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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서식지 파괴와 교란, 그리고 멸종과 신종의 발견

by 이성근 2023. 4. 9.

논두렁 허무는물고기 침입, 플로리다 생태계 흔들

미국 에버글레이즈 침입 10여년 만에 소형어류, 가재 괴멸

아시아 비단구렁이 능가하는 생태적 영향 가능성경고

아가미와 허파 모두 갖춰 건기에도 활동습지 복원에 빨간불

아가미와 허파를 모두 갖춘 아시아산 드렁허리가 미국 최대 습지인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에 침입해 토종 어류와 무척추동물이 궤멸하는 등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옵시디안 소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어렵게 댄 논의 물이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하는 농부는 논두렁을 타고 넘으며 논을 이동하는 물고기가 논두렁을 허문다고 의심했을 법하다. 뱀장어처럼 생긴 이 물고기가 드렁허리란 이름은 얻은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생 담수에만 사는 드렁허리는 뱀장어와 전혀 무관하고 오히려 지느러미도 비늘도 없고 뾰족한 주둥이에 앞을 향해 노려보는 작은 눈은 뱀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에 살고 동남아에서는 식용으로 흔히 양식하는 드렁허리가 미국에 침입해 에버글레이즈 습지를 위협하고 있다.

드렁허리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어 뱀과 비슷하게 생겼다. 뱀장어와도 무관하다. 레오 니코, 미국 지질조사국(USGS) 제공.

 

1990년 미국 조지아 주 연못에서 처음 발견된 드렁허리는 2007년 플로리다 주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에 침입했다. 드렁허리 유입 전후 26년에 걸친 생태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 외래종이 유입된 뒤 토종 가재와 소형 물고기 등이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슈 핀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현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종합 환경 과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아시아에서 유입된 드렁허리가 다른 아시아산 침입종인 비단구렁이를 능가하는 생태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드렁허리는 에버글레이즈에서 왜가리, 엘리게이터 등 포식자의 먹잇감이지만 늘어나는 개체수를 제어하지는 못한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자들은 드렁허리는 다른 포식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형질을 지녔다특히 공기 호흡을 해 건기에 축축한 땅속에 파고들어 장기간 생존하는 능력이 에버글레이즈의 광대하고 얕으며 주기적으로 마르는 습지 생태계에서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드렁허리가 출현한 지 3년 안에 포식 어종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종이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때까지 흔했던 고유종이 자취를 감췄다.

에버글레이즈에서 흔하던 아메리칸클래그피시(왼쪽)와 푸른가재는 드렁허리 유입 뒤 거의 사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논문은 가재 2종과 열대송사리과의 소형 어종 2종은 거의 붕괴했다고 적었다. 예를 들어 토종 푸른가재는 지난 8년 동안 개체수 밀도가 99.4% 격감했고 소형 물고기인 아메리칸플래그피시도 99.1% 줄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특정 종이 괴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이들이 계절에 따른 수위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해 기존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가뭄에 강한 새로운 포식자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푸른가재는 건기에 습지 표면이 마르면 바닥으로 파고들어 알을 낳고 홍수기가 오면 부화해 포식자가 없을 때 자란다. 열대송사리과의 소형어류도 포식자가 없는 기간을 이용해 재빨리 번식해 성장하는 전략을 편다. 이런 전략은 아가미와 허파를 모두 지니고 건기에도 활동을 계속하는 드렁허리의 출현에 물거품이 됐다.

 

연구자들은 가재와 소형 물고기는 생태계 먹이그물의 밑바닥을 받치는 중요한 동물인데 이들이 사라지면서 에버글레이즈 생태계 복원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이 습지 복원의 상징인 미국흰따오기는 번식기에 가재가 꼭 필요한데 이를 구하지 못하자 번식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에 드렁허리가 도입된 이후 토종 가재와 열대송사리과 소형 어류의 밀도 변화. 매슈 핀타 외 (2022) ‘종합 환경 과학제공.

 

연구자들은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의 일부인) 테일러 슬로프 지역에서 드렁허리가 처음 나타난 것은 2009년이었는데 2014년에는 150물줄기의 조사지점 어디서나 드렁허리가 잡혔다“2015년 이후 드렁허리가 폭발적으로 확산했다고 밝혔다.

드렁허리는 길이 2540로 우리나라에서 서·남해로 흐르는 강가 논, 습지 등에 서식하며 물고기, 가재, 새우, 물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성장하면서 일부가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하며, 상황에 따라 수컷이 암컷으로 바뀌기도 한다.

인용 논문: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DOI: 10.1016/j.scitotenv.2022.1592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950년부터 보호시설서 11종 멸종, 증식 복원은 12

84종 멸종이냐 복원이냐 마지막 갈림길, “보전 대책 절실

유전 다양성 유지, 식물 복원 과제식물 7종은 한 개체만 남아

외래종 갈색나무뱀이 들어오며 1988년 야생에서 멸종한 괌물총새. 30여년 동안 인공증식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 연말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존 이웬 제공.

 

야생 동·식물이 살던 곳에서 자취를 감추고 한동안 다시 발견되지 않으면 멸종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거기서 끝은 아니다.

야생에서 사라졌어도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 마지막 개체를 보호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의 등급이 야생 멸종으로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은 위급보다 더 심각하지만 증식에 성공하면 야생에 돌아갈 수 있다.

야생에서 멸종된 뒤 런던동물원에서 100년 가까이 기르고 있는 소코로 비둘기. 아직 야생 복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런던동물원 제공.

