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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외래종 뱀장어 3종 출현…소양호엔 유럽산, 청평호엔 미국산

by 이성근 2017. 12. 9.


외래종 뱀장어 3종 출현소양호엔 유럽산, 청평호엔 미국산 926 한겨레

수입해 기르던 외국 뱀장어 자원조성 위해 방류하며 섞인 듯

생태계 교란, 유전자 오염 우려일본서도 유럽산 뱀장어 문제

 

정치망에 포획된 뱀장어. 극히 일부이지만 우리나라 자연에는 외국산 뱀장어가 살아가고 있다. 홍양기 박사 제공.

 

소양호에서 정치망을 쳐 뱀장어 122마리를 잡은 중앙 내수면연구소 연구원들은 유전자 분석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길이 79, 무게 1남짓한 뱀장어 한 마리가 유럽산 뱀장어로 나타난 것이다. 청평호에서는 유럽산과 함께 북미산 뱀장어도 잡혔다. 금강하굿둑 바로 아래에선 인도네시아 등 열대 아시아에 서식하는 열대 뱀장어가 나왔다.

 

외래종 뱀장어 3종이 우리나라 하천과 호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 내수면연구소는 201415년 동안 전국의 뱀장어 주요 분포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획한 뱀장어 429마리 가운데 4마리가 외래종으로 확인됐다고 한국통합생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국내에서 외래종 뱀장어의 서식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내수면연구소 연구진이 금강하굿둑 하류에서 뱀장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양기 박사 제공.

 

유럽과 북미의 뱀장어는 북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사르가소 해에서 번식한다. 아시아 뱀장어는 태평양 마리아나제도 근처에서 산란한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뱀장어 해류를 타고 표류하다 자라난 고향의 하천으로 수천의 긴 여행을 떠난다. 유럽과 북미 뱀장어가 자연적으로 우리나라 하천에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른 외래 어종처럼 사람이 옮겨왔을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이들 외래종 뱀장어가 실뱀장어 상태로 수입해 양식하던 것을 자원조성을 위해 지자체가 방류할 때 섞여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소양호와 청평호 유역에는 뱀장어 양식장이 없어 외래종 뱀장어가 탈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뱀장어는 한국·일본·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하천에 살다 성숙하면 서태평양의 마리아나 해저산맥으로 이동해 번식한다(관련 기사: 민물장어의 심해여행, 사랑과 죽음을 위해). 양식이 불가능해(최근에 실험실에서 성공했지만) 치어(실뱀장어)를 잡아 기르는 방식으로 생산해 왔다.

 

뱀장어 수요가 급증해 치어가 모자라자 1993년 이후 다른 나라의 실뱀장어를 수입했다. 유럽산 뱀장어의 치어는 2005년부터 수입됐다. 유럽에선 뱀장어 개체 수의 90%가 사라지자 2007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의 유럽산 뱀장어 수출은 지속해 지난해 모로코는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실뱀장어 수입선이었다. 실뱀장어 수입국은 19개국에 이른다. 북미산 실뱀장어도 2004년 이후 계속 수입하고 있다.

 

금강하굿둑에서 잡힌 열대 뱀장어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살지만 최근 일본과 대만으로 서식지를 넓혔기 때문에 해수온 상승을 따라 한반도로 분포지를 넓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금강 유역에 열대 뱀장어를 수입해 기르는 양식장이 있어 탈출한 개체일 수도 있다.

 

e3_Uwe Kils.jpg » 유럽산 뱀장어 치어. 한때 우리나라에서 다량 수입했지만 멸종위기로 2007년 이후 국제거래가 중단됐다. 우베 킬스/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아시아의 뱀장어는 유럽산과 북미산 뱀장어와 같은 온대지역 뱀장어로서 형태가 비슷해 정확하게 구분하려면 이번 연구에서처럼 유전자 분석을 해야 한다. 열대산 뱀장어는 지느러미가 작아 형태적으로 구별된다.

 

논문 주저자인 홍양기 중앙 내수면연구소 박사는 외래종의 출현 개체수가 미미해 당장 별다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뱀장어가 최상위 포식자여서 토종과의 경쟁과 기생충이나 병원체 전파, 유전자 오염 등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어 면밀한 조사와 추가 유입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뱀장어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일본과 대만 등은 이미 외래종 뱀장어가 유입돼 자연계에 퍼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실뱀장어 수입이 급증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외래종 뱀장어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최근 코마 아라이 도쿄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어업학>에 실린 논문에서 관동지방 도네 강 상류 뱀장어가 거의 모두 유럽산 뱀장어인 사실을 보고해 충격을 주었다. 도네 강은 일본에서 유역이 가장 넓은 강이다. 연구자들은 주변에 양식장이 없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풀어놓은 것으로 보았다. 일본에서도 자원조성을 명목으로 물고기를 마구 풀어놓는 관행이 있다.

 

Anguilla_anguilla.jpg » 유럽산 뱀장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외래종 뱀장어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은 없을까. 논문 교신저자인 이완옥 중앙 내수면연구소 박사는 몇 년 전에는 무분별한 방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유전자를 확인한 뒤에만 방류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안전판은 마련된 셈이다.

 

그렇지만 일단 외래종이 자연에 풀려나오면 주워담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뱀장어는 최상위 포식자여서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일본 도네 강에서도 유럽산 뱀장어는 유럽의 개체들보다 오히려 발육상태가 좋았다. 토종 뱀장어에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4.jpg » 북미산 뱀장어. 유럽산, 동아시아산 뱀장어와 함께 온대 지역에 서식하는 3대 뱀장어이다. 클린턴 앤드 찰스 로버트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외래종이 전파할 기생충과 병원체도 저항력이 없는 토종에 괴멸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동아시아의 뱀장어에서 기원한 기생충이 유럽과 미국 뱀장어의 부레에 심한 손상을 입혀 심각한 개체수 감소를 일으키기도 했다.

