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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

by 이성근 2017. 11. 20.

세계 통틀어 500마리 남짓, 갯벌 매립과 밀렵으로 15년 안 지구서 사라질 듯

새만금 갯벌 없어져 치명타, 서해 갯벌에 소수 찾아와 앙증맞은 숟가락 부리질

 

주걱 모양의 부리가 독특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지난해 101일 충남 서천의 갯벌에서 촬영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냐면, 전 세계에 겨우 수백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새가 우리나라에도 모습을 나타낸다. ‘넓적부리도요라는 새가 그 주인공이다. 영어 이름은 주걱 부리 도요’(Spoon-billed Sandpiper)라는 뜻이고, 학명은 Calidris pygmaea. 속명의 Calidris는 갈색의 얼룩이 있는 물새라는 뜻이고, 종명의 pygmaea는 작다는 뜻이다.

 

작은 얼룩 물새라는 의미일까? 실제로 넓적부리도요는 앙증맞은 외모에 넓적한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지니고 있다.

 

형태  

아마 가장 큰 특징은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일 것이다. 러시아 북동부에서 번식하며,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는 이동과정 중 거치는 중간 기착지다  

다 큰 새의 몸길이는 14~15정도이며, 번식 철에는 머리와 목은 적갈색, 가슴에는 짙은 적갈색의 세로 반점이 난다. 배는 흰색, 다리는 검은 색이다   번식 철이 아닐 때 붉은색 깃이 거의 빠지고 회갈색으로 변한다. 날개는 9.8~10, 부리는 19~24, 부리 끝 넓이는 10~12, 부척(정강이뼈와 발가락까지 거리)19~22, 꽁지깃은 37~38정도다.

 

s2.JPG » 넓적부리도요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류는 계절에 따라 깃 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원앙 수컷도 비번식기에는 암컷과 비슷한 색과 모양을 가진다. 이렇듯 생태적, 계절적으로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이가 종을 가려내는 일은 좀 어려울 수 있다.

 

s3.jpg » 넓적부리도요의 번식기와 비번식기 깃털 색깔의 차이. 김봉균(왼쪽) Martin J McGill

 

분포와 서식지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추코츠크 반도 연안에서 번식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러시아에 도달한 뒤 민물 호수 인근의 풀밭에서 6~7월에 번식한다.

19~23일 만에 부화하며, 태어난 뒤 바로 스스로 먹이를 먹는다. 새끼들은 주로 아비 새가 돌보고, 어미 새는 거의 부화 직후 바로 남쪽으로 떠난다.

 

20일이 지난 뒤 어린 새들은 아비 새로부터 독립한다. 북한, 한국, 일본과 중국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으로 약 8000를 이동하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미얀마,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 반도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s4.jpg » 넓적부리도요의 세계적 분포와 이동 경로. http://www.wildlifeextra.com

 

먹이활동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가며 넓적한 부리를 좌우로 움직여 갯벌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찾아 먹는다. 도요·물떼새는 부리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 장소에서 먹이를 먹는데, 넓적부리도요는 부리가 길지 않아 아주 얕은 물가나 물이 빠진 갯벌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한다.

 

s5.JPG » 넓적한 부리를 이용해 독특한 방법으로 먹이를 찾는 넓적부리도요.

 

현 상황

전 세계에 1천 마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나이절 클라크 영국 조류 트러스트 조류학자 등은 과학저널 <오릭스>최근호에 실린 논문 위급종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에 대한 첫 공식 추정에서 2014년 현재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를 성체 210~228쌍으로 추정하고, 이들의 새끼까지 포함하면 661~718개체로 보인다고 밝혔다.-편집자).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은 번식지의 서식지 소실과 더불어 이동 경로 및 월동지의 갯벌 매립과 관련된다. 가장 중요한 이동 경로 서식지인 한국의 새만금 지역은 이미 물막이 공사가 끝나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장기 원격추적기술로 확인한 연구 결과 중국, 한국, 북한의 주요 서식지 중 이미 65%가 간척으로 사라졌다. 2010년 발표된 연구를 보면, 전통 조류 사냥꾼에 의한 집중적인 사냥이 감소의 일차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s6.jpg »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최종 완료를 알리는 모습. 이러한 간척사업으로 넓적부리도요와 갯벌, 습지를 이용하는 동물의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이전에는 위기 단계로 평가하였으나 너무 빠르게 개체군이 몰락하고 있어, 2008년부터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큼) 단계로 재조정하였다.

