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한겨레-중앙
기자, 장관, 교수... '우리말 바로쓰기' 위해 보낸 편지 2만 통 10.8 오마이뉴스
[인터뷰] 이수열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장
문재인 패싱’ 대국민선동하는 홍준표, 극렬보수층의 ‘대선불복’ 프레임 10.8 민중
계속되는 무리수에 ‘홍준표 패싱’ 걱정하게 된 자유한국당
노회찬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황제 수용" 오마이뉴스
"변호인 접견 횟수가 구금일수보다 더 많아"... 국정농단 사범들 수용실태 공개
한국 백만장자 20만명 돌파 '세계 13위'
작년 전세계 백만장자 115만명 증가… 美-日-獨-中-佛 순
우리말 이름 없는 곤충, "한글날 맞아 한글 이름 얻는다" 10.8 그린포스트코리아
맹독성 '붉은불개미', 허술한 검역망이 국내 유입 초래
얼굴없는 작가 반디는 누구…北 체제 공포 詩로 승화 10.8 TV조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7대 산업은 지금] 이코노미스트 10.16
‘망자’ 가족 등치는 부실 상조…두 번 우는 상조 고객들 927 한국경제매거진
[일본에서 넘어온 상조 서비스]횡령·파산 등 문제 상조 기업 출현까지 빼닮아
‘좋은 상조업체’ 재무 상태부터 따져라
상조 가입자 480만 시대…잦은 진통 겪으며 성장세
국가중요농업유산제 5년째, 7개 지역 발굴…보전 지원은 ‘미흡’ 한국경제매거진 149호
농업유산, 가치의 깊이를 재다
홍준표가 '필승' 확신한다는 광역단체 6곳은 10.8 연합
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 등 한국당 소속
국토부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677억원 면제" 10.8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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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VS "양심선언"…신혜원 태블릿PC 주장, 논란 확산 10 9 이데일리
대한애국당 “태블릿PC는 최순실 아닌 대선 캠프서 사용” 주장 108 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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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실종 시대] 추석에도 목소리는 없었다… 안부도 약속도 “카톡” “카톡1010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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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대협 실체 알려라"…朴정부, 위안부 관련 여론공작 1011 CBS노컷뉴스
대한애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연장 반대, 국회 잔디밭에 흩어진 태국기
종편TV 억대벌이 ‘메뚜기’ 평론가들 어디 갔지?1011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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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후준비 부족…죽기 전 마지막 8.5년 불행하게 살다 갈 수도"
국민 삶 무너뜨리는 경제위기… 동화은행 퇴출자들 추적해보니 한국경제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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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통계로 본 자영업자] 줄어들던 자영업자 4분기 연속 늘었다
'1 대 99'냐, '20 대 80'이냐 1010 프레시안
대구경북 여론조사1011 영남일보
조선일보의 ‘이상한’ 노벨평화상 보도 10.9 미디어오늘
"헌법에서 '경자유전(농업인이 농지 소유)' 뺄 수 없다" 1010 내일
권력 감시견에서 애완견이 된 뉴스 9.7 시사인
재개 vs 중단, 500명 시민 손에 달렸다 한겨레21 제1182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10월20일 권고안 전달…
이것만은 확 바꾸자!] '빽'에 웃고 '빽'에 울고…우린 부패공화국에 살고 있다 1011세계
원칙보다 인맥 우선시… 혈연·지연·학연이 ‘부패의 고리’
근로소득 상위 0.1%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 1011한국경제
근로소득 상위 0.1%가 연간 내는 세금은 1인당 1억 9796억원
소득 적어 근로소득세 한푼도 안내는 인원은 523만여명
‘이자 장사’로 돈 번 시중은행, 사회공헌은 ‘찔끔’ 시사저널 1011
정부 세 차례 처방 무색… 집값은 더 올랐다 1012 한국
1~9월 전국 평균 1.08% 상승 세종 3.98%, 서울 2.39% 껑충
명지에 뜬 불법전매 ‘야시장’…단속반과 실랑이 1011국제
더샵 퍼스트월드 떴다방 단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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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때 1만원, 영화 볼 때 3%… ‘부적절 준조세’ 손본다 1011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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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 차단한 게시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1012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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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결정 앞두고 원전업계 두둔 성명 “밥그릇 위한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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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장관, 교수... '우리말 바로쓰기' 위해 보낸 편지 2만 통 10.8 오마이뉴스
[인터뷰] 이수열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장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쳤다. 국민주권을 강조한 말이지만, '우리말 지킴이' 이수열(89)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장에 따르면 이 문장엔 문제가 있다. '~으로부터'는 영어의 프롬(from)을 번역한 잘못된 표현이고, 제대로 쓰자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문과 기사문장 등 일상에서 잘못 쓰이는 우리말을 찾아내 기꺼이 '잔소리꾼'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소장을 지난 5월 2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택에서 만나고, 지난 9월 20일 전화로 한 번 더 얘기를 나눴다.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 사들고 하루 시작
안방을 겸한 서재에는 수십 년은 됐을 법한 진갈색 책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책상이 국어순화연구소다. 책상 위엔 목침만큼 두꺼운 민중서림의 <국어대사전>과 가위로 오려낸 신문 기고문 두 장이 놓여 있다. 빨간 펜도 눈에 띈다. 이 소장은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 두어 부를 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2010년 이전까지는 집 근처 신문지국장들이 국어순화운동을 하는 이 소장을 돕는 의미에서 열 가지 신문을 그냥 넣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지국장들이 하나 둘 바뀌면서 '공짜 신문'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 두꺼운 국어대사전이 놓인 책상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수열 소장. ⓒ 박경난
이 소장은 신문에 나온 영어투, 일본어투, 중국어투 등의 표현을 찾아 빨간 펜으로 고친 뒤 우편으로 해당 신문사에 보낸다. 언론사 기자 가운데 이 '빨간 펜 편지'를 받지 않은 이가 드물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정작 자신은 지금까지 모두 몇 통의 편지를 보냈는지 세어보지 않았다는데, <조선일보>는 한 기사에서 20여 년간 이 소장이 편지 2만 통을 보냈고, 받은 사람은 약 5000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소장은 1928년 경기도 파주시 송라동(松羅洞)에서 태어났다. 솔애울 국어순화연구소의 '솔애울'은 송라동의 순 우리말로, 소나무 겨우살이라는 뜻이다. 그는 열일곱 살이던 1944년 교원자격 시험에 합격해 모교인 파주의 봉일천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를 받아준 교장은 "키가 자랄 때까지"라며 1년 남짓 교생 실습을 시켰다. 나이가 어린데다 키도 작아 학생인지 선생님인지 구별이 안됐다. 이후 중등교사 검정시험을 치러 서울·경기 지역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다 1993년 3월 서울여고에서 정년퇴임했다. 학교를 다닌 건 초등학교가 전부고, 독학으로 자격시험을 통과했으니 대학이나 대학원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그는 "남자로서 교사 생활을 47년이나 한 것은 거의 유일한 기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많이 고쳐줬다'고 감사패도
"학교에 있을 때는 시간도 없고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퇴임 후에 신문을 보니까 잘못된 게 무척 많이 발견됐어요."
이 소장은 교편을 내려놓은 뒤 우리말·글 바로잡기에 앞장섰다. 교사 시절 눈에 띄지 않던 오염된 우리말이 보였다. 국어학자 최현배(1894~1970)가 쓴 <우리말본>과 <표준국어대사전> 등을 보며 독학했다. 빨간 펜을 들고 매일 신문 10부를 읽으며 잘못된 부분을 고쳐 필자에게 보냈다. <한겨레>는 "그동안 기사 많이 고쳐줘서 초창기 신문 발전에 기여했다"며 1993년 3월 감사패를 줬다. 같은 해 한겨레문화센터가 세워졌다. 이 소장은 이곳에서 1995년 교열 강의를 시작해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주로 출판사 편집자와 초·중학교 선생님들이 강의를 듣는다.
빨간 펜을 든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 대중매체에 나온 잘못된 표현들이 많이 줄었을까.
"(바뀐 걸) 별로 느끼지 못해요. 예를 들어 '~하기 전까지'라고 하는데 이런 말이 없어요. '하기 전'이라고 해야 해요. '~하기 전까지'라는 말이 어디 있어."
이 소장의 우리말 강의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정체성'인데 정체성이라는 말은 없다"며 "'정체'로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체는 명사지만, 어느 특정한 사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물의 본질을 뜻한다. 그러므로 개성이나 인간성처럼 그 사물의 본질을 뜻하는 '성(性)'을 붙여서 정체성이라고 하면 '본질의 본질'로 겹말이 된다는 설명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라 선진국회법"
이 소장은 교과서마저 잘못된 표현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우리 글 갈고 닦기: 국어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1999)를 냈다. 이 소장은 "문학 교과서에 '조선후기 문학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갑오경장 이전까지의 문학이다'라고 하는데 '임진왜란부터 갑오경장까지'라고 하거나 '임진왜란 이후 갑오경장 이전'으로 하나씩 써야한다"고 설명했다.
법 이름에도 문제가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선진국회법'이라고 써야 맞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진화(先進化)에서 '선진'이 '앞서 나아감'이고 '한다'를 취해서 '선진한다'는 자동사가 되므로 선진화란 지극히 단순한 상식에도 어긋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 바로잡기를 하는 수고에 감동하고 고마움을 표한 사람도 많았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신이 낸 책과 함께 "글에 나타난 잘못을 지적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신문 칼럼에 대해) 지적을 받을 때마다 부끄럽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2005년 2월 2일 <국민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우리말을 바로 쓰게 하려는 그 열정과 노고는 보훈처 같은 정부의 서훈기관에 기록되어야 마땅하다"며 "선생의 깊은 지식과 열정은 우리말의 소금"이라고 이 소장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모두가 고마워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중학교 교장이 (1990년대 중반) <세계일보>에 연재한 글이 있어요. 내가 고친 것을 보내줬더니 편지가 왔어요. '편집국에서도 안 고친 글을 당신이 뭔데 자문 지도하는 것처럼 고쳤느냐'고. 그걸 내가 또 고쳐서 보내줬더니 욕을 하며 항의 전화가 왔어요."
이 소장은 편지에 "교장 선생님이 글을 올바르게 쓰고 말씀을 올바르게 하셔야 선생과 학생이 본받을 거 아니냐"고 썼다고 한다.
'감사한다'와 '고맙다'의 차이
이 소장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잘못된 표현을 잡아냈다. 우선 김 대통령 취임 전에 이경재 당시 특보에게 편지를 보내 '취임사를 쓸 때 유의할 점'을 조언했다. 그런데 실제 취임사를 보니 전혀 반영되지 않아, 잘못된 부분 30여 곳을 골라냈다. '기존 내용-고친 표현-설명'으로 3단 표까지 만들어 "문민정부가 하는 일에 실망과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며 <한겨레>에 보냈다. 최인호 당시 교열부 편집위원이 '한국말병과 대통령 취임사'라는 칼럼을 통해 이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터뷰 기사를 썼다. 그때부터 언론에 이 소장 이름이 오르내렸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이 소장을 인터뷰하고 쓴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이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한 부분을 거론하며 '감사하다'가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감사한다'는 고마움에 감동해서 사례함을 뜻하는 자동사다. '도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는 자신이 감사하는 행위를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대신 '도와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맞다는 설명이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쓰려면 '도와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라고 써야 옳다는 것이다.
헌법, 우리말로 고쳐야 할 이유
지난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의 말하기>(윤태영)와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라는 책이 인기를 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던 탓이다. 이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중3 수준도 못 된다"고 단언했다. 박근혜 정권이 즐겨 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이 목적어이기 때문에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로 고쳐야 맞는다는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을 외주화한다'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로 고쳐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수의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원에게 의견을 구하자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을 써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 이 소장은 국어 순화 활동을 하며 저서도 여러 권 냈다. ⓒ YES24, 인터넷 교보문고, 구글북스
이 소장은 "헌법에도 외국어투가 남발한다"고 언짢아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1999)도 발간했다. 전문에 나오는 '전통에 빛나는'이라는 말은 '전통으로 빛나는'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모든 국민에게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로 바로잡았다.
이 소장은 자신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표현으로 적힌 헌법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게으르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영어투, 일본어투, 중국어투가 점령한 헌법이 '국치(國恥)'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지난 7월 15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을 보냈지만 "김영란법을 위반한다"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젠 힘들어 그만둘 생각
이 소장은 1999년부터 월간지 <신문과 방송>에 '우리말·글 지키기'를 1년 정도 연재했다. 교열기자들이 그걸 읽고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교열기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강의도 했다. 틀리기 쉬운 표현을 정리한 책 <우리말 우리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1994)와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는 교열기자들 사이에서 '교본'으로 통한다. 한글학회는 2004년 이 소장을 '우리말글 지킴이'로 위촉했다.
기자들이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 소장은 자신의 책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를 집어 들고 "이런 거 읽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힘이 들어 이 일을 곧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 이수열 소장은 “건강이 나빠져 이 일을 곧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경난
"언덕 올라가다가 허리를 다쳤더니, 처음에는 죽는 줄 알았어요. 치료는 받고 있는데 허리를 다친 게 신경에 영향을 주는지 다리에 힘이 없어요. 자꾸 비칠비칠 허고."
책상 옆에 있는 손바닥만 한 바구니에는 편지 세 통이 있었다. 언론사 기자와 대학 교수에게 보낼 편지였다. 그는 "한 번 보낸 사람한테는 또 안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패싱’ 대국민선동하는 홍준표, 극렬보수층의 ‘대선불복’ 프레임 10.8 민중
계속되는 무리수에 ‘홍준표 패싱’ 걱정하게 된 자유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의도적인 '패싱(Passing)'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문 대통령을 적대국의 우두머리를 대하는 듯한 모습이 보일 때도 있다. 최근 "사단장이 사열하느냐"며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을 두 번째로 거부한 것은 홍 대표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이 만찬 회동은 안보를 주제로 여야의 의견을 구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이었다. 북핵 위기를 빌미로 '안보공세'를 거듭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깔려진 멍석'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만나려면 일 대 일로 만나자"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부·여당은 '협치'를 요구하는 야당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 제안으로 화답했고, '대북정책 전환' 요구에 강경 안보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진정성 없는 '쇼(Show)통'"이라며 애써 폄훼한다. 이쯤 되면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보수야당으로서의 국익을 위한 본분을 명백히 뛰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자 의지로 추진이 가능한 사안도 아닌데다, 국가공동체의 생존을 결정하는 고도의 정치·군사적 전략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추진할지 여부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기반한 '통치행위'가 중요한 결정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야당으로서 대여 비판과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라는 공론의 장을 활용하거나, 때로는 '영수회담'을 통해 담판을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정작 정부정책 결정의 주체인 문 대통령을 만날 필요가 없다며 모든 소통의 창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홍 대표는 자신이 직접 미국을 찾아가 '전술핵', '핵무장'을 위한 담판을 짓고 오겠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오는 10월 23~27일 4박 5일간 미국 워싱턴D.C, 뉴욕 등 주요 도시를 방문한다"고 강효상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술핵 반대'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며 위기 관리에 몰두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 대해 야당 대표가 나서서 '대통령이 못 미더우니, 내가 직접 국가를 대표해 외교하겠다'는 격이다.
미 유력지 '칼럼'을 '사설'로 둔갑시켜 홍보하고…
한미연합사령관 만남에 들떠 "이제 대미외교 본격적으로!" 외쳐
'진짜 대통령감은 나다' 인정 받고 싶은 홍준표?
자유한국당은 지난 13~16일에도 "문재인 정부가 못하는 외교, 우리가 한다"며 전술핵을 요청하기 위해 방미단을 파견했다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거절 의사만 확인하고 돌아온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에서는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서 사설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비중 있게 다뤘다며 "전술핵외교 시동 거는 데에 성공했다"는 제목으로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심지어 번역문까지 친절하게 첨부돼있었다. 그러나 이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이 아니라 Josh Rogin이라는 칼럼니스트가 'opinion'란에 기고한 칼럼 글이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사대외교", "빈손귀국" 등 정치권의 비판을 두고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방미 결과를 헐뜯을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정부의 외교전선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른바 '문재인 패싱'을 도모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자신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홍 대표의 집요한 노력이다.
홍 대표는 최근 빈센트 브루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난 뒤에 더 의기양양해진 모습이다. 그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제 기억으로는 처음"이라며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미국 당국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이제 대미외교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이 아니라 Josh Rogin이라는 칼럼니스트가 'opinion'란에 기고한 칼럼 글이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사대외교", "빈손귀국" 등 정치권의 비판을 두고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방미 결과를 헐뜯을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정부의 외교전선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른바 '문재인 패싱'을 도모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자신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홍 대표의 집요한 노력이다.
홍 대표는 최근 빈센트 브루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난 뒤에 더 의기양양해진 모습이다. 그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제 기억으로는 처음"이라며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미국 당국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이제 대미외교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연합사 측은 사령관이 누군가를 만날 때 일일이 본국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지난 2월 21일에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브룩스 사령관의 초청을 받아 안보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도 있다. 연합사령관이 홍 대표를 만난 것이 매우 특별한 사건은 아닌 셈이다.
"문재인이 미국에서 '푸대접' 받았다!" 환호작약한 홍준표의 '헛발질'까지
홍 대표는 '문재인 패싱'을 하려다가 '헛발질'을 한 일도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미국 측 환영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미국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20일 이같이 거론하며 "그만큼이나 '문재인 패싱'을 당하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들은 그걸 국민들에게 숨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국에 방문했을 때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행사를 위해 방문한 나라에서는 해당 국가의 정부 실무자가 안내를 위해 나올 뿐, 고위 영접객이 따로 나오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한 나라의 정상이라도 방문 성격에 따라 의전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통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홍 대표가 이러한 의전 방식을 혼동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설령 홍 대표의 주장처럼 실제로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그러한 푸대접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 국가의 정상에게 외교적 결례를 한 미국이 비판을 받을 일이다.
대국민선동으로 '대선불복' 움직임에 멍석 깔아주고
자발적 '왕따'가 되는 홍준표, 그의 노림수는?
홍 대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모두 '문재인 패싱'을 하고 있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나라를 위해서라도 제1야당 대표인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패싱'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홍 대표 자신이다. 그가 이토록 별다른 호응을 얻지도 못하면서 계속 무리수를 두는 데에는 북핵 위기 국면이 가라앉기 전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지한 어조로 '전술핵', '자체핵무장' 등 현실성 없는 주장을 늘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현안을 도박판의 카드로 올려놓은 셈이다.
또 홍 대표의 의도가 무엇이든, 안보이슈에 민감한 보수적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선불복'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서울 여의도의 자유한국당사 앞에서는 극렬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문재인 탄핵'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자유한국당은 온 당력을 기울인 '전술핵 배치' 1천만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서울과 대구에서 두 차례 대규모 장외집회를 벌인 자유한국당은 추석 이후 부산·경기·인천·충청 등 전국적으로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의석수(107석)가 적어 국회 안에서는 싸울 수가 없다며 "장외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홍준표 패싱'이 굳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여야 4당의 청와대 회동 직후 자유한국당은 "제1 야당을 왕따시키는 것으로 정국이 안정되고 국민 통합이 되겠느냐"는 입장을 내놨다. 또 여야간 사실상 합의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도 "문 대통령의 실정과 책임을 국회와 야당에 전가하는 책임회피기구"라며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고춧가루 뿌리는 홍준표", "셀프왕따 자랑"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안보훼방꾼"이라고 비아냥댔다.
현 정국을 계기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 정당 사이에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원내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외톨이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또 추석 명절을 보내면서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는 여론이 형성돼 본격적인 역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역 앞에서 '안보파탄', '인사참사', '방송장악', '교육혼란', '민생불안' 등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캠페인에 몰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여야4당 대표들과 만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노회찬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황제 수용" 오마이뉴스
"변호인 접견 횟수가 구금일수보다 더 많아"... 국정농단 사범들 수용실태 공개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변호인 접견 횟수가 구금일수보다 더 많다"며 '황제 수용'이라 지적했다.
8일 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주요 국정농단 사범이 일 1회 이상 변호인 접견을 하고, 일반 수용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자주 구치소장과 면담하는 등 '황제 수용'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박 전 대통령은 총구금일수 147일 동안 148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총구금일수 178일 동안 237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5일 동안 209번에 걸쳐 변호인 접견을 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변호인 접견은 헌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이지만, 일반 수용자들은 변호사 비용 등 때문에 1일 1회 접견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돈과 권력이 있으면 매일 변호인 접견을 하며 '황제 수용생활'을 할 수 있다는 특권의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노회찬 의원은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수감기간 동안 24번이나 교정공무원과 면담을 했는데, 특히 이경식 서울구치소장과 12번이나 면담을 했다"며 "이는 약 열흘에 한 번 꼴로(평균 11.25일에 1회) 이 소장을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이경식 서울구치소장은 지난 4월 1일·2일에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한 사실이 보도되며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데, 이후로도 '특혜성 면담'을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구치소 측은 면담 이유를 '생활지도 상담'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과연 서울구치소 수용자 중 생활지도를 이유로 이렇게 자주 소장을 만날 수 있는 수용자가 또 있을지 의문"이라 덧붙였다.
한편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순실(구속)씨는 구금기간 중 40회에 걸쳐 관계 직원 면담을 했고, 지난 2016년 12월 '심신 안정'을 이유로 홍남식 전 서울구치소장과 2회에 걸쳐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현재 TV, 사물함, 싱크대, 침구, 식기, 책상, 청소도구 등이 갖추어진 10.08㎡ 면적의 거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노 의원은 "일반 수용자의 1인당 기준면적은 2.58㎡인데, 현재 전국 교정시설이 정원의 120%에 해당하는 인원을 초과수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정원 4만 7820명 대비 5만 7637명, 2017년 6월 기준)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일반수용자의 5배에 달하는 면적을 혼자 사용하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정농단사범 역시 김기춘 7.33㎡, 이재용·차은택 6.76㎡ 등 일반 수용자에 비해 매우 넓은 혼거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은 "오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일각에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 또는 '인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황제 수용' 생활을 하고 있는 실상을 밝히지 않은 채, '피고인 인권보장'을 이유로 구속기간 연장조차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 덧붙였다.
노회찬 의원은 "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구속사유를 인정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백만장자 20만명 돌파 '세계 13위'
작년 전세계 백만장자 115만명 증가… 美-日-獨-中-佛 순
지난해 전세계 백만장자 수는 115만명 증가했으며 한국의 백만장자 수도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백만장자 증가율 면에서는 러시아가 19.7%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13.7%), 인도네시아(13.7%), 노르웨이(13.2%), 태국(12.7%), 스웨덴(12.6%), 대만(11.9%) 등 순이었고, 한국의 백만장자 수 순위는 인도(21만9000명)에 이어 13위를 기록했다.
8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의 '2017 세계 부(富) 보고서(WWR)'에 따르면 작년 투자 가능 자산을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 이상 보유한 백만장자(HNWI)는 총 1650만명으로 전년보다 115만명(7.5%)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63조5000억 달러로 8.2% 늘면서 2015년까지 5년간의 평균 증가율(6.5%)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영향은 미국과 유럽의 주가 강세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백만장자의 93.2%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이익을 얻었다고 답했으며 손실을 봤다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백만장자 수를 보면 미국(479만5000명)과 일본(289만1000명), 독일(128만명), 중국(112만9000명) 등 상위 4개국이 1009만5000명으로, 전 세계에서 61.1%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5만6000명 늘어난 57만9000명을 기록, 영국(56만8000명)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영국 백만장자 수는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선언 이후 파운드화 약세 등 영향으로 1년간 1만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편, 백만장자의 절반을 웃도는 56.2%는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고객이 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말 이름 없는 곤충, "한글날 맞아 한글 이름 얻는다" 10.8 그린포스트코리아
국립생물자원관, 우리말 이름 없는 곤충 2513종 새 이름 부여 예정
우리나라 자생생물의 국명과 영명에 대한 관리기능 확대 및 강화
우리나라 이름이 없는 곤충 2513종이 한글 이름을 갖게 된다. 우선 이번 한글날엔 50종의 곤충의 한글 이름이 생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글날을 맞아 국명이 없는 곤충 2513종에 우리말 이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곤충 50종에 대해선 우리말 이름 초안이 완성됐다.
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곤충은 1만6993종(2016년 12월 기준)으로, 이 중 약 15%인 2513종이 국명이 없는 상태다. 이번에 우선 우리말 이름을 얻은 곤충 50종은 다정큼나무이, 두눈긴가슴하늘소, 한국왕딱부리반날개, 우리거미파리 등으로, 노린재목 10종, 딱정벌레목 24종, 바퀴목 1종, 벌목 8종, 부채벌레목 1종, 파리목 6종 등이다.
생물자원관은 곤충의 생태적 습성, 겉모습, 우리나라 고유종 등의 정보를 토대로 곤충의 우리말 이름 초안을 지었다. 노린재목에 속한 ‘다정큼나무이’는 다정큼나무를 먹이로 삼는 생태적 습성을 고려해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딱정벌레목에 속한 ‘두눈긴가슴하늘소’는 눈처럼 생긴 동그란 2개의 점을 가진 형태적 특징을 반영해 이름을 지었다. 딱정벌레목에 속한 ‘한국왕딱부리반날개’와 ‘파리목에 속한 ’우리거미파리‘는 우리나라에서 신종으로 각각 2011년과 1968년에 처음 발견된 점을 고려해 ’한국‘과 ’우리‘라는 말을 붙였다.
출처=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관 측은 “국명이 없는 곤충에 친숙한 우리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산업적·학술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곤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곤충이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해외 학술지에 발표할 경우 국명이 따로 없어 학명(라틴어)을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종의 경우 영명을 직역해 사용해왔다.
곤충의 세계 표준 명칭인 ‘학명’은 ‘국제동물명명규약’에 따라 라틴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라면 뜻을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읽기도 어렵다. 이에 생물자원관은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의 곤충 전문가들과 함께 색, 형태, 생태 등 곤충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곤충의 국명 초안을 잡을 계획이다. 또 국문학자, 생물학자의 교차 검수를 통해 국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나고야의정서 시대에 우리 생물자원의 이름을 누구나 쉽고 바르게 부를 수 있게 다듬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민 다수의 의견 수렴과 국가생물종목록 실무위원회 등을 통해 한 종의 이름이 여러 개이거나 잘못 유래된 생물 이름이 붙은 경우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물자원관은 비단벌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나 우리나라 고유종에 속한 곤충에 대해 영명을 시범적으로 부여해 우리 곤충에 대한 대외 위상을 높이고 생물주권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아울러 무척추동물·미생물 분야로 국명을 짓는 사업을 확대하고, 비속어나 외국어에서 유래한 국명에 대해 논의하는 ‘국가생물종 국명·영명 부여 사업의 추진상황 및 발전방향 보고회’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내에서 오는 20일 개최할 예정이다.
맹독성 '붉은불개미', 허술한 검역망이 국내 유입 초래
얼굴없는 작가 반디는 누구…北 체제 공포 詩로 승화 10.8 TV조선
[앵커]북한 작가 '반디'는 북한의 일상을 체제와 연결시켜 비판적 시어로 담아냈습니다. 자유를 꿈꾸며 정치범 사형수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노동당 행태를 풍자했습니다. TV조선이 단독 입수한 반디의 시를 김보건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새 세상 밝았다 새날이 왔다'
북한의 얼굴없는 반체제 작가 반디의 시집에 실릴 '꿈'이라는 시입니다. 반디는 자유에 대한 갈망, 일상의 공포를 체험적 시어로 담아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의 젊은 사형수를 주제로 엄혹한 북한체제를 비판합니다.
붉은 세월 칼바람에 속절없이 스러져간 인생의 푸른 락엽 이 땅에 얼마더냐'
('푸른낙엽' -젊은 정치범 사형수에게)
부모를 잃고 구걸을 하는 꽃제비를 보며 노동당을 풍자합니다.
'거지라고 이름 달면 공산세상 수치라고 꽃제비라 로동당이 고운 이름 달아줬소 -꽃제비 노래 반디는 북 문인 단체인 조선작가동맹 회원이었다 은퇴한 60대 남성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출간한 소설 '고발'은 미국 cnn 영국 더타임즈, 전세계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국제펜클럽은 반디를 우크라이나 행사에 초대했지만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 반디를 만나기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그가 책을 들고 세상에 나올 것으로 독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반체제 작가 반디가 이번 연말 국내에서 시집을 출간합니다. 지난 2014년 첫 소설집 '고발' 출간 이후 3년 여만입니다.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반디 작가의 시 원고는 한국 인권단체 '행복한통일로'에게 전달됐습니다.
도희윤 / 행복한통일로 대표
"우연하게 탈북여성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반디선생의 원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연말에 출간 예정인 반디 작가의 원고에는 모두 오십여 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시집은 고은 씨의 시를 전세계에 알린 안선재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번역을 맡아 전세계에서 출간할 계획입니다. 첫 소설집 '고발'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데버라 스미스가 영역해 전 세계의 관심을 일으켰고, 전세계 25개국에서 번역 출판 또는 계약됐습니다.
도희윤 / 행복한통일로 대표
"17개국에서 출판이 됐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출파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디 작가는 최근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국제인권상 최종 후보에 올라 국제적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7대 산업은 지금] 이코노미스트 10.16
떨어진 원가 경쟁력, 판관비로 수익성 맞춰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를 숙명으로 안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 등은 우리 경제와 산업에 심각한 악재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체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한국을 먹여 살릴 전자(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건설·바이오 등 7대 산업의 흐름을 글로벌 200대 기업의 재무통계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7월까지 월간 수출액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간 수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 감소 기록이다. 수출이 부진한 원인은 글로벌 불황과 저유가, 중국의 내수 위주 정책 등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으로 선회한 미국은 글로벌 무역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연 10%대 고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경제도 성장률 6%를 지키자는 ‘바오류’(保六)로 한발 물러섰다. 나라 밖 사정이 나빠지면서 한국 주력 수출산업이 받은 타격은 컸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7대 산업에서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총 140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총 101개다. 기업 수 비율로는 약 7%다. 조선이 21개로 가장 많고, 이어 석유화학(16개)·자동차(11개)가 뒤를 이었다. 전자와 건설은 10개씩, 철강은 8개 기업이 글로벌 200에 포함됐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에서는 4개 기업이 포함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200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조선 33.28%로 가장 높았다. 전자(8.86%)가 뒤를 이었고, 철강(6.92%)·석유화학(5.89%)·자동차(5.19%)·건설(4.79%)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바이오산업의 한국 기업 매출 비중은 0.35%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의 몫은 2012년 이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석유화학과 바이오산업만 2012년에 비해 매출 비중이 소폭 상승했을 뿐, 나머지 5개 산업은 5년 전보다 비중이 줄었다. 특히 조선(40.72%→33.28%)의 하락폭이 컸다.
재무 통계에서 한국 기업들의 공통점도 드러났다. 특히 7개 산업에서 모두 한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이 글로벌 기준에 뒤떨어지는 점이 두드러진다. 원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 총이익률과 원가가산율은 낮고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컸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다. 또 비슷한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싸게 판 경우에도 원가 경쟁력 지표는 나빠진다.
