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쇳덩어리서 돋아난 천사의 날개…‘공공미술’ 경제부흥 전령사되다

by 이성근 2018. 12. 8.

매출증대 대안으로 떠오른 핵심 마케팅 전략

[기업과 예술의 만남:아트 콜라보레이션] 소비자 감성소구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의 가장 은밀한 감성에 소구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두 배로 높여주는 마법의 연금술이다. 예술, 패션, 전자기기, 식품 등 기업과 소비자가 교감하는 모든 접점에 빠른 속도로 증식 중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콜라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기업들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걸까?

최근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기업의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문화적 취향과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구매결정의 중요한 감성적 근거가 된다. 소비자는 예술작품이 지닌 감성 소구력의 힘으로 인해 브랜드에 감정이입 되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품질의 우위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와의 협업 작업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고 불확실성이 큰 시장 여건 속에서 브랜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생활의 필요를 넘어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잘 표현해내는 제품과 브랜드를 찾는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삶에 기쁨과 영감을 주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가 기업으로 하여금 예술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고 브랜드 인지도 개선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기업, 소비자, 아티스트 모두 좋아할만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이다. 소비자들은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후원에 힘입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하고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협업을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

아트마케팅의 시초라면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를 활용한 작품을 들 수 있다. 음료수 병을 소재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인해 획일화되는 현대사회를 꼬집은 이 작품은 최근 395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전략적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혁신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말한다. 콜라보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킨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유니클로=패스트패션(Fast Fassion)의 대표주자인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협업 라인은 잘 알려져 있다. 유니클로는 질 샌더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와 매출 증대를, 질 샌더는 자본력을 가진 유니클로와의 콜라보를 통해 대중적 인기와 브랜드 인지도를 갖게 됐다.

 

현대백화점, 포토존 & 쇼핑백 아트콜라보=백화점은 전통적으로 사진 촬영을 금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금기를 깨고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포토존을 설치해 마음껏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듀오 새뮤얼 복슨과 알튜로 샌도발 등이 참여했다. 또 찰스장, 아트놈, 윤서희, 에나킴 등 18명의 국내 작가와 함께 쇼핑백 아트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젊은 세대의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루이비통=루이비통의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와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공동 작업한 콜라보레이션 Bag은 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세계적인 이슈가 되며, 정체된 느낌이 강했던 루이비통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재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루이까또즈=자신들의 패션 브랜드 콘셉트를 예술의 한 장르로 선보이기 위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오마주로 한 사진전을 기획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인 김중만의 초현실주의 이미지 작품 23점과 루이까또즈 제품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 4점을 일반인에게 공개했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도 했다.

 

앱솔루트 블랭크(ABSOULT BLANK)’ 캠페인=앱솔루트는 앤디워홀, 키스해링,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엘렌 폰 운베르트와 스파이크 존스 등과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레미 피시, 잭 프리먼 등 20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앱솔루트 병 모양의 캔버스에 드로잉부터 설치 작업까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한 블랭크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스터 피자의 마노핀 갤러리’=수제머핀과 커피를 마시면서 싸구려 복제 그림 액자를 감상하게 하는 방식이 아닌, 갤러리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매장의 품격을 고급스럽게 변화시켰다. 이와 같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피자 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매출증대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콜라보레이션의 다양한 형태

현재 아트콜라보는 기업의 브랜드 구축, 확장, 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내 갤러리 조성, 신제품 개발, 광고물 제작, 브랜드 체험 공간 구축, 사옥 인테리어, 사회공헌 프로젝트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이제 유통업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각종 기업들은 저마다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미지 개선효과는 물론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

창조경제=콜라보레이션‘Note is Art’

여러 분야에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화두다. 사전적으론 모두 일하는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랜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

서울로 7017’ 설치작품 슈즈트리왜 철수됐나

낡은 신발과거·현재의 아픈 서울역 소환퍼블릭 아트와 장소성

서울로 7017’은 네덜란드의 건축그룹 MVRDV가 설계한 사람이 다니는스카이 워크(Sky walk). 많은 기대를 안고 새롭게 등장한 서울로 7017’은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도심 속 공간으로 보행자들의 편의는 물론, 조경 요소들과의 조화로운 풍경으로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서울의 상징적인 길이자 장소가 됐다.

