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이 포착한 한국의 지표온도…수도권이 빨갛네
자전거 생산량 자동차 추월했지만…교통수단 이용률 5%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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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이 포착한 한국의 지표온도…수도권이 빨갛네
환경부, 위성 이용한 ‘지표온도 지도’ 공개
김포 등 같은 지역에도 10도 차이
열섬효과↑→에너지 사용량↑…‘온난화 악순환’
2016∼20년 인공위성 열적외선 영상을 이용해 만든 여름철 전국 지표온도 지도. 국립환경
과학원 제공
우리가 느끼는 여름철 더위는 때로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온과 다르다. 왜 그럴까? 국립환
경과학원이 전국 ‘여름철 지표온도 지도’를 22일 일반에 공개한다. 지표온도 지도는 지표면
온도를 파란색(21도 이하)부터 빨간색(35도 이상)까지 색상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지표온
도는 잔디밭에 세워진 백엽상에서 재는 기상청 기온 측정값과 달리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지표면에서 재는 온도로 태양에서 들어오는 일사량과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이 반영
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지표온도 전국 지도를 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경부 축을 따라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도시 인근에 빨간색이 많고, 호남
축을 따라 들어선 전주, 광주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지리산을 출발해 백두대간으로 이어
지는 지역은 파란색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도시가 높은 온도로 표시되는 이유는 ‘열섬효과’ 때문이다. 열섬효과는 에어컨에서 실외로
나오는 폐열이나 난방이나 교통기관에서 나오는 열 그리고 열을 흡수하는 콘크리트와 아
스팔트 등이 원인이 되어 도시가 근교의 시골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이다. 특히 여름에는
열섬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냉방기구 이용 등으로 5~10%의 에너지를 더 써서 결국 온난화
를 촉진한다.
경기 김포시의 지표온도 지도. 산업단지의 지표온도가 주변 농경지나 숲보다 10도 정도 높
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미국 랜드샛(Landsat) 8호 위성의 열
적외선 영상(같은 지역을 16일마다 재촬영)의 관측값을 활용해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대상
으로 시군별로 작성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6~8월에 촬영된 위성
영상의 열적외선 관측값을 온도로 변환한 뒤, 30m의 해상도를 갖는 격자별로 5년 중 가장
높은 온도를 선택해 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표온도 지도는 넓은 지역을 동시에 촬영해 제작하기 때문에 같은 지역 안에서 상대적으
로 열을 많이 발산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공간적 분포와 차이를 파악하는 데 효
과적이다.
예를 들어 김포시의 경우 산업단지의 지표온도가 주변보다 10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
다. 율생산업단지, 학운4산업단지, 귀전첨단산업단지 등은 빨간색으로 나오는데, 주변 산림
이나 농경지는 노란색이나 파란색으로 나온다. 김포시는 최근 환경보전계획에 지표온도 지
도를 활용했다. 지표온도가 높은 지역에 무더위쉼터를 확대하고 이동형 쉼터를 운영하는
한편,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에 단열 개선 사업을 벌이는 등 계획을 세웠다
전국 여름철 지표온도 지도는 국토환경성평가지도 https://data.neins.go.kr/ 자료제공 서
비스에서 22일부터 제공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자전거 생산량 자동차 추월했지만…교통수단 이용률 5% 그쳐
자전거 생산량 53년 만에 6배 성장하며 자동차 ‘추월’
세계인 모두 하루 1.6㎞ 타면, 영국 연간 CO₂배출량만큼↓
자전거 이용률 높은 나라일수록 성인 비만 비율 낮아
2014년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천국 같은 도시다. 코펜하겐의 면적(88㎢)은 서울시(605㎢)의 7분의 1가량이지만 도시 안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400㎞가 넘는다. 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와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꼽히는 자전거의 생산량이 자동차를 앞섰지만실제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인이 덴마크 사람들처럼하루 1.6㎞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영국의 연간 배출량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덴마크 남덴마크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1일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자전거 생산과 이용률을 분석한 결과, 세계 자전거 생산은 53년 만에 6배 증가해 자동차 증가보다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5%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환경>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3247-022-00497-4)
연구팀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4분의 1은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며, 절반은 승용차에서 발생한다. 전기자동차, 경량화, 에너지효율 향상 등 승용차 제작 기술이 개선되고있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걷기에는 멀고 차를 타기에는 짧은 단거리 이동에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평균 성장률 자전거 3.4% vs 자동차 3.0%
1970년대 이후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세계 자전거 생산량은 1962년 2070만대에서
2015년 1억2330만대로,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 생산은 1962년 1400
만대에서 2015년 6860만대로 연평균 증가율이 3.0%였다. 자전거 생산은 1990년대 일시 정
체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 몇 년 동안 연 1억1100만대 수준을 유지하
고 있다.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총 자전거 생산량은 46억5천만대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
의 2.4배에 이른다.
2015년 중국은 세계 자전거 생산의 3분의 2(65.7%)를 차지했다. 미국은 1975년까지 세계
최대 자전거 생산국이었지만, 2002년 이후 중국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중국 다음으로는
브라질(5%), 인도(4%), 이탈리아(2%)와 독일(2%)이 세계 생산의 일부를 맡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생산량과 보유량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자전거 보유 상위 5개국
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1980년대 62%
에서 1999년 중국의 사이클링 붐으로 68%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중국에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전거 보유 1위 나라(전체 24%)이다. 세
계 자동차 보유 대수는 1962년 1억대에서 2015년 11억대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 평균 1인당 자전거 소유는 0.29대
일반적으로 1인당 자전거 보유 대수는 대부분의 국가, 특히 산업화된 국가에서 1인당 자동
차 보유 대수보다 많다. 세계 1인당 자전거 소유 대수는 1995년까지 계속 증가해 현재는 1
인당 약 0.29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자전거 보유 대수는 유럽 국가 특히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가장 많아 1인당
1대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덴마크는 인구의 95%가 최소 1대를 갖고 있어, 1990년 이후 네
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1인당 자전거 보유가 많은 이유
는 교육을 통해 자전거 문화를 육성하고 기반시설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
했다.
반면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 국가들 자전거 소유 비율은 평균 이하였다. 일본은 아시아에
서 가장 많아 2015년 1인당 0.95대를 소유했다. 우리나라 1인당 자전거 소유 대수는 약 0.5
대이다.
인구 밀도 높을수록 자전거 이용률 높아
연구팀이 60개국의 자전거 보유율과 이용률을 비교한 결과 자전거를 많이 보유했다고 이
용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분석에서 대부분 국가에서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해 평균 5%가 채 안 됐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처럼 소득이 높고 자전거 소유율이 높은 국가에서 자전거 이
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자전거 문화, 높은 환경 인식, 잘 발달된 자전거 기
반시설, 평평한 지형 등 이들 국가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는 세계 1위의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20% 이상)과 자전거 소유율(1인당 1대 이상)을 보
이고 있다.
반면 춥고 언덕이 많은 노르웨이와 건조하고 더운 쿠웨이트는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은
5%에 불과한 데 비해 자동차 이용률은 각각 64%, 49%에 이른다. 자전거 사용을 일상적인
이동수단보다 여가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도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
률은 1%에 지나지 않고 자동차 이용률은 각각 80%, 78%에 이르렀다.
한국은 자전거 이용률은 2%, 자동차 이용률은 30%인 데 비해 일본은 자전거 이용률이
19%에 이르지만 자동차 이용률은 14%에 불과했다. 일본처럼 자동차 소유는 높지만 자동차
이동수단 이용률이 낮은 스위스, 체코 등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발달해 있다.
연구팀은 또 자전거 보유 대수가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이와 브라질, 러시아 등 교통사고 사
망률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자전거가 위험하다고 인식돼 상대적으로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전거 도로 등 기반시설 확장이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도로 공간을 잠정적으로 재분배했을 때 자전거 이용이 급증한 데서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자전거 2.6㎞ 타면 자동차 CO₂ 배출량 20% 줄여
연구팀은 “세계인 모두가 덴마크 사람들처럼 날마다 1.6㎞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연간 약 4
억14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영국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밝
혔다.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하루 자전거 이동거리를 2.6㎞로 늘리면 탄소 배출량을 6억8600
만톤까지 줄일 수 있다. 독일 연간 탄소 배출량의 86%에 해당하고, 2015년 세계 자동차 탄
소 배출량의 20%에 이른다.
연구팀은 또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국가의 성인 비만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비만의 유병률은 다른 많은 요인에서 비롯하지만 성인 비만 유병률과
자전거 이용 비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은 자전거 사용을 늘리면 잠재적으로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인이 덴마크와 네덜란드처
럼 자전거를 이용하면 각각 34만명과 62만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펭귄 떼죽음... '종말의 빙하' 붕괴 속도에 과학자들 탄식
[지구온난화와 북극③] 남극이 녹고 있다
남극대륙 북쪽에 위치한 핼리 만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번식지이다. 그러나
2016년부터 3년간 거의 모든 황제펭귄 새끼들이 살아남지 못했다. 황제펭귄이 번식하기 위
해서는 번식주기인 4~12월에 안정적인 얼음이 필요하다. 그동안 깃털이 자라야 새끼 황제
펭귄이 먹이활동을 하러 바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1]
하지만 중태평양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발생하며 남극에 이례적인 폭풍이 찾
아와 서식지인 육지와 이어진 바다 얼음을 깨버렸다. 아직 수영능력이 없는 새끼들이 대거
익사하여 황제펭귄은 번식에 실패했다. 현재 펭귄들의 서식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
며 장기적으로 대체 번식지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2] [3] [4]
수천 년 안정적이었던 남극의 얼음이 부서지고, 얇아지고, 녹고 있다. 남극 대륙의 초기 연
구는 극적으로 변화한 장소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로 이 지역 얼음의 흐름과 빙상의
고도가 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5]
[지구온난화와 북극②] 기상학자들 "무섭다"... 머잖아 지도에서 사라질 나라들(http://omn.kr/20a8k )
[지구온난화와 북극①] 2050년 전에 '얼음 없는 북극' 현실화... 점점 빨라진다(http://omn.kr/208pe )
남극이 녹고 있다
▲ 남극 지도ⓒ NASA"s Goddard Spac
빙하(glacier)는 육지 위로 천천히 흐르는 얼음과 눈의 축적물이다. 이 빙하가 육지에 자리
를 잡고 5만㎢ 이상 확장되면 빙상(ice sheet)이라 불린다. 현재 지구에는 두 개의 빙상이
존재하는데,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을 덮고 있다. 두 곳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담수의 양
은 지구 담수 총량의 68% 이상이다.
남극에 분포하는 빙상은 면적이 1390만㎢로[6] 대략 한반도의 약 60배에 해당한다.[7] 남극
빙상의 평균 두께는 1937m이고, 가장 두꺼운 곳은 약 4.9km이다. 남극을 덮은 얼음의 부
피는 2692만㎦다. [8][9] 동남극 빙상의 높이는 대략 3~4km 정도이고, 서남극과 남극 반도
빙상은 이보다 낮은 편이어서 가장 높은 지역은 약 2.5km이다.[10] 만약 남극 빙상 전체가
녹는다면 전 세계 지구 해수면은 약 60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11]
빙상이 녹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얼음의 질량이 손실되는 만큼 눈이 쌓이면 빙상은 '
균형'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12] 연구에 따르면 1979~2017년의 40년간 남극 빙상 질량
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2009~2017년에 매년 2520억 톤만큼 남극 얼음이 손실됐다. 해가
갈수록 얼음 손실은 많아졌다. 매년 1979~1990년에 400억 톤, 1989~2000년 500억 톤,
1999~2009년 1660억 톤이 손실됐다.
남극 질량 손실에 가장 많이 기여한 지역은 서남극이다. 2009년-2017년 동안 서남극은 매
년 전체 손실의 63%인 1590억 톤만큼 얼음 질량이 손실됐다. 이는 동남극과 남극 반도에
서의 질량 손실보다 약 3~4배 더 크다. [13]
북극과 남극은 어떻게 다른가
북극과 남극 모두 극지방이지만, 지리적 차이로 북극이 남극보다 상대적으로 더 따뜻하다.
바다가 육지보다 더 천천히 따뜻해지고 더 천천히 냉각되기 때문이다. 남극은 얼음으로 뒤
덮인 대륙인 반면 북극은 얼음이 떠 있는 바다이다.[14][15]
남극과 북극의 해류 흐름 또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남극은 바람과 해류가 남극 대륙을 중
심으로 원처럼 돌아 추위를 유지한다. 북극은 남쪽의 기후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
는다.[16] 이에 따라 북극은 겨울에 평균 영하 40℃이고, 여름에 평균 0℃까지 올라간다. 남
극은 겨울에 평균 영하 60℃, 여름에는 평균 영하 28℃이다.[17]
바다에서 형성되고 녹는 얼음인 북극의 해빙은 녹아도 이론상으로 지구 해수면 상승에 직
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지만[18] 남극 빙상의 용융은 해수면 상승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남
극 얼음의 용융은 2006~2015년에 매년 해수면이 0.43(±0.05)mm만큼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그 속도는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 2006-2015년 남극 빙상의 질량 손실량은 1992-2001년의 3
배였다.
▲ 남극 빙상 질량 손실-획득량ⓒ www.pnas.org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RCP 8.5) 2100년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이 0.84m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남극 빙상의 상승 기여는 0.12m로 추산됐다. 이 시나리오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남극 빙
상의 용융 경로가 불안정해 상황에 따라 다른 변수와 결합해 지구 평균 해수면을 1m 이상
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19]
빠르게 녹고 있는 서남극 빙상
남극 대륙의 얼음 질량 손실은 주로 서남극 빙상에 의해서이다.[20] 2000년대 이후 서남극
빙상의 얼음 손실이 증가하면서, 남극 대륙 얼음 전체의 손실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21]
주된 이유는 빙상의 끝단에서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빙붕(ice shelf)의 붕괴이다. 빙상이 녹
는 것을 막아주는 빙붕이 서남극 지역에서 따듯한 해수와 접하면서 얇아지고 있다.[22]
▲ 스웨이츠 빙하, 빙붕, 접지선ⓒ www.sciencedirect
빙붕은 빙상의 연장으로 해안에서 바다 위로 뻗어 있는 두꺼운 얼음판을 지칭한다. 빙붕의
두께는 약 50~600m이며 얼음이 해안에서 수십~수백 km까지 확장될 수 있다. 남극대륙에
는 총 15개의 주요 빙붕이 있다.[23][24]
균형 상태의 빙붕은 이미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여서 용융 자체가 해수면 수위에 직접적
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25] 기존 빙붕이 녹아 사라지면 그 자리를 새로운 빙붕이 채워
바다를 누르고 담수를 추가하여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바닷물이 얼어 있는 북극의 얼음
(해빙)과는 해수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결국 빙붕의 붕괴는 대륙 빙하 얼음의 손실을
가속화하고, 해수면을 끌어올린다. 남극 대륙 빙하의 90%가 빙붕이란 부벽을 통해 지탱되
고 있다.[26] 빙붕은 남극 대륙 빙하의 지지대인 셈이다.[27] <네이처>에 등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54개의 빙붕 중 20개의 빙붕이 얇아지고 있으며, 가장 광범위하고 빠르게 손실되고
있는 빙붕은 서남극에서 발견되었다. [28] 남극 질량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인 '스웨이츠 빙
하'이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어 '종말의 빙하'라고 불린다.[29] 이
빙하에서는 매년 500억 톤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담당한다.[30] '스웨이츠 빙하'에서 지난 몇 년 남극의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질량이 손실됐
다.[31] 이 빙하가 완전히 붕괴하기까지 몇 세기가 걸리겠지만, 완전히 붕괴하는 날에는 전
세계 해수면의 65cm를 증가시킬 수 있다.[32]
▲ 서남극 근처 아문세 해와 스웨이츠 빙하ⓒ /www.scienced
남극 빙상의 질량 손실이 돌이킬 수 없는 경로에 진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33] 최근 남
극의 초대형 빙하가 전례 없이 너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사실은 영국 남극 조사국
(British Antarctic Survey)의 새 연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육지에 무거운 빙하가 앉으면
지구의 표면을 밀어 내리다가, 빙하가 녹으면 땅이 반등하게 된다. 즉 남극의 얼음이 녹으
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은 높아지지만, 빙하가 자리한 남극 특정 지역의 해수면은 내려간다.
이러한 상대적 해수면의 변화를 통해 얼음에 의한 대규모 지각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서남극 빙상의 상대적 해수면을 측정해 얼음 손실 속도를 파악했다.
연구 결과 서남극 빙상의 상대적 해수면은 지난 5500년 동안 꾸준히 비교적 안정적인 추
세로 내려갔다. 그러나 오늘날 해수면 하강율이 지난 5500년의 평균적인 하강율의 거의 5
배가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스웨이츠를 포함한 서남극 빙상과 빙하의 얼음이 지난
5500년 동안 보지 못한 속도로 유실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지난 30년 동안 빙
하가 손실하는 속도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34] [35]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동남극도 결국
서남극과 다르게 동남극은 얼음이 균형에 가깝거나 잠재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여
겨졌다.[36] 하지만 지난 3월, 서남극에 비해 안정적으로 보였던 동남극에서 약 1200㎢ 넓
이의 빙붕이 무너졌다.[37] 동남극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높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남극 대
륙 중심부보다 40°C 이상 높은 -12°C까지 기온이 치솟으며 빙붕이 붕괴했다.[38] 이 빙붕
은 콘저(Conger)와 글렌저(Glenzer) 빙하에 인접한다.
▲ 남극의 이례적 폭염ⓒ www.oca.e
AP는 "과학자들은 동남극에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빙붕이 무너진 적은 처음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붕괴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얼음이 손실됐는지가 아니었다. 비교적 안정적이라 여겨진 동남극의 빙붕 붕괴가 동남극의 얼음이 안정적이라는 가정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동남극 얼음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참이어서 기후위기 및 해수면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단정하기 어렵다.
동남극 빙상은 남극 빙상 중 가장 크며 해수면을 52m 높일 만큼의 얼음이 저장되어 있고
[39] 서남극의 약 10배나 된다는 점이 우려를 깊게 한다.
남극 대륙 얼음의 질량이 미래에 어떤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40] 이
러한 불확실성은 남극에서 IPCC의 예측보다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
제하지 못하게 한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최대 1억8700만 명의 이재민이발생한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상당 부분이 타격을 받을 것이기에 피해예상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41] 황제펭귄의 번식 실패는 바다 표면의 현상이지만 인간이 마주할
재앙은 바다 자체의 차오름이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우리가 실패할 목록이 너무 많아 하
나씩 상상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현경주·소진영·정민주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 오마이뉴스
시체·나치 군함·고대 불상이 강물 위로 솟아오른다...왜?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 18일 제2차 세계대전 때 탄약과 폭발물이
실린 채로 침몰한 독일 군함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프라호보=로이터 연합뉴스
①세르비아를 지나는 다뉴브강 수면 위로 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독일 군함 20여 척의
잔해가 지난주 모습을 드러냈다. 강 수위가 100년 만에 가장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②중국 양쯔강에서는 600년 된 불상 등 고대 조각상 3개가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강 수위
가 1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다.