원가 경쟁력이 약하니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예상보다 좋았다.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 모두 글로벌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남들보다 비싸게 만들거나 싸게 팔았는데도 물건 팔아 남긴 돈은 비슷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판매관리비(판관비)다. 7개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판관비는 모두 글로벌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판관비는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활동 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임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 임차료와 접대비 등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뒤처지는 원가 경쟁력을 낮은 판관비로 상쇄해 수익성을 유지한 셈이다. 각종 비용 절감으로 허리띠를 졸란 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글로벌 기준을 오히려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기자본수익률 등 생산성 지표는 글로벌 기준에 못 미쳤다.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안정성은 키웠지만, 이렇게 쌓인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효과적인 투자 등을 통해 신기술이나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망자’ 가족 등치는 부실 상조…두 번 우는 상조 고객들 927 한국경제매거진
해지 환급금 미지급·고객 납입금 무단 인출·횡령 등 경영 부실 백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부랴부랴 기존에 가입했던 상조 회사에 전화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기존에 가입한 상조 회사가 몇 차례 인수․합병(M&A)되는 과정에서 원래 가입했던 240만원짜리 장례 상품은 없어졌다며 변경된 상품으로 진행하려면 추가금 150만원을 더 내라고 하더라고요. 장례 상품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하면 해지 환급금은 지급할 수 없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금을 내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올해 9월 9일 부친상을 당한 김지민(36·가명) 씨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조 회사로부터 당한 어이없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그렇지 않아도 상을 처음 치르는 상황이라 정신없던 터에 믿고 가입했던 상조 회사의 추가금 얘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그동안 납입한 240만원을 포기하느니 추가금을 내고 좋은 마음으로 고인을 보내드리자고 마음먹었지만 상조 회사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졌다.
상조 회사의 방만한 경영, 경영진의 배임·횡령 등으로 인한 부도와 ‘먹튀’ 논란이 최근 몇 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상조공제조합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지만 부실 상조 회사가 공제조합을 탈퇴해 버리고 폐업 신고하면 만기 환급금을 받지 못할 수 있고 다른 회사로 M&A되면 위의 사례처럼 원하지 않는 서비스로 갈아타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김 씨가 언급했던 상조 회사 M사는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 검찰 고발을 당하다 고객 35명의 해약 환급금 3000만원을 600일이 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8월 또 한 번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최근에는 외부 감사 회사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며 사실상 신규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 M사는 반복적인 불법행위와 대표의 결격 사유로 할부거래업 등록도 취소됐다. M사 대표는 한국상조협회의 회장직을 맡으며 상조 업체의 폐업으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해 준다며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의 회사는 폐업과 설립을 반복하며 상조 관련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그는 계약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지난해 징역형을 받아 구속 수감 중이다. 또한 상조 회사 7곳을 인수한 뒤 법정 예치금 약 75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와 고객 예치금 3억원 정도를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몇몇 상조 회사들은 ‘결합 상품’에 대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며 ‘끼워 팔기 꼼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예컨대 가입할 때 안마의자를 무상 제공할 것처럼 선전하지만 막상 가입하면 안마의자 값은 별도 할부금으로 청구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F사 사례를 포함한 7503건의 신고를 바탕으로 소비자 피해 주의보 발령을 내린 바 있다.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13년 1만870건, 2014년 1만7083건, 2015년 1만177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피해 유형은 상조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많다. 2011년 9월 공정위의 ‘선불식 할부 계약의 해제에 관한 해약환급금 산정 기준 고시’ 이후 가입한 이들은 약정 금액을 완납했으면 계약 해지 시 총납입금의 85%를 돌려받을 수 있고 고시 이전에 계약한 이들은 총납입액의 81%를 돌려받을 수 있다.
김근성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할부거래과 과장은 “최근 상조 업체의 폐업과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선불식 할부 거래는 소비자가 대금을 미리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는 장기간 후에 제공받는 방식이어서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피해를 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가입 당시 약속받은 내용과 계약서상의 보장 내용이 일치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과장은 이어 “상조 업체의 등록 여부, 선수금 보전 여부 및 보전 비율과 같은 정보와 해약환급금 산정 기준 고시 등 선불식 할부 거래에 관한 법령 등을 수시로 챙겨 보고 가입한 상조 업체가 폐업했을 때 소비자 피해 보상금 지급 기관과 절차에 대해서도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일본에서 넘어온 상조 서비스]횡령·파산 등 문제 상조 기업 출현까지 빼닮아
국내에 기업형 상조회(상조기업)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2년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기업형 상조회 시스템이 일본과 가까운 부산에 상륙했다. 이들은 동네 장의사를 빠르게 대체하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웠다. 1989년까지 6개에 불과했지만 1994년 16개, 1999년 20개, 2003년 31개로 서서히 늘어났다. 특히 2004년에는 기업형 상조회 시장이 급성장해 전국을 네트워크화한 대형 상조 기업을 비롯해 전국에 100여 개의 상조 회사가 설립됐다.
호황기는 2013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영세하거나 부실이 심각한 상조 회사들이 폐업하면서 가입했던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고 이후에는 상조 기업의 통폐합 등이 이뤄져 176개(올해 6월 기준)의 회사가 영업 중이다. 이런 국내 기업형 상조회의 변화 과정은 1940년대 말 최초의 상조회가 만들어 진 이후 1970년대 기업형 상조회가 성행했던 일본의 역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당초 일본에서의 상조회는 지역 구성원을 중심으로 장례 용품을 돌려쓰는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점차 상업화·기업화되면서 이익을 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보험업계와 다단계 기업들까지 상조 사업에 뛰어들면서 절정을 맞았지만 한국과 비슷한 부실·불법 상조 회사들이 잠적하거나 파산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973년 상조회를 ‘선불식 특정 거래업’으로 규정하고 쿨링 오프 제도(일정 기간 이내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도입, 초과 비용 징수에 대한 규정, 납입금 보존 조치 등 할부 판매법에 의한 규제를 강력히 시행함으로써 투명한 상조회 만들기에 나섰다. 지금은 일본 국민의 약 80%가 기업형 상조 회사의 장례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좋은 상조업체’ 재무 상태부터 따져라
상조업체 고르는 법]
더케이예다함·디에스라이프·좋은라이프·평화드림·현대에스라이프 재정 건전성 우수
최근 상조 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자)를 통해 장례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상조 업체는 176개에 가입자는 483만 명, 선수금 규모는 4조2285억원이다. 국내 상조 관련 시장은 약 7조원대로 추정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2020년이면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조 관련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했지만 앞서 상조 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소비자 피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동안 상조 업체의 난립과 부실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에서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고 현재도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 업체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이유다. 재무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고 회사의 지속 가능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심지어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얘기까지 돌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상조 업체가 폐업하면 가입자들은 그동안 불입한 돈(선수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현행 선불식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모든 상조 업체는 회원에게서 받은 납입금의 50% 이상을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회사가 폐업하더라도 납입금의 절반을 보상해 주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상조 회사는 회원이 납부한 회비를 선수금 보전 기관에 누락 신고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에 가입했다면 절반은커녕 납입금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폐업한 국민상조는 선수금 940억원의 절반인 470억원을 예치해야 했지만 공제조합에 실제 예치된 돈은 90여억원뿐이었다. 결국 가입자들이 손해를 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의 피해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1만 건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상조 업체를 선택할 때 먼저 해당 업체의 재무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당 업체의 재무 상태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정위는 매년 두 차례 상조 업체에 대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가입한 상조 업체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중도에 해약하거나 폐업 시 선수금을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는지의 척도인 ‘선수금 지급여력비율’도 알아볼 수 있고 보증 체결 기관이 공제조합인지 은행인지도 알 수 있다.
한 상조 업체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은 소비자가 낸 선수금과 자본총액의 합계를 선수금으로 나눈 값으로 최소 100% 이상인 업체를 골라야 한다”면서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는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선수금 지급여력비율’ 확인해야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상위 상조 업체 54곳이 제출한 ‘2016년 회계감사 보고서’를 토대로 지급여력비율, 자산 대비 부채비율, 영업 현금 흐름, 자본금 등 4개 지표별 상위 업체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더케이예다함상조(이하 예다함)·디에스라이프·좋은라이프·평화드림·현대에스라이프 등 5곳의 재정 건전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예다함은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먼저 지급여력비율에서는 예다함·디에스라이프·좋은라이프·평화드림·현대에스라이프 등 5곳이 110% 이상으로 가장 좋았다. 지급여력비율은 부도·폐업 등의 위험에 대응할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폐업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100% 이상 110% 미만 구간에는 다나상조·다온플랜·라이프온·새부산상조·에이플러스라이프·프리드라이프·휴먼라이프가 있고 96% 이상 100% 미만 구간에는 모던종합상조·보람상조유니온·보람상조라이프가 포진했다.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에서도 예다함·디에스라이프·좋은라이프·평화드림·현대에스라이프 등 5곳이 가장 우수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폐업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이들 5곳은 자산 대비 부채비율 90% 미만 구간에 속했다. 상조 업체의 현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영업현금흐름은 교원라이프·대명스테이션·예다함·프리드라이프 등 4곳이 250억원 이상으로 가장 양호했다.
영업현금흐름 규모가 클수록 영업 활동에 의한 현금 순유입액(현금유입-현금유출)이 충분해 소비자의 해약 요청 등에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10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 구간에는 더리본·보람상조개발·보람상조리더스·부모사랑·재향군인회상조회 등 5곳이,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구간에는 경우라이프·다온플랜·보람상조라이프·제이케이·한강라이프·효원상조 등 6곳이 선정됐다.
회사가 보유해야 할 기초 재산으로 회사 신용 및 담보의 기능을 하고 있.는 자본금은 예다함·부모사랑·에이플러스라이프 등 3곳이 100억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에는 교원라이프·대명스테이션·더리본·엘비라이프·좋은라이프가 이름을 올렸다. 대노복지사업단·모던종합상조·우정라이프·효원상조·휴먼라이프 등 5곳은 1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으로 그 뒤를 이었다.
◆ 좋은 상조 업체 고르는 5대 원칙
1.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알아보자. 공정위 홈페이지에는 상조 업체의 등록 여부 및 재무 정보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 상조 업체마다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 회사 이름만 듣고 가입하기보다 자신에게 효율적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각 사 홈페이지를 활용해 체크하고 가입해야 한다.
3. 계약을 하기 전에 할부거래법 적용, 고객 선수금 보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즉 해당 계약이 할부거래법이 적용되는 상조 상품인지 확인하고 소비자피해보상증서가 발급되는지 여부와 고객 선수금 보전 계약이 어느 기관과 체결됐는지 여부, 해약 시 환급 기준에 대해 확인하도록 한다.
4. 해지 절차 및 환급액 등의 계약서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계약 해지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면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계약 해지 요구는 내용증명을 통해 상조 업체에 통보하는 것이 좋다. 공정위 ‘정보 공개’ 자료실에서 상조 서비스 표준약관을 다운로드 받아 본인이 가입한 회사의 약관 내용과 해약 환급 규정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소비자 피해를 보상 및 예방하기 위해 공정위로부터 인가받아 설립된 소비자 피해 보상 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 사이트를 살펴본다. 가입 상조 회사가 폐업이나 등록 취소 조치를 당했을 때 선수금을 예치한 은행이나 공제조합 등에 연락해 피해 보상 금액과 수령 방법 등도 확인해야 한다.
상조 가입자 480만 시대…잦은 진통 겪으며 성장세
지난 30여 년간 장례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상조 산업은 잦은 진통을 겪었지만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업체 수는 감소 추세이지만 상조 회사 납부금인 선수금 규모와 총가입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선수금 100억원 이상인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더욱 탄탄한 상조 회사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의 욕구로 대형 업체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체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상조 산업이 서서히 자리 잡아 가는 과도기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올해 6월 자료를 제출한 상조 회사 174곳을 분석해 ‘2017년 상반기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 주요 정보 공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상조 업체의 가입자는 483만 명, 선수금 규모는 4조2285억원을 기록했다. 상조 업체는 지난해 말에 비해 11개 줄었지만 회원은 45만 명 늘었다. 상조업계의 총자산은 3조92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329억원 증가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11.6%로 지난해 보다 줄었고 지급 여력(고객으로부터 받은 선수금 대비 상조 회사 자산의 비율)은 90%로 증가했다. 선수금은 1500억원 늘어 총 4조2285억원이고 이 중 절반 정도인 2조1376억원은 공제조합․은행․지급보증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58곳이 공제조합에 가입했고 110곳이 은행에 예치했다. 6곳은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상조 회사는 2012년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공정위에 등록된 상조 업체는 2014년 253개, 지난해 195개, 올해 6월 176개로 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조업계가 최근 들어 성장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업체는 더욱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고 소형 상조 업체의 폐업률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21곳이 문을 닫고 폐업 처리했다.
업체 간 과도한 경쟁과 업종 자체의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폐업한 업체들은 가입 회원이 1000명 미만인 곳들이었다.
올해 2분기 폐업한 상조 업체는 뷰티플라이프․대명라이프이행보증․우리동네상조․상부상조․의전나라․금구․라이프금호종합상조․혜민서․상영 등이었고 등록 취소된 업체는 이편한통합라이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분기 이후 신규 등록한 업체는 단 한 곳뿐이었다. 올해 2분기 중 자본금을 변경한 업체는 7개사로, 위드라이프그룹․우림라이프․케이비국방플러스․씨에스라이프․제이에이치라이프․디에스라이프․고려상조 등이다.
업체 수는 줄고 있지만 상조 업체들의 재무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상조 업체가 회원 수와 선수금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선수금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대형 상조 회사는 가입 회원이 50만 명 증가했고 선수금은 1853억원 늘었다.
가입자가 5만 명 이상인 업체는 23곳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했다. 이들 23곳에 가입한 회원은 398만 명이다. 전체 회원 483만 명의 82.4%가 대형 업체에 몰려 있는 셈이다.
◆ 상조업계 매출 견인, 신사업 확대·결합 마케팅
최근 수년간 중대형 상조 업체들의 잇단 도산으로 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들은 폐업 후 환급금을 지급받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상조업계의 고객 빼앗기, 대량 해약 등은 업계 신뢰도 악화로 이어졌고 공정위에서는 상조 시장에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월 설립 최저 자본금을 3억원에서 15억원 올리고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올해 매출액 기준으로 4위와 5위에 자리한 대명스테이션과 더케이예다함상조도 초기에는 사업이 불안정해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대명스테이션은 사업 초기 상조 영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오프라인 영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해 설립된 더케이예다함은 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사업 초기 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예다함은 지난해 선수금 2298억원을 적립하며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상조 회사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불황을 극복할 방안을 찾았다. 우선 장례식 상품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는데 국한되지 않고 신사업에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줄기세포 보관, 크루즈 여행 상품이 히트를 쳤다. 줄기세포 보관 상품은 에이플러스라이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세포 보관 상품은 할부 거래 방식이 아니어서 곧바로 회사 매출로 직결된다. 크루즈 상품은 상조 가입자가 장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때 적립금으로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녀들이 부모님의 환갑이나 칠순에 효도 여행을 보내드릴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많다는 후문이다. 더리본은 다양한 사업 진출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더리본은 외식업에 진출해 뷔페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장례 상품뿐만 아니라 웨딩 상품도 론칭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보람상조 역시 장례 상품 판매 외에 임대 및 호텔 사업에 손을 뻗었고 직영 장례식장 운영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상조 가입 시 가전제품을 함께 증정하는 ‘결합 상품 마케팅’도 고객 모으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결합 상품 마케팅은 2014년 대명스테이션과 삼성전자가 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시작돼 프리드라이프․교원라이프․더리본․예다함․좋은라이프 등이 줄줄이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
상조 회사들은 또한 오프라인 상품 판매에서 진화해 온라인이나 홈쇼핑 판매로도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제 5년째, 7개 지역 발굴…보전 지원은 ‘미흡’ 한국경제매거진 149호
지정에만 급급.. "이대로 놔두면 훼손 가능성 더 높아져"
2002년 식량농업기구(FAO)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SSD)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다. 2005년 시범 사업으로 칠레, 페루, 중국, 필리핀, 알제리와 튀니지 등 지역을 선정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그로부터 16년, 세계농업유산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16개국에서 37개 지역이 등재를 완료했다. 제도 초기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유럽과 북미의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동남아 3개국 중에서는 중국이 앞섰다. GIAHS 창설 초기에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NIAHS)를 도입하고 중국 전역에서 11개 지역을 발굴해 등재에 성공했다. 일본 또한 8개 지역의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아시아 3개국 중 가장 후발주자로 2014년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도 밭담 등 2개 지역의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하동 전통 차밭이 심사를 마치고 10월 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마련하고 올해로 5년째를 맞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그동안 ‘발굴’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해까지 7개 지역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발굴 이후의 ‘보전’ 및 ‘활용’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농업유산 보전관리 예산 지원으로 3년간 15억 원을 편성해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청산도와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기간이 만료돼 지원이 끊긴 상황이며, 현재 보전 및 활용에 대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농업유산의 개념과 가치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새로운 ‘지정’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전과 전승, 활용이 없는 농업유산은 이대로 두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정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전관리를 위한 예산 지원을 필요로 한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발굴 못지않게 관리 계획도 중요하다.
한국의 농업 인구가 지난해 4.9%로 역대 최저를 향하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전통 농업을 유지하는 농업유산 지역은 농가 수 감소와 고령화가 더 심화된 곳들로 볼 수 있다. 이대로 놔두면 다음 세대에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원근 협성대 교수는 “농업유산 지역으로 지정이 안 됐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는데, 이미 지정이 됐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더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산을 국가와 지역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물려받은 것을 다음 세대로 다시 이어줄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업유산, 가치의 깊이를 재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때로 무언의 몸짓이 더 힘이 있다. 농업유산이 그렇다. 지금 농업유산을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 추구하는 방식, 담고 있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어서다.
삶의 터전에서 피워낸 꽃 ‘농업유산’
이상향으로 불리는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의 1516년 작 <유토피아>에서 시작된 말이다. 이름 뜻은 ‘없는+장소’다. 즉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장소’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찾기 위한 열망이기도 하다. 유토피아의 반대쪽에는 디스토피아가 있다. ‘나쁜+장소’라는 뜻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상향 따위는 없다는 냉소적인 시각으로, 소설 <멋진 신세계>·<1984>, 영화 <메트로폴리스>·<스타워즈> 등에서 암울한 현실로 많이 다뤄졌다.
지금 이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들, 욜로(YOLO: 현재를 즐겨라), 1코노미(나를 위한 소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은 현실에 대한 피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가치 추구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 좋은 장소를 만들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통이 아닐까.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의 실존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며, 그 관계 맺음이 곧 거주다”라고 했다. 실존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는 환경, 공간, 마을, 도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디스토피아 시대의 유토피아 찾기는 거주와 환경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농업유산이라는 화두를 꺼내는 이유는, 농업유산은 바로 삶의 터전에서 피워낸 꽃이기 때문이다. 거주공간이자 경제적 기반으로 땅을 선택하고, 도시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역사를 쓴 이야기다.
그렇다면 농업유산이란 무엇이며, 부상하게 된 배경은 또 무엇인가. 어떤 가치와 정신을 담고 있는가.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 가치는 현대화된 도시에도 유효한 것일까. 또한 농업유산의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가. 농업은 그동안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실해 왔다. 현대화, 기계화, 대형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식량을 생산했고, 일각에선 ‘식량 안보’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먹을거리는 풍족하다.
그런데 배가 부르고 뒤를 돌아보니, 주변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다. 반딧불이와 같은 환경 친화적인 동식물들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각박해진 생태.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과 같이 환경을 되살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게 농업유산의 개념이다. 농업유산은 전통 농법을 고수하며,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농업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을 발굴해 보전, 농업·농촌 자원을 유산화하는 작업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 이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을 주관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열망에 발맞춰 환경과의 동반 적응을 통해 생물 다양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전통적 농업 지역을 차세대에게 계승한다”는 게 FAO가 밝힌 농업유산 제도의 목적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2013년부터 국가 중요 농업유산(이하 농업유산으로 통칭)을 발굴해 선정하고 있다. 배경은 비슷하다. 농촌에는 농업 활동과 관련된 오랜 전통과 유산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토 개발이 도시 중심의 개발이 이뤄짐에 따라 농촌의 자원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훼손돼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농촌 지역 개발 정책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농촌 자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형성, 진화시켜 온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농업 활동 시스템과 이 결과로서 나타난 유·무형 산물”에 대해 관리 보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청산도 구들장논을 시작으로 2017년 9월 현재 전국 7개 지역이 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농업유산은 농산물의 생산 기능보다는 전통적인 농업 방식이 친환경이나 생태 보전에 주는 효과를 중심으로 발달된 개념”이라며 “전통적인 농업 방식은 에너지나 농약 사용 등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친환경이나 생태 보전은 담보될 수 있지만, 농업 소득을 담보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농업유산, 과거에서 찾은 미래
농업유산의 가치는 농업유산의 선정 기준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식량, 생계수단의 확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지식 시스템 및 적응 기술, 문화 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현저한 경관 등이 그것이다. 그중 최근 흐름을 반영한 핵심은 생태와 문화로 요약된다.
인간과 자연(생태), 인간과 인간(문화)의 치열한 관계 맺음으로 인해 동식물과 경관 등 주변으로까지 파생돼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방식이 농업유산이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또한 농업유산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고유성’, ‘정체성’으로 보인다. 한국의 농업유산 7개 지역은 5개의 선정 기준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지만, 저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유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자원이 있다. 그것은 ‘보전 속에 미래가 있다’는 미래 성장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윤원근 협성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무분별한 개발 방식에 대한 회의를 갖기 시작하면서 재생이나 보존의 가치를 점차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유산이 가지고 있는 보존의 가치는 미래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성장의 동력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라고 말했다. 모든 경쟁 우위는 차이에서 온다. 다른 곳과 구분되는 강점과 차이점을 찾고 보존해 한국적인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 그것이 농업유산의 현대적 의미이지 않을까.
농업유산은 ‘과거에서 찾은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는 툴(tool)이 된다. 농업유산의 태동 자체가 과거 농촌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농업유산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에 과거를 돌아보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가치, 즉 농업이 농민들의 생계유지에 기여하면서 주변의 생물 다양성과 독특한 경관, 문화 활동과 연결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다.
최근 ‘팻 비즈니스’로 통용되는 동물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집 밖으로 확장하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된다. 강에는 물고기가 살고, 산에는 나무가 있으며, 길에는 풀이 있다. 그렇게 다양한 생명체와 더불어 공생한다면,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며, 생태계는 건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윤원근 교수는 “생명체의 복원은 우리 삶의 현장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로도 유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모든 농업유산의 기술과 지혜는 ‘농업 시스템’에 모아진다. 농업 시스템은 기후나 지형적으로 도저히 농업을 할 수 없는 땅에, 인간의 각고의 노동력을 통해 무에서 유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든 기적’인 셈이다. 가진 자원은 부족해도, 척박한 환경을 오히려 잘 활용해 기회로 활용한 농업유산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해 보인다.
특히 농업유산은 문화유산과 달리, 특정 권력층이 아닌 평범한 민초들의 역사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과 자연 사이, 치열한 삶의 투쟁과 도전의 역사를 써 온 흔적이다. 그것이 다른 유산과 구분되는 농업유산의 차별적 가치이며, 농업유산 현장에서 주목해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홍준표가 '필승' 확신한다는 광역단체 6곳은 10.8 연합
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 등 한국당 소속
국토부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677억원 면제" 10.8 파이낸셜뉴스
이번 추석 연휴 3일(10월 3일~5일)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규모가 67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통행료가 면제된 3일간의 교통량은 지난해 대비 13.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토교통부는 추석 3일간 교통량은 총 1583만대로 한국도로공사와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 면제금액은 각각 535억원과 142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면제 손실은 국정과제인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에 공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자체부담하지만 민자고속화도로는 협약에 따라 재정으로 지원한다
이번 추석 당일 교통량이 588만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총 교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9%가 증가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단 한건에 그쳤고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추석 3일간 교통사고는 총 16건에 부상자가 21명이었다.
한편 추석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로 국내 관광 및 내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나들이 차량이 몰렸던 추석 다음날 양양, 영덕, 고흥, 순천 등 주요 관광지의 교통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진행중인 지역 축제와 박물관 및 고궁 무료 입장 등도 관광객 유치 효과를 더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금번 추석 통행료 면제를 통해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면서 "향후 명절 통행료 면제를 지속 시행하여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나갈 것이며, 민자 통행료 인하 등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력 소비 많은 10대 기업, 5년간 1조원 넘게 전기 요금 혜택 109 뉴시스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한 10대 기업이 5년간 1조원 넘게 전기 요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2012~2016년 산업용 경부하 전력 매출손익’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5년간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전기를 전력다소비 기업들에 자신들의 전력구매 단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를 통해 10대 다소비 기업에는 1조659억원, 50대 다소비 기업에는 2조2735억원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준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용 전력은 계약전력 300㎾를 기준으로, 미만이면 ‘갑종’, 이상이면 ‘을종’으로 구분된다. ‘을종’은 시간대별 차등요금을 적용하는데 경부하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최근 5년간 ㎾당 한전의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을종 평균 구매단가는 77.52원이지만 전력다소비 상위 10대 기업에 대한 판매가격은 69.31원에서 64.56원으로 단가차이는 8.21~12.96원에 이른다. 즉, 전력 판매량이 많을수록 한전의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산업용 경부하 전력에 대한 한전의 전체 손실액은 최근 5년간 1조 9000억원 규모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경부하와 최대부하 시간대의 전력요금 차이가 여름철은 우리나라가 3.4배, 미국 1.9배, 프랑스 1.8배, 일본 1.4배다. 겨울철에는 프랑스 3.1배, 한국 2.6배, 일본 1.4배, 미국 1.2배 등 국내 시간별 요금차 수준이 높은 편이다.
어 의원은 "우리나라의 산업용 경부하 요금이 해외사례에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면서 "전력수요 관리와 전기요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타기" VS "양심선언"…신혜원 태블릿PC 주장, 논란 확산 10 9 이데일리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고 자신을 밝힌 신혜원씨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혜원씨의 태블릿PC 주장에 대해 `물타기`냐 `양심선언`이냐를 놓고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고 자신을 밝힌 신씨는 대통령 탄핵 사태를 촉발시킨 태블릿PC가 최순실씨 소유가 아닌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씨는 지난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기자회견에서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네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관리를 했었다”며 “대선캠프 SNS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JTBC가 최순실이 수정했을 것이라고 보도한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 역시 검찰의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를 보면, GIF 그림파일로 원천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2년 12월말 대선 캠프를 떠나면서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고, 김 전 행정관은 자신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원진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태블릿PC와 관련한 특검 요구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구 달서구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현재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태블릿PC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오자 SNS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법원이 추가 구속과 석방 중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보수진영이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오자 “보수진영의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박근혜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언론보도와 검찰 발표를 모두 뒤집는 저 발표의 신뢰성이 있을까” 등의 반응도 내놓고 있다. 반대로 옹호하는 측에서는 신씨의 기자회견을 양심선언으로 규정하며 태블릿PC 관련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신씨의 신원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신씨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SNS 본부에서 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앞서 서강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강포럼 사무국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애국당 “태블릿PC는 최순실 아닌 대선 캠프서 사용” 주장 108 민중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오른쪽)과 홍정석 부대변인이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 현물을 공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대한애국당이 8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의 주요 근거가 됐던 태블릿PC에 대해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최순실이 아닌 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애국당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2012년 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의 'SNS 본부' 관계자였던 신혜원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태블릿PC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신 씨는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네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관리를 했었다"며 "대선캠프 SNS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JTBC가 최순실이 수정했을 것이라고 보도한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 역시 검찰의 태블릿PC 포렛식 보고서를 보면, GIF 그림파일로 원처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이어 2012년 12월 말 대선캠프를 떠나면서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고, 김 전 행정관은 자신과의 통화에서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한애국당의 주장은 태블릿피씨에서 나온 자료의 날짜와 최순실씨의 사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신빙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JTBC에서 보도한 태블릿PC는 2012년 6월에 개통되어 2014년 3월까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태블릿PC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관련 메시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하는 도구로 활용된 정황, 정부 관련 문서 50여건 등이 나온 점 등을 미뤄 보면 해당 태블릿PC가 대선 캠프에서 사용하고 이후 폐기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태블릿PC 안에 들어있던 최순실의 사진. 언론에서는 최순실이 직접 찍은 '셀카'라고 보도됐다.ⓒJTBC 화면 캡쳐
게다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던 올해초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또다른 태블릿PC를 제출하면서 이전 태블릿PC가 가짜라고 주장하던 최순실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장시호가 제출한 또다른 태블릿PC는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간 사용됐는데 여기에서도 삼성그룹의 최씨 일가 지원 관련 이메일, 박 대통령 임기 중반 최씨가 2015년 10월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 중간 수정본 등이 나온 바 있다. 일부에서는 구속 연장 법원 결정을 앞두고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폭로성 기자회견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블릿PC와 관련한 특검 요구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400조 가계부채 뜯어보니 3명중 1명은…109 매일경제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9일 신용정보회사 나이스(NICE) 평가정보의 자료를 토대로 가계부채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가계부채 총액은 1439조원(올해 6월 기준)이다. 같은 시점에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신용 잔액이 1388조원이다. 사실상 사채(私債)만 제외하고 빚이란 빚은 모조리 조사된 셈이다.
1439조원의 부채는 1857만 이 나눠서 지고 있다.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인구는 5125만명이다. 국민의 약 36%는 빚이 있다는 의미다. 1인당 7747만원이다. 1857만명 가운데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잡힌 대출자는 622만명으로, 전체 대출자의 3분의 1이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938조원이다. 대부분 집을 살 때 낸 빚이다. 1인당 1억5073만원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대출자 1235만명이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501조원, 1인당 4057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자는 그렇지 않은 대출자의 절반이지만, 1인당 부채는 4배에 가깝다. 집 구입에 목돈이 필요한 탓이다.
주택담보대출자는 크게 '1주택 대출자'와 2채 이상의 '다주택 대출자'로 분류될 수 있다. 다주택 대출자는 132만명으로, 5명에 1명꼴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다주택자 188만명 가운데 사업자 대출이 아닌 개인 대출을 받은 경우만 추렸다고 정 의장 측은 설명했다.
1주택 대출자 490만 명의 1인당 부채는 1억3182만원이다. 다주택 대출자 132만 명은 1인당 2억2094만원으로, 1주택자보다 빚이 8912만 원 많다. 평균소득은 1주택자가 4136만 원, 다주택자가 4403만 원이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소득 격차는 300만 원도 안 된다. 그런데 원리금 상환액은 각각 1693만원과 2755만원이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빚의 규모'다. 1주택자의 DSR는 40.9%, 다주택자의 DSR는 62.6%다.
빚내 집 산 사람 5명 중 1명은 다주택자…1인당 2억2000만원 부채 10 .9 한국
빚을 내 집을 산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5명 중 1명은 주택담보대출이 2건 이상인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진 빚은 1인당 2억 2,000만 원씩 모두 292조 원에 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9일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 평가정보’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개인 명의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622만 명 중 2건 이상 보유자는 21.2%인 132만 930명에 달했다.
주택 한 채당 1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 5명 중 1명은 다주택자인 셈이다. 가계부채 총액은 1,436조원, 보유자는 1,85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7.1%를 차지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65.3%인 938조 원,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20.3%인 292조 원이다.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1인당 평균 부채규모는 2억 2,094만 원, 1인당 평균 연소득은 4,403만 원, 1인당 연평균 원리금 상환 추정액은 2,755만 원으로 추산됐다.
