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민중-천지
시세차익 189억 챙겼는데 추징금 0원... 옥살이 해도 남는 장사?
19금 농담·정치 풍자…“시원~하게 한번 하자!”
21세에 1조 원 재산 모은 여성을 아십니까
공공기관 낙하산 ‘적폐’ 文정부도 다를 게 없었다
“선 넘은 검찰에 촛불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각자 이익 대변에만 급급,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없다”
좌파·운동권 '요구 목록'대로 文정부 태양광 정책 시행됐다
"조국에게 한 것처럼 해야" 특권층 입시부정 향한 일갈
한국당의 '환생경제' 2탄?...'벌거벗은 문재인' 동영상 논란
어제의 죄’를 잊은 연예인들의 복귀
고통 속의 70년...치매로도 지우지 못한 ‘잔혹한 4.3의 기억’
비정규직 증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짜 문제는?
‘유튜브 노란딱지 음모론’ 부풀리는 보수언론
한달 한번 이상 법안 심사? 100일간 두 번도 안 해
581만9000원.. 직장인 평균월급 가장 높은 업종은?
지구촌 달구는 ‘조커 페이스’ 시위…불평등·기득권 정치에 분노 폭발
설리에 대한 늦은 보고서... 이 기사들은 용서하지 말자
바퀴 조립하는 50대·20대, 임금 4배差 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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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장도리10.28~111
시세차익 189억 챙겼는데 추징금 0원... 옥살이 해도 남는 장사?
바른전자 회장 징역 1심서 5년만, 대검찰청TF 꾸려 산정 기준 마련, 법안 국회 문턱 넘지못해 사각지대
주가조작으로 한탕을 노린 검은 돈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가조작 부당이익을 산정·환수하는 기준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쌓여가고 있다.
◇189억원 챙기고도 추징금은 '0원'
시세차익으로 약 189억원을 챙기고도 추징금은 '0원'을 선고하는 판결이 또 나왔다. 주가조작 혐의로 넘겨진 벤처1세대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실형과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추징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달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할 수 없다"며 추징금은 선고하지 않았다.
법원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주가를 모두 '사기적 부당거래로 인한 이득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 등 향후 재판에서도 추징에 대한 법원 판단이 유지되면 부당이익을 한 푼도 환수할 수 없다.
검찰은 앞서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속인 김 회장에게 징역 7년 및 벌금 189억원, 추징금 177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부당거래 기간 중 최고가인 5170원(2015년 12월 7일 종가)을 기준으로 시세차익이 189억원이라고 봤다.
문제는 부당이익에 대한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어 몰수·추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가조작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탕'하면 그만, 주가조작 사각지대
189억원을 챙긴 것으로 의심받는 김 회장에게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은 이유는 부당이득액 산정의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검찰도 '부당익득금 산정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 TF팀(태스크포스팀)'은 올해 7월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당이익 산정기준을 골자로 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다. 검찰은 1차 검토 의견이며 확정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대검의 산정기준 규정 초안을 보면 부당이득액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부당행위 유형별로 산정방식을 세분했다. 특히 위반행위로 변동된 주가 전체를 부당이익으로 본다. 입증책임도 위반자에게 있다.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처럼 부당이익 산정 불가를 이유로 주가조작 사건 21건(74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여전한 입법 구멍 탓에 놓치는 부당이득액이 매년 수백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입법 미비로 '한탕 하고 잠시 옥살이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지는 것도 문제다.
박용진 의원은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지만 부당이득산정 기준 규정이 없어 추징 몰수가 제대로 되지 않다"며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주가조작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19금 농담·정치 풍자…“시원~하게 한번 하자!”
“여러분 이거 창피한 거 아니에요”
박나래, 넷플릭스 ‘농염주의보’에서
성 이야기 쏟아내며 스탠드업 도전
비방용 멘트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콩트 위주에서 코미디로의 확장
소극장 중심이었던 스탠드업 시장
개방적 분위기 타고 지상파 예능까지
시사·종교 등 유기적 연결이 성공 관건
넷플릭스 ‘농염주의보’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도전한 박나래 모습. 영상 갈무리
“세상에 남자는 둘로 나뉩니다. 나랑 잔 남자, 앞으로 잘 남자.”
“아끼면 똥 된다고 여러분 많이 하세요. 한번뿐인 인생 하고 싶으면 하며 삽시다.”
세상에! 지금 박나래가 뭐라는 거야. 박나래의 토크 콘서트인 줄 알고 온 관객들은 깜짝 놀랐나 보다. 입이 떡 벌어져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얼어붙은 관객을 박나래가 놓치지 않는다. “오늘 여러분들은 8만8천원(표값)으로 귀로 섹스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 <농염주의보>의 한 장면이다. 박나래가 스탠드업 코미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이름을 내건 스탠드업 코미디가 지난 1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티브이에서는 방송 불가 될까봐 연애 이야기를 많이 못 했다”는 그는 첫 경험부터 원 나이트까지 성 이야기를 쏟아낸다. “박나래 이제 연예인 안 하려나 보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는데 “세상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살면 뭐 하냐”며 아랑곳하지 않고 외친다. “시원~하게 한번 하자!”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인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 시장에 파고들면서 스탠드업 코미디도 우리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2018년 <앨리 웡: 성역은 없다>와 엘런 디제너러스의 <공감 능력자> 등 세계의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넷플릭스에서 접하면서 낯가림이 줄었다. 임신과 출산 이후의 ‘19금’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들려주는 <성역은 없다>는 한국에서도 반응이 꽤 좋았다. 이런 분위기에 유병재의 <비(B)의 농담>(2018)처럼 우리 아티스트들이 직접 뛰어들었고, 그즈음 소극장을 중심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전문 아티스트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명확한 기폭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이 조금씩 영향을 미치며 서서히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여성+유명인’이 성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박나래도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3년 전에 소속사에서 권유했는데 처음에는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개그맨으로서는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고 정말 많이 떨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와의 첫 경험을 관객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가슴을 만지는가 하면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동도 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서비스된 이후 ‘수위가 더 세도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색다른 시도는 ‘의외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남성 관객의 반응이 걱정됐는데 중년의 신사분이 박장대소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유명 여성 코미디언까지 뛰어들면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이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지상파인 <한국방송>(KBS)에서도 2부작 맛보기(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을 11월에 내보낸다. <스탠드업>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도이지만 ‘스탠드업’이라는 형식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 등장했다는 것은 최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극장용 스탠드업코미디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한 박영진의 모습. 제이디비제공
이런 시도가 이어진다는 것은 대중도 마음의 문을 열 준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성공하지 못한 데는 관객들이 낯설어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7~9월 서울 홍대 소극장에서 열린 <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쇼> 당시만 해도 관객들은 성 이야기가 대놓고 등장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현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공부한 뒤 무대에 섰던 박영진은 당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니 관객들이 예상보다 더 놀라서 두번째 공연에서는 그 대목을 뺐다”고 말했다. 수많은 코미디언이 “스탠드업 코미디가 잘되려면 신랄한 정치 풍자에 음담패설이 나와도 정말 편하게 즐기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장이 커지려면 단순히 성적 농담을 넘어 외국처럼 정치, 시사, 종교 등의 소재가 유기적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말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한 코미디언은 “한국에서 정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환자나 장애 등을 활용한 이야기도 거부감이 많아서 주로 19금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자칫 선정적인 농담 수준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박영진도 “말을 잘하려면 다양한 영역을 깊게 알고 유기적으로 인용해야 한다”며 “19금에 정치풍자까지 얹은 세련된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탠드업 코미디가 서서히 관심을 받으며 코미디의 영역이 콩트 위주에서 확장된 것은 반갑다. 또 여성 코미디언까지 뛰어들면서 ‘19금’ 등 그동안 여성을 억압하던 틀을 깨는 발전된 변화가 엿보이기도 한다. 하재근 평론가는 “여성의 당당한 성 이야기는 달라진 사회를 보여준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나래가 <농염주의보>에서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남자에게 기다리지 않고 “언제 할 거냐”고 먼저 물어봤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는 “많이 하는 거 창피한 거 아니”라며 사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자신에게 자유롭고 당당하라고 말한다. 앨리 웡도 <성역은 없다>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은 (여자가) 본인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남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성에 관심 많은 여성을 가볍게 보는 시대를 꼬집는다. 박나래는 “성 얘기를 쿨하게 털어놓는 자리가 별로 없어서 내가 해보자고 결심했다”며 “지금까지 국가가 나를 막았기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농염주의보>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21세에 1조 원 재산 모은 여성을 아십니까
공자는 논어에서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기초를 세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나이라는 의미다. 20세는 약관(弱冠)이라 하는데 이제 막 갓을 쓰고 성인으로 출발하는 나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고전의 용어일 뿐이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천문학적인 부를 이룬 젊은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로부터 거대한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되는 '다이아몬드 수저'가 대부분이지만, 자수성가한 젊은이도 있다.
포브스의 세계 부호 순위에서 30세가 되지 않는 10억 달러(약 1조 1173억 원) 이상의 젊은 거부(巨富)는 모두 8명. 이 중에서 가장 젊은 부자는 21세 여성인데,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카일리 제너.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스'를 설립했다.
미국 리얼리티쇼로 널리 알려진 카다시안-제너 패밀리의 막내이자 유명 모델 켄달 제너의 동생이다. 그는 SNS상에서 엄청난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기도 하다.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비키니 입은 휴가 모습이나, 생일 파티 사진, 자동차 사진 등은 세계 젊은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카일리 제너와 켄달 제너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번 랭킹 10걸에 들 정도다.
카일리 제너는 흑인 래퍼 트래비스 스캇 사이에 딸을 낳았으나 결혼은 하지 않은 채 결별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기도 하다.
'다이아몬드 수저'는 북유럽 출신이 주류
8명의 세계적 젊은 거부 가운데 5명은 자수성가가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다. 특히 북유럽 젊은이들이 많다. 노르웨이의 상속녀 자매가 가장 유명하다. 알렉산드라 안드레센(22)과 카타리나 안드레센(23)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노르웨이 투자회사 페르드(Ferd)의 지분을 부친으로부터 나란히 42.2%씩 물려받았다. 평가액은 각각 14억 달러에 달한다.
페르드는 1700년대 담배공장으로 출발한 노르웨이 최대 규모 투자회사다. 이들 자매보다 더 재산이 많은 젊은 부호는 구스타프 마그나 위트조(24)다. 그 역시 노르웨이 사람이다. 위트조는 노르웨이 최대 연어 가공업체인 살마에이에스에이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 고등학생의 나이에 창업자인 아버지에게 지분을 물려받았다.
그렇다면 노르웨이에 유독 이런 '다이아몬드 수저'가 많은 이유는 뭘까.노르웨이는 201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성년자에 대해 상속을 할 경우 기본적으로 세금이 없다. 이웃 나라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최상위권인 부자 나라기도 하지만, 상속세 부담도 없기 때문에 이런 천문학적인 지분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유럽에는 젊은 '다이아몬드 수저'들이 많다.
독일 제약회사 멜중겐(Melsungen) 지분을 상속받은 루드위그 테오도르 브라운과 덴마크 신발업체 에코의 지분을 상속받은 안나 카스프자크도 20대 부호로 꼽히는데 모두 유럽 사람이다. 이들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속세 부담이 높은 편이다.