이상기후에 따른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면서 각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속출하
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위성사진 관측 결과 세계 곳곳의 강이 선박 운
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말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강들이 특히 극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독일, 네덜란드
를 거쳐 북해로 흐르는 라인강은 바닥의 일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극심한 가뭄으로 라
인강 수위가 뚝 떨어진 해에 강 바닥에 해당 연도(1947년, 1959년, 2018년 등)를 새겨놓은
‘헝거 스톤’(Hunger Stone)’도 노출됐다.
이탈리아 북부의 포강도 지난겨울이 건조했던 여파로 강물이 대폭 줄었다. 프랑스 루아르
강 일부 구간은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메말랐다.
미국 서부도 마찬가지다. 2020년 이후 수위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콜로라도강에서는 수십
년 전 살해당해 강으로 유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수력발전 전력 이용 공장 어쩌나... 화물선 운송도 영향
중국 충칭시 양쯔강 유역의 수위가 크게 내려가면서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모습을 드러
낸 600년 전 불상의 20일 모습. 충칭=로이터 연합뉴스
이 같은 기현상은 기후재앙 심각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낳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력발전 전력을 주로 이용하는 공
장의 가동 중단 △농작물 황폐화 강을 통한 화물선 운송량 감축 식수 부족 등을 가뭄
으로 인한 경제 피해 유형으로 꼽았다.
양쯔강이 지나는 중국 쓰촨성의 도요타ㆍ폭스콘 공장은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공급 중단으
로 최소 일주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라인강을 통해 화학제품, 석탄 등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기업들은 선박 적재량을 대폭 줄였다. 미국 콜로라도 당국
도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공급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다급해진 각국 정부...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
다급해진 각국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상원을
통과한 민주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
지 안보ㆍ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79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20일 9년 만에 처음으로 쓰촨성 등 19개 성ㆍ시에 최고단계의 폭염 경보인 ‘고온 홍색 경보’를 발령하고 공장ㆍ상가ㆍ사무실 등의 전력공급을 일부 제한했다. 중국은 후베이성 등일부 지역에서 ‘요오드화 은’을 담은 막대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구름 씨 뿌리기’ 사업까지 시작했다. 구름의 얼음 결정 생성을 촉진해 비가 내리도록 유도함으로써 양쯔강 수위를 올리려는 시도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끈질긴 생태계 교란 식물‥서식지 6배 확산
강가를 무성하게 뒤덮고 있는 덩굴식물, '가시박'이라는 생태계 교란 종입니다.
무서운 번식력으로 나무도, 전신주도 빈틈 없이 뒤덮어 버리는데요. 한번 가시박에 뒤덮이
면 그 나무는 꼼짝없이 죽기때문에 '토종식물의 저승사자'라고도 불립니다. 이렇게 생태계
를 위협하는 외래식물의 서식지 면적이 10년 사이 6배나 늘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
다.
리포트 수도권 상류원인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화천천 주변입니다. 언뜻 보면 오이 잎 같지
만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은 이렇게 다른 식물의 줄기를 타고 자라면서 광합성을 방해하는데, 가시박으로 뒤
덮인 식물은 말라 죽게 됩니다. 성인 키의 두 배가 넘는 단풍잎돼지풀까지 뒤엉켜 있습니
다. 이런 생태계 교란 식물은 주변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오봉석/화천군 외래종 제거반원]"뿌리는 10cm 밖에 안 되는데 번식률은 칡덩굴보다 더해
요. 나무 올라타면 저기 보이는 것처럼 나무가 죽어요."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은 물길을 따라 번지면서 군락을 이뤄, 춘천 의암호 주변에서도 우점
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심지어 전신주를 타고 올라가 전선까지 뒤덮은 가시박도 쉽게 찾
아볼 수 있습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자생 식물들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제거해야 하는데, 워낙 성장 속도가 빨라 쉽지 않습니다.
[박명학/춘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지금은 시기를 놓친 상태입니다. 이것이 봄에 싹이 나올 때 그때 제거해야지…“
제거 작업이 14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외래식물 서식지는 처음 실태조사가 이뤄진 2009년
256만 제곱미터에서 지난해에는 1천 507만 제곱미터로 6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유해 외래
식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연구와 제거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승연입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도심개발 …'도심복합개발법' 발의
과거 도심 내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한 바 있지만,
공공이 주도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방식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도심 내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22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이 추진하던 도심복합사업을 민간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민간의 전문성·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도심복합개
발혁신지구'를 지정해 민간 주도로 도심 내 문화·상업 등 성장거점을 조성하고 주택을 신
속하게 공급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지난 16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뒷받침하는 근거법으
로, 새로운 도심개발 사업모델인 도심복합개발사업의 △사업주체 △사업유형 △사업절차
△인센티브 △공공기여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사업의 주체는 기존 조합방식의 정비사업이 비전문성·사업장기화 등 문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토지주가 조합설립 없이 신탁 및 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시행토
록 했다.
둘째, 교통이 편리해 상업 문화 거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낙후·저이용된
지역은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거점형'으로, 노후 역세권, 준공업지 등은 주택공급 위주의 '
주거중심형'으로 개발해 대상지역, 인센티브 등을 차등화하도록 했다.
셋째, 사업추진 시 지자체가 사전검토를 통해 사업방향을 먼저 제시하도록 해 사업시행자
가 신속하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고, 각종 개별법에서 정하는 심의는 통합·심의하
여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넷째, 성장거점형 사업은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입지규제최소구역 지
정으로 용적률, 건폐율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주거중심형 사업도 도시·건축 규제를 공
공수준으로 완화해 사업에 대한 참여 유인을 높였다.
이와 함께, 완화된 규제에 따른 개발이익은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공공주택,
기반시설, 생활 SOC 등의 방식으로 기부채납 하도록 정하고,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
기 위해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이 제정되면 도심복합개발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도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정
형화된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도심이 좀 더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바닥에 구멍난듯 물없어져"…튀르키예 최대 소금호수
한때 '꿈의 도시'로 불려…서울 6배 내륙호 완호수 가뭄에 말라붙고 썩어가
3년 새 광활한 면적 초지화…물가 곳곳에 검붉은 웅덩이와 오염된 거품
어족 자원 감소에 생계 어려워져 고향 등지는 주민도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완 호수의 수위 감소로 쩍쩍 갈라진 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선착장은 나무 기둥만 흔적으로 남아 있다. 2022.8.18 josh@yna.co.kr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튀르키예(터키) 완 호수는 청명한 하늘 아래 은빛으로 빛나는 잔잔한 물결 옆으로 초지가 광활히 펼쳐져 끝없는 푸른색의 연속이었다. 튀르키예 동쪽 국경의 쿠르드족이 바다처럼 넓은 이 소금호수와 푸른 풍경 때문에 완을 '꿈의 도시'로 부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완 호수가 면적이 무려 3천700㎢로 서울의 6배, 제주도의 2배에 달하는 거대한 내륙호이자, 80만 년간 켜켜이 쌓인 퇴적물로 기후학자의 성지로 불린다는 설명까지 접하고 보니 경외심마저 들었다.
◇ 쩍쩍 갈라진 바닥 옆에는 초록색 이끼와 썩은 악취
그러나 완 호수는 하늘에서와 땅에서의 모습이, 땅에서도 멀리서와 가까이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아름다운 풍광 뒤로 심각한 중병의 증상이 다가갈수록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공항에서 차를 달려 도착한 완 항구는 완 호수의 관문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산했다. 차 문을 열자 해발 1천600m의 고지대가 무색하게 30도에 달하는 후끈한 공기와 함께 비린 냄새가 밀려들었다. 소금 호수의 특성상 날 수 있는 바다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악취였다.
호수로 가까이 가자 물이 빠진 둑은 2m 높이의 담벼락처럼 보였고, 선착장은 앙상한 나무 기둥만 남아 있었다.
호수 가장자리에서부터 축구장보다 넓은 땅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절반은 말라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얕게 고인 물이 이끼와 함께 녹색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에는 누런 거품이 빽빽했다.
완 항구의 이런 낯선 모습은 불과 1년 만에 생긴 변화라고 한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스멧 테미즈에르는 "10년 전에 여기 자리 잡은 뒤로 물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원래는 비가 오면 물이 넘치던 곳인데 작년 여름부터 비가 안 오더니 이렇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옆의 고깃배를 개조한 식당은 원래 물에 뜬 채로 영업을 했는데, 지금은 뭍으로 끌어 올려져 가건물 신세가 됐다. 이 식당 종업원 세르벳 세이한은 "물이 낮아지고 배가 손상되면서 더는 둑 옆에서 장사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이 없어진 호수에서 놀이용 오리배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오리배 주인 테오만 잔틀르는 "이곳의 물이 피부에 좋다고 소문 났는데 이제는 물이 마르고 악취가 나니까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예년 같았으면 하루에 50명은 찾았지만 오늘은 단 한명도 없다"고 했다.
18일(현지시간) 완 호숫가에서 확인된 새 사체. 완 호수는 최근 수년간 수량이 줄면서 물고기가 줄고 오염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2.8.18 josh@yna.co.kr
◇ 물놀이터가 초지로 변해…물고기 사라지자 파리떼 창궐
현지 완 위준즈을 대학(YYU) 연구원이자 사진작가인 페르젠데 조샤르는 과거 인근 주민들이 여름마다 즐겨 찾는 물놀이장이었던 곳으로 안내했다. 도착한 곳은 인적이 아예 없는 황량한 풀밭이었다. 차 문을 열자 이번에는 파리 떼가 새까맣게 들이닥쳤다.
조샤르는 "원래는 물고기가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개체 수가 유지됐는데 물과 함께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벌레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파리떼를 헤치고 물가로 다가가는 길은 풀이 자라 애초 물이 있었던 곳인지도 의심스러울 만큼 이미 육지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진흙처럼 질퍽한 땅이 나왔고 물가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인 웅덩이가 여럿 있었다. 이들은 퇴적물 탓이라고는 보기 힘든 검붉은 색의 물에 거품이 둥둥 떠 있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새들이 먹을 것을 찾느라 분주했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먹이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물가까지 100m 남짓 걷는 동안 새 사체 5구가 눈에 띄었다.
조샤르는 "예전에는 이곳을 찾는 새가 400~500종에 달했는데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전에 쉽게 볼 수 있었던 홍학도 이제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완 호수 셀축루 공원묘지 너머로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다. 이들 초지는 3년 전만 해도 수심 10m에 달하는 호수였던 곳이다. 2022.8.18 josh@yna.co.kr
◇ 수심 10m 호수가 3년 만에 평야로…"호수바닥에 구멍 난 듯 물 없어져"
완 호수 북쪽의 셀축루 공원묘지는 넓은 초지 한가운데 언덕 위에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원래 섬이었습니다."
조샤르의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도로와 전봇대가 묘지로 이어졌고 주변에서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제는 많은 이가 전망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다는 이곳 언덕을 오르자 사방으로 드넓은 초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청량한 풍경에 가슴이 뚫리는 느낌도 잠시, 그 넓은 땅이 원래 모두 호수 바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언덕을 중심으로 족히 5, 6㎞는 넘게 펼쳐진 광활한 땅이 불과 3, 4년 전에 호수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에 이곳 주민 파룩 첼릭도 이 언덕이 과거에는 수심 10m에 달하는 호수였다고 거들었다.
"45년 토박이로 사는 동안 과거에도 물이 줄었다 늘었다 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 수년처럼 이렇게 물이 많이 준 적은 없었어요. 호수 바닥에 구멍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와 함께 들어선 초지는 멀리서 본 아름다운 풍광과는 전혀 다르게 삭막했다.
물이 마른 땅은 모래 아니면 진 땅이었고, 소가 뜯지 않은 곳에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풀이 솟아있었다. 소들이 지나간 곳에는 배설물과 파리떼가 끊이지 않았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완 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곳에 페트병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2022.8.18 josh@yna.co.kr
◇ 완 호수 증발량이 강수량 3배…튀르키예 호수 60%가 고갈 위기
오랜 기간 이곳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3만 명에 달하는 주민의 삶도 호수만큼이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첼릭도 과거 어부였지만 어족 자원 감소로 어획이 제한되자 이제는 그물을 내려놓고 학교 사무원이 됐다. 함께 배를 탔던 주변 지인들은 아예 고향을 떠나거나 건축업이나 자영업 등으로 전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튀르키예 전체 어획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완 호수의 어족 자원 감소는 전체 수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곳 기후의 안정성 유지에 큰 역할을 해 온 호수가 말라가면서 주변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특히 이런 상황이 일시적이고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완 호수를 포함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39% 줄어 다른 지역보다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완 호수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500~600㎜인데, 최근 수년간 증발량은 1천500㎜다. 여기에 튀르키예의 전체 호수 300여 개 중 60%가 고갈 위기에 처해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무스타파 아크쿠쉬 완 위준즈을 대학 교수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튀르키예가 지중해성 기후에서 건조 기후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과정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어업과 농업, 관광업 등 모든 측면에 걸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 josh@yna.co.kr
수십억 곤충이 바다를 건넌다, 꽃가루와 병균을 품고
키프로스 섬서 39일간 3900만 마리 확인, 지중해 전체는 69억 마리 추정
파리목이 대부분 차지 나비와 잠자리 등 8개 목 곤충이 이동 대열
대륙 간 가루받이, 영양분 이동 등 생태적 기능 커, 농업용 해충도 많아
바다를 건너 곤충이 대규모 이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제 조사로 확인됐다. 벌떼의 비행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하늘은 곤충으로 어두웠고 이동하던 파리와 등에가 얼굴을 때려 자동차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윌 호크스 영국 엑시터대 박사과정생은 2019년 4월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 섬에서 이동하는 곤충떼와 조우하던 어느 날을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키프로스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카르파스 반도는 중동에서 100㎞ 이상 날아온 곤충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길목이다. 연구자들은 이곳에서 목측, 카메라 트랩, 포충망 포획 등의 방법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곤충의 종류와 수가 어느 정도인지 처음으로 측정했다
과학저널 ‘에코그래피’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39일 동안 중동을 떠나 이곳에 도착한 곤충의 수가 3900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풍향과 위성 식생자료를 분석해 곤충이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으며 이번 측정결과를 토대로 중동 전체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하는 곤충을 69억 마리로 추정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칼 워튼 엑시터대 박사는 “조사 지점이 곤충 이동에 중요한 장소여서 짐작은 했지만 이동의 강도가 분당 1m에 6000마리 가까운 곤충이 올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중해 이동 곤충 가운데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씨고자꽃파리.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지만 동시에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곤충이기도 하다. 자넷 그레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동 곤충은 파리목이 8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나비와 나방 10%, 꿀벌과 기생벌 2% 순이었다. 노린재, 잠자리, 딱정벌레, 다듬이벌레, 풀잠자리 등 모두 8개 목 30개 과에 속하는 곤충이 이동 대열에 들었다.
곤충떼의 주종을 이룬 파리목 가운데는 꽃파리과가 39%로 가장 많았고 꽃등에과과 꼭지파리과가 뒤를 이었다. 특히 씨고자꽃파리는 전체 이동 곤충의 39%를 차지해 1540만 마리를 헤아렸다.
이 파리는 세계적인 농업 해충으로 콩, 옥수수, 양파, 마늘 등에 해를 끼치고 무름병 균을 옮긴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대규모 이동은 농업 해충은 물론이고 살충제 저항성을 확산하는 결과를 낫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파리는 꽃가루를 옮기는 중요한 기능도 한다.
이동 나비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한 꼬마멋쟁이나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에 확인한 이동 곤충을 생태적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결과 가루받이 곤충이 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해충 48%, 분해 곤충 16%, 해충의 천적 4.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키프로스 섬의 꽃등에와 검정파리가 중동에 분포하는 난의 꽃가루가 달린 것이 확인돼 ‘대륙 간 가루받이’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동성 곤충이 이처럼 유전자를 멀리 옮기는 것은 식물이 다양한 유전자 풀을 유지하고 잠재적으로 환경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중동 난 꽃가루가 달린 꽃등에(A)와 검정파리(B). 대륙 간 가루받이를 보여준다. 윌 호크스 외 (2022) ‘에코그래피’ 제공.
곤충은 그 자체가 다른 동물의 먹이이기 때문에 영양분의 대규모 이동이란 생태적 기능을 한다. 호크스는 “섬에서 개미가 바다를 건너온 작은멋쟁이나비를 먹고 있었고 거북은 이동해 온 메뚜기와 나비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300만 마리가 이동한 것으로 밝혀진 나비 가운데 작은멋쟁이나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잠자리 30만 마리의 99%는 왕잠자리 속의 방랑성 잠자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성 곤충의 실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인간 활동으로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호크스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는 이동 경로와 범위에 영향을 끼친다며 곤충을 보전할 때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Ecography, DOI: 10.1111/ecog.062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22년은 기후위기의 전환점이 될 것인가?
독일, 이집트 등 40여개 나라의 외교장관 등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
린 페터스베르크 기후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6개월간 세계는 기후위기 해결 노력에서 크게 뒷걸음쳤다. 러시아는 2060년에 탄소중
립을 이루겠다는 입장과 약속을 뒤집은 뒤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화석연료 접근에
대한 공황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3월 대선에서 그린뉴딜 정부를 끝내고,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지닌 새 대통령을
뽑았다. 미국에서는 석탄산업으로 재산을 불린 상원의원 한명의 반대로 기후변화 대응 법
안의 의회 통과가 실패해왔다.
2021년 탄소 배출은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화석연료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 탄소는 36기가t이다. 팬데믹에서 ‘회복’되는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더욱 우려
스럽다.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5월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1ppm으로 최고를 기록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특히 소형 원자로 등 원자력산업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려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나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중간 목표 등 전임
정부의 정책을 수정하려고는 시도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3700억달러 지출을 포함한 대규모 지출 법안에 합의를 끌어내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우울하게 시작한 2022년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전환점으로 기록될까? 온도 상승폭
을 2050년까지 섭씨 2도 아래로 유지하고 지구의 건강을 위해 더 확실한 발걸음을 뗄 수
있을까?
미국부터 살펴보자.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기후 관련 법률이지만 충
분하지 않다. 이 법으로 2030년 탄소 배출이 2005년보다 40% 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추산
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50%에는 못 미치지만, 이 법이 없을 때 30% 감축보다는 낫
다. 하지만 40% 감축을 계산한 모델들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저항을 고려하지 않는다. 가장
크게 저항하는 것은 화석연료 업체들이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보수가 집권하는 주에서 각 시가 주택, 수도·전기, 교통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사
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낫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5% 줄여 1990년보다 적게 만들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추진한다. 하지만 이런 목표의 일부는 탄소 배
출이 많은 제조업을 아웃소싱하거나, 태양이나 풍력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재료를 저개발
국 채굴 산업에 의존하는 눈속임 같은 요소를 지닌다.
