19 한겨레-민중


일베의 세월호 리본 제소 '망신'...희생자에 묵념한 IOC 위원들 219 프레시안

“‘설 연휴 반납당연한 거 아닌가요?” 올림픽에 푹 빠진 자원봉사자들 218 동아

IMF "최저임금, 선진국 수준추가 인상 신중해야" 218 중앙

생산성, 임금·물가 수준 고려하면 최저임금 상승폭 유례없는 수준

 

이명박의 죄와 벌 2.19 프레시안

[기고] '도적적으로 완벽'했다던 정권의 추악한 모습

2030이 비트코인에 '몰빵'한 이유는...

[특집 좌담] 2030세대는 왜 남북 단일팀에 분노했나

오늘의 이명박언론 때문에 가능했다 2.19 미디어오늘

조선일보와 이문열의 황당한 인터뷰

[비평] 광주민주화운동 탄압한 신군부 두둔? 문재인 정부에도 블랙리스트?문재인 정부와 촛불민심에 저주 한가득

소문 무성했던 부동산 카르텔포착재판까지 열어 처벌 2 19 kbs

 

MB··이 이상화에게 보낸 '메달 축전' 비교해보니 2.20 중앙

농어촌 '마을 노비' 전락한 코리안 드림 2.20 한국

[농어업 외국인 노동자 피눈물]

"한국, 가계부채거품붕괴 10대 위험국" 220 프레시안

한국, 2008부동산 붕괴 직전 상황과 비슷...글로벌 금리 상승 추세로 빨간불

노선영 따돌린 팀추월에 분노한 SBS 중계팀노선영 힐긋보고 지나친 김보름 국민

김보름 인터뷰 논란에장수지 손가락 묶고 눈으로 보고 응원이나 하길

메달지상주의 편성올림픽 감동오다 말겠네 220 한겨레

평창겨울올림픽 지상파중계방송 유감

성범죄 보도, 2차 가해 부추기는 언론 220 미디어오늘

미투운동 확산 분위기에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 무시, 자극적 보도 난무정치권 정략적 행태도 여전

자유한국당, IMF 보고서는 읽어보고 인용하나

언제까지 조선일보에서 류근일 칼럼을 봐야 할까

[비평] 극단적 단정과 황당한 주장엄정한 사실에 기반한 진실”, 방상훈 사장 생각에 부합할까?

동아일보 사주들, 한 세기 동안 민족을 속였다

[김종철 칼럼] 동아일보 창업주김성수 서훈 박탈로 실체 여실히 드러나

신입 괴롭히는 간호사 '태움' 폭로 확산 220 파이낸셜뉴스

독일 최저임금 도입 3정규직 늘고 임금격차 줄었다 220 한겨레

최저임금 도입 3년 독일의 교훈

프랑스보다 낮지만, 영국·네덜란드와 비슷

 

왜 우리 집값만 안 오르나? 이유 따져보니 진실은221 KBS

노조가 철밥통을 버려야 한국GM이 산다는 조선일보 221 미디어오늘

침묵을 강요하던 '강간 문화'는 끝났다" 221 프레시안

'이명박근혜'의 대국민 사기극, 유승민은 알았다

최고 성적선물한 귀화선수들, 올림픽 끝나면 어디로? 2.21 KBS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인민 재판소되고 있다? 221 미디어오늘

성폭력 가능하게 해준 방관자들, 언론은 자유로운가

[김창룡 칼럼] 언론도 그동안 가해자 병풍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미국은 왜 핵억지를 보증하는 '상호확증파괴'를 폐기했나 221 내일

윤년? 윤달? 그게 뭐야?”알수록 오묘한 음력의 매력 시사저널 1478

[설 특집] 음력의 모든 것, 알아두면 쓸데 있는 음력 이야기

설날·정월대보름·영등날명절은 달을 따라간다

신정과 구정의 차이를 아십니까음력 설의 수난사

"베이징 올림픽 가즈아!" 민유라-겜린 후원금 6,000만 원 돌파 222 한국

김영철은 정말 '천안함 폭침 주역'인가? 222 프레시안

김보름을 응원하는 이유 222 한겨레

떨어지지 않는 분양가, ? 222 뉴스타파

가계빚 1500조 육박, 금리쇼크 태풍이 온다 22프레시안

부자의 빚 vs 서민의 빚] 똑같은 빚인데 이 다르네 달라 220 The Scoop

 

방과후 영어망국론 한겨레21 1200

인기 영어책 작가 김민식·문성현이 말하는 조기교육 해선 안 되는 이유

천안함 진실은 현재진행형

사고 6, ‘과학논쟁의 성격·구조 다룬 논문 나와진실 규명 목소리 여전, 항소심 재판 주목

북유럽 자전거문화 -디자인정글 2.19

지방선거 불비례성 심각하다 주간경향 1265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불일치 커 국민의 뜻 반영 못해

 

김영철 사살하자는 자유한국당, 박근혜 정부땐 환영논평 223 한겨레

김영철 북측 수석대표가 참석한 남북 군사회담 다음날인 20141016,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이 낸 공식 논평

김영철 죽이라는 야당, 물 만난 '신앙의 정치' 223 프레시안

침묵해왔던 7년 전 악몽결코 잊을 수 없었다 KBS 223

 

김영철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중성·조선일보의 궤변 224미디어오늘

풀리지 않는 팀추월 3대 미스터리파벌싸움에 멍든 선수들 KBS 223


                   중앙-경인

                   기호-인천

                 강원도민-경기

                   국민-경향

    

                     한국-내일

                    2.20  민중-국민

                   2.20 경향-한국

                   2.20 경인-기호

                    한겨레-인천

                  중부-인천

                   220 내일-221 국민

                      경향-한국

                       중앙-민중

                    경인-강원도민

                      중부-내일

                  2.22 한겨레 -민중

                      중앙-한국

                    경향-국민

                       경인-기호

                  인천-경기

                    대구매일

                      223 중앙-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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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기호

                        인천-중부

                       대구매일-경향


           2.19~23 경향 장도리


1500m 결승, 2위보다 9m 앞서 골인 폭발적 스피드로 결승선 경합


   

최민정이 압도적인 1위로 들어오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피니시 장면. 오메가 제공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1,500미터 경기에 출전해 경기를 하고 있다. 김아랑 선수의 헬멧 뒤에는 노란리본이 붙어 있다.이희훈


일베의 세월호 리본 제소 '망신'...희생자에 묵념한 IOC 위원들 219 프레시안

IOC 위원들, 2014년 회의석상에서 세월호 희생자 기리며 묵념

일간베스트(일베) 사용자의 '김아랑 IOC 제소'가 역풍을 맞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공식적으로 애도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이에 누리꾼들은 'IOC 위원들도 제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14429IOC는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 등 IOC 관계자 12명 등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제3차 조정위원회를 열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했다.

 

이중 이반 디보스 IOC 위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서울대학교 특별 강연 특강료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2014429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3차 조정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일베 이용자 '청와대****'는 지난 18일 경기 중 세월호 리본을 단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를 IOC 제소했다며 IOC 홈페이지를 갈무리해 올렸다. '청와대****'"대한민국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가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것""4년 전 사고인 세월호 사건에 추모의 의미를 넘어 전임 대통령인 '(근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란 리본이) '보수적' 색채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분명 저 선수는 (희생자) 추모였다고 변명하겠지만 이것은 분명 정치적 도구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정치적 이익집단에서 사용 중"이라고 비판했다.

 


 


“‘설 연휴 반납당연한 거 아닌가요?” 올림픽에 푹 빠진 자원봉사자들 218 동아

또 언제 기회가 있겠어요. ‘설 연휴 반납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겨울올림픽이 한창인 강원 평창과 강릉에는 설 연휴에도 변함없이 구슬땀을 흘린 이들이 있다. 올림픽 지원활동에 푹 빠진 자원봉사자들이다. 20대 취업준비생부터 차례 대신 자원봉사를 택한 50대 전업 주부까지,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은 대관령 칼바람 속에서도 늘 밝았다.

 

평창으로 어학연수 왔어요

20대 또래 친구들은 설에 집도 못 가고 선수촌을 지켜야 했지만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평창 선수촌에서 파키스탄 선수들과 선수단장, 코칭스태프를 지원하는 김다빈(24), 신종호(23), 신예지(23·) 씨 이야기다. 이들은 복학과 졸업을 앞둔 말년 대학생이기도 하다. 다른 또래는 스펙 쌓느랴 정신없는 방학을 보내지만 이들은 한 달 넘게 무급으로 평창에서 열일중이다.

 

폐지 줍는 노후 걱정 느는 독일 2.8 시사인

독일의 노인 빈곤층 인구가 늘고 있다. 2017년 연금 생활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빈곤 위험군은 16.2%에 달한다. 노동시장 변화는 노인 빈곤층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EPA

2016년 기준 독일에서 은퇴 후 연금 생활을 하는 이들 가운데 15.6%가 빈곤층에 속한다.

 

IMF "최저임금, 선진국 수준추가 인상 신중해야" 218 중앙

생산성, 임금·물가 수준 고려하면 최저임금 상승폭 유례없는 수준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 청년 고용 제고 위한 방안도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최저임금이 유례없이 큰 폭으로 인상돼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며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면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는 추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앞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IMF는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소비 진작으로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지만, 최저임금을 더 인상하면 저숙련 근로자와 청년, 장년층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 최저임금은 16.4%(1060) 인상됐다. IMF는 최근 한국의 생산성 증가세와 임금·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 폭은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큰 폭의 임금 인상 덕에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아졌다.

 

“3조원 일자리 안정자금 일시적 정책에 머물러야

IMF는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임금 구조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그동안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소비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 가구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저숙련 근로자와 청년, 장년층의 고용 여건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MF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른 분야가 이들 인력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한 패스트푸드점./조선일보 DB 도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한 패스트푸드점./조선일보 DBIMF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술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매칭 노력도 필요하다.

 

IMF1970년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프랑스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1970년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한 프랑스에선 소득 불평등을 크게 완화할 수 있었지만 저숙련 노동자와 청년 실업이 증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세금 공제를 통해 고용주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위해 연간 GDP1%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야 했다. IMF는 올해 한국 정부가 3조원을 투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높일 수 있는 한국에 맞는 정책 찾아야

IMF는 또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방안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직된 노동시장 환경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이중구조가 소득 불평등을 키울 뿐 아니라 생산성 증가율도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IMF는 청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마이스터학교나 인턴십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직업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크게 하락해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낮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중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비율도 18%, 10% 수준인 OECD 평균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 실업률, 금융위기 전 수준 회복한국은 최악

-IMF "한국, 생산성 개선 못 하면 잠재성장률 1%대로 하락


이명박의 죄와 벌 2.29 프레시안

[기고] '도적적으로 완벽'했다던 정권의 추악한 모습

뉴스와 신문에서 그가 나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다. 육장 나온다. 그것도 하루에 한건씩만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날은 각각 다른 사안으로 서너 건씩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야기다. 본인 말고도 등장인물들이 참 많다. 가까이는 부인에다 아들에 형님들에 조카들에, 처가 권속들까지 끼여 있다.

 

이와 함께 건설회사 사장 때나 서울 시장 때 부리던 '내 사람들', 측근들에 핵심 측근에 문고리 측근에 재산관리인에 금고지기 외에도, 꼬리치던 공무원들과 한눈팔던 군 출신들에 뇌물관련 기업인들까지 일일이 헤아릴 수가 없다. 아직 결론이 난건 아니지만 모두 그의 죄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람들인 듯하다. 그래서 일 것이다. 그의 죄목과 죄 값을 따져보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한마디로 그의 죄는 대통령 자리를 이권(利權)으로 알고 덤빈 데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익이나 공익 보다 사익(私益)을 추구하며 눈을 번뜩인 대목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일 저지르면서 그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거추장스러웠던 민주주의를 콘크리트 바닥에 패대기치며 발로 짓이겼다. 그의 가장 큰 죄다.

 

최근 잇달아 쇠고랑을 찬 '그의 국정원 사람들'이 저지른 죄도 바로 그 민주주의 작살내기였다. 댓글 작업 같은 추저분한 여론조작에 국민세금 물 쓰듯 하며 민초들을 속여댔다. 바른 일 하고 바른말하는 사람들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MB가 퇴임 한 후에도, 죄를 추궁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검찰, 경찰, 국세청등 권력 기관 외에도 사이버 사령부와 기무사 등 군조직에 끌어댈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이 총 동원되었다. 2012년 대선은 그래서 민주주의를 도둑맞은 선거였다고 단정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민주주의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심지어 나라 지키는데 써야 할 국정원 특수 활동비까지 대통령 일가의 개인 호주머니로 줄지어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MB부인도 그 돈 갖다 썼다고 했다.

 

바른 여론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최시중씨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새로 종편 허가를 내준다는 당근을 앞세워, 비판 기능이 핵심인 언론을 자기네 애완동물로 만들어 놓았다. 말 듣지않는 기자는 가차 없이 회사에서 몰아냈다. 숱하게들 쫓겨났다. 민주주의 핵심 요소여야 할 언론을 그렇게 초토화 시켜버렸다. MB의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그 무렵 그런 언론을 필자는 '이른바 언론'이라고 불렀다.

 

MB는 재임 중 "우리는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라 했다.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고도 했다. 얼마나 도덕적이고 얼마나 정직했을까. 한동안 4대강 사업은 MB가 가장 큰 업적이라 자랑하던 회심의 역작이었다. 이 사업을 놓고 그는 물 확보 수질 개선 홍수 예방이 목적이라 했다. 허나 다 알다시피 어느 한 대목 충족된 것이 없다.

 

국민 세금 수십조원을 쏟아 붓는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도 MB정부는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규정상 기본적으로 거치도록 되어있는 예비타당성조사조차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공사는 MB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이 대부분을 거머쥐고 단물 빨았다. 다 알려진 이야기다. 무엇보다 낙동강 유역 주민 1,500만명이 마시는 수돗물 원수가 똥물 수준이 되는 결과를 빚은 게 안타깝다. '도덕''정직'을 따지기에 앞서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큰일이다. 물론 MB의 씻을 수 없는 죄다.

 

이른바 자원외교에서도 그의 부도덕과 상습 거짓말 습벽이 다 드러났다. 미얀마 가스전이니 멕시코 무슨 광산이니 다이아몬드 광맥이니 쿠르드 유전이니 쿠르드 대박이니 하던 소리를 우리는 지금도 기억한다. 대부분 국민을 속인 헛소리였다. 식성 좋은 형님과 왕차관이 기업 임원들 거느리고 자가용 비행기까지 대절해 바람을 일으키며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고 다녔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의 원전 공사를 '기필코' 수주하기 위해 그 나라 유사시 대한민국 군대가 자동적으로 개입한다는 터무니없는 이면 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전투부대 파병 협정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당시 국방장관이 국민 몰래 가서 서명했다고 실토했다. 그 전직 국방장관은 "대통령(MB)은 그 때 몰랐을 것"이라고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했다. 물론 몰랐을 리 없다. 알고 했어도 범죄지만, MB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그 역시 보통 범죄가 아니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MB의 측근이 최근 "다스는 누구거냐"는 기자 질문에 "다스는 다스 것"이라 대답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다스가 다스 것 아닌 MB 것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땅이 되었건 돈이 되었건 그는 재산을 관리하면서 대부분 차명(借名)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유자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재산 차명 관리는 MB의 전공과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스도 그렇게 긴긴 세월동안 MB가 차명관리 해 오면서 자기 재산 아닌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왔다는 이야기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집적거림이 최근 도를 넘고 있다. 당장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함께 들고 입장한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터무니없는 까탈을 부려, IOC가 그 요청을 들어주는 일까지 생겨났다. 유네스코에서처럼 일본의 ''이 영향력을 행사한 듯하다는 의혹의 눈길이 뒤를 이었다. 어찌됐건 분하고 억울한 일이다. 바로 이 독도문제에도 MB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있다.

 

2012년 광복절을 닷새 앞둔 810MB가 난데없이 독도를 방문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땅을 방문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날 한일 두 나라에서는 엄청난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서는 MB의 방문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세계만방에 거듭 밝힘으로써, 자기네 땅이라는 일본 측 군소리를 기분 좋게 제압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MB는 그 이후에 벌어질 상황과 대응책을 국익차원에서 꼼꼼이 생각했어야했다. 그러나 MB는 대응방안을 전혀 생각해 두지 않았거나, 그쪽 반발을 예상했으면서도 그 같은 상황을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우리나라 대통령들 가운데 독도를 방문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아도 그때 독도는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땅이었고, 꼭 그때 대통령이 독도에 가야할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요컨대 우리의 입장에서 독도문제는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그는 독도에 갔다. 그냥 간게 아니라 미리 일본에 통보를 해 놓고 갔다. 그 날 810일 새벽 1시 출고된 일본 온라인 교도통신은 '한국의 이명박대통령이 10일 오전 독도에 들어간다고 한국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새벽 116분 아사히신문은 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일관계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일본정부가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10일 아침 일본신문들은 이 사실을 일제히 대서특필했으나 한국의 10일아침 조간신문에는 그런 기사가 한줄도 비치지 않았다. 몰랐던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울고 싶은데 MB가 뺨을 때려준 꼴이었다. 더 큰소리로 울고 더 강도 높게 반발하라고 일본 정부에 사전에 통보까지 해 준 것으로 보인다. MB는 그 때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었다. 레임덕이라는 개인적 곤경을 벗어나 국면을 전환시키고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는 독도에 다녀온 뒤 여론이 뜨자, 당시 레임덕의 상징처럼 되어있던 현아무개 인권위원장의 연임 인사안을 결재했다. 현씨는 국민의 83%가 연임에 반대하던 인물이었다. MB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일본은 더 노골적으로 더 강력하게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기 시작한다.

 

7년 전인 2005년 초 일본 시마네현(島根縣)은 매년 222일을 다케시마(竹島)의 날로 제정했다. 다케시마는 일본사람들이 독도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 때 일본정부는 다케시마의 날이 중앙정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행사일 뿐이라고 했다. 그때만해도 한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던 듯하다. 때문에 시마네현은 매년 2월 중앙정부가 그 행사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성토하며, 도쿄에 항의 방문단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일본이 MB의 독도방문이후 급변했다.

 

'방문'이후 첫 다케시마의 날인 20132월 행사부터 중앙정부가 차관급 고위 관리를 시마네현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사람들의 영토 욕심은 특히 유별나다. 심지어 꿈에 본 땅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할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MB의 독도 방문은 그런 일본사람들의 심리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 게 분명해 보인다. 기류가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도 잇따랐다.

 

2009년부터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던 일본 정치판에 MB 독도 방문 4개월 뒤인 201212, 우파인 자민당정권이 들어선 것을 놓고도 그런 기류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다. 그때 총리가 된 아베신타로는 일본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의 회원으로, 지금껏 장기 집권하면서 '일본 재무장'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방문 이후 일본정부는 각급학교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라 교육하도록 의무화시켜 가고 있고, 최근에는 난데없이 도쿄에 독도전시관까지 버젓이 세웠다.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세계를 향해 악쓰고 싶어하는 일본의 속셈을 MB가 미리 알고 도와준 꼴이 되었다.

 

일본 내 반한(反韓) 분위기도 그 날 이후 눈에 띄게 거세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봄 일본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인 도쿄 신오쿠보역 주변에는 한류점포가 500여곳이었으나, 지난해엔 320곳으로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게 다 MB'덕택'이라는 이야기가 재일동포들 사이에서는 나오고 있다. MB의 죄라 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임대료를 내주고 있는 MB의 강남 사무실 큰 방 한쪽 벽에는 수도선부(水到船浮)라 크게 쓴 액자가 걸려있다. 물이 차면 배는 뜨게 되어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달 17일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MB가 성명을 발표할 때, TV 중계 화면에 그 액자가 얼핏 보였다. 필자의 눈에는 그 사자성어가 꼭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죄는 드러나게 되어있고, 죄에는 벌()이 반드시 따르게 되어있다. 공정한 절차로 죄가 가림 없이 드러나고 합당한 벌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2030이 비트코인에 '몰빵'한 이유는...

[특집 좌담] 2030세대는 왜 남북 단일팀에 분노했나

평창 동계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최됐다. '축제'라는 수식어가 멋쩍을 만큼,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온갖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의 꾸준한 '구애'로 결국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고 예술점검단을 파견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평양올림픽"이라며 비아냥댔다. 때마침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124)에는 야권 지지자들과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평양올림픽', '평화올림픽' 검색어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창 논란이 정치권 밖으로까지 번진 것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때문이었다. 출전 선수 가운데 북한 선수 세 명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단일팀이 꾸려지자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고,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비난 여론이 조성되면서 2030세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관련기사 : 고개숙인 "2030'공정' 문제제기, 반성한다")

 

여권은 당황했다. 단일팀 극적 성사에 대한 칭찬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날아온 것은 뭇매였다. 단일팀에 열광하지 않고 되레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2030세대를 그들은 신인류 보듯 낯설어했다. 각종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일팀 반대(58.7%)를 넘어서 '통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게 더 좋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도 88.2%에 달했다. (관련기사 : 2030 세대가 통일을 싫어한다고 누가 그러나?, 86세대 오만을 향한 2030의 경고)

 

단일팀 논란에서 드러난 '공정성', '통일'에 대한 견해 차이를 과연 세대의 차이로 봐야할까. 평창 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와 4050세대 다섯 사람을 불러 긴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14일에 이어 싣는다. (관련기사 : 2030은 남북문제 '현실' 고민하는 최초의 한국인)

 

참석자

직장인 : 50대 중반 남성. 87항쟁 당시 대학생이었던 386세대. 현재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컵 : 40대 중반 남성.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양꼬치 : 30대 초중반 여성.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오향족발 : 올해 딱 30 남성. 취업준비 중.

떡볶이 : 20대 초반 여성. 3월이면 대학교 2학년생이 된다.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금의 2030은 쩨쩨하다? 언젠 안 그랬나?"

프레시안 :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특히 청년세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년세대가 공정성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기성세대는 놀랐다고 하지만, 정작 청년세대가 공정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기성세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오향족발 : 애초에 단일팀 이야기가 왜 공정성 논란으로 튀었는지 잘 모르겠다. 공정성이란 어느 시대나 어느 세대에게나 중요한 가치 아닌가. 386들이 지금 사회에서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회가 없고, 이런 식으로 세대로 나누어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어느 시대에나 권력을 잡은 사람과 못 잡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2030세대 내부를 들여다 보면 저도 기득권이다. 얼마 전에 면접을 보러 울산까지 갔다. 케이티엑스(KTX) 할인을 받고도 7만 원이 들었다. 그 때 든 생각이 울산에서 취업 준비해서 서울로 면접 보러 오는 친구들은 힘들겠다는 거였다. 서울 사는 게 기득권이다. 그런데 내가 30대라는 이유로 무조건 약자다, 이렇게 환원할 수 없지 않나.

 

프레시안 : 논란이 과잉됐다고 보는 건가?

오향족발 : 불필요한 논란인 것 같다. 공정성이란 화두는 물론 중요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이지만, 그래서 누가 기득권이고 누가 비기득권인지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것을 억지로 세대론으로 좁혀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양꼬치 : 지금 이야기 나오는 '공정성'이란 말이 약간 '쩨쩨하다'는 뉘앙스 같다. 남이 나보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볼 때 배 아파하는 상황을 비꼬는 식으로 '공정성'이란 말을 가져다 쓰는 것 같다. 물론 저도 남이 잘되면 배가 좀 아프긴 하다. (일동 웃음)

 

프레시안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것을 두고도 공정성에 집착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정규직 교사 입장에선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붙은 자리인데...'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양꼬치 : '쟤가 잘 돼서 내가 피해 보는 거 아니면 반대할 필요까진 없다'라고 스스로 인지하려고 하면서도 그게 어렵다. 저도 이제 슬슬 기성세대에 편입하는 나이가 되어 가니 당장 주식 사서 돈 불려야지, 내가 잘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한다. 누구나 그런 욕망이 있지 않나. 이런 상황이 유시민 욕한다고 해결되는 건가 싶다. (<88만원 세대> 저자 박권일 씨가 최근 <한겨레> 칼럼을 통해 유시민 씨를 겨냥, 지금의 청년 세대가 공정성에 집착하게 된 상황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 편집자주)

 

프레시안 :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기엔 어떤가. 지금의 젊은 세대가 공정성에 집착한다는 느낌이 드나.

종이컵 : 저도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을 만나지만 지금의 20~30대가 치사하거나 쩨쩨하고, 그것이 그들만의 특질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제가 봤을 땐 그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자본의 분배 문제인 것 같다. 이를테면 통일 문제도 그렇다. 비교적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자원을 가지고 있는 상태니까 통일 비용을 이야기할 여건이 되는 것이다.

 

세대 담론은 기본적으로 정교하지 않은 의식체계라고 본다. 예전에 사회 개혁을 부르짖었던 386 세대가 지금 세상이 썩어들어 가는 상황을 방치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데 대한 비판 정도로만 유효한 것 같다.

 

프레시안 :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과거 기성세대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게 특정 연령대에 겪은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이 각자의 의식 속에서 다르게 작동할 수 있지 않나.

직장인 : 우리 세대와 청년 세대의 일자리 기회를 단순 비교하면 절대로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사회에 진입해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어려운 상황이다.

양꼬치 : 제가 취업한 지 8년 됐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취업하기가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비정규직을 정규화하자고 하는 집회에 나가기도 했다. 저랑 7살 차이 나는 동생이 지금 교사인데, 비정규 교사 정규직 전환 반대 집회에 나가더라. 그래서 동생한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본인도 떨떠름하긴 하지만 당장 임용 인원도 줄어드는데 어떻게 하냐고, 언니 동생이 먼저지 않느냐고 묻더라. 일단 내가 먹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기회가 줄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종이컵 : 젊은 분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을 했지만 건전한 성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내부 비용을 줄이고 노동에 대해 분배를 적게 하는 식으로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 한국의 방식이 어둡게 나타난 결과가 지금인 것이다.

 

프레시안 : 축적 자본의 문제라는 것인가.

종이컵 : 그러니까 결국 부딪히는 것은 나와 시스템이다. 세대와 세대 간의 갈등은 시스템 문제로 인해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숨만 쉬고 돈 모아도 집 한 채 못 사는데 비트코인이 왜?"

 

프레시안 : 젊은 세대의 암호화폐 투기 열풍도 세대 담론의 틀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양꼬치 : 저는 최근 2030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비트코인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정부가 잘해', 혹은 '못해' 이런 게 아니라 '뭔데 감히 내 돈을 빼앗아' 같은 정서를 직접 체감했다. 언론 지면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로 제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나름대로 이성이 있는 친구들인데도 요새 코인이 폭락하니까 '한강 가자'고 그런다.

프레시안 : 과거 코스닥 열풍 불 때 주변 기자들이 주식 넣었다가 망하니까 정부를 원망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제 눈엔 남 탓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지금 코인 규제에 대한 반발 심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실 잘 이해가 안 된다.

오향족발 : 지금 암호화폐 투기는 세대를 막론한 전형적인 신분 상승 욕망 때문 같다.

양꼬치 : 저희 세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돈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고 주식 투기하기 좋았던 시절이 다 가고 나니 '이제 우리가 살면서 그런 기회가 오겠어' 하는 생각이 있는 거다. 부모들이 '과거에 부동산 투자 왜 안 했을까' 후회하는 것처럼 우리 세대는 '지금 이때 못 버는 게 바보 아니야'라고들 생각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투자인지 투기인지 따지는 것을 떠나서, 지금처럼 희망 없고 기회를 잃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정부 규제가 일종의 기회 박탈로 느껴졌다는 얘긴가.