최근 5년 간 자살한 초·중·고교생 581명… 가정불화·성적 등이 원인 10 9 머니투데이
가정문제와 성적 등으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 학생이 최근 5년간 5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위원(자유한국당, 대구 중구남구)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가정불화, 우울증, 성적비관 등의 이유로 자살한 초·중·고생은 총 5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평균 116명, 한 달 평균 10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급별로는 고등학생이 404명(69.6%)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156명(26.8%), 초등학생이 21명(3.6%)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20명(20.6%)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94명(16.2%), 부산 41명(7.1%), 경남 40명(6.9%), 충남과 광주가 각각 34명(5.8%), 인천 33명(5.7%), 대구 31명(5.3%), 경북과 전남이 각각 28명(4.8%) 등 순으로 집계됐다.
곽상도 의원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는 가정과 학교, 사회로 구성된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뜻한다"며 "교육현장에서 전문상담을 강화하고 교사 개개인이 학생의 고민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재범률이 11.3% 10.9 미디어오늘
최근 6년 간 비슷한 수치 이어져…금태섭 “보호관찰제도 취지 보면 재범률 이해 어려워”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11.3%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성인의 재범률 4.8%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보호관찰 제도는 범죄인을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대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배려하며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따라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11.3%에 이르고 이것이 성인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것은,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보호관찰 제도에 더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2012~2017년 7월) 간 보호관찰 대상자의 7.4%가 다시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들 중 청소년의 재범률을 한정하면 11.3%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매년 꾸준히 9.7%~12.3%의 재범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성인 재범률(4.1%~5.6%)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이들 중 상당수는 절도, 폭력 등의 재범을 저질렀다. 청소년의 경우 절도사범이 9,688(37.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폭력사범이 5,572(21.6%)명으로 두 번째였다. 기타 사범이 4,681(18.1%)명으로 세 번째, 이후로는 교통사범(2,511명), 사기횡령사범(1,482명), 성폭력사범(905명) 등의 순이었다. 마약사범도 305(1.2%)명에 이르렀다.
금태섭 의원은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청소년 재범률이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보호관찰 대상자 중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되면 뇌 인지조절 저하" 대인관계 악영향? 10.9 SBS 뉴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뇌의 조절능력이 떨어져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김대진 교수, 전지원 박사)은 스마트폰 중독군 25명과 정상 사용군 27명을 대상으로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따른 뇌기능 활성화 정도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팀은 각각의 실험 참여자들을 MRI 장치에 6∼7분씩 누워있게 한 다음 모니터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번갈아 제시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정상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기 위한 것입니다.
이 결과 스마트폰 중독군은 화난 얼굴이 제시된 후의 반응 정도(민감도)가 정상 사용군보다 떨어졌습니다. 특히 뇌기능 MRI 영상에서는 갈등의 탐지와 조절에 관련된 뇌 속 '배외측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에서 상대적으로 저하된 뇌활성화가 관측됐습니다. 또 스마트폰 중독군은 상대방의 얼굴 변화에 따른 정서전환이 일어날 때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좌측 상측두구'와 '우측 측두-두정 접합 영역'에서도 뇌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보통은 동일한 정서가 반복적으로 제시될 때보다 기쁨에서 분노 등으로 정서가 변경되는 상황에서 뇌의 인지조절이 더 많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중독군은 이럴 때 인지조절 능력이 떨어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대인 관계 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문자메시지 또는 소셜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려는 경향이 큰 스마트폰 중독자들의 현상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지원 박사는 "그동안 스마트폰 중독과 사회적 상호작용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보고는 많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를 대상으로 사회 정서와 관련된 뇌활성화의 변화를 실제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수고하세요" 한글날엔 이 말 쓰지 맙시다 10 9 오마이뉴스
[한글날] 휘청거리는 우리말 우리글, 한글날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퇴근하면서 한 직원이 "즐거운 연휴 되세요"라고 말한다. 어법에 맞지 않은 말이지만 흔히 들어서 그런지 이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말하는 사람은 즐거운 연휴를 지내라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 분명하다.
명색이 작가이고 오랫동안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해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이나 말의 오류를 발견하는 순간 바로잡아 주고 싶은 생각이 치민다.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잘못을 모집어 준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좋은 뜻으로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의 귀에 거슬리기 때문에 '지적질'로 받아들이기에 십상이다. 접미사 '질'이 붙어 이루어진 단어 중 나쁜 의미의 말이 유독 많다. 도둑질, 고자질, 서방질, 오입질, 갑(甲)질 등등.
"좋은 하루 되세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행복한 명절 되세요."
귀에 익은 말이지만 비문(非文)이다. 이 말을 단순히 풀이하면 화자가 청자에게 '하루', '한가위', '명절'이 되라는 뜻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루가 되고 명절이 될 수 있겠는가? '어쨌든 뜻만 통하면 되지 뭘 그런 것을 따져?'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의미가 통한다는 이유로 그냥 내버려 두면 우리의 말글살이가 한없이 어지럽혀지고 망가질 것이다.
어법도 법이고 문법도 법이다. 법은 공동체가 지키자고 정해진 것이다. 어법상, 문법상 맞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쓰는 것은 위법인지 뻔히 알면서도 교통법규를 어기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교통법규를 어기면 교통질서가 어지러워져서 사고를 유발한다. 어법 역시 문란해지면 이런저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거친 말과 무신경한 말이 씨가 되어 일어난 사고가 그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굳어져 버린 잘못된 표현들도 있고, 혹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쓰고 있으므로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표현들도 있다. 맞춤법, 어휘, 발음, 높임법, 외래어 표기 등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표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0년 동안 글쟁이 겸 편집쟁이로 살아온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고, 헷갈리는 문법이 적지 않다. 저명한 국어학자라 할지라도 국어사전을 꿰듯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수고하세요" 생각해보면 이상한 인사말
▲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 김종성
"수고하세요"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쓰고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헤어질 때 인사말로 많이 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남발해서는 결례가 되는 말이다. '수고하다'는 '일을 하느라 힘을 들이고 애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렵고 고된 일, 즉 고생을 상대방에게 하라고 권할 수 없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와 실생활에서 쓰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단어를 많은 사람이 관용적으로 많이 써서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쓰일 수 있지만, 잘못된 표현을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그것이 올바른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고 친근한 인사말도 많은데 하필이면 '고생'하라는 악담을 한단 말인가.
직장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일 열심히 하라고 독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장할 인사말은 아니다. 그 상황에 맞는 느낌이 좋고 어감도 좋은 작별인사 말을 생각하여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최악의 용법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수고하세요" 하는 것이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낮은 사람이 윗사람에게 '일 열심히 하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형인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표현은 괜찮다. '고생 많으셨지요?'라는 위로의 뜻으로 해석된다. 일을 하고 들어오실 때 쓰면 적절하다.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도 어법에 맞지 않은 대표적인 표현이다. '건강하다, 행복하다'는 형용사이다. 형용사는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활용할 수 없다. 명령형으로 쓸 수 있는 말은 '가다, 먹다, 일어나다' 따위의 동사이거나, '공부, 일, 운동' 따위처럼 '-하다'가 붙어서 동사형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행복하게 지내세요" 하든지, "건강하게 계십시오"처럼 말해야 한다. 다만, "행복하세요?" 또는 "건강하십니까?"라고 물어보는 말, 곧 의문형으로 쓰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다.
또한, "행복하소서!"는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소서'는 간절한 기원을 나타내는 어말어미이다. '-하시기를(-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의 종결어미가 '-소서'이다. '-소서'는 명령형 어미가 아니므로 형용사에도 붙을 수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도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둘은 명백하게 서로 '다른 것'이다.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이며, '틀리다'는 '바르지 않다, 옳지 않다'는 뜻이다. "나와 당신의 생각은 틀리다"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옳지 않다'고 비난하는 뜻이 된다. 내 생각과 내 사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옳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말하여 다르고 저렇게 말하여 다르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다. 속담에 나타난 그대로 '아'라는 모음을 쓰는 것과 '어'라는 모음을 쓰는 것에 따라 어감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무심코 저지르는 말실수를 조곤조곤 설명하면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한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입으로는 잘 안 되는 말도 상당하다. 언어 규칙과는 괴리가 있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쓰인다는 이유로 덩달아 쓰는 경우도 있다.
남편을 '오빠' 또는 '아빠'라고 부르는 여자를 가끔 본다. 대단히 잘못된 호칭이다. 남편에 대한 호칭어, 지칭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내들이 많은 것 같다. 결혼 전의 호칭을 결혼 후에도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듣기에도 거북스럽고, '윤리 도덕을 모르는 사람' 또는 '무식한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다.
'아빠'는 유아어이고,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를 직접 부르거나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아버님'은 남의 아버지를 직접 부르거나 지칭할 때,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부르거나 가리킬 때,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호칭, 지칭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
성인이 되어 시집가고 장가간 사람도 '아빠'라는 유아어를 서슴없이 쓴다. 심지어는 며느리가 깍듯이 모셔야 할 시아버지를 '(시)아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들 나이가 되면 자기 아버지는 '아빠'도 '아버님'도 아닌 '아버지'로 불러야 한다. 이런 구별도 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철부지다. 성인이 되면 의젓하게 어른 말을 써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유아어를 쓰면 생각이나 행동에서 어린이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제대로 된 호칭은 예절의 기본 요소이다. 자신과 상대편의 나이, 위상, 대화 상황에 걸맞은 호칭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야채=채소? 이렇게 다릅니다
손윗사람에게 반말투로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버릇없고 예절을 모르는 것은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 문제가 있는 아이 뒤에는 문제를 가진 부모가 있다.
요즘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경어법의 관습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상도 심각하지만, 그나마 사용하고 있는 존댓말도 그 원칙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존대를 하지 않아도 될 경우에 높임말을 쓰고, 높임말을 안 써야 할 대목에서 필요 이상의 존댓말을 쓰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십시오." 커피숍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극존칭 어법이다. 듣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어서 더 문제다. '커피'가 주어인 문장에 '나오시다'나 '뜨거우시다'라는 극존칭을 쓰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말끝에 무조건 '-세요'나 '-시'를 붙이면 다 존칭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뜻밖에 많지만, 상품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자고로 과공은 비례라 했다. 지나친 높임말 사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줄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편집자가 원고를 검토할 때는 그 내용을 의심하고 봐야 한다. 술술 읽히는 문장도 내용이 엉터리일 수 있다. 대충 읽으면 말짱해 보이는 글이 유심히 보면 비과학적이거나 문법에 어긋난 경우가 흔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일본식 용어나 구문, 일본식 조어,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직역해 놓은 듯한 일어 번역투와 영어 직역투 문장이 수두룩하다. 번역문의 영향은 우리 사회 지식인들이 쓰는 말과 글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 사례는 워낙 많으므로 일일이 바로잡을 수도 없는 지경이다.
없어도 그만인 일본식 조어 '-적(的)', 일본어 주격조사 'の'의 남용 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조사 '-의'를 쓰면 문장이 짧아지고 간결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미 '-의'를 널리 쓰고 있으므로 남발하지 말고 꼭 쓸 곳에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용할 것은 포용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말을 영어 직역투로 쓰는 대표적인 기형 서술어가 '-을 갖는다'는 표현이다. 우리말에서 잘 어울리는 서술어가 있음에도 '가지다', '갖다'를 남용하는 것은 영어의 'have+명사'를 '가지다' 또는 준말인 '갖다'로 단순 번역하는 데 익숙한 탓이다. 가지다는 소유의 개념 외에도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어 두루 쓸 수 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잘 분별해서 써야 한다. 전시회나 전람회, 박람회, 품평회, 공청회 등은 '한다', '연다', '개회한다'고 하는 것이 옳다. 워낙 난무하는 영어 번역체에 익숙하다 보니 오히려 우리말이 어색해졌다.
출판할 책의 원고 교정을 볼 때 문법과 맞춤법이 많이 틀린 경우는 두통거리다. 보통 빨간 펜으로 교정을 보는데, 교정지가 빨갛게 물든 경우가 많다.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여기저기 울긋불긋 빨가면 '딸기밭 교정'이라고 하고, 그 정도가 심하면 '피바다 교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저자는 편집부 교정에 고마움을 표하지만 가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자도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 중 하나는 잘못을 지적하면 기분 나빠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야채(野菜)'를 '채소'로 교정했더니 저자는 원고대로 '야채'로 해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자기는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다. 야채(野菜)는 야생의 상태로 자라는 '들나물'을 의미하고, 채소(菜蔬)는 밭에서 인위적으로 기르고 관리한 식물을 일컫는 말이다.
야채가 흔히 사용되는 이유는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본디 일본에서도 '채소(蔬菜 そさい)'와 '야채(野菜 やさい)'를 구분하여 썼으나, 그들의 상용한자에서 '나물 소(蔬)'자가 빠지면서 산나물과 들나물과 채소를 통틀어 '야채'로 쓴 것이다. '굴착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상용한자에 착(鑿)자가 없어 삭(削)을 대용하여 굴삭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포크레인'은 그 기계를 만든 프랑스 회사의 이름이다.
한번은 "영어는 되고 일본어는 안 됩니까?" 하면서 따지는 저자를 만났다. 글로벌 세상 어쩌면서 영어가 난무하고 동사무소도 '센터'라고 부르는 세상인데, 많은 국민이 저항감 없이 늘 사용하는 단어를 일본어 찌꺼기라고 물고 늘어지는 진짜 의도는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외래어 수용에 편파적인 면이 있다. 영어에는 관대하고 일본어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고통받게 했던 일본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그 시절을 겪지 않았더라도 트라우마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뜻밖에 우리말로 알고 있었던 단어가 일본어에서 차용된 것이 많다. 예컨대 '가방', '구두', '가족'도 일본어에서 차용된 말이라고 한다. 우리말에 깊이 뿌리를 내린 단어가 하도 많으므로 일제 식민 잔재 청산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부지불식간에 일본말을 많이 쓰고 있다. 어려서부터 알게 모르게 번역투의 글에 익숙해 있기에 잘못 사용하거나 곡해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며 전부라고 판단하는 오류도 적지 않다. 이 글에서도 몇 번 사용한 '경어(敬語)'라는 단어도 일본어에서 온 말이니 '높임말' 또는 '존댓말'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보았다. 너무 지나친 감도 있지만 우리말을 찾고 지키려는 그런 노력은 평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의도에서 국어사전이나 간행물의 잘못된 부분을 자주 지적하는 그런 분들 덕분에 바로잡힌 부분이 적지 않다. '벤토'가 '도시락'으로, '와루바시'가 '나무젓가락'으로 바뀌었듯이 우리가 쓰고 있는 일본말을 제대로 알려주기만 해도 한글 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고수부지', 신문과 방송이 퍼뜨린 잘못된 말
▲ 훈민정음 한지등. ⓒ 이현정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한강변 '고수부지'는 정돈된 한강의 면모를 보이면서 서울 시민의 휴식처로 애용되어 왔다. 그런데 고수부지는 국적 불명의 조어이다. '고수(高水)'는 직역하면 '높은 물'인데, 빈 땅을 가리키는 일본말 '부지(敷地)'를 합하여 나온 말이다. 한강 변의 무질서한 땅들이 새 단장 되었을 때 신문과 방송에서 그곳을 '고수부지'라 불렀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말의 정확한 뜻도 모른 채 따라 쓴 것이 많은 사람이 쓰는 통용어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언론에서 '둔치' 또는 '강턱'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고수부지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이처럼 한번 쓰기 시작한 말은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는 걸 생각할 때 처음 쓰는 말은 신중히 해야 한다.
현대는 세계화 시대이다. 도도한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지구촌 모든 나라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현실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영어 등의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업이나 일에 필요하다면 영어, 중국어, 일어 등을 배워야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근본은 우리말이다. 근본인 한국어를 정확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그런데 국어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에게 조기 외국어부터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싼 돈 들여 얼치기를 만드는 교육이다.
그래서인지 날이 갈수록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 인간들이 넘쳐난다. 요즘 잘못 쓰는 높임말부터 정체불명의 외계어까지 일상에서 우리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엉터리로 표기된 낱말이 너무 많다. 일상에서 외국어를 생각 없이 쓴다. 노래 가사는 태반이 영어투성이다. 그것도 우스꽝스러운 K팝 콩글리시 가사라서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영어 발음과 철자를 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 여기면서 우리말을 잘못 쓰는 것에 창피한 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SNS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심각성이 더하다. 비속어와 은어가 난무하다. 절친, 즐감, 열공, 훈남, 완소, 솔까말 등의 줄임말 표현은 빠르게 전달할 필요성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또래끼리 어울리면서 쓰는 그들만의 은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것도 한때이고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남는다. 성장기 때 사용하는 은어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심한 비속어도 많은 듯하다. 존나, 똘추, 열폭, 담탱이, 개, 처, 레알, 찐찌버거 등 알아듣기 어려운 은어와 욕설이 뒤섞여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외계어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쓰면 상스럽고 천박한 사람이 된다.
우리네 말글살이가 날로 거칠어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교육과 방송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영어 지상주의 교육에 국어가 너무 홀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영어 철자법에는 자신이 있는데 한글 맞춤법은 어렵다고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이 이야기하는 지식인을 본 적도 있다. 그것을 결국 우리말을 소홀하게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결과이다. 영어 공부하는데 썼던 노력과 정성을 10분의 1만 썼어도 그런 말이 나올까?
세계 공용어로 간주하는 영어 교육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모국어보다 우선시되는 영어 교육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아무리 세계화가 시대적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생활 기반과 터전의 언어 체계는 한국어이다.
인터넷과 방송이 언어 파괴의 주범이라는 말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주요 언론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다. 방송 프로 제목과 신문 제목부터 영어투성이고, 그 내용 속에는 온갖 것들이 잡탕이 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 특히 방송이 갖는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표준어가 사용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외래어, 외국어가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는가 하면 어법이 틀린 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오용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언젠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데, 대통령이 방북 '수속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했다. '수속'은 우리말 '절차'에 해당하는 일본말이다. '애매'가 일본말이고 '모호'가 우리말인 것과 같다. 텔레비전 자막의 오류도 많이 발견된다. '방방곡곡'을 '방방곳곳'으로, '풍비박산'을 '풍지박삭'으로, '혈혈단신'을 '홀홀단신'으로 잘못 표기하는 예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자막이 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말과 글의 전문가 집단에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언어 질서를 파괴해 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와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방송에서 잘못된 우리말을 지적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분별없는 국민이나 학생들은 잘못된 말인 줄 모르고 공공연히 사용하는 것이다. 방송 말은 당연히 표준어를 구사하고 한글 맞춤법에 맞아야 한다.
틀린 말도 귀에 익으면 자연스럽게 들린다
어법에 틀린 말도 자주 들으면 자연스럽게 들린다. 귀에 익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해서 바른말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연스러운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 표현이 우리말 어법에 맞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제아무리 많은 사람이 쓰더라도 틀린 것을 바로잡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언어 사용자들이 공감하고 자주 쓰면 표준어나 관용구로 자리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예컨대 '자장면'이 표준어임에도 한국어 사용자가 주로 '짜장면'으로 쓰기 때문에 언중의 입말을 존중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어법이 언어 대중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 표준어는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쓰는 말도 중요하다. 표준어에 지나치게 매달려서 표준어와 다르다는 이유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니다. 이것은 내가 글을 쓰거나 교정을 볼 때 늘 고민하는 문제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한 나라의 정신은 말과 글에 있다"라고 했다. 문화의 으뜸이 말과 글이다.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멜 선생님이 우리에게 프랑스어에 대해서 차례차례로 말씀해 주셨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고, 가장 완벽한 언어라고. 이를테면 어떤 백성들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견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프랑스어를 우리들은 소중하게 지키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1870년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프랑스가 패하게 되는 바람에 소설 속 주인공이 살던 알자스 로렌 지역에서 프랑스어 사용이 금지되는데, 그 금지되는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을 어린 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아멜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적어 놓는다. 이 결말 부분에서 가슴이 찡해 오는 비장한 감동을 받는다.
문화 선진국 프랑스는 '국어 보호법'을 제정하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국어를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거실에 사전을 두고 들춰본다고 한다. 주체성이 있는 민족은 자기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 지킨다. 일찍이 주시경 선생은, 말과 글을 정리하는 일은 집 안을 청소하는 일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집 안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정신마저 혼몽해지는 일이 있듯이, 우리말을 갈고 닦지 않으면 국민정신이 해이해지고 나라의 힘이 약해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강점기 때 조선어학회 사건과 같은 한글 탄압 정책에도 꿋꿋하게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켜 온 것이다.
자연 생태계가 외래종에 의해 무너지듯이 문화 생태계는 무분별하게 쓰는 말과 글로 말미암아 무너지게 된다. 조야한 언어의 남용은 우리의 정서를 거칠게 하고 사회적 혼돈을 부추긴다. 신문 방송뿐만 아니라 거리의 간판과 상품 이름, 인터넷 포털 사이트도 외국어와 외래어가 넘쳐난다. 교육과 언론이 앞장서서 말글을 오염시키고 있는 관계로 출판도 시나브로 오염되었다. 하물며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겠다는 저자들조차 외국어와 외래어를 마구 쓰고 문법이 무시된 글을 쓰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네 말글살이에 종사하는 사람들, 즉 작가와 언론 방송인들은 우리말을 쉽고, 편하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그것은 글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무다. 정지용, 백석 등의 시가 우수한 것은 시 속에서 우리말을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말은 그 사람 영혼의 표출이다. 품격 있는 사람은 말도 품격 있게 한다. 하나씩 맞는 표현을 익히고 생활에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다.
국어사전 '돌림풀이'? 어지럽다 어지러워
[책이 나왔습니다] 돌림풀이·겹말풀이 벗기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올해도 가을에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국은 아직 노벨문학상을 탈 만한 문학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 대목을 좀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국어사전을 안 읽고서 쓰는 글'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와 맞물려 문학창작뿐 아니라 문학번역도 '국어사전을 꼼꼼하고 촘촘하며 낱낱이 읽지 않고서 옮기는 글'이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국어사전을 안 읽기 때문에 창작이나 번역이 뒤떨어진다?'
▲ 겉그림 ⓒ 자연과생태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꼭 들어맞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난날에는 문학을 하는 분들이 '사전 한 권을 통째로 씹어먹듯'이 글을 썼어요. 끝없이 새로 샘솟는 한국말을 요모조모 알맞게 쓰면서 글을 빛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현진건 문학이나 김유정 문학이나 백석 문학을 읽으려면 곁에 반드시 국어사전이 있어야 합니다. 해방 뒤에 나온 웬만한 문학도 곁에 국어사전을 두지 않고서는 못 읽기 마련입니다. 아마 이문구 문학까지 이와 같았으리라 느껴요. 서울말이든 시골말이든, 지난날에는 문학이라고 하는 글을 쓰는 분들은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꾼 숱한 말을 마음껏 살리고 곱게 키우면서 이야기를 엮었어요. 그때그때 알맞으면서, 제자리에 척척 들어맞는 한국말을 아름다이 빛내던 지난날 한국문학이라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줄거리하고 이야기는 있되,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싱그러이 살아서 숨쉰다고는 느끼기 어렵구나 싶어요.
사전은 한자말 '반복하다'는 "되풀이하다", 우리말 '되풀이하다'는 "반복하다"를 뜻한다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입니다. '반복하다·되풀이하다'는 퍽 쉬운 낱말이어서 굳이 사전을 뒤져서 말뜻을 알아보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전은 무척 쉬운 낱말을 이렇게 돌림풀이로 다루곤 합니다. (13쪽)
사전을 살피면 '생소하다'라는 한자말을 "낯이 설다"로 풀이하거나 '익숙하다'나 '서툴다(서투르다)' 같은 낱말을 써서 풀이합니다. 그러면 '낯이 설다'나 '익숙하다'는 무엇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생소하다'를 '친숙하다'라는 한자말까지 써서 풀이하며 다시 '친숙하다'는 "익숙하다"라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 얼거리입니다. 더 살피면 '익숙하다'는 "서투르지 않다"로, '서투르다'는 "익숙하지 못하다"로 풀이하기까지 합니다. (17쪽)
번역을 헤아려 봅니다. 지난날 한국에서 번역을 하신 분들은 으레 일본책을 옮겼어요. 영어 문학조차 영어에서 옮기기보다 일본말에서 옮겼어요. 독일 문학이나 에스파냐 문학이나 프랑스 문학도 으레 일본말에서 옮겼고,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말이었으나 스웨덴말로 옮기려고 하는 몸짓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요. 요즈음은 살짝 나아져서 '말괄량이 삐삐'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작품을 일본말에서 옮기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스웨덴말에서 옮기지는 못하고 독일말에서 옮기곤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을 세계 여러 나라 말에서 안 옮기고 일본말에서 옮길 적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제강점기를 거친 터라, 적잖은 지식인은 일본말을 마음껏 쓸 수 있었어요. 이분들은 일본말로 된 책을 한국말로 수월하게 옮겼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된 책이라면 한국말로 옮기기까지 퍽 오래 걸렸을 테지만, 일본말로 된 책은 아주 빠르고 쉽게 옮겼어요.
일본말을 잘하던 분들이 세계문학을 일본말을 거쳐 한국말로 옮길 적에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스며듭니다. 그리고 일본말을 제법 잘하다 보니 '사전 없이' 옮기기도 하지요. 이러면서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더 많이 스며들어요.
우리는 지난 1900년대를 이렇게 보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은 일제강점기에 학문을 하던 분들이 엮다 보니, 사전 올림말이나 뜻풀이가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다루는 결보다는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나 번역 말씨로 깊이 물들었습니다.
▲ 사전 돌림풀이 ⓒ 자연과생태
▲ 돌림풀이 손질하기 ⓒ 자연과생태
'학대하다'라는 한자말을 사전에서는 거의 "괴롭히다"로 풀이하기에 '괴롭히다'라는 우리말을 다시 살피니 남녘 사전은 "고통·고통스럽다"로 풀이합니다. '학대하다 → 괴롭히다 → 고통스럽다' 얼거리입니다. 다시 '고통스럽다'를 찾아봅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고통스럽다'를 "괴롭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학대하다'는 '괴롭히다'인 셈이고, '고통스럽다'는 '괴롭다'인 셈입니다. (26쪽)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필요'를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조선말대사전』은 "반드시 꼭 요구되거나 있어야 함"으로 풀이합니다. 세 사전이 모두 '꼭'이나 '반드시'를 써서 풀이합니다. 그런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을 "반드시"로 풀이하고, 세 사전은 모두 '반드시'를 "꼭"으로 풀이합니다. (35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 펴냄)라는 작은 책을 써냈습니다. 책이름은 이다지도 길지만, 책은 모두 160쪽입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은 이 책을 이루는 꾸러미 이름입니다. 앞으로 이 이름으로 "읽는 우리말 사전"을 꾸준히 써낼 생각입니다.
저는 지난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냈습니다.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인 비슷한말을 꾸러미로 모아서 뜻풀이하고 말결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이 사전을 쓰는 동안 다른 숱한 사전을 함께 살폈는데요, 남·북녘에서 나온 어느 사전이든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에 아주 깊고 넓게 갇혔더군요.
지난해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낼 적에는 '다른 사전이 아무리 엉성하거나 엉터리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 새로 짓는 사전에 뜻풀이를 제대로 옳게 바르게 하면 될 뿐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뜻풀이를 붙여서 사전을 하나 쓰고 나서 보니, 둘레에서 이렇게 묻더군요.
'다른 사전이 얼마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이기에 굳이 요즘 같은 때에 종이사전을 새로 씁니까?'
둘레에서 보시기에 아무리 봐도 종이사전은 한물 갔고, 이제 사람들은 손전화로 바로바로 낱말찾기를 하는데, 뭣 하러 돈이나 품을 잔뜩 들여서 '새로운 말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이고 말결을 이야기하는 사전'을 쓰느냐고 물으셨고, 이 물음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구나, 그동안 나온 사전이 어떻게 말썽이 많은가를 짚어서 보여주어야 하는구나 싶었지요.
▲ 사전 돌림풀이 ⓒ 자연과생태
▲ 돌림풀이 손질하기 ⓒ 자연과생태
남녘 두 사전은 '소탈하다'를 "수수하고 털털하다"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소탈하다'를 "소박하고 수수하다"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소박하다(素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남·북녘 사전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를 합니다. 더 들여다보면 '수수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모습을 가리킨다 합니다. 이는 한자말 '솔직하다'하고 맞물리는 말풀이입니다. 게다가 '털털하다'는 "소탈하다"로 풀이하니 엉성합니다. (4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라는 책은, 책이름을 간추려서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은, 바로 이 물음 때문에 태어났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160쪽이 아닌 1600쪽이나 16000쪽쯤으로 남·북녘 사전에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낱낱이 짚는 "바로쓰기 사전"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북녘 사전에 깃든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몽땅 짚으려 하면 이런 "바로쓰기 사전"은 너무 두꺼울 테니, 오히려 사람들이 읽거나 헤아리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작게 간추리자고 생각했어요. 손꼽을 만한 보기를 고르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에서는 모두 44가지 꾸러미로 208가지 낱말만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만 한 낱말을 작고 알맞게 보여주면서, 우리 국어사전을 우리 스스로 새삼스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자고 생각했어요.
궁금하거나 잘 모르겠네 싶거나 낯선 낱말만 가끔 손전화로 찾아보는 몸짓은 이제 멈추고서, 우리 국어사전을 찬찬히 살피면서 무엇이 엉터리요 무엇이 잘못인가를 똑똑히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국어사전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느껴서 이를 국립국어원 같은 곳에 따지지 않는다면, 사전을 짓거나 엮는 학자들은 스스로 바뀌거나 거듭나지 않아요. 우리가 자꾸 따지고 나무라고 물어보아야 비로소 우리 국어사전이 이제부터 새로우며 아름다운 결로 달라지거나 거듭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자라다'를 "크다"로 풀이하거나 '성장·생장'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크다'를 놓고는 남·북녘 사전은 모두 "자라다"로 풀이하고, 한자말 '성장·생장'은 "크다"나 "자라다"로 풀이합니다. '자라다·크다'를 이렇게 풀이해도 될까요? (59쪽)
남·북녘 사전 모두 '불안'을 "조마조마하다"나 "뒤숭숭하다"로 풀이하는데, '조마조마하다'를 "초조하고 불안하다"로 풀이하고, 다시 '초조'를 "조마조마하다"로 풀이하니 이 뜻풀이로 무엇을 알거나 짚을 수 있을까요? (77쪽)
▲ 사전 돌림풀이 ⓒ 자연과생태
▲ 돌림풀이 손질하기 ⓒ 자연과생태
우리는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왜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할까요? 자, 영어 같은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을 생각해 보기로 해요. 핀란드말이든 네덜란드말이든 낯선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에 어떻게 하시나요?
유튜브만 켜면 온갖 외국말을 잘 배울 만할까요? 그런데 아주 잘된 유튜브를 보더라도 '외국말사전'을 곁에 두면서 모든 낯선 외국말을 하나하나 찾아보아야 비로소 그 외국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할 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쓰는 분들이 한국문학을 눈부시게 밝히려고 한다면, '가다·먹다·주다·보다·크다' 같은 손쉽다고 여기는 낱말부터 꼼꼼히 낱낱이 촘촘히 살피고 되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있다·나다·되다·하다' 같은 낱말이 어떤 결인가를 제대로 살피고 똑똑히 알 때에 비로소, 숱한 한국말을 마음껏 넘나들면서 즐거이 글꽃을 피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정서'를 "감정"으로, '감정'을 "마음·기분·심정"으로, '기분'은 "마음에 생기는 감정"으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정서'를 "감정·느낌"으로 풀이합니다. '정서·감정·기분'이 얽히고 '느낌'을 "기분·감정"으로 풀이하기에 더욱 어지럽습니다. (90쪽)
이 나라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되새겨 봐요. 지난날에 중국 사대주의로 나아가면서 중국말을 높이 섬겼지요. 일제강점기를 지날 때는 일본말을 섬기고,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말까지 뒤섞였어요. 지난 백 해를 통틀어서 한국사람이 정작 한국말다운 한국말로 생각하거나 글을 쓴 일은 무척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는 사이에 국어사전을 국어사전답게 한국말로 쉽고 또렷하게 밝히는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아직 우리는 한국말다운 한국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러한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일이란 대단히 마땅할 만하지요. 애써 창작한 훌륭한 문학작품이 있어도 이를 외국말로 훌륭히(또는 제대로) 옮기려면 외국말뿐 아니라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한국문학을 외국말로 훌륭히 옮기지 못합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외국말만 잘하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면 아름다운 외국문학을 한국말로 제대로 못 옮길 테지요. 엉성한 기계 번역이 되거나 어설픈 영어 말씨나 일본 말씨가 곳곳에 드러날 테고요.