올 초 사망한 한진그룹 조양호 전 회장의 경우 유족들은 최고 세율 50%에다가,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돼 상속 지분의 60% 정도를 세금을 내야 한다. 최근에는 GS 홈쇼핑이 조 전 회장이 보유했던 (주)한진 지분 6.87%를 250억 원에 사들였는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관기사][전전궁금] 조양호 상속세 60%…“지나치다” vs “적당하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76722&ref=A
물론 전체적인 세금부담은 우리보다 북유럽 국가가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우리보다 높은 소득세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속세 부담 없이 주식을 증여, 상속했더라도 주식을 물려받은 뒤 발생하는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게 된다.
자수성가 많은 미국
20대 젊은 거부 8명 중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은 3명인데, 모두 미국인이다. 가장 젊은 사람이 위에서 소개한 카일리 제너고, 나머지 2명은 IT(정보기술)업에 종사하는 남성이다.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스트라이트'의 공동 창업자 존 콜리슨(28)과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스피겔(28)은 나이도 같고 재산도 21억 달러로 엇비슷하다.
존 콜리슨(왼쪽)과 에반 스피겔존 콜리슨(왼쪽)과 에반 스피겔
그렇다면 우리나라 20대 중에 가장 부자는 누구일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나 LG 구광모 회장 등이 이미 40세를 넘긴 것을 감안할때 20대 대표 부자는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이 장녀 서민정(29)씨가 꼽힌다. 2017년 재벌닷컴 분석에 의하면서 서 씨의 보유지분 평가액은 3298억 원이었다가 지난해에는 회사 주가 하락으로 2261억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딸만 둘인 부친 서경배 회장(지분평가액 약 3조 7463억 원으로 국내 부호 랭킹 4위)이 서민정 씨를 후계자로 삼아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경우 서씨는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보유지분 1조 5000억 원)를 제치고 국내 여성 부호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서 씨는 최근 중국 유학을 마치고 아모레 퍼시픽에 복귀한 상태다/ 윤창희 기자theplay@kbs.co.kr
공공기관 낙하산 ‘적폐’ 文정부도 다를 게 없었다
정계 출신 기관장 2배로… 그중 72%가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
국내 339개 공공기관 임원 출신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사외이사 등 주요 고위직에 정계 출신 인사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계 출신 공공기관장의 70% 이상이 이른바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첩 인사’, ‘밀실 인사’로 논란을 빚었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7년 말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339개 공공기관의 기관장ㆍ감사ㆍ상임이사 총 1,031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계 출신이 62명(6%)으로 집계됐다. 감사가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장과 상임이사가 각각 18명과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7년 말에는 정계 출신 기관장과 감사가 각각 8명, 24명이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정계 출신 기관장이 2배 이상 늘었고, 감사도 33% 넘게 증가한 것이다.
정계 출신 기관장 18명 중 13명(72.2%)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캠프 또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이거나 이른바 ‘코드 인사’인 것으로 CEO스코어는 분석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장을 지낸 윤태진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이사장,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출신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정계 출신 감사 32명 중 절반이 넘는 19명(59%) 역시 캠코더 인사로 평가됐다. 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출신 성식경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와 더불어민주당 출신 1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부총리 취임 후 기재부가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와 감사 113명을 임명ㆍ제청했는데 이 중 55명(48.2%)이 캠코더 인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동연 전 부총리까지 범위를 넓히면 기재부 장관이 임명ㆍ제청한 공공기관 임원 329명 중 185명(56.2%)이 캠코더 인사라고 추 의원은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권이 바뀌어도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초 이후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취임한 기관장을 조사한 결과 총 168명의 신임 기관장 중 정계 출신이 17명으로 10.1%를 차지했다. 2013년 이전 기관장을 맡고 있던 123명 중 정계 출신이 4명(3.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나 상승한 수치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이전 정부의 인사를 비판해왔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은 대통령,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하고, 공기업 상임이사는 기관장이 임명하게 돼 있어 낙하산 인사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추 의원은 “기재부 장관에게 공기업 사외이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이 방만, 부실해지지 않도록 견제하라는 취지인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선 넘은 검찰에 촛불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촛불이 던지는 질문/심층좌담
‘나는 왜 서초동집회에 갔나’
‘나는 왜 서초동에 가지 않았나’
3년 전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이게 나라냐? 박근혜로는 더이상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비슷했다. 하지만 조국사태는 이들을 갈라놓았다. 생각이 다르거나 무관심한 가족과 지인 앞에선 분란을 우려해 아예 입을 닫기도 했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뒤 석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정국’에 대해 토론하는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이 열렸다.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 모인 시위대 수와 소셜미디어(SNS)로 분출된 말폭탄의 격함, 그리고 여론조사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민심을 포착하기 위해 <한겨레>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할 말을 못했다는 20~50대 남녀 참석자 6명은 말문이 트이기 무섭게 꼭꼭 담아둔 생각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표적집단심층좌담에 참석한 이들의 가명은 2016년과 2019년 광장 집회 경험의 유무에 따라 표시했다. △탄핵 촉구 광화문 집회에 나갔고 이번에 서초동에 간 사람은 ‘광서’ △광화문 집회에 갔으나 이번엔 안 나간 이는 ‘광무’ △두번 모두 집회에 나가지 않은 경우엔 ‘무무’로 표기하면서 뒤에 성별을 구분해 표시(남·여)했다. 토론은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조국 의혹보다 검찰이 더 문제
노무현 대통령 죽음 이르게 했던
그때처럼 분노·기시감 들어
조국은 개혁을 위한 수단일뿐
수단 실패해도 검찰개혁 이뤄야
누구보다 광무남(54)의 고뇌가 깊어 보였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진보정당에 힘 실어주려고” 심상정을 찍는 전략투표를 했고, “앞으로 정권이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가선 절대 안 된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조국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정리해달라고 하자 그는 “당황”이라고 답했다.
“조국을 우리가 좀 따라갈 만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애 학교 잘 보내려고 온갖 ‘빽’을 동원하는 사람이었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그가 장관을 계속하겠다는 것도 당황스러웠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더 이상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2017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찍었지만 이제 그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없다는 무무남(55)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예전엔 지역갈등이 사실상 전부였는데 이젠 세대갈등이 굉장히 심각하다. 정치적으로 편이 갈려도 이 정도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더 오른쪽으로, 왼쪽에 있는 사람은 더 왼쪽으로 가버렸다”고 짚었다.
광무여(25)는 조국 사태로 느낀 감정을 “기시감”이라고 표현했다. “이전에 숱하게 일어난 고위급 인사들의 가족 비리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학교 친구들도 ‘그놈이 그놈이지’란 냉소 속에 무관심한 분위기다.”
서초동에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나간 것은 광서남(54)이었다. 그의 감정은 “분노”였다. “나도 기시감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검찰이 선을 넘었다. 언론도 광적인 상황이었다. 나가서 제동을 걸지 않으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두명은 조국 개인에 대해선 양가감정을 느꼈으나 개혁이라는 ‘큰 틀’에 동의했다. 광서남(42)은 “‘조국 의혹’이 쏟아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초반엔 관련 뉴스를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려고 했다. 갈수록 여론이 양극화되다가 결국 조 전 장관이 일도 해보지 못하고 사퇴해서 슬펐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광서남(29)은 감정이 너무 복잡해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들다고 했다. “‘거봐라, 똑같은 놈들이야’라며 웃는 아버지에게도 당했고, 정의가 중요하다는 내 신념에도 배반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서초동에 갔다. 조국은 개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수단은 실패해도, 검찰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은 다른 문제
‘검찰, 괴물같은 존재’ 동의하나
‘룰의 페어함 깨뜨린 사람을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지 의문
‘그놈이 그놈’ 냉소와 무관심도
서초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검찰청 앞에 모인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어떻게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이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광무남(54)은 “학교 다닐 때 데모하다 끌려가보기도 해서 검찰에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다. 검찰이 괴물 같은 존재라는 데 동의하고 우리 역사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국 역시 검찰개혁만큼 중요한 정의, 평등, 공정이란 촛불의 가치를 훼손했다. 서초동에 가서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동시에 외치면 조국 수사에 대한 압력과 방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무무남(55)은 “조국이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같은 데서 스스로 지키지 못할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룰의 페어함’을 깨뜨린 게 맞는데 왜 그런 사람을 지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조국수호가 왜 검찰개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끼리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광서남(54)은 조국에 대한 비난이 과도함을 지적했다. “조국이 실정법을 어겼다면 그에 대해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분노하는 거라면 이해가 안 간다. 진보라고 하면, 얼마나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그렇다면 과연 법무부 장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정치적 의무감’에 서초동에 나간 쪽에 가까웠다. 광서남(42)은 “이번 사태로 촛불정부의 힘이 사그라들까봐 아직 촛불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나갔고, 또 다른 광서남(29)은 “서초동보다 태극기 숫자가 더 많아지면 검찰개혁이나 문재인 정권에 힘이 안 실릴까봐 걱정이 돼서” 집회에 나갔다고 했다.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성’
장관이 검사에게 전화한 건 직권남용
검찰의 인권침해가 가장 불공정
상위권 대학 주축 ‘조국 반대집회’
지방 캠퍼스 학생들은 배제 ‘모순’
조국 사태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인 ‘공정성’에 대해 물었다.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무무남(55)은 조 전 장관 딸이 받은 장학금을 거론하면서 “돈도 많은 사람이 없는 애들 돈 몇십만원 주는 것까지 빼앗아 먹느냐며 분노하는 지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광무남(54)이 “자택 압수수색 하던 날 조국이 장관으로서 검사한테 전화한 것은 불공정의 극치이자 직권남용”이라고 꼬집은 반면, 광서남(54)은 “나는 부인이 너무 많이 아프면 장관 이전에 남편으로서 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애꿎은 부인 때려잡는 게 검찰 특수부가 할 일이냐. 검찰의 인권침해가 가장 불공정하다”고 맞섰다.
광서남(42)은 “회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있다. 우리 세대는 ‘사회 약자를 우리가 품어야 한다’고 하는데, 후배들은 ‘시험 안 보고 정규직 되는 게 맞느냐’고 한다. 요즘엔 공정성이 무엇인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취업을 준비 중인 광무여(25)는 “모두들 자신의 불공정함은 인정하지 않는 게 가장 불공정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들은 ‘나는 조국처럼 애들한테 못 해주는데’라면서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한달에 몇백만원씩 들여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하는 친구들은 학벌 문제에 예민해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다니는 아이들은 ‘나는 정당하게 대학 왔는데 조국 딸은 ‘빽’ 써서 왔으니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이번에 대학생들이 주최한 조국 반대 집회엔 서울대·연대·고대 등 10여개 상위권 대학이 주축이 됐고 같은 학교이면서도 지방 캠퍼스 학생들은 배제했다. 얼마나 모순적이냐. 공정함이란 의제 자체가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분열·갈등으로 후유증 몸살
사회 전체가 디도스공격 당한 듯
“정당 다 마음에 안 들어” 불신
20대 정치적 무관심·냉소 우려
‘여당 실책 인정해야’ 지적도 조국 사태를 거치며 생긴 분열과 갈등, 상처의 후유증에 대해선 모두가 우려를 표시했다. 광무여(25)는 “몇달 동안 언론과 정당이 온통 조국 문제에만 매몰되면서 민생·경제가 올스톱됐다. 이제 좀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 전체가 디도스 공격을 당한 것 같다’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20대가 이번 사태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나나 친구들이나 이번 정권에 기대하는 게 컸는데 이젠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가 지금 정부 걱정 할 때냐, 우리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자’는 식이다. 젊은층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기 전에 여당은 실책을 인정해야 한다.”