양꼬치 : 그렇다. 회사에서 보면 이미 부동산 자산으로 돈을 많이 축적한 분들은 암호화폐 투기 안 한다. 위험자본인데 뭐 하러 해, 이런 마인드다. 자본이 애매하게 있는, 이미 회사 다녀서 어느 정도 연봉은 받지만 집에서 부동산을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기회가 없을, 월급이 전 재산인 계층이 이번 암호화폐 투자에 가장 열광했던 것 같다.

제 회사 동기가 비트코인 투자로 30억 원을 벌어서 퇴사했다. 그런 것을 바로 옆에서 보다 보면 안 하는 게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장이 급락하면서 애들이 부들부들하는 것을 지켜보니, 그거에 비하면 단일팀이 무슨 이슈인가 싶다. (일동 웃음)

떡볶이 :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런 투자에 관심이 없고 제 주변에서도 못 봤다. 돈을 좀 모으면 모르는데 제가 대학 다닌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알바해서 버는 돈이랑 한 달 40만 원 용돈 가지고 밥 먹고 쓰기도 바쁜데, 넣을 돈이 없다. 그리고 넣는다고 해도 얼마 안 될 테니 불어나 봤자일 것 같다. (웃음)

종이컵 : 비트코인 투자 가치가 떨어진 것은 정부가 규제를 발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 그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절하게 관리하고 투자 광풍을 멈추게 하는 것은 맞았다고 저는 생각한다. 사실 그러니까 '내 돈 뺏어갔다'고 하는 개개인의 상처는 비본질적인 것인데, 그런 정도로 세대가 압박감을 느낀다면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닌 것 같다.

과거 부동산 투기 시절 신화를 듣고 자란 세대가 '우리한테 다신 안 올 기회'라고 느낀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 월급만 받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인데, 그렇게 투자를 안 하면 삶이 쪼그라들고 하위계층이 되는 풍토가 사회문제인 것 같다. 모든 것을 사회 탓하면 안 되지만 그런 정서는 일리 있다고 본다.

 

학교 나와 직장 얻어서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프레시안 :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기회'가 오늘의 주제인 것 같다.

직장인 :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정부에서는 청년 세대 일자리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그게 해결이 돼야 다른 이슈들도 해결될 것 같다.

종이컵 : 실업률 통계는 악화되는 상태다. 잠깐 바닥을 찍는 것도 아니고 계속 안 좋아진다.

 

프레시안 : 4차 산업혁명 변수까지 생각하면 그런 추세는 대세로 굳어질 듯하다.

오향족발 : 취업준비생인 제 입장에서는 사실 취업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또 주변에서 취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밤 11시까지 일해서 퇴사하고 싶다고 하니, 되게 모순적인 기분이 든다. '취준생'이라는 신분이 정말 애매하다. 재수생은 재수학원이라도 다니는데, 취업 준비생은 어디 소속돼 있는 것도 없이, 그저 정처 없이 떠도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11시까지 일해도 좋으니 어떻게든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취업이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여건이 더 좋은 곳을 가려면 더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지니까,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지는 점이 힘들다.

종이컵 : 일터에서 사람을 많이 뽑아야 하는데 조금 뽑아놓고 일을 엄청 시키는 구조가 만연해있다. '능력이 없으니까 그렇지'라고 하는데, 막 입사해서 일을 잘 할 리가 있나. 선임들이 잘 키워내는 시스템도 없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없고. 그런 문제들도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다.

직장인 : 친구 중에 IT 기업 다니는 사람도 있고, 공장 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기자도 있고 하지만, 노동의 질 문제를 보면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공기업 중에서도 아주 괜찮은 곳이 아니라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디든 심각한 것 같다. '칼퇴'는 군대에서밖에 못 봤다. (일동 웃음)

떡볶이 : 이제 대학교 2학년인 제 입장에선 아직은 취업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지만, 불과 1~2년 안에 닥칠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암담하다.

 

프레시안 :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나.

종이컵 :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전망을 갖게 해줬으면 좋겠다. 일하는 사람이 그냥 월급 받고 살아도 괜찮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직장인 : 앞서 말했듯이 일자리도 많아져야 하고 사업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사업 기회를 가로막는 주요인이 임금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인 것 같다. 중소기업을 보면 회사 지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임대료 비중이 훨씬 커서 부동산 문제 때문에 사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잡지 않고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에 사는 한국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거기서는 사람들이 집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임대계약이 보통 장기계약이고, 임대료 올리는 것도 정부가 개입하고 세입자가 원하면 재계약을 하도록 돼있다. 그래서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건물이 비싸지 않으면 뭔가 사업하려고 할 때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기회가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

양꼬치 : 저는 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흙수저이긴 하긴 하지만 대학에 잘 갔고 지금 '워라밸'도 좋고 취미 생활도 잘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나만 운이 좋다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은 너무 일이 힘들다고 저랑 잘 안 놀아준다. (웃음) 제 삶이 특별히 운이 좋지 않은 삶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제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지금 너무 좋으니까 이만하면 됐다, 그만 살아도 된다'는 말이다. 올해 5월에 해외여행 가는데 '여행 가서 생을 마감하고 올까' 이렇게 농담 식으로 친구들한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이 삶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란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이 생활도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유지가 안 된다. 문제는 이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희 회사 직원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주력이고 40대는 임원급이라서 앞으로 이 회사에 있을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년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10년 후엔 뭐 하고 살아야 하나 싶다.

 

10년 후가 안 보이는 것도 갑갑하지만 그런대로 저는 운이 좋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친구들은 대체 어떻게 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불안감 완전히 없는 사회는 없겠지만, 불안감이 그래도 좀 덜한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행복하니까 그만 살고 싶단 이야기가 나오는 사회는 아니지 않나.

떡볶이 : 사회가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못하지만 서서히 변했으면 좋겠다. 요새 <살아있는 민주주의>(프란시스 무어 라페 지음, 우석영 옮김) 책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요점은 민주주의가 점점 변화하고 발전해나간다는 것이다. 그 책을 보고서 내가 무기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지배 계급에 있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뿐이란 무기력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현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을 보면서 일종의 희망을 느꼈나.

떡볶이 : 그렇다. 처음 촛불집회 시작했을 때는 제가 재수 공부를 하던 중이어서 시험 끝나고 나서 집회에 참가했는데 뿌듯했다.

오향족발 : 저도 촛불집회에 나갔었다. 그런데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은 당연히 해결돼야 하는 것이고, 그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과 더불어서 제 삶의 문제도 꾸준히 향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레시안 :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퇴진 외에도 시민 삶과 연관된 여러 구호들이 나오지 않았나.

오향족발 : 그 당시엔 일단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박근혜가 퇴진하거나 탄핵된다 하더라도 제 삶이 한 번에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은 들지 않았다. 제가 취업준비생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었는데 최근엔 그렇지 않다. 사회 이슈에 굉장히 덜 예민해졌고 어떤 사회의 추상적인 문제나 거창한 목표에 관심을 두기보다 모두가 특별히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저희 어머니가 요즘 인생이 너무 후회된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자영업을 하신다. 그 세대분들이 대체적으로 그러셨겠지만 맞벌이하면서 일만 하셨다. 제가 취업을 못하니, 안타까워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일만 하면서 살았다고 후회하신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열심히 일해서 나라 경제가 성장한 덕분에 지금 우리가 여유 부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만 하다가 나이 드는 게 아깝다고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냥 학교 졸업해서 취직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일도 열심히 하지만 가끔씩 쉬고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 이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프레시안 : 다섯 분 이야기 잘 들었다. 감사하다.()

 

오늘의 이명박언론 때문에 가능했다 2.19 미디어오늘

[시시비비]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고발과 함께 언론의 자기반성 필요

이명박 전 대통령(MB) 관련 비리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로 검찰의 수사를 중심으로 한 보도들이지만 일부 보수(라기보다는 이른바 보수라고 해야 할 수구) 매체들이 의도적으로 기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다루는 것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MB를 둘러싼 의혹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 등 MB에 대한 의혹들이 규명되고 그가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도 이제 사실상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MB에 대해서는 박근혜와 함께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개탄들이 이미 있어 왔지만 지금 제기되고 있는 혐의들을 보면 대통령은커녕 한 사람의 시민의 자격을 갖기에도 모자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어서 할 말을 잊게 한다.

 

그러나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긴 그와 그 주변 인물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보는 것은 한편 무척이나 착잡하고 씁쓸하다. 과연 MB의 죄는 전적으로 MB 자신만의 것인가. 모든 범죄는 사회적 산물이라고 하지만 MB와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그의 집권 5년간이 끔찍한 악몽이 됐던 것은 우리 사회의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한 공로자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MB에 대한 언론의 고발과 규탄은 그러므로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의 자기반성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언론에게서 그와 같은 반성과 참회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맹렬하게 MB를 비난하는 지금의 우리 언론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고질적인 망각증, 남들에겐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더없이 관대한 염치불감증이다.

 

20071121일 방송된 KBS 대선후보초청토론회 질문있습니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이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BBK 의혹에 대해 자신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며 의혹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이 된 뒤에도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사진=KBS 대선후보초청토론회 질문있습니다방송 화면 갈무리

 

MB 의혹에 면죄부 넘어 응원 보냈던 언론

따지고 보면 지금 언론이 내놓고 있는 집요한 추적과 보도는 이미 2007년에 나왔어야 할 것들이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등 숱한 의문과 논란들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제기됐던 것이었다. 막연한 의혹 정도가 아니라 상당 부분 근거가 제시된 것임은 물론 다른 당도 아닌 같은 당의 경쟁 후보들이 내놓은 의혹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무시하거나 덮어버렸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축소시켜버렸다. 언론의 방관과 침묵은 MB에게 면죄부가 됐고 그는 거뜬히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지난 117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에 반발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이 담화에서 자신을 향한 수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사진=SBS 뉴스 화면 갈무리

 

당시 언론의 집요한 추적과 보도가 있었으면 MB의 당선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와 별개로 언론의 침묵과 방관은 그에게 당선 여부를 넘어서 또 다른 메시지를 줬다. 즉 자신의 비리와 삶의 방식에 대한 승인과 지지였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의 철학(그것도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과 목표에 대해 더욱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었다. 2008225일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던 날, 취임사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입니다라고 했지만 그 말은 실은 ‘MB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라는 의미였다. 그것은 MB로 하여금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과 야욕이 성공할 기회를 열심히 찾도록 해 준, 언론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비리의 방조이며 공모였다. 그러므로 MB가 지난달 17일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을 향한 수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을 강변하며 억울함을 표출한 것에는 무엇보다 현 정부와 검찰에 대한 것이 컸겠지만 또한 돌변한 언론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적잖았을 것이다.

 

언론, ‘오늘의 MB를 있게 한데 대해 자기진술서 써야

MB 5, 나아가 박근혜 4년간과 함께 이명박근혜 시대를 청산한다는 것은 단지 두 사람과 몇몇 사람들을 사법처리함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MB에 대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수사가 갖는 역설이 있다. MB에 대해 그의 형사상 불법행위, 특히 주로 당선 이전 재산상의 비리에 대해 처벌하는 것으로 ‘MB 시대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자칫 본질을 놓치고 주변적인 청산에 그치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MB와 그의 집권기의 실정과 부패, 그야말로 참사라고 해야 할 정도의 타락과 부조리에 대한 규명과 단죄는 MB 시대 5년에 대한 총체적인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부문보다 언론의 자기반성부터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MB가 퇴임 2년 뒤인 20152월에 내놓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그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누군가는 지금 MB가 써야 할 것은 회고록이 아니라 진술서다라고 말했다. 3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그 말대로 MB는 곧 검찰에 나가 진술서를 작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또한 오늘의 MB를 있게 한데 대해 자기진술서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가장 반성하지 않는 집단 중의 하나가 언론이라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받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와 이문열의 황당한 인터뷰

[비평] 광주민주화운동 탄압한 신군부 두둔? 문재인 정부에도 블랙리스트?문재인 정부와 촛불민심에 저주 한가득

조선일보 19일치 28면에는 소설가 이문열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는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진행했다.

 

이문열씨는 지난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재단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블랙리스트 사태로 (나를 임명한 문체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진행되고 있어 예술인을 지원하는 기관의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2월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임기는 1년 정도 남았었다.

 

이날 이씨 인터뷰는 문재인 정부와 촛불 집회를 겨냥했다. 이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예술인복지재단과 블랙리스트의 연관성을 재차 부인하면서 가령 문단에서 이념 성향으로 나누면 절대 다수는 좌파적으로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절대 다수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겠느냐공무원 중 누군가가 어름하게 그런 걸 만들어봤는지 모르나 현실적 의미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일보 19일치 28면 이문열 인터뷰.

 

그러면서 이렇게 과장 내지 과잉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적폐 청산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본다고 블랙리스트 논란과 적폐 청산 의미를 축소했다.

 

인터뷰 가운데 우파 보수가 그런 악의로만 살아왔다면 어떻게 세상이 계속 전진해올 수 있었겠는가. 이들이 세상을 개선 발전시키려고 해왔던 노력과 성의도 기억해야지, 왜 악()만 드러내는가라는 대목 역시 현 정부의 적폐 청산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음 발언이다. 그는 작가들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받아 운영했던 레지던스(집필 공간)에 대해 작년부터 정부 지원이 끊겨 레지던스도 문 닫게 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인터뷰 맥락상 문재인 정부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게 한다. 작년 언제, 어떤 연유로 지원이 끊겼는지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씨는 자신을 정권에 탄압받은 피해자로 묘사했다. 이씨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부터 나를 공격 표적으로 삼는 기미가 보였다김영삼은 임기 중반에 다른 정치적 문제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워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결합에 대한 기대를) 엎어버렸다. 얌체 같은 짓이었다. 내가 참다 못해 보수 가치의 대변자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발언도 문제다. 이씨는 호남이라는 지역과 결합돼 있는 5·18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시간이 흘러도 객관적인 접근이 쉽지 않다는 최 기자 말에 “5·18혁명이라 하고 헌법 전문에 들어가는 건국 정신이 된다면 우리가 알아왔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역사에서 악역(惡役)’이 있었을 때 그 개인의 악함·권력욕만 따졌지, 시대 상황의 불가피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나는 이걸 냉정하게 쓸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광주 시민에 대한 탄압을 시대 상황의 불가피성으로 물타기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씨는 지난 201612월 조선일보에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씨는 기고를 통해 심하게는 그 촛불 시위의 정연한 질서와 일사불란한 통제 상태에서 아리랑 축전에서와 같은 거대한 집단 체조의 분위기까지 느껴지더라는 사람도 있었다특히 지난 주말 시위 마지막 순간의, 기계로 조작해도 어려울 만큼 정연한 촛불 끄기 장면과 그것을 시간 맞춰 잡은 화면에서는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북한의 아리랑 축전에 비유한 것이다.

 

이씨는 이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촛불 군중은 저쪽 편에서 상시적으로 있어 왔던 군중이고, 그걸 거리로 이끌어냈던 것이라고 규정한 뒤 뭔가 작동한 것이라고 여전히 본다. 촛불 시위 당시 정연한 촛불 끄기 장면을 보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저쪽이 가는 길은 전혀 낯선 게 아니다. 종착점은 너무 빤히 예상이 된다. 너무 끔찍해 의식적으로 추리를 안 하려는 것뿐이라며 요 며칠간에는 올림픽을 갖고 도깨비놀음이 벌어지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에 대해 어느 쪽이든 모두 딜레마이고 최악의 상황을 추리하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로서는 어떤 편에 서느냐 선택에 몰려있다현 정권은 조정이 안 되는 일을 조정해보겠다고 나섰고 북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기술도 신통찮아 보인다. 이 또한 허구이고, 시간이 가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게 뻔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막막한 심리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적 색채의 작가 눈에도 전직 대통령 박근혜와 친박 세력은 비정상이었다. 이씨는 정권을 말아먹고는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 중에서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재수 없는 여왕(女王)만 감옥에 있지.”라고 비판했다.

 

소문 무성했던 부동산 카르텔포착재판까지 열어 처벌 2 19 kbs

[앵커]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 지역의 중개업소들이 담합해서 집값을 끌어올리려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지난해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된 성남시 분당구 판교.이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수상한 모의가 오갑니다. 105제곱미터는 9억 이하, 125제곱미터는 10억 이하, 145제곱미터는 11억 이하의 매물을 내놓으면 안된단 구체적인 지십니다.

 

[판교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공지한 가격)이상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무방하지만 그 이하로 올리는 것은 (부동산 사이트에서) 임원들이 다 지우겠다고 하는 거예요. 삭제하겠다."]

 

공지가 올라온 뒤 인터넷에선 지시한 가격보다 싼 매물이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판교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매도자들은 그걸 좋아할수밖에 없는 거예요. (집 값을) 많이 받으니까. 99천에 내놨는데 보니까 105천에 올라와있더라. 그러면 난 처음 가격에 팔지 않겠다고 물건을 보류하고..."]

 

담합 의혹의 중심엔 이 일대 중개업소 수십곳이 모인 산악회가 있었습니다. 가입비만 천만 원이 넘고 치밀한 규정도 갖췄습니다. 이 지역 부동산들의 자체 윤리 규정입니다. 규칙이 50개나 되는데 하나라도 어기면 많게는 2백만 원까지 벌금을 내야 합니다. 회원이 아닌 업소는 거래에서 배제하고 중개 수수료율 담합을 의심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공정 거래법 위반 혐의에 해당합니다.

 

[최재용/산악회 미가입 공인중개사 : "(산악회에서) 비회원사들에게 물건정보를 네트워크망에 공유하지 않습니다. (비회원 업소들은) 이 지역 전체의 부동산 매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상황..."]

 

심지어 규정을 어긴 업소는 자체 재판까지 열어 처벌했다고 합니다.

[자체 재판 목격자 : "(재판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질줄 알았습니다. 157만원의 벌금을 매긴다는 것은 이것은 사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벗어난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단속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단속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산악회 측은 단순한 친목 모임일 뿐 가격 담합은 하지 않았으며 비회원 업소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거래 방해 행위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산악회 회장/음성변조 : "친목단체입니다. 현시세로 거래가 되는 가격에 내놔야 거래가 이뤄지지 그런 짓을 왜 하겠습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다든가 그런 규정들은 우리 회의하면서 다 빼버렸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악회의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MB··이 이상화에게 보낸 '메달 축전' 비교해보니 2.20 중앙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우승한 이상화가 메달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왼쪽, 연합뉴스) 이상화가 2014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가운데, 뉴스1) 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오른쪽,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마감한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2006년 토리노올림픽부터 네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다. 2010 밴쿠버,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에서만 세 개의 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각 축전을 모두 받았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상화가 2010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축전에서 "이상화 선수의 강인한 정신력과 탁월한 기량이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다""이 선수는 대한민국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쓴 우리나라의 보배다. 나라와 국민의 명예를 드높인 이 선수에게 거듭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차지한 것은 한국이 1948년 생모리츠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은 경기도 나라와 국민의 명예를 위해"

 

2014년 대한체육회가 공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축전. [사진 대한체육회 트위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상화가 2014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축전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는 그동안의 파는 노력과 열정에 의한 결과다. 이 정신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용기를 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해 나라와 국민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이상화에게 축전을 보냈을 당시 이상화는 1000m 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상화는 1000m 경기에서 1159412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언제나 세계 최고의 '빙속 여제'"

 

[사진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에게 19일 보낸 축전에서 "이상화 선수의 은메달은 평창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달"이라며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오늘 흘린 눈물이 은메달로 하얗게 빚어져 빙판처럼 빛난다"고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고맙다. 그동안 이상화 선수는 국민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고, 아름다운 도전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밴쿠버에서는 도전자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소치에서는 챔피언으로 수성을 이뤘다. 이번 평창은 '우리나라 올림픽'이라고 남다른 애정으로 다시 도전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국민은 이상화 선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상화를 가리켜 "국민 마음속에 언제나 세계 최고의 빙속 여제"라고 추켜세웠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상화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나라와 국민의 명예'라는 표현이 있었고 문 대통령이 그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이런 표현은 없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33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금메달은 이상화보다 0.39초 빨랐던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게 돌아갔다. 이상화는 19일 강원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나는 100점이다.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농어촌 '마을 노비' 전락한 코리안 드림 2.20 한국

[농어업 외국인 노동자 피눈물]

 


외국인 노동자 초은 토미코씨가 매끼 식사를 해결 하는 비닐하우스의 천장이 찢어져 뻥 뚫려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제공

 

충남 논산의 한 딸기 농장에서 2016년부터 일해온 캄보디아 출신 초은 토미코(31가명)씨는 영문도 모른 채 마을 곳곳의 농장으로 끌려다녔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자신을 고용한 농장주 장모(48)씨가 지난해 6월부터 갑자기 1주일에 2, 3번은 오늘은 다른 농장에서 일해라라며 지인의 농장 4곳으로 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 새벽 갑작스레 차에 실려 가 내리면 낯선 농장이 펼쳐졌고, 길게는 2주간 그곳에서 고된 작업이 이어진 나날이었다. 때론 휴일에도 비고용 농장에 불려가 작업하는 등 불법파견 근로는 계속됐다. 외국인 고용법상 자신의 사업장 외에서 일을 시킨 고용주는 고용 관계 종료와 함께 3년간 외국인 고용이 제한되고, 파견법 위반 소지 역시 다분하지만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던 토미코씨는 어느덧 마을의 노비가 되어버렸다.

 

지난 1월 충남 부여의 한 상추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제공

 

어업 외국인 노동자의 피눈물

일은 터무니없이 많았다. 당초 맺은 표준 근로 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오전 8~오후 6시로 명시된 휴게시간 2시간을 제외하면 월 226시간(28일 기준)이었다. 하지만 그가 매일 자필로 기록한 노동시간 노트에는 오전 6~12시 작업 후 2시간의 휴식, 그리고 오후 6시까지 작업 등 하루 10시간 노동이 일상이었다. 휴게시간이 1시간일 때도 있었다. 이렇게 계산된 토미코씨의 실제 근로 시간은 계약보다 월 50~70시간 많은 300여 시간이었다.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계약된 226시간에 최저임금을 곱한 월 140만원뿐이었다.

 

초과 노동은 그래도 견딜 만 했다. 생활비 1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30만원을 본국에 보내면 엄마와 남편 그리고 여섯 살 아들이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모두 농사를 지어도 월 50만원을 채 벌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다. 천장이 찢어져 찬 바람이 몰아치는 비닐하우스 아래 때가 찌든 식기로 밥을 먹어도 토미코씨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영하 10도 추위 속에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의 고장 난 난방장치를 고쳐달라고 애원해도 농장주가 무시하자, 그는 지난 1월 결국 농장을 나와 고용노동청에 사업장 변경 신고를 했다. 그간 토미코씨가 받지 못한 체불 임금은 1,600만원에 달했다. 지난 6일 한국일보와 만난 토미코씨는 가족을 생각해 버티고 싶었지만 얼어 죽을 것만 같아 나오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자국 노동시장에 비해 최대 5배 많은 고임금, 그리고 한류의 나라. 외국인 노동자의 가슴 속에 이렇게 자라났던 코리안 드림은 노동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농어업 노동 현장에서 무참히 일그러지고 있다. 고용허가제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젊은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의 귀중한 인력이지만 만성화된 차별적 시선과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금체납, 초과노동, 폭행을 일삼는 악덕 사용자들로 인해 현대판 합법 노비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은 노동만으로도 대박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나라다. 베트남, 필리핀, 네팔 등 16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최대 4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대부분 시간당 최저임금을 적용받지만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최대 5배 높은 임금으로 이들의 410개월은 본국의 25년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온 가족의 일생을 변화시킬 만큼의 귀한 시간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네팔에서 하위직 공무원들 임금은 월 200달러(20만원) 수준에 불과해 교사나 공무원 등도 휴직하고 한국으로 올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E9(비전문취업)E10(선원취업) 비자를 통해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노동자(사업장 이탈변경자 포함)는 지난해 말 기준 56,847(농업 3582어업 26,265)이다. 201335,024명이던 것이 농어촌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5년 새 62.3%(21,823)나 증가했다. 20톤 이상 연근해 선박 노동자 10명 중 4(36.1%)이 외국인일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와 젊은 일꾼들의 부재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농어촌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토미코씨가 매끼를 해결하는 취사시설인 비닐하우스 안의 모습. 흙바닥 위에 비료와 석유통이 그대로 방치된 가운데 오른편에 보이는 의자와 테이블이 토미코씨가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지구인의 정류장제공

 

질병 이유로 해고하며 1,000여만원 체불

 

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있어 고용주는 절대적 존재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지리적 여건 탓에 부당한 대우에도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이들의 약점을 악용한 일부 고용주들은 임금체불과 초과노동은 물론이고 근로계약을 제멋대로 파기하기도 한다.

 

20163월부터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근무하던 캄보디아인 속 니타(30가명)씨는 매일 오전 450분 일어나 1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66개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청경채, 열무 수확 등을 위해 하루 13시간(휴게시간 1시간)을 일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226시간보다 무려 100시간 많은 월 330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그런 니타씨는 지난달 27일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결핵에 걸려 수술과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뒤 8일째 된 날이었다. 농장주 김모(58)씨는 결핵이 나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 나가라라며 일방적으로 니타씨와 그의 룸메이트를 해고하면서 고용노동부에는 자율합의로 근로계약을 종료했다는 취지의 고용변동신고서를 접수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그는 3개월 내 다른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지난달 31일 경기 안산의 한 이주민지원단체에서 만난 니타씨는 캄보디아 의류공장에서 일했을 때는 월급이 200달러(20만원)에 불과했지만 주말, 휴일 수당까지 받았다라며 한국에 오면 좋은 사장을 만나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해고 당시 그가 받지 못한 임금은 1,100만원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 재구축을 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산업 외국인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87시간이며 60% 이상이 불법 파견 경험을 갖고 있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 난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고 누전되는 열악한 임시주거시설을 기숙사로 제공하면서 매월 15~40만원을 공제하는 일도 허다하며 표준 근로계약서 외 부당 공제 내용을 담은 이면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토미코씨는 매일 자신이 일한 시간을 노트에 정리해 왔다. 오른쪽 페이지 노트 상단은 20179월을 의미하고 아래에는 날짜에 맞춰 노동시간이 적혀 있다. 오전6시에 시작해 12시까지 일한 뒤 2시까지 쉰 후 다시 오후6시까지 일한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은 10시간이 된다. 표준근로계약서상 8시간보다 매일 2시간이나 많은 셈이다. 다른 페이지의 노동시간을 보면 휴게시간이 하루 1시간인 경우도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제공

 

업무 중 재해에도 최저임금 적용 부당 대우

과도한 노동 속에 다친 경우에도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적지 않았다. 20136E10(선원취업)비자로 입국한 베트남 출신 응우옌 꽝 하이(38가명)씨는 부산의 고등어잡이 배 선원으로 일하던 20163월 생선을 내리는 작업을 하다 크레인에 목을 부딪쳤다. 그러나 목뼈가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어 7개월간 치료를 받았음에도 그는 수협 어선원 보험 재해보상금으로 1,200만원만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해양수산부 고시대로라면 승선원의 재해보상에는 평균임금 월 3513,000(2016년 기준)을 기준으로 2,500만원이 지급돼야 했지만, 응우옌씨에게는 평균임금이 아닌 당시 최저임금 1641,000원 기준으로 적용된 것이다. 이에 그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 이주민과 함께의 도움으로 지난해 6월 심사 청구를 제기하고 나서야 상병급여 등 추가로 1,9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38월 경남 통영의 멸치잡이 배에서 일하다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 중국인 장웨이(30가명)씨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3년여의 행정소송 끝에서야 추가 재해 보상금 6,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주민과 함께측은 지난해 11월 한 베트남 선원이 갑자기 배 위에서 사망했지만 회사는 시민단체와 연락하면 시신을 인도하지 않겠다고 유가족을 협박해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라며 법에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고용주들의 속셈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제한 없는 농어촌 취업 기피 현상

국내 상황이 알려지면서 한국행을 준비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농어촌 기피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네팔에서 400명 규모의 한국어 학원을 13년째 운영 중인 정도용(57)씨는 농가는 제조업에 비해 임금과 휴일이 적어 대부분 제조업을 1순위로 희망하며 한국어 능력시험 합격선도 제조업 분야가 더 높다라며 한 학생은 농업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도 제조업으로 간다며 재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의 농가를 경험하고 온 이들의 경험담이 퍼지면서 농촌 기피 현상이 더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농업과 어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탈률은 각각 21.9%42.1%에 달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이 제한되고 수당을 받는 제조업(16.6%)보다 확연하게 높은 수치다. 이탈은 사망, 부상 또는 정당한 절차 없이 5일 이상 결근하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를 뜻하는데 근로 환경 악화로 사업주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이탈의 주된 사유로 꼽힌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서 일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어려울뿐더러 행정당국의 관리체계도 허술해 노동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며 최소한의 휴게시간 보장과 고용허가제 완화 등 제도적 장치 없이 이들의 희망을 악용한다면 장기적으로 농어촌 일손 부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국, 가계부채거품붕괴 10대 위험국" 220 프레시안

한국, 2008부동산 붕괴 직전 상황과 비슷...글로벌 금리 상승 추세로 빨간불

최근 <월스트리저널>이 국제결제은행(BIS)과 글로벌 부동산 시장 동향에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의 통계를 바탕으로, 2008년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이후 이와 비슷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일어날 위험이 있는 '세계 10대 위험국'에 한국을 포함시켜 주목된다.

