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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2.8.1~8.6 2020년생 ‘평생 겪을 폭염’ 1960년생보다 12배 많다

by 이성근 2022. 8. 1.

 

네 건의 국내 기후소송미래세대 차별 아니라는 한국 정부

화석연료 기업에 보낸 기후변화 피해 고지서

성장주의 '아편' 먹고 사는 항공 산업의 이면

환경 전문 독립 언론, 르포르테르의 도전

광주가 대프리카이겼다대구와 다른, 습식사우나 폭염

고성에우주쓰레기' 중국 20톤 로켓 추락 중서울은 괜찮나 욕설까지대저대교 건설 갈등갈수록 격화

2020년생 평생 겪을 폭염’ 1960년생보다 12배 많다

상상 밖대홍수가 주고 간 교훈···필수적으로 기후위기고려해 복구해야

RE100 인증' 녹색 프리미엄, 기업 그린워싱 부추기나?

55보급창 이전 부지, 신선대로 결정

인류 멸종, 지구 재앙기후종말론은 사실일까?

낙동강 수질 최악녹조 독소 기준치 이상

민간정원

강물 수온까지 끌어 올린 무더위"원자로 가동 멈출 수도

국립산림과학원 "숲속 얼굴 표면온도 도심보다 2.8도 낮아

100살 편백나무 집단고사 전말사람의 발걸음이 죽였다

그 거대한 소금 호수기후변화와 인간이 37년 만에 반토막냈다

카리브해 덮친 해조류물고기 폐사하고 관광산업 울상

물의 나라' 네덜란드, 공식적으로 '물 부족' 선언

유엔 사무총장 화석연료 기업 부도덕초과이익 과세해야

맹꽁이딜레마에 빠진 제주

런던동물원에 악어 대신 악어 가죽백이 전시됐다

전 세계 풀뿌리 운동 에너지원 BTS 팬덤 아미 액티비즘

튤립과 얀 반 호이언

파리 대개조’, 매끈한 도시화가 지워버린 사람들

그저 푸르른 센강의 풍경? 마네의 그림에 담긴 씁쓸한 대반전

전 세계 조경 전문가들의 축제, 58차 세계조경가대회 광주서 개막

알루미늄 캔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광화문광장, 더 넓은 품으로 다시 열렸다

집회·시위엔 닫힌 광장

이 시대의 먹방에는 정치가 필요해

네 건의 국내 기후소송미래세대 차별 아니라는 한국 정부

[세계는 기후소송 중]국내 헌법소원은 어떻게?

헌법소원 4건 중 2건에 정부가 의견서 제출

온실가스 목표, 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안해

독일 등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판결 나와

헌법재판소 아직 공개변론 등 일정 없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제기된 기후소송 네 건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와 청구 이유 추가 신청서, 답변서 등 소송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해 살펴보니, 정부는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은 네 건으로, 모두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제기하는 헌법소원이다. 이는 2020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등이다.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네 건의 소송 원고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가 불충분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런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27<한겨레>가 헌법재판소에 확인한 결과, 정부는 청소년기후소송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의 헌법소원에 대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 두 의견서에서 기후소송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고,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환경권,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가장 최근 입장이 담긴 것은 환경부 장관 이름으로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의견서다. 환경부 장관은 먼저 해당 법률은 정부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정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청구인들이 법률 조항의 효력을 받지 않는 제3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중장기 감축 목표를 규정한 것일 뿐이라며 청구인들의 자유 제한, 권리 박탈 등을 초래하는 직접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장관은 헌법소원 심판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각종 조치가 완벽하지 않고 청구인 보기에 미흡하더라도, 환경 보전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놓고서도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와 비교할 수 없다며 미래세대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청구인인 볍씨학교 박서희(15)양이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은 최근 들어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국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어린이와 젊은이 등 미래세대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하게 돼 있는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2030년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이 없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현재세대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부족한 것은 미래세대의 감축량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행위는 다음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의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이치선 변호사(법무법인 해우)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효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우리나라 판례도 있다(최소침해 금지의 원칙)”기후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국제협약인 파리협정과 과학계의 합의된 수준(IPCC 보고서)에 접근하지 못하면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유효하고도 적절한 조처로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낸 헌법소원 청구서를 보면, 이들은 미래세계가 앞으로 더 큰 온실가스 감축량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에서는 국내 탄소예산이 2024년초 소진된다고 했다.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를 특정 온도 이상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킥보드를 타고 온 은우(가운데)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40%는 감축하는 목표(NDC)가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기기후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탈핵 법률가 모임 해바라기’)현재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비가역적인 피해를 받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미래의 걱정도 현재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판결했다느슨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설정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극심한 부담을 전가하면 미래세대의 자유를 사전에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은 일반적으로 서면으로 진행되지만, 관심사일 경우 공개변론이 잡히기도 한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26공개변론 등 아직 일정이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화석연료 기업에 보낸 기후변화 피해 고지서

시민 17천명 vs 로열더치셸

기업이 우리의 인권을 침해했다

헤이그법원에 소송, 작년 5월 판결

생명권 침해 주의탄소 45% 줄이라

정부 넘어 기업에 책임 묻는 전환점

니너 더파터르. 네덜란드 지구의 벗제공

 

국제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자료를 보면, 1988~2015년 세계 100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세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0.6%를 차지했다. 화석연료의 생산, 공급과 이용 과정까지 합산했을 때 수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업에 역사적 책임을 물리지 않아 왔다. 정부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밀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엄격한 심판관이 되라고 촉구할 뿐이었다. 기후변화 소송의 대상도 정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네덜란드에서 나온 판결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확실하다. 시민 17천명이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법인인 로열더치셸()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헤이그지방법원이 이 에너지기업에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셸은 세계 10대 탄소 배출 기업(1988~2015년 기준) 중 하나다. 네덜란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활동가 니너 더파터르(30)2019년부터 소송 원고로 참여했다. 청소년 때부터 반전 운동에 참여하고 자연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화석연료 대기업임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는 7월 초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셸에 온실가스 저감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던 중, ‘위르헨다 판결이 나왔어요.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었죠. 셸과 같은 화석연료 대기업도 기후변화 대응 책임이 있다고 본 거예요.” ‘위르헨다 판결은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에 ‘2020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감축하라고 선고한 판결을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명시한 판결이다.

네덜란드 지구의 벗의 도날트 폴스(가운데서 오른쪽) 대표와 니너 더파터르(왼쪽) 활동가가 네덜란드 법원 앞에 서 있다. 네덜란드 지구의 벗제공

 

파터르는 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는 물론 기업에도 주의 의무를 부과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기업이 이윤 획득 과정에서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로 항공, 시멘트, 철강 등 화석연료 다배출 업종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터르는 파리협정에 근거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수립하도록 네덜란드에 있는 29개 공해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사안의 다급성에 비춰 셸에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라고 했지만, 항소심 절차가 남아서인지 셸은 온실가스 감축에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성장주의 '아편' 먹고 사는 항공 산업의 이면

공항 건설 사업의 성장주의에 대하여

지구의 운송 수단 중 가장 불평등한 건 무엇일까? 바로 항공이다. 비행기만큼 불평등하고 소수의 이익에 복무하는 수단이 없다. ‘지구 환경 변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2~4%만 국제선을 이용한다. 1%가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50%를 배출한다.

 

세계 인구의 80%가 아직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성장 동력입니다.” 2017년 보잉사의 CEO 데니스 뮬렌버그는 경제방송사 cnbc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실토했다. 각종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세계 인구의 약 80%가 상업용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11%만이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며, 그 중 국제선 고객은 4% 남짓이다. 부자 10개국이 항공 온실가스의 60%, 30개국이 86%를 배출한다. 그러나 부자 국가들에서도 항공기 이용은 보편적이지 않다.

 

기후 캠페인 그룹 Possible2020년 보고서. 미국에선 인구 12%만이 항공편의 66%를 이용한다. 영국에서는 15%70%의 항공편을 차지한다. 네덜란드에서는 8%42%의 항공편을 독점한다. 중국에서는 인구 5%40%의 항공편을, 프랑스에서는 고작 2%50%를 이용한다. 이 패턴은 유럽과 북미, 그리고 동아시아에 걸쳐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다.

▲ⓒgettyimages

 

또한 상업 항공기는 기체 자체가 불평등한 구조다. 2019년 항공 배출량의 19%가 비즈니스와 일등석에서 발생했다. 같은 해 항공 화물의 모든 배출량(15%)보다 많다. 물론 개인용 제트기의 비합리성은 압도적이다. 2019년 기준으로 억만장자의 제트기는 21,979. 84%가 미국과 유럽에 있다. 정기 항공편보다 1인당 오염물질을 5~14배 더 배출한다.

 

이렇듯 항공기는 불평등한 세계의 랜드마크다. 공짜 배수구인 양 지구 하늘에 온실가스를 뿜으며 지상을 굽어보던 비행기는 자본주의 성장은 무한하다는 자신감의 표상이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여파 속에서 소수의 부유한 승객들을 실어나르면서 탄소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오염시켜왔다. 부자 관광객들이 세계 구석구석을 셀카와 SNS로 포집하는 동안, 초국적 금융은 그 모든 공간과 사물을 투자 가치로 환원했다.

 

1980년대 이후 항공 산업은 각국 정부의 공적 지원 속에서 2배 이상 급성장한 반면, 긴축 재정과 민영화로 인해 철도와 버스 같은 공공교통의 질이 떨어졌다. 또 식량 체계와 필수 서비스가 망가진 남반부 도시들을 관광사업에 의존하게 해 사회 기반을 더욱 형해화하고, 탄소 배출에 거의 책임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몫을 전가해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성기 모양의 우주선으로 연출한 외설적인 퍼포먼스야말로 이 불평등 신화의 정점일 것이다. 비행시간 11분 동안 쏟아낸 이산화탄소가 1000. 이는 아프리카 서민 2천명 이상이 1년 동안 배출할 양이다.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발사한 우주비행선. 블루오리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항공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2.5%. 대안적 항공 글로벌 네트워크 Stay Grounded5.9%(2018)로 추정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부끄러운 비행’, ‘가장 불평등한 운송 수단’, ‘누진적 탄소세 적용이라는 비판이 일자 항공계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다. 미련한 이야기다. 설령 전기 에너지로 구동된다고 해도 2050년까지 1천 킬로 미만의 단거리 비행에서만 실행 가능하다. 한편으로 바이오연료를 위해 남반부 삼림을 약탈하고 팜유와 대두 같은 단작 농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실상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3배 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그들이 칭송하는 수소 에너지는 2050년까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달리 말해, 항공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근 네이처에 실린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따라 2070년까지 4천 개의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인류를 향해 밀려올 거라고 한다.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판데믹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달 영국의 활주로가 녹아내린 것처럼, 폭염과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 비상 상태는 항공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 문제는 신자유주의와 성장주의를 상징하는 항공 산업에 대한 이 맹목적 신화가 바로 지상의 궁핍한 삶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01116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서 항공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마치 여기 한국에서 여야 구분 없이 열광적으로 신공항 건설에 매진하는 것처럼. 이 작은 땅에 이미 공항이 15개다. 국제공항이 8, 국내공항이 7. 이중 10개 공항은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아 문재인 전 정부는 ‘6차 종합공항계획을 제출하며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 표명했다. 예산만 9조가 훌쩍 넘는다. 가덕도, 새만금 등 줄줄이 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여야가 똘똘 뭉쳐 대구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공항 건설 사업비의 절반은 통상 건설사로 흘러들어간다. 나머지 일부는 또 부동산 이익으로 할당된다. 신공항은 지역민의 실제적 삶과 번영에 그닥 관계가 없다. 토건 개발의 낙수 효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역간의 격차와 박탈감에 대한 보상 심리를 자극하느라 신공항 신드롬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대안과 상상력이 없으니, 그저 성장이라는 아편을 강박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신공항 하나로 지역 불평등을 해소할 거라는 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성장주의라는 우상 숭배에 다름없다.

 

누구나 접근 용이한 저렴하고 빠른 철도와 대중교통, 지역 시민들의 민주적 토론에 기반한 거버넌스, 촘촘히 엮인 연대경제, 지역 정체성의 재지역화, 지역정당이나 정치적 자치 같은 삶의 양식이 우선이다. 미국 디트로이트나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전환이 보여주듯, 도시의 활력과 재생은 바로 그 도시민들의 자율과 힘으로부터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운송 수단,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부조리한 항공 산업, 그리고 4년마다 선심용 선거 공약으로 남발되는 저 무의미의 찰나적인 속임수로는 결코 이 불평등한 세계를 바꿀 수 없다.

이송희일 감독 / 미디어오늘

 

환경 전문 독립 언론, 르포르테르의 도전

환경 전문 매체도 광고와 주주 없는 모델이 가능할까? ‘르포르테르(Reporterre)’라는 인터넷 신문이 그런 사례다. 이 매체는 2007르몽드환경전문 기자였던 에르베 캄프(Herve Kempf)에 의해 생태학적 위기, 사회적 불의 및 자유에 대한 위협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등장했다.

 

초기에는 기사가 불규칙적으로 실려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사이트가 점차 안정되면서 탐사보도나 독점 인터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르베 캄프가 20139월 르몽드를 완전히 떠나면서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독립 일간지로 변화했다.

 

그가 홀로 창립한 이 매체는 20227월 현재 19명의 종사자로 구성된 편집국, 3만여명의 후원자를 거느린 대표적인 환경 전문 저널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월 방문자 수는 130만에 육박한다. 이 매체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에르베 캄프를 만났다.

에르베 캄프. 진민정

 

르포르테르가 성장하는 데에는 환경 재난의 가속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성장 배경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환경 재난은 심화되고 있지만 언론에서 이 주제는 오랫동안 부차적으로 다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이 격변이 금세기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이 주제가 언론 기사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다른 많은 매체와 달리 르포르테르는 몇 가지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광고나 주주가 없는 비영리 모델이다. 그래야만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모든 독자에게 정보를 개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현시대와 그 도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권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각 개인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이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 문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며 접근 가능한 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해결책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독자의 후원에 기대는 모델인 만큼 매년 이 매체는 활동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21년 수익구조는 98%의 독자 후원, 2%의 책 판매 및 저작권료였다. 더불어 보고서에는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었다.

