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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2.2.28~

by 이성근 2022. 2. 28.

 

서울 강서 진보당 이미선 블로그 

기후위기에는 관심없는 거대 정당 후보들

기후위기 비상행동, 대선 후보 캠프 찾아 '기후위기' 의제화 요구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까지8년밖에남지않았습니다.그런데도대선후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국민을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많은물질적풍요와성장만이야기합니다.당장살게해주겠다는후보를뽑으면됩니다.미래세대에 기후위기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이번대선은기후대선이되어야합니다." (유정길 60+기후행동 운영위원)

기후위기비상행동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주최한 기후대선 요구집회. ⓒ프레시안(최용락)

20대 대선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가 돼야한다는 바람을 전하려 시민들이 주요 대선후보 캠프를 찾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순으로 각 캠프 앞을찾아"신공항 건설 중단, 석탄·핵 발전 중단 등 제대로 된기후위기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비상행동은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들의 공약과 메시지에서 기후위기는 잠깐 스쳐가는 배경으로 활용될 뿐"이라며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한 가운데에 있음을 의미하는 '기후대선'의 희망은 희미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상행동은 "기후위기는 대선이 지난 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본격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며 남은 대선 기간 각 후보에게 기후대선을 요구하고, 대선 이후에도 새 정부에 제대로 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가 끝난 뒤 100여 명의 참가자는 여의도에 있는 주요 대선후보 캠프를 찾았다. 캠프 앞에서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26일 기후위기 대응 촉구를 위해서울 여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앞을 찾았다. ⓒ프레시안(최용락)

이 후보 캠프 앞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말이 진짜라면 실천으로 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 후보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 폐기, 석탄화력 및 핵 발전 중단등을 공약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으로 대기과학을 전공했다고 소개한 김종환 씨는 안 후보 캠프 앞에서 "핵 발전이 없으면 탄소감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원전 안전성과 핵폐기물 문제는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과학을 말하는 안 후보가 할 말이 아니"라며 "핵폐기물을 완전히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 대안은 핵 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척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 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윤 후보 캠프 앞에서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지 않도록우리는 석탄 화력 발전을 끊어야 한다""모든 대선 후보는 삼척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과 탈석탄을 공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진행한 기후대선과 기후정의를 위한 전국행동 '기후바람'의 일환이었다. '기후바람' 참가자들은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경주 월성 핵발전소,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등을 찾아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각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도 참가자들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안에 드는 한국기업인 포스코(1), 현대제철(7), 삼성전자(8), 쌍용양회(9), 에쓰오일(10) 등을찾아 기후위기에 대한 이들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비상행동은 "한국에서 지난 10년 기업 14곳의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의 50%를 차지했고, 주요 대기업 10개 그룹의 배출량은 2020년 국내 총 배출량의 36%에 달한다""기후위기의 진짜 주범인 온실가스다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와 기후위기 비용 부담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인철비상행동공동집행위원장은"대선후보들이기후위기대응이나탄소중립을이야기하지만현장에서는기후위기에역행하는사업이계속되고있고,기후위기를온몸으로맞닥뜨리고잇는농민이나비정규직의목소리는지금의대선판에반영되지못하는현실을확인한시간"이었다며"현장의목소리와행동을통해정치가바뀌어야기후위기를극복하는정치가가능할것이라는생각도했다"'기후바람'을 마친 소회를 말했다.

 

앞으로비상행동의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기후위기에 대해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필요하다""누가대통령이되든현장의목소리와행동에연대하면서경제성장보다생명과기후위기극복이우선인사회를만들기위한활동을계속하겠다"밝혔다.

최용락 기자

 

 

지역균형발전 사기극

속도 내는 GTX교통혁명인가 수도권 블랙홀인가”. 201812월에 나온 <한겨레>의 기사 제목이다. 정부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걸 소개하면서 광주대 교수 이민원의 우려를 곁들인 기사였다. “비수도권에 투자를 해도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지티엑스가 개통되면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돼 국가균형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지티엑스는 교통 불편 해소와 집값 부담 완화가 목적이었다지만,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이 잘 지적한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되고 말았다. 아니 지티엑스 전쟁이었다. 노선과 역의 수혜를 입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이를 지켜보는 비수혜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거세게 타올랐으며, 이는 격렬한 항의 집회로 이어지곤 했다.

 

지티엑스와는 무관한 지방민들은 지티엑스를 위해 투입될 100조원 넘는 재정의 일부라도 지방으로 돌리라고 요구할 법도 한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난 수십년간 역대 정권들이 벌여온 지역균형발전 사기극에 당할 만큼 당했기에 체념의 지혜를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방민은 그저 각자 자기 지역에 국한된 공약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며, 일부는 자식을 서울로 보내는 각자도생 문법을 택했다.

 

국가의 장래를 논의하는 대선을 맞아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겨레> 경제에디터 김회승은 20217대선 후보들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티엑스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티엑스는 지방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더 강력히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부를 공산이 크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도권 진입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고, 지티엑스 노선을 따라 줄줄이 더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서울 도심과 강남은 더 붐빌 것이다. 지금도 전 국토의 12% 남짓한 공간에 국민 절반이 모여 산다. () 지방 소멸은 더 빨라질 것이다. 현재 전국 면 단위 지역 중 병원이 없는 곳이 76%. 슈퍼마켓 하나 없는 곳도 45%나 된다. 학교는 어떤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중이다. 말로는 지역균형을 외치면서 온갖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한 당연한 결과다. 후보들의 해법이 궁금하다.”

 

문제의 핵심을 짚은 탁견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내놓은 해법은 지티엑스 확장이었다. 두 후보는 마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처럼 신나게 지티엑스 확장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들은 수도권 전역을 평균 30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지티엑스 혁명이라는 천진난만한 꿈을 이루겠다는 점에선 똑같았다. 이를 보다 못한 <경향신문> 논설위원 박종성은 최근 칼럼에서 지티엑스 공약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균형발전은 선거용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이하랴. 두 후보는 물론 두 정당의 진심은 지역균형발전은 선거용 정치적 수사라는 것이니 말이다. 앞서 소개한 이민원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게 사기의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면, 이건 분업의 저주. 지역균형발전은 산업정책, 교육정책, 부동산정책, 교통정책과 연계돼 있으며 그렇게 다뤄야만 한다. 일자리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불가능하다. 수도권의 부동산·교통정책이 기존 수도권 집중 추세를 전제로 하는 한 더 많은 사람들을 수도권으로 불러들여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산업·교육·부동산·교통정책과는 아무런 연계도 없이 외딴섬처럼 고립돼 있다. 그저 선거 때만 내놓는 구색 맞추기용 정책에 불과하다. 그래도 민심이 들끓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자 숙명이라면, 감수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거짓말이나 희망고문은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

이 글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독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30년 넘게 같은 주장을 반복하다 보니 나 스스로 질린다. 나 역시 체념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가급적 지방 문제에 대해선 글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다만 대선 후보들이 지방에만 오면 지역균형발전을 큰소리로 외치는 걸 참기 어려웠을 뿐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산업·교육·부동산·교통정책과 한묶음으로 추진해야 작은 개선이나마 이룰 수 있고, 이게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지방 소멸을 당하더라도 그 이유를 알고나 당하자.

강준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한겨레

 

자연의 어리석음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메릴 스트립은 혜성 충돌에 대한 위기 대응보다 눈 앞의 지지율 유지에 급급하는 정치인 제이니 올린대통령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혜성이 지구로 떨어지는 롤란트 에머리히의 영화 <문폴>은 그 서사 밑에 능동적인 의지와 의도를 지닌 두 존재, 즉 악한 인공지능과 선한 인공지능이 갈등을 벌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런 설정은 자연이 인간의 곤경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우리가 마주하는 위협은 우연성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 자연의 어리석음이라고 불러야 할 어떤 것을 지운다. 이 사실을 잘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음모론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해석하는 음모이론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쉽게 본다. 영화는 음모론자를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킨다. 홀로 진실을 파악하고 있는 이 음모론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달의 품에서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지구에 인간을 번창하게 하고자 태곳적 선한인공지능이 행위자로의 자발적 선택으로 자신을 희생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영화는 희생 신학으로 넘쳐난다. 인간은 그 존재를 초자연적인 지능의 희생에 빚지고 있다는.

 

이런 면에서 <문폴><돈 룩 업>보다 훨씬 열등한 영화다. 애덤 매케이의 <돈 룩 업>도 인류가 처하는 재앙을 다루지만, 거기에 어떤 의미도 숨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수긍하며 재앙을 받아들인다. 음모론도 없다. 어둠이 깔린 풍자를 장르로 선택한 것도 좋은 선택이다. 우리가 끔찍한 재앙을 다룰 때 우리는 비극 너머에 있기 때문에 코미디만이 실제 상황의 엄청난 부적절함을 통해 그 참사를 다룰 수 있다. 최고의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코미디라는 점을 기억하라.

 

<돈 룩 업>을 비판하는 이들은 영화가 심각한 위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고 비판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불편해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영화 속 대통령은 우파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을 연상시킨다. 고개를 들어 혜성을 봐야 한다고 외치는 시위대는 실제 행동은 하지 않고 뻔한 구호만 외치며 텅 빈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영화는 우파 포퓰리스트를 공격하는 대신 오늘날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두 부류인 자유주의적 기득권 세력 그리고 생태주의자 시위대를 조준한다.

