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4~11.9 대관절 미국이 뭔데

by 이성근 2019. 11. 3.


               11.4 천지-한국

'집값폭락론'3년 내내 틀렸던 이유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은 좌우·위아래가 아니라 앞뒤

85건의 의문사 가운데 속 시원히 밝혀진 건 단 한 건도 없다

못한 30년 의문사의 빈칸, 기억과 정의로 채우다

특권학교거쳐 서울대 간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자사고·외고는 입시 특권학교대학이 우릴 우대했다 믿어

'살상무기' 최루탄 어떻게 거리로 나왔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가짜 카산드라들의 예언

유례없는 3년 연속 내리막길111살 자동차 산업 새 엔진?

방통위원장, 채널A·TV조선 편법승인 논란에 자료 확보되면

전체 혼인건수 줄고 국제결혼 증가..3명중 1명은 '이곳' 출신

다시 터진 세월호 분노, 조선일보 여전히 정치색 씌우기 몰두

공공임대주택-구멍뚫린 복지(6)]‘공급량 맞추면 그만이 아니라 누가 어찌 사나도 살피자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를 쇼핑하듯 쓸어가요묻지마투기에 지역민 근심

미국의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방위비 5배 인상 강요하는 미국, 한국이 봉인가


              대구-중앙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민중-기협

                 내일-서울

                   기호-민중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11.8 경인-민중

                   경기-민중

                  중앙-중부

                 한겨레-한국

                 대구-내일

                     국제-천지



        경향 장도리 1.4~8



'집값폭락론'3년 내내 틀렸던 이유

[기고] 투기심리가 펄펄 살아있는 이유는?

친구들이 모인 카톡방에 한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제목이 '2020년 집값 본격하락'이었다. 제목이 말해주듯 내년부터 서울집값이 본격 하락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설득력 있는 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서울집값 폭락" 주장을 납득시키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집값 폭락을 주장하는 다른 방송을 3개 더 찾아서 시청했다. 4개 방송들의 조회수가 엄청나다는 데 우선 놀랐다. 많게는 50만에서부터 적게는 20만에 달했으니, 엄청난 사람들이 "서울집값 폭락" 주장에 귀 기울이고 있는 거였다.

 

"서울집값 폭락 주장" 조회수 50만에 달해

4개 방송이 서울집값의 본격 하락 혹은 폭락을 주장하는 근거는 경기침체였다. 분양가상한제, 양도소득세 중과, 전세가격 하락과 공급증가도 잠깐 언급하긴 했으나, 이들은 마이너한 요인들이었고 핵심은 경기침체였다. ·, ·일 경제전쟁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경기침체가 더 악화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득이 감소해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경기침체 상황이었으니, 이들 방송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올 상반기에는 서울집값이 하반기에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서울집값은 7월부터 강한 상승세로 전환했다.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대외경제여건은 악화일로인데도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인하다. 718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서울집값은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했고 그 후 단 한주도 하락을 보인 적이 없다.

 

1016일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니 서울집값 상승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최소한 하락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경기침체'보다 '금리인하'의 힘이 더 강했다

폭락론의 전망이 틀린 이유는 매우 명백하다. 경기침체보다 금리인하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하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는 경제상황이다. 그 경제상황은 집값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런 경제상황에 대응해서 정부가 금리인하라는 정책을 시행했고, 그 정책은 집값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두 힘 중 어느 쪽이 강한지가 서울집값의 방향을 결정한다.

 

현실은 금리인하가 경기침체보다 힘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정부가 민간아파트분양가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도 서울집값이 상승한 것을 보면, 금리인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집값폭락론은 이런 현실을 부정한다. 올 상반기에도 "경기침체의 힘이 워낙 강해서 금리를 인하해도 서울집값은 하락할 것이다"고 전망했었다. 하반기 들어 서울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하자 폭락시기를 내년 중반으로 수정했을 뿐이다.

 

"'시장의 힘'에 의해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

집값폭락론은 지난 3년 내내 "서울집값 폭락"을 전망했다. 그 기간 서울집값이 폭등했으니 폭락전망이 3년 내내 틀렸던 것이다. 폭락론이 왜 틀렸는지를 알려면 그 전망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 폭락론이 내세운 핵심근거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와 생산인구의 감소, 그리고 서울집값이 너무 높아서 지탱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인구와 소득이 감소하면 주택수요가 감소한다. 투기로 인해 폭등한 가격은 투기가 끝나면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에서 소득, 인구, 가격수준 등을 흔히 '시장의 힘'이라 부른다. 시장 내부에서 생겨난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경제상황, 금융상황 그리고 주택시장 상황에서 발생한 힘들이므로 '시장의 힘'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폭락론은 '시장의 힘이 집값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서울집값이 폭락한다고 전망한 것이다.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다.

 

폭락론, "'정부의 힘'도 집값하락 방향"

시장의 힘 외에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힘은 정부정책이다. 부양정책이나 안정정책이 집값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는 집값을 부양시키는 정부정책이었다.

 

금리정책 외에도 세금혜택이나 규제정책들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들이다. 이런 정부정책은 시장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힘이므로 '시장의 힘'과 구분하여 '정부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다.

 

폭락론은 "정부규제가 강력해서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정부의 힘' 이 집값하락 방향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런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집값을 움직이는 두 힘인 '시장의 힘''정부의 힘'이 모두 집값하락 방향이라면 서울집값은 폭락했어야 한다. 그런데 3년 내내 폭등했다.

 

그러면 왜 서울집값이 폭등했느냐, 란 질문에 폭락론은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기껏해야 "투기꾼 때문"이라거나 "건설사들이 담합해서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옹색한 대답을 내놓을 뿐이다.

 

시장의 힘과 정부의 힘이 집값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투기꾼과 건설사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두 힘을 뚫고 서울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주장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투기심리가 펄펄 살아있는 이유는?

"투기꾼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 개의 질문을 던지면, 집값폭락 전망이 왜 틀렸는지를 알 수 있다. 왜 투기가 활활 타올랐나? 투기여건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정부에서 수많은 부양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투기로 돈을 벌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다음 질문은 "그 부양책들을 폐지하면 투기가 끝날까"이다. 그 대답 역시 어렵지 않다. 투기의 원인인 부양책을 폐지하면 투기는 금방 끝날 것이다.

 

질문 하나를 더해보자. 아직도 투기가 펄펄 살아있는데 왜 그런가? 그 이유는 투기의 조건인 부양책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세 개의 질문으로 매우 명백해진 사실이 있다. 지금도 투기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투기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아닌데도 투기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기에 뛰어들진 않을 것 아닌가.

 

지금 서울주택시장에서 '정부의 힘'은 집값상승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두 정부가 시행한 부양책의 상당부분을 폐지했다. 그러나 핵심부양책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래서 '정부의 힘'은 서울집값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힘''시장의 힘'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서울집값이 폭등했다. 폭락론의 폭락전망이 3년 내내 틀렸던 이유는 이런 '정부의 힘'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향후 서울집값 방향을 결정할 요인은?

향후 서울집값 전망은 어떤가? 나는 매우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힘'의 방향을 바꿀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지에 의해 집값의 방향이 결정된다.

 

서울집값을 상승시키는 핵심 정부정책은 두 가지다. 올해 6월까지 완만하게나마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집값을 상승으로 전환시킨 금리인하정책이 그 하나다. 그 정책을 금리인상으로 전환한다면 '정부의 힘'의 방향도 바뀔 것이다.

 

금리보다 더 중요한 힘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는 특혜 때문에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약 29만채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를 폐지하면 그 주택의 상당부분이 매물로 출회될 것이다. 두 핵심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정부의 힘'이 서울집값 상승으로 작용할 것이고, 집값하락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데도 "서울집값 폭락"을 반복하는 폭락론의 전망은 이번에도 틀릴 것이 분명하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은 좌우·위아래가 아니라 앞뒤

총선 승패 결정할 키워드 미래

 

이른바 조국 내전이후에도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 등 도심 곳곳 집회에서 갈라진 민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김기남·권도현 기자

 

모든 정치 세력이 아주 오래된 과거에 집착할 뿐, 어느 누구도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다참담한 현실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가 남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멋있는 말은 내 삶의 모토였다.

 

마거릿 대처를 다룬 영화 <철의 여인>에도 생각에 대한 좋은 대사가 나온다. “생각을 조심해, 생각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말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행동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해, 습관은 인격이 되니까. 인격을 조심해, 인격은 운명이 되니까.”

 

나는 (승리를 위한) 정치 캠페인의 전략 프레임과 메시지를 고민하는 정치 컨설턴트로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했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최인철의 <프레임> 같은 인지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은 대중의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대중이나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적 방법의 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전략 책임자 프랭크 런츠의 <먹히는 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의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와 같은 책도 생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30년간 정치 현장에서 관찰하고, 공부하고, 경험을 쌓았지만 요즘은 세상의 변화와 대중의 생각을 읽는 데 갈수록 자신이 없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는 <언어에 대한 지식>에서 버트런드 러셀과 조지 오웰을 인용해서 플라톤 테제오웰 테제를 대비시킨다. 플라톤 테제는 러셀이 말한 세상과의 접촉이 짧고, 개인적이며,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식을 알 수 있을까?’로 집약된다. 반대로 오웰 테제는 이렇게 많은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인간은 이다지도 조금밖에 알 수 없는가?’로 요약된다. 러셀은 인간 이성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을 고양시키는 계몽에 주력했고, 오웰은 전체주의 사회의 인간 의식의 조작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AI시대다, 여론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국정을 좌우한다

여의도에 소음이 넘친다가짜뉴스와 음모론이 극성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져있다

누구나 주관적으로 말할 자유가 있지만 거짓을 말할 권리까지는 아니다

 

그토록 많은 데이터와 정보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될까

촛불보다 투표가 힘이 세고 투표보다는 제도가 힘이 세다

지금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지만 다만 분명한 것은

혁신·미래·새로움·통합을 차지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지금은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가 돈이고 권력이다. 36524시간 내내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정보와 데이터가 쏟아진다. 이른바 데이터 시대다. 모두가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숫자는 마력이 있다. 소수점은 더 그렇다. 50%보다는 47%가 그럴듯하고, 43.2%는 더 그럴듯하다. 여론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국정을 좌우한다. 그 많은 정보와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될까?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주 단위로 승자와 득표율까지 거의 정확히 예측했던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신호와 소음>에서 어떻게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려면 과학적 지식과 자기 인식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하는 용기’, 그리고 이들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능력을 더 겸손하게 평가함으로써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여의도에는 소음이 넘친다. 한편에서는 종편에서 정보를 얻고, 또 다른 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엄청난 정보를 접하지만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할 능력을 잃었다. 나는 소음 때문에 신호를 놓칠까봐 보지도(종편), 하지도(SNS), 듣지도(유튜브) 않는 차단의 원칙을 택했다.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시대여서 진실과 사실이 쉽게 드러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럴듯해 보이는 정보와 데이터로 포장되어 있어) 속기 쉬운 가짜뉴스음모론이 더 극성이다. 나는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더 믿지 않는다. 열 명 이상 아는 비밀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세상에 떠도는 대부분의 음모론은 최소한 백 명 이상이 말을 맞추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현실은 영화보다는 상식적으로 돌아간다. 음모론으로 사익을 챙기는 사람일수록 공개하면 깜짝 놀랄 만한대단한 정보통이 있는 듯이 말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그건 대개 사실이 아니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방송 토론에서 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고 자연스럽다. 진영 논리가 왜 나쁜가. 주권자 보고, 시민 보고 진영 논리에 빠지지 말라는 말만큼 멍청한 말이 없다. 이미 대부분의 언론은 특정 진영에 빠져 있다. 진영 논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주장 자체가 진영 논리라고 했는데 이런 주장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일면을 잘 설명한 것이다.

 

누구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중립적이 아니라 주관적·당파적으로 말할 자유가 있다. 다만 아무도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거짓을 말할 권리까지 얻은 건 아니다.

 

E E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정치를 갈등을 동원하고, 관리하며, 통합하는 역할로 정의했다. ‘갈등의 조직화’ ‘갈등의 사회화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샤츠슈나이더가 민주주의를 인민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인민의 동의에 의한 지배라는 정의를 통해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오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광장에서 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 네트워크로 조직화된 시민들은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 언론, 국회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브레넌이 ‘Against Democracy’에서 훌리건으로 부른 정치적 극성 팬덤은 유튜브, 인터넷, 광장, SNS, 스마트폰 문자로 을 잔인하게 섬멸한다. 악명 높은 훌리건은 두려움과 공포의 상징이다. 브레넌이 합리적이고 과학적 견해를 가진 시민으로 호칭한 벌컨은 두려움과 공포 앞에 떨고 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못지않은 각 진영 간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남·권도현 기자

.

나는 촛불보다는 투표가 힘이 세고, 투표보다는 제도가 힘이 세다고 믿고 있다.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군 촛불은 2016129일 국회의원 234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2017310일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림으로써 결실을 맺었다. 국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80% 이상이 탄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9876월 민주항쟁도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직선제 개헌을 통해 ‘1987 체제를 열 수 있었다.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 없이) 진영으로 짝 갈려 각자의 광장에서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공격하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 니얼 퍼거슨은 <광장과 타워>에서 네트워크(광장)가 위계(타워)를 무너뜨려온 역사적 사례가 있긴 있지만 네트워크가 언제나 올바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정한 위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평적 네트워크는 선하고 수직적 위계는 악하다고 믿는 통념을 비판하면서 네트워크의 무질서, (사악한 의도를 가진) 거짓 정보에 감염될 가능성, 정치적 위계에 위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조지 오웰과 마찬가지로 그도 인간 의식의 조작 가능성을 날카롭게 통찰했다.