 

르포르테르 편집국은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대한 현장르포와 탐사보도를 생산하는 14인의 전문 기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저널리즘스쿨 출신의 20~30대 젊은 기자들로 기사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지배적인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고, 지구의 파괴에 맞서는 수많은 용기 있는 투쟁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독특했던 건 편집국장이 매주 바뀌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아침마다 편집회의를 통해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과거에는 1인 편집국장 체제였다면 지금은 경험이 있는 다섯 명의 기자들이 매주 돌아가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울러 이 매체는 신자유주의 옹호 논조를 유지하는 주류미디어들과 달리 경제 중심의 세계관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 다른 삶의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에 대해 묻자 에르베 캄프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가 파괴를 멈추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자연 파괴를 멈추고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최종 목표다.”

미디어오늘 /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파리2대학 언론학 박사)

 

광주가 대프리카이겼다대구와 다른, 습식사우나 폭염

습한폭염비율 대구 27% vs 광주 91%

10년간 온열질환자수 광주가 대구의 2

습한 폭염, 인체에 극도로 해로울 수 있어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9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3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1도까지 치솟아 올해 폭염의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이는 대구에서 지난달 22일 관측된 37.2도에 비해서는 1.1도나 낮은 기록이다. 대구는 이날 현재 올해 폭염일수가 33일에 이른다. 평년(19912020)3배다. 지난 2018년 강원 홍천(8141.0)에 의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지만, 여전히 대구는 국내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과연 대구가 우리나라 제1의 폭염도시일까?

 

마른폭염습한폭염두 종류

대구가 뜨거운 도시인 건 분명하다. 기상청이 전국적 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올해(726)까지 도시별 폭염일수를 비교해보면 서울은 393, 광주는 668일인 데 비해 대구는 무려 1261일이나 된다. 서울의 3배가 넘고 광주의 갑절이다.

하지만 폭염은 단순히 온도가 높다고 사람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마치 건식 사우나에서는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도 습식 사우나에서는 몇 분 못 버티는 것과 같다.

 

최근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한국기상학회장) 연구팀은 <네이처> 자매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1958201960년 동안의 동아시아 지역 폭염을 마른폭염습한폭염으로 구별해 분석했다. 마른폭염은 습도 33% 이하인 상태에서의 건조한 폭염을, 습한 폭염은 습도 66% 이상인 습윤한 폭염을 말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마른폭염은 주로 동아시아 북서부 지역에서, 습한폭염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광주 습식 사우나’, 대구 건식 사우나

우리나라는 어떨까?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자료포털정보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역과 시기에 따라 건조한 폭염과 습윤한 폭염에 큰 차이가 났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해로 꼽히는 1994년과 2016, 20183개 해의 3개 도시 폭염일을 비교해보면, 대구 지역의 총 폭염일수는 132(60·32·40)로 광주 119(45·31·43), 서울 88(29·24·35)에 비해 훨씬 많았다. 3개 해 폭염일의 최고기온 평균도 대구(35.7)가 서울과 광주(35.2)에 비해 0.5도 높았다.

 

하지만 습한폭염 비율에서는 순위가 뒤바뀐다. 하 교수팀의 습한폭염개념을 습도가 66% 이상이면서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경우로 바꿔 규정하고 자료를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습도가 33% 이하이면서 일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경우, 곧 마른폭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3개 해 폭염일 가운데 습한폭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광주는 90.8%, 서울은 44.3%인 데 비해 대구는 26.5%밖에 되지 않았다. 대구가 건식 사우나라면 광주는 습식 사우나인 셈이다.

올해 광주가 대구보다 체감온도 높아

습도의 많고 적음은 체감온도의 큰 차이를 초래한다. 기상청이 폭염 특보를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를 고려해 발령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폭염을 분석해봐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26일까지 폭염일수는 서울이 6, 광주가 11일인 데 비해 대구는 32일로 두 도시에 비해 3~6배 많다. 폭염일의 최고기온 평균도 대구(34.2)가 서울(33.8), 광주(33.7)에 비해 다소 높아 뜨거운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폭염일의 상대습도 평균은 대구(65.6%)가 서울(72.0%), 광주(80.2%)에 비해 낮았다. 그 결과 폭염일의 체감최고기온 평균은 대구(33.2)가 서울과 광주(34.2)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 폭염 특보 기준으로는 대구보다 서울과 광주가 더 위험한 지역인 셈이다.

습한폭염 인체에 극도로 해로워

이는 실제로 온열질환자 발생률에서 입증된다. 질병관리청의 지난 10(20112020) 동안 폭염연보를 분석해보니,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자 수가 대구는 18명인 데 비해 광주는 39명으로 2배가 넘었다. 인근 지역인 경북과 전남의 온열질환 자수도 각각 46명과 87명으로 비슷한 차이가 난다.

 

하 교수팀 분석에서 미래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로 유지한 경우에도 건조한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하고 습윤한 폭염은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습한 폭염은 인체에 극도로 해로울 수 있다. 습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의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등 폭염 영향을 완화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 이근영 기자

녹조라떼, 경상도 먹거리 위협하다

[현장] 낙동강 이노정~합천창년보 확인해보니... 수문 개방 시급

합천 창령보 우산리 어부선착장 앞에도 녹조가 강하게 발생했다. 가장자리 쪽은 녹조 곤죽이다.

이방양수장의 푸른색 취수구가 녹색 녹조떼에 깊이 박혀 있다. 저 취수구로 녹조라떼가 마구 빨려들어왔다.

녹조라떼 논. 논에서 녹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녹조 독이 쌀에 축적이 되는 배경이다.

 

오마이뉴스 /정수근

 

고성에 욕설까지대저대교 건설 갈등갈수록 격화

시민단체, ‘범시민토론회개최

부산시 공청회 반대집회 성격

최적 대안 노선 두고 첨예 대립

지난달 29일 오후 3시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저대교 최적 노선을 위한 범시민토론회가 열렸다.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노선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제공

 

장기간 교착 상태에 놓인 대저대교 건설에 대해 부산시의 시민 공청회(부산일보 728일 자 10면 보도)에 이어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범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날도 여전히 최적 노선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고 청중 사이에 고성과 욕설까지 오가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환경단체 등이 모인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노선추진 범시민 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대안노선 도출을 위한 범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27일 부산시가 주최한 대저대교 건설 시민 공청회의 반대집회 성격으로진행됐다. 오후 3시부터 3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행사에는 패널 8명을 포함해 약 100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대저대교 건설 찬성 측에서는 민순기 부산시도로계획과장, 김영주 서부산시민협의회 회장, 이천수 서부산발전시민회의 의장 등이 참석했고, 반대 측에서는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이수동 경상국립대 교수, 홍석환 부산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부산시 공청회에 이어 이날 토론회에서도 찬반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민순기 부산시도로계획과장은 에코델타시티 등의 도시건설 사업으로 강서구를 오가는 교통유발 수요가 인정되고 교통량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면서 오래전부터 도로 건설이 추진되어 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도로건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환경전문가가 제안한 대안노선에 대해서도 주행상 안전 문제가 있고 간선도로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현재 건설된 을숙도대교의 경우 교통량이 당초 예측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현저하게 낮아 부산시가 매년 수십억 원의 세금을 운영사에 주고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등 부산시가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사업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찬반 갈등이 격화되자 일부 시민들이 토론자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사회를 맡은 경성대 환경공학과 김해창 교수는 소리를 지르는 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시민들은 이를 무시한 채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은 발언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대저대교 건설을 두고 두 차례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갈등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범시민 운동본부 측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최적노선을 논의할 것을 부산시에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은 부산시가 대안노선대로 대저대교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운동본부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최적 대안노선을 찾자는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시민에게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최적 대안노선을 찾겠다고 약속한 박형준 시장에게 결과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저대교 최적 노선을 위한 범시민토론회가 열렸다. 탁경륜 기자 takk@

 

탁경륜 기자(takk@busan.com)

우주쓰레기' 중국 20톤 로켓 추락 중서울은 괜찮나

 

사진은 지난 24(현지시각) 중국 하이난 원창 우주센터에서 창정5B가 원톈 모듈을 싣고 발사되는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의 잔해물이 대기권에 재진입한다. 시간은 31일 새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 잔해물의 대기권 재진입에 따른 추락 위험을 감시하고 있다.

 

창정5B호는 중국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용 모듈을 운송하기 위해 개발된 837톤짜리 대형 우주발사체(로켓).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잔해는 이 발사체 상단으로 길이 31미터, 직경 5미터, 무게 20톤에 달한다.

 

정부가 예측한 로켓의 추락 시간은 우리 시간으로 이날 새벽 4시쯤이다. 또 추락 지점은 북위 41.5도에서 남위 41.5도 범위인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정부는 분석 결과 한반도에 추락할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추락 지역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수차례 더 로켓을 발사한다고 밝혀 우주쓰레기 추락으로 인한 우려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로켓을 발사해 이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국제적인 논의와 공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민간우주개발이 활성화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향후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이 커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머니S 이남의 기자

 

2020년생 평생 겪을 폭염’ 1960년생보다 12배 많다

폭염의 세대 간 불평등연구 결과

한국, 전세계 5번째로 심각한 국가

도시화로 기온 ·고령화로 노출

뜨거운 여름의 전반전이 막 끝났다. 당신이 올해 현재(7월 말 기준)까지 맞닥뜨린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은 모두 7.6(전국 평균·기상청 집계)이었다. 이는 예년(19912020년 평균 4.9)보다 55% 이상 많은 수치다.

사진=뉴시스

 

당신이 사는 동안 겪게 될 폭염은 부모 세대가 평생 겪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아무도 원치 않는 이 대물림은 당신의 자녀에게, 그리고 그 자녀의 자녀에게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며 진행될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을 멈출 때까지 말이다. 단순히 나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미래세대는 더 잦고, 더 심각한 폭염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폭염은 재난의 세대 간 불평등이란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저 팔짱만 끼고 쳐다볼 처지가 못 된다. 한국이 폭염의 세대 간 불평등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심각한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1일 세계일보가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 빔 티에리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국가별 1960년생·2020년생 간 극단기후 노출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20년생은 조부모 세대인 1960년생보다 평생 겪게 되는 폭염이 12.3배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6)에 각 나라가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성공적으로 이행돼 지구 온도 상승이 2.4도로 제한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한국의 결과값은 전체 178개 국가 중 아프가니스탄(18), 타지키스탄(15.9), 캄보디아(12.7), 지부티(12.4)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티에리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각 나라의 값이 크고 적은 이유를 특정하긴 어렵다며 규모가 작은 나라는 결과값의 불확실성이 높을 수 있단 걸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전망을 고려하면 한국의 예상값을 터무니없는 결과로만 받아들이긴 어려워보인다. 기상청은 수도권 기준으로 20812100년 폭염일수가 20002019년 대비 3.211.1배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채여라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도시화로 기온상승이 전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져 폭염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이런 점이 폭염의 세대 간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연구는 국가별 기대수명 자료(UN)와 미래 지구 온도 궤적 전망(IPCC), 극단기후 전망(ISMIP), 과거·미래 인구집단 자료(), 국가 규모 집단 자료(비트겐슈타인센터)를 조합해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과학저널 사이언스극단 기후 노출의 세대 간 불평등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다./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상상 밖대홍수가 주고 간 교훈···필수적으로 기후위기고려해 복구해야

기후선진국독일의 대홍수 1년 뒤

독일은 기후 선진국이다. 지난해 기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소비의 41.1%를 차지하고, 유럽연합(EU)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최근 일부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긴 했지만, 단기적 대책일 뿐 2030년까지 석탄을 감축한다는 목표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기후 선진국도 대홍수 앞에서는 무력했다. 지난해 714~15일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에 극단적인 폭우로 인한 대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독일 서부의 아르강 유역을 중심으로 최소 184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물과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붕괴됐고, 라디오와 휴대폰 등 통신은 두절됐다. 극단적인 재해 앞에서는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유한 나라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이런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경우, 2100년에 해수면은 현재 대비 75상승하고, 이로 인한 홍수에 노출된 세계 인구도 현재의 2배가 된다고 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난 대비와 복구는 어떠해야 할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홍수 발생 약 1년을 맞아 지난 4~6, 독일 라인란츠팔트주 아르바일러 지역을 찾았다. 피해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홍수의 상흔은 여전했다.

지난해 대홍수 당시 독일 서부 라인란츠팔트주 아르바일러 지역의 피해 사진. 하인즈(독일 현지 주민) 제공

 

1920, 2016, 1918, 1888, 1910. 지난 76일 찾아간 독일 라인란츠팔트주 알테나흐르 지역의 한 터널 벽에는 연도와 날짜를 표기한 동판이 높이를 달리해 붙어 있었다. 제목이 적힌 맨 위 동판을 보나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홍수 최대 수위’. 알테나흐르 지역에서 있었던 홍수의 수위를 기록해 둔 것이다.

 

지난해 독일을 강타한 대홍수의 기록은 아직 동판으로 제작되지 않았다. 대신 동판 위 벽에 누군가 볼펜으로 쓴 “2021, 여기서 5라는 글이 지난해 홍수의 규모를 알리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 독일의 홍수 대응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경고 없이 홍수를 맞닥뜨린 주민 184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서, 또 뒤늦게 대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앞으로 계속 강가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난해와 같은 재앙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라인란츠팔트주 알테나흐르 지역의 한 터널 끝의 동판에 적혀 있는 과거 홍수 수위. 동판 위 벽은 홍수로 물에 잠겼던 높이만큼 변색돼 원래 벽과 구분된다. 강한들 기자

경향 강한들 기자

독일 라인란츠팔트주 알테나흐르 지역의 한 터널 끝의 동판에 적혀 있는 과거 홍수 수위 위로 “2021, 여기보다 5m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강한들 기자

 

보통홍수에만 유의미했던 대응 시스.기후위기가 일으킨 대홍수에는 역부족

지금까지 평범한홍수 중에는 대피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홍수 경보 계획은 우리가 익숙한 홍수 수준에만 유용했습니다.”

