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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2.6.20~25 윤 대통령 "지난 5년간 바보짓 안했더라면... 탈원전 폐기한다“

by 이성근 2022. 6. 19.

 

탈핵 버스 타고 부산역에 모인 시민들

100만 그루 불 탄 밀양생태계 복원에 100년 걸린다

들꽃마을에 철강공장이 웬일이니

정부, 국유지 개발도 '민간주도'·'친시장' 속도 낸다

녹색 노동조합이라는 새싹 틔우자

일본 최고재판소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국가 책임 없어

월드엑스포 제2차 프레젠테이션 관전 팁

인간은 결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단일종인류의 숙명

수출제한 직격탄, 곡물값 45% 올랐다

얼음정수기 니켈검출 1년 숨겨온 코웨이대법, “계약자에 100만원씩 배상

금지했던 투망’, 허용합니다관광객 유치 꾀하는 지자체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상영작 61개국 155편 확정

한국의 곡물자급률 20% 불과전쟁과 기후위기 속 식량안보 해법은?

러시아 가스 공급 줄이자, 유럽 줄줄이 석탄으로 회귀

6월에 벌써 36전국이 끓었다

프랑스 남서부 43서유럽이 타고 있다

정부 "원전 적극 활용"다시 돌아온 '친원전' 정책

윤 대통령 "지난 5년간 바보짓 안했더라면... 탈원전 폐기한다

원전 안전 문제를 대하는 프랑스와 한국의 자세

국민 절반이상 "한강·낙동강 보 필요"환경부 인식조사

오늘 마신 녹차, 그 차밭에 곤충 400종이 다녀갔습니다

변기 내릴 물도 없다"도시는 모르는 지역의 '물 이야기

세계 밀값 폭등의 '구조'"식량전쟁, 앞으로 더 치열하게 발생할 것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수문 개방으로 올챙이 99% 떼죽음

육지 얼음서 사냥, 회색곰과 짝짓기, 생존 위한 북극곰의 사투

밀양 산불 키운 주범은 산림청... 현장에 남은 끔찍한 증거들

 

탈핵 버스 타고 부산역에 모인 시민들

[현장]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시킨 지 5... 6.18 전국 탈핵행동 열려

탈핵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과 탈핵단체들이 부산역 광장에서 고리 2호기 폐쇄를 외쳤다.

 

지난 18일 오후 2시 부산역 광장에서는 '고리 2호기 폐쇄!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 6.18 전국 탈핵행동'이 열렸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경주, 울산, 안동, 대구, 광주 등에서 출발한 녹색당, 환경연합, 녹색연합, 한국YWCA, 부산 참여연대, 부산 탈핵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활동가, 일반 시민들 3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를 주관한 '고리2호기폐쇄를 위한 부산시민행동''탈핵시민행동' 측은 "19일은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시킨 지 5년째 되는 날"이라며 "노후 핵발전소 폐쇄를 위해 모였다"라고 밝혔다.

 

첫 번째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온 김정환 부산YWCA 사무총장은 "부울경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지켜내자는 뜻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의 삶을 저당 잡히는 생각 없는 기성세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여기 이곳은(부산역) 고리 2호기로부터 채 30Km가 되지 않는 거리"이라며 "부산, 울산, 경남 800만여 시민들이 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리2호기 폐쇄!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 6.18 전국탈핵행동 집회에서 시민단체 대표들이 발언하는 모습.임병도

 

임준형 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은 "고리 1호기는 설계 당시 수명 40년짜리 발전소로 1983년 상업 가동을 시작했고, 2023년이면 40년을 맞는다"면서 "설비에 맞는 부품 수급이나, 콘크리트 건물이 갖는 노후화의 문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로 인한 저장 공간의 부족, 지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후화된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일은 모두에게 큰 위험이 되는 일이다. 수명 연장은 당장에 멈춰야 한다""돈보다 생명이 우선이고,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탄소 중립 때문에 핵발전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저 온실가스가 적게 나오면 전부인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방사능 핵 사고 위험성 등은 얘기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ㅠ또한 "만드는 지역 따로,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으면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위험과 오염은 외부로 떠넘겨지고 있다. 핵발전소가 서울 강남에 지어질 리 없고, 핵 폐기물이 재벌 회장님 지하실에 묻힐 리 없다"라며 "정의롭지도 못하고 안전하지도 못한 핵 발전소는 답이 아니다. 수명이 노후 다한 노후 원전은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6·18전국탄핵행동 참가자들이 부산역 광장에 모여 고리2호기 폐쇄를 외치는 모습.\임병도

 

6·18전국탄핵행동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5년 전 오늘 이곳 부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탈핵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고 핵 없는 안전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듯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는 탈핵은커녕 핵발전 강국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전국 24기의 핵발전소에서 매년 750톤의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처리할 대책이 없다. 핵 발전소를 고쳐 쓰겠다는 정책보다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마련부터 만들어야 된다"면서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5년 전 오늘처럼 내년 48일은 고리 2호기가 가동을 멈추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부산역에서 광복로까지 행진을 하면서 부산 시민들에게 노후 원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26일부터 부산시청 앞에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농성장이 꾸려져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임병도(impeter)/ 오마이뉴스

 

100만 그루 불 탄 밀양생태계 복원에 100년 걸린다

기후위기로 여름 산불 증가올해 벌써 586건 발생

[김태현 밀양 주민] “불이 났을 때는 태풍급 바람이 불었습니다. 주위에 불꽃이 올라오는데 금방 다 번졌습니다.”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1000개 면적을 태우고 사흘 만에 꺼졌습니다. 소실된 나무는 약 100만 그루. 불이 나기 전으로 복원하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과거 겨울에 집중됐던 산불이 요즘은 여름에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대형 산불로 인해 까맣게 타버린 산. 이세 영PD

지난달 31일 오전 925분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일대에서 산불이 시작됐습니다. 건조한 날씨에 돌풍까지 불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처참합니다. 검게 탄 흔적이 산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민가에서도 불길이 닿았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김태현 밀양 주민] “(불이)민가까지 내려왔습니다.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붕에다 물도 뿌리고 또 주위에 산 주위에 물도 뿌리고 이렇게 많이 했었습니다. 연기로 인해 가지고 몸이 아파 가지고 병원에 다닌 사람도 있습니다.”

민가 근처까지 산불의 영향이 끼친 모습. 이세영PD

 

1ha1200~1300그루의 나무가 서식하는 점을 고려하면 밀양 산불로 소실된 나무는 100만 그루가 넘습니다.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난 나무 상당수도 뿌리가 훼손돼 2~3년 안에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박영훈 밀양시 산림보호담당] “산불 발생 도중에 완전히 수관화 돼가지고 피해 받은 지역과 또 열해 받은 지역이 있거든요. 완전 탄 지역은 다 죽었고, 열해 피해 받은 지역들은 죽을 확률이 한 80% 되는데 대부분 죽는다고 봐야 됩니다.”

 

[권춘근 산림청 국림산림과학원 박사] “산불이 나기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 30년 정도 소요가 되고요. 산림 생태계의 모든 기능이 돌아오기까지는 한 100년 정도 걸립니다.”

 

경북 울진과 부산에서도 올해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산불이 586건에 달합니다. 2021년 한 해 발생한 산불 349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평균 481건도 훌쩍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 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기후적인 측면이 있어요. 작년 겨울에 특히나 건조했거든요. 두 번째는 빽빽하게 나무를 심다 보니까 나무와 나무 간격이 너무 좁은 거예요. 그래서 불이 이제 쉽게 옮겨 붙고요.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척박한 환경상 침엽수가 잘 자라는데 그게 산불에는 취약한 거죠.”

 

[권춘근 산림청 국림산림과학원 박사] “결국은 산불이 발생하고 확산되기 쉬운 조건의 기후대로 변한 거예요. 산림 내에 있는 낙엽이나 탈 수 있는 가연성 물질들이 바짝 말라 있는 겁니다. 작은 불씨로도 쉽게 불이 붙게 되는 거고, 또 거기에 지속적으로 강풍이 불었습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생긴 작은 불씨는 큰 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춘근 산림청 국림산림과학원 박사] “모든 산불 발생 원인 97% 이상이 사람의 실수에 의한 원인입니다. 97%가 사람의 실수에 의해서 발생을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개개인이 산불에 대한 경각심 위험성 이런 것들을 인지를 해야 된다는 거죠.”

 

들꽃마을에 철강공장이 웬일이니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엄마가 사는 마을 옆에 어느 날 커다란 철강공장이 들어선다고 했다. 엄마가 산골짜기에 친구들과 작은 마을을 만든 지 반년도 안 된 때의 일이었다. 목장으로 쓰일 뻔한 부지를 사이좋게 나눠 사서 삼삼오오 집을 지어 만든 작은 터전이었다. 자연과 어울려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뜻에서 들꽃마을이라 이름했다. 어딜 보아도 초록 능선이 넘실거리고 앞으로 나가면 맑은 계곡이 졸졸 흐르고 밤이면 별이 쏟아질 듯 반짝이는 곳이었다. 봄이면 그곳은 귀뚜라미와 개구리 우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겨울이면 적막해 별들의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엄마는 봄을 앞두고 마당에 새싹을 옮겨 심으며 말했다. “너도 나중에 여기 와서 살고 싶어질 만큼 멋진 마을을 만들 거야.”

 

그 호언장담이 하루아침에 위기에 처했다. 새싹들이 합창하듯 꽃을 피워내던 봄, 공장이 들어선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떨어졌다. 마을의 100m 옆에 들어선다는 공장은 마을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지나는 곳이었다. 소음은 물론 철강을 생산하며 생기는 분진과 환경오염, 대형차량 통행으로 마을의 풍경이 송두리째 바뀔 게 뻔했다. 엄마의 집 창문에서도 보일 만큼 가까웠는데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상을 깬 전투력

분명 어딘가 익숙한 시나리오였다. 시골 마을 옆에 들어서는 공장, 한줌도 안 되는 주민들의 작은 시위와 목소리는 우습게 저지되고, 떨어지는 허가, 이어지는 트럭, 공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늘 생각보다 큰 규모로 들어선다. 약속과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야금야금 덩치를 키워가며 도시를 방불케 하는 소음과 먼지로 마을을 뒤덮는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간다. 어느 순간 마을이 있었던 흔적조차 사라지는, 겪어보지 않았는데도 선명한 그렇고 그런 스토리였다. 그 비극의 주인공이 이번엔 엄마였을 뿐이다. 심지어 그런 전개로 마을 저편에는 시멘트 공장이 이미 들어섰다. 그곳은 돌아볼 때마다 전보다 커져 있었다. 밤에도 빨간불을 밝히며 회색 연기를 뿜어냈다. 엄마는 말했다. “막을 거야.” 마치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운명을 앞둔 주인공처럼 나지막한 한마디가 허공에서 부서졌다. 들꽃마을은 전투태세를 갖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아직 공사 중인 집들이 여러채였다. 집을 짓고 내려온 것은 다섯가구가 전부였다. 승부는 불 보듯 했다.

 

그후 몇 달간 드문드문 소식이 들려왔다. 슬픈 결말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한 귀는 열고 한 귀로 흘렸다.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장 설립 모두 철회하기로 했어. 우리가 이겼어.” 귀를 의심했다. “정말?” 들었던 소식 중 그나마 희미하게 기억하는 것은 엄마의 플래카드 철학이었다. 사안에 반대하는 현수막이란 모름지기 누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간단명료함과 동시에 강력한 한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을 회의에서 후보로 나온 청정 마을 옆에 공장설립 말이 되냐는 나른해보이고, ‘주거환경 박살 내는 OO공장 허가 반대에서 주거환경은 어딘가 모호하다고 엄마는 열을 냈다. 결국 마을 앞에 ‘(결사) 환경오염 소음피해 OO공장 반대한다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나붙었다.

 

플래카드 한장에 이렇게까지 심오한 논쟁이 오가다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그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청춘을 학생운동에 바쳤던 운동권, 그러니까 싸워본 가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엄마와 마을 식구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조직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즉각 마을 회의를 소집했다. 마을에서 제일 목소리가 크고 발이 넓은 사람이 날이 밝자마자 군청에 찾아갔다. 부지런히 전화를 돌려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 설득해 주요 마을의 이장들을 포섭했다. 어떤 마을이든 그 마을의 가장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이 이장이 되고, 그들을 자기편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처럼 알았다. 공장 측에서 공식적으로 군청에 설립 허가를 요청하자 그들은 본격적으로 발로 뛰어 마을의 한집도 놓치지 않고 서명을 받아냈다. 수도 없이 민원을 넣어 끝내 군수가 상황 파악을 위해 마을을 방문하게 했다. 그때 공장 측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을 구슬리기 위해 사업설명회를 열자 기다렸다는 듯 주변 마을 모두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다.

