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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빚내서 집사라 던 말

by 이성근 2017. 2. 1.

 

유럽의 부동산을 사들인 월가, 세입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131 민중의 소리

편집자주/경제위기 이후 월가가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위기로 인해 떨어진 가격으로 부동산 채권을 사들이고,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면 곧바로 팔아서 이익을 회수하는 이들의 행태는 유럽 각지에서 사회문제로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지난 해 말 보도한 르포를 소개한다. 기사 원문은 Wall Street Is Europe’s Landlord. And Tenants Are Fighting Back.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범한 벽돌식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토번씨네 가족은 지난 8년간 단 한번도 월세를 늦게 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2, 두 어린 자녀를 둔 이 부부에게 한 장의 편지가 전달되었는데, 임대 기간이 끝나는 즉시 집을 비워달라는 경고장이었다. 이 집뿐만 아니라 근처 40가구가 같은 경고장을 받았다.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중소도시 타일레스타운(Tyrrelstown, Dublin)에 닥친 이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세입자들이 추적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이번 사태가 월가(Wall Street)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이 경제/금융위기에 시달린 이후 거대 투자기업 골드만삭스는 아일랜드의 부채를 한꺼번에 인수하기 시작했다. 2014년 궁지에 몰린 타일레스타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역시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이제 임대업을 정리하고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어한다. 채권자인 골드만삭스가 이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이 지역에서 벌어질 퇴거 명령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금융권이 유럽의 부동산 경기 회복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물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만큼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그들의 주요 목표물이 되고 있다.

 

유럽의 땅 주인이 된 월가

어찌되었든, 미국계 자본이 우리 동네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라고 푼케 토번씨는 말했다. “그들은 돈을 벌겠지만, 결국 고통을 받게 되는 건 우리들이에요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는 주택 경기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외곽에서 진행중이던 주택건설 사업이 경제위기로 중단되어있다. 사진은 201011월 촬영됐다.신화/뉴시스

 

유럽 경기가 나빠져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에 빠지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틈을 노려 미국 금융회사들이 도시와 교외를 막론하고 부동산을 싹쓸이했고, 결국 월가는 유럽의 가장 큰 땅주인으로 등극했다. 지난 4년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Cerberus Capital Management), 론스타(Lone Star Funds), 블랙스톤그룹(Blackstone Group) 등 미국계 자본이 유럽 지역에서 2,230 억 유로 상당의 부동산 부실 채권을 인수했고, 이는 전체 매매의 약 80%에 해당된다.

이 회사들의 셈법은 뻔했다. 불경기로 값이 하락한 땅을 사들이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 이를 다시 비싼 값에 팔면 된다. 유령 자회사를 만들고, 복잡한 회계 전략을 적용하면, 이 과정에서 내야 하는 세금은 극히 적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이윤과 미심쩍은 세금 전략으로 월가는 결국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쫓겨날 위기에 놓인 세입자들과 막대한 주택담보 대출금을 물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실제로 전면에 나서 (퇴거) 압력을 행사하는 쪽은 집주인과 개발업자들 혹은 현지은행이고, 월가 금융회사들은 그들 뒤에 숨어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사례에서는 월가 업체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월가가 그리고 그들이 사들인 부동산이 현재 유럽 부동산 업계의 혼란을 잠재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지에서 정부와 은행권은 지난 몇 년간 부채를 늘려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그 거품이 터지자, 나라 전체가 부실 채권과 경기 불안을 떠안게 되었다. 이때 월가가 등장해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의 모기지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쏟아 부은 현금은 나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었고, 부동산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며, 은행권이 갖고 있던 부실 채권 문제 해결해도 도움이 되었다. 골드만삭스 대변인 세바스찬 하월은 이에 대해 외국계 자본의 투자로 (국가 경제) 시스템이 다시 가동되었고, 개혁과 회복이 가속화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집주인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납입이 늦어질 경우 담보권행사(압류)를 포함한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았다. 세입자들은 여러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늘어나 현재 거주지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한번도 월세를 밀리지 않았던 세입자들까지도 (임차 기간이 끝나면) 단번에 쫓겨나, (다른 지역 역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으므로) 감당할만한 월세를 낼 수 있는 집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월가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었든 아니든 간에, 활동가들은 이들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주택보유자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구인 아일랜드 모기지 소유자 연합회(Irish Mortgage Holders Organization)의 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홀은 이런 회사들은 (예대마진을 추구하는 주류) 은행도 자선기구도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이윤을 남겨 팔아버리고 빠져나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블랜스톤그룹이 사들인 빈 아파트에서 시위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고, 마드리드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에 의해 쫓겨난 세입자들이 모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집주인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월가의 부동산 매입에) 시선이 집중되자 다소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스페인 정부는 세입자와 주택소유자를 위한 보호법을 마련하였다. 아일랜드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월가의 세금 처리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하였다.