 

<돈 룩 업>의 교훈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음모론자들이 어떤 면에서 합리주의를 내세우는 자유주의적 기득권 세력의 무의식육체를 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득권 세력은 위협의 현실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진심으로 믿지 않는다. 진정한 부정론자인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으면서도 총리 관저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해가며 여러번 파티를 열었다. 코로나의 존재를 알면서도 자신은 그 위협에서 면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대통령은 지구에 혜성이 충돌해도 다른 모든 일이 무의미해지지 않는다는 듯 행동한다. 우리가 비판해야 하는 진짜 대상은 노골적인 부정론자가 아니라 가짜 합리주의를 내세우는 기득권 세력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문폴>에서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음모론자를 따르거나, <돈 룩 업>에서처럼 최후의 식사를 나누며 지구가 멸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일까? 세번째 대안이 있다. 그것은 자연의 무의미성을 유물론적으로 수긍하는 일이다. 인간은 어떤 지능의 희생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지구 생명체에 우연히 발생했던 거대한 파괴와 고통 위에 존재한다. 인간은 공룡이 멸종했기에 존재할 수 있었고, 지금도 거대한 파괴 뒤에 남은 석탄과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살아간다. 인간은 지구의 고통에 의존해 산다. 공장식 축산 농장의 닭과 돼지를 떠올려보라.

 

인간은 환경의 재앙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앙에서 출현하여 그것을 먹고 사는 존재다. 지구 생명체에게는 영화 속 혜성이 바로 우리 인간이었다. 지구가 치른 모든 희생은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곳에서 처벌을 선고받는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고통 뒤에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무의미성을 수긍하는 것이다.

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한겨레

 

위기의 지구환경, ESG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자본주의자'여서 기후위기에 더 적극 대응해야

인류가 산업시대 이후에 배출한 화석연료의 온실가스(GHGGreen House Gas)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지금 인류는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의 위기까지 맞고 있다.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의 결과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인류는 위기의 파급력을 체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전 세계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수요 불균형으로 경제활동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백신공급 자국 우선주의를 비롯해 일자리, 식량, 빈곤층, 성별 등 다양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나마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의 입구에 들어서려는 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했다. 북해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은 가뜩이나 물가 인상요인으로 압박받는 시장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전면전 우려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위기의 지구환경과 3중고에 빠진 인류

이산화탄소(CO)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온실 가스다. 다른 온실가스(GHG)CO보다 지구를 온난화시키는 분자 구조는 더 강력하지만, 인간의 활동에서 배출되는 CO배출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까닭에 CO가 기후 변화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2018CO의 대기 농도는 산업시대 이전 수준보다 약 46% 높아졌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최근 80년의 농도가 가장 짙다.

 

석탄, 석유 및 가스 등의 화석 연료 연소에서 비롯하는 CO배출량이 전체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시멘트 생산, 가축 및 삼림 벌채 등 토지 이용 변화에서 배출된다. 대기권으로 방출되는 CO의 절반 정도만 대기권에 남아 기후 변화로 이어지며, 나머지 절반은 식물의 광합성과 바다에서의 확산으로 제거된다.

 

급격히 증가하는 탄소배출량은 기온 상승과 강력한 폭풍 등 기상이변을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는 식량과 물 부족, 홍수 증가, 극심한 폭염, 코로나19 등 질병의 만연, 경제적 손실 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인류는 '기후위기-질병위기-경제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닥쳐오는 기후 재앙을 맞게 된다.

 

국제사회의 지구온난화 대응 노력과 한계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가 회복 불가능한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동대응하기 위해 1992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했다. 이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1997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하고, 기후변화협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만든 국제협약이다. 2010년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사회는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이내로 제한하되, 1.5목표는 추후 검토대상으로 결정한 칸쿤합의(Cancun Agreement)를 도출했다. 드디어 인류는 201512월 각 국가의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행동에 의한 상향식 방식(bottom-up)으로 5년마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글로벌 이행점검을 실시하는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다.

 

인류가 지구 기온 변화량을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아래로 낮추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지만, 20176월 탄소 누적 배출국 세계 1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협정을 비준하며 약속한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계획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탈퇴의 이유였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목표한 파리협정이 사실상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한편,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의 강화된 감축정책이 당사국은 물론이고 다자기구, 시민단체,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후행동 주체들에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또는 탄소중립에 이르기 위해 장기적이며 보다 획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에 기후변화 관련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요구하는 등 탄소중립으로 표현되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추세로 전개됐다. 그 결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및 기후금융 기조가 형성됐다.

 

그동안 직접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노력을 해온 유럽은 2019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폰 데어 라이엔 의장이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및 재건 패키지의 핵심 정책 추진계획으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역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청정에너지·인프라계획'을 통해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하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209월 유엔에서 국제적 책임으로 2030년 이전에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점에, 2060년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20207<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며 에너지 및 사회 구조를 전환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저탄소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한 2126차 당사국 총회

20211031일부터 11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본격적인 파리기후협정의 이행을 알렸다. 3차 파리협정당사국총회(CMA3)와 부속기구 회의 등이 개최됐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된 특별정상회의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1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해 최근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과 2020년 전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방안(NDC)을 재제출하는 등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도출했고, 국제 탄소시장메커니즘(파리협정 6)의 세부 이행지침도 마련해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의 세부이행 규칙을 모두 완성했다.

 

2021COP26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는 처음으로 석탄발전의 축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문구가 포함됐으며, 전통적인 기후협상 의제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메탄서약, 산림훼손 방지 등 다수의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탄소중립을 연이어 공약하면서, 처음으로 파리기후협정이 목표로 하는 2이내의 지구온도 상승목표 도달에 대해 희망을 갖게 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각국의 공약을 반영할 경우 금세기 말까지 1.8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도도 COP26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를 통해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제정하는 IFRS 재단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올해 6월까지 제정할 조직을 산하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ESG 경영의 걸림돌로 언급되어왔던 평가와 측정의 표준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출범은 기업이 ESG 경영에 구체적으로 임해야 할 계기가 됐다. 현재 EU,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탄소중립과 같은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원 확대, 탄소가격제의 도입, 친환경 수송 및 건물 확대 등의 저 탄소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ESG가 세계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ESG, 시장과 기업이 나서는 탄소중립 선언

2015년 파리협정의 감축정책으로 당사국은 물론이고 유엔의 다자기구, 기후환경 시민단체, 글로벌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후관련 주체들이 저탄소 경제체재 전환이나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선언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20년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5.4% 감소했지만 2021년 회복과정에서 곧바로 4.9%로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19731차 석유파동, 19782차 석유파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활동 위축으로 잠시 나타난 기후상황과 유사하다.

 

2021년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지구 온난화 1.5특별보고서'0.5차이에도 불구하고 2상승 시 1.5상승에 비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두 배 이상 피해가 증가함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회복이 불가능해 기후 변화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 최대 10조 달러를 굴리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2020년 초에 투자한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LARRY FINK’S 2020 LETTER TO CEOs)에서 "기후변화는 기업들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리스크'이며, 수탁자로서 "블랙록은 고객들이 이러한 변화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가 고객 포트폴리오의 핵심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래리 핑크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포트폴리오 구축과 리스크 관리에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으로 반영할 것이며, 열탄 등 지속가능성 리스크가 높은 자산은 매각하고 화석연료를 제외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스튜어드십 활동을 통한 지속가능성 및 투명성 강화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투자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편지에선 석탄 화력에서 총 매출의 25% 이상을 올리는 기업 자산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보낸 서한에서는 기업 성장 전망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각 기업의 사업구조가 넷제로와 양립할 수 있는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후문제와 탄소중립을 이끌어갈 ESG 전문가 양성이 절실

래리 핑크는 올해 연례 서한 '자본주의의 힘(The Power of Capitalism)'에서 2년 전 자신이 당부했던 기후 대응을 비롯한 ESG에 대해 다시 상세하게 설명했다. ESG는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의제가 아닌, 주주와 기업이 서로 이해를 도모하고 추구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환경주의자'가 아닌 '자본주의자'이며, ESG는 주주와 기업이 공동으로 번영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블랙록은 자사가 운영하는 블랙록 펀드어드바이저스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분기 경영공시 기준 삼성전자(지분율 5.03%), KB금융(6.02%), 엔씨소프트(4.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래리 핑크가 앞으로도 전 세계에 ESG 투자 확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도 ESG 경영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과거 ESG 수용 요구를 마뜩잖게 여기던 태도와는 전혀 다르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2011월 국내 최초로 소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RE100'을 선언한 이형희 SK SUPEX 추구협의회 위원장은 "세계경제 속에서 RE100 선언을 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사회규제, 금융시장 등을 이유로 상대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자산운용사 APG가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기업 10곳에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배출 감축 전략의 혁신적인 실행에 대한 제언' 서한을 보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아 돈을 빼가는 것은 물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 등이 서플라이 체인 전반에까지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산업계와 공급망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만시지탄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이끌어 갈 ESG 전문가 양성은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유철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위원/ 프레시안

 

우리 행동을 힘(power)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한하리 존스 홉킨스대 부설 SNF 아고라연구소 교수

다보스 포럼 자매기구 '슈왑재단' 올해의 혁신가 선정

존스 홉킨스 대학교 부설 SNF 아고라 연구소 정치학과 교수인 한국계 한하리(Hahrie Han) 교수가 다보스 포럼 자매기구인 슈왑 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사회혁신가로 선정됐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위한 슈왑 재단’ (Schwab Foundation for Social Entrepreneurship, 이하 슈왑 재단)은 지난달 22일 한하리 존스 홉킨스대 교수 등 16인을 올해의 사회혁신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도 슈왑재단 선정 사회혁신가 / 출처=World Economic Forum

 

슈왑재단은 1998년에 설립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매 조직으로 전 세계의 가난과 불평등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걸 목표로 최고의 비즈니스 원칙과 결합한 새로운 사회 변화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한하리 교수는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운동의 조직화 방안 연구에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교수는 교수 경력의 전반에 걸쳐 사회문제 해결에 시민들을 더 잘 참여시키는 방법론 연구에 전념했다. 특히, 변화를 가장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만 힘(power)과 권한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운동의 연구에 집중했다.

 

<이로운넷>2022년도 슈왑재단의 사회혁신가로 선정된 한하리 교수에게 사회운동이 기후위기와 정치분야에서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질문했다.

 

한교수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사회운동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개개인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집합적(collective)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러한 집합적 행동도 변혁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와 사회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 입후보자를 단순히 어떤 공직에 앉히거나 어떤 정책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그러한 승리가 진정한 힘(power)의 이동에 근거하지 않는 한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지속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사회운동의 힘은 참여를 정치적 힘으로 바꾸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한하리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기후위기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ESG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커지는 반면에 사회운동의 관점에서는 큰 모멘텀이 만들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힘있는 사회 운동이 추진될 수 있나?