 

맨눈으로 구분이 어려운 유럽과 미국산 뱀장어를 모르고 또는 의도적으로 방류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양식장에서 외래종 뱀장어의 우발적인 탈출을 막기 위해 유출구 봉인, 담장 건조상태 유지, 양식장 유출수의 소독 등의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e5.jpg » 토종 뱀장어. 외래종에 의해 유전자 오염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홍양기 박사 제공.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전자 오염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숙한 외래종 뱀장어가 토종과 교잡을 형성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금강에서 잡힌 열대 뱀장어는 바다로 산란여행을 떠나기 위해 노란빛에서 은빛으로 몸 빛깔이 바뀐 상태였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들이 별개의 종이고 산란 시기나 장소 등이 달라 교잡의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 연구자들은 성숙한 유럽산 뱀장어가 동아시아 뱀장어와 함께 번식지로 이동하던 것을 동중국해에서 포획해 우려를 낳았다. 일본의 뱀장어 전문가 아키히로 오카무라는 동아시아 뱀장어와 유럽산 뱀장어가 인공적으로 잡종화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였다. 유럽산 뱀장어와 북미산 뱀장어의 잡종은 자연상태에서도 나타났다. 따라서 유럽산 뱀장어가 동아시아 뱀장어와 같은 시기에 함께 무리 지어 마리아나 해산의 번식지에 간다면 잡종화가 일어나, 새로운 중간 형질의 뱀장어가 동아시아 하천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원확보를 이유로 1960년대 이후 외래 어종을 대규모로 방류해 왔으며,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떡붕어 등이 토종 물고기 자리를 차지하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ang-Ki Hong, Jung-Eun Kim, Jeong-Ho Lee, Mi-Young Song, Hee-Won Park & Wan-Ok Lee (2017): Occurrence of exotic eels in natural waters of South Korea, Animal Cells and Systems, DOI: 10.1080/19768354.2017.137710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장어 좋아해? 3000여행을 생각해줘 12.3.9

난 필리핀해에서 태어났어, 본능적 감각으로 금강에 왔지, 둑을 오르긴 어찌나 힘들던지  

댐과 보, 수질오염, 기후변화실뱀장어 1이 중형차 한대값, 어쩌면 영영 못볼지도 몰라

 

내 이름은 풍천장어야. 민물장어 또는 그냥 뱀장어라고 부르지. 그런데 왜 풍천이냐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그러니까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하구에 산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고창 선운사 근처만 풍천은 아니지. 그곳에 흐르는 강은 풍천이 아니라 인천강이야.

요즘 장어 구경하기 힘들지? 서울 장어구이 집에서 한 마리 먹으려면 3만원은 주어야 해. 실뱀장어 1이 중형차 한 대 값이지. 어때, 이 정도 몸값이니 반말로 얘기해도 괜찮겠지?

 


요즘 한창인 금강 하구의 실뱀장어 잡이 모습. 사진=노한욱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원.

 

금강 하굿둑을 지나면서 요새 바다 쪽을 보면 배 양쪽에 기다란 팔을 펼친 채 그물을 드리우는 실뱀장어 배가 줄지어 선 것이 보일 거야. 우리들의 숙적이었지. 댐과 보, 수질오염, 그리고 기후변화까지 우리를 위협하기 전까지 말이지. 이제는 우리처럼 보기 힘들어질 사람들이야.

 

사실 뱀장어는 좀 도도하게 굴 만도 해. 수산어종 중 마지막 야생이라고 할까? 우리는 자연 상태에서 번식 모습을 한 번도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어. 상업적 양식이 안 되는 유일한 물고기이기도 하지.

 

알 낳고 새끼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일이 없으니 우린 옛날부터 신비로운 물고기였지. 유럽에 사는 우리 친척 뱀장어는 모조리 6000나 떨어진 카리브해의 사르가소 해역에서 산란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20세기 초였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뱀장어의 산란 터가 필리핀해 근처라는 사실은 1991년에야 비로소 분명해졌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실뱀장어(오른쪽 위 투명한 개체). 물가의 이끼를 타고 이동한다. 사진=문화방송 촬영.

 

실뱀장어가 거슬러 오르기 쉽도록 플라스틱 수초를 설치한 프랑스의 어도.우리나라엔 이런 시설이 전혀 없다.

 

아이코, 밀물이네. 역류하는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올라가야 해. 그런데 무슨 수로 하굿둑을 넘을까. 고깃길(어도)이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물살이 너무 세. 연어가 주로 올라가는 미국에서 공부한 양반이 설계했나 봐.

 

홍수를 틈타 용케 상류로 올라가면 작은 물고기나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개울의 왕으로 군림하지. 6년쯤 낚시나 그물에 걸리지 않고 다 자라면 불쑥 고향이 그리워지는 거야. 연애도 하고 싶고. 9~10월이 되면 처음이자 마지막 귀향길을 떠나지. 이때 우리 몸은 등과 배에 노란빛을 띠어 황뱀장어라고 불러. 이른바 자연산의 빛깔이야. 실뱀장어 상태로 양식장에서만 자란 녀석은 등이 검고 배는 하얘.

 

하지만 바다로 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아. 무엇보다 댐이 가로막거든. 내가 아는 어느 뱀장어는 기회를 놓쳐 팔당댐을 여러 해 빠져나가지 못하다가 그만 정치망에 걸렸는데, 어부가 건져내다가 깜짝 놀라 놓쳤지. 굵기가 어른 허벅지 정도였으니 이무기인 줄 알았나 봐.

 


바다 회유 시기의 은뱀장어(, silver eel)와 담수에 사는 황뱀장어의 비교. 사진=이태원 충남대 교수.

강을 벗어났다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면 소금물에 던져 넣은 배추 꼴이 되지. 강 하구에서 두세 달 머물며 바닷물 적응 훈련을 해야 해. 쉽게 말해 바닷고기로 변신하는 거야. 준비가 끝나면 피부는 은빛으로 바뀌고 깊은 바다의 장거리 항해에 맞도록 눈과 가슴지느러미가 커지지.

 

이제 우리는 약 3000떨어진 산란장으로 가는 거야. 망망대해에 무슨 이정표가 있을 리 없고 오로지 감각과 본능을 내비게이션 삼아 헤엄치지. 전에는 우리가 심해 바닥을 따라가는 줄 알았나 봐. 그러다가 최근 우리 몸에 무선추적기를 달고 위성으로 추적하는 등 법석을 떨어 비밀이 드러났지. 낮에는 천적을 피해 수심 500~900m의 꽤 깊은 곳을 헤엄치다 해가 지면 수심 100~300m의 비교적 얕은 곳으로 이동해. 그렇지만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아무도 몰라.

 

이동하는 6개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위와 장은 퇴화해 거의 보이지 않고 그 자리를 생식소가 채우지. 필리핀해 근처에 가면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필리핀 동쪽이자 괌 서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북쪽에는 마리아나 해저산맥이 펼쳐져 있지.

 

해저산맥 때문에 교란된 지자기와 독특한 심해 바닷물의 냄새로 그곳에 도착했음을 직감하는 거야. 좀 둔해도 염분과 수온이 다른 해류가 장막처럼 앞을 가로막기 때문에 산란지를 놓치는 일은 없어.