 

도널 스미스 영국 런던 동물학회(ZSL)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야생 멸종판정을 받은 84종의 생물들이 멸종이냐 복원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이들이 복원될 수 있도록 국제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연구자들은 1950년 이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야생 멸종으로 판정한 95개 종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외로운 조지란 별명으로 동물원에서 천수를 다한 갈라파고스 제도 핀타 섬의 마지막 땅거북처럼 돌보던 곳에서도 멸종한 종이 11개에 이르렀다.

2012102살로 죽어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핀타 섬 땅거북이 사라진 외로운 조지의 생전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반대로 보호기관에서 증식에 성공해 야생에 돌려보내는 데 성공한 종은 12종이었다. 예를 들어 괌에 흔하던 고유종 새인 괌물총새는 외래종인 갈색나무뱀 유입 이후 급감해 1988년을 끝으로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보호시설에서 기르던 200마리 미만의 개체를 30년 넘게 길렀지만 자생지로 복원되지는 못했다. 런던동물원은 올해 괌물총새를 야생에 복원할 계획이다.

스미스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종자 은행 등의 헌신적인 보전 노력이 없었다면 사하라사막 영양인 긴칼뿔오릭스나 폴리네시아의 나무달팽이, 이스터 섬의 노란 꽃을 피우는 토로미로 등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이들 기관에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보호기관에서 멸종 사례

야생에서 흔했던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숲도마뱀. 보호기관에서도 모두 죽어 최종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숲도마뱀은 20세기까지만 해도 흔했다. 쓰러진 나무에서 80마리가 해바라기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외래종 개미와 고양이 등이 유입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2009년 암컷 3마리를 포획해 인공증식을 시도했지만 2014년 모두 죽었다.

멕시코의 한 샘에서만 살던 작은 물고기는 지하수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고 야생에서 멸종했고 보호시설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카타리나퍼프피시는 멕시코의 한 샘에만 분포하는 작은 물고기이다. 과도한 지하수 개발 등으로 줄어들자 2013년 마지막 암컷을 포획했고 알 4개가 깨어났지만 모두 수컷이었다. 이듬해 이 종은 영원히 사라졌다.

멸종한 하와이 마우이 섬 고유종 포우올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하와이 마우이 섬의 고유종 새인 포우울리는 1997년 겨우 3마리가 발견됐다. 2003년 이후 관찰이 이뤄지지 않자 2004년 마지막 3개체를 포획해 보호했지만 78일 만에 모두 죽었다.

 

인공증식으로 야생 복원 사례

유럽들소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동물원에 남은 54마리를 토대로 유럽 전역에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때 유럽에 널리 분포하다 서식지 파괴와 지나친 사냥으로 유럽들소는 1927년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동물원에 54마리가 남아있었다. 1929년 폴란드 동물원에 남은 개체를 인공증식해 방사한 것을 시작으로 복원사업이 이어져 현재 위험 근접등급으로 떨어졌다.

날지 못하는 괌뜸부기는 외래종 뱀에 치명타를 입어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보호시설에서 증식에 성공해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날지 못하는 괌뜸부기는 외래종 갈색나무뱀이 잡아먹어 1987년 야생에서 사라졌다. 보호기관 등에 살아남은 22마리를 인공증식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1998년 뱀을 제거하고 방사한 지역의 뱀 차단벽이 태풍으로 무너져 복원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0년부터 번식 집단이 형성됐다.

야생에서 한 개체만 남았다 씨앗을 통해 복원된 하와이의 아욱과 식물 히비스카델푸스 가피르디아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와이 고유종인 아욱과 식물은 한 개체만 자생지에 살아남았지만 그마저 1930년 죽었다. 그러나 여기서 채취한 씨앗으로 증식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복원을 위한 과제

보호기관에 남은 개체수가 너무 적어 유전 다양성 유지가 어려운 문제로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3050개체는 있어야 유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살아남은 개체가 대부분 30개체 이내이고 식물의 경우 단 한 개체만 남은 예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야생에서 멸종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연 님파에아 페그마룸은 증식 복원이 시도된 적도 없다. 존 이웬 제공.

 

동물에 견줘 식물의 야생 복원 시도가 적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복원에 성공한 12종 가운데 식물은 2종에 그쳤다. 애초 복원 노력을 시도한 대상도 동물이 67%였지만 식물은 23%에 그쳤다. 야생 멸종 판정을 받은 식물 7종은 단 한 개체만 남았다. 연구에 참여한 새라 달림플 리버풀 존 무어 대 박사는 식물은 심을 적절한 개체가 없거나 원 자생지가 훼손돼 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d28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도심의 백로가 인간에게 묻는다, 숲의 주인은 누구냐고

대전 도심 찾아와 네 번이나 쫓겨난 백로

대전 도심에 서식 중인 중대백로 한 마리가 개울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이경호 제공

 

4월이 되니 대전의 갑천과 유등천에도 햇살이 비쳤다. 오랜만에 갠 푸른 하늘로 백로 한 쌍이 날아온다.

저 냇물 넘어 보이는 언덕이 있지? 거기가 우리가 여름을 날 곳이야.”

마치 이야기가 들릴 듯, 새들은 저공비행 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대전시 어은동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안쪽의 구수고개라 불리는 작은 숲이다. 이미 도착한 새들은 열심히 나뭇가지를 주워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짓고 있다. 파란 알을 품은 어미와 아비 새, 부리를 삐죽대면서 먹이를 조르는 새끼들도 보였다.

