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태복원_6회
올림픽 대신 선택한 환경올림픽, 시민의 힘 ‘호주 분달습지’
올림픽 대신 선택한 환경올림픽, 시민의 힘
Boondall Wetlands in Boreton Bay & Sydney Olympic Park, Centennial Park
호주 분달습지(Boondall Wetland) 전경
이번 글에서는 숲과 습지 등 생태자원을 지속가능하고 현명하게 이용한 교훈으로서 호주의 시드니올림픽공원과 분달습지, 100주년기념공원의 사례를 소개 한다.
우리나라와 시베리아 등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지내던 도요새들은 지구를 반바퀴 돌아 지구의 남쪽 끝 미지의 땅을 향한다. 광활한 원시의 땅 호주엔 새들에게 잠자리와 휴식처와 먹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숲과 습지가 지천에 분포돼 있다.
수 만년동안 땅을 지켜온 원주민 어보리진들은 생태계의 질서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이렇게 토착민에 의해 지속가능한 삶이 유지되어 오던 호주에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약 50%에 이르는 호주 내 습지가 사라졌고 남아있던 습지도 생태적 건강성과 균형이 훼손되었다. 그 원인으로는 유럽인과 함께 들어온 외래종의 유입과 야생화된 가축들, 빈번한 화재, 육화 및 육상식물의 침입 번성, 지나친 낚시행위와 같은 무분별한 레크레이션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이 곳은 습지와 숲 등 생태자원의 가치를 새로 주목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개발에서 보전으로 대립에서 상생으로 갈등에서 조화로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어 가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습지를 올림픽 경기장으로 유치하려던 계획을 시민의 힘으로 저지하고 오히려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를 유치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원래 습지였던 곳을 사람들의 편리한 목적을 위해 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인위적으로 쓰레기매립장 등으로 전용하던 곳을 다시 습지로 복원하여 남아있던 원래의 습지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사례 및 도심에 공원을 조성하여 원시습지를 보전 복원한 사례를 살펴본다.
시민의 힘으로 지킨 습지, 분달 습지 Boondall Wetland
호주 동부 퀸즈랜드주 브리즈번시 교외의 Moreton Bay에 위치한 Boondall wetland는 해안을 따라 맹그로브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염습지(salt marsh)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도요 물떼새 월동지로서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철새이동경로(EAAF; East Asia Australasia Flyway) 상에 위치하여 우리나라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온 300여종의 철새와 텃새들의 집단 서식지이다.
(좌)분달습지보호구 Boondall Wetland Reserve 위성영상
(우)분달습지 탐방로 (자료: boondallwetland.html)
80년대 중반 호주 정부는 모어튼만에 있는 700ha 규모의 분달습지를 매립해 올림픽 경기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992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습지를 사랑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반대 여론에 밀려 결국 유치를 포기하였고, 그 대신 1996년에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제6차 람사르 총회를 이곳에서 개최하기 이른다.
이렇게 습지의 절대적 훼손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습지를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생태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후 이곳은 생태관광의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고,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생태학습, 체험, 관리 등의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이다.
분달습지의 다양한 모습
분달습지를 안내한 관계자들
유럽인이 정착하기 이전 분달습지 지역의 원주민들은 습지를 주거공간이나 종교의식의 장으로 이용해왔으며 음식과 약품 등 필수품을 조달하였다. 새로 정착한 유럽인들은 광활한 습지와 숲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여, 1863년 카톨릭 교회에서는 'Nudgee lands' 3천에이커를 매입하여 목재를 벌채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목축 등을 하였으며, 브리즈번 시 위원회에서는 1960년대에 습지를 매입하여 70-80년대 습지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습지를 다른 토지이용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다 보니 분달습지는 인구증가, 토지와 자원 수요 증가, 오염 및 불법 쓰레기 투기 등 인위적 활동에 의해 심하게 위협받아 왔다. 습지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고 일반 대중 인식이 변화된 90년대 분달습지보호구(the Boondall Wetlands Reserve)를 설정하였고 1996년에는 람사르총회가 개최되면서 환경센터가 문을 열었다.
분달습지의 생태와 문화
분달습지의 다양한 생태환경
분달습지는 1천ha이상의 갯벌과 맹그로브 습지, 염습지, melaleuca 습지, 담수습지, 초원, 산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야생동물의 종다양도가 매우 높아 flying fox, possum, squirrel glider, frog, reptiles 및 나비류 등이 발견되며, 다양한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분달습지는 도보 탐방과 더불어 자전거 탐방이 가능하도록 경관을 고려한 자전거도로와 자전거 주차장, 피크닉장 등이 조성되어 있고 수로를 따라 카약 등 물길을 이용한 답사도 가능하여 탐방객은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분달습지보호구의 탐방코스
람사르습지 모어튼만 Moreton Bay
분달습지를 포함한 모어튼만(Moreton Bay)은 1993년 10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으며, 제6차 당사국총회 개최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Moreton Island 국립공원, St. Helena Island 국립공원 등의 국립공원, 환경공원, 야생동물보호구역, 어류서식처 보호구역, Moreton Bay 해양공원 등 해양공원, 물새네트워크 등으로 중복 지정되었다.