 

이번에 선정된 10대 위험국은 최근 3년간 가계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계부채 연평균 증가율이 1%가 넘는 속도로 늘어나는 국가들이다. 이 기준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는 스위스다. 하지만 스위스 중산층 가구의 자산은 미국의 4배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에 취약한 정도는 오히려 한국이 더 심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스위스,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등 4개국은 10년 전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직전과 비교해 더 많은 가계부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대출 등 포함)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하고 전면적 붕괴 가능성 적지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시점"

국제통화기금(IMF)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5%를 넘는 비율을 위험 수준으로 잡고 있다. 스위스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127.5%로 치솟은 상태다. 뉴질랜드, 한국, 스웨덴, 타일랜드, 홍콩, 핀란드 등 6개국은 앞서 4개국보다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낮지만, 65% 기준을 넘어섰으면서도 가계부채의 증가속도에서 빨간불이 켜진 나라들로 꼽혔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 3년간 5~10% 포인트 증가했다. 이 증가 속도는 10년 전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노르웨이와 한국은 이 증가속도가 더 빠른 국가들로 지목됐다. 한국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0%를 넘어 노르웨이(15%)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90%대로 높아 지난 2008년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IMF에 따르면 3년간 가계부채가 5% 증가하면 향후 3GDP 1.25% 포인트를 갈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계부채를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채 상환에 자금이 동원돼 경기둔화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가계부채 증가는 은행 파산과 금융위기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은 미국발 거품 붕괴로 거의 전 세계가 침체에 빠졌을 때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금리 인하로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면서 지금은 리스크가 커진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기인 2000~2006년 사이 주택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은 현재 3배 이상 주택가격이 오른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가계부채 위험 10개국'에 거품 붕괴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0개 국 GDP를 합하면 74000억 달러이며, 가계부채 합계 규모도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부터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길레르모 톨로사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당시에 비해 이들 국가의 금융규제시스템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급격하고 전면적인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노선영 따돌린 팀추월에 분노한 SBS 중계팀노선영 힐긋보고 지나친 김보름 국민

한국 여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팀의 이해할 수 없는 레이스에 대해 안타까움을 쏟아낸 SBS 중계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고 했고,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선수와 지도자들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보름(25), 노선영(29), 박지우(20)로 이뤄진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0376을 기록, 8개팀 가운데 7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뒤쳐진 노선영을 두고 막판 스퍼트를 하며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노선영은 3초 늦게 들어왔다. 거의 반바퀴 정도 차이가 났다. 팀추월 경기에서 볼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생중계한 배성재 아나운서는 여자 팀추월 종목이 상당히 아쉬움을 남겼다중반 이후 노선영 선수가 많이 쳐졌음에도 나머지 선수가 먼저 도착하는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팀추월이라는 경기는 단결력과 협동력, 한 선수가 부족하면 그 선수를 도와주고 끌고가고 밀어주는 성격의 종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종목에 대해 아름다운 종목이라고 말하는데라며 이런 모습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선배로서 안타깝고, 앞으로는 도저히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게끔 선수, 지도자들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장면은 여론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김보름의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노선영을 비웃는 듯한 어투로 실소를 터뜨려 비난을 샀다. 김보름은 밥데용 코치가 노선영을 위로하는 장면에서 이 모습을 힐긋보고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면을 통해 빙상연맹의 무능과 대표팀의 고질적인 파벌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보름 인터뷰 논란에장수지 손가락 묶고 눈으로 보고 응원이나 하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한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출신 장수지가 SNS에 남긴 글이 국민들의 분노를 더 크게 만들었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3376을 기록해 8개팀 중 7위를 기록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팀추월의 종목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경기를 기대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이유는 성적부진 탓이 아닌 경기 후 진행된 김보름과 박지우의 노선영 선수를 탓하는 듯한 인터뷰 탓이었다.

 

사진=장수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캡처

국민들의 분노에 전 국가대표 출신 장수지가 김보름을 옹호하는 SNS글을 게시하며 기름을 부었다. 장수지는 19SNS를 통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말 한 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 자기들이 시합을 하던지 애꿎은 선수들한테 뭐라한다. 경기장에서 선수들 집중도 못하게 소리나 지르고, 그게 응원인가 방해 수준이다. 코치들 말도 못 듣고 그래도 그 방해도 응원이라고 열심히 선수들은 앞만 보고 달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렇게 할말 많으면 선수들 훈련하는거 보고 얼굴 직접 보며 말해봐라. 진짜 실망스럽다. 그냥 손가락 묶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응원이나 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장수지는 해당 SNS글이 논란이 거세지자 올린 글을 삭제하고 전에 올렸던 글을 보신 분들께 죄송하다. 저도 선수 입장이다 보니 안쓰럽고 욱해서 그랬다. 열심히 응원해주시는데 한 번의 말실수가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앞으로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메달지상주의 편성올림픽 감동오다 말겠네 220 한겨레

평창겨울올림픽 지상파중계방송 유감


, 컬링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15일 밤 <문화방송> 해설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은 바뀌었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가 채 끝나기 전이었다. 마지막 6조에서는 최강자 스벤 크라머가 대기중이다. 우리나라 선수는 아니지만 유독 1m와는 인연 없는 그의 질주는 이번 대회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 핵심 경기를 앞두고 화면은 바뀌었다. ? 5조 경기가 끝난 뒤 이승훈 선수가 메달권에서 떨어진 게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3조에서 뛴 이승훈은 1위에서 점차 3위까지 밀렸고, 5조에 출전한 테드 얀 블로먼이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 4위가 됐다. 우리 선수가 메달권을 벗어났으니 더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평창겨울올림픽에서도 편향 중계는 여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겨울올림픽이지만, 텔레비전만 틀면 경기중계는 한국 중심으로만 쏠릴 뿐 다른 나라 선수들간의 빅게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아이스하키 라이벌로 꼽히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와 미국의 명승부는 지상파 3사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모두 우리나라 선수가 나오는 쇼트트랙을 중계했기 때문이다. 평창겨울올림픽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스키 스타 린지 본이 나오는 알파인스키 슈퍼대회도 생중계하지 않았다. 3사 모두 한국 선수가 나오는 남자 피겨를 내보냈다.

 

지난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스키점프 남자팀 예선에서 김현기 선수가 비행하고 있다. 김 선수의 경기 장면은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봅슬레이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를 중계하느라 텔레비전으로 볼 수 없었다. 평창/연합뉴스

 

그렇다고 우리나라 선수가 나오는 모든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등 메달 가능성이 높은 데 집중한다. 19일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한 스키점프 남자 단체팀 경기는 3사 모두에 홀대받았다. 봅슬레이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현기 선수는 20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 동안 점프 경기가 생중계된 적이 거의 없었다가족들이 티브이로 지켜보지도 못해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스키점프는 참가국 12개 나라 중 12위를 차지했다. 스켈레톤처럼 메달권이었으면 이들을 모른척 했을까. 10일에도 <문화방송>남북단일팀여자아이스하키의 역사적 첫 경기를 단독중계했는데 쇼트트랙 결승전이 시작되자 내내 스위스에 밀리던 아이스하키 경기를 끊고 곧바로 쇼트트랙 중계로 넘어갔다.

 

방송사들의 편향 중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한국팀이 결승에 오른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경기도 중계하지 않아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감동의 순간을 시청자들이 함께하지 못했다. 광고 수익을 내려 시청률 높이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올림픽 광고는 사전에 판매도 하지만, 시청률이 높거나 경기 결과가 좋으면 중간에 투입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남북아이스하키만 번갈아 중계하고, 나머지 종목은 각사가 알아서 내보낼 수 있는 자율 중계를 하고 있다.

 

하지만, 30년 만에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세계 유명 선수들의 멋진 경기와 다양한 종목의 재미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겨울올림픽은 15개 큰 종목 아래 세부종목 102개 경기를 펼치는데 그 많은 경기들은 대체 왜 볼 수 없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방송사가 인기 종목을 찾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사가 중계를 해야 해당 종목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메달을 못따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한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시민들의 의식은 높아졌는데 방송사는 돈벌이에만 매달려 메달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방송 3사는 평창겨울올림픽에 역대 최다 인원을 투입하며, 올림픽의 감동을 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이 말하는 감동이란 건 무엇일까

 

성범죄 보도, 2차 가해 부추기는 언론 220 미디어오늘

미투운동 확산 분위기에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 무시, 자극적 보도 난무정치권 정략적 행태도 여전

성추행 논란으로 활동 중단한 이윤택 감독은 대통령 고교 동창’(월간조선) 이윤택 문재인 대통령과 고교 동창 인연과거 지지 연설하기도 표 직접 팔아준 아름다운 사람”(전자신문) 성추행 논란이윤택, 문재인 대통령과 무슨 사이? “단순 동창생 아냐”(한경닷컴)

 

지난 19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공개 사과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자 언론이 쏟아낸 기사 중 일부다. 위 기사들 모두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이씨의 기자회견 발언이 실시간 이슈가 되자 이번 문화계 ‘#미투(MeToo)’ 운동과는 전혀 관련 없이 오직 이씨와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를 부각한 언론의 전형적인 어뷰징(abusing) 행태가 또 나타났다.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하고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근래 서지현 창원지검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사실 폭로 이후 많은 성폭력의 원인이 권력의 유무를 떠나서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 모든 미투운동의 물결이 언론의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가 아닌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있었기 때문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언론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버팀목이 돼 주진 못할망정 미투 운동 확산 분위기를 이용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과 같다.

 

 

지난 19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기자회견 이후 쏟아진 문재인 대통령 관련 어뷰징 기사들.

 

서지현 검사는 지난달 29JTBC ‘뉴스룸에 출연해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성폭력이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만큼 오랫동안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렸는데, 피해 사실을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지난 1일 언론노보 기고문(JTBC 손석희 앵커는 굳이 틀려먹은질문을 했어야 했나)에서 미투 운동의 확산이 필요하지만 우리 언론은 여전히 충분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묘사하면서 당시의 공포를 다시 느끼게 된다피해자로 하여금 피해사실을 반복해 이야기하도록 하는 건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 인터뷰를 전한 JTBC마저도 피해자 중심원칙에서 볼 때 아쉬운 보도였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경쟁적 취재, 흥미 위주의 보도가 만들어 낸 2차 피해의 반성으로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그해 1212일 성범죄 보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7개의 총강과 10개의 실천 요강의 몇 개 조문만 읽어 보더라도 지금의 언론이 얼마나 피해자 인권을 배려하지 않은 보도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 등을 보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범죄 유발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지 않는다.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양태,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현장 검증 등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

 

언론이 사회 각계로 번지는 미투 운동과 공익적 보도 가치가 있는 성폭력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익과 국민 알 권리를 위한 보도라도 언론이 피해자의 인권을 경시하고 때로는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한 단순 고소·혐의 보도를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실제로 언론이 보도해 논란이 일었던 공인 또는 유명 연예인들의 성범죄 혐의 중 상당수가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러나 언론이 허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드물고, 보도 당사자들은 후에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받게 된다.

 

지난 2016년 언론중재위원회가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성폭행 혐의 관련 기사를 낸 218개 매체를 상대로 낸 시정권고 결정문을 보더라도 언론은 연예인이 성폭행했다는 고소 사실을 보도하면서, 고소장 또는 고소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밝혀지지 않은 사실관계와 그에 따른 범죄 혐의를 보도했다유명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확정되지 않은 성폭행 혐의사실 및 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이 성범죄 관련 자극적인 보도를 하더라도 근본적인 성범죄 예방을 위해 법률적·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성추문 파장을 키우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지난해 5월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피해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피해 사실을 여과 없는 표현으로 전달하는 인권 의식 부재를 드러냈다.

일차적으론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언론 보도의 문제지만, 정치권의 무책임한 2차 가해도 우리사회에 미투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이번 민주당의 성추행 사건을 지적하는 한국당의 수석대변인 논평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타 정당의 과오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해 사실을 자극적이고 노골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2차 가해 행위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최 대변인은 또 사회 각 분야에서 끊임없는 미투운동이 이어지는 이때, 정치권부터 자기반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다시 한번 새긴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IMF 보고서는 읽어보고 인용하나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IMF,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 악화시켰다IMF, 최저임금 긍정평가·추가인상엔 우려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했다며 “IMF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악화시켜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3IMF가 발표한 한국연례보고서를 읽어보면 IMF최저임금의 인상은 전반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 “오직 7%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IMF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IMF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장단점을 모두 설명했는데, 자유한국당은 보고서가 언급한 부정적 측면만 부각했다.

 

IMF는 최근 임금주도성장 등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는데 마치 IMF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출처=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1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서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IMF가 이례적으로 특정정부 정책을 꼭 집어서 부작용을 지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부대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악화시켜서 결국 국내경제에 악영항을 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윤 부대표는 1월 실업급여 신규신청자수가 152000 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7000여 명이 늘어났다고 한다새 정부 들어서 당국의 최저임금, 법인세 인상, 노동개혁 후퇴 등이 일자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부대표는 정부는 근본 원인은 돌아보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3조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과 같은 재정지원에 매달리지 말고,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는 IMF의 경고를 귀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IMF가 발간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IMF는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추가 인상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라며 특히 적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 소비성향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IMF가 지난 13일 발간한 한국연례보고서 중 최저임금에 관한 부분 중 일부. 최저임금이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부분이 제목으로 돼있다.

 

또한 보고서는 오직 7%의 노동자들만이 최저임금을 받기에 경제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가능성도 있으며, 특히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주지 못하는 업종에서 이런 상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2018 년에 계획된 최저 임금 인상은 성장을 뒷받침해야하겠지만 더 큰 증가를 구현할 때는 주의해야한다따라서 추가인상을 하기 전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먼저 평가하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IMF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인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윤 부대표는 IMF 조언 중 부정적인 것만 선별해 발언했다. 윤재옥 부대표가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언론 탓도 있다. 대다수 언론은 IMF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보다 추가인상에 우려를 표한 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IMF, 최저임금, 선진국 수준추가 인상 신중해야’(조선비즈), ‘최저임금 과속하면 경제 망친다는 IMF의 경고’(서울경제), ‘IMF도 우려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국민일보), ‘IMF 최저임금 추가 인상 신중해야’(한국경제), ‘한국 최저임금 추가 인상 신중해야, IMF의 권고’(부산일보)가 대표적이다. 기사 내용에는 IMF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한 것을 모두 설명하긴 했으나, 제목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부각한 보도가 많았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IMF의 조언 중 긍정적인 면을 제목으로 뽑았다. ‘IMF, 한국 최저임금 인상, 경제성장 뒷받침할 것’(경향신문), ‘IMF 최저임금 인상, 성장에 도움추가 인상은 신중’(한국일보)가 이들 신문의 제목이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20일 미디어오늘에 “IMF는 계속해서 고용을 늘리려면 최저임금을 높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고, IMF가 최저임금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다는 것은 보고서를 읽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IMF는 돈을 쓰더라도 소득이 적은 쪽을 올리는 편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이번에 낸 보고서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임금주도 성장을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경제학자는 물론 부작용이 없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IMF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좋은점과 문제점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 좋기만 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기에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조선일보에서 류근일 칼럼을 봐야 할까

[비평] 극단적 단정과 황당한 주장엄정한 사실에 기반한 진실”, 방상훈 사장 생각에 부합할까?

조선일보 전 주필 류근일은 여전히 조선일보에 자신의 글을 싣고 있다. 2016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꼽은 올해의 나쁜 필진중 하나인 바로 그 류근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11월에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저건 헷까닥 했어라고 말한 그 류근일이다.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은 그동안 편향성과 황당한 논지 전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64, 그는 뉴데일리 칼럼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제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기 전에, 전 세계의 뜻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전 세계에 반대하는 것이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2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도 마찬가지다. 류근일 전 주필은 이날 평창 이후 한반도 자유화의 역전극을제하의 칼럼을 통해 “‘평창 쇼는 조작(造作)이고 작위(作爲)였다고 단정하며 “‘평창 후엔 김정은의 핵 놀음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게 오히려 본연의 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류 전 주필은 두 가지 의미 있는 현상을 주목할 만하다하나는 NL(민족해방) 운동권 권력에 대한 2030세대의 광범위한 환멸이 일어난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네티즌 벌레 소년의 랩송, ‘평창유감’, ‘종북의 시대’, ‘다 올라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게 그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의 2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는 66.3%, 30대의 지지는 73.1%로 나타났지만, 류근일 전 주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조선일보 220일자. 류근일 칼럼

 

아울러 류 전 주필은 “‘평창 쇼는 그 근대화-자유화-개인-개방-지구화 흐름의 버팀목, ·미 동맹을 엿 먹이려 한 술책이라며 “‘평창 후는 이 역류(逆流)를 뒤집기 위한 한반도 자유화투쟁을 열어가야 한다. 이 투쟁은 북()을 향해선 세습 폭정(暴政) 종식 투쟁이 될 것이고, ()을 향해선 ‘386 문화혁명종식 투쟁이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 이후로도 한반도 싸움은 대한민국 허물기와 김정은 허물기 중 어느 게 먼저 닥칠 것이냐의 시간 싸움이라느니 “‘한반도 자유화투쟁과 미국의 김정은 숨통 죄기가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느니 하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이 류근일 전 주필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도 모를 황당한 얘기를 칼럼으로 쓰고 있고, 국내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다는 조선일보는 여과 없이 류 전 주필의 황당한 주장을 내보내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류 전 주필의 칼럼은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 지면에 실리기엔 부적절하다. 더구나 류근일 전 주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매칭) 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류근일 전 주필의 인터넷 카페 탐미주의 클럽LG와 연결돼 있었다.

 

류근일 전 주필은 이와 관련한 주간경향의 취재에 “10여명 정도 모여 오프라인 미팅을 한 적은 있지만, 각자 회비를 내서 하는 수준이었다. 어디 후원을 받을까 생각을 해본 것은 사실이다. 전경련에 후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했지만 탐미주의클럽이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 자격이 안 된다는 답만 받았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류 전 주필은 이어 전경련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LG그룹으로부터 지원받은 적은 없는데 왜 국정원 보도자료에 탐미주의클럽이 언급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매칭을 했다면 누군가 류근일 명의의 계좌에 돈을 송금하고 그것을 받아 써야 하는데 그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주간경향 기사를 보면 당시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 공보간사를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도 보고과정에서 직원이 자기의 성과 내지는 기여를 과장 내지는 부풀려 보고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들은 국정원이 봤을 때 지원 대상으로 올려질 만큼 편파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겨레21에 따르면 류 전 고문은 국정원의 지시로 만들어진 언론닷컴에 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물론 이들이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겨레21 취재에 응한 씨는 직접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론 다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의 사시(社是)를 되새겨야 한다정의옹호(正義擁護)와 불편부당(不偏不黨)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외면하거나 반대하지 말고, 오직 엄정한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근일 전 고문의 칼럼은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가? 언제까지 조선일보에서 류근일 전 고문의 칼럼을 봐야 하는 것일까?

 

동아일보 사주들, 한 세기 동안 민족을 속였다

[김종철 칼럼] 동아일보 창업주김성수 서훈 박탈로 실체 여실히 드러나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3, 한국 현대사와 언론사의 여러 군데를 고쳐 쓰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회의가 동아일보의 초대 사주인 김성수가 1962년에 받은 건국공로훈장 복장(현재 대통령장)을 취소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위원회가 동아일보와 각종 학교를 세운 언론·교육 분야 공로로 수여한 그 훈장에 관해 지난 56년 동안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언론학자들은 끈질기게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 말에 조선일보와 함께 친일반민족행위를 일삼은 바 있는 동아일보의 사주를 건국의 공로자로 떠받드는 것은 나라 안팎에서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선열들에 대한 모독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서훈 박탈은 아주 중대한 사건임이 분명한 데도 그의 후손이 경영하는 동아일보는 물론이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노컷뉴스, 연합뉴스, 뷰스앤뉴스 등이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했을 뿐이다.

 

동아일보 창업주 인촌 김성수 선생(왼쪽)과 이승만 전 대통령(오른쪽)

 

김성수에 이어 동아일보 사주가 된 장남 김상만, 장손 김병관, 증장손 김재호는 사장 또는 회장으로서 그의 친일·반민족 행위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5531, 대통령 소속 기구로 발족한 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약칭 반민규명위)가 활동 종료를 앞둔 20091127일 김성수와 방응모(조선일보 전 사장, 현재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의 할아버지) 20명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하자 동아·조선일보사가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 방응모, 이승만 정부 초대 내무부장관 윤치영, 전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 등 19명의 서훈이 취소되었지만, 동아일보사는 서훈 취소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막무가내로 버티다가 2013413일 대법원에서 김성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확정 판결을 내리자 하릴없이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나 자사의 매체들에는 그런 사실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사주들이 신문과 행동을 통해, 어떻게 민족을 속여 왔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겠다.

 

동아일보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3·1운동 이듬해인 192041, 일제 조선총독부의 문화정치일환으로 창간된 동아일보(조선일보는 35일 창간)조선 민중의 표현기관을 자임하면서 민주주의 지지문화주의 제창을 표방했으나 초대 사장에 친일파 거두박영효를 추대함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져버렸다. 동아일보사는 애초에 조선의 지식인과 유지’ 400여명이 출자한 주식회사였는데 주주 총대(總代)를 맡은 김성수는 교묘한 방법으로 회사를 사유화 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당일인 41일자부터 29일자까지 일제를 자극하는 논설과 기사를 잇달아 싣다가 발매금지를 당했고, 95일에는 제사 문제를 논하노라라는 사설 때문에 무기정간 처분을 당하기도 했지만 조선총독부가 속간 조치를 하자 일본 친구여라는 제목의 사설로 일제에 극도로 아부했다. 192412일자부터 6일자까지 5회에 걸쳐 나간 민족적 경륜이라는 사설은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무장항일투쟁을 하던 독립운동가들의 노선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 뒤, 일제가 조선 내에서 허하는 범위 안에서 일대 정치적 결사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6813일 동아일보는 지방판 조간 2면 및 조선중앙일보의 4, 동아일보의 825일자 2면에 1936년 하계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우승 사실을 보도하면서 일장기를 삭제했다. 사진=위키백과

 

동아일보가 창간 기념일을 맞이할 때마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항일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1936년의 일장기 말소는 독자와 대중을 기만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조선 청년 손기정이 시상대에 올라선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가슴에 붙은 일장기를 지운 채 처음으로 내보낸 신문은 몽양 여운형이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였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그보다 15일이나 늦게 일장기를 말소한 사진을 실었다가 무기정간을 당하자 거사를 일으킨 기자들을 전원 해직한 뒤 조선총독부 고관들을 찾아가 복간을 시켜달라고 애걸했다.

 

일본군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침략하던 1937년부터 동아일보가 강제 폐간된 1940년까지 지면을 보면 이것이 과연 우리 민족이 만든 신문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천황히로히토의 생일이 되면 1면 머리에 최고의 경칭을 총동원해서 축하를 하고, 이른바 애국일에는 황군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전 조선적 애국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19408월 폐간 당일까지 언론보국의 거룩한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11월에 펴낸 친일인명사전김성수항목에는 그의 친일반민족행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는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 교장이던 19378월 경성군사후원연맹에 국방헌금’ 1000원을 납부하는가 하면 1938년부터 일제강점기 말까지 어용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연맹 이사, 조선임전보국단 감사 등으로 일하면서 조선 청년들을 일제의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데 앞장섰다. 그의 후손들이 이런 인물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아니라고 우기던 작태가 이제라도 사라지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김성수의 장남 김상만이 동아일보사 사장으로서 민족을 속이고 민중을 배신한 대표적 보기는 1975317,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던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을 폭력으로 몰아낸 사건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과 야합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민중언론운동의 주역들을 무자비하게 추방하고도 한 동안 지면에 날조된 격려광고를 싣게 했다. 그로부터 43년 동안, 해직된 언론인 113명 가운데 29명이 옥살이, 정보기관의 고문, 생활고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동아일보 언론인들은 19741024일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김상만의 장남으로 사장과 회장을 지낸 김병관은 1980서울의 봄에 민주화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동아투위(해직된 사원들의 조직)를 향해 복직을 논의하자는 신호를 보내다가 전두환 일파의 5·17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동아투위를 외면해 버렸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가 영속성을 지니듯이, 사회를 이끄는 공론기관인 언론사에서도 이전 경영자들의 위법행위와 만행을 후계자가 사죄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동아일보 사장인 김재호는 200810월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국가와 동아일보사가 동아투위 위원들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배상을 할 것”)을 아예 무시해버렸다.

 

2007년의 17대 대통령선거부터 2012년의 18대 대선까지 동아일보는 조선·중앙일보와 더불어 이명박과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한 기사와 논설을 쏟아냈다. 201710월에 시작된 촛불혁명의 힘으로 박근혜가 탄핵당해 감옥에 갇히고 이명박도 최근 온갖 위법행위와 비리가 드러나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기 직전인 데도 동아일보는 이명박근혜를 지지하고 옹호한 사실에 관해 단 한 마디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 경영권을 세습한 제4대 사주 김재호의 후안무치함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신입 괴롭히는 간호사 '태움' 폭로 확산 220 파이낸셜뉴스

 

.현직 간호사들이 "나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며 이른바 간호업계의 태움 문화(직장내 괴롭힘)를 당했다는 미투(Me-too)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5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 박모씨(27)가 아파트에서 투신한 뒤 유가족을 중심으로 '직장 문제로 괴로워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입사해 직장 경험이 반 년 밖에 안 된 새내기였다.

 

환자 앞에서 폭행, 차트판 얼굴에 던지기도

과거 이 병원 간호사였던 박다영씨(가명.)는 신입 시절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렸다고 20일 주장했다. 그는 "보통 4~5년차 간호사가 업무를 가르치는 프리셉터(선배)가 되고 신규 간호사가 프리셉티(후배)가 된다""실수하면 선배가 'O 안 되겠네'라며 발로 정강이를 차고 주먹질을 했다"고 전했다. 또 선배는 차트를 쓸 때 사용하는 볼펜 끝으로 쇄골 아래를 찍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채 선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각종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박씨는 "자살한 김씨가 일은 배우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해 수kg이 빠졌다는 내용을 보고 제가 당한 상황과 똑같아 괴로웠다""수년이 지났는데도 병원은 이런 문화를 계속 방치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고민 끝에 병원을 그만 뒀다.

