났다 하면 ‘대형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12월 31일 밤, 독일은 원전 스위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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났다 하면 ‘대형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022년 3월 4일 11시 17분에 발생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동해안 산불이 1주일 동안 2만ha 이상의 산림을 태웠다.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산불이 빈도와 규모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조한 겨울 가뭄이 전례 없이 길어지는데다 산림에 쌓인 연료(에너지)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나무 부피의 합을 임목 축적량이라고 부른다. 임목측정을 시작한 이후 2021년에 드디어 10억㎥를 초과했다. 1946년 560만㎥에 비하면 18배, 조림 원년인 1973년의 740만㎥에 비하면 14배 증가한 양이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나무의 양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었던 원인으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우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현장 지도까지 실시하며 추진한 대규모 나무 심기 사업의 성과이며, 둘째로는 화석연료의 보급으로 가정에서 나무를 더 이상 난방 연료로 사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강원 영월군의 야산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 신유근 제공
산림녹화엔 성공했지만 그만큼 어두운 그늘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1970년대에 척박한 토양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방용(토사 유출을 막는 용도)과 연료용 속성수로 심었던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이제는 토양 안정화와 토양 개량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굵고 곧게 부피 생장을 하는 수종으로 변경해줘야 한다. 수종 갱신이 필요한 산림의 비중이 무려 7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산림의 ha당 입목 축적량이 2021년 165㎥에 도달했다. 나무들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도태돼 죽고 쓰러지는 나무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쌓이는 만큼 하부에선 불쏘시개와 장작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동해안 산불은 산림의 양 못지않게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숲 생태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죽은 땅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지 않은 숲은 겉은 푸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전혀 딴판이다. 낙엽과 마른 가지들이 바닥에 가득하고 햇빛이 들지 못하고 비가 적게 올 때는 물이 흙에 닿지 못해 토양이 건조해진다. 하층에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는 불모의 토양으로 변해간다. 일반적으로 산에 어린나무를 심고 나면 초기 10년 동안은 풀베기와 넝쿨 제거 등 어린나무 가꾸기를 해 줘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매 10~15년 주기로 간벌(솎아베기)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녹화 사업은 심는 데 주력한 사업이었고, 관리도 입산통제와 벌목 금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973년 박정희 정부의 나무 심기 새마을운동과 그후 강력한 입산통제 정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산은 함부로 들어가면 처벌받는 곳이고, 나무는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뿌리 깊게 박아 놓았다.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지 않은 숲은 좌측 사진처럼 겉은 푸르지만 속의 사정은 우측 사진과 같다. / 신유근 제공
일제강점기에 연간 500만㎥ 정도 생장하던 우리 숲은 1973년 산림녹화 사업의 본격화 이후 2008년 3500만㎥까지 증가한 후 지금까지 계속 감소세다. 나무 생장량이 감소한다는 건 숲의 광합성 능력이 쇠퇴한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나무가 비슷한 시기에 심어 현재 40~50세 연령대에 접어들었다. 적절한 숲가꾸기 작업이 부족하다 보니 나무들 사이의 경쟁만 늘어나 오히려 숲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산림 하부에도 빛과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땅이 돼가고 있다.
숲을 관리하고 가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 지원 시설이 임도라는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도는 산지에 만든 도로를 말한다. 사람과 장비, 차량 등이 이동하려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특히 조림과 간벌, 병충해 방제 작업이나 산불 진화 등을 할 때 임도가 없으면 그 어떤 효율적인 작업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ha(100mx100m)당 임도 밀도가 3.6m로 일본의 13m, 오스트리아 45m, 독일 46m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가지치기, 솎아베기 등의 숲 가꾸기 작업을 한 후 부산물 통나무와 가지류 등을 산에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다. 산불이 발생해도 도로가 없기 때문에 20ℓ 물통과 쇠스랑, 삽 등의 도구를 메고 험한 산을 걸어 올라야 하는 ‘웃픈’ 장면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효율도 낮고 매우 위험한 진화 방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차와 물차, 살수차, 다양한 종류의 굴착기와 트랙터, 크레인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선 상용화한 장비들을 산불 현장에는 투입할 수 없다.
한국은 산림국가다. 산림면적이 국토의 63%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비율이 세계 4위다. 짧은 기간에 산림의 양적 성장과 확대에선 큰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후 단계에 필요한 산림의 관리 및 질적 개선을 위한 사업(솎아베기, 죽은 나무 수집, 임도 확대, 수종 갱신, 사방 및 계류 보존 사업 등) 분야에선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홍수 발생 시에는 나무쓰레기가 강과 바다로 유입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산불이 났다 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상태가 더 심각해질 뿐이다.
산림 가꾸기가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숲가꾸기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산림청 홈페이지에 지난 3월 2일 올라온 ‘산림 건강과 생태 다양성 증진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기후 변화에 의한 가뭄과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산림 가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태평양남서부연구소의 생태학자인 에릭 냅(Eric Knapp)과 그의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솎아베기 처리 후 나온 부산물을 숲에 쌓아 둔 모습 / 신유근 제공
“지나치게 밀집도가 높아진 숲은 현재 미국 서부에서 대형 산불을 불러오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산불 위기에 대처하는 산림청의 전략은 산불로 인한 지역사회의 위험을 줄이고 숲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간벌과 계획적 사전 발화 작업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10년 전, 에릭 냅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의 스타니슬라우스 투올러미(Stanislaus-Tuolumne) 실험숲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3개의 실험숲 구역을 만들었는데 제1구역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간벌했고, 제2구역에서는 산림 원형을 기준으로 수종과 식물군락지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간벌했고, 제3구역은 간벌을 하지 않았다. 3개 구역의 절반은 사전에 설계된 방법으로 계획적 발화 조치를 취해 총 6개 구역을 상호 비교했는데, 3개 구역 6가지 방법으로 조치가 취해진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나무와 하층식생과 포유동물 개체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평가했다. 주요 연구 성과로 첫째,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걸쳐 1억47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죽인 심각한 가뭄이 지난 후 간벌(솎아베기) 처리가 된 2개의 구역이 간벌하지 않은 비교구보다 나무 고사율이 훨씬 적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는 간벌이 경쟁을 줄임으로써 나무들이 햇빛과 물,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함으로써 건강과 활력이 증진됐기 때문이다. 둘째, 연구팀은 계획 산림 발화 산불 처방을 통해 숲이 원래 보유했던 것보다 더욱 활기차고 다양한 하층식물 군집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계획발화는 하부 잡목과 풀 등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산에 불을 놓는 기술) 일부 사람들은 간벌이 건강한 숲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동 비교 실험을 통해 간벌된 숲이 가뭄과 산불에 직면했을 때 생물다양성과 회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창 편백림과 대관령 금강송
우리나라에도 임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기적인 숲가꾸기를 통해 우량한 생태숲을 만든 모범사례가 없지는 않다. 전북 고창의 편백림과 대관령 금강송 군락지 등이다. 활기차고 종의 다양성이 살아 있다.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양질의 숲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숲에 철조망을 치고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고 되는 건 아니고 사람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야 가능하다. 다양한 수종과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숲이 되려면 우선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이 높아야 한다. 1세대 나무들이 가지와 뿌리를 한껏 뻗을 공간이 있어야 활발한 광합성이 가능하다. 이처럼 큰 나무들이 충분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면 하층에 빛과 수분도 충분히 공급되므로 2세대, 3세대의 하층 식생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런 숲이야말로 병충해와 가뭄에 저항력이 강한 숲이라 하겠다. 끝으로 이렇게 숲을 가꾸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임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화재가 발생해도 차량과 장비가 진입해 쉽게 진화 가능하기 때문에 산불을 조기에 잡을 수 있다. 어렵게 가꾼 산림을 한번의 실수로 깡그리 태워버리는 불상사를 바람, 가뭄 등 천재지변이나 기후위기 탓으로만 돌린 채 계속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박정희 정부가 1973년 산림녹화를 시작한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공한 산림녹화의 성과를 계승하는 동시에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답은 우리 산림의 현장 속에 존재한다. 변화하는 우리 산림의 현실과 실태를 냉철히 조사하고 성공한 임업 선진국의 사례도 벤치마킹해 단순 조림을 넘어 산림경영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공위성에도 잡힐 정도로 거대하게 번져가는 산불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썼다. 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심은 만큼 사후에도 계속 돌봐달라, 산에 못 들어가게 하는 산림 통제의 시대를 끝내고 산림 친화적인 정책을 수립해달라며 자연이 외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도와달라는 간절한 호소로 들리는 건 나만의 환청일까?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장>/ 경향
12월 31일 밤, 독일은 원전 스위치를 내렸다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④ 국민 안전 위한 독일의 선택은?
2021년 12월 31일 저녁.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거리는 한산했다. 평소 같았으면 모든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즐길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곳이 있었다.
니더작센에 위치한 그론데(Grohnde) 원전,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 위치한 브록도르프(Brokdorf) 원전, 바이에른의 군트레밍엔(Gundremmingen) 원전은 자정을 기해 발전소의 스위치를 내려야만 했다. 브록도르프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멜트다운이 이곳에서 벌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원전이 폐쇄된다니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 "원자력 없는 유럽을 위하여" 2021년 12월 30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유럽의 더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며 가동을 끝낸 그론데(Grohnde) 핵발전소 냉각탑에 레이저 빔을 쏘는 액션을 펼쳤다. ⓒ그린피스
독일 탈원전의 여정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살피기 위해서는 1960년대로 거슬러갈 필요가 있다. 동서로 나뉜 독일은 말 그대로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 유명한 표현인 '철의 장막(Eiserner Vorhang)'이 말해주듯, 서독은 소련 사회주의의 서유럽으로의 확장을 막아주는 배수진이었던 셈이다. 당시 서독 시민들은 이미 서독에 핵무기가 배치되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했고, 전쟁 반대, 핵무기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시 서독 정부의 원전 확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핵무기나 원전이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로 인식한 것이다. 서독에서만 1970년대 15기의 원전 건설이 진행되었는데, 모든 곳에서 시민들의 반대가 격렬히 나타났다. 특히, 1970년대 중반 프라이부르크 인근의 빌(Wyhl) 원전 건설 계획은 이 지역의 포도 농가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학생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이들은 시민조직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항했는데, 훗날 독일의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 빌(Wyhl) 원전 반대 운동을 '독일에서의 신사회운동의 시작'으로 평가했다.
핵무기와 원전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정치로 이어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지방선거에 '환경보호 녹색후보', '무지개 후보' 등의 이름이 등장하고, 마침내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당시 서독 및 현재 독일의 정당법은 지역 정당을 허용한다). 이런 여세를 모아, 마침내 1980년 1월 '생태, 사회, 기초민주주의, 비폭력'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녹색당이 창당을 하고, 그 다음 총선인 1983년 연방하원 선거에서 5.6%의 지지로 27명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였다.
탈원전 쐐기 박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이러한 정치 사회적 움직임에 더해 1986년 발생한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독일 국민들에게 탈핵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이 부는 탓에, 구소련이 체르노빌 사고를 공개하지 않는 동안 동유럽 국가들과 독일,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는 체르노빌 사고로 대기 중에 퍼진 방사선 동위원소의 영향을 무방비로 받았다. 1987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사산율이 두 배 증가했고, 베를린을 비롯한 서독 전역에서 다운증후군으로 알려진 유전자 손상을 입은 아이의 출산이 증가했으며, 방사성 요오드로 인한 갑상선암 발병 또한 급증했다. 이전까지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들 위주로 반핵, 탈원전 여론이 높았다면, 사고 이후에는 80% 이상의 독일 국민이 원전을 반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체르노빌 사고에 위기를 느낀 시민들은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학부모 모임'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원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함을 깨닫고 주변에 알려 나갔다.

