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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2.8.8~14 한국은 '물폭탄', 유럽은 면적 60% 덮친 가뭄

by 이성근 2022. 8. 8.

영주댐은 녹조 라떼배양장, 상류조차 4급수 전락

거대 양당에 가로막힌 기후위기 대응책

유럽 기후변화 몸살폭염에 물 부족까지 극심

기후변화 영향" 데스밸리에 폭우관광객 1천명 고립

기후 대응에 480조 투자신재생 시대 열린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꼭 지키자!’ 11곳 선정

부산 미군 55보급창, 남구 신선대 이전 논란

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숲가꾸기와 홍수

양산꼬리치레토종 도롱뇽 발견되자마자 멸종 위급빠진 까닭

한국은 '물폭탄', 유럽은 면적 60% 덮친 가뭄식량·연료 위기 가중될 듯

언론과 에너지 공공기관의 '돈 룩 업

가이아 (Gaia), 그 생명의 거처에 대한 여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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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범람·하수관 역류로 채소·지하수 오염 '식중독 주의보

바닷모래 이용하면 가덕신공항 매립공사 3년 만에 마무리

영주댐은 녹조 라떼배양장, 상류조차 4급수 전락

전례 없는 녹조 창궐에 낙동강 수질 비상

 

이젠 낙동강 상류도 깔따구 천지네요

지난 6일 오후 1시쯤 낙동강 상류인 경북 상주시 도남동 상주보 선착장 입구. 회색빛의 아스팔트 위에 시커먼 진흙 한 삽이 쏟아졌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진흙을 뒤적거리자 역한 시궁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진흙의 정체는 강바닥에 쌓인 퇴적토. 강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정체된 모래층이 시커멓게 썩어버린 것이었다. 한 삽 분량의 퇴적토에서는 구더기 모양의 깔따구 애벌레 5마리가 발견됐다. 깔따구 애벌레는 4급수 지표종이다.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수질이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퇴적토에서 새빨간 깔따구 애벌레가 연이어 발견되자 “1급수였던 상주보가 어떻게 이렇게 됐느냐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상주보 선착장에서 퍼낸 흙 4삽에서 깔따구 애벌레 21마리와 실지렁이로 추정되는 2마리가 나왔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1급수였던 상주보에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나오고 있다상주보가 완공되고 물길이 닫힌 지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다목적댐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댐에 가로막인 물줄기에 녹조가 발생해 짙은 녹색 빛을 띠고 있었다.

경북 상주시 도남동 상주보 선착장 인근 강바닥 퇴적토에서 채집된 깔따구 애벌레. 김현수 기자

 

영주댐은 내성천의 깨끗한 물을 낙동강으로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11030억원을 들여 201610월 준공됐다. 연간 2가량 물을 담을 수 있어 자정 능력을 기대했지만 준공 이후 가뭄 등의 상황을 제외하곤 수문 개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대한 녹조 라떼 배양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낙동강 하류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4일 환경단체가 찾은 경남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 일대는 거대한 녹조 띠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강물을 떠 포도주잔에 담으니 걸쭉한 조류 알갱이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심한 악취에 조업을 포기할 정도라고 인근 어민들은 전했다.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매리 취수장도 마찬가지였다.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74차례 연속 유해 남조류 개체 수(/)10만을 넘겼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상수원 전체에서 유해 남조류가 10만을 넘긴 적은 3차례뿐이다. 올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관할 5개 지점에서만 6차례를 넘겼다. 조류경보는 관심’(1000 이상), ‘경계’(1만 이상), ‘대발생’(100만 이상)으로 나뉘어 발령된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기준의 최대 740배가 나왔고, 6월에 채수한 물에서 최대 1075배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녹조 가득한 물이 논과 밭으로 공급되고 있고 이런 물이 취수장을 거쳐 수돗물 정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6일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녹조가 뒤범벅된 물을 경북, 대구, 경남, 부산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정부는) 고도정수 처리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고도정수과정에서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애초에 고도정수 처리할 필요가 없는 원수를 먹는 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4~6일 낙동강 녹조 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자 낙동강 전 구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부터 경북 영주댐까지 낙동강 전 구역에서 물과 흙을 수거했고, 이에 대한 독성 농도 등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문산정수장에서 각각 0.281/, 0.26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부경대학교 연구진이 고산정수장을 거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같은 물질이 0.226/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마시거나 피부에 닿는 등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 약 200종 가운데 현재까지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확인된 물질(LR)의 먹는 물 권고 기준을 1/이하로 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 기준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환경보호청은 유아 및 취학 전 아동의 경우 0.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든 물을 10일 이상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양은 유아 등에 대한 권고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인 셈이다.

 

부경대 연구진은 2종류의 ‘ELISA’(효소결합 면역흡착분석법) 진단키트를 사용해 수돗물을 검사했다. 이 방식은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원과 항체 반응을 통해 모든 마이크로시스틴(200여종 총합)을 분석한다.

지난 4일 경남 김해 대동면 대동선착장에 거대한 녹조띠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에 발표에 대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지난 1일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부경대의 검사 방식(진단키트)이 신뢰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낮은 농도로 검출될 경우 ELISA 키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환경부 고시 기준에 따른 분석방법(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강한 4(LR·YR·RR·LA)을 측정하고 있다. 분석에는 ‘LC-MS/MS’라는 고가의 장비를 활용 중이다. 수질연구소 관계자는 부경대 연구진의 방식은 연구용이나 모니터링 시 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결과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부경대에서 사용한 분석법은 신뢰도가 낮은 방법인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분석법은 정확도가 높고, WHO와 미국·호주 등에서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더라도 정수처리를 통해 정화하기 때문에 시민들 식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정수장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은 대부분 제거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경대 연구팀은 검사에 사용된 ELISA 키트는 개량된 ADDA-ELISA 키트로 미국 EPA에서 공인된 방식으로 0.1 ppb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 높은 조사 장비라고 반박했다. 환경부 등이 사용하는 LC-MS/MS 역시 미국 EPA 공인장비이지만, 미국에서는 8~12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는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4종만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의 발표와 달리 부경대 연구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에는 녹조균이 드러났다. 마이크로시스틴도 1.4ppb가 검출됐다이러한 현상은 환경부와 대구시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거나 분석 장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 녹조는 강이 다시 흐르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밝혔다.

 

정수근 국장은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만 영주댐 전체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이런 물로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불가능하다. 수문 개방만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향 김현수 기자

 

 

거대 양당에 가로막힌 기후위기 대응책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는 1.5기온 상승이 예상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2030년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쓴 한국은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한국이 상향 조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윤석열 정부가 30% 이상은 감축을 해줘야 한다. 지금부터 5년은 또다시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도별 감축목표를 비롯해 부문별 감축계획 등 세부적인 이행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세운 계획을 백지화하고 새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원전 확대다. 이 부소장은 원전은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낼 수 없는 에너지원이다. 지금 정부가 원전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안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 탈원전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2030년을 준비하는 대통령의 자세 국가 탄소중립정책의 총괄기구인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회 위원장도 두 달째 공석이다. 계획이 없고 추진할 위원장도 없으니 하위 정책들은 멈춰 선 상태다. 산업계에 배출 감축에 대한 신호를 주는 배출권 할당량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6.3%에서 40%로 상향조정되면서 산업 부문 감축률도 6.4%에서 14.5%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하니 배출권 할당량은 줄어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계획보다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하는 방침을 세워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7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구성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는 만큼 산업 부문 감축량을 재조정하겠다고 나섰다. 환경부는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해야 여기에 따라 배출권 할당량도 조정할 수 있다. 목표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총괄한다고 말했다. 이전 계획이 백지화된 상태에서 이를 총괄할 탄소중립위원회가 공석이다 보니 뒤따르는 정책들도 멈춰서 버렸다. 이 부소장은 산업계가 감축하도록 정부가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산업 부문 감축량이 증가했다면 배출권 할당량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한다이에 대한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는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조되는 바이든의 파격행보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이 원전 확대만이 기후위기 정책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한국정부와 대조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기후변화의 흐름에서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5%에서 52%로 상향 조정하고, 세계기후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시기부터 기후위기나 환경오염 취약계층을 위한 정의 40이니셔티브(Justice 40 Initiative)’ 캠페인을 추진했다. 기후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정부 투자 혜택의 40%는 환경문제로 피해를 입어온 지역사회에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후 백악관 환경정의협의회의 권고안과 행정명령으로 이어졌다. 또 환경문제로 피해를 본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내 환경정의부처 신설을 계획 중이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다수의 사업이 미국 소수집단 거주지역에서 벌어져 이들 지역 주민들은 건강상 위험에 노출돼왔다. ‘환경정의부처는 이런 문제를 전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은 국내외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지만, 좌초될 위기에 처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연방대법원 연방환경청(EPA)이 전국적으로 석탄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2035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한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관련 예산으로 3690억달러(481조원)를 책정하고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3000억달러(400조원)를 쓰는 것을 골자로 한 예산안은 민주당의 존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728(현지시간) 존 맨친 의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위기 공포, 한국정치 현주소는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주요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고 이로 인한 위험 최소화와 새로운 산업 전환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공동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지난 719(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메시지는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한 우려를 반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011월에 시행된 한국갤럽의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지구온난화를 심각한 위협이라고 봤다.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54%에 달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처럼 이 같은 여론이 한국정치에 표출되고 반영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정부와 집권당은 물론, 거대 양당의 또 다른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미국 민주당과 한국 민주당을 비교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 민주당의 점수는 D-”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둘다 양당정치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미국 민주당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반응성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 기후위기와 같은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한다.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려 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것도 한국의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라면서 미국 민주당은 아래로부터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은 바깥의 시민사회가 압박하고 민주당 내부의 진보 그룹이 이를 강하게 밀어 넣으면서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당은 소수의 의원이 개인적으로 활약을 할 뿐 의미 있는 집단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당은 다수당이 아닌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기후위기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의 민주당은 다수당인데도 의미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겨우 면한 점수라고 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금까지 민주당이 여론의 향방이 갈리는 기후위기의제를 다루는 기준은 중도 확장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기후위기 쟁점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문제에 민주당은 모호한 입장으로 대처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별다른 해명 없이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감원전으로 바뀌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논의”, “원전 무섭다고 도망갈 게 아니다등 캠프의 상임 선대위원장인 송영길 전 대표의 친원전발언도 잇따랐다. 이는 갈등과 토론을 전제로 하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라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계산한 책임지지 않아도 될 말에 가까웠다. 민주당 내에서도 송영길 의원의 발언에 대해 중도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묵인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2021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사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은 당시 민주당의 주도 아래 강행 처리됐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인데 탄소중립과 공항건설을 동시에 말하는 정부 여당의 모순적 대응을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빠진 국회 거대 양당이 기후위기 대응을 두고 이해득실만 계산하면서 기후위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정의당 등 원내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통과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거대 양당이 조정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많은 한계가 지적됐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었던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당시 기본법은 양당이 합의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추진됐다. 사회를 새롭게 전환하는 법인데 기존에 경제성장 개념이던 녹색성장을 썼더라. 바로잡으려고 했는데, 양당 합의사항이라 바꾸지 못했다.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도 노동자 외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을 법안에 담고자 했는데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감축 목표율을 35%로 잡은 것도 양당의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20212월 탄소중립기본법 입법 공청회에 참여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유럽 특사는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모두 이해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후정책은 아래로부터 올라와야 하고 사회계층을 포함하는 포용적인 법안이 돼야 한다. 시민사회로부터 4000개 정도의 의견서를 수렴했다. 이 법이 시행된 후에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전환과정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상향식으로 입법절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국회는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기본법 내용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빠뜨렸다. 한상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법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개선사항을 국회에 요구했다. 한 연구위원은 법안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산업구조 개편 시 사회적 합의조항이 빠진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 기업 등 당사자들이 주체가 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는데, 현재의 기본법은 국가가 지정하는 하향식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고통과 비용이 특정 지역, 노동자, 공동체에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대표적인 전환대상 산업이다.