 

업계에 따르면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명 '태움 문화'가 주요 병원들에 만연해 있다.

 

조기 출근을 강요하고 퇴근을 시키지 않는 등 극심한 노동 강도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사망한 박씨와 친구로,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인 김모씨는 "지난해 9월 병원 발령 직전 친구를 마지막으로 봤다""업무량 부담으로 주변 사람을 만나거나 연락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박씨는 주변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실수하면 경위서를 쓰느라 더 늦게 퇴근했다며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귀가해서는 업무를 숙지하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그는 태움 악습에 대해 "교대근무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퇴근을 못하게 하고 신입 간호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과제를 부여하거나 퇴근 후 또는 휴일에도 일시키기 등 괴롭힘이 있다""신입들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감싸주기는커녕 무거운 책임을 지워 죄책감이 들도록 몰아가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원의 수직적 문화로 인해 상급자나 병원도 묵인한다고 간호사들은 주장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정모씨는 "수습 3개월 정도를 배우고 독립한 후부터 1년간 태움이 심해진다. 수간호사도 알고 있지만 교육이라며 넘어간다"면서 "간호사 사회가 계급사회처럼 느껴진다. 신고할 수도 없어 동기에게 말하거나 혼자 앓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간호사 유모씨는 "선배가 차트 판을 얼굴에 던지거나 고함을 지르면 주변에서 못 본 척 지나간다""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간호사 7500명 인권침해"..대부분 '묵인'

지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의료노조의 간호사 실태조사 결과 18%가 직장동료로부터 폭언.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1228일부터 올 123일까지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약 7500명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했고 실명 신고도 130여건이 접수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신입 간호사에게 충분한 교육.훈련 없이 무리하게 업무를 맡기면서 일어난 비극"이라며 "신규간호사에게 적응교육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교육기간에는 신규간호사를 정규인력에서 제외하는 등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고용노동부에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백찬기 대한간호사협회 홍보국장은 "간호사 인력 부족과 교육 시스템 미비로 간호업계에 잘못된 문화가 생겼다""간호사 대상 인식개선 캠페인과 함께 인력 부족 및 시스템 개선 문제를 정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저임금 도입 3정규직 늘고 임금격차 줄었다 220 한겨레

최저임금 도입 3년 독일의 교훈

가장 큰 변화는 미니잡 감소 최저임금 첫해 10만명 줄어

동서독 임금격차 해소 성과 노동시간 줄이고 강도 높여

일부에서는 부작용도 생겨나 물가·복지 등 인프라 함께 구축

최저임금만으로도 생활 가능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한 슈퍼마켓 모습. 정은주 기자

 

지난달 3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한 미용실. 미용 마이스터인 에스마 데미르보(32)는 고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원래 미용업은 미니잡’(450유로 이하를 받는 시간제 일자리) 위주로 운영돼왔지만 2015년 법정 최저임금 도입 이후 정규직으로 많이 바뀌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미니잡 채용을 포기하는 셈이다. 그는 “(최저임금 도입으로 시급이 올라서) 미니잡으로 채용하면 한달 최대 50시간밖에 일을 못 시킨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미용사를 만나기 힘들어지면 결국 고객들이 다른 미용실로 가버린다. 인건비를 좀더 아끼려다 매출이 떨어지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8.84유로(11700, 1532유로)인데, 법정 최저임금 도입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업종에선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미니잡 일자리가 많았다.

 

국내에서 연초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데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는 데 견줘, 독일에선 3년 전 법정 최저임금 제도 도입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최저임금 도입 시기나 수준 등에서 두 나라의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양쪽 모두 저임금 일자리를 줄이고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처를 취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소매업·외식업주 인건비 늘지만 매장 안정돼 정규직 쓸 터

독일은 전통적으로 산업별노조와 사업주단체가 정부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임금 및 근로시간 등을 협상해왔다. 하지만 갈수록 단체협약이 포괄하는 노동자 비중이 줄고 2003하르츠 개혁’(기간제·파견근로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조처)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20151월 법정 최저임금이 도입됐다. 법정 최저임금 도입 3년을 맞은 독일 사회는 미니잡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정규직(파트타임 정규직 포함)으로 전환되고 임금격차가 완화된 점을 성과로 꼽는다. 다만 최저임금 영향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사업주가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겪고 있다.

 

미니잡 축소가 가장 큰 성과

 

미니잡은 급여가 월 450유로(54만원) 이하인 일자리로,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와 노동자에겐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납부 의무를 일부 면제해줬다. 이 때문에 하르츠 개혁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미니잡 일자리는 20146월 기준으로 780만개에 달했다. 독일에서 불안정 일자리의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2016년에 나온 독일 최저임금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도입 첫해인 2015년 초 미니잡에서만 일하는 노동자는 한해 전보다 10만명 줄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5만명)은 사회보험 의무 가입 대상인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특히 최저임금제 도입에 따른 영향이 큰 소매업·외식업에서 미니잡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시급이 7유로일 때는 주당 15시간 일해도 월 420유로를 지급하는 미니잡에 속했지만, 시급이 8.5유로(2015년 기준)로 오르면서 같은 시간 일해도 월 510유로를 줘야 하기 때문에 미니잡이 줄고 그 자리가 정규직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최저임금 도입과 함께 미니잡의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은 그대로 둔 채 휴게시간만 늘려 노동시간을 줄이는 꼼수를 쓰지 못하도록 노동시간을 기록해 관청에 보고하는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또 연방관세청에는 최저임금 감독기관으로서 모든 관련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고 원청업체가 법적 책임을 지는데 벌금이 최대 50만 유로(67천만원)에 이른다.

 

프랑크푸르트 갤러리아백화점에서 2016년부터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이은주(50·독일 23년 거주)씨도 미니잡 고용을 점차 줄일 계획이다. 그는 처음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미니잡 4명만 고용해 주 3일씩 나눠서 일을 시켰다가 정규직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중이다. 정직원은 주 5일에 하루 5시간 반씩 일하고, 1400유로(186만원)를 기본급으로 받는다. 실제 급여는 판매액의 2%를 성과급으로 주기 때문에 더 많다. 그는 정규직 채용 이후로는 매장 운영이 좀더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인건비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미니잡을 줄이고 정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도입은 동·서독 간 크게 벌어져 있던 임금격차를 줄이는 성과도 남겼다. 제도 도입 전까지만 해도 저임금 노동자(시급 8.5유로 미만) 비중은 동독 지역(20.7%)이 서독 지역(9.3%)에 견줘 두 배나 많았지만 이런 격차가 완만해지고 있다. 동독 지역의 미숙련·반숙련 노동자 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0153분기 기준으로 동·서독 지역 임금을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동독 지역 미숙련 남성의 시급은 8%, 여성은 8.5% 오른 반면 서독 지역의 경우 남녀 모두 3% 오르는 데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노동강도 강화 부작용도

그렇다고 최저임금 도입이 긍정적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뉘른부르크에 있는 독일 연방고용공단 산하 고용연구소(IAB)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최저임금과 관련한 최근 연구 보고서를 보여줬다. 이 연구소는 독일 최저임금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전담팀을 따로 두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사업주는 최저임금 도입에 대한 대응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상품값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업 16천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 영향을 받은 기업 4곳 중 1곳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특정 작업을 짧은 시간에 끝내도록 노동강도를 높였다고 응답했다. 또 최저임금 도입 첫해에 택시비(12.1%), 출판물(5.9%) 등 일부 품목의 물가가 뛰기도 했다. 다만 낮은 에너지 가격 덕분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 수준에 그쳤다. 이밖에 독일 고용률은 최저임금 도입에도 종전보다 1.4~1.8%포인트 올랐지만 만일 최저임금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일자리가 44~68천개 더 늘었을 것이란 추정 분석도 담겼다.

 

독일 정부도 법정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는 독일 정부 공식 통계(사업체 조사)로는 110만명(2016년 기준), 독일 경제사회연구소(WSI) 통계(노동자 조사)로는 180~260만명(2017년 기준)에 이른다. 독일 정부가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면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700(벌금 150만 유로)2500(벌금 420만 유로)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법정 최저임금만큼 중요한 복지인프라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본 한국인 대학생 최한윤(25)씨는 두 나라에서 체감한 실상이 크게 달랐다고 말한다. 워킹 홀리데이로 독일 동부 지역에서 머물고 있는 그는 지난해 2월부터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식당일을 하고 있다. 그는 주당 32.5시간만 일해도 월세(500유로·66만원)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집세는 비싸지만) 식료품·생필품 등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니 생활을 꾸려갈 만하다. 한국에선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생활 물가도 높아서 최저임금만으로는 지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선 대학 등록금과 학생 교통비가 면제라는 점 때문에 향후 석사과정은 독일에서 이수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의 법정 최저임금은 1인 가구가 전일제(주당 40시간)로 일할 때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독일에서 만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법정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절반을 밑돌지만 무상교육과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안정적이어서, 최저임금만으로도 생계를 꾸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저임금 노동의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교육, 주거, 복지 등 사회적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간접적 지원 정책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보다 낮지만, 영국·네덜란드와 비슷

중위임금 대비 48%60%가 적정선

OECD국 중 늦은 도입 평균치 이하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최저임금을 늦게 도입한 편이다. 2015년 독일이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할 당시 오이시디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26개국이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한 상태였다. 17개국은 1990년 이전부터, 9개국은 1990년 이후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8개국은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이 대부분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북유럽 국가들과 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위스 등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독일의 첫 법정 최저임금(시급 8.5유로)은 명목임금 기준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9.61유로였고,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9.2유로였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독일 최저임금은 프랑스보다는 낮지만 베네룩스 3(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과는 비슷했다. 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을 따져보면 독일은 48%, 프랑스(62%)보다는 낮지만 영국(49%)이나 네덜란드(46%)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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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소모적 갈등 줄이려 인상 뒤 고용 영향분석

독일 최저임금 도입 3정규직 늘고 임금격차 줄었다

 

유럽에선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을 중위임금의 60%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중위임금의 3분의 2 정도는 최저임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독일에선 현재 중위임금 절반을 밑도는 수준인 최저임금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에서 은퇴 뒤 생계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수준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시급 11.5유로 이상을 받으면서 주당 38.5시간 일하고 45년간 연금보험료를 내야 한다.


왜 우리 집값만 안 오르나? 이유 따져보니 진실은 221 KBS

급등세가 좀 꺾이나 봅니다. 자극적인 기사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일주일 만에 1억 껑충기사는 많이 사라졌네요. 다행입니다. 집없는 서민들은 물론 주택 구입시기를 놓친 중산층에게도 썩 불편한 기사였는데요.

 

가격을 예단하는 건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 부동산 랠리가 언제까지 갈까요? 크게는 2009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작게는 2014년 여름 최경환 부총리의 대출규제 완화로 시작됐는데요.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요 며칠 <풀 죽은 강남재건축 1억 내려도 안 팔려>라든지 <해운대 주상복합 1억 원 급락세> 이런 기사들도 나오던데요, 물론 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얼마나 올랐나?

먼저 우리 부동산 시장은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오른 게 아닙니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서울의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30%?”, “50%!”, “2?”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KB부동산통계를 보면 실제 지난 20081~20181월까지 만 10년 동안 서울의 주택가격은 <15.11%> 올랐을 뿐입니다.

 

하늘을 뚫은 것 같은 강남구의 주택가격도 이 기간 14.93%(서초구 11.52%, 송파구 9.52%) 올랐을 뿐입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서울의 주택 가격이 2014년까지 줄곧 내리다 다시 올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집값은 '내렸다가 다시 올라 전고점을 넘어섰다' 정도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물가는 23.5%가량(한국은행) 올랐으니까 서울의 주택가격은 통계적으로 물가보다 덜 오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집을 소유하면 오히려 물가보다 실질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본다는 뜻입니다. 이 기간 진짜 오른 곳은 부산(56.62%)6대 대도시(40.43%)입니다. 통계는 이들 지역이 물가인상률의 2배 가량 올랐다고 말합니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고양 일산 서구(-5.38%)나 성남 수정구(-10.00%), 용인 기흥구(-12.10%)처럼 집값이 떨어진 지역도 많습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질가격이 사실상 30% 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그러니 툭하면 나오는 <자고나면 1억 껑충> 기사는 참 얄궂은 기사입니다.

 

(만약 비교 시점을 주택 가격이 많이 내렸던 5년 전(20131~20181)으로 해볼까요? 기저효과 때문에 서울의 집값은 더 많이 올랐을 것 같지만 11.95% 올랐을 뿐입니다. 역시 물가상승률 수준입니다. 강남구는 이 기간 22.5%나 올라 서울에서는 뚜렷하게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역시 물가상승률의 2배 수준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 집만 안 오른 게 아니다 

그러니 <왜 우리집값만 유독 안 오르나>가 아니라...대부분 조금 오르거나 안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부 언론이 워낙 자극적으로 특정 단지에 주목하다보니, 국민 다수가 우리 집값만 안 오른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쉬운 것이죠

 

물론 반포주공1단지잠실주공5단지같은 곳은 정말 자고나면 1억 껑충입니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0.01%에 불과한 곳입니다. 핸드백으로 치면 에르메스 악어 버킨백같은 거죠. 보통사람들과 별 상관없는 시장입니다.

 

그러니 올림픽 중계하듯 우리가 그 소식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을 이유도 없습니다. 참고로 강남, 서초, 송파’ 3구의 주택 수는 48만 가구(201612월 통계청 주택통계) 정도로 우리 전체 가구 1660만 가구의 3%가 채 안됩니다.

 

<우리 집값만 안 오른다>는 착각이 시장을 왜곡한다

그런데 연일 이들 지역의 급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치 지금 집을 안 사면 손해보는 듯한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 의제설정이 <굳이 집을 무리해서 살 필요가 없는 계층>까지 무리하게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참다 못한 서민은 1억 빚을 내서 2억짜리 아파트를, 중산층은 3억 빚을 내서 8억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는 구조가 이어집니다.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10여년 전 그 선택을 한 고양시와 성남시, 용인시 등의 수많은 집주인들이 지금 그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통계는 통계일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

예를 들어 현장 한 곳을 볼까요? 강남을 대표하는 아파트 한 곳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대치역을 끼고 있는 S아파트(1034세대). 단연 대치동을 상징하는 아파트중 하나입니다. 127(45평 형)의 국토부 실거래가를 살펴볼까요?

 


45(전용 127.75)의 경우 2014년에 14~16억 정도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실거래가를 찾아보니 19억원을 넘어 22억 원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많이 올랐죠. ‘대치 S아파트 3년 새 5억 올라!’ 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가능합니다. 그럼 이 아파트가 가장 고점이였던 당시의 실거래가를 볼까요?

 

2006년에 이미 22억 원을 넘어 거래됐습니다. 그러니 이 아파트는 ‘3년 새 5억 원이나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12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기사 방향에 맞게 기자가 팩트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강남의 한 아파트의 사례로 강남 아파트 시세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 집값은 그렇게 우리 생각처럼 급등하지 않았고 2) 오른 지역은 매우 제한적이며 3) 강남마저도 일부 아파트만 급등했을 뿐입니다. 다만 일부 언론이 매일같이 그 단지들을 습관처럼 보도할 뿐입니다.

 

집값은 오를 때 오르고 내릴 때 내린다

자산시장은 보통 <자산시장 침체 금리인하 유동성 강화 자산시장 급등 물가인상 금리인상 자산시장 안정 자산시장 침체>의 흐름을 따릅니다. 그러니 이론대로라면 이쯤에서 꺾일 때도 됐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자산시장이 급등하고 고점이 될 무렵 그 판에 끼여듭니다(특히 증시가 그렇죠). 당연하죠.

 

우리는 다수 대중이 수익을 내는 시점을 안전하다고 믿고 참여합니다. 또 그 수요가 실제 가격을 더 밀어 올립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아파트나 주식으로 돈을 벌 때 그냥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친구가 돈을 버는 것처럼 사람의 분별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찰스 킨들버거(Charls Poor Kindleberger)

 

하지만 거의 모든 투자에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순간이 고점이 됩니다. 시장경제가 만들어 낸 수많은 자산 가격 그래프가 이를 증명합니다. 가격이 계속 오르려면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최근 몇 년간의 삼성전자처럼).

 

과연 우리가 사고파는 아파트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그렇게 만들어낼까요? 재건축을 통해 고층아파트로 태어나거나 주변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파트 스스로의 부가가치가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수요가 가격을 올리지요. 그래서 수요가 꺾이면 가격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실입니다. 우리 아파트 시장이 그렇습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이종아 박사는 우리 부동산 시장이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전처럼 다 같이 오르는 시장이 아닌 거죠. 특히 비싼 주택이 오르고, 그렇지않은 주택의 가격은 안정되거나 가격이 내리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 말은 부자는 주택시장에서 양도차익을 남기거나, 반대로 서민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산다면 더 신중해야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다음달 미 연준(Fed)FOMC회의가 열립니다. 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참고하시고요.

 

노조가 철밥통을 버려야 한국GM이 산다는 조선일보 221 미디어오늘

8개 제안 무시한 GM, 한국 정부에 지원 요청군산공장 노동자 고통 분담해 함께 살자

군산공장 폐쇄를 밝히는 등 한국에서 철수할 것을 시사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20일 한국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종전 50만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GM이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베리 엥글 GM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한국GM 임원진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와 간담회를 가졌다. 엥글 사장은 한국GM 생산량을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신제품이 만들어지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신제품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차 2종 배정 계획을 밝혔다.

 

엥글 사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이런 계획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다수 언론은 이를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GM은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대 대출금을 주식형태로 출자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군산공장은 폐쇄할 방침이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보지만 직원들은 최대한 정리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한국의 자동차시장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유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의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GM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최대 1조원 가량의 신규 자금 투입 등 4가지 지원을 요청했다고 동아일보 등이 보도했다. 정부는 4가지 패키지 가운데 재정이 투입되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지난달 정부 부처와 KDB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신규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지역 지정 등 4가지를 요청했다. GM 요구대로라면 총 13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58000만달러(6179억 원)에 대해 미국 본사가 한국 GM의 공장을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동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GM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12GM에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된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GM은 요구안에 대해 응답없이 두 달 뒤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업을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에게 직접 전한 요구안은 정부 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산업은행은 GM 측에 흑자전환 대책, 자본잠식 해소 방안, GM 본사 대출금 금리 인하, 생산물량 확대, 산은의 감사권 행사 약속, 중장기 경영계획, 산은의 소수주주권 강화안, 분기별 재무 실적 등 8가지를 요청했다.

 

중앙일보는 과거 GM은 경영컨설팅과 주주감사권 행사 등 산은의 경영개선 요구나 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GM이 산은 요구를 무시한데는 갈팡질팡했던 한국 정부의 관리 전략도 한몫했다“2012GM은 산은이 보유한 17%의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당시 산은은 한국GM 철수 가능성 등을 들어 GM 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안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한국GM의 산은 지분을 2018년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지원 전에 자금회수장치를 둬야 한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담보를 확보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1일자 조선일보 사진기사

    

한국GM 노동조합은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글로벌GM을 상대로 차입금 출자전환과 생산 물량 확대 등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 정부를 향해 글로벌GM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GM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고 구체적인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주장한 자구 노력이란 내외국인 임원 축소와 3조원 규모의 차입금 출자전환, 신차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확약, 내수와 수출 생산 물량 확대, 미래형 자동차 국내 개발과 생산 약속 등이다노조는 GM과 정부에 대한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는 GM공장이 폐쇄되는 군산 지역을 고용 위기 지역으로 예고했고,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한국GM 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사설을 채웠다. 사설에서 GM 측이 한국 정부에게 15만 명의 대량 실업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고, GM의 요구가 세금감면·자금 지원을 합쳐 10억 달러(1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원칙적으로 외국 사기업이 경영 실패로 철수하겠다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에 국민 세금을 넣어 연명시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며 하지만 대량 실업이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충격이라는 현실 문제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국민이 세금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기업 자체가 회생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기업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거액 적자로 망해가는 회사에서 세계 최고 임금을 받고 1000만원 성과급까지 챙겨온 노조가 철밥통을 버려야 한다이 비용구조로 한국GM이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데도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공은 노조에게 달렸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면 GM이 한국민을 속이려는 것인지 아닌지는 자연스레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정말 시급한 것은 노조 철밥통을 깨 기업 경쟁력을 살리는 일, 그것 없이는 세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기사에서도 호주에서는 노조 등쌀에 포드 등 3사가 철수했다며 고용안정성 저하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대부분 사례에서 노조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생사가 갈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경제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사설에서 “GM 회생의 첫 시금석은 현재 진행 중인 노사 간의 원만한 임단협 타결이라며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단계에서 칼자루를 쥔 쪽은 GM, 정부와의 협상이 단시간 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진전은 노조의 현명한 대처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이어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도 5년 연속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에서 보듯 극단적인 투쟁은 상황을 어렵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정치권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며 정치 논리로 경제 논리를 왜곡시켜 버리면 문제는 더 꼬여 버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정부도 냉철한 자세로 GM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권의 적절한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군산지역은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이번 자동차 공장 폐쇄로 최악의 상태에 놓인 만큼 지역 경제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정부로부터 원하는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GM이 떠날 가능성도 남았고, 호주에서 그런 전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한국GM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 아래 천수답 생산체제에 놓인 것을 지적했다. GM이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군산공장 가동률이 감소했고, 한국GM의 생산물량은 4년 전 연간 80여만 대에서 지난해 말 50만대로 준 것이다.

 

이 신문은 김동연 부총리가 “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당연한 얘기라며 단순히 신차 배정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체제가 만들어져야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21일자 한겨레 4면 기사

  

한겨레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사설을 통해 “‘정상화 의지라는 말로만 해서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중장기 투자 계획과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엄밀한 경영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GM은 산은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GM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2월말 협상 시한부터 철회해야 한다경영 실사를 하고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노조가 GM 본사의 자구책을 전제로 고통분담을 약속한 만큼 결국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GM의 진정성 있는 경영 정상화 방안 제시라며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이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군산 르포 기사를 통해 전북 군산시 일대 주민들의 고통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회사는 3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데 10년차 40대인 한 노동자는 퇴직 신청할 경우 1억원 가량의 위로금을 받는데 자영업을 꾸릴 밑천으로는 부족한 돈이며 은행 빚을 갚으면 빈털터리가 된다. 그는 “GM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만 살리고 군산공장을 버린다고 하는데 고통을 분담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군산공장 관련 근무자가 13000여명, 가족까지 합하면 5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군산 전체 인구 27만여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침묵을 강요하던 '강간 문화'는 끝났다" 221 프레시안

생존자에서 증언자로...'미투'가 혁명적인 이유

유명 배우이자 청주대학교 교수로 일한 조민기 씨의 성추행 사실이 20일 폭로됐다.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의 성폭행 폭로도 나왔다. 지난 달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불붙은 한국의 '미투'(# Me Too) 운동은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성추행 폭로를 거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행,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의 성추행 의혹까지 우후죽순처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영화 배우이자 기획자인 , 연출가 씨 등의 성추행 의혹도 풍문으로 떠돌고 있다. 문화계를 포함한 각계 원로들이 다음 차례가 될까봐 떨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대는 끝났다"

"피해 당사자가 자기 이름과 얼굴을 밝히고 나오는데, 한국 사회 가부장성을 감안하면 강간 피해까지 폭로가 이어지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윤택, 하용부 등 강간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이 놀랍다.

 

여성들의 성규범은 정말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로 40-50대 여성들의 여성들이 폭로를 하고 있는데, 이 세대의 여성들 사이에 분명한 각성이 있었고, 그래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 여성들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믿고 있고, 그에 비해 과거의 성의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남성들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보여준다. 이 여성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강간 피해 경험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미투'는 이제 성폭력에 대한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로 인해 묻히고 가해자가 안전하게 피해갈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최근 '미투' 운동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페미니즘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생존자'라고 지칭한다. 법률적 의미로서의 '피해자'가 지닌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버리고 자신의 삶이 직면한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끔찍한 폭력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음을 축복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현재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주로 40-50대 여성들은 '생존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이런 생존자들이 이제 '증언자'로 나서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증언자가 되기까지 과정은 지난한 '투쟁'에 기반한 것이다.

 

"너는 거기 왜 있었니? 네가 원해서 간 거 아니야?"

"왜 끝까지 저항하지 않았니?"

"너의 잘못도 있으니까 아무 말 하지 마."

 

성폭력 피해로부터 살아남은 순간부터 이런 의혹의 눈길을, 의구심 가득찬 질문들을 이들은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도록 반복해서 들어왔다. 서지현 검사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이 여성들은 '성폭력에 대해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을 찾았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까지 세세하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투' 폭로는 즉자적이거나 일회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예술계의 '거목'들의 추악한 얼굴들...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에서 촉발된 최근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향력을 가진 특정인의 눈에 드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는 업계의 특성상 그들이 가졌던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에 벌어진 일로 풀이된다. 이윤택 씨의 경악할 만한 성추행, 성폭행은 연극판에서 그가 누렸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사실상 극단 내 모든 사람이 알만할 정도로 공공연하게 있었던 마사지 등을 가장한 성추행 행태를 목격한 숱한 '방관자'들의 존재 역시 그의 권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이들 '가해자''방관자''침묵의 연대'는 그간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사법 권력이 접근할 수 없는 일이었고, 자신을 포함한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으로 존재한다는 자각 때문에 '미투' 폭로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들 여성이 피해를 입었을 당시, 부모나 남편 등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자신도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었고 당장 맞설 수 있는 힘도 없기 때문에 침묵했다는 것이다. 현재 서지현 검사, 최영미 시인 등에 "원래 평판이 안 좋았다", "처우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런다"는 등 '2차 가해' 성격의 반발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건 발생 직후 그들의 권위와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과거의 일들을 낱낱이 다 기억하고 있다가 이제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폭로에 나섰다. 어느 정도 그 업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았고, 가족들도 이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반한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증언이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권김현영 교수)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낡은 시각으로 '미투' 운동을 바라보고 있다. 이윤택 씨는 공개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은 했지만 성폭행은 아니었고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태도다. 이에 피해자 5명은 공동으로 이윤택 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조민기 씨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자, 연극배우 송하늘 씨에 이어 청주대 졸업생까지 증언자가 나오고 있다. '미투''강간 문화'를 지탱해온 '침묵의 연대'에 맞서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다른 형태의 저항 담론은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걱정하는 등 가해자들의 예술적 성취가 폄하될까봐 걱정하는 이들이 쏟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은, 이윤택 등 일부 가해자들이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소위 '진보 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를 진영 논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화예술계의 미투 폭로가 서지현 검사 사건이나 다른 정치적 사건에 대한 '물타기'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여성들에 대한 폭력의 문화는 어느 진영에나 다 있었다. 진보인사이든, 보수인사이든, 그들은 권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어떤 이는 돈을 끌어모으는데 사용했고, 어떤 이는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데 사용했다. 이 중 어떤 것이 더 문제가 있고 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악한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는 방식은 나쁘고, '선한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낡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향신문>의 만평처럼 '미투'가 일종의 물타기라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낡은 프레임이다."(권김현영 교수)

 

'미투'에 미온적인 정치권..."연대를 고민해야할 때다"

'미투' 운동에 대해 정치권 역시 조용하다. 다수의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이 '미투' 폭로의 대상이 될 것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지만, 정치가 해야할 역할을 고려하면 이같은 '침묵'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치인도 나서서 십수년을 참다가 용기 있게 자신의 피해를 폭로하고 나선 여성들을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지난 1'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세부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 직장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현재 내놓은 대책의 핵심이다. 이는 현재 당장 발생하고 있는 '미투' 폭로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줄이거나 여전히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할 수 없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아니다.

 

"이제는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지,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 여성들을 포함한 피해를 폭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그 목소리에 권위를 주고, 체계 안으로 이 문제를 가져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우리 사회에 던져진 과제다. 이들과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때다."(권김현영 교수)

 

'이명박근혜'의 대국민 사기극, 유승민은 알았다!

