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조각을 붙여 기다란 굴뚝 처럼 집(왼쪽)을 짓는 굴뚝날도래(오른쪽)가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여름날 아이와 강원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상원사로 가는 도중 계곡 옆 조그만 웅덩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이가 웅덩이 속 가리킨 것은 아주 조그마한 낙엽이었습니다. “상수리 나뭇잎”이라고 답하던 중 나뭇잎에 뭔가 붙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아이가 “빨대같이 생긴 거”라고 표현한 건 곤충인 굴뚝날도래의 집이었습니다. 낙엽을 물에 넣고 기다리니 굴뚝날도래가 머리를 내밀고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굴뚝날도래는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곤충은 나뭇잎조각을 붙여 원통형에 가깝게 기다란 굴뚝처럼 집을 짓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굴뚝날도래입니다. 머리는 노란색에 가깝고 검은색 세로줄무늬가 세줄 보입니다. 이들은 애벌레같이 생긴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산속 웅덩이, 습지 등 물이 맑은 곳에 서식하는데 배마디 끝 항문 쪽에는 고리발톱으로 굴뚝모양의 집 안쪽을 걸고 있어 위험할 때에는 몸을 수축해 집안으로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동에 민감하며, 큰 위협이 가해지면 집을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와 숨으려 합니다. 굴뚝날도래는 국외반출승인대상종으로 국내를 제외한 해외로 나갈 경우 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야생생물의 멸종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멸종 위험이 높은 생물을 선정하고, 이들 종의 분포 및 서식 현황을 수록한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는데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도 이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기록하는 적색자료집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굴뚝날도래는 관심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지요.
굴뚝날도래와 같은 수서생물은 어류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물 아래에 서식하는 성질을 가진, 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크기의 척추가 없는 동물), 부착조류 등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말하는데요.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며, 오염원이 없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분포하는 산지 습지에서만 사는 실제 보기 어려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하천, 호수, 연안, 저수지, 습지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지만 크기가 작고 종마다 서식하는 곳이 다릅니다. 돌 밑이나 모래, 진흙 속에 숨어 살기도 하고 나뭇잎, 나뭇가지, 작은 돌처럼 보호색 또는 위장용 집을 짓고 살아가기 때문에 찾기도 알아보기도 어려운 게 특징이죠.
우리나라에서 고도가 높은 최상류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효심조개’라고도 불리는 산골조개. 국립생태원 제공
산골조개는 산속 용천수(지하 용출수)나 용천수 발원지 근처 늪지 또는 산지습지에서 서식합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고도가 높은 최상류지역에서 발견되며 다 커도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산골조개는 호흡과 먹이활동을 동시에 하는 입수구(입)과 출수구(항문)만 내밀고 있는데 그 부위의 패각(조개껍데기)만 붉은색이나 검은색을 띕니다. 우리나라 담수에 서식하는 이매패류(패각이 두개)는 글로키디움이라는 유생을 출수구를 통해 배출해 개구리나 물고기의 몸에 기생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물속 바닥으로 이동해 먹이를 먹고 자랍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민물고기인 납자루와 말조개의 공생관계입니다. 일반적으로 납자루가 조개 몸 속에 산란을 하고 조개가 납자루 알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조개만 육아를 담당하는 게 아닙니다. 말조개 또한 글로키디움이라는 유생을 뿜어 납자루의 몸에 유생을 자라게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산골조개는 깊은 산속, 유량이 많지 않고 물고기가 거의 없는 환경이므로 말조개와 납자루처럼 공생관계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산골조개는 몸 속에서 자가 육아를 통해 20~30개의 새끼 산골조개를 키웁니다. 성체가 다 커도 1㎝가 안 되는데 새끼들은 얼마나 작을까요. 산골조개는 과거 바다 밑바닥에서 땅이 융기하면서 산꼭대기의 발원지에서 적응해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산골조개는 효자조개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옛날 늙은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산속에서 작은 산골조개를 잡아 조개국을 끓여 모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야 하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조개국을 끓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잡을 수 있고 효심이 지극하지 않으면 힘들었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국가장기생태연구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 산지습지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산골조개 역시 국외반출승인대상종이며, 한국고유종으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생물자원입니다. 적색목록 종 정보에서는 멸종우려종의 취약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호흡할 때 아가미술을 펴는 모습이 꽃이 피는 것을 연상시키는 민날강도래. 국립생태원 제공
민날개강도래는 강도래목 중에서 유일하게 성충이 되어도 날개가 없는 종입니다. 민날개강도래의 ‘민’은 ‘없다’는 뜻으로 이름만으로 생김새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3년 이상의 유충시기를 가지며, 9~11월에 성충이 됩니다. 수심이 매우 얕고, 물이 차며, 낙엽이 많은 모래 바닥에 고도가 높은 산의 발원지에서만 서식합니다. 몸길이는 20~30㎜이고, 낙엽이나 모래와 비슷한 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을 띄며,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어 주변 환경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발견하더라도 움직임이 느리고 위협을 느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죽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다른 강도래와 달리 배마디 끝에만 다발을 이루는 꽃모양의 아가미술을 갖고 있는데요. 이 꽃모양의 기관아가미로 물속의 용존산소(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이용해 호흡을 합니다. 호흡할 때 아가미술이 몸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이 마치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아주 예쁩니다. 