▲ 독일의 탈핵선언에 단초를 마련한 쇠나우마을 지붕에는 태양광발전기가 모두 설치되어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탈핵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은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한 지지를 얻었다. 그러다 1998년 총선에서 6.7%의 지지를 얻어, 40.9%의 지지를 얻은 사회민주당과 연합정부 구성에 성공한다. 의원 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를 구성한다. 한 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독자 정부 구성이 가능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당과 연합해 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이질적인 두 당 또는 세 당이 공동으로 연합정부를 구성해 최소 4년을 통치해야 하므로, 집권 동안의 정책 추진 목표를 문서로 공식화하는 '연합정부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표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로 자리 잡았다. 총 52쪽에 달하는 당시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 합의서 제4장 '생태적근대화'의 세부 항목인 '근대적 에너지 정책' 아래에는 '원전 폐쇄'가 명시되어 있다. 이 합의서에 근거해, 독일 정부는 2000년부터 4개 원전 사업자와 원전 운영 및 폐쇄에 관한 협상을 1년여 진행하여, 신규원전 건설 중단 및 기존 원전의 운영기간(32년) 제한에 합의(Atomkonsens)하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한다.
후쿠시마 사고 6개월 전, 당시 메르켈 총리는 기존 원전의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법안 처리를 강행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여 1980년 이전 건설된 9기 원전은 즉각 폐쇄, 1980년 이후 건설된 8기 원전은 발전소의 수명을 고려하여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하며 사회적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 2011년 4월 후쿠시마 사고 소식을 접한 독일 시민들이 브록도르프 원전 등 자국 내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Gruene Stade
유럽원전협회 "녹색분류체계 기준 충족 어려워"
한국의 상황과는 달리, 독일 국민들은 원전 폐쇄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극우주의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제외한 어느 정당도 원전 신규 건설은 고사하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면서, 원전 안전성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같이 원전 이외의 방식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원전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합리적인 상식'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2~3년 전부터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더해가면서, 일부 언론인 등이 더 빠른 석탄발전소 폐쇄를 위해 운영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새 정부의 연합정부 합의문에는 원자력과 관련한 항목 또한 있다. 그러나 원전 운영 및 건설에 관한 사항은 전혀 없고,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포함해 핵폐기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유럽연합 국가 간의 대립 양상을 보였던 EU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의 초안이 최근 공개되었다. 원전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자국에서의 핵폐기물 처리 및 '사고 저항성 연료(Accident-Tolerant Fuel)'를 의무화하는 조건이 포함되었다. 당장 유럽연합 원전협회인 <FORATOM>의 사무총장은 점잖지만 매우 실망한 어조의 성명에서 "이 기준을 총족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것(These criteria will prove very challenging)"이라고 말한다. 프랑스가 최근 핵발전소 확대 계획을 발표했는데, 과연 유럽연합이 제시한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에 충족하는 원전을 건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민 안전 위한 선택
독일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너지 자원 빈국,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등 한국과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는 독일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지도 모를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택했다. 독일 새 정부 연정합의문에 여러 차례 강조된 것처럼, 재생에너지는 기후보호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과 공공의 안정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염광희 독일 에너지기후 싱크탱크 선임연구원/ 프레시안
해운대 상록아파트, 부산 첫 리모델링 조합 설립 추진
1998년 준공 1000세대 단지…추진위 창립총회 열고 본격화
- 그린시티 노후아파트 잇단 추진
- 1호 사례 성공여부 관심 집중

부산에 처음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만들어진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붐에 힘입어 아파트 대단지들이 잇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가운데 첫 사례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해운대 그린시티 상록아파트 재건축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0일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주민이 모이는 대신 전자총회 방식으로 사업결의안 등 12개 안건을 처리하고 본격적으로 조합 설립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지난달까지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았고, 1000세대 가운데 73%가 동의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위치한 상록아파트(해운대구 좌동 1331)는 1998년 준공된 중소형 단지다. 최고 20층의 아파트 9개 동에 10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전체 가구가 동일 평형(전용면적 75㎡)이고, 인근 단지에 비해 동 간 간격이 넓다.
이곳은 남구 LG 메트로시티 등 지역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3월부터 주민들이 의견을 모았고, 같은 해 5월 추진위를 설립했다. 추진위 측은 1년여 만에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노후 아파트를 개선하자는 여론이 높았고, 세대수가 적은 데다 단일 평형이란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이른 시일 안에 해운대구에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조합이 설립되면 시공사를 선정하고 ▷1차 안전진단 ▷건축심의 ▷사업계획 승인 ▷2차 안전진단 ▷착공 등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리모델링 방식은 아파트의 환경과 사업 기간 등을 고려해 ‘증축’을 고려하고 있다. 벌써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들이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부동산업계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아파트 리모델링 분위기가 뜨거워 별도 연합회까지 결성된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상록아파트를 본보기로 조합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는 오는 8월 ‘부산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박경산 추진위원장은 “리모델링 조합을 처음 만드는 것이어서 각종 변수 등을 고려해 사업 기간을 3년 6개월로 넉넉하게 잡았다”며 “입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모범적인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부산진구청 앞에서 정부의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전포3구역 주민이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제신문 DB
※아파트 리모델링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층수를 올려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준공 후 30년 이상, 안전진단 최소 D등급 이하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 안전진단 B·C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 공공주택 리모델링 추진 절차
기본계획 수립→추진 제안→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1차 안전진단→건축심의→사업계획 승인→이주→2차 안전진단→착공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광주 도심공원, 시민휴식처로
중앙공원 등 9개소 1조5000억 원 투입…2024년까지
불법 경작, 훼손지 100만㎡ 복원, 공원 내 묘지 이장 등
도로 단절 공원 내 산책로 4개소 273m, 보행교 연결

운암산공원 산강대상공원 연결 육교 조감도.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광역시는 민간공원조성사업으로 추진 중인 중앙공원 등 9개 도시공원에 민간자본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도심공원을 시민휴식처로 새롭게 탈바꿈 시킬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토지보상비는 1조2000억 원으로 현재 순조롭게 보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원시설 공사비는 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앙공원 내 캠핑장 조감도. 광주광역시 제공.
시민들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중앙공원 등 도심공원은 대부분 사유지로 시에서 공원시설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없고, 일부 토지소유자들이 경작물 보호 등을 위해 설치한 철조망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공원 이용에도 제약이 많았다.
광주시는 민간공원조성사업을 통해 10개 공원 국·공유지 및 사유지 669만4000㎡를 매입해 훼손지 100만㎡를 복원하고, 공원 내 다양한 편익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민들에게 쾌적한 공원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외공원 내 송전철탑 이설·철거 위치도. 광주광역시 제공.
주요 공원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불법 경작 등으로 인해 훼손된 지역과 중외·송암 공원 내 공동묘지를 포함해 공원 내 묘지가 있는 지역에 수목을 식재해 생태 숲으로 복원하고 공원시설을 설치해 시민휴식 공간 등으로 조성한다.
두 번째로 도로로 인해 단절된 ‘운암산공원과 영산강’ 및 ‘일곡공원과 중외공원’ 등을 연결하는 공원 간 산책로 4개소를 연결해 생태 녹지축확대와 공원 이용객이 편리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녹지축 연결
- 운암산공원~영산강(98m) / 일곡공원~중외공원(53m) / 중외공원 내(67m) / 중앙공원 내(55m)
세 번째로 주민들의 장기 민원인 중외공원 내 송전탑 13기 중 주민주거 생활에 밀접한 10기를 양일로(2.3㎞) 지하로 이설·철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공정률은 34%이며 철탑이설을 위한 도로 굴착작업 등을 시행 중에 있다.
네 번째로 공원 내에 문화센터, 물놀이장, 캠핑장, 그라운드골프장 등의 공원시설을 설치해 시민들의 여가·건강·휴양 및 정서생활 등을 향상시키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공원 내 시설
- 중앙공원 : 캠핑장 / 일곡공원 : 그라운드골프장 / 수랑공원 : 물놀이장
- 송암공원 : 축구장 / 봉산공원 : 복합문화센터 / 운암산공원 : 전망대
- 마륵공원 : 황토건강길 / 중외공원 : 피크닉광장 / 신용(운암)공원 : 자연학습원
중앙공원 등 9개 도시공원 전체 면적 789만8000㎡ 중 사유지는 641만5000㎡로 전체 공원부지의 81%에 해당된다. 마륵, 신용, 봉산, 운암산 등 4개 공원은 사유지 보상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공원도 2022년까지 토지보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2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하고 2024년까지 완료해 시민의 휴식과 정서 함양에 이바지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고향 찾자마자 불탄 500살 회화나무…전문가 "생명위험, 집중관리 필요“
사상구청, 전문가 현장자문 결과
“껍질·새로운 가지 부분 피해
노거수 일부,생육 불가능 상태”

지난달 28일 3년 만에 고향에 다시 이식되는 과정에서 불에 탄 사상구 주례동 회화나무가 정밀 조사와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부산일보DB 지난달 28일 3년 만에 고향에 다시 이식되는 과정에서 불에 탄 사상구 주례동 회화나무가 정밀 조사와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부산일보DB
3년 만에 고향을 찾은 부산 사상구의 500살 된 회화나무가 이식작업 중 화재(부산일보 3월 1일 자 9면 보도) 피해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일부는 이미 생육이 불가능할 만큼 손상이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상구청은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노거수(회화나무) 생육 점검을 위한 현장 자문회의를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장점검에서 수목 전문가들은 노거수 상태 파악을 위한 정밀 조사와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현장점검에는 사상구청 관계자, 수목 전문가 4명, 환경단체 관계자 1명이 참여했다.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노거수의 뿌리 부위는 손상을 입지 않았지만 수피(나무 껍질)와 신초(새로 나온 가지) 부분이 불에 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집중 치료와 뿌리 부위의 정밀 조사, 뿌리 활성화 방안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철거 과정에서 뿌리가 이미 손상돼 노거수의 생육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나무 형성층 중 약 20%만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화재 이후 노거수에 투입하고 있는 영양제가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으로 볼 때 일부는 이미 생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한다”면서 “살아 있는 부위에 대한 판단을 명확하게 내리고 영양공급 방식을 부위별로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조속한 용산공원 조성?…“기지 반환 시점도 미확정, 윤석열 임기내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새 대통령집무실로 지정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전경.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공식화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집무실 주변의 용산공원을 조속히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용산공원 조성 발언을 놓고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환받은 미군기지의 토양오염정화 문제나 상징적 공간인 용산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급하게 결정되면서 남은 절차들 역시 졸속 추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용산 집무실 주변에 수 십 만평 상당의 국민 공원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국민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공원에 산책나와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다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제는 취지는 좋으나 현재 공원 추진 계획대로라면 윤 당선인의 임기 중 용산공원에서 시민들과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용산 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2021)’을 고시하며 “기존 계획에서는 2016년 전체 기지 반환이 완료되는 것을 가정하고 2027년 공원 조성완료 및 개원이라는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지만, 기지 반환 시점을 ‘N년’으로 설정하고 ‘N+7년 개원’으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기지 반환이 계획보다 늦어지자 반환 일정을 아예 ‘N년’으로 불확실하게 잡아놓고, 반환 시점으로부터 7년 뒤 공원 개원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 모든 기지가 반환된다고 해도 2029년에야 공원 개원이 가능한 셈이다. 용산공원의 전체 반환 예정 부지 203만㎡ 중 현재 반환된 부지는 지난달 반환받은 부지까지 포함해 10.7%(21만8000㎡)다.
신수연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반환 협상이 계속 지연되거나 부분 반환만 되니 언제 반환받을 지 알 수 없어 국토부에서도 작년에 N+7년이라고 고시를 한 것”이라며 “고시된 내용을 안다면 그렇게 말 하지 못했을 텐데, 당선인이 기초적인 용산공원의 진행상황이나 반환 절차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환 기지의 토양오염 정화 문제도 남아있다. 7년은 토양오염정화나 공원 조성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지만, 오염 정도 등에 따라서는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군기지의 토양오염정화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방부가 담당한다. 먼저 국방부과 미군과의 협의 하에 반환 구역을 결정하면, 환경부가 해당 구역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가 토양정화를 해 왔다. 환경단체에서는 토양오염정화 책임을 미군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팀장은 “오염이니 뭐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통으로 부지를 돌려받을까봐 우려가 된다”고 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토양오염문제가 결론이 나야 공원이 조성될 수 있다. 계속 논의가 됐던 내용이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토양오염으로 문제가 되는 곳은 개방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오염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대안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상징적 공간인 용산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국민 소통공간’으로만 활용하려는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신 팀장은 “사건사고가 많았던 용산 기지는 향후 다른 미군기지의 환경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인 부지”라며 “‘소통 공간’이라는 수사적 표현으로 정작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놓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이 정도 규모의 녹지 공간을 서울에서 만들 수 있는 건 마지막일 것”이라며 “수도의 정중앙에 있던 군사기지를 어떻게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지,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에서 어떤 것을 복원하고 해체할 지에 대한 방향을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한 연구자는 “용산이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포함해 전세계의 냉전주의, 제국주의의 압축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당선인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다고 하면 결과적으로 그 일대가 개방 문제에 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집무실 옮기는 것 못지 않게, 공원에 대해 정확한 로드맵을 갖고 언제까지 어디를 개방하겠다는 원칙이 제시돼야 할 것 같다”며 “집무실 이전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이슈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못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강한들
수영강·온천천·대천천·회동수원지, 생태계교란종 전방위 확산