 

요즘 시골에서는 마을 방송을 전화로 하거든. 매일 아침에 전화가 와. 거기다 공식적으로 공지를 때린 거지. 절대 가만둘 수 없는 OO공장이 마을 옆에 들어선다고 합니다. 꼭 현장에 가서 막아야 합니다. 몇시 어디로 모두 나와주십시오.”

 

피켓 대신 달큰한 떡을

그렇게 마을에서 가장 젊은 50대부터 90대까지 모든 주민이 사업설명회에 모였다. 엄마와 마을 식구들은 때맞춰 넉넉히 준비한 피켓과 현수막을 사람들에게 쥐여줬다. 앞서 들어선 시멘트 공장으로 큰 회한을 느끼고 있던 주민들은 한 맺힌 영혼을 그대로 내보였다. 현장은 난장판이 됐다. “거기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보다 더 잘 싸우던데.” 그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지역 신문에 났다. 공장 측은 짐짓 놀라는 듯했으나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속이 뻔히 보이는 말들을 이어갔다. 일 년에 딱 한 달만 공장을 돌릴 것이며, 절대 오염은 없을 것이며. “그다음엔 어떻게 했는데?” 그러자 엄마는 말했다.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속삭였지. 허가가 떨어지고, 설립이 된다고 해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는 매일같이 공장에 들를 거라고. 매일 근처를 서성이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거라고. 뭐 하나라도 잘못되면 하나하나 걸고넘어질 거라고. 우리 집 창문에서도 너네가 뭐 하는지 다 보인다고. 절대 너네 마음대로 되는 건 없을 거라고.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 얘기를 듣는 내 팔에 소름이 돋았으니 전화를 받았던 사람은 얼마나 등골이 오싹했을까. 공장 측이 마을을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싸움이 뭔지 알고 있었다. 먼저 힘을 합쳐 하나가 돼야 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연합을 이루어야 하며, 강경하고 분명하고 끈질기게, 그러니까 쥐잡듯이 잡아야 한다는 것을. 개처럼 사납게 싸우면서도 여유와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그들은 노련하고 실력 있는 파이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얼마 후 아침 마을 방송이 소식을 알렸다. “오늘 들꽃마을에서 떡을 돌린다고 합니다. 주민들께서는 떡을 받으러 주민 회관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떡을 돌리는 날에는 마을에 생기가 돈다. 저 멀리서부터 꼬부랑 할머니가 빈손으로 떡을 받으러 종종걸음을 걸어온다. 들꽃마을엔 승리를 축하하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그들은 깨끗한 공기를 쟁취했고 고요한 적막을 포상으로 받았다. 새삼스레 알게 됐다. 여전히 스스로를 위해 싸울 수 있음을. 전화기와 피켓을 들고 있던 작고 단단한 손에 이제는 따끈하고 달큰한 떡이 들려 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생각했다. 어디나 이런 행운이 함께하지 않음을 알기에. 스스로를 위해 싸울 줄 아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양다솔 작가>/ 주간 경향

 

정부, 국유지 개발도 '민간주도'·'친시장' 속도 낸다

정부가 국유지 개발 과정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를 더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17일 나라키움 여의도빌딩에서 국유지 개발 활성화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민간전문가 및 한국자산관리공사·LH주택공사 등 국유지개발 위탁기관과 함께 국유지 개발 사업 방향과 다양한 개발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국유지 개발에 민간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해 국유재산법을 개정해 국유지 대부 기간을 최장 50년까지 확대하고, 대부료 산정 방식을 매출역과 연동하는 식으로 유연화하는 등 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발 계획 수립과정부터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개발할 수 있는 국유지 정보에 대한 민간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업 초기 민간 참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탄력적으로 대부료를 산정하고 공모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다앙얀 민간 참여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또 개발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는 특성을 감안해 사업리스크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민간주도 개발을 뒷받침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최 차관은 그간 국유지 개발에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활용과 생사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향후 국유지 개발에 민간 참여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이창준 기자

 

녹색 노동조합이라는 새싹 틔우자

기후위기 시대에 노동조합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자본과 담합한 기후위기 주범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4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국회사진기자단

 

우리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의 들머리에 들어섰다. 기후위기가 바꿔놓는 세상 이야기다.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522, 노고단에서 선 채로 죽어가는 구상나무 앞에 조그맣게 모였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씨는 이제 가망이 없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는 1998년 봄, 전라선 야간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렸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불타는 집으로 바뀌는 이 순간,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이때(이원규 시인)” “노동조합은 어디에 있을까?”가 모임 내내 나를 붙잡은 질문이었다. 노동자는 먹고 입으며 탄소를 만드는소비자일 뿐 아니라 노동의 이름으로 탄소를 배출하는생산자다. 한편 조직된 노동은 우리 사회 최대의 풀뿌리조직이다. 이처럼 노동은 문제의 근원이지만 노동이 나서지 않으면 탄소 중립도, 생물종 다양성도 운동의 중심을 잃고 만다.

 

518일 한국노동연구원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이 정의로운 전환:한국과 독일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기후위기 앞에서 노동의 역할을 되짚어보는 모임이었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발신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없었다. 정의로운 전환을 말했지만 정의는 조합원의 일자리로 제한됐고, ‘전환은 구조조정 대응을 넘지 못했다. 그마저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는 일부 업종의 노동조합이나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이 기업별로 쪼개지듯 조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사고의 지평도 기업 담벼락에 갇히고 대응 전선도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조직률이 낮은 데다 조직된 노동자의 대부분은 정규직이다. 조직되지 않은 하청 노동자나 비정규 노동자들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전환의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노동조합의 참여 통로가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단체교섭은 임금과 근로조건에 머물고 경영 참여는 공동 결정의 흉내만 낸다. 사회적 대화가 그나마 노동자가 정책에 접근하는 통로이지만 잊힌 지 오래, 제 이름값도 하지 못한다. (탄소중립법)까지도 정의로운 전환을 내세우지만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아예 없는 듯하다.

 

노동조합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자본과 담합하여 탄소를 생산하는 기후위기 주범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때가 오면 자본으로부터 버림받겠지만 말이다. 기후위기가 노동의 위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1.5°C의 마지막 경고는 잦아지는 기후 재난과 깊어지는 양극화를 통해 인류의 생존을 시험할 것이다.

 

노동조합 나서야 사회의 흐름 바뀌어

하지만 이게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묵정밭에도 바람은 분다. 금속노조와 그린피스가 자동차산업의 기후대응을 함께 연구하고 지난 4월에는 토론회도 열었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단체와 산업전환 협약을 맺기도 했다. 여기에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이외에 기후위기 대응도 들어 있다. 발전소 노조들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내걸고 환경단체 및 학계와 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후위기 대응 특별결의안을 채택하거나 기후노동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끄지 못한 지구의 불이, 구상나무처럼 죽어가는 생명이 우리 사회의 체제 전환을 요구할 때, 노동조합도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확인해가고 있다. 아직은 수줍은 듯 어린 싹이지만 기후위기에 시달리다 보면 대응전략도 크고 실해질 것이다. 그게 노동조합의 쓰임새이자 존재 이유다.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김현우)”라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사인 박태주 (노동 연구자)

 

일본 최고재판소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국가 책임 없어

일본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지난 2011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최고재판소는 후쿠시마 등지의 피난 주민이 원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4건의 손해배상 집단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고재판소가 원전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피난 주민들은 동일본대지진 9년 전인 지난 2002년 정부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발표한 지진 장기평가에 기초해 쓰나미가 예측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 회사인 도쿄전력에 원전 침수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최고재판소는 지난 3월 피난 주민들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30건의 손해배상 집단소송에서는 3700여 명에게 모두 14억 엔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월드엑스포 제2차 프레젠테이션 관전 팁

하세봉 시민학자·전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인류가 당면한 전 지구적 과제를 총리, 장관, 시장 혹은 대통령 등 정치인이 세계를 향해 호소하는 자리가 있을까.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고 바뀔 것인가. 미래학자, 사상가들은 이 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 진단과 처방에 관하여 정치인이 발언한다?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가운데 월드엑스포가 유일하게 그런 자리이다. 정치인 자신들의 숙고는 아닐 터이나, 인류의 미래가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발언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미래학자들의 논의가 사변적이라면, 정치인들은 그 논의를 대중화하고 현실화시킬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작년 1214일 월드엑스포위원회(BIE) 169회 총회 자리에서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20일 제2PT가 곧 진행된다. 169회 총회에서 후보 도시 5개의 정치가들은 자기 도시가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서 타당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나섰다. PT의 대부분은 개최지로서의 타당함을 역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BIE인류가 당면한 근본적인 도전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점을 서두에서 짧게나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1PT에서 후보 도시들은 인류의 당면 과제를 무엇으로 설정했을까. 이 점은 라이브 스트리밍이 예정된 2PT의 관전에 참고 된다.

 

1PT에서 모스크바는 분열된 세계를 조화롭게 묶어줄 요소가 문화·과학·기술에서의 진보라고 간주했다. 안이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 오데사는 미래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mindset)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술은 오늘날 새로운 종교가 되어있다고 간주하고 인간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를 주된 내러티브로 부각시키려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러시아의 오데사 폭격은 그것을 구체화시킬 기회를 차단했다.

 

로마는 1PT에서 디지털화·기후위기·팬더믹 등의 도전에 인류가 직면해있고, 이들 도전이 전개되는 핵심 공간으로 도시에 주목했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포용적 발전을 이룰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엑스포의 핵심 개념으로 제기했다. 고대 이래로 로마가 도시로서 지닌 역사적 개성을 되살려 지구적 과제를 포착한 점은 의미 깊다. 그러나 도시라는 주제는 이미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구현되어서 신선도는 떨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PT에서 리야드의 역사에 대한 리야드 시장의 구두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슬람적 세계관이 투영된 보편적인 주제를 기대했으나, 준비되지 못한 발표였다. 부산의 1PT는 단연 돋보였다. 주제 세계의 대전환을 전 지구적 차원-한국-부산으로 연결시켜 논리적인 정합성을 담보하고 다이너믹한 화면의 전개가 좋았다.

 

다만 부산은 20분 분량의 1PT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느낌을 준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 우리에 대하여 지식이 적은 세계인들이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을 따라가며 소화해내기에 버거웠을 법하다. 경쟁 후보도시 로마와 리야드는 부산에 자극을 받아 2PT에서는 현란한 화면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PT에서 다이내믹한 동영상이 지닐 소구력은 상대적으로 감소된다면, 어떤 대안으로 PT가 진행될까. 이 점도 관전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부산일보

 

인간은 결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단일종인류의 숙명

© 제공: 한겨레 1972127일 아폴로17호 우주비행사들이 29000km 거리에서 찍은 지구. 지구는 바다가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물의 행성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멀리서 보면 지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점이 우리가 있는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점에서 인생을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보이저 1호가 전송해 온 사진 속 지구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해 보인다. 점에 불과한 우리 고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생명을 품고 있는 물이다. 다양한 생명 고분자들이 녹아 있는 물은 생태계의 용매이다. 물은 산소를 중심으로 수소 두 개가 비대칭으로 결합되어 극성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극성을 이용해 DNA, RNA, 단백질 등 모든 생명 고분자들이 작동한다. 물속에서 유전자가 복제되고,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세포가 분열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몸도 70%가 세포를 적시는 물이다. ‘액체 상태의물이 없으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에서 물의 흔적을 애타게 찾는 것도 상상 가능한생명의 전제 조건이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지구를 물의 행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지 중력에 의해 지표면에 얇게 퍼져 있어, 그 속에 사는 우리 눈에만 풍부해 보이는 것이다. 물은 무게로 따지면 지구 질량의 0.03%에 불과한 희귀자원이다. 부피로 따져도 0.15%에 불과하다. 이 희귀한 용매 속에서만 생명의 존재가 가능해진다. 즉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에 허용된 공간은 한 점 티끌의 0.15%에 불과한 것이다.

 

지구 같은 생태계가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

생명이 유지되기 위한 온도 조건도 까다롭다. 우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도 안 된다. 너무 멀면 얼음이 되어 버리고 너무 가까우면 물이 모두 증발해 날아가 버린다. 핵융합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 주위에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절묘한 위치를 골디락스(Goldilocks) 지역이라 하는데 지구가 딱 거기에 존재한다. 물을 붙잡아 둘 중력도 충분해야 한다. 현재 지구상의 물은 태양계 외곽 카이퍼 벨트에서 날아온 얼음을 품은 작은 운석에서 온 것이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 우주에서 내린 비는 골디락스 존에 있는 달이나 화성에도 떨어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을 붙잡을 중력이 지구만큼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면, 생명 특히 고등 생명이 유지되지 못한다. 생명 현상은 단백질의 구조가 결정하는데 이 구조는 온도가 일정해야 제대로 유지된다. 지구의 낮과 밤의 온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역시 물 덕분이다. 물은 에너지 버퍼 역할을 해서 낮에는 지나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밤에는 부족한 에너지를 내어 놓는다. 또한 해류를 통해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순환시켜 지구 전체의 온도를 비슷하게 유지시켜 준다. 그 덕분에 지구 표면의 넓은 지역에 생명이 번창할 수 있다.