 

바야흐로 유튜버의 시대다. 그들의 권위는 막강하다. 신도들에게 그들은 교주다. ‘조국 수호검찰개혁의 근거도 백 가지가 넘고, ‘조국 구속공수처 반대의 근거도 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갖다 팔 물건은 충분하다. 단지 어느 진영에 설 것인가만 결정하면 된다. 노무현 정부 때 <메이드 인 USA>의 저자인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이 한국을 방문해서 요즘 한국과 프랑스에서는 반미가 유행인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반미가 미국에 대한 태도는 아니죠. 그저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라고 답했는데, 그 뜻은 누군가가 친미의 입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미를 하기로정했다는 냉소적인 비판이었다. 지식인인 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조롱이었다.

 

유튜버에게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 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제도적 기반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허물면 안된다.

 

오래된 개그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선배에게 찾아와 , 졸려 죽겠는데 어떻게 하면 잠을 깰 수 있을까라고 물으니 선배가 공을 건네주며 남의 집 담장 안으로 던지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안에서 장독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화난 주인이 달려 나왔다. 후배가 , 졸음 깨게 해 달랬더니 이렇게 큰 사고를 치게 만들면 어떡해라며 하소연하자 너 지금 안 졸리지? 그럼 잠은 깼고, 이제부터는 남의 집 장독을 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는 게 아닌가.

 

아무리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이고, 조국 장관이 유일무이한 적임자라고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중요한 민주공화국의 가치(법치·공정)를 훼손하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은 아니었다. 정치가 국민과 시민을 광장으로 내몰고 사실상 내전을 선동하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려 한다. 잘못된 판단에 대한 인정도, 사과도, 책임도 없다.

 

정치는 갈등의 조직화가 본령이니 싸우는 게 당연하다. 다만 상대를 죽일적으로 보지 않고 이길경쟁자로 본다는 점에서 전쟁보다는 스포츠에 더 가깝다. 폭력을 배제하고 말로 싸운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다른 체제보다 우월하다.

 

솔직히 말해 정치는 기득권기득권이 되고자 하는 자의 싸움이다. 기득권은 합법적으로 얻은 권리다. 나쁜 게 아니다. ‘혁신은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수단이다. 기업의 제품 혁신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당 혁신을 한 것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다. 혁신이 멈추면 기득권을 잃고 몰락한다. 국가, 기업, 정권 모두 예외가 없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혁신을 외면하다 정권을 잃게 되는 것은 집권목표만 있었지, ‘집권 후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객이 갖기를 원하나, 자기들은 만들 수 없는 것을 파는 것이다. 꼭 갖고 싶거나, 없어서는 안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Only one’ ‘Number one’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려면 제품만으로는 안된다. 회사 브랜드 자체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제품이나 회사 브랜드를 넘어 을 팔아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좋은 정책을 만들면 좋은 정당은 될 수 있지만 지배적인 정당이 되기는 어렵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스윙보터인) 중도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극단적 지지층이 두려워 보수의 전략적 자산이 되거나, ‘진보의 전략적 자산이 되거나, 더 극단적으로 특정 계파의 전략적 자산으로 기반을 좁히면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

 

중도가 보기에 (보수와 진보, 좌우를 넘어) “대한민국을 위해 저 정당은 필요하지, 저 정치인은 꼭 있어야지라고 평가받는 정당과 정치인은 살아남지만, 진영 논리에 빠져 시민의 생각을 억압하고, 낙인찍고, 강제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몰락할 것이다. 다양, 포용, 개방 속에서만 혁신이 나온다. 획일, 배타, 폐쇄 속에서는 기득권만 득실거릴 뿐이다. 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혁신이고, 남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기득권이다.

 

지금 시점에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다만 정치의 네 가지 전선, 즉 혁신 대 기득권, 미래 대 과거, 새로움 대 낡음, 통합 대 분열에서 앞의 네 자리를 차지하는 정당이 승리하고 뒷자리를 차지하는 정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국 내전을 거치면서 드러난 대한민국은 좌우(둘 다 부패했고 둘 다 무능하다)의 문제도 심각하고, 위아래(반칙, 특권, 불공정이 드러났다)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대한민국의 치명적 병은 앞뒤의 문제다. 한마디로 모든 정치 세력이 과거에 집착할 뿐 누구도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못한다).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이다. 한 국가의 힘은 생각의 힘이고, 질문의 힘이고 기술의 힘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득권이 혁신을 가로막고, 과거가 미래를 짓누르고, 낡음이 새로움을 거부하는 나라다.

 

AI 시대에 경쟁국이 앞을 보고 달려가는데 우리는 뒤를 보고 걷고 있다. 뒤를 보면서 걸으면 빨리 갈 수도, 멀리 갈 수도, 똑바로 갈 수도 없다. 내년 총선의 승패를 결정할 혁신의 키워드는 미래. 지역·이념 갈등을 뒤로하고 계층·세대 갈등의 새로운 전쟁이 오고 있다.

박성민 | 정치컨설턴트

 

85건의 의문사 가운데 속 시원히 밝혀진 건 단 한 건도 없다



내창이가 간 지 벌써 30년이 됐네.” 칠남매 중 장남인 이내석씨(79)는 막냇동생 이내창(사망 당시 27)을 이야기하며 긴 숨을 몰아쉬었다. 스물한살이나 어린 동생을 아들처럼 여겼다. 그가 결혼할 당시 이내창이 다섯살이었다. 자식들은 막냇삼촌과 친구처럼 지냈었다.

 

이내창은 군복무를 마치고 1986년 중앙대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동생이 데모를 한다는 소식에 다칠까 걱정이 됐다. ‘하지 말라고 하면 저는 그냥 지시만 하고 뒤에 있어요라고 했다. 알고 보니 동생은 선봉에 섰다. 그는 1989년 총학생회장으로 반독재 투쟁에 참여해왔다. 1989815일 오후 7시쯤 이내창은 거문도 유림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씨는 밤 12시쯤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심장이 덜컹했다. “내창이가 거문도에 갔다가 잘못됐다는데 어떡하냐.”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사고가 났다니 물놀이를 하다 잘못된 건가 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서울역으로 가 어머니와 다른 동생을 만났다. 이미 기차표는 없었다. 택시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택시비가 그때 돈으로 30만원이 나왔다. 달라는 대로 줬다. 무조건 빨리 가달라고만 했다.

 

새벽 4시쯤 여수경찰서에 도착했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냐며 경찰들이 놀랐다. 다시 배를 타야 했다. ‘자리가 없다며 두 사람만 먼저 가라고 했다. 배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그때 처음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거문도에 도착해서도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사공은 자기가 태워준 곱슬머리 막냇동생을 기억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배를 탔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거문도로 가는 배에선 건장한 남자들이 이내창을 감시했고, 일행 중 하나인 긴 머리 여성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직원이었다.

 

동생은 모래사장에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8월의 땡볕, 그늘도 없는 곳에 뉘어놓았다. “빨리 부패하라고 그런 것 같았다.” 황급히 얼음을 사다가 부었다. 시신에는 암벽에 부딪혀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처가 있었다. 실족 예상 지점은 수심이 깊지 않아 물에 빠지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이씨는 중앙대 학생들이 이튿날 왔는데, 그들과 함께 온 의사도 이건 타살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종아리뼈에는 조인트를 깐 것같이 푹푹 파인 자국이 있었다. “머리에도 상처가 있었고 무엇보다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사고사당한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내창이 학생회 업무의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거문도로 휴양을 떠났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익사한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날 이후 이씨의 삶도 달라졌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하던 장사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러 다니느라 뒷전이 됐다. 마흔살에 낳은 막내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을 밝히기 위해 거리에서 아들이 하던 데모를 했던 어머니가 세상을 뜬 지 12년이 지났다. 눈을 감기 십여년 전부터 뇌졸중으로 거동을 못하셨다. 가슴에 쌓인 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동생의 기일이면 만나는 친구나 선후배들을 볼 때마다 살았다면 이제 환갑이 다 돼가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여수에서 부검을 지켜보던 날 이씨는 동생의 시신 앞에서 울면서 맹세했었다. “내창아. 형이 어떻게 해서든 밝혀줄게라고. 이씨는 아직도 그 맹세를 지키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가 출범했을 때 기대감을 품었으나, 속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진상규명 불능.

 

분명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서 시켜서 그랬다’ ‘충성하려고 했다라고 얘기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죄나 벌을 따지지 않고 용서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하는 처지도 이해해주고 싶어요. 왜 그랬는지, 동생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누구라도 후련하게 얘기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죽고 난 뒤라도 진상 밝혀지도록” 


 

19915월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박창수(사망 당시 31)는 안양병원에서 추락사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대우조선 노조쟁의에 개입했다는 혐의(3자개입금지 위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55일 박창수는 간병을 하던 어머니 김정자씨(82)잠깐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오겠다고 하자 어머니 더 오래 쉬다 오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앞서 병원을 찾은 낯선 남성들 무리가 있었다. ‘우리 말만 잘 들으면 해결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교도관들은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황지익씨(82)에게 박창수는 아버지, 안기부 사람들입니다라고 했다. 당시 박창수는 민주노총의 전신 전노협과 대기업연대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었고 안기부 부산지부는 박창수를 압박해 한진노조의 전노협 탈퇴를 추진해 왔다.

 

이튿날 새벽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뤘지만 경찰은 영안실 벽을 뚫고 들어와 박창수의 시신을 가져간 뒤 부검해 추락사로 결론지었다. 사망 전 박창수가 정보기관의 압박을 받았고 교묘한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견해가 있다는 게 훗날 의문사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밝혀진 건 없었다. 경찰의 시신 강탈은 오히려 불신만 키웠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위해 부부는 거리로 나섰다. 황씨는 친자식 못지않게 아끼던 아들의 이름을 부르짖었지만,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담배 피울 돈도 없었던 황씨는 생계를 위해 백화점 주차관리요원을 하거나 아파트 기관실에서 일했다. 방화관리사, 위험물관리사 등 각종 자격증도 6~7개씩 땄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아내와 함께 투쟁했다.

 

김정자씨는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 사이에서도 여장부로 통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얘기라고 말한다. 몇해 전 받은 심장 수술로 가슴팍에 깊게 파인 자국이 선명하다. 하루하루를 약으로 견딘다. 부부는 아들이 떠난 지난 30, 크게 한 번 웃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의 죽음이 눈에 밟혀 어디서 노동자가 죽었다는 소식만 들리면 열일 제치고 쫓아갔다. “아직도 노동자들이 죽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요. 우리가 얼마나 살겠어요. (우리가) 죽은 다음에라도 진상이 밝혀지도록 노력해주세요.”

 

인정받은 의문사 단 1930건은 진실규명 불능

늘 그렇듯 세상은 유가족이 바꾼다.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의문사 해결을 시대적 과제로 만들었다. 의문사는 인권 침해가 일상적으로 이뤄진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의문사를 당한 한 개인과 그 가족들만의 사적인 일로 볼 수는 없는 이유다.

 

19868월 창립한 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에 의문사 진상규명대책위원회가 생긴 게 19881017일이다. 그동안 의문사에 대한 간헐적인 진상규명 요구가 있었지만 유가족들이 전문 조직을 구성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1980년대, 의문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발족식과 동시에 이듬해 227일까지 135일 동안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농성을 벌였다. 1989년은 그래서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올해는 의문사 진상규명과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규명을 요구하는 의문사진상규명30+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30년이 지나서도 계속해서 운동을 이어가자는 의미다.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의문사 사건의 진상규명 요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진실이 밝혀진 사건은 꼽기 어렵다.

 

199810월부터 해를 넘겨 199912월까지 의문사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다시 농성을 벌였다. 의문사위가 출범하게 된 계기다. 2000년 출범한 의문사위 1기가 다룬 사건은 모두 85. 희생자의 나이는 20대가 55명으로 가장 많았다. 군인은 25, 학생은 20명이었다. 55명이 1980년대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의문사위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죽음 및 민주화 운동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의문사로 인정했다.

 

문제는 85건 중 의문사로 인정된 건 19건에 불과하고 기각 33, 불능 30, 각하 2, 취하 1건이었다. 두 가지 조건에 해당되지 않을 때는 기각 처리됐다. ‘불능항목은 유가족 등의 요구로 만들어졌다. 인정 결정을 내리기 어렵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문사로 인정된 19건도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고문 등 사망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진상규명 불능판정이 나온 건 대부분 기관의 비협조탓이 크다. 1975년 사망한 재야의 대통령장준하의 죽음은 타살 가능성이 높았지만 국정원 등으로부터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졌다. 1992년 행방불명된 뒤 의문사위가 사망을 확인한 노동자 박태순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미행·감시를 당했지만, 군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 이후 의문사위 2기와 2005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가 출범해 일부 사건을 다시 조사했지만, 제대로 진실이 규명된 사건은 거의 없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데다가 정부의 각종 수사기관과 민간이 함께 구성돼, 의문사위가 보다 효율적으로 사건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한계도 있다. 최종길 서울대 교수의 의문사 사건(1979)을 조사했던 유봉인 전 의문사위 조사관(58)누가·언제·무엇을·왜 하였는지 조사하는 게 의문사 사건 조사의 핵심인데 민관 합동 기구이자 1회성 기구였다는 점 때문에 의문사위에 한계가 있었다의문사에 대한 실체는 한 사회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며 국가에 의해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지 못한다면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문사 진상규명을 포함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각종 과거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배상을 제도화하는 7개 법안인 과거사법은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표류 중이다. 과거사법은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수년째 이어진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부도 과거 사건에 해결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5개년 100대 공약 중 세 번째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청산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30+위원회는 올해 진상규명 운동 30주년을 계기로 잊혀져 가는 의문사 알리기에 나섰다. 오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로갤러리에서 특별사진전이 열린다. 3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는 당신은 용감한 사람입니다추모문화제가 진행된다. 13일 오후 6시에는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술세미나 과거청산을 사회적 의제로 사유하기가 진행된다.

 

못한 30년 의문사의 빈칸, 기억과 정의로 채우다

의문사진상규명 30+위원회활동 잇는 세 사람

 

학생·노동자·군인 등으로 살다가 공권력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피해자 중 의문사진상규명30+위원회가 확보한 55명의 사진을 한데 모았다.‘의문사진상규명30+위원회는 의문사 피해자 유가족 등이 진상규명 운동 30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만든 단체다.

