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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30~12.5 다음주 윤석열은

by 이성근 2020. 11. 30.

자산관리부산 국유지 점유 측량 결과 못 믿겠네

금융단체 점령한 관·정피아

2021년의 달을 미리 본다내 생일엔 어떤 달이 뜰까

양심 선언박은정 검사 저는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부산지검 정문에 '윤석열 지키자' 응원 화환 배달

[부산시장 여론조사] 는 김영춘 17.1%는 박형준 19.3%

이세끼와 맥주병, 하나회와 검찰...그 시대는 저물까[50s]

폭탄주 사건은 언제 시작됐나

법무부가 법정서 윤석열 직무정지 불복주장 조목조목 반박한 논리들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부터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까지.

법원은 왜? "윤 직무정지는 사실상 해임"... 징계사유 판단은 안 해

재건축사업, 토지강제취득 공익성 인정 어려워"

부천지청 검사 "총장 찍어내기가 개혁해야할 검찰 악습"

법관대표회의, ‘판사 사찰의혹 논의하나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아픈 현실 외면하는 우리 안의 사이코패스

이토록 아찔한 비행기의 궤적

조선일보 이낙연 측근 금품수수 의혹보도에 박수현 기사 근거 무엇이냐

국적 따라 흔들리는 사법정의아무도 미안하다 하지 않았다

자산관리부산 국유지 점유 측량 결과 못 믿겠네

국유지를 관리하는 국유재산관리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들쑥날쑥한 점유지 측량 결과로 민원인들의 원성을 자초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변상금 부과액까지 급증하고 있어 정확한 세수 집행에 대한 신뢰감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부산 서구에 사는 주민 권현탁(63·가명) 씨는 올 7월 캠코로부터 국유지 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 통지서를 받았다. 캠코는 권 씨가 2015년 구입한 78면적의 단독주택이 국유지 11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36만 원의 변상금을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국토정보공사에 맡기던 측량

 

자체 측량 나서면서 오차 발생

측량 대신 위성도면 활용화근

변상금 부과 건수·액수 급증

 

그러나 권 씨는 주위에서 캠코 측량에 오차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토지 측량 전문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가 재측량에 나섰다. LX의 측량 결과는 달랐다. 해당 주택은 11이 아닌 14의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었다. 변상금은 36만 원이 아니라 46만 원으로 늘어났고, 권 씨는 이를 납부했다.

 

권 씨는 “‘기껏해야 cm 단위 정도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던 캠코의 설명과는 너무 달랐다. 내가 변상금을 더 납부한 건 아깝지만 이런 식이라면 지금도 누군가는 변상금을 더 내거나 덜 내고 있을 게 뻔하다. 결국 국가 기관이 세수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했다. 토지 면적을 측량할 때는 해당 주소지의 측량 도면을 통해서 면적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캠코는 최근 자체적으로 측량에 나서면서 참고용도면(위성도면)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과정에서 캠코가 부산 지역에 부과하는 변상금 건수와 액수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6806(399200만 원)이던 캠코의 변상금은 20188032(852400만 원), 20198399(10228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측량 오차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부산에 부과된 변상금은 액수만 놓고 보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캠코 측도 위성도면으로 측정한 결과는 실제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캠코 홍보팀 노윤진 팀장은 위성도면을 통해 국유지 점유면적을 측정해 변상금을 통지하고 있다. 사실상 오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LX의 측량결과와 다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점을 알고 있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민원인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금융단체 점령한 관·정피아

금융권에 전·현직 관료와 정치인들을 위한 큰 장이 섰습니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회장 자리와 한국거래소 이사장, 코스콤 사장 자리를 놓고 관피아·정피아들은 서로 어느 자리로 갈까 의논하고 경쟁하며 한자리씩 꿰차 역대급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말 그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 한 판입니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는 모습마저 보입니다. 자신의 전문성과 관련 없는 곳에 가면서도 거침없이 명함을 내밀고 눈치조차 보지 않는 뻔뻔한 모습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예전 낙하산은 일이라도 잘 하고, 조직을 위해 기여한 바가 있었는데, 요즘 낙하산은 일도 안하고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경력 쌓기용 징검다리로만 활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요즘 낙하산, 경력 쌓기용 징검다리

관료 출신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손해보험협회 회장 후보에 지원해 최종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한국증권금융과 한국거래소에 이어 손해보험협회장까지 석권한 정 회장의 갑작스런 자리 이동으로 증권금융은 4개월간 사장 공백 기간을 거쳤고 한국거래소는 두 달 가까이 이사장 공백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사장 거취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거래소 직원들의 배신감과 소외감은 매우 컸습니다. 또 차기 이사장 선임에 대한 질문에는 주요 금융협회 회장 선출이 마무리된 후에나 결정되지 않겠느냐라는 자조 섞인 답변을 합니다. 우리나라 최대 증권 유관기관인 거래소가 금융권 협회장 인선으로 뒷전에 밀려난 상황을 스스로 비하하는 모습입니다.

 

26일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에 전직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현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되고, 은행연합회 회장에는 관료출신인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되면서 새로운 금융권 협회장은 관피아와 정피아가 모두 차지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제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사장 선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직 인사와 금융권 협회장 자리에서 밀려난 낙하산이 거래소 이사장과 코스콤 사장으로 온다면 업계 반응은 어떨지 심히 우려됩니다.

 

금융선진화 아닌 퇴보 우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시장 선진화가 아닌 퇴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노조는 투자자 희생에 눈감고 금융기관 규제·자본시장 정책에 실패한 관피아, 퇴물 정치인이 거래소를 장악한다면, 그나마 동학개미들의 빚투에 의지해 온 자본시장의 남은 동력마저 잃게 될까 두렵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낙하산으로 투하된 인사들은 자신을 보내 준 사람에게 충성하느라 시장과 투자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관료들과 금융당국의 유착으로 감독이 느슨해질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금융권 최대 스캔들인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정치권력 개입 의혹과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크게 지적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교훈 잊지 말아야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권 협회장은 모두 민간출신이 선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6년 만에 금융권 협회장은 관피아·정피아가 싹쓸이했습니다. 또다시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자제하고 금융 선진화를 역행하는 해묵은 적폐를 청산해야 합니다. 부디 금융시장 안정화와 선진화를 위해 세월호 참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2021년의 달을 미리 본다내 생일엔 어떤 달이 뜰까

나사, 연중 달 모양 변화 담은 애니메이션 공개

1시간 단위로 달 모양·크기·거리 등 검색도 가능

미국항공우주국이 작성해 공개한 2021년 달의 위상 변화 애니메이션 장면.

 

미국항공우주국(나사)2021년을 앞두고 내년 한 해 동안 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약 5분짜리 애니메이션(https://www.youtube.com/watch?v=GYE2P7BWBAs&feature=emb_logo)을 제작해 공개했다. 또 달의 모습을 1시간 단위로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전용 웹 페이지(https://svs.gsfc.nasa.gov/4874)도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2009년부터 달 주위를 돌고 있는 달정찰궤도선(LRO)이 찍은 이미지를 기반으로 했다. 나사는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달 표면에 각 지역의 이름과 아폴로 우주선이 착륙했던 지점을 표시해 놓았다. 달 이미지 아래엔 해당 시간의 지구와 달 사이 거리 등 추가 정보도 게시했다. 나사는 매년 `달 위상과 칭동'이란 제목으로 지구와 달의 자전, 공전 주기에 맞춰 한 해 동안 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한 영상과 데이터를 공개한다.

웹 페이지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달과 날짜, 시간을 선택하면 해당 일시의 달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컨대 내년에 맞게 될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에 뜨는 달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다만 세계표준시 기준으로 제작돼 있으므로, 한국 시간으로 보려면 9시간을 빼야 한다.

나사 웹 페이지에서 검색한 202111일 밤 10시의 달. 보름달에서 사흘이 지난 뒤라 오른쪽이 약간 가려졌다.

 

달 모양은 한 달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변한다. 이를 월령 주기라고 하는데, 이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면서 태양과의 각도가 변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월령 주기는 해가 지고 난 뒤 서쪽 하늘에 나타났다 지는 초승달과 함께 시작된다. 이후 뜨는 위치는 매일 12~13도씩 동쪽으로 이동한다. 오른쪽이 둥근 상현달은 해질 무렵 남쪽 하늘 높이 떴다가 자정 무렵 서쪽으로 진다. 보름달은 달과 태양이 지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쪽에 있을 때 뜨는 달이다. 보름달은 일몰 직후 나타나 자정 무렵 가장 높이 뜬 뒤 동틀 무렵 서쪽 하늘로 진다. 왼쪽이 둥근 하현달은 자정 무렵 동쪽 하늘에서 뜬다. 하현달은 낮에 해가 뜬 뒤에도 오랫동안 서쪽 하늘에서 뚜렷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믐달은 해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가장 멀리 있을 때의 달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의 달 크기 비교.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에서 보는 달은 항상 같은 면이다. 그래서 지구를 향하고 있는 쪽을 달의 앞면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가 27.3일로 같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달이고 내 앞에 지구가 있다고 가정 할 경우, 내가 지구를 계속 쳐다보면서 지구를 360도 도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지구를 보며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 사이에 내 몸도 360도 회전하게 된다. 인류가 처음 달의 뒷면을 본 건 195910월 소련의 루나3호 무인 탐사선이 찍은 사진이었다.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한 우주선은 지난해 1월 중국의 창어 4호였다.

그러나 우리가 정확히 달의 절반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달은 지구와 궤도 기울기가 다른 데다, 지구를 타원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좌우, 상하로 그때그때 약간씩 보이는 부분에 차이가 난다. 이를 합치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앞쪽 부분은 전체의 59%. 이를 달의 칭동(lunar libr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달이 공전 궤도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을 때(356400km)와 가장 멀리 있을 때(406700km)의 차이는 최대 14%, 우리 눈에 보이는 겉보기 크기(지름) 차이는 1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양심 선언박은정 검사 저는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사직의 변, 검찰 내부 게시판에 남겨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검찰 쪽에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처벌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심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40·29) 검사가 2일 아침 사직의 변을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남겼다.

 

 박 검사는 이날 아침 755분께 이프로스저는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선후배 동료들과 실무관, 검찰 가족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늘 행복하십시오라는 짧은 인삿말을 남겼다. 박 검사의 휴대 전화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박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지난달 28일 뒤로, 이날 아침까지도 계속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다.

 

 나꼼수28일 방송분에서 나경원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은 수십만명이 있다. 그중에 유독 (김재호 판사가 근무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관할구역에 있는 네티즌 한 명만 찍어서 고발을 한다. 그러고 나서 검찰이 수사를 안 하니까 김 판사가 빨리 기소해 달라. 그러면 자기가 처리를 하겠다고 기소 청탁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지난주에 그 검사(청탁을 받았던 검사)가 주진우 체포·구속영장을 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에게 연락도 없이 공안수사팀에 자기가 그 기소 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말해버렸다. 그 검사가 부천지청의 박은정 검사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나꼼수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서울서부지법에 있을 당시 당시 나 후보에 대해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서부지검 검사한테 기소 청탁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 후보 쪽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들어 나꼼수 패널 주진우 기자를 고소했고,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지휘를 받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1일 오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인 김 판사가 기소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여성 정치인에 대한 거짓 폭로는 성추행과 다름 없으며 무책임한 음해와 선동으로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 전 의원은 김 판사는 2005년 당시 기소 시점에서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쭉 미국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기소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부산지검 정문에 '윤석열 지키자' 응원 화환 배달

시민단체는 13일째 검찰개혁촉구 1인시위

"윤석열을 지키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에 맞서 집행정지 가처분 대응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30일 부산지검 앞에 놓여 있다.