 

한 위원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전환을 할 때, 국가가 일방적으로 이를 주도하게 되면 결국 지원금 문제만 남아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상향식이 돼야 하는 이유다. 국가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정하고 지역사회, 주민, 전문가, 기업, 노동자 모두 포함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어떻게 전환할지를 결정하면 국가가 이를 균형 있게 조율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기본법의 정의로운 전환 항목에서 사회적 합의조항은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한 의원은 합의에 실패하면 전환이 안 된다. 하향식으로 하면 갈등만 커져서 감축은 되지도 않고 법적 소송만 심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라며 독일 석탄광산을 전환할 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었다. 탄소 감축의 시금석은 전환 여부에 달려 있는데 이를 국가가 어떻게 지원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소방헬기가 연기 위를 날고 있다. / AP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 위해서는 정치개혁 필요 양당이 보여주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정치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2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정치의 모색토론회에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선거에서 절반 정도 투표자의 표가 죽은 표가 되어 민의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절반은 투표를 통하여 대표와 권력을 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차단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민주화 이후 전체 통계를 보면 모든 대통령은 유효투표 대비 평균 득표율 43.8%, 선거인 수 대비 평균 득표율 33.5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 또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이는 비례대표 의석이 20% 미만인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시급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양당정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본격적인 정치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는데 사실 에너지 정책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들의 기후위기 대응책은 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후위기 문제는 민주주의 위기와도 연결돼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빨리 없어져야 하는 것이지 발전소 노동자들이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다. 이를 논의할 거버넌스는 민주적 구조를 못 갖고 있다라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세력화가 되고 이게 결집돼 제3당도 힘을 받고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영향을 받는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각계각층에서 기후위기를 겪는 현실이 다른데 지금 국회는 서울·법조인·자산가 출신 의원들이 과다대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농가 인구가 260만명 정도 되는데 국민의 4%. 단순하게 계산하면 299명 국회의원 중 최소 12명 정도가 농민 출신이 돼야 정상이다. 지금 국회의원 중 농민 출신 국회의원은 없다. 그러다 보니 기후위기와 관련한 농촌 현안이 태양광 발전 피해 문제를 비롯해 보조금 문제 등 상당히 많은데도 이걸 책임 있게 다루려는 의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원인이 주로 대도시와 산업계에서 발생하고 피해를 입는 건 주로 농촌과 지방이다. 국회도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을 도외시하면서 엉뚱하고 표피적인 것만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라고 말했다.

 

정치개혁특위의 제한된 논의를 넘어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지역구 중심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공약 정책들, 지역 현안 이런 것에 매몰돼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환경 현안과 관련해 제대로 입법 활동을 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다라며 지금과 같은 비상한 상황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을 위한 입법이 나올 수 없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당들이 나오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같은 장기적인 과제를 책임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의원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의원내각제는 연정과 결부된다. 흔히 단점으로 잦은 의회 해산이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 과정에서 정당 간 이견, 연정 당시의 약속 등이 공개되고 그게 시민들에게 인식이 된다. 선거에서 뽑힌 정당은 이전의 정책을 승계해야 한다. 이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이유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급박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우리 사회가 개헌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여기서 논의할 안건으로 제도개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이 포함돼 있다. 지난 총선 때 악용됐던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지난 총선의 퇴행을 바로잡고 비례대표 숫자를 조금 늘리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의원 등 당대표에 도전한 의원들이 정치개혁을 앞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존 정치개혁 논의의 틀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후보 중 이동학 전 혁신위원(728일 전당대회 컷오프 탈락)만 구체적이고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세운 상황이다. 이 전 위원은 의원정수가 500석까지 늘어나야 한다. 지금 지역구 의석이 250인데, 비례대표 의석수도 250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총수가 늘어나도 예산 총액은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와 같은 미래 이슈를 다룰 국회의원들이 더 많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과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중간지점인 2030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탄소시계가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정치개혁은 기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유럽 기후변화 몸살폭염에 물 부족까지 극심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 제한급수

프랑스 남부 브혹 호의 수위가 가뭄으로 낮아지며, 갈라지고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5(현지시각) 촬영. 로이터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에 물부족까지 겹쳤다. 유럽 전체가 혹독한 기후변화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럽가뭄관측소(EDO)는 최근 유럽연합의 13%가 심각한 가뭄 경보상태이며, 45%가뭄 주의보상태라며 가뭄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5(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지난달 강수량이 예년보다 85% 적은 9.7, 1961년 봄 이후 두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달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유럽 프랑스의 96개 행정구역 중에 세 곳을 빼곤 제한급수를 하고 있고 대략 3분의 2 지역이 위기상태로 분류되고 있다. 열돔도 다시 찾아와, 특히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40가 넘는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6일 최악의 가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 위기팀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프랑스 서부지역 루아르 계곡에서 목축업을 하는 클레망 트레노는 “65살 아버지가 생애 처음 겪는 최악의 가뭄이라고 말씀한다고 말했다. 그의 목초지 풀은 더위와 가뭄으로 말라버렸고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헤어드라이어 같이 느껴지는뜨거운 바람에 시들었다. 그는 땅이 겉만 마른 게 아니라 깊은 곳까지 메말랐다많은 사람이 1976년에 견주는데, 그때보다 더 안 좋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도 이번주 전국적인 급수제한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며, 폴란드는 바르샤바를 가로질러 흐르는 비스와강을 포함해 많은 강의 수위가 기록적인 수준까지 낮아지자 강물 사용 제한에 들어갔다.

유럽에서 가장 길고 중요한 수로인 라인강도 심각하게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라인강은 수위가 7만 더 낮아져도 선박 운항이 어려워질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 사이에 있는 콘스탄스호의 수위는 역사상 최저인 1949년과 1876년 기록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에 올해 여름처럼 극심한 더위와 가뭄이 서부 유럽에서 일반적 현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의 소니아 세네비라트네(Sonia Seneviratne) 교수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면 10년에 한 번 찾아올 극단적 날씨가 이제 10년에 세 번의 빈도로 찾아오고 있다앞으로 10년 안에 한 해 건너 한 번씩 이처럼 극단적인 날씨가 올 가능성이 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지구 온난화로 산업화 이전보다 3더 올라가면 가뭄 피해규모는 매년 90억유로(11900억원)에서 400억유로(53120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1상승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기후변화 영향" 데스밸리에 폭우관광객 1천명 고립

연간 강수량 75% 하루 만에 내려NPS "기후변화가 국립공원에 영향 미쳐"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5(현지시각) 쏟아진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인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하루 동안 37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관람객 등 1000명이 고립됐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5(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연평균 강수량의 75%에 달하는 370mm의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이는1911관측이시작된이래번째로많은강수량이다.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기록된 가장 많은 비는1988415일 내린373mm. 이날 새벽 2시께부터 시작된 비는 오전 6~8시 사이 2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피해를 키웠다. CNN 소속 기상학자인 페드람 자바헤리는 덥고 메마른 이 지역에서 111년 간 기상 관측 이래61년 간의 연간 강수량이 5일 하루 동안의 강수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건조 기후인 데스밸리는 191371056.7도의 지구 최고 기온 기록을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 폭우로 돌발 홍수가 발생해데스밸리 주변 도로가 폐쇄되며 방문객 500명과 직원 500명 등 약 1000명이 데스밸리에 고립됐다. 60대 가량의 차량이 진흙 등 잔해에 묻혔다. 숙소 인근 도로에 야쟈수 20여 그루가 쓰러졌고 일부 직원 숙소도 피해를 입은것으로전해졌다.

 

데스밸리 공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 도로가 여전히 폐쇄된 상태지만 방문객들이 법 집행 당국의 호위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떠나고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원 쪽은 이날까지 실종자나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원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190번 도로 재개통은 9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공원 쪽은 "공원 내 1609km의 도로와 13759부지의 피해 상황을 측정하기 위해선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와 해군이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공중 수색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올 여름 미국을 덮친 폭염, 산불, 홍수 등으로 미국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말 켄터키주에 내린 폭우와 이로 인한 산사태로 지금까지 최소 35명이 목숨을 잃었다.지난달29일 캘리포니아북부클래머스국유림에서발생한산불(맥키니산불)6일까지서울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243태우며일주일넘게진화되지않고있다. CBS 방송은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이 해수면 상승부터 국립공원 산불까지 해당기관의많은자산과인근마을이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후변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염·산불·홍수 등 극단적인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CNN은 파키스탄에 폭우가 이어지며 지난달 이로 인한 사망자가 549명에 이른다고 6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달 파키스탄이 30년만에 가장 습윤한 기후를 겪었고 폭우로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빈곤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기후 대응에 480조 투자신재생 시대 열린다

미국 상원이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하원까지 통과하면 기후대응 및 관련 공급망 구축에 10년간 48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 사업 기회가 커질 전망이다.

한화큐셀이 2021년 건설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태양광 발전소/사진제공=한화큐셀© MoneyToday

 

미국 상원은 7(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법인세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찬성 51 대 반대 50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추진해온 '더 나은 재건법(BBB)'의 축소판이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481조원)를 투자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는 12일쯤 하원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풍력 수요 늘고 세액 공제현지 생산· 중국 기업 유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엔 재생에너지 설비·기술 관련 투자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ITC(투자세액공제) 공제율 30%2032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 내 생산제품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어 미국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 업체가 유리하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 내 1.7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장을 갖고 있고 내년에 1.4GW 규모 공장을 추가 가동한다. 지난해 미국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REC실리콘 최대 주주가 되는 등 미국산 제품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양광 업스트림(폴리실리콘·웨이퍼·잉곳)-미드스트림(·모듈)-다운스트림(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을 전부 갖춘 셈이다.

 

아울러 한화큐셀은 미국 주거용 및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태양광 세제 혜택이 커지면 추가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 사업 비중이 현재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면 한화솔루션의 세제혜택은 1~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미국 내 태양광 수요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기업인 OCI도 미국 태양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짐에 따라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한화솔루션과 OCI를 초대해 '태양광 동맹'을 다지기도 했다. 태양광 부문은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아 한국 기업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풍력 발전 역시 세액 공제 대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풍력 생산 세액 공제(PTC)2050년까지 연장되면, 2022년 이후 종료될 때와 비교해 미국 풍력 발전량이 약 24%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에서 지연됐던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글로벌 1위 풍력타워 업체인 씨에스윈드와 동국S&C 등의 기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1분기 기준 씨에스윈드 매출 중 미국 비중은 30%. 동국S&C도 미국 매출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법안에 따르면 2032년까지 10년간 중·저소득층이 중고 전기차 또는 신차를 구입하면 세액 공제를 각각 4000달러, 7500달러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북미 제조 비율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져 북미에 제조시설을 두거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한국 배터리 기업에 유리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5년 북미에서만 각각 220GWh(기가와트시), 151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SDI202523GWh 규모 공장을 완공하고 33GWh까지 늘릴 예정이다.

 

배터리 소재기업인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도 미국 진출을 예고했거나 확정지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켄터키주에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양극박 생산기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법안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완성차 기업엔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완성차업계에서 고려할 사항도 많아졌다. 현대차의 경우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EV6는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 중이며, 조지아주에 짓는 공장은 오는 2025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라 내년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꼭 지키자!’ 11곳 선정

새만금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거제 사곡만 등 대규모 개발계획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 지역인 이곳만은 꼭 지키자!’ 현장심사 대상지로 선정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제20이곳만은 꼭 지키자!’ 현장심사 대상지 11곳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현장심사 대상지에는 도시공원일몰제로 대규모 개발이 추진 중인 김해 용두지구와 서울시가 철거를 결정한 충정아파트도 포함됐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는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공동주최하는 환경·문화유산 보전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유산을 시민과 NGO단체의 직접 응모로 이뤄진다. 응모작은 네티즌 평가와 서류심사, 현장심사를 거쳐 올해의 꼭 지켜야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한다.

 

20회 행사에서는 전국 각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 예정지역이 다수 응모됐다. 대표적인 사업이 신공항으로,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역인 수라갯벌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훼손이 우려되는 국수봉이 응모됐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응모한 수라갯벌은 곰소만과 충남 유부도의 중간지역에 위치한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동아시아 철새이동루트의 중요한 장소로 꼽고 있다. 멸종위기급 저어새의 먹이터일 뿐만 주변 13반경 내에서 번식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수달, 흰발농개, 붉은어깨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 42종의 다양한 멸종위기생물의 서식처이다. 수라갯벌은 최근 고려시대 청자 도자기와 파편들이 발견되면서 해상교역로로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먹이활동 /사진=한국내셔널트러스트

그럼에도 정부와 전라북도는 새만금에 독립적인 민간국제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기존 군산공항이 미군활주로를 이용하고 있어 결항과 연착에 따른 도민불편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신공항 건설은 미공군의 제2활주로 건설, 즉 미군기지 확장사업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그 이유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제시된 새만금신공항과 군산 미군공항 연결유도로의 면적이 75(23만평)로 신공항 전체 시설규모의 22%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연결유도로의 면적은 활주로 등을 포함한 공항시설 면적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에 해당한다.