 

타일레스타운의 세입자들은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였지만, 퇴거장을 받은 뒤 몇몇 가족은 인근의 호스텔로 거주지를 옮겨야만 했다. “그들은 (퇴거) 압박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결국 노숙자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토빈씨가 그들의 심정을 전했다.

 

거품 붕괴가 남긴 것

지난 몇 십 년 동안, 타일레스타운은 더블린 북서쪽에 위치한 한적한 지역이었다. 드문드문 민가가 들어서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1999년 아일랜드가 유로화에 가입하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외국 자본이 아일랜드에 밀려 들어왔고, 경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른바 켈트의 호랑이라고 불리며 끝이 없을 것 같은 경제 성장이 이어졌고,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줬다. 토빈씨네 연립주택을 지은 개발업자도 그들 중 하나다. (그들은 트윈라이트라는 회사의 릭과 미카엘 라킨 형제다.)

 

그 개발업자 형제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야심찬 개발 프로젝트를 벌였다. 그들은 한때 쓰레기 매립지로 점찍어졌던 광활한 지역에 2천 세대가 넘는 주택을 쿠키를 찍어내는 듯한 방식으로 지어 올렸다. 3층으로 지어진 연립주택은 현대식 주방과 아담한 정원을 갖춰 교사들과 경찰을 포함한 노동자 계층의 호응을 얻어 점점 다문화 거주지역으로 발전하였다.

 

2006년까지 라킨 형제는 타일레스타운까지 확장해 부동산 개발을 계속 이어갔고, 이 지역에는 155개의 객실과 퓨전 레스토랑 그리고 오크나무 장식의 회의실을 갖춘 4천만 달러 규모의 럭셔리한 4성급 호텔이 들어섰다. 준공식에 참석한 버티 아헌(Bertie Ahern) 당시 아일랜드 총리는 이 공사에 대해 우리 경제의 미래에 관해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보여준 신임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일랜드 전역에서 비슷한 부동산 개발 열풍이 일어났다. 2006년까지 아일랜드 은행권이 부동산 개발에 대출해준 자금은 950억 유로 이상으로, 1999년의 55억 유로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건설업은 나라 전체 경제 활동 규모의 약 1/4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덮쳤다. 아일랜드 경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경고등이 여러 번 들어왔지만, 라킨 형제는 부동산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1억 유로 규모의 11층짜리 실내 스키 연습장과 빙벽 등반 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도시 계획을 담당한 관료들은 그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즈음 많은 개발업자들과 집주인들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은행이 막대한 규모의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되었다. 은행들은 서둘러 그들의 부담(부실 채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였고, 심지어 아직 연체 기록이 없는 채무자들의 대출까지도 털어내 버리려고 애썼다. 라킨 형제의 트윈라이트 회사도 그 대상 중 하나가 됐다.

 

정부는 은행을 도와 자산관리공사(National Asset Management Agency)를 설립해 부실 채권을 수습해 싼 가격에 팔아버리는 과정을 지원했다. 2010년 아일랜드 구제금융 사태 이후에 이 기구의 역할이 확대된 것은 물론이다.

 

액면가의 70%까지 할인돼 판매되고 있는 채권은 월가에겐 기회였다. 월가는 천 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아일랜드 부실 채권을 사들였다.