 

그러나 서울로 7017’의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설치된 황지혜의 슈즈트리는 의도와는 달리 거센 비난을 받아, 설치된 후 예정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철수됐다.

 

, ‘슈즈트리는 그런 결말을 맞은 것일까? 우선 작품의 주요 소재인 신발에는 다양한 표상적인 의미가 있다. 부자인지 아닌지 보려면 그 사람이 신고 있는 신발을 보면 안다는 속설부터, 하이힐이 지니는 성적인 기호,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들의 신발, 사고나 자살을 의미하는 듯한 한 켤레의 신발까지, 우리 삶에 가까운 사물인 만큼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황지혜의 슈즈트리에 등장하는 낡은 신발은 아쉽게도 그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서울역은 일제의 대륙 침략을 위한 출발 거점이었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곳으로 변화했으며, 경제성장기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이들에게 처음 마주하는 건물이 된다. 역사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관문이자 그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의미있는 곳이다.

 

슈즈트리가 설치된 서울역은 근현대사의 질곡을 수많은 서민들과 함께 한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인 장소에 나타난 낡은 신발 더미는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 아닌, 과거와 현재 서울역이 가지고 있는 아프거나 불쾌한 기억을 소환시켰거나 유발하는 작용을 했기에,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질타는 작품을 의뢰한 서울시에게도 미쳐, 박원순 시장마저 거센 비판을 받게 됐다.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미술작품 슈즈트리(Shoes Tree)’<사진=서울시>

 

황지혜의 작품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 작품은 장소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설치한 것이다. , 그의 작품은 퍼블릭 아트로서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퍼블릭 아트의 존재와 그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퍼블릭 아트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서, 도시에 설치되는 대형 조형물들이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 퍼블릭 아트는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형 조형물들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도시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고, 미술이 고급 장식품이라는 인식을 탈피해 대중들에 대한 접근을 모색했다.

 

이렇게 퍼블릭 아트의 개념과 확산이 미국에서 비롯됐다면, 한국은 제도적 측면에서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퍼블릭 아트를 시작했다. 1951년 제정된 프랑스 건축법에서 건축비의 1%를 예술품에 써야 한다는 규정을 차용해, 한국에서도 1982년 이후 1이상 규모의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1%를 미술품에 써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과 제도적 뒷받침 아래 한국에서 시작된 퍼블릭 아트는 도시 계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거대한 조형물이 아닌, 건물을 짓는 개별 기업이나 개인이 의뢰해 진행된 사례가 훨씬 많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중들에게 자사의 가치를 친근하게 어필하는 역할을 하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도시 미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공적인 의도와 사적인 의도가 훌륭히 조화된 퍼블릭 아트 작품들의 경우 단지 사회 환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설득사회적 합의 만든 공공성 북방의 천사

쇳덩어리서 돋아난 천사의 날개공공미술경제부흥 전령사되다

영국의 북동부에 있는 뉴캐슬(New Castle)과 더럼(Durham)을 오가는 고속도로에서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고속도로 초입의 언덕에는 늘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때로는 걸음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다. 그곳에 강철 날개를 가진 천사가 신비롭게 서 있다. 무려 200톤이 넘는 무게에, 그 키가 20m이며, 양쪽 날개 길이가 50m에 달하는 거대한 천사다. 그 장엄한 자태는 경외심마저 불러온다. 바로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 1998)’. 국내 언론에서도 탄광촌을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한 공공미술 작품이라며 자주 언급됐던 그 천사, ‘북방의 천사말이다.

 

희망의 전령사가 된 강철 천사

20만명 정도가 사는 영국의 소도시 게이츠헤드(Gateshead)에 세워진 북방의 천사는 지역민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자랑이기도 하다. 천사가 있는 게이츠헤드는 19세기까지 탄광산업으로 부유했던 도시였다. 하지만 1970년대 말부터 자유경제 원리의 시장경제 정책을 저돌적으로 추진했던 마거릿 대처의 영국 경제정책(대처리즘, Thatcherism)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광산을 폐쇄했고, 그 때문에 게이츠헤드의 지역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이렇게 경제침체의 수렁을 맴돌던 게이츠헤드에 경제적 부흥을 가져다 준 전령사는 바로 북방의 천사였다.