분달습지 환경센터
분달습지의 다양한 생태계 현황(좌), 모어톤만과 체사피크만의 생태특성(우, 자료: Wong 2004)
분달습지 및 모어톤만의 물질순환 (자료: Queensland government)
모어튼만은 약 6천년 전에 해수면이 상승하여 브리즈번강 범람원을 덮어서 생성되었다. 원주민인 어버리진족이 주로 살았던 곳으로서 1770년 5월 15일 Captain Cook에 의해 발견되어 후원자인 Morton경을 기리는 의미로 이름 붙여졌다. 모어톤만은 원주민 인 어보리진들이 ‘모래언덕의 장소’라는 의미로 ‘Moorgumpin’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규모 사주가 발달되어 태평양의 심한 파도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1.5-2m내외로서 매우 작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해상을 유지하고 수심이 최대 6m내외로서 비교적 얕은 수심을 유지하여 람사르 기준에 의하면 만 전체가 습지에 해당된다. 이곳에서는 남태평양에서 인어로 불리는 듀공 Dugong의 남방한계이면서 호주에서는 드물게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1996년 3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제6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아시아-태평양 철새 보전전략』의 하나로서 도요새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동아시아-대양주간을 이동하는 도요새 기착지역의 지정 및 관리계획, 모니터링, 정보교환, 지역사회의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호주, 일본, 중국(홍콩), 러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아, 뉴질랜드의 10개국이 참여하여 총 21개 지역을 지정하였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5월 동진강하구를 대상지로 가입의향서를 제출하여, 1998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1차 워킹그룹 회의에서 공식 가입되었다.
분달습지에서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철새이동경로를 설명하는 필자
세계 8대 철새이동경로(a) 및 오세아니아 철새이동경로(b). 자료 : IUCN 2012
동아시아태평양 도요새 네트워크가 구성되면서 우리나라의 동진강 하구를 비롯하여, 지난 호에 소개했던 홍콩 마이포 습지(Mai Po), 일본의 야츠갯벌(Yatsu tidal Flats), 중국 황하강 삼각주(Yellow River Delta), 파푸아뉴기니의 Tonda 야생동물 관리지역(Tonda Wildlife Management Area) 등을 지정하였으며, 호주에서는 모어톤만(Moreton Bay)을 비롯하여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 톰슨호(Thompsons Lake), 패리석호(Parry's Lagoon) 등 총 9개소를 지정하였다.
친환경 올림픽의 상징, 200주년 기념공원과 시드니올림픽공원
Bicentennial Park in Sydney Olympic Park
Homebush만 지역에 조성된 시드니올림픽 공원 지역. 갯벌과 인공습지 및 올림픽 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분달습지가 올림픽 유치 대신 환경올림픽인 람사르총회를 선택함으로써 습지를 지켜낸 사례라고 한다면, 시드니올림픽공원은 원래 습지였던 곳이 쓰레기 매립 등으로 훼손된 곳을 다시 습지로 복원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호주에서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녹색 올림픽’, ‘친환경 올림픽’으로 선언하였다.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호주 연방정부와 뉴 사우스 웨일스주(New South Wales)에서는 ‘녹색 올림픽’을 위해 기능이 상실된 습지를 복원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에 따라 원래 습지였으나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되던 곳을 다시 습지로 복원하고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 공원이 위치한 Homebush Bay 지역은 1788년 영국에서 건너 온 첫 이주민들이 이 일대에 거주하면서 19세기 후반 경에는 늪과 강이었던 대부분의 지역이 1975년까지 쓰레기장으로 사용되었다. 쓰레기를 1996년 초부터 모두 제거하고 100ha에 달하는 습지 서식지를 복원하여 공원을 조성하였는데 이 공원이 1988년 문을 연 200주년 기념공원(Bicentennial Park)이다.
시드니올림픽 공원은 Homebush Bay 연안에 Bicentennial Park를 중심으로 Blaxland Riverside Park, Cathy Freeman Park, Wentworth Common, Newington Armory Park 등으로 구성되었다.
시드니 올림픽공원 내 습지서식처. 우측 상단이 Homebush Bay, 그 아래가 Bicentennial Park (자료: 시드니올림픽위원회)
물을 재활용 하여 사용하고 있는 올림픽 공원 내 물놀이 시설
Homebush Bay 지역은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서 많은 토착 야생동물과 철새들에게 생태적으로 민감한 서식공간을 제공하며 지역의 대표 식생인 유칼립투스 군락이 남아있는 생태공간이나, 도시화가 진행되고 해군 무기고, 도살장 등의 시설로 이용되었으며 특히 지난 50년동안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되어 숲과 습지가 파괴되고 생태계 기능이 급속히 훼손되었다.
