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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9호 태풍 마이삭의 전조를 보러 오륙도에 서다

by 이성근 2020. 8. 31.

강력한 이란 수식어가 붙은 9호 태풍 '마이삭'이 온다기에 그 전조의 바다가 보고 싶어 일찍 업무를 끝내고 오륙도공원으로 갔다. 9월이 시작하는 날 오키나와를 지날 것이고 부산을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가 지배적이다. 아직 격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매미에 버금가는 위력이라고 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바람이기에 그 피해도 무시 못할 것이다.

 

사실 나는 태풍 보기를 좋아 한다. 그 강력한 바람의 세기며 솟구쳐 오르는 파도의 장관을 나는 즐겨했다. 그것은 내 안에 들어 있는 어떤 억눌린 것의 폭발을 태풍에 기대어 표출하고자 함이고, 그래서인지 내 시에는 바람을 주제로 한 시가 제법 있다.

 

아무튼 좀 갑갑했던 지난 두달, 그리고 팔월의 마지막날 구월을 맞이하기 위해 또 이런 저런 마음의 의식을 치루기 위해 바람 앞에 서고 싶었다.

개발이 보류된 나대지에 생태교란 식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처음엔 양미역취였고  그다음엔 서양금혼초와 미국쑥부쟁이 그리고 도깨비가지가 길가에 퍼지고 있었다.  저것들이 오륙도에 들면 어찌되나 하는 우려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식물상 조사를 관계기관과 더불어 해 볼참이다.

새팥과 개미취

감당할 수 없이 거대한 바람이 불어 저런거 무너뜨렸으면 한다

아직은 멀리 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 엄청난 힘에 또 누군가는 얼굴에 그늘이 질 것임에도 태풍 보기는 내 지랄 같은 취미라 한편으론 조심스럽다. 때로 이런 센 바람 앞에 한번 붙자며 소리치고 맞짱 뜨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코로나19든 뭐든 ... 솟구쳐 오르는 집채 만한 파도며 싸그리 밀어붙일 듯 불어대는 바람섶에 서고 싶은 것이다.

굴섬 큰 바위 얼굴이 바라보는 수평선을 나도 보았다. 히끗히끗 흰 갈기 날리며 달려오는 파도들 

승두말 비탈에 패랭이들이 피었다

젊은 친구들이 내가 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양경찰 소속의 선박이 급히 지나간다.  어디 사고가 났는가

내가 갈맷길 만들면서 이름붙인 티라노 공룡 바위 ...

카메라 줌을 당겨 본 난바다의 모습 ..파고는 더 높아지리라  내일이면 부산 앞 바다의 배들은 피항할 것이다.

아직은 맑은 하늘

이 바다에 같이 섰던 사람을 생각했다. 

이런 저런 詩想이 무더기로 나온다.  絕唱을 꿈꾼다.  보태는 희망, 더이상 여기에 콘크리트를 붓지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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