 

지난 519일 국토부가 발표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또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기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된 관제탑의 위치와 달리 군산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의 중앙부로 위치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변경된 관제탑은 연결유도로로 편입된 지역 내에 위치하게 된다. 군산공항의 확장은 실제로 미군이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사안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 등이 응모한 가덕도 국수봉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100년 이상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해안가 숲이다.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 군사요새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었기에 가능했다. 지형적으로는 봉우리가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특성상 인위적 간섭이 최소화될 수 있었다.

 

국수봉은 직경 80~100이상의 거목들이 상당할 정도로 해안림의 극상을 확인할 수 있다. 생물종으로는 멸종위기급인 수달과 매 급인 대흥란, 삵과 솔개, 팔색조등의 서식처이다.

가덕도 국수봉에 자라는 수령 약 100년의 느티나무 /사진=한국내셔널트러스트

 

가덕도는 지난 18년간 동남권 신공항으로 거론된 후보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공항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 보고서에서는 비용대비편익비율(B/C)사업성 없음을 의미하는 0.51로 드러났다.

 

가덕신공항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수봉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시약 확보와 공항 건설을 위한 골재채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공항이 추진되면 해발 264m의 국수봉은 지표 15m를 남기고 잘려나간다.

 

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이하, 사곡만대책위)가 응모한 거제 사곡만은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이하, 해양플랜트산단)’ 추진으로 100만평의 바다가 매립될 위험에 처했다. 매립예정지는 사곡해수욕장을 비롯해 멸종위기동식물, 해양보호생물, 희귀식물 등 3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곳은 해양보호생물인 잘피(거머리말/애기거머리말)의 최대 서식지이며 갯게, 독수리, 황조롱이,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거제 사곡만 드론 이미지 /사진=한국내셔널트러스트

 

지난 5년 동안 거제시의 해양플랜트산단은 사업자의 재원조달계획 방안 미제출로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적자기업들의 천문학적 재원조달 계획이 부실한 상황에서 공사가 승인되면 공사 시늉만 하다가 해양생태계만 훼손될 우려가 크다.

 

사곡만대책위는 해양매립이 단순히 몇몇 보호동식물의 피해와 멸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전망한다. 수질악화와 어족자원의 고갈, 난개발에 따른 생활환경 피해와 더불어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우려하고 있다.

 

20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현장심사는 8월 중순에서 9월초까지 진행된다. 현장심사 후 최종 수상작 6개작을 선정해 9월 중순 발표할 예정이며 시상식은 10월에 개최된다.

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부산 미군 55보급창, 남구 신선대 이전 논란

조승환 해수부 장관 "대체부지 정리"에 박재호 의원 반대 기자회견

부산의 주한미군 시설인 동구 미군 55보급창이 남구 신선대로 이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자 남구을이 지역구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졸속 결정"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국회 상임위에서 나온 안병길(·동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의 답변에 대한 공개적 대응이다.

 

"주민 동의 구하지 않고 남구 이전? 반대"

 

박 의원은 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5보급창의 남구 이전을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반선호 민주당 부산시의원, 박구슬 남구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고, 남구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조 장관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해 미군 시설의 이전은 꼭 필요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상지가 인근이라면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산시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해수부, 국방부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지역 주민이 바라는 철도 시설 이전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군 시설로 지역발전이 가로막혀온 지역 주민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라며 "55보급창을 신선대로 이전하게 되면 오히려 철도 시설을 2.5연장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선대 이전 계획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내놨다. 그는 "신선대 부두를 2030년 이후 부산신항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장기 계획인 만큼 이번 결정은 미봉책이자 이중투자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55보급창 반환하라"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20212월 부산시청 광장에서 55보급창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김보성

 

55보급창 신선대 이전 논란은 지난 1일 국회 2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안 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하며 불거졌다. 안 의원은 "55보급창 이전이 시급하다"라며 대체부지를 질문했고, 이 과정에서 조 장관의 논란 발언이 튀어 나왔다. 그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대상 부지를 제공한 상태이고, 내부적으로 정리돼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시는 "(대체부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논란에서 한발 비켜섰다. 부산시 2030엑스포 추진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회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이지 시가 결정 여부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선대로 정해졌다고 볼 수 없고, 미군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면적 22만여에 달하는 55보급창은 후방에서 미군의 군수물자를 보관해 전국으로 보급하는 역할을 한 기지다. 그러나 부산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위치에 자리잡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반환 요구를 받아왔다. 부산진구 하야리아 부지가 부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만큼 다른 미군 시설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도 보급창은 걸림돌이 됐다. 북항재개발 2단계 부지와 맞닿아 있어 엑스포 부지 활용을 위해 55보급창의 이전이 필수적으로 거론되면서다. 이런 문제로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모두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석열 정부는 이 사안을 국정과제로 포함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kimbsv1)

 

 

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사고와 재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로 10명이 사망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초대형 산불이 번져가고 있고,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하루 60t의 물이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서 퍼올린 석탄, 석유, 가스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상승과 함께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기계와 전기 문명은 대규모의 기름과 석탄의 사용을 불러왔다. 그 결과 불과 200년 만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78ppm에서 413ppm으로 49%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우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된다. 이와 더불어 식물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 / 픽사베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클라우드연구소의 지구온난화 대응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에서 1조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기후 변화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나무 심기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살아 있는 나무는 추가 비용의 투입 없이 자신의 생명활동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가지와 잎의 수를 늘려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기 때문이다.

 

2019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7t이었다. 1그루의 성인 나무가 1년에 5kg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1조그루를 심은 후 10~20년이 되면 약 5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이 나무들이 30~40 수령이 되면 연간 1그루당 약 1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분의 1100t에 달한다. 나무는 잎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로 물을 빨아들인 후, 햇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산소, 수소, 탄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내뿜고 탄소와 수소는 각종 탄수화물로 합성해 줄기와 열매에 저장한다. 여기에 더해 나무는 한가지 더 큰 결정적 기능을 한다. 나무는 탄수화물 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면 종이, 가구, 건축, 교량 등으로 변신해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탄소를 저장한다. 뿐만 아니라 원목의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펄프나 연료로 사용된다. 경쟁 소재인 알루미늄, , 콘크리트에 비해 나무는 가공과정의 탄소배출량 역시 적어 알루미늄의 796분의 1, 쇠의 264분의 1, 콘크리트의 6.6분의 1 수준이다. 플라스틱은 제조과정에서 콘크리트와 비슷한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는 소재지만, 탄소 배출 문제에 더해 썩지 않고 바다로 유입돼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나무를 이용한 플라스틱의 대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 필요 인류의 생존에 이토록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나무임에도 현재 국민의 인식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다. 오해와 착각은 우리 고유의 산림녹화 역사에서 기인한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로 산림녹화 사업을 추진했다. 산림녹화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대규모 나무 심기 캠페인과 강력한 입산통제정책을 병행했다. 산은 나무를 심기 위해서만 들어가는 곳이고,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국민의 뇌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북 고창 편백림 간벌효과 비교 대조군(왼쪽)과 비교군(오른쪽) / 신유근 제공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 숲의 80% 이상이 인공림 또는 인공림에서 씨앗이 날아가 형성된 2차림이며, 80% 이상이 41~50세 연령급의 숲이다. 비슷한 시기에 심어졌기 때문에 연령대의 집중이 심한데다 50세에 이르는 동안 간벌(솎아베기)이 부족해 과다출혈 경쟁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나무들이 많다. 올봄 동해안의 산불은 바로 이러한 숲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죽은 나무들과 죽어가는 나무들의 마른 가지가 숲속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다. 큰 나무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하부에 햇빛과 바람이 들지 않아 풀도 자라지 않고 바짝 마른 상태다. 이런 상태에 불티가 날아들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불길이 번질 수밖에 없다.

 

나무는 물과 햇빛을 받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넓은 공간이 있어야 광합성 활동을 왕성하게 벌일 수 있다. 위 사진은 간벌을 왜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북 고창의 편백 실험지 모습을 담고 있다. 대조군의 경우 1헥타르(100mX100m)의 땅에 3000그루를 심어 딱 한 번 925그루를 솎아 베고 2075그루를 남긴 곳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늘게 젓가락처럼 위로만 자라고 잎과 한그루당 뿌리가 펼쳐진 면적도 좁아 툭 밀면 넘어질 것 같은 병약한 나무들의 군락이 돼 있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나무들은 선 채로 죽어가고 있고, 하층부에는 빛이 들지 않아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죽은 땅이 되고 말았다.

 

반면 같은 날 3000그루를 심어 3번의 간벌을 거쳐 현재 1세대 편백 713그루만 남긴 비교군의 경우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건강하고 풍성한 하층 생태계가 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솎아베기를 하면 1세대 나무들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생기고 살아남은 나무들이 가지와 뿌리를 뻗어 나갈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새로 생겨난 빈 공간으로 햇빛과 물, 바람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숨죽이고 기다리던 씨앗이 움을 틔워 2세대의 숲이 형성된다. 2세대의 어린나무들은 1세대 큰 나무들의 뿌리와 부딪히지 않는 표토에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와의 경쟁을 피해 생존의 길을 열어간다. 일정기간 성장의 시간이 지나고 같은 1세대 나무들의 잎이 다시 닿기 시작하면 간벌을 한 번 더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2차 간벌은 1세대와 2세대 나무들 모두를 솎아주는 것이고, 그 결과 2세대 나무들 사이로 3세대 나무들이 싹을 틔우게 된다. 이렇게 3번의 간벌을 통해 사람의 도움을 받은 숲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는 숲이 돼 병충해, 가뭄, 산불에 저항력이 강한 다층림, 혼효림(다양한 수종, 다양한 세대의 나무가 공존하는 숲)으로 거듭난다.

 

일본의 간벌 촉진 특별 조치법 우리 숲 대부분은 앞 사진의 대조군과 같은 상태에 빠져 있다. 20086500t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10년 만인 2017년에는 4160t으로 감소했다. 나무가 성장함에 따라 기존 나무의 지속적 성장과 새 세대 나무들의 탄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같은 세대 간 과도한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나무들의 건강과 활력이 나빠지고 만다. 2008년 이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매년 평균 200t씩 감소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입증한다.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은 이 문제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조림된 인공림의 경우 나무의 성장에 따른 적정 공간을 주기 위한 간벌 조치를 하지 않고 일정 나이(30~50)에 접어들면 나무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질병, 가뭄, 화재에 쉽게 무너지는 숲으로 변하면서 탄소흡수량이 급감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일본은 2008년 간벌 특별법을 제정하고 기존에 하던 간벌에 더해 추가로 매년 20를 추가 간벌하는 조치를 했다. 이를 통해 2012년 일본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63%를 산림 분야에서 충당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쿄의정서에서부터 정한 국제적 규칙에 따르면 산림에 의한 탄소흡수량을 국가 탄소 배출 저감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탄소 흡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40%에 달하는 인공림에서 대규모 간벌 조치를 벌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목재 자급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도 창출했다. 200218.8%이던 일본의 목재자급률은 202041.8%로 상승했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목재 수출도 급증해 2017년에는 목재 수출액 300억엔, 한화 3000억원을 초과했다.

 

이러한 일본의 간벌 조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의 이론적 근거가 됐던 일본 삼림총합연구소의 간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환경성의 지원으로 시행된 이 연구는 간벌하지 않은 비교구와 간벌을 한 실험구를 5년 단위로 비교했다. 지상부 바이오매스 총생장량을 비교 측정한 결과, 간벌하고 난 후 초기에는 무간벌림에서 생장량이 많지만, 6년 이후부터는 간벌림의 생장량이 무간벌림의 생장량을 역전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간벌하고 나면 나무의 개체수가 30~50% 감소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생장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개체가 싹을 틔워 자라나 자리를 잡아 가고 기존 나무들도 가지와 뿌리를 뻗어 더 넓은 토양과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되면 총생장량 역전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일본은 바로 이러한 20여년의 현장실험에 기초해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산림 간벌을 대규모로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간벌을 통해 생산한 목재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목재 사용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추가로 제정해 공공기관의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목재칩 연료의 사용을 권장했다. 이러한 목재 사용 촉진법을 통해 목재 소재와 연료의 공공 수요를 창출해 목재 가공 산업을 진작시켰다.