김보성

"정치검찰 NO, 공수처 설치 YES" 11일 부산지검··고검 앞에 최동섭 부산참여연대 지방자치본부장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 첫 주자로 나섰다.

김보성(kimbsv1) / 오마이뉴스

 

[부산시장 여론조사] 는 김영춘 17.1%는 박형준 19.3%

먼저 더불어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17.1%를 얻었다. 이어 김해영 전 최고위원(10.1%),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5.5%), 최지은 당 국제대변인(4.7%), 박인영 부산시의원(3.6%) 순이다. '기타 후보'4.6%, '적합한 후보 없음'35.4%, '잘 모름'19.1%를 각각 기록했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19.3%, 이어 서병수 의원이 16.0%를 얻었다. 이언주·이진복·박민식 등은 15.4%, 10.1%, 4.3%를 각각 나타냈다. '기타 후보'3.5%, '적합한 후보 없음'21.3%, '잘 모름'10.2%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부산시민의 절반 가까이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대답이 47%,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대답이 28.4%였다.

 

양당 외에는 '지지정당 없음'14.6%, 기타 정당 4.0%, 정의당 3.9%, '잘 모름' 2.1%로 나타났다.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이세끼와 맥주병, 하나회와 검찰...그 시대는 저물까[50s]

저명인사들의 부고를 보며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걸 실감한다. 지난 24일에는 이세기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났다. 일찍부터 권력 핵심부에 머물렀던 터라 백수(白壽)에 가까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향년 84세다. 학자출신으로 1980년 민주정의당 의원으로 전두환 정권에 합류, 20세기 마지막까지 4선의원을 지냈다. 2000년 이후에는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보수 본당의 상임고문 자리를 줄곧 지켜왔다. 보수 정치권의 원로인 그의 이름 뒤에는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치욕의 순간이 있었다. 이세기가 졸지에 이새끼가 돼 버린 34년 전 국방위 회식사건이다.

 

#1986321.

한 예비군이 훈련장에서 반정부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군 수사기관과 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구타당하고 숨진 사건을 다루기 위해 임시국회가 열렸다. 임시회가 끝난 뒤 저녁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의원 10여명과 박희도 육군 참모총장(대장, 육사 12)등 군장성 8명이 임시국회 이후 서울 회현동 한 요정에서 술판을 벌였다.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의 원내총무 김동영의원(나중에 대통령이 된 김영삼의 최측근 우동영, 좌형우1인이다.지금으로 치면 원내대표)이 먼저 도착했다. 여당 원내총무인 이세기 의원이 도착하지 않고 군인들만 있는 걸 보고 농반진반 한마디 던졌다. “똥별들만 먼저 왔구만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이들은 80년 전두환의 12.12 쿠데타의 주역이자, 박정희 정권때부터 정치군인의 본산이 된 육군사관학교 하나회멤버들이 주축이었다. ‘야당의원 나부랭이의 겁 없는 한마디에 분노 게이지가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지역구 행사를 마치고 한참 뒤에 도착한 이세기 의원에게 육군참모차장 정동호 중장(육사13)“‘이세끼 총무가 왜 이렇게 늦고 그래, 야당한테 똥별 소리나 듣게 만들고라고 쏘아붙였다. '이세기' 이름을 일부러 강하게 발음해 모욕을 준 것이다. 다른 장성들도 ‘(국회가) 정치를 잘해야, 우리가 밖에서 떠들 필요가 없지 않나이런 훈계들을 반토막 말투로 늘어놓았다. 강제로 노래를 시키고 벌주로 양주 글래스 원샷도 먹였다. 이 걸 보고 있던 기자출신 민정당 남재희 의원이 동료의식을 발휘, ‘뭐하는 짓들이냐며 유리컵을 연달아 던졌다. 애초에 맞히고자 던진 건 아니었을텐데, 하필 벽에 맞고 깨진 유리컵이 이대희 인사참모부장(소장. 육사 15)의 얼굴에 맞아 이 소장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피를 본 이 소장은 그 자리에서 공중부양, 이단 태권도 5단의 옆발차기로 남재희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날은 술김에 대충 마무리가 됐지만 정치권에 후폭풍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상을 M16 탄환구멍만하게 보았을 정치군인들에게 이들은 오히려 영웅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이세끼 발언의 정동호 중장은 전역한 뒤 도로공사 사장을 거쳐 1314대 민정당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소장도 잠시 전방으로 좌천되긴 했지만, 전역후 병무청장까지 지냈다. 박희도 참모총장을 비롯해 그 자리의 주역 장성들 대부분 전두환 노태우 정권하에서 승승장구 잘 나갔다.

 

#1991년 서울 서초동 모 카페.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과 기자들이 술자리를 가졌다. 결혼을 앞둔 모 일간지의 검찰출입 H기자가 검사들과 출입처 타사 동료들을 초청해 저녁을 한 뒤 2차로 옮겨온 자리였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그해 지검으로 전입한 3년차 젊은 검사가 H기자에게 양주를 글래스 가득 따라 강권했다. H기자가 한 잔을 받아 마셨지만 검사의 강권은 계속 이어졌다. 검사는 당초 이 자리에 H기자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했다가 동료들한테 전해듣고 뒤늦게 참석한 터라 처음부터 심사가 뒤틀려 있었다.

 

상사 검사에게 말투가 불손하다는 둥 시비가 계속되자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였던 참석자들의 분위기도 어색해졌다. 그렇다고 서로 욕설을 퍼붓거나 멱살드잡이를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검사가 맥주병을 들어 기자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쳤다. 뚜껑을 따지도 않은 맥주병이 정수리를 가격하면서 병이 박살이 나고 기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병이 깨진 덕에 오히려 치명상은 면했다. 술김에 그 자리는 대충 정리가 됐지만 후유증으로 기자는 병원에 1주일 가까이 입원을 해야 했었다. 당연히 형사처벌 감이었음에도 검찰 수뇌부까지 무마에 나서면서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다. 해당 검사는 처음엔 최대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도 여러 상황을 감안해 검찰의 내부 징계나 후속조치를 지켜보며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 수치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병원 치료비만 부담하고는 그만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징계는커녕 오히려 감싸는 분위기가 주류였다.

 

검사는 청주 대구 수원 지검장에 이어 대검찰청 강력부장까지 승승장구했다. 검찰을 떠나 잠시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올랐다.

당사자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고 민정수석 취임 당시에도 해프닝이었다고 넘어갔다. 그 검사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체제의 두 축을 상징하는 단어가 육법당(陸法黨)’이다. 민주주의 정당정치가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부와 법조계 두 권부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축이었던 것이다. 법조라고 하지만 사법부는 조역이었고, 공안검사 중심의 검찰이 1선에서 정권을 보위한 주축이었음은 당연한 일이다(행정부 소속인 검찰을 법조범주에 넣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자타가 검사를 법조인이라고 여기는게 현실이다).

 

국방위 회식사건으로부터 6년 뒤, 대통령 자리에 오른 김영삼은 취임 10일만인 199338일 하나회 척결에 나선다. 하나회 출신의 김진영 육군 참모총장과 서완수 국군 기무사령관을 전격 해임한 것이다. 불과 13년전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수백명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세력을 날리는게 쉬운 일이었을까. YS는 정치생명뿐 아니라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IMF 구제금융사태를 초래한 무능한 대통령 소리도 들었지만 하나회 척결은 금융실명제와 함께 YS의 위대한 업적이다. 우리 정치에 수십년간 드리워졌던 군부의 그림자는 그제서야 지워지기 시작했다. 대위 제대 하면 사무관으로 채용하는 유신사무관전관예우부터 시작, 유무형의 막대한 권한을 누린 군부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었다.

 

YS 이후 육법가운데 은 적어도 집단으로서 정치의 무대에 나서지 못하게 됐고, 사회의 진로나 일반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나머지 하나 ?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로다.

 

군대는 물리력에 있어서는 어느 집단보다 압도적이지만, 전쟁이 나거나 탱크 몰고 시내로 처들어올 때 빼고는 민간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일이 별로 없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고 사찰하던 기무사의 기능도 없어졌다. 군 수뇌부가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사주를 만나 술자리를 할 일도 없다. '단독기사'를 미끼로, 혹은 권력을 공유한다는 착각을 심어주며 언론과 팀웍을 이룰 유혹을 느끼지도 않는다.

 

반면 검찰은 여전히 생활권력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우리의 일상을 간섭하고 통제할 수 있다. 총칼이 없이도 사람을 죽이고, 매장하고 죄인을 만들 수 있고, 실제 그런 사례들을 수십년간 봐 왔다. 그렇기에 더욱 자제하고, 겸허해야 하며 자신에 대한 잣대에 엄격해야 한다

정치가 잘 못하니 우리가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5공시절 수준의 착각, ‘이새끼들에게 맥주병을 날리는 특권의식, 자의적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수사권을 남용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검찰은 사회 혼란세력으로 전락한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조치가 있기 얼마전 페이스북에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주동세력인 체 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고 썼다.

나도 저물 거라고 믿는다.

 

어떤 경우에도 '피고'가 되는 걸 못 받아들이는 검찰 구성원들의 '단체저항'을 보면, 하나회보다 저무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기도 하다. 상당 부분 검찰의 손에 남겨진 수사권도 앞으로 검찰의 시대를 연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YS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마찬가지, 땅거미 질 때 닭이 홰를 치고 목청을 돋워도 넘어가는 해를 붙잡을 순 없다. 하지만 검찰의 시대가 저물때까지는 크고 작은 이세끼맥주병이 누군가를 향해 계속 날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나도 당신도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2020.11.30.

 

 

폭탄주 사건은 언제 시작됐나

인천시의원 난투극을 계기로 돌아본 폭탄주의 세계1986국방위 회식 사건으로 대중화

지난 416일 인천에서 폭탄주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인천대공원 벚꽃축제 개막식에 참석했던 시의원들은 안상수 인천시장의 제의로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안 시장과 함께 폭탄주를 마신 한나라당 신아무개 의원과 최아무개 의원이 말다툼 끝에 밥상을 뒤집어엎고 맥주병을 폭탄처럼 던지는 등 격렬한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동료 의원들의 만류로 식당에서의 난투극은 잠시 뒤 일단락됐으나, 그것으로 모두 끝난 게 아니었다. 신 의원이 이날 밤 최 의원의 아파트를 찾아가 재삼 말싸움을 벌인 끝에 폭탄대신 뾰족한 물건으로 최 의원의 손을 찔러 수술을 요하는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 경찰의 수사에까지 이른 것이다.

