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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고인이 된 박시장을 만나다

by 이성근 2020. 8. 2.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을 만나고 왔다.

한줌 흙으로 돌아간 박시장

봉분도 없이 화장 후 수습된 뼛가루를 뿌리듯 부모님 산소 아래 그의 흔적이 있었다.

진작에 오고자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막상 마주하니 눈물 밖에 보탤 것이 없었다. 그의 존재가 서럽고 불상해 울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죽음 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 나도 말을 잃었다.

말을 잃은 것이 아니라 유보하고 있다.

평생을 헌신해왔던 이 땅과 사람들, 그가 기어이 가고 싶어 했던 나라, 나도 그 나라를 만드는데 쪼매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건만, 그의 부재가 또 다른 부재와 더해져 한동안 멍했다. 이정표의 상실이었다 .

 

한편 마음 아픈 일은 그의 유년이 담긴 생가였다. 마치 옛날 쓸어지기 직전의 내 고향집 같았다.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육신마저 나누었던 사람이 정작 고향집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십시일반 나누면 그를 기억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이 제대로 평가 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묘택은 경남 창령군 장마면 장가1리 생가 뒷편 10분 정도 걸어 야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