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 전경. 부산일보DB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가 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부산의 하천변에서 진행됐던 생태계교란 생물 조사는 지역의 환경 특성과 함께 인간의 부주의와 시민정신 실종이 이 같은 현상을 낳았다고 설명한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수영강(기장군 제외)과 온천천(범어사정수장~수영강), 대천천(금성동행정복지센터~낙동강), 회동수원지 일대에서 생태계교란 생물 서식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부산시, 중부산권 하천변 조사
붉은귀거북 등 양서·파충류 3종
단풍잎돼지풀 등 식물 8종 서식
“교란종 정확한 정보 확인 필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부산일보DB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중부산권에 출현한 생태계교란 식물은 모두 8종으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환삼덩굴 등이었다.
이중 가장 많은 종이 발견된 곳은 수영강으로 7가지 식물이 서식했다. 또 수영강에는 이들 식물들의 분포 면적이 3만 5125.68㎡에 이르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면적 또한 넓었다. 이어 △온천천 4종(9843.18㎡) △회동수원지 4종(1722.75㎡) △대천천 3종(1만 5382.57㎡) 등으로 나타났다. 모든 조사 장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식물은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이었다.
이들 지역은 외부 교란에 의해 인공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며, 외부종 유입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각 공원지역에 생태계교란 식물의 확산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토착종의 생육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사 지역에서 발견된 생태계교란 양서·파충류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 노란배거북 등 3종이었다. 황소개구리는 수영강에서 4마리, 대천천 하류부에서 7마리(유생), 회동수원지에서 9마리가 확인됐다. 황소개구리는 낙동강과 합류하는 대천천 하류부와 수영강의 상류부에 주로 분포했다. 온천천에서는 황소개구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거북의 경우 회동수원지에서 붉은귀거북 13마리와 노란배거북 2마리, 수영강에서 노란배거북 2마리가 확인됐다. 회동수원지에서 발견된 거북은 오륜대 앞 데크가 조성된 산책로 인접한 곳에 대부분 모여 있었다. 회동수원지는 물의 흐름이 적어 거북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조건이다.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있던 거북들이 회동수원지에 방류돼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생태계교란 생물 퇴치를 위해 분포에 따른 지역별 제거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집중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선순위 지역은 서식밀도가 매우 높거나 피해가 극심한 지역,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 알레르기 등 인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등이다. 또한 초·중·고 학생 대상 생태계교란 생물 모니터링과 제거사업을 벌이는 등 시민이 참여하는 방법도 권장했다.
조사팀은 “포획틀을 설치해 정확한 생태계 교란종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생태계 교란 거북류의 경우 봄철 산란시기 등 중요한 생태적 특성을 나타낼 때를 집중 조사기간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촬영장소가 어딘지는 모른다. 제작년도가 2017년 눈여겨 본 장면이 양미역취의 존재다. 시대적으로 1600년에는 양미역취는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만 고상한 척할 건가…원전은 화장실 없는 맨션”
월성원전 3㎞ 떨어진 마을서 8개월 거주
원전 인근 주민들의 이주 목소리 담고 대안 고민
책 <원전마을> 쓴 김우창 서울대 환경대학원생

지난해 3월25일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원회 상여시위 중.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공
‘핵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같은 말이다. 그러나 어감이 다르다.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핵발전소라는 용어를 더 자주 쓰지만, 에너지·기후위기 시대 한국에서는 원전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한국 새 대통령의 공약도 ‘원전최강국’ 건설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수료생인 김우창(38·환경사회학)씨는 원전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갈등 상황을 연구한다. 2014년께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수도권에서 가져다 쓰는 전력의 생산지가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모순을 느끼며 에너지 불평등 문제에 먼저 빠져들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했고 원전 인근 주민들의 삶과 관련한 박사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개월을 월성핵발전소로부터 3㎞ 떨어진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신서리에 거주하며 매주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월성원전 인접 주민 이주대책위원회’ 상여시위에 참여하고 주민 6명 등을 인터뷰한 뒤 책 <원전마을>을 썼다. 상여시위는 이주대책위가 만들어진 2014년 8월25일 이후 계속 8년째 이어지고 있다. 72가구였던 대책위 주민들은 이제 10가구만 남았다.
18일 오전 화상 인터뷰에 응한 김씨는 “현장에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이 불안과 위험요소처럼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가급적 생수를 사 먹고 음식은 멀리 떨어진 울산에서 사먹기도 했지만 숨쉬는 공기는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불안감이 실재하는 이상 주민들의 원전 반대 활동이 비전문가들의 불안이 아니라고 옹호하고 싶었다”라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지역의 책임으로, 폐기물 처리 책임은 다음세대로 넘기는 것이 원전”이라며 “원전을 생각할 때 ‘화장실 없는 맨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고도 서울만 고상한 척 ‘서울공화국’으로 살아가는 게 맞는지 경제적·산업적 가치로 주목받는 원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대학원생은 왜 경주에서 8개월을 살았나
—책의 원제가 <간절히 바라옵건대, 이주>였다. 월성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주 목소리를 담게 된 계기가 있었나.
“2021년 초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관련한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월성원자력본부쪽에서 바나나 6개·멸치 1g 등 에 비유하며 주민들의 불안이 과장되었다고 지탄한 것을 보고 결정하게 됐다. 당시 <탈핵신문> 등 다양한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나의 전공이 원자력이나 화학 등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거주 기간 30~40년 중 최근 8~9년을 적극적으로 투쟁해 온 주민들 활동의 의미를 알리고 싶었다. 이주대책위 내부자료용으로 정리하다 제안을 받아 책을 내게 됐다.”
—투쟁의 역사가 왜 의미있다고 봤나.
“탈원전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수도권에서 느끼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추상적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투쟁의 역사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옹호하고 싶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한수원 짝퉁 부품(2015년 한수원 직원 등 68명 실형 선고·추징금 48억여원 확정), 2016년 경주 지진으로 원전 정지, 2021년 삼중수소 검출 논란 등 위험 물질을 둘러싼 주민들의 경험이 전문적이라고 봤다.”
—주민들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갑상선암 수술을 하신 어머니, 가족력이 없는데도 갑상선 항진증을 겪는 아버님이 계시다. 암 발병 등이 원전의 영향인지 인과성 논쟁이 있지만 주민들은 이웃 주민들이 암과 백혈병 등으로 죽은 기억이 있기도 하다. 다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임기 말까지 진전이 없어 주민들의 심정이 다급했고 간절했다고 느꼈다.”
—책을 보면 인접 주민 중 100가구 주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참여 주민은 과거보다 줄었다. 한수원과의 관계때문에 대놓고 활동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한 때 전체 1/5 가량인 100가구의 주민이 참여했지만 이제는 10가구 정도가 참여하며 울산·경주 등에서 연대하는 이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장 앞에 상여시위에 쓰는 상여와 관이 놓여져있다. 김우창씨 제공
“원전 거주 주민을 피해자로 바라봐달라”
—주민들이 바라는 이주가 어려운 이유는 부동산 거래 자체가 적기 때문인가. 거래현황이나 공시지가 상승률 등 인접 지역에 대한 기초적 분석을 한 것도 처음인 듯 하다.
“혐오·위험 시설이 근처 지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실증 연구가 하나도 없었다. 이 연구를 한 것도 ‘한수원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주민들이 또 보상을 원한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원전에서 가까울수록 거래도 안 되고 지가의 변동폭도 낮다는 경향성은 확인했다. 이 팩트만 봐도 한수원이 말하는 주민상생발전 논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이주 요구는 원전 인근 주민도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반대 주민들이 지역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없나.
“주민들이 이주를 우선시하는 이유도 그렇다. 탈핵·탈원전을 외치고 싶지만 지역 사회에서 ‘너희 때문에 지역 상권 망했다’는 낙인들을 오롯이 이분들이 받게 된다. 지역의 농수산물 피폭 문제도 건들면 지역 경제가 초토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오염된 몸, 건강을 걸고 싸울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탈핵·탈원전에 대한 정의도 저마다 다르다. 문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을 안 짓고 오래된 원전을 폐쇄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주민들에게는 폐로 이후 폐기물처리까지 고민하기에 현재 소극적 의미의 탈핵 요구는 추상적이다. 결국 이주를 요구하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몰고 다니는 마을’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원전 지원금이 있지만 1/6이 도로 확대 등 주민 사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이익은 전기요금 감면 정도의 지원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줘야하는 도로 확대 사업 등을 주민들은 목숨값으로 받는 셈이다. 또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쓰는 돈이 있어도 한해 100억원 미만인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언론에 광고홍보를 하고 지역사회 크고 작은 행사를 지원하는 등 한수원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한 활동에 쓰인다고 한다.”
—그래도 원전 직원들이 동네에서 쓰는 돈이 지역에 돌게 되면 좋은 것 아닌가.
“지역상권의 가장 큰 고객이 원전 직원이 맞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 곳이 오지여서 이곳에 오는 직원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불편해 이 곳에서만 먹고 자고 생활했지만 지금은 울산·경주·포항으로 이어진 도로가 잘 나있어 그곳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주고객이 한수원 관련 직원들이다보니 ‘착한 가게’ 리스트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등 지역 경제를 볼모 삼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간지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한수원 직원들도 만나봤나.
“정직원은 못 만났고 재하청 형태로 일하는 직원들을 몇 명 만났는데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데, 한수원 노조는 탈원전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대책위 지원하는 시의원 등을 저격하기도 하는 등 월성 지역의 경우 한수원 본사가 있고 경주시가 중저준위폐기물방폐장 유치를 한 곳이니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특별히 더 (친원전 목소리가) 장악한 지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8월27일 천막농성 7주년을 맞아 행사가 열렸다. 용석록 탈핵울산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제공
—이주 비용은 얼마로 추산되나.
“10가구에 대한 이주 비용은 없었다. 2016~2017년 관련 법을 개정하고자 할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반경 5㎞ 기준으로 이주 단지를 조성하는 데 8조5천억~9조가 들어간다며 비판한 바 있다. 결국 법도 임기만료 폐기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희망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원전으로부터의 제한 구역을 늘리는 식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사회로부터의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외국 사례 조사도 했나.
“어려운 지점이 외국 사례를 찾는 것이었다. 쓰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 등 원전 사고가 난 이후 건강 조사 연구는 이어졌지만 한국은 사고가 나지 않고 가동 중인 원전 인근에서의 피폭·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온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원전 인근 거주 가능 기준(원자력안전법 기준 560~914m)을 보면 놀란다.”
“탈원전 내 건 문재인 정부에 아쉬운 점”
—원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았던 2016~2017년에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거의 다 탈원전을 말했다.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도 ‘탈원전’이었다. 그런데 5년 만에 여론이 돌아섰다는 지적도 있다.
“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탈핵·탈원전 운동이 분열되었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대안으로 원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환경운동 진영도 갈라졌다고 본다. 문 정부가 탈원전·에너지 전환을 내건 첫번째 정부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가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인지 진정한 공론화가 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탈원전은 선언했지만 원전 수출은 지향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없이 나온 ‘원전최강국’ 공약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국민들의 의지가 담긴 것인지 다시 묻게 된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김우창씨가 지난해 2월22일 이주대책위원회 농성장의 투쟁 날짜를 고치고 있다. 하지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제공
—친원전 그룹에서는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원전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달라는 말도 한다.
“공감은 된다. 누군가의 직업과 누군가의 안전이 모두 걸린 문제다. 간극을 좁히기 위한 토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원전최강국인 한국은 계속 최강국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원전을 안전과 규제의 대상·시설로 보기 보다 성장의 원동력·산업적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만 봐왔다. 한수원에 대한 내부 정보는 지자체조차 얻을 수 없다. 투명성이 많이 부족하다. 또 폐기물과 폐로 문제는 누구도 해결 못하고 다른 지역과 다음 세대로 떠넘긴다. 원전을 생각할 때 ‘화장실 없는 맨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고도 서울만 고상한 척 서울공화국으로 살아가는 게 맞나.”
—책의 인세를 대책위에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공간에 대한 감각이나 특정 장소에 대한 애착감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데 주민들은 50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자랑스러운 고향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면 이곳을 떠날 생각을 했을까 독자들이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책을 많이 읽어주시고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겨레 최우리 기자
꿀벌 100억 마리 사라졌다…'기상이변' 생태계 재앙 이어지나
꿀벌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우리가 먹는 농작물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날씨가 이상해진 탓이 크다는 분석인데,

[기자]경기도의 한 양봉농장, 벌집이 텅 비었습니다. 꿀 대신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안종윤/양봉 농민 : 처음이에요, 처음. 이렇게까지 월동 나면서 한 것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전멸하는 건 처음이에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전국적으로 벌통 50만 개 이상, 100억 마리가량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졌습니다.
[최용수/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 : 밖에 나가서 못 돌아온 이런 케이스, 그래서 저희들이 이제 이런 케이스는 '월동 폐사'라고 표현을 합니다.]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따라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300여 개의 벌통이 있었던 자리가 지금은 대부분 비어있습니다. 진드기의 공격에 이어 기상이변으로 인한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지난해 봄 개화 시기는 빨라지고 기간은 짧아져 벌들의 활동이 많지 않았습니다. 가을엔 저온현상으로 벌들이 잘 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잠에 들어간 벌들이 12월 고온현상으로 일찍 바깥 활동에 나오면서 체력을 크게 소진했고 결국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꿀벌의 집단 폐사는 꿀 생산 감소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주요 농작물이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김선희/한국양봉협회 경기지회장 : 양봉인들만의 꿀벌이 아니에요. 이건 자연 생태계를 지켜주는 지킴이예요.]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농작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꿀벌 없이 인공수정으로만 키울 수도 있지만, 식량 가격은 크게 오르게 됩니다.
낙동강물로 키운 쌀·채소에서 ‘녹조 독성물질’ 검출
환경운동연합 “국제기준치 상회…보 개방을”
윤석열 ‘4대강 재자연화 폐기’ 공약과 배치돼

