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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

by 이성근 2021. 8. 6.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 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저자 니시오카 츠네카즈, 고하라 지로|역자 한지만||2021.07

 

저자 : 니시오카 츠네카즈

1908년 나라현(奈良縣) 이카루가쵸(斑鳩町)에서 호류지(法隆寺) 전속 목수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호류지(法隆寺) 수리 공사 현장에서 할아버지 츠네요시(常吉)로부터 엄격한 목수 수업을 받으며 미야다이쿠(宮大工)로 성장했다. 이후 호류지 대수리, 호린지(法輪寺) 삼중탑(三重塔) 복원, 야쿠시지(藥師寺) 금당, 서탑 복원 등을 이끌었다. 20세기에 남은 마지막 미야다이쿠로 불리다가 단 한 명의 제자 오가와 미츠오(小川三夫)를 키워 그 명맥을 잇게 했다. 일본건축학회상, 녹색문화상(みどりの文化賞), 훈사등서보장(勳四等瑞寶章)을 받았다. 암 투병 끝에 19958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저자 : 고하라 지로

1916년 일본 최고의 히노키가 나는 나가노현(長野縣) 기소(木曾)에서 태어났다. 1945년 교토제국대학(京都帝國大學) 농학부 임학과를 졸업하고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바대학(千葉大學) 공학부 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인간공학, 주택산업, 목재공학이 전공이다. 일본건축학회상, 일본건축학회대상, 녹색문화상, 훈이등서보장(勳二等瑞寶章), 남수보장(藍綬褒章)을 받았다. 나무의 문화(文化), 건축·실내·인간공학(建築·室內·人間工學), 인테리어 계획과 설계(インテリアの計劃設計)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169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역자 : 한지만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학에서 한국 고려시대 선종사원의 전래와 전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전통건축전공의 부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건축사와 전통목조구법을 응용한 건축설계 교육을 하고 있고, 동아시아의 불교건축과 목조건축문화에 관심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세키노 다다시 아시아 답사(關野貞アジア踏査)(2005, 도쿄대학종합박물관, 공저), 동아시아 속의 오산문화(アジアのなかの五山文化)(2014, 도쿄대학출판회, 공저), 회암사의 대외교류(2019, 회암사지박물관, 공저)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머리말

 

1장 아스카와 나무

1. 호류지 목수

제일 행복한 사람 | 최후의 동량 | 지붕 위의 당상관 | 니시오카 가문의 계보 | 네 살 때 현장에 | 흙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몸으로 익혀라 | 호류지 목수의 마음가짐

 

2. 호류지와 히노키

호류지의 히노키 | 호류지의 용재 | 아스카인들의 지혜 | 왕성과 숫돌 | 자루대패

 

3. 나무에 대해

나무의 수명 | 나무를 사지 말고 숲을 사라 | 나무의 편향성 | 적재를 적소에 | 나무가 죽는 이유 | 심주

 

2장 나무의 매력

나무의 평가 | 나무의 구조 | 침엽수와 활엽수 | 이상재 | 나무 강도의 비밀 |

나이테의 이력 | 나무의 분포와 자원

 

3장 목용빈핍

나무의 생명 | 나무의 깊이감 | 자루대패의 효용 | 기타야마 삼나무 | 나무와 디자인 | 생물적 재료학

 

4장 나무는 살아있다

생물 재료 | 시험 재료 | 강도의 경년변화 | 흡습성과 신축성 | 매몰재의 노화 | 노화의 메커니즘

 

5장 히노키와 일본인

침엽수 문화와 활엽수 문화 | 고대인과 나무 | 녹나무 시대 | 히노키 시대 |

활엽수의 흐름 | 히노키와 참나무

 

6장 고대의 목재 운송

야마토 평야와 사원의 건립 | 기즈가와의 수리 | 도다이지의 건립 | 도다이지의 재건 | 현재의 대불전 | 가마쿠라 막부와 목재 | 에도성의 목재

 

7장 히노키 단상

일본의 히노키 | 타이완의 히노키 | 야쿠시지 금당의 용재 | 헤이안신궁의 용재 | 미국의 히노키

 

부록: 건축 고재 자료 일람

 

출판사 서평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 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나무는 살아있습니다. 산에 있어도 건물로 다시 태어나도 살아있다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성격이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것처럼 나무 역시 한 그루도 같은 성격 같은 재질은 없습니다. 대체로 나무가 자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_68쪽에서

 