© 제공: 한겨레 전 세계 광합성 분포도. 파란색, 녹색, 빨간색이 광합성이 활발한 곳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희박한 물리적인 조건이 만족되어도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법칙을 거스르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99.9%의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하지만 태양에서 내리쬐는 빛을 생물이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빛 에너지는 광합성 생물(식물)이 고분자 유기물로 전환한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은 이 고분자 유기물을 분해해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생태계의 모든 생물은 이 광합성 유기물에 의존하며, 이것이 없으면 생태계는 굶어 죽는다. 즉 식물은 생태계의 농부라 할 수 있다. 육식을 하건 채식을 하건 우리 인간도 결국 식물이 받은 태양 에너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태양 빛은 무한대가 아니다. 태양이 우주로 내뿜는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이 지구에 도달하고 또 그중 일부만 식물에 의해 생태계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인지하기 어렵지만, 우리 생태계는 이토록 아주 희귀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지구 생태계의 공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명확하며, 사람도 생태계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기에 제한된 공간과 자원을 두고 다른 생물 종과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과 경쟁하는 생물 종에는 눈에 보이는 동물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천문학적 종류의 미생물도 포함이 된다.

© 제공: 한겨레

 

유전자는 이중나선의 DNA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정수

생명은 유전자의 현신이다. 생명은 자신의 유전자 보존을 위해 존재한다. 유한한 생명이 유전자를 보존하는 방법은 자기 복제다. 생명은 생태계를 자기 유전자로 더 많이 채우기 위한 복제 경쟁을 한다. 그리고 이 경쟁은 진화를 촉진한다. 유전자 복제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들은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고, 그 중 경쟁에 유리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선택된다. 이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된다. 그리고 선택된 유전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이가 선택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유전자의 진화가 일어난다.

 

물만 존재하던 원시 지구에 자기복제 고분자인 유전자가 등장한 것은 약 3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다시 긴 시간이 흐른 뒤 생명의 최소 단위인 공통조상세포(LUCA)가 등장한다. 이후 진화는 간단한 방향과 복잡한 방향 두 갈래로 나눠졌다. 진화는 일방통행이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든다는 생명의 중심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다세포 생물이 단세포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선택 압력으로 생존 한계에 달하면 더 고도의 기능을 진화시키거나 멸종되거나 둘 중 하나다.

 

간단한 단세포 생물의 진화는 자기 복제에만 충실한 이기적 유전자의 원리를 따른다. 그리고 이기적인 유전자의 극단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에는 자기 복제에 필수적인 정보만 남아 있고, 필요한 단백질과 재료는 다른 세포의 것을 훔쳐 이용하도록 진화하였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을 감염시켜야 자기 복제가 가능해졌고, 숙주 세포를 잘 감염시키는 것이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진화 원리가 되었다.

© 제공: 한겨레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망.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타적 유전자가 만들어낸 인류 문명

반면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진화는 이타적 유전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자살(apoptosis)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개별 세포들의 총합인 개체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스스로 희생하는 이타성이 등장한 것이다. 무수한 가지를 치면서 진화와 멸종을 반복한 다세포 생물은 포유류로 진화한다. 그리고 이타적 유전자 진화의 긴 가지 끝에 인간이 등장한다.

 

바이러스가 이기적 유전자의 정수라면, 인류 문명은 이타적 유전자의 정수다. 세포 수준을 넘어 개체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탄생시킨 문명은 냉혹한 생태계 압력을 극복하는 힘을 주었다. 다른 동물이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랜 진화가 필요했지만, 문명 인류는 날카로운 창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대신 문명의 진화와 함께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멈추게 된다. 주어진 환경에 최적으로 진화한 지배종에게 유전적 변화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지배종은 영광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생태계에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원리로 지배종을 끝없이 공격하는 천문학적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했어도 인간도 생물인 이상, 이 싸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 속(genus)의 유일한 종으로 전 세계인의 유전적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이는 현대인의 선조는 1000명 정도의 집단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한 줌의 인류는 문명의 힘을 바탕으로 생태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단일 지배종이 되었다.

 

이런 유전적 획일성은 바이러스에는 아주 매력적인 숙주가 된다. 한번만 인간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게 적응하면 75억 숙주 개체가 저절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계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단일 지배종인 인간으로 계속 건너오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대인은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친구가 아니다. 다양성을 상실한 지배종은 다양성을 무기로 건너오는 바이러스에 시달리게 된다. 일단 건너온 신종 바이러스는 집단 면역이 전무한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전파된다. 그리고 천문학적 수가 복제되며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엄청난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그 중 가장 잘 전파되는 것이 다시 선택된다. 이것이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오미크론 같은 우려변이로 계속 재등장하게 되는 과정이다.

© 제공: 한겨레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단일 지배종인 인간은 바이러스에겐 아주 매력적인 숙주다. 픽사베이

 

인류 문명이 파괴하는 생태계의 다양성은 고등생물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영역에는 고등 생물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압도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 과거 문명의 발전 이전에는 바이러스와 숙주의 다양성 균형이 종간 장벽에 의해 맞춰졌다. 면역과 방역에서 살펴봤던 격리와 분리 현상이 생태계에서는 생물 다양성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그대로인데, 방어하는 고등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어디 쪽이 불리할지는 명확하다.

 

다양성이 줄어들면 이기적 유전자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농축 산업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식물의 다양성을 없애버렸다. 단일종인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단일종들로 채워지고,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전파하는 쥐나 박쥐의 다양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의 균형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태계 교란이 가져올 결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즉 인류 공동의 숙제를 먼 미래의 후손에게 더 이상 떠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한겨레

 

수출제한 직격탄, 곡물값 45% 올랐다

무협 식량 공급망보고서

소맥·대두 등 수출제한 57

전세계 식량·비료 수출량 17%

국내 비료값 80%, 유지값 30%

세계 각국의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의 영향으로 곡물값과 비료값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에서 농부가 기계를 이용해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스타브로폴/로이터 연합뉴스

 

올 들어 세계 각국의 식량·비료 수출제한 영향으로 국내 비료값은 80%, 곡물값은 45%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보고서를 보면,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발동한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는 57건에 이른다. 수출제한 조치를 내린 나라는 34개국이며, 조치 내용은 수출금지 42, 수출허가제 10, 관세 5건 등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24) 이후 시행된 조처가 45건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소맥이 1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두유(10), 팜유(7), 옥수수(6) 등의 순이었다. 보고서는 지난달 27일 기준 수출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는 전세계 수출량의 16.9%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는 2007~2008년 세계 식량가격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이후 수출제한 조치에 의해 영향을 받았던 식량·비료 비중에 비해 50~150% 이상 높은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수출제한 조치가 36건임을 고려하면 수출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 비중은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주로 식량을 수입해 가공·소비하는 우리나라로는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2020년 기준)이며,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에 그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수출제한 조치 시행 국가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칼로리 기준) 정도지만, 수출제한에 따른 국제가격 상승은 수입가격 및 국내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소맥과 대두유, 팜유 등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가 많아 국내 사료와 가공식품, 낙농품 등의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주요국의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 이후 국내 비료, 곡물, 유지 가격이 각각 80%, 45%, 30%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0%)의 가격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김나율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 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얼음정수기 니켈검출 1년 숨겨온 코웨이대법, “계약자에 100만원씩 배상

 

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숨긴 코웨이가 소비자들에게 각각 100만원씩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은 계약상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소비자들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다며 코웨이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3(주심 노정희 대법관)A씨 등 정수기 소비자 78명이 코웨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1명당 1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코웨이는 2015년 자사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물질이 나온다는 소비자 제보와 직원 보고를 받고 그해 8월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정수기 부품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져 냉수탱크 등에 있는 음용수에 섞여 들어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럼에도 코웨이는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 알리지 않았고. 이듬해 7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공개 사과를 했다. A씨 등 298명은 코웨이를 상대로 위자료 300만원씩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사고를 당했다며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부 이상이나 가려움증 등은 꽃가루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설령 니켈 성분 때문이었다고 해도 그 정도 증상은 제조물책임법이 규정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코웨이가 니켈 검출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선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소비자들이 니켈 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정수기 물을 마시지 않았을 것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정신적 손해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정수기 매매·임대 계약은 채무(계약 이행 의무)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계속적 계약이며, 계속적 계약에서는 신의칙상 소비자의 안전에 위해가 될 위험에 대한 고지의무가 부수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배상액을 1인당 100만원씩으로 책정했다. 원고 중 정수기 매매·대여 계약을 직접 맺은 소비자 78명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정수기 물을 함께 마신 가족 등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향 박용필 기자

 

금지했던 투망’, 허용합니다관광객 유치 꾀하는 지자체들

충북 충주의 한 하천에서 지역주민이 투망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있다. 충주시 제공.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민물에서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행위인 투망을 허용해 눈길을 끈다. 충북 괴산군은 지난 11일부터 일부 지역에 투망을 허용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투망 허용 지역은 괴산읍 괴강교~청소년 수련원 인근 양수장 일대(63000), 괴산읍 이탄교 유원지 일대(5), 칠성면 송동교~쌍천 합수머리 일대(14) 3곳이다. 모두 수심 1m 이내 하천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 투망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기간은 오는 10월까지다. 잡은 물고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없다.

 

투망은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행위다. 하천 주변 주민들의 여름철 천렵(川獵)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화는 2009년부터 보기 힘들어졌다. 어족 자원 보호 조치로 내수면어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민물에서 투망을 이용해 민물고기를 낚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내수면어업법 시행령 14조는 동력기관이 부착된 보트, 잠수용 스쿠버 장비, 투망, 작살류 등의 어구를 사용해 수산 동식물을 잡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다만 시장·군수 등이 어업 여건을 고려해 일정 지역에서는 제한 어구 중 하나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괴산군은 현장 조사와 내수면 어업인들과의 협의를 거쳐 세 곳을 투망 허용지역으로 정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인명사고를 우려해 현장 조사를 거쳐 수심이 깊은 곳과 갑자기 깊어지는 곳 등을 제외했다라며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허용 기간을 쏘가리 금어기(510~610) 이후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옥천군도 주민들의 민원으로 청산면과 동이면 일부 지역에 대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투망 사용을 허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잠정 중단한 상태로, 옥천군은 내년 재개를 검토 중이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투망을 허용한 지자체는 충주시다. 충주시는 2015년부터 상수원 지역과 어업허가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투망을 허용하고 있다. 또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매년 41~531일은 붕어, 51~630일은 쏘가리 금어기로 정해 잡지 않도록 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는 하천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충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추억과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투망을 허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가 투망을 허용하는 이유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괴산군 관계자는 투망을 허용한 이후 외지인들이 투망 허용 지역을 묻는 전화가 많아졌다라며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 투망과 관련된 새로운 관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향 이삭 기자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상영작 61개국 155편 확정

내달 8일 개막, 열흘 간 행사

개막작은 '안녕, 시네마 천국'

장르 영화 강세, 어른 위로도

기후위기 대안 '비키숲' 조성

 

올해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상영작인 '하늘을 나는 방법' 스틸 컷. BIKY 제공

 

올해 BIKY는 다음 달 8일부터 1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북구 대천천,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로서 아시아, 유럽, 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선보인다. 초청작은 칸·베를린 국제영화제와 같은 세계 영화제 초청작과 골든글로브 후보작이 고루 포진돼 있다.