 

북방의 천사는 조형물이라기보다는 공동의 목적을 향한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품은 역사적 상징물이다. 안토니 곰리, ‘북방의 천사’, 1998, 강철, 높이 20m x 54m, 게이츠헤드(영국)<출처=HARMEET MARWAHA(), PA/Owen Humphreys(아래)>

 

이 천사는 영국인들이 선정한 10대 문화 아이콘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영국 내에서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세계 곳곳에서 4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세계인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이 때문에 북방의 천사는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게이츠헤드 주민이 처음부터 천사를 반겼던 것은 아니다. 초기 계획단계에서 지역주민은 그 존재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게이츠헤드 시 당국은 야심만만한 전대미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해, 1994년 안토니 곰리(Anthony Gormley)가 이 프로젝트의 계획안으로 강철 날개를 가진 거대한 천사를 공개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은 거세게 반발했다.

 

작은 소도시의 언덕에 초대형 쇳덩어리 조각상을 세우겠다는 것을 과연 지역주민이 반길 수 있었겠는가. 지역민들은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쇳덩어리에 16억원의 예산을 퍼붓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거대하고 높은 쇳덩어리 때문에 TV 전파 송수신의 어려움, 비행기 운항의 지장, 그린벨트의 손상 등을 우려했다. 심지어 고속도로 초입이라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깜짝 놀라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둥, 신의 분노로 벼락을 맞게 될 것이라는 둥 억지 의견도 쏟아냈다. 그 당시 주민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방의 천사는 세워졌고, 이제 그들의 자랑이 되었다. 그렇다면 시 당국이 불도저식의 밀어붙이기를 했던 것일까?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결과는 좋았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시 당국은 포기하지 않고 주민을 설득했다. 외부 자본을 유치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고, 모든 예산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작가인 안토니 곰리도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는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지역학교의 교장, 미술교사,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위한 워크숍 등을 열어 긍정적 의견을 갖도록 노력했다. 또한 작품 모형과 드로잉 전시 등의 홍보행사도 열심히 진행했다. 이러한 시 당국과 작가의 노력은 주민의 마음속에 놓여있던 흉측한 쇳덩어리에 서서히 천사의 날개를 돋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개가 자라나 미래의 희망을 향해 비상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기에 북방의 천사는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이라기보다는 공동의 목적을 향한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품은 역사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안토니 곰리, ‘북방의 천사’, 1998, 강철, 높이 20m x 54m, 게이츠헤드(영국)<출처=http://www.bruceallinson.com>

 

채움과 비움, 존재와 상실의 조각상

북방의 천사의 탄생에는 지역주민의 변화와 기대가 가장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실질적인 주역은 바로 안토니 곰리이다. 그가 진두지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2008영국 예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텔레그라프 발표) 4위에 오를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한 작가다.

 

곰리는 북방의 천사뿐만 아니라, 영국 리버풀 근교의 크로스비(Crosby) 해변에 실물 크기(189cm) 인체조각상 100개를 설치해 거대한 자연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묵시록적으로 보여 준 또 다른 장소(Another Place, 2005-2006)’, 실물 크기 인체조각상을 런던(2007)과 뉴욕(2010) 빌딩들의 옥상과 공원, 거리 곳곳에 설치해 마치 파수꾼들이 도시를 지키는 것처럼 느끼게 했던 사건의 지평(Event Horizon)’ 등과 같은 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곰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특정 장소의 환경과 역사성을 작품의 형식으로 끌어들인 장소-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로 작품의 장소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곰리 작업의 위대함은 환경과의 관계 속에 놓인 작품의 장소성보다는 작품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 있다. 그는 전통 조각에서 평가절하되었던 라이브 캐스트(Live Cast)’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작품 자체에 깊은 철학적 성찰과 사유를 부여했다. 라이브 캐스트 방식이란 살아 있는 인체를 대상으로 직접 본을 뜨는 방식으로, 근대조각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댕도 이미 시도했을 정도로 전혀 낯선 작업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조각가들은 작가가 작품을 직접 빚고 다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방식을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안토니 곰리, ‘또 다른 장소’, 1997, , 100개의 등신상, 각 높이 189cm, 크로스비 해변(리버풀 인근)<출처=Chris Howells>

 