민날개강도래는 위협을 느끼면 대부분 죽은 척을 합니다. 하지만 죽은 척하는 것이 소용없을 때에는 꼬리를 이용해 적이 있는 쪽으로 꼬리를 들어 위협을 합니다. 그러나 민날개강도래가 서식하는 곳엔 물고기가 살지 않으니 위협적인 행동은 거의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수중카메라로 생태사진을 찍을 때 꼬리를 들어 위협하는 행동을 볼 수 있는데 아주 귀엽습니다. 민날개강도래속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자원조사를 통해 2016년 국가장기생태연구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 내 산지습지 발원지에서 추가적으로 서식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민날개강도래는 한국고유종, 국외반출승인대상종, 적색목록 종 정보에는 준위협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민날개강도래의 성충은 날개가 없어 멀리 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식처가 매우 협소하고 서식처가 파괴되면 절멸하기 쉬운 종입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
몸길이가 15~25㎜정도에 불과한 데다 고도가 높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은 좀뱀잠자리 유충.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좀뱀잠자리의 ‘좀’은 작다는 뜻입니다. 몸길이가 15~25㎜정도이고, 낙엽색깔과 비슷한 황갈색이나 검은색, 붉은색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고 가슴에 다리가 세 쌍이 있습니다. 물속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진흙 속에 숨어있는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워낙 고도가 높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사종으로 가는좀뱀잠자리, 시베리아좀뱀잠자리, 좀뱀잠자리, 한국좀뱀잠자리가 있으나 생태학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인 꼬마잠자리 수컷(왼쪽)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색을 띄는 반면 암색은 흰색, 갈색, 검정색이 번갈아가며 교차무늬가 나타난다.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마지막으로 산지습지의 대표적인 수서생물인 꼬마잠자리를 소개합니다. 꼬마잠자리는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생물보다는 많이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꼬마잠자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꼬마처럼 작은 생물입니다. 얼마나 작을까요? 다자란 꼬마잠자리 성충이 500원짜리 동전 안에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이지요. 꼬마잠자리 성충은 암컷과 수컷이 크기는 비슷하나 색깔은 전혀 다릅니다. 수컷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색을 띄는 반면 암컷은 흰색, 갈색, 검정색이 번갈아가며 교차무늬가 나타납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Ⅱ급이며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속생물도감 저자이자 사진제공자인 권순직 생태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이 꼬마잠자리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크기가 너무 작아 기형이 아닌가 의심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을 했었지요. 꼬마잠자리는 산지습지나 고산의 묵논(기존에 농사를 짓다가 오래도록 농사를 안 지어 묵혀놓은 땅)에 서식합니다.
대부분의 수서곤충은 유충과 성충의 생김새가 너무 다르고 유충 시기에는 생식기가 없어 분류학적으로 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수서생물들의 특징 때문에 분류학적, 생태학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기초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어디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지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살고 있는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때입니다. 산지습지 생물들은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야생동물 한 마리나 한 사람만으로도 짧은 시간에 서식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보호가치가 높은 습지들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점봉산 중점생태연구지소에서 산지습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산골조개, 민날개강도래 등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의 서식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들을 연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한 생명인 산지 습지 작은 구성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 손세환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전문위원 18. 2.10 한국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비밀정원
경기 포천 평강식물원
4월 말 화려했던 벚꽃도, 고고했던 목련도, 지천이던 개나리, 진달래도 이듬해를 기약하고 물러갈 즈음 아래쪽에서부터 철쭉 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게으른 벚꽃이 성급히 돋아난 초록 잎사귀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배시시 웃고 있는 곳이 있다. 한라산 중턱에서 보았던 키 작은 털진달래도 바위 틈에서 활짝 웃으며 관람객을 맞는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우물목길 203번지 평강식물원
1999년 조성을 시작해 2006년 5월 문을 평강식물원은 59만5542㎡(18만여 평)의 부지 위에 암석원, 고층습지(멸종위기식물생태보존원), 고산습원, 습지원, 들꽃동산, 만병초원, 연못정원, 이끼원, 자생식물원, 고사리원, 화이트가든, 잔디광장, 자연식생보존지역, 약용식물원, 멸종위기식물 전시가든 등 12가지 생태정원과 3가지 스토리가든이 조성돼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조성한 고산식물 전시장인 암석원과 습지 생태를 복원한 습지원은 국립기관들도 벤치마킹을 할 만큼 명소다. 또 보유한 8000여 종의 식물 가운데 멸종위기종인 노랑만병초, 조름나물, 개병풍, 단양쑥부쟁이, 가시오갈피나무, 독미나리의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런 이유로 평강식물원이 학계와 관련 업계로부터 ‘제대로 된 식물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평강식물원은 지난 5년 새 큰 위기를 맞았다. 봄만 되면 화려한 외국 원예종 꽃을 대량으로 식재해 관람객을 유혹하는 여느 ‘가든’들과 달리, 평강식물원은 주변 산림자원과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만큼 언뜻 보면 동네 뒷산에 온 듯 소박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놓인 돌멩이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그만큼 사람 손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손은 많이 가는데 관람객은 늘지 않고, 경영난을 겪으면서 관리가 소홀해지자 관람객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결국 지난해 말 주인이 바뀌었다.