 

2009~2010년 센서스에서는 120~200 번식쌍(전체 약 500~800개체)만이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도 센서스와 비교할 때 88%가 줄어든 수이며 매년 26%씩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만경강 및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간 경유지를 없앤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미얀마에서의 사냥도 매우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월동지에서는 밀렵 때문에 어린 개체들이 죽고 있다. 매년 태어난 새끼 중 오직 0.6마리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그 결과 남아있는 번식 가능 개체군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번식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5~15년 이내에 멸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7.JPG » 넓적부리도요의 다리에 유색 플래그와 가락지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넓적부리도요의 생활사,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해 보호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인공증식 노력

201111월 영국 슬림브리지 인근의 야생조류와 습지 신탁(Wildfowl and Wetlands Trust, WWT)에서는 13마리의 넓적부리도요를 대상으로 한 번식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1111월 러시아 북동부의 추콧카 툰드라 지역에서 알을 수집해 모스크바 동물원에서 부화시켜 60일까지 보육한 뒤 영국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야생에서 알을 채집할 경우 어미들은 보통 이차 산란을 하므로 매우 효과적인 보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 추콧카에서도 인공부화 및 육추 후 방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새끼를 길러 방생한 암컷이 2014년 러시아 번식지에서 산란을 위해 도래한 것이 최초로 확인된 바 있다.

 

s8.jpg » 넓적부리도요의 멸종을 막기 위한 번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Wildfowl and Wetlands Trust(WWT)

 

우리나라에서는 충남의 작은 섬에서 그나마 몇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과 같은 갯벌 지역은 남반구에서 북극 번식지까지 왕복 15000~2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중간 기착지였다.

 

이동성 조류의 보전을 위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 기착지는 고속도로의 주유소와 같은 구실을 한다. 주유소가 없다면 결국 도착하지 못하고 고속도로 위에서 차가 멈출 것이다.

 

s9.JPG » 멸종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넓적부리도요를 과연 우리 후손도 볼 수 있을까.

 

정말 아쉬운 것은 따로 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런 동물이 매년 우리나라에도 머문다는 사실 역시 까맣게 모른다는 점이다.

 

야생생물의 보전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과 공존을 해야 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도도새가 그러했고, 나그네비둘기가 없어졌던 것처럼 이 작은 새를 또다시 없애서는 안 된다. 10.27 한겨레

글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장, 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참고자료

http://www.saving-spoon-billed-sandpiper.com/

https://en.wikipedia.org/wiki/Spoon-billed_sandpiper

http://www.bbc.co.uk/nature/15692417

http://www.eaaflyway.net/decreasing-waterbirds/

Nigel A. Clark et. al., First formal estimate of the world population of the Critically Endangered spoon-billed sandpiper Calidris pygmaea, Oryx, doi:10.1017/S0030605316000806

 

새만금 간척으로 멸종위기 넓적부리도요, 인공증식 성공

영 조류보호단체, 러시아 툰드라 번식지서 알 20개 공수해 17개 부화 성공

세계 100쌍 남은 위급 종, 새만금 등 간척사업으로 치명타

참새 만한 몸집에 평범한 무늬의 넓적부리도요는 주걱 모양으로 특이하게 생긴 부리가 아니었다면 함께 다니는 민물도요 같은 다른 도요새와 구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만일 어느 탐조가가 필드스코프로 이 새를 발견한다면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다.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단지 100쌍만 남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새 가운데 하나이다. 수 만 마리의 도요새가 새카맣게 내려앉은 갯벌에서 한 마리 있을까 말까 할 만큼 귀한 새이다. 그리고 이 새가 지난 10년간 90%나 줄어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새만금 등 우리나라의 갯벌 매립이다.