세계의 나머지는 어떤가? 지구 차원에서 탄소중립에 이르려면 기본적으로 모든 석유와 석
탄 채굴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콜롬비아 새 정부는 그런 약속을 했다. 하지만 많은 나라
는 이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 모든 국가가 (지난해 11월) 글래스고(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언한 더 엄격한 약속을 지킨다면 온도 상승폭을 섭씨 1.8도 이내로 유
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을 강제할 메커니즘이 없다. 또 경제성장과 파리기후변화협약
사이에서 선택에 직면할 때 많은 나라는 전자를 택하거나 적어도 얼버무리려고 할 것이다.
또 선진국들은 저개발국들이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좁은 의미의 지구온난화에만 집중해 생물다양성 훼손, 해양생물 감소,
토양생산성 악화 등 인류의 과소비로 인한 다른 모든 증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를 구하려면 2022년은 전쟁에 에너지를 집단적으로 낭비하고, 국가의 돈을 화석연료
업체들에 쏟아붓고, 청정에너지라는 대안으로 전환하는 데 꾸물거리고, 가난한 국가들이
녹색미래로 도약하는 것을 돕지 않는 마지막 해가 돼야 한다.
지난 6개월은 많은 면에서 좌절스러웠다. 그러나 상황을 돌려놓고 2022년을 지구를 구하는
투쟁에서 중심축이 되는 해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한겨레
엑스포 전 가덕 개항' 명문화...부산시-국토부 막판 줄다리기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 '본게임'
부산시 "BIE 배점 높아, 꼭 넣어야"
서병수 플랜B 마련 주장 논란
민주당 부산시당 "딴지 걸기" 비판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계획서에 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시는 다음달 7일까지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박형준 부
산시장의 출국일(다음달 5일)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열흘 정도다. 국토교통부는 ‘가덕신
공항 조기 개항’에 회의적이고, 부산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
서 “가덕신공항 건설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에 그쳤을 뿐 “유치 계획서에
2030년 박람회 개최 전까지 가덕신공항 개항을 담겠다”는 언급은 피했다. 회의 전날 초안
업무보고서에 담겼던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설립에 대한 계획안도 당일 회의에서는 보고
하지 않아 조기개항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을 사기도 했다.
당시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의 “가덕신공항이 불확실해서 안 들어
간 것인가”는 질문에 “가덕신공항은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도 “인천공항과 김해국제공항 간 환승기 증편, 셔틀버스 운행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거나,
부산시와 협조를 통해서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엑스포를 위한 대체 교통편
마련 방안만 답했다.
유 의원은 “어제 보내준 초안 업무보고서에는 가칭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설립에 대한 입
법추진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 데, 오늘은 또 보고자료에 빠졌다”며 “하루 만에 뺀 이유가
무엇인가, 완전히 계획에서 철회한 것이냐”고 물었다. 어 차관은 “다른 부처와 협의가 안
돼서 빠졌다. 앞으로 사업 시행기관으로서 필요하다”고 해명하자, 유 의원은 “하루 만에
빠진 것에 대해 좀 의아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들녘에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대형 논 그림이 조
성되어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
정부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미온적이지만, 부산시는 유치계획서에 2030년 이전 개항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덕신공항 변수’의 엑스포 유치 중요성을 놓고도
정부와 시의 시각이 다르다. 정부는 신공항 개항이 엑스포 유치에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
고 하지만, 시는 BIE의 61개 평가항목 중 해외 접근성과 교통수단 항목의 배점이 높아 엑
스포 개최 이전 개항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엑스포용’ 가덕신공항을 추진하되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도 인다. 국회 부산엑스포 특별위원장인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의원은 가덕
신공항 조기 개항이 어려우면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
에서 “부산엑스포는 2030년 개최되는데, 국토부는 가덕신공항을 2030년까지 완공할 수 없
다고 한다”며 “지금은 (엑스포를 위해) 김해공항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덕신공항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김해공항 확장사업이 중단됐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가덕신공항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
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가덕신공항 2029개항 포기와 김해공항 확장을 주장하고,
윤석열 정부 국토부가 엑스포 유치 계획서에 신공항 개항을 빼는 등 딴지를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시의회, 국회, 기업 엑스포 유치전 현황
▶부산시=박형준 부산시장 9월 5일 프랑스 파리 출국, 7일 유치 신청서 제출
-8월 26일 대학생서포터즈 발대식, 부산 출신 언론인, 외신 대상 홍보전 등
▶부산시의회=10월 중순 동유럽 북아프리카 중남미 방문
▶국회=대통령 특사단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중앙아시아 3개국서 유치전 등
▶국내 주요 대기업=BIE회원국 기업별 전담, 삼성 31개국, SK 24개국, 현대차 20개국, LG
10개국, 롯데 3개국, 포스코 7개국, 한화 3개국, 현대중공업 2개국, 신세계 2개국 등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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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핵발전소에 또 포격…유엔 "파국" 경고
러시아·우크라 서로 "네 탓"…사상 최대 방사능 누출 사고 우려도
Zaporizhzhya NPP-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
는 원자력 발전소이다. 유럽에서 제일 큰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9번째로 발전량이
큰 원자력 발전소이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있으며 드니프로강 유역 카호브스케 저수지
인근에 있다. -위키백과 /이성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대한 포격이 재차 발생하면서 "파국적 결과"에 대한 우려
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자포리자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 약 70% 가량을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는 임시 정부 관료들을
임명하는 등 러시아 병합을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계속 되고 있는 이 지역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핵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지난 3월 러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할 당시에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자포리
자 핵발전소 주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핵 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11일(현지시간) 방사성 물
질이 저장돼 있는 시설 인근을 포함해 핵발전소 주변이 5차례에 걸쳐 포격을 당했다고 밝
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고 방사능 수치도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관료는 우크라이나 측이 핵발전소에 두 차례 포격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상대를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6일
에 잇따라 포격이 가해졌을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가 상
대방이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도 상대방을 탓하며 핵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볼
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핵발전소에서 사상 최대 규모
의 방사능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핵발전소 지역을 포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유럽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11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개최한다. 안토니오 구테
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성명을 발표해 자포리자 발전소 주변의 모든 군
사 활동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면서 "어떤 피해도 이 지역과 그 너머에 파국적인 결과
를 초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식과 이성을 발휘해 핵발전소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라"고 호소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천연기념물 산양’ 18년 뒤 우리나라서 멸종?
도시의 밤을 환하게 밝히던 서울 광화문과 부산 광안대교가 조금 전 9시부터 불을 껐습니
다. 최고로 전력을 많이 썼던 2003년 8월 22일을 기억하자는 ‘에너지의 날’ 행사입니다.
9시 뉴스도 함께 스튜디오 조명을 "조금" 낮춰봤습니다. 답답하지만 어둠 속에 더 선명하
게 보이는 건 에너지의 소중함과 급격한 기후변화입니다. 오늘(22일) 9시 뉴스, 끊임없이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부터 들여다봅니다.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계속 높
아져서 30년 전보다 1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점점 동물들이 살기 힘든 환경이 돼가는데 실제 천연기념물 산양은 2040년이면 우리나라
에서 멸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리포트]이른 새벽, 산 기슭에 커다란 몸집의 짐승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낭떠러지 주변을 서성이다 한참 멈춰 서있거나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입니다.
[김규철/대구대 산양 서식지 연구팀 : "바위 앞에 절벽, 그리고 뒤쪽으로 어느 정도 도망갈
길이 있는 능선이랑 연결된 바위 지대에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 산양 최대 서식지인 울진·삼척. 올봄 대형산불로 먹이가 사라지면서 터를 잃었습
니다. 이곳 울진, 삼척 일대에는 190여 마리의 산양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울진·삼척 지역이 국내 최남단에 있는 산양들의 집단 서식지인 겁니다. 산양은 현재 태백
산맥을 따라 울진 지역까지 분포해 있습니다. 하지만 2040년, 이곳은 물론 우리나라 전역
에서 산양이 자취를 감출 수 있습니다. 산양은 연평균 기온 12도 이하 지역에서 주로 서식
하는데, 국내 최남단 서식지 울진의 연평균 기온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KBS가 대구대 연구팀과 함께 직접 산양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해 봤습니다.
IPCC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 지구 온도가 1도 오르고, 매년 500ppm의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매년 서식지가 파괴돼 2040년에는 산양이 서식할
수 있는 곳이 강원 북부의 극히 일부 지역으로 줄어듭니다.
[조영석/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 "아주 천천히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해나갈 시간이 필요
한데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거죠. 과연 이렇게 빠른 서식지 이동을 동물들이 쫓아갈 수
있느냐라고 답을 한다고 하면 되게 어려울 거다…."]
다른 동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북부에만 살고 있는 사향노루는 2040년이면 더는 살 곳이 없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한반도, 국내 멸종위기종 지정은 지난 30년간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도 '뿔제비갈매기' 등 15종이 새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됩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최근 85년간 스위스 빙하 절반 사라져"
스위스 취리히공대 등 풍경사진 분석결과 공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85년간 스위스 빙하의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빙은 최근 들어 급격한 가속도가 붙고 있다.
23일 미 CNN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등은 최근 스위스 빙하 사진 비교 분석을 통해 빙하의 변화상을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 1931년부터 2016년까지 85년간 스위스 빙하의 절반가량이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빙하© 제공: 연합뉴스
연구팀은 이 기간 찍힌 옛 빙하 사진을 수집하고, 사진들이 찍힌 장소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 빙하의 달라진 모습을 비교했다. 이 기간에는 10년마다 미국 뉴욕 맨해튼(88㎢) 크기만 한 빙하가 없어진 셈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맨해튼은 서울 여의도(2.9㎢)의 30배 크기다.
2016년 이후 최근까지 6년간은 스위스 빙하의 12%가 사라지는 등 빙하는 점차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의 다니엘 파리노티 박사는 CNN에 "올해는 여름 폭염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빙하 손실은 최악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황은 극단적이었다"라며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겨울과 뜨거운 여름의 조합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다"라고 설명했다.
파리노티 박사는 "올해 스위스 빙하의 해빙은 역대 최악 수준이었던 2003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빙하가 급속도로 녹으면 환경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변해버린 풍광이 지역 관광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빙하는 지역의 식수나 농업에 사용되는 담수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빙하가 사라지면 가뭄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한 2015년 파리협약을 준수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까지 현 빙하의 60%가 더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가뭄에… 목타는 글로벌 경제
지난 21일 중국 장시성 주장 근처의 포양호수가 가뭄으로 바짝 말라 있다. 현지 언론은 동남부 지역의 주요 수원인 포양호는 지속되는 가뭄으로 약 4분의 3이 말랐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북반구가 기록적인 폭염 및 가뭄에 시달리면서 산업과 무역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는 강이 말라 수운이 마비되는 한편 발전소가 멈춰 전기가 모자란 상황이다.
■폭염·가뭄에 북반구 몸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올 여름 북반구를 휩쓴 가뭄이 점차 뚜렷하게 물류와 전력 공급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2일까지 33일 연속 고온 경보를 발령했고 같은날 기준 11일 연속 고온 적색 경보를 유지했다. 적색 경보는 고온 경보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기온이 40도 이상일 때 발령된다. 고온 경보가 이토록 오래 이어지는 상황은 1961년 관측 이래 처음이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가뭄이 심각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안드레아 토레티 공동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 500년 동안 가장 심각한 가뭄이 2018년이었다며 올해는 그보다 심하다고 분석했다.
대서양 건너편에도 물이 부족하다. WSJ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을 인용해 미국 서부가 이미 20년 전부터 가뭄 상태였지만 지금은 12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가뭄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라니냐'를 꼽았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동태평양의 차가운 바닷물이 제트기류를 북으로 밀어 올려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강수량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프랑스에 있는 한 연못이 말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공동연구센터(JRC)는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달 10일 기준 유럽 영토의 47%가 주의보 수준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17%는 적색경보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건조한 날씨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지난 5월부터 폭염이 이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소 냉각 시스템 등 에너지 부문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뭄으로 콩, 해바라기 등 여름철 농작물 수확량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0여 개 국가에서는 극심한 가뭄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미 가뭄의 영향을 받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극도로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가장 악화하고 있는 지역은 북부 이탈리아, 남동부 프랑스, 헝가리 일부 지역, 루마니아 등 올해 봄 이미 가뭄의 영향을 받았던 지역들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중국 최대 담수호인 장시성 주장에 있는 포양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AFP=뉴스1
■농업부터 물류까지 마비
우선 눈에 띄는 가뭄 피해는 농업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농가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목화 생산량이 40% 이상 감소한다고 보고 있으며 스페인의 올리브 오일 생산량도 약 3분의 1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시에라 네바다 산에 쌓인 눈이 너무 빨리 녹아 물이 부족한 상황이며 현지 당국에 따르면 809㎢의 농지가 물 부족 때문에 파종 없이 버려져 있다. 상추 등 주요 야채 생산지로 알려진 애리조나주 유마 카운티에서는 가뭄 때문에 올해 최소 3억4000만달러(약 4555억원)의 농작물 손실이 예상된다. 중국에서도 쓰촨, 충칭, 후베이, 장시, 안후이 등 창장강 일대 6곳에서 지금까지 서울 면적의 11배에 해당하는 농경지(6500㎢)가 가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문제는 물류다. 특히 유럽과 중국 등 강에 화물선을 띄우는 수운 국가들은 물길이 말라 배가 멈췄다. 스위스 알프스의 눈에 의지하던 독일의 라인강은 가뭄으로 눈이 사라지면서 수위가 급감했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는 지난 12일 기준 주요 수위 측정 지점인 독일 카우프의 수위가 40㎝라고 밝혔다. 이는 바지선이 운항할 수 있는 최소 수위다. BfG는 머지않아 수위가 30㎝ 미만으로 낮아진다고 관측했다. 라인강은 서유럽 내륙 수상 운송의 80%를 담당하고 있으며 석유를 비롯한 독일 내 에너지 운송의 30%를 소화한다. 중국에서도 양쯔강 수위가 15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면서 수운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 내 물류의 16%는 내륙 하천과 연안을 통해 이동한다.
■전력난 불가피, 제조업 타격
더욱 심각한 위기는 에너지다. 중국 서부의 쓰촨성은 전력의 80%를 수력 발전으로 충당했다. 현지 당국은 최근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전력이 모자라자 인근 간쑤성에서 전기를 빌려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쓰촨성 정부는 21일 발표에서 15~20일 진행 예정이었던 산업시설 단전 조치를 25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력의 약 9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노르웨이는 저수지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전력 수출 감소를 논의중이며 프랑스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멈추게 생겼다. 원자력 발전소는 차가운 물을 끌어다 원자로를 식히고 물이 따뜻해지면 이를 다시 배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발전소 인근 강이나 바다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온수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극심한 가뭄으로 끌어다 쓸 물이 부족한데다 원자로에 붓기 전부터 물이 따듯하다는 점이다.
WSJ는 이러한 전력 문제가 결국 기업들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중국 쓰촨성에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지리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 등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쓰촨성 정부는 주거 등 필수 시설 전력이 급하다며 이러한 산업시설에 들어가는 전기를 제한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중국의 진코솔라 역시 전력 부족 또는 공급 중단으로 정상 조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쓰촨성에서 전력을 끌어 쓰는 상하이시에 위치한 시설들도 연쇄적으로 곤경에 처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22일 보도에서 쓰촨성의 전력 위기가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대홍수 1년뒤 말라버린 강…지구가 미쳤다, 더 빨라진 기후재앙
최근 독일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라인 강이 말라버렸다. 석탄을 운송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독일·벨기에는 100년 만의 대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2월 미국 텍사스주 잭슨빌의 기온은 영하 21.1도로 떨어졌다. 기록적 한파와 폭설에 석유·정제유 생산 중단되는 등 미국 에너지 산업에 대란이 벌어졌다.
불과 4개월 후인 지난해 6월 북미 태평양 연안을 덮친 극심한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리턴 지역 기온은 섭씨 49.5도까지 치솟았다. 태평양 해안에서는 수억 마리의 바다 생물이 떼죽음 당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라인 강의 유량 변화. 위 사진은 2021년 8월 14일에, 아래사진은 지난 13일 촬영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했던 것처럼 기후 재앙, 기후변화의 대환란(大患亂)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기상이변은 더욱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와 홍수 피해가 컸지만, 남부지방에서는 여전히 가뭄을 겪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폭염·가뭄·산불에다 홍수 피해까지 빈발하고 있다.
세계로 번진 가뭄·폭염 피해
지난달 12일 오랜 가뭄에 시달리는 케냐 북부 마르사빗의 로이양갈라니 지역에서 투르카나 여성들이 땔감을 운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뿔’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케냐·소말리아 등은 지난봄부터 수십 년 만에 가장 심한 가뭄으로 가축이 떼죽음 당했고, 아동 200만 명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
미국 서부는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가 말라붙었다. 멕시코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럽도 심각하다. 이탈리아는 70년 만의 대가뭄을 겪었고, 스페인·포르투갈도 1200년 만의 가뭄에 시달렸다. 영국·프랑스·스위스도 수돗물이 부족할 정도였다.
중국도 61년 만에 최악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대륙의 젖줄’이라는 양쯔 강이 말라 80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공장도 멈출 지경이다.
북반구의 상황과는 반대로 남반구의 브라질·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들어 물난리를 겪었다. 폭염도 최악의 상황이다. 인도 뉴델리는 지난 4월부터 기온이 47도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스페인 남부 도시 하엔은 5월에 기온이 40도를 기록했다. 7월에 중순 포르투갈 로자 지역의 기온은 46.3도, 리스본은 41.4도까지 올라갔다.
영국에서는 7월 19일 런던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등 1659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363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프랑스도 많은 지역에서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네바다주 경제의 데스밸리는 기온이 50도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도 지난 7월 13일 40.9도로 149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7월 중순 이라크 남부 바스라 주는 53도까지 치솟았다.
이런 폭염 속에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산불이 번지면서 수만 명이 대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은 올해 들어 유럽에서 71만5600㏊(7156㎢)의 산림이 불탔다고 집계했다. 이는 2006~2021년 연평균의 2.2배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17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2000~2020년 사이 전 세계에서 기상이변으로 사망한 사람이 50만 명을 웃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독일 뮌헨 재보험사(Munich Re)는 올 상반기 전 세계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피해가 650억 달러(약 8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2월 유럽환경청(EEA)은 1980~2020년 사이 40년 동안 유럽 32개국에서 극단적인 기상이변 탓에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최대 5200억 유로(약 7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극심한 기상 이변은 기후변화 탓
지난달 19일 독일 드레스덴 북부 티엔도르프 인근 지역에서 소방관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학자들은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것은 기후변화 탓”이라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했는데, 국지적으로 온도 차이가 벌어지면서 더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영국의 기후 정보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1850년부터 올해 5월 사이의 이상기후 현상 504건에 대한 연구 보고서 4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71%가 인간 활동 영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이것이 극단적인 기상이변 형태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것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난해가 1880년 이후 6번째로 더웠던 해이고, 최근 9년(2013~2021년)이 가장 더웠던 해 10위를 차지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기후변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강해지고, 명확해진다”고 말한다.