스위스 폰트레시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알프스 정상부의 빙하가 밀려 내려오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잘 키운 산림, 이제는 간벌 우리의 조림, 즉 산림녹화 실적은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산림 자원 수탈, 한국전쟁에 의한 황폐화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무에서 시작한 산림녹화 사업이었다. 이만큼 우리 산을 푸르게 가꾼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 사례다. 민둥산을 푸르게 덮어야 했던 시대의 과제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반열에 접어든 시점에서의 산림경영의 목표와 달성 방법은 근본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보호림과 경영림의 적절한 조화, 경영림에서의 목재 생산의 현대화 디지털화, 간벌 위주의 목재 생산 기술의 개발과 큰 나무 간벌을 통한 천연 조림 기술의 개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목재 생산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수종의 발굴과 육성, 산에서 나무를 키우고 수확하는 사업의 경제성 확보 등이 이제 우리의 주요 고민거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산의 소유자가 산에 들어가 원목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의 산림은 산지 토지 소유권은 인정하지만, 나무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심은 나무라도 관청의 허가 없이는 수확할 수 없고, 판매할 수도 없다. 산에 들어가 나무를 심고 키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법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

 

산과 나무에 대한 국민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산에는 산주가 있고, 산의 나무는 그 산주가 노력한 결과물이고 해당 산주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 경제림에서 나무를 심고 수확하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나무를 심고 가꾸는 행위가 왕성해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행위를 법령으로 열거해 일일이 허가를 구하도록 하는 규제 일변도의 산림경영 관련 법을 고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명시해 이를 제외한 모든 행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법령으로 산림법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산에 들어가 간벌을 하고 숲을 살리는 행위가 시작될 수 있다.

목재 자급률 16%. 우리는 84%의 목재와 목재제품을 일본, 베트남,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63%의 국토가 산림인 국가의 모습치고는 참으로 초라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나무 열매를 따서 먹고 나무를 베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동물과 식물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성장한 만큼 수확하면 숲은 오늘의 건강함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물질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렇게 숲이 제공하는 물질과 에너지로 화석연료와 플라스틱을 대체한다면 탄소 중립으로 가는 속도도 한층 빨라지지 않을까?

 

2 산림사업의 첫발은 큰 나무 가꾸기 간벌에서 시작해야 한다. 간벌을 통해 50년 키운 원목을 일부 수확하고, 숲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간벌목을 이용한 목재 산업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단 낫과 갈퀴가 아니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임도를 닦고 임업용 로봇과 임업 전용 장비를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산림토양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드론이나 케이블 장치를 이용한 원목 공중부양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위성과 디지털 분석, 드론과 무인 로봇 기술을 적용한 임업, 생태 친화적인 방법으로 저렴하게 생산된 원목이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수입 원목과 목재제품을 국산 나무와 국산 나무제품으로 대체해야 할 시기가 됐다. 산이 있는 곳에 나무 생산이 있고, 나무 생산이 있는 곳에 나무 가공과 나무제품 사용이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 사회다.

주간경향/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장

 

숲가꾸기와 홍수

서울에 올 것이 왔다.

기후재앙으로 불릴만한 사건이 일어났고, 벌써 원인과 진단, 사후대책이 난무한다.

비아냥의 단어인 "오세이돈의 귀환"이 수많은 뉴스에서 공식적으로 쓰여지고, 그의 잘못된 예산축소를 비난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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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또 시민들의 관심이 모두 사라질 터이니,

힘들고 불편하지만 또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생각해보자.

홍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째, 일단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져야 한다.

둘째, 이 폭우가 한꺼번에 한 곳으로 몰려야 한다. 당연히 물이 몰리는 곳은 저지대이다.

셋째, 한꺼번에 몰린 물이 더 낮은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게 되면 홍수가 난다.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곳은 당연히 이런 곳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조절한다면 홍수피해는 100%는 아니지만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첫째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 제어할 수 없다. 기후위기때문이다.... 라고 얘기하며 우리 삶과 경제구조를 바꾸자 하지만 딴나라 얘기일 뿐이다. 공허할 뿐이다.

셋째는 우리나라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다. 막대한 세금을 펑펑 쓰면서 토목공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의 흐름은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어딘가 병목이 생기고,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더 큰 물을 만나면 역류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더러 심각하리만치 많은 세금의 투입과 시민의 불편, 그리고 홍수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뿐이다. 만약 이런 토건사업이 효과가 좋았다면 이미 작년에 엄청난 배수시설을 완공한 강남역 유역분리터널 공사로 대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폭우에 쏟아진 빗물이 한꺼번에 한 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것이다. LID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포장면을 개선하는 방식도 좋겠으나 저지대에서는 무용지물이며, 오히려 저지대 빗물을 빨리 빠져나가게 하지 못해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엄청난 공사를 한다고 해도 그 면적과 분산량이 그리 크지 않다는 본질적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산림에 대해 집중 조명해야만 할 때이다. 물론 이번에 피해가 심각했던 강남구는 조금 유형이 다르지만, 이 또한 대유역권 개념으로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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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숲가꾸기와 홍수의 연결점을 확인해보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숲가꾸기라는 사업은 도시숲일수록 더욱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집 주변에 있는, 자주 다니는 숲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서울시는 25%가 산림이니 그 어떤 폭우가 오더라도 25%는 산에 떨어진다. 공원과 녹지를 더하면 30%가 넘는다. 경기도는 산림면적이 무려 50%가 넘는다. 당연히 50%가 넘는 빗물은 숲에 떨어지게 된다. 두 지역을 합하면 산림면적이 전체 토지면적의 50%를 차지한다.

서울의 하천유역은 대부분 경기도를 포함한다. 한강은 물론 더 큰 대유역을 형성한다. 유역권 전체에 내리는 비의 양을 검토해야 하고, 이렇게 내린 비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숲가꾸기 사업이 홍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이 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산림청의 연구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관련 연구는 진행되었다. 결과는 약간의 수치적 차이는 있지만 경향만은 명백히 동일하다.

 

빗물이 한꺼번에, 한곳에 모이는 양이 심각하게 증대된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2003년 실제 측정한 연구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온 8월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가꾸기사업을 한 지역은 피크유출량이 무려 15배나 증가한 결과를 볼 수 있다.

 

8월 한 달 내내 총 유출량도 80%나 증가했다.

풀베기나 덩굴제거와 같은 (이 또한 엄청난 피크유출량 상승을 초래하겠지만 일단 제외해보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사업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최근 10년 간 국토 산림면적의 약 25%에 간벌사업이 진행되었다.

서울과 경기 산림에서 전국 평균치인 25% 면적에서 간벌사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물이 모이는 어느 특정 지역의 피크유출량은 무려 440%나 증가한다는 산술적 결과를 얻는다.

 

산림에서의 이 단순한 숲가꾸기 사업이 무려, 440%나 많은 물을 한꺼번에 내려보냈는데도

아무런 관심을 안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닌가? 그것도 모두 우리 세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말이다. 그 어떤 사업이 홍수 시 피크유출량을 340% 줄일 수 있겠는가?

이 사업 하나만 하지 않아도 340%의 피크유출량을 줄일 수 있는데.

피크유출량이 340%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 어떤 곳에서도 우리의 현재 시스템에서는 홍수가 정말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재난은 언제나 그랬듯이, 사후 제대로 된 처방 없이, 복구와 예방 명목으로 막대한 토건비용이 책정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우리의 세금만 철철 낭비될 것이 뻔하다.

 

일단 가장 쉽게 제방을 높이고, 배수시설을 확장하고, 불투수포장면을 투수포장면으로 바꾸는 등의 사업을 위한 예산이 폭탄처럼 쏟아질 것이다.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예산이 떨어질 것이고, 이 예산을 다 쓰고 한참 후에라야 또다른 재난이 발생하기에 책임은 전혀 없다.

산림청 연구자료 

 

누군가는 재난에 목숨을 잃거나, 모든 살아갈 희망을 잃지만 누군가는 쾌재를 부르며, 부의 축적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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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시장이 홍수방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해 원성이 자자하다. 왜 이런 좋은 곳 놔두고 엄한 예산을 줄였을까? 만약 이 벌목예산을 줄였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홍수피해가 어느정도 수습되면,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나 쉬우면서, 예산을 아끼면서,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데 안 할 이유가 있는가?

 

숲은 우리가 무관심의 대상으로 멀리할 곳이 절대 아니다. 기후위기시대, 이런 재난을 맞으면서 어쩌면 우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곳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과대포장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대형재난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벌어진 울진의 대형산불과 서울의 홍수는 절대 따로 떨어진 개별사건이 아니다./ 홍석환 페이스북

 

 

양산꼬리치레토종 도롱뇽 발견되자마자 멸종 위급빠진 까닭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 허파 없는 한반도 고유종 도롱뇽

600만년 전 단층활동으로 양산·밀양 일대 고립 새로운 종 진화

서식지 좁은 데다 기후변화 취약, 2050까지 서식지 90% 상실 우려

경남 일대 좁은 지역에만 분포하는 신종인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수컷 성체의 모습.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을 지녔으며 찬물이 흐르는 계곡이 서식지이다. 아마엘 볼체 제공.

 

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계곡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 가운데 경남 양산 일대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집단은 별개의 독립된 종으로 밝혀졌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sillanus)이란 이름을 얻은 이 신종 도롱뇽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멸종위험이 매우 커 보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와 민미숙 서울대 박사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동물학 연구최근호에 이 신종 발견을 보고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사는 꼬리치레도롱뇽 고유종은 모두 2종이 됐다.

 

이 종을 공식 기재할 때 쓴 표본은 20143월 경남 양산시 동면 사송리 계곡에서 서울대 수의대 민미숙·이창훈 씨가 채집했다. 연구자들은 이 도롱뇽의 분포지역인 양산과 밀양 일대가 과거 신라의 영토였음을 고려해 학명에 신라란 명칭을 넣었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붉은 점)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노란 점)의 분포지역. 아마엘 볼체 외 (2022) ‘동물학 연구제공.

 

꼬리치레도롱뇽은 찬 계곡 물속에서 알에서 깨어 23년 동안 유생으로 자란 뒤 육지에 나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가며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이 도드라지는 양서류이다. 연구자들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형태와 유전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이제껏 한 종으로 알려진 한국꼬리치레도롱뇽과 별개의 종으로 분류할 만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에서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분화해 독립된 종이 탄생한 데는 양산단층이 두 집단을 격리하는 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분자유전학적으로 두 종으로 분화한 시기를 계산한 결과 682만년 전으로 양산단층대가 형성된 시기와 일치한다.

 

연구자들은 양산단층대가 형성된 이후 계속된 지각변동 과정에서 산간계곡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이 살 수 없는 함몰지가 생겨 고립된 집단이 생겼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렇게 고립된 집단이 별개의 종인 양산꼬리치레도롱뇽으로 진화했다.

경남 양산 서식지의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성체의 다양한 모습(A, B, C), 물속에 사는 유생(D), 서식지 계곡(E). 아마엘 볼체 외 (2022) ‘동물학 연구제공.

 

연구자들이 추정한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의 면적은 258793에 불과하다. 주 저자인 아마엘 교수는 개체군이 아주 작고 서식지가 개발과 기후변화 위협을 받고 있어 적절한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 종에 대해 더 알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종 발견지인 사송리에서는 택지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성체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갈 울창한 숲이 필요하고 유생 시절에는 차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이 갖춰진 곳에서만 살 수 있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종 분포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실현된 경로를 가리키는 RCP 4.5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서식지의 87.695.9%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추세 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서식지의 91.697.3%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자들은 분포지가 좁은 데다 기후변화로 3세대 안에 약 90%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멸종위기 등급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의 위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볼체 교수는 최선의 방법은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고유종인 한국꼬리치레도롱뇽. 기후변화로 매우 취약하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현태,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꼬리치레도롱뇽은 애초 동북아에 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일련의 계통연구 결과 모두 9종이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연해주, 일본 일부에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로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한반도 고유종임이 드러났지만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해제된 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꼬리치레도롱뇽, 허파가 없어 한반도 기후변화못 견뎌요).

 

한국꼬리치레도롱뇽과 함께 또 다른 한반도 고유종으로 밝혀졌고 서식지도 매우 좁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이다.