부산을 기반으로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평강식물원을 인수한 권현규(37)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자칭 ‘철학을 전공한 농부’ 김기현(43) 원장이 식물원 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권 대표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식물원을 창업하신 분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 유지해 경기북부 지역의 관광 중심이 되는 최고의 식물원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원장은 “평강은 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식물원”이라면서 “올해 첫 행사인 ‘고산식물 전시회’(4월 22일~5월 14일)를 홍보하러 인근 지역 식당 등을 찾아갔다가 절반가량이 평강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개원한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포천 안에서조차 식물원을 모른다는 것은 홍보가 전혀 안 됐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식물원이 8만 평이라면 주변 유휴지가 10만 평이다. 기존 식물원은 최대한 보존하고 나머지 공간을 활용해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힐링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계획 안에는 생태체험학습장, 캠핑장 조성과 리조트 사업도 포함돼 있다.
1 해오라비난초 2 만병초원 3 연못정원[사진제공 · 평강식물원]
이처럼 식물원이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는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때가 되면 식물은 변함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이정화(39) 가든관리팀장은 자신이 돌보는 ‘애들’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저희 식물원에는 포장된 길이 없어요. 350~400m 고지에 있지만 평지에서부터 완만한 언덕, 숲길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자리 잡은 공간이죠. 암석원의 고산식물들이 개화해 5월 중순까지 피고나면, 5월 중순부터는 습지원 쪽에서 부채붓꽃이 군락으로 핍니다. 그 시즌이 끝날 무렵 멸종위기종인 노랑만병초를 비롯해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각종 만병초가 꽃을 피웁니다. 저희 식물원이 보유한 만병초만 70종이 넘는데 이를 위해 따로 만병초원을 조성해놓았습니다. 6월 중순 이후로는 다양한 야생화를 식재한 들꽃동산부터 각 정원마다 일제히 여름꽃이 피어납니다. 매일 와도 날다마 달라지는 풍경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 우리 식물원의 특징이죠.”
완만한 언덕길을 20m쯤 올랐을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키다리 노간주나무 두 그루가 호위무사처럼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암석원이 나온다. 암석원은 수목 한계선에 자생하는 고산식물과 저지대의 건조한 암석이나 모래땅에 서식하는 다육식물을 위한 공간이다. 백두산과 한라산, 로키산맥, 알프스산맥, 히말라야, 몽골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 1000여 종의 보금자리다.
아무리 국내 최북단에 있다 해도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서 사는 식물이 자라려면 그에 맞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식물원 조성 당시 경북 밀양 얼음골과 돌산의 풍혈지대에 착안해 지하에 유공관을 묻고 그 위에 자갈, 마사토, 용토를 차례로 덮어 아래로부터 시원한 공기가 순환되고 배수가 잘되게끔 했다. 큰 바위 밑과 돌멩이 사이사이로 백두산떡쑥, 구슬댕댕이, 월귤, 분꽃나무, 털진달래, 넌출월귤, 고상동자꽃을 찾아 하나씩 이름을 불러주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식물들이 자라는 베드를 한반도 형태로 만들어 채집한 위치에 해당 식물을 식재해놓은 데서 식물원 측의 섬세한 배려도 읽을 수 있다. 또 식물마다 고유번호가 있다. 식물 족보다.
“고유번호는 예를 들어 2000년에 255번째로 평강식물원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주죠. 2015년 2월 5일에 파종해서 3월 24일에 발아했고 5월 5일에 옮겨 심었다는 식으로 족보를 철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력이 없는 것은 함부로 심지 않습니다.”(이정화)
암석원 곳곳을 자세히 보면 산성베드와 알칼리베드가 따로 있다. 고산식물 중에서도 구슬댕댕이, 분꽃나무처럼 알칼리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식물과 진퍼리꽃나무, 월귤 같은 털진달래과처럼 산성 토양을 좋아하는 식물을 구분해놓은 것. 이 팀장은 “식물원은 관람객이 보기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맞춰 식재해야 한다”면서 “강원도 정선의 석회암을 가져다 놓으면 풍화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pH 농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다음 코스는 고층습지.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199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람사협약 습지로 지정)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백두산 장지 연못을 생태적으로 재현했다. 고층습지는 동식물의 사체가 분해되지 않고 오랜 세월 퇴적돼 만들어진 지형.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영양이 빈약하고 석회분은 적으며 토양이 산성화돼 서식하는 식물도 제한적이다. 고층습지의 산책용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개병풍, 노랑만병초, 조름나물, 단양쑥부쟁이, 독미나리, 가시오갈피나무, 섬시호, 솔붓꽃, 갯봄맞이꽃, 산작약, 백부자, 날개하늘나리, 세뿔투구꽃, 제비동자꽃, 섬개야광나무, 미선나무, 나도승마, 해오라비난초가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 숲 그늘이 깊어지면서 줄기 끝이 돌돌 말린 막대사탕처럼 생긴 관중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팀장이 다가와 “관중이에요. 왕관처럼 예쁘죠?”라며 묻는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막대사탕 같던 관중이 어느새 신라 금관 같다.