북극 온난화 속도 지구 평균의 4배
기후변화 시계가 빨라지는 것은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 기상연구소는 지난 12일 ‘지구와 환경 커뮤니케이션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979~2021년 북극권의 온도가 10년마다 0.75도 이상 상승해 지구 전체 평균 0.19도의 4배 속도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등 일부 지역은 10년 당 1.25도씩 상승했다. 이는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2배 정도 빠르게 진행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달리 훨씬 급격히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팀은 남극 대륙의 빙붕(氷棚·ice shelf)이 온도가 높은 바닷물로 인해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저널에 발표했다.
개별 빙붕이 아래로부터 녹으면서 녹아내리는 속도가 5~60% 빠른 것으로 측정됐고, 전체적으로는 평균 30%가량 녹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IPCC 보고서보다 상황은 더 심각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전망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기온 전망.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기후변화 양상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보다 훨씬 심각하다. IPCC 보고서는 기존 연구결과를 몇 년에 걸쳐 검토하고,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도 IPCC 보고서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최소 배출 경로에서도 일시적인 1.5도 초과한 후 다시 낮아질 정도다.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미세먼지(에어로졸) 감소로 기온이 상승하는 효과 때문에 일시적인 기온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는 기온이 2도 상승하면 10년 빈도의 폭염 때 기온이 지금보다 2.6도 더 올라가고, 10년 빈도의 가뭄은 지금의 2.4배 빈도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상이변, 재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앙 전망 특별보고서 필요"
지난 15일 폴란드 크라즈닉 돌니 마을의 오더 강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심한 가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월 KAIST 김형준 교수 등 7개국 13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30~2050년 남미 남서부와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등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5년 이상 지속하는 가뭄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다국적 연구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영국에서 40도 넘는 기록적 폭염이 나타날 확률이 산업화 이전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IPCC는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면 21세기 후반(2041~2100년) 육상 생태계 전체 종의 3~14%가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등에서는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적인 사회 붕괴나 인류 멸종 시나리오까지 포함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의 재앙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 IPCC가 특별보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통해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온이 1.5도를 넘어서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제 대비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한반도 온난화도 빠르게 진행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8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뉴스1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평균 기온은 13.3도로 체계적인 기상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가장 높았던 2016년보다 불과 0.1도 낮은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 분야 기후백서(2019)'를 보면 최근 50여 년(1968∼2018년) 동안 국내 바다 표층 수온은 1.23도 상승했다. 매년 0.024도 상승한 셈인데, 전 세계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0.009도)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한반도 온난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지난 1월 포스텍 민승기 교수팀은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 여름이 현재 91일에서 3주 늘어난 111~112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홍콩 과학기술대 연구팀이 네이처 자매지인 ‘npj 기후 대기 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말에는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호우 일수가 지금보다 최대 15일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회복 가능한 수준 유지해야
녹아내리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20배 이상이 되는 메탄이 배출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조천호 교수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혹은 2도로 묶어야 하는 것은 인체의 체온이나 혈당·혈압처럼 탄력성 범위 내에, 즉 회복 가능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를 초과한다면 지구 기후가 회복 불가능한 지점(Tipping point)을 통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티핑 포인트를 지날 경우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등 자기 증폭 단계까지 이른다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써는 언제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것인지 수치로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동부콩·아마란스 아시나요?…기후위기서 인류 구할 작물입니다
쌀∙밀∙옥수수가 세계 칼로리 섭취량의 절반
단작 재배와 잦은 경운 과정서 탄소 배출돼
가뭄 저항성 큰 ‘전통 작물’을 대안 삼아야
가뭄 빈발 등 이상기후로 농업도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해야 하게 됐다. 재배 과정에서 탄소를 덜 배출하고, 가뭄 저항성이 큰 작물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인류는 과거 6000종이 넘는 작물을 재배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인은 칼로리의 절반을 쌀, 밀, 옥수수 등 세 종에서 섭취한다. 단일 품종 재배(단작)는 작물을 가뭄과 병충해에 취약하게 하고, 지력을 잃게 한다. 특히, 잦은 경운(밭갈이)으로 흙 속에 가둬졌던 탄소가 배출되는 것도 문제다.
뜨거운 날씨에 강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작물이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소개했다. 더운 지방에서 재배됐다가 근대 이후 버려졌거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개량된 품종이다. 친환경 농업단체 ‘유토피아 시드 프로젝트’의 크리스 스미스는 “품종 90%를 잃은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다양한 작물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를 우리가 모른다는 데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아마란스
씨앗부터 잎까지 아마란스는 버릴 게 없는 작물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랜 기간 먹어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뭄에 튼튼한 한해살이 작물이다. 잎에서 씨앗까지 다 먹을 수 있어 버릴 게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야채로 먹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퀴노아처럼 씨앗을 먹었다. 아마란스 잎은 볶아 먹고, 씨앗은 구워서 꿀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다. 아스텍, 잉카 문명을 침략한 스페인 사람들이 ‘불경한 음식’이라며 아마란스의 재배를 막았지만, 다행히 살아남아 지금은 유럽의 주방에도 진출했다. 우크라이나가 아마란스의 최대 생산국이다. 국내에서도 2013년 강원 평창에서 대규모 재배에 성공했다.
포니오
세네갈의 한 농부가 수확한 포니오를 들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아프리카에서 ‘추장과 왕의 음식’으로 불렸던 전통 작물이다. 쿠스쿠스나 퀴노아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난다. 혈당이 낮고 글루텐이 없어 현대인의 기호에도 맞다.
포니오는 긴 뿌리를 가지고 있어서 2~3m 지하의 물을 빨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뛰어난 가뭄 저항성을 갖고 척박한 땅에서도 죽지 않는다. 유럽인들은 한때 포니오를 ‘배고픈 쌀’이라고 불렀지만, 2018년 이탈리아 오바푸드 등 유럽 기업도 앞다퉈 포니오를 들여오고 있다.
동부 콩
동부콩은 뿌리 결절이 대기의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많은 비료가 필요하지 않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서부 아프리카에서 식용으로 재배되다가 북미로 건너가 가축 사료용 작물이 됐다. 씨앗은 물론 잎에도 단백질이 많아 여전히 식용으로 쓸모가 많다. 나이지리아가 최대 생산국이다. 가뭄에 매우 강해서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대표 작물이다.
타로
우리나라 토란과 비슷한 열대 지방의 뿌리식물 타로.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동남아시아와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열대 지방에서 주식으로 이용된 뿌리 작물이다. 우리나라 토란과 비슷하다. 온대 지방에서도 타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다년생 타로를 일년생으로 개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컨자
미국 캔사스주의 지속가능 농업을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에서 재배되고 있는 컨자. 이 연구소는 최근까지도 컨자를 개량하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밭을 갈면 흙 속에 격리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깊은 뿌리가 흙을 고정해 탄소를 잡아두고 여러 해를 사는 작물일수록 기후위기 시대에 유리하다. 미국의 지속가능 농업 연구단체인 ‘랜드연구소’가 개발한 컨자는 밀과 달리 다년생 작물로 3m 되는 뿌리를 갖고 있다.
컨자는 밀 농사에 비해 비료가 적게 들고, 토양을 건강하고 비옥하게 만든다. 한 번 심으면 5년 연속 곡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2016년부터 컨자 밀을 이용해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7억 노리고… 제주 환경보존지 나무 1만그루 뽑아
가치가 높은 제주도 내 보존지역 토지를 불법 개발한 토지주와 부동산개발업자가 구속됐다. 훼손된 토지 면적은 축구장 10배에 달하고 뽑혀나간 나무는 1만본이 넘었다.
훼손 전 위성 사진(왼쪽)과 지난 6월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 제주도 자치경찰 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문화재보호법과 산지관리법,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로 토지소유주 A씨(51)와 부동산개발업자 B씨(56)를 구속하고, 훼손에 가담한 중장비 기사 2명과 토지 공동 매입자 2명 등 4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A씨 등 3명이 소유한 제주시 조천읍 일대 토지 총 18만8423㎡ 중 7만6990㎡를 중장비 등을 이용해 무단 훼손한 혐의다. 훼손한 토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문오름과 벵뒤굴 일대로, 제주특별법에 의해서도 중점 관리되는 선흘 곶자왈에 포함된 지역이다.
이들은 지가를 상승시키고 각종 개발행위를 할 목적으로 굴삭기 등을 이용해 토지 내 자생하는 팽나무와 서어나무 등 1만28본 가량을 제거했다. 3m 가량의 높고 낮은 지면을 절·성토해 지반을 평탄화하고, 인접도로와 연결되는 길이 27m 폭 4~6m의 진입로를 개설했다.
수사 결과 훼손 전후 해당 토지의 실거래 가격은 평당 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상승해 시세 차익만 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치경찰은 지난해에도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와 전망이 뛰어난 중산간(해발 200~600m) 일대에서 대규모로 산림을 훼손한 5명을 구속하고, 7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고정근 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제주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경기도 갯벌서 50여년 만에 해양보호생물종 ‘발콩게’ 발견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 생태조사
안산시 대부도 일대 갯벌에서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발콩게. /경기도 제공© 경향신문
안산 대부도서 1㎡당 10~20마리 확인
경기도 갯벌에서 해양보호생물종인 ‘발콩게’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전라도 일부에서만 발견된 발콩게가 경기도에서 확인된 건 50여년 만이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 지난 6월 ‘경기갯벌 정기 생태조사’를 통해 안산시 대부도 일대 갯벌(1㎢ 가량)에서 발콩게가 1㎡당 10~20마리씩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발콩게는 서식 환경이 모래 조간대(만조때 해안선과 간조때 해안선 사이)로 독특하고, 크기도 갑각 길이 기준 6㎜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 개체 수가 현저리 감소하는 종이다. 해양수산부도 2021년 12월 해양보호 생물로 지정해 포획·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과거 경기도 내 갯벌에는 발콩게를 포함한 콩게류가 다수 서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학계 발간물에서도 경기도 일대 서식 기록만이 남아있지만 지난 50년간 발견된 적은 없었다. 현재 발콩게는 전국적으로는 전남 무안 등 2곳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고 있다.
김봉현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장은 “발콩게는 꽃게나 대하처럼 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은 아니지만 최근 주요 서식지인 모래 조간대가 크게 줄어들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해양보호생물”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발콩게의 개체군과 서식처 보전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해양보호생물은 발콩게를 포함한 총 88종이 지정됐다. 이를 허가없이 포획·채취하는 경우 해양생태계법에 의거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꿀벌 80억 마리 떼죽음, 소나무 살리려 뿌린 농약 때문이었나
곤충 신경계 교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5년간 서울 면적의 62.3% 살포
“무차별 농약 살포가 숨은 범인 의심”
경기도 양평의 양봉 농가 꿀벌들. 박승화 기자
2022년 1월 전국 꿀벌 약 80억 마리(41만여 개의 벌통)가 떼죽음을 당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산림청이 ‘꿀벌 킬러’로 지목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무차별 살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살충제는 산란, 비동 등의 꿀벌 행동을 교란한다.
산림청이 윤미향 의원실(무소속)에 제출한 ‘소나무재선충병 약제 살포 실적’을 보면 산림청은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티아클로프리드를 8만9261ℓ 살포했다. 이 가운데 2만1877ℓ는 항공에서 살포했다. 5년간 이 살충제가 뿌려진 면적은 티아클로프리드 376.98㎢로 서울 면적(605.24㎢)의 62.3%에 이른다.
산림청은 윤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해당 농약은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저독성·보통독성 살충제”라면서도 “앞으로 주택지·상수원보호구역 등을 살포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산림청의 무차별 농약 살포가 꿀벌 떼죽음의 숨은 범인이 아닌지 의심된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꿀벌 군집의 면역력을 약화해 서서히 죽이는 무서운 물질”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꿀벌에 기생하는 응애를 농약으로 잡겠다고 발표하는 등 농약 중심 대책만 고집하고 있다. 살충제로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응애 피해가 극심해진다는 것이 세계적 연구 추세”라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중국 농업과학원은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인섹트 사이언스>에 티아클로프리드가 꿀벌 유충·번데기의 발달을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985년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이 개발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해 죽게 한다. 최대 10㎞ 거리를 정교하게 비행하는 꿀벌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돼 2018년 유럽연합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3종의 실외 사용을 금지했고, 202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이 계열 살충제 57종의 사용을 금지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기상학자들 "무섭다"... 머잖아 지도에서 사라질 나라들
[지구온난화와 북극②] 북극 얼음 소멸이 가져올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북극권은 대략 북위 66.5도를 연결한 북극선 위쪽 지역을 말한다. 하지(夏至) 때 태양이 지지 않는 백야(白夜) 현상과 동지(冬至) 때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極夜) 현상이 북극권에서 목격된다. 둘레가 1만6000km에 달하는 북극권은 미국, 러시아 등 8개국 영토와 영해에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북극은 전 세계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홍수, 태풍,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의 발원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북극 기후 생태계 변화에 당도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북극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입을 모은다.
▲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따른 해수면 변화 예측 분석표.ⓒ IPCC
2050년까지 북극 얼음이 사라진다면
2000년대 이후 북극의 온도는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팀이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년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온난화 평균의 4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1]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2006년 이래로 매년 발표하는 '북극 성적표(Arctic Report Card)'보다 온난화 속도를 더 빠르게 추산했다.
미국 버팔로대 제이슨 브리너 교수가 해양학회 저널 '오션그래피'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매년 그린란드 빙상이 녹는 양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000억 톤 증가했다. 21세기 빙상 손실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그린란드 남서부에서만 최소 8조8000억 톤에서 최대 35조9000억 톤의 빙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2]
▲ 1만2000년 전부터 2100년까지 그린란드 빙상 손실 비율을 예측한 시뮬레이션 분석표.
ⓒ 미국 버팔로대 제이슨 브리너 교수
그린란드 빙상의 감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빙하와 빙상 손실을 꼽았다. 그린란드 빙상이 녹으면서 해수면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2100년까지 최소 0.28m에서 최대 1.01m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3]
저지대 섬과 해안 도시는 수 세기 내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0%가 해발 10m 미만 해안 지역에 거주 중이며, 2050년에는 이 수치가 10억 명을 넘는다. IPCC가 발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저지대 주변에 홍수와 해안 침식 위협을 일으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개발 가속화와 맞물려 2100년까지 연간 홍수 피해 규모를 2~3배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4]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몰디브, 투발루와 같은 대양의 도서 국가들이다. 국토 평균 해발고도가 1m 안팎에 불과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같은 기후위기에 극도로 취약하다. 몰디브의 1190개 산호섬 가운데 80% 이상이 해발 1m 미만에 자리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매년 0.8~1.6mm 상승한다면, 2100년까지 국토의 약 80%가 수몰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이 1m 상승하게 되면 몰디브 섬들의 85%가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5]
태평양 섬나라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는 2020년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자국 내 섬들을 해수면 위로 들어 올릴 계획을 세웠다.[6] 키리바시는 해수면이 91cm 상승하면 국토 3분의 2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게 된다.[7] 한때 2000km 떨어진 이웃나라 피지 섬으로 대규모 이주를 준비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로 최근 확산하고 있는 '기후난민' 문제가 키리바시 사람들에게는 조금 일찍 찾아온 미래였다.
이론상 해빙이 녹는다고 해수면이 상승하진 않는다. 바다에 떠 있는 해빙은 해수면 상승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과 같은 육지 위의 얼음, 즉 육빙이 녹게 되면 해수면을 높일 뿐 아니라 바닷물 온도 및 염분 농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지구 에너지 평형과 물 순환 과정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기후 생태계 변화를 초래한다.[8]
▲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저지대 섬 및 해안 지역 분포도.ⓒ IPCC
육빙 손실은 해양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함께 담수 부족을 야기한다. IPCC가 발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세계 곳곳이 이미 '피크 워터(Peak Water)'에 도달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피크 워터'는 사용 가능한 물의 소비 속도가 보충 속도를 앞지르는 시점을 가리킨다. 빙하가 줄어들면 그에 따른 인간세계에 대한 담수 공급량이 감소한다. 스위스 네팔 등의 빙상과 빙하는 강우와 함께 인간세계의 중요한 담수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빙하에서 유출돼 공급하는 물이 점점 줄어들어 곧 전 세계가 피크 워터를 마주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9]
어쩌면 더 빠를 수도
해빙모델교차비교프로젝트(SIMIP) 연구진이 2021년 4월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IPCC가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를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에서 2050년 이전에 북극에서 9월의 해빙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10]
'북극 최후의 빙하'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극 얼음은 대개 여름철에 녹고 겨울철에 다시 어는데, 그린란드 북쪽 빙하는 여름철에도 잘 녹지 않는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그린란드 북쪽 빙하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197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상학자들은 최후의 빙하가 붕괴하기 시작한 데 대해 "무섭다"고 표현했다.[11]
▲ 빙하가 녹으며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는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를 교란한다. 이때 따뜻한 공기는 북극으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남쪽으로 내려온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북극 얼음이 사라지면 극단적 이상기후가 일상화할 수 있다. 제트기류 때문이다. 빙하가 녹으며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는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를 교란한다. 이때 따뜻한 공기는 북극으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남쪽으로 내려온다. 겨울철 중위도권에서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나는 이유다. [12]
제트기류 교란은 한반도에 극심한 이상한파를 가져온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의 기압 차로 유지되는데, 지구 온난화로 기압 차가 줄어들면서 차가운 공기는 한반도까지 내려오게 된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북극의 고온화 현상으로 인한 제트기류 변화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 한반도에서 강추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13] 극지연구소 김백민 책임연구원이 2016년 한국기상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북극 해빙 면적 감소가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기후 변동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과 인접한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겨울철 해빙 면적이 평년에 비해 작을 때, 한반도에는 한파와 폭설이 자주 관측됐다.[14]
약해진 제트기류로 인해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 일부 지역에는 폭염이 발생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카이 콘허버 교수가 2019년 국제 온라인 출판지 '아이오피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북극 제트기류 변화로 서유럽, 북아메리카, 카스피해 등에서 극단적인 열파와 강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5] 이처럼 제트기류 변동의 후과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북극 얼음 소멸은 기후재앙 초래
북극 해빙의 감소가 해양 순환 시스템을 약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멕시코 만의 따뜻한 물을 북대서양으로 전달하는 해류 순환 체계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 교란된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연구팀이 2018년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이후 AMOC가 약 15% 느려진 것으로 관측됐다. [16]
초당 유량이 7400만~9300만 톤에 이르는 세계 최대 해류인 멕시코 만류와 멕시코 만류의 연장된 갈래인 북대서양 해류가 대서양 적도 인근의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으로 끌고가는 현상은 AMOC때문인데, 이것은 염분이 바닷물을 순환하도록 만드는 '열염순환'과 대기 작용에 의해 나타난다. 열대에서 수증기를 증발시켜 염도가 높아진 상태로 북쪽으로 올라간 해류는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기온 때문에 해수면과 대기의 온도차가 커져서 더 많이 증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만 증발하므로 표층 해수의 염분 농도가 상승한다. 더불어 북위 60도 이상의 대서양에서 해빙이 생성되는 것도 염분 농도를 높이는 다른 원인이 된다.