 

쫓겨나듯 이사 다니는 전세민 백로

지난 25일 오후,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원들과 생태동아리 의 학생들이 구수고개 숲에서 백로를 관찰했다. 우리가 보통 백로라고 부르는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백로 그리고 해오라기 등 백로과(Ardeidae) 5종의 새들이 숲을 나눠 쓰고 있었다.

백로들은 부지런히 숲과 강 사이를 오갔다. 가장 가까운 갑천이 1넘는데도 백로는 사냥한 물고기를 물고 제 둥지를 찾아 부드럽게 착륙했다. 숲은 하얀 비행기들의 공항이었다. 숙련된 관제사라도 있는 것처럼, 큰 덩치의 백로들은 사고 한 번 없이 이착륙을 반복했다.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 교내의 구수고개 숲에서 백로가 나무 위에 앉아 있다. 남종영 기자

 

백로가 대전 도심을 찾은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말했다.

학마을로 유명한 세종시 감성마을에 백로가 많았어요. 도로 공사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지금은 소수만 남았지만요. 제 생각에는 당시 일부 개체가 대전 도심으로 날아온 것 같아요.”

대전의 인구는 153,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도시다. 대전에서 백로는 맨날 쫓겨 다니는 신세였다. 처음 안착한 곳은 카이스트 내 남서쪽 야산인 어은동산이었다. 울음소리와 냄새로 민원이 계속됐고, 2012년 학교는 서식지의 나무를 잘라냈다. 졸지에 노숙자가 된 백로들은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궁동근린공원의 야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생존을 건 이사 경쟁에서 탈락한 백로들은 아파트 나무에 둥지를 틀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백로는 또 쫓겨났다. 2013년 주민 민원으로 나무가 잘렸고, 백로들은 이듬해 탄방동 남선공원 소나무숲으로 삶터를 옮겼다. 그곳에서 또 쫓겨나 내동중학교 부근 야산에 둥지를 튼 백로도 있었다. ‘멀리서 보면 장관, 가까운 주민들은 지옥’. 당시 한 지역신문이 쓴 기사였다. 요란한 울음소리에 도시민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하얀 배설물은 차량을 부식시켰다. 하얀 백로는 점차 '혐오 동물'이 되었다.

2016년 대전시는 백로 문제를 해결할 묘안을 실행한다. 주거지와 떨어진 갑천변 월평공원으로 백로들을 유인하기로 한 것이다. 백로 모형을 만들어 나무 위에 설치하고, 백로 소리가 나는 음향 장치를 틀었다. 그러나 백로들은 월평공원으로 가지 않았다.

 

나무 잘랐더니 더 가까이 온 백로들

백로는 예로부터 사람 가까이서 살아왔다. 그래서 백로 마을’, ‘학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 많았다. 지렁이, 물고기 등 먹이가 마을 논에 많고, 삵이나 담비 등 천적에 대한 방어가 용이해 마을 주변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백로가 깃들면 부자 마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백로를 적어도 혐오하지 않았다.

최근 백 년의 변화를 백로가 예상하진 못했으리라. 마을이 커져 도시가 됐다. 넓은 숲은 사라지고, 도시가 숲을 에워쌌다. 역설적으로 백로의 삶터와 사람의 접촉면은 넓어졌다. 전국에서 백로 민원과 이로 인한 서식지 정비 논란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해 9월 청주 흥덕동에서 번식기에 숲을 간벌하면서 일부 백로가 폐사하기도 했다.

대전 도심에 찾아 온 백로는 계속 쫓겨나는 철거민 신세다. 네 번이나 이사를 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다행히 대전의 백로는 2016년 이후 카이스트 구수고개에서 비교적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20년 동안 네 번 이사한 뒤 찾은 평화다. 2020년 국립생물자원관이 공개한 전국 백로류 조사를 보면,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백로, 해오라기 등 51092쌍이 이곳에서 여름을 난다. 20121420쌍이었던 것에서 23% 감소한 수치다.

지난겨울 카이스트 학교 쪽은 백로 서식지 가장자리의 일부 나무를 솎아냈다. 생태동아리 숲의 연승모(화학과 4학년) 씨가 말했다.

올해에는 백로들이 기숙사 코앞까지 왔어요. 화장실에서 가서 보면, 백로가 4~5m 앞에 떡 하니 앉아있어요.”

그가 지목한 곳은 남자기숙사 건물 뒤편의 잣나무였다. 빼빼 마른 잣나무 네 그루에 백로 열댓 마리가 앙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백로 처지에서 보면, 동남아시아를 갔다 오니 입주할 아파트 일부가 사라진 셈이었다.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난 약한 백로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런 나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백로 관찰에 나온 한 학생은 내가 새를 좋아하긴 하지만, 밤늦게까지 울어대는 통에 다른 학생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연씨는 나무를 계획 없이 잘라내는 것은 오히려 백로가 인간 가까이 둥지를 틀면서 더 불편해질 수 있다. 백로에게도 살기 좋은 방안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로가 사는 숲은 부지런히 먹이를 구해오는 부모 새들의 비행으로 분주하다. 남종영 기자

2018~19년 전국 백로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의 백로 번식지’(2020)

 

백로라고 하면 우리는 그저 흔한 새로 치부지만, 하얀 깃털에는 삶의 장엄함이 새겨져 있다. 백로는 매년 수천를 오간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와 대전발전연구원 등의 연구를 보면, 2015104일 대전 갑천을 출발한 중대백로(djdil502)806를 날아 이튿날 중국 상하이에 도착했다. 그 뒤, 휴식과 비행을 반복하다가 112일 베트남 푸옌성에 도착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낸 백로는 이듬해 봄 한반도로 돌아온다.