 

지난 76일 만난 플로리안 울리히는 지난해 대홍수 상황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울리히는 당시 독일 라인란트-팔트주 아흐브뤼크 지역의 소방관서 책임자였다. 울리히에게 홍수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지붕 위에 고립된 가족 중 엄마와 딸은 기력이 다해 떠내려가고 아빠만 구조한 적도 있었다. 울리히는 주민들은 말 그대로 물에 휩쓸려내려갔다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참담했다고 말했다.

독일 라인란츠팔트주 바트 노이에나르 아르바일러 지역의 아르강가에 약 1km 상류 지점에 있던 다리가 파괴된 이후 떠내려와 있다. 강한들 기자

 

울리히는 홍수 발생 3일 전에 상위 소방관서로부터 홍수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홍수의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울리히는 “1년에 이런 메시지는 2번 정도 받는다.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대홍수가 올 거라는 경고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반적인 홍수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201712월 개정된 알테나흐르 지역의 홍수 대응 시스템은 마을 전체에 최대 3.7수위의 홍수가 온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대규모 대피를 위한 절차는 없었다. 울리히는 주 정부가 시스템적 대응에 완전히, 모든 수준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재해와 관련한 대응은 주(연방주)의 홍수 통제 센터가 맡는다. 기상청에서 받은 강수량 데이터와 예보를 바탕으로 재난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 등을 책임진다.

 

지난해 홍수는 지역의 인터넷, 통신, 전기, 상하수도 등 대부분의 인프라를 파괴했다. 관측 장비까지 파괴돼 모니터링이 어려웠다. 긴급재난 문자는 인터넷과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라디오 방송도 디지털 중심으로 바뀐 탓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알람이 제대로 송신됐더라도 주민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코넬리아 바이간드 아르바일러시 시장은 독일 사람들은 매우 개인적이라서 당국이 설득하기 어렵다만약 그때 우리가 9수위의 홍수가 온다는 경보를 보냈다면 사람들이 이걸 믿지 않고 장난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마을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한 시간에 2씩 수위가 올랐다더욱이 홍수에 반응할 방법도 없었고, 경보를 낼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코넬리아 바이간드 아르바일러시 시장이 지난 7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화석연료’·강변고민하며 무너진 지역을 기후위기관점에서 쌓는 독일

솔직히 아니요

홍수 피해 지역인 알테나흐르에 사는 마크 크로이츠버그는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크로이츠버그는 알테나흐르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다. 마땅한 곳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크로이츠버그는 옮길 수 있다면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망가진 집을 복구해 계속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은 같은 위치에 집을 다시 지어도 될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난방 방식을 바꾸려는 주민들도 있다. 홍수로 각 건물 지하실에 있던 난방유가 유출되면서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본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 지역에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고, 건물에 피해를 준 화석연료에서 벗어난 전기 난방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집을 지을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됐다. 알테나흐르에서 집을 다시 지을 때는 1층에는 차고같은 생활하지 않는 공간만 배치할 수 있다. 거실, 방과 같은 생활 공간은 2~3층에 배치해야 한다. 분석 결과 ‘100년에 한 번 올 홍수에 대비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신규 건축이 불가능해졌다. 뤼디거 퓌어만 알테나흐르 군수는 알테나흐르를 재현하고 싶지 않고, ‘재디자인하고 싶다이 지역은 기후위기의 피해를 복구하는 모델 지역중 하나인만큼 건물, 에너지도 지속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인란트팔츠 주 에너지공사는 ‘100% 재생에너지 지역을 큰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공사는 홍수 이후 각 지역을 방문해 지속가능한 난방개념을 주민들에게 설득했다. 일부 주민들은 난방 시설을 다시 갖추는 게 급해서 다시 기름을 이용한 난방 시설, LNG를 이용하는 난방시설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너지공사가 지열에너지를 이용한 지역 난방과 히트펌프라는 낯선 개념을 거듭 설명하고, 유류 유출로 인한 피해를 실감하면서 지속가능한 난방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에너지공사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난방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있다. 라인란츠팔트주 에너지공사 제공

 

에너지 공사가 만들려 하는 시스템은 지열에너지전력화를 두 축으로 한다. ‘지열에너지는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거나 직접 난방을 한다. 땅 밑으로 100정도의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넣고, 그 안에 물과 부동액을 섞은 유체를 순환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관을 마을 단위로 묻어서 지역난방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을 이용해서 생산한다.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난방에서 전력을 이용하는 난방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토마스 기엘 독일 마인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시스템은 5의 열을 위해 1의 전기가 드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주민들은 매우 싼 비용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개의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운영되고, 모니터링되고 있다. 개념과 경험은 충분하다아르 강 유역에서도 12개 마을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100 인증' 녹색 프리미엄, 기업 그린워싱 부추기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조차 알지 못했던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말합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통해 유명세를 치른 덕인지, 벌써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21개에 이릅니다. 전 세계에서는 4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모든 기업이 RE100에 참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녹색 프리미엄이라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에 녹색 프리미엄 명목의 추가 요금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준다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모인 녹색 프리미엄 추가 수익금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용하면 사실상 RE100을 이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거죠. 하지만 이 제도는 탄소 중립 목표의 핵심과제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없기 때문에 과도기적인 제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단은 만들어 놓은 제도이니 잘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1년에는 70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75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수익금 규모도 각각 147억 원에서 44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일단 제도 활성화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도 본래 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요?

 

재생에너지 직접 투자에 사용된 건 수익금의 30% 불과해

뉴스타파는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을 통해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 지출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의 수익금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집행합니다. 2021년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재생에너지 확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업은 8개 지출 항목 중 태양광 설치 지원하나뿐이었습니다. 전체 예산 130억 원 중 40억 원 수준이니,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 중 실제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용된 건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녹색 프리미엄 재원 활용 현황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제공)

 

각 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나마 재생에너지 확대에 직접 투입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 설치 지원' 사업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이 지원 사업 혜택을 받은 기업은 총 16곳입니다. 이 가운데는 녹색 프리미엄에 참여한 두 기업 '아모레 퍼시픽''대주전자재료'도 포함돼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들은 자신이 납부한 녹색 프리미엄보다 태양광 설치비로 지원받은 금액이 월등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22년 상반기에 녹색 프리미엄에 지출한 금액이 18천만 원인 반면 지난해 받은 설치 지원금은 26천만 원으로 0.7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대주전자재료의 경우 같은 시기 녹색 프리미엄에 5백만 원을 납부했지만 지원받은 금액은 47백만 원으로 지출 비용 대비 10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적게 내고, 많이 받고, 친환경 이미지도 쌓았으니 기업은 이 제도를 통해 남는 알짜 장사를 한 셈이네요.

아모레퍼시픽, 대주전자재료()가 납부한 녹색 프리미엄과 지원 받은 태양광 설치 지원금 내역

 

게다가 아모레퍼시픽은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으로 지원되는 3PPA(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계약) 망 사용료사업으로 1억 원가량의 혜택을 더 받을 예정입니다. 3PPA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한전 중개를 거쳐 RE100 이행 기업에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 방식을 말합니다.

 

에너지공단의 제3PPA 망 사용료 지원 현황을 보면, 이 사업 혜택을 보는 것은 현대엘리베이터, 아모레퍼시픽 두 대기업뿐입니다. 망 사용료를 보태줘서 기업들이 제3PPA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겠지만, 대기업만 참여하는 PPA에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을 써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3PPA 망 사용료 지원은 얼핏 RE100에 동참하려는 기업을 지원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 구조를 보면 한전을 위한 셀프 수익 사업에 가깝습니다. 망 사용료란 전기 소비자, 그러니까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전기를 공급받을 때 한전이 깔아놓은 망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 사용료를 한전에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으로 망 사용료를 지원하면 결국 한전이 거둬들인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이 에너지공단을 거쳐 다시 망 사용료 명목으로 한전에 돌아오는 구조가 됩니다.

 

뭐 구조야 어떻든 기업의 망 사용료 부담이라도 덜어주면 제3PPA 방식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지 않겠냐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기업들의 속내는 좀 다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존 전기요금에 이미 기존 망 사용료를 낸 상황에서 한전이 PPA 목적의 망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또 한번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내는 게 못마땅한 상황입니다. 괜히 나섰다가 불필요한 비용만 더 치르는 꼴이라는 거죠. 또 한전이 망 사용료의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도 기업의 PPA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기후솔루션 한가희 연구원은 제3PPA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망 사용료 기본 요금이 중복 부과되고 있고 부대비용들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업의 제3PPA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망 사용료 등 부대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에너지전환포럼의 임재민 사무국장은 한전이 특별히 이 사업을 위해 망을 더 확충하는 등 투자를 더 하고 있는 것이 없다"라며 "한전이 망 사용료를 비싸게 물린 다음에 이걸 녹색 프리미엄 재원으로 돌려 받는다고 하면 사실 한전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칙 없는 녹색 프리미엄 지출, RE100 수단으로 괜찮을까

녹색 프리미엄이 RE100 이행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합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는 녹색 프리미엄 재원이 재생에너지 설치지원사업,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금융지원 사업,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복지 지원사업, 재생에너지 관련 기반구축사업 등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에 쓰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공단은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기업 지원이나 국가 시책 홍보나 연구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RE100 컨설팅 지원’, ‘K-RE100 이행사업 보증지원등 사실상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데 12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또 홍보와 연구 용역비 역시 이미 그의 역할을 하는 별도의 기관과 예산이 존재하는 데도 2, 3중으로 지원이 된 모양새입니다.

 

이 가운데 홍보 예산 57천만 원은 재생에너지 홍보 영상을 만들고, 신문 지면에 광고를 싣는 데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같이 홍보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재생에너지 홍보비 지출 내역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제공)

 

홍보 업무에 특별한 전문성이라도 있는 걸까요? 대체 이 예산으로 어떤 광고를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글쎄요, 판단은 보류하겠습니다. 이 광고,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본래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나요?

한국에너지공단이 동아일보에 낸 광고 (2022. 2. 24.)

 

기업 연구 지원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태양광에너지 학회 등에 용역비 124천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해당 기관들은 애당초 기업 연구 지원을 위해 설립된 전문 연구 기관입니다. 이미 자체 예산을 배정 받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도 산업과 기업 정책 등을 위한 연구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 본래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기업 연구 용역 지출 현황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제공)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되는 건데 그냥 수출 경쟁력 강화 기업 지원 이런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녹색 프리미엄의 원래의 취지하고는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 목표 시한까지 한시가 급한데,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은 대체 왜 이렇게 쓰이고 있는 걸까요?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규정을 벗어나게 사용하진 않았다라면서 사업 초기이다 보니 홍보 활동이 필요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더 많은 예산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쓰여야 하는 점은 내부적으로도 인식하고 있다"라며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데다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녹색 프리미엄. 이 같은 상황에 기업들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쓰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녹색 프리미엄에만 참여해서 친환경, RE100 이행 기업의 타이틀을 가져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른바 '그린 워싱', 기업이 진짜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정부가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당장 폐기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본래의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잘 보완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공개조차 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또 당장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상황을 고려해, 일단 녹색 프리미엄 수익금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꼼꼼히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에 제 기능을 하려면 일단 기업들에 합리적인 수준의 구매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녹색 프리미엄의 구매 하한가격이 현재 10/Kwh인데, 재생에너지의 가치로 봤을 때는 매우 낮은 가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RE100 이행 제도에서 녹색 프리미엄 제도가 제외가 되거나, 구매 하한가격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보완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신동윤/ 프레시안

 

 

55보급창 이전 부지, 신선대로 결정

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산일보DB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1‘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미군 55보급창 이전과 관련, 대체 부지를 신선대 부두 옆 신선대 준설토 투기장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 당사자인 미군의 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5보급창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가 어디인가라는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동)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엑스포 개최를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부지와 동선 확보가 필요한데, 55보급창이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55보급창은 부산 동구 범일동 자성대 부두 근처에 있으며, 면적이 223000(67500여 평)에 달한다. 이에 부산시는 미 55보급창 부지를 부산월드엑스포에 활용하기 위해 국방부에 부대 이전을 요구했다. 정부는 신선대 투기장과 신항남컨 등을 두고 검토해 왔으며 이날 안 의원 질의로 대체부지가 처음 공개된 것이다. 55보급창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앞으로 정부와 미군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체 부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만큼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 초 국방부는 신선대 투기장 현지 실사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 미군이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55보급창 이전 확정까지 여러 과제가 남아있으나, 대체부지가 공개되며 북항2단계 재개발사업까지 연이어 가속도가 붙게 됐다국제박람회기구 현지 실사 일정에 맞춰 관련 부처에서 55보급창 부지 활용 방안과 이전 계획을 꼼꼼하게 검토해 혁신적인 도심 공간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미 55보급창 이전 부지 확정 소식에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국방부나 미군과의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는냐도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인류 멸종, 지구 재앙기후종말론은 사실일까?

가까운 미래 재앙 직면’ vs ‘기후위험이 과장됐다

극단적 대립 원인엔 재난 시나리오연구 적기 때문

케임브리지대 연구팀, “IPCC 특별보고서 내자제안

남극반도 팔머제도 주변 바다에 빙산이 떠있다. 동남부 남극 빙상의 대규모 붕괴는 강한 연쇄작용과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아쇠중 하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후종말론은 사실일까?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주장이 있다. 일부에서는 인류 멸종까지 거론하며 얼마 뒤에 재앙이 닥칠 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기후변화는 관리 가능하다면서 반대편을 기후종말론자라고 공격한다. 후자의 선두에 한국에서도 많이 읽히는 책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의 지은이 마이클 셸런버거가 있다.

 

기후로 인해 지구가 망가지는 사태가 올까?

사실 여기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과학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적 분발을 촉구하는 논문이 나왔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루크 캠프 등 연구팀이 지난 1(현지시각)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논문 기후 엔드게임: 기후변화 재앙 시나리오에 대한 탐구는 여러 면에서 새겨들을 만 하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보고서에서조차 기후재앙에 대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극단적 기후변화와 이것이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대해 과학적 이해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IPCC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협약국 과학자들이 만드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다. 각국 정상들은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협상을 벌인다.