나무의 특성을 살려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의 마음을 읽고 나무의 성질을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해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1000년의 풍설을 견디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성질을 짜맞추고 사람의 마음을 서로 맞추는 것에서 시작해야만 한다._91쪽에서

 

호류지 가람 수리를 전담한 목수 가문의 마지막 목수,

니시오카 츠네카즈가 전하는 나무 이야기

 

호류지의 건물은 대부분 히노키로 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에 모두 수령 1000년 이상의 히노키가 사용되었습니다. 그 히노키가 벌써 1300년을 견디고도 꿈쩍하지도 않습니다. 기둥이나 일부 부재의 표면은 오랜 세월의 풍화로 회색으로 변하고, 몇 개는 썩어서 부식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대패로 표면을 2~3mm 정도만 깎아 보면 놀랍게도 여전히 히노키 특유의 향이 납니다._66쪽에서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20세기 최후의 미야다이쿠(사원이나 신사, 궁궐의 건물을 짓고 수리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목수)이다. 1934년부터 1985년까지 진행되었던 호류지 쇼와(昭和, 1926~1989) 대수리에 동량(목수의 우두머리), 총동량(동량을 이끄는 총괄책임자)으로 관여했다. 호류지 대수리 이외에 호린지 삼중탑, 야쿠시지 금당 재건 및 서탑 복원 현장에서도 일했다.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네 살 때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호류지 수리 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흙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할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3년제 농업학교를 졸업하고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 벼농사를 짓는 중에도 할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다니면서 연장을 다루고 관리하는 법, 건물의 공포에 있는 문양이나 도안 그리기, 목수의 마음가짐 등 현장의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기만 한 나이인 네 살 때부터 호류지 수리 현장에 있었던 니시오카 츠네카즈가 20세기 중반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호류지 대수리, 나라 지역의 고대 목조건축의 수리와 복원 등을 통해 몸소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호류지의 히노키가 1300년을 견딜 수 있는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일본에서 나무를 이야기할 때 일인자로 꼽힌다.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유능한 목수는 나무가 제2의 생을 온전히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나무가 자란 환경부터 면밀히 관찰하고 그 성질을 잘 파악해 적재를 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돈이 없어서 기계를 사용하고 인위적으로 나무를 조작하는 것이야말로 건축물의 부재로서 제2의 생을 사는 나무의 수명을 짧게 하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호류지가 1300년이나 견딜 수 있는 것은 보기 좋은 부분을 골라 사용하기보다는 나무의 성질을 알고 적재를 적소에 구분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햇빛이 닿아 옹이가 많고 튼튼한 부분은 기둥과 같은 구조재에, 햇빛이 닿지 않아 옹이가 빠져버려 약한 나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마감재로 사용했다. 서까래를 놓을 때에는 목재가 수심 반대쪽으로 휜다는 점을 알고 수심이 있는 쪽을 아래로 두어 지붕 하중으로 처지는 방향과 반대로 놓아야 서로 변형을 상쇄할 수 있다, 도리는 바깥으로 휘도록 놓아야 한다는 점 등 한 그루의 나무라도 나무가 자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나무를 사용하면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 있던 양질의 히노키가 많이 없어지고 그나마 타이완의 히노키조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후 세대에서는 자신과 같은 미야다이쿠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호류지와 같은 오랜 목조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히노키를 대신할 만한 목재를 찾거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전한다.

 

1908년에 태어난 니시오카 츠네카즈는 19958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산에서 2000년을 산 나무가 건물의 나무로 다시 2000년을 살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제2의 생을 살기 위해서는 3~10년 동안의 이러한 정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떨까요? 지금과 같이 바쁜 시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_73쪽에서

 

호류지의 해체 수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창건 이래 몇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큰 부재들은 적재를 적소에 구분해서 사용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살아있는 옹이가 많은 햇빛이 닿는 면의 나무가 강했습니다. _78쪽에서

 

과학 실험 데이터를 토대로 목재의 특징을 이야기한 목재공학자 고하라 지로

나무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것이 소철이고, 다음은 은행나무이다. 이들은 모두 수나무와 암나무가 있다. 지구상에 이것 다음에 침엽수인 히노키와 삼나무가 출현했고, 다시 한참 뒤에 활엽수가 나타났다. 그런데 활엽수도 초기 단계에서는 참나무나 너도밤나무와 같은 수종이었다. 그러나 진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왜소해졌고 결국 정원수와 같은 작은 나무가 되었다. 이것이 나무의 진화 과정이라고 한다._107쪽에서

 

