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을 지켜야 하는 이유
최근 판매되는 씨앗의 대부분은 F1(잡종 1세대)종자이거나 터미네이터종자(불임성종자)가 대부분으로 다음 세대는 퇴화되거나 아예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1회용 씨앗 또는 기형이 생긴다. 국내 종자 회사를 인수한 다국적 기업 때문이다. 농부들은 해마다 종자를 구매해야 하고 매년 종자값은 치솟고 있다. 종자주권과 식량주권의 상실에 더하여 GMO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예고된 일이긴 하였으나 나날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때마침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릭 있는 부산도시농업박람회(4.21~4.24)에 부산귀농학교도 부스를 차려 도시농업과 생태농업을 홍보중이 있었고 거기서 지난해 알게된 최성찬씨가 채종하거나 수집해온 씨앗들을 만나게 되어 옮겨 보았다.
식물 종자 유전자원 보존현황 (국립유전자원센터 2011.11기준)
대구분 |
총자원수 |
토종 * | |||
한국산 |
외국산 |
총자원수 | |||
식량작물 |
벼 |
8,373 |
22,769 |
31,142 |
4,988 |
맥류 |
9,130 |
40,266 |
49,396 |
4,652 | |
두류 |
17,985 |
13,608 |
31.593 |
13,978 | |
잡곡 |
6,565 |
6,878 |
13,443 |
6,328 | |
소계 |
42,053 |
83,521 |
125,574 |
29,946 | |
원예작물 |
3,553 |
13,105 |
16,658 |
2,572 | |
특용작물 |
8,656 |
10,406 |
19,089 |
5,612 | |
기타작물 |
1,315 |
2,694 |
4,009 |
442 | |
계 |
55,577 |
109,726 |
165,303(100) |
38,572(23.3) |
*토종: 재래종, 야생종, 야생근연종, 잡초형 포함
( ) : 총 보존자원 대비 백분율
※ 38,572 = 총 수집된 자원수
다적적 기업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의 반다나시바 같은 이들은 ‘인도 토종종자 보존운동, 나브다냐(Navdanya)운동’을 벌여 왔다.
나브다냐는 힌두어로 '9개의 낱알' 이라는 뜻으로 종 다양성을 상징한다
반다나 시바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독점적 통제로부터 종자와 농업을 지키기 위하여 종자 비축운동인 나브다냐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
6개 주 16개 공동체에서 종자 운동을 시작했는데 2013년 10월 현재 인도의 17개 주에서 111개의 공동체 씨앗은행 community seed bank을 운영하면서 전국에서 수집한 벼 종자 3000여 종을 비롯해 밀 150종, 그 밖에 수백여 종에 이르는 곡물과 채소, 과일 등의 종자를 관리․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종자은행은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종자를 나눠주고, 농민들은 수확 후에 종자로 되갚거나 다른 농민들에게 종자를 나눠줌으로써 토종 종자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세계 종자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8.9% 증가하고 있고 2012년 그 규모는 449억 달라에 이른다. 2011년 몬산토 매출 총이익은 53억 달러로 R&D 투자액만 14억 달러로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종자시장 규모의 1.7배에 해당한다. 한국이 세계종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다(박기원, “세계 종자시장 동향과 전망”, 「세계농업」제 61호, 2014: 2쪽, 14쪽 http://library.krei.re.kr/dl_images/002/037/E03-2014-1-04.pdf)
세계 10대 종자 기업은 종자 시장의 75.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 농약과 살충제 시장의 대부분도 통제하고 있다. 2011년 최대 농약 기업은 신젠타이나인데 2015년 몬산토가 인수했다(: http://www.newswire.co.kr/newsRead.php?no=791396
Five Years of Seed Market Share: Company/brand consolidations and genetic performance continue to drive changes in seed market shares. one share point of seed corn in the U.S. market in 2014 (90.9 acres at 31,500 planting rate) represents 357,000 standard units of sales at an estimated retail value of $107 million. one share point of soybean seed in 2014 (84.2 million acres at 140,000 planting rate) represents 842,000 standard units of sales at an estimated retail value of $50 million.
관련하여 홍성 씨앗도서관에 실려 있는 김은진의 논문 토종씨앗의 가치와 제도적 방안을 옮겨 보았다.