 


동아시아 뱀장어의 산란지. 붉은 원은 성체 발견 장소, 무태장어 성체는 노란 원, 흰색은 성체를 채집하지 못한 장소. 사진=가츠미 츠카모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중국과 일본에서 온 뱀장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해. 암컷은 눈에 띄게 부푼 배를 하고 있고 이보다 조금 작은 수컷은 그 곁에 머물려고 안달을 하지. 하지만 때를 기다려야 해. 4월 그믐밤 수심 160m쯤 되는 곳에 우리들은 떼로 모여 삶의 마지막 향연을 벌이지. 수온은 25~27도로 따뜻하고, 달이 없어 캄캄한 아득한 밤이야. 이런 사랑의 향연은 8월까지 그믐밤마다 열려. 모든 것을 쏟아낸 우리는 커다란 눈과 꼬리만 남은 처량한 몰골이 되지. 암컷은 처음 바다를 떠날 때보다 몸무게가 5분의 1로 줄 정도야.그게 우리 삶의 마지막이야. 바다에 살다 강에 알을 낳고 최후를 맞는 연어와는 정반대지.

 

일본 실험실에서 기른 뱀장어 성체의 모습. 사진=가츠미 츠카모토, <어류 생물학>.

 

산란지에서 채집한 산란을 마친 동아시아 뱀장어(a, b, f)와 무태장어(c, d, g). 사진=가츠미 츠카모토, <어류 생물학>. 산란 뒤 몸은 형편없이 수척해지고 눈과 꼬리만 제 모습을 유지한다. 먹이를 먹지 않아 이도 퇴화한다.

 

우리가 왜 이런 삶을 살게 됐는지는 우리도 몰라. 애초 심해어였다가 하도 천적이 많아 육지로 피신해 살다가 알은 고향에 돌아와 낳고 죽는다는 설명이 유력하지.

 

알은 물위로 떠올라 다시 긴 여행을 떠나. 동에서 서로 흐르는 북적도해류를 타고 떠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아시아로 가. 이때 자칫 해류를 잘못 타면 열대로 가기 때문에 살 수가 없지. 엘니뇨 같은 기상현상과 지구온난화로 바다 환경이 달라지면 우리가 동아시아로 돌아오는 숫자가 뚝 떨어지지.

 

댓잎뱀장어가 실뱀장어가 되는 과정(위에서 아래로). 과거엔 댓잎뱀장어를 뱀장어가 아닌 다른 생물로 알았다.

 

알에서 깨면 물에 뜨기 좋도록 댓잎처럼 넓적한 댓잎뱀장어이다가 대륙사면에 이르면 몸이 원통형으로 바뀐 투명한 실뱀장어가 되지. 해가 바뀌어 1월쯤엔 제주도, 2월엔 남해안, 3월엔 서해안에 도착해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거야. 강 하구에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몸이 검은빛으로 바뀌어 어엿한 뱀장어가 돼.

 

어때, 뱀장어가 만만한 물고기가 아니란 걸 알겠지? , 유럽산 뱀장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거 아시나?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여기선 아무도 관심이 없어. 이대로면 앞으로 영영 날 볼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럼 안녕.

 

(이 글은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박사, 이태원 충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도움말과 쓰카모토 가쓰미 일본 도쿄대 교수 등의 논문을 참고로 구성했습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유럽 뱀장어 멸종 위기동아시아 뱀장어도 위험하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온대산 실뱀장어의 어획량 추이. 세로축은 실뱀장어 자원량 지수. 파란색이 동아시아산, 자주색은 유럽산, 초록색은 미국산 실뱀장어를 가리킨다. 1980년대부터 90% 이상 줄었다.

 

뱀장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쓰카모토 가쓰미 도쿄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국, 중국, 대만의 뱀장어 연구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해마다 가을에 열던 동아시아 뱀장어 자원 위원회(EASEC) 회의를 오는 19일 당겨 열자고 긴급 제안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유럽뱀장어처럼 동아시아뱀장어도 멸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최근의 상황에 비춰 긴급회의를 열어 행동계획을 만들자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동아시아 4국은 긴급회의에 동의했다.

 

뱀장어 양식은 전적으로 채집한 실뱀장어 공급에 의존한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실뱀장어 자원이 90% 이상 줄자 그 절반을 아시아에 수출하던 유럽연합은 2009년부터 실뱀장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세계 뱀장어의 절반을 소비하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은 자국 실뱀장어 감소에 더해 수입량이 줄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요를 대려면 실뱀장어는 연간 15t이 필요한데 지난해 잡힌 것은 2t에 불과했고 수입량도 6t에 그쳤다. 사 올 실뱀장어가 없는 것이다. 이태원 충남대 교수는 올 들어 상황은 더 나빠져 수입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현재까지 확보한 물량은 1~2t이 고작이라며 말했다.

 

양식한 뱀장어의 생산지 가격은 지난해 3만원에서 올해는 57000원으로 올랐다. 마리당 1만원을 넘는 가격이다. 이 교수는 문을 닫는 식당과 양식장이 속출하고 있어 뱀장어 산업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뱀장어는 2009년 우리나라 내수면 양식 총생산액의 58%, 생산량의 26%를 차지했다. 실뱀장어 가격도 폭등해 현재 3500만원에 이르러 마리당 7000원꼴이다. 실뱀장어 값은 1998년 처음으로 1000원을 돌파했다.

 

금강 하구에서 40년째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서병안(65)씨는 그 큰 그물에 한두 마리, 많으면 수십 마리가 걸린다하굿둑이 없던 1970년대엔 하루 만 마리까지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을 다 막아놓은데다 겨우 올라가도 수질오염이 심해져 뱀장어 씨가 말랐다어미가 없는데 어떻게 새끼가 올라오나라고 덧붙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뱀장어 완전 양식이제 절반쯤 왔다, 일본은 양산 앞둬

김대중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연구단 박사는 아침마다 뱀장어 유생이 있는 수조에 가서 문안 인사를 한다. 9일로 알에서 깬 지 138일째, 댓잎 모양의 뱀장어 유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뱀장어에 호르몬을 투여해 알과 정자를 얻은 뒤 이를 수정시켜 유생을 얻고, 다시 이를 길러 실뱀장어로 길러내는 것이 수산과학원 뱀장어 완전 양식 연구팀의 목표이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수십년의 연구노력 끝에 2001년 인공 실뱀장어를 길러냈고 2010년엔 이 실뱀장어를 뱀장어로 길러 여기서 얻은 알을 다시 실뱀장어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양식성공일 뿐 대량생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김 박사는 실뱀장어까지는 이제 절반 왔을 뿐이라며 자연 서식지의 환경을 몰라 먹이 선택 등이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심해 여행 뱀장어 맛있는 고래 밥 14.2.