[분석] '7474' 비전에 종언을 고하자

노무현 : 한나라당에서 위기라는 말을 하고, 경제 위기, 총체적 위기, 경제 파탄, 민생 도탄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런 위기나 파탄이란 것은 경제에 대해서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본다.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1990년 이후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심각해진 것이다. 어제 오늘 생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 정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박근혜 : 국민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를 가든 국민들은 자녀 교육을 시키면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이런 나라가 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청년 실업, 고용의 질의 악화, 이런 것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피부에 닿아야 되지 않는가.

노무현 : 한나라당은 진정 지금이 경제 위기, 파탄 상황이라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박근혜 : 잠재 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

 

지난 200597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영수 회담을 갖고 위와 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경제 파탄"은 박 대통령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장률은 4.3%였다. 지금 상황은 더 좋지 않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전망치를 새로 내놓은 해외 투자은행(IB) 10곳의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였다.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3.1%, 한국은행이 예측한 2.8%보다 더 낮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116000억 원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그렇다. 지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빌려 "잠재 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박 대통령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첫 회담'2시간 30'설전' 전말)

 

'이명박근혜', 그리고 '7474' 비전

성장률의 하락과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논외로 하자. 남는 것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 7년 반 동안 그들이 스스로 공언한 데 대해 아무것도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747 공약'을 내놓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고, 국민소득 4만 불을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결과는 모두가 안다. 공염불이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2013년 대국민 담화를 내놓고 '474 비전'을 제시했을 때, 그 작명의 유사성에 많은 사람들이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 성장률을 4%대로 끌어 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져 놓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3개년 계획의 핵심은 공공 부문을 개혁하고(민영화의 철학을 담았다)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푼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줄곧 외쳐왔던 그 철학이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외쳤는데, 지금은 어떤가. 자신의 '방법론'이 맞았다고 우길 수 있을까?

 

성장률은 앞서 언급했고, 4% 달성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율 70%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56월 기준으로 고용률은 66%. 201364.4%에서 약 1.6%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고용 창출의 질이다. 27일 발표된 정부의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 대책'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별로 없다. 민간 분야에서 1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청년 인턴(75000), 직업 훈련(2만 명), ·학습 병행제 인력(3만 명) 등이 차지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계획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고용률 끌어올리기의 핵심은 공공 부문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맞지 않다. 공공 부문 개혁 방향과 상충되는 방법론인데다, 현재 정부가 겪고 있는 세수 부족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만 내세워 그것을 맞추는 게 박 대통령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대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국민의 피부에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었고, 대기업은 움직일 줄 모른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정부가 '노동 시장 개혁'을 본격 추진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노동 유연성' 강화니까.

 

마지막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언감생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7<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한 한국의 저성장 현황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기는 시점은 2023년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474 비전''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처럼 '7474(747+474)'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쯤되면 '이명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에 종언을 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럴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강력한 의지로 경제 정책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 만한 기회를 차버렸다.

 

별 효과도 없는 단기 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 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 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창조 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3년 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잠재 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쫓겨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그 유명한 '신보수 선언' 연설 중 몇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그가 한 말은 들어맞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어쩌면 보수 정당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경제 정책이 부딪힌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을 넘어설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보수 혁신'은 더 멀어진 것 같다.

 

'잃어버린 10'이라는 비판이, 그 말을 내뱉은 이들에게 향하고 있다. '잃어버린 7년 반'이다. 앞으로 2년 반 동안에 "피부에 와 닿는" 혁신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다. '무능'의 키워드는 오는 8월 중순, 전문가와 언론사들이 앞다퉈 분석할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 평가'에서 빈번하게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한국의 보수 정당'의 근본적인 능력에 의문 부호가 늘고 있는 것 같다. 대안은? 야당 상황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최고 성적선물한 귀화선수들, 올림픽 끝나면 어디로? 2.21 KBS

강릉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한복을 맞춰 입고 출전한 민유라(23), 알렉산더 겜린(25) 선수는 세계인들 앞에서 한국의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피겨 최초로 올림픽 피겨 댄스에 나선 이들은 어제(20) 프리 댄스에서 최종 147.74점을 기록했다. 메달권은 아니었지만 피겨 댄스 최초로 종합 18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겜린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자신의 SNS에 한글과 영어로 소감을 남겼다.겜린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자신의 SNS에 한글과 영어로 소감을 남겼다.

 

민유라와 겜린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같은 코치 밑에서 아이스댄스를 시작했다. 겜린은 여동생과 파트너를 이뤄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여동생이 먼저 은퇴했다. 이후 코치의 제안으로 겜린은 민유라와 짝을 이뤘고, 이들은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함께 태극 마크를 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빙상 일변도인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 역량을 설상 등 다양한 종목까지 넓히려는 목적이었다. 19명의 선수가 특별귀화를 통해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11명이 아이스하키, 8명이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스키, 루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선수들이다. 모두 한국이 그동안 취약한 종목들이다.

 

메달은 못 땄지만 이들의 의미는 남달랐다.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26)는 지난 13일 루지 여자 싱글 1~4차 주행 합계 46400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루지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러시아 출신 티모페이 랍신(30)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경기에서 16위에 올라 역시 한국 국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 추적 22, 개인 경기 20, 매스스타트 25위에 올라 한국의 바이애슬론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일조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9개월 전 무릎 수술을 받고도 이룬 쾌거였다. 또 바이애슬론에 함께 출전한 프롤리나는 여자 추적 10km에서 50,에바쿠모바는 15km에서 16위로 선전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귀화 선수도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마그너스(20) 선수는 21일 오후 열린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 준결승에 출전해 13위를 기록했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초반 구간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24, 50km 단체출발 클래식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다음' 준비하는 귀화 선수들

 

귀화 선수들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취약 종목, 비관심 종목에서 고전하고 있다. 겜린은 지금까지 선수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자비로 해결했다. 후원을 받지 못한 탓이다.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 준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오고도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겜린은 다음을 준비 중이다. 민유라와 함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한국 대표로 출전할 계획이다. 훈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은 진작 시작했다.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www.gofundme.com/mingamelinkorea)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612월부터 모금 중이다.

 

프리쉐와 랍신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때까지 대한민국 선수로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프리쉐는 현재 평창 올림픽만을 앞두고 계약을 한 상태"라면서도 "이번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를 앞두고 있고 프리쉐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다음(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한 계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리쉐가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당분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말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 한국에 메달을 안기고 싶다"고 밝힌 랍신 역시 한국에서 다음을 기약한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에 따르면 랍신 역시 평창에 남아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인민 재판소되고 있다? 221 미디어오늘

고민정 부대변인, 우려 목소리 전하면서도 소통 창구 순기능 역할 강조하며 원칙적 운영 입장 밝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특정인을 비난하고 분노 어린 감정만 배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역기능에 대한 개선점을 찾고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보름 박지우 빙상 선수에 대한 자격박탈 등을 요구한 국민청원이 지난 19일 올라오고 하루 만에 답변 의무 조건이 20만 명을 넘어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국민 분노는 이해한다면서도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김선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과 함께 21‘11:50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김보름 선수의 자격박탈 국민청원 게시물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분노의 배출창구나 인민재판소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은 운영 초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인식됐고 실제 국민 여론이 반영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순기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형식 판사에 대한 파면 요청과 김보름 선수에 대한 자격박탈 요구의 경우 국민 감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특정인을 비난해 감정만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표 대표적인 소통 창구가 우려라는 표현으로 비난을 받는 상황에 처하면서 청와대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언론에서도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서울경제는 당초 국민들의 불편 사항,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청와대가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듣고 직접 답변을 해 사회경제를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점차 특정 계층의 분노 배출 창구, 특정인의 해코지 수단 등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광장민주주의 폐해라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초반 건강한 토론의 장이 되고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법 개정 요구 등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점점 폐해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 행정관은 이에 대해 제도 개선이나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나 의견 개진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지적이 많은 것에 부작용과 우려를 표한 기사들도 있었다면서 정부가 소통 책무를 삼고 있고, 어려운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는 기조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답변 대기 중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목록.

 

고민정 부대변인은 “(국민청원 요구가)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없다. 입법기관도 아니고 그렇지만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슈가 될 것이고 공론의 장으로 넓혀지는 것은 모두 확인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내 이웃이 처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공유하고 공론화되면 새로운 지혜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선 행정관은 청원은 어떻게 보면 의사 표시를 차분하게 개진되는 걸 바랄 수 없다면서 경청하고 사회를 바꿔 나가는 걸로 활용하는 게 마땅하다. 모든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혜택이 있고 일부 역기능도 있다. 감안해서 원칙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답변 의무 조건인 20만명 동의를 넘어 답변 대기 중인 국민청원 게시물은 최대 추천 청원(52만여명)으로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을 비롯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달라는 내용,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하라는 내용, 초중고 학교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시키는 방안, 미성년자 성폭행범의 형량을 높여달라는 요구 등이다.

 

성폭력 가능하게 해준 방관자들, 언론은 자유로운가

[김창룡 칼럼] 언론도 그동안 가해자 병풍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안태근, 고은, 이윤택, 조민기

성폭력 피해자를 손가락질 하지 마라. 그들을 꽃뱀이니 먼저 꼬리쳤다고도 함부로 말하지 마라. 용기를 내 오만한 권력과 잘못된 관습에 온 몸을 던져 최후의 저항메시지를 보내는 위대한 고발자들이다.

 

서지현 검사는 법을 택하는 대신 미디어(JTBC 뉴스룸) 출연을 결정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법집행자이자 법수호자인 검사조차 법이 아닌 미디어에 나와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모시고 상갓집에서 동료 검사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성추행을 했지만 누구도 말리지도 문제삼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뒤에 그것을 문제삼자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줘 멀리 통영지청으로 쫓아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직 여성 검사가 129일 자신이 겪은 성추행 경험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후에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구체적 증언을 이어갔다. 사진=JTBC

 

서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은 비슷한 처지에서 눈물과 좌절 속에 빠져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열게 했다. 연극계, 문화계, 학계 곳곳에서 피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가해자로 지목된 자들의 시인과 사과, 변명 등이 혼재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이 지목한 괴물고은 시인의 상습 성추행과 성폭력은 아직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은의 시가 교과서에 실리고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념사업까지 나서는 사이 그의 문화계 절대권력은 더욱 강고해졌다. 이번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그는 아직 해명이나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극계 대부로 불리는 이윤택은 성추행을 넘어 성폭행까지 가해 피해자가 임신과 중절수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수만 11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를 악마로 부르는 국회의원까지 나왔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안태근, 이윤택은 악마이자 절대 권력자였다그들 옆에서 다 보고 듣고 알고 있던 방관자들 역시 공범이며 악마 권력자의 능욕과 범행을 가능하게 해준 조력자이자 방패막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의 안태근과 이윤택을 다 밝혀내 단죄해야 한다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성학대 여성혐오 행위자들은 일제 성고문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영화계에서 학계로 진출해 주목받았던 배우 조민기씨 행태는 기가 막힌다. 조씨가 교수로 일하던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이 조씨에게 수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씨 측은 명백한 루머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향신문이 전하는 성폭력 의혹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특히 피해자가 한 두학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향신문에 증언한 이들은 2009~2013년 입학한 재학·졸업생들이다. 피해자들은 조씨가 학교 인근인 청주 안덕벌에 마련한 자신의 오피스텔 등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연극학과 졸업생 씨는 조민기 교수가 오피스텔로 나와 친구를 부른 뒤 술을 먹이고 침대에 눕힌 다음 가슴을 만지고 강제추행했다고 말했다. 씨는 “(강제추행 중)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 당시 우리 나이는 고작 스물한 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민기 교수는 술에 취해 항상 여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피스텔로 5(오피스텔로 5분 내로 오라는 뜻)’이라고 말했고, 전화를 안 받으면 계속 전화했다고 했다.

 

안태근, 고은, 이윤택, 조민기 등 가해자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번째는 피해자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배역을 바꿔버리거나 학점이나 학위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가해자의 병풍노릇하는 주변 권력, 추종세력들이 일방적으로 가해자편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직의 힘을 이용해 피해자 하소연을 인사불만, 배역불만, 학점불만, 명예훼손 등으로 매도할 수 있다.

 

세 번째 공통점은 여성의 수치심과 은밀함을 교묘히 이용했고 피해구제시스템의 허술함, 허울 뿐인 법과 제도의 허망함을 악용했다는 점이다. 성폭력은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고 사회적 응징을 당한다는 의식이 있었다면 이렇게 광범위하게,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어떤 내용이 더 터져나올지 알 수 없다. 일련의 사건들이 언론에 전하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다. 문화권력, 학계권력, 정치권력 등 이른바 우월적 위치에 군림하는 권력자에 대해 그동안 언론이 제대로 감시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계 기자들조차 그들과 술잔을 나누며 본의아니게 병풍노릇한 적은 없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물론 피해자들이 보도를 원치 않아서 보도를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해명으로 넘어가기엔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고 너무 깊다.

 

피해자들에게 먼저 손가락질하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 오죽하면 검사가 방송에 나와 피해를 호소했겠는가. 오죽하면 대학생이 교수의 성폭력을 피해 도망해서 쉬쉬해야 했겠는가. 성폭력 피해신고율이 0.6%라는 데이터는 절망적이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미국은 왜 핵억지를 보증하는 '상호확증파괴'를 폐기했나 221 내일

역사학자 에릭 쥐세, 미국 핵전략 분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매우 공격적인 '핵태세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재래식 비핵공격의 대상이 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적으로부터 핵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먼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대상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과 이란이었다.

 

이같은 흐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전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미국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에릭 쥐세가 지적했다. 그는 제3차 세계대전이 단지 상상속에만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쥐세는 2006년 세계 최고의 명망을 자랑하는 미 외교학계가 공개한 2개의 논문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미 외교협회가 출간하는 포린어페어스지의 '핵우위 개념의 부상'(The Rise of U.S. Nuclear Primacy), 다른 하나는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벨퍼센터'가 공개한 '상호확증파괴의 종말?'(The End of MAD)이다.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준말이다.

 

쥐세는 "2개 논문의 핵심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최극단의 군사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우위'(Nuclear Primacy)1950년대 수립된 핵전략 패러다임, '상호확증파괴'(MAD)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MAD는 핵무기를 방어목적으로 설정한다. 핵을 사용할 경우 공멸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준다는 개념이었다. 이는 실제 공격에서 핵무기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그같은 의미의 MAD가 핵우위로 대체됐다. 이제 핵무기는 타국의 핵공격을 막아주는 것뿐 아니라 타국, 즉 주요 적국인 러시아와의 핵전쟁을 벌여 이기게 해주는 무기로 설정됐다. 그같은 전략에서 미국은 핵 선제공격을 통해 러시아를 굴복시키고 파괴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가 핵무기로 반격한다 해도 미국은 방어망을 통해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극히 적은 사상자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탄도요격미사일(ABM) 또는 탄도미사일방어(BMD). 핵우위 패러다임의 목표는 미국이 세계 최대 영토의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쥐세는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미국이 일찌기 가정한 그같은 방어전략 무기는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꾸며낸 허구임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같은 무기를 개발해 판매한다고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려는 군산복합체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일찌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3'스타워즈' 프로그램을 공표했다. 이는 당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의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항해 만든 우주 기반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때부터 현재까지 MAD 위험을 실질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쥐세의 분석이다. 단시 선전선동만 요란했다는 것.

 

1991년 소련은 물론이고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공산권 블록인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붕괴됐다. 미 군산복합체는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막대한 이문이 남는 무기시장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들 입장에서 냉전의 종말은 제품을 계속 팔아 시장가치를 올려야 할 미 군수업체들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미 군수업체를 운영하는 억만장자들은 의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최대 시장은 바로 미국 행정부다.

 

MAD에서 핵우위로의 전략 변경은 냉전을 은밀히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였다. MAD 전략은 미소 양국의 핵무기 균형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컸기 때문에 수요공급이 정치적으로 조절됐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핵우위 전략에서는 그같은 제한을 풀어버릴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에서 무기제조업은 극소수 억만장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투자 분야다. 정부가 전투기와 폭탄, 미사일을 구매하는 한 무기제조 기업들의 부는 계속 증가한다. 특히 복잡한 첨단무기, 특히 핵무기와 같은 전략무기라면 지구상 그 어떤 제품보다 이문을 많이 남길 수 있다. 가격을 불문하고 팔리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11월 이임사에서 "군산복합체는 전 세계의 암적 존재"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미국 쇠락의 주 요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부시가 취임하던 2001, 이제 '냉전'이라는 말은 미 국민들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흘러간 옛노래였다. 소련과 공산주의, 그 동맹들이 오래 전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제시할 새로운 '악마'가 필요했다. 국방예산 확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하늘의 도움인지 9/11 테러사건이 터졌다. 알카에다와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 조직이 미국의 적이 됐다.

 

하지만 군산복합체 입장에서 이는 군침을 흘릴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전략 핵무기를 위한 막대한 예산은 핵으로 위협하는 강대국 수준의 적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2006년 세계에서 명망을 인정받는 외교학계 2곳에서 'MAD의 종말''핵우위 패러다임의 등장'을 선언했다.

 

군산복합체에게 이는 하늘이 준 선물과 같았다. 핵우위 개념은 먼저 적을 재정의했다. 이제 적이란 상호확증파괴 두려움으로 함께 평화를 유지해야 할 상대가 아니다. 적이란 완전히 제압해야 할 국가로 바뀌었다. 그리고 둘째, MAD에서 핵우위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해 대중에 대한 거짓말이 필요했다. 바로 탄도요격미사일(ABM)은 공격기능이 없고 순전한 방어기능만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속임수에 대중들은 수조달러의 국민세금을 기꺼이 쓰도록 허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초호화 지하벙커가 미국과 유럽의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지하벙커를 구매한 사람들의 정체가 어떤지에 대해 공개된 바는 없다. 하지만 쥐세는 "논리적 추정은 가능하다. 일단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핵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하 깊은 곳에 잠시 머무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아낌없이 지불할 정도로 전쟁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적 신앙에 기반해 임무를 수행했다. 부시는 정부가 ABM 무기를 주문하고 구매하기 전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여겼다. 달리 말하면 부시는 첨단무기가 작동할지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군수업체 오너들이 무기를 제조해 판매하면서 이득을 얻는 것에 만족하느냐 여부가 더 중요한 것처럼 행동했다. 부시는 ABM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MAD를 핵우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바탕이 됐다.

 

핵우위 개념은 미국의 ABM 시스템이 적의 보복 핵공격을 격파할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부시는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는지 여부를 살피지 않았다. 포린어페어스지와 하버드대에서 관련 논문이 나오기도 전에 부시는 방어시스템을 밀어붙였다. 부시의 그같은 계획을 성급히 실행하는 데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핵우위 개념 자체를 비판한 주요 학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앙에 기반해 업무를 수행하는 부시 대통령을 경멸했다. 현재 세속적 처세술에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학계와 전문가들의 무시를 받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 전문가를 영입하려 해도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부시 대통령도 그랬다. 200410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수행한 경제학계 전문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부시 내각에서 참여해달라는 연락이 오면 '싫다'고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밑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부시와 대선 맞상대였던 존 케리라는 응답이 81%였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언론들의 잇따른 비판에도 부시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NYT)의 과학전문 기자인 윌리엄 브로드는 2003924일자에서 "미사일 방어전략 추진에 위험요소가 많다는 보고서가 있다""부시 정부는 미사일 방어에 현재까지 220억달러를 들였고, 내년에는 예기치않게 더 큰 예산이 들어갈 수 있다""또 의회 산하기구인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적의 핵탄두를 막지 못하는 기술적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NYTGAO가 펴낸 40쪽 보고서를 인용해 "국방부는 10개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발중이지만, 그 시스템이 목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똑같은 일이 초고가 차세대 전투기인 F35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국방부의 시도는 총알로 총알을 쏘아 맞추는 일에 비견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NYT는 국방부에서 무기실험 책임자를 지낸 인물의 발언을 인용해 "탄도요격미사일 시스템을 계획에 맞춰 1년 내 배치한다는 건 실제 방어막이 아니라 '허수아비'(scarecrow)를 세운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시 말하면 실제적 쓰임새가 전혀 없는 실패작이라는 말이었다. 그같은 시스템을 이루는 많은 부품들이 적절히 기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한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NYT는 또 "전임 빌 클린턴 정부는 그같은 우려에 대해 보다 귀를 기울였고, 복잡한 방어 시스템의 다양한 부품, 구성요소들에 대한 실험을 위해 넉넉한 시간표를 제공했다""하지만 부시가 취임한 이후 첫 조치는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즉각 배치하는 것이었다.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먼저 배치하고 난 뒤 시험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부시는 과학이 방어시스템의 기능을 제공하는 데 실패한다면, 신이 그런 기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신앙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미국인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은총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04426일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위협이 실재하는지 의심스럽지만, 국방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부시는 세관과 국경보호에 쓰는 비용의 2배 이상을 미사일 방어에 쓰려 한다""하지만 현재까지 초보 수준의 불확실한 방어망을 얻는 데 그쳤다. 러시아가 쏠지도 불분명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라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9/11 이후 국가방어전략이 전환돼야 하는 데도 부시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시는 몽니를 부렸다. 200521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초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3번 연속 시험발사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한 과학자를 인용해 "헨리 포드가 자동자 생산라인을 만든 뒤 시험주행도 거치지 않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해 44AP통신은 "의회가 초보 수준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얼마가 투자될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어시스템은 계속 실패했고, 관련 비용은 부시 행정부가 애초 추산한 비용 1500억달러를 쉽사리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어시스템에 찬성하는 일부 의원들은 "9/11사건처럼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같은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았다. 9/11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있었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이를 몰랐을까. 에릭 쥐세는 "의원들은 훤히 알고 있었다""일부 의원들의 그같은 주장은 군수제품을 생산하는 록히드마틴 등의 후원 하에 이뤄진 것이다. 그렇게 발언함으로써 의원들은 기업으로부터 넉넉한 후원금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레이건에서 시작돼 부시가 제조하고 구매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오바마가 실제 배치했고, 현재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어지고 있다. 쥐세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라는 도박이 실패한 것은 매우 명확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성공은 결코 군산복합체의 실제 목적이 아니었다. 정부가 국방예산을 계속 늘리도록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당초 목적을 완벽히 수행했다. 바로 정부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극소수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복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년? 윤달? 그게 뭐야?”알수록 오묘한 음력의 매력 시사저널 1478

직장인 조현씨(35)는 어린 시절 생일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1984229일에 태어난 조씨는 자신의 생일만 달력에 없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중에 4년에 한 번씩 하루가 추가되는 해를 윤년(閏年)’이라 하고, 추가되는 하루를 윤일(閏日)’이라고 한다. 조씨는 윤일에 자신이 태어나서 그렇다는 것을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에 알았다.

 

흔히 1년은 365일이라고 배운다. 이는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를 태양년이라고 하는데, 태양년은 정확히 365.2422일이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차이지만, 오랜 기간 이 격차가 누적되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선 7월에도 한겨울이 찾아오고, 1월에 무더위가 시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실제 공전 주기와 태양년의 격차(0.2422)4년마다 보정해 달력을 고쳐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해도 발생하는 차이는 2000년과 같이 100으로 나눠 딱 떨어지는 해를 평년으로 하는 방식으로 추가 보정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윤달도 있다. 윤달은 태양 시간의 오차를 줄여주는 윤년과 달리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채우기 위해 생긴 개념이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달력(태양력)365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음력(태음력)에서 한 달은 29일과 30일을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 음력에서 1년 열두 달로 환산하면 354일에 불과하다. 대략 11~12일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변화를 일치시키지 않으면 계절의 추이를 담기 어려워진다. 3년에 한 달 혹은 8년에 세 달의 윤달을 음력에 넣는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윤달을 공달이라고 불렀다. 예년에 비해 한 달이 더 많기 때문에 조상이 알지 못하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대로 신이 없는 달로 알려져 묘를 이장하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윤달에는 결혼이나 이사를 하면 안 된다는 속설도 생겼다.


[설 특집] 음력의 모든 것, 알아두면 쓸데 있는 음력 이야기

 

2010211일 울산시 남구 울산가족문화센터에서 다문화가족 주부들이 설맞이 민속 가족놀이로 윷놀이를 체험했다. © 사진=연합뉴스

 

양력과 음력, 뭐가 다를까

흔히 양력은 해의 위치(지구의 공전)를 기준으로 한 날짜를 말한다. 반면 음력은 달의 모양 변화(달의 공전)를 기준으로 한 날짜다. 초승달이 보름달이 됐다가 그믐달이 되는 변화를 한 달로 삼았다. 우리 선조들은 음력을 써왔다. 하지만 음력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날씨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날씨는 사실상 해의 위치(결국은 지구의 공전 주기)에 따라 달라졌다. 때문에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1년을 약 15일씩 나눠 24절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서양에서 양력에 따라 일주일(7)을 기준으로 생활했다면, 중국과 우리나라는 15일을 주기로 생활했다고 보면 된다.

 

초복·중복·말복은 24절기가 아니다

한식, 단오, 삼복(··말복), 칠석은 24절기가 아니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고, 단오는 음력 55일이며, 초복은 대략 711일부터 719일 사이가 된다. 하지로부터 세 번째로 돌아오는 경일(60개의 간지 중 경()자가 들어가는 날)이 초복이 되고, 네 번째 돌아오는 경일이 중복이다. 그리고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되므로 초복과 중복은 열흘 간격이 되고, 중복에서 말복까지의 기간은 해마다 일정하지 않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점으로 하고 말복은 입추를 기준점으로 한다.

 

한국과 중국의 음력설 날짜가 다르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원리의 태음태양력을 사용하지만 자오선(子午線)이 다르기 때문에 설날이 다른 날에 올 수 있다. 1914년부터 2099년 사이의 200년 동안 중국과 한국의 설날이 하루 차이가 나는 날은 15번이나 된다. 한국과 중국의 자오선이 다른데, 여기서 발생하는 1시간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력 달이 바뀌는 기준점이 한국 시각으로 030분에 있다면, 중국에선 2330분에 있기 때문에 날짜가 달라진다.

 

설날·정월대보름·영등날명절은 달을 따라간다

한국의 전통 명절은 음력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명절은 한자 문화권의 영향을 깊이 받아 중양(重陽)인 경우가 많다. ()이란 수()에서 홀수를 뜻하며, ()은 수가 겹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양은 11일 및 33, 55, 77, 99일이 해당되며, 특히 음력 99일을 중양절이라 한다. 보름달이 뜨는 날을 명절로 삼은 때도 많아서 1, 6, 7, 8, 10월의 보름이 명절이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뉴시스·뉴스1

 

신정과 구정의 차이를 아십니까음력 설의 수난사

음력의 모든 것독재 군사 정권의 음력 설 탄압

민족의 명절 설이다. 쇼핑몰마다 설 선물세트가 가득 진열돼 있고,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설 연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저마다 양손에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을 찾는 이들의 설렘은 고속도로 정체로도 억누를 수 없다. 명절 연휴를 맞은 사람들은 평소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전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는 11(신정·新正)에도 똑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왜 새해 명절을 두 번에 걸쳐 지내는 것일까.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윤극영 선생이 1924년 일제강점기 때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을 안타까워해 만든 동요 설날이다. 동요에 등장하는 까치의 설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내려온다. ‘어저께로 등장하는 섣달그믐날을 과거에 아치 설로 불렀다는 해석이 정설로 여겨진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와 엮여 까치 설날이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에는 가설이긴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엮어 동요를 해석하는 흐름도 있다. 양력 11일 신정을 설날로 쇠던 일제를 까치로 비유했고, 우리 민족의 설날인 음력 11일보다 앞선 시점이기 때문에 어저께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음력설은 일제 식민지 시절 없어질 뻔한 위기를 겪었다. 1992년 설날 제사를 지내는 모습

 

100년 수난 견디고 민족 명절이 된 구정

이 같은 해석이 나온 이유는 설날이 안고 있는 수난의 역사 때문이다. 실제로 설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민족의 수난과 함께 부침(浮沈)을 겪은 역사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 전통을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해방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설날은 1989년에 이르러서야 공식 명절 대접을 받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설도 불과 33년 전까지만 해도 공휴일이 아니었다.