인용 논문: Zoological Research, DOI: 10.24272/j.issn.2095-8137.2022.04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한국은 '물폭탄', 유럽은 면적 60% 덮친 가뭄식량·연료 위기 가중될 듯

곡물 생산 넘어 수력발전·원자재 운송에도 지장각 국 정부 '머리 매일 감지 말라' 물절약 당부

8(현지시각) 프랑스 서부 마헤브흐통 지역의 가뭄으로 말라붙은 호수에서 장어가 죽은 채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 지역의 60%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농업 뿐 아니라 연료를 포함한 물류 운송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과 연료 공급 불안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에선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당부가나오는정부는시민들에게물절약을호소하고있다.

 

8(현지시각)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7월 유럽 일부 국가가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건조한 기후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영국 전체의 강우량은 46.3mm였는데 이는 7월 평균 강우량의 56%에 불과하다. 19997(46.1mm) 이후 23년만에 가장 비가 적게 내렸다. 남부와 동부가 특히 건조해 지난달 강우량이 10.5mm에 불과했던 잉글랜드 남부의 경우 1836년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적게 왔다. 이는 7월 이 지역 평균 강우량의 17%에 불과하다. 지난달 영국 중남부는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 폭염에도 시달렸다.

 

지난달 폭염과 산불로 고통 받은 프랑스도 1959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었다. 7월 프랑스의 총 강우량은 9.7mm1991~2020년 평균보다 85%나 적다. 지난달은 관측 이래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건조한 달이기도 했다. 19613(7.8mm)이 가장 건조한 달로 기록돼 있다. 가뭄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어 8일 기준 프랑스 전역 101개 수 중  93곳에 물 사용 제한이 가능한 가뭄경보가 발령됐다. 이중 67곳은 경보 4단계(주의·경보·강한 경보·위기) 중 수위가 가장 높은 "위기" 단계다. 네덜란드는 지난주공식 물부족을 선언했고 벨기도 1885년 이래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었다.

 

유럽가뭄관측소(EDO)의 최신 자료를 보면 7월 마지막 열흘 기준 EU와 영국 전체 토지 면적의 45%가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가뭄 "경고" 상태에 놓여 있고 15%는 토양의 수분 부족으로 인해 식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더 심각한 수준의 "경보" 상태에 놓여 있다.

 

가뭄이 지속되자 당국은 시민들의사용을제한하고있다.프랑스의가뭄경보'위기'단계에있는지역의경우세차부터시작해정원에물을주는,수영장에물을채우는것까지제한을받는다.지난달 정부 관계자·농업단체·환경 전문가등으로 이뤄진 환경청 산하가뭄 대응 전담기구(NDG)소집한 영국에선 물을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세정할 수 있는 드라이 샴푸를 쓰고 머리를 매일 감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나왔다.

 

가뭄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넘어 산업 생산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업 생산량 감소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지르는 포 강은 지난 겨울부터 지속적인 강우 부족에 시달리며 일부 지역에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6월 기준 유량은 평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8<가디언>은 총길이가 652km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대표적 쌀 생산지인 포강 유역 가뭄으로 재배자들이 생산량이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농민연맹(CIA) 브뤼셀 사무소장 알레산드라 드샌티스는 지난달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곡물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가뭄의 영향을 농업용 관개를 제한하며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프랑스 농업부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EU집행위원회는유럽전역의덥고건조한기후탓에옥수수, 해바라기,대두의 생산량이 8~9% 감소해 5년 평균을훨씬밑돌것으로전망했다.올해 EU 회원국의 총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5% 감소할것이라는전망도내놨다. 집행위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프랑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의 작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봤으며 독일·폴란드·헝가리·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등 중동부 유럽의 작황에도 가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뭄이 드문 스위스에서는 낙농업에 비상이 걸렸다. 소들이 풀을 뜯는 고산지대 목초지의 물이 부족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 목초지가 분포한 스위스 중부 옵발덴 지역 알프스 산지에 물이 말라 군용 헬기가 동원돼 소들이 먹을 물을 대량으로 실어 날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고지대에 물이 부족해 일반적으로 9월 이전엔 사용되지 않는 계곡 부근 방목지가 벌써 이용되고 있으며 낙농업자들이 우유와 치즈 생산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연료 의존을 끊기 위해 유럽 각 국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가뭄은 수력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 수요의 20% 가량을 공급하는 북부 산지의 수력 발전 시설의 생산량은 올해 1~5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나 감소했다. C3S7월말 포강 수위가 소폭 개선됐지만 수력발전소를 가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감뭄의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류 운송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8<가디언>은 독일을 비롯해 중부 유럽의 여러 나라를 걸쳐 흐르는 라인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인한 운송 중단을 낳았던 지난 2018년보다 이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강 수위가 낮아 일부 선박은 선적 용량의 4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 채로 운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체는 석유·석탄·기타 원자재를 수송하는 핵심 통로인 라인강 수로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해 석탄 수송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말라 붙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가뭄의 배경에 지구 온난화가 있다고 본다. 온난화 자체가 더 많은 증발을 초래할 뿐 아니라 따뜻한 기후로 식생이 더 빠르게 성장해 더 많은 물을 빨아 들이기 때문이다. 독일 소재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수문학자인 프레드 하터만은 <폴리티코>"겨울이 짧아지면서 식물들은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강수량이 동일하다고 해도 더 건조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 가뭄이 서유럽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취리히연방공대 기후역학 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10년에 한 번 꼴로 왔을 극한의 더위가 10년에 3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격년으로 도래하는 일이 10년 내로 나타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언론과 에너지 공공기관의 '돈 룩 업

2019424일 자 머니투데이 보도 <과감한 탈석탄, 미세먼지 저감효과 보인다>

 

2019424일 자 머니투데이 보도 <과감한 탈석탄, 미세먼지 저감효과 보인다>(온라인판 <'미세먼지 또다시 '나쁨' 해결 방법은 '이것'>)입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석탄발전 감축 정책이 미세물질 배출을 감소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는 내용입니다.

 

1년 뒤 같은 매체, 같은 기자는 이런 보도를 냈습니다. 제목은 <과감한 탈석탄, 청구서는 전기료 인상>( 202058), '과감한 탈석탄'이라는 같은 제목을 갖고 있지만 결론은 딴판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석탄 및 원자력 발전 감축 정책이 전기 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두 보도는 동일하게 문재인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수립 과정에 나온 사회적 논의를 다루고 있지만 한 사안을 두고 마치 다른 매체, 다른 사람이 쓴 기사처럼 관점이 엇갈립니다.

2018929일 자 세계일보의 사설 <재생에너지 확대, 일방 과속하면 후유증 커질 것>

 

2018929일 자 세계일보의 사설 <재생에너지 확대, 일방 과속하면 후유증 커질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 공급원이라는 사실을 굳이 외면'해 가면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일방 과속'을 하게 되면 '후유증과 후폭풍을 키울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언론이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입니다. , 진정에서 우러나온 일관된 논조라면 말이죠. 사설이 나가고 한 달 뒤인 20181025, 이 신문은 한 면을 털어 태양광 설비의 효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기사의 제목은 다소 낯뜨겁습니다. <기름값 부담 줄고 환경도 보호..."마을이 달라졌어요">, <논밭 위 태양광 설비...부지난 덜고 농가소득 '일석이조'>, <태양광이 효자...전기료 걱정 없이 온수 써요>. 한달 전만해도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다던 태양광 발전은 어느새 효자 전력원으로 변했습니다.

20181025일 자, 세계일보 <태양광이 효자...전기료 걱정 없이 온수 써요>

20181025일자 중앙일보 보도 <수상 태양광 7조 사업...패널로 저수지 덮어도 괜찮을까>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이번엔 조금 섬뜩합니다. 20181025일자 중앙일보 보도 <수상 태양광 7조 사업...패널로 저수지 덮어도 괜찮을까>입니다. 해외 사례와 국내 연구기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수상 태양광 사업이 녹조를 유발하고 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수중에 배출해 수질 오염을 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수상 태양광 사업이 '과속 행정', '일방통행식' 사업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한 달 뒤, 이 신문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며 기사를 싣습니다. 제목은 <태양광 패널에 발암물질? 카드뮴 함유 미국산 수입 금지, 국산엔 포함 안 돼>, 제목 하단에는 '재생에너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기사는 태양광 패널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차질을 겪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태양광 패널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은 잘못된 정보라며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카드뮴이 포함된 미국산 태양전지 모듈은 국내 수입이 금지돼 있고, 특히 수상 태양광용 모듈에는 미량의 납 같은 최소한의 중금속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수상 태양광 발전이 녹조 현상을 유발한다는 일각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해외와 국내의 환경 차이나 시설의 차이를 간과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잠시만요, 이 낯익은 '잘못된 정보'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설마 한 달 전 중앙일보 자신이 낸 기사를 잘못된 정보라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요?

 

오락가락 논조, 독자만 모르는 에너지 보도 협찬 실태

기후 위기와 에너지 믹스(전력원 비중),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공론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정보도 많고, 내용도 쉽지 않습니다. 언론의 정확한 정보 전달, 그리고 상업적·정파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앞서 보셨다시피, 우리 언론의 현실은 이런 무게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루아침에 논조를 바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거나, 때론 '유체이탈'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묘한 화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합니다.

 

수많은 에너지 관련 보도 가운데, 세 언론의 사례를 꼽은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친원전과 탈원전, 재생에너지 효용론과 무용론을 오가는 이들 언론의 오락가락 논조 이면에는 독자들만 모르고 있는 '뒷광고'가 있습니다. 흔히 기사형 광고라고 합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기사 가운데 머니투데이 사례의 첫번째 기사, 세계일보와 중앙일보 사례의 두 번째 기사는 에너지 공공기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하 '에너지문화재단')의 협찬으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한동안 인터넷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광고사의 협찬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주관을 담은 것처럼 콘텐츠를 제작을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일입니다. 일의 경중을 따지자면, 무슨 상품을 살지 결정하는 일과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을 하는 일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에너지 정책을 논하는 공론장까지 광고형 기사를 끌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뉴스타파는 2014년 이래 돈을 받아 가며 이른바 '에너지 마피아'의 주장을 여과 없이 실어주는 언론계의 문제를 다뤄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퀴즈에 드라마에...원전 홍보비 무차별 살포(2014.10.11)

기사 1건에 천만 원...핵마피아에 기생하는 신문(2014.10.11)

폭로! 원자력과 언론의 돈 거래 목격자들(2017.9.4)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나온 '설립목적'.

 

문제는 언론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앞선 보도 사례들에 협찬한 기관은 에너지문화재단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공공 기관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당초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었던 이름을 현재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 기관의 수입 대부분은 전력산업기반기금, 즉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의 3.7%는 떼어 조성한 공적 기금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낸 전기 요금이 오히려 에너지 정책 공론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쓰이는 것 아닌지 의문입니다.

 

한 글자에 4만 원...비판 여론에 쥐여 주는 '당근'?

취재진은 최근 5년간 에너지문화재단이 언론에 협찬한 기사 목록, 협찬 금액 일체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16개 언론사에서 52건의 협찬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협찬 금액은 총 72천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기사 한 건당 무려 1,400만 원가량이 지급된 셈입니다. 언론사 별로는 중앙일보(13,500만 원), 경향신문(9,000만 원), 조선일보(7,500만 원), 매일경제(5,880만 원), 동아일보(5,500만 원) 순으로 협찬 금액이 많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언론 협찬 금액

 

건당 1,400만 원짜리 기사의 면면은 어떨까요. 언론사 기자가 직접 주도하고 발로 뛰며 작성한 기획성 기사는 9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3건은 에너지문화재단이 주선한 토론회나 인터뷰를 정리·요약하거나 에너지 관련 정부 시책을 알리는 단순 홍보성 기사였습니다. 몇몇 기사는 놀라운 가성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토론회 현장을 스케치한 조선일보의 한 스트레이트 기사는 협찬 금액 3,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을 기사의 글자 수로 나눠봤더니 한 글자 당 4만 원어치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앞서 이 같은 협찬 기사를 에둘러 '뒷광고'라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52건 협찬 기사들 가운데 기사에서 협찬으로 작성된 사실이 고지된 기사는 10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이 협찬 고지들도 신경 써서 찾지 않는다면 알기 힘든 곳에 위치하거나, 일부는 신문 지면에만 포함하고 인터넷판에 누락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실한 상태였습니다. 독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오락가락 논조의 광고기사를 접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 같은 언론 협찬이 기관의 설립 목적대로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증진을 도모'하는데 기여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에너지 믹스 정책을 놓고 벌어졌던 보수 언론과 문재인 정부의 갈등을 생각하면, 효과보다는 공론장의 혼란만 부추긴 측면이 클 것 같습니다.