낙동강 본포취수장 취수구. 녹조 덩어리가 취수구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물을 흩뿌리고 있지만, 이미 강물 전체가 녹조류로 물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과 채소에서 녹조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 수문을 열어 녹조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4대강 재자연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22일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을 이상길·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허용치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녹조류가 생성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맹독성 발암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간·폐·혈청·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난자 감소나 변형시키는 등 생식독성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녹조 독소 잔류기준은 없다.
낙동강 하류 지역 2곳에서 낙동강물로 생산한 쌀을 성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쌀에서 ㎏당 마이크로시스틴 2.53~3.18㎍이 검출됐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세계보건기구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는 어른 1명이 하루에 쌀 300g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경우 간 병변은 허용치의 1.97~2.48배, 생식독성은 7.02~8.83배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낙동강물로 재배한 무·배추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당 마이크로시스틴이 1.85㎍, 1.1㎍씩 검출됐다. 어른이 분석 대상 쌀(300g)과 무·배추(100g)를 함께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간 병변은 허용치의 3.25배, 생식독성은 11.56~20.81배 초과하는 양이 체내에 흡수되는 셈이다. 녹조현상이 발생한 낙동강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당 67.9㎍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 있다.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 300℃ 고열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열, 조리과정을 거쳐도 독성은 그대로 남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낙동강물로 재배한 다른 농작물과 낙동강에 서식하는 어패류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밥상에 녹조류 독성물질이 올라온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녹조 독성 조사를 해야 한다. 또 보 수문을 열어서 강물을 흐르게 함으로써 하루빨리 녹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당선자는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잘 지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을 승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구상은 국민통합이 아닌 국민분열만 가중시킬 것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윤 당선자는 4대강 사업 승계 발언의 폐기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최상원 기자
25일 탄소중립법 시행…‘탄소중립위’ 간판에 ‘녹색성장’ 붙는다
지난해 9월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법’ 시행
중앙·지방·민간,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 마련해야
탄소중립위 명칭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로 바뀌어
원전 전문가들 위원회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해 제정·공포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25일 시행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를 위해 중앙·지방 정부는 탄소중립을 사회 중심 가치로 두고 이에 맞는 제도적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동시에 대통령 직속기구이던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법적 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법적 지위뿐 아니라 간판을 바꿀 예정이다. 원전을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수단으로 꼽는 윤석열 당선자가 원자력 업계 전문가나 인사들을 민간 위원으로 위원회 자체를 아예 재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환경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시행령안에 따라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총괄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름이 바뀐다. 법 시행 이전 대통령령에 근거해 지난해 5월 우선 출범했으나 4개월 늦은 지난해 9월 법 이 제정된 뒤 6개월이 지나 이제야 법이 시행되면서 법정 위원회로 전환도 늦어졌다. 법 이름에 맞게 위원회 명칭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개편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스스로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전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계획,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추진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부처 장관들인 당연직 위원을 제외하면 70여명의 민간위원이 함께 하며 국민적 의견 수렴을 도맡아 하고 총괄 기획을 하는 역할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관련한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인 위원회에 원자력발전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원전업계에서 계속 이어져왔다. 원전최강국 건설을 약속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가 위원 구성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탄중위 사무처 사무실도 세종시로 옮길 예정이다.
시행령안에는 2018년 기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명시했다. 법에서는 35%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40% 감축 계획을 이미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당선자는 전체 감축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되 산업계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내부 조정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역시 달라질 예정이다.
국가·지역 단위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점검해야
시행령에 따라 정부는 탄소중립 이행체계를 확립해가기 위한 국가 전체와 지역 단위의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점검해야 한다. 법 시행 후 1년 내 정부는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국가 기본계획을 고려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시도와 시·군·구 기본계획을 차례로 수립하도록 했다.
예산·복지 부분도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해서는 국가 예산을 짤 때 온실가스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정책이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거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획·사업에 대해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기후변화 영향평가’도 9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지난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된 파리협정 6조에 따른 국제감축사업 근거도 마련되어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부처들이 관련 사업자를 유치하는 등 국제감축시장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
또 취약계층·지역 재해예방을 포함하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5년마다 수립하여 점검해 나가고, 이 대책은 시·도 및 시·군·구 단위까지 확대해가게 된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피해가 큰 취약지역에 대해 정의로운 특별지구로 지정하고, 지원기구서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도 설립, 운영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기금인 기후대응기금도 이 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이다. 올해는 총 2조4천억원 규모로 편성돼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 수단을 담은 법으로 지난해 9월24일 제정·공포됐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고, 이후 약 6개월 동안 탄소중립위원회 주관으로 하위법령 개정 작업 등을 거쳐 법 체계를 완비했다. 이 법 명칭이 길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한국 역사상 기후변화 대응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녹색성장’이 최초였다며, 법안 이름으로 이 개념을 넣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했다.
한겨레 최우리 기자
후쿠시마 잊은 정치인들, 원전이 '안전'하다며 '핵 발전'하자?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⑤ '탈핵' 걸음 뗀 한국, 후쿠시마와 다른 길 갈까

▲ 월성원자력발전소. ⓒ함께사는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핵 사고가 발생한 지 11년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6개의 발전소가 있었는데 이중 3곳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3개의 발전소에서 연달아 수소폭발이 일어나면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대기 중으로 바다로 퍼져나간 방사성물질들은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 오염을 일으켰다. 이때 주변지역으로 퍼져나간 대표적인 방사성물질인 세슘-137의 영향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0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일본은 방사능 오염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 사고로 인한 위험과 추가적인 오염 발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개 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300여 톤이 구조물과 콘크리트 등과 합쳐져 1000여 톤의 파편덩어리(데브리)들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고방사선 방출로 사람이 여기에 접근할 수 없어 전용로봇을 개발해 살펴보고 있으나, 이를 제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여러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방사성오염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가 빗물, 지하수, 건물 내 오염수 등과 섞이면서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 130만 톤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많은 반대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해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지난 2019년 3월 후쿠시마 핵 사고 8주기에 벌인 거리행진 퍼포먼스에서 한 참가자가 '끝내자 핵발전소'를 외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이제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탈원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전 세계는 원전의 위험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원전을 줄여나가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탈원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즉각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이러한 길로 이제 막 접어든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삼척과 영덕, 울진에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노후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건설 중이었던 신고리 5·6호기를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이러한 계획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모든 원전의 가동을 보장함으로 인해 탈원전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느리고 낮은 수준의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된다고 하면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가 정지될 2080년대까지 60년 동안 우리는 원전 사고의 위험과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직접적으로 폐쇄한 원전은 불법적으로 수명 연장시킨 월성1호기뿐이다. 현재 24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고, 4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라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정부의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 이마저도 온갖 가짜뉴스, 편파적인 감사와 검찰 권력을 동원해 정쟁의 도구로만 전락된 월성1호기 폐쇄와 탈원전 논란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 원자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례회의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
문제 많은 후쿠시마 후속 대책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도 원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관심이 높아졌다. 원자력 규제와 진흥을 한 부서에서 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1년 하반기 독립 출범하게 된다. 규제기구는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폐쇄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법 개정을 통해 국회가 일부 위원 추천권을 가지면서 원자력 이해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되고 회의록 공개와 방청 등이 허용되었다.
국회와 언론, 시민들이 원전 안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원전에 대한 안전성도 본격 점검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시험성적서, 품질보증서 등 위변조, 뇌물수수, 향응제공, 사기횡령 등 원전비리 사건이 고구마 줄기 드러나듯 연이어 터져 나왔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원전비리 사건 89건에서 205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를 받았다. 이때 선고된 징역형이 총 340년 4개월에 달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내진 성능을 개선하고 지진해일에 대비해 해안 방벽을 높이고, 침수 방지용 방수문 설치, 수소제거기 설치, 이동형 발전차 확보, 격납건물 여과배기 설비 설치 등 50개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속대책을 내놓고 이행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6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러한 이행 조치들이 상당수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고리 원전 부지의 경우 최고 해수위가 17m임에도, 그에 턱없이 모자란 10m 해안 방벽을 설치했다. 고리, 월성, 한울, 한빛 원전의 27개 시설이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내진 성능 확인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9개 시설은 현재 내진설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 폭발로 인한 원전의 중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수소제거기 역시 문제가 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2021년 2월, 국내 원전에 설치된 PAR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공익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수소 제거 성능이 규격의 30~60%에 불과하며, 실험 도중 고온의 환경에서 살수(spray)하자 표면의 촉매체가 떨어져 나와 불티가 날려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중대 사고 시 원자로 압력을 낮춰 원자로 파손을 막기 위한 설비인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CFVS) 역시 월성1호기만 설치한 후에 사업이 백지화되었다. 설치해도 효과가 떨어지고 방사선 피폭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연구과제 등 수백억의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월성1호기 CFVS를 설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시공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차수막이 파손되어 방사성물질이 비계획적으로 유출될 수 있는 문제도 드러났다.

▲ 영광핵발전소 홍보관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 실제로 핵발전소 안에는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핵폐기물이 쌓여 있다. ⓒ함께사는길
국민 안전 대신 핵 발전하자는 이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여러 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 참여가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탈원전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가는 길이 중요하다. 하지만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은 적신호가 켜질 상황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말하며, 신한울 3·4호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공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에서 한발 물러섰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원전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처럼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은 결코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아니더라도 핵폐기물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을 건설하여 가동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사이 원전 부지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상태다. 10만 년 이상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폐기물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만들어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늘려야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있어서도 원전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원전은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전은 출력조정이 쉽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가동과 정지를 유연하게 할 수 없다. 향후 재생에너지가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 원전은 더더군다나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원전과 핵폐기장 서울에 건설할 수 있을까
원자력계와 보수정치인들은 원전이 안전하고, 핵폐기장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현재 원전이 있는 지역이 앞으로도 계속 위험과 문제를 감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안전하고 좋다면, 더 이상 지역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서울에 원전을 짓겠다고, 서울에 핵폐기장을 건설하자고 말해야 한다.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사고와 위험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당장의 눈앞의 이익만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미래를 위해 어리석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에너지기후국 국장 / 프레시안
우크라이나 올 봄 곡물 파종 ‘반토막’…세계 식량 위기 우려
농업부, “옥수수 재배 면적 특히 줄 것”
옥수수 수출 세계 4위 농업 대국
올 상반기 밀 수출량도 30% 줄어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에우에서 자라고 있는 밀. 러시아의 침공 여파로 올해 우크라이나의 봄 곡물 면적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니콜라에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함께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올 봄 곡물 파종 면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곡물 가격이 내년까지도 높은 가격을 이어가면서 전세계에 식량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농업부를 인용해 올 봄 곡물 파종 면적이 러시아 침공 이전에는 1500만㏊(헥타르)로 예상됐으나 침공 여파로 700만㏊까지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만 레슈첸코 농업부 장관은 올 봄 곡물 파종 면적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며 “특히 옥수수 파종 면적이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옥수수 파종 면적은 540만㏊였으나, 올해는 330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2020년 수출액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량은 전세계의 13.2%를 차지하면서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에 이은 세계 4위였다. 밀 수출은 세계 수출량의 8%로, 러시아, 미국, 캐나다, 프랑스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봄에 주로 파종하는 농산물은 보리, 옥수수, 콩, 사탕무, 해바라기 등이다. 밀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겨울 밀을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봄철 파종 면적은 많지 않다.
레슈첸코 장관은 “옥수수의 경우 많은 물량을 재고로 확보하고 있지만 어떻게 수출하느냐가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를 통해 주로 수출해왔는데,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사상 최대에 가까운 8400만t의 곡물을 생산했으며, 밀 2530만t을 포함해 6500만t의 곡물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올 상반기 밀 수출량은 30% 적은 183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입국인 이집트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이 특히 곡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천연기념물 두루미에게 무슨 짓 하는 건가
사람 위한 DMZ 민통선 북상 계획

▲ 철원 한탄강 큰고니 사람 몸집보다 큰 덩치의 날아다니는 동물인 새들을 겨울철 그 곳에 가면 언제나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자연은 이들이 살아야 인간이 살 수 있다는 환경을 베푼다. 이 순간도 지구상 수 많은 종들이 절멸하고 있는 가운데, 비록 인간이 비극의 시작을 장식했지만 그 끝의 주인공은 되지말아야 하지 않을까. ⓒ 윤순태
나는 겨울마다 연례행사처럼 DMZ를 찾는다. 두루미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두루미 먹이주기가 주된 방문 목적이지만 사실 두루미 탐조는 생태관광의 백미이기도 하다. DMZ는 비무장지대를 말한다. 북한과 맞닿아있음에도 군사적 시설과 행동이 금지된 중립지역이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 2km에 해당하는 지역이 경기도 파주시 정동리부터 동해안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 248km에 걸쳐 이어진다. 민통선(민간인통제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10km 구역을 민북지역이라 말하는데, 이곳에선 허가를 받은 주민들만 영농이 가능하다. 나 같은 민간인은 출입이 통제되어 엄격한 출입절차를 밟아야 한다.
달리는 차창 밖에선 두루미들이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한 쌍 혹은 새끼를 가운데 둔 가족, 장마당에 짝을 찾으러 나온 듯한 두루미 등 무리를 진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놀이공원의 사파리와 비교할 수 없는 야생 사파리의 진면목을 철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철원 평야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이스크림고지 두루미생태탐조대에 올랐다. 한국전쟁 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밤낮 없이 전투가 이어졌던 곳으로 삽슬봉의 다른 말이다. 스코프를 통해 보는 두루미들은 군사지대의 긴장감과 무관하게 평화롭기만 하다.
두루미 서식지
내가 두루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자연환경국민신탁법인이 한국램리서치 기금으로 두루미 서식지 목적의 논 5천여m²를 매입하면서부터다. 철원 두루미네 땅이라 명명하고 매년 회원들과 두루미 먹이주기 행사를 하고 있다. 유치원생으로 처음 왔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야말로 환경감수성을 함양한 생태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 두루미의 먹이 철원 두루미네 땅에서 땅 한평 사기에 참여한 회원들과 매년 두루미 먹이주기 행사를 한다. ⓒ 최수경
내가 간 날, 마침 주민들이 팀을 이뤄 두루미 개체 수 조사를 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매년 수차례에 걸쳐 DMZ 지역 두루미 개체 수 조사를 한다. 이 날도 두루미 1180마리, 재두루미 6714마리, 흑두루미 9마리, 검은목두루미 2마리, 캐나다두루미 3마리 등 총 7908마리가 관찰되었다.
한탄강과 넓은 철원평야는 풍부한 먹이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국제적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11월에 강화, 파주, 연천, 철원 등을 찾아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3월 시베리아와 중국 북동부, 몽골 초원으로 돌아간다.
철원 두루미는 주로 농경지 나락을 먹이 원으로 한다.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해 주민들은 겨울무논 조성, 볏짚존치사업, 겨울철 먹이주기 등을 하고 있다.