▲ 사전 돌림풀이 ⓒ 자연과생태
▲ 돌림풀이 손질하기 ⓒ 자연과생태
남·북녘 사전은 모두 '보살피다'를 "돌보다"로, '돌보다'를 "보살피다"로 풀이합니다. 돌봄이나 보살핌이나 지킴을 가리키는 한자말 '보호'는 "보존"으로 풀이하면서 '보존'은 "보호"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보호'를 "보살펴 돌봄"과 "지켜 보존"으로 풀이합니다. 이 뜻풀이부터 겹말풀이입니다. 더욱이 '보존'을 "보호하고 간수하다"로 풀이하는데, '간수하다'라는 낱말은 "보호하여 보관하다"로 풀이하며 돌림풀이가 되고, '보관'은 "간직하다"로 다시 풀이하기에 또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까지 됩니다. 게다가 '지키다'는 "보호"로 풀이하니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10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긴 이름을 붙인 작은 책을 앞으로 잇달아 선보이려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로 붙인 한자말 이야기, 토씨 '-의'를 어떻게 털어내는가 하는 이야기, '-的'이라는 일본 한자말 버릇을 어떻게 떨굴 수 있나 하는 이야기, 길거리 알림판이나 간판하고 얽힌 이야기, 공문서를 여느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질하는 이야기 들을 쓰려고 생각합니다.
솜씨 있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보다는, 솜씨가 없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지피는 즐겁고 아름다운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뜻을 말이나 글에 담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말이란 생각을 나타내어 마음에 담은 그림이요, 글이란 이러한 말을 눈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새롭게 빚어 종이에 얹은 또 다른 그림이라고 봅니다. 더 좋거나 더 낫거나 더 훌륭한 말글을 가다듬어도 즐거울 테고, 수수하거나 투박하더라도 우리 삶을 고이 담아내는 말글을 나누어도 즐거울 테지요.
손꼽히는 글님이 몇 분 있어서 이분이 노벨문학상을 타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이 나라를 이룬 우리 모두가 한국말을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가꾸거나 살릴 수 있는 수수한 살림살이를 지으면서 우리 국어사전이 참말로 우리 국어사전답게 거듭나도록 살며시 읽고 함께 손질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신바람나는 마을을 일굴 만하지 싶습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돕다'를 '거들다'라는 낱말로 풀이하고, '거들다'는 '돕다'라는 낱말로 풀이합니다. 이러면서 남녘 사전 둘은 '거들다' 둘째 뜻을 "끼어들어 참견하다"로 풀이하는데요, 이 대목을 더 살펴보면 두 사전은 '끼어들다'라는 낱말을 "간섭하거나 참견하다"로, '참견하다(參見-)'를 "끼어들어 간섭하거나 관계하다"로 풀이합니다. "끼어들어 참견하다" 같은 뜻풀이는 말이 될까요? (147쪽)
한글날은 한 해 가운데 하루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루만 하지 않습니다. 글도 하루만 쓰지 않습니다. 한 해 내내, 삼백예순닷새 내내, 기쁨하고 노래하고 웃음이 흐르는 곱고 사랑스러운 말글을 늘 생각하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빌어요. 이웃님이 멋진 말길이나 고운 글길을 가실 수 있기를 꿈꾸면서 자그마한 "읽는 우리말 사전"인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를 썼습니다.
이 작은 "읽는 우리말 사전"을 책상맡에 두시면서 즐거이 말꽃이며 글꽃을 길어올리시면 좋겠어요. 이제부터는 "읽는 사전"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즐거이 읽고 즐거이 배워서 즐거이 말하고 글을 쓰는 길동무다운 사전이 태어나야지 싶습니다./ 최종규
허리케인과 자연재해 : 이제 정치의 눈으로 볼 때다 10 9 민중
허리케인 하비가 불러온 전례없는 폭우로 브라조스 강이 범람해 집들이 물에 잠겼다. 대형 허리케인(monster hurricanes)들이 빈발하면서 관련 기록들은 자주 갱신되고 있다. 2017.9.1ⓒAP/뉴시스
지난 달 허리케인 어마가 미국을 강타했다. 크기만 400마일에 달하는 거대한 허리케인은 결국 플로리다주 전체를 휩쓸었다. 상륙 당시 4등급에 달하는 위력으로 시속 130마일(209 km/hr) 광풍을 몰고와, 엄청난 파도와 폭풍 해일을 만들었고, 5백만에 달하는 시민들이 정전사태를 겪어야 했다. 어마로 인해 토네이도까지 발생해 피해 규모는 수천억 달러를 상회하게 되었다. 연이어 역시 4등급 위력의 허리케인 아비가 텍사스 휴스턴 지역에 상륙해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4등급의 대형 두 허리케인이 같은 해에 미국에 상륙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 멕시코에는 허리케인 카티아가 덮쳐왔다. 허리케인 호세는 카리브해 섬들과 미 본토를 가까스로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동안 미서부의 록키산맥은 최악의 산불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는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 폭풍우들과 앞으로 더욱 빈번할 자연재해들은 결국 인재다. 세계 기후 변화. 그 얘기를 해보자. 자연재해는 물론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에 영향을 미쳐, 그 강도와 빈도 그리고 피해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이제라도 행동으로 나선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재해를 이제 정치화할 필요가 있다.
허리케인의 예를 보자.
과학의 눈으로 보면 간단하다. 높은 수온을 가진 심해 위로 빠른 속도를 가진 바람이 움직이게 되면, 해수면의 대기에 수증기가 유입되고, 열이 가해져 결국 상승하게 된다. 이로써 구름이 생성되는데, 이 구름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면 다시 열이 식고 하강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수증기를 품은 따뜻한 공기층은 계속해서 상승한다. 바닷물이 따뜻할수록, 그리고 바람의 속도가 빠를수록 이 “열대성 교란”이 생길 가능성은 커진다. 그리고 이것이 점점 세력을 키우면 허리케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가 더 더워지고 해수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이에 반응하는 기후 패턴은 (그 수는 적을지 몰라도) 규모면에서 더 강력한 열대성 태풍을 만들어내게 된다. 허리케인 어마의 생성 요인이 오직 지구온난화 뿐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행위로 인해 지구가 더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마만큼 강력하고, 또 비싼 댓가를 치뤄야 하는 태풍들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서부는 주기적인 가뭄과 이에 수반한 폭우를 겪고 있다. 지난 12개월동안,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여러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강우가 발생하였다. 강수량 면에서도, 또 연속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비가 내렸는지 하는 면에서도 기록적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극도로 무덥고 건조한 여름 날씨가 닥쳤고, 이 지역은 말그대로 불쏘시개와도 같았다. 오리건과 워싱턴만 하더라도 2017년 여름 현재까지 백만 에이커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탔다. 또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산불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캘리포니아주는 지속적인 가뭄으로 골치를 앓아야 했고, 이로 인해 미 전역의 식량 공급과 식수 제공에 장기적인 문제를 겪을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언제나처럼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집어내 반대론을 펼치는 비관론자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2005년 카트리나 이후로 미국에 이런 비극적인 영향을 미친 두 거대 허리케인은 이번에 발생한 하비와 어마뿐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비단 미국과 대서양 허리케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날씨와 기후, 그리고 자연재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면, 현재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돌아보면 된다. 지난 10년동안 전례 없는 태풍이 아시아를 할퀴고 지나갔다. 남미와 아프리카에는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가며 몰아쳐 이 지역의 농업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다는 또 어떠한가.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은 날로 줄어들고 있고 바다는 산성화되어 가고 있다. 물이 있는 곳는 곳은 있는 곳대로, 부족한 곳은 부족한 곳대로 난리다. 열대성 태풍의 빈도와 강도도 심각하다. 산불은 현재까지도 재앙 수준이며, 여기에서 열거한 것 이상 훨씬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전지구적이다. 이 표는 2016년의 대형사건들만 담았다. 그림은 미국해양대기국(NOAA)에서 가져왔다.ⓒnoaa.gov
오늘날 미국, 그리고 전세계를 괴롭히는 여러 자연재해들로 인한 이러한 재앙을 막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이를 당면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동정심 넘치는 국가라고 한다면, 누군가 가장 필요로 할 때 다른 국가를 도와줬던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자부한다면, 이제는 나서야 한다. 우리는 매우 영리하고 선제적으로 미래의 자연재해들이 미칠 영향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고 또 경감해야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 즉,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와 같은 심정으로 날씨와 기후를 연구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 인류가 이미 몇 세대에 걸쳐 이런 고품질의 연구를 탄탄하게 쌓아왔다는 점이다.
우리 인류가 쌓아온 그 전체 데이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단 한가지 결론을 향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인류가 미친 영향은 실로 심각한 수준이며, 오늘날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를 훨씬 더 심각한 재난의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이 과학을 정책으로 변환시켜야 할 때이다. 미국과 전세계를 더 안전하고, 회복력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움직여야 한다. 자연재해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연재해를 더 악화시킬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는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는데도, 손 놓고 있을 이유는 없지 않는가. 장기적으로 보면,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인류애적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쌓아온 과학에 기반해 적절한 정책을 만들어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화실종 시대] 추석에도 목소리는 없었다… 안부도 약속도 “카톡” “카톡1010 한국
#4명 중 3명은 메신저 대화 “한꺼번에 메시지 보내 편리
만나거나 전화하면 스트레스” 가족 간 대화도 메신저 선호
#‘손가락 대화’ 곳곳 갈등 중년층 사이에선 “예의 없다”
젊은 층선 “시대가 변했다” 어느 장단에 맞출지 헷갈리기도
#간섭 받고 싶지 않다 미디어에 익숙한 20대 절반
“모르는 사람 의도적으로 피해” 아예 대화 자체를 꺼려
인터넷방송 따라 비속어 남발…입 거칠어지는 10대 10.9 대구일보
스마트폰 사용 연령 낮아지며 신조어 노출 초등학교내 바른말 쓰는 분위기 조성 중요
초등학교 교사 이미정(33ㆍ여ㆍ달성군 화원읍)씨는 최근 ‘우리 반 금지어’를 만들었다.
시도때도 없이 들려오는 비속어와 줄임말로 인해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다. 이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철통령이라 불리는 BJ철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신조어를 금지어로 만들었다”며 “뜻을 알면 민망할 정도의 비속어를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뜻을 알 수 없는 줄임말,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초등학교 교실에 범람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인터넷 개인방송 등으로 온라인 신조어에 노출되는 나이도 함께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글날인 9일 오전 11시 달서구 상인동의 한 PC방.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입에서는 연신 신조어가 쏟아져 나왔다.
“제드(게임 내 캐릭터) 지렸구요~ 궁 오지는 각이구요, 님들 멱살 잡고 캐리(게임을 함께 하는 동료를 승리로 이끄는 유저)하는 각 인정? 어 인정”, “관종 뚝배기 깼구요~ 앙 기모띠”
학생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패륜적인 의미를 담은 언어)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 △기모찌(기분 좋아라는 뜻으로 일본 성인물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지렸다(어떤 상황에 놀라 오줌을 싼 것 같이 놀라다) 등이다.
특히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네 얼굴 실화냐(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할 때) △아벌구(입만 벌리면 거짓말) △우동사리(두뇌의 주름과 우동사리가 합쳐진 것으로 상대방의 바보 같은 행동을 비꼴 때 사용하는 말) △뚝배기(상대방의 머리를 저속하게 이르는 말) △느개미(부모 비하 표현) 등은 단어의 수위가 자극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조어의 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의 ‘신조어ㆍ줄임말’사용에 대한 실태ㆍ의식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96.9%(1천801명)가 이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를 대하는 학부모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초교생 아들을 둔 이정훈(40ㆍ북구 침산동)씨는 “최근 아들이 ‘오지구요’, ‘지리구요’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자극적인 표현들이 쉽게 전염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은 인성이나 가치관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아 또래의 행동이나 매체를 보고 따라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백승대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언어를 배우기도 전에 비정상적인 언어를 먼저 배우게 된다면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바른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청점유율 ‘뻥튀기 공식’으로 종편만 재미본다 1010경향
ㆍ신문구독률 합산, 실제 시청률 3배…영향력 ‘과대포장’ 광고시장 왜곡
ㆍ박홍근 의원 “미디어법 개선 필요”
종합편성채널이 산출해 발표하는 시청점유율은 실제 시청률을 2~3배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때 시청률과 신문구독률을 합산해 쓰도록 한 시청점유율 공식이 종편의 영향력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한 ‘2016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TV조선의 평균 시청률은 3.022%였지만 시청점유율은 그 3배가 넘는 9.892%로 집계됐다.
시청점유율은 방송사 시청률(전체 TV 시청시간 중 해당 방송사 시청시간)에 관계사 시청률, 신문사 겸영 시 신문구독률을 일정한 공식에 따라 환산한 값 등을 합산해 산정한다. 신문사를 겸영하는 종편들은 시청률에 신문구독률을 합산하면 시청점유율이 실제보다 2~3배로 늘어난다. TV조선에서는 신문구독률 환산치가 6.807%로 TV시청률의 2배를 넘었다. TV조선은 지난해 종편 중 가장 높은 시청점유율을 기록했고, 전체 방송사 가운데서도 KBS·MBC·CJ E&M에 이어 시청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채널A 역시 지난해 TV시청률(3.214%)보다 신문구독률 환산치(3.410%)가 높았다.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은 2009년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미디어법이 통과될 때 마련됐다. 시청점유율 30%를 초과하는 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소유 제한, 방송광고시간 제한 등 조치를 통해 여론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 30%를 초과해 규제를 받은 방송사는 없었다. 박 의원은 “시청점유율이 시청자가 체감하는 시청률과의 괴리가 심하고, 광고주들에게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되면서 광고시장 왜곡이 우려된다”며 “미디어 시장 변화에 맞춘 새로운 산정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해줘, 농촌](1)늘어나는 빈집 ‘골치’…사유재산이라 지자체도 손 못 대 1010경향
ㆍ전남 낡은집 5만여호 전국 최다…예비 귀농인들도 구매 절레절레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의 빈집. 거주하던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수년간 방치돼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은 73가구 111명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 마을 집 56채는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다. 14채는 공·폐가로 방치돼 있다. 주택의 78%가 노후화됐고, 20%는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은 30여년 전만 해도 70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37가구가 명맥을 잇고 있다. 이 마을에도 폐가가 2채 있다. 전북 진안군 덕천리 추동마을에 방치된 폐가는 집인지 풀더미인지를 모를 정도다. 대문도 사라졌고 담장도 잡풀이 덮어버려 흉가가 됐다. 농촌 공동화의 상징이 된 폐가는 마을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까지 집계된 국내 빈집은 112만호에 이른다. 단독주택이 27만8000호로 24.8%이며 아파트는 58만호이다. 2015년 106만9000호에서 지난해 5만1000호가 증가했다. 노후화된 빈집은 대다수 농촌지역에 있다. 전형적 ‘농도(農道)’인 전남은 30년 이상 된 빈집이 가장 많아 5만여호에 달한다. 경북이 4만9000여호로 2위, 전북이 3만1000여호로 3위다. 노후주택 80.7%는 일반주택이다.
농촌 빈집은 오래된 이농현상과 거주자 사망으로 발생한다. 농촌마을을 지켜온 노인들이 사망하면 그 집은 공가로 방치되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가 된다. 사유재산이어서 지자체 마음대로 손을 댈 수도 없다. 주촌마을 신연심씨(64)는 “어르신 두 분이 사시다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뜨고 뒤를 이어 또 한 분이 돌아가신 뒤 빈집이 됐다”고 전했다.
농촌 폐가는 귀농인들에게도 인기가 없다. 예비 귀농인들이 살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지만 막상 공·폐가를 보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수십년 된 집이어서 고쳐쓰기보다는 헐고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태가 쓸 만한 빈집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팔려고 하지 않는다.
지자체들이 다양한 농촌 빈집 정비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북도는 ‘농촌 빈집 활용 반값 임대주택 제공사업’을 통해 30채를 귀농인들에게 임대해 줄 계획이다. 이 사업은 방치된 폐가의 지붕·벽 등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뒤 시세의 반값에 귀농인들에게 임대해주는 것이다. 전북도가 197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비한 농촌 빈집은 2만7764채에 달하지만 전체 공·폐가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81세 ‘43년차 이장’이 마을 궂은 일…노인이 노인을 돌본다
31년 전 산골짜기 마을에 시내버스가 처음 들어왔다. 자전거도 타지 못할 정도로 좁은 비탈길을 따라 20리(8㎞)를 걸어야 했던 주민들은 환호했다. 아낙네들은 버스가 들어오는 신작로(新作路)를 바라보며 “우리도 이제 살길이 생겼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교통 오지에서 해방되면 산골 마을에도 새 희망이 싹틀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예상은 너무 순진했다. 농사일만으로는 벌이가 신통치 않았던 농촌 거주자들이 산업화된 도시로 떠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이 마을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마을 주민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강원 횡성군 횡성읍 정암2리 얘기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정암2리 마을회관 앞. 마을회관 건물 옆엔 ‘도호근 이장·전금례 부녀회장 부부 공로비’와 ‘전국 최장수마을’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였다. 정암2리는 1995년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전국 최장수마을’이다. 43년째 이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도호근씨(81)는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분이 돌아가시긴 했지만 요즘도 나보다 나이 많은 주민이 7명이나 있고, 최고령인 권이강 할머니는 103세”라고 말했다. 도 이장은 “마을회관에 가면 상대적으로 젊은 내가 상을 차린다. 44년간 부녀회장을 지낸 내 아내도 4년 전부터 노인회장을 맡아 마을 일을 돕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국 최장수 이장인 그가 처음으로 주민들의 손발이 되어 마을 일을 도맡게 된 것은 1971년 1월부터다. 34살 청년이던 그는 이때부터 3년 동안 새로운 마을 길을 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땅 소유자들이 동의하지 않자 그는 스스로 이장 자리를 내놓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1978년 마을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그를 다시 이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대지 396㎡(120평)와 바꾼 땅을 버스 종점으로 내놓고,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길을 넓혀 1986년 7월부터 시내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도 이장은 “마을 환경이 예전보다 좋아졌으나 젊은 세대가 취업과 자녀 교육 등을 위해 고향을 떠나면서 주민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며 “2남2녀 내 자식들도 부산, 인천, 원주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 6600㎡(2000평)와 밭 5000㎡(1500여평)에서 벼와 아로니아·고추·들깨·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한우 16마리를 길러 연간 2000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 이장은 “솔직히 돈만 생각하면 농촌에서 생활하기 힘들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말까지 310여명에 이르던 정암2리 주민 수는 현재 110여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70여명은 귀농·귀촌 등 명목으로 전입해 놓고 주말 등을 이용해 마을에 있는 집에 잠깐 다녀가는 사람들이다.
상주하고 있는 토박이는 40명가량이며 이 중 32.5%인 13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금례씨(78)는 “남편이 팔순이 넘은 나이를 고려해, 이장직을 그만두려 했으나 주민들이 지난해 말 ‘부부 공로비’까지 세우고 부탁해 어쩔 수 없이 1년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30년 이상 마을 일을 돌보는 70대 고령 이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농촌의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지난 8월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5175만3820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14.02%(725만7288명)다.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들어선 지 17년 만에 고령 사회(14% 이상)로 진입한 것이다. 오는 2026년쯤이면 초고령 사회(20% 이상)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이 많은 전남은 노인 인구가 21.4%로 이미 ‘초고령’ 지역이 됐고, 경북·전북(18.8%), 강원(17.9%), 충남(17.0%), 충북(15.7%) 등도 이에 근접하고 있다. 226개 시·군·구 중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지역은 전남 고흥(38.1%), 경북 의성(37.7%)·군위(36.6%), 경남 합천(36.4%) 등 93곳에 이른다. 이미 초고령 사회가 된 93개 시·군·구 중 86.6%인 71곳이 군단위 농촌지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지역에선 ‘아기 울음소리보다 곡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될 정도다.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심각해지자 전남 순천시와 강원 홍천·인제·영월·양구·철원·고성군은 고독사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4~5년 전부터 경로당 시설을 개·보수해 홀몸노인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효합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형자 강원도 경로장애인과장은 “자치단체의 힘만으론 농촌지역 노인들의 정서적 고립감 해소와 사회관계망 구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촌에선 30만명 이상 필요하다는데…합법적 ‘외국인 농사꾼’은 2만4700명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2016 농업분야 외부 고용인력 수요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농촌지역 부족 인력은 30만6965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남도가 8만2000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6만9325명, 제주 4만700명, 경남 3만3530명, 강원 3만630명 등 순이었다. 농번기인 5~6월, 10~11월에 63.6%인 19만510명이 집중됐다.
농가인구도 2000년 403만명에서 지난해 249만명으로 38.1% 감소했다. 농업인 고령화 인구(65세 이상)는 같은 기간 21.7%에서 40.3%로 높아졌다.
부족한 농촌 노동력을 언제부턴가 외국인들이 메우고 있다. ‘부지깽이도 나선다’는 농번기에 그들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7월 말 현재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농사꾼은 2만4700여명이다.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외국인 농업 근로자’로 2만4325명, 법무부가 인정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440명이 입국해 있다. 외국인 농업 근로자는 2004년 2700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1000~4500명을 받아오다 2013~2015년 6000명, 2016년부터는 6600명으로 늘렸다.
입국 후 3년간 일할 수 있고, 고용자의 동의가 있으면 1년10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4년10개월 동안 성실성을 인정받으면 일단 귀국한 뒤 다시 초청자격을 얻어 국내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된다. 최저임금 보장, 초과근무수당 지급, 산재 보험 가입 등 고용 안정장치도 돼 있어 지원자가 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법무부가 2015년 19명을 받아 충북 괴산군에 시범실시했다. 이듬해 8개 지자체에 261명이 들어왔고, 올해는 23개 지자체에서 1547명이 일을 하게 된다. 결혼이민여성 친·인척이거나, 자매결연한 외국 지자체 소개를 받아 들어오는 인력이다. 이들은 90일간 머물며 농사일을 하게 된다.
강원 화천군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출신 며느리 친정가족 15명이 2개월째 밭일을 하고 있다”면서 “일당(8시간) 5만2000원에다 추가근무수당까지 더하면 그들 나라 한 해 수입을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고, 일시적으로 노동력을 쓰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계의 중단 요구를 받고 있다.
정부도 내년부터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인력 지원 사업을 처음 시작한다. 지원예산 24억원을 확보해 지자체나 농협이 운영 중인 ‘농촌인력지원센터’ 등과 연계, 적극 지원해 일손 부족을 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촌 인력난이 농업기반을 무너뜨릴 만큼 심각한 수준이 되면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외국인 인력을 쓰는 것마저 부담스러운 처지가 됐다”며 “농촌인력지원센터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줄지 의문이지만 일단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농촌인력지원센터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농번기 농가에 인력이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농협·지자체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창간 기획-구해줘, 농촌](2)어렵게 구한 일꾼이 70~80대 “풍작에도 농사 규모 줄여”
지난달 26일 오후 충남 당진시 면천면 문봉리 김평국씨(72)의 꽈리고추 농장. 김씨는 아내 유병남씨(72)와 함께 6곳의 비닐하우스(2400여㎡)에서 꽈리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 부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꽈리고추를 따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꽈리고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오른 상황이어서 하나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꽈리고추 4.5㎏들이 한 박스의 가격은 1만원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2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김씨 부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일손이 부족해 수확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꽈리고추는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50대 일꾼들을 고용해 하루에 비닐하우스 전체 수확을 끝냈지만 지금은 이틀 정도 걸립니다. 힘들게 인력을 구해도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48년째 꽈리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 부부는 “농촌은 일손 자체가 고령화됐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전날 수확을 도울 노동자 6명을 고용했다.
노동자들의 나이는 3명이 70대, 나머지는 80대였다. 김씨는 “고령의 일꾼들은 일당 6만원(식비 등 포함) 정도에 고용하지만 젊은이에 비해 수확량이 적다”며 “젊은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하지만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농사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7곳의 비닐하우스에서 22.5t의 꽈리고추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1곳의 비닐하우스를 줄여 18t 정도 수확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씨는 “비닐하우스 한 곳당 이랑(농작물 심는 곳) 수도 한 줄씩 줄이고, 수확 기간도 6일에 한 번씩 하던 것을 7일 간격으로 늘렸다”면서 “인력난이 심해지면 농사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규모가 작은 농가의 경우 고령의 인력마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날 충남 논산시 광석면 율리 민경래씨(65)의 배밭. 2000여㎡의 밭에 신고 품종 배나무 1202그루가 심어져 있다. 민씨는 깻잎 등의 농사도 짓지만 추석을 앞두고 있어 배 수확에 집중하고 있었다. 신고 배의 수확시기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다. 제때 배를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성을 잃는 데다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민씨는 “사람을 쓰고 싶어도 인건비가 비싸 못 쓰고 있다”며 “배만 따는 사람의 하루 일당은 7만원, 포장·운반작업 등 힘쓰는 사람의 인건비는 12만∼15만원”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이어 “올해는 배가 풍작인 편이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지만 일손을 쓰기 어려워 하루 평균 수확량을 줄였다”며 “주말에 아들, 사위 등이 찾아와 수확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750㎏의 배를 땄지만 최근 혼자 수확하면서 500㎏ 정도로 줄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리고 있는 농가도 일손 부족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사처럼 어려운 작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 상당수가 깻잎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4계절 농사를 짓는 충남 금산군 추부면. 이곳에는 1200여곳의 깻잎 농가가 있다. 농가마다 1∼3명씩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 500여명이 마을 깻잎 농사를 지탱해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20대다.
하지만 농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직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깻잎 농장과 3년 계약을 맺고 국내로 들어오지만 “일이 힘들어 다른 농장으로 옮기겠다”며 중간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깻잎 농사는 연중 매일 수확하고 허리를 굽히고 일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오종현 추부깻잎연합회장(54)은 “금산으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중 절반 정도는 깻잎 농사에 비해 노동강도가 낮은 표고버섯 농장 등으로 이직하고 있다”며 “이 경우 해당 농가는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가 비자를 받고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6∼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어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농가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깻잎 생산 농가들은 하루 8시간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평균적으로 월 140만원 안팎의 급여를 주지만 대규모 농가에서는 이보다 월 10만~20만원을 더 준다. 이에 따라 임금 불균형 현상도 깊어지고 있다. 금산군 추부면 서대리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김정희씨(61)는 “농사를 크게 지어 수익이 많은 곳은 인근 농장에서 웃돈을 주고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온다”며 “규모가 작은 농가는 이중삼중으로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결국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독]"정대협 실체 알려라"…朴정부, 위안부 관련 여론공작 1011 CBS노컷뉴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낙상사고까지 여론공작에 활용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정부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급격히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정대협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단체를 마치 반정부세력처럼 묘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론공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8월 별세한 하상숙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생전에 중국에서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안타까운 상황을 여론공작에 활용하기도 했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외교부를 상대로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 공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일일이 청와대가 대응방침을 지시한 정황도 나타났다.
◇ "정대협 실체를 낱낱이 알려라"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4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이하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대다수 국민이 위안부 문제 뒤에 있는 정대협 등 비판세력들의 실체를 잘 모르는데, 국민들이 그 실체를 낱낱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돼 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1990년에 결성된 단체로,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으로 저질러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피해자(생존자)들의 명예회복 등에 앞장서온 단체다.
지난해 1월 24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도 정대협 등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겨냥한 대목이 나온다. 해당 문건에는 "정대협 등이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1.30 예정)를 추진한다는데, 일단 로우키(Low-Key)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안부 할머니 대상 설득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참여단체의 실체가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안부 합의에 반발한 단체들을 반정부세력이나 마치 배후 세력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이들을 견제하는 방안을 당시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청와대가 위안부 합의 이후 악화된 여론을 뒤집기 위한 여론공작의 사령탑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중태에 빠진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정부 노력을 홍보하라"
2016년 4월 10일 흑석동 중앙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는 故 하상숙 할머니. (사진=강혜인 수습기자)
박근혜 정부가 해외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낙상 사고를 여론공작의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故 하상숙 위안부 피해 할머니(지난 8월 28일 별세)는 지난해 2월 중국에 거주할 당시 계단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위중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4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 할머니의 치료를 위해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주일 뒤 하 할머니를 국내로 이송해 치료를 이어가겠다는 사실도 언론에 알렸고, 하 할머니의 수술이 끝난 후에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잇따라 병문안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응에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4월 1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서 나온다. 해당 문건에는 "최근 사고로 중태에 빠져 있는 중국 거주 위안부 할머니에게 정부가 전문 의료진을 파견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국내이송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인데,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홍보할 필요"라고 나온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병문안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여론공작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 청와대가 지시하면 종교단체가 움직인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종교단체를 동원해 여론공작을 벌인 정황도 나타났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합의문 원점 재검토 촉구' 입장을 발표한 것에 맞불을 놓기 위해 친정부 성향의 종교단체를 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1월 6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정평위가 '합의문 원점 재검토 촉구' 입장을 발표했는데, 천주교도 전체의 뜻도 아닌 것을 천주교 공식기구가 이처럼 발표한 것은 문제가 큼"이라고 돼 있다.
이어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및 평신도협의회 등을 통해 정평위 발표가 천주교 전체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도록 대외에 밝히도록 협조 구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대수천은 박 전 대통령 탄핵재판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이었던 서석구 변호사가 상임대표로 있는 천주교 단체로,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꼽힌다. 실제로 대수천은 문건이 작성된 6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적 이념에 경도된 정치사제들이 정평위와 정의구현사제단이란 두 단체의 간판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친북·반국가 언행을 일삼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며 정평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 깨알같은 朴정부의 여론공작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여러 사안에 대해 깨알같은 지시를 내렸던 정황도 나왔다. 2016년 3월 6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민변이 한미FTA 협상문서 공개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최근 외교부 상대로 위안부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는데, 외교부에서는 법무부, 여가부 등과 긴밀한 협업 하에 잘 대응토록 할 것"이라고 나온다. 또 4월 4일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민변이 위안부 할머니 및 유족을 대리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3.27)했는데 일부 할머니들은 본인의 헌법소원 서명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하는 만큼,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적극 알릴 것"이라고 돼 있다.