 

먼저 백로와 인간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자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는 백로와 학생들과 공존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성한아 박사는 백로는 도시화에 비교적 잘 적응했지만, 소음, 냄새, 분변 등으로 연거푸 쫓겨나는 대전의 철거 동물신세가 됐다라고 말했다. 백로가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성 박사는 백로의 양가적 측면을 모두 인정하고, 백로와 인간의 행동 패턴, 상호 작용을 파악해 서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인류세의 다종적 공존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백로와 학생들의 생활 패턴, 행동 변화 등을 조사해 도심 야생동물과의 공존의 방식을 찾아보려고 한다.

철거민 백로는 우리에게 숲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기숙사와 가까워 학생들의 불편함도 이해가 간다. 숲의 핵심지역을 보전하면서 방음장치 설치 등 주변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살충담배·유령란 등 신종 식물디캐프리오 나무

큐 왕립식물원 ‘202110대 신종발표발견되자마자 멸종되기도

호주에서 발견된 야생담배 신종(Nicotiana insecticida)은 표면에 난 수많은 섬모에 점액을 분비해 곤충을 포획한다. 마르텐 크리스텐후스 제공.

 

담배가 죽인다는 금연표어는 빈말이 아니었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은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건조지대에서 야생담배 7종을 새로 발견했는데 그 가운데 한 종은 살충식물이었다.

 

흔히 식충식물은 영양분이 부족한 습지에 분포하지만 이 식물은 건조한 황무지에서 줄기와 잎 등 모든 표면 섬모에서 끈끈한 점액을 분비해 각다귀, 진딧물, 파리 등 곤충을 유인해 죽였다.

그러나 이 야생담배가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이 주걱처럼 끈끈이에 붙어 죽은 곤충을 먹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끈끈이가 방어용인 걸로 보인다그러나 식충식물로 가는 예비단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끈끈이에 붙어 죽은 곤충의 사체가 분해된 영양분을 야생담배가 섭취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개화한 식충 야생담배. 마르텐 크리스텐후스 제공.

 

조사에 참여한 마크 체이스 영국 큐 왕립식물원 교수는 호주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조지역은 황무지로 다양한 식물이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새롭고 특별한 종이 발견된다이번 발견은 그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큐 왕립식물원은 7일 식충담배를 포함한 ‘202110대 신종을 발표했다. 이 식물원 과학자가 참여해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발견해 학술지에 보고한 식물과 균류 신종은 모두 205종이며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종을 고른 것이다.

 

밤에만 피는 유령란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유령란(Didymoplexis stella-silvae). 캄캄한 밤에 잠깐 개화한다. 요한 헤르만스 제공.

 

대륙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보이는 아프리카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는 16종의 신종 난이 발견됐다. 그 가운데 숲의 별이란 학명을 얻은 난은 칠흑 같은 밤, 그것도 비 온 직후에만 24시간 동안 핀다. 잎이 없는 이 난은 영양분을 공생하는 균류에 전적으로 기댄다. 한밤에 밝은 흰 꽃이 별처럼 빛난다.

발견된 난은 대부분 이제까지 조사되지 않은 외딴 지역에 사는데 이 가운데 3종은 발견 사실이 출판되기도 전에 이미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는 곳이 워낙 좁아 숲을 베어내거나 국지적 폭우 등에 의해 분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땅바닥에서 피는 백합

카메룬 에보 숲에서 발견된 희귀한 핑크 부두 백합(Pseudohydrosme ebo). 산더 판데르 부르 제공.

 

카메룬 에보 숲에서 발견된 극히 희귀한 핑크 부두 백합은 땅속줄기에서 난 잎이 시든 뒤 30높이로 분홍빛 꽃이 핀다. 에보 숲은 고릴라, 침팬지, 둥근귀코끼리 등이 사는 멸종위기종의 천국이다. 75종의 식물도 분포하는데 8종은 세계에서 이 숲에만 산다.

 

디캐프리오가 지킨 나무

7일 과학저널 피어 제이에 신종으로 발표된 디캐프리오 나무(Uvariopsis dicaprio). 에보 숲 보전에 기여한 디캐프리오를 기려 지은 이름이다. 로르나 매키넌 제공.

 

에보 숲에서 2022년 첫 신종으로 발견된 나무에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이름이 들어갔다. 높이 4m의 이 나무는 줄기에 반짝이는 밝은 노랑 꽃이 다발로 핀다.

디캐프리오는 2020년 에보 숲의 벌채 계획을 듣고 반대운동에 참여했고 결국 계획을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학명에 그의 이름을 넣은 것은 이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에보 숲은 카메룬 최대의 원시림이지만 식물학계에는 덜 알려진 곳이다. 여러 원주민 부족이 이곳에 살며 침팬지가 도구를 이용해 견과류를 깨 먹고 나뭇가지로 흰개미 낚시를 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디캐프리오 나무는 자생지가 적고 보호를 받지 못해 벌채와 플랜테이션, 채광의 위협에 노출돼 있어 발견되자마자 위급종으로 지정됐다.