관중 옆에 개병풍이 넓적한 잎을 드러내며 인사를 한다. 깊은 계곡 응달에서 자라는 개병풍은 6~7월에 깃 꽃대 위에 흰꽃을 피운다. 잎이 크게 자라 예전에는 우산 대신 썼다고 하는데 이제는 멸종위기종이 돼 귀한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할 것 같다. 흔히 나물로 먹는 곰취도 여기서 보니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계곡같이 시원하고 습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위해 만든 고산습원이다. 산 위에 땅을 파고 S자형 계류와 자연형 연못을 통해 물이 천천히 흐르도록 유도해 수변식물과 침수식물을 식재했다. 물론 폭포와 연못 모두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데크를 걸으며 붓꽃류, 설앵초, 물매화, 분홍바늘꽃 등 자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평강식물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만병초원이다. 진달래와 비슷한 꽃이 피는 만병초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잎은 ‘만 가지 병에 쓰인다’ 해서 만병(萬病)이란 이름이 붙었다. 건조하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잎 끝이 뒤로 말려 스스로를 지키는 특성이 있다. 평강은 멸종위기종인 노랑만병초를 비롯해 각종 만병초만 모아 따로 가든을 조성했다. 멸종위기종인 노랑만병초는 환경이 맞는 다른 가든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
원 내 가장 위쪽에 있는 자생식물원은 평강식물원이 생기기 전부터 이 땅의 원주인인 소나무와 참나무 숲에 자생수목과 야생화를 식재해 보호하는 공간이다. 현재 뻐꾹나리, 피나물, 은방울꽃, 산수국이 자란다.
다음은 전국의 양치식물을 모아놓은 고사리원.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은 무분별한 채취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점차 희귀식물이 되고 있다. 평강식물원에서는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양치식물을 수집하고 있으며, 포자번식을 통한 증식은 이미 4년간의 실험을 거쳐 거의 모든 양치식물의 증식에 활용하고 있다.
“외모로 판단하지 마세요”
“요즘 산에 가면 흔하던 앵초조차 보기 어려워졌어요. 사람들이 다 캐간 거죠. 그렇게 캐서 잘 키우면 모를까 대부분 금방 죽여요. 멸종위기종인 해오라비난초를 키워봤다고 자랑하는 분도 계세요. 식물도 생명인데 제대로 돌보지 못할 거라면 키우지 말아야죠. 야생화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고 주위의 시든 꽃을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께 꽃이 시드는 것은 씨앗을 맺어 내년을 준비하는 것인데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꺾어버리면 그 식물은 종자를 맺을 수 없게 된다고 말씀드려요.”
이정화 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숲길을 빙 둘러 내려왔더니 어느새 평강식물원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못정원이다. 1000평의 면적에 특수 용기를 매설해 50여 종의 수련류를 품종별로 식재한 곳이다. 습지용 아이리스와 부처꽃, 노루오줌, 비비추류 등이 아름답게 피지만 무엇보다 연못정원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개구리 울음소리다. 한때 수조의 개구리 알을 모두 건져내 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개구리도 연못정원의 당당한 주인으로 대접받는다. 식물원을 만든 것은 사람이지만 완성하는 것은 자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곳 식물들은 자세히 봐야 예뻐요.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질리지도 않습니다. 생김새로 식물을 판단하지 말고 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하나하나 너무나 귀한 애들이죠. 식물 해설을 하면서 꼭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여러분이 낸 입장료가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지만 멸종위기종과 자생식물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귀한 돈입니다.”
바람을 맞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꽃과 대화하는 즐거움. 6000원의 가치가 이처럼 클 수 있을까. / 2017-05-19 신동아 6월
창녕 우포늪 등 국내 대표 습지 4곳 람사르습지도시 인증 추진
정부가 순천만 갯벌, 제주 동백동산·인제 대암산 용늪·창녕 우포늪 등 국내 대표적인 습지 4곳에 대해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추진한다.
창녕군우포늪
순천만갯벌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보전·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습지 4곳에 대해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람사르습지는 습지의 유형이 희귀하거나 독특하고, 국제적 보호종 서식 등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에 해당하는 경우 당사국의 신청을 받아 람사르 협약에 등록한 습지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국제협약을 말한다.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이란 람사르습지 인근에 위치하며 습지 보전 및 이용에 지역사회가 모범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도시 또는 마을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우리나라가 제안·발의해 2015년 6월 협약상 정식 인증제도로 채택됐다.
정부는 국내 모범 습지 4곳을 최종후보지로 선정하고 오는 31일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인증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인증을 신청한 국내 최종후보지 4곳은 람사르협약사무국 검토(2017.12월)와 상임위원회 보고(2018.5월)를 거쳐 내년 10월 열리는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인증서를 수여 받을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최종후보지 4곳은 국제협약(람사르협약)과 국내법(습지보전법)에 따른 람사르습지 인근지역으로 지역 주민들의 동참 하에 습지보호·생태관광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범지역이다.
제주 동백동산은 특이한 곶자왈 지대에 형성된 습지로, 마을규약을 통해 주민주도형 습지 보전활동과 생태관광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대암산용늪은 국내 유일한 고층습원으로, 생태학교, 습지식물 복원·판매 등을 통해 보전과 이용을 조화롭게 실천하고 있는 지역이다.
국내 최고 원시 자연늪인 우포늪은 생태체험장, 생태관 등을 활용한 습지 체험·교육 활동과 문화체험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국가정원이 위치한 순천만 갯벌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국내 최대 갯벌 생태관광지역이다.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받게 되면, 6년 동안 지역에서 생산하는 물품 및 관광상품 등에 국제사회가 인증하는 ‘람사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습지보전이용시설, 생태관광 기반시설 확충 등 람사르습지 도시 인증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가 지원을 받게 된다. 인증 기간(6년)이 종료되면 람사르습지도시 인증기준 충족여부 등에 대한 점검, 사업평가 등을 거쳐 사무국으로부터 재인증을 받게 된다.