민주노총이 추진한 '강제징용노동자 동상' 제작.설치를 저지하려한 정황도 나타났다. 2016년 1월 8일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민노총에서 위안부 소녀상과 같이 '강제징용노동자 동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데,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적의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한애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연장 반대, 국회 잔디밭에 흩어진 태국기
종편TV 억대벌이 ‘메뚜기’ 평론가들 어디 갔지?1011미디어오늘
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억대 연봉 정치평론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향후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탈락 등을 우려한 종편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거칠고 편향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고수익 평론가들을 사실상 방출시켜 이들의 ‘출연 쏠림’을 나름 해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의 ‘겹치기 출연’과 변호사들이 정치를 포함한 온갖 사회 문제에 평을 보태는 ‘만물상 평론’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1년 전과 비교하면 종편 평론가·패널의 얼굴 변화가 느껴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13일까지 두 달간 종편 4개사(TV조선·채널A·MBN·JTBC)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YTN·연합뉴스TV)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출연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에 출연횟수가 100회가 넘는 사람이 5명이나 됐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149회 출연), 정치평론가 민영삼(135회),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135회), 백기종 전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110회), 정치평론가 황태순(109회)씨가 당시 종편을 틀기만 하면 나오는 상위 5명 출연자들이었다.
종편 시사 프로 1회 출연료가 15만~25만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이들은 당시 두달치 출연료로 2천만원을 웃도는 수입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집계엔 이들의 라디오 방송과 뉴스 프로그램 패널 출연 횟수가 빠졌다. 이들이 집중 섭외 대상이 되면서 출연료로 1년에 1억원 안팎을 버는 평론가·패널도 있었다. 그러자 종편 보도국 내부에서도 “어떤 패널은 주말도 없이 이 종편, 저 종편에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동반 출연이 잦아 서로 가까워진 평론가·패널 가운데 일부는 종편 방송사가 몰린 서울 광화문 일대의 호텔 사우나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며 방송 출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어떤 평론가는 종편 출연이 몰리면서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운전 기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한 종편의 시사 프로 진행자는 “평론가·패널들의 경우 늦은 오후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정리된 발언이 나올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하루 종일 패널들끼리 여러 종편을 넘나들며 비슷한 주제를 놓고 얘기하다보니, 늦은 오후 방송 때가 되면 아침·점심 방송보다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전 종편 시사 프로를 지탱하던 다작 출연자들을 현재 종편에서 거의 찾기 어렵다. 10일 현재 평론가·패널이 다수 출연하는 정치 토크 프로가 없는 <제이티비시>(jtbc)를 제외한 종편 3개사의 19개 시사 프로의 출연자 현황을 보면, 최병묵 전 편집장이 <티브이조선>의 ‘이것이 정치다’ 진행을 맡은 걸 빼면 1년 전 출연 상위 5명 가운데 4명은 종편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정기남 정치리더십센터 소장,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양지열·백성문·최진녕·노영희·조대진·서정욱 변호사 등이 현재 종편에서 2개 이상 프로에 얼굴을 내미는 평론가·패널 그룹이다. 이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서양호 소장이 현 여권 쪽에, 옛 새누리당 소속으로 구의원을 지낸 30대 중반의 김병민씨와 언론인 이현종씨가 보수야당 쪽에 가까운 정치 평론을 대표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종편 3개사의 5개 이상 프로에 고정으로 나오면서 최근 가장 활발한 ‘겹치기 출연’을 하는 점이 눈에 띈다. 평론가·패널의 변화는 종편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방송 재승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정부의 재승인 심사에서 <채널에이>는 1천점 만점에서 합격 기준점(650점)을 간신히 넘겨 661.9점을 받았다. <티브이조선>(625.1점)은 합격점을 넘기지 못했으나 시사 프로 축소, 출연자 관리 등을 전제로 ‘3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들 종편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평론가·패널의 편파 발언과 이들에 대한 제재 건수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를 다시 앞두고 이들 종편은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황태순·민영삼 평론가 등을 자체 제외하거나 시사 프로를 줄이는 조정에 나섰다.
황태순씨는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엠비엔>에 출연해 “(3차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보수가 더 많다. (그 근거는) 내 눈이다”라고 말하는 등 주관적 평론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던 정치평론가다. 민영삼씨도 지난 3월 <채널에이>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출두에 대해 “바로 저런 모습이 박 전 대통령의 어떤 품격, 의연함이라고 보인다”고 밝히는 등 편향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새 정부 초반의 바뀐 분위기와 방송 재승인 문제 등이 겹치면서 종편 출연 평론가들의 극단적 발언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요즘 보수 성향 평론가·패널의 발언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장과 안보 대처를 비판하지만 보수야당의 친박 청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평론가·패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선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 패널들 사이에서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예전보다 출연 일감이 줄었지만, 종편이 원하는 주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 평론가들도 매일 분주하게 준비한다. 또다른 한 정치평론가는 “아침에 주요 신문의 칼럼과 사설 등을 먼저 본 뒤, 오전 10~11시까지 각 정당의 아침회의에서 나온 대표들의 발언, 대변인 논평,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면 그날의 공통된 쟁점이 눈에 보인다. 노트에 정리한 내용을 가지고 낮 12시 방송, 오후 4~7시에 집중된 시사 프로에 출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현안이 발생하면 방송 직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변을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신규 평론가·패널들의 종편 진입은 제작진이 보수·진보 패널의 균형을 위해 정당에 추천을 요청하거나, 기존 출연자들이 하차하면서 대체 인력을 추천하는 경우, 다른 프로에서 방송 적응이 검증된 패널을 같이 공유하는 사례 등을 거쳐 이뤄진다. 차명진·이두아(옛 새누리당), 김광진(더불어민주당) 등 전직 의원들도 종편 패널로서 정치 공백기를 메우고 있다. 평론을 밑천 삼아 종편을 옮겨다니는 ‘보따리 장수’ 같은 생활을 거쳐 매주 1회 녹화하는 시사 형식의 예능 프로에 고정으로 나오는 스타 출연자가 되면, 회당 출연료가 200만~400만원 수준으로 껑충 뛰기도 한다.
종편 시사 프로의 증가와 맞물려 패널로 부상한 또 하나의 직업군이 변호사다.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혼외자 보도 직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거 작전과 사망 당시 등 두 차례 계기를 통해 “변호사들이 종편에 미친 듯이 불려다니기 시작했다”는 게 한 출연 변호사의 기억이다. 다소 자극적 소재를 법률적 해석으로 완화할 변호사들의 섭외가 이어진 것이다.
종편의 한 제작진은 “방송은 자기가 아는 것을, 별 실수 없이 말로 풀어내는 출연자를 선호한다.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으면서 말을 비교적 잘 하는 변호사들은 방송 리스크(위험)가 적다”고 말했다. 변호사들도 종편 출연을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 2015년에 한 달 평균 50회 이상 종편 시사 프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김태현 변호사는 지난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지만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 뒤 현재 <채널에이>의 ‘뉴스뱅크’ 진행자를 꿰찼다. 같은 법무법인(비앤아이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명 전원(백성문·임방글·손정혜)이 현재 종편에서 정치·사회 문제를 평하는 패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변호사들의 ‘1인 다역 평론’이다. 이들이 패널 석에 앉아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연예계 사건까지 두루 평에 나서다보니, 비전문 분야인 정치·외교 등에서 감상평 수준의 ‘하나마나한 평론’이 나올 때가 많다. 이수희 변호사의 경우 지난 6월 <채널에이>에 출연해 청와대가 ‘문 대통령 기념 시계’를 보훈가정에 전달한 것 등을 두고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라는 주관적 추론을 내세운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종편에선 한 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나와 바른정당의 진로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평을 내놓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지난 8월 <채널에이> 프로그램 ‘정치데스트’에선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객원 기자’ 이름표를 달고 출연해 정치 평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5·18 유공자 명단도 한 번쯤 완전히 오픈해서 명확하게 한 번 (규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민언련의 지적을 받았다.
여전히 재벌 문제에 대한 종편들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종편의 한 평론가는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를 정치 이슈로 확장해 다루면 정치평론가가 정경유착·재별개혁까지 언급할 수 있지만, 종편들이 이를 변호사 패널을 활용한 사건 이슈로 처리해 법리 공방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 시사 프로와 출연자들이 뉴스와 평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거칠고 흥분한 저널리즘’이란 비판도 받았다. 이제 변화를 꾀하려는 종편에서 평론가의 경쟁력은 결국 평론의 전문성에서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정치평론가인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정치 현상을 유추해주는 독특한 해석을 제시해줘야 평론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편 시사 프로를 매일 점검하는 민언련의 이봉우 활동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종편 출연자들의 (편파·왜곡 등의) 발언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 명령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생들 "탈원전, 工學 전체에 대한 위협" 101조선
"허위 선동 묵과못해… 원전의 팩트 알릴 것"
脫원전 반대 성명 잇따라
- 서울대工大 11개 모든 학과 참여
"정부의 독단적 탈원전 정책, 경제·안보·환경 득 될 게 없다"
- 美 석학·전문가 21명도 나서
"원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면 車 2700만대의 탄소 더 배출"
10일 오후 8시 서울대 공과대학 36동 학생회실. 공대 소속 학과 학부 대표와 단과대 학생회장 등 학생회 대표들이 모였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관련 공대 학생회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회의 후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를 발표했다.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학문이 존폐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가 이날 성명서를 낸 것은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의 정부 권고안 제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는 13일부터 2박 3일간 478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석한 가운데 합숙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보고서 형태의 최종 권고안을 작성해 20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론화위 결정을 앞두고 서울대 공대 학생들과 해외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이 잇따라 탈(脫)원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 공대 성명 발표에는 원자핵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에너지자원공학과와 기계항공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등 공대 11개 학과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 사업 등이 위기에 처했다"며 "수십 년간 진행된 중장기 연구 과제가 정부에 의해 곧바로 중단되는 현실에 공학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추진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공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공학에 대한 위협이 아닌 공학 전반에 대한 위협이다. 학문이 국가에 버림받는 선례를 남기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재료공학부 부학생회장 정정아(20)씨는 "탈원전으로 가면 경제도, 안보도, 환경도 모두 득 될 게 없다는 건 현재의 과학으로 보면 자명하다"며 "그럼에도 현 정부는 과학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선해양공학과 학생회장인 김다민(21)씨는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던 원자핵공학과 친구들이 이젠 공부할 맛이 안 난다고 한다. 공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힘이 쑥 빠진다"고 했다. 올해 후기 원자력공학과 박사 과정 모집 때 5명 정원에 1명이 지원했다. 한 공대생은 "일본이 한때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도쿄대 원자핵공학관리학부 연구실이 초토화됐듯, 서울대에서도 연구의 맥이 끊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 학과별 회장·부회장·학년별 대표들은 지난달 29일에도 모여 탈원전 졸속 추진 반대에 대해 논의했다.
해외 석학들도 나섰다.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 대표와 케리 이매뉴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의 에너지·환경 관련 전문가와 석학 21명은 지난 6일 "한국의 원전과 관련한 사실(fact)을 알리겠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10일 한국에 들어온 셸렌버거 대표는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미국 타임지 선정 '환경 영웅'으로 뽑힌 인물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현재 한국의 전력 생산량을 태양광으로 충당하려면 서울의 7배나 되는 땅이 필요하고, 원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면 최대 2700만대의 차가 더 다니는 것만큼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천연가스 구입비만 한 해 1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연봉(약 3200만원)을 감안하면, 일자리 34만3000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린피스 등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거짓 정보를 제공해 한국 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로서 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엔 60개 대학 과학기술 전공 교수 417명이 "전문가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 계획을 수립하라"며 탈원전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후쿠시마原電 1368명 사망?… 건설중단측 자료에 거짓정보 15개" 김승범 기자서울대 성명 주도한 화학공학도 "원자핵공학만의 문제 아니다" 김지연 기자
"후쿠시마原電 1368명 사망?… 건설중단측 자료에 거짓정보 15개"
원전 건설 여부 최종 판단할 시민참여단 478명에 제공돼
"UAE 수출때 벡텔에 준 300억, 3兆 지급했다며 100배 부풀려"
건설중단측은 "사실 확인한 것… 뭐가 맞는지는 따져보면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에게 전달된 동영상 자료가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원자력학회 등 원전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원전 건설 반대 측이 시민참여단 478명에게 제공한 동영상 자료 중 15곳에서 사실을 왜곡한 부분을 발견했다"며 10일 공론화위원회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공론화위가 건설 재개 측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을 별도 유인물로 시민참여단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 중단 측은 "사실 확인을 거쳤다"고 반박했다.
시민참여단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합숙 종합 토론을 한 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수 논란
중단 측은 동영상 자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는 1368명,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 발생 환자는 파악 불가"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5년간 1368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념식 이후 일본 정부는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정확한 이해 없이 발언한 내용이라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수치는 '반원전' 성향의 일본 도쿄신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난 생활을 하다가 병사한 고령자 등을 집계한 '원전 사고 관련사'로,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한 사망과는 무관하다.
원전 건설재개 측이 주장하는 '신고리 5·6호기 6강 동영상 자료'의 15가지 오류
건설 중단 측의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수익금 중 3조원을 원전 설계 업체 벡텔사에 지급했고 국내 원전 산업은 원천 기술이 없어 해외 부품과 기술력 없이는 원전 사업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는 동영상 자료 내용도 허위라는 게 건설 재개 측 지적이다. 원자력학회는 "UAE 수익금 중 3조원을 벡텔사에 지급했다는 부분은 명백한 거짓으로 100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이라면서 "실제 벡텔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러시아·캐나다·프랑스 등과 더불어 원전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가로 외국의 지원 없이 원전을 운영하고 수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는 원전 설계 핵심 코드, 원자로 냉각재 펌프, 계측 제어 시스템 등 '3대 핵심 원전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원전이 주변 지역 주민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단 측은 "원전 주변 5㎞ 이내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지만, 재개 측은 "지난 7월 월성 원전 1호기 운영 중단 가처분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주민 갑상선암 발생이 원전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원자력학회는 "최근 5년간 원자력 발전 단가는 72% 상승, 태양광은 55% 하락했다"는 중단 측 주장에 "태양광은 정부 보조금을 빼고 계산한 것이며, 보조금을 포함하면 지난해 ㎾h당 발전단가가 216원으로 2015년보다 11% 올랐다"고 밝혔다.
◇신고리 공론화 공정성 논란 일 수도
중단 측 관계자는 "예전에 한번씩 쟁점이 됐던 내용으로 재개 측 주장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단 측은 후쿠시마 원전 사망자 수가 1368명이라는 내용과 관련, "일본 정부가 우리 외교부에 해명한 건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가 아니라고 한 것으로 사망자 숫자를 보는 관점의 차이일 뿐 중대한 착오를 유발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수익금 중 3조원을 벡텔에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에도 보도가 됐던 내용"이라며 "어떤 내용이 맞는지는 따져보면 된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발생률에 대해서도 "원전 주변 5㎞ 이내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률이 최대 2.5배 증가했다는 것은 정부가 20년 동안 역학 조사해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국인, 노후준비 부족…죽기 전 마지막 8.5년 불행하게 살다 갈 수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5개국 '행복수명' 비교
5개국의 기대수명-행복수명 차이./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한국사람의 ‘행복수명’이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짧아, 죽기 전 8년 반은 불행하게 살다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수명’이란 생물학적 관점의 수명에 건강 개념을 더한 ‘건강 수명’을 넘어, 경제·활동·관계 요소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노후준비 수준을 계량화한 지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연구소가 공동 개발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10일 행복수명 국제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의 평균 행복수명은 74.6세라고 밝혔다. 기대 수명은 83.1세지만, 행복수명은 이보다 8.5년 짧은 셈이다.
5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에서 독일의 행복수명이 77.6세로 가장 길었다. 그 뒤로 미국·영국(76.6세), 일본(75.3세)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조사 대상 5개 국가 중 가장 짧았다. 행복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는 일본이 9.5년으로 가장 컸고, 그 다음이 한국(8.6년), 영국(5.7년), 미국(4.3년), 독일(4.2년) 순이었다. 한국인은 생존기간 중 마지막 8.5년간 ▲아프거나 ▲노후 준비가 안 돼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건전한 관계·활동 등이 결여돼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특히 우리나라는 10명 중 7명 꼴로 행복수명이 기대수명보다 5년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노후준비에 취약한 계층이 많아 노후에 삶의 질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 삶 무너뜨리는 경제위기… 동화은행 퇴출자들 추적해보니 한국경제 1011
중산층 삶 살던 은행원들, 퇴출 후 절반이 '빈곤층'
"재취업해도 비정규직" 45% 퇴직자들 19년간 평균 9.6번 이직
"신용불량자 된 적 있다" 41% 부채 많았던 28~35세 상당수 '제2의 삶' 꿈꿀 기회조차 못 가져
퇴직자 절반은 가정불화 경험
경제위기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 그랬다.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샐러리맨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았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중산층 붕괴가 시작됐고,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내몰렸다. 한번 위기가 닥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지 외환위기가 여실히 보여줬다. 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 은행원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었다. 동화·대동·동남·충청·경기 등 5개 은행이 한꺼번에 퇴출명단에 오르면서 수천 명이 일터를 잃었다. 한국경제신문은 당시 퇴출 규모가 가장 컸던 동화은행의 퇴직자들을 수소문했다. 대부분 소재 파악이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37명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지난 20년간 삶의 궤적을 추적했다. 박선철 전 동화은행 노조위원장은 “실직한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적 궁핍과 그로 인한 가정불화 등으로 20년 내내 큰 고통을 겪었다”며 “괴로움에 세상을 등진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으로 몰린 은행원들 대부분 실패
동화은행은 1998년 신한은행에 자산부채인수(P&A: 고용승계 없이 우량자산과 부채만 인수) 방식으로 넘겨졌다. 직원 1831명 가운데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은 319명. 대리급 이하 직원 대다수를 고용승계해 주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은행원 1512명은 하루아침에 생업전선으로 몰렸다.
본점 카드부에서 일했던 이모씨(55)는 “입행한 뒤 당시 군대에 입대한 어린 직원들에겐 고용승계를 묻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영업직군은 사정이 좋았지만 기획, 총무, 인사를 담당한 직원들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최소 1년은 백수로 지냈다”고 말했다. 생계가 막막했던 직원들은 호구지책을 찾아 식당, 유통업, 호프집, 옷가게 등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접촉한 37명의 동화은행 퇴직자 가운데 64.9%(24명)가 자영업에 나섰다.
대출부 대리로 근무했던 김모씨(53)는 “사내 커플이던 부부의 퇴직금과 당시 모아둔 돈으로 고깃집을 열고, 매일 14시간씩 일했지만 2년이 안 돼 가게 문을 닫았다”며 “책상에서 일만 하던 은행원들이 자영업 정글에서 생존하기는 어렵지 않았겠냐”고 되물었다. 자영업을 시작한 은행원(24명) 가운데 19명(79.2%)은 실패를 경험했다. 8명(33.4%)이 두 번 이상 가게를 열었지만 폐업했고, 11명(45.8%)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났다. 총무부 과장이던 박모씨(61)는 “가게라도 열 수 있던 직원들은 그래도 경제적 여건이 좋은 편”이라며 “직원들 간의 연대 보증으로 가진 돈 한 푼 없이 회사에서 나온 직원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퇴직자 절반 이상 비정규직·무직
자영업이 아니라 이직을 선택한 직원들 역시 사정이 나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원 경력을 살려 자산관리공사, 채권 추심회사, 증권회사 등에 재취업했지만, 그들에겐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적응은 힘들었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른 직장을 구해야 했다. 동화은행 퇴직자들은 지난 19년간 평균 9.6번 직장을 옮겼다.
전산부에 근무했던 정모씨(51)는 “자산관리공사에 재취업했지만, 보수는 정규직 직원의 70%에 불과했다”며 “실력은 퇴직자 출신들이 더 좋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자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퇴직자들의 현재 직업으론 봉급생활자(29.7%)가 가장 많고, 자영업(24.3%), 프리랜서(24.3%), 실직(13.5%), 개인사업(5.4%), 전문직(2.7%) 순이다.
근무 형태별로는 비정규직(45.9%)이 가장 많았고, 자영업(24.3%), 정규직(16.2%), 무직(13.5%)이 뒤를 이었다. 총무부에 근무했던 조모씨(49)는 “은행 퇴출 이후 결혼은 포기한 채 이따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오고 있다”며 “지금은 무직으로 부모님에게 얹혀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씨(46)는 “가게를 차렸던 적을 제외하면 퇴직 이후 계약직 인생을 계속 살아왔다”며 “무슨 수를 써봐도 은행 같은 직장으로 복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용불량과 가정불화에 시름
은행원은 당시 평균 연봉이 3000만~4000만원으로 중산층에 속했다. 하지만 퇴출 이후 대다수가 소득이 줄어들면서 벌어둔 돈으로 근근이 버텨야 했다. 한번 줄어든 곳간은 채워지지 않았다. 조사대상 가운데 64.9%는 퇴출 당시보다 재산이 줄었다. 10.8%는 현상 유지를 하고 있었으며,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24.3%에 불과했다.
대출부에 근무했던 김모씨(52)는 “2000년대 초반 투자 붐이 불면서 주식에 손을 댔다가 아파트 두 채를 날렸다”고 했다. 조사대상 절반에 가까운 18명(48.6%)이 주식 투자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 14명(77.8%)이 막대한 손실을 봐 투자 원금을 거의 날렸고, 약간의 이익을 본 사람은 4명(22.2%)에 불과했다. 소득도 크게 줄었다. 연봉 2500만원이 안되는 빈곤층의 삶을 사는 사람이 18명(48.6%)이었으며, 2500만~5000만원 수준이 18명(48.6%), 5000만원 이상은 1명(2.7%)에 불과했다.
박 전 노조위원장은 “주택 관련 대출, 우리사주용 대출, 연대 보증 등으로 부채가 많은 28∼35세의 젊은 직원 중 상당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며 ‘제2의 삶’을 꿈꿀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며 “소득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계속된 실패로 재산까지 탕진하면서 신용불량자로 몰린 동료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조사대상 퇴직자 가운데 신용불량자를 경험한 비율은 40.5%에 달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불화로 이어졌다. 퇴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정불화로 고통을 겪었다. 지점장 출신 김모씨(65)는 “퇴직과 사업 실패가 거듭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부인과의 갈등이 심해져 이혼했다”며 “특히 사내커플로 부부가 모두 직장을 잃었던 동료들이 이혼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길을 묻다 ①] 고용 퇴출 → 자영업 유입, 갈수록 '심화' 1010 내일
10명 중 3명이 명퇴나 회사 휴폐업으로 자영업 선택 … 경쟁력 없어 '빈곤의 악순환'
고용시장에서 퇴출한 사람들의 자영업 유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영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음식점업과 운수업 쪽으로 유입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런 만큼 저소득과 부채로 다시 퇴출될 가능성도 컸다. 이같은 내용은 내일신문 창간 24주년 특별기획 '수도권 자영업자 실태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단위로 '수도권 10인 미만 고용 자영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초의 경제활동인구를 임금노동자로 시작했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비율은 2011년 61.8%에서 2014년 75.1%로, 그리고 2017년 80.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임금노동자로 있다가 자영업자로 변신하게 된 배경은 '시간과 보수 등 작업여건'(21.3%), '명예·조기퇴직이나 정리해고'(14.9%), '가사전담 등 가족관련 이유'(13.5%)가 상대적으로 높았다.(2017년 조사) 특히 '명예·조기퇴직·정리해고'(14.9%)나 '직장의 휴업이나 폐업'(9.6%), '임시 일자리 종료'(3.5%) 등 고용시장 퇴출로 인한 비자발적 자영업 유입은 2014년 20.5%에서 2017년 28.0%로 7.5%p 늘어났다.
'시간과 보수 등 작업여건'이나 '가사전담 및 가족 관련 이유' '기타'를 선택한 응답자 중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시장에 유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강제유입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고용시장 불안정→자영업자 시장의 과포화→과다경쟁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임금노동자였다가 자영업자가 된 사람들 중에는 애초 자영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음식점업, 운수업을 선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고용시장 퇴출 후 '숙박 및 음식점업'을 선택한 비율은 13.1%였다. 이것은 애초 이 업종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들(7.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퇴출 후 운수업을 선택한 경우는 10.0%로 애초 운수업 선택 비율 3.4%보다 거의 3배 높았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개인택시처럼 이들 직종은 특별한 기술이나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이러한 내용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예정처의 'NABO 경제동향 & 이슈' 2017년 7월호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전년 대비 3만5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비중도 11.0%로 전년 대비 0.6p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 직종은 이미 과포화상태로, 경쟁은 높고 소득은 낮아 또 다시 '퇴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고용시장에서 퇴출속도를 늦추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있어야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시장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보완책을 고려하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의 길을 묻다①] 노인 자영업자 '진퇴양난' … 창업↑ 소득↓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 갈수록 증가 적자 또는 월 120만원 미만 비중 높아
노후가 불안한 노인들이 자영업 창업전선에 내몰리고 있지만 낮은 소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영업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가 3년 단위로 실시한 자영업자 조사를 보면 2011년 10.6%에 머물렀던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14년 14.8%, 2017년 20.6%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30대와 40대 자영업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60대 이상 자영업자 증가는 노후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고령 구직자가 임금근로자에서 이탈한 뒤 창업에 나서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젊은층에 비해 소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소득이 부족해 자영업에 뛰어들었는데 소득은 형편없는 결과에 직면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적자상태인 자영업자가 50대에서는 3.9%에 불과했지만 60대 이상에서는 두 배에 가까운 7.6%에 달했다.소득이 월 12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는 50대에서는 9.7%였지만 60대 이상에서는 17.4%에 달했다. 월 120만∼250만원인 자영업자는 50대에서는 21.4%였지만, 60대 이상에서는 25.1%를 기록했다.
반면 월 소득이 450만∼700만원인 비교적 고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50대에서는 15.8%였지만 60대 이상에서는 10.1%에 머물렀다. 월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고소득 자영업자는 50대에서는 10.0%였지만 60대 이상에서는 6.0%에 그쳤다.
또 이번 조사에서 60대 이상 자영업자 중에는 젊은 자영업자에 비해 종업원이 없는 '나홀로'인 경우가 많았다. 60대 이상에서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라는 답은 61.8%에 달했다. 50대(57.8%) 40대(55.2%) 30대 이하(57.1%)에 비해 높았다.
이 상임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 1세대(1955년∼1964년생)의 60대 진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은 낮고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 영세 자영업자층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분간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연금제도, 공공일자리 등 소득이전정책을 통한 고령자 지원정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고용통계로 본 자영업자] 줄어들던 자영업자 4분기 연속 늘었다
60대 이상이 증가세 주도 단순 영세업종 '쏠림'현상 520조 자영업대출 부실우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정부 고용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수는 56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7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2015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2016년 3분기 증가세로 전환한 뒤 4분기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조기퇴직과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은 퇴직자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영세한 업종으로 몰리면서 자영업 시장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7000명 늘었는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되레 2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만8000명 증가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의 영세성이 심화되고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예정처의 설명이다.
◆전문업종은 줄고 숙박음식업, 부동산 임대업 증가 =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 임대업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1년 전보다 3만5000명이 늘었다. 부동산 및 임대업에서는 자영업자가 2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1만4000명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다.
반면 전문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수는 감소했다. 지난해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종 자영업자 수는 전년대비 5000명, 여가관련 서비스업은 4000명 각각 감소했고 교육서비스는 1만1000명이나 줄었다. 건설업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9000명 증가했으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2만4000명 감소했다.
예정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서비스업, 건설업 등 고용창출력이 높은 업종에서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등 자영업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자영업자 증가세를 주도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자영업자 증가규모는 4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증가폭 7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중 60대 이상 비중은 26.8%로 전년대비 0.8%p나 상승했다.
최근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노후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고령구직자가 임금근로자에서 이탈한 이후 창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0대 이상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올 1~6월 기준 38.4%로 여타 연령대의 자영업 비중 18.3%를 2배 가량 상회했다. 특히 60대 이상 자영업자 중 85%는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였다.
◆자영업 매출 마이너스 2013년 이후 처음 = 영세업종으로의 쏠림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영업의 경영실적 또한 악화되고 있다. 예정처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개인사업자 데이터 기준 자영업자 1인당 평균매출액은 지난해 1억4300만원으로 전년대비 100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자영업자 폐업건수도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한해 자영업자 폐업건수는 84만건으로 1년 전보다 10만건이나 증가했다. 경영이 힘들어지면서 5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521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은행이 추산했던 개인사업자 금융권 대출액 480조2000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종류별로는 일반형 178조원, 기업형 164조1000억원, 투자형 140조4000억원, 생계형 38조원6000억원 등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실위험이 큰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32조2500억원, 특히 생계형 대출 가운데 저신용자 비중은 13.8%, 금액으로는 5조3000억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영세한 분야의 부채부터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업종별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잔액은 부동산임대업 4억5100만원, 제조업 3억1900만원, 개인서비스업 2억1400만원, 숙박 및 음식점업 1억4500만원, 도소매업 1억4000만원 순으로 많았다. 연체율은 숙박 및 음식점업 18.14%, 도소매업 18.05%, 제조업 16.20%, 개인서비스업 15.10%, 부동산임대업 4.24% 순이었다.
특히 사업자대출만 받은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0.76%에 그친 반면,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은 경우 연체율이 1.0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1 대 99'냐, '20 대 80'이냐 1010 프레시안
[장석준 칼럼] '중간층-저소득층' 공동 이익 구조, 새로운 복지 동맹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안 된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아직 낯선 사회과학 전문용어였다. 그때 이를 설명하려고 동원된 도식이 '20 대 80 사회'였다. 20%만 살 길을 찾고 나머지 80%는 버림받는 사회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런 설명은 쑥 들어갔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신자유주의의 위상은 급속히 추락했다. 뉴욕 월스트리트 같은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체제를 뒤엎자는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 대 99 사회'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1%의 슈퍼리치가 99%, 그러니까 사실상 만인을 패배자로 만드는 게 신자유주의라는 성토였다. 이후 '1 대 99' 도식은 어느덧 신자유주의에 염증을 느끼거나 분노하는 대중의 상식이 됐다.
그런데 최근 이 도식들이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발단은 한국 사회의 대립 구도를 '1 대 99'라고만 보기 힘들다는 문제제기다. 기득권을 누리는 집단이 1%뿐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에 해당하는 재벌만 문제가 아니다. 기득권층은 그보다 훨씬 더 두텁고 다양하다. 혹자는 기득권 집단의 목록 안에 민주화 세대 중산층을 넣고, 혹자는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지목한다.
그러면서 '20 대 80'론을 다시 입에 올린다. 그런데 '20 대 80'을 이야기하더라도 20여 년 전과는 어감이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단지 '20'이 '80'에 비해 소수임을 보이려는 도식이었지만, 이제는 '1 대 99'론에 견줘 비판이나 극복 대상이 '1'보다는 훨씬 크다는 것이 주된 메시지다. 단지 크기만 한 게 아니다. '1%'의 자리에 '20%'가 들어가는 만큼, 사회 개혁의 방법론도 훨씬 복잡해져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과연 어느 쪽이 우리 현실을 해명하는 데 더 적합한가? 개혁 대상은 이른바 '1%'인가, 아니면'20%'인가? 바꿔 말해 개혁의 주체는 그럼 '99%'인가, '80%'인가?