유럽 뱀장어 추적장치 삽입 조사 결과, 수심600m서 들쇠고래에 먹혀

먼바다 심해 산란지 향하는 뱀장어 한살이 신비 일부 밝혀져

 

최근 급격한 개체수 감소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유럽산 뱀장어. 담수에 서식하다 성숙하면 대서양 한가운데 바다로 이동해 산란한다. 사진=앤더스 아스프

 

뱀장어는 신비스런 물고기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뱀장어를 잡았지만 아무도 새끼나 알을 본 사람이 없었다. 강이나 호수의 다 자란 뱀장어가 망망대해의 깊은 바다로 긴 여행을 해 알을 낳고 그 새끼가 다시 길을 되짚어 어미가 자라던 민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1년에야 알려진 아시아 뱀장어의 산란장은 필리핀 서쪽, 마리아나 해구 북쪽의 해저 산맥이다. 20세기 초에 밝혀진 유럽 뱀장어의 산란장은 대서양 서쪽 버뮤다 근처인 사르가소 해이다.

 

뱀장어가 알을 낳는 곳은 알았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지는 요즘에야 차츰 밝혀지고 있다. 뱀장어의 몸속에 추적장치를 삽입하는 방법이 개발되고부터의 일이다.

 

최근 유럽산 뱀장어는 개체수의 90%가 사라져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덴마크 연구자들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뱀장어 감소 원인을 찾기 위해 벌이는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길이 1m에 이르는 성숙한 뱀장어 150마리에 이런 추적장치를 달아 프랑스와 아일랜드에서 풀어놓았다. 이 장치는 30초마다 수심을, 5분마다 온도를 측정해 저장하는데, 나중에 자료를 분석하면 뱀장어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알 수가 있다.

 


map.jpg » 뱀장어를 풀어놓은 지점(별표)과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지점(). 그림=<심해 연구 I>

 

풀어놓은 뱀장어 가운데 35마리로부터 추적장치를 회수했다. 강에서 자란 뱀장어한테 바다 여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회수된 장치의 25%8개의 데이터는 그 장치를 간직했던 뱀장어가 포식자에게 먹혔음을 나타냈다.

 

뱀장어는 낮 동안은 수심 700~800m가량의 깊은 곳을 헤엄치다 밤에는 이보다 200m쯤 얕은 500~600m 수심을 헤엄쳐 이동하는 규칙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양상이 어느 순간 중단되면 무언가에 잡아먹혔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5마리는 대륙붕에서 큰 물고기에 먹혔고, 나머지 3마리는 수심 600m 심해에서 해양 포유류에 먹혔다고 추정했다.

 


1-s2_0-S0967063714000077-gr3.jpg » 뱀장어에 삽입했던 추적장치의 데이터. 낮엔 깊은 바다, 밤엔 얕은 수심으로 헤엄치는 규칙적인 유영을 하다 어느 순간 잡아먹힌 뒤 온도가 포유류 체온인 36도로 치솟는다. 그림=<심해 연구 I>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해양 포유류가 고래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추적장치에 저장된 데이터의 변화가 독특했다. 바닷물의 온도인 10도를 가리키던 온도 데이터가 36도로 치솟았다. 포유동물의 뱃속에 들어갔다는 증거이다. 온도는 이 동물이 먹이와 함께 물을 섭취할 때 약간 떨어지다가 다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심 자료는 더 눈길을 끈다. 바다 표면에서 5~7분 머문 다음 11~12분 동안은 수심 250~860m로 잠수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특히 수심 600~700m 지점에서 초속 1~2m의 빠른 속력으로 수직 하강하는 특이한 스프린트 다이빙을 했다. 연구진은 이 수역에 서식하는 물개는 이렇게 깊이 잠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뱀장어를 삼킨 동물이 고래일 것으로 추정했다. 고래의 뱃속에서 뱀장어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지난 120년 동안 단 한 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로 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산란장으로 이동하는 뱀장어의 유력한 포식자임이 드러났다. 고래 가운데서도 연구진은 오징어를 주로 사냥하는 들쇠고래의 잠수특성이 이번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학술저널 <심해 연구 I> 최근호에 실렸다.

 

장정 셋이 못당한 `뱀장어 꼬리의 힘' 12.8.6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뱀장어()

남획과 댐 건설로 금값보다 비싸진 실뱀장어전용 어도 설치 등 대책 절실

'뱀장어 회' 없는 건 핏속 독성 때문, 익히면 쉽게 사라져

 

일본담수어애호협회_n-746.jpg » 뱀장어. 사진=일본담수어애호협회

 

■ ㎏4000만원, 귀하신 몸 실뱀장어

종묘라고 하는 것은 양식할 때 어미로 키우기 위한 종자, , 물고기 새끼를 말하는데, 어미로부터 인공적으로 알을 짜내 부화시켜 종묘를 만드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뱀장어는 아직 인공종묘 생산 기법이 정립되지 않아 하구로 올라오는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한다.

 

그러나 최근 실뱀장어 어획량이 감소되고, 수입 제한이 강화되어 종묘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실뱀장어 공급 부족으로 당 가격은 1980년대 중반 수십만원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와 100만원이 넘었고 1990년대 중반 500만원 이상으로 올랐으며, 1997년에는 1000만원 이상이 되어 금값(당시 1200만원/)과 같게 되었다.

 

1998년에는 물량이 부족해 실뱀장어 채포 말기인 5월에는 1 1500 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웠다. 이때는 실뱀장어 한 마리에 1000원이 넘었으니, 하룻밤에 100마리만 심심풀이로 잡아도 소주 값은 족히 마련되었으리라. 그 당시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상승으로 식당에서의 1인분(200g) 가격이 2만원 수준으로 서민이 쉽게 사 먹기는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실뱀장어 값이 4000만원에 이르러 마리당 7,000원꼴이고 공급 자체도 불안정한 상태이니 강화도의 한 뱀장어 전문식당에서는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에 1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다. 옛날부터 기호식품이던 뱀장어가 우리의 식탁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민물새우와 민물고기와 함께 있는 실뱀장어. 사진=오픈케이지

 

일본, 지난해 뱀장어 완전 양식 성공

궁극적으로 뱀장어 종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인공 종묘 생산이다. 1976년 뱀장어의 인공부화에는 성공한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종묘 생산을 위한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인공종묘 생산에는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일본 양식연구소 다나까 박사 연구팀이 2001년에 1세 성만까지 1,000개체 정도를 양만하였으나, 10만 마리 이상의 상업적 양만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2010년에 일본에서는 뱀장어에 호르몬을 투여해 알과 정자를 얻은 뒤 이를 수정시켜 실뱀장어로 키워내고 이 실뱀장어를 어미 뱀장어로 길러 여기서 얻은 알을 다시 실뱀장어로 키우는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성공일 뿐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대량생산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수산과학원의 김대중 박사가 그 뒤를 따라 잡기 위해 지금도 뱀장어의 산파역을 자처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알에서 깬 지 150여일째 유생을 키우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건투를 빈다.