강도의 변화는 셀룰로오스의 붕괴와 결정화의 조합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고 붕괴 속도는 수종에 따라 다르다. 또한 그것은 온도가 높을수록 속도가 빠르고, 물에 잠겨있으면 더욱 빨라진다. 이것은 아주 상식적인 결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무는 벌채하여 재목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생명체와 같은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었다._179쪽에서

 

1945년 교토제국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고하라 지로는 지바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목재공학을 주 전공으로 한 학자였다. 목재공학자로서 고하라 지로는 니시오카 츠네카즈가 전하는 호류지의 나무 이야기에 보태 과학 실험과 조사를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니시오카 츠네카즈가 현장에서 체득한 나무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고하라 지로는 과학적 실험과 다양한 조사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그래프와 사진을 이용해 알기 쉬운 말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고하라 지로의 분석은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며 터득한 니시오카 츠네카즈의 나무에 관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어준다.

 

고하라 지로는 나무의 구조와 생장 과정,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 나이테의 이력, 가벼운 나무와 무거운 나무가 생기는 이유, 강도의 경년변화, 흡습성과 신축성, 노화의 메커니즘 등을 분석했다. 이 분석은 나무에 관한 기본 지식은 물론 오랫동안 나무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고건축 수리 현장에서 10년 동안 수집한 침엽수와 활엽수, 땅속에 묻혀 있던 매몰재 조각으로 강도, 흡습성과 신축성 등을 분석한 데이터는 호류지의 나무가 1300년이나 견딜 수 있는 이유를 밝히는 근거 자료이다.

 

1300년 된 호류지의 옛 기둥과 새 히노키 기둥 중에서 어느 쪽이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많은 사람이 새 히노키라고 이야기하는데 고하라 지로의 데이터에 의하면 틀린 대답이다. 나무는 벌채한 후 200~300년까지는 휨강도나 경도가 점점 올라가 두 배 정도 상승하고 이후부터 약해지기 시작한다. 1700년대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의 소리가 현대에 만들어진 바이올린 소리보다 청아한데 소리가 좋아지는 것은 어느 시기까지이지 무한대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 백 년 지난 히노키가 점점 약해져도 새 히노키와 비슷한 강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책에서 고하라 지로는 목재의 과학적 분석 데이터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인이 옛날부터 건축재료뿐 아니라 조각의 재료로 히노키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문화사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목재의 표면에 대해 일본인이 느끼는 미감, 생물 재료로서 나무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 등을 이야기하면서 고대 한국과 일본의 목재와 목조 문화의 왕래, 비슷하면서 다른 두 나라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또한 히노키를 즐겨 사용했던 일본과 참나무를 최고로 쳤던 유럽의 문화를 각각 침엽수와 활엽수의 문화로 대비시켜 설명하면서 그것이 주는 미감의 차이가 일본 목조 문화의 고유성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침엽수와 활엽수의 사용방식에서 동서양의 차이가 생긴 것은 나무의 세포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침엽수는 목재의 조직이 단순하고 나뭇결이 치밀해 깎아 낸 표면이 부드러운 비단과 같은 광택을 가지고 있어 백목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그런데 활엽수는 조직이 복잡하고 나뭇결은 변화무쌍하며 재질은 딱딱하고 깎은 표면이 거칠다. 그래서 깎은 면 그대로는 아름답지 않지만 일단 칠을 하면 확연히 아름다워진다.

_184쪽에서

 

 

"고목이지만 잎의 기세가 좋은 나무는, 분명 속이 비어있습니다"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_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건물)을 짓는 것은 나무를 짜맞추는 것, 나무를 짜맞추는 것은 나무의 성질을 맞추는 것, 나무의 성질을 맞추는 것은 사람을 맞추는 것, 사람을 맞추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맞추는 것, 사람의 마음을 맞추는 것은 목수에 대한 동량(棟樑)의 배려...”(<호류지를 지탱한 나무_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니시오카 츠네카즈, 고하라 지로 지음, 한지만 옮김, , 2021)

 

우리의 도편수 혹은 대목장 격인 일본의 미야다이쿠(宮大工)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다. 호류지(法隆寺) 전속 목수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니시오카는 할아버지로부터 엄격한 목수 수업을 받으며 미야다이쿠로 성장했다. 소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는 공업학교를 가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농업학교를 가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이상한 것만 시키는 사람이야. 목수가 되려는 내가 왜 거름통 짊어지고 가지나 호박을 키우며 벼농사를 배워야 하지?”