신자유주의는 동맹의 정치를 통해 작동한다
이런 논란이 얼핏 번잡하고 공허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퍽 뜻 있는 논의라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를 '1%의 지배'로만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를 잘 지적하기 때문이다. 물론 '1 대 99'론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은 아니다. 특히 시야를 지구 전체로 돌리면, 신자유주의 지구화 30여 년만에 한 줌도 안 되는 거대 자본 소유주와 극소수 엘리트가 나머지 인류 위에 군림하는 광경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의 한 단면일 뿐이다. 만약 현실의 다른 측면들 없이 노골적인 '1 대 99' 구도만 존재한다면, 이 질서는 단 며칠도 더 지탱하기 힘들다. 어떤 폭력을 동원하더라도 이런 질서를 지킬 수는 없다. 혁명이든 공멸이든 둘 중 하나다. 그래서 대변혁을 바라는 사회운동가들의 선동 언어 속에서 현실이 자주 이런 대립 구도로만 이야기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이런 운동가들에게는 아쉬운 이야기지만, 신자유주의는 이보다는 훨씬 더 영악하고 단단한 지배 체제다.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은 세상의 표준인 양 행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는 파시즘과 달리 대의민주주의의 대립항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빈껍데기로 만들었을망정 이를 뒤엎지는 않았다. 철저히 대의민주주의의 룰에 따라 지배 체제를 구축하고 작동시켰다.
그러자면 선거 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대중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적어도 신자유주의에 적극 반대하는 이들을 고립시킬 수 있을 정도로는 지지 및 중립 여론의 지대를 넓혀야 한다.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신자유주의는 바로 이런 지지 동맹을 구축함으로써 등장했고, 이 동맹을 유지, 확대함으로써 자신의 역사를 써나갔다. 세계 금융 위기를 겪은 지금도 신자유주의 질서가 막을 내리지 않는 것은 이런 동맹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거나 다른 동맹에 압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동맹은 단지 선거 정치에서 기발한 담론을 구사한 결과만이 아니었다. 영국, 미국의 대의제에 결함이 있어서(가령 승자독식 선거제도) 대처나 레이건식의 정치 세력이 과대 대표된 탓만도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이익 동맹을 창출했다. 이 공동 이익의 비전에 밀려 이제껏 복지국가의 토대를 이루던 동맹에 균열이 갔다. 그리고 일단 이런 이익 동맹이 들어선 뒤에는 굳이 선동에 힘쓰지 않아도 선거에서 매번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가 확인됐다. 오히려 전통 좌파 정당들이 '제3의 길'이니 '신중도'니 하는 이름으로 새 합의를 따라야 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어떤 장치가 이런 이익 동맹의 기반이 됐는가? 금융화와 직결된 자산시장이었다. 마거릿 대처의 영국 보수당 정부가 초기부터 주력한 정책 중에는 BT(브리티시 텔레콤)나 BP(브리티시 페트롤륨) 같은 거대 공기업의 주식 매각과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공주택의 민간 분양이 있었다. 노림수는 명확했다. 각각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주된 추진자인 금융 세력에게 최고의 보상을 안겨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림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대중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자산시장에 광범한 중간층을 참여시켰다. 대처 정부가 공기업 주식이나 공공주택을 거대 법인에 통째로 넘기지 않고 국민주를 발행하거나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기획자들은 중간층, 더 나아가 노동계급 상층까지 새 금융 제도의 이해당사자로 만들려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득 중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은 줄이면서 자산시장 투자는 늘이길 바라는 중간층이 두텁게 등장했다. 그들과 노동계급의 사이는 멀어졌고, 노동계급 안에서도 상층과 하층의 골이 깊어졌다. 복지국가 동맹은 와해된 반면 금융자본주의 동맹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저변에서 작동한 동맹의 정치다.
신자유주의의 본산 중 하나인 영국을 예로 들었지만, 이후 어느 나라든 비슷한 궤적을 밟았다. 복지국가가 축소되는 만큼 자산시장이 늘어났고, 중간층은 은행 대출을 받아 자산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단 자산시장에 투자하고 나면 어떻게든 이 시장을 계속 키우는 데 만사를 걸게 된다. 어제의 좌파정당 지지자, 열성 노동조합원, 극좌파 학생운동 경험자라 하더라도 예외일 수 없다. 자산시장에 뛰어들고 나면 은행가, 대자본, 초국적 금융 세력과 공동 운명체가 된다.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벌거벗은 욕망에는 나름의 윤리적 외피가 필요했다. '1%'로 상징되는 최상층과 '20%'는 족히 넘는 중간층의 새 동맹에도 그만의 정당화 이데올로기가 있어야만 했다. 이익 동맹이 이렇게 이데올로기 동맹으로까지 발전해야 지배 체제가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법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각 나라에는 나름의 자원들이 있다. 어느 나라든 중간층의 신분 상승 욕망과 결합된 독특한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 가령 영미권에는 경쟁 담론과 평등 담론 사이에 걸쳐 있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전통이 있다. 신자유주의 등장 이전에는 이런 전통이 복지국가와 불안하게나마 공존했지만, 신자유주의는 이를 복지국가 구조물에서 떼어내 반복지(연대)-친시장(경쟁) 여론의 구성 요소로 발전시켰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시장주의와 능력주의가 결합된 새로운 중산층 세계관이 구축됐다.
탈신자유주의는 곧 새로운 동맹의 구축 과정
한국에서는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재료가 됐지만, 이런 재료들로 빚어낸 완성품의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본 차이라면, 서구에서는 복지국가 동맹을 해체하면서 새 동맹이 다져졌지만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복지국가 동맹이 등장할 가능성을 차단 혹은 지연시키면서 금융자본주의 동맹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 정도다. 한국에서도 재벌 지배연합과 중간층의 이익 동맹이 구축됐고, 그 주된 기반은 이중 노동시장(기왕의 중간층 소득을 보장하는)과 부동산시장(임금 소득을 부동산 투자 수익으로 보완하는)이었다.
영미권에서는 능력주의가 중간층 포섭의 이데올로기적 자원이 됐다면, 한국에서 그런 역할을 한 것은 조선시대 과거제도 이후 각종 '고시'를 통해 계층 상승을 꾀한 유구한 전통이다. 현대에 '일반화된 과거' 노릇을 하는 것은 고소득 전문직 혹은 공무원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인 국가고시나 대기업 정규직 입사다. 이 관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중간층의 삶을 보장받는 구명선에 올라탄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명선에 올라탄 이들이 주로 자산시장 투자자로 동원된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고시(혹은 진입) 경쟁과 시장 경쟁이 결합된 결과로서 계층 간 장벽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됐다.
이렇게 중간층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보다는 차라리 '고시'주의라 불릴만하다는 점, 구명선 의식과 이중 노동시장이 만나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극심해졌다는 점,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관료형 조직에서 서구와는 다른 전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등등 때문에 한국 사회가 좀 별나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서구에서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탱한 사회 세력 간 구도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중간층을 그 아래와 단절시키고 위와 결합시키는 동맹의 정치가 다만 '한국적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뿐이다.
서구든 한국이든 이런 점에서 '1 대 99' 구도는 일국적 현실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20 대 80'론은 이런 맹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의 보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측면을 부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20 대 80'론이 대안의 방향까지 제대로 짚어주는 것은 아니다. '1 대 99'론만큼이나 '20 대 80'론도 탈신자유주의 전략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기득권을 지탱하는 연합은 단지 '1%'보다 훨씬 클 뿐만 아니라 '20%'보다도 더 크다. 각종 경제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직접적 수혜자들만 지배연합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족 관계, 하찮은 물적 보상으로 지탱되는 예속 관계, 경제적 이익보다 더 폭넓은 영향을 끼치는 이데올로기 등등 덕분에 '20%'는 항상 '20%'보다는 훨씬 더 큰 블록을 구성한다.
게다가 이른바 '80%'도 허상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통계표만으로는 그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세계관의 차이를 알아챌 수 없다. '80%' 안에는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었지만 '아직'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도 있고, 항상 늘 그 자리에 있던 저소득-미숙련 노동자들도 있으며, 새롭게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소수자, 이주민 등도 있다. 이들이 소득 격차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단결할 수 있다면, 아마 훨씬 전에 노동계급 단결도 쉽게 이뤄졌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어떤 자본주의 사회도 중간층이나 노동계급 상층의 참여 없이 한 발자국이라도 변화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가장 인상적으로 포섭된 그 계층이 나서지 않고는, 이들 중 일부라도 이른바 '80%'와 함께 하지 않고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생산-재생산 구조에서 투쟁력과 협상력을 지닌 쪽은 여전히 '80%'의 구성원들이 아니라 이들이기 때문이다.
즉, '20 대 80' 도식에서 '80'이 '20'에 맞서 싸우는 탈신자유주의 투쟁을 그려선 안 된다. '99'가 '1'에 맞서 싸우는 그림에 사로잡혀선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탈신자유주의 '정치'를 고민하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경제주의에 포획될 수밖에 없는 이런 단순 도식들에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의 사고와 상상력 안에 복원해야 할 것은 '대결의 정치'의 동전 반대면인 '동맹의 정치'다. 신자유주의의 저변에서 동맹의 정치가 작동했다면, 탈신자유주의는 이와는 정반대 방향의 동맹의 정치여야만 한다. 금융자본주의 동맹을 해체하고 대체할 새로운 이익-이데올로기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2008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들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이익 동맹이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대중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기존 동맹에 극적으로 균열이 갔고, 새 동맹의 싹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새로운 흐름들은 예외 없이 과거의 복지국가 동맹을 한 세대를 건너 뛰어 다시 복원하려 한다. 물론 예전에 없던 21세기의 구성 요소들을 더해서 말이다. 지금 영국에서 '코빈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변화의 흐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연대전략은 탈신자유주의 동맹의 시작
그간 한국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사회연대전략이 논의돼왔다. 사회연대전략의 요체는 조직 노동과 신자유주의 피해 대중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미조직, 저소득 계층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자는 것이다. 조직 노동의 경제적 이익을 일부 축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소득층의 임금 혹은 복지 소득을 늘리는 성과를 만들어서 노동운동의 지적, 도덕적 권위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재벌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면 됐지 굳이 이런 전술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있고, 정규직 노동자만 일방적으로 양보하자고 주장하는 꼴이라는 거센 비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구상이 탈신자유주의 동맹의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거대 자본에 맞선 투쟁과 결코 별개가 아니며, 신자유주의에 포섭됐던 노동계급 상층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다. 이중 노동시장과 자산시장의 결합을 통해 작동하던 최상층-중간층의 이익 동맹을 대신할 중간층-저소득층의 공동 이익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사회국가(복지국가)를 지탱할 동맹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 제안들 중에서도 보편증세-복지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재분배 연대' 방안이 이런 동맹의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동계급 내 소득 불평등을 교정하는 임금협상방식을 도입하자는 '분배 연대' 방안도 있지만, 이는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역량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아마도 재분배 연대가 점차 실현돼서 고소득 노동자의 임금 소득 의존도와 고용 불안 심리가 경감돼야 비로소 분배 연대가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야 소득을 넘어선 자산(주택 등)의 재분배도,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도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진보 세력은 증세에 바탕을 둔 복지 확대를 다시 쟁점화해야 한다. 북핵 갈등으로 어수선하고 자유한국당의 난동이 예상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급하게, 더욱 열렬히 외쳐야 한다. 국가 재정이라는 회로를 통해 모두가 지금보다는 나은 살림살이로 나아갈 수 있음을 설득하고 실제 사례로 보여주기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적기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대구경북 여론조사1011 영남일보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내년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정당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 적지 않아 누가 후보로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남일보가 창간 7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천63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구시민 8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어느 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4.9%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답도 29.4%에 달했다. 이어 바른정당 9.3%, 국민의당 3.2%, 정의당 2.9% 순이었다. 무소속과 기타 정당은 각각 3.4%와 2.6%였으며, 잘 모름이란 답은 14.3%로 집계됐다. 하지만 19세 포함 20대(42.6%), 30대(38.6%), 40대(40.0%)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이 많았으며, 50대(45.1%)와 60대 이상(58.7%)에서는 한국당 후보 지지가 높았다.
경북도민 812명을 대상으로 한 경북도지사 지지 정당 후보 조사에서는 한국당 후보 지지 응답이 41.5%로, 민주당 후보 지지 응답(21.5%)의 두 배에 가까웠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노벨평화상 보도 10.9 미디어오늘
[기자수첩] 노벨평화상 ICAN, 김정은·트럼프 향해 “둘 다 멈춰라” … 김정은만 부각한 조선
‘핵 도발 계속하는 김정은에 … 노벨상까지 경고 메시지.’
지난 8일 조선일보 2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조선일보 보도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에 힘을 싣고,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역설한 신문이 조선일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대표적인 언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더구나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8일자 신문을 발행한 곳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뿐이었습니다!
조선일보 10월8일자 2면
오늘자(9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반핵운동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받기로 한 건, 최근 북핵 위기로 충돌 위험이 높아진 한반도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일입니다.
노벨위원회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최근 북한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베아트리세 핀 ICAN 사무총장이 수상소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둘 다 멈춰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한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만큼 현재 한반도 상황이 전세계 평화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 같은 불안감 조성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책임이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선정 배경에 ‘북핵 문제’를 적시한 것도, 북미 양국 지도자의 ‘말전쟁·말폭탄’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사태가 치달을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핀 ICAN 사무총장은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그에게 핵무기 사용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트럼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10월9일자 사설
관련 내용은 이미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보도가 됐고 네티즌들 반응 역시 뜨거웠습니다. 이미 관련 내용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요 외신들이 어떻게 보도했는지까지 국내 언론을 통해 대략 ‘드러난’ 상황 아닙니까. 문제는 이런 상황인 데도 조선일보가 대단히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대목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선정된 것은 핵 도발 위협으로 전 세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 주요 외신들도 이번 노벨평화상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북핵 당사자들에게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북한의 교착 상태로 냉전 이후 핵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CNN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움직임으로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 (수상자 선정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10월8일자 2면)
조선은 이번 노벨평화상이 ‘북한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요외신들도 이번 노벨평화상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고’ 부분은 굳이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주요 외신 관련 부분도 ‘이상한 대목’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자의적 해석’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멀리 가지 않아도 조선일보 기사에서 ‘확인’이 됩니다.
‘북핵 당사자들에게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AP통신)
‘미국과 북한의 교착 상태로 냉전 이후 핵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 (뉴욕타임스)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움직임으로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 (수상자 선정에) 반영됐다’ (CNN)
한겨레 10월9일자 6면
조선일보는 이 같은 외신보도를 소개하며 ‘주요 외신들도 이번 노벨평화상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정말 ‘북한을 겨냥한 것’인가요? 그렇게 해석이 되십니까?
AP통신은 ‘미국과 북한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고, 뉴욕타임스와 CNN 보도 역시 최근 북핵 사태로 인해 국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한 정도입니다.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는 건, 조선일보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보기엔 오늘자(9일) 경향신문이 2면에서 보도한 내용이 더 정확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AP통신은 7일(현지시간) ‘노벨이 북핵 당사자들에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가 올해 노벨 평화상 선정 배경에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설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태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10월9일자 2면
백 번을 양보해 ‘조선일보식’ 해석을 인정한다(?)고 하지요. 도대체 조선일보는 ICAN이 김정은·트럼프를 둘 다 비판한 내용을 왜 배제한 것일까요? 아! 있군요. 기사 말미에 “ICAN의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부제에도 ‘살짝’ 언급을 했네요.
하지만 노벨위원회가 ICAN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 그리고 ICAN이 트럼프·김정은에게 ‘둘 다 자제하라’며 강한 메시지를 던진 점 등을 감안하면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는 사실상 왜곡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핵 도발 계속하는 김정은에 … 노벨상까지 경고 메시지’라는 조선일보 8일자 기사를 노벨위원회와 ICAN이 본다면 과연 제대로 수긍할 지도 의문입니다. 뭐라 그럴까… 그냥 독자와 네티즌을 상당히 우습게 보는 태도라고밖엔 생각이 안 됩니다. / 민동기 기자
"헌법에서 '경자유전(농업인이 농지 소유)' 뺄 수 없다" 1010 내일
농식품부 헌법개정 보고서 첫 공개 … 폐지론 정면 반박, 농지 투기 우려
내년 6월 진행될 예정인 헌법개정과 관련, 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고수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김현권(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에게 제출한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현황 및 개정방향'에 따르면 헌법 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은 그대로 존치한다. 헌법개정안에서 농업·농촌 관련 조항에 대한 정부의 연구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농지는 농업인이 소유하도록 하고, 소작제는 금지하는 이 규정에 대해 최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가 의미를 상실했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정면 반박했다.
◆소작과 임대차는 달라 = 보고서는 우선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면 농산물의 생산수단인 농지가 투기대상으로 전락해 땅값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농지가 농업 생산수단으로 기능할 수 없게 하고, 농업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했을 때 부작용으로 농산물의 공급도 위협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거대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의 농산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경쟁력 상실로 농업기반이 붕괴되면서 나타날 피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경자유전 원칙을 깨고 있는 △농지를 상속한 비농업인 △이농 후에도 농지를 소유하는 자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자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는 전체 농지의 60%에 이른다. 특히 비농업상속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대흥리 소재 80호 농업인 가구 중 농업인 상속자는 한 명도 없다.
보고서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법률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자유전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했다는 임대차는 소작과 다르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소작제는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임의계약으로 진행되지만 임대차는 민법에 규정된 계약이다. 농지임대차 계약서 양식은 면사무소나 동사무소에 비치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94년 갑오경장을 계기로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봉건적 소작제도가 반(半)봉건적 소작제로 바뀌었지만 이마저 1980년대 후반 거의 소멸됐다. 소작제는 △지주의 소작인에 대한 강제적 잉여노동행위 △지주의 경작소득 목적 △고율의 소작료 등을 특징으로 하지만 이런 요소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작료는 보통 50% 이상 고율이었지만 임대차의 차임은 생산량의 10% 수준으로 조사됐다.
주요 선진국도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과 법률로 고수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헌법에, 독일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은 법률로 정해두고, 한국보다 한층 강화된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반봉건제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대차를 제한하거나, 임대차 차임을 규제하고 있다.
◆개헌논의에 농민·농민단체 참여토록 = 보고서는 헌법 123조로 규정한 농어업 농어촌에 대한 국가의 보호·육성의무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헌법은 국가가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123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2항)하고,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4항).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도 보장해야 한다(5항).
보고서는 여기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기능에 대한 개념 등을 담을 것을 강조했다. 대신 1항과 4항 등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담아도 될 내용은 법률로 담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현권 의원은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추가된다면 농업생산을 많이 하는 대농에게 유리하고 생산을 적게 하는 소농에게 불리한 역진적 농업정책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규범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농민과 농민단체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헌 논의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력 감시견에서 애완견이 된 뉴스 9.7 시사인
권력의 감시견 구실을 충실히 하던 KBS와 MBC가 사장이 교체되고 정권에 장악되면서 권력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9년간의 보도 변화를 살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비판적 자세를 유지하던 KBS와 MBC는, 겨우 1년 만에 정권 입맛대로 ‘점령’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안들을 KBS·MBC가 어떻게 왜곡하고 축소했는지 ‘최악의 보도’를 살펴보았다.
ⓒMBC 화면 갈무리 MBC는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보다 ‘최순실 태블릿 PC 흔들기’에 더 매진했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2008~2009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008년 당시 KBS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관련 보도를 높이 평가했다. “KBS는 정부의 졸속적인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광우병 우려와 대책을 다각도로 짚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힌 2008년 5월6일, KBS는 <뉴스9>의 절반가량인 16꼭지를 관련 보도로 채웠다. ‘입김 따라 기준’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 미국의 입김에 따라 바뀌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비판하고, ‘확률 낮아도 대비’에서는 영국의 광우병 예방 조치를 크게 다뤘다. 5월 한 달간 KBS는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2008년 8월11일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는 진통을 겪은 뒤 상황은 달라졌다.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명박 취임 1년을 앞둔 2009년 2월24일 <뉴스9>는 “광화문에 세워졌던 벽처럼 촛불 정국을 보는 시각은 아직 양분돼 있다”라고 평했다. 2009년 6월18일에는 검찰이 MBC <PD수첩>을 기소했다고 보도한 뒤, ‘정부의 쇠고기 이력 추적제’를 전했다. “이제 우리 쇠고기를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됐다”가 첫 멘트였다.
■ 4대강 사업(2009~2012년)
2009년 6월29일, KBS와 MBC 양사는 모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정례 연설을 저녁 뉴스 첫 꼭지로 올렸다. 같은 소식이지만 보도 내용은 달랐다. KBS <뉴스9>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명백한 입장 발표로 논란은 빠르게 수그러들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야권의 반발을 전했다. 이어진 ‘4대강 살리기 사업, 끝나지 않는 대운하 논란’ 꼭지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보도했다. 이후에도 MBC는 몇 달간 4대강 사업 예산, 업체들의 담합·특혜 정황, 강 범람 피해를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2010년 파업이 끝난 뒤 MBC의 4대강 보도 논조는 빠르게 변했다. 2011년 10월22일 보도한 ‘4대강 16개 보 가운데 4개 보 오늘 동시 개방’은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 ‘축제 형식’의 행사들, 현장을 찾은 시민의 긍정적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듬해인 2012년 6월21일 보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 전도사로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KBS의 광우병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4대강 보도는 변해가는 MBC 뉴스의 시금석이었다.
ⓒ시사IN 조남진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위)을 KBS와 MBC는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 국정원 대선 개입(2013년)
2013년 4월18일 경찰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혐의 없음’이라고 경찰은 결론지었다. 검찰은 윤석열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4월19일 경찰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수사과장이 경찰 수뇌부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폭로했다.
KBS와 MBC는 이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 4월18일 KBS <뉴스9>는 9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정치 관여는 맞지만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에 이르지는 않았다”라는 경찰 발표를 삽입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3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세탁물 분실, 싸이 신곡, 꽃가루 알레르기 등에 밀렸다. KBS와 비슷하게 ‘정치 개입, 대선 불개입’이라는 제목을 썼다.
이후 사건의 전개를 양 방송사는 ‘여야 공방’으로 치부했다. KBS는 2013년 6월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민주통합당 의원의 문제 제기를 ‘야당의 공세’로 평했고, MBC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국정조사에 대해 “날선 신경전과 고성”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8월 MBC는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의 힘겨루기로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논평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팀장이 외압을 폭로하자 KBS와 MBC 뉴스는 ‘항명 사태’에 초점을 맞췄다.
■ 세월호 참사(2014~2015년)
KBS와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시작부터 오보였다. 2014년 4월16일 속보 경쟁에 뛰어든 양사는 ‘승객 전원 구조’라고 보도했다.
MBC 박상후 전국부장은 5월7일 <뉴스데스크>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비판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고 압박했다”라며 잠수부의 죽음에 책임을 물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쌌다. KBS는 참사 다음 날 팽목항에 간 박 전 대통령에게 실종자 가족들이 “박수로 호응했다”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5월18일, KBS와 MBC는 ‘대통령의 눈물’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유가족의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1주기 추모집회는 비판적으로 다뤘다. 2015년 4월19일 KBS는 “어제 시위에서 경찰 70여 명이 다치고 차량 70여 대가 파손됐으며 장비 300여 점이 파손되거나 시위대에 빼앗겼다”라는 경찰 의견을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꾸준히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조위의) 세금 도둑적 작태는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발언한 2015년 1월16일, MBC는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았다. 앵커는 “특조위가 정부 직원 120명과 200억원 넘는 예산을 요구했다. 규모가 지나치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30일에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세월호 보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신보도지침’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이었다. KBS는 이를 전혀 다루지 않았고 MBC는 단신에 그쳤다. 단신에서도 녹취록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박근혜 게이트(2016~2017년)
KBS와 MBC는 박근혜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2016년 9월21일 MBC는 ‘800억원 모금 의혹…사실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에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여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국정감사 기간인 10월4일부터 10일까지 양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쟁점을 단 한 차례도 정면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정쟁’의 측면에서만 두 차례씩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KBS와 MBC는 ‘현실 부정’에 들어갔다. KBS는 2016년 12월15일 ‘최순실 육성 추가 공개… 오류 논란도’에서 최순실의 발언 중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라는 대목은 “대의를 안 지키면 다 죽겠어”라고 들어야 옳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MBC는 ‘최순실 태블릿 PC 흔들기’에 매진했다. <뉴스데스크>는 12월18일 국정조사의 아쉬움으로 “증인들의 불출석과 위원들의 모욕” 따위를 든 반면, 성과로는 “최순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고영태씨의 증언”을 들었다. 이 밖에도 MBC는 12월 한 달간 태블릿 PC 보도 11건을 내놓았다.
탄핵 일주일 전 MBC의 왜곡 보도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 3월3일 <뉴스데스크>는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발언을 소개했다.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XX들이 있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김진태 의원 그 사람도 그 일종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편집했다. 하지만 ‘미친개’ 발언은 탄핵 반대 집회의 풍경을 전했을 뿐, 김진태 의원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참고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2008-2017 왜곡· 편파보도 백서>
재개 vs 중단, 500명 시민 손에 달렸다 한겨레21 제1182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10월20일 권고안 전달…
보수 언론 ‘흔들기’ 속 찬반 여론 박빙 예상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8월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했다가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막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은 방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 중단 기념식에 참석해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공약 내용을 밀어붙이는 대신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는 선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8일 뒤인 27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사회적 합의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론조사’를 제안했다. 이후 정부는 공론조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독립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론조사 설계 및 관리를 맡겼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공론조사’란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여론수렴 방법이다. 국민을 대표할 수 있게 표본추출된 소수의 시민들이 자료집과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논의 주제를 학습한 뒤 토론 같은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수립한다. 시민들은 숙의 과정을 거치기 전 1차 의견조사에 임하고 숙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2차 조사에 응한다. 숙의에 참여한 시민 의견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 제안으로 ‘공론화위’ 출범
신고리 5·6호기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공론화위가 출범한 뒤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를 “3개월 동안 잠정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종합공정률은 5월 말 현재 28.8%(실제 시공률 10.4%)였고, 이미 집행된 예산이 1조6천억원이나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사가 진전되고 ‘매몰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는 공론화위 출범을 서둘렀다.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7월17일 국무총리훈령(690호)을 신설했고, 훈령 신설 일주일 만인 7월24일 공론화위가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중립적인 공론화위 위원을 구성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 전문기관·단체를 정해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이후 핵발전 찬반 단체의 제척 의견을 받아 9명을 최종 선정했다. 정부는 “핵발전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한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당연히 보수 언론과 핵발전 찬성 단체의 흔들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핵발전소 건설 공사 백지화 여부를 검토할 위원회가 핵발전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평범한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대표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와 핵발전을 충분히 학습한 뒤 공사 중단 여부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론화위가 오히려 핵발전과 이해관계가 없는 ‘비전문가’여야 하는 이유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절차적 정의를 지켜내겠다. 가장 필요한 덕목은 ‘중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론화위는 출범 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출범 사흘 뒤인 7월27일 처음 열린 정례회의 결과 발표 자리에서 공론화위 대변인단은 “위원회가 공사 백지화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권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혼란을 부추겼다. 정부는 이에 앞서 “공론화위가 구성한 시민참여단이 내리는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하겠다. 시민참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면 최종 결정권자는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논란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7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책임과 결정의 주체라는 건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일단락됐다. 즉, 시민참여단의 권고가 나오면 정부가 이를 참고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설명이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의견을 내는 주체는 시민이다. 공론화위는 출범 한 달이 됐을 무렵인 8월25일 만 19살 이상 2만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 등에 관한 1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에 있는 성인 남녀를 대표할 수 있도록 성·연령·지역을 고려해 2만 명을 뽑았다. 공론화위는 설문에 응한 사람의 성별·연령·태도(건설 중단·재개) 비율을 다시 고려해 500여 명 규모의 시민참여단을 최종 선발했다.
공론화위원은 공론화 과정 ‘설계자’
시민참여단은 한 달 동안 자료집과 온라인 동영상 강의 등으로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학습한 뒤 최종적으로 2박3일 합숙 등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특히 2박3일 합숙 기간에는 수면 시간을 빼놓고 거의 하루 종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사실관계 △핵발전(원자력)의 안전성·위험성·경제성·에너지원으로서의 비전 △핵폐기물 처리 △대체에너지 가능성 등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다. 중단·재개 쪽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질문도 한다. 공론조사는 주제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거치면 일반 시민도 분별력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조사 방법이다.
공론화위가 서서히 방향을 잡아가자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공론화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세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한수원 노동조합은 8월1일 지역 주민, 핵발전계 교수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8일에는 서울행정법원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구성 취소 및 국무총리훈령에 대한 취소·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9월 초 한수원 노조가 낸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고, 노조 쪽은 즉시 항고했다. 훈령에 대한 취소·효력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법원은 9월28일 각하 판결했다.
공론화위 시민대표참여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00명의 표본집단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수원 노조, 신고리 5·6호기 인근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 등 직접 이해관계자는 제외돼 있다. 공론화위는 8월28일 처음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지역 주민을 만나기 위해 직접 서생면을 찾아갔다. 그러나 건설에 찬성하는 서생면주민협의회와 범군민대책위는 ‘공론화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공론화위 일행을 맞았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역 주민 대표와 선 채로 5분 남짓 대화를 나눠야 했다. 이에 견줘 공사 중단을 원하는 지역 주민과의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시민참여단 2박3일 합숙 뒤 최종 의견 조사
논란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공론화위 시민대표참여단에 지역 주민을 일부 포함시켜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공론화위는 9월6일 “특정 지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면 시민참여단의 ‘국민 대표성’이 무너져 신뢰성이 훼손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대신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2박3일 합숙 프로그램 때 이해당사자들이 시민참여단과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공론화위 시민참여단 운영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탈핵 단체들 쪽에서 하나의 문제제기를 하면, 원전에 찬성하는 쪽에서 또 다른 문제를 들고나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시민참여단에 제공돼야 할 자료집 제작이 늦어지고 순회 토론회가 연기되는 등 여러 차질이 빚어졌다.
시민참여단이 참여하는 2박3일 합숙은 10월14일부터 시작된다. 합숙 마지막 날인 10월16일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의견 등을 묻는 최종조사에 응한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최종조사 결과를 분석해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정리한 뒤 10월20일께 정부에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이윤석 공론화위 대변인은 “최종보고서에는 시민참여단이 밝힌 중단 및 재개 비율도 나오겠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이유 때문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 등 우려 사항과 대안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받아안은 공론화위가 정부에 어떤 방식의 권고를 내놓을지다. 일단 공론화위가 정부에 최종 제출할 보고서엔 공사 중단과 재개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의견 비율이 명시된다. 물론 공론조사의 취지에 따라 숙의를 거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의견을 바꿨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문제는 찬반 비율이다. 80 대 20과 같이 시민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압도적으로 쏠릴 경우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49 대 51처럼 중단·재개 의견이 팽팽한 경우엔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이 “(중단·재개 의견) 편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유의미한지 평가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기준을 정할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공론화위는 최종조사를 마친 뒤 구체적인 권고안 형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설 경우 공론화위는 명확한 방향성이 담긴 권고안을 내기 어렵다. 이 경우 결국 공은 정부에 넘어간다. 정부는 공론화위 출범 당시 “공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무회의에 보고해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단·재개 의견이 근소한 차이를 보일 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부로선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찬반 비율 팽팽하면 정부에 부담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팽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11∼12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공사 백지화 여부에 대해 ‘향후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당장 찬반 입장 표명을 미룬 사람이 전체 시민의 43.2%나 됐다. ‘원전을 계속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은 28.8%로 건설 중단(20.9%)보다 높았다. 이후 나온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를 보면, 중단과 재개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올까. 사상 최초로 실시되는 대규모 공론조사의 결과는 500명 시민참여단 손에 달렸다.