1992년 개최된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이 최악의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를 초래하였다는 비판에 따라 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대회에서는 환경문제를 국제경기에 접목하여 ‘환경올림픽 원년’을 선언하였고 천연동굴을 이용한 빙상경기장 건설, 전차를 이용한 경기장 연결 등 환경오염을 사전예방하기 위한 환경정책 추진 등의 전략들이 적용하였다.
bicentennial park의 맹그로브 숲
시드니올림픽을 그린올림픽으로 선언하면서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의 교류를 통해 복원 및 친환경 전략을 도출하였고 초기에는 환경친화적 선수촌 건설 정도로 적용되었으나 점차 개념이 확대되어 올림픽 경기 자체를 환경올림픽으로 하겠다는 종합적 계획이 수립되었다.
특히 습지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Bicentennial Park는 갯벌로 이어지는 맹그로브습지와 인공습지의 조화를 통해 생태계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테니스코트 예정지에서 토종 개구리가 발견되면서 개구리 서식처 및 이동통로 복원을 중심으로 습지가 조성되었고 습지에 사용되는 모든 물의 재활용, 친환경건축, 물새 등 야생동물 서식처 조성, 멸종 위기 개구리 보호 관리, 태양광 에너지 사용, 자연채광 등의 목표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여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시켰다. 원시 상태로 온전하게 복원(restoration)할 수는 없었지만 상당 부분이 복원(rehabilitation)되었다.
도심의 습지복원 100주년 기념 공원
Lachlan Swamp in Centennial Park
시드니 중심에 조성한 100주년 기념공원(Centennial Park)에 위치한 Lachlan Swamp는 도시민의 식수원으로 이용되어 유량이 줄고 산업화 등으로 오염된 습지를 원습지의 구조와 습지식생인 paperbark (Acer macrophyllum) 숲을 일부나마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대표 사례이다. 습지의 동식물상과 자연형성과정에 의한 습지 환경의 발달 과정 등을 도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태학습의 장이다.
100주년 기념 공원이 Lachlan Swamp에 조성되었음을 안내하는 해설판
습지를 묘사한 원주민의 작품과 원주민의 삶을 표현
원시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Lachlan Swamp(좌),
습지의 원 식생 및 생태계 복원을 위해 출입금지 구역 설정(우)
시드니 100주년 기념 공원 지역은 원래는 Lachlan Swamp로 불리던 습지대로서 호주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1888년 조성된 도심의 상징공원이다.
초기 호주 이민자들을 위한 식수원인 Tank Stream의 수원이 부족해지고 오염되면서 Lachlan Swamp가 시드니 지역의 주 식수원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정부에서 파견한 John Busby에 의하면 Lachlan Swamp는 맑고 깨끗한 물이 넘치는 저습지였으며 맛과 냄새가 없고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물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습지 주변의 방목 등으로 인해 습지의 물이 오염되어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시민들은 습지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해줄 것을 건의하였는데, 이 지역이 지리적으로 시드니 시내 중심이면서 도시의 허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영국의 Regent's Park, Kew Garden 등을 거쳐 시드니 왕립식물원을 담당하던 Charles Moore와 영국 및 프랑스 등에서 활약했던 Botanic Garden의 수석 조경가 James Jones, 토목기술자인 Frederick Franklin 등을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었다. 다양한 녹지와 수경시설, 못, 습지 등이 조성되었는데, 기존에 분포하던 소규모의 7개의 댐저수지는 친수경관 및 야생동물 서식처 제공을 위한 습지로 재탄생하였고, 전체적으로 빅토리아풍의 디자인으로 통합됨과 아울러 다양한 수생생태계를 조성하여 서식환경을 제공하였다.
맺는말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현명한 이용은 인류와 생태계의 공존 공생을 전제로 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사례는 생태계를 훼손하는 올림픽 대신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를 유치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서식처인 습지를 지켜낸 사례와 원래 생태적으로 건전한 숲과 습지였으나 쓰레기장 등 사람의 삶에 의해 훼손되었던 곳을 다시 습지와 공원으로 복원하고 친환경 올림픽을 선언했던 사례, 도심의 상수원으로 사용되었던 원시습지와 숲을 다시 공원으로 조성하고 습지를 복원한 사례들을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생태자원과 인류의 복지가 공종하고 상생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람 ?하차투리안 '가면 무도회'
지휘 : 이반 마리노브 (Ivan Marinov)
연주 : 소피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Sofia Symphony Orchestra)
1. Masquerade Suite 'Waltz (왈츠)'
2. Masquerade Suite 'Romance (로맨스)'
3. Masquerade Suite 'Nocturne (녹턴)'
4. Masquerade Suite 'Gallop (갈롭)'
5. Masquerade Suite 'Mazurka (마주르카)'
출처ㅣ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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