 

음력설(구정·舊正)은 한때 역사 속에서 지워질 뻔했다. 설날이 폐지된 시점은 189611일이다. 대한제국을 건립한 고종은 이날부터 태양력을 공식 역법으로 도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음력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임금이 결정한다고 해서 수백 년간 지속돼 온 전통이 사라질 리 만무했다. 왕실조차도 음력설에 각종 행사를 지냈다. 양력 11일에 대해선 휴일로 지정했을 뿐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음력의 진짜 위기는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친일 내각이 구성된 순종 시절부터 시작됐다. 1907년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친일파 이완용이 국가는 이미 태양력을 준수해 쓰고 있는데, 음력 원단(새해 아침)과 동지에 의식은 이제부터 하지 않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순종은 이를 허락했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명절과 기념일을 양력으로 바꾸고, 완전하게 태양력을 시행해 왔다. 일제는 신정 때 학교에 10일가량의 방학을 주고, 관공서와 기업은 그날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반면 구정에는 일부러 조업을 강요하고 학생들이 학교를 빠지지 못하게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민족의 풍습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일제는 1930년대 이후 구정 문화를 없애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이후에도 강제적으로 방앗간의 조업을 금지해 상차림에 필요한 떡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설빔을 해 입은 아이들에게 먹물을 뿌린 기록도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끝난 뒤에도 구정은 여전히 대접을 받지 못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194964일 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음력설을 빠뜨렸다.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등 국경일과 식목일·한글날·추석, 심지어 크리스마스까지 공휴일로 지정됐음에도 음력설만은 외면받은 셈이다. 대신 신정은 1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연휴로 정했다. 이후에도 이승만 정권은 민족의 수치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력설을 없애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정희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62년 경찰은 설을 앞두고 극장 광고물에 구정 프로라는 문구를 넣을 수 없도록 했고, 구정 때 임시열차의 증편 운행도 중지했다. 설을 앞둔 떡방앗간 조업 단속도 더욱 강화했다. 이 같은 기조는 전두환 신군부 초기까지 이어졌다.

 

군사독재 겪고 나서야 부활한 설

전두환 신군부는 매년 국무회의에서 음력설 공휴일 지정 여부를 놓고 논의했지만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198412월 민주정의당이 내년부터 구정 하루 동안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국민적 여망을 수용해 나가기로 정부 측과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121일 대통령령이 개정돼 처음으로 음력설은 공휴일이 됐다. 다만 명칭은 민속의 날이었다.

 

민속의 날이란 불분명한 이름으로 이어지던 음력설이 본래의 이름을 찾은 것은 1987‘6월 항쟁으로 신군부가 무너진 뒤 1989년에 이르러서다. 19892월 정부는 민속의 날의 명칭을 로 바꾸고, 음력설과 추석을 3일 연휴로 하는 방향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음력설을 인정한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의 수난과 군사독재 정권을 지난 후에야 우리 민족은 전통을 지켜낼 수 있었다.

 

방송통신대학교 통합인문학연구소 이임하 학술연구교수는 저서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에서 음력설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것은 다 바뀌었는데 유독 음력설만큼은 고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기념 의례나 기념 투쟁은 하나의 역사적 상징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새해 새 출발을 하는 만큼은 서민들의 뜻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베이징 올림픽 가즈아!" 민유라-겜린 후원금 6,000만 원 돌파 222 한국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출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아리랑'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민유라(23), 알렉산더 겜린(25) 듀오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펀드 후원금이 58,000달러(6,281만 원)를 돌파했다   지난 20일까지 모금액이 약 5,000달러(541만 원)에 불과했던 펀드는 같은 날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펼쳐진 환상적인 아리랑공연으로 두 선수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며 후원금도 급증했다.

 

두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훈련비를 충당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후원 러시에 한몫 했다. 펀드는 겜린이 201612월 직접 만들었다. 22(한국시각) 미국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 펀드 미에 개설된 민유라, 겜린의 펀드 페이지에 모인 후원금은 58,688달러, 우리 돈으로 6,280만 원 정도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2,060여 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후원금과 후원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페이지 후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최근 기부(Recent Donation)’ 코너에는 2~3분마다 새로운 후원자가 나타나고 있다. 1인당 후원금은 10달러(1만 원)에서 90달러(97,500) 사이다.

앞서 민유라는 지난 21JTBC ‘뉴스룸과 화상 인터뷰에서 강아지 돌보는 아르바이트로 훈련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유라는 나는 강아지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알렉스(알렉산더)는 아이들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1억원에 달하는 연간 훈련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는 코치들 페이가 있고, 호텔 같은 거, 비행기표 이런 게 많이 든다조금 어렵다. 그래서 알바 같은 걸 한다고 설명했다.

 

아리랑공연 뒤 펀드 후원금이 급증한 것에 대해 민유라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유라는 이날 뉴스룸에서 어제 프리댄스 경기 끝나고, 갑자기 많은 팬들이 (펀드 페이지에) 들어왔다저랑 알렉스도 정말 감동받고, 당황했다.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유라-겜린 펀드의 후원금은 전액 2022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훈련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목표액은 10만 달러(1억원). 겜린은 펀드 소개 글에서 훈련비로 매년 20만 달러(21,000만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이 돈의 대부분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여러분의 후원이 우리를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만든다.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썼다. 후원은 고 펀드 미에서 가능하다. 기한 제한은 없다.

 

김영철은 정말 '천안함 폭침 주역'인가? 222 프레시안

북한은 왜 '천안함 논란' 김영철 카드를 꺼냈나?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대표단 단장으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중앙위 부위원장을 지목해 22일 우리 측에 통보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0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일으킨 핵심인물로 지목된 인사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북한 소행설과 그의 연루설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주도 조사단과 보수언론이 그렇게 규정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보수 정부가 주도한 조사 결과와 달리 과학적으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이 입증되지 않았다. 2010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천안함 침몰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린 한국 정부 주도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지는 않았다. 북한 폭침설의 근거가 된 북한 잠수정이나 '1번 어뢰'에 대한 언급도 당연히 없었다.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천안함 침몰은 '미제 사건'이라는 얘기다.

 

다만 지난 2015325,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5주년을 맞아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소행설'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뤄졌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에 의한 폭침론은 인정하면서 '김영철 주도설'에만 선을 긋는 이유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도발 당시 국방부가 구체적인 사람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바 있다""20103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난 이후 국회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당시 국방부가 밝힌 내용을 확인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천안함 사건 뒤 조사를 했을 때 주역이 누구였는지 조사 결과 발표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인사의 방한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08월 오바마 행정부 당시 핵무기 개발 자금 차단을 위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의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고 대한민국의 제재 대상이기는 하다"면서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폐막식 참가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에 따라 이번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남도 이런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공격적인 논평을 냈다. 전희경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맞이하겠다고 나섰다"고 반발했다. 그는 "북한이 감히 김영철을 폐막식에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하겠다는 후안무치한 발상을 하게 한 것은 그동안 북한 해바라기에, 굴종과 굴욕을 밥 먹듯이 해온 문재인 정권이 불러들인 희대의 수치"라고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부위원장 방남과 관련해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김 부위원장을 "철천지 원수", "말을 섞지 못할 불구대천의 상대"라고 규정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 정권은 정말 친북 주사파 정권이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뇌아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문재인 정권의 작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남남갈등이 훤히 예상되는 김 부위원장을 대표단장으로 선택한 북한의 의도는 매우 전략적이다. 일차적으로는 그의 남북대화 경험이다. 김 부위원장은 1990~1992년 열린 제1~8차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 실무자접촉 수석대표, 2006년 제3~7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대표, 2007년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북측 대표 등을 맡은 바 있다. 또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데 이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타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보수진영의 반발을 무릅쓰고 우리 정부가 김 부위원장 일행의 방남을 수용키로 한 배경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려는 고심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먼저 북한에 대승적 차원의 진정성을 보임으로써 향후 북미 대화 중재를 위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과 만남이 예상되는 조명균 장관은 "많이 남지 않은 시간 속에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남북 관계를 통해 북미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북한에서 남북대화를 총괄하는 김영철 같은 사람과 마주앉아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의 회동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급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25일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조우할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는 동선이 겹칠 뿐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이방카 고문과) 만날 기회가 없다"며 북미 접촉을 위한 중재 노력에 대해서도 "이번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고위급 접촉 자리를 마련했던 것과 같은 물밑 중재는 없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방카 고문(23~26)과 김 부위원장(25~27)의 방남 기간이 겹치는 만큼, 폐막식을 전후해 우리 정부가 양측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있다. 올림픽이라는 유연한 외교 공간에 모인 북미 고위급 인사들을 직접 상대하며 북미 대화를 촉진시킬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조명균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전망은 이르다"고 했다.

조 장관은 그러나 "통일부가 상대하는 북한측 대표단에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개막식 고위급 대표단에게 여러차례 밝혔다""이번에도 같은 입장에서 북측에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보름을 응원하는 이유 222 한겨레

 

21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7-8위전에서 김보름(왼쪽부터), 박지우, 노선영이 함께 레이스를 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김보름을 볼 수 있을까?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한 선수의 꿈이 위태위태하다. 메달 가능성이 있는 주 종목에 나서기도 전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21일 팀추월 7-8위 경기 때 관중 반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밤새 잠도 못 잤고, 링크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동네 어른들이 달리기를 해도 죽어라고 뛴다. 스포츠의 성격이 그렇다. 올림픽 무대는 더하다. 선수들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 짜낸다. 동료 노선영도, 박지우도 마찬가지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팀추월 예선에서 박지우와 먼저 들어왔다. 3초 이상 뒤처진 노선영은 쫓아올 수가 없었다. 함께 가야 이기는 경기에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달린 김보름과 박지우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만약 잘못을 했더라도 질책한 뒤에는 포용하고 끌어안는 게 성숙한 모습이다.


김보름은 20일 훈련 시간에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감독은 상황을 설명한 뒤 이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호소했다. 백 감독 발언의 진위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다만 김보름과 노선영을 대립적인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에 감정적으로 분노해 집단적으로 이지메를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김보름은 20대 중반의 젊은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1년만 죽자며 달려왔다. 자랑스러운 대표선수가 안방 관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 하는 무서운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정신과 치료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그건 우리의 젊은 청년을 죽이는 일이다. 한 심리학 교수는 노선영도 속상하겠지만 김보름을 일방적으로 코너로 몰아가고 물어뜯는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품어 안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미래 세대에게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자 매스스타트 세계 1위까지 올랐던 김보름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참담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을 떨치고 24일 매스스타트 경기에 나와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안방 관중들도 힘찬 박수를 보내준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떨어지지 않는 분양가, ? 222 뉴스타파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토교통부는 서민의 주거 안정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정부의 정책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 무주택 서민과 세입자들을 위한 주거 안정 방안

-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폭등하는 재건축 아파트 규제 방안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보유세 인상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까지 착수했다. 언론은 보유세 인상안이 아파트 가격 억제를 위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많다. 당장 지난 20155월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부활시키고 유명무실화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정상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분양가격은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다.

 

현재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만 다룬다. 뉴스타파가 취재해보니 이마저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세가 폭등하면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고이로 인해 주변 땅값이 높아지면공공택지의 감정가도 높아지고공공택지의 감정가가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도 높아지고결국에는 공공임대, 국민임대에 세를 들어 사는 서민들의 월 임대료까지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1.분양가 심의위는 핫바지? 그러나 비공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 이전부터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주로 건설사의 편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대로 된 심의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는 역할보다는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정부는 이를 방조했고, 소비자들은 이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비판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 심의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분양가 심의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강한구 성남시 시의원은 통상적인 분양가의 심의위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건축비 심의할 때도 조달청 낙찰가격이라는 게 있어요. 그럼 보통 이 금액 여기부터 얼마에서 얼마까지는 15%, 또 어디는 10%, 그럼 그만큼을 깎아. 뭉퉁거려서. 그리고 나서 우리 심의위한테 올라오는데. 이미 건설사들이 깎일 것을 다 알잖아요. 관행으로 되니까. 그럼 이만큼 부풀려 집어넣는 거야. 이미 깎일 거라고 생각해가지고 다 부풀려서 올라와. 그러면 분양가 심의위원들이 일일이 못 따져요 그런 것을. 그럼 다 이거 제대로 다 보셨죠? 땅땅땅. 그러면 공사 시작하는 거야.

 

건축비 산정내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기 전에 건설사들이 이미 가격을 부풀려 올려놓기 때문에 시 공무원들이 작성한 서류만 가지고 대충 통과시키는 분양가 심의위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분양가 심의위에 올라온 각종 비용에는 이미 건설사의 수익이 숨겨져 있고, 이는 그동안 제도적으로 보장돼 왔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남아. 건설사는 돈 들어갈 게 없어요. 택지는 계약만 하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어요. 그 은행 이자는 입주민들이 다 부담하고 있어요. 법적으로. 그건 오케이야. 다 들어가. ‘택지비 가산비라고 해서. 그 다음에 취득세 등 세금이 있어요. 다 부담을 해줘. 그러니까 1원도 안 들어가지 거기에. 자기네 건설사 돈이 1원도 필요 없어. 건축비? 건축비는 자기네들이 미리 저렇게 선분양을 해버려요. 돈 받잖아요. 그 돈으로 건축하는 거야.

 

강 의원이 말하는 <택지비 가산비>란 예를 들어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목적으로 3천억 원을 내고 땅을 샀다고 가정하면, 3천억 원을 은행에 예치시켰을 경우 이자가 연 몇 십억원은 될 것이니, 입주자 모집 공고 후 6개월까지의 이자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분양가 산정항목을 뜻한다. 건설사가 3천억 원에 택지를 구입하고 아파트 분양을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기까지 통상 2년이 걸린다면 거기에 6개월을 더 얹어 26개월치의 이자비용을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민간이든,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이든 분양가에 무조건 포함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 왔다. 국토교통부의 김영국 주택정책과장도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런 항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게다가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땅을 사고 건설사 명의로 재산 등기를 할때 내는 각종 제세 공과금, 즉 취득세, 지방교육세, 재산세, 등기수수료 등도 모두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아파트 분양을 받고 입주를 한 뒤 또 취등록세를 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 납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건설사 편인 것으로 평가되는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정부의 시행령 등에 의해 비공개로 운영된다. 시민들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는 물론이고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에서마저도 자신이 분양받는 아파트의 가격이 과연 적정한지 파악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뜻이 된다.

 

2. 땅값이 비싸지도록 제도화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만 폐지한 게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토부 지침을 통해, 20159월 공공택지에 대한 공급가격 기준을 개정했는데 이를 통해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마저 주변 땅값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택지비에 포함되어 분양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도록 제도화했다.

 

올 봄 분양 예정인 과천시 갈현동의 공공택지지구를 보자. 과천시에서 오랫동안 무주택 세입자로 살면서 이 공공택지 지구의 아파트 분양을 노려온 과천시민들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2700만 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소식에 깜짝 놀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서 정보도 교환하고, 시의회 회의실에서 정기모임도 열고, 분양가 인하하라고 촛불집회도 하고, 분양가 심의위를 공개하라고 조례 개정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내부자료까지 확보해서 이를 통해 공공택지의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파헤쳤다. 시민들이 제시한 각종 숫자가 LH의 내부자료에 근거한 숫자라는 것은 뉴스타파 취재진도 확인한 사안이다.

 

가장 부풀려져 있었던 것은 택지비였다. 과천시 공공택지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예정된 갈현동의 지식정보타운 S4, S5지구의 경우, LH가 그린벨트였던 해당 지역의 땅을 수용했을 때는 평당 310만원, 여기에 상하수도등 기반시설 조성한다고 850만원(수용가 310만 원 포함)을 쓰고, 이 땅을 대우건설에 팔 때는 24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용가를 포함해 택지와 그 조성비용에 850만 원을 썼는데 이를 팔 때는 2400만 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수익이 평당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과천시의회 의원들은 이 차익만으로도 LH1조원 가까운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20159월 이전, 국토부가 공공택지에 대한 공급가격 기준 지침을 개정하기 이전이었다면 택지비는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20159월 국토부의 지침 개정 이전, 전용 60제곱미터 이하의 서민용 아파트의 택지에 대해, LH가 해당 택지를 매각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이 조성원가의 120% 이내였기 때문이다. 과천시 갈현동 공공택지의 경우 조성원가가 85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민간 건설사에 넘어갈 때의 대지비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100만원을 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3년 전에는 평당 1100만원도 못 받을 땅을 국토부 지침 개정(조성원가의 120%이내감정가) 하나만으로 24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LH의 폭리는 고스란히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이 국토부 지침 개정은 놀라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정가는 시세에 따라 변한다. 그러니 과천처럼 수도권 핵심 지역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가 폭등해서 주변 땅값이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감정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감정가가 높아지면 공공택지의 아파트 분양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제어해야 할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건설사 편익만 봐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한 악영향이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공공택지지구에 건설되는 공공임대나 국민임대 등의 서민용 임대 아파트 임대료도 주변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LH의 담당자 3명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확인했다. 과천시의 경우 공공택지지구가 처음 지정됐으니 거기에 처음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 시세가 주변 시세가 되어서 공공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지침 하나가 개정됨으로써 땅값 상승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중산층에서부터 저소득 서민계층에게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완성되어 버린 것이다.

 

3. 정부는 정말 아파트 가격을 잡을 의지가 있는 것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조선일보에 쓴 기고문을 통해 정부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주거복지라고 확언하면서 올해가 국민 누구라도 적은 주거비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정부가 지금의 제도나 규칙을 그대로 놔둔다면 공공택지에서도 아파트 분양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 금융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져 아파트 시세가 폭락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대로라면 당장 올해 봄 분양이 예정된 과천시 갈현동 공공택지지구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59제곱미터라도 최소 7억 원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토부 김영국 주택정책과장은 취재진에게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는 청약과열을 조장하고 수분양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기존의 국토부 지침을 고수할 것임을 내비쳤다.

 

다만 분양가심의위원회가 모두 비공개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를 법령을 통해 개정할지 아니면 지자체 운영 세칙을 통해 고쳐볼지는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답변 역시 자칫 말장난으로 여겨질 수 있다.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비공개는 정부의 시행령 등을 통해 결정된 사안인데 이를 그보다 하위 법령인 지자체의 조례나 운영 세칙에 의해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위법은 상위법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유효하다는 사실을 정부 관료가 모른다는 말인가. 김현미 장관의 기고문에 나온 것처럼 정부가 정말 국민 누구라도 적은 주거비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또는 그럴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가계빚 1500조 육박, 금리쇼크 태풍이 온다 22프레시안

미국 4차례 이상 가파른 금리 인상설 대두, 한국은?

최근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옥스퍼드 경제연구소 등의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세계 10대 위험국'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통계는 2016년까지 3년간 가계부채 통계를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16년 이후 1년 사이에 다시 무려 108조 원이 증가해 145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나 정부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급제동을 걸어 3년만에 연평균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줄였다는데도 100조 원이 훌쩍 넘게 가계빚이 늘어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74·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은 1450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84000억 원(8.1%)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으로 '가계부채'로 통용된다.  

증가액 규모만 놓고 보면, 2015(1178000억 원), 2016(1394000억 원)보다 적다. 증가율도 정부 목표치(8% 수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소득 증가율(최근 3년간 가계 가처분소득 평균 증가율 5%)보다 가계빚 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가계신용 규모는 한은이 200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다.

 

신용대출 등 금리 높은 기타대출 급증

가계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 규제 강화와 주택 매매 감소 등으로 예금은행 기준으로 증가폭이 전년(408000억원)의 절반 수준(216000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포함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은행 기타대출 잔액은 196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16000억원이 늘었다. 직전연도 증가액 129000억 원의 두 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기타대출만 5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금리 상승에 취약한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변동금리에 노출된 대출 비중이 상당히 많은 반면, 시중금리는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21(현지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제 상황이 연방기금 금리의 추가적인 점진적 인상(further gradual increases)을 보장할 정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 의사록에 '추가적인(further)'이라는 문구가 새로 들어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했던 '20183회 인상설''4회 이상 인상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가팔라질 것을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연준 동향에 민감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중 미국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3.1%에 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954%로 상승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30년물은 3.233%로 상승, 2015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레드라인'으로 불리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3%' 금리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도 이날 연준 의사록이 공개되자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경우 1.5~1.75%가 돼, 한국의 기준금리(1.5%)보다 높아진다.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한국의 기준금리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추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사례를 보면 한미 기준금리차가 0.5% 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자본유출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이 부임하면 5월과 7월 사이에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나아가 하반기에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대출 금리는 이달 들어 최고금리가 5% 선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에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가운데, 금리 쇼크의 태풍이 다가오는 양상이다.

 

부자의 빚 vs 서민의 빚] 똑같은 빚인데 이 다르네 달라 220 The Scoop

탐욕과 생존의 무서운 간극

대출을 많이 받는 소득계층은 어디일까. 통상 생활 형편이 여의치 않은 서민층이 대출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자산이 많은 부자들도 대출을 많이 받는다. 문제는 대출의 이 다르다는 점이다. 서민은 생계를 위해, 부자는 투자를 위해 대출을 활용한다. 부자는 갈수록 돈을 더 벌고, 서민은 궁핍해지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부자 빚과 서민 빚의 질을 분석했다.



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대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3분기 기준 14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금융위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도 같은 시기 94.1%를 찍었다.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오른 수치다. 소득보다 대출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건데,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진다는 서민들의 곡소리가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지난 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부자보고서(Korea Wealth Report)’의 내용이 흥미로운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부자들도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46%는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출액 3억원 미만은 18%,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 14%, 5억원 이상 7억원 미만 23%, 7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은 7%를 차지했다. 10억원 이상을 대출한 부자들의 비중은 38%로 가장 많았다. 평균적으로 5억원의 대출을 끼고 있는 셈이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국내 경기 탓에 부자들의 주머니마저 얇아진 걸까. 당연히 그럴리 없다. 부자들의 부채는 서민들의 부채와는 성격이 달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부자들이 대출을 받은 이유는 거주목적 외 부동산 마련32.6%로 가장 많았다. ‘절세목적(23.9%)’ ‘사업자금(17.4%)’ 등도 비중이 컸고, ‘거주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은 13.1%에 그쳤다.

 

주택구입(49.3%)’ ‘생계자금(27.1%)’ ‘주택임대차(12.6%)’ ‘대출금상환(10.2%)’ 등 일반 가계의 대출목적(한국은행2016년 기준)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반 가계의 대출 목적이 생계였다면 부자들의 대출 목적은 투자였다는 얘기다.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들이 각종 투자이득을 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대부분 투자용이었다. 상업용 부동산은 43%, 투자목적 주택은 12%에 달했지만 거주용 부동산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투자 부동산 비중도 높았다. 보유자산이 10~30억원인 부자들은 거주용 부동산과 투자용 부동산의 비중이 각각 58%, 35%이었지만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두 부동산 비중의 차이가 21%, 60%로 벌어졌다.

2017 부자보고서의 대출 부분을 기술한 이정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부자들은 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는다기보다 다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표적인 효과는 대출을 끼고 사업을 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부자들이 대출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자금 출처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돈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자신의 자금을 들여 투자하려면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돈이라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때 부자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대출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부동산의 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부자들이 대출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대출이 포함된 부동산을 매각할 때 채무를 인수자에게 넘기는 채무인수조건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국장은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데다 이후 부동산을 재매각할 시 채무를 100% 이행할 필요가 없어 많은 부자들이 대출을 끼고 투자를 한다고 꼬집었다.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 서민도 부자도 대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쪽은 갈수록 형편이 어려워지고, 다른 한쪽은 갈수록 돈이 쌓인다. 서민은 돈을 빌려 세를 들고, 부자는 돈을 빌려 세를 놓기 때문일까. 이젠 대출도 양극화다.

 

방과후 영어망국론 한겨레21 1200

인기 영어책 작가 김민식·문성현이 말하는 조기교육 해선 안 되는 이유

인공지능 시대 영어 조기교육은 국가적 낭비방과후 독서가 더 중요

 

주요 서점에서 외국어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영어학습법 책의 제목을 쭉 따라 읽어보면, 영어 배우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처럼 보인다.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100일 후에는 나도 영어로 말한다> <영어는 3단어로: 내일 당장 대화가 되는 초간단 영어법> <나의 영어 사춘기: 대한민국 영포자들의 8주 영어 초보 탈출 프로젝트>. 책에 따르면 짧게는 하루 만에, 길게는 석 달이면 영어로 말문이 트인다!

 

쉬운 어른 영어’, 어려운 학부모 영어

쉽고 저렴한 학습법이 난무하는 어른 영어의 반대 쪽에는 학부모 영어가 있다. 학부모에게 영어는 한 살이라도 더 빨리 시작해야 하고, 고가의 영어유치원은 물론 조기유학까지 불사하게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 교육을 금지하려던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116일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어른이 배우기에는 쉬운 영어가 아이한테 가르치는 일이 될 때 국가적 난제로 돌변하는 부조리는 왜 생기는 것일까.

 

2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민식 MBC 드라마 PD와 문성현 한국토지주택공사 과장은 이 부조리함을 규명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인다. 이 둘은 지난해 외국어 분야 출판시장을 들었다 놓은’ <영어 책 한권 외워봤니?>(위즈덤하우스)<영어회화 100일의 기적>(넥서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다. <영어 책 한권 외워봤니?>는 지난해 10만 부 이상 팔렸고, 이 책에 소개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은 지난해에만 70쇄를 추가로 찍었다.

 

이들은 투머치’(too much·격에 맞지 않게 지나친 상황)과잉 영어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적정 영어를 익히면 된다고 주장한다. 영어 발음이 별로라는 (한국 사회에서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영어 책은 냈지만 영어 인터뷰는 못한다며 자기 영어 실력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당당한 비주류 영어를 내 아이가 익혀야 하는 영어의 답으로 삼을지는 기사를 읽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교육학자가 영어 조기교육이 나쁘다고 말해도 부모들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어 만학도 두 분이라면 말발이 서지 않을까 해서 모셨다. 두 분 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니까, 아이들 영어 교육은 어떻게 하나 궁금했다.

 

문성현 아들 영어 때문에 어제 또 아내랑 싸웠다. 엄마가 아이에게 아빠 앞에서 영어를 해보라고 시켰다. 그런데 애가 싫어하는 거야. 나도 싫고. 틀려도 좋으니까 큰 소리로 해보라고 했지만 결국 (우리가 없는) 저쪽 구석에서 하더라. 아내는 애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냐고 골이 났다. 영어가 필요한 시기가 오고, 그때 집중해서 하면 된다는 얘기를 와이프는 방치라고 서운해한다.

 

김민식 나도 집에서 늘 싸운다. 책을 쓴 이유가 아내와 나의 영어 공부 접근법이 너무 달라서였다. 아내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시켜야 한다 생각하고, 나는 반대한다. 말로 해도 아내를 설득할 수 없으니 책으로 썼다. 나는 영어 조기교육과 관련해 말 못할 상처가 있다. 영어 조기교육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말씀드린다.

 

득보다 실이 큰 영어 조기교육

어른 영어 책을 쓴 계기가 자녀 영어 교육 때문이라니 의외다.