 

개막작은 인도·프랑스 영화 안녕, 시네마 천국으로, 국내에 처음 상영되는 작품이다. 주유신 BIKY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라는 매체의 고혹적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로, 소년과 영사기사의 우정을 그린 인도판 시네마 천국그 이상이다감독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토착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김상화 BIKY 집행위원장은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하는 무료 단체관람을 지난해 3000명에서 올해는 5000명까지 늘렸다학교 측에 신청 공문을 보내고 얼마 안 돼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단체관람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영화제 기간에 초청되는 신작을 일선 교실로 배달하는 바로, !’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담임 교사가 BIKY 워크북을 활용해 영화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이태윤 교육 프로그래머(부산 해림초 교사)올해는 중구에 있는 5개 학교에 두 작품(야콥 코는 마법 코, 곤충들의 정원)이 수업용으로 배달된다최근 학교폭력 예방이 교사들이 원하는 수업 주제 1위로 꼽히다 보니, 폭력의 씨앗인 외모 차별과 차별의 언어와 관련된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날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다음 달 9일에는 부산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비키(BIKY)조성 행사도 열 예정이다. APEC나루공원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약속정원인 비키숲을 조성하고 곤충호텔을 만드는 등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한 활동을 펼친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한국의 곡물자급률 20% 불과전쟁과 기후위기 속 식량안보 해법은?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으로시작된전쟁이우리나라밥상을흔들고있다.세계주요곡창지대인러시아와우크라이나전쟁으로곡물공급이주러들면서국제곡물가격이급등했고식량과사료를확보해밥상을지키려는각국의총성없는식량전쟁이벌어진것이다.주요수출국이던인도를비롯한카자흐스탄,세르비아식량수출국은자국곡물수출을제한시켰고당장곡물을수입해오던나라들은직격탄을맞았다.대한민국도예외가아니다.당장동네빵집과돼지농가가밀과사료급등으로타격을받았고충격은고스란히우리밥상까지이어지고있다.전쟁이끝나면우리밥상도평온해지는걸까.안타깝게도아니다.전쟁이나기후위기로인해국제곡물시장의불확실성은커졌고이로인한식량전쟁은자주치열하게발생할것이다.우리는전쟁에서살아남을있을것인가.우리는무엇으로밥상을지킬것인가.

 

사라지는농지흔들리는식량안보

"토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우리나라 가용토지 면적은 인구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에, 모든 국민이 생산 및 생활의 기반으로서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그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나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관철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429, 94헌바37 )

 

곡물자급률 20%로 떨어져

세계 밀 공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인해 온 세계가 식량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지난 513일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마저 기존 입장을 뒤집고 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인도는 공격적으로 밀 수출에 나서고 있던 터라 인도산 밀을 수입하려던 국가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식량 관련 수출 제한 등에 나선 국가는 인도를 비롯해 30여 개국에 달한다.

 

사실 인도가 밀 수출을 줄일 것이라는 징후는 올 초부터 존재했다. 인도는 현재 '봄이 없는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북서부는 현재 122년 만에 월 평균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하며 4월에 섭씨 49도를 기록했다. 이번 폭염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인도의 밀 생산량이 올해 최대 절반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밀의 양이 적지만, 곡물자급률이 2020년 기준 20.2%에 그쳐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1970년대 80%에 달하던 곡물자급률은 왜 이렇게 급락한 것일까?

 

통상적으로 식량안보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제시된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급을 통한 식량 수급이다. 다른 한 가지는 자유무역 등 세계(곡물)시장을 통한 식량 수입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UR 협정)을 시작으로 WTO, FTA, 현재는 CPTPP까지 참여를 준비하며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식량 수입 비중을 점차 늘려왔다.

 

현재까지도,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량 공급처의 다변화 전략을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많다. 그들은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인구에 비해 땅이 작고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은 정해져'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안보'라는 개념은 농산물 수출국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UR 협정 당시 미국 농무장관이었던 존 블록은 "식량을 반드시 자급해야 한다고 여기는 개도국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관념이다. 미국산 농산물은 언제 어디서든 싼값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식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미국 농업기업대표단은 협정에서 식량안보를 '국내 생산이든 수입이든 상관없이 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식량을 공급해줄 수 있는 능력'으로 규정했다. 결국 수출국의 말을 믿고, '언제나, 어디서나 싼값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국내의 식량자급 기반을 없애버린 결과가 지금의 곡물자급률 20.2%인 것이다.

 

사라지는 농지

식량자급 기반의 상실은 농지 면적의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1976220ha에 달했으나 2020년 기준 30%가량 감소한 156ha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수입을 통한 식량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년에 전체 농지의 1%씩 농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농지 위에는 아파트, 도로,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1976년부터 40년간 가장 많이 증가한 지목은 도로, 대지, 공장용지로 그 비중이 전체 증가분의 50%에 이르며 각각 도로 21ha, 대지 14ha, 공장용지 10ha에 달한다. 최근에는 '지역소멸'을 막는다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혁신도시와 충남과 충북에 집중되는 산업단지로 인한 농지의 감소가 눈에 띈다.

 

산업단지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민간사업자에게도 농지를 수용하는 길을 열어주고, 지정되면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32ha), 괴산 메가폴리스 산업단지(66ha)와 같이 대규모 농지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농지축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공익·공공의 이름으로 농지를 잠식하는 것은 산업단지만이 아니다. 2009~2016년 사업 용도별 농지전용 추이를 보면 해당 기간 농지 115544ha 40%가량인 43483ha가 공공시설을 위해 전용되었다.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농업진흥지역이다. 농업진흥지역은 과거 절대농지로 불리던 농지로 국가가 나서서 보전하겠다고 한 농지다. 문제는 국가 주도의 큰 사업일수록 편입·전용되는 농지에서 농업진흥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

'세계시장의 발달,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나라 농지와 농민이 지금보다 줄어도 식량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우리가 가진 상식은 틀렸다. 작금의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농지와 그 농지를 가꿀 더 많은 농민이다.

 

우선 농지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 스위스는 윤작면적프로그램(FFF)이라는 제도를 통해 국가 전체 필요농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칸톤(스위스 행정구역 단위)별로 할당하여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하여 식량자급을 위해 필요한 농지 총량을 정하고 이를 지역별로 할당하여 확보해야 한다.

 

또한 농지전용으로 발생하는 전용이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 현행 농지보전부담금은 부과율이 전용농지 개별공시지가의 30%인데다가 부과액에 상한제한이 있어 전용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공공사업, 공용시설 등에 대한 각종 감면조항이 있어 2017년 기준 11000억 원이 감면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담금 상한선과 각종 감면조항을 폐지하여 전용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해당 재원을 통해 신규농지를 확보해야 한다.

 

각종 개발의 편의성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인허가 의제조항 역시 폐지해야 한다. 1973'산업기지개발촉진법'에 의해 도입된 인허가 의제제도는 '통합적 결정'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농지가 별도의 인허가 절차 없이 전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별 법령에 흩어져 있는 농지에 대한 인허가 의제조항을 원칙적으로 삭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익·공공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각종 하향식 개발행위에 맞서 지역주민과 농민이 자신들의 땅과 농지를 지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마을 단위 공간관리를 위한 주민협약제도', '마을보호지구 지정'과 같은 상향식 이용허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농지를 지킬 농민이 살 수 있어야 한다. 전체농지의 50%를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으며, 농민의 평균연령은 66세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또 다른 자유무역협정인 RCEP에 이어 CPTPP 협정을 추진하는 등 농산물 시장을 계속 개방하고 있다. 이는 경제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민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서 국민 대다수가 농지와 농민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농사를 지었는지, 어떻게 길러냈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우리가 가까운 논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눈에 드러나는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진정한 공동체의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나라 농민과 농지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장정우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 [함께 사는 길]

 

 

러시아 가스 공급 줄이자, 유럽 줄줄이 석탄으로 회귀

독일·오스트리아 이어 네덜란드도 "석탄 발전 재개"EU "화석연료로 퇴보 안 돼

20(현지시각) 독일 풀하임에 위치한 니더라우셈 석탄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주 석연찮은 이유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공급 부족 위험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석탄 발전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이들 국가들에 "화석연료로의 퇴보"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20(현지시각) 네덜란드가 국가 에너지 위기 1단계 "조기 경보"를 발령하고 35%로 제한돼 있던 석탄 화력발전소의 생산 한도를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에너지 위기 단계는 "비상"·"경고"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로프 예턴 네덜란드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조치로 푸틴의 전쟁 자금으로 더 적은 돈이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네덜란드가 석탄 발전 생산 제한을 풀면 가스 사용을 연간 20억입방미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네덜란드는 가스의 15%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이날 네덜란드는 시추 작업 때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당초 내년 말까지 생산량을 0에 가깝게 감축하려 했던 그로닝겐 가스전의 2023년 말 생산 예정량이 28억입방미터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19일 독일도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유휴 석탄 화력발전소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재가동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석탄 발전 의존도는 2020년 기준 24%,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의존도가 30% 가량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기준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는 12%였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필요한 가스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녹색당 소속인 하벡은 이날 "상황이 심각하다""정말 씁쓸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가스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소 재가동 계획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던 목표와 배치되는 것이지만 정부는 이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벨레>(DW)는 독일 의회는 다음달 8일 석탄 발전을 재개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해도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것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기준 전력의 13%를 원자력에서 얻은 독일은 올해 말까지 남은 3개의 원전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19일 오스트리아 정부도 가동이 중단된 남부 멜라흐 지역의 발전소에서 석탄 발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른 EU 국가들도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독일의 예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화석연료 감축을 선언해 온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석탄 발전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 주 가스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가스값이 일주일 새 50% 가량 오른 데다 이들 국가들이 실질적인 공급 부족 위험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러시아는 서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동 능력을 재차 감축해 공급량을 60% 가까이 줄였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쪽은 공급 제한이 독일 지멘스 에너지가 제조한 노르트스트림 가스터빈 정비를 캐나다에 맡겼는데 제재로 인해 해당 장비를 돌려받지 못한 탓이라는 구실을 댔다. 그러나 하벡 독일 부총리는 이는 "핑계"에 불과하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전략"이며 "정치적 조치"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40% 가량을 수입하는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석탄과 석유 수입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지만 가스 수입까지 끊지는 못했다. 각 국은 분주히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지만 주요 공급처 중 하나였던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가스 수출 터미널에서 8일 폭발이 일어나는 등 악재에 직면했다. 이 시설은 미국 가스 수출의 20%를 담당한다. 유럽 지역의 이른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가동 증가로 전력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유럽이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에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석탄 발전을 재개 방침을 밝힌 국가들은 대부분 이것이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2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 위기를 화석연료로 퇴보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초점이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EU는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에너지 절약이 "EU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며 유럽의 1분기 가스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산업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난방 기준) 희망 온도를 2도 낮게 설정하면 가스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 하벡 부총리도 "지금 상황에선 1킬로와트시만 덜 써도 도움이 된다"며 절약을 호소했다.

 

러시아의 이번 가스 공급 제한은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이어질 '본편'을 위한 '맛보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이 구매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등의 공세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경제전문 싱크탱크 브뤼겔의 선임연구원 게오르그 자흐만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끊기 전에 유럽 구매자들이 단위당 고정 가격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건 우리 가스고, 우리의 게임이지' 라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건 우리 돈이야, 우리 게임이지'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6월에 벌써 36전국이 끓었다

대전·청주 역대 가장 더운 6

경북 의성 36.1, 강원 정선 35.9

22일까지 체감온도 33도 이상 이어져

21일 낮최고기온 분포도. 기상청 제공

 

21일 전국 곳곳의 낮 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면서 6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내륙을 중심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낮 동안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6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한 곳이 많다고 밝혔다.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른 곳이 많았고, 경상권을 중심으로는 남서풍과 지형의 영향으로 35도 이상 오른 곳도 다수 나왔다.