양식산 뱀장어는 수컷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진위를 파악해 본 결과, 양만할 때 일정 시간내 빨리 키우려고 수온을 높여주는데, 이 때문에 성 쏠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 시설에 최대로 많이 키우느라 고밀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수컷 호르몬과 같은 유형의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양만한 뱀장어는 수컷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럼, 뱀장어 암수 구별은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물고기는 난생으로 태생의 생식기가 겉으로 나타난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암수 성별을 감별하려면 배를 가르고 생식소를 봐야 하는데, 뱀장어의 경우 초기 단계에 성분화가 결정되지 않아 눈으로 관찰해서는 구분할 수 없고, 1년생 이전의 어린 개체에서는 조직 관찰을 해야만 구분할 수 있다. 1년생 이후에는 육안 관찰로 구분이 가능한데, 생식소의 형태가 수컷은 구슬을 꿰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고, 암컷은 플라워 치마 끝자락에 만들어 놓은 레이스와 같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뱀장어의 내부 모습과 생식선. 위쪽이 수컷. 사진=황선도 박사

 

왜 뱀장어가 정력에 좋다고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력에 좋다면 사족을 못 쓴다. 역시, 뱀장어 또한 스테미너 식품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사실이고,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영양학자도 의사도 아니라 영양학적,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뱀장어를 다루면서 직감으로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뱀장어의 장거리 여행 능력이다. 댓잎뱀장어 형태로 해류를 타고 장장 수개월간 수천를 헤엄쳐 가는 강인한 생명력! 이것 하나면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둘째는 다분히 관념적이기는 한데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필자가 몸이 좋지 않아 한동안 침을 맞았던 한의원이 있었다. 그때 그 한의원은 침을 놓기 전에 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엄지손가락 끝으로 경락을 1시간 가량 눌러주는 성의를 보여주었는데, 뱀장어가 사행을 하면서 막힌 부분을 우회하여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마치 몸 안에 막힌 기운을 뚫고 가는 것과 흡사하다. 몸 안에 기를 통해서 물질대사를 순환시키는데 어찌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모래 속에 몸을 숨긴 뱀장어의 모습. 사진=오픈케이지

 

필자는 뱀장어의 힘을 실제 느껴 봤다. 강화도 한강 하구에서 뱀장어를 잡아 실험실로 운반할 때의 일이다. 뱀장어는 보통 비닐봉지에 약간의 물과 공기를 함께 넣어 포장하는데, 뱀장어를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아 넣고 봉지 입구를 약간 벌려 공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물론 두 손으로 봉지 주둥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때 뱀장어가 꼬리를 봉지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고, 필자는 손아귀에 힘을 더 주어 꽉 움켜주었는데도 그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주변의 건장한 청년 둘이 더 들라붙어 봉지 주둥이를 묶으려 했음에도 결국 뱀장어는 세 명의 손아귀를 밀어제치고 빠져나 가버렸다.

 

뱀장어는 중국, 일본 및 유럽에서 보양 음식으로 즐겨 먹는데, 우리가 복날에 영양탕을 먹듯이 일본에서는 복날이 되면 뱀장어를 먹는 관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뱀장어는 예로부터 허약해진 몸에 먹는 약으로 전해 내려오며 특히, 남성들에게 정력에 좋아 스테미너 식품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뱀장어는 몸에 허열이 있고 쉽게 피곤을 느끼는 사람, 눈병에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잘 낫지 않는 여자들의 음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팔뚝 만한 장어를 푹 고아 먹이곤 하였다.

흰 살 어류로서 좋은 맛을 가진 뱀장어는 회가 왜 없는 것일까? 식용어류들은 대부분 회로 먹을 수가 있지만 뱀장어를 회로 먹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소가 있어 이 독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면 중독증상을 일으키며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을, 상처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이런 독성이 곧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뱀장어는 주로 구워 먹는데, 구이를 하려면 먼저 뱀장어를 도마 위에 놓고 송곳으로 아가미 밑을 찔러서 고정시킨 다음 등 쪽을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갈라서 한 장으로 펴고 등뼈를 발라낸다. 이렇게 처리한 뱀장어에 간장과 참기름을 혼합하여 만든 기름장을 골고루 발라 석쇠에서 살짝 구워낸다. 여기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 마늘, 생강즙,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혼합한 양념 고추장을 붓으로 여러 번 발라가면서 간이 속까지 배게 구우면 맛있는 장어구이가 된다. 뱀장어를 고를 때는 몸체가 푸른색을 띤 갈색에 육질이 단단하고 꼬리부분이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을 선택하면 좋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는 전국의 이름난 장어구이 집을 찾아 그 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출시를 앞둔 뱀장어. 흔히 민물장어로 부른다. 사진=황선도 박사

 

그 많던 장어는 다 어디로 갔나?

뱀장어 양식은 전적으로 하구에서 채집한 실뱀장어 공급에 의존한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온대산 실뱀장어 자원이 90% 이상 줄었고, 이에 실뱀장어를 아시아에 수출하던 유럽연합은 2009년부터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세계 뱀장어의 절반을 소비하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은 자국 실뱀장어 어획량이 감소한데다가 수입량까지 줄자 뱀장어 양식에 큰 어려움을 격고 있다.

 

미국뱀장어(A, anguilla), 동북아뱀장어(A. japonica) 및 유럽뱀장어 (A. rostrata)

 

우리나라에서 수요를 충족하려면 실뱀장어는 연간 16톤 정도가 필요한데 2011년도 잡힌 양이 2톤에 불과했고 수입량도 6톤에 그쳤다. 사 올 실뱀장어가 없는 것이다. 이러다가 문을 닫는 양만장과 식당이 생길 수도 있어 뱀장어 산업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뱀장어는 2009년에 우리나라 내수면 양식 총생산액의 58%, 생산량의 26%를 차지하였다.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4개국는 해마다 가을에 열던 동아시아 뱀장어 자원 위원회(EASEC)2012년에는 3월에 긴급하게 열었다. 뱀장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동경대 쓰카모토 가쓰미 교수는 유럽뱀장어처럼 동아시아뱀장어도 멸종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최근의 상황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행동강령을 만들자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심각한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정부, 학계, 산업계, 어업인 모두가 공동 대응을 할 때이다.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 금강 하구에서 40년 넘게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서병안씨는 하굿둑이 없던 1970년대엔 하루에 만 마리까지도 잡았는데, 요즘은 그 큰 그물에 수십 마리가 걸린다고 말한다. 그는 하구를 둑으로 막아 놓아 실뱀장어가 올라가기가 어렵다어미가 없는데 어떻게 새끼가 올라오나라고 덧붙였다.