 

1960년대 태어난 세 사람은 의도치 않은 인연으로 같은 길을 걷게 됐다. 한 사람은 아버지를, 한 사람은 아끼던 대학 후배를, 또 다른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건강한 노동을 꿈꾸던 친구를 잃었다. 강산은 여러 번 변했지만, 이들은 아직도 망자와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 의문사. 의혹은 여전하고, 그 뒤에는 막강한 국가가 버티고 있다.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 그의 아버지는 의문사 1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다. 1973년 간첩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스스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들어갔다가 고문당한 뒤 사망했다. 신명철 우리교육 대표(59·이내창기념사업회 전 운영위원장). 1989년 거문도 유림해수욕장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 이내창의 선배다.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54). 1992년 행방불명됐다 10년 뒤에야 사망이 확인된 노동자 박태순의 친구다.

 

이들은 1970·80·90년대의 대표적 의문사 사건의 유가족이자 학우, 친구다. 세 사람은 20여년 가까이 함께 또는 각자의 자리에서 진상규명에 매진했다. 19892월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의문사 유가족들이 135일 농성을 해제한 지 30년이 됐다.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은 이들 세 사람처럼 불의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의 투쟁으로 시작된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은 수많은 위원회의 조사로 이어졌지만,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했다. 정권에 따라 진상규명 움직임은 부침을 겪었다. 직접 가해자나 진상이 담긴 기록물은 조용히 사라지거나 숨겨져 드러나지 않았다. 노동운동을 했다거나 학생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운동권 전력이 있거나 그런 친구를 뒀다는 이유로 감시와 미행을 당한 이들이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의혹과 확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경기침체 등 산적한 현안에 뒤로 밀리고, 누군가는 아직도 그 얘기냐며 고개를 돌린다. 진상규명으로 의혹의 타래를 끊어내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의문사 규명은 과거청산의 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이들은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인권과 정의, 진실과 기억을 이야기했다.


의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 아닌 함께 치유해야 할 사회의 상처



의문사 피해자의 가족이자 친구인 이들은 올해로 30년째 이어진 진상규명 운동의 미래를 함께 그리고 있다. 왼쪽부터 1989년 거문도 유림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내창의 대학선배 신명철 우리교육 대표.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사망한 의문사 1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아들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92년 행방불명됐던 노동운동가 박태순의 친구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의문사 피해자의 가족이자 친구인 이들은 올해로 30년째 이어진 진상규명 운동의 미래를 함께 그리고 있다. 왼쪽부터 1989년 거문도 유림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내창의 대학선배 신명철 우리교육 대표.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사망한 의문사 1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아들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92년 행방불명됐던 노동운동가 박태순의 친구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

의문사 사건 피해자의 가족이자 친구로서 오랜 시간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을 벌여온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54)과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 신명철 우리교육 대표(59·이내창기념사업회 전 운영위원장)가 지난 10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4·9통일평화재단에 모였다. 2시간가량 이어진 대담에선 의문사 진상규명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어졌다.

 

대담 참가자들은 의문사는 과거의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 차원이 아닌, 현재의 문제이자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사망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안경호(이하 안) =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한신대 85학번 박태순의 실종사건이 지금까지 과거 청산 운동을 벌이는 계기가 됐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평생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친구이자 동지였던 박태순이 1992829일 실종됐다. 군대에 끌려간 게 아닌가 싶다가도, 공안 정국이 거세지던 시기여서 체포된 건 아닌가 생각했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200010월 의문사위가 출범하고 이듬해 2월 시흥역에서 열차사고로 사망한 신원불상의 변사자가 박태순이었다는 게 확인됐다. 당시 기무사는 박태순과 그 동지들을 미행·감시했고, 그의 사망도 당일에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 하지만 진실규명 불능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후 제대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의문사위에서 조사관 활동을 하고 지금은 시민단체에서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광준(이하 최) =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아버지(최종길)를 고문하여 죽게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살을 했다고 주장하며 간첩 누명까지 씌운 중앙정보부의 행위는 너무 자명한 것이었다. 정권만 바뀌면 다 밝혀질 일로 생각했다. ‘10·26’이 터지자 평소 연락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집에 전화해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1980년쯤 서울대 법대 학생들이 찾아와 최 교수님 사건에 대해 알게 돼 진상규명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내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서울대 법대 학생들조차 아버지의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억압된 상황에서 말만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1973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건이 의문사 1라고 돼 있는데, 그 당시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세상에 밝히고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었더라면 그 이후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마음에 사무친다. 중앙정보부 안에서 시신이 발견된 아버지의 사건도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웠는데, 한적한 곳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곤 하는 다른 사건은 얼마나 더 밝히기 힘든 일이겠나.

국가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면

법치국가로서 당연히 조사해야

민주화운동 여부가 조건되면 안돼

 

신명철(이하 신) = 1989815일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이던 이내창이 거문도 해수욕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안성캠퍼스는 1980년대 초 만들어져 중앙대 예술대학이 이전한 곳으로 소위 예술운동의 거점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내창이 총학생회장이 될 때 내가 추천하기도 해서 마음에 큰 짐으로 남아있다. 이내창의 죽음 이후에도 진상규명 운동을 하고 의문사위 등에서도 활동했다. 추모사업회에서 힘을 보태는 일도 했다. 1999년에 의문사 특별법이 생긴 뒤에는 유족과 의문사 단체를 중심으로 조사관으로 일할 사람을 선별하고 의문사위 조사팀장이 돼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그 활동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 의문사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자 지인으로서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에 참여해왔다. 지금까지 진상규명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 30년간 이어진 의문사 진상규명 과정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처음 10년은 유가족들의 투쟁이 있었다. 1988년 시작된 기독교회관 농성이 그 시작이다. 의문사 유가족들의 투쟁은 과거청산운동의 하나의 전범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개별 피해자들의 죽음만이 아닌, 집단과 시대적 의미로 의문사를 풀어냈다. 유가족들이 모여 투쟁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후 10년은 국가기구에서의 조사 시기다. 유가족들의 요구를 받아 의문사위가 출범했다. 조사 성과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증언자들이 있었고, 사인과 직접적인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사례도 여러 건 있다. 하지만 가해자를 명확히 밝혀내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그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의문사란 단어가 사라져갔다. 과거 청산이라는 이슈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 의문사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니 이제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기대가 있었고 어렵게 의문사법이 통과됐다. 이것과 연결됐던 게 민주화 운동 보상법이다. 그때만 해도 민주화 운동이 중심이 되지 않고는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법이 통과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국가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면 법치국가로서 당연히 조사해야 하는데 희생자가 민주화 운동을 했고 안 했고가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민주화 운동성 관련요건을 의문사특별법 조문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 여부가 의문사 인정의 요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 그 시기에는 인권의 개념이 약했다. 국가인권위도 없었던 때였는데,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민주화 관련성이라는 이유가 요구됐던 것 같다.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사람에 대한 명예회복도 필요했고 의문의 죽음을 조사할 필요도 있었는데, 이를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 과정의 희생자란 조건이 필요했던 것 같다. 문제는 의문사를 실제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민주화 운동 관련자인지 아닌지를 규정하는 일이 의문사위의 역할을 한정짓는 한계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와도 정보 못 준다

기무사·국정원 등 국가기관들

개혁 없이는 진실규명도 없다

 

- 의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을 위해선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의문사 사건은 인권침해 희생자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 ‘역사 정리정도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일종의 사망 미제사건인데, 국가 공권력이 가해자다. 사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문사로 남고 과거사로 남게 된 것이다. 과거의 일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인권침해 희생자의 수만큼 우리 인류는 파괴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단지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침묵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인류가 인류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또 의문사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진상규명에만 머물면 안 된다. 그 이상을 포괄하는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과거 인권침해 사건으로 상처 받은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하는 상시적인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유가족 등 개인에 대한 정신·신체적 치유는 물론, 희생자의 삶을 재조명하고, 보상과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인권교육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은 일시적인 기구에서 할 수 없고 전문화된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무런 로드맵 없이 정치적인 타협으로 그때그때 양보하며 진상규명 작업 자체에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 총괄적인 기구를 만들고 장기간의 로드맵을 그리는 건 이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우선 국가가 진솔하게 반성하고, 가해기관으로 의심받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열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1단계다. 국방부·검찰·경찰·국정원·법원 등 모든 기관들의 개혁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혁되지 않고서는 의문사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자료 한 장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의문사 사건은 생존권을 국가로부터 침해 당한 사건이고 진상규명의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이 죽이고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또 개별 사건들이 다 따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문사위가 활동할 때는 대통령 소속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기무사나 국정원 같은 곳은 대통령이 와도 못 보여준다” “대한민국이 뒤집혀도 못 들여보낸다고 했다. 1984년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총을 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허원근 일병은 술에 취한 상사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의문사위 조사 결과에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했다며 다시 자살로 발표한 일도 있었다. 그 사회가 민주화를 통해 성숙하고 성장했느냐는 의문사 사건의 진실규명 정도와 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가 기관이 우선 스스로 고백하고 자료든 뭐든 끄집어내야 한다. 그게 정상국가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과 사실 그게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면 여전히 미완의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최종길 교수 사건은 의문사위의 인정 결정을 받았지만, 유력한 가해자는 미국으로 도망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누가 이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사 결과를 드러냈을 때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 청산을 천명해온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거나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포괄적 과거청산을 천명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도 이런 선언과 과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정부의 5개년 100대 과제 중 세 번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청산을 내세웠는데, 국민과 여론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과거사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부의 특단의 노력을 기대한다.

= 그동안 유가족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평가를 들으면,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오히려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의문사는 우리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문사는 사회적인 문제다.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과거사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한시적인 진상규명 작업이 아니라 의문사를 비롯한 과거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기억과미래재단을 만들어 희생자들과 우리 사회가 받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소멸시효로 배상 못 받는 피해자들

국가가 치유와 회복 책임져야

진상규명 이상의 로드맵 필요

 

또 피해자들이 소멸시효 문제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진상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치유와 회복을 위해선 국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중요하다. 가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나 몰라라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부도덕한 일이다.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거사법이 통과되면 의문사를 비롯한 과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계기가 다시 생기게 된다. 국가기구가 형성되어 조사가 이뤄지면 사인을 밝히는 진실규명은 물론, 왜 이 사건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배경 조사와 연구도 동시에 진행됐으면 한다. 이런 연구가 축적되어야 나중에 별도의 재단이 형성되더라도 내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준비된 법안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쉽다. 자체적으로라도 준비됐으면 좋겠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특권학교거쳐 서울대 간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서울대생 이윤석(가명·23)씨는 중학교 시절 내내 토플 학원을 다녔습니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제대로 해 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영어 유치원을 나왔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다녀오기도 한 그한테도 숙제의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 사실 토플은 영어로 진행하는 대학 강의를 수월하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지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그가 중학생 때 부모에게 토플 학원을 왜 다녀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들아, 남들보다 뭔가 하나 더 있어야 앞서 나갈 수 있는 거야.” 안녕하세요, 사회정책팀에서 교육 분야를 취재하는 이유진입니다. 최근 윤석씨를 포함해 김성훈(가명·24), 최민영(가명·23)씨 등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를 졸업한 서울대 재학생 4명을 만났습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이들의 고교 입시 경험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자사고·외고의 제도화된 특권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기꺼이 내부고발자로 나서 입시 특권학교로 변질된 자사고·외고의 맨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 등급제 의혹입니다. 대학들이 내신 성적에 대한 평가 등에서 자사고·외고 등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이들은 대체로 고교 등급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논리가 지배하는 사교육 선행학습 실태도 고교 등급제 의혹만큼이나 놀라웠습니다. 윤석씨가 중학교 때 다녔다는 토플 학원을 성훈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수학이 빠질 수 없죠. 윤석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치동 학원가에서 영재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연립방정식을 배우고, 중학교 때는 대학에서나 다루는 정수론을 익혔다고 합니다.

 

혹독한 입시 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때로는 마음을 다치고 때로는 친구를 잃기도 했습니다. 윤석씨는 중학교 때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어느 날 제일 친한 친구가 기술가정 노트를 빌려달라는 거예요. 제가 싫다고 거절했어요. ‘왜 노력을 안 하고 내 것을 빌려달라고 하냐면서요. 그때 친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정말 비인간적이었는데 당시 내가 처한 환경이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도 경쟁을 계속 부추겼습니다. 서열과 차별은 자사고·외고 안에서도 공공연히 존재했습니다. 윤석씨가 나온 자사고에서는 학기 말에 전교 200명 가운데 상위 10명을 강당 단상에 세우고 메달과 장학금을 줬는데요, 윤석씨는 나는 한 번도 단상에 못 올라가서 부모님의 압력이 심했다고 돌이켰습니다. “사실 나도 충분히 공부를 잘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절 보고 노력을 안 한다, ‘쟤는 저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자꾸 비교했어요.”

 

외고 출신 민영씨의 경험도 비슷합니다. 그는 학교에서 내신 5등급 아래는 버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전교 100등 안에 드는 학생들한테만 자습실을 쓰게 하고 보충수업을 해줬다는 겁니다. “외고에서 공부를 못하잖아요? 그러면 시민권이 없는 존재’, ‘보이지 않는 사람이 돼요. 이런 모습을 보면 한국 교육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학생들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대한민국 입시 경쟁에서는 앞줄에 서 있든 뒷줄에 서 있든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입시 특권학교의 내부고발자로 나선 데에는 이런 경험들이 한몫을 했을 겁니다.