-기후위기 대처에 관한 대중의 의지(public will)를 구축하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을 바꾸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행동주의(activism)에 참여시키는 것 그 이상의 것들을 필요로 한다. 행동주의가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후운동은 ​​대중의 행동들을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힘으로 전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다만, 이런 점은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회운동들이 행동주의는 규모에 따라 힘이 커진다는 귀무가정(null hypothesis)에서 추진된다는 점이다. , 집합적 행동은 단지 부분들의 합(sum)이므로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커질수록 기후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이 목표달성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가정을 말한다.

 

모든 조건과 상황이 같다면, 물론 많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이슈처럼 가장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의 경우 단순히 더 많은 활동가와 재원 또는 기타 자원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대규모의 변화를 만들고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다른 연구결과들도 함께 주목해 살펴봐야 한다.

 

대신, 우리의 행동을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사회운동은 자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힘에 초점을 맞춘다. 개개인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집합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한 집합적 행동도 힘의 원천이 되려면 변혁적이어야 한다. 기성 힘의 역학의 전환을 만들어내는 그러한 수준의 집합적 행동을 발생시키는 사회운동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그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을 대중의 프리즘: 21세기 미국의 권력과 조직화(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에 내가 참여해 펴낸 책에 담았다. “행동주의가 언제 힘을 얻게 되나?”란 나의 뉴욕타임즈 기고문(20191216일자)의 내용도 여러분들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지금 한국은 정치의 계절이다.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5월에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귀하는 사회변화 관점에서의 (Power)’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선거 입후보자와 선거캠페인은 '풀뿌리 참여'와 좋은 풀뿌리 선거캠페인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무엇이 풀뿌리 참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지를 후보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중의 힘(people power)이라는 게 켜고 끄는 마개같은 멋진 테크놀로지 장치가 아니다. 대신, 선거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이 관심 있는 일에 대해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서로서로가 얽힌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캠페인과 정당은 이러한 네트워크들을 구축하거나 시들게 만들 수 있다.

 

대중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책을 통과시키는 다른 모든 정치적 결과가 힘의 이동 없이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결과를 보면, 입후보자를 단순히 어떤 공직에 앉히거나 어떤 정책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그러한 승리가 진정한 힘의 이동에 근거하지 않는 한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지속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Q. 귀하의 4번째 저술인 ‘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이 최근 출간되었다.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대중과 현실정치 사이의 근본적인 단절이다. #MeToo, Black Lives Matter, Trump #resistance와 같은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회운동(viral movement)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식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운동들이 촉발한 개혁과 제안들은 계속해서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체제 하에서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실제로 가질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가 최근 펴낸 ‘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란 책이 사회변화와 사회운동 구축의 과학을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변화를 위한 사회운동 구축은 매우 어렵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힘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엄청나게 어렵다. 그러나 일부 집합적 행동사례는 성공했다. 유권자를 위해 상당한 승리를 거둔 운동과 실패한 운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출처 = https://press.uchicago.edu/

 

‘Prisms of the People’은 미국내 6개 사회운동 단체의 데이터를 사용해 해답을 찾아봤다. 여기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104일 간의 시위를 조직한 사회운동(2020년도 애리주나주의 역사적 변화를 위한 토대 마련)과 버지니아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투표권 회복을 도운 또 다른 사회운동의 사례들이 포함된다. 그러한 사례들은 성공적인 사회운동의 힘은 참여를 정치적 힘으로 바꾸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한 사회운동들은 유권자 등록, 이웃 대상 선거운동과 같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을 하는 방식으로 이겼던 것이 아니다. 이상주의와 실용주의 사이, 체제 내부와 체제 외부에서 일하는 것 사이, 그리고 대담한 비전과 정치적 타협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위한 협상을 통해서 승리를 거두었다.

 

‘Prisms of the People’은 전 세계적인 정치적 불만의 상황에 처한 우리들에게 말한다. 집합적 변화의 수단을 통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이 담고 있는 성찰과 해법은 강력한 다인종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서로 나누는 데 필요한 중요한 대화를 촉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사회 운동에서 ‘2차역량(second-order capability)’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2차 역량이란 개념은 경영학 분야에서 빌려온 것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인사·인력관리(HR) 프로세스와 공급망 관리 등을 비즈니스 조직이 갖춰야할 ‘1차 역량으로 구분한다.

 

‘2차 역량은 판단이 필요한 프로세스와 관행을 말한다. , ‘1차 역량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면 2차 역량은 언제 그것을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2차 역량은 전략적 판단을 잘할 수 있는 리더가 기업운영에 필요하다는걸 의미한다. 경영학 분야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보아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은 1차 역량 때문이 아니라 2차 역량에 기인한다고 한다.

 

사회운동 분야에도 2차 역량 같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입소문처럼 뭔가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정치의 시대에서 사회운동 분야에서도 어떤 공식(formula)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을 집합적 행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마케팅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발견한 것은 실제로 정치적 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사회운동들은 2차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운동들은 정치의 까다로운 기복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며 잘 헤쳐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성공적인 사회운동이 광범위한 사회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이다.

 

Q. 부모님이 한국인 이민자로 알고 있다. 혹시 모국인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은 있나,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어렸을 때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제 아이들도 한국에 갈 기회를 좋아한다. 한국에 가면 서울은 물론 여러 다른 도시에 가는 것을 다 좋아한다. 제 아이들은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저는 경주의 역사적인 장소를 가는 것도 즐겼다.

 

제가 어렸을 때 조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우리는 종종 시골로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던 좋은 추억도 많이 있어서 제 아이들도 언젠가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

이로운넷 대전·세종=박창호 주재기자

 

 

기후없는 기후위기 시대의 대선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활동가들이 지난 1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연 기후 대선 실현을 촉구하는 2030 청년세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당 대선 후보에게 기후위기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상징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여름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파국적 재앙의 예고편을 목도했다. ‘펄펄 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을 덮쳤다. 북미 지역에서만 수백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시베리아 북극권 지역도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고온건조해진 기후 탓에 북미 서부, 시베리아, 남유럽 등에서 초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선 200년 만의 폭우로 200여명이 숨졌다. 한쪽에선 홍수가, 다른 쪽에선 최악의 가뭄이 인간의 삶을 위협했다.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극한 기상 현상이 한달 사이에 발생했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였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기후 재난이 세계를 휩쓸면서 사람들은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우리의 삶의 문제가 되었음을 절감했다. ‘기후 정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졌다. 현실 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도 나왔다. ‘기후 총선으로 불린 독일과 노르웨이 총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뫼즈강 범람으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시민들이 고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리에주/A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선 극우 정당을 뺀 5개 주요 정당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등 전향적인 기후 공약을 내놓았고, ‘기후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선거 결과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함께하는 신호등 연정이 탄생했다. ‘신호등은 세 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사민당), 초록(녹색당), 노랑(자민당)이라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세 당은 연정 합의문을 통해 탈석탄시점을 기존의 2038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고, ‘2022년 말 탈원전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이 연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같은 달 치러진 노르웨이 총선에서는 석유 시추와 생산 중단이 주요 쟁점이 됐다. 노르웨이는 세계 15위의 산유국이다. 국내총생산(GDP)14%, 수출의 40%가량이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서 나온다. 선거 결과 5개 정당의 좌파 연합이 승리했는데, 5개 정당 중 3곳이 석유 생산 중단을 공약했다. 결국 석유 생산의 점진적 축소를 주장하는 2개 정당으로만 연정이 꾸려졌지만, ‘석유 부국유권자들이 부의 원천인 석유 생산 중단을 내세운 정당들을 적잖이 지지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정치가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후 불감증이 여전하다. ‘사생결단의 대선 공론장에서 기후 이슈는 실종 상태에 가깝다. 유세 연설에서 기후는 금칙어가 된 듯하다. TV 토론이라고 해서 다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이뤄진 TV 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의 주제(6)기후는 끼지도 못했다. 환경운동단체들이 간절히 바랐던 기후 대선은 언감생심이다.

 

선거 공약을 봐도 마찬가지다. 주요 후보 가운데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기후위기 대응1순위로 올린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한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을 공약한 후보도 심 후보밖에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감축 목표를 오히려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논란을 불렀다. 3년마다 진전된 감축 목표 제출을 요구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성격상 하향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해 112(현지 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청소년 환경운동가들과 이들의 부모, 기후변화 취약 지역 원주민들이 `기후 배신행위 끝내라'라는 글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글래스고/AP 연합뉴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2018년 전망보다 도달 시점이 10년가량 앞당겨졌다. 1.5도는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으면 지난해 여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후 재앙이 일상이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보고서에 대해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심각한 위기 경고)”라는 말이 나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1.5도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제 7년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한다. 2027년까지 국정을 이끌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막중하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이 행동하라고 일갈했다. 기후위기를 진짜 위기로 받아들이라는 충고였다. 기후위기를 발등의 불이 아니라 강 건너 불정도로 여기는 듯한 한국 대선의 유력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7년 가운데 5년을 허비한다면 기후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jklee@hani.co.kr

 

지구에서 물이 고갈된다면 망하는 건 인류지 지구가 아니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가 말해주는 것

우리가 뭔가 대단한 걸 감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애석하게도 아는 게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고요의 바다(The Silent Sea)>에서 우주항공국장이 생존 확률 10%도 안 되는 임무를 맡은 대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정말 그럴까? 스릴러 장르에서 '정보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은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비밀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보 불균형은 '정보 통제(information control)'로 이어진다. 그래서 '아는 게 없다''알아서는 안 된다' 또는 '알면 다쳐'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악역은 항상 이 감춰진 또는 감춰야 할 '1급 비밀'을 알고 있고, 드러나지 않은 어둠의 조직과 연결돼 있다. 생존과 직결된 비밀을 미리 알고 있는 악역과 이를 전혀 모르고 있는 주인공. 대중은 주인공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 속에서 조각난 퍼즐을 맞춰 고난과 역경을 모두 극복하기를 원한다. 아니 생존하기를 바란다. 역설적으로 현실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기에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 SF 스릴러'를 내세우며 배두나, 공유가 주연을 맡은 <고요의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 정우성은 제작자로서 감독 최항용의 동명의 단편 영화를 여덟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지난114<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단편을 봤을 때 '물을 찾아서 달로 간다'라는 역설적인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과 우주복 안에서만 안전을 보장받는 대원들, 이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스릴을 구현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한국적인 SF가 가능할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사실 우주 공간은 한국적 SF만이 아니라 보편적 스릴을 구현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인간은 우주선과 우주복이라는 좁은 공간 외에는 생존할 수 없기에 말이다.