자연산 뱀장어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이는 지나치게 잡는 남획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서식처가 줄어드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하구마다 둑이 건설되어 실뱀장어가 바다에서 강오름 하는 길이 막히니 자연 민물산 뱀장어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산란하러 강내림 해야 하는 친어(산란하려는 어미 뱀장어)가 줄어들어 산란 양이 줄고, 이듬해 하구로 돌아오는 실뱀장어 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뱀장어 자원을 회복하려면

우리나라 하구에 있는 대부분 어도(魚道, fish ladder, 고깃길)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서 만들었는지 가수 강산에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 처럼 힘이 센 어류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구가 있는 서·남해안은 조차가 커 물의 흐름이 세고, 이 지역 하구의 어도를 이용해야 하는 왕복성 어류 대부분이 유영력이 약한 어린 물고기나 실뱀장어와 같이 기어오르는 놈들로 되어 있어 이러한 어도를 올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래 홍수조절과 농공업 용수 이용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댐을 건설하는 등의 하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강이나 하천에서 물의 흐름을 차단하여 수서동물의 이동이 방해될 때 어도 설치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어도를 이용할 생물의 생태와 행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도 설치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어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jpg » 뱀장어가 오르기 힘든 우리나라 어도. 왼쪽은 금강 하굿둑 어도, 오른쪽은 제주 천제연 아래 성천포구 보이다. 사진=황선도 박사

 

그러나,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는 어종에 맞는 생태 어도를 시설하고 있다. 특히 실뱀장어의 경우 이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유영력이 큰 어류를 위한 어도 이외에 별도의 뱀장어 어도를 설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아잘 댐과 캐나다 사운더스 댐의 뱀장어 어도. 사진=황선도 박사

 

2.jpg » 뱀장어가 거슬러오르기 쉬운 대형 댐의 미끄럼틀형 부착어도(왼쪽)와 방앗간 소규모 어도. 사진=황선도 박사

 

양만에 필요한 종묘를 자연산 실뱀장어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우리도 생태어도를 설치하여 실뱀장어가 수월하게 강오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산란할 수 있는 어미 자원을 확보하고 실뱀장어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환경친화적 방안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실험실에서 실뱀장어가 소상하는 하구 및 하구둑과 어도를 재현하여 어도의 바닥 재질, 경사도 및 유속 등에 따른 실뱀장어 행동을 관찰 실험하여 어도 개선 방안이 제시한 바 있다.

 

실뱀장어 소상행동 실험을 위해 제작한 모형 수조. 사진=황선도 박사

 

실뱀장어 모형어도의 바닥 재질에 따른 소상률 실험 장치. 사진=황선도 박사

 

실뱀장어는 일반적으로 하구의 조류를 이용하여 조류가 육지 쪽을 향할 때 물을 따라 이동하고, 반대 방향일 때는 뻘 속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하구에서 실뱀장어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한 결과, 실뱀장어 소상은 보름이나 그믐 사리 때 야간에 수온, 염분, 풍속 및 날씨의 변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생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기존 어도의 수문을 잘 조절하면 실뱀장어 소상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table2.jpg » 하구환경에 따른 금강 실뱀장어 어획량의 일변동. 그림=황선도 박사

 

앞으로 이와 같은 연구를 확대하여 우리나라 여러 하구를 모니터링하면서 하구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곳 생태계에 적합한 하구역 관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필자는 공식적으로 뱀장어를 연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한 발짝 벗어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천에 낙향하여 출판 작업을 하는 후배 홍민표가 권해준 책을 받아 보고 깜짝 놀라고 신기했다.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아요야마 준 지음/ 고주영 옮김/ 황매)라는 일본 번역서인데, 저자가 필자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동경대 쓰카모토 교수 팀의 와타나베 슌과 함께 전 세계 뱀장어 표본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는 뱀장어 연구자들의 애환과 감동을 이야기 한 책이었다.

이 한 권의 책은 필자로 하여금 잠자고 있던 뱀장어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구 생태계 복원과 연결하여 뱀장어 자원을 회복시키려면 자원의 흥망성쇠 원인을 찾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과거 오래토록 쌓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실뱀장어를 잡아 팔게 되면 수집상은 전표를, 채포어민들은 영수증을 기록으로 남겨둔다는 것에 착안하여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현장을 누비기로 했다. 마치 친구 아오야마가 전 세계 오지를 헤매고 다녔듯이.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장어, 뱀처럼 긴 물고기

장어(長魚)는 말 그대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이다. 분류학적으로는 경골어류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포함되지만 무악류인 먹장어도 길이가 길다 하여 장어로 불린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뱀장어와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의 구별은 어떻게 할까?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 장어

 

어류가 아닌 먹장어



원구류에 속하는 먹장어는 흡반처럼 생긴 둥근 입을 이용하여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어 살을 파먹는다.

 

어류는 턱뼈가 있는 악구상강(顎口上綱)’에서 경골어류와 연골어류로 나뉜다. 생태학적으로 뱀장어와 갯장어, 붕장어는 모두 뱀장어목에 속하는 경골어류이지만 먹장어는 턱뼈가 없어 무악류로 분류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둥근 입 때문에 원구류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무악류 또는 원구류는 척추동물 중 가장 하등한 무리이다.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먹장어는 흡반처럼 생긴 입을 이용해 물고기의 살을 빨아먹는 기생생활을 하거나 죽은 고기나 바다동물의 사체에 둥근 입을 붙여 유기물을 섭취한다. 먹장어란 이름은 눈이 퇴화되어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장어는 겉모습이 징그러운 데다가 식습성 마저 혐오스러워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태미너 식품으로 상당히 인기가 있다. 먹장어가 스태미너 식품이 된 것은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움직이는 모습을 힘이 좋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먹장어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곰장어(꼼장어)라는 속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먹장어의 원조 격인 부산 자갈치 시장 곳곳에서는 사시사철 먹장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서구에서는 식용보다는 껍질(Eel skin)을 가공하여 만든 지갑이나 손가방, 벨트 등이 고급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먹장어의 껍질은 질기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2002년 국내 한 피혁가공 업체에서 가죽 가공용으로 수입한 냉동 먹장어를 식용으로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먹장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끈적거리는 점액을 뿜어낸다. 수족관 안에 먹장어를 넣어둘 경우 주기적으로 점액을 걷어내야 한다.

 



해방 직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가죽을 벗겨 내고 버렸던 고기를 구워 먹어 보니 맛이 그럴 듯하여 식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데 과거 우리가 먹었던 먹장어 중에는 악덕상인들이 유통시킨 공업용도 다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먹장어 요리를 먹을 때 사람들은 살아서 꼼지락거리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먹장어의 재미있는 특징중 하나는 이들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머리 뒤쪽에서 꼬리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 줄지어 있는 점액공으로부터 끈끈한 점액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이렇게 뿜어져 나오는 점액의 양은 한 동이의 물을 한천질로 만들 정도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점액질이 덩어리를 만들어 포식자의 아가미를 덮어서 질식사시키기도 한다.