마틴 치크 큐 왕립식물원 박사는 대부분의 열대지역에서 수천종의 식물이 아직도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며 어떤 종을 규명해 과학적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는 멸종위험을 평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2.1.11

 

새빨간 존재감강렬한 두 눈에 온몸 돌기 지닌 신종개구리 발견

마다가스카르 수도 근처 자투리 숲에서양서류 고유종 278종에 추가

마다가스카르 안다시베의 고산지대에서 발견된 신종개구리 게피로만티스 마로코로코. 칼 허터 제공.

 

동아프리카 섬 마다가스카르는 우리나라보다 6배 면적이지만 뛰어난 생물다양성 때문에 8의 대륙으로도 불린다. 식물 14000여 종 등 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고유종이 전체 생물의 90%에 이르고 278종의 양서류는 모두 고유종이다.

안다시베-만타디아 국립공원은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150거리인 데다 도로로 연결돼 접근이 편하다. 덕분에 생태조사가 집중돼 안경원숭이 11종 등 다수의 희귀종이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직도 신종개구리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칼 허터 미국 캔자스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동물 계통학 및 진화최근호에 안다시베에서 발견한 신종개구리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 개구리가 멋지고 형태적으로 명백하게 특이해 한눈에 새로운 종이라고 알아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전자 분석 이전에 한눈에 새로운 종으로 밝혀진 게피로만티스 마로코로코. 칼 허터 제공.

 

이 개구리는 매우 주름지고 우둘투둘한 등과 짙은 갈색 피부에 밝고 붉은 반점이 나 있었고 눈은 선명한 붉은 빛이었다. 또 아주 작고 불규칙한 소리로 울어 3m까지 접근해야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연구자들은 이 개구리 세포핵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 다른 47종의 작은 숲 개구리와 같은 무리에 속하지만 디엔에이가 79% 달라 독립적인 별개 종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마다가스카르에서 2016(왼쪽)2015년 각각 신종으로 발견된 개구리. 미겔 벤시스(왼쪽), 프랭크 글로우 제공.

 

척추동물에서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넣을 수 있는 발견자에겐 평생의 영예가 된다. 최근 이뤄진 많은 발견은 형태가 비슷하지만 유전적으로 차이 나는 숨은 신종인 예가 많다.

 

따라서 한눈에 신종임을 알아차릴 발견 자체가 행운이다. 연구자들은 안다시베 마을 주변의 고산지대를 탐사했는데 이제까지 생물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라고 밝혔다.

화전 일구기와 임산물 채취,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마다가스카르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주 요인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신종개구리가 발견된 곳은 고지대 4곳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작은 숲이었는데 숲에 불을 질러 경작지를 일구거나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서식지가 보호구역이 아니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발견되지 않은 종이 알려지지 않은 채 살고 있을지 모르는 자투리 숲의 보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거의 해마다 새로운 종의 개구리가 발견되고 있다.

인용 논문: Zoosystematics and Evolution, DOI: 10.3897/zse.97.7363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2021-12-14

 

신종 '색동 망둥이' 오키나와 등서 3종 발견

독특하고 화려한 혼인색 차이로 종 분화 추정알에서 깨면 바다로

오키나와에서 신종으로 발견된 망둥이(학명 Lentipes kijimuna) 수컷. 특이한 혼인색과 구애 행동으로 종이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에다 겐 제공.

 

오키나와 본섬을 흐르는 맑은 계류에는 눈에 띄는 망둥이가 산다. 얼굴과 아가미, 꼬리 부근 몸통과 등지느러미는 오렌지빛이고 몸통은 광택이 나는 짙고 옅은 푸른빛이 띠를 이룬다.

색동옷을 입은 것 같은 혼인색을 과시하는 이 수컷 망둥이는 이 섬의 다른 한 종과 필리핀 서부 팔라완 섬에서 발견된 또 다른 망둥이와 함께 새로운 종으로 학계에 보고된 민물고기다. 마에다 겐 오키나와 과학기술 대학원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계통분류학 및 생물다양성최근호에 이들 3종의 신종을 보고했다.

 

마에다 박사는 “2005년 대학원생 시절 오키나와의 개울에서 얼굴과 하반신이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든 낯선 물고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후 표본을 추가로 채집하는 과정에서 역시 하반신 2곳에 붉은 무늬가 있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대학과 필리핀대 연구진은 공동연구를 하다 팔라완 섬에서도 비슷하게 붉은빛이 특징적인 새로운 망둥이를 발견했다.

오키나와 하천에서 발견된 신종 망둥이(학명 Lentipes bunagaya) 수컷과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발견된 신종 망둥이(Lentipes palawanirufus) 수컷. 마에다 겐 제공.

 

이들로부터 유전자를 채취해 디엔에이(DNA)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종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3종이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핵 디엔에이를 포함한 유전체 전체의 염기서열에서 차이가 드러났다이는 이들의 종 분화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이들 3종의 망둥이 암컷은 서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외모와 색깔이 비슷하다. 그러나 번식기가 되면 수컷이 종마다 특이한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고 암컷에 구애한다. 연구자들은 암컷은 색깔을 통해 다른 종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종간의 유전적 차이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망둥이 3종과 매우 비슷한 망둥이(Lentipes armatus) 수컷이 화려한 혼인색과 구애 동작으로 암컷(왼쪽)을 유혹하고 있다. 이 망둥이는 1979년 오키나와에서 발견됐다. 마에다 겐 제공.