 

이날 낮 430분 기준 대전 35.7, 충북 청주 35.3도로 최고 극값을 경신해 역대 가장 더운 6월 기온을 기록했다. 강원 정선군은 35.9, 전북 순창군은 34.5도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6월 기온이었다. 경북 상주(36.1), 의성(35.9), 안동(35.5), 구미(35.2) 등은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기며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22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경북내륙은 35도 이상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동해안 지역은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다. 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크니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장 무더운 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5시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프랑스 남서부 43서유럽이 타고 있다

스페인도 40도 이상의 폭염

독일 동부는 39도까지 올라

폭염, 이탈리아로 확산 예보

스페인·독일 산불 잇따라

스페인 북서부 내륙 사모라 지역에서 18(현지시각) 소방관들이 산불을 끄고 있다. 폭염과 건조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스페인과 독일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사모라/AFP 연합뉴스

 

주말 사이 서유럽 많은 지역에서 섭씨 40도를 넘는 때이른 폭염이 발생했다. 스페인과 독일에선 산불도 잇따랐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서 주말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갔고, 독일에서도 39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9(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남서부 휴양 도시 비아리츠에서는 18일 오후 수은주가 42.9도까지 치솟으면서 이 지역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프랑스 기상청이 밝혔다. 또 적어도 16개 도시가 이날 6월 최고 기온을 보였으며, 서부 많은 지역도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렸다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스페인의 서부 지역과 북부 지역에서도 주말 사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나타났고 독일에서는 19일에 드레스덴과 콧부스 등 동부 지역 기온이 최고 39.2도까지 치솟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기온은 주말을 넘기며 다소 떨어지겠지만, 폭염이 이탈리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남부와 중부 지역 기온이 38도 이상까지 오르고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는 폭염이 예보됐다. 앞서 영국에서도 지난 17일 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올 여름 가장 더운 날을 기록하는 등 유럽의 폭염이 서쪽부터 동쪽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때이른 이상 고온이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기상기구의 클라레 눌리스 대변인은 <아에프페>기후 변화의 결과로 폭염이 더 일찍 나타나고 있다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불행하게도 미래의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폭염 여파로 스페인과 독일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스페인 북서부 내륙 지역인 사모라에서는 산불로 3에 이르는 지역이 피해를 봤다. 현지 관계자들은 폭염 속에 시속 70를 넘는 강풍까지 불면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로 수도 마드리드와 이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 철도가 18일 한때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동북부 카탈루냐 지방의 례이다에서도 2700의 산림이 산불로 소실됐다.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200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고 현지 소방 당국이 밝혔다. 프랑스 국경 인근인 북부 나바레주에서도 15개 마을에서 주민들이 산불을 피해 대피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독일에서도 건조한 기후와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수도 베를린 남쪽 지역의 트로이엔브리에첸, 프론스도르프, 북부 해안 지역 클라우스도르프 등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비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정부 "원전 적극 활용"다시 돌아온 '친원전' 정책

기존 원전 확대 방향만 반복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우려 비판 목소리도 나와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포함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재확인됐다. 환경단체는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세종청사를 포함해 정부 기관 앞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를 개최했다. 학계와 기업 환경단체 등에서 관련 전문가가 공청회 패널로 참여했지만 원자력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다. 산자부는 공청회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원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향을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 원전 계속 운전 등 원전 운영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산자부는 밝혔다. 또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며 소형모듈원전(SMR)을 연구키로 하는등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산자부는 유럽연합(EU)의 결정과 관계없이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EU 의회의 경제·환경 관련 상임위에서는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과 천연가스 투자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만약 EU원전을녹색분류체계에서빼는것으로최종결정하더라도,우리정부는'마이웨이'가겠다는것이다.

 

산자부는 기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믹스를 재조정하고, 전력구매계약(PPA)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정책 방향 또한 재확인됐다.

공청회에 참석한패널로부터 구체적 내용 없는 원전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원전 확대 정책을 하려면 책임 있게 주장해야 하지만 포화한 핵폐기물 저장소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협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방안이라기보다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탈석탄에 대해서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고 이전 정부의 석탄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라며 "재생에너지 공급 물량이 부족해 기업들도 RE100 달성 등에서 한계를 호소하지만, 원전 확대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출력 제한 문제 상충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수록 원전 출력 제한 빈도가 높아질 텐데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 2기를 폐쇄하기로 했다"라면서 "경제성 등 다양한 여건들을 고려해서 에너지 정책 방향을 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환경단체는 공청회장을 포함한 정부 기관 앞에서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기후위기비상행동 김현우 집행위원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환경단체가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두 줄짜리 환경 공약을 발표한 이후 자세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고 했는데 그 이상의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원전 재건설을 한다고 해도 탄소중립에 기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핵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 또한 "추경호 장관이 한전 적자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지만 한전이 적자가 난 이유는 발전 사업 비중을 석탄 발전에 너무 집중한 이유 때문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우크라이나발 전쟁 등으로 인해 촉발된 현재 상황의 답은 화석연료 집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윤 대통령 "지난 5년간 바보짓 안했더라면... 탈원전 폐기한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맹비난... "과감한 지원 통해 원전산업 육성" 입장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석열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같은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으로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키운다"고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오전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찾아 원전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이어진 간담회 자리에서 "조금 전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도 둘러봤지만 여의도보다 더 큰 면적에 어마어마한 시설이더라. 이런 시설들을 탈원전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이 다 보고, 또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둘러보고, 현장을 봤다면 (전 정부가) 과연 그런 의사결정을 했겠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윤 대통령은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지금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지금 세계는 원전 수출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짚었다.

 

특히 "사우디, 체코, 폴란드, 우리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이 탄소중립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면서 지금 수출 시장이 열려 있다""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창원 원전 산업 현장 방문은 지난 421일 창원의 원전 중소업체 진영 TBX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두 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예산에 맞게 적기에 시공하는 능력, 온타임·온버짓, 이것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 원전기업 만의 경쟁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여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기 계신 여러분께서 이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서 탄탄하게 구축하고 노력해주신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새 정부의 원전 산업 정책 방향에 대해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방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산업을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산업 현장들, 공장들이 활기를 되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원전시장 주도권을 두고 지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정부가 여러분의 발목을 잡지 않을 뿐 아니라 저와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20개 원전산업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원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함께 참석해 원전산업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 "원전 업계, 탈원전이란 폭탄 터져 폐허상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날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원전산업 관계자들이 비공개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급한 지원'을 호소하는 원전산업 관계자들에게 "지금 원전산업은 고사직전 상태와 같다.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다. (원전) 생태계가 망가지고 기술자들 떠나고 나면 수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앞으로 외국 정상들 만나게 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1000조 원에 달하는데, 지금 어려운 원전 업계에 응급조치를 취해 살려놓으면, 전후방 연관 효과가 나면서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라고도 했다.특히 신한울 34호기 발주계약은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효율적으로 신속히 추진할 것 오늘 발표한 조기 일감에 더해 선발주가 가능하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l유창재(karma50) 오마이뉴스

 

민주 "탈원전 '바보짓'이라는 윤 대통령, 전세계가 바보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장기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전세계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탈원전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전 정부 때리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오섭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에너지 정책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냐""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전세계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지금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는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비하는 것이다. 애플, BMW 등 다국적 기업들은 협력기업들에 재생에너지 100%만 사용하는 RE100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5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대비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는 뒷전인 채 원전 살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기후위기는 경제위기이며 환경은 곧 경제"라면서 "윤 대통령의 원전 부활 정책은 탄소중립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원전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윤 대통령의 고집불통과 안일한 인식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립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MBN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원전 안전 문제를 대하는 프랑스와 한국의 자세

 

지난해 12월 가동이 정지된 프랑스 아르덴 지역의 쇼즈 원전.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누벨-아키텐 지역 시보 원전의 비상 냉각시스템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같은 설계로 지어진 쇼즈 원전도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처로 가동을 정지시켰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56기중 12기가 비슷한 결함 조사를 위해 정지된 상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은 지난해 한 원전에서 비상용 원자로 냉각수 공급 배관에서 부식 균열이 발견된 뒤 최근 정밀 검사를 위해 유사한 원전들을 무려 12기나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들 대부분은 설비 교체도 필요해, 연말까지 재가동이 어렵다. 게다가 프랑스 검찰은 프랑스전력공사에 대해 원전 안전 관련 문서위조, 보고 의무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는 수명 연장이 진행 중인 트리카스탱 원전에서 원자로 출력 급상승, 침수 사고 은폐, 독성 물질 방류, 안전 검사 업무방해가 있었다는 내부 제보에 따른 조치다. 지난 1월 프랑스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 원가가 45%나 인상되었다고 발표한 상황에서도 원전 안전 문제에 비타협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국제 에너지 공급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이라며 원전 이용률을 높여 요금을 억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낮은 원전 이용률은 다수 원전에서 방사능 재난 때 방벽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격납 건물에 구멍과 철판 부식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가동이 중단되었기 때문인데, 어떻게 높인다는 것인지 의도가 궁금하다.

 

정부가 가동을 촉구하는 신한울 1·2호기의 계측제어시스템(MMIS)과 수소제거장치(PAR)도 문제다. 계측제어시스템은 원전 운전 상태를 감시 제어하는 핵심 설비이지만, 지난 2012년 입찰 비리와 시험성적서 위조에 가담했던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한 뒤 최근까지 성능 시험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가동을 무려 5년이나 지연시킨 주범이다. 수소제거장치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부각된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업체가 개발했으나, 세 차례 성능 시험에서 오히려 불꽃과 화염만 일으켜 수소폭발 점화기냐는 탄식이 나온다.

 

지난 5년간 문제를 일으켜온 이 설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환골탈태라도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의 원전 이용률 타령은 결국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안전에 구멍 난 원전들을 무리해서라도 가동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한술 더 떠 검찰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며 수사를 벌여 기소까지 했다. 마치 안전 문제와 안전 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미 과거 법원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허가한 원안위의 결정에 대해 최신 기술 기준 미적용을 이유로 행정 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더욱이 월성 1호기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무리한 여과배기설비(CFVS) 공사로 인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설비가 파손되어, 그 후 10년간 오염된 냉각수의 지하수 유출이 방치되어왔다. 당시 원안위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만 수명 연장을 허가한 것이다. 이런 내막은 원안위 산하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담당자가 내부 문제 제기 끝에 지난해 언론에 폭로하면서 알려졌으나, 그는 인사 불이익만 받았고 원안위는 민간조사단의 조사도 방해한 한국수력원자력을 묵인해주며 빨리 잊히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간 국내 원자력계가 원전강국이라며 추켜세워온 프랑스의 원자력안전청과 검찰이라면, 국내의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정치권의 원전 정쟁에 합류해 칼을 휘둘러온 검찰은 자신들이 원전 안전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또 정부는 국제 에너지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그간 밝혀왔듯이 전력시장 개선에 집중하되, 이를 안전성에 구멍이 난 원전들로 해결하려는 모험을 중단해야 한다.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한겨레

 

국민 절반이상 "한강·낙동강 보 필요"환경부 인식조사

[여주=뉴시스]이영환 기자 = 2018104일 수문을 개방한 경기 여주시 금사면 이포보 2018.10.04. 20hwan@newsis.com

 

국민 절반 이상은 홍수 및 가뭄 대응, 용수 사용 등을 이유로 한강과 낙동강에 설치된 11개 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가 수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해체보다는 개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1~12월 여론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한강·낙동강 보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일반 국민 1000명과 수계 지역 주민 2000명을 상대로 한 전화면접조사, 보 인근 지역 주민 각 500명씩 5500명을 대면조사한 결과다. 표본 오차는 각 95% 신뢰수준에서 ±3.1%, ±2.1%, ±1.32% 포인트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보 인근 지역 주민 87.9%, 수계 지역 주민 57.3%, 일반 국민 53.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반 국민은 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중복응답)'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50.8%),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50.7%)을 주로 언급했다. 수계 지역 주민과 보 인근 지역 주민의 경우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을 선택한 비율이 각 52.4%72.1%로 높았다.

 

보가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 국민은 77.8%, 수계 지역 주민 77.3%, 보 인근 지역 주민 60.8%로 집계됐다. 이들 다수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일반 국민 64%, 수계 지역 주민 61.2%, 보 인근 지역 주민 56.1% 등이다.

 

보 개방 및 관찰 확대계획에는 찬성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반 국민 60.4%, 수계 지역 주민 59.9%, 보 인근 지역 주민 54.7%.

 

보 처리와 관련해서는 일반 국민의 경우 '보에 따라 다르다'(40%), '보는 존치하되 상시개방만 하면 된다'(34.2%), '보를 해체해야 된다'(1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보 인근 지역 주민의 경우 '보는 존치하되 상시개방만 하면 된다'는 응답이 46.6%로 가장 많았다. 보를 해체해야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녹조가 먹는물 안전성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일반 국민 86.9%, 수계 지역 주민 86.2%, 보 인근 지역 주민 72.6%로 집계됐다. 보의 개방이나 해체를 통해 먹는물 안전성이 개선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개선된다'는 응답이 일반 국민 66.0%, 수계 지역 주민 65.8%, 보 인근 지역 주민 50.7%로 나타났다.

오제일© 뉴시스

 

오늘 마신 녹차, 그 차밭에 곤충 400종이 다녀갔습니다

녹차와 허브 티백에 든 말린 식물체에서 곤충과 거미 등 1200종이 넘는 절지동물의 디엔에이(DNA)가 발견됐다. 티백뿐 아니라 말린 식물표본에서도 식물이 자라던 당시 어떤 절지동물이 방문했는지 알아내는 길이 열렸다.

차나 허브 티백 하나에 적어도 200종 이상의 곤충이나 거미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량의 디엔에이 조각이 검출됐다는 것이어서 비위생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동물이 식물과 관련을 맺는다는 걸 보여준다. 픽사베이 제공.

 

녹차 티백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녹차나 허브차의 말린 식물체에서 식물을 찾아왔던 다양한 절지동물이 식물체를 물어뜯고 긁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남긴 디엔에이를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했다는 뜻이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기술은 극미량의 디엔에이도 증폭해 어떤 종의 것인지 가려낸다.

식물체를 말려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디엔에이가 손상되지 않고 보존된다. 티백이 식물이 살았던 당시의 곤충상을 간직하는 이유이다. 픽사베이 제공.