경부고속철 통과로 ‘고층습지’ 훼손 위기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이 국내 희귀 고층습지(高層濕地) 바로 아래를 터널로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어 환경단체 등이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내원사 지율 스님등 5명은 “전국에서 고층습지가 가장 많은 천성산과 정족산으로 고속철도 터널이 개설될 경우 예상치 못한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 22일부터 노선변경을 촉구하는 국토순례를 시작했다.
고속철도 노선을 따라 다음달 초까지 순례에 나서는 이들은 “정확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터널이 개설될 경우 늪의 물이 빠져 1만년 이상 지속돼온 ‘자연사 박물관’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지역 환경단체인 울산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정우규(鄭宇珪·이학박사) 교육분과위원장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지난 93년 고속철도 구간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으나 이는 정족산 무제치늪(울산시울주군 삼동면)과 천성산 고층습지(경남 양산군 하북면)가 발견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환경단체 등 26개 단체는 지난해 12월‘천성산 습지보전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녹색연합 등도 습지보전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고속철도관리공단 백경래(白璟來) 설계관리처장은 “정족산과 천성산 지표에서 300∼400m 아래에 터널이 개설되기 때문에 습지가 고갈될 위험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고층습지에는 희귀 동식물 수백종이 서식하고 있어 무제치 1, 2늪(총 4개) 18만4000㎡는 지난 98년 12월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천성산 고층습지는 13개 가운데 화엄늪(12만4000㎡)이 다음달 1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다. 12. 1.24 동아
정전60년> '생태 寶庫' 민통선 외래종 침투 '몸살
국내 첫 람사르습지 대암산 용늪에만 외래종 11종 확인
고층습지·북한강 상류·최전방 저수지도 '생태계 교란' '
....국내에서 처음으로 람사르조약에 습지로 등록된 대암산 용늪이다. 해발 1천280m에 있는 용늪은 하늘로 올라가던 용이 쉬었다가 가던 곳이라는 뜻이다.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고층습원이다.
식물이 썩거나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쌓인 용늪의 이탄층은 한반도 4천500년의 자연사를 간직한 곳이다. 용늪 주변으로는 조름나물, 기생꽃, 삵 등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비롯해 비로용담, 금강초롱 등 한국 특산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작은 용늪' 주변의 오솔길 곳곳에는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 쑥부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1.5m까지 자라는 미국 쑥부쟁이는 자생식물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꽃이 핀 뒤 씨가 바람에 날리면 확산 속도가 빨라 보이는 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인근의 '큰 용늪'까지 확산할 수도 있다.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인 돼지풀, 서양민들레, 주걱 개망초 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최근 탐방로 공사를 한 주변에서는 구주 개밀까지 발견됐다.
우리나라에 목초용으로 도입된 작물이 공사 과정에 함께 따라 들어간 것이다. 배수로 바닥에서는 미국 가막살이가 목격됐다.생태계 교란 야생식물을 포함, 용늪 주변에 침입한 외래종은 현재 파악된 것만 11종이나 된다.
최전방의 고층습지까지 생태계 교란식물이 들어온 것은 전쟁 및 분단과 관련이 깊다. 한국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곳에는 미군의 군수 물자에 섞여 외래종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도로 등을 개설하는 과정에서도 외래 식물의 침입은 피할 수 없었다. 2013-07-10 연합
◇ 국립환경과학원, ‘2012년도 전국내륙습지조사’ 결과 발표 13.3.21
- 습지 292곳 신규 발굴, 이중 35곳은Ⅰ급 습지로 판정
-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 4종을 비롯해 보전가치 높은 주요 생물종 다수 확인
□ 보전가치가 높은 생물이 다수 서식하는 습지 292곳이 국내에서 새로 발견됐다.
□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은 강원4, 충청4, 경상3, 전라2, 전라3, 제주1을 포함한 총 6개 소권역, 152개 도엽에 위치한 습지에 대해 실시한 ‘2012년도 전국내륙습지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 이 조사는 매 5년 단위로 국가의 습지환경 현황과 그 유형을 발굴하기 위해 생물, 무생물, 인문·사회, 습지평가의 총 4개 분야에 대해 실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학술조사 사업이다.
○ 도엽(圖葉)은 1:25,000 축척의 지형도(11.2㎞X13.9㎞)이며, 우리나라는 1:25,000 축척을 기준으로 총 824개 도엽으로 구성된다.
□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총 292곳의 습지가 신규로 발굴됐다.
○ 제3차 전국내륙습지조사(2011~2015년)에서는 현재까지 총 442곳의 습지가 새로 발견된 것이다.
□ 생태계 보전가치를 등급별로 평가한 결과, 새로 발견된 습지 중 35곳은 습지등급 Ⅰ급으로 ‘절대보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으며, 102곳은 ‘보전’이 필요한 Ⅱ급, 125곳은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이 가능한 Ⅲ급, 30곳은 ‘복원 혹은 이용’이 가능한 Ⅳ급으로 분류됐다.
○ 유형별로는 산지 100곳(34.2%), 호수 91곳(31.1%), 하천 58곳(19.8%), 인공 43곳(14.7%) 순이었다.