 

김민식 어린 시절에 영어를 잘해도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주변에서 흔한 일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게, 영어 공교육 연령이 낮아질수록 사교육 연령도 낮아지고 비싼 사교육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어머니 ABC는 해서 보내셨어야죠라는 말이 나오면, 부모들은 아이를 영유(영어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옆집 아이가 필리핀 영어캠프에 갔다와 말문 트인 것을 보면, 자기 아이도 그곳에 보낸다. 필리핀에 갔다오니, 또 미국 갔다온 그 옆의 옆집 아이를 보고 결국 엄마들이 1억원 들여 아이와 함께 미국에 간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영어를 잘할 수밖에 없다. 영어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거기선 영어를 하지 않으면 친구도 못 사귀고 밥도 못 먹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문제는 한국에 돌아온 뒤다. 미국과 언어 환경이 다르니 빨리 까먹는다. 그걸 막으려고 비싼 돈 내고 귀국 자녀반에 가고, 다시 유학을 간다. 결국 거기서 대학까지 나오는데 한국에서 취업이 되나? 안 된다. 영어를 어려서 시켜야 한다고 믿는 한, 지옥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문성현 솔직히 한국 사람은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같은 언어환경과 생활환경에서 영어를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어가 뭘까, 나에게 필요한 영어가 어떤 수준인지 고민하는 게 맞다. 그것에 영어 교육의 답이 있다. 그런데 어른부터 그런 고민 없이 느닷없이 미국 방송 CNN을 보고, 미국 드라마를 본다. 보기 좋은 영어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영어를 해야 한다. 외국 여행지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불편함 없이 영어로 잘 해결하면,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달리 본다. 그 정도면 원하는 거 다 얻는 것 아닌가. 쓸데없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공부를 왜 하나. 공부로 하니까 싫어지는 것이다.

 

김민식 대학 2학년 때 영어 성적이 D+였다. 군대에서 방위병 생활할 때 영어 공부를 시작해 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가고, 이 나이 되어 베스트셀러도 썼다.

 

문성현 학사장교(ROTC)였다. 그때만 해도 학사장교 출신들은 대기업에서 모셔갔다. ‘토익 같은 영어 공부는 취업에 자신 없는 애들이나 하는 거야라던 시절이다. 군복무 시절에 외환위기가 왔고 전역 뒤 사회에 나왔더니 회사 지원서를 써도 면접에서 불러주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나, 그제야 생각했다. 28살 때였다.

 

김민식 심지어 서른 다 되어 영어를 시작한 거네.

문성현 대한민국, 대통령, 부모님을 원망했다. 왜 내가 이런 불필요한, 써먹지도 않을 영어를 해야 하나. 너무 하기가 싫었다. 안일한 과거에 대한 응징인가 하고 그냥 받아들였다. 서점에 가서 EBS <이지 잉글리시>를 샀다. 고교 이후 처음 보는 영어책이었다. 이후 아침 730분 집에서 나와 밤 930분 집에 돌아갈 때까지 이어폰으로 영어만 들었다. 구내식당에서도 이어폰 꽂고 혼자 밥 먹었다. ‘너는 고통을 느껴봐야 해!’라는 심정이었다. 일주일 연습한 내용은 주말에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거기 나가 풀었다.

 

영어는 시기보다 동기가 중요

김민식 영어는 혼자 하는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 혼자서 문장 외우고 소리 내어 말해봐야 한다. 원어민 앞에 아이들 앉혀놓고 원어민 말을 들려주면 영어가 자연스레 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영어 조기교육은 투자 대비 효용이 안 좋다. 사교육 관계자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스무 살 넘어 영어책 외워서 좋은 학교 갈 수 있냐고 댓글을 단다. 아니, 좋은 학교에 가는 게 인생의 목표인가.

 

문성현 광주 영어 방송에서 영어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이 왔는데, 못한다고 그랬다. 영어 자존감이 생기니까 나 못하는 건 못한다고 쉽게 인정한다. 자존감이 낮을 때는 책 쓴 사람이 그것밖에 안 돼?’라는 소리를 들을까 노심초사했다. 이젠 아니다. 그런 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내가 필요한 거만 해요라고 말할 수 있다.

 

김민식 사람들은 항상 어떤 교재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냐고 묻는다. 영어는 ’(what)이나 하우’(how)가 중요하지 않다. ‘와이’(why)가 중요하다. 영어 조기교육, 영어 사교육이 왜 의미가 없냐면 아이들은 와이’(why)가 없다. 투자한 만큼 효과가 나올 수 없다. 영어는 시기보다 동기가 중요하다.

 

회사 다니면서 영어 쓸 일이 있나.

문성현 없다. 지금 하는 업무에서도 영어 쓸 일이 없다. 사실 취업하면 90%는 영어를 놓는다.

 

김민식 올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어 공부한 빛을 봤다. 영국 방송 BBC와 드라마 판권 계약을 하러 2월 중순 영국 런던에 출장 간다. 회사에서 드라마 PD가 가야 하고 영어를 해야 하는데, 두 조건에 맞는 사람이 MBC에 나밖에 없다더라. 엄마 아빠들이 영어를 왜 시킬까. 영어를 잘하면 교환학생, 해외 지사 파견 같은 좋은 기회를 얻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옛날에야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좋은 기회를 얻은 게 맞다. 그건 부모 세대의 경험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영어가 계속 변별력을 가질까? 어릴 때 아버지가 어른 되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돈 주고 학원 가서 배우게 한 게 있다. 주산과 서예·펜글씨였다. 영어도 똑같다. 구글 번역기로 해도 되는 일이 있다. 구글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이긴 게 언제냐. 이런 상황에서 부모 세대가 먹고살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며 가정경제의 상당 부분을 영어 교육에 쓰고, 대여섯 살 때부터 아이들 영어 교육을 하는 문제를 두고 국가적 논쟁을 할 일인가. 3040대 부모들, 영어 못한 게 아쉬우면 본인들이 지금부터 하면 된다. 아이한테는 과도하게 시키지 마라. 자기 세대의 경험일 뿐인데 왜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나.

 

영어 공부, 어른 돼서 해라

두 분 다 좋은 직장을 다닌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영어 잘하는 게 사실 아닌가.

 

문성현 당연히, 우리 얘기가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현실에선 평가가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수준이 뻔한데, 그걸로 토익 900점을 맞으라고 하니, 10원 주고 100원 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사교육으로 자꾸 간다.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영어, ABC 등급을 매기기 위한 영어를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어릴 때 하루 2시간씩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학교에 가면 영어로 평가를 받아야 하니, 부모 처지에선 시키게 된다. 내 손으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다. 촛불로 정권을 바꿨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영어 교육을 바꾸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김민식 아내와 아이 영어 교육 때문에 많이 싸운다. 아내는 당신이 영어 아무리 잘해도 발음은 별로야라고 한다. 나는 지적을 인정한다. “꼭 발음이 좋아야 해? 의사소통만 하면 되지 않아?” 아내는 동의하지 않는다. 부모라면, 돈 더 들여 잘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보면 일찍 유학 갔다 와서 영어만 잘하고 사회·역사·과학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사회나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뉘앙스의 문제다. 한국어로 복잡 미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국어가 흔들리면, 창의성과 자기표현 능력이 중요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정말 큰일이 난다. 영어 교육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미취학 아동,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에게는 방과후 영어가 아니라 방과후 독서가 필요하다. 원어민 선생님보다 사서 선생님을 1명이라도 더 배치하는 게 낫다. 영어 공부는 어려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거다.

 

천안함 진실은 현재진행형

사고 6, ‘과학논쟁의 성격·구조 다룬 논문 나와진실 규명 목소리 여전, 항소심 재판 주목

 

2010326일 밤, 천안함이 침몰했다. 생때같은 청년 46명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됐다. 이 가운데 6명은 지금도 생사를 모른다. 정부는 이를 천안함 피격 사건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지난 2<천안함 과학논쟁의 성격과 구조-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증거와 실행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서울대 대학원)라는 제목의 이학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됐다. 천안함 사건이 남긴 의혹을 종합해 인문학적 성찰 수준으로 연구를 진행한 오철우 <한겨레> 기자의 역작이다.

 

오래된 질문 왜 침몰했나

논문은 증거를 둘러싼 논쟁을 중심으로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의 민주주의 문제로 소급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진실이 움튼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이라는 전제를 구성하기 위한 증거 대부분이 모호성의 영역에 놓여 있고, 일부는 탄핵됐으며, 또 일부는 여전히 정부의 (합리적) 설명을 들을 수 없다.

 

논문은 민군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와 그에 대한 논쟁을 선체 시뮬레이션, 1번 어뢰, 흡착물질, 지진파 등의 순서로 짚었다. 이 글에서는 어뢰 발사폭발, 폭발로 인한 버블 생성버블의 선체 충격, 선체 절단(시뮬레이션)흡착물질 생성등으로 순서를 재구성한다. 그리고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낸다. 천안함은 왜 침몰했는가.

 

논쟁의 중심 ‘1번 어뢰는 북한산인가

20109월 발간된 국방부의 민군 합조단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에 담긴 결정적 증거물은 어뢰추진체 ‘1번 어뢰. 논쟁도 가장 많았다. 1번 어뢰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1번 글씨 연소 문제 가리비 논란 부식 설계도면 등이다.

 

논란의 시작은 어뢰추진체의 ‘1글씨다. 유성매직으로 쓰인 이 글씨는 어뢰가 북한산임을 입증하는 증거였고, 합리적 의혹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됐다.

 

천안함 사고논쟁의 중심에 있는 ‘1번 어뢰글씨. 한겨레 신소영 기자

 

어뢰가 일반에 공개되고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의의 열기가 급격히 식어갈 그해 6, 재미 과학자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학 교수와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나섰다. 어뢰 폭발이라는 고열의 환경에서 어뢰 표면의 페인트가 연소돼 없어진 것처럼 1번 글씨도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의 반박이 이어졌다. 국방부가 송 교수의 실험과 발표를 도왔다. 양쪽의 논쟁에 열역학 공식이 등장했고, 가역·비가역이라는 전문 영역의 용어가 등장했다. 수개월을 끈 논쟁은 결국 결론을 맺지 못했다. 국방부의 적극적 협조 없이 과거에 단 한 번 일어났던 사건을 되도록 현실에 가깝게 구성해 이론에 대입하는 과정이 양쪽 모두에게 한계로 작용한 것이다.

 

지금껏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은 어뢰 구멍 안쪽에서 발견된 가리비 논쟁도 마찬가지다. 가리비에 붙어 있는 백색 물질을 수중 폭발 뒤 잔재라고 하면, 시간순으로 볼 때 조개껍질이 먼저 구멍에 들어간 다음 폭발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런 가정에서라면 가리비의 존재 자체가 오류다. 이에 국방부는 가리비에 붙어 있던 백색 물질 성분의 분석 결과를 공개해 문제를 불식하겠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추진체 부식은 폭발 뒤 한 달여 만에 발견된 어뢰추진체라고 하기에는 부식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무시한 채 육안 검사만으로 종결했다. 부식 정도를 정밀 확인하기 위한 절단이 필요했음에도 증거물을 절단해서 조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윤덕용 합조단 단장)는 입장이 사실 확인 노력을 막았다.

 

가리비 분석 결과, 지금도 비공개

북한산 어뢰 CHT-02D임을 입증할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인 어뢰 설계도면 문제는 아예 국방부가 의혹을 자초했다. 국방부가 언론에 다른 북한 어뢰인 PT-97W의 도면을 1번 어뢰인 CHT-02D인 것처럼 공개해 물의를 빚으면서 의혹이 시작됐다.

 

합조단 보고서에 실린 설계도면 자료가 왜곡된 채 실린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설계도면은 그 자체로 신뢰를 잃은 상태가 됐다. 지난해 11월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증인신문에서 다시 한번 설계도면과 법원 실측 수치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많게는 10cm 넘는 차이를 두고 윤덕용 단장은 실제 생산 과정에서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설계도면 수치의 일치보다 구조적 형상의 특징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단장의 말이 진실일까.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2010년 정작 자신이 단장으로 참가해 만든 합조단 보고서에는 합조단 관계자가 손댄설계도면 자료가 버젓이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허술한 논증 폭발과 버블 주기

폭발의 결과에 대한 논란을 보면, 정부의 논증이 얼마나 허술했고, 그렇게 쌓아올린 북한 피격이라는 성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다.

 

1번 어뢰의 결과로 추정되는 버블 주기는 정부의 무리한 추론이 뒤늦게 확인된 분야다. 어뢰(기뢰 포함)는 직접 타격이 아닌 폭발 뒤 버블 제트 생성으로 함정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폭발로 인한 버블 생성의 주기와 위치 등은 폭발 원인을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버블 주기가 1.1초다. 그런데 이는 이희일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이 주장한 공중음파를 기준으로 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은 학계에서 버블 주기를 공중음파로 도출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지진파 전문가인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 소장(전 한양대 교수)과 이스라엘 지구물리연구소(GII) 예핌 기터만 박사의 연구 결과, (공중음파가 아닌) 지진파를 기준으로 할 때 버블 주기는 0.990초이며 이에 따른 폭발 규모는 TNT 136kg으로 나온다는 계산과 함께 수심이 8m였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이는 정부에서 발표한 폭약량 250kg의 진동시간 1.1초와 차이를 보인다. 또한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부 시절에 설치돼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 군의 육상조정기뢰와 근접한 수치다. 다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정부 차원의 검증이나 해명은 없었다.

 

수중 폭발과 흡착물질 “‘국내 소비용증거

비폭발설을 지지하는 쪽에서 좌초의 증거로 제시된 천안함을 추진하는 프로펠러의 휨 현상 또한 해명되지 않았다. 실제로 민군 합조단 조사위원이던 신상철(57)씨는 “2010430일 평택 2함대에서 열린 합조단 회의에서 미국 조사위원이 프로펠러의 휨 형상이 함미가 침몰하면서 해저 바닥에 닿아 생긴 것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급정지에 의한 회전 관성력으로 결론지었다.

합조단의 연구에 함께한 바 있는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관성력 논리가 아닌 프로펠러의 축밀림 현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조차 S자형으로 이중으로 휘어진 2개의 프로펠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해 이 부분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2010년 여러 방송매체는 천안함 사건이 어뢰의 수중 폭발임을 강조하는 시뮬레이션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합조단의 시뮬레이션에서는 함미, 함수, 가스터빈실로 동강 나고 용골이 절단된 파손 상태를 구현하지 못했다. 시뮬레이션은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는 알려지지 않았고, 불완전한 자료를 토대로 어뢰 피격을 입증하기 위한 2차 자료가 생산됐다. 미국 조사팀과 합조단은 불완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손 형상을 초래했을 폭발량과 폭발 수심의 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수중 폭발 시뮬레이션도 불완전

이른바 흡착물질은 과학 분야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이 오간 분야다. 합조단은 폭발 환경을 조성해 벌인 실험을 통해 확보한 물질이 알루미늄산화물이었고, 이는 천안함의 선체와 어뢰 등에서 채취한 (흡착)물질과 일치한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에 제공된 천안함 흡착물질을 넘겨받아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과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각각 분석한 결과에선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니라 알루미늄수산화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다른 사례와 달리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천안함 흡착물질은) 알루미늄 함유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할 때 고온, 고압과 순간적인 급랭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재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블 주기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선행 연구나 보고 사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유례없는 사건이니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한 이승헌 교수 등이 수조 폭발 실험의 적절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재실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합조단의 흡착물질 분석의 신뢰도는 미 해군 자료에 의해서도 타격을 받았다.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가 미 해군에 정보공개를 통해 얻은 자료에는, 2010612일 미 해군 관계자가 에클스 미국 조사단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국 조사팀의 흡착물질 분석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 해군 관계자는 흡착물질에 대해 소규모 수중 폭발 실험에서 흡착물질을 포집하는 용도로 4장짜리 알루미늄의 2개 층만이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것은 침몰한 물체의 여러 물질에서 발견된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의 출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아무런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미 해군 관계자는 만일 (침몰 원인이 수중 폭발이 아닌 경우의 선박에서) 그것(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존재한다면 그것과 폭약의 연결고리 가능성은 사라진다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증거의 사용은 국제 무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 소비 용도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합조단 보고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한 미 해군이 흡착물질 증거에 대해 국내 소비용이라고 지적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보고서 유실된 기뢰가 주범?

러시아 조사단의 문서가 20107월 일부 공개(<한겨레> 2010727일치 1)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뢰 폭발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2010531일부터 67일까지 천안함 침몰 사고 조사단을 파견했던 러시아는 한국 해군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러시아 해군 전문가 그룹의 검토 결과 자료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부의 비접촉 수중 폭발에 의한 것이지만 어뢰가 아니라 기뢰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당시 북한 어뢰 피격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국방부의 논리에 배치되는 것으로, 우리 군이 1970년대 중반에 설치했다가 유실된 기뢰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조사단은 결론적으로 사고 원인에 대해 접촉에 의하지 않은 외부의 수중 폭발이라는 주장이 확인됐다면서도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기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만약 러시아 조사단의 결과대로라면 프로펠러의 기형적인 변형과 버블 주기 및 그에 따른 폭발량 등에 대한 합조단의 오류가 해결되는 셈이다. 다만 보도된 보고서는 보고서의 전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학 분야의 본격적인 논쟁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전 주미대사 북한 소행 아냐

국방부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 그물에 걸렸을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당시 해역의 빠른 유속, 깊은 수심, 사건 당일 천안함이 10회 이상 항해했어도 이상이 없었던 점, 기뢰 폭발 뒤 남게 되는 앵커가 남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기뢰 가능성을 배제했다.

 

러시아 보고서는 같은 해 8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그레그 전 대사는 러시아의 조사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한 달 뒤인 9<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러시아 조사단이 보고 싶어 하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러시아 조사단이 제기한 의문에도 답변을 거부해 잠정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한국 정부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상세히 밝혀 모든 의문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버블 제트로 배를 단번에 침몰시킬 만큼의 고급 기술을 갖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전 대사는 201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 아닌 좌초 후 기뢰 폭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보고서와 그레그 전 대사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진실은 어디에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

논문에 담긴 의혹들은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씨의 재판을 통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심 재판은 56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증인 57명이 재판에 참가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천안함은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주요 증거들이 미궁에 빠지거나 탄핵된 상황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정답이라고 확언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신씨는 유무죄를 밝혀내기보다 침몰 사고에 대한 진실 규명이 목적이기 때문에 항소심을 통해 새로운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저자인 오철우 기자는 논문의 결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얘기하려는 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됐고, 그에 대한 답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Hipster

[요약] 1990년대 이후 출현한 반문화적, 자연친화적, 진보적 성향의 독특한 문화코드를 공유하며 고유한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아편을 뜻하는 속어인 hip에서 유래한 말로 1940년대의 흑인 재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슬랭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출현한 주류문화와 거리를 두며 독특한 문화적 코드와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힙스터는 스스로를 비주류로 구분 짓고 개성을 중시하며, 반문화적 성향과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연친화적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예술을 가치 있게 여기고 주류를 배척하는 인디성을 추구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미국의 힙스터들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에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20대 중반 이상이며 서브컬쳐에 심취한 청년들인 경우가 많다. 뿔테 안경, 수염, 구제 의류, 픽시 자전거, 인디음악, 커피와 차 등을 즐긴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힙스터들의 비주류 취향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결국엔 주류 문화에 흡수되었다.

 

이로써 힙스터들이 자주 찾는 비주류 문화의 집결지라 할 수 있었던 뉴욕의 윌리엄스버그가 결국은 임대료만 비싼 평범한 상업지역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힙스터들은 흔히 홍대족으로 불렸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홍대 거리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임대료만 비싼 상업지역이 되어버린 탓에 힙스터들은 문래동, 한남동, 연남동 등으로 밀려났다.

 

북유럽 자전거문화 -디자인정글 2.19

 

북유럽의 자전거 문화는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고 이미 그들의 일상이 되어 있다.


과거와 다르게 우리나라도 이제 자전거라는 운송수단을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즐기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 자전거 도로, 자전거 대여 시스템 등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엔 여전히 불편해 보이고, 자동차, 버스 등과 함께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를 볼 때면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필자가 이곳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자전거를 좋아하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전거란 생활의 일부분일 정도로 중요하고 또 일상적인 운송수단이다.

 

가장 손쉽게 자전거의 대중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지역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 혹은 보관소다. 이곳에 가면 정말 엄청난 수의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자전거 주차장의 모습은 북유럽의 자전거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이 전체 보관소의 극히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수의 자전거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차역이나 시내 주요 골목에는 거대한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중앙역(Central station)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 주차장


 

또한 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직접 수리하고 손질해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다. 한마디로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이들에게 자전거란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처럼 익숙하다. 이는 다시 말해 그만큼 자전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먼저 이곳 북유럽 국가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는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가파른 언덕이나 산이 없으므로 목적지가 어디든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에 부담이 없다. 완만한 평지가 도시 전체로 이어지므로 언덕길을 마주할 때의 스트레스가 적은 것이다.

 

이러한 지형조건에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자동차와 자전거 도로, 보행자 도로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심지어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와 신호등, 타이어 공기주입기도 모두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자전거 전용 주차장 시설들. 공기 주입기부터 모바일 앱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자전거 대여 시스템과 이를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은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시스템과 이를 위한 인프라도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여행자나 방문객들도 원하는 기간 동안 쉽게 자전거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사용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없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자전거로 북유럽을 투어하는 여행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기차나 지하철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이 별도로 있을 정도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도로에서 달리는 자전거는 보행자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도로의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를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사회 인식들이 자전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와 문화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파생하기도 한다. 필자의 주변 지인 중에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이 꽤 된다. 모두 자전거를 일상의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운타운까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면 오히려 자가운전이나 대중교통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자전거 도로가 세밀하고 치밀하게 잘 설계되어 있다. 직장이나 학교까지의 거리가 조금 멀다면 전동 자전거(electric bike)’를 보유하고 있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면 카고 바이크(Cargo bike)’를 활용한다. 이처럼 상황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도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아이들이나 애완견을 태우도록 디자인된 카고 바이크(Cargo bike)’(왼쪽)와 보행자 도로와 구분되어 설계된 자전거 도로(오른쪽)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이들이 때로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으로 자동차가 필요할 때는 썬플릿트(Sunfleet)‘ 등의 자동차 렌트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는 기존 렌트카와는 달리 시간, 분 단위로 자동차를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전거만을 보유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물론 북유럽답게 자전거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대부분의 자전거는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수리비도 만만치 않기에 대부분 자전거를 스스로 관리하고 유지한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면 자전거에 관련된 전문 코너가 별도로 있고 아이템들도 전문가 수준으로 다양하다. 북유럽의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많은 자전거 디자인과 퀄리티 높은 액세서리 용품들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자전거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다음 연재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와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 신호등도 별도로 구분되어 설치되어 있다.

 

이렇듯 자전거의 보급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이곳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이곳의 어르신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60대 혹은 70대 이상인 분들 중 허리가 굽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자전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평생을 해온 자전거 타기와의 연관성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정말 이곳 사람들은 1년 내내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와도, 추운 겨울에도, 바람이 불어도 변함없이 페달을 밟는다. 또 정말 잘 탄다(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건강을 위한 스포츠의 개념이 아니라, 늘 일상화되어 있는 그리고 모두가 참여하는 하나의 문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패턴이 자연스럽게 건강이라는 선물을 덤으로 안겨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필자도 자전거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스포츠임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눈으로 보고서야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건강한 삶을 디자인하는 나라

그렇다. 필자가 보아온 이곳 사람들의 삶은 건강하다. 단순히 아프지 않고 병이 없음을 떠나서 이들은 건강한 삶(wellbeing for life)’을 살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로운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실현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라는 운송수단, 아니 오히려 문화에 가까운 이 현상이 이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중요한 촉매제(Catalyst)’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필자도 아침 출근길에 이 자전거 부대(?)에 합류할 때면 묘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환경을 위해 그리고 건강을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하고 있다는 대견함 같은 것일지도.

 

삶이 건강하다는 것, 눈빛이 건강함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이 건강한 삶을 만들어 주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exercise)’이다. 이는 단순히 몸의 건강만을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운동을 통해서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건강한 삶이 지속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이 요소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 그럼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건강한 삶은 과연 스스로가 이루어 낼 수 있는 단순한 개인 과제일까? 단순히 내가 열심히 운동하고, 식습관을 조절하고, 무리하지 않고 살면 건강한 삶을 이룰 수 있을까? 적어도 필자의 눈엔 이곳 북유럽 국가들이 이 질문에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것 같다.

 

바로 이러한 과제를 알게 모르게 정부 차원에서 돕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인프라의 구축과 시스템, 그리고 환경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들의 과제를 더 이상 개인만의 것이 아닌 국가의 과제로 이끌어내는 것에 핵심이 있다. 실제로 이들은 어떠한 결정이 지구의 환경을 위하고 개인 삶의 풍요로움을 위한 길인지 늘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본다.

 

유사한 사례로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전기 자동차 보급률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혜택 즉, 정부 보조금, 세금 감면, 전기 충전소의 인프라 구축 등이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한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전기차 구매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의 미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영리함을 보이고 있다. 자국의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는 석유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이들은 보다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들의 후손을 생각하고 미래의 깨끗한 환경을 위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같은 결정에 적극적으로 따르고 실천에 참여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론이다. ‘모두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함께하고, 모두가 이를 잘 실천한다’. 단순하게 표현된 한 문장이지만,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듯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후대에 그 삶을 이어준다는 것은 더 이상 혼자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과제는 아닌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기를 원한다.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 환경의 피폐함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 걱정은 우리의 후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한 삶(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포함한) 을 위해 어떠한 일들을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지금이다. 이번 연재에서 다룬 자전거 타기를 비롯해 분리수거, 대중교통 이용, 재활용 실천 등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변화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이러한 사소한 결정들은 개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그리고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택들이다. 이 선택의 결과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나타난다고 믿는다.

    

 

중앙역 앞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 주차장. 무인 공기펌프, 리페어(repair) 센터 등 자전거에 관련된 시설이 모두 마련되어 있다. ·사진_ 조상우 스웨덴 Sigma Connectivity

 

 

지방선거 불비례성 심각하다 주간경향 1265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불일치 커 국민의 뜻 반영 못해

 

국가정치에서 국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지방정치에서는 지방의회(광역의회, 기초의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등 지방의회 무용론이 퍼져 왔다.

 

지방정치가 잘 바뀌지 않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대통령 선거보다 20%가량 투표율이 낮고 정치신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제도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지방선거제도가 투표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정치신인이 지방선거에 참여하려 해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한국의 정치학자들은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제도가 국민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지적해 왔다. 정당의 득표율과 실제 의석 비율의 불일치(불비례성)가 크다는 것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투표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는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 국회의원의 불비례성은 1~2%에 그친다. 반면 한국의 불비례성은 20%를 넘고 있다.

 

지방의회는 국회보다 더욱 심각한 불비례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맞이해 불공정한 정치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현행 지방선거제도를 불비례성이 심각한 세계 최악의 선거제도라고 비판했다.

 

소수정당 살아남기 힘든 구조

광역의회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형태다. 기초의회 선거는 중대선거구제(2~4인 선거구)와 비례대표의 혼합형이다. 하지만 선거법에 의해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비율은 정원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정당 후보가 살아남기에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거대 정당이 자신이 받은 득표율보다 높은 비율의 의석을 가져간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제도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수정당의 득표가 무의미한 수준이었던 것도 아니다. 전라남도의 경우 당시 통합진보당 12.31%, 정의당 5.27% 등 기타 정당들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22.5%에 이른다. 하지만 전체 58석 중 제3정당은 고작 비례대표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울산광역시에서도 제3정당의 득표율 총합은 20.78%에 달했으나, 3정당은 단 1석도 가져가지 못했다. 전남과 울산 시민의 5분의 1가량은 광역의회에서 자신의 뜻을 반영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강세인 영남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이 50%대의 득표율로 90%의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95.74%의 의석(전체 47석 중 45)을 가져갔고, 경상남도의회에서도 새누리당은 59.19%의 득표율로 92.59%의 의석(전체 54석 중 50)을 차지했다. 울산에서도 55.46%의 득표율을 거둔 새누리당에 95.45%(22석 중 21)의 의석이 돌아갔다. 민주당이 강세인 호남에서도 정도는 덜했지만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 전라북도의회에서 민주당은 63.23%의 득표율로 89.47%의 의석(전체 38석 중 34)을 가져갔다.