광무남(54)은 “안희정이란 차기 대선 주자가 ‘미투’로 진보의 얼굴에 먹칠을 했을 때도 논란이 있었지만, 이렇게 진보진영이 쪼개지진 않았다. ‘진영 논리가 왜 문제가 되죠?’라는 한 진보 인사의 공개적 궤변도 큰 충격이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보내는 참석자들도 ‘지지 철회’까지 나아간 상태는 아니었다. 광서남(42)은 “실책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아픔 뒤의 성숙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무무남(55)은 “대통령 본인의 문제인지, 참모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남은 임기 동안 잘해나가야 한다. 대통령이 고집을 좀 꺾어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품고 좀 같이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광무남(54)은 “회사를 운영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회사 수익이 줄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해서 지지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로 다 죽어가던 보수파가 살아나는 계기와 명분을 제공한 것은 큰 실망이다. 앞으로 대통령은 무리하거나 욕심내서 새로운 개혁과제를 해나가겠다는 생각보다 국민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서남(54)은 “그래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 견줘 시민들의 권리가 존중되고 있지 않나? 기회의 균등 문제 등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대통령이 잘 풀어갈 수 있도록 20대도 86세대도 다 나서서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서남(29)은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개혁으로 가는 방향에서 그가 맞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은 상당했다. 광무남(55)은 “어느 정당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앞으로 총선에서 어딜 찍어야 할지 참 고민스럽다”고 했고, 광서남(29)은 “조국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지만, 솔직히 민주당이나 이런 데 지지한다고 얘기하는 거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광무남(54)은 “조국 임명을 강행하는 데 찬동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내로남불’을 말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에 대해서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자기들의 가치에 맞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지 못했다. 선거법 처리라는 이해관계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해선 안 됐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진행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정리 이주현 최하얀 기자 edigna@hani.co.kr
“각자 이익 대변에만 급급,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없다”
“검찰 얘기만 일방적으로 받아써
왔다갔다 하는 보도 뭐가 진실인지
팩트체크를 일반 독자가 어떻게 하나
신문 4종류 봐야 감 잡을 수 있을 정도”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뒤 석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정국’에 대해 토론하는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 모인 시위대 수와 소셜미디어(SNS)로 분출된 말폭탄의 격함, 그리고 여론조사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민심을 포착하기 위해 <한겨레>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할 말을 못했다는 20~50대 남녀 참석자 6명은 말문이 트이기 무섭게 꼭꼭 담아둔 생각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표적집단심층좌담에 참석한 이들의 가명은 2016년과 2019년 광장 집회 경험의 유무에 따라 표시했다. △탄핵 촉구 광화문 집회에 나갔고 이번에 서초동에 간 사람은 ‘광서’ △광화문 집회에 갔으나 이번엔 안 나간 이는 ‘광무’ △두번 모두 집회에 나가지 않은 경우엔 ‘무무’로 표기하면서 뒤에 성별을 구분해 표시(남·여)했다. 토론은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조국 정국을 지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영역 중 하나가 언론이었다. 보도의 신중함이나 객관성 여부를 떠나 모두가 ‘조국 쓰나미’에 휩쓸려 신뢰가 동반추락했다. 표적집단심층좌담(FGD)에 참여한 이들도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광무여(25)는 “조국의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모든 언론이 거의 매일 조국 뉴스를 톱으로 다뤘다. 온 사회가 마비된 데는 언론의 잘못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른다. 조국 가족을 ‘연좌제’로 수사하는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마치 관례인 것처럼 말하고, <한겨레>는 이렇게 수사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한다. 국민들이 어떤 것이 ‘관례’인지 저마다 알아서 팩트체크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무무남(55)은 “신문을 최소 4종류는 봐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더라”며 “논조가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하는 몇몇 신문도 보도가 하루하루 왔다 갔다 해서 어느 게 진실인지 모르겠더라. 말은 과격해도 믿을 놈 없다 싶었다”고 했다. 광서남(29)도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기 때문에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 모르고 그냥 보게 된다. 저한테는 언론이 미칠 영향력이란 것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나이의 86세대인데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놓고 가장 날카롭게 의견이 맞선 건 광서남(54)과 광무남(54)이었다. 광서남(54)은 한국 언론 전반에 매우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고 했다. “검찰은 본래 의심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은 ‘너의 의심은 과연 합리적이야? 정확해?’라고 물어야지 이해당사자인 검찰 얘기를 그대로 받아쓰면 안 되지 않나. 보도의 행태와 내용이 일방적이었고 그에 대한 반론도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모든 것을 떠나서 팩트체크가 핵심인데 언론이 그걸 잘했는지 의심스럽다.”
광무남(54)은 언론뿐 아니라 뉴스 소비자들의 편향적인 태도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독자들, 뉴스 수용자들의 행태였다.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기 생각하고 다른 경우엔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공격한다.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수치의 조사 결과를 냈던 여론조사기관조차도 민주당 지지율이 잘 안 나오면 여론조작 가짜조사라고 할 정도였다. 수용자들의 태도가 너무 정파적이고 확증편향적이다.”
광무여(25)는 “기사 댓글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담기는 걸 보면, 과연 기자들이 저런 것까지 다 감수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신문·방송을 떠나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다. 언론은 이제 원론적인 지점부터 스스로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좌파·운동권 '요구 목록'대로 文정부 태양광 정책 시행됐다
110여 단체가 '인수위'에 제안
재정 18조 드는 '전력가격 보증제'… 산자부의 수차례 반대에도 부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정책이 정권 출범 직후 친여(親與) 태양광 조합 등 좌파·운동권 세력이 요구한 목록대로 시행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특히 요구 사항 '1호'였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고정가격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던 사안이지만 지난해 부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친여 태양광 조합 20곳이 결성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2017년 6월 2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에 '제안 자료'를 제출했다. A4 용지 9장 분량의 이 문서에서 연합회는 ▲FIT 재도입 ▲태양광 계통연계비 면제 ▲태양광 시설 설치 세금 면제 ▲태양광 저금리 융자 등을 요구했다.
FIT는 태양광 조합이 공급하는 전력에 대해 한국전력이 고정가격을 보증해 주는 제도다. 연합회는 제안 자료에서 "2015년까지 태양광 가격이 급락해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개인 사업자들이 많아져 '공급 과잉'으로 전기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를 정부 재정으로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연합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6년 12월, 정의당·노동당·참여연대·민변 등 시민·환경·운동권 단체 등 70여 곳이 결성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함께 FIT 법안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었다.
산업부는 이에 수차례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2016년 12월 국회 산자위에서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FIT 재도입 법안에 대해 "2012년 폐지한 FIT를 재도입하면 향후 20년간 17조~18조원 추가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며 "재도입에 절대 반대한 다"고 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정부는 고시와 규칙 등을 근거로 이 제도를 다시 시행했다. 이 때문에 친여 태양광 조합들은 학교·지자체 건물 등을 싼값에 임차해 일반 사업자보다 10%가량 비싸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정유섭 의원은 지적했다. 연합회가 정부에 요구한 다른 제도들도 현 정부 들어 모두 도입됐다./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조국에게 한 것처럼 해야" 특권층 입시부정 향한 일갈
[TV 리뷰]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검찰 개혁이란 화두를 던졌다. 한편으로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상기 시켜 주었다. 입시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 개혁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며 "11월 중에 획기적인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과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은 최근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고교 시절 스펙으로 논란이 된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실태와 문제를 해부한다. 10여 년 전, 지역 불평등과 학력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수시' 제도는 지금 입시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다리를 없앴을까?
10여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점수는 좀 낮더라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취지로 특별활동내역 같은 비계량적 요소 등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당시 교육 당국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일반고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외쳤다.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교육 콘텐츠 유튜버 강성태 대표는 '개천에서 용 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과거 학원 하나 없던 경상북도 문경시 점촌에서 경기도로 전학을 가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따라 하며 서울공대에 합격했다. 그는 현행 입시 제도에선 자신도 서울대에 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성적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수시로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분야마다 스펙을 쌓아야 하고 수상 실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챙겨야 할 게 많다. 능력 자체도 안 되지만, '부모님께서 도와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현재 대학 입시 전형은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수능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특기자전형, 논술전형, 적성전형, 실기전형으로 입학하는 '수시'가 있다. 그런데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논란의 중심에 위치한다. 합격 기준이 깜깜이인 데다 재력과 인맥으로 스펙을 쌓기 때문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수시가 지역 불평등과 학력 차별을 없앴는지를 자료를 통해 검증한다. 서울의 사립 명문대들은 구체적인 입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에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서울대 힙격생 자료를 여러 각도로 분석한다.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첫째, 정시와 수시를 합한 합격자 수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격차가 확연히 나타났다. 2007년~2011년 평균과 2013년~2018년 평균을 비교하면 경기도와 서울의 합격자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균형을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 둘째, 수시가 확대된 최근 5년간의 합격자 수를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평균 1938.8명)이 나머지 모든 지역을 합한 숫자(평균 1332.2명)보다 많다.
셋째, 대입전향의 80%를 차지하는 수시만 따로 통계를 내면 서울이 압도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넷째, 서울 강남과 강북의 차이도 뚜렷하다. 강남구 평균(141.4명)과 성동구 평균(5명)은 50배 가까이 났다. 다섯째,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은 늘지 않았다. 전국에서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 고등학교 상위 20개 중에서 일반고는 단 2개에 불과하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올해 초 인기리에 방송한 드라마 < SKY캐슬 >은 재력과 정보력으로 학력을 대물림하는 특권층의 입시 전쟁을 그렸다. 극 중엔 고액 입시 코디가 등장하고 "지금은 학종 시대라고요. 학종 시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된다고요"란 대사가 나온다. 드라마 속 풍경은 과장이 아니다.
얼마 전 수시 접수를 끝낸 고3 학부모들은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능 공부와 학교 내신 외에 교내 경시 대회를 준비하는 학원도 따로 보내야 하고, 3년 동안 자녀의 스펙 관리는 부모의 몫이라고 털어놓았다. 1년에 1억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밝힌다.
수시가 확대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도리어 사교육 시장에 신규 사업이 태어났다. 바로 입시 컨설팅 업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얼마나 많은 스펙을 채울 수 있느냐가 입시 전쟁의 핵심이다.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 등에서 고교생이 감당할 수 없는 스펙을 쌓으려면 업체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입시 컨설팅 업체가 성행하는 상황이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제작진이 만난 A 입시 컨설턴트는 진로, 활동계획, 중간점검, 생활기록부, 지원예측 등 총 8시간을 상담하는 비용이 240만 원이라고 설명한다. B 입시컨설턴트는 학생부 관리에는 연구보고서와 수상 경력이 중요하다면서 연구 기획, 연구 테마 등 학생부 스펙만 한꺼번에 지도해주는 1년 치 비용이 720만 원이라고 제시한다.