 

어쩌면 교육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할지 모릅니다. 지금 같은 입시 경쟁이 없어지거나 훨씬 완화되면 되겠죠. 그때까지 중요한 건 자각과 성찰일 겁니다. 자사고·외고-서울대라는 특권 트랙을 거치고도 입시 경쟁에서 이겼다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 경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들과 같은 내부고발자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길, 그래서 공고해 보이기만 하는 특권 트랙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길 기대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자사고·외고는 입시 특권학교대학이 우릴 우대했다 믿어

자사고·외고 출신이 본 교육 특권

초등생 땐 토플 사교육·조기유학

고교 3년 내내 과외비만 6천만원

서울대 들어가보니 흔한 가격

 

학교서 대치동 학원과 계약 맺어

논술수업 받거나 자소서 첨삭 특강

 

학교서 입시설명회 여는 대학들

일반고와 내신컷 다르다 말하기도

우릴 다르게 봐줄 거란 기대 높아

 

정시 늘려도 교육불평등 해소 못해

특목고·자사고 없애는 게 첫걸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는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수시 전형 불공정의 배경이 되고 다른 교육 특권으로 인식되는 것이 고교 서열화 문제라며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가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려면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도 교육계에서는 고교 서열화 해소를 사실상 다음 정권에 넘긴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학부모들은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교육 시민단체들은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처럼 다양한 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제도안에 자리잡은 이들 학교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춘 소수에게만 더 큰 문이 열려 있고, 애초 취지와 달리 입시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다. 또 이들 학교를 우리나라 교육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원인으로 봤다. <한겨레>는 최근 2~5년 새 자사고·외고를 졸업한 서울대 재학생 4명을 만나 이들의 고교 입시 경험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이들 학교가 가진 제도화된 특권적 측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높은 비용 치르는 극소수만 누리는 자원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는 순간부터 자사고나 외고, 특목고를 간다는 목표가 정해졌어요.”

아버지 직업이 변호사인 이윤석(가명·23)씨는 어렸을 때부터 강남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받았다. 영어유치원을 다녔고, 초등학교 5학년 땐 조기 유학 에 따라 캐나다 사립학교에 열달 동안 다녀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치동 학원가에서 영재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연립방정식을 배웠고, 중학교 땐 고등학교에 가서 배우는 순열·조합까지 배웠다. 토플 학원도 다녔다.

 

자사고·외고 입학은 이처럼 사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겨레>가 만난 자사고·외고 출신 학생 4명은 이르면 유치원 시절부터 영어 사교육 등을 시작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막대한 돈을 투자해 공교육 외 사교육을 받았다.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최민영(가명·23)씨는 중학교 3년 내내 동네 학원에서 영어·수학을 배웠고, 고등학교에서는 과외를 받았다. “한달에 160만원인 과외를 3년 내내 받았으니, 과외에만 6천만원 가까운 돈을 쓴 셈이다. 최씨는 당시엔 엄청 비싼 과외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대학 와서 친구들을 보니 서울대에서는 흔한 가격인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7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 고교와 함께 매달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해보니, 일반고의 경우 전체의 8.7%에 불과했지만 광역 단위 자사고 희망 학생은 43%, 전국 단위 자사고 희망 학생은 40.5%를 차지했다. 외국어고와 국제고 희망 학생 가운데 매달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한 학생은 전체의 20.6%를 차지했다. 이들 학교는 진학 전뿐만 아니라 진학 후에도 일반고에 견줘 학비가 높아 경제적 비용을 많이 치른다. 2018년 기준 학교별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을 비교해보면, 공립 일반고는 246만원이지만, 전국 단위 자사고는 1133만원, 광역 단위 자사고는 720만원, 외국어고는 764만원에 이른다.

 

대입에 유리한 구조화된 반칙

자사고·외고는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다. 그만큼 동료 효과가 크다. “공부 잘하는 애들을 모아놓으니 다들 잘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반고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사고·외고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선점해서 그들만의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다양한 학생이 함께 공동체를 구성할 때 서로에게 긍정적 역할 모델을 하게 된다자사고·외고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분리함으로써 차별·특권 교육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이들 학교는 또 높은 학비와 교과 편성의 자율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서 대학 입시 경쟁에서 유리하게 운영된다. ‘상위권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사고·외고는 온갖 자원을 총동원해 학생들을 학종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드는 데 몰입한다. 학종 전형이 과학고·외고·자사고 등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황희진(가명·21)씨가 외고에 진학했을 때 학교에선 너희들 모두를 수시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으니 다 함께 힘내자고 강조했다. 학교는 영어 연구 대회, 스피치 대회, 논술 대회 등 과목별로 교내 상을 만드는 등 이것저것 교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학교 자체 인증제다. ‘텝스 850점 이상을 받으면 3점을 준다는 식으로, 전공어·영어·독서·봉사활동·한국사능력시험 등의 부문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점수로 인증해주는 제도다. “정형화된 시스템이라 대학에서 이것을 보고 학생의 능력을 한눈에 파악하는 게 가능한 거죠.”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정 학교 인증제로 대학에서 학생이 특정 학교 출신인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이른바 고교 등급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때로는 학부모들의 경제력이나 사교육이 학교 활동 안으로 침투하기도 한다. 자사고 출신인 윤석씨는 학교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치동 학원과 계약을 맺고 방과 후 수업으로 논술이나 면접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했다. 사실상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온 셈이다. 외고 출신인 민영씨는 수시 자기소개서를 낼 무렵 학교에서 대치동 학원 원장을 불러서 자소서 첨삭 특강을 하게 해줬다고 했다. 1인당 10~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는데, “한 반에 3분의 2 이상이 신청했다고 한다.

 

20179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를 찾은 예비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강사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학도 우리를 다르게 봐줄 거라는 믿음

자사고·외고의 이런 역량은 꼭 수시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외고 출신인 민영씨는 내신 상위권 애들은 학종 위주인데, 2~4등급인데 수능이 잘 나오는 애들은 학교에서 정시를 밀어준다. 3 때에는 영어 시간에 수능 특강 지문을 외우는 수업을 하는 등 수업 자체는 다 정시 대비로 이뤄졌다고 했다. 수시보다 정시에 몰입하는 어떤 외고에서는 전체 수업 자체가 수능 문제 풀이 위주로 이뤄진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 등급제의혹이다. 대학들이 내신 성적에 대한 평가 등에서 자사고·외고 등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고교 등급제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겨레>가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고교 등급제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털어놨다. 윤석씨는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에서 반드시 자사고 내신을 일반고와 차별적으로 바라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사고에 진학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고 말했다.

민영씨는 대학들이 외고로 찾아와 이른바 입시 전형 설명회를 열고 일반고와 외고는 내신 이 다르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도 못 쓰고 (면접에) 교복도 입고 가면 안 되는데, 어떻게 우리 학교인 걸 알까 생각이 들긴 했어요. 아마 학생부에 들어가 있는 활동 이름을 보고 아는 건가 하는 추측을 했죠. 어쨌든 대학에서도 우리를 다르게 봐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시 확대 아닌 특권 학교 폐지가 교육불평등 해소

자사고나 외고 같은 학교 안에서도 서열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한 외고의 경우 전교 100등 안에 드는 학생들한테만 자습실을 쓰게 하고 보충수업을 해줬다고 한다. 민영씨는 경쟁이 심해지자 학생들끼리 서로 거짓말도 많이 하고 내신에서 몇개 틀렸는지 알아내려고 공책을 훔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신 5등급 이하는 입시지도도 제대로 안 되고 적성 파악도 안 되고 상담도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만 투자하니까 짧고. 그래서 재수, 삼수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한 자사고에서는 학기 말에 전교생 200명 가운데 상위 10명을 강당 단상에 세우고 메달과 장학금을 줬다.

 

이런 분위기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자사고·외고 졸업생들은 공고한 인맥으로 묶이게 된다. 자사고 출신 김성훈(가명·24)씨는 서울대에 왔더니 특목고 출신이 정말 많았다. 특목고 출신 모임이 따로 생기는 등 의미 있는 인적 연결망으로 발전하더라라고 했다. 외고 출신인 희진씨는 동문회 알림 같은 것만 봐도, 사회에 나가면 언제든 저런 조직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만난 자사고·외고 출신 4명은 모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했다. 이들은 다양성 추구, 특화 교육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잃은 채 입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영씨는 외고 교육과정이 “200% 입시 위주라고 단언했다. 자신을 포함해 절반 정도는 외고 입학 때부터 어문계열이 아닌 사회과학계열을 지망했다. 외국어 수업은 우선순위도 아니었다. “외고 학생들은 내신에 도움이 안 되면 제2외국어나 자기 전공어 수업을 버리고 그 시간에 수학이나 학원 문제를 풀어요.” 자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윤석씨는 다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면서 여러 심화 과목을 개설했지만, 결국 내신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게 됐죠. 대학에서 배워도 충분한 것들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다양성 교육이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정시를 늘리면 어떻게 될까. 민영씨는 정시를 늘린다고 교육 불평등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특목고·자사고를 없애는 건 교육 불평등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씨는 솔직히 입시 경쟁이 모든 것인 상황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상위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다. 이건 명백히 경제적 배경에 따라 나뉜다. 정시 위주로 해봤자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훈씨 역시 모든 학교가 자사고에서 누리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만한 교육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희진씨는 자각과 성찰을 이야기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불거졌을 때, 그는 조국 교수의 자녀와 자신이 비슷한 트랙위에 서 있었다는 걸 느끼는 한편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결코 내 능력대로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특권 학교 학생들이나 상위권 대학 학생들 입장에선 스스로 열심히 했더니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자기 능력대로를 말하는 순간, 그걸 가능하게 했던 온갖 구조적인 배경들을 다 보지 못하게 되는 거죠.”

이유진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

 

'살상무기' 최루탄 어떻게 거리로 나왔나

최루탄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148월 프랑스군이 독일군 참호에 투척한 것이 최초의 사용으로 알려져 있다. 방호벽이나 참호에 숨은 적군을 색출하기 위해 군사용 화학 무기로 고안된 것이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내내 연합군과 독일군이 최루탄을 포함한 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를 주고받았다. 무수한 희생을 낳은 화학전에 대한 반성과 두려움으로 국제사회는 1925년 생물화학무기의 사용을 금지한 제네바 의정서를 채택했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참호가 독일군의 가스 공격을 당한 모습.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최루탄을 부활시킨 것은 미군의 퇴역 군인들과 군수업체 관계자들이었다. 특히 미국의 화학전 전담부서의 아모스 프라이스 장군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의 담당 부서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최루탄을 시위 진압용으로 개발해 평시에 사용하도록 고안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언론 보도와 광고를 통해 최루탄이 독성 화학물질이 아닌 무해한 시위 진압용 무기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제조업체들은 최루탄을 절도범, 교도소의 죄수, 은행 강도 등을 제압하기 위한 도구로 소개하며 신문과 잡지 등에 광고를 냈다. 이 당시 한 광고는 이 제품은 개인을 무리로부터 격리하고, 고문의 근원(최루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맹목적으로 우르르 몰려가게 할 것이라며 제품의 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대적 홍보로 1920년대 말까지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부분 경찰 부서에서 최루탄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식민지였던 파나마와 하와이까지 이용 지역이 확대됐다. 최루탄은 이후에도 휴대성과 (발포자의) 안전성이 강화되며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확산했다.

 

1932년 미국의 한 일간지에 실린 펜 형태의 최루탄 광고. 광고는 최루 가스로 스스로를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애틀랜틱 캡처

 

최루탄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사용을 제한하는 노력도 지속해 왔지만 여전히 사용금지를 강제할 방안은 없다. 1993년 화학무기금지조약을 통해 최루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법 집행관들에 의한 폭동 진압 사용은 허용됐다. 2013년 유엔에서 채택된 무기거래조약에는 무기거래를 가치 중립적인 상행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 무기 수출에 앞서 인도주의적, 인권적 영향을 고려한 후에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루탄의 사용과 국제거래를 제한할 실효성 있는 국제법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최루탄이 다른 진압 무기에 비해 경제적이며 여러 목표물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여전히 많은 국가의 정부에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이종민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가짜 카산드라들의 예언

[똑경제-최은영] 정확한 분석 없는 자기실현적 주장 불과

 

그리스 장수 아이아스가 아테나 성상에 매달려 있는 카산드라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주거정책을 저주하는 그들

트로이의 카산드라 공주는 예언의 신 아폴론에게 예언 능력을 받았지만 그의 사랑을 거절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겼다.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면 트로이가 멸망한다'는 그녀의 예언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한다.

 

신화 속의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설득력이 없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데,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설득력이 있는 가짜 카산드라,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이 문재인 정부 주거정책의 실패를 섣불리 예언하고 있다.

 

8·2대책, 9·13대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실패를 예언하고 있으며,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고개를 들면서 시장의 비웃음을 샀던 '참여정부 시즌 2'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설·부동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전문가와 언론 등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분양가상한제에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고, 공급만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언이 횡행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할 때 당연히 가져야 하는 '틀릴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 효과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그려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전망에 필요한 인구·가구 구조, 소득 등 기본 변수에 대한 분석은 물론 주택 가격 동향 분석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인근 부동산을 찾아 최근의 분위기를 살피는 게 일부 전문가와 언론 등이 주로 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은 과학과 분석보다 ''의 영역, '점성술'의 영역이다. 하루만 지나면 맞고 틀리고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일기예보와 달리 1년 또는 6개월이 지나야 주택 시장 전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는데, 그 때가 되면 전망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흐지부지된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미래의 주택 시장에 대한 '가짜 뉴스'가 또 다른 '가짜 뉴스'를 덮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금리, 심리, 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은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물론 공식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전망도 맞은 적이 거의 없다. 20187월부터 9·13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울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지만 한국감정원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이 2018712일 발표한 '2018년도 상반기 부동산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에서는 수도권을 보합으로 발표했다. 2018716일 전국 6,000여 협력공인중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한 공인중개사들의 예상은 하락 25.5%, 보합 62.3%, 상승 12.2%이었다. 이 전망은 결국 완전히 틀린 것이었는데, 한국감정원은 이런 엉터리 조사 결과를 6개월 마다 발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장기 집값 전망은 자기실현적 예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떨어질 것'이라고, 올라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건설·부동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혹은 스스로가 이해관계자인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 아니 '올라가야 한다'고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 없애면 집값 폭등했던 엄연한 역사

일부 언론에서는 건설·부동산 업계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주택 시장 전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설문조사라는 형식을 빌려 여러 명에게 응답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공인중개사도 건설·부동산 업계 종사자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건설업계에는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라는 건배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호응하듯 거침없이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폈던 박근혜 정부 때 호황을 누렸던 건설·부동산 업계는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목재 및 마루 사업으로 성장해온 동화그룹은 2015년 한국일보를, 중흥건설이 모태인 중흥그룹은 2019년 헤럴드경제를 인수했고, 호반건설은 2019년 서울신문의 주식을 사들여 3대 주주가 되었다. 호반건설은 2011년 광주방송을 인수했고, 태영건설은 지상파 방송사 SBS의 지배주주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사주와 대주주인 건설자본으로부터 언론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건설자본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언론, 특히 건설자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언론이 앞 다투어 '실패할 것이다'는 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건설자본에 의한 '언론 사유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양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기숙사가 들어서면서 원룸 수요가 줄었다는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신상호

 

1981년 민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상승해 1983년 다시 규제가 도입되어 1989년까지 유지되었고, 이후 원가연동제가 도입되었다가 1999년 분양가가 전면자율화 되었다. 전면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급등해 2005년 공공택지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었고,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되었다. 2007년부터 20154월 박근혜 정부에 의해 분양가상한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될 때까지 주택 시장, 특히 서울의 주택 시장은 수 년 동안 안정세가 유지되었다.