 

타일레스타운 지역의 트윈라이트 회사 부채는 골드만삭스의 계열사인 벨타니 자산금융의 그물망에 걸렸다. 트윈라이트는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 결과 타일레스타운 거주자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부여 받았는데, 하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본인이 사들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즉시 퇴거하는 것뿐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지역민들의 호소에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해법은 정부 보증의 빚을 더 얻어 아예 집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토번씨의 부인은 부모님 생활비로 한 달에 1,000 유로 가까이 지출하고 있어, 계약금으로 낼 16,000 유로를 마련할 수 없었다.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경제 위기이전에는 하루에 약 150 유로를 벌었지만, 현재에는 12시간 교대 근무에 약 40 유로를 버는 정도다. 토번씨의 부인은 이제 자신들이 홈리스(homeless)의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지금 가파르게 회복중이다. 그러나 성장은 부분적으로는 금융기술에 의존했고 실질적 이득은 불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위기 이후 집을 잃었고, 그들은 정부가 제공한 쉼터에서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토번씨의 부인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녀는 더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의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는 전학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근의 주택은 너무 비싸다. 아일랜드의 주택 임대료는 거품붕괴 이후 신규 주택건설이 말라버리면서 20% 이상 올랐다.

 

여전히 (채권소유자의 입장에서는) 타일레스타운에 있는 토번씨 부인의 집이나 그 이웃들의 집은 장기간의 임대보다는 집을 비운 상태에서 팔아버리는 게 더 남는 장사다. 라킨 형제들은 골드만삭스의 자회사가 이들 주택들에 대해 임대 또는 매각 중 어느 하나를 강요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단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임대업을 끝내려한다는 것이다.

 

타일레스타운의 거주자들에게 이 싸움은 모든 것을 건 투쟁이다. 질리아 머피씨와 그의 동거인은 지난 56년간 살아왔던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거부했다. 그들의 세 아이 중 하나는 자폐증을 갖고 있고, 그 아이에게 학교를 옮긴다는 건 무엇이 되었건 최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 가족이 결국 임대가 종료되었다는 통지를 받자마자 라킨 형제들의 회사 직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그림들을 빼앗아갔다. 머피씨는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라요, 그들의 목적도. 그러니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을 수밖에 없었지요라고 말했다.

 

마술에 가까운 회계기법

아일랜드에서 서버러스캐피탈 회사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월가의 다른 회사들처럼, 서버러스 역시 아일랜드에 조용히 잠입했고, 해당 지역에 여러 이름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복잡하고 광범위한 복합비즈니스 구조를 완성했다.

 

서버러스는 더블린에만 13개의 자회사를 설립했고, 업체명에는 모두 ‘Promontoria’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이렇게 설립된 회사들은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유령회사인데, 주소지로는 모두 국회의사당 근처의 사서함이 등록되어 있었다. 이 자회사들은 또 차례로 네덜란드에 있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등록되었는데, 그 규모만 해도 110개 이상이며, 역시 모두 ‘Promontoria’라는 상호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구조는 서버러스가 아일랜드에서 이윤을 남기는 데 일조하였다.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서버러스는 여러 자회사들을 통해 60억 유로를 투자해 170억 유로 규모의 부동산 담보 채권을 2년간 사들였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만 백만 유로 가까운 이자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의 조세 전략을 잘 이용하는 방식으로 마술에 가까운 회계기법을 사용하면 이러한 이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래서 낼 세금도 없다.)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서버러스의 아일랜드계 자회사들은 네덜란드의 지주회사들로부터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대출받았다. 따라서 아일랜드에서 부동산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그 이자를 충당하는 데 쓰이는 것이 되었다. 이자를 갚는 데 쓰이는 돈은 세금공제가 가능하므로 서버러스가 내야 될 세금은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아일랜드계 자회사인 Promontoria Eagle은 아일랜드 북부지역과 영국의 부실채권을 사들였고, 2014년 이자수입으로 11천만 파운드(미화 14천만 달러 가량)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자와 관리비, 회계감사비 등을 공제하고 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이익 규모는 고작 7,788 파운드로 줄어든다. 이에 아일랜드 정부가 부과한 세금 총액은 1,947 파운드였다.