프로젝트의 규모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결정된다. 최상의 스펙을 만들고 아이 활동을 관리해주는 비용의 기본 단위는 보통 1억, 1억 2천, 1억 5천만 원 선이라고 한다. 부모가 돈만 댈 수 있다면 자선 단체를 만들거나 경진대회까지 여는 식으로 스펙을 쌓아준다. 특권층과 부유층의 아이들은 이렇게 만든 스펙을 활용하여 명문대에 진학한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종의 세부 특기사항을 잘 써주는 학생 집단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스펙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에 6명을 합격시킨 한 명문고에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각종 대회를 몰아준다는 입시 부정 의혹이 폭로되었다. 일부 학생은 생활기록부를 학생 본인이 직접 쓰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권이 없어 의혹은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학생부 몰아주기는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작진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130여 명의 학생부를 분석한 결과, 내신등급이 낮아질수록 학생부의 쪽 수는 현저히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 수상 실적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4년 전, 서울의 한 명문 사립고에서 벌어진 입시 비리는 성적 조작과 특권층 자제 봐주기까지 현 교육 사태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사건이다. 당시 전경원 교사는 2011년부터 3년 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90여 명의 성적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학교 폭력을 일으킨 학생이 고위 공직자의 자제라는 이유로 어떤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도 문제 삼았다.
당시 감사를 통해 비리 의혹을 적발한 서울시 교육청은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은 압수 수색 한 번 하지 않은 채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은 항고했지만, 기각되고 말았다. 양심선언을 했던 전경원 교사는 검찰이 동일한 잣대로 입시 비리를 수사하길 요구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문제를 보면 다른 입시 부정 수사에 비해 엄격하게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수사의 방향과 수사의 강도처럼 다른 입시 부정도 똑같이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현재 여야는 사회 지도층 자녀의 입시 특혜를 뿌리 뽑겠다며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입시 과정을 전수조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조사 대상과 방식, 조사 기구 설치 방법 등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중이다. 더욱 문제는 말만 무성할 뿐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 제도를 손질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검찰은 특권층과 부유층의 입시 비리를 공정한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 여야는 입법으로 교육 개혁의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교육 개혁과 검찰 개혁은 다른 화두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를 묻는 하나의 화두다. 이학후(cinemania)/오마이뉴스
한국당의 '환생경제' 2탄?...'벌거벗은 문재인' 동영상 논란
민주당 "천인공노할 내용", 바른미래 "도가 지나쳤다"
문재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비난한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영상이 정치권에서 역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당은 28일 황교안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오른소리 가족'이라는 제목의 만화 동영상 2편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황 대표는 발표회에서 "그동안 우리 당이 좋은 정책들을 잘 만들어놓고도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이나 당의 입장을 '오른소리 가족'을 통해서 더 쉽고 재미있고 부드럽게 전달해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축사까지 했다.
그런데 동영상 내용 중 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댄 부분이 논란이 됐다. 동영상은 문 대통령이 거짓말에 속아 존재하지 않는 '안보 재킷'과 '경제 바지'를 입고 '인사 넥타이'를 맸지만 결국 벌거숭이로 즉위식이 나타나 비웃음을 샀다는 내용이다. 조국 전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은팔찌(수갑의 은어) 차니 더 멋지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청와대는 즉각 불쾌감을 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입장을 논의하거나 의견을 모으지는 않았다"면서도 "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희망·상생·협치의 모습일 것이다.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드높이려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인지, 지금의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어울리는 정치의 모습인지, 국민들에게 정치가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성찰이 더 우선돼야 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런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만화 동영상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이라면 아동에 대한 인격 침해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 교재라면 국민 모독"이라면서 "동영상 제작에 관련된 모두를 엄중 문책하고 국민께 즉각 사과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환생경제'라는 이름으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온갖 잡스런 욕설을 퍼부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며 이번 일을 당시에 비기기도 했다.
범(汎)보수진영으로 묶이는 바른미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벌거벗은 임금님' 애니메이션은 도가 지나쳤다"며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비유하고 풍자하는 것은 도의를 한참이나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지를 받든,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든, 대한민국 대통령을 추하게 풍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하며 "비판을 하더라도 품격을 지켜야 한다. 한국당에 해당 애니메이션에 대한 삭제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 논란을 '환생경제'에 비겼다면, 바른미래당은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더러운 잠' 패러디 그림으로 풍자한 일에 비겼다. 김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과거 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전시회에 박 전 대통령(전시회 당시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내걸렸던 기억을 벌써 잊었는가"라며 "저급한 풍자를 주고받는 추태의 반복이야말로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의원 전시회 논란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건전한 시국 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당 여성위 명의로 표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소속 의원 83인 명의로 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 대선주자였던 문 대통령은 SNS에 쓴 글에서 직접 "박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이례적으로 자당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 풍자가 활성화된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정치 지도자에 대해 성별을 불문하고 나체나 속옷 차림으로 묘사하며 조롱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2012년 유로존 위기 당시 <가디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침대에 묶으려는 모습을 그리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해 그렸고(☞<가디언> 만평 보기), 작년 6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스캔들이 있었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몸으로 진한 입맞춤을 하는 등 성적인 행위를 하는 만화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만화 영상 보기)
특히 올해 5월 <스펙테이터> 만평은 이번 한국당 동영상과 똑같이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그렸다. (☞<스펙테이터> 만평 보기)
그러나 2017년 '더러운 잠' 사태 당시 한국당과 문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풍자·만평이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 정치권과 시민사회 내에서 잠정적으로 합의된 선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이번 만화 동영상이 정치권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올란 <오른소리가족> 2화 화면 갈무리.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문 대통령을 비유해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가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하며 끝내 사망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 오른소리
▲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올란 <오른소리가족> 2화 화면 갈무리.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문 대통령을 비유해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가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하며 끝내 사망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 오른소리
곽재훈 기자 서어리 기자 /프레시안
‘어제의 죄’를 잊은 연예인들의 복귀
병역기피·상습도박·음주운전 등…
자숙 기간 거치고 하나둘 공식활동
방송사가 은근슬쩍 깔아주는 멍석
대중들 ‘주체적 소비 거부’가 필요
'병역 기피' 논란 후 컴백한 엠씨몽. 연합뉴스
“모든 사람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압니다. 음악만이 저를 숨쉬게 해줬고, 저는 음악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직도 치과 치료는 받고 있어요.”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고의 발치를 했다는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엠씨몽이 8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엠씨몽은 그동안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공식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 25일 음악감상회와 콘서트를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해외 상습 도박 혐의를 받았던 에스이에스(S.E.S) 출신 슈도 새달 27일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을 내고 활동에 나선다. 슈가 연예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상습 도박 혐의가 불거진 이후 불과 1년3개월 만이다. 지난 7월에는 두번째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안재욱이 5개월 만에 연극 <미저리>로 복귀했다. 지난해 4월 방송사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던 김생민은 지난달부터 팟캐스트 ‘영화 들려주는 김생민입니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생민 쪽은 “공식적인 방송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를 사랑하고 오랜 시간 관련 일에 종사했던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 공식은 늘 뻔했다. 짧은 자숙 기간을 거친 뒤 “연기로 보답하겠다”,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며 돌아온다. 대중의 반응 역시 처음엔 차갑지만 잠깐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분노조차 옅어진다. 이 때문일까? 연예인들도 자숙 기간이라면서도 싱글 음반을 슬쩍 발표하거나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채널로 대중의 반응을 먼저 떠보며 전면 복귀를 저울질한다.
물론 몇 년을 자숙해야 충분한 것인지, 어떤 모습을 보여야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볼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고,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고 무작정 이들을 비판만 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 없이 문제 연예인들을 은근슬쩍 복귀시키기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방송사들의 태도가 ‘대중정서법’을 거스르는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밥은 먹고 다니냐>(에스비에스 플러스)에서 가수 김흥국, 배우 성현아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백기가 있었던 연예인을 초대해 그간의 사정과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나 지난해 <아는 형님>(제이티비시)이 해외 원정 도박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신정환을 출연시켜 ‘인맥 출연’ 논란을 빚은 것이 그런 사례다.
지상파는 심의실을 주축으로 출연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방송출연규제심의위원회를 열지만, 명확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심의를 하지만, 각 사안 별로 규제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일률적인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블의 규제는 이보다 더 느슨하다.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 좀 더 분명하고 강력한 규제와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인 대중의 단호한 태도다. 엠씨몽은 논란 이후에도 계속 앨범을 내고, 이단옆차기라는 예명으로 다른 가수의 곡을 만들어 저작권료도 챙겼다. 그의 8집 타이틀곡 ‘인기’와 ‘샤넬’은 현재 음원사이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엠씨몽의 복귀를 대하는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운데도 음원은 1위를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법적·도덕적 문제가 있는 연예인들이 참여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주체적 소비 거부’가 첫번째 답이 아닐까. 엠씨몽의 새 노래 가사처럼 “인기란 까딱 실수하면 사라지는 맥주 거품 같은 것”이란 냉정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겨레 문화팀 신지민 기자
고통 속의 70년...치매로도 지우지 못한 ‘잔혹한 4.3의 기억’
⑦ 김묘생 할머니 “4.3 구타 평생 고통” 2차재심 나서
1948년과 1949년 두 차례 군법회의를 통해 민간인들이 전국의 교도소로 끌려갔다. 수형인명부로 확인된 인원만 2530명에 이른다. 생존수형인 18명이 70년 만에 재심 청구에 나서면서 사실상 무죄에 해당하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사법부가 군법회의의 부당성을 인정한 역사적 결정이었다.
4.3생존수형인 김묘생 할머니. 벌써 6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김묘생 할머니의 머리에 질끈 동여맨 보라색 스카프가 인상 깊다. 할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에는 이 가을, 저 보라색 스카프를 닮은 갯쑥부쟁이꽃이 흐드려져 있을테다. ⓒ제주의소리
'망각의 병' 치매가 그녀의 삶에 찾아든 것은 햇수로 6년째다. 음력으로 세는 먼 친척의 제삿날까지 하루도 어긋남 없이 챙겨왔지만, 이제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조차 쉽게 분간하지 못한다.
그러나, 70년전 오늘날의 기억만큼은 생생하고 뚜렷했다. 생사의 문턱을 간신히 넘어서고, 영문도 모른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그날. 치매를 핑계로라도 가장 잊고 싶었을 기억이었을텐데..., 가장 깊게 각인된 4.3의 기억은 그렇게 잔인한 역설이 됐다.
"억울허주. 온 몸이 안맞은데가 어서. 평생 종아리에 이추룩 파스 붙영 다니고...나 언제 죽어질지 모르난 (재심 재판 받으러)나왔주게." (억울하지. 온 몸이 안맞은데가 없어. 평생 종아리에 이렇게 파스를 붙여서 다니고...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왔어)
18살 꽃다운 나이에 4.3의 광풍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김묘생 할머니(91)는 70년이라는 세월의 침묵을 뒤로하고 세상으로 나섰다.
[제주의소리]는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김 할머니의 자녀의 주택에서 그녀를 만나 조각난 기억과 자녀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4.3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 어머니 제삿상 앞에서 겨눠진 총구..."난 아무 죄 없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출신의 김 할머니는 3남 1녀의 막내딸이었다. 부모님은 물론 손 위 오라버니들과 나이차가 있어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가정 형편도 비교적 넉넉했던 편이어서 당시로선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기구한 운명은 한 순간에 몰아쳤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것이 시작이었다. 김 할머니에게 어머니의 빈 자리는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당시의 기억을 비교적 생생하게 증언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도 정확히 기억했다.
김 할머니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그날의 사건은 어머니의 삭망(상 중의 집에서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아침에 지내는 제사) 날이었다.