 

똥별들만 먼저 모였구먼

사고는 평시에 있지 아니하는 뜻밖의 일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사건은 뜻밖의 일 또는 시행의 결과 일어나는 일을 말한다. 그러므로 군에서의 폭탄 사고는 사고이고, 음주시의 폭탄주 사건은 사건이다. 또 말장난 같지만 술집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데 폭탄 테러가 있었다면, 그것은 당연히 폭탄 사건이다.

 

폭탄주 사건은 주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에게서 일어난다. 그것은 폭탄주가 군, 검찰 등 권력기관에서 탄생해 정치, 관료, 대기업 임원 등으로 내려가 이들 상류층이 주로 애용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제는 평범한 장사꾼, 월급쟁이들에까지 폭탄주가 대유행이 되어, 오늘 밤도 전국 어디에선가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장삼이사들의 티격태격 폭탄주 사건이 일어나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건 사고로 쳐도 무방할 것이다.

 

폭탄 사고도 아니고 폭탄주 사고도 아닌, 우리 사회에 폭탄주 대중화 시대를 있게 한 아주 유명한 폭탄주 사건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벌어졌던 이른바 국방위 회식 사건이다. 1986321, 129회 임시국회 개회를 마치고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과 육군 수뇌부 8명이 중구 회현동의 요정 회림에 모여 질탕하게 양주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육군쪽 참석자는 197912·12사태 때 정승화 참모총장을 체포하는 데 1등공신이었던 박희도 참모총장(대장), 5공 초기 현역으로 전두환의 경호실장을 지냈던 정동호 참모차장(중장), 정통 TK로서 하나회의 핵심이었던 이대희 인사참모부장(소장), 12·12 때 전방 노태우 장군의 9사단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쳐들어왔던 구창회 총장비서실장(준장) 등 전두환의 최측근 수하들이었다.

 

국방위에서는 공군 소장 출신인 천영성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영 신민당 원내총무, 이세기 민정당 원내총무, 김용채 국민당 원내총무, 남재희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저녁 730분이 조금 넘어 김동영 신민당 총무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여유만만한 태도로 들어서며 한마디 했다.

 

, 힘있는 거물은 안 오고 똥별들만 먼저 모였구먼.” 순간 분위기가 확 변했다. 첫인사치고는 너무 돌출적이고 도발적이어서 육군쪽 참석자들은 모두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에 아랑곳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양주 10여잔을 거푸 마셔 취기가 진해진 김동영 총무가 박희도 육군참모총장에게 소리쳤다.

 

여보 박총장, 여당 총무는 안 오기로 했나? 어떻게 된 거야! 이세기를 불러와!” 이세기 민정당 원내총무는 그로부터 한 시간쯤 뒤에 나타났다. 그는 술이 약한데다 지역구 행사 참석과 문상을 다니며 한두 잔 마신 술로 제법 취해 있었다. 이 총무를 보자 정동호 중장이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이세끼 총무, 뭐 이렇게 늦게 오고 그래! 그러니까 야당쪽에서 우릴 보고 똥별이라고 하지 않나 말이야!”

 

양주 귀하던 시대, 폭탄주에 호기심 증폭

그러고는 정 중장 등 장성들이 마구 폭탄주를 권하자 마침내 이 총무가 짜증을 냈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보고 천영성 위원장이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육군 장성들에게 공군 출신 선배의 말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이 총무가 폭탄주 한 잔을 비우자, 정 중장은 그를 억지로 끌고 김동영 총무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 총무의 손을 끌어다 김 총무의 손 위에 얹게 하고는 훈계하듯 말했다.

 

, 여당 총무 왔는데 정치 좀 잘해야지. 둘이서 손잡고 잘 할 수 있잖아? 정치를 잘해줘야 바깥에서도 안 떠들 거 아닌가?” 이 광경을 보다 못한 남재희 의원이 벽에 유리컵 두개를 연거푸 날렸다. 그런데 이 유리컵 파편에 이대희 소장의 왼쪽 눈두덩이가 찢어져 피가 흘러버린 것이다.

 

술을 먹으려면 제대로 먹어!” 피를 본 이 소장의 발길이 남 의원의 얼굴을 향해 날았고, 이를 맞고 앉은 자리에서 뒤로 벌렁 나자빠진 남 의원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술판은 장성들과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 싸움은 처음부터 승부가 되지 않았다. ‘무력을 익힌 정치()들에게 보통의 정치인들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이날의 초청자인 박희도 대장과 천영성 국방위원장 등 초대받은 의원들도 심각성을 깨닫고 수습에 나섰다. 폭력을 행사하고 몸싸움을 벌였던 장성들에게 사과를 하게 하고는 아래층으로 자리를 옮겨 화해술로 2차 폭탄주를 함께 하고 헤어졌다.

 

이날은 이렇게 어정쩡한 화해로 끝났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바깥에 알려지지 않도록 모두 함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국회에서 일어났다. 여야 총무들이 제시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항간에는 장성들과 의원들이 모여 폭탄주를 마시다가 군인들에게 직사하게 얻어맞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신민당 의원들은 회식 사건의 진상 규명이 없는 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확대간부회의의 결정에 따라 전원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국방위에서 이기백 국방장관과 박희도 참모총장이 사과하고, 정동호 차장은 예편, 이대희 소장은 전방으로 좌천되는 것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내가 19년이나 지난 시답잖은 국방위 회식 사건을 새삼 기리는(?) 이유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우리 사회 군벌의 힘이 다른 권력의 힘에 비해 무소불위할 정도로 강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군도 증대하는 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군림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문민 우위의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본다면 비약일까? 두 번째는 음주문화에 끼친 영향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때까지 우리 사회에 폭탄주 문화가 만연하지는 않았다. 양주가 워낙 비싸 서민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울진대 그 귀한 양주를 천하게 다루는 폭탄주를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중들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던 정치()인들끼리 치고 박고 한 난투극을 깨소금처럼 고소하게 듣고 옮기면서, 한편으로는 살며시 폭탄주에 호기심의 눈길을 돌렸다. 이때부터 군, 검찰, 정치인들만의 은밀한 행사였던 폭탄주 파티가 대중화된 것이다. 나도 그즈음에 처음 폭탄주 맛을 봤다.

 

폭탄주가 민주적이라고?

이후 폭탄주는 필요악처럼 우리 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음주문화로 자리잡았다. 혹자는 폭탄주가 민주적이라고 찬양하기도 한다. 병권(甁權 또는 兵權)은 상급자나 연장자가 쥐지만, 모두가 차례대로 공평하게 마실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폭탄주는 군사문화적이다. 개인의 주량이나 선호도를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줄이어 마셔야 하니, 이게 군사문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또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팽배한 군대와 검찰 등에 폭탄주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에서도 그 인과관계를 알 수 있다.

 

이제 폭탄주는 이라크전에서 확인된 미국의 고성능 폭탄의 개발 속도와 같이, 맥주잔에 양주잔을 떨어뜨리는 전통적 제조방식에서 진일보해 신제품의 개발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다.

 

최근에는 술 자체로서의 폭탄주를 넘어 회오리주, 타이타닉주, 피타고라스주, 화주, 충성주, 폭포주, 수소폭탄주, 금테주, 쌍끌이주, 삐딱주 등 술 마시는 방법과 행위의 독특성에 촛첨을 맞춰 그 유행을 이어가고 있고, 막걸리에 양주잔을 떨어뜨려 마시는 민속폭탄주까지 등장했다니 주당들의 창의력은 끝이 어디인가.

 

몇년 전 국회 청문회에 나온 한 증인은 양주를 그냥 마시면 너무 독해 맥주에 넣어 마신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폭탄주는 정말 양주를 순하게 해주는 것일까?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혼합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70% 정도 채운 맥주컵에 양주 한잔을 떨어뜨리는 정품폭탄주라면 알코올 도수가 10도 내외인 순한 술이 된다. 대부분의 양주 알코올 도수는 40, 맥주는 4.5도고, 맥주잔은 225cc, 양주잔은 25cc이니 2차방정식으로 풀면 대충 폭탄주의 도수가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도 폭탄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양주 스트레이트에 비해 식도와 위점막에 미치는 자극의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폭탄주가 간에 끼치는 영향은 다른 독주를 마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술이 간에 미치는 악영향은 마신 절대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폭탄주로 마시나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시나 간독성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요즈음 인터넷에 이러한 유머까지 뜬다. 폭탄주가 암을 방지한다는 학설이 있다는 것이다. 술 이야기를 쓰고 있는 판에 관심이 있어 클릭해보았더니, 폭탄주를 즐겨 애용하는 사람들은 암에 걸려 죽기 전에 모두 간경화로 죽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암을 예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빨리 취하게 되는 걸까

폭탄주를 자주 마시면 술이 는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의사들은 술을 2주 정도 매일 마시면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30%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곧 간은 인체를 지탱하기 위해 유입되는 알코올 양만큼 분해효소를 더 많이 만들고, 주당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늘어나 덜 취하게 되어 더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폭탄주는 왜 빨리 취하는 것일까? 의사들은 맥주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가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폭탄주를 순한 술이라고 생각해 많이 마시게 되고, 줄이어 마시게 압박하는습관 때문에 원샷이 강요돼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의 변화가 어떠하든 폭탄주는 폭탄처럼 파괴적이다. 거듭된 폭탄주는 알코올의 과다 흡수로 몸이든 정신이든, 도덕성이든 의식이든 결국 파괴하고 마는 것이다.

 

폭탄주의 파괴력을 몸소 겪어보아서 그랬을까? 1986국방위 회식 사건의 주역 박희도 참모총장은 1987, 술에 대한 기본상식과 예절, 술과 병영생활의 관계, 선진 군인의 음주자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술과 병영생활>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나는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는 혼자 속으로 되뇌었다. ‘에구, 저나 잘하지.’ 한겨레

김학민/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2005.04.29

 

법무부가 법정서 윤석열 직무정지 불복주장 조목조목 반박한 논리들

추미애 법무부 장관정의철 기자

 

법무부가 30일 법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에 불복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내세운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조미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심문에서 오늘 신청인의 주장을 들어보면 법원에 무엇의 심판을 구하는 것인지, 심판 대상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며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 ‘판사 사찰문건의 문제점 등을 강조했다. 심문에는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법무법인 공감)와 소송수행자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이,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가 출석했다.

 

법무부 측은 우선 공무원에 대해 징계 청구가 되면 대부분의 경우 징계 결정이 나기 전까지 직무에서 배제하는 대기발령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신청인(윤석열 총장) 역시 공무원으로서 그러한 절차에 따라 일종의 대기발령으로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윤 총장 측이 심문에서 부당한 징계 청구를 하면서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함으로써 사실상 즉각적인 해임 처분을 한 것이 실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법무부는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면 징계 절차 내에서 다투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인이 징계 의결이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처분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 나아가 극렬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법의 지배를 천명하는 공직자의 행동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신청인의 집행정지 주장은 임시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구하는 것인데, 이는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집무정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의 요건에 대한 것이지, 징계 처분의 위법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 의결 과정상의 내부적 절차에 불과해 처분성이 없기 때문에 집행정지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 측은 이 신청은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요건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122일이면 징계 의결에 따라 실효되어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된다고 말했다.