※ 습지등급 : 2011년도 ‘전국내륙습지 조사지침’에 제시된 정밀조사 판단기준 적용
※ 습지유형 : 2011년도 ‘전국내륙습지 조사지침‘에 제시된 습지유형분류 적용. 인공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습지는 '인공’으로 별도 구분(중복 없음)
□ 습지등급 Ⅰ급 35곳을 세부지역별로 구분한 결과는 전라2 11곳, 경상3 9곳, 강원4 7곳, 충청4 5곳, 전라3 3곳 순으로 나타났다.
○ 환경과학원은 습지등급 Ⅰ급 습지가 높은 생태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지역별로 연간 3~5곳씩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2013년에는 인제 심적습지(군), 곡성 백련제습지, 해남 고천암호를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 지역명 뒤 숫자는 분류 편의에 따라 임의로 붙임
□ 특히, 환경과학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한 습지에서 순채, 조름나물, 가시연꽃, 삼백초 등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 4종과 중간습원 대표 진단종인 진퍼리새, 고층습원 대표 진단종인 작은황새풀, 큰방울새란 등 보전가치가 높은 주요 생물종을 다수 확인했다.
※ 진단종(diagnostic species): 식물군락분류체계에서 특정 식물군락을 특징지을 수 있는 주요 종
※ 습원 : 습기가 많은 초원
※ 중간습원(Intermidiate moor) : 고층습원과 저층습원의 중간형
※ 고층습원(High moor) : 고산대, 아고산대, 고위도에 위치하는 습원
□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전국내륙습지조사 결과로 발굴된 생태계 정보는 내륙습지 유형별 분포 현황을 파악하고 개별습지 조사를 통해 습지별 생태적 보전가치를 평가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습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크를 지나가면서 해설사는 이곳에 사는 끈끈이주걱, 비로용담 같은 희귀식물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나는 큰용늪 여기저기에 버섯같이 솟아오르는 나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솔방울이 위로 솟은 가문비나무가 내 손끝이 닿는 곳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달나무, 신갈나무, 심지어 고사리도 데크 옆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런 나무들은 잘 우거진 산림 한가운데 있어야 어울린다. 그런데 왜 용늪에 있는 건가?
강원 양구 대암산 용늪. 가장자리 효과로 테크 양옆의 풀과 나무가 유난히 무성하고 푸르다.
데크를 앞뒤로 걸으면서 나는 데크 양옆으로 풀과 나무가 유난히 잘 자라고 있음을 알았다. 이것은 일종의 가장자리 효과(edge effect)라 한다. 데크로 인해 경계선이 생기고, 그 경계선에서 습지에 있지 말아야 할 나무와 풀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데크는 이질적인 식물들이 용늪에서 번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암산 용늪이 점점 육지로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데크가 대암산 용늪을 육지로 바뀌게 하는 ‘육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장이권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16.6.27 경향
재약산의 대표적 고층습지인 사자평 습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출입과 잘못된 사방공사로 육지화를 비롯한 생태계 훼손이 진척되던 곳이다.
환경부는 2012년 말부터 2015년까지 배수로 정비와 식생 복원 등의 습지 복원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20m 간격으로 차수벽을 설치하고 11곳의 횡배수관을 설치해 빗물 등이 육지화 된 습지보호지역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만드는 계획이었다. 복원비용 46억원 투입한 이 사업에 암초가 등장했다. 2013년 5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의 운행이 재개되면서 과거 훼손의 원인 중 하나였던 등산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2000명에서 3000명이 방문한다
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 2012-06-22 한겨레
천성산 도롱뇽의 진실
“습지 중앙에 있는 게 오리나무예요. 원래 가장자리에 살았죠.”
나무는 왜 자라고 계곡은 왜 생겼나
밀밭늪의 아래를 채우고 있는 건 푸른 진퍼리새였다. 진퍼리새 사이로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랐는데, 그게 오리나무였다. 어른 가슴 정도의 크기, 어려 보였다. 지율 스님이 말했다.
“죄다 4~5년생이에요. 오리나무들이 점차 습지 안으로 들어와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작은 오리나무를 대충 세어보니, 스무 그루는 되어 보였다. ‘철철’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늪 한가운데 너비 1m의 물골(계곡)이 생겨 흐르고 있었다. 갈색 억새가 녹슨 창처럼 물골 주변에 드문드문 꽂혔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비가 내리면 물은 물골로 모인다. 습지가 머금어야 할 물이 계곡을 따라 산 아래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물이 빠진 습지는 땅처럼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땅은 물길이 한쪽에 쏠리는 침식작용을 부추기면서 계곡을 더 키운다. 물골은 고산 습지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저승사자’다.
옛 등산로가 아닌데도 습지 안쪽의 땅은 딱딱해져 있었다. 습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땅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물침대처럼 물렁해야 한다. 오리나무 같은 관목이나 억새는 그런 물컹한 고산 습지 안에서 무성히 자랄 수 없다. 밀밭늪이 육화(육지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능선 너머 대성늪과 무제치늪에서도 비슷했다. 5년 안팎 수령의 오리나무는 대성늪에 흩어져 있었고, 무제치1늪에선 아예 군락을 이뤄 자랐다. 0.5m도 채 안 되는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건 높이 1~1.5m의 중키 아니면 2.5m 이상의 아름드리 오리나무만 보인 점이다. 중간 크기의 오리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천성산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게 20여개의 고산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을 비롯해 대성늪과 밀밭늪이 잘 알려진 습지다. 1999년 발견된 밀밭늪은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로 꼽힌다. 수평거리 80m, 수직거리 420m로 천성산 터널과 가장 가깝다.