"우리 어멍이 돌아가셔서 제사 모시젠 했주. 오라방들이영 아주망(올케)들이영 군인들이 올라온덴 허난 다 도망치고. 난 어머니 삭망 날이어서 숨으러 안가고 제사 지냈지. 빙떡이영 고기영 밥이영 다 해놓았주."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제사 모시려고 했지. 오빠들과 올케들은 군인들이 올라온다고 하니까 다 도망가고, 난 어머니 삭망이어서 숨으러 안가고 제사 지냈지. 빙떡이랑, 고기랑, 밥이랑 다 해놓았지."
그때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김 할머니는 군인들의 수를 열댓명으로 기억했다. 그들은 뚜벅뚜벅 집 안으로 들어와 제사음식을 모두 먹어치우고 담배를 태우기 위해 성냥불을 요구했다. 성냥이 없다고 하니 군인들은 '그럼 어떻게 아궁이에 불을 뗐냐'고 으름장을 놓았다. '옆집에서 빌려다 썼다'고 답하자 군인들은 담장을 훌쩍 넘어 옆집으로 넘어가더니 그 집에 살고있던 노인을 총으로 쏴 죽였고, 노인의 초가에 불을 붙였다.
"'탕' 하는 소리가 나고 불씨를 준 하루방을 보난 난간에 넘어졍 이서. 그 다음엔 이제 나를 죽이러 오는거라. 나를 보면서 서쪽으로 돌아서라고 해서 돌아섰주. 경허고 총을 쏠라고 하니까 내가 (총구를)딱 잡았지. '난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총을 맞히려고 하냐', '뭐 때문에 나를 죽이젠 하냐'고 하난 나한텐 도망가라고 허멍 봐줘서." ('탕' 하는 소리가 나고 불씨를 준 할아버지를 보니까 난간에 넘어져 있었어. 그 다음에 나를 죽이러 오는거야. 나를 보면서 서쪽으로 돌어서라고 하니 돌아섰지. 그러고 총을 쏘려고 하니까 내가 딱 잡았지. '난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총을 맞히려고 하냐', '뭐 때문에 나를 죽이려 하냐'고 하니까 나한테 도망가라고 하면서 봐줬어."
김 할머니는 어떻게 도망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불타는 집을 뒤로하고 뒷동산의 한 구멍에 숨어있었다고만 기억을 더듬었다. 택시를 탔다고 했지만, 당시 생활상을 돌아보면 치매 증세가 겹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 불법재판에 의한 수형생활...모진 구타와 고문까지
김 할머니의 집은 가시리 내에서도 중산간에 위치한 곳이었다. 한라산 방면으로 몸을 돌리면 바로 야산과 맞닿아 있었다. 소개령이 내려진 후 아버지 소유의 집 세 채가 모두 불에 탔고, 일가족은 움막을 지어서 지냈다. 먹거리도 산을 타며 구해야 했다.
풀 속에 숨고, 동굴 속에 숨고, 간간히 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던 중 산 입구에서 경찰에 잡혔다. 김 할머니는 시기는 특정짓지 못하고 "산에 있어서 추웠을 때"라고만 기억했다.
"잡혀강 서귀포에서 열흘, 제주시에서 열흘 정도 살아서. 그 후젠 재판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어디로 데려가긴 해나서. 왜 끌려가신지는 몰라. 주변에 누게 여러명 이서나신디 누군지는 몰라." (잡혀가서 서귀포에서 열흘, 제주시에서 열흘 정도 살았지. 그 뒤엔 재판인지 뭔지 모르지만 어디로 데려가긴 했었어. 왜 끌려갔는지는 몰라. 주변에 누가 여러명 있었는데 누군지는 몰라.)
수형인명부 상에 김 할머니의 언도일자는 1949년 7월 7일로 기록돼 있다. 내란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은, 명백한 불법재판이다.
김 할머니는 위가 없는 배(갑판으로 추정)를 타고 목포로 갔다고 했다. 전주형무소로 끌려간 김 할머니는 2개월 감형돼 10개월 수형 끝에 1950년 2월 출소했다.
수형 생활은 10개월이었지만, 당시의 사건은 평생 김 할머니를 옭아맸다. 감금 과정에서 이뤄진 무수한 고문과 구타에 의해 평생 통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어깨영 다리영 쇠몽둥이로 안 맞은데가 어서. 막 때리고..." (어깨랑 다리랑 쇠몽둥이로 안 맞은데가 없어. 막 때리고)
김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 연신 어깻죽지를 주물렀다. 종아리 바깥쪽에는 파스가 길게 한줄로 붙어있었다. 김 할머니의 자녀 정순애씨는 "어머니는 평생 파스 없이 살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파스 한 박스씩, 15~20만원이 꼬박꼬박 지출됐다고 했다.
◇ 뒤늦게 드러난 누명..."살아있을 때 꼭 해결해달라"
김 할머니의 억울한 누명이 밝혀진 것은 올해 초였다. 70년간 주변인들은 물론 자식들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이 이뤄진 후 "김묘생이도 그때 같이 잡혀갔었다"는 가시리 동네 사람의 증언에 의해 4.3 당시의 기록들이 드러났다.
생존수형인의 재심 재판을 돕고 있는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4.3도민연대)'가 처음 찾아갔을 때만해도 김 할머니의 거부 의사는 상당히 거셌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양 손을 휘저으며 입을 꾹 닫았다. 그때와 같이 빨갱이로, 간첩으로 몰릴까봐, 또 자신의 과거 이력이 드러났을 시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해질까 두려웠던 탓이다.
4.3도민연대가 찾아간 직후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총 들고 누가 잡으러 온다'고 말한 일도 있어 김 할머니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긴 설득 끝에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당시를 증언했던 김 할머니다. 결국 그녀가 이제 70년만에 누명을 벗기 위한 불법재판 재심 청구에 나선다.
세상 밖으로 나선 그녀는 간절하고 명확한 바람을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나라에서 어떵 해주길 바라냐고?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지게. (억울하게) 내가 매 쳐맞고, 평생 아팡 해신디, 내가 얼마나 고생해신디, 무사 보상을 안해줍니까. 이제 언제 죽어질지 모르난...나 살아질때 꼭 좀 해결해줍써." (나라에서 어떻게 해주길 바라냐고?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지. 내가 매를 맞고 평생 아파했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왜 모상을 안해줍니까. 이제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살아있을때 꼭 해결해주세요.)
가을 제주들판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갯쑥부쟁이 꽃. 김묘생 할머니가 나고 자란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에는 70년 전에도 지금도, 흐드러지게 핀 갯쑥부쟁이 꽃으로 보라색 물결이 장관이다. 치매가 깊어갈 수록 동심으로 돌아가는 걸까. 김 할머니는 머리에 쑥부쟁이 꽃처럼 보라색 스카프를 단단히 동여맸다. 쑥부쟁이 꽃말이 '기다림'이라는 걸 김 할머니는 알고 있는걸까? 박성우 기자 (pio@jejusori.net)
비정규직 증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짜 문제는?
[아침신문솎아보기] 통계청 발표 정규직 35만 줄고 비정규직 87만 늘어… 신문들, 일제히 비정규직 증가 우려하며 정부만 비판
한국 사회에선 노동문제를 주로 노동이 아닌 기업 관점에서 다룬다. 29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 발표를 보면 8월 기준 정규직 노동자가 1307만8000명, 비정규직 노동자가 748만1000명 등 노동자가 2000만명이 넘는데도 그런다.
비정규직은 해고당하기 쉽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기업 관점에선 노동시장 유연성이 올라가는 일이다. 정당한 시장경제라면 고용안정성을 포기한 비정규직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기업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얻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즉, 비정규직은 그 일이 정규직일 때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태생부터 별개 노동시장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다루고 있다. 정규직용 일자리가 따로 있어 정규직이란 신분과 비정규직 신분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정규직은 고학력·숙련 노동자이며 비정규직은 저학력·비숙련 노동자라는 것도 발명된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고학력의 상징인 대학 교수 자리조차 우연히 비정규직 채용시기일 때 들어가면 비정년 교수가 되고 정규직 채용시기일 때 들어가면 정년 교수가 될 뿐이다. 그렇게 신분이 결정되면 그에 맞게 약간의 업무 차등을 둔 뒤 신분을 정당화한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 투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비정규직 차별은 기업이 임의로 만들고 정부가 승인한 불합리한 신분제다.
▲ 30일 서울신문 만평,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일자리가 늘었다는 비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때 이런 문제들을 외면한 채 그나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커지는 게 문제라는 정도의 비판이 종종 나올 뿐이다.
30일 한겨레 “비정규직 월급, 정규직의 55% 격차 143만원6천원 ‘역대 최대’”란 기사를 보면 정규직 월평균 임금이 316만5000원이고, 비정규직 172만9000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임금은 지난해 보다 5.2% 늘었다. 물론 같은 비율이 늘었으니 정규직 임금이 더 많이 올랐고 격차도 커졌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최대라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번 통계청 발표 이후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따로 지적한 몇 안 되는 기사다.
▲ 30일 한겨레 3면 기사
이날 아침신문들은 통계청 발표를 전하며 “정규직이 2011년 이후로 처음 감소(35만3000명)했으며 1년 전보다 비정규직 86만7000명이 늘었다”며 정부 비판에 초점을 뒀다. 강조점은 신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내용은 신문 성향과 무관했다.
조선일보는 1면 “비정규직 87만명 폭증, 거꾸로 가는 일자리” 기사에서 “‘비정규직 제로(0)’를 ‘대통령 1호 지시 사항’으로 추진하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 온 문재인 정부에서 도리어 비정규직이 폭증하는 일자리 참사가 벌어졌다”며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되고 있다’던 정부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불황과 친노조 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민간 일자리가 얼어붙으면서 계약직이나 시간제 알바라도 취업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통계작성 방식변경’을 이유로 들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고용 예상 기간 질문이 추가되면서 과거 기준으로 정규직에 포함됐던 35~50만명이 이번에 비정규직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해도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기승전‘최저임금’ 탓이다. 동아일보는 2면 “기업들, 최저임금 등 부담에 정규직 줄여…고용의 질 나빠졌다”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시간제와 기간제 근로자를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공공근로를 늘리면서 비정규직 채용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 30일 동아일보 2면
한겨레는 최저임금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정도로만 썼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상시지속적 일자리 증가, 정규직화 등이 지난 대선 주요 일자리 공약이었는데, 정부 대책이 공공부문에 한정된 측면이 있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자발적 유연근로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힘든 건 비정규직인데 해법은 ‘기업 기살리기’였다. 중앙일보는 4면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따른 악순환…기업 기살리는 정책 절실”에서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신문에 “일방적인 친노동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부작용만 양산한다”며 “근로자를 고용하는 주체는 기업인만큼 기업의 기를 살리는 쪽으로 일자리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절실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현 정부정책을 반시장정책으로 규정했다. 사설 “역대 최대 비정규직 통계 보고도 反시장정책 고수할 텐가”에서 “이런 고용 성적표는 반기업 정책이 초래한 ‘일자리 참사’임이 분명하다”며 “진단이 정확해야 기업 투자를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 쇄신이 가능할 게 아닌가”라고 했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면서 해고도 쉽게 하고 싶다. 시장원리에 상충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해주자는 뜻이다. 여기서 착취가 발생한다.