 

판사 사찰문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윤 총장은 신청서에서 스스로 법관의 재판 스타일, 공정성에 대한 척도 등을 파악해 그에 맞추거나 기피신청 여부도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실토하고 있는데,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재판부의 성향을 파악했다는 것이라며 검찰청법에 검사는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자의적 기준으로 법관의 성향을 평가하고 편가르기를 했음을 자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도 (문건에 등장하는) OOO 판사가 검찰 마음에 들지 않게 재판을 진행했다면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장이 OOO연구회 출신으로 재판의 공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OOO 판사가 검찰로부터 기피신청을 당하면서 위와 같은 언론 보도가 나간다면 법관에게 그보다 더 심각한 불이익이 어디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1회성 문건으로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 관리한 것이 아니며, 공소 수행을 위한 지도의 참고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내부 참고용 자료로서 업무 목적의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윤 총장 측이 수집 방법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법무부 측은 권력적 국가기관인 검찰청은 공개된 자료든 비공개 자료든 범죄수사와 관련되지 않은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불법적인 사찰의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찰 상대방의 지인들로부터 그 사람의 행위나 평을 수집하는 것이며, 만약 국가기관인 검찰청이 재판장에 대한 정보를 취득해 보관, 이용할 목적으로 세평을 수집한 것은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불법사찰 문서에 대해 검찰총장을 포함해 검사 누구도 그 문서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없고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이냐는 식의 반응뿐이고, 목적과 수단도 정당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모든 국민과 법관을 혼란에 빠뜨려 놓고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하는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주장이 함의하는 바는 정당한 직무이므로,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신속하게 기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경훈 기자/ 민중의 소리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부터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까지.

 

2020

 

1124

-추미애, '윤석열 직무집행정지' 명령징계도 청구

-윤석열 "위법·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

 

1125

-윤석열 "직무정지 멈춰달라" 집행정지 신청

-대검 감찰부, 수사정보관실 압수수색'판사사찰' 자료 목적

-부산 동부지청서 7년만에 첫 평검사회의"위법·부당하다"

-'판사사찰 의혹' 문건 작성 검사 "정상적 업무 수행"

-대검 연구관들 "윤석열 직무정지 재고해달라"

 

1126

-윤석열 "직무정지 취소해달라" 법원에 소송 청구

-추미애, '판사사찰 의혹' 윤석열 대검에 수사의뢰

-법무부, '윤석열 징계 심의' 122일 진행

-전국 고검장들 "윤석열 직무정지, 신중했는지 의문"

-일선 지검장들 "검찰 정치적 중립, 심각히 훼손"

-서울중앙지검서도 첫 성명"절차적 정의에 반해"

-대검 중간간부들 "충분한 진상 확인 없었다"

-변협 "윤석열 직무정지 성급증거 부족해"

 

1127

-법원, '윤석열 직무정지 취소소송' 행정4부 배당

-검사들 성명에추미애 "인식 간극에 충격 받아"

-윤석열, 징계기록 열람등사 신청"방어권 행사 차원"

-법무부 소속 검사들도 반발"재고해달라"

-전직 검찰간부들 "검찰 중립·독립 무시하는 것"

 

1128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 추미애와 교감 없었다"

 

1129

-윤석열, '집행정지 신문' 불출석 의사

-법무부 감찰위, 121일 회의 소집

-'윤석열 감찰' 평검사 "직권남용죄 성립 어려워"

 

1130

-법원, '윤석열 직무배제' 집행정지 심문 진행

-조남관 총장 대행 "장관이 한 발만 물러나달라"

-윤석열, '법무부 징계청구 결재문' 정보공개 청구

-전국 58개 검찰청서 "윤석열 직무정지 재고" 반발 성명

-법무부 과장급 검사들 "직무정지 재고해달라"

 

121

-법무부 감찰위 "윤석일 직무정지 부적정"

-법무부 "적법절차에 따라 감찰 진행했다"

-윤석열 "징계위 연기해달라" 기일변경 신청

-법원, '윤석열 직무정지 부당' 집행정지 인용

-다시 출근한 윤석열 "법치주의 지키기 위해 최선"

 

 

 

뉴스반장

푸른하늘박-애고 할말도 없다! 자기들 사찰을 하는데도 이런 판결을 내렸으니, 무슨말을 하겠냐! 한심하다!

sy 3434-겁무부는 밑밥을 깔고 기더기는 쉴드치고 판사가 멍석을 깔아준거다..

김빈-조미연판사도 쫄았네 소신보다 검찰편에 선거네 조미연판사도 이제 변호사해야되겠구만 소신없는판사가 변호사 한다고 없는소신이 생기리는없겠지만 국민에 한사람으로 서글프다 !

김영주-사법부개혁+검찰개혁+언론개혁은 한 세트입니다.

Taipun Roh-2020121일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죽고 법이 죽은 날.사법부는 ?검 양아치의 노리개.사찰과 조작과 협박과 사기가 합법화시킨 사법부.

 

오마이뉴스

상상이상-하하하 진짜 크게 웃고 글을 쓴다. 판사에게 국어 혹은 논리 과외를 시켜 줄 줄이야

직무 정지 왜 하니? A라는 원인이 있어 B라는 결과가 있다. 징계 사유라는 A의 원인으로 B라는 직무 정지를 하는데 A라는 징계 사유를 따지지 않았다니 그러면 모든 조직의 어떤 자에게도 직무 정지란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갑돌이가 회사 내에서 사장의 인사권에 도전하고 거래 업체에 정보를 팔았다(A)는 혐의가 발견되어 직무 정지(B)를 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갑돌이의 징계 사유를 따지지 않는 다면 어떤 회사나 조직에 직무 정지라는 수단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러니 A를 빼고 직무 정지(B)에 대해 논하면 당연히 판결의 요지는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게지. 사실 나머지 법원의 판결 내용은 나름 논리적 타당성은 있거든. 그러나 직무 정지란 당사자의 긴급한 손해를 감수하고 행하는 조치이잖아? ?A라는 징계 사유 때문이지.

총장이 언론인을 그것도 피의자혐의가 있는 언론인을 만났고 판사들 사찰 했는 지 그걸 따지고 혐의에 타당성이 있으면 직무 정지로 인한 공공복리의 손해를 전 국민이 감수하고 직무 정지! 혐의가 충분치 않으면 총장 업무 수행을 못해서 오는 공공복리가 중요!

이걸 비켜 가면 판결이 아니라 국민을 바보로 업신 여기는 장난질! 판사님! 솔직히 나에게 국어, 논리 과외 받지 않아도 다 아시죠 ㅋㅋ

오앤제이-이러니 판사가 바보지....법무부 결정이 날때까지 보류를 하던가 계속 심의를 하던가....그러니 검새한테 쫒기며 살지...

Quantum-울 나라 판사들은 모두 머저리, 바보, 천치이다. 1번 당하면 어쩔 수 없다면 2번 당하면 모두 머저리, 바보, 천치이다. 계속 검새, 기레들에게 사찰당하면 살아라!

루어투어-판사가 너무 비겁한 거 아냐. 검찰과 척지고 싶지 않아서 사안 자체를 법무부로 되돌려보낸 거 아닌가. 단지 검찰총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 그것을 보장하라는 게 결정문의 전부다. 판사들을 사찰한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사안의 중대성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자신이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도피하는 듯한 태도가 역력하다. 저런 게 판사라니.

키위독사-직무정지의 시급성은 안 따지고 윤석열의 편에서 그의 애기만 들어줬네..

무식한 판사놈.

 

 

법원은 왜? "윤 직무정지는 사실상 해임"... 징계사유 판단은 안 해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결정문 살펴보니

신청인(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만료시인 2021. 7. 24까지 신청인이 직무에서 배제되어 사실상 신청인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집행정지 결정문 내용의 일부다. 행정4(재판장 조미연)1일 직무정지 집행의 정지를 본안 사건 판결 후 30일까지로 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 판결 확정시까지 직무정지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윤석열 총장의 신청 가운데 일부만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한 윤석열 검찰 직무정지 집행을 정지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장관이 지난 11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검사징계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징계혐의자인 검사에게 그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 쪽은 1130일 심문에서 윤석열 총장 직무 정지는 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직무집행정지 권한 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그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또한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하여 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이 피신청인(추미애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 쪽은 윤석열 총장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됨에도 윤 총장이 직무집행을 계속할 경우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가 이루어질 경우 검찰사무 전체의 운영과 검찰공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 역시 존재하고, 이 또한 중요한 공공복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무정지) 집행이 정지된다고 하여 신청인(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선행되어 삼권분립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징계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영향이 가하여질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 "징계 사유는 판단 안 해"

한편, 재판부는 이번 결정을 두고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사건의 심리 및 판단에 있어 본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처분의 위법성까지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함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게다가 이 사건의 본안은 신청인(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이 아니라 징계 시까지 신청인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는 내용의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이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이 사건 처분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선대식(sundaisik) / 오마이뉴스

 

 

재건축사업, 토지강제취득 공익성 인정 어려워"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 소수의견 주목

헌법재판소는 72'합헌' 결정

 

"(주택재건축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소유권의 강제취득을 인정할 만한 공익의 우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 주택의 강제수용을 허용한 도시정비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의 소수의견 중 일부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을 72'합헌' 결정했지만, 두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주목된다. 공익을 내세운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사익을 위한 민간사업적 성격이 강하다며 소유권 강제취득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단독주택소유자 "공익성 없다" 제소 = 2018~2019년 서울 성동구, 송파구, 서초구의 재건축조합은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단독주택 소유자 등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주택 등을 수용당하게 된 당사자들은 매도청구권을 허용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주택가격 상승, 재산권 분쟁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재건축사업에 매도청구권을 인정할 만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112672로 청구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유남석 소장을 비롯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노후불량주택을 재건축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공공복지 및 공공필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헌재 선례를 언급하며 "선례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건축사업, 민간사업 성격 강해" =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주택은 인간존엄과 행복추구의 근본요소가 된다""매도청구권은 실질이 사실상 공용수용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공공필요 즉, 공익의 우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공익은 추상적인 공익 이상의 '중대한 공익'을 요구하므로 기본권 일반의 제한사유인 공공복리보다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두 재판관은 "주택재건축사업은 민간사업적 성격이 강하다""그동안 법적 규제가 강화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택가격 급등과 사업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비리 등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민간사업이라는 본질적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 등 소유자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1동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재건축 여부를 달리할 수 없는 공동주택의 경우와 다르게 원래부터 완전히 독립된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것이므로, 공동주택의 경우보다 재산권 침해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절차적·실체적 보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안 있는데도 수용권 부여 안돼" = 나아가 두 재판관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고 있고 주택재건축사업과 같은 전면개발방식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도시재생법제가 갖추어지고 있다""주거환경 개선을 원하는 단독주택 소유자는 자율주택정비사업 등을 통해 간편한 절차에 따라 주택을 개량하거나 신축할 수 있어 재건축사업을 대체할 만한 대안들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토지소유자의 4분의 3 동의로 재건축조합을 결성하고 나머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의 매도청구권을 인정한 해당 조항은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등을 충족하지 못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토지수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재판관의 지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부천지청 검사 "총장 찍어내기가 개혁해야할 검찰 악습"

심재철 검찰국장·박은정 감찰담당관' 콕 집어 비판

법무부 청사 나서는 박은정 감찰담당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1일 오전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12.1 superdoo82@yna.co.kr

 

검찰 내에서 법무부의 심재철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향해 "총장 찍어내는 행태가 개혁해야 할 검찰의 악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1일 검사 내부 통신망에 `심재철 박은정 선배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부장검사는 두 사람을 향해 "표적으로 찍어 놓고, 처벌이든 망신이든 정해놓은 결론을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표적수사와 별건 수사를 마다하지 않고, 무리하고 과도하게 법률을 해석해 적용하고, 적법 절차를 가장해 절차적 잔기술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배들이 검찰개혁에 항거하는 것처럼 보인다""검찰개혁이 윤석열을 제거하는 그 자체인가 아니면 진보적(?) 정치 세력에 복무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판사 사찰' 프레임을 짠 사악한 머리는 누구의 것인가"라며 "법원에 대고 `봐라. 검사들이 이렇게 너희들 뒷조사했다. 이래도 혼내주지 않을 거냐'고 이간질하는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는 "같은 의견"이라며 동조하는 댓글들도 달렸다.