토종씨앗의 가치와 제도적 방안 김은진
서론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과 이로 인한 식량위기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해 왔던 일이다. 그리고 이 예상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세계식량농업기구(이하 FAO)는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인 식량수급불안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AO는 보고서에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핵심적인 내용이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업무역의 증대이다.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은 다양한 보고서에서 인구증가, 자본시장의 급속한 경제적 성장, 연료와 화학비료 가격의 상승, 바이오연료의 증가 등을 식량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식량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제3세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 재정적 지원을 제안하였다. 한편 비아캄페시나(Via Campesina, 농민의 길)를 비롯한 세계 농민단체 등은 무역을 통해 해결하려는 이러한 FAO와 세계은행의 대안에 맞서 식량주권을 통한 식량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원칙 가운데 핵심은 각국이 자국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하여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 생산기반인 땅, 물, 종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자에 관한 권리가 최근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으로서의 보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자의 지적재산권화는 종자를 저장하고(saving), 이를 되심는(replanting) 전통적인 농업관행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이한 경제적 부담의 증가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따라서 최근 이삼십 년 간 종자에 대한 권리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국제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논의의 결과물로 다양한 국제협약과 이를 근거로 한 국내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제협약과 각국의 국내법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종자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 지적재산권인 특허를 비롯한 식물신품종등록 등으로 보호하는 방안이며 다른 하나는 전통지식 및 농부권(Farmers’ Rights) 등으로 보호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보호 방안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첨예한 대립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자의 가치
식량의 근간인 농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땅과 물, 그리고 종자가 있어야 한다. 물론 농민들이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다. 농민이 있고나서야 땅과 물, 종자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제외한다면 그 다음이 땅과 물, 종자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들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농사를 하겠다는 농민이 많아봐야 헛일이다. 땅과 물보다 종자가 더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태고적부터 우리가 영위하던 농사와 오늘날, 적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재편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업은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데서 유래한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많은 땅들조차 식민지라는 이름으로 종속적이었으며 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였으며 그 덕에 땅과 물은 비교적 과거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종자는 그렇지 못하였다. 종자가 그렇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과거 식민지를 가졌던 국가들은 자신들의 식민지로부터 엄청난 자원을 수탈하였다. 그리고 그 수탈의 역사 속에는 유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종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로는 이렇게 수탈된 종자들이 녹색혁명시기를 즈음하여 폭발적으로 개량종자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이 종자들이 또다른 변신을 하였다. 그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종자독점의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개량종자와 지적재산권의 이름으로 자행된 종자독점시대에 또하나의 상품이 등장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유전자조작종자이다. 종자가 얼마나 종속적인가는 바로 이 시대적인 흐름 속에 차츰 잃어간 우리의 종자에 대한 권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07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수거해 간 우리나라의 자생농작물 34종 1679점을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았다. 또한 2008년에는 1930-40년대에 일본이 가져간 우리나라 고유농작물 32종 1546점을 반환했다. 2009년에는 독일과 옛 동독이 한반도에서 수집한 것 중 국내 보유분이 없는 270여 종의 작물 씨앗 900점을 돌려받았다. 이렇게 몇 년 새 외국으로 유출된 종자의 반환이 활발해진 것은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원의 지적재산권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내고 이를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으로 보장받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였다. 즉, 2005년 정부는 종자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대책 수립을 추진하여 2006년 9월 ‘종자산업발전 중장기 계획’ 및 ‘세부추진계획’이 확정하였다. 이 계획에서는 2015년까지 종자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고, 국산 신품종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여 농산물 대외 로열티를 대폭 절감하며, 생명공학 육종을 집중 지원하여 세계 5위권의 품종개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기본방향을 설정하였다.
또한 2009년에는 ‘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하여 처음 2015년까지의 계획을 2020년까지 연장하고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양성 및 유전자원 이용의 활성화를 통해 2020년에는 종자수출의 목표를 2억 달러로 상향조정하였다. 이제 종자의 가치는 단순히 농업을 통한 식량생산의 기반을 넘어서 수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취급되기에 이르렀다.
가. 경제적 가치
국제종자연맹(International Seed Federation)에 따르면 2008년 세계종자시장의 규모는 약 700억 달러이다. 2010년 8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종자시장 규모는 약 4억 달러이다. 이는 지난 30년 사이에 시장 규모가 7배 성장한 것으로 앞으로 식량안보 등의 필요에 따라 점차 이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국이 이 종자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유전자원의 활용에 따른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즉, 특허, 식물신품종보호, 유전자원에 대한 이익공유 등 국제협약으로 보장된 권리가 종자시장에서의 독․과점을 보장한다. 이러한 독점은 초국적 농생명공학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현황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세계 3대 초국적 농생명공학기업인 몬산토, 듀퐁, 신젠타의 시장점유율은 약 47%이며 세계 10대 종자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약 67%이다. 이는 지난 2005년의 3대기업 시장점유율 33%, 11대 기업의 시장점유율 약 50%에 비해 불과 3년 사이에 시장점유율도 늘었고 매출액 면에서도 1.5배 이상의 성장을 하였다. 이 세계 3대 기업은 이들 기업이 유전자조작종자(genetically modified seeds, 이하 GM종자)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약 87%에 달한다. 이 시장점유율이 중요한 이유는 이 종자시장이야말로 특허 등으로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종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GM종자의 개발에 따라 생명공학분야는 기존의 유전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존의 유전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 고유의 유전자원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였다. 그리고 이 경쟁은 오늘날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고 불리면서 개발도상국의 유전자원을 수집, 채취해가는 선진국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전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면서 자원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면서 활용하기 위하여 현지외(ex-situ) 보존방식이 확대되었다. 즉, 종자와는 달리 유전자원은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굳이 땅에 심어 교차수분 등으로 인한 유전적 오염의 위험에 빠뜨리는 대신 이를 밀폐된 장소에 보관하고 연구․개발의 목적으로만 활용하게 되었다.
나. 사회․문화적 가치
초국적 농생명공학기업을 중심으로 유전자원에 대한 독점이 강화되면서 전통적으로 다양한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전통지식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었으며 도하개발아젠다(이하 DDA)에서는 지적재산권 관련 의제에 전통지식을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통지식은 잠재적으로 활용가능한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보다는 훨씬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즉, 오랜 기관 실제 해당 공동체 내지는 원주민이 직접적으로 이를 생활 수단으로 하나로 이용해 왔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 또한 누대에 걸쳐 이를 보존하고 관리함으로써 다른 공동체 등에 의해 문화․사회적 지적활동에 의해 파생된 지식으로 승인되었다는 특징을 가진다. 종자에 대한 전통지식으로서의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다양한 종자가 지역적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런 누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종자는 이러한 전통지식이 종자를 직접 재배하는 농민에 의해 전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예컨대 농민은 자가채종을 통해 끊임없이 그 지역에 적합한 종자를 이어왔다.
