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꽃은 앵초과에 속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북반부 한대지방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지표식물이다. | 환경부 제공
한국의 높은 산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화 ‘기생꽃’이 사는 곳은 달라도 유전적으로는 같은 ‘클론’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원효식 대구대 교수팀과 2016년부터 최근까지 기생꽃을 연구한 결과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았다고 14일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서 멸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는 ‘클론’ 기생꽃
기생꽃은 꽃모양이 기생의 머리를 장식하는 장신구와 비슷하다거나 황진이가 울고 갈 만큼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기생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관상용으로 마구 캐는 일을 막기 위해 환경부 보호식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높은 지대에 살고 있다.
연구진은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지리산, 대암산의 기생꽃 집단과 일본·중국·몽골 등 총 13개 집단, 126개체의 서식지 현황을 조사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에선 지리산과 대암산에 사는 개체군을 제외한 나머지 개체군은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복제 개체군’으로 분석됐다. 복제 개체군은 겉으로는 각각의 식물이 다른 것들처럼 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개체로 이루어진 개체군이다.
국내 기생꽃 집단은 대암산과 지리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좁은 영역에서 사는 작은 집단이었다. 이들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은 ‘0’이었다. 집단에 있는 모든 개체들의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 개체(클론)라는 의미다. 1000개 이상의 식물이 모여있더라도 유전자형이 모두 동일하면 유전적으로는 한 개체나 다름없다.
■기생꽃은 왜 클론일까
기생꽃은 가늘고 옆으로 퍼지는 땅속줄기로 무성생식을 해 개체를 늘린다. 식물의 경우 뿌리가 분리되는 ‘포기나누기’와 같은 무성생식으로 번식해서 유전적으로 모체와 동일할 때 복제 개체라고 부른다. 뿌리 줄기가 나뉘어서 번식하면 겉보기로는 떨어져있는 다른 개체로 보여도, 땅속의 뿌리줄기가 연장돼 생겨난 것이어서 유전적으로는 동일하다. 땅속에서 뿌리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 복제개체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생물 다양성의 3대 요소는 생태계 다양성,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이다. 이중 유전자 다양성은 동일한 종 내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유전자형을 갖는지를 의미한다. 동일한 종이라도 사는 곳에 따라서 각각 다른 유전자형을 지닐 수 있다. 유전자 다양성이 낮으면 질병이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외부에 대응하는 힘이 약하고, 집단 내에서 교배가 이루어져 건강한 집단을 유지하기 어렵다.
유전적 다양성은 겉모습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기생꽃처럼 힘든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다양한 유전자 표지를 분석해 유전자 다양성을 수치화한다. 유전자 다양성 지수(He)는 0~1 사이 값을 가지는데, 일반적으로 0.5 이상은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기생꽃은 상당수 개체군에서 0으로 나왔다.
■기생꽃의 운명은
기생꽃은 가뜩이나 개체수도 적은 데 유전적 다양성까지 낮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외부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한대 식물인 기생꽃은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온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일부 고산지대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들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개체군이 줄어들고, 높은 산에 고립되면서 유전자 다양성도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최근 기생꽃의 개화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생꽃은 7~8월에 개화해 9월에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무더운 날씨로 올해는 지난해 6월14일보다 열흘 일찍 개화한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계속 오르면 한국에 사는 기생꽃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발표된 국태생태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기생꽃은 여름철 최고기온이 15.6도 이하일 때만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기생꽃을 보전하기 위해 현재 분포 환경과 다른 곳에서 기생꽃을 가져와 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다른 집단의 개체를 들여오면, 병해충 적응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기생꽃 | 환경부 제공
기생꽃 | 환경부 제공
기생꽃 | 환경부 제공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기생꽃[Arctic starflower]
학명 Trientalis europaea subsp. arctica (Fisch. ex Hook.) Hultén
문 :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강 : 목련강(Magnoliopsida)
목 : 앵초목(Primulales)
과 : 앵초과(Primulaceae)
속 : 기생꽃속(Trientalis)
지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한국 적색목록 취약(VU)
요약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라시아와 북미 등 북반구 북부에 널리 분포하는 참기생꽃(Trientalis europaea)의 아종이다. 한반도 북부와 지리산, 가야산, 태백산, 설악산, 대암산 등 고산 지대에 적은 수가 자생한다. 키는 7~25cm로 작고 잎은 5~10장이 돌려난다. 지름이 1.5~2cm의 흰 꽃이 1개씩 달린다. 통꽃으로 7갈래로 깊게 갈라졌다. 꽃은 7~8월에 피고 이르면 5월부터도 보인다. 열매는 둥근 삭과로 9월에 익는다.
세계적으로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
기생꽃은 앵초과(Primulaceae)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유럽 북부, 러시아 북부, 중국 북부, 일본,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참기생꽃(Trientalis europaea)의 아종(亞種, subspecies)1)으로 참기생꽃보다 크기가 작은 등 몇 가지 형태적인 차이를 보인다.