미국 오리건주 오타곤 101번 고속도로 otter Rock 근처 한국에 수출할 먹장어 75백파운드(3400kg) 상당의 먹장어(slime eels)를 싣고가던 트럭이 전복되면서 수천마리의 먹장어들이 쏟아졌다 (2017.7 )


아나고가 아니라 붕장어

붕장어라 하면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도 아나고라고 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붕장어의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는 붕장어가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자가 붙은 데서 유래한다. 붕장어의 학명 'Congermyriaster'에서 'Conger'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을 가지는 ’Gongros'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구멍을 뚫고 사는 붕장어의 생태적 습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뚜렷이 나 있는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별 모양 같다하여 싱만(星鰻)이라 부른다.


붕장어는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뚜렷하게 나 있다.

 

야행성인 붕장어는 모랫바닥 구멍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낮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이슥해지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작은 물고기 등을 닥치는 대로 포획한다. 밤에 돌아다니며 먹이 사냥을 하는 습성으로 인해 이들은 바다의 갱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붕장어가 먹이 사냥을 나설 무렵이면 붕장어를 낚아 올리기 위한 낚시꾼들의 채비도 바빠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장어가 구이뿐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붕장어 피에 있는 혈액독을 경계해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붕장어를 횟감으로 손질할 때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핏기를 가시게 하는 이유도 핏속에 들어 있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을 빼내기 위함이다. 이크티오톡신은 인체에 들어가면 구역질 등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눈이나 피부에 묻으면 염증이 생긴다. 이크티오톡신은 민물장어인 뱀장어의 혈액에도 많이 들어 있는데, 다행히 열에 약해 60도 전후에서 분해되므로 익혀먹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민물장어라 불리는 뱀장어 Anguillia japonica TEMMINCK et SCHLEGEL



뱀장어는 전세계적으로 17종 2아종이 알려져 있으나 우리 나라에 올라오는 것은 뱀장어와 무태장어 2종뿐이다.

형태는 몸이 둥글고 길어서 다른 어류들과 쉽게 구별된다. 아주 잔 비늘이 피부에 묻혀 있다. 배지느러미는 없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길며 꼬리지느러미에 연속되어 뒤끝에서 뾰족해진다. 5∼12년간 담수에서 성장하여 60㎝ 정도의 성어가 되면 산란을 하기 위해서 바다로 내려간다. 성어는 8∼10월경의 가을에 높은 수온과 염분도를 가진 심해로 들어가 산란을 한 뒤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화된 새끼는 다시 담수로 올라오는데 그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제주도와 호남지방은 2·3월경부터 시작되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어져서 인천 근처는 5월경이 된다.

뱀장어는 예로부터 강장식품으로 인정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자산어보 ≫에서도 뱀장어를 해만리(), 속명은 장어라 기록하고 이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큰 놈은 길이가 십여 자, 모양은 뱀과 같으나 짧고 거무스름하다. 대체로 물고기는 물에서 나오면 달리지 못하나 이 물고기만은 곧잘 달린다. 맛이 달콤하여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라고 되어 있다.




뱀장어는 흔히 민물장어라 부르는 종이다.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는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훨씬 뒤쪽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갯장어나 붕장어와는 차이가 있다. 회유성 어류인 뱀장어는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반대로 유생기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정도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난다. 자신이 태어난 수심 2,000~3,000미터의 심해에 다다른 뱀장어는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 등에서는 뱀장어를 손질하기 전 전기 충격기로 기절을 시킨다. 그러지 않으면 강한 힘으로 퍼덕이는 바람에 쉽게 손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전기 충격기에 의해 기절한 뱀장어의 모습이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기의 뱀장어는 투명하고 버드나무 잎과 같은 모양으로 성체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서 유생기의 뱀장어를 댓잎뱀장어(Leptocephalus)라고 부른다. 댓잎뱀장어는 자라면서 난류를 타고 북상해 자신들의 어미가 떠난 하구 부근에 도착하면 실과 같이 가늘고 투명한 실뱀장어 형태로 변태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실뱀장어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매년 3월 초에서 말까지 하구에 모여드는 실뱀장어를 잡아 뱀장어 양식의 종묘로 사용한다.

 

뱀장어는 일생의 대부분을 하천에서 살다가 번식을 위해 심해에 도착해서야 생식기관이 나타나므로 오랜 기간 동안 어떻게 번식하는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뱀장어가 심해에서 알을 낳고 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후반에 와서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서부 태평양의 오키나와 동쪽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용으로 인기가 있는 뱀장어 양식에 성공하기만 하면 어민들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부화단계에서부터 댓잎뱀장어, 실뱀장어 과정을 거쳐 완전한 성체까지 키워내는데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부화단계에서부터 뱀장어 양식을 시도하여 길이 1.7cm 정도의 댓잎뱀장어 과정까지는 키워냈지만 길이 5~6cm에 이르러야하는 실뱀장어 과정까지 키워내는 데는 실패했다. 우리 과학자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뱀장어 중에서는 풍천장어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여기서 풍천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뱀장어가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들어올 때면 일반적으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강으로 들어오는 장어라는 의미에서 바람풍()’내천()’자가 붙었다. 풍천장어의 유래가 된 곳이자 특산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앞 인천강은 서해안의 강한 조류와 갯벌에 형성된 풍부한 영양분으로 인해 장어가 살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양식 장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역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보다 이곳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를 최고급으로 친다.


사나운 개처럼 물어대는 갯장어



갯장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나운 개처럼 무는 습성이 있다.

 

여름철이면 횟집 메뉴에 하모(ハモ)’가 등장한다. 여름이 제철인 하모는 갯장어를 뜻하는 일본어로 이들이 아무것이나 잘 물어대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갯장어는 전체적으로는 붕장어와 많이 닮았지만 붕장어에 비해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 편이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보다 앞에서 시작된다. 성체의 크기도 붕장어보다 큰 편이라 200센티미터에 이른다. 갯장어의 외형상 가장 큰 특징은 억세고 긴 송곳니를 비롯한 날카로운 이빨에 있다. 이들은 성질 또한 사나워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자산어보]에서는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로 묘사해두었다.

 

우리에게 갯장어라는 이름보다 하모로 더 잘 알려진 것은 갯장어를 즐겨먹는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자기네 나라로 전량 빼돌리기 위해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한 탓이 크다. 당시 갯장어는 하모라는 일본식 이름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어종이었던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수탈의 역사 중 한 토막이다/ 사진 박수현 국제신문기자


무태장어[Marbled eel]제주뱀장어

천연기념물 제258Anguilla marmorata (QUOY and GAIMARD, 1824)

전장 -큰 개체는 200까지 달한다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미병부는 약간 측편되었다. 뱀장어와 거의 비슷하나 몸 전체에 흑갈색 얼룩 모양의 반점이 산재한다. 등지느러미의 기점은 가슴지느러미 후단과 등지느러미 기점의 중간보다 약간 앞쪽에 있다. 비늘은 소형으로 피부에 묻혀 있고 이빨은 둔한 원추형이다. 하악은 상악보다 약간 돌출되었다. 몸은 황갈색 바탕에 배쪽은 담백색이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포함한 온 몸에는 흑갈색의 반문이 산재해 있다.