종자에 대한 전통지식으로서의 가치 이외에도 새롭게 대두되는 것이 농부권이다. 농부권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인 자가채종할 권리는 사실상 오랜 농업관행이다. 그러나 생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특허나 식물품종보호권에 의해 보호받는 종자의 경우 농민의 자가채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면서 농부권과의 대립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종자의 지적재산권 동향
가. 국제협약
1) TRIPs협정
TRIPs협정은 식물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식물변종의 경우에는 회원국이 특허 또는 식물품종보호제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은 이미 많은 식물신품종을 만들어 이를 보호받고자 하였으나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이 선진국의 지적재산권에 의해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식량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1999년 재검토를 하기로 하였고 현재까지 WTO에서의 의제로 논의 중이다. 즉, 각국은 개별적인 법에 따라 자국 내에서는 특허나 식물품종보호제도에 의해 종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할 수 있지만 이를 TRIPs을 통한 국제적인 보호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이후 DDA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주로 이익공유와 출처공개 등의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별다른 진전없이 세 가지 입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종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허 또는 식물품종보호제도에 의해 지적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
2)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협약
TRIPs에서 식물의 경우 특허 외에 식물품종보호제도도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권리로 정하고 있다. 1961년 창설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이하 UPOV)은 식물품종보호를 위한 제도의 국가간 조화를 위해 창설된 조직으로 식물품종이 그 특성 상 특허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인해 특허와는 요건을 달리하여 권리를 보호하고자 UPOV협약을 제정하였다. 이 협약에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육종가의 권리’에 관한 것인데 새로운 품종의 종자를 만들어 낸 육종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육종가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육종가의 권리에는 일정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연구․개발을 위해서거나 농민이 자신의 토지에 재배하기 위하여 종자를 보존하는 경우에는 육종가의 권리가 미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위한 예외는 필수적이지만 농민에게 재가채종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선택적이기 때문에 회원국이 법을 제정하면서 농민의 자가채종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협약은 신품종 종자가 있으면 보호품종으로 등록함으로써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채종을 통해 고착한 종자 역시 등록이 되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등록이 된 품종의 경우에는 그와 유사한 품종까지 보호범위가 확장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다른 농민들의 자가채종을 제한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하여 2012년 올해 본격적으로 모든 식물(종자 및 묘목)에 적용된다. 그래서 정부 예상으로 앞으로 10년간 지불할 로열티만 약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우리 종자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정부는 우리 종자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방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예컨대 토종종자를 발굴하여 보호하기 위한 방안보다는 오히려 육종산업을 육성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여 우리가 내는 로열티보다 더 많은 로열티를 벌어들이자는 것이 주된 전략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골든씨드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전북 김제에 대규모 육종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육종산업을 위한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더욱이 전북 일각에서는 이 육종단지를 김제만이 아니라 새만금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3) 생물다양성협약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이 생물다양성협약(이하 CBD)은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하여 토착민이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통해 유지해 온 지식, 혁신적 기술 및 관행에 관한 권리보장을 통해 전통지식의 보호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즉, 자국 내에 있는 생물자원에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생물주권을 인정하여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CBD는 그 권리보장의 방법으로 지식 등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공평한 공유를 장려함으로써 전통지식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CBD와 TRIPs 간의 관계에 대한 DDA협상에서와 마찬가지로 CBD 당사국 총회 등에서도 이익공유에는 동의하고 그 방식에 관한 논의가 주된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CBD 하에서는 제2차 당사국총회에서부터 시작된 논의가 이번 제10차까지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종자에 관한 권리가 전통지식이나 토착민의 권리 등으로 적극적 보호를 하기 보다는 이를 이용하는 상대방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4) 식량과 농업에 관한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
농부권에 관한 최초의 국제적 합의는 1983년 논의를 시작하여 1989년 채택한 ‘국제식물유전자원규약(International Undertaking on Plant Genetic Resources)’이다. 이 규약은 대부분의 식물유전자원이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고 농민이 종자를 보존, 개량해온 것을 인정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이 규약에서 농부권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원산지와 생물다양성의 중심인 식물유전자원을 보존, 개량하고 만들어온 농민의 공헌에서 나오는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은 1991년 공식적으로 채택되었지만 비구속적인 규약이었다.
농부권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조약은 2001년 제정되어 2004년 시행된 FAO의 ‘식량과 농업에 관한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International Treaty on Plant Genetic Resources for Food and Agriculture, 이하 식물유전자원조약)’이다. 이 조약 역시 식물유전자원 관련 다른 국제협약과 마찬가지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제정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농부권에 대해서도 최초로 구속력을 가지는 조약이 생긴 셈이다.