 

기업분석서비스회사인 듀딜(DueDil)의 정보에 따르면, 서버러스의 아일랜드 자회사 5군데의 회계자료집에서 역시 비슷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세금 부과가 가능한 이익규모와 실제로 부과된 세금이 거의 비슷하게 조정되는 것이다. 그 결과 10억 파운드에 달하는 채권을 소유하고도 정작 세금은 2천 파운드 미만으로 해결된다.

 

다른 월가의 금융회사 역시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 골드만삭스 자회사인 벨타니는 2014년 말 아일랜드에서 사들인 채권으로 44백만 유로 정도의 이자수입을 얻었지만, 세금 부과가 가능한 이익 규모는 천 유로뿐이었고, 250 유로의 세금을 지불했다.

 

론스타는 201497천만 달러 이상의 이자 수입을 올렸지만, 세금 부과가 가능한 이익금은 고작 11백만 달러 규모고, 최종 납입한 세금은 백만 달러 미만이었다.

 

월가 업체는 다른 이들의 불행을 밑천 삼아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여러 구조를 만들어 결국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라고 제임스 스튜어트 더블린 트리니티대학 회계학과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니 그들이 이 사회에 무슨 기여를 했겠는가?”

 

서버러스와 론스타는 이에 대한 인터뷰를 거절하였다. 골드만삭스는 벨타니가 아일랜드 법규를 준수했고, 이들이 벌어들인 이자는 미국 세법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격이 시작되었다

더운 여름 날, 스무 명의 사람들이 더블린 중심가 지하실로 모여들었다. 허름하고 어두운 이 방은 퇴거 명령을 받은 세입자들을 돕기 위해 나선 회계사들과 변호사들이 만든 풀뿌리 활동조직, 허브(Hub)의 임시 본부이다.

 

전직 소방관인 데이비드 월시는 아일랜드 서부 해안 지역인 밸리부니언 지역에서 차로 6시간을 달려 이 모임에 참석했다. 2년 전 론스타의 아일랜드 계열사는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벨리부니언 B&B’의 모기지를 집어 삼켰다. 그의 가족들이 피땀으로 운영해 여러 단체에서 수상도 한 바 있는 사업장을 원래 가치의 일부만 지불하고 사간 것이다.

 

그가 더욱 분노하게 된 것은 그 업체가 제시받았던 낮은 가격에 그가 다시 채권을 되사고 싶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계열사는 그가 지불하는 이자를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경제 위기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가 애초에 거래하던 은행은 매월 납입하는 이자를 2천 파운드에서 8백 파운드로 조정해주었는데도 말이다. 론스타 계열사에 대해 월시씨는 그들은 매일 밤낮으로 전화해 이자를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다라고 회상했다.

 

허브의 변호사들은 론스타가 월시씨의 모기지를 소유하게 된 것에 법률상 문제는 없는지 검토했다. 그리고 월시씨는 항의의 표시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의 이자 지급을 에스크로 계좌(결제 대금 예치,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대금을 이체 받은 제 3자가 대금을 내어주는 형식)로 이체하기로 하였다.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입은 피해 금액이 막대하다.”고 월시씨는 울분을 토했다. 압류하겠다는 위협을 받고 있지만 월시씨는 이 투쟁을 계속 이어나겠다고 한다.

 

이에 앞서 스페인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반란이 일어났다.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등의 미국계 자본이 임대아파트까지 포함해 마구잡이로 주거용 부동산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 회사들의 비즈니스에서 저가 임대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적었기 때문에, 그들은 불법점유자들을 아예 내쫓고 부동산 가치를 올리려고 하였는데, 이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P.A.H’라고 이름붙은 이 활동가 그룹은 곧 스페인 전역에서 시위를 조직해 블랙스톤의 뉴욕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블랙스톤과 골드만삭스는 불법점유자들을 퇴거시킨 것은 매우 극소수 사례이며 대다수 세입자들과는 장기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고, 또 골드만삭스는 어려움에 빠진 세입자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사규에 포함되어 있다고도 항변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설치된 골드만삭스의 부스. 사진은 2017118일에 촬영됐다.AP/뉴시스