▲ 농경지에서 자유롭게 먹이활동을 하는 두루미들 농로를 따라 자동차가 지나는 것에 크게 동요를 하지 않지만, 자동차가 멈추거나 차에서 내리는 행위 등은 두루미에게 극도로 민감한 간섭행위이다. ⓒ 윤순태
연천 두루미는 임진강의 아름다운 습지와 산간 율무 밭을 먹이 터로 한다. 연천은 전국 율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곳으로 율무 낙곡이 두루미들의 먹이원이 된다. 철원두루미를 논 두루미, 연천두루미를 산 두루미라 부르는 이유다.
두루미 서식지 주변에는 탐조대를 두어 두루미의 생태를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짝짓기 하는 특유의 구애음 등은 탐조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 철원 한탄강 두루미 서식지 모습 탐조대에서 두루미류를 비롯한 고니류, 오리류 등 다양한 겨울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 윤순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국방부는 22년 1월 14일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905만m²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접경지역에는 행안부의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변경계획에 따라 13조 2천억 원이 투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통선 초소가 북쪽으로 2km 올라갔고, 연천 민북지역 1할이 해제된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은 우리나라 DMZ에 오는 두루미들에게 위협요인이 되었다.

▲ 연천 임진강의 철새 도래지 인근 빙애여울과 임진강 주변의 율무밭은 두루미의 좋은 서식처이자 먹이터이다. ⓒ 최수경
민통선 북상에 따라 외지인들의 토지소유는 늘었다. 경작지에 가축농장이 늘어나 악취와 비닐하우스 등 빛 반사가 심해졌다. 연천은 두루미서식지에 친수공원인 연천 임진강 평화습지원(중면 횡산리 186번지)을 만들었다. 시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인근 두루미의 활동을 방해할 소지가 커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도시형 생태공원을 그대로 모방한 형상이었다.
율무 밭 등 화전지역에는 인삼밭과 태양광 패널이 증가했다. 이미 임진강 일대는 2015년 임진강 하류 군남댐 담수로 인해 산 두루미가 좋아하는 율무 밭과 여울이 수몰되면서 두루미 개체수가 1/3로 급감한 상태다.

▲ 연천의 산간 율무밭에 늘어나는 태양광 패널 민통선 초소 2km 이전에 따른 민북지역의 해제로 연천 산두루미의 먹이터인 율무밭이 점차 사라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 빛 반사가 심한 태양광 패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 전재경
올해 철원과 연천지역 탐조에서 내가 느꼈던 두루미의 행태는 지역색이 뚜렷했다. 철원지역 두루미의 경우 예년과 다르게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다. 두루미들이 인간에게 경계를 풀고 적응한 듯 보였다. 고향으로의 긴 여행을 대비해 먹이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자동차가 지척에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반면 연천지역의 두루미는 차만 지나도 날아갈 만큼 매우 민감했다. 차량 이동량이 많아진 것에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일까. 저리도 앉았다 쉬었다를 반복하면 언제 배를 불릴까 염려스러울 지경이었다.
천연기념물 주변의 엇박자
연천 임진강 두루미 도래지가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두루미 도래지인 빙애여울 주변에 난립한 탐조시설은 우려가 된다. 정부는 국토의 중심지역인 DMZ에 대해 통일 후 교통과 물류 중심의 중핵지대와 평화생태벨트 조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생태계 훼손에 대한 고려가 없을 뿐더러 환경적 가치를 좌시하고 있다.

▲ 철원 한탄강의 큰고니 두루미와 어울려 노니는 고니의 모습, 다양한 종이 서로 다투지않고 각자에게 맞는 먹이터에서 평화롭게 먹이활동하는 모습에서 지속가능한발전의 지향점을 배우게 된다. ⓒ 윤순태
민북지역 주민들과 민간단체들은 개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공동성명의 골자는 첫째, 비무장지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과학적 실태조사 실시, 둘째, 비무장지대와 민북지역 전체에 대한 보전·이용 종합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북상 개발 허가의 보류, 셋째,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로 생태축과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협력, 넷째, 해당지역 생태계서비스 평가 조기 실시, 다섯째, 해당지역 산림과 하천생태계, 농경지 파편화 금지, 여섯째, 농업인들의 생태계서비스 유지·증진 기여에 대한 보상 확대 실시, 일곱째, 두루미들의 서식지와 이동통로 보전을 위한 녹색 생태복원, 협치 체계 구축 등이다.

▲ 민북지역 주민 및 단체의 민북지역 개발과 보전에 대한 공동성명 철원군 농민회 등 철원군 두루미 운영협의체와 한국 두루미 보호 협회, 연천 임진강 시민 네트워크, 자연환경 국민신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한국위원회, 환경운동연합 등 주민·환경단체는 3월 25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국제두루미센터에서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 전재경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순천만은 물새서식지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행정과 시민들의 협치 덕분에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의 안정적 서식기반을 확립했다. 이에 생태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해 국민적 생태자원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 철원 한탄강의 겨울철새들 사람과 뭍생명이 공존하는 생명의 땅 DMZ. 한반도 핵심 생태축의 내일이 불안하다 ⓒ 최수경
지역이 변하기 위해 시민의 환경역량을 키우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DMZ 두루미서식지를 보호하려는 지역 주민들은 이미 그 역량을 실천하는 세계시민으로 자격이 충분하다. 국민은 앞서 나가고 있는데, 개발 이익의 각축장을 조장하는 후진국형 정부야말로 반성할 일이다./ 오마이뉴스 최수경(tnrud4999)
반짝 늘었던 낙동강 고니, 대폭 감소
하류 철새도래지 총 10회 조사...개발과 기후 위기 때문인 듯
지난해 반짝 늘었던 낙동강하구·하류 고니류 개체 수가 올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센서스 조사로 확인된 낙동강하구·하류 고니류 서식처. 부산시 제공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낙동강하구·하류 철새도래지 고니류 보전대책 수립 용역’에 대한 중간보고회가 낙동강에코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보고회에는 용역 조사에 참여한 환경단체를 비롯해 철새 전문가와 부산시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용역은 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진행되며 예산 5000만 원(국비 3500만 원, 시비 1500만 원)이 투입됐다. 낙동강하구를 대표하는 겨울 철새인 고니류의 개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정확한 개체 수와 서식지를 분석해 보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낙동강하구·하류 철새도래지 구간을 총 10회(현지 8회·동시센서스 2회)에 걸쳐 조사했다.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던 고니류가 2020, 21년 사이 반짝 늘었지만, 이번 조사 결과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고니류는 3323→2269개체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 다음 해에 3961개체로 갑자기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2217개체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일대 개발과 기후 변화가 원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성대 이종남 교수는 “지난해 개체 수가 늘어난 것 기온 탓이다. 중부지방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강이 얼어붙고, 고니류가 먹이를 찾아 낙동강으로 내려온 것으로 본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류생태환경연구소 박희천 소장은 “에코델타시티 개발과 기후 변화에 따른 개채 수 변화로 보인다. 추가 조사를 할 때는 온도별 개채 수 변화를 확인해보고 원인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고니류의 주 서식처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을숙도 낙동강하구 맥도생태공원 대저생태공원 순으로 개체 수가 많았고, 반면 서낙동강과 삼락생태공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체 수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먹이에 따라 주 서식처가 정해진다. 낙동강 하구는 먹이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낙동강 하구의 새섬매자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사람과의 접촉 거리를 두고 연꽃이나 갈대 등을 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날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오는 5월 심포지엄을 개최한 뒤 고니류 보전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에코 캠퍼스, 기후 솔루션의 산실 될 거예요”
ㆍ기업 후원 이끌어 공익사업 펼치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매일 아침 8시, 오피니언 리더 2000명의 휴대전화에 문자 알림이 일제히 울린다. 그날의 주요 환경뉴스 클리핑 배달서비스다. 발신자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58). 2016년부터 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이다.
그는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살림꾼’이다. ‘불도저’처럼 일한다. 왼손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후원을 이끌어내고, 오른손으로는 그렇게 모금한 돈으로 환경 관련 각종 공익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 주요사업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ESG 리더십 과정’ 등을 기획해 호응을 얻고 있다.
환경재단은 오는 11월이면 스무 살이 된다. 20년 전 유일한 직원이자 사무국장으로 환경재단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지난해 3월 23일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취임 1년을 맞는 이미경 대표를 지난 3월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대표 취임 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월 22일에는 오랫동안 준비한 ‘글로벌 에코 캠퍼스’의 첫 삽을 마침내 뜬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로벌 에코 캠퍼스가 뭔가요.
“기후재난, 미세먼지,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범지구적인 기후환경문제의 솔루션을 찾는 복합공간이에요. 창립 때부터 환경재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님이 2019년 먼저 말씀을 꺼내셨어요. ‘환경재단이 일을 잘하는데, 더 이상 월세 전전하지 말고 건물을 하나 매입하면 어떻겠느냐’고요. 사재 10억원을 쾌척하셨어요. 여기에 융자를 더해 2019년 10월에 종로구 누하동에 350평 규모의 땅을 샀죠. 경제가 어려운데도 기업가, 예술인들도 기부해 주셔서 현재 건축비의 40% 정도가 해결됐어요.”
-환경문제의 솔루션을 찾는 복합공간이라면 환경재단 외에 다른 단체들도 입주하게 되나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과 환경운동가, 전문가 등이 활동하는 공유공간이 될 것 같아요. 지하에는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공연장도 있고요. 주변과 어울리는 한옥 별관도 있어 포럼이나 교육 등 다채롭게 사용할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후원자분들의 의견을 경청해 제로하우스 건물에서 지구를 살리는 꿈이 실현되게 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됐어요.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환경재단 미션과 비전을 바꿨고, 기존에 하던 프로젝트 외에 ‘ESG 리더십 과정’ 등을 새로 기획해 시작했어요.”