식물유전자원조약에 의한 농부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세계 모든 지역, 특히 기원 및 작물다양성의 중심지에 있는 지역 및 토착사회와 농민들이 세계 식량농업생산의 토대를 구성하는 식물 유전자원의 보전 및 개발에 막대한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둘째,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농민의 권리를 실현할 책임이 국가정부에 있다는 데 합의한다. 농민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경우 국내법령에 따라 다음과 같이 농민의 권리를 보호 촉진하는 조치를 취한다.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적 지식의 보호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유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식량 및 농업을 위한 식물 유전자원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국가적 차원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셋째, 국제조약의 어떤 조항도 국내 법령에 따라 적절한 경우 농가비축 종자와 증식물질을 비축, 사용, 교환, 판매할 수 있는 농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조약상에 농부권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강제력이 없고 실제 시행은 가입국 정부의 입법에 의존함으로써 실제로는 농부권 자체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 미국의 입법례
미국의 종자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종자무역협회(America Seed Trade Association)이다. 현재 850개의 종자기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협회는 1883년 설립되어 그 역사가 126년이 되었다. 이 협회의 이름에서도 나타나고 그 회원이 기업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협회는 종자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세계로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협회가 설립된 지 130년 가까이 되었다는 것은 130년 전에 이미 미국은 종자를 무역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민간협회의 활동은 1930년 식물특허법, 1940년 연방종자법을 시행하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 되었다. 협회에서 법에 의한 지원을 받으면서 집중한 종자산업은 바로 개량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개량종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과학의 발달로 더욱 발전하였다.
1950년대 개량종자를 만들어 파는 종자기업은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1951년, 이 협회는 ‘First-The Seed’를 자신들의 신조로 삼았다. 말 그래도 “종자가 최우선”이라는 이 신조는 오늘날까지도 이 협회의 신조이다. 그러나 ‘종자가 최우선’이라는 이들의 신조가 종자의 중요성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에게 종자가 최우선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종자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개량종자를 만들고 이를 식물특허법으로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들의 지대한 관심은 1970년 식물품종보호법으로 나타났고 이는 육종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육종자들이란 바로 농민들이 아니라 개량종자를 만들어 팔아온 종자기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이데올로기가 종자에까지 적용되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 1994년 식물품종보호법은 육종자의 지적재산권을 한층 더 보호해 주기 위한 법으로 탈바꿈했다. 1994년의 법 개정 이전의 식물품종보호법은 농민이 자신이 재배한 종자의 경우에는 그것을 이웃에게 파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종자기업은 이를 허용할 수 없었다. 이를 허용하면 농민들은 농민들끼리 서로 종자는 나누거나 사고팔게 되고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육종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 가운데 일부를 이듬해의 종자용으로 비축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법은 많은 논란 끝에 자기 자신만을 위한 비축을 가능하되 판매를 위한 비축은 금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비축의 근거가 바로 자신의 농지의 크기, 거기에 필요한 종자의 양인 셈이다.
그리고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종자무역협회가 2007년 ‘종자를 넘어서(Beyond the Seed)’라는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종자가 최우선’이라는 신조를 넘어서서 존재하는 것은 바로 지적재산권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협회는 농민들에게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그 말은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해 농민들에게 자신들의 종자를 절대 비축해서 써서는 안되고 매년 기업으로부터 사서 심어야 함을 교육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즉, 종자가 최우선인 이유는 종자를 넘어선 그 어딘가에 종자는 돈이라는 새로운 신조가 나타났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신조는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전세계로 널리 퍼졌다.
1) 식물특허법
종자의 경제적 가치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의 종자무역협회(America Seed Trade Association, 이하 ASTA)이다. 이 협회는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종자의 무상거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육종에 의하여 개량종자를 생산해 낸 기업들은 이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얻고자 하였고 이를 특허로써 보호받고자 하였다. 이런 노력은 1930년 식물특허법(Plant Patent Act, 이하 PPA)을 제정하도록 하였다. 이 법은 무성생식(asexually reproduce)을 하는 식물에 한하여 새롭고(new) 다른 것과 구분된다(distinct)는 요건만 충족하면 특허를 인정하는 것으로 생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한 최초의 법이다. 이 법을 통해 종자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받고 독점적 수익을 보장받고자 하였던 이 협회를 비롯한 종자기업들에게는 무성생식만을 인정하는 이 법만으로는 자신들의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를 인식하였다. 이후 종자에 대한 권리 보장의 범위는 나날이 넓어져 갔고 특히 대규모 상업농의 출현으로 종자산업은 신품종 개발과 이를 위한 독점적 권리 보장을 통해 이윤을 확대해 갔다.
2) 식물품종보호법
식물품종보호제도보다는 특허로써 종자를 보호하고자 했던 미국은 UPOV도 1981년에야 가입했지만 식물품종보호법(Plant Variety Protection Act)은 UPOV가 제안한 식물품종보호제도를 받아들여 가입보다 11년 앞서 제정하였다. PPA와는 달리 이 법은 유성생식하는 식물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정성’의 요건을 추가로 갖추어야 한다. 또한 품종등록 후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두 가지 예외가 있다. ‘곡물예외(crop exemption)’이고 ‘연구예외(research exemption)’가 그것이다. 연구예외는 UPOV협약이나 다른 나라의 법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곡물예외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미국은 1994년 이전에는 농업의 오랜 관행을 인정하여 농민은 자신이 수확한 작물을 이듬해 자신의 종자를 위해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종자를 다른 농민에게 종자로 판매할 수 있었다. 종자기업은 이 예외로 인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1994년 법 개정으로 자신이 심기 위해 보존하는 종자는 허용되지만 이 종자는 다른 농민에게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 금지는 전면금지는 아니고 농민이 자신의 종자로 비축하였다가 계획이 변경되어 종자가 남은 경우 남은 종자에 한해서는 판매가 가능하다.