곰리는 자기 자신을 라이브 캐스트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외면당했던 이 작업 방식에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그는 자신의 온몸을 랩으로 감싼 후, 그 위에 젖은 석고를 바르고 그것이 마를 때까지 폐쇄적 틀 안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단지 몇 개의 구멍을 통해서만 겨우 숨 쉬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석고가 마르면 틀을 잘라내 신체에서 떼어내고 이 신체의 본에 다시 물질을 채워 조각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라이브 캐스트 과정은 작가가 가위 눌림과 같은 행동의 억압, 시야가 차단된 암흑의 두려움, 폐소공포증, 자폐적 상황 등을 통해 유사 죽음을 경험케 하고,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신체의 형상이 그대로 굳어져 신체의 본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중층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마침내 작가가 폐쇄된 틀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유사 죽음이 각인된 신체의 부재와 그 속에 잠재된 형상의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다. 이로써 채움과 비움과 다시 채움, 현존과 부재와 잠재성의 개념을 작품이 동시에 수렴하며, 물질적 신체와 비물질적 경험의 교차를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곰리의 작업 개념은 인도 철학과 불교의 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서 깊은 가톨릭 학교에서 서양식 정통 교육을 받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인류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만난 어느 영적 지도자의 영향으로 인도철학과 불교에 깊이 심취하게 됐고, 이후 골드스미스 칼리지와 런던대학 스레이드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수학해 조각의 양식으로 명상과 사색, 해탈 등의 동양 철학적 성찰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그의 삶의 궤적은 그의 작업이 단순히 인체 형상을 조각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존재와 상실을, 삶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 곰리, ‘사건의 지평’, 2007, , 파이버글라스 등신상 27개와 철제 등신상 4, 템스 강 남쪽 강변(런던)<출처=JAMES HARRISON>

 

곰리는 라이브 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떠내는 과정에서 죽음과 다름없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은 끝나고 보상을 받듯 새로운 자신의 형상이 그를 찾아온다. 이러한 과정은 북방의 천사가 완성되기까지 거쳐 왔던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북방의 천사에 대한 거센 반대가 있었던 암흑기는 곰리에게는 라이브 캐스트에서 겪었던 인고의 시간을 상기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이겨냈듯이 곰리는 그 암흑기를 꾸준한 설득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북방의 천사가 마침내 세상 속으로 비상했다. 이러한 결과는 그의 경험과 정신의 승리 때문인 줄도 모르겠다. 우리가 곰리의 작품을 위대하게 보는 것은 비물질적인 그의 경험과 정신이 작품 속에 깊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작품 이상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안진국 미술평론가 17.1.31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시대의 예술 도시재생

공공주택단지 개조 프로젝트터너상 어셈블 그랜비의 네 거리

영국에서 최고로 권위있는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은 동시대 미술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나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바로 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 터너상은 수상자가 18명이나 됐다. 과연 터너상의 주최인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은 왜 이렇게 무더기로 터너상을 주었을까? 사실 그들 18명은 한 팀을 이루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결국 18명이라도 이 상이 한 팀에게 주어졌으니 특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팀의 정체와 후보작으로 올랐던 프로젝트가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것은 이 팀이 순수 예술가가 아닌, 건축가와 디자이너로 이뤄졌기 때문이었고, 그들이 보여준 작품이 예술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논란을 일으켰던 그들이 바로 어셈블(Assemble)’이다.

 

어셈블, ‘그랜비의 네 거리프로젝트 계획도, Image Courtesy of Assemble<출처=www.archdaily.com>

 

어셈블의 멤버인 루이스 슐츠(Louis Schulz)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들 그 누구도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예술도 그렇게 반응해야 하고 우리도 계속 변화해야 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18명의 어셈블 멤버 중 14명이 건축을 전공했고, 나머지가 디자인이나 역사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보여줬던 프로젝트는 미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도시 개발이나 환경에 관한 것이었다. 주택 건설, 임시 무대, 미술관, 공공장소, 사무실, 연구 프로젝트, 워크숍 등 6년간 그들은 100여개의 다양한 형태의 도시 개발이나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터너상 수상 작품은 그랜비의 네 거리’(Granby Four Streets), 영국 리버풀 그랜비의 오래된 공공 주택 단지를 개조하는 프로젝트였다. 다시 말해 어셈블은 예술작품이 아닌,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이 상을 받은 것이다.