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진혜원, 감찰위 손 들어주자 "떡처럼 뭉쳐 몸부림" 비판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운데). 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캡쳐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가 부당하다고 결론낸 것과 관련해 감찰 출신들이 떡처럼 뭉쳐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회가 수십개쯤 되는 조직이라 직접수사 권한을 박탈하고 기소와 수사지휘만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그는 자신이 징계를 당한 일화를 소개했다. 진 검사는 압수수색영장청구서를 몰래 회수한 간부들에 대해 감찰을 청구하고 취하 압박에 응하지 않자 2년 연속 징계를 받았는데, 두 번째 징계에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하려던 중이었다언제 (감찰위가) 개최되는지를 몰라 법무부 감찰과 부부장검사에게 11일 오후 315분에 이메일과 메신저를 보내 법무부 감찰위원회 개최일자를 미리 알려주면 의견서를 작성해서 보내겠다고 고지했는데 아무런 답신이 없어 6시에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인 12일에 출근해보니 11일 오후 635분쯤에 ‘12일 오전 10시에 개최되니 의견서 내고 싶으면 내라는 메일을 보내왔었고, 메일을 보냈다는 쪽지도 없어 그 메일을 당일인 12일 오전 9시 반 넘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징계 사유를 25개쯤 엮어 징계청구한 사안이라 30분 만에 의견서를 작성해 누군지도 모르는 감찰위원들에게 일일이 전달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결국 법무부 감찰위원회 개최 사실, 일시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사자도 모르게 회의가 개최됐다가 종결된 것이라며 게다가 감찰위원회 결과가 어땠는지 통지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진 검사는 자신의 경우와 달리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직무 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감찰위원회는 구성자 명단, 개최 결과가 언론에 공개됐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최근 개최된, 누군가(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위원회 구성자들 명단 뿐만 아니라 개최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 같다검찰 전담은 공안, 특수 중 특수 전문가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우리 영역이라고 찜해놓은 부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회수와 관련돼 감찰이 청구된 간부가 특수 출신이어서였는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있었는데, 최근 징계 청구된 분 또한 특수 출신이라며 퇴임 후 자기들 밥그릇에 관련된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찬성할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진혜원 #추미애 #윤석열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법관대표회의, ‘판사 사찰의혹 논의하나

현직 부장판사 제안7일 회의에서 9명 이상 동의해야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모습.

 

오는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검찰의 판사 사찰의혹 문제를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3일 법원 내부망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표명 및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원칙적인 의견을 표명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고, 이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전국 법관의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커뮤니티에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해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를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쪽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겠다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공개한 이튿날이었다. 장 부장판사의 글에는 검사가 법관의 사생활이나 성향 등에 관한 자료를 조사·수집하거나 이를 이용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려는 사례가 있는지 법원행정처가 조사해 조처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사 사찰의혹 건을 논의할지는 회의 당일에 결정된다. 7일 열리는 회의에서 전국법관대표 125명 가운데 9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절차와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어 실제 안건으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상당수의 판사가 대검이 재판부에 대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수집·보고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행 중인 소송이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 글 전문.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간절히 호소합니다!!!

 

지난 약 3년간 지방에서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심신이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이런 것이 행복이라는 걸 느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사법부 개혁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시기인지라 늘 미안함이 있었고, 개혁과제가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조용하던 법원 주변이 어수선하기에 오랜만에 코트넷에 오른 글을 보러 들어갔다가 실망을 금할 수 없어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습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중요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부 법관들에 관하여, 판결 성향, 소송지휘 방식, 세평뿐만 아니라 물의야기법관 해당 여부,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취미 등 극히 개인적인 사항까지 수집한 보고서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검찰총장은 이를 공판부도 아닌 대검 반부패수사부에 넘겼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찰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인지에 관하여는, 법관들이 늘 말하듯이 편견을 버리고 평균인의 사고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쉽게 답이 나올 만한 문제이므로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판사의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여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자료를 만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이 당당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까지 제한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강제수사권을 가진, 그것도 그 정점에 있는 국가 수사기관의 행위를, 로펌의 변호사나 스포츠팀 감독과 같은 개인의 행위와 동일시하여 비교합니다. 너무나 옹색합니다.

 

위 논란에 관련된 기관이 삼권분립의 한 축을 이루는 사법부와 법무부의 외청 중 하나인 검찰이라는 점에서 아래의 가상 상황도 급이 많이 차이가 나는 비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나마 좀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경찰청 범죄정보과(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과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부서)가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검사들에 대하여 평소 성향, 수사지휘 방식, 세평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 관계, 취미, 학생운동 참여 경력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들을 수집하여 파일로 만든 다음 이를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경찰청장은 이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대검 반부패수사부와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부서)에 넘겼는데, 그러한 사실이 외부로 드러났습니다(물론 그 내용에는 소신이 없다’, ‘여론을 많이 의식한다’, ‘존재감이 없다’, ‘폭음 후 다음날 지각하여 영장집행에 참석하지 못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합리적이다’, ‘딸만 셋이다’, ‘OO지방경찰청 제2부장이 처남이다’, ‘주말마다 골프를 열심히 친다등의 모욕적명예훼손적인 내용들과 그 필요성을 의심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까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자 경찰청장이 해당 검사의 수사지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만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이는 단지 해당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그러한 사안입니다.

사법부·법관·재판의 독립, 사법행정의 민주화·투명화, 법관의 정당한 권익 보호 등 법원과 법관에 관한 각종 현안을, 공개된 장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그 의견을 모아 공표하며 이를 실천점검하는 것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할 일 아닌지요.

 

그래서 이번 사안은 더욱 해당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가 아닌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여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중요 사건을 직접 담당하여 현재 심리 중인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 경우 나중에 판결의 결과에 따라서는 여러 법관들이 우려하듯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 단계에서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등 공식 사법행정 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동안 외부에서 법관 개인이나 재판부에게 가해진 유·무형의 부당한 압박에 대하여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항변해 준 적이 있던가요. 어쩌면 이번에도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는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넘어갔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우리 법관들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제기해야지 누가 제기합니까. 법관은 판결로 말해야 하고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되니 신중하게 있자구요. 그러다 참다못한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때 가서 과실만 받아먹자구요. 그러는 동안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수많은 재심사건 거리를 만들어 놓고서도, 사과 한 마디 없이 그땐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 정의와 공정의 표상처럼 근엄하게 행동하던 것, 그동안 너무 많이 보아온 모습 아닌지요.

 

법관은 판결을 통해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해야 할 기관이니 안건으로도 삼지 말아야 한다구요. 앞부분은 맞는 말이지만 뒷부분은 수긍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살펴봅시다. 우리가 지금 문제된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사유가 정당하다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직무배제 사유가 정당한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담당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 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고 논의해서도 안 되는 문제임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고, 이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전국 법관의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법원과 법관의 공정성을 그렇게 의심받는 행위가 되나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사님들의 뜻이 무엇인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저는 법관 대표님들에게 사안의 본질을 보는 혜안을 기대합니다.

행위에는 작위뿐만 아니라 부작위도 포함되듯이 때로는 침묵이 강력한 동의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고, 기계적 중립이 오히려 지극히 편파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누구를 편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법관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떠나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자는 것입니다.

 

저도 현재 행정사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행정사건에서의 집행정지는 집행정지신청 자체에 의하여 신청인의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원상회복이나 금전배상이 불가능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본안판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라면 인용해주는 것이 원칙이고, 실제로도 이와 같이 운영되어 인용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이를 담당해 본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이번 집행정지사건도 그 결정 이유를 살펴보니 이러한 원칙에 지극히 충실한 결정이더군요.

 

그런데 유력한 어느 일간신문의 사설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도 확인한 윤 쫓아내기 위법성이라는 제목 아래 적법절차 원칙 준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됨을 분명히 한 것’, ‘사실상 문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도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를 읽는 많은 독자들은 법관사찰 의혹을 포함한 검찰의 행위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집행정지를 통해 확인해주었다는 취지로 이해하겠지요.

 

게다가 집행정지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대검은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한 감찰부에 대하여 상부 보고 해태를 이유로 전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네요. 무엇 때문에 그것이 그리도 급한가요. 우선 순위가 바뀌어도 너무 바뀐 거 아닌지요. 왠지 지난 독재정권·권위주의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드는 것은 저의 지나친 망상일까요.

 

긴즈버그 대법관은 법관은 그날그날의 날씨를 고려해서는 안 되고 그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이 짜놓은 프레임에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무엇이 지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시대정신인지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형식적인 균형이 아닌 실질적으로 균형감을 갖춘 행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법관들이 평소에는 그저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다가도, 막상 특정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해관계, 급조된 여론 등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것은 이번 집행정지 사건의 결정으로도 증명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일반적인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게 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하여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표명 및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원칙적인 의견 표명을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한 서두가 너무 장황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폭풍이라는 시로 마무리 합니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2020. 12. 3.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올림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코로나, 세상을 바꾸다(비경제 부문)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비 소집일인 2일 오후 대전시 서구 갈마동 한밭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특히 세계적 대유행 감염병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바꾼다. 흑사병이 그랬고, 콜레라가 그랬다. 두창은 말할 것도 없다. 스페인 독감과 에이즈를 빼놓아도 해당 감염병 바이러스들이 섭섭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치명적 팬데믹은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주고 있는 감염병이란 타이틀을 이미 거머쥔 코로나19는 지금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보건의료,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를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는 중이다. 또 잠잘 때만 빼고 마스크를 하게끔 하고 악수를 하지 않게 만드는 등 일상생활의 습관과 모습을 이전과는 전혀 달리 만들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바꾸었거나 바꾸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 또 앞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바꿀지를 분석하는 것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량 실업을 야기하고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비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진단했다.

 

코로나에 앞서 먼저 앞서 우리 인류를 위험에 빠트렸던 악명의 팬데믹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톺아보자. 흑사병을 빼놓고 이를 논할 수 없다. 14세기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유럽을 중심으로 창궐을 한 선페스트, 즉 흑사병(The Plague)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75백만~2억 명을 숨지게 한 역사적 최악의 감염병으로 인류에게 각인돼 있다.