다. EU의 입법례
1) 식물품종보호를 위한 규정
식물품종보호를 위한 규정(Council Regulation (EC) No 2100/94, 이하 품종보호규정)은 기본적으로 UPOV협약의 내용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EU는 회원국의 특성을 감안하여 UPOV협약의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몇 가지 조항이 있다. 첫째, UPOV협약에서는 공공이익을 위해서만 권리가 제한되지만, 품종보호규정은 공중도덕, 공공정책, 공공안보,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 및 건강보호, 환경보호, 산업재산 및 상업재산보호, 경쟁보호, 무역보호, 농업생산 보호를 위해서는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 둘째, UPOV에서의 농민을 위한 선택적 예외 규정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사료작물 9종, 곡물 9종, 감자 1종 및 유지작물 3종에 한해서 자가채종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소농의 경우에는 육종가에 대한 보상을 면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이익(public interest)를 위해서는 해당품종에 대한 강제실시권이 보장된다.
2) 토종종자보존을 위한 지침
2008년 EU는 ‘토종종자보존을 위한 지침(Commission Directive 2008/62/EC, 이하 토종종자지침)’을 제정하였다. 이 지침은 지역공동체에서 스스로 자가채종하면서 이어온 종자를 현지내(in-situ) 보존으로 인정하고 이를 식물유전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지역공동체 내에서 적응된 종자가 해당 지역 및 해당 지역과 유사한 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재배되고 판매되는 것을 보장한다. 또한 해당 품종의 경우 품종보호규정 등에서 정한 기준을 완화하여 품종보호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정하고 있다. 즉, 해당 품종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기준으로서 공식적인 시험결과가 필요하지 않다.
이 지침은 특정지역에서 수 세대에 걸쳐 이어 내려온 종자를 생물다양성과 식물유전자원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현지내 보존을 위해 재배와 유통, 판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규정이다.
2009년 EU는 토종종자지침에 이어 상업적 가치는 없지만 생물다양성과 식물유전자원을 위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는 ‘채소품종에 관한 채소토종보존을 위한 지침(Commission Directive 2009/145/EC)’을 제정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토종종자지침과 동일하다.
라. 아프리카
모로코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국가를 회원으로 하는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은 2000년 ‘지역공동체, 농민, 육종자의 권리 보호 및 생물자원 접근 규제를 위한 아프리카 모델법(이하 모델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유전자원이 많지만 이미 선진국에 의한 불법적 유출로 인하여 자원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 아프리카가 자국의 자원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강하게 농부권 및 전통지식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법이다. 이 법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 대한 입법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아프리카의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관할기관과 지역공동체의 승인없이는 자원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즉,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역시 생물자원에 대한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둘째, 생물체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농부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육종가의 권리보다 농부권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우선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유전자원이 풍부한 나라로서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농부권을 우선하는 모델법을 만든 셈이다.
마. 우리나라의 입법례
1) 종자산업법
종자산업법은 1995년 제정되어 1997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UPOV협약을 기준으로 정한 식물품종보호제도이다. 종자산업법의 시행으로 폐지된 주요농작물종자법은 그 핵심내용이 쌀, 보리, 밀 등 21개 주요 농작물에 대하여 종자의 생산에 대한 권한이 농림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종자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종자생산에 대한 권한은 더 이상 농림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품종을 생산해 낸 육종가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우리나라는 UPOV협약에서 선택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농민의 자가채종에 관하여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해당 품종에 대한 품종보호권을 제한할 수 있고 제한범위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정하도록 하였다. 즉, 품종보호권을 제함함으로써 농민의 자가채종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1995년 법 제정 당시 자가채종권을 인정한 것은 영세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품종보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는 당해 농민이 경작하고 있는 포장에 심을 수 있는 최대 종자량으로 하였다.
그러나 2007년 종자산업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면서 원래의 취지였던 품종보호권 제한을 자가채종권 제한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즉, ‘농림부장관이 별도로 정하여 고시하는 작물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서는 제1항에 의한 농민의 자가채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법에서의 목적인 품종보호권 제한에 반하여 자가채종의 제한을 시도하였다. 즉, 종자산업법 전체에서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조항마저도 품종보호권이 우선하도록 개정을 시도한 셈이다. 농림부의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고 현재의 품종보호권 제한 규정으로 개정되면서 양적 제한은 삭제되고 대신 품종보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작물, 즉, 자가채종할 수 있는 작물을 농림부의 고시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2008년 1월 31일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자가채종이 가능한 작물에 대한 농림부의 고시는 제정되지 않았다. 반면에 품종보호작물의 범위는 해마다 고시로 지정하고 있다. 결국 종자산업법이 품종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자가채종을 보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결국 자가채종을 제한함으로써 더 강한 품종보호를 꾀하고 있다.