 

어셈블, 겨울 정원, ‘그랜비의 네 거리프로젝트, Image Courtesy of Assemble<출처=www.archdaily.com>

 

사실 어셈블이 터너상의 후보가 됐을 때부터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예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미술계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이 자신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담긴 자기 침대를 나의 침대(My Bed, 1998)’라는 제목을 달아 터너상 후보작으로 전시했을 때도 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작품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규범 내에 존재했다.

 

하지만 그랜비의 네 거리와 같은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공공 사회운동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예술로, 작품으로 인정하기는 싶지 않았다.

 

이에 터너상의 심사위원이었던 알리스테어 허드슨(Alistair Hudson)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시대에 버려진 마을을 재생하는 작업이 미술상 후보가 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어셈블이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그리고 결국 어셈블이 그 해 터너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어셈블의 작업을 두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 내몰림 현상)과 반대되는 지점에서 마을 재건과 도시 계획 및 개발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며 예술과 디자인, 건축에서 공동 작업이라는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공동체의 작동 방식에 대안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8.8.31

 

도시재생은 공간을 재생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주민이 지역 살리도록 도와어셈블 그랜비의 네 거리

어셈블에게 터너상을 안겨준 그랜비의 네 거리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한때 활기가 넘쳤던 세계적 항구도시 리버풀에 있는 그랜비(Granby)는 그 지역의 번화가였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량 실업과 가난이 그 지역을 뒤덮은 후 주민들은 힘겨운 삶을 살게 됐다. 그러다 급기야 1981년에 폭동까지 일어났고, 그 후 정부는 재개발을 위해 대대적으로 주택을 구매하기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그랜비의 주요한 네 개의 거리를 제외한 다른 구역의 집들은 모두 철거됐고, 대부분의 주민은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 철거되지 않은 그랜비의 네 거리 주민들은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지속해서 캠페인도 하고 자발적으로 도시 관리를 했다. 그러던 중 이 주민들은 그랜비 네 거리 공공토지신탁(Granby Four Streets Community Land Trust)’이라는 주민토지신탁을 결성하고, 어셈블에게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의뢰하게 됐다. 이로 인해 터너상의 수상작인 어셈블의 그랜비의 네 거리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다.

 

어셈블, 주민이 만든 탁자, ‘그랜비의 네 거리프로젝트, Image Courtesy of Assemble<출처=www.archdaily.com>

 

어셈블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도시의 주인공은 주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지역민의 의견과 방향성을 존중하며, 지역민과 함께 낡은 집을 수리하고, 시장을 만들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떤 빈집은 지붕과 창문은 걷어내고 식물을 가득 채워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어셈블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공간을 재생하는데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주민들을 작업장에 고용해서 훈련을 시키고, 주민들이 공사 잔해나 건축 폐기물로 수제품을 제작하도록 자립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도왔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돌로 북스토퍼(Book stopper)를 만들기도 하고, 톱밥으로 손잡이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제품의 홍보와 판매를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했고, 그랜비 워크숍이라는 오프라인 판매 통로도 만들었다.

 

어셈블은 이렇게 해서 얻은 이익을 다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훈련하는 프로젝트에 재투자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그들은 지역민과의 파트너십을 견고하게 쌓아가면서 지역민이 지역사회를 스스로 살리도록 도왔다.

 

시민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국내 최초의 도심 고가보행로인 서울로7017.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도 도시재생은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철거되지 않고 재생 작업을 거쳐 얼마 전에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의 공중 공원길로 재탄생했다. 낙후된 마을이 재개발이 아닌, ‘마을미술프로젝트라는 미술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예술적으로 변한 모습도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소외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참여 예술)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어셈블이 보여준 도시재생은 단순히 공간 재생을 넘어서 지역민들이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지역사회를 살렸고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근원적 의문을 제시한다. 아무리 의미있는 사회참여형 마을 재건 사업이라도 과연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미학자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예술의 종말 이후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시대는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식의 훈련된 눈으로 일상과 예술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사이가 식별 불가능성(indiscernibility)’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으로 무장한 미학자들의 시선일 것이다. 아직도 대중은 어셈블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예술로 봐야 할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혹시 모든 것이 예술이 된 시대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예술이 아니게 만들어버리지는 않을까? 여전히 어셈블의 프로젝트를 예술로 볼 것인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예술의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8.13 중기이코노미