 

중세 흑사병, 봉건체제를 무너뜨리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1347년에서 1351년 사이 5년 동안에 발생했으니 얼마나 폭발적이고 심각한 대유행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흑사병은 치명적 대유행 감염병 올림픽에서 금··동메달을 다투는 감염병이다. 검역차단, 즉 콰란틴이란 개념도 흑사병 때문에 생긴 것이다.

 

중세 흑사병 대유행만큼 사회 변혁을 가져온 감염병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4세기 중세 흑사병의 창궐은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재앙이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아시아 일부에서 전체 인구의 4분의 1 내지 절반가량이 죽었다. 인구는 15세기 후반까지 감소했다.

 

흑사병은 당시 유럽의 인구 구조 자체를 바꾸었다. 이 점에서는 코로나19가 흑사병을 따라가기에는 족탈불급이다. 농노의 급격한 감소로 이들을 기반으로 한 노동과 생산 체계가 무너져 결국 중세 봉건 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

 

흑사병 이후 노동력 감소는 영지 귀족들의 부와 권력을 잠식하였고 농노들은 소지주 또는 독립된 장인이 되었다. 이는 유럽을 노예무역에 개입하도록 자극하는 촉매 구실을 했다. 사회 질서의 이완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를 촉발하였다.

 

흑사병에 대한 교회의 부절절한 대응은 사람들의 신앙과 믿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흑사병으로 인한 대몰살 자체가 곧바로 봉건 사회를 종식시키거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또는 세속 국가의 등장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의 등장과 다른 많은 변화를 가속화한 것만은 분명하다. 흑사병은 경제, 환경, 인권, 사회 등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미술부터 상업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카렌 지음, 권복규 옮김, 사이언스북스, 141~142.)

 

흑사병, 생태계 변화 초래, 유태인 학살 등 인권 유린

흑사병이 환경과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페스트 대유행으로 인한 무수한 죽음이 땅을 비우게 하고 재조림을 촉발함으로써 기후를 차갑게 했다고 믿는다. 이것이 소빙하 시대(the Little Ice Age)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흑사병은 유태인 등에 대한 박해와 인권 유린을 촉발했다. 감염병 역사에서 매우 부끄럽고 떠올리기 괴로운 일들이 이 시기에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지난 1년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와 폭력 등은 흑사병에 견주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종교적 열정과 광신적 행동이 흑사병의 여파로 피어났다. 일부 유럽인들은 유대인, 수도사, 외국인, 거지, 순례자, 나병(한센병) 환자, 집시와 같은 다양한 집단이 감염병 대재앙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이들을 표적으로 삼아 살육했다. 나병 환자와 여드름이나 건선과 같은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유럽 전역에서 살해되었다. 14세기에는 이 괴이한 질병의 창궐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은 유태인의 우물에 독 타기 등을 질병의 가능한 원인으로 보았고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독일 등에서 많이 일어났다. 13492월 스트라스부르 학살로 약 2천 명의 유대인이 숨졌다. 13498월 마인츠와 쾰른의 유대인 공동체는 전멸했다. 1351년까지 60개의 주요 유대인 공동체와 150개의 소규모 유대인 공동체가 파괴되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유대인들이 폴란드로 이주하는 등 유대인 공동체의 대부분은 유럽 대륙의 서부에서 동부로 옮기는 대탈주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흑사병이 자신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용서를 받으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채찍고행단(Flagellant)이라는 매우 독특하고 이상한 종교집단이 탄생했다. 이는 흑사병 유행에서만 일어난 독특한 현상이었다.

 

역사가들은 중세 유럽의 흑사병 대유행이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 건설을 위해 대항해 시대를 여는 것을 늦추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 뒤 과도기를 거쳐 숨을 고른 유럽 국가들은 북미와 남미 대륙 탐험과 정복에 나섰다. 콜럼버스가 대표적인 상징 인물이다.

 

대항해 시대 두창,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초토화해 인구 구조 바꿔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정벌은 두창과 함께했다. 두창 등에 감염된 유럽인들의 발이 닿은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지역에서 그곳 원주민들은 한 세대 안에 열 명 중 아홉 명이 두창이나 이와 유사한 치명적 감염병에 걸려 자신의 아이를 가지기도 전에 죽어갔다.(<전염병과 역사-제국은 어떻게 전염병을 유행시켰는가>, 셀던 와츠 지음, 태경섭, 한경호 공역, 모티브 북, 16.)콜럼버스가 죽은 뒤 20년 안에 벌어진 일이다.

 

두창에 의해 북남미 대륙에서 벌어진 대재앙은 코르테스를 비롯한 백인들의 황금에 대한 탐욕 등과 맞물려 아메리카 대륙의 인종 구성을 완전히 바꾸었고 번창하던 중·남미의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

 

코르테스의 아즈텍 정복을 계기로 유럽의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원주민들은 그 뒤 50년이 채 되지 않아 인구가 10분의 1로 감소한 3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는 계속 줄어 1620년에는 160만 명가량으로 최저를 기록했으며 그 후 약 30년 동안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이산, 224.)

 

콜레라는 공중보건 개혁, 스페인독감은 마스크 시대 열어

콜레라 또한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7차례나 대유행을 하면서 인류 사회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콜레라의 대유행은 질병의 원인이 나쁜 공기(miasma, 미아스마) 탓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이후 중세까지 풍미했던 인간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영국의 존 스노와 에드윈 채드윅 등은 안전한 식수와 질병 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공중보건 개혁 운동과 관련 법 제정 등 시스템 정비를 하도록 만들었다.

 

20세기 최악의 팬데믹인 스페인독감은 감염병 최초로 마스크 시대를 열었다. 또 대유행 기간 동안 태아였다 출생한 집단은 다른 출생 집단에 견줘 교육 성취도 감소, 신체장애 비율 증가, 소득 감소, 사회 경제적 지위 감소가 나타났으며 감염병 생존자들은 높은 사망 위험에 놓였다. 20세기 후반에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유행은 성문화의 변화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신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편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온 그 어느 팬데믹 유행 때에도 보지 못한 사회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거의 모든 팬데믹 유행 때 익히 보아왔던 낙인과 혐오,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극도의 마스크 의존 행태와 비대면 사회를 초래했다. 교육, 문화, 스포츠, 쇼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접촉 만남과 관람,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 불평등 심화하고 감시·홀로 사회 열 듯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코로나 대유행이 새로운 종류의 노동 계급 분열과 불평등을 초래해 코로나 이후 사회는 (1)원격 근무 가능 노동자(The Remotes), 즉 위기 이전과 거의 동일한 급여를 받는 전문직, 관리직 및 기술 노동자와 (2)간호사, 보육 노동자, 농장 노동자, 식품 가공업체, 트럭 운전사, 창고 및 운송 근로자, 약국 직원, 경찰관, 소방관, 군대 등 필수 노동자(The Essentials) (3)실업자와 무급휴직자 등 무급자(The Unpaid) (4)감옥, 불법 이주자 수용소, 노숙자 보호소 등에 지내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집단(The Forgotten)의 네 가지 계급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내다봤다.(‘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Robert Reich, , 2020.4.26.)

 

또 사회학자인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이후 사회는 (1)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경제가 L자형 침체의 심연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맞을 경우 도래할 정체 사회, (2) ‘거리두기수칙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되어 원격교육, 원격근무, 원격거래가 성행하는 비대면 사회, (3) 기존 집콕추세를 가속화해 혼밥, 혼술, 혼거 등을 선호하는 홀로족을 양산하는 홀로 사회 (4) 대인적 행위의 수준을 넘어 데이터 감시에 치중하는 감시 사회 등을 예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김문조, <2020 정신건강비전포럼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 자료집, 국립건강정신센터, 2020.11.27.)

 

이밖에 코로나 이후는 ·스마트 정부 국가 우선주의 ()세계화와 지역화 탈도시화와 생태주의 삶 추구 미중 대결에서 벗어나는 탈 패권국 체제 등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는 있지만 이런 근본적인 변화까지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효과적 백신의 등장과 신속한 보급으로 앞으로 1~2년 안에 사실상 코로나에서 탈출하게 되면 인류가 다시 코로나 이전의 삶을 영위하는 사회에서 살게 될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가 바꾸는 세상은 실은 인간이 바꾸는 세상이란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프레시안

아픈 현실 외면하는 우리 안의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의 악마성을 구현하는 것은 외부의 악마일 수 있다. 자기만을 위해 살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그들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

EPA 영국의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

 

대개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친다든지, 누군가를 격렬히 증오해 흉기를 휘두른다든지, 돈을 노리고 다른 이의 뒤통수를 친다든지. 하지만 우리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핑계조차 댈 수 없을 만큼 불가사의한 범죄와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재미와 쾌락을 위해 살인을 즐겼던 부류들,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고통을 주는 자체에 짜릿함을 느끼고 죄책감은 터럭만큼도 없는 기이한 존재들. 우리가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이들 말이다.

 

이 괴물 같은 존재를 가려낸 최초의 임상 전문가는 19세기 초 프랑스인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이야. “그는 철저하게 잔혹하고 자제력이 완전히 결여된 행동 패턴을 정신착란 증세 없는 정신이상이라 정의하면서 일반인이 저지르는 범죄와 구별했다(로버트 D. 헤어 지음 진단명 사이코패스).” 19세기 중엽 이후 이른바 문명국을 자임하던 서구인들은 수시로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범죄자들을 보며 경악했다. 188887일부터 1110일까지 빈민굴로 유명했던 영국의 이스트엔드 지역에서 매춘부 여러 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찢어 죽이는 잭)’의 등장이 대표적 사례지.

 

비슷한 시기 미국 시카고에서는 허먼 머젯이라는 이름의 의사가 나타난다. 매우 친절하고 화술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인물이었지. 그는 시카고에 정착한 이후 이름을 바꾼다. 새 이름은 헨리 하워드 홈스(H. H. 홈스)’.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지? 홈스에 대한 논픽션을 쓴 에릭 라슨은 책 화이트 시티에 이렇게 적고 있어. “18867월 아서 코넌 도일 경이 셜록 홈스를 세상에 소개했고 머젯은 그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홈스로 기재하기 시작했다.”

 

명탐정 셜록 홈스는 단편소설 해군 조약에서 이런 말을 내뱉은 바 있어. “목적 없는 범죄를 추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네.” 그런데 셜록 홈스의 이름을 따라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 H. H. 홈스는 바로 셜록 홈스가 말한 이런 부류의 범죄자였다. 의사 자격증을 딴 직후부터 그는 기괴한 사업에 맛을 들이고 있었지. 변사체를 구해 병원에 해부용으로 팔아넘기는 일이었어. 각지의 이민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던 미국의 빈민굴에서 무연고 시신을 구하는 건 일도 아니었고 홈스는 꽤 재미를 본다. 점차 사업을 확장한(?) 그는 새롭지만 극악한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누군가를 표적 삼아 보험에 들게 한 후 아예 죽여서 보험금을 가로채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팔아넘기는 수법이었다. 양심의 가책 따위 애초에 없는 이 괴물은 겉보기엔 매우 친절한 신사여서 순진한 희생양들을 손쉽게 낚아챘다. “홈스는 옷을 잘 입었고 말솜씨가 좋았다. 그의 시선은 순진하고 솔직했다. 대화를 나누면 어찌나 집중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지 다른 일은 잊어버릴 지경이었다(화이트 시티).”