 

영호남 지역은 소선거구제로 인한 승자 독식이 강하게 드러났다. 반면 서울과 경기에서는 민주당이 정당득표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선거 정당득표에서 모두 민주당을 앞질렀다.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45.39%의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을 0.01% 앞섰고, 경기에서는 47.59%를 득표해 민주당을 3.8%가량 앞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에 힘입어 민주당이 서울·경기의 대다수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뒀고, 결국 서울시의회 의석의 72.64%(106석 중 77), 경기도의회 의석의 60.94%(128석 중 78)가 민주당에 돌아갔다.

 

시민사회에서는 민심과 선거 결과를 일치시키고, 다양한 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광역의회에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기초의회에서의 중대선거구제 강화(3인 이상 선거구로)를 외치고 있다. 국회 제3세력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도 광역의회에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기초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2~4인 선거구)로 치러진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현행 제도가 지방의회의 다양한 구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초의원 선거의 중대선거구제는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 도입됐다. 하지만 2인 선거구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기초의원의 구성은 크게 다양해지지 못했다. 지난 지방선거의 경우 무소속 당선자를 제외한 2621명의 기초의원 당선자 중 98.05%2507명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50%대 득표율로 90%의 의석 차지

지방선거제도 개혁방안을 직접 국회에 입법청원한 김낙경 정치개혁부천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4인 선거구가 늘어나야 기초의회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천시만 해도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가 거의 반반임에도 불구하고 1명의 무소속을 제외한 전원이 새누리당·민주당 당선자였다“4인 선거구가 많아져야 기초의회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기초단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의석 독과점이 심각하다 보니 무투표 당선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총 229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이 중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171명이다. 서울에서 22, 경상북도 14, 경상남도 13명 등이 경쟁 없이 기초의회에 입성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주민들의 여론보다는 공천권자의 생각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기초의회 2인 선거구는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봤다. 그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둘로 나눠서 광역의원 지역구를 만들고, 그것을 또 둘로 나눠 기초의원 지역구를 만드는 게 현재 지방선거의 구조라며 “2인 선거구에서는 1-가 또는 2-가 기호로 공천을 받으면 당선권이다. 그러나 4인 선거구에서는 거대정당 공천권자가 2명은 당선시켜야 하는데, 3세력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다보니 그만큼 공천을 주는 입장에서는 권리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는 정치신인들의 지방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정치결사체(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결사체는 지방선거에만 출마할 수 있는 대신 정당에 비해 설립요건이 낮다. 그동안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신인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충북 옥천군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 등 여러 정치신인들이 풀뿌리옥천당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출마했다. 하지만 정당 설립요건이 너무 높은 탓에 선거공보물에서는 풀뿌리옥천당을 쓰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김낙경 집행위원장은 지역정당제도가 도입되면 무소속 후보들도 자신들을 대표하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사살하자는 자유한국당, 박근혜 정부땐 환영논평 223 한겨레

 

남북군사당국자 접촉에 나선 류제승(오른쪽)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20141015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5일 방남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천안함 사건(2010)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한국 땅을 밟으면 사살할 대상이라고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10판문점 우리 지역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의 북측 수석대표가 김영철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이었는데도 남북 대화 노력에 대한 환영 논평을 낸 사실을 비판의 근거로 들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폐막식에도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큰 의미가 있다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북한 고위급 인사(김영철)를 꼬투리 삼아 국회 보이콧(전면 중단)을 운운하며 올림픽 마지막까지 훼방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41015일 남북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수석대표가 바로 김영철이었다당시 일부 언론에서 천안함 배후설이 제기됐지만,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오히려 남북대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공식 논평을 낸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안보 무능 세력인 자유한국당이 남의 나라 잔치도 아니고 자기 나라 잔치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201410월 남북 군사회담 당시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그때 남북이 판문점 남측’(평화의집)에서 만났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반발)한다면 그때 그렇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시 김영철 북측 수석대표가 우리 지역으로 넘어와서 회담에 참석한 점을 우 원내대표가 강조한 것은, 현재 자유한국당이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으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당시 남북 군사회담 다음날 새누리당이 평화통일 등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조정해야 한다는 논평을 낸 것을 언급한 뒤, “자신들이 여당일 때 높이 평가하던 회담 당사자인 2014년의 김영철과 지금 거품을 물며 막는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이성을 찾고 무엇이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철 북측 수석대표가 참석한 남북 군사회담 다음날인 20141016,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이 낸 공식 논평

 

어제 판문점에서는 장성급 군사회담이 비공개로 개최되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712월 이후 7년여 만이며, 남북 군사회담은 지난 20112월 실무회담 개최 이후 38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

남북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부작용이 덜하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가지고 남북대화에 성실히 임할 때 남북관계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해 북측은 아직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문한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은 2차 고위급 회담에 대해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말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 신속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 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북한의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낸 우리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고 도리다.

 

공자는 산을 움직이려 하는 이는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남북 갈등해소와 평화통일 등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의견이 다르면 조정해야 한다. 대화조차 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 질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가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예정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영철 죽이라는 야당, 물 만난 '신앙의 정치' 223 프레시안

[기자의 눈] 영원히 야당만 할 건가?

북한 조선노동당 서열 17위인 거물급 김영철의 방한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눈물과 감동의 평창올림픽, 국회에서의 개헌과 법안 논의,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방한 소식까지 언론의 '(top)'에서 밀려났다.

 

김영철이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 양국에 의해 천안함 사건의 기획자로 지목된 탓에, 파장은 정치권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그의 방한을 막아 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등장했다. 설 명절 연휴를 거치며 간신히 반등세로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보수 야당은 이 기회에 단단히 한몫을 잡으려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항의방문에 이어, 당 사무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국회 전면 보이콧을 시사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김영철과 악수하면 대통령 인정못해")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도 가세하고 나섰다.

 

차라리 우리도 '믿고' 싶다

이 대목에서, 오래된 지적 하나를 다시 꺼내들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2010913일 펴낸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충격파와 버블효과를 일으켜 선체가 절단되고 침몰했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국방부가 주도한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의 보고서는 과학자들과 시민사회에 의해 그 진실성을 의심받았다. 이들의 문제 제기에, 납득할 만한 정부의 해명은 전혀 없었다. 단지 '정부 발표를 믿느냐, 북한 주장을 믿느냐''믿음의 문제'가 과학적 검증을 대체했다.

 

오해는 금물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이나 시민단체는 무슨 '좌초설'이나 '미군 잠수함 원인설', '기뢰 침몰설' 등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천안함 사태가 누구의 소행이냐는 물음에 대한 상식적·합리적 답은 '아마도 북한의 소행일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는 정도일 터이다. 다만 '검사' 역할을 맡은 합조단이 피의자(북한)'범죄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데 실패했을 따름이다. 이승헌·양판석 등 과학자들의 주장 요지는 '북한 소행이 아니다'가 아니다. '합조단 보고서가 오류투성이다'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와 보수언론은 이들의 문제 제기를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순세력의 선동' 쯤으로 싸잡아 매도하며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신앙고백만을 강요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정부의 발표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고위공직자 후보자(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거나 현직 정치인들도 마녀사냥을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20153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믿습니다'라는 신앙고백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동참으로 '천안함=북한 소행' 등식이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논란 없이 통용되게 됐다 한들, 매직마커펜으로 쓴 '1' 글씨의 존재나 버블제트 물기둥이 사라진 데 대한 의문이 갑자기 명쾌하게 풀린 것은 당연히 아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2015년 당시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혹만 키운 정부 발표에 대한 검증 요구를 접고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단정하게 된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8년 전 사건을 이제 와서 재검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일이 됐다. 결정적 증거가 남아있다고 보기 어렵고 정부가 참여하는 재검증은 앞서 살펴봤듯이 막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무리다. 정부가 참여하지 않으면 검증에 공신력이 없어진다. 결국 '보고서는 부족·미흡하지만 정황상 북한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정도로 '퉁 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유일하게 명쾌한 해법은,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관련성을 부인해 온 북한이 스스로 '우리가 한 게 맞다'고 자인하고 공식 사과 내지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산하기관인 남북하나재단(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경빈은 2011년 당시 강연에서 "천안함 사건은 일종의 '신앙고백'이 됐다. 이성의 시대에서 '믿습니까?'라는 신앙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가 신뢰를 잃게 행동한 면은 있지만 이미 한 발표를 뒤집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편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재조사해서 결론도 다시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강연 전문 보기)

 

'김영철 사살'을 떠들어대는 야당

물론 이런 대혼란이 벌어질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김영철을 굳이 찍어서 보낸 북한 정권의 심보도 고약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고, 그 정권이 저절로 붕괴할 때까지 온갖 군사도발과 전쟁위기를 감내하며 꿋꿋이 '전략적 인내'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모를까,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면서 특정 인물은 전범(戰犯)이니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특히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주장은 소위 '믿는 자'들의 입장에서 봐도 자가당착이다. 그러면 연평도 포격은 김격식이, KAL기 폭파는 김현희가, 김정남 암살은 동남아 여성 2명이 저지른 일일 뿐인가? 이들을 '사살'하면 희생자들이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게 되고 정의는 구현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설사 '천안함 북행 소행설()'이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한들, 김영철은 김격식·김현희 등과 마찬가지로 실행범 내지 중간실행범에 불과하다. 1인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연평도·KAL·아웅산 등 북한이 저지른 모든 만행의 책임은 최고권력자 1인으로 수렴된다. '인민의 뇌수' 수령제를 채택한 북한의 숙명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천안함 논란에 대해 "문제는 북한의 시스템이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개인의 책임이라 보기 어렵다"고 이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이 겨냥하는 바는 명확하다. 한국과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래 현재까지 '종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반인도적 무력 도발이 분단으로 인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을 거론하지 않고 특정 인사 몇몇에게 도발행위의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김영철이 '대남 강경파'이거나 "연쇄살인범"(김진태 한국당 의원, 23일 법사위 회의석상에서)이기 때문에 북한군의 도발이 저질러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보수정권도 무력 도발을 자행했던 김정일·김정은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다.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심지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2011)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과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 결국 북한이 비공개 접촉 사실을 폭로하며 대화가 무산됐지만, '' 이명박 정부조차 천안함 사태 1년여 만, 연평도 포격도발 반년 만에 북한과의 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반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김정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20151월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남북 정상회담도 (평화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없다"고까지 했었다.

 

이런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무시하고 '김영철=천안함 주범=살인자'라는 도식을 앞세워 여론몰이 선동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자세다. 이런 주장이 굳이 가져올 수 있는 이득이 있다면, 주장하는 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정도일까. 구태의연하지만, 영화 <강철비>의 주인공들이 말하듯 "분단국가의 인민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천안함 사태로 가족·친지를 잃은 유족들의 울분을 십분 이해한다. 8년 전 정부와 여론이 북한과 김영철을 지목한 이상, 유족들에겐 김영철이든 김정은이든 용서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일 수밖에 없다. 책임있는 정부라면 이들의 상처를 다독여야 마땅하다. 사안의 성격상 김영철의 방한 경위를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기가 어려웠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유족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통합을 지향하는 정부의 마땅한 자세다.

 

그러나 김영철에 대해 '사살'이며 '체포'를 운운하는 일부 보수야당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나라의 안보와 평화를 책임져야 할 집권당이어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돌이켜 살펴볼 일이다. (관련 기사 : 한국당, 4년 전엔 김영철 회담 "바람직하다"더니) 김영철을 '사살'해야 한다면, 김영철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을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것도, 김정일의 계승자 김정은과 마주앉아 대화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북한이 나쁘다고 비난만 하는 것은 필부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영원토록 야당만 할 게 아니라면,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다.

 

침묵해왔던 7년 전 악몽결코 잊을 수 없었다 KBS

차별과 인권을 다루는 KBS 특별취재팀 앞으로 지난 15일 새벽 2, 엄청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현직 신부로부터 오래 전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천주교 신자의 고발 글이었다. 차분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글에서는 7년 전 고통이 선명하게 배어나왔다.

 

세례명이 소피아인 김민경 씨는 하루 전, KBS 기자들이 스스로 사내 성폭력 사례를 고발하며 #MeToo(미투-나도당했다)운동에 동참한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민경 씨가 20114월부터 신부 3명과 다른 자원봉사자 1명 등 5명 함께 지냈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의 생활은, 처음엔 고되고 보람찼지만 갈수록 지옥이 되어 갔다.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니까 어....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하셨죠. 그래서 음....제가 손목이 붙잡혔는데 저항하면서 제 손목을 빼다가 제 팔에 제 눈이 맞아서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벗어나려고 (옆에 놓여져있던) 흉기를 집어들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오시진 않았지만 제가 사제를 찌를 순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깨우려고) 헬맷으로 거울도 깨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다음날 새벽 5시에 나왔어요. 온몸이 너무 욱신거려서 다음 날까지도 몸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제가 거기 있던 다른 후배 신부님들한테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왜냐면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 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고, 물어봐야 했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 분들이 저에게서 피해 사실을 듣고 선배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말하기를 바랐다면 너무한 걸까요?

 

되풀이 된 악몽

가해자는 수원교구 소속 한00 신부다. 오늘(23) 아침까지도 수원 광교의 한 성당에서 각종 미사를 집전하고 세례를 내려준 주임 신부였다. 그는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하며 사목활동에 열심인 사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나 방문객이 모두 떠나고 사제단과 봉사자 등 5명만 남게 되면 또다시 한00 신부는 이성을 잃었다고 한다.

 

하루는 그 사제가 창문 앞에서 계속 저를 불러댔는데 제가 못 들은 척 하고 자는 척을 했는데 열쇠도 아닌 아마도 클립 같은 거였던 것 같은데 그걸로 한참을 문을 흔들고 결국엔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러니까, 저를 움직이지 못 하게 잡고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면서 했던 얘기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저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좀 제발 나가달라고 했는데 나가지를 않아서 제가 먼저 제 방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따라 나오시더라고요.

 

그렇게 내보내고 겨우 들어가서 아 이제 문을 잠그는 것조차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고, 이 방조차도 나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그렇게 깨달았죠.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엔 어쨌거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사죄를 하고 그래서 용서를 받아주고 화해를 하고 그러면 같은 일이 또 반복이 되는거죠.

잊으려고 너무 오래 노력을 했고 이미 6년 전 일이라 정확히 제가 몇 번 저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회수 같은 건 기억하지 못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근데 기억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기억나는 그 날짜, 일기에 적혀있는 사건 두 가지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왜 소리치지 않았냐고요? ... "그럼 선교는 어떻게 해요?"

아무리 외딴 곳이라지만 분명 나머지 두 명의 신부와 다른 자원봉사자도 있는데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사실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궁금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미심쩍어 고발을 하겠다고 나선 김민경 씨의 진심을 조금은 의심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그녀의 답변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대책 없는 신자를 봤나~'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 고요한 수단에 그렇게 큰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달려올 사람이 현지인, 와치맨이라고 불렸던 직원이고, 현지인 직원이 그런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미션은 철수를 해야될 것 같았고. 사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와서 그 나라에서 그런 일을 벌어지는 걸 만약에 목격을 한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선교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다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렇죠, .

그런데 그 선교지(아프리카 수단)는 물론 그 사제가 초창기부터 엄청 고생하고 많은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사람 혼자서 이룬 선교지는 아니거든요. 어마어마한 신자들의 기도와 돈과 희생과 다른 사제 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나 하나 입 다물면 평화로운데 나 때문에 되게 힘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 당시에도 저는 되게 말하기가 무서웠던 거 같아요.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고, 혹시라도 제가 비난받을까봐 무서웠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도 없었고.

저는 수단을 잊으려고 되게 많이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살면서 분노조절이 잘 안 되고 아니면 무기력, 우울, 그런 감정들이 저를 힘들게 할 때 그 원인이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보면 그 사건들이 자꾸 떠오르는 거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미투 운동을 보고 그날부터 한 1~2주 동안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살아야겠다. 그래서 내 발로 처음으로 상담소를 찾아온 게 여기였어요.

제가 이걸 아직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렸어요. 이제 이거 촬영 끝나고 말씀드릴 생각인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지 사실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 종교를 사랑해요"

"이걸 계기로 교회가 더 나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7년의 침묵을 깨고 나선 이유는 뭘까? 혹자는 남편이 있는 아내, 자녀가 있는 엄마가 된 이 시점에 부질없는 짓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민경 씨는 바로 자신의 남편 덕분에, 그리고 자신의 딸을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섰다고 했다.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이 지점에서 감정의 격랑을 감추지 못 했다

 

제가 언론에 제보를 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교회 관계자들은 그러면 한국교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텐데, 후원이 끊길 텐데, 그 미션을 철수해야 될 텐데 이런 것들을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미션이 철수하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교회 안에는 이런 문제들이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신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서 묻힌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아마 이게 방송이 되면 교회 안에서도 봇물처럼 터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걸 이제야 6년이 지나서 얘기하는 것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저도 무덤까지 갖고 갔을지 몰라요.

 

지금 이렇게 모두가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저는 아마 앞으로 평생 얘기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때 좀 만만하게 보여서...’내 탓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때 그러지 말았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책하면서 남은 여생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고.

 

강도를 당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그때 내가 문단속을 더 잘했어야 했는데이러면서 그걸 죽을 때까지 갖고 살지 않잖아요? 근데 유독 성폭력 사건만 피해자가 그렇게 자책을 하죠. 가해자는 너무 멀쩡히 하던 일 잘 하면서 살고 계신데. 그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딸이 있는 아이 엄마인데 다음 달이 두 돌이예요. 제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저처럼 바보 같이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울먹울먹)

 

성희롱 [sexual harassment, 性戱弄]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

성희롱의 유형은 육체적언어적시각적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육체적 성희롱은 신체적 접촉,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등을 말한다. 언어적 성희롱이란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등이다. 그리고 시각적 성희롱이란 외설적인 사진그림낙서음란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직접 또는 컴퓨터 등을 통하여 음란한 편지사진그림을 보내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을 말한다.

 

성추행: 성폭력의 하나인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뜻한다. 강제추행이 성희롱과 다른 것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하는 것이다.

성추행은 성욕의 자극, 흥분을 목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키스를 하거나 상대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 등), 강제추행은 이러한 추행행위시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강제력이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형법 제298조에 따라 강제추행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행: 성폭력의 하나인 성폭행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의미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사람과 교접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297조에 따라 강간한 자는 3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김영철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중성·조선일보의 궤변 224미디어오늘

[기자수첩] 2014년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에게 청와대 예방까지 제안했던 박근혜 정부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과,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그가 우리 주최 올림픽에 주빈으로 초대받아 23일 동안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한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224일자 사설 가운데 일부다. 새누리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한 부분은 대략 이런 것이다.

 

조선일보_[사설] '김영철 訪南 노림수'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나_오피니언 272018224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때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남북 대화가 꾸준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2014년 김영철과 지금의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

 

상식적인 주장이다.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새누리당은 제대로 반박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24)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이를 반박했다.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에 지금과 다르다는 게 조선일보 주장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금 새누리당과 이른바 보수진영은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할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2014년 당시에도 김영철은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할 대상이었다. 회담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북측 군 고위관계자로 남북군사회담에 참석하면 조선일보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천안함 폭침책임이 없어지나?

 

오히려 더 문제 아닌가. ‘천안함 폭침에 책임 있는 당사자가,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할 대상, 남북군사회담에 참석하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왜 박근혜 정부는 그때 김영철을 체포, xx하지 않았나?”라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비판에 대해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과,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그가 우리 주최 올림픽에 주빈으로 초대받아 23일 동안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같은 줄에 놓고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그럼 역으로 한번 물어보자. 그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 회담에 참석하면 새누리당과 조선일보가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흥분하는 천안함 폭침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전형적인 내로남불 논리이자 궁색한 변명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에게 청와대 예방제안했던 박근혜 정부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이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북한은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최룡해·김양건 당비서 등 최고위급 인사를 북 대표단 자격으로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2014104일 오전 인천을 방문했다. 황병서와 김양건이 누군가. 조선일보는 두 사람을 이렇게 소개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의 1인자,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정책의 1인자로 흔히 분류된다. 또 두 사람은 모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실세로 이너 서클(inner circle·중추세력)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 들어 승승장구를 거듭한 인물로 현재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갖고 김정은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고위급접촉 수석대표 황병서, 김양건은 누구?

 

조선일보 2014106일자 2.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김정은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던 핵심 인사들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한국에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자세히 나와 있다. 핵심적인 부분만 인용한다.

 

조선일보 2014106일자 1.

 

“(황병서는) 김관진 실장에게 김정은 제1비서의 따뜻한 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로 남북 간 긴장 조성에 치중해 왔던 김정은이 박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은 처음이다 또 우리 측은 박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다청와대 예방을 제안했다. 이에 북측은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상 어렵다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던 핵심 인사들에게 청와대 예방까지 제안했던 게 당시 박근혜 정부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권은희 대변인 명의로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 남북 갈등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부작용이 덜하다. 남북대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논평까지 냈다.

 

그랬던새누리당이 지금은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할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로남불을 넘어 안하무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어떻게 보도 했었나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더 가관인 건 조선일보다. 당시 김정은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던 핵심 인사들의 방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2014106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설 제목이 실세들의 깜짝 방문, 차분하게 남북대화 이끌어야. 간략하게 인용한다.

 

조선일보 2014106일자 사설.

 

우리 측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으로 임할 이유는 없다. 박근혜 정부도 그간 북한과 대화할 뜻이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 북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분단(分斷)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 나라의 안보·번영에 직결된 중대사다 북한 대표단 깜짝 방문에 들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남북 관계 개선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차근차근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해가는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2014106일자 2.

 

이랬던조선일보가 오늘자(24) 사설에선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친다. 사설 제목은 김영철 訪南 노림수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나이다.

 

우리 국민 수십 명을 죽게 만든 테러에 관련됐거나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소지가 있는 사람을 상대방이 협상 대표로 보낸다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보내겠다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결례고 도발이다. 그런데 정부는 우물쭈물 말을 흐리고 여당 지도부는 오히려 문제 삼는 사람들을 타박하고 있다. 김정은이 김영철을 대표로 보낸 데는 남남 갈등을 일으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상황은 실제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다.”

 

조선일보에 조선일보식 논리를 적용해 묻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은 우리 국민 수십 명을 죽게 만든 테러에 관련됐거나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소지가 없는 인사인가 이들을 당시 대표단 자격으로 보낸 것을 박근혜 정부는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청와대 예방까지 제안했다. 여기에 문제는 없는 것인가 김정은이 당시 이들을 보낸 데는 남남 갈등을 일으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보는가 그럼 그때 조선일보는 왜 지금처럼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았나. 이 질문에 조선일보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민동기 기자

 

풀리지 않는 팀추월 3대 미스터리파벌싸움에 멍든 선수들 KBS 223

지난 19일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무너진 팀워크 논란이 발생한 지 4일이 지났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청원이 55만 명을 돌파했다. 여자 팀 추월 7~8위 결정전에 출전했던 김보름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숙소에 돌아간 뒤에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상담사도 다녀갔고, 불교 신자인 김보름을 위해 절에서도 관련된 분이 김보름을 찾아 안정시켰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매스스타트 출전을 포기하려던 김보름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출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 상황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노선영은 왜 기자회견에 불참했으며, 그렇게 팀워크가 무너진 듯 보였던 3명의 선수는 어떻게 7~8위전을 뛸 수가 있었으며 과연 작전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당사자들이 아니면 모르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미스터리 1. 노선영의 기자회견 불참 이유는?

지난 19일 여자 팀 추월 사건이 발생한 뒤 대한체육회로부터 기자들에게 문자가 왔다. 백철기 감독과 관련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이 기자회견 장소인 강릉 오발에 도착해 있던 그 시각, 노선영은 백철기 감독에게 카톡을 보내 심한 감기몸살이 걸려서 기자회견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일부 팬들은 빙상연맹이 노선영의 불참을 종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확실히 사실이 아니다. 빙상연맹 입장에서는 노선영이 기자회견에 나와 자기 생각과 의견을 얘기해주는 것이 사태를 빨리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빙상연맹은 백철기 감독을 통해서 노선영에게 다시 한 번 의사를 타진했지만, 노선영은 끝내 거절했다.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다던 노선영은 박지우와 함께 외출했다가 선수촌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됐고, 한 언론사와는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스터리 2. 팀 추월 7~8위전에서 대화를 나눈 선수들.. 화해는 있었나?

팀 추월 예선이 끝난 뒤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떨어진 채 짐을 챙기던 세 선수는 이틀 뒤 열린 7~8위 결정전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준비운동 시간에 출발 동작부터 주행훈련까지 정상적으로 연습을 진행했고, 경기 직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노선영과 김보름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분명 그 전날 김보름은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난 뒤 노선영과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고, 노선영이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감독의 작전을 반박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을 텐데 어떻게 나란히 출전할 수 있는지 일반 정서로는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사실 이 과정에서 팀 추월 7~8위 결정전 출전을 중지시킬 수 있는 사람은 노선영밖에 없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된 상태에서 출전을 포기한다면 더 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선영은 왜 경기 출전을 강행했을까? 평창올림픽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를 위해서일까?

 

미스터리 3. 과연 진실은?

 

작전에 대한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의 입장은 엇갈린다.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경기 전날 2번보다는 본인이 맨 뒤로 가는 게 낫다고 직접 이야기했다"고 밝혔지만, 노선영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뒤로 간다고 직접 말한 적이 없다. 전날까지 내가 2번으로 들어가는 거였고, 올림픽 이전까지 한 번도 연습 안 해본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노선영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으면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명쾌하게 결론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과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노선영이 '한 번도 연습 안 해본 방식'이라던 3번 자리에서 경기를 마쳤던 것이 알려졌지만, 노선영과 유일하게 인터뷰를 진행한 해당 언론사가 노선영의 입장을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는 만큼 판단하기는 이르다.

 

팀 추월과 관련한 이 논란의 핵심은 결국 오랫동안 빙상계를 괴롭혀온 파벌 싸움에 있다. 전 국가대표 출신의 한 빙상인은 빙상연맹의 집권세력을 반대하는 야당 파가 노선영을 앞세워 집권세력을 몰아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빙상인은 "마음 약한 노선영이 백철기 감독의 요청을 거절하고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기란 쉽지 않다. 자신을 가르쳐온 빙상연맹의 야당 파가 뒤에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집권 세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평창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온 노선영은 상처를 받았다. 한국 선수단이 결단식을 하는 날 노선영은 짐을 싸서 선수촌을 나와야 했다. 노선영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있는 사이, 야당 파에서는 김보름과 박지우가 한체대에서 특혜를 입고 훈련을 하고 있다며 또 다른 선수들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던 김보름과 박지우도 상처를 받았다. 실제로 당시 김보름은 이런 식으로 공격당하면서까지 팀 추월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어른들의 파벌 싸움에 노선영과 김보름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셈이다.

 

도핑으로 인해 러시아 선수가 불참하면서 노선영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노선영이 선수촌에 다시 합류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지도자들이 이 감정의 골을 메워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의 감정은 방치됐고 그것이 바로 팀 추월 경기에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노선영을 뒤처지게 두고 김보름과 박지우만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고 인터뷰 자세도 논란을 일으킬만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 상황에 상처를 입은 선수들일 뿐이다. 더 큰 잘못은 선수들 뒤에 숨어 파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어른들에게 있다.



As Canções Que Você Fez Pra Mim - Maria Bethâ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