2070년 고온 지역과 인구밀집 지역_현재 연평균기온(MAT) 29도 이상 지역은 주로 사하라사막과 걸프만 연안 등(육지 면적의 약 0.8%)으로, 3천만명이 거주한다. 하지만, 2070년에는 약 20억 명이 29도 이상 지역에 살 것으로 예측된다. 2070년 연평균기온 29도 이상을 음영으로 표시했다. IPCC 6차 보고서에 나온 SSP3-7.0(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 시나리오를 사용했다. 출처: 미국립과학원회보19(31)

 

연구팀은 “IPCC 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의 3도 이상 상승 가능성이 과소 대표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1.5~2도 정도의 상승에만 집중해 연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런 경향이 나타난 이유는 각국 정상이 2016년 체결한 파리협정이 지구의 평균 기업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상승 밑으로 묶어두자고 약속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저자들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을 둬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후변화 위험을 보다 신중하게 관리하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 예상치는 다음과 같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002.1~3.9도 상승

각 나라가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면, 2.1(1.7~2.6) 상승 (한국의 경우 2050년 온실가스 배출 0%)

 

연구팀은 이러한 낙관적 가정조차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260만년 전 플라이스토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2도 이상 올라 유지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세 시나리오 중 가장 최선의 결과조차 인류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2가 넘는 것이어서, 지질시대에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목도해야 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는 불확실성이 큰 분야다. 대기와 산림, 바다와 강, 사람과 가축, 인위적인 온실가스, 사회경제 제도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계다. 자연과 사회가 영향을 주고받고 연쇄효과가 발생한다. 연쇄효과는 그물망을 타고 증폭된다. 갈수록 기후위기 관리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이유다.

 

특히 북극 영구동토층의 해빙 아마존의 가뭄과 화재로 인한 대량 탄소 배출 등 티핑 포인트의 발생 시점과 연쇄효과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면밀한 수준으로 합의돼 연구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연구 분야는 이 밖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구름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이다. 연구팀은 층적운의 갑작스러운 감소만으로 지구 온도가 최고 8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구 시스템 분야를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온도가 6~9도 상승하면 동남부 남극 빙상이 붕괴하면서 해수면이 40m 이상 상승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예측도 있지만, 아직 이러한 연구들은 언론의 선정주의에 이용될 뿐 학술적으로 활발히 토론되지 않고 있다.

2070년 고온지역과 국가 불안 지표. 2070년 연평균기온(MAT) 29도 이상 지역(음영 지역)에 속하는 지역에는 사회적 취약성이 큰 국가(빨강색)가 많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SP5-8.5(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SSP3-7.0(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하는 경우) 시나리오가 사용됐다. 출처: 미국립과학원회보19(31) 그래픽_스프레드팀

 

연구팀은 네 가지의 연구 의제를 제안했다. 첫째, 극단적 기후변화의 역학 및 장기적 영향, 둘째, 대량 사망률과 질병 감염에 대한 기후변화의 유발 경로, 셋째, 정치경제적 불안 등 사회적 취약성과 기후변화가 관계 맺는 방식, 넷째, 이를 아우르는 통합 재해 평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라는 자연·물리학적 현상과 인류의 정치·사회·경제가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 강화하는 시스템의 얼개를 그리자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두고 종말론관리론등 양 극단의 주장이 맞서는 것은, 결국 과학자들이 개척하지 않은 학문의 공백 탓이 크다. 연구팀은 IPCC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 기후재앙 특별보고서를 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PNAS 19(31) https://doi.org/10.1073/pnas.2108146119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낙동강 수질 최악녹조 독소 기준치 이상

수온 30가량 상승하자 수질 악화

칠서·물금 등 남조류 10만여개

마이크로시스틴정량한계 넘어

 

연이은 무더위에 수온이 30가량 상승하자 낙동강 수질이 최악으로 악화되고 있다. 상수원인 낙동강 칠서와 물금·매리 지점에 남조류 개체수가 10만여개를 넘어섰고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또한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이에 따라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등 경남 환경단체는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낙동강 하굿둑부터 영주댐까지 전 구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해 낙동강 녹조 독소 농도 분석과 저서생물 현황을 조사해 녹조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잦은 비가 내렸지만 낙동강 녹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2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본포취수장 취수구 일대 낙동강이 녹색으로 변해 있다./김승권 기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낙동강 조류경보제 구간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칠서 지점 남조류개체수(1당 세포수)122369개로 3일 전인 지난달 25(43913) 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물금·매리 지점 또한 2892041개로 측정됐다. 이 지점은 지난 3(719·21·25) 연속해 남조류개체수가 10만개를 넘어섰었다.

 

특히 올해 물금·매리 지점 남조류개체수는 이 지점 환경부 녹조 조사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물금·매리 지점 남조류 수는 연도별로 20209017(76), 202154833(89)가 최대였다.

 

상류인 칠서의 남조류 수가 다시 10만개를 넘어서면서 하류인 물금·매리도 영향을 받아 개체수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조류의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도 낙동강 구간 전역에서 정량한계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 물금·매리지점은 지난 711일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1.7/을 기록한 이후 5(11·14·19·21·25) 연속 기준치 이상의 수치가 검출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5일에는 3.5/으로 관측돼 기준치 3배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2012년 마이크로시스틴을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과 동일한 1/이하를 기준치로 정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최근 낙동강 수질이 최악이었던 2018년 낙동강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2018년 낙동강 칠서 지점의 남조류 수는 73010941, 8612999개였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당시 낙동강 수질이 최악에 달하자 덕산정수장이 녹조를 침전시키고 유기물을 걸러내는 과정에 과부화가 걸려 정상가동을 하지 못했다현재 장마기간과 태풍이 연이어 지나가 당장 상황은 괜찮아 보이지만 다시 폭염이 시작되면 원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은 지난달 21일 해평 지점의 조류경보가 격상하면서 4개 전 구간 경계단계(3단계 중 2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녹조현상은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민간정원

자연빠진 마음 오래도록 가꾼 초록 공간

바쁜 현대 사회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은 직접 보고 느끼고 자연이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도심지 주변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오랜 세월 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며 정성 들여 가꿔온 민간정원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경남에 민간정원은 현재 22곳으로 장기적 발전을 위한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이솔희 VJ/

 

고성군 상리면 삼상로 1312-71그레이스정원’. 이곳은 16만평(528925) 규모의 경남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이다. 광활하고 척박했던 대지가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손에 십수년 세월 정원으로 가꿔져 지난 20206월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곧 6월부터 작은 꽃잎이 모여 풍성한 자태를 완성하는 수국이 30만주가 넘게 활짝 펴 장관을 이룬다. 정원은 엄마의 꽃밭베데스다연못’, ‘에메랄드그린숲등으로 꾸며져 유럽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숲속교회’, ‘숲속카페30여개 원내 시설물(코스)로 갖춰져 있다. 5월 중순께 방문한 정원은 불두화와 붓꽃, 작약 등 색색깔의 꽃이 활짝 펴 생기가 넘쳤다. 이곳은 20205월께 경남의 6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뒤 지난해에만 65000여명이 방문했다. 정원은 애초 선교센터를 짓기 위해 시작됐다. 200522만여규모 부지를 사들여 숲속교회를 짓고, 주변으로 조금 조금씩 땅을 사서 넓히고 정원으로 꾸며나간 것이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커진 것이다.

 

정원을 만든 조행연(78·)씨는 척박했던 토지에 수국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심고 가꾸며 수행하듯 살아왔다고 말했다.

고성군 상리면에 조성된 도내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솔희 VJ/

돌계단 양 옆으로 에메랄드 그린과 에메랄드 골드가 심어져 있다. /이솔희 VJ/

 

조씨는 설계도 안 하고 제가 직접 했다. 퇴직한 사람들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해 돈을 많이 들여 민간정원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저는 조금씩 조금씩 해서 17년 정도가 됐다라며 수국을 많이 심다가 지금은 또 라일락을 많이 심고 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저는 손에 지문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6·25전쟁 때부터 방치돼 있다가 정원으로 가꿔져서 식물학자들도 한국 고유의 종들이 많다고 한다. 식물도감도 만들려다 너무 바빠 지금은 멈춰 있다라며 우리가 정원의 입장료를 받긴 하지만, 아직은 정원 관리비만 못해서 다른 사업비를 보탤 정도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이외에도 특색이 있는 민간정원이 많다. 1호 보물섬 남해군에 다랑이논의 높낮이에 맞춰 정원을 가꾼 섬이정원’, 거창군 북상면에 폐교된 학교를 꾸민 10이한메미술관정원’, 양산시 동면에 1급수의 깨끗한 물이 흐르는 여락천을 끼고 넓은 잔디원과 과수원, 허브농장의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 22느티나무의사랑등이 있다.

그레이스정원을 찾은 방문객들

그레이스정원 내 숲속도서관

 

민간정원 구분 및 자격요건은?= 국내 민간정원이 생겨난 것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이후 정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산림청이 2015년 정원 등록 활성화를 위한 법률인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수목원정원법)’을 개정하면서, 그해 경남의 1호 민간정원인 섬이정원이 탄생했다.

 

정원은 법률적으로 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 포함)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시설과 그 토지를 포함), 사전적 의미로 흙··나무 등의 자연재료와 인공물 및 건축물에 의해 미적·기능적으로 구성된 구역으로 정의된다. 공원이 휴식·운동이나 경관적 기능을 목적으로 하고, 식물원·수목원이 식물수집·증식·보존과 전시·교육 기능을 담당한다면, 정원은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해 전시 및 재배, 가꾸기 등이 이루지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국가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국가정원,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지방정원,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정원은 민간정원 등으로 구분된다. 이달 초 기준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태화강 국가정원 등 2곳이 있고, 지방정원은 경남에서 거창창포원이 등록되는 등 전국에 4곳이 등록돼 있으며, 하동군 소재 악양동정호정원과 양산시 소재 황산지방정원 등 27개소가 설계·조성 중이다.

그레이스정원 내 정원산책길. /이솔희 VJ/

 

이에 더해 민간정원이 전국에 74곳이 있으며, 이중 경남이 22(30%)을 차지한다. 민간정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신청인이 시·군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면 도에서 현장점검을 하는 등 적합 여부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정원의 총면적 중 녹지면적이 40% 이상이여야 하며, 주차장 및 화장실 등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농지법, 건축법 등 개별법 준수 여부도 따진다. 민간정원으로 등록되면 명칭과 소재지, 운영자의 성명·주소, 시설명세서, 보유하고 있는 식물의 목록 등이 일반에 공개된다.

민간정원 증가세파급력 검증 과제도= 경남도는 민간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거점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찾아가는 정원자문단을 운영해 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수목원정원법상 산림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민간정원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장려할 수 있고, 보존가치가 있는 정원 내 식물의 보존·증식과 정원의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현재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별도 금전적으로 지원은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도는 정원자문단을 운영하며 각 민간정원의 전문성 강화를 돕는 등 육성에 앞장설 방침이다. 현재 민간정원별로 무료 또는 입장료·체험료를 받는 등 유료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소규모 민간정원의 경우 수익이 잘 나지 않는 등 장기 발전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경남도 산림휴양과 최언영 주무관은 도내 민간정원은 남부지역의 기후적인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난대식물 등 정원의 다양성이 우수해 서울 등 전국의 정원전문가와 관광객이 찾고 있다·군별로 큰 규모의 민간정원은 이미 관광자원화하고 있고, 소규모 정원의 경우 아직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민간정원은 이제 장려를 하고 있는 초반 단계로 많은 홍보가 선행되어야 하고 향후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 분석하는 등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84일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 부근의 녹조

환경운도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단체는 4일 오전 낙동강 김해대동선착장에서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 조사"를 벌였다.오마이뉴스 윤성효

 

강물 수온까지 끌어 올린 무더위"원자로 가동 멈출 수도"

프랑스 대부분 지역 낮 기온 35도 넘어올여름 세 번째 폭염

분수에서 잠시나마 식혀보는 더위© 제공: 연합뉴스

 

올여름 들어 프랑스를 세 번째 찾아온 폭염으로 원자력발전소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현지시간) 프랑스 북서쪽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

 

스페인과 국경을 접한 일부 남서부 지방에서는 수은주가 40도를 가리킬 것으로 기상청은 관측했다. 그 여파로 강물 수온이 높아지자 원자로를 식히는 데 주변 강물을 쓰는 일부 원전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강물 온도가 높아지면 냉각수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이런 이유로 드롬주()에 있는 트리카스탱 원전의 원자로 1기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DF"이달 6일부터 트리카스탱 원전의 전력 생산에 제한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고 일간 르피가로 등이 전했다.

 

다만, 다른 원자로는 가동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 400의 전력 생산은 보장할 수 있다고 EDF는 부연했다. 현재 트리카스탱 원전에는 원자로가 총 4기 있다. 1기당 90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폭염 등을 이유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프랑스 벨빌쉬르루아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제공: 연합뉴스

 

론강을 끼고 있어 같은 이유로 전력 생산량을 줄여온 남부 툴루즈 인근 생탈방 원전은 원자로를 최소한으로만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페인에서 발원해 프랑스 남서부를 지나가는 갸론강 역시 수온이 높아져 골페시 원전도 전력 생산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 생산의 70% 가까이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동하는 원자로가 줄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반발해 독일 등을 통해 유럽에 보내는 천연가스 양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더욱 악재다.

 

프랑스는 다른 EU 회원국과 비교해 러시아산 가스를 적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난방에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이에 정부는 겨울철 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천연가스 비축량을 최대치로 늘리고 있다.