 

윤관석 의원실에 의하면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된 2015년부터 4년간 2,056만원에서 3,153만원으로 53%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3.3당 실거래 매매가는 20152,014만원에서 2019년 상반기 3,333만원으로 66% 상승했는데, 연도별로 매매가와 분양가가 거의 유사해 두 가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분양가 규제를 실시하는 동안에는 집값이 안정되다가 자율화하면 분양가가 상승하는 역사적 경험이 우리 사회에는 여러 번 축적되어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어도 결국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언론의 전망은 근거 없는 '미래에 대한 바람' 혹은 '저주'에 가깝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분석해 보면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논의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 해 7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매매가는 201963,627만원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하기 시작해 73,570만원, 83,358만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는 2019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98월 역대 최고점인 7,051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 강남 아파트의 월별 가격 변화 흐름이 엇갈리는 현재 시점에서 향후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집값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그 영향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제대로 된 전망이 이루어져야 한다.

 

업자와 언론은 어설픈 점쟁이 흉내를 멈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설자본이 받고 싶은 만큼 책정하는 고분양가를 통해 용적률 상승에 따른 개발 이익을 조합과 건설자본이 독점하고, 이로 인해 주변 집값까지 폭등하는 문제를 사회가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때처럼 분양가상한제를 모든 택지에 대해 의무 시행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민간택지에 대해서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현행 방식으로는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정권이 바뀌면 곧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게 되면, '조금만 참으면 집값이 또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핀셋 규제' 방식으로는 풍선 효과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힘들고, 일부 제한된 규제 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한 적정한 분양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행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역사적 경험과 데이터에 대한 분석 없이 점쟁이 흉내 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 한국감정원도 공인중개사들이 주택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게 아니라, 실거래가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큰 목소리를 가진 가짜 카산드라,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비극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시민의 깨어 있는 힘이 절실하다. 최은영(choiey6012) /오마이뉴스

 

유례없는 3년 연속 내리막길111살 자동차 산업 새 엔진?

글로벌 자동차 생산·판매·수출 3년째 하강

오랜 저금리 자동차구매 금융환경개선에도

급작스럽고 유례없는 자동차 수축기 이어져

20세기 대표상품 자동차 장래둘러싼 촉각

 

판매 연 6800만대작년 -200, -400?

중국·인도 올 들어 9월까지 -11~-16% 급감

중국·인도 성장궤도 20년 만에 첫 쇼크

·유럽 등 전통시장선 포화신호

 

글로벌 14개 업체 주가 15개월간 -28%

자동차 집적도’ 1천명당 182미국 821

지구상 128227만대·42700만대

 

19089월 미국 디트로이트의 피켓 공장에서 헨리 포드가 첫 대중 자동차 모델T’(19275월까지 총 1500만대 판매)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인의 일상적인 삶은 이때부터 바퀴 위의 일생으로 불려오곤 했다. 111년이 지난 지금, 독일·일본에 이어 중국·인도의 거대 인구도 점차 자동차 인생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거의 3년째 뚜렷한 하강에 들어서 있다. 자동차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브레이크. 전세계적인 오랜 저금리로 차입 비용이 줄어 자동차 구매 금융환경이 나아졌는데도 급작스럽고 유례없는 자동차 수축기가 이어지면서 전세계가 20세기 대표상품 자동차의 장래를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에 펴낸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특별 코너를 할애해 생산·판매·수출 모든 부문에 걸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완연한 수축 동향을 진단했다. 자동차 생산·판매가 장기 위축되면서 자동차 생산 규모 상위 14개 업체의 지난 6월 주가는 20183월 이후 -28%(평균)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발표하는 종합 세계주가지수가 이 기간에 1%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자동차(승용 및 상용차) 판매 증가율(월간)20171(5%·전년 동기 대비) 이후 지난 9월까지 32개월째 하락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감소로 돌아섰다. 2018년에 전세계 판매는 전년 대비 -3.0%를 기록했고, ‘수출도 자동차 생산 14개국(미국·독일·일본·한국·중국·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멕시코·브라질·인도·러시아)에서 -3.1%(대수 기준)로 집계됐다.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1.7%(금액 기준)였는데 각국의 자동차 가격 차이를 교정하고 보면 감소 폭이 -2.4%로 더 커진다. 전세계 시장조사전문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은 올해도 글로벌 승용차 생산이 전년 대비 -4.0%를 면치 못하고, 내년 역시 0.1% 증가에 그쳐 정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자동차 신규 주문은 지난 9월에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동차 부문 고용(지난 7)200910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1919년산 포드차 모델T’ 하이보이 쿠페. 위키피디아

 

전세계 승용차 판매량은 2010(5581만대)5천만대를 돌파한 뒤 해마다 100~300만대씩 증가해 20177069만대(중국 시장 2420만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갑자기 지난해에 6869만대로 연간 무려 200만대가 줄어들면서 자동차 쇼크를 던졌다. 올해 하락 폭은 더 깊어 4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계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6월 기준으로 12개월치 소형 자동차 누적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65700만대에서 지난 6월엔 5300만대까지 떨어졌다. 전통 자동차 대국인 미국·유럽 시장에선 이미 자동차 포화신호가 발신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승용차 판매량(상용차 제외)은 미국(1270만대) -1.1%(전년 동기 대비), 유럽(1211만대) -1.6%, 러시아(127만대) -2.0%를 기록했다. 신흥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1496만대·-11.6%)과 인도(217만대·-16.4%)는 지난 20여년 경제성장 궤도를 밟아온 이후 가장 놀라운 수준의 급속 제동에 들어서 있다. 주요 자동차 소비국 중 일본(344만대)2.2%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0%를 기록했고, 인도는 올해 들어 훨씬 심각하다. 인도 자동차(승용·상용차) 내수 판매는 지난 8-32.0%(전년 동기 대비)에 이어 9월에도 -23.7%를 기록하는 등 11개월째 가파른 내리막길에 있다. 자동차 부문 해고자가 속출하면서 거의 100만명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하고, 포드자동차는 급기야 인도공장 철수를 선언했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 자료를 보면, 지구상에 운행 중인 자동차(승용 및 상용차)128227만대(2015년 말)에 이른다. 2009(101985만대)10억대를 돌파했다. 대륙별로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이 43622만대, 아메리카(··남미) 41372만대, 유럽(러시아·터키 포함) 38751만대, 아프리카 4480만대다. 국가별로 미국 26419만대, 중국 16284만대, 일본 7740만대, 러시아 5135만대, 독일 4842만대, 브라질 4274만대, 인도 2886만대, 한국 2099만대 등이다.

 

다만 이른바 자동차 집적도’(인구 1천명 대비 자동차 보유 대수)를 들여다보면 자동차는 지구적으로 적어도 수십년 이상 여전히 번영을 구가할 상품이긴 하다. 전세계 자동차 집적도는 평균 182(2015). 미국(821)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 609, 독일 593, 한국 417대다. 반면 중국은 118, 아프리카는 42, 인도는 22대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과 중국·인도 집적도를 고려하면 자동차 시장 팽창세가 멈췄다고 성급히 진단하기 어렵다. 자동차 소비대국들만 따로 추려 ‘1인당 소득과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소득 12천달러에 대응하는 자동차 집적도는 180대다.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는 이 글로벌 트렌드의 아래쪽에 있다. 소득에 견줄 때 자동차 소비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자동차는 막대한 전후방 생산·고용 유발효과뿐 아니라 자동차 생애를 위한 도시·간선도로망 건설까지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파급효과가 크다. 자동차 상품 하나가 2018년 전세계 재화 수출의 8%를 차지한다. 2018년 세계총생산(GDP·3.6%)이 전년보다 0.2%포인트 줄었는데 자동차 생산 감소가 기여한 몫이 0.04%포인트라고 국제통화기금은 추산한다. 자동차 교역 수축은 글로벌 무역도 뒤흔들고 있다. 2018년 전세계 상품·서비스 수출 성장률이 2017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는데, 글로벌 투입-산출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요인을 분해하면 이 감소분 중에 0.5%포인트가 자동차 산업 위축 탓으로 추정(국제통화기금)된다.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새 전기차 생산 돌입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dpa AFP 연합뉴스

 

자동차를 짓누르는 요인은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던 중국과 인도 경제의 최근 성장 둔화 전세계적인 자동차 집적도성숙기 진입 더욱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 및 유럽의 디젤차 수요 급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에 따른 영국 시장의 수요 감소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 자동차 고율(25%) 관세 수입제한 흐름 등 복합적이다. 화석연료차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기·수소차 등 대안연료 자동차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자동차 위축세는 과도기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는 화석연료에 비해 부품의 주문·납품이 단기적이고 간헐적이어서 자동차 생산 규모 회복을 일으키기 쉽지 않고, 구매가격도 여전히 비싸 소비 수요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보고서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기술적 변경을 훨씬 넘어서는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방통위원장, 채널A·TV조선 편법승인 논란에 자료 확보되면

6일 기자간담회 열고 MBN 사태·허위조작정보 등 현안에 입장 밝혀

새로운 규제 고민해야공론화 방식 통해 중장기 방송정책 내놓아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종합편성채널 편법승인 논란과 종편의 자본금 문제 전면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론시민단체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 대상 자본금 문제 전면조사를 요구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부채가 많았던 우린테크가 채널A 자본금 납입 마감일 하루 전에 주식을 샀다가 종편 승인 한 달 만에 매각했다차명 투자가 맞다면 지분 소유 제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당시 동아일보 간부의 친누나가 대표였던 자본금 1억 규모 기업 우린테크는 30억원 상당의 채널A 주식을 사들였다.

 

한겨레는 지난 4TV조선 출범 당시 50억 원을 출자한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이 지난해 주식 전량을 조선일보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사주와 수원대 설립자 일가는 사돈 관계다. 고운학원은 2011TV조선 주식 100만 주를 50억 원에 매입한 뒤 7년 만에 같은 값으로 팔았다. 한겨레는 조선일보 경영진이 TV조선 주식의 적정 평가액보다 비싸게 해당 주식을 매입했다며 배임 가능성을 지적한 뒤 종편 승인 당시 조선일보의 우회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TV조선과 채널A의 승인 당시 주주논란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조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TV조선-수원대 건은 검찰에 고발돼 있다. 아마 조사할 것이다. 우리도 자료제출을 요구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강제수사권이 있어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한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1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종합편성채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채널A 주주와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채널A의 경우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검찰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새로운 자료가 확보된다면 할 수 있는 응분의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만약 MBN의 자본금 편법충당 사태의 발단이 된 내부고발자의 등장과 구체적 증언, 관련 증거 등장처럼 유사한 상황이 벌어져 새로운 자료가 확보되면 조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상혁 위원장은 현재 방송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MBN의 자본금 편법충당 사태와 관련, 방통위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질의에 내부관련자 책임 문제를 현재 조사 중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자료가 수집되고 방통위 내부의 문제가 밝혀진다면 사과하고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MBN 행정처분과 관련해선 철저하게 조사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내년에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재허가가 예정되어 있다어떤 선입관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다양한 이슈에 대한 방통위원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의 역기능에 대해선 모두가 인식하고 있으리라 본다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알고 있다국민들이 납득 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팩트체크 활성화와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을 통한 미디어리터러시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국내에 신뢰할만한 팩트체크 기관이 있느냐, 직접 만들 생각은 없느냐는 질의에 아직 국내 팩트체크 기관들이 출발 단계이고 역할이 미미하다. 민간 부분에서 (사업이) 진행된다면 재원 등 지원을 충분히 해냄으로써 내실화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방통위가 직접 팩트체크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의 방통위원 영입설과 관련해서는 그분이 가짜뉴스를 처단하기 위해 온다는 식의 해석은 난센스고 오버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규제의 실효성이 상실된 영역도 있다. 이제 새로운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OTT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전혀 제도화되어있지 않다새로운 규제 틀을 고민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통신 영역의 공공성과 산업적 이해, 시청자 이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이는 한편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방송산업모델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몇 사람의 전문가가 모여서 해결방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국민 의견을 구하는 공론화 방식을 통한 거시적인 중장기 방송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방송 통신 산업 흐름과 관련해 통신사업자인 SKT와 지상파3사가 합작OTT ‘웨이브를 출범시키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그런식의 협업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향후 긍정적인 방송산업의 구체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속에서 차등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건 4기 방통위의 일관된 방향이라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도입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과기정통부와 정책협의체 운영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전체 혼인건수 줄고 국제결혼 증가..3명중 1명은 '이곳' 출신

지난해 전체 혼인건수가 줄어든 반면 국제결혼(다문화 혼인)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아내 3명 중 1명은 베트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제결혼을 한 남녀의 나이차이는 8.1세로 1년 전보다 0.1세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18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23773건으로 201721917건보다 1856(8.5%)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7208건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다. 2000년대 후반 연 3만건에 달했던 다문화 혼인은 20114000여건 감소 이후 6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2017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문화 혼인이 다시 늘어난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결혼을 미루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한국인 간 결혼이 더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는 258000건으로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다문화 혼인 사례로는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가 혼인하는 경우가 67%로 가장 많았다. 특히 다문화 혼인을 한 외국 출신의 아내 국적은 베트남이 30%로 중국(21.6%)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남자는 18.4%였으며 귀화자 혼인은 14.6%로 조사됐다.