 

뉴스 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해 보니, 지난 5년간 이른바 '조중동' 3개 보수신문은 사설을 통해 '태양광', '재생에너지',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을 134차례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사설 제목으로만 추려봤을 때 그렇고, 실제는 더 많습니다. 살펴보았듯, 공교롭게도 에너지문화재단의의 협찬 금액은 오히려 보수신문 쪽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 자체의 홍보 효과보다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당근'이 필요했던 것을 아닐까요.

 

기후 위기, 에너지 문제에 짖지 않는 감시견

앞선 뉴스타파의 보도들을 따라오셨다면 의아한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친원전 홍보에 앞장섰습니다. 이들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홍보 활동으로 인해 미디어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던 시기입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드러난 지난 5년 에너지 공공기관 홍보 활동은 정반대의 양상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관명이 바뀌고, 정부 기조에 맞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여론을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다시 친원전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금, 에너지 공공기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에너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보급·확산'하겠다는 기관의 설립 목적은 정치 환경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걸까요? '당근'이라면 마다않고 받아 쥐는 언론도 문제입니다. 돈에 따라 쉽게 바뀌는 논조라면, 누군가 더 큰 돈을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논조는 또다시 변하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에너지문화재단 측은 "정부광고법에 따라 정부광고 통합지원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언론 매체 선정 시에는 에너지 정보에 대한 관심도와 예산을 고려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언론 보도 방향과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기관이 관여하지 않으며, 협찬 금액은 언론사와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라고 전했습니다.

영화 '돈 룩 업'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적 기관이 공론을 올바른 방향을 선도하지 않고 결국 공익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자기 이해에 치중하는 모습"이라며 "협찬이라는 마약 속에서 언론이 이런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공공성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너지 문제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 정책 결정인 만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희망이 우선 공론장에 담보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믹스라는 과제 앞에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미지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공론장이 이런저런 이해관계 속에 오염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속에 우리 사회의 감시견, 언론은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다가오는 행성을 뻔히 머리 위에 두고도 허례허식과 돈벌이에 매달리느라 종말을 피하지 못한다는, 어느 영화 속 장면이 겹쳐 보입니다.

뉴스타파 오대양

 

가이아 (Gaia), 그 생명의 거처에 대한 여정의 시작

-가이아 이야기 1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전송한 우주 사진(사진 위), 무한한 우주 속 창백하고 푸른 점 지구별

 

-인류세, 여기서 마무리 되는가?

인간의 미래는 어디에 달려 있을까? 오늘날 기후위기를 인류 전체가 마주한 가장 위태로운 사건으로 여기는 절박감은 한국 사회에서는 의외로 강하지 못하다. 기후정치는 우선 순위의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가는 기본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해온 시대가 마감된다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종말이 경고되고 있어도 꿈적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이 도리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Distopia)의 도래에 대한 걱정은 소수의 기우(杞憂)로 취급된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별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다시 깨우친다. 오랫동안 우리의 우주 시력(視力)을 받쳐준 허블 망원경의 차원을 넘어 우주의 탄생과 우주에 새겨진 생멸(生滅)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지구의 나이 45억년과 맞먹는 시간을 거쳐온 빛의 풍경을 보여준다. 칼 세이건(Carl Sagon)1990년 보이저(Voyager) 1호가 찍은 지구를 보고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던 시절에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와는 또 다른 깊이를 목격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수천억개의 별들이 모인 은하(銀河/galaxy)가 집결한 은하단(銀河團/galaxy cluster)이 존재하는 걸까? 지구는 그런 거대하기 짝이 없는 규모와 깊이로 이어진 별들 가운데 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을 널리 알린 토마스 쿤(왼쪽)과학혁명의 구조

 

거기서 우리는 여전히 혼자 외롭게 존재하는 유일한 생명체일까? 물론 아직 명확히 알 길은 없다. 때때로 미확인 비행물체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또는 최근에는 미확인 대기현상 UAP (Unidentified Aerial Phenomena)’라고 불리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하는데 그 실체가 외계생명체의 지구방문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우리의 모든 세계관이 지진처럼 깨지고 다른 차원의 사고가 요구될 판이다. 그건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라는 우주의 축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 된다. 토마스 쿤(Thomas Khun)이 말했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지금까지의 모든 인지(認知) 차원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절대적 특이점(singularity)이 되는 격이다.

 

토마스 쿤이 짚어낸 패러다임의 개념은 한 시대가 공유하는 일정한 인식 또는 사유의 기본 틀거리라고 할 수 있다. 또는 전제가 된다. 과학사의 발전은 바로 이 틀이 깨지면서 새로운 시야가 드러나는 가운데 이루어져왔다. 이전의 틀 또는 사유방식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현상이 발견되거나 인식되면 종전의 과학은 위기를 맞게 된다. 납득되지 않는 변칙 또는 이례적 사안(Anomaly)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과학은 혁명의 계기를 획득하게 된다. 그래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토마스 쿤의 저작, 그 제목은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이다.

 

-인식의 혁명

쿤은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당대의 과학자들이 천체를 측정하는 과정이 일관되지도 않고 계절의 일정한 길이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고 하면서 그걸 이렇게 비유했다고 전해준다.

 

이런 과학자들을 달리 표현하자면 손과 발, 머리와 다른 신체부위를 각기 다른 다양한 모델로부터 가져와 아주 탁월하게 그려내지만 전체로 보면 인간이 아닌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화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대는 그 괴물이 인간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코페르니쿠스가 그린 그림은 도리어 당대에 괴물로 인식되었는데, 새로운 틀거리 또는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시대를 지배하는 세계관 자체의 붕괴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항이 격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오르다노 부르노(Giordano Bruno/1548~1600)는 우주 너머 또 우주가 무한히 펼쳐진다는 무한 우주론을 내세웠다가 이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선고받고 화형을 당한다.

 

부르노 라투르(Bruno Latour) 동상.

알프레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오른쪽)와 그의 과학과 근대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

 

과학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그의 과학과 근대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에서 인류의 우주관을 바꾼 코페르니쿠스와 인체 내부의 세계를 해부한 베살리우스(Vesallius)를 당대의 대표적인 과학자로 꼽으면서 이들이 등장한 16세기는 서구 기독교의 지배가 종말을 고하고 과학의 세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와 베살리우스는 직접적인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오르다노 부르노는 그가 내세운 우주이론의 과학성 자체가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때문에 핍박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종교는 이미 결정된 정통교리(orthodox)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어쩌면 바로 이 새로운 상상력의 자유가 지니는 힘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진화하는 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의 원리(The Principle of Hope)를 통해 사유의 새로운 차원을 일깨운 에른스트 블로흐가 말했던 것처럼 사유는 이미 정해진 경계를 넘어서는 모험(Thinking means venturing beyond)”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자신이 스스로 자율적 통제력을 가진 생명체라고 주장한 가이아(Gaia)” 이론의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 역시도 기존의 과학계가 선을 그어놓은 경계선을 넘은 모험의 수행자였다.

제임스 러브록의 저서 가이아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은 오늘날 생물학에서 지구과학에 이르기까지 기본 패러다임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그것이 애초에 과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생물과 무생물이 뒤엉켜 공존하고 있는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계로 작동한다는 개념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과학자라기보다는 대기의 화학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였기에 그의 논거를 과학자들이 이론적 토대가 견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러브록은 갈릴레오가 중세 신학과 쟁투를 벌이며 자신이 이단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자신도 그랬다며 이제는 과학계가 이단이 누구인지 결정하고 금지했다고 그의 책 가이아(Gaia) 1979년 출간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의 가이아 이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지구가 자신의 자율적 통제력을 가지고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생산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논리를 함께 세워나간 과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공진화(endosymbiosis)”이론을 주창, 입증해나간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였다. 마굴리스의 이론도 초기에 과학계의 정통이론과 벗어난다는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다. 다윈의 전통적인 진화론에서 비껴 나간다는 이유였다.

제임스 러브록과 함께 가이아 이론을 발전시킨 공진화 이론주창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

 

제임스 러브록은 대기 속에 있는 가스의 화학구조를 분리하는 기술(chemical chromatogragphy)에 바탕을 두고 전자 포획감지기(electron capture detector)를 발명함으로써 NASA의 외계 생명체 확인 프로그램에 관여하게 된다. 생명체가 있는 경우 대기 중의 화학구조에 변화를 주는 열역학 제2 법칙에 속하는 엔트로피(entropy) 측정을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열역학 제1법칙에서 제기하는 에너지 보존과는 달리 뭔가 힘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에너지 변형 내지 무질서 발생 상황을 표현한 이 엔트로피 감소 또는 증가를 통해 에너지를 쓰는 생명체의 활동을 추론해낼 수 있다는 논리가 확장되면서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탐색하는 방법에 쓰였던 것이다.

린 마굴리스가 아들 도리온 세이건과 함께 쓴 마이크로코스모스

 

-지구라는 복잡계와 공진화

지구의 미래, 어찌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러브록은 지구 대기와 기후의 변화를 측정하면서 생명체가 대기 또는 기후에 변화를 가하고 이 변화는 거꾸로 생명체에게 영향을 주는 하나의 거대한 상호 자율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마치 거대한 생명계가 서로 이어지면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움직임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러브록은 지구는 지구에 속한 구성요소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하면서 각기의 기능을 넘어서 지구 대기를 자율통제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로 생명계(biosphere)”라고 규정했다. 그건 대기와 바다, 그리고 육지가 어우러져 움직이는 하나의 복잡계(complex system)라는 것이다.

 

그는 가령, 바다가 품고 있는 풍부한 요소들이 빛과 만나 대기 중으로 분리되어 그것이 부족한 땅에 안착하면서 생명체와 관계를 맺고 그로써 지구생명의 체계를 이루어낸다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고의 시간에 광합성 작용에 의한 산소의 출현과 지배적 구조는 산화(酸化)를 통해 전자의 상실로 만물을 부식시킬 맹독성을 가지고 있어 위협적이었으나 이걸 생명을 위한 신진대사의 물체로 바꾸어낸 지구 생명계 가이아의 자율체계는 경이롭다고 갈파한다. 그것은 지난 40억년 이상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은총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구적 협력체계의 작동이며 미생물의 세계와 지구라는 거대세계의 일체화 과정이다.

 

미생물의 세계를 조명한 린 마굴리스의 공진화도 바로 이 생명체 출현과정에서 서로 다른 원핵세포(prokaryotic cell)가 상호 협력(symbiosis)을 통해 새로운 진핵세포(eukaryotic cell)를 탄생시켰다는 진화이론이다. 이런 진화는 그 생명체 자체의 진화만이 아니라 그로써 환경 전체의 새로운 변화로 인한 진화까지 이어진다는 것인데 그런 까닭에 린 마굴리스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윈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개념에 도달했을 때 그는 환경, 특히 대기가 생명체 활동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만일 이를 알았다면 다윈은 생명체와 환경이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이 되고, 진화하는 것은 생명체 단독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가이아라고 부르는 이 서로 연결된 시스템 자체라고 깨달았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린 마굴리스는 러브록의 가이아 개념을 발전시켜 시스템 자체의 자율적 진화를 가동시키는 자기생산 또는 자기창출(autopoiesis)의 차원을 진화의 운동방식으로 정리해나간다. 이 개념은 칠레의 생물학자이며 인지론의 새로운 차원을 연 움베르토 마투라나(Humberto Maturana)와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가 세포의 자기생산 시스템을 주목하면서 제창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하여,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원핵세포의 진화과정을 하나의 살아있는 체계로 작동시키는 지구 생명계 가이아로 확장, 포괄한 것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정보와 소통을 규제하고 관할하는 시스템 연구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차원에 눈뜨게 해준다. 그런데 가이아 지구는 따로 무슨 뇌가 있거나 어느 특정한 곳에 통제본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전체가 그 자체로서 생명과 무생물의 결합장치가 되어 자율체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신비한 것이다.

 

대기(大氣)는 바다와 땅의 연결고리로 작동하면서 생명체에 필요한 요소들을 공급해준다. 그야말로 대기란 신비로운 연결고리(mysterious link)’이다. 생명체는 바로 이 대기를 변형시키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자기 창출의 체계를 만들어왔다. 이 자기창출의 기능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최적의 대기 평형상태(atmospheric homestasis)”를 유지하게 하면서 살아가게 해주는 기본바탕이 된다.