 

헨릭 크레헨빈켈 독일 트리어대 생태유전학자 등 독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티백에 든 차와 허브의 가루에서 환경 디엔에이(e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식품점에서 산 녹차, 민트, 카모마일, 파슬리 등의 티백 시료 40점에서 절지동물에는 공통으로 존재하지만 식물체에는 없는 디엔에이 조각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분석해 어떤 곤충이나 거미가 이 식물을 방문해 침과 배설물 등을 남겼는지 조사했다.

녹차, 민트, 카모마일, 파슬리 티백에서 검출된 절지동물의 종수. 녹차가 1142종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헨릭 크레헨빈켈 외 (2022) ‘바이올로지 레터스제공제공: 한겨레

 

그 결과 벌, 나비, 파리, 딱정벌레, 거미 등 모두 1279종의 절지동물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티백 하나당 적어도 200종 이상의 절지동물의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녹차에서 가장 많은 종이 나왔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크레헨빈켈 박사는 티백 하나에는 0.10.15g의 말린 식물체가 들어있는데 녹차 티백 하나에서 400종 가까운 곤충 디엔에이를 확인해 깜짝 놀랐다그 이유는 아마도 곱게 갈린 티백의 식물체가 특정 차나무가 아닌 차밭 전체를 찾은 곤충의 디엔에이를 나타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과학 매체 더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식물에 유전자를 남긴 절지동물은 초식, 육식, 기생, 찌꺼기 분해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 종류로 밝혀졌으며 녹차는 동아시아, 민트는 북미 서해안 등 식물 원산지에 고유한 종이 유전자 지문의 주인으로 드러났다.

전남 보성의 차밭. 독일의 녹차 티백을 분석했더니 동아시아 고유 곤충이 주로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제공: 한겨레

 

디엔에이는 매우 불안정해서 고온에 가열하거나 자외선을 쏘이면 쉽게 변질한다. 식물 표면에 곤충이 침과 함께 디엔에이를 남기더라도 비가 오면 쉽사리 씻겨 사라진다.

그러나 식물체를 고온에 가열하지 않고 마른 상태로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디엔에이가 장기간 보존된다. 연구자들은 식물표본이나 그와 비슷한 상태인 티백 속의 차나 허브가 절지동물의 디엔에이가 보존될 이상적인 상태라는 데 착안했다.

 

크레헨빈켈 박사는 연구 동기를 애초 우리 대학이 지난 35년 동안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하던 다양한 나뭇잎에서 과거 곤충의 디엔에이를 검출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거창한 보관소가 아니더라도 티백도 곤충의 유전자가 잘 보존될 건조하고 어두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조홍섭 한겨레

 

변기 내릴 물도 없다"도시는 모르는 지역의 '물 이야기'

[물과 불평등] 수원은 있지만, 상수도는 없는 마을

도시 거주민들에게 가뭄 피해는 생소하다. 쩍쩍 갈라진 논과 농부의 한탄섞인인터뷰는텔레비전이야기다. 수도꼭지만 열면 물은 문제없이쏟아진다. 전국 보급률 97.5%달하는상수도시스템덕분이다.

 

다만 가뭄 현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은 없다.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마을에서는 소변을 처리할 물도 사치다. 여전히 수많은 산간지역 마을들은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이용한다. 가뭄으로 지하수가 마르거나 미흡한 관리로 수질이 오염되면, 지역 주민들은 당장 마실 물이 없다.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7.5%. 뒤집어 생각하면국내 2.5%의 지역 주민들은 '상수도 없는 마을'에서 살아간다. 물관리기본법 제41항은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물환경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를 명시한다. 2.5%에겐해당하지않는말이다.

 

2.5%의 지역을 <프레시안>찾았다. 상수도 없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고,도시보다 비싼 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지역의상황을기록했다.중앙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입장을 확인하고,모색 가능한대안을 탐색했다.이 이야기가 존재하는,한국에서 물은 불평등하다.

 

강원도 사을기 마을의 '물 없는 날들'

"소변을 밖에서 해결해요, 변기 내릴 물이 없으니까..."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낙천2리 사을기 마을 주민들은 오전 10시가 되기 전 바삐 움직인다. 오후 동안 사용할 물을 미리 받아놓기 위해서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제한 급수로 사을기 마을에선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물이 나오지 않는다. 단수된 물은 오후 4시가 되어야 다시 공급되므로, 아침녘에 물을 부지런히 받아놔야 오후에도 몸을 씻고 밥을 먹는다.

 

"머리는 3일에 한 번씩만 감아요. 샤워할 때는 비누칠을 정말 최소한으로 하고요. 오후에 땀이라도 흘리는 날에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죠. 밥을 해먹을 때는 설거지를 최소화 하려고 밥그릇 하나만 사용해요. 물이 없는데 어떡해요. 너무 불편하죠." -사을기 마을 주민 김미정 씨(가명)

정오 시간, 물이 나오지 않는 김미정 씨 자택의 싱크대. 프레시안(이상현)

 

지난 16, 가뭄 영향이 계속되던 사을기 마을을 찾았다. 마을주민 김미정 씨(가명)가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를 직접 돌려 보였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정오 즈음이었지만 미리 받아놓은 물 없이는 밥을 짓지도 못하고 설거지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을 무제한으로 받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한된 물을 마을 전체가 사용해야 하니 혼자 가득 담아놓기엔 눈치가 보인다. 내가 물을 더 사용하면, 옆집은 그만큼 물을 못 쓴다.

 

"불만 정도가 아니라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물 없이 하루만 살아보시면 알아요. 아예 살기가 힘든 정도입니다." -사을기 마을 노인회장 박영민 씨

 

마을주민들은 벌써 반년이 넘도록 '물 없는 날들'을 보내왔다. 지난해 말, 생활용수로 쓰던 인근 지하수원에서 오염이 확인되면서다. 원래는 농업용수로 쓰던 수원이 식수용 수질검사 기준을 통과해 급히 용도를 변경했지만, 물의 양이 턱 없이 모자랐다. 올 여름 찾아온 '역대급' 가뭄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을기 마을이 속한 임계면 차원에서 매일 적게는 12(t), 많게는 24(t)까지 생활용수 지원 차량을 보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물탱크에 채워 넣은 물이 낡은 관로를 통과하며 새어나갔다. 마을 밖 농수로에 접근하기 힘든 노인들은 생활용수를 밭에 사용하기도 했다. 여러 변수를 거칠수록 필요한 물의 절대량은 늘어나고, 지원할 수 있는 물의 양엔 한계가 생겼다.

 

임계면 급수지원 담당 민병익 주무관은 "사을기 마을 같은 소규모 수도시설 지역은 노후관로 문제도 있고, 지리상 수차가 드나들기도 힘든 구조라 (급수지원을 해도) 풍족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한다. 남는 건 주민 개개인이 물을 아끼는 방법뿐이다. 지난 겨울, 마을은 결국 급수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멀쩡한 화장실을 놔두고 소변을 밖에서 해결하는 것도 절수의 일환이다. 단수가 시행되는 반나절 동안은 변기 내릴 물도 씻거나 밥하는 데 써야할 물이었다.

생활용수로 쓰지 못하는 오염된 물 호스를 가리키고 있는 사을기 마을 주민 프레시안(이상현)

 

지역 곳곳 '상수도 없는 마을' 수원 지척에 있어도, 쓸 물은 없다

"오래 전부터 물이 부족했던 지역."

지역 관계자들은 사을기 마을을 포함한 임계면 내 소규모 마을들을 이렇게 평가한다. 사을기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마을반장 전주호 씨는 "급수시설을 처음 설치한 1978년도에도 수도 및 수원 문제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사을기 노인회장 박영민 씨는 "사정이 비슷한 마을이 주변에 많다""제한된 물을 마을 모두가 쓰다 보니 어떤 마을에선 주민들 사이 '물 갈등'이 일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을기 마을의 '물 없는 날들'은 하루 이틀의 문제도, 마을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소리다.

 

'물이 부족한 지역'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하게도, 임계면엔 252만 제곱미터()의 상수원 보호구역이 존재한다. 서울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 '아리수'의 수원인 한강으로 흘러가는 물이다. 다만 사을기 마을과 임계면 인근 지역 주민들은 그 물을 사용하지 못한다. 상수도가 없기 때문이다.

 

상수도 체계상 '소규모 급수시설' 지역에 해당하는 사을기 마을에는 행정처에서 관리하는 광역·지방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마을주민들은 직접 지하수 운영을 관리하며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상수원 보호구역 프레시안(한예섭)

 

수도는 운영주체와 크기에 따라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 마을상수도, 소규모 급수시설로 구분된다. 광역상수도는 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공급되는 수도이며 지방상수도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주민에게 공급하는 수도다.

 

서울이나 광역시 등지에서 가뭄과 상관없이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지역들이 광역 혹은 지방상수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상수원에서 물을 공급받고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를 거쳐 가구에 공급하므로,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수되는 경우가 없다. 수질 검사도 전문가에 의해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도시를 떠나 농어촌 지역으로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수도 공급 사업은 '규모의 경제'. 인구가 몰려있고, 밀도가 높을수록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다. 농어촌 지역의 마을 단위는 인구도 적고, 몰려 살지도 않는다. 산 속에 있는 마을이면 그만큼 수도관이 연장되어야 해서 비용은 더 높아진다.

 

"주민들은 대부분 상수도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죠. 여기는 옛날부터 물이 부족한 마을이었어요. 지금 땅에 설치된 수도관도 엄청 오래된거라 누수되는 곳도 많고요. 일단은 노후된 수도관부터 고치고, 상수도까지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 -낙천2리 이장 이창배

 

"상수도 설치해달라고 (면사무소에) 건의야 수없이 했죠. 결국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에요. 이유는 예산 때문이죠. 여기 마을 규모가 21가구, 22가구쯤 되는데 인구 대비해서 그 수많은 돈을 쓸 수가 없는 거예요." -사을기 마을 노인회장 박영민 씨

 

2020년 기준 전국 광역·지방상수도 보급률은 97.5%에 이른다. 다만 임계면 내 여러 마을들처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지리적 혹은 비용적 문제로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는 마을이 존재한다. 이곳 '상수도 없는 마을'들에선 도시민이 상상할 수 없는 '물 접근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가뭄 때마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급수시설 관리 부실로 인한 수질오염·시설노후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사을기 마을도 기존에 사용하던 생활용수가 수질 검사에서 부적합 평가를받으면서 물 부족이 심화됐다. 물탱크 청소와 소독, 관로 수리 등을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니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떨어지고 수질 문제가 발생한다.

사을기 마을의 물탱크. 지역 주민들이 직접 관리한다. ⓒ프레시안(이상현)

 

서울시는 100%, 청양군은 45.7% 상수도 보급률이 가리키는 '물 불평등'

상수도가 없어 가뭄, 수질 문제를 겪는 마을은 사을기 마을과 같은 '오지 마을'이나 섬 마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제상 전 한남대학교 교수는 '물 인권과 보편적 서비스'를 다룬 2013논문에서 "기본적으로 일반상수도와 마을상수도는 수돗물을 만들고 공급하는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있고 서비스품질 등 지역 간의 형평성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광역·지방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과 설치된 지역 간에 수량과 수질 안전성의 취약성 집수시설 환경 열악 관리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를 포괄하는 '물 접근성'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대구광역시 등 대도시의 상수도 보급률이 100%인 것에 비해 농어촌 지역에는 상수도 보급률이 50%도 안 되는 곳이 존재한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충청남도 청양군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이 45.7%로 최하였고, 강원도내 군 단위 지역 상수도 보급률도 82.7%에 불과했다.

 

보급률이 떨어지면 물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2021년 마을에서 사용할 물이 부족해 지자체로부터 물을 공급받은 지역은 57개 읍면동 183개 마을에 달했다.

 

다시 한 번 가뭄이 찾아온 올 여름, 광역·지방 상수도 보급률이 68.6%로 미진한 강원도 화천군의 경우 계성리, 구만리 등 군내 7개 지역에서 발생한 물 부족 문제로 지난 614일까지 총 2572t의 급수지원이 시행되기도 했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한 도로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는 농업용수 급수차량 프레시안(한예섭)

 

물 불평등과 물 인권 "적어도 먹는 물은 국가가 보장해야"

 

사을기 마을의 제한 급수는 지난 20일부로 끝났다. 생활용수로 쓰기 적합한 지하수 수원을 찾아내 물탱크에 연결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새롭게 사용할 지하수는 마을 뒤편 산까지 전기로 끌어올려 물탱크에 모은 뒤 각 가구로 보내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언제라도 단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계산해보니까 이번에 사용하는 지하수에 50t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또 실제로 얼마나 쓰일 수 있을 지는 모르는거니까요. 수도관도 노후되어 있고 지하수가 언제 고갈될지 몰라서요. 또 급수시설에 이용되는 전기요금에 쓸 비용을 주민들에게 걷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아직 걱정이죠." -사을기 마을 노인회장 박영민

 

주민들은 "마을의 지리적 문제로 상수도관이 들어오기 어렵다면 노후된 수도관이라도 고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적어도 아깝게 새는 물 없이 물을 사용하고 싶다는 염원이다.