이것만은 확 바꾸자!] '빽'에 웃고 '빽'에 울고…우린 부패공화국에 살고 있다 1011세계
원칙보다 인맥 우선시… 혈연·지연·학연이 ‘부패의 고리’
국회의원 아들, 친구 딸, 사장 조카라서...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채용 비리 레퍼토리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공공기관 53곳을 대상으로 ‘채용 등 조직·인력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다. 그 결과 39개 기관에서 100건에 이르는 위법·차별 등의 사항을 적발했다. 그뿐만 아니다. 청문회 시즌이 되면 사회 고위층의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병역기피, 부동산투기에 대한 얘기를 지겹게 듣는다. 이른바 ‘청문회 5종 세트’다. 하루가 멀다시피 터지는 방산비리와 공직자 비리로 인해 겪는 대형 참사까지. 오죽하면 대통령마저 ‘국정농단’이라는 희대의 측근비리로 인해 탄핵될 정도니까 말 다 한거 아닌가.
우리 사회에 이처럼 부패가 만연해 있다보니 위 사례처럼 합법적으로 군면제를 받은 자도, 실력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들도 의심을 받고,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부패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부패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연고주의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한창 유행했었던 힙합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의 ‘연결고리’라는 곡의 가사다. 이 가사처럼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대면했을 때 “어디 출신이세요?”, “고등학교, 대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ㅇㅇㅇ 아세요?” 등의 말들로 서로간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물론 이는 인간의 깊은 본능일 수도 있다. 친밀한 관계가 되려면 서로간의 접점을 찾아야만 하니까 말이다.
흔히 한국 사람들의 특징으로 정(情)을 꼽는다. 불쑥 초인종을 눌러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는 ‘한끼 줍쇼’라는 TV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우리 사회 특유의 정에 기댄 덕분이다. 그러나 정에 연연하다보면 원칙보다 관계를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서로의 뒤를 봐주고 부패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 같으면 도저히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나 ㅇㅇㅇ이랑 되게 친한 선밴데~”로 시작되는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학연과 학연, 지연으로 중무장한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가 부패의 고리가 되는 것이다.
‘관피아’는 연고주의로 인한 부패의 절정이다. 한국은 각종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고, 사회를 좀 먹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땐 ‘해피아’, 원전 비리에는 ‘원피아’,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에는 ‘농피아’까지. 각종 참사와 비리, 스캔들에는 빠짐없이 ‘~피아’ 시리즈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향우회와 번영회 등도 ‘끼리끼리 해 먹는다’
이선중 서울시립대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청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에 비해 제도나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부패를 통제하고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연고주의가 영향을 끼친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연고주의 안에서 처리하면서 관리 감독이 소홀해지고, 부패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숫자로도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부패
이쯤이면 궁금증이 드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부패하다는거야?’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패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지표는 독일의 비정부 국제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에서 1995년부터 발표해온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 CPI)가 있다. CPI는 베텔스만재단, 세계경제포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 세계은행 등이 국제적인 조사 및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여러 기관의 조사 결과를 반영해 산출한 지표다. 주요 조사내용은 공무원의 권력남용을 막는 메커니즘, 공무원의 공직의 사적 사용, 공적기금 운영 청렴성, 기업활동 과정의 뇌물, 부패 등이다.
한국은 1995년(41개국) 10점 만점에 4.29점을 받아 41개국 중 27위에 오른 이래 주로 30위대 후반부터 50위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순위는 176개국 중 52위다. 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CPI 52위는 부끄러운 수치다. 내전으로 사회가 시끄러운 아프리카의 르완다(50위)보다 낮은 결과다. 특이할만한 점은 2015년 56점(2012년부터 100점 만점으로 변화)으로 168개국 중 37위였던 한국은 지난해 53점으로 점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52위로 15계단이나 대폭 하락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IMF 경제위기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1997~98년에도 9계단 하락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 여파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지난해 CPI 점수를 산출한 여러 조사 중 가장 늦게 측정된 것이 ‘세계 정의 프로젝트’의 2016년 9월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블릿PC 보도’가 10월말이었음을 감안하면 국정농단 사태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누적되어온 도덕적 해이가 크게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PI에 반영되는 각 지표들의 조사 대상은 해당 국가나 해당 국가와 거래하고 있는 고위 기업인과 전문가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상임이사는 “조사 대상인 고위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해당국가 공직자들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PI의 하락은 곧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투자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CPI의 하락은 곧 한국의 경제성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나라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부패를 조사한 지표도 있다. 바로 국제투명성기구의 ‘세계부패바로미터(Global Corruption Barometer, GCB)다. GCB에 따르면 한국은 일상에서의 뇌물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상에서의 뇌물이 가장 적은 나라그룹에 속한다. 지난해 1년 동안 업무와 관련하여 공공서비스, 경찰, 법원 등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3%가 뇌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일본(0%), 홍콩(1%)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뇌물을 경험한 이들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대해 반감이 크다. 정부의 반부패정책에 대한 평가 점수는 1.92(‘대단히 잘못’이 1점, ‘잘못’ 2점, ‘잘됨’ 3점, ‘대단히 잘됨’ 4점)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최악이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주요 사회 집단의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각 부문별 부패인식 정도(‘전혀 부패하지 않다’ 1점, ‘일부 부패가 있다’ 2점, ‘상당수가 부패하다’ 3점, ‘모두 부패하다’ 4점으로 계산)을 살펴보면 대통령/총리(2.54), 국회의원(3.10), 공무원(2.93), 지방의원(2.95), 세무공무원(2.53), 종교지도자(2.38), 기업경영자(2.74)에서 아시아-태평양 주요 15개국 중 최악의 수준이다. 경찰(2.48)과 판사(2.48) 역시 점수는 나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최악 수준을 면한 정도다. 이 결과에 대해 이 상임이사는 “물론 각 국가별로 시민들의 부패에 대한 ‘눈높이’가 다르긴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는 일반 시민들과 공직사회 간의 부패 인식에 대한 괴리감을 나타내는 결과다. 일반 시민들은 공직 사회의 부패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불신하는 반면, 공직 사회는 스스로 깨끗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사회의 부패는 사회 상층의 문제, 권력형 부패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소득 상위 0.1%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 1011한국경제
근로소득 상위 0.1%가 연간 내는 세금은 1인당 1억 9796억원
소득 적어 근로소득세 한푼도 안내는 인원은 523만여명
‘2015 귀속년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1733만 3394명 중 상위 0.1%는 1만7334명이다.이들의 연간 근로소득금액은 평균 6억 5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정확히 중간인 50% 구간(중위소득)의 근로자의 소득은 2299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0.1%가 월 평균 소득은 5458만 원으로 중위소득자의 연간 소득보다 많다.
지난해 상위 0.1% 근로자가 낸 세금(결정세액)은 3조 4316억 원이었다. 1인당 1억 9796억원이다. 연간 근로소득의 약 30%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반면 소득이 적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인원은 523만4684명에 달했다. 근로소득 하위 30.2% 구간에 해당하는 이들의 평균 연소득은 1408만원 미만이었다.
‘이자 장사’로 돈 번 시중은행, 사회공헌은 ‘찔끔’ 시사저널 1011
최근 5년간 17개 은행 사회공헌활동 예산 집행 결과…박찬대 의원 “금융의 사회적 책임 중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통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이어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은 8조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상반기 3조원 보다 5조1000억원 확대됐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1000억원 늘어 18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발맞춰 국내 은행들이 해마다 주주 배당금은 늘려왔다. 하지만 사회공헌 예산은 매년 줄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데 몰두해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예산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사회공헌 예산집행이 지속해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이자이익만 18조원대
17개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지출규모는 2013년 5767억원에서 2014년 5082억원, 2015년 4610억원, 2016년 394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올해는 1643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금배당금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17개 은행의 최근 4년간 현금배당금 총액은 9조1775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3년 1조2979억원, 2014년 2조5294억원, 2015년 2조8888억원, 2016년 2조461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박찬대 의원은 “은행들이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배당을 확대했음에도 사회공헌지출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공헌이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시중은행의 이익을 창출해주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공헌지출은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한 시대인 만큼 금융사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선도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세 차례 처방 무색… 집값은 더 올랐다 1012 한국
1~9월 전국 평균 1.08% 상승 세종 3.98%, 서울 2.39% 껑충
일각 “베이비붐 세대 투자 때문” 정부 추가 대책 더 강해질 듯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규제를 세 차례나 내놨지만 집값은 대책이 나오기 전보다 오히려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풍부한데다가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태생)가 노후 준비로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기세력과의 전쟁’까지 선포한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9월 전국 평균 집값은 1.08%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집값 상승률은 0.28%였다. 지역에 따라선 대책 이전보다 이후 상승률이 최대 9배나 뛴 곳도 있다. 지난해 1~9월 0.43% 오른 세종의 집값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3.98%나 치솟았다. ▦서울 1.21%→2.39% ▦부산 1.52%→2.04% ▦경기 0.41%→1.24% 등 이 기간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률도 컸다. 지난해 11ㆍ3대책에 이어 올해 6ㆍ19대책과 8ㆍ2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상승폭만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유통과 교수는 “정부 대책 이후 오히려 집값이 더 올랐다는 점에서 이전 대책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이유로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금리인상과 추가 규제 우려에 대한 선제적 움직임 ▦베이비붐 세대의 부동산 투자 증가 등을 꼽았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6월부터 초저금리(1.25%)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불확실성이 큰 금융시장보단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어 금리 상승과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 전 주택 매매ㆍ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서둘러 사업 추진에 나선 강남권 재건축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린 과거 경험에 기대 노후준비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아파트 구입자 중 60~64세는 4만9,900명으로, 2년 전(2만7,000명)보다 84.8%나 급증했다. 55~59세도 같은 기간 68.2%나 늘었다.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한 만큼 이달 중 발표될 주거복지로드맵 등 향후 부동산 정책에 다양한 규제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와 전매제한기한 연장, 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 팀장은 “8ㆍ2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률이 높은 인천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 당시 공공택지 개발은 10년, 민간택지는 7년까지 전매제한기한을 뒀다”며 “전매제한기한 연장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확실한 투기방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국에서 44만 가구나 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의지도 강한 만큼 향후 집값은 약보합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가계빚 줄어드는데… “한국만 눈덩이” 우려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1일 알리안츠 금융그룹의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 부채의 비율은 95.8%로, 조사 대상국인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아시아 평균(50.2%)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53개국 평균(71.5%)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5%를 넘으면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년 전인 2013년보다 2.9%포인트나 증가했고, 2008년(84.3%)에 비하면 10%포인트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3%에서 64.6%로 급감한 일본과 크게 대조된다. 싱가포르(2013년 86.1% → 2016년 73.7)와 태국(82.3%→80.4%)도 3년 전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했다. 2013년에도 알리안츠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에 대해 “이자율이 높아지거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상당수 과다채무 가계가 채무 불이행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10%로, 싱가포르(2.5%)나 일본(2.4%)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도 우리나라의 1분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3%로, 지난해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1인당 부채 역시 2만4,200유로(약 3,285만원)로 아시아에서 싱가포르(3만675유로) 다음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부채가 지속적으로 많이 증가하고 있어 국가 부채 비율을 감안할 때 다소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순금융자산도 2만8,180유로(약 3,768만원)로 주요 53개국 가운데 22위에 그쳤다. 이는 2015년(2만7,371유로·21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것이다. 순금융자산은 전체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가리킨다. 총 금융자산(5만2,380유로·약 7,003만원)도 22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내 놓을 새 가계부채 대책의 내용이 대폭 강화될 지 주목된다. 이번 대책에선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개선한 신(新)DTI의 구체적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면 기존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다른 대출은 ‘이자’만 반영했다. 그러나 신DTI에선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반영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만큼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거나 대출한도가 낮아진다.
명지에 뜬 불법전매 ‘야시장’…단속반과 실랑이 1011국제
더샵 퍼스트월드 떴다방 단속 현장
1년간 전매금지 불구 투기세력 기승, 매입·매수자 한밤중 모여 거래 시도
“과열 땐 자칫 투기지구 지정될 수도”…인근 공인중개사, 공무원과 합동단속
일부 업자 항의하다 경찰 출동에 철수
“불법 전매를 하지 맙시다!”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때아닌 야시장이 열렸다. 23만 명이 청약한 포스코건설의 더샵 퍼스트월드 일반분양 당첨자 발표가 있던 11일 0시부터였다. 불법 전매 근절 캠페인에 나선 공인중개사협회 강서구지회 회원들과 수도권에서 온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이 나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자 2시간 동안 서성이던 떴다방 업자들이 철수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강서구지회 회원들과 부산 강서구청 공무원들이 11일 새벽 명지동 더샵퍼스트월드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서 불법 전매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떴다방 업자와 당첨자·매수 대기자 300여 명은 지난 10일 밤 11시부터 더샵 퍼스트월드 견본주택에 몰려들었다. 당첨자 발표를 알리는 11일 0시에 맞춰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는 ‘야시장’이 선 것이다. 명지국제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1년간 전매가 금지돼 있는데도 투기 세력들은 분양권을 불법으로 사고팔기 위해 눈치를 살폈다.
같은 시각. 강서구 명지동 국제신도시와 오션시티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70여 명도 견본주택 앞에서 강서구 공무원 4명과 합동 단속에 나섰다. 공인중개사들은 어깨띠와 피켓을 들고 견본주택 주변을 돌며 불법 전매 금지와 다운 계약을 하지 말자며 캠페인을 벌였다. 강서구가 공인중개사협회와 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서구 토지정보과 박진철 주무관은 “사전에 매매계약을 하고 실제 거래 신고는 1년 뒤에 하는 방법으로 불법 전매가 이뤄진다.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의 분양 열기가 워낙 뜨거웠던 탓에 불법 전매 야시장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전매를 하려고 모인 300여 명은 삼삼오오 흩어져 상황을 주시했다. 푸드트럭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며 합동 단속반이 철수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그래도 단속반이 물러가지 않자 수도권에서 온 한 중개업자는 “어디서 나왔냐” “같이 좀 먹고살자”며 하소연했다. 일부 떴다방 업자는 “좀 조용히 해라”며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소란은 강서경찰서에서 지원한 순찰차 2대가 등장하면서 진정됐다.
2시간 동안 순찰과 단속이 계속되자 떴다방 업자는 하나둘 자리를 떴다. 수도권에서 왔다는 한 중개사는 “기대감이 컸는데 단속이 너무 심하다. 이렇게 조용한 야시장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공인중개사협회 강서구지회 김문곤 부회장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대로 명지동 일대의 부동산 열기가 과열된 탓에 자체적인 정화 활동을 벌이자고 뜻을 모았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명지동이 조정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이미 명지국제신도시 야시장 단속을 통해 10여 명의 부동산업자와 불법 매수자를 조사하고 있다. 단속 강화와 순찰 활동으로 불법 전매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며 “오는 16~18일로 예정된 계약기간에도 강서구·공인중개사협회와 합동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내린 이명박근혜 정부 8년 ‘사회권 성적표’ 1011 민중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 한국 정부에 최종 권고문 발표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이하 사회권 위원회)'가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내리는 최종 권고문(concluding observations)을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회권 위원회는 권고문에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 대응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조할 권리 전면 보장 및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꼽고 18개월 이내에 권고 이행 상황에 대해 추가 보고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사회권 위원회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사회권 규약)에 가입한 국가가 제대로 조약을 이행하는지 5년 단위로 심의해 최종 권고를 한다.
1990년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한국은 2001년, 2006년, 2009년 등 3차례 규약 이행 심의를 받았다. 네 번째 심의의 최종 권고는 애초 2015∼2016년께 나와야 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답변이 늦어지면서 세 번째 최종 권고 이후 8년 만에 나오게 됐다. 이 기간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8년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권고가 보수 정부 8년간 사회권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사회권 위원회는 권고문에서 한국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특히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공적자금이 인권침해에 연루된 기업에 가지 않도록 하고, 기업의 공급망 등에서도 인권침해를 일으키거나 연루되지 않도록 기업에 상당주의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도록 권고했다.
이외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권고도 담겼다. 단체교섭권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복수노조 제도 악용 금지, 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및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의 임의적인 개입을 예방할 법개정 조치,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재분배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사회지출 증액을 가속화시킬 것,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들의 보호조치(여권압수금지, 착취폭행구금 근로감독, 가해자처벌), 모든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보장,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등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제거,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사회보장 급여요건으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주택임대차 계약갱신 보장, 낙태의 비범죄화 같은 구체적인 권고들을 다수 제시했다.
유엔 사회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를 환영하며, 한국 정부에게 해당 권고를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 NGO 모임 등은 이후 사회권 심의대응 시민사회활동 보고대회, 활동보고서 발행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또한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각 정부 부처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묻는 공개 질의서 발송, 이행 여부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출국 때 1만원, 영화 볼 때 3%… ‘부적절 준조세’ 손본다 1011국민
소리 없는 세금 ‘부담금’ 연 20조 규모
평가단, 4개 중 1개꼴 “타당성 없다”
정부 “내년 초까지 개선안 마련할 것”
영화관에 가서 1만원짜리 입장권을 끊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약 300원(3%가량)의 부담금을 내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이다. 알게 모르게 관람객들이 낸 부담금은 지난해에만 496억6500만원이나 된다. 2008년 274억6300만원에서 배가량 늘었다. 출국납부금 역시 국민들이 잘 모른 채 내고 있는 부담금 중 하나다. 관광진흥개발기금법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들은 1인당 1만원의 출국납부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를 타고 출국하는 경우에는 1인당 1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징수된 금액은 2959억원에 이른다.
영화표 부과금·출국납부금 ‘부적절’
두 부담금은 올해 3월부터 기획재정부 의뢰로 진행된 부담금 운용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일보가 11일 입수한 부담금 평가용역 보고서(초안)에 따르면 평가를 진행한 부담금운용평가단(이하 평가단)은 두 항목에 대해 모두 ‘조건부 존치’ 평가를 내렸다. 당장 없앨 수는 없지만 운용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평가단은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에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영화 상품의 소비자가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진흥 사업 수행의 원인제공자이거나 직접적인 수혜자로 보기 어렵다”며 “부담금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적고 있다. 관련 공익사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본래 부담금 부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출국납부금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국외 출국자가 국내 관광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자도 아니고, 국내 관광의 진흥으로 이익을 받는 수혜자도 아니라는 게 평가단의 판단이다. 해외관광에 대한 일종의 벌칙적 성격도 희미해졌다. 평가단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원 조달을 위한 행정편의 외에는 부담금 운영 원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걷어간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영화발전기금 중 여유자금으로 노는 돈은 2300억원이 넘는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여유자금은 2100억원에 이른다. 여유자금을 감안하면 현재 부과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평가단은 출국납부금을 폐지하거나 절반으로 낮춰도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4개 중 1개꼴로 부담금 운용 부적절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과 출국납부금처럼 운용이 부적절하다고 평가된 부담금은 수두룩하다. 평가단은 올해 평가 대상인 42개 부담금 항목 중 총 11개 항목에 ‘폐지’ 또는 ‘조건부 존치·폐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담금 4개 중 1개꼴로 문제가 있으며 개선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지적을 받은 부담금 항목 규모는 2015년 징수액 기준으로 3조4684억원에 이른다. 다만 평가단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 결론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민간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해 부담금 운용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3년 단위로 전체 평가를 해 오다 2010년부터 전체 항목을 3분의 1로 나눠 매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산업·환경·문화·금융 분야의 42개 부담금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돼 왔다.
평가단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부담금에는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 부과금도 포함됐다.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들은 1인 1라운드 기준으로 입장료에 따라 1000∼3000원의 부과금을 내고 있다. 평가단은 “관행상 이어져 온 부담금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이미 골프 소비에 대해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어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될 뿐만 아니라 회원제 골프장 자체가 줄고 있어 해당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유차 보유는 환경오염 유발?
경유차 소유자들에게 물리는 환경개선부담금 역시 평가단의 집중 검토 대상이 됐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지적과 함께 경유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배기량과 차령, 지역에 따라 산출되는 부담금을 납부해 왔다. 지난해 징수된 금액만 5062억원으로 그간 누적된 징수액은 11조원 규모다.
문제는 부담금이 부과되는 논리다. 경유차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려면 차를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경유차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부과되고 있다. 평가단은 “환경오염 자체가 아닌 소유에 대해 부과하는 중이므로 존립의 타당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징수율 역시 50% 미만으로 낮은 상황이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오염원의 보유 자체에 부과하는 것보다는 수송용 에너지에 대한 과세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담고 있다. 운행량에 따른 과세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결과적으로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부담금을 통합하고 기존의 부담금은 없애는 것이 낫다고 봤다.
지난해에만 2조원이 넘게 걷힌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역시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전력산업을 위한 기반사업에 쓰인다. 부담금은 전기요금의 3.7% 요율로 전기 소비자들에게 부과되고 있다.
평가단은 “부담금으로 수행되는 사업이 전력산업의 전반적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공익사업에 해당하지만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사용하는 전기 사용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재정적 책임까지 지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사업으로 인해 수혜를 입는 사람과 전기 사용자들이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일부 부담금 항목은 폐지 또는 통폐합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 사용자 일시부담금은 폐지 1순위로 거론됐다. 신규로 전기 공급을 신청한 주민이 설치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내는 부담금이다. 하지만 신규 전기 공급 신청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전기 사용자 일시부담금 징수액은 고작 3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 같은 평가단의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책을 논의해나갈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단이 내용을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초까지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담금=공익사업 경비를 그 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금전급여의무. 세금과는 별개로 부과되기 때문에 광의의 준조세로 불린다. 내년 운용될 부담금은 총 89개 항목, 19조9000억원 규모다.
공론화위 주최 ‘신고리 5·6호기 울산지역 순회토론회’…건설 찬반 의견 팽팽1011 울산매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주최로 11일 울산대학교 학생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울산지역 순회 토론회에서 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양재영 교수(국제원자력대학원), 박중운 교수(동국대학교) 등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의 일정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열린 울산지역 순회토론회는 찬반 양측의 치열한 격론만 이어졌다.
공론화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지방학회가 주관한 울산지역 순회토론회가 11일 오후 울산대학교 학생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지역사회와 원자력 에너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성 측에 윤병조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양재영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교수, 건설 반대 측에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윤병조 교수와 김해창 교수는 신고리 5·6호기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윤 교수는 “부산·울산·경남은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이 집중돼 있고, 전력의 49%를 고리와 신고리 원전 단지에서 공급하고 있을 만큼 원전은 지역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과 원전 산업체와 일자리가 타격을 입게 되고, 전기료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창 교수는 “안전대책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는데, 부울경 지역의 도시방재에 원전사고 대책은 없다”며 “신고리 5·6호기는 설계 당시 활성단층에 대한 지진평가, 다수의 원전이 밀집한 데 대한 위험성 평가 등을 배제하고 인구밀집지역 간 이격거리도 기준(미국기준 32㎞)을 무시하는 등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양재영 교수와 박종운 교수도 안전성과 경제성을 중심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양 교수는 “영화 ‘판도라’로 인해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갖게 된 것일 뿐, 신고리 5·6호기는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원전 모델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며 “전기료가 상승하면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울산지역 산업은 물론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4차 산업혁명에도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원전은 친환경 발전소가 아니라 저탄소 발전소일 뿐”이라며 “특히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미 우리는 농축 우라늄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리와 한울 부지는 다수 원전이 밀집해 있어, 원자력연구원이 2015년에 ‘부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사건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원천 기술이 없이 주요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찬반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지만, 방청객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그쳤다. 특정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과 공방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방청객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 시민참여단은 오는 13일 오후 7시부터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인 계성원에서 15일 오후 4시까지 2박3일간 합숙해 종합토론 일정을 소화한다. 공론조사 결과는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발표된다.
포털이 차단한 게시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1012 미디어오늘
[2017 국감/과방위] 임시조치 제도로 차단당한 게시글 200만건 넘어, 블라인드 조치 남발해 정당한 비판 가로막아
포털이 차단하고 삭제하는 게시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12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털 임시조치는 200만 건이 넘는다.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포털 임시조치 건수는 네이버 164만3528건, 카카오 44만2330건에 달했다.
임시조치 제도는 ‘명예훼손성 게시글’이라는 신고가 접수되면 30일 동안 차단하는 내용이다. 30일 동안 이의제기가 없으면 삭제할 수도 있다. 사실과 다른 게시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차단하다 보니 정당한 비판과 지적까지도 임시조치 대상이 됐다.
▲ ⓒiStock
특히 정치인이 선거기간 평판관리를 위해 임시조치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총선 기간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의 운영자 임병도씨는 총선에 출마한 박기준 전 지검장과 관련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임시조치를 당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김훤주 기자가 공동운영하는 시사 팀블로그 ‘지역에서본세상’ 은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에 나온 대목을 블로그에 올렸다 임시조치를 당했다. 박기준 전 지검장은 검사 시절 섹스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던 인물이다.
임병도씨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명예훼손으로 삭제요청을 했으면 제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가서 심의를 받았으면 합니다”라며 “무조건 자기 이야기가 비판적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게시물로 신고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적지 않은 게시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차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건수는 15만 건으로 나타났다. 당사자가 신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차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실제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임시조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법 개정을 공약한 바 있다.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즉시 임시조치를 해제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게시를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신용현 의원은 “임시조치 제도가 권리 간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포털의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사업자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지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文정부 탈원전 독단” 서울공대 학생회에, 선배 “부끄럽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결정 앞두고 원전업계 두둔 성명 “밥그릇 위한 것 아니냐” “전문가 의견 경청하라는 것일 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최종 결정을 코앞에 두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가 돌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문가의견을 경청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3개월 전 원자력학계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계 교수들 주장과 거의 판박이어서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원전 이해관계자들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지난 1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를 가결하고, 앞서 지난달 29일엔 ‘탈원전 정책의 반지성적인 추진 과정을 규탄한다’는 서울공대 학생 대표자회의의 입장서를 가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입장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몇 개월 새 많은 탈원전 정책들이 급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 연구에 종사해 온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는 배제되었으며, 50년을 이어 온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 결정은 이미 결정된 ‘탈원전’ 기조 아래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며 “소통을 중시한다는 정부는 정작 관련 분야 전문가인 과학기술계로부터는 귀를 닫은 채 정책 결정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 공대 학생회는 “우리 예비 공학도들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에너지 정책이 전문가의 의견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원전 추진이 산업과 학문을 위협한다고도 했다. 서울 공대 학생회는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추진은 관련 산업과 그 기반이 되는 학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원자로 제염‧해체 예산이 증액된 반면, 원자로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는 것을 들었다. 특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2017년 후기 대학원생 모집에서 5명을 모집하는 박사과정에 1명만이, 37명을 모집하는 석·박사통합과정에 11명만이 지원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서울 공대 학생회는 “50년에 걸친 노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이룩한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이지만,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쌓아왔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을 규탄하며,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울 공대 학생 대표자회의는 입장서에 “우리는 학문적 양심을 지니고 현실과 타협하기를 거부하기에 두렵다”며 “정권에 따라 학문의 필요성 자체가 도전받고 산업의 흥망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참된 과학자와 공학자가 설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학생들의 주장을 두둔하는 사설을 12일자에 실었다. 중앙은 “원전 종사자 중 관련 전공은 10%뿐이고 나머지는 기계·화학·재료·물리·제어·컴퓨터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공학도들이다. 학생들 주장대로 탈원전이 원자공학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학생들의 외침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지도자의 안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대 공대 학생회의 이런 ‘외침’의 내용과 성격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원전업계의 이해관계자로 볼 수 있는 서울대 공대생들까지 나선 것에 대해 시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서울 공대를 나온 ‘선배’ 격의 일부 인사나 관련 분야 전문가도 서울 공대 학생회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대 공과대 전자공학과 81학번이었다는 김재삼씨(반도체분야 종사 회사원)는 공대생들의 주장을 보고 11일 자신(필명 김석진)의 페이스북에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후배들이 낸 성명서이지만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론을 폈다.
김씨는 “탈핵과 온난화가스 저감은 인류 보편의 길이자 기술발전의 방향이며 에너지의 분산화이자 민주화의 길”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가 그 길을 가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상징인 서울대 공대가 반대의 길로 간다는 것은 그들이 학자적 양심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원전과 석탄발전은 좋은 발전원이 아니다”며 “부하 조정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전은 부하조정이 불가능하고 한번 고장나면 대량의 전기 발전이 손실되고 복구하는데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
김재삼씨는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원자로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보장이 안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안전하게 할 방법과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더구나 핵폐기물이 적어도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답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서울인근의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으니 그렇게 계속 원전을 짓고 싶다면 이쪽으로 옮길 자세도 돼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씨는 정부가 과학기술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서울 공대생 주장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것이 소통의 방법”이라며 “그리고 소통은 대중들과 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이미 정부는 공약으로 탈핵을 하겠다고 공약해서 투표로 사실상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결정을 하면 된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지금처럼 밥그릇에 걸려있는 사람들의 힘이 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원전이 안전하고 값싸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원전을 없애자는 공론이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 의견을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씨는 “전문가라는 것은 우월한 지위에서 담론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라며 “그렇다면 그들은 적어도 원전기술의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해 설득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설명이 안되니 반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 산업과 학문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서울 공대생 주장에 대해 김재삼씨는 “산업에는 늘 사양산업이 있고, 새 산업이 나온다”며 “새로운 전력기술이 나오면 원전기술 없어지는 것이고, 그 학문도 사양학문이 되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밥벌이 논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자핵공학과를 나온 학생이라면 기계, 기술 쪽도 다 습득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쓸 곳이 많다. 배운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생이라면 보편적인 논리로 주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에 타협할 수 없다는 서울 공대 학생회 주장에 대해 김씨는 “서울공대 선배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서울공대 생 중 원자력 공학과 비중이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며, 이 성명을 낸 학생 대다수는 비전문가이고, 원자핵공학과 학생도 공부중인 학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마디로 이 성명은 전문가의 성명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면 시민적 관점에서 성명을 내야 한다. 전문성을 갖고 말하려면 원전 기술이 안전한지 여부, 핵연료 폐기물 처리 방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얘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 관점에서 주장했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밥그릇을 두둔하는 주장을 서울대 공대생이 한 것이 돼 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83학번 출신인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 공대생 주장을 반박했다.