표층 해수가 이처럼 염도가 높아져 무거워지고 차가운 대기 탓에 냉각되어 가라앉는다. 그린란드 해역에서 밀도가 높은 바닷물이 초당 2000만 톤의 속도로 해저 4000m로 가라앉는 이 침강류는 심해에서 다시 이동한다. 이러한 구조의 AMOC는 대서양뿐 아니라 북반구의 대기-해양 열 운반에서 25%를 차지하므로 지구 기후 시스템의 중요한 요소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과 위트레흐트 대학 연구팀의 2019년 시뮬레이션에도 AMOC가 20세기 중반 이후 약 15% 느려졌다. 연구팀은 열염순환의 대표적 현상인 북대서양 해류가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100년 이내에 일시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MOC 속도가 느려진 이유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유입되는 담수가 증가했고, 대서양 상공의 강우량이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해양학자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연구 중이지만 대서양 해류가 담수 유입에 민감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1만3000년 전에 현재 우려하는 기제로 소빙하기가 발생했다. 해빙이 바닷가 쪽 출구를 가로막은 북미 지역 북동쪽의 커다란 담수호가 기온 상승으로 입구를 막은 빙하가 녹으면서 육상에 있던 막대한 민물이 북대서양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갔다. 바닷물의 밀도가 갑자기 낮아지면서 해수 흐름이 막히고 빙하기가 왔고, 이 소빙하기는 1000년 동안 지속됐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다룬 내용이다.
▲ 지구의 해류를 간략하게 표시한 그림. 붉은 색이 난류, 파란색이 한류이다.ⓒ 위키피디아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대서양의 해류 속도의 저하는 전 세계 기후와 기상에 위협 요소이다. 북대서양의 해류 흐름이 표층과 심층의 갈래로 인도양과 태평양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대서양에서 세계 모든 바다로 이동하는 거대한 열염순환 해류를 대양 대순환 해류(大洋大循環海流, Oceanic Conveyor Belt)라고 부른다.
해류의 대양 대순환에 따라 멕시코 만류가 북극으로 올라와 유럽과 북극이 너무 춥지 않고, 태평양으로 들어간 차가운 해류는 적도 부근의 기온이 너무 뜨겁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민물로 바다에 유입돼 북극해 바닷물의 밀도가 계속 낮아지고 침강류가 줄어들게 되어 해류가 계속 약화하는 추세다.[1] 기후학자 및 해양학자들은 대양 대순환 해류의 약화가 지구 기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AMOC 붕괴가 대서양을 넘어 전 지구적 규모의 기후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17]
실제로 유럽은 폭풍우에 시달리고, 아프리카 사헬 지역은 가뭄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18] 또한 아마존이 빠르게 메마르고, 강우를 동반하는 계절풍인 동아시아 몬순이 교란되고, 남극의 얼음 손실마저 가속화할 수 있다. [19]
영구동토층이라는 시한폭탄
북극 빙하와 함께 툰드라가 녹으며 기후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툰드라는 북극해 연안의 영구 동토층 일대를 가리킨다. 미국 노던 애리조나 대학 연구진이 2020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위성사진에 바탕해 툰드라 지역을 분석한 결과, 1985년부터 2016년까지 툰드라 지역의 약 38%가 갈색에서 녹색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20] 툰드라가 녹으면 동토층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 툰드라가 녹으면 영구 동토층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세계 195개국은 앞선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하여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미만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1.5℃로 제한하자고 합의했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1.5℃를 목표로 공식화했다.
지구온난화로 현재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북극 해빙 최악의 시나리오 역시 불가피하다.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책 <6도의 멸종>에서 지구 기온이 5℃ 상승하게 되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모두 가라앉고, 대륙 깊숙한 곳마저 모조리 침수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진다.[21]
북극 얼음이 사라지는 시기가 2050년보다 당겨질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BAS)는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13만~11만6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LIG)를 추적한 결과 2035년 여름에 북극 해빙이 소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22] 소멸 시기를 2050년으로 잡은 기존의 시나리오들보다 15년이나 빠른 셈이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복건우·이주현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오마이뉴스
학장천·삼락천·온천천… 낙동강 녹조, 부산 도심 하천까지 집어삼켰다
23일 오전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학장천 일대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최근 낙동강에서 확산되는 녹조 사태가 학장천, 삼락천, 온천천 등 부산지역 도심 하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동강을 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도심 하천 특성상 낙동강 본류의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땅한 해결 방안도 없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 엄궁동. 사상구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인 학장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선 녹조 탓에 초록빛으로 변한 물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장천을 타고 흐르는 물은 녹조와 찌꺼기 등이 겹쳐 매우 느리게 흘렀고 일부 구간에서는 기포가 올라와 화학실험 현장을 연상케 했다. 주민 박 모(62) 씨는 “과거에도 녹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계속 이 상태라 보기 흉하다”면서 “깨끗한 물을 구해서 계속 흐르게 하든지 하는 조치가 당장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학장천은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시작돼 사상구 주례동, 학장동, 엄궁동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전체 길이 약 5.35km의 지방 하천이다.
도심 하천에서 발견되는 녹조는 학장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구 구포동에서 시작해 사상구 감전동으로 흐르는 4.6km 길이 삼락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지난 12일에는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잇는 온천천에도 녹조 의심 사례가 발생해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시료 채취를 진행한 바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당시 온천천에서 mL당 2000~4000개 상당의 남조류 세포가 발견됐다. 온천천 역시 수량 유지를 위해 낙동강 물을 사용해 언제든 녹조가 나타날 수 있다. 온천천의 경우 낙동강 물을 금정구 노포동까지 끌어올린 뒤 노포동 펌프장에서 온천천 상류인 금정구 청룡동 청룡2호교 인근에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수량을 조절한다.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낙동강에서 유지용수를 끌어오는 만큼 근본적인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도심 하천의 유지용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해양생물 90% 멸종될 것”…당신이 안 변하면 현실이 된다
해양생물 2만5000종 기후위험 지표 분석
열대지방, 저소득 국가 연안에서 기후위험 커
“재생에너지 전환하면 해양생물 생태계에 유익”
꽁지가오리가 열대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멸종위험은 열대지방과 극지방일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처럼 화석연료를 쓰면, 90% 가까운 해양생물 종이 멸종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니얼 보이스 캐나다 달하우지대 생물학과 교수 등 국제 연구팀은 24일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공개한 논문에서 “해양생물 2만5000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멸종위험을 평가한 결과, 86.7%에 이르는 종이 높거나 심각한 멸종위험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연구팀은 해양 동물과 식물, 원생동물과 박테리아 등 바다 수심 100m까지 서식하는 2만4975종의 멸종위험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했다. 생물 종의 몸 크기, 온도 저항성, 서식지 파편화 등을 포함한 12가지 기후위험 지표를 사용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인류가 산업기술에 매달려 화석연료 사용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100년까지 해양생물 종 중 84%가 높은 멸종위험을 겪게 되고, 2.7%는 심각한 멸종위험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13%는 중간 정도의 멸종위험을 겪고, 무시할 만한 수준의 위험을 겪는 종은 1%도 안 됐다.
멸종위험을 겪는 종은 먹이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종보다 위에 있는 포식자 종일수록 컸다. 특히 식량 자원으로 이용되는 참치나 복어, 상어 등의 해양생물 종과 어업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국가 바다에서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별로 보면, 적도에서 위도 30도까지 열대지방 서식 종의 멸종위험이 클 것으로 나타났고, 위도 60도 이상 극지방 일부 지역의 서식 종이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위도에 사는 상어와 가오리, 해양포유류가 높은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래픽_한겨레 스프레드팀
지역적 편차도 두드러졌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삼각지대(코랄 트라이앵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홍해, 페르시아만, 인도 연안, 카리브해,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 등 바다 면적 1%에 해당하는 지역에 심각한 멸종위험을 겪거나 높은 멸종위험을 겪는 종 95%가 분포돼 있었다.
대구, 멸치, 바닷가재 등 인간의 식량으로 쓰이는 종들의 멸종위험이 저소득 국가 주변의 바다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 지도를 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에서 거의 모든 어종이 높은 멸종위험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선의 시나리오(SSP1-2.6)에서는 거의 모든 종의 멸종위험이 줄어들고 생태계 안정성이 향상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상황에서는 분석 대상 종 가운데 1.3%가 심각한 멸종위험, 54%가 높은 멸종위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저소득 국가의 식량 안보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대니얼 보이스 교수는 기후변화 매체 <카본브리프>에서 “저개발 국가일수록 인구의 영양 요구를 채우기 위해 어업에 더 많이 의존한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멸종으로 인해)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후 불평등의 또 다른 예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서두르면, 해양 생물종 상당수를 보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이스 교수는 “(지구 기온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는 것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핵심지역 그리고 저소득 국가에 대한 기후위험을 크게 줄이거나 제거함으로써, 해양생물에게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참고한 논문 Boyce, D.G. et al., (2022) A climate risk index for marine life, Nature Climate Change. DOI: https://doi.org/10.1038/s41558-022-01437-y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만 외진숲 야생 생태계도 못 피했다
대만의 외진 숲에 사는 보호종인 흑곰, 삼바사슴, 수달, 노란목도리담비, 삵의 배설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인간과 멀리 떨어진 야생의 서식환경에서 살고 있음에도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이 이 동물들의 몸에 들어가 배설물로 나온 것이다.
대만의 보호종 수달.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제공© 제공: 한겨레
23일(현지시각)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현지 전문가들과 동물 5종의 배설물 샘플 112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파편과 섬유 등 미세플라스틱 조각 604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서식지 5곳의 물 샘플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조각 1323개가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서식지의 물에서 발견된 것보다 약간 더 작았는데, 소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동물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일부 미세플라스틱 농도 수준은 다른 연구에서 가축 소의 분뇨에서 확인된 농도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작게 만들어졌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 작은 크기가 된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길이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한국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서는 1㎜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정의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유입돼 생태계를 교란하고, 생물의 몸에 축적되기도 한다. 체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조직염증, 괴사, 면역세포 억제 등 물리적 독성과 발암, 생식계 영향 등 화학적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비닐봉지, 페트병, 플라스틱 컵,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이번 야생동물 배설물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발견 원인으로 꼽았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라며 “이러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미세플라스틱은 음식이나 음료 용기와 포장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탕안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캠페이너는 “인간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고 인간 활동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보호종 동물의 서식지와 먹이사슬조차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바다와 산의 쓰레기를 치우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하고, 이에 대한 정부 규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보호종 흑곰.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제공© 제공: 한겨레
그린피스는 대만 정부에 “단기적으로는 국립공원 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호종 동물 서식지의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전반을 감축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또 기업을 향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고, 재사용 포장재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김윤주 /한겨레
도버해협 해저터널서 열차 고장나 승객 5시간 발묶여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 안에서 열차가 고장나 수백명의 승객이 5시간 넘게 터널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 50분에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 포크스턴으로 향하는 열차가 고장났다. 이 사고로 승객은 열차에 실린 자신의 차량에서 내린 뒤 걸어서 비상 통로에 내려 대체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여행가방을 끌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비상 통로를 걷는 승객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게시됐다.
터널의 해저 구간에서 열차가 멈추자 운행사인 유로터널르셔틀은 칼레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에게 25일 오전 6시 이후에 운행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터널 진입을 위해) 6시간 30분동안 아무런 공지도 받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열차 승객 마이클 해리슨은 "오후 3시 50분 열차에 탔는데 10분쯤 지나 불이 꺼지고 열차가 멈췄다"며 "열차 측은 바퀴를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문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기다리다가 약 10분 정도 걸어 (대체) 열차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에 탑승한 지 6시간 만에 포크스턴에 도착했다고 했다. 평소엔 칼레에서 포스크턴까지 35분정도 걸린다.
유로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역인 도버해협을 연결하는 해저터널로 1994년 개통했다.
총 길이는 50.5㎞로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길고, 해저 구간은 38㎞로 가장 길다.
유로터널을 이용하면 런던과 파리를 3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최근 터널 안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4월에도 터널 안에서 화물 전용 열차가 고장나는 사고가 난 적 있다.
오진송dindong@yna.co.kr
세계 4대 곡물회사, 식량난에 폭리…“횡재세 걷어야”
기후위기·인플레에 곡물회사 기록적 매출
“쏠림 심하고 투명성 떨어져…폭리 우려”
“‘횡재세’ 걷어 빈곤층 도와야” 제안 나와
지난해 10월 미국 개럿슨 인근 농장의 옥수수밭 모습. 개럿슨/AP 연합뉴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형 곡물기업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해 빈곤층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4대 곡물기업들이 이윤을 높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올해 식품 가격은 20% 이상 급등했다. 2014∼2016년 평균가격을 기준(100)으로 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40.9포인트로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147.3포인트를 기록했다. 곡물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급등해 5월에는 173.5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곡물 시장은 알파벳 에이비시디(ABCD)로 불리는 4개 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에이디엠),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의 점유율 합계가 약 80%로 압도적이다. 이들은 올해 들어 식량난 속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이디엠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69% 상승했고, 카길의 2022년 회계연도 수익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650억달러였다. <가디언>은 “2024년까지는 식량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2년 동안 이들의 매출과 이익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곡물저장고 일부가 또 무너진 모습. 이 곡물저장고는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이후 폐허 상태로 방치돼 왔으며 최근 추가 붕괴가 계속되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뉴스
문제는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윤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한 비정부기구(NGO)의 미공개 분석에 따르면 에이디엠의 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3.65%에서 올해 1분기 4.46%로 증가했고, 카길의 이익률 역시 지난해 2.5%에서 올해 3.2%로 높아졌다”고 했다. 기업의 재고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만큼 기업에 의해 가격이 좌지우지될 여지도 있다.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한 국제 전문가패널(IPES-Food) 공동의장이자 유엔의 극빈·인권 특별보고관인 올리비에 드 슈터는 “곡물 시장은 쏠림이 심하고 투명성이 떨어져서 폭리를 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세계적 식량난이 단순히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었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호·자선단체들은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 빈곤층 구호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을 올린 기업에 물리는 초과이윤세다.
실제로 유럽 등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막대한 반사이익을 챙기는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은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은행과 에너지기업의 초과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달 초 대형 에너지기업 대상의 횡재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국제개발자선단체 네트워크 본드의 정책매니저 샌드라 마틴손은 “횡재세는 식량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도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알렉스 메이틀랜드 선임고문도 “투기가 식량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배고픔과 기아를 유발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탈(脫)탈원전' 선언한 윤석열 정부
기후위기와 '원한의 정치'] 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영원한 결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뉴스를 지켜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설사 러시아가 전투와 전쟁에서 모두 이긴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민(전체 또는 동남부 돈바스 지역일대)의 통합이라는 러시아의 침공 목표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멀어지지 않을까. 전쟁이 나면 어느 쪽이 옳고 그르든 맞서 싸우는 쌍방이 피를 흘리기 마련이다. 그 규모가 클수록 원한도 더 크고 깊어져, 그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6.25전쟁)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전쟁이 일단 멈춘 지 이미 두 세대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때 서로 죽인 원한들이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어떤 이성이나 합리나 연민이나 사랑도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풀릴 듯 풀리지 않고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유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가장 큰 것이 그때 그 뼈에 사무친 원한과 상처, 육친들이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충격, 그로 인한 증오와 불신이 아닐까.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여러차례 서로를 그렇게 죽여 그 희생자가 수백만에 이르렀으니, 살아남은 이들 중에 그 끔찍한 기억에서 자유로울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트라우마와 공황상태에서 대화나 화해가 잘 될 리 없지 않겠는가.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집권세력의 최대 패착은 그들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민족통일이, 그것을 위해 그들이 시작한 전쟁 때문에 오히려 어쩌면 영원히 멀어지게 만든 것이 아닐까.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끝없는 확장(동진) 등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공 결정 배경이나 의도가 결코 단순하진 않아 보이지만, 어떤 명분을 내세웠든 우크라이나에서 수십만 명이 서로를 죽이고 수백만 명이 삶터를 떠나야 했다. 그들은 그 처참했던 순간과 원한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서로를 증오할 것이다. '카틴 숲의 학살'로 기억되는 스탈린 시대 러시아의 만행을 폴란드 사람들이 오늘날까지도 잊지 못하듯이. 지금 폴란드가 러시아를 불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이유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하나의 국가 안에서 살았고 다수가 같은 언어를 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영원한 진짜 결별의 시작점일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 패전하고 물러난 지 80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한일관계는 원한이 가시지 않은 채 뒤죽박죽이다. 그 침략과 식민지배의 여파로 남북한은 갈라져서 여전히 동족끼리 싸우고 있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읽은 책에서 "나라가 한 번 망하면 다시 일어서는데 최소한 100년이 걸린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이민족의 침략으로 나라가 망했다면, 역시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또한 서로 죽이거나, 일방적으로 당한 통한의 기억과 분열 때문이 아닐까.
▲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에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1-4호기에서 원자력 누출 사고가 났다. ⓒ프레시안
비극의 씨앗을 뿌린 일본
2013년 말에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있는 도요쿠니 신사 앞에 세워져 있던 미미즈카(귀무덤)를 봤을 때의 충격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서로 다투거나 싸우다 그리된 것도 아닌, 일방적으로 침략한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했다. 그들은 12만, 많게는 수십 만의 조선사람(명나라 군인도 포함)들의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포상의 증거품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냈다. 그걸 전리품 삼아 큰 봉분으로 꾸며 놓은 그 '전승 기념물'. 그것이 아직도 그 히데요시를 '모신' 신사 앞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래 '코무덤'이었으나 너무 잔인해 귀무덤으로 바꿨다는데, 21세기인 지금도 야만에 대한 반성과 회오를 위한 기억장치가 아니라 그냥 관광의 대상이거나 타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상기시키는, 그리고 대다수는 있는지도 모르는 유물로 방치돼 있었다.