 

현재 80%가 차 있는 가스 저장고를 111일 전에 꽉 채우겠다고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에너지전환부 장관이 밝혔다. 파니에 뤼나셰르 장관은 가스 비축량을 확보하더라도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면서 정부 기관과 기업 모두에 에너지 절약을 당부했다.

runran@yna.co.kr

 

 

국립산림과학원 "숲속 얼굴 표면온도 도심보다 2.8도 낮아"

"열 스트레스 지수도 숲속이 도심보다 16.5% 낮아"

숲속 놀이터© 제공: 연합뉴스

 

도시 부근 숲에 설치된 '숲속 놀이터'(유아숲체험원)에서 측정한 얼굴 표면온도가 도심보다 2.8도가량 낮아 폭염을 피하기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속 놀이터, 도심공원(어린이공원), 도심 등 3곳의 대기 온·습도와 피실험자의 얼굴 표면온도를 한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10회씩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해 비교한 결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얼굴 표면 온도는 숲속 놀이터에서 35.6, 도심공원 37.0, 도심 38.4도로 측정됐다. 도심에서보다 숲속 놀이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표면온도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또 열 스트레스 지수(PET)를 분석한 결과 도심이 38.7, 도심공원 37.3, 숲속 놀이터는 33.2도로, 숲속 놀이터의 지수가 도심보다 16.5% 낮았다.

 

열 스트레스 지수(PET·Physiologically Equivalent Temperature)는 기온, 상대습도, 풍속, 복사에너지 등을 종합해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단계별로 나타낸 지표다. 온도와 같은 ''를 단위로 사용하지만, 기온과는 다른 값이다.

 

나무는 잎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증산작용으로 도심 열기를 식히고, 태양 직사광선을 막는 그늘 효과와 지면의 반사열을 줄이는 반사열 저감효과로 기온을 낮춘다.

 

이임균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장은 "숲속 놀이터뿐만 아니라 도시공원과 같은 다양한 그린 인프라를 조성해 도심 내 폭염 현상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yej@yna.co.kr

 

 

100살 편백나무 집단고사 전말사람의 발걸음이 죽였다

지난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전체 길이 4에 달하는 삼림 산책로를 따라 20분가량 걷자 성지곡수원지가 나왔다. 그런데 이곳 숲체험존에 있던 편백 10여 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베어져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가을 체험활동을 위한 숲체험존이 조성돼 올해 상반기 100만 가까운 인파가 다녀간 산책로 부근이다. 한 등산객은 최근 편백 잎이 마르고 나무줄기가 썩어들어가는 등 이상이 생겨 베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시 조사에서 오리나무좀 감염이 확인된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사진 부산시© 제공: 중앙일보

 

편백 집단 고사, 원인은 사람 발길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6일 공립나무병원 관계자 등 전문가와 함께 이 일대 편백 현황을 조사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부산 중심부에 자리해 올해 상반기에만 963000명이 다녀간 지역의 대표 도심 숲이다. 2017년 산림청 아름다운 숲으로도 지정됐다. 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면적 457에 달하는 어린이대공원 전역에는 편백 이외에도 소나무 졸참나무 은행나무 등 수목 500만그루가 자라고 있다. 공원 내 산책로 등 주요 시설 인근에 자리해 중점 관리 대상이 되는 나무는 50만 그루에 달한다. 편백나무 등 일부 나무는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다.

 

시는 ‘3개월 전부터 어린이대공원 편백이 말라 죽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민원에 따라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 조사에서 공원 내 일부 편백이 실제로 집단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사람 발길로 인해 고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사한 편백은 모두 숲체험존 인근에서 확인됐다. 숲체험존은 지난해 10월 아동과 청소년의 체험 활동을 위해 조성됐는데, 이용 편의를 위해 숲길 위로 야자수를 엮어 만든 50m 길이 깔개를 설치했다.

© 제공: 중앙일보 지난달 26일 부산시가 전문가를 대동해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부산시가 작성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매트 주변으로 무수한 답압(사람이 발로 밟는 압력)이 가해지며 일대 땅속에 있던 공간이 막혔다. ‘토양 공극이라고 불리는 이 땅속 공간은 산소와 수분·영양분을 머금어 나무뿌리의 생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백은 토양 공극이 막혀 쇠약해진 상태에서 오리나무좀, 향나무하늘소 유충에 노출됐다. 이들은 부패를 일으키는 암브로시아균을 퍼뜨리고, 나무껍질 안쪽 형성층을 갉아먹으며 나무의 고사를 가속한다.

 

현장 조사에 동행한 차욱진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는 발걸음이 늘며 토양 공극이 막혔고, 인근 편백 뿌리 발달을 막아 양분 부족 상태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세(나무의 건강)가 약해지면 오리나무좀이나 향나무하늘소 유충 공격에 취약해진다숲 이용은 편해졌지만, 숲의 건강을 해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의 밀집도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8그루 베어낸 시설공단 휴식년제도 검토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고사가 확인된 편백 18그루를 베어냈다. 추가 고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지나친 밀집도 해소를 위한 숲가꾸기 사업도 계획됐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추가 고사목을 빨리 발견해 대처하기 위해 예찰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 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나무 6000여 그루를 정리하는 숲가꾸기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수세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특정 구간에 대한 휴식년제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그 거대한 소금 호수기후변화와 인간이 37년 만에 반토막냈다

미국의 대표적 소금호수인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가 기후변화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가뭄 때문에 37년만에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에 철새들이 모여들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발 가뭄으로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 염도가 높아지면서 3301천만마리의 새들이 위협받고 있다. 위키미디어커먼스

 

유럽우주국(ESA)3(한국시각) 공개한 인공위성 영상을 보면, 1985년에 촬영한 영상에 비해 올해 7월 촬영한 호수의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는 미국 남서부를 덮친 지난 22년 동안의 초대형 가뭄 이후 수위가 크게 감소해 평균 면적의 절반 수준인 1990의 호수 바닥이 드러났음을 보여준다. 현재 호수 지표수 높이는 해발 1277m, 측정을 시작한 1800년대 중반 이래 최저 수준이다. 호수가 담고 있는 수량은 1987년 최고점일 때에 견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가뭄에미 유타주 소금호수 37년만에 반토막’© 제공: 한겨레

 

이런 현상은 미국 남서부 지역에 닥친 대가뭄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연구팀은 지난 3<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최근 북미대륙 남서부에서 진행되는 가뭄은 1500년대 이후 가장 큰 가뭄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0~202122년은 800년 이후 가장 건조한 기간이며, 특히 2021년 가뭄의 19%는 인위적인 기후영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가뭄 현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수량의 감소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외에도 물 사용량 증가도 한몫하는 것으로 미국지질조사국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330만여명에 이르는 유타주 인구는 미국에서 증가율이 가장 빠른 축에 속해 2060년까지 66%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제공: 한겨레유럽우주국(ESA) 인공위성이 촬영한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주변 먼지 영상. 유럽우주국 제공

 

그레이트 솔트레이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금호수(염호), 호숫물이 줄어들수록 염도가 높아져 호수를 찾는 330여종 1천만마리 새들의 서식이 위험해질 수 있다. 새들이 먹이로 삼는 파리와 새우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호수 바닥이 드러나면서 주변 지역에 있는 구리와 비소광산의 채굴 과정에 호수에 가라앉았던 잔여물이 먼지로 날려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조엘 페리 유타주 천연자원부 국장은 호수를 보호하고 자원을 보존하려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미국지질조사국에 촉구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카리브해 덮친 해조류물고기 폐사하고 관광산업 울상

지구온난화 따른 해온 상승 영향인 듯황화수소 내뿜어 건강 위협도

카리브해 세인트키츠 네비스의 한 해변을 뒤덮은 해조류를 제거하고 있는 트랙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푸에르토리코에서부터 바베이도스에 이르는 카리브해 해변을 덮친 어마어마한 양의 해조류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하고,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AP통신이 3(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사우스플로리다대 광해약학 연구실에 따르면 6월 대서양을 뒤덮은 갈조류의 양은 2400t을 넘어섰다. 이 같은 양은 지금까지 최악의 해이던 2018년 기록보다 20%나 많은 양이다.

 

카리브해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갈조류가 밀려들면서 일부 해변의 경우 평시 투명한 청록빛을 띠는 해수가 황갈색빛 진창으로 변하고 악취나는 독성 가스마저 내뿜으며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 여파로 관광지로 유명한 카리브해 곳곳의 페리 서비스가 멈춰서고, 카약이나 패들보딩(물 위에서 팔이나 노를 사용하여 물을 저으며 보드를 타는 스포츠), 스노클링 같은 해양 스포츠도 중단됐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 속한 유니온 아일랜드의 일부 리조트는 해변을 뒤덮은 막대한 해조류 때문에 최근 몇 년째 연중 최장 5개월 동안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카리브해 북동부 세인트마틴 섬에서 패들링 사업체를 운영 중인 오스웬 고벨 씨는 지난 달 22일에 가게 문을 닫았고, 10월 말까지 다시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갈조류 창궐로 인한 피해액이 최소 1만달러(1300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바베이도스 해변을 뒤덮은 갈조류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해조류가 어선의 엔진 등을 손상시키면서 어민들의 조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어획량 자체도 감소하는 등 해조류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바베이도스의 경우 해변이 적갈색 해조류로 뒤덮이면서 어업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서는 해조류의 창궐로 최근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멸종 위기 거북이가 해조류에 몸이 뒤엉켜 폐사하거나 해조류가 점령한 모래 위에 알을 낳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엔 카리브해환경계획은 이 지역에 이토록 갈조류가 무성해진 것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질소 성분의 비료, 조류에 영양을 공급하는 오물 유입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양연구원인 리사 클림스키는 막대한 양의 해조류는 부패하면서 수온과 해수의 수소이온농도(pH) 균형을 바꾸고, 해초와 산호 등의 해양 생물을 줄어들게 하는 등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조류는 부패 시 계란이 썩는 듯한 냄새를 지닌 황화수소 가스를 내뿜으며 실제로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황화수소는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조류가 특히 집중된 카리브해 동부에 자리한 프랑스령 과델루페는 지난 달 하순 건강주의보를 내렸다.ykhyun14@yna.co.kr

 

'물의 나라' 네덜란드, 공식적으로 '물 부족' 선언

물의 나라' 네덜란드가 3(현지시간) 오랜 가뭄 끝에 '물 부족'을 공식 선언했다.

3(현지시간) 네덜란드 부시쳄의 말라붙은 땅 위에 보트들이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3AFP, 로이터통신, ABC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2주 동안에도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네덜란드 정부가 이날 물 부족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네덜란드는 물을 보전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했다. 일부 주의 수자원 당국이 농업에 지표수 사용을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국토의 3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있는 네덜란드는 가뭄으로 인해 강의 수위가 낮아져 바닷물이 역류하는 일을 막기 위해 몇몇 운하의 이용에 제한을 뒀다.

 

마크 하버즈 네덜란드 물관리부 장관은 "주요 수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과 식수 및 에너지 공급에 우선권이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물 절약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버즈 장관은 "모든 네덜란드인에게 세차해야 할지, 수영장에 물을 완전히 채워야 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네덜란드는 물의 나라지만 여기에서도 우리의 물은 소중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여름 동안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으며 7월에는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인 39.4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유럽 대륙이 심화하는 기후 변화 때문에 가뭄 및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와 관련해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 1

 

유엔 사무총장 화석연료 기업 부도덕초과이익 과세해야

“1분기에만 130조원 이익 거둔 건 부도덕

초과 이익 과세해 빈곤층 지원할 것 촉구

부자 나라의 유류 보조금, 석탄 발전도 비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3(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거대 에너지 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를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유엔본부/AFP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3(현지시각)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을 비판하며 이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를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전세계 식량·에너지·금융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위기 대응 그룹보고서 발표에 맞춘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위기 와중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거대 에너지 기업들을 겨냥했다. 그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터무니 없는 탐욕으로 지난 1분기에만 1000억달러(130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세계의) 빈민들 뒤에서 기후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며 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모든 정부에 과도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기금으로 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의 가정이 이상 기후와 전쟁으로 촉발된 식품, 교통,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이는 극빈층 가구에 굶주림을 유발하고 평균 소득의 가구도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위기 대응 그룹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유한 나라들에 에너지 절약을 촉구하고 대중 교통 이용 촉진과 자연 기반 해법을 촉구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개도국들이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도울 사회적, 기술적, 금융적 지원도 부자 나라들에 요구했다. 그는 개도국들은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많은 나라는 폭풍, 산불, 홍수, 기근 등을 포함한 기후 위기의 충격 속에 살고 있다. 그들에게 부족한 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부자 나라들이 탄소 배출 감소에 어긋나는 에너지 정책을 잇따라 도입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일부 선진국들이 유류에 대한 일률적인 보조금을 도입하고 다른 나라들은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있다이는 일시적인 조처라 할지라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류 보조금과 석탄 발전소 가동은 가난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국한되는 등 분명한 목적을 위해 아주 한시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재생 에너지 사용도 함께 촉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맹꽁이딜레마에 빠진 제주

제주도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구간 인근 서홍천 물웅덩이에서 발견된 맹꽁이알(왼쪽)들과 맹꽁이 울음소리를 녹음한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습지.서귀포시 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공: 서울신문

 

4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서귀포 우회도로 전체 4.2공사구간 중 가운데 구간 일부인 서홍동쪽 700m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서귀포시 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은 지난 3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도로공사를 중단하고 신석기 문화재 유적지와 맹꽁이 서식지를 보존하라고 주장했다.

 

이곳은 지난 2, 3월에 실시한 문화재 표본조사 결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우선 공사구간 700m 안의 귤밭이었던 곳에서 신석기시대 토기 등이 발굴됐다. 문화재청의 지시로 현재 34일간의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문화재 발굴지에 접하고 우회도로 다리를 놓을 서홍천에는 10년 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올해 625일에는 서홍천 물웅덩이의 맹꽁이알들을 촬영했으며 공사구간 700m의 종점 부근 귤밭 습지에서도 맹꽁이의 서식을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지난달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로 개통 예정 지역에는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등 4개 기관이 모여 있어 학생 안전 문제와 녹지 공간 훼손 등이 불거지면서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도 멸종위기종 맹꽁이 서식으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와흘리 저류지 조성 부지를 찾아 맹꽁이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저류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엄연한 법률 위반으로, 제주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런던동물원에 악어 대신 악어 가죽백이 전시됐다

멸종위기 시암악어 대신 불법거래로 압수된 가방 전시

밀렵과 서식지 감소 등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살아있는 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갔는데 그 자리에 무생물이 있다면, 실망스러울까? 반대로 긍정적인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영국 런던동물원(ZSL London Zoo)에서는 악어 가죽 핸드백 전시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4일 전했다. 런던동물원 양서·파충류관에는 현재 살아있는 시암악어(샴악어) 대신 악어의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을 전시 중이다. 이 가방은 지난 2018년 영국 공항 국경경비대에 의해 압수되어 동물원으로 넘겨졌다.