 

다문화 혼인 남녀의 나이차이는 1년새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평균 초혼 연령은 36.4세로 아내의 평균 연령 28.3세보다 8.1세 많았다. 남녀 간 평균 초혼 연령 차이는 지난해보다 0.1세 늘었다.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경우 45세 이상이 2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후반 19.6%, 30대 초반 19.3% 순을 나타냈다. 다문화 혼인을 한 한국인 남편의 경우 45세 이상이 31.3% 비중을 차지했다.

 

다문화 혼인을 한 아내의 경우 20대 후반이 27.6%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의 경우 20대 후바니 31.3%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 초반이 29.7%로 뒤를 이었다.

 

다문화 혼인 건수는 경기 지역이 660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4891, 인천 1487건 순으로 많았다. 다문화 혼인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제주가 12%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세종과 대전은 각각 4.5%, 7.3%로 다문화 혼인 비중이 낮았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은 지난해 1254건으로 전년대비 53(-0.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 이혼을 한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 지속기간은 5년 미만이 33.1%로 가장 많았으며 5년 이상~10년 미만이 32.7%로 뒤를 이었다.

 

결혼생활 5년 만에 이혼하는 다문화 가정 비중은 200878.2%에서 지난해 33.1%로 크게 줄었지만 한국인 가정의 5년 미만 이혼 비중(20.1%)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한국 가정의 이혼은 20년 이상이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다시 터진 세월호 분노, 조선일보 여전히 정치색 씌우기 몰두

1031‘2기 특조위라고 불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1724분경에 발견된 세 번째 희생자가 발견 당시 생존해 있었는데도 초동대처가 늦어 사망했다는 내용의 조사 중간발표를 했습니다. 사참위가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1031)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두 번째 희생자 발견 5시간이 지나 세 번째 희생자가 발견되는 동안 해경이 투입했다던 11대 헬기 중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 영상자료로 확인되었습니다.

 

학생 죽어가는데 높으신 분태우고 간 헬기 다시 공분 일으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세 번째 희생자(임모 군)의 구조 과정입니다. 사참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임모 군은 1724분경 발견되었고 1730분경 곧바로 해경의 3009함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함선의 채증영상에서 해경 응급구조사는 당시 임모 군을 환자로 부르며 응급처치를 시도한 것이 확인되며, 함선 일지에는 “1735분 원격의료시스템을 가동, 병원 응급의료진 진단결과 병원 이송조치 지시받음으로 나와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해경 실무자들은 1835분까지 헬기를 기다리며 이송 준비를 했으나 1835분경 P22정으로 이송하라는 방송이 나왔다고 합니다. 임모 군은 4시간 동안 함정 세 번을 갈아타고서야 2205분 병원에 도착했고 병원에서 작성한 사체검안서 상 사망시간은 2210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 사이 1740분 경 3009함에 도착한 헬기는 1744분경 김수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갔고, 1835분경 3009함에 도착한 헬기는 19시경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갔다는 것이 사참위가 중간조사발표에서 지적한 핵심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2일 광화문에서 국민 고소·고발인 대회를 열고 다시금 책임자 처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겨레 보도 <“세월호 아들 사체검안서 2장 가져온 어머니 힘이 컸다”>(115)에 따르면, 사참위의 이번 발표는 임모 군의 유가족이 세월호 사고 당시부터 한 의사가 작성한 두 개의 검안보고서에 나온 사망시간이 각각 오후 636, 오후 1010분으로 약 4시간이나 차이가 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끈질기게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으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결코 무리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 보도 없다가 정시확대 주장하는 기자칼럼에서 사참위 조사결과 언급

 

111일부터 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의 특조위 중간조사와 유가족 집회 관련 보도량 (세월호 단순 언급 제외, 토요판 포함).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참위 조사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111일부터 5일까지 토요판을 포함한 4일간 신문 보도량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사참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들이 다루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크게 사참위 조사 결과와 세월호 유가족의 책임자 고발 움직임을 다루어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1111면에 <세월호 학생 맥박 뛰는데헬기는 해경청장 태웠다>(111)라는 기사를 내고 사참위의 중간조사 결과를 실었고, 보도량도 합계 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표류자 수색도 시늉뿐구조헬기 대부분 팽목항서 대기했다>(111), <‘세월호 학생 맥박 회복해경 통신망에 언급 없었다>(115), <“3009함 조타실이 부른 헬기도, 선회하다 돌아가”>(115)는 사참위 보도자료에는 없는 한겨레가 추가 취재한 내용들이 있어 돋보였습니다.

 

지난 115일 한겨레의 추가 취재 내용 들어간 기사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다가, 5일 기자칼럼 <학생을 위한 나라는 없다>(115, 강주안 사회에디터) 도입부에서 지난 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당일 단원고 학생 한명이 구조됐으나 해경 고위 간부가 헬기를 타고 가는 바람에 배로 이송하느라 치료가 늦어 살리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사고 현장에선 아이들이 먼저라는 상식이 묵살됐다. 해경에게, 선장에게 학생을 위한 마음이 있었을까라고 언급한 것이 보도의 전부였습니다. 이 칼럼은 최근 진보 교육계가 문 대통령의 정시확대 방침을 비판한 데 대해 정시확대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115일 세월호 보도 않다가 정시확대 주장을 위해 특조위 조사결과 언급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또 세월호 집회에 정치색 씌우기

조선일보의 보도 두 건 중 한 건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2일 세월호 집회 관련 보도입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세월호 추모제라더니검찰 개혁구호 외쳤다>(114, 김은중 기자)입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4·16연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시민 참여 문화제등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화 행사를 연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 북측에선 진보 성향 단체들의 집회가 4시간가량 이어졌다, ‘정치적 구호의 예시로 집회에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친일 정치인 퇴출이나 검찰개혁등의 구호를 외친 것을 나열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정치적 구호의 예시로 든 것 중에는 4·16연대의 당초 집회 목적이었던 세월호 책임자 고발 주장도 들어 있었습니다. , 세월호 책임자 고발을 정치적 구호로 규정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광화문광장에서 정치색을 띤 행사를 불허한다는 서울시 방침을 들어 트집을 잡았지만, 이 날 같은 시간 광화문 남측 광장에서 문재인 탄핵’, ‘조국 구속등의 주장을 하는 한기총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14일 세월호 유가족 집회를 다룬 조선일보 기사.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서 사참위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응을 전한 유일한 기사였습니다. 민언련 보고서 <이제는 남의 나라 사고 끌어다 세월호 유가족 깎아내리는 조선일보>에서도 지적했듯, 조선일보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를 부적절한 정치적 요구인 양 보도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방해 왔습니다. 그만둬야 할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가 아닌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1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보도에 한함)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미디어오늘

 

공공임대주택-구멍뚫린 복지(6)]‘공급량 맞추면 그만이 아니라 누가 어찌 사나도 살피자

어떻게 지키고 채워갈 것인가 - 정책에서 고민할 문제들

 

그래픽 | 현재호 기자

 

경남 진주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 다른 공공임대와 달리 이곳 내부는 낙서 자국 하나없이 깔끔했다. 단지 입구 앞 보도블럭과 아파트 뒷편 산책로는 유난히 잘 관리돼 있었다. 가로등을 가릴 만큼 무성했던 산책로 나뭇가지는 20~30길이로 단정하게 잘려 있었다. 진주시는 조도를 높인 가로등도 새로 설치했다. 지난 4월 단지 주민인 정신장애인이 5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난 뒤의 변화다.

 

지난달 18동을 찾았다. 공공임대의 운영·관리 문제가 불거진 뒤 크고 작은 조치가 있었다. 80가구 중 20가구가 다른 공공임대로 이사하거나 민간주택으로 옮겨갔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주민들을 위한 조치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9월 경남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신건강 위기 입주민에 의한 공동생활 위험매뉴얼도 현장에 배포했다.

 

지난 30년간 공공임대 정책은 물량 확보 위주였다. 공공임대에 누가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사이 과제는 쌓였다. 공공임대는 취약계층이 모여사는 주거지처럼 여겨졌다. 차별적인 시선에 더해 시세에 연동한 높은 임대료, 특정 지역에 치중한 건설, 복잡한 공급 유형 통합 문제 등 해결되지 못한 논란거리도 여전하다. 하나같이 정부가 나서도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노인·장애인 등 입주 늘어 복지 시스템과 연계 필요

공공임대에는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입주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영구임대 단지에는 지난 9월 기준 입주민 4542명 중 1227명이 등록장애인이다. 4명 중 1명꼴이다. 대부분 공공임대 단지는 60세 이상 노인 비율이 80%를 넘는다.

 

관리 인력은 그대로인데 신경 써야 할 주민이 늘면서 단지 관리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웃 간 다툼 등 기본 민원에 치매 노인 응대도 관리사무소가 맡고 있다. 단지 인근에 있는 복지관, 동사무소 담당자들의 업무도 늘고 있다. 근무자들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거나 공공임대 거주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응대해야 할 일도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문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진주 사건이 터졌다. 일각에선 손쉬운 해결책으로 퇴거를 거론했다. 지난 5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단지 내에서 분쟁을 일으키면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담았다. 운영·관리기관의 자의적 퇴거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종주 LH 경남서부권 주거복지지사장은 정신장애인 등 공공임대 거주자들은 퇴거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공공임대 퇴거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써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했다.

 

공공임대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단순한 집 제공을 넘어 다층적인 복지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집만 제공하면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공임대와 연계해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복지 인력도 대거 충원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선미 서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정신장애인 등의 사례 관리를 위한 지원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주택이란 공공임대와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또 다른 주거 형태다.

 

복잡한 입주 유형 헷갈려이용 쉽도록 조정해야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임대주택 유형은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공공, 기존주택매입임대, 장기전세, 민간 등 7개로 구분돼 있었다. ‘공공은 다시 5·10년 분양전환, 분납 등으로 나뉘었다. 이름만 보고는 어떤 주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이 우후죽순 등장한 탓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형도 제각각이다. 서울시만 해도 주거환경임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 10가지가 넘는다.

 

유형별로 신청도 따로 해야 한다. 소득 2분위라면 영구임대, 국민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모두 신청할 수 있지만 신청 시기와 임대료 등이 각각 다르다. 공급주체가 LH인지 지방도시공사인지에 따라 같은 유형임에도 자격조건이 다르다.

 

공공임대를 신청해도 물량이 없으면 입주 대기자가 된다. 유형별로 대기자 명단이 상이해 신청인은 본인이 어떤 주택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유형과 공급주체에 상관없이 종합적인 대기자 명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입주한다 해도 소득이 아닌 주변 시세에 연동한 임대료를 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현재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연동해 책정된다. 시세가 높은 지역에선 공공임대라도 임대료가 비싸지는 구조다. 입주자 소득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유형 통합 작업부터 논의하고 있다. 영구, 행복, 분양전환 등 나뉘어 있던 유형을 하나로 통합하면 자연스레 다양한 소득계층과 연령대의 구성원들이 한 단지에 살게 된다. 연구용역과 함께 관계 부처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동에 소득 1~6분위가 모두 입주하게 하고, 소득 1~4분위와 5~6분위에 반반씩 입주 자격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급 물량지역 불균형 정부 재정 공격적 투입을

어느 지방도시공사는 단 한 채의 공공임대도 공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열린 주거복지 콘퍼런스에서 백경훈 LH 주거복지본부장이 한 말이다. 공공임대 확충에 역할분담을 하지 않는 지자체를 향한 날선 비판이었다.

 

2017년 기준으로 LH(중앙정부)와 지방도시공사(지자체) 공공임대 재고 물량을 비교해 보면 격차가 크다. 공공임대 중 비중이 가장 큰 국민임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대구는 LH 물량(19635가구)과 지방공사 물량(146가구)100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기도 역시 LH206526가구를 공급할 때 지방공사는 3741가구만 책임졌다.

 

지자체도 할 말은 있다. 재정이 부족하고 운영 권한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임대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에야 서울, 부산, 경기 등 위주로 자체 공급을 늘리고 있다. ‘지자체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한 지역 안에서도 공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정부가 기존 주택을 사서 재임대하는 매입임대는 서울 강서, 성북, 금천 등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다. 공공임대에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다 보니 일부 지자체들은 복지 비용 부담이 크다며 공개적으로 자치구 내 매입임대 추가 공급을 반대했다.

       

박신영 한국행정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지역 내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격적인 재정 투입을 제안했다. 좋은 입지에 공공임대를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 연구원은 일본은 민간 주택도 들어가기 힘든 좋은 자리에 공공임대를 지었다. 이미지가 개선되고 인기도 높아졌다. 정부가 보유한 자산 가치도 늘었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 걸림돌 해결의지와 결단 필요

신규 물량 확보에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공공임대 확충의 전제는 쓸 만한 토지 확보다. 공공임대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은 땅이 부족하다는 논리가 늘 발목을 잡는다. 주요 대도시에서도 공공임대 단지는 외곽에 공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보유한 유휴지나 노후 공공기관 건물 부지 등이 공공임대 공급에 쓰인다.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현재 공공임대 공급 재원은 주택청약종합저축과 국민주택채권 등을 기반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이 주로 활용된다. 이마저도 대개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다.

 

그간 LH가 신도시 개발이나 공공분양주택 같은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공공임대 공급에 활용했던 교차보조 방식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땅값 상승에 따라 LH가 예전과 같은 이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8신혼부부 주거문제 해결은 예산의 문제가 아닌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입해 신혼부부 25000쌍의 주거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다. 출산율 저하 문제로 신혼부부가 주거 정책 대상이 되면서 나온 말이다.