 

'물을 찾아 달로 가는'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라틴어로 'Mare Tranquillitatis'라는 달 적도 부근 우측 원형의 어두운 곳을 가리킨다. 17세기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했던 천문학자들이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기에 이러한 명칭이 생겨났다. 1969716일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고 말하며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던 지점이 고요의 바다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최항용 연출, 박은교 각본) 한 장면.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외부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스릴러 장르의 법칙에 따라 살려냈다. 그 단절과 고립의 무대가 바로 달이다. 드라마는 최악의 지구 상황으로부터 시작했다. 언제인지 모를 미래, 지구는 극도로 메말라 가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여의도 부근 한강은 시냇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세상은 온통 황톳빛이 되면서 가로수는 앙상하게 말라버려 화석화되고 있다. 수질 오염에 따른 영아 사망률은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수는 국가 기여도에 따라 등급제가 시행되면서 차등 분배되고 있고, 식량은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사육은 금기시됐다. 더욱이 과학자들은 향후 10년 내 지구 전체 물 40%가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달의 '고요의 바다''발해 기지'라는 대규모 연구단지를 만들어 비밀 연구를 진행했다. 우주항공국은 5년 전 핵 사고에 따른 방사능 누출로 발해 기지 연구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히며, 영구 폐쇄 전 중요 샘플을 가져오기 위해 전문가가 포함된 대원들을 소집했다. 우주항공국이 원하는 중요 샘플이 바로 '달의 물' , 월수(月水)였다. H2O라는 기본 화학구조는 지구와 같다. 하지만 월수는 혈액 한 방울을 기반으로 100배 이상 증식하는 일종의 살아 있는 물질이다. 박테리아(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발해 기지엔 마치 익사한 것 같은 사체들이 즐비했고, 월수 샘플을 찾으러 갔던 대원들도 이 월수에 감염돼 피가 아닌 엄청난 물을 토해내며 죽어 나갔다. 우주 왕복선과 복제 인간은 기본이고 발해 기지 내 인공 중력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의 과학 기술을 지녔지만, 월수는 도저히 분석이 안 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마치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게 여전히 미천한 것처럼 말이다.

 

발해 기지에서는 '풍성한 바다를 되돌리고 싶다'는 꿈을 안고 이 월수를 지구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여러 방법의 하나가 복제 인간을 월수에 적용하는 극단적 실험이었고, 수많은 주검 속에서 '루나'라고 불리는 단 한 명의 소녀만이 월수에 적응해 살아남았다. 루나는 불사신에 가까운 사기급 캐릭터다. 엄청난 민첩성과 힘을 지녔고, 심한 상처를 입어도 월수가 있으면 빠르게 원상회복된다. 마치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처럼. 심지어 달 표면에서 우주복 없이, 즉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달에서 만들어진 신인류, '호모 루나 워터스(Homo Lunar Waters)'의 탄생이랄까.

 

인류 거주지 건설을 위한 인공 월면토 경쟁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대원들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여기는 국가(우주항공국)와 이익을 위해 살인멸구(殺人滅口)로 월수를 차지하려는 다국적 기업,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생존하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잘 버무려 놨다. 주인공 중 한 명은 월수에 감염돼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달은 지구 밖에서 태양과 함께 인류가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존재다. 고대 신화에서 신격화의 대상이 됐던 것이 달이다. 역사 이래 현재까지 문학과 음악 등 예술 작품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인간들과 긴밀한 관계라는 걸 말해준다. 이런 달의 기원에 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 4가지 학설이 있다. 지구 주변을 떠돌던 작은 천체가 지구 중력에 잡혔다는 '포획설', 지구 생성 때부터 같이 만들어졌다는 '쌍둥이 설', 원시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분리설' 등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원시 지구에 화성 크기만 한 행성이 충돌하면서 그 파편이 뭉쳐 달이 만들어졌다는 '거대충돌설'이 유력한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 드라마에서 등장한 발해 기지처럼 달에 인류의 거주 공간 건설은 가능할까? 20163월 국제학술지 <뉴 스페이스>는 특별판 서문에서 "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이번에는 달에 머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논문을 통해 100억 달러, 현재 환율로 우리 돈 118900억 원이 있으면 달에 인류 거주지 건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도 지구에서 모든 건축 자제를 수송해서 지으려면 적어도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 1운송 비용이 5000~6000만 원이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달까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이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월면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달 기지 건설에 달 토양을 건축 자제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지구로 귀환하면서 달 토양 380kg을 싣고 왔다. 현재 이 중 절반만 남아 있는데, 전 세계 연구 요청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월면토를 채취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뿐이고, 이들 국가는 격한 달 탐사 경쟁일 벌이고 있다. 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공 월면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매일경제>2021년 발간한 <비욘드 그래비티>에서 "월면토를 만드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라고까지 밝히고 있다. 월면토 화학성분은 알려졌지만, 40억 년 지구와 떨어진 달의 토양은 태양풍과 우주 방사능 영향으로 완벽한 재현이 쉽지 않다고 한다. 태양풍과 우주 방사능 등에 따른 영향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와 달리 달에 있는 철(Fe)은 녹이 슬지 않는 성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인공 월면토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가 만들고 있고, 우리나라 건설기술연구원도 국내 현무암을 이용한 인공 월면토를 만들고 있다.

 

수구(水球)여서 행복한 지구

2009NASA는 인공위성을 달에 충돌시킨 실험을 통해 달 남반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달 탐사 위성을 쏟아 물 존재 여부를 정밀 탐사할 예정이라 한다. NASA는 달 남반구에 대략 3800의 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 수자원 총량이 14, 이 중 70%가 바닷물이고 인류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민물(지하수, 하천수 등)은 대략 1% 수준인 1400. 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지구 민물보다 2.7배 많은 셈이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지구 물은 순환 과정을 거쳐 재생산되지만, 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은 재생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이다.

 

다시 <고요의 바다>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SF 불모지와 다를 바 없는 한국에서 양질의 CG를 장착한 수준 있는 SF 작품이 나온 것만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최항용 감독은 세심한 연출을 통해 생존 불가능 공간이 갖는 근원적 긴장감을 배가시켰던 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과학적 불가능성이야 SF 장르의 특징상 상상력의 영역으로 넘길 수 있지만, 설득의 서사 구조, 즉 배경 이야기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드라마 도입부에 지구적 물 고갈(원인은 알 수 없지만)에 따른 전 세계적인 모습을 다루긴 했지만, 너무 단편적이다. 우주에서 볼 때 지구는 물로 덮인 수구(水球). 이 물은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이며 생명 부양의 원천이다. 지구 전체 물의 40%가 고갈된다는 것은 지구 전체 생태계 기능의 40% 이상이 멈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국제적 물 전문가인 샌드라 포스텔과 브라이언 릭터는 <생명의 강>(최동진 옮긴, 이뿌리와이파리 펴냄)에서 지구의 생태계 기능은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해서 인간이 인공적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용뿐만 아니라 엄청난 복잡성에 따라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드라마 설정처럼 지구에서 40%의 물이 고갈돼도 지구는 망하지 않는다. 망하는 건 인류 문명이다. <고요의 바다> 다음 시리즈에선 이런 점을 보완하면 어떨까 싶다. 그래야 위험천만한 월수를, 그것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발해 기지(아마도 수십조 원 이상 들어갔을 것 같다)에서 비밀리에 계속 연구하는지에 대한 설득력과 공감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지구는 물이 있어 행복한 행성이다. 불행히도 지구 물의 재생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현대 문명이다. 강과 하천을 가로막은 불필요한 구조물은 물을 썩게 하고 생태계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2022년 올해는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녹조라떼엔 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이 포함돼 있어 먹거리 등 환경 위해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낙동강 등에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결국 우리 지구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함께 사는 길]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인류가 전쟁을 피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전쟁은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의 체계와 인프라를 무너뜨린다. 이를 통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손해를 입힌다. 아울러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쟁은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의 체계와 인프라를 무너뜨린다. 이를 통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손해를 입힌다. 아울러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류가 전쟁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KBS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첫 날인 전날 군·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137명 나왔으며 부상자도 수백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할 것이므로 민간인 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도 요동쳤다. 지난 24일 러시아 MOEX 지수는 한때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가 33% 하락 마감했다. 러시아 국영기업들의 주가도 40% 안팎으로 급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하락했고 국제 유가도 뛰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24일 오후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TF회의를 열고 진행 상황과 경제 영향 등을 점검했다.

 

환경 측면에서도 우려가 고조된다. 보도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였다. SBS 등은 AP통신을 인용해 이곳(체르노빌)에서 벌어진 전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군의 완전한 무차별 공격 뒤에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이는 현재 유럽에 대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쟁은 인류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면서 생명과 재산, 그리고 지구 환경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전쟁 과정에서 정유소 등 주요 산업시설이 파괴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토양이나 수질, 대기오염도 발생할 수 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무기를 사용할 우려도 있고 무력 충돌 과정에서 종의 개체가 줄어드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전쟁이 지구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들

전쟁이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지난 2003년 영국 BBC 인터넷판은 이라크 전쟁이 동, 식물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제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환경 파괴가 이라크 현지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전쟁 후에도 상당기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단체 대표 마이클 랜즈 박사는 최근까지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전쟁 그 자체에 의해 무시되거나 감춰졌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당시 동아일보와 경기일보 등에서도 인용 보도했고 본지가 지난 20206전쟁이 지구에 미친 영향기사에서도 소개해 보도한 바 있다.