더욱이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8월 종자산업법을 종자산업법과 식물신품종보호법이라는 두 개의 법으로 나누려는 의도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12월 국회에 제출하여 현재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검토 중이다. 이 두 개의 법은 본격적으로 종자에 관한 모든 권리를 민간기업에 넘겨줄 것이며 그런 민간기업을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원래 종자산업법은 그 목적 자체가 식물품종보호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법은 그 조문의 90% 이상을 품종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에 할애하였다. 그러다 지난 7월의 개정에서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였다. 물론 이 육성과 지원의 내용은 국가가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실용화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그 외에도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정했다. 기존의 종자산업법은 품종을 육성한 민간에게 권리를 주는 것이지 이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는 없었다가 이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원래 종자는 자가채종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온 농민의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확품종의 개발 등을 이유로 국가관리를 통한 정부보급종이 활성화하면서 주요농작물종자법과 종묘관리법에 따라 농민의 것이었던 종자가 서서히 국가에서 주는 종자로 바뀌었다. 그 다음은 종자산업법에 따라 종자의 권리가 육종가에게로 서서히 넘어가고 자가채종은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종자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슬쩍 집어 넣었다.
그리고 공청회에서 제안된 법에서는 기존의 종자산업법의 목적이었던 품종보호는 완전히 법에서 빠져나가 식물신품종보호법이라는 새로운 법으로 바뀌고 종자산업법은 순전히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체단체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지원책들로 가득찼다는 점이다. 마치 원래 종자산업법은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었던 것처럼. 그리고는 7월 개정법에 있던 국가지원을 구체화하였다. 종자산업진흥센터가 그러하고 종자산업기술연구단지가 그러하다. ‘신품종을 개발한 사람(내지는 기업)을 보호해 주겠다’에서 ‘보호는 당연한 것이고 신품종개발하려는 사람(내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국가에서 해주겠다’로 바뀌었다. 이 시도가 실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2013년 6월부터는 종자산업법은 명실공히 종자산업을 위한 법으로 전면개정되고 식물신품종보호제도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식물신품종보호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다.
2) 농업유전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종자산업법이 식물신품종보호협약의 국내 시행을 위하여 만들어진 법이라면 ‘농업유전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농업유전자원법)’은 FAO의 식물유전자원조약의 국내 시행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국제조약과 다른 점은 식물유전자원조약의 핵심적 내용인 농부권이 빠졌다는 점이다.
농부권이 빠졌다 하더라도 일정 정도 보장할 가능성이 있는 제도가 바로 현지내 보존에 관한 것이다. 농업유전자원법은 제2조 정의규정에서 현지내 보존과 현지외 보존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의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은 현지내 보존을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농림부장관이 재래종 유전자원을 농가에서 재배하여 보존·관리할 수 있도록 농가 지원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농업유전자원을 총괄관리하는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특허나 식물신품종보호를 받지 않은 유전자원만을 시설과 장비가 갖춰진 곳에 한하여 분양하고 그 목적 역시 시험/연구를 위한 목적 외에는 제한이 가능하다.
식물유전자원조약과 유사한 내용을 정하고 있으면서도 농부권은 빠진 이유는 당시의 입법사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법은 유전자원의 주권화 및 독점화가 강화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생명산업의 육성소재로서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가자산으로서의 농업유전자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농업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농업생명공학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농업·농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법이다. 즉 농업생명공학의 경쟁력 강화를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종자, 예컨대 유전자조작종자와 같은 그런 종자를 만들기 위한 시험/연구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하지만 농민이 그것을 심기 위해서 분양받거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 현지내 보존을 위해 농민들이 재배하는 것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종자주권을 위한 농부권 보호
가. 종자주권과 농부권의 한계
종자주권(seed sovereignty)은 식량주권과 필연적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농업을 위한 땅, 물, 종자에 대한 권리의 보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종자주권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하기 보다는 종자주권을 위하여 보장되어야 할 것과 보장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열거되고 있다. 특히 식량주권을 최초로 논의했던 비아 캄페시나는 이를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물유전물질의 특허를 금지한다. 둘째, 생물해적질을 금지한다. 셋째, 육종 종자에 대한 독점적인 소유권 보장을 금지한다. 넷째, GM종자의 개발을 금지한다. 다섯째, 농민의 종자에 대한 주권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를 마련한다. 여섯째, 농민이 자유롭게 종자를 교환, 저장, 개량,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적체계를 마련한다. 일곱째, 지속가능한 식량체계의 구축을 위한 식물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하여 과학자들과 농민 간의 협력을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특허가 없거나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 종자의 유통을 보장한다.”
종자주권은 종자에 대한 개인의 재산권으로서의 보장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물다양성과 지역공동체의 전통지식에 대한 보호 및 농촌공동체의 오랜 농업관행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토착민을 비롯한 인류의 공동의 유산으로서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종자주권에서의 ‘주권’은 국가의 틀 속에서의 ‘주권’이 아니라 국가의 틀과는 무관하게 종자를 재배하는 농민 그 자체에게 종자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주권’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농민은 특정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농민이 아니라 농업의 생산자라는 의미에서의 농민으로 인식하고 종자에 대한 주권은 바로 이 후자의 농민을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CBD를 비롯한 대부분의 조약들은 ‘주권’의 개념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틀 내에서 해결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농민’의 권리, 즉 농부권을 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식물유전자원조약이다.