이미경 대표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던 2002년 4월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겸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그를 운명적으로 환경재단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을지로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이 대표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바꿨다는 건가요.
“이전의 미션은 환경재단이 정부·기업·시민사회와 손잡고 아시아의 환경보호를 위해 아시아의 그린 허브가 되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의 공동체로 거듭나겠다는 미션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했죠. 또 환경재단이 지난해까지 양성한 그린리더가 145만명이에요. 2025년까지 500만명의 그린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국내 인구 10%가 그린리더가 된다면 큰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그린리더의 정확한 개념이 뭔가요. 환경전문가를 말합니까.
“꼭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린리더는 지구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이에요. 또 공동체의 미래에 책임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사람 역시 그린리더죠. 유치원생부터 CEO까지 그런 시민이 더 많아지도록 환경재단은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거고요.”
-‘ESG 리더십 과정’은 수강생이 대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이던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나요.
“2018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 열풍이 불었어요. 자본주의의 기준이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죠. 돈 버는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으로, 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어요. 그럼에도 보고서 잘 쓰는 정도로 호도하는 곳들이 있어서 직접 나섰어요. 시민단체가 CEO 대상 교육과정을 하는 게 낯설겠지만, 환경재단은 2002년부터 환경이 제2의 반도체라고 주장해 왔어요. 2008년부터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필두로 교육과정도 해왔고요.”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흔히 지속가능경영이라고 부른다. 즉 해당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지배구조에서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지 등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3기가 운영 중이라고요. 반응이 좋군요.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약 600조원이잖아요. 그런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독이 굴리는 돈은 약 9700조원이에요. 래리 핑크 블랙독 회장이 ESG 경영의 방아쇠를 당겼어요. 2020년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후위기는 금융의 위기라고 못박았거든요. 착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기후위기를 그냥 뒀다가는 투자금 회수를 못 할 것 같으니까 화석연료를 사용해 돈 버는 기업에는 투자를 안 하겠다고 압박한 거죠. 투자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없으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발등에 불이 붙었어요.”
최열 이사장과 더불어 그는 환경재단의 역사다. 환경재단은 한국 최초의 공익재단으로 2002년 11월 28일 창립됐다. 이미경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첫인상을 흔히 이렇게 말한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여느 활동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스케일이 커 자기 사업을 했으면 큰돈을 벌었을 것 같다”고.
-환경재단 창립 멤버지요. 어떻게 인연을 맺었습니까.
“삼성사회봉사단을 거쳐 1996년부터 5년간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기획홍보팀장으로 일했어요. 미국의 산업교육전문업체 프랭클린 코비사의 한국 파트너사예요. 비투비(B to B) 영업을 열심히 해서 적자 회사를 흑자로 만들어놓고 서른일곱 살에 그만뒀어요. 늦은 임신을 해 조심해야 했거든요. 이후 모교인 연세대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출산한 후 재취업을 고민했어요. 당시 테헤란로에 벤처 거품이 잔뜩 끼었을 때라 연봉 1억원쯤은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망설여졌어요. 그런데 그즈음인 2002년 4월에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사피엔스> 발간을 기념해 2016년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가 첫 방한행사로 환경재단의 <2030 에코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했다. 사진은 유발 하라리가 에코포럼 참석 전 이미경 당시 환경재단 사무총장에게 <사피엔스>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환경재단 제공
-어떤….
“목요일이었어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를 막 건너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겸 공동대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1990년대 미국에 골드만 환경상을 받으러 갔더니 미국의 환경단체는 2만2000개이고, 이런 단체를 지원하는 재단은 700개나 있더라.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재단이 하나도 없어 그때 수상 소감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오늘 발기인대회를 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발기인대회라면 환경재단 이야기인가요.
“맞아요. 저는 그때 한강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부러웠어요. 그런데 며칠 후 한국리더십센터에 다닐 때 알게 된 참여연대 활동가 양세진씨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환경재단이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을 뽑는데 귀하가 발이 넓으니 사람을 추천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운명이라고 표현한 거군요.
“맞아요(웃음). 저는 깜짝 놀라 ‘그거 내 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실은 귀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월급이 너무 적어 차마 입이 안 떨어졌다’며 웃더라고요.”
-월급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 보군요.
“월 150만원 주겠다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NGO 세계에서는 높은 급여더라고요. 환경재단 대표를 맡은 최열 대표님과 이튿날 통화하고 5월 20일에 첫 출근을 했어요. 임신 붓기가 안 빠져 맞는 옷이 없어 임산부복을 입고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으로 출근했어요. 당시는 환경재단이 공식 출범하기 전이었는데, 사무실이 없어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한귀퉁이에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거든요. 신발을 벗고 나무로 마감된 사무실 바닥에 맨발을 내딛는 순간, 큰 희열을 느꼈어요.”
-왜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기쁨과 긍지가 이루 말할 수 없었거든요(웃음).”

2008년 혼다코리아가 3000만원의 환경기금을 환경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 환경재단 제공
-직원은 몇명이었습니까.
“최열 대표님 아래 상근직원은 저 하나였어요. 한달 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사무실을 중구 피어선빌딩에 얻어 독립했어요. 직원도 3명 뽑고요. 그리고 같은해 11월 28일 환경재단을 창립한 거예요.”
-아이가 꽤 어렸을 텐데, 모든 직장맘의 고민인 육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첫 출근 사흘 전인 5월 17일에 우리 아이 돌잔치를 했어요. 그러고는 출퇴근하며 풀타임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도우미)을 고용했죠. 그분께 매달 드리는 돈이 150만원이어서, 제가 번 돈 그대로 이모님께 전달했어요(웃음).”
-환경재단의 사무국장 역할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후원금을 모으고 환경과 관련한 공익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이죠. 제가 맡은 업무는 지금까지도 늘 같아요.”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돈 이야기하는 거죠(웃음). 기업에 손 벌리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NGO 활동가들과 언론까지도 환경단체가 기업의 후원금으로 공익사업을 벌이는 것을 굉장히 부도덕하게 여겼어요. 돈을 죄악시한다고 할까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많았어요. ‘저기는 기업 돈 받는 곳이래’ ‘최열씨는 기업 돈 받는대’ 이러면서 손가락질했죠. 저도 태어나서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은 것 같아요.”
가장 큰 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들이닥쳤다. 검찰은 2008년 11월 최열 대표를 횡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주변 사람들을 조사한 뒤 알선수재 혐의로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이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은 최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5년의 재판 끝에 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13년 2월 15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시민운동가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이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미경 대표가 3월 13일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ESG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의 주요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당시 재단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지요.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서울시와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았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어요. 그러자 검찰은 별건수사를 통해 최열 대표를 옭아맸어요. 사실 이전부터 ‘MB 쪽에서 가만히 안 놔둔다, 손볼 놈 1등이 최열이다’라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저희에게 들어왔어요. 촛불시위로 국정운영 동력이 꺾인 이명박이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최열 대표를 환경단체 재갈 물리기의 본보기로 삼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재단이 용케 버텼군요.
“보통 그렇게 되면 단체가 문을 닫아야 해요. 그런데 환경재단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도 2008년도 모금액이 전혀 줄지 않았어요. 5년간의 재판 중에는 모금액이 오히려 늘었고요. 대법원 실형 확정 후에도 줄지 않았어요. 기획사정이었음을 다들 알았던 거예요.”
-환경재단 후원 기업은 현재 몇곳이고, 모금액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후원사는 500여곳이에요. 한해 모금액은 지난해 79억원이었고, 올해 100억원 정도 계획하고 있어요. 20년간 누적 모금액은 1000억원이에요. 그중 980억원을 사용했어요. 인건비 등 경상비로 15%를 쓰고, 나머지는 지원금과 사업비로 사용해요.”
환경재단의 1호 사업은 2003년 시작한 장학사업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석·박사 과정을 지원해준다. 지금까지 수혜자가 100명이 넘는다. ‘서울환경영화제’와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과정’도 주요사업이다. 이중 서울환경영화제는 2004년 시작했으며 매년 6월 5일 환경의날에 개막한다. 매년 30여개국에서 단편·장편·다큐·드라마 부문에 수천편이 출품된다.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과 전국의 해양 및 환경단체와 함께 하는 ‘지구쓰담 캠페인’도 각각 2019년과 2020년 시작했다.
-서울환경영화제 작품들을 초·중·고에서도 상영한다고요.
“16개 교육청 협조를 통해 학교에서도 출품작들을 상영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19만3000명의 청소년이 영화제 기간에 학교에서 작품을 관람했어요. 올해부터는 환경영화를 학교에서 교재로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에요. 또 환경재단은 ‘그린아카이브’라 해서 출품작을 저장해 다양한 영상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유한 작품이 400여편이에요. 열람이나 대여, 상영회 개최와 지원 등을 통해 매년 1만여명의 시민이 보고 있어요.”
-올해는 몇 작품이나 출품됐습니까.
“3800편이에요. 단편은 자체적으로 심사하고 장편은 외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예심을 거친 후 영화제 기간에 본심을 해요. 대상작은 폐막식 때 상영하고요.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와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뭐냐는 직원들의 질문에 <플라스틱 오션>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답했어요. 최 회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봤지만 그 영화는 2018년에 이미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에요.”
-코로나19 타격은 없나요. 특히 크루즈 환경연수 프로그램인 ‘그린보트’는 아예 배가 못 떴을 텐데요.
“그린보트는 2020년부터 2년간 멈췄어요. 하지만 영화제는 오히려 관람객이 전년 대비 2020년도에 10배나 늘어 20만명이 봤어요. 지난해에는 45만명이 봤고요. 코로나19 위기에 맞춰 2년간은 온라인 영화제로 열었기 때문이에요.”
최근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 면적의 35%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대표는 울진과 삼척 현장을 직접 돌아봤다. 그 참혹함에 속울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는 “담뱃불도 조심해야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 가뭄이 심해져 나무가 바싹 마른 상태였던 것도 산불이 크게 번진 요인”이라며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한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산 위에 빗물을 자연친화적으로 저장해 산불 발생 시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가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방법으로, 4월 5일 국회에서 관련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기후환경 분과가 없어요. 문재인 청와대에서도 사회수석비서관실 산하에 기후환경비서관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활동이 파리협약에 사인한 거예요. 이것이 국제사회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탄소 감축은 이제 모든 국가수반의 핵심 어젠다예요. 그런 만큼 새 정부가 국가안보와 안전, 외교, 경제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 다뤄주기를 바라요.”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더 이상 부산 관광에는 가덕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워질 예정이다.
거북의 섬’ 주민들은 SK E&S·산토스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들어오는지 몰랐다

호주 노던 준주에 위치한 티위 제도 전경.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SK E&S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이 섬 인근을 지나간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 제공.
거북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호주 노던 준주 북쪽 티모르 해 지역에 있는 티위 제도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올리브 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 등 수많은 거북은 섬 근처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고, 해변에서 알을 낳으며 대를 이어간다. 티위 제도에는 세 개의 큰 마을이 있다. 마을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로 연결돼 있다. 서방 세계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여전히 그들의 제1 언어는 티위어이고, 영어는 제2 언어다. 섬 주민들은 이런 섬을 “자연 그대로의 황야(pristine wilderness)”라고 불렀다.
티위 제도는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SK E&S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 사업 부지와 불과 100㎞ 떨어져 있다. 가스 파이프라인은 섬과 단 5~6㎞ 떨어져 지나도록 설계됐다. 이 섬의 주민들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지난 18일 호주 환경단체인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를 통해 티위 제도에 살고 있는 주민 마리 문카라와 ECNT 에너지 캠페이너 제이슨 파울러를 서면으로 인터뷰 했다. 이들은 산토스와 SK E&S가 이 대형 가스전 프로젝트에 대해 주민들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호주 원주민·국내 기후 활동가 “SK E&S 바로사 가스전 투자 멈춰달라” 가처분 신청
호주 노던 준주에 위치한 티위 제도 전경.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SK E&S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이 섬 인근을 지나간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 제공.
산토스는 2004년 주민과의 협의 작업을 시작했다. 18년이 지났다. SK E&S가 투자를 결정한 건 지난해 3월이다. 통상, 가스전과 같은 대형 사업이 진행될 때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사전 고지와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이슨 파울러 ECNT 에너지 캠페이너는 “2004년에 협의가 시작된 이래로 티위 제도 주민에 대한 설득 작업은 없었다”며 “환경영향평가 등 당국의 허가 절차 과정이 총 세 차례 있었고, 각 절차마다 통화 단 한 번과, 이메일 하나만을 티위 의회에 보냈을 뿐”이라고 했다.
티위 제도의 주민 역시 “이 섬에서 협의 절차를 겪은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티위 제도 배서스트 섬 남서쪽에 사는 마리 문카라는 “이 사업에 대해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를 만나고 이야기한 적 없다”며 “우리가 이렇게 취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호주 노던 준주에 위치한 티위 제도 전경.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SK E&S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이 섬 인근을 지나간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 제공.
그는 가스전 사업으로 인해 섬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 가스전이 생기게 되면 섬과 가까운 바다에 항상 배나 헬리콥터 등이 다니게 된다. 그간 해저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등 과정에서 산호 파괴, 거북 서식지 훼손 등 생물 다양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왔다. 마리 문카라는 “섬은 자연 상태 그대로고, 우리는 이대로 섬을 지켜나가고 싶다”며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자원을 가지고 거대한 이익을 남기려 하는 백인에게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섬에 있는 생물들은 ‘함께 사는’ 대상이었다. 어장 손실 등으로 인해 생길 ‘주민 피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마리 문카라는 “먼저 바다 생물 주민부터 살펴보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들의 삶터, 이동 경로, 먹이터, 산란터 모두 파이프라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해양 생물이 영향을 받으면 인간 주민인 우리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영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사 가스전은 다른 가스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위 제도 주민들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매우 적지만,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마리 문카라는 “우리는 아직 해수면 상승 이전에, 해안가에 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안가에는 묘지가 있었다”라며 “지금은 (묘지가) 물 아래에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죽고 나면 영혼이 그곳으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미 ‘투사’가 됐다. 마리 문카라는 “이 문제는 단순히 티위 제도, 한국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가스전 프로젝트에 사고라도 생긴다면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는 우리의 결심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경향 강한들 기자
호주 원주민·국내 기후 활동가 “호주 산토스·SK E&S 가스전 투자 멈춰달라” 가처분 신청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주변 지역.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에 해당 사업 투자계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호주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티위 제도는 가스전 파이프라인과 5㎞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기후솔루션 제공
호주 원주민들과 국내 기후활동가들이 SK E&S가 추진하고 있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국내 공적금융이 투자 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한국 법원에 냈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환경파괴 우려가 큰 데다 새로운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공적금융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23일 호주 티위섬에 사는 원주민 프란시스코 바부이씨 등 원주민 3명과 국내 청년기후단체인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강은빈 공동대표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을 상대로 SK E&S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 투자계약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을 한 호주 원주민들은 SK E&S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 사업 부지의 파이프라인으로부터 5㎞ 거리인 티위 제도에 살고 있는 이들이다.
바로사-깔디다 해상가스전 사업은 SK E&S가 2012년부터 호주 북부 티모르 해역에서 호주 에너지 기업인 산토스와 함께 추진 중인 사업으로, 지난해 최종투자 의사결정 이후 공적금융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SK E&S가 보유한 가스전 지분은 37.5%다. SK E&S는 이 사업에 14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130만t의 천연가스를 국내에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SK E&S는 지난해 3월 가스전 사업 본격화를 홍보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활용해 ‘CO2 Free(이산화탄소 없는)’ LNG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선 CCS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기술이고 탄소 저감량이 과장됐다며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비판해왔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이달 안에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사업 운영기간인 20년 간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막대한 양”이라며 사업 추진으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SK E&S가 CCS 기술을 이용해 탄소 포집을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K E&S와 산토스사는 CCS 프로젝트에서 성공한 경험이 없다”며 “무역보험공사는 국정감사에서 ‘앞으로는 친환경 사업만 지원하겠다’고 공표했는데 이 사업 금융 지원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참여한 강은빈 대표는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면서 여전히 화석연료 사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기후위기 악화는 물론, 좌초자산에 따른 위험 부담까지 다음 세대에 전가하는 화석연료 금융을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 김한솔 기자
행복감 59위 한국인, ‘삶의 균형’은 더 낮은 89위
세계행복보고서, 새 ‘삶의 질’ 지표 순위 발표
국가 경제력과 상관관계 있지만 한국은 예외
‘타인보다 자신에게 더 집중’ 비율은 세계 6위
행복 순위 1위 핀란드, 균형·조화 점수도 1위