그 300년 뒤에 히데요시의 후예들이 다시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고 수탈했다. 그 과정에서 자행된 이민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야만, 수탈. 많게는 수십만 명의 여성들(주로 10대와 20대 초 나이의 소녀들)이 '위안부'라는 이름의 노동노예와 성노예로 끌려가고 수백만 명이 전쟁에 동원당했다. 알다시피 그들 중 수많은 사람들이 이역에서 죽거나 죽임을 당했고, 다수는 살아남았으나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쌓인 깊고 깊은 원한이 오늘날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라는 한일관계의 출발점이다. '소녀상'에 대한 그들의 집요한 해코지에서도 보듯 거기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의지도 사죄도 배상도 없다. 그들이 아직도 나라로 인정하지도 않는 또 하나의 처참한 피해자 북한. 대남 공작을 위해 북이 저지른 10여 명(많게는 수십 명)의 일본인 납치범죄를 앞세우며 일본은 오히려 자신들을 피해자로 세계에 선전하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자타가 인식하는 일본 쇠락의 주요 원인이 철학의 빈곤, 정신세계의 퇴락이라면, 그 빈곤과 퇴락의 원인은 과거사와 가해자의식의 부정일 것이다. 같은 전범국들이지만, 이것이 독일과 일본이 다른 이유다.
원한은 침략자와 피침략자로만 갈라 놓은 게 아니다. 침략과 식민지배 과정에서 배태된 무수한 가해자와 피해자들, 침략자들 편에 선 자와 거기에 맞선 자들,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들로 갈린 피침략자들간의 증오와 원한. 그리고 분단과 전쟁, 서로를 죽인 대살륙, 증폭된 원한. 그 모든 것이 히데요시와 그의 후예들, 이른바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정한론'자들의 침략에서 시작됐다고 하면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한번 뒤틀리고 찢긴 역사는 계속 악순환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원한을 낳고 수백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은혜'의 나라가 된 미국
그리고 미국. 미국은 일본의 패전 뒤 제국주의 일본이 근대 이후 저지른 전쟁범죄를 징벌하고 침략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임무를 연합국(전승국)들로부터 부여받았다. 미국은 그러나 연합국과의 약속을 어겼다. 단독으로 군국 일본의 죄악에 면죄부를 주고 패전국 일본을 최대의 동맹국으로 만들어 그들의 앞잡이로 육성했다. 미국은 패전국 일본을 자신들이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 일본이 아니라 그 피해자였던 조선을 주민들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분단시켜 소련과 전리품을 나누듯 절반을 장악했다. 그리고 일본을 점령한 그들은 남한의 친일파를 비롯한 일제잔재를 온존시키며 일제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오히려 소외시키거나 내쫓아 분열을 심화시켰다. 그것은 결국 한국전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애치슨 라인'을 긋고 한반도에서 철수했던 미국은 전쟁이 나자 다시 개입했다. 한국민을 구원하는 것이 그들의 주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베트남전쟁에 미국이 개입한 경위와 목적만 봐도 자명해진다. 그 전쟁으로 본격화한 냉전 전략을 위해 미국은 친미와 반미, 친공과 반공으로 한민족을 다시 분열시켰다. 전쟁은 이땅에서 벌인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됐다.
오늘날 미국이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구원자'나 '은혜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미국이 저지른 한국 및 한민족 분단과 해체 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을 구원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주로 분단된 남쪽에 사는 사람들이다. 한민족 전체로 보면 미국은 1905년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이래 한반도와 한민족을 해체하는데 앞장 섰다. 그것이 촉발한 전쟁에서 북쪽 절반을 적으로 돌려 철저히 파괴하고 남쪽 절반을 '수호'하고 '원조'했다. 그렇게 해서 절반의 구원자가 됐다. 한반도와 한민족을 절반으로 가르고 왜소화시킨 '공로'로 구원자가 된 미국, 이 역사의 아이러니의 최대 수혜자가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 교두보로 삼아 육성한 전범국 일본이다.
기묘하게도 비극의 원천 유발자인 그들 외부세력과의 원한은 그렇게 해서 감춰지고 왜곡되면서 탈색되고 심지어 '은혜'로까지 뒤집혔다.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오히려 사랑하게 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이런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반면에, 그 희생자들인 남북간의 원한은 오히려 증폭되면서 그 모든 원한들을 압도하는 최악의, 유일한 원한으로 남았다.
원한이 만든 세계사
인도의 저술가 판카지 미슈라의 <분노의 시대>(열린책들 펴냄)는 인류 역사, 특히 근대 이후의 역사 전개를 루소와 볼테르로 대표되는 두 가지 다른 세계관 내지 철학의 충돌로 설명하면서 원한(르상티망)을 그 동력으로 본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등장과 그들이 일으킨 전쟁 등 세계사의 비극도 자본주의 선발국과 후발국의 격차와 불평등, 강박과 좌절, 그로 인한 원한으로 설명한다. 미슈라의 머리를 지배한 채 그 책을 쓰게 만든 것도 영국의 인도 침탈과 뒤틀린 역사로 인한 깊디 깊은 원한이 아니었을까.
따지고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도 일종의 원한에서 촉발됐다고도 할 수 있다. 1991년의 소련 해체 뒤 러시아의 재구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 실패에 따른 약화를 서방은 나토를 앞세워 자기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짜르'적 강권을 쥔 푸틴의 등장은 그런 러시아와 서방의 실패가 낳은 원한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방의 확장 공세를 생존을 위한 방어 차원에서 감행한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푸틴의 항변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을 감행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원한을 쌓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미중 패권경쟁으로 흔들리던 기존의 글로벌 역학구도를 한층 더 유동화시키면서 기후변동 대응전략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대기온도 상승폭을 최대 섭씨 1.5도로 묶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한다는 국제협약이 더욱 위태로워졌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맹세도 흔들릴지 모른다. 석탄과 석유 소비가 다시 늘어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대세가 되는 듯했던 탈원전 정책마저 그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가동을 중단하며 재가동의 기회를 노리던 일본 자민당 정부도 거리낌 없이 재가동 쪽으로 돌아섰다. 한국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탈(脫) 탈(脫)원전'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복사판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면서 미국의 '대만문제' 개입 강도가 증폭됐다. 앵글로-색슨의 '파이브 아이즈'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정세가 요동하고 에너지 수급과 생태환경에도 큰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속에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가 대량으로 중국과 인도로 흘러가고 있다. COVID-19 팬테믹 여파와 겹친 중국과 호주간의 무역분쟁은 중국의 석탄·석유 소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세계는 명백히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세계전쟁으로 향하고 있다. 19세기 20세기의 도전자들이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다. 그들의 상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영국 미국 주축의 앵글로 색슨이다. 전선은 늘 글로벌 부의 분배를 둘러싸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선발국들과 그들의 독점적 이익을 잠식하면서 더 큰 몫을 요구하는 후발국 리드 그룹들 사이에 형성된다.
이 또한 원한과도 깊숙이 얽혀 있다. '대만 문제' 자체가 영국 등 유럽 열강의 19세기 중국 침략과 약탈의 산물이거니와, 19세기 중반의 '아편전쟁'은 중국에 지울 수 없는 원한과 패배의식을 안겼다. 그것은 서방에 편승한 이웃 일본에 대한 연이은 굴욕적인 패배로 이어졌고, 다시 동서냉전과 함께 서방에 대한 중국의 피해의식과 굴욕, 경계, 원한은 한층 더 증폭됐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과도할 정도의 속도로 진행된 중국의 경제적 팽창에는 그 원한과 가해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고 추월해야 한다는 강박과 앙갚음의 감정이 그 바탕에 짙게 깔려 있다. 그리하여 14억 인구의 자원 대량소비형 자본주의+사회주의 결합형 경제개발이 아닌 다른 친환경의 대안적 개발방식 모색의 가능성을 날려버린 것도 결국 그 원한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IPCC) 당사국 회의가 대기온도 상승 한계치 목표를 1.5도 이하로 잡고, 그게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다수 지표면이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절멸지대로 돌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사태의 밑바탕에도 자본주의 선발진영과 후발진영간의 근대 이래의 격차와 불평등, 좌절과 분노의 기억과 원한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한승동 60+기후행동 운영위원 / 프레시안
22일(현지시간) 중국 장시성에 있는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포양호 진셴 구간이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밤새 400마리 새 떼죽음... 이 빌딩에서 무슨 일이?
건축물에 충돌해 죽는 새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
▲ 한 공공기관의 거울 유리벽 앞에 쓰러져 있는 되지빠귀 ⓒ 김영준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국립생태원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여기저기서 새들의 죽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온 건물의 외벽과 창문이 반사유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새들이 이 외벽과 창문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입니다.
죽은 새를 신고받고, 다친 새들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게 맞다 판단했죠. 당연히 처음에는 '맹금류 스티커'를 떠올렸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생태원인데'라는 자존심으로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자료를 찾고 해외에서 검증된 저감제품을 구해 적용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추가 조치와 더불어 자그마한 소개 스티커를 주요 통로에 붙였습니다. 새들이 유리창에서 죽는다, 생태원은 이들의 죽음을 막으려 노력한다는 내용이었죠. 무심코 본다면 건물 유리의 무늬 하나에 불과하니까 적어도 생태원을 찾는 분들에게 이 죽음을 알리고자 한 것입니다.
▲ 국립생태원 구름다리 유리창에 붙인 ABC 자외선 반사 테이프 ⓒ 김영준
결국 이 안내 스티커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환경부 사무관님이 안내 스티커를 본 후 사업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연구와 조사가 힘을 얻었고, 우리나라 피해 규모도 나오게 된 것이죠. 그 결과가 바로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라는 수치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3.5억~9.9억 마리, 캐나다에서는 2500만 마리 가까이 희생된다고 합니다. 무척이나 좁은 한국에서 연간 800만 마리가 가당키나 할까요? 하지만 좀 더 깊게 바라보면 달라집니다. 미국에는 약 1억 3800만 동의 건물이 있고, 캐나다 인구와 건물 수는 약 3800만 명에 1천만 동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5100만 명에 730만 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국토 크기와 상관없이 유리창 면적과 수는 인구나 건물 수와 비례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구조센터에서 했던 경험으로만 봐도 흔한 가정집, 카페, 심지어 시골 창고 작은 유리창에서도 새들은 죽습니다.
▲ 하루 동안 조사하며 이리 많은 새들을 만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 김영준
물론 모든 건물에서 사고가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새가 많이 죽는 건물이 있고, 아예 안 죽는 건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 모이통이 있는 시골집과 새 모이통이 없는 도시 건물 중 어디가 많은 희생을 보일까요? 건물당 희생률로 보자면 당연히 시골집입니다. 하지만 전체 건축물 수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도시 건축물에서 많은 희생이 나타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투명 방음벽이라는 또 하나의 큰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명 방음벽은 정확한 통계 추정도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생기는 신도시와 아파트 단지는 거대한 방음벽을 거의 항상 동반합니다. 여기에 유리 난간,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출입구 등 어디건 서 있는 투명 구조물은 쉴 새 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새들을 죽여왔습니다.
어쨌거나 새들의 죽음을 막으려는 노력은 이제 고작 한 삽을 떴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투명 방음벽이나 버스정류장과 같은 사회 시설에는 국가 의지를 관철할 수 있지만 민간 건축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 희생량 중 대다수는 분명히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공공건물의 비율은 고작 3%에 그치고 있습니다. 80%에 달하는 사유 건물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 흐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개발이 상충하지 않는 공존의 개발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녹색건축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녹색건축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유발 오염원의 최소화에만 맞춰진 것이라 야생생물과의 공존 의지는 부족해 보입니다.
야생생물에 대한 존중이 가능한 건축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녹색건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동물을 모아 죽이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녹색건축을 위해 친환경 생물서식지(비오톱)를 조성하면 동물은 모여들지만 다른 예방 방안이 없는 한 충돌 사고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간혹 강의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인간이 미필적 고의로 야생동물에 미치는 해악 중 하나인 로드킬의 처참한 모습은 좋건 싫건 운전하다 보면 봐야만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직접 차로 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로드킬 문제를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문제는 투명창 충돌의 경우 찾으려 애쓰지 않는 한 이런 느낌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류 충돌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거나 핏자국이 낭자했다면 이미 이 문제를 사회가 해결했을 것이라 봅니다. 차라리 새가 토마토와 같았다면 유리창엔 수많은 새의 핏빛 흔적이 남았을 테고, 돌과 같았다면 경제적 이유를 들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토마토나 돌과 같지 않은 새들은 여전히 건물과 방음벽 아래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가 이토록 큰 것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문제는 제기되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해결에 앞서 어떤 문제를 우리가 더 알아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유리의 특성
▲ 유리 면에 반사된 풍경 ⓒ 김영준
유리는 투명한 것이 문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유리는 크게 두 가지 속성을 갖습니다. 반사성과 투명성입니다. 이 특성에 따라 예방법은 달라집니다. 투명한 특성으로 문제가 일어난다면 어디라도 문양을 넣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사가 문제라면 가급적 유리 바깥 면에 뭔가 조치해야 합니다. 반사는 제일 바깥 면에서 일어나고 새들은 밖에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높이
새들은 높이 날기에 대형빌딩에 영향을 많이 받을 거라 쉽게들 생각하곤 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안내서를 보면 12~18m 구간이 제일 취약한 높이라고 합니다. 도심 가로수가 대개 이 높이까지 자라기 때문입니다. 즉 4층 이하 낮은 건물에서 충돌이 많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 4층 이하 건물은 약 690만 채로 전체 건물 중 94%가량을 차지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물론 고층 빌딩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인천 송도와 같이 인근에 갯벌이 있어 봄과 가을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수많은 조류들이 거쳐 가는 지역에 위치한 고층 빌딩은 그렇지 않은 지역의 빌딩보다 영향이 훨씬 큽니다. 한 예로 2017년 미국 텍사스의 한 고층빌딩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거의 400여 마리의 새가 죽은 적도 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비행하던 새들은 낮게 날 수밖에 없었고, 빌딩의 조명이 새들을 현혹한 것입니다. 이동 경로에 위치한 고층 빌딩의 인공조명은 엄청난 수의 이주성 조류를 죽일 수 있습니다.
▲ 송도의 고층빌딩들. 야간조명이 특히 새들에게 위험하다. ⓒ 셔터스톡
방음벽도 반드시 크고 거대한 것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지방도와 국도 확장에 따라 1~2단의 낮은 투명 방음벽이 도처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더 길게 설치할 수 있기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날아다니는 새들로서는 하단의 콘크리트 부위만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낮게 비행하는 조류들, 예들 들면 지빠귀류나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물총새, 참새들에게는 낮은 방음벽이라 할지라도 큰 위협이 됩니다.
건축물의 위치
건축물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는 조류 서식밀도가 워낙 낮기에 충돌사고는 많지 않지만, 시골의 펜션이나 단독주택, 통창을 가진 카페 등은 단일 건물로서는 가장 많은 조류를 죽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캐나다 연구에 따르면 조류 먹이통이 있는 시골집에서는 연간 3.1마리가 죽는데, 먹이통이 없는 도심 건물에서는 0.1~0.4마리가 영향을 받습니다. 숲 안에 들어선 유리 온실은 실로 죽음의 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멕시코나 싱가포르 연구에 따르면 건물 주위에 식생이 잘 발달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합니다. 물론 도심 건축물의 수가 시골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 숲 안에 들어선 유리온실은 새들의 무덤이라 불러도 된다. ⓒ 픽사베이
인공 조명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조명 문제입니다. 특히 광공해는 이주성 조류, 즉 철새나 도요새와 같은 나그네새에게 치명적 문제를 낳습니다. 대부분 조류 유리 충돌사고가 대낮에 발생하지만 야간 조명 역시 조류 충돌사고에 한몫합니다.
충돌사고로 많이 죽는 참새 같은 명조류는 대부분 한낮에 활발히 활동하므로 다양한 색상과 밝은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이주성 조류는 주로 밤에도 바다를 건너 장거리 이동을 합니다. 이들은 야간 시력이 좋지 않거니와 매우 힘든 여정을 보냅니다. 따라서 밤하늘에서 밝은 빛을 보면 그쪽으로 날아와 머무르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미 100년 전에 아일랜드 조류학자 찰스 패튼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엄청난 수의 철새 떼가 등대를 향해 날아오다가 등대 창문에 충돌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인공조명이 흔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죠. 이렇게 모여든 새들은 유리라는 투명 벽을 만나 충돌합니다. 특히 안개나 구름이 자욱한 날에는 고공 야간비행이 어렵기에 지상부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이때 도심지 불빛에 영향받으며 많은 새들이 유리에 충돌하게 됩니다.
▲ 유리창에 희생되는 조류 이동성 특성. 우리나라에서는 텃새들의 피해가 심하다. ⓒ 김영준
새들에게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자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방안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설치된 유리 구조물을 모두 떼어 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 인식의 출발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새들에게 여기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새들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은 없노라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그 기준이 5×10 규칙입니다. 위아래로 5㎝ 또는 좌우로 10㎝ 이내 간격으로 무늬를 넣으면 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보다 작은 공간은 새들이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 숲 안에 사는 새들은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위 아래 5㎝ 이하 간격이 필요하다. ⓒ 김영준
▲ 날개를 펼치고서는 날아갈 수 없는 공간인 좌우 10㎝ 이내의 간격이 중요하다. ⓒ 김영준
새롭게 짓는 건축물은 유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유리를 효과적으로 가리면 됩니다. 계획단계에서 조류 친화적 설계를 하는 것이라면 바로 디자인 요소가 되겠지요. 깍두기 형식을 벗어나 예술적 요소를 넣는 것이 건축미라는 측면에서도 멋집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습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전태일기념관도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전면 파사드(façade)에 새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열사의 편지글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이런 양식의 건축 외관 디자인도 충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전태일기념관 건물 전면 디자인도 조류 충돌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 김영준
만약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충돌 예방효과가 있는 유리를 사용합니다. 경험상 건물은 반사성이 주요 문제고, 방음벽이나 유리 난간, 버스정류장 등은 투명성이 문제입니다. 유리의 반사성을 막을 수 있는 에칭 유리나 프리트 문양 등을 인쇄한 유리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접합유리는 유리 내부에 세라믹 인쇄를 하여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5×10 규칙에 따라 다양한 문양을 선택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급적 두 가지 색상이 들어간 문양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보통 검정과 주황색의 배합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색유리나 유리블록을 사용하여 건물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 자외선 반사 무늬 유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검정과 주황색 대비의 도트 문양. 어두운 배경에서는 주황색이 도드라져 유리를 알릴 수 있다. ⓒ 김영준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유리에 뭔가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티커가 될 수도 있고, 필름이나 스프레이, 아크릴 물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우 많은 제품이 개발되어 있어 다양한 예산 범주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아크릴 물감 점찍기와 같이 집에서 직접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10㎝ 간격으로 낙하산 줄(뻣뻣해서 잘 꼬이지 않습니다)을 매달 수도 있고, 유리창 앞에 굵은 그물을 매달 수도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봐서 보인다면 새들도 피해갑니다.