이런 상황은 과학적 조사로도 확인됐다. <한겨레>는 천성산 밀밭늪의 육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헌호 영남대 교수(산림자원학) 팀이 2004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밀밭늪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지하수위(지표면에서 지하수면까지의 거리)는 2004년 -8.48㎝에서 2008년 -28.59㎝로 3배 이상 낮아졌다.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습지로 유입된 물이 다시 습지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출률도 대체로 지하수위 하강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2008년의 유출률은 27%로, 2005년 13%의 두 배가 넘었다. 4년 동안 평균 유출률은 19%였다. 즉 강우량 100% 가운데 19%가 증발되거나 계곡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부쩍 크고 넓어진 밀밭늪의 물골과 관계가 깊다. 보고서는 밀밭늪의 종말을 예고하며 끝을 맺었다. “밀밭늪은 향후 산지 고층 습원으로서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육화되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습지의 위기, 환경부도 알고 있었다
경상남도 양산시 소주동의 천성산 정상부 아래에 있는 밀밭늪 습지 중앙부에 골이 생기고 물이 폭포처럼 흐르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양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
지난 20일 이헌호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말로 습지가 땅처럼 변한다는 의미죠. 글쎄요. 이유가 천성산 터널 때문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판단을 못하겠어요. 어쨌든 습지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에요.”
“왜 터널 영향인지 알 수 없는 거죠?”
“지하수의 흐름을 알아야 해요. 이를테면 지하탐사측정을 해야 하죠. 부담스러워 그런지 연구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 교수는 원래 천성산 터널과 연관성을 규명하려 했으나 한정된 연구비로 벅찼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터널 공사를 벌인 한 건설업체의 용역으로 진행됐다.
천성산 습지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일부 언론의 보도로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다→습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단순논리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가 2010년 10월17일 “올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를 1면 기사로 전한 이래 천성산 습지에서 발견된 몇 마리의 도롱뇽은 ‘생태계 천국의 증거’로 침소봉대됐다.
그 뒤 천성산 도롱뇽은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쪽을 공격하는 논리로 애용됐다. 4대강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와 이 사업 홍보에 나선 정부 인사들은 트위터나 언론 기고를 통해 천성산 터널 개통 이후에 도롱뇽이 많이 살듯이 4대강에서도 환경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성산 터널 주변에는 도롱뇽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 비하면 그 결말이 당혹스럽다. 당사자인 도롱뇽은 괜찮다는데 공연히 사람이 들쑤신 형세가 아닌가?”(노대래 당시 조달청장, <중앙일보> 2010년 11월5일)
하지만 환경부는 천성산 습지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천성산 습지군의 모니터링 및 복원을 내년도 중점 사업으로 편성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에 대해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임도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밀밭늪과 대성늪은 습지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복원 대상에서 빠졌다.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말했다.
“기후변화로 보고 있어요. 천성산에서만 육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영남 알프스(경남 동남부의 고산 지대)에서 다 일어나고 있거든요. 재약산 사자평 습지는 심해요. 수종이 교목으로 다 바뀌고 숲이 우거질 정도죠.”
“천성산 터널 영향은 없는 건가요?”
“전혀 없다는 건 아니에요. 설사 영향이 있더라도 지엽적일 뿐이라는 거죠.”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은 최근 4~5년생 이하의 오리나무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김경철 국장은 반박한다.
“보세요. 밀밭늪이 장기적인 자연천이 과정에 있다면 오리나무는 1~2년생부터 10~20년생까지 다양한 수령이 자라야 해요. 그런데 최근 4~5년 수령이 대부분이에요. 대성늪이나 무제치늪도 마찬가지고요. 천성산 터널과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죠.”
지하수 흐름 밝히면 육지화 원인 밝혀져
습지 육화의 원인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육화를 불러온다. 높은 온도는 습지를 메마르게 하고, 강수 패턴의 변화도 지형 변화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천성산 습지 육화와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과학적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진 않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주변 등산로와 임도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밀밭늪의 경우 지금은 폐쇄된 등산로가 답압(밟기)으로 인해 딱딱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북한산 등산로가 반들반들해진 것과 같은 이치다. 습지 위쪽의 임도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가 습지를 메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밀밭늪의 경우 임도와 약 50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왔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이헌호 교수는 “장마철 큰비가 내리면 쓸려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원인은 천성산 터널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다. 당시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는 천성산 터널이 지하수맥을 차단해 습지에 영향을 일으킬 거라고 주장했다.
천성산 터널과 이 공사를 위한 보조터널(사갱) 공사는 2003년 10월 시작됐다.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가 터널 벽을 타고 흘러 대규모 유출된다. 2006년 고속철도건설공단과 환경단체가 꾸린 환경영향공동조사위원회도 1분당 최대 1t의 지하수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습지가 머금고 있던 물도 서서히 빠지게 된다. 밀밭늪의 육화가 천성산 터널 때문이라면 지하수맥을 통해 늪의 수분이 천천히 새어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천성산 습지 하부가 불투수층이기 때문에 지하수위 하강으로 인한 습지 영향은 없을 거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환경영향공동조사위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만 열어뒀을 뿐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하시추조사에서 밝혀진 지하구조에 의하면 늪지 퇴적층과 기반암의 수리적 연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동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녹색연합의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의 말이다. “당시 결론은 거기까지였어요. 큰 산의 속을 바늘로 찔러서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어느 전문가가 말하더군요. 시간 제약 등 여러 조건 때문에 지하수 유동을 100% 그려 넣을 순 없었던 거죠.”