 

침략(invasion)은 일단 인식되자마자 정치적인 반격을 낳았다. 몇몇 스페인 지방정부는 월가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했고, 카탈루냐 주는 세입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대안적 거주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지방 정부가 직접 나서 주거지를 되사거나 3년 이상 빈 집으로 방치된 집들은 정부 재산으로 귀속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작년 바르셀로나에서는 퇴거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아다 콜라우(Ada Colau)가 민심을 얻어 시장으로 당선되기도 하였다. “업체들이 너무 멀리 있는 것이 문제였다. 거리도 멀었고, 명확하지 못해(불투명성) 책임감을 느끼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아일랜드에서 타일레스타운의 사례는 슬로건이 되고 있다. 

주택 관련 변호사들과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더욱 엄격한 관리 감독을 주문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세금 탈루를 막고 대규모 퇴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법을 마련하였고, 추가로 은행과 금융권이 지켜야 할 행동강령을 마련해 위기에 처한 집주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토번씨네 가족 등 타일레스타운의 거주민들에게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충분하지 않다.

 

최근 토번씨네와 이웃들은 현재의 계약이 만료되는 2017년에 월세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녀와 다른 사십 가구의 대부분은 이를 지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내야 하는 월세는 현재 시장가에 가까울 것인데, 그들은 이런 월세 인상을 그들을 내쫓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 후에 그 부동산들을 팔기 위해 말이다. 이에 대해 타일레스타운 지역민들은 새로운 시위를 이어가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힘으로 내쫓으려고 하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저항하는 것밖에 없습니다라고 토번씨 부인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기적을 믿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아직 길이 보이지 않네요.”

 

빚내서 집사라는 말, 어쩌시겠습니까? 1. 31 The Scoop

 

심판대 오른 초이노믹스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계부채 원리금 탓에 쓸 돈도 없다. 당연히 시선은 초이노믹스에 쏠린다.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하고 부동산 규제를 줄줄이 풀어제낀 초이노믹스 때문에 한국경제가 휘청이는 게 아니냐는 거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 수준인 현 상태에서 30%만 더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신용보강이 이뤄지면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 상당수가 매매로 전환할 수 있다.” 20147,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꺼낸 말이다. 집값이 전셋값의 70% 수준이니, 기왕이면 30%를 더 빌려 주택을 사라는 내용이다. “빚내서 집 사라.” 최 전 총리가 펼친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국민들이 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렸다. 이런 정책을 두고 시장과 미디어는 최경환 전 부총리의 이름을 따 초이노믹스란 이름을 붙였다.

 

초이노믹스가 구체화하자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활기가 넘쳤던 이유다. 지난해 새 아파트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최근 10년 새 가장 치열했다. 전국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21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청약자 수도 419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4.9% 올랐고, 지난해도 0.7 %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2735414가구로 바닥을 찍었던 주택매매거래량은 계속 상승하다 지난해 1193691가구까지 치솟았다. 흥행은 주택시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은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렸다.

 

부동산 업계에 분 훈풍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2분기 건설 투자가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51.5%.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3% 중 절반이 넘는 1.7%포인트를 건설 산업 혼자 이끌었다는 얘기다. 199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4개 분기(20154분기~20163분기) GDP 성장률 3% 중 건설투자가 책임진 비중은 1.2%.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가 빈사瀕死 상태에 빠지지 않은 건 급증한 건설투자 덕분이라는 얘기다. 일부 시장주의자들은 이를 초이노믹스의 공이라고 말한다. 가라앉아 있던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렸고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막았으니, 할 건 다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가계부채라는 모래성 위에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견해일 뿐이다. 초이노믹스의 정책 키워드는 빚내서 집을 사라였다. 또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이 키워드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한국경제의 폐부肺腑를 찌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중 하나가 가계부채의 습격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은 이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고집스럽게 부동산 규제를 풀었고, 시장에 버블을 불어넣었다. 결과는 지금 나타난 그대로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 원리금 상환에 짓눌린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이는 곧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 정부가 부랴부랴 주택 공급 축소를 뼈대로 하는 ‘825 가계부채 대책(2016)’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은 정부 계산과 반대로 움직였다. 이 정책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시그널로 읽혔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 분양과 맞물려 막바지 청약 열풍이 심해졌다. 결국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르고 나서야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한 및 1순위재당첨 청약 조건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라던 정책기조가 2년여 만에 바뀐 것이다. 하지만 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야 꺼낸 뒷북 행정이었다.