10주년을 맞은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처음으로 ‘삶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는 보고서 작성 10년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지표의 순위가 포함됐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로 ‘삶의 균형과 조화’(Balance and harmony)를 기준으로 매긴 순위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균형·조화 순위는 89위로 나타났다. 150여개국 중 하위권에 속한다. 경제력(1인당 국내총생산) 순위(26위)는 물론 행복 순위(59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행복 점수 최상위권인 북유럽 나라들이 이 부문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균형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요소나 힘이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걸 말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조화는 이 요소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가 균형과 조화를 행복 조사에 추가한 것은 기존의 행복 연구가 서구 중심적 가치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 작성팀은 2019년 일본 지구행성웰빙(Well-being for Planet Earth) 재단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동양적 가치를 반영한 9개의 새로운 항목을 설문조사에 추가했다.
이 가운데 4~5개가 균형·조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균형과 조화는 삶의 특정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성격, 수면, 식단, 운동, 일과 삶, 대인관계, 자연, 사회, 정치 등을 두루 관통하는 개념이다.
연구진이 던진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당신의 삶에서 여러 측면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는가?(균형) 당신의 삶에서 평화를 느끼는가?(평화) 어제 하루 중 평온함을 느꼈는가?(평온) 당신은 흥미진진한 삶과 평온한 삶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가?(평온 선호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자기-타인 우선순위)
균형과 조화는 일반적으로 동양권에서 중시해온 삶의 가치다. 실제로 동양권 사람들의 삶은 이런 가치에 더 가까이 가 있을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균형있는 삶의 지역별 분포도. 색이 짙을수록 균형 비율이 높다는 걸 뜻한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22)
한국인 10명 중 4명만 ‘삶의 균형’ 긍정
삶의 여러 측면이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60.6%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전체 89위를 기록했다. 일본도 69.2%로 73위에 그쳤다. 중국과 대만이 각각 13위(85.3%), 14위(85.2%)를 기록했지만 동아시아권을 관통하는 흐름은 없었다.
긍정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행복 점수 1위인 핀란드로 90.4%(몰타도 공동 1위)였다. 이어 스위스, 루마니아,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덴마크, 네덜란드가 89~87%로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서양국가군(서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과 동양국가군(일본 한국 중국 홍콩 대만 몽골)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에서도 서양국가군이 81%로 동양국가군(71.2%) 및 다른 국가군(69.0%)보다 높았다. 특히 서양국가군 중에서도 북유럽(86.4%)이 가장 높았다.
반면 카메룬, 콩고 브라자빌, 가봉, 잠비아, 베냉, 우간다, 레바논, 말리, 짐바브웨 9개국은 삶의 균형에 대한 긍정 답변 비율이 20~49%로 절반에 못 미쳤다.
상위 10개국은 유럽 선진국들이며 하위 10개국은 대부분 아프리카 빈국이었다. 보고서는 삶의 균형은 국가의 경제력과 다소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돌봄 우선순위에서 자신보다 타인을 앞세우는 비율이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높았다. 세계행복보고서
10명 중 7명은 흥미진진한 삶보다 평온한 삶 원한다
삶의 평화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동양권보다 서양권이, 특히 북유럽권이 높았으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높았다.
삶의 평온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베트남, 자메이카,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이 1~4위를 차지했다. 북유럽권에서는 핀란드가 5위로 유일하게 상위 10위에 들었다. 하위 10위권도 네팔, 이스라엘, 인도 등 비아프리카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어떤 유형의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선 전 세계 응답자의 74.3%가 평온한 삶을 택했다. 흥미진진한 삶을 선택한 사람은 17.4%에 그쳤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평온한 삶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평온함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신과 타인 중 누구를 돌봄 우선순위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서도 서양은 개인주의, 동양은 집단주의 가치가 우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기 자신을 우선한다는 응답률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필리핀(89%)이 가장 높았고 이어 인도네시아, 타이, 캄보디아 차례였다. 한국도 77.2%로 6위에 올랐다. 반면 최하위 10권에는 유럽 나라가 6개국(오스트리아와 독일,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벨기에, 이탈리아)이나 포함됐다. 그룹별로 묶어봐도 서양국가군(44.6%)이 동양국가군(25.4%)보다 훨씬 높았다.
세계 전체로는 47.9%가 자신을, 27.8%가 타인을 꼽았다. 22.8%는 양쪽 모두를 선택했다.

친구는 삶의 균형감을 증가시켜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세계행복보고서
삶의 균형감을 높이는 요인들
보고서는 응답자들의 답변을 개인별 특성과 비교한 결과 나이, 결혼, 건강, 친구, 자유, 관대함, 기관 신뢰도, 약한 부정적 감정(걱정 스트레스 분노 슬픔), 기쁨, 웃음 등이 모두 삶의 균형감을 최소 5%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 있는 중요한 예측인자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등 7개국에서 행복에 대한 기저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심리적 균형과 조화가 이뤄진 상태를 행복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행복을 내적 평화와 만족, 균형이 이뤄진 상태를 뜻하는 내적 조화로 정의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심리적 균형과 조화야말로 행복감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곽노필 기자
죽음으로 넓게 덮인 산···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가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울진 산불 이후의 모습. 22일 울진군 북면 일대의 산이 얼룩덜룩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소되어 까맣게 탄 부분, 나무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는 부분, 살아남은 나무가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한수빈 기자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산불 중 가장 피해가 컸던 울진 산불이 잡힌 지 23일로 열흘이 지났다. 불은 꺼졌지만 울진의 숲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산불이 아니었으면 새 움이 트고 있을 3월 울진의 산은 죽음으로 넓게 덮여 있었다. 열흘간 총 2만923㏊를 할퀸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지난 22일 찾았다.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지켜낸 금강송 군락지의 속살도 들여다봤다.
울진은 소나무 자생지다. 푸르러야 할 3월의 침엽수림은 지금 검정·누렁·초록의 삼색을 띠고 있다. 꼭대기까지 모두 타버린 나무들은 검었고, 겨우 불길을 피한 나무는 초록빛을 띠었다. 나머지 수목들은 언뜻 보면 가을숲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누랬다. ‘지표화’(지표에 있는 잡초, 관목, 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다.
산불은 낙엽을 땔감삼아 바닥을 타고 번지거나, 거센 바람을 만나면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수관화(나뭇가지와 잎을 태우는 불)를 일으킨다. 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불길은 나무의 밑둥을 태운다. 밑둥에 화상을 입은 나무들은 서서히 죽어간다. 나무껍데기 표피층 아래 얇은 생장세포 형성층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물과 양분을 빨아올리는 뿌리가 죽으니 나무는 점점 말라간다. 그렇게 소나무들의 잎이 누래진다. 눈길이 닿는 산마다 세 가지 색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얼룩덜룩했다.
이렇게 누런 나무들이 날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 동행한 허태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박사는 “이날이 세 번째 현장조사인데 일주일 전보다 누런 면적이 확연히 넓어졌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 박사는 “나무가 누래지는 갈변 현상은 산불 3~5일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10~15일 이후부터는 나무 고사가 진행된다”면서 “현재 초록빛인 나무들도 면역이 너무 떨어진 상태라, 봄·여름에 가뭄이나 병충해 스트레스가 심하면 결국 쓰러지게 된다”고 말했다.

울진 산불 피해지역인 경북 울진군 산불 조심 표지판이 22일 검게 그을려있다. /한수빈 기자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이 지나간 숲, 22년 동안 회복하고 또 전소
산불이 남긴 참담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 곳은 울진군 북면의 도화동산이다.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만들어진 곳이다. 2000년 4월 산불은 이번 울진 산불 이전까지 역대 가장 큰 산불이었다. 울진군은 민·관·군이 사투를 벌여 산불을 잡은 일을 기념한다는 의미로 2002년 이곳을 백일홍 동산으로 조성했다. 그런데 도화동산 일대의 숲이 22년 만에 다시 모두 타버렸다. 도화동산부터 검성리, 부구리, 덕구리, 소광리를 따라 움직이는 내내 피해지가 눈에 들어왔다.
도화동산 근처 북면 나곡리에는 소나무·전나무·이팝나무 등으로 조림된 숲이 있다. 오와 열을 맞춰 만들어진 숲이 모두 탔다. 수관화가 휩쓸고 지나간 검은 산이다. 불이 꺼진 이후로도 비가 두어 차례 내렸지만 탄 냄새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매캐한 냄새가 마스크 안까지 파고들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재가 폴폴 피어올랐다. 나무줄기에 손을 댔다 떼니 새까만 재가 묻어났다. 허 박사는 “일주일 전보다 타는 냄새가 많이 빠진 것”이라고 했다.
임도에서 자라나던 지피식물은 잿더미를 뚫고 싹을 틔운 상태였다. 땅굴 동물들이 흙을 판 흔적, 고라니가 딛고 지나간 발자국이 보였다. 활엽수 몇 그루가 나무 끝에 겨울눈을 매달고 있었지만 이게 새싹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허 박사는 말했다. “잎이 타버린 침엽수는 이중고를 겪는다”고도 했다. 침엽수는 사철 잎을 통해 엽록소를 생산하는데, 이 활동이 멈추면 살아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생태계가 얼마나 회복될지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진 산불 이후 22일 경북 울진군 도화동산에 잿더미 위로 고라니 발자국이 찍혀 있다. /한수빈 기자
■200년 금강송 8만 그루 자라는 보호구역에도 불똥…“겨울가뭄이 보호자원 태웠다”
울진 산불은 규모도 컸지만 피해 내역도 전대미문이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는 1680년 조선시대 숙종 때부터 보호되던 금강송 원시림이다. 황장목(금강송)을 보호하는 ‘황장봉산 제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표지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가가 보호한 역사가 400년에 가까운 곳이다.
임도를 따라 보호구역 안으로 진입했다.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보호구역 초입부터 산의 지표가 남김없이 그을려 있었다. 누렇게 죽어가는 소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통신 신호도 닿지 않는 보호림 깊은 곳에까지 화마의 흔적은 뚜렷했다.