 

이들 망둥이는 성체는 하천에 살지만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자마자 바다로 가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연구자들은 이런 번식 행동 때문에 새끼가 조류에 운반돼 외딴 섬에 정착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들의 본거지는 동남아이고 이런 방식으로 오키나와에 도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에서 이들 망둥이는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문제는 이렇게 바다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가는데 어떻게 격리를 통한 종의 분화가 이뤄지느냐이다. 마에다 박사는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후속 연구 과제라고 말했다.

망둥이가 속한 망둑어과는 가장 큰 물고기 집안()의 하나로 200개 이상의 속에 2000종 이상의 물고기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말뚝망둥어, 짱뚱어, 밀어, 갈문망둑, 문절망둑 등 5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인용 논문: Systematics and Biodiversity, DOI: 10.1080/14772000.2021.19717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2021-10-08

 

그 많던 거북, 절반이 멸종위기식용 남획·플라스틱 공해 탓

IUCN 전문가 그룹 51% 멸종 위험 평가미얀마 대형 민물 거북 야생에 암컷 5마리뿐

야생에 암컷이 5마리뿐인 버마지붕거북. 대형 민물 거북으로 식용으로 남획돼 멸종 직전이다. 릭 허드슨 제공.

 

세계의 거북 절반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였다는 전문가 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서식지 파괴와 함께 고기와 애완동물로 팔기 위한 남획 그리고 플라스틱 공해와 기후변화까지 더해 거북을 위협한 결과이다.

거북은 웃자란 갈비뼈가 몸통을 감싸는 기발한 디자인으로 2억년 전 지구에 출현한 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등 수많은 격동을 이기고 살아남아 성공적인 진화의 귀감이라고 불린다(그 많던 거북은 어디로 갔나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63380.html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거북 및 민물 거북 전문가 그룹은 최근 세계의 거북’ 9판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으로 공개된 이 모노그래프(단행본 논문 거북이와 민물 거북 전문가 그룹 (iucn-tftsg.org)  )는 전 세계에 분포하는 357종의 거북을 종마다 사진과 함께 현재와 과거 분포지역 변화, 멸종위험 수준 등의 최신 정보를 담았다.

이 책에 수록된 버마지붕거북은 미얀마 고유종으로 서식지가 90% 이상 줄어들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가장 멸종위험이 큰 위급종으로 올라 있다.

암컷 등딱지 길이가 63에 이르는 대형 민물 거북인 이 종은 2002년 재발견되기 전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생에는 남아있는 암컷은 5마리에 불과하며 2007년 중국 광저우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한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멕시코 작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바야르타흙탕거북은 다 자라도 등딱지 길이가 10에 불과한 지구에서 가장 작은 거북이다. 시내와 연못에서 사는데 서식지가 대부분 개발돼 야생에서 얼마나 남았는지 불확실하다. 어디서 번식하는지, 짝짓기 행동은 어떤지 아무것도 몰라 잠정적으로 위급등급이 매겨졌다.

다 자라도 등딱지 길이가 10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거북인 바야르타흙탕거북. 멕시코의 한 지역에 소수가 산다. 카롤리나 산체스 아리아스 제공.

 

반대로 장수거북은 거북 가운데 가장 커 등딱지 길이가 2m 26에 이른다. 전 세계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발견되지만 장수거북의 등급도 취약으로 멸종위험에 놓여 있다.

작은 언덕처럼 굴곡진 등딱지에 별 모양의 무늬가 난 버마별거북은 독특한 모양과 희귀함 때문에 애완동물 시장에서 고가로 팔리지만 야생에서는 위급한 상태다. 미얀마의 건조한 활엽수림이 서식지로 암컷은 등딱지가 45길이로 자란다. 현지에서는 오랫동안 식용으로 포획했고 중국에 식재료로 수출하기도 했지만 최근 인공증식 시도가 활발하다.

버마별거북은 독특한 무늬와 모양으로 애완용으로 인기이고 현지에선 식용으로 잡혔다. 현재는 멸종 직전이어서 인공증식이 시도된다. 칼리아르 플라트 제공.

 

우리나라의 민물 거북인 남생이도 서식지 파괴 등으로 급속히 줄고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보전등급은 위기이다(국내 최대 남생이 서식지 발견 2년 만에 망가져).

전문가 그룹은 이 책에서 현생 거북 357종 가운데 5종은 이미 멸종했으며 잠정 평가 결과 전체의 51.3%183종이 위급, 위기, 취약 등 멸종위험 단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2021년 공식적인 평가에서 거북 전체의 47.9%171종을 멸종위험 등급으로 지정한 것보다 늘어났다.

거북은 척추동물 가운데 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 등 영장류 다음으로 멸종위험이 높은 집단이다. 특히 육지와 민물 거북은 습지와 구릉 등 주요 서식지가 개발되고 고기나 애완동물로 팔기 위해 남획하면서 급속히 줄었다. 최근엔 각종 오염과 플라스틱 공해에 더해 기후변화로 성비가 교란되는 타격을 입고 있다.