 

EPA 잭 더 리퍼의 살인 도구로 알려진 칼.

 

그즈음 시카고에서는 거대한 박람회가 열렸어. “미국은 1889년 프랑스가 만국박람회를 개최하여 (···) 전 세계인들의 경탄을 자아낸 것에 자극받았다. 유럽에 질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갑자기 불붙었고,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 400주년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세계박람회가 시카고에서 열리게 됐다(프레시안건축가와 연쇄살인마, 사실은 이란성 쌍둥이?’ 201314).”

 

시카고는 1893년 박람회 개최까지 단 3년 안에 파리 박람회의 영광을 뛰어넘을 도시로 탈바꿈해야 했다. 광기 어린 건설 과정에서 시카고에 몰려든 수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지. 살인마 홈스는 이 박람회 기간에 성() 같은 호텔을 지어놓고 자신만의 사업을 벌였어. 호텔의 손님 중 운 나쁜 이들은 가스실과 화장터까지 갖춘 홈스의 호텔을 영원히 나가지 못했다. 그의 보험사기를 끈덕지게 추적하던 형사가 덜미를 잡아채고 그의 범죄 행각을 밝혔을 때 미국인들은 심한 충격을 받아. 홈스의 호텔에서 목숨을 읽은 사람들이 최대 200명으로 추정되었으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홈스가 주도면밀했던 이유도 있겠으나 더 큰 이유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나도 모르게 사이코패스와 가까워진다

시카고에서 실종은 마치 오락처럼 보였다. 곳곳에서 실종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 적절한 조사를 할 수 없었고 (···) 사라진 사람들의 계층이 그들의 시각을 어둡게 했다. 가장 흔히 일어나는 폴란드 소녀들, 도살장의 소년들, 이탈리아 노동자들, 흑인 여자들의 실종에 대해서는 찾으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화이트 시티).” 홈스의 호텔이 아니더라도 시카고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들의 몸은 병원에 해부용으로, 머리카락은 가발 공장으로 갔으며, 옷은 사회복지시설에 기부됐다. 이런 형국에 시인이 영감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안의 살의를 어쩔 수 없다라고 내뱉었던 자칭 사탄홈스는 자신의 악마적 쾌락을 즐기고 있었던 거야.

 

Wikimedia 미국의 연쇄살인범 헨리 하워드 홈스.

 

이런 사람들이 왜 태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뇌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보통 사람과는 판이한 사고와 판단을 한다고 하더구나. 언젠가 아빠가 취재하던 문제 아동을 관찰한 한 의사가 우리끼리 얘기지만 이런 애들은 그냥 영원히 격리해야 돼요라고 말할 만큼 다른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의사의 말에 격렬히 반대하고 싶었다. 우리와 다른사람들이 나오는 걸 막을 순 없겠지만, 그들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것 역시 사악하도록 게으른 일이기 때문이야. 살인마 잭이 설치던 영국의 이스트엔드는 미국 작가 잭 런던이 개탄했던 대로 음란한 행위와 사람 형상의 짐승 같은 상스러움이 넘쳐나며 (···) 악함이 선함을 타락시키고 함께 신속하게 곪아 썩어 들어가는곳이었다. 홈스의 시카고 역시 사람이 죽든 실종되든 그저 박람회에 미쳐 돌아가던 도시였고 말이야. 홈스 자신은 심각한 아동학대의 피해자였고, 또래 사이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기도 했지.

 

사이코패스 성향 자체는 선천적이겠으나 그 안에 도사린 악마성을 구현하도록 도운 것은 바로 외부의 악마일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잃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사이코패스는 더 빈번하고 뜨거운 간헐천으로 우리 발밑을 뚫고 뿜어 오르겠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한다면 우리들은 사이코패스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그들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라는 사이코패스 연구가 로버트 D. 헤어의 말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얼마나 나왔나 하는 뉴스에 가슴을 졸인다. 그런데 한국에서 하루에 몇 명이 목숨을 끊는지 아니? 2019년 하루 평균 38명꼴이었다. 올 한 해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로 죽은 사람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496(1118일 기준). 2019년 자살 사망자 수는 13799명이었다. 내가 걸릴지 모를 코로나에는 민감하지만 13000명이 죽음을 선택하는 전쟁 같은 현실에 둔감하다면, 그들의 아픔에 마냥 덤덤하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사이코패스와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잭 더 리퍼와 H. H. 홈스가 우리 속에서 음산하게 웃고 있는 건 아닐까?

|시사인/ 김형민(SBS CNBC PD)

 

이토록 아찔한 비행기의 궤적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는 활주로 위에서 1.7정도 질주하다가 150노트(277/h)의 속도에 이를 때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여 상공으로 솟아오른다.

 

20초 동안 고도를 높이며 북쪽으로 직선 비행하던 항공기는 고도 500피트(15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좌측으로 급선회해야 한다(왼쪽 빛줄기). 활주로 정면에 있는 돗대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 현직 기장은 날씨와 풍향에 따라 이착륙 방향도 바뀌는데,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공항 특성상 활주로의 방향을 조정해도 대형 화물 수송기의 이착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의 꺾이는 빛줄기가 이륙하는 비행기들의 궤적이다. 오른쪽의 직선으로 내려오는 빛줄기는 여러 비행기들의 궤적이 섞이면서 굵어졌다. 2002415일 중국국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김해시 돗대산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20201124일 저녁530부터 830분까지 3시간동안 김해국제공항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궤적을 촬영해 합성했다.)

 

|시사인/ 조남진 기자

 

조선일보 이낙연 측근 금품수수 의혹보도에 박수현 기사 근거 무엇이냐

조선일보 이 대표 측근, 다른 금품수수 혐의서울중앙지검 사실 아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인 이아무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조선일보는 5일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에 대해 옵티머스 외의 다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으로부터 복합기 임대료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조선일보는 5일자 1면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의 혐의는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업체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이씨의 금융 자료를 넘겨받았고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 기사의 근거는 무엇입니까라며 출처는 어디입니까. 수사검사와 고인만 알 수 있는 내용을 어떻게 알고 기사를 썼습니까라고 물었다.

조선일보 5일자 1.

 

박 전 대변인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검찰은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정치를 하고 있다. 무도한 짓이라며 수사 내용을 한 꼭지씩 언론에 돌아가면서 제공하고, ‘단독기사를 쓰지 못한 언론들은 차례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자기 차례가 되면 언론의 기본인 팩트체크할 겨를도 없이 자랑스럽게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쓴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또 그런 기사를 후배 기자들에게 요구하고 데스킹하는 이 악순환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더 웃긴 것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고인의 죽음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하사하고, 심지어는 윤석열 찍어내기에 부역하는 검사들이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편들기까지 대놓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씨의 사망 소식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중앙지검은 이씨가 전날 저녁 식사를 한다며 나가 종적을 감춘 지 14시간여 만인 3일 오전 930분쯤 이 사실을 대검 반부패·강력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성식 대검 반부패 부장은 이 사실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변인은 존엄한 인간의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기도 전에, 한 인간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고통스런 삶에 대해 단 하루의 추모를 보내기도 전에, 이런 모욕이 가능한 나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을 뿐이라며 특정 언론과 기자님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리고 여전히 언론과 기자님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언론과 기자님은 국민의 동의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5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소환조사를 했다거나,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러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국적 따라 흔들리는 사법정의아무도 미안하다 하지 않았다

외국인 범죄 처벌의 그림자

 

진범 대신 법정 선 나이지리아인

영문도 모른 채 체포, 구치소행

아프리카인이라 당했다소송도

 

1심 무죄에도 못 풀려난 중국인

2심서 모험강행 끝에 풀려나

 

고양·군포 큰불 외국인 노동자

과잉, 졸속 수사 문제점 드러나

올해 423일 경기 군포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왼쪽) 20181218일 경찰의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외국인 인구 5% 시대가 다가온다.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그만큼 외국인 범죄는 실재하는 문제다. 그러나 두려움과 편견 때문에 실재보다 크게 다가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법 시스템은 외국인 범죄에 효과적이면서도 공평한 대응을 하고 있을까? 죄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 세상이 형사사법의 이상일 것이다. 동시에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같이 여기라”(성경 레위기’)는 공정함과 공평의 정신도 놓쳐서는 안 될 가치다. 여기 명백히 억울한 사람, 또는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낯선 땅에 사는 힘없는 이방인이어서 부당하게 대우받고 더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다문화 사회를 향해 가는 한국에서 사법이 어떤 문제를 노출해왔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짚어본다.

 

 

아무도 미안하단 한마디를 안 했어요. 아무도.”

2012년 한국에 온 나이지리아인 6년 전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최악의 경험을 묻고 넘어갈 수 없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 배상 판결을 받은 사람이다. 한국 거주 외국인으로서 드문 경험이다.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난 그는 하는 일이 뭐냐는 질문만큼은 노가다라고 한국말로 답한 뒤 사연을 털어놨다.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속았다?

광주 교회에서 숙식하며 날품팔이를 하던 20141110일 함께 사는 동료한테 파출소에서 너를 찾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무슨 일인지 도저히 짐작되지 않았지만 파출소에 갔다가 경찰서로, 다시 수갑이 채워져 서울 성동구치소로 압송됐다. 날벼락 같은 일이었지만 왜 붙잡혔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엿새 뒤 찾아온 국선변호사는 당신은 야간건조물 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에 불출석해 체포됐다고 일러줬다. 그럴 만한 일이 전혀 없었다는 말에 놀란 변호사는 일단 지문을 채취해 수사자료와 대조해보자고 했다. 이후 조사에 배석한 통역도 이 사람이 아닌데라며 곧장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7개월 전 같은 통역이 조사에 참여한 이 사건 범인은 국적만 같을 뿐 과 판이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진범이 조사받던 중 의 외국인등록증 사본을 수사기관에 주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그가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진범을 애초 못 잡은 것도 아니고, 진범으로 조사받은 사람과 법정으로 보내진 사람이 다른 희귀한 사례다.

 

고국에서 법학을 전공한 은 풀려나기까지 11일간 겪은 고통도 그렇고 사과도 받지 못한 게 억울해 소송을 냈다. 2017년 대한민국이 54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진범과 의 신분증 얼굴 모습부터 달랐고, 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데도 경찰이 신원 확인에 소홀했고, 영사접견권도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의 손을 가리키며 나와 2년간 같은 시설에서 살다 떠난 진범은 피부색이 한국 사람과 비슷하고 키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흔히 나이지리아인이라면 짙은 색 피부를 떠올리겠지만, 현지에는 밝은색 피부를 가진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에서는 외국인이 체포되면 바로 해당국 대사관에 통보한다. 내가 아프리카인이라 그런 취급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밖에서 아주 존경받는 나라인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다른 것도 아니고 수사 절차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810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공사 관계자 등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선변호인의 모험

지난달 19, 10개월 만에 구금에서 풀려난 중국인 이 제주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특수강간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8일 전 항소심에서도 특수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에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상고를 포기했기에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은 1심과 항소심 결과가 같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큰 반전이 전개된 재판이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제주 서귀포시에서 방 2개에 거실이 딸린 집을 빌려 살던 은 지난해 12월 중국인 여성 에게 방 1개를 임대해줬다. 그 이틀 전에도 중국인 부부에게 방 1개를 전대해준 그는 거실에서 생활하게 됐다. 에게는 동거남이 있었으나 그 남자는 나흘 만에 떠났다. 은 입주한 지 8일 만에 이 자신을 흉기로 위협한 뒤 잇따라 성폭행했다고 고소했다.