 

환경단체에서도 관련 목소리를 낸 적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33월 홈페이지에 이라크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도 게재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Friends of the Earth) 소속 운동가들이 작성한 것으로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에서 번역했다.

 

당시 보고서는 전쟁에 의해 무슨 일이 발생할지 확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한 과거의 전쟁에서 발생한 바를 다시 고찰해보아야 한다라고 밝히면서 전쟁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유소와 무기공장 등 산업시설이나 군사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면서 화학적 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1년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의 700여개 유정을 파괴해 6백만 배럴의 석유가 유출된 바 있다. 그로 인한 토양오염이 이뤄졌고 쿠웨이트의 담수 저수지 가운데 40%가 보고서 작성 당시까지 오염되어 있었다. 석유 관련 시설이 불에 타면서 햇빛이 차단되어 평균 기온이 오르거나, 하수처리시설이 전투 중 파괴돼 정제되지 않은 하수가 쿠웨이트 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전쟁은 경제를 흔들고 환경을 파괴한다. 전쟁이 끝나도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리고 그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아시아, 극한 기온·강수변동성 늘어 물·식량 위기 온다"

28IPCC 2실무그룹 제6차 평가보고서 나와

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 지역에 극한 기온이 발생하고 강수 변동성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 안보 부문의 위기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산 도시 기반 시설의 피해가 발생하고 인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모성과 유아 건강, 정신건강 등 기후변화 연계 질환 가능성도 제시됐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제55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와 제12차 제2실무그룹 회의에서 이 같은 예측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AR6) 2실무그룹 보고서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이 승인됐다고 28일 밝혔다.

 

IPCC1그룹인 기후변화과학과 2그룹 영향적응취약성그룹, 3그룹 기후변화완화 3개 실무그룹으로 구성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5~7년마다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2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로 제5차 보고서는 지난 2014년 공개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제5차 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고 미래 기후변화 위기 예측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 각국의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지속가능발전을 공통 목표로 하는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CRDPs)를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향후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 수립과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7)’, 내년부터 당사국총회에서 본격적 검토에 들어가는 파리협정 이행점검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도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가능한 정책 선택을 향후 적응대책 수립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55IPCC 총회에는 195개국 400여 명 대표단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기상청과 환경부, 한국환경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와 전문가 대표단이 참석했다. / jawon1212@donga.com

 

지구 해수면 상승, 산업혁명 절정기에 가속화

미 럿거스대 등 연구팀 “1863년께 기점

1700~1760년엔 연간 0.1감소해

1940~2000년에 연간 1.4급상승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발표한 6차 실무그룹1 보고서(과학적 근거)에서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는 19012018년 사이 0.2m 상승했다. 해수면 평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 1.3에서 20062018년에는 연 3.7로 약 2.8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원후부터 1700년까지 해수면은 연간 0.3감소하기도 하고 연 0.2상승하기도 했다. 1700~1760년에는 연간 0.1씩 낮아졌다. 언제부터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했을까?

 

미국 럿거스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1현대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산업혁명 절정기인 1863년부터 빨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467-022-28564-6)

해수면 상승은 여러 기후변화 현상 가운데 중요한 요소이다. 해수면 상승은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열 팽창을 한 요인과 내륙 빙하와 해빙이 녹아 해양 용량이 커진 요인이 겹쳐 발생한다. 연구팀은 현대 해수면 상승의 출현 시기는 해양 온난화의 시작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해수면 온도는 기원후1800년 사이에는 냉각 경향을 보였지만 187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온난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00여년 동안의 해수면 높이 기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세계 36개 지역 2274개 지점의 고고학적 증거에서부터 퇴적물의 지구화학 기록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세계 기록을 검토해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 상승의 가속화가 산업혁명이 진행중이던 1863(1825~1873)에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아이피시시 보고서가 18201860년에 지구 평균 해수면의 지속적 상승이 시작했다고 결론지은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 무렵(뉴욕 1872~노스캐롤라이나 1894)에 대서양 지역에서 가장 일찍 시작했으며 캐나다(노바 스코샤)와 유럽(그린란드)에서는 뒤늦은 20세기 중반(1930~1964)에 시작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럿거스대 지구과학부 연구원인 제니퍼 워커는 “20세기 중반까지 이번 연구 대상 지점들에서 현대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이 지난 세기 지구에 끼친 영향이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지역의 장기간 해수면 상승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지역과 현장의 계획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500살 노거수 화재는 졸속행정 탓" 부산 환경단체, 사상구청 규탄

부산환경회의 등 시민단체는 2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구 노거수 화재와 관련해 부산시장과 사상구청장 권한대행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경륜 기자

 

재개발 사업에 밀려 경남 진주로 옮겨졌던 500년 된 회화나무가 부산 사상근린공원으로 귀향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불에 타는 일(부산일보 31일 자 9면 보도)이 벌어지자 부산 환경단체들이 부산시와 사상구청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부산환경회의를 비롯해 20여 개 부산 시민단체는 2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구 회화나무 화재는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전시행정 탓이라며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노거수 관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회화나무 화재는 인간의 이기때문에 발생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 멀쩡한 나무가 재개발 사업 탓에 베어졌고, 진주에서 부산으로 무리하게 재이식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부산시장과 사상구청장 권한대행에게 대시민 사과와 나무권리선언 등 추가 조치도 요구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가지와 뿌리가 베어져 상처 입은 노거수가 진주에서 새싹을 틔우는 등 회복 가능성이 보였지만 사상구청이 이를 무리하게 옮기면서 나무가 화형당하는 고초를 겪었다면서 노거수가 불에 탄 모습을 보면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사상구청은 나무의 생사여부는 아직 살펴봐야 한다면서 조만간 나무 전문가 함께 관련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화재 피해 회복 조치 비용에 대해 용역업체에 구상권 등을 청구할 방침이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제대로 관리를 진행하면 오는 5월 정도부터는 다시 새싹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때까지는 용역업체에 관련 조치에 대한 비용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례동 회화나무는 2018년 주례동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경남 진주의 한 조경농장으로 옮겨졌다. 이후 사상구청은 생육환경개선 사업 등을 거쳐 지난달 28일 회화나무를 사상근린공원으로 다시 이식했다. 그러나 뿌리 보호용 철제 장비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용접 불꽃이 옮겨붙어 나무가 불에 그슬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서 500년 간 '보호목' 역할을 해온 주례동 회화나무가 지난달 283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날 이식작업 중 작업자의 실수로 나무 일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탁경륜 기자(takk@busan.com)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전쟁에 대비해 설계된 원자로는 없다

(키예프 로이터=연합뉴스) 1(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 폭격으로 TV 송신탑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현지 언론은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린 후 TV 방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면전 이후 안 그래도 오름세였던 석유와 천연가스 값이 출렁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3대 산유국이자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기에, 푸틴의 개전 명령 직후 브랜트유 선물가격은 한 때 10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했다. 국내 휘발유값도 6주 연속 상승세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업계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남의 나라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데다 날씨에 상관없이 균일한 전력을 생산하는 기저 전력으로서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지점도 있다. 안전성이다.

 

일촉즉발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지난 1986년 인류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외에도 4개의 원자력 발전소와 15개의 원자로가 있다. 체르노빌 원전은 사고 뒤 가동을 멈췄지만 전력의 절반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전면전이 시작된 직후 제임스 액튼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 정책 이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직접적인 핵 위험은 체르노빌이 아니라 지금 가동 중인 4개의 원자력 발전소'라고.

 

"체르노빌은 주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거대한 격리시설 안에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다른 원자로들은 격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들 원자로에 있는 연료들은 체르노빌보다 실질적으로 더 많은 방사능을 갖고 있고요."

 

그는 가동중인 원자로 주변에서의 교전 가능성에 주목한다. 모스크바가 원자로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근거리 무기들이 항법장치 고장으로 원전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발전소 내부 관리인력들이 작업을 못하게 되거나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원이 차단되는 상황도 우려했다.

 

"간단히 말해, 전쟁에 대비해 설계된 원자로는 없습니다."

실제로 미사일 피격 등 전시 상황은 원자로 설계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관련 규정에도 '원전 면허 신청자에게 외국 정부나 개인의 공격과 파괴적 행위로부터 원전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도 항공기 추락위험은 고려하지만 미사일 피격은 설계에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적의 미사일 피격까지 고려하면서 경제성 있는 원전을 짓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에서의 교전 우려

지난 225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주위로 군용 차량들이 보인다.BlackSky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인 라파엘 그로시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15개 원자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군사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에 대한 걱정도 감지된다.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저술한 케이트 브라운 MIT 교수는 원자로 주변 지역 전투를 걱정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화재가 나면 연기를 매개로 방사능이 주변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체르노빌을 '격리구역'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축구장 3개 길이의 철제 구조물로 덮었어요. 그곳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최악이죠."

 

미국 에너지부 방사성 폐기물 관련 부국장직을 역임한 레이크 바렛도 체르노빌 원전 부근에서의 폭발을 우려했다.

 

"가장 큰 위험은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된 토양 주변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겁니다. 먼지처럼 공중으로 퍼져나가는 거죠."