자라와 함께 우리나라 자생 민물 거북인 남생이.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우베 프리츠 독일 드레스덴 동물학 박물관 교수는 거북의 멸종을 막기 위한 포괄적인 보전대책이 시급하다그렇지 않으면 공룡의 등장과 몰락을 지켜본 놀라운 동물이 지구 위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2021-11-19

 

동면 앞둔 청개구리, 나무에 올라 일광욕 한다

볕 쪼이며 신진대사 떨구는 휴지기수원청개구리 월동지는 논둑

동면을 앞둔 청개구리는 산의 나무꼭대기에 올라 해바라기를 하며 노래를 한다. 동면을 대비한 휴지기의 행동이 처음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양서류이지만 생활사의 상당 부분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동면을 앞둔 청개구리가 몸의 대사활동을 차츰 떨어뜨리는 휴지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또 청개구리는 습지 근처 산자락에서 겨울을 나지만 멸종위기종 1급인 수원청개구리는 논둑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밝혀져 희귀 개구리의 보존을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적 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는 휴지기에 논둑 콩잎 위에 올라 사냥한다. 콩 타작은 큰 위협이다. 콩잎 위의 암컷 수원청개구리. 아마엘 볼체 박사 제공.

 

2월 산개구리와 두꺼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양서류의 산란은 4월 하순5월 청개구리와 참개구리가 짝짓기를 위한 합창에 돌입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청개구리는 논이나 습지에서 수컷은 여러 달, 암컷은 수일수 주일 머물며 산란 행동을 한다.

번식이 끝나고 습지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청개구리는 가을이 오면 월동지인 인근 산자락으로 이동한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땅속에서 동면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해 왔을 뿐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연구자들은 지난해 과학저널 양서파충류에 실린 논문을 통해 청개구리의 휴지 생태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청개구리 28마리에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청개구리의 한살이가 무선추적 등 첨단 장치를 이용해 밝혀졌다. 한겨레 자료 사진

 

청개구리들은 낮 동안 밤나무·소나무·단풍나무로 이뤄진 숲에서 주로 밤나무의 5m 이상 높이의 잎에 앉아 햇볕을 쬐고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가 떨어지면 나무껍질이나 구멍, 낙엽 등에 파고들었다. 밤나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나무가 커 구멍이 많고 느슨한 나무껍질 밑으로 숨어들기 좋아서라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장 교수는 휴지(brumation)는 월동을 위해 체내 대사활동을 크게 축소하는 단계라며 정상적인 생리 활동과 행동을 위해 평소 많은 효소가 대사활동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를 비활성화시켜 에너지 소비를 줄여 동면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기간에 청개구리의 몸속에는 동면을 촉발하는 단백질이 차츰 쌓이게 된다.

흥미로운 건 번식기가 아닌데도 청개구리 수컷은 이 기간에 나무꼭대기에 올라 해바라기를 하면서 노래했다. 장 교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번식지가 아닌 곳에서 암컷을 유인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주로 영역을 알리기 위한 것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겨울잠에서 갓 깬 수원청개구리. 아마엘 볼체 박사 제공.

 

우리나라 청개구리의 동면에 관한 연구결과도 처음 나왔다. 아마엘 볼체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전선’ 3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의 휴지와 동면 행동을 무선추적과 실험실·현장 관찰을 통해 분석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청개구리는 9월 중순 논을 떠나 수백m 떨어진 야산으로 이동했다. 나무꼭대기에서 머물며 휴지기를 보낸 청개구리들은 10월 말11월 초 첫서리와 함께 사라져 동면에 접어들었다. 보첼 박사는 겨울잠을 자는 청개구리는 얼어붙은 상태가 아니다. 겨울 동안 빙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 숨어든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청개구리가 월동지와 번식지가 다른 데 견줘 수원청개구리는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 양서류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국제 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 보존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볼체 박사는 수원청개구리는 원래 습지에서 월동하도록 진화했는데, 논에는 자연 습지가 없기 때문에 보호조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개구리는 월동지로 이주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논에 머물기 때문에 추수 과정에서 일부 개체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청개구리는 휴지기에 논둑에 심은 콩의 위쪽 잎에서 곤충을 잡아먹는데, 콩 타작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또 월동지인 논둑도 추수 후의 불 지르기 등 훼손이 빈번하다.

서해안 논에 산재돼 있는 수원청개구리 서식지(검은 부분). 아마엘 볼체 외 (2019) ‘생태학 및 진화 최전선제공.

 

볼체 박사 등은 번식기 노랫소리로 파악한 결과 우리나라에는 수컷 수원청개구리 약 2500마리가 서해안의 14개 서식지에 분산돼 서식한다. 이들은 개체수가 적은 데다 감소 추세이고, 서식지가 분단돼 있어 수십 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추정된다(관련 기사: 멸종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사태 http://ecotopia.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88%98%EC%9B%90%EC%B2%AD%EA%B0%9C%EA%B5%AC%EB%A6%AC&document_srl=473357&_ga=2.200667817.663486133.1680842076-1652960217.1610805362 ).

 

볼체 박사와 장 교수는 환경과학 최전선’ 4월호에 실린 정책 제언을 통해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논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영농과 보존을 병행하는 방안을 시급하게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4개 서식지 가운데 보호지는 전혀 없다먼저 경기도 시흥과 파주, 충남 아산, 충북 충주, 전북 익산 서식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고 수원청개구리를 보존할 수 있는 영농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원청개구리가 개체수 감소와 단편화 말고도 청개구리와의 경쟁에서 밀리고(관련 기사: 수원청개구리가 벼포기 움켜쥐고 노래하게 된 이유 http://ecotopia.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9E%A5%EC%9D%B4%EA%B6%8C&document_srl=458341&_ga=2.31373752.663486133.1680842076-1652960217.1610805362 ) 잡종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 수질 오염, 항아리곰팡이 등 감염,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수원청개구리 보존을 위한 영농 방법으로는 농약과 제초제를 치지 않는 유기농법의 도입과 강화도 매화마름 쌀판매처럼 상품화, 개구리의 휴식, 도피, 월동지로 중요한 논둑과 도랑 보존, 꼭 필요하더라도 논 주변 식물을 30높이 이하로는 자르지 않을 것 등을 제시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ma?l Borz?e et al, Microhabitat use during brumation in the Japanese treefrog, Dryophytes japonicus, Amphibia-Reptilia 39 (2018): 163-175, DOI:10.1163/15685381-17000036