 

지금까지의 리스크는 올해 터질지 모르는 악재에 비하면 새발의 피. 무엇보다 미국발금리인상이 문제다. 미국은 올해 중 3차례의 추가 인상을 계획 중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0.25~0.50%1.25%인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금리차가 좁아진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따른 고수익을 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머물 이유가 없다. 외국인 자본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 자본 이탈은 가뜩이나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에도 악재다. 이를 방어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는 곧 국내 대출자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가뜩이나 고꾸라지는 소비심리가 더 나빠진다는 얘기다. ‘경기 악화를 우려한 한국은행이 7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금융권 움직임은 빨랐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해 9월부터 연속 상승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 밀어내기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시장이 더 무너지기 전까지 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올해 1월 한달간만 해도 전국 27곳에서 194가구가 분양된다. 전년 동월(6861가구) 대비로는 47.1% 증가했다. 아직까지도 청약경쟁률이 높은 만큼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되는 날

초이노믹스로 만든 호황기에 쏟아졌던 주택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다. 당장 24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79068세대다. 전년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69000가구로 1997432000가구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42만 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정부가 언급한 우리나라의 연간 적정 주택공급량이 39만 가구인 걸 감안하면 공급 과잉이란 진단을 음모론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조명래 단국대(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초이노믹스로 수요를 억지로 짜낸 결과라면서 시장을 왜곡한 수요는 결국 꺼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미입주, 미계약, 저가매각, 가격 하락이 시장에 속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초이노믹스, 우리나라 경제의 비극이 될 공산이 크다.

 

금리, 수급, 정책 모든 게 안 좋다

그래프로 보는 부동산 시장

경기, 금리, 정책, 수급.” 모든 부동산 지표가 적신호를 켰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과열양상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동산 시장, 정말 괜찮을까.

미분양, 입주대란, 집값 폭락 등 위기론을 제기하면 과장된 음모론이라 깎아내린다. 주택시장의 현실을 전혀 읽지 못한 한심한 주장이라고 쏴붙이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음모론이라고 하기엔 변수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공급과잉, 가계부채, 금리인상 등 변수가 맞아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냉기冷氣가 흐르고 있다. 이제 어쩌겠는가

 

 

건설사 화려한 파티는 끝났다

 

한국경제 또다른 위기 건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약 2년간 경기부양에 집중했다. 2013부터 2014년까지 조세금리청약거래 등 모든 부분의 혜택을 주면서 규제를 줄였다. 2015년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해 전세 수요자들을 신규분양 시장으로 몰았다. 덕분에 2015년 국내 주택은 신규아파트 기준 사상 최대치인 약 518000호가 공급됐다. 건설 경기도 탄력을 받았다. 당시 전체 수주 규모는 158조원으로 전년 대비 46.9% 늘었다.

 

 

극과 극 오가는 부동산정책 

반면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 안에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러자 곧바로 정부는 돈줄 죄기에 나섰다. 20157월 신규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11월엔 분양권 전매를 규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정책만 14번에 달하지만 위험요소만 키워놓은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현상만 좇는 오락가락 정책이 건설업계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린다는 거다. 현재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으로 수혜를 봤던 건설업계는 규제정책으로 위축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위축되고 있으니 다시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사실 건설업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201411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을 전부 빚 갚는데 써도 이자조차 못 내는 일명 좀비건설사가 201226.3%에서 201341.4%로 급증했다. 건설업계 절반가량이 좀비기업이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해 7, 시공능력평가 상위 29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20161분기 기준)한 결과에서는 27곳이 좀비기업 수준이었다.