박종운 교수는 “공대생이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누구든지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얘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과학기술계를 배제했다는 서울 공대 학생회 주장에 대해 “어디까지를 과학기술계라고 해야 하느냐. 그리고 전문가가 하는 말이면 다 옳다고 볼 수 있느냐”며 “전문가들끼리도 말이 갈리니 객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현 정부에서는 전문가나 과학기술계를 배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업계와 학계, 연구계, 산업계가 다 들어와 있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주장을 넘어 탈원전 반대 주장까지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산업과 학문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연구개발비 지원 가운데 개발비 지원의 경우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며 “고속로의 경우, 중국 러시아 외에 다른 나라도 연구비가 줄었다. 재처리의 경우 우리는 재처리 공장도 없고, 시설을 설치하기 쉬운 나라도 아니다. 더구나 1980년 대 이후 고속로를 계속 연구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감액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원자력 학문을 위협한다고 하는데, 왜 꼭 원자력 분야로 핵발전소만 해야 한다고만 생각을 하느냐”며 “다른 분야에 대한 범용성이 떨어지니 그런지 모르지만, 범위를 넓혀야 한다. 반대로 그동안 원자력 발전에만 매달려 안주하며 지낸 것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래도 변화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 박사과정 응시자가 저조하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그런 주장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정책이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고, 학계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와 학문을 위해 다수의 더 큰 피해를 감수하고 원전을 다시 다 지어야 한다는 것이냐. 탈원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 속도 역시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 공대 학생회 성명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서울대 공대생이 성명을 내는 것이라면 신고리 부지에 많은 사람이 사는데 너무 많은 원전을 지어 우려를 하고 있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이런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고, 학문과 산업의 미래만 봤다는데 있다”며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차라리 서울 수도권으로 이전하다고 하든지, 이런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권에 따라 학문의 필요성이 도전 받고 산업의 흥망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참된 과학자와 공학자가 설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서울 공대 학생 대표자회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핀트를 전혀 잘못 짚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 정책이 바뀐 것은 세계적으로 중대사고가 났을 때 꺾인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은 없다”며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 전세계적으로 꺾인 것이다. 한국은 이번에야 바뀌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원자력계는 어른들부터 아이들까지 기업부터 학계, 학생들, 노조, 언론사와 기자들까지 자성과 성찰 하나 없이 이익에 눈이 멀게 되는 걸까요”라며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의 정의와 공익, 미래지향적인 집단이어야 할 학생이 이런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대 공대 학생회 입장서. 사진=서울대 공대 학생회 페이스북
이에 대해 이번 성명을 낸 서울대 공과대 학생회장인 홍진우(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은 탈원전 정책 결정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진우 서울 공대 학생회장은 12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정부의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 전문가가 배제된다던지 과학기술계 의견을 청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글(성명)을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미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해서 토론하고 시민참여단에 설명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 “이번 입장서는 신고리 5,6호기 입장서가 아니다”라며 “탈원전 정책은 이미 만들어졌고, 추진이 되고 있지 않느냐. 이 과정에서 과연 전문가의 의견이 들어갔느냐. 이건 확실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홍 회장은 “굉장히 오래 동안 숙고 분석해야 하는 정책임에도, 국가적 차원의 숙고와 토의없이 한순간에 정책이 결정된 과정이 잘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와 사용후 핵연료, 폐기물 처리 방안이 있는지에 전문가도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홍 회장은 “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면 오히려 이런 의문점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홍 회장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산업과 학문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결국 자기 밥그릇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홍 회장은 “다른 분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에 속상하다”며 “저희 입장서의 핵심 내용은 정책 결정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책결정에 과학기술계 의견 들어보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 그렇게 해석되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 서울대 공대 학생 대표자회의 입장서. 사진=서울대 공대 학생회 페이스북
보수 참칭하는 '적폐 카르텔', 지금 흔들어야 한다 1013 프레시안
[민교협의 정치시평] 정권에 대한 비판과 지지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필요하다
최근 적폐의 근원 중의 하나이자, 지난 정권이 은폐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의 국가 범죄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적폐의 청산의 대상이 이명박 일파로 정조준되며 깊이 파헤쳐지기 시작하자 적폐 세력들은 단골 메뉴인 ‘종북’이상의 추악한 프레임인 ‘노무현 욕보이기’를 들고 나와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도 저들이 만들어 내는 그럴싸한 양비론 속에서도 어느 한 쪽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있는 것을 은폐하는 양쪽 주장 간의 엄청난 차이를 깨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들의 허구적 프레임도 국면에 따라서는 일정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적폐 세력들의 무리한 도발이 노리는 점도 바로 이런 효과에 있다.
그런데 조금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러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다시 지지와 비판의 대상이 개인 행위자로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논쟁의 대상은 전직 대통령들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심지어 진보좌파 진영에서조차 지난 대선 국면 시기는 물론 최근까지도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와 비판, 혹은 반대의 논리가 횡행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전, 현직 대통령들 뿐 아니라 적폐 야당 대표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 그리고 최근 적폐를 옹호하거나 고인에 대한 모욕을 의도적으로 해 온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시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에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차 강조해 왔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행위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물론 대통령을 비롯한 행위자들, 특히 주요 지도적 엘리트들의 행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계속 드러나고 있는 이명박 정권 시절의 국정원 조종에서 보듯, 실제로 이들의 역할은 매우 막대하다. 그리고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대통령이라는 개인 행위자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에 대해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적 전문가들이라면 개인행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와 비판을 자제하고, 이들이 대변하는 혹은 이들을 내세운 사회의 다양한 기득권 지배세력들의 지배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촛불 시위와 정권 교체의 과정 속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민중들이 단순히 실패한 전 정권, 부패 여당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총체적 적폐 문제에 대해 각인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국민 다수가 한국 사회의 문제가 대통령이라는 개인의 문제 혹은 특정 정당이 집권했을 시기만의 그 정당의 문제, 그것도 정치 영역에서만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는 이제 매우 작은 단위에서의 위계적 권력 관계까지도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만큼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오히려 심지어 진보적인 지식인들조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왼쪽으로부터의 비판에 민감한 이들을 무조건 ‘문빠’로 규정하는 등 촛불 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민중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하고 여전히 개인행위자 중심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한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 당시 심상정 후보의 격한 문재인 후보 비판에 대한 강한 반발이나 선거 이후 소위 '한경오'의 보도에 대한 불만의 폭발을 단순히 민주당과 문재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자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 한 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재에도 민주당에 대해 민중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상황은 정당과 정권 자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사회의 적폐 청산을 위한 싸움을 지지하는 것이다.
누차 강조했다시피, 마치 진보의 반대편에 자연스럽게 위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수를 참칭하는 정치 세력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이는 정치사회라는 무대 위에서의 연극일 뿐이다. 그 무대 아래와 뒤의 실제 사회에서는 자신의 특권을 확대 강화하려는 기득권 지배 세력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스스로를 보수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일부 민중들이 존재할 뿐이다. 서구 복지 국가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다를 바 없지만, 단지 이들 국가들에서는 오랜 동안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인해 기득권 지배 세력이 자신의 특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제도적 제어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즉 이들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과 국가들에서는 그러한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는 정당, 의회, 선거 정치가 작동하는 그 이면의 실제 기득권 집단의 지배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기득권 지배 세력은 단순히 자본가이거나 일부 정치권력 집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자본-노동’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분석틀만으로는 비중심부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지배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기존의 틀 속에서 사고하다 보니, 다양한 관료 지배 권력은 물론 언론, 교육, 종교 권력 등 자본가 외의 한국 사회의 지배 집단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도 쉽게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에는 관심이 높지만, 정작 더 큰 고통을 받고 있거나 그 비중이 막대한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사라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나은 문제인 성산업과 관련해서도 심지어 포주와 조폭들을 단체협상의 당사자들 중 ‘고용주’로 규정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관념론적 오류를 보여 주기도 한다.
또한 직접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임금 외 편법적이고 특권적인 재산 축적의 수단을 바탕으로 사회와 지역 곳곳에 또아리를 틀어서 부당한 기득권을 확대하고 있는 각종 이익 집단과 부유층, 그리고 이들과 강고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폭력 조직들, 그리고 이들과 얽혀 있는 주변화된 우리 사회의 거대한 반범죄적 사회 집단들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지배 권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 관료 권력 및 자본 권력 지배 메커니즘 중 가장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지 시민 사회 내에 당연히 존재하는 다양한 이익 집단일 뿐이라고 여겨지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집단에 대해서는 범죄학에서나 다루어야 하는 문제인 걸로 착각한다. 자본의 그늘에 숨어 있는 지배 세력들과 사회의 곳곳에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들 세력들은 서로 강력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을 무대로 내보내 정당 정치의 가면을 쓰고 정치인이라는 개인 행위자들을 조종한다.
특히 대부분의 관료 집단들의 수장들은 바뀌었으되, 기존의 특권 관료 권력은 그대로 남아 지배 계급의 이익과 자신의 독자적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 다수의 힘,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정권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적폐 청산에 맞서는 기득권 카르텔들은 곳곳에서 동맹을 맺고 저항 중이다. 또한 대부분의 적폐 청산 노력과 이에 맞서는 부패한 카르텔들의 저항의 무대는 국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저항은 대외적으로는 한층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라는 외적 요인 이상으로 외교와 국방 관련 적폐 세력들의 방해 역시 제대로 된 대응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나 북핵 관련 미국과의 공조 등의 외교에서의 난맥상에 대해 단순히 문재인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 일각의 인사 실패나 정책적 실패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은 문제의 본질이 이렇다고 정당 정치, 의회 정치, 선거 정치의 틀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민 혁명의 모범으로 극찬해마지 않았던 소위 촛불 혁명 과정도 사실 시민의 직접 정치가 아니라 선거 정치가 전제된 지지율에 따라 정권의 강경 진압 기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광장의 해방, 그리고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배 계급 내의 불화와 갈등에 따른 사상 초유의 수준의 국정 농단 현실이 폭로되었고, 이에 분노한 대중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가 급속하게 철회됨으로써 정세가 급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도 자유주의적 민주당 정부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도 분명히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당 정치, 의회 정치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현재 여전히 그 틀 속에서 사고하더라도 현재의 정권의 오류들이 반드시 집권 여당이나 대통령 등 개인 행위자들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사고하고 발언하는 오래된 습관을 이제는 벗어 던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기득권 지배 연합과 유사한 과거의 보수 야당적 모습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던 현 시기가 기득권 지배 카르텔을 일정정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적기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적폐 세력들이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놓지 못 하도록 구조화시키는 데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동원해야 할 임무를 잊지 말자./ 정재원 국민대학교 교수
추미애가 '토지 공산주의자'라고?
[기고] 추미애 공산주의자로 모는 하태경의 무지와 만용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뜨거운 화두가 됐다. 추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지대추구의 덫을 빠져나와 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젊은 세대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생산에 투자돼야 할 자본이 생산에 투자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지대로 다 빼앗기는 구조는 바람직 하지 않다"며 "창업을 하고 돈을 모으고 또 새로운 사업을 키우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는 돈을 벌고 임대료만 받고 있다"고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한 지대추구 경향을 직격했다.
추 대표는 "이것을 고치자는 말을 꺼내는 것이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모든 것은 시장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사람이 자기 노력으로 만들지 않은 것, 예를 들어 노예, 토지 같은 것은 시장이 가격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독점하려고 하니까 권력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정경유착으로 부패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추 대표는 "헨리 조지가 살아 있었다면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이 타당하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지난 달 국회에서 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지대개혁론’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토지불로소득으로 대표되는 ‘지대의 사유화' 혹은 '지대추구경향'이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발전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결정적 적폐임을 인식하고 이의 혁파를 주창한 추미애 대표의 식견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대표를 토지 공산주의자로 모는 하태경 의원
그런데 추미애 대표의 ‘지대개혁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하 의원은 추 대표를 토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으며, 민주당에게 추 대표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딱한 건 하 의원이 퍼붓는 공격이 무지와 왜곡으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 하 의원이 추 대표에게 한 발언들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하 의원은 9일 본인의 페북에 올린 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추미애 대표가 우리도 중국처럼 국가가 토지소유해야 한다네요. 국가가 토지 소 유하려면 토지 무상몰수 밖에 방법이 없죠. 사유재산 맘대로 뺏겠다는 건 여자 김정은이 되겠다는 거죠. 이 정도면 민주당에서 추미애 제명하자는 말이 나와야 당이 정상인거죠"
먼저 추미애 대표는 ‘우리도 중국처럼 국가가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하 의원은 추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전제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건 왜곡에 해당한다. 국가가 토지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상몰수밖에 없다는 하 의원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이다. 추 대표는 물론 그 누구도 사유지를 무상몰수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국가가 국유지를 비축하는 건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원천적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바람직하며, 이를 위한 수단은 적정한 시점에 재정을 투입해 사유지를 꾸준히 매입하는 것이다. 국공유지 비중이 높은 나라는 투기 가능성이 적고, 공공토지임대제 등을 통해 정부가 임대료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공유지 확보에 나서는 것이 옳다.
하 의원은 아무 근거 없이 마음대로 상상을 하며 추 대표를 사유재산제를 부인하는 "여자 김정은"이라고 모욕하고 있다. 페이스북 말미에 하 의원은 민주당이 추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데,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하고 공중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발언에 불과하다.
하태경 의원의 폭주는 계속된다. 하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장을 이어갔다.
“제가 추 대표가 민주당에서 제명되어야 한다고 강한 발언을 한 이유는 추 대표가 토지 공산주의자임을 사상적으로 커밍아웃 했기 때문입니다. 추 대표는 본인이 헨리 조지 신봉자이며 땅은 중국처럼 국유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헨리 조지는 땅은 사적소유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창한 사람입니다 즉 토지 공산주의자입니다. 헨리 조지는 땅의 사적소유를 폐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땅에서 나는 이득은 100% 세금으로 걷자고 한 사람이죠. 추미애 대표도 똑같이 발언합니다. '땅도 조물주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건방지게 사고파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입니다. 땅에서 생겨나는 지대(rent), 즉 이득이 없다면 매매행위도 없겠죠. 땅 소유에서 이득이 없다면 개인이 땅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결국 국유화가 될 것입니다."
하 의원의 논리를 간단히 도식화하면 '지대100%환수 → 토지 사유 필요성 소멸 → 국유화'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대를 전부 환수한다고 가정해도 토지에 대한 이용권과 처분권은 여전히 토지 소유주에게 귀속됨으로 토지의 사적 소유가 폐지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토지 사유 필요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지대의 환수가 국유화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토지의 임대 혹은 매매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동기는 사라지겠지만, 토지를 이용하려는 사회경제적 필요는 온존하기 때문에 토지시장은 지대추구욕망이 아니라 실질적 필요에 따라 재편될 것이다. 놀랍게도 하 의원은 만악의 근원이라 할 '지대의 사유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지대의 사유화'가 보장되는 토지제도만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 의원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좋겠다. 헨리 조지는 땅의 사적 소유를 부정한 토지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헨리 조지가 주창한 토지세는 공공의 노력과 기여에 의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공적으로 환수해 토지를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 정상화시키려는 정책수단이었을 뿐이다. 헨리 조지는 그 누구보다 투철한 시장경제의 신봉자였다. 헨리 조지는 공공이 만들어낸 '지대의 사유화'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치명적 방해물이기 때문에 토지세를 통해 시장경제를 수호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태경 의원의 논리대로 하자면 경제학의 원조라 할 아담 스미스와 고전주의 경제학의 완성자 존 스튜어트 밀도 토지세를 강력히 지지하고 지주들이 독식하는 토지불로소득(지대)를 저주했다는 이유로 토지 공산주의자로 매도당할 판이다. 또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솔로, 프랑코 모딜리아니 같은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도 토지세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는 이유로 졸지에 토지 공산주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하태경 의원이 지키려는 사유재산제는 누굴 위한 것인가?
우리가 시장경제체제하의 사유재산제를 지지하는 까닭은 노력과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공공이 만들어낸 가치를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식하는 지금의 '지대사유화'는 진정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사유재산제의 적(敵)인 셈이다. 하 의원에게 '지대 사유화'의 폐해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려주는 통계를 제시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6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부 총액은 1경3078조 원이며, 이중 토지자산과 건설자산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은 1경1310조 원으로 약 86%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운 건 대한민국의 토지가격이 1964년 1조9300억 원에서 2016년 6981조 원으로 3617배 올랐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1997~2017) 물가상승률은 146.7%, 임금상승률은 61.9%인데 반해 땅값은 약 4배가 치솟았다.
한편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07~2015년 동안 GDP의 30% 이상의 어마어마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액 기준으로 2013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6%(상위 10%는 65%)를, 법인 토지 소유자 상위 1%는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으니 매년 300조 원이 훨씬 넘는 지대가 극소수 토지소유자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공이 만든 천문학적 부를 독식하는 '지대 사유 사회'가 하태경 의원이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체제인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하태경 의원은 추미애 대표에게 퍼부었던 근거 없는 비난과 잘못된 낙인찍기에 대해 추 대표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하 의원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하 의원은 토지불로소득(지대)의 사유화를 적극 옹호하는 토지소유자들의 호민관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무고한 사람에게 빨간색을 덧칠하는 건 하태경 의원이 그토록 비판하는 자유한국당이 즐겨 하는 짓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다주택자들에 의한 투기와의 전쟁 1012 한국
없어도 괜찮아’의 저자인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인 서울 망원동의 다세대주택에 산다. 방 두 칸 중 한 칸은 ‘외국인 도시 민박업’을 신청해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빌려주고 월세의 일부를 충당한다. 이들 역시 해외를 여행하면서 외국인 집에 숙박한 터라 누군가와 나눠 쓴다는 데 거부감은 없다고 한다. 집을 누군가와 공유하면서 집에 대한 시각이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물질적 풍요보다 실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노무현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씨는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사람들이 굳이 소유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새 주택단지를 지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주택공급비율은 100%를 넘은 지 오래다. 정부가 이미 지어진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들여 형편에 맞는 사람들이 싸게 월세로 들어가 살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도 상당수 한국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파트는 수십 년 월급 모아 사야 하는 인생 목표이자 제1의 재테크 수단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는 10여년 전의 예측은 아직까지는 기우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고 단카이 세대(1948년생 전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집값이 53%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절벽이 눈앞에 닥치고 전체 가구 중 27.2%가 1인 가구다. 그런데도 부동산은 여전히 욕망의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꺾일 줄을 모른다.
지난해 11·3 대책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도 고강도 규제를 담은 8·2 대책까지 두 번의 대책이 더 나왔다.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 대책과 함께 추가 규제를 더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며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까지 말미를 줬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종부세 부과 등 노무현정부의 ‘투기와의 전쟁’ 복사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12차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 했다. 여당은 보유세 인상 카드도 빼어들 태세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시장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당연한 행태다.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을 체득한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아무리 많이 물린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한 부동산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습효과다. 정부는 그걸 투기라고 읽는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하다가 나머지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 때 물가를 잡겠다고 매번 대책을 내놨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정작 필요한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청년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거쳐 박근혜정부 마지막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강호인씨 말이다.
부동산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문제가 얽혀 있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린다. 시장은 안정시키면서 가계대출 뇌관을 제거하는 정교한 정책조합이 요구되는 이유다. 사족 하나. 고위 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다. 다주택자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뛴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일보 이명희 논설위원
박근혜 ‘지하경제 양성화’는 서민 쥐어짜기였다 1013 경향
박근혜 정부 국세청이 대기업 법인 대상 세무조사는 줄이고, 중소·중견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는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대기업·대재산가, 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종 등 세금 탈루 규모가 큰 곳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견·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인 영세 사업자들은 집중 타깃이 됐다.
■ 24조 중 13조 중소기업서 걷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12일 국세청의 ‘수입규모별 법인 세무조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 4년간 중소·중견기업 세무조사는 7.2% 증가한 반면, 대기업 세무조사는 27.4% 감소(조사 건수 기준)했다. 세무조사로 걷은 부과세액은 24조원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4년간 중소·중견기업(5000억원 미만)의 부과세액은 13조원으로, 대기업(5000억원 이상)의 부과세액 10조원보다도 많았다. 2015년 국세청은 세무조사로 5조5000억원의 부과세액을 거뒀는데, 이 중 3조3500억원을 중소·중견기업이, 2조1500억원을 대기업 법인이 낸 것이 단적이다. 세무조사에 따른 부과세액도 24조원으로 이전 정부들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집권 초인 2013년과 2014년 세무조사에 따른 부과세액은 각각 6조6000억원, 6조4000억원이나 됐다. 노무현 정부가 5년간 부과세액으로 15조원, 이명박 정부가 5년간 17조원을 거둔 것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윤 의원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세무조사가 강화된 것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목표를 정해두고 무리하게 세금을 거뒀기 때문”이라며 “세무조사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을 쥐어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 영세 사업자 세무조사 12배 ↑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도 강화됐다. 민주당 심기준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 매출액 1억원 미만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평균 세무조사 횟수는 참여정부 때 184.8회에서 박근혜 정부 때 432.5회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세무조사 횟수도 전 정권 대비 30% 증가한 246.6회를 기록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급증한 것이다. 세무조사 후 부과되는 벌금 총액도 박근혜 정부 때 크게 늘었다. 1억원 미만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평균 부과 총액은 박근혜 정부 때 1178억5000만원으로 노무현 정부 때(93억여원)보다 12배 이상 많았다.
전체 세무조사에서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때 연도별 3~7%에 불과했던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중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0.99%로 늘었고, 이듬해에는 13.48%로 정점을 찍었다.
무기력 文 외교안보팀에 지지층도 부글부글 1013 노컷
"초심 잊은지 오래…어느 나라 외교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북미의 대립 구도만 부각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무색해져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대국 논리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만 내비치면서,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전문가 그룹이나 여권 내부에서도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기야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책임'이 실종된 SNS글로 응수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이지만 북미 간 게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던 문 정부는 '운전석'조차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북미 양측을 이끌 문 정부만의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찾지 못한 채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북미의 격한 말싸움 가운데 문 대통령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전쟁 반대' 선언도 점차 공허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정부 당시 대북 정책과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자조섞인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12일 외교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제재와 대화, 투트랙을 주장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정책 방향이) 제재와 압박으로 갔는데, 대화로 돌아오지 않고 고착돼 버리면 곤란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북미 간 협상 국면 등을 언급하면서 "이와 관련해 추후 '한 번의 대화의 기회'가 왔을 때 북핵 미사일 위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식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화 협상 국면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장관의 노력이 무엇인가"라고 제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달 CBS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제재' 투트랙 기조 대신 사실상 강경 위주 정책으로 가면서 당초 공언했던 '운전대'를 잃어버렸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등 급선회한 안보정책을 지적하며 "지금 (문재인의) 동명이인이 지금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11일 '10·4선언 10주년 기념행사' 특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어떤 말을 하든 대한민국 동의 없이는 전쟁이 안된다'고 했지만, 그 뒤에 트럼프는 계속 어깃장을 놓듯이 강경 발언을 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뒤에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무기력한' 발언은 외교안보 불안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회의 참석 후 지난 7월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5부 요인 초청 오찬을 한 자리에서는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서도 한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일견 이해가 가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자로서의 외교적 위치를 대통령이 나서 인정하면 앞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역할에 더욱 한계를 긋는 것밖에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을 향한 대화 제의도 사실상 여러번 무시당하며 무색해져 버린 상태여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하겠다던 초심을 잊은지 오래인 것 같고 남북관계를 한반도 문제 중심축에 놓고 풀어나가겠다는 것도 잊은 것 같다. 결국 한반도 운전자론은 외톨이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 어느 나라 외교를 하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단독] 천문학적 미국산 무기 계약, ‘하자보증 겨우 1년’ 최초 확인 1013 민중
미 국방부 FMS 협정문서에서 확인, 한국 방사청도 시인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이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가운데 공군의 F-15 전투기가 폭탄을 떨어트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미국이 한국에 주로 첨단 군사무기를 수출하면서 체결하는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계약의 하자보증 기간이 1년에 불과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특히, 계약 시마다 국민 혈세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들어가는 미국과의 군사무기 수입계약이 원칙적으로는 하자보증 자체가 없고, 1년에서 추가하려면 기존 구매 금액에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기자가 미국에서 FMS를 담당하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발간한 ‘FMS 계약협정(Foreign Military Sales Contractual Agreements)’ 문서를 확인하면서 밝혀졌다.
현재까지 한국 국방부는 FMS 관련 계약사항이 대외비라는 이유로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FMS란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해당 방산업체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어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문서에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계약의 하자보증 기간이 1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문서에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계약의 하자보증 기간이 1년이라고 밝히고 있다.ⓒ해당 문서 캡처
미 국방부는 해당 문서에서 FMS 계약 체결에 관해 “미국 정부가 물자를 제공하는 경우, 어떠한 종류의 성능보증도 제공하지 않고, 소유권만 보증하고, 인도된 물자에 대해 어떠한 재정적 배상청구(claim)나 담보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하자보증 기간을 1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연장하려면 “FMS 구매 국가가 요구하는 하자보증 조건의 취득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첨단무기라 팔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나마 FMS 방식으로 파는 것이고, 원래 하자보증은 없는데 기본 1년을 해줬으니 이를 연장하려면 구매국이 비용을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FMS 계약 협정에 관해 원칙적으로는 하자보증이 없고 기간을 연장하려면 구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미 국방부는 FMS 계약 협정에 관해 원칙적으로는 하자보증이 없고 기간을 연장하려면 구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해당 문서 캡처
10년간 20조원 안팎 무기 구매, 하자보증은 1년이 끝
방사청 관계자도 “물품 인수나 검수가 끝난 시점부터 하자보증 기간은 1년” 시인
방사청이 개청한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산 무기 구매 금액은 거의 4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는 FMS 방식만이 아니라, 방산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이른바 ‘일반상업구매(DCS)’를 합한 금액이다. 매년 그 비율이 다르고 국방부나 방사청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체로 FMS 구매방식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추산 금액만 거의 20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최근 10년간만 추산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보증기간 1년에 불과한 미국산 군사무기를 최소 20조 원가량 사들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유지보수는 기본이고 하자가 발생한 비용도 우리 국민의 혈세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시인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FMS 계약방식으로 수입되는 미국 군사무기의 하자보증 기간을 묻자 “원칙적으로 1년”이라며 “물품 인수나 검수가 끝난 시점부터 하자보증 기간은 1년”이라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FMS 방식으로 구매한 미국산 무기의 하자보수를 청구하지 못한 전체 사례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파악은 하고 있지만, (대외비라)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수조 원이 넘는 물건을 사는데, 하자보증 기간이 단지 1년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 의견은 답변을 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박근혜 구속기간 연장… 최장 내년 4월16일까지 미디어오늘
재판부 “증거인멸 우려·구속 상당성 인정돼”… 검찰, 17일 0시 전 구속영장 집행 예정
구속기간 만료 시점을 3일 앞두고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구속기간이 연장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요청한 박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기존 구속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SK·롯데그룹 관련)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박씨의 구속기간은 최장 내년 4월16일까지 연장됐다. 지난 4월17일 구속기소된 박씨는 오는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0시에 구속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17일 자정 전에 새로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대통령 박씨의 1심 공판 횟수는 80회를 넘어섰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80회 공판에서는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에 임했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양 측의 의견을 듣기 전 “(이 사건은) 심리해야 할 공소 사실 규모가 유래없이 방대하다. 공소장도 150쪽이 넘고 공소사실 혐의를 크게 분류해도 16개”라면서 “검찰이 (증인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피고인이 부동의한 증인이 300명 가량 남았다. 구속영장 만기인 10월16일까지 심리를 마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법정에서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사실 소명 필요성 △공범과의 형평성 △원활한 재판 진행 등의 사유를 들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통증 등의 사유로 재판에 3회 불출석했고 재판부 지적을 받고서야 출석을 한 적도 있고 구인장까지 발부됐음에도 끝내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며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피고인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위한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본건과 관련된 중요 증인들을 직접 지휘한 적이 있고 각종 현안 보고를 통해서 은밀한 정보를 보유해왔다”면서 “석방될 경우 앞으로 남은 주요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진술을 번복하게 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지난 8월31일 증인 95명에 대한 검찰 작성 진술조서의 증거 신청을 철회했다. 13일 80회 공판까지 증인 75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박근혜 구속 연장에… 한국당 “사법사 치욕의 날”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하자 자유한국당은 “사법역사상 치욕의 날”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언제까지 집장사만 할 텐가 1012경향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 84C형(33평형) 분양가는 15억5660만원이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보면 대지비 9억9622만원, 건축비 5억6038만원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 구로구 항동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 와이즈파크 84C형 분양가는 4억7300만원이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건축비보다도 낮다. 건축비는 1억9724만원으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땅값 때문이라고 치더라도, 건축비가 어떻게 이런 격차를 보일 수 있을까. 센트럴자이를 분양한 GS건설 관계자는 “구조와 평면, 마감에 따라 건축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하 시설을 더 많이 넣거나, 주차장 면적을 늘리는 등 구조를 복잡하게 하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마감재를 값비싼 외국산으로 치장하거나 평면을 곡선으로 시공해도 건축비 상승 요인이 된다. 공사 도중 자재 수급 상황을 일컫는 ‘딜리버리’도 건축비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와이즈파크 시공사인 한양건설 관계자도 설계와 마감에 따라 건축비가 달라진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다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건축비는 모든 건설사의 영업기밀”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교통부가 물가상승을 감안해 매년 두 차례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라는 게 있다. 지난달 고시한 건축비는 공급면적 3.3㎡당 610만7000원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센트럴자이 3.3㎡당 건축비는 1597만원으로 기본형의 3배에 가깝다.
제3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차별화한다고 해도 건축비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나와 있는 건축비는 별 의미가 없다. 건축비를 결정하는 것은 주변 시세이다. 건설사나 재건축조합은 주변 아파트값보다 지나치게 높지 않은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한다. 대지비는 움직일 수 없는 고정비용이다. 건축비를 고무줄처럼 늘려 이미 정한 분양가에 꿰맞추는 식이다.
건축비에는 실제 공사와 자재구매 이외에 다양한 부대비용과 이익이 포함돼 있다. 최근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 현금 무상지원, 최고급 호텔 접대 등으로 논란을 샀던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이다. 일부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에 레미콘은 ㄱ사, 창호는 ㄴ사 등으로 하청사를 지정하기도 한다. 시공사가 직접 할 때보다 건축비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시공사 선정 전부터 조합과 하청사가 유착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돈 잔치’를 벌여도 건설사는 이익을 남긴다. 건축비를 대거 부풀려 고분양가를 책정한 탓이다. 그래서 건설사는 앞다퉈 주택사업에 뛰어든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해 경기를 살리겠다고 했다. 규제를 풀어 ‘빚내서 집 사라’며 투기꾼 등을 떠밀었다. 주택시장은 호황을 구가했고 건설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초호화 아파트 재건축 하는데 쏟는 열정을 갖고 해외시장에서 뛰면 훨씬 많은 국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에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끼리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입찰 경쟁을 벌였고 결과는 참담했다. 고스란히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고 속속 해외에서 철수했다. 이후 건설사의 해외 손실을 메꿔준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집장사 기반을 마련해준 정부였다. 대형 건설사의 빌딩·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최근 50%를 넘어섰다. 주택사업 적정 비중 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고분양가를 초래한 주범인 정부는 말로만 해외시장 진출을 주문할 게 아니다. 건설사가 국내 재건축 아파트 수주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고분양가에 낀 건축비 거품을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 과도한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가 서민에게 박탈감만 준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형건축비 이외에 건축비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위반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필요하다. 그래야 집장사에만 몰두하는 국내 건설사가 다른 수익원을 찾아 나설 기미라도 보일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취임사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고 했다. 건설사와 투기꾼의 돈으로 변질한 아파트를 시민의 집으로 돌려놓을 책임이 크다./ 안호기 경제에디터
자유한국당에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1013 프레시안
홍준표 "곧 보수대통합"…바른당 9명 탈당설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연일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 11일 홍준표 당 대표가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 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지시한 데 이어, 13일에는 양당 3선 의원들이 모여 협의한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을 공식 결정하고 인선까지 마쳤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홍 대표는 금일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며 참여 대상 인사는 이철우 최고위원, 홍문표 사무총장, 김성태 의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한국당은 앞으로 보수 대통합을 발판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백척간두의 국가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추위원으로 지명된 이들 가운데 이철우 의원은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과 함께 '통추위' 모임을 이끈 인물이다.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 통합파의 좌장 김무성 의원의 측근이었고, 한국당 친박계 중진인 최경환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본인도 바른정당 탈당파(5월 2일 탈당)인 김 의원이 당내 화합 차원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맡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들은 당 내 자강파들이 통합을 반대할 경우 집단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걸었다. 김무성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논의가 시작된 이상 빠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며 "(설득에 실패할 경우) 당 대 당 통합에 '준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같은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적 정리에 들어가고 개혁적 보수 정당으로 변모하겠다고 합의하면 통합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움직이게 되면 나도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Faded Love - Patsy C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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