식물유전자원조약은 식물유전자원의 접근에 관한 결정권한이 국가정부에 있다고 정함으로써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주권’을 ‘국가의 주권’으로 인정한다. 더 나아가 이 ‘주권’은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고 보완적이며 상호 강화하는 토대 위에서 이들 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효율적, 효과적 및 투명한 다자시스템을 설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이 조약에서의 핵심은 기술개발을 이끌고 잇는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권의 보장과 식물유전자원 보유국으로서 이 자원을 기술개발을 위하여 선진국에 제공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이익공유의 방식을 위한 다자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를 위하여 체약 당사자로서의 국가는 국내법의 정비를 통하여 이 조약에서의 합의를 이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종자에 대한 생산자의 권리보장은 농업의 관점에서는 종자주권으로, 주체의 관점에서는 농부권으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그 본질적 내용이 유사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의 내지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양한 국제조약 속에서 종자주권 내지는 농부권은 생산자가 아닌 국가의 권리보장이라는 방향으로 그 본질이 전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유전자원에 관한 일련의 조약들이 좀 더 형평성을 갖춘 전지구적 틀을 갖추었다는 점, 핵심사안에 대하여 원칙만이 합의되었을 뿐 그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자에 관하여 진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 농부권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
종자에 대한 농부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의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방안은 두 가지 방향에서 모색이 가능하다.
1) 현행법 하에서의 개선방안
우선 현재 입법된 국내법 및 국제조약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의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내 보존 방안과 이익공유 방식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가 과제가 된다. 국제조약과 그에 따른 국내법은 WTO 하에서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생태에 관한 의제와 무역자유화라는 경제문제가 충돌한다. 이 충돌은 지적재산권이라는 범주 속에서 더욱 첨예하게 대립한다. 2001년 11월 도하각료선언에서 TRIPs 이사회가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 CBD를 의제에 포함시키도록 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대립의 결과이다. DDA뿐만 아니라 CBD 당사국총회에서도 여전히 논의의 중심은 유전자원의 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익공유에 관한 규정들이다. 이는 식물유전자원조약도 마찬가지인데 식물의 보존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익공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CBD와 식물유전자원조약은 DDA와는 달리 경제협정이 아닌 환경협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식물의 보존 및 생물의 지속가능한 이용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면서 적응해 나갈 때 가능하다. 그것은 법이나 조약에서 정하고 있는 현지내 보존을 통해서 가능하다. 즉, 재배되는 식물종의 경우 현지내 보존이란 그 고유한 특성이 개발된 지역환경에서의 유지 및 회복을 말한다. 전통지식과 농부권에 근거한 종자에 대한 권리는 바로 이 현지내 보존방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즉, 종자의 실질적인 가치는 재배됨으로써 확인된다.
또한 현지내 보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자가채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도 중요하다. 즉, 세대를 이어가는 자가채종이야말로 현지내 보존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자가채종을 통한 현지내 보존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컨대 농민들이 자가채종하는 종자들에 대한 법적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종자산업법 상의 자가채종이 가능한 작물에 대한 고시를 제정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해당지역에 적합하게 적응한 종자의 보존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자가생산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및 이와 유사한 환경의 인근지역에서의 농민의 자가생산을 위한 유통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농업유전자원법 상의 현지내 보존에 관한 구체적 보장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수집된 농업유전자원은 해당지역 내 분양을 활성화함으로써 현지내 보존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셋째, 농업유전자원에 대한 관리기관에 대한 시설 기준을 완화하여 농민들이 관리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즉, 농민공동체 또는 마을 단위의 집단 등에게 관리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2) 새로운 시도로서의 오픈소스종자
2000년대 초반, 1990년 말에 시작된 오픈소스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운동을 식물유전자원에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이 시도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과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특허나 육종가의 권리간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을 이끌었던 리눅스를 식물유전자원에 적용하여 바이오리눅스(BioLinux)라 칭하였다. 이 두 가지 권리간의 유사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저작권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사용자는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변형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듯 특허와 육종가의 권리로 인하여 농민도 자신이 수확한 종자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 공중 라이선스(General Public License, 이하 GPL)’를 통하여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이를 개발, 사용할 수 있듯이 농부권을 통하여 식물유전자원으로서의 종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아 한다.
둘째, 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과 농부권은 지적재산권의 보호 아래 점차 상품화하는 사회의 한 부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open access)’을 보장하기 위한 전지구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농부권도 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과 마찬가지로 식물유전자원에 관한 정보와 생명공학적 수단들을 나누는 ‘공유자원에 기반한 동료생산네트워크(commons-based peer-production network, 이하 네트워크)’를 형성할 잠재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농민은 사용자이면서 동시에 개발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을 적용하여 농민과 식물육종가 간에 GPL과 유사한 라이선스가 가능하다. 즉, 식물육종가는 GPL을 활용하여 농민이나 다른 육종가가 실험, 개선, 공유 또는 교환하는 것을 자신도 제한하지 않고 대신 그들도 제한하지 못하도록 조건부 계약을 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농민, 토착민, 지역공동체, 육종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종사자들 간에도 정보와 기술의 공유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지역환경에 적응한 종자들에 관한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
오픈소스종자모델은 지적재산권으로서의 권리보호가 아니라 조건부 계약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을 통한 이윤확보 등의 경제적 유인효과는 지적재산권보다 적지만 현재의 종자에 대한 다양한 권리 주장에 대해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3) 토종종자조례의 필요성
종자에 관한 모든 권리가 법에 의해 육종가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자가채종 농민의 권리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종자산업법 상의 육종가의 권리보호를 적용받는 방법 외에는 불가능하다. 물론 지금 현재는 이런 자가채종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나서서 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식물품종보호제도가 점차 활성화되면 육종가를 중심으로 권리보호를 위해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자가채종을 통해 얻어진 종자에 대해서도 육종가는 식물품종보호제도를 활용해 지산의 권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법 자체에서 보호받기는 힘들더라도 이를 법에 의해 육종가들이 권리를 선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제한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토종종자조례를 통해 지방정부에서 직접 이 종자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서 관리라는 것은 종자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종자의 특성을 기록화함으로써 이와 유사한 특성을 이유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종종자조례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지내 보존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다.