 

최근 인간과 사물의 동맹체제를 논하면서 새로운 사회관계구성을 철학화하고 있는 부르노 라투르(Bruno Latour)가이아를 마주하며(Facing Gaia)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르노 라투르(Bruno Latour)가이아를 마주하며(Facing Gaia)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주체(agency)들은 각기 자신의 이웃에 아주 사소한 정도라도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가져온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생존이 다소나마 어려워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가이아의 개념은 지구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각 구성주체들의 의도성(intentionality)을 포착하게 해주고 있다. 이들 각자는 모두 그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인간이건 사물이건 온 세상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으며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 속에 살아가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영향을 끼치며 생존의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가이아는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행성(planet) 차원으로 상승시켜 지구적 생명체계의 자율적 작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류 전체의 책임이자 임무인 것을 각성시켜준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진화하도록 하는 공진화의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노력이 정치와 사회의 기본윤리인 것을 깨우친다.

기후위기, 가이아의 위기

 

신비로운 연결고리인 기후에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생명의 공급벨트이다. 단지 뜨겁거나 차갑다는 기후변화에만 주목할 일이 아니다. 대기 속의 이 같은 생명요소들을 깊이 주목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획하지 않으면 인류세는 어느새 끝나고야 말 것이다. 인류 모두의 생명의 거처, 가이아의 신비함에 끝없는 경의를 표하고 그 소중함에 절실해질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렇지 않다면, 각자는 모두 대단한 솜씨로 손과 발, 머리를 그렸는데 전체로는 인간이 아니라 괴물을 그리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지구적 차원에서 인식의 새로운 혁명이 이 땅에 요구되는 까닭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가이아 (Gaia), 혁명적 진화 그 복잡계의 진실

- 가이아 이야기 2

- 과학의 고독

지구 전체가 하나의 자율적 조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한 가이아의 개념은 애초에는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여겨졌다. 환경이 생명체를 지배하는 것이지 생명체가 환경을 바꾸어내기도 한다는 논리는 가당치도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가이아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주기에 적당하기 조차했다. 사실 이 명칭은 제임스 러브록과 이웃해 살고 있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의 작가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이 지어준 것이었다. 골딩은 훗날 (1983) 노벨 문학상 수여자가 된다. 과학과 인문적 사유가 만나 가이아라는 이름이 생겨난 셈이었다.

제임스 러브록의 자서전 가이아에게 경의를 (Homage to Gaia)

 

제임스 러브록이 80(2000)를 막 넘기면서 출간한 자서전 가이아에게 경의를 (Homage to Gaia)에는 양자역학의 막스 플랑크(Max Planck)1936년에 했던 말을 인용해놓았다. 자신의 이론이 처음에는 거부되었다가 40년이 지나 책이 나온 당시에는 지구과학의 한 중심이론으로 수용된 것을 기뻐하면서 과학자가 겪어야 하는 고독에 대한 심정을 인용으로 대신 풀어놓은 것이었다.

 

새로운 과학적 사유는 아무리 조직이 잘 되었다고 해도 어떤 공동체로부터 생겨나는 법은 없다. 그것은 독자적으로 뭔가 영감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혼자 고독하게 쏟아 자신이 마주한 문제와 온통 씨름하는 이의 머리에서 나온다. 그는 자신의 모든 생각을 모아 그 시기에는 그야말로 자신의 세계 전부가 된 그 문제에 집중시킨다.”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사유의 틀이 태어나는 과정은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세계와의 대결이자 일종의 투쟁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 자신에게는 고립과 배척, 그리고 유배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 전체가 그를 적대하면 죽음에도 이르게 된다. 그래서 과학은, 탄생은 홀로이나 성장은 함께의 관계가 맺어지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칫 고사(枯死)당하고 만다.

 

제임스 러브록에게는 그래서 린 마굴리스가 무척 소중하다. 그녀는 1971년부터 러브록과 뜻을 같이 하여 가이아 이론을 발전시킨다. 그건 미국의 과학계 전체로부터 적대적인 반응을 받는 상태를 각오해야 했고 또 실제로 그러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화학 연구자와 생물학자의 만남은 이뤄졌고 그것은 지구과학 전체의 뿌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출발이었다. 1965년에 러브록의 마음에서 떠오른 가이아 개념은 이런 과정을 통해 기존의 과학적 사유가 그어놓은 경계를 허물어갔다.

 

러브록은 그가 대면해야 했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가장 중요했던 작업은 생명체의 조직은 단지 환경에 적응해나갈 뿐이라는 생물학적 독단(dogma)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양자역학이 일깨운 것처럼 우리가 원자를 관찰하려면 원자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진화는 가능하지 않다. 이것이 가이아를 파악하는 핵심이다.”

 

-가이아 개념의 진화

린 마굴리스는 다윈이 바로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환경과 생명체의 관계를 상호적 차원으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정통 다윈주의자들이 이를 용납할 리 만무했다. 환경이 생명체의 진화를 가져오고 생명체의 활동이 거꾸로 환경의 변화를 결과하는 이 거대한 총체적 복잡계의 구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정보의 소통과 이를 관할하는 시스템 연구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가 가이아의 개념과 연결되면서 생명체와 무생물의 관계는 새롭게 정의되어 갔던 것이다. 둘 사이의 경계는 딱 부러지게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과 교환, 협력과 변화의 관계로 이해되어 가기 시작했다. 서로 넘나들면서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변화의 주체가 되어가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 러브록의 가이아 개념은 사이보그(cyborg)’의 개념까지로 확장된다. 사이버네틱스가 정보 체계의 개념이라고 한다면 사이보그는 그것과 유기체(organism)가 융합된 결과다. 다시 말해서 “cybernetics+organism=cyborg”가 된 것이다. 도너 해러웨이(Donna Harraway)는 생물학에 페미니즘의 관점을 확립하는 기여를 하는데 그는 가이아를 사이보그로 파악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러브록의 지구개념인 가이아는 그 자체로 사이보그이다. 그것은 자율적 운동력을 가진 복잡계로서 지질학적 단위, 유기체의 단위, 기술적 단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서로 경계가 그렇게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동물과 기계, 생명체와 무생물 간의 정보 소통의 경계 구별을 해체한다.”

도너 해러웨이(Donna Harraway)사이보그 매니페스토

 

이 관점과 논리의 중요성은 생명체만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며, 생명체가 아닌 물체나 요소는 그 자체로만 그대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있다. 서로 매우 활발하게, 그리고 서로의 경계선에 들어서서 새로운 변화를 주고 받는다는 것에 대한 각성이다. 이런 인식이 별거인가 라고 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그 어느 하나도 서로에게 무심한 존재는 없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그로써 각기의 존재가 유지되는 동시에 그것은 거대한 전체로 움직인다.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태고(太古)의 가이아는 이후의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지구가 생명체 외부에 있는 환경의 개념을 넘어서는 차원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다.

 

가이아는 인간에게 자신을 태어나게 한 지구의 자궁, 그 매트릭스(matrix)를 마치 외계인이 지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관점의 구도를 만들어준다.”

피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인간현상(The Phenomenon of Man/1955)

 

이것은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지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생명과 그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지속적으로, 상호적으로 창출하는 현장임을 일깨운다. 신부이자 진화 지질학자이면서 우주적 사유를 인간의 인식과 결합시킨 피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이 일찍이 그의 책 인간현상(The Phenomenon of Man/1955)에서 제창한 우주 기원 과정론(cosmogenesis)”과 만나는 개념이다. 이는 이미 결정되어 존재하는 우주를 파악하는 우주론(cosmology)’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차원으로 움직여나가고 변화하며 진화해가는 우주의 생성과정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세포 혁명의 힘

독성가스 산소배출의 현실을 해결해낸 가이아 (린 마굴리스의 "마이크로코스모스" 6)

 

샤르댕에 따르면 그 진화의 정점에는 정신의 영역(noosphere)’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진화의 획기적인 출발점이 다름 아닌 세포혁명(cellular revolution)”이라고 그는 규정한다. 생명활동의 자율적 체계와 자기 인식의 능력까지 가지게 되는 사건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복잡계의 출현(emergence of complexity)”이다. 린 마굴리스의 공진화(endosymbiosis)” 개념은 이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자 그 과정이 미생물의 단계에서부터 가진 상호협력체계의 세계를 발견하게 해준 인식의 열쇠이기도 하다.

린 마굴리스와 그의 아들 도리언 세이건이 함께 집필한 마이크로코스모스(Microcosmos)

 

린 마굴리스와 그의 아들 도리언 세이건이 함께 집필한 마이크로코스모스(Microcosmos)는 지구과학적 서술과 진화 생물학이 서로 결합해서 가이아의 생명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설명한 매우 뛰어난 저서이다. 두 사람은 지구가 형성된 45억년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물질적, 화학적 요소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결합과 분리가 생명체의 조건을 구축해 나가는가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는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생물인 박테리아로부터 어떤 지구적 차원의 상호변화의 과정이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분석해 낸다.

 

린 마굴리스는 가령, 박테리아라고 하면 보통 세균 정도로 생각했다가 박테리아가 발명해낸 신진대사 시스템이 생명체를 위한 에너지 가공의 토대가 되고 이 능력이 오늘에 이른 인간의 원초적 진화의 출발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정리한다.

 

미생물은 그저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생물은 호흡과 신진대사의 과정을 통해 산소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이로써 생명과 그 생명이 존재하는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나간다.”

 

따라서 린 마굴리스의 공진화의 개념에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매우 중요한 단위가 된다. 산소를 신진대사의 과정을 통해 에너지화 시키는 기능을 가진 세포가 자신의 세포막을 지닌 채 다른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마굴리스는 각기 자신이 해낼 수 없는 기능을 가진 서로 다른 세포가 결합하면서 상호협력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오랜 시간의 과정에서 서서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어느 순간에 이루어지는 돌연변이(mutation)”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피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이 말한 세포혁명인 셈이다.

 

린 마굴리스는 이런 상호 협력과 결합, 그리고 혁명적 진화의 작동에는 유전자 정보의 교환을 극적으로 이루는 성관계(sex)의 진화가 가장 경이로운 요소가 되었다고 하면서 서로 다른 개체의 융합이 가져오는 가이아 시스템 내부의 법칙을 규명한다. 그것은 함께 살기(living together)”이다. 그 어떤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일방적 명령체계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체이고 모두가 서로에게 줄 것이 있으며 모두가 서로에게 협력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를 포착해낸 것이다.

 

이로써 이뤄지는 자율적 자기 조직화를 하는 복잡계(spontaneous self-organizing complexity)”는 그 요소들이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점도 있지만 상호 교류의 활동력이 높고 역동적인 융합과 상호적응을 통해 혁명적 변이를 거치는 창조적 차원을 열어간다는 점이 핵심이다. 1980년대 말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이런 복잡계의 역동적 생명성의 자기 조직화를 주목하는 연구 운동이 산타 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산타 페 연구소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바는 이 모든 창조적 역동성은 혼란과 무질서의 현실에서 가동되는 운동원리라는 점이다. 지구의 태고 환경이 지녔던 폭풍과 화염의 조건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생명의 질서를 구축해나가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또한 산소를 배출하는 생명체의 등장이 그 조건에서는 강력한 오염물질인 산소를 신진대사의 대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발명해낸 것은 이전의 조건과 비교하면 대혼란(chaos)인 위기가 도리어 창조적 계기가 되는 것을 알게 한다. 그것은 새로운 복잡계 출현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산타 페 연구소는 이 과정을 카오스의 모서리(edge of chaos)”라고 표현한다. 그 지점은 생명체가 지금까지 유지했던 그 모든 방식과 시스템의 위기가 닥치면서 체제적 안정성이 무너지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찰나이다. 그러나 이 고강도의 긴장은 새로운 생존 방식의 치열한 모색으로 이어져 차원 다른 복잡계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 린 마굴리스의 공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세포의 결합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지구환경의 카오스 모서리에서 생겨난 혁명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역사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이아의 인간이 가진 주체적 역량이다.