▲ 유리 블록을 활용한 건물의 미적 요소. 굳이 투명할 필요가 있을까? ⓒ 픽사베이
그럼 아파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는 투명 방음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층 거주민의 조망권과 소음 차단을 위해 투명하게 만듭니다. 이때도 충돌을 줄일 수 있는 무늬유리로 방음벽을 만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각 층의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4층 이하의 저층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층 유리는 반드시 저감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고층의 경우 개인이 유리 바깥 면에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수직 블라인드 등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나마 집에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죠.
이 밖에도 유리 난간이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와 같은 유리 구조물도 완전한 투명성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예술적 요소를 살리며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 제주도 탐라교육원 앞 버스정류장. 이렇게 새들은 안전해질 수 있다. ⓒ 김윤전
투명 방음벽은 기존 방음벽과 신규 또는 갱신 방음벽을 나눠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존 투명 방음벽에는 어쩔 수 없이 내구 기간이 한정적인 제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즉 테이프나 필름을 활용한 방법이 되겠지요. 다만 높은 방음벽이 많은 이상 재료비보다 시공비가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소 비싸다 하더라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효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입니다.
신규 투명 방음벽이라면 우선 반드시 투명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의 조망권이나 영농을 위해서 혹은 도로 위의 눈을 녹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투명 벽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투명 벽을 써야 할 목적이 명확하다면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무늬가 들어간 투명판을 사용해야 합니다.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 투명 방음벽에 시공한 도트형 테이프 ⓒ 김영준
▲ 도트형 테이프 시공 구역(남측)은 215일간 단 두 마리만 희생되었으나 미시공 구역(북측)은 현재도 희생되고 있다. ⓒ 김영준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해
야생조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감소 추세를 이어왔습니다. 주된 위협은 서식지 소실과 파괴, 파편화가 첫 번째고 다음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와 같은 저독성 농약, 들고양이 피해 그리고 유리창 등을 꼽습니다. 지난 50년간 북미 지역에서 번식하는 조류 30%가 감소했다는 보고는 충격적입니다. 기후위기로 그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추정도 이어집니다. 야생조류는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따라서 공공재 보전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2019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막고자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현재 전국 27개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2021년 3월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이라는 행정규칙을 변경해 야생조류 충돌 예방 문양의 삽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벌칙조항은 없어 이를 어긴다고 하여 다른 제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 법률이 개정되어 왔습니다. 최종적으로 2022년 5월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23년 6월부터 시행합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기관 등이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하였죠. 다만 기존 인공구조물에는 실태조사를 해서, 피해가 심각하다면 시정요청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많은 건축물을 매일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법적 장치가 정비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 증진일 것입니다. 공공건축물 3%를 제외한 건축물은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남아있으니까요. 일반인이 직접 사유건물에 저감 또는 예방조치를 하려면 비용이 들고 투명한 경관이 사라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공공재 보전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중요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지원책은 법적 근거를 가질 때 장기적 대안이 됩니다. 따라서 사유 건물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며, 지역 언론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대형 건축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사회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회사 이익을 담보로 사회 공공재를 해칠 수 없을뿐더러, 희생자는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 구성체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전히 시민참여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문제를 전문조사원이 관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을 통해 충돌사고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2년이 넘게 허덕이는 요즘, 인수 공통 감염병 중 야생동물로부터 넘어오는 질병이 60%를 넘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 닿습니다. 생물다양성 감소 때문에 특정 종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야생의 질병이 인간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경고는 이미 1980년대부터 있어왔습니다. '공존'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에 앞서, 새를 살리자는 구호 이전에, 새를 죽이지 말자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오마이뉴스
호주 뒤덮은 2억마리 토끼…"160년전 외래종 24마리가 번식“
환경·유전 요인 겹쳐 폭증, 생태계 황폐화…"바이오안보 필요"
호주 뒤덮은 2억마리 토끼…"160년전 외래종 24마리가 번식"
영국에서 태어나 식민지 호주에 정착한 목축업자 토머스 오스틴은 1859년 모국에서 토끼 24마리를 사냥용으로 들여왔다.
멜버른 땅에 풀어놓은 토끼들은 3년 만에 수천 마리로 불어나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을 이어갔고, 160여 년이 지난 현재는 호주에 서식하는 야생토끼 개체 수가 약 2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조엘 알베스 옥스퍼드대 연구원 등 연구진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호주의 기존 생태계를 파멸시키다시피 한 외래종 토끼의 번성 과정을 유전학적으로 추적했다.
연구진은 "유럽산 토끼가 호주에서 대량 서식하게 된 것은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파괴적인 외래종 침략 사건"이라며 "외래종 침략은 환경과 경제를 파괴하는 중대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문헌을 살펴보면 1788년 시드니 항에 당도한 영국 함대와 함께 5마리의 토끼가 호주 땅을 밟았고, 이후 약 70년에 걸쳐 최소 90차례 이상 유럽산 토끼 종이 수입돼 일부 지역에 서식하게 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호주 전역을 뒤덮다시피 하는 야생토끼는 거의 대부분이 오스틴이 들여온 24마리에서 번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단 한 번의 사건이 호주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촉발했다"며 "호주 내 환경 변화도 이런 침투를 용이하게 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전적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에 살던 토끼 종들은 온순한 성격과 늘어진 귀, 화려한 색의 털 등 가축화된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반면 오스틴이 들여온 토끼들은 포식자를 회피할 수 있는 야생종의 유전적 특성을 잃지 않았던 덕에 호주 대륙의 거친 들판에서 뛰어난 생명력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 한 명의 행동이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려면 엄격한 '바이오 안보'(Biosecurity·지역 간 생물 이동 제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초원을 황폐화하는 토끼 떼에 골머리를 앓아온 호주 당국은 여우와 같은 천적을 들여오거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등 방식으로 박멸을 시도하는 '토끼와의 전쟁'을 벌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연합뉴스
‘매립장의 변신’ 대구수목원에 고라니 등 야생동물 내달 첫 방사
구조·치료 동물들 110여마리
2002년 5월 국내 첫 공립수목원으로 문을 연 대구수목원. 대구시 제공© 경향신문
대구시는 지역 대표 관광지인 대구수목원(사진)에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방사한다고 25일 밝혔다. 자연에서 다친 채 구조된 후 치료와 재활 과정을 거친 동물 등이 대상이다.
대구시는 오는 10월14일 고라니와 노루 등 야생동물 10여마리와 꿩·다람쥐 등 100여마리를 수목원에 놓아줄 계획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수목원 주변 동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동물 종류와 적정 개체 수를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치료·구조센터의 여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대구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자연 속에 머물다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지는 개체 중에서 수목원의 환경과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방사할 예정”이라면서 “수목원에는 숲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야생동물이 자연에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구시는 야생동물 서식 밀도 등을 파악해 1년에 2차례(4·10월) 방사할 예정이다.
대구수목원은 쓰레기매립장이었던 공간 위에 들어섰다. 국내 첫 사례다. 수목원 터에는 1986~1990년 생활쓰레기 약 410만t이 매립돼 수년간 방치됐다. 이를 수목원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져 1997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02년 5월 한국 제1호 공립수목원으로 문을 열었다.
2016년부터는 5년간 확장공사도 진행됐다. 현재 면적 78만1279㎡에 멸종위기 야생식물 22종을 비롯한 1750여종의 다양한 식물과 산림자원이 자생하고 있다. 예산은 국비 56억원 등 339억원이 투입됐다.
대구수목원은 지난해 ‘대구관광실태조사’ 결과 대구 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꼽혔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인 202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00만명 이상의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2017~2019년에는 매년 160만명이 수목원을 찾았다.
이와 별도로 대구시는 2024년까지 동구 신서혁신도시 인근에 제2수목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제2수목원은 혁신도시 부근 괴전·숙천·사복동 일대 45만4500㎡ 규모로 들어선다.
대구시는 팔공산 산림유전자원을 보존하는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생태적, 산지형 공간으로 새로운 수목원을 꾸밀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연경관 관광명소인 대구수목원이 식물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생태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부산시, 박형준 시장 공약 비판한 부산MBC에 소송 제기
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 ‘15분 도시 부산’ 공약 비판한 부산MBC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에 편파적 왜곡보도라며 반론보도 청구 소송 제기
https://www.youtube.com/watch?v=vaVs0D7bh18&t=37s
부산광역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 도시 부산’ 공약을 비판한 부산MBC 시사 TV프로그램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에 편파적인 왜곡보도라며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시장의 핵심 사업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굴하지 않고 비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28일과 5월 5일에 방송된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2부작은 출연자들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막바지의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기존 공약을 살펴보고 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은 15분 도시의 핵심 요소인 생태성과 상충하는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 ‘15분 도시 부산’의 기본 계획이 완성되기도 전에 홍보성 사업에 2억여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 점, 당시 공약 계획에 없었던 구군과 시비 예산을 합쳐 16건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총 1240억 원 규모의 정책 공모 사업을 급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책정이 안되어있는 상황에서 지역개발기금에서 66억 원의 예산을 무리하게 확보한 점 등을 지적했다.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이 나간 후 5월 10일 부산시는 ‘15분 도시 부산’에 대한 출연자 발언 16가지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부산MBC는 부산시장이나 부산시 담당공무원이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해 15분 도시에 대해 후속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부산시가 이를 거절했다. 언론중재위는 6월 16일 ‘조정 불성립’ 결론을 내렸다.
부산시는 6월29일 부산지방법원에 부산MBC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소장에서 “정책을 본격화 해 나가야 할 시기에 정책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의 확대·재생산 및 부정적인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자막을 띄워놓은 상태에서 프로그램 진행자가 A4용지 3장 분량의 반론보도문을 직접 낭독하라고 요구하며,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에는 저녁 8시 뉴스 프로그램에서 같은 형태로 반론보도문을 낭독하라고 요구했다. 이행하지 않을 시 매일 5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물리겠다고도 명시했다.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부산MBC 빅벙커 제작진은 25일 미디어오늘에 “부산시가 해당 방송에 대한 반론권 요구가 아니라 시장의 핵심 사업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제작진은 이에 굴하지 않고 15분 도시 정책을 비롯해 부산 시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핵심 역할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 이번 소송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라고 했다.
한국PD연합회 부산지부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제작진은 부산시 담당공무원 혹은 부산시장이 직접 출연해 15분 도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여러 차례 밝히는 등 반론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부산시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는 비판을 시도하는 지역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시도”라고 했다.
이어 “시장의 핵심 공약이자 적어도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될 정책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부산시의 태도가 우려스럽다”며 “핵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정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부산시의 이번 소송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5월 5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2부 방송화면 갈무리.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25일 “부산시에서 문제제기한 방송은 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박 후보의 핵심공약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었다”며 “이런식으로 민사소송을 청구하는 것은 핵심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다. 가능한 시에서 소송을 취소하고, 공론장 영역에서 토론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 ‘15분 도시기획팀’ 관계자는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묻자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며 “방송사측에서 데이터를 무시하고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며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가 완전히 잘못됐기 때문에, 핵심적인 부분만 줄여서 부산시 입장을 표현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론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사프로그램은 양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반영해야 하고, 공평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끔 동일하게 패널들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빅벙커는) 비판적인 패널로만 참석자를 제한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하지 않았다)”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세계적 맥주 생산 중단 이유가..
가뭄으로 일상이 파괴된 멕시코
"얼마나 달콤한 더위인가!"
수년 전, 섭씨 영상 40도를 훌쩍 넘어선 멕시코 북부 도시 몬테레이(Monterrey)에서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사람의 체온을 훌쩍 넘어선 더위를 두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없는 택시 안에서 불평하는 나에게 돌아온 말이었다. 처음엔 내가 더위를 먹어 헛소리를 들은 줄 알았다. 아니, 영상 40도의 끈적거리는 더위 앞에 '달콤한'이라는 수식어라니.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그 뒷말을 듣고 나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 문법 상 모든 수식어는 뒤쪽으로 오는 법칙에 따라 '달콤한 더위' 뒤에 이어진 말은 '맥주를 마시기에'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섭씨 영상 40도를 넘어서지만 맥주를 마시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던 것이다. 이런 날일수록 맥주는 한없이 달아진다는 것이었다.
▲ 멕시코 여느 가게들에서 맥주를 시원하게 보관하는 방법. 맥주 위에 얼음을 가득 부어 냉장 효과를 대신한다. ⓒ 림수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더운 날씨에도 어김없이 작동하는 멕시코 사람들 특유의 무한긍정이 조금은 얄밉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날 이후 덥다 싶으면 택시기사로부터 들었던 '달콤한 더위'라는 말이 주문처럼 살아나 나를 위로해줬다. 물론, 얼음에 쟁여진 맥주와 함께 말이다.
맥주 생산 중단
다행히, 멕시코는 맥주가 맛있는 나라다.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맥주 시장의 30%를 점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까지 투명한 병에 담긴 황금색 '코로나 맥주'가 닿을 수 있었으리라. 라임 혹은 레몬을 곁들이고 굵은 소금 한 꼬집을 뿌려 마시는 멕시코인들의 습관까지 우리나라에 전파되어 유행을 타기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장 강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맥주가 바로, 멕시코의 코로나 맥주다.
▲ 멕시코는 맥주가 맛있는 나라다. 라임 혹은 레몬을 곁들이고 굵은 소금 한 꼬집을 뿌려 마시는 멕시코인들의 습관까지 우리나라에 전파되어 유행을 타기도 했다. ⓒ 림수진
멕시코 사람들의 맥주 사랑은 지극하다. 물론,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 떼낄라(Tequila)가 있긴 하지만 성공적인 해외 마케팅에 힘입어 정작 멕시코 내에서는 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술이 되어버렸다. 포도주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맥주라면 계층과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접근이 쉽다. 맥주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한 것은 355ml 한 병 당 약 500원 미만으로도 구할 수 있다. 그나마 이런 맥주가 있어 힘든 일에 지친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서민들이 잠깐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이겠으나, 멕시코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높이 나오는 이유가 당장 손에 맥주 한 병 들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행복이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최근, 서민들의 술 맥주 생산에 큰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멕시코 맥주 생산의 메카인 북부 도시 몬테레이에서 더 이상 맥주 생산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이 생산중단을 권고하였고, 멕시코 맥주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모델로 그룹(Grupo Modelo,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과 하이네켄 콰우테모크 목테수마(Heineken Cuauhtémoc Moctezuma) 두 회사가 이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충격적인 뉴스였다. 130년 이상 멕시코의 대표적인 맥주 생산 기지였던 몬테레이에서 더 이상 맥주가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니,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멕시코 맥주 생산의 대표 주자인 두 개 기업이 맥주의 상징 도시인 몬테레이에서 더 이상 맥주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불과 2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 맥주 생산이 중단되면서 파생된 혼란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 : 화장지는 됐고, 맥주를 달라 http://omn.kr/1nxno).
▲ 투명한 병에 황금빛으로 담긴 코로나 맥주. 세계 어디서나 인기가 좋다. 물론, 멕시코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축에 들어 인기가 좋은 편이다. 레몬 혹은 라임을 곁들이고 굵은 소금 몇 알갱이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시기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판매가 급감하였다. ⓒ 코로나맥주 페이스북
이를 의식하여 정부는 연일 시민들을 상대로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맥주 생산 기지를 이전할 뿐, 맥주 생산을 중단하진 않겠다는 내용이다. 지난주에도 대통령은 정례기자회견 자리에서 몬테레이에서 중단된 맥주 생산은 멕시코의 남동부 지역으로 이전해 계속될 것이며 정부는 이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맥주 파동을 염려하는 국민들을 달랬다.
'물맛이 좋아야 술 맛이 좋다'는 통설은 이곳 멕시코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맥주도 그렇고 코카콜라도 그렇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이 두 가지가 유난히 맛있는 이유는 공장이 들어선 곳의 물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멕시코 사람들은 굳건히 믿고 있다. 심지어 오래전 미국으로 간 멕시코인들이 맥주와 콜라를 사러 멕시코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공장을 이전하겠다 하니, 그것도 갑작스레 그러겠다 하니, 사람들 마음이 심란할 수밖에 없다. 일부 가게에선 벌써 맥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먹을 물도 없다
130년 이상 맥주 생산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던 몬테레이에서 맥주 생산이 중단되는데 따른 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물 부족'이다. 멕시코 최대 공업도시인 몬테레이가 지난 6월부터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당분간 해결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서 결국 맥주와 청량음료 생산 중단 조치가 나온 것이다.
▲ 몬테레이와 주변 도시들에 생활 용수를 공급해주던 Cerro Prieto 댐은 계속된 가뭄으로 저수율이 2%로 내려갔다. ⓒ Reforma 뉴스
상황은 심각하다. 검색 창에 몬테레이 도시 이름과 가뭄이란 말을 조합하여 넣으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그 바닥에 주저앉은 배, 마른 풀숲 한 복판에 있는 수상가옥, 급수차에 온갖 통을 들고 몰려든 사람들, 문 닫힌 학교 등의 이미지가 올라온다. 사나흘에 한 번씩 들어오던 물은 제한급수의 간격을 점점 넓히다가 급기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기약 없는 안녕을 고하고 말았다.
주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상수원이 소진되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제로의 날'을 선포했다. 몬테레이와 주변 권역의 5백만 인구가 쓰고 마시는 상수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주변에 세 개의 댐이 있지만 각각 저수율이 5% 미만으로 더 이상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부자들이야 각 가정에 어떻게든 물 저장탱크를 갖추고 그 곳을 통해 자체 급수하며 버티고 있지만, 서민들은 섭씨 영상 40도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 제한 급수를 견디고 있다. 그야말로 가혹한 삶의 연속이다. 차라리 홍수가 나더라도 허리케인이 한 번 와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간절하다. 정부 역시 허리케인이 아니고서는 당장 해결 방법 없음을 시인했다.
▲ 오랜 시간 제한급수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이동식 급수차가 도착하자 각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통을 들고 급수차 주변으로 줄을 서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제한급수에 화가 난 주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 El Pais 뉴스
물 부족은 겨우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에서 벗어나 정상화를 향해가는 학교 교육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장실에서 쓸 수 있는 물이 사라지자 그나마 화장실을 쓸 수 있는 주변 학교로 학생들을 분산하다 그 마저 한계에 달한 듯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등교 시 각자 1리터의 생활용수를 들고 올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제한급수가 이어지면서 한계에 닿았고, 결국 수많은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곧 개학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가 없으니 교육 당국은 다시 비대면 수업으로의 회귀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뭄, 산불의 악순환... 두려운 변화
작금, 이 고통의 이유는 분명하다. '기후위기'다. 수년 간 강수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라니냐(La Niña)' 현상이 3년 이상 멕시코 북부 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뭄이 가속화되었다. 산불도 잦아졌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정부와 여론은 재난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근간에 '기후위기'가 있음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어디 멕시코뿐이겠는가. 지구 전체가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어찌 보면 정부 입장에선 가장 안전하고 쉬운 결론일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몬테레이라는 도시와 그 권역에 가뭄 피해가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 앞에 기후위기 너머의 또 다른 이유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지역은 지난 20년간 인구가 50% 이상 증가했고 대규모 산업 시설들이 빠른 속도로 집중되었다. 한국 국적의 자동차 산업 시설도 이곳에 터를 잡았으니 제법 규모가 큰 한인 타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시 성장은 물 소비와 항상 축을 함께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 도시가 직면한 어려움의 이유를 온전히 기후위기로만 돌리기엔 염치가 없다.