 

동물원은 왜 살아있는 악어 대신 가방을 전시하게 되었을까. 런던동물원은 현재 살아있는 시암악어를 전시하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시암악어와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는 불법 밀렵의 악영향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편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시암악어는 전 세계적으로 단 500~1000마리 정도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동물원 시암악어 가죽백 사진 트위터 @sleepy_homo

 

사실 이러한 악어백 전시는 몇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지난 2일부터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한 동물원 관람객이 가방의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이다. 불법 거래에 대한 환기를 일으킨 이 트위트는 현재 약 7만회 공유됐다.

 

런던동물원 양서파충류 큐레이터인 벤 태플리 박사는 동물원 안에 여러 환상적인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핸드백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관람객들에게 야생동물 불법 거래에 대해 교육하고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실제로 시암악어 가죽으로 만들어진 핸드백을 전시한 유리장 설명문에는 이 가방은 한때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강과 하천에서 천천히 헤엄쳤다. 지난 75년간 시암악어의 85%가 사라졌는데, 대부분이 시암악어의 가죽을 노린 불법 거래와 밀렵 탓이었다고 적고 있다.

 

1828년 문을 연 런던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된 동물원으로 손꼽힌다. 초기 런던동물원은 영국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인도의 열대 동물, 극지방 펭귄들을 전시하는 등 수집 성격이 강했으나 21세기 이후, 동물원의 멸종위기종 보호 복원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런던동물원은 영국 공항, 항구 등에서 국경경비대에 의해 몰수된 30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전 세계 풀뿌리 운동 에너지원 BTS 팬덤 아미 액티비즘

왜 아미들은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는가BTS 연구자들의 화두다. 7월 열린 BTS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이 논의가 이어졌다.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아미에 대한 분석이 이제 막 시작됐다.

BTS20219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UN 제공

 

방탄소년단(BTS)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최근 천착한 주제 중 하나는 왜 아미(Army·BTS 공식 팬클럽)들은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는가이다. 20207월 미국 인종차별 반대 운동 ‘Black Lives Matter(BLM)’는 아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계기였다.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BLM 운동에 100만 달러(13억원)를 기부하자 아미가 이 행렬에 동참했다. 하루 만에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우리는 흑인 아미를 사랑한다(#We Love Black Army)’ 해시태그를 전파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유세에 집단으로 노쇼시위를 벌였다. 외신들은 케이팝 팬들이 진보적 정치 세력으로 등장했다며 앞다투어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아미가 참여한 사회운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해외 케이팝 팬들은 각자가 속한 사회에서 아주 정치적인 존재로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홍콩, 타이, 미얀마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늘 케이팝이 투쟁가처럼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BTS와 아미컬처를 쓴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는 북미에서는 BTS를 둘러싼 팬덤 현상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팬덤 활동이 실질적인 사회운동으로 나타나는 정도는 아시아에서 훨씬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선을 치렀던 필리핀이 그중 하나다. 필리핀 아미 중 상당수가 유일한 여성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를 공개 지지했다. 경쟁 후보였던 봉봉 마르코스가 21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점이 한 가지 이유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미 등 케이팝 팬덤이 고용창출법이라 불리는 옴니버스법통과를 막기 위해 각종 온·오프라인 시위를 주도했다. 최저임금이 삭감되고 고용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팬들은 BTS 노래 뱁새’ ‘낫 투데이(Not Today)’ 등을 이용해 정부를 비판했다.

 

각국 문화연구자들이 보기에, 케이팝 팬의 정치적 행동주의는 그 자체로 연구할 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북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마다 사례들이 산발적으로 쌓여갈 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거나 공유되지는 못했다. 714일 한국에서 처음 열린 제3BTS 국제 학술대회의 의제 중 하나가 아미 액티비즘이었던 이유다. 사흘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25개국 출신 BTS 연구자 165명이 참여했다. 해외 아미는 아티스트를 넘어 왜 정치·사회 영역까지 나아갔을까. BTS는 각국 풀뿌리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714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제3BTS 국제 학술대회에서 남아공 아미인 인권운동가 제시카 듀허스트 씨(맨 왼쪽)가 발표하고 있다.머쉬룸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아미 제시카 듀허스트 씨는 인권운동가다. 2013년 남아프리카 비영리 인권단체 저스티스 데스크(The Justice Desk)’를 설립해 인신매매,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를 다룬다. BTS는 그가 처음 접한 케이팝 그룹이었다. “심적으로 지쳐갈 때쯤 우연히 BTS낫 투데이를 듣게 됐다. 내게 필요한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패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 우리는 싸운다RM의 랩으로 시작한다. 20172월 발매된 낫 투데이는 사회운동에 나선 아미들에게 투쟁가와 같은 곡이다. 듀허스트 씨는 BTS의 노래에 담긴,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포용과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인권운동의 저항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SNS로 연결된 아미의 전 지구적 네크워크

듀허스트 씨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남아프리카 여성 청소년들을 돕는 음보코도 클럽(Mbokodo Club·단단한 바위라는 뜻)’을 시작했다. 9세에서 19세 여성 청소년 115명에게 정신 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자기방어 훈련을 제공한다. 20189BTS의 유엔 총회 연설이 직접적 동력이 되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라(Love yourself, Speak yourself)RM의 메시지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남아프리카 성폭력 생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남아공 전역의 아미들이 초기 자금을 보내왔고, 일부는 직접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 덕분에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학교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듀허스트 씨는 전했다.

 

BTS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SNS로 연결된 아미의 전 지구적 네트워크가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치적 영향력의 핵심이라고 본다. 기부 릴레이, 온라인 해시태그 확산 시위, 번역 등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정선 한국농아동교육연구소 대표는 아미의 영향력을 체감한 적이 있다. 올해 초 BTS 콘서트에 수어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트윗을 올렸는데 하루 만에 4000개 이상 공유되었다. 하이브 측에서 통역사를 구하겠다고 직접 연락이 왔다. “버스 안내 방송, 공연장 수어 통역사 배치, 한국 영화 자막화 등을 위해 민원을 여러 번 냈지만 그때마다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그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는 아미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물론 리트윗이라는 일시적 영향력이었다.

시사인 김영화 기자

 

튤립과 얀 반 호이언

잘나가던 화가 얀 반 호이언

튤립 투기 몰두하다 빈털터리

빚 갚으려 헐값에 판 그림이

사후 재평가받아 가격 뛰어

얀 반 호이언, <어선들과 프리깃함 두 대가 있는 하구>, 1650~1656년께, 오크 패널에 유채,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낮게 드리워진 구름 속을 뚫고 네덜란드공화국 상선들을 호위하는 프리깃함이 닻을 올리며 출발한다. 이제 프리깃함은 상선들과 함께 수평선 너머로 돌진해 조국에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다. 마침 프리깃함의 포구에서 출발을 알리는 대포가 불을 뿜는다. 그러나 이 장엄한 시작에는 관심 없다는 듯 바다는 잔잔하다.

그러고 보니 그림 빛깔도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가깝다. 이 작품은 네덜란드 화가 얀 반 호이언(1596~1656)이 말년에 그린 <어선들과 프리깃함 두 대가 있는 하구>이다. 반 호이언은 독특하게도 저렴한 오크나무(참나무) 패널에 이 잿빛 그림을 그렸다. 사실 이유가 있다. 그는 캔버스값과 물감값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반 호이언은 억대 빚을 진 파산자였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화가였던 그는 어쩌다가 빚쟁이로 전락했을까.

 

반 호이언이 살던 당시 네덜란드는 부자 나라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오스만제국에서 들여온 튤립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인들의 눈에 튤립은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일단 이국의 꽃이었기에 드물었고, 튤립 특성상 씨앗을 심은 후 3년에서 7년 정도가 지나야 꽃을 피웠기에 더 희귀했다. 날이 갈수록 튤립의 인기는 치솟았고 이 인기를 따라잡기엔 튤립의 공급량이 부족했기에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자연스럽지 않았다. ‘튤립이 돈이 된다는 것을 감지한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튤립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튤립 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나중에는 어떤 꽃이 필지 모르는 구근을 두고 선물거래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땅속의 튤립 구근을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뒤, 약속한 결제 시점이 오면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16371, 튤립 구근의 가격 상승세는 절정에 달했다. 한달 동안 2600%나 가격이 상승하자 너나없이 집과 땅을 팔아 튤립 구근을 샀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마침내 163723, 네덜란드 하를럼에서 튤립 거래가 갑자기 멈춰버렸다. 이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단체로 감지한 것일까. 며칠 사이에 전 네덜란드로 소문이 퍼지더니 튤립 거래가는 거의 100분의 1로 대폭락했다. 거품이 터진 것이다.

 

풍자 그림 속 주인공으로

당시 상황은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놀퍼(1613~1652)<플로라의 바보 고깔모자, 혹은 한 바보가 다른 바보를 낳은 놀라운 해인 1637년의 광경, 게으른 부자가 재산을 잃고 현명한 자가 판단력을 잃다>라는 긴 제목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코르넬리스 당커르츠(1603~1656)가 찍어낸 동판화로 전하는 이 그림은 계약서 하나에 의존해 튤립을 사고팔다가 혼란에 빠진 네덜란드의 당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그림 중앙부에는, 꽃의 여신 플로라가 화난 군중에 둘러싸인 채 당나귀를 타고 도망가고 있다. 왜일까. 전경에 보이는 사람들이 바구니와 수레에 가득 찬 튤립 구근을 퇴비 더미에 버리러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보다 더 귀했던 튤립이 순식간에 밭에 뿌리는 거름만도 못한 것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 중앙에는 여전히 투기꾼들이 저울을 앞에 놓은 채 거래 중이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이 그려진 깃발 모양의 간판이 내걸린 한 여인숙. 그런데 여인숙 모양이 특이하다. 바보 어릿광대가 쓰는 커다란 고깔모자처럼 생겼는데, 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거래 중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피터르 놀퍼, <플로라의 바보 고깔모자, 혹은 한 바보가 다른 바보를 낳은 놀라운 해인 1637년의 광경, 게으른 부자가 재산을 잃고 현명한 자가 판단력을 잃다>, 1637년께, 종이에 동판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그런데 그 바보 모자 속에 있던 주인공이 바로 얀 반 호이언이었다. 그는 하를럼에서 튤립 가격 폭락 사태가 벌어진 이후였던 1637227, 네덜란드 헤이그의 시장인 알버르트 반 라벤스테인에게서 구근 10개를 샀고, 8일쯤 후에 40개를 더 사서 구근값으로 총 912길더와 자신의 그림 두점을 지불했다. 그 뒤에도 자신이 가진 재산 거의 전부를 쏟아부어 858길더어치를 추가로 거래했다.

 

이윽고 그날이 왔다. 헤이그의 튤립 시장도 95%나 폭락한 것이다. 이때부터 반 호이언의 인생은 급전직하한다. 빚더미가 몰려왔고, 튤립 투기에만 전념하느라 3년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반 호이언은 오로지 돈을 갚기 위해서 다시 캔버스 앞에 앉아야 했다. 그 후 19년 동안 2천점의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죽기 살기로 그림을 그렸지만 늘 가난에 시달렸고, 결국 자신의 그림을 급하게 팔기 위한 대중 경매까지 벌여야 했다.

 

이때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차분한 잿빛이다. 이는 당시 튤립 거품이 빠져 활력을 잃은 네덜란드 사회의 분위기를 담은 것일 수도 있고, 반 호이언 자신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그는 결국 빚을 다 갚지 못한 채 총 798길더의 빚을 남기고 죽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반전됐다. 반 호이언이 튤립 거래를 하며 돈을 벌었더라면 탄생하지 않았을 그 잿빛 그림들이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옅게 채색된 무채색 풍경화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마치 안개가 낀 듯 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림값이 오른 것. 생전 반 호이언이 빚에 쫓겨 헐값에 내놓은 그림을 샀던 사람들이 막대한 차익을 얻은 건 물론이다.

 

미술 자체의 가치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 자신의 작품을 단 한점만 팔 수 있었다. 188910, 그는 약 200년 전 자신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튤립 투기에 빗대어, 자신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어머니에게 낙심 어린 편지를 보냈다. “간혹 듣게 되는 꿈같은 그림값! 살아 있을 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화가들, 죽은 후에야 평가받는 화가들의 작품이 그렇게 팔립니다. 튤립 거래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런 거래에서 살아 있는 화가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그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반 고흐는 미술에는 명성이나 돈 이외의 다른 가치가 있다는 걸 확신하듯 글을 잇고 있다. “튤립 거래와 같은 것도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튤립 거래가 사라지고 잊히더라도 튤립을 재배하는 사람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미술 시장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엔에프티)으로 들썩인다. 문제는 엔에프티를 거래하는 시장이 위험할 정도로 과열됐다는 데 있다. 과연 미술 시장의 튤립이라 할 만하다. 엔에프티 시장 속 작품 가격은 본연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투자자가 밀물과 썰물처럼 밀리고 빠질 때마다 요동친다. 하지만 거대한 돈이 오가는 거래가 잊힌 후에도 튤립 자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위해 꽃 농사를 짓는 농부는 반드시 있다. 그 농부의 마음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이를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던가.