 

의지와 결단이 있다면 저소득층주거 문제라고 해결이 안될 리 없다. 현재 저소득층 주거는 신혼부부나 청년처럼 정치권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 최은희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 (저소득층을 위해) 짓는 집을 더 넓게, 좋은 입지에, 잘 짓는 것이 예산 낭비라며 반대하는 전문가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를 쇼핑하듯 쓸어가요묻지마투기에 지역민 근심

"서울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파트를 쇼핑하듯이 쓸어가고 있어요. 아파트값이 마구 올라 걱정입니다."

 

부산 남구에 사는 40살 김 모 씨는 요즘 걱정이 큽니다. 집을 팔았는데 갈 곳이 마땅찮습니다. 서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외지인들이 이 지역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매물도 씨가 말랐기 때문입니다.

 

물 밀듯 밀려든 '아파트 매도 제안'  

김 씨는 지난해 초 준공된 3천여 세대 규모인 A 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841채를 사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전부터 부동산 중개업소들로부터 "아파트를 팔 생각이 없느냐"며 전화가 물 밀듯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물건을 찾고 있다. 좋은 가격에 팔 기회이니 검토해보라"면서 매도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

 

마침 내년 초에 부동산 양도세 비과세 조건인 실거주 기간 2년이 지나면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로 갈 계획이던 김 씨는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해 이달 초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습니다.

 

A 아파트 조감도(출처: 건설사 홈페이지)A 아파트 조감도(출처: 건설사 홈페이지)

 

그러자 곧바로 서울에서 온 매수희망자가 김 씨 집을 방문했습니다. 김 씨는 "우리가 옮기려고 알아보는 아파트가 내년 8월은 돼야 입주가 가능한데, 그래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매수희망자는 "원하는 조건대로 다 해 드리겠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계약 의사를 보였습니다.

 

김 씨는 매도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수희망자는 곧바로 계약금 6천만 원을 보냈습니다. 입금자의 이름은 '○○투자개발',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보였습니다. 계약서상 잔금을 치르기로 한 시점은 김 씨가 요구한 것과 같은 내년 8. 무려 1년 가까운 기간을 기다려주는 '입도선매'였습니다.

 

혹시나 하고 주변에 물어봤더니, 김 씨만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의 윗집도, 옆집도, 다 이렇게 단숨에 서울 사람들에게 팔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를 싹 쓸어가고 있어요"  

김 씨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잘 아는 중개업소에 물어봤습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서울에서 투자자들이 와서는 이 동네 아파트를 싹 쓸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투자 잘하는 사람 하나도 이쪽에 여섯 채를 샀더라.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런 상황을 KBS에 제보한 김 씨는 "계약을 하고 나서도 계속 매도 권유 연락이 왔다. 계약한 바로 다음 날 내가 계약한 금액보다 300만 원, 이틀 뒤엔 1,300만 원 더 비싼 금액을 부르는 전화가 왔다. 며칠 전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내가 판 것보다 3,300만 원 더 비싼 금액으로 매도 권유를 받기도 했다"면서 "서울에서 사람들이 1~2억을 현금으로 들고 와서 쇼핑하듯이 아파트를 사들인다더라"고 전했습니다.

 

지역 아파트로 몰리는 투자 자금, ?  

이런 상황은 김 씨가 사는 부산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구와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노우즈'가 한국감정원의 월별 주택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 거주자가 지역의 아파트를 산 건수는 도시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감정원의 102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봐도,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36%, 울산은 0.12% 등으로, 서울의 0.09%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최근 급속히 올라 구매 부담이 커진 서울 아파트값, 부동산 시장 규제로 부족해진 수도권 아파트 물량, 1%대 초저금리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합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이는 지역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데이터노우즈' 김기원 대표는 "현재 처분 가능 소득에 대비한 아파트 가격(PIR)을 보면, 서울은 사상 최고치였던 2007~2008년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지역 몇 곳은 거의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지역 아파트가 그만큼 소득 대비로 값이 저렴해 구매 여력이 크다는 얘기"라면서 "이에 따라 입지가 좋은 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그곳의 아파트를 미리 사놓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투기꾼들이 집값만 올려놓는 것 같아 우려"  

이렇게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면 그곳에 집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김 씨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아파트를 판 뒤에 내년 8월에 가려고 눈여겨봐 놨던 아파트가 있는데, 거기도 불과 한 달 사이에 서울 사람들이 다 쓸어가서 매물 자체가 실종됐다"면서 "이미 집을 팔기로 계약한 상황에서 주변 아파트값도 다 뛰고 물건도 없고, 막상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돼서 걱정이다. 아파트를 사려고 계획하고 있던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도 난감할 것"이라고 토로합니다.

 

김 씨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투기꾼들이 집값만 올려놔서 원래 살던 사람들이 오히려 내몰리게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면서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서울 집값 고공 행진 속에 정부는 부동산 규제의 '최후 수단'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조치인 분양가상한제를 서울 27개 동에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울 집값 잡기에 주력하는 사이, 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또 다른 우려도 제기됩니다.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아파트값, '솔로몬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 남승우 기자futurist@kbs.co.kr

 

미국의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김광기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번에 '헛소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올 것이다. 지금도 물론 '전 세계에서 비행기가 미국의 도시를 향해 뜨고 있고 건물들이 멀쩡히 건재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그러나 마천루 빌딩과 사람만 있다고 그게 정말 도시일까? 여기선 적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전통적 의미의 도시를 말한다.

 

기능성과 효율성에 기반한 쾌적한 주거 환경, 양질의 그리고 다수의 일자리, 문화적 풍요 등이 시골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쭉쭉 끌어들이는 도시의 매력이다. 그것이 바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시의 현대성이다. 물론 필자가 여기서 거론한 것은 이른바 현대 도시의 좋은 측면들만 과도하게 부각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대 도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측면들도 분명 갖고 있기에 그렇다. 이를테면 끈끈한 정에 기초한 인간미의 상실(흔히 비정함으로 묘사된다)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과도한 익명성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전통적 도시의 좋은 측면은 물론 나쁜 측면조차도 모두 사람들을 현대 도시로 꼬여 들게 했다는 사실이다. 현대 과학 문명의 기술과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웃의 눈과 과도한 간섭으로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에겐 현대 도시가 갖는 익명성과 비정함이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혜택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 그런 전통(전형)적 의미의 현대적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 현대 도시가 지닌 장점과 단점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유인하기는커녕 점점 더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이제 미국의 몇몇 대도시는 거주자들은 물론 관광객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어 더 이상 방문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덧정을 떼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를 살피기 위해선 다음을 살펴봐야 한다. 도시가 사라진다는 것은 한 마디로 도시다운 도시가 사라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도시에서 사라지는 것들과 함께 새로 생기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면 필자가 왜 도시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하는지를 납득할 수 있다.

 

웨이터가 사라지고 있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을 빼고 고급 식당에서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웨이터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전통적인 미국 도시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 고급 식당에서 그런 종업원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 예가 샌프란시스코의 고급식당들이다. 종업원이 없는 대신 모든 일을 손수 손님들이 해야 한다. 컵과 물을 포함해 심지어 와인까지도 카운터에 가서 직접 가져와야 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고급 식당에서 '셀프'로 해야 한다. 고급 식당이라면 으레 식탁 옆에서 주문도 받고 손님 옆에 식사시간 동안 시종 대기하면서 와인을 따라 주는 등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종업원이 있어야 하나 그들이 싹 사라져 버렸다. 어쩌다 이런 일이?

 

<뉴욕타임스>는 그 이유로 임대료와 인건비의 상승을 들었다.(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625일 자 'San Francisco Restaurants Can't Afford Waiters. So They're Putting Diners to Work')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주거비가 터무니없이 올라 종업원들이 하릴없이 도시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똥 더미로 뒤덮여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그렇다면 어느 정도나 엉망이 되었으면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까지 하겠는가?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잠깐 다른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자가 미국에 유학하던 시절 하와이에서 한 교민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는 한국에 가면 왜 그렇게 똥냄새가 나는지 그것 때문에 질색'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거쳐 간 장소를 흔히 냄새로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떠나온 고향조차 냄새로 진하게 기억한다. 새로이 접하는 장소도 마찬가지다. 필자도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디고 맡은 공항 화장실의 소독내로 미국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냄새로 고국을 기억하는 그를 탓하기는 어렵다. 똥냄새가 난다는데 어찌하랴.

 

거의 30여 년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도 그 말이 기억나는 것 보면 필자에겐 당시에 무척이나 그 말이 인상적이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똥냄새라는 말이 하수도가 지나는 골목의 정화조에서 나는 실제 악취를 가리킨 것인지, 혹은 부유한 나라 미국에 살고 있던 교포가 당시에 못 사는 나라 모국에 대한 칙칙한 인상에서 유래한 비유였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확실하지 않다. 늘 똥냄새만 맡고 살다 막 미국에 건너온 어리바리 새내기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당시의 필자로서는 '미국에 오래 산 이들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거니' 하고 그리 크게 괘념치 않고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역전되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것도 미국 서부 여행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이들이라면 똥냄새가 다가 아니라 아예 천지에 밟히는 똥 때문에 아연실색을 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그 똥은 개똥이 아니고 사람 똥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어떤 곳인가? 금문교와 짙푸른 태평양, 골든게이트 공원, 버클리대학과 스탠퍼드대학 등이 소재한 이른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품 도시가 아닌가. 도시 남 쪽 외곽엔 인텔, 야후, 애플 등의 회사들이 밀집한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를 품은 최첨단 기술 도시이다. 그런 샌프란시스코가 지금 똥 더미로 뒤덮이고 있다. 그것도 사람 똥으로 말이다.

 

'똥 지도'(poop map), 그리고 '똥 순찰대'(poop patrol)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생겨난 기상천외한 것들이 있다. 바로 '똥 지도''똥 순찰대'이다. '똥 지도'는 도시 내에서 발견된 똥들이 있던 자리를 시 당국이 찍어 만든 지도다.(웹사이트 이름은 OpenTheBooks.com) '똥 순찰대'는 그 똥들을 수거하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신종 직종의 종사자들이다. 마약사범 같은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순찰대는 들어봤어도 세상에 '똥 순찰대'라니. 절대 농담이 아니다.(관련 기사 : <샌프란시스코크로리클> 2018814일 자 'It's no laughing matter SF forming Poop Patrol to keep sidewalks clean') 그들의 공식 명칭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 똥 관련 소식을 처음 접한 이래로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똥 발견 건수의 지속적인 증가다. 다음의 지도와 막대그래프가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 '똥 지도'(poop map). 고동색이 똥 발견 장소다. 신고가 들어온 곳에 좌표를 찍어 지도를 만들었다. OpentheBooks.com

 

'똥 지도'는 지금 거의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똥색으로 뒤덮고 있는데 5~6년 전만 하더라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도의 바탕색이 보이는 정도였으니까(사실 그것조차도 충격적 이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그러나 지금은? 독자들이 보는 바와 같다. 빈틈이 없다. 막대그래프는 과거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똥 발견 적발 건수를 연도별로 측정해 놓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시 공공사업부(Dept. of Public Works)가 집계한 공식 통계치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다고 볼 수 없는, 매우 믿을만한 것이다. 실제는 저 수치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똥을 '똥 순찰대'가 치우는 것은 아니니까.

 

2011~2018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간 똥 발견 건수 증가 추이를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OpentheBooks.com

 

막대그래프를 보면, 2011년엔 5500건에 달했던 똥 적발 건수가 2018년에는 5배가 넘는 2800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속적인 증가세는 특히 2016년과 2018년에 각기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의 통계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지만 필자가 볼 때는 그 증가세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줄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나중에 밝히겠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의 새 시장 런던 브리드(London Breed)"자신이 어렸을 적 길거리에서 보았던 똥에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똥을 지금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보고 있다"NBC뉴스 인터뷰에서 한탄했다.(관련 기사 : NBC 2018713일 자 'SF Mayor: 'There's More Feces ... Than I've Ever Seen'') 또한 그가 "살아오면서 목격한 가장 최악 중의 하나가 바로 최근 세상에서 부유하기로 이름난 도시,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쌓여만 가는 사람 똥 더미"라고 고백했다.(관련 기사 : <폭스뉴스> 423일 자 'San Francisco human feces map shows waste blanketing the California city')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 공공사업부가 사람 똥을 치우기 위해 2019년 책정한 예산은 약 75만 달러(87000만 원)이다. 그리고 '똥 순찰대'의 활동은 20194월에나 시작됐으니 2011년부터 이 아름다운 도시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이란 팝송 가사에서 보듯 향기로운 꽃냄새 대신 똥냄새로 뒤덮였음이 분명하다. 이것을 보면 사람이 살 곳이 전혀 못 된다. 똥 더미와 똥냄새에 특별한 기호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지금 미국에서 도시다운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엄연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똥 순찰대'(poop patrol)가 보도의 똥을 수거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Getty Image)

 

3세계로 전락한 로스앤젤레스

그런데, 이건 약과다. 영화 조커엔 고담시티의 암울한 사회경제적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 쥐가 들끓고 노숙자들이 즐비한 도시의 모습이. 이런 영화의 비현실적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그것도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캘리포니아의 다른 도시 로스앤젤레스로 가보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스티브 로페즈(Steve Lopez)는 지금 로스앤젤레스 비현실적인 실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는 수천 명의 노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길거리의 인도는 제3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의 텐트와 임시방편으로 만든 판자때기 거처들로 뒤덮여 사라지고 있고, 장티푸스와 발진티푸스의 발병이 뉴스가 되며 쥐새끼 군단은 노숙자들과 이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 속을 종횡무진 들락거리며 병들을 옮기고 있다. 지금이 도대체 몇 세기인가? 가장 부유한 국가그것도 세계에서 나 홀로 경제가 가장 탄탄하다고 소문난 미국의의 가장 큰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과연 지금이 21세기가 맞는가? 아니면 누군가 달력을 되돌려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가 있는 것일까?"(관련 기사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61일 자 'Column: Rats at the police station, filth on L.A. streets scenes from the collapse of a city that's lost control')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로스앤젤레스(LA).(위 기사 사진)

 

미국 대도시의 제3세계로의 전락에 대해선 한두 개의 언론이 보도하는 게 아니다.(관련 기사 : <폭스뉴스> 619일 자 'Los Angeles' homeless crisis reaching third world country levels, local residents say')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극빈 지역인 '스키드 로우'(skid row)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베일스 목사(Andy Bales)같은 이는 구호활동 중 살파 먹는 박테리아에 감염 돼 한쪽 다리를 잘랐다. 그 정도로 도시 환경이 최악이다.