둘째, 자가채종하는 종자의 관리를 위한 기관을 지정한다.
셋째, 농민들이 최소한의 기간, 예컨대 5년 또는 10년 등의 기간 동안 자가채종을 했다는 기록 또는 증거에 따라 별도의 심사나 실험 없이 관리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등록된 종자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다른 농민에게 보급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등록된 종자에 대해 재배를 희망하는 농민에 대한 지원제도를 확립한다.(경남조례와 유사한 직접지불금제도)
마지막으로 등록된 종자에 대해서는 다른 독점적 권리가 이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등록종자에 대한 기록을 공고 등의 방식으로 홍보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한다. 지금 현재 토종종자관련 조례는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에서 시행 중이다.
4) 토종종자모임 씨드림
2008년 5월 전여농 사무실에서 토종연구회 안완식, 전국귀농운동본부 정용수, 안철환,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한영미,김황정산,흙살림 윤성희, 환경단체연합회 김수경, 연두농장 변현단, 김석기, 김은진 교수가 참가한 첫 공식회의를 통해 토종종자 확대보급을 위한 전국토종종자모임 [씨드림] 명칭 확정. 안완식 박사님을 대표로 추대.
2008년 8월 제주도 토종조사
2008년 12월 6일 대전 대철회관에서 최초 오프라인 모임. 씨나눔 행사, 50여명 참가.
2008년 12월 울릉도 강화도 토종조사
2009년 3월 11일 2차 정기모임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 60여명 참가
2009년 6월 12일 익산 송천 불루베리 축제 씨드림 모감임 및 안완식 박사님의 한국토종자원작물도감 출판기념회
2010년 3월 5일 4차 정기모임 공주대학 140여명 참가
2010년 7월-12월 괴산토종조사
2010년 12월 10일 연말 운영모임을 통해 운영모임 구성원 재조정(안완식,정용수,안철환,김은진,변현단,윤성희, 박영재, 한영미, 김석기, 전여농사무총장 총 10명)
2011년 3월 9일 5차 수원시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 150명 참가
2011년 10월-12월 전남곡성 토종조사
2012년 3월 11일 6차 수원시 농업기술센터 250여명 참가
2012년 3월 ~10월 토종학교 1기
2012년 7월 -11월 여주,평창 토종조사
2013년 3월 9일 7차 정기모임 및 [토종씨드림] 비영리단체 설립총회 전북 전주 도청 공연장
2013년 3월 -11월 토종학교 2기
2013년 9월 12월 완주 토종조사
2014년 3월 15일 토종종자모임 씨드림 정기총회 수원농업기술센터
2014년 4월-8월 강원도 횡성 토종조사
결론에 대신하여
유전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유전자원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전통지식 및 농부권 보호를 중요시 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미 국가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FAO의 국제조약에 따라서 만이 아니라 생물다양성협약을 준수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연합이 모델법을 만들면서 제안했듯이 이는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다. 더욱이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농민들에게 자신들의 재생산을 위한 자가채종은 우선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많은 농민들이 종자주권을 위하여 토종종자를 되살리고 있고 자가채종을 통하여 이 종자들을 계속 재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토종 유전자원들에 대해서 그 어떤 보호조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으로 정해진 기본적인 재래종 유전자원의 재배를 위한 정책은 물론이고 자가채종에 대한 제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농업 자체를 규모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을 또다시 재편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전통적인 농업을 이어오는 중소농을 비롯한 대부분의 농가들의 생존조차도 위협하고 있다.
종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것은 단지 종자값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품종보호를 등록한 종자회사 등에 대하여 종자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까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종자를 지키는 것이 초국적기업에 의해 장악된 종자시장에 농업이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고 농업이 종속되는 것을 막는 것은 식량주권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종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첫째, 종자의 현지 내 보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종자의 현지 내 보존이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종자라는 것이 계속 땅에 심어져야만 환경에 적응하는 종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에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지 내 보존을 위한 그 어떤 정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루 빨리 현지 내 보존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농민들의 자가채종을 인정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는 자가 생산을 위한 자가채종조차도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품종보호권자 보호를 위하여 자가채종의 제한이 강화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자가채종을 통해서만이 종자의 유지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농부권의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농민들이 자가채종하여 생물다양성을 유지해온 우리 고유의 종자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여야 한다. 유전자원으로서의 분석이나 안정성 등의 과학기술로 증명되어야만 하는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농지에서 직접 재배되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더욱이 품종보호권에 의하여 보호품종과 유사한 품종까지도 품종보호권을 인정함으로써 농가에서 이루어지는 종의 다양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생물체에 대한 다양한 독점을 인정하는 여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품종보호권이나 특허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미 외국으로 넘어간 우리 종자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우리 종자에 대한 권리이다. 그리고 그 권리는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앞으로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이미 엄청나게 다양한 우리의 유전자원을 앗아간 국가 및 초국적기업들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권리를 위하여 농부권과 농촌공동체의 전통지식을 보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출처] 홍성 씨앗도서관
Bad Company -Love Me Somebody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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