 

인공적으로 만든 모든 산업물은 자연과 닮았다

인공적인 자연, 자연적인 예술록시 페인의 은빛 나무 심기

세계 곳곳에서 금속나무가 자라나고 있는 광경을 보면 대단히 기이하다.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파크에도, 필라델피아의 벤자민프랭클린웨이에도, 벤토빌의 크리스탈 브릿지 미국 예술박물관 입구에도,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조각 정원에도, 캔자스시티의 넬슨-앳킨스 미술관에도, 스페인 카디즈에도 스테인리스스틸 나무가 은빛 광택을 내며 자라고 있다.

 

이파리 하나 없이 나무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 믿지 못할 광경이다. 하지만 사실 자라고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자라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 은빛 나무들은 미국 예술가 록시 페인이 몇천 개의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를 자르고, 구부리고, 갈고, 용접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2009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옥상정원에는 근처의 센트럴파크에서 뽑아온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나무가 놓여있었다. 무게가 7t이고, 크기가 무려 42m나 되는 이 거대한 나무는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 숲과 센트럴파크의 자연 숲이 동시에 보이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옥상에 이 거대한 나무가 놓여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특별했다. 자연적인 나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스테인리스스틸이라는 인공물로 만들어진 이 나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천루 숲과 자연적인 센트럴파크 숲이 교차하는 장소에서 뉴욕의 모습을 함축적이며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록시 페인, ‘소요(Ferment)’, 스테인리스스틸, 캔자스시티의 넬슨-앳킨스 미술관 설치, 2011<출처=www.next-after-this.com/2011/11/profile-roxy-paine.html)

 

이 은빛 나무는 록시 페인(Roxy Paine, 1966~)이 제작한 소용돌이(Maelstrom)’이다. 기이할 정도로 실제 나무줄기의 모양과 흡사하게 제작된 이 은빛 나무는 록시 페인의 자연에 대한 깊은 연구가 녹아 있었다.

 

작가는 이 은빛 나무를 제작해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을 떠올렸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000배 위력을 보였다는 이 폭발사건은 지상 5~10km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폭발한 사건으로, 인근 2000안에 있었던 나무 8000여만 그루를 모두 쓰러뜨렸다. 이 폭발사건은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외계 물체 충돌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록시 페인은 이 폭발사건을 떠올리며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강력한 스테인리스스틸 나무로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는 강인하게 자라나가는 자연, 어떤 방향으로 자라날지 알 수 없는 카오스적인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은빛 나무 구조는 인간의 신경조직과 유사하다.(그는 스테인리스스틸 나무와 유사하게 인간의 신경조직을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한 작품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금속의 산업 파이프라인이나 인터넷 연결망을 떠오르게 한다.

 

결국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모든 산업물은 자연질서에 의해 생성된 나무의 구조나 인간의 신경조직처럼 자연과 닮았다. 록시 페인은 우리가 자연의 강력한 힘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암시한다. 작가는 1999‘Impostor’부터 은빛 나무를 제작하기 시작해 ‘Transplant’(2001), ‘Breach’(2003), ‘Fallen Tree’(2006), ‘Conjoined’(2007) 등 세계 곳곳에 이 나무를 심고 있다. 안진국 18.3.15 중기이코노미

 

골목가게에 예술을 불어넣는다전담 예술가

가게, 환경개선과 매출향상청년예술가, 일자리와 경력 기회

우리 동네 빵집, 미용실, 떡집, 세탁소, 수퍼마다 전담예술가가 있으면 어떨까. 작은 가게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가게가 되면, 우리 골목도 더 밝아질 것 같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신세탁소는 개업한지 25년이 넘었다. 최근 프랜차이즈세탁소가 늘면서 젊은 사람들은 허름한 간판에 세월의 때가 묻은 한신세탁소를 찾지 않았다. 한신세탁소는 올해 초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전담예술가 사업)’을 신청해 점포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청년예술가의 도움으로 주인부부를 연상시키는 참신한 디자인의 간판을 달았다. 외벽유리와 전면 간판도 푸른색 계열의 디자인으로 바꿔 깔끔함과 세련됨을 더했다. 가게 분위기가 밝아지자, 한신세탁소에는 새롭게 찾아오는 젊은 고객이 늘었다.