 

나중에 알게 된 할아버지의 진심이다.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나무도 흙에서 자라고 흙으로 돌아간다. 건물 역시 흙 위에 세우는 것이지. 흙을 잊어버리면 사람도 나무도 탑도 없다. 흙의 고마움을 모르고서는 진정한 인간도 훌륭한 목수도 될 수 없다.”

 

금당 재건에 사용할 히노키를 보기 위해 니시오카가 타이완에 갔다. 수령 2천년에서 25백년 사이의 히노키가 자라고 있었다.

 

노목이지만 그중에는 어린나무처럼 가지와 잎의 기세가 좋은 나무도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는 분명 속이 비어있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풍격(風格)이 있는 나무는 속까지 꽉 차 있었습니다. 나이에 맞는 모양을 한 나무는 껍질에서부터 속까지 충실합니다. 고목인데도 싱싱하고 푸른 잎에 기세가 있는 나무는 반드시 속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나무는 속이 비어있으면 껍질 부분만 생장시키면 되기 때문에 양분이 외관으로 과도하게 공급되어 어린나무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요?”

 

이 부분에서 한참을 멈춰야만 했다. 니시오카는 목수가 아니다. 철학하는 사람이다. 일본의 마음이다. 내가 니시오카에게 반했던 건 이미 25년 전, 당시 첫 번역된 저자의 단독저서를 만나고서다. 책 제목은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1996)>. 이 책은 2013<나무에게 배운다>로 재출간 됐었다. 이번 책은 공저인데 제2장부터 건축학자 고하라 지로가 보충 설명하는 형식이다. 니시오카는 나무를 대할 때 일심으로 경배한다.

 

미야다이쿠의 양심으로 다짐컨대, 이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톱이나 대패를 든다.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프레시안

 

일본 호류지(法隆寺)1300년을 버텨온 까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자 목조 건축물인 호류지(法隆寺). 일본 목조문화의 정수로 여겨지는 이 건축물은 히노키라는 나무로 지어졌다. 우리말로 노송나무나 편백쯤으로 옮겨질 수 있는 히노키는 가구용이나 건축용 목재로 사용된다. 목재의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따로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원목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호류지가 1300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히노키 때문이기도 하다.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도서출판 집)는 호류지가 목조 건물임에도 오랜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두 저자인 호류지 사찰 수리 가문의 마지막 목수 니시오카 츠네카즈와 목재공학자 고하라 지로는 호류지 건축에 사용된 히로키뿐 아니라 목재 건축으로 사용되는 나무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나무는 생명체이니 나무가 자란 환경을 존중하고 나무를 사용할 때도 나무가 가진 특성에 맞개 적재를 적소에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78년 일본에서 초판 출간, 2019년 개정된 것을 한지만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가 번역해 내놓았다. 한 교수는 이 책은 히노키를 소재로 일본의 목조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목조 문화를 이어온 우리나라에서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니시오카의 이야기에 고하라의 과학적 설명을 붙여 구성됐다. 니시오카는 고대 목조건축의 수리와 복원을 도맡았던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고하라는 히노키가 오래도록 강도가 유지되는 이유를 알기 쉬운 과학적 설명으로 설명함으로써 목재공학자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다른 자재와 달리 목재는 환경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분이나 습기에 취약해서 썩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비를 맞으면 늘어나거나 틀어진다. 햇빛을 받으면 수축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건축물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천년 고찰이 불에 타 소실됐다는 뉴스는 너무나도 익숙해 야외 목조 건축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히노키는 다르다. 치밀하고도 부드러운 히노키는 충해와 빗물에도 강하다. 호류지가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고대 일본인들이 히노키를 구석구석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목수들이 호류지를 여러번 뜯어고쳐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니시오카는 아니라고 확언한다. 본존불을 모신 건물인 본당이나 탑은 기둥이나 보 등의 중요한 부분이 모두 창건 당시의 히노키 그대로라고 한다. 건축 양식은 백제의 것이지만 고대 일본인들은 대륙의 건축기술이 전해지기 이전부터 히노키의 장점, 강도, 가공성을 알고 있었다.

 

고하라의 설명은 설득력을 더한다. 니시오카가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경험적인 통찰력을 그는 과학적 언어로 번역한다. 그는 나무는 물리적 시험의 어떠한 평가 항목에서도 최우수는 될 수 없다면서도 히노키는 성장이 느리지만 나뭇결이 치밀하기 때문에 목재로서의 풍격은 매우 높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