정부가 친노동·반기업 정책을 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친노동정책을 폈다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정규직이 높은 임금을 받고 퇴직하면 상당기간 실업급여나 재교육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옥죈 기업 편을 더 들어주자는 모순이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유튜브 노란딱지 음모론’ 부풀리는 보수언론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최근 보수 언론들은 ‘유튜브 광고제한 정책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튜브는 정책에 따라 유해한 동영상을 노란 달러 표시로 구별하고 있는데, 이 표시가 붙은 동영상에는 광고가 제한되거나 배제됩니다. 유튜브는 부적절한 언어, 폭력, 성인용 콘텐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 등에 노란 달러 표시를 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AI가 영상을 검토하고 광고 제한을 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보수언론들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유튜브 동영상에만 노란딱지가 부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친문 네티즌들이 ‘신고’ 눌러 노란딱지 붙었다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구글의 우파 유튜브 저격설’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보수 유튜버 뿐만 아니라 진보 매체와 유튜버에도 노란달러 표시가 붙었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됐지만, 주장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4일에는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여는 등 구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받아썼습니다.
조선일보는 <“빈 영상만 올렸는데 2분만에 노란딱지” 보수 유튜버 반발>(10월22일, 윤수정·강다은 기자)에서 친문 네티즌들이 보수 유튜버들을 신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보수 유튜버들에게 노란딱지가 쏠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친문 진영은 보수 유튜브 채널 목록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며 집단으로 신고 버튼을 눌러 벌칙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주장은 ‘구글이 실제 유해성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친문 네티즌의 명단에 오른 보수 유튜버는 무조건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신고의 개수와 노란딱지 부여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고 개수와 노란딱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구글의 입장을 실어주면서도 노란딱지가 부여되는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신고를 많이 넣어 보수 유튜버들이 쇠퇴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칼럼에서 직접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만물상-한쪽에만 붙는 ‘노란딱지’>(10월23일, 한현우 논설위원)에서는 “현 정권을 비판해 온 한 유튜브 채널이 올리는 영상마다 노란 딱지가 붙자 ‘방송 테스트’라는 글씨만 나오는 영상을 올려봤다. 2분 만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이 채널은 “구글코리아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우리 영상에 무조건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현우 논설위원은 기사 말미에 “친정부 유튜버가 노란 딱지를 불평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11일 전의 한국경제 기사 <수십만 구독자 있어도… ‘노란딱지’ 붙어 적자 운영>(10월12일)에서 “지금까지 올린 영상 중 80%에 노란딱지가 붙었다. 사실상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의 발언이 소개됐다는 점에서 한현우 논설위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 지난 10월23일 한쪽에만 노란딱지가 부여된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 기사
중앙일보, 광화문 집회와 노란딱지 엮어서 보도
중앙일보는 이와 같은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0월9일 있었던 보수 결집 광화문 집회 이후 노란 딱지 발부가 잦아졌다는 의견을 보도했습니다. <유튜브 ‘노란딱지’… 보수 유튜버 “광화문집회 뒤 발부 잦아졌다”>(10월23일, 한영익 기자)에서 중앙일보는 “성씨(보수성향 유튜버)에 주장처럼 “10월 들어, 특히 지난 9일 광화문 집회 이후 노란 딱지 발부가 더 잦아졌다”는 게 보수성향 유튜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중략) 노란 딱지가 급증하면서 우파 유튜버들의 수입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화문 집회와 노란딱지를 엮어서 보도한 중앙일보는 근거 없는 한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음모론 생성에 가세했습니다. 서울경제 역시 <유튜브 ‘노란딱지’ 기준이 뭡니까?>(10월7일, 임진혁 기자)에서 일부 유튜버와 야당의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쳤습니다.
보수 유튜버만 노란딱지 받는 것 아니다
보수성향 유튜버 블랙리스트 설이 돌자, 언론들은 펙트체크에 나섰습니다. 먼저 미디어오늘은 <문 정부, ‘노란딱지’로 정부비판 유튜버 탄압?사실은>(10월15일, 정철운 기자)에서 “이 같은 일부 유튜버들의 불만은 ‘신임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 정부비판 유튜버들이 언론탄압을 받는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확산될 조짐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소위 ‘친정부’ 성향 유튜버들도 노란딱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란딱지를 받은 유튜브 채널에는 ‘서울의소리’가 있었는데, 콘텐츠의 90% 이상에 노란딱지가 붙고 있다고 합니다.
KBS 유튜브 채널인 ‘KBS더라이브’도 <우파 차별이라던 노란딱지, 더라이브에도 붙었다>(10월22일) 노란딱지 음모론을 다뤘습니다. KBS더라이브는 자사 콘텐츠 내역 가운데 노란딱지가 붙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노란딱지가 붙은 더라이브 콘텐츠로는 ‘조국 전 장관’, ‘화성연쇄살인사건’, ‘여상규 법사위원장 욕설’ 등이 있었습니다.
▲ 지난 10월24일 노란딱지 붙은 자사 영상 공개한 JTBC 보도 캡처
JTBC <펙트체크-‘노란 딱지’ 보수 탄압?>(10월24일, 이가혁 기자)도 펙트체크에 나섰습니다. JTBC는 노란딱지를 받은 유튜버들 중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 유튜버 또 심지어 그냥 귀농생활을 올리고 있는 정치적 색깔과는 관련이 없는 유튜버도 많습니다. (중략) 조국 전 장관 등 정치 상황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나온 그런 문제가 아닌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JTBC역시 자사 콘텐츠에도 노란딱지가 부여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최대한 논란거리가 없는 그런 영상에 자신의 광고가 붙기를 원하기 때문에 만약에 영상을 올린 사람이 수익을 내려면 그런 영상들을 올리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보수 유튜버 탄압이다, 또는 블랙리스트가 있다 이런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더 없다면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인 상황입니다”라고 전하며 음모론을 일축했습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이 10월24일 연 긴급간담회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가한 ‘보수 유튜버’중 가장 규모가 큰 ‘신의 한수’의 대표조차도 이런 음모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신혜식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10대 유튜버도 계속(노란 딱지) 다 붙는다. 엔터테인먼트 하는 분들, 먹방하는 분들 다 붙는다”며, “이것이 마치 특정 우파 유튜버만 피해 본다고 인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근거 없는 소문 부풀리기 자제해야
물론 유튜브 광고제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제기는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유튜브는 2017년 8월 현행 노란딱지 제도를 정착시켰는데, 이때부터 가이드라인에 대한 유튜버들의 반발은 있어왔다고 합니다. JTBC 역시 펙트체크 보도에서 구글이 “광고를 붙이기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골라내기 시작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유튜브가 거대한 콘텐츠 산업이 된 만큼 광고 제한은 유튜버들에게 매우 시급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언론이 진영논리로 사안을 해석해 근거 없는 주장을 이어가는 것은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언론은 적어도 근거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근거가 없다면 이들 보도는 전형적인 받아쓰기식 보도이고, 음모론 생성 보도일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0월7~24일 유튜브 노란딱지를 다룬 언론 보도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일하는 국회 100일, '일하지 않았다'] 한달 한번 이상 법안 심사? 100일간 두 번도 안 해
스스로 통과시킨 국회법 외면한채 '하던 대로'
17개 상임위중 국방위, 교육위, 행안위만 법 준수
법안처리율 27.9% … "20대국회 잘못했다" 83%
한달에 최소 한번이상 법안소위를 열어 심사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 100일이 지났는데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은 아예 이런 법이 없는 것처럼 과거와 같이 법안심사를 등한시했다. 이에 따라 법안처리율은 30%를 밑돌았고 국민들은 20대 국회에 낙제점을 줬다.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부터 이달 25일까지 100여일동안 국회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 건수를 확인해본 결과 모두 45번이었다.
법안소위가 25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달여동안 1.8번 열린 셈이다. 월 평균으로 따지면 0.6번이다. 20일간 국정감사를 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월평균 한번이상 열어야 한다는 의무는 지키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운영위 정보위는 법안소위를 단 한번도 열지 않았다. 과방위 외통위 여성위는 한번, 법사위 기재위 문체위 산자중기위 복지위는 두 번, 국방위는 세 번을 여는 데 그쳤다. 법을 준수한 상임위는 국방위(3번), 교육위(4번), 행안위(6번) 등 3개 뿐이었다. 이들 상임위는 법안소위가 1개 있어 법안소위별 월평균 1번이상 연 셈이다.
100일간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은 570개에 그쳤다. 25일 현재 20대 국회의 상임위 법안처리율은 31.7%다. 2만2473개 중 7130개를 처리했다. 정보위가 3.2%(31개중 1개)로 가장 낮았고 운영위가 12.5%로 뒤를 이었다. 행안위(20.7%), 교육위(24.7%), 과방위(28.7%), 외통위(28.9%)가 20%대의 낮은 처리율을 기록했다.
여성위가 366개중 159개를 처리해 86.4%의 높은 처리율을 보였고 농해수위가 1602개중 절반이 넘는 926개의 심사를 완료해 뒤를 이었다. 복지위(41.1%), 국토위(41.0%)가 40%의 처리율로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나타냈다.
본회의까지 처리한 법안은 6162건으로 전체 법안중 27.6%에 그쳤다.
2만2000개가 넘는 법안이 넘어왔는데도 10개중 3개도 처리하지 못한 셈이다.
법안 심사 외면현상 등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한국갤럽이 이달 22~24일동안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20대 국회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국회의 역할을 잘 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잘했다'는 대답은 10%에 그쳤다. '잘못했다'는 응답은 83%에 달했다. 이는 2015년 10월 6~8일동안 실시한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비슷했다. 4년전에도 국민들은 국회의 역할수행에 10%만 '잘했다'고 했고 82%가 '잘못했다'고 했다.(신뢰구간 95%, 표준편차 ±3.1%p)
'20대 국회 역할 수행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엔 평균 40점을 줬다. 이는 19대에 대한 평가인 42점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입법부의 기본은 법안을 발의하고 심사하는 것"이라며 "법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으니까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에서 일하는 국회를 제안했고 법안까지 마련됐지만 벌칙조항이 없어 의원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581만9000원.. 직장인 평균월급 가장 높은 업종은?
지난 9월 근로자 평균 임금이 약 34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근로시간은 주 최대 52시간제 등에 따른 영향으로 약 7시간 줄었다.
30일 고용노동부의 '2019년 9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37만4000원으로 전년동월대비 4.3%(13만8000원) 증가했다.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은 357만4000원으로 3.4%(14만1000원), 임시일용근로자는 152만4000원으로 6.0%(8만6000원)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일 수록 임금 증가율이 높았다.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는 306만2000원으로 5.1%(14만9000원) 증가한 반면, 300인 이상은 503만6000원으로 0.9%(4만7천원) 증가를 기록했다.
고용부는 "300인 이상 임금상승률 둔화는 지난해 8월에 지급된 자동차 및 트레일러제조업 등 자동차 관련 산업의 임금협상타결금 등이 기저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근로시간은 52시간제 적용 확대와 근로일수 감소에 따라 고용지위·기업규모 등과 관계없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상용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은 161.9시간으로 전년동월대비 6.5시간(-3.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용근로자는 1인당 168.8시간으로 7.0시간(-4.0%) 감소, 임시일용근로자는 98.0시간으로 2.9시간(-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 근로시간은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161.8시간으로 6.5시간(-3.9%) 감소했고, 상용 300인 이상에서 162.3시간으로 6.7시간(-4.0%) 감소했다.