 

생태-5년 내지 8년간 담수에서 살다가 성어가 되면 깊은 바다에 들어가 산란하고, 주로 어린 물고기, 패류, 갑각류, 양서류 등의 산 것을 잡아 먹는다.

 

무태장어 분포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천지연에 서식하고 있으며, 일본, 대만, 중국, 필리핀, 뉴기니아 및 남태평양까지 분포하며 아프리카 동부 연안에서부터 남태평양과 인도-태평양의 열대, 아열대 수역에 분포한다.

 

칠성장어

Lampetra japonica (MARTENS, 1868) 전장 4050

 

칠성장어과 어류는 전 세계의 온대 담수역과 연안에 641종이 알려져 있다(VLADYCOV , 1982; HOLCIK, 1986), 그 가운데 32종은 담수에 제한되어 서식하고 18종은 기생성이다. 수명은 변태 기간을 포함하여 2-5년이다. 몸은 뱀장어와 같이 가늘고 길며 원통형으로 비늘이 없다. 턱이 없는 둥근 입은 빨판 모양이고 입 천정이나 혀에는 여러 모양의 각질치가 있다. 등지느러미는 2개로 분리되고, 짝지느러미는 없으며, 일생동안 척색을 지니고 연골로 된 골격계를 가진다. 7쌍의 새공이 있고 아가미는 새낭속에 있다. 칠성장어과의 유생(암모시티즈, ammocoetes)은 하천이나 호수 등의 진흙 바닥속에 사는데, 눈은 있으나 피부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유생은 입이 누두상으로 이빨이 없지만 변태하여 성체가 되면 입은 둥근 흡반형으로 그 안에는 여러 개의 잘 발달한 각질치가 있다. 칠성장어와 같은 기생성인 종류는 다른 물고기 피부에 흡반형 입을 부착하여 각질치로 숙주의 피부를 갉아 흘러나온 피를 빨아 먹는다. 담수에만 사는 비기생성 종류는 변태 후 섭식하지 않고 산란이 끝나면 죽는다.

 

다묵장어[Sand lamprey] 칠성장어과

보호대상종, 담수어류 Lampetra reissneri (DYBOWSKI, 1869) 전장 20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한국 적색목록 취약종(VU)

IUCN 적색목록 관심대상(LC)



다묵장어는 육봉형으로 일생동안 주로 모래가 있는 작은 개울의 중상류나 저수지 등의 물 흐름이 정체된 곳에서 서식한다. 산란기는 46월이고, 모래나 자갈이 깔린 강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산란한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강 바닥의 모래 속에 묻혀 살면서 그곳에 있는 유기물을 걸러 먹는다. 유생 기간은 3년 이상으로 4년째의 가을과 겨울에 걸쳐 변태하여 성어가 된다. 성어는 전혀 먹지 않고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야간에 활동한다. 변태 직후 전장은 14~19에 달하고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곧 죽는다.

 

다묵장어와 가까운 친척인 칠성장어(Lethenteron japonicus)는 하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후에 어느 정도 성장하면 바다로 이동하여 살아간다. 그리고 번식기가 되면 다시 하천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다묵장어 역시 바다에서 기원한 종이지만,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평생을 민물에서만 산다.

 

다묵장어 새공(아가미구멍)

다묵장어 아가미에는 구멍 모양의 새공(鰓孔, 아가미구멍)이 있다. 모두 7개가 있는데 이는 칠성장어과에 속한 물고기의 특징이다.(촬영: 2016. 3. 31.)

전혀 다른 방식의 삶, 다묵장어의 성체와 유생

 

다묵장어가 주로 서식하는 하천은 폭이 10~100m이고 수심은 30~100cm로 수생식물이 많이 자라고 소와 여울이 함께 분포하는 곳이다.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잘 보전된 곳으로 수질은 2급수 이상이다. 그러나 다묵장어의 성체와 유생은 같은 서식지 내에서 살아가기는 하나 환경이 아주 다르다.

 

다묵장어의 유생(ammocoete)은 하천의 수변부 및 수변부의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형성된 웅덩이 바닥에 묻혀서 유기물을 걸러먹고 살아간다. 서식지의 수심은 50~100cm이며, 바닥은 펄과 모래로 되어 있고 정수식물인 달뿌리풀, , 부들, 갯버들 등이 많이 자란다. 이들 식물의 잎과 줄기가 가을에 웅덩이나 수변부에 떨어져 쌓여 분해되면 다묵장어 유생의 먹이가 된다.

 

다묵장어는 태어난 지 4년째가 되는 10~12월에 피부 속에 묻혀 있던 눈이 피부 밖으로 돌출되어 눈으로써 완전한 기능과 형태를 갖추면서 성체가 된다. 눈이 완성되면 펄과 모래 속에서 나와서 가까운 상류의 여울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산란기인 4~6월까지 여울에서 살아간다. 성체는 낮에 모래나 자갈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산란장의 바닥은 모래, 자갈, 돌로 이뤄져 있으나, 여울인 만큼 주로 자갈과 돌이 많다. 성체는 산란기가 되면 산란장에 집단으로 모여 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오직 산란만 하고 바로 죽는다. 상류 여울로 이동하다가 보가 있으며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산란철에 보 밑과 그 주변에서 다묵장어 성체가 다량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묵장어는 한국, 중국 북부(흑룡강), 일본, 러시아 연해주 및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하천과 강, 댐호, 저수지 등에 분포한다. 구체적인 기록으로는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탐진강 등의 서해와 남해안으로 흐르는 하천 수계에 널리 분포했고, 동해로 유입되는 울산, 포항, 삼척, 강릉, 고성 등에도 광범위하게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묵장어의 서식지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만 적은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즉 현재 대부분의 하천에서 절멸 위기에 처해 있으며, 서식지가 매우 단편화되고 개체군이 고립되어 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취약해서 멸종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다묵장어의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하천 정비로 다묵장어 유생의 서식처로 이용되는 물가에 웅덩이가 사라지고 하천 바닥이 일률적으로 평탄화되었다. 또한 유생의 먹이가 되는 수변부에 갯버들, , 부들 등의 정수식물대가 사라졌으며 콘크리트, 석축, 돌망태 등으로 제방이 조성되었다. 보는 다묵장어 성체가 원활히 강을 거슬러갈 수 있는 어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산란장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되었으면, 자갈과 돌로 형성된 여울이 사라져 산란장도 사라졌다.

 

장님으로 살다 눈을 뜨면 죽는 물고기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


   


Spring In Lhasa(라싸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