 

파리 대개조’, 매끈한 도시화가 지워버린 사람들

도시 재개발의 그림자

판화 철거로 인한 인구이동

19세기 파리 대개조때 쫓겨나

외곽으로 밀려난 빈민들의 현실

21세기 서울에서 아직 진행형

장 베로, <카퓌신 거리>, 1880년대,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널찍한 대로, 석조건물에 아연합금 지붕을 덧댄 건물들, 길가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가로수, 날씬한 가로등과 거리의 벤치, 천천히 돌아가면서 겉면에 부착된 광고를 두루두루 보여주는 원통형 광고탑, 그 사이를 오가는 마차와 사람들. 프랑스 화가 장 베로(1849~1935)<카퓌신 거리>19세기 파리의 활기찬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놀랍다. 구글 지도 스트리트뷰를 통해 카퓌신 거리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그림 속 마차를 자동차로, 인물들의 복식을 현대식으로 바꾸면 19세기 파리가 21세기의 파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파리는 1880년대에 이미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다시 30년 전으로만 거슬러 가도 파리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파리는 전형적인 중세도시였다. 구불구불하고 폭이 좁은 미로 같은 골목,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대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좁은 길, 비 오는 날엔 진창이 되는 흙바닥, 상하수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생활하수와 오수가 넘쳐나는 도시, 그곳이 파리였다. 그런데 파리는 어떻게 장 베로의 그림처럼 시원한 길이 뚫린 근대도시로 변신하게 된 걸까.

 

이 변화의 중심에는 조르주외젠 오스만 남작이 있었다. 1853년부터 1870년까지 17년간 파리시장을 지내며 역사적인 도시계획을 단행한 오스만은 불도저식 개발주의자였다. 마치 산자락에 터널을 뚫듯이 그는 말 그대로 길을 반듯하게 뚫었다’. 지도 위에서 자로 그어가며 구상한 길을 구현해내기 위해, 오스만은 길이 지나갈 곳에 걸쳐 있는 건물들을 가차 없이 부쉈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

 

당시 파리의 상황이 어땠는지는 1867년 만국박람회 무렵 파리를 방문한 미국 작가 헨리 터커먼의 글로 짐작할 수 있다. “오스만 남작은 넓은 거리를 조성하고 구역을 정비했는데, 오래된 불결함을 현대적인 우아함으로 교체했다. 아직 해체 작업 중에 있는 구역에 얼룩덜룩하게 검게 그을린 굴뚝 잔해들의 더미가 지그재그로 산처럼 쌓여서 점점 높아지는데, 붐비는 마차들, 모르타르와 석재 부스러기 사이를 헤치며 조심스럽게 걷는 이들에게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신작로의 수레 행렬

하지만 이 창조적 파괴도 역시나 부작용을 피해가지 못했다. 파리 재편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1808~1879)의 판화 <철거로 인한 인구이동>은 이를 잘 증언한다. 잘 닦인 신작로를 따라 기나긴 수레 행렬이 이어진다. 짐에 쓰인 문구는 다름 아닌 이삿짐’(Déménagement). 개발이 시작되자 일제히 쫓기듯 도시 외곽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스만은 시민 생활 개선, 환경 회복, 도시 재생이라는 공공이익을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토지수용권을 행사해 우선 파리의 빈민거주지역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떠난 이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없었다. 도시 정비 후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근대도시 파리는 가난한 이들의 피울음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오노레 도미에, <철거로 인한 인구이동>, 1854, 석판화, 미국 휴스 파인아트센터.

 

누군가는 근대화를 위해선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오스만이 추구한 것은 근대화만은 아니었다. 파리의 도로계획을 세울 때 오스만은 건축가인 자크 이냐스 이토르프가 가져온 신규 도로 계획안을 홱 집어던지며 충분하지 않소! 당신은 도로 폭을 40미터로 정했지만, 나는 120미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왜였을까. 여기에는 오스만을 파리시장으로 앉힌 나폴레옹 3세의 의중이 있었다. 나폴레옹 3세는 혁명 파리에 세워졌던 바리케이드의 역사를 잊지 않았다. 당연히 프롤레타리아들이 재차 봉기를 일으키고 자신을 왕좌에서 끌어내릴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이때 파리의 근대화는 그의 걱정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저서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파리 근대화의 원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한다. “오스만이 벌인 사업의 진정한 목적은 내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파리의 거리에 바리케이드를 구축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오스만은 이를 두 가지 방법으로 저지하려고 했다. 도로 폭을 넓혀 바리케이드 건설을 불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 병영과 노동자 구역을 직선으로 연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노동자와 빈민들을 파리에서 쫓아내는 동시에 남아 있는 이들도 뭉치지 않도록 통제해 부르주아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것. 겉으로는 그럴싸한 근대화라는 명분을 달긴 했지만, 이것이 파리 개발의 진정한 목적이었던 셈이다.

 

멈추지 않는 개발

서울도 파리처럼 대개조 과정을 거쳤다. 1970~80년대 판자촌 철거에서부터 1990년대 달동네 아파트 건설과 신도시 건설 그리고 2000년대 뉴타운 건설까지, 서울 현대사를 짚어보면 무수한 서민들이 재개발을 이유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기록이 즐비하다. 예컨대 1963~1965년 윤치영 당시 서울시장은 후암동, 대방동, 이촌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쓰레기차에 실어 갈대밭에 버렸다. 철거민들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곳에서 갈대를 뽑고 땅을 골라 겨우 집을 지었다. 그곳이 바로 목동이다.

 

하지만 80년대에 목동 신시가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들은 다시 쫓겨나야 했다. 오스만의 파리처럼 늘 명분은 거창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 유치되면서 김포공항과 김포가도를 이용할 외국인에게 무허가 건물이 즐비한 목동을 보여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였을까? 도시빈민운동가 제정구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그러나 (목동 개발의) 원래 계획은 변경되고 싼 땅에 고급 아파트를 지어 정부가 돈을 벌어 올림픽 재원으로 쓰겠다는 정부 주도의 부동산 투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1990년 가격으로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 결국은 돈이었던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도시에 걸맞은, 매끈하고 현대적인 도시 미관을 만들기 위해서 재개발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지주와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 등 가진 자들의 금전적 이익을 위한 돈놀이판 만들기라는 사실을 과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부르주아들의 횡포에 19세기 파리 서민이 쓸려나간 것처럼, 21세기 서울 서민들도 이러한 부동산 자본에 의해 폭력적으로 뿌리뽑히는 중이다. 얼마 전 13주기를 맞은 용산참사가 처참하게 증언했듯이 말이다.

 

그저 푸르른 센강의 풍경? 마네의 그림에 담긴 씁쓸한 대반전

환경과 그림

평화로운 외곽 그린 계곡 농장

오염된 현실 대신 농촌다움강조

아르장퇴유의 바다처럼 파란 센강

파리 오폐수 정화계획 피해지 그려

존 컨스터블, <계곡 농장>, 1835, 캔버스에 유채, 영국 테이트 갤러리

 

인간은 대지의 피부병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일갈이다. 과연 그렇다. 인간은 나무를 베어 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를 짓고, 댐으로 강을 막고 갯벌에 시멘트를 붓는다. 인간에게 자연이란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멋대로 자연을 타자화하고 착취해도 괜찮을 것만 같았는데, 그때마다 인간은 자연에 되치기당하곤 했다. 자연에 상처를 입히면 그 자리에 고름이 나오고 역한 냄새가 피어올라 인간마저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자연은 늘 광활해 보였다.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에 가면 그만이었다. 이처럼 인간들이 여기저기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피부병을 전염시킨 흔적은 그림 속에도 남아 있다.

 

마음 어루만질 고향조차 오염

시작은 도시였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19세기 런던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런던의 스모그는 악명 높았다. 심할 때는 녹색의 안개로 보여 완두콩 수프 안개(Pea soup fog)라고 불릴 정도였다. 공장이 내뿜는 매연, 더러운 물, 열악한 주거지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스레 시골로 고개를 돌렸다. 일자리를 찾아 어쩔 수 없이 떠나왔던 고향을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존 컨스터블(1776~1837)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고향 풍경을 그린 영국 화가였다. 1835년 작 <계곡 농장>의 배경은 잉글랜드 동남부 서퍽주 플랫퍼드. 하늘엔 영국 특유의 변덕스러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그 아래에는 스타워강이 잔잔히 흐른다. 뱃사공은 손님을 태운 채 한가롭게 노를 젓는다. 앞에서 소 세마리가 강을 건너는데, 그중 한마리는 마치 뒤에 오는 사람을 구경하듯 살짝 고개를 돌린다. 완두콩 수프 안개로 뒤덮인 지옥 같은 런던과는 반대되는 고요한 천국 그 자체다.

 

그런데 19세기 영국 시골이 정말 이렇게 푸근한 모습이었을까? 아니, 1835년 서퍽 지역 풍경은 실제론 이렇게 서정적이고 소박하지 않았다. 이때 이미 시골은 포화 상태에 이른 도시의 오염을 떠맡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상황에 일부러 눈을 감았다. 녹색지대가 줄어들수록 그림 속 농촌은 더욱더 농촌다운 모습을 지녀야 했다. 도시 생활의 고단함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서 그림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찾았기 때문이다. 컨스터블도 <계곡 농장>을 그릴 때 실제 서퍽 지역 풍경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예전에 그렸던 보트 그림(1814)과 플랫퍼드의 오두막집 윌리 롯 하우스를 그린 작품(1816~1818)을 조합해 런던의 실내에서 작업했다. 보트의 남녀도 런던의 박물관에서 보았던 그림을 토대로 스케치한 것을 옮긴 것이다. 그림 속 윌리 롯 하우스도 실제보다 목재와 창문을 추가해 더 든든하게 보이도록 했고, 오른쪽의 나무도 한층 웅장하게 그렸다. 역시나 <계곡 농장>은 완성되자마자 그림 수집가 로버트 버넌에게 거액에 팔렸다. 버넌은 런던 한복판에 새로 지은 집 벽에 이 그림을 걸어놓았다고 한다. 이런 평온한 시골의 모습은 도시인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저주

이로부터 약 40년 뒤, 프랑스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도 시골 풍경을 그렸다. 하지만 그는 컨스터블과는 다르게 산업 오염이 자연을 침식해 들어오는 광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네의 1874년 작 <아르장퇴유>를 보자. 아르장퇴유는 파리에서 서북쪽으로 16정도 떨어진 센강 유역의 작은 고장으로, 1851년에 기차가 개통되면서 주말마다 파리지앵들이 보트를 타며 여가를 보내는 대표 관광지였다. 마네의 <아르장퇴유>도 센강에 뜬 보트를 배경으로 한가롭게 앉아 있는 파리지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센강의 물빛이 마치 깊은 바다처럼 새파랗다. 왜일까. 강 너머로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공장 굴뚝이 보인다. 이 공장은 아르장퇴유에 모여 있던 염색공장 중 하나다. 당시 염색공장에서는 인도와 중국에서 들여온 쪽으로 천을 염색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는 그대로 센강으로 배출됐다. 이 때문에 강물이 쪽빛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아르장퇴유의 물과 공기가 더러워진 것은 파리 때문이었다. 마네가 살던 당시 파리는 극심한 오염에 시달렸고, 1853년에 파리 시장으로 부임한 오스만 남작은 1850~1860년대에 걸쳐 대대적인 도시 정비 사업을 실시한다. 오스만은 도심 정화를 위해 공장을 시골로 내몰고 하수도를 파서 오폐수를 먼 곳으로 보내려 했다. 아르장퇴유는 오스만의 파리 정화 계획으로 인한 피해지 중 하나였던 셈이다.

에두아르 마네, <아르장퇴유>, 1874, 캔버스에 유채, 벨기에 투르네 미술관

 

이런 식으로 도시의 오염을 시골에 차츰차츰 밀어낸 결과, 마침내 거의 모든 지역이 오염되고 말았다. 그런데 떠넘길 공간이 없어지니, 이제 사람들은 시간에 환경재앙 해결을 전가하고 있다. ‘미래의 우수한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 테니 지금은 괜찮다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연기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미래세대가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기후 위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보통 과학, 생태학계에서는 인간일반이라고 답해왔다. 하지만 <탄소사회의 종말>의 저자 조효제는 이를 단호하게 비판한다. “화석연료 기업을 필두로 탄소 자본주의의 팽창에 핵심 역할을 했던 주체들, 또 그들을 규제해야 할 의무를 방기한 각국 정부에 상대적으로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의 논리에 따르면 가해 행위에 책임이 있는 측을 찾아내서 호명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인간 일반으로 설정하면 윤리적 책임과 결단을 요구할 주체를 구분하고 가시화하기 어려워, 사실상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모두의 잘못이라고 하면 아무의 잘못도 아니게 되듯 말이다.

 

미국의 작가 앤 보이어의 유방암 투병기 <언다잉>에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나온다. 보이어는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의 유방암이 유전적 이유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딸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그저 방사선이나 어떤 발암 물질에 노출된 결과일 터이니 네가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거나 저주받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한다. 하지만 딸은 안심하기는커녕 엄마, 잊었나 본데라고 입을 뗀 뒤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난 엄마를 병들게 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저주에서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어.” 우리는 언제까지 미래 세대에 저주의 씨앗을 뿌리며 살 것인가.

이유리/ 한겨레

 

전 세계 조경 전문가들의 축제, 58차 세계조경가대회 광주서 개막

[프레시안 알림] 831일부터 3일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

지구촌 조경 전문가들의 축제, 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오는 831일부터 92일까지 3일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그 일대에서 개최된다.

세계조경가대회는 나라별로 순회하면서 개최되는 조경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개최 도시의 국제적 브랜드 상승 효과가 크고, 기후변화와 녹색 산업분야의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페낭(57), 노르웨이 오슬로(56), 싱가포르(55), 캐나다 몬트리올(54) 등에서 열린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제2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경주에서 개최한데 이어 30년 만에 다시 세계조경가대회를 유치했다.

 

세계조경가협회(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77개국 7만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조직으로, 1948년 영국에서 창립된 이후 현재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지회를 기반으로 전 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생명 환경을 창조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UN, 유네스코, 세계건축가연맹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전문 지식과 기술, 직업 윤리와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파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기후행동공약(Climate Action Commitment)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회 주제는 :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로 조경의 공공 리더십 회복을 의미한다. 대회에서는 동시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위기, 팬데믹, 도시쇠퇴 등의 난제를 풀어갈 솔루션으로 조경의 공공성을 논의하게 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국내외 저명인사 12인이 발표하는 기조강연’, 조경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논문발표’, 교육자·신진연구자·학생들의 소통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된다. 또한 문화재청은 경관유산, 다시 생각하기를 주제로 한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은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시공원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스페셜 세션을 행사 기간 중 개최한다.