 


서울시 연남동에 위치한 씨리얼바 전문점 리얼시리얼은 우리가게 전담 예술가 사업을 통해 낡은 가게를 화사하게 바꿨다. <사진=에이컴퍼니>

 

서울시 연남동 리얼씨리얼 점포의 아트마케팅에 참여한 한 청년작가는 그동안 주로 개인작업 위주로 작업하면서 혼자 생각하고, 내가 생각한 것 위주로 작업을 해왔는데, 전담예술가 사업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회적관계를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내 스타일을 일방적으로 살리는게 아닌, 점포주 이야기를 듣고 점포주가 못하는 예술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작가들을 통해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료나 기법을 사용하고, 내가 어떤 성향의 작가인지, 또 이와같은 스타일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재발견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소상공인과 예술가의 매칭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

소상공인과 젊은 예술가를 11로 매칭해, 우리 가게만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하는 전담예술가 사업은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가 담당한다. 신진 작가와 신진 콜렉터를 연결하는 브리즈 아트페어등을 진행하며, 청년작가들의 창작환경을 지원한다. 청년예술가들의 진로 모색, 일 경험과 사회참여를 돕는 에이컴퍼니는 서울시와 청년예술가와의 간담회에서 전담예술가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신 세탁소는 지하상가에서 25년 넘게 운영된 가게다. 청년 예술가의 도움으로 한신 세탁소는 가게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 새롭게 찾는 젊은 고객도 늘었다. <사진=에이컴퍼니>

 

전담예술가 사업은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회화·디자인·공예 등 예술 분야를 전공한 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을 11로 매칭해, 예술작품을 매개로 한 개성있는 점포환경개선 및 아트마케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청년예술가에게는 일 경험을 쌓고, 직업역량을 키워 민간 일자리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석이조 사업이다.

 

2016년 시작된 전담예술가 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총 114개 점포와 87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특색있는 간판·벽화·내부인테리어 개선 등을 통한 공간리모델링뿐 아니라, 명함·로고·상품 패키지 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점포들의 개성있는 변화를 도모했다. 전담예술가 사업은 도서출반 미진사가 출판하는 2018년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아트마케팅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점주와 예술가의 소통을 통해 가게 이야기 담긴 작업

전담예술가 사업을 담당하는 에이컴퍼니 송아영 디렉터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에이컴퍼니는 소상공인의 니즈와 청년예술가의 역량을 포착해 매칭하고, 두 당사자 사이의 조율과 의사소통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게 전담 예술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컴퍼니 송아영 디렉터는 에이컴퍼니는 소상공인의 니즈와 청년 예술가의 역량을 포착해서 매칭하고, 두 당사자 사이의 조율과 의사소통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전담예술가 사업 참여대상은 노동자 5인미만의 소상공인 점포로, 소비자가 방문해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매장형 점포다. 선정된 매장에는 전담예술가가 배정되며, 점포주와 예술가와의 소통을 통해 해당점포가 필요한 부분에 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이 진행된다. 점포주는 작품제작에 필요한 실비만 부담하면 된다. 점포당 평균 50만원미만이 소요된다.

 

송 디렉터는 점포를 선정할 때, 면접형식의 설명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점포주가 원하는 방향을 파악해 적당한 예술가를 매칭하기 위한 단계다. 모든 과정이 점포주와 예술가, 에이컴퍼니의 소통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 후 점포주 만족도도 매우 높다.

 

젊은 예술가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면서 직업적 경력을 쌓는 기회가 된다. 예술가 인건비는 전액 서울시에서 지원하며 주 5일 또는 주 3일 근무를 한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은 노하우와 우수사례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송 디렉터는 개업 한달된 가게부터 60년된 가게까지 업력도 다양하고, 업종도 해장국집·세탁소·카페·미용실·떡집 등 다양한 점포들이 참여해, 향후 사업을 진행할 때 모델로 보여줄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규모를 확대하고, 좀 더 내실있는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18.9.12 안진국 중기이코노미


Fields Of St, Etienne (Mary Hopki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