▲ Cerro Prieto 댐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채 드러나 있다. 그 위에 놓인 온도계는 물이 말라버린 댐 바닥의 기온이 섭씨 영상 50도를 훌쩍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 Reforma 뉴스
'물 부족'을 둘러싼 반갑지 않은 변화들이 비단 대규모 도시나 산업단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온전히 농업에 기반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마을도 이미 오래 전부터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리 마을은 건기와 우기가 매우 뚜렷하게 나뉘는 곳이다. 두 계절이 일 년의 절반씩을 차지하기에 우기에 충분한 물을 저장해 둬야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를 견딜 수 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우기의 시작이 점점 늦어진다. 마을 모두의 걱정이다.
대략 6월경 비가 내리면 메말랐던 대지가 온통 초록으로 변하고 마른 풀만 먹던 소와 말과 양들이 이제 막 돋아나는 연한 풀을 먹으면서 건기보다 훨씬 많은 우유를 내준다. 그러면 마을 치즈가게들은 넘쳐나는 우유와 치즈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격세일을 시작하는데, 올핸 6월까지도 건기의 막바지가 이어지면서 우유를 내어주는 짐승들과 치즈를 먹어야 하는 마을 사람들이 같이 힘든 시절을 보냈다.
서서히 다가오지만, 분명 두려운 변화다. 마을을 둘러 싼 사탕수수 밭들도 오직 천수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강수량에 따라 작황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이 비를 '금'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용수도 마을 공동 관정에서 하루걸러 한 번씩, 그것도 한 번에 약 두 시간 정도 내려주는 물을 받아쓰는데 혹여 올해 비가 적으면 내년 물 사정이 어려워질까 걱정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늦게 시작된 우기임에도 꾸준히 비가 내려준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세상은 다시 초록으로 돌아왔다. 소들은 살을 찌우며 우유를 내줄 것이고, 사탕수수는 쑥쑥 자랄 것이고, 옥수수는 연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비가 곧 생명이고 돈이다.
▲ 반년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를 지나 우기가 시작되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생기를 얻는다. 말과 소와 양은 매일 신선한 풀을 먹고 풍성한 우유를 내어준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우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 림수진
이른 아침 길에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은 항상 간 밤 내린 비에 대한 감사로 인사를 대신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 비 어땠어요?" 매일 내리는 비지만, 소중하고 자세하게 서로의 감흥을 묻는다. 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밴 습관적 의례다. 부디, 이 마음의 감사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오마이뉴스 림수진(rhimsu)
다대포서 뇌 질환 유발 독성물질 국내 첫 검출
환경단체 ‘녹조 조사단’ 조사 결과
노인성 치매등 유발 BMAA 발견
녹조가 미생물 등과 반응해 생성
낙동강 녹조, 해수욕장까지 확산
시민 안전 위해 전면 실태조사 촉구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 파장이 인다. 25일 오후 다대포해수욕장이 낙동강 녹조 영향으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최근 낙동강 전역을 뒤덮은 녹조로 부산시민의 식수원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 파장이 인다. 낙동강 물이 수돗물, 농작물 등의 형태로 실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관계기관들이 독성물질 실태조사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하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신경독성물질인 BMAA(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가 검출됐다. BMAA는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치매,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조사단 측은 “지난 12일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샘플을 채취한 결과 1.116μg/L 상당의 BMAA가 발견됐다”면서 “국내에서 신경독소인 BMAA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샘플 채취 시점인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청은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가 다량 발견되자 사흘간 해수욕장 입욕을 금지했다. 녹조 영향으로 다대포해수욕장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는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환경단체는 유해 남조류가 질소, 토양미생물 등과 반응해 형성되는 BMAA의 특성상 다대포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낙동강 다른 지점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의 경우 BMAA로 인한 질병 의심 사례가 많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녹조 독소의 경우 음용, 피부 접촉뿐만 아니라 에어로졸, 오염된 농작물 섭취 등을 통해서도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위험성이 매우 심각한 만큼 즉각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이 해수욕장까지 번진 것은 낙동강 녹조사태가 하류권 전역을 덮친 것이라면서 기존에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 말고도 다른 독성물질들이 새롭게 검출되는 만큼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 행사에는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조사단은 이달 초부터 낙동강 본류와 경남 양산시 지역 논, 다대포해수욕장 등지에서 샘플 31개를 채취해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팀과 함께 분석을 진행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환경부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에 대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독극물이 흐르는 낙동강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불쌍한 북극곰들... 이렇게 죽어간다
2016년 추산으로 북극에 살고 있는 북극곰은 2만 6000마리이다. 북극해에서 얼음이 사라지는 것이 기정사실이어서 21세기 내내 우리는 이 2만 6000마리 북극곰과 그 후손의 익사와 아사, 그리고 멸종을 지켜보아야 한다.
해빙 시점이 점점 더 빨라지고, 얼음이 다시 어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북극곰이 남아 있는 얼음과 얼음 사이, 얼음과 육지 사이를 헤엄쳐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난다. 장거리 수영이 가능한 북극곰이지만 수영은 걷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한다.[1]
▲ 북극곰이 장시간 수영하면 그 시간에 전혀 쉬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지질조사국
새끼 북극곰에겐 더 큰 시련이 된다. 지금보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은 2004~2009년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새끼를 데리고 긴 거리를 수영해 이동한 어미 북극곰 11마리 중 5마리가 새끼를 잃었다. 새끼 북극곰은 몸집이 작기 때문에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고 축적해 놓은 지방이 적어 부력 부족으로 익사할 위험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영 중에는 먹이를 먹을 수 없고 엄마를 따라가려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탈진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어른 북극곰이라 하여도 폭풍이 몰아치면 익사할 위험이 커진다. 평소 바닷속에서 유영할 때 북극곰은 콧구멍을 닫아 물이 폐로 들어가는 걸 막지만 어류가 아닌 이상 폭풍 속에서 무한정으로 콧구멍을 닫고 지낼 순 없다.[2]
익사와 함께 아사 또한 북극곰이 직면한 심각한 위험이고 위험은 나날이 커진다. 매년 여름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캐나다 내해인 허드슨만의 북극곰들은 육지 쪽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육지에 머무는 3개월 동안 북극곰의 주 먹이이자 에너지 함량이 높은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바다물범을 사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극곰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다 얼음에 나 있는 바다표범의 원뿔 모양 숨구멍 위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사냥 전술을 쓴다. 바다표범이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떠 오르면 북극곰은 뒷다리로 선 채로 앞발로 바다표범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킨다. 그러곤 바다표범의 목을 물어 다른 곳으로 끌고 가 먹는다. 북극곰의 이러한 사냥 전술은 다른 사냥 방법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의 해빙(海氷)이 녹으면서 북극곰은 적절한 사냥터를 확보하지 못해 더 많이 이동하는데, 해빙 기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 그럴수록 몸무게를 더 많이 잃게 된다. 그러면서 근육을 잃어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해빙 기간 허드슨만의 북극곰들은 축적한 지방으로 생존한다.[3]
미국 지질조사국은 2018년 4월 알래스카 앞바다의 보퍼트해에서 9마리의 암컷 북극곰을 관찰했다. 관찰한 10일 동안 북극곰은 약 35%의 시간을 활동에 썼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했다. 북극곰은 하루에 1만 2325 칼로리를 소모했는데, 상당 부분이 축적한 체내 지방에서 나왔다. 이전 연구의 예상보다 약 60% 더 많은 수치이며 그 사이 체중이 10% 이상 줄었다. 관찰 대상 9마리 중 4마리가 바다표범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4]
▲ 흰기러기ⓒ 미국지질조사국
해빙이 불안정해 육지로 이동한 북극곰은 바다표범을 사냥할 기회가 거의 없어 더 굶주린다. 이때 몇몇 북극곰은 새의 알과 베리 같은 육지의 음식을 먹기도 한다. 흰기러기를 비롯한 철새들은 5월 말경에 북극의 번식지에 도착해 8월까지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 무렵은 북극곰들이 바다 얼음을 벗어나 육지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절반 정도 발달하거나 부화에 가까운 알은 북극곰이 허기를 면하기 위해 취하는 육지 음식이지만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 흰기러기 둥지에는 4~5개의 알이 있고 한 개의 알은 일반적인 계란의 두 배 크기이며 칼로리가 4~5배 높다. 북극곰이 바다표범 한 마리만큼의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약 88개의 흰기러기알을 구해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 얼음이 계속해서 녹는다면 북극에서 북극곰의 익사와 아사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흰기러기 같은 철새의 번식도 난관에 봉착한다. 해빙 기간이 길어져 북극곰이 육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둥지 속 알이 점점 더 자주 북극곰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5]
북극곰 멸종 시나리오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2013년 발표된 한 논문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배출 시나리오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바탕으로 허드슨만의 바다 얼음 상태를 예측해 21세기 북극곰의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다. 온실가스 방출에 따른 6가지 시나리오 중 B1(저배출), A1B(중배출), A2(고배출) 시나리오가 사용되었다. 연구팀은 우선 세 시나리오에 따라 2100년까지 한 세기 허드슨만의 해빙 시점, 해빙 기간, 봄의 해빙 농도를 예측했다.
▲ 서쪽 허드슨만의 해빙 시점과 해빙 기간 예측 그래프ⓒ Castro de la Guardia,
▲ 허드슨만 봄의 해빙 농도 예측 그래프. 봄의 해빙 농도는 3월 1일부터 5월 31일의 해빙 농도의 평균 값이다. 해빙 시점은 서쪽 허드슨만의 해빙 농도가 50% 이상을 기록한 마지막 날이다. 해빙 기간은 허드슨만의 해빙이 녹기 시작하는 시점과 해빙이 다시 얼기 시작할 때 농도가 10%를 통과하는 시점 사이를 의미한다. 해빙 농도 50%와 10%는 각각 북극곰이 육지와 바다로 이동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Castro de la Guardia, L.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2000년과 같은 수준으로 2100년까지 유지되는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2090년부터 2099년까지 해빙 기간은 B1 시나리오에서 약 4.5(2.5)주 더 길어지는 것으로 예측된다. A1B 시나리오에서는 10.2(4.4)주, A2 시나리오는 18.7(3.2)주 더 지속된다. 마찬가지로 해빙 시점은 기준 시나리오보다 B1 시나리오에서 2.5(1.9)주, A1B 시나리오에서 3.9(2.1)주, A2 시나리오에서 10.2(1.0)주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됐다.
▲ 허드슨만의 봄의 얼음 바다 얼음 농도 예측 그림ⓒ Castro de la Guardia, L.
A2 시나리오에서 2060년 이후, A1B 시나리오에서 2080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는 해빙 농도는 북극곰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고 육지로 이동해 있는 동안의 영양결핍에 의한 스트레스를 높인다. 북극곰은 해빙의 농도가 50% 이하가 되면 사냥이 어렵기 때문에 육지로 이동한다. A1B와 A2 시나리오에서 2100년에 근접할수록 서쪽 허드슨만에서 봄에 북극곰이 살아갈 해빙이 거의 사라진다. 봄의 북극 바다에 얼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북극곰은 멸종의 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1987~2004년 서쪽 허드슨만 북극곰 개체수가 약 22% 감소했는데 그 시기에 해빙 기간은 약 2주 길어졌고 해빙 시점은 약 5~10일 빨라졌을 뿐이다. 만약 A1B 또는 A2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2100년이 되기 전에 서쪽 허드슨만에서 북극곰을 볼 수 없게 된다.[6]
남극의 펭귄도 마찬가지
해빙이 감소하면서 펭귄의 개체수도 감소한다. 남극 해빙이 줄어든 기간이 길었던 1970년대 후반엔 황제펭귄의 생존율이 약 50%나 떨어졌다. 서남극 빙상과 남극 반도 전역에서 겨울의 기온이 상승하고 해빙 넓이가 감소하면서 펭귄 생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황제펭귄의 미래는 지구 온도가 얼마나 상승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표면 평균 온도 상승을 1.5°C 내로 막는다 하여도 황제 펭귄의 약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고, 나머지 3분의 2는 준 멸종 상태에 처하게 된다. 만약 온도가 4°C 상승하면 현재 개체수의 92%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7]
▲ 엘리펀트섬에 있는 턱끈펭귄ⓒ greenpeace
2020년 그린피스 탐험대는 남극에서 턱끈펭귄 개체수를 조사했다. 턱을 가로지르는 얇은 검은 끈 무늬로 인해 턱끈펭귄이라고 불리는 이 종은 남극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펭귄이다.[8] 턱끈펭귄의 주요 서식지인 엘리펀트 섬에서 살아가는 32개 군집을 조사한 결과 1971년과 비교했을 때 모든 군집에서 개체수가 감소했으며 전체 개체 수는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77%까지 개체 수가 줄어든 군집도 발견되었다.[9]
해양 생태계 붕괴는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봄에 얼음이 녹아 생긴 차가운 극지방의 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완벽한 번식지가 된다. 북극이나 남극에서 기온이 내려가 바닷물이 얼면 해수면에 담수 얼음층이 생성된다. 해빙은 짠 바닷물이 언 것이지만 어는 과정에서 소금을 얼음 밖으로 밀어낸다. 따라서 해빙이 녹아 다시 바다로 돌아갈 때는 녹은 물이 담수층이 되어 더 무겁고 염분이 많은 물 위로 떠다니게 된다.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은 이 민물에 있는 영양소를 이용해 자라고 먹이사슬의 바탕이 된다.[10]
러시아 북쪽의 바렌츠해와 카라해에서 플랑크톤 대발생이 10년마다 위도 1도씩 북쪽으로 확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2018년에 발표됐다. 위성사진 등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때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을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인 순1차생산성이 2003년과 2013년 사이에 31% 상승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극의 바다 얼음이 지속적으로 녹으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자랄 수 있는 개빙 구역이 확장되고 있다. 만약 해빙이 계속 감소한다면 봄의 플랑크톤 대발생은 북쪽으로 더 이동할 것이고, 1차 생산성 또한 상승할 것이다. 1차생산성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태양에너지와 수분이기에 결국 플랑크톤 대발생이 언젠가는 북위 80도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먹이 그물에 미칠 영향을 아직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전체에 급격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데에는 같은 의견이다. 지역 동물과 그곳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북극 자원에 의존하는 이동 동물의 전 세계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11]
▲ 북극 해양 먹이 그물ⓒ oceansnorth
생물은 먹이 사슬로 이어져 있으며 이러한 관계는 생태계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혀 먹이 그물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극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모든 대양은 더 따뜻해지고 더 산성화한다. 수십억 명의 사람이 해양 동물로부터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기에 해양 생태계의 붕괴는 당연하게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1차 생산자 중 남조류라고도 하는 '남세균'은 '시아노톡신'과 같은 독성을 가지고 있다. 남세균이 단일 개체일 때는 1차 소비자인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을 수 있지만, 고온환경과 같은 유리한 환경에서 증식하여 수천, 수만 개의 단세포 세균체가 점액 물질에 싸여 뭉친 군체를 형성하게 되면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1차 소비자인 동물성 플랑크톤은 다른 1차 생산자를 먹게 돼 남세균이 아닌 다른 대부분의 조류는 개체수가 줄고 남세균은 더 증식한다.
남세균이 증식하면서 수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소비하여 물속의 pH를 상승시킨다. 즉 더 산성화한다. 대부분의 조류가 중성 pH에서 최적 증식이 일어나는 데 비해 남세균 즉 남조류는 산성화한 고온 수중환경에서 증식이 더 잘되어 결과적으로 남조류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12] 이에 따라 먹이사슬에서 그다음 단계에 공급되는 먹이가 줄어들어 전체 순환구조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변화하는 북극 해양 사운드스케이프
고래, 바다코끼리, 바다표범과 같은 북극 해양 동물은 청각이 예민하다. 북극 해양 동물에게 소리는 시각에 해당한다. 공기보다 물을 통해 훨씬 잘 전달되는 소리의 특성을 이용하여 해양 동물은 먼 거리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 북극의 해양 포유동물은 서로의 소리와 주변 환경의 여러 신호를 들으며 살아간다.[13]
북극고래는 번식기인 겨울이 되면 온종일 노래를 부르면서 짝짓기를 위한 구애 활동을 한다. 일각돌고래는 자신이 낸 소리의 반향 음파를 받아 앞에 있는 물체의 방향, 거리, 크기 등을 파악하는 반향정위를 한다. 바다코끼리의 어미와 새끼는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본다.[14]
기후변화와 북극의 해빙 손실은 북극의 사운드스케이프('소리'와 '환경'의 합성어)를 바꾼다. 먼저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에서 수중 소음이 증가한다. 해저 소리의 전달은 염분, 온도, 압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방식에 의해 달라진다. 소리 자체가 물속 분자를 압축하고 환원하는 압력파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물의 온도가 상승하면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음파가 더 빨리 이동하게 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담수가 바닷물과 섞이고 있으므로 그 주변 해수의 염도가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이탈리아 국립해양지구물리연구소(OGS)에 따르면 그린란드와 뉴퍼들랜드의 해저 소리의 평균 속도는 2100년까지 1.5% 이상 빨라진다. 이에 따라 고래 울음소리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져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15] 태풍 발생 빈도와 세기의 증가 또한 수중 소음을 증가시킨다.[16] 뿐만 아니라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운, 석유 시설을 포함한 기타 기반 시설이 소음을 가중한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없어진 자리는 북극항로 등 인간의 해상 활동과 관련된 소음으로 가득 채워지면서 해양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생존을 위협한다.[17] 수중 소음으로 인해 바다코끼리 어미와 새끼가 떨어졌을 때 소리 신호를 통해 서로를 찾기 어려워진다. 또한 과도한 소음은 흰돌고래의 귀 유모세포를 손상시킨다.[18]
남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남극의 바닷물이 거대한 빙하의 아래를 갉아먹으면서 담수가 바닷물의 염분 농도를 떨어뜨리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19]
▲ 해저 소음과 사운드스케이프ⓒ NOAA Fisheries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와 생태계의 변화는 세계 전체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종국에 모두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북극곰이 해빙을 떠나 육지에서 버티는 고육지책으로 멸종을 늦추고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이 도망칠 곳은 종국에 제한적이다.[20] 인간이 만든 풍경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완전히 없어지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정민주·이주현·현경주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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