 

20199월 현재, 로스앤젤레스 시 노숙자는 44000명에 이르고 이들이 길거리에서 먹고, 생활하고, 버리고, 싸지르는 쓰레기와 용변으로 도시 전체가 쥐 떼로 들끓고, 흑사병 같은 중세의 역병이 돌고 있다. 쓰레기는 온 천지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콜레라와 문둥병의 귀환도 내다보며 공포에 떨고 있다고 <포브스>지가 보도하고 있을 정도니, 미국 대도시의 제3세계로의 전락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비현실적 이야기가 아닌 이미 엄연한 현실이다.(관련 기사 : <포브스> 912일 자 'Why California Keeps Making Homelessness Worse', <뉴욕포스트> 522일 자 'Mountains of trash in LA could cause bubonic plague outbreak: expert')

 

필자가 현지의 지인을 통해 취재해 본 결과, 11월 현재 쓰레기 처지는 노숙자들을 고용해 치우고 있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A 경찰서에 쥐 떼들이 출몰해 경찰관이 장티푸스가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동안 손 놓고 방치하고 있던 쓰레기 처치가 시작되었다니 시쳇말로 얼마나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야기인가. 반면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노숙자는 여전히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미국의 도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답은 '제국질'이다. 제국의 배를 불리는 방식이 미국에서 살만한 도시다운 도시를 사라지게 한 원흉이다. 다음엔 그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 자세히 해 보기로 한다.

 

참고

- "SF Mayor: 'There's More Feces ... Than I've Ever Seen'", NBCNews, July 13, 2018.

- "It's no laughing matter SF forming Poop Patrol to keep sidewalks clean", San Francisco Chronicle, August 14, 2018.

- "San Francisco Restaurants Can't Afford Waiters. So They're Putting Diners to Work", New York Times, June 25, 2018.

- "San Francisco human feces map shows waste blanketing the California city By Greg Norman", FoxNews, April 23, 2019.

- "People are pooping more than ever o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Business Insider, April. 19. 2019.

- "California homeless crisis: San Francisco tackles costly waste problem with 'poop patrol", FoxNews, August 20, 2019.

- "Inside Los Angeles' Skid Row, the epicenter of the homeless crisis", FoxNews, July, 16 2019.

- "Los Angeles' homeless crisis reaching third world country levels, local residents say", FoxNews, June 19, 2019.

- "Why California Keeps Making Homelessness Worse," Forbes, Sep. 12, 2019.

- "Column: Rats at the police station, filth on L.A. streets scenes from the collapse of a city that's lost control", Los Angeles Times, June 1, 2019.

- "Mountains of trash in LA could cause bubonic plague outbreak: expert", New York Post, May 22, 2019

김광기 경북대 교수 /프레시안

 

방위비 5배 인상 강요하는 미국, 한국이 봉인가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50억달러 가까이를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가 6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올해 분담금(1389억원)5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국의 요구는 터무니없다. 미국은 신속기동군화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 병력의 일부를 주기적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을 앞으로는 한국도 분담하라는 것이다. 또 한·미 연합훈련으로 미군 병력이 본토 등에서 증원될 때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분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요컨대 직접 주둔비용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방어 목적에 해당된다고 미국이 판단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한국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규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비용을 마구잡이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자 동맹국을 상대로 한 겁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다. 50억달러라는 금액도 이미 일찌감치 거론돼왔다. 이번 요구는 미리 정해둔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여러 항목들을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한다고 비난해왔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 호도다. 한국 정부는 여의도 면적의 5배 부지에 10조원을 들여 지은 최신식 평택 미군기지를 미군에 제공했고, 방위비 분담금 외에 각종 면세와 이용료 감면, 토지 무상임대 등 직간접 비용으로 매년 수조원을 부담하고 있다. 더구나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패권과 동북아 전략적 이익에도 크게 기여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에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동맹관계를 흔들 수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향



지명부터 사퇴까지조국 보도 가장 많이 한 신문사는

빅카인즈 분석결과 세계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 순최다 연관어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89일부터 조국 법무부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한 1014일까지 조국 이슈를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사는 어디일까.

 

미디어오늘이 빅카인즈를 통해 확인한 결과 종합일간지 중 세계일보가 2167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중앙일보 1914, 조선일보 1664, 국민일보 1248, 한국일보 1069건 순이었다. 이어 서울신문이 1053, 동아일보가 1038건이었으며 경향신문은 902건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559건으로 종합일간지 중 조국 관련 기사량이 가장 적었다. 경제지의 경우 머니투데이가 1645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아시아경제 1268, 헤럴드경제 1265, 서울경제 1241건 순이었다. 방송사는 보도전문채널 YTN23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KBS 658, MBC 627, SBS 409건 순이었다.

 

89일부터 1014일까지 빅카인즈로 집게한 조국 관련 기사 건수.

 

89일부터 1014일까지 빅카인즈에서 조국으로 검색된 기사 건수는 29291건이었다. 89일 조국 후보자와 함께 장관후보자로 지명되었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1356, 1618, 1301건의 기사 건수를 나타냈다. 특정 장관후보자에 유례없는 언론의 경쟁적 보도였다. 그러나 이 기간 조국 관련 기사량은 최소 7만여 건 이상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빅카인즈는 신문·방송 등 국내 54개 주요 언론사의 뉴스 아카이브 플랫폼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데 종합편성채널 4사와 연합뉴스 등 통신사는 아카이브 대상에 빠져있다. 앞서 JTBC ‘뉴스룸팩트체크팀이 89일부터 99일까지 한 달간 빅카인즈 집계 13931건에 종편4사와 통신사 보도량을 일일이 더한 결과 조국 관련 보도 건수는 36162건이었다. 이 수치를 비례식으로 대입하면 1014일까지 주요 언론사의 조국 관련 보도량은 최소 7만여 건 이상이다.

 

주 단위 보도량 추이를 보면 청와대 지명 이후 무제한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청와대 임명이 이뤄진 9월 첫째 주에 보도량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보도량이 하락하다가 검찰개혁 서초동 집회와 조국 사퇴 광화문 집회가 대결을 벌이던 9월 말 보도량이 상승했다.

 

조국대신 검찰개혁키워드를 대입해본 결과는 순위가 조금 달랐다. 세계일보가 6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향신문 430, 중앙일보 335건 순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169건과 162건이었으며 한겨레는 187건이었다.

 

89일부터 1014일까지 빅카인즈 조국 관련 연관어 분석 결과.

 

조국과 관련한 연관어 분석결과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자주 등장했다. 조국 전 장관의 거취가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국정 장악 능력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이어 8월 내내 미뤄졌던 청문회’, 고려대·서울대생들의 촛불집회등이 눈에 띄었다. 같은 기간 검찰개혁연관어 분석결과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망치 들어야 하는데 핀셋? 집값 잡겠다 말을 말든지..."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현 정부에 기대 접은 이유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주거개혁운동본부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분양가상한제 핀셋 규정은 투기꾼들에게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하는 신호"라며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희훈

"망치나 해머로 두드려도 잡힐까 말까인데 핀셋 규제? 강남 아줌마들에게 집값 안 잡을 거라고 선언한 겁니다."

돌고 돌아서 결국 그였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을 발표한 뒤, 소위 부동산 전문가란 사람들이 보수 언론과 경제지를 통해 "과도한 규제"라고 떠들고 있다. 이들은 철저히 재개발·재건축·개발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입장에 선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순수하게 정책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사람은 더 찾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주거개혁운동본부장을 만났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인터뷰였다. 정치색 없이 무주택 서민들의 입장을 이야기할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화가 많이 쌓인 모습이었다. 대통령 면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까지 못할 줄은 몰랐다"며 쌓인 격정을 토해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 극소수 지역으로만 한정하고, 그마저도 시행 시점을 6개월 유예해준 것을 두고 그는 "차라리 분양가상한제를 안하는 게 나았다, 김현미 장관이 관료들에게 우롱당했다"고 탄식했다.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은 앞으로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부에선 희망이 없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고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아래는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구멍 뻥뻥 뚫린 투망으로 집값 잡겠다고?"

- 지난 6,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지정했다. 서울 시내 467개 법정동 가운데 27개동에서 시행한다는 것. 서울 강북과 경기 과천 등은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문재인 정부가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몰랐다.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집값이 잡힌다는 명확한 통계 수치가 있음에도,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이 제도 시행을 미뤄왔다. 미루고 미루다 집값 폭등하니까 이제 와서 한다는 게 '핀셋 지정'이다. 지금 국토부 요직에 있는 관료들은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한 사람들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런 관료들에게 철저히 우롱 당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정부가 핀셋 규제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3주전 부동산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단지들은 피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나.(상한제 대상 지역이라도 내년 4월 이전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정비사업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음) 빠져나갈 단지들 다 빠져나가면, 강남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받는 아파트는 아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지정이 안된 경기 과천 등에서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나오면서 오히려 강남 집값을 퍼올릴 것이다."

-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결국 집값 잡기에 효력이 없을 거라는 얘기인데, 차라리 분양가상한제를 안하는 게 나았나?

"그렇다. 이렇게 하는 거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부동산업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줬다. 이건 하는 게 아니다. 집값이 올라 불안해하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분양가상한제 시행해서 집값 잡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3억 올랐다. 망치나 해머로 두드려 잡아도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으로 되돌릴까말까다. 이런 발상 자체가 투기꾼들한테 집값 안잡겠다고 신호 준 거나 마찬가지다. 물고기 잡겠다고 투망을 던지는데 구멍이 뻥뻥 뚫린 투망인 거다."

 

- 내년 4월까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유예한 것은 총선용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분양가상한제시행을 미뤄준 것이 총선에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나?

"민주당 사람들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 다 빼줬으니까 총선에서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할 거다. 결과는 반대일 거다. 집값 상승에 따른 무주택 서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분양가상한제 관련 댓글만 찾아봐라. 제도가 복잡해서 사람들이 모른다고 하지만, 어떤 전문가들보다 더 잘 안다. 이번 대책이 얼마나 땜질 정책이었는지도 안다. 연말쯤 되면 민심이 폭발할 거다. 이런 상황을 대통령하고 장관만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두고,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의 반발이 거셌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뒤로 집값이 폭등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음에도, 얼치기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상한제 하면 집값 뛴다"고 아우성쳤다. 정말 그런가?

"걔들(보수 언론)은 원래 왜곡하는 거 잘하지 않나. 걔들은 집값이 뛰어야 투기세력에게 자문도 하고, 재벌한테 광고도 받지 않나. 부동산투기세력과 재벌, 보수언론(경제지)들은 한 몸이다. 어떻게든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간섭 안하게 하고, 자기네들끼리 담합해서 아파트 값 올려 받을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러니 부동산학과 교수니 뭐니 만날 틀린 예측하는 사람들 말 그대로 받아 쓰지 않나.

 

지난 10년간 500만 채 아파트가 공급됐다. 그런데 투기꾼들이 260만채를 샀다. 투기꾼들이 집 사재기를 하면서 집값이 더 뛴 거다. 올해도 6~7월부터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기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이다. 당시 정부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계획 내놓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동대로 지하 개발 계획 내놓으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 분양가상한제 반대 논리의 핵심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거다. 사실 이 논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관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파트 짓지도 않은 걸 파는 게 친시장인가? 짓지도 않은 아파트 가격을 미리 당겨 받으면서 분양받는 사람한테 '너는 아무것도 알 필요 없어, 돈이나 내'라고 하는 게 자유 시장인가? 진정한 자유 시장이란 이런 거다. 소비자는 땅만 사는 거다. 그 땅을 산 소비자들이 가장 적정한 건축비를 제시하는 건설사를 선택해 공사를 맡기는 것이다."

- 집값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앞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나?

"집값은 문재인 정부에선 절대 안 잡힌다.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 선포하고 나서도 안 잡힐 마당에, 대통령은 집값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할 사람도 없다. 집값 거품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다 정부 관료나 정치 쪽으로 가 있다. 자기 진영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감싼다. 서민과 청년을 위한 정책이 작동될 가능성이 없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신상호(lkveritas) / 오마이뉴스

 

5·18은 폭동 전두환은 영웅"손 놓은 국회

전두환 씨는 어떻게 이처럼 버젓이 골프를 치고, 광주학살 책임을 부정할 수 있는 걸까요.

정치권이 제 할 일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이 5.18을 폭동이라고 부르고 전두환 씨를 영웅이라고 칭해도 제대로 징계조차 하지 못했죠.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제정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조사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리포트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공청회에서 전두환씨는 이렇게 묘사됐습니다.

 

[지만원(지난 2)] "이 책을 읽으면 전두환은 영웅이에요." (맞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김진태 의원이 주최하고 김순례 의원이 망언을 보탠 이날 공청회는 광주의 상처를 헤집어 놓았습니다.

[이종명/자유한국당 의원(지난 2)]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그냥 폭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된 겁니다."

 

세 의원 모두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윤리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서 징계는 흐지부지 됐습니다. 그나마 이종명 의원은 한국당 윤리위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의원총회에서 확정되지 않아 없던 일이 됐습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종명 의원 제명한다고 했던 의원총회는 언제쯤?)

"의원님들의 의견을 모아야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좀 기다리시죠."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국회차원의 조사위원회 구성도 1년 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3명을 놓고 자격 논란이 벌어지면서 조사위 구성이 계속 미뤄진 겁니다.

 

전두환씨의 1천억원대 미납 추징금과 세금을 추징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와관련해 국회에 출석한 김현준 국세청장은 전씨 본인 뿐 아니라 타인 명의로 은낙한 재산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재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