김민웅 / 경기신문

 

그린란드 빙하 녹자 '보물찾기' 나선 억만장자들"수억대 자원 묻혀있다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가운데 세계 억만장자들이 이곳에 있는 광물자원을 찾기 위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빌 게이츠 등을 포함한 억만장자들은 그린란드 디스코 섬과 누수악 반도의 언덕과 계곡 표면 아래에 수억대의 전기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광물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코볼드 메탈(KoBold Metals)은 광물 탐사 회사이자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신생 기업으로, 억만장자들은 이들에게 재정적인 지원하고 있다. 다만, 베이조스, 블룸버그, 게이츠 등은 관련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코볼드는 광산기업 블루제이 마이닝(Bluejay Mining)과 협력해 그린란드에서 전기 자동차의 대용량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희소 광물과 귀금속 광물을 찾고 있다. 커트 하우스 코볼드 메탈 최고경영자(CEO)"우리는 세계에서 첫 번째 또는 두 번째로 큰 니켈 및 코발트 매장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30명의 지질학자, 지구 물리학자, 요리사, 조종사, 기계공 등이 이곳에서 야영하며 광물을 찾고 있다. 이들은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드론과 송신기가 장착된 헬리콥터를 동원해 지하의 전자기장을 측정, 암석층을 조사 중이다.

 

빙하가 녹는 탓에 수 세기에서 수천 년 동안 얼음에 묻혀 있던 땅이 드러나면서 그린란드의 잠재적 가치가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보 묄러 스텐스가르드 블루제이 마이닝 CEO"그란란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와 영향을 목격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도 "하지만 기후변화는 전반적으로 그란란드 탐사와 채광을 더욱더 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지질조사국(GSDG) 조사 결과에서도 석탄, 구리, , 희토류 및 아연 등 각종 광물 자원들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란드 자치 정부는 얼지 않은 땅에서 자원 평가를 수행했으며 "광물 채취를 통해 국가 경제를 다각화할 수 있는 국가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스텐스가르드는 이러한 중요한 광물들이 기후 위기가 제시하는 "(환경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일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기후위기·우크라전 '잘못된 결합'유럽 식량·에너지 위기 가중

가뭄·연료비 상승 겹쳐 노르웨이 전력 수출 중단할 수도프랑스선 '겨자 품귀'

지난 510(현지시각)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미드 호수에서 예전에 가라앉은 배가 발견됐다.  ⓒAP=연합뉴스

 

기후위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복합적으로 얽히며유럽의 에너지·식품 공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유럽의주요전력수출국인노르웨이가가뭄과연료비상승으로전력수출을제한할 수 있다고밝혔고프랑스인들은지난해여름폭염과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민 향신료' 겨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편 스위스와 미국에서는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며 묻혀 있던유해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보면 노르웨이 정부는 8(현지시각) 수력발전소 수위가 계절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 대부분을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는 노르웨이는 생산된 전력의 5분의 1을 수출해 '유럽의 배터리'라 불린다. 영국·독일·네덜란드·덴마크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노르웨이가 수출을 제한할 경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에는 기후변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유럽의 가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연료값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수자원 및 에너지 관리국은 많은 수출용 전력 케이블이 기반을 두고 있는 노르웨이 남부 저수지 수위가 1996년 이래 가장 낮은 49.3%만이 채워진 상황으로 계절 평균인 74.4%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부의 전력 생산량도 18% 감소한 상태다.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높은 연료비에 직면한 국민들의 불만이 겹쳤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이번 발표의 배경에 전기료 상승을 해외 수출 탓으로 돌리며 정부를 공격한 야당의 주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가 수출을 제한할 경우 이미 높은 연료비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재가동 중인 석탄 발전소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석연료 사용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에 기반을 둔 컨설팅 회사인 오로라에너지연구소 분석가들이 노르웨이가 수출을 중단할 경우 영국이 가동 중단 예정인 석탄 발전소를 다시 가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합은 향신료 겨자(머스타드)의 세계 최대 소비국인 프랑스에서 겨자 품귀 현상을 낳기도 했다. 미국 방송 CNN은 프랑스인들이 겨자를 구하기 위해 상점 개점 시간에 맞춰 10~15명씩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를 이어 겨자 판매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 데자르메니앙은 이 매체에 "배급표를 받았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후 시기에도 겨자는 있었다"며 겨자가 품절될 줄은"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겨자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SNS)"상점이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겨자를 빼돌리고 있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퍼뜨리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품귀 현상의 실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자씨의 주 산지인 캐나다에 지난 여름 과학자들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49.3도에 달하는 폭염과 가뭄이 덮치면서 생산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캐나다 농업부 대변인은 CNN"캐나다는 2021년에 프랑스로 157톤의 겨자씨를 수출했는데 이는 2020년에 비해 80% 감소한 것이고 최근 5년 평균에 비해 94.9%나 적은 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량 감소가 겨자씨 재배 지역이 "2021년에 극심한 건조 기후를 경험해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며 "농부들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부는 다만 올해 작황은 좋을 것으로 보고 내년엔 수출량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더해프랑스가대체수입처로눈여겨보고있던우크라이나에전쟁이터지면서겨자수급은어려워졌다. 더구나 겨자씨의 주 재배지는 헤르손 등 러시아군이 점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다. CNN은우크라이나 농부들이 러시아군에게 작물을 강탈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지역이 점령 상태에 있는 한 겨자씨 수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이제 프랑스인들은 겨자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CNN은 겨자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고추냉이(와사비) 등 다른 향신료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덧붙였다.

 

폭염·가뭄으로빙하녹고호수말라붙으며'숨겨진주검'속속발견

한편 스위스에선 치솟는 기온으로 인해 빙하가 녹으며 실종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8일 스위스 경찰이 두 명의 프랑스 등산가가 남부 발레 지역의 헤셴 빙하를 오르던 중 유해를 발견한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체르마트 리조트 근처 슈토키 빙하 주변에서 유골이 발견됐다. 300명의 실종자 명단을 관리하고 있는 알프스 지역 관할 경찰은 신원 식별에 며칠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강설량이 적은 겨울을 지나 여름 폭염을 맞은 알프스 산지의 7월 기온은 1600m 고도 체르마트에서 거의 30도까지 올라갔다. 물이 얼어붙는 온도인 빙점(0)의 고도는 지난달 5184미터(m)로 올라갔다. 이는 이전 기록인 1995720(5117m)보다 거의 70m 더 높은 것이고 유럽 최고봉인 알프스 몽블랑 정상(4807m)보다도 높다. 평년 빙점은 3000~3500m 고도에서 형성된다.

 

미국에서도 가뭄으로 말라붙은 호수에서 유해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인근 미드 호수에서는 지난 5월부터 이달 6일까지 연이어 4차례 주검이 발견됐다.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경찰당국은 5월 첫번째로 발견된 주검은 총을 맞아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미드호의 수위는 193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용량의 27%밖에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하천 범람·하수관 역류로 채소·지하수 오염 '식중독 주의보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를 할퀴면서 식중독 발생 위험도 덩달아 높아졌다. 식재료 오염 때문이다.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거나 하수관이 역류하면 유출된 분뇨나 퇴비 등이 채소와 지하수를 오염시켜 식중독을 일으킨다. 원래 식중독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올해는 115년 만에 폭우가 쏟아진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 이 같은 위험이 더욱 커졌다.

지난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천이 집중호우로 범람해 보행로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6~8)에 발생한 식중독은 493건이다. 확인된 발병 원인으로는 병원성대장균이 109(22%)으로 가장 많았다. 살모넬라로 인한 식중독은 52(11%), 캠필로박터는 49(10%), 노로바이러스는 36(7%)이다.

 

동물의 대장에 흔하게 존재하는 병원성대장균은 고기를 충분히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거나 가축의 분뇨, 퇴비 등이 호우 등으로 유출될 때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5년을 돌아보면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109건으로 인한 환자는 4,695명이나 된다. 특히 8월에 54건이 발생해 2,745명의 환자가 발생

계절별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현황(2017~2021).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기간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가운데 원인식품이 확인된 사례는 48(3,384)인데, 의외로 고기보다 채소로 인한 식중독이 더 많았다. 김치, 생채류, 겉절이 등 익히지 않은 채소류 음식이 발병 원인인 식중독이 19(2,118)이다. 10건 중 4건이 채소로 인한 식중독이었다는 얘기다. 이어 김밥, 백반 등 다양한 원료가 포함된 복합조리식품이 10(555), 육류가 7(138)이다.

 

따라서 물에 잠겼거나 침수가 의심되는 식품, 특히 채소류는 절대로 먹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침수 피해지역이 아니더라도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채소를 세척한 뒤 실온에 두면 세척 전보다 세균이 더욱 증가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리한 음식이라도 2시간 이내에 먹는 게 좋고, 남은 음식은 냉장냉동실에 보관하고 다시 먹을 때는 충분한 온도로 재가열해야 한다.

 

식약처가 당부하는 식재료별 취급 방법

-채소: 샐러드나 생채 무침처럼 가열 조리하지 않고 섭취할 경우 염소 소독액(100ppm)5분 이상 담근 후 수돗물로 3회 이상 세척(100ppm은 유효염소 4% 염소소독제를 약 400배 희석한 농도)

-과일: 수박, 참외, 복숭아 등은 과일·채소용 세척제로 표면을 닦고 수돗물로 헹궈서 섭취

-고기: 핏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 가장 아래 칸에 보관하고 다짐육은 7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조리

 

-견과: 곰팡이가 발생하기 쉬워 밀봉 뒤 냉장 또는 냉동 보관

식약처는 "특히 집단급식소와 음식점 조리사는 조리복을 입은 채 화장실을 이용하지 말고 가열조리교차오염 방지 등 식중독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집단급식소에서는 식중독 조기 경보시스템을 통해 '식중독 발생 시설에서 사용한 식재료와 동일하다'고 통보받으면 익힌 음식으로 변경해 제공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국 김창훈 기자

 

바닷모래 이용하면 가덕신공항 매립공사 3년 만에 마무리

해상물류 전문가 한국유조선사협회 김성준 부회장 주장

호퍼준설선 3척 활용해 남해 EEZ 모래 공급하면 가능

첵랍콕공항, 창이공항도 호퍼준설선 3척으로 3년만에 끝내

13일 글로벌해상물류 전문가인 한국유조선사협회 김성준 부회장이 바닷모래를 이용하면 가덕신공항 매립공사를 3년 만에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정환 기자

 

글로벌해상물류 전문가인 한국유조선사협회 김성준 부회장이 지난달 5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수립 과정의 보완과제 시민토론회에서 바닷모래를 이용하면 매립기간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덕신공항 사타(사전타당성조사) 보고서는 매립공사에 78개월(6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가덕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국제신문이 13일 김 부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이유는?

글로벌해상물류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호퍼준설선(모래를 채취·운반·분사할 수 있는 선박) 3척으로 가덕신공항과 비슷한 규모의 홍콩 첵랍콕공항(25000)과 싱가포르 창이공항(23000)의 매립공사를 3년 만에 끝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리핀 뉴마닐라국제공항도 17000의 매립을 위해 호퍼준설선 2척을 이용해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공사를 하고 있다.

 

-가덕신공항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10개 광구에 바닷모래 2836이 있는데 깊이 10이내로 채취가 가능하다. 적재량 46000의 호퍼준설선이 활용되는데 척당 연간 공급량이 2720에 달해 3척만 있으면 3년 안에 필요한 모래의 양인 21500를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사타에서는 필요한 토량이 21500인데 국수봉 등 가덕도 내 채취 가능 토량이 5000에 불과해 16500의 추가 토양채취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바닷모래를 가져와야 하는 이유다.

 

-사타보고서를 보면 활주로 폭이 45에 불과하고, 화물터미널도 1.9에 불과한데

두 가지 모두 모래 부족이 이유일 수 있다. 일본 간사이공항과 주부공항, 김해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등 대부분의 국제공항 활주로 폭이 60인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설되는 국제공항의 활주로 폭을 45로 설계할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래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화물터미널 면적도 간사이공항(37.2)과 주부공항(26)에 훨씬 못미치는 1.9에 그쳤다. 바닷모래는 매립공사에 활용하고 국수봉 등을 절취해 나오는 5000를 활용하면 활주로와 화물터미널 규모도 확대할 수 있다.

 

-그 외 호퍼준설선 이용의 장점은?

산을 절취하기 위해서는 발파와 소운반 등 수많은 장비와 인력이 동원되는데 안전사고 우려도 높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반면 호퍼준설선은 한번 계약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단가가 유지돼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고 안전사고 우려도 적다. 플로팅 방식이 3년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같은 기간이 걸린다면 이미 여러 국제공항에서 도입한 호퍼준설선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