Borz?e A, et al (2019) Interspecific Variation in Seasonal Migration and Brumation Behavior in Two Closely Related Species of Treefrogs.Front. Ecol. Evol. 7:55. doi: 10.3389/fevo.2019.00055

Borz?e A and Jang Y (2019) Policy Recommendation for the Conservation of the Suweon Treefrog(Dryophytes suweonensis) in the

Republic of Korea. Front. Environ. Sci. 7:39. doi: 10.3389/fenvs.2019.000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19-04-15

 

 

2020년 첫 멸종 선언은 살아있는 화석주걱철갑상어

2억년 살아온 길이 7m 세계 최대 민물고기

전면조사에서 확인 실패완전 멸종판정

중국주걱철갑상어가 멸종함으로써 공룡시대부터 2억년 동안 살아온 주걱철갑상어는 이제 아메리카주걱칼갑상어 한 종만 남게 됐다. 티모시 넵,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제공.

 

중국 양쯔강(장강)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주걱철갑상어가 최근의 전 유역 조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판명됐다. 길이 7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민물고기의 하나인 이 철갑상어는 야생은 물론 포획해 기르는 개체나 살아있는 조직도 보관돼 있지 않아 종을 되살릴 길이 완전히 사라졌다.

 

후이 장 중국 우한 어류학 중국과학아카데미 등 중국과 영국 연구자들은 종합 환경 과학 저널’ 20203월호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 최대 담수어의 하나인 중국주걱철갑상어가 완전히 멸종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들어 처음 들려온 대형 척추동물의 멸종 소식인 셈이다.

길게 돌출한 주걱 모양의 입이 이채로운 이 철갑상어는 2억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부터 살았던 살아있는 화석으로 현재 지구에 단 2종이 남아 있다. 바다에서 자라 번식기에 큰 강 상류로 올라와 산란하는 이 물고기는 황하 등 서해로 흐르는 강에 두루 분포했지만 1950년대에는 양쯔강으로 서식지가 좁아졌다.

1981년 양쯔강 본류를 가로막으며 들어선 거저우댐은 급감하던 중국주걱철갑상어에 치명타를 가해 이후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3년 이 댐 하류에서 포획된 주걱철갑상어. 후이 장 외 (2020) ‘통합 환경 과학 저널제공.

중국주걱철갑상어의 역사적 서식하천. 황하 등 서해로 흐르는 대부분의 강에 살았다. 후이 장 외 (2020) ‘통합 환경 과학 저널제공.

 

연구자들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애초 양쯔강에도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법 흔해 연간 어획량이 25t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획과 댐 건설 등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개체수가 줄었다.

연구자들은 20172018년 동안 양쯔강의 본류와 모든 지류를 대상으로 음향측심기 조사와 그물 포획을 통한 전면적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과거 이 철갑상어를 포획해 길이·나이·장소 등의 기록이 남은 믿을 만 한 정보 45건을 포함해 19812003년 사이의 목격담 210건을 분석했다.

 

현장 조사에서 모두 332종의 민물고기를 확인했지만, 주걱철갑상어는 단 한 마리도 찾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목격담을 분석한 결과 “(이 물고기의 마지막 개체가 죽은) 멸종 시기는 2005, 아무리 늦어도 2010년 이전이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 우한 수문학 박물관에 전시된 중국주걱철갑상어의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해 수십t을 잡던 물고기가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남획과 서식지 단절 그리고 세계에서 내수면 항행이 가장 잦은 양쯔강의 개발과 오염을 원인으로 꼽았다.

 

주걱철갑상어는 매우 느리게 자라고 오래 사는 종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몸길이 2m, 25이 되려면 78년이나 걸린다. 남획에 매우 취약한 이유이다.

특히, 양쯔강 중류에 1981년 완공된 거저우바댐은 치명타를 가했다. 연구자들은 이 댐으로 주걱철갑상어의 회유로가 차단돼 개체군이 둘로 나뉘었다댐 상류의 개체는 성장할 바다로 가지 못하고, 바다에서 자란 개체는 상류 알 낳을 곳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논문에 적었다.

 

중국 정부는 1989년 이 물고기를 최고 등급의 보호종으로 지정했지만, 절멸을 막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가 19731975년 조사에 이은 41년 만의 조사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목격이 2003년까지 이어진 사실에 비춰 좀 더 일찍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대책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가 번식 능력을 상실해 기능적으로 멸종하기 전인 1993년 또는 적어도 2005년이 이 종에 대한 구조대책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고 적었다.

난징 근처의 양쯔강 모습. 양쯔강은 생태적으로 뛰어난 강이지만 유역에 4억의 인구가 중국 국내총생산의 40%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류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양쯔강은 유로가 6300에 이르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으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양쯔강돌고래, 양쯔강상괭이, 양쯔강악어, 중국장수도롱뇽 등이 서식한다(관련 기사: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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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저널: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DOI: 10.1016/j.scitotenv.2019.1362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