 

결국 일찌감치 정리했어야 할 좀비 건설사들이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으로 좀 더 연명했고, 건설업계의 파이 나눠 먹기가 전체 건설업계 수익구조를 더 나쁘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결과다. 더구나 막대한 가계부채와 건설업계의 부채 때문에 정부의 대응 전략도 마땅치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경기가 좋지 않자 해외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건설업황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주택건설 수주가 전체 건설사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주택건축 수주 규모는 644000억원으로 전체 건축 수주 규모(1074000억원)59.9%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 비중은 높지 않다. 현대건설만 해도 해외 주택건설 비중은 전체 주택건설의 21%에 불과하다.

 

출구 꽉 막힌 건설업계

게다가 해외건설 진출은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얘기일 뿐, 11583(2017117일 건설업체 기준)에 달하는 전체 건설업계로 보면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시장도 중동과 아시아 지역 외엔 폭넓게 진출하지도 못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이익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다. 현지 인력을 사용하고 나면 부가가치를 남기기 어렵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 설계 분야는 여전히 건설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가 손을 놓으면 건설업계가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는 거다.

 

전세가율 74%, 잠재적 깡통 수두룩

 

깡통주택 리스크

대출금과 전세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다. 2년 전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정부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 탓이다. 전세가율은 여전히 높고 대출금을 갚은 능력은 없는데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가계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깡통주택 소유자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20146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대출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이같이 경고했다.

 

이후 최경환 부총리는 LTVDTI를 각각 60%(수도권 기준), 50%에서 70%, 60%로 완화했다. 실제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은 가파르게 늘었고, 부동산 시장은 반짝 활황을 맞았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을까.

 

깡통주택 위험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세가율(매매가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자.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기준 전세가율은 지난 2014167.2%에서 2015170.2%, 2016174.1%로 꾸준히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는 76.1%에 육박했다.

 

부채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집값의 70%가량밖에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 깡통주택인 셈이다. 문제는 한국감정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의 매매가는 0.2% 하락하고, 전세가는 0.3% 오를 거라는 점이다. 깡통주택, 앞으로가 더 문제다.

 

표준단독주택 가격 상승 제주 18.03% 최고...전국 평균 4 2.1 제주의 소리

국토부, 전국 표준단독주택 22만가구 가격 공시...가장 비싼 집 비오토피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아파트와 연립 등 공동주택을 제외한 약 400만가구에 달하는 개별단독주택 공시 가격의 산정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할 때 기초자료로 쓰인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단독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1.98%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8년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53.81%에서 작년 4.15%에 이어 올해 4.75%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키워왔다.

 

표준단독주택 상승률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컸다. 수도권의 평균 상승률은 4.46%였지만 광역시는 5.49%, ·군은 4.91%로 더 높았다. 2공항과 영어교육도시, 각종 대규모 개발 호재를 품고 있는 제주도의 평균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18.03%를 기록했다.

 

부산은 해운대구와 동래구 등 재개발과 수영구 등지 휴양지 개발사업 등의 호재로 7.78% 올랐고,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세종시가 7.22% 상승했다. 또 대구(6.01%)와 서울(5.53%) 7개 시·도가 전국 평균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그러나 대전(2.56%), 강원(2.84%), 경기(2.93%), 충북(3.08%) 10개 시·도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전국 표준단독주택가격이 4.75% 상승했다. 제주는 무려 18.03% 상승, 전국 평균보다 4배 이상 올랐다.

 

··구별로는 전국 평균보다 높게 상승한 곳이 88곳이었고 평균보다 낮은 곳은 162곳이었다. 시군구별로도 제주가 1-2위를 차지했다. 서귀포시가 18.35%를 기록하며 가장 상승률이 높았고, 제주시(17.86%), 부산 해운대구(11.01%), 연제구(9.84%), 수영구(9.79%) 등 순으로 나타나 상위 5위권을 제주와 부산이 휩쓸었다.

 

개별 주택 순위에서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이 143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비오토피아 단독주택(대지 2608.1, 연면적 230.16)157000만원으로 가장 비싼 집으로 나타났다. 최저 가격은 제주시 추자면 예초리 주택(대지 112, 연면적 29.75)으로 473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