 

만일 전쟁이 장기화되며 통제 불가능 상황이 되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 원전은 가동이 중단된다고 해도 많은 핵폐기물이 남아있어 이에 대한 처리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20년 넘게 전기 생산을 해온 체르노빌 원전도 사고 이후 중단됐지만 여전히 많은 핵폐기물이 남아 있다. 손상되지 않은 다른 원자로에서 제거된 수 만 개의 사용 후 연료도 보관돼있고 이보다는 덜 위험한 중 저준위 폐기물도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

 

지난달 2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핵시설 2곳이 공격을 당했다. 35개국으로 구성된 IAEA 이사회는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James M. Acton, 'The Most Immediate Nuclear Danger in Ukraine Isn’t Chernobyl'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누리집, 2022. 2.24)

Hannah Northey, Peter Behr, '‘Grave concern.’ Invasion puts spotlight on Ukraine nuclear reactors' (E&E News EnergyWire 누리집, 2022. 2.25)

김정수, '원전이 미사일·항공기 공격에도 끄덕없다고?' (한겨레, 2021. 3.12)

박근태, ', 우크라이나 침공 불구 체르노빌 원전 무사"전투 휘말리면 1986년 재앙 재현 우려" (동아사이언스, 2022. 2.27)

오마이뉴스 노광준(kbsnkj)

 

유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막을 첫 국제 협약 만든다

유엔환경총회 합의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플라스틱 생산·소비·사용 등 전주기 다룰 것

게티이미지뱅크

 

유엔(UN)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3일 환경부는 유엔 회원국들은 2(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엔환경총회는 유엔 회원국 전체가 참여해 주요 환경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환경 회의다. 이번 총회에는 163개 회원국을 포함해 정부 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등 총 2000명이 참석했다.

 

협약에는 플라스틱의 생산·사용·소비 등 전 생애주기 차원에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그동안 유엔환경총회에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은 다수 도출한 바 있다. 하지만 해양에 한정하지 않고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관리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회원국들 간의 협상을 통해서 정해질 계획이다. 회원국들은 연내에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구속력을 가진 만큼 2024년 협약이 완성되면 플라스틱을 생산·판매하는 각국 대기업들에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2<로이터>통신은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석유·화학 회사와 수천개의 제품을 일회용 포장 판매하는 소비재 대기업에 협약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대표들도 앞으로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통해 협약의 조항과 단어가 자국 정부와 기업에 유리하게 쓰여질 수 있도록 씨름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총회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비대면으로 참가했다. 한 장관은 국가 발언 등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 총회에 참석한 정부 대표단과 함께 한국의 탄소중립, 순환경제,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홍보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상이변, 정신건강까지 위협.. ·중남미에 더 가혹하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이상기후 감염병 확산 정신불안 가중

기온 1.5도 오르면 육상생물 14% 멸종

세기말 아시아 가뭄 5~20% 증가 예측

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 20504%

남태평양 투발루 섬 이미 잠기기 시작

'해수면 상승' 부산 20703.6조 피해

취약국가 타격 더 커 '기후 불평등' 심화

"폭우·홍수.. 결국 전 지구적 문제

국제사회 기후대응 당장 협력 나서야"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적응으로 크게 나뉜다. 완화는 기후변화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탄소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적응은 이미 벌어졌고,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사회·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에 따른 일부 기후변화가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서 적응 역시 완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난달 2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55차 총회에서 승인한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2실무그룹(WG2) 보고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연구내용이 담겼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적인 기후변화 분석(1실무그룹·WG1) 영향·적응·취약성(WG2) 완화(3·WG3)까지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을 포괄한 연구가 망라된 IPCC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위기 의식이 커질수록 위상이 높아졌다. 실제로 보고서가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수준은 점점 강력하고 돌이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 등 국제적인 주요 기후대응 결정이 IPCC 보고서 발간 뒤에 이어진 만큼 이번 평가보고서 역시 주목도가 높다. 34000여건의 과학문헌이 인용된 이번 WG2 보고서는 자연과 인류 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 현상 증가는 부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온대해역 산호초, 연안습지, 열대우림, 극지 및 산악 생태계 일부는 이미 적응 한계에 도달했거나 그 선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주로 재정, 거버넌스, 제도 및 정책적 제약 때문에 적응 한계에 봉착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

한여름 날씨가 섭씨 35도를 넘나들면 숨이 턱 막히거나 만사에 무기력해지곤 한다. 더위에 약한 노약자나 냉방시설이 없는 취약계층은 온열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다 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런 날씨는 인간에게 정신질환을 유발하거나 각종 전염병을 유행시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은 폭염 말고도 다양하다. 일단 홍수, 가뭄, 태풍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1세기 말이면 아시아 지역은 가뭄이 520%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 지역을 분석한 부분에서 서·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동남아 지역에서는 홍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물 부족과 식량위기, 영양실조 발생도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각종 재해가 증가하면 물이나 각종 매개체를 통한 질환이 유행하고 정신적 외상까지 남을 수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기상이변과 폭염, 질병 확산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젊은 층과 노년층,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피해는 불평등하게,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히

1.5도 온난화에 도달하면 육상 생태계에서는 연구 대상 생물종의 14%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온난화 수준이 3도로 심해지면 각종 리스크는 10배나 더 커진다. 이런 위험은 특히 열대우림이나 산지, 극지 등 특수한 환경에 놓인 생물종부터 닥친다.

기후위기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태도 비슷하다. 아직 일상에서 기후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처럼 이미 국토가 심각하게 물에 잠기기 시작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지역부터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나타났다. WG2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야외노동자, 냉방이 잘 안 되는 실내 작업자 등의 생산성 약화가 불가피하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20504%, 2090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양도시 피해도 급증한다. 논문에서 부산은 2070년 연간 피해액이 약 36000억원, 인천은 약 12000억원, 울산은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에는 많은 인구가 거주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변화 취약층을 3336억명으로 추산했다. 2015년 이후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미비한 지역에서 특히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 폭우나 미국 홍수처럼 기후변화 피해는 결국 지역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면 해양도시뿐 아니라 내륙 도시까지 다양한 기후재앙에 직면하게 될 만큼 국경을 따지지 않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시아 관련 주저자로 참여한 찬디 싱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바로 조치를 취하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이 더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차원의 조치·연계 같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다방면 기후탄력성높일 시스템 개발 시급

시련을 겪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등 좌절하는 시기를 맞아서도 잘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질이나 마음가짐을 일컫는 탄력성과 기후를 결합시킨 기후탄력성이란 개념도 있다.

 

이 개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AR6) 2실무그룹(WG2) 보고서에 등장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생태계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스트레스 원인에 피해를 받더라도 다시 복원하고 본연의 기능, 정체성, 구조, 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5차 평가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공중보건 수준이 낮아지더라도 어떻게 각국이 개발과 발전으로 나아갈지 대안적인 개념으로 기후탄력성에 본격 주목했다. 결국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려면 토양, 해양, 도시, 지방, 산업 전반에서 대대적인 탈바꿈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18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부분 총괄주저자를 맡은 아로마르 레비(사진)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소장은 기후탄력적 개발과 관련해 전 세계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이란 탄소 감축만 뜻하지 않고, 건물과 수송,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생태계 보호 등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활동을 포괄한다.

레비 소장은 생태계는 식량, , 문화서비스, 생계기반 등을 인간에게 제공한다인간 사회와 생태계, 기후시스템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보건과 기후와 큰 상관이 없어 보여도 기후탄력적 개발은 건물 탄소 배출량이 낮게 설계되면 온실가스도 감축되고 장기적으로 기후위기로 위협받을 보건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접근 방식을 통합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R6에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제시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복원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가능한 기회의 창마저 급속히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레비 소장은 그러나 향후 10년간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더 긍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기후탄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 개발로 기후 완화·적응이 나아지면, 생태계는 건강해지고 불평등은 약해지는 긍정적 미래가 분명히 우리 앞에 있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최근 ‘10년 평균 2.5산불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은?

 

올 들어 산불 228건 발생최근 10년 평균 2.5

산림청 등 적은 강수량에 건조한 날씨 영향

기후변화로 토양 건조불붙기 좋은 환경 만들어

지난달 28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낙엽을 긁어내고 나무 잔가지를 정리하는 등 방화선을 설치하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제공

 

올해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가 최근 10년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적은 강수량과 건조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잦은 산불의 원인을 한두가지로 특정하기엔 이르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을 부추기는 특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일 산림청 설명을 보면, 지난 11일부터 지난 1일 밤 12시까지 두 달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28건으로, 발생 면적은 608.5ha(헥타르). 축구장 950개 정도의 면적에서 불이 난 것으로, 최근 10년 평균 발생 건수의 2.5배에 달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같은 기간 발생한 산불은 평균 92, 발생 면적은 평균 135.64ha. 게다가 현재까지 산림청이 집계한 산불 통계에는 여의도(270) 면적의 2배가 넘는 숲을 태운 합천·고령 산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지역의 피해 상황이 특정되면 올해 산불 발생 면적은 최근 10년 평균을 더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 등은 올 겨울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특히 건조해진 겨울 날씨를 잦은 산불의 배경으로 지적한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의 강수량은 13.3. 이는 평년 강수량인 89.014.7%에 그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강하게 줬다고기압 영향을 받는 시간이 길다 보니 눈·비가 오는 지속 시간이나 강도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가물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들이 바싹 말라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미국, 호주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오랜 기간 지속되며 산림과 동식물, 생활터전을 집어삼킨 바 있다. 지난 20199월 발생한 호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해를 넘기며 약 6개월 간 이어지며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을 태웠다. 지난해 4월 영국 요크셔지방 서쪽의 마스덴 무어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가 황무지로 변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고온과 함께 8686에 이르는 면적을 태운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가 산불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을 기후변화와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면서도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인 이명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후가 더워져 눈 대신 비가 내리면, 수분이 바로 강물로 빠져나가면서 토양이 메마르는 효과가 커진다. 또 더운 기후에서는 토양에 있는 수분을 더 잘 증발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 자체는 자연 발화나 낙뢰, 인간에 의해 시작될 수 있지만, 이렇게 시작된 불이 건조한 토양과 만나면서 규모가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한국 날씨는 자연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산불만을 두고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특정하긴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주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언급하면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토양에서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고 불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무가 타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상이변, 정신건강까지 위협.. ·중남미에 더 가혹하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이상기후 감염병 확산 정신불안 가중