이날 답사에서 취재진은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무당개구리 두 마리와 올챙이 수십 마리만 목격했을 뿐이다. 도롱뇽이 알을 낳는 봄철과 달리 여름철에는 도롱뇽을 관찰하기 힘든 편이다.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으니, ‘손가락 셈법’으로 천성산 습지가 망가졌다고 하는 건 왜곡이다. 반대로 천성산 습지가 ‘생태 천국’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천성산 습지는 메말라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사라진다. 도롱뇽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도롱뇽도 습지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정부와 보수신문은 애써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천성산 습지의 복원 계획을 세운 환경부도 무엇이 육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선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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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평가 부실 폭로… ‘환경운동 내 갈등’ 한계로
천성산 보존운동이 남긴 것
애초 천성산 터널 반대로 인한 손실액은 2조5000억원이라고 알려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고, 이는 사실처럼 굳어져 여러 자리에서 인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지율 스님이 두 신문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공사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은 145억원이라고 결정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정보도를 이행하지 않을 때 하루 10원을 지급하도록 해 ‘10원 소송’에 패소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사 중단 기간도 1년이 아니라 6개월인 것으로 인정받았다. 천성산 터널이 포함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2002~2010년 동안 총 사업비 7조2136억원이 투입됐다. 이 수치로만 보면, 총 사업비 대비 손실액 비율은 0.002%다.
지금도 근거가 부실한 주장이 떠돈다. 고속철도(KTX) 민영화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누적 부채(2010년 말 기준 12조원) 원인으로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지목했다. 지율 스님은 이에 대해서도 나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지율 스님이 주도한 천성산 보존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22일 “지율 스님의 핵심 요구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였다”며 “절차를 무시하고 탈·편법으로 진행돼온 국책사업 관행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서 국장은 “환경평가 부실관행이 폭로됐고 그 뒤에는 그나마 환경영향평가를 세밀하게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천성산 터널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맡았던 이동준 변호사는 “도롱뇽 소송은 패했지만 그 뒤 벌어진 재판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면 사업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경사적으로 지율 스님의 단식은 우리 사회에 자연이 지니는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도롱뇽 때문에 밥을 끊을 수 있다는 스님의 행동에서, 자연은 인간이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구를 나눠 쓰는 동등한 존재다. 과거 환경운동이 가졌던 인본주의에서 탈인본주의로 향하는 서막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하는 이들도 있다. 구도완 한국환경사회연구소장은 “도롱뇽으로 표상되는 동물의 권리를 새로운 의제로 던졌다”며 “아직 일반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주제였고 주류 환경운동과 갈등을 남기는 등 한계도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국책사업의 파행은 재연됐고(낙동강 등 소송에서 일부 절차적 하자가 인정됐다) 천성산 보존운동의 성과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서재철 국장은 “환경영향평가가 단 몇 달 만에 끝나는 등 원점 회귀했다”며 “국책사업의 절차가 합법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하면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앞서 추진되는 강원 원주~강릉 고속철도 사업은 한반도 생태계 보고인 백두대간을 통과한다.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환경영향평가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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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돈 벌기 위해 국책사업 반대 올인" 11. 9.29 데일리NK
전문가 "이들이 국가 미래까지 막아…개발은 惡 아니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29일 (사)환경정보평가원이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국책사업의 환경문제 검증 및 갈등 해결방안' 발표회에서 "(환경단체 때문에) 우리나라는 개발은 악(惡)이고 환경보전은 선(善)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환경단체는 선별적 반대로 TV에 나와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줌으로써 후원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박 교수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은 악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대해 "이들이 나라를 망쳐왔다"면서 "이들이 활개를 칠 수록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환경단체는 갯벌이 무한한 가치가 있다며 절대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네덜란드 갯벌의 간척율을 보면 94%로 국토의 1/5을 확보했고, 일본은 90%, 한국은 38%밖에 안 된다"면서 "앞으로 개발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국민들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처럼 잘 살 것인가하는 것이 국민들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천성산 원효터널에 대해 환경단체에서 주장한 고층습지 사멸, 도룡뇽서식지 훼손, 지하수 고갈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놓고도 국민 앞에 사과 한 마디 없다"면서 "천성산 터널 반대에 참여한 학자들은 세계학술지에 논문 한 편도 안 쓴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가 왜 국책사업에만 반대를 하고 나서냐는 물음에 박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좀 더 튀어야 하기 위해 다른 중요한 사안이 있는데도 국책사업에 대해서만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라며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사업 중 취소되거나 중단 되었던 사례는 김대중 정부 때 2개 사업에 3년1개월, 노무현 정부 때 3개 사업이 3년간 중단됐다. 현 정부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없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환경단체 스스로) 정권을 만들어 낸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했고, 정권에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중단·연기되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 갈등은 메스컴이 부추긴 것"이라면서 "사소한 부분을 크게 부각시켜서 얘기하면 국민들은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메스컴을 제작하는 인사들의 편향적 인식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책사업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왜 종교인들이 나서서 환경운동을 하는가. 환경운동을 하려면 종교의 옷을 벗고 국민들과 똑 같이 세금을 내면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guas Passadas - Piedade Fern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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