산업별로 임금총액이 많은 업종은 금융보험업(581만9000원),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505만7000원) 순이며, 적은 업종은 숙박·음식점업(186만2000원),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231만1000원) 순이다.
9월말 기준 사업체(종사자 1인 이상) 종사자는 1799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34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상용직은 1535만명으로 2.2%(27만1000명), 임시·일용직은 185만1000명으로 1.2%(2만1000명) 증가했으며, 기타종사자는 113만6000명으로 1.1%(1만3000명) 감소했다. 뉴스1 김혜지 기자
지구촌 달구는 ‘조커 페이스’ 시위…불평등·기득권 정치에 분노 폭발
중동·아시아·남미·유럽…민중의 개혁 열망 분출
신자유주의, 엘리트 정치 거부…각국 정부 ‘쩔쩔’
“하향식 공권력에 맞선 참여민주주의 사회혁명”
“GDP는 평균수치일 뿐 보통사람 삶의 질 가려”
28일 칠레 중서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민이 할리우드 영화 <조커>의 주인공으로 분장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발파라이소/로이터 연합뉴스
만연한 불평등과 기득권 정치에 분노한 민중들의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달 새 아시아와 중동에서, 남미, 유럽, 아프리카 대륙까지 세계 전역에서 거리를 점령한 시민들이 정부의 강경책에 맞서거나 유화책을 거부하며 근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선 정부의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민생고 시위’가 3주째 이어지며, 무한경쟁과 사회적 안전망 약화의 다른 말인 ‘신자유주의’ 반대 시위로 격렬하게 확산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주 수도권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가 철회한 데 이어, 이날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지만 폭발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이라크에선 부패 청산과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와 정부의 강경 진압이 지난 1일부터 한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28일까지 사망자만 240명에 육박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부터 야간 통금을 단행했다. 앞서 27일 레바논에서도 부패 청산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하루째 이어지고 학교와 은행들이 일주일째 문을 닫았다. 이날 레바논에선 수만 명의 시민이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까지 손을 맞잡고 국토 전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70km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며 연대 의지를 다졌다.
지난 27일 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순교자광장에서 민생고 해결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지난 3월 ‘반송중(범죄인 송환 반대)’ 시위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반중국 민주화 시위’로 번지면서 7개월째 사그라들 줄 모른다. 스페인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 시위, 영국은 브렉시트 찬반 시위로 표출된 갈등의 골이 깊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도 지구촌 전역에서 끊이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양상과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밑바닥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깔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전 세계에서 시위를 촉발한 계기는 다양하지만, 중산층 붕괴, 민주주의 억압, 변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시위의) 연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네트워크에 힘입어 지식·정보의 위계 질서가 재편되고, 특정한 지도부가 없이도 불특정 다수의 대규모 시위가 가능해진 것도 20세기 권력구조에선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티에리 몽브리알은 <가디언>에 “전통적인 하향식 공권력 시스템이 갈수록 도전받고 있으며,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사회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래바논의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할리우드 영화 <조커>의 주인공으로 분장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 <알자지라 플러스> 트위터 갈무리
상당수 나라에서 시민들이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조커>의 주인공으로 분장한 ‘조커 페이스’로 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로 유명해진 시위대 단골 가면인 ‘가이 포크스 마스크’의 또 다른 버전이다. 영화 속 조커는 코미디언이 되고픈 소박한 꿈을 지녔으나 일상의 폭력과 기득권의 위선에 가로막혀 절망한 끝에 악한이 되어간다. 프랑스 역사 작가 윌리엄 블랑은 최근 <프랑스 24> 방송에서 “영화 <조커>는 정말로 도발적인 힘이 있으며,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경직된 정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영화 <조커>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듯, 세계 전역을 뒤덮은 시위도 객관적 수치로 구별되는 부유국과 빈곤국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빈곤의 종말>,<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 등을 쓴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프랑스, 홍콩, 칠레의 관리들은 대중의 정서와 겉돌면서 연료세 인상, 송환법 추진, 지하철 요금 인상 등 얼핏 온건한 정책들이 엄청난 사회적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걸 내다보지 못했다”고 썼다. 이들 나라는 전통적 기준에선 부유하고 경쟁력이 있지만, 정작 국민은 일상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삭스는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해당국 국민의 평균 소득일 뿐, 소득의 분배, 대중의 공정성 인식, 금융 취약층의 위기감, 정부 신뢰도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좌우하는 다른 조건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설리에 대한 늦은 보고서... 이 기사들은 용서하지 말자
[주장] 언론의 책임, 누구에게 묻고 따지는 것인가?
▲ 설리 ⓒ SM엔터테인먼트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고 설리씨(본명 최진리)가 사망한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는 보도와 함께 고인의 죽음마저 기사로 파는 언론의 행태 (관련기사 : 설리 과거 논란까지 기삿감으로... 언론은 예의를 지켜라 http://omn.kr/1lbf3)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언론 행태를 비판하기 이전에 민언련은 우리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은 설리씨에 대해 무례하고 무책임했고 잔인했습니다. 논란이 아닌 것에 '논란' 딱지를 붙이기도 하고, 악성 댓글을 그대로 가져와 기사에 덧붙이는 등 논란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고인 생전에 그를 둘러싼 보도가 매우 문제가 많았음에도 민언련은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단 한 번도 내지 못했습니다. 언론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로서 다양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모니터링했지만, 현안에 밀려서 연예인을 반인격적으로 소비하는 '황색 연예 저널리즘' 문제엔 소홀했던 것입니다. 민언련이 '설리씨를 둘러싼 언론 보도'를 비판하고, 언론이 벌려놓은 무자비한 판에서 벌어지는 악성댓글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자고 제안조차 못 했다는 반성을 하면서 이번 보고서를 기획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누군가를 위한 비판이나 지적이라기보다는 언론인과 언론소비자 그리고 언론단체 모두가 함께 성찰하고 사과하고 바꿔나가자는 의미입니다. 너무 늦은 보고서에 사죄하며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설리 생전 6개월 치 관련 보도량 분석
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 연예‧스포츠 매체
민언련은 최진리씨가 사망하기 전날인 10월 13일부터 이전 6개월 치의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사와 경제지, 일부 방송사 등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검색‧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했고, 그 외 일부 방송사와 스포츠 및 연예 매체는 같은 기간 포털에서 '설리'를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기사를 모니터했습니다. 이때 '제이크 설리',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미조면 설리마을', '존 설리번(반)', '설리나 야니체비치' 등과 같은 실제 설리씨를 지칭하지 않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보도량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중복 기사의 경우 대부분 어뷰징 기사였기 때문에 보도량에 포함했으며, 이슈거리로 소비하지 않았더라도 일단 설리씨가 포함된 기사, 칼럼 등은 모두 포함했습니다. 다만 그를 이슈거리로 소비한 기사가 아예 없었던 매체의 경우 *표를 넣어 구분했습니다.
신문사는 10개 종합일간지 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를, 경제지는 매일경제‧머니투데이‧서울경제‧아시아경제‧아주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를, 방송사는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연합뉴스TV‧YTN을 모니터했고, 연예‧스포츠 매체는 포털에 입점해 있는 매체 중 인기도나 인링크 여부 등을 고려해 17개 매체를 선별했습니다.
▲ 고 설리 관련 언론 보도량 (2019.4.13~2019.10.13)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일부 방송사와 스포츠 및 연예 매체는 같은 기간 포털 검색 *설리를 이슈거리로 소비한 기사가 아예 없었던 매체 ⓒ 민주언론시민연합
연예‧스포츠지보다 더한 일간지
10개 종합일간지 중 지난 6개월간 최진리씨 기사를 가장 많이 쓴 곳은 '한국일보'로 86건이었습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각각 72건을 써 다음으로 많았고, 그 뒤는 26건을 쓴 국민일보가 차지했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이보다 적은 10~11건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에선 8건, 문화일보에서 3건, 한겨레에서 2건의 최진리씨 관련 기사가 나왔지만 그중 그가 논란이 되었다며 다룬 기사는 없었습니다. 10개 일간지의 평균은 30.2건이었습니다.
7개 경제지에서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매일경제가 149건, 한국경제가 144건의 기사를 내놓아 일간지와 비교해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매일경제의 경우 자사 연예 매체 '스타투데이' 기사가 포함되면서 타 언론사보다 양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서울경제도 '서경STAR'의 기사가 포함된 결과, 총 83건이었습니다. '닷컴' 소속이거나 자사 연예부서가 독립한 형태라고 해도 매일경제‧서울경제라는 이름을 기사 앞이나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집계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한국경제의 경우 자사 연예매체가 따로 없음에도 이와 같은 보도량을 기록했습니다. 7개 경제지의 평균은 70.43건이었습니다.
방송사의 경우 MBN에 'MBN STAR', YTN에 'YTN Star'의 기사가 포함되면서 각각 74건, 32건의 기사가 집계됐습니다. 그 외에 JTBC가 5건, TV조선과 MBC가 각각 1건씩 보도를 내놨습니다. MBN과 YTN이 자사 연예 매체가 포함되면서 억울할 수 있겠으나, 같은 기간 'KBS연예'는 0건, 'MBC연예'는 7건, 'SBS funE'가 25건의 관련 보도를 내놨단 점을 볼 때 적은 보도량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일간지‧경제지‧방송사들의 경우 연예‧스포츠 전문 매체들에 비하면 비교적 보도량이 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니터 대상이 된 17개 연예‧스포츠 매체 중에서도 가장 보도량이 많았던 곳은 뉴스엔으로 무려 254건에서 '설리'가 들어갔습니다. 모니터 기간이 6개월이니 평균적으로 하루에 1.4개 이상의 기사를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 행사나 공항 등에서 찍힌 사진 기사가 많았지만, 설리씨의 SNS를 보고 쓴 기사나 설리씨가 출연했던 JTBC <악플의 밤>에서 나온 화제성 발언을 보고 쓴 기사 등도 많았습니다. OSEN, 헤럴드POP, 마이데일리, 엑스포츠뉴스 등도 설리가 포함된 기사가 200건을 넘어갔습니다. 총 기사는 2500건, 한 매체당 평균 147.1건의 기사를 썼습니다.
연예‧스포츠 매체 중 비교적 적게 보도한 매체로는 스포츠월드 35건, enews24 64건 등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일보(86건)‧서울신문(72건)‧세계일보(72건), 매일경제(149건)‧한국경제(144건)‧서울경제(83건), MBN(74건)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물론 두 연예‧스포츠 매체서 나온 기사의 내용을 따져보면 '논란'이라며 그를 소비거리로 다룬 것도 있겠으나, 보도량으로 따지면 일간지‧경제지‧방송사보다 적습니다.
한편 통신사의 경우 뉴스1 100건, 뉴시스 11건, 연합뉴스 6건으로 설리씨가 들어가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뉴스1의 보도량 또한 일부 연예‧스포츠 매체보다 많습니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각각 56건, 24건의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 또한 일부 일간지‧경제지‧방송사보다 적은 보도량입니다.