이번 울진 화재를 피해간 22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일대의 모습 /한수빈 기자
산이 깊어질수록 숲은 원시 상태에 가까운 자연림의 모습을 했다. 단일 수종으로 조성된 숲이 아닌, 여러 수종이 조화롭게 섞여 자라는 숲이다. 허 박사는 “굴참나무·서어나무·생강나무 등 활엽수가 섞여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숲 구성이 산불 피해를 막아낸 요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소나무만 있는 숲은 송진이 땔감이 되면서 산불 기폭제가 되거든요. 독일에서도 침엽수림을 조성할 때, 활엽수를 섞은 숲이 건강한 숲이라는 기조로 조림 패러다임을 전환했어요.” 서 전문위원도 활엽수가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했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는 낙엽이 길쭉한 모양이라 바닥에 붙어있지 않고 경사를 따라 밑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나무 아래 낙엽이 없고 흙만 남아 있으니 지표화가 더 진행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죠.”
고개를 넘어 반대쪽 골짜기로 갔다. ‘500년 소나무’와 600살이 넘은 ‘대왕소나무’ 등 보호수들이 있는 곳이다. 이 군락지는 다행히 불길을 피했다. 국립소광리산림생태관리센터 직원들이 임도를 저지선으로 삼아 사투를 벌였다. 2013년 문을 연 센터는 소광리 일대 3705㏊의 보호림을 관리하고 있다. 천동수 주무관은 “200년 된 금강송이 8만5000그루 자라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피해 면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울진이 고향인 천 주무관은 “이런 겨울 가뭄은 처음이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3개월 내내 강수량이 0㎜에 가까웠다. 지난 18~20일에는 40㎝가 넘는 눈이 내렸다. 진작 왔어야 할 야속한 눈이었다. 천 주무관은 “예전에는 12월부터 눈이 계속 쌓여 있던 곳”이라며 “이번 겨울에는 계곡수가 다 마를 정도로 가물었다”고 했다. 그는 산불이 소광리 쪽으로 향해 오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응봉산 꼭대기에서 불이 번져오는 걸 보는데, 화선이 한 10㎞ 되더라고요. 이틀이면 넘어오겠다 싶었어요. 배낭에 있던 빵과 물을 꺼내놓고 ‘제발 비 좀 오게 해달라’고 절을 올렸습니다. 야속하게도 해만 쨍쨍하더라고요.”
■복원에는 정답 없다…“민가는 응급복구, 나머지 지역은 자연복원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복원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렇다고 자연 복구에만 기댈 수도 없다. 특히 민가와 인접한 곳은 나무뿌리가 죽으며 놓아버린 흙이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릴 위험이 크다.
허 박사는 “죽은 나무를 빨리 손보지 않으면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도복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 전문위원은 “피해면적이 2만㏊가 넘는데 죽은 나무를 베어내는 것도 어마어마한 작업”이라며 “마을과 가까운 곳은 응급복구를 하되, 나머지 지역은 인위적으로 복구를 할 것인지 자연 복구를 기다릴 것인지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금강송 보호구역이 준 시사점도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은 인공조림지보다 나무 사이 간격이 충분하고 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인 덕에 불이 속수무책으로 번지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허 박사는 “인공 조림지는 산불 앞에 도미노처럼 넘어갔지만 자연림에서는 본연의 회복력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며 “응급복구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면 10~20년 뒤에는 숲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한국산림과학회는 오는 25일 숲 복원방향을 놓고 심포지엄을 연다.
유경선 기자
MB 4대강 '녹조' 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결국 밥상까지 올라온 4대강 녹조
4대강 재자연화가 늦어지면서 결국 4대강사업의 비극이 밥상까지 올라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 무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연합과 대구환경연합 등으로 구성된 민간 합동 조사 결과 밝혀졌다. 금강 하굿둑으로 막혀 녹조로 몸살을 앓는 금강 하류에서 구매한 현미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지난해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된 낙동강 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있지만 노지에서 재배돼 시중에 유통 중인 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쌀 등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환경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와 무, 그리고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판매중인 쌀을 구입해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게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연구팀은 미국 환경청(EPA)의 일라이자(ELISA)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한 결과 무와 배추에서 각각 1.85μg/kg, 1.1μg/kg의 마이크로스시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구매한 현미에서는 1.3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낙동강을 농업용수로 이용해 재배된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
마이크로시스틴은 4대강사업 후 매년 강을 뒤덮는 녹조 중 유해조류인 남세균(남조류)이 생성하는 독성 물질 중 하나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간 독성물질로 국제암연구기관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간 손상 외에 신경계와 생식 및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은 국민 안전을 위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 허용량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마이크로시스틴의 간 손상 안전 기준을 0.04μg/kg-day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즉 체중 1kg 당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 섭취량이 0.04μg(1μg은 100만 분의 1g)을 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정자 수 감소 등 생식 독성 안전 기준을 0.001μg/kg-day 이하로 정했다.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는 간 병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일허용량을 0.0064μg/kg-day로 제한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생식독성과 관련해 마이크로시스틴의 기준치를 0.0018μg/kg-day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작물이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면 얼마나 위험할까? 일단 마이크로시스틴은 열을 가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부경대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벼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시스템 없이 축적만 된다면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쌀 등의 작물을 가열해 조리해도 독성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쌀(1.3μg/kg)을 몸무게 60kg 성인이 하루 300g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량은 0.39μg. 여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무와 배추를 동시에 취식할 경우 0.295μg까지 더해 총 0.685μg를 섭취하는 셈이다. 몸무게 30kg 아이의 경우 0.332μg(쌀 150g, 배추 및 무 50g 섭취 가정)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WHO의 간 손상 기준치는 밑돌지만 OEHHA의 간 병변 기준치와 독성 기준치를 각각 1.8배, 6.3배 초과한다. ANSES의 생식독성 기준치와 비교하면 11.4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단순 계산이지만 주식인 쌀과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점, 실험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재배 과정 후 시중에 유통 중인 작물이라는 점,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농작물의 검출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 여러 해외 연구 사례 결과 농업용수에 포함된 남세균 독소 중 최대 40%, 적게는 5~10%가 농작물에 축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강 벗어난 녹조, 주변 환경까지 영향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독성물질도 검출됐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2021년 7~8월 매주 두 차례 낙동강과 금강 21개 지점에서 채수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21개 지점 모두에서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매곡취수장 부근 등 8개 지점에서는 미국 EPA의 레저 활동 기준인 15μg/L을 초과했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은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 중 하나로 신장과 간에 악영향을 주고 유전독성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은 그동안 국내에선 '유전자 발견' 또는 '불검출'만 보고되었을 뿐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준 교수는 "우리나라 강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실린드로스퍼몹신(CYN)이나 삭스톡신(STX) 관련 독성생성물질 유전자들은 과거부터 검출이 된 상태였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서도 CYN 이 낮은 농도지만 검출이 되었다고 들었다. 다만 MC(마이크로시스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가이드라인이나 별도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보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마이크로시스틴과 실린드로스퍼몹신의 독성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난다는 해외 연구 결과 있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독성이 합쳐져 2가 아닌 3 또는 4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지하수에서도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고령 객기리 연리들 지하 관정 샘플(2021.08.04. 채수)에서 2.64ppb 검출됐다.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 독성물질이 지하수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은 강에서 생성된 남세균 독성물질이 토양, 지하수 등을 포함한 주변 환경의 오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연구사례들을 보면 이미 지하수에서 시아노톡신(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 검출되었다. 즉 녹조현상이 심해지면 주변 환경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며 우리가 겪고 있는 녹조문제는 더 이상 강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이크로시스틴, 실린드로스퍼몹신 외에 또다른 독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도 크다. 이 교수는 "강의 상태나 환경이 더 안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후변화로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독성물질에 의한 피해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 의원과 환경연합·대구환경운동연합·<오마이뉴스>·<뉴스타파>·(사)세상과함께가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홀에서 남세균 검출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국민 건강마저 방치하는 환경부
강을 넘어 국민 건강까지 우려되는 조사 결과에도 환경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실험재배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낙동강 채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초과 검출 등 민간 차원의 연이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난 2월 18일 보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차질이란 보도에는 곧바로 농업용수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환경부는 '녹조관리 선진화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9월 발주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연구기간이 6개월이며 그 기간 동안 국내 실정에 맞는 조류경보제 운영지점 설정, 마이크로시스틴-LR 외의 조류독소(총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삭시톡신 등)의 영향 검토 및 적정 분석항목 설정, 에어로졸로 인한 인체 영향 및 관리 방안 제시, 녹조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간 제기된 문제들을 단 6개월 안의 연구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승준 교수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장기적인 연구와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오염의 예방이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관련 연구는 지금처럼 1~2년 해서 이해하거나 해결될 수 없다. 농민, 환경단체, 정부, 학계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조율하고 녹조를 실제로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녹조를 연구하는 세계 석학들은 지금의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녹조현상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해마다 돌아오는 여름에 우리는 녹조에 관한 수많은 기사를 내지만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매일 당연히 쓰는 물의 가치는 매길 수 없다. 미국에서 물은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불린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초록색 물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숙희 환경연합 국장은 "녹조 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취양수시설을 조속히 개선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이 부족하긴 하지만 선제적으로 양수시설을 점검하고 임시 양수기 등을 통한 임시조치를 취해서라도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림부 역시 농산물과 연결된 문제이니 만큼 환경부에게 떠넘기지 말고 시중에 유통 중인 농산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국민들에게 그 결과를 투명하게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누가 수문 개방을 막고 있나
환경연합과 대구환경연합은 지난 2월 8일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세상과함께,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사 결과를 알리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낙동강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곽상수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농민이 무슨 죄가 있는가. 농민들에게 쓸 수 없는 물을 공급하는 세력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우리는 4대강 이후 10년 동안 고생했다. 농산물까지 이런 현실이 됐다. 화살이 농민과 농산물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해결해 주길 바란다. 우리 강을 살리고 농민을 살리고 마을 공동체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전히 닫혀 있는 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서 낙동강이 흐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낙동강은 흐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바뀔 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세력이 있었다. 환경부다.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세력들이 다시 환경부로 넘어와서 보 처리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과연 될 수 있을까 우려했으나 역시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만이 아니다. 양이원영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4대강사업이 정쟁이 되어버린 현실을 전했다. 이수진 의원은 "수문을 개방하기 위해선 보를 만들면서 높여놓은 취수구를 다시 낮추는 공사를 해야 한다. 굉장히 기초적인 제안이자 해법 아닌가. 하지만 지자체장이 안 움직인다. 공사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환노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4대강 보를 개방하고 해체하는 그 결정에서 환경부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국회, 정치라는 공간에 오면 사실이 왜곡되고 이상하게 꼬여 버린다. 취수구를 밑으로 내리면 해결될 수 있는데 동의를 해줘야 할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결정을 한다. 거기에 가짜뉴스가 여론을 호도한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환경 및 안전 문제가 정쟁이 되어버렸다. 정부와 여당이 돌파를 해서 성과를 냈어야 하는데 뼈아프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지 퇴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강은 살아나"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농민, 환경단체 활동가, 전문가 들은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강을 살릴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낙동강 수문 개방으로 뻘이 사라지고 모래톱과 함께 사라졌던 생명들이 돌아온 것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 "강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낙동강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낙동강을 통해 독극물을 먹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새로운 정부에서는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또 한 번 희망을 걸고 있다. 그의 바람은 강의 건강과 국민들의 안전을 바라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박은수 <함께사는길> 기자 |
이름 바꿀 사전협상제, 땅값 상승분 100% 공공기여 명문화
부산시 ‘공공기여협상제’로 변경…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 유휴부지 개발 공공성 확장 기대
부산시가 장기간 방치된 도심 유휴부지 개발을 위한 사전협상제 명칭을 공공기여협상제로 바꾼다. 앞으로 진행되는 사전협상 대상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의 공공기여에 중심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시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해운대구 옛 한진CY부지. 국제신문DB
시는 ‘부산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조례 명칭인 ‘사전협상’을 ‘공공기여협상’으로 바꾸는 명칭 변경이다. 개정안이 오는 6월 부산시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현재 진행되는 사전협상제와 관련된 명칭은 모두 공공기여협상으로 바뀐다. 또 지구단위계획 자문 기구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로 변경된다. 조례 개정은 지난해 7월 13일 도시계획법이 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개정된 도시계획법은 토지가치 상승분 내에서 공공기여 범위를 정하도록 구체적인 산출 기준을 담았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2월 15일 협상이 마무리된 옛 한진CY 부지 사전협상지부터 이 기준을 적용했다. 이전에는 용도지역 변경에 따라 공공기여율을 51~66%에서 정할 수 있었다. 시는 새 기준을 적용해 토지가치 상승분의 최대치인 100%를 공공기여량으로 정했다. 대구와 광주시 등의 공공기여량은 50% 수준이다.
시는 이에 앞서 사전협상지의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지난해 12월 19일 ‘부산시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 기준’을 변경해 지구단위계획구역 안 공공시시설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 등은 공공기여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시와 옛 한진CY 부지 사업자는 토지가치 상승분 2270억 원 외 원형육교와 휴먼브리지 건립 비용 등 480억 원을 추가 기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시 임경모 도시계획국장은 “사전협상제는 유휴부지 개발과 그에 따른 민간사업자의 공공기여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닌 만큼 공공기여협상제가 정확한 명칭이다. 명칭 변경과 함께 사전협상 대상지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고리도롱뇽 임시서식지 무용지물 "구조작업 한창“

고립된 고리도롱뇽/뉴스펭귄
고리도롱뇽을 위해 조성됐던 임시서식지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손길이 분주히 이어지고 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는 "3월 13일 비가 내린 후 집중 산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임시서식지를 이용하는 개체 수는 극소수"라고 23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고리도롱뇽은 전 세계에서 국내 경남에서만 발견되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d)' 등급에 속하며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해당한다. 산에서 지내다가 2~4월 산란기가 되면 수직이동으로 내려와 습지, 물웅덩이 등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최근 경남 양산시 사송지역에 서식하던 고리도롱뇽이 큰 위기를 맞이했다. 기존에 산란하기 위해 찾던 공간이 사송신도시 공사로 인해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근 지역에 물웅덩이 20여 곳을 조성했지만 현재까지 이곳에서 산란 활동을 하는 고리도롱뇽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합수 씨는 "산마루 계곡과 연계된 3~4곳에서만 산란이 이뤄지고 있고 나머지 웅덩이는 대부분 물이 차지 않고 메말라 있다"라며 "살수차로 물을 공급해 보려고 했지만 금방 빠져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웅덩이에는 맑은 물이 아닌 흙탕물이 고여있어 고리도롱뇽이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마루 측구 부근이나 집수정 등에서 고립된 개체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부산환경회의,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등이 함께 함께하고 있는 '사송고리도롱뇽 서식처 보전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달 14일부터 23일까지 구조작업에 착수해 고립된 고리도롱뇽 성체 124마리, 알집 54개를 구조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구조작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라며 "구조작업도 쉽지는 않다. 고리도롱뇽들이 숨어있어서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합수 씨는 "열심히 구조작업을 하고 있지만 너무 넓은 지역이라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감스럽게도 예상대로 (임시서식지 운영이) 어려운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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