 

지자체는 상수도 없는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주민들이 먹는 물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강원도청 수질보존과 관계자는 "현재는 지역 상수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적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적자를 감수해가며 상수도 보급 및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산간지역이 많은 곳은 수도요금 원가가 워낙 비싸서 요금현실화율도 50% 수준이라 적자는 계속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예섭 기자/이상현 기자 프레시안

 

 

세계 밀값 폭등의 '구조'"식량전쟁, 앞으로 더 치열하게 발생할 것"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세계밀값폭등을어떻게것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세계 곡물가격, 밀값 인상이 국내 외 뉴스의 중심을 자리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논의의 중심은 다음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뛰었다.

2.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 밀값에 큰 오름이 생겨 국내 관련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3. 국제 곡물가 인상에 대한 대비로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위 3가지 논점을 포괄적으로 살펴본 내용이다.

 

선물가격 인상 실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인상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이 시간 세계 밀값 기준이 되고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 시황을 보면 가장 거래가 많은 7월 선물 기준에서 부셀(bu, 밀 무게 단위)11.68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격은 최근 20년 가격 흐름에서 저가 국제 곡물가격 시대(2007년 이전 시기) 부셀당 3~4달러, 중가의 4~6달러(2014~2016년 시기)에 비해 2~3배 심지어 4배에 이르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폭등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 가격이 수입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에서 실제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4월 기간 수입 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선물가격이 실물가격으로 반영되는 데는 2~3개월 차를 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영향의 반영 전 모습이다. 전쟁 영향의 실질적 반영이 예상되는 5월 이후 수입가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장면 먹기도 힘들다'는 내용의 뉴스는 이 같은 가격 흐름의 반영이다.

그림1. 시카고 상품 거래소 현재 시세 -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한국 시간 5505:20).출처: https://www.barchart.com/futures/quotes/ZWH22/futures-prices

그림2. 시카고 상품거래소 최근 20년 선물가격 흐름.

 

우리는 자장면 가격 타령이지만,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관점에서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에 크게 의존해오던 아프리카·중동 국가들 이야기이다. 식용밀 기준에서 국제 밀 무역동향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는 미국·호주·캐나다 밀 중심으로 소비하고, 아프리카·중동 등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물 수입이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가격차에 근거했다. 문제는 싼 값에 수입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이 러시아 무역제재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출항구 봉쇄로 더 이상 수입이 쉽지 않게 됐다. 이 영향에 직격타를 받는 국가들에서는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이어지던 식량폭동이 다시 재현될 움직임마저 보인다.

 

최근 갑작스레 주목받은 인도 밀 수출 관련 이야기도 이 흐름의 연장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간 인도는 세계 두 번째 밀 생산 대국이면서도 14억 인구 부양, 낮은 밀 관련 산업 인프라, 거기에 가격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지에 밀리면서 수출이 거의 없었다. 있어야 이웃 방글라데시 정도로 나가는 정도였다. 이런 인도 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의 접근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동시에 세계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나면서 새삼 세상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이다.

 

전쟁 변수, 왜 우리 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나

국제 밀값 폭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까지 오래 언급해 왔던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 3~4'가 다름 아닌 '저가 또는 중가 밀값 시대에 발생하던 일'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제 국제 밀값 폭등으로 앞으로는 가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과 함께, 관세청 무역통계를 근거로 밀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4월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가 2배 가까이로 줄었고, 5월 이후는 그 차가 더 좁혀질 터이다. 분석 결과로 볼 때 1.5배 가까이로 가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수입 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우리 밀보다는 싸다는 점이다. 수입 밀 가격의 이 같은 폭등에도 우리 밀보다 싸다는 점은 냉정히 수입 밀 가격 폭등으로 아무리 아우성쳐도 우리 밀 소비 진작을 가져오기는 벅차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서 주요하게 살필 최근 정책동향이 있다. 바로 정부가 그 인상의 70%, 업계가 20%, 소비자가 10%를 책임지겠다는 수입 밀 가격 인상 대책이다. 이는 현재의 수입 밀 고가행진 보도가 우리 밀 소비 진작, 자급률 제고의 실질적 진전보다 수입 밀 업계의 가격 인상 논리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과 동시에 정책은 이를 받아 자급률 제고가 아닌 수입 밀 소비 진작의 방향에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한편에서 아직은 외화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 밀을 비롯한 식량 자급률 방안도 함께 있을 것이고 관련한 어떤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 논의에서 우리가 새롭게 할 것이 식량주권의 문제이다. 식량주권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을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산한다'이다. 지금까지 이 논의에 함께 따르는 것이 먹을거리 안정적 공급과 안전성 문제였다.

 

그렇지만 논리의 중요성과 그 합리성에도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현재의 모습이다. 곡물자급률이 20% 전후, 하루 세끼 중 한 끼가 아닌 저녁 간식 정도만 우리 것으로 가능한 현실임에도 대개의 국민이 최소한 양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은 식단을 꾸릴 수 있는 우리 식탁의 실상을 반영한 정책이 바로 그 수입 밀 중심 정책인 것이다. 수입곡물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양적인 식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 경제가 그러한 정책의 큰 밑받침이다. 그러한 현실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미국·호주·캐나다 그리고 그 외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주요 고객이 되어 이들 국가의 중점 관리대상이 되었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기아가 창궐해도 그들에게 원조하기보다 주요 고객이자 자국의 중점 관리대상인 우리에게 곡물을 팔러 달려올 것이고, 우리는 또 이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오늘의 현실은 이러한 국제적 식량수급 구조의 반영이다.

 

돈으로 먹을거리 사는 일, 언제까지 가능?

여기서 중대한 질문! 과연 이 같은 우리 먹을거리의 '잔인한 평온'은 앞으로도 쭉 지켜질 것인가? 오늘의 국제 곡물가격 폭등이 전쟁에서 비롯된 것임에 관점을 달리해 다시금 좀 더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주문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그렇지만 이 목소리도 과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대비로 지금 당장 우리 밀 소비에 적극 나설까?

 

필자는 이 물음에 사실 다소 회의적이다. 이 국제 곡물가 폭등은 중요 뉴스거리가 돼 여러 논자들의 논의주제로 자리하다 수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 농업·농촌·농민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가 지속성에 대해 국가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농촌현장이 열 집 중 한두 집은 빈 집인 것이 보통이고, 그 나머지도 청년이라고 찾아볼 수 없고, 거기에 80대 이상의 고령이 즐비하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농촌이 망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식탁 맞은편에 놓인 TV 속 뉴스에서 국제 곡물가격 인상 소식을 들으며, 수입 밀로 가득한 풍족한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족함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필자는 다시 묻는다. 식량주권 문제는 우리 밥상의 양과 질 이상의 내용을 담아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의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수렴과 함께 이의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 기반에서 다시 식량주권 문제를 살펴야 한다. 이 제안도 쉬 받아들여질 것 같지가 않다. 당장 정책 관료들이 모두 도시 사람이다. '나도 농민의 아들이다'조차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흙과 물을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상태의 대학생 상당수가 도시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해봐야 한다.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정책 입안자와 당대와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들의 다수인 세상이다. 이들을 일깨울 과거의 농활 이상의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사회화시켜 농업과 식량 감수성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함께 사는 길]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수문 개방으로 올챙이 99% 떼죽음

지난 426일 대구 수성구 망월지의 물이 말라 곳곳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백경열 기자

© 경향신문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망월지에서 최근 수문 개방(경향신문 428일자 12면 보도)으로 99% 이상의 올챙이가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저수지 수문 개방이 고의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전문 용역업체가 망월지와 인근 두꺼비 서식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조사결과 성체 두꺼비가 지난 314일부터 25일까지 망월지에 낳은 알은 3285000~365만개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알에서 올챙이가 부화한 이후인 415일쯤부터 망월지 지주 등으로 구성된 수리계 관계자들이 수문을 개방하는 바람에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올챙이 대부분이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업체는 성체 두꺼비가 낳은 알의 약 0.05% 수준인 올챙이 1680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매년 알에서 태어난 두꺼비의 생존 개체수가 약 230~250만마리(폐사율 20~3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번 용역을 통해 망월지에서 태어난 두꺼비가 인근 욱수산으로 옮겨가고 약 3년 뒤 다시 망월지로 알을 낳으러 온다는 점도 확인됐다. 망월지 수리계가 2018년에도 수문을 열면서 저수지 물이 30%가량 줄었는데, 3년 뒤인 지난해 알을 낳으려는 성체 두꺼비 이동 개체 수가 급감했다.

2020년과 올해의 경우 성체 두꺼비 이동 개체수는 평년 수준인 1500여마리였지만 지난해에는 900마리 정도로 줄었다. 올해 수문 개방으로 2025년에는 성체 두꺼비 개체가 400~500마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2018년 사례를 비춰봤을 때 2025년에도 알을 낳기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두꺼비 개체 수가 줄면서 인근 서식지를 중심으로 생태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지난해 11월 망월지와 인근 욱수산 일대(272366)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수성구는 이번 조사 보고서를 보전지역 선정의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수성구는 지난 425일 저수지 물을 사용해 온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수문을 열면서 올챙이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보고 수리계 관계자들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망월지 수문 개방과 올챙이 집단 폐사의 관련성과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마쳤고, 주민 등을 상대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

 

육지 얼음서 사냥, 회색곰과 짝짓기, 생존 위한 북극곰의 사투

육지에서 바다로 떨어져 나온 얼음을 이용해 사냥하는 북극곰 집단이 발견됐다. 일반적 북극곰은 평생 바다 위를 떠다니는 해빙(海氷) 위에서 사냥한다. 북극곰이 바다표범 대신 육지에서 순록을 잡고, 남쪽으로 내려와 회색곰과 이종교배(異種交配)하는 일도 늘었다. 북극곰이 온난화에 맞서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육지 얼음서 사냥, 회색곰과 짝짓기, 생존 위한 북극곰의 사투

 

바다 얼음 대신 육지 얼음에서 사냥

미국 워싱턴대의 크리스틴 라이드레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해빙이 없는 그린란드 남동쪽 해안에서 북극곰 수백 마리가 다른 집단과 떨어져 생존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북극곰은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낸다. 바닷물이 언 얼음 덩어리인 해빙 위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숨 쉬러 올라온 바다표범을 사냥한다. 최근 온난화로 해빙이 급격히 줄면서 북극곰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 북극곰 3세대에 해당하는 35년 이내에 개체 수가 3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린란드 남동쪽은 빙하가 만든 U 자 모양 협만인 피오르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해빙은 1년에 100일 정도만 유지된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2015~2019년 탐사에서 이곳 북극곰들이 나머지 250일은 협만을 떠다니는 민물 얼음과 눈의 혼합체 위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셈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그린란드 남동쪽 북극곰은 북동쪽에 사는 동족과 200년 전 갈라져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극곰이 아예 육지에서 사냥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폴란드 그단스크대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극지 생물학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북극 연구 기지 근처에서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순록을 쫓거나 먹은 사례를 12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극곰이 육지에서 바닷새 알이나 땅에 묻은 쓰레기를 먹는 장면도 목격됐다.

 

인간 조상들처럼 다른 곰과 유전자 나눠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남하하면서 잡종도 늘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진은 지난해 4지구 변화 생물학북극 해빙이 줄어들며 굶주린 북극곰(polar bear)이 남쪽으로 내려와 회색곰(grizzly bear)과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교배종인 피즐리(pizzly)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피즐리는 전체적 외형은 북극곰처럼 보이지만, 발과 다리에는 회색곰처럼 갈색 얼룩이 있다. 피즐리 증가는 북극곰이 그만큼 살기 어려운 증거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북극곰의 감소 추이가 피즐리의 증가와 맞아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잡종이 북극곰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오히려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예로 미국 휴스턴 해협에 사는 어류인 걸프 길리피시는 대서양 길리피시와 교배하면서 항만의 독성 화학물질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진화했다.