 

1심은 특수강간 혐의에 절차적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조서 증거능력에 동의하지 않아 피해자가 법정에서 다시 진술해야 했는데 3월에 출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공소유지를 잘못해 흉악범이 법망을 빠져나가게 생겼다고 비난했다. 은 비록 1심 무죄로 구치소에서는 풀려났으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다시 갇혔고 출국도 금지됐다. 계속 구속 재판을 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검찰은 중국과의 사법공조로 피해자를 항소심 법정에 부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그게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선변호인으로 나선 성정훈 변호사는 통상적 재판이라면 택하지 않을 방법을 썼다.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판단을 받아보자고 을 설득한 것이다. 피해자가 계속 법정에 나오지 않는다면 1심과 같은 이유로 다시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겠지만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기다리다가는 구금이 마냥 연장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앞서 이런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게 해서 광주고법 재판부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했다. 결과는 역시 무죄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과 상당히 밀착한 관계였지만 이를 일부러 숨긴 것으로 보이고, 사건 정황이나 사건 당시 입었다는 상처 등에 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적 상황과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가 다툼의 목격자로 지목한 중국인 부부를 조사하지도 않았고, 범행 도구라는 흉기를 피해자가 들고나와 모텔에서 쓴 점도 석연찮다며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후 상황에 관해 피해자보다는 의 진술이 사실과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성 변호사는 피고인이 언제까지 갇혀 있을지 몰라 정면승부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주장대로 목격자가 정말로 있었다면 초동 단계부터 그들을 조사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재판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181010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인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디무두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유치장에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언어 장벽에 방어권 근본적 한계

부실 통역에 오역 논란까지 가중

부실 초동수사는 진범만 돕는 꼴

 

일부 언론 반외국인 정서 부채질

범죄율 비교적 낮지만 공포 키워

 

저임노동 유입정착 단계 변화

한국사회 통합 정책 강화해야

 

연기 없는대마 사건

외국인 사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방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수사는 사건 실체 파악을 어렵게 하고 때로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한테 형사처벌은 추방으로 이어지기에 더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받은 이집트인 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대마수지 연기를 흡입했다는 이유로 20178월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범죄사실은 인정되나 사안이 가볍거나 다른 참작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내리는 처분이다. 내국인이라면 사실상 불이익이 없어 처벌을 안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기도 한다.

 

은 처지가 달랐다. 마약 범죄가 인정된 탓에 강제퇴거 위기에 몰렸다. 결국 헌재에 호소해 3자 진술을 근거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본인은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점과 사건 시점으로부터 11개월여 뒤 모발과 소변 검사에서 대마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를 취소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이 밖에도 이상한 점이 여럿이었다. 대마수지를 가져왔다는 공범은 조사도 없이 강제출국당한 상태였다. 공범들 간 진술이 모순되는데 대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를 공범으로 지목한 은 문제의 사건 시점으로부터 11일 뒤에도 자신과 제3의 인물이 대마수지를 함께 흡연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내용은 제3의 인물의 휴대전화 발신 내역과 어긋났다. 이 때문에 은 대마수지를 흡연했다고 자백했는데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동인 공익위원회의 김광훈 변호사는 기소유예는 상당히 가벼운 처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수사기관의 깊은 고민과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에서 군포까지

현재 외국인이 방화범으로 지목된 큰불과 관련한 재판이 2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201810월 서울 서쪽 하늘을 시커멓게 덮은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이다. 피해액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 이 사건은 발생일로부터 2년을 넘겨 이달 말에나 1심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디무두가 호기심에 주워 날린 풍등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된 화재는 애초 간단한 사건처럼 보였다. 하지만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한테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었다. 검찰은 경찰이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며 중실화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이후 검찰은 단순 과실로 인한 화재로 보고 벌금 1500만원이 법정 최고 형량인 실화 혐의로 디무두를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나아가 무죄 변론을 펴고 있다. 풍등이 유류탱크 주변 잔디밭에 화재를 일으켰더라도 디무두에게 유류탱크 화재에 대한 예견 가능성까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 산하기관 조사에서는 탱크가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누출된 인화성 가스가 상부에 정체된 것이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고 밝혔다. 디무두를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바로 인접한 탱크 2기는 엄청난 폭발과 화염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구조적 관리 부실이 아니라 디무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적용 혐의나 유무죄 다툼에 그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디무두를 조사하며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마라’ ‘거짓말 아닌가라고 몰아붙인 것을 정상적 신문이 아니라 자백을 강요하고 진술거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기 군포의 한 물류창고에서도 올해 4월 외국인 노동자가 방화범으로 지목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튀니지 국적인 그는 가연물질 부근에서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629억원어치의 재산 피해를 입힌 혐의(중실화)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불이 나기 19분 전 발화 지점 부근에 담배꽁초를 버린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담뱃불처럼 불꽃이 없는 무염화원은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발화하고, 1~3시간 사이에 발화하는 경우가 55%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 증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발화 시점에서 1시간 안쪽으로 다른 네 사람도 몇 차례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게 확인됐기에 검찰이 기소한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했다.

1992파키스탄 노동자 살해 사건용의자로 체포된 파키스탄인들.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외국인 사건들을 다뤄온 변호사들은 오판, 부실 조사, 강압 수사의 배경에 제도적 허점, 편견, 수사기관 편의주의가 있다고 지적한다. 언어 장벽은 특히 사법 영역에서는 너무 높은 벽이다. 어렵고 생소한 법률 용어와 제도에는 내국인들도 애를 먹는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서도 통역이나 조서 기록을 두고 논란이 생겼다. 조서에는 디무두가 근처에 저유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간단히 적혀 있지만, 진술 녹화 장면을 보니 몇 차례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다 질문이 끈질기게 이어지자 마지못해 긍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경찰은 통역을 상대로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는 부분이 있던가요등의 질문으로 참고인 조서를 작성했다. 디무두와 변호인단은 통역이 수사기관의 편의에 치우칠 때 외국인 피의자 입장에서는 통역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높다며 인권위에 추가 진정을 제기했다.

 

난민 신청 사건에서는 고의로 추정되는 대형 오역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5~2016년 아랍권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조사 내용에는 신청서 내용은 거짓이다. 인터넷 보고 베꼈다”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는 돈 벌러 왔다는 식의 판박이 진술이 담겼다. 신청자가 스스로 난민 자격이 전혀 없다고 자복하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통역인이 신청자들이 말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을 진술서에 담도록 한 사실이 일부 탈락자들이 낸 행정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피해자가 수십명으로 조사됐다.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이 사건 발생 18년 만인 20159월 미국에서 송환돼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사자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형사사건에서 오역이나 부실 통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원은 교육과 평가를 포함한 통역·번역인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인이 처음 형사사법 절차를 밟는 경찰 등 수사기관 단계에서는 부실 통역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찰에서는 민간인 통역풀에 등록된 통역인들이 경찰서별로 요청이 있을 때 시간당 수당을 받고 통역을 해준다. 통역인이 조사자와 피조사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기보다는 보조 수사인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이지은 교수의 논문 경찰통역 실태와 경찰관의 인식 조사 사례 연구에는 2013년 외국인 사건 관련 경찰관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용이 실려 있다. 통역인들의 전반적 통역 기술 평가를 물었는데 응답자 27명 중 14명만이 신뢰할 만하다고 답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경찰관 자신이 수사관과 통역인을 겸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26명 중 15명은 경찰관의 요청이 있을 때 통역인은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사법 통역인은 원발화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뿐, 절대로 자신의 의견을 더하거나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조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자기 답변이 제대로 기록됐는지 확인하고 날인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은 통역이 한 줄씩 확인해주지 않고 그저 문제없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엉뚱하게 절도범으로 몰렸던 나이지리아인 외국인들은 한국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한국어로 써 있는 서류에 그냥 사인만 하라는 식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들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들이 있다. 우선 주거 부정을 이유로 구속될 확률이 내국인보다 높다. 구속을 피하더라도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앞에 소개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도 보호소에 다시 갇힌 중국인이 그런 경우다. 조사 과정의 오역이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전면적 진술 녹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조영관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조력을 받는 게 쉽지 않은데, 농촌이나 도서 지역에서는 수사관의 인권 의식이 높지 않아 더 곤란하다고 했다. 공무원이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통보 의무제도 사실 규명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중대 범죄 피해자는 이 제도에서 예외이지만, 적법한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목격자는 참고인 조사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사건은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 모두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중국동포한마음회,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회 등 중국에서 온 동포 단체 회원들이 20178월 영화 <청년경찰>에 중국 동포와 대림동을 비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며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 패착의 기억외국인 5% 시대에는?

1990년대 이후 산업인력 수용 정책 등으로 외국인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에 의한 범죄 문제도 따라붙었다. 불행히도 한국 사법 시스템은 중요 사건에서 패착을 거듭했다. 1992년 파키스탄 노동자 살해 사건에서 흉기를 휘두른 주범은 무기징역을 받고, 영문도 모르고 현장에 따라갔던 2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 정부는 1999년 재심 대신 사면으로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은 20년이 지나고서야 주범이 바뀐 판결이 확정됐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중이 조만간 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규정하는 다문화사회의 기준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예비 범죄자쯤으로 치부하는 것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시각도 여전하다. 외국인 범죄 문제를 다룬 올해 1월 한 신문 기사에는 검거율은 4년 연속 하락해 1.2%’라는 부제가 붙었다. 20162.1%였던 검거율이 이렇게나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가 뜻하는 검거율이란 전체 체류 외국인 대비 피검거자 규모다. 기사는 검거 인원 증가 폭에 비해 체류 외국인 증가가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외국인 범죄율이 줄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통계를 가지고 검거율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논리 비약을 한 셈이다. 체류 외국인 범죄율은 실제로 내국인보다 낮다. 외국인들이 반드시 선량해서라기보다는 비자 발급 단계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고, 체류 자격 유지를 위해 조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범죄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공정한 법 집행으로 진범을 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부실 조사와 사법 판단의 오류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진짜 범죄자는 웃게 만들고, 한국 사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좀 더 넓은 시야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영관 변호사는 피해자가 외국인인 경우도 많다. 외국인도 치안 수요자라는 인식을 갖고 국내법과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유입은 저임 노동력으로 시작됐는데 이제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기에 이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외국인 밀집 지역 슬럼화 방지, 내국인과의 교류 강화, 피해자 지원, 편견 조장 보도에 대한 대책이 형사정책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