 

대회와 연계한 전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조경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 ‘IFLA 조경·정원박람회를 비롯하여, IFLA 국제학생설계공모전 수상작 전시, 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IFLA 기념정원 전시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의 최신 작품 전시 등이 김대중컨벤션센터 전시홀에서 개최된다.

 

또한 광주와 남도의 멋과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답사 프로그램인 워크 앤 토크, 테크니컬 비지트, 포스트 투어도 준비돼 있다.

 

조경진 조직위원장은 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전 세계 조경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경의 미래 좌표를 구상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설계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홈페이지(www.ifla2022kore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루미늄 캔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제로 플라스틱' 대체재 알루미늄 캔의 두 얼굴

최근 테이크아웃 시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알루미늄 캔에 포장해주는 카페가 늘고 있다. '제로 플라스틱' 움직임에 알루미늄 캔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두 얼굴의 금속, 알루미늄

알루미늄은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가장 풍부한 금속원소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꺼내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 상태에서는 항상 다른 원소와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금속 상태의 순수 알루미늄은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825년 덴마크의 화학자 한스 외르스테드가 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알루미늄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알루미늄은 복잡한 생산 과정과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금, 은보다 더 희귀하고 가치 있는 금속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나폴레옹 3세는 특별한 귀빈을 대접할 때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알루미늄의 정제 기술 발달과 함께 1890년대 알루미늄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고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알루미늄의 위상은 높아졌다. 잘 부식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강한 특성 때문에 건물, 자동차, 항공기, 선박, 전자제품, 음료수 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속 중에서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필수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구를 망쳐온 금속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 알루미늄 공급원은 보크사이트 광석이다. 천연자원인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굴한 후 채굴한 광석을 화학적으로 처리해 알루미나를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알루미나는 흰색 분말 형태인데 이를 순수한 금속의 알루미늄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기 분해 공정이 필요하다. 전기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알루미늄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상당한데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 기대고 있다. 탄소 배출량도 매우 크다. 현재 알루미늄 산업은 매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인류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약 2퍼센트다.

 

그럼에도 알루미늄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재활용이 쉽고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알루미늄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여러 번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과 달리 품질 손상 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폐기물 발생을 감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앨리스 레논 등이 최근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알루미늄 재활용은 1차 생산(보크사이트에서 생산)보다 에너지 소비가 5% 이하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 수준이다. 1차 생산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알루미늄 1톤당 14.5톤인데, 재활용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0.65톤이다. 이 또한 효율 개선과 탈 탄소 전력 사용으로 2050년에는 0.5톤 수준까지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클 이코노미의 서큘라리티 갭 리포트(the Circle Economy’s Circularity Gap Report)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루미늄은 33%가 재활용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에서 사용된 자원 중 8.6%만이 재활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2050년까지 알루미늄 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80퍼센트 줄이려면 재활용률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버려진 캔 10개 중 3개만 다시 캔으로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은 아니다. 알루미늄을 가장 고부가가치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알루미늄 캔으로, 알루미늄 호일은 알루미늄 호일로, 알루미늄 샷시는 알루미늄 샷시로, 자동차 부품은 다시 자동차 부품으로. 물질을 버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산 및 소비체계를 말하는 '순환경제'에서는 이를 '닫힌 고리 재활용(Closed Loop Recycling)'이라고 부른다. 한두 번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같은 용도로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순환체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알루미늄을 전량 수입한다.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고 또 많이 버리는 것은 알루미늄 캔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년 알루미늄 캔 소비량은 약 94천 톤이다. 소비된 후 캔의 재활용률은 약 81%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이중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 10개 중 3개만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캔 속에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섞이면 안 된다. 플라스틱이나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은 물론 끈적끈적한 음료나 식품 잔여물은 알루미늄 재활용 과정에서 기화되면서 가스를 발생시켜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캔 재활용 기업인 노벨리스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음료 캔을 마신 뒤 헹구지 않고 바로 버릴 경우 평균적으로 무게의 27%가 수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의 한 선별장에서는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된 캔이 대다수였다. 한 관계자는 "탈취제, 락카, 생크림 등의 용기로 사용되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캔은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재활용품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뻥하고 터지면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내용물이 나와 다른 재활용품도 오염시킨다. 통조림 햄도 플라스틱 뚜껑을 함께 배출하는 경우가 많고, 겉비닐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도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른다. 배출할 때부터 음료용 알루미늄 캔, 식품 캔, 스프레이류로 나누도록 유도한다면, 선별과 재활용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적합한 선별 품질을 요구하는데 선별 업체에서는 이 품질을 맞추려면 선별 비용이 많이 든다. 선별 업체 입장에서는 알루미늄 캔 재활용 업체가 아닌 탈산제나 저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캔으로 다시 재활용되기 위해선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서 다시 알루미늄 캔으로 고급 재활용을 해야 된다는 인식도 부족하고, 제도적 완비도 되어 있지 않다. 알루미늄을 세분화하지 않는 재활용 시스템이 전체적인 알루미늄 재활용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이나 북유럽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캔은 보증금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점이나 거점장소를 통해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 재활용이 되고 있다. 미국도 10개 주 정도는 보증금 시스템이며 수거된 캔의 92.6%가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순환 경제를 리드하는 EU2030년까지 알루미늄 캔을 100% 재활용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선별 후 압축 과정을 거친 알루미늄캔. 함께사는길(이성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되려면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데에는 60일이 걸린다. 1년이면 6번의 재활용을 통해 6배의 캔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막아내고 지구를 구하려면 알루미늄 컵이 다시 컵으로 재활용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 쓴 캔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이다. 분리배출의 기본은 '비헹분섞'이다.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헹궈서, 다른 재질과 분리하여 같은 재질끼리 섞지 않고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페트병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적용된다. 더불어 재활용 시스템 개선과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함께 사는 길]

 

광화문광장, 더 넓은 품으로 다시 열렸다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광장을 찾아 곳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했다. 광장 폭이 3m에서 60m로 늘어나며 면적도 기존(18840)보다 2.1(4300) 넓어졌다. 녹지 면적은 기존(2830)보다 3.3(9367) 늘어났으며 곳곳에 심겨진 5천여 그루 나무들이 광장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 앞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은 행사를 열 수 있는 놀이마당으로 조성됐다.

역사물길’, ‘터널분수’, ‘명량분수등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다양한 수경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이날 저녁 7시에는 개장 기념행사 광화문광장 빛모락()’이 열렸다. 밤에는 세종문화회관 외벽과 케이티 건물에 미디어파사드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개장한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6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거닐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역사물길에 발을 담근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광화문 광장 빛모락()’ 개장 행사에서 케이티 외벽(왼쪽)과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해치마당 한쪽 벽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창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시간, 사람, 공간을 상징하는 시민 대표 9인이 `화합의 빛'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터널분수한글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집회·시위엔 닫힌 광장

서울시가 왜 기본권 막나비판 나와

서울시가 오는 6일 재개장하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시위를 불허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광장이 조성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불가피하게 취한 조처라고 설명하지만,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4과거 문화제 개최목적으로 광화문광장 사용을 신청했지만 집회·시위로 변하거나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하다가 광화문광장까지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이 목적일 때 허가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는 자문단을 꾸려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한 심의를 강화할 계획이다. 자문단은 소음·교통·법률·경찰·행사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동일 목적 3일 이상 사용 신청 일정 규격 이상 스피커 사용 신청 세종대왕 앞 놀이마당면적의 20% 이상 시설물 설치 신청 집회·시위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는 행사 등을 심의를 통해 걸러낼 계획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께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자문단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소위원회로 정식 기구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정범 서울시 광화문광장 기획반장은 광화문광장은 예전에도 집회·시위가 불허됐는데 주최 쪽이 광장 주변에 집회 신고를 하고 장소 공지를 광화문광장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주민과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이사는 집회·시위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조례나 행정당국 방침으로 막겠다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광장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선 도리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과정에서 철거돼 서울시의회 앞마당으로 밀려난 세월호 기억공간’(이하 기억공간’)은 또다시 철거 위기에 처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지난해 7월 서울시로부터 기억공간철거 통보를 받고 넉달 뒤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회로 기억공간을 옮겼다. 지난달 1일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기억공간설치 허가 기간(2021113~2022630)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기억공간을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옮기도록 서울시와 협의되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이 시대의 먹방에는 정치가 필요해

먹방의 사회학

착취되는 농촌 저임금 이주노동자

먹어도 살찌지 않는 몸의 상품화

외면당한 기후·식량 위기 문제 등

이면의 사회 현상 간과하지 말아야

게이이미지뱅크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 2000년대 초반부터 1인 가구와 1인 미디어의 증가로 먹는 방송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집단이 늘어나면서 먹방 문화가 확산되었다. 일부에서는 소셜 이팅’(social eating)으로 번역하지만 재벌처럼 먹방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 ‘mukbang’이라는 고유명사로 유통되는 케이(K)컬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먹는 방송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타인의 먹는 모습을 보는 게 하나의 예능이 된 지 오래다.

 

식재료 구입과 조리 과정까지 보여주는 쿡방을 포함해 먹방도 다양해서 장르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이 글에서의 먹방은 1인 미디어의 먹방부터 주류 미디어에서의 맛집 탐방에 이르기까지 먹는 행위를 보여주는 방송을 두루 일컫는다. 먹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먹기가 과시와 도전의 영역이 되어 경쟁적으로 먹는다. 유명한 먹방 비제이(BJ)10인분 이상도 거뜬하다. 짧은 시간에 많이 먹을수록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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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위로·대리만족 역할 이해하지만

먹는 방송에 등장하는 이들은 보쌈 고기 여러 조각을 한 젓가락에 집어 크게 쌈을 싸 한입에 몰아넣고, 국수를 크게 말아 한입에 빨아당긴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젓가락에 걸린 면을 가깝게 보여주고 고기를 쭉 찢어서 육질의 단면을 보여준다. 맛도 냄새도 느낄 수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시각과 청각을 최대한 자극한다. 후루룩후루룩 먹는 소리를 크게 내고, 입안에 뜨거운 음식을 넣은 뒤 입을 벌려 하얀 김을 뱉는다. 그리고 어느덧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물론, “흙수저의 혼밥문화에서 출발한 먹방은 동시대 동세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조은하, ‘먹방의 유행과 문화현상 연구’) 한다는 분석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실제로 혼자 사는 청년일수록, 월소득이 낮을수록 먹방을 많이 보는 것으로 조사된다.(정복미, 남하얀 ‘20세 이상 성인의 먹방 시청 시간에 따른 식행동 비교 연구’) 예를 들어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을 혼자 먹는 청년의 밥상을 연출한 먹방은 함께 먹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먹방을 통해 혼밥이 아니라 함밥을 하며 소통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먹방의 재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말한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입덧이 심해 먹기 힘든 경우에도 먹방으로 욕구를 해소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사회적 요소와 맞물려서 먹방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보기 거북한 대식과 폭식만으로 먹방을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람하는 먹방엔 냉정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그곳엔 먹으면서 흘리는 땀은 있을지언정, 이 먹거리를 만드는 노동으로 흘리는 땀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농축산어업은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젊은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기대어 굴러간다. 기후위기로 매년 극심해지는 폭염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딸기를 따다가, 깻잎을 따다가 죽을 것 같은공포를 느낀다. 정작 그들은 고국 음식을 제대로 못 먹거나 하루 12시간 노동 속에서 끼니 자체를 해결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주노동자들의 혀를 구속하고 그들의 손발을 착취해서 우리는 먹는다.

 

먹방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은 주로 빨리, 많이 먹지만 날씬한 젊은 여성이 상당수란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그들은 많이 먹지만 전혀 살찌지 않는 대비 효과로 먹방계의 스타가 된다. 그런데 정작 반전은 다른 곳에 있다.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먹방 스타는 하루에 한두끼만 먹고, 4시간씩 운동한다고 밝혔다. 먹방 여신들은 노동하지 않는 몸, 자기관리하는 몸을 과시한다.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먹어도 살찌지 않는 몸도 함께 상품이 되는 셈이다. 그들은 10인분 이상을 먹지만 뚱뚱한몸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기에 탄탄한 복근을 보여주는 보디 프로필을 찍는다. 하지만 먹방을 지켜보는 이들은 살이 찐다. 2021년 전남대 식품영양학부 정복미 교수팀은 주당 먹방 시청 시간이 긴 사람은 탄수화물 식품과 육류에 대한 기호도가 높았다고 밝히며 먹방 시청 시간이 길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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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먹방이 정치적이어야 하는 이유

때때로 먹방은 시대적 과제를 역행하기도 한다. 기후위기 문제가 연일 화두로 떠오르지만, 먹방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걸로 보인다. 육식을 줄이자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방에는 육식이 넘친다. 또한 특이한 식재료 등으로 시청자를 자극하려는 먹방 유튜버들은 수입에 의존하는 식재료를 과하게 노출시킨다. 여러 연예인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한 방송에서는 남극 심해에 사는 메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메로는 한국도 회원국으로 가입한 국제기구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서 남획을 금지하는 멸종위기종이었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와 직결된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 농작물이 줄어들거나 품질이 떨어지고 병충해가 발생한다. 수온이 높아져서 양식장의 해산물도 폐사한다. 이렇게 돌고 돌아 물가가 오르고 나면 콩나물국밥에서 계란을 빼기도 한다. 지금은 국밥에서 계란 하나가 사라지겠지만, 우리의 밥상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밀 생산량 세계 2위인 인도는 폭염으로 밀 수확량이 감소하자 얼마 전 수출금지 조치를 취했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점점 떨어진다. 현재 겨우 20%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도 환경도 상관없이 그저 자극으로 가득한 먹는 장면이 불편한 이유다. 밥상의 빈익빈 부익부는 점점 극심해질 것이다. 계란 없는 콩나물국밥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밥상에서 먹던 음식까지 사라지는가 하면 누군가는 멸종위기종까지 찾아 먹는다. 기후위기 시대의 먹는 방송은 오히려 더욱 정치적이어야 한다. 1인 미디어를 벗어나 주류 미디어에도 넘쳐나는 먹방에 대해 윤리적 질문이 필요하다.

이라영 _ 예술사회학자./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