 

북극곰이 회색곰과 피를 나눈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버펄로대의 샬럿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지난 6미국립과학원회보(PNAS)’북극곰과 회색곰은 13만년 전에도 유전자를 나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15000~13만년 전 스발바르제도에 살았던 북극곰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해독했다. 이를 오늘날 북극곰, 회색곰과 비교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회색곰에서 북극곰으로 유전자 유입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곰들의 이종교배는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피를 나눈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현생인류는 유전자 2%를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았다. 그런데 최근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도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북극곰과 회색곰도 이처럼 환경 변화에 따라 쌍방향으로 유전자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밀양 산불 키운 주범은 산림청... 현장에 남은 끔찍한 증거들

산불 진화 지휘체계 근본 개선이 필요하다

검게 타버린 나무들로 인해 마치 반달곰이 산을 오르는 모습이 되었다. 최병성

 

까만 반달곰들이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른다. 이곳은 국내 최초 6월 여름 산불로 기록된 경남 밀양 옥교산 산불 잔해 현장이다. 지난 531일 초록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발생한 산불이 소방헬기를 53대나 동원한 뒤 62일이 되어서야 진화되었다.

 

'수관화'로 소나무 가지 끝까지 새까맣게 타죽었다. 죽은 소나무 사이의 흰색 선이 마치 목에 흰 털을 지닌 반달곰을 연상케 한다. 흰색 선은 산림을 관리한다며 만든 임도다(산불은 나무의 큰 줄기가 타는 수간화, 그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화, 바닥의 낙엽과 초본류가 타는 지표화, 그리고 땅 속 낙엽 분해물과 뿌리까지 타들어가는 지중화 등으로 구분한다).

반달곰의 목을 연상케하는 둥근 흰선은 산림에 낸 임도다. 최병성

 

밀양 산불은 독특한 형태의 산불이다. 까만 반달곰 형상으로 불이 탄 곳은 산 중턱이다. 산불이 능선을 따라 위 아래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산 중턱을 따라 옆으로 이동했다.

 

산불은 어떻게 옆으로 이동하며 대형 산불로 번졌을까. 해발 538m로 높고 급경사진 밀양 옥교산 중턱에는 임도가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산중턱을 따라 발생한 밀양 산불 당시 임도의 바람 길을 따라 불길이 이동했다. 최병성

 

임도가 없어 산불 못 껐다는 산림청

산림청은 그동안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임도가 없어 산불을 끄지 못했다고 변명해왔다. 지난 3월 울진 산불 직후인 41, 산림청은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산불예방 숲 가꾸기' 2배 확대와 현재 157인 임도를 2030년까지 6357로 확대 등을 주요 산불 예방 대책으로 내놓았다.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 방지 대책. 소방 헬기를 대형화하고 숲가꾸기 면적을 늘리고, 임도를 확대하면 산불을 끌 수 있을까? 산림청

 

숲 가꾸기 면적을 늘리고, 산림 속 임도를 확대하면 지금과 같은 대형 산불이 사라질까?

밀양 산불 현장엔 임도가 있었지만 산불을 끄지 못했다. 심지어 임도를 따라 산불이 이동했다.

임도가 있으나 산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오히려 산불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었다. 최병성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는 '소나무재선충과 동해안 산불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의 소나무, 무엇이 문제인가'(한국생태학회지 2005)에서 산불예방을 위해 임도를 확대한다는 산림청의 개선안이 국민을 속이는 잘못이라고 오래 전 지적한 바 있다.

 

동해안 연안 산악지대의 산불은 자연환경조건으로 말미암아 2,000m 폭을 가로질러 확대되어가는 양상까지도 발생함으로써 폭 4m의 임도에 의한 산불진화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림지역에서의 임도는 서식지 단절, 가장자리 효과, 토양 침식 및 병충해 확산 등의 보전생물학적, 환경경제학적 폐해가 훨씬 크며, 적어도 우리나라 동해안 연안 산악지역에서 산불에 대응하기 위한 더 이상의 임도 개설은 과학적 논리로서 부적절하다.

 

숲 가꾸기와 송이 숲, 산불 대형화 부추겨

지난 618, 밀양 산불 현장을 조사했다. 산 정상부까지 가시철조망이 쳐진 게 보인다. 송이 숲이다. 사람들이 송이를 따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친 것이다.

 

송이는 소나무 아래에서 자란다. 그래서 소나무를 제외한 활엽수와 하층 식생들을 모두 베어냈다. 이번 불로 송이 숲은 시커멓게 타 잿더미가 되었다.

하층 식생을 모조리 정리해 탈 것이 없는 송이 숲. 그럼에도 산불에 나뭇가지 끝까지 모두 타버렸다. 동그란 표시 부분이 송이 숲에 있던 물통이 산불에 다 타고 바닥만 남은 모습이다. 최병성

 

산림청은 지난 3월 울진 산불이 대형화 된 이유 중 하나로 산림이 우거져 탈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불 예방 대책으로 숲 가꾸기 면적을 늘리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금도 전국에서 산불을 예방하는 숲 가꾸기를 한다며 활엽수와 하층 식생을 잘라내고 있다.

 

산불의 원인이 탈것이 많은 '연료'의 문제라는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송이 숲엔 산불이 번지지 않아야 한다. 활엽수와 키 작은 하층 식생을 모조리 베어내서 불에 탈 연료가 적기 때문이다.

가시철조망이 처진 송이숲. 물통이 바닥만 남기고 타버렸다. 송이숲엔 활엽수와 키 작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 소나무만 남아 있다. 최병성

 

그러나 하층 식생을 청소한 것처럼 깨끗하게 밀어버려 탈 것이 별로 없는 송이 숲은 땅 바닥서부터 가지 끝까지 모조리 탔다. '연료'가 아니라 '바람'이 산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송이 숲뿐만 아니다. 숲 가꾸기 한 곳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숲 가꾸기 한곳도 여지없이 새까맣게 불탔다.

숲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소나무 아래 활엽수들과 키 작은 나무들을 베어낸 현장. 키 작은 나무들이 없어 바람이 잘 통하니 소나무가 가지 끝까지 타 죽었다. 최병성

 

수관화로 불타죽은 소나무 아래에서 오랜 시간 숲 가꾸기를 해온 증거들을 쉽게 찾아냈다. 삐죽삐죽 솟아 있는 작은 가지들이었다. 키 작은 나무들을 자르는 숲 가꾸기는 보통 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밀양 산불 현장 조사에 함께 한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는 잘린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본 뒤, 3번 이상 베어낸 흔적으로 보아 최소 15년 이상 숲 가꾸기가 진행되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숲가꾸기로 잘려나간 나무들을 가리키는 홍석환 교수 최병성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아 소나무 아래 키 작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불길이 멈추었다. 송이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관화로 거세게 타오르던 산불이 지표화로 잠잠해진 곳은 키 작은 나무들을 베어내지 않은 경계부였다. 탈 연료는 많았지만, 키 작은 나무 가지들이 많아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타오르지 못한 것이다.

송이버섯을 위해 소나무 외에 모든 나무들을 베어버려 수관화로 불타 죽은 송이숲(사진 위)과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키작은 하층 식생들로 인해 산불이 지표화로 스쳐 지나간 소나무 숲. 탈게 많으나 바람이 없으니 산불이 지표화로 잠잠해져 소나무들이 살아남았다.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은 하층의 키 작은 나무들이 산불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 연료(ladder fuels)라며 숲 가꾸기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밀양 산불 현장은 숲 가꾸기가 산불을 예방한다는 산림청의 주장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아 키 작은 나무들이 가득한 곳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탈 것은 많으나 바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산불이 지나가다 멈춘다. 그런데 산불을 예방한다며 키 작은 나무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숲 가꾸기 숲은 바람이 잘 통하니 나무 가지 끝까지 타죽는 대형 산불로 확대된다.

 

키 작은 나무 잎사귀들이 열화현상으로 누렇게 말라버린 숲속에 들어섰다. 바람이 전혀 없었다. 조사하는 내내 온몸에 끈적끈적한 땀이 흘렀다. 지표화 현장조사를 마치고 임도에 올라서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임도와 키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과의 거리가 몇 m에 불과했지만 바람의 차이가 컸다. 나무가 없는 임도를 따라 바람이 이동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산림청은 산불을 예방하고 경제림으로 가꾼다며 전국의 산림에서 숲 가꾸기를 진행 중이다. 산불의 대형화를 전국 산림으로 확대하는 꼴이다.

 

불 타 죽은 산림과 밀양 시내가 가까이 있다. 이제 산불은 도시를 위협하는 재난이 되고 있다. 최병성

 

산림이 도시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면 도시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지난 3월 동해 산불은 동해시내 전역을 위협했다. 이번 밀양 산불 역시 자욱한 연기가 온 도시를 뒤덮으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다른 원인은 산림청 재선충 정책

소방헬기를 53대나 동원하고도 밀양 산불을 제때 진화하지 못한 또 다른 원인을 찾아냈다. 소나무 재선충을 핑계로 잘라 쌓아 둔 장작더미 때문이었다.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되었다며 잘라 비닐로 덮은 소나무 장작더미들이 밀양 산불 현장 사방에 널려 있었다. 산불에 비닐이 불탔으나 바람이 없어 소나무까지 옮겨 붙지 않았다. 최병성

 

지표화가 지나간 산불 현장 곳곳에서 타다 남은 숯덩이를 볼 수 있었다. 재선충을 방지한다며 소나무들을 베어 비닐로 덮어 놓은 것들이 산불에 탄 것이다. 소나무를 잘라 켜켜이 쌓아 둔 장작더미에 불이 붙으면 물을 아무리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표화로 스쳐지나가던 작은 산불이 재선충 장작더미에 옮겨 붙으며 대형 산불이 된 것이다.

재선충 소나무 장작이 다 타고 숯덩이 몇 개만 남았다. 최병성

 

소나무 장작더미가 다 타고 재만 남은 현장에서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소나무 장작더미 곁에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의 잎사귀는 누렇게 변화하는 열화현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밀양 산불 당시 강한 바람이 없었음에도 산불을 끄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 장작더미가 다 탔지만 주변 나무들 잎사귀는 열화현상만 입었다. 바람이 없었던 것이다.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은 재선충에 감염되면 모든 소나무가 죽는다며 모두 베어내고 비닐로 덮었다. 심지어 재선충 감염목이 몇 그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을 핑계로 나무들을 싹쓸이하여 산림을 초토화한 경우가 많았다. 산림을 보호한다며 산림을 파괴하는 명분을 제공한 산림청의 잘못된 재선충 정책이었다.

 

재선충에 감염되어도 소나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 소나무 재선충을 치료하는 천적백신이 국내에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수많은 유명 학회지에 국내에서 개발한 천적 백신 논문이 실려 있다. 지난 20218<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http://omn.kr/1urs0) 기사에 밝힌 것처럼 재선충 감염목도 천적백신을 맞고 살아남았음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거제 화도에서 입증한 바 있다.

 

만약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자르지 않고 천적백신으로 치료하며 재선충 소나무 무덤을 만들지 않았다면 헬기로 물을 쏟아 부어도 꺼지지 않는 대형 산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장작더미. 소방헬기로 물을 쏟아부었지만, 숯덩이 몇 개 남을 때까지 다 탔다. 차라리 자르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이처럼 대형 산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병성

 

문제는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잘라 훈증포를 씌워 놓은 게 밀양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국 산림 곳곳에 재선충 이름으로 잘린 소나무 무덤이 널려있다. 도심 인근의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산불이 언제든 전국 도시를 위협하는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나무를 살릴 수 있는 길을 두고, 많은 비용을 들여 소나무를 죽여 온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이 국가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 지휘체계 바꿔야

정부는 산불이 발생하면 최초 발화지점을 찾아 산불 원인을 조사한다. 산림청 산림과학원은 밀양 산불 1차 합동조사감식 결과로 옥교산(해발538m) 중턱에서 발견된 엔진톱을 지목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함께 현장을 돌아본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은 산림청의 밀양산불 조사감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지목한 최초 발화지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이 밀양 산불 현장을 돌아보며 산불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병성

 

산림청이 지목한 최초 발화지점 주변 피해상황을 살펴보면 발화지가 급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이럴 경우 발화지점보다 낮은 곳과 바람을 거슬러 가야할 북서쪽으로 수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지난 3월 울진 산불도 담뱃불 실화에서 느닷없이 페트병을 원인으로 지목해 산림청 산불조사감식의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킨 바 있다.

 

울진, 강릉, 밀양 산불은 산림청의 산불 진화 능력을 의심케 한다. 심지어 임도와 숲 가꾸기, 재선충 감염목 훈증 등 산림청의 산림정책들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산불은 도시까지 위협하는 국가 재난이 되어가고 있다. 산불 진화 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산불 감식 역시 이해관계자나 다름없는 산림청을 제외하고 실제 수사권이 있는 경찰청 주도 하에 제3의 기관과 전문가들로 합동조사팀을 꾸려야 한다.

산불이 국가 재난으로 대형화 된 것은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 정책 때문이다.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병성

 

우리나라 산불은 기후위기보다 산림 구조를 병들게 한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산불이 더 큰 재난이 되기 전에 산림청의 산림과 산불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