기생꽃은 시베리아 동부, 사할린, 일본, 북아메리카에 분포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보면 멸종위기종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북부 지역에 분포하며 남한에서는 지리산, 가야산, 태백산, 설악산, 대암산 등 고산 지대에서만 드문드문 적은 수가 발견된다. 매우 희소하지만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기르기 위해 남획되고 있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작은 키의 앙증맞은 꽃
기생꽃속(Trientalis)은 전 세계적으로 3종2)밖에 존재하지 않는 아주 작은 분류군이다. 기생꽃속의 학명인 트리엔탈리스(Trientalis)는 라틴어로 1/3피트(feet) 즉 약 10cm를 뜻한다. 크기가 작은 기생꽃속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낸 이름이다.
이 앙증맞은 크기의 야생초를 우리나라에서 기생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기생인 황진이가 울고 갈 만큼 꽃이 아름다워서다. 또 꽃 모양이 기생의 머리 위에 얹는 화관과 비슷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기생꽃이 얼마나 예쁜지 이름만 들어도 알 것만 같다. 영어 이름도 북반구에 분포하는 별 모양을 닮은 꽃이라는 뜻의 아크틱 스타플라워(arctic starflower)이다.
북아메리카에 분포하는 기생꽃류(T. latifolia)
기생꽃의 생김새와 특징
기생꽃은 키가 7~25cm이고 흰색 실 같은 기는줄기(匍匐莖, 땅위를 기듯이 벋어나가는 줄기)가 벋는다. 줄기 밑 부분에 비늘 같은 잎이 달리고 끝 부분에 5~10장의 큰 잎이 돌려난다. 잎은 얇고 넓은 피침형, 타원형 또는 달걀형이며 길이는 2~7cm, 너비는 1~2.5cm 정도며 끝이 뾰족하거나 다소 둔하며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다. 잎자루가 없이 잎의 밑 부분이 좁아져서 직접 원줄기에 달린다.
꽃은 지름이 1.5~2cm이고 흰색이다. 꽃자루는 길이가 2~3cm로서 끝에 꽃이 1개 달린다. 꽃받침잎은 7개이고 좁은 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잎은 7장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잎이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붙어 있다. 이런 형태를 꽃을 통꽃이라고 한다. 7갈래로 깊게 갈라진 꽃잎은 수평으로 퍼지며 갈라진 각 조각은 긴 타원형이며 끝은 뾰족하다. 수술은 7개다. 낮에도 흰 빛으로 빛나는 이 수려한 별 모양의 꽃은 보통 7~8월에 피고 이르면 5월부터도 보인다. 열매는 지름이 2.5~3mm 정도인 둥근 삭과(蒴果)3)로 9월에 익는다.
기생꽃은 잎이 돌려나며 꽃은 통꽃으로 7갈래로 갈라졌다.
꽃이 진 뒤에 열매가 달렸다.
기생꽃과 참기생꽃 나눌까 말까?
기생꽃의 원종인 참기생꽃은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한다. 기생꽃은 참기생꽃에 비해 줄기 아래쪽 잎이 비늘처럼 되어 있지 않고, 잎몸이 도란형으로 끝이 둔하고, 그리고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다. 이를 근거로 일부 학자들이 기생꽃을 참기생꽃의 아종을 나누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견해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기생꽃과 참기생꽃을 구분하는 경계는 모호해서 북미 지역에서는 기생꽃과 참기생꽃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종으로 취급하고 있다.
기생꽃의 원종인 참기생꽃
태백산에서 촬영한 참기생꽃 기생꽃과 큰 차이가 없어서 기생꽃을 참기생꽃의 단순한 변이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불법 채취와 서식지 훼손으로 사라질 위기
기생꽃는 관목이 발달한 지역의 그늘진 바위 부근에 잘 자란다. 국내 자생지는 대부분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등산객의 출입이 잦다보니 뜻하지 않게 서식지가 훼손될 위험에 놓여 있다. 또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꽃이 예쁜데다 보호종이 아닌 참기생꽃과 구별이 쉽지 않아 관상용으로 기르기 위해 남획될 위험도 높다. 참기생꽃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분류학적인 연구와 함께 보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자료
동북아식물연구소, 환경부 (2007) 「설악산, 속리산 멸종위기식물원 조성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환경부
오병운, 오병운, 조동광, 고성철, 최병희, 백원기, 정규영, 이유미, 장창기, 산림청, 국립수목원 (2010)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식물 300」 산림청
장진성, 이흥수, 박태윤, 김휘 (2005) 「IUCN 적색목록 기준에 의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종에 대한 평가」 한국생태학회지 28(5): 305-320
이창복 (2003) 「원색 대한식물도감」 향문사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립생물자원관)
출처;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저자; 박선주 영남대학교
BeboValdesyElCigala-lagrimasnegras.mp3 (4720kb)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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