 

이 도요새는 몸집은 작지만 대단한 여행가이다. 극동 러시아의 툰드라 해안인 추코트카에서 번식한 뒤 8000떨어진 동남아까지 날아가 겨울을 난다. 기나긴 비행의 중간기착지는 새만금 등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이며 일부 개체는 호주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nigel_jarrett_and_nicky_hiscock_sacha_dench.jpg »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 연구원들이 러시아에서 막 공수해 온 넓적부리도요 알의 인공부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차 덴츠, WWT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WWT)등 국제 조류보호단체들은 내버려두면 곧 절멸할 것이 뻔한 넓적부리도요의 인공증식 사업에 지난해부터 나섰다. 영국에 이 도요새의 건강한 집단을 노아의 방주처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에서 데려온 넓적부리 도요 성체 12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러시아 번식지에서 알 20개를 가져와 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르던 성체와 새 개체로 건강한 집단을 이루려는 의도다.

 

지난 4일 영국 슬림브리지 센터에서는 넓적부리도요 알 17개에서 어린 새끼가 성공적으로 태어났다. 이 새의 운명에 역사적인 순간이 온 것이다. 

증식사업 책임자인 바즈 휴 야생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 종 보전부 박사는 넓적부리도요 살리기 블로그에서 부화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태어난 지 나흘된 넓적부리도요. 사진=폴 마셜, WWT

 

PM_120509_0671_low.jpg » 핀셋으로 먹이를 먹이는 넓적부리도요 4일된 새끼. 사진=폴 마셜, WWT

 

어른 엄지손톱 크기 만한 넓적부리도요 알을 러시아에서 영국까지 나르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17시간 동안의 헬기와 여객기 비행을 포함해 7일 동안의 여정을 무사히 넘겼다. 세관 검사 과정에서 알 하나에 금이 갔지만 매니큐어로 응급 처치했다.

 

21일이 지나자 부화가 시작됐다. 알에 첫 구멍을 뚫은 뒤에도 기껏 호박벌 크기인 넓적부리도요 새끼는 이틀을 쉬고 기운을 차린 뒤 나머지 알 껍질을 벗고 나왔다. 태어난 새끼에게는 일일이 핀셋을 이용해 초파리와 산 귀뚜라미를 먹였다.

 

인공증식이 성공을 거두면 앞으로 알을 러시아 서식지로 가져가 부화시켜 넓적부리도요 집단을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된다.

 

넓적부리도요의 위협요인은 곳곳에 널려있다. 러시아 번식지에서는 변덕스런 날씨와 알을 노리는 갈매기, 여우, 곰이 천적이다. 월동지인 미얀마, 타이 방글라데시에서는 도요새를 식용으로 사냥하는데, 넓적부리도요는 사냥 대상은 아니지만 부산물로 잡힌다. 이동 경로에서의 갯벌 매립도 문제다.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는 넓적부리도요는 다른 수백만 마리의 물새들과 함께 남한의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갯벌에 의존해 쉬고 이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그것이 사라지면서 불과 10년 만에 이 새의 90%가 줄어들었다고 누리집에서 밝히고 있다.

넓적부리도요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적색목록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위급종으로 분류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SBS_20A.jpg » 새만금 갯벌에서 지난해 촬영된 넓적부리도요. 사진=새와 생명의 터

 

이 새는 봄과 가을 우리나라의 새만금, 금강 하구, 낙동강 하구에 들러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월동지나 번식지로 떠난다. 지난해 9~10월 조류보호단체 새와 생명의 터가 새만금 일대에서 조사한 결과 새만금에서 5마리, 금강 하구 유부도에서 15마리가 발견됐다. (관련기사=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넓적부리도요, 새만금에 왔다) 

 

새만금이 막히기 전에 비해 이곳을 찾는 도요·물떼새의 수는 약 30분의 1로 줄었지만 아직도 매우 중요한 철새 도래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개발을 하면서 넓적부리도요 등 이들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대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넓적부리도요를 구하기 위한 사업에는 야생 조류 및 습지 트러스트(WWT) 이외에도 버즈 러시아,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 등이 시민의 모금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12 10 27

   

살다보면 / 권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