SNS 노출 논란, 경제지가 클릭 장사에 더 열 올려
지난 6개월 중 논란이라고 불렸던 시기에 어떤 매체가 기사로 '클릭 장사'를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9월 28일 SNS로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설리씨의 상반신 일부가 노출된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사들은 다음 날부터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 SNS 노출 논란 관련 매체별 보도량과 평균 보도량 (9.29~9.30) ⓒ 민주언론시민연합
9월 29일과 9월 30일 이틀 동안의 전체 보도량을 보면 17개 연예‧스포츠 매체가 53건, 7개 경제지가 23건을 보도했습니다. 이때 10개 일간지에서도 11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모니터 대상인 연예‧스포츠 매체 개수가 많아 이를 보도량으로 나눈 결과, 경제지에서 노출 논란을 다룬 기사의 평균이 더 많았습니다. 연예‧스포츠 매체의 보도량 평균은 한 매체당 3.12건으로 많은 편인데, 경제지의 보도량 평균은 3.29건으로 그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SNS 노출 논란, 일간지‧경제지‧방송사 중 누가 많이 보도 했나
최근 SNS 라이브 방송의 노출은 위에서 언급된 한 번입니다. 다음 날 설리씨는 SNS에 자신의 평범한 일상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노출 이후에도 당당히 다른 사진을 올렸다'며 기사를 써냈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로 하나의 사건이 연예‧스포츠 매체도 아닌 일간지‧경제지‧방송사를 통해 여러 번 기사로 나왔습니다.
SNS 노출 논란 관련 일간지 및 방송사 보도량 (9.29~9.30) *표에 없는 경우 보도량 없음.
▲ SNS 노출 논란 관련 일간지 및 방송사 보도량 (9.29~9.30) *표에 없는 경우 보도량 없음. ⓒ 민주언론시민연합
▲ SNS 노출 논란 관련 경제지 보도량 (9.29~9.30) ⓒ 민주언론시민연합
일간지 중에서는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각각 3건씩, 국민일보가 2건을 썼습니다. 방송사 중에서는 MBN이 유일하게 4건을 썼습니다. 경제지는 모두 이 사고를 기사화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매일경제가 6건을 보도해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노브라 사진에 일간지, 연예‧스포츠 매체 보도 많아
▲ △ SNS 노출 논란 관련 매체별 보도량과 평균 보도량(4/16~19)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 설리씨는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일부 네티즌들과 언론들이 '노브라' 사진이라며 구설수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보도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총 15건 중 17개 연예‧스포츠 매체가 9건을 보도했고 10개 일간지가 3건, 7개 경제지가 2건, 9개 방송사가 1건 보도했습니다. 이를 매체별 평균 내보면 연예‧스포츠 한 매체가 0.53건을 보도했고 일간지 한 매체가 0.3건을 보도했습니다. 일간지의 경우 경제지(0.29건)보다 많은 평균 보도량입니다.
'설리' 떴다 하면 기사 쓴 서울신문
'노브라'와 관련 있던 4월 16일부터 4월19일까지, '노출'과 관련 있던 9월 29과 9월 30일 그리고 SNS에 올린 사진 중 '바지'로 구설수가 된 4월 18일과 4월 19일 이렇게 세 기간을 집중 모니터했을 때 세 번 모두 기사를 낸 매체가 있습니다. 연예‧스포츠 매체를 제외하고는 모니터 대상 중 서울신문이 유일했습니다. 이외에 노브라(4/16~19)와 노출(9/29~30), 두 가지 경우에서 모두 기사를 낸 언론사로는 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 매일경제‧헤럴드경제, MBN 등이 있었습니다.
2. 저질 중에 저질, 악질 중에 악질 보도
'시선 강간'의 책임이 설리에게 있습니까?
고 설리씨는 '노브라' 논란으로 자주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이며 여성의 건강권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행보이자 활동 또는 삶의 방식입니다. 언론은 그의 옷차림에 대해서 집착하며 구설수에 올릴 어떤 권한도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수시로 그의 옷차림을 기사화했고 시민은 그 기사를 클릭하고 일부는 악성댓글을 달았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설리씨가 SNS에 올린 사진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자, 일부 매체에선 그의 사진을 가져다가 '노브라 논란'으로 다뤘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언론을 소비했던 언론 소비자들도 대강 아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상화의 책임을 그에게 떠넘기는 듯한 제목을 다는 언론이 있었습니다.
연예‧스포츠 매체에선 MK스포츠 <"시선 강간 싫다"... 설리, 그럼에도 미착용 셀카 공개>(4/17), 스포츠서울 <"시선 강간 싫다" 설리, 논란 후에도 속옷 미착용 사진 공개>(4/17), TV리포트 <"시선 강간 더 싫어"... 설리, 논란 이후 또 노브라 사진 공개 '당당'>(4/17) 등이 이 같은 제목을 달아 보도했습니다.
일간지 중에선 세계일보가 <'노브라' 지적에 "'시선 강간' 싫다"던 설리, 또 속옷 미착용 근황 공개>(4/17), 국민일보가 <"시선 강간이 더 싫다"던 설리가 올린 '하늘색 크롭티' 사진>(4/17)을 올렸고 경제지 중에선 헤럴드경제가 <'시선강간 싫다'던 설리, 또 속옷 미착용 사진 공개>(4/19)를 올렸습니다.
'시선 강간'이란 시선이라는 권력이 비대칭적일 때, 시선을 가지고 상대방에 성폭력에 준하는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단어이자 사회 운동의 언어적 도구입니다. 설리씨는 4월 중순 SNS에 이 사진을 올리기 전인 4월 초 "시선 강간이 더 싫다"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그의 주장을 이슈거리로 소비하는 데 썼습니다. 위의 언론사들 제목은 '자신이 시선 강간이 싫다고 해놓고 노브라 사진을 올려서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가해자의 시선'입니다. 파렴치한 언론이 제목에서 한 번 더 그를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겁니다.
일간스포츠의 글은 폭력이다
중앙일보 계열의 연예‧스포츠지인 일간스포츠에 올라온 <누가 설리에게 '시선강간' 단어를 알려줬나>(5/22)를 읽어보면 언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주장은 단순 상식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의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조차 망각한 글입니다.
"주목받을 행동을 해놓고 쳐다보면 '시선강간'이라고 불쾌해하는 태도, 옳을까. 이상한 행동을 보여온 f(x) 출신 설리가 이번에도 도마에 오를 태도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중략) 설리의 옷차림을 지나가는 사람이 볼 경우 시선이 머물 수 ('밖에'가 생략된 것으로 보임)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우선 예쁜 설리기에 시선이 한 번 가고 보편적이지 않은 차림에 한 번 더 시선이 머문다는 것. 실제로 저런 옷차림으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걷는다면 시선이 안 가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리가 말한 '시선강간'은 본인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다."
'짧은 치마 또는 선정적으로 옷을 입은 네 잘못이네', '너도 행동을 조심했어야지' 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 기자를 통해 나온 겁니다.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가하는 모든 성적행위로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지난해 4월 대법원 판결문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란 단어가 언급됐고 사회에선 성범죄 사건을 생각할 때 성차별적 맥락을 고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기자는 시선 강간이 싫다고 당사자가 말했으면 안 하면 됩니다. 언론들이 저지르고 있으면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따지는 것입니까?
선정적이게, 더 선정적이게 몰아붙이는 언론
경쟁이라도 하듯 여러 매체들은 그를 더욱 선정적으로 부각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습니다. 지난 4월 고인이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자 여러 매체에서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써냈습니다. 모두 다 부적절하지만 마이데일리 <설리, 초밀착 크롭 티에도 굴욕 없는 복근 '설리가 진리'>(4/18), 스타뉴스 <설리, 해바라기 깨물며 뽐낸 '명품 몸매'>(4/18) 등과 비교해볼 때 서울신문의 <설리, 브라는 했는데 이번엔 하의가…>(4/18)란 기사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매우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았다는 데서 가장 문제적이었습니다.
세계일보 <'노브라→가슴 노출 논란' 설리 "오늘 왜 신나?" 일상 공유>(9/29)는 노출로 논란이 된 다음 날 그가 SNS에 일상 사진을 올리자 이를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단순히 소식을 전해도 모자랄 판에 해당 기사는 그동안 설리씨가 구설수에 올랐던 사진을 모두 모아 편집한 사진이 쓰였습니다.
위키트리 <'노브라'로 라이브 방송하던 설리 결국 노출 사고났다(+사진)>(9/29) 또한 노출 사고가 있었던 당일의 사진을 기사에 썼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편집을 이상하게 해 일부러 더 선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사진을 10장이나 거듭 보여줬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13일~10월 13일 빅카인즈 및 포털 검색을 통해 모니터 가능한 매체.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지면 및 온라인 포함), 경제지 중 매일경제‧머니투데이‧서울경제‧아시아경제‧아주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지면 및 온라인 포함), 방송사 중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연합뉴스TV‧YTN(방송 및 온라인 포함), 연예‧스포츠 매체 중 포털에 입점해 있는 매체 중 인기도나 인링크 여부 등을 고려해 17개 매체 선별.
조선희(ccdm1984) 오마이뉴스
바퀴 조립하는 50대·20대, 임금 4배差 난다는데...
[격변하는 車산업 생존 방정식]
호봉제론 車시장 급변 대비 어려워
인건비 부담 커 신규채용 쉽지않아
인력 줄이고 AI시대 맞춰 재교육 필요
르노삼성 부산공장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르노삼성
한국GM 부평공장이 파업으로 멈춰선 가운데 근로자가 조립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퀴 조립하는 50대·20대, 임금 4배差 난다는데...
닛산 ‘로그’ 추가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절벽’을 앞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통상적인 제조업종의 희망퇴직 조건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은 최대 36개월분의 위로금도 내걸었다. 경영진은 전체 임직원 4,300명의 10% 가량인 400명을 희망퇴직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회사 측은 궁여지책으로 최대 30일의 연차를 소진하는 안을 최근 노동조합에 제안했다.
르노삼성이 인력조정에 나선 것은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내년 3월로 끝나는 상황에서 추가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에 맞춰 지난 2015년 호봉제를 폐지했음에도 과거 호봉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장기근속 인력을 줄이는 대신 수년 간 뽑지 못했던 신규인력을 채용해 임금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르노삼성 생산라인 인력의 평균근속 연수는 18.4년으로 르노삼성 출범한 지난 2000년 출범 당시 인력 대부분이 생산라인에 배치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400명 가량이 희망퇴직했다면 최소 600명 이상의 신규 생산직 채용 여력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호봉제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로 효율적인 인력운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에 ‘화석’처럼 남아있는 호봉제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로는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봉제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채용과 탄력적인 인력운용이 어렵다”며 “신규인력도 호봉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뽑기가 쉽지 않다 보니 근로자들의 업계 진입이 늦고, 채용 후에는 숙련할 시간이 부족해 조기 퇴직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에 따르면 국내 노동자들의 ‘주된 일자리’ 퇴직 나이는 49.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0대 초반과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호봉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도 힘들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50대와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20대의 임금이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나는 현실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최근 몇 년 간 호봉제 폐지를 협상 주제로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는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의 경직성 해소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자동차 조립작업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아 빠른 속도로 자동화되고, 내연기관의 전동화로 생산라인은 훨씬 단순화돼 인력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005380)그룹 경영자문위원회는 오는 2025년까지 생산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지난 7월 전 직원의 3분의1 가량인 10만명을 대상으로 7억달러(약 8,000억원)를 들여 인공지능(AI), 로봇배송 시대에 맞는 직업 재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생산자동화 도입으로 생산인력 고용은 줄어들지만, 자율주행과 전동화로 서비스 부문 고용이 크게 늘어 전체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고용이 증가했다”며 “고용 구조의 변화에 맞춰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근로자들도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 (Albert Hammond)(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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