기온 1.5도 오르면 육상생물 14% 멸종

세기말 아시아 가뭄 5~20% 증가 예측

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 20504%

남태평양 투발루 섬 이미 잠기기 시작

'해수면 상승' 부산 20703.6조 피해

취약국가 타격 더 커 '기후 불평등' 심화

"폭우·홍수.. 결국 전 지구적 문제

국제사회 기후대응 당장 협력 나서야"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적응으로 크게 나뉜다. 완화는 기후변화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탄소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적응은 이미 벌어졌고,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사회·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에 따른 일부 기후변화가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서 적응 역시 완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난달 2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55차 총회에서 승인한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2실무그룹(WG2) 보고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연구내용이 담겼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적인 기후변화 분석(1실무그룹·WG1) 영향·적응·취약성(WG2) 완화(3·WG3)까지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을 포괄한 연구가 망라된 IPCC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위기 의식이 커질수록 위상이 높아졌다. 실제로 보고서가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수준은 점점 강력하고 돌이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 등 국제적인 주요 기후대응 결정이 IPCC 보고서 발간 뒤에 이어진 만큼 이번 평가보고서 역시 주목도가 높다. 34000여건의 과학문헌이 인용된 이번 WG2 보고서는 자연과 인류 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 현상 증가는 부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온대해역 산호초, 연안습지, 열대우림, 극지 및 산악 생태계 일부는 이미 적응 한계에 도달했거나 그 선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주로 재정, 거버넌스, 제도 및 정책적 제약 때문에 적응 한계에 봉착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

한여름 날씨가 섭씨 35도를 넘나들면 숨이 턱 막히거나 만사에 무기력해지곤 한다. 더위에 약한 노약자나 냉방시설이 없는 취약계층은 온열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다 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런 날씨는 인간에게 정신질환을 유발하거나 각종 전염병을 유행시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은 폭염 말고도 다양하다. 일단 홍수, 가뭄, 태풍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1세기 말이면 아시아 지역은 가뭄이 520%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 지역을 분석한 부분에서 서·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동남아 지역에서는 홍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물 부족과 식량위기, 영양실조 발생도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각종 재해가 증가하면 물이나 각종 매개체를 통한 질환이 유행하고 정신적 외상까지 남을 수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기상이변과 폭염, 질병 확산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젊은 층과 노년층,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피해는 불평등하게,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히

1.5도 온난화에 도달하면 육상 생태계에서는 연구 대상 생물종의 14%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온난화 수준이 3도로 심해지면 각종 리스크는 10배나 더 커진다. 이런 위험은 특히 열대우림이나 산지, 극지 등 특수한 환경에 놓인 생물종부터 닥친다.

 

기후위기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태도 비슷하다. 아직 일상에서 기후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처럼 이미 국토가 심각하게 물에 잠기기 시작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지역부터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나타났다. WG2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야외노동자, 냉방이 잘 안 되는 실내 작업자 등의 생산성 약화가 불가피하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20504%, 2090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양도시 피해도 급증한다. 논문에서 부산은 2070년 연간 피해액이 약 36000억원, 인천은 약 12000억원, 울산은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에는 많은 인구가 거주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변화 취약층을 3336억명으로 추산했다. 2015년 이후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미비한 지역에서 특히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 폭우나 미국 홍수처럼 기후변화 피해는 결국 지역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면 해양도시뿐 아니라 내륙 도시까지 다양한 기후재앙에 직면하게 될 만큼 국경을 따지지 않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시아 관련 주저자로 참여한 찬디 싱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바로 조치를 취하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이 더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차원의 조치·연계 같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다방면 기후탄력성높일 시스템 개발 시급

시련을 겪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등 좌절하는 시기를 맞아서도 잘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질이나 마음가짐을 일컫는 탄력성과 기후를 결합시킨 기후탄력성이란 개념도 있다.

 

이 개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AR6) 2실무그룹(WG2) 보고서에 등장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생태계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스트레스 원인에 피해를 받더라도 다시 복원하고 본연의 기능, 정체성, 구조, 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5차 평가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공중보건 수준이 낮아지더라도 어떻게 각국이 개발과 발전으로 나아갈지 대안적인 개념으로 기후탄력성에 본격 주목했다. 결국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려면 토양, 해양, 도시, 지방, 산업 전반에서 대대적인 탈바꿈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18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부분 총괄주저자를 맡은 아로마르 레비(사진)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소장은 기후탄력적 개발과 관련해 전 세계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이란 탄소 감축만 뜻하지 않고, 건물과 수송,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생태계 보호 등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활동을 포괄한다.

레비 소장은 생태계는 식량, , 문화서비스, 생계기반 등을 인간에게 제공한다인간 사회와 생태계, 기후시스템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보건과 기후와 큰 상관이 없어 보여도 기후탄력적 개발은 건물 탄소 배출량이 낮게 설계되면 온실가스도 감축되고 장기적으로 기후위기로 위협받을 보건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접근 방식을 통합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R6에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제시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복원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가능한 기회의 창마저 급속히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레비 소장은 그러나 향후 10년간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더 긍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기후탄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 개발로 기후 완화·적응이 나아지면, 생태계는 건강해지고 불평등은 약해지는 긍정적 미래가 분명히 우리 앞에 있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오일장을 공원기능을 지닌 공간으로 재조직

사람들이 몰리는 대표적 장소는 시장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시장을 찾는다. 이때 시장은 현대화된 의미의 시장이라기보다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오갔던 전통시장에 보다 가깝다.

 

전통시장은 단지 오래됐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지 않다. 해당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향이 가득하다. 어쩌면 여행을 하는 이들은, 그런 향을 맡으려고 전통시장에 목을 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대적인 (mall)’이라는 개념의 시장은 건축적 요소를 강조하지만, 전통시장은 이와 다르다. 존 러스킨은 자신의 저서 <베네치아의 돌>에서 건축의 미덕을 세 가지로 표현했다.

 

1. 건물은 기능이 좋아야 하고, 의도한 대로 최상의 효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2. 건물은 잘 설명되어야 하고, 의도한 대로 가장 좋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3. 건물은 보기 좋아야 하고, 기능이나 표현이 어떻든 간에 건물이 있음으로 해서 기쁨을 주어야 한다.

 

쇼핑몰은 러스킨이 제시한 건축의 미덕이라는 세 요소에 잘 어울린다. 그러지 않으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이와 달리 전통시장은 기능이 좋고 잘 설명될 이유는 있으나, 러스킨이 제시한 3번째 요소와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전통시장, 특히 매일시장이 아닌 경우엔 건물 자체가 보기 좋다거나, 기쁨을 준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통시장을 건축에서 뺄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전통시장은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쳐(Social Infrasturucture)’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쳐’, 줄여서 사회적 인프라로 부르는 용어는 미국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자주 쓰는 용어이다. ‘사회적 인프라사회적 자본과는 개념이 다르다. 클라이넨버그 교수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 인프라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 물리적 환경을 이른다. 그의 말을 더 인용하면 튼튼한 사회적 인프라는 친구들이나 이웃들끼리 만나고 서로 지지하며 협력하기를 촉진하는 반면, 낙후한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활동을 저해하고 가족이나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다고 했다. 이렇듯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을 하려면 가벼운 교류가 일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며, 그런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특징적인 전통시장으로 꼽는 오일시장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건축사사무소 시드의 이준석 소장은 올해 공공성지도에 성산읍 고성리 오일시장을 들고나왔다. 그는 고성오일장_오일장=매일공원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고성오일장은 5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이지만, 그는 5일마다 열리는 시장에 매일이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고성오일장에 담으려 했다. 그는 왜 매일을 강조했을까. 그가 공공성지도에 담고 있는 오일시장의 이미지를 그로부터 들어본다.

빨간 선으로 두른 내부가 고성리 오일장이다. 네이버 지도

 

- 어떻게 고성리에 있는 오일장 주제를 맡게 되었나요.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면서 서귀포 동부를 맡게 됐어요. 처음엔 고성리는 길은 잘 뚫려 있는데 사거리를 지나가기만 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오일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고성리에도 오일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을 조사도 하게 되었죠. 고성리 오일장은 소규모 오일장이지만 마을의 거주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었어요. 그럼에도 소규모 오일장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주목을 그다지 받질 못하던 곳입니다.

 

- 오일장이 마을 안에 있는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

고성이라는 마을이 확장되면서, 마을이 오일장을 둘러싸게 됐죠. 그렇다면 마을에서는 가장 중심 공간이 되는 셈인데, 장소로서 오일장의 기능이 마을과는 화합이 안되는 느낌이었어요. 오일장을 옮겨야 한다거나 오일장을 수직으로 개발하는 이야기가 있는 와중에 공공건축가에게 오일장을 검토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온 겁니다.

 

- 오일장은 상설인 매일시장과는 다르잖아요. 오일시장 상인들도 제주도 곳곳을 옮겨 다니곤 하는데,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네요.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게 바로 장소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잖아요. 그러나 과거와 지금은 달라졌다고 봅니다. 차를 지닌 사람들은 제주시 오일장에도 갈 수 있고, 다른 오일장에도 갑니다. 때문에 5일이라는 정기적으로 그 장소에 간다는 장소의 중요성은 약화됐어요. 대신 오일장이 강화돼야 할 방향성은 있어요. 예를 들어 신천리라는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서 고성오일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팔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오일장은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기능을 완전히 버릴 순 없어요. 그런 가능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에게도 오일장이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곳이라고 해준다면 의미도 커지겠죠.

 

- 제안을 보면 주차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걷는 걸 강화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주차장을 약화시킨 건 아니고, 현재 주차대수를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주차 공간을 합리화했더니 남은 공간이 생겼고, 그 공간은 주민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로 바꿨어요. 다층적인 기능을 넣으면서 좀 더 공원으로서 기능을 지닌 공공공간으로 재조직을 한 것이죠.

