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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어머니 생신과 12차 부산시국대회

by 이성근 2017. 1. 21.

 

 12차 부산 시국대회가 있던 날은 어머니 생신날로  음 12월24일이다.  지난 몇년 집안내 12월생 함동 생일 축하연이 있어 다소 왁자지껄 허니 잔치처럼 치루었는데, 올해는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예전처럼 분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설 대목 앞두고 별도로 생일상 받기를 부담스러워 하셨다.  게다가 아버지와 이런저런 사연을 두고 다투기도 하여 표정이 밝지 못했다. 

아무튼 21일은 어머니 생신날이기에 12차 시국대회는 아예 포기 하고 있었다.  이맘 때면 작년 사업 결과물 제출로 늘 심야 퇴근이고 주말조차 없다.  이날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가야 홈플러스 안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해가 조금씩 기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년간  해 기울기는 동지(冬支)를 기준으로  확연히 바뀐다.  2016년 기준 동지는  12월21일<음11월23일>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 경과했으니 이런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해가 길어진다는 것은 일 할 수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생명들의 활동 폭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형제들이 모였다. 인천 둘째는 이번에도 불참이었다.  왠지 분위기가 서먹했다.  우리 형제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었다.  이유는 두분 어버이를 보다 잘 모시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누구도 마다할 사안이 아니건만 각자 처한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로 인해 원망도 하고 너무 튄다는 등의 감정이 개입되다 보니 입이 무거워 지게 되는 것이다.  그냥 묵묵히 밥을 먹거나 극히 평범한 말만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간간이 이어졌다.  그러다 또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문한 음식을 드시다 말고 티걱태걱하다  성이 난 아버지가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가겠다고 나가신 것이다.  잠시 답배 한대 피욱러 갔다 온 사이에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상화이었다.  급히 아버지를 찾아 나섰고 어머니도 따라 일어나셨다.  

애들이 준비한 차도 마다하고 시내버스를 탄 아버지와 어머니, 따로따로 앉아 가셨다.  착찹한 심정, 감추고 두분께 알라들처럼 왜 그러냐고  화해를 시켰던 어머니 생신날 밤,  버스가  서면에 정차할 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나는 하차했다.  그리고 시국대회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집회 장소는 가두행진이 시작된지 오래였고, 무대철거 작업반만 부산했다.  결국 사무실로 다시 와서 자정 가까이 머물다 귀가했지만 이날 두분이 보여준 모습에 적잖이 당혹했음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죄송했다. 

12차 시국대회 기록사진은 비주류사진관의 멤버로 활동 중인 정남준의 사진으로 입힌다.   

 

 

이 사진은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가 찍은 장면이다,  주변 건물의 입지상태로 보아 남문구사거리에서 법원으로 좌회전 하기 직전의 장면이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머뭇거림 없이 곧장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약 25분 정도 걸린다. 심야에는 늘 택시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걸었다.   

동천 오작교를 건너며 연결, 이음, 만남 이란 단어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