 

- 장이 열리지 않을 때도 중요하게 봤다는 거군요. 도심에서 길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제주에 올 때마다 느끼는데, 인프라들이 워낙 멀어서인지 차에 의존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마을 내부에서도 걸을 수 있는 공간에 매우 인색해요. 어떤 사진가가 한 말인데 길은 더 이상 섹시하지 않다고 했어요. 그 얘기는 길에서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하지만 길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인사하고, 혹은 인사를 하지 않더라도 사람을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공공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재조직한 고성리 오일장. 미디어제주

- 제안을 보면 바닥 패턴도 통일화시키고, 삼각공원도 만들고, 주차장을 정리해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해뒀는데 행정에서 이 제안을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주차장 개선사업은 충분히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일장에도 좋고, 주민들에게도 좋거든요. 그렇게 되면 주변 상가에도 도움이 되죠.

 

-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차를 세우던 공간이 줄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좀 더 걸으면 될텐데요. 아직도 걷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인식이 바뀌긴 하더라고요. 2~3년 전이었어요. 어머니가 제게 중문 대포리 앞바다에 가서 여기가 가장 멋있는 바닷가다라는 말을 해줬어요. 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걸 보니 관광객들이 올레길을 발견하면서 도민들도 올레길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었어요.

 

- 마지막으로 공공건축가 역할을 말씀해주신다면.

공간을 보면서 생업을 하던 사람들이 공공건축가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클라이언트가 되어서 제주도의 공공공간과 공공건축을 다시 바라보고, 우리 모두에게 좋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게 되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어요. 공간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일을 찾아내는 것, 그게 공공건축가들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용호부두 친수·수변시설로 재개발 가닥

해수부 부산 남구 주민 설문조사

'관광.문화시설' 찬성 여론 저조

8일 구.정부.BPA 개발방향 협의

부산 남구 용호부두 인근 주민 대다수는 이 일대가 관광·문화시설보다 친수·수변시설로 조성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차원에서 설문조사(국제신문 지난해 1127일 자 11면 보도)를 벌인 만큼 사업 방향이 선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준공된 용호부두 친수공간. 국제신문DB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남구 대연동·용호동·용당동·남천동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 방향과 관련한 주민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넘는 주민은 친수·수변시설 조성을 선호했다. 해양레저시설을 설치하고 호텔이나 테마형 상가 등을 건립하는 관광·문화시설 조성에 찬성한 주민은 20%대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대로 한다면 전체 면적 4인 용호부두는 누구나 이용가능한 친수공간으로 조성돼 주민을 위한 공원·주차장·수변광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앞서 항만재개발을 통해 동해묵호항 화물부두 등이 이 같은 시설로 개발됐다. 해수부는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8일 남구·BPA(부산항만공사)와 실무협의를 벌인 후, 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설명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용호부두는 20192월 러시아 화물선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한 후 화물 처리 기능이 중단됐다. 이듬해 12월 해수부는 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2021~2030)에 용호부두 등 전국 5곳의 소규모 항만을 지역생활·문화거점형으로 개발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지 활용 방향 등과 관련해 주민과 부두 이용 기업, 근로자 간 의견이 달라 사업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해수부는 개발방향과 관련한 정확한 주민 의견 파악을 취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해수부가 3차 계획 슬로건을 도시와 함께 발전하는 시민의 항만 공간으로 정하고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한 만큼, 용호부두도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재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용호부두 배후부지에는 시민 출입이 허용되고 있고 남구와 BPA202012월 선박의 필수 시설을 제외한 배후 야적장에 수변공원 같은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BPA 김병수 재생개발실장은 애초 친수공간과 함께 숙박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에 조사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했다.

 

 해수부 김규섭 항만연안재생과장은 용호부두 재개발 방향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자체와 BPA 협의를 거친 후 정하겠지만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

 

우크라 원전 길목에 시민들 맨몸 바리케이드러시아군 막아

국제원자력기구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장악 통보

지역 주민들 바리케이드치며 원전 지키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러시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 주변까지 진입했고,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현지시간) 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원전을 러시아군이 장악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자포리자 원전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으며 차량,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핵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한 바 있다. 주요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은 러시아가 장악한 상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박원순의 '35층 아파트 제한', 오세훈이 푼다

3'2040 플랜' 발표, 강남 재건축에 '탄력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의 '2030 서울플랜'을 대체한 '2040 플랜'3일 내놓았다. 박 전 시장이 만든 '35층 높이 규제'가 없어지면서 압구정과 여의도 등 한강변 아파트들의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설명회를 통해 20년 후 서울의 미래를 제시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2040 플랜을 통해 '보행 일상권'도입,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중심지 기능 강화로 도시계획 대전환, 지상철도 지하화,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등의 6가지 공간계획을 제시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는 내용의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오세훈 시장은 이런 높이 규제가 한강변 등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이끌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뚝섬유원지에서 잠실 쪽을 보면 칼로 두부를 잘라놓은 듯한 잠실아파트 단지를 볼 수 있다. 반면 광진구 쪽을 보면 조화롭게 배치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바로 그런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한강변의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지고 강남 대형아파트들의 재건축 사업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당초 45층 이상 높이로 계획했다가 서울시의 제동으로 35층으로 낮췄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의 재건축 시장이 다시 들썩이게 됐다.

 

오 시장의 입장에서는 2006년 첫 임기 당시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다시 부활시키는 효과도 있다. 오 시장은 "높이 제한 폐지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용적률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토지 이용 효율이 과거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2040 플랜'에서 여의도·이촌·압구정 등 한강변 정비를 통해 서울 전체를 한강과 일체화된 도시공간으로 조성할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돼온 현행 용도지역 체계도 전면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용도지역제는 산업화가 시작된 1800년대 말에 태동한 개념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기능 구분이 사라지는 융·복합 시대에 급속하게 변화하는 미래 도시환경을 담아내기에는 자율성·유연성 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대전환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도입하겠다""용도 도입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복합적인 기능 배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던 전임 박 시장 주도의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 계획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광화문시청을 '국가중심축'으로, 인사동명동을 '역사문화관광축'으로, 세운지구를 '남북녹지축'이자 신산업의 중심으로, DDP를 패션·뷰티 허브이자 '복합문화축'으로 재탄생시킨다는 '4+1 ' 개념을 제시했지만 세부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서울시의 61개 하천을 위계에 따라 한강과 4대 지천(안양천·중랑천·홍제천·탄천), 소하천·지류로 나누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수변 활성화 계획도 나왔다. 이밖에 총면적 105.8(선로 101.2km, 차량기지 4.6)에 달하는 지상철도를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고 용산, 삼성, 잠실 등지에는 도심항공교통(UAM) 터미널도 설치한다.

 

그러나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용적률 500% 4종 주거지역 신설' 공약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면 환경, 교통에 굉장히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도시행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리한, 선거 국면이니 용인되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공청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연말까지 '2040 플랜'을 확정할 방침이다.

손병관(patrick21) 오마이뉴스

 

'국민이 키운' 후보라더니... 건강 위협 녹조는 외면?

''가 강에 가져온 폐해 이미 증명됐는데... 윤석열, 또 다시 '4대강 보 지키겠다' 발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충청남도 공주 공산성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3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공주 공산성 부근 유세에서 "보 해체는 턱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18일 윤석열 후보는 경북 상주에서도 '보를 지키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선언했다(<뉴스토마토> "윤석열 '4대강 보 해체, 턱도 없다2금강대교 조속 완공'" 2022.03.03.).

 

문재인 정부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는 지난 20192월 경제성, 치수 효과, 환경성 등을 고려해 금강 3개 보 중에 세종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를 제시했다. 그에 따라 보 수문을 개방 중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이후 금강은 녹색으로 뒤덮였다. 이전까지 금강 본류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큰빗이끼벌레라는 생물이 창궐했고, 실지렁이와 같은 오염 하천 대표 종이 점령했다. 강변 마리나(요트 정착장)를 설치했지만, 퇴적토로 펄이 쌓여 쓸 수가 없었다.

 

펄 속에는 또 다른 오염 지표종인 붉은색깔따구애벌래가 가득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키겠다는 ''4대강사업의 상징적 구조물이다. 강에서 벌어진 기현상은 이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강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면서부터 맑은 모래가 돌아왔다. 멸종위기종 새들이 찾았고 야행성 수달의 흔적도 발견됐다. 유해남조류(남세균)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녹조도 개선됐다.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713일 공주보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녹조에 갇혀 죽어있다.

김종술

 

보와 구조가 비슷한 구조물이 하굿둑이다. 여기서도 매년 극심한 녹조가 발생한다. 지난해 10월 금강 하굿둑 영향을 받는 하류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기준(8ppb)800배가 넘는 7000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보로 막혀 있는 낙동강에서는 5000ppb가 나왔다(관련 기사 : 낙동강·금강, 미국 레저활동 기준치 수백배 독성 남세균 검출 http://omn.kr/1uy4a).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이자 생식독성을 지녔다. 전문가들은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금강, 낙동강 주변 쌀,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이 확인됐다. 그것도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을 11배 이상 초과한 수치였다.

 

300도 이상에서도 분해가 잘 안 되는 독성이 마이크로시스틴이다. , 끓여도, 조리해도 안 된다는 말이다. 채소, 과일, 어패류에서도 검출된 해외 연구 사례를 보면 4대강사업 이후 대부분 지역이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 또 이들 농산물은 전국적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국민 전체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윤석열의 '보 사수' 발언은 무지를 넘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매우 불온한 행태다.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대선 후보가 전 세계 어디에 있을까?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불필요한 하천 구조물을 해체하는 이유는 녹조와 같은 수질 문제 해결뿐 아니라 그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녹조 문제 때문에 30억 달러, 우리 돈 3.6조 원을 쓰고 있다고 한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현세대와 미래 세대, 비인간 존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2일 진행된 3차 대선 후보 토론 마지막 발언으로 윤석열 후보는 "국민이 안전한 나라, 상식의 승리"를 강조했다. 간 독성, 생식독성을 지닌 녹조라떼 독소가 쌀과 배추, 무에서 검출됐는데도 4대강 보를 지키겠다는 게 안전한 나라 만들기인가? 국민 먹거리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 상식의 승리인가?

 

'국민이 키웠다'라는 게 윤석열 후보의 선거 카피다. 그런데 왜 윤석열 후보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녹조